※ 외모 154cm. 가냘파 보이지만 근육으로 탄탄한 편. 곱슬곱슬하고 긴 금발. (말끔히 올려 묶는 것을 선호함.) 벽안. 흰 피부. 착실해 보이고 호감 가는 인상이라는 평을 종종 들음. https://picrew.me/share?cd=A8FJKYUaUS (묶은 머리) https://picrew.me/share?cd=92GqlU60zu (푼 머리) (출처 : Picrewの「하푸피크루」でつくったよ!)
※ 성격 #학구파 — 내가 학문적 업적을 남기는 거인은 되지 못할지라도, 언젠가 거인이 딛고 올라갈 디딤돌의 일부는 될 수 있겠지. #역지사지 — 세상에 자기가 모르는 사이 일거수일투족을 주시당하는 걸 유쾌해할 생명체가 어디 있을까. #진지함 "제가 매사 진지하게 반응하니까 어린아이나 동물이 잘 따르는 것 같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서 걱정 — "저, 익히 아시겠지만, 인간은 연기라는 것도 합니다. 제가 한 말이 다 거짓말이면 어쩌시게요?" #둔감 — 매력적이라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용이 인간을 속일 가능성과는 무슨 상관인지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겁 많음 — 흑룡이 느릿하게, 그러나 확실히 거리를 좁혀 섰다. 저도 모르게 허리춤의 칼에 손이 갔다. #부끄럼 많음 — 이렇게 시선이 집중되니 눈 둘 데를 모르겠다. 발개져 가는 얼굴을 두 손으로 반나마 가리고는 파란 눈동자를 내리깔았다.
※ 기타 * 크레티스 왕립 대학을 졸업하고, 왕립 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었음. 산 리노에서는 똑똑이 소리를 듣고 살았으나 대학 진학 및 연구소 입소 이후 주변에 박학다식하고 다재다능한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닫고 본인이 범인에 가까움을 받아들이는 중. * 술에 약하다. 상황에 따라 와인 한 잔에도 취해 버릴 정도. 다행히 술버릇은 자는 것인 듯. * 크레티스 왕국의 국교는 에티스 교이지만 신앙심은 얕음. 절대신의 존재가 언제든 재현 가능한 방법으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함. * 3남 2녀 중 막내. 본가는 크레티스 왕국 남부에 있는, 산 리노라는 시골 마을임. 파벨 가문은 이 마을에서 대대로 농장을 경영 중. * 부모님은 결혼해서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시는 눈치이나 결혼이나 출산이 연구의 장애물이 될까 봐 고사 중. 말이 나올 때마다 오빠들과 언니가 다 결혼했고 조카들도 있으니 자기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얼버무림. * 테마곡(?) https://youtu.be/9JEPxcrG6cU
외모 : 키 205cm, 몸무게 82kg의 상당한 거체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표범을 연상시킬 정도로 얇고도 탄탄한 근육을 보유하고 있어 외유내강의 몸체를 보여주고 있다. 피부색은 전체적으로 건강한 색채를 띈 살구빛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가벼운 가르마를 준 깔끔한 댄디컷의 검정색 머리카락에 더불어 적황색의 눈동자는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반짝이고 있어 권태에 찌든 다른 용들과는 가치관 자체가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즐겨입는 옷은 하얀색 셔츠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다니는 편이며, 요람 정식 예복으로는 군청색 바탕의 각종 기하학적 무늬가 양각된 조끼에 짙은 바다색 로브를 걸치는 편, 다만 실제로 그렇게 패션 감각은 좋지 않은지 정령들의 말에 따르자면 가끔씩 해괘한 복장을 입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용의 형태를 취하였을때는 다른 용들에 비해 상당한 거체—대략 다른 용들보다 1.5배 크기—에 상반신은 인간의 그것을 닮었으며 하반신은 다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꼬리가 뱀의 그것마냥 매우 길어, 마치 거대한 뱀을 연상시키는 듯 하다. 날개 또한 아예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월한 신체스펙 때문인지는 몰라도 크게 부각되는 편은 아닌 듯 하다.
성격 : 기본적으로 다른 이들에 대해 많이 다정다감한 편이며, 오랜세월을 살아가며 감정에 대해 무미건조해진 동족들에 대해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여러가지 방면으로 감정이 풍부한 편이다. 이보다 앞서서 각종 사물과 현상에 대해 탐구심이 뛰어난 편이며 이로부터 시작된 각종 예측은 꽤 잘 들어맞는 편, 주변에 대해 항상 배려하는 태도를 잊지 않으며 이러한 성격은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일으키는 등, 여러가지 트러블에 휘말리게 한다. 다른 용들에 비해 상당히 소탈한 편, 실제로도 요람 위에 자리잡은 그의 레어를 살펴보면 금붙이나 사치품은 그렇게 많지 않으며, 있는 사치품이나 보석류는 전부 대다수 연구용이나 개발비로 벌어둔게 대다수라고 한다. 그 마저도 가끔씩 그의 성향을 알고 방문한 드워프들에게 기술적이나 마공학적 자문을 해주거나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양방향 거래에 가까운 행위로 이루어지는 편.
기타 : - 종을 초월한 친우가 조금 있는 편, 대다수의 공통점이라면 전부 그와 같은 종족을 넘어선 생각을 가진 이단아들이라고 한다.
- 반면으로 서술했다 시피 동족들과는 매우 사이가 좋지 않다. 서로 죽자고 달려드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매우 무관심하다 못해 얼굴도 보고 살지 않는 편, 여성 동족들에겐 나름 인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고압적인 태도에 학을 떼서 지금은 완전히 솔로 인생으로 연구나 요람 확장에만 힘을 쓰는 중
- 요람 내부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닌, 레어 주변의 환경도 신경 많이 쓰는 편, 실제로도 레어 주변을 날아다니거나 돌아다니는 가고일과 골렘들 대다수는 생태계의 환경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활동하면서, 그의 명령에 따라 상시 생태계 확인에 나서는 등, 최대한 안정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힘을 쓰고 있다고.
- 자신의 이질적인 형태에 대해 자신의 혈통을 조금 신경쓰는 편, 내부적으로는 다른 용들과 다를 바 없는 육신이라고 하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이형인 육체는 신경 쓰일수 밖에 없다는 듯 하다.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육체기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편으로는 만족하고 있다고.
테마곡 - Tiberian Son : The Devil's Spear(https://www.youtube.com/watch?v=bvBXokCYw9s) - ryu ga gotoku4(용과 같이 4) : For faith-Remix(https://www.youtube.com/watch?v=zuD1becQvsI)
>>4 도서관을 봤으니 이번엔 주거 구역이 궁금하네요ㅎㅎ 그런데 시점상으론 이튿날인 걸까요, 아니면 식사 후? >>5 첫 레스라면 0레스인가요? 블랑님이 레아한테 하는 질문일까? 했습니다:) 또 레아의 이름을 로마자로까지는 생각 안 했었는데 로마자가 적혀 있어서 이런 것도 신경 쓰셨구나 했고요ㅎ (찍어 보긴 했는데 아니면 어떤 거일지는 짐작이 안 되네요^ㄷ^a)
>>10 그 사이에 리빙아머들이 거주 구역에 레아가 묵을 방을 따로 준비해 줬으려나요? 블랑님의 방은 당연히 있겠지만 본모습으로 잔다면 거주 구역이 거대한 굴에 가까울 거라고 넘겨짚어서 별도의 방이 있을까 의문이었거든요 근데 블랑님한테 이종족 친우가 있는 만큼 손님 방도 있겠구나 했습니다ㅎㅎ 그럼 이튿날로 넘어가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리고 둘 다 맞았다니 뿌듯하군요 레아가 저 질문에 뭐라고 답하려나 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전 일전에 영상 업로드하신 거처럼 [스포일러] 부분도 뭔가 기능을 활용하신 건가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나 보네요ㅎㅎ 용족 중에서는 이질적인 외모도 그렇고 출생의 비밀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정신이 들었을 땐 책상에 엎어진 채였다. 화닥닥 일어나 보니 <카다로스 제국사>와 그걸 베껴 적던 양피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산을 탄 탓인지 책상에 엎드려 잔 탓인지 삭신도 쑤셨다. 마법 기사의 안내를 받아 이 방에 들자마자 필사를 서둘렀던 거 같긴 한데, 베껴 적은 건 고작 열 페이지 남짓이다.(그나마도 제대로 베껴 적었을지 미지수다.) 앓는 소리와 한숨이 함께 나왔다. 얼마 못 가 뻗었나 보네. 천재일우의 기회는 앞으로 한 달뿐인데.
흑룡이 뜻을 물리지 않을 거라며 내기까지 걸긴 했지만 레아는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첫째로 자신이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이 안 왔고, 둘째로 흑룡이 기대한 몫(그게 무엇인지 오리무중임은 차치하고라도)을 못할 경우를 미리 대비하는 편이 안심이 됐다. 설령 그런 문제를 다 제친다 해도 1달 넘게 머물면 골치 아파진다. 어쨌거나 자신은 왕립 연구소 소속이다. 그런데 여기 계속 머문다면 연구소에선 사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면 사실상 학계와는 연이 끊어지게 되고 내 기록이 학계에서 검증받을 기회도 사라질 텐데, 진위를 검증받지 못한 기록이 과연 학술 자료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만! 레아는 머리칼을 마구 헝클이더니 손빗으로 대강 다듬어서 묶어 올렸다. 고민하고 앉았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흑룡의 기대에 최대한 부응하면서 그에 관한 정보를 기록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고 밤에는 제국사 필사본 만들기에 전념하자. 계획한 대로 해내려면 시간을 잘 쪼개고 집중해야 한다. 당장은 그것만 생각하자.
그러나 그 다짐은 일어나자마자 산산조각 났다.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다? 당연했다. 가방에 챙겼던 건 부싯돌과 다용도 칼 말고는 진흙뿐이니까. 그 기막힌 상황에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 1달은 조사하겠다는 계획하에 그 암벽을 타면서, 속옷 한 벌 안 챙긴 거야?? 제정신인가?!?! 악 하고 비명이 나올 뻔한 걸 입을 틀어막고 주저앉았다. 이거야말로 꿈이다! 악몽이야!! 하지만 볼을 치니 따갑다.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고 속이 쓰린 것도 똑같다. 쪼그리고 있어 봤자 시간 낭비다. 레아는 멍청하다고 하기도 부족한 과거의 자신을 저주하며 일어섰다.
그래서 어떻게 수습한다? 어쩌긴 뭘 어째? 기숙사에 돌아가서 챙겨와야지. 하지만 그랬다간 꼼짝없이 하루를 공친다. 안 그래도 모자란 시간이 산만 타다 날아가는 거다. 더구나 흑룡에게 뭐라고 말할지도 문제였다. 옷을 전혀 안 챙겨와서라고는 죽어도 말 못 해.. 그런 건 상상만 해도 민망하다 못해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그러다 보니, 방에서 나왔을 때 레아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눈은 수면 부족으로 충혈된 데다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와 당혹감으로 물기가 그렁했고, 얼굴은 온 몸의 피가 그리 쏠리기라도 한 것처럼 새빨갛게 익어 버렸으며, 표정은 그야말로 우거지상이었으니까. 그런 가운데 마음속에서는 의구심이 새어 나왔다. 역시 인간형 호문클루스를 만들 땐 다른 사람을 골라야지 않을까? 이렇게 나사 빠진 실수를 하는 인간을 본땄다가 무슨 사달이 나라고?
//>>16 보고 설득당해서 이름 서술 안 했습니다.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넵 설정 구멍을 메꾸기 위한 선레입니다..8ㅁ8 situplay>1596715072>45에선 가방에 흙만 잔뜩 넣어 놓고 situplay>1596715072>133에선 1달은 있을 계획이라고 서술한 과거의 나참치 멍청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룡의 하루는 언제나 따뜻한 우유 한잔으로 시작한다. 인간의 기준으로 보았을때, 술은 마시는 편이지만 연초는 피우지 않으며,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과 수면기의 계산을 들어서 수면기를 줄이는 대신 그만큼의 규칙적인 잠으로 그 모든 것을 벌충해내고, 항상 아침저녘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서 하루를 준비하고 마무리하는, 전혀 용답지 않은 모습으로 행동을 하는게 그였다. 언제나 그에게 있어서 이 모든 일과는 연구로 직행되는 것이며, 이 자그마한 규칙적인 생활로 하여금 생활에 활력을 넣는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이렇게 함으로서 수면기에 접어들어야 할 상황에 그는 활동을 할수 있었고. 우유 한모금을 마심과 동시에 인간계로 몰래 다녀온 가고일이 신문 한부를 가져다 준다. 항상 새벽같이 움직이는 편대 설정형 가고일 중 하나는 당번제로 돌아가며 그가 설정해둔 지시사항에 따라 신문을 한부 몰래 가져 오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물론 인간들이 사는 왕국에는 대마물 결계가 쳐져 있었겠지만, 그정도에 대해 방비를 하지 않았다면 마법의 대종사라 불리우는 용이라고 할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 일과를 대강 정리하려던 찰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여인이 방문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 눈안에 들어왔다.
'....?'
세상에,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분명히 여러가지 복지는 다 해준걸로 기억하는데, 그가 잠깐 벙찐 눈으로 여인을 바라보며 온갖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뭐 인간계에 애인이라도 두고 온건가, 아니면 뭐 소중한 물건을 여기 숲 근처에서 잃어버린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이내 자신의 사람이 될 여인에게 멋쩍게 웃으면서 자리를 권하였다. 그가 권한 자리에는 그가 지금 먹고 있는 토스트와 베이컨이 갓 내온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따스한 김을 내뿜고 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닌것 같다만, 일단 식사라도 좀 하고 생각을 하시게."
그렇게 자리를 권하며 그가 토스트를 한점 입에 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버터가 잘되었다고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신이 생각 한 것 이상으로 풍미가 굉장해 이것만으로도 만찬이라 불릴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입안에 있던 토스트를 목 너머로 넘긴 다음 언제나 처럼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에게 입을 열었다.
"크런치 모드라고 한다지? 자신을 혹사시켜가며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말이야. 몸을 갈아넣어가면서 까지 최대한 능률을 올리겠답시고 벌이는 어리석은 짓을 지칭하더군."
그가 재차 목 너머로 따뜻한 우유를 넘겼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속안으로 퍼져나가며 심신을 안정시켰고, 자그마하게 뚫어둔 구멍으로부터 햇빛이 들어와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완전 정반대였다. 깔끔한 차림으로 규칙적인 아침을 보낸 용과 제대로 정리도 못한채 아침을 겨우 맞이한 여인, 하지만 그 둘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곳에서 지내는 연구자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동료로서, 또 상사로서 그녀에게 마땅히 조언을 줘야 하는게 맞다고 떠올리며 그는 입안에 퍼지는 고소한 우유의 풍미를 느끼며 입을 열었다.
"항상 재정비를 해야하는 게 중요하다네, 시간에 쫒긴다고 일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애시당초 시간이 부족한게 아니라 마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네, 일단 심호흡을 하고, 따뜻한 식사와 음료를 즐기며, 가볍게 몸을 씻고 천천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먼저 떠올리게. 참, 필요한 것이 있다면 상사에게 직접 이야기 하는 것도 좋아. 상사는 그대에게 분명 명령을 내리겠지만, 그만큼 그대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말일세."
그렇게 말하는 와중, 그는 무언가 가장 중요한 것을 까먹었단 사실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지금 그가 무엇을 떠올려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용이 건망증 안걸린단 놈 나와.'
이런 것도 기억 못하는데 어디서 건망증이 안걸린단 말이 나오는건데.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는 용이었다.
//많이 늦었습니다아아아!!
..... 적은 글을 보니 진짜 잘 어울리는 상사와 부하 직원이네요, 한명은 고용하면서 자기소개를 까먹었고, 한명은 1달간 외근중인데 생필품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이 블랑 너! 자기소개도 까먹은채 잘난척 하지 말라고!!(?)
기숙사에 다녀와야겠다는 소리를 어떤 식으로 꺼내야 좋을지 고민하며 안 떨어지는 걸음을 억지로 옮기는데 평소 같았으면 맛있겠다고 절로 군침이 돌았을,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코에 스몄다. 그러나 지금은 어쩐지 그 냄새가 식욕을 불러오는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비릿하고 니글거리는 느낌이었다. 여기 와서 먹은 거라곤 와인뿐인데, 숙취 때문인지 머릿속이 복잡해서인지는 모르나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어쨌거나 흑룡은 토스트와 베이컨과 우유가 정갈하게 차려진 테이블에서 레아를 맞이했다. 갓 나온 듯 김이 채 가시지 않은 음식들과 함께 생각지 못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신문? 이 산 속(산 위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산의 한가운데)에?? 그러고 보니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의 양도 인간이 먹기에나 적당한 정도다. 얼핏 보면 그저 평온하고 자연스러운 아침 풍경 같지만, 그의 거대한 본체를 생각하니 위화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덩치가 큰 생명체는 그만큼 많이 먹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용은 저만큼만 먹어도 되나? 엄청나게 효율적인 신체구나.
그때 흑룡이 사람 좋게(용에게 붙이기는 어색하지만, 정말 인심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웃더니 뭔가 꿰뚫어본 듯 말을 꺼냈다. 감정이 주체가 안 될 것 같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확실히, 쫓기는 기분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기회이고, 원래라면 내게 주어질 행운이 아니라고 느꼈으니까. 그러니까 뭐든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고, 퍼져 있을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려 했다. 하지만, 흑룡의 말을 들을수록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쳤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거니와(연구자로서 레아의 최대 장점이 체력일 거라고 말한 연구원 동기도 있었다.) 녹초가 될 만큼 강도 높은 노동을 하진 않은 터라 어이없지만, 지친 건 지친 거다. 1달을 약속했는데 불과 하루 만에 이 꼴이라니,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쩌면 처음부터 몸에 안 맞는 옷이었는지도.
왕립 대학에 입학하고 한동안 떨치기 힘들었던 콤플렉스가 떠올랐다. 처음엔 당연히 좋았다. 왕국 최고의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동기들과 교류할수록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전공 지식에 해박했고 교양도 풍부했다. 예술, 마법, 검술 같은 재주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른(개중 한 가지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이룬) 이도 있었다. 이런 대단한 사람들과 나란히 할 자격이 내게 있는 걸까? 내 입학이 일종의 착오는 아니었을까? 그렇게 느끼면서도 대학을 떠나지는 못했다. 졸업하면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기회가 아까웠으니까. (실제로 버틴 덕에 졸업해서 왕립 연구소의 연구원까지 됐다.) 동기들처럼 잘나질 수는 없다고, 동기들은 동기들이고 나는 나라고 받아들이고자 애쓸 때 다짐했는데. 앞으로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 꼴이 날 자리엔 가지 말자고. 그래 놓고 또 이러고 있네, 버티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탐나서.
결국 손가락에 눈물이 묻어났다. 손끝으로 눈을 주무르듯 누르며 코를 훌쩍이고 숨을 골랐다. 막혔던 코가 어느 정도 뚫리자 마음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내려놓자. 물론 여길 제대로 조사하고 기록할 기회를 포기하는 건 미치게 아깝다. 모르긴 해도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어쩌면 평생 후회할지도. 하지만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인지 의심하며 지내는 건 이젠 싫다. 더구나 흑룡이 기대하는 것 중 하나인, 인간형 호문클루스의 모델로도 나는 부적합하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자고 만드는 건데 오늘처럼 나사 빠진 실수를 언제 또 할지 모르는 내가 모델이 되는 건 경우가 아니지 싶다. 용은 개체마다 특성이 제각각인 것 같으니 다른 용을 찾아보자. 그땐 제발하고 옷가지 정도는 제대로 챙기고. 레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고는 품에서 요람의 출입증을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하루 만에 번복하자니 면목이 없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적임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되새기기도 싫은 멍청한 실수를 말하자니 부끄러워 얼굴이 탈 것 같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를 똑바로 밝히지 않는 한 납득하지 못할 테니까.
"전 원래도 이 산에서 1달은 머물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여벌의 옷은 전혀 챙기질 않았습니다. 용에게 들킬 가능성이 적도록 위장해야 한다는 생각만 앞서서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아니, 이렇게 들켰으니 하나조차 몰랐던 겁니다. 용님이 계획하는 호문클루스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존재이고, 1%의 불확실성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존재 아닙니까. 그런 존재를 저처럼 언제 어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지 모르는 인간을 본따 만들면 여러모로 곤란하리라고 생각됩니다."
내 단점은 빼고 장점만 이식할 수 있다면 또 모를까. 잠시만, 이식? 그러고 보니 생명체에겐 영혼이 있지 않나? (사후에는 육신을 떠난 영혼이 절대신께 심판받는다는, 에티스 교의 교리가 떠올랐다.) 그 영혼을 호문클루스에 이식하면, 부활이란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신성 모독적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터무니없는 발상이지만, 호문클루스를 만드는 것도 쉽다는 이 용이라면 의외로 할 수 있을지도?
"..혹시 생명체의 영혼을 호문클루스에 이식할 수는 없습니까? 그게 가능하면 용님이 부활을 도모해서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 뭐람? 하지만 갈 땐 가더라도 할 말은 해야지. 흑룡은 자신과 꼭 같은 특성을 지닌 호문클루스일지라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불안해했다. 하지만 특성이 똑같은 존재가 아니라, 아예 자기 자신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름 물으면 블랑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한데 레아가 널뛰기를 합니다(._.) 상황은 개그였으나 내적으로는 개그가 아니었던 탓이려니 여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가 말없이 신문을 펴든채 여인의 말에 귀기울인다. 여인의 속을 알고 있는건지 아닌지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금 따스한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여인은 알까, 아주 미세한 각도로 때문에 지금 그녀는 본인이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표정을 읽을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즉 지금의 그는,
"정말로, 그게 속마음이라 생각하는가?"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마치 많이 그리운 감정이 섞인,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느낌이었다. 갇혀셔 무엇을 해야 할까, 막연히 안개에 갇혀서 무엇을 해야하는 것일까, 처음으로 자신이 요람을 세울때의 시행착오를 느낌이었다. 마력만 때려박으면 안정적인 구조를 세울줄 알았다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하였다가 결국 전부 무너졌던 그 과정 말이다. 그렇게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결국 이 곳을 만들었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의 방안을 연구하여 이 요람을 만들어 내는데에 성공하였다. 처음으로 이 큰 공간을 만들면서 그는 용이라는 종족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무너졌고, 과연 자신이 걱정하는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지도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무언가 착각하는 것이 있군, 그대는 적임자가 맞네. 자네가 못한다면 결국 내가 본 시점의 현재 인간들은 아무도 내가 할 일을 감당하지 못할것이야."
그가 신문을 접고 천천히 우유를 한모금 다시 마신다음 손뼉울 가볍게 쳤다. 동시에 그의 신호를 받은 리빙아머 한 구가 천천히 다가와 그의 지시사항을 다시 받아들였고, 그것을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가 빙긋 웃으며 리빙아머를 가리켜보였다.
"원래 리빙아머는 전투형 물건일세, 반면 그대가 이 요람에서 본 리빙아머들은 전부 가사 전반 담당이지 않았나? 저거 전부 내가 조작한 것일세, 저거 하나 제대로 조작시키는데 거의 5년이 걸렸고 말이야. 근데 말이야, 과연 제대로 움직인건 몇년인지 아는가? 1년이야, 1년! 그 전까지는 모래를 요리로 만들어도 이것보다는 맛있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네!! 하하하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이 용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아주 조금만 생각하면 금방 떠올릴 답변이었으나, 용으로서 자존심이 있기에 입으로 내지 않을법 했지만, 결국 그는 인간들이 말하는 소위 '거인'이라는 존재였다. 그 누구라도 포용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일수 있는 큰 인물, 바로 그는 그런 존재였다.
"내가 어제 한 말에 번복하는 것이다만, 결국 모든 것은 불확실성에서 시작되는 것일세, 우리가 불확실한 것에 대비를 하는것은 어디까지나 최대한의 방도야,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지. 우리는, 신이 아닐세."
어느새 다가온 그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실한 신자에게 축복을 내리는 신과도 같았으며, 역으로 문제에 막힌 학생을 격려하는 지도 교수와도 같았다. 그러고서는 잠시 그녀의 대답에 대해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듯이 그 말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떠올렸고, 마침내 그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떨어졌다.
"진짜 여기 있으면 안되겠는가, 생각도 못한 여러가지 사안을 주는군, 어떻게 보면 생각의 지평을 계속 넓혀주고 있으니, 내 어찌 탐을 안낼수가 있겠는가."
여인이 만약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면, 용의 두 눈동자에 새겨진 탐욕이라는 강한 감정을 느낄수 있을 것이리라.
//괜찮아요!! 심적 부담이 굉장할건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 용은.... 아무리 봐도 유능한 대학원생 지망자를 다른 교수놈들에게 뺏길까봐 안달복달 난 교수님 읍읍
>>20 블랑왈 '자존심 덩어리들이니 하찮은 놈들이 답변해봤자 알아들을수나 있냐고 답변할지 모른다'라고 할 거 같네요:) 블랑이 용답지 않게 온선하고 존중감이 높은 것도 한 몫 하겠지만요!!
황당해할 줄 알았다. 약속을 이렇게 쉽게 깨냐고 타박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멍청한 실수까지 고백했다. 내 하자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말을 뒤집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이해할 것 같아서. 그런데 흑룡은 지극히 차분하고 부드럽게, 그게 정말로 속마음이냐고 물었을 뿐이다. 속마음? 모르겠다. 용의 생태와 습성에 대해 조사하고자 나왔고, 흑룡이나 이 요람이 (이대로 포기하면 일평생 후회할 것임이 자명한) 더없이 매력적인 조사 대상인 것은 맞다. 그러나 여기 머물기 위한 조건(흑룡의 비서로 일하는 것이며 흑룡이 만들려는 인간형 호문클루스의 모델이 되는 것)이 자신으로서는 감당이 안 되는 것이나, 다시는 자격 없이 어디 머문다는 자격지심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 것도 진심이었다. 나아가서는 왕국의, 그러니까 인간들의 학계(인간 세상과 무관한 용에게야 인간들의 학계 역시 대단찮을 수 있지만)에서 자신의 기록이 신용할 만한 것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포부 역시 진심이었다. 사실 여부 정도는 학계에서 검증을 받은 기록이어야, 학문적인 업적을 세우는 거인들이 참고해 주든 말든 할 거 아닌가. 즉 흑룡의 제안은 레아에게 매우 매혹적인 동시에 소화하기 버겁고 인간 학자로서의 포부와 관련된 불안도 야기하는 것이었다.
이 복잡한 심경을 간파한 건지 전혀 모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문에 가려지다 했다가 얼핏 엿보인 흑룡의 얼굴엔 (레아의 착각이 아니라면) 미소가 배어 있었다. 단순히 흥미나 즐거움이 아니라, 어딘지 애틋하고 정겨운 빛이 드러난 미소였다. 그는 그런 얼굴로 레아 외에는 적임자가 없단다. 갑갑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기대하는 원인이 뭔지 감도 안 왔다. 그의 목적 중 레아가 유일하게 파악한 것인 호문클루스의 모델감은 왕립 연구소에 가면 눈 감고 골라도 자신보다는 나은 이가 뽑힐 것(연구원 중에 1달을 외출하면서 옷가지 한 벌 안 챙기는 바보는 없었으니까)이고, 인간이 연구해 온 자료 중 가치가 높은 걸 엄선해서 확보하고자 한다면 어느 자료가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알아볼 안목이 있는, 박학다식한 인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 많은 인간 중에 하필이면 레아가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도대체 뭘까?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기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데, 흑룡이 문득 마법 기사에게 뭔가 지시를 하더니 그 기사를 가리켰다. 그러고서 하는 이야기는 완전히 딴소리 같으면서도 묘한 데가 있었다. 전투가 목적인 개체였구나. 어쩐지 갑옷을 입은 것 같은 외형이더라니. (무슨 재료를 어떻게 했기에 모래보다 맛없다 싶은 요리가 나왔을까 하는 가벼운 호기심도 일었지만 그는 이내 사그라들었다.) 수년간 가사 노동을 맡도록 개량한 끝에 1년 전에야 성과를 거뒀다라, 용만큼이나 능력이 있어도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시행착오는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니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추측하던 중 그만 흠칫했다. 어느새 흑룡이 다가와 레아의 어깨에 손을 얹어서였다. (한편으론 외형뿐만 아니라 손길의 부드러움이며 체온까지 사람 같은 것에 놀랐다. 이런 이가 실은 집채 몇 개는 쌓아 둔 것처럼 거대한 흑룡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그러나 그도 잠시, 레아가 저지른 멍청한 실수에 대한 위로 같은 흑룡의 말이 다시금 상념을 불러왔다. 미래가 불확실한 이상 아무리 대비해도 한계는 있다.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래서 더 문제다. 안 그래도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처럼 무슨 터무니없는 실수를 할지 모르는 호문클루스를 투입하는 게 과연 합당한 처사일까? 합리적인 조치만 해도 변수를 모조리 막을 수는 없지만, 그런 만큼 비합리적인 조치는 더더욱 피해야 하지 않을까?
역시 안 되겠다고 답하려는 찰나, 그야말로 얼이 나갈 것 같은 말이 돌아왔다. 생각난 김에 해 본 소린데, 꺼내고서는 (용이 웬만한 건 다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만큼) 이미 시도해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이야. 레아는 흑룡의 눈길(이전까지는 피해야 할 것 같은 순간에도 자꾸만 보게 되던)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석양빛 눈동자가 흡사 불꽃처럼 이글거려 마주볼수록 묘하게 압박감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피해도 그의 시선이 고정된 것은 확연히 느껴졌고, 그럴수록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뭐라고 해야 전달이 될까? 레아는 무릎맡에 둔 두 손을 맞잡고 한참 숨을 골랐다. 계속 있고 싶은 이유와 그러기 싫은 이유를 차근차근 정리해 보자.
"가능만 하면 1달은 여기 있고 싶습니다. 용님과 요람에 대해 기록하면 용족 연구에 보탬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용님이 맡기시려는 업무가 뭔지 제가 아직 파악하질 못했습니다. 용님이 만드시려는 인간형 호문클루스의 모델이 되거나, 요람에 둘 자료를 선별하고 관리하는 일 정도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입니다. 그런데 전자는 저보다 조심성 있고 준비성 있는 인물이 어울릴 것 같고, 후자는 유의미한 자료를 선별할 안목 즉 인간의 여러 학문에 소양이 있는 인물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제 짐작이 틀렸다면 어째서 저를 적임자라고 보시는지 근거를 알고 싶습니다. 그와 별개로, 전 인간 사회와 완전히 동떨어져 지낼 자신은 없습니다. 애초에 전 학계, 그러니까 인간 사회의 인정을 받길 바라는 인간입니다. 용족을 조사하자고 나온 것도 학계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였고요. 그러니 만약 왕립 연구원 직을 포기해야 한다면, 여기 평생 머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사 길어! 확인하자마자 쓰기 시작했는데 오래 걸렸네요8ㅁ8 느리고 느린 내 곰손(._.)... 레아는 쭈굴 모드인데 블랑님은 오히려 고평가를 해 주니 신기하지 말입니다 과연 투잡 요구에는 어떻게 응대할지 궁금해집니다ㅎㅎ
그녀의 말에 고개를 주억인다. 마치 모든것을 이해하는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그 또한 인간에 대해 연구한 그들─같은 인간, 혹은 인간을 닮은 이종족들─의 결과물들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고보니까 자기들과 다르게 그들은 모두 사회를 구성하면서 살아간다고 기록 되었으니까. 어떻게 보면 그들이 있는 곳이, 즉 사회라는 울타리가 바로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닐까, 당연한 이야기였다. 물론 이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겠지만, 최소한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들의 존재는 사회를 만들어 몸을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온 것이니까. 그 순간 그가 요람의 전체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하였다. 왜 자신이 이곳의 이름을 요람이라고 지었는가, 모든 것이 갑작스레 종말로 이끌어지더라도, 시작의 장소가 되어 많은 이들의 갈 길을 제시하고, 또 스스로의 가능성을 젖혀 나아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중이 어찌되었건 지금은 자신이 요람의 주인이었다. 당연히 가능성을 열어 젖혀나갈 이 자그마한 소녀에게 자신이 힘이 되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그 순간 그의 손이 가볍게 그녀를 이끌어간다.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그는,
"텔레포트(Teleport)."
아주 잠깐, 공간을 뛰어 넘었다. 요람의 거주구역 가장 최 외곽 지역인 테라스, 자연의 경관에 완전히 위장되기라도 한 듯, 정갈하지만 아주 간소한 지형이 에르네스트 산 지형 전체에 어우러지듯 꾸미게 만들어 레어가 눈에 잘 안띄게 함은 물론이요, 반대로 그들에게는 아주 넓고도 웅장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분명 걸어올 만한 거리였지만, 굳이 공간을 뛰어넘어서 이곳까지 온 것은 단지 그녀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리라.
"그대가 처음 왔을때를 기억하는가?"
기억이 안 날수가 없으리라, 자신이 이렇게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아마 그 광경은 그녀에게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광경이었을테니까. 한참 키가 차이 나는 그녀의 머리위에 손이 얹혀진다. 따스한 온기와 함께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리라.
"그대는 용에 대한 연구를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하였지, 물론 그것이 헛된 노력일 수도 있었겠지만 자네는 그 실낱같은 가능성에 대해 매달리고 또 있는 힘껏 열어 젖혔다네. 그대는 두려워하지 않았어. 아주 자그마한 그 가능성을 스스로가 붙잡은 거야. 물론 내가 어제 말한대로 우연에 우연이 겹친 운명도 있었겠으나, 그 운명을 만든 것도 결국 자네의 가능성을 믿고 나아간 일이지. 그것은 절대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이제서야 그가 그녀를 그토록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아무리 속물적인 일이더라도,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더라도, 결국 본인의 연구만 중시하는 것이라도, 그녀는 스스로 가능성을 개척해나가는 것을 지금 이 눈 앞의 용에게 증명해보였다. 그것은 숭고한 의지다. 용으로서 그가 흉내만 낼 수 있을뿐인, 그녀만의 찬란한 빛이었다. 자각은 하지 못했겠지만, 그녀는 이미 충분히 그에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도 남았다는 것이다. 그녀의 고민에 대해 그는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원하는 대로 하거라. 나는 그대를 막지 않았다. 이 곳은 요람이다. 유년기의 어린 아이가 빠져나가 스스로 걸어나갈 길을 개척해나가는 곳이다. 그러니까 자네가 이곳에 왔을때 처럼, 있는 힘껏 문을 열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대는 이미 내게 자격을 증명하였고, 언제든지 돌아와 쉬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니까."
//조금 진지하게 말하자면, 요람은 절대로 능력을 보고 뽑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진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우수한 이들만을 골라 뽑아 넣고 그랬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요람의 취지는 그런 데에 있지 않아요. 오히려 레아같이 아주 자그마한 가능성에라도 매달리고, 또 스스로 개척나가며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갈등해가며 나아가는 이들이야 말로 요람에 적합한 인물이니까요. 괜히 고평가 하는게 아니랍니다 :) 그러니까 용님은 원하는대로 베풀어드립니다! 말이 대학교수지, 엄청 관대한(?) 분이라니까요?(????)
흐미 자고 일어났더니 완전 각 잡고 쓰신 거 같은 정성 가득한 답레가..:O!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보조 맞추려면 저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써야겠는데 제가 너무 곰손이라 오늘 내일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간간이 썰풀이나 Q&A 비슷한 거라도 하면 재밌겠다 싶긴 한데 내키실지, 설 당일이라 짬이 나실지 모르겠네요(._.) 아무튼 평온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31 그렇군요! 제가 과문해서 혼과 백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마는.. 하긴 영생이 그렇게 쉬우면 것도 김새겠어요 좌절하고 고생하는 과정이 나오는 편이 더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사실 그런 과정을 이미 거친 뒤는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ㅎㅎ)
용을 동물종으로 간주하고 연구하는? 동물학 연구자 정도로 설정했었고 닥치고 그거만 보는 막무가내(?) 캐로 생각했던지라 전공 분야 외의 연구도 시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레아가 호기심은 많은 편이니 (카다로스 제국사에 관심을 가졌듯이)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싶어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에 떠오른 질문은 스레 내용보다는 외적인 건데요, 자유 상극에서 완전 묻힌 레스였는데 이어 주신 계기가 뭐였는지 궁금합니다:)
>>32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오히려 레아가가 제대로 맹점을 찌른게 맞아요, 블랑쿤은 지금 자신이 오래사니까 무슨일이든 할수 있겠지, 했는데 이게 나중에 들춰놓고 보니..... 으으으음..... 이걸 뚜껑을 열어보니 '허미 이게 뭐시당가?'라는 상황까지 오게 될껄요?
음, 역시 대학원생 하나 뽑으려고 최대한 머리 싸매길 잘한걸수도 읍읍..... 일해라 조교야 니 일하는게 내 일해주는거란다!!(?)
아 그거요? 사실 저 복귀연어입니다! 그래서 승냥이마냥 자유 상극 어장(스레)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어? 이게 왜 묻혔지? 하고 건져냈는데 그게 SSR이었네요!! 사실 시일이 엄청 지난거라 안계실줄 알고 이럴줄 알았음 조금만 더 일찍 올걸 이란 고민도 꽤 했고요 ㅋㅎㅋㅎ
>>33 옹~ 그거 뿌듯한데요! 연구자 컨셉이랑 어울리는 면모가 드러난 것도 같고ㅎㅎ 블랑님의 개고생이 예상됩니다만 그래도 프랑켄슈타인 같은 비극 없이 원만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본인 전공 분야가 아니면 본격적인 연구가 아니라 여가 활동의 일종으로, 재미로 보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큰데 그래도 도움이 될라나요? 아 그리고 원래 목적이 용에 관한 동물학적 정보 수집이다 보니 레아가 물음표살인마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을 거 같고 심하게는 번식 같은 프라이빗한 질문까지 (필터링은 나름 하겠지만) 던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러면 블랑님이 많이 난감하려나요?
아이고야 SSR이라니..^ㄷ^a 즈이 애(?)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D 말 나온 김에 안물안궁 TMI해 보자면.. 연구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보니 콘텐츠가 더 나올지 모르겠고 캐 연출 등에서도 빼박 밑천 털릴 거 같아서 원래는 아쉽지만 1:1은 안 하는 게 낫겠다 했습니다 그러다 못내 아쉬움이 남아서 여쭌 건데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했고 지금은 그때 말씀드리길 잘한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여가 활동을 해도 도움된다며 익스큐즈하는 사장님(?)이라니 ㄹㅇ 꿈의 직장 (넵 부러운 저는 루저입니다ㅠ) 근데 아무리 그래도 사회화된 성인인데 번식이란 표현을 대놓고 사용하기야 하겠습니깤ㅋㅋㅋㅋㅋ 레아가 블랑님을 할아버지 용으로 오해하고 있기도 한지라 그렇게는 안 묻지 싶습니다ㅎ 암튼 질문 러쉬도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연구로 골치 썩던 블랑님이 숨 돌릴 타이밍에 물음표살인마한테 시달리는 하드코어(?)가 예상됩니다 힘내라 용님 (._.).. 아 그러고 보니 레아가 용족은 개체별로 차이가 크다고 짐작하고 있는데 그래서 다른 용도 찾아가서 조사해 보고 싶다고 하면 블랑님이 뭐랄라나요?
그리고 즉석으로 이어가는 거니 설정이 치밀하면 오히려 이변이죠!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될 겁니다 잘 부탁드려요!!
>>36 1. 오피셜은 맞습니다, 하드웨어는 만들기 쉬워요. 하드웨어'만'....... 블랑쿤도 그래서 하드웨어 만들기만 쉽다고 말하다가 이제 그걸 혼을 붙여 넣으려는 순간...... (먼산)
2. 오히려 좋아할 겁니다, 그런거 되게 좋아해요. 고민상담이라던가 의견 나누는것도 전부 좋아해요. 자존심 내세우는 것 보다는 술한병 가져다 놓고 그건 ㄱ네 ㄴ이네 이런 짓을 하면서 이바구 나누고 격해지면 마나봉인 한다음 드잡이질(?)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드워프 쪽이랑 친분이 깊어요
3. 허허허허헣..... 언제라도 좋으니 설정붕괴 이런 부분은 바로 지목해주세요 참고해소 레스를 고치던가 수정하던가, 안이면 설정이라던가 다 풀어드리겠습니다
사실 이거 블랑이 용을 많이 까는 내용이긴 한데.... 막말로 용들은 오래 살면서 망각을 잘 안하다보니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드럽게 안해요. 그래서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다행이란게 있다면 용들잋남기는 심장, 즉 드래곤 하트에 용이 남긴 기억들이 모두 기록 되어 있어서.... 그게 기록이라면 기록이겠네요
+로 그래서 자기네들이 쓰는 문자도 딱히 없습니다 만들라면 만들겠지만 필요하다는걸 못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인간들이 만든 대륙공용어를 가져다 쓰는경우가 많아요.
그럼 혼 말고 인격을 복제한 호문클루스는 쉬운 게 오피셜인가요 아니면 하드웨어까지만 쉽고 인격 복제는 역시 어려운 게 오피셜인가요:O?
물음표살인마도 오히려 좋아할 거라니 놀랍네요 덕분에 저는 팝콘잼이겠습니다만ㅋ (드잡이질은 레아가 목격한다면 당황해서 뻘뻘거릴 거 같습니다만) 그런데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는데 레아가 다른 용을 찾아가서 조사해 보고 싶다고 해도 만류하지 않는 건가요?
용의 심장이라.. 2천 살이 넘은 블랑님이 청년용이니 큰 이변이 없는 한 하나 얻기까지 4천 년은 걸리는 답 없게 희귀한 템이겠네요 거기 있다는 기억은 사실상 용의 생전 기억일 테니 뭐가 됐든 신비스러운 방법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거 같고요 레아가 용의 문자나 책을 접할 기회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되겠네요 그래도 언어는 가능하려나 아니면 용들은 언어도 음성 말고 텔레파시 같은 거라 인간식으로는 전달이 불가능하려나 궁금해집니다ㅎㅎ
궁금한 점은 이렇게 여쭐 테니 부담 갖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제 레스에서 어색하거나 앞의 레스 오독한 거 같은 내용 있으면 알려 주시고요 어떻게든 되겠죠:)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38-39 아 또 건망증.. 쪼꼬미 운디네를 비롯한 정령들 사교성이 매우 좋던데(메타적으로는 흥 생기라고 배려해 주신 거라 짐작합니다만) 혹시 레아한테 추가됐으면 하는 설정이 있으셨나요? 별 생각없이 의심할 여지라곤 1도 없는 범상한 인간 가문 출신으로 정했는데 돌이켜보니 혹시나 해서요 (어째 물음표살인마는 레아 말고 제가 되는 기분이군요 (._.)...)
1. 하드웨어(호문클루스) 제작은 쉽습니다. 다만 이 하드웨어를 만들었으면 소프트웨어(혼이나 주문 의식 등)를 넣어줘야 하는데, 이게 저단위 소프트웨어(즉 간단한 주문,의식, 일정한 복잡하지 않은 행동 양식)은 이식이 간단하지만 고급 윈도우(즉 혼이나 고단계급 정신 이식)같은 경우 붙여넣기 수준이 아닌 재조정 단계가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에요! 거기에 아마 나이나 복구 계열을 생각하면 강철의 연금술사 같이 어느정도 생명 연장의 예시를 집어 넣어야 하는데 그 경우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겠죠!!
2.아 그걸 서술을 빠트렸네요!! 말리지는 않을껍니다! 다만 본인도 용들과 사이가 많이 좋지 않아서 들켰을 때 자동으로 요람으로 복귀 시켜주는 그런 주문 몇가지만 걸어주는 것으로 대비만 해주겠죠..... 전력으로 커버하겠지만 아마 사이가 안좋은 관계로 허헣....
3. 처음에 레아를 만났을때처럼 육성 대화도 가능하고 서로 싸우거나 멀리있을때는 텔레파시 같은 원거리 통신도 가능합니다. 물론 정신파장, 즉 주파수를 맞춘다면 인간과도 소통이 가능해요. 실제로 나중에 가면 이걸로 본의아니게 과거 기억도 나올껍니다.
>>41 아 참 그거 생각을 못했네요!! 레아주가 짐작한게 맞긴 하지만, 그 부분은 레아주가 편한대로 맞춰드릴께요!! 레어에 찾아온 오랫만의 손님이라 정령들이 과잉반응 해줬다는 것도 좋고, 진짜 사실 알고보니 몰랐던 무언가가 있을수도 있고, 핏줄이 좋은쪽으로 있었다는 것도 가능하고....!! 뭐든 오케이입니다!!
그런 부분은 걱정하는게 어려울거 같은데요!! 다만 우리 소중한 레아가 어야둥둥해줘야죠 ㅋㅎㅋㅎ 레아가는 아가야.... 응애, 소중이 해줘야해....!!
아 참!! situplay>1596493065>253 여기 한번 다뇨와 주세요!! 어떤 관전자분께서 저희 내용을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42 답변 감사합니다 호문클루스 제작이 중요 이벤트가 될 거 같아서 기대되고요 그리고 만약 레아가 다른 용 조사하러 가 버리면 블랑님은 물가에 애 내놓은 심정이 되겠군요 (._.)...재밌겠다??!? (나쁨 주의)
제가 자유 상극 때의 육성 대화는 인간의 언어라고 간주해 버렸어서 ㅎㅎㅎ 용들끼리의 육성 대화가 있다면 그 발음을 최대한 인간의 공용어에 가깝게 옮기는 것(nice to meet you의 발음을 나이스투미츄 식으로 적어 버리듯이?)도 좋은 연구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봤습니다ㅎㅎ 블랑님의 과거 기억이라면~ 역시 출생의 비밀일까요? (출생의 비밀이 있을 게 틀림없다고 확신 중)
정령 쪽은 혹시나 제가 기대하시는 바를 깬 건 아닌가 저어되어 여쭌 겁니다 따로 바라시는 설정이 없으시다면, 자유 상극 때 서술해 주신 마음이 깨끗해서 친근해한다 정도가 무난해 보입니다 전반적으로는 평범이인 게 레아한테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ㅎㅎ
1. 레아가라고 둥가둥가 했더니 진짜 애가 되부렀..... 생각해보니까 아이들은 마음이 맑으니 어..... 정령들이 좋아할만 하겠네요. 바로 납득(?)했습니다!!
2. 오 생각도 못했네요 그런건! 아마 그거 주제로 해서 연구자료 제출하면 블랑군이 아마 눈에 불을 켜고 진짜 요람 정식 취직 하지 않겠냐고 묻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 태생은 어.... 꽤 한참뒤에 나올지도 모릅니다. 사실 기억도 못하는 거라.... 아마 진짜는 헤츨링 시절이 아니지 않을까요?
2. 헤츨링이면 꼬마시절 맞긴 합니다. 다만 이제 탄생 비화 이런건 없어서 스포일러 정체는 안나오는 걸로 후후훟후
3. 그게 사실 노린점이었어요
내기의 승패가 중요하게 보이게 함으로서 역으로 상대가 내기에 얽매이게 만드는 것, 이긴다면 승리의 조건으로 레아가를 합법적으로 붙잡을 수 있고, 진다면 승패 번복을 요구 하면서 새로운 내기를 걸어 레아가를 한번 더 묶어 두는 것. 거기에 이미 내기 승패에 신경 쓰인다면 충분히 상대에게 내기 자체를 집중하게 만든 셈이니 그걸 이용할수도 있 읍읍읍
사실상 거절이었다. 자신이 적임자가 아니라면 당장 그만둘 것이고, 적임자여도 1달만 머물겠다는 소리니까. 그때 문득 흑룡이 걸었던 내기가 떠올랐다.
─ 내기해도 좋네. 그대가, 나의 제안을 거절하는게 빠를지, 아니면 내가 의견을 철회하는 것이 빠를지 말일세.
─ 자네가 이기면 이번 제안을 없던 것으로 하고 내가 이기면 자네는 이 요람에서 지내는 것이네.
기가 막혔다. 시한부 기회일 게 뻔하다 여겼기에 별 고려 없이 넘겼는데 따져 보니 이건 흑룡이 제안을 취소하든 고집하든 그의 뜻만 관철되는 판이다. 자신이 먼저 그만두겠다고 밝히면 흑룡의 승리라 자신은 요람에 머물러야 하고, 흑룡이 제안을 취소하면 당연히 그의 제안은 없던 일이 된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거였는데 덮어놓고 수락해 버렸구나, 바보같이. (하기야 상대는 용이다. 당장 살해당하지 않는 것만도 감지덕지인데 자신에게 선택권 따위 있을 리가!)
그러면 어떻게 되지? 왜 고용되었는지 모르는 채, 내가 필요한 존재인지 아닌지 계속 의심하며 지내야 하나? 아니면 저쪽이 필요하다니 아무렴 어떠냐며 뻔뻔해져도 되나? 그런다 쳐도 학계와의 단절은 어쩌나? 연구해 봤자 학계로부터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러고도 목숨은 부지되니 행운이다 해야 하나? 농락당한 자신이 한심하고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두렵고 앞으로 벌어질 일이 불안해 온몸이 떨렸다. 허물어지지 않고 앉아 있는 자신이 타인 같고 아뜩할 지경이었다.
그 떨림을 가라앉힌 건, 레아의 손쯤은 덮고도 남도록 큼직하면서도 너무나도 살며시(흡사 제게 떨어지는 눈송이를 있는 그대로 보존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레아의 손끝을 잡아끄는 손이었다. 뒤이어 레아가 저도 모르게 일어선 순간,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바위 절벽에 뿌리 내린 나무가 무슨 난간처럼 가지를 뻗은 어딘가. 그 위로는 레아가 아등바등 기를 쓰고 올랐던 기암괴석의 산마루가, 아래로는 에르네스트 산의 짙디짙은 수풀이,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과 맞닿은 채 펼쳐져 있었다.
얼이 나간 채 두리번거릴 때 흑룡이 물었다, 여기 처음 왔을 때를 기억하냐고. 평범한 상황이면 바로 전날의 일을 기억 못 할 리 있겠냐만 지금은 그 하루 전이 너무도 까마득한 예전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해도 에르네스트 산에 함부로 범접하지 말라는 건 이 더러운 돌 비탈 탓일 거라고 치를 떨었던 순간이 없던 게 되지는 않지만.
입을 여는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데 큼직한(흑룡의 본체를 생각하면 자그마한이라고 해야 할까?) 손이 좀 전처럼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레아의 머리를 덮었다. 그러고 이어진 말에 참았던, 아니, 왕립 연구원이 되고서는 묻힌 줄 알았던 감정들이 북받쳤다. 기라성 같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내 영역을 일구는 게 과연 가능할까? 내 수준으로 연구를 계속하다 제 앞가림 하나 못 하는 인간으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체력이 좋고 뭐고도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건 아닐까? 그렇게 의심하면서도 매달렸고, 그러면서 다른 진로를 모색할 배짱이 없어서 하던 대로 하려는 건 아닌지 또 의심했다. 흑룡이 해 주는 말은 그랬던 세월의 화답 같았다, 네 영역은 확실히 있다는, 그러니 그대로 나아가도 된다는. 결국 레아는 주위고 상황이고 다 잊고 쪼그린 채 목 놓아 울어 버렸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쉬다 못해 그르렁거리는 듯한 메아리를 의식하고서야 레아는 자신의 분별없는 처신을 깨달았다. 얼굴이며 팔이며 무릎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쪽팔려. 이래서야 완전히 애잖아. 흑룡이 용족인 점(용족 치고도 고령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르신과 애 정도도 아니고 까마득한 윗대 조상과 후손쯤 된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연구원까지 된 성인인데! 수습하기엔 이미 늦었으나 달리 어쩌겠는가? 되는 대로 얼굴을 훔치기를 반복한 끝에 일어섰다. 다리가 저려 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고 기력이 없어 서 있기 버거웠지만, 난간처럼 뻗어 있는 가지를 쥐고 버텼다.
"....ㅅ" 너무 잠겨서 말소린지 가래 끓는 소린지 모르겠다. 레아는 헛기침을 되풀이해 목청을 가다듬은 뒤 다시 말문을 열었다. "실례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전보다는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면 어디까지 얘기된 거지? 원하는 대로 하라는 건 왕립 연구원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일 듯하고, 흑룡이 자신을 적임자로 평가했던 건 (레아 스스로는 미련한지도 모른다고 회의했던) 집념 때문인 듯하다. 그 두 가지는 명쾌해진 반면에 그가 자신에게 맡기려는 업무가 뭔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 부분을 확인하지 않고는 앞으로 어쩔지 결정하기 어렵다. 그만두겠다고 밝히면 내기에서 진다는 점이나 흑룡이 자신의 결정쯤은 얼마든지 묵살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렇다. 레아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앞서 하신 말씀은 저를 적임자로 보신 원인이 제 집념 때문이고 요람에서 일하더라도 왕립 연구소에서 사직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 같습니다만,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입니까?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 어떤 의미의 말씀이신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용님이 '제1 서고 관리자 겸 수석 비서'에게 맡기고자 하는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생 크리 끝나자마자 작성해 봤는데 역시나 드럽게 오래 걸리네요(._.)... >>27에 올려 주신 영상의 음악 틀고 써 봤습니다만 그 레스에 담긴 정성이 아깝지 않은 답레여야 할 텐데요;;
>>50 1. 다른 지성체가 요람에서 일하게 되면 블랑님이 삼촌 말고 직장 상가 같아질 거란 말씀이신가요:O? 2. 어쩔 수 없네요 알겠습니다ㅎㅎ 3. 블랑님 묘합니다 운명을 믿지만 운명론자는 아니라니ㅎㅎ 아 혹시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는 카더라와 비슷하게(?) 미래는 99%의 운명과 1%의 도전이라는 태도일까요?
>>53 곰손요? 엄청 빠르실 때도 있어서 놀란 적이 더 많은데요 아무튼 앞 레스에서 공 들이셨던 보람을 느끼셨길 바람다ㅎㅎ 그리고 관전자 스레는 답변 달고 왔습니다! 써 주신 답변도 정독해 봐야겠네요:) 그나저나 레아가...가 레아+아가라는 뜻이었나 보군요 간혹 '레아가가' 같은 부분 보이면 레스 고치시는 과정에서 조사가 하나 더 들어간 건가? 했는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몸이 컸다고 해서 어른인 것은 아니다. 자기안의 벽을 스스로 허물고 나서는 것으로 한 사람의 인생은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그 벽이 어떤 것인지는 오직 본인들 만이 알수 있는 길, 그것을 타인이 허물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단 한번, 자그마한 틈새로 파고들어 빛을 보여 주는 것은 가능했다. 타인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정도 뿐, 하지만 여기서 사람은 갈리는 것이다. 한 발자국 나아갈지, 아니면 그대로 빛을 등지고 도망갈지를. 도망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도망 갈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사람으로선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눈 앞의 소녀는 달랐다. 스스로 벽을 깰 준비도 되어 있었고 자신의 능력도 충분했다. 오직 그 자신감이 부족하여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주저 앉아 있었을 뿐이니까, 그렇다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건 당연히 자신이 되어줘야겠지. 손이 많이 간다고 생각이 들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함으로서 한명을 일으켜 세운다면 그것이 더 큰 이득을 불러올테니까, 그렇다면 마땅히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실례는 무슨. 다만 그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네."
후들거리는 다리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 사슴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붙잡아 주지도, 마법을 써서 자리를 마련하지도 않았다. 그의 눈가로 아주 흐뭇한 미소가 걸린다. 그것은 마치 세상에 태어난 아기를 향한 아버지의 눈빛이었고, 드디어 한 발자국 딛은 소녀의 성장을 바라보는 스승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싶었다.
─축하한다, 드디어 너는 네 의지로 이 곳으로 나선것이다. "생명의 일생은 싸워나가는 것일세,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는 다시금 그대의 의지를 다진 것이야. 이제 그 마음을 잊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지."
고개를 끄덕여주며 그가 천천히 공기로 형태를 잡은채 자리에 앉는다. 모르는 이가 보면 허공에 앉은 것 처럼 보이지만, 이미 그는 공기로 만든 의자에 걸터 앉은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그녀에게도 자리를 내주는 것이 맞겠지만, 지금의 이 기념비적인 상황에서는 어느정도 예의를 존중해주는 것이 좋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미소를 지어보였고, 마치 연봉협상을 하는 영주와 가신의 모습 마냥 이제는 완전히 진정하고 자신감을 가진 그녀의 모습에 가볍게 웃어주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이해한 바가 맞다네, 자네는 그저 자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주게. 그게 내가 오히려 원하는 바일세. 원하는 것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기록하여 이곳에 모두 남기고 그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필요하다면 요람의 자료도 써도 된다네."
오히려 대외 활동을 권장하고 싶은게 용의 입장이었다. 그녀가 높은 자리에 앉을수록 그녀가 가져오고 생각해낼 연구의 질은 더욱더 높아지고 그것은 이 요람을 더욱더 풍요롭게 할 것이며, 그녀가 연구 과정에서 얻어낸 의견은 자신에게 종합되어 요람을 발전 시킬 수 있는 내용이 될 것이다. 이렇게 순환되고 고이지 않게 된 정보는 계속 요람의 썩어갈지도 모를 지식들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원하는 활동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리라. 그러던 와중 그녀의 이어지는 질문에 그가 천천히 허공에 빛의 왜곡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나간다. 반구형을 중심으로 다시 아홉개의 갈래로 뻗어나가는 거대한 가지들을 보며 그녀는 깨달을수 있으리라. 이것이 바로 요람의 전체 지도라는 것을. 용은 천천히 가장 거대한, 그녀가 보았던 요람의 메인홀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곳이 바로 제 1 서고일세. 자네는 이곳의 사서가 되는 것이야. 하지만 사서라고 해도 자네가 기존에 하던 일, 즉 연구의 연장선상일세, 도서의 분류 작업이나 서고 정리등의 일은 전부 자네 휘하에 배치될 리빙아머들이 해줄 테니까. 게다가 자네가 일한다고 하면 정령들도 다같이 달려들어 일하려고 하던거 같은데.... 이미 유능한 부하 직원들이 생겼군 자네."
그가 빙그레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재차 입을 열어나가기 시작한다. 마치 이미 채용에 합격한 신입에게 무슨 업무를 분담할지 미리 알려주는 사수의 기분이 이러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그는 재차 입을 열었다.
"직속 비서 또한 자네의 업무의 연장선상에 놓고 보면 된다네. 자네는 앞으로 들어올 요람 인원들의 연구내용을 정리하고 그것을 나에게 전달하게 될 것이야. 어쩌면 가장 어려울 임무일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아마 수많은 견해와 자료들을 접하게 될테니 좋은 기회가 되겠지. 그리고 또한 자네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분을 나에게 말해주면 된다네. 아무래도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나에겐, 자네같은 시선은 크나큰 도움이 될테니까. 그정도 뿐이네."
그가 손을 내뻩자 그녀의 품안에 들어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날아든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잠깐.' "그러고 보니, 그대의 이름이 어떻게 되었지.....?"
그전에 서로 자기 소개를 했던가? 그의 머릿속으로 아까전부터 느껴지던 위화감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것이 현실화 되자 그의 등뒤로 식은땀 한방울이 흘러내리는 감각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멍청이, 역시 똑똑한 사람일수록 어디 한구석 나사가 빠진다는건 거짓말이 아닌듯 싶었다.
//>>51, >>54
1. 역으로 가족같이 지내야 할 겁니다!! 아마 다들 블랑이랑 성격이 비슷해서.... 재미는 있을꺼에요!! 다만 어.... 음..... ㅎㅎㅎㅎㅎㅎ..... 난장판과 수라장이 예상됩.... 2. 운칠기삼(運七技三)이 더 적절할지도요, 아니 정확히는 블랑 입장에선 운삼기칠(運三技七)이 맞을 꺼에요. 언제나 운명이 이끌어갈 확률이 있다지만은 결국 그것을 풀어가는 것은 사람의 노력이라고 보는거고요. 3. 에이 항상 고민하시고 어떻게 쓰셔야할지 고민의 노력이 보이는걸요! 언제나 열심히 받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가 손을 내뻩자 그녀의 품안에 들어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날아든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
그가 손을 내뻩자 그녀의 방 안에 있어야 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쥐어진다. 어지간해서는 몸에 지니고 다녀야 별탈이 없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몇번 몸으로 체득하고 나면 아마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상 지니고 다닐꺼라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마나를 집중 시켰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 1. 내정된 지성체가 아닌, 아마 블랑 친구들(이라 적고 연구자료 운송가들)이 올꺼에요!! 아마 별다른 일이 없다면 이 사람들이 레아가의 후임이 될꺼에요!! 물론 그 아이들도 호문클루스로 전직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2. 그렇죠!! 블랑에게 있어선 운명은 때로는 흐름에 편승해야겠지만서도 동시에 극복을 해야하는 무언가인겁니다!!
그가 손을 내뻩자 그녀의 방 안에 있어야 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쥐어진다. 어지간해서는 몸에 지니고 다녀야 별탈이 없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몇번 몸으로 체득하고 나면 아마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상 지니고 다닐꺼라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마나를 집중 시켰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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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을 내뻩자 아침 식사 테이블 위에 있어야 했던, 그가 건넨 요람의 출입 허가증이 그의 손으로 쥐어진다. 어지간해서는 몸에 지니고 다녀야 별탈이 없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몇번 몸으로 체득하고 나면 아마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상 지니고 다닐꺼라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마나를 집중 시켰다. 동시에 그의 손끝으로 금색 마력이 조금씩 모여들고,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새기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으로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안이에오 안이에오
제가 자기직전이라 레스 수정을 성급하게 한것도 있어서 생긴 일이니까 사과는 제가 드려야 해오...... 나란 멍청이 똥멍청이..... , ,)
높은 벼랑에 불어닥친다기엔 너무나 부드러운 바람이 땀을 식혀 주었다. 젖어서 이마며 목덜미에 들러붙었던 머리칼이 차츰 떨어져 나가는 감각이 시원했다. 이런 청량감도 햇살이 쨍한 덕에 느껴지는 거겠지만. 레아는 바로 내리꽂히는 햇볕으로 부신 눈을 깜박였다. 언젠가 태양이 학문적 진리와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따스한 온기로 기운을 북돋으면서도 막상 바라보려고 하면 제대로 응시할 수가 없다는 점이나, 그런데도 똑바로 보고픈 충동을 불러온다는 점이 닮았다고. 언젠가는 태양을 오롯이 보는 순간이 올까?
그런 공상이 떠오를 찰나 흑룡의 당부가 돌아왔다. 일생이 싸움이라, 맞는 말이다. 삶은 픽션이 아니다. 마음 하나 바꿔먹거나 성과를 거둔 걸로 각성해서는 나머지는 볼 것도 없이 착착 헤쳐나가는 결말 따위 없다. (그런 게 있었다면 흑룡 앞에서 정신 놓고 울지도 않았겠지, 왕립 연구원이 된 것으로 그간의 불안이 말끔히 가셨을 테니.) 심기일전하자는 다짐 역시 할 때의 희망에 비해 효과는 그리 길지 않고, 극복한 줄 알았던 갈등도 언제 다시 타오를지 모른다. 그러니 '세월의 화답' 역시 오래지 않아 빛이 바래겠지만, 그래도 나는 태양을 보고자 시도할 것 같다. 이제까지처럼 믿음과 의심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그때, 흑룡이 허공에 앉은 게 눈에 띄었다. 시각이 의심스러워지는 모습에 일순 눈이 똥그래졌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마법으로 진짜 별게 다 되는구나.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한심하게 흐트러진 꼴을 보이기 싫었던 자신의 심정을 이 용이 헤아려 줬음을, 그래서 자신이 비슬거리는 것도 못 본 척해 준 거라는 사실을. 속내를 들킨 게 멋쩍으면서도, 뭐든 할 수 있다시피 하면서 일개 인간의 자존심까지 배려해 주는 속 깊음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그는 레아가 이해한 게 맞다더니 원하는 걸 연구해서 인간 사회에 알리길 바란단다. 입이 딱 벌어졌다. 요람에 있는 자료도 써도 된다고? 얼핏 보기에도 인류가 이제까지 남겨 온 기록물 중 어지간한 건 구비된 거 같던데, 거기서 용족에 관한 연구 자료를 추려서 용족 연구사만 정리해도 논문 하나 나오겠다! 아, 아니다. 용족의 언어나 문자도 알아보고 싶은데, 내가 읽거나 볼 수 있는 양식일지 모르겠네. 그러나 1달 뒤를 생각하자 들떴던 마음이 싹 식었다. 여기가 아무리 노다지라도 그 끔찍한 바위 절벽을 오르내리며 출퇴근하는 건.. 끔찍하기 이전에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농담이 아니라 출퇴근하다 과로사할지도.
그 태세 전환이 간파될세라 눈길을 발치로 돌리려는데, 공중에 빛을 물감으로 쓴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용의 마법인 모양이다. 예쁘다. 한 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빛의 그림은 가지가 아홉 개인 나무 같은 형상이 되었고, 용은 그중 나무 줄기를 연상시키는 반구형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사서라지만 인간 사회의 도서관 사서와는 은근 다를 것 같다. 인간 사회의 도서관과 달리 책을 읽거나 빌리러 오는 이가 드물 거고, 도서 분류나 서고 정리도 마법 기사들이 한대고.... 잠시만, 정령이 뭐? 뜨악해졌다. 왕립 연구소에서 일부 임원이 장래나 연구소 생활을 볼모로 말단 연구원들에게 잡다한 일을 떠넘기던 게 떠올랐다. (이리저리 치이며 난 임원이 되더라도 저러지 않겠노라 치를 떨던 연구원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도.) 그나마 연구소 임원은 연구원들의 앞길을 지원할 힘이라도 있지, 난 정령들한테 해 준 것도 해 줄 것도 없는데 그들에게 도움받는다? 완전 착취잖아. 미소 띤 흑룡 앞에서 떨떠름해 있는 게 좋은 처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마주 웃어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설명을 듣지 않을 수는 없어 떠름한 얼굴로나마 귀를 기울이려니, 흑룡은 앞으로 들어올 자료의 내용을 정리하고 의견을 말해 달란다. 정리하면 하려던 연구 계속하고, 제1 서고의 기존 자료 관리하고, 새로 들어오는 자료의 내용을 요약하면 된다는 건가? 그 정도면 1달은 어찌어찌 해낼 것 같지만.. 걱정되는 부분을 짚지 않을 수는 없었다.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씀드릴 게 더 있습니다. 만약 제가 이곳에서 왕립 연구소로 출퇴근을 하게 된다면 그.. 인간에게는 매우 험준한 돌 비탈을 오르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게 집념으로 가능한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대로 답례할 수 없는 한 정령에게 신세를 지는 건 사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입장을 정리했을 쯤, (이젠 더 놀랄 게 없는 듯한데도) 믿기지 않는 일이 또 일어났다. 분명 아침 식사가 차려졌던 테이블 위에 두었던, 요람의 출입증이 어느새 흑룡의 손아귀에 든 것이었다. 뒤이어 그의 손끝에 황금빛으로 찬란한 기운이 모이는가 싶더니, 전혀 뜻밖의 질문이 날아왔다. 이름? 낯이 홧홧해져 두 손으로 얼굴을 반나마 가렸다. 세상에 용이 그뿐인 게 아닌 이상 당연히 이름이 있을 법한데 그 생각을 못 했구나. 어색한 상황 탓인지 그때껏 훈훈하던 햇살도 어쩐지 따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런 순간은 질질 끌수록 더 민망하기 마련이라, 결국 마른세수로 이마부터 턱까지 죽 쓸어내린 뒤 대꾸했다. 흑룡을 바로 보기까지는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지만.
"산 리노에 있는 파벨 가문의 레아라고 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용님도 성함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 >>60 두 번이나 수정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잠은 푹 주무셨나 모르겠네요 숙면은 건강에 중요하니까요 그나저나 드디어 통성명을 하겠군요 이 뻘한 분위기라니(._.)ㅋ
"레아, 좋은 이름이군. 북쪽 언어로는 여주인, 제국에서는 초대 황제의 어머니가 그 이름을 썼지. 영광된 이름이기도 하고."
그렇게 답변하며 그의 손이 유려하게 뻗어나간다. 부드럽고 힘차게 하나의 예술품을 표기해나가기라도 하듯이 그의 손은 한글자 한글자를 심혈을 기울고 적어나가고..... 그런 마른 세수를 하는 모습을 보지도 못한채 최대한 자신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블랑의 모습은 일견 최대한 집중하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사실 속은 미친듯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처음 만났을때 빠르게 통성명부터 했어야 하는 것인데 왜 그 과정을 까먹어서...... 분명 알고 지내는 용─사이는 좋지 않지만─들은 죄다 용이 건망증따윈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왜 자신은 그런 것을 까먹은 것일까. 그는 등 뒤로 흘러내리는 식은 땀이 숨을 최대한 고르면서 자신의 초조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여유로움을 연기하며 그녀의 이름을 심혈을 기울여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하단에 새겨 넣으며 자신의 실수를 최대한 들키지 않게 미소를 머금으며 소녀의 앞에 카드를 내밀었다. 두명의 이름을 새겨넣은 카드는 모든 기능이 해금되었다고 알리기라도 하듯이 은은한 석양빛으로 반짝였고, 소녀가 카드를 받아들길 기다리며 그는 천천히 자기 소개를 하였다
"당연히 내 이름도 이야기 해야겠지. 그것이 예법이니까. 흑룡, 블랑누아르라고 하네만 많은 이들은 나를 블랑이라고 부르지, 나 또한 블랑쪽이 부르기 편하다고 여기니 블랑이라고 불러주길 원하네. 아 그렇다고 늙은 존재 취급도 사양이네. 나는 그대 단명종이 흔히들 말하는 '한창때'니까 말일세."
그렇게 자기 소개를 간략히 마치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소녀에게 내밀었던 카드에서 손을 떼어냈다. 카드에서 손을 떼자 카드는 자체적인 마력이 있다는 듯, 가볍게 공중에 부유한채 남아 있었고, 그는 그것을 바라보며 빙긋 웃은채 카드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저번에는 단순히 요람에서 지내게 될까봐 세공을 하지 않았네만, 자네의 목적을 안 이상 이제는 그 출입증의 정식 기능을 알려주겠네. 첫째로 이제 그 카드는 오직 레아, 그대만 쓸수 있는 물건이 된 것일세. 갱신을 할 용도로 내가 잠깐 가지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외에는 그대가 항시 지니게 되겠지.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게 그대의 몸에서 1m 이상 벗어나게 되면 자연스레 그대의 품으로 돌아가겠지."
소녀가 원하는 대답은 전혀 하지 않은채, 그는 오직 카드의 부가적인 설명만을 이어갈 뿐이었다. 왠지 모르게 독선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태도같았지만 그 모든 것은 마치 대비를 해뒀다는 듯한 모습에 그가 얼마나 그 카드의 세공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일 것이리라.
"두번째, 그 카드는 요람으로 직접 연결되는 마법진이 있다네. 마력이 없더라도 상시 마력이 충전되는 축적형 마법진을 추가, 개량한 형태라 못해도 하루정도 쓰지 않으면 3번 정도 바로 요람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야. 물론 역으로 다시 돌아갈 공간을 미리 정해둔다면 그곳을 지점 연결 설정으로도 가능하겠지. 지점 설정은 나만 할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다음 설명을 듣고 생각해보는 걸로 하지."
요컨데 쌍방향으로 텔레포트를 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뜻이리라. 물론 어쩔수 없이 지점 설정에는 그가 동반해야하겠지만, 그래도 요람으로 오고 가는 시간이 대폭 단축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아까전 레아가 가졌던 의문에 직접적으로 답변을 한 셈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 카드에 내 마력을 심었네. 그말인 즉, 그 카드를 매개체로 나와의 정신 파장을 맞춘 다음 나랑 원거리에서나마 대화가 가능하게 된 셈일세. 이상으로 카드에 대한 기능을 모두 설명했네만, 혹시 궁금한 점이 있나?"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다가온 실프와 운디네가 그의 옆에서 멀뚱히 레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애들이 자신의 언니를 올려다보는 시선으로, 그들은 레아를 주시하고 있었고, 블랑은 망설이지 말라는 듯이 천천히 그녀들에게 손짓을 해보였다. 동시에 환하게 웃은 두 아이들이 쪼르르 다가가 여인의 곁에 서서 마치 자기자리라도 된 듯이 소녀의 머리와 어깨에 내려앉아 까르르 웃었다. 마치 그 모습이 하나의 가족 같아 보였는지, 어느새 용의 입가에는 부드럽고 편안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64 앗 아앗..8ㅁ8 날리면 눈물 나죠 장문일수록 더더욱ㅠㅠ 현타 오져서 관두고도 싶으셨을 텐데 오늘 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북쪽 언어라는 건 인간 공용어와는 다른 언어를 생각하신 거죠? (혹시 이종족의 언어인가요?) 그리고 레아가 속한 크레티스 왕국 말고, 제국으로 염두에 두신 나라가 있나요? 인간 사회의 나라라면 레아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카다로스 제국은 오래 전에 망한 나라다 보니 떠오르는 나라가 없어서요^ㄷ^a..
>>66-67 흐미 실제로 있는 말이었나요? 전 그냥 판타지적인 설정인 줄 알았습니다^ㄷ^a.. 근데 무려 지도라니 ㅎㄷㄷ 있으면 저야 더 실감 나겠습니다만 블랑주님이 너무 번거로우신 거 아닌가요? 혹시라도 힘드시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국이 어느 나라인지 레아가 감을 잡을 만한 정보만 있으면 되니까요:)
>>69 음..글쎄요 세계 설정은 거의(사실상 전혀(._.)..) 안 했어서 어렵군요^ㄷ^a..
일단 에르네스트 산은 자유 상극에서 왕국 수도의 북쪽을 감쌌다고 썼었고(나라 이름은 시트 만들면서 정했지만 수도 이름은 안 정했어요 나올 일 없겠거니 해섴ㅋㅋㅋㅋㅋㅋ), 본 스레에서 요람을 세계의 끝이라고 언급하시기도 했으니 크레티스 왕국은 나머지 나라들보다 북쪽에 있는 게 어울릴 듯합니다.
그리고 대륙이 북반구에 있다고 치면 다른 나라보다 추운 편이라 목축업이 성행하고 침엽수림이 넓으면 목재도 대표적인 특산물일 수 있지 싶네요. 덤으로 레아의 고향인 산 리노 마을은 그나마 남쪽이라 농작물도 재배한다 정도? 제국이 따로 있다면 딱히 강대국은 아닐 거 같고 북쪽 변두리 국가쯤으로 취급될 듯합니다
그래도 레아네 나라니 학문 연구는 활발한 편이라고 하고 싶은데요, 그건 뭐 크레티스 왕국으로 떨어져 나오기 이전 시기에 수도가 학자들의 집결지였던 전통이 있다 식으로 끼워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국 발바리아(Vaalbaria) : 대륙 2대 제국 중 하나이자 3강국(발바리아, 케놀라인, 크레티스) 중 하나, 보통 제국을 이야기 한다면 이곳을 일컫는다. 현 대륙내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이며 황가가 황금룡의 핏줄을 이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국가로서 대륙의 문화는 이곳에서 태동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융성한 국가이다. 모든 대륙의 공용어로 사용되어지는 공용어 또한 이곳에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될 것이다.(현대 포지션으로는 잉글랜드의 역사를 가진 미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국가로서의 나이도 많고 2대 제국중 한군데인 동제국 케놀라인(Kenorline)이랑 국력차이도 약 1.3배 가량 차이가 나요.)
북부연합 로렌타(Laurenta) : 통칭 부족연합, 대륙민이 부르는 멸칭은 야만족, 보통 북부를 칭하면 이들을 일컽는다. 정해진 국가의 형태가 아닌, 북부의 유목민과 산악민족이 왕국동맹(크레티스, 아크타(Arcta), 파노시아(Panosia))의 탄압에 맞서 연합을 꾸린게 시초로 출신 답게 산악전과 게릴라전에 특화되어 있다. 공용어를 유일하게 쓰지 않는 지역이며, 독자적인 문화 발전과 체계를 잡고 있다.(지구로 따지자면 몽골/신강/위구르 통합 국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대에는 중국에 통합되어 있지만 여기선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보시면 되요.)
이정도면 충분하시겠죠? 혹시 필요하신 궁금증이 있다면 질문 주세요!! 단 현대만큼 과학 문물이 발전한게 아닌, 포지션상으로 그러한 국가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편하실꺼에요!!
발바리아 제국이 제일 오래된 국가라고 했잖아요? 카디로스는 그럼 언제 존재했느냐! 카디로스는 발바리아랑 처음 태동한 3국중 하나에요!! 카디로스는 처음 발바리아랑 대립구도를 세웠지만 내부적 문제에 시달리다가 제풀에 지쳐서 발바리아랑 마지막 결전에 패배, 그대로 사분오열됩니다! 그중 제일 큰 덩어리를 황인종(여기선 소수민족으로 고유 문명(저희가 생각하는 동아시아 문명)이 차지해 새로운 제국을 세우는데 이게 캐놀라인이에요
자신의 이름을 평하는 말에 레아는 내리깐 눈을 깜박였다. 할머니가 존경하는 분의 성함에서 한 글자 뺀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그분이 혹시 로렌타 출신이었을까? 어릴 적 할머니께 들었던 얘기를 되짚어 봤지만 가물했다. 그나저나 발바리아 시조의 어머니랑도 같은 이름이라니 너무 거창하잖아! 부르거나 쓰기 편한 이름이라고 좋아했는데 농장주 딸내미인 연구원한테 붙기엔 영 안 어울리는데? 아니, 그보다 무슨 용이 로렌타 어까지 알고 있담? 발바리아의 역사도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고. 인간보다 인간 세상에 더 해박한 용이네.
혀를 내두르는 사이 묘한 침묵이 감돌아 고개를 들어 보니, 흑룡이 손가락으로 출입증에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집중한 눈빛과 섬세하면서도 힘차게 움직이는 손은 일생일대의 역작을 완성하기 직전인 예술가를 연상시켰고, 출입증을 에워싼 영롱한 빛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어쩐지 숙연해진 채 지켜본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보란 듯 출입증을 내밀었다. 자신의 이름과 '블랑누아르'라는 글자가 새겨진 출입증에는 선연하면서도 그윽한, 흑룡의 눈동자처럼 석양을 닮은 적황색 빛이 감돌았다. 이어지는 말에 따르면 블랑누아르는 흑룡의 이름이란다. 독특하네. 흑룡이면서(심지어 본체는 뭐든 집어 삼킬 것 같은 암흑 같은 인상인데) 이름은 하양까망이라니. 그도 모자라 당사자는 하양이라고만 불리는 걸 선호한다니 더 묘했다. 옛날 어른들은 아이들이 오래 살라는 의미로 일부러 엉뚱하거나 천한 이름을 붙였다는데, 혹시 용족에게도 비슷한 풍습이 있나?
그에 대해 질문해 보려는데 생각도 못했던 말이 이어졌다. 한창때? 그러니까, 용족 중에서는 젊은 편이라는 건가? 어안이 벙벙했다.
— 나는 내가 그대에게 말한, 내가 생각하는 마지막이 오지 않길 바라는 존재 중 하나일세. 차라리 이 모든 것이 노망난 늙은이의 미친 짓이라고 치부해도 좋을 정도지.
술이 덜 깼을 때이긴 해도 분명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스스로를 늙은이라고 하기에 용족치고도 고령인가 보다 했는데. 예상과 전혀 다른지라 어떤 표정을 지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용에게도 이름이 있으리라는 점을 간과했을 때보다 더 어색했다. 당황해서일까? 실례에 가까운 말이 불쑥 나와 버렸다.
"반려자나 자식도 없으십니까?"
방정맞은 입을 치고 싶어졌다. 어디로든 숨을 수 있었다면 숨었을 것이다. 용족의 짝짓기나 번식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조사하고 싶긴 했지만, (흑룡이 고령의 용족인 줄 알았을 때는 자식은 물론 손주까지 있을 법하다고 추측해서) 언제고 물어볼 생각이기도 했지만, 이 타이밍에 꺼내는 건 너무 뜬금없잖아. 너무 노골적으로 말을 꺼내 버려서 실례했다고 사과하기도 모양새가 나쁘다. 이를 어째?
세상 다 외면하고픈 창피함과 난감함을 걷어 간 건 출입증이 생명체라도 된 듯 스스로 공중 부양 하는 광경이었다. 여기서 온갖 기상천외한 일을 겪어서 이젠 놀라는 것도 우스울 지경인데도 꿈 같다. 고개가 절로 내저어질 찰나 흑룡이 출입증의 기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분실 방지를 위해서인지 1m 이상 떨어지면 레아에게 돌아오게도 해 놨단다. 1달간은 계속 지니고 다니라는 건가? 하지만 1달 뒤엔? 여기에서 연구소로 출퇴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흑룡이 여기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무른다면 상관없는 문제이긴 하다만)
이의 제기를 하고 싶으면서도 어쩐지 그의 말을 자를 엄두는 나지 않아 머뭇거리는데, 귀가 확 뜨이는 소리가 나왔다. 여기와 연구소를 순식간에 오갈 수 있다는 건가? 아까 눈도 깜짝하기 전에 이 바위 절벽으로 옮겨 온 것처럼? 엄청나다! 지금 연구소로 가도 되냐고 물으려 했지만, 그의 설명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원거리에서 대화? 그런 게 가능해? 어떻게? 한꺼번에 쏟아진 초자연적인 정보에 그저 얼떨떨했다. 한동안 제 묶은 머리를 배배 꼰 끝에야 물어야 할 게 정리가 되었다.
"정신 파장을 맞춘다는 게 어떤 개념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방법을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리고 요람 외의 돌아갈 지점은, 지금 설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막무가내라고 나무라도 할 말 없는 요구였지만 어쩔 수가 없다. 획기적, 아니, 기적적인 출퇴근 방법이 기대되는 건 둘째 치고, 당장 옷을 챙겨와야 하니까. 그래도 흑룡의 설명을 듣기 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인지라 긴장감에 몸이 뻣뻣해졌다.
그때 전날 조우했던, 어린아이 같은 외양의 정령 둘이 이쪽으로 와서는 레아를 물끄러미 올려다봤다. 목 아프겠다. (영적 존재가 인간처럼 통증을 느낄지 여부를 모르면서도) 높이 차를 줄여 볼 심산으로 쪼그려 앉는데, 흑룡이 뭔가 권유하듯 정령들에게 손짓을 했다. 다음 순간 두 정령은 각자 레아의 머리와 어깨에 자리 잡더니 쾌활하게 웃었다. 청아한 웃음소리에 묘하게 마음이 풀어졌다. 반면에 무게는 안 느껴지다시피 했다. (그러고 보니 전날 정령이 술을 깨워 줄 때도 무게감은 못 느꼈던 것 같다.) 마음이 훈훈하긴 흑룡도 마찬가지였는지 (안 그래도 키 차이가 많이 나는 데에다 쪼그려 앉기까지 했더니 표정은 잘 안 보였지만) 그가 흐뭇한 듯 한마디 보탰다. 나 자체가 보답? 어떻게? 아니, 지금은 그게 사실일지라도 착취가 될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순수한 호의는 상대의 태도라든가 상황에 따라 다치기 십상이니까.
"어.. 인간 말 알아들을 수 있어요?" 레아는 두 정령을 번갈아 보며 말을 꺼냈다. 말이 통해야 할 텐데. 아니면 몸짓이라도 해야 하나? 하지만 정령에게 어떤 몸짓이 통할지는 감도 안 온다. 별 수 없이 되는 대로 지껄였다. "낯선 사람인데 반겨 주고 도와도 주겠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인간은 타인의 호의를 고마워하다가도 그걸 당연한 권리로 착각해 버리기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음.. 그래서 속상해질 수도 있으니까, 다른 인간의 일을 나눠 해 주지는 않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마무리도 생각하셨던 거 같은데 길어질 삘로 이어 버렸네요;; (옷 가져와야 해요 옷 8ㅁ8..)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a 자기 소개 초면에 까먹은 거 정도야 되게 사소한 실수인데 블랑님 너무 긴장했네요ㅎ(그러면서도 포커페이스ㅎㅎ) 혹시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걸까요?
>>79 아뇨 아뇨 괜찮아욬ㅋㅋㅋㅋ 오히려 이런거 좋아해욬ㅋㅋㅋㅋㅋ 왜 겉으로 보면 완벽하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ㅇ런거에 약하다던가, 아니면 어디 맹한 구석이 있다던갘ㅋ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잘 찌르셨어욬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진지하면 재미없는데 이런데에서 개그를 챙겨가야죸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블랑도 지금쯤이면 '아.... 멍충..... 내가 내 무덤을 팠구나' 이럴껄욬ㅋㅋㅋㅋ 답레 적어올께욬ㅋㅋㅋㅋㅋ
잠깐동안 레아의 말에 디버프에 당한 것 마냥 벙쪄있던 블랑이었다. 나름 완벽 초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런 그라도 이런 뜬금없이 기습적으로 가해진 여인의 한마디엔 당해내지 못했다는 듯, 당황스러운 듯 입을 뻐끔거릴 뿐이었다. 이걸 뭐라고 그래야 하는 걸까, 연장자로서 그런걸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고 따끔하게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그의 머리속을 미친듯이 스쳐지나갔지만 이내 그가 스스로의 무덤을 파버렸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 업보에 가까운 상황에 대해 감내할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숨을 고르고 재차 입을 열었다.
"레아, 그대도 봐서 알겠지만 내 용의 모습은 보편적으로 그대들에게 알려진 모습과 상당히 이질적이지. 어찌보면 마물의 그것과도 가까운 인상이네만 그런 모습으로 결혼은 좀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은가? 그런 그대야말로 인간들 사이에선 꽤 사랑받을 상이네만 그대는 소위말하는 연애 같은 건 해본적 있는가? 있다면 좀 설명을 부탁하네."
선물로 그런 좋은걸 줬다면 그정도 정보쯤은 내게 줄 수 있는것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 반, 아까전에 급소에 찔려서 당황한 감정을 치우는 악의적인 장난기 반을 담아 레아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그였다. 알고 있다. 그녀가 아까 한 말이 절대로 그녀 본심이 아니라는 것 쯤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소에 찔린 칼이 전혀 아픈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정당방위였다. 솔직히 인간들 시선으로 맞춰준다고 인간들 사이에선 삭아 없어질 만큼의 무언가일텐데, 그걸 놓고 늙은이라고 한걸 이렇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던 그였지만, 어쨋든 가벼운 복수겸 그는 조금 짖궃은 질문을 던긴 것이었다. 하지만 장난은 장난, 설명은 설명, 소녀의 질문에 대해 당연히 답변은 해줘야 하는 것이라 생각이 든 것일까. 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뒤 천천히, 차근차근 여인의 말에 조심스럽게 답변을 해주기 시작하였다.
"이번엔 잠깐 도와주도록 하지."
그가 가볍게 다시한번 마나를 모아내기 시작한다. 가벼운 수준의 마나였지만 동시에 카드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에 연동이 가해졌고, 그것을 확인한 그는 천천히 눈을 감은채 정신을 조금 집중하였다. 순간, 레아의 머릿속으로 그가 파고 들기라도 하듯이 천천히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들리는가?]
레아가 당황할 새도 없었다. 왠지 장난 치는 것 같아서인지는 몰라도 머릿속으로 울려오는 목소리엔 장난기가 다분히 실려있었다. 레아의 반응을 살피지 않은채, 그는 천천히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당황하지 말게. 마음의 평정을 찾고 천천히 파장을 맞추는 것이야. 조금 집중하면 카드가 알아서 인도해줄 것이니까. 원리를 설명하자면 모두가 각자의 고유한 파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서로 조율해서 동기화 시켜 서로 멀리 있더라도 이야기를 나눌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 일단 자네가 답변을 듣고 나면 다음 작업에 착수 할 수 있도록 하겠네.]
그가 눈을 살짝 뜨자 어느새 그녀의 주변으로 정령들이 더 모여들고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행동하건 간에 이미 그녀가 마음에 들은 정령들은 마치 맛집투어라도 온 관광객이 되기라도 한것인지 어깨와 머리에만 자리 잡고 있던 두 아이들 외에도 온갖 동물형, 인간형 정령들이 모여들어 그녀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단지 처음 온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마 그녀의 깨끗한 마음씨가 그것에 발 맞춰서 그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은 그 마음 하나에 그녀에게 친근감을 느낀채 같이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쁘지 않은 소질이로군. 정령들에게 저토록 사랑 받는것도 쉬운 일은 아니거늘.'
//완벽주의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문헌속에서 사람들이 용을 어떻게 보는지 아니까..... 그걸 최대한 보여주려고 하는 부흥심리가 아닐까욬ㅋㅋㅋㅋㅋ 의외로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용님이라고요!! 참고로 진짜 저거 꽤 있던 일입니다! 저희 교수님이 많이 똑똑하셨는데.... 자주 양말 짝짝이로 신고 다니셨어요(....)
흑룡의 얼굴에서 (인간으로 변신한 상태에서는 줄곧 머금고 있던) 온화하면서도 여유로운 미소가 걷혔다. 결례임은 말을 꺼낸 순간 절감했으나, 당황한 기색이 너무도 가감없이 드러나니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설마 짐작보다 더 젊나? 인간으로 치면 청소년에 가깝다거나? 이제라도 사과하고 화제를 돌려야 할 것 같은데 머리가 안 돌아간다. 목구멍도 어쩐지 뻣뻣하게 굳은 느낌이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흑룡이 표정을 수습하더니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태도로 답변했다. 속이 뜨끔했다. 레아가 확인한 기록에서 용의 모습이 제각각이긴 했지만 생김새가 그와 비슷한 용은 없었다. 그래서 용의 외형은 의외로 개체마다 다른가 보다 했는데, 그의 말을 들으니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여느 인간과 다른 외형을 지닌 인간이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고충에 시달리거나 백안시되듯이, 용족도 외형이 다르면 동족들과 갈등을 겪는 걸까? 그제야 레아는 자신의 부주의가 예상보다 큰 결례였음을 깨달았다.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희로애락이나 고민이 없으란 법은 없는데, 조사 대상으로만 여긴 나머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자극해 버렸구나. 앞으로는 용도 인간처럼 마음이 상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겠다. 레아는 두 손을 모아 쥐고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한 소릴 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러나 사과한 직후 이번에는 레아가 화끈 익고 말았다. 호감형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긴 했지만 사랑받을 상이라니, 좀 과하다. 게다가 연애 경험이라니? 당장이라도 얼굴을 가리고픈 것을 주먹을 꼭 쥐고 참았다. 앞서 자신이 질문했을 때, 흑룡은 지금의 자신보다 훨씬 더 곤혹스러웠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 만큼 제대로 대답하는 게 도리일 거다. 그래서 눈을 감고 한숨을 몇 번 내쉰 다음, 단숨에 말을 끄집어냈다.
"용족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인간에게 연애는 혼인의 전 단계에 가깝고, 혼인 후에는 자식의 출산과 양육도 당연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애 제안을 받거나 누군가에게 연심(戀心)을 품었던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뒤따르는 책임을 짊어질 자신은 없어서 연애를 해 보지는 않았고 앞으로 할 생각도 없습니다."
말하는 동안 심장 고동이 귀를 메웠고, 숨결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뜨거웠다. 이렇게 구구절절이 얘기한 적이 있던가? 부모님께는 적당히 얼버무렸고, 친구나 동기에게는 연애에 빠졌다간 연구를 계속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둘러댔다. 물론 그도 거짓은 아니었지만, 연구원이 되지 못했어도 연애는 마다했을 것 같다. 연애가 혼인의 전 단계로 간주되는 한 얼마 못 가 한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포기할지 말지의 기로에 놓일 테니까. (인간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던가? 레아가 언니와 올케를 비롯한 기혼자들을 보면서 얻은 교훈이 그것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밝힌 건 앞서 흑룡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가책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인간의 혼인과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성실한 대답이 되었길 바라며 레아는 숨을 가다듬었다.
레아의 답에 납득한 걸까? 흑룡은 어깨를 으쓱이며 도와주겠다더니 다시금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짐작됐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출입증 주위로 빛 알갱이가 맴돌았고 이윽고 귀에 꽂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머릿속의 기억이나 상상이 생생해진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화들짝 놀라 돌아봤으나 흑룡은 명상에 잠긴 이처럼 눈도 입도 닫은 채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레아가 어쩌고 있는지 다 보고 아는 것처럼 당황하지 말라며 (소리라기도 애매하고 아니라기도 애매한 소리로) 이 현상의 원리를 설명했다. 하지만 난감했다. 고유한 파장을 조율한다니? 흑룡은 집중하면 출입증이 파장을 맞추도록 인도해 줄 것이라 했지만, 어떤 대상에 집중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수업 내용을 통 못 알아듣는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출입증에 새겨진 신비스러운 문양을 궤도 삼아 움직이는 듯한 적황색 빛에 시선을 빼앗겼다. 다음 순간 머리가 지끈하며 몸이 어딘가로 떨어지는, 아니, 자신이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 같은 감각이 엄습하더니 사방이 고요해졌다. 동시에 지금이라면 그에게 육성이 아닌 소리를 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라곤 없는데도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하는 겁니까?]
그러나 그 상태는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샌가 모여들기 시작한 정령들에게 신경이 쏠려서였다. 레아의 머리와 어깨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소녀 같은 정령은 레아의 말을 알아듣기는 한 건지 태평하기 그지없고, 나머지 정령들도 전날의 만찬에서처럼 레아를 둘러싸고 앉았다. 허탈했다. 착취를 자초하지는 말라고 기껏 말해 줬더니..
"사람 말을 좀 들어요.. 내가 호구 잡으려 들면 어쩌려고!?"
인간 말은 못 알아듣는 걸까? 레아는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흑룡을 바라보았다. "정령은 인간 말을 못 합니까? 그런 거면 인간한테 호구 잡히지 말라고 말 좀 전해 주십시오."
//현생 크리로 늦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늦는다는 레스라도 남길걸 그랬네요8ㅁ8... 개그 분위기도 오래 유지 못하고 진지진지 열매를 먹어 버렸고요(._.)a (레아가 매사 진지한 타입이다 보니;;) 정신 파장을 맞추는 과정 연출도 의도하신 바에 부합하는지 모르겠습니다^ㄷ^; 그나저나 블랑님은 용의 정석(?)이 되고자 하는 건가요? 이레귤러이면서 묘한 구석이 있네요ㅎㅎ
사실 그는 좋은 스승은 아니다. 만약 좋은 스승을 꼽으라면 동제국, 케놀라인에 있는 그 미친 여자가 가르치는데는 더 능숙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리 대야에 곡주(穀酒, 곡식으로 빚은 술)를 대낮에 퍼 마시고, 앉은 자리에서 돼지 반마리는 가뿐히 해치우는,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은 언행을 보였지만 그녀의 가르침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으니까.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전음(Telepathy)를 보내는데 성공한, 전신에 정령들을 주렁주렁 메달고 있는 소녀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인이 지금에 와서 마법을 배우기엔 충분히 늦었다. 그만큼 마나에 익숙해지는데는 자질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마도구의 사용은 이야기가 달랐다. 지금 자신이 만든 마도구를 사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녀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쌓아올린 지식과 끈기로 빚어져 단련된 정신력은 그것을 덮고도 남는 것이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좀더 생활에 유용한 마도구의 시제품을 만들어서 그녀에게 테스트 작동을 부탁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결국 전신에 주렁주렁 정령을 매단채 자신에게 구조신호를 보내는 여인을 보고선 박장대소를 터트리고야 말았다.
"푸하하하하!!1 자네가 좋다고 따라다니는데 그냥 일이라도 좀 시켜주게!! 그냥 그 아이들은 자네가 단순히 신기한 걸수도 있고 마음에 들어서 그런걸 수도 있으니 자네도 같이 어울려주면 된다네!!"
보통 저렇게 정령들이 메달린다면 계약을 맺고 행동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지금의 여인은 딱히 그런거에 대해 알 필요는 없어 보였다. 언젠가 자신에게 필요하게 된다면 스스로 배우게 되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새 리빙아머가 가져온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한모금 들이키고는 웃음을 진정시키며 향을 음미하였다. 확실히 발바리아 남부 지역에서 만든 놈이라 그런것인지는 몰라도 그 향이 일품이라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공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정령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그 한가운데에서 그는 여인을 잠깐 지긋이 쳐다보다가,
-따콩. "아까전에 그건 장난이었네. 당황했을지언정 나는 딱히 신경 안쓰고 있고. 내가 어제 한 이야기 기억 안나나? 나는 생각보다 털털한걸 좋아하고 격식 차리는 걸 안 좋아한다네."
어느 새 이마에 딱밤 한대가 가볍기 스쳐지나간다. 어느새 진지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장난스러운 기분이 드는 온화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고, 딱밤 맞은게 아프지 않냐는 듯 실프가 이마에 대고 입김을 불어주며 운디네가 조심스레 손으로 쓰다듬어준다. 그런 가족같은 모습을 보면서 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천천히 미소를 그려보였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 아침에도 그랬지만,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네. 어깨에 힘을 빼고 침착해지게나. 안보이던게 보일테니까. 그건 그렇고...."
그가 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자네도 어지간하구만. 그럴때는 한번쯤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텐데. 솔직히 그대 얼굴은 객관적으로 봐도 꽤 괜찮은 편이니까 말이지. 차갑고 도도한 면과 다르게 왠지 털을 바짝 세운 소동물이나, 왠지 지켜주고 싶은 인상이라고 해야하나. 그렇다고 아름답지 않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게나."
..... 남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용은 여인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 했다. 물론 자유로이 연구를 하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사귀는 것정도는 나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도 좋았을테고 여러가지로 생각할 만한 것들도 공유하면서 재밌게 즐겼을테니까.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남의 인생에 함부로 간섭하는 것은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니니까, 그저 딱 엇나가지 않을 정도로만 개입하고 이야기 하는게 좋은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박수를 친 뒤, 주변을 환기 시키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보자고. 집으로 가자고 했던가. 좌표를 좀 불러주게."
그러고서 동시에 자기도 같이 가려는 듯 로브를 챙겨 입는 그였다.
//매우 훌륭했어요!! 묘사 진짜 잘해주셨어요!! 블랑이 좋은 스승이 아닌데, 레아가 좋은 학생이네요!! . .) 정석.... 이라기 보다는 그래도 레아가 용을 연구하러 왔으니 그럴듯한 표본은 되어 주어야지 좋은 상사가 아닐까요?!(아님)
//>>85 엄마야 답레 너무 늦게 달아서 낯이 없었는디 2시 넘어서 이으셨어:O! 고생하셨습니다8ㅁ8 그리고 어울리는 분위기였다니 다행입니다:) 판타지 쪽 잘 몰라서 상상하면서도 이런 게 맞나 쫄렸거든요 근데 맙소샄ㅋㅋㅋㅋㅋㅋ 자료 제공을 위한 살신성인(?)이었나요?!?
케놀라인에 있다는 좋은 스승은 역시 용이려나요? 블랑님이랑 교류가 제법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궁금하네요 정령들이 은근 재미 붙인 거 같습니다:) 묘사되는 모습들이 애기애기하다 보니 레아가 진짜 호의를 둘리로 알아 버리면 어쩌려고 저러나 살짝 걱정도 되는군요 한편 블랑님은 쿨하군요ㅎㅎ 저라면 아픈 데를 찔린 기분도 들었을 거 같은데 편하게 넘어가는 게 건강해 보이기도 하고요 (레아가 긴장한 게 보여서 풀어 주려는 의도도 있으려나요?) 또 차갑고 도도한 면이라는 언급도 뭔가 신기했습니다ㅎㅎ 레아가 그렇게도 보일 수 있군요 (← 이으면서는 잘 모름다 ㅋㅋ)
아 참 여쭈려던 건 이거였는데! 좌표는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위도 경도 생각하신 거 맞나요? 그거면 제 역량으론 지도 없이는 가늠하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ㄷㅠ;;
>>87 칭찬 감사합니다! 덕분에 신나네요~ 어색하지 않았다니 다행입니다:D 용이 아니라 엘프였군요:O 근데 성격이 어떻기에 미친 여자라고 회상되는지.. 일단 회상한 부분만 보면 불같기는 해도 뒤끝없이 시원시원할 것 같은데요ㅎㅎ 세월이 강력하긴 해도 누구나 상처를 웃어넘길 수 있게 되는 건 아닐 테니 블랑님이 건강하긴 건강한 듯합니다:) 근데 수명을 깎아 가며 당장 하자고 나선다는 건.. 설마 레어 밖으로 나가 블랑님을 당첨 복권이라고 보고 있는 여성 용과의 연애를 시도한다는 건가요 ㅇㅁㅇ;;;;;
본격 용비게이션이군요! 장소 언급 정도로 서술해 보겠습니다! 참 답레는 아마 저녁~밤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서 시간을 딱 말씀드리지는 못하겠네요 8ㅁ8..)
간단하게 말하자면 대화나 해볼까 해서 찾아온 블랑이랑 알수 없는 시비가 붙어서 대로 마시던 술 대야 그대로 한방 휘두르는 그런.... 남자같은 여편네입니다
아뇨 아뇨 아뇨 물리적으로요, 나중에 나오겠지만 드워프들이랑 마공학 엔진 만들다가 레어 반쯤 날려먹고, 요람 공사하는 도중에 이 기능 넣으면 어떨까? 필요는 없는데 멋지구리한걸? 하고서 무너지는 바람에 사상자나 부상자는 없었지만 요람 공사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등의 그런 해프닝이 있었어요, 드워프들 + 블랑 = 사건사고 24시 라는 공식도 읍읍
제대로 한 거라는 답에 긴장이 풀렸다. 레아는 주저앉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처음이라선가 마법 재능은 꽝이어선가 엄청 기 빨리네. (기력도 기력이지만 무엇보다 영혼이 어딘가로 빨려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원거리 대화 두 번 했다간 몸살 나겠다! 이거 익숙해질 순 있나?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출입증을 보며 좀은 막막해할 찰나, 무슨 얼음 주머니라도 얹힌 듯 머리가 서늘해졌다. 정신 파장을 맞추는 데 정신이 팔렸을 때 배었던 땀을, 머리 위의 정령이 식혀 준 모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정령들도 남은 어깨에 앉거나 팔에 매달려서(영적 존재여서인지 그렇게 올라타도 무겁기는커녕 직접 보기 전엔 올라온 줄도 몰랐다.) 무슨 정령으로 만든 망토라도 걸친 것 같은 꼴이 되어 있었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샜다. 세상에, 정령술사들은 이런 일을 겪어 가며 일하나? 설상가상, 흑룡은 말 좀 전해 달라는 소릴 듣고도 도리어 폭소하며 그냥 일을 시키고 어울리면 된단다. 한숨이 나왔다. 누가 함께 지내는 사이 아니랄까 봐 용이나 정령이나 무방비한 게 똑같다. 나도 몰라. 당사자가 하겠다면 타인이 어쩌겠어? 그러다 질리면 안 오든가, 아무튼 알아서 하겠지. 체념(?)하고 일어서는데 낭패감이 머리를 스쳤다. 이 정령들, 인간 말을 모르는 거 같은데, 그럼 무슨 수로 일을 시켜? 기가 차서 웃음도 안 나왔다.. 라고는 해도 쬐그만 영들이 즐거운 듯 다닥다닥 앉거나 매달린 건 역시 귀엽다. 레아는 다시 한 번 체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뭐, 최소한 적적하진 않겠지.
한편, (그 소란 통에 마법 기사가 흑룡에게 전한) 갓 내린 듯한 커피의 그윽하면서도 달콤한 향도 마음을 가라앉혔다. 의자가 투명(?)해 허공에 앉은 것 같은 점이 어색하긴 해도 푸른 하늘을 따라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 나무에 에워싸인 바위 절벽에서 웃음기를 거두고 커피를 음미하는 흑룡의 모습은 실로 운치가 있었다. 화가가 봤다면 좋은 모델이라고 반색하며 어떻게든 화폭에 남기려 들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림에 서툰 레아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너무 빤히 바라본 탓일까? 흑룡이 커피를 마시다 말고 일어서더니 레아를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장난 치다 딱 걸린 기분이라 (키 차이가 상당한데도 새삼 시선을 끄는) 그의 고운 눈을 피하려던 순간, 그의 손끝이 이마에 가볍게 부딪혔다. 그리고 레아가 채 손을 대기도 전에 정령들이 아프지 말라는 듯 입김을 불고 손으로 감쌌다. 레아는 올리려던 손을 내리며 정령들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흑룡의 말을 곱씹었다. 장난이었다라, 용을 줄곧 조사 대상으로만 여겼던 것을 반성하고 시정하기로 다짐했던 게 일순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러나 장난을 준비하는 소년 같으면서도 어쩐지 산 리노의 아버지나 큰오빠를 연상시키는 미소(아마도 정령들을 향한 것으로 짐작되는)와 마주하자, 앞서 저지른 무례의 여파가 우려만큼 크지는 않다는 점이 마음 놓였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제대로 사과하려던 거라 해도 그건 내 사정이고, 당사자가 원하지 않았다면 적절한 처신이 아니었던 거라고. 그런 모습이 경직되어 보였을까? 흑룡이 어깨에 힘을 빼라고 덧붙였다.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듣고 보니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바짝 긴장했구나, 나. 하긴 어제오늘 일어난 일이 평생 겪은 일보다 더 파란만장하니 그럴 수밖에.
자세를 바로 하는데 흑룡이 좀 전보다 진지한 표정을 띠며 턱을 쓸었다. (턱을 어루만지는 건 흑룡의 버릇인 듯했다.) 무슨 얘길 하려고 저러나 기다리자니, 좀은 싱거운 화제가 나왔다. 경험이라, 하기야 경험이 삶의 자양분이 된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거의 상식처럼 오르내리곤 한다. 그러나.... 레아는 생긋 웃어 보였다.
"제 경험 쌓자고 다른 이의 감정과 시간을 낭비시켜서야 되겠습니까."
그렇게 흘려 넘기고 싶었으나, 이어지는 말에 그만 얼굴이 달아올랐다. 어제도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지만 이 용, 인간의 외모에 대한 평가를 꽤나 직설적으로 한다. 용족은 저런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아니, 그보다 '객관적으로'? 저건 인간의 미적 기준에 따른 표현일까? 아니면 종족과 무관한 표현? 레아는 그의 시선을 막으려는 듯 얼굴을 반나마 가리고 용족의 미적 기준에 대해 묻는 게 감정을 상하게 할 여지가 있을지 따져 봤다. 사적인 영역에 관한 질문은 아니니 비교적 안전할 것 같다. 그래서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리고 그를 올려다봤다.
"어제도 궁금했는데 용족의 미적 기준은 어떻습니까? 용족과 인간이 전혀 다르게 생긴 만큼 미적 기준도 상당히 다르리라 생각했는데, 말씀을 듣다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블랑님이 인간의 미적 기준을 잘 알고 하시는 말씀인지, 아니면 용족도 미적 기준이 인간과 비슷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화제를 돌리고 나니 동요했던 마음이 좀은 차분해졌다. 홧홧하던 낯도 제법 식었다. 그때 흑룡이 기숙사의 좌표를 알려 달라며 깊은 바닷물을 연상시키는 빛깔의 로브를 걸쳤다. 훤칠하면서도 건장한 체격이 로브에 감싸이자 신비스러운 멋까지 돋보였으나, 그 모습을 감상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기숙사가 어디 있는지야 알아도 좌표, 즉 위도와 경도는 외우지 못했으니까. 그렇다고 크레티스 왕립 대학으로 가기를 청하자니 정문에서 기숙사까지는 도보로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레아는 난감한 빛을 감추지 못한 채 애꿎은 머리칼을 배배 꼬다가 떠듬떠듬 대답했다.
"...크레티스 왕립 대학의 송골매 고개..로 가 주실 수... 있으십니까?"
기숙사와 대학 캠퍼스를 가르는 고개라 출근 지점으로 정하기엔 딱이다. 거기서 기숙사까지는 금방이니 옷을 챙겨오기도 편하다. 다만 송골매 고개가 정식 지명이 아니라 교직원, 학생, 인근 주민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지명이라는 게 문제다. 이 정도 정보만으로 과연 이동이 가능할까?
// >>89 엘프는 근접전에 약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ㅎㅎ 그 엘프는 무려 실전형 전투에 능하군요! 당장 확보할 수 있는 무기를 휘둘러 공격XD!! (틀림) 아아, 제가 오독했었네요 지금 요람에서는 그런 사고가 없어야 할 텐데요 (다시 무너지면 그간 모아 놓은 자료들이..... N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 )
실제로 용의 미적감각은 자신이 보더라도 이상하긴 했다. 실제로 자기애, 소위 인간들이 말하는 나르시즘에 빠진 용들의 경우가 그렇게 많았었고, 그것은 대다수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용들이 그렇게 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자신은 잘생겼다기 보다는 특이하게 생겼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여러가지를 보게 되었으니까. 실제로도 자신은 인간이나 드워프들이 건축한 건축물이라던가, 그들이 소위 말하는 미녀들이라던가 등의 여러가지 기준들을 보면서 아름다움의 기준은 모두 상대적이라는 것이라고 볼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말한 '객관적'이라는 개념이 조금 뒤바뀐 것도 사실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자신이 말한 것에 대해서는 철회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것이 객관적이 아니라고 해봤자 자신의 시선으로 보았을때는 어차피 그녀가 아름답다는 기준에는 부합하는게 맞았으니까. 그렇기에 한점 부끄러움 없이 그녀에 대한 소감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는 그렇게 생각을 끝맺으면서 아직도 전신에 주렁주렁 정령들을 메달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벼운 너털웃음을 흘리고는 천천히 손뼉을 쳐 정령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자, 꼬맹이들, 일단 나중에 놀게해줄테니까 잠깐만 둘이서 시간을 보내게 해주겠니?" - 우우!! 치사해!! - 언니랑 더 놀게 해줘! "나중에 놀게 해준대도, 나중에. 그리고 너희 레아 말 못알아듣는 척 하지 말아주렴. 얼마나 당황했겠니."
이것으로 정령들이 전부 레아의 말을 알아듣고 있었다는 게 증명되었다. 그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자신에게 시위하는 정령들을 가벼운 손짓으로 흩어보낸 뒤 그녀의 말에 천천히 눈을 감는다.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대륙 전도가 펼쳐지고, 동시에 크레티스 왕국의 전도로 범위가 좁혀진다. 한번더 소거법을 펼치며 수도로 정신이 집중되고, 재차 정신을 집중하니 왕립대학의 모습이 그려진다. 생각보다 큰 크기에 잠시간 여러가지를 대조해보자, 본관과 거주지로 통용되는 곳의 전경이 눈에 잡힌다. 하지만 생각보다 장애물─나무, 바위, 혹은 산짐승 등─이 많았다. 공간마법이란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도 게이트 위에다가 어떠한 물건도 두지 못하도록 주변에 소거 마법을 자주 펼치지 않던가. 아주 조그마한 장애물이라도 만약 그곳에 공간마법을 펼쳤다간. 자신은 어떻게 해내더라도 레아는 상당히 위험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고개의 초입부로 추측되는, 본관 방향보다는 기숙사 쪽인 출구 초입부를 향해 펼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그는 천천히 레아의 손을 붙잡았다. 보드라운 감촉에 더해 느껴지는 필기구를 자주 쥐어 박혀버린 굳은 살의 감촉에 그는 역시 그녀가 노력파라는 것을 재차 깨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직장 상사가 가정방문을 해보는 걸로 하겠네. 아 물론 난 투명화 마법을 쓸테니 나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걸로."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가 천천히 공간을 접었다. 어차피 최단 거리로 압축할 것이기에 그곳으로 체스말 옮기듯 옮기는 것 보다는, 이미 지정된 좌표로 데칼코마니를 펼치듯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았다. 물론 왕도 주변으로 수많은 결계가 쳐져 있었지만 그가 누구인가, 바로 마법의 조종이라 일컫어지는 용이 아니던가. 그렇게 잠깐 눈을 감았다 뜬 사이, 어느새 한 야트막한 고개의 초입부에 도달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가볍게 눈을 찡긋이며 그가 장난 반, 웃음기 반을 섞어 입을 열었다.
"도착했다네, 이곳이 맞는가? 그게 아니라면 다시 한번 더 좌표를 잡아야 하니 신중하게 살펴보게나."
//어.... 어떻게 아셨지!!!(아님) 다행히 지금 요람은 완성되자마자 온갖 마법을 떡칠해서 운석이 떨어져도 요람은 안전하답니다!!
>>91 지금은 요람이 튼튼하다니 다행이네요:) 적어도 운석이 떨어져서 닥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선 안전!!
현생 크리로 오늘은 답레를 달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8ㅁ8(아직 불확실하지만 혹시나 해서 말씀드립니다.) 그래도 궁금한 게 많아져서(._.).. 몇 가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ㅎㅎ
1) >>90에서 정신 파장 맞추기에 힘들어하는 서술을 좀 넣었는데 혹시 설정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나요?
2) 정령술사는 정령과 계약해야 정령을 다룰 수 있는 거 같은데 계약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요? 계약 조건이라든기 한 개체하고만 계약이 되는 건지 여러 개체와도 계약이 되는지라든가 계약할 때 속성 제한 같은 게 있을지 궁금하네요ㅎㅎ (그와 별개로 정령들한테 사기당한(??) 레아 지못미 (._.).. 니가 제일 허술해;;)
3) 레아의 연애관(제 경험 쌓자고 다른 이의 감정과 시간을 낭비시켜서야 되겠습니까.)을 듣고 블랑님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85에서 연애의 장점을 경험자처럼 얘기하는데 정작 본룡은 모솔(??)인 게 뭔가 묘하더라고요ㅎㅎ)
4) 공간을 접는 마법에 관한 서술 보면서 신기했는데요, 그 마법은 텔레포트랑 어떻게 다른 건가요?
5) 블랑님이 투명화 마법을 쓰겠다고 했는데 이동 직후에 이미 투명 마법을 쓴 상태인가요, 아니면 현재는 모습이 보이는 상태인가요?
>>92 아마 그때쯤이면 요람을 차원 틈새에 보내놓지 않을까요!! 최대한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1) 안이오, 제가 표현을 잘했다고 한게 그거에요. 용이나 마법사들은 배운직후 계속 쓰기에, 그것도 자기 손발처럼 움직이기에 당연히 힘이 안들어가는데, 레아는 마법도 모르고, 그마저도 용이 만들어준 마도구를 이용해 사용하는거잖아요? 그러니까 어려운게 당연한거에요!! 왜 타자들이 배트 휘두르는 거랑 저희가 휘두르는거랑 같다 보시면 됩니다!!
2) 이 세계관 정령사들은 사실 1~2속성 특화나 특수개체 특화로 나뉘어요!! 그래서 계약을 할때 꽤 신중한 편이고요! 다만 레아는 요람에서 상대적으로 정령들에게 인기인이 된 셈이라 아마 지금 계약한다고 하면 받아줄거에요! 물론 유지하는데 마나가 들어가서 마나량이 쪼끔 아쉬운 지금 시점에선 전투용이라기 보단 호신용이나 작업용이 어울리겠지만요!!
3) '이상하다, 책에서 읽을땐 그랬는데..... 특이케이스도 있는걸로 봐선 그럴수도 있겠구나. 그러고보니 [결혼은 미친짓이다]라는 책도 있었으니, 음 그렇겠군.' 하고 납득해버렸습니다. 즉 그런걸 책으로만 배운게 블랑이다보니 그걸 또 자신있게 내뱉어버린 우리의 허당 룡쨔마(....)
개체 특화로 부르는 정령이 일반적으로 속성 특화로 부르는 정령보다 더 고위급이거나 더 셀 거 같네요ㅎ 계약할 때 정령사가 정령한테 제공하는 건 마나 정도일까요? 아니면 뭔가 다른 이득도 제공해야 할까요? 그리고 레아뿐만 아니라 저도 궁금한 게ㅋ 정령사가 알할 때 정령들이 레아한테처럼 매달리고 그럴라나요? (그러면 정령사 왠지 불쌍해 보일 거 같고ㅋㅋㅋ)
이론만 알고서 권유했다니 (인생이든 용생이든 실전일 텐데:O!!) 아직 젊어서인가 위험한 구석이 있네요..(._.)a
그러시군요 그럼 이동하는 데 텔레포트를 쓰지 않고 공간마법을 써야 했던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텔포보다 더 까다로운 마법 같은데 어째서 공간마법을 시전했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마나 없이 계약하면 안 되겠네요(데려와 놓고 쫄쫄 굶기면 그 무슨 만행입니까..) 레아와 정령 계약은 연이 없는 것으로ㅋㅋ 암튼 설정해 주신 바에 따르면 인간 사회에서 마법 재능이 있는 사람 중에서만 영적 능력 유무를 검사하는 게 자연스러워져서 좋습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 모자란 건 모자라다고 인정하고 털어놓는 게 하자가 되지는 않는데.. 블랑님이 어떤 의미로는 애송이(?)인 셈이군요ㅎㅎ
아, 제가 궁금했던 건 텔포로도 공간을 뛰어넘는 게 가능한데도 공간마법을 사용한 게, 텔포로 뛰어넘을 수 있는 거리에 제약이 있거나 좌표를 정확히 알거나 가 본 적 있는 장소에만 시전 가능하다거나 하는 제약이 있어서인가였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구체화해서 여쭐걸 그랬네요(._.)a
1. 그래서 제가 레아는 요람 안에서 정령들하고 놀라고 요람인에는 마나가 많아서 정령들이 상시 거주중이라는 것도 살짝 넣었지요! 이건 조만긴에 한번 떡밥을 풀어드리겠습니다!!
2. Exactly!! 맞아요! 사실 블랑은 따지자묜 20대 중후반이니까요!! 나중에 명대사로 "인정하고 싶지 않군, 젊은 날의 치기라는것을...." 이라는 것도 내뱉을 예정입니다. 이걸 아신다면 건ㄷ... 읍읍
3. 아 공간마법의 좌표는 다 필요해요. 사실상 저렇게 블랑이 소거법으로 하나하나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사실상으로는 x y z 축으로 어느정도 계산을 끝내가며 하는거니까요. 그걸 안하면 허공에 던져진다던가, 아니면 위치하는 곳의 반대편으로 간다던가, 실수로 땅 깊숙한데 박아버린다던가 등의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게다가 블랑의 특이한 시전법과 [스포일러] 덕에 이런 기행도 가능한겁니다. 그럼 왜 드래곤들은 막 좌표 지정 제대로 안하고 텔포를 시전하느냐 하면, 그네들은 유희 하면서 막 바깥으로 나돌아다니고 그랬잖아요(.....)
>>97 아 블랑님이 따로 밥을 주나 했는데 요람이 밥 천지인 곳이었군요(팽팽 놀아도 밥이 굴러다니다니 정령에겐 지상 락원?!) 그리고 또 궁금한 게 정령이 용족의 음성 언어도 알아들을까요? 블랑님이 정령한테 일 시켜도 된다는 대목에서 (레아는 연구원 생활을 떠올리며 정령 착취를 걱정했지만) 저는 일전에 말씀드린, 용족의 음성 언어를 인간의 문자로 옮겨 적는 작업에서 정령의 도움을 받으면 교차 검증이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미숙한 면을 인정하고 성장할 예정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못 하는 게 없어 보였지만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 어떤 면에서 얼마나 성장할지 궁금하네요:)
그럼 텔포랑 공간마법은 효과, 시전 시 따르는 제약, 이동 가능 거리 등에서 별 차이가 없는 말씀이신가요:O?
1. 아 그거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거 참고로 이론 세운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실존 검증을 한 사람들은 없을테니까 그거 증명하면 학계에도 큰 파장이 일긴 할꺼에요.
2. 아이러니 하지만, 요람을 만든 이가 요람에서 성장하는 셈이니까요.
3. 굳이 따지자면 공간 접는게 상위 호환이긴 하지만요. 실제 효능은 비슷하거나 같지만, 안정성은 이쪽이 훨씬 높습니다. 텔레포트의 경우는 좌표 지점이 더 정확해야하고 이쪽의 경우는 대칭 이동이라서 좌표지점이 조금 어긋나더라도 목표지점은 확실히 이동가능한 방식이라서요. 게다가 Z축으로는 절대로 뒤틀리지 않아서—물론 블랑은 안전을 위해 Z축을 계산 합니다— 땅속 깊은 곳에는 쳐박힐 일은 없어요!
흑룡의 답변은 레아의 외모에 대한 평가가 인간의 관점을 헤아린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느낀 바라는 의미 같았다. 그러나 답변을 듣고 보니 질문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물었어야 했다. 인간 기준에 잘생겨 보이는 용이 용족 사이에서도 잘생겼다고 여겨질 것인가? 반대로 용족 사이에서 잘생겼다고 평가되는 인간은 인간에게도 잘생겨 보일 것인가? (모든 인간이 동일한 미적 기준을 지닌 건 아니듯이 용족도 개체마다 미적 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말해, 특정 종의 외형을 평가할 때 용족과 인간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가? 그것이 정말로 궁금한 점이었으나, 재차 질문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표현해야 이 의문이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전달될지 정리하기 어려웠으므로.
그때 흑룡이 정령들에게 인간의 말로 자리를 비켜 달라 청했다. 그도 모자라 정령들 역시 인간의 언어로 반발했다. 날 속였어?!? 기가 막혔다. 용은 연기를 안 할 것 같냐던 흑룡의 반문도 떠올랐다. 용에게나 정령들에게나 고양이 생각하는 쥐였네. 주제 파악이 되자 비로소 한숨이 폭 쉬어졌다. 내가 제일 무방비하구만.. 내 걱정이나 하자.
배신감(?)을 수습하는 사이 흑룡은 정령들을 돌려보내고는 명상을 시작한 이처럼 고요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마법에 까막눈인 자신이 봐도 단순한 명상은 아님이 명백했다. 정말 송골매 고개도 갈 수 있을까? 아까 순식간에 이리로 옮겨 온 것처럼? 반신반의하던 중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흑룡에게 손을 잡힌 탓이다. 여기로 이동할 때 살며시 잡아끌던 것과는 달리 흑룡은 제 손아귀에 폭 감싸이게끔 레아의 손을 움켰다. 이 손을 크다고 해야 하나, 작다고 해야 하나? 아니, 변신한 모습인데 손이라고 할 수 있나? 감각과 실재의 괴리가 혼란스러웠다. 실재적 진실은 감각으로는 지각되지 않는 영역에 있다는 주장을 접했을 때 감각과 완전히 동떨어진 진실이 과연 존재할지 의심했는데, 그 의심이 정면으로 반박되는 기분이었다. 감촉이며 온기며 악력이 아무리 사람 같아도 그는 용이니까. 그것만도 정신없는데 등골이 오싹해지는 말이 들렸다. 가정 방문? 내 방에도 들어오겠다고? 속옷도 챙겨야 하는데? 더구나 다른 연구원도 쓰는 방인데 그 연구원의 사생활은?!
거의 비명을 지를 뻔한 순간, 눈앞의 모든 것이 찌그러졌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익숙한 오르막길이 보였다. 가장자리의 인도에는 침엽수가 난간처럼 줄지어 있고, 가운데는 마차나 말이 오가도록 포장된, 그리고 길가엔 벽돌로 지은 기숙사가 줄지어 있는, 송골매 고개의 어귀였다. 진짜 왔네. 얼이 나가 있는데, 위쪽에서 낯익은 이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구름처럼 몽실몽실할 것 같은 짧고 검은 머리, 짧고 동글동글해도 탄탄해 보이는 체형, 왕립 대학 소속 교수자(敎授者)의 정복인 푸른색 숏 케이프, 신학과(神學科)의 라민 선생님이다.
"쌤! 라민 쌤!!"
신이 나 총총거리며 언덕을 올랐다. 얼굴엔 절로 함박웃음이 걸렸다.
// 늦었습니다.. ㅇ>-< 블랑님이 투명화를 시전할지 상호 작용도 시도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등장만 시켜 봤습니다:)
>>103 의외로 외출도 종종(?) 하는군요. 아ㅋㅋ 전 또 발표가 일상 같은 용어인 줄 알았네요(._.)a 논문 작성과 제출만 떠올렸지 학회는 생각도 못했는데 확실히 학회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근데 증거물을 블랑님이 만들어 주면 카다로스 제국사는 필사할 필요가 없게 되려나요? 그거도 레아의 1달 목푠데ㅎㅎ)
// >>101에서 제가 파악하지 못한 내용이 생겨서 질문 남깁니다. >>55에 따르면 요람의 메인홀이 제1서고인데, 제가 듣기로 총류는 백과사전, 어학사전 같은 책을 포괄하는 분류여서요. 근데 메인홀에 사전 류만 있을 거 같지는 않고(._.).. 총류가 무엇을 가리키는 용어인지 알 수 있을까요?
>>104 사실 생각한 것중 하난데 만약 시간이 없어서 필사를 못했다고 내기에서 졌다고 말하면 "오늘까지였나? 그게?" 하면서 눈앞에서 순식간에 리빙아머들을 시켜 필사 시킨 다음 "자, 타임컷이군." 하고 [강제로] 이긴거 처리 시키려고 했던 것도 생각했었..... 읍읍
>>105 여기서의 총류는 좀 다른 의미에요. 보통 도서는 들어오는 순간 분류가 시작되잖아요? 요람은 들어오는 서적의 양이 좀 되다보니 처음 배치되기전의 모든 서적은 전부 총류로 분류되고, 아침마다 블랑이 읽는 신문 같은 것들도 전부 보존 마법이 걸려서 총류로 배치 되요. 백과사전은 물론 지방의 토속 간행물 같은게 있다면 그것도 전부 총류고요—이건 현실 총류도 비슷해요—.
마법 기사들이 순식간에 필사본 완성해 주는 거 좀 쩌네요:O 편리하겠다ㅎㅎ 근데 내기 승패 조건은 블랑님이 채용 제안을 철회하느냐 or 레아가 채용 제안을 고사하느냐뿐이었던 거 같아요 필사본은 레아가 자기 연구가 지어낸 내용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한 간접 증거를 마련하고자 1달 안에 써야지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 새로 들어와서 아직 분류하지 않은 자료를 가리키는 명칭이었군요 따끈따끈한 문헌을 접할 수 있겠네요 (재밌을 거 같은데 그게 업무가 되면 저는 나가떨어질 듯요ㅋ)
인간에게 공간접기를 같이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대한 안전하게 자신의 마력을 최대한 조율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위험이 있을줄은 몰라가지고 많이 걱정했는데 그래도 실패하지 않고 제대로 이곳으로 온 것이다.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하며 그는 이번 결과 또한 돌아가면 일지에 기록해놔야겠다고─용임에도 인간에게 영향을 크게 받아 기록물을 남기는 습관이 생겼다─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로브의 후드를 뒤집어 쓰고 옷깃을 조심스럽게 여며두었다. 이곳까지 공간마법을 사용했는데에 대한 흔적도 최대한 지우면서 그는 천천히 여인의 손을 놔주고는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았다. 학교라는 곳을 문헌이나 문서로만 접한 그였다. 충분히 호기심이 갈법 했지만 그는 주변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충분히 정돈 된 도로는 마차가 오갈정도로 폭이 크고, 가운데에는 방향표시가 되어 있어서 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하게끔 한 것 같다. 동시에 연구원 기숙사와 교수 전용 숙소까지 확실히 정비 되어 있으며 규모나 관리면에서 볼때 왕국 최고의 시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듣자하니 크레티스가 두 제국─발바리아, 케놀라인─의 뒤를 이은 강국이라 들었는데 아마 그 강함은 잘 정비된 교육환경과 교육에서 나오는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나쁘지 않군, 오랫만에 유희라도 해보고 싶지만. 그건 나중에 일단락하고서.'
당장에 첫번째 직원 교육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시점이다. 이제야 처음으로 요람에 한명 들어왔는데 어느정도 익숙해질때까지는 자신도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숨을 고르던 찰나, 그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마나를 모은 뒤 조심스레 자신의 몸에 둘러 마치 위장막을 씌우듯 자신의 전신에 두르기 시작했다. 어제 레아가 자신의 레어에 올라왔을때, 그때의 진흙을 덮어쓰던 모습이 생각나서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투명마법의 원리는 간단하다. 전신에 마나를 두름으로서 사방으로 난반사 되는 불투명한 거울을 자신의 세포단위로 두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리할 것이다. 물론 보통의 마법사들은 그런 비효율적인 것 보다는 아예 벽을 세워서 사용한다는 느낌이 많았지만, 자체적으로 마나가 넘쳐 흐르는 종족이 용이 아니던가, 그들이 부리는 마법의 위력을 생각하면 인간상태에서의 그러한 능력은 누워서 빵을 던져 입안에 넣은뒤 우유까지 한번에 들이키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이제는 조용히 해야할 시간이었다. 투명화 마법이라고는 하지만 목소리나 그런것까지 전부 막아주는 것은 아니었고, 또 실제로 부딪히면 맞는것도 그대로였으니까, 제대로 없는 듯이 위장하지 않으면 그만큼 의심받기 쉬울 것이고 그때는 진짜 우선순위로 도망가야 할 수도 있었다. 따지자면, 지금의 자신은 유희를 즐기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제대로된 신원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이들의 눈에 지금 띄인다면 자신은 그렇다 쳐도, 레아는 확실하게 곤경에 처할 수도 있었다.
[지금부터 나는 투명화 상태에서 말하지 않고 전음으로만 조용히 이야기 하겠네. 말이 가정방문이지, 자네가 있는 방안에는 들어가지 않을 예정이니 그렇게 알아두게, 혹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만나도 좋고 말이지.]
그가 저 멀리 다가오는 교수에게 달려가는 레아를 보며 전음을 보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는 자신을 만났을때의 불안감이나 긴장감이 아닌 함박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흐뭇하게 바라보며 흘러가는 듯이 그 또한 전음으로 한마디를 남기는 것은 덤이었다.
자신을 알아본 듯 손을 흔드시는 라민 선생님께 달음질하는데 흑룡의 목소리(귀에 들리는 음성이 아니니 메시지라고 해야 적절할까?)가 머릿속에 들어찼다. 자연히 돌아봤으나 흑룡은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감쪽같다. 마법을 쓰겠다고 듣고서 보는데도 전혀 모르겠네. 한편으로는 레아가 기겁했던 문제를 헤아려 준 것이며 만날 사람 있으면 만나라는 말이 고마웠다. (원래라면 일을 했어야 하는데 나와 버린 거라 볼일만 마치고 돌아가는 게 도리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말이라도 고마운 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까 흑룡이 가르쳐 준 방식으로 감사 인사라도 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잠시 생각했으나, 영혼이 빨릴 것 같던 순간을 되새기자 도저히 출입증을 꺼낼 엄두가 안 났다. 아쉬운 대로 고개를 꾸벅해 보이고는 다시 선생님께 달려갔다.
- "? 뭐하니?"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도리질을 치고 웃어 보였다. 누가 봐도 인간으로 보지 않을 수 없었던 외형이라 흑룡이 모습을 감춘 게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당사자가 그러기로 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티 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라민 선생님이 놀란 소리를 냈다.
- "너 얼굴이 왜 이래? 무슨 일 있니?"
"아...."
생각해 보니 끔찍한 몰골이겠다. 잠은 못 잤지, 정신 줄 놓고 한참 울었지, 전음인가 해 보려다 영혼 나갈 뻔했지, 그러고 보니 이리로 단숨에 오는 통에 멀미라도 났는지 (야외라 빠르게 가시고 있긴 하다만) 속도 좀 메슥거렸다. 사람 꼴이 아니겠네. 멋쩍어 얼굴을 가리면서도 뭉클했다. 라민 선생님은 늘 이랬다. 왕립 연구소에 지원하기 전 학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상담했을 때도 선생님은 레아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가 아니라, 학자가 되면 만족하겠는지를 물으셨다. 그러고는 학자가 되고 말고보다 중요한 건 본인의 행복이라며, 진로를 어떻게 정하든 소소한 즐거움 챙기고 욕 나올 일 피하면 그만이라고도 하셨다. 그때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이제는 그 말만으로 불안감이 달래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예 듣기 전에 비하면 여유라는 게 생긴 것도 같다.) 그런 분이라 이번에도 내가 괜찮은지부터 물으시나 보다.
"..요새 일이 좀 빡셌어요." 거짓말은 아니지? 어제부터 피로감이 장난 아니긴 하니까. 선생님의 눈길을 슬쩍 피하며 올려 묶은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다 손뼉을 쳤다. "참! 저 저 왕립 연구원 됐어요!"
- "그래? 일은 즐겁고?"
역시나 선생님다운 물음이다. 어제까지였다면, 아니, 바로 오늘 에르네스트 산의 전경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질문에 어쩔 줄 몰랐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나중에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확실히 대답할 수 있다. 즐겁다고. 계속하고 싶다고. 그래서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잘됐구나. 그렇다고 무리하진 말고."
"네!!"
마음 같아선 다른 얘기도 더 하고 싶고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도 알고 싶지만, 할 일이 있으니 그러지는 못하겠다. 선생님도 퇴근길이신 거 같고. 이만 가 보겠다고 꾸벅 인사하고는 (아마도 흑룡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처음 섰던 위치로 되돌아가는데 뜻밖의 메시지가 머릿속을 쟁쟁히 울렸다. 학교 구경? 학교가 아니라 이 나라가 생기기 전부터 살았을 거 같은 용이 학교 구경을 못 해 봤다고? 뭔가 허무한 기분이었지만 못할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1달간은 흑룡이 자신의 고용자인 만큼 그의 요구에 따르는 건 업무의 연장일 테니까. 다만 학교 생활이래 봤자 강의 듣고, 식당에서 밥 먹는 게 전부라는(동아리라도 들었으면 또 모르겠다만) 건 난감했다. 특히나 연구원쯤 되면 연구원 전용 연구실(다른 연구원과 공동으로 쓰는 곳이다.)에서 작업하거나 조교 업무를 처리하는 게 고작이고, 업무를 1달간 유예해 둔 레아는 더더욱 보여 줄 게 없는 상황이었다.
"구경하실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가 화들짝 입을 막고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라민 선생님은 교직원 기숙사로 향하느라 바빠 못 들으신 모양이다. 만약 들으셨다면 누구한테 말하는 거냐며 레아의 상태를 걱정하셨겠지. 그걸 생각하니 등골이 쭈뼛해지는 기분이었다.
// 레아가 차갑고 도도한 감이 있나 싶어서 말랑 모먼트를 넣어 보았습니다!! 근데 학교 구경을 하고 싶다니 블랑님 귀여운 데가 있으시네요:)
>>111 매번 감사합니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전쟁사 재밌겠는데요! 자유상극에서 카다로스 제국사에 막장드라마를 넣었던지라ㅋㅋ 전쟁사와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됩니다! 재미는 역시 막드죠XD (아님)
>>114 주말인데 고생이 많으십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내일부터 4일 정도는 현생 때문에 답레를 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니ㅇ>-<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놀자고 하는 거지 숙제 아니잖습니까 (물론 뒷내용이 무지 궁금하긴 합니다만 저도 뒷내용 빨리 못 드리면서 재촉재촉 열매 먹는 건 상도덕이 아닌지라..8ㅁ8) 정 안 되면 가볍게 썰풀이나 if성 놀이도 가능할 거고요
여쭙고 싶은 건.. 학교 구경을 한다면 뭐가 좋을까요? 전 학식, 공동 연구실, 중앙 도서관, 연못이나 폭포 같은 교내의 주요 조경 시설 정도밖에 안 떠오르네요(._.)..(아이디어 빈곤 ㅠㅠ;;) 축제 기간이면 먹거리 파는 노점이라든가 공연이라든가 경품 걸린 놀이라든가 불꽃놀이라든가 풍등 날리기 같은 걸 되는 대로 막 넣어 볼 텐데요..
>>116 앜ㅋㅋㅋㅋㅋ 학식 먹는 용인가욬ㅋ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 평소에도 인간으로 변신해서 지내니 재미 삼아 몇 년 다녀 볼 수도 있었을 텐데 확실히 집돌이는 집돌이네요:) 그러고 보니 교내에 인간 행세 하면서 노는 용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ㅎㅎ 용끼리는 알아볼 수 있으려나요?
>>121 고상하지 않게 표현해서 그렇지..... 고상하게 표현하면 서로 돌려까기를 시전하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랑 본인이 이것저것 취미생활로 꽤 많은걸 해봤기야 했는데.... 그래서 프로그래밍을 했는데..... 마치 갈매기와 돼지를 섞어서 돼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상상을 했더니 갈매기 머리에 돼지 몸통을 섞은 끼룩꿀이 나온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실제로 모래로 요리한게 더 먹을만 할거 같다고 표현할 정도였으니 읍읍
그러고 보니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공간을 접어 이동하기 전에 서둘러 가벼운 청결 마법이라도 부려 최소한의 단장은 시켰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에 그가 가볍게 이마를 자신의 손바닥으로 친다. 어제 옷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물론 그마저도 완전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신경 썼다면 새 옷 같이 해줄 수는 있었지만─가벼운 정화라도 써줬다면 이렇게 추레한 몰골까지는 되지 않았을텐데. 다음번에는 조금 더 유의를 해줘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천천히 그녀의 발걸음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렇게 별것 아닌 생각을 하면서도 그는 곧 그녀를 이곳에 데려오기를 잘했다고 생각 한 것인지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저렇게 작은 새 같이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그녀의 인상에 어울린다 느끼는 것인지 몰라도, 아마 그녀가 자신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자신이 지금 그녀의 상관이라면, 지금 이 눈앞의 교수는 그녀의 부모나 다름 없는 은사라고 생각한 것인지, 나름의 존경심을 담아서 그는 천천히 교수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인다.
'어쩌면, 당신 같은 분 덕에 이 소녀가 올바른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는 것이겠지.'
그 순간 그가 잠깐 고개를 돌린다. 잠시간이지만 저 멀리 본관 쪽에서 무언가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굳이 신경은 쓰고 싶지 않았다. 용과 용 사이에서 유희 중에는 절대로 건들지 않는다가 불문율이었으니까. 굳이 그쪽에서 시비를 건다고 상대를 해주고 싶지도 않고, 게다가 자신은 유희가 아닌 그저 개인적인 호기심과 용무 때문에 온 것이니 괜한 꼬투리가 잡힌다면 여러가지 의미로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큰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레아의 뒤를 따를 뿐이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와중 자신의 말에 걱정이라도 한 것일까? 조용히 중얼 거리는 말에 그는 레아 본인이 아직 전음을 받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카드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파장을 맞추는 것에 대해 힘들어함을 떠올리고는 손을 들어 조용히 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다시 한번 전음을 보내기 시작한다.
[대답할 필요 없이 듣기만 하거라. 일단 그대의 용무를 본다음 천천히 보도록 하지. 어차피 숨을 돌리기 위해 이 곳에 온 것도 있고, 그대가 사는 곳을 한번쯤은 보고 싶었으니까.]
그와 동시에 아주 잠깐 마력장을 걷어내며 그의 오른손과 얼굴만 잠깐 드러나보인다. 마차 장난스레 웃으며 윙크를 하는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인간미가 드러나 보였고, 둥둥 떠다니는 손은 검지만을 치겨든채 마치 조용히 하라는 듯한 제스쳐만을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다시 전체적인 모습이 마력장에 감춰짐과 동시에 그는 다시 자취를 감추었고 아까전의 비현실적인 광경만이 아직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었다.
헐 진짜로 답레 다셨.. 제가 4일은 잇기 힘들다고 말씀도 드렸고 늦은 시간이라 달릴 줄 몰랐는데 8ㅁ8!! 새벽까지 고생하셨군요 감사합니다 ㅠㅁㅠ!! 게다가 용들의 신경전도 곧 나올 거 같아 기대됩니다:D!! 격식 차리는 거 안 좋아한다는 블랑님이 보이지도 않는데 인사까지 하다니 뭐랄까.. (말로 잘 표현이 안 되는데) 왠지 숙연해지네요 품격 있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읽으면서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
>>127 아이구야 감사합니다! (무리하신 건 아닌가 모르겠고..;;) 컨디션은 괜찮으신가요? 상대 용님의 나이랑 성별이랑 성격이 궁금해지는군요~ 블랑님이랑은 험악한 사이인지 단순히 교류만 꺼리는 사이인지도요! (팝콘잼'w') 암튼 기대됩니다! 또 블랑님이 레아한테 살뜰하게 마음 쓰는 것도 잘 보여서 개인적으론 그거도 관전 포인트 삼고 있습니다ㅎㅎ (레아는 아직 블랑님한테 기여한 게 1도 없다시피한데 마음 좋은 사장님이에요 :D!!)
>>128 컨디션은 언제나 오케이입니다! 걱정 안끼칠 정도로 조절중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이는 40여년 차이로 동생이고 여자인데..... 블랑 말로는 시건방집니다. 농안까고 거의 서로 마주보면 한쪽은 팔짱끼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고 블랑쪽은 주머니에 손 넣고 가만히 노려보는데.... 뭐랄까, 더 나이든 용 들 말로는 말꺼내기 어려울정도로 공기가 얼어붙는다고..... 참고로 상대용은 저희가 생각하는 공룡 체형 + 큰 날개라서 약 천년전에 블랑 레어에 와서 깽판치다가 블랑 주먹에 얻어맞은 전적도 있습니다
그런 용이군요ㅎㅎ 용족 수명을 생각하면 40년 차이 정도는 개월 수 차이로 간주해도 될 것 같은데 동생이라니 너무 깐깐한 기준 아닌가요ㅎㅎ 혹시 그거에 빡쳐서 사이가 나빠진 걸까요..? 아니면 설마.. 성장 후에 블랑님이 당첨 복권 같아서 호감을 표현했다가 무안당해서 원한(?)이 생겼다거나?!? (아무리 그래도 남의 집에서 깽판이라니 성격이 좋다고는 못하겠지만요ㅡㅡ;; ) 한편 황금용이라니 발바리아의 시조랑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도 기대됩니다ㅇㅂㅇ!! 그런데 용의 색깔에 어떤 기능이 있나요? 색깔에 따라 능력치나 고유의 힘 같은 거에 차이가 있다거나?
노동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투자였군요ㅎㅎ 레아가 밥값(?)하는 직원이 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라민 선생님이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멀어져 마음이 놓였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뭘 보여 줘야 대학을 구경시켰다고 할 수 있을까? 대학 특유의 자유롭고 학구적인(그러면서도 다소 서툴고 치기 어린 감도 있는?) 분위기를 선보이자면 각종 강의의 청강이, 레아를 비롯한 연구원들의 일상을 소개하자면 공동 연구실 구경이, 학교의 생활 환경을 직관적으로 드러내자면 교내 식당에서의 식사가 어울리겠지만, 그것들은 대학이나 연구원에 뜻을 품은 경우에나 알맞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용은 잘은 몰라도 인간보다 인간 세상에 더 해박한 모양이라 인간의 강의는 시시하게 느낄 것 같고, 공동 연구실로 가자니 용족의 예상 서식지 지도나 용족 상상도를 진짜 용에게 보이는 게 어쩐지 낯부끄러웠다. 하다 못해 식사도, 교내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는 용이 몇 년간 조작했다는 마법 기사가 만든 게 더 입에 맞을 것 같다. 그럼 뭘 보여?
답이 안 나와 묶은 머리를 배배 꼬는데, 정수리에 온기가 덮였다. 뒤이어 따스한, 그래서 심신이 나른해질 정도로 가슴을 저릿하게 울리는 메시지가 머릿속을 메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담을 덜어 주려는 배려가 물씬 느껴지는 메시지였다. 감동한 것도 같고 의아한 것도 같은 미묘한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 용은 처음부터 의문이 안 들 수 없을 만큼 자신에게 너그러웠다. 거처를 침범해 일거수일투족을 엿보려 했는데도 오히려 환대해 주고, 흘려 넘길 수 있는 말도 경청하며 고평가해 준 데다, 채용 제안을 하고 나서는 폐부까지 파고드는 격려는 물론 갖가지 소소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새삼스러운 의문이 떠오를 찰나, 간이 떨어질 것 같은 충격이 닥쳤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그의 얼굴과 손만 나타난 것이다. 터져 나온 비명은 어찌어찌 틀어막아 소리나마 줄였으나, 숨을 잘못 들이켰는지 (둥둥 뜬 손이 조용이 하라는 듯 움직인 게 무색하게) 딸꾹질이 요란하게 나왔다. 가슴을 두드려도, 한동안 숨을 참다가 침을 넘겨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정신이 없다 보니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던 것도 깜박하고 어거지로 말을 끄집어내 버렸다.
"..딸꾹! 저, 숙소부터..딸꾹! 다녀오..딸꾹! 다녀오겠습니다!"
그러고 냅다 숙소로 달렸다. 쪽팔려. 얼굴이 뜨거워서 볼에다 날것을 올리면 익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달리는 와중에도 딸꾹질은 계속 나왔고, 심지어 방에 들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사이에도 그치지 않았다. 그나마 방을 함께 쓰는 연구원은 외출 중이라 그쪽의 시선을 의식하진 않아도 되는 게 다행이었다.
제발 좀 그쳐라. 레아는 단숨에 물을 한 컵 들이키고 옷가지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에 익은 만년필도 가죽 케이스에 넣어 챙겼다. 왕립 대학에 합격했을 때, 부모님이 큰 맘 먹고 골라 주신 최상품이다. 야영할 때 쓰다간 망가질까 봐 안 챙겼는데.. 이제는, 가져가고 싶었다. 망가질 걱정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1달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해도 요람에서 쓰고 싶었다. 도구를 바꾼다고 일을 더 잘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공을 들이고 싶었다.
한창 다른 일에 정신을 판 덕일까? 중간중간 환장하게 나오던 딸꾹질이 어느새 멎어 있었다. 레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빵빵해진 가방을 메고 기숙사를 나왔다. 그러나 나오고 보니 쎄하다. 냅다 달려버려서 흑룡이 어디 있을지 모르겠다! 따라왔다면 자신의 돌발행동에 당혹스러웠을 게 딱하고, 아니라면 투명하게 몸을 숨긴 이를 찾아야 하니 낭패다. 레아는 구겨지는 인상을 어쩌지 못하고 제 이마를 짚었다.
// 어제 너무 무리하신 거 같기도 하고 운 좋게 짬이 나기도 해서 답레 써 봤습니다(._.)!! (다음 주는 이러기 힘들 거 같으니8ㅁ8 느긋하게 이어 주셔도 됩니다!)
>>131 아.. 하긴 그러네요 여러 가지로 악연이라면 복잡한 사이겠군요 황금색인데도 발바리아와는 무관하다니 놀랐네요 그럼 용의 종족? 일족? 분류는 색깔과 무관한 건가요? (블랑님 종족이 블랙 드래곤이라 앞의 색상도 관계 있을 줄 알았는데요ㅎ)
레아가 계속 신세만 지고 있는 거 같은데 밥값을 한다고 여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도덕엔 기브 앤 테이크가 필수이니께) 레아가 좀 더 분발하길 바랍니다ㅎㅎ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아주 작게,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그것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소소하고도 작은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다. 그저 한가롭게 교정을 거닐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고, 학생들이 조용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만족할 것이었으며, 각자의 열정을 살려서 그들의 앞길을 밝히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좋을 것이다. 혹여나 연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은 어떻게 행하는지도 실물로 직접 본다면 큰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작은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식사를 시작할때도 누군가 냅킨을 뽑을때 어느 방향으로 뽑을지 결정하는 것처럼 자그마한 씨앗에서 태동한 그것들은 마침내 발아하고 잎을 내는 것이다. 자신이 발아시킨 씨앗의 모습과, 다른이들이 발아시킨 씨앗의 모습이 다를게 분명한 것처럼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고 그 결과를 내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에게는 크나큰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용이라고 해서 많은 것을 알고는 있지만 모든 것을 아는 것은 분명히 아닐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순식간에 달려나가는 여인의 모습에 헛웃음을 들이켰다.
'이런, 장난이 지나쳤군.'
조만간 같이 일하게 될 유능한 인재인데 더해, 근 1300년에 가까울 정도로 만나지 못했던 인간─아인종을 제외하고─이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장난기가 돌아 그런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과했던 모양이었다. 물론 쫒아 갈 수는 있겠지만은, 그래도 먼저 달려나간 김에 천천히 이곳을 걸으며 아주 잠시간의 바깥 공기의 상쾌함을 느끼며 천천히 걸음을 걸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온화한 표정 한가운데에 천천히 금이 가고 마침내 나타난 냉막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걸 만난 표정이 지어지며 천천히 그가 투명화를 풀어낸다.
"...... 유희중 아니었나?" "그러는 그쪽이야 말로, 유희에 관심 없던 거 아니었나?"
아주 잠시간동안이지만,
대기가 흔들렸다.
─────────────────────
마침내 그가 마무리를 짓고 천천히 전신에 투명화를 건다. 분명히 소란이 있었지만 아까전과 같이 아주 평온한 모습을 보여주며 흔들렸던 대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해져 있었다. 투명화를 걸면서 천천히 냉막한 표정을 지우고 다시 아까전과 같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그려보인다. 그래, 어차피 저쪽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다. 어차피 유희중 아니던가. 게다가 하는 생동을 봐선, 복장과 함께 유추해보면 그저 생도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자신과 레아랑 부딪힐 일은 크게 없을 것이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기숙사를 바라 보았다.
"늦지는 않았나."
다행히 사람이 좀 있었기 때문일까,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그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안도의 표정을 그렸다. 늦지 않았기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까, 그는 잠시간 미소를 그린채 가만히 입구를 바라보며 기둥에 기대고 있었고 마침내 어디 피난 가는 것 마냥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온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한번 파장을 맞추기 시작했다.
[지금 정문의 기둥에 기대고 서있다네. 그대가 물건을 가지고 나올때까지 시간을 낼겸 천천히 기숙사 주변 구경을 하고 있었으니 걱정 말게. 자네가 내가 준 카드를 몸에 지니고 있는 한 다행히 그대를 따라 갈 수 있으니까 말이지.]
물론 위치만 추론 가능할 뿐,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하는지는 제대로 모른다. 오직 자신의 마력을 추적해서 다가갈 뿐이었으니까. 그래도 그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히 제 역할은 다 할 것이라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그녀의 근처에 다가 선 다음, 그녀만 들릴 정도로 아주 작게 속삭여 주었다. 아까전의 일을 최대한 떠올리지 않으며, 속으로 감정을 모두 삼켜낸 그였기에, 레아가 알 일은 절대 없으리라.
// 아이구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니신지..... 천천히 이어주세요!! 어차피 지금 답레를 달은 이유는 저기 짝대기 사이에 있었던 일에 관해서 나중에 독백식으로 적어두려는거니까요!! 다행히 지도 만들시간까지 확보된 셈이니 천천히 답레 적어주시면 됩니다!!!
일족에 가까운데 보통 혼성 결혼에 가까워요. 부모중에 마력이 강한 쪽의 색을 타고나는 식이다 보니 용 색이 여러가지로 존재해요!! 그래도 다들 쪽수가 적다보니 건너건너 가다보면 꽤 아는 경우도 있고요. 발바리아를 세운 금룡, 즉 골드드래곤의 경우에는 현재 금룡 중에서 꽤 연배가 있는 쪽이고, 지금 싸운 쪽은 옛날 다른 금룡의 혈통을 타고난 쪽인셈이죠. 블랑이 꽤 특수 케이스지만 이건 스포일러이니 꽤 나중에 이야기 해드리는걸로!!
아유, 여러가지로 레아를 통해 연구도 하고 일지도 적고 하고 있습니다!! 레스에는 안적을 뿐이지!! 꽤 흥미진진하게 적고 있는 편이라고요!!
>>133 헐 답레 빠르셔..:O! >>121에서 용들이 무슨 초딩 같다고 웃었는데 확실히 말투만 고상해져도 긴장감이 달라지는군요! 나오기만 하고 짤린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독백으로 써 주신다니 어떨지 궁금하네요:)
적대적인 용님은 발바리아의 용과 혈통상 아예 무관계는 아니지만 혈족 관계를 따지고 들면 남남이나 다름없는 정도인 걸까요? 그리고 발바리아를 금룡이 세운 건가요, 아니면 금룡과 인간의 혼혈인 반인반용이 세운 건가요? (그 이전에 용과 인간의 이종교배가 가능한지를 여쭤야 하려나요ㅋ) 금룡이 직접 세운 거면 유희차 인간계에 나왔다가 황제 자리까자 먹은 뒤에 인간 놀이 지겨워져서(?) 사망 위장을 하고 빠져나왔으려나 상상해 봤습니다:) 블랑님은 특수 케이스라 그래서 시트에 [스포일러]가 있나 보군요 부모 중에 흑룡은 없었던 걸까요? (+ 말씀드리다 보니 흑룡이나 금룡이 능력상 어떤 차이가 있을지도 궁금해졌습니다'w')
으앜ㅋㅋㅋ 일지에 적고 있다니 뭔가 쑥스럽군요 이제 만난 지 이틀째이긴 해도 어떤 내용일지 보고 싶어집니다:D!! 남의 일기는 보는 맛이.. (아님)
후자가 정답입니다!! 발바리아 제국의 초대황제는 금룡이에요!! 그래서 용과 인간의 혼혈인데 그래서 발바리아 황가는 대대로 뛰어난 재능을 하나씩 타고난답니다!! 아 자꾸 풀면 들통나는데....!! 일단 이건 확실히 하고 갈께요!! 흑룡계통에 혈통인자 또한 용의 그것은 맞아요!! 다만 태어났을때의 [스포일러] 때문에 [검열 삭제] 되어서 [사전 검수 완료]로 태어난 겁니다!!
지금 나온 금룡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Exactly!! 정답입니다!! 진짜로 그정도 포지션이에요!! 오죽하면 블랑이 저 금룡을 깔때 "네 일족에는 고결한 정신이 깃들었지만, 너는 구역질날 정도의 무언가가 잠들고 있구나."라고 할 정도니까요
나중에 정령들이 몰래 가져다 주는걸로 한번 썰풀이나 해볼까요 ㅋㅋㅋㅋㅋ 아마 레아가 들어온 기점으로 블랑이 레어 나갔다 들어오는 횟수가 잦아질 예정이라
>>139 말이 좋아 대빵이지 폭탄 돌리기로군요ㅋㅋ 그래도 현직 대빵한테 원한 샀다가 폭탄 돌리기 당하면 곤란하니까 현직 대빵 말을 잘 들을지도요(?) 설마 전임자가 폭탄 돌리기 하든가 말든가 그냥 쌩까기도 하려나요? 용 대빵이 뭘 근거로 블랑은 용 맞음 땅땅 했을지도 궁금하네요ㅎㅎ
어 일기 보면 곤란해할 건 생각했어도 그쪽으로는 생각 못했네요 (._.)a 일기면 안 읽을 테니 걱정 없는 것으로..ㅋ (??) 그나저나 정령들 문맹이었군요?! 아니면 설마 놀리려고 글자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려는 걸까요?:O
>>137 금룡이 자기 혈통? 유전자가 대를 이어 내려가도 옅어지지 않게 했다는 것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발바리아 황실이 대를 이어 내려갈수록 혈통의 1/2은 용인 인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자식을 2명씩만 가진다고 해도 2대에 2명, 3대에 4명, 4대에 8명, 5대에 16명, 6대에 32명..)
그러면 반인반용인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나 버리고, 그런 세계에서 용족 연구가 필요한 분야로 여겨질 수 있을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용족 연구가 불필요하다면 레아의 설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으니까요)
농담이 아니라 서로 나만 아니면 돼!! 라고 외치는 상황이라 말 안듣고 뻗대는게 일상입니다. 걸리면 귀찮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로드도 용이니까 로드가 억지로 말하면 듣는 척은 하거든요. 그리고 나름 외압에서는 단결하는 편이라서.... 그리고 전대 로드가 생각외로 합리적인 편이라 용들이 맞다고 하면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금 블랑의 진짜 정체를 아는건 전대와 현대 로드, 본인이 끝입니다!!
하급 정령들은 놀랍게도 문맹입니다!! 이제 좀 성장한 중상급 정령들은 전부 글자를 읽을줄 알지만요!! 정령왕이랑 정령여왕이 있긴 한데..... 걔네는 드래곤 두마리랑 정면으로 맞다이 까도 우위를 점할수 있다고만 읍읍
예리한 지적이신데요! 하지만 피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재능을 전부 개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용의 피를 잇는 것은 황가 내부에서 황가의 비밀 의식을 치룬 이들만이 피를 이을 수 있어요! 무슨 소리인고 하니, 황가의 의식을 치루는 것은 오직 다음대 황제 뿐입니다. 혈통이 새어나갈거 같지만 새어나가지 않는 이유중 하나지요. 그외에는 재능을 개화하더라도 다음세대에는 용의 피를 남겨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게 저희는 발바리아 황가가 용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게 겉으로 티는 안나요. 즉, 세상사람들은 그저 발바리아 황가가 자신들의 정통을 위해서 '금룡의 자손이라고 하는거구나.'라고 생각할 뿐이죠. 실제로도 발바리아 황가가 용인이라는 건 발바리아 황가, 그중에서도 발바리아를 계승하는 적자들만 알고 있는 극비 사항중 극비 사항이에요
>>142-143 전임 용제가 블랑은 용 맞음 땅땅해서 나머지 용들도 그렇다고 인정했다는 말씀이시죠? 그런데 블랑의 외형이 여타 용과 다른데도 전임 용제가 블랑은 용 맞음 땅땅한 근거는 뭐였나요? 블랑의 정체를 전임 용제도 안다면 용 맞다고 판단한 근거가 혹시 [스포일러]와 관련된 무언가인가요? (뜬금없이 블랑이 모종의 프로젝트에 실험체로 동원됐던 건 아닌가 하는 망상도 스쳤습니다 ^ㄷ^;;)
사람 말 못 알아듣는 척했던 것과 달리 문맹은 찐이었네요:O 같이 사는 큰 친구(??)의 일기 내용이 궁금했던 애기들이군요ㅎㅎ (이해됩니다 남의 일기 읽기 개꿀잼.. 긍데 그럼 안 되죠 ㅠㅠㅋㅋㅋㅋㅋㅋ)
황금용의 유전자 계승은 황제한테만, 그러니까 유전자 계승을 가능하게 하는 비밀 의식을 치른 뒤에만 진행된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확실히 용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듯합니다. 다만 비밀 의식을 주관하는 건 황제뿐일 것 같은데 그러면 황제가 돌연사하거나 전사하는 경우, 반란으로 인해 황제나 후계자가 바뀌는 경우 같은 돌발 상황이 일어나면 비밀 의식이 불가능해져서 유전자 계승이 무산될 것 같아요ㅠ 발바리아의 역대 황제들이 저런 문제에는 어떻게 대비했을까요?(._.)a 한편으로는 (건국 신화를 보면 신의 자손이네 천손이네 약을 파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발바리아 황제들이 실제로 용의 혈통을 잇고도 그 사실을 극비로 했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ㅇㅅㅇ!!
어후 스포일러를 파고 드시려 하다니 밑천을 떼먹으시려고...!!! 일단 생명체는 고유 마나 파장이 있다고 했었죠? 이게 흔히들 말하는 주파수 같은 개념인데 일단 이 주파수도 권역에 따라 비슷하게 맞는 파장들이 있어요! 이 고유 마나 파장을 기반으로 다른 종족인지 아닌지 판별이 가능해요! 이게 1차! 2차는 피로 검증하는 방식인데 보통 용들끼리는 색이 다르더라도 피가 섞이거든요. 블랑은 이 두가지에 모두 해당됐어요. 게다가 로드가 직접 검증한거고 반발이 있더라도 '그럼 너희가 직접 검증해'라는 말이 나올테니 논란은 수그러드는 셈이죠!!
그래서 황제들은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재능을 개화한 형제를 한명 더 대동시켰어요. 그 과정에서 형제들은 최소한도로 혈통을 잇는 방법을 극비로 전수 시켰지요. 즉 황제의 혈통을 잇는 방법을 아는건 황제 기준으로 황제와 황태자. 그리고 황제의 형제가 되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걸 아셔야 합니다. 발바리아에서는 황제가 제일 강하고 성품도 어질어야 해요. 그래서 황태자가 된 인물들은 소위 말하는 '초인'이라고도 일컫어 집니다. 괜히 대륙의 3분지 1을 장악하고서 수천년간 유지된게 아니에요.
>>145 하하..^ㄷ^a 파고들었다기보다 >>135에서 태어났을때의 [스포일러] 때문에 [검열 삭제] 되어서 [사전 검수 완료]로 태어난 거라고 하시니까 괜히 매드사이언티스트가 떠올라서요ㅋ 암튼 그 정도면 용은 맞겠네요ㅎㅎ
유전자 보존을 위한 스페어 타이어(??)가 있는 셈이군요 그런데 황제의 친동기이면서 비밀 의식도 알고 자기도 재능이 있으면 자기 말고 조카가 제위에 오르는 게 억울해진 나머지 일을 쳤을 만도 한데 황제가 신뢰를 배신당하는 불상사는 없었나 보군요 역대 황제들은 사람 보는 안목도 쩔었나 봅니다
답레는 못 이으면서 물음표 살인마만 하고 있으니 영 민망하네요ㅠㅠa 그런데도 친절히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47 매드사이언티스트를 떠올려선지 블랑님의 찐정체는 용족의 흑역사(??)와도 관련 있을 거 같지 말입니다'w' 스포일러 안 내켜 하시니 여기까지만 상상하고 멈추겠습니다ㅎㅎ
그 정도 결속력이면 무슨 야쿠자나 마피아 수준 아닙니까ㅎㄷㄷ 그렇게나 유대가 강하면 황위 다툼으로 난리가 나기는커녕(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주위 부추김으로 난리 나는 경우도 없진 않을 텐데 그 걱정도 없겠습니다!) 황족들이 황실을 지탱하는 든든한 백이 되어 줄 거 같군요 게다가 수천 년 동안 초인 같은 황제만 즉위했을 정도면 발바리아가 아직 대륙을 통일 못 한 게 미스테리일 지경인데요:O (황제가 아무리 초인이라 해도 개인인 이상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긴 하겠습니다만)
그거도 그거지만 메인스트림에 가까운, 블랑님이 레아를 관찰하면서는 하는 연구도 궁금하군요 (자유상극에서 레아가 자기 통해 인간 연구 해도 된다고 답하려던 때에는 인간에 관한 자료는 이미 충분하니 괜찮다고 했었는디ㅎㅎ) 인간 일반의 특성을 탐구하는 거라기보다는 레아라는 개별 개체의 특성에서 뭔가 포착하려는 걸까나요?:)
1. 키메라나 그런건 아닙니다!! 이건 확실해요!! 블랑은 순수혈통 용이 맞고요!! 다만 이 형태는 추후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2. 황제는 황족들의 권위를 내세워주고 황족들은 황제의 든든한 지지기반이 되어줍니다. 가장 이상적인 중앙집권 국가의 형태지요. 그리고 웃기게도 잘난놈 다구리의 법칙은 여기서도 일맥상통합니다. 세계 3분지 1을 가지고가는 패권국은 맞으나 사방에서 왕국 동맹이랑 캐놀라인 제국을 비롯해 곤드나(Gondna) 해상 연방등이 국가적으로 견제를 하고 있는지라.... 팽창정책 한번 잘못 펼쳤다가는 세계대전이 일어날껍니다
3. 수많은 이들이 인간에 대해 연구하고 또 서로를 관찰했다고는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니까요! 물론 천태만상이 바로 인간군상이라 하지만 그 중에서 자신의 안목이 정말 정확했는지도 알고 싶어서 이 연구일지가 시작된겁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카다로스를 초대 황제가 대륙의 6할이나 먹어 부린(그랬다가 2대째에 분열되어 망했다고 하긴 했지만요) 대제국으로 설정해 버렸던 터라,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반인반용 황제가 대륙의 1/3만 차지하고 말았다는 게 의외였나 봅니다 (세상 일이란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말입니다ㅎㅎ)
말씀 듣고 보니 일기 같은 사생활 기록이라기보다는 사견이나 감상을 배제하고 진짜로 일어난 사건만 정리한 기록 같을 듯하네요:) 정령들이 문맹이 아니라서 읽었더라도 얼마 못 가 노잼(??)이라며 덮었겠습니다ㅋㅋ
1. 일단 말씀하신거에 기반으로 카디로스는 대륙의 절반을 먹고, 당시 발바리아는 지금보다 조금 더 작은 강국이었지만, 2대째부터 태자 책봉 과정애서 내란이 일어나 1차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마지막 건곤일척의 승부로 발바리아를 침공, 발바리아는 수도 근교까지 패퇴하였으나, 발바리아 근교의 대삼림 지역에 몰아넣은 카디로스측 20만 대군을 싹 태워서 격파, 카디로스측이 알지 못하게 보급로 라인 파괴와 더불어 포위 섬멸 작전을 달성해 카디로스 측에 막대한 사상자와 포로를 잡았고, 받아낸 배상금과 영토를 기반으로 제국으로 일어섬. 카디로스는 그후 내부분열로 인해 지금의 지도를 형성시키게 되는데 그중 가장 크고 핵심적인 땅을 캐놀라인 공국이 흡수, 제국으로 거듭나게 됨.
결국 인간 나라가 졌군요 흑흑ㅠㅠ (하기야 용 vs 인간 이전에 나라가 콩가루가 됐으니 안 지는 게 이상..(._.)a)
그러고 보니 >>133에서 황금용 씨를 생도라고 하신 거, 대학생 코스프레 중이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될까요? 만약 그렇다면 나중에 레아가 수업 조교를 맡는 강의의 수강생이거나 청강생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레아랑 조우하면 어떤 느낌일지 꽤나 궁금한지라ㅎㅎ) 어떨까요:D? 황금용 씨도 폴리모프한 모습은 얼빠 숱하게 홀릴 미인상일라나요?
잉? 당연히 감상이나 의견은 배제하고 사실적 정보 위주로 기록했을 줄 알았는데 어째 반응이 그건 아니라고 암시하시는 거 같은데요ㅋㅋㅋ 이러시면 궁금해져 버리지 말입니다!!
1. 넵 대학생도입니다!! 현재 다니는 학과에서 퀸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겉으로보기엔 서글서글하고 둥글둥글한 고양이 같은 귀염상에 자세히 보면 성숙미와 요염함이 돋보이는 여성입니다. 목소리 자체는 꽤 달콤하고 부드러운 편인데, 그 안에 왠지모를 섬찟함이 감돈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 아이를 만난 직후 블랑이 레아를 꽤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154-155 역시나ㅋㅋㅋ 레아가 블랑님 변신한 모습 감상(?)하면서 앞으로 외모가 눈에 띄게 잘난 인간이 보이면 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들 거 같다고 그랬는데 그에 부합하는 사례 하나 추가군요XD! 사례 둘만으로 일반화하는 건 무리수지만요:) 걱정이라.. 용 입장에서 인간은 별거 아닌 존재라 황금용 씨가 굳이 건들 동기는 없겠거니 생각했는데 블랑님한테 억하심정이 많다면 분풀이 삼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군요ㄷㄷ (레아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려 용한테 악감정을 사 버렸다?! ㅇㅁㅇ;;;)
ㅋㅋㅋㅋ 그리 말씀하시니 연구 기록일지 찐일기일지 헷갈리잖습니까ㅎㅎ 슈뢰딩거의 일기(??)를 깔 기회가 과연 있을지..!!
헐 아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라 찍어 봤는데 ㄹㅇ이었군요:O 팔왕의 난도 섞으셨고ㅎㅎ 스톰트루퍼는 저는 모르는 거라 찾아보니 스타워즈의 깡통로봇(._.)a..이나 독일의 돌격 부대를 가리키는 말 같네요 전쟁사를 섞으셨다면 후자이려나요?
1. 드래곤들도 나르시즘이 굉장히 강한편이라서욬ㅋㅋㅋ 물론 지들 취향도 확고한지라, 지금 현대 로드는 유희중이지만, 종족은 리자드맨으로 활동중입니다.
2. °◇° 삐약삐약(스턴건 맞음)
3. Great!! 독일 돌격부대는 단순하게 깡무식한 화력을 쏟아붙는 중화기를 비롯한 장비들을 인간이 이용해 전투하는 돌격부대였지만 발바리아의 스톰트루퍼들은 보통 2인 1개조, 16인 1분대, 4분대 당 1소대로 구성되어집니다. 이들의 역할은 독일 스톰트루퍼랑 비슷해요. 강력한 화력을 이용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하며 전장의 최후방까지 침투해 말그대로 전선 전체를 개난장판으로 뒤집어 놓는 역할을 했죠. 보통 2인은 기병과 마법사로 이루어지며, 마법사는 보통 배리어 한번에 나머지는 전부 공격마법을 투사하도록 해놨고, 기병들은 그들을 데리고 전선 한가운데를 돌파하고, 돌파하고서도 백병전으로 전투할 수 있게 대다수 마나를 검에 두를수 있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즉 돌격대이지만 초 고급 인력으로 이루어진 와일드 카드라 봐도 될꺼에요
>>160-161 앗! 쓰시기 힘드시면 무슨 얘기 주고받았는지만 대강 알려 주셔도 되는데요! 줄글 쓰는 거 은근 기 빨리니까요.. 8ㅁ8 (근데 그 엘프님도 그렇고 화끈한 NPC(?)를 왕왕 등장시키시네요:)! )
청색이 물도 얼음도 아니군요?! 반전:O 흑색이 땅인 것도 꽤 의외입니다(흑색이면 막연히 암흑 마법 같은 걸 맡겠거니 했습니다ㅎ) 그럼 흑룡은 농사가 잘 되게 도울 수도 있으려나요?ㅎㅎ 두 가지 색을 타고나는 경우는 두 속성 다 잘 쓰겠군요 그러면 색이 1개인 용보다 더 강하려나요?
링크해 주신 곡 들어 봤습니다! 경쾌하고 자유분방한 느낌이라 블랑님이 기 죽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가는 게 떠오르는군요 생각난 김에 저도 레아랑 어울릴 거 같은 곡 남겨 봅니다~ (전 영상을 통으로 첨부하는 법은 모르겠어서 링크로..ㅋ) https://youtu.be/Tpz99Tyt1B0
서글서글하고 둥글둥글한 고양이 같은 귀염상에 자세히 보면 성숙미와 요염함이 돋보이는, 금발을 스트레이트 펌 스타일로 다듬어 지나가던 사람이 한번쯤은 눈여겨볼 만한 외모를 가진 여성과, 그와 정반대 되는 조금은 순하지만 전체적인 선이 살아있는 흔하다면 흔하지만 자세히 보면 미남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사내, 그 정 반대 되는 존재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또한 정 반대였다. 한쪽은 오만함과 자만심이 넘치는 미소였고, 한쪽은 얼어붙다 못해 경멸감이 서려 있는 무표정이었으니까.
".... 유희중이었으면 그낭 지나갈 것이지. 왜 찾아온거지. 유희중에는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건 금기일텐데." "호오? 너야말로, 용이 유희 외에 이러한 곳에 오는 건 아무래도 암묵적으로나마 허가되지 않은 일이니까." "내가 뭘 하건 널 무시한 시점 부터 내 일에 관여할 이유는 없을텐데?" "그러는 너야말로, 지금 걸리는 게 있어서 그런거 아닌가?"
두 사람이 천천히 다가선다. 다가설수록 공기가 급속도로 무거위고 사방의 마나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순식간에 사방팔방으로 마나로 뭉쳐진 공기탄이 수십여발이 생성, 사출, 충돌을 반복하면서 충격파를 쏟아내었다. 충격파의 여파때문일까, 날카로운 돌맹이 하나가 블랑의 얼굴을 스쳐지나가고, 빈틈을 파고든 소녀의 공기탄 한발이 그대로 블랑의 어깨에 직격한다. 하지만 블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허리춤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은채 여인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칫...."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일까, 어느샌가 여인의 손에는 날카로운 금속제 나이프가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었으며,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블랑의 미간과 하복부, 드래곤하트가 있는 명치 어림께를 노리고 날아든다. 그마저도 블랑은 공간을 접어서 자신을 통과해 자신의 뒷편 바위에 부딪히게 만들뿐이었지만 말이다. 공방을 주고 받으며, 손해는 분명 블랑이 봤는데, 여인은 블랑의 그 경멸감 어린 표정에 짜증이라도 난다는 듯이 이를 아득, 깨물며 말했다.
"네놈 낯짝은, 몇백년이 지나도 마음에 안들어." "..... 개인적인 욕망때문에 미래를 위한 유산을 갈취하려던 년에게 들을 이야기는 아니다." "잘난척하기는."
그러나 여인도, 블랑도 알고 있었다. 이 이상으로 날뛴다면 분명 골치아픈 족속들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둘 다 약점이 확실히 잡힌 이상, 더 나아갔다간 둘다 손해가 클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각자의 감정이 스쳐지나간 자리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심지어 여인의 마나로 이루어졌던 나이프 조차, 이미 그 효력을 다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칼이 부딪힌 자국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다채롭게 전개할꺼면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표현 하는게 좋을 거 같으니까요!!
실제로 흑룡의 레어가 자리 잡았던 대지는 지맥이 크게 활성화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카더라요, 그게 진실일지는 모르지만요. 네, 효율이 무지 좋습니다. 정확히는 다른 색상이라고 다른 마나를 쓰지 못하는게 아니라 그 계열 마나가 효율이 좋은거에요. 그래서 브레스도 보통 그 계열 속성을 따라가는 방식이고요.(땅속성 브레스의 경우는 강렬한 충격파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린 드래곤과의 차이점이라면 그린 드래곤은 풍압으로 찢어버리고, 흑룡은 충격파로 뭉개버린다는 느낌이 강하겠네요.) 두개의 속성을 받아들인 경우는 한번에 두 속성 브레스를 쏟아낸다던가, 그 두가지 마나 장악력을 이용해 여러가지 효율성을 추구할수도 있는 셈이죠.
아!! 링크는 그냥 주소창 www.youtube.com 링크를 통으로 해서 하단 유튜브 링크하기에 붙여넣으시면 됩니다!! 모바일도 앞에 m. 이 부분을 www.로 고치면 올릴 수 있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 감도 안 와 한숨만 내쉬는데 다시 한 번 흑룡의 메시지가 머릿속을 울렸다. 레아의 돌발 행동에도 불구하고 출입증 덕에 큰 문제는 없었던 모양이다. 온갖 마법에 능한 용답게 자신의 마력을 담은 물체도 손쉽게 추적하나 보다. 어쨌든 곤란하지는 않았다니 다행인데, 정문 기둥? 뻔히 들었지만 눈을 비비고 봐도 기둥 언저리엔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진짜 감쪽같네. 불쑥 손을 뻗어 보고픈 충동이 드는 걸 묶은 머리를 움키며 억눌렀다. 인적이 드물었던 언덕길과 달리 기숙사는 오가는 기숙생이 제법 있는 터라 투명한 물체(?)의 존재로 이목을 끌었다간 난감해질 것 같았다. 문제는 또 있었다. 학교 구경을 하쟀으니 어디로 갈지 알리기는 해야겠는데, 이래서야 무슨 말을 못 꺼내겠다. 허공에다 말을 거는 괴상한 몰골로 보일 거 아냐?
레아는 입맛이 쓴 표정을 띠었다가, 마침 들어오는 다른 기숙사생을 피해 기둥 맞은편의 벽에 등을(정확히는 가득 채워 묵직해진 가방을) 기댄 뒤 출입증을 꺼냈다. 이번엔 좀 덜 힘들어야 할 텐데. 그러면서 출입증의 신비스러운 문양을 주시하자니 (그의 눈동자 색을 닮은) 불꽃 같기도 하고 노을 같기도 한 적황색 빛이 다시금 선연해지며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흑룡인데 마력(으로 추정되는 빛)은 검은색이 아니라 적황색이네. 용의 색과 마력의 색은 상관이 없는 걸까? 아니지. 집중. 집중.. 그러나 잡념(빛이 궤도 삼은 문양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도 궁금했다.)이 그치질 않아 영 집중이 안 됐다. 결국 다 집어치우고 빛이 문양을 도는 횟수를 세기로 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이윽고 두통과 함께 처음에 겪었던, 영혼이 빠져 나가는 것만 같은 감각이 엄습했다. 자칫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불안해질 만큼 또렷한 감각이었다.
그나마 이후는 수월했다. 빛의 바다에 잠기기라도 한 것처럼 온통 적황색 빛이 일렁이는 동시에 다른 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는 고요한 상태, 처음 시도했을 때와 똑같다. 아니, 다르다. 뭐가 다른지 구체적으로 짚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처음과는 달랐다.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평온한 느낌은 비슷한데, 이번엔 묘하게 어딘가 어색했다. 돌멩이로 인해 생긴 물둘레가 채 가시지 않은 물 같달까? 별일 없었다 말해 줬긴 하지만, 역시 내가 갑자기 가 버린 게 곤란했던 걸까? 순간 제 불찰을 사과하고픈 마음이 솟았으나 참았다. 설령 곤란했다 해도 굳이 밝히지 않은 것은 내가 알아채는 건 원치 않는다는 뜻일 테니까. 그걸 굳이 아는 척해 버리는 건 내 께름칙함을 덜려는 짓에 불과하다.
그래서 원래 전달하려던, 학교에서 돌아볼 곳이나 알리기로 했다. 내가 사는 곳(연구실 정도면 '사는' 곳이라고 해도 어울린다.)을 보고 싶다니, 공동 연구실과 교내 식당이 그나마 무난하겠다. 사실 그 두 곳과 기숙사와 강의 조교를 맡을 경우 가게 되는 강의실 말고는 가는 데가 없다시피 하니까.
[구경하실 만한 거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주로 연구실에 머물고 식사는 교내 식당에서 해 왔습니다. 일단은 그리로 안내하겠습니다.]
메시지가 좀 길어졌을 뿐인데 기운이 쭉 빠졌다. 이거 힘들다. 진짜 힘들어. 용족의 언어도 이렇게 파장이란 걸 맞춰야만 익혀지는 거라면 안 배우고 말지 싶어질 정도다.. 라고는 해도 막상 기회가 생기면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싶어지려나? 용족의 언어가 어떤지 아직 모르고 가르쳐 준다는 이도 없는 마당에 고민하는 스스로가 싱거워 레아는 픽 웃어 버렸다. 그와 별개로 대책은 있었으면 좋겠다. 메시지를 전할 때는 어디 이동하지도 못하는데 그가 투명한 채이면 다른 의사소통 수단도 마땅치 않으니 아무래도 곤란하다.
[정신 파장이라는 거, 좀 더 쉽게 맞출 수는 없습니까..?]
//전음 2번 만에 힘에 부쳐 하는 마도구초짜 레아 되겠습니다(._.).. 그리고 >>133 보면서 레아는 전혀 모르는 게 나을지를 궁리해 봤는데요, 텔레파시를 보낼 때 정신 파장을 맞추다 보면 뭔가 낌새를 챌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아서 그쪽으로 서술해 봤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방향이라면 말씀해 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164 와~ 엄청 많은 내용이 담긴 것 같은 독백이에요!! 말 몇 마디 시비조로 나누고 말 줄 알았는데 진짜로 싸움 날 뻔했다ㅇㅁㅇ;;; 금용 누님 무섭군요('m').. 블랑님 얼굴도 긁히고 어깨도 맞았는데 괜찮은 건가요8ㅁ8? 아니면 드래곤이라 돌멩이나 마나탄 쯤은 맞아 봤자 생채기조차 안 나려나요:|? 공간 접기라는 게 이동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공격당하는 찰나에도 시전 가능한 거였군요ㅎㄷㄷ(공간 접기가 땅속성과 관련이 깊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ㅎ) 직원 대할 때랑 딴판으로 살벌한 블랑님 말투도 놀랐습니다. 금용 씨가 왜 저렇게까지 블랑님을 질색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성격 나빠, 누님 :O..) + 덤으로 황금용 씨가 나이프 꺼낼 땐 용이면서 왜 나이프를? 했다가 마지막 문장 보고서야 아 금룡이 자기 마력으로 만든 칼이었구나 했습니다ㅎㅎ 혹시, 이번 일상에서 학교 돌아다닐 때 레아도 금용 씨를 볼 일이 있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금용 씨가 레아를 발견한다거나?
>>165 블랑님네 집인 에르네스트 산이 수도 북쪽이니까 크레티스 왕국 수도(이름 아무거나 붙일까요8ㅁ8..?)는 농사가 잘..이 아니라 추운 나라잖아!! 금광이나 다른 지하 자원 광맥이라도 튼실했으면 좋겠네요. 제가 과문해서 충격파의 개념은 모릅니다만^ㄷ^;; 땅속성 브레스면 중력에 짓눌려서 땅에 짜부되는 걸 상상했는데 비슷하려나요? 지금 용 대빵은 2개 색이라고 하셨으니 되게 쎈 용이겠네요
방법도 알려 주셨으니 영상 다시 한 번 올려 볼까요?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올려 보기 전엔 모르겠다는 점에서 슈뢰딩거의 영상이군요ㅋ)
아프지만 저 뒤에 치료마법 돌려서 회복했습니다! 생각보다 멀쩡해요!! 그리고 블랑의 육체를 보시면 아세겠지만 육탄전에 특화된 모습이다보니 고통도 잘 참는 편이고요! 근육통 수준으로 아프겠지만 딱히 큰 문제는 없을꺼에요!! 그리고 저렇게 공간 관련 기술을 제대로 쓸수 있는건 오직 블랑이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가능한겁니다!! 는 이미 다 불어버린 기분인데 이거 맞....겠죠?(먼산) 그리고 네, 가능성 있습니다. 애시당초 몸을 마나로 두른,싱태라 블랑이 뒤에 서있는거 보고 눈치 챌 가능성이 더 높아요.
아 그리고 제가 현 대륙에서 강대국 3개중 하나로 크레티스를 꼽았는데, 네 맞아요. 지하 광맥이 풍부하고 삼림자원이 제일 많습니다. 그래서 이종족 친화 정책이 가장 잘되어있는 캐놀라인 다음으로 이종족 거주 비율이 높다고 설정했습니다. 그만큼 온갖 지식이 모여드는 것도 한몫했죠. 넵, 땅속성 브레스는 중력광선 비슷하게 쏘는 방식인데, 추가로 울림이 제일 커서 영향권 밖에서도 정신적인 방면으로 큰 피해를 입혀요, 전의를 억눌러버린다던지, 그 함성에 잠식당해 광란을 일으킨다던지. 그래서 문헌상에선 흑룡을 광룡(미칠 광)이라고도 일컫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부정확하다! 싶으면 올리기 전에 테스트 한번 눌러보세요!! 누르기 전에 본인이 어떻게 올리게 될지 미리 확인이 가능하답니다!!
>>168 안 아픈 게 아니라 참은 거였군요ㅠㅠ >>164에서 그냥 주머니에 손 넣고 있었대서 진짜 안 아픈가 긴가민가 했는데.. 고통을 잘 참든 못 참든 아프면 서러우니 몸조리 잘해야겠습니다!! 아 그 부분 모르겠고 나오기 전까진 깨끗이 포기했습니다 언젠간 나오겠거니..(._.)a ..진짜로 금용 누님의 어그로를 끌어 버리겠군요 누님 미물인 인간 말고 블랑님이랑 직접 담소 나누십..8ㅁ8a (그 화끈한 성향으로 보아 무리)
중력 + 음공인 셈일까요? 영화에서 악 써서 유리 깨는 연출은 얼핏 본 것도 같습니다ㅋ 인간인 레아는 잘못 휘말리면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될 거 같은지라ㅎㅎ 본 스레에서 브레스까지는 나올 일은 웬만하면 없었으면 좋겠군요
팁 감사합니다! 참 그 일전에 와 주신 관전자님이 재방문해 주셨더라고요 앵커 남기겠습니다. situplay>1596493065>262
그래도 블랑 입장에서는 크게 다친것도 아니라 크게 신경 안쓸껍니다! 다만 이제 앞으로 여기서 다닐 레아를 좀 걱정할 수도 있을거 같아요. 계속 저 금룡이랑 부딪히고 다닐테니까.... 꽤 시달리지 않을까 크게 걱정할꺼에요!!
비슷합니다!! 어디까지나 인간들이 세운 가설이지만, 일각에서는 흑룡들은 의지, 즉 마나를 부리는 힘이 여기서 크게 발현된다고 연구 한 이들이 있어요. 흑룡들의 포효를 정면으로 들은 증언들을 최대한 가능한 만큼 모아서 연구한 결과, 자연계의 정점에 도달한 자들이 약소한 이들에게 보여주는 공포라 생각했지만, 역으로 알 수 없는 힘이 있어서 듣는 이들로 하여금 이렇게 행동하게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연구 일지가 있지요. 다만 어디까지나 가설이라서 지금은 어딘가에 파묻혀 있겠지만요.
답 작성하고 왔습니다!!
다만 오늘은 제가 조금 바빠서..... 답레가 쬐까 늦을꺼에오!! 기다리지 마시구 주무세요!!
>>170 헐.. 한창때라고 몸 너무 막 굴리는 거 아닙니까:( 건강은 젊을 때부터 챙겨야 합니다!! 좀 개드립입다만 그래도 같은 용한테 공격당한 거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거 같지 말입니다(._.).. 금용님이 보고 계셔, 는 굉장히 무서울 거 같긴 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초월적 존재의 어그로를 끈 셈이니요 한낱 인간으로선 대비할 방도도 마땅치 않고ㅠ 블랑님과 처음 만난 순간 못지않게 공포스럽지 않을까요8ㅁ8 (금용 누님은 말보다 주먹이 앞설 거 같아서 무섭지 말입니다('m').. )
용이 포효까지 할 정도로 어그로를 끌고도 생존한 인간이라니 운이 좋네요:O 근데 제가 말씀하신 부분을 명확히 파악하질 못했는데.. 흑룡의 마력에 지성체의 정신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는 건가요? 암튼 그런 운 좋은 인간 덕에 남은 기록은 굉장히 희귀할 거 같아서 레아도 확인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 봤습니다!! 용들이 부러워지더군요ㅋ 역시 삶이든 게임이든 양학이 제맛이죠(응?) 근데 전대 대빵은 대체 왜 제 수명이랑 인간네 나라를 맞바꾼..;;;; 게다가 아기로 폴리모프 ㅎㄷㄷ(인간 아기의 기저귀 차는 생활, 근육 발달 덜 되어서 물건 잘 못 집고 뒤집기 하다 몸살 앓는 신세 같은 걸 다 ㄹㅇ로 겪..ㅇㅁㅇ;;;;) 그 정도면 유희가 아니라 제2의 삶인데요?! 흑마법이 신성력에 가깝다는 것도 놀랐고요(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랑 정반대ㅋㅋ) 게다가 신성력을 쓰는 용이 언데드라니 반전 2배:O.. 근데 언데드 용은 스스로 살아난 건가요 네크로멘서 같은 이가 사역하는 건가요?
아이고 오늘 독백도 쓰셨잖습니까 덕분에 이미 재밌었습니다:D! 다만 레아가 낌새 챈 부분은 수정 안 해도 괜찮을지요:O?
아유 괜찮습니다!! 블랑은 튼튼해요!! 막말로 동급 용이랑 다이다이 뜨고서도 잘 버티는 만큼 튼튼해요!! 그리고 회복 마법 다 걸어서 이제는 멀쩡합니다!!
모든 용은 마나에 의지를 담을수 있습니다!! 그 기술의 정수가 바로 브레스, 즉 숨결인거고요!!
블랑이랑 비슷한 겁니다. 인간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할겸 그렇게 살아가다가 인간의 그것에 감화되어서, 그리고 종국에는 자신보다 한순간을 살아갈 자신의 자손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거죠. 괜히 블랑이 고귀한 정신이라 한게 아니에요. 흑마력과 신성력은 의외로 유사한 구조인게, '힘을 바란다'라는 구조에요. 신성력은 신성한 존재에게 기도하는 행위로 힘을 빌려 그 힘을 대행하는 것이고, 흑마법은 제물을 바치는 행위로 그 힘을 휘두르는거니까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 유사성으로 인해 드래곤들은 사용가능하지만, 굳이? 라는 느낌이 강하죠 언데드 드래곤은..... 드래곤들이 스스로 금기시 하는 영역 중 하나라 이 부분은 조금있다 레스로 적으며 설명을....
전음을 보내오는 레아의 모습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채─어차피 투명한 모습이라 보이지는 않을테지만─가만히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마나량이 적은 것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잘 따라오고 있었다. 언령, 의지를 녹여내어 대기중의 마나를 이용한 능력, 어쩌면 이 과정에서 그녀도 터득할 수 있을지 몰랐다. 물론 그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그만큼 노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쳐줄수 있는 부분이었다. 잠깐이지만 마법으로 치료한 어깨가 살짝 욱씬 거렸다. 이미 치료는 끝났으나 잠깐의 뻐근함은 어쩔수 없다는 것일까. 게다가 같은 용에게 공격받은 것이다. 쉽게 넘어간다면 넘어갈 수 있겠지만 역으로 대수로운 상처가 아닐수도 있었다. 순간의 도발에 넘어간 것은 정신수양이 부족함 때문만은 아니겠지. 그러한 상념때문일까? 그녀와 공명하는 파장이 아주 잠시간 흔들렸고, 그 흔들림이 그녀게 닿는 순간 그는 퍼뜩 정신이 든 것인지 그를 조심스럽게 감추며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그녀의 말에 쾌활한 어조로 전음을 이어 나갔다.
[거 좋군! 두군데 다 부탁하겠네!!]
학창시절이라는 것이 없는 용의 삶, 즉 지금 이들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당연히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어떠한 일이라도 별로 실망하지 않을 것이며, 아마 어떠한 악조건의 상황이더라도 즐길 수 있을 것이리라. 그것이 바로 그였으니까. 항상 새로운 경험에 대해 받아들이고 학습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여인의 투정이 들려온다. 힘이 빠진 듯, 아니면 오랜시간 동안 운동을 한 듯한 탈력감이 섞인 음성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러하였다. 그녀는 마나가 적기도 적거니와 이러한 마도구─심지어 제대로 충전도 되어 있지 않은 듯 했다─를 사용해본 적이 드물었을 테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린 다음 가볍게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고, 그 움직임에 따라 마치 이끌려가기라도 하듯이 그의 손으로 출입증이 쥐어진다. 손톱을 살짝 날카롭게 세운 다음 순식간에 그의 손이 마법진을 고쳐나가기 시작했고, 아주 잠시간의 고안 끝에 그는 조심스레 소녀의 손에 출입증을 쥐어주고는 전음을 이어나갔다.
[생각해보니 그대가 이걸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 걸 생각 못했군. 일단은, 정신파장을 수렴하는 기준을 내가 아닌 자네를 기준으로 맞췄네. 이것으로 조금은 힘든게 줄어들겠지. 그리고 그대의 마나를 사용한다는 감각이 아닌, 이 출입증안에 담긴 마나를 사용한다는 감각으로 해보게나. 아마 조금 더 편해질 것이야.]
그렇게 조언을 덧붙인 그녀에게 조금 가까이 다가서는 그였다.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일까? 그는 천천히 정신을 집중시켜서 그녀와의 파장을 동기화 시켰고, 이내 익숙해졌다는 듯이 그녀에게 마저 입을 열었다.
[자네, 지금 배우는게 사실 엄청 빠른거네. 사실 말하자면 우리는 이걸 몇천년은 해온 족속들이야. 우리만큼 잘하는 게 이상한 것이지. 그러니까 조금 힘들어도 운동한다는 느낌으로 배워나가게나, 이걸 완벽히 익혀낸다면 아마 정신력도 많이 늘어나게 될것이고 장시간 연구해도 많은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되겠지. 하루 10분정도라도 익숙해져보게나.]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그는 레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조금만 힘내보자는 뜻의 격려어린 손짓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조금은 걱정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 학교에는 이미 그녀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도 이번 유희는 이 학교의 대학생도로서 활동하고 이름을 떨치는 것이 목표인 듯 싶었다. 그렇다면 차후에 그녀가 레아와 마주친다면..... 아니다, 지금은 이러한 걱정을 하기엔 너무나도 이른 시기였다. 그렇게 상념을 떨쳐 내며 그는 천천히 미소를 머금은채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 그럼, 일단 왕복지점부터 설정하는게 어떤가? 그게 주 목적이었던것 같은데. 생각해둔 곳이라도 있는가?]
>>172-173 블랑님 멀쩡하다셨는데 답레에선 어째서..8ㅁ8!? (저 언급을 넣을 수 있어서 잇기 더 편해졌다고 하신 건가 짐작만 해 봅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브레스에 마나를 제어하는 힘인 의지가 담겨 있어서, 브레스를 맞은 지성체는 공포나 광란에 빠질 수 있다..는 걸까요?
인간의 어떤 면에 감화된 걸까요? 제각기 자기 삶을 살려고 아등바등 애쓰는 집념? 근데 확실히 미묘하긴 하네요, 전임 용 대빵이 황제가 되고 자기 유전자? 능력?을 자손들에게 두고두고 이식한 결과 발바리아는 번영했지만, 반대 급부로 다른 나라는 크든 작든 발바리아에 치일 것이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타격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테니까요 (당장 20만 대군이 이릉대전처럼 쓸렸고 말입니다.) 국가간 대립이나 전쟁에서 이득을 보는 쪽이 있으면 손실을 보는 쪽도 있기 마련임을 생각하면 전임 용 대빵의 처사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지 개인적으론 의문입니다. 하긴 그러니 명줄이 날아갔겠습니다만.. 그런데 명줄을 날리는 주체는 누구인가요? 용 대빵 위에 또 다른 존재가 있는 건가요? (그러고 보니 >>164에서도 '골치아픈 족속들'이라고 언급된 이가 있었는데 그네들은 누구인지요?) 그러고 보니 흑마법도 제물을 바치는 행위라고 하셨는데 제물을 받는 주체는 누구인가요? 그리고 언데드 드래곤 = 드래곤이 금기시하는 영역이라면, 누가 사역하는 게 아니라 용이 마음먹으면 셀프로 될 수 있는 거 맞나요?
1. 아무리 치료는 해놨어도 치료후의 뻐근함이 남은겁니다!! 타격 자체는 크지 않아요!! 그리고 좀 과민하게 반응한 것도 있고요!!
2. 조금 설명이 길어지겠지만 천천히 말씀드릴께요!!
마법을 사용한다는 개념은 [언어를 통해 의지를 발현]하고, 그 [의지로 하여금 마나를 움직]이며, 그 [술식에 맞게 전개되는 과정]인겁니다! 즉 브레스는 여기서 언어를 통해 의지를 발현해, 체내에 축적된 고농도의 마나와 대기중의 마나를 모아 내뱉는 방식인 겁니다! 예를 들자면 레드드래곤의 브레스의 경우에는 [모조리 태워주마!!], 혹은 [모두 불타올라라!!]라는 의지를 숨결에 담아 낸거고, 그 과정에서 마나는고온, 고압의 화염을 발생시키는 거라 보시면 되요!! 다른 브레스도 마찬가지이고요!!
3. 자기 삶을 살아가면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는,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면서도 남을 위해 살아가려는 자들을 보며 지낸 결과입니다. 결국 물론 마지막에서 그러한 결정 때문에 전대 로드는 현 시점으로부터 5년뒤 수면기에서 깨어나 수명의 반이 날아가게 된 셈이죠. 인간을 통해 올바른 정신을 보고 그에 맞춰 행동하였으나, 결국 그 끝에 자신의 자손들을 너무 위한 나머지 용으로선 해선 안될 행동을 한 셈인거죠. 물론 본인도 이에 대해 긍정했고 다른 용들의 처벌에 응하여, 자신의 수명을 잘라버리는 벌을 받게 된거죠. 어떻게 보면 가장 인간적으로 변해버린 용인 셈이네요, 서술하고 보니. 용의 대빵이라기 보다는 그저 대표하는 격인거고, 사실상 거의 선출직에 가까운 셈이라 이 마저도 용들이 원한다면 처벌이 가능해요, 발언권은 새끼를 갓 벗어난 1천살 이상부터 발언권이 생기고요. 골치아픈 족속들은 >>164 레스에서 수명이 지긋하신 고룡분들입니다. 용은 마나를 머금고 세지는 만큼 일정 나이가 지나기 전까지는 계속 힘이 세지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쇠락하기 시작해요. 그래서 수명을 자연으로 환원한다는게 큰 벌이고요. 그만큼 쇠락하는 시기가 빠르게 찾아오는 셈이니까요. 흑마법의 대상은 다른 차원, 즉 마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지옥의 개념이 이곳에 속하지요. 현계와 다르게 댓가만 준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힘은 확실하게 건네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도와 믿음을 댓가로 힘을 건네는 신성력하고도 일맥 상통하는 셈이죠. 다만 신성력의 경우엔 이러한 성향때문에 힘이 강하지 않지만 안정적이며, 현계에 부합하는 힘을 주는 셈이고, 흑마법은 반대로 강하고 확실한 힘을 주지만, 그만큼 불안정하고 현계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겠네요.
역시 관찰력이 좋으시네요. 정답입니다. 자존심이 강한 용들이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초연한 용들이지만, 아주 가끔씩, 이레귤러같은 느낌으로 자신의 죽음에 대해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용들이 있어요. 제가 윤회 전생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 윤회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에너지가 자연으로 환원되요. 이게 지금 이 차원에서 계속 반복해가며 에너지를 순환 시키는 방식이고, 이게 차원을 안정화 시키는 방식이고요. 그래서 이 세계에는 마나를 활용할줄 아는 이들이 많아지고 또 이종족 중에서도 영웅이 나타나고 죽는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다만 그만큼 강력한 힘과 의지를 가진 용이기에 오히려 자신의 죽음을 거부하면 강한 사념을 지닌 언데드가 되는데 이게 바로 자신의 육체를 담볼로 한 언데드가 되는 거에요. 물론 이는 일정 경지에 이른 마도사(리치)나 기사(데스나이트)에도 통용되는 경우인데, 드래곤의 경우에는 훨씬 더 위험하다는 차이점이 있죠. 죽고 싶지 않다는 의지와 그것이 환원될 에너지를 지옥에 넘기는 것으로 수명을 연장시키고 강대한 마나를 얻어내는 것, 바로 이게 언데드 드래곤이 탄생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는 중립을 표방하는 용들에게 있어서 매우 추악한 행동이기에 금기시되는 것이고요.
>>175 1) 저는 보면서 생각이 좀 많아졌습니다ㅎ 워낙 미세한 변화라 레아가 눈치 못 챌 것 같다가도, 아무리 그래도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이긴 해서 수상하게 여길 거 같기도 하고, 수상하게 여긴다고 해도 블랑님이 내색하기 싫어하니까 선 넘지 않으려고 넘어갈 거 같다가도, 아무래도 께름칙해서 못 참고 괜찮냐고 물을 것도 같고.. 그래서 고민됩니다ㅡ"ㅡ;;
2) ..어렵군요 솔직히 반이나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_.) 마나라는 에너지로 특정한 효과를 구현하는 게 마법이고, 시전자가 의도한 효과를 내는 마법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방법에 따라야 하며, 그 방법은 입 밖에 내든 속으로만 하든 언어 표현(캐스팅)을 하는 거...정도로 간주해도 될까요?
3) 확실히 옳은 일이나 타인을 위해 자기 자신마저 희생할 수 있는 인간을 목격하면 저라도 경외감부터 들 것 같습니다 다만 전쟁에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있는가에 제가 회의적인 편이다 보니 (자기의 자손에게 용족의 힘을 남긴 것 이전에) 발바리아라는 나라를 건국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부터가 정의에 부합할지 다소 의문입니다 발바리아라는 나라가 건국되지 않았다면 그럭저럭 살았을 인간 중에 죽거나 장애를 입거나 다치거나 가족 혹은 재산을 잃은 이가 숱하게 나왔을 것 같아서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까지 제가 접한 정보만으로는 (극단적인 표현입니다만) 전임 용 대빵을 자신이 편애하는 인간 집단의 앞길만 터 준 용으로 볼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발바리아가 다른 국가보다 정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요소는 뭐가 있을까요?
4) 그렇군요. 스스로 언데드가 될 수 있고 언데드는 수명이 한정적이지 않다면, 블랑님이 영혼 이식 실험에 실패할 경우 언데드 용이 되어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대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봤는데 그건 당사자가 안 원하겠네요:(
5) 아, 맞어. 관전 스레 답변 보고 놀랐습니다. 블랑님이 수백 년 더 기다릴 거라고 하셨을 때 전 당연히 다른 조수감의 등장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이해했는데 레아의 환생을 기다린다는 의미였나요ㅇㅁㅇ?! 환생을 할지, 한대도 언제 어느 지역에서 할지, 에르네스트 산 근처에서 한다고 해도 지성체로 환생할지 아무 보장이 없는데도요? (에르네스트 산에 서식하는 개미 군집 중 1마리로 환생할지도.. ㅎㄷㄷ )
1.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입니다! 무시하고 지나치셔도 되고 아니면 그냥 이야기를 꺼내셔도 이야기는 확실히 진행되거든요!! 그냥 대놓고 물어보시면 아마 웃으면서 대답해줄 껍니다!!
2. 아주 정확합니다! 마법사들이 괜히 마나에 대해 연구하고 이해도를 높인다는 개념도 여기서 나오면 되요!!
3. 그건 저도 정확하게 말할 수 없어요. 사실 레아주가 보는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도 정답이거든요. 그리고 전대 로드도 이거 때문에 후회를 많이 하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지금도 괴로워 하는 중이거든요. 세종대왕이 문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형제들에게 중책을 맡기면서 힘을 실어주다가 결국 단종이 폐위 되는 상황이 왔듯이 본인도 결국 자신이 생각한 정의와 정신이 퇴색될게 분명하다는 걸, 유희가 끝나고서, 문책 도중에야 깨달은 것이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준 힘을 거두기엔 그만큼 자신의 후손들도 소중했고, 더더군다나 자신의 마음 속에서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누군가를 희생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전대 로드는 결국 그렇게 댓가를 치루게 된겁니다. 그리고 결국 언젠가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렇게 올바르지 못한 정신을 이은 그 후손들도 아마 패망하게 되지않을까요. 그것이 아마, 오직 자신의 가족들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행동했던 전대 로드에게 주어질 최악의 결말인 셈이고요.
4. 가장 먼저 생각해보았으나, 아무리 미래를 생각해보아도 그것만큼 가장 어리석고도 추악한 행위가 없기 때문에 본인이 가장 먼저 폐기를 제안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5. 그래도 상관없었을 껍니다. 블랑에게 있어서 시간이라는 것은 많은 상황이니까요. 조바심을 낼 필요 없이 하나 하나, 차근히 준비하면서 제 1석을 공석으로 비워두고 기다리고 있었을꺼에요.
기력이 달리는 걸 억지로 버티는 와중에 흑룡의 격려가 울렸다. 언령? 그게 뭐지? 혹시 용족의 언어?? 암담해졌다. 진짜 이런 방식으로 익히는 거야? 아, 주님. 살려 주세요. (신앙심이 얕은 레아였지만 궁해지면 이렇게 절대신을 찾곤 한다. 라민 쌤의 강의를 통해 깨달은 사실-신앙심이 무엇에든 기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에 부합하는 행태다.)
그때 적황색 빛의 바다에 전해져 오던 미묘한 파동이 사라졌다. 뒤이어 마냥 유쾌하다는 듯한 반응. 짙어지는 위화감에 그만 물음이 튀어나와 버렸다.
[괜찮으신 겁니까?]
아차 싶었다. 흑룡의 반응은 흔들림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그런데 굳이 캐묻다니, 선 넘은 짓 아닌가.
[실례했습니다! 어쩐지 무리하시는 게 아닌가 싶어져서..]
고양이 걱정하는 쥐네, 또. 온갖 일을 손쉽게 해치울 수 있는 존재가 도대체 뭘 해야 무리라고? 어이가 없어 한숨이 나오는데도 찜찜함이 가시질 않았다. 이제까지 흑룡은 레아가 어처구니없이 무례한 질문을 했던 순간을 제외하고는 늘 여유만만해 보였다. 그런 이가 미미한 정도일지라도 동요했다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무리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 순간, 레아는 자신이 인간인 주제에 무려 용을 걱정하고 앉았는 원인을 깨달았다. 이 용,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무리해 버릴 거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그가 아침에 말했던 크런치 모드라도 언급해 볼까 하는 찰나, 기운이 쭉 빠지고 눈앞이 부예졌다. 시야가 돌아왔을 땐(적황색 빛의 바다가 아니라, 기숙사 문앞이 보이는 상태였다.) 출입증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런 채로 무늬가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이 아무래도 흑룡이 무슨 조치라도 취하는 모양이었다. 화들짝 주위부터 살폈다. 강의 직전 시간이 지났는지 다행히 지금은 오가는 이가 없지만, 이거 누가 보기라도 했다간 낭패 아냐? 몸으로 가리려 해 봤으나, 레아의 키보다 더 높이 떠 있는지라 여의치가 않았다. 사실 가려졌대도 한 방향이라 누가 다른 방향에서 나타나면 소용없을 것 같다. 어쩐다? 궁리 끝에 레아는 출입증 주위로(흑룡이 있을 법한 위치는 피해서) 손을 뻗어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자신이 마법을 시전하는 걸로 여겨 줬으면 해서였다. 근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맞나? 흉내도 뭘 알아야 내지..
다행히도 오래지 않아 흑룡은 레아에게 출입증을 건네 주었다. 이 순간도 자신이 마법을 쓴 것처럼 보이길 바라며 레아는 이어지는 설명에 집중했으나, 얼마 못가 난관에 부딪혔다. 내 마나가 아니라 출입증의 마나를 사용한다? 마나 그거 어떻게 쓰는 건데? 마법에 까막눈이다시피 한 레아로서는 가늠하기 통 어려운 설명이었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마법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마법을 배울 수 있었을 거고, 그랬으면 지금보다는 잘 알아들었을 텐데.
의기소침한 기분을 알아챘을까? 그가 격려하듯 토닥이더니 레아는 빨리 배우는 편이라며, 하루 10분 운동한다는 느낌으로 익혀 보란다. 운동이라, 확실히 운동 뺨 치긴 한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30분은 내리 달린 것처럼 진이 빠졌으니까. 그래서인지 어제부터 제대로 먹은 게 없어서인지 속이 텅 빈 감각도 쓰리도록 와닿았다. 눈꺼풀도 무거운 게 이 자리에 쪼그려도 바로 잠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할 건 해야지. 레아는 남은 손으로 눈을 문지르고 숨을 골랐다. 그런 뒤 출입증의 무늬를 응시하며 말 좀 전해 달라고 입속말로 중얼거리고는(출입증의 마나를 쓴다는 게 어떤 건지 상상도 안 됐던 탓에 출입증을 사람처럼 대해 버린 것이다.) 할 말을 떠올렸다.
[용학 공동 연구소 앞으로 설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제대로 전달이 됐을지 모르겠네. 그래도 일단 걸음은 옮겼다. 안내든 지점 설정이든 그리로 가야 할 수 있을 테니까.
3) 문책당하는 시점에라도 가족에게서 힘을 거두었더라면(말씀하시는 거로 보아 용의 힘을 잃으면 사망하는 것 같긴 합니다만, 그때쯤엔 가족의 수나마 적었을 테니..) 지나친 개입이 불러온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자신의 안위를 위해 타자를 희생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저지렀던 일의 뒷수습일 텐데, 그걸 포기해 버린 셈이군요.... 수명을 내놓는 벌을 기꺼이 받은 것도 보기에 따라서는 다른 형태의 이기심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습니다
4) 저는 기억과 능력과 성격이 유지만 된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블랑님은 질색하는군요..(._.) 마계와 한번 얽히면 어떤 식으로든 변질되는 게 시간문제여서일까요?
5) 아니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그렇지 환생체를 기다리다니요8ㅁ8? 말이 좋아 환생체지 기억도 없고 성격부터 능력까지 싹 다른 개체일 텐데요, 설마 개미로 환생하면 개미를 비서 삼는 겁니까?!? ㅇㅁㅇ;;;;;
1. 저걸 공부하는 학생들은 머리가 깨질라 칼껄요....? 사실 설명하는 저도 이게 제대로 된 설명인지 모루겟소요(....)
2. 그런 당신을 위한 한마디, 이 세계는 인과율이 매우 확실합니다.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하고 그 죗값을 치루지 아니하였다면, 그 결과는 분명히 돌아옵니다. 본인이 죗값을 치루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말이죠. 범죄를 지은 부모의 자식이 될지, 아니면 그 형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요.
3. 질색팔색 할수밖에 없는게..... 어..... 2번의 대답과 마찬가지로, 이 세계는 인과율이 매우 쎄게 돌아오는 편이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 불가능해요(.....) 게다가 언데드가 되면 일단 목숨 연장은 되거든요? 네,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장은 됩니다. 그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라는게 문제죠.
4. 개미로 환생했다면 '아, 이런, 실패 했군, 뭐 시간은 많으니까 좀 더 기다려볼까. 어차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을테니....' 이런 마인드로 다음 생을 기다려주지 않을까요!
>>180-182 답변 보고서 바로 작성 시작했는데 워낙 곰손이라 늦었습니다 ㅠㅠ;;;; 헐 주사위 기능이 있군요? 나도 해 봐야지 .dice 1 100. = 43 근데 뭐로 굴리신 겁니까? 연구소에 뭐가 있다 없다인 것인지?
1) 레아를 마법알못으로 설정하길 잘한 거 같습니다..(._.)
2) 세상에 전임 용 대빵 정도면 인과율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그런 선택을 했던 겁니까?! 하계(?)에 놀러 나갔다가 자기파멸적 행보를 연속한 것이.. 비극 주인공 같군요
3) 원숭이 손 같은 겁니까? 대놓고 바란 거만 이루어지고 나머지는 다 어그러지는.. 그런 식이면 언데드 드래곤이나 리치나 데스나이트들의 말로도 딱하겠군요
4) 헐.. 언제 지성체( 중에서도 레아 같은 끈기파 너드)로 환생할 줄 알고 기다립니까?! 그러느니 다른 지성체 중에 레아 같은 타입이 있나 찾는 게 100배는 빠를 것 같습니다..ㅇ>-<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제가 개체가 한번 죽으면 환생이고 뭐고 연속성 같은 거 없다는 파여서인 듯합니다^ㄷ^a)
그의 머리를 타고 들어오는 레아의 걱정에 그가 턱을 쓰다듬으며─보이지는 않겠지만─고개를 주억거린다. 그 아주 잠시간의 그 흔들림을 잡아내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는 것일까, 괜한 걱정을 시킬까봐 일부러 감추었건만 아무래도 최근에 연구만 한다고 감정 다스리기 같은 명상을 게을리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명상이 필요한 것은 레아 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레어에 돌아가면 자신도 하루에 1시간 정도는 명상을 하면서 정신 수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기야 조절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런 것은 아무래도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꽤 힘든 것이 될테니까.
[아닐세, 아니야. 오히려 그대가 무리를 하는 것 같군. 일단 나중에 설명해줄테니까. 오늘은 목표한 일만 하는 걸로 하지.]
생각해보니 그녀가 한번도 마도구를 써봤다는 가정도 안했던 사실을 자각하며 그는 늘 그렇듯 자신의 이마를 장심으로 치며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자신이 잠깐 외출했을때 마도구는 귀족들의 전유물이 되어 있었고 아직 서민들에게는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마도구의 존재만을 알고 있을뿐 제대로된 사용법을 알고 있는 것은 귀족을 제외하면 얼마 되지 않은 게 현 상황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내며, 돌아가게 되면 마나의 개념과 마도구 사용법부터 가르쳐야 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용을 알려면 그 근간이 되는 마나도 공부해야 할테니 오히려 일석이조가 아닐까?
[그러고보니 자네, 식사는 어떻게 할 셈인가? 몸의 피로와 정신적인 부분은 내가 지금 잠깐 도와준다 치더라도....]
그랬다. 자신은 밥을 안먹어도 된다지만, 지금 이 눈앞에 있는 연약하디 연약한 여인은 인간이었다. 섭식을 함으로서 체력을 보충하고 잠을 잠으로서 기력을 보충하는, 그러한 일련의 생체활동을 함으로서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명, 그렇기에 조금은 의지를 해도 상관 없을텐데, 스스로의 의지로 이렇게 움직이는 것을 보다보면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였다. 정신력은 그래도 나름 단단한 것 같지만 육체가 그걸 뒷받침 해주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그녀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조금은 쉬어도 괜찮으련만, 그녀가 조금 서두른다는 생각에 그는 잠시간 쓰게 웃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는 알까? 지금 그가 향하는 곳에, 아직도 악연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호오....."
금빛 물결이 출렁이며 뱀같은 눈동자가 빛난다. 활동하기 편한 복장이었지만 여인의 몸매는 가리지 못한다는 듯 나올데 나오고 들어갈데 들어간 체형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에 주면 남학생들이 한번씩은 돌아보고 갈만한 화려한 외모,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날카로운 비수같은 색채는 그 이상의 위험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모습이었다. 여인은 잠시간 혀로 입술을 가볍게 핥으며 저 먼 곳을 응시하였다. 아까전에 잠깐 느꼈던 굴욕감이 목구멍 안으로 치밀고 들어오자 욕지기가 고개를 들이밀었지만 그녀는 참았다. 지금은 유희중이었고 자신은 이 학교에서 용모가 단정하고 품행이 ㅇ올곧은 절벽위의 꽃이었으니까.
"이리스! 거기서 뭐해! 곧 수업 시작하겠다!" "응! 알겠어! 금방 갈께!"
아까전의 날카로운 감정이 거짓말이라는 듯 금방 사그라든다. 그녀는 아까전의 과민 반응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것을 속 안으로 감추었고, 이내 동기들이 하는 말에 짐짓 쾌활하고 부드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손에 교과서를 든채, 잠시간 짜증나는 악연과 함께 감지되는 미약한 존재를 느끼기라도 하는 듯 그 방향으로 아주 잠깐 시선을 주다가 이내 등을 돌리며 수업에 서두르는 생도들 마냥 용학 공동 연구소를 향해 걸음을 총총 옮겼다.
>>184 헐 금용 누님 용학 전공:O?! 기왕 하시는 거 데이터 좀 많이 남겨서 아예 네임드 학자가 되어 버리시란!! (??) 연구소에서 마주칠지 아니면 누님이 강의 들으러 갔으니 엇갈릴지 모르겠군요 뭔 일이 터질지 궁금한데(졸지에 어그로 끌어 버려서 무섭지 말입니다..('m') ) 오늘은 답레를 못 달 거 같습니다 (현생 혐생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그래도 이을 때 참고하고자 몇 가지 여쭈려는데요 1) 블랑님이 목표한 일만 하자고 한 게 혹시 워프 포인트만 설정하고 요람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인가요? 학교 구경 안 하고? 2) >>178에서 레아가 마지막에 출입증한테 빌면서(;;) 전하려던 말은 안 전해진 건가요? 방법이 틀렸다거나?
그리고 잇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궁금해진 거 하나 추가요 블랑님 밥 안 먹어도 됩니까?! 생명체인데 식사 안 하고 생존이 가능해요??
>>185 1) 전임 용 대빵의 스불재로군요 양학하고 놀려다가 뭔 꼴이야.. 가족과 후손을 최우선시했던 양반이니 발바리아가 멸망하고 발바리아 황가가 몰락해 가는 걸 보면서도 수명 날아가서 능력이 약해진 상태라 아무 조치도 못 취하는 게 가장 큰 부메랑일지 그보다 더 강력한 부메랑이 있을지 궁금하군요
2) 추한 건 둘째 치고 무서워서라도 언데드 못 되겠습니다.. 앞서 언데드가 된 양반들은 몰라서 된 걸까요 알고도 자기는 괜찮겠거니 하고 된 걸까요?
3) ..헐 가챠거리 천지인데 레아의 영혼(?)만으로 가챠를 하는 건 시간과 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각 안 나오는 선택 같은데요;; 레아의 영혼이 깃든 환생체가 레아 같은 끈기파 너드인 동시에 요람의 보안도 다시 뚫는 우연이 또 일어나기 전에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먼저 올지도 모릅니다 ㅇ>-<
1. [인간들 따위가 용에 대해 얼마나 공부를 했다고 이런 이상한 연구소나 설립한거지, 같잖네.] 이런 마인드입니다! 호기심 반, 깔봄 반이 섞인 눈빛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요!!
1-1. 아 그부분은 지금 이거 답변 하고 수정해드릴께요!! 그 부분 묘사가 조금 빠졌네요!! 죄송합니다!! 미스테이크!! 1-2. 제대로 전해졌습니다!! 이것도 조금 더 설명 추가해드릴께요!! 방법과 결과는 맞는데 블랑 입장에선 조금 더 세련되게 해도 된다는 견해가 빠졌네요!!
2. 아! 정확히는 식사가 아예 필요 없다기 보다는 마나 자체가 계속 활동 에너지를 만들고 있는거에요!! 그냥 몸안에 드래곤하트가 공기중의 마나를 사용해 핵융합 원자로 마냥 열량 에너지를 내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렇게 체외로 배출된 마나는 다시 공기중으로 다시 분산되어서 순환 구조를 만드는거에요! 식사를 하면 효율은 좋아지지만 굳이 필요한가? 란 개념이고요.
그리고 이미 블랑은 밥묵었....(.....)
1. 그래서 나중에 이것도 좀 풀어볼 생각입니다. 과연 범죄를 지은 부모의 자식도 그것을 이어받게 되는지, 올곧은 가르침을 이어받은 자식이 그것을 왜곡시킨 방향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성장되어지는지 말이죠.
2. 죽음이란 미지의 공포 앞에서는 패닉에 휩쌓이면 뭐든 못할까요. 그래서 고룡들은 대다수가 항상 정신 수양에 힘을 쏟는 편입니다. 그래야지 어떠한 공포에도 그것을 극복할테니까.
3. 오히려 꽤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마 그 결말을 보지못해 아쉬워 하면서 눈을 감을수도 있어요. 수천년, 수만년이 지나 요람의 첫번째 문을 여는게, 그리고 가장 먼저 냅킨을 집게 되는게 레아일거라고 생각하며 유쾌함 반, 아쉬움 반으로 기대하며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거죠.
[아닐세, 아니야. 오히려 그대가 무리를 하는 것 같군. 일단 나중에 설명해줄테니까. 오늘은 목표한 일만 하는 걸로 하지. 정 안되면 학교 소개도 다음번에 부탁하겠네.]
출입증에 말을 거는 듯한 행동을 보며 그는 잠시간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이내, 생각해보니 그녀가 한번도 마도구를 써봤다는 가정도 안했던 사실을 자각하며 그는 늘 그렇듯 자신의 이마를 장심으로 치며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사실 그녀가 행동하는 방법이 절대 틀린 것은 아니었다. 말로써 표현함으로 제대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내고 그것은 의지가 되어 마도구를 작동시켰을테니까. 하지만 제대로 배웠다면 조금 더 세련되게, 머리속 생각으로 카드속 저장된 마나를 이끌어내 작동 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제서야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멀지 않은 옛날─그래 봤자 레아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다.─자신이 잠깐 외출했을때 마도구는 귀족들의 전유물이 되어 있었고 아직 서민들에게는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마도구의 존재만을 알고 있을뿐 제대로된 사용법을 알고 있는 것은 귀족을 제외하면 얼마 되지 않은 게 현 상황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내며, 돌아가게 되면 마나의 개념과 마도구 사용법부터 가르쳐야 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용을 알려면 그 근간이 되는 마나도 공부해야 할테니 오히려 일석이조가 아닐까? 그것을 떠나 지금의 그녀의 모습은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었다.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채 패닉에 있었을테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았다고는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것들에 준비도 없이 한번에 성공 했고, 그 과정에서 동반된 정신적 탈력감은 무조건 한계치까지 그녀를 몰아붙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생각해보니 처음 만났을때부터 그러하였다, 인간의 시선으로 최대한 배려를 했다지만은, 그것이 진정으로 인간에게 걸맞은 배려였을까? 억지로 이렇게 그녀를 몰아붙인 것은 아닐까? 조금은 많이 걱정이 되기 시작한, 아직은 젊디 젊은(?) 용의 모습이었다.
[그러고보니 자네, 식사는 어떻게 할 셈인가? 몸의 피로와 정신적인 부분은 내가 지금 잠깐 도와준다 치더라도....]
>>187-188 내용 보충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 블랑님의 면모가 좀 더 디테일해졌군요! (사실 레아의 피로도는 저부터가 서술을 제대로 못했었어서 할 말 없..ㅇ>-< )
1) 금용 누님 아니 용족 입장에선 우스꽝스러울 것 같긴 합니다ㅎㅎ >>132에서 레아가 어딜 구경시키나 고민했던 이유 중에 그런 점도 있고요ㅎㅎ (그러니까 기왕 오신 거 미물인 레아는 신경 쓰지 마시고^ㄷ^a 제대로 된 데이터 남게 활약 좀 하셔야..ㅋㅋ) 2) 밥 먹은 거야 알았습니다만(나 나도 토스트8ㅁ8ㅁ8ㅁ8ㅁ8!!!! ) 밥을 안 먹어도 된다는 언급이 보여서 안 먹고도 생존이 가능한가 하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생존 가능하군요 좋겠다!!
1)) 잘못한 당사자 말고 자식이 대가를 치르는 건 뭔가 억울합니다만, 전임 용 대빵의 경우 잘못의 결과물이 자식이기도 하다 보니 난감한 데가 있군요 자식 겉 낳지 속 낳는 거 아니라고 양육자의 의도와 다르게 자란 자식이 어떻게 되는가도 관전할 만한 부분 같습니다 2)) 인정요 오히려 안 죽을 방도가 있는데도 끝끝내 안 택하는 용들이 대단한 거겠습니다 3)) 헐.. 블랑님 왜 그래요8ㅁ8;;? 아무리 유능하고 적임자라고 판단했대도 그렇지, 스카웃하고 싶은 인재1한테 무슨 용생을 걸다시피 합니까ㅇㅁㅇ;;;;? 환생할 경우 종, 성격, 능력 등이 전혀 다른 개체가 되고 전생의 기억도 없다면, 영혼이라는 거에 연연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가족이나 소울메이트처럼 극도로 친밀하거나 대체 불가능한 사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레아는 어디로 봐도 블랑님한테 그런 존재가 아닌 듯한데 말입니다.. 혹시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다른 영혼이어서는 안 되는 이유 같은 게 있는 건가요?
1))) 레아가라는 애칭 보고 좀 고민했던 것입니다만.. 혹시 자유 상극이나 본스레에서 블랑님을 대하는 레아가 많이 어린애 같았나요? 너무 애 같은 캐는 안 굴리고 싶은데 말입니다^ㄷ^;; 2))) 블랑주님도 이 스레 굉장히 즐겨 주시는 거 같아서 늘 감사합니다!! 이건 그러다 보니 궁금해진 건데요, 어떤 부분에 흥미가 있으신 건지요? 그리고 제가 1:1 제안 드렸을 때 ㅇㅋ하시면서 기대하신 서사가 있나요? (TMI 해 보자면 저는 뒷얘기, 그러니까 블랑님이랑 요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나 레아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설정해 주시는 이 세계의 속사정도 이거저거 들을수록 흥미가 생기고 있고요ㅎㅎ)
1. 그게 불합리하다고 느낄수 있겠지만 결국 흔히들 말하는 그런 이기적인 행동이 결과물이 어떻게 돌아오는지에 대한 가장 가혹한 형벌에 가깝다고 볼수 있지 않을까요.
2. 가챠게임에서! SSR이 떴는데!! 그것만 있으면 파티구성 30퍼 이상은 하고 들어가는데!! 그게 눈앞에 들어왔다가 사라졌습니다!! 레아가 눈앞에서 진짜 그렇게 거절했으면 눈이 뒤집히지 않았을까욬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첫 가챠 대박이네 하면서 좋아했는데..... 그게 눈앞에서 사라지면 미친듯이 아쉽지 않을까욬ㅋㅋㅋ
1) 레아가가 사실 입에 짝짝붙고 나이상으로 그래서 장난 반으로 부르긴 했는데 기분이 안좋으시다면 그만두겠습니다!! 그런건 절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2) 아유, 복귀하자마자 어디 참여하기도 애매하고 싶어서 천천히 1:1 자유상황극을 살펴 봤는데 눈에 띄더라고요. 처음에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언가 아쉽게 끊긴것 같기도 해가지고 다시 살펴봤는데.... 그게 그렇게 됐네욬ㅋㅋㅋ 서사는 크게 생각한 것도 없어요! 사실 지금 설정 적어가는 것도 뇌내에서 거의 즉흥적으로 꺼내다 적는 방식이라서요!! 보고 싶은 서사라면.... 처음엔 솔직하게 없었는데요. 지금에 와선 제 기준에선 과연, 블랑과 레아가 스스로, 혹은 아직 인지 하지 못했어도,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진짜 순수한 의도의 정의를 가지고 어디까지 갈수 있을까 보고 싶어서, 라고 하고 싶네요. 솔직히 미래 같은거, 신이 아닌 이상 모르지만 각자만의 이상과 정의를 가지고 나아가는거, 아름답다고 생각하잖아요?
1. 그렇긴 합니다 낳음당한 이들이 딱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만 그럼 발바리아는 전임 용 대빵의 수면기가 끝나는 5년 뒤부터 헬게이트 열리는 겁니까? :(
2. 슬롯머신 한 기기에서 대박 딴 뒤로는 아무리 꼴아도 그 기기에서만 돌리는 뭐 그런 겁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 이래서 도박은 정신건강에 해롭.. (???)
1) 앗!! 감사합니다8ㅁ8!! 애정 가져 주시는 거 같아 감사하면서도 레아가 너무 철딱서니처럼 보여서 나온 애칭인가 불안했거든요 애 같지는 않다니 마음 놓입니다8ㅂ8ㅂ8ㅂ8!!
2) 각자의 이상과 정의라, 그런 건 확실히 간지가 나지요 현생의 저야 이상과 정의가 독으로 작용하는 게 더 무서운 소심이입니다만 그래도 이상을 안고 폭사(...)하는 이들 덕에 세상이 나아지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근데 블랑님은 확실히 이상을 품으면 똑바로 전진할 거 같은 인상입니다만 즈이 애는..ㅋㅋ 그런 걸 지녔다기엔 본인 자리를 찾기에 급급한 소시민이라^ㄷ^a 장차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고요 암튼 매번 잘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m(_ _)m
3) 한편 메타적으로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178에서 레아가 블랑님을 저도 모르게 무리해 버릴 거 같은 타입이라고 여긴 건 용 관상(?)을 잘 본 걸까요, 헛다리일까요? ㅋ
1. 아직 당분간은 예정에 없습니다. 일단 로드가 깨어난 후 5년 뒤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과연 얼마나 가련지는 저도 모르겠네요!!(무책임)
2. 슬롯머신보다는 가챠에 가깝죠. 잭팟이 터진다고 레아가 수십명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가챠나 도박이 해로운 문명은 맞습니다!!
1) 어우 울지마요, 제가 아가 울린거 같아서 기분이 묘해욧, 하지만 그래도 진짜 아가는 아니고 오히려 어른스럽고 의연해서 블랑도 시시때때로 놀라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돌리세요!! 부담가지지 마시고!!
2) 레아는 아주 좋은 억제제입니다. 항상 나아가려는 자가 있으면 억제하는 사람도 곁에 있어야 하는 법이거든요! 그래서 블랑이 더 적임자로 보는거에요, 의견에 동조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은 소극적인 안목으로 낮은 위치에서 바라봐주고 숨을 고를 타이밍을 만들어줄 만한 인재, 그러면서도 꾸준히 자신만의 방안을 모색해고 생각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것이 바로 지금 블랑이 레아를 선택한 이유에요. 급진적으로 움직이는 개혁은 반드시 성공하는게 아니니까요.
3) 2)에서 한 대답과 아주 일맥상통하네요. 정답입니다! 정의감도 있고 나름대로의 추진력도 있으며 주변에 무신경하다 못해 오시하는 용들과 다르게 기본적으로 옆집에 사는 형과 같이 주변에 상냥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또 그걸 뒷받침할 일신의 능력도 충분히 있지만, 그들을 위해서, 혹은 자신이 믿고 있는 정의에 대해서 무엇이든 하려고 나서다가 본인이 다치는 경우가 빈번하거든요. 실제로도 지금 나오게 될 여성 금룡과의 문제도 거기서 비롯되어진걸요!
아차 싶은 실수를 했는데도 되돌아온 걱정에 얼떨했다. 흑룡의 말대로였다. 이미 기진맥진했고 눈은 자꾸만 감겼다. 하지만, 그의 배려를 선뜻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기껏 베풀어 준 진수성찬 안 먹었어, 카다로스 제국사 필사한답시고 제대로 안 잤어, 아침에 토스트도 안 먹었어, 그래 놓고 울기는 아주 작정하고 곡을 했어.. 다 제가 자초한 건데 고용자에게 푸념하면 웃기지 않은가. 게다가 학교에 온 것도 자신이 옷을 챙기고 연구소를 편히 오갈 수 있게끔 흑룡이 마음 써 준 것이다. 그런데 연구소와 식당 구경이라는 사소한 일조차 안 하고 돌아간다? 도리가 아니다. 레아는 이를 악물고 가방끈을 붙들었다. 어깨에 쏠렸던 무게가 손에 덜어지며 좀은 편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는 출입증을 더욱 힘주어 움키면서 말을 전해 주길 기원했다. 문명에 닿지 않은 원시 부족의 종교 의식 같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효과가 있으면 그만이다.
[두 군데 정도야 다닐 만합니다. 게다가 연구소는 이동 지점으로 설정할 곳이기도 하잖습니까.]
다만 식사는 어쩌겠냐는 질문은 조금 난감했다. 식당에서 먹으면 되겠거니 했지만, 당장 식당으로 가기엔 동선이 안 나왔다. 식당만 가고 만다면 여기서 직행하는 게 편하다만, 식당에서 연구소로 가려면 산자락을 빙 둘러 오르거나 마의 108계단을 올라야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끼니를 거른 것에 항변하듯 허기가 심해져 이제는 속이 쥐어짜이는 느낌이었지만, 식당으로 향할 엄두는 안 났다. 그래서 출입증을 다시 꼭 쥐고 '의식'을 재개하려는데, 또 다른 문제가 떠올랐다. 학교 구경 하자고 가는 거니 그도 먹기는 먹어야 할 텐데, 이렇게 모습을 감춘 상태로 식사를 했다간 이목이 집중될 게 뻔했다. 이거도 마법인 거처럼 위장이 될까? 아니면 정령을 데리고 다니는 거로라든가? 이런저런 궁리로 산만해진 나머지 이어지는 메시지는 듣지 못한 채, 레아는 '의식'을 시도했다.
[식당에서 먹으면 됩니다만.. 모습을 감추신 채로 드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해졌을까? 모르겠지만 계속 걸었다, 말이 안 전해졌더라도 제 걸음이 어쨌든 가겠다는 의사 전달은 되었길 바라며. 지쳐서 처지는 탓인지, 언덕을 오르는 사이 몇몇 사람이 레아를 앞질러 갔다. 이 정도면 그는 아예 느긋하게 걸어도 되겠다. 좋아해야 하나? 실없는 생각이 스칠 쯤, 익숙한 갈림길이 나왔고 버릇처럼 발길이 왼쪽 오르막길로 향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밝은 회색의 마공학과 건물-지금은 학교를 떠난, 레아를 응원해 준 친구가 다녔던-이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공학과 건물과 대조라도 이루려는 것처럼 새까만, 용학 공동 연구소 건물이 나타났다. 순간 눈앞이 핑 도는 듯해 멈칫했다가, 눈을 꾹 감고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은 뒤 출입증을 쥐었다. ('의식'이라고 비유하긴 했지만 매번 말 전해 달라고 중얼거리기도 머쓱했다. 차차 익숙해져야 할 텐데.)
[여기가 공동 연구소입니다.]
사지가 무거운 와중에도 너무 싱겁게 느껴졌다. 아니,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선 채로 잠들어 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기억나는 걸 이것저것 주워섬겼다.
[원래는 가장 강력한 용이 황금용이라는 전설을 반영해서 황금색을 입힐 예정이었는데, 그러면 발바리아의 황가를 추종하는 거 같지 않냐며 까만색을 입혔답니다. 이 나라는 대지에 축복을 내려 주는 흑룡의 나라라면서요.]
처음 들었을 때는 증거가 불확실한 전설로 황금색을 칠하려던 것도, 발바리아 의식해서 검정색을 칠한 것도 어이없었지만, 그와 동행 중인 지금은 묘했다. 이 나라, 진짜로 흑룡의 나라일까?
[생각해보니 그런 문제가 있군. 솔직히 투명한 모습에서는 조금 그러니까.... 대안은 금방 떠올려 볼테니까 일단 몸조리부터 조금만 하지.]
투명한 무언가가 식기를 들고 밥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상상한 것일까, 꽤나 해괴망측한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에 헛움을 터트리고는, 시선을 옮긴 곳에 있는 위태위태한 여인의 모습에 잠시간 고개를 내저었다. 소녀의 노력은 가상하였지만 그만큼 자신의 몸이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 것일까. 최소한 몸을 아껴줬으면 좋겠는데, 그는 조심스레 고개를 내저으며 천천히 술식을 전개해보기 시작한다. 이정도의 마나 사용이라면 아마 크게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으로서는 다른 대책도 없었으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점점 익숙해져가는 레아의 모습에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이며 작게 마법을 걸어주었다
"Reinforce(강화), lightweight(경량화)"
다행히 주변으로 듣는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레아가 그만큼 자신에게 신경써주는데 목소리를 최대한 작게 해서 그녀에게 천천히 마법을 걸어준다. 하루정도간 대상자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강화와 더불어 짊어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덜어주기 위한 경량화까지, 이정도면 아무리 신체가 약한 그녀더라도 하루정도는 버틸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그녀를 따라 시선을 옮긴다. 단채색의 건물과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모습에 그가 경이로운 시선을 보인다. 용들에게는 이러한 문화가 없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타고난 존재]이기에 이러한 일이나 노력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야말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의 정 반대가 아닐까 싶었다. 사회를 구축하고 서로가 서로의 모자른 부분을 채우기 위해 뭉치려든다. 태생적으로 [타고나지 못한 이]들이 모여서 이러한 군집체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그들의 저력이 아닐까. 그렇기에 전대 로드도..... 아니다, 이것은 지금에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면 레아는 좋아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이는 자신들의 치부일 수도 있는 문제니까.
[호오.]
그녀가 보여주는 검정색의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며 그가 천천히 재질을 살펴본다. 그러고보니 에르네스트 산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검은색 대리석이 나오는 산지가 있다고 들었다. 그 근처에 흑룡 한마리가 거주중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말이다. 다행히 자신과 활동 범위가 겹치지는 않아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 또한 상당히 특이한 성격이라는 것만 기억하는 블랑이었다. 물론 산지가 산지라 조금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어차피 아마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에르네스트 산에서도 채굴될 수 있으니 그것은 차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리라. 그러던 와중 레아의 말에 그가 잠시간 고민을 한다. 분명 크레티스 왕국부터 해서 왕국 동맹이 있는 곳에는 흑룡들이 많았다. 실제로도 자신들이 머물만한 기암괴석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아마 그렇게 된것이지 않을까? 물론 그 과정에서 차가운 대지를 선호하는 화이트 드래곤들과 영역이 자주 겹치는 불상사가 없잖아 있었지만, 결국에는 서로 귀찮았는지 서로의 관계에 신경쓰지 않고 각자 머물곳에 머물게 된 경우를 떠올리며 그가 웃음을 짓고는 이어서 이야기를 넘겼다.
[발바리아 제국마냥 혈통을 잇지는 않았겠다만, 그래도 부정할수 없겠지, 북부 지역에 자리잡은 산맥들을 떠올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네. 정말..... 괜찮은 디자인이야.]
목소리에서 만족감이 느껴진다. 어쩌면 인간들이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떠올릴수 있어서인 걸 지도 몰랐다.
[그래서 어느 지점에 설정해주면 되겠는가? 되도록이면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 좋겠다는 게 내 의견이네만. 그대가 원하는대로 해주겠네.]
>>19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네요 이제 2일(...) 그래도 뭐 마감 있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가도 되겠죠 뭐Xd 그런데 블랑님이 발바리아 황가에 용의 혈통이 이어졌다고 얘기해 주는 건가요? 레아야 발바리아 황가가 용의 후예라는 게 진짜였냐며 희귀 정보라며 신나겠지만, 블랑님은 전대 로드와 관련된 부분은 함구하겠다는 입장 같아서요
제대로 전해졌구나! 안도감이 들면서도 긴가민가했다. 비몽사몽한 탓인지 머리로 파고드는 전언이 꿈결 같았다. 이미 잠들어 버린 걸까? 하지만 몸은 움직이는 거 같은데. 출입증도 제대로 쥐고 있는 거 같고.
그때, 시야가 햇살에 감싸인 듯 환해지더니 몸 구석구석에 따스한 기운이 스몄고, 직전까지 몽롱했던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의식이 또렷해졌다. 가방도 옷을 꽉꽉 채운 게 실감이 안 나도록 가벼워졌다. 얼떨떨한 가운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른 학과의 건물이나 중앙 도서관 등이 산자락과 어우러진 정경이 훤한 오르막길. 흑룡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그래서 식당에서 어째야 하나 고민했던 거지만) 누가 부린 조화인지는 물을 것도 없었다. 레아는 출입증을 두 손에 모아 쥐고 말이 전해지길 기원했다.
[감사합니다.] 떠올리고 보니 뭔가 아쉬웠다. 고마운 건 지금의 조치만이 아니니까. [처음의 무례를 양해해 주신 것부터 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신 것, 흐트러진 꼴을 보였는데도 격려해 주신 것, 여러 면에서 살뜰히 살펴 주신 것 모두..]
떠올리다 보니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적절한 언사일까? 그는 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했는데. 그러나 이미 전해졌다면 어쩌겠는가. 레아는 심호흡을 하고 덧붙였다.(덧붙이고자 말을 떠올렸다는 것에 더 가깝겠다.)
[딱딱하게 구는 걸 꺼리심은 압니다만, 인간 중에는 감사의 표현을 중시하는 이도 있나 보다고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을 떠올렸는데도 심신이 한결 가뿐했다. 한순간에 이렇게 쌩쌩해지다니, 기적 같네. 좀 전의 빛도 빛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가 출입증을 손본 이후로는 말을 전해도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충격은 안 닥치는 덕도 크지 싶다. 마법으로 대체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자신에겐 미지의 영역인 힘에 새삼 감탄하며 속도를 붙여 걸었다.
그런데 정작 그 힘을 부리는 흑룡은 엉뚱하게도 연구소 건물에 흥미가 생긴 눈치였다.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감탄사는 전해져 왔으니까. 어리둥절했다. 용족에게 인간식 건축물은 별반 필요가 없을 것이고, 설령 필요하다 해도 그의 요람부터가 연구소와 비교도 안 되게 거대한데, 이유가 뭘까? 인간들이 이런 것도 만든다고 신기해하기엔 인간 사회를 너무 잘 아는 이 같아서(아침 식사 테이블에서 흑룡이 무려 신문을 읽고 있던 것도 떠올랐다.) 더 의아했다.
그러나 이내 그 의문이 무색해지는 메시지가 뇌리를 강타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야? 발바리아가.. 어쨌다고?! 입이 딱 벌어지게 충격적인 내용이다 보니, 흑룡에게 북부의 산악 지대가 선호될 것이라는 귀띔이나 그가 연구소의 색상이 흑룡을 본딴 것에 흥미를 가졌다는 점은 (분명 유의미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졌다. 어쩐지 아찔한 심정으로 레아는 출입증을 쥐었다. 기분 탓인지 손이 떨리는 것도 같았다.
[혈통이라니, 발바리아의 선전이 진짜였습니까? 그러면 용족과 인간의 혼혈이 존재한다는 겁니까? 종이 다른데요?!]
인간과 신체 구조가 비슷한 종족이면 몰라도 용족과의 생식이라니, 어떤 원리로 가능한 건지 상상도 안 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학계가 발칵 뒤집히지 않을까? 오싹한 전율이 이는 와중에 새로운 의문이 솟았다. 선전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그걸 대대적으로 입증해서 주변국의 기를 누를 수도 있을 법한데, 발바리아에서 그런 시도는 안 했던 걸까? 아니면 시도했는데 효과를 못 본 걸까? 이것도 좀 물어보자. 레아는 출입증을 더 힘주어 움켰다.
[그런데 왜 여태 전설로만 여겨지는 겁니까? 혹시 그 사정도 아십니까?]
그랬다가 이동 지점에 관한 물음에 흠칫했다. 일단은 그것부터 해야겠구나. 눈에 덜 띄는 곳이라, 레아는 연구소 건물 뒤편의, 나무가 듬성듬성 심긴 가운데 비교적 평평한 위치에 자리 잡았다. 산줄기를 등진 건물이라 이쪽으로는 오는 이가 드물 것 같았다.
>>200 압!! 200레스 먹어 보려고 했는데!! (유치함 주의) 그간 제가 많이 늦었지 않습니까..ㅇ>-< 마감도 없으니 말씀대로 천천히 가시죠!!
답레 쓰느라 세세하게 읽다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많네요:D 195에서 투명한 무언가가 식기를 들고 밥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모습이라고 구체화하신 거 보고 현웃 터졌습니다ㅋㅋ 그리고 마법 만세!!! (나도 마법 쫌!! 8ㅁ8ㅁ8ㅁ8ㅁ8... ) 또 새로운 용의 존재도 암시되었네요 이번엔 흑룡이라, 근데 언급된 내용으로 보아 블랑님과는 면식이 없는 것도 같습니다?
그 외에 195와는 관련성이 떨어지지만 궁금해진 게 >>173에 나온 '언령'이 뭔가요? 레아가 걱정하는 대로 용족의 언어인가요?
언데드 드래곤이 되면 꿈도 희망도 없어지는 건 확실히 알겠는데 호문클루스에 영혼을 이식하는 거는 언데드화와 다른 시도로 여겨질 수 있을까요? (언데드화처럼 노답 결말이면 무섭지 말입니다...)
2. 언령(言霊), 즉 말에 힘을 담아 강한 정신력과 대기중의 마나를 바탕으로 마법과도 비슷한 힘을 부리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자면 [빛 나와라!] 하면 아주 잠깐 동안 마나가 정신력을 바탕으로 빛으로 발현되는 방식인거죠! 마법과의 차이점은 마법은 언어와 마나를 잇는 과정중에 그것을 효율적으로 산출해내 최대의 결과를 얻어내는 방식인거고, 언령은 말그대로 정신력을 바탕으로 마나 자체를 직통으로 다루는 것이라 효율성(마법)과 비효율성(언령)의 차이와 복잡함(마법)과 간결함(언령)의 차이라고 볼수 있어요!! 드래곤들은 대다수 언령을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용족의 기반 언어쯤으로 봐도 무방할수도 있고요!!
3.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실험이라 블랑 본인도 꽤 흥미로워 하고 있어요. 과연 어떤 결말이 있을지는 본인 조차 궁금해 하는 상황이라 실험하는 도중에 어떤 문제가 있을지가 호문클루스 편의 메인스트림이 될 예정입니다!!
확실히 나무가 가리고 있는 덕분에 그가 천천히 주변의 나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장고를 한 것인지 잠시간 고민을 하던 그는, 이내 손을 뻗어 가볍게 무언가를 조작하기라도 하듯이 손을 휘둘렀고 순식간에 사방 팔방으로 마나의 빛이 새겨지기 시작한다.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새겨지는 마나의 빛은 마침내 모든 역할을 다하기라도 하듯이 잠잠해졌고 다음으로 레아가 지정한 평평한 지반에 손을 얹고는, 다시금 자신의 마나를 불어넣어 땅 자체에 마나를 심고, 그 위에 좌표 지정을 하는 술식을 새겨 넣었다. 저번의 카드와 같은 원리였다. 카드 자체가 마법진의 형상을 기억하게 만든 것처럼, 지금 이 땅 자체가 좌표를 기억하고 서로의 연결통로가 되도록 만든 것이었다.
[다 되었다네, 추가로 주변 나무들로 하여금 인식 장애 결계도 설치 해두었으니 아마 그대가 이곳에 들락날락 거려도 사람들은 크게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야. 거기에 지형 자체에 좌표를 인식하게 해놓았으니 최소 20년은 거뜬하겠지.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다시 이곳으로 오겠네. 이미 이곳의 좌표는 내가 다 기억해뒀으니까.]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투명화를 풀어낸다. 잠시간이지만 이정도는 문제가 없을꺼라고 판단한 것인지 그는 허리를 숙이고는 레아와 시선을 맞춘 다음 따스한 눈빛으로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그대가 그만큼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일세, 너무 불안해 할 필요 없네. 너무 과할 필요도 없고. 그대는 그대가 하고 싶은걸 하게나. 그럼 결국 모든 길은 하나로 이루어져 이어지는 셈이니까 말일세."
알고 있다. 자신이 권리를 그만큼 주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선 그것이 거대한 책임감으로 다가왔단 것을. 하지만 그녀가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자신은 용으로 태어나 지, 체 양면으로 모두 타고난 존재, 자신도 그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모자름을 서로 감싸안으며 자신만의 길을 추구하는 인간들에게 더욱 끌린 것일지도 몰랐다. 그중에서 레아는 빛이 나는 존재였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조금만 등을 밀어준다면 그녀는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갈 것이리라. 분명 지금 자신이 레아를 보는 입장을 다른 용들이 안다면, 용의 자존심이 어쩌고 하면서 당장 심판대에 올릴지도 모르리라.
'존경한다, 라고 해야하려나.' "응? 몰랐나?"
속마음을 뒤로 집어 삼킨 채, 별거 아니라는 투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신이 살펴본 사료에는 발바리아 제국 황가가 금룡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내용이 제법 있었고, 그것이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인간들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레아의 말에서 깨닫게 된 것인지 그가 꽤 고심하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이미 자기도 모르게 굳어진 습관이라는 것일까, 잠시간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가, 이내 한가지 가설을 내세우는데 성공한 것인지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생각 한 것이 맞다면, 그 사실을 발바리아 황가가 감춘것이 아닐까 싶네. 오히려 머리를 잘 썼다고 해야할까. 진실을 마치 흐릿하게 초점에서 벗어나게 만들었어. 발바리아 황가가 대대로 용인이었다는 사실을, 일부러 건국신화로 알려지게 만들어서 진실에 대한 초점으로 벗어나게 만든 셈이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목이 탔던 것일까. 아무리 마나로 이루어진 신체더라도 현재 인간의 육체는 오감에 대한 감각은 필요했기 때문인지 그는 허공에서 물 한모금 정도를 응집 시킨뒤 그것을 입안에 넣으면서 가볍게 들이키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나로서는 당장 인간들의 세상을 잘 알지 못하는 편이니 황가가 감춘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네만, 보통은 두가지 경우라 보네. 첫째는 감출 생각이 없었으나 일부러 반박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레짐작으로 진실과 거짓을 스스로 뒤얽어서 왜곡시켜 버린거고, 두번째는.... 발바리아 황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라는 가정이 되겠지. 그래, 마치 숨겨둔 비수 마냥 말이야."
왠지 모르게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블랑의 얼굴위로 마지막 문장이 제발 아니길 비는 듯한 기원이 스쳐지나갔다.
//네..... 많이 늦었습니다....
아침부터 기침을 좀 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이 시간이네요. 그래도 약 먹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흑룡은 레아가 가리킨 자리를 찬찬히 훑어보며 뭔가 생각에 잠긴 눈치였다. 혹시 여기 서 있으면 방해되려나? 레아는 위쪽에 심어진 나무를 움켜 가며 비탈에 올라 걸터앉았다. 이윽고 흑룡이 있으리라고 추정되는 위치에서 레아가 가리킨 자리를 에워싼 나무들로 형형색색의 빛 알갱이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반딧불이 같다. 넋 놓고 보는 사이 빛 알갱이는 각 나무의 줄기와 가지를 감싸며 빙빙 돌더니 나무에 스며들듯이 사라졌다. 그 뒤, 레아가 가리킨 자리에 적황색 빛이 박히는가 싶더니 그 빛으로 출입증에 새겨진 문양과 똑같은 문양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완성된 문양에서 적황색 빛 기둥이 솟아 올랐고 그와 공명하듯 출입증의 문양도 적황색 빛을 내뿜었다. 그 빛이 신비로우면서도 따스하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 빛이 사라지자, 역시나 나무를 향한 빛 알갱이가 시작된 자리에서 흑룡이 모습을 드러내며 어떤 마법을 썼는지 설명했다. 그러고는 레아에게로 다가오더니 눈높이를 나란히 하려는 듯 허리를 숙이고는 레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선이 또렷하면서도 섬세한 눈매며, 석양을 담은 듯 맑고 선연한 눈망울이 흰자와 보기 좋게 대조를 이루는 고운 눈에 절로 시선이 이끌리는 건 이제까지와 마찬가지이면서도,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어쩐지 부모님과 할머니, 그리고 라민 선생님이 떠오른달까?
그는 그렇게 따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리했다. 레아에게 아직 남은 불안이며 부담을 감지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격려가 돌아와서일까? 찔끔해 시선을 무릎께로 떨어뜨리면서도 묘하게 배짱 같은 게 생기는 기분이었다.(뻔뻔해진 기분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하기야 내가 평생 연구에 매진해도 학계의 거인들에게 보탬이 될까 말까다. 하물며 한 달? 그 안에 대단한 성과를 낼 수 있으면 내가 이미 거인이게? 그러니 1달간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거나 궁리해 보자. 원래의 포부는 용족의 생태와 습성 기록이었으나, 아무래도 용족은 개체별로 특성 차이가 큰 모양이라 그에 대해 기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데이터가 못 될 것 같다. 더구나 요람에 머물기로 했으면서 다른 개체를 조사하러 가는 것도 적절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면 뭐가 좋을까? 용족의 공통점으로 꼽을 만한 거라면 역시 언어일까? 그 언어가 내가 읽거나 볼 수 있는 양식인지 확인해 봐야겠다. 그리고 익힐 수 있다면 간단한 말 몇 마디라도 익혀서 인간들에게 알릴 방도를 궁리해 봐야겠다. 음성 언어라면 발음, 억양, 음절의 길이 같은 걸 표기해서 조악하게나마 흉내 낼 수 있을 거다. 전음 같은 방식이면 답이 없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최악의 경우라도 짬짬이 흑룡에 대해 알아 두면 용족 데이터 하나는 확보되겠지. 카다로스 제국사 필사본은 덤이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을 쯤 흑룡에게서 직접 듣지 않았다면 무슨 헛소리냐고 비웃었을지도 모를, 허무맹랑한 소리가 사실임을 재확인하는 답이 돌아왔다. 맙소사! 이건 입증만 하면 세상이 뒤집힐 정보다. 방법이 마땅찮은 게 문제지. (발바리아의 황족이나 다른 용에게 추가로 증언을 들어 보거나 생식이 가능한 원리를 규명하는 것 정도가 방법일 텐데, 어느 쪽이든 사실상 불가능하다. 발바리아의 황족에게 무슨 수로 접근할 것이며, 다른 용이 이 용처럼 선선히 대답해 준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렇다고 용과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쩐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라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는데,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던 흑룡이 조심스럽게 가설을 제기했다. 발바리아 측에서 일부러 숨겼다? 그럴 필요가 있나? 용의 후예임을 입증하는 게 득이면 득이지 실은 아닐 것 같은데. 마땅한 동기가 떠오르지 않으니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흑룡에게도 상당히 난제였는지 그가 허공에서 물을 끌어다 삼키고는 발바리아 측의 동기를 추측했다. 숨길 의향까지는 없었지만 헛소문을 굳이 반박하지도 않았다라, 듣고 보니 인간에게 용은 공포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당장 자신만 해도 흑룡과 처음 마주했을 때 두려움에 옴짝달싹 못하지 않았던가.) 그런 이상 용족과의 혼혈임을 입증했다간 자칫 괴물로 여겨질 위험도 있다. 그 때문에 단순 선전으로 여겨지게끔 방치했대도 이상할 건 없을 듯하다.
그렇게 납득할 찰나, 흑룡이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뭔가 숨긴다고? 어리둥절한 나머지 휘둥그레진 눈만 깜박였다. 용족과의 혼혈임을 숨겨 봤자 괴물로 여겨지지 않는 거 말고는 별 이득이 없어 보이는데. 그거 숨기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일까? 하지만 흑룡의 표정은 전에 없이 어두웠다. 전음을 시도할 때 막연하게 느껴졌던 동요보다 훨씬 심각해 보였다. 무엇을 우려하기에, 인간 사회의 일은 강 건너 불 구경으로 넘길 수도 있는 용이 이런 반응을 보일까?(물론 요람의 취지로 미루어 그가 인류의 안위에도 관심이 많다는 점은 알고도 남겠다만) 영문 모를 일이라 그나마 짐작 가는 걸 끄집어냈다.
"발바리아에서 일부러 숨기는 게 있다면, 그게 인류나 요람에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빠르면 저녁에 이을 수 있겠다 했는데 늦어져 새벽에야 올립니다ㅠㅠㅠㅠㅠㅠ! 감기 심해지지 않게 몸조리 잘하세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구류부터 정리한다, 라고 하면 용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누군가가 생각 할 수 있겠지만, 블랑에게는 일상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예전부터 조정된, 수면기를 뒤틀어서 매일에 나누자는 특이한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그의 독특한 성향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으리라. 게다가 이 곳은 본인의 레어였다. 다른 이들이 자신의 일상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 하건간에 전부 무시해 버릴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레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것이, 용의 육체로 활동 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인간 체형으로 사는게 좀 더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침구류 정리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게으른 본성을 억제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것으로 그 리듬을 순환 시키는 것이 바로 블랑이 아침을 맞이하는 자세였던 것이다. 그렇게 침구류를 정리하자 문밖으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가고일 세마리가 새벽새에 편으로 크레티스, 발바리아, 케놀라인 쪽까지 날아가 신문을 몰래 가져온 것이리라. 그러고보니 어제부터 식구가 한명 늘었는데 신문은 돌려가면서 읽어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잠시간 헤드라인들을 쭉 내려다 보고는 이내 대충 볼건 다 봤다는 듯 신문을 다시 접어 가고일로 하여금 아침 식사 식탁으로 가져가게 두었다.
"읏차."
기벼운 기합과 동시에 몸을 가볍게 풀자 밤새 뭉쳐있던 근육이 풀리는 느낌에 그가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래 이 느낌이지,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이 기분, 오늘도 괜찮은 하루가 될것이라 생각하며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잡무를 보고 있던 리빙아머 두 마리가 공손히 자신의 곁에 시립한다. 말이 리빙아머지, 이곳 저곳을 전부 손본 덕에 이제는 완연한 메이드 체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자신의 역작을 잠시간 지켜보던 그는 잠시 고민 끝에 운을 떼었다.
"가벼운 토스트 몇개와 더불어 기본 아침 식사를 준비해두거라. 오늘은 나 혼자 있는게 아니니까, 앞으로는 2인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전부 녹음한 것일까, 두 리빙아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하였고, 그는 이내 복장을 보다가 이내 생각하기 귀찮았는지 이전과 같은 셔츠 한벌에, 검정색 바지 한벌을 챙겨 입고는 가볍게 전신에 청결(Clean) 마법을 걸어 샤워를 대신 한 뒤 식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자신 취향에 맞춘 커피 한잔, 그리고 벌꿀을 곁들인 토스트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고, 여타 다른 음식들까지 준비된, 완벽한 모습의 브런치가 그의 시선으로 들어왔다. 그는 고생했다는 듯 리빙아머들을 향해 가벼운 손짓을 해보인 다음 한손에는 커피를, 다른 한손에는 반으로 접은 신문을 든채 가만히 레아가 나오길 기다리며 조용한 아침을 보내기 시작했다.
>>215-216 헐..ㅇㅁㅇ;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잇고 계셨습니까;; 그래도 이제는 주무시러 가셨겠군요 푹 주무시길:)! 감기는 잘 쉬어야 빨리 낫습니다!!
금용 누님은 보고 싶다기보다 첫 인상이 그나마 얀데레에 가까워서 찍어 봤습니다(._.)a (블랑님의 레어에서 다툼이 있었던 게 천 년 전이라셨으니, 금용 누님이 성장 후 블랑님한테 호감을 표현했다가 무안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제 추측은 완전히 헛다리였던 거 같습니다만..^ㄷ^;;)
>>203 그나저나 곱씹으니 관전 포인트가 많군요:) 일단 레아는 아직 뭐 성과 올린 게 없는데 무려 존경이라니 놀랍습니다:O 그런 식의 생각만으로도 심판당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니 뭔 사상 검증도 아니고 섬뜩하기도 하군요 전대 용 대빵 정도의 대형 사고나 쳐야 벌 받는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X 발바리아에서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블랑님의 추측이 찐이라면, 그 나라에서 용의 혈통이 보다 많은 이에게 발현되게 하거나 용의 혈통을 이식할 방법을 찾으려고 생체 실험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요? ㅎㄷㄷ..:(
1. 레아의 성장은 빠릅니다, 또한 한번은 꺾일뻔한 마음도 가볍게 밀어주니 꺾이지 않고 나아갔죠. 용족은 기본적으로 지, 체가 맥스치를 찍은 종족이라 고립되기 쉽고 쉬이 거만해져요! 그렇지만 블랑은 전혀 다른 길을 택하였고, 그 과정이서 위와 같은 자세를 가진 인간들을 비롯해 레아같은 모습을 보면 존경할수 밖에 없다는게 블랑의 견해에요!!
2. 관조자로서 사적인 생각을 가지고 타 종족의 사상에 감화된다는게 그치들에겐 그게 문제가 되니까요!!
>>219 1) 레아를 좋게 봐 주는 게 인류 일반에 대한 호평의 연장선상 같기도 하군요. 용족은 일반적으로 타 종족과의 교류를 불필요하다 여기거나 행여 타 종족에게 감화될까 봐 오히려 금기시하는데, 블랑은 (특히 인류와) 적극 교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2) 하기야 용족이 워낙 강력한 만큼 특정 종을 편애했다간 세계의 질서나 균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타 종족에게 감화되는 걸 경계할 만도 하다고 생각됩니다
3) 블랑님 시트의 그 [스포일러] 가리키시는 겁니까? 전대 용 대빵이 발바리아 문제 때문에 블랑님한테 뭔 실험이라도 시도한 건가 하는 망상이 뻗치지 말입니다..
1. 사실 치들이라고 표현하긴 했는데 동족들의 입장도 맞아요. 동족들은 [용은 강한 힘을 가졌다. 그렇기에 우리가 함부로 개입한다면 균형이 무너질 것이다.] 이고, 블랑은 [용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다른 종족들은 그 이상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또한 그들과 같은 생명체, 적극적인 개입은 안하는게 맞더라도, 우리가 그들을 오만하게 대해선 안되는 것이다]라고 표현 할 수 있겠네요!! 이건 2번의 답하고도 같습니다!!
3. 아 다행히 블랑 시트의 그거랑 별개의 거입니다!! 하지만 [검열 삭제]인건 변함 없지요.
"음..... 이건 우리 용들의 치부기도 한데 말이지...... 모르겠군, 어디가서 이야기 하지는 말게나..... 먼저 말해두지만, 발바리아 초대 황제는 우리 전대 드래곤로드일세, 아마 당시에는 유희중이었다고 들었지."
그렇게 고심 끝에 뭐 어찌 될지 모르겠다는 듯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어차피 이미 레아는 자신과 한배를 탄 사이가 아니던가, 게다가 연구자에게 호기심은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던 블랑이기에, 오히려 그녀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여기서 미리 그 호기심을 미리 풀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아마 이 이야기의 진짜 시작은 거기서부터 비롯된게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때부터 그의 이야기가 구술되기 시작하였다. 로드의 직함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으로부터 해서 가벼운 유희 겸, 인간들에 대해 호기심이 깊었던 탓에 아기로 폴리모프하여 어느 귀족가의 양자로 받아들여진 시점부터, 전대 로드가 어떻게 인간들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또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또 마지막으로 그가 제국 황제로서 남긴 핏줄이 어떻게 전래되어 갔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언어속에는 전부 개운치 않다는 기분이 잠재되어 있었다.
"이상이 전대 로드가 한 말일세. 당시 어린 나는 고룡들 틈바구니에 껴서 그 성토장에 겨우겨우 의견만을 들을 수 있었을 뿐,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를것일세. 허나 그래도 확실한건, 그의 모습에서 나는 나름대로 감명을 받았지. 비록 대죄를 저지를렀을지 언정, 결국 남을 희생시키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고, 길을 관철해가는 그 정신 만큼은, 어린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지. 그 결과는, 이미 봤겠고."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그는 다시금 턱에 손을 올리고는 검지 손가락으로 입 어림께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민에 빠진 듯 싶었다. 하지만 한참을 고민하더라도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 고민의 끝에 과연 자신이 무엇을 볼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무엇보다 자신은 신이 아니었으니까,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모르겠구나. 그들의 결심이 어떤 파란을 불러올지는 나도 모르겠어....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더냐. 하지만, 뜻과 정신이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그것은 변질되어지기 마련이다. 인간의 자의식, 혹은 해석의 방향, 또 이해관계 등이 뒤섞여서 그 뜻이 변질되기 마련이지. 어쩌면....."
─애시당초부터 로드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 시점부터 모든게 뒤틀렸을수도─라는 말을 목구멍 너머로 밀어넣으며 그가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로드는 분명 선의로서, 최소한 자손들에게 가능성을 발현하지 못해 쇠하지 말라는 의미로 벌인 일이었겠으나, 그 한 순간의 결정을 하는 때에, 결국 이 세계의 인과율은 어떤경우보다도 엄격하다는 것을 망각한 것 일지도 몰랐다. 로드는 그 이후로 큰 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벌만으로, 과연 그의 비극은 끝날것인가?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하며 레아의 화제에 집중하는 동안, 한 시선이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후회했다. 용족의 치부라면 용족이 아닌 한 들어서는 안 되는 정보라 판단되었기에, 어쭙잖은 호기심(참으로 어쭙잖았다. 흑룡이 무엇을 걱정하는지를 안들 모른들 일개 인간인 자신이 뭘 할 수 있다고?)으로 질문한 것이 더없이 후회스러웠다. 발바리아의 시조가 그냥 용도 아니고 무려 용족의 대표였다는 사실이나, 용족이 대표를 정하기도 하고 규칙을 어긴 이를 성토하거나 처벌하는 등 나름의 사회적 교류도 한다는 사실이 아무리 값진 정보여도, 모르는 편이 천 배 만 배 나았을 것이다. 인간식으로 비유하면 타국의 기밀을 캐낸 첩자나 다름없어진 셈이니까. 그러다 보니 그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턱을 쓰다듬기도 하고 씁쓸한 듯 불안한 듯 미소를 띠기도 하면서 이야기하는 내내 피가 바짝 마르는 듯했다.
누가 들어 버리진 않았을까? 레아는 그가 말을 맺기 무섭게 일어서서는 연구소 건물을 한 바퀴 빙 둘러 살폈다. 충격이 컸는지 흑룡이 조치해 준 게 무색하게 머리가 어찔어찔하고 사지가 후들거렸다. 거짓말처럼 잊혔던 피로도 봇물 터지듯 몰려왔다. 그나마 근처에 사람이나 언어를 구사할 법한 지성체는 안 보이는 게 다행이었다. 만약 누군가를 발견했다면 놀라다 못해 졸도하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휘청이는 몸을 가까스로 가누어 가며 흑룡에게로 돌아왔다. 짐에 눌린 어깨가 뻐근하게 저리고 숨도 가빠 왔지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레아는 떨리는 손으로 출입증을 움키며 메시지가 전해지길 빌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목소리를 내기가 두려웠다.
[....그런, 그런 사안을.. 어쩌자고 이종족한테 발설하십니까?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시게요?!]
천만다행으로 누가 듣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런 얘기가 오갔던 사실이 알려진다면? 용족 입장에서 일개 미물에 불과한 나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일 테고, 용족이 규칙을 어긴 이를 처벌도 한다면 일족의 치부를 누설한 그인들 무사할까? 그런데도 이런 얘길 꺼낸 까닭이 뭐지? 그것도 만난 지 이틀밖에 안 된 인간한테!? 따져 묻고 싶었으나 그만두었다. 알아선 안 되는 것을 알아 버린 이상 그의 동기는 더 이상 중요치 않을 것 같아서였다. (더구나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인간을 비롯한 지성체가 누군가에게 속 얘기를 털어놓는다면 동기는 대개 둘 중 하나다. 상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하거나, 상대가 자신의 문제와 엮일 일이 전혀 없어서 대나무 숲에다 대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여기거나.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데다 이제 만난 지 이틀인 용이 내게 의지할 리는 만무하니 당연히 후자겠지. 차라리 대나무 숲에다 대고 말해 주었더라면 피차 좋았으련만!)
그래서 이제 어쩌나? 레아는 필사적으로 생각을 가다듬었다. 다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지는 헷갈렸다. 인간 행세를 감쪽같이 하며 가문 및 이웃을 향한 공격에 맞서다 아예 한 나라를 세워 버린 뒤 후손들이 전쟁보다는 내치에 힘쓰길 바라며 그들에게 용족의 힘을 부여하고는 처벌을 감수했다는 용족의 전 대표가 기이하면서도, 용족 중 단 한 개체만 '놀이'에 나서도 뒤집어지고 마는 인류의 역사가 소름 끼치도록 허망해 지금까지 아등바등했던 게 다 헛짓거리처럼 느껴지고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흑룡이 용족의 전 대표나 인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과는 별개로 발바리아를 경계하고 있으나 인류나 요람에 어떤 위험을 야기할지는 정확히 모른다-이게 레아가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에 가깝겠다-는 판단이 서는 가운데, 용족 전 대표의 선례가 있는 만큼 다른 용족은 인간을 곱게 볼 가능성이 낮을 것 같아 두려워지는 등 머릿속이 아주 뒤죽박죽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명백했다. 지금 들은 건 모조리 잊어야 한다는 거. 애초에 그런 얘기가 나온 적도 없었던 것처럼.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아니, 전 아무 말 못 들었습니다!]
// 저도 짧습니다..(._.) 레아가 너무 멘붕한 거 같기도 하고 ㅇ>-< 금용 누님이 지켜보고 계시는 거도 쫄리고8ㅁ8;; 그 밖에 전대 로드에 대해 일전에 썰 풀어 주신 거 참고해서 살을 좀 붙여 봤습니다만... 어느 내용이든 생각하신 바와 안 맞으면 알려 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230 그걸 모르는 입장이면 무서울 만할 듯합니다 동족끼리야 그러려니 해도 이종족은 꼴보기 싫어할 수 있을 거 같고요:( 그래서인지 제가 금용 누님이고 저 대화를 들었다면 솔직히 눈 뒤집혀서 뎀빌 거 같습니다 안 그래도 싫어하는 녀석이 동족+먼 친척의 치부를 (자기 입장에서 하찮은 존재인) 인간에게 떠드는 거라.. 그래서 대화를 아예 안 들었다면 모르겠는데 들었다는 언급이 나온 이상은 등장하는 게 더 나아 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의외로 계략형 캐면 당장 치가 떨리더라도 빅피챠를 노리고 물러날 수도 있으려나요..(._.)a )
참고로 의외지만 용들은 이미 인간세계에 발바리아 황가 한정이지만 자기 피가 어느정도 퍼져나간걸 알고 있습니다. 그 이상으로 퍼지지 않고 황가안에서만 쉬쉬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문제 삼지 않는 중이지.....
의외지만 등장 안시킬껍니다!! 사실 금룡아씨가 노리는건 블랑이나 레아가 아니라 요람의 서고들 그 자체거든요, 그중에서 딱하나의 구절만을 찾는걸 원하지만..... 그건 블랑이 직접 보고 해석하고나서 충격먹고, 요람 핵심부에 9중결계까지 쳐가며 지키고 있는 물건이라.....
>>232 아, 용들이야 당연히 알겠죠! 전임 대빵님이 징계도 먹었으니..^ㄷ^a 용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기보다, 동족의 치부가 그 일과 무관계한 이종족에게 알려지는 것에 용들이 민감할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했습니다~ 흑역사가 퍼지는 건 막고 싶어할 줄 알았거든요:) 레아가 기밀을 듣고 말았다며 패닉에 빠졌다고 서술한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_.)a
너무나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에, 미친듯이 전해지는 혼돈치는 정신의 파도가 블랑의 뇌리를 강타한다. 그럴만도 했다. 치부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딱히 용들도 신경쓰지 않을 문제에 한 두명 더 안다고 상관없는 진실이더라도, 그녀에게 있어서 이러한 현실 자체는 상당히 부담되는 이야기였을테니까, 그럼에도 알려준 것은 최소한 그래도 호기심으로 죽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이 비호해줄수 있는 범위안에서 행동하길 바랬기에 그가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두 눈을 감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혼란스러워 하는 레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정신파장을 집중시켰다. 동시에 그의 심장박동소리가 울려퍼지는 듯한 감각이 퍼져나간다. 주변 마나도 그에 조금씩 공명해가고 이내 그 모든것이 안정되자 그는 천천히, 입으로는 낮은 음을 내기 시작했다. 언령, 의지를 담아낸 언령이 마치 주변을 장악해나가기라도 하듯 퍼져나갔다. 담겨진 의지는 [떠나거라.], 아주 단순한 단계의 언령이었으나 용 특유의 마나 감응력 덕분인지 주변으로 결계가 쳐진 것 마냥 둘러쌓여진다. 그런 와중에 혼란스러워 하는 레아의 머릿속으로 아주 자그마한 선율이 흘러들어왔다.
아주 짦은 선율이었지만, 무슨 힘이라도 있는 것일까, 전음만으로도 전해지는 그 따스한 기운은 단순히 블랑이 그녀를 지켜준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그 이상의 무언가, 마치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과 같은 느낌의 그것이 전해지는 감각이었다. 아마 그녀가 진정하고 난다면 이제 숨을 쉬고 제 정신의 그것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겠지. 이 노래는, 자신도 눈치 채었을 때는, 그 안에 담긴 힘을 보고 경악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이니까.
"정신이 드느냐."
넘어질것 같은 위태위태한 몸을 가볍게 껴안아주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준다. 레아가 가진 걱정이 기우라는 듯이 그는 비밀을 밝히고 나서도 평안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고,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거대한 방파제가 되어주는 것 마냥 버팀목이 되어 그녀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마치 세상 어느곳보다도 더욱 단단하고 튼튼한 모습이 여지껏 흔들리지 않아온 거목과도 같았다.
"..... 미안하구나, 이렇게 부담을 느낄 줄은 몰랐거늘..... 그래도 괜찮다. 이미 많은 용들은 이 문제는 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머나먼 문제가 된지 오래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을 것이고, 당사자였던 전대 로드는 이미 벌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모르겠구나. 이 세계는, 우리가 생각 한 것 이상으로 너무나도 합리적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말아줬으면 한단다, 동족들 보다는.... 발바리아가 너에게 해를 입힐지가 걱정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블랑의 모습 위로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진다. 거대한 흑룡의 모습, 그리고 지금의 인간의 모습, 그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인간이 아닌 마음을 가졌으나 그 무엇보다도 이 세계를 걱정하는 것은 마치 그 또한 이 세계 위를 살아가는 자그마한 생명중 하나라는 반증이 아닐까? 그는 잠시간 미소를 머금은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지 마라는 듯 레아와 시선을 맞추고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채 입을 열었다.
"이 주변에는 지금 우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걱정 마려무나. 네가 지금 여기서 추태를 보인다고 한들, 볼 존재는 나밖에 없으니." [알겠으면 썩 꺼지거라, 더러운 년.] [눈치 채고 있었어?] [그건 절대로 안되니까. 아니, 넌 알아도 그것의 진의(眞意)는..... 모를테니까.] [상관 없어.]
용에 대해 알고픈 마음이 언제 생겼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어린 시절 들은 이야기에서 용은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괴물이기도 했고, 마을의 수호자이기도 했고, 영웅을 가로막는 강대한 적이기도 했고, 소원을 들어주는 신령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용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 용이 그저 상상 속 존재가 아니라 이 세계에 실재하는 생명체일 수 있다는 주장을 듣고부터는 알아보고 싶다고, 가능하면 만나 보고도 싶다고, 꿈에 부풀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두려웠다. 용이 실재한다면 인간 따위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거야 익히 알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본능으로 실감하는 것은 전혀 달랐다. 한편으로는 이제껏 꿈 타령 하며 설쳤던 게 한심하기도 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 꼴이면서 무슨 용을 연구해? 용족이 밝히길 원치 않는 부분까지 캐내려던 건 맹세코 아니라고 변명해 봤자다. 용족이 조사해도 된다고 허용할 부분과 그렇지 않을 부분이 뭔지 알긴 하나? 에르네스트 산을 타면서도 그런 고려 전혀 안 했으면서. 꿈도 무엇도 아니었다, 천지 분간 못 하고 망상에 취했던 것뿐. (설령 꿈이 맞다 한들 뭐 그리 다를까? 인류의 역사며 유산이래 봤자 용 하나의 놀이에 좌지우지되는 건데. 학문적 성취고 거인의 디딤돌이고가 무슨 의미라고?)
숨이 막혀 오는데 무언가 머리에 덮였다. 뒤이어 맥박을 연상시키는, 규칙적인 약동이 머리부터 사지 말단까지 울리는 듯하더니 서서히 숨통이 트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주위를 가늠하려 했으나 흐린 시야에는 흑룡이 팔을 뻗은 것과 그가 입은 바다 빛 로브만 부옇게 보였다. 그런 가운데 그가 무언가(너무 낯설어서 언어로 추정해도 될지 헷갈리는)를 낮게 읊조리자 사방이 무(無)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고요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흑룡이 부르는 듯한, 가락도 가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도 생전 처음 듣는 곡이 미약하지만 확실하게 머릿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음악은 추위를 막아 주는 온기 같기도 하고 몸을 받쳐 주는 활기 같기도 했다. 그리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인데도 어쩐지 이 세계를 감싸고 보호하겠다는-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결의가 담긴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정신을 깡그리 불사를 것만 같던 두려움과 혼란과 흥분도 꺼져 가는 듯했다. 이 노래 자체가 마법인 걸까?
그렇게 차분해지자 몸이 무언가에 감싸인 채 받쳐진 게 느껴졌다. 눈앞엔 햇빛을 받은 바닷물처럼 윤이 나는 심청색 비단이 들어찼고, 귓가엔 부드러운 가운데 걱정 어린 목소리가 맴돌았다. 지금 이게..? 고개를 억지로 들고 보니, 흑룡이 잔잔한 미소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무슨?! 퍼뜩 몸을 빼려 했으나 힘이 전혀 안 들어갔다. 몸이 녹아 버린 듯 노곤했다. 눈마저 감길락 말락인 가운데 차근차근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용족이 그 치부라는 걸 감추는 데 혈안이지는 않고, 용족의 전 대표처럼 인류에게 관여하면 벌을 받으며, 용족의 전 대표 일은 오히려 발바리아에서 기밀이라는 다독임이 꿈결 같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똑똑히 와닿았다. 그가 레아를 안심시키고자 정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것. 용 입장에서 레아는 미물일 수밖에 없는 일개 인간인데도.
그 여파일까? 그의 본래 모습, 만물을 집어 삼키는 거대한 암흑 같던 용의 모습이 지금의 인간 같은 모습과 환상적으로 뒤섞여 들었다. 맑은 물에 떨어진 물감처럼 까만 용의 이미지가 새하얀 빛 속으로 퍼져 갈수록 어느 부분이 인간이고 어느 부분이 용인지 알 수 없어졌다. 그러다 (인간 모습인) 그 특유의 미소가 보이고, 노을처럼 맑고 등불처럼 은은한 눈망울에 시선을 이끌린 것을 마지막으로, 레아는 완전히 의식을 잃고 늘어졌다.
// 나름 열심히 궁리하고 구글링으로 찾은 노래 해석도 참고했는데 올리려니 분량이 짧네요:(.. 게다가 레아 리타이어ㅇ>-< >>236에서 공 들이신 게 역력하게 느껴져서 부응해 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_.)a....... (도망)
그가 천천히 눈을 감은 여인의 모습을 보며 멋쩍게 웃고야 말았다. 실례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무게를 최대한 짊어진 셈이었다. 마법은 어디까지나 보조의 도구일 뿐, 모든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녀가 그랬다. 완전히 한계에 달한 몸이 더 이상을 견디지 못해내고 무너진 것이었다. 하지만 용은 그것을 책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나아가려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그러니까 그녀에게 더 큰 것을 요구하고 싶지 않으니까.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쓰다듬어준다. 잠깐 자리에 앉아 그녀가 짊어진 짐을 자신이 대신 들어주고, 품안에 안긴 그녀의 머리를 팔로 받친다음 잠깐 자세를 낮춰 은은한 미소로, 마치 아버지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주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래, 성장해가는 것이다. 너도, 나도.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늦더라도, 느리더라도..... 천천히 발걸음을 맞춰가며 나아가면 되는 일인 것이야. 네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지금처럼 도와줄테니까 말이다.
──그 순간, 그가 다시 한번 공간을 접어 들었다.
그가 이 곳에 도착한 순간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 리빙아머들이 그들을 향해 다가온다. 그는 천천히 레아가 가지고 있던 짐을 리빙아머에게 건네들었고, 뒤이어 레아를 받아들려는 리빙아머의 행동을 제지한다음 천천히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들며─소위 말하는 공주님 안기─ 레아의 방이 될 공간에 천천히 그녀가 뉘이고는 책상을 바라본다. 아직 필사가 다 되지 못한 책과 각종 연구자료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볍게 그것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기척도 없이 방문을 나섰다. 이윽고 천천히 그가 요람의 메인테이블로 향한다. 메인테이블에서 가볍게 수인을 맺으니 천천히 다른 공간으로 나아감이 느껴진다. 요람이 지어지고 난 300년, 그녀의 습격이 있은 직후 자신은 최선을 다해 그 이유를 찾아냈고, 마침내 그는 딱 한장의 양피지─그는 양피지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이 종이는..... 용들의 그것보다도 오래됐을지 모르는고로─를 찾아내었고, 요람을 짓는 500년간 틈틈히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모든 것은 극비로 이루어진 일이었기에 그 어떤 이들도 모를 일이었고, 이 세상 오직 단 한 존재, 블랑만이 그 비밀을 지키고 있었다. 요람의 가장 핵심부, 블랑이 가장 공을 들인 최심부의 9중 결계를 열고 나아가자 몇권의 서적과 더불어 단 한장의 양피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블랑으로서는 알고 싶지만 절대로 밝혀져서는 안될 무언가가 지금 이 자리에서 아직도 그 비밀을 간직한채 가만히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블랑은 고개를 내젓고는 천천히 결계를 다시 치며 중얼 거렸다.
"눈(目), 귀(耳), 코(費), 혀(舌), 몸(身), 의식(意), 무의식(末那識), 가능성의 심연(阿羅耶識)..... 그 너머의 있는 것은 과연 도대체 무엇인가."
세계, 시간, 가능성, 우주, 차원, 모든 시공이 교차하며, 이 세상을 구하리니, 노래하라, 저 머나먼 세상에 닿도록.
레아에게 들려주었던 글귀의 소리가 천천히 블랑의 머릿속에서 범람해온다. 하지만 그는 천천히 그것을 사념의 한구석으로 밀어넣어놓고 다시 테라스로 올라선다. 잠이 오지 않는다. 용은 성장하기 위해 잠을 잔다고 하였으나, 그러한 잠을 자는 종족에게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밤하늘의 별을 보아하니, 오늘은 잠을 잘수 없을 것 같다며 그는 뜬눈으로 밤하늘을 응시할 뿐이었다.
갑작스러운 리타이어가 꽤 찔렸는데..(._.)a 다행히 블랑님이 너그럽네요:) (인간의 수명상 블랑님이 봐주는 거만큼 천천히 나가다간 몇 발 못 가고 이승과 작별할 거 같다는 게 Epic Fail..? ㅇ>-< )
금용 누님이 노린다는 기록이 등장한 거 같네요 (설마 다음에 아마라식(阿摩羅識)이라는 게 나오는 건 아니겠지요:O? ) 누님이 저 기록을 못 가져서 안달인 이유가 뭘지 궁금해지는군요ㅎㅎ(아는 내용이면 어디든 베껴 적어 놔요 누님:d!!) 레아가 저 기록을 보게 될 일도 있을까요? (지금은 그닥 연이 없어 보이긴 합니다ㅋ )
한편 별 헤는 밤(....)을 보내면서 블랑님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도 궁금합니다:D 결계에 감춘 기록의 의미를 탐구했으려나요? 아니면 앞서 부른 노래의 의미를 곱씹었으려나요? (사실 전 해석 봐도 정확한 의미는 파악 못했다고 합니다^ㄷ^ㅋ)
결국 밤을 새버렸다, 라고 그는 가볍게 자조하면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아침을 보았다. 저 멀리서 가고일들이 날아와 신문을 조달하고 있었고, 시간에 맞춰 활동하도록 지시해둔 리빙아머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그것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던 그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것일까, 손가락을 튕기며 아침 준비를 하던 리빙아머 몇기를 멈춘 그는 그대로 식당으로 향하였다.
가볍게 청결(Clean) 마법을 몸에 두른 그는 익숙하리만치 여유로운 손길로 청색 앞치마와 검은색 두건을 두르고는 캐놀라인에서 사가지고 온 쌀, 농축된 장, 멸치로 만든 소스(멸치액젓), 다시마를 집어 넣고, 그 위에 물을 붓고는 그대로 후라이팬에 기름과 버터를 두르고는 마늘과 안심스테이크를 굽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 구워진 스테이크와 마늘을 건져낸 다음 소금과 후추로 가벼운 밑간을 두르고는, 아직 후라이팬에 남아있던 기름과 버터, 육즙에 아까 준비해둔 쌀을 붓고는 약불로 타지않게 천천히 저어낸다. 가볍게 냄새를 맡으니 달고 짠 내가 코를 자극하면서 맛있게 익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충분히 익었다고 생각하자 가벼운 향채소를 총총 썰어내어 그대로 밑간밥 위에 투하, 골고루 섞어내고는 그것을 자신의 그릇에 반, 레아의 그릇에 반을 집어 넣고는 아까 구워두었던 마늘과 함께 스테이크를 썰어 넣었다. 미디움으로 구워낸 고기의 겉면은 바삭하기 그지 없었지만 속안은 촉촉하니 부드러운 육즙이 살아있는 듯 했고 거기에 구운 마늘은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근 새한테서 얻어낸 실한 달걀을 노른자만 골라내 준비하는 것으로 아침 식사 준비를 끝내고는 리빙아머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서빙을 준비시켜 둔다.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주는 건 처음인가."
생각해보니 어제 레아는 제대로 뭘 먹지도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이 스테이크 덮밥은 좀 무거운 음식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만큼 열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잘된 판단이라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레아가 나오길 기다리고는 그대로 서빙되어지는 홍차와 함께 신문을 반쯤 접어들고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중 중요하다고 느낀 정보는 그대로 가볍게 표기를 하기도 하고 그걸 따로 마법을 이용해 필사를 해두고 스크랩─본래라면 분명히 신문을 잘라야 겠지만, 최대한 신문을 온존시키기 위해 신문은 보존마법을 걸고 스크랩용 기사는 따로 필사를 하는 방향으로 준비중이었다.─을 하는 것으로 아침 일과의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252 아이고, 고생하셨습니다!! 잠은 푹 주무셨나 모르겠군요..(._.) 늦게나마 답레 쓰는 중인데 잘 모르겠는 부분이 있어서 레스 남깁니다. 지금 테이블에 블랑님의 요리와 홍차가 함께 차려져 있는 건가요? (그나저나 밤을 꼴딱 새 놓고 손수 요리했네요..마법 기사한테 시켜도 레아가 모르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데 8ㅁ8;; )
그렇습니다!! 추가로 덮밥외에도 가벼운 스프라던가 여러가지 음식도 같이 차려져 있고 홍차도 있지만 리빙아머들에게 시키면 알아서 음료도 가져다 줄껍니다!! 여담이지만 저거 조리시간 딱 20분 걸렸습니다!! 인터넷에 1분요리 레시피로 있거든욬ㅋㅋㅋㅋ 밤에 저거 보면서 적다가 위꼴테러당한건 안비밀.... 실제로 있는 레시피니 여유되시면 한번 드셔보세요!!
산 어귀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 리노의 들판, 아장아장 걸음을 떼고는 으쓱해졌는지 엉덩이를 들썩이는 조카들이 보였다. 뒤이어 학교 도서관이 나타났다. 팀 과제 약속을 나 몰라라 한 팀원을 향해 소똥이나 밟으라고 저주했을 때, 그때 놀란 얼굴이 됐다가 키득거렸던 친구가 함께였다. 그러다 이번엔 공동 연구실 안, 용의 예상 서식지 지도가 등불에 비쳐 나타났다. 어디로 가야 용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한참 궁리했던 것 같다. 어디로 가려고 했더라?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자 어둑한 가운데 벽에 붙은 용의 상상도가 스스로 빛이라도 머금은 것처럼 선명해졌다. 이윽고 그 그림들이 하나 둘 물감처럼 섞여 들어 새까매지더니, 사람 같은 팔과 거대한 꼬리가 두드러지는 흑룡의 형상으로 돌변했다.
흠칫 눈을 뜨자 아직은 낯선 천장이 보였다. 푹신한 침대와 체온에 더 포근해진 이불도 묘하게 어색했다. 정신은 똑똑한 것 같은데 몸은 남의 것인 듯 기운이 안 들어간다. 머리도 텅 빈 것 같다. 뭐가 어떻게....?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자 햇빛 머금은 바다 빛-그러나 바다라기엔 너무 따뜻하고 굳건하던-에 감싸였던 감각이 의식 위로 떠올랐다. 맙소사!?!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민망하고 당혹스럽고 면목없고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애도 아니고 무슨 꼴이야.. 학생이 되고부터는 아버지나 오빠들한테도 그런 식으로 실려 온 적이 없는데! (특히 셋째 오빠는 그 이전에도 레아가 매달리면 너도 컸으니 걸어다니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어디로든 사라지고만 싶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무엇에 튕기기라도 한 듯 벌떡 일어나 앉았다. 순간 어찔해 허물어지다시피 벽에 기댔다. 그대로 눈 감은 채 숨을 고르다 보니 차츰 다른 기억도 또렷해졌다. 다시 생각해도 감당하기 버거운 정보였다. 그때 제대로 확인한 게 맞다면 들은 이는 없었고, 지금 떠오르는 (그에게 들은) 말이 맞다면 용족이 그 치부라는 것에 더는 관심을 갖지 없다지만, 속에 돌이 얹힌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발바리아가 어떤 나라인가? 페레스 대륙의 1/3에 이르는 판도는 둘째 치고, 인류의 문화를 주도하다 못해 그 언어까지 대륙 공용어의 위상을 차지한 국가다. 그런 나라가 용족 상당수도 몇도 아니고, 고작 용 하나의 나들이(?)로 세워졌다. 그렇게 간단히 좌지우지되는 문명에, 그 문명 중에서도 일부인 학문에 매달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그 용이 벌을 받았다 한들 인간 사회를 뒤엎는 용이 영영 안 나오리라는 보장이 있나? 용족에 대해 조사해 봤자 인류는 용족에게 농락당하는 신세에 불과하다는 사실만 절감하는 건 아닌가?
레아는 무릎을 그러안고 웅크렸다. 모르는 게 나았을 영역에 들어와 버렸다는 막막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물러나려 해도 발 디딜 데를 모르겠다. 왕립 연구원까지 된 이상 용족 연구는 생업이기도 하니까. 다 때려치고 산 리노로 돌아가면 나아질까? 어쩌면 다른 길(귀족 자제의 가정 교사라든가?)이 찾아질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그러면, 여기서 1달간 일하기로 한 건 어쩌나? 어제 그 난리를 피워 놓고 또 그만둔다고 해? 그렇게 간단히 충동적으로 결정해도 되는 문제인가? 그보다 지금 내 판단력이, 진로 같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해도 될 만큼 양호한가? 모르긴 해도 아마 아닐 거다. 무릇 판단력이란 잘 먹고 푹 쉬고 마음도 어느 정도 안정시킨 뒤에야 온전한 법이다.
게다가.. 레아는 책상으로 눈을 돌렸다. 10페이지 남짓 겨우 필사한 <카다로스 제국사>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저거 아깝다. 값어치가 웬만한 보물 못지않을 것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어떤 내용일지가 궁금했다. 또 용족의 습성도, 언어도, 그렇게나 대단한 존재라면 주님과도 접점이 있는지나 인류에게 뭘 어쩌고자 하는지도, 가능하면 전부 알아내고 싶었다. 하다 못해 언어라도 배워서 인류를 헤집어 놓은 그 용에게 욕이라도 한 바가지 퍼부어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르겠고, -거짓된 인연일지언정- 가족과 친지를 안전하게 해 주려던 마음은 인지상정이라 막상 마주하면 아무 소리 못 하거나, 그 이전에 용이라 공포에 질리고 말지도 모르지만.) 미물의 망발로 여겨질 뿐일지라도, 그래서 뭐? 내가 이 세계에서 별 볼 일 없는 존재인 거 몰랐던 것도 아니고. (내가 있든 없든 세계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리라는 거 쯤은 철 들면서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의 생각이며 감정이며 욕구가 없는 게 되나? 어쨌든 지금은 살아 있으니까 지금에 충실할 테다! 그래서 일어섰다. 여전히 기운은 없고 머리도 지끈거렸지만 움직일 만은 했다. 방 한 구석에 놓인, 빵빵하게 찬 가방을 보고서는 피식 웃음도 나왔다. 옷이 있으니 마음이 한결 낫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머리도 제대로 묶은 뒤 방을 나왔다. 그러고서야 흑룡에게 뭐라고 할지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아이고, 두야. 갑갑해져 머리를 지그시 눌렀다. 뻗어 버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하나, 데려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사례해야 하나, 아니면 그 흉한 꼴은 잊어 달라고 사정해야 하나..? 머리칼을 쥐어뜯고픈 심정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 난감함은 금세 가셨다. (흑룡이 있으리라 추정되는) 식당에 채 이르기도 전에 짭쪼롬하면서도 달작지근한 향과 육류 특유의 기름진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빈 속의 헛헛함이 강렬해지며 입에 군침이 돌았다. 일전의 토스트는 이상하리만치 니글거리는 느낌이었는데, 확실히 상태가 나아지긴 했나 보다. 그래도 배꼽시계는 안 울렸으면. 안 그래도 차마 얼굴을 못 들 상황인데, 뱃속까지 요동쳤다간 부끄러움에 사람이 죽을 수 있는지를 강제로 연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식당에 이르니, 테이블에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 특히 두툼한 스테이크에 뒤덮인 메인 음식(아마도 덮밥 같았다.)이 눈에 띄었다. 그도 일전과 마찬가지로 (문자 그대로 산 속의 굴인 여기에 신문이라니 보면서도 적응이 안 되지만)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인사라도 해야 할지 방해가 안 되게 조용히 앉아야 할지 망설이던 찰나, 뭔가 미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곱씹을수록 용을 두고 하기엔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발상이지만, 어쩐지 생기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에게 전음을 보낼 때 빛의 바다를 잠시 스쳤던 파동이 떠올라 더 께름칙한지도 모르겠다. 결국 레아는 제가 저지른 일을 어쩔지는 정하지도 못한 채 말부터 건네고 말았다.
여담으로 전 보조밖에 몰라요 . .) 형이 요리유튜브를 자주 보다보니 그거가지고 이거저거 해먹을때 같이 곁다리로 놀뿐이지.... 그리고 여담으로 레스주랑 다르게 블랑이는 요리가 취미입니다(?) 이거저거 맛난거 있으면 해먹어보는게 취미에요(????) 다만 요리대접을 누군가에게 하는거 자체가 레아가 처음인겁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확인하면서 잠시간 신문에 집중하고 있던 순간, 레아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확실히 잠이 보약이라고 하던가? 어제의 그 혼란스러운 모습보다는 한결 나아진 모습에 마음이 놓인 것인지, 그는 홍차에다가 각설탕 3개를 집어넣고는 천천히 휘저었다. 녹아내리는 각설탕의 단 내와 더불어 강해진 홍차의 향에 그가 찻잔을 들어올리고는 미소를 머금으며 가볍게 손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어제 아침과 똑같이 천천히 의자가 당겨져 자리에 앉으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아아, 내가 잠을 자라고 했는데, 이번엔 내가 잠을 안자버렸군. 왜 그런 날 있지 않은가? 잠이 묘하게 오질 않아가지고 결국에는 날밤을 세면서 시인마냥 센치해지는 그런 날 말일세. 그게 어제였던 모양이야."
가벼운 너스레를 떨면서 천천히 신문을 접고는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고보니 인간들 문화중에는 상석에 앉은 사람이 먼저 식기를 들지 않으면 식사가 늦어진다는 문화가 있었다고 했었나? 식구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동등한 입장에서 밥을 먹자고 이렇게 원형 테이블로 마련한 건데, 최소한 여기서의 예의는 차리지 않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그는 스푼을 들어올려 가볍게 밥을 1/4 스푼 분량을 떠내 입안에 넣었다. 양념이 잘 베어든 밥이 일품이었다. 살짝 노른자를 째서 흘러 넘치게 한뒤 밥에 비비니 순식간에 밥알에 노른자가 코팅되어지고, 담백한 맛에 양념이 어우러져 묘한 밸런스를 잡아낸다. 이전에 캐놀라인에 몰래 놀러 갔을때 음식점에서 나온 덮밥을 먹은 기억이 난다. 맛은 이것보다 조금 덜한데다가 양까지 미묘해서 그 감각에 자신이 조금 더 많이 한 것 치고는 확실히 잘 되었다. 그렇게 스테이크까지 한 점, 밥과 같이 넣으니 이래서 인간들이 미식에 열광한다 생각하며 만족한 미소를 머금고는 레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서 먹게나. 일단 취미 생활을 겸해서 요리를 배우고 간간히 즐겨 해먹었네만, 남에게 해준건 그대가 처음이네. 인간들이 한 것에 비하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네만, 한번 내가 제대로 된 요리사인지 한번 검증을 좀 해주겠나?"
어제의 그 무례─블랑 입장에선 그게 무례인지도 모를 것이다.─가 무색하게 블랑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살짝 윙크를 던지며 식사를 권하였다. 물론 레아가 원한다면 지금도 리빙아머들이 바로 미음이나 부드러운 음식을 준비해올 것이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진짜 맛평가를 들어보고 싶다는 것일까, 그는 기대반, 호기심 반 섞인 눈동자로 레아를 바라보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물론 식사가 필요 없는 몸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이렇게 고급진 입맛(?)이 된 이상 그 또한 인간들과 같이 맛에 대해 연구를 하는게 맞을 테니까.
"잘 먹고, 잘 자야 하네. 최소한 이 곳에서 일할 때 만큼은 마음과 몸이 편해야지 효율이 나올테니까. 그래, 쫒길 필요 없는 것이야."
그렇게 가볍게 덧붙이고는 포크를 이용해 스테이크를 한점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확실히 손질 잘된 안심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육즙과 식감 모두 합격점이라고 생각하며 점심은 또 레아에게 뭘 먹여야 할지 메뉴를 고민하게 된 그였다.
기우였을까? 차에 각설탕을 넣는 모습이며 손끝을 튕겨 의자를 움직이는(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연관성이 없는 현상이지만 어제도 같은 일이 있었던 것이나 그가 온갖 소소한 일을 마법으로 다 해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 그의 마법이리라.) 모습이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착각이었나 보다 하고 의자에 앉는데 가벼우면서도 (빛의 바다가 갑작스럽게 평온을 가장하는 인상을 주던 때에 비하면) 자연스러운 투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그는 보던 신문을 내려놓고 음식을 들기 시작했다.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용도 인간처럼 매일 일정 시간 이상을 자야 하는지(레아가 살펴본 문헌에서는 용은 잘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용이 동면을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용이 매일 잔다는 기록은 없었다.)도 궁금했지만, 그보다는 그때의 미묘한 파동이 마음에 걸렸다. 잠을 못 이룬 까닭이 혹시 그 동요와 관련 있지는 않을까?
"학교에서의 일 때문입니까?"
내뱉자마자 후회했다. 학교에서의 일이라고 해 버리면 자기가 엉망진창으로 굴었던 게 떠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건 자살행위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꺼내도 쪽팔릴 판에! 어디로든 숨고 싶은 기분으로 레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주먹을 무릎맡에 옥쥐었다.
"..그, 뭔가.... 일이 있으셨던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나중에 ..설명해 준다고도 하셨고...." 말하면서도 궁색했다. 이런 식으로 화제를 돌려 봤자 소용없을 것 같다. 그런다고 내가 저지른 일이 없던 게 되지는 않으니까. 얼굴이 열기로 팽팽해진 게 느껴졌다. 눈을 질끈 감고 잘 안 떨어지는 입을 억지로 움직였다. "학교에서는, ....저, 죄송합니다. 구경..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정말 숨고 싶다. (생각해 보면 여기 온 뒤로 돌이키기 민망한 실수만 연발인 것 같다. 이제 겨우 사흘째인데!) 그렇게 바짝 타드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흑룡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예사로운-그러면서도 어딘지 즐거운 듯한- 투로 식사를 권할 뿐이었다. 게다가 직접 만든 요리라니 놀랄 노 자다. 여기 와서 본 음식(그가 개발한 마법 기사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이 모두 인간식 음식이긴 했지만, 그런 요리를 용이 직접 했다고? 얼떨떨했다. 용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받다니 이 무슨 신비 체험이야..? (생각해 보면 학교와 집, 혹은 학교와 기숙사만 오갔다 보니 가족이 아닌 이가 자신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준 것도 처음이다. 그런 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딱히 없지만, 사람이 아니라 용일 줄은 더 몰랐다.) 다만 요리 검증은 가능할지 모르겠다. 동기들은 맛없다고 투덜거리는 교내 식당의 식사도 레아는 (생선이 나왔을 때 빼곤) 곧잘 먹었으니까. 딱 한 번, 속에 쌀밥만 넣은 샌드위치만은 먹으면서도 황당했지만. 생각하니 목이 타 차부터 들었다. 향긋하고 뜨끈한 액체가 목구멍을 따라 들어가는 감각이 또렷이 느껴지며 속이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제 소감으로 검증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그가 한 대로 노른자를 밥에 비비고 고기를 얹어 먹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미각이 예리하기보다 둔감한 편이고 그다지 다양한 요리를 먹어 보지 못했는데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확실히 왔다. 씹을수록 맛이 풍부해지는 게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느낌이랄까? 그래서 아무지게 꼭꼭 씹어 삼키고는 조악하게나마 소감을 말했다.
"맛있습니다, 굉장히요."
한 입만 먹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라 생각하며 마저 드는데, 심신이 편하도록 잘 먹고 잘 자라는 당부가 들려왔다. 하나하나 살뜰히 마음 써 주는 게 새삼 고마우면서도, 어제 밤을 샌 이에게 듣기엔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앞섰다. 더구나 용의 체격을 생각하면 지금 그의 식사량은 역시 너무 적다. 괜찮을까?
"블랑님이야말로 너무 적게 드시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만 드셔도 지장이 없으신 겁니까?" 말하다 보니 용의 수면 시간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도 다시금 궁금해져 덧붙였다. "잠도.. 얼마나 주무셔야 하는 건지요?"
>>257-258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꼭꼭 씹어 먹으면 몸보신은 될 것 같습니다 :) 음식 섭취를 안 해도 되는데도 요리가 취미라니 신기하군요:O 진정한 미식가! 설거지옥은 마법으로 처리하거나 마법 기사에게 맡기려나요(._.)? (부럽다!!) 어쩌면 인간의 요리까지도 연구 분야에 포함시킨 건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근데 아침 먹으면서 점심 메뉴 고민이라니 어째 익숙한 모습이군요ㅋㅋㅋㅋ (너무 익숙해서 흠칫할 정도 :|!!) 즈이 애 챙겨 주자고 궁리하는 거라 고맙기도 하고요:D! 블랑님의 마음 씀씀이에 걸맞은 답레가 되었길 바랍니다 :)
오래사니까 지루해서 뭐라도 하려는거 아닐까요! 사실 용들이 죄다 무기력한건 전부 그때문이긴 해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완벽에 가까운데 거기에 오래 살아! 뭘해도 재미없어!1 그러니까 잠이나 잘래!! 그렇게 모두가 히키코모리가 되어가다가 결국 전부 별의별 취향이 생기는거죠!! 그래서 블랑도 명칭은 고심중입니다. 무슨 이름을 붙여야 잘 붙였다고 소문이 날까? 라는 느낌으로요!! 그래서 지금 몇기 빼고 죄다 용인의 형태로 디자인을 바꾼다음 드래곤메이드(네, 유희왕 드래곤메이드)라고 이름을 붙여야 하나 같은 개그성 생각도 하는 중입니다
"음, 일단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기 이전에, 용의 생태중 일부를 먼저 말해주겠네. 용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더이상 섭식으로 에너지를 채우지 않는다네, 왜냐면...."
그와 동시에 그가 천천히 손을 내민다. 무언가 형상이 점점 잡혀가더니 이내 그의 손 위로 보석의 형상을 갖춰갔다. 그 빛은 어떤 보석보다도 은은하지만 확연한 빛을 내고 있었으며, 그 빛 속에서는 강한 힘이 농축되어 있다는 것을 어느 누군가가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라면 레아도 눈치를 채지 않았을까? 지금 이 보석이 내고 있는 힘의 파장이 다름아닌 그와 전음을 나눌때의 그 정신 파형하고도 많이 유사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심장일세."
별 다른 큰 감흥 없이 자신의 치명적인 부분을 겉으로 내밀어보인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었지만 가족 만큼이나 믿고 있다는 뜻인 걸까? 블랑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천천히 자신의 심장을 다시 자신의 안으로 밀어 넣은다음 헛기침을 하고는 레아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깐 동안이지만 자신의 몸 바깥으로 심장을 꺼낸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힘을 소모하는 일이었으니까, 인간으로서도 자신의 심장을 직접 꺼내어 보여준다는 기행은 절대로 불가능하리라.
"뭐 잠깐 동안 정도는 바깥으로 보여줄수 있지, 중요한 것은 그 점이 아니지만 말이야. 용의 심장은 거대한 마정석을 극한의 고밀도로 압축시켜 놓은것이라고 보면 된다네. 인간들 말로는 거대한 화로로 돌리는 물레방아 중, 절대로 꺼지지 않는 화로라 봐도 무방할 것이야. 그렇기에 섭식을 함으로서 얻는 에너지가 그다지 필요가 없지. 그래서 용들은 그만큼 수면기를 가지게 된다네. 왜냐하면 그만큼 심장이 성장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용들이 자신들만의 레어에 자리 잡고, 짧게는 몇십년, 길게는 몇백년을 잠들어 있는다고 생각하면 되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것을 하루단위로 환산하여서 최대한 쪼개서 잠을 자는 것으로 심장의 크기를 조금씩 키워나가는 방향을 가닥 잡았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고."
물론, 그마저도 어떻게 이론상 있던걸 그냥 억지로 끼워맞춰 성공시킨거지만 말이지, 라는 가벼운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를 흘러가듯 하고는 천천히 덮밥을 한입 입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혼자 있을때는 아무리 맛있는걸 먹더라도 금새 물리고야 말았는데, 어느순간 가족에게 밥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니 본인도 만족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거기다가 맛있다고 한다, 물론 어떠한 미사여구도 붙지 아니하였지만 그속에서 느껴지는 진심이란 미사여구는 그 어느때보다도 그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있었다. 이번 점심도 한번 직접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메뉴를 고르던 와중, 직전에 하던 이야기 주제가 떠오른 것인지 그가 수저를 놓고 깍지를 낀 채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레아를 바라보았다.
"레아, 혹시 그대의 학교에 이런 학생이 재직중인지 알고 있는가?"
잠깐 숨을 고른 그는 천천히 자신이 떠올린 모습을 구두로 묘사해내기 시작했다. 허리까지 오는 금색 장발에 끝부분을 살짝 컬을 주고, 어느나라 공녀 못지 않은 기품과 몸매와 더불어 아름다운 미모, 하지만 왠지 모르게 차갑고 냉혹함 마저 느껴지는 비취색 눈동자까지. 게다가 그녀의 성격상 아마 자신을 모범생처럼 위장했을지도 모른다는 설명과 더불어 그녀와 만난적이 있냐는 질문까지 덧붙이는 블랑이었다. 적황색의 눈동자가 레아를 직시한다. 그안에 담긴 감정은 다름아닌 [걱정]이었고.
>>263 Aㅏ.. 그래서 전임 대빵님이 인간네 영역을 뒤집어 버리는 초유의 사태까지 터졌나 봅니다:( 뭔가 여러모로 초월적인 게 영생은 안 된다는 거 빼면 그리스 신들 같기도 합니다ㅎㅎ (그리스 신들은 지들끼리 지지고 볶느라 바빠 보인다는 차이는 있습니다만..^ㄷ^a )
유희왕은 못 봐서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만.. 남캐형 마법 기사도 있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일괄 메이드면 좀..(._.)a 미묘해질 것도 같습니다ㅋ
원한을 뭐 얼마나 많이 사신 겁니까, 블랑님은?
엇? 그냥 썰풀이여도 됩니다:O 읽는 저야 디테일하면 더 재밌겠습니다만 줄글 길게 쓰기 기 빨리지 않으신지요?
눈이 휘둥그레졌다. 용은 나이를 먹으면 영양분 섭취가 필요 없어진다? 상상도 못한 사실이었으나 그의 커다란 본체가 떠오르자 다행 같기도 했다. 그 거대한 몸을 영양분 섭취로 지탱해야 했다면, 에르네스트 산은 물론이고 용의 서식지 인근에 사는 동물들은 진즉에 멸종하고 말았을 테니까.
그런데 그가 손을 내미는가 싶더니 그 위에 뭔가 나타났다. 서서히 형체를 갖춰가는 그것은 얼핏 커다란 보석 같았으나 보석과는 달라 보였다. 그것은 레아가 이제껏 본 그 무엇보다도 투명해 새까만 색이 아니었다면 공기와 구별하기 힘들 것 같았고, 표면은 각이라곤 없이 매끈한 듯하면서도 미세한 한 면 한 면이 이채롭게 반짝였다. 그런 가운데 보석(?)에서 뿜어져 나와서는 그 주위를 물결처럼 구름처럼 에워싼, 신비스러운 적황색 빛은, 처음에 출입증으로 그에게 말을 건네느라 끙끙대던 때 접했던 그 빛의 바다를 연상시켰다. 어디로 보나 평생 하기 힘들 게 자명한 구경거리이긴 한데 얘기 중에 왜..?
그런 의문을 품을 찰나, 이어지는 말에 입이 딱 벌어졌다. 기가 막힌 나머지 순간 숨도 안 쉬어졌다. 그의 손에서 심장이란 게 사라지고서야 이게 무슨 상황인가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심장이라니, 공격이라도 당했다간 죽기 딱 좋은 장기잖아. 그런 걸 보란듯이 내보여? (생명체가 자기 장기를 몸 밖으로 꺼내는 게 가능하다는 거부터가 기괴하다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닌 거 같다..) 정령한테 속았을(?) 때 내가 제일 무방비한데 누굴 걱정하냐고 투덜거렸는데, 그거 취소다. 이 용, 진짜 끔찍하게 무방비하다!
"그런 걸 아무한테나 보이면 어쩝니까!? 제가 해코지라도 했으면 블랑님은 죽었습니다!"
거의 사자후를 토했다가 아차 싶어 얼굴을 가렸다. 답답한지 걱정되는지 화가 나는지 헷갈렸다. 대체 뭘 믿고 저런담? 자신을 향한 황당하리만치 무조건적인 신뢰며 뭘 해도 마냥 받아줄 것만 같은 허용적인 태도가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도무지 감도 안 왔다. 이 혼란스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흑룡은 태평하게 용에게 식사 대신 수면기가 필요한 원리나 늘어놓았다. 분명 엄청난 정보였지만(어떤 방식으로든 수면 시간의 총량을 맞추어야 성장한다는 것이나, 길게는 수백 년을 자는 용도 있다는 것이 특히 그랬다. 어쩌면 드래곤 슬레이어를 자칭하는 인간 중에 잠든 용을 공격했던 이도 있지 않을까?)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게 현실인가 싶어 마른 세수부터 하게 되었다. 음식을 만들어 주고도 맛있다는 한마디만으로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 갑갑해 한숨만 푹푹 나왔다.
"그리 좋으십니까? 대접은 제가 받았는데요.." 볼멘소리가 절로 나왔다. 무슨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아니고. 천 년 넘게 살았으면서도 이렇게 퍼 주는 성격이면, 꿍꿍이 있는 지성체한테 걸려서 고생을 해도 수십 번은 했겠다. "인간한테든 용한테든 다른 종족한테든 이용당하다 낭패 보신 적 없으십니까?"
그런 적이 없어서 마냥 베푸는 건지, 그런 적이 있는데도 천성이 저런 건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두르던 중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혹시 이 용, 인간처럼 타자와 교류하고 친밀감을 쌓고픈 욕구가 있는 걸까? 여태 봐 왔던 기록에 공통적으로 용이 군집 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어서 용은 당연히 독자적으로 사는 생명체이겠거니 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건가? 하기야 그의 말대로면 용도 대표며 규칙을 정해 가며 동족과 일종의 사회적 교류를 하기는 하는 모양이니, 인간 수준으로 사회적 욕구가 강한 용도 있을 법은 하다. 그런 성향인데 가족을 만들 기회는 없었다면(외형 때문에 결혼은 무리였다고 했으니까) 타자와의 교류에 혹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쉽게 신뢰하고 정을 주다간 다치기도 쉬울 것 같은데. 난감한 분이네.
어쩐지 목이 말라 와 다시금 차를 넘기는데, 흑룡이 돌연 심각한 표정을 띠더니 어떤 용학 생도에 대해 물어 왔다. 듣자니 올해 연구원들 사이에서도 화제에 올랐던 그 생도다. 어울려 보고 싶은데 어쩐지 말을 못 걸겠다던 연구원만 몇 명이더라..? 들을 땐 실소가 나왔으나, 언젠가 먼 발치로 스쳤는데도 절로 눈길이 갔던 이후로 왜 생도들뿐만 아니라 연구원들까지 난리였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흑룡이 그 생도는 어떻게 알까? 그런 의문이 스치자마자 (흑룡이 인간으로 변한 모습을 막 보고서) 눈에 띄게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는 용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세상에, 바로 앞에 용이 있었던 거야? 연구원들 이제껏 헛짓 했네.. 속으로 농담 반 자조 반인 한탄을 하던 중 그의 시선에 흠칫했다. 따뜻한 색채의 눈동자가 바람에 일렁이는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덩달아 긴장이 되어 마시던 차를 놓았다.
사자후를 내지르는 레아의 반응에 아까전에 질문을 던지던 진지한 태도가 강제 무장해제 당하고 그대로 웃음을 터트리고야 만다. 최강의 종족인 용종에게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직 레아만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애시당초 무방비하다고도 볼수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겉으로 심장을 드러내는데 아무런 방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마법의 조종답게 강한 마법도 부릴수 있을테고, 게다가 블랑은 그 특유의 공간을 다루는 힘을 선보이며 그것을 막아낼 수 있을테니까. 즉 무방비한 행동이지만 언제든지 대비가 되어 있었다는 뜻이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진정시키기라도 하듯 천천히 홍차를 입에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 일단 짐작하는 대로, 용일세.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야. 나와 같이 이런 호의적인 존재가 있는가 하면, 다른 존재들은 그러하지 않을수도 있을테니. 그리고 그녀가 그로인해 유희를 방해 받는다면, 나 또한 어떻게 비호해주기 어려우니 말이지. 용들 사이에서는 법은 없지만, 암묵적인 규칙이라고 해야 할까, 유희중인 상대에게 함부로 간섭할수도 방해해서도 안된다는 것이지."
백에 백, 그녀는 레아에게 접근 할 것이다. 최대한 외관을 보이지 않게, 또 자신의 마나임을 드러나지 않게 만반의 대책은 세워 뒀으나, 분명히 그녀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레아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역으로 레아 본인을 이용해 자신에게 거절할 수 없는 협박을 가할지도 몰랐으니까. 그 사특한 눈동자를 떠올리자 그의 표정이 조금 굳어져 갔지만, 그래도 유희중인 용은 본인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규칙도 있었으니까. 아마 그녀가 생각이 있다면, 무조건 그렇게 행할 것이다. 그만큼, 고룡들의 감시는 엄중하였으니까, 전대 로드의 사건 이후로 더욱 심해졌고.
"저번에 정신 파형이 흔들림을 잡아냈다 했었지? 그대와 헤어지고 나서 가볍게 충돌이 있었네. 악연이라면 악연이고, 숙명이라면 숙명이니까."
그 순간, 심처에 남아있는 문헌이 떠오른다. 미리 그녀에게 말해두는 것이 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만큼은 아직 그녀에게 너무 무거운 족쇄라 생각이 뒤덮자 그에 대한 안건은 철회, 천천히 홍차를 한모금 들이킨 뒤 어느새 나온 설탕을 뿌린 러스크를 한조각 꺼내 입에 넣으며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이내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이리 행동하는 이유가 궁금한가?"
확실히 그러하였다. 그는 용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이들보다도 인간적이었으며, 또 호구라고 놀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레아에게 잘 대해주는데다가 지금까지의 행보로 봤을때, 다른 이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줄 것이다. 아마 이는 레아도 분명히 짐작할 수 있을 법한 부분이리라. 성격이 온화하고 부드럽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힘들테니까. 다 식은 차를 마저 비워낸 그는 리빙아머 한 기로 하여금 자신의 찻잔에 커피를 한잔 더 채워달라는 명령을 내린 뒤 아주 잠깐, 아련한 빛을 띄우며 입을 열었다.
"아주, 먼 옛날이었어, 아주 먼 옛날..... 언제인지는 나도 조금 가물가물하군. 그때 알게 된 한 존재가 죽기 직전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주더군. 마음 내키는 대로 나아가라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은 스스로 정해보라고. 그 끝에 뭐가 있건 그것이야 말로 본인이 바라는 것이라고. 그래, 지금 꽤 꼴사납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꽤 후련한 기분일세. 이렇게 마음을 주고 믿을만한 사람을 옆에 뒀다는 건 말이지."
아주 짧은시간이었다. 하지만, 존재가 존재에게 믿음을 나누고 신뢰를 쌓는데 그 시간의 길이가 중요할까? 지금 블랑은 레아에게 직접적으로 이렇게 묻는 것이리라.
// >>270
에이 그래도 레아가 직장 후임인데 믿어야죠! 블랑도 나름 각오가 되어 있는 남자라고요!!(?)
어..... 그런 경우는 거의 없고 동료중에 그렇게 나서려는 놈들이 있으면 미리 원천 봉쇄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참고로 지금 대화에 나왔던 저 대사는 1천년 전, 즉 요람 세우고서 금룡누님 습격 이후에 마음적인 동요를 이기지 못하고 유희에 나섰다가 (당시 테마는 뒷골목 조폭이었습니다) 자기 위쪽 간부가 죽기 직전 자신에게 남긴 유언 비스무리한 겁니다. 그 말 덕분에 자신의 가짜 시체를 만든 다음 유희를 끝내고 다시 요람 제작에 전념했지요. 6년이라는 짧은 유희였지만, 그때 블랑은 꽤 멘탈치료가 됐다고 하네요 읍읍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웃을 일인가? 당신 방금 죽을 뻔했다고 한 건데? 경계심 좀 가지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미는 걸 덮밥을 밀어 넣어 눌렀다. 저 정도면 말해 봤자일 것 같아 맥도 빠졌다. 저 폭소가 심장을 공격당해도 끄덕없다는 방증이면 차라리 좋겠다. 분풀이처럼 음식물을 씹는데 흑룡이 그 생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비우호적인 용이라, 상상 못할 바는 아니다. 아니, 너무 상상이 잘 되어서 두려웠다. 용족의 치부라는 것을 들었을 때 그토록 공포스러웠던 것도 용족의 분노를 샀을까 봐였으니까.
그래서 흑룡이 그 생도, 아니, 그 용과 사이가 나쁘다는 말에는 바짝 긴장부터 되었다. 이대로는 체할 것 같아져서 남은 차를 모조리 들이켰다. 대놓고 충돌도 할 만큼 흑룡에게 악감정을 품은 용이라면, 레아가 (1달짜리 계약이라 해도) 흑룡 휘하의 인간인 걸 알 경우 곱게 볼 리 없을 것 같다. 최악의 경우 흑룡 대신 자신에게 화풀이를 하려 들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쩌나? 용들 싸움에 등짝 터지는 인간 신세는 사절이다. 그네들에게 하잘것없는 존재라고 해서 휘둘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니까. (용족 전 대표에게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 까닭도 그래서 아니던가.) 하지만 용을 무슨 수로 당해 낼까? 한숨이 나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연구원과 생도의 접점은 그 생도가 후임 연구원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별로 없으니, 흑룡과의 관계를 들키지 않길 바라며 철저히 공적인 관계로 머무는 수밖에.
"연구원과 생도가 교류할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정도의 거리만 유지하고 일절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그 용과 마주했을 때 과연 겁먹은 티를 안 낼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여느 생도에게나 할 언행만 하고 못 할 언행은 삼간다면 어떻게든 될 거다. 그럴 거라 믿고 싶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고 보니 어느새 손이 떨리고 있었다. 레아는 손을 테이블 아래로 감추고 심호흡을 했다.
그런 터라 흑룡이 화제를 바꾸어 준 것은 반가웠다. 더욱이 그 화제는 레아 역시 알고 싶은 것이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태도는 타자와 교류하려는 사회적 욕구란 것을 감안해도 너무나 경계가 없었으니까. 이제까지와 마찬가지인, 잔잔하게 고운 미소를 보면서도 그 경계 없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진 않을지가 염려될 만큼. 그래서 집중하려니, 선량해 보이는 눈이 아득히 먼 어딘가를 향한 듯 그윽한 빛을 띠었다. 그러면서 나온 사연은 그가 거쳐 온 오랜 세월이 무색하게 그에게 각인된 과거의 편린. 거기에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가치관이 묻어나 있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면 결과가 어떻든 후회는 없을 거라는 의미일까? 그렇기에 레아를 신뢰한다고 피력하는 걸까? 감탄이 나왔다. 용감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것, 그런 마음가짐은 강인한 것을 넘어 숭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말리고 싶었다. 선택의 순간 아무리 간절한 마음을 품었다 해도 그 마음은 결과에 따라 바래지기 십상이니까. 가령 목숨 걸고 나라를 세운 개국공신이면 토사구팽을 당해도 후회가 없을까? 친구를 신뢰해서 돈을 빌려 줬다가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은? 그 외에도 숱한 경우가 선택에 대한 만족은 결과에 좌우될 수 있음을 웅변한다. 게다가 개별 지성체가 신뢰를 지키고자 애써도 상황이 신뢰를 박살 내는 일도 드물지 않다. 창업 군주와 개국 공신의 신뢰 관계가 아무리 굳건해도 개국 공신의 존재가 다음 군주에게 위협이 된다면 그 공신은 토사구팽당할 가능성이 크고, 흔쾌히 돈을 빌려 준 것에 감사하고 친구를 더욱 신뢰하던 이라도 능력이 안 되면 돈을 못 갚을 것이다. 그런 문제를 고려하면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용이 날 신뢰했다가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과연 내가 어떤 상황이 닥쳐도 그의 신뢰에 부응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없다. 난 내 안위가 가장 중요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니까.
그의 신뢰에 부응하고자 노력해서 주님께 감사 기도가 절로 나올 만한 결과를 얻는대도 문제다. 흑룡이 털어놓은 사연에는 사별의 흔적도 있었다. (그에게 영향을 미친 가치관이 다름 아닌 누군가의 유언이니까.) 그도 그럴 것이, 용은 수명이 엄청나게 긴 만큼 사별도 수차례 겪었을 것이다. 사별이 얼마나 깊은 상흔을 남기는지 아직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사별에 무뎌지지는 않는다는 거. 그게 문제다. 내가 인간인 이상 아무리 발악해도 100년 이상 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용에게 100년은, 인간에게 한 철이나 다름없는 짧은 시간일 거다. 그렇다면 신뢰를 깊이 쌓을수록 감당해야 할 괴로움이 늘어나는 것 아닐까? 그런 걸 생각하면 난 결코 저 용처럼 용감해질 수는 없다.
"꼴사납다는 생각 안 했습니다. 오히려 감탄했습니다. 스스로에게 그렇게까지 솔직하실 수 있다는 점에요. 다만 제가 어떤 상황에서도 블랑님의 신뢰에 부응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그로 인해 블랑님이 후회하실 만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아시다시피 제 수명은 블랑님껜 한 시절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전 블랑님만큼 의연해질 수는 없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나친 신뢰는 거두시는 편이 블랑님께도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Great! 처음이자 마지막 유희에서 꽤 큰 깨달음을 얻은 탓에 인간들의 추악한 면모도, 찬란한 가치도 모두 볼수 있었던 시기입니다!! 그때의 경험이 남아서 이용할 수 있는 있는건 이용하자는 것도 있어가지고 싸울때 마법만 쓰는 용들과 달리 꽤 실리적인(양팔을 써서 무기를 휘두른다던가 등) 술수도 부리는 편입니다!!
>>274 몇 천 년? 종족 특성상 수명이 100년 될까 말까이잖슴까:O 복제형(?) 호문클루스는 레아와는 별개의 개체일 거고, 호문클루스에 영혼 이식하는 건 아직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것 아닙니까? (아니면 스포:O?!)
당장 확보할 수 있는 무기를 휘두르는 실전형 전투입니까? 그런 걸 배웠다면 케놀라인의 술 대야 휘두르는 엘프한테 배울 거라 예상했는데 아닌가 보군요ㅎㅎ 그런데 다른 용들은 싸울 때 왜 마법만 쓸까요:O? 피지컬이 워낙 우월하니 몸통 박치기를 하든 꼬리 치기를 하든 발톱으로 찌르거나 발로 밟든 하나같이 흉기급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m')
에이 스포지만.... 성공합니다 정말로 의외의 물건으로 성공해요, 이게 이걸로 성공한다고? 라는 말이 튀어나올정도로요!!
나중에 싸움레스 쓸때 나오지만, 돌로 무기 만들어 쓰거나, 날에 흑요석 코팅을 한다던가 등의 방법으로 싸움을 벌입니다! 물론 육탄전도 질량공격으로 하는 편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마법으로 싸우는게 우위를 점하기도 편하니까요. 다만.... 블랑의 경우에는 팔이 자유로우니 그 질량 병기를 쓰는데 더 장점이 있죠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스스로의 위치를 알고 말하는 것도, 자신의 경계를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마냥 한계를 넘어 서려는 것, 그럼에도 그렇게 [평범함]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그도 알고 있다, 그녀가 그저 자신과 일하게 된지 4일밖에 되지 않은 평범한 여인의 몸이라는 것 정도는, 하지만 역으로 그렇기에 그는 그녀에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 이미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줬었으니까. 물론, 알고 있었다. 첫 유희때 정말 질리도록 당했던 것이 바로 배신과 사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그는 각오할 수 있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그는 지금 이 눈앞에 있는 여인에게 희망을 걸 것이다. 그녀 본인은 아직 그녀를 믿지 못하지만, 그녀가 스스로에게 각오를 하게 되는 그때, 그녀는 더 이상 헤메이지 않을 것이다. 각오라는 것은 어두운 황야에 길을 열어가는 등불과도 같은 것이니까. 그때야 말로 과연 그녀는 어쩌면 자신이 생각 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지 않았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말에 천천히 답변하였다.
"내게 각오가 되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걸세. 그대가 신뢰에 부응할만한 인물이 아닌가 맞는가는 내가 판단하겠지. 그리고 수명은..... 과연 그렇게 생각하게 될지 나중에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야."
그렇게 답변하며 그는 어느새 내와진 커피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아까 홍차와 마찬가지로 각설탕 4개를 집어넣고 천천히 휘저으며 녹아내려가는 걸 가만히 지켜본다. 그리고 마침내 다 녹아든 커피를 한입 마시면서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실수로 각설탕을 4개 넣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달았던 탓일까? 너무 단맛이 강한 탓에 혀가 조금 아릴 지경이었다. 물론 달다는 것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지금 단맛은 너무나 강한 것이도 사실었으니까. 그리고는 다시 직면한 문제는 역시나 레아와 그 금룡의 문제였다. 물론 본인이 조심은 할 것이고 레아의 성격상 살얼음 딛어내듯 조심하겠지만 언제나 인간의 마음대로 가지 않는 것이 운명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일말의 걱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여러가지를 조치하겠지만 지금 당장으로선 그녀가 만나지 않길 바라는 것 밖에 답이 서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해서, 레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이기적인 것이라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사실상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레아는 지금 피해자의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녀가 학교로 돌아가는 날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안전 대책을 강구해두면 문제 없으리라. 그렇게 조속히 머릿속으로 다음 안건을 넘겨내기 시작하고, 마침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그는 아주 진지하고, 지금까지 유례없을 진중함을 담아 깍지낀 손을 탁자에 얹은 채 입을 열었다. 만약 이것이 극화풍의 만화였다면 효과음으로 [고오오오오.....] 하고 올라오지 않았을까?
>>276-277 아이고야 늦게까지 쓰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근데.. 저는 현생 때문에 내일 밤?(아마 월요일 새벽?)에나 이을 수 있을 듯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언데드화처럼 끔찍한 일은 안 일어난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관전 스레에서도 언급했지만 레아가 호문클루스가 되는 거에 긍정적인 입장은 아닌지라..(._.)a 호응이 좋지만은 않을 거 같습니다^ㄷ^;;
육탄전(근접 공격)보다 마법싸움(원거리 공격)이 더 유리해서 마법으로 싸운다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까?
배신과 사별을 질리도록 당했다라.. 블랑님이 문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었군요8_8 시간선으로 따지면 청소년기인 1,000살 남짓일 때 전임 대빵님 징계-요람 짓기 시작-금룡 누님과의 다툼-뒷골목 조폭 유희-다시 요람 짓기 돌입, 이 순서인 겁니까? (그 와중에 점심 메늌ㅋㅋㅋ 레아한테 먹이는 데 엄청 진심이군요:O!)
>>278 아유 천천히 가시죠!! 어차피 저도 독백 레스 하나 써드리기로 했으니 시간은 널널해요!!
1. 레아를 호문클루스로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본인도 진짜 이게 맞는건가 싶기도 한 시점이 분명 올테니까요!! 게다가 재료가..... 음.....
2. 그렇죠, 막말로 마법이나 브레스로다가 얼리고 녹이고 다 할수 있는데 굳이 그런 짓을? 이런 느낌이니까요. 게다가 도마뱀 같은 육체상 앞발이 자유롭게 휘둘러지는데 한계가 있고, 꼬리나 몸통으로 공격하는게 위력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후딜레이가 커서 감당하기 힘드니까요. 하지만 블랑은 양팔이 자유로우니 오히려 그점에서 메리트를 가지고 가는거에요.
3. 정확합니다!! 타임라인으로 따지자면 그거에요!! 그리고..... 점심 메뉴는 매우 중요합니다!! 짬뽕인지 짜장면인지 1시간 회의를 해도 모자르다고요!!
1. 엥? 그럼 블랑님이 수명 문제에 저래 태평한 건 어째서랍니까:O? 인간 개체의 수명을 늘릴 방도가 있을 거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_.)a
2. 피지컬 필요 없이 마법으로 다 하면 용족은 그렇게 큰 몸이 필요가 없겠군요 식사로 유지해야 하는 몸도 아니고..폴리모프해서 지내나 본체대로 지내나 별 차이가 없겠습니다^ㄷ^a 아 그러고 보니 용족한테 수면기가 위험한 시기이기도 할 거 같은데 그런 때 외부의 습격은 어떻게 대비할까요:O?
3. 이런저런 일 겪는 방황기도 일종의 성장 과정이었겠군요 그건 그렇고 점심 메뉴는 개그씬을 의도하신 거 같긴 한데 한편으로는 며칠 만에 레아한테 정을 엄청 쏟아 버린 게 드러난 것도 같아서 보면서 묘했습니다ㅎㅎ
4. 블랑님은 차든 커피든 각설탕 3개가 취향인가 보군요 (레아는 설탕 안 넣고 스트레이트라는 TMI..ㅋ) 근데 각설탕 4개 넣고 너무 달다고 하는 부분요, 혹시 이후에 일어날 사건의 복선 같은 겁니까?
1. 사실 자기도 쫄릴껄요? 레아가 말한 시기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지는 블랑을 볼수 있습니다!!
2. 그래서 용들이 가디언을 많이 세우는 편입니다. 블랑의 레어에서는 리빙아머들이 메이드 겸 가디언 역할을 하는거라 보시면 됩니다. 보통 그렇게 세운 파수꾼들이 레어에 들어온 침입자에 대비를 해주는 거죠. 그리고 만에 하나 그렇게 잡게 된다면 용을 단칼에 죽여야 합니다. 단칼에 목을 못자르셨다고요? 저런, 회복마법을 걸고 말그대로 화가 머리 끝가지 난 보스를 상대하셔야 할껍니다. 자다 도중에 깨어난 용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3. 어...?! 그게 그렇게 보였군요!! 다음부터는 집안일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하는건가(....??) 물론 블랑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요람 중책에 맡긴 가족같은 느낌의 사람이니까요. 게다가 타인과 어울리는걸 싫어하는 편도 아니고....
4. 사실 블랑도 그냥 맹으로 마시는걸 꽤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만 그냥 자기 기분상 아침에 단거 먹으면 머리가 잘 돌아가는 느낌이라 일상 지내는 거 마냥 이렇게 마시는거지요!!
1. 너무 자신만만해 보여서 허세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블러핑 잘 치는 용이군요 유희할 때 배웠나..:O? (약 1천 년 전에 6년간 경험한 걸로 이렇게 상상하는 건 무리수이려나요?) 수명 차이가 워낙 나다 보니 용한테 인간은 시한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싶어집니다ㅎ
2. 전임 대빵님이 깽판(?)을 거하게 쳤었으니 깽판을 안 친다고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와 별개로 이 세계에선 용이 인간을 제물로 원하네 어쩌네 같은 건 헛소문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군요
3. 몸이 이형이라 겪은 일이나 유희 중에 겪었다는 배신과 사별 같은 걸 오랜 세월에 걸쳐 묻어두거나 극복하는 과정에서 단단해졌을 거 같긴 합니다 근데 감정이 풍부하다고 하신 걸로 보아 (본룡 생각과는 달리) 상처에 무뎌지지는 않은 듯한지라.. 레아한테 통수 맞고 타격받는 일은 없길 바라게 됩니다
4. 단 거 그렇게 먹어도 건강 걱정 없는 건 부럽군요 용생 짱이다(??)
5. 블랑님이 학교 구경 하고 싶어했는데 하다 만 게 걸립니다8ㅅ8 레아도 내심 담아 두고 있을 거 같은데 금용 누님이 서슬 퍼렇게 있는 한..은 어려울라나요?
1. 특유의 성격에 만만찮은 당시 경험으로 배포가 커진거에요 의외로 허세도 조금 있지만 그 허세의 대다수가 그래도 자신에겐 능력이 있으니까! 라는 생각에서 기인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레아의 건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어! 라고 속으로 자신감이 쌓여 그러는거에요!!
2. 아 그거 진짜 헛소문이에요!! 용은 절대로 제물을 원하지 않습니다!! 물론 제물로 바쳐진 인간들은 그래도 교육시키면 가디언들보다 일을 잘하는지라 아주 가끔씩 레어에서 생활하되 여기서 있던 이야기를 전부 함구하는 조건으로 일을 시키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어요!!
3. 그래도 의외로 아군은 있습니다! 그게 현 로드에요! 물론 자주 찾아보는 친우는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알고 지내는 동료정도? 그래도 로드 왈 "너무 상냥하고 이단적인 성격인걸 제하더라도, 확실히 신뢰를 줄만한 남자"라는 평입니다.
4. 잉여의 에너지도 전부 마나로 천천히 환원되다보니 신체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연소가 가능하다 보시면 되요!!
5. 아마 갈껍니다!! 딱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전음 자체는 주파수에 일부러 간섭 안하는 한 드러나지도 않을 뿐더러, 유희중 상대에겐 아무런 제재도 못가하지만, 역으로 상대도 유희중엔 자신 정체를 절대 들키면 안되니까요!
>>287 1. 헉 그러다가 z축 잘못 지정하면 공중에서 추락하거나 땅 속에 박히는 겁니까?! 그런 불상사 없이 텔포가 잘 되는 경우가 늘어났다면 헛소문도 차츰 줄어들어겠군요
2. 용족은 각자 개썅마이웨이 한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치면 금용 누님이 참 이레귤러로군요 그 문서 쪼가리가 뭐라고..
3. 캐가 위너고 캐 오너는 루저인 슬픈 상황이군요 ㅠㅅㅠ..
4. 당장 떠오르는 건 학교 축제 기간인데 그 시기 학교 구경은 너무 비일상적이려나요? 블랑님은 일상적인 학교를 구경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았어서요
5. 시트에도 적어 놨고 >>84에서 블랑님한테도 밝혔듯이 레아는 결혼은 물론 연애도 안 한다 주의입니다 정략 결혼도 귀족이 아니라서 할 일이 없을 것 같군요 다만 부모님이 레아가 결혼해서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지라 간만에 본가에 갔더니 맞선스러운 소개팅이 주선된 상황이더라..같은 경우는 있을 법도 하다 싶습니다
헐;; 그랬군요(절대 반지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거였네요^ㄷ^ㅋ ) 금용 누님은 그럼 신이 되고 싶어서 그걸 노리는 거겠습니다? 현재는 블랑님과 금용 누님 말고는 그 문건의 존재를 모르는 겁니까?
암튼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해 보자면, 추상적이면서 불교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니 마음 수양법 정도로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블랑님 몰래 봤다면 블랑님이 그 내용을 감추고자 친 결계도 목도했을 것 같은데요, 먼 미래에 전멸 직전으로 내몰린 지성체들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조성 중인 요람에 어째서 감춰 둬야만 하는 문건을 두었는지 의문을 가지리라 생각됩니다. 요람의 목적을 생각하면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은 파기되는 게 낫다고 판단할 테니까요. 그래서 그 점을 블랑님에게 질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별 이유 없습니다. 자기가 그저 본인의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쪽 유래가 맞습니다.(....) 그와중에 퍼즈도라를 아신다니.... 그럼 블랑의 첫 디자인을 보고서 바로 연상하셨겠네요 헣
음.... 아 이것도 스포일러라 패스해야할 질문일거 같은데요(....) 사실 블랑은 대략 600년전에 해독이 끝났어요. 그리고 이 문건 자체가 천년퍼즐이랑 비슷한 물건이라.... 글을 안다고 해서 해석이 되는 물건이 아닙니다(....) 애시당초 알려진 물건이 아니다보니 이걸 아는거 자체가 신기할 정도인거에요
레아는 제 귀를 의심했다. 대단하다니, 신뢰한 보람이 없거나 있어 봤자 사별이 필연이란 소리를 어떻게 저렇게 해석한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듯한 흑룡의 시선이 무겁게 느껴질 찰나,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다. 난 왜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있지? 그가 신뢰해 주는 게 뭐 문제라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타자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유연한 사고를 겸비했고, 약자의 심정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씀씀이를 지녔으며, 박학다식할 뿐만 아니라, 용족 연구도 다방면에서 도와줄 수 있는 이임을 생각하면, 그와 터놓고 지내서 나쁠 거라곤 없는데.
그 순간, 레아는 자신이 앞서 했던 말들이 기만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걱정하는 건 그가 받을 상처 자체가 아니라, 그 상처가 내게 미칠 여파다. 신뢰란 믿음을 준 보람이 있으리라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신뢰가 깨진다면 자연히 원망도 따라올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난, 내 안위가 걸리면 언제 그의 신뢰를 저버릴지 모른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정할 것도 없이, 당장 더 많은 용족을 조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에게 약속한 1달을 채울 수 있을까? 단순히 피고용인으로 고평가받은 수준이라면 그 기한을 채우지 않더라도 배신으로까지야 여겨지겠냐만, 사적인 신뢰가 얽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러니까 난, 내 언행이 그에게 배신으로 받아들여져 원망을 살까 봐 부담스러운 거다. 내가 진정 솔직했다면 신뢰를 거두는 게 그에게 이롭다는 식으로 지껄일 게 아니라, 그의 기대가 깨지더라도 날 원망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어야 한다. 하지만, 저딴 소리를 무슨 염치로 할까? 했다간 실망과 분노나 살 헛소리 아닌가?
하릴없이 속입술만 깨무는데, 앞서 레아가 했던 말을 숙고한 듯한 결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각오하고 있다, 저 확고한 의지가 무엇에 꺾일까? 더구나 그의 말대로 판단은 그의 몫이다. 그의 삶은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대신해서도 안 되는 그만의 영역이며, 그는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과를 책임질 능력이 차고 넘친다. 즉, 그가 마음을 바꿔 줬으면 하는 바람은 내 사정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가 종종 하셨던 말씀이 있다, 타자를 바꾸고자 시도해 봤자 불가능하니 내 마음을 고쳐 먹는 게 낫다는. 그러니 발상을 전환해 보자. 그의 신뢰에 부응하고 싶은가? 당연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 받은 만큼 보답하고픈 건 인지상정이거니와 좋은 분이고 배울 점도 많은 분이니까. 그러면 주저하지 말고 지금에 충실하자. 그 편이 속도 편할 거다.
"제가 주제넘은 참견을 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여쭙지 않겠습니다."
다만 수명 얘기는 의아했다. 인간의 수명을 무슨 수로 늘린단 말인가? 불로장생을 꿈꿨다는 인간에 대한 기록은 숱하나 그 꿈을 이룬 인간에 대한 기록은 본 적이 없다. (자기가 불로장생하노라고 주장하는 이에 대한 기록이 더러 있기는 했지만, 동일 인물에 대한 기록은 일정 시기에 국한된 편이었다. 아마 그 시기 이후엔 사망한 거겠지.) 그런데 어떻게? 곰곰 생각하다가 호문클루스에게 영혼을 이식해 부활을 도모해 보라고 흑룡에게 권했던 게 떠올랐다. 설마..? 불길한 예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그에게는 권해 놓고 질색하는 게 우습고, 병마와 죽음도 두렵지만, 싫다. 그렇게 죽지 않는 존재가 되면? 가족이며 친구들이며 라민 선생님 같은 분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할 것이고(특히나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조카들의 사망까지 목도할 걸 상상하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그렇게 혼자가 되면 요람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 걸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사실상 요람의 부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연구가 아무리 좋아도 연구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은 끔찍하다. 하지만, 지금 그 얘기를 꺼내기는 난감했다. 영혼을 호문클루스에 이식하는 것은 아직 시도조차 않았다니까. 결국 레아는 가타부타 말하는 대신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고자 했다. 마침 그가 커피에 각설탕을 4개 넣었다가 인상을 찌푸리는 게 눈에 띄었다. 각설탕을 3개 넣은 홍차를 마실 땐 안 저러던데, 4개부터는 입에 안 맞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심각해지는가 싶더니, 그가 두 손을 깍지 껴서 테이블에 얹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앞서 일러 준 용에 대해서? 설마 연구원과 생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도 위험하다는 걸까? 불안감에 두 손으로 무릎께를 움키는데, 돌아온 건 점심 얘기였다. 말문도 기도 막혀 한동안 세상에서 가장 멍청해 보일 법한(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얼굴 근육이 뻣뻣해진 걸로 보아 아마 그럴 것이다.) 얼굴이 되었다가, 마른세수를 하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생선류만 아니면 상관없습니다만, 급한 일이 없으시면 오늘은 일찍 쉬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어제 못 주무신 만큼 더 주무셔야지 심장에 무리가 안 갈 것 아닙니까?"
수습 기간이 1달인데 사흘째 하는 일이 없다시피 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비서 일도 맡은 이상 그가 무리하지 않게끔 권하는 것도 일종의 업무 수행일 거라고. 그가 받아들인다면 제1 서고에 어떤 서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서적의 위치를 대략적으로라도 외워 볼 생각이었다.
>>301 1) 그렇게 말씀하시니 레아가 문건을 확인하면 어떻게 될지 if 말고 메인 스토리에서 보고 싶어집니다:O!!
2) 8이라,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 방법이라는 팔정도랑 상관이 있을까요?(248에 언급된 게 불교 용어 같다 보니 이 생각부터 들었습니다ㅎ) 아니면 눕히면 무한 기호∞니까 무한한 힘이라도 상징할까요? 계속 이어지는 숫자니까 생명 탄생과 소멸의 순환을 의미할 수도 있을 거 같고, 8괘랑도 관계가 있을 수 있겠다 싶군요. 검색도 하면서 이거저거 찍어 봤습니다만 사실 모르겠습니다@_@!!
3) 302에서 레아가 염치 없어서 못 한 소리요, 만약에 블랑님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내로남불하고 싶다는 소리라 좋게 생각할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_.)a 궁금한지라 여쭤봅니다!
4) 일전에 레아가 파업했다면 블랑님이 어떻게 대응했을지 궁금하다고 여쭸는데요, 레스 작성이 어려우시면 썰풀이라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_)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이 천천히 미소를 머금은채 그 달디단 커피를 다시 입으로 가져간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된 것인지 가볍게 커피를 마시면서도 대화를 나눌 정도는 되는 듯 싶었다. 솔직히 블랑 입장에선 레아가 무슨 이야기를 하던지 경청해줄 의향이 있었다. 그만큼 그가 그녀에 대해 가족같다는 인상을 받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리라. 거기에 더해서 그녀의 힘은 그 [평범함]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딱히 꾸밈없이, 때로는 소심하게, 때로는 갇혀있던걸 터트리듯이, 그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자연스럽게 그녀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줄 테니까.
"그대는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야. 버릇이나 습관따위 고칠 필요 없네, 원하는대로 하는게 최고지."
물론 어느 순간 그녀와 자신이 갈라서는 때가 분명히 올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누군가에게나 언제인지 몰라도 꼭 작별의 때가 올 것이라고,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사람은 성장해가고 또 다시 새로운 인연을 엮어간다. 물론 그녀가 자신의 뜻을 계속 받들어준다면 천군만마가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살아있는 생명이다. 자신과 같은 생명인 것이다. 그걸 일부러 구속하고 묶어둘 자유는 자신에겐 없는 것이다. 달콤한 커피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 부드러운 향이 코를 감싼다. 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최초로 이 커피콩을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또 커피의 향을 진하게 만들기 위해, 또 이를 우려내기 위해...... 수많은 일들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단명종을 싫어하면서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그 짧디 짧은 삶을 낭비해가지만, 결국 누군가는 그와 반대되게 짧은 삶을 많은 것에 바쳐가며 각오를 다진 삶을 살아가니까. 그렇기에 자신은.....
"풉."
생각을 이어가기도 전에 자신의 어처구니 없는 한마디에 그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의도한 것은 맞으나 너무나도 걸작에 가까운 그녀의 표정에 그가 웃음을 터트리고야 만 것이다. 뭐라고 해야할까, 정확히 의도한 대로 행동해주지만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물이 튀어나온다고 해야할까. 그는 뱉을뻔한 커피를 필사적으로 부여잡은채 끅끅 웃다가 이내 겨우겨우 커피를 들이키고는 개운한 한숨을 내뱉으며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
"생선이 싫다라..... 그럼 또 고기로 하겠네. 기분이 안좋으면 저기압일테니 고기 앞으로 가면 고기압이 되지 않겠나. 거기에 튀긴거면 더욱 풍미가 좋겠지. 누군가 말했지. 튀기면 구두 밑창도 잘 씻은다음 먹을수 있다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확실히 이제 아침 식사가 끝났으니 각자 할 일을 보러 가면 될 듯 싶었다. 아마 자신도 가볍게 책 한권 읽은 다음 요리를 시작하면 될 것 같았다. 의외로 직접 요리를 해준다는 감각은 그로썬 꽤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기분이었으니까. 아마 한번 더 그녀가 맛을 보게 된다면 색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미 리빙아머들이 정리한 식탁을 바라보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네, 하루 안 잔다고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하루 정도는 괜찮네. 자, 지금부터는 자유시간일세. 그대가 하고 싶은걸 하다가 적당히 점심시간이 되면 메인 홀로 오게나. 부를일이 있다면 전음으로 부탁하겠네. 나도 개인 사생활이란게 있으니 말일세."
찡긋, 그가 눈웃음을 지어보이자, 어느샌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꼬마 정령들이 스멀스멀 기어와 그녀의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들과 놀아달라는 듯한 그 모습에 블랑은, 어미새와 아기새들의 모습을 떠올린건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
>>305
1. 아 그뜻이었군요!! 난독증 진쯔아아아..... 통수 맞아도 그러려니 할꺼에요. 물론 처음에는 꽤 허탈해 할텐데, 결국 인과관계를 따져보면서 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배신함으로서 사적인 이득을 챙기기 위해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연유가 있어서 그런건지 파악하고 그다음에야 그 과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서 그녀를 용서할 꺼에요. 만약 전자라면..... 왜 그랬는지 직접 찾아서 물어보겠지만요.(상냥한 표정은 기대 못할껍니다, 예이예이)
2. 그렇게 된다면 한 1년? 학교를 다니다가 조기졸업 땡기고 천천히 세상 나들이 겸 레아를 한번 발치에서 본 다음 레아가 눈치채기도 전에 멀어져 갈꺼에요. 물론 그와중에 꼬마 정령들이랑 대화도 나눌꺼고.
>>306 와우~ 레아가 뭘 묻든 어떤 처신을 하든 있는 그대로 포용해 줄 거 같은 블랑님이 인상적입니다:O (저번 일상 막레에서 레아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때는 블랑님이 도와주겠다고 했었던 것도 생각나고 그랬습니다ㅎㅎ) 블랑님이 배신당할 가능성도 아랑곳 않고 속내를 터놓는 거에 레아가 위축되는 서술을 했던 건(제 의도대로 표현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ㄷ^a) 직장 상사 수준을 넘어선 사적인 신뢰(기대)는 깨지기(실망하기)가 더 쉽다 보니 레아가 블랑님의 원망을 살까 봐 불안해하겠다 싶어서였는데(앞서 302의 2번째 문단에 대해 if를 여쭸던 것도 사실은 그래서였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그 부분에 대한 답을 본 기분입니다 블랑님 리스펙트ㅇㅅㅇb!!
1) 세상에! 통수를 맞아도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려 한다구요:O..? 오래 살면서 별 별 경우 다 겪은 끝에 달관이라도 했답니까8ㅁ8? 그리고 당연히 상냥한 표정은 아니어야죠 통수 맞고서 이유 캐묻는 마당에 표정이 좋으면 호구등신이게요?! (그런데 사적인 이득의 범주는 어디까지를 생각하셨나요? 느낌상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거나 고문을 못 이겼다거나 한 경우는 아닌 거 같습니다만.... )
2) 1년 만에 조기 졸업이라니 이런 사기 캐!!!! 그런데 아련하고 애틋한 느낌이 드는 엇갈림이군요:O 레아 입장에서도 (물론 장래희망 좀 깨진다고 인생 끝나는 건 아니지마는) 젊은 날에 쌓아 올렸던 커리어 셀프로 와르르하는 거라 뒷맛 좋은 결과는 아니고요 근데 정령이들한테 다시 만날 거라는 부분에서는..... 님이여 그 가챠 건너지 마오 (다음 생 그딴 거 기다리는 거 아님!!)
>>308 포용적이군요~ 바람직한 면모라고 생각합니다만 이해와 존중은 쌍방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D 레아가 보조를 잘 맞춰야 할 텐데요:)
1. 그 사적 이익의 범주가 워낙 넓다 보니 어디까지인가가 궁금했습니다:O 가족, 친척, 친구, 지인 등의 목숨이나 안전을 보장하려고 한다거나, 그렇게 가까운 사람들이 진 금전적 빚을 갚으려고 했다거나 하는 것도 사적 이익으로 볼 수 있잖습니까ㅡ"ㅡ... (제가 생각해도 레아는 외부의 위협이 없는 한 이직 정도나 고민하지, 자료나 연구 결과 유출은 쳐다도 안 보지 싶긴 합니다만ㅎㅎ) 근데 당사자였던 것으로 만든다니 말도 못 하게 무서울 거 같군요:|
2. 엌ㅋㅋㅋㅋㅋ 사기 캐가 아니었어요? 용이라서 사기적인 조기 졸업을 했나 했는데ㅎㅎㅎ 근데 윤회랑 환생 때문에 영혼에 종족, 성별, 성품, 능력, 기억 같은 개체의 정체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굳이 그 영혼으로 가챠 굴릴 필요가 없지 말입니다 (...)
아 맞어! 여쭈려던 게 있었는데 혹시 정령 씨들이랑 힘 합쳐서 블랑님을 강제로 침실로 옮긴다거나 하는 거 1) 가능한가요? 2) 괜찮으실까요?
주제넘지 않았다는 대답이 묵직하게 와 닿았다. 뜻밖이라고 해야 할까, 동요된다고 해야 할까? 어린 시절, 시골 특유의 너 나 구분 없이 사적인 영역까지 이 말 저 말 얹곤 하는 분위기가 편치만은 않았던 터라(일가친척이며 이웃이 서로서로 손을 보탤 필요가 많은 환경상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사적인 영역에 개입하는 건 결례이니 타자와는 일정 거리 이상을 유지해야겠다고 다짐해 왔다. 그런데 정작 내게 간섭을 당한 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말해 주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타자의 선을 넘지 않고자 그간 노력했던 게 틀렸다고 느낀 건 아니지만, 허락을 받은 것 같았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조금 편해져도 된다고. (그렇다고 그의 신뢰-혹은 기대-에 도로 왈가왈부하고 싶어진 건 아니다. 그에 부응하지 못하고 원망을 살까 불안한 건 내가 감당해야 할 내 사정이니까.)
반면에 점심 얘기는 잔뜩 상념에 잠겼던 걸 무색하게 만들었다. 흑룡이 터진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도록 입을 막기까지 하니 더욱 뻘쭘했다. (그나저나 뭐 먹거나 마시다가 웃음 터지면 주체하기 힘들어하는 것도 인간이랑 똑같다니. 변신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면만 인간과 비슷해지는 게 아니라 신체 구조가 아예 인간처럼 바뀌는 걸까?) 그 어색한 기분을 채 수습하기도 전에 그는 숨을 고르고는 도로 점심 메뉴를 구상하면서(웃기려고만 꺼낸 게 아니라 진지하게 고려 중이었던 모양이다.) 발음이 비슷한 어휘로 말장난을 구사했다. 용이 인간의 공용어로 하는 언어유희를 즐길 줄이야.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라면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 같은 답을 줄지도 모르지만, 즉각 웃음이 터지지 않았는데 뒤늦게 웃으면 오히려 어색하지 않을까? 그런 잡념이 들끓다 보니 레아의 표정은 일그러졌다기도, 웃고 있다기도 애매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마법 기사들이 테이블을 정리했고(정말 순식간이다. 산 리노의 본가에서는 일가족이 모였다 하면 차리고 치우는 데만 하루가 다 가는데.) 흑룡도 자유시간이라며 일어섰다. 하지만 그가 쉬기를 마다하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용의 심장이 제 기능을 하려면 총 수면 시간이 못해도 수십 년은 되어야 하는 모양인데, 저런 식으로 하루 이틀 건너뛰면서 그때그때 수면을 보충하지 못하면? 당장은 티가 안 나더라도 언젠가 치명적인 타격이 되지 않을까?
"저보고 잘 먹고 잘 자야 한다고 하신 지 1시간도 안 지났습니다. 짧게 짧게 주무셔서 수면 시간을 맞추시는 만큼 안 빼먹고 꼬박꼬박 주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때 정령들이 하나둘 이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침 잘됐다. 당사자의 의사에 반(反)하는, 막 나가는 짓이지만 신세 좀 지자. 그와 정령들은 허물없는 사이 같으니 저들까지 나서면 마음을 바꿔 줄지도.
"여러분, 블랑님이 어제 안 주무셔서 그런데요. 침실로 좀 데려가 주실 수 있나요? 저도 거들게요!"
그러고 레아는 그의 등 뒤에 섰다. 정령들이 이끄는 대로 그를 떠밀 수 있도록.
// 정령님들이 제 캐가 아닌지라 어떻게 움직일까 궁리하다가 결국 못 정하고 이 정도로 얼버무렸습니다..(._.)a 앞서 여쭸던 게 무색한 결과물입니다만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ㅇ>-<
"흐하하하!! 진짜 그대 반응은 걸작일세!! 혹시 학교에서도 그대를 많이 놀리지 않았던가?"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은 그의 반응은 여인이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평가해주고 있었다. 본인에겐 너무 실례될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그걸 떠나서 지금 여인이 보여주는 반박자 느린 반응은 그의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뭐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그래도 어깨에 얹혀진 짐을 많이 덜어내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게다가 솔직히 그닥 좋은, 아니 인간들 사이에선 꽤 썩은 언어유희라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애매한 표정을 지어보이니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웃기기도 하였다. 그렇게 커피라도 한잔 더 마실까 생각하면서 그녀 주변에 모여든 정령들을 등진 채 기지개를 피려던 찰나,
"오? 그 말을 그대가 나에게 해줄줄ㅇ....??"
여인의 말 한마디에 뒤를 돌아서자마자 그의 시선으로 비춰지는 수많은 눈동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광경이 비춰진다. 어째서지? 지금 너희에게 밥을 주고 있는건 난데? 그러고서 끔뻑끔뻑, 상황파악이 느리게 되는 건지, 머릿속에 마나번이 터져서 통신 구슬이 점멸하는건지 모를 정도로 어버버 하던 와중, 그녀가 뒤에 선다.
"ㄹ, 레아? 나는 진짜 멀쩡하다만!!"
그와 동시에 수많은 정령들이 그의 전신으로 달려든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각자 자신있는 방법으로 블랑을 떠밀기 시작하였다. 물론 몸에 붙은 모두 떨쳐낼 수 있는 블랑이었지만 역으로 그들이 다칠까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하면서 그렇게 레아와 아기 정령들의 합공에 속절없이 떠밀리면서 그렇게 침실로 직행해가기 시작한다. 도중 도중 '배신당했다아아!!'라는 가벼운 절규가 들려온 것은 착각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다들 알것이리라. 속절없이 침실까지 떠밀려 침대에 벌러덩 던져지는 그였지만, 어쩔수 없이 침대에 눕혀지면서도 끝끝내 머리 맡에 놓여진 책을 숨기는데 성공하였다. 물론 그것을 침실까지 쫒아온 레아에게 들켰는지 안 들켰는지는 별개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말씀하신대로 정령으로 밀어드렸습니다!! 그리고 정령은 원하시는대로 움직이셔도 됩니다!! 애시당초 공용캐로 구상했던거라 만약에 할게 없으시다면 이 아이들을 멋대로 데려다가 쓰셔도 되요!! 딱히 주권 없는 NPC(정령, 리빙아머 전부)라고 생각하시면서 썰풀이에 쓰실때도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312 레아 막 나가게 하기 좀 켕기는(._.)a 김에 정령들 동원해 보자 했는데 와글와글 아웅다웅(?)하는 게 귀엽네요:D 그 와중에 애들 다치지 말라고 속절없이 밀려 가는 블랑님 따숩고요 X) 그 와중에 블랑님 책 빼돌렸..ㅋㅋㅋㅋ 세종대왕의 일화를 떠오르게 하는 덕질입니다? ㅎㅎ
레아는 저걸 알라나 모를라나 1 : 안다 2 : 모른다
.dice 1 2. = 2
참, 정령이랑 기사들 맘대로 써도 된다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고 신나서 주사위 기능부터 써 보자 하기는 했는데 현생이 불투명해서 답레는 늦어질 가능성이 꽤 큽니다 ㅇ>-<...늦어도 금요일에는 올리도록 해 보겠습니다8ㅁ8ㅁ8ㅁ8
너무 부담가지지 말고 천천히 써주세요!! 그리고 여타 다른 무기물이나 소형 NPC, 개인 스토리용 NPC 등등....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실꺼면 얼마든지 오케이입니다!! 같이 작성하는 스레인걸요!! 제 기준 + 레아주 기준을 합쳐서 만드는게 더 재밌어요!! 그리고 막말로 스토리가 조금 곁들여졌을 뿐이지 일상물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지금이야 조금씩 늘어지는거지, 좀 연구같은거 생략해가면서 마을같은데도 돌아다니고 다른 국가도 돌아다니는 등 여행도 많이 다닐까 생각중이에요!! 좋은 아이디어나 일상 주제 있으면 거리낌없이 다 써주세요!! 다소 이상하더라도 다 맞춰드릴께요!!
>>314 메타(?)블랑님 뭔가요 안 잔다고 떼 쓰는 애기도 아니곸ㅋㅋ 안 먹을 경우 당장 지장이 생기지 않으면 약 매일매일 챙겨먹는 게 은근 쉽지 않듯이 안 잔다고 당장 지장이 생기지 않으면 더 조심해야 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그러다 심다공증 올라..:( 부실 마정석 된다고8ㅁ8..)
늦어지는 거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혐생 ㅠㅠㅠㅠㅠㅠㅠ;;; )
레스 쓰면서 레아의 주변 사람 언급은 은근 많이 했는데(부모님, 할머니, 오빠들, 언니, 새언니, 조카들, 라민 선생님, 레아가 고양이 상대할 때 배 잡고 웃었던 동기, 조별 과제 먹튀당하고 같이 원통해했던 친구, 연애 제안을 했거나 레아가 연심을 품었던 상대 etc...) NPC로 구체화한 경우는 라민 선생님 정도네요 사실 등장할 게 확실하지 않으면 굳이 구체화 안 해도 되겠다 했는데, 말씀 듣고 보니 레아가 학교로 가거나 본가로 가거나 할 때 엮여도 재밌겠네요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습니다 :)
근데 일상물이 정확히 뭘 가리키나요? 제가 스토리를 일상과 별개로 두지 않던 TRPG만 해 봤던지라 아직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ㄷ^;;;
어? 연구가 알파이자 오메가일 줄 알았는데 + 블랑님 레어돌이일 줄 알았는데 여행요 ㅇㅁㅇ?! 다른 나라 여행이라, 신기하긴 하겠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건 여행은 아니지만 전에 말씀드린 학교 축제 구경이 있고, 여행이라면 레아가 교차 검증을 위해 다른 용(현직 대빵님이라든가? ㅋㅋ)도 조사하러 나가는 거나 전직 대빵님에게 용의 언어로 욕욕욕 하고 말겠다고 뛰쳐나가는 거 정도가 생각나는군요 (...) 그밖엔 288에서 언급했던 본가에서의 맞선스러운 소개팅으로 (상대방과 함께) 뻘쭘해지는 일이라거나, 다른 나라에서 며칠간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게 된다거나, 친구 결혼식에 가게 된다거나... 음, 딱히 대단한 아이디어가 안 나오네요 6^ㄷ^;;;; 그래도 생각나는 대로 꺼내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러고서 본가사람들 앞에서 "아이쿠 손이 미끄러져서 투명화가 풀렸네!" 하고 본모습을 드러내게 되는ㄷ.... 읍읍
말그대로 일상이 주가 되는 겁니다! 캐릭터마다 개인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그게 메인 스트림이 되는게 아니라 캐릭터들끼리 얽히고 섥히는 일상 스토리가 메인스트림이 되는거죠! 즉 블랑이 뭐 신이 되는 문건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 메인은 둘이서 여행을 가거나 연구를 돕는다던가 그러는게 메인 스트림이 되는거죠!! 아 현직 로드를 말한다면 아마 조만간 찾아올껍니다!! 블랑이 잠깐 레어를 비운 사이에 말이죠!!
물론 블랑 혼자 있을때는 그렇겠지만 레아라는 식구가 생겼잖아요! 여러가지 신경써주기도 해야하고 또 견문을 넓힐수록 여러가지 나올테니까 오히려 그 편이 더 도움이 될테니까요! 가고 싶은 분위기가 있다거나 그러면 제가 알맞은 나라를 뽑아오면 되니 부담가지지 말고 말해주세요!!
흑룡이 또다시 웃음을 터뜨리니 영 머쓱했다. 뭐가 재밌는 거지? 그러고 보니 동기나 연구원 중에 간혹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이도 있었다. 그런 경우 대개 레아가 곰곰 생각하고 답하는 걸 즐기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일일이 진지하게 반응 안 해도 된다고 말리는 이도 있었다.) 이 용이 재밌어하는 지점이 혹시 그들과 비슷할까? 당사자에게 묻고 비교해 봐야 알 일이다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치 않았다. 정령들이 레아에게 동조해 주었으니까. 그들은 재미난 놀 거리라도 생겼다는 듯이 흑룡에게 다가붙어서는 제각기 내키는 대로 흑룡을 밀거나 끌기 시작했다. 레아도 앞서 말한대로 그들에게 가세했고.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환호성 같기도 한 소란 통에서 그가 자긴 멀쩡하다고 말했지만 레아는 단호히 잘랐다.
"그건 모르지요. 탈은 예고 없이 나는 법입니다!"
그러면서도 내심 놀란 것이, 흑룡은 예상보다 너무 가벼웠다. 아무리 정령들과 함께한다지만 이렇게나 쉽게 움직일 줄이야. 인간의 모습이라도 중량은 본체 그대로일 줄 알았는데. 그걸 의식한 순간 깨달았다. 무게가 문제가 아니다. 배신당했다고 항의하면서도 정령들이 다칠세라 그들이 모는 대로 움직여 주는 거다. 뭉클해졌다. 예상했던 대로긴 하지만, 모두를 뿌리치고도 남을 힘을 지니고서도 당해 주는 모습을 직접 대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대로는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억울하시면 제대로 주무십시오!"
그렇게 흑룡의 침실에 들어 그를 눕히기까지(내던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침대가 푹신하기도 하고 정령들 역시 신은 났어도 힘 조절엔 귀신같이 협력한지라 타격은 없어 보였지만) 성공하자 속이 뜨끔했다. 가족들이 내 방(그것도 언니와 함께 쓰던 방이지만)에 들어올 때마다 그렇게 질색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네. 그것도 생판 남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종족인 이의 방에. 흑룡이 제 심장을 꺼내 보이지 않았더라면, 용의 심장이 제 기능을 하려면 일정 시간 이상 자야만 한다는 걸 몰랐더라면, 아니, 그가 저도 모르게 무리해 버릴 것 같은 타입이라는 인상을 안 받았더라면, 그래서 불안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선 넘는 짓은 자중했을지도. 하지만 이딴 가정이 다 무슨 소용일까? 이미 일은 쳐 버렸는데. 뒤늦은 거북함에 심장이 요동쳤다. 정령들이 재잘거려 주지 않았다면 그에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얼굴이 타는 듯 홧홧한 건 정령들이 있어도 안 가려지겠지..) 이런 짓까지 감행한 이상 목적은 달성해야겠다. 레아는 정령들과 힘을 합쳐 이불을 흑룡의 턱 밑까지 끌어올린 뒤 찬 공기가 들지 않도록 구석구석 꾹꾹 누르고는 덧붙였다.
"자, 여러분. 블랑님이 잠드실 때까지 블랑님 위에서 놀기예요! 눈도 가려 주세요."
영적 존재여서인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정령들은 올라가 있어도 될 거다. 그러면 그는 마찬가지로 못 뿌리칠 거고. 정령들도 무슨 이색 체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신이 나서는 누구는 어깨쯤에, 누구는 다리쯤에, 누구는 그의 한복판에 앉거나 누워서는 꺄륵거렸다. 개중 도마뱀을 닮은 정령은 그의 눈을 깔고 엎드린 게 꼭 무슨 안대 같다. 저도 모르게 터질 뻔한 웃음을 필사적으로 입을 막아 삭인 뒤, 레아는 빈 의자에 걸터앉았다.
"제 집념이 마음에 든다 하셨습니까? 이번에 유감없이 보여 드리겠습니다. 주무시기 전엔 안 나갑니다."
>>316 1) 안 잇고는 현기증 나는 레스라 바짝 달렸습니다..ㅇ>-< 안 자려고 책까지 챙겼던 블랑님이 과연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군요:)
2) 어.. 그렇게 풀려도 괜찮은 겁니까? 본가 식구들 간 떨어질 거 같은데요ㅇㅁㅇ;; (연로하신 할머니는?!)
3) 게임으로 치면 캐들의 상호 작용이 메인 퀘스트, 각자의 서사는 서브 퀘스트쯤 된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근데 엌ㅋㅋㅋㅋㅋㅋ 대빵님이 찾아옵니까? 무슨 일로?? (그냥 놀러오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O )
4) 아이고야 자기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살뜰하게 챙겨 주는군요 레아라면 아마 용의 서식지로 추정되는 곳이나 발바리아에 가고 싶어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용이 그 나라를 세워서 뭘 하고자 했는지나 진짜로 용의 후손인 황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해 나가는지 직접 보고 싶어 할 것 같달까요?
침대에 반쯤 강제로 묶여 있다시피 한 상태로 가만히 누워 있으니 레아의 말에 마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정령들의 모습에 헛웃음을 들이키고야 만다. 진짜 저러다가 막 중급 정령같은 것도 막 불러내고 그러는거 아닌가. 생각해보니 요람의 풍부한 마나원이라고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도 남을 것 같았다. 그렇게 어처구니 없이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샌가 정령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자기 몸뚱이 위에 진을 치고 끼리끼리 놀고 있지 않던가. 이거 맞는건가 하고 생각하려는 그 때, 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워지길래 손을 뻗자 그의 눈 위로 무언가 따끈한 감촉이 느껴진다. 세상에, 진짜 정령들이 레아를 잘 따르긴 한다만 이정도로 잘 따를줄은 몰랐는데. 하긴 생각해보니 요람에 와서 제대로 놀아줄 만한 상대가 서로와 본인 밖에 없었으니 더욱 당연한걸까. 그는 새삼스레 레아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는지 조금은 편안해진듯한 숨소리를 내면서 픽, 웃음을 내보내고는 조심스레 불의 정령을 천천히 눈두덩에서 살짝 치운 뒤 몰래 숨겨뒀던 책을 정령들의 자리에 방해되지 않도록, 마나로 살짝 염동력을 사용하듯 움직여서 레아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그대가 그리 말하니 어쩔수 없지. 조금은 쉬도록 하겠네."
사실 레아가 나가면 몰래 읽으려고 했었다. 실제로 그가 하루 안잔다고 무슨 탈이 생기겠는가? 인간의 육체로 화하였다 하지만 근본은 용의 그것이었고, 강건하다 못해 그 어떤 존재가 와도 쉬이 쓰러지지 않을 그런 존재가 바로 그였거늘. 하지만 그러한 그 또한 조금은 레아의 본심이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그만큼 많이 달려왔기에, 조금은 쉬고 싶다고 생각이 든 것일까. 그는 천천히 레아가 말하는 말에 조금은 편안한 미소를 머금고, 안심이 된다는 듯이 재차 입을 열었다.
"그대가 곁에 있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하고 자도록 하지. 너무 늦지않게 깨워주게나."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조금 안정된 숨을 내뱉기 시작한다. 본래대로라면 그녀가 갈 때까지, 정령들이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 자는 척을 하려고 하였지만, 어느순간일까, 긴장된 끈이 조금 느슨해진 느낌에 그의 의식이 조금씩 부유해간다. 그간 꾸었던 꿈이 아닌, 그저 평온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그가 깊이 잠들어간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게 이렇게 안정되는 기분인걸까. 그는, 지금만큼이라면 조용히 잠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끝으로 그의 의식이 조금씩 침잠해들어간다.
─이윽고, 그가 편안한 모습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이 모습을 보던 정령들이 방실방실 웃다가 조용히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린 채 가만히 레아를 응시한다. 마치 그 모습은 말 잘듣는 아이들이 누이에게 잘했냐는 듯이 칭찬을 바라는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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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연행되어버린 블랑이었다고 한다. (。-ω-)zzz
1. 농담입니다. 물론 진짜 그렇게 진행된다면, 레아를 껴안고 "미래(앞으로 정직원)을 약속(계약)한 사이입니다" 란 장난성 발언을 시전할수도(??) 물론 그렇게 하기 이전에 진짜라면 블랑이 조용히 참견 안하고 구경만 하고 있겠지만요!!
2. 넵!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블랑 서사는 어지간해선 길게 길게 늘어트리듯 풀려고 해요!! 그리고 대빵님은.... 어..... (진짜 놀러오는 것이었다)
3. 발바리아쪽 괜찮죠!! 옛날 고대 로마~중세 잉글랜드가 좀 섞인 고풍적인 문화에 마공학의 발전이 잘되어서 기술력이 상당히 발전된 곳입니다! 실제로도 위생환경이 좋지 않았던 중세문화와 다르게 거리 청결이나 상하수도는 물론,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된 덕에 국민들 복지도 꽤 잘된 편이에요!!
>>319 0. 오? 의외로 순순히 잠들었네요! 블랑님 착한 어린이:)(??) 남 챙기는 거에 비해 정작 자기는 안(못?) 챙기는 느낌이 묘하게 있었어서 (반강제지만) 일단 저는 뿌듯하군요:D 한편 답레 읽다 보니 궁금해진 게.. 0-1. 블랑님이 몰래 읽으려던 책은 제목이 뭐고 대강 어떤 내용일까요? 0-2. 대체 그간은 블랑님 꿈자리가 어땠던 겁니까=ㅁ=? '그간 꾸었던 꿈이 아닌, 그저 평온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는 표현 보면서 발 뻗고 자기 힘든 시기가 많았나 의아해져서요 (._.)a 0-3. 정령님들은 아침 먹었을까요? 마나가 밥이라고 말씀해 주시긴 했지만 만찬에 둘러앉아 먹던 게 뒤늦게 생각나서요..^ㄷ^a
1. 헐.. 장난기 MAX치인 블랑님이군요 그러면 레아는 완전 대추색으로 벌겋게 익어서 "아니야! 사장님이라고!! 연구 도와주시는!!!"하고 빽 질렀다가 가족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나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 같은 고육지책성 발언을 뱉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블랑님한테 그런 장난 치시면 저희 가족들은 이상하게 해석해서 믿어 버린다고 잔소리하는 건 덤 ㅇ>-<..
2. 그럼 이번의 블랑님 강제 취침은 메인 퀘스트에 가까우려나요? 금용 누님과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꽤 궁금했는데 서브 퀘스트면 풀리기까지는 멀었겠군요. 근데 어:O...대빵님? 알고 지내는 동료 정도의 사이라고 하셔서 레어에 놀러오리라곤 생각 못 했는데요ㅎㅎ (알고 보면 절친?)
3. 한마디로 선진국이네요 하긴 그러니 문화적으로도 우위에 있는 거려나요 영토가 넓으면 해안가 산악지대 평야 숲 등등 지형도 다양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황실에서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라라니 겉이 밝고 환한 데에 비해 속은 딥다크로군요(._.)a 얼마나 다채로운 면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0-1. 그냥 평범한 어류관련 서적입니다. 내용상으로 비슷한걸 떠올리자면 [현산어보를 찾아서] 랑 같겠네요.(실제 있는 책입니다.) 0-2. 자주 꾸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꿀때마다 임팩트가 있는 꿈이라 꾸고나면 조금 뒤숭숭한 정도? 그리고 이건 음.... 패스!! 0-3. 아, 얘네 음식 자주 훔쳐먹습니다!! 걱정 안하셔도 되요!! 지들끼리 과일창고 털어다가 맛있게 냠냠 먹을꺼에요!!
1. 블랑은 결국 그렇게 대폭소라 불리우는 오렌지 병으로 인해 사망하게 되고(야인시대 극톤)
2. 메인 퀘스트의 개념보다는 음.... 그냥 모바일 게임들의 각 챕터 같은 느낌이려나요!! 다만 이제 그게 전부 일상인 셈이죠!! 뭐 일상이라 해도 기묘한 이야기들도 있을테니 그건 차차 풀어가봅시다!! 그리고 대빵님은 요람 존재까진 몰라도 블랑이 책을 모으는건 알고 있어서 가끔씩 빌리러 옵니다!! 그래도 서로 신뢰할만한 동료사이다보니까 블랑도 믿고 빌려주는거고요!!
0-1. 설명 감사합니다! 답레에 써먹을 건덕지를 찾아야.. (오늘은 못 올릴 거 같고 내일까지는 쓸게요8ㅁ8!! ) 0-2. 꿈자리가 사납긴 한가 보군요 271의 그 유언 남긴 양반이 죽는 꿈일지, 시트의 [스포일러]와 관계된 꿈일지, 아니면 뭐 다른 꿈일지는 1도 모르겠습니다만, 패스라고 하시는 거로 보아 발 뻗고 자기 힘든 시기가 짧지는 않았을 거 같습니다..:( 0-3. 정령님들 초콜릿은 먹나요? 아니다 그 이전에 초콜릿이 있는 세계려나요? (음료로 마시는 초콜릿 말고 오늘날 시판되는 그런 거요)
1. 오렌지 병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 봤더닠ㅋㅋ;;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니 당사자는 자폭(?)해도 누구 하나 폭소라도 하게 했으면 성공이네요 ^ㄷTa
2. 블랑님과 레아가 엮이기 좋은 소재를 찾는 게 관건이겠군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용족은 문자가 없다고 하셨으니 책이면 대개 인간이나 아인종이 제작해 낸 거일 듯한데 지금 대빵님도 하등 생물(??)의 문물에 관심 갖는 괴짜로군요!
3. 종교국가 같은 나라면 설마 제정일치인가요? 황제가 종교 수장도 겸하는? 근데 속이 대체 얼마나 딥다크하기에..;; :(
캐놀라인 식문화가 중국이랑 많이 비슷합니다.... 얘네 일단 다리 달린거면 요리 가능하지 않을까? 지느러미 달렸으니 요리 가능하겠지? 이게 일상이에요! 그래서 별의 별 요리도 많습니다!! 심지어 몬스터도 요리 해먹어요(......)
물론 블랑이 어떤 발언을 할지는 그때가서(?) 무슨 말이 튀어 나올지 몰라요? 후후후후
아 친해지면 친한 동네형 포스에요. 그래서 아마 꽤 충격적인 패션으로 등장할 지 모릅니다!!
그만큼 마공학이 발전한 동네다보니 마공학적으로 우성론이 좀 돌긴 합니다만.... 종교가 강한 나라는 의외로 멀쩡히 굴러갑니다. 일단 현 교황 본인이 꽤 개념 있는 분이다보니 종교가 굳이 하나여야 하나? 라는 입장도 있고요. 종교적 자유가 확실한 분이다 보니 막 이상한 이교도같은 게 아니면 본인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요. 그래서 의외로 북방쪽이랑도 연이 있는 편이고요. 덕분에 안에 있는 강경파가 말썽이긴 하지만 극소수인데다가 현 추기경 대다수가 교황파라 분란은 적은 편입니다.
하긴 무슨 일이 터질지는 닥쳐 봐야 알겠군요 일단 수습 기간 사이에는 산 리노에 가야 할 일이 안 생기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가야 할 일이 있었다면 1달 잡고 탐사를 못 나섰을 거 같아서요
수면 바지 같은 거 입고 오지야 않겠죠 설마?(동네 형이면 가능성 없지도 않나..:[ ) 블랑님도 패션 센스는 별로라더니 두 용이 은근 비슷한 구석이 있나 봅니다:O 어쩌면 그래서 비교적 친분이 생긴 거일지도 모르겠군요
우성론 말씀하시니 나치 생각이 나 버리는데 말입니다;; (발바리아에서 음모를 꾸민다면 용의 힘을 보다 많은 개체에게 이식시키는 뭐 그런 생체 실험 류일 거 같습니다8ㅁ8 ) 교황 같은 존재가 권위를 지니는데도 종교 쪽이 허용적인 건 의외군요 레아 레스에서 마녀사냥스러운 화형 암시를 몇 번 했었는데 그건 강경파가 설치는 거쯤으로 취급해야겠습니다(._.)a
겉으로 보기엔 꽤 멀쩡한 동네고 겉으로 티는 안나니까 별문제는.... 없을까요? 아 그리고 그거로 굳이 취급안하셔도 됩니다!! 전전세대까지만 해도 메카시즘 비스무리하게 광적인 마녀사냥이 있던것도 사실이라..... 그래서 전대, 당대 교황이 2대에 걸쳐서 최대한도로 뜯어고친게 지금이라서요!!
블랑 왈, 지들도 먹기 싫었는지 각종 첨가물은 넣고 먹는데 그래도 식감은 안사라진다 카더라요..... 물론 구호물자용으로는 꽤 성능은 나쁜편은 아니라 내용물을 최대한 바꾸는 방향으로 연구중이라는데 그게 벌써 40년차......
어우 솔직히 레스주가 보기에도 반응이 찰집니다. 그래도 그만큼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은것도 사실이라 여러가지 방면으로 신경써주고 있지요! 그래서 사실 레아주에게 정령(친밀도가 높아서)에 더해 리빙아머를 넘겨준 것도 실제 레스내 반응에서 블랑이 그만큼 레아를 신뢰한다는 의미도 들어가 있는거에요!
본래는 꽤 갖춰 입었는데 그.... 로드 일이 너무 귀찮아버린 나머지 품위고 나발이고 다 쓰레기통에 집어 던진다음 저리 살고 있다 카던.... 블랑은 그래서 절대 로드따윈 하지 않겠다 결심중인데 글쎄요.....
아, 그럼 살짝만 설정을 추가하죠! 어차피 어느시대건 광신도는 존재하기 마련이니 교국 극대과격파들은 진짜 그리 행동하는걸로!! 물론 교황이 나서서 처벌하지만 과격파 일부 지지층들이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탓에 국제 문제로 대두중이라는 걸로!!
기세등등한 척했지만 사실 자괴감도 만만찮았다. 당사자가 알아서 하는 게 당연하고 마땅한 일에 무례하고 치사하게 참견하는 중이니까. 흑룡의 의사에 반(反)한다는 걸 알고도 저질렀으니 무례하고, 그가 정령들에겐 약하리라는 점을 이용했으니 치사하다. (이런 짓은 나중에 사과도 못 한다. 잘못인 걸 알면 애초에 안 했어야지, 해 놓고서 사과하는 건 우롱이나 다름없으니) 그러고 있는 스스로에게 환멸이 오는데도, 무르기는 싫었다. 무르기엔 늦었다는 이성적 판단-혹은 체념-이 아니라, 욕구나 희망사항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래서 몸이 떨려도 뻔뻔스레 싱글거렸다. 제대로 된 웃음일지는 가늠이 안 됐지만.
그때 흑룡이 안대 역할을 하던 도마뱀 정령을 들어 옮기는가 싶더니, 어디 감췄는지도 몰랐던 책이 레아에게로 살며시 날아들었다. 얼떨결에, 한편으로는 부목(浮木)에라도 매달리듯 그 책을 부둥켰다. 뭐라도 붙들자 그나마 덜 떨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직후 그만 울음이 터질 뻔했다. 탓하거나 나무라도 할 말 없는 억지를 선선히 받아 주는 게 미안해서일까? 아니면 누가 옆에 있는 걸로 안심하겠다는 말이 착잡해서일까? 언니의 결혼식이 끝나고 처음으로 온전히 내 방을 차지한 밤이 떠올랐다. 바라 마지않았던 순간인데 이상하게 스산하고 허전했던 기억이 난다. 언니가 쓰던 빈 침대를 보기 싫어 한동안 그쪽으로는 돌아눕지도 않았었지. 그때 깨달았다, 내 방을 갖고픈 소망과 별개로 언니의 존재가 어떤 안정감을 주었다는 걸. 그가 안심하겠다고 한 것도 혹시 그런 안정감-형제나 누이에게서 얻을 수 있는-을 느껴서일까? 그러고 보니 그의 원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용족 특성상 이변이 없는 한 사별은 안 했을 것 같은데.
생각을 이어가다 그만 흠칫했다. 잔다는 이를 너무 빤히 보고 있었다. 레아는 정신을 차리겠다는 듯 머리를 빠르게 흔들고는 품 안의 책으로 눈을 돌렸다. <바엘 섬 탐사기 추적>? 지리서일까? 펼쳐 보니 어류며 조류며 해초류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이 단연 눈에 띄는 가운데, 각 생물을 요리하거나 약재로 쓰는 방법이 옛스러운 어휘로 세세히 적혀 있었다. 그래서 바엘 섬이라는 곳을 옛날에 조사했던 기록인가 보다고 짐작하는데, 그 뒤에 해당 기록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필자의 노력이 서술되어 있었다. 바엘 섬에서 생물의 외양이나 습관을 관찰하고는 원 기록에 그려진 그림과 비교하거나, 현지 주민에게 물어 가며 검증하는 과정이 용학 연구자들 못지않게 치열해 보였다. 이래서 <바엘 섬 탐사기>를 추적한다는 제목을 붙였구나. 좋은 책이다, 나도 더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마저 책장을 넘기는데 그 소리가 이상하게 튀었다. 주위가 너무 잠잠하다는 게 더 적절한지도 모르겠다. 퍼뜩 고개를 드니 정령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해 있었다. 개중 손이 있는 녀석들은 조용히 해야 할 상황이냐고 묻기라도 하듯이 입 가운데에 손가락을 댄 채였다. 그가 잠들었나 보구나. 레아는 책을 살며시 덮은 뒤 마찬가지로 검지를 입에 대고는 다른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그런 다음 읽던 책은 책상에 두고는 최대한 소리를 죽여 가며 문을 열고 나왔다. 이후 마지막 정령까지 나오길 기다린 끝에 문을 닫으니 속이 한결 가뿐해졌다. 멀미에 시달리다 마침내 바깥 공기를 마신 기분이랄까? 역시 타자의 사적인 공간에 쳐들어가는 건 다시는 안 하고 싶다.
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앉을 뻔했다가 정령들을 보고 멈칫했다. 그들은 (아직 흑룡의 방 앞이어서인지) 조용히 있으면서도 레아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령들은 식사를 했으려나? 테이블로 온 건 아침 식사 후인데. 신세도 졌으니 뭐라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으나 이내 묶은 머리를 움켰다. 만들 줄 아는 거라곤 파베 초콜릿뿐이잖아.(케놀라인에서 유학 온 동기가 어린애도 만들 수 있다며 가르쳐 줬다.) 게다가 재료나 도구가 어디 있는지, 있기는 한지도 모르고. 그래도 여기 더 있을 상황은 아니기에 일단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정령들은 식당에 이르기 무섭게 익숙한 듯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뒤이어 창고의 문으로 추정되는 문이 열렸다 싶은 순간 갖가지 과일이 와르르 굴러떨어졌고, 정령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했다. 뭐 해 주고 말고 할 게 없네.
그래도, 미련이 남았다. 막상 만들기 시작하면 혹할지도? 더구나.. 흑룡이 신경 쓰였다. 남에게 일부러 만들어 주기는 처음이었다는 아침 대접도 대접이지만, 아까의 무례가 특히 더 마음에 걸렸다. 알고도 저지른 이상(즉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똑같은 짓을 또 저지를 수 있는 이상) 사과하는 건 도리가 아닐지라도, 솔직히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침 이쪽으로 모이기 시작한(정령들이 다 먹고 나면 뒷정리를 하려는 것 같았다. 움직임이 일사불란한 게 이런 일이 종종 있는 모양이다.) 마법 기사 중 하나에게 말을 붙여 보았다.
"혹시 초콜릿이랑 우유가 있을까요? 아, 큰 볼이랑 냄비랑 젓개도요."
인간 말이 통하나? 말하는 걸 본 적도 없고 표정도 안 보이니 뭐 알 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그런 회의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법 기사는 동료(?) 몇 기와 함께 다른 쪽 귀퉁이로 가더니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초콜릿과 우유는 물론 볼과 냄비와 젓개도 여럿 가져와서는 쓰기 좋게 놓아 주었다. 입이 딱 벌어졌다. 내가 하는 말도 알아듣네. 놀랍고 고마운 가운데 망설임이 일었다. 그에게 주려는 걸 그의 식재료와 도구로 만드는 게 가당한가? 출입증을 써서라도 장을 봐 와서 만드는 게 맞지 않나? 하지만 내키지 않았다. 출입증으로 이동이 가능한 건 흑룡의 마력 덕이라는데, 그걸 써서 학교로 갔다가 행여 흑룡이 말한 그 용과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몸서리를 칠 찰나, 어느새 과일을 먹다 말고(혹은 계속 먹으면서) 이쪽을 주시하는 정령들이 보였다. 레아는 심호흡을 하고는 어깨를 펴고 바로 섰다.
"파베 초콜릿이라는 거 만들려는데요, 같이 할래요?"
몰려오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는 그들을 보며 레아는 초콜릿을 용기에 부었다. 그런데 중탕을 하려면.. 레아는 초콜릿을 쏟은 볼보다는 작은 냄비를 정령들에게 건넸다.
"물 정령님, 불 정령님. 여기 물 담아서 좀 데워 주실래요?"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이는 사이 우유도 불 정령에게 데워 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준비한 초콜릿과 우유를 섞자 이내 달콤한 향이 진동하며 먹음직스러운 반죽(?)이 되었다. 이제 이대로 굳히기만 하면....
"?!"
맙소사. 정령들이 언제 도왔냐는 듯 반죽을 한 움큼씩 집어먹기(불 정령은 아예 고개를 박고 먹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그 손으로-혹은 얼굴로- 테이블과 벽과 바닥은 물론 서로의 몸에 그림도 그려 댔다. 이를 어째?! 답 없는 내적 절규가 되풀이될수록 머릿속은 비어 가고 헛웃음만 나왔다. 결국 레아는 자포자기(?)한 채 초코 그림 그리기에 동참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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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예요.. 엉망이잖아요.."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마법 기사들이 초콜릿으로 칠갑이 된 식당을 치우느라 분주히 오가자 투덜거림이 절로 나왔다. 이 사달을 낸 공범으로서 가책이 들어 거들려고도 해 봤으나, 자신이 끼는 게 오히려 기사들의 동선을 방해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반면에 정령들은 이 사태와 무관하다는 듯 제 몸이나 다른 정령의 몸에서 굳어 버린 초콜릿을 떼어 먹어 가며 아주 싱글싱글이다.
"전 좀 씻을래요. 정령님들은 안 씻어도 되나요?"
레아의 물음에 정령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씩 웃어 보였다. 그러더니 물 정령은 보란듯이 제 몸을 말끔히 씻어 냈고, 불 정령은 제게 묻은 초콜릿을 화르륵 재로 만들어서는 바닥에 흩뿌렸으며, 바람 정령은 손짓에 바람을 실어 초콜릿을 떨어 냈고, 흙 정령은 초콜릿이 묻은 부분을 흙으로 마저 덮었다. 레아 빼고는 모두 멀끔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숨이 나왔다.
"..인간은 불편하네요."
왠지 억울한 기분으로 터덜터덜 욕탕으로 향하는데 정령들이 종종걸음으로 뒤따라왔다. 다 깨끗한데 왜 따라오지? 그랬다가 욕탕에 이르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물의 정령들이 탕에 물을 채워 주자 불의 정령들이 그걸 데우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부터 몸이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장난을 치다가도 챙겨 줄 땐 확실히 챙겨 주는구나. 그러나 그런 온기도 잠시. 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했는데도 정령들은 나갈 기미가 안 보인다. 설마, 씻는 걸 보고 있을 참이야? 낯이 욕탕의 물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저, 저저저저! 나가 주시면 안 될까요? 씻을 때 보시면 창피해요!"
상식적인 요청이라 생각했으나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 왜?
이구동성의 의문.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듯 머리가 띵했다. 왜라니. 벌거벗은 꼴을 보이면 당연히!! 순간 정령들의 외양이 눈에 들어왔다. 영적 존재라 옷을 입었고 벗었고를 따질 수 없는 모습. 특히나 불의 정령은 도마뱀 형태다 보니 벌거벗은 것에 가깝다. 암담해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인간이 옷을 안 입었을 때 어떤 기분인지 모르는 게 당연하겠구나.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곰곰 궁리한 끝에 마른 세수를 하고 말문을 열었다.
"인간은 벌거벗은 모습을 남한테 보이는 걸 부끄러워해요."
- 왜?
"..남을 대할 때 옷을 입는 게 예의라고 배워 와서요."
- 왜?
....한계다. 모르겠다. 인간은 왜 그런 걸 예의로 당연시하게 됐지?
"....그러게요. 왤까요?"
역으로 묻자 침묵이 고였다. 김으로 증발하던 물이 도로 물방울로 맺혀 떨어지는 소리만 또렷했다. 그러다 오래지 않아 정령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욕탕을 메웠다.
- 몰라~
허탈했다. 연거푸 어려운 걸 묻더니 참 잘도 빠져나간다. 따지기도 애매해 뭐라 말도 못 하고 패배감(?)만 삭이려니, 정령들이 툭툭 털고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자기들끼리 재잘대며 욕탕을 빠져나갔다. 약 오르지만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네. 레아는 도란대는 소리가 멀어지길 기다린 뒤 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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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나서는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정령들은 어디로 가서 노는지 일대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배고파지면 또 과일을 털러 식당에 올까?) 냉장실에는 그 난장판 속에서 가까스로 건진 파베 초콜릿 한 덩이가 굳어 있었다. 그걸 꺼내서 자른 뒤, (운 나쁘게도(?) 마침 식당에 있던) 마법 기사에게 카카오 가루가 없는지 물었더니, 마법 기사는 레아와 정령들에게 지독히 시달렸던 게 무색하게 곧 곱게 갈린 가루를 가져다 주었다. 그걸 뿌리는 걸로 정신없던 파베 초콜릿 제작 공정은 마무리.
하지만 당장 흑룡에게 주기는 망설여졌다. 지금 주자면 깨워야 할 텐데, 그의 침실에 또 들어가기는 아무래도 거북했다. 인간처럼 식사가 필요한 신체라면 뭐라도 먹으라고 깨우겠다만 그도 아니고, 초콜릿이야 언제 주든 별 차이도 없다. 급한 일도 없는 눈치였으니 하루 정도는 통잠을 자게 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일정 시간 미만으로 자면 모를까 많이 잔다고 심장이 상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그래서 초콜릿을 도로 냉장실에 넣고 제 방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어쩐지 뒤가 찜찜했다.
— 너무 늦지않게 깨워주게나.
한숨이 나왔다. 레아는 아직 덜 말라서 묶지 못한 머리칼을 마구 꼬았다. 그랬지. 깨워 달랬지. 그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거다. 그렇지 않다 해도 들은 말을 무시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그가 레아의 억지를 받아 준 이유에는 깨워 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을 테니까. 결국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떼어 그의 침실로 향했다. 안에 들어가는 것만은 차마 내키지 않아(솔직히 다시는 타자의 영역을 그런 식으로 침범하고 싶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는 데 그쳤지만.
0. 블랑님이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메꾸려다 길어진 거니 330의 분량은 괘념치 말아 주세요8ㅁ8!! 상호 작용이 아니라 혼자 놀기(?)에 가까우니 일전에 따로 줄글로 써 주신 레스의 보답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_)!!
1. 하기야 구호물자가 될 수 있는 건 줘도 안 먹을 식품이라 수요가 적은 덕에 가격이 싼 덕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렇다면 내용물을 바꿀수록 구호물자로서의 효용(?)이 떨어질 테니 어쩔 수 없겠네요:(
2. 레아의 반응이 블랑주님께도 괜찮았다니 다행입니다:D 개그는 영 젬병이다 보니 반응이라도 성심껏 해서 웃겨 보려고 한 거거든요(._.)a 정령과 마법 기사에 대해서는 메타적으로만 생각했는데 말씀 듣고 보니 서사 내적으로도 그런 의미가 생기겠네요:D! 정령이랑 마법 기사가 레아의 말에도 따라 주는 거니까요~
3. 직전 대빵님이 지명하면 좋든 싫든 대빵 자리 맡는 방식이라고 기억하는데 맞습니까? 그러면 아무리 하기 싫어해도 지금 대빵님한테 걸리면 꼼짝없이 독박 쓰겠군요(._.)a
4. 그렇게 해 주시면 아귀가 맞을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
5. 330 쓰면서 궁금해진 건데 블랑님의 원가족은 현재 어쩌고 있나요? 구성원은 어떻게 되고요?
그가 의식의 깊은곳까지 침잠해들어가자 이제는 까마득히 먼 기억이 떠오를듯 말듯 하며 천천히 다시 가라앉는다. 수많은 감정이 침잠하고 다시 떠오른다. 그 가운데에서 부드럽고 편안한 기분에 그는 그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 하나하나 집어본다. 그중 가장 작은 거품을 만져보니 따스하고 부드러운 기분이더라. 혼탁하고 어두운 그 한가운데에 그 작디 작은 거품 하나가 마치..... 빛을 비춰주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그는 그렇게 잠에대한 미련은 없었다. 잠을 자더라도 의미를 알수없는, 거대한 뱀과 같은 존재가 자신을 응시한다거나, 수많은 수련(水蓮)이 그의 주변으로 떠있다던가의 그러한 꿈을 꿀 뿐이었으니까. 마치 그 모습이 자신을 보는 것과 같아 기분이 안좋았을 뿐잉지만, 그 뿐이었다. 명확한 꿈내용도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잠을 자고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개운한─꺼림칙한─감각이 남을 뿐이니까. 그래서 이 자그마한 빛이 그는 그렇게 기꺼울 수 없으리라.
그렇게 그가 손을 거품에 뻗어 쥐는 순간, 눈이 떠졌다.
"허어."
가벼운 탄식이 흘러 나온다, 간만에 아주 푹잔 기분이었다. 분명 꿈을 꾸었으나 오히려 정말로 개운한 기분이었다. 마치 새해 일어나자마자 목욕재계를 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는 그렇게 잠시간 주변을 둘러보았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권한 것 처럼 이미 레아는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물론 자신의 지시사항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이 드는 것인지 그는 잠시간 침대의 머리맡에 기대 앉은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문을 두드리라는 지시사항을 리빙아머에 넣어뒀던가? 라는 의문도 잠시, 그는 자신이 잠들기 직전에 레아에게 해둔 말이 기억이 난 것인지 느긋한 미소를 머금은채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인다. 그것도 아주 짧았다. 순식간에 결정이 서기라도 한 것인지 그대로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문이 저절로 열리며 레아를 맞이하기라도 하듯 했고 그는 침대에 앉은채 가만히 레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서 오게나. 씻은겐가?"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그가 천천히 미소를 머금는다. 그는 알까? 그렇게 그녀가 자신의 방안으로, 그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를 꺼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까? 지금 이 공간에 들어와 같이 있을수 있는건 오직 그녀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가만히 앉아 손을 내밀어 보인다. 마치 들어와 이곳에 같이 앉아달라는 듯이....
//>>331
3. 네, 그래서 그 시기가 다가오면 다들 갑자기 로드 말을 잘 듣습니다(.....)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것 마냥 말이죠. 참고로 전대 로드는 당대 로드 뽑을때..... 복불복으로 뽑았습니다.(?)
5. 음..... 어머니는 계시긴 하는데 드래곤들은 성장하면 거의 남남수준이 되는지라.... 그리고 어머니가 블랑을 낳을때 [스포일러]와 같이 탄생시킨거라 [검열 삭제 완료]가 포함된 유전자입니다. 나중에 시트 공개되면 나올 이야기니 패스라고 해둘께요! 여담이지만 그래서 나중에 레아 가정방문을 하게 되면 궁금해할 부분중 하나라 봅니다!!
멀티 조금 내어 주고 본진은 철통 방어하는 셈이군요 본진에 꽤 근접한 경우도 없진 않았을 듯한데 어떠려나 모르겠습니다ㅋ
ㅋㅋ 구글링해 보니 큰 뱀 보는 꿈이나 연꽃이 공중에 떠 있는 꿈이나 길몽이네요=ㅂ=ㅋㅋㅋ
332의 답변 다시 보면서 든 생각이, 원가족과의 유대가 인간과 용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겠다 싶습니다 (전 대빵님도 용으로 살 땐 별 생각 없던 원가족과의 유대에 눈이 홱 돌아서 몰락의 길을 걸었으려나..(._.)a ) 대조적인 분위기 날 거 같아서 레아가 산 리노에 가야 할 구실을 만들고 싶어지네요 당장은 떠오르는 게 없지만..;; 그러고 보니 블랑님은 천 년 전에 유희할 때 원가족(?)은 따로 안 뒀던 겁니까?
미로중에 가장 지옥같은 미로가 뭔지 아세요? 정형화된 패턴이 없는 미로입니다(.....) 들어올때마다 미로 구조가 달라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와중에 주로 나오는 몬스터들은 물리 데미지에 극도로 내구성 있는 리빙아머에, 마법 공격은 통하지 않는 가고일이란걸 생각하면....
원가족은 없고, 조직에서 같이 일하던 팀 6명이 가족에 가까웠습니다만, 블랑 빼고 전부 조직 보스의 배신으로 사망, 블랑만 겨우 살려보낸다음 블랑이 보스 멱을 땀으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당시기준으론 캐놀라인과 발바리아 암흑가를 휘어잡던 조직인데 보스가 블랑손에 죽은 직후 후계 문제로 사분오열되요
패턴이 없는 미로라는 건 입장할 때마다 길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까, 아니면 한 번 지나갔던 길이 돌아가려고 하면 달라져 있다는 의미입니까? 후자면 나갈 수는 있습니까;;;
보스가 배신요ㅇㅁㅇ? 그러면 자기 조직에서 하던 일을 스스로 엎었다는 겁니까? 아랫사람 다 팔아넘기고 신분 세탁이라도 했나요? 보스가 조직을 배신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상상이 안 가는군요:( 블랑님은 거기서 사망자가 됐대도 용이라서 실제로는 안 죽었을 듯한데 나머지 5명이 살리려고 애써 줬나 보네요..(,_,) 1,000년 전이니 그 5명도 환생 몇 번은 거쳤을 법한데 환생체의 안부도 블랑님이 알고 있으려나요?
블랑이 있던 팀을 보스가 배신한겁니다. 보스가 안좋은 의미로 비밀이 많은 존재였는데, 블랑의 팀이 보스의 정체를 눈치챘고, 보스는 팀을 입막음하기 위해 블랑의 팀을 전멸시키려 했지만..... 상대는 블랑이었다고..... 블랑도 환생체는 찾았지만 그래도 일부러 다가가지는 않았어요. 환생한 지금의 그들은 평화롭게 지내고 있기에 모습을 안 드러냈거든요.
>>340 처음 털러 온 모험가는 상관없겠지만 두 번째 이상 도전하는 모험가는 힘들겠네요 미리 지도를 작성해 봤자 쓸모가 없으니:ㅒ 더구나 시트대로면 블랑님의 레어엔 보석이 많지도 않을 테니 고생은 잔뜩 해도 얻는 건 없겠습니다^ㄷ^a 세 번 오는 모험가는 없을 듯요ㅋ
하긴 새 삶 멀쩡히 잘 사는데 그리 좋지도 않았고 기억 나 봤자 남의 일이나 다름없을 전생 꺼내 봤자겠습니다 블랑님도 그 유희 뒤엔 요람 건설에 집중했다면 더더욱요:[ >>277에서 블랑님이 '첫 유희때 정말 질리도록 당했던 것이 바로 배신과 사별이었으니까.'라고 회상했던 게 가족 같던 사람 싸그리 잃었던 일인가 보군요8_8
두드리기 무섭게 문이 활짝 열리는 통에 레아는 화들짝 물러섰다. 그는 벌써 침대에 앉아 있었다. 올 필요가.. 없었다? 잔뜩 긴장했던 게 김이 새는 한편 다른 의문이 솟았다. 설마, 안 잤나?
"못 주무셨습니까?!"
정령들이 잘못 봤던 걸까? 그렇다기엔 아침보다 컨디션은 나은 것처럼 보이는데.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서 어물거리는 사이 돌아온 물음에 머쓱해졌다. 너무 산발인가? 레아는 머리칼을 두 손에 거머쥐고 등 뒤로 넘긴 뒤 대답했다.
"네, 정령들이랑 초콜릿 만들다가 엉망이 돼서.."
아까 정신 놓고 초코로 칠갑했던 게 새록새록 떠올라 민망해졌다. 사고 친 거 이실직고하는 애 같네. 혼자 죽기(?) 억울하다 보니 정령들이 아쉬워졌다. 다들 어딜 갔담?
속으로 투덜대던 중 그만 흠칫했다. 안으로 들라는 듯한 그의 손짓 때문이었다. 당사자가 저러면 영역 침범은 아닌데.. 발이 안 떨어졌다. 고작해야 몇 발 거리인데도 섣불리 가선 안 된다는 직감이 심신을 짓눌렀다. 단순히 남의 침실이어서는 아니다. 친구나 지인의 침실에 드나든 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당장 기숙사만 해도 2인 1실이라 침실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는 그런 경우라도 상대의 기대를 충족할 방법은 명확했다. 밥을 사거나 하소연을 들어주거나 일손을 거들거나 공동생활의 예의를 지키거나.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답이 안 보인다. 그가 용이라 해도 나를 해칠 리 없다는 것쯤이야 그간 겪어서 충분히 알고, 그의 기대를 충족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정도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안 되는 영역 같았다. 좀 더 깊은 유대감, 세상 무엇과도-심지어 목숨과도- 못 바꾼다는 간절함 없이 들어갔다간 언제고 그의 기대를 깨트리고 원망을 살 것 같았다.(상대가 누구라도 그 정도의 감정을 품는 건 불가능할 테니 아마 시간문제겠지.) 결국 레아는 허둥지둥 말을 돌렸다.
"저.. 블랑님 드릴 것도 만들었습니다. 가져오겠습니다!"
그러고 달음박질로 식당에 이르고서야 겨우 한숨 돌렸다. 테이블을 짚은 팔이며 바닥을 딛은 다리는 어쩔 수 없이 떨렸지만. 아까처럼 정령들이 정신없이 먹고 놀고 있었으면 좀 나았을까? 잠시만, 정령들? 술이 깬 것처럼 별안간 정신이 확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정령들이랑 떼로 들어갔잖아.(그게 무례한 짓이었긴 하지만) 그러면 거기가 타자의 접근을 전적으로 배제할 만큼 내밀한 공간은 아니지 않을까?
한번 발상이 전환되자 이전에 묻어 뒀던 부담도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가 심장도 내보일 만큼 무방비하다지만 나는? 용의 둥지에서 지내는 건 뭐 안 무모한가? 물론 그가 해코지 안 한다는 확신이 있으니 머무는 거지. 그러면 그는? 용과 마주한 인간도 이렇게나 마음 놓고 있는데, 인간을 상대하는 용이 위기감을 느낄 턱이 있나? 얼핏 허술해 보이는 처신도 그래서 나오는 거 아닐까? 내가 해칠 마음을 품어 봤자 어림없는 걸 아니까? 그러니까 엄청나게 각별한 신뢰까지는 아닐 거다. 그냥 딱 지금의 나 정도? 나 혼자 심각해져서 생쇼한 거다.
앞서의 고뇌가 쪽팔리다 못해 허무한 결론이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기운도 솟아서 냉장실에서 초콜릿을 꺼낸 뒤 마법 기사에게 그의 방으로 가져갈 홍차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발바리아 황가에 대해 얘기하던 중 허공의 물을 끌어다 마셨던 걸로 보아 갈증은 더러 있는 듯해서였다. (아침에 그가 각설탕을 3개 넣었던 것도 떠올랐지만, 초콜릿과 함께 들면 설탕이 과유불급일 것 같아서 따로 부탁하지 않았다.) 역시나 마법 기사는 이번에도 금세 차 쟁반을 날라 와 주었다. 벙어리 장갑을 연상시키는 덮개에 잘 감싸인 차 주전자와 찻잔 둘. 거기에 초콜릿을 마저 놓고 레아는 그의 침실로 향했다. 여전히 긴장됐지만(그래서 가는 중간중간 심호흡도 몇 번 했지만) 그래도 거북하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맛을 확인하긴 했는데, 블랑님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침실의 자그마한 탁자에 차 쟁반을 놓으면서 덧붙인 소리에 우스워졌다. 맛을 확인했다니, 내가 말했지만 그 난장판을 생각하면 참 완곡한 표현이네. 이런 잡념도 떠오르는 건 나름 침착해져서겠지? 그런 인식-혹은 희망 사항-과 함께 레아는 아까 억지 부릴 때 앉았던 의자에 다시 자리 잡았다.
나는 어디 가지 않거늘.... 그는 조용히, 못말리겠다는 듯 웃으면서 가만히 침대에 기댔다. 확실하게 개운하게 깬 기분이다. 이전까지는 잠이 꽤 불필요한 행위라고 생각했고, 또 그 행위 자체가 상당히 불필요한 무언가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번 일로 피로를 풀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본인을 리프레쉬 해줄수 있는 행위라고 느끼게 된 것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주기적으로 잠을 자고 활동을 한다면 더욱 규칙적인 일과가 될 것이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간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은채 저 멀리 레아가 달려나간 문쪽을 바라보았다. 몇일 되지는 않았으나, 그녀가 온 뒤로 요람의 하루가 매우 활기차졌다고 해야할까. 시간이 꽤 재밌게, 그리고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용에게 있어 시간은 부질없는 것, 쓰고 써도 한없이 남아도는 무언가였고, 그것이 동족을 나태하게 만들었으나, 지금 그녀와 같이 지내면서 느끼는 시간은 너무나도 천천히, 그리고 의미가 부여되어갔다. 이래서 다들 유희를 나서서 다른 것을 체험하려 드는 걸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무 침대에 오래 누워있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조심스레 손을 뻗어 가볍게 이불정리를 한다. 물론 리빙아머들에게 시켜도 되겠지만, 이렇게 함으로서 자신의 게으름에 대해 하루를 조금더 알차게 보내고자 하는 그의 가벼운 의지가 담긴 행위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불정리를 대강 끝마치고 의자를 꺼내 앉아 티테이블 앞에 앉는다. 그러고보니 어디 책을 한권 두지 않았나 생각하지만, 여기 있던 마지막 한권의 책을 아까 레아에게 넘겼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손가락을 깍지 끼고, 그 위에 턱을 올리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본다. 그러고보니 너무나도 오랫만이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말이다.
"오."
그가 이내 문안으로 들어오는 레아의 모습에 가볍게 감탄사를 터트린다. 확실히 미인상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깨끗히 씻겨놓고 보니 걸작수준이지 않은가, 그는 그렇게 속으로 감정을 남겨둔채 그녀가 들고 온 디저트상을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초콜렛을 먹어본지 꽤 된 것 같다. 애시당초 디저트 자체를 크게 즐기는 편도 아니었고, 요리도 취미삼아 몇년 배운게 전부였으니까. 애시당초 그렇게 먹을 것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용들의 특성상 이러한 상 자체도 색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다소곳이 가져온 디저트를 바라보며 아까 그녀가 억지를 부릴때 앉은 자리에 다시 그녀가 앉는 것을 바라본다. 아까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와 그녀가 서로 티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는 점이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홍차를 한모금 들이킨다.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의 습관을 캐치한 것일까. 그녀는 홍차에 각설탕을 넣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홍차로 가볍게 입가심을 한 뒤 그녀가 내민 초콜렛을 가볍게 집어 들고 입안에 넣어 조심스레 녹여 그 풍미를 느껴보았다.
"나쁘지 않군. 아니, 훌륭하네."
그가 조용히 미소를 머금으며 레아를 칭찬하였다. 전혀 빈말이 아니었다. 충분히 정성이 담긴 맛이었다. 거기에 미세하게나마 남아있는 정령들의 향─마나─을 보아하니 그들과 같이 만든 것도 느껴진다. 당장 2~3일 전까지만 해도 숨이 넘어가는 거 같고 중압감에 짓눌려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것 같았는데 이제는 이 곳에 적응을 한 것이 이 안에 녹아들어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점심시간이었다.
팀이 일단 전부 조직 에이스 급의 팀이었어요. 보스 친위대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존재들이었고, 블랑 포함 팀원 5명이 팀장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에 반기를 들었을때도 망설임없이 다들 들고 일어났을 정도니까요. 게다가 보스가 팀원중 3명을 죽였고, 그중 팀장도 포함되었는데 마지막 싸움에서 블랑을 보호하다가 보스에게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유언 남기고 즉사, 블랑이 이에 열받아서 인간화 상태의 전력전개로 보스를 압도해버리고 본부 전체를 마법으로 파묻어버리는걸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352 헐?! 전 블랑님이 손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살해당했거나 6명 모두 독살당할 뻔했는데 블랑님은 용이라서 생존했거나 그런 거려니 상상했는데..현장에서 같이 싸우다 죽은 겁니까😨?! 블랑님 텔포라도 써서 피하지 그건 법사라고 둘러대면 용밍아웃까진 안 해도 됐을 텐데8ㅁ8ㅁ8ㅁ8ㅁ8 심지어 팀장은 블랑님 감싸다 죽ㅇ..😰 용이라서 안 감싸도 됐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블랑님 회한 엄청났겠는데요;; 자기 때문에 죽은 거라는 자책에 빠졌대도 무리는 아니었을 거 같습니다..,_,) 끔찍한 기억이군요;;
프렌치메리 : 친위대 겸 호송팀 멤버, 팀의 유일한 홍일점, 사망 당시 24세, 친위 1팀과의 각개전중 시가전에서 적들에게 포위, 분전하였으나 적의 그림자 관련 흑마법으로 인해 전신 난자로 사망
말로우 윈터 : 친위대 겸 호송팀 멤버, 사망 당시 37세, 팀의 장남, 친위 1팀과의 각개전 도중 프렌치메리의 사망을 듣고, 시신을 회수하러 가던 도중 보스의 일격에 심장이 파괴되어 사망, 시신 회수 직전, 프렌치메리와 약혼 했다는 사실이 확인 됨
벨가모트 : 친위대 겸 호송팀 멤버, 사망 당시 20세, 팀의 가장 막내였음, 친위 1팀과의 전투 후 주변을 수색하던 와중 행방불명, 추후 시신이 확인되었는데 죽지 못한 친위 1팀의 습격으로 자폭을 시도, 친위 1팀 잔당 3명으로 추정되는 육편과 함께 하반신만 발견됨
루드베키아 : 친위대 겸 호송팀 참모, 사망당시 25세, 팀에서 블랑과 함께 고등교육을 받은, 지성인으로 추정, 살아남은 3인중 보스 추적 과정에서 보스의 함정에 빠짐, 보스와 몸이 뒤바뀐채 손쓸새도 없이 자살, 보스의 영혼은 다시 보스의 본체로 돌아가나, 돌아갈 육신이 없는 루드베키아는 사망.
헬리오트 : 친위대 겸 호송팀 팀장, 사망 당시 30세, 기나긴 추적의 끝에, 보스와 마주하나 보스와의 접전 중 지병이 도지고, 그 틈을 탄 보스의 일격으로 가슴에 구멍이 뚫린채 사망, 블랑에게 최후의 유언을 남기고, 시신은 본부와 함께 지하로 파묻히게 됨. 호송팀 중 유일하게 시신을 남기지 못함.
압박감과 부담감은 덜었지만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그와 겸상하긴 했어도 그때는 비교적 트인 느낌인 식당이었던 데 비해 침실은 훨씬 좁은 공간이니까. 더구나 상대는 이종족임을 따지지 않는다 치더라도 직속 상사. 연구원에 빗대면 실장님(교수님)이나 전임 연구원님의 침실에서 차를 마시는 셈이다. 뻘쭘해. 몸 둘 바도 눈 둘 데도 모르겠다. 차라도 얼른 비우자고 잔을 들었다가 흠칫 움츠렸다. 아직은 뜨겁다.(여느 사람에겐 딱 적당한 온도일지도 모르나 레아는 뜨거운 걸 잘 못 집는 편이었다.) 이 정도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는 건데 족히 30분은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다. 내 차는 챙기지 말걸. 그럼 두고 바로 나와도 됐는데.
그 와중에 그가 초콜릿을 입에 넣자 긴장감이 배가됐다. 정령들이 반죽(?)부터 신나게 떠먹기도 했고 레아가 맛보기에도 케놀라인 출신 동기가 시범으로 만들어 준 것과 유사한 질감이었다만, 또 아침에 그가 홍차에 각설탕 3개를 넣어 마셨던 걸 생각하면 단것을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면전에서 당사자의 반응을 기다리기는 아무래도 민망하다. 역시 주기만 하고 빠져나올걸 그랬다. 둘 곳 없는 손을(찻잔은 여전히 뜨거웠으므로) 맞잡고 조물거리는 거 말고는 달리 할 게 없는 어색함이란! 양이라도 셀까? 양 하나, 양 둘....
그랬다가 일순 멍해졌다. 짧지만 묵직한 칭찬. 쑥스럽다고 해야 할까 마음 놓인다고 해야 할까. 답할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 눈을 내리깔았다. 얼굴이 뜨뜻해진 게 느껴졌다. 나중에 들었으면 이렇게까지 버벅대진 않을 텐데. 레아는 습관적으로 묶은 머리를 움키려다 아직 묶지 못한 것을 깨닫고는 머리칼을 한꺼번에 싸쥐었다가 등 뒤에 놓았다. 그러고도 좀 더 궁리하고서야 비로소 말이 나왔다.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정말 어색하다. 뭐라도 화제를 꺼내면 좀 나을까? 어떻게든 마시자고 반억지로 찻잔을 드는데, 그새 그의 침대가 가지런해진 게 눈에 띄었다. (그다지 주의하지 않고도 보일 법한 변화였는데도 이제야 본 건 그만큼 시선을 아래에 두고 있었던 탓 같다.) 단정한 성정이구나. 그가 손수 했든 마법 기사가 했든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그것도 침대에 놓여서 다른 일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 이불을 정리한 건 깔끔한 성미의 발로 같았다. 난 저렇게 못 한다. 어릴 적부터 엄마와 무던히도 했던 실랑이가 떠올랐다. 제발 하고 이불 정도는 개라는 엄마에게 어차피 침대 위에만 둘 거고 밤에 도로 덮을 거 뭐하러 개냐고 투덜거렸는데. 저렇게 반듯하게 정돈된 침대를 보고 있자니 찔리는 듯 안 찔리는 묘한 기분이다.
그러다 그의 물음에 퍼뜩 주의를 돌렸다. 식사라,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초콜릿을 입으로 먹는지 피부에 양보하는지 모를 난리 통에 배가 다 차 버린 탓이었다. 최소한 초콜릿은 한동안 안 내킬 것 같다. 그보다는.. 레아는 시선을 그의 책상으로 옮겼다. 아까 읽다 만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였다면 저 책을 가져오고 싶을 때 마법으로 옮겨 오겠지? 잠시 스친 싱거운 생각과 함께, 레아는 책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덕분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말하다 보니 호기심이 일었다. 그는 바엘 섬에 가 봤을까? 여기와는 까마득히 먼, 발바리아의 영토지만 그는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모양이니 간 적이 있을지도. 온갖 종족의 책을 다 모으려고 할 만큼 연구에 관심이 많은 이니까 어쩌면 이 책에 나온 생물들을 직접 확인해 보려고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바엘 섬에 가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359 급하게 써선가 빼먹은 부분이 많군요;;; 아래 문단은 다음 내용으로 바꿔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
그러다 그의 물음에 퍼뜩 주의를 돌렸다. 식사라,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초콜릿을 입으로 먹는지 피부에 양보하는지 모를 난리 통에 배가 다 차 버린 탓이었다. 최소한 초콜릿은 한동안 안 내킬 것 같다. 그보다는.. 레아는 시선을 그의 책상으로 옮겼다. 아까 읽다 만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였다면 저 책을 가져오고 싶을 때 마법으로 옮겨 오겠지? 잠시 스친 싱거운 생각과 함께, 레아는 책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 그러다 그의 물음에 퍼뜩 주의를 돌렸다. 식사라, 솔직히 입맛이 없었다. 초콜릿을 입으로 먹는지 피부에 양보하는지 모를 난리 통에 배가 다 차 버린 탓이었다. 최소한 초콜릿은 한동안 안 내킬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우리만 먹으면 치사하니 블랑님 몫을 남겨 두자는 말에는 순순히 따르던 정령들이 귀엽기도 했다. 간식을 먹을 때 레아가 달라면 안 주려고 홱 끌어당기다가도 제 엄마-언니나 새언니-가 달라면 배시시 웃으며 내미는 조카들을 연상시키는 면모다. 그만큼 그와의 유대가 끈끈한 거겠지.) 어쨌건, 레아는 고개를 젓는 걸로 배고프지 않음을 나타내다가 무심결에 그의 책상에 시선을 두었다. 아까 읽다 만 <바엘 섬 탐사기 추적>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였다면 저 책을 가져오고 싶을 때 마법으로 옮겨 오겠지? 잠시 스친 싱거운 생각과 함께, 레아는 책을 들고 와서는 그에게 건넸다.
지금 그녀의 반응을 보아하니 분명 꽤 험하게(?) 가재도구를 다뤘을 것 같다. 정확히는 그녀가 아니라 주변 환경이 그러했겠지. 리빙아머들은 협조적이더라도, 정령들은 장난을 좋아하는게 눈에 보일정도로 제멋대로기도 하니까. 그래도 다행이라면 그런 정령들에겐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 정도지 않을까, 최소한 그녀가 위험에 처하면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 같기도 하니까. 기회가 된다면 좀더 상위 개체의 존재들에게 그녀를 소개시켜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의 칭찬에 어쩔줄 몰라 하는 것이 꽤나 귀여운 모양새다. 확실히 그녀의 모습은 뭇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을법한 모습인데도 이렇게까지 눈치가 없는것도 아마 체질이지 않을까? 그는 가볍게 미소를 머금은 뒤 초콜렛을 하나 다시 입에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홍차의 풍미와 어우러져 깔끔하게 넘어가지만, 그 너머로 느껴지는 묵직하고도 뭉클한 듯한 달콤한 감각은 확실히 그의 입맛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다음번에도 레아를 시켜 볼까? 아니면, 자신과 같이 요리를 해보자고 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가벼운 생각을 떠올리면서 그녀의 질문에 차를 한모금 들이킨뒤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꽤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보긴 했지. 물론 가보기도 했고."
확실히 여러가지 문헌을 직접 확인해보고 이 주변 생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작업을 했던 것이 떠오른다. 물론 의외로 크게 건들지는 않았지만 생태계가 조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료들이 필요했기에 한동안 꽤 이곳 저곳을 쏘아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그맘때쯤이면 아마 마음이 꽤 많이 흔들리던 시절이니까.... 아니다, 그 감정을 지금 다시 일으킬 필요는 없다. 그것을 겨우 가라앉히면서 그는 가만히 여인을 바라보며 조금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전의 이야기라 그 생태계가 그대로 살아 있을지는 의문이구나. 가봤다고 해도 내가 전 대륙을 돌아다니는 것은 꽤 오래전의 이야기였으니."
그렇게 다시 홍차를 들이키며 그녀가 옮긴 책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생각해보면 자신의 힘은 이 대륙 어느곳이라도 좌표만 정해져 있다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그 힘이 어디까지인지 자신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많은 자유를 줄 수 있는데에 대해선 크나큰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생각을 대강 끝낸 것일까? 그는 초콜렛을 입안에 다시 집어 넣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대, 혹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는가? 내가 어디든지 에스코트해줄 수 있네만."
'그대 같은 미녀라면, 얼마든지 에스코트 해줄수 있지.' 라고 들릴듯 말듯, 하지만 일부러 들으라는 듯, 장난기를 머금은 미소로 레아를 바라보는 그였다.
얼굴의 열기는 아직 다 식지 않았지만, 흑룡이 초콜릿을 마저 먹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그저 인사치레였다면, 섭식이 불필요한 용이 굳이 또 먹지는 않을 테니까. 아마 취향에 맞는 거겠지. 다행이라 여겼으나 이내 회의감이 들었다. 과연 다행일까? 고의적으로 무례한 짓을 해 놓고는 내 속 편해지자고 만든 건데. 작정하고 한 짓이고 또 저지를 수도 있는 짓이라 사과가 무의미하다 해도, 이렇게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으로 께름칙함을 무마하고 마는 건 비겁하다. 버릇이라도 들었다간 아주 고약스러운 꼴이 될 테고. 그러니 다음엔 이러지 말자. 어떻게 하는 게 합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처럼은 굴지 말자.
아직은 막연한 다짐과 함께 (드디어 적당히 식은) 차를 마시는데, 바엘 섬에 가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바엘 섬 탐사기 추적>에 나온, 돌고래와 비슷하게 생겼고 얼굴엔 미소를 머금었다는 상괭이도 봤을까? 다시 물으려는 찰나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은 듯 보였으나, 긴가민가할 틈도 없이 잠잠해졌다. 기분 탓일까?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그가 덧붙였다. 너무 오래 전에 다녀와서 현재는 바엘 섬에 어떤 생물이 있을지 잘 모르겠단다. 지금은 모르는구나. 하긴 상괭이는 물속에서 사니까 보기 어렵겠다. 수중에 진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공연히 책이나 뒤적이는데 그가 가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었다. 하마터면 앞뒤 안 가리고 바엘 섬에 가 보고 싶다고 할 뻔했다. 상괭이를 직접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지만, 섬이란 곳이 어떤 지형인지도 궁금했다. 바다로만 둘러싸인 땅이라니 어떤 느낌일까? 책으로만 구경해 본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파도 소리는 어떤지, 정말로 물 맛이 짠지, 밀물과 썰물 때 물 높이가 얼마나 다른지 직접 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1달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고 벌써 사흘째다. 놀기만 하면 안 되지. 일단 용족의 언어가 음성 언어인지, 전음 같은 방식으로 주고받는 것인지부터 물어야....
그때 (들을 때마다 용족과 인간의 미적 기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미녀 운운하는 소리가 또 들렸다. 다시금 의아해졌다. 그는 왜 저런 말을 할까? 일전에 품었던 의문이 다시금 선명해졌다. 특정 종의 외형을 평가할 때 용족과 인간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가? 하지만 역시나 그에게 묻기는 난감했다. 인간이나 용족이나 개체마다 미적 기준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테고, 그 또한 용족의 일원일 뿐이니까. 이 문제는 용과 인간 모두 일정 수 이상의 표본을 확보해서 조사하기 전에는 답이 안 나오겠다. 그렇게 넘기려는데 그가 아침에 용이라고 일러 줬던 생도가 떠올랐다. 굳이 따지자면 그 생도야말로 미인이던데. 본체의 모습은 못 봐서 모르겠지만.
인간의 외모뿐만 아니라 용의 외모까지 생각한 탓일까? 불쑥 일부 귀족들이 귀애할 목적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구한다는 소문이 떠올랐다. 그러는 귀족들은 대체로 예쁘장하고 귀엽게 생긴 동물을 찾는다는데. 혹시 그들이 동물의 생김새를 보는 관점과 용이 인간의 외모를 보는 관점이 비슷할까? (자신을 비롯한 인간을 사육되는 동물에 빗대는 게 적잖이 괴이쩍지만, 스스로를 돌이켜 봐도 기왕이면 귀엽게 생긴 동물에게 더 끌리긴 한다.) 거기 생각이 미치자 그의 외모 언급이 묘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지성체가 아닌 동물 취급을 받는다고 느꼈던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동물을 귀애한다는 귀족 중에는 그 동물을 가족보다 더 가깝게 여기고, 본인의 생활 수준을 낮추는 한이 있어도 동물 부양에는 비용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상대를 진심 어린 교류가 가능한 존재로 대하는지, 귀애하는 동물처럼 대하는지는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답이 찾아질지 모르겠다. 그렇게 머릿속이 먹통인 가운데 엉뚱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런 말씀 다른 용에게도 하십니까? 저라면 이상적인 미형의 용에게도 미남 미녀 소리는 안 나올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 이후로 요람에 집중하면서 여러군데 여행을 다녔는데 결국에는 모두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부숴지지 않는 인연으로 엮인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게 된거에요. 게다가 그들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은 그들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맡기고 스러져갔다는걸 인지하는 순간 그 슬픔을 안고 일어난 것이죠
그가 천천히 턱을 쓰다듬으면서 잠시간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확실히 자신이 그녀에게 장난을 많이 치긴 했다만, 그렇다고 농담을 크게 한 적은 없던것 같다고 떠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 넘긴다. 그렇긴 하더라도 확실히 그녀가 좀 믿지 못할 이야기는 맞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자, 알게 된지 얼마 안된 상대에게, 그것도 아예 다른 종족이 자기 보고 잘생겼다, 혹은 이쁘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당장 블랑 본인이더라도 조금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반응도 확실히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그것을 떠나서 자신은 레아 본인이 마음에 든 것도 사실이다. 이성적인 면 보다는 본인의 내면이 확실히 무언가 이끄는 힘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녀 본인은 딱히 신경쓰지 않겠지만, 어쩌면 정령들이 그녀를 따르는 것도, 혹은 많은 이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녀의 내면이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것이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자신이 그녀를 이렇게 붙잡게 된 것도 행운일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질문에 답해주는 그였다.
"일단 난 다른 용들에게 해본적이 없다네. 그대들 말로는 외톨이, 아웃사이더 등으로 일컫을 수 있겠지. 물론 자네가 하는 말이 일리도 있다네. 다른 종족이 그 종족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야기 하는 셈이니까, 말이지. 허나 말이야."
그가 살짝 자세를 틀어 그녀에게 상체를 들이민다. 적황색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한다. 그 두 눈에는 여지껏 보여줬던 장난기같은 것 없이, 그녀를 정확히 담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은 과연 그녀 본인 뿐만인걸까? 아니면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직시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그렇게 생각할 겨를 없이 재차 말을 이어 나갔다.
"자네를 보고 있으면 미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해야할까? 그대가 아름다운 것은 겉모습만이 아니야. 그 안에 깃든 내면,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일세. 외모가 이쁜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 저번의 그녀처럼 외모가 이쁘다고, 그 내면에 깃든 무언가는 지울수 없는게 사실일세."
그가 천천히 손을 뻗어서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상냥함이 담긴 손길이었다. 그렇게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쓰다듬으면서 그가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는다. 뭐라고 해야할까? 조금은 곱슬거리는 느낌과 더불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감촉이라 하는게 걸맞지 않을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편안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자신감을 가지게나. 그대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 하고 있고, 또 잘 해낼 것이야. 내가 장담해주겠네. 내가 말한 것, 잊지 않았겠지?"
그러나 그 순간, 장난기가 동한 것일까. 그의 눈가로 장난꾸러기 같은 눈빛이 스쳐지나가지만, 이내 오늘만큼은 그만 두자는 듯 머리에서 손을 떼내고는 다시 남은 차를 모두 들이키는 그였다.
레아의 진지병은 아무래도 불치병에 가까운 듯합니다😅 그럴 거 같아서 시트에도 넣은 거입니다만..😓 너무 진지하기만 하면 재미없다고 하신지라 좀 찔리는군요🙄 놀자고 하는 건데😑
세상을 따돌립니까😮?! 근데 대빵님 같은 친구(?)도 있고 또 용들이 원래 다른 용들이랑 안 어울리는 독고다이 타입이라고도 하셔서 헷갈리지 말입니다🤔 오로치는 ㅋ 퍼드에서 본 일러 말고는 아는 정보가 0에 가깝습니다만😅 옛날에 사람들이 8이라는 숫자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한 것 같기는 하군요🙂
앗....!!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너무 긴장되어보이고 불편해 하는거 같으니 편하게, 긴장 풀고 있으라는 뜻이었어요!@
아앗.... 드립입니다 설마 진짜 그럴까욬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번에 블랑이 했던 말은 불교관에서 감각에 대해 말하는거에요, 직감을 넘어선 무의식(즉 말나식), 그리고 그 저편에 있는 아뢰야식도 따지자면 제 8감각이니까요. 여담으로 건볼트의 세븐스는 저 말나식이 모티브로 알고 있습니다!
빈말이라, 그런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는 다른 종의 미적 요소에 대한 평가가 대등한 교류 상대로 여기면서 이루어지는 것인지가 의문이었다. 인간은 (적어도 인간이 사회를 구축한 영역에서는) 다른 동물 종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기에 여타 동물이 인간보다 하등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용과 인간을 견주면 (굳이 비교하는 게 우스울 정도로) 인간이 신체 능력은 물론 신체 상태에 좌우되는 의지력도, 마력도, 지성도 부족하다. 그런 이상 용은 인간을 하등 동물로 여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볼 수 있는 점을 굳이 꼽자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일 텐데, 그조차도 용의 언어는 인간이 모르고, 용이 인간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해 주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용이 인간의 미를 거론하는 게 인간이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보고 예쁘다, 귀엽다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론 안다. 그는 나를 대등한 지성체로 대해 주고 있다는 거. 아니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지내고 있지도 못하지.(어떻게 해도 그가 원하는 대로만 되는 내기를 걸기도 했지만) 하지만 난 인간이라 용과 인간의 명백한 격차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생김새 얘기가 나오면 귀애받는 동물이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 버린다. 하지만 이런 심정을 어떻게 해야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리저리 궁리하는 중에 그의 답변이 이어졌다. 정말로 동족과는 교류가 적은 모양이구나. 그때, 그가 앉은 자리에서 훅 거리를 좁혔다. 일순 움찔했다가 속눈썹이 짙게 드리워 뚜렷한 눈매로 시선이 이끌렸다. 맑은 날의 노을 같은 선연한 적황색 눈동자가 마치 잔잔한 수면처럼 레아를 비추고 있었다. 이전까지의 따스하지만 조금은 장난스럽던 분위기와는 달리 예리하면서도 뭔가를 찾아내려는 집요함마저 엿보이는 눈빛이었다.
속이 파헤쳐지는 듯한 기분에 압도되어 눈을 질끈 감는데, 뜻밖의 말이 귓전을 울렸다. 미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어리둥절한 나머지 도로 눈을 떴다. (여전히 그의 눈동자에는 레아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고, 레아가 무심결에 제 머리칼을 묶듯이 움키자 그와 똑같이 움직였다.) 내면이라니, 그는 분명 독심술은 안 쓴다고 했는데. 내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알고? 그 순간, 일상적인 경험에서 쌓여 왔지만 머릿속에 묻혀 있던 정보가 생생해졌다. 평소 친근하거나 긍정적으로 여기는 상대는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떠나 인상이 좋아 보인다. 다른 집 아기가 아무리 오밀조밀 예쁘게 생겨도 내 조카가 제일 귀엽고, 초면엔 뚱하거나 매서운 분위기다 싶었던 사람도 친해지고 나면 한결 훈훈하고 밝아 보인다. 흑룡이 마음이라고 가리킨 것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친근감이 든다는 의미! 그렇게 생각하니 그가 생도 행세를 하는 용의 외모에 박한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사이가 정말 나쁘구나.
그렇게 실마리를 찾자, 앞서 떠올렸던 의문을 되짚을 힘이 생겼다.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는지 동물처럼 대하는지를 어떻게 분별하는가? 분별 불가능하다. 상대를 대하는 방식을 가르는 기준은 종이 아니라, 자신이 감정 이입 하고 애착을 가졌는지 여부니까. (영지민에게는 무심하면서도 귀애하는 동물에게는 안달복달한다는 귀족들의 소문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도 그래서겠지.) 인간은 감정 이입을 하면, 그 존재가 인간이든, 이종족이든, 동식물이든(심지어 무생물이나 픽션 속 캐릭터라도!) 자신에게 근접한 존재로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이성적으로는 감정 이입한 존재의 한계 역시 인식할 것이나, 그 존재가 자신이 어려워했던 문제에 대한 조언이나 답을 해 줄 수 있거나 토론 같은 지적인 활동도 할 수 있다는 게 드러난다면? 대등한 지성체로 대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용도 비슷하지 않을까? 인간의 지성이 용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일지라도, 그래도 용의 언어로 다양한 지적 활동을 해 보인다면, 인간을 다시 보게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런 결론에 이를 즈음, 레아의 정수리에 온기 어린 손길이 부드럽게 덮였다. 흑룡은 어느새 부드럽고 편안해 보이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모습과 머리를 어루만지는 감촉이 어우러지니, 다시금 할머니와 부모님과 라민 선생님이 떠올랐다. (라민 선생님이 머리를 쓰다듬으신 적은 없지만) 수습 기간 끝나면 본가 한번 다녀올까? 딴 생각에 쏠릴 찰나, 그가 바위 절벽에서 해 주었던 격려를 상기해 주었다.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붙잡을 줄 안다라, 정말 그럴지 한번 해 보자. 레아는 (손을 거두고 마저 차를 마시는) 그를 바라보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런 뒤 이제는 미지근하게 식은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용과 인간의 능력 격차를 생각하면, 저는 용에게 인간이 여느 동물과 다름없이 보이리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탓에 블랑님이 저를 전적으로 존중해 주신다는 걸 알고, 블랑님의 아름답다는 표현이 저를 친근한 존재로 여기신다는 의미라고 짐작하면서도, 블랑님께 외모 얘기를 들을 때는 마치 동물처럼 귀애받는 듯한 착각이 들어 버립니다. 이 점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대로 표현된 걸까? 찻잔을 움킨 손이 떨렸다. 아직 더 중요한 얘기가 남았다. 레아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용족의 언어가 음성 언어인지, 아니면 정신 파장을 맞춰야만 구사할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만약 전자라면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족이 배울 수 있도록 발음과 억양과 음절의 장단을 기록해 두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380 380에 넣으려다 깜박한 부분이 있어서 한 문단 수정하겠습니다😢! (연달아 이러네요 덤벙거려서 큰일입니다😓) 해당 문단은 바뀐 내용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_)!!
속이 파헤쳐지는 듯한 기분에 압도되어 눈을 질끈 감는데, 뜻밖의 말이 귓전을 울렸다. 미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어리둥절한 나머지 도로 눈을 떴다. (여전히 그의 눈동자에는 레아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고, 레아가 무심결에 제 머리칼을 묶듯이 움키자 그와 똑같이 움직였다.) 내면이라니, 그는 분명 독심술은 안 쓴다고 했는데. 내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알고? 그 순간, 일상적인 경험에서 쌓여 왔지만 머릿속에 묻혀 있던 정보가 생생해졌다. 평소 친근하거나 긍정적으로 여기는 상대는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떠나 인상이 좋아 보인다. 다른 집 아기가 아무리 오밀조밀 예쁘게 생겨도 내 조카가 제일 귀엽고, 초면엔 뚱하거나 매서운 분위기다 싶었던 사람도 친해지고 나면 한결 훈훈하고 밝아 보인다. 흑룡이 마음이라고 가리킨 것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친근감이 든다는 의미! 그렇게 생각하니 그가 생도 행세를 하는 용의 외모에 박한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사이가 정말 나쁘구나.
→ 속이 파헤쳐지는 듯한 기분에 압도되어 눈을 질끈 감는데, 뜻밖의 말이 귓전을 울렸다. 미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어리둥절한 나머지 도로 눈을 떴다. (여전히 그의 눈동자에는 레아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고, 레아가 무심결에 제 머리칼을 묶듯이 움키자 그와 똑같이 움직였다.) 내면이라니, 그는 분명 독심술은 안 쓴다고 했는데. 내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알고? 그 순간, 일상적인 경험에서 쌓여 왔지만 머릿속에 묻혀 있던 정보가 생생해졌다. 평소 친근하거나 긍정적으로 여기는 상대는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떠나 인상이 좋아 보인다. 다른 집 아기가 아무리 오밀조밀 예쁘게 생겨도 내 조카가 제일 귀엽고, 초면엔 뚱하거나 매서운 분위기다 싶었던 사람도 친해지고 나면 한결 훈훈하고 밝아 보인다. 흑룡이 마음이라고 가리킨 것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친근감이 든다는 의미! 하기야 대하기 편하고 친해지기 수월한 타입이라는 얘기는 학창 시절에도 더러 들었다. 그 덕에 붙임성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도 대인관계가 그럭저럭 무던했고. (용에게도 그렇게 보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그가 생도 행세를 하는 용의 외모(굳이 그 용의 외모를 언급한 건 본체도 미형 용이어서일 듯하다. 인간으로 변신할 때는 원하는 모습으로 꾸밀 수 있을 테니)에 박한 것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사이가 정말 나쁘구나.
레아의 말은 정석에 가까운 것이었다. 당연히 자신이 존중을 담아서 행동했다고는 하지만, 상대방과 자신의 종족은 다른 시점에서 시야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었다. 그것을 부정할 생각도 없고 그걸 인정하는 것, 거기서부터 모든 대화가 시작되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그녀의 말이야 말로 정답이 아닐까? 의외의 곳에서 다가서는 안목이었다. 말의 의미가 같더라도 주체가 다르다면 당연히 그 의미는 왜곡되어 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블랑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본인이 보기에도 그 금룡보다는 지금 레아가 내고 있는 광채는 아름다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본인은 그것을 손에 넣으려고 꽤 얄팍한 계략까지 꾸몄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을 아예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보다 훨씬 더 고등의 존재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이 애완동물을 아끼는 개념일 수도 있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생각이다. 그렇기에 크게 괘념치 않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녀가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마저 사실이라면?
"네 말은 지극히 당연하단다. 그리고 그리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납득이 갈만큼 확실한 이야기지. 허나,"
그의 시선이 천천히 레아를 향한다. 그것은 강욕, 강렬한 소유욕이었다. 어느 구전이건 설화건 용은 항상 강욕의 화신으로 나온다. 레어를 가득 채울만큼의 금은보화는 물론이요, 한 나라의 공주를 납치한 설화도 있었다. 어떤 이야기는 확실히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전부 용을 욕망에 찬 무언가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해서 내 의견을 굽히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는군. 오히려 그대를 더 옆에 두고 싶다는 생각뿐이야. 어쩌면 무례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만에하나 그것이 친근하다는 의미나, 그대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동물의 귀여움이나 사랑스러움이 아니라면 어쩔텐가?"
여인의 손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아마 저 말들을 하기 위해 그만큼 용기를 내었다는 것이겠지. 그마저도 대단하고 존경스럽구나, 누군가 그랬지, 인간의 찬가는 용기의 찬가, 인간의 훌륭함은 용기의 훌륭함이라고. 그렇기에 그대가 가진 지혜와 용기의 빛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찬란한것이라 할수 있지 않을까. 뒤 이어지는 말에 그는 결국 자신의 추악한 일면이라 할 수 있는 강욕을 거두고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쉽지 않을 것이야. 용들은 따로 육성으로 대화를 하지 않으니까. 그저 의지를 담아서, 그대에게 해보인 것 처럼 전음으로 의사를 주고 담을 뿐이니까. 용들에게 있어 말은 꽤나 큰 힘을 가지니까 말일세. 무엇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대들 처럼 언어가 발달하지 못한 걸 수도 있겠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까 말일세."
1. 굳이 설명하자면, 예 그렇습니다! 여섯가지 감각에서 저장된 감각들이 서브드라이버에 일시 보관되고 또 뽑혀진 데이터를 계속 발생시키는 분기점 역할을 하는데 이 서브드라이버이자 분기점이 말나식이 되는 셈이죠!
2. 레아가는 귀여우면서 이쁘고 사랑스럽기가 일품이니 이를 과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3. ? 역으로 엄청난 발견을 할 수 있을텐데.... 살짝 귀뜸을 하자면 용의 언어가 없을 뿐이지 의사소통은 가능하단거잖아요? 통신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주파수는 다 제각각이어도 결국 주고 받는 코드는 다 일정해야지 상대방과 통화가 되고,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더라도 결국 쌍방이 동일 규격의 코드를 사용하잖아요. 그러면 그 파형을 일부나마 해독하고 원리를 적용시킨다면?
4. 다른 용들 기준으로는 미형체 맞습니다. 블랑의 미의식이 좀 특이한 점이 없잖아 있어서....
외모 평가가 거북한 심정이 잘 전달됐을까? 숨을 삼키고 있자니 흑룡이 당연한 이야기라며 긍정했다. 표정도 레아가 그 얘길 꺼내기 전과 마찬가지로 평온해 보였다. 그 선선한 태도에 레아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용이 아니라 인간에게 미인이란 얘기를 거듭 들었다면 어땠을까? 모르겠다. 어릴 때는 몰라도 왕립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그런 얘길 면전에서 들은 적이 드무니까. (귀족들의 사교계에서야 낯 간지러울 정도의 외모 찬사가 인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지만, 적어도 대학과 연구소는 남의 외모 평가를 대놓고 하는 건 교양 없는 처신으로 간주하는 분위기였다. 뒤에서야 -사실은 용인- 그 생도가 회자되듯이 말이 나오기도 한다만) 그래도 생각해 보면, 실장님이나 전임 연구원님 같은 상사에게 평가받을 경우 아무래도 착잡해질 것 같다. 착실하고 순해 보인다며 같은 일을 해도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경우가 전혀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그런 이점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터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업무 능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때, 잔잔하고 부드럽던 흑룡의 눈빛이 바뀌었다. 키 차이로 인해 내리꽂히는 시선이, 따뜻하지만 함부로 접근했다간 데일 것 같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마주 보기는 거북한데 피해지지는 않는 그런 눈빛으로 그가 말을 이은 순간, 쓴웃음이 나왔다.
"전 아직 서고 관리나 비서 일을 시작도 안 했습니다.."
난감하다. 외모든 내면이든 업무와는 상관이 없을 텐데 옆에 두고 싶다니, 이건 완전히 업무 외적인 평가잖아. 그런데 당혹스러운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친근하다는 의미도, 동물 귀여워하듯 보는 것도 아니면 어쩔 거냐니? 얼떨해 눈만 끔뻑거렸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의 마음이지. 내가 뭘 어쩌나? 내가 어쩔 수 있는 영역이긴 한가? 잠시 멍해졌다가 찻잔을 쥐었으나, 잔은 이미 빈 채였다. 빨리도 먹었다. 찻주전자에서 마저 따라 마시려니 갓 따른 찻물은 아직 뜨겁다. 이러라고 주전자에 덮개를 씌운 거겠지만, 뜨거운 거 못 먹는 사람은 힘드네. 그래도 정신은 들어서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 대답했다.
"생각을 바꿔 주십사 하는 게 아닙니다. 제 외모 얘기를 제게는 안 해 주십사 청한 겁니다."
그런데 친근감을 느끼는 것도, 동물처럼 보는 것도 아니면 뭐지? 인간이 미술품이나 꽃 보면서 감탄하는 거랑 비슷한가? 꽃이라, 굳이 따지자면 그쪽에 가까울 듯하다. 미술품은 잘 관리하면 오래도록 보존 가능하지만, 꽃은 아무리 애써도 금세 시드니까. (인간의 외모는 꽃보다야 오래 유지되는 편이지만 그래 봤자 용에게는 한철일 테고) 생각을 이어가던 중 레아는 제 머리칼을 꼬았다. 그의 생각이 어떤지 추측해서 뭐하나? 타자의 생각은 내가 왈가왈부할 영역이 아닌데. 그래서 잡념을 털려는 듯 꼬던 머리칼을 손으로 빗질해 넘겼다.
그러던 중 미소와 함께 돌아온 답. 용족은 음성 언어가 아니라 전음으로 의사소통한다. 젠장, 음성 언어면 기록해 둘 경우 여러모로 유의미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하긴 음성으로 의사소통을 했다면, 이제까지 용학을 연구한 인간이 수두룩한데도 여태 용어(龍語)가 안 알려졌을 리 없네. 그러면 어쩐다? 전음과 비슷한 방식이면 어찌어찌 배운다 쳐도 다른 사람한테 가르치거나 널리 알릴 방도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배우는 거조차 주님 찾고 싶어지게 기 빨리는 과정일 테고. (마력을 지닌 사람이면 그나마 좀 수월하게 익히려나? 하지만 그래서야 일부만 배울 수 있는, 특권적인 지식이지 않을까?) 음성 언어도 안 쓸 정도면 문자는 더더욱 없겠다. 용족의 의사소통 수단 연구는 답이 안 보이네. 기운이 쭉 빠졌다. 멍하고 답답했다. (물론 힘들더라도 따로 배워 보고 싶긴 하다. 발바리아를 세웠다는 그 용에게 욕을 퍼붓고 싶은 마음도 아직 있고. 하지만 연구 주제로 삼기는 글렀다는 게 허탈했다.)
넋을 놓을 뻔했다가 두 손으로 제 볼을 찰싹 쳤다. 아니지. 낙담하면 안 되지. 선행 연구와 겹쳐서든, 막상 연구하려니 자료나 근거가 부족해서든, 구상했던 주제가 엎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럴 때마다 기죽으면 연구 못 한다. 새 주제 찾아야지.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여지껏 그에게 들은 정보(그와 같은 외양은 용의 이형이라거나, 용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거나, 용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섭식은 불필요해지는 대신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수면해야 한다거나, 개별적으로 생활하지만 대표를 뽑기도 하고 때로는 모임도 갖는 등 사회적 교류가 전혀 없진 않다거나 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그에게 용의 생태에 대해 더 묻는 것이었다. 제일 손쉽겠지만 그대로는 한계가 명백하다. 어떤 일이든 단일 사례만으로 일반화하는 건 무리라,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교차 검증이 필수니까. 그런 이상 다른 용도 관찰하든 취재하든 해야 하는데.. 관찰은 훔쳐보는 게(흑룡에게 들키기 전엔 훔쳐보는 거라고 생각도 못 했지만) 께름칙한 건 둘째 치고 들키기 십상이겠고, 취재는 인간에게 우호적인 용을 찾는 게 난관이겠다. 이건 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 같네. 그러면 요람의 용학 문헌(온갖 문헌이 다 있는 모양이니 아마 용학 문헌도 있겠지.)을 샅샅이 뒤져서 아이디어를 찾아보는 게 나을까? 선행 연구를 살피다 보면 미처 연구가 덜 된 부분이나 안 된 부분이 보일지도 모르는데. 궁리하다 보니 입맛이 쓰다. 마음 다잡아도 원점에서 시작하는 건 참 꿀꿀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레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395 일하기 싫다고 남의 집에 가 놓고선 남의 일 도와주는 대빵님인가요? 어째 고생을 사서 하시는 타입 같군요😓 근데 레스 정주행 하다 보니까 >>157에서 대빵님이 리자드맨 코스프레 중이던데 그 와중에도 로드 일도 하고 블랑님 집에 책 빌리러도 오시는 건가요😮? 그러다 다른 리자드맨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유희 중엔 드러내제 않아야 하는 정체가 노출되어 버리지 않을지..😐
현생은 힘들죠😥 안 그래도 새벽부터 일어나셨는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지는 않으셔야 할 텐데요😢
아 그 냥반 유희 끝냈어요. 리자드맨으로 노는건 재밌긴 했는데 얘들이 멍청해가지고(리자드맨들은 이종족 중에서 몬스터 분류로 취급돨 정도로 머리가 안좋습니다) 답답해서 더 못하겠다고 적당한 시체 끌어다가 자신 시체 마냥 위장시키고 부족 전투에서 사망한 걸로 처리한 다음 도망쳐서 지금 돌아왔습니다.
결국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성공하는 것으로 만족했다는 것일까. 그는 순순히 레아의 말에 물러나면서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도 한몫 했으리라. 그녀는 아직 스스로의 가치를 다 보여주지 아니하였다. 물론 지금에서는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기에 이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도 중요한 일일테니까. 그리고 그 또한 그녀가 내건 이야기를 받아들인 입장으로서, 그녀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를 거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렇게 어느샌가 공손히 시립한 리빙아머에게 시켜 차를 한잔 다시 받아낸 뒤, 차를 한모금 들이키면서 테이블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확실히 길을 제대로 잡고 있기는 하지만 정답에 다가가려면 힘이 부칠수도 있다는 것일까, 아까전에 자신이 용은 언어가 필요성을 못 느끼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였을때 분위기가 축 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거기서 봤을때 그것이 연구주제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그렇게 머릿속으로 가볍게 생각이 정리되자 아주 약간의 실마리를 주겠다는 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어가, 말이 없다 해서 의사소통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 동물들이 으레 그렇듯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주고 받네. 우리 또한 생명체고 고등생물이라고 해서 다른 점은 크게 없겠지. 거기서 부터 생각을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를 것이야."
그렇게 한마디를 던지고서 이어지는 말은 그로 하여금 흡족한 미소를 짓게 하였다. 드디어 그녀가 자신에게 주어진 무기를 찾아낸 것이다. 사서로서의 업무 수행을 하며 이 곳에 있는 책들을 둘러보고 무엇을 취할지, 또 무엇을 걸러낼지. 더해서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지 다른지, 혹여 두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순간에 왜 그런 이유가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림으로서 당연히 그녀의 질문에 답변을 던져주었다.
"당연히 가능하지, 내가 왜 그대에게 사서 자리를 주었겠는가? 그 책들은 모두 그대가 읽고, 또 하나씩 소화해나가야 하는 이야기들일세. 천천히 시작하게나, 가장 가까운 길은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일세."
그 순간, 그의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울려퍼진다. 꽤 익숙한 파장이라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유희를 나갔던 양반인데 갑자기 이렇게 전음을 걸어온다고? 그렇게 잠시간 레아에게 티가 나지 않게,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전음을 이리저리 주고 받던 그에게 아주 가벼운, 하지만 마치 계략을 꾸미기라도 하는 듯한 미소가 스쳐지나간다. 일부러 전음에 드러나지 않게 감정 조절을 하는 것은 필수, 어쩌면 생각보다 레아에게 괜찮은 정보를 던져 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후후.... 오늘따라 차가 달군,"
레아에게 들릴 듯 말 듯, 블랑의 소감이 들려온다. 물론 달다는 의미는 차나 초콜렛이 달다는 것 이외에도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 외모에 대한 토론? 레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해한 문제를 접했을 때 으레 그렇듯 미간이 찌푸려지는 게 느껴졌다. 토론은 서로 다른 주장을 지녔을 경우에 상대측을 설득하고자 시도하는 대화이다. 누군가의 생김새에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가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나? 그건 전적으로 각자의 생각에 달린 영역인데. 더구나 토론이라고 하려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어야 하는데, 난 내 외모에 대해 무슨 주장을 한 게 아니다. 그 화제로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피력했을 뿐. 그런데 토론이라니? 혹시 이 용, '토론'이라는 어휘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아무리 인간의 공용어를 익혔대도 모어(母語)가 아닌 이상 세세한 부분에서는 착오가 있을 수 있다. 용의 의사소통 수단은 인간의 언어와 전혀 다르기도 하고) 의외네, 나보다도 인간 사회에 대해 잘 아는 눈치였는데. 하긴 인간 사회에 대해서도 다 아는 거 같진 않다. 적어도 대학이나 연구소가 남의 외모 평가를 면전에서 하는 걸 무례한 짓으로 여기는 분위기임은 확실히 모르는 듯하다. 무리도 아니다. 인간이라고 곳곳의 인간 풍습을 다 아는 게 아닌데, 자기 종족도 아니고 타 종족의 풍습까지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기는 힘들겠지. 그렇긴 해도 굳이 정정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도 내 외모를 도로 화제에 올리는 격 같고, 이유가 뭐든 내 외모에 관련된 얘기가 나오는 건 이젠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용 입장에서 그딴 게 알 바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냉정히 따지면 용이 인간의 입장을 헤아려 줄 이유라곤 하나도 없으니까.
레아는 손끝을 찻잔에 대어 온도를 가늠해 보았다. 이제는 쥐고 있을 만해서 그대로 잔을 감싸쥐었다. 그 사이 마법 기사가 언제 왔는지 그에게 차를 따라 주고 있었다. 참 신출귀몰하네. 새삼 혀를 내두르는데, 차를 마시던 흑룡이 실마리를 주고 싶다는 듯 용도 여느 동물처럼 의사소통을 한다고 귀띔했다.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손끝으로 잔을 톡톡 건드렸다. 그걸 몰라서 맥이 빠졌던 게 아닌데.(앞서 그가 용은 전음으로 의사소통한다고 알려 주기도 했으니까) 유의미한 지식이 되려면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테지만, 전음이라는 방식은 그럴 방도가 안 보여서 난감했던 건데. (전음 사용법을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익힐 수도 있게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온다. 직접 써 봤더니 더 그렇다!)
"제가 고민하는 부분은 어느 지성체든 마음먹으면 전음을 익힐 수 있게끔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점입니다. 전음을 익히는 게 불가능이 아니라 해도, 일부만 익힐 수 있다면 지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특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 같아서요."
그러니 다른 주제를 찾을 밖에. 아, 생각하니 또 짜증나네. 레아는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제 머리칼을 움켰다. 이제는 제법 말라 가는 게 곧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말라라. 묶고 치우게. 그때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야말로 아연해지는 소리를 했다. 거기 책이 내가 다 읽어야 하는 거라고? 내가 100살까지 산다고 치고 하루 1권씩 매일같이 읽어도 3만 권도 못 읽는데? 그는 천천히 시작하라지만, 천천히고 빨리고 이건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기가 막힌 나머지 대꾸도 못하고 있는데, 그는 태연스레 차를 마시면서 차가 달다는 소감을 나지막이 덧붙였다. 레아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미지근해진 차를 들이켰다. 향이 구수하고 향긋한 게 고급스러운 찻잎을 쓴 것 같긴 한데 맛까지는 잘 모르겠다. 차에 조예가 깊었다면 이런저런 분석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단 맛을 감지한 건 초콜릿을 먹어서이려나?)
확실히 자신이 꽤 레아에게 무례를 범한 것도 있었다. 물론 자기 나름대로는 의견을 말한거긴 하지만, 인간들 사이에선 서로에게 터부시 되는 대화주제가 여러가지 있다고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쪽으로는 눈치가 둔하다고 이야기 하던 로드의 말도 떠오르는 그였다. 본인은 그를 인정하지 않는듯 싶지만, 글쎄.... 지금의 상황을 만든게 그라는걸 생각하면 더 빠르지 않을까. 그것은 어쩌면 종족의 한계일지도, 아니, 그의 한계일지도 몰랐다. 기본적인 태생으로 용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고, 거기에 기와 체가 완벽한 종족이었다. 즉 그들은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들이기에 그들은 거만해질 수 밖에 없었다. 블랑은 거만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인 풍모가 너무나도 부족한데다가 많은 것을 책으로만 배운, 실전경험이 없는 애송이였으니까. 본인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많은 것들이 덮혀질 것이다. 그러는 와중 표정이 모든것을 말해준다고 생각이 든 것인지 조금은 미안한 듯 뒷통수를 살짝 긁는다. 사실 레아는 자신이 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블랑쪽이 을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극구 싫다는 것을 눌러앉힌 쪽은 바로 블랑 본인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일지 몰라도, 그녀에게 만큼은 많이 약해질 수 밖에 없는게 그였다. 아이러니컬하였다. 자연계의 정점에 도달한 용족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쩔쩔매는 이 장면이 모든 것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 방향이었나? 듣고보니 그렇군. 그렇다면 이런 방향성을 잡아보게. 내가 저번에 말에는 힘이 있다고 했지? 사실 이건 인간, 아니 전 생명체에게도 해당된다네."
이윽고 그의 설명이 천천히 이어진다. 어떠한 동물이건 생명체건 간에 결국 소리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대화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리라는 매개체 또한 미세하게나마 마나를 울리는 형태를 포함하는데 즉 이를 이용해 마나를 움직이고, 또 의지를 발현시키는 것이 마법의 실현 과정인 셈이다. 즉 지금 그가 말하는 것은 용이 사용하는 전음 또한 파장의 일종인 셈이니 이를 이용한다면 파장에 맞춰서 그 의미를 해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통신용 마도구를 사용할때의 원리를 떠올리면 되는 셈이지. 통신용 마도구도 결국 정해진 주파수를 지정햐 상대방을 호출하고, 또 상대방이 받아들이면 서로 주고받을 수 있지만, 결국 사용되는 파형은 공통되는 셈이니까 말일세. 그대가 생각하는 갈래하고는 달라질 수 있겠으나, 역으로 동물이나 여타 다른 방향으로 응용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와중에 심각해지는 레아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그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면서 사죄를 덧붙이며 자신의 말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요람 총류의 책은 여지껏 그녀가 본 어떠한 도서관의 장서량보다도 많은 양의 그것이었다. 인간의 수명으로는 전부 읽어낸다는건 절대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겠지.
"내 미안하네. 실언을 했군, 전부 다읽을 필요는 없네. 내가 의미한 전부 다 읽는다는 뜻은 [필요한 정보에 대해 꼭 읽어한다 생각한 책을 전부 다 읽어봐도 좋다는] 뜻이었는데 내가 표현을 함부로 했네."
그러고서 멋쩍은지 헛기침을 하다가 이내 남아있던 레아가 가져온 초콜렛을 입에 집어넣으며 허당끼를 애써 지워내는 블랑이었다.
>>403 레아가 찰떡같이 알아먹게 하려면 레아주가 잘 이해를 해야 할 텐데, 그러질 못하고 있어서 질문 남깁니다..😥
블랑님과 레아가 전음으로 대화할 때 처음엔 블랑님의 정신 주파수(??)에 레아가 접근하는 방식이었고, 그 다음엔 블랑님이 레아의 정신 주파수에 접근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출입증에 블랑님의 마력이 담긴 걸 고려하면 정신 주파수를 맞추는 데에는 마력이 소모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당시 저는 전음이 육성은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이해했었습니다.(최근 레스에서 블랑님이 대빵님과 전음을 주고받는 듯했는데, 역시 무음이다 싶었고요.) 이 점 때문에 레아가 전음은 다른 종족에게 알리기 어려운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서술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블랑님이 대안을 제시해 주고자 한 것 같은데요😅, 그게 용들의 정신 주파수에 접근하기 쉽게 해 줄 방도(예를 들면 무전기처럼 주파수만 맞추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기기라든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족이 청각으로 인지 가능한, 용의 울음소리(진동)에 깃든 진동 수, 진동 폭, 진동의 파형 등을 분석하면 무슨 의미인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의미인가요😮?
>>404 😨;; 험악했군요 그러면 블랑님이 레어를 비우는 틈을 노려서 누님이 침입할 가능성은 없나요?
정답은 후자입니다!! 보통 언어들 사이에 있는 의성어들을 자세히 들어보면 각 국가 언어들이 표현한 형태가 다 비슷하잖아요! 그거랑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되요! 파장의 형태를 이해하기 전에 으르렁 거리는 것을 그냥 얘가 경계하는거구나, 라고 생각한다면 파장의 형태를 이해하고 난 뒤엔 아 애가 날 지금 경계중이구나! 이런 느낌인 셈이죠!! 이경우엔 소리가 아닌, 인간이나 이종족들이 인지 가능한 마나의 파장을 이해하는 방식이겠지만요!!
그리고 전자의 경우는 이미 가지고 있는 요람 출입증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괜히 그 카드가 많이 쓰이는게 아니에요!! 아마 로드가 오게 된다면 레아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기능도 추가될껍니다!
>>406 답변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용이 전음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대기 중의 마나가 진동하는데, 그걸 분석하면 용의 전음 내용을 해석 가능하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요람 출입증에 마력이 담긴 결과 용들의 정신 주파수에 접근하기 쉬워진다는 건 파악했습니다. 다만 그건 레아 전용이라, 용의 정신 주파수에 접근하는 방법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한 연구는 어렵겠네요😅 (용학자, 마공학자 등이 대거 연합해서 연구하면 인간의 음성을 용들의 전음 같은 마나 파장으로 변환하는 마도구도 개발이 되려나 싶긴 합니다만, 그건 레아 혼자서는 무리겠고요😓)
말의 힘? 일순 어리둥절했다가 차근차근 이어지는 설명에 레아는 도로 자리에 앉았다. 흑룡의 설명에 따르면 어느 생명체든 (인간이 들을 수 있든 그렇지 않든) 공기를 진동시키는 음파로 의사소통을 하고, 음파는 공기를 진동시키듯 자연 상태의 마나도 진동시킨단다. 이는 용도 마찬가지이므로, 용이 전음을 주고받는 순간 용 주변의 마나가 진동하는 양상을 분석해 놓으면 용의 전음 내용을 해독할 수 있으리라는 의미 같다. 확실히 솔깃한 이야기였다. 용인 그가 자신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타 종족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해독할 방법을 모색했다는 점이 경이롭기도 했다.(나더러 인간의 언어를 다른 동물이 알아듣게 할 방도를 찾으라면 절대 못 한다..) 게다가 그런 말을 해 주는 내내 선이 뚜렷하면서도 섬세하게 고운, 그의 눈은 생생하게 반짝였다. 고마웠다. 내 연구에 흥미를 갖고 진심으로 고민해 주고 있구나. 용 입장에선 아무래도 좋은, 대단찮은 일일 만한데도.
하지만 문제점도 몇 가지 떠올랐다. 일단 마나의 진동을 알아채려면 최소한 마나를 감지할 정도의 마법적인 소양이 있어야 한다. 그 문제야 마나 탐지기(마나가 풍부한 땅이 마법사, 왕족, 귀족 등 다양한 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보니 그런 도구도 개발되었다고 들었다.)로 어찌 무마한다 쳐도, 용이 전음을 주고받는 순간을 포착해서 용 주변에서 마나의 진동을 탐지하는 게 쉬울 리 만무하다. 또 마나의 진동 양상을 기록만 해 둬서는 안 되고 인간의 언어로 해석도 해 놓아야 할 텐데, 그러자면 용이 전음을 주고받는 동안 누군가는 정신 파장을 맞추어서 알아먹어야 하지 싶다. 아니지. 이거도 그가 준 출입증을 쓰면 어떻게든 해 볼 수 있으려나?(다른 용의 정신 파장에도 접근 가능한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럼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용이 전음을 주고받는 순간을 포착하는 거겠다.
"말씀대로라면, 용끼리 전음을 주고받을 때 근처에서 마나의 진동을 탐지해 기록하는 동시에 용들의 정신 파장에도 접근함으로써 개별 진동이 인간의 언어로는 어떤 의미인지 정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용이 전음을 구사하는 순간에 접근하는 게 난관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근거렸다. 데이터를 충분히 축적하기만 하면 이건 획기적인 성과다. 게다가 잘하면 전음으로 인한 마나의 진동을 인간이 따라할 방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아직은 가설일 뿐이지만, 인간의 육성도 마나를 진동시킨다니 가능성은 분명 있다.) 마법적인 소양이 없는 이는 마나 탐지기로 마나의 진동을 확인하지 않고는 전음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리라는 점이 아쉽지만, 아예 방도가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으면 언젠가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합심해서 음성은 마나 진동으로, 마나 진동은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마도구의 개발에 착수할지도 모르고. 아무튼 마나 탐지기부터 구해 볼까?
그렇게 들떠 있는데, 흑룡이 전에 없이 정색하며 사과하더니 앞서 했던 말을 정정했다. 다 읽어야 한다가 아니라 다 읽어도 된다라고. 그런 의미였구나. 긴장이 풀려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떨떨했다. 사소한 오해라 이렇게까지 사과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다 문득 그가 말의 힘에 대해 설명해 주기 전에 어쩐지 겸연쩍은 기색으로 뒷머리를 긁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그때도 미안해했던 걸까? 그런데 말은 못 하고 담아 둔 탓에 지금 같은 (다소 엉뚱한) 사과가 나온 걸까?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하고 초콜릿을 먹는 그를 향해 실소인지 미소인지 모를 웃음이 지어졌다. 어지간한 건 다 알고 무엇에든 능숙한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서툰 면도 있었구나. 상사에게 업무 외적인 영역을 평가받은 거북함이 완전히 잊힌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좀은 누그러드는 기분이었다. 인간의 사정이나 풍습이 어떻든 헤아릴 필요 없는 용이면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게 놀라웠으니까.(내가 느꼈던 곤혹스러움을 알아준 거라면, 앞으로 그 화제는 피해 줄 것 같다.) 그리고 누구든 어느 영역에서는 미숙하거나 무지할 수 있는 법이니까.(이제껏 내가 저질렀던 실례를 그가 무던히 넘겨 준 것도, 어쩌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음을 헤아려 줘서가 아닐까?)
아이고야 과찬이십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학부 샤대에 대학원도 샤대인 셈이라 컨셉에 맞는 캐로 연출해 보자고 아등바등한 것뿐인데요😓 생도 시절부터 하도 똑똑한 인간 천지라 레아 씨가 주눅 들었다는 과거 넣은 것도 그래서였고요 (샤대의 위엄..🙄?) 아무튼 레아가 똘똘해 보였다니 연구자 컨셉은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놓이지 말입니다🙂
What if라.. 당장 떠오르는 건 2가지 정도로군요 바엘 섬 갔더라면 뭘 했을까🤔랑 알라투 누님이 마법으로 레아랑 몸을 바꿔치기 하거나 레아의 몸을 지배해 버릴 경우🥶 블랑님이 어떻게 대처할지요 (후자는 저로선 공포물이기도 합니다만😑 궁금하긴 합니다😅)
흐미야😮 고평가 감사합니다! 거기 재학 중이었다면 좋았겠는데요😓 사실 구글링이 하드캐리 해 준 겁니다😅 제 머릿속엔 딱히 든 게 없어요🙄
역시나 험악해지는군요🥶 블랑님 유희 때 몸 바꾸는 마법도 언급하셨어서 알라투 씨가 문건 얻으려고 그런 식으로 블랑님을 협박할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 바꾸기면 레아가 너도 죽고 싶으면 해 보라는 자해 공갈로 응수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정신 지배면 답이 있나 싶어서 여쭤봤습지요🤔
저는 머리에 든 걸 끄집어내는 것 만큼 스스로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라 봐요!! 오픈북 테스트에 대해서 생각하면, 거기서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라 보니까요!!
아니면 역으로 '왜, 네년이 그렇게 혐오하던 잡종놈이다. 그러니까 계속 버티고 있어봐라. 내 공간 활용법은 네가 잘 알테니 벗어나는건 불가능한건 알고 있겠지.' 하고는 레아에게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고서 그대로 입술박치기로 멘탈 공격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서로에게 혐오감을 가지고 있으니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볼수도 있죠!(아님)
왜냐면 본인 왈 "니네 피서가냐? 나도 낀다?" ......
왜 이제야 왔느냐 하면.... 조금 현실적으로 일이 생겨서 잠깐 이야기 하느라 이제사 왔습니다!! 어느쪽이냐 하면 좋은 쪽이라 해두겠습니다!!
고평가가 아니라 진지한 평가입니다. 저도 눈치 채지못한 설정 붕괴가 될뻔한 오류를 몇번이고 잦아주셨능걸요
그 경우면 디스펠도 위험해요, 정신간섭이 여기서는 꽤 고수준의 마법인게 모든 생명체는 고유의 파형을 가진다 하잖아요? 이게 어느정도의 보안체계도 겸하기 때문에 그 보안을 뚫어야하는 작업이라서..... 유체 교환의 경우라면 >>415가 될것이고 정신지배라면 아마 묶어두고 2~3일에 걸쳐서 천천히 해주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최대거리는 마나가 닿는데까지, 다만 최대출력으로 하게 된다면 드래곤들도 한호흡정도는 쉬어야 해요. 블랑의 경우는 그냥 스윽-하면 끝나는 수준인게 문제지만.... 그래서 로드도 블랑이랑 같이 움직일땐 "야 십 니가 해, 내 짬밥에 그런거 하게 되어있냐."를 시전합니다
>>418 아이고야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세계 설정이 방대해져서 혼자 너무 부담 지시는 건 아닌가 조금 염려되기도 했거든요😅
그 경우 알라투 누님이 정신지배를 재시도하지 못 하게끔 막는 것도 일이겠군요😢 블랑님이 레아한테 9중 결계 문건 보는 방법은 알려 주지 않는 게 좋겠다 싶어졌습니다😐 레아가 용의 정신간섭을 당해내기는 사실상 어려울 테니, 알려 줬다간 그 문건을 레아 손으로 누님한테 넘겨 버리는 끔찍한 사태가 터질지도..😬 사실 몸 바꿔치기는 레아 역시 누님의 몸을 갖게 되는지라 드래곤 하트 꺼내 가면서(블랑님이 꺼내는 걸 봤으니 시도는 해 볼 만하지 싶어요) 역으로 협박이 가능할 거 같다 보니😅, 누님도 머리란 게 있다면 자기 목숨도 위험해질 수 있는 방식은 굳이 택하지 않겠구나 싶어서😐, 저 개인적으로는 누님이 레아를 도구 삼아 협박한다면 정신 지배 쪽이 더 가능성 높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누님 if에서 블랑님이 자길 가리켜 잡종이라고 하던데 >>332에서 말씀하신 걸 생각하면 같이 태어난 [스포일러]는 용이 아니지 않을까 싶어지는군요
블랑님이 훨씬 빠르고 쾌적하면서도 간편하게 이동 가능한 거군요😀 다른 용들이 KTX라면 블랑님은 비행기? (??)
아 또 궁금해진 게 블랑님이 지금 기억 그대로 예전 유희할 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가족 같던 5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할까요🤔?
눈을 떴을 때는, 자기도 믿기지 않을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검은 정장, 마치 자신들의 수의이자 상복을 챙겨입은 것 마냥 4명의 남자들과 1명의 여성이 둘러앉아 있었다. 마치 그때 그 시절과 같은 시선으로, 그 광경을 재회하고 있었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볼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통증과 더불어 남색 머리카락의 남성이 자신의 뒤통수를 한대 때리면서 그는 자신이 그 시절로 돌아 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통증과 더불어 자신의 귓가로 들려온 그 목소리에 그가 정신을 바짝 차림과 동시에 그것이 현실로 돌아온다.
"정신 안차리나? 블랑?" "헤, 헬리오트....?" "지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다들 심각한 고민을 하는 중인데, 이렇게 얼이빠져서야 되겠어?"
자신을 위해 끝까지 희생한 팀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당시 보스와 마주하고 겨우겨우 도망친 탓에 지병까지 제대로 도진 나머지 겨우 몸을 추스린 직후였던 그는,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져 보스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고 자신에게 미래를 맡긴채 그 숨을 거두었다.
"블랑이라도 많이 긴장했겠죠. 아무래도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쯧, 이해는 못하는건 아니다만...."
보스의 간계에 빠져서, 팀장과 자신이 못본 사이 목에 칼을 박고 자살해버린 루드베키아의 모습이 들어온다. 끝끝내 유언을 듣지 못한채 자신들이 발견했을 땐 차가운 시체로 허망하게, 눈도 감지 못한채 죽어 있었다.
"솔직히 팀장의 말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보스가 우리를 버렸다는데!" "맞는말이오. 팀장이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 믿지 못하였겠지."
곧이어 팀에서 가장 맏어른이자 듬직했던 큰형 같은 존재, 말로우와 팀에서 유일한 여자였으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말로우와 약혼까지 갔던 여인, 프렌치메리의 목소리까지....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너무나도 기쁜순간이었지만 그들의 미래를 알고 있는 지금 막을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이었다. 그 순간 블랑이 앞으로 나서려던 그때, 무언가를 눈치챈 팀의 막내, 벨가모트가 그의 손을 잡고 말한다.
"블랑 형, 혹시 쫄?" "벨가모트....!!"
그 순간 모두의 눈이 천천히 그의 시선으로 잡힌다. 아, 자신이 지금 여기서 나서더라도 운명을 바꿀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자신을 운명을 바꾸려고 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죽음을 각오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장 몸을 일으킨 블랑을 보며 헬리오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너희에게 따라오라고 명령한 적 없다." "저희가 저희 스스로에게 명령한 겁니다." "함께 가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 "헹, 그렇다고 저희를 버리고 가는건 저희가 부탁한적 없는데요!" "내가 멋대로 저지른 일인 만큼.... 그러니 내게 의리 따위 느낄 필요도 없다." "거 되게 머리 아프게 가시는구료..... 그냥 같이 가자고 하시는게 저희 입장에선 생각하기 편합니다." "나는 지금 여기 옳다고 생각한 길에, 내 자신에게 거짓말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아가려는 것이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요!! 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동감하는거 아닙니까!!"
그 누구보다 무서울 나이다. 가장 쫄아있어야 할 막내의 한마디에 다들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블랑의 두 손이 꽉 쥐어진다. 이번엔 모두를 살려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의 각오이다. 누군가 말했다. 각오가 되어있는 자는 행복하다고, 지금의 자신은 백에 발을 들이믿었다고 느낀다. 지금의 자신은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각오가 되어 있다. 양손에 들어있는 그 강인한 힘이 자신을 이끌고 있다고, 1천년 평생 들어 처음 느끼는 벅차오름이었다.
"각오는 되어 있나." "저희 모두 되어 있습니다."
그 한마디에, 모두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그 순간 알고 있었다. 더이상 그들의 미래 앞으로는 죽음의 그림자가 아닌, 반짝이는 굳은 의지가 함께 하고 있음을 말이다.
>>422 헐😧 썰풀이만 하실 줄 알았는데 아예 새 레스를 쓰셨네요 색깔까지 넣어 가면서 힘들지 않으셨나요😮? 고생하셨습니다 (_ _)
처음엔 가지 말라고 말리려고 했지만 모두 죽을 각오로 갈 결심인 걸 느낀 탓에 동행하면서 구하려는 걸까요😳? 과연 성공할지..? 아니면 마법소녀 마도카의 호무라처럼 이번엔 다른 이유로 실패..😬할까요? (또 실패하면 지옥 같을 듯합니다🥶 또 전 의지고 각오고 죽으면 다 소용 없다..😑 주의인지라, 제가 블랑님처럼 인간 다 씹어먹을 수 있는 입장이면, 5명이 위험해질 가능성은 원천 차단되도록 그들이 하루 만에는 절대 못 찾아올 먼 데로 텔포시킨 뒤에 보스는 혼자 치워 버릴(😅..?) 거 같습니다😓 죽거나 다치는 걸 또다시 보느니 원망 듣고 마는 게 차라리 나을 거 같달까요..😢)
가능해요, 의외로 공간과 시간은 연결 되어있으니까요. 물론 그 누구도 타임슬립을 성공한 예시는 없지만요. 아, 허락하시면 이제 한번 생기겠네요!!(?) 그리고 기록을 남기면 이제 그게 정사가 되는겁니다. 블랑이 오래전부터 다 지운 이야기들이었으니!!
원래 에르네스트 산 자체가 산맥이 많다보니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아 마나량 자체가 풍부했어요. 그래서 야생 정령들도 많았는데 거기에 블랑이 자리를 잡고 나니 원주민들이 기웃기웃거리다가 먹을것도 많고, 용에게 애교 떨고서 보호까지 받으니 그대로 눌러 앉은 셈이죠!! 블랑도 뭐 레어에 침입한 존재들을 알릴 방안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니 뭐라 안그러고 있고요!!
현 로드 : "그 양반.... 불쌍하긴 한데, 욕 먹어도 싸다. 내가 미안허다. 나중에 수면기 끝나고 기회 있으면, 응? 알겠지?"
>>430 가능하다면 좋기야 합니다만😳 당장 떠오르는 문제가..🤔 1) 일단 타임슬립의 가능성을 서사 내적으로 알 방도가 있을까요😮? 2) 타임슬립한 블랑님이랑 그 시대의 블랑님이 마주친다거나 하면 어떻게 되나요😨? 3) 그리고 5명이 1,000년 사이 다른 개체로 여러 번(어쩌면 수십 번?) 환생했을 거 같은데 타임슬립으로 과거가 바뀌면 그 5명의 현재 삶에 악영향은 없을까요😮?(그걸 분기점으로 원래의 현재 세계랑은 다른 평행세계가 생겨 버리면 원래 세계로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무섭거니와😬 원래 세계는 바뀌는 게 없는 셈이라 기록까지 남겨도 뭔가 헛고생 아닌 헛고생 같습니다..😢) 4) 레아가 따라갈 수 있는 건가요? 따라갈 경우 블랑님 일행한테 짐이 되지는 않을까요? 전투 능력이 0까지는 아닙니다만 그 조직 싸움 들어 보니 레아 수준은 0이나 마찬가지인지라....😣 그밖에도 무슨 문제가 터질지 상상도 안 됩니다만😐 그런 문제들을 서사 내적으로 봉합할 수만 있다면 훌륭한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야생의 애기 정령들이었군요🙂 어째 길들여진 길냥이 같기도 합니다ㅎㅎ
엌ㅋㅋㅋ 블랑님이 아니라 현 대빵님이 답변할 줄은 몰랐는데요 (근데 완전 인간 친화적인 답변 실화인가요😮? 지금 대빵님도 이종족한테 엄청 우호적인가 봅니다😗) 사실 인류 전체가 용 하나에게 휘둘렸다는 허무감 때문에 억하심정은 생겼지만, 레아가 진짜로 전임 대빵님을 욕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가족 지키고 싶은 마음은 자기도 인지상정이고, 발바리아 건국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긴 해도 발바리아가 안 세워졌을 경우 그보다 나았을지는 미지수이며, 무엇보다 레아는 발바리아 건국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니까요..😑 그래서 그냥 복잡하고 찝찝한 심정만 안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1~2. 여기서의 타임슬립은 공간이동 와중의 변곡점이 발생해서 뒤틀린 개념입니다. 즉 변곡점에 의해 과거의 블랑과 현재의 블랑이 하나로 뭉쳐지고 치환되면서 과거의 블랑이 남게 되는 것이죠. 물론 돌아올 때는 다행히 블랑이 대강이나마 원리를 눈치채고 레아와 함께 시간을 다시 한번 뛰어넘는 겁니다. 그리고 모를수가 없죠. 블랑이 스스로 복장이 바뀐걸 눈치챌테니까.
3. 여기서 생길 타임패러독스의 분기점은 두가지 뿐이에요. 팀원의 생존/기록의 유지, 사실 이 타임 패러독스의 결과는 끝나고 아마 그 스토리의 엔딩에서 풀까 생각중입니다!!
4. 따라 가야합니다. 그리고 레아가 기록을 남겨줘야 해요. 아마 분기점도 레아가 총류에서 블랑이 차마 지우지 못했던 그 책이 변곡점이 될 예정이에요. 물론 블랑이 수는 내줄껍니다. 다치지않게, 혹여나 있을 문제에 대해, 그리고 레아가 없으면 블랑이 아예 못돌아와요.
블랑이 정령들을 막 부려먹지 않는 이유도 그거에요. 얘네는 소속이 정령계쪽이라 함부로 건들면 일 나기도 하고요.
로드가 빌려간 소설이 몇권인지 생각하면 절대로 함부로 못 대할껄요.... 그리고 괜히 블랑 레어에 와서 소란 떠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낫고요. 그리고 실제로도 선대 로드는 불쌍하지만 욕은 먹오야한다는게 대다수의 중론이라.....
조악하게나마 정리해 보자면;; - 공간과 시간은 연결되어 있다. - 블랑님이 공간 접기를 구사하면 시공간에 균열(?)이 발생한다. - 그 균열이 봉합(?)되는 과정에서 타임슬립이 이루어져서, 현재의 블랑님과 1,000년 전의 블랑님이 퓨전(?)된다. - 원래 속했던 시간대의 세계로 돌아오려면 누군가 기록을 남겨야 한다. 431에서 타임슬립의 가능성을 서사 내적으로 알 방도가 있는지 궁금해했던 건, 블랑님이 의도적으로 타임슬립을 하겠거니 해서입니다만😐; 말씀 들어 보니 타임슬립이 의도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돌발 상황 같습니다. 그리고 돌발 상황을 유발한 건 말씀하신 책 같고요.(블랑님이 차마 지우지 못한 책이면, 그 9중 결계에 감춰진 문건인가요 아니면 다른 책인가요😮? 책이라고 하시니 그 문건을 가리키신 건지 아닌지 헷갈리는군요..) 제가 제대로 파악한 걸까요😓?
일단 저게 대강은 맞다는 전제하에 더 여쭙자면 (아니면 아무 소용 없는 소리가 되는군요 😑a) 1) 1,000년 전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레아까지 균열 봉합에 휘말리는 건 역시 책의 영향일까요? 2) 레아가 있어야(+기록을 남겨야) 원래 세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블랑님이 어떻게 알게 될까요?
+ 그리고 타임슬립과 원래 세계로의 귀환이 아무래도 복잡하게 느껴지다 보니 떠오른 생각인데요, 돌아오고 나면 레아가 진짜로 원래 세계로 온 건지 긴가민가한 나머지 학교랑 산 리노에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어할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블랑님과 동행한다면 후속 소재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런 절차로 애기 정령들에게 블랑님은 같이 사는 커다란 친구.. 정도가 됐군요🙂
현직 대빵님이 읽는 소설도 대부분은 인간 공용어인 발바리아어로 쓰였을 걸 생각하니 미묘해지는군요😐 하긴 레아도 전임 대빵님한테 욕까지는 못 해도 TMI는 하고 싶을 거 같습니다😓 당신 가족 살리자고 당신이 해치거나 다치게 한 인간도 살아남고자 아등바등했던 생명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이었을 거라고, 당신이 했던 일은 동기나 결과가 어떻든 당신보다 약한 지성체를 헤집은 것에 불과하다고요..
1. 단 하나만 빼고 전부 정답에 근사합니다!! 단 하나는 심층부의 봉인된 문건이 아닙니다!! 그건 총류에도 포함되지 않는 금서에 가까운 물건이에요!! 레아가 보게 될 물건은 1천년 전 당시의 어느 조직의 관련 조직도 및 각종 정보와 의문점들이 기록된 문건입니다!! 블랑의 몽타주도 그려져 있어요!! 사실 기록을 기록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가 저번에 공간이동에 필요한건 좌표라고 했었죠? 시간여행도 마찬가지에요! 원래 시간대로 돌아갈꺼면 타임슬립중 유일하게 현재 시간대에서 넘어온 레아와 책이 필요한 셈이죠!! 타임슬립 중인 블랑은 본인 자체가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존재라 시간 좌표가 되질 못하니까요!! 기록을 남기는것은.... 어디까지나 블랑 개인의 욕구가 될지도 몰라요. 자신이 바꾼 과거를 유일하게 알아줄 레아를 통해서요.
2. 공생관계라고 봐도 됩니다!! 블랑은 밥과 주거지를 주고, 정령들은 그에 걸맞는 노동력을 제공하고요!! 그 넓은 서고 환경을 관리하는건, 의외로 정령들이라고요?
3. 로드가 가끔 히스테리 부리는거 빼고는 의외로 말이 통하는 용 중 하나입니다!! 물론 블랑과 로드를 제외한 용들은....(먼산) 여담으로 드래곤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비늘이 두꺼워져서 허물을 벗거든요?(이마저도 인간들에겐 좋은 소재입니다) 로드는 지금 로드 자리에 오른 뒤 500년 가까이, 허물 벗기를 3번정도 했습니다
1. 아, 결계로 봉한 문건이 아니라 블랑님이 삭제해 왔던 1,000년 전 기록 중 하나였군요😮 말씀해 주신 바를 정리하면..😑
공간과 시간이 연결되어 있는데 공간 능력자 + 1,000년 전의 사건을 돌이키고 싶어 하는 블랑님이 공간 접기를 구사하다 보니, 1,000년 전 그 시점의 균열이 점점 커지는 한편 블랑님이 지닌 공간 능력의 잔해나 블랑님이 지닌 미련(소망?)은 차마 못 버리고 있던 기록물에 누적되다가, 현 시점의 인간인 레아가 그 책을 펼쳤을 때 책에 누적되었던 에너지가 1,000년 전의 균열을 봉합하는 힘으로 작용해서 타임슬립이 이루어졌다.
정도일까요😐?
2. 헐..😦 귀엽지만 악동 같은 애기애기들인 줄 알았는데 마법 기사처럼 노동도 바지런히 하나요?
3. 역시 현직 대빵님 갈리고 계십..😥 근데 용의 허물로 갑옷 같은 거 만들면 엄청 튼튼할 거 같군요 대빵님이 스트레스를 받으실수록 인간들은 좋.. (아님)
"일단 그부분은 해결할 방도가 보이는군. 일단 전음을 구사하는 순간을 잡아주는건 내가 해줄테니 염려말게. 그럼, 자, 출입증을 실례하겠네."
레아의 걱정을 조금 짐작해낸 것일까, 처음에는 간단한 도움 정도로만 끝내려고 했지만, 말하고 나니 본인도 흥미가 동해버린 것인지 갑자기 일이 커져감을 느끼며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그의 손으로 그녀가 기지고 있었을 출입증이 그의 손에 쥐어진다. 그러고보니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도 별거 아닌 주제 같고 어딘가에서부터 막힐 길이었지만,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내니까 순식간에 해결 방도가 보인다. 생각해보니 레아가 처음 요람에 대해 문제를 해결해주었을때가 떠오른다. 확실히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캐치해주는 것은 레아였으니까, 어쩌면 지금 이 행동은 그에 대한 보답이지 않을까? 소소한 생각을 하면서 그가 출입증을 쥐고 천천히 술식을 수정해간다. 정신감응을 담당하는 마법진이 잠시간 빛이 나고, 그 부분의 파츠를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천천히 술식을 수정해나간다. 여지껏의 기능이라면 송수신만 담당했지만, 지금부터는 이제 녹음기의 역할로도 충분히 해줄 것이다. 게다가 필요하면 그 파형을 기록해서 종이나 여타 다른 장소에 새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실 테스트는 나중에 그가 오면 천천히 진행한다 생각하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시 출입증을 내밀었다.
"자, 자네에게 필요한 기능을 추가해뒀다네, 이제부터는 전음이 어느정도 녹취가 되어서 자체적으로 파형을 기록해두었다가 종이 같은 곳에 올려두면 다 새겨지게 될 것일세."
그렇게 말하고서 그는 헛기침을 몇번 하고는 이내 한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했던 일들이 좀 많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민망함 반, 미안함 반으로 레아를 바라보는 그였다. 하지만 이내 그녀가 미소짓는 모습을 보고서 그는 결국 마주보고 미미하게 미소를 짓고야 말았다. 확실히 조금 거리감을 줄이고자 하였지만 다시 멀어진 기분이었는데, 그 간극이 다시 또 메꿔진 기분이었다. 묘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 하였던가,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시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는 것 자체였다.
"다행이라,"
그가 천천히 아직 남아있던 커피를 들이키면서 마지막 남은 초콜렛을 반으로 가른다. 마지막에 마지막은 혼자 먹는 것이 아닌 같이 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인지 몰라도 초콜렛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그는 그 한조각을 살짝 냉기마법으로 감싸 미세하게 얼린뒤 그녀에게 권하였고,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그렇게 함과 동시에 입안에 넣고 조심스레 녹였다. 차가운 기운과 함께 얼린 초코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을 느끼면서 마음 한 구석이 따듯해져 옴을 느꼈다.
"그래, 정말 다행이지."
그의 입가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자 제가 생각한 바로 정리를 조금 수정해드리자면!
전제 : 현재 공간과 시간은 연결되어서 계속 순환하며 서로를 유지 시키는 중
1. 레아가 총류편에서 블랑이 결국 폐기하지 못한 천년전, 블랑의 유희 당시 사건 기록을 찾게 됨. 2. 이 과정에서 레아가 블랑에게 이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길 요청(아무리 사료라도 당사자보다는 정확할 수 없으니까) 3. 블랑은 결국 마음이 약해져 지난 1천년간 찾지 않았던, 그곳으로 직접 돌아가 레아에게 설명해주기를 결심, 공간을 접어 그 사건 현장으로 복귀 4. 그 과정에서 블랑의 마음과 책에 남아있던 변곡점으로 인해 공간이 접힘과 동시에 타임 슬립이 성립 됨 5. 타임 슬립을 하면서 결국 모든 한을 풀은 블랑은 마침내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게 되었고 6. 원 시대로 돌아왔을때는 타임패러독스로 몇가지 일이 바뀌게 되었음
이정도로 요약해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현 로드 : 내가 XX!! 이럴까봐 로드 안하려고 했는데!! !!!!|┛*`Д´|┛・・~~┻━┻ ┳━┳
아 그리고 정령들은 공간에 있는것만으로도 환경이 조정되요, 물의 정령이 있으면 습도가 자연스레 안정화 되고, 바람의 정령이 있으면 아무리 묵은 공기라도 조금씩 바람으로 순환이 되는 것 처럼요!! 그걸로 일하는거에요!!
전음을 쓰는 순간을 잡아 준다? 방금 떠올린 아이디어인데 어떻게? 눈이 휘둥그레지기 무섭게 흑룡은 손가락을 튕겼고, 품에 두었던 출입증이 그에게로 빠져나갔다. 이어 흑룡이 손끝으로 출입증에 뭔가를 천천히 그리기 시작하자, 그 손끝을 따라 적황색 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기숙사 앞에서도 저렇게 고쳐 줬을까? (그때는 그가 투명하게 모습을 감춘 걸 들키지 않으려고 마법 쓰는 흉내를 내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신기한 게 저 출입증 분명 재질이 백금 같은데(금속의 종류를 한눈에 알아볼 정도의 안목은 아닌지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금속인 건 확실해 보였다.) 그가 무늬를 바꾸면 먼젓번의 무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안 남더라. 출입증으로 별의별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지만, 그래도 놀라운 건 놀라운 거다.
그렇게 흑룡은 한동안 공들여 출입증을 다듬더니, 이윽고 출입증을 돌려주며 엄청난 얘길 했다. 전음에 따른 마나 진동을 출입증이 기록하는 것은 물론 출입증을 종이에 올려 두면 그 진동 형태가 그려질 거란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진짜? 어안이 벙벙했다. 원래는 마나 탐지기를 이용해 마나의 분포를 수시로 기록하는 게 최선일 줄 알았다. 전음이 나오기 전, 전음이 나온 뒤, 또 다른 전음이 나온 뒤.. 그런 식으로 기록한 뒤에 각 기록을 직전 기록과 일일이 대조하는 과정이 필수이리라 생각했다. 마나의 분포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밝혀야만 다른 요소와는 무관한, 전음에 따른 마나의 진동이 드러날 것 같아서였다.(상상만 해도 어지간한 근성 없이는 나가떨어질 지난한 과정이라, 실제로 착수하면 그야말로 끔찍하리라 각오도 했었다.) 그런데 그가 조치해 준 대로면 그 지난한 과정을 건너뛰어도 된다. 아무리 엄청난 연구 아이디어라도 실행할 방법이 마땅찮으면 좌절되기 십상인데, 그 불안을 거의 해소해 준 것이다. 이건 완전 꿈 같은 일인데? 하지만 금속답게 서느레하고 단단하면서도 묘하게 온기도 머금은 듯한 출입증의 감촉은 이 상황이 명백히 실제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래서 의아해졌다. 흑룡은 사서 겸 비서로서의 내 역할이 연구를 계속하는 거라고 했지만, 나한테 연구를 시켜서 그가 얻는 게 뭐지? 미간을 찌푸렸다가 눈을 굴렸다가 하면서 궁리하던 중,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이종족 간의 언어 장벽을 낮추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가 진지하게 들어주던 게 떠올랐다. 확실히, 용의 전음을 타 종족 입장에서 연구하는 건 언어 장벽(용은 언어가 없다니 언어 장벽이 아니라 의사소통 장벽이라고 해야 할까?)을 낮추는 데 유용하겠다. 결론이 나자 기운이 솟았다. 이렇게까지 지원받았으니 제대로 해 봐야지. 레아는 두 손에 움킨 출입증을 품에 꼭 끌어당기고는 허리 굽혀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그러고서야 흑룡은 격식 차리는 걸 꺼린다는 게 떠올랐지만, 이렇게 신나는 일을 제대로 감사 안 하기도 뭣하다. 스스로도 얼빠진 얼굴이겠다 싶게 표정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반면에 그는 앞서의 언쟁(?)이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듯 헛기침을 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좀은 겸연쩍으면서도 마음이 놓였다. 가족끼리도 한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다른 종족과 지내면 오죽할까?(심지어 그는 압도적 강자인 용인데) 그래도 그는 인간의 입장을 헤아리고자 애써 주니까, 더러 삐걱거릴 일이 생겨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다.
그런 기대와 함께 이제는 식은 차를 넘기는데, 어느새 하나 남은 초콜릿이 반으로(자로 재도 크기가 똑같겠다 싶을 정도로) 갈라졌다. 그가 나눠 먹자고 잘라 준 것이다. 맙소사? 엄마가 커다란 쿠키를 구워 주면 그걸 언니오빠와 쪼개 먹곤 했던 것(당연히 크기가 같을 리는 없으니 제일 작은 것은 당번제처럼 번갈아 받곤 했다)이 떠올랐다. 친구나 동기랑 간식을 먹을 때도 홀수 개면 마지막 하나를 이렇게 갈랐는데. 용인 그가 인간의 그런 풍습을 흉내 내는 걸까? 거기 생각이 미치자 요리 과정에서 물리도록 먹은 탓에 당분간 초콜릿은 안 먹고 싶던 심정이 바래졌다. 그를 뒤따라 초콜릿을 한입에 넣었더니 살짝 얼어서 단단하던 겉과 사르르 녹아드는 속이 대조를 이루며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어쩐지 머리도 잘 돌아가는 기분. 다행이라는 말에 미소로 맞장구쳐 주는 그에게 답하려다 출입증을 만지작거렸다. 이걸로 쓰는 전음도 용의 전음이랑 마나의 진동이 비슷할까? 써 보면 알겠지? 그래서 그에게 전달되기를, 그 내용이 기록도 되기를 기원하며 하려던 말을 떠올렸다.
[맛있습니다. 만들면서 질리게 먹었는데도요.]
데이터를 모으려면 가까이에서도 전음으로 대화하는 게 좋을까? 그가 손을 써 줬어도 전음이 쉽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그래 봐야겠다.
>>437 다음 일상을 그걸로 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다만 사건 기록이 (블랑님도 사망 위장하고 요람 작업에 착수했다니) 조직원 전원 사망, 아지트 붕괴 및 매몰...같은 우울한 내용일 거 같고, 레아가 사적인 일이다 싶으면 질문을 삼갈 것 같은지라(이전 일상에서 반려자 운운하며 뼈 때렸다가😓 반성하면서 그런 결심을 했습니다..) 2가 자연스럽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별 생각 없이 질문할 수 있는 거리가 있으면 좋겠는데요..🤔
잘도 도는 미싱처럼 갈리는 와중에 유일한 낙이 인간의 소설이군요..😥 그렇게 바쁜 몸으로도 남의 피서는 따라오는 묘한 집념ㅋㅋㅋ
블랑이라는 이름, 지금의 블랑이랑 똑같이 생긴 몽타주, 용이 인간으로 변신해서 인간들과 섞여 지내기도 한다는 정보 정도면 그 책의 인물이 블랑님이라는 점은 레아 씨가 짐작할 겁니니다. (실제로 >>267에서 알라투 씨가 미인이고 블랑님이 알라투 씨의 외양을 알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알라투 씨가 용이라고 눈치 채기도 했고요.)
하지만 레아는 >>272에서처럼 사별의 고통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인간입니다. 그 책에는 조직원이 다 사망하고 아지트는 매몰됐다는 내용이 있겠지요. 그러니 레아는 그 책을 읽더라도 자기가 읽었다는 사실을 블랑님한테 숨겼으면 숨겼지, 책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묻지는 못할 겁니다. 조직원 사망이든, 블랑님의 유희든, 밖에 없던 책이 왜 여기 있는지든, 블랑님이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되새기게 될 위험이 있으니까요. (>>84에서 용도 희로애락이나 고민이 있고 마음이 상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도 레아가 타자의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기를 꺼리는 캐임은 여러 레스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437에서 알려 주신 대로라면, 블랑님이 사건 현장으로 가기로 한 건 레아 씨의 질문에 답변해 주기 위해서이지 않습니까? 레아주로서 저는, 레아가 그 책을 읽은 뒤에 블랑님에게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지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스토리를 다음 일상으로 삼으려면, 둘 중 하나는 충족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1) 레아가 캐붕하지 않으면서도 블랑님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거리를 찾는다.
2) 블랑님과 레아가 사건 현장으로 갈 만한 동기를 마련한다.
1)은 >>439에서도 제가 언급한 점인데요, 저로서는 떠오르는 게 없다 보니 블랑주님께 아이디어가 없는지 여쭌 겁니다ㅠㅠ..
음.... 그럼 이건 어떨까요? 레아랑 블랑이 같이 총류에서 만나는 걸로 하죠! 레아는 그저 우연히 집어든 책이 그거였고, 블랑이 레아가 무슨책을 집었는지 아는 순간에, 레아가 펼친 책장에 블랑의 몽타주가 실려있는걸로, 그리고 블랑이 간만에 좋았던 시절을 떠올린 것과 팀원들 성묘를 가봐야겠다고 고맙다는 심정을 전달함과 진실을 이야기 해주고 싶다면서 사건 현장으로 텔레포트를 하는 순간 타임리프를 한걸로 말이지요.
이리 하면 '레아가 직접 질문한다'는 전제를 회피함과 동시에 블랑이 진실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고, 동시에 블랑도 레아에게 솔직한 심정을 전달할수 있게 된 거니까 짐을 덜어낼 수 있게 되는 셈이지요!
>>448 인쇄소에서 무선본한 거 같은 책자인데 표지는 새카맣다거나 해서 총류에 있는 책 중에선 이질적이려나요🤔? (다음 일상 들어가면 자연히 알겠지만 대충 이미지라도 상상해 보려고요🙄)
거기서 레아가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정줄 안 놓고 있는 게 고작일 거 같긴 합니다😓 (난데없이 1,000년 전의, 가 본 적은커녕 상상한 적도 없는 조직 아지트에 떨어졌는데 돌아갈 방법도 묘연하면..😖) 무엇에든 집중하지 않고는 정줄 놓고 말까 봐 경험담 기록에라도 매달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이는군요😅 기록은 문제의 책자에 해도 되려나요😮? (만년필을 소지하고 있어야겠습니다🙃)
이득은 별로 없는 명예직인데 일거리는 많으면 폭탄일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근데 주로 어떤 일을 하려나요😮? 용들이 모일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을 거 같다 보니 잘 상상이 안 되는군요😳
갑자기 들려오는 전음에 대해서 놀란 듯 그가 전음으로 답해온다. 사실 그 또한 알고 있었다. 레아가 아직 전음에 대해 힘들어 하고 또 익숙하지 않다는 점, 그래서 본인도 그에 대해선 그것을 따로 강요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최대한 무리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없잖아 있던 것도 맞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그녀의 행동이 어떻게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였다. 혹여나 저번처럼 많이 어지러워 하지는 않을까, 심적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그녀를 너무 과보호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아갈 수 있는 여인이었다. 자신이 과하게 보호하는 것은 어찌보면 감옥에 가두는 행위와도 같은 것이다. 가두는 것은 어찌보면 그녀가 가진 가능성을 제한하게 하는 셈이었고, 이는 그가 바라는 이상과 전혀 반대되는 행동인 셈이었다.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부끄러웠지만, 이내 그녀의 풀어진 미소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비웃음이 아닌, 처음으로 긴장하지 않은 표정을 보고 그 또한 무거운 짐이 풀린 듯 가벼운 웃음이었다. 확실히 처음 봤을때 저런 표정이 어울릴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짐작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원래 나눠먹는게 더 맛있는 법이라네. 그리고 그대가 그만큼 노력한 맛이니까.]
그러면서 그는 잠시간 유심히 그녀의 손에 쥐어진 출입증의 마나 유동을 확인하였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실수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은 중요했다. 물론 그의 걱정과는 다르게 출입증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고, 그에 만족한 것인지 그는 남아 있는 찻잔의 내용물을 비워내고는 자신의 결과물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서도 이내 이어지는 생각에 그가 장난스레 웃는다. 뭐라고 해야할까? 가족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를 보면 왠지 모르게 장난기가 자꾸 동하게 된다고 느끼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전음을 담아서 말이다.
"익숙해지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레아양은 바보." [익숙해지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레아양은 바보.]
순식간에 전음과 육성으로 바보라고 놀리면서 장난스레 웃어보인다. 아마 그녀라면 바로 깨달을 것이다. 말로만 바보라고 했지, 그녀는 자신이 생각 한 것 이상으로 생각의 지평선이 넓고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여인이었으니까. 육성과 전음, 두가지의 파형을 생각해내면 그 과정에서 마나의 유동성을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파형과 전해지는 과정이 꽤나 유사하다는 것을 말이다. 의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마나임을 떠올린다면 그 두 과정의 유사함이 연구에서 주목할만한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더불어서 그녀에게 정신력의 수양도 하나의 방법임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마법을 배우기엔 늦었으나, 정신력을 늘림으로서 마나를 스스로 움직이고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리라. 이리 한다면 그 과정에서 그녀 본인도 스스로 무엇을 더 연구해낼 수 있을지 발견하게 될테니까. 자신은 그저, 어디로 나아가고 어느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만 알려줄 뿐이었다.
//
>>451
거기에 두꺼운 표지가 양쪽으로 끼워져 있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네, 그용도로 쓰실수 있어요!! 소재가 뭐냐고요?
블랑 비늘입니다(.....), 네 유일하게 남아있는 문헌이라 블랑이 최대한 안전하게 보관하려고 본인 비늘로 커버를....
엄청 쓸모가 넘칩니다. 특히 블랑에게 있어서 그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진실에 근접한 내용이 된 것이고, 또 이제 자신이 바꾼게 꿈이 아닌 현실임을 자각할 수 있는 내용이니까요. 그리고..... 아닙니다!
넵, 맞습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대충대충 하고 넘어가려고 하면 으르신들께서 '로오오오오드!! 아니되오!!' 이러니까 골이 울릴 지경이라고.....
>>452 마지막 문단 보니 블랑님이 뭔가 빅피쳐 던진 거 같은데 레아주가 파악을 못 하고 있습니다..ㅇ<-< 육성이랑 전음이 마나를 진동시키는 양상이 비슷하다라..🤔 저 정보로 무슨 연구를 유도한 거일까요😓? (고래가 초음파를 쓴다는 걸 알아도 인간의 조음 기관으로 초음파를 내지는 못하는 것과 다르게) 전음은 인간이 따로 마법을 안 써도 육성으로 흉내 낼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걸까요? (마법 말고 인간 육성으로 전음을 흉내 내다 보면 선율이 생겨서 무슨 노래처럼 되려나? 상상해 보긴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173에서 언급했던 언령을 레아가 익히도록 유도하는 거 같기도 한데..😳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레아가 대학 안에선 자격지심 가질 만큼 평범한 편이긴 해도 연구 관련 힌트는 똑띠 잘 받아먹길 바라는데 캐릭터 구현 쉽지 않군요😥
헐 왜 검정색인가 했더니;; 하드 커버 대신 드래곤 커버(?)였습니까..😐 자료를 다 없애면서도 마지막 자료는 차마 못 없애는 수준이 아니라 그렇게까지 보호했다니 심경이 말도 못하게 복잡하긴 했나 봅니다😢
목격자의 기록인 셈이군요 그런 의미를 부여한 보람이 있게끔 제가 연출을 잘해 봐야겠습니다😅
으르신들이 그러는 건 아무래도 전임 대빵님이 발바리아를 세우고 깽판친(...) 여파 같군요😑 뒤처리 독박 쓰는 현직 대빵님 딱합니다🥺 그나저나 용은 완전 마이웨이 각자도생에 대빵을 뽑아도 방임에 가까울 줄 알았는데 꽤나 사회적(?)이군요😗
전음이 제대로 갔는지 흑룡의 대답이 돌아왔다. 곧잘 한다라, 듣고 보니 그렇다. 처음엔 진짜 영혼이 빨려 나가는 듯 힘겨웠고, 그가 손을 써 준 뒤에도 무슨 원시적인 종교 의식처럼 전해지라고 중얼거려 가며 보냈는데, 이번엔 속으로만 빌었는데도 전해졌다. 나름 익숙해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의욕이 넘치니 없던 재주도 나오는 걸까? 돌이켜 볼 찰나, 의문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속으로 생각한 것도 전달되는 건 흑룡이 출입증에 넣어 준 마력 덕인데, 그렇다면 마력이 강한 이는 사념을 전음처럼 보내는 게 가능하다는 걸까? 어쩌면 소위 대마법사들은 나처럼 평범한 지성체와는 달리 진즉부터 용과 대화를 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치면 이 연구는 뒷북인 셈이지만, 레아는 출입증을 거머쥐고 심호흡을 했다. 마법에 능통한 극소수에게만 알음알음으로 전해지는 지식은 생명력이 약할 거다. 반박하거나 보완할 기회가 적으니 진보하기 어렵고, 아는 이들이 사라지면 바로 단절될 테니까. 하지만 그런 지식을 누구나 동일한 방법으로 입증하거나 반박하거나 학습할 수 있도록 퍼트린다면, 크고 작은 부침을 겪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발전하겠지. 그렇게 발전하는 지식이 누적되다 보면 언젠가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거인도 나올 거고. (장기적인 방향에 생각이 미치니 흑룡이 대비한다는, 지성체가 극소수뿐일 시대도 얼핏 떠올랐으나 이내 지워 버렸다. 그건 솔직히 상상도 안 되고 모르겠다.) 그러니까 힘내서 해 보자.
[손써 주신 덕에 많이 수월해졌습니다. 연구하려면 많이 써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기세 좋게 대답했다가 픽 웃는 소리에 낯이 뜨뜻해졌다. 유쾌하다는 듯한 웃음을 머금은 흑룡의 눈에 재밌어하는 빛이 역력했다. 참 볼 때마다 (신장 차이 때문에 거짓말 좀 보태면 목이 뻐근한 것 같은데도) 새롭게 시선이 가는 눈이라 새삼 느끼면서도, 거꾸로 봐도 신난 티가 물씬 날 얼굴이 뻘쭘해 얼른 가렸다.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너무 들떴나? 근데 좋은 걸 어떡해. 그러다 예상 못한 치하에 레아는 머리칼을 꼬면서 밖으로 눈을 돌렸다. 얼굴은 여전히 홧홧했다.
[노력은 저기, 밖의 기사님들..이 한 것 같습니다.]
지성체인지 아닌지 헷갈리니 어떤 호칭으로 부르는 게 좋을지 모르겠네. 그런 난감함(?)과는 별개로 진심이었다. 만드는 거야 결과물이 나오니 보람 있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찾을 수도 있지만, 치우는 건 귀찮을 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요리할 때 가장 노력하는 이는 바로 치우는 쪽 아닐까? (만든 이가 치우기도 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다 해도 기껏 대접받고서 치우는 이의 공만 추켰다간 결례일 테니 어디 가서 할 소린 못 되지만) 그러나 그 못지않게 의외인 것은, 나눠 먹으면 더 맛있다는 전음이었다. 용에게서 나오리라곤 진짜 상상도 못한 내용이다. 정령들이랑 살면서 많이 나눠 먹어 본 걸까? 아니면 나처럼 형제나 누이와? 그러고 보니 그는 자기 전에도 타자가 근처에 있는 걸 더 선호하는 눈치였다. 어쩌면 피붙이와 잘 방을 공유했던 시기가 있었을지도?
[많이 나눠 보신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형제나 누이가 있으신 겁니까?]
전하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내 기억이 그새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 인간식 요리를 누구한테 만들어 준 건 오늘이 처음이랬다. 피붙이가 있었다면 과연 그랬을까? 아니지. 오히려 용이 꼭 요리를 먹는다는 보장은 없으니, 형제자매가 있어도 요리를 해 준 적은 없을 수도 있지. 애써 구실을 찾으면서도 내심 께름칙했다. 불편한 질문은 아니어야 할 텐데.
그러던 중, 귀와 머리를 동시에 울리는 소리(?)에 화들짝 물러앉았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음까지 일순 더해지니 머리도 감각도 와글거렸다. 뭐야, 대체?! 얼떨한 정신을 가다듬고서야 그가 음성 언어와 전음을 동시에 구사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뒤늦게 그 내용도 파악되었다.
[초보자가 서툰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민망한 나머지 짐짓 뻔뻔하게 대꾸했다가 멈칫했다. 방금 것도 출입증에 기록이 됐을까? 그러면 똑같은 내용이니까 둘을 비교해 볼 수 있겠다. 음성도 마나를 진동시킨다니 전음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른지 보이겠지? (동시에 전해지면서 서로 섞여 버렸으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들은 건지 긴가민가하지만 일단 당장 느껴진 건.. 음성은 귀를 거쳐 머릿속에서 해석이 되는 반면에 전음은 머릿속에 바로 꽂히는 듯했다. 말하자면 음성 언어에서는 귀라는 보조 장치가 메시지 전달을 도와준달까? 그렇다 보니 음성 언어는 성량, 억양, 발음 등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을 거다. 그에 비해 전음은 머릿속에 바로 안 꽂히면 뭐 되는 게 없는 만큼 보낼 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간절함이 강하게 작용할 것 같다. 전음이 마력에 힘입어 이루어지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고. 이 추측이 맞다면 음성과 전음은 마나를 진동시키는 양상은 비슷하되 진동의 강도가 다르지 않을까? 너무 나간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직접 비교해 보면 확실해지겠지.
연구 방법을 궁리하다 보니, 마나 탐지기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입증에 기록되는 마나의 진동 양상이, 마나 탐지기로 확인되는 마나의 진동 양상과 비슷한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입증에 기록되는 자료로는 연구가 불가능하다. 출입증으로만 얻어 낼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해 버리면 그 내용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다른 이가 반증할 수 없으니까. 반증 불가능한 내용은 지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만약 출입증으로 확인되는 정보가 마나 탐지기로 확인되는 것과 다르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마나 탐지기만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거고, 천만다행으로 비슷하다면 연구는 출입증으로 진행하되 결과물에 그 사실을 명시하면서 마나 탐지기로도 비슷한 결과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할 거다. 연구 과정을 정직하게 밝히는 것 역시 학자의 기본 도리니까. 마공학품 상점이 학교에 있긴 한데.. 출입증 써서 가도 되나? 아까도 생도 행세 중인 용에게 들킬까 못 갔던 터라 아무래도 망설여졌다.
[출입증으로 학교에 가도 되겠습니까? 그 용에게 들키지 않는다면, 마나 탐지기를 사 올 생각입니다만.]
그에게 학교를 안내하기로 해 놓고 제대로 못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동행하겠냐고 물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가 자긴 했어도 밤샘한 것에 비하면 짧은 수면이었으니까.
[아아, 대견해서 그렇다네.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언제든지 피곤하다면 육성으로 해도 좋다네. 무리할 필요는 없고 말이야."
확실히 그녀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쳐줄 만한 행위였다. 결과적으로는 그녀의 앞날에 있어서 크나큰 도움이 될 일이었으니 절대로 부정적으로 볼만한 이유도 없었다. 단지, 익숙하지 않은 일을 계속 하면서 힘들어 할까봐 걱정이 되는 것, 그정도 뿐이었다. 괜히 무리해서 힘을 빼는 것 보다는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거기에 이런식으로 계속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예상한대로, 용이 아닌 다른 존재들도 언령을 확실히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연구에도 도움이 되어줄테니까 말이다. 마나에 자신의 의지를 담는 첫 발자국에 내딛었다는 것을 알까? 설령 마나에 자신의 의지를 담는 것이 실패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사실 언령의 경지에 들지 못하더라도 결국에 높아진 정신력은 그녀에게 있어 수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조금은 주눅 들은 자신감에 조금의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리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어지는 말들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련한 표정을 지은채,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형제, 누이들이라..... 아쉽게도 나에게는 그렇게 부를 혈육은 존재치 않아. 하지만.... 긍지를 나누었던 이들이 존재하지. 지금은 없는.....]
전음으로 전해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힘이 빠진 듯, 아련히 들려왔다. 마치 머나먼 옛날을 그리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더이상은 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는 모습은 장명종이 시간이 흘러 놓쳐버린 것과는 다른, 눈앞에서 잃어버린 듯한 아련함이었다. 어쩌면 레아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 순간, 블랑은 떠올리고 있었다.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면 그들과 나누었던 주먹 다짐이 떠올랐고 끝에서는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단, 퉁퉁 부은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그마한 빵 하나를 크기도 맞지않게 나눠먹고는 주먹을 맞닿았던 그 때, 빛이 비추는 언덕을 넘어 작열하는 태양 아래 언젠간 이렇게 떳떳하게 살길 바라면서 보스의 악행에 분노하고 의지로 나아가길 원하던 그 시절, 어쩌면 정말 젊은 나이의 혈기와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면서..... 이내 그 기억은 씁쓰름하게 바뀌어가고, 그 쓴 입맛을 레아가 만든 초콜릿의 향기가 중화 시켜감을 느끼며 표정을 다시 바꾸어낸다.
"직접 간다라....."
이번에는 전음이 아닌 육성이었다. 연구 때문도 있지만, 레아가 그만큼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에 그는 전음과 육성을 섞어가면서, 레아에게도 굳이 전음을 고집하지 말고 조금 길게 바라보자는 자그마한 실마리를 남기는 셈이다. 항상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이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이제서야 입문의 경지에 다다른 것, 하지만 이 또한 레아 본인이 대단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보통 기감이 발달한 인간, 즉 마도의 길을 걷는 이들도 전음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전음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까. 즉 레아가 정신력 만큼은 이제 그들과 많이 떨어지지 않음을 뜻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유희 중인 그녀를 떠올리는 그였다. 어차피 유희중에는 용으로서 그녀에게 다가서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요, 게다가 저쪽에서 레아에게 접근하려고 하더라도 레아가 이미 그녀의 외향을 알고 있기에 더이상의 무리될 점은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 안되면 자신이 그녀의 좌표를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고 까지 생각이 들었고, 이내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대책이 다 세워졌다는 안도감을 들게 하였다.
"상관 없겠지. 아마 그녀도 유희중이니 그대를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이야. 다만 그래도 조심은 하게. 만약 위험함을 느끼면 출입증에 정신만 집중시키면 될 것이야."
전음과 음성이 또다시 한꺼번에 전해져 왔다. 이번에도 얼떨떨했지만 그나마 처음보다 수습은 빨리 됐다. 대견하다는 표현이 어쩐지 첫걸음마를 뗀 손주에게 감격한 어르신 같은 한편, 피곤해할까 봐 염려해 주는 말은 묘하게 라민 선생님을 연상시켰다. 물론 흑룡은 직장 상사니 이해관계가 전혀 얽히지 않은 라민 선생님처럼 성과보다 내 만족을 우선시해 줄 리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그래도 든든했다. 다른 걱정 없이 연구만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더구나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해도 옳은 얘기였다. 이 주제는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자료가 누적될수록 가치가 커지는 연구이니, 도중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도록 완급 조절을 잘해야 할 거다.
[힘들어지면 말로 하겠습니다.]
아직은 괜찮나? 가늠이 안 된다. 걸음마에 막 재미 붙인 아기가 이럴까? 쉽지 않네. 픽 하고 한숨 섞인 웃음이 나왔다. 전음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데 무리하다 지쳐선 안 된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아마 전음뿐만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모든 일에서의 숙제일 거다.
그때 흑룡이 어딘가 먼 곳을 내다보는 듯 눈길을 돌렸다. 전음이 이어질수록 그 얼굴에 번지는 쓸쓸한 빛은, 지금은 없다는 이들로 인한 것 같았다. 사별했나 보구나. 무려 긍지를 나누었다고 일컬을 정도면 그저 친밀하기만 한 사이가 아니라, 신뢰하는 보람이 있고 경의도 품을 수 있는, 혈육 이상의 끈끈한 사이였을 텐데. 안 그래도 불과 며칠 만에 티가 날 만큼 정을 잘 붙이는 이가, 그런 존재와 사별하면서 마음이 어떠했을까. 측은한 마음과 괜한 걸 물었다는 가책이 뒤엉켜 전음이고 말이고 나오질 않았다. 행여 기척이 신경 쓰일까 숨죽이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그의 목소리(전음이 아니었다.)를 듣고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쩐지 꼴사나운 표정일 것 같은 나와 달리, 흑룡은 평온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다행..인가? 학교에 가도 괜찮을 거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어쩐지 안심이 안 됐다. 또 고양이 걱정하는 쥐 꼴이네. 이 버릇 고쳐야 할 텐데. 한숨이 튀어나오려는 걸 애써 삼켰다. 진짜로 마음 가라앉혔든 그런 척하는 거든 당사자가 저렇게 덤덤한데 내가 꿀꿀해진 티를 내면 안 되지. 일단 다녀오자. 그도 방해받지 않고 있을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그래서 출입증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출입증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건 알겠는데, 정확히 어떻게 해야 이동이 되지?? 출입증을 다시 봐도 금빛으로 새겨진 신비스러운 문양만 보일 뿐 감이 안 온다. 환장하겠네. 지금은 그를 번거롭게 하기 싫은데. 난감함에 눈을 꾹 감았다.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 게 느껴졌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레아는 한숨을 푹 쉬고는 기어들어 가는 소리를 끄집어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간 민망해 죽을 것 같아 시선은 출입증에 못박은 채로.
"....저, 공간 이동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 학교 가서 마나 탐지기 구매하는 거까지 넣고 싶었습니다만.. 공간 이동 방법을 레아가 모를 거 같다 보니 뻘하지만 여기서 끊었습니다...ㅇ>-<
블랑님이 이종족의 언령 구사 가능성을 연구 중이라니 궁금해져서 질문 남깁니다. >>202에서 언령에 대해 설명해 주신 내용 보고서 저는 언령이 원초적인 기술, 마법은 언령을 정교화한 기술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러면 마법사가 있다는 사실이 이종족도 언령을 구사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해 주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잘못 이해한 건가요😮?
그리고! 일반적인 뱀에 대해 여쭸던 게 아니지 말입니다!! >>332에서 언급하셨던 블랑님이랑 같이 태어났다는 [스포일러] 얘기가 레아의 질문으로 나오려나 기대했던 겁니다! 아실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