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에, 미친듯이 전해지는 혼돈치는 정신의 파도가 블랑의 뇌리를 강타한다. 그럴만도 했다. 치부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딱히 용들도 신경쓰지 않을 문제에 한 두명 더 안다고 상관없는 진실이더라도, 그녀에게 있어서 이러한 현실 자체는 상당히 부담되는 이야기였을테니까, 그럼에도 알려준 것은 최소한 그래도 호기심으로 죽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이 비호해줄수 있는 범위안에서 행동하길 바랬기에 그가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두 눈을 감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혼란스러워 하는 레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정신파장을 집중시켰다. 동시에 그의 심장박동소리가 울려퍼지는 듯한 감각이 퍼져나간다. 주변 마나도 그에 조금씩 공명해가고 이내 그 모든것이 안정되자 그는 천천히, 입으로는 낮은 음을 내기 시작했다. 언령, 의지를 담아낸 언령이 마치 주변을 장악해나가기라도 하듯 퍼져나갔다. 담겨진 의지는 [떠나거라.], 아주 단순한 단계의 언령이었으나 용 특유의 마나 감응력 덕분인지 주변으로 결계가 쳐진 것 마냥 둘러쌓여진다. 그런 와중에 혼란스러워 하는 레아의 머릿속으로 아주 자그마한 선율이 흘러들어왔다.
아주 짦은 선율이었지만, 무슨 힘이라도 있는 것일까, 전음만으로도 전해지는 그 따스한 기운은 단순히 블랑이 그녀를 지켜준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그 이상의 무언가, 마치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과 같은 느낌의 그것이 전해지는 감각이었다. 아마 그녀가 진정하고 난다면 이제 숨을 쉬고 제 정신의 그것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겠지. 이 노래는, 자신도 눈치 채었을 때는, 그 안에 담긴 힘을 보고 경악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이니까.
"정신이 드느냐."
넘어질것 같은 위태위태한 몸을 가볍게 껴안아주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준다. 레아가 가진 걱정이 기우라는 듯이 그는 비밀을 밝히고 나서도 평안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고,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거대한 방파제가 되어주는 것 마냥 버팀목이 되어 그녀를 지탱해주고 있었다. 마치 세상 어느곳보다도 더욱 단단하고 튼튼한 모습이 여지껏 흔들리지 않아온 거목과도 같았다.
"..... 미안하구나, 이렇게 부담을 느낄 줄은 몰랐거늘..... 그래도 괜찮다. 이미 많은 용들은 이 문제는 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머나먼 문제가 된지 오래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을 것이고, 당사자였던 전대 로드는 이미 벌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모르겠구나. 이 세계는, 우리가 생각 한 것 이상으로 너무나도 합리적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말아줬으면 한단다, 동족들 보다는.... 발바리아가 너에게 해를 입힐지가 걱정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블랑의 모습 위로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진다. 거대한 흑룡의 모습, 그리고 지금의 인간의 모습, 그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인간이 아닌 마음을 가졌으나 그 무엇보다도 이 세계를 걱정하는 것은 마치 그 또한 이 세계 위를 살아가는 자그마한 생명중 하나라는 반증이 아닐까? 그는 잠시간 미소를 머금은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지 마라는 듯 레아와 시선을 맞추고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채 입을 열었다.
"이 주변에는 지금 우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걱정 마려무나. 네가 지금 여기서 추태를 보인다고 한들, 볼 존재는 나밖에 없으니." [알겠으면 썩 꺼지거라, 더러운 년.] [눈치 채고 있었어?] [그건 절대로 안되니까. 아니, 넌 알아도 그것의 진의(眞意)는..... 모를테니까.] [상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