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33071> Project : Cradle # 1(START;) :: 1001

◆8nz3IZH4M2

2023-01-20 16:42:24 - 2023-05-14 01:14:15

0 ◆8nz3IZH4M2 (YPiXZsP.Sg)

2023-01-20 (불탄다..!) 16:42:24

모든 이들은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자 그럼 말일세.
그대들의 뿌리를 찾기 위한 흔적은 어디서 찾겠는가?

- 세상의 끝에서, 방문자에게 -

>>1 레아 파벨(Leah Paviel)
>>2 블랑느와르(Blanc-Noir)

951 ◆8nz3IZH4M2 (BnOOyUC3t.)

2023-05-01 (모두 수고..) 08:20:44

>>950

1. 신을 믿는다기 보다는 용이 힘을 쓰거나 마법을 쓰는데, 방해할꺼면 동위의 격, 즉 다른 용이나 그보다 상위 존재가 방해를 해야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레어 한가운데에서 그걸 할만한건.....

2. 그거 아세요? 제가 레아에게 굳이 엘라임을 붙여드리려 했던 이유.... 넵, 운디네랑 실프가 등에 찰싹 붙어 쫒아왔습니다. 서로 통하는게 있으니까 걔네가 중계 해줬을꺼에요.

3. 조금은요!! 자신도 처음보는 현상이지만 돌아갈수 있는 방안이 다 떠올렸는데 너무 불안해하니까 왠지 블랑눈에는 자길 안믿는 것처럼 보였던거죠. 물론 이건 블랑이 레아 속을 전부 읽을수 없는데에서 발생한 오해입니다!!

제목이랑 처음 들어갈 문구, 시트 주소랑 1스레 주소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952 ◆Tkeoq3Vax6 (0w2OCPS8yE)

2023-05-01 (모두 수고..) 09:53:36

>>951

1. 그랬군요😮 기왕 알아챈 거 자기한테 씐 것도 알아챘으면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ㅎㅎ

2. 엌ㅋㅋㅋㅋㅋㅋㅋ 따라왔습니까? 전혀 생각 못 했습니다😓ㅋㅋ (정령이들은 안 무서워하나 모르겠군요 수명이 2~300년이라 하셨으니 못 돌아가면 집이나 친한 정령이랑 영영 이별인데 말입니다😐a) 근데 그럴 줄 알았으면 그냥 은신처로 가게 할걸 그랬군요 괜히 혹 됐..😞;;

3. 뭐 블랑님이 돌아가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이 없으니 어떤 의미에선 안 믿는 거 맞겠습니다🙄a

아 읽다 보니 궁금한 점이 또 생긴 게.. 블랑님이 투명 마법이랑 인식 방해 마법을 레아한태 걸어 준 것 같은데요, 그러고도 레아가 멘붕해서 주저앉은 걸 알아본 겁니까🤔? 안고 어른다는 서술이 있어서요😐

자유 상극 레스 앵커도 복붙하면 좋겠습니다🙂 시트는 1스레에서 추가된(?) 설정 업데이트 해서 각자 1, 2레스에 달면 되려나요😶? (자잘한 거 넣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픽크루를 교체하고 싶지 말입니다😅ㅋㅋ) 그나저나 문구랑 제목은 어렵군요🥴 사실 스레 만들어 본 적도 없어서(...) 이번에도 부탁드려도 괜찮을지요🙄?

953 레아 — 블랑 (0w2OCPS8yE)

2023-05-01 (모두 수고..) 17:39:03

훌쩍이면서 마른세수로 얼굴을 대강 훔치는데 흑룡이 마주 앉았다. 뒤이어 그가 우람한 체격(본체를 생각하면 지금 모습은 자그마한 거지만)이 무색하게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얼굴을 닦아 주었다. 감정이 주체가 안 되어 고개를 돌렸다. 이럴 때가 아닌데. 침착해야 하는데. 그때 시야가 확 어두워지며 단단한 온기에 싸였다. 돌아갈 방법을 알겠다는, 달래는 듯한 말에는 전율도 일었다. 그러나, 지금은 못 간단다. 그의 품이 갑갑해졌다. 안다. 그에게 이 상황은 천 년이나 후회하고 그리워했던, 혈육 이상의 존재와 재회할 수 있는 기회다. 구하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래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면 무슨 수로 설득하나? 만난 지 이제 고작 열흘인 인간을 집에 보내기 위해 천 년이나 잊지 못한 인연을 포기해 달라고? 될 일이 아니다.

레아는 슬며시 그를 밀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희망이 생기자마자 부서진 기분이었다. 아니, 살아 있는데 죽은 기분이라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다시는 만날 수 없고 소식을 전할 수도 없으니, 살아 있어도 내 세계에선 죽은 존재 아닌가. 미치지 말자고 기록이나마 남기기로 했지만, 그게 소용이 있긴 할까? 여기 사람들에겐 미래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망상으로 돌아 버린 자의 헛소리일 텐데. 나중 따위 생각해 봤자 암담해질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아도 우울한 생각만 든다.

그런데 별안간, 거친 손길이 머리를 헤집을 기세로 문질렀다. 그 통에 로브의 후드가 처지며 시야가 가려졌다. 어리벙벙하게 있다가 그만 울음이 복받쳤다. 심장을 걸겠다니, 이건 그저 약속이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겠다는 맹세겠구나. 그렇다면.. 돌아갈 수 있다! 마음이 놓여서일까? 후드 자락으로 눈을 눌러도 금세 축축해졌다. 어떻게든 울음을 삭이려고 이를 악물 찰나,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심장을 건다는 건, 목숨을 걸겠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흑룡이 알겠다는 방법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것이라면? 머리가 띵했다. 그가 위험해지도록 내버려 두는 건 못할 짓이다. 하지만 그래야만 여길 벗어날 수 있다면 어째야 하나..? 아니다. 미리 걱정해 봤자 소용없다. 레아는 후드를 걷어 넘기고 훌쩍이며 숨을 골랐다.

"돌아갈 방법이라는 거, 안전한 겁니까? 저뿐만 아니라, 블랑님께도 말입니다.."

부질없는 질문이다. 그가 진실을 말하든 숨기든 내가 알아낼 방도는 없으니. 그래도, 괜찮다는 답을 듣고 싶었다. 괜찮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의 마법으로 시간을 거슬러 왔듯이, 돌아가는 것도 그의 마법이면 될 거라고. 역으로 낙관적인 상상도 해 본다. 시간을 넘나드는 게 가능하다는 소리는 픽션에서말고는 듣도 보도 못했지만, 그는 용이니까. 원하는 시대로 갈 수 있다거나 하는, 인간으로선 상상조차 못할 능력을 얻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원래도 지니고 있던 능력이라면 천 년이나 후회할 리 없다만, 새로 생긴 능력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거다.) 어쩌면 날 원래 시대로 보내 준 뒤 다시 이리로 오는 것까지 가능할지도. 어느 쪽이 맞을지는 겪기 전엔 모른다.

희망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는 사이, 흑룡이 따라와도 좋다는 듯 끄덕이고는 앞장서기 시작했다. 뒤따라가니 그는 여느 때처럼 미소를 띠었다. 아니, 다르다. 온화하고 서글서글한 웃음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런 가운데 어딘가 훨씬 밝은 느낌이었다. 쾌활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확실히, 희망에 차 있구나. 안심이 되면서도 걱정스러웠다. 이번에는 그들이 무사할 수 있을까? 그 갱단이 날고 기어 봤자 용의 상대가 될 리는 없다. 더구나 그는 갱단 측이 어떻게 대처할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용이 타 종족을 해치거나 타 종족의 사회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징계를 받는다지만(그러고 보니 천 년 전이면 전임 용 대표가 발바리아를 세운 무렵이겠다.) 용과 인간의 격차며 그의 온후한 성품을 생각하면, 해치지 않고 제압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니 문제 될 거라곤 없어 보이지만.. 이상하게 찜찜했다. 과연 내가 따라가도 괜찮을까? 흑룡은 선선히 승낙했지만, 그가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은 나뿐만이 아니다. 그가 내게 신경 쓰다 그 인물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 회한과 원망을 무슨 수로 감당할까. 그게 아니라도 그들이 또다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뒷일은 상상하기도 무서웠다. 차라리.. 입을 떼려다 다물었다. 마법으로 내 모습을 감춰 준 건 잘 숨어 있길 바라서일 거고, 전음을 쓰자는 것도 그 일환일 테니, 최대한 기척을 죽여야 할 것 같았다. 레아는 만년필과 수첩을 한 손에 옮기고 나머지 손으로 출입증을 꺼내 쥐었다.

[혹시 그분들에게 갱단 일을 그만두고 떠나자고 권할 수는 없겠습니까? 천 년 뒤에는 흔적도 없을 조직인데 지금 굳이 목숨을 내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게 어렵다면 그분들은 이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멀리 피신시키고 가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블랑님이 용이라는 사실을 아시면 그분들도 조금은 걱정을 놓으실지도 모릅니다..]

안다. 이건 터무니없는 걸 넘어 불쾌할 참견이다. 보스 척살은 그들이 신념에 따라 살고자 시도한 일이니, 그걸 가로막는 건 살아 있다는 감각을 앗아 가는 짓일 거다. 하지만 신념은 살면서 새로이 세울 수도 있지만, 목숨은 한번 잃으면 끝장 아닌가. 더구나 그들만 끝장 나는 게 아니다. 그 점을 고려하면 그들이 위험해질 가능성을 차단한 뒤 흑룡 혼자 갱단을 상대하는 편이 차라리 상책일 것 같았다.

[주제넘은 소리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분들과 동행하시면 그분들이 또다시 다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태만은 없었으면 해서, 이번에는 무사히 그분들과 함께하셨으면 해서.. 감히 여쭈었습니다.]



// 레아는 소시민이라 살고 봐야지성 태클을 한 번은 걸 거 같아서 넣어 봤습니다😅a

954 블랑 - 레아 (Vb1./66zPE)

2023-05-01 (모두 수고..) 19:50:23

[그건 힘들단다.]

가로질러서 도달한 대로변, 아무리 숨겨져있는 곳이라지만 빚을 못갚은 이들은 물론이요, 환락에 찌들어버린 이들을 바라보자면 이 사회의 온갖 오물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답변을 던지는 순간에 맞춰서 시선을 돌리자 레아와 키가 엇비슷한 아이가 몽롱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옷차림이 부유한 것에 이국적인 모습을 보아하니 아마 캐놀라인 출신의 귀족 자제인 듯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각 나라의 복식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하니 숨겨진 루트를 통해 초대된 이들이 이곳에서 향락과 약에 찌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의 눈동자를 보자 그의 이가 아득, 하고 섬뜩하게 갈려든다. 그 시절에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정말 미쳐버린 시대였다. 그리고 그의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며 약자들을 전부 희생시키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마자 그의 전신으로부터 살기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항상 온화하고 남들을 배려할줄 알던 이가 화가 나면 어느정도까지 분노를 표할수 있는지 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마 그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팀원들도, 헬리오트의 그것에 동감하여서 그리 행동을 옮긴것이지 않을까?

[남녀노소, 귀천을 떠나 이런 광경이 즐비한게 이 시대다. 이런 이들을 보고서, 어린 아이들을 보고서 우리들 모두가 헬리오트의 꿈에 동참했지. 그때의 나에겐, 아니, 우리에겐 꿈이 있었다. 헬리오트를 보스로 올리고, 이 시대를 정화하겠다는 그의 꿈을 믿은거지.]

그렇기에 그들의 목숨은 허무하게 짓밟혔다고 볼 수 있겠으나, 역으로 그렇기에 더이상 묶여버린 노예가 되지 않은 것이다. 최소한 그들의 보스는 비참하게 목숨을 다하였고,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몇몇 이들이 반기를 들어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스스로 자정해나갔고 그렇게 지금의 시대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보스가 왜 자신의 정체를 감추었는지, 또 왜 그렇게 행동하고자 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번 과거행으로 알수 있지 않을까.

[당연한 말이다. 네가 걱정하는게 당연한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우리가 들고 일어나지 않았다면, 보스를 죽이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있었을지 나는 궁금하구나. 감히라고 할 것까지도 없단다. 네 의견은 어찌보면 일견 타당한 것이니까.]

사실 레아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최후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힐까도 생각하고 실제로도 밝히려 했었다. 하지만 헬리오트가 대충이나마 짐작한 듯 자신을 만류한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블랑으로서의 너의 힘'이 필요한 것이지 '다른 존재로서의 너의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다른 존재인 것을 직감으로마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동료로서 믿어주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 자신이 용인 것을 밝히더라도 헬리오트는 그것을 무시하고 스스로 결착을 내려 했을 것이다. 그런 그였기에.... 스스로의 죽음을 각오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서 가자, 곧 약속 장소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들은 몰랐다.

레아 등뒤에서 몰래 숨죽인채 눈을 뜨고 있는 두쌍의 눈동자를 말이다.

-눈치 못챘지?
-아마두?
-뭘까? 뭘까?
-그러게?

//

참고로 이 엔딩이 끝나고 나면 블랑을 제외한 나머지 5인은 각각 보스와 보스 직속 간부가 되어 뒷골목 정화 작업을 시작합니다. 만약 진행 된다면 현세로 돌아왔을때 꽤 재밌는 광경을 보게 될 수도 있어요 :) 타임 패러독스는 [스포일러]가 처리했으니 걱정 말라구?

1. 그거 절대로 못알아챕니다... 개입만 했다는걸 알뿐, 에티스도 함구하는걸 블랑이 어찌....

2. 그래서 넣어드렸습니다!!

3. 아 그거요? 블랑이 본인이 건 마법인데 본인이 못알아본다면....(먼산)

4. 넵, 대신 수정하신 시트는 다음 어장에 적어주시면 됩니다!! 제가 다른건 다 채비 해둘께요!!

955 ◆Tkeoq3Vax6 (0w2OCPS8yE)

2023-05-01 (모두 수고..) 21:24:12

>>954

블랑님 빼고 5인이라, 블랑님은 요람 때문에 빠지는 겁니까🤔? 동참까지는 안 하더라도 천 년 만에 재회했으니 그 5명이 노력하는 과정을 곁에서 직접 보고 싶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a 레아도 블랑님이 5명과 함께 지내고 싶겠거니 받아들이고 있고요😌 그래서 전 가능만 하다면 현재로의 귀환은 레아만 하는 것도 무지무지 땡깁니다🙂!! 출입증으로 어떻게 안 됩니까🙄?

참! 돌아갈 방법이 자기나 블랑님한테 안전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블랑님이 뭐라고 답했을까요😐? 잇기 애매해서 답레에 반영 못 하신 거 같은데 레아는 궁금해할 거 같은 부분이라 여쭤봅니다😅a

비밀 기지겠거니 했는데 마약에 중독됐긴 해도 민간인들도 있는 도시(?)였군요😨 지진으로 완전히 붕괴시켰으면 그 민간인들까지 휘말려서 사상자가 상당수였겠는데요🥶 꽤나 대형 사곤데 대빵님이 용케도 불문에 부쳤군요ㅎㄷㄷ;;;

근데 팀장님.. 블랑님이 평범한 인간 아닌 거 눈치 채고 있었으면 몸빵은 왜 해 줬..😢 지병도 있으신 양반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

1. 블랑님이 계속 모르는 거 아무래도 께름칙하군요 내 안에 타자가 있는데 그걸 나는 몰라..😬;;

2. 애기드라 위험해!! 하게 되는군요..😓a

3. 하긴 그거도 그러네요😅ㅋㅋ

4. 감사합니다😁!! 슬슬 준비해 봐야겠습니다 ㅎㅎ

956 ◆8nz3IZH4M2 (Vb1./66zPE)

2023-05-01 (모두 수고..) 22:53:32

>>955

헬리오트가 먼저 말할껍니다. 항상 도와줘서 고마웠다고, 지금부터는 우리의 역할이라고. 애시당초 들키면 안되는 일이지 않냐고.... 그리고 이번 과거에선 먼저 블랑이 자기가 용임을 고백할껍니다. 애시당초 유희중에 용인걸 들키면 안되는 시점부터.... 아예 커밍아웃 자체는 꽤 큰 리스크를 동반하죠.

아 그부분 추가 해드릴께요!!

네번째 문단과 마지막 대사 사이에 추가입니다!!

>>{ 그렇게 길을 지나던 와중 레아의 질문이 떠오른 것일까. 그는 잠시간 고민을 하고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가설이다만 시간은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지, 탄명곡에서 벌어졌던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중력의 일그러짐과 더불어 시간의 변곡점이 공간을 접는 순간 일치화 되어 벌어진 현상같다. 대강 원리는 알았으니 좌표를 알기만 하면 되겠지. 아마 네 노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설이라고는 하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다. 게다가 만약 그리한다면 자신도 분명히 가능할 것이니 문제는 없을것이다. 그 누구보다 중력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존재에, 공간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확실한 지표를 가진이가 바로 자신이 아니던가.}

아 몇일뒤에 보스 친위대 한명이 사고를 한번 거하게 쳐요. 연금술사인데 호송팀 잡겠답시고 치사율 높은 전염병을 뿌렸다가 도시 전체에 퍼져서..... (먼산) 하지만 호송팀은 블랑이 몰래 건 마법덕에 전부 안전해서 허탕이었단게 함정..... 그래서 도시 인간들이 대다수 빠져나가고 본부에는 몇몇 인원만 남은채 보스가 남아 인명피해는 지진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 더 많을 지경이었어요.

본인 왈, 그냥 몸이 먼저 나갔대요. 그래도 블랑을 마지막까지 살리고 싶었단 일념이었을테니까.....



957 레아 — 블랑 (qToX30v0NM)

2023-05-02 (FIRE!) 13:19:28

황야의 바위 언덕을 연상시키는 크고 작은 건물들을 지나자 큰길이 나타났다. 그러나 널찍하게 트여 있어야 할 길은 쓰레기처럼 널브러진 사람들로 막혀 있었다. 그나마 길가에 기대앉은 이도 파이프를 빠느라 누가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는 눈치다. 그 파이프에서 풍겨 오는 연기는 매캐한 가운데 달콤한 듯하면서도 어딘지 역했다. 마치 담배 연기와 지독하게 진한 향수를 뒤섞은 것 같았다. 레아는 코와 입을 가리고 숨을 골랐다. 너저분한데도 고급스러운 티가 나는 비단옷을 입은 이도 상당하지만, 옷차림과는 상관없이 다들 낯빛이 푸르뎅뎅하고 몸은 금세라도 부러질 듯 깡말랐다. 어쩌다 이 지경들이 된 걸까.

그 와중에 한 노점은 몸을 가누기 버거운 듯 휘청이는 이들로 즐비한 채 고성이 오간다. 좀 더 유심히 보니 맨 앞의 이가 실랑이 끝에 제 옷(역시나 더럽긴 해도 비싼 옷 같았다.)을 벗어 내주었다. 그렇게 받은 건 한 줌도 못 되어 보이는 가죽 주머니 하나. 그런데 제 옷을 넘긴 이는 다급히 파이프를 꺼내더니 주머니 속 물건을 털어 넣었다. 설마..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약이구나!

몸서리를 칠 찰나, 흑룡의 표정이 전에 없이 험악해진 게 보였다. 그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리자, 광대뼈가 불거졌고 혈색이 나빠도 앳된 티가 남아 있는 아이가 비틀대며 걷고 있었다. 아이가 입고 있는 캐놀라인풍 의상은 (원래라면 팔에 꼭 맞아야 할) 소매가 헐렁해져 있었다. 얼마나 급격히 야위었으면..! 그런데도 노점으로 가려는 모양이다. 더는 못 보겠어서 눈을 가렸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아이들에게 공짜로 사탕을 나눠 주는 상인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인심 넉넉한 상인으로 유명했는데 알고 보니 마약을 사지 않을 수 없게끔 중독시킬 요량으로 사탕에 마약을 넣었다던가? 괴담인 줄만 알았는데, 어쩌면 이 끔찍한 현장처럼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흑룡의 전음이 뇌리를 울렸다. 이런 시대였기에 바꾸고 싶었다고. 확실히, 이런 소름 끼치는 꼴을 비일비재하게 봤다면, 뭐라도 하고 싶어질 만하다. 미래에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고 해서 지금의 참혹함이 덜어지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납득이 되면서도 심란함은 가시질 않았다. 결국 그 인물들이 위험을 자초하는 걸 막을 방도는 없는 걸까. 마음 같아선 강제로라도 제지했으면 싶지만, 그 얘기까지는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무사하길 누구보다 바라는 이도,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처할 당사자도 흑룡이다. 그런 그가 감당하겠다는 걸 내가 뭐라고 더 왈가왈부할까? 보탬은커녕 짐이나 안 되면 다행인 주제에.

무력감이 엄습하는 가운데 섬뜩한 얘기가 이어졌다. 보스가 죽지 않으면 원래의 세상이 아니게 될 수 있다? 맙소사! 생각도 못 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자가 과거를 바꾸면서 현재도 변화하는 픽션을 간간이 접했는데도.(실제로는 어떨지 알 수 없으나, 부모의 만남을 막은 결과 태어나지 못하게 되어 소멸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인과 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그렇다면 그 인물들이 살아남을 경우 미래가 바뀌면서 내가 살았던 세상이 영영 존재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0은 아니다! 주님, 주님, 제발..! 뭘 빌어야 할지도 모른 채 되풀이했다.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그인데, 그는 어떻게든 그 인물들을 구하고자 할 거다. 그런데 그들이 구해지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미칠 것 같다. 정신을 놓고 싶었다. 그러고 깨면 평범한 일상이길! 하지만 이런 바람조차 똑똑히 의식될 만큼 정신은 또렷하다. 이어지는 전음도 잘만 알아듣겠다. 현실 도피 따위 불가능하다.

레아는 수첩을 펼쳤다. 부질없는 발악이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어쩌겠는가. 가슴이 꽉 메어 이를 사리물고 두드렸다. 그러고서야 본 상황부터 간략하게 메모할 수 있었다. '마약 중독자 천지인 거리. 입은 옷을 벗어 마약을 삼.' 그러면서 따라가려니 흑룡이 이 시대에 떨어진 원인에 대한 추론을 제시했다. 시간의 흐름은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탄명곡을 형성한 대지진으로 인해 중력이 왜곡되었을 때 (원래라면 외길로만 진행되는) 시간도 일그러졌는데, 흑룡이 공간 접기를 구사한 지점이 하필이면 시간이 일그러진(중력이 왜곡된) 지점과 겹쳐서 이렇게 됐다는 모양이다. '지진으로 중력(시간)이 왜곡된 지점이 공간 접기 마법을 시전한 지점과 겹쳐서 생긴 현상으로 추정됨.' 정도로 요약해 적는데, 얼른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가 이어졌다. 좌표를 알면 된다? 내 수첩이 도움이 된다니? 의미를 안다고 뭐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수첩에 꽂아 뒀던 출입증을 쥐었다.

[좌표라 말씀하신 건, 마법을 시전하셨던 위치인 요람과 탄명곡의 정확한 지점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정확한 시각까지 포함하는 것입니까? 그걸 알려면 저희가 있었던 시대의 물건이 필요하고요? 그걸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게는 다행입니다만, 보스가 죽지 않았을 경우의 미래가 저희의 시대와 달랐을 거라면...]

전음을 더 이을 엄두가 안 난다. 마저 이야기해도 될까? 정말 묻고 싶은 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과거가 바뀌지 않아야, 즉 그 인물들이 또다시 죽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다. 그 질문의 함의는 돌아가는 것과 그들의 목숨 중 택일하라면 전자를 고르겠다는 거고. 그들을 못 지켰던 게 한(恨)인 흑룡이 그런 질문을 불쾌해하지 않기는 어려울 거다. 그래서 그가 노하기라도 하면, 그나마 있는 아주아주 일말의 가능성마저 박살 나지 않을까. 거기 생각이 미치자 얼버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닙니다.]

앞서가는 그에게 처지지 않고자 걸음을 서둘렀다. 마약 연기의 괴상하던 냄새가 어느새 희미하다. 후각이 벌써 적응해 버렸나 보다. 내가 원래 세상에서 들이켰던 공기는 어땠더라? 이제는 영영 알 길이 없을 것 같다...



// 저는 과거행의 계기와 결말을 알지만 레아는 전혀 모르다 보니 조난당한 처지스러운 사고로 치우치고 있습니다😓a

>>956

들키면 안 되지 않냐고 짚다니, 팀장님은 용의 유희와 관련된 규칙을 알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블랑님이 처음에 숨겼었으니 눈치로 찍은 거려나요🤔? 그와 별개로 블랑님은 워낙 각별한 인연이었으니 유희를 끝내더라도 그 5명에게 용이 인정한 인간 타이틀 주고서 꾸준히 후원하고픈 심정이 간절할 거 같은데.. 어떠려나요😶?

본거지에 전염병을 퍼뜨려요😨? 그랬다가 보스도 걸리면 어쩌려고🥶? 사실은 보스고 뭐고 다 제거하고 자기가 권력을 쥐려던 작자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사망 원인(?)이 당사자 입장에서 언급되니 유령 인터뷰 같습니다😌ㅋ

958 ◆8nz3IZH4M2 (yGYaL0CfqM)

2023-05-02 (FIRE!) 21:03:29

>>957 어우 몰입 좋습니다!! 사실 시간 여행자들은 전부 사실 조난자 취급일수도....

눈치로 찍은겁니다. 일단 이 양반이.... 직감은 미쳐 돌아갔어요. 심지어 자기가 죽기 직전에 보스의 방에 있던 시계를 부숴버리기도 했죠. 그리고 아마 본인들이 거절할 껍니다. 마음만큼은 고맙지만 여기에는 용이 개입한 것이 아닌, 인간들 스스로가 새로운 운명을 개척한 것으로 남기고 싶다는 취지로 말이죠.

....? 진짜 제 머릿속을 읽어보신건가요....? 어떻게 아셨지???

아따.... 지금은 과거니까 살아있당께요!!

답레는 제가 오늘 일이 쬐까 있어서 11시~12시 쯤 달릴껍니다 ㅠㅠ

959 블랑 - 레아 (yGYaL0CfqM)

2023-05-02 (FIRE!) 23:52:14

[네가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봐왔을때 어쩌면.... 그리고 단순한 과거여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석연찮은 점이 하나 존재한다. 과거의 내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말인고 하니, 지금 레아, 네눈앞에 서있는 내가 과거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는 이 부분이 도저히 나로서도 설명이 되지 않는구나.]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고 확실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일부러 레아에게 말해서 원성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한 것인지 뒷말을 집어 삼킨다. 물론 구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선택지도 있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직감했다. 자신이 과거로 오게 된 계기가 만약 다른 무언가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리고 뒤틀린 중력으로 인해 탄명곡의 시간선이 이미 뒤틀린 시점이라면, 지금 돌아갈 수 있는 힌트는 레아와 레아가 가지고 있는 수첩이 그 힌트가 되지 않을까? 지금 과거 시대에 '존재 하지 않았던 것'은 지금 레아와 레아의 소지품 뿐만이니까.

[다만 확실한 것은, 보스는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보스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보스는 오직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런 미친짓을 벌인거다. 마치 의도적으로 자신을 감추기 위해, 수많은 마약을 풀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 하나만의 안위를 위해 이리 행동한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을지도 모를 그 아이를.....]

이가 아드득 갈린다. 과거를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분노가 차오르는 것일까. 그러던 와중 대기중의 공기가 확실히 나쁘단 것을 인지한 것인지 그가 천천히 레아를 향해 손을 뻗어 손수건 하나를 눈에 띄지 않게 내민다. 은은한 빛이 서려 있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듯 주변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을 뿐이었고, 다른 한손으로는 서둘러 조직원을 상징하는 뱃지를 착용해두는 그였다.

[일단 이걸 쓰고 있거라, 공기 정화와 카모플라쥬를 걸어뒀으니 최소한 24시간 동안은 방해되지 않게 호흡이 가능할 꺼다.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약속장소니까 조금만 더 참거라, 밥은 내가 어떻게든 강구해보마.]

그러면서 '그래도 잘 정리해두거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1천년전이 흑역사나 다름없는 시대라 문헌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을터이니.'라고 덧붙이는 그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대다수 국가들이 마약과 범죄에 찌들어 근간이 상당히 흔들릴 무렵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콘스텔라티오의 몰락으로 인해 마약의 공급이 끊겼고, 그틈을 탄 발바리아-캐놀라인-왕국 연맹간의 극적인 협의가 이루어져 대대적인 범죄/마약과의 전쟁이 펼쳐졌고, 그 과정에서 압류한 재산들로 군비와 국고를 충당한 각국이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심각하기 그지 없었고, 그렇게 몇백년이 지나서야 그 후유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팀원들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그였다. 만약 그들이 마지막까지 살았다면, 뜻이 맞는 이들과 중립세력을 포섭해 콘스텔라티오를 장악하고 스스로 자정작용을 행하였다면 그러한 사실들을 전부 지울 수 있음은 물론 지금보다 많이 나아진 사회를 볼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역사라는 것은 전부 만약이란 가정이 존재하지 않는법,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최대한 살리고픈 블랑이었다.

[그러니까, 같이 힘내자꾸나.]

마침내 약속장소의 근방이 보인다. 아까전보다 조금 공기가 맑아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절대 착각이 아닐것이다.

960 ◆Tkeoq3Vax6 (9UEY8Mqayo)

2023-05-03 (水) 14:07:52

>>959

캐아분쟁이 저로서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심해져서 도움 요청차 남깁니다😵

과거행은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밝힌 서사이기도 해서 레아를 최대한 협조적으로 움직이고자 했습니다만 지금 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가 바뀔 경우 원래 시대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나 블랑주님이 미리 합의한 사항이라 확실하지만 레아는 그걸 모르니까요😞 이건 메타적인 부분이라 블랑님이 설명해 줄 수도 없고요)

그 점 때문에 이대로면 레아는 과거가 바뀌기 전에, 그러니까 블랑님이 호송팀과 재회하기 전에 돌아가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5명의 죽음을 막고 과거를 바꾸겠다는 동기가 확실한 블랑님과 달리, 레아에게 과거는 (블랑님이 겪은 일이 딱하고 안쓰러운 것과 별개로) 딴 세상이고 자기는 조난당한 처지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이게 제 선에서 컨트롤이 되면 좋겠는데 안 되네요😖;;; 약속 장소에 얼른 가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시점에서는 레아가 이성을 잃고 화내거나 (과거행 기획 의도와는 달리) 당장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하게 될 것 같은지라..😥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봤습니다만 어느 쪽도 깔끔하진 않은 것 같아서 블랑주님의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1)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과거 개변에 대한 불안은 속으로 삭이고 따른다
이건 기획 의도를 생각하면 편리한 방법이긴 합니다만.. 레아가 블랑님을 불신한 채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거라 장기적으로는 악수일 것 같습니다😞

2) 과거 개변에 대한 불안을 폭발시켰다가 리타이어시킨다
이러고서 은신처로 옮겨 두면 적어도 레아와의 상호 작용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지체되지는 않을 거 같고 정령들이 중계해 줄 수도 있다고 하셔서 생각해 본 방법입니다😑 블랑님이 약속 시간에 늦을 위험은 텔레포트(공간 접기는 지금 상황에선 쓰기 어려운 것 같으니)로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이거도 레아의 불안을 얼버무리고 가는 건 마찬가지라.. 1)에 언급한 문제는 그대로일 듯합니다;;

3) 과거 개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거를 서사 내에서 찾는다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일 거 같긴 한데 제가 못 찾겠습니다😵 (>>959의 첫 번째 대사가 이 단서를 주고 레아의 불안을 해소해 주기 위함이리라 짐작은 합니다만 그 정도로는 부족할 거 같습니다😐;;;) 블랑님이 무려 심장을 걸고 돌려보내 주겠다고는 했지만, 레아로서는 블랑님이 미래가 바뀌고 말고까지는 제어할 수 없거니와 블랑님은 과거를 바꿔야만 하는 입장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5명을 구하는 게 돌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입증하거나, 혹은 블랑님도 원래 시대로 돌아가야 할 명백한 동기가 있음이 드러나거나 하면 도움이 될 거 같긴 한데 구체적인 방법은 씽크빅이 안 됩니다..ㅇ>-<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디어 주시면 적극 받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961 ◆8nz3IZH4M2 (mUiNXCsEhM)

2023-05-03 (水) 17:20:08

>>960

아이구 고민 엄청하셨네요 저도 사실 저질러놓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엄청했던 부분이고 어떻게 될지 대강 예측이 된 상황이라.....

일단 기본적으로 3)을 베이스로 삼죠, 그리고 원래 시대로 돌아갈 동기가 확실히 있음을 밝히겠습니다. 더해서 일단 [스포일러]를 잠깐 출현시키는 것으로 과거를 바꾸는게 왜 시간선 복원이 되는지도 알려주는걸로 할께요. 레스 수정으로 해드릴까요? 아니면 답레로 해드릴까요?

962 ◆Tkeoq3Vax6 (9UEY8Mqayo)

2023-05-03 (水) 18:18:38

>>961

블랑님도 돌아가야 할 동기가 있습니까😦? 레아야 가족 친지 직장 생활기반이 다 원래 시대에 있지만(...) 블랑님은 5명 살릴 수 있고 대빵님도 있고 레어도 있을 거 같고 요람 구축 작업이 천 년 딜레이되는 건 문제지만 이전의 시행착오 바로잡으면 오히려 원래 시대에서보다 빠르게 잘 구축할 수 있을 것도 같아서 굳이 안 돌아가도 될 줄 알았습니다😓;;

스포아자씨는 실체가 없는 줄 알았는데 블랑님과 레아 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겁니까😨? 꿈이나 환각이 아니라 맨정신으로 지각 가능하게요? (아니면 꿈에서 접신하게 레아 리타이어라도 시켜야 할까요😓a?

레스 수정은 너무 번거로우실 거 같기도 하고, 정줄 놓아서든 어째서든 레아가 자기 얘기를 똑바로 할 필요도 있어 보이는지라..😑 (과거 개변이 원래 시대에 미칠 영향도 문제지만, 그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레아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소리도 나올 거 같습니다😞 자기가 있어 봤자 블랑님이 보호하려는 대상이 하나 늘어나는 셈이라 방해나 될 거고, 기록도 서사 내적으로는 레아가 미치지 않으려고 하는 거에 불과하니까요😥) 약속 장소로 가는 게 지체되고 레아가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부어도 괜찮으시다면 저는 답레가 나을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963 ◆8nz3IZH4M2 (KCXLIc4m0s)

2023-05-03 (水) 19:50:24

>>962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이곳에 있는다고 많은게 달라지지 않을뿐더러, 블랑또한 지금 시대에 구축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이라고 여기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래 시대로 돌아가는게 맞는거라고 느끼는겁니다. 아무리 자신이 이곳에서 추억을 다시 그리고 싶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그건 전부 지나갔던 시간들이니까요.

블랑의 의식을 잠시간 꺼트리고 블랑의 몸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블랑과는 달리 [스포일러]는 딱 한레스만 출현 가능하니까, 그냥 잠재적으로 궁금했던거 딱 하나만, 블랑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그런거 모두 받아주는게 사장의 역할입니다. 가시죠.(단호박)

964 레아 — 블랑 (KFKqSqKrl.)

2023-05-04 (거의 끝나감) 02:06:00

속이 뜨끔했다. 내가 뭘 걱정하는지 안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여워하거나 불쾌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내 속내를 간파하면 제 잇속을 위해 타자가 죽길 바라냐며 치를 떨 줄 알았는데.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안도감이 밀려왔으나, 그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가 덧붙인 아리송한 설명의 여파였다. 원래라면 이 시대의 흑룡이 있었어야 하는데 없고, 대신 그가 이 시대의 흑룡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체 그게 무슨 의미일까. 혼란스러웠다. 이 시대의 흑룡이 존재하지 않는 원인이 뭘까?

불현듯 그 인물들을 살리지 못한 게 그에게 천 년의 후회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후회라는 건 바꾸어 말하면 그때로 되돌아갈 경우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내고픈 소망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는 성직자들의 신성력을 근거로 기도가 간절할수록 신이 세상에 관여할 힘을 얻는다는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만약 그 가설대로 간절한 소망에 무려 신을 끌어들일 정도의 힘이 있다면? 어쩌면, 이 시대에 떨어지는 순간 그의 후회가, 이번에는 과거를 바꾸고야 말겠다는 소망으로 작용해 이 시대의 흑룡을 흡수해 버렸는지도. 만약 그런 거라면.. 섬뜩해졌다. 그 인물들이 또다시 잘못되면 그가 이 시대에 영영 속박될지도 모른다!

그 불길한 예감에 쐐기라도 박듯이, 보스를 막아야 한다는 전음이 이어졌다. 그에겐 이 시대의 일이 과거가 아니라 절박한 현실인 것이다. 눈앞이 아찔했다. 그들을 구하지 못하면 이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들을 구하면 내가 살았던 세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내가 사라질 가능성도 0이라고는 못한다. 난 이 시대에는 속하지 않은 존재고, 이 시대가 어떻게 바뀌냐에 따라 태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생각할수록 암담한 와중에 그가 희미하게 반짝이는 손수건을 내밀었다. 숨쉬기 편하도록 마법을 걸어 뒀단다.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이 나왔다. 식사 얘기도, 분명 걱정해 주는 것이건만, 고맙기는커녕 답답했다. 영영 미아가 되게 생겼는데 공기 좀 더러운 거나 식사가 대수일까. 거기에 이 시대의 기록을 잘 남겨 두라는 소리까지 더해지니 머리가 돌 것 같았다. 아니, 벌써 돌아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탄명곡으로 가겠달 때 따라나서지만 않았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걸 아는데도 그가 원망스러우니까.

[적어 두면, 돌아갈 수 있습니까..?]

온갖 음습한 감정이 출입증과 수첩을 옥여쥔 손아귀에 몰렸다. 수첩이 구겨지는 게 느껴졌다.

[아니라면 무슨 소용입니까.. 이깟 기록 남겨 봤자 자기가 미래에서 왔다고 망상하는 미친 인간의 헛소리로밖에 안 보일 텐데 적어서 뭐하냔 말입니다! 제가 왜 메모를 했었는지 아십니까? 뭐라도 안 하면 그 자리에서 실성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지금도! 그분들이 잘못되면 이 시대를 영엉 못 벗어날 거 같고, 그분들이 살아남으면 제가 살았던 세상이 아예 사라질 거 같아 미치겠고! 블랑님의 지난 일을 기록하자고, 그 기록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보자고 설쳤던 저를 죽여 버리고 싶습니다! 그깟 기록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떻다고....]

울음이 치밀었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울어 버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주저앉아 삭였다. 여기선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블랑님은 이 시대에 머물러도, 이 시대가 바뀌면서 저희가 살았던 시대가 사라져도 상관없으시겠지요. 그분들을 살릴 기회가 생겼거니와, 원래도 이 시대를 사셨으니 친우도 있고 레어도 있고 돌아가지 않아도 천 년 뒤까지 너끈히 사실 테니까요. 하지만 전 아닙니다. 여기서 전 유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살았던 시대가 사라지면 신원 불명에 가족도 고향도 직업도 친구도 없습니다! 아니, 아예 제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게 어떤 심정일지 생각은 해 보셨습니까..?]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막막했던 건 난데없이 천 년 전으로 떨어져서뿐만 아니라, 함께 떨어진 그와도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라는 걸. 동병상련은커녕 그의 소망이 내겐 절망이었기에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안 하셨겠지요. 혈육보다 더 각별한 이들과 천 년만에 재회하게 생겼는데, 일개 직원의 심정 따위 알 게 뭐겠습니까? 취한 순간만큼은 원래 세계에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저기 저 사람들처럼 마약을 하고 싶어지든! 유령이 되면 천 년 뒤에 내 가족을 바라볼 수라도 있을까 하여 차라리 죽고 싶어지든! 알 바 아니셨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보내 주십시오. 저라도 보내 주겠다고 하셨잖습니까.. 제가 있어 봤자 그 보스란 자와 싸우는 데 방해나 되니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 시대를 바꾸시기 전에 저부터 보내 주십시오!]

965 ◆8nz3IZH4M2 (dy193ydofg)

2023-05-04 (거의 끝나감) 07:58:17

음....

레아가 저러는걸 보니까 좀 흔들리네요. 제 캐릭터 괴롭히는건 좋아하지만 제가 깔아둔 포석으로 향하는 길에서 저런 모습을 보니 이게 맞나싶기도 하고....

966 ◆Tkeoq3Vax6 (KFKqSqKrl.)

2023-05-04 (거의 끝나감) 11:27:53

>>965

음.. 한 번은 터놓아야(?) 할 거 같아서 질렀는데😓 너무 부정적이었나요? 5명 살리자는 건 제가 제안드렸던 거라 캐아분쟁이 이렇게까지 된 게 영 낯이 없습니다😞 레아가 블랑님한테 도움이 될 일도 있길 바랐는데 지금 상황에선 트롤 같군요..😖

5명 살리고 보스 레이드(...) 성공만 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서사 내적으로 확신할 계기만 생기면 레아도 존버가 가능할 거 같긴 한데.. >>963에 말씀하신 거처럼 스포아자씨가 나타날 경우, 저는(질문 하나만 추려 보라고 하셔서) 블랑님 혼자 이동할 때 말고 레아까지 이동할 때 과거로 떨어뜨린 이유를 묻게 하고 싶습니다만, 레아는 스포아자씨를 신적 존재라고 여기기보다 블랑님의 몸을 몰래 잠식한 악령으로 간주하고 극도로 경계할 것 같은지라 어렵군요😵 은신처에 필기구랑 종이(or 양피지)가 있으면 천 년 뒤에 전해질 수 있길 빌면서 가족이나 친지한테 편지 쓰는 걸로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도 같아서, 차라리 레스 수정을 해서 >>960의 2)로 가는 게 과거행 목표 달성에 덜 방해가 될까 싶기도 하고요😥 캐아분쟁 힘듭니다..ㅇ>-< (아니면 스포아자씨 혹시 꿈에는 못 나타납니까😶? 블랑님 몸 차지하고 메시지 전하는 거보다는 그편이 경계심이 덜할 거 같은지라..😅;; )

암튼 요지는 레아가 걸림돌이 안 될 수 있는(...) 방도가 있기만 하면 반영할 의사는 충만하니😐!! 아이디어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세요(_ _)..

967 ◆8nz3IZH4M2 (U1d6Kuucg2)

2023-05-05 (불탄다..!) 00:15:25

>>966

으윽..... 아쉽게도 오늘 답레는 힘들거 같네요.... 체력이 달린다아아...

안이에오!! 저랑 이렇게 재밌게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고요!! 레아는 지금 잘하고 있습니다!! 블랑이가 못따라가는거 뿐이에오!!

블랑의 몸에서 시작되지만 아마 시간과 공간이 통째로 멈출껍니다. 레아를 제외한 전부가요. 그러고서 아마 거대한 검은뱀이 레아를 바라보면서 몇가지 말을 전한다음 사그라드는걸로 마무리될꺼에요. 그리고 [스포일러]가 스포일러를 하겠지만.... 조금 일찍 푸는걸로다가....

968 ◆Tkeoq3Vax6 (sDzT78C1cM)

2023-05-05 (불탄다..!) 04:18:02

>>967

고생이 많으십니다😢 (현생이 이상하게 꼬여 이 시간에 깨어 있습니다😑;;) 컨디션이 나빠지진 않으셔야 할 텐데 말입니다😞 빨간날이니 쉬실 수 있길..😐!!

아이고야 괜히 기 빨리시게 해 버린 거 같아 낯이 없는데😖 말씀이라도 그리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블랑님이 혹 달고 가서 고생이 많ㅅ...ㅇ>-< )

연출 엄청 빡세시겠는데요😬 스포아자씨의 외형이 거대뱀인 걸까요😮? (얼마나 클지..ㄷㄷ) 레아한테 과연 무슨 말을 할지 지금은 짐작조차 못 하겠습니다😅 >>958에서 말씀하신 거처럼 블랑주님 머릿속을 읽어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쉽군요🙃a 그와 별개로 한 가지 가능한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스포아자씨와의 조우가 환각이 아니었음을 알려 주는 물증을(비늘 한 조각이라든가요) 아자씨가 남겨 주는 게 가능할까요🙄?

969 [스포일러] - 레아 / 바라본다. (SIvh2vps8c)

2023-05-05 (불탄다..!) 15:51:13


레아의 절망이 울려퍼지는 순간, 블랑의 안타까움과 미안함의 시야가 겹쳐지는 순간 모든것이 멈춘다. 마치 누군가 시간과 공간을 멈춘것 마냥 말이다. 분명 세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든것이 붕 떠있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 마냥, 세계는 아예 멈춰있었다. 그 불확실한 감각마저 삼켜지는 순간, 누군가가 레아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바라보는 것일까. 절망과 분노마저 삼켜지는 순간 마치 누군가 강제로 턱을 들어올리는 것 마냥 레아의 턱을 끌어올린다.

[여기란다. 나의 아이여.]

하늘이 노란색이었다. 아니, 저것은 하늘이 아니다.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였다. 세상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만한 눈동자,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담고 있으면서도 신성함과 사이(邪異)함이 같이 깃든 그 이면적인 눈동자가 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신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 눈동자 속에서 레아는 알 수 있었다. 그 [존재]의 모습이 말이다.
거대한 흑룡의 모습과도 같았으나, 여섯개의 팔은 천지를 전부 감싸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하고, 그 길이를 가늠할수 없을 정도의 육체에는 마냥 검은색만이 아닌 별빛이 감돌아 세상을 형상화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8개의 구를 전신으로 끌어안고 떨어트리려고 하지 않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또아리를 틀고 알을 품는 듯한 자세는 한치의 무너짐도 없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금만이라도 더 인지를 한다면 정신이 견딜수 있을지 없을지의 의문도 들었으나, [존재]가 최대한 레아의 정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듯, 정신의 한계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존재]를 인지시키고 있었다.

[나의 사도를 통하여 전해진 무녀(巫女)의 울음소리를 들었으매, 영락하였고 잊혀지길 바란, 신성을 잃어버리고자 한 신이나, 의지를 전하고자 함이라.]

그제서야 레아는 바라볼수 있었다. [존재]는 가만히 있고 싶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으로부터 공간이 찢어지며 무언가 새어 들어오려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공간을 닫고, 시간을 빼앗아 그들을 돌려보낸다. 동시에 거대한 팔들과 자신의 육신 전체를 이용해 8개의 거대한 구를 지탱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각양각색의 빛으로 빛나는 구슬의 모습에선 마치 각기 다른 느낌이 새어나오고 있었으며, [존재]는 그 구슬들을 최대한 지키고자 하고 있음을 말이다.

[사도가 인도하는 길을 따르라, 그 미래가 그리는 곳이 정말로 올바른 길일지니.
사도에게 칼을 휘두르려 하지 마려무나, 그는 너를 그 누구보다도 아끼고 있음이니.
무녀여, 네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일은 절대로 잃어나지 않을지어다. 이는 나, 세계를 지탱하는 이가 표명하고자 하는 일이니.
눈앞의 길을 따라가라, 그대가 원하는 시간은 그대가 기록한 손안에 깃들지어니. 그것이 그대의 근간을 찾아줄지니.]


점차적으로 세계가 다시 본연의 색과 시간을 되찾아가기 시작한다. 점차적으로 흐릿해져가는 형상 저편으로 다시금 블랑의 모습이 비춰지고 흐릿하게 [존재]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온다. 마치 현실과 환각이 뒤섞인듯한 감각이었지만 본래의 색을 찾아가는 모습은 시간이 다시 흘러 가고 있음을 레아에게 인지를 시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감각은 절대로 지금 있던 일들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별빛으로 반짝이는 검정색 물질이 조용히 그녀의 주머니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거라, 그대는, 지금 누구보다도 잘하고 있으니.]

그말을 끝으로 레아의 시간이 다시 흘러간다. 그런 그녀의 앞으로 자신의 상관이 미안함 섞인 눈동자로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를 담는다. 당연한 것이었다. 레아의 감정을 그가 왜 모를까, 그저 반가운 마음에 자신의 주변 사람을 돌본다는 것을 잊어버린채 그녀에게 칼을 박은것 같아 미안하다는 감정뿐이었다. 그런 순수한 감정을 담은채 그가 레아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녀의 음습한 감정을 따뜻하게 감싸듯 입을 열었다.

[알겠다. 네가 무슨 뜻으로 말하고자 함인지. 미안하구나, 내가 너무 나만 생각한 것 같구나.]

레아의 말이 백방 맞았다. 확실히 레아는 지금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고 있으리라. 난데없이 시간의 미아가 된 것도 모자라, 자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자 하여도 그 마저 불가능한 상황.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었다. 난데없이 그녀를 데려온 것도.... 자신의 책임이었으니, 그는 천천히 레아에게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엄청난 도박이었다. 자신이 일으켰던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일그러졌었던 시간의 변곡점은 자신의 드래곤하트로 억지로 일그러트려야함이고, 그 과정에서 공간을 억지로 접는다면 최대한 안전을 기한 레아에겐 몰라도, 술자인 자신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니까.

[네가 원하는대로 해주마. 허나 기억해주거라, 나 또한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음을 말이다. 아무리 약하고, 불완전하던 그때의 내가 걸어온 길이라도, 모두가 쌓여서 남아있는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것임을, 아무리 다시 쌓아 올리고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다시 만들어낸 길이더라도, 결국 그 상처투성이의 나날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함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네 절망에, 네 아픔에 공감할수 있음을. 그러니.....]

그가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가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리고 조심스레 자신의 드래곤하트를 이용해 억지로 변곡점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한다. 그 어떤 마법을 사용할때보다도 마나 출력을 끌어 올리려는 시도 때문일까. 그의 이마에서 천천히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미안하구나.]

//장고끝에 악수가 되어버린 느낌이지만....!!

필력의 한계를 느끼는군요.... ㅂㄷㅂㄷ

음..... 그냥 간단하게, 이 세계관에서 제일 큽니다. 농담이 아니라 제일 커요. 그 어떤 존재보다도 큽니다. 레아주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크기입니다. 지금 눈동자만 드러낸것도 엄청 축소시킨겁니다. 저 조각도 비늘의 조각중 진짜 일부인겁니다. 비늘을 통으로 주면 음...... (먼산)

970 ◆Tkeoq3Vax6 (sDzT78C1cM)

2023-05-05 (불탄다..!) 21:01:25

>>969

낮밤이 바뀌어서 비몽사몽하다가 현생 마무리하니 이 시간입니다..😵

쓰실 때 엄청 갈리셨겠는데요😬 이 스케일감을 어떻게 받아야 그럴싸해질지..😶;; 시간도 시간이라 오늘 안에 잇기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ㅇ>-<

그리고 여쭙고 싶은 게, 신체 접촉 강제로 해도 괜찮으십니까😓?

971 ◆8nz3IZH4M2 (U1d6Kuucg2)

2023-05-05 (불탄다..!) 21:16:33

>>970

저는 쉬는 날이라 괜찮았지만 레아주가 걱정이네요!!

어떻게 좀 괜찮았습니까!! [스포일러]의 등장씬은!!

아 얼마든지요!! 저도 많이 했는걸요....(....)

972 ◆Tkeoq3Vax6 (sDzT78C1cM)

2023-05-05 (불탄다..!) 22:35:11

>>971

많이 지치셨던 거 같은데 쉬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빨간날 중 하루가 날아가긴 했지만😢) 주말은 사수해서 괜찮습니다😌

볼 땐 재밌었는데 어떻게 받아야 저 분위기에 어울릴까 궁리하려니 빡셉니다😓ㅎㅎ 그런데 레아는 이제 초면이고 블랑님은 아예 스포아자씨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무녀이고 사도일 수 있는 겁니까🤔?

감사합니다∼ 무맥락은 아니게 해 보겠습니다🙃

973 ◆8nz3IZH4M2 (U1d6Kuucg2)

2023-05-05 (불탄다..!) 23:12:54

>>971

그냥 [스포일러]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다면 남성체는 사도,여성체는 무녀입니다. 물론 인지가능한 존재가 전 생명체 통틀어 차라리 모래사장에서 모래 한움큼 쥐었는데 그 안에 다이아몬드가 있는 확률에 수렴하는게 문제지만, 아무튼 인지하면 사도/무녀입니다

정 안되면 레아주도 하루 떼먹고 쉬심이..... 저도 하루 떼먹었으니까....!!

974 레아 — 블랑 (MT0qB4OEzA)

2023-05-06 (파란날) 20:23:29

눈물이 앞을 가려 눈가를 훔치는데, 주변이 흑백으로 돌변했다. 그도, 마약을 구하러 가던 이들도, (알아본 순간 기겁을 했지만) 어쩌다 딸려 왔는지 모를 정령들도 모조리. 더구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공기조차 완전히 멎은 듯했다. 경악할 틈도 없이 그에게서 무언가가 덮쳐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시작도 끝도 모를, 새까만 허공이었다. 아니, 아니다. 새까맣다는 시각적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감각과 결부해서는 형언하지 못할, 공허(空虛)의 영역 같았다. 성서에서 세계가 만들어지기 전의 상태였다고 일컫는 무한한 혼돈 같기도 했다.

난 끝내 미친 걸까? 공포감에 휩싸일 찰나, 정체불명의 힘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엄습했다. 누군가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청각이나 머릿속을 울리는 대신 영혼에 침투하는 듯한 메시지였다.(아이라니, 누구를 부른 걸까?) 그에 따라 인식된 것은 불가사의한 무언가. 끝없이 뻗어 나간 것이 일순 노란빛 같다 느꼈으나, 빛과는 달랐다. 빛이 형체가 불명확하고 유동적인 데에 비해, 저것은 볼록하면서도 물기가 감도는 듯한 질감이 흡사 생명체의 눈동자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과연 생명체일까?

의문이 들기 무섭게 그 눈동자 같은 것에서 어떤 형상이 비치기 시작했다. 흑룡의 본래 모습 같다. 아니, 다르다. 상체가 인간 같던 흑룡과 달리 저 형상은 팔이 여섯이다. 색채로 느껴지는 것 역시 마냥 검디검은 게 아니라 만물이 잠든 밤의 하늘처럼 드문드문 별을 닮은 빛이 반짝인다. 그 와중에 너무나도 자그마한, 노란 눈동자. 만에 하나 저 눈동자가 지금 이 형상을 비추고 있는, 정체 모를 노란 것이라면, 이 생명체(?)는 도대체 얼마나 광대한 걸까. 그 몸통이 구 여덟 개를 품듯 똬리를 튼 모습까지 드러나자, 이 세상 밖 공간이라는 우주가 어쩌면 저런 형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게 어쨌다는 것일까? 빠져나가고 싶었다. 왜 내게 이런 게 인식되는지. 감각이든 인지든 차단하고픈데 방도를 모르겠다. 그때 좀 전과 비슷한 메시지가 다시금 스며들었다. 사도라니? 흑룡을 가리키는 걸까? 무녀는 또 누구고? 나라기엔 난 종교 행사라곤 성제(聖祭) 말고는 구경도 못 해 봤는데. 혼란에 혼란이 더해질 차에, 불가해한 메시지가 이어졌다. 신성을 잃고자 한 신? 그렇다면, 이 메시지를 보내는 건 용의 신일까? 저 정체 모를 노란 것에 비치는 형상도 그렇고, 그를 제 사도라 칭하는 걸로 보아 용과 관계된 존재 같으니. 하지만 신성을 잃었다면 신이 아닐 거 같은데.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아직 신이라는 건가? 무슨 뜻인지 통 파악이 안 됐다. 의지를 전하려 한다니 의사 표현을 하고자 한다는 것만은 알겠다만. 누구냐고, 무슨 얘길 하려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뜻대로 나오질 않았다. 아예 신체 기관이 사라진 듯했다.

영문 모르고 절절매는 사이에도 노란 것에 비친 형상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허공이 찢긴 틈(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인데 찢어진다니 어불성설이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으로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파고들면 팔과 몸통과 꼬리를 총동원해 몰아내고 틈을 메꾸기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사 구를 감싸는 모습이, 그 이질적인 것이 들어오면 자신이 품고 있는 구가 망가지고 만다고 웅변하는 듯했다. 이게 메시지를 보내는 이가 전하려는 바일까? 하지만,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지?

불어나기만 하는 의혹에 지쳐 갈 때, 또 다른 메시지가 침투해 왔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니, 이게 내가 미쳐서 떠올린 망상이 아니라면 구원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원하는 시간이 내 기록에 깃든다는 것도 정확한 의미까지는 모르겠다만(단순히 미래에 내 기록이 발견되면 진짜로 과거에 떨어진 인간이 남긴 기록으로 여겨 줄 거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사실이라면 단순히 미치지 않기 위해서보다는 기록할 동기로 한결 낫겠다. 그러나, 지금 이게 믿고픈 내용만 범벅해 놓은 환각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나? 당장 그가 누구보다 나를 아낀다는 내용부터가, 그가 이 시대에 오자마자 '진짜 가족'을 구하는 데 골몰했던 걸 생각하면 허무맹랑하지 않은가.(그들이 아니라도 그와 오랜 세월 어울려 왔을 용의 대표나 물의 왕도 있고) 그에 비하면 이제 고작 만난 지 열흘인 인간이 뭐 대수라고.

실소가 나왔다. 기왕 미친 거면, 다음 망상은 산 리노로 돌아간 내용이길. 가만, 실소? 그런 육체적인 반응이 감지가 됐던가? 의문이 스치자마자 노란 것도, 혼돈 같던 영역도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빗물에 차츰 씻겨 내려가는 물감처럼. 그러자 허공에 먹히기 전과 같은, 흑백의 풍경이 드러났다. 그 풍경이 산 리노가 아니라 앞으로 영영 못 벗어날 것 같은 마약 거리인 건, 내가 제정신이라는 증거일까? 안심해야 할지 낙담해야 할지 헷갈리는 가운데 침통한 표정으로 멈춰 있는 그가 보였다. 거의 동시에 별빛 같은 빛을 머금은, 자그맣고 까만 물질이 품 안의 안주머니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환청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메시지가 아련히 전해져 왔다. 그 직후 주변이 확실히 색채를 띠고 움직였다.

대체 뭐였을까.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금속 같다기도, 보석 같다기도, 가죽 같다기도, 비늘 같다기도 애매하게 매끄럽고 단단하고 유연한 조각이 만져졌다. 그의 서류철 표지와 비슷한 질감이었지만, 그 조각에서는 뭔가 미묘한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살아 있는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이 너무 많아진 건지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건지 멍한 머릿속을 그의 가라앉은 전음이 메웠다. 미안하다며, 너무 자기 생각만 했다면서 레아부터 돌려보내 주겠단다. 마음이 확 놓였다. 돌아간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 돌아가면 바로 산 리노부터 가야지. 집은 그대론지, 우리 가족한테 이변은 안 생겼는지 보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도 돌아가고 싶다는 전음이, 과거를 바로잡는다 해도 원래 있던 시대가 소중하다는 전음이,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작별 인사라기보다 유언처럼 느껴졌다. 설마 위험 부담이 있는 걸까. 불안감이 짙어질 찰나, '그 용'에게 습격당한 뒤 그가 했던 변명 아닌 변명이 뇌리를 스쳤다.

—[..... 어쩔수 없잖습니까. 레아가 다니는 학교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인데.]

그 순간, 생각보다 몸이 앞서 나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전음을 쓸 새도 없었다.

"하지 마십시오! 블랑님이 위험해지는 마법 아닙니까! 쓰지 마십시오!"

멍청한 짓이다. 난 지금 유일한 살길을 스스로 막아 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것도 여기로 떨어질 때처럼 충동적인 감정을 못 이겨서. 그로 인해 내 얄팍했던 호의를 후회했듯이, 반나절도 못 가 지금의 결정을 후회해서 돌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게 호의만 보였던 이다. 습격을 당하고서도 나와 내 주변 사람부터 보호해 주려던 이다. 그런 이를 나 좋자고 잘못되게 두지는 못하겠다. 그 바람에 또다시 후회할지라도, 그건 나중 일. 지금은 지금에 충실하겠다!

"위험을 자초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 신이 등장하면 겁내 빡세군요..🤮 스포아자씨 더 이상의 등장은 Naver..ㅇ>-<

975 블랑 - 레아 (uvXQrt6leM)

2023-05-07 (내일 월요일) 09:52:47

[당분간은 괜찮을것이다.]

에티스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일처리를 한 것이라고 해야할까, 버리고자 했던 신성이, 현세에 행할수 있는 위업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에 다행을 표해야 하는 것일까, [존재]는 왜곡된 시간과 뒤틀려버린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해 성난 다른 [개체]들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무리 영락하고 쇠락하였어도 세계의 불멸을 약속 받은 [여덟 존재]들 중 가장 강한 존재였거늘, 최소한 [바깥에 있는 이들]은 와야 자신과 붙어볼만 할 것이다.

[그럼, 다시 지켜보도록 할까.]

──────────────────────────────────────

"윽!?"

정신을 집중하며 배열을 재 구성하려던 찰나였다. 정확히는 마나가 재구성되기 직전에 벌어진 일, 심장으로부터 밀어올려진 출력이 조금씩 사그라들고, 동시에 그 마나들이 천천히 퍼져나가며 주변으로 가벼운 바람을 일으킨다. 그렇게 힘이 풀리면서 살짝 자세가 무너진 것인지 그는 엉거주춤, 뒤로 물러 섰고 겨우겨우 숨을 고르고 나서야 그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운 듯, 무슨 일인지 인지하지 못한 것 마냥 살짝 눈을 끔뻑였다.

[진정하렴, 일단은 알겠다.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단다.]

레아가 무엇을 경험하였는지는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정말로 아주 짧은 시간동안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저 그녀가 불행해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쥐어주겠다 하고서 주변 이 한명에게 그 절망을 떠넘기는건 어찌보면 성립될 수 없는 거래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다만 그저 지금은 레아의 결정에 존중을 해주는게 최선일 뿐이었다.

[나 또한 그저 네가 한 말에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단다. 절대 다수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주변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그런 짓은 결국 내가 혐오하던 이들과 다를바가 없음을 말이다. 허나, 내 약속하마. 우리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말거라.]

그 순간이었다. 돌아가고 싶음에도 블랑을 위해 그 마음을 접어둔 레아의 소망과, 어떤일이 있어도 같이 돌아가겠다는 블랑의 의지가 깃든 것일까, 그녀의 품 안에 있던 [존재]의 파편이 천천히 녹아 레아가 항상 가지고 있던 펜과 수첩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수첩의 겉면으로는 얇은 검은색 코팅이 되어진 별빛으로 빛나는 표지가 인상적이었고, 만년필에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진 않았으나 펜촉 끝으로 별빛이 깃들어있는 감각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 있을 레아의 여정에 축복을 더해준 [존재]의 배려가 아닐까.

[자 그럼, 약속장소로 가자꾸나.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자세를 다시 바로 잡은 블랑이 레아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처음 만났을때와 비슷한, 듬직하고 편안한 손길이었다.

//저도 막 몬가 몬가를 적기 애매한 분량이 나와버렸네요....!!

아마 또 한명이 시간 여행 끝나고 나올텐데..... 간바레!!

참고 : 어제 적다 잠듬

976 ◆Tkeoq3Vax6 (hz/BShIq66)

2023-05-07 (내일 월요일) 10:52:57

>>975

아이고 많이 피곤하셨군요😢 지금은 좀 괜찮으십니까😮?

모를 얘기들이 은근 나왔네요😐a [개체]는 뭐고 [바깥에 있는 이들]은 뭔지.. (신적 존재일 거 같아서 서사 내적으로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ㅎㅎ) 한편으로는 에티스 몰래 개입했다니 어째 선생님 몰래 땡땡이 친 학생(?) 같지 말입니다😓ㅋㅋㅋ

시간 여행 끝나고 나온다는 또 한 명이....... 어 또 신입니까😨? 에티스..? (OMG) 아 진짜 신적 존재 등장 씬은 어떻게 해야 그럴싸해 보일지 모르겠고 너무 빡세지 말입니다ㅇ>-<...

어제 여쭈려다가 한 턴 기다린 건데🙄 만약에 레아가 블랑님을 안 말렸으면 어떻게 됐을지요? 레아가 직감한 거처럼 데플 뜹니까🥶? (솔직히 저였으면 레아 같은 상황에 그냥 눈 딱 감고 돌아가는 걸 택했을 거 같아서(...) 궁금해졌습니다😶)

977 ◆8nz3IZH4M2 (etSXTOwb5o)

2023-05-07 (내일 월요일) 11:46:07

>>976

아유 괜찮습니다!!

에티스는 지금 [스포일러]가 쉬고 있는줄 알고 있습니다...... 하는일이 하는 일이다보니.... 그래서 아마 하면 등짝 스매쉬를 맞지 않을까요(?)

넵, 에티스가 나옵니다만 저런 연출은 안나올꺼에요. 이번에는 통화 수단이 있어서.

데플까진 아니고, 레아는 돌아가고 블랑은 돌아오고 역사 개변은 조금 일어나지만, 블랑의 심장이 반토막이 됩니다. 추가로 [스포일러]에게도 조금 영향이 있었을꺼고요.

978 ◆Tkeoq3Vax6 (hz/BShIq66)

2023-05-07 (내일 월요일) 12:01:53

>>977

등짝이 너무 커서 웬만한 스매시로는 타격 없을 듯합니다😏(???)

그건 다행이군요😌ㅋㅋㅋㅋㅋㅋ 통화 수단(...)은 성녀입니까?

스레 자체가 엔딩 날 뻔했군요😦a (노멀 엔딩쯤 된다기엔 꿀꿀한 감이 있는 글루미 엔딩🙄?) 데플은 아니라니 레아가 걱정이 과했다면 과했던 셈입니다만..😓ㅋ 심장 반토막이면 수명이나 그 외 용으로서의 능력도 반토막 납니까? 그럼 그릇(?)이 작아져서 스포아자씨가 빙의해 있기엔 비좁아져서 영향이 생기는 거고요? (...)

979 ◆8nz3IZH4M2 (fT2lNfDboM)

2023-05-07 (내일 월요일) 12:46:48

>>978

등짝 스매싱이 손바닥만으로 날리는게 아니란건 저희 부모님에게 배웠.....

넵, 성녀님이 여러가지 의미로 고생하실껍니다

능력이랑 수명에만 영향이 있을까요!! 그 거대한 몸뚱아리를 유지하려면..... 읍읍, [스포일러]도 블랑을 통해 보는걸 떠나서 아마 (블랑 본인은 모르지만) 직접 링크가 된 상태니....

980 레아 — 블랑 (hz/BShIq66)

2023-05-07 (내일 월요일) 16:16:38

놀란 소리와 함께 공기가 흔들리더니, 그가 뒷걸음질을 쳤다. 역시나 무리한 마법이었을까. 호흡이 고르지 않았다. 그대로 마법을 강행할까 봐 그의 팔을 더 힘껏 붙드는데 예의 부드럽고 차분한 전음이 머릿속을 울렸다. 마법을 중단한 듯해 한숨 돌렸다가 이내 뜨끔했다. 그러고 보니 전음을 못 썼다. 화들짝 그를 놓고 물러서면서 출입증을 쥐었다.

[실례했습니다.]

급한 불을 끈 여파일까. 도로 생각이 많아졌다. 앞으로 어찌 될지?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용의 신인지 뭔지 모를, 그 거대한 생명체(?)가 메시지를 전하긴 했으나, 그게 내 망상이 아니었다는 보장이 있나? 물론 아무리 미쳐도 그런 걸 지어낼 만큼 상상력이 뻗칠 거 같진 않지만, 하도 터무니없는 이변이 계속되니 내 감각이나 인지 능력이 정상일지 모르겠다. 설령 망상이 아니었대도 갑갑하긴 매한가지다. 그 생명체는 스스로를 신이라 했으나(또 노란 것에 비친 외형이 그의 본체와 비슷해서 용의 신이리라 넘겨짚었으나) 성서는 물론 내가 접했던 어떤 종교 서적에서도 그런 신은 명시도, 암시도 안 됐다. 하다 못해 악마 같은, 신의 대적자 중에도 그런 존재는 못 본 것 같다. 그런데 신조차 모른다고들 하는 미래가, 과연 그 생명체의 메시지대로 될까? 혼란과 불안이 꼬리를 물고 물리며 불어나는 듯했다.

그때, 그가 직전에 위험한 마법을 쓰고자 했던 까닭을 밝혔다. 혐오하던 이라는 건 보스일까? 날 돌려보내지 않으면 제 딸을 죽인 보스와 다를 게 없어진다고 느꼈던 걸까. 어쩐지 물을 엄두는 나지 않아 가만있던 중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니, 속이 녹작지근해진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울음을 참고자 두 손으로 얼굴을 눌렀다. 돌아가는 게 그에게 뒷전이 아니라는 게, 지금 이 상황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두렵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달래 주는 것 같았다.

- 우리도!

- 응응∼

익숙한 기척에 울음이 쏙 들어갔다. 얼굴을 닦고 보니 물의 정령은 어깨에 앉은 채고 바람 정령은 코앞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다.(아까 흑백으로 보였던 게 헛것이 아니었나 보다.) 이들까지 휘말렸구나. 자책감과 걱정이 밀려드는데, 그들은 요람에 있을 때처럼 천진난만하다. 때 되면 으레 돌아가겠거니 하는 모양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까지 어린아이 같다 느끼면서도, 묘하게 위안이 되었다. 돌아가는 걸 너무나 당연시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로 그리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들까지 동요시키지 않으려면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할 것도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니, 그가 격려하듯 레아의 어깨를 손을 얹었다. 그 순간, 그 거대한 생명체에 대해 그에게 묻고 싶어졌다. 내 견문으로는 미지의 존재지만 그라면 알지도 모르니까. 내가 본 외양이 그 생명체가 맞다면 그와 닮기도 했고. 그래서 안주머니에 든 조각을 꺼내려는데, 조각이.. 없다? 주머니를 뒤집어 봐도, 길바닥을 둘러봐도 조각 비스무리한 것도 안 보인다. 그나마 흘린 줄도 몰랐던 수첩과 만년필이 눈에 띈 게 다행일까. 아니, 수첩도 이상하다. 내 수첩 표지는 갈색인데, 저 수첩은 표지가 간간이 반짝이는 검정색이다. 다른 사람 건가? 하지만 그 옆에 나동그라진 만년필은 어딜 봐도 부모님이 사 주신 그 물건이다. 쪼그려 앉아 수첩의 낱장을 넘겨 보니, 정령왕에게 들은 정령 소환과 관련된 내용과 그가 알려 준 과거사와 여기 와서 적은 몇 마디 메모가 고스란히 있다. 뭣에 홀린 것 같다. 레아는 수첩과 만년필을 챙기고 일어서면서 손아귀의 출입증에 정신을 집중했다.

[혹 저희의 주님처럼 용들도 섬기는 신이 있습니까? 외양은 블랑님의 본모습과 비슷한데 팔이 여섯이고 우주 그 자체인 것처럼 커다란 신 말입니다. 신성을 잃고 잊히길 바라는 신이랍니다.]

전하면서도 너무 두서가 없어서 난감하다. 단서가 될 만한 정보가.... 맞다!

[블랑님이 자신의 사도라고도 했습니다. 그런 신이.. 있습니까?]



// 정령이도 등장(?)시키고 레아가 스포아자씨에 대해 묻게도 했는데, 혹시 이렇게 잇는 게 곤란하면 말씀해 주세요🙂!!

그런데 직접 링크된 상태라는 건 블랑님의 상태가 스포아자씨의 상태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만약에 그런 거라면 레아가 블랑님을 안 말리고 혼자 돌아갔을 경우 서사 내 세계에 우주적인 영향이 미쳤으려나요😮?

981 블랑 - 레아 (uvXQrt6leM)

2023-05-07 (내일 월요일) 23:03:57

[너희가 말하는 신은 에티스, 를 뜻하는 것이겠지. 네가 말하는 신이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내가 아는 선에서 그런 신은 존재치 않는다. 게다가 그러한 존재가 있다면 아마 용들의 세대가 몇번이고 걸쳐지면서 존재 자체가 완전히 말소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레아가 말한 것들을 토대로 본다면 블랑이 알 수 있는 정보는 너무나도 한계가 명확하였다. 물론 그것이 인간들의 그것보다는 더욱 넓고 광대하겠지만, 자신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에티스의 관한 문건은 상고시대부터 해석 되지 않은 문건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이였다. 게다가 그정도로 영향력을 끼친 거대한 신이라면 자료가 남아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 하지만 지금까지 정보가 없다는 것은, 그리고 자신을 보고 사도라 칭할만한 존재는 당장 블랑으로선 떠올리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신이..... 스스로 신성을 잃고자 바랬고, 잊혀지길 원했다고? 생명으로 따지자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것인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군,]

보통 신이라 함은, 에티스같이 상위의 존재가 아니라면 충분히 영혼의 상승을 통해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많은 이들이 믿기 시작한다면 나름의 신성을 갖추게 되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 즉 스스로 신성을 잃고자 하였고 잊혀지길 원하는 것은 신으로서의 자살(自殺)이나 다름 없는 행위였다.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다. 만약에, 만약에라도 그것이 진실이라면 더욱더 자료 찾기는 힘들어 질 것이다. 신이 스스로 나서서 그 자신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우고 자취를 감추었을테니 말이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으로 요람 최심부에 봉인해둔 그 문건이 스쳐 지나간 것은 절대로 우연이 아닐 것이다.

'설마.....'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너무나도 우연의 일치이지 않은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그는 그렇게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어느새 자신이 씌워준 로브속에서 튀어나온 두마리의 정령들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어느새 따라왔나 싶었더니 아마 자신들이 공간을 접을때 그 마나의 흐름에 맞춰서 같이 흘러들어온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침 잘 되었다. 어린 정령들이더라도 자신의 출입증에 담긴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레아의 몸을 지키고도 남을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서 호위 걱정은 한 시름 덜은 셈..... 나중에 레아에게 정령을 이용한 싸움도 한번 가르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마저 전음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오, 마침 도착했군.]

더이상 이야기를 이어나가기엔 소재가 부족함을 메꿔주기라도 하듯. 카놀리(Cannoli)라고 적혀있는 카페의 이름이 보였다. 콘스텔라티오 본부 근처의 이 곳에서 가장 멀쩡한 카페였던 곳이라는 걸 입증하기라도 하는 것 마냥, 바깥의 마약으로 더럽혀진 매캐한 향과 달리 카페안은 깔끔한 공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카페 주인의 노력을 반증하기라도 하듯이 주변으로는 공기청정 마법이 걸려 있었고 [가게내 싸움 금지]라고 적혀있는 보스의 글씨체가 보였다. 낭설로는 보스가 여기 카놀리를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데,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것이다.

"옷!! 블랑 형님이다!!"

가게에 들어섬과 동시에 라임색의 청년이 원탁 테이블에서 그들, 정확히는 블랑을 반겨주는 모습이 보였다.

"아, 벨가모트, 다들 먼저 왔나 보군요.
"왠일이래~ 항상 먼저 도착하던 살람이!!"

왠지 개구진 표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 사내가 레아와 비슷한 또래인게 신기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죽었을때 그렇게 더 마음이 아팠던것 같기도 했다. 라임색 눈동자에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 뿐만이 아니었다. 온 전신을 시안색으로 갈아입은 듯한 사내와 더불어 사이 좋아보이는 산호색 눈동자에 분홍색 머리카락의 레아 또래의 여인과 인디고색 머리카락에 단단해보이는 근육을 전신으로 감싼 중년 남성 한명까지. 모두가 블랑이 그리워하던 이들이었다.

[소개하마, 전(前) 콘스텔라티오 호송팀이다. 저 라임색 눈동자의 사내가 뒷골목 소매치기 출신인 벨가모트, 저 커플이 각각 이전에 꽃집을 경영했던 프렌치메리와 시계 수리공이었던 말로우 윈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안색의 남자는 전직 케놀라인 출신 검사인 루드베키아다.]

//아유 괜찮습니다!! 차피 [스포일러]는 제가 정보 비공개 처리를 한거라.... 몰라요 몰라!!

아마 복귀할 시점에 아마 [개체] 한마리 정도가 들어와 에르네스트 산 주변에서 깽판을 쳤을 껍니다. 그리고 제압하기 직전 [개체]가 도망가고 그 지쳐 쓰러진 [개체]를 알라투가 죽인 다음 그 시체를 회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을 거 같네요. 어디다 쓸지는..... SECRET!! :)

982 ◆Tkeoq3Vax6 (hz/BShIq66)

2023-05-07 (내일 월요일) 23:22:30

>>981

이으시는 데 별 문제가 없었어서 다행입니다🙂 팀장님은 아직인가 보군요 주연은 제일 늦게 등장하는 법인가😏ㅋㅋ

누님이 개체 시신 회수하는 건 그 문건 가지려는 거랑 비슷하게 신이 되고 싶어서 벌이는 일의 일환이 아닐까 싶습니다😓ㅋ 근데 개체라는 게 에르네스트 산에서 깽판 치는 건 레아 혼자 귀환한 if 루트에서입니까😐? 지금 루트입니까🤔?

983 ◆8nz3IZH4M2 (fT2lNfDboM)

2023-05-07 (내일 월요일) 23:42:30

>>982

레아 혼자 귀환했을때입니다! 블랑도 후유증으로 잠깐 정신줄 놓을뻔 하는데, 그때 [스포일러]도 동시에 가볍게 충격을 받으면서 그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거라서요!!

아마 다음 레스에 등장할껍니다!!

984 ◆Tkeoq3Vax6 (0cNTel1w3.)

2023-05-08 (모두 수고..) 00:03:32

>>983

심장을 반토막 내는 마법이라 후유증이 큰가 보군요😬;;; 근데 if루트면 어차피 구현 안 될 텐데 굳이 비밀로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아 그리고 전직 검사님은 머리칼과 눈과 안경, 의상까지만 시안색인 겁니까😮 아니면 피부색도 시안색으로 치장(?)한 겁니까🤔?

985 ◆8nz3IZH4M2 (8N4K93MB6s)

2023-05-08 (모두 수고..) 08:37:17

>>984

이유 : 결국에는 얻어서 그렇습니다

머리카락, 안경테, 의상만입니다. 다만 셔츠는 하얀색, 눈동자는 회색이에요! 꽤 서글서글하고 부드러운 인상입니다!! 피부까지 시안색이면..... 욘ㄷ.... 읍읍

986 ◆Tkeoq3Vax6 (0cNTel1w3.)

2023-05-08 (모두 수고..) 11:36:21

그의 대답이 이어질수록 의문투성이였다. 용의 신인가 했는데 정작 용인 그가 모른다? 게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신이라니 괴상하다. (하기야 일전에 그에게 들은 대로라면 신이 되어 봤자 타자의 육신 없이는 나타나지도 못하는 존재라, 신이 아니게 되길 바라지 말라는 법은 없겠다..만) 그러면서 사도, 무녀 같은 걸 두나? 사도든 무녀든 신을 인지하거나 신의 존재를 믿는 동시에 그 신을 섬기는, 일종의 추종자 아닌가? 그런데 자기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를 자기의 추종자로 간주한다고?

어떻게 생각해도 허무맹랑해 헛걸 봤나 싶으면서도, 역으로 너무 허무맹랑하다 보니 망상만으로는 못 떠올릴 존재 같다. 과연 내게 보였던 그건 뭐였을까? 그 까만 조각이 있었다면 전적으로 망상은 아니었다는 증거가 되었겠지만 사라져 버렸고.. 아니다. 수첩 표지가 달라진 것도 증거가 될까? 모르겠다. 이게 내 눈에만 까맣게 보이는 건지도. 너무 굴려서 열이 나는 것 같은 머리를 흔들고는 정령들에게 수첩의 표지를 보였다. 그러고 무슨 색 같냐고 귓속말로 묻자, 정령들은 해맑게 외쳤다.

- 깜장!

- 반짝반짝 까망∼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내가 본 게 완전히 헛건 아니었다고 믿어도 되겠지? ..라고는 해도 아직은 떨떠름하다. 하도 혼란해서 이 수첩이 원래는 갈색이었긴 한가도 긴가민가하니까. 이건 술자리에서 취했나 안 취했나 무한정 확인하려는 사람 같잖아. 하긴 지금 내 인지 능력이 만취한 사람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 꼴에 가깝긴 하겠다. 하릴없이 그에게도 수첩을 내보였다.

[이게 무슨 색으로 보이십니까?]

딴에는 진지한 질문인데, 막상 꺼내니 얼굴을 못 들겠다.. 변명하듯 그 거대한 존재 얘기를 덧붙였다.

[제 감각에 문제가 없다면, 그 거대한 존재가 이런 빛깔이었습니다. 구슬 같은 걸 여덟 개쯤 품고 있었고요. 그래서 우주 같다는 인상을 받..]

전음을 끝까지 보내려 했으나, 별안간 재채기가 나왔다. "엣취!!"

기척을 줄여야 하는데, 자꾸만 나온다.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온 뒤로 내내 정신이 나가다시피 해서 잘 몰랐는데 여기, 춥다. 코도, 귓볼도 시리다 못해 얼얼할 정도로. 발바리아와 캐놀라인의 국경쯤이니 추운 고장은 아닐 텐데, 겨울철일까? 겨울옷을 입었더라면 좋았을걸!(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7월에 겨울옷을 입었겠냐만) 가까스로 숨을 고르고 급한 대로 로브를 여몄으나, 그나 정령들은 괜찮을지?

[춥진 않으십니까? 완전히 한겨울 날씬데요..]

전음을 보내고서야 아차 싶었다. 용이.. 추위를 탔던가? 스스로도 무안해 정령들에게 추우면 로브 안으로 들어오라고 속삭였다. 그런데 정령들은 도리어 고개를 갸우뚱한다.

- 추워?

- 춥나?

허탈하다. 정령들도 추위를 안 타나 보다. 인간은 불편하네. 속으로 툴툴대는데 두 정령이 이불로 파고들듯 로브 안에 들어왔다. 품에서 꼬물거리는 감각이 간지러워 웃음이 날 찰나, 로브 안의 공기가 훈훈해졌다. 바람 정령이 따스한 바람을 뿜어 주는 것 같았다.(그게 갑갑했는지 물의 정령은 로브 밖으로 고개를 빼고 푸하 숨을 내뿜었다.) 순간 기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도 잊고 소리 내어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그래도 그가 전음으로 해 주는 이야기는 제대로 기억하고자 곱씹었다. 지금은 손을 로브 밖으로 못 빼겠어서 도저히 못 적겠지만 나중에 정리해야 할 테니. 일단 이 시대의 연월일은 페레스력(曆) 1023년 1월 5일.(역시나 한겨울이었다!) 그러니까 이 시기까지는 탄명곡이 황야로 위장된 마약 도시였던 셈이다. 우리 시대의, 너무나도 험준한 협곡이라 국경 아닌 국경으로 유명한 탄명곡을 생각하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이 시대에선 마약 소굴이니 다른 의미로 국경 같긴 하겠다만) 그런데 천 년 전이면 분명 발바리아 건국 초기이고(전임 용 대표가 처벌받았다는 시점이니 아마 그럴 거다.) 캐놀라인도 카다로스가 쇠락할 때 그 영토를 흡수해서 세력을 키웠다고 전해지니, 두 나라 모두 한창 국력을 키우던 시기일 텐데, 어째서 이런 무법지대가 생길 만큼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걸까? 이건 여기 머무른다고 다 파악하기는 어려운 문제 같다.

그러면서 숱한 마약 중독자는 물론 마약 노점도 여럿 지나치다 보니, 카놀리(Cannoli)라는 간판이 보였다. 여태까지는 보지 못했던, 깔끔한 간판이었다. 깔끔한 건 간판만이 아니었다. 문을 열자마자 확 와닿는 상쾌한 공기가, 바깥의 마약 찌든내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려 주는 듯했다. 얼었던 몸을 녹여 주는 훈훈함은 덤이었다. 그 와중에 벽의 메뉴판 바로 옆에 [가게 내 싸움 금지]라고 써 놓은, 메뉴판만큼이나 큼직한 판이 있는 건, 여기에서도 싸워 대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일까. 아무튼 실내로 들어오니 은근히 긴장된다. 다른 이와 부딪히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최대한 구석진 데로 향하는데, 4명이 둘러앉은 원형 테이블에서 검은 머리 청년이 그를 반겼다. 순간 흠칫했다. 아직 앳된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쾌활한 얼굴. 그의 서류철에 그려져 있던 그림 속 인물 중 하나였다. 그래서일까? 분명 지금은 산 사람인데도,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 자리에 동석한 나머지도 하나같이 그림으로 봐서 낯익으면서도, 그래서 귀신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이었다. 그가 투명 마법을 써 줘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지금 표정 수습이 안 되는 게 뻔히 보였을 테니까.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을 때, 그가 마주한 인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서류철을 봐 버린 걸 들켰을 때 이미 들은 이름들이지만, 과거 이력까지 언급되니 기묘했다. 전직 소매치기라는 청년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는 무던하게 살 수 있을 법한 직업인데, 그걸 포기하고 갱단에 투신하다니. 의도치 않게 봐 버린, 그들이 마법을 쓰던 모습이 떠오르자 더 묘했다. 그렇게나 마법에 능숙하면 자구책을 강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로서는 두려울 만큼 강한 신념이다. 한편으로는 그림에서 보긴 했지만 2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여성이 얼핏 봐도 삼촌 뻘인 남성과 진짜로 커플이라는 게 놀랍기도 했다. 한스 선배는 여섯 살 차이로도 데이트 신청 못 하겠다고 했는데. 한스 선배가 아니라도, 우리네 시대에서는 나이 차가 많이 날 경우 의도와 상관없이 연상이 연하를 휘두르게 된다며 연애고 결혼이고 피하려는 편인데. 천 년 전에는 안 그랬던 걸까?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관여할 영역은 아니니. 그보다 그가 전음을 보내는 게 미안했다. 천 년간 못 잊은 이들과의 재회다. 얼마나 벅차고 또 (저들이 또다시 잘못될까 봐)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런 상황인데도 내게 신경 써 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안타까웠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롯이 저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그래서 정령들을 로브로 가리면서 조용히 있자고 신호하고, 메모할 준비까지 마친 뒤 전음을 보냈다.

[이제까지 보고 들은 걸 정리하고 있을 테니 편히 말씀 나누십시오.]

정리할 거리야 한가득이다. 2,047년을 살았던 레아 파벨임을 드러내는 정보부터 이 시대에 떨어진 계기 및 원인으로 추정되는 요소, 직접 목격한 마약 도시의 모습, 그와는 이질적인 이 가게의 풍경....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존재는 적어도 될지 고민됐지만, 헛것을 본 건 아닌 듯하니 일단 기록해 두기로 했다.) 이걸 다 적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다만 애매한 점은 있다. 이제부터 벌어질 일들까지 메모해도 될까? 그에게 중요한 사건이긴 하지만, 그나 팀원들의 사적인 영역까지 노출될지도 모르는데.

[..편히 말씀 나누시라 해 놓고 여쭈려니 낯이 없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논의하시는 내용이나 앞으로의 상황을 메모해도 괜찮을지요? 사적인 부분은 가능한 한 빼 보겠습니다.]



// 정령이들이 투입되니 답레 쓰기가 은근 까다롭습니다😖.. NPC를 최소 5명은 굴리시게 될 블랑주님께 미리 애도를 표합..ㅇ>-<
쓰다가 문득 망상이 뻗친 게..;; >>958에서 팀장님 감이 엄청 좋다고 하셨던지라🙄 레아가 클로킹하고 있는 게 설마 팀장님한테 들키는 건가 했습니다😓ㅎㅎ

if루트가 아니어도 누님은 시체(...)를 얻는군요😮 혹시 블랑님이 정줄을 놓을 뻔하는 상황이 한 번은 닥쳐서입니까🤔?

아, 겉옷이랑 안경이랑 머리카락만 시안색이었군요😌ㅎㅎ (피부까지 시안색이면 아바타의 나비족 같지 않을까요😅?)

문득 궁금해진 게 블랑님이 위험을 감수하고(심장 반토막이라는 구체적인 결과까지는 예상 못 했겠지만) 레아라도 보내려고 했던 거 말입니다😶 그러지 않았다간 자신이 보스와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된다고 판단해서입니까😦?

987 ◆Tkeoq3Vax6 (2RFp8lxzcg)

2023-05-08 (모두 수고..) 13:16:18

>>986

어라 나메 잘못 달았었네요;; 그러려니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88 ◆8nz3IZH4M2 (8N4K93MB6s)

2023-05-08 (모두 수고..) 13:22:40

>>986

1. 웃자고 시작한 일이 죽자고 커지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2. 어렴풋이 해가 안되는 한사람이 더 있는거 같다 정도인지라 레아가 있는건 정확히 찝어내진 못할거 같습니다!!

3. 그것보다는 아무리 [스포일러]가 우주방어를 펼친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한계점은 존재하는지라....

4. 네 맞아요. 자신의 안위와 목적을 위해 '힘 없는 약자'인 레아를 이용하고 자기에게 맞추려고 한 행동 그자체니까요.

989 ◆Tkeoq3Vax6 (2RFp8lxzcg)

2023-05-08 (모두 수고..) 16:00:29

>>989

1. 이제까지 내일의 블랑주님께 맡긴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그 내일이 이제 오늘이군요(...)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a

2. 아 들키진 않는 거군요🙃 (잘하면 끝까지 안 들킬지도😗~)

3. 디펜스 실패(?)일까요? 근데 그 개체라는 게 대체 뭐하는 존재인지.. 지금으로선 1도 감이 안 옵니다😐

4. 블랑님이 그런 생각을 했었군요 사실 레아가 그 시대에 머물러도 블랑님이 득 보는 건 딱히 없으니(보내려면 감수해야만 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득이라고 우길 수 있으려나요?🙄) 자기 정체를 숨길 수 있다는 확실한 이득이 있어서 딸을 살해한 보스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a

990 블랑 - 레아 (bVmaUYl.yk)

2023-05-08 (모두 수고..) 23:16:57

[구슬 8개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옛날 어떤 미치광이 용족─아, 당시 기록으론 정말로 미친 자라고 했더군.─이 이 세계는 8개의 구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 기록은 있었다네, 하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군.]

물론 본인이 8이란 숫자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끊어짐 없는 연속을 상징하는 것도 같았고 어떤 신비주의에선 '절대적 지성'을 상징하기도 했으며 고대의 어떤 문헌상에는 신들을 기리기 위해 8가지 제물을 준비했다고 했으니까. 게다가 생명체의 감각은 자신이 추론하기에 총 8개의 과정을 거친다고 믿었기에, 그는 8이라는 숫자에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즉 레아가 본것이 그 미친 자의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 신빙성이 있는 것과도 같았다.

[또한 네가 내민 수첩의 색은 검은색이지만 이런 빛은 나도 처음보는구나, 원래는 갈색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마력이 아닌 다른 게 느껴진다. 마치.... 에티스의 신성력과도 같은 느낌이구나.]
"형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가만히 서있지 말고 앉아!!"

어느새 멍때리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챈 벨가모트가 붙임성 좋게 블랑을 끌어서 그를 탁자 앞에 앉힌다. 원형테이블 앞에 앉자 가나슈 몇가지와 더불어 커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레아에게 넘기고 싶었다는 것일까, 그는 조심스레 다들 안보는 사이를 틈타 순식간에 레아의 손에 가나슈와 더불어 각종 음식들을 레아의 눈에만 식별 가능하도록 마법을 걸은 음식 몇가지를 그들 몰래 자그마한 접시에 옮겨담아주며 미소를 지었다.

[나머지 이야기는 조금만 있다 하자꾸나. 시간도 많을것이다. 만약 돌아가게 된다면 더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확실히 이집 디저트는 언제 먹어도 맛있군요."
"하긴 그렇지. 그간 반역을 도모하던 놈들 덕에 우리도 여기서 뭐 먹을 기회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그치만 우리ㄷ"
"벨가모트, 커피 한잔만 더 갖다 주겠습니까?"
"앗, 예!"

루드베키아가 가볍게 눈치를 주며 벨가모트의 입을 막아버렸다. 보는 눈이 많았다. 실제로도 이곳은 중립구역이라고 하지만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호송팀원들은 당연히 다른 조직의 견제를 받기 십상이었다. 게다가 이번 보스 딸의 호위를 완벽히 수행해냄으로서 명실공히 조직 핵심부서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자신들의 목표였다. 조금만 더 핵심으로 다가 선다면 자신들의 목표를 완벽히 쟁취할 수 있을것이리라. 그들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렇게 벨가모트가 루드베키아의 커피를 내려놓자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블랑은 레아의 질문에 답변을 던졌다. 하지만 그 답변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다른, 어쩐지 조금은 긴장되고 결연한 목소리엿다.

[사적인 부분도 기록해도 된다. 가능한 한, 지금부터는 모든 것을 빠짐없이, 네가 가능한한 최대한도로 빠짐없이 기록해주려무나.]

블랑의 전음이 끊기는 순간, 문이 부숴질듯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카페의 모든이들이 주목하지만 스틸블루 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천천히 걸어들어오며 '갓파더(스카치 위스키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한잔, 인생의 맛으로.'라고 주문을 던지고는 아무렇지 않게 원탁으로 걸어 들어와 앉는다. 아까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다는 듯 왠지 모르게 화난 인상의 남자가 좌중을 바라본다. 다만 그 분노의 대상이 자신들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는 팀원들이었다. 그 분노의 대상은 확실히,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향한 분노였다.

".... 다들 쉬고 있는데 미안하군."
"아닙니다, 팀장. 무슨일이십니까."

확실히 이상했다. 블랑이 이전대로 말하자면 상시 온화하던 이였다. 하지만 그 설명과는 상반되게 굳은 표정으로 화를 애써 삭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느낌이 쎄하였다. 어느새 마스터가 내온 칵테일을, 그 독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원샷으로 때려 박은 다음, 그는 조금 냉정을 찾은 듯 펜을 이용해 글을 적어내려갔다. 글을 한자씩 적을때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마 특수 잉크를 쓴 것 같았다. 그만큼 극비로 전해야 될 이야기라는 것일까. 천천히 적어내려가던 글을 보던 그들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갔다. 그리고 이내 그 굳어가던 분위기는, 고요하게, 하지만 격렬하게 타오르는 분노로 치환되어가기 시작했다.

{보스가, 자신의 딸을 죽였다. 이유는 불명, 목격자는 나뿐, 믿는 것은 자유다.}
"미친....."

겨우 원형테이블의 사람들만 들을 정도로 내뱉은 프렌치메리의 한마디, 하지만 그녀의 한마디에 반박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

1. 그렇게 오늘의 블랑주는 내일의 블랑주에게 또 바통을.....

2. 진짜 들킬 가능성을 0에 수렴하도록 해놨습니다만..... 언제나 다갓은......

3. 음..... 크툴루 같은거?를 끼얹나?

혀튼 오늘도 많이 늦었습니다아아아아아아 ㅠㅠㅠㅠ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진척시키려고 좀 급하게 적은 감이 없잖아 있는데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 ㅠㅠ

991 ◆Tkeoq3Vax6 (oPyUDfmTa.)

2023-05-09 (FIRE!) 12:43:10

현생이 더럽게 꼬여서 오늘은 답레를 못 쓸 거 같습니다ㅇ>-< NPC 굴리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오늘은 한숨 돌리세요(_ _)

992 ◆8nz3IZH4M2 (wlzQcYMngE)

2023-05-09 (FIRE!) 14:42:41

아유 괜찮습니다!! 저도 오늘 현생이 미친듯이 돌아버린 상태라...... 아마 제가 답레를 건너 뛰었을 가능성도 높았는데 다행이네요 ㅋㅋㅋㅋㅋ

993 레아 — 블랑 (oPyUDfmTa.)

2023-05-09 (FIRE!) 22:35:14

세상이 8개로 나누어져 있다? 아리송한 얘기였다. 용은 언어를 쓰지 않으니 기록이 있다면 다른 종족이 남긴 거지 싶은데, 용학자가 조사했던 걸까? 제정신이 아닌 용이면 상대하기 어려웠을 텐데 용케도 인터뷰를 했구나.(제정신이 아닌 용인지를 분간할 정도면 꽤 많은 용을 조사했었나 보다.) 아무튼 그 주장대로라면 나머지 나뉜 세상으로는 어떻게 갈 수 있지? 배 타고? 아니면 마법으로? 레아는 제 머리카락을 만년필에 말았다 풀었다를 되풀이했다. 만약 그 주장이 맞다면, 그 거대한 존재가 정말로 세상을 감싼 우주일지도 모르겠다만.. 그 주장대로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있긴 할까? 아직은 감도 안 온다.

이어지는 대답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갈색이었다고 기억하는 것도 의외였지만(잠깐 본 걸 일일이 기억할 정도면 관찰력과 기억력이 얼마나 뛰어난 걸까. 용의 지적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신성력과 비슷한 힘이 느껴진다니? 내 인지 능력에 하자는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면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그 존재가 신이긴 하다는 것 같은데, 주님의 힘과 비슷한 힘을 지녔다면 주님과는 무슨 관계일까. 신앙심이라곤 아쉬울 때만 발동시키는 나한테 나타난 까닭은 뭐고? 설마 주님과 대립하는 존재여서 엉터리 신자를 포섭하고자 했다거나? 어쨌거나 적어 놓을 가치는 있을 것 같다.

그 거대한 존재를 비롯해 쓰고자 한 내용을 수첩에 하나하나 적어 가는데, 디저트가 여럿 놓인 접시와 갓 내린 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가 이쪽 테이블로 날아왔다. 저들의 미래에 촉각이 곤두섰을 텐데 계속 신경 써 주고 있구나. 과거를 후회한 만큼 저들도 필사적으로 챙길 텐데. 정작 그는 누구에게도 챙김 받기 어려운 처지다. 내게는 저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나 저들과의 유대감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없고, 저들에게는 미래를 알아서 겪는 고충을 오롯이 이해받지 못할 테니까. (나와는 달리 이 시대에 발 붙일 수 있을 것만 같았으나) 고립된 처지이기는 그도 마찬가지겠다. 안쓰러워 돌아본 순간, 그가 일행들과 마주 앉은 채로 돌아가면 더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 있으리라는 전음을 보내 왔다. 돌아가면.. 그래. 돌아갈 수 있겠지. 지금은, 그렇게 믿어야지.

세뇌하듯 속으로 되풀이하다 로브에 숨은 정령 생각이 났다. 심심하고 출출도 할 텐데, 이거 먹으래야겠다. 메모하느라 내버려 두느니 그 편이 만 배는 낫지. 커피는 두고 접시를 로브 안에 넣자 정령들이 신난 듯 꺅하며 낚아챘다.(조용히 있자고 해서인지 소리는 한껏 죽였다.) 저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었다가, 그의 팀원들에게서 나오는 얘기에 흠칫했다. 무거운 공기가 그에게는 지금부터가 싸움일 것임을 일깨우기도 했지만, 반역을 도모하던 놈들이라는 표현과 가장 어린 청년이 채 꺼내지 못한 말(아마 자신들도 반기를 들고자 한다는 얘기겠지.)도 오싹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주 임무는 갱단 고위직 호위나 배신자 응징이고 임무를 잘 해내서 승승장구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는 건 그들처럼 조직을 뒤집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손을 썼다는 의미일 거다. 반란을 일으키는 걸 목표로 갱단에 왔는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갱단 전복을 꾀하던 이들을 해치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일까.

잡념을 떨치려고 메모를 계속하는데, 로브 안에서 뭔가 기어오르는 듯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윽고 후드가 비좁아지는가 싶더니 뭔가 얼굴 앞으로 쑥 나왔다.

- 언니 아∼

물 정령이 포크에 초콜릿을 꽂아서 내밀었다.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했다. 당연히 다 먹을 줄 알았는데. 먹성도 좋으면서 일부러 챙겨 줄 줄이야. 울어버릴까 봐 두 눈을 지그시 눌렀다가 간신히 숨을 돌리고 입을 벌렸다. 쏙 들어오는 초콜릿이 달고 부드럽고, 따스했다. 그 맛을 음미하려니 후드 아래쪽이 더 비좁아지며 뭔가가 꼬물거렸다. 이어 물 정령이 아래쪽을 보고 심통난 표정으로 꿍얼거리며 내려가더니, 바람 정령이 올라와 초콜릿을 들이밀었다.

마저 받아먹고 고맙다고 이제 나눠 먹으라고 속삭일 찰나, 사적인 부분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빠짐 없이 기록해 달라는 전음이 날아들었다. 출입증에 분명, 전음 말고 음성도 녹음이 됐었지? 출입증을 테이블에 놓고 적으려던 내용을 마저 정리했다. 이러면 미처 받아 쓰지 못한 부분도 출입증에 녹음된 걸 확인해서 보충할 수 있겠지.

그때 문이 박살 날 듯 요란하게 열리더니 청회색 머리칼과 건장한 체격이 두드러지는 사내가 어쩐지 무겁게 느껴지는 걸음으로 들어왔다. 서류철의 그림에서 봤던 팀장. 그가 팀원 중에 가장 신뢰했고, 그에게 가장 깊은 회한으로 남았을 이. 그 인물이 술을 주문하고는 나머지 팀원들이 앉은 원탁에 자리 잡았다. 그림에서 보였던 잔잔한 미소와는 딴판으로 험악한 얼굴이었다. 오래지 않아 주문한 술이 나오자, 팀장은 단번에 잔을 비우더니 팀원들에게만 알리려는 듯 뭔가를 써 내려 갔다. 당연히 이 자리에서는 안 보였지만, 그나 나머지 팀원들이 끓는점을 넘어선 물처럼 부글거리는 것이며, 팀장이 보스의 딸을 무사히 호위했노라 보고하러 갔을 시기라는 그의 설명을 생각하면, 뭐라고 적었을지 짐작이 됐다. 아마.. 보스가 제 딸을 직접 죽였다는, 거짓말처럼 섬뜩한 소식이리라.

- 블랑님 화났다!

바람 정령이 눈치 보는 아이처럼 냉큼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게 짠해 정령들이 있는 자리를 토닥이다 메모했다. '카놀리에서 흑룡과 팀원들은 팀장에게서 보스가 제 딸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 오늘의 현생 폭탄이 본의 아니게 내일로 넘어가서🤮 일단 답레 달았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혐생이 닥칠 테니😞 느긋하게 가시죠..

2. 다이스 굴리시는군요 몰랐습니다😅

3. 코즈믹 호러도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리고, >>981에서 블랑님이 스포아자씨를 9중 결계 속 재질 불명의 쪼가리와 관련짓는 거 같던데, 그 쪼가리 재질이 혹시 스포아자씨 비늘입니까🙄?

994 ◆8nz3IZH4M2 (ICLZOG2JLI)

2023-05-10 (水) 18:55:44

세상에.... 못 다실줄 알고 이제서야 켜봤는데.... 답레는 11시~12시 쯤 올라갑니다 ㅠㅠㅠㅠㅠ

2. 다이스를 굴린다기 보다는 여러가지로 해보는거죠 헤헤헤

3. 해볼까요? :)

아, 그거!! 일단은 비슷한 무언가입니다!!

995 레아 — 수첩의 기록 (6V5X.xHfys)

2023-05-10 (水) 22:04:26

내 이름은 레아 파벨. 페레스력(曆) 2,025년 6월 10일에 크레티스 왕국 남부의 산 리노라는 농촌에서 태어났다. 레아라는 이름은 할머니께서 존경하시는 분의 이름에서 머리글자를 뺀 것이라고 들었다. 아버지의 성을 썼다면 레아 핀치였겠지만, 핀치 가 사람 중 다수가 비명(非命)에 사망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결혼하실 때 어머니의 성을 쓰기로 했다. 우리 가문은 산 리노에서 5대째 농장을 경영 중이고, 지금 본가에는 할머니 해나 파벨, 어머니 에바 파벨, 아버지 콜린 파벨, 맏오빠 이든 파벨, 새언니 델라 파벨, 조카 지미 파벨까지 6명이 살고 있다. 둘째 오빠 리암 파벨, 셋째 오빠 헨리 파벨, 언니 리사 베일리는 결혼 후 따로 살고 있고, 나도 2,043년에 크레티스 왕립 대학교에 용학(龍學) 생도로 입학하면서 따로 살게 되었다. 이후 2,047년에 왕립 연구원으로 채용되어 용학 공동 연구소 302호실의 하츠펠트 실장님 휘하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용이 산다고 알려진 지역을 탐사하기 위해 1달간 휴직했고, 그로부터 약 열흘이 지난 2,047년 7월 5일 흑룡 블랑누아르가 공간 이동 마법을 시전하면서 1,023년 1월 5일의 콘스텔라티오에 오게 되었다. 이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적는 것은 내가 미래에서 왔다고 망상하는 광인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주님의 가호로 이 수첩이 2,047년까지 보존된다면 이 얘기가 사실이라는 게 밝혀질 테니까.

신흥 국가 발바리아와 캐놀라인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황야처럼 위장된 마약 도시 콘스텔라티오. 그러나 2,047년에는 이곳이 너무나 험준한 나머지 대자연이 그은 국경선이라는 명성까지 얻은, 탄명곡이라는 협곡으로 알려져 있다. 1,023년에 전례 없는 대지진이 일어나 콘스텔라티오가 송두리째 지하에 묻혔기 때문이다. 그러니 2,047년에 공간 이동 마법을 썼으면 지층이 뒤집히고 뒤틀린 협곡에 도착해야 하는데, 나와 흑룡은 1,023년의 콘스텔라티오에 도착했다. 적으면서도 정신 나간 소리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정확한 원인은 주님이나 아실 듯하지만, 1,023년의 대지진 때문에 일부 지점의 중력과 시간이 왜곡되어 있었는데 공간 이동 마법으로 이동하려던 위치가 하필이면 그 지점이어서 이렇게 된 걸로 추정된다.

당연히 무서웠다. 아니, 지금도 미칠 것 같다. 이렇게 내 얘기를 적고 있는 것도 실은 그래서다. 뭐에든 집중하지 않으면 정말로 정신이 나갈까 봐서. 그리고 이 얘기가 2,047년까지 전해지면 내가 실종된 원인이 우리 가족에게 전해질지도 모르니까...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오빠들, 언니, 조카들에게 가능하면 사랑한다, 지금도 보고 싶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하츠펠트 선생님, 라민 선생님, 타냐, 커트, 302호실 연구원들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이런 소리만 쓰다간 진짜 돌겠다. 콘스텔라티오에 처음 왔을 땐 황야인지 도시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크고 작은 건물들이 바위 언덕과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봐도 헷갈릴 정도니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황무지인 줄 알 것 같다. 그래도 도시는 도시인지 큰길도 있고 번화가도 있고, 국경 지대답게 각국 사람들이 혼재해 있었지만, 그 풍경은 기괴했다. 거리에 자욱한 마약 연기는 얼핏 달콤한 듯하지만 매캐하고 역했고, 제대로 영업하는 가게라곤 마약 노점뿐인 것 같았다. 사람들은 출신지나 신분과 상관없이 마약에 취해 널브러졌거나, 한창 마약을 피우고 있거나,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마약 노점으로 향하거나였다. 한 줌도 안 되는 마약을 얻자고 입고 있는 비단옷을 벗어 넘기는 이도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섬뜩한 광경이었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건 돌아갈 방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시대로 떨어진 게 흑룡의 마법 때문이니 돌아가려면 마찬가지로 그의 마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정작 흑룡은 돌아가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처럼 보였다. 이 시대는 그가 혈육보다 더 신뢰하고 아꼈던 이들이자 콘스텔라티오의 호송팀이던 이들이 보스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무참히 죽어 간 때였기에, 그 과거를 바꾸고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과거가 바뀌면 내가 살았던 2,047년은 어떻게 될까. 우리 가족은 무탈할까. 아니, 내가 존재할 수는 있을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다 사라지고 마는 건 아닐까. 그 모든 게 두려워 과거를 바꾸려거든 나는 돌려보내 달라고 악을 썼다.

그 직후 내가 본 걸 어떻게 설명해야 전달이 될까. 내 감각과 인지 능력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성서에서 무한한 혼돈이라 일컫는 것에 빠진 듯했다. 거기에는 하늘도 다 메울 것처럼 커다란, 눈동자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 눈동자에 비친 건 우주 그 자체가 아닌가 싶을 만큼 거대한 존재였다. '커다란 눈동자'조차 그 존재에 비하면 자그마하다 느껴졌다. 그 존재는 팔이 여섯이고 거죽에서 드문드문 별빛 같은 게 반짝이는 점 말고는 흑룡 블랑누아르와 외양이 흡사했고, 구슬처럼 매끈한 구 여덟 개를 세상없이 소중한 것인 양 품은 채로 혼돈을 찢어 파고드는 것을 몰아 내느라 분주했다. 적으면서도 그 모든 게 환각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그 존재는 믿고 싶어지는 메시지를 주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이 수첩도 그 존재와 조우하기 전에는 표지가 갈색이었는데, 그 후에 지금 같은 색으로 바뀌었다. 2,047년까지 제 색을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니 첨언하자면, 그 존재의 거죽처럼 새까만 듯 하면서도 드문드문 반짝이는 빛깔이다.

그래도 그 소동이, 흑룡이 스스로가 잘못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날 돌려보내는 마법을 시전하려던 것이며 함께 돌아가리라 약속해 주는 것이, 흑룡과 동거하던 물의 정령과 바람 정령이 우릴 따라왔다는 사실이 위안 아닌 위안이 되었다. 괜찮을 거라고, 돌아갈 거라고, 그 작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후 나는 흑룡을 따라 당시의 흑룡이 호송팀 팀원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라는 카놀리(Cannoli)라는 카페로 향했다. 거리와는 전혀 딴판으로 공기부터 안에 있는 손님들까지 깔끔한 가게였다. 가면서 지체한 탓인지 도착했을 땐 팀원들이 이미 와 있었다. 내가 살던 시대에서는 이미 천 년 전에 사망한 이들이고, 이 시대에서도 오래지 않아 피살되는 이들이라, 순간 오싹했다. 흑룡은 그 참사를 막고자 하는데, 어떻게 될지.... 아무튼 조금 뒤 팀장까지 도착했는데, 분노에 찬 듯도 하고 깊은 충격을 받은 듯도 했다. 그런 채로 팀장은 흑룡과 팀원들만 확인할 수 있게끔 무언가를 적었다. 정확히 뭐라고 썼는지까지는 모르나, 흑룡이 귀띔해 준 바에 따르면 이 시기에 콘스텔라티오의 보스가 제 딸을 살해했다. 흑룡과 팀원들도 하나같이 살벌한 분위기로 바뀌었으니 분명 그 비보(悲報)를 접했으리라.



// 과거행에서 레아가 맡은 임무(?)가 기록인지라 어떤 식으로 썼을지 상상해 봤습니다🙄

덤으로 진단메이커도 투척해 봅니다😓ㅋ

자캐가_무의식적_반감을_느끼는_것은
자캐는_자신이_다쳤다는_사실을_알린다_알리지_않는다
자캐가_멘붕했을때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996 ◆8nz3IZH4M2 (ICLZOG2JLI)

2023-05-10 (水) 22:07:58

아닛..... 아니이이잇......

세상에...... 제가 답레도 적기 전에 심심하셨나보오오.......

답레는 일단 달겠습니다만, 곧 다음 어장이라.... 다음 어장 만들게오오오.....

진단 메이커는 답레와 같이!!

997 ◆Tkeoq3Vax6 (6V5X.xHfys)

2023-05-10 (水) 22:16:29

>>996

과거를 기록 중이라는 티를 한 번은 내 보고 싶었습니다😅a >>574에서 캐조종 아닌 선에서 가능할 거 같으면 독백 써 보겠노라 말씀드리기도 했고요🙄 매번 할 자신은 당연히 없습니다😓ㅋㅋ

998 블랑 - 레아 (ICLZOG2JLI)

2023-05-10 (水) 23:56:13

분명 레아가 어디선가 보고 있을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두번째로 겪는 일이다. 그렇기에 감정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만에 만난 이들에게 그 싸움을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냉정을 찾을수 있다는게 말이 되는 것일까. 다들 말 한마디도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할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도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대로 참을껍니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 팀장의 말이 모두가 진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팀장은 진리였고, 또 어버이와 같은 존재였으니까. 아마 그도 그 장면을 보고 분노를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분노를 거기서 표했다면, 보스가 목격자를 처리하기 위해 헬리오트에게 무슨 수를 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가 들어오자마자 술을 마셨다는 것은 그 뜻이었으리라. 무력하게 보스에게서 도망친 자신에 대한 환멸감을 느끼고 분노를 느꼈으리라. 그 감정을 읽은 루드베키아가 입을 열었다.

"..... 팀장님의 기분은 알고 있습니다."
"루드베키아."
"하지만 팀장님이 직접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들은 투사가 아니라고."

그랬다, 자신들은 투사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잔을 나누고 가족이 되었을때 나누었던 맹세를 다시금 떠올린다. 죽기 직전에 몰린다면 도망치고 도망쳐서 살아남고 죽음을 각오했다면 가족들을 살리라고.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의지를 이어주고 이어받은 의지는 최후엔 승리를 일궈낼 것이라고, 그렇게 일궈낸 승리를 희생된 자들에게 헌정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값어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승리가 지금 아무도 죽지 않은채 목전에 있는 상황이었다.

"팀장은 여지껏 잘했소, 어차피 언젠간 벌어질 일이지 않았소이까."
"솔직히 우리 모두가 각오했던 일이잖아요."

서로 손을 붙잡은채 결연하게 미소를 지은 두사람이 헬리오트를 바라본다. 서로 이웃마냥 지내던 이들이었지만 한순간에 마약중독자 신세로 전락해버린 부모님으로 인해 가게가 모두 풍비박산나버리고, 잡혀갈뻔하던 프렌치메리를 말로우 윈터가 구해주면서 그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자신들의 은인이었던 헬리오트에게 몸을 의탁, 그렇게 호송팀의 멤버가 되어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이다. 제각기 다른 이유에서 길을 걸었지만 오늘날까지 그들의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고 발 밑에서 더욱더 크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의 말이 맞습니다."
"너도 같은 의견인것이냐."
"루드베키아씨 만큼은 아니지만, 저 또한 팀장을 오래 봐왔습니다. 우리랑 잔을 나누진 않았지만 아마 그녀도, 똑같은 심정이었지 않을까요."

확실히 그랬다. 비록 1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송팀과 보스의 딸은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었다. 보스와 다르게 딸은 지금 상황에 대해서 안좋게 보고 있었고, 비록 순수하다고는 했지만 그것이 사물의 이치를 보지 못함은 아니었으니, 그녀 또한 만에하나 자신이 뒤를 잇게 된다면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여 이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의지를 들려 주었고, 최후에도 그녀 또한 그 의지를 가지고 도와달라는 말 없이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닐까.

<clr steelblue"..... 좋다. 약간의 말미를 주마. 허나 명심해라, 너희 스스로의 결정이다. 모두가 죽을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가 해보지 못한 싸룸을 시작할것이니..... 준비가 되면 말하거라."</clr>

//자 이제 다음 레스에서 본격적으로 싸움이 일어날 껍니다. 아마 다음 어장 스타트는 본부로 쳐들어가는것에서 시작하겠군요!! 막간에 전음으로 지금 심정에 대해서 블랑에게 질문을 던져보시는 것도 괜찮을껍니다!!

1. 블랑 : "원래는 없었으나, 지금 사건 이후로 누군가 남을 핍박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레 주먹부터 쥐게 되더군."

2. 블랑 : "..... 알릴 필요가 없지 않은가? 사서 걱정을 시키게 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닐세. 그리고 내가 내 상처를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말일세."

3. 라이네스 : "내 사전에 패닉이란 단어는 없다고!! .....라곤 하지만 그래도 패닉에 빠진다면 집에 들어가 그냥 뒹굴거리고 싶어..... 블루베리 치즈빵이 되고 싶다고오오오....."

그럼 저도 한발!!

레아의 오늘 풀 해시는
자캐는_눈물을_어디_무엇에_닦는가
자캐가_방송한다면
자캐를_글로_표현해보자

#오늘의_자캐해시 #shindanmaker
https://kr.shindanmaker.com/977489

999 ◆8nz3IZH4M2 (ICLZOG2JLI)

2023-05-10 (水) 23:56:45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야 봤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아 시트 언제 올리신거얏!!

1000 레아 — 블랑 (LPPYLmFqcg)

2023-05-11 (거의 끝나감) 11:06:53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 보스의 딸이 피살되었다는 소식에 저들이 궐기했다는 건 그에게 들어 아는 내용이었지만, 현장에서 목격하니 간추려진 내용을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누군가 사망했다는 정보가 주는 충격, 친밀했던 만큼이나 깊을 슬픔, 일면식조차 없었다 해도 제 핏줄일진대 살해해 버린 행각에 대한 분노, 그 참혹한 짓을 제지하지 못했다는 무력감, 명복을 빌고 애도하고픈 마음 따위가 저들을 짓누르는 게 실감 났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다시 맞닥뜨린 그는 어떤 심정일까.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되풀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까지 더해져 형언할 수 없이 복잡한 상태 아닐까.

그처럼 무거운 공기 때문인지, 정령들이 양쪽에서 바지 자락을 거머잡았다. 모르긴 해도 요람에서는 이런 감정에 직면할 일이 드물지 않았을까. 겁먹은 게 딱해 살살 토닥이는데, 저들 중 막내라는 벨가모트가 침묵을 깨뜨렸다. 바로 궐기하고픈 모양이었다. 반면에 서글서글하되 이지적인 인상인 루드베키아는 그 현장을 목격한 팀장을 위로하듯 말했다. 투사가 아니다. 저들의 미래를 알고 있기에 더욱 착잡한 말이었다. 그 말대로, 저들 중 누구도 죽기 위해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결국 죽고 말았다.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이번에는 다른 결말을 맞을 수 있을까.

심란한 나머지 받아 적지 못했다가 뒤늦게 써 나가는데, 커플이 각기 덧붙인 말에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언젠간 벌어질 일? 모두가 각오했던 일? 보스의 딸이 살해당할 걸 예상했다는 소리일 리는 없고.. 보스와 맞서는 게 예정된 수순이라는 의미일까? 그 부분에 대한 추측을 막 부연할 찰나, 그도 나머지 팀원에게 찬동한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보스의 딸도 아마 같은 심정이었을 거라며. 뜻밖이었다. 그와 그의 팀원들이 보스의 딸을 호위했다고 듣기는 했지만, 보스의 딸이 그들에게 동조한 줄은 몰랐으니까. 일면식도 없으면 아비라도, 딸이라도 서로의 죽음이 대수롭지 않아지는 걸까. 모르겠다. 그 속내가 어땠을지는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영역일 테니. 그래서 그의 말에 대해서는 따로 첨언하지 않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듯한 팀장의 발언만 마저 옮겨 적었다.

그러는 동안 깔린 침묵. 다른 손님이 제각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아니, 그래서 오히려 더 주목이 되는 광경이었다. 레아는 만년필을 끼운 채로 수첩을 닫고 다른 테이블을 살폈다. 혹 손님 중에 보스의 수하가 있다면? 물론 그나 팀원들이 계획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상쩍은 낌새를 알아채는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제3자에 불과한 내가 끼어들 상황은 아니고 끼어들고 싶지도 않지만.. 출입증을 살며시 쥐었다.

[..기우일지도 모릅니다만 이 자리의 손님 중에 보스란 자의 하수인이 있지는 않을지요? 지금 계획하시는 게 새어 나가면 곤란해질 것 같아 여쭙습니다.]



// 이 상황에 심정을 묻는 건 넌씨눈 같아서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2. 안 알린다면 완전 범죄를 꾀해야겠군요 들키는 순간 역효과🙄..
3. 어? 여기서 대빵님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요😓 블랑님은 멘붕하면 어떻게 합니까😮?

1) "손으로 닦을 때도 있고 소매로 닦을 때도 있고 손수건으로 닦을 때도 있고.. 그때그때 다릅니다."
2) 이 스레 속 세계에 방송이 있을지 모르겠군요😶a 있다고 해도 방송을 직접 할 만큼 인싸는 아닌지라..
3) 1판에 쓴 레스들로 충분할 것 같아서 패스하겠습니다(...)

1001 레아 — 편지 하나 (6RyE2tafl.)

2023-05-14 (내일 월요일) 01:14:15

- 커트에게 -

안녕. 이번엔 좀 늦었지? 그 사이에 편지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이거 보면 당분간은 쓰지 마. 내가 지금 기숙사에 없어서 보내 줘도 못 읽어. 무슨 일인가 싶지? 사실 나도 쓰면서도 거짓말 같아. 저번에 내가 에르네스트 산을 탐사할 예정이라고 했잖아.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했어. 더 놀라운 건 내가 용님에게 채용됐다는 거야, 1달 수습이지만.

어디서부터 얘기하면 좋을까? 원래는 서식지로 추정되는 데에 숨어만 있을 작정이었는데 바로 들켰어. 그땐 진짜 꼼짝도 못 하겠더라. 난 죽었다 그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우리 입장에서는 연구라도 용 입장에서는 주거 침입이나 스토킹일 수 있다는 것도 들키고서야 깨달았고. 그런데 용님이 이상하리만치 호의적이었어. 목욕물에 만찬까지 준비해 주시는 거 있지? 게다가 이 용의 레어는 이제까지 연구 자료에서 봤던 레어랑은 전혀 다른 게, 엄청 커다란 도서관이야. 글쎄, <카다로스 제국사>까지 있더라니까. 왜, 발바리아가 세워지기 전에 있었다는, 2대 황제이자 마지막 황제가 희대의 순정파인지 망국의 화신인지 모르겠는 나라 있잖아. 구전되는 이야기는 숱해도 사서는 워낙 옛날 책이라 왕실 서고에도 있을까 말까라는데 말야. 알고 보니 세상이 멸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남은 이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기 위해 온갖 종족의 책을 모으신다는 거야.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는 건 수천 년을 사는 용이라서일까? 난 당장 1달 뒤도 모르겠는데, 히히. 아무튼 1달간 그 도서관의 사서 겸 용님의 비서로 일하게 됐어. 그리고 아마 아주아주 나중에 용님이 날 모델로 한 호문클루스도 제작해서 미래의 생존자를 위한 안내인으로 삼을 모양이야. 레아 파벨이 둘이 되는 셈이지만, 그때쯤엔 원조 레아 파벨은 백골도 진토가 됐을 테니 상관없지, 뭐. 게다가 꽤 고소득이다? 연구소 월급의 곱절이야. 아, 월급이 문제가 아니다. 사실 나 용님 한분 더 뵀거든. 그것도 무려 용의 대표님이래. 용들 간의 분쟁을 말리고 재판하는 일을 맡으시나 봐. 특이한 건, 폴리모프하신 모습만 보면 며칠 방에만 박힌 채 안 씻은 이 같다는 거랑 재판하실 때 인간식 정장을 입는다는 거. 용들끼리의 분쟁을 인간 모습으로 변신해서 판가름하다니, 묘하지? 이런 정보까지 속속들이 접한 거 누가 알면, 엉터리 신자 레아 파벨이 어째서 주님께 그렇게까지 가호받냐고 기함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다 잘 풀리는 것만은 아니지만.

나 얼마나 얼 빠진 앤지 알아? 글쎄, 1달 탐사를 계획했으면서, 가방을 위장용 진흙으로만 꽉꽉 채우고 옷 한 벌 안 챙겼던 거 있지! 그 바람에 첫날부터 난리도 아니었어. 다행히 용님이 날 계속 좋게 봐 주시긴 했어. 가능성이 희박해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 때문에 채용한 거라고 격려도 해 주셨고. 근데 그 뒤에도 좌충우돌이었다? 어른들께 결혼했냐 애인 있냐 소리 듣는 거 그렇게 질색했으면서 용님한테는 반려자나 자식 없냐고 묻질 않나. 마도구도 쓰기 되게 어렵더라. 나 전음이라는 거 쓰려다가 기 빨려 죽는 줄 알았어! 공간 이동도 멀미 장난 아니야.. 아니, 사실 그런 건 익숙해지면 어떻게 될 거 같긴 한데.. 제일 문제는 내가 받는 만큼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보통은 이 반대를 고민하는데 배부른 소리지? 그런데 연구소에 있을 때랑 하는 일이 똑같아. 오히려 연구소에서 하던 강의 보조나 학술대회 준비 같은 잡무를 안 하니까 일이 더 적어. 게다가 연구 주제도 아예 잡아 주신다? 연구 주제가 진짜 대박인 게, 용의 언어가 왜 없나 했더니 용은 의사소통을 전음으로 한대. 그런데 전음이 원래는 마법적인 수단인가 봐. 인간이 대화할 때 음파가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면, 용이 대화할 땐 사념파나 의사소통하려는 의지가 마나를 타고 전해지는 것 같달까? 그래서 전음을 쓸 만큼 마법에 능통하거나 용이 일부러 인간의 언어를 구사해 주지 않는 한 원래는 용과 대화할 방도가 없는데, 용님이 여러모로 도와주신 덕에 앞으로 전음을 포착하고 해석할 수 있을 거 같아. 어쩌면 사용까지 가능할지도? 그건 아직 먼 얘기지만. 히, 너무 딴 소릴 했다. 아무튼 용님은 정말 잘해 주셔. 며칠 만에 가족 같이 여긴다는 말씀까지 해 주실 만큼. 그런데도, 아니 그래서 막막해지기도 해. 일도 일이지만..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용님한테 폐가 안 될지 혼란스럽달까? 나 여태 내가 사회성 나쁘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는데, 여기에선 영 처신을 잘못하고 있는 거 같아. 반려자 자식 운운하기도 했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그날만 그런 게 아니라 며칠 전에도 용님께는 불편한 화제를 꺼내 버렸어. 티는 안 내시고 여전히 친절하시긴 한데.. 이게 타이밍 지나가니까 사과 드리기도 애매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러네. 이런 주제에 월급 받고 도움 받고 그래도 되나 싶어.

꿀꿀한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학교 일도 궁금하지? 나 며칠 전에 라민 쌤 뵀어! 여전하시더라. 니 안부도 전해 드렸으면 좋아하셨을 텐데, 그땐 경황이 없어서 못 그랬네. 마공학관도 여전해. 전음 연구 때문에 마나 탐지기 사러 갔는데, 비싸! 세상에, 제일 싼 게 내 연구소 월급 1/3에 가깝더라. 돈 없으면 연구도 못 하게 생겼어.. 한편으론 언젠간 니가 마공학품 고안하는 거냐며 설레발쳤던 것도 생각났다? 그때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무신경하게 굴어서 미안해. 내가 그랬는데도 응원해 주겠다고 말해 줘서 고맙고. 너한테 고마운 게 그거만은 아니지만. 어떻게 매번 식혀 줬어? 매점 밀크티 말야. 나 이번에 사 먹기 전엔 그렇게 뜨거운 줄 몰랐어. 나라면 귀찮아서라도 못 그랬을 텐데.. 이번에 니 빈자리 진짜 절감했다. 늦게나마 감사 인사 하고 싶어. 신경 써 줘서 고마워. 당장은 말뿐이지만 다음에 만날 때 꼭! 제대로 사례할게!! 근데 매점 밀크티 마신 이유가 뭐게? 맞혀 봐. 내가 물었지만 이건 제정신인 사람은 절대 못 맞힐 거 같으니 그냥 말할게. 학생식당에 그 정신 나간 메뉴가 또 나왔었어. 응. 밥빵. 용님이랑 갔다가 진짜 기겁했지 뭐야? 욕하고 안 먹거나 말 없이 안 먹거나 암튼 태반이 안 먹는데 그 괴식을 왜 또 내놨나 모르겠어. 농담 아니고 내가 인류학이나 사회학 전공자였다면 진지하게 연구해 봤을 거야.

참, 혹시 학교 기념품점은 기억나? 거기 완전 크레덕 천지가 됐어. 크레덕 인형은 원래도 팔았지만 이젠 크레덕 쿠션에 크레덕 모양 빵이랑 달고나까지 판다니까. 거기서 인형이랑 빵이랑 달고나 잔뜩 샀다. 용님 레어에 용님 말고도 식구가 많거든. 특히 정령이 많아서 엄청 신기해. 넌 정령 본 적 있어? 난 마법이 꽝이라선지 한 번도 못 봤었는데 거긴 진짜 많아. 다들 애기 같아서 산 리노의 꼬꼬마들 생각나고. 놀 때도 조카들한테 하던 대로 책을 읽어 주거나 그래. 암튼 빵이랑 달고나는 정령들 줬고, 인형은 하나는 용님 드렸어. 나머지 인형은 우리 꼬맹이들 줄 생각이었는데, 용님 레어에서 가사 노동을 도맡아 해 주는 마법 기사들이 가져가더라. 왠지는 몰라도 번갈아 머리에 이고 다니지 뭐야? 황당하긴 했는데 여기 온 이후로 줄곧 내 편의를 봐 준 이들이라 답례한 셈 치려고. 기왕 답례하는 거 하나씩 쓰게 더 사도 되는데, 당장은 학교 가기가 좀 곤란해서 당분간은 내버려 둘 생각이야.

종이가 다 떨어져 가네. 오늘은 이만 줄일게. 건강하고. 다치지 않게 조심해.

- 레아가 -


PS. 그런데 나 크레덕이랑 많이 닮았어? 용님들도 닮았다 그러시더라. 머리칼 색 때문인가?



// >>789에서 언급한 편지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작성해 봤습니다🙃
레아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사건들을 요약하면서 1판 마무리하려던 건데 어울릴지 모르겠군요🙄 의도는 그랬나 보다 생각해 주세요😅a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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