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33071> Project : Cradle # 1(START;) :: 1001

◆8nz3IZH4M2

2023-01-20 16:42:24 - 2023-05-14 01:14:15

0 ◆8nz3IZH4M2 (YPiXZsP.Sg)

2023-01-20 (불탄다..!) 16:42:24

모든 이들은 요람에서 태어나, 무덤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자 그럼 말일세.
그대들의 뿌리를 찾기 위한 흔적은 어디서 찾겠는가?

- 세상의 끝에서, 방문자에게 -

>>1 레아 파벨(Leah Paviel)
>>2 블랑느와르(Blanc-Noir)

900 ◆Tkeoq3Vax6 (370Ahk0UXI)

2023-04-24 (모두 수고..) 00:02:57

>>899

그럼 암흑가의 내분으로 인한 사건 보고서라기보다는, 자연 재해 보고서에 가까우려나요🤔? 블랑님과 5인조뿐만 아니라 당시 본부에 있던 조직원 전원의 몽타주가 지진 때문에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 명단으로 있고요😦?

901 레아 — 과거에 접근하다?? (370Ahk0UXI)

2023-04-24 (모두 수고..) 03:35:45

레아는 선뜩하게 가라앉은 이마를 어루만졌다. 물의 왕은 어느새 자취를 감춘 뒤였다. 얼떨떨했다. 이마에 닿은 감촉은 물론 손을 감썼던 촉촉함도 아직 생생한데, 주위엔 그간 가만있기 힘들었다는 듯 쾌활하게 재잘대는 정령들뿐이다. 눈 뜨고 꿈 꾼 건 아닌가 모르겠다. 현실성이라곤 없는 상황이었으니. 그러나 테이블의 수첩은 확실히 빼곡해졌다. 레아를 유난히 잘 따라 주는 물 정령 안에 유독 반짝이는 물방울이 생긴 것도 그대로다. 맥이 풀려 의자에 걸터앉았다. 물의 왕이 떠나기 전에 해 준 격려가 뇌리를 맴돌았다. 다정한 말들의 요지는 한결같았다. 자신감을 가져라. 그건 정령에 대해 알리는 걸 응원해 주겠다는 의미일까? 아무튼 까먹기 전에 빠트린 게 없는지 확인해 봐야지. 그래서 기록을 훑기 시작하는데 합창 같은 볼멘소리가 쨍 울렸다.

- 책!

고개를 드니 정령들이 뽀로통한 표정으로 책을 하나씩 잡고 있다.(도마뱀처럼 생긴 불 정령은 책을 문 채인데도 표정이 생생했다.) 물의 왕이 나타나기 전에 각자 골랐던 책 같다. 아차 싶었다. 정령들을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는데. 따지고 보면 정령들이 책 읽다 말고 기다려 준 건데. 내가 너무했다. 레아는 만년필과 수첩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미안합니다. 마저 읽을게요."

그러고 <세상에서 가장 잘 웃는 용>을 다시 들자, 정령들이 반색하며 각기 자리를 잡는다. 픽 웃음이 났다. 진짜 우리 꼬맹이들 같네. 메모 정리는 책 다 읽고서 생각해야겠다. 그리 마음 먹고 책 구절 하나하나에 감정을 내맡긴 채 낭독해 갔다.

그렇게 몇 권이나 독파했을까. 어느새 테이블엔 다 읽은 책이 잔뜩 쌓였고, 바람 정령이 든 책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그 책을 건네받으려니, 바람 정령이 고개를 젓고는 날아올랐다.

- 딴 거 볼래

대꾸할 틈도 없이 날아가는데 가만 보니 방향이 입구 쪽이다. 더 자세히 보니 입구를 기준으로 7번째 줄. 물의 왕이 귀띔해 준 위치 근처다. 무슨 책을 가져오려고 저러지? 그것도 그거고, 저쪽에 무슨 책이 있더라? 어느 서가에 어떤 분야의 책이 비치되어 있는지 대략적으로라도 외워 두고 싶은데 아직 영 안 된다. 물의 왕이 일러 준 데에는 정령학 책이 있을 듯한데.(정령에 관한 질문 실컷 들은 끝에 내가 원하는 거일지도 모른다고 했으니 아마 그렇지 싶다.) 정령이 나오는 민담 책이라도 가져오려나? 나머지 정령들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바람 정령이 간 방향으로 시선들을 집중했다.

이윽고 바람 정령이 돌아오는데 뭔가 이상했다. 날갯짓으로 일으킨 바람에 들려 펄럭이는 책은, 표지가 완전히 새까맸다. 아니, 형태도 책이라기보다 서류철 같다. 그런데도 바람 정령은 한껏 의기양양한 기색으로 그 까만 문건을 테이블에 놓았다.

- 이거, 엘라임님이 말한 거

"...? 이게 엘라임님이 말씀하신 자리에 있었다고요?"

- 응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내가 원하는 거일지도 모른다고? 정령계의 기밀 문서라도 되나? 그럼 인간인 내가 봐선 안 될 거 같은데.. 라고는 해도 물의 왕이 일부러 알려 줬다는 건 봐도 된다는 의미 같고. 찌그러지는 표정을 어쩌지 못하고 말총머리를 두 손으로 갈라 쥐었다.

- 보자 보자∼

보채는 소리에 화들짝 손을 놓았다. 그래, 뭐. 영문은 모르겠지만 읽어 달라고 가져온 거니까. 물의 왕이 왜 그런 얘길 했는지는 보면 알겠지.

하지만 까만 표지를 잡자마자 어쩐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신기하리만치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고 탄성 있는 재질인데도, 촉감이 뭔가 기묘했다. 생명을 지녔다가 잃은 걸 만지는 느낌이랄까? 언젠가 싹둑 자른 제 머리칼을 호기심에 만졌다가 몸서리 쳤던 순간이 떠오르는 감각이었다. 그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넘겼으나, 첫 페이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정령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심드렁해지는 게 안 봐도 보이는 기분이었다..) 한 장 더 넘겨도 단조롭고 딱딱한 필체로 적힌 '콘스텔라티오'라는 이름과 작성 일자로 추정되는 숫자가 전부였다. 연도가.. 1,051년? 거의 천 년 전 기록이네? 그런데 보존 상태가 어떻게 이렇게 양호하지? 어제 만든 서류철이래도 믿겠는데.

말없이 있는 게 답답했던 걸까? 바람 정령이 바람을 일으켜 페이지를 마구 넘겼다. 그러다 웬 초상이 실린 페이지가 몇 장 넘어가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시각이 의심스러워지는 초상이 드러나며 바람이 뚝 그쳤다.

- 블랑님이다

- 그러게

"....."

손이 떨렸다. 초상뿐만 아니라 이름도 블랑누아르, 통칭 블랑이라고 적혀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일전에 흑룡이 보인 반응을 생각하면 사별 시기는 아마도 천 년 전, 이 문건이 작성된 시기와 비슷하다. 그렇다는 건, 여기 적힌 내용은 그의 사별과 연관된 사실일지도 모른다. 레아는 황급히 표지를 덮었다. 정령들이 골난 듯 아우성쳤지만 이건 안 된다. 몰라야 할 일이다!

"다른 거..다른 거 읽어요!"

그렇게 뱉은 순간 가슴이 찌르르 저려 왔다. 심장도 무슨 격한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마구 뛰었다.



//

1) 지난 레스에 언급됐던 보고서 관련 내용들을 나름대로 조합해 봤으나 내용을 그럴싸하게 구성하지는 못해서(...) 이 정도로 얼버무렸습니다ㅠㅠㅠㅠ.... 어색하거나 의도하셨던 바와 안 맞는 부분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2) 드래곤하트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회상씬은 정말로 못 쓰겠습니다😵 제가 섣불리 손댈 영역이 아닌 거 같기도 하고요.. 그 부분은 아무쪼록 부탁드리겠니다 ㅇ>-<..

902 ◆8nz3IZH4M2 (MGaSPRHg/c)

2023-04-24 (모두 수고..) 12:49:30

>>900

아이구 그래도 이을 여지는 매우 충분할 정도로 적어주셨내요!! 고생하셨습니다!! 저한테 나머지는 맡겨주새요!!

질문에 답변드리자면, 자연재해 보고서에 가깝지만, 당시 명단만 대충 나와있을뿐 그 외의 것은 전부 대략적인것만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정령들이 펴준 페이지는..... 블랑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적혀있던 부분으로 말그대로 '사건의 진상'으로 다가가는 파트입니다.

그래서 질문하나 드립니다. 레아에게 기억 보여드려도 됩니꺄?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방법은 있지만 돌아가는 방법이고 그마저도 레아가 준비 안되었다는 가정이라 다음번 일상으로 넘어가는거니까 말씀만 해주시면 제가 준비해드리겠습니댜.

903 ◆Tkeoq3Vax6 (370Ahk0UXI)

2023-04-24 (모두 수고..) 13:42:38

>>902

큰 문제 없다니 다행입니다😌

하긴 진도 10이면 ㅎㄷㄷ🥶;; 지진 발생(?) 당시에도 그 조직이 신께 벌을 받았느니 하는 식으로 뒷말이 많았겠습니다😐a 근데 블랑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누가 조사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그 부분은 블랑님이 직접 적은 겁니까🤔?

어.. 저는 기억을 보게 될 거라고 전제하고 작성했습니다😅a 사실 물왕님이 그 책을 언급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가 버리자 싶어져서 말입니다😓a 근데 이 시점에 기억이 재생되고 안 되고에 따라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는 궁금하네요🙄ㅋ

904 ◆Tkeoq3Vax6 (370Ahk0UXI)

2023-04-24 (모두 수고..) 14:39:41

참 이미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관전자님 질문 또 올라와서 앵커 남겨 둡니다🙂

situplay>1596493065>314

905 ◆8nz3IZH4M2 (MGaSPRHg/c)

2023-04-24 (모두 수고..) 14:48:06

>>904 봤습니다아아아아

답은 해드리고 싶지만 현생이 지옥이 되었습니다아아아아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903

넵 직접 적은겁니다. 저 보고서 자체가 원본을 블랑이 들고온다음 모든 진상을 블랑이 하나하나 적은겁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구겨진 부분과 물자국이 남아있어요.

기억을 보게되면 블랑도 알게되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못봤다고 하면 아직 준비가 덜 되셨다 판단하고 제가 다른 스토리로 전환하려 했죠!!

906 ◆Tkeoq3Vax6 (370Ahk0UXI)

2023-04-24 (모두 수고..) 16:29:11

>>905

고생 많으십니다😞 월요일은 역시 고통이군요 (...)

어떤 의미에서는 일기인 셈이군요 물자국은.. 눈물 자국입니까😬?

레아는 앞으로의 사태를 준비는커녕 상상도 못 하겠지만🙄 저는 준비하고 말고 할 거 없이 팝콘 모드입니다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나메는 인코 넣어서 나오는 나메를 복붙하면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해 봤습니다😓ㅎㅎ

907 ◆8nz3IZH4M2 (R7t4CFL7bA)

2023-04-24 (모두 수고..) 19:00:49

>>906

어우 집에 도착했습니다.

답레는 8~9시 사이에 올라갈꺼에오!!

구겨진 자국은 괴로워서 꾹참고 쓰다가 종이를 구겨트린겁니다(....) 물자국은 역시....

글씨체가 다릅니다! 글씨체가!!

908 ◆Tkeoq3Vax6 (370Ahk0UXI)

2023-04-24 (모두 수고..) 19:37:44

>>907

고생하셨습니다🙂!!

아이러니하군요😦 다른 자료는 다 없앴으면서 마지막 자료엔 직접 기록을 남기다니.. 용은 드래곤하트에 기억이 다 남는다 하셨으니 자신이 잊지 않기 위해서는 아닐 테고 누군가는 봐 주길 바랐던 걸까요🤔?

ㅋㅋ 저도 확인했습니다 저런 차이가 나는군요🙃

아 그러고 보니 >>899 보고 궁금했던 게 스포아자씨(관전자님 표현 빌려 봤습니다😓ㅋ)는 어쩌다 의식 유지하는 게 고작일 정도로 전락했고 블랑님한텐 언제 어떤 계기로 들어간 겁니까🙄?

909 ◆8nz3IZH4M2 (R7t4CFL7bA)

2023-04-24 (모두 수고..) 20:30:27

>>908

진짜로 잊지 않기 위한 상징이기도 하고, 훗날 자신이 죽었을때 누군가는 진상을 알길 원했을지도 몰라요. 블랑의 심리는 어디까지나 블랑 본인의 심리였을테니까요.

무우우우려 스레딕 시절부터 있었던 오래된 풍습!!(?)

그거 자체가.... 세계관 관통중 하나인데 말해도 됩니까...?

910 ◆Tkeoq3Vax6 (370Ahk0UXI)

2023-04-24 (모두 수고..) 20:43:00

>>909

죽은 뒤에나 누가 보길 바란 거라면 물왕님이 공개(?)를 너무 일찍 한 셈이네요😓ㅎㅎ 탄명곡(呑鳴谷)이 그날 죽은 이들의 비명을 삼켰다는 의미인지 블랑님의 비명을 삼켰다는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궁금하니 여쭸습니다만 말씀하시기 곤란하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911 ◆8nz3IZH4M2 (R7t4CFL7bA)

2023-04-24 (모두 수고..) 20:51:38

>>910

씁 사실 너무 많이 풀은것도 너무 많이 풀어서요.... 그리고 이번 과거행도 아마 [스포일러]가 아주 잠깐 개입 할껍니다. 극 초반부 개입이라서 큰 문제는 없겠지만요.

912 ◆Tkeoq3Vax6 (370Ahk0UXI)

2023-04-24 (모두 수고..) 21:12:09

>>911

말씀하기 안 내키시면 넘어가겠습니다🙂 근데 개입을 한다면 블랑님이 자기한테 스포아자씨가 씬 것도 인지합니까😶?


그건 그렇고 관전자 스레 보고 왔는데 말입니다..

심장 조각 출입증을 10개나 만든 겁니까;;? 하나당 심장이 0.5%만 들어갔다고 해도 심장 5%가 훅 빠졌..거 진짜 심다공증 오겠습니다😬;;;

스포아자씨가 블랑님한테 본질을 간파하는 안목을 주고 싶었다는 말씀인 거 같은데.. 확실히 말씀대로 절대적인 통찰력은 못 될 거 같습니다 사람 마음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를 수 있듯이 본질이라는 게 딱 고정불변이진 않을 테니요😓a

그러고 보니 알라투 누님은 유희 중에 레아한테 칼 던진 것만으로도 100년 근신 먹었는데, 블랑님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죽는 암흑가로 유희 나간 걸 감안해도 꽤나 여럿 죽였을 거고 용인화까지 했는데도 대빵님이 못 본 척해 줬네요😦 그 지진도 모르긴 해도 블랑님이 일으킨 거이지 싶은데..😬 이거 알려지면 블랑님 편의만 봐 준다고 반발 오지는 거 아닙니까😨;;?

헐ㅋㅋㅋㅋㅋㅋㅋㅋ 용님들 연애도 합니까😮?! 놀랍군요 혈통까지 퍼트렸다간 전임 대빵님처럼 징계 먹을 테니 후손 남길 여지가 있는 연애나 결혼은 최대한 피할 것 같은데 맞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유희 나간 용이 하는 연애는 주로 비이성애겠습니다😗

913 블랑 - 이제 진짜 과거를 보러가자. (R7t4CFL7bA)

2023-04-24 (모두 수고..) 21:28:00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잠시 눈을 뜬다. 세상을 오시(傲視)하면서도 관조하는 듯한 눈빛의 [존재]가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다가 이내 피곤하다는 듯 눈을 감는다.

[가는건가.]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즐겁다는 투였다.

[그래, 나쁘지 않지. 진짜 과거를 보고 오는 것도, 직접 써보는 것도.]

이윽고 메아리가 울려퍼진다.

[다녀오거라.]

──────────────────────────────────────────

분명히 재질은 가죽이었다. 하지만 모든것으로부터 지켜내기라도 하듯이 서류철이 덮히는 소리는 다름아닌 철뭉치가 떨어지는 소리와도 같았다. 가죽같은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도와 마력을 지닐수 있는 재질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애시당초 마법사가 이걸 봤다면 이런 귀중한 재료를 이러한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경악을 내비칠 수도 있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재질은 오직 용의 비늘(Dragon Scale)밖에 없었을테니까. 게다가 이곳에 있는 용이라면 단 한명, 블랑 본인밖에 없었다.
레아의 절규아닌 절규를 무시하기라도 하듯이 정령들의 떠밀림에 서류철이 미끄러지며 떨어진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서류철이 떨어짐과 동시에 펴진 곳은 다름 아닌 블랑과 함께 웃고 있는 6명의 남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깨끗한 서류철과 다르게 그 페이지만, 유독, 구겨짐이 심하고 눈물자국 같은 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단에 번져있는 잉크는, 틀림 없이 그가 글을 쓴 흔적과 확실히 일치하고 있었다.

[천사들의 노래를 빌려 편히 잠 들기를.....]

그 순간, 레아의 눈 앞으로 수많은 실루엣이 스쳐지나간다. 이것은 환영일까?

라임 빛 눈동자의 청년이 순식간에 도마뱀과 뒤섞인 듯한 모습으로 달려나간다.
산호색 눈동자의 여인이 칼을 팔에 붙이자 팔과 칼이 하나가 되었고
인디고색 머리카락의 사내가 땅에서 솟아나오자마자 바로 벽을 통과해 사라진다.
시안 색 안경과 상의를 입은 사내의 몸이 밧줄을 따라 하나 하나 분리되었다 합쳐지고
스틸블루색의 남자가 천천히 전신이 강철로 덮혀갔다 원래대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오직 검정색의 남자만이 땅의 힘을 이용해 바위를 솟아오르게 할 뿐이었다.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블랑의 기억속 그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레아의 시선속으로 사진 한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다름아닌, 낡고 삭아버린, 깨끗한 서류철에서 오직 세월의 풍파를 맞은 그 사진에 있는 모습들, 밝게 웃는 청년과 사이 좋아보이는 남녀 한쌍,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고있는 블랑과 안경을 쓴 사내, 마지막으로 그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중년 한명, 그렇게 6명의 모습이 들어온다.

"언젠간 말하려고 했다지만 그게 오늘이 될 줄 몰랐군."

어느새 걸어온 블랑이 그녀의 뒤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것은 미안함과 죄책감이 담긴 웃음이었다. 그것은 무슨 의미인 걸까. 다만 그 시야에 담긴 것이 책이 아닌 레아임을 감안한다면, 일찍 이야기 하지 못한 미안함과 가족이라고 말하고서 말해주지 못한 레아에 대한 죄책감일 것이다. 그가 천천히 미소를 머금은채 서류철을 집어들며 정령들에게 딱밤을 날린다. 아마 이 개구쟁이들이 말했던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 원인이 엘라임인줄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그래서 하고 싶은말이 있지 않나?"

묻고 싶은 것이 많을텐데. 라고 덧붙이며 그가 천천히 자리에 앉는다. 이제는, 진실을 물어보고 마주할 시간이었다.

914 ◆8nz3IZH4M2 (R7t4CFL7bA)

2023-04-24 (모두 수고..) 21:38:53

>>912

아 그거요, 몰라요. 그거 에티스가 와야 겨우 알꺼에요. 그리고 에티스도 말 안할꺼에요. [스포일러]가 한게 너무 많은데다가 본인이 잊혀지길 원한게 커서요.


그만큼 투자를 많이 했단 말이에요!! 물론 안터져도 나중에 도서관으로 개방할 용의는 있습니다(?)

그래서 선물이자 시련이라고 말했던거에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게 하였으나, 결국 그마저도 너의 판단에 좌지우지 될테니, 네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행하라,라는 느낌이죠.

그만큼 로드가 꽤 관대한 편입니다. 자기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으면 마무리 짓고 넘어가는 거고, 알라투도 저 100년 근신, 할말도 없는게 근 1천년간 싸움 터질때마다 자기가 자기 선에서 그냥 마무리 짓고 유야무야 넘어간게 많아요. 만약에 진짜 그거 하나하나 쳤으면 알라투건 블랑이건 둘다 꽤 안좋은 일을 당했을꺼에요.

예, 놀랍게도 합니다. 유희에서도 결혼 아이 다 낳긴 합니다만, 그경우에는 용의 혈통인자를 아예 죽여버린 상태로 관계를 맺고 다시 원래대로 자신의 피를 돌리는 방식입니다. 마나의 농도를 본인들 스스로 임의로 조절하는 거죠. 전대 로드는 자손들을 위해 그걸 안했다가.... 네이네이..... 그리고 유희때랑 본체때는 그만큼 구분을 확실히 해서 정을 끊어내는 편이기도 하고요. 블랑과 전대 로드의 공통점이 그 정을 끊어내기가 잘 안된다는 것 정도....?

915 레아 — 블랑 (vGTDzuVXRI)

2023-04-25 (FIRE!) 03:25:48

제자리에 가져가려 했다. 아니, 제자리에 가져가야 했다. 그러나 정령들이 애착 인형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격하게 달려드는 통에 그만 서류철을 놓쳐 버렸다. 동요한 탓일까. 서류철이 바닥에 부딪는 소리가 흡사 육중한 쇳덩이로 두들기는 소리 같다. 그렇게 펼쳐진 페이지에는 그림이 있었다. 세상 부러울 것 없다는 듯 활짝 웃는 이들 가운데에 지금의 흑룡과 꼭 닮은(아마도 흑룡일 듯한) 이가 보였다. 하지만 그 페이지는 찢어지지 않은 게 용할 정도로 심하게 구겨져 있었고, 드문드문 물 얼룩이 또렷했다. 또한 그림 아래쪽의, 역시나 물이 떨어졌는지 색이 번진 글귀는, 그들의 명복을 비는 듯한 내용이었다.

거기까지 알아본 순간, 정령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뚝 끊기더니 그림 속 인물들이 마법을 구사하는 모습이 선연해졌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인데도 기이할 만큼 익숙했고, 그걸 의식할수록 가슴 저린 통증과 두근거림이 더 심해졌다. 뭐지? 내가 미치기라도 한 걸까? 정신이 흩어질 것만 같은 찰나, 흑룡인 듯한 이가 바위를 솟구치게 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 소리와도 전음과도 확연히 다른, 어떤 울림이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기억하노라고, 한시도 잊지 못했노라고. 레아는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었다.(적어도 그렇게 했다고 생각했다.) 이건 설마.. 그의 기억일까? 사별한 이들에 대한?

그때, 흑룡의 목소리가 감각을 깨웠다. 그러나 인지된 건 소리뿐, 의미는 알아듣질 못했다. 정령들이 툴툴거리며 이마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상황이 파악됐다. 그가 돌아왔고, 서류철을 들고 있다. 내가 저걸 본 게 딱 걸린 거다.

최악이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건 완전히 일기를 훔쳐보다 들킨 꼴 아닌가. 고등학생 시절, 한 방을 쓰던 언니가 내 일기를 읽었던 걸로 대판 싸웠던 게 떠올랐다. 그때의 배신감과 수치심과 당혹스러움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되긴 했지만, 언니가 결혼하고 조카들까지 생긴 지금도 그 일은 서로에게 암묵적인 금기로 남아 있다.) 아니, 그때보다 더 나쁘다. 당시 내 일기는 언니도 반나마 아는 얘기였지만, 지금 내가 엿본 건.. 흑룡이 그토록 언급을 꺼렸던 영역이고 어쩌면 가장 아픈 상처일지도 모르니까.

순간 물의 왕을 탓하고 싶어졌다. 뭐가 '내가 원하는 거'람? 그런 소리만 안 했어도 저걸 보진 않았을 텐데. 그러나.. 레아는 손을 죄듯이 깍지를 꼈다. 안다. 그런 얘길 듣는다고 모두가 나처럼 굴진 않을 거다. 일을 저지른 건 나니까, 책임도 내가 지는 게 당연하다. 결과가 나쁘다고 남 탓 하는 건 치졸한 짓이다.

애써 마음을 다잡았으나, 선뜻 입이 안 떨어졌다. 그의 웃음이 보기 안타까워서, 묻고 싶은 게 많을 거란 말이 서글퍼서, 미안하고 아팠다. 못 견디고 고개를 떨군 순간, 울음이 치밀어 눈을 꾹 감았다. 울면 안 되지. 뭘 잘했다고? 참은 숨이 울음으로 나올까 봐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호흡을 골랐다. 할머니도, 엄마도 그랬다. 잘못했으면 사과부터 똑바로 해야 한다고. 뭘 잘못했는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그러니까, 제대로 하자. 레아는 마른세수를 하고 말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보셨다시피 그 서류철을 봐 버렸습니다. 말씀하기 싫으셨던 부분 같은데, 가족 같다 해도, 아니, 진짜 가족이라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하는 법인데 제 잘못입니다. 앞으로 저 서류철은 보지도, 그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지도 않겠습니다."

말을 맺었으나 께름칙했다. 이걸로 되나? 안 될 것 같다. 내가 흑룡을 불편하게 한 건 이번만이 아니니까. 마정석 골짜기 부근의 용과 왕래하냐고 물었을 때 그가 착잡해했던 걸 생각하면, 그의 과거뿐만 아니라 다른 용과의 교류 여부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영역이지 싶다. 그 밖에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영역은 더 있을 수 있고. 제대로 알아 두지 않으면 그에게 언제 또 불편을 끼칠지 모른다. 사고 쳐 놓고 물으려니 낯이 없지만.. 알아서 잘 대처하질 못했으니 직접 듣고 조심할 밖에. 레아는 만년필과 수첩을 테이블에 놓고, 수첩의 제일 끝 페이지를 펼쳤다.

"..제가 꺼냈을 때 불편하실 것 같은 화제를 적어 주시면, 그쪽에는 관심을 끊겠습니다. 당장은 떠오르지 않으실 수 있으니 느긋하게 써 주십시오. 제가 잘 처신했으면 여쭐 필요 없는 것들인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의 아픈 상처를 자극하기도, 그를 속상하게 하기도 싫다. 여태 신세를 져 놓고 그렇게 괴롭히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아직 늦은 게 아니라면 좋으련만. 그게 그나마 희망이었다.



// 얘기하지 않은 걸 미안해하는 블랑님 VS 알아 버린 걸 미안해하는 레아, 이거도 어째 정반대 같습니다😓a
근데 (>>785에서도 비슷한 소리 했습니다만) 얘기하지 않은 걸 미안해하는 건 아무래도 좀 딱합니다😥 누구나 침해받기 싫은 영역은 있을 테니요..🥺

916 ◆Tkeoq3Vax6 (vGTDzuVXRI)

2023-04-25 (FIRE!) 11:15:07

>>914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남의 몸이 빙의해 있으면서 당사자한텐 감추는 거 좀 너무하지 말입니다..😑;; 잊히기를 바라지만 소멸하고 싶지는 않는 영혼인 건가요🤔 스포아자씨는?

요람이 단순한 도서관으로 개방된다면야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안 왔다는 거니 좋은 일입니다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심장이 성장 중이래도 5%나 뺐으면😬.. 다른 용보다 훨 많이 자야 회복 가능한 거 아닙니까? 그렇게 막 쪼개도 됩니까😨?

이 정도면 >>456에서 말씀하신, 블랑님이 사고는 안 친다는 말이 안 믿깁니다 천 년 전에 유희 마지막이나 누님 건은 은근 대형사고 같고 그 뒤에도 누님이랑 얽히면서 결과적으론 트러블 메이커가 됐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설마 저게 사고 안 치는 수준인 겁니까? (다른 용들 뭔데;;🥶?!)

정이 많아서 공사 구분(??)에 서툰 용들이군요.. 다른 용이었다면 블랑님 같은 경험을 했어도 유희 끝낸 뒤엔 털어 버렸으려나요🤔?

그러고 보니 딴소리인데 물왕님 아직 정령CCTV 유지 중입니까? 지금 상황 보고 팝콘 념념일지 궁금해져서요 (레아가 원망했던 거까지야 CCTV로도 모르겠지만, 알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a)

917 ◆Tkeoq3Vax6 (vGTDzuVXRI)

2023-04-25 (FIRE!) 11:18:25

아 맞어 situplay>1596493065>316에서 궁금했던 거 여쭌다는 걸 깜박했군요😑;; 누님은 흑룡 아니고 금용인데 왜 잘 컸으면(?) 흑빛이 되나요😐??

918 ◆8nz3IZH4M2 (dJ28npBDZE)

2023-04-25 (FIRE!) 19:23:06

>>916

정확히는 소멸하면 절대로 안되는 영혼이고 소멸할 수도 없는 영혼입니다. 다차원 이론식으로 말하자면 수많은 평행세계에서 8명밖에 없는 오직 단 하나뿐인 존재니까요. 일단 한명은 에티스입니다.

블랑 : "원래 투자는 통크게 하는 법이다."

..... 아주 가끔씩 있는 천재지변이 그냥 일어나는건 아니랍니다(.....) 그리고 블랑이 지진을 일으켜 일대를 붕괴시켜버린 것은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묻어버리고자 함과 동시에 동료들의 무덤을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겁니다. 물론 이로 변명은 할수 없기에 로드 본인도 한동안은 상당히 예의주시를 했었죠.

네, 보통은 다 한여름밤의 꿈 정도로 잊어버립니다.

아, 꺼놨어요. 다만 운디네가 가끔씩 이런 상황입니다, 하고 브리핑만 가끔씩 해주고 있는 중인데, 아무래도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다보니 '얘가 지금 뭔말을 하는교....' 이런 느낌입니다.

>>917

고건.... 나중으로 살짝 미루겠습니다! 사실 지금도 설정이 들쭉날쭉한게 알라투라요.....

919 블랑 - 레아 (dJ28npBDZE)

2023-04-25 (FIRE!) 21:55:05

"그걸 왜 네가 사과하느냐."

평소의 온후하고 부드러운 블랑의 말투가 아니었다. 어딘가 자조적이고 회상에 잠긴 듯한 목소리에 그는 천천히 서류철을 집어들었다. 언젠가는 발견될 줄 알고 있었다. 단지 이렇게 빨리 발견 될 줄은 몰랐을 뿐, 그리고 그게 레아가 될 줄 몰랐을 뿐이다. 알고 있다.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조심해 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또 얼마나 어려워하고 있는지를. 그렇기에 최소한 그녀가 이걸 발견하질 않길 빌었다. 최소한 그녀가 발견했을때, 자신을 원망하지 않기를 빌었다. 하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가 한숨을 쉬는 사이, 아이들이 그녀의 주변에서 위로하기라도 하듯이 어깨를 주물러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더 이상 상처 입은 곳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이것은 언젠가 밝혀진 이야기였다. 그렇게 그는 천천히 서류철을 집어든 채 조용히 그녀에게 슬슬 진실을 말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서류철을 다시 책상위에 올려둔다. 검정색의 비늘을 깎고 가공해 만든 서류철의 표지로 자신의 얼굴이 반사되어진다. 남자다우면서도 어딘가 온화한 느낌이 드는 얼굴이지만 그 위로 덮고 있는 표정은 회한과 그리움이었다.

"별건 아니지만, 말해두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겠군. 그리고..... 네가 해야할 말은 그게 아닌 것 같다만."

블랑은 모르지만, 아마 엘라임은 대강이나마 짐작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만큼 이곳을 유심히 바라봤던 자는 없으니까. 다만 그녀는 자신이 그 서류철을 읽을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왠지 모르게 마음속으로 떠올렸고, 혹여나 레아가 그와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지 모를까봐 이야기를 했으리라.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블랑은 서류철의 겉면을 쓰다듬은채 레아가 펴든 만년필과 수첩을 꺼내든 것 자체를 아예 무시─무슨 행동을 하고자 하는지 알기에 일부러 무시하는 것이다.─한 채 그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거짓말은 할 필요 없다. 나는 네가 무엇을 보았는지 대강 짐작하고 있으니까."

아마도 몇몇 단편적인 정보를 받아들였으리라. 가정이 아닌 절대적인 확신이 그의 눈빛에 깃든다. 그녀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금 그녀가 가지고 있는 출입증은 다름아닌 드래곤하트, 그것도 자신의 심장을 매개체로 만든 물건이니까,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만큼 감정의 편린이 남아있었을 것이고, 그에따라 그 드래곤 하트에 남아있던 잔류사념 비슷한 것들이 그녀에게 영향을 끼쳐 당시의 기억을 실루엣처럼 보여줬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연초를 꺼내들려고 했지만 이내 레아가 앞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다시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자, 그럼 다시 한번 물으마.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느냐. 만약 없다면....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마.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거랑 네가 알고 있는 시점부터 이야기 하는게 더 나을테니까."

그가 서류철을 집어 들고 자리에 앉는다. 조금은 감정정리가 된 것인지, 이제는 레아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그는 미미하게 웃고 있었다.

920 ◆Tkeoq3Vax6 (vGTDzuVXRI)

2023-04-25 (FIRE!) 22:09:01

>>918

소멸도 안 하는데 왜 블랑님한테 빙의를.. Aㅏ 안 여쭙기로 했으니 패스하겠습니다😶a 근데 빙의해 있으면서 당사자한테 안 알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 타자가 제 몸을 집(?) 삼는다면 좀 섬뜩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와 별개로 스포아자씨랑 에티스가 여덟 존재에 포함된다라.. >>301에서 블랑님이 8을 좋아한다고 하셨던 게 생각났습니다ㅎㅎ

투자가 통 큰 건 좋은데 그렇게 쪼개고도 회복이 되냐고요😑;;; 막 수백 년 걸리는 거 아닙니까ㄷㄷ?

천재지변을 일으킨 경우도 대빵님이나 으르신들이 제재 가하겠...죠😬? 암튼 그 현장에는 피아 식별 없이 관계자가 모두 묻혔겠군요😥 (현재 시점에는 그랜드 캐니언처럼 유명한 협곡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붕괴된 그 지점이 멀쩡해져 있으면 그거만으로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겠습니다😐

CCTV 진짜로 껐군요 빠르다😮b!!

에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래도 관전자님 질문 덕에 몸 색깔이 흑빛이 된다는 의미는 아닌 거 확인했습니다😅

921 레아 — 블랑 (WHeH/v8pOw)

2023-04-26 (水) 02:48:14

한탄 같기도 하고 체념의 토로 같기도 한 반문에 말문이 막혔다. 왜 사과하느냐? 이유야 명확했다. 남이 봐서는 안 될 것, 일기보다 더 내밀한 기록을 봐 버렸으니까. 그러나 그 말이 나오질 않았다. 엄마 아빠나 할머니가 내 잘못을 뻔히 아시고도 속으로 삭이시는 걸 알아챘을 때처럼 그저 움츠러들었다. 레아는 시선을 발부리에 내리꽂았다. 불의 정령이 온기를 나눠 주고 싶다는 듯 발등을 덮었지만, 그 외 다른 정령들이 어깨를 주무르다 두드리길 반복하거나 머리를 어루만지는 감촉도 느껴졌지만, 고맙단 소리도 괜찮단 소리도 못 하겠다.

그때, 무거운 한숨에 이어 여전히 침통한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말해 둬야 한다는 건, 내 부주의한, 아니,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경고일까? 하지만 뒤따르는 말이 뭔가 이상했다. 저 서류철(뭇 시선으로부터 가리려는 것처럼 흑룡이 제 손으로 덮고 있는)을 봐 버린 건 이미 이실직고했는데, 그는 다른 대답을 기대하는 눈치다. 살짝 눈을 들자 흑룡은 레아의 만년필과 수첩엔 눈길도 두지 않은 채다. 싫어하는 얘기가 뭔지 알려 줄 의향은 전혀 없어 보인다. 막막했다. 그럼 어째야 하나? 어떻게 해야 이 용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지?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일개 인간이 용을 걱정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기가 용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하다니. 누가 들으면 미친 사람 취급하지 않을까? 그러나 불안했다. 스스로를 지키기보다 건물 보호를 우선시하고도 나를 가족처럼 여겨서 그랬다는 용이니까. 그런 마음인 이상 내가 조금이라도 부주의했다간 다칠 것 같아서.(가령 자기 입장을 이해받지 못할 때의 서운함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깊을 거다.) 아니, 아니다. 어쩌면 그가 아니라 내가 동요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가 다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나 때문이라면 더더욱)이 너무 강해진 나머지, 그 반작용으로 전전긍긍하는지도.

한숨을 애써 삼키는데, 아리송한 재촉이 이어졌다. 뭘 짐작하고 있다는 걸까? 불 정령의 등을 따라 일렁이는 불만 내려다보던 중 찬물을 맞은 것처럼(물 정령이 힘을 써 준 덕인지도 모르겠다.) 정신이 확 들었다. 혹시 그의 기억 같던.. 그 광경? 미치겠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모르긴 해도 저 서류철 이상으로 내밀한 영역일 텐데, 왜 그런 거까지 나타나서.. 못 봤다고, 봤어도 못 본 거라고 답하고 싶었으나, 흑룡이 듣고자 하는 건 내가 어찌 대처할지가 아니라 앞서 일어난 일인 듯했다. 암담해서 악이라도 쓰고 싶어지는 걸 입을 틀어막고 참았다. 그러고 한참 숨을 돌린 뒤에야 손을 뗄 수 있었다. 고개까지 들지는 못했지만

"....서류철의 그림 속에 있던 분들..이 마법을 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걸 기억한다고 누군가가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목격한 건 그게 다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없이 행복한 웃음들이 담긴 페이지가 구겨져 있는 아이러니, 그리고 물 얼룩. 그건 그 행복이 어느 순간 말살당했다는 의미일 거다. 아마도 서류철에 적힌 시기 즈음에, 그림 속 인물들이 작고하면서. 그렇게 해석하면 정체 모를 부르짖음도 아귀가 딱 맞다. 그런 모습이 왜 내게 보였는지만은 감도 안 온다만.. 원인이 뭐든 중요한 건, 내가 보지 않았어야 할, 그만의 영역을 훔쳐보고 말았다는 거겠지. 결국 레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죄송합니다. 구차한 변명입니다만 보려고 본 건 아닙니다. 그런 내용인 줄 알았다면 주님께 맹세코 안 봤을 겁니다. 아니, 못 본 걸로 하겠습니다. 못 미더우시면... 혹시 마법으로 기억을 지울 수도 있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봐 버린 건 지우셔도 됩니다. 그럼 실수로도 그에 대해 떠들진 못할 테니, 괜찮으시면 그렇게 해 주십시오."

고의가 아니었다. 당신의 영역을 침범할 의향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니 봐도 안 본 거라고. 가능만 하다면 떠올리고 싶어도 못 떠올리게 잊겠다고. 그렇게라도 수습되기만 바라며 주워섬기는데, 너무 안 믿겨서 환청 같은 소리에 눈이 확 뜨였다. 아주 잠깐 눈이 미미하게 부셨지만, 이내 발등의 불 정령이 눈에 들어왔다. 손깍지를 힘껏 끼자 손가락이 저리는 게 감각은 정상 같다. 이야기.. 하겠다? 무엇을?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듯했다.

"제가 들어도 되는..아니, 제가 듣기를 바라시는 이야깁니까? 만약 그렇다면 성심껏 듣겠습니다."

말한 바를 지키고자 만년필과 수첩을 집었다. 무슨 얘기든 제대로 받아 적는 편이 덜 막막할 것 같았다.

922 ◆8nz3IZH4M2 (0m1io6mZHo)

2023-04-26 (水) 11:29:18

>>920

[몸이 있으나 움직일 수 없고, 의지가 있으나 표할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겠지. 걱정말게나. 그대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니니.]

? 아! 회복 안됩니다!! 그럼에도 괜찮은건.... 뭐 큰문제 없을 정도로 마나 공급은 되고 본인도 '이정도까진 더 잘라도 문제 없겠는데?' 하고 써먹은거라 ㅋㅋㅋㅋㅋㅋㅋ

아쉽게도 전부 적이었고, 대다수 인원들은 블랑이 용인폼 꺼내기 전에 팀원들이랑 제거해둔 상태였었어요. 따지자면 하나의 거대한 고분이 되어버린 셈이죠.

에이!! 마음 가짐 가지고 변했으면 블랑은 흰둥이가 됐을 읍읍읍

923 ◆Tkeoq3Vax6 (WHeH/v8pOw)

2023-04-26 (水) 12:07:18

>>922

헐😦? 수면기에 자든 쪼개서 자든 잠자면 심장이 성장하는 거 아닙니까;;? 그거 믿고 쪼갠 줄 알았는데 회복 안 되나요😨;;?

두고두고 회자된 게 무리가 아니겠군요 거대 조직의 본부가 하루아침에 역대급 대지진으로 흔적도 없이..😬

백과 흑이 공존한다고 하셨으니 대빵님이 부르는 호칭마따나 점박이나 얼룩이가 되지 않았을까요🙃ㅋ?

그러고 보니 블랑님 귀가했으니 대빵님은 청소지옥(??)으로부터 해방됐겠군요😏 청소는 끝난 뒤일까요? (블랑님은 낡고 지치고 꼬질꼬질하게 돌아오자마자 사달부터 목도한 셈이군요😑a..씻을 틈이나 있었으려나요🙄? 마법 쓰면 순식간이긴 하겠습니다만..)

여담으로 >>919에서 블랑님 풀 죽은(??) 거 찔리더군요😞 레아가 물왕님을 원망하면 원망했지(그거도 펴 본 건 자기니까 물왕님 탓해선 안 된다는 거 알고 있고요) 블랑님을 원망하진 않는데 말입니다😥
+ 물왕님이 저 문건 내용을 모르는 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기가 읽을 게 아니라고 느낀 건 어째서일지.. 그러면서도 레아는 봐도 될 거라고 판단한 건 또 어째서일지 궁금하군요😗ㅎ

924 ◆8nz3IZH4M2 (0m1io6mZHo)

2023-04-26 (水) 12:22:16

>>923

총량이 95퍼로 줄어들었으니, 95퍼인 채로 성장하는 셈입니다!! 회복보다는 깎인채로 성장한다는 느낌이 강하겠네요.

그것도 발바리아와 캐놀라인을 비롯해 각종 소국까지 유통된 마약의 근원이 한번에 사라진 셈입니다. 멕시코 마약왕 집이 하루아침만에 무너져 핵심 조직원들과 마약왕이 몰살 당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점박룡 블랑..... 뭔가 많이 하찮아보이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하고 씻고 난 다음에 좀 눈붙이다가 '응? 뭐지? 뭔가 쎄한데.' 하고 가봤더니(피자 들고 들어오다가 불타는 집 구경)

925 ◆Tkeoq3Vax6 (QszCI/cadQ)

2023-04-26 (水) 13:28:21

>>924

성장이 그만큼 더뎌졌다 혹은 최대 성장치의 한계가 낮아졌다고도 볼 수 있겠군요🤔 원상 복구(?) 하려면 많이 자야겠습니다

요약된 거만 보면 브레이킹배드 결말 느낌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ㅋㅋ 지진 강도만으로도 역대급이라 기록에 남았을 거 같고.. 그 일대에서 블랑님의 흔적(피든 땀이든 마력 파장이든?)을 찾은 용학자가 있었다면 대박 쳤을 거 같고 그렇군요🙂

흑백룡이나 백흑룡이라고 하면 느낌이 좀 달라지지 말입니다🙃

쎄한 느낌에 돌아온 거였군요😮 (하기야 블랑님은 어디 오가는 거야 순식간이니..🙄) 근데 그 쎄한 느낌은 단순 육감입니까? 출입증 성분 때문에 받는 느낌입니까?
암튼 블랑님이나 레아나 불타는 집에서 피자를 먹게(??) 생겼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

926 ◆8nz3IZH4M2 (CmBd/louWM)

2023-04-26 (水) 19:16:10

>>925

블랑 본인은 뭐 크게 상관 안하는것 같습니다만 헤헤헤.....

마력 파장은 찾기 힘들껍니다. 블랑이 지진을 일으키면서 땅의 울림 덕에 마나 파형이 다 뒤죽박죽이 되었거든요. 협곡 자체도 험준하기 그지 없으니 형태를 찾기는 상당히 힘들 수도..... 읍읍....

혼돈룡인가요!1 하지만 ㄹ은 백퍼센트 달마시안 드래곤이라 할수도 읍읍

단순 육감입니다!! 그마저도 뭐 충분히 쉰 상태니 딱히 문제는 없지만 레아가 자기 행동때문에 상처 입었을까봐 더 걱정하는거 뿐이에요!!
그리고 그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옥에서나 볼법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늘은 제가 조금 일이 있어서..... 답레가 아마 11시 쯤 올라갈껍니다 ㅠ

927 ◆Tkeoq3Vax6 (WHeH/v8pOw)

2023-04-26 (水) 20:54:36

>>926

고생이 많으십니다 놀자고 하는 거니 답레는 느긋하게 주세요🙂

당사자가 괜찮으면 됐죠 근데 출입증이 10개면 블랑주님이 NPC를 9명이나 굴리시는 겁니까😨? 한두 레스 나오고 마는 애들도 아닌 거 같은데 ㅎㄷㄷ;;; 저라면 절대 못 합니다..🥶

연구 소재라도 남았으면 불행 중 다행이었을 텐데 그거도 아니군요😖..

레아가 상처 입었을까 봐요😶? 사고 친 건 레아 쪽인데 왜 그런 걱정을 하는 걸까요..😐;;?

928 블랑 - 레아 (CmBd/louWM)

2023-04-26 (水) 23:55:04

"별거 아닌 이야기다만...."

오늘따라 연초가 너무 땡기는 날이었다. 레아가 자신을 심란하게 만들어서가 아닌 그저 보고 싶은 이들의 얼굴이 너무 떠올라서 문제였다. 어차피 어둠속으로 남겨두기엔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고는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알린다고 그들이 좋아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들은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한채 사그라 들었던 잠에서 깨어난 이들일 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자신은 이 모든 사건을 은폐하였고 발바리아측 조사 보고서를 바꿔치기 한다음 그것을 자신이 보관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서전 마냥 기록해둔 것이었다. 자신이 죽었을때, 혹은 요람의 누군가가 이것을 찾았을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마법이되 마법이 아닌 능력들을 구사하는 모습을 본것일까. 그는 잠시간 먹먹한 느낌으로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떠올렸다. 당시의 막싸우는 법만 알고 있던 자신에게 무술이란 무엇인지 직접 알려준 팀장을 비롯해 팀원들은 자신의 강점을 확실히 살려 싸우는데 특화 되어 있었다. 그들의 편린을 보았다는 것은 그래도 상당부분 이야기를 할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지. 그는 잠시간 손가락으로 의자 손잡이를 가볍게 두들기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한숨을 쉰 듯 천천히 이름을 말했다.

"벨가모트, 프렌치메리, 말로우 윈터, 루드베키아, 팀장 헬리오트. 그들의 이름이다."

하나하나 이름을 말할때마다 아련한 기분이 든다. 아니, 진정으로 아련한 것이다. 잊을수도 잊어서도 안될 이름들을 떠올리던 블랑은 이내 모든 것을 결심했다는 듯 몸을 앞으로 숙인 뒤 그대로 손을 깍지 끼고 입을 열어갔다. 그녀가 필기구를 꺼내든 것은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준비가 된 것이겠지. 어쩌면 저기 저 서류철보다도 마지막 사건의 경과만큼은 철저할 것이었다.
처음 유희를 시작하고서 팀장이었던 헬리오트에게 구해졌던 사실, 거기서 만났던 3인을 필두로 2년간 같이 일하다가 밑으로 벨가모트가 들어오게 되었고 그렇게 조직내에서 승승장구 하며 보스 휘하 직속 팀으로까지 임명될 정도로의 맹위를 떨치게 되었던 이야기, 그러던 어느날 보스의 딸을 호위해 본부까지 데리고 오게 되는 임무를 맡게 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전투, 우여곡절 끝에 본부에 도착하였으나 팀장이 가져온 소식은 보스의 딸이 보스의 손에 죽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반역을 꿈꾸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블랑 혼자만 살아남아 보스를 건물채 지진으로 땅속에 파묻어버린 이야기까지..... 팀원들이 죽어날때의 장면을 이야기 하는 모습에선 구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원망 가득한 모습까지 비춰지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내 이야기의 끝이다. 네가 본 것은 언젠가는 알려져야 했던, 알게되야만 했던 이야기..... 그걸 봤다고 뭐라 그런다면 그건 속좁은 것이겠지. 아니 오히려 밝히지 못하였던 내 잘못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서류철을 쓰다듬었다. 잊으면 안되기에, 언젠가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길 원했기에, 그는 자신의 기억 외에도 문서를 남기길 원하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그것이리라. 그녀가 말했던 것, 기억을 마법으로 지우거나, 잊혀지게 바라는 것은 그가 생각해도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었으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서야 무거운 짐을 조금 내려둔 느낌인 것인지 그의 표정에선 홀가분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래, 더 듣고 싶은 이야기나..... 다른 필요한게 있느냐."

이미 모든것을 밝혔다. 무언가 더 이야기해도 문제는 되지 않겠지, 그렇게 생각이 들은 것인지 그는 의자에 몸을 파묻은채 가만히 레아의 입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녀는 무엇을 남길까? 이제는 들은 자가 남길 또다른 진실을 들을 차례였다.

//어우, 그래도 12시는 안됐군요.... 어색하거나 잇기 애매하다 싶으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929 ◆Tkeoq3Vax6 (wjMTpWfWA6)

2023-04-27 (거의 끝나감) 08:49:11

>>928

고생하셨습니다🙂! 지옥불에 타는 집에서 피자 먹방(???) 시작이군요!

블랑님이 얘기해 준 내용은 예전에 >>354-355 >>552 >>554 등에서 알려 주신 걸 참고하면 될 것 같은데요, 몇 가지 더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남겨 봅니다😌

1) 블랑님이 유희를 시작하고서 팀장님한테 구해졌다고 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맥락상 블랑님이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했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천 년 전이라 어렸긴 해도 또래 다른 용을 압도할 만큼 강했던 용이 블랑님이라 폴리모프를 했다 해도 인간 덕에 구해질 일이 잘 상상이 안 가서요😅a)

2) 보스가 자기 딸을 죽인 게 보스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고 알려 주셨는데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감추려던 정체는 뭐였습니까🤔? 당시 블랑님 포함 6명이 그거까지 알았는지요?

3) 이건 과거행 벼르다 이제야 떠오른 의문입니다만.. >>180에서 이 세계는 인과가 강하다는 설정을 알려 주셨잖습니까? 당시 블랑님의 팀은 내심 옳은 길을 걷고자 하는 마음을 지녔던 것과 별개로 범죄 조직에서 빠르게 승승장구할 만큼 조직의 성장에 기여했고, 그건 알게 모르게 조직의 악행을 지원한 셈이라고 생각됩니다(당사자들은 결코 바라지 않았을지라도요😞) 어쩌면 5명의 죽음은 그들이 감당해야 할 인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다 보니 쫄리는 게.. 과거사 개변으로 5명의 인과가 비틀릴 경우 블랑님과 레아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감당 가능한 대가일지 모르겠는지라 뒤늦게 쫄리지 말입니다🥶

930 ◆8nz3IZH4M2 (Et1bW5V2lE)

2023-04-27 (거의 끝나감) 12:28:43

>>929

1. 당시 블랑은 막 유희를 시작한 시점으로 아무런 목적도 가지지 않은 채 10대 초중반 청소년 수준으로 자신을 설정,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꽤 기초상식이 모자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부랑자들에게 기습을 당한 블랑을 헬리오트가 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겁니다.
물론 블랑 입장에선 나약한 인간이 왜 나서서 고생하는거지? 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헬리오트가 처음부터 자신이 입단한 계기 자체가 이 암흑가의 정화가 최종목표임을 알게되고 그의 마음가짐에 따라 이끌린 이들과 함께 팀을 이루게 되는게 지난 줄거리쯤으로 볼수 있겠네요.

2. 발바리아 황가 자손중에 사생아로 태어난 아이입니다. 어렸을때, 정확히는 태어났을 때 부터 울지 않았고, 자라면서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하는 전형적인 악역입니다. 그리고 한 비밀에 우연찮게 접근하게 되는데....

사실 레아주한테 매번 놀랐던게 어떻게 가설이라 하고 정설을 맞추는가에 대한건데요..... 맞습니다. 왜 발바리아 황가의 친족이 충성도가 높은지.... 반항하던 이들은 전부 소리소문 없이, 싹이 크기도 전에 용혈의 실험체로 끌려가서 그런겁니다..... 그렇게 그 비밀에 접근했던 보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발바리아 황가에게서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대륙 전역에 마약을 유통시키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자신의 정체를 감추는 것을 성공, 동시에 막대한 부와 힘을 가지게 된겁니다.

3. 인과관계에서 전제 조건도 어느정도 감안되는겁니다. 1천년 넌의 사회가 진짜 미쳐돌아가는 시대였어요.... 헬리오트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사람이고, 팀원들도 블랑을 제외한 이들은 원래부터 선량하거나 정의로운 이들이었지만 [스스로 갱단에 입단해 팀을 꾸리고 보스에게 반역을 하지 않는한, 사회 구조를 바꾸기 힘든] 사회였으니까요.
어느정도로 사회가 썩었느냐, 루드베키아의 원래 직업은 캐놀라인 서부 지검소속 검사였습니다. 검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뒷거래를 막지 못하고 위에서 누르는 압력에 시달려 검사 뱃지 집어던지고 갱단에 입단해 뿌리를 근절시키겠다는 마인드가 들 정도로.... 정의로운 사회와 부정부패가 서로 뒤섞인 시대였어요.
여기서 이들도 인정해요. 자신들도 사람을 죽이고 남들에게 피해를 입혔지만, 만약 그들이 죽이지 않았으면 더욱 약한 약자들이 피해를 입었을테고 결국 그것이 자신들의 의지에 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역으로 그들은 이미 댓가를 치룬겁니다. 오히려 원인으로 인해 결과가 이렇게 되버린, 아주 특수한 케이스인 셈이지요.

931 ◆8nz3IZH4M2 (Et1bW5V2lE)

2023-04-27 (거의 끝나감) 12:36:14

>>930

아 설정 오류가 조금 있네요.

1번 내용을 조금 수정합니다.

1. 당시 블랑은 막 유희를 시작한 시점으로 아무런 목적도 가지지 않은 채 10대 초중반 청소년 수준으로 자신을 설정,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꽤 기초상식이 모자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길거리에 몰래 숨어 소매치기나 좀도둑질을 하며 지내길 6개월, 이를 불쌍히 여긴 한 노부부의 손에 길러지지만, 4년이 지난 어느날 부랑자들에게 기습을 당한 블랑을 헬리오트가 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겁니다.(노부부는 블랑이 갱단에 입단한지 3년후 노환으로 죽습니다.)

932 ◆Tkeoq3Vax6 (wjMTpWfWA6)

2023-04-27 (거의 끝나감) 14:45:17

>>930-931

1) 어😮? 그럼 팀장님이 구해 줬을 때 4년간 같이 살면서 챙겨 줬던 노부부의 슬하를 떠나 조직에 들어간 건가요😥? 그러고 3년 뒤에 노부부가 사망했고? 그런 거면 노부부가 가여운데요 늘그막에 애 데려다가 정 붙였을 텐데..😢

2) 황실 혈통인 걸 들키면 실험체로 끌려가니까 그걸 안 들키기 위해 마약을 유통하면서 필요한 경우 살인, 방화, 폭행, 협박, 강도 같은 범죄도 서슴지 않았던 겁니까😦? 보스의 딸도 그 혈통이 들켰으면 실험체로 끌려갔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3) 5명이 이미 인과에 따른 대가를 받았다고 하신 건 제가 잘 이해를 못 하고 있습니다😭 원인으로 인해 결과가 나왔다고 하셨는데 원인은 뭐고 결과는 뭔가요😶? 혹시 원래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을 조직 멸절이라는 목적을 위해 저지른 게 대가라는 의미입니까😵? 그런 의도로 하신 말씀이라면 어떤 행동을 한 거 자체가 그 행동의 대가를 치른 거라는 셈이라 제 머리에 입력이 잘 안 됩니다..

933 ◆8nz3IZH4M2 (Et1bW5V2lE)

2023-04-27 (거의 끝나감) 17:13:59

>>932

1. 갱단에 들어갔어도 돈 붙이고 돌아가실때까지 1달에 란번씩 만나뵈면서 임종도 지켜드렸습니다. 물론 블랑이 당시에는 사별의 고통이 그리 크지 않은 시점이라 꽤 무덤덤하게 넘긴것도 없잖아 있고요.

2.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그 딸 마저도 사생아인데 같은 사생아 출신 딸을 살해하고 그 이유가 자기 정체를 숨기기 위함인거죠.

3. 원래는 행복한 삶을 살았어야 할 상황이었으나, 당시 시대상에서는 그런게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기능이 마비가 된 곳이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원인(사회나 부모가 이들을 지키지 못함)이 결과(그래서 이들은 자신만의 정의와 살 길을 찾아서 행동함)이 되버린 셈이죠. 이러한 인과관계가 성립되었는데 이 행동이 약자를 지키기 위함이었으니 인과율에선 이를 선으로 볼수 있는 셈이죠.
간단하게 그냥 물건 사는걸로 비유하자면, 보통은 돈을 주고 물건을 받는거랑, 지금 호송팀 팀원들은 물건을 받고 돈을 주는 거라고 보시면 되요.

934 ◆8nz3IZH4M2 (Et1bW5V2lE)

2023-04-27 (거의 끝나감) 17:15:14

여담으로 5시 마감에 4시 40분 발주로 퀵을 부른 업체 덕에 발이 박살날뻔 했습니다.... 급해도 안전을 챙깁시다 흑흑...

935 ◆Tkeoq3Vax6 (wjMTpWfWA6)

2023-04-27 (거의 끝나감) 18:25:07

>>933

1. 어..😨 잠시만요 그럼 그 노부부는 유사 가족인 블랑님이 갱단에 들어간 거 압니까? 미성년자가 갱단에 들어가려는 거 알고도 가라고 보낸 거예요😰?

2. 그러니까 보스는 자기 혈통이 들키면 생체 실험에 끌려갈까 봐 철저히 숨기는 와중에 성욕을 못 이겨서(...) 혈육이 생기는 바람에 그 혈육을 살해한 거고😬, 그 혈육은 자기 친아버지를 드디어 찾았다고 기뻐하다가 살해당한 겁니까🥶? 그럼 키운 딸이 아니라 뒤늦게 존재를 인지한 딸인 겁니까🤔?

3. 사회가 개막장 → 범죄 조직에 가담, 까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건, 조직 가담 이후에 5명이 조직원으로서 했던 활동의 결과는 뭐로 나오냐는 것이었습니다😶 >>929에서 여쭐 때는 그 결과가 5명의 죽음일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죽음을 피하게 된다면 원인에 따라 나와야 할 결과가 막히는 셈 같아서😓 블랑님이나 레아가 그 반동을 겪는 거 아닌가 우려한 겁니다😥
제가 우려한 바를, 말씀하신 물건 사는 비유를 빌려서 풀어 보자면 이러합니다🥺 물건을 받았으면(조직 활동을 했음) 제값(죽음)을 치러야 하는데 제값을 안 치르고 가게를 나갈(과거사 개변으로 안 죽음) 경우 그들을 나가게끔 한 이(블랑님과 레아)가 변상 요구(5명의 인과를 피해가게 한 대가 치르기)를 받을 거 같고 그게 쫄린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조직 활동의 결과가 꼭 죽음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징역을 살든 5명의 조직 활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나 그 가족이 사적 제제를 가하든 여러 결과가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아서 대가를 치르는 걸로 인과율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블랑님이나 레아가 대가를 치르는 일까진 안 생길 수 있겠습니다만..😌 인과율이라는 게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세계라면 인과에 따라 일어나는 일에 개입할 경우의 대가도 절대적일 거 같아서 쫄았던 겁니다🥴;;;

936 ◆Tkeoq3Vax6 (wjMTpWfWA6)

2023-04-27 (거의 끝나감) 18:26:59

>>934

근데 실컷 달고 났더니.. 스토리가 문제가 아니로군요🥶;;
많이 놀라셨을 텐데😢 오늘은 심적으로 안정될 만한 시간만 보내시길 바랍니다

937 ◆8nz3IZH4M2 (Et1bW5V2lE)

2023-04-27 (거의 끝나감) 20:07:56

>>935

1. 알고서 보낸겁니다. 당시 사회상으로 블랑이 출세하거나 잘 살꺼면 그거밖에 답이 없다는걸 알고 있었거든요. 끝이 안좋을 것이란걸 알았지만 헬리오트가 좋은 사람인걸 알았기에 헬리오트를 믿고 맡긴겁니다!

2. 정답, 딸은 뭣도 모르고 아빠가 부른다고 갔는데 죽은거죠. 그리고 보스도 딸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어디있는지 몰라서 죽었겠거니 했는데 버젓이 살아있어서 조직원들이 죽이면 소문이 퍼질테니까 자신이 직접 죽인걸로 처리했습니다.

3. 아 그런거면 너무 걱정마세요! 이미 처음부터 어느정도 김안되고 처리되는거에요!! 제가 말했잖아요! 애시당초 전부 재조정될 것들이라고!!

938 레아 — 블랑 (XW9InnNe1.)

2023-04-28 (불탄다..!) 04:20:21

수첩이 펼쳐지도록 움킨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별거 아닌 이야기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별거 아니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정말로 사소한 이야기라면(일테면 점심에 뭘 먹었는지나 날씨가 후덥지근하다거나 하는) 별거네 아니네 하는 소릴 굳이 붙이지 않고 늘어놓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랬기에 본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긴장을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내가 듣기를 바라는 이야기가 뭘까? 서가의 책 중에서 앞으로 손대지 말아야 할 것? 서류철에 그려진 사람들이 느닷없이 나타난 원인? 아니면.. 이제라도 내가 거론하지 않았으면 하는 화제?

그러나 흑룡의 말이 이어진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사람 이름? 서류철에 그려져 있었고 내게도 보였던 이들의 이름이란다. 그가 사별한 이들의 이름을 굳이 밝히는 까닭이 뭘까? 선뜻 만년필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설마 그들의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으므로. 하지만 무언가 작정하기라도 한 듯 상반신을 앞으로 향한 채 깍지를 낀 그를 보자, 이제부터 나올 이야기는 외면해선 안 되는 것임이 느껴졌다. 대나무숲이 되었다 생각하자. 혼자 담아 두기는 버거워 어디로든 흘려 버리려던 게 어쩌다 내게 향한 거라고.

그렇게 나오기 시작한 사연은 흑룡의 첫 유희였다. 인간 소년으로 변해 정처 없이 떠돌던 중 웬 노부부의 호의로 4년간 함께 지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무슨 전래 동화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헬리오트라는 사람과의 첫 만남을 계기로 암흑가의 갱단에 투신했다는 소리에 입이 안 다물어졌다. 갱단이라니, 주먹질에 칼질에 폭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드는 깡패들? 지금의 그가 자길 밀치는 정령들을 떼어 놓지도 못하고 연구소의 손상을 막고자 자기 마력을 썼던 걸 생각하면 상상이 안 간다. 설마 천 년 전에는 정말로 난폭한 성향도 지녔던 걸까? ('그 용'이 빈사 상태에 이르도록 폭행하기도 했었다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안 그래도 잡념이 떠나지 않는 와중에 조직원이 된 까닭이 헬리오트의 포부에 감화되어서라는 말에 잡념이 더해졌다. 용보다 훨씬 약한 존재인 인간이 자신을 돕겠다고 나선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건 공감이 됐으나, 암흑가의 정화라니? 그게.. 될 일인가? 조직의 정점에 오르려면 그만큼 조직에서 두드러지는 활약, 즉 범죄 행위를 많이 해야 할 거다. 악을 없애자고 악행을 하게 되는 꼴이다. 설령 그렇게 해서 정점에 오르는 데 성공한다 해도, 두목이 이제부터 범죄는 저지르지 말자 하면 아랫사람들이 일제히 따를까? 충성심이 강한 이라면 몰라도 이익 때문에 붙어 있던 이라면(범죄로 이익을 추구해 왔을 테니) 어림도 없지 싶다. 실패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 이상이었으나, 흑룡이 헬리오트를 얼마나 신뢰했는지만은 알 것 같았다. 아니면, 다른 수는 도저히 안 보이는 상황이라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할 수밖에 없었거나.

그런저런 잡념 속에서도 받아 적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의 말이 마치 무거운 것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처럼 느릿하게 이어진 덕이다. 하지만 갱단의 보스가 제 피붙이를 살해한 사건이 언급되었을 땐, 만년필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만난 적이 없다시피 해도 그래도 자식인데 죽이다니, 그것도 직접. 암흑가의 범죄자는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걸까. 흑룡의 팀이 분개해서 보스를 척살하고자 한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가 갔다. 도리나 이상을 떠나 생각해도, 혈육을 죽이는 보스라면 부하는 언제든 토사구팽하겠다 싶을 테니까.

그러나 엇나간 부분을 바로잡아 가며 쓰는 가운데 이어지는 내용은 허망한 사별의 연속이었다. 듣기에도 끔찍한 방식으로 죽어 나간 이들 중에서도 가장 기막힌 말로를 맞은 이는, 흑룡이 가장 신뢰했을 헬리오트였다. 인간이 용을 감싸다 죽다니. 인간의 공격이면 용에게 타격이 클 리 없는데. 그가 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유희 중일 땐 정체를 숨겨야 한다니 헬리오트는 그가 용인 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 점을 통감하고 있는 걸까? 가라앉은 채 떨리는 그의 음성이 '내가 죽였다.'라는 사념으로 가득 찬 듯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더는 만년필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지진으로 일대의 지형을 뒤엎었다는 뒷이야기가 나오는데도 그저 멍하고 멍했다.

진즉에 밝히지 못한 게 잘못이라는 소릴 듣고서야 겨우 정신이 들었다. 내 것 같지 않은 몸을 억지로 움직여 보니, 흑룡은 문제의 서류철을 감싸듯 어루만지고 있었다. 6년, 용에게는 짧다면 짧은 시기인데도 그때 함께한 이들을 잊지 못하는 건, 그들과의 유대가 각별했기도 하지만 그들이 너무나도 한순간에 허망하게 스러졌기 때문 아닐까. 그 정도의 사건은 상기만 해도 힘겨울 텐데 입 밖에 내기 쉬울 리가. 그랬기에 레아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괴로운 일을 선뜻 이야기하지 못하는 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그걸 잘못이라 하시는 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의문이었다. 사적인 사연은 내키면 얘기하고 아니면 마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는 왜 얘기해야만 할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을까? 혹시 그는 자신의 사연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어째서일까? 묻고 싶어졌으나 망설여졌다. (흑룡이 말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하더라도) 더 캐묻는 것은 그의 상처를 헤집는 짓 같았으므로. 그런데 도리어 그가 물었다.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레아는 흑룡을, 여느 때처럼 눈길을 절로 끌면서도 어쩐지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는 듯한 그의 눈을 응시했다. 앞서의 반응도 그렇고 지금 이렇게 묻는 것도 그렇고, 그가 이제까지 얘기한 건 누구든 듣길 바라서다. 그렇다면 그 바람에 제대로 부응해 보겠다. 레아는 앞서 적다 만 수첩에 뒷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요약해서 정리한 뒤, 이 사연은 용의 유희 기록 중 하나라고 덧붙여 썼다. 그런 뒤 마른세수를 하고서 아직 뒤숭숭한 머릿속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몇 가지 여쭙겠습니다. 대답하기 싫으신 부분은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첫째, 이 사연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역사적 사실로 기록되길 바라시는 겁니까? 인류가 그분들을 두고두고 기억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어떤 인물로 기억하길 바라십니까? 둘째, 만약 블랑님과 그분들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그 뒤에는 갱단을 어떻게 하실 요량이셨습니까? 셋째, 이건 첫째 질문과 연관되는 것입니다만.. 이 사연이 알려지려면 증거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형이 바뀌긴 했으나, 말씀하신 조직의 본부가 있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한 이 사연은 사실이 아니라 추측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증거를 찾아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무려 천 년 전 일이라 탐사해 봤자 소용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대로 있어도 증거는 부족하니 밑져야 본전일 거다.



// 많이 늦었습니다..ㅇ>-< 레아와 제가 질문거리를 추리면서 캐아분리를 넘어 캐아분쟁(...)을 겪는 바람에..😅 (제가 질문을 떠올리면 레아가 이건 차마 못 묻는다고 비토하고, 레아가 떠올릴 법한 질문은 제가 뭔가 아쉬워서 비토하길 반복했습니다😓;;)

질문하는 김에 블랑님이 공간 이동을 시전할 계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자연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a

939 ◆8nz3IZH4M2 (0XkN9yQNPM)

2023-04-28 (불탄다..!) 12:26:00

저거야말로 성좌와 주인공이 싸우는(아님)

늦은시간에 고생많으셨습니다!! 레아가 진짜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게 느껴지네요. 무게를 지울 생각은 없었는데.... 자 그럼 미리 설명드릴께요.

제가 말씀드렸죠? 시간은 중력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한다고, 블랑의 과거 행적에 의해 뒤틀린 마나왜곡현상은 [스포일러]가 아주 잠깐이마나마 개입할수 있게 하고, [스포일러]의 가벼운 조작으로 인해 탄명곡의 중력은 무중력에 가깝게 변할것이고, 그렇게 한순간이지만 빛의 속도로 마나를 타고 움직인 블랑과 레아는 타이밍 좋게 생겨난 시공간의 뒤틀림을 타고 과거로 이동할껍니다.

원래는 시간역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학에서 없는거다보니 초월적인 존재([스포일러], 시공간 뒤틀림)들의 힘을 좀 빌리도록 하겠습니다!! 답레는..... 오늘의 혐생 덕에 12시에 ㅠㅠ

940 ◆Tkeoq3Vax6 (XW9InnNe1.)

2023-04-28 (불탄다..!) 15:33:42

>>939

캐는 제가 아니니까 그런 분쟁이 생기기도 하는 거겠지요😓ㅋㅋ

블랑님이 말하기 힘들어하는 모습 보일 만큼 큰 사안이고 레아 성격도 성격인지라 가볍게 듣기가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a (그러고 보니 블랑님 흡연자일 줄은 몰랐는데요, 요람 안에서 연초 피워도 됩니까? 책에 담배 냄새 배면 곤란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과거행+현재로의 복귀는 스포아자씨의 힘이 작용해야 가능한 거려나요? 답레는 숙제 아니니 편하실 때 느긋하게 주세요🙂

아 그러고 보니 대빵님 임기가 200년 남았고 대빵직은 2,500살부터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럼 블랑님이나 알라투 누님은 아직 2,000살 대라 후임이 못 되니 대빵님은 다른 용 중에서 후임을 찾아야 할 거 같습니다😐a

941 블랑 - 레아 (2tXUGuBWdE)

2023-04-29 (파란날) 01:23:50

어느순간 분위기를 전부 인지한 것일까. 그들의 앞에는 어느새인가 리빙아머들이 술잔을 두고 있었고, 블랑은 그 술잔에 따라진 핏빛의 레드와인을 한모금 들이킨 다음 조용히 레아를 응시한 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 레아의 말이 합당하다 여긴 것일까. 그는 천천히, 마치 범죄를 저지른 뒤 고해성사를 하는 죄인의 심정으로 레아의 질문에 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전부, 자신의 감정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더이상 그들을 자신의 아집으로 침묵속에 가둬두기는 싫었다. 그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왜 죽었는지 이제는 말해야할 순간이었다.

"첫째, 알릴 필요도 없다. 단지 그저 내가 과거 고백을 한다는 느낌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고, 당시 시대상과 지금의 시대는 완전히 다르니까, 지금의 잣대로 그때를 평가한다면 무법천지나 다름 없는 시대였으니까. 그저, 이건 고백하고 싶을 뿐인 이야기일세. 내 아집으로 그들을 묶어두고 있는 셈이니까. 이 이야기를 글로 써서 발표해도 좋고, 아니면 그저 내가 했던 것처럼 이름없는 책으로 기록을 남겨도 좋네. 그것은 그대의 선택이고, 그들이 선하고 악하고를 판단하는 것도 그대의 판단일세."

그렇게 말을 마치자 그의 표정이 잠깐 아련해진다. 거리를 한번 거닐면 마약에 찌든 이가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상점가로 나가야 겨우 번화한 느낌을 찾을 수 있었으나 그 이면에는 도박과 각종 이권을 위해 싸우는 이들도 보였었다. 잠깐 수도로 상경하면 그나마 법치가 통하는 곳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강대국이라고 일컬어지는 곳 모두 범죄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루드베키아도 그렇게 자신이 달고 있던 검사뱃지를 던져버리고 헬리오트를 만나 그 꿈에 동참하지 않았던가.
살아가는 것이 살아가는게 아닌 시대였다. 돈을 벌기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이들은 도시로 상경하고 피폐해져간다. 중앙은 그렇다 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관리들은 부패해갔고, 범죄와 폭력이 당연해지던 시대였다. 그 모든 자정을 하기위해 그로부터 50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에야 교육수준이 올라가고 범죄 조직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당시는 정말로 미쳐버린 시대 그 자체였다.

"둘째, 헬리오트는 스스로 보스의 자리에 올라 갱단을 정화하고자 하였다. 물론 몇년에 걸쳐 근원지가 되어버린 그곳을 정화하기란 쉽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에겐 그럴만한 능력도 있었고, 인망도 있었다. 그가 반기의 의지를 드러내기 전까지는, 조직원들은 물론, 담당 지역 주민들에게도 인망이 좋았지. 오죽하면 경비병들보다도 우리 팀이 더욱 믿음직스럽다고 했을까."

생각해보자. 지역 유지도 아니고 종교인도 아닌 그였다. 호송팀으로 본부로 직접 일하게 되기 전까지 그는 어느 한 도시를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간부중 하나였다. 물론 그곳이 조직으로서도 계륵인 곳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가운데에서 콘스텔라티오 소속 유흥시설을 관리하고 고리대금업을 하고 조직원들을 끌고 다니면서 세력을 공고히함은 물론, 자릿세를 걷는 조폭 지역 우두머리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마다 그들을 칭송하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거리마다 양아치가 들끓었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했던 곳에서 소정의 자릿세만 받고 거리를 정화시켜 콘스텔라티오가 정당한 곳임을 드러내고 썩어빠진 권력보다 가까운 주먹이 더 믿음직한 현상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일궈낸 캐놀라인의 작은 도시는 헬리오트의 큰 힘이 되어주었고 훗날 반기를 드러냈을때 총본부와 가까운 근거지로서 시민들이 헬리오트가 이끌던 호송팀의 든든한 백업이 되어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반역이 성공했으면 좋았겠지만, 결국 그들의 반역은 반만 성공하고 말았고 암흑가가 자정되는 것은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흘러서였다.

"세번째를 앞서 말하기 전에 너에게 고맙다고 해두고 싶다. 사실 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천년이래 처음이었으니까. 어쩌면 나는 지쳤던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어낼수 있겠어."

확실히 블랑의 표정이 아까전보다 한결 나아져 보였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또 짐을 덜어냄으로서 이제는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반증인 것이리라. 물론 레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이다. 사실..... 그동안 가보지 않았다. 그곳은 내가 직접 지진을 일으켜 무너져 내린 곳이다. 마나 파장또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어떻게 되었을지는 나도 모르겠구나. 허나.... 천년이 지났다. 그들의 무덤으로 가서 직접 술 한잔 따라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레아의 말에 결심이 선 것일지도 모른다. 증거보다는 오랜 인연의 마지막 흔적을 찾기 위함인 것일까. 그들의 마지막을 추억하는 이로서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라도 가야만 했다. 그는 천천히 레아에게 손을 뻗었다. 이제 저 손을 잡으면 그곳으로 가리라. 비명마저 삼켜진 그곳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몰랐다.

[자 다녀오거라.....]

어둠속 존재가 나즈막히 그르렁 거리며 그들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모든 안배는 끝났다. 그들의 앞에 축복이 가득하길.

//

너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

안피운지 천년 넘었어요..... 과거에는 안피면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던 시절이라......

개입은 합니다만 블랑도 대강의 원리를 알게 되서 아마 자력으로 한거라 믿게 될껍니다!! 물론 두번 하라고 하면 못한다고 고개를 내젓겠지만요!!

아 그거요? ㄹ이 바꿀껍니다. 차피 임기 얼마 안남은 시점에서 제대로 된 사람에게 맡기는게 낫다고 억지를 부릴 예정이거든요(.....)

참고로 천년전이 어느정도로 막장이었냐면, 어린 아이들도 마약을 사서 썼어요. 그렇게 마약으로 꼬드기고 마약 유통책을 맡기는 미쳐버린 시대가 당시 시대상이었거든요, 그나마 헬리오트가 있던 도시는 마약을 최대한 근절시키는 대신 상납금을 다른 방식으로 보충─유흥업소의 차별화, 상인들과의 연대를 통한 거리 활성화 등─함으로서 마약을 팔지 않고 돈을 벌어들였죠.

942 레아 — 블랑 (WW.je1IKe6)

2023-04-29 (파란날) 10:10:03

대화가 길어지자 마법 기사들이 와인을 날라 와서는 흑룡에게 따라 주었다. (레아에게도 따라 주려는 걸 손사래로 말리고 물을 달라 청했다. 술을 마셨다간 취할 게 뻔하고 지금은 취해도 될 상황이 아닌 것 같았기에) 여러 목숨이 스러지고 만 사연을 들은 탓일까. 붉고 투명한 와인이 꼭 핏물처럼 느껴졌다. 하긴 성서에도 성제(聖祭)에 와인을 올리는 건 신도들이 피를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쓰여 있으니, 와인은 피와 그리 멀지 않을지도. 마실 엄두가 안 난다는 점도 핏물이나 와인이나 마찬가지고. 그래도 그 '핏물'이 흑룡의 긴장을 풀어 주는 데에는 유효했는지,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들더니 앞서 했던 얘기를 정정했다. 후대에 사료를 남기고자 했던 게 아니라 털어놓고 싶었노라고. 알리든 말든, 사연 속 인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내 몫이라는 말이 착잡했지만, 동시에 조금 전까지 쓴 메모를 정리해서 발표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 인물들을 묶어 두지 않겠다는 건 혼자서만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 것 같은데, 내 수명은 앞으로 길어야 100년이니까. 용이 자신의 유희 경험에 대해 구술한 내용임을 밝히면 용학 자료로 끼워 맞출 수 있을 테고, 용학 자료로 인정받으면 내 수명보다 더 오래 보존될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운이 좋으면 용학자뿐만 아니라 지질학자나 역사학자가 참고 자료 삼아 줄 수도 있고. 그러면 그 인물들이 엄연히 존재했다는 사실이 조금은 더 오래 전해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대단한 의미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 무상감은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시작되자 더 짙어졌다. 그 인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타도하고자 했던 갱단은 이제 존재했는지조차 불투명한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들의 뜻이 아무리 확고하고 간절했어도 지금 이 시점에는 헛되고 헛된 것인 셈이다. 내가 남길 기록들은 어떨까? 어느 분야나 흥망성쇠가 있는 이상 용학(이나 지질학이나 역사학)이 불필요해지는 시기 역시 오지 말란 법이 없는데, 내 기록이 과연 언제까지 유의미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을까? 기껏 해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는 거 아닌가? 목이 마르다 못해 따끔거리는 걸 의식할 찰나, 마법 기사가 물을 가져다주었다. 레아는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길게 보면 모든 생명의 끝은 죽음이고, 그렇게 치면 모두가 죽기 위해 사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죽으면 다 부질없다는 걸 안다고 당장의 갈증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살아 있으니까. 그래서 욕구도 감정도 생각도 있으니까. 아마, 그 인물들도 그랬을 거다. 그때는 살아 있었으니까. 보다 만족하거나 덜 후회할 선택을 하고자 애썼을 거다. 결과가 허망하다고 해서 그 순간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살아 숨쉬는 순간을 부정해 버리면, 정말로 죽음 말고는 모조리 헛일이 되어 버릴 테니까. 그러니 하자. 먼 훗날에 대한 생각 따윈 집어치우고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결심이 확고해지자 그 인물들의 계획도 마저 메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적으로 수긍되는 견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들은 그대로 옮겨 적는 데 집중했다. 나중에 내 의견을 별도로 남길지언정 구술 내용은 본래대로 살려야 할 것 같아서였다. 또한 누가 선하고 악한지를 평가하거나 어떤 선택이 비합리적이었다고 비판하는 건 자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건 단정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 테니까. (가령 전임 용 대표는 당시 발바리아 사람들에겐 수호신이나 다름없었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사신 같은 존재였을 거다. 흑룡도 내게는 친절하고 점잖은 고용주이지만 '그 용'에게는 철천지원수일 거고. 그 인물들도 과히 다르지 않을 듯하다. 누군가를 구하기도 했겠지만 해하기도 했을 테니 도움받은 이들에게는 은인으로, 해를 입은 이들에게는 원수로 여겨지겠지. 그러니 쉽사리 선악을 평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선택에 대한 비판 역시 마찬가지다. 얼핏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당시 상황에는 그게 최선책이었을지도 모르거니와, 설령 최선책이 아니었을지라도 섣불리 비판하는 건 위험할 거다. 누구나 어느 분야에서는 무지하거나 미숙할 수 있거니와, 외부에서는 손쉽게 판단 가능한 일도 당사자로서 접하면 혼란스럽고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니까. 그런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결과를 다 알고 내려다보는 입장에서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 같다.) 그러니 가급적 들은 내용만 정리하되, 내 의견을 따로 적을 때는 내가 전제하는 점을 근거와 함께 명시해서 주관적인 견해임을 부각해야겠다.

그렇게 방향성까지 메모하던 중 그만 울컥했다. 고맙다니, 가슴이 찡하고 저렸다. 사적 영역을 침해하다 못해 아픈 데를 자극해 버렸는데, 이런 반응이 돌아올 줄이야. 천 년간 한 번도 얘기한 적 없었다는 말까지 이어지니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에게도, 특히나 그와 절친한 용 대표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건, 그 인물들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괴로워서였을까? 다른 이에게 전하는 순간,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 현실로 굳어질까 봐? (그러면서도 현실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불가능해서 기록을 요람에 보관했던 거고?) 그런 거라면 지금 내게 털어놓은 건 어째서일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서? 단순히 그래서면 상대가 꼭 나일 필요는 없을 텐데. 내가 저 서류철을 봐 버려선가? 아니면 내게 그 인물들의 생전 모습이 보여서? 그러다 불현듯 그 인물들이 모두 인간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어쩌면 인간과의 일이었기에 용이나 정령왕보다는 인간에게 토로하고 싶어진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흑룡은 (침울한 분위기가 아주 가시지는 않았어도) 앞서에 비해 한결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그 인물들을 추모하러 가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내 추모도 의미가 있을까? 아닐 거다. 그들이 죽은 지 천 년 가까이 지난 오늘에야 그들의 존재를 인지한 인간인데 무슨 의미가 있을라고? 그들에 대해 아는 것도 이름과 생김새와 그들이 (옳으냐 그르냐 적절하냐 아니냐를 떠나) 하나의 목표하에 의기투합해서 있는 힘껏 살고자 했던 인간이었다는 것뿐. 그러니 내가 낄 자리는 아니겠지만... 흑룡이 추모하는 동안 일대 탐색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레아는 만년필과 수첩을 안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실례하겠습니다."

가볍게 목례하고는 그의 손을 잡았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뭐라도 발견되면 좋겠다.



// 주제가 묵직해 보여서 이 소리 저 소리 넣어 봤는데 지금 분위기에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선악이나 목표 달성 가능성 같은 걸 떠나 그 5인은 자기 삶을 살고자 했던 인간이라는, 현재 레아의 잠정적 결론이 기대하신 바에 부합할지도 궁금하군요😅


>>941

술, 담배.. 인간이 괴로움을 더는 데 동원했던 수단 중 건강에 해로운 걸 골라서(?) 섭렵해 봤군요😬 독소도 바로 정화되는 용 아니었으면 건강 상했겠습니다😞..

오😮 전례 없던 대이변인데 원인 파악 바로 합니까? 대단한데요 블랑님😗~♪!

대빵직 맡을 수 있는 나이 하한선을 낮춰 버릴 작정이랍니까😦? 있는 규칙 바꾸는 거 엄청 귀찮을 텐데(으르신들도 난리 칠 거 갘고요) 귀찮은 거 최고 싫어하면서 용케도 하는군요😶a

943 ◆8nz3IZH4M2 (1XZ7URPfsk)

2023-04-29 (파란날) 16:48:51

>>942 정답입니다!! 너무 완벽한 정답이에요!! 모든 정의는 상대적 관점이고 블랑도 본인이 과거 What if때 풀었던 이야기인 "자신은 [백]속에 있다."라 하는것도 어찌보면 완벽한 주관인 셈이죠!!

농담이 아니라 저 당시에 모두 배웠습니다.... 그래서 사실 테라스는 흡연 가능 공간이에요....

과거에 헬리오트가 입단 선물로 준 시계를 챙겨갑니다. 그 시계가 바로 사태 파악의 실마리가 될꺼에요.

귀찮은건 사실이지만 그래서, 블랑을 로드직에 앉혀두고 놀려먹을 기회를 놓칠 ㄹ가 아니라서요(.....)

ㄹ : "으헤헤헤헤헤헤헤헤. 놀려먹는다!! 놀려먹어!!"

는 답레가 좀 많이 늦을껍니다 ㅠ 제가 오늘 일이 있어서 밖에 나온지라....

944 ◆Tkeoq3Vax6 (WW.je1IKe6)

2023-04-29 (파란날) 19:31:51

>>943

답레는 너무 걱정 마시고 편하실 때 주세요🙂

근데 옳고 그름 적절함 부적절함 다 배제하고 보면 보스도 자기 삶을 살고자 아등바등했던 인간으로 볼 수 있지 말입니다..🥴 너무 상대주의로 치달아도 곤란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의라는 게 뭔지 전 모르겠습니다(아마 레아도 모를 듯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결국 지향 가능한 최선의 정의인가 싶어졌다가도, 이건 배제되는 소수에게는 악일 거 같아서 모르겠고😬 정의는 몰라도 불의임이 명백한 영역은 엄연히 존재하는 건가 싶다가도, 구조적인 문제로 개개인이 인지조차 못 하는 사이 저지르는 잘못도 있다 보니😑.. 정의고 불의고 일종의 스펙트럼 아닐까 싶어지고.. 어렵습니다😵;;

아니😦 실제로야 용이긴 해도 10대 청소년 모습으로 유희 중이었으면 다들 소년으로 알고 있었을 텐데 술 담배를 가르쳤단 말입니까😨? 마약까지 가르친 건 아니겠죠;;? TMI 하자면 제가 흡연 가능성 자체를 생각 못 했던지라 레아는 비흡연자입니다(...)

기능이 완전히 정지한 시계가 천 년 전처럼 멀쩡하게 작동하기 시작하는 연출이 나오려나요🙃?

블랑님 말고도 대빵직 일 잘할 만한 용이 있고 블랑님한테 대빵직 넘기면 허구한 날 전임 호출할까 봐 망설이는 중이라고 하신 거 같은데 결정한 겁니까😶?

945 블랑 - 레아 (z81tI45LSQ)

2023-04-30 (내일 월요일) 01:00:54

무언가 결심을 각오한 레아의 모습을 눈에 담아둔다. 그녀는 항상 자신이 평범하다고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빛나는 자질이 있음을 그녀 스스로는 아직까지 자각하지 못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타인, 그것도 거리감으로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타인인 자신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녀는 천천히, 하지만 누구보다 확고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좋은 현상이다. 용으로서 가지지 못했던 열정을 가진 그 모습을 보자면 어쩌면 자기네들 또한 인간에게 배울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시 시대상은 정말로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어느 갱단이 경비병보다 믿음직스럽단 말인가. 그마저도 정의로운 이들이 거리를 지키겠다고 상부의 방침과 어긋나가는걸 숨겨가면서 움직인단 말인가. 어린아이들이 타락에 빠지는게 일상이었고, 그들을 향해 손을 뻗어주는 이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던 일상이 떠오른다. 그러한 모습을 보던 헬리오트는 모든 것을 바꿔야한다는 일념하나로 몸을 불사질러가며 나아갔고, 그 끝에 마지막으로 의지를 이어받은 것은, 다름아닌 인간이 아닌 자신이었다.
레아가 손을 잡기 직전, 그는 자신의 왼팔에 시계를 채웠다. 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드워프들에게 계속 수리와 보수를 맡겨 마치 새것과 같은 느낌의 시계, 헬리오트가 자신이 갱단에 입단하였을때 주었던 선물, 투박하기 그지 없는 은도금 시계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재질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그와 자신을 잇는 유대의 상징이었고, 그를 위한 성묘를 가기로 결정했다면, 당연히 챙겨야할 물건이었으니까.

"미안하구나. 잠깐 준비를 하느라."

잠깐의 여유를 틈타 옷을 갈아입은 것일까, 레아의 손을 잡는 순간에 맞춰 마법을 걸어 자신의 복장을 바꾼다. 하얀 셔츠 외에 완벽히 검은 색 일색의 복장, 마치 장례식장을 향해 가는 듯한 상복의 모습이었다. 그러고보니 반역의 그 날에도, 보스의 딸을 대신 장례식을 치룬단 의미로 그들 모두가 검정색으로 통일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마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지만 감상에 빠지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레아의 손을 잡았고, 부드럽게 웃으면서 공간을 접었다.

─그 순간이었다.

마나의 흐름을 타고 공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던 그가 순간적으로 몸이 엄청 가벼워 지는 감각을 받는다. 그와중에도 레아의 손을 놓지 않았고, 그는 최대한 무슨 상황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공간 접기가 실패했단 것일까? 아니다, 공간을 접다가 실수했다면 차원과 차원 사이의 틈새에 유리 되었을테고, 그렇다면 당연히 가벼운 마법을 통해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감각은 마치 어디론가 빠르게 급류를 타고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대체 무엇일까,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이러한 흐름을 탄단 말인가. 그 순간 그의 시선으로 헬리오트의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정방향으로 가던 시계가 어느 순간부터 거꾸로 돌고 있었다. 그것도 천천히 가속을 더해가면서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마치 시간을 되감는 것 마냥 자연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리로 많은 결과가 떠올랐다. 진도 10의 지진으로 무너트린 탄명곡, 당연히 마나의 흐름은 뒤죽박죽이 되었을 뿐더러 한순간 이루어진 중력의 붕괴로 인해 발생한 지진은 당연히 그 지대에 불안정한 중력상태가 남아 있었을 것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이러한 결과를 내놓다니, 돌아가게 된다면 당장에 기록해둬도 나쁘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설마....!!'

그가 마지막 결론을 내리는 순간, 두 사람의 시야가 점멸하고.

다시 눈을 떴을때는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시계가 가리킨 시간은 다름아닌....1023년 1월 5일 6시.

"말도 안돼."

보스의 딸이 죽었을 당시의 시간대였다.

//

원래 절대적이고 완벽한 것은 없는 법이죠. 정의건 가치관이건 그 어떤것이던 간에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살아가는데 인문학이 계속해서 중요시 되는 것 아닐까요? :)

호송팀 전원이 마약 근절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헬리오트가 술 담배는 가르쳤을지언정 절대로 마약은 가르치지 않았죠!! 네버!!

아쉽게도 시계는 계속 유지 보수가 되어서 잘 굴러가고 있었고, 시계가 아주 자연스럽게 되감기는 연출이었답니다!!

그래서 아직도 고민중입니다. 귀찮음을 감수하고 저놈을 놀릴것이냐, 아니면 그냥 귀찮으니 알라투에게 넘겨줄까, 하고 말이죠.

946 레아 — 블랑 (iXRkdQsNWk)

2023-04-30 (내일 월요일) 04:44:43

흑룡은 준비한다더니 팔에 은빛 물건을 찼다. 시계를 연상시키면서도 오늘날의 시계와는 영 딴판인 무언가. 추모하러 간다면서 일부러 착용할 정도면 그만큼 의미 깊은(즉, 천 년 전의 인물들과 관련된) 물품일 텐데, 실금 하나 없이 윤이 나니 대체 뭔가 싶다. 하긴 저 서류철도 보존 상태만 보면 작성 연도가 거짓말 같네. 그처럼 물건들이 말끔한 건, 그가 당시의 흔적을 간직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는 방증이리라. 저 시계(?)의 외형을 천 년 전 유물과 비교할 수 있도록 그려 두면, 흑룡이 구술해 준 내용의 신빙성에 좀은 보탬이 되려나? (그림엔 젬병이라 대략적인 모양만 본뜨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생각과 함께 눈을 깜박였던가? 그가 어느새 그의 머리칼만큼이나 새까만(그래서 유일하게 하얀 셔츠와 대조적인) 정장으로 차려입었다. 그 일대를 완전히 무너뜨린 뒤로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했던가? 그렇다면 이번에 가는 건 흑룡에게 단순한 추모보다 뒤늦은 장례식에 가까울지도. 나도 검은 옷을 갖춰 입어야 하나? 어쭙잖게 끼느니 혼자 마음 추스르도록 떨어져서 할 거 하는 게 낫나? 망설이는 사이 흑룡이 손을 잡았다. 그러자 여느 때처럼 부드러운데도 어딘지 애련한 웃음과 몸이 뜨는 듯한 느낌을 마지막으로 감각이 아득해졌다.(아주 잠깐, 손이 더욱 꼭 붙들린 듯도 했지만, 확실치는 않았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땐, 상상도 못 했던 풍경이 들이닥쳤다. 흑룡은 갱단의 본부가 지금의 탄명곡에 있다고 했는데, 그러니 갱단의 본부가 있던 곳에 왔다면 주변은 지층이 뒤틀리고 갈라져서 뭐가 뭔지 분간이 안 되는 협곡이어야 하는데, 여기는 굴곡조차 완만한 지형이다. 눈앞에 웬 건물까지 버젓이 있다. 이게 대체..? 눈만 멀뚱멀뚱하던 중 흑룡의 경악한 듯한 목소리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뭔가.. 잘못됐다? 공간 이동에 실패한 걸까? 글쎄. 실패하면 공간의 틈새에 갇힌다고 했는데 여긴 어딜 봐도 틈새 같지는 않다. 그럼 착오가 생겨서 엉뚱한 데로 와 버린 걸까? 이것도 모르겠다. 그만한 문제면 그가 이리 당황할 리 없다. 도대체 뭐지?! 몸이 바들거려 손깍지를 꽉 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탄명곡에 가시려던... 게 아니었..습니까?"



// 레아는 공간 이동 중에 블랑님처럼 세세한 걸 살필 능력은 안 될 거 같아 그 부분 묘사를 최소화하다 보니 분량도 확 줄었습니다😅a

블랑님이 평범함 속의 자질이라고 평가하는 요소가 정확히 뭐일지 궁금해졌습니다 >>945의 맥락을 보면 열정 같은데..🤔 전 열정 하면 열혈캐부터 생각나는지라 열정을 의도하신 게 맞나 긴가민가합니다😓ㅋ

전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인문학이 중요한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를 레아가 접할 때마다 모 소설 등장인물의 대사가 떠오르긴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강해서 끄떡도 하지 않게 되는 날, 그 사람은 쓸모 없게 된단다. (중략) 절대의 진실을 찾아내어 이제는 망설임없이 오로지 그것만을 믿게 되는 날부터 그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는 앞뒤로 꽉 막힌 사람이 된다는 뜻이지."

마약은 안 가르쳤다니 다행이군요 그와 별개로 용도 마약에 중독되는지는 궁금해졌습니다😗 (온갖 독이 자연히 해독된다면 마약 중독도 안 될 거 같긴 합니다만😓ㅎㅎ)

천 년 전 시계라 당연히 고장 났겠거니 했는데 아니었군요😶a 시계가 거꾸로 도는 거에서 힌트를 얻는 거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님한테 넘긴다 해도 규정을 바꾸는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으니 귀찮음을 피하려면 2,500살 이상인 용 중에 적임자를 찾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947 블랑 - 레아 (z81tI45LSQ)

2023-04-30 (내일 월요일) 10:14:58

"아니 이곳은..... 탄명곡이 맞다."

그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당황한듯이 말하였다. 말도 안되는 상황을 눈앞에서 직면한 탓인지는 몰라도 항상 침착하고 온화하던 그의 모습에선 조금의 당황함 마저 서려있었다. 이곳은 콘스텔라티오의 본부가 확실했다. 저 큰 건물만이 아닌 주변으로 퍼져있는 각종 건물들이 대략 50여채 정도, 완전히 자연지물을 이용해 위장을 한 탓에 두 제국도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던 암흑가 역사상 제일 크고 강했던 범죄집단의 핵심부가 바로 그들의 눈앞으로 펼쳐져 있었다.
의외의 상황에 그 또한 생각을 정리할 틈이 필요했다는 듯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들이 위치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예전에 저지른 지진때문에 중력의 변곡점이 발생해 무중력 상태가 발생하였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시간선을 탔다는 소리가 되지 않는가. 도대체 그 시간의 변곡점 사이에 무엇이 존재하였기에 과거로 이동했다는 뜻일까. 그가 허공에 손을 내젓자 그 의지를 받아들인 듯 아공간이 열린다.

"다행히 몇가지는 작동하는 듯 싶다. 이정도면 출입증도 작동하겠지."

그가 서둘러 그가 즐겨입는 로브를 꺼내 든 뒤 그녀에게 씌워준다. 아무리 그래도 이곳은 범죄집단의 핵심부였다. 레아에게 이곳은 전인미답의 공간이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최소한도로 그녀가 안전할 수 있게 작업을 해두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로브위에 카모플라쥬를 걸어주고, 그도 모자라 그녀에게 인식 방해 마법을 걸어주며 마치 신신 당부하듯이 말하였다.

"잘 듣거라, 레아. 우리는 지금 1천년전의 시대에 와있다. 아마 지금의 시간대라면 본부에서 각자의 자기시간을 가지며 헬리오트가 임무 완수 보고를 하러 갔을 시간이다.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해 내가 또 있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일단 내 기감상으로 잡히는 것이 없다. 아마 시간의 변곡점으로 인해 이 시간대의 나로 내가 대체된 느낌이고."

즉 과거로 타임 시프트(Time shift)한 두 사람 중에서 블랑이 여기에 있다는 건, 지금의 시간대에 존재하는게 바로 블랑 본인이라는 뜻일 것이다. 일단 상황 파악을 하려고 한다면, 동료들이랑 모이기로 한 시간까지 돌아가는 것이 맞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레아가 걸렸다. 이 앞은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즉 그렇다 함은 레아가 위험에 빠질수도 있다는 뜻이고, 보면 안될─비밀 보다는 잔인하고 냉혹한 광경─ 장면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팀원들도 모르는 내 은신처가 있다. 그곳으로 가서 기다리겠느냐. 아니면 나를 따라오겠느냐."

물론 모든 것은 레아의 선택지였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따라온다면, 자신은 그녀를 전심전력으로 보호할 것이다.

// 묘사가 짧으면 어떻고 길면 어떻습니까!! 적절합니다!! 충분히 장문이에요!!

열정과 탐구심 그 모두가 레아의 자산이고 재능인겁니다!! 노력도 노력 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재능이에요!! 제가 사실 그런쪽에 재능이 없습니다(....)

오오오오..... 레아에게 너무 잘어울리는 말인데요!! 지금까지의 행보에도 딱 맞고요!!

사실 과거로 가는게 아니라 아예 일순(한바퀴 돌아버림) 해버린다는 방법도 있었는데.... 그럼 진짜 타임패러독스가 개쩔게 일어날거 같아서요....

ㄹ : "나 퇴직하기 전엔 어케든 되겠지~~ :.゚٩(๑˘ω˘๑)۶:.。"

948 레아 — 블랑 (iXRkdQsNWk)

2023-04-30 (내일 월요일) 17:45:56

터무니없는, 그 스스로도 당혹한 듯한 답변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가 탄명곡이라니? 어딜 둘러봐도 협곡 비슷한 것도 없고 보이는 거라곤 황야의 빛깔이며 움푹 솟은 솟은 바위 언덕의 형태를 빼닮은, 크고 작은 건물들뿐인데. 제대로 이동했다면 이럴 수가 없지 않은가. 찬 바람이 휘부는 날 선 소리에 움츠러들 찰나, 흑룡이 허공에서 눈에 익은, 바다 빛 로브를 꺼냈다. 그러나 그렇게 시각과 청각과 촉각이 느껴지는데도 뭔가 현실감이 없었다. 출입증도 작동할 거라는 말이 들려도, 로브가 몸에 둘러지면서 바닥에 늘어지는 감촉이 느껴져도, 그가 투명 마법을 썼는지 로브는 물론 제 몸까지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마냥 멍하고 불안했다.

그런 가운데 귀에 꽂히는 설명은 거짓말, 아니, 헛소리 같았다. 몸을 가눌 새도 없이 무릎이 꺾여 주저앉았다. 천 년 전이라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앉은 채라 목이 뻐근하도록 올려다봐도 표정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흑룡도 동요한 것 같다. 의도는커녕 예상조차 못한 눈치다. 그렇다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레아는 제 볼을 몇 번이고 후려쳤다. 꿈이면 제발 깨라! 그러나 볼이 달군 듯 얼얼해져도, 눈물이 그렁해져도, 그대로다. 달라지는 게 없다.

그대로 울어 버릴 것 같아 얼굴을 움키다시피 짓눌렀다. 타임 패러독스니 시간의 변곡점이니 모르겠고, 그저 후회스러웠다. 황당하다 못해 끔찍한 상황이지만, 흑룡에게는 나쁠 게 없을 듯하다. 아니, 오히려 돌아가지 않으려 할 것 같다. 그 인물들이 사망하기 전이라면, 천 년이나 후회했던 일을 뒤바꿀 기회가 생긴 셈이니까. 요람과 관련된 작업이 허사가 된 건 힘들겠지만, 그건 복구하려면 복구할 수 있을 거다. 그와 절친한 용의 대표도 만나고자 하면 만날 수 있을 테고.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 가족도, 산 리노도, 학교도, 친구들도!! 따라오는 게 아니었다. 그깟 증거 좀 없으면 어떻다고? 어차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었는데. 이 모든 게 내 같잖은 호의가 초래한 결과라는 게 미칠 것 같았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다.

거기 생각이 미친 순간, 허겁지겁 출입증을 꺼냈다. 이게 작동한다면, 어쩌면 이걸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집중이 안 됐다. 실패하면? 아니, 이동이 제대로 됐는데 여전히 이 시기이면? 생존 수단 하나 없이 홀로 동떨어지고 만다. 땀이 뱄는지 출입증이 미끈거린다. 한껏 부여잡아도 손이 떨렸다. 안 되겠다.. 손수건을 꺼내 출입증과 손을 닦았다. 그러고 나니 얼굴이 질척해진 게 느껴졌다. 어느새 코도 나와 연신 훌쩍일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현실이구나. 마른 세수로 얼굴을 훔쳐 내고 마저 손을 닦았다. 지금으로서는 흑룡이 돌아갈 마음을 가져 주길 바라는 게 그나마 가능성 있는 길 같다. 그러자면 일단 그 인물들이 무사한지부터 확인해야겠지. 레아는 출입증과 손수건을 안주머니에 넣고 비척비척 일어섰다.

그때 흑룡이 따라올지 말지를 물었다. 머리가 아파 왔다. 따라간다면 '그 용'과의 싸움에서처럼 내가 걸림돌이 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안 따라가자니, 무서웠다. 혼자 있다간 별별 생각이 다 들어서 피가 마를 것 같다. 정신을 가다듬고자 관자놀이를 누르다 가까스로 되물었다.

"제가 따라가면 블랑님께 방해가 되지 않을지요?"

그러고도 두통이 가시지 않아 이마를 짚다가 만년필과 수첩을 꺼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제정신으로 있기 힘들 것 같았다. 뭐든 적자, 여길 영영 벗어나지 못한대도 나는 미친 인간이 아니었다고 나부터가 믿을 수 있도록.(무슨 기록을 남겨도 이 시대 지성체들에겐 미친 소리로 치부되기 십상인 건 알지만) 우리 가족의 가계는 물론 내가 살았던 세상, 함께하며 서로 아꼈던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천 년 뒤의 세상에서 살았던 인간으로서 이제부터 겪어 나갈 일들도 낱낱이.



// 출입증이 정상 작동한다면 그거로 돌아갈 생각부터 할 거 같아서 슬쩍 언급해 봤습니다🙄ㅋ
+ 블랑님이 안 그래도 5명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레아까지 따라가면 혹이 더 늘어나는 거 아닌가 고민되지 말입니다😑
조선 시대 사관 모드(???)가 된 동기도 억지스러워 보이지는 않아야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a 납득이가 출몰해 버리면 몰입감이 유지되기 어려우니 말입니다😞
근데 >>434에서 원래 시간대로 돌아가려면 서류철도 필요하다고 하셨었는데 레아가 서류철을 챙기지 못한 거(지난 레스에서 서류철을 집어 들 만한 계기가 없었는지라..😥) 괜찮습니까?

훅 짧아진 것도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의 없게 보이면 어쩌나 찔렸지 말입니다😅a

하긴 꾸준히 노력하는 거 엄청 힘들죠😖 저도 못 합니다(...)

레아가 의심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으려는 사고를 하는 게 저 대사의 영향이긴 합니다😓ㅎㅎ 개인적으로는 레아가 평범이여서 무언가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지니게 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과거로 가는 대신 아예 일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요😮? 제가 잘 이해를 못 했습니다😵

949 블랑 - 레아 (z81tI45LSQ)

2023-04-30 (내일 월요일) 23:01:09

"..... 그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원리는 알것 같다. 원래 시간대로 돌아갈 방법은 알 것 같다만, 지금은 못갈 듯 싶구나."

확실히 지금으로선 힘들었다. 어떤 원리인지 파악했고 당연히 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중력을 제어가능하고 동시에 공간까지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자신이어야지만 가능한 것이었으니까. 그는 서둘러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레아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고, 동시에 패닉에 빠진 것을 대강이나마 짐작하고 있다는 듯이 품안에 안고는 어르고 달래주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어느정도까지는 확실히 이 상태를 타개할 만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 같았고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들인가. 이 탄명곡을 향해 수많은 텔레포트가 있었고 걔중에는 용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자체가 처음, 그렇다면 누군가의 개입이 있다는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존재가 하필이면 이 시간대로 시간대를 지정했다는 것은, 분명 자신에게 이 상황을 한번 타개해보라는 뜻과 같다고 그는 짐작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레아의 결심에 찬 모습이 들어온다. 마음 정리가 되었다는 것일까, 그녀의 눈에서는 왠지 모를 결의가 느껴졌다. 어쩌면 다시 돌아갈수도 없을지 모른다는 그 마음 때문일까. 가장 현실적인 반응이고 인간으로선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패닉에서 빠르게 벗어났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대견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은 괘씸하기도 했다. 물론 레아의 행동이 화가 났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그 모습이 아주 조금, 밴댕이 소갈딱지 정도만큼이나 거슬린 정도였다. 이래뵈도 꽤 유능하다고는 생각했는데 믿어주지 않다니.

"에잇."

그가 로브를 뒤집어 쓴 채의 상태 그대로 레아의 머리를 거세게 쓰다듬었다. 당연히 예의가 아니라는 것도, 이 상황에 어울릴 행동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을 조금 의심하는 그녀의 행동에 대해 분풀이가 되지 않았다.

"걱정말거라, 못해도 너만큼은 돌려보내주마. 내 심장을 걸고 약속하마."

그렇게 말한 직후,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차피 예견된 사건─보스 딸의 사망─은 막지 못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당장 팀원들을 만나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맞았다. 그렇게 결심하는 순간 따라나서길 희망하는 눈빛을 받아든 블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데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그 걱정을 깨트리는 것도 본인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그는 씨익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것은 어쩌면, 여지껏 레아가 보지 못한 그의 순수했던 시절의 웃음이 아닐까.

"지금부터는 전음으로 대화를 하자. 다행히 너 하나 못지킬 정도로 내가 나약하지는 않다. 그리고 최소한 여기서는 그때보다는 진심으로 싸울수 있을거 같으니....."

// 전혀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아가 진짜 큰 결심을 한거 같네요!! 그리고 서류철 못 챙긴건 아쉽지만 다행이도 수첩이 남았군요. 수첩을 그 역할로 대체하겠습니다!! 이런건 실시간으로 성좌에 가까운 저희들이 결정을 해줘야지요!!!

아이고 괜찮습니다.... 그간 길게 쓰느라 고생하셨을터인디.... 너무 무리만 하지 마시라요!!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을걸 태연이 해내는 레아!! 역시 인재다 인재!!

일순, 즉, 한바퀴 돌리는겁니다.... 이 경우에는 아예 운명이 고착화 되버리는 거라서.... 진짜 아예 바꿀수가 없습니다.

950 ◆Tkeoq3Vax6 (0w2OCPS8yE)

2023-05-01 (모두 수고..) 00:20:05

>>949

별 문제 없었다니 다행입니다🙂

스포아자씨의 개입을 빠르게 알아챘군요 블랑님이😮 평소에도 신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던 덕일까요😗?
그리고 결국 혹을 달게 된 블랑님(...) 그와 별개로 가지 않은 길은 궁금한 법이라..😑ㅋ 레아가 은신처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으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을지요?
또 궁금한 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레아의 현실 인식이 블랑님한테는 믿어 주지 않는 걸로 비친 겁니까🤔?

위까지는 서사 내적인 질문이고, 이제 서사 외적인 질문 드리겠습니다😓ㅋ 1,001레스 차면 새 스레를 파야 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새 스레 팔 때는 뭘 정해야 할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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