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스트레인지 파트> 피를 흘리는 은우였지만, 혜성이 응급처치를 해준 덕에 더 출혈이 심해지진 않았습니다. 이어 그는 혜성을 바라보며 힘겨운 숨소리를 내며 고맙다는 인사를 어떻게든 전했습니다.
리라와 혜성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파란 머리는 차가운 눈빛을 그대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 가만히 두 사람의 모습을 눈에 담던 그녀는 입을 열었습니다.
"...확실히 소용없어." "그냥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궁금했을 뿐이야." "...그러게. 그게 정답이네. ...우문이었네."
"그리고 맞아. ...죽이려고 했어. 솔직히 방해될 것 같으니까. ...원래 그렇잖아? 가장 방해가 되고 가장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를 죽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야." "...너희들은 다를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너희들의 생각은 잘 알았어. ...정말로 적으로 인식하도록 할게.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딱히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녀는 조용히 대답을 마쳤습니다. 그러는 와중 새봄이 마침내 건물 위로 올라오는 모습에 파란 머리가 처음으로 표정을 찡그렸습니다. 아마 몸 여기저기에서 상처가 나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버티는 것은 그만큼 그녀의 정신력이 강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이내 그녀가 능력을 사용하자 순간적으로 파란 머리는 뒤로 홱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능력은 발동했고, 순간적으로 닥치는 통증에 그녀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당신..."
이내 그녀는 드론을 주변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이를 꽉 악물고, 그대로 새봄을 노리려고 하는 찰나였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이어 그녀는 작게 혀를 찼고, 파워 슈트를 바로 옥상 위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빨간 머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철수하자. ...M이 당했어. ...아지트로 이동하자. ...나도..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위험해." "...젠장...!!"
그 말을 들은 빨간 머리는 이를 꽉 악물고 단번에 파란 머리 주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자신과 파란 머리의 주변을 수정으로 감쌌습니다.
"...우리의 패배야. ...당신들을 너무 얕봤어." "...하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되지 않을거야. 그건 놔두고 갈게. ...어차피 써먹지도 못할테니까. 누구 씨 때문에."
그렇게 말을 하는 파란 머리는 빠득 이를 갈았습니다. 그리고 리라와 새봄을 바라보다가 칫. 소리를 내며 혀를 찼습니다.
"...하지만 인첨공은 멸하게 될 거야. ...처음부터 존재하면 안되는 이 추악한 도시가 말이야." "...최후의 그 날에 또 보자. 저지먼트."
이내 두 사람은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어떤 버튼을 꾹 눌렀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어디론가 워프하듯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의 상황은 어떻게든 마무리가 된 모양입니다. 조금은 숨을 돌려도 되지 않을까요?
한편, 성운과 영희가 하는 말을 들으며 디스트로이어는 작게 혀를 찼습니다. 특히 영희 쪽을 조금 더 유심하게 바라보더니 그는 입을 열었습니다.
"약한 주제에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말하고, 저렇게 말하면 이렇게 말하고... 아. 짜증나!! 그리고 너!! 내가 그런 말 하는 것이 아닌 거 알잖아!! 내가 몰살한다는 것은 리버티다! 리버티!!"
성운의 말에 강하게 화를 내면서 그는 으으...소리를 냈습니다. 이어 그는 작게 혀를 차면서 뒤로 홱 돌아섰습니다.
"뭐. 좋아. 어차피 이번 것은 임무로 나온 것도 아니니까. ...흥이 깨졌다." "하지만 네 녀석이 한 말 중 하나는 공감한다. 인첨공에 '전장'이 아닌 곳은 존재하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애새끼'는 없다는 거 말이야." "...그렇기에... 난 네 녀석들을 더 인정할 수 없는거다. ...애새끼가... 보호받아야 할 애새끼들이 전장에 끼어들고, 저지먼트니 뭐니 하면서 위험한 일에 끼여서 목숨 아까운줄 모르고 까불기나 하고..." "...약한 것들은 보호나 받으며 되는 거야. ...괜히 뭐하겠다고 나서니까 힘없이 죽고 짓밟히는 거야. 뭘 하고 싶으면 강해져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어떻게 보면 네놈들의 의지나, 몇 번이고 꺾이지 않는 모습은..." "...나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강할지도 모르겠군."
그 말을 하면서 디스트로이어는 홱 뒤로 돌아섰습니다. 그대로 가려는 모양입니다. 말리지 않으면 그대로 가버리겠지요. 아마.
<철현&서연 쪽> 서로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근처에서 자전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항구까지 같이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항구에는 지시한대로 수정과 에너지 추출 장치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앞으로 가면 바다에 핸드폰이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을 것입니다. 물에 흠뻑 젖었지만 다행히 방수 기능이 잘 되어있어 아직 작동은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외에는... 거북이의 일부가 파편을 안고 떠 있었습니다. 이미 박살이 난 거북이가 안고 있는 것 중에는 파워 슈트의 파편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 있진 않았습니다. 무엇인진 잘 모르겠지만...
'파워 슈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색인 '검은색 작은 파편' 같은 것도 담겨있었습니다. 저것은 대체 뭘까요? 확실한 것은 거북이의 파편은 아니었습니다.
<그 외> 한양이 기자회견을 하자 기자들은 정말로 빠르게 그 내용을 옮겨적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와..내일 특종이다!! 감사합니다! 특종신님!! 이런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기분 탓이 아니었을까요?
확실한 것은 지금 당장 그 영상을 한양이 겨냥하던 이들이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일 아침에는 전달이 될 것은 분명했습니다. 인첨공 내의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올라올 것은 분명했고요.
그리고 아마 그는 알게 모르게 높으신 분. 정확히는 대표이사에게 찍혔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혜우는 밑으로 내려왔고 웨이버를 불러세웠습니다. 앞으로 걸어가는 웨이버는 잠시 고개만 돌려 혜우를 바라봤습니다. 그 눈빛은 매우 차갑고 날카로웠습니다. 강한 살기가 가득한 것이 이전과는 다르게 강한 압박감마저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
이어 웨이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뒤로 홱 돈 후에 차가운 한마디를 보냈습니다.
"늑대는 한번 문 사냥감을 절대로 놓치지 않아." "이 신아라님의 사냥감이 되고 싶지 않다면 더 끼이지 마. 최소한의 정이야."
그 말을 남기며 아마 그대로 웨이버는 앞으로 다시 걸어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 다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그녀는 다시 그 상태에서 입을 열었습니다.
"너희가 무슨 말을 해도 우리는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어. 너희들에게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들은 이곳을 용납할 수 없어. 무엇보다... 나는 낭군님을 배신하고 저버릴 순 없어."
"너희가 진정으로 우리를 부정하고 막겠다고 한다면 막아봐."
"그게 늑대의 방식이야."
적대감이 가득했지만 공격을 하진 않았습니다. 다가오지 마라는 분위기를 강하게 보일 뿐. 이어 그녀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아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으아..마무리 슬슬 들어갑시다! 10시 30분까지! 보너스 장면... 그냥 웨이버의 생각이나 그런 것이 살짝 나오는 그런 느낌이에요! 따로 웨이버전은 없어요! 지금은요!
자전거를 콱콱 밟으면서도 심란하다. 리라는 아무래도 힘든 걸까. 부장 쪽이 많이 위험해져 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괜찮아야 할 텐데. 걱정한다고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만. 당장은 자전거를 밟고 항구까지 가는 것만도 빡세게 느껴지는 서연이었다.
" 내년엔 저지먼트 안 할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우는 소리를 뱉거나 낑낑거려 가며 겨우겨우 항구에 도착해 보니, 거북이가 명령을 충실히 따라 줬다. 수정과 에너지 추출 장치는 멀쩡하다. 저 수정 어떻게 없앤다? 전격 에너지가 들어갔을 때의 미친 파괴력은 다시 생각해도 무시무시한데. 곰곰 궁리하다 엉뚱한 소릴 뱉어 본다.
" 저 수정을 파괴나 살상 말고 전력 발전에 활용할 방도가 있으면 좋을 텐데요... 전력 증폭은 무식하게 해내니요. "
그나저나 내 폰은 어딨어? 워치의 안내를 따라 자전거를 마저 밟으려니, 둥둥 떠 있는 폰이 보였다. 그걸 보자마자 바다에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물살이 세차서 한참 허우적거렸지만, 떠밀려 가는 줄 알고 쫄기도 했지만 어찌어찌 폰을 잡는 데엔 성공했다. 근데... 어떻게 나가지? 뭍이 너무 멀고 높다...........................
허우적거리던 중 뭔가가 붙들렸다. 그걸 튜브(???) 삼아 붙들었다가 흠칫했다. 거북이 머리................. 뒤이어 거북이 등딱지와 다리 따위의 파편이 보였다. 그리고 낯선 듯 낯설지 않은 파편들. 혹시 파워 슈트의 잔해?? 기분이 이상해졌다. 거북이가 이렇게 산산조각 난 덕에 난 의도한 바를 달성했고................... 아, 모르겠다. 산산조각 난 거북이를 모으고픈 마음이 없진 않았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포기하고 부두에 기어오르자 선배가 웬 검은색 파편을 건네주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검은색 파편에 사이코메트리를 쓰고자 집중하면서도, 선배의 착잡한 표정은 안쓰러웠다. 이런 상황을 겪으셨기에 마음이 힘드실 수밖에 없었겠구나. 뭐라도 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거북이의 파편에 매달려 올라왔다는 씁쓸함이 어느새 선배가 괜찮은지에 대한 걱정에 밀려 멀어져 간다...
은우의 감사 인사에 손을 들어올린 혜성은 은우의 등짝을 아프지 않게 찰싹 때렸을 것이다. 별걸 다 고맙다고 하고 있어. 새삼스럽게. 곧 혜성의 시선이 파란머리에게 향한다.
"이미 적이라고 결정 지어놓은 거 아니였어? 의외네. 난 그렇게 생각했거든. 아니면 너희들은 우리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나봐?"
평온한 어조로 파란 머리의 말에 느릿하게 대꾸하는 목소리에 명백하게 비아냥거리는 어조가 섞였다. 파란머리와 붉은 머리가 워프로 사라지자 그제서야 혜성은 리라를 똑바로 바라본다.
"천천히 심호흡해봐. 리라 후배님. 지금 얼굴이 너무 안좋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면. 혜성은 잠시 제 입가를 손으로 덮으며 눈을 아래로 내렸다.
"은우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가정일 뿐이야. 지금 사태가 있기 전에.. 정확히 어디 연구소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양관을 본 적이 있어. 다른 배양관들은 모두 비워져 있었는데 딱 하나에 태아처럼 보이는 존재가 있었거든. 내 생각에는, 저들이 그 배양관에서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같아. 괜찮다면 거기를 내가 한번 조사해보고 싶은데."
성공했다! 내가 해냄!! 신난다!! 흐물흐물 흘러내리는 파란 머리의 옷을 보며 장난에 성공한 어린아이처럼 (또는 어떤 가족 애니메이션의 조역 캐릭터처럼) 신이 나서 조소를 터뜨리다 퍼뜩 깨달았다. ...아, 맞다. 나 안 다치기로 했는데. 너무 가버렸네. ...뭐라고 변명을... 아니 사과를... 아이고, 모르겠다. 쟤네 가네? 잡아야 하지 않나? 근데 할 수 있나? 아, 못하네. 할만큼 했지, 이 정도면. 오, 그럼 심슨 생각난 김에 이 말 해주고 싶어. 원작은 발화자가 떠나는 구도였지만, 뭐 어때?
"SO LONG, SUCKERS!"
그렇게 마지막까지 한마디 해주자, 기운이 다 빠졌다. 내려가야 하는데, 귀찮네. 그래도 여기서 천년만년 있을거야? 내려 가야지. 기세등등했던 조금 전의 모습이 무색하게, 새봄은 내려온 대로 엉금엉금 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학생들다운 청춘을 누리면서, 웃고, 즐거운 추억들을 나누고, 골치아픈 일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정도. 어른이 되어서나 떠맡고 싶었어요··· 그냥 평범한 학생 하나답게, 그런 십대를 보내는 거요···”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런 「보호받아야 하는 학생인데」 우리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잖아요? 강철준 씨도 알잖아요. 이제 그 약한 것들은 짓밟히기 마련이고, 약한 놈은 무언가를 바랄 가치도 없다는 힘의 논리가 저희같은 평범한 학생들의 편범한 삶까지 짓밟고 있다는 것을요. 4학구에서는 학생 한 명이 신호등에 걸렸죠. 인첨공 15주년 불렛의 콘서트는 암부의 테러로 막을 내렸고요. 이제는 샤를리아가 리버티의 폭격을 당했네요.”
“그리고 그게 데 마레가 될 수 있었어요. 저와 제, ······ 제··· 제 친구가 샤를리아 폭격 당시에 데 마레에 있었죠.”
“그 아이에게 일상이나 다름없었고 집이나 다름없었던 그 곳이 그렇게 될 뻔했다고요. 당신이 말한 학생들다운 청춘을 누리고, 즐거운 추억의 배경이 되어야 할 그 곳이 힘의 논리에 위협받고 있다고요.”
“전 더 이상 그렇게 휘둘리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를 지켜줄 어른을 기다리기에는, 우리가 이루지 못한 것이 너무 많고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고 잃어버리게 될지 모를 것도 많아요.”
“그래서··· 강철준 선배님. 후배가 염치없는 소리 하나만 하고 싶은데.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휑하던 몸뚱이 위로 미지근한 옷감이 내려덮였다. 일전, 사진으로 보았던 그 차림 속 겉옷이 지금은 내 옷인 양 입혀졌다.
기장은 태오의 능숙한 손길에 의해 맞춰졌다 해도 긴 소매는 어쩔 수 없어 파닥파닥 흔들어보았다. 그런 속 편해보이는 나를 질책하는, 그보다는 조곤조곤한 잔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왠걸, 왜 그런 위험한 짓 했냐는 혼냄이 아니라 기집애가 왜 이리 무방비하냐는, 의외의 잔소리에 눈을 깜빡였다.
"음... 히히."
무조건 혼부터 낼 줄 알았는데 이번은 잘 넘어갔으니까 봐...주나?
어림도 없는 희망 품으며 태오를 보는데 예쁜 벚꽃색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른 겨울이 온 양 새하얀 머리카락이 명치 어딘가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설마...
그러나 그 예감에 집중할 여유는 없었다.
후들거리는 다리가 또 무너질까, 앞을 막아준 태오를 붙잡고 버텼다. 시선만으로도 날카로운 살기를 보내는 웨이버를 물러서지 않고 맞서 응시했다.
웨이버, 신아라, 늑대를 내건 월광고 저지먼트의 부장.
어떻게 보면, 월광고 저지먼트이기에 리버티인 것이 들어맞는 듯 했다.
늑대니까. 위협으로부터 물러서지 않고 끝내 다 죽더라도 달려드는 짐승이니까.
그 방식을,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살기 어린 대응에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말했다.
"최소한의 정? 아주 잘난 듯이 떠드는구나. 웨이버. 아니, 리버티의 리더 신아라, 라고 해야 하나?"
마른 목소리였지만 말에는 서늘한 날이 세워져 있었다.
"너희는 이미 가망이 없어. 여기까지 저질렀으니, 이제 와서 방법을 바꾸라던가 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 방법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어. 너희. 그러니 어디 하고 싶은대로 실컷 날뛰어 봐.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을 거라고, 이해 못 할 거라고,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거라면, 끝까지 그 신념만큼은 유지해."
"그리고 절대 부러지지 마. 누구에게도 꺾이지 마. X 같은 날개쪼까리들, 전부 짓밟는 역할은 코뿔소가 해낼 테니까! 신념은 더 강한 신념에 의해 꺾여야만 하니까!"
급히 목청이 높아진 탓에 까슬한 기침이 터졌다. 말도 뭐라고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마른 식도를 긁는 따끔함에 시야가 흐려져도 시선은 똑바로 웨이버를 향했다.
이거 뭔데? 바닷속에 있는 거대한 요새?? 호흡 기관을 모조리 아가미로 개조하지 않은 이상 용궁이라도 지었을 리는 없고. 잠수함인가? 무슨 잠수함이 끝이 안 보여?? 무슨 항공모함이야????
어리벙벙해 있는데, 웬 수룡이 그 안으로 들어간다. 수룡...이면 웨이버 능력이던가? 웨이버도 리버티임을 생각하면, 저 거대한 잠수함(???)이 리버티의 본거지거나 거점 중 하나겠다. 저런 걸 갖고 있을 정도면 확보한 재력이며 물자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을지도. 하아... 깝깝하네;;;;;;;;;;
자꾸 사라지네. 리라의 시선이 두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머무르다가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다음에는 추적기라도 붙여야 하나.
붙이면, 그 다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뭘 만들어 달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구였지. 그건.
전신에 미묘하게 감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 연산을 심히 과하게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려낸 게 몇 개더라. 그 중 망가진 건 몇 개였지. 얼굴이 좀 축축한 느낌이라 낯을 덮은 손을 떼어내면 희게 질린 피부가 시뻘겋게 물들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의외로 무감한 기분이었다. 뇌에 마취제라도 뿌린 것처럼, 아무 느낌이 없다.
"천천히 심호흡해봐. 리라 후배님. 지금 얼굴이 너무 안좋다."
소매로 얼굴을 슥슥 문질러 닦던 중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혜성의 얼굴이 거기 있다. 얼음 낀 호수처럼 새파란 눈동자는 정신을 피로하게 하는 핏빛과 정반대라 뻑뻑한 안구도 조금 편안해지는 거 같다. 이에 리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숨을 몰아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