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줄줄이 글자를 써내려가던 손은 수경이 더이상 미동조차 않고, 나아가 무엇도 제대로 응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에서야 멈췄다. 밀가루처럼 창백해보이는 손이 입을 틀어막는 모습에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앉는다.
"수경 후배님? 괜찮아요?"
뭐지. 공황? 숨이 안 쉬어지는 건가? 연지는 아무 연관이 없다느니, 연락하면 안 된다느니 하는 말들이 두서없이 흘러내리는 것을 얼어붙은 채 듣고 있던 리라는 이윽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뭔가가 잘못됐다. 일단 진정시켜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수경의 등에 손을 올리기 직전, 기어코 일은 터지고야 말았다.
"......헉."
짧게 숨 들이켜는 소리. 눈과 코에서 흘러내리는 피. 먼 거리를 두고 앉아있던 게 아닌 만큼 비릿한 혈향은 즉시 후각을 자극한다. 리라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돌발상황에 놀란 머리는 한순간 가동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눈에서 피가, 코피가, 그게. 그런 식으로 머뭇대면 안 됐는데.
"......잠깐! 뭐 하는 거예요! 하지 마!"
예리한 펜촉이 가면 안 될 곳으로 날아드는 모습은 망막에 슬로우 모션을 건 것처럼 느리게, 그래서 더욱 확실히 새겨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덕에 붙들 수는 있었지만 제대로 붙잡지는 못했으니 손날에 펜촉이 지나가 긁힌 상처가 새겨진다.
"이게 무슨—"
그리고 당혹스러움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세상이 뒤집혔다.
짧은 울렁거림이 뇌를 훑고 지나가면 세상이 온통 하얗다. 리라는 순식간에 변화한 공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짧게 기침했다. 천장도 벽도 바닥도 전부 하얀 방. 여기가 어디지, 그런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바로 옆에서 떨리는 몸이 느껴진다.
"수경 후배님! 정신 차려요!"
붉은 액체가 하얀 바닥에 원을 그리며 퍼져나가고 있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주머니에서 포스트잇을 꺼낸 리라는 어쩌면 아직까지 수경의 손에 들려 있을 볼펜을 가져와 붕대를 그려낸다. 드로잉 액츄얼라이즈의 설정으로 지혈 효과가 더해진 붕대는 출혈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그래봤자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건 변함없다. 치유 능력자가 아닌 이상 저 상처를 이 자리에서 바로 회복시킬 수는 없으니까.
"하아..."
수경의 목에 붕대를 감아 피를 멎게 해 둔 리라는 머잖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면이 막힌 방.
"......여기가 대체 어디지."
병원을 가야 할 텐데. 그런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다 보면 초커가 눈에 밟힌다. 뜯겨져 나가서 멋대로 구르는 초커를 바라보던 리라는 무슨 생각인지 그것을 집어서 겉옷 안주머니에 넣은 후,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전화... 119? 안티스킬..."
어디로든 전화가 연결되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긴 하지만 위급상황이니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 핸드폰을 쥐지 않은 손날에서는 잉크와 피가 섞여 흐르고 있었다.
"......여기 이거, 벽이지."
마침 하얀색이고. 리라는 상처 입은 제 손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붉은 잉크를 바라보더니 이내 벽에 상처 부위를 문댔다. 부족하다면 볼펜을 열어 잉크를 섞어서라도 그린다. 따라서 한층 짙어진 색깔의 붉은 잉크는 그대로 통로를 뚫는다면 적당히 사람 하나가 기어서 통과할 수 있을 듯한 크기의 원을, 그 원 안에 또 다른 원과 선을 그려낸다. 마치 문손잡이 같은 모양이다.
"됐다."
둥근 문. 리라는 다소 너저분하게 그어진 그림을 바라보다가 실체화 시켰다. 그리고 문을 열어보려 한다.
이젠 정말로 손님을 맞이하여 인사를 올린다는 행동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메이드 복장도··· 제법 편하게 느껴지고. 처음에는 치마 끝단을 붙들고 다니다가 실수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느낌··· 싫다. 이대로 이 옷에 너무 익숙해져버리면 언젠가 다른 옷도 입어버리게 될 것 같아.
ㅋ ㅋ ㅋ ㅋㅋㅋㅋㅋ저저저저기요 게임하다 헤어성형 똑같은데 코디 직업만 다르고 해방 뭐 하지 고민하는 사람처럼 발언하면 어캐요(?) 아 어이없단 표정 지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메폴 식구들이 쫌 경박하긴 해...😏 누구보다 데드풀을 많이 닮은 식구들~~ 아 밈미야 왜 안도해 두고보자 나리한결 더블콤보를 보여주마(저기요) 오 목적 패기 좋아요 그렇지만... 나리 목적 듣고나서 여전히 노트북 자판으로 뭐 작성하다가 "목적도 좋지만 인사는 해야지." 하면서 저장한 뒤에 덮으면서 "손해보는 장사는 안 한다. 자금의 액수를 보고 그에 맞는 거래를 제안할 테니 선택은 네 몫이다." 와 동시에 앉으라고 다시금 눈짓함.
간호사가 파나케이아 도착하자마자 투신한 학생인데 심장이 한 번 멎었다가 다시 소생했고 일차적인 치료는 해뒀다고 사정 설명할 거야😏
정확히는 소생 이후 호흡이 많이 불안정한 탓에 ai 호흡관 삽입했고, 추락할 때 차체가 충격을 완화시키긴 했는데 부서진 잔해에 관통상이 있으며, 현재 으스러진 몸 탓에 피가 멎지 않고, 개복해서 고인 피를 빼내며 잔해를 제거하는 수술과 동시에 응급수혈 중이라고 할 걸...👀
그랜절 박아요 하지만 나도 자료 보고 그 하 후. ...하 젠장 인간의 죽음이란 이랬으니까 😔
대체 예시가 그게 뭐야 너무 찰떡이라서 알아듣기가 쉽잖아ㅋㅋㅋㅋㅋㅋㅋ하지만 헷갈릴 법 하죠?(이러기) 이혜성 이 뒤에 가끔 자금 세탁하러 메폴 올때마다 절대 못 익숙해지고 어이없어하는 표정 꼭 한번씩 짓지 않을까(?) 왜이러세요 센세 제가 아무리 다공일수 맛있게 먹는다지만 이미 한결쌤이랑 여차저차 하는 거 아니냐구요 나리 주식 산 난 울어(??) 그치만 보여준다면 거절은 안한다 크아아아악 인사를 생략했네 유교걸 이혜성이 인사를 안하다니 긴장했다고 하자
솔직하게 뒤늦게 인사하고 이때는 좀 어리숙한 느낌으로 긴장했네요 하고 솔직히 말할 것 같지. 그리고 가방 들고 천천히 다가가서 테이블 위가 아니라 테이블 옆에 가방 내려놓고 "하는 일 있으신 것 같아, 옆에 내려놓은 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말한 뒤 매무새 가다듬고 소파에 앉아서 나리랑 마주함
새하얀 방. 번지는 것. 다행스럽게도 엄청나게 깊다. 까지는 아니었기에, 지혈효과 자체는 우수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전화들은 전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권외. 라기보다는 부자연스러운 끊김에 더 가까웠을까요?
그 방은.. 새하얬습니다. 이제는 그렇지 않지만. 그리고 음울한 공기가 짓누르는 것 같은 곳이었지요. 그리고 문이 열리면. 당신은 마치 호텔의 복도같은 공간을 보았을 겁니다. 문이 몇 개 있고, 그리고 복도의 끝에는....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어둠 속에서. 하지만 당신의 문이 있던 반대쪽 벽에 문이 생겼고.(*포탈과 비슷한 능력의 응용이다.) 그것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이런. 나의 티가 불순물을 데리고 돌아왔나 보네요." "안타깝게도." 정말 다정하고 고운 목소리의 여자입니다. 푸른색 계열의 머리카락과 눈. 창백한 얼굴. 미묘하게 수경과 닮은 것 같은 모습입니다. 일부가 가려진 초상이나 사진을 당신은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녀가 로벨입니다. 초커에서 흐르던 목소리와도 희미하게 비슷하다는 점을 당신은 알 수 있어요.
"안녕한가요 학생."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곱고 상냥한 인사를 건네면서도 수경에게는 눈길 하나 주지 않습니다. 대신 케이스가 산발이 된 머리카락과 원피스 잠옷을 입고 약간 몽롱한 눈으로 로벨 뒤에서 뭘 품에 잔뜩 안고 나오다가 수경을 보고 잠이 확 깬 듯한 얼굴을 하네요.
-어... 로벨.. 로벨 님. 부상. 부상을.. "케이스. 신경 쓸 거 없단다. 불순물이 나간 뒤에도 늦지 않잖니" 케이스는 움직이지 못한 채 멈춰있을 뿐입니다. 소녀는 그렇고. 그녀는 상냥한 웃음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상냥합니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아, 점장님···!” “오홍홍, 너도 참 섭섭하다 얘. 메이드로서의 봉사가 바쁜 것은 알지만 그래도 브레이크타임에 연락 정도 줄 시간은 있었을 텐데. 아무튼, 우리 레티시아가 출장점에서는 얼마나 성실히 일하고 있나 체크하러 왔어요.” “그, 긋, 전 하루 땜빵이었을 뿐인데 무슨 정규 직원처럼 대해주실 필요는 없는데요···!” “무슨 소리니? 카페 에인절스에서 한 번이라도 유니폼을 입고 손님들을 섬겼다면 당당한 에인절스의 천사란다. 가슴을 피렴.” “그, 그, 그···!” “왜 그러니, 몽슈?” “그런 걸로 가슴 피고 싶지 않아요오오오오──!!!”
점장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찻잔을 떨어뜨렸다. 아무튼, 그것은 그것이고 점장으로서 정직하게 평가했을 때 완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에인절스의 천사로는 손색이 없다며, 에인절스의 문은 언제라도 열려있을 테니 원한다면 언제라도 전화하라며 점장은 마지막까지 미련을 놓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휴 당신도 훌륭한 겜덕👍 그치만 헷갈릴 법하니 ㅇㅈ(?) 아 안 익숙해지냐고 익숙해지게 도와주마 메폴식 유오머 총출동~(?)
이이이이사람아 이사람아 괜찮아요 나리주식이 먼저 도파민 터졌잖아(?) 주식 꽉 잡으세요 자주 오릅니다 그거...😏😏😏 ㄴㅋㅋㅋㅋㅌㅋㅋㅋㅋㅋㅋㅋ 아 인사 깜빡했냐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이혜성 유교걸 논린...
뒤늦게 인사하면 고개 끄덕이면서 "어리숙하게 굴어도는 좋지만 거래할 때는 정신 꼭 차려, 선생. 내 그쪽 간까지 다 빼먹을 수도 있어." 하고 툭 얘기 던지면서 혜성이 슥 보더니 노트북 덮어서 자기 무릎 위로 올릴 것 같구. "당장 바쁜건 아니니 괜찮지. 그래서, 대략 가늠해볼까. 저 가방 안에 다 들어있는지, 지폐 단위는 얼마인지 얘기해보지 않겠나?" 히시면서... 가방 사이즈 가늠하다 돈 단위 듣고 얼만지 대충 유추하지 않을까 진짜 무서븐 사람... 아마 값 듣고는 "세탁 수수료는 받지 않고, 정보를 대가로 받지. 양지의 소문 한두 가 정도면 좋겠는데." 하고 견적 내주지 않을까
이런걸로 내가 겜덕이었음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어 크아악 데드폴식 유머 필요없어 살려줘 여기서 나가게 해줘 크아아아악
나리태오 주식이 맛있는걸요 원래 광공은 유구한 도파민 역사가 있으며 (이런발언) 자주 오르는데 그만큼 자주 상장폐지 된다는 뜻이지? 알아......내가 주식투자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건 할 수밖에 없었고() 하지만 이혜성 아직 스트레인지에 익숙하지 않은 어리숙한 사람인걸 이해해야돼(강요)
나리 말에 뼈가 있어요 무서워요 두려워요(대충 두려워요 하는 짤) 나리 질문에 잠깐 입다물고 있다가 이혜성 천천히 가방 안에 전부 들어있고 돈 단위 이야기해줄 것. 단위같은 건 적당히.....적당히...퉁칩시다 텍스트 속의 무언가의 규칙으로 알지? 우와 무서워 유추까지 하다니 역시 나리야 늘 짜릿해 새로워(?) 양지 소문.....? 이혜성 담배 꺼내고(꺼내는데 나리가 피는 블랙데빌이랑 비슷한데 딸기향이 더 진한 커스텀이었으면 좋겠다) 다리 꼬고 무릎을 장갑 낀 손으로 덮은 뒤 "실례가 안된다면 한대 펴도 되겠습니까?" 하고 살짝 시간 끌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 중에 양지의 것들만 걸러내지 않을까. 그리고 불쑥 "현태오." 하고 운 띄우고 "저지먼트에서 성하제 기념으로 카페를 했다는 걸 알고 계시겠죠. 그 자리에 한결이라는 남자가 찾아왔다덥니다." 하고 한결이랑 태오 사이를 불어버리는 이혜성. 근데 불어놓고 이혜성 속으로 겁나 사죄하지 않을까(이혜성은 양심이 아파졌다!)
통화 연결 불가. 정확히는 중간에 신호가 끊긴다. 리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이내 문을 그려 뚫린 벽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전화가 터지지 않을 건 예상했다. 이런 부자연스럽고 수상쩍은 공간에서 전화가 될 리가.
"......여긴 뭐지. 호텔?"
정갈한 복도에 늘어선 문들. 그리고 복도 끝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뭔가 빛나는 것 같은데. 아무튼 눈에 보이는 위험 요소는 일단 없어 보인다. 그럼 여기로 수경 후배님을 옮길까. 벽을 뚫고 뚫다 보면 밖이 나오겠지. 다소 무식한 방법이지만 지금은 이러는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당신이 로벨이군요."
다정하고 고운 목소리는 초커에서 노이즈와 함께 흘러나오던 그것과 흡사하다. 게다가 푸른 머리카락과 눈, 창백한 피부에 어딘가 수경을 닮은 것 같은 인상. 리라는 이 얼굴을 본 적이 있다. 인터넷을 떠돌고 시현의 도움을 받아 과거 기록들의 스크랩본을 뒤지면서 수없이 스쳐간 얼굴의 일부가 지금 마주본 여성에게서도 명확히 보인다.
"그쪽인가요? 수경 후배님에게 목걸이 채운 사람."
상냥한 인사를 건네는 로벨과 달리 적대감을 굳이 숨기지 않던 리라의 눈동자가 그 뒤의 케이스에게 닿았다. 잠이 덜 깬 것처럼 몽롱하던 얼굴이 곧장 충격에 물드는 게 보인다.
"여긴 어디죠? 그리고 당신이 왜 수경 후배님과 같이 있어요? 수경 후배님은 연지 연구소 소속인데요. 제가 알기로 연지 연구소는 로벨 연구소와 뜻을 같이 하지 않고요."
알아두지 않았다면 이상한 점도 느끼지 못했을 만큼 당연하다는 태도가 불편하다. 리라는 입술을 살짝 짓씹다가 포스트잇을 꺼내고 잉크가 얼마 남지 않은 볼펜을 쥐었다.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발작하고. 저는 이런 증상을 보인 사람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 뒤에는 결국 암부가 있었고요."
같은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혜우의 경우가 떠오르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케이스가 말해주었던 이야기. 암부와 연구소. 강경파, 중도파, 온건파. 내부 고발 사건과 테러. 인명피해.
성운은 짜게 식은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친구들 중 한 명인 태랑이가, 또랑또랑한 눈을 하고 제 숙제공책을 성운이에게 펼쳐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자기 손으로 풀어보라고 하신 문제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걸 아시면 선생님께서 달가워하지 않으실 텐데요···” “하지마안─ 나 이거 도저히 혼자 못 풀겠는걸! 대신 풀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한 번만 도와줘, 응? 응?” “그렇게 소란 피시면 곤란해요 주인님. 다른 주인님들도 계신 곳입니다··· 어쩔 수 없네요.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보겠습니다.” “고마워요 왕멋쟁이 아기메이드!” “주인님, 너무 심하게 깝치시면 영업시간 이후에 감당 힘든 일이 생기실 수 있답니다.”
성운은 싱긋 웃으며, 펜을 잡고 태랑의 문제집 위로 시선을 숙여내렸다. 풀이는 간결하고, 알기 쉽게 진행되었다.
“이제 여기에 이걸 대입하고, 마지막으로 이 식만 계산하면─ 얼마죠? 그렇죠, 훌륭해요. 이런 유형의 문제는 이런 식으로 푸시면 된답니다.”
성운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성하제의 마지막 날, 인천을 떠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저지먼트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축제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관광객은 관광객마다 현지인은 현지인마다 관계자는 관계자마다 분주하기 그지없다. ─메이드로 일하는 것도 오늘 오전이 마지막이겠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공연 준비를 해야 하니까. 성운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지막이니까. 유종의 미를 거두어보자.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시선을 들었을 때, 성운의 눈에 닿는 게 있었다.
무언가 반짝이는, 인첨공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예쁜 장난감이 횡단보도 위에 굴러다니는 것을. 그것은 성운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히 반짝거리고 있었고, 이내 그 시야 초점의 주변에 무언가 눈이 들어오는 존재가 있었다. 그 장난감의 주인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가, 부모가 다른 데에 한 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아장아장 보도의 경계석을 넘어 그 횡단보도 위의 장난감을 다시 주우러 가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횡단보도는 진작에 빨간불이 된 지 오래였고, 유인 차량 무인 차량 할 것 없이 도로 위를 가로지르며 쌩쌩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리고 저 멀리서, 거대한 무인 트럭 하나가, 속도를 채 줄이지 못하고 횡단보도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경악에 가득찬 비명소리를 배경으로, 성운은 몸을 날렸다. 메이드복 자락을 나부끼며, 한 발짝, 한 발짝, 경쾌하게 뛰어든 메이드는 아이의 손을 꼭 잡았고, 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달려오는 트럭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성운과 어린아이 주변에 거대한 과속방지턱이라도 자연스레 있는 것처럼, 트럭이 갑자기 위로 솟구치더니 고래의 브리칭을 연상케 하는 우아한 아치를 그리며 허공을 가로질러 성운과 아이의 머리 위를 지나 저 뒤쪽의 지면에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착지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달려가지 않는가.
성운은 땅에서 장난감을 주워 아이에게 쥐어주고는, 어깨를 톡톡 쳐주었다.
울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멈추지 못하는 아이의 부모님을 달래어드리는 게 오히려 성운에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은 비밀이다.
심연의 눈이 그 뒤에 무슨 상상을 하고 무엇을 생각했을지 심리술사가 아닌 나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내가 유도하는 대로 상상을 이끈다고 해도 그것의 결과가 내 예상범위 이내일거란 보장은 단 1할도 없었다.
그럼에도 한결에게 생각을 부추기고, 이미지를 불어넣었다. 내 입으로 그것을 꺼내 눈 앞의 나를 인지시켰다. 태오를 생각하면 필연적으로 내가 걸릴 수 밖에 없도록.
마주하는 검은 눈을 보면서도 나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한결의 입술이 움직일 땐 입술에 시선을 두고 빠짐없이 그 말을 읽어내었다. 형제끼리는 싸우는게 아니다, 라는 말에 후훗, 하고 소리 흘려버렸지만.
그렇게 하시겠다면, 내 다음 수는...
"선생님. 저는 두 분이서 싸우길 바라시는게 아니에요. 그랬다간 그 사이에 낀 태오가 힘들 건데, 왜 그런 걸 바라겠어요?"
다시금 떠오른 심연의 미소는 선함 그 자체라 살짝, 몸이 떨릴 뻔 하긴 했다.
"저는- 그래요, 전 두 분이 '솔직하게' 행동하시길 바랄 뿐이에요. 두 분 모두 태오를 향한 마음이 진실되며 진정이라면, 그보다 더 좋은게 어디 있겠나요. 아시다시피 태오는 지난날 너무 많은 고초와 고난을 겪었어요. 그 힘듬을 받쳐줄 사람이 둘이라면, 동생된 이로서 그보다 든든한 일은 달리 없겠지요. 저는 두 분 모두 '가족'이 되어주신다면 환영할 거랍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어날 일을 지켜보는 건 흥미로울테지만. 하지만.
"그러니 혹여나 하는 말이지만, 제게서 태오를 떨어뜨려 놓을 생각은 하지 말아주시길 바라요. 선생님의 마음이 얼마나 깊고 무거운들, 제 지난 상실의 시간에 비할 것은 아니 될 테니까요. 그러니 저, 이번에는 멀어지지 않을 거랍니다."
그리고 생긋, 하는 어여쁜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지으며 한결 쪽으로 손을 뻗었다. 내려놓아둔 펜과 메모장을 집어오려 하며, 막지 않는다면 두어장 넘긴 깨끗한 장에 또박또박 내 이름과 이명, 그리고 전화번호를 적었겠지. 그것을 막았다면 폰을 꺼내 다이얼 창을 열어 테이블 가운데 내려놓았을 것이었다. 번호 좀 주실래요, 하는 말과 함께.
"친하게 지내요. 저희. 희박하고 기막힌 우연조차 성사시켜 버리는 이 인첨공에서, 척 진 상대를 만들어봤자 좋을 것이 무엇 있겠어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