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situplay>1597044413>998 어... 그러고보니까 우연찮게도 월월이랑 이러한 관계성이 되었으니... 이제 슬슬 가져올 때가 되었군... 기승전결의 두번째 파트... 재희랑... 토끼굴이랑... 현시점에서 점례가 왜 재희가 아닌 뜬금없이 서우라는 애의 데이터를 찾으려 하는지... (이마짚음)
>>12 암부가 사라진 이후 성운이가 이상징후를 보이며 폭주하려고 하고, 알터 로고가 찍힌 로봇이 4기 들이닥쳐서 성운이에게 이상한 전자소총 같은 걸 드르르륵 갈깁니다. 참혹한 꼴이 되어서 쓰러진 성운이를 바디백에 담을 테고요. 뒤따라 들어온 서헌오 박사가 성운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하며 충분한 치료기간을 가진 뒤에 성운이를 다시 여러분 곁에 돌려보내주겠다고 말할 거에요.
이때 서헌오 박사가 혜우를 바라보며 증오에 가득찬 목소리로 '얘가 다시 돌아왔을 땐 널 기억 못할 텐데 너도 눈치껏 내 아들한테 다가오지 말라'고 으르렁댑니다. 누구라도 자원해서 서헌오 박사를 설득해야 하는데 설득하지 못하면 돌아온 성운이는 혜우와의 기억을 모조리 상실하는 전개, 였네요.
일단 이러나저러나 서헌오 박사는 곧 올 거에요. 로봇을 대동하지 않을 테고, 설득할 필요도 없을 뿐.
뽀작뽀짝, 귀엽기도 하고, 일도 잘 하고, 안고 자면 푹신해서 잠이 잘 오는지라.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까. 토끼를 의자에 앉혀놓고 물어보는 것이었으니, 그냥 고개만 갸웃해 보이는 모습에 그만 진심으로 웃고 만다. 정말 귀엽기도 하지. 복복복 쓰다듬어 주고선, 조심이 들어 바닥에 내려놔준다.
아아아아악 깜빡한거 샹그릴라 출처는 혜우우였다 샹그릴라 사건 당시 밤마다 스트레인지에 잠입해 샹그릴라 모으는 떡밥 있었음 이 사실을 알아낸 검은머리가 세뇌에 명령을 내려 전부 받아냈음 원래 용도는 situplay>1597044413>947에서 나온 장치의 능력 증폭에 쓰려고 했음
>>79 머야 초 레어하자나 세계 유일무이 여친이랑 커플 돌핀이 가능한 남자 타이틀도 붙여줘(끌려감)
>>80 그치 그 때 너무 확실했음 그리고 틈틈히 염탐도 함 보일 때마다
>>81 ㅋㅋㅋㅋㅋㅋㅋ 딱히 다이스가 필요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한타임 ㄱ쉬고 이어주려 했지롱
그니까... 암부가 받은 의뢰가 총 세가지였음 1 한유영의 건 2 제1스테이지에 나온 장비 시범 데이터 수집의 건 3 영락 소장의 건
여기서 3번이 관련있는데 암부의 검머가 영락 출신이랬자나? 영락 출신이면서 동시에 영락 소장의 손자임 태생 레벨5로 태어난 초 엘리트 하지만 인첨공의 진실을 알고 그쪽 유열로 빠져버린 케이스 과거 자진 퇴소했던 아이들 중 레벨 5가 있었으며 스트레인지로 빠졌다는 풍문(근데 사실인) ^이게 리라는 얻지 못 했던 영락의 정보
아무튼! 그래서 영락 소장이 미리 이 검머네 팀한테 의뢰를 넣어놓음 만약 누군가 혜우를 해하려 다닌다면 그걸 대신 받아서 가능한 최소한으로 수행해라 그리고 겸사겸사 얘가 이러이러한 연구(그 시험관 연구)를 하는데 이것의 방해를 하고 가능하면 포기까지 하게 해줘라 검머는 후배 일이기도 하니까 ㅇㅋ하고 중학교 시절부터 지켜봄 (U군이랑 대화할 때 후배라는 언급을 했었음) 근데 애 상태가 아무리 봐도 양지에 살 타입은 아니라서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일찍이 음지로 거두려고 했는데 번번히 방해받음 (>>수호 까마귀<<) 그래서 1차 포기하고 3년이 지났는데 얘가 갑자기 능력 폭풍성장하고 또 막 멘탈 찌그러짐 때마침 유영이 스트레인지 들쑤시고 다니면서 혜우 잡아족치려고 함 아! 이제야 의뢰를 실행할 때가 왔구나! 하면서 먼저 유영에게 접근해 의뢰를 선수침 (겸사겸사 꼬드겨서 동료로 물어와야지 히히 함) 그리고 시작이 봄의 교통사고였다 이거임
>>133 우선 제가 가장 섭섭했던 건 제가 스트레스받는 걸 보고 좋아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는 부분인 것을 확실히 해두겠습니다.. >>131에 대해서는, 끝낼 기회를 빼앗긴 기분이에요.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고 던져준 고구마를 받아먹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느긋하게 할 수 있는 진행이 아니었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으니... 그런 조건 하에서 진행의 퀄리티는 정말 좋았어요. 제 취향이 편협해서 이런 열린 엔딩에 알러지반응이 있어 안 좋은 느낌을 받았을 뿐이니까요...
>>140 그럼 두 제안을 절충하는 걸로 어때 암부 애들은 죽진 않으되 한동안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을 입고 성운이는 트라우마가 악몽 레퍼토리에 남되 아주 가끔 몇달에 한번 그 정도만 꾸고 솔직히 그 정도 일을 겪었는데 트라우마가 안 남는 것도 이상하긴 하니까 특히 성운이라면야...
너희 입으로 말했잖아? 암부라는 건 한둘이 아니라고. ■■님이 관심있게 투자해주신 프로젝트가 너희들 덕에 거진 반쯤 풍비박산이 나서 화가 좀 많이 나셨어. 그래서 너희한테 경고를 좀 해주라셔. 뭐, 홈 게임을 했으면 어웨이 게임도 해야지. 그런데 솔직히 말할게. 나는 지금 꽤 개인적이야. 늙은쟁이 지시만 갖고 이런 수고를 한 게 아니라고. 너희가 나한테 내야 될 판돈이 많아. 그 미친 ■의 의뢰를 너희 입맛대로 해석해서 너희 좋을 대로 행동한 것. 걔한테 받지 않아도 될 고통을 준 것. 그런 끝에 걔가 몇 번이고 갖은 히스테리와 불안증으로 까무러칠 지경까지 몰아붙인 것. 그래서 그 아이를 그렇게 차갑도록 만든 것. 사람을 영입하고 싶으면 제대로 된 연봉과 업무조건을 프레젠테이션으로 작성해서 가져와야지, 아주 버릇없는 방식으로 헤드헌팅을 시도한 것. 누리랜드 데이트를 잡친 것. 성하제까지 잡칠 뻔한 것. 그들과 제대로 붙어보지도 않고 쫄래쫄래 도망간 것까지.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리턴은 최대화하겠다는 그 발상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너희와 얼굴 직접 맞대기로 했어. 너희를 지금 당장 여기서 점 하나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면 「내」가 그 아이와의 행복을 위해 애써 간수해온 깨끗한 손이 의미가 없어지니까, 앞서 ■■님이 나한테 지시하신 대로 경고 정도로 끝내자. 너희의 손이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갖는지에 대한 경고 말이야. 혜우가 당했던 만큼의 고통을 너희도 체험해보는 선에서 우리 이야기를 끝내자고. 능력? 마음껏 써. 굳이 눈을 감지 않아도 돼. 떠도, 감아도, 너희의 가장 큰 공포가 여기에 가득할 테니.
“그런데 아들.” “네?” “여기 메이드 앤 버틀러 컨셉 카페 아니었니?” “네, 그런데요.” “근데 너 집사복은 어쨌니? 잘 어울릴 것 같아 기대했는데.” “엣, 그, 그게!” “왜, 뭐 어디 찢어졌거나 버리거나 했니~?”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럼?” “그, 그게에, 제비뽑기에서··· 메이드 옷을 뽑아버렸어요···” “어머나. 그러면 입고 왔어야지 얘!” “어, 엄마?!” “엄마한테 주인님 소리는 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들한테 그런 소리 들으면 부모 실격일 것 같고. 하지만 옷차림은 보고 싶네~”
>>155 일단 말씀드릴 수 있는 것만 말씀드리자면... 혜우에게 헌혈해줄 때. 이게 어떻게 되나 보자고요, 하는 말을 남기고... 성운이가 다시 쪼그라들었잖아요? 마치 원래 있던 사람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지금의 성운이의 몸에 어떤 오류로 인해 서브젝트 스리가 빙의(개념은 다르지만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현상이 유사한 단어를)해 있었기에 그렇게 된 거에요. 빙의되어 있던 동안 두 인격은 하나로 융합되어서 서로 기억을 공유했고, 지금의 성운이가 서브젝트 스리의 모습을 포기하면서 두 인격이 다시 분리되었죠.
혜우의 옆 침대에 눕는 기억을 자신의 마지막 기억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이따금 먼발치에서 혜우를 한 번씩 바라보다 다시 인첨공의 그늘 속으로 사라지는, 인상 사납고 키 큰 성운이가 아직 지하 어딘가에 있답니다.
>>159 네, 맞아요. 어라 지금까지 꽤 대놓고 서술했는데 👀 정확히 말하면 스리는 원래 별개의 독립체로, 유전자만 같고 기억도 성격도 딴판이었는데, 원래 다른 템플릿을 참조해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어야 할 서브젝트 제로가 템플릿 선별 시퀀스의 오류로 갑자기 서브젝트 스리까지 한꺼번에 템플릿으로 삼아버려서 몸은 유사 가사상태에 빠지고 인격만이 서브젝트 제로의 몸에 옮겨간 거죠. 한 몸에 두 인격이었던 셈인데, 참조가 너무 강하게 돼서 두 인격이 일시적으로 융합해버리는 통에 이중인격 증세는 안 일어났다고 하네요. 다만 원래 몸으로 돌아간 서브젝트 스리가 성운이의 기억까지 다 복사해버린 사소한 문제가. 스리는 지금도 종종 제로의 기억자료를 접할 수 있는 대로 접해보고 있다고 해요.
주방에 일손이 부족하다 하여 도우러 온 지금. 고작 파스타 하나 삶으려고 했을 뿐인데. 잘 타는 파스타 면(?) 들을 보며 갑작스레 불멍을 하게 되었을까. 그 모습을 보고 급하게 달려온 다른 아이들에게 등 떠밀린 것이니, 주방 밖으로 쫓겨난 금은 이후 주방 출입금지 행을 받게 된다.
상황을 종료하고 나오니 벌써 새벽이 깊습니다. 검푸른 새벽 밤하늘에 기울어가는 반달이 밝기도 합니다.
앞서 실종자의 이송을 위해 미리 연락한 안티스킬이 추가로 대기하고 있던 덕에 혹시나 병원으로 이송이 필요한 부원이 있다면 바로 옮겨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일단 한 명은 확실히 필요해 보였겠지요. 한유영, 이 모든 일을 사주한 범인인 그녀입니다. 천혜우는 그런 그녀마저 부상을 낫게 해준 후에 안티스킬에 인계했습니다.
"어차피, 아무 것도 못 할 거야. 이제..."
그 말대로 한유영은 추후 정신을 차렸지만 정신상태는 온전하지 못 하여 어느 이름 모를 정신병동으로 보내졌습니다. 작은 창 하나가 세상을 비춰주는게 전부인 그곳에서 아마 남은 여생을 보내게 될 겁니다.
벌린 일의 대가치고 무겁다 생각될지 모르지만 글쎄요, 한유영이 인첨공에 들어오기 전의 행적을 되짚어보면- 그런 말은 안 나오게 될 지도요.
범인의 상태가 저러하니 자연히 피해자였던 이들이 사건 진술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종자들의 진술은 하나같이 '잠시 산책을 나갔는데 눈 떠보니 여기였다' 라는 말만 했습니다. 아마도, 실종자들의 의식과 기억 또한 그들에 의해 조작된 모양입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모두 정신 감정과 뇌파 검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나왔습니다.
가장 영양가 있는 사건 경위는 천혜우에게서 나왔습니다.
"잡혀있는 동안 들었거든요. 범인이 그렇게 될 걸 미리 알고 얘기한 것 같아요."
그렇게 천혜우는 실행범으로부터 들은 사건 경위를 작성했습니다.
[진술서] 성명 : 천혜우 나이 : 17 성별 : 여 직업 : 목화 고등학교 1학년
위의 사람은 피의자 (한유영)에 대한 (납치 및 감금, 폭행, 살인 미수)에 대한 (피해자)로서 다음과 같이 임의로 자필 진술서를 작성 제출함.
- 피의자는 과거 샹그릴라 사건 때 복용했던 전적이 있음 - 때문에 약의 부작용으로 현재 열등생이 된 것에 자격지심이 있음 - 또한 피의자는 평소 인첨공 외부에 거주중인 부친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음 - 그것에 대한 원한을 한 씨 기업의 라이벌 기업인 천 씨 기업의 자녀인 피해자에게 품음 - 실제 외부에선 한 씨 기업이 기울고 천 씨 기업이 득세하고 있다고 함 - 피해자 위 사실과 아무 관련이 없으나, 그들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원망을 받음 - 피의자는 본가 기업의 자금을 인첨공 내부로 빼돌려 그것으로 사람을 고용 - 봄부터 지속적으로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함 - (수많은 위해의 기록들) - 위해의 정도가 급상승하게 된 이유는 성하제로 인한 개방으로 인첨공에 온 부친에게서 절연 통보를 받았기 때문 - 통보의 충격으로 인한 착란 상태로 다수의 납치 사건을 진행 - 본디 서른 명 정도의 납치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피해자의 납치를 통한 저지먼트의 개입으로 무산됨 - 실행범은 다수였으며 능력을 통해 도주한 것으로 추측 - 피의자는 과정 중에 다량의 샹그릴라를 복용하였음 - 샹그릴라의 출처는 불명, 고용된 인물들의 정체도 불명 여러모로 부족해 보이는 사건 경위였지만, 현재로서는 그것 만이 전부였을 것입니다. 정신 나간 한유영에게서는 기억을 읽는다 한들 제대로 나오는 것이 없었을 테니까요.
현장 감식을 통한 조사도 이루어졌지만 스트레인지에서 스킬아웃들이 사용한 장비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고 폐공장 단지 역시, 그들의 흔적은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방식이었겠지요.
천혜우는 사건 다음 날 조금 핼쓱하지만 당당하게 걸어 저지먼트 카페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주러 와 준 이들을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지먼트 여러분. 덕분에 무사히 살 수 있었어요. 또한 저로 인해 심려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하오니, 이 빚은 꼭 갚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꼭 얘기해 주세요. 기꺼이 도울게요."
조금은 낯부끄러운 감사를 전한 천혜우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어색하게 웃어보였습니다. 이제는 아무 걱정 할 필요 없다는 듯이.
자- 자 시간을 살짝 돌려 그들이 폐공장에서 물러났을 때로 돌아가봅시다.
여즉 어두운 밤이 계속되는 그 시간, 그들은 큰 건 하나를 잘 마무리한 보람을 느끼며 스트레인지로 돌아갔습니다. 그곳에 아지트가 있- 는 건 아니고, 마지막으로 마무리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았기 때문입니다.
"하밀, 아직 멀었어?" "음, 다 왔어. 이 근처야."
스트레인지의 깊디 깊은 골목길로 찾아 들어가니 한 남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검은 발톱 무늬가 새겨진 자켓을 입고, 특유의 장식이 달린 가면을 쓴 남자. 최근 3학구 스트레인지에서 알음알음 이름이 나고 있는, 비사문천의 멤버였습니다.
그 멤버는 한 사람을 의자 삼아 깔고 앉아 있었습니다.
머리마저 잿빛인 남자를 향해 검은 머리의 그가 웃으며 반겼습니다.
"이야, 역시 실력 하나는 출중해. 시간까지 딱 맞추고 말야. 믿고 맡기길 잘 했다니까?" "잔말 말고 보수나 내놔." "아, 섭하긴, 자, 약속했던 보수."
검은 머리의 그- 하밀이라 불린 그는 자그마한 손가방을 하나 내밀었습니다. 그 안에는 빳빳한 현금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계좌 이체 같은 건 흔적이 남으니까, 현금이 최고 아니겠나요? 특히 범죄 자금이라면 더더욱.
비사문천 멤버- U군은 가방을 열어 대충 금액을 계산하곤 돌아섰습니다.
"벌써 가게? 오랜만인데 술이나 한 잔 하고 가지." "난 아직 근무 중이다. 낮에 보던가." "하여간 낮술 참 좋아해. 그래, 다음에."
하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U군은 골목의 벽을 박차고 올라갔습니다. 그대로 건물 위로 올라가, 감시 드론에게 비춰지지 않는 길을 골라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비사문천의 캡틴에게 그 돈가방이 전해졌을 것입니다. 출처를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입니다.
[앞서 받았던 의뢰의 보수다. 의외의 내용은 최근 스트레인지를 배회하는 인물을 잡아달라는 것이었고, 그 인물은 최근 납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을 스토킹하며 점착하던 악질이다. 그 인물이 스트레인지에서 스킬아웃을 고용해 일을 벌이려는 조짐이 있었고, 그걸 사전에 막기 위해 포획을 의뢰한 것이다. 죄질은 명확하나 양지에선 처벌 받지 않을 인물이었으니, 그를 데려간 측에서 적절한 제재를 가할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해도 U군은 그것 밖에 모른다며 어깨를 으쓱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끝에 툭, 지나가듯 덧붙였겠지요.
"고맙다. 캡틴."
무엇이 고마운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U군이 일전에 얘기한 인물이 누구인지 감이 잡힌다면요.
아, U군이 잡은 남자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포박 당해 바닥에 깔린 채, 너저분하게 긴 백발 사이로 탁한 검은 눈을 굴리던 그 인물은 하밀이 이끄는 팀 메르헨파티에 의해 끌려갔습니다.
"그래- 그 아이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인물은 우리가 먼저 포섭하라는 의뢰였으니까. 그런데 어쩌지? 방금 일이 다 끝나서, 이제 그 의뢰를 지킬 필요가 없게 되었네? 그럼 이 인간을 어쩌면 좋을까?"
하밀은 세빨간 눈을 가늘게 좁히며 웃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마침, 근처에서 '사람'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받아서 말이지- 마침 조건에 딱 맞는 사람이 있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캣?" "저거 보내자." "그치? 그래야겠지?"
하밀은 그렇게 말하며 끌고 온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그 너저분한 머리에 손을 대 꾹 누르며, 즐거운 듯 말했습니다.
"오, 겁 먹지 말아- 이제부터 아픔 같은 건 질리게 느끼게 될 텐데, 벌써부터 그럼 견디기 힘들 걸? 특별히 정신 생생하게 유지시켜 줄 테니, 그 동안의 업보에 이자까지 톡톡히 치르도록 해. 양백담 씨."
"다 치렀을 쯤에도 제정신일 지는 모르지만. 하하."
깊은 밤, 스트레인지 깊숙한 곳에서, 입 막힌 비명이 짧게 울려퍼졌습니다.
날이 밝으면, 어느 연구원의 실종 신고가 조용히 철회되겠지요. 이제, 찾을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아무리 밤이 길다 해도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거야.
깊은 골목 구석에, 깊은 바다 밑바닥에 한 순간이라 해도, 빛이 들음은 분명하니 부디, 길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길.
>>238 흐에엥 ㅠ "혜우야…… 나, 마침내 그려낼 수 있어, 내가 무얼 그려야 할지 보여…… 몇 년을, 원치 않는 태어남 이후로 줄곧 고민하던 것을-! 마침내 그릴 수 있어. 무한한 영감이 떠올라. 아, 그래, 이거였어…… 그야말로, 완벽해……. 가서, 가서 작품을 만들어야만 해……. 신데렐라를, 해방을 넘어선 작품이 되겠지. 하하, 하, 그 개*같은 새끼. 내 이명을 이시미로 달아두고 승천하지 못하리라 믿었나 본데, 어림도 없지……." "왜 그런 눈으로 봐, 기쁘지 않아? 기뻐해야지. 세상이 찬미한 텐데 네 거기에 함께 하여야지……" "너도 알잖아. 신데렐라에게 네가 말을 건 것도, 해방을 보는 것도, Mare에 시선을 꽂던 것도 알거든, 나. 나의 자식들을 보았음을, 나는 작품을 통해 알지." "응, 혜우야…… 오빠가 미안해. 오빠가 그동안 잘못했어, 이런 걸 진작 깨달았어야 했는데,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내가, 내가 잘못, 응, 잘못했어."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바다를 좋아한다고 하지요. 나는 지혜로운 자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결혼생활이 처음부터 엉망이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모든 건 인천첨단공업단지 때문입니다. 당신의 은사가 미쳐있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그 은사의 집착과 광기가 밑바닥에 닿아 본래 있어야 할 것을 먹어치우고 정원을 만들었고. 그 정원의 관리자이자 집착과 광기를 본받은... 아니 어쩌면 당신이야말로 그것의 원본이었을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파경을 맞이했다. 나누었던 거울을 깨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것을 돌려주었고. 당신에게 거울상으로 비추는 것을 잘 해보라는 악담과.. 그러면서도 당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공허한 덕담을 건넸지. 한참의 생각이 당신의 말로 인해 흩어져 녹는다.
"그래서.. 나를 계속 만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도...이 건에 관해서는 들을 권리가 있지 않아요?" "그렇다면 질문해 주시지요." 심호흡이 길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 긴장감. 이 죄 깊은 도시에서 그 죄를 안은 사람이라는 자각이 들어 한참을 침묵했다가 겨우 말을 꺼냅니다.
"왜 그 애가 저지먼트에 있어?" "...나한테는 그렇게...말해놓고 이미 끝냈다고 했으면서..." 허망함의 목소리다.
어지간하면 이야기 안하고 그냥 보려고 했는데 이젠 제가 스트레스 쌓여서 못해먹겠으니 분명하게 이야기드릴게요. 하이드해달라는거 다 해줄 수 있고 두 분 합의하는거 봐 줄 수 있고 원하는거 다 해줄 수 있는데 진짜 캐오분리 확실하게 해주세요. 몰입도 스스로 감당이 되어야 하는거지.. 지금 이게 몇번째인건지... 괜찮다고 말을 하시는데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 후에 얘기해주세요. 제발. 그리고 다른 분들도 자꾸 나 도움 되니 안되니 진행중에 얘기하시는데 그냥 드립성이면 그러려니하는데 자꾸 나오면 저도 힘들어요. 정말 철저하게 먼저 때린 이만 딜 세게 들어가서 쓰러뜨려서 이후 같은 곳 공격한 이들은 모두 'miss'처리 시키면 또 내 공격 씹혔어 그럴거잖아요. 일단 행동을 하면 다 어떻게든 영향을 주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건데 진짜 내가 있어야만 했다 급의 활약을 내려면 철현주처럼 진짜 신박하고 기발한 것 정도는 가지고 와야 맞지 않나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냥 적 공격했다 능력으로 방어했다 이것만 써 있는데 '내가 없으면 안되는 활약'이 나올 순 없잖아요. 솔직히 개인이벤트라도 진행해 본 이는 제가 무슨 말하는지 알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힘든거 아니까 저도 병풍 안되게 다 영향을 주도록 판정내리고 있다는 것만 좀 알아주세요 8ㅁ8
어째 태오와 한결을 보니 친근한 수준을 넘은 듯하다. 손에 자연스럽게 깍지를 끼고, 미소를 짓고, 입술을 벙긋거리지만 그 뜻을 이해하고. 태오는 한결의 손을 가져다 제 볼에 대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더니 마찬가지로 입술만 달싹이고 있었다. 선생님을 믿어요. 네에, 저는 믿고 있답니다. "아……." 사근사근 속삭이던 태오는 몸에 느껴지는 낯선 감각에 눈을 굴리고는, 손을 슥 풀며 말없이 혜우를 토닥이다 한 번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했다. 몸은 좀 괜찮냐는 뜻이었다.
"커리큘럼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반가워요, 혜우 학생.]
한결은 익숙하게 수화로 대화하다가도,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깨닫곤 미리 준비해둔 노트에 슥삭거리며 글을 적었다.
[저는 잘 지냈답니다. 혜우 학생은 잘 지내셨나요? 데 마레에서 소식을 들은지라 걱정이 됐네요.]
그리고 한결은 예의 새카만 눈으로 혜우를 말가니 쳐다보다가도, 천천히 눈을 접어 미소 지었다.
[제가 처음으로 담당하는 학생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커리큘럼도 잘 따라와주고,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더 아끼게 되는 것 같아요.]
>>395 뻗어버린 월이는 점례가 데려갔대~ (죤) 머... 점순이 모먼트래봤자... 걍 애가 좀 시니컬해지는 정도니까. 어느정도인지는 조만간 나올 독백에서... (찡긋) 호에에... 그런 귀중한거 줘도 되는 건가여? 그것도 물론 언젠간 봐야 하는 시츄긴 하다만, 어떻게 보듬보듬 해야 할지 고민하라는 말인가... 곰곰... 🤔🤔🐻🐻
대충 트라우마들의 강도를 나열해보자면... '누군가를 잊다' << '첫사랑' <<<(4차원의 벽)<<< '병원' 정도이려나요? 🤔 물론 '그냥 병원' 일때와 '한마음 정신병원' 일때와의 차이도 굉장히 엄청나게 크지만 뭐. 그건 갠이벤을 한다면 원없이 보실테니까요!
>>397 그 뒤로 월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 시니컬 점례... 역시 멋있겠군. (끄덕) 그래도 첫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는, 점례 덕에 거의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다른 사람들이 도와줘야 할건 병원밖에 없는데... 흠. 갠이벤 전에 월이가 한마음 정신병원에 한 번 다녀올 일이 있다는 것만 흘려두겠습니다 😊
>>39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지... 그래도 수경이는 제일 점잖은(?) 트라우마기도 했고 자각한 직후에 배에 구멍이 나버리는 바람에 큰 동요는 없이 지나갔지만... (근데 사라진 트라우마가 케이스에 대한 적대로 가버림)
"일이 익숙해져서 나름대로 재미는 있는데 재미 있는만큼 진상은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어...." "진상 상대하기 힘들지. 그래도 다들 대처는 잘 하고 있으니까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있잖아?" "넌 진상에 왜 그렇게 능숙하게 대처해? 다리 터치하려는 사람 메뉴판으로 때린 거 봤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래? 같은 부원의 말에 혜성은 토끼 메이드를 안아들어 제 어깨 위에 올려두고 슬슬 머리를 부비는 행동을 받아주며 잠시 도록, 눈 굴렸다.
"글쎄, 왜 그럴까...." "우와 대답 안하고 도망가는거야?" "뭐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는걸."
실종자는 모두 구출했다. 혜우까지 포함해서. 심지어 혜우는 상태가 좋진 않지만 의식까지 돌아왔다. 마음이 놓였다. 가장 심하게 다쳤던 진형을 비롯해서 내 몸에 생긴 자잘한 상처(이리저리 뛰고 구르느라 생긴거지만)까지 씻은듯이 낫게 해줬을 땐 무척 고마웠다. 그래도 진형한텐 병원도 꼭 가보시라고 우겼다. 혜우의 능력이야 어느 수준인지 잘 알지만 그래도 사람 몸에 구멍이 났다. 정말이지, 아찔했다.
맞아, 서형이 말해준 바에 의하면 기억의 주인, 그러니까 백발 씨가 그 레이저로 혜우를 쓰러뜨리고, 까만 알약을 잔뜩 먹는게 보였단다. 얼른 메모했다. 세은이에게 제출할 저지먼트 활동 보고서에 쓸 생각이었다. 백발 씨 사건에 마약이 엮여있다는 정황 자료로는 유용할 테니까. 사실, 마약을 누가 줬는지도 알아내서 보고서에 적고 싶었는데 걘 캐퍼시티 다운에다 테이저건도 잔뜩 맞아서 아프고 정신도 없을 텐데도 욕이나 하고 말도 안 해줬다. 못됐어!
사실, 마약도 마약이고, 배후도 배후지만, 왜 스팸을 보내서 우리를 불렀는지, 피랍자 신병을 인계할 때 어트랙션을 시킨 목적은 뭔지, 전투에 앞서 테이저건같은 건 왜 줬는지... 영문 모를 일들 투성이다. 근데 이제 와선 그 영문이 뭔지 생각해 봤자 피곤하기만 할 거 같다. 백발 씨는 안티스킬 선생님들이 데려가셨으니 잘 심문도 대응도 다 하실 거고, 저지먼트가 할 일이 생기면 또 소집되겠지.
다음 날엔 혜우가 저지먼트 카페에 나와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줬다. 조금 핼쓱해보였지만, 어딘가 크게 아파보이진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고맙다는 말을 들을 만한 일을 했나?
혜우가 걱정됐던 건 맞다. 전에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했다가 갑자기 실종됐다니까. 그래서 찾으러 나가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결국 이유가 뭐가 됐든 그러지 않았다. 그 뒤에 스팸 유령 씨 일로 소집됐고, 두리안 어택을 할 때까지도 이게 혜우랑 관련된 일인 것도 몰랐다. 그러니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 순간만큼은 혜우는 저지먼트 일보다 우선순위가 밀린 셈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폐공장에 가서도 내가 한 건, 영문도 모르고 납치범과 한 패로 추정만 되는 스팸 메시지 발송자가 하라는 것만 주구장창 하다가 레이저 맞을 뻔했던 것 뿐이다. 그 난리를 치고도 알아낸 건 뭣도 없고. 랑 선배랑 서형이 아니었으면 난 광인 씨가 왜 선빵을 날리고 음파공격까지 덤으로 날렸는지 몰랐을 거다. 지금에 이르러선 궁금하지도 않다. 서형이 이야기해준 걸로 짐작해보면 그냥 약쟁이 묻지마 폭행범인 것 같던데.
아무튼, 아무튼. 감사받을 일을 했다고 스스로 납득하기가 어려워서 영 마음이 찝찝했다. 하다 못해 다른, 지금 혜우랑 친한 - 특히 6번 방에 갔던 사람들 다수처럼 혜우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고, 그 스팸이 혜우 일이라는 걸 비교적 바로 알기라도 했더라면 이 감사를 들었을 때 마음이 편했을까? 저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찬물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혜우의 감사에 마음이 편치 않은 진짜 이유를.
내가 일방적으로나마, 혜우를 아직 친구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여겼다면, 내가 뭘 했든 못했든 간에 혜우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했을 거다. 유령 스팸이 혜우의 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었겠지. 혜우 생각만 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혜우의 고맙다는 말에는 이런 생각부터, 말부터 했을 거다.
살아 있어줘서, 내가 더 고맙다고.
하지만 실제는 어떤가? 이번 임무가 혜우의 구출임을 깨닫기 전이든 후든, 심지어 모든 일이 끝난 뒤에도, 난 항상 다른 것들, 다른 사람들이 우선이었다. 함께 동행했던 사람들과의 교류(와 그 과정에서 생긴 개인적인 상처 하나. 이건 그래도 임무중에는 잘 덮어둔 것 같다. 조만간 당사자랑 이야기해서 잘 풀어야지.), 그들에 대한 걱정, 일단 스팸 메시지 발송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 그리고 레이저 피하면서 광인 제압하기. 마지막으로, 구하러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에 받을만 했나 혼자 따져보기.
애초에 혜우도, 정말로 고마운 사람은 따로 있을 거다. 혜우랑 가까운 사람들. 당장 연인인 성운 선배라던가, 리라 언니... 뭐, 더 있겠지. 그 이상은 모르겠다. 그러니 다른 부원들과 동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맙단 소릴 '덤으로' 들었대서 그 말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할 필욘 없겠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새삼 실감이 났다.
혜우와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로서의 연은 완전히 끊어졌구나.
1년 남짓.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어떤 인연이 끝나는 데는 충분했나보다. 당연하다. 그 1년 간 나는 오직 생존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혜우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 물론, 앞으로 2년 반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은 나나 혜우 중 누가 탈퇴하지 않는 이상은 저지먼트 동료일 테니, 계속 만날 테고 협력도 할 거다. 하지만 저지먼트 동료 천혜우에게서 초등학교 시절 내 친구 혜우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없는 사람을 무슨 수로 찾아? 애초에 내 능력은 '이미지네이션 쿠킹'이지, '이미지네이션 퍼슨 인 더 패스트'가 아니라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지금 나와 놀아주고 교류해주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재밌게 놀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서로 정신적으로 부담 안 되는 선에서 진지한 대화도 하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게 어떤 건지, 내가 줄 수 있는지 주의깊게 살피고. 우리가 필멸자인 이상 그들도 영원히 있어주진 않을 테지만, 마지막 순간이 오더라도 가급적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마무리짓고 싶으니까. 이번에 혜우와의 관계를 나 스스로 정리한 것처럼 말이다.
잠을 설친 탓인가. 혓바늘이 돋아서 입안이 욱신거리는 게 신경쓰인다. 잠은 엄청나게 오고. 서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주문서도 헷갈렸다. 결정적으로 팬케이크를 굽던 도중 스토브 앞에서 졸아버리는 통에, 팬케이크를 태워먹은데다 동기의 걱정어린 야단을 맞고 말았다. 성운은 순순히 자신에게 너무 많은 피로가 누적되어 있음에 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메이드복 차림 그대로 대충 복도의 의자에 앉아 곤히 잠이 들어버렸다.
의자에 기대눕다시피 앉아 잠깐 눈을 붙이고 있자니, 메이드 토끼 서너 마리가 복실복실 모여들어서 성운의 주변에 모여 잠자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복도에 그렇게 기대어앉아 잠든 성운의 모습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귀여운거+귀여운거=더 귀여운거 공식을 성립시켰고,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카페에 한번 더 끌리도록 했다.
태오의 손길은 부드럽다. 7년 전, 동생을 어르고 달래는 듯한 손길이 몇 배는 더 섬세해졌다. 살살 쓸어주는 손길을 뒤로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너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태오는 한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결은 반듯하니 정적인 글씨체로 혜우와 대화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데 마레의 가족이니까요. 스카디 님께서도 많이 걱정하셨어요. 나중에 한 번 찾아뵙는 건 어떤가요?]
한결은 글씨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혜우를 한 번 바라본다. 새카만 눈동자는 순진한 미소를 지었으나, 태오는 그 미소에서 시선을 떼고 있었다. 그리고 한결이 눈을 돌리자 시선을 맞춰주고는 희미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겉으로는 그래도 학생을 아끼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렇죠?] "저는 잘 모르겠는데……." [에이, 이럴 때는 동조해줘요. 일단, 마음껏 주문해도 좋아요.] "……파르페 하나랑, 커피는 블랙으로. 맞나요?" [네.]
태오는 걸음을 떼며 주문을 받기 위해 떠나기 전, 입술을 달싹였다. 혜우도 쉬이 읽을 수 있을 만큼 명확했다.
- 선생님, 저 오늘 일정 없는데.
입술의 움직임을 읽은 한결의 시선이 동요한다. 펜을 쥔 손이 우뚝 멈추고, 잘게 떨린 눈동자 뒤로 한결은 무언가를 삼켜내듯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애써 눈을 휘었다. 이윽고 펜을 내려두더니 고개를 저었다. 태오 또한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이내 끄덕이면서도 물러섰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러면, 학생은... 따로 대화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한결은 다시금 펜을 들었다. 태오가 멀리서 추가로 타인의 주문을 받는 것을 힐끔 바라보며.
저건 또 뭐람? 새로운 손님이 들어왔지만 현재 담당하고 있는 손님이 없는 사람은 자신 뿐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주문을 받으러 손님 앉은 테이블로 향하다가 혜성은 제 눈을 의심했다.
저 장면을 뭐라고 말해야할까. 전혀 안어울릴 것 같은 스타일의 세명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의심스레 눈길을 주던 혜성은 느릿하게 눈 깜빡인다. 저렇게 보니 안어울리는 타입들인데.. 테이블 위에 메뉴판을 올려두고 주문을 위해 아날로그하게 메모장을 펼쳐들며 생각했다.
게다가- 볼펜을 입가에 가져다댄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의심해볼 법한 느낌이지 않았나.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던 주제에, 남일은 눈치가 빠른 게 자랑은 아니지만 말이야. 주문을 받기 위해 걸어가던 태오와 눈 마주쳤을 적이면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는 슬몃 가늘게 변했을 것이다. 약간 짜식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453 반응 그 자체가 좋은거니 퀄리티는 신경 안써도 된다냥 맞다 혜성주 에필로그 확인했어? 원래 진행 마지막에 저지먼트 앞에서 비사문천으로 양백담 제압하는 모습 보여줄라 했는데 그만 시간과 분량에 쫓겨 에필로그에만 담겨버렸어... 기껏 카메오 허락해줬는데 멋있게 못써서 미안해잉
>>455 불쾌한 골짜기? 그건 또 새로운 감상인 걸? 어떤 점이 그랬는지 들을 수 있을까?
알바 제꼈다고 사장님한테 겁나 깨졌다. 당연하다. 혜우가 납치돼서 저지먼트가 발칵 뒤집혔던 거야 순전히 내 사정이니. 그렇다고 알바 제낀 보람이 있었냐면 그렇지도 않다. 내 능력으로 단서를 잡아보려던 시도는 하는 족족 빨간 눈깔 수박한테 막혔으니. 그 빨간 눈깔의 패거리일 수박들이 가라는 데로 가고 하라는 대로 하고 템 주는 대로 받고... 답답해 죽겠으면서도 그 상황을 돌파할 방도를 못 찾은 난 사실상 그 수박들의 꼭두각시였다. 납치범들이 시키는 대로 끌려다녔어도 실종자 찾았으면 OK인가? 수박!! 글고 능력 막히면 무쓸모인 내가 저지먼트에 있어야 할 이유는 있나? 우리 학교에 능력자 천진데 나보다 고렙이라 빨간 눈깔 수박한테도 안 막힐 사이코메트리스트 하나 없을라고?
그래서 퇴부서를 써 나가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혜우 납치 사건 때 내가 느꼈던 내가 뭘 해도 소용없으리라는 무력감을, 철현 선배를 비롯해 레벨이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몇 년간 수시로 느끼고 좌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난 고작 하룻밤 사이 낙담하고도 저지먼트를 때려치네 마네 하고 있는데 그들은 어떤 마음일까. 내가 감히 이렇다고 가늠할 수 없는 괴로움일 거다. 운 좋게 레벨3씩이나 되고도 이런 불만을 품는 게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못 가진 것만 억울해하는 탐욕은 아닐까.
거기 생각이 미치자 수색 과정에서 내가 득을 본8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나랑 언니가 후회는 일이 끝난 뒤에 하자고 말해 준 덕에 사람들이 끔찍하게 상해를 입은 상황에서도 정신줄을 잡을 수 있었고, 리라가 구급물품을 그려 준 덕에 반 사람 몫이나마 할 수 있었으며, 새봄이가 먼저 다가와 주고 철현 선배와 셋이 수다스럽게 보낸 덕에 답답한 상황을 잠시 잊을 수도 있었다. 싹 다 재워 놓고서 대관절 뭘 하려던 건지는 1도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실종자들도 무사히 인도할 수 있었고, 정신 나간 수박이 쏴대는 레이저도 용케 안 맞았다. 태진 선배가 처참하게 다친 건 다시 생각해도 심장 떨어질 일이다만 리라의 구급상자와 정하가 보내 준 물 덕분에 응급처치나마 할 수 있었고, 정하가 부원들의 귀를 막고서 캐퍼시티 다운을 사용해 줘서ㅏ(그걸 녹음한 건 철현 선배란다. 녹음한 선배도 대단하고 사용할 생각을 해낸 정하도 대단하다.) 정신 나간 수박도 제압됐다. 무엇보다 이제 그 사태는 지난 일이다. 끝났다!!!!!!!
그니까 지금 이렇게 일기를 쓸 만큼 사지 멀쩡히 돌아온 것에, 하등 대단할 것 없는 능력과 노력으로도 많은 걸 얻어 온 것에 감사하자. 그리고 이제껏 많이 받아 온 만큼 언젠가 여건이 되면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처신해 보자. 내가 저지먼트에 적합한 사람인지는 아직 모르겠다만.
알바 도중 무단 이탈로 편의점 점주에게 된통 깨지고 오래지 않아, 서연은 첫 지원금을 받았다. 그 돈으로 제일 먼저 한 것은 인첨공25 목화고점의 식품 싹쓸이! 사장님의 미쳤냐는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기어이 일시불로 계산해서는 몇 번에 걸쳐 저지먼트 부실로 옮겨 갔다.
- 냉동식품(청윤이가 볶음밥을 좋아한대서 냉동볶음밥 위주로 골랐고, 이경이가 튀김을 싫어한대서 튀김류는 뺐다) - 컵라면(정하가 매운 걸 못 먹는대서 튀김우동까지 골고루 샀다) - 커피, 에너지드링크, 탄산음료(술도 파시냐고 농담했다가 사장님께 욕 먹었다) - 과자, 쿠키 류(오X오는 안 샀다. 점례네 토끼랑 이름이 같은 과자라서) - 초콜릿 류 - 빵류(도넛이나 당근케이크는 사려다 말았다. 도넛은 청윤이가, 당근은 여로가 질색한다더라) - 사탕(랑이 언니가 계피향이랑 박하향 사탕을 좋아한대서 그거 위주로 골랐다) - 요즘 꽤나 유행인 각종 다이어트 식품(중에 나름 속세의 맛인 것 위주로)
삼각김밥...도 사고는 싶었지만 그건 유통기한이 너무 짧아서 포기
지른 이유? 별거 없다. 혜우 납치 사건 때 부원들에게 이런저런 신세를 많이 졌으니까. (받았으면 어떤 식으로든 베푸는 게 사람 도리고 또 장사 수완이라고 배웠다) 겸사겸사 매상 올려서 무단 이탈한 거 다시 사과드리고.
지른 식품을 부실에 꽉꽉 채워넣으면서 특히 신세 지거나 마음에 걸리는 부원들의 자리에는 쪽지를 따로 남겼다.
@리라 리라야, 목숨을 4개로 만들어 주는 팔찌 고마워. 구급물품이랑 테이저건 만들어 준 거랑 쓸모없지 않다고 말해 준 것도. 내가 0.5인분 정도는 할 수 있었다면 그건 다 니 덕분이야. 받은 게 너무 많아서 뭘 줘도 못 갚을 거 같지만...괜찮으면 이거라도 받아 줄래~? (성하제 상품인 가상현실 영화관 2인 무료 이용권이 쪽지 아래에 있다.)
@나랑 언니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터져서 멘탈 나갔었는데 언니가 듬직하게 맞말해 주셔서 그나마 정신줄 잡고 있을 수 있었어요. 그때 언니가 태산처럼 든든하고 멋있었어요. 감사해요 ><
@승엽이 좀 괜찮아? 아직 1학년이고 직접 전투를 치러서 마음이 어떨지 걱정되더라. 우리 점포 냉동고도 살려 줬던 엘사요정 승엽인데...8ㅁ8 다음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고기뷔페 좋아해?
@새봄이 새봄아, 너도 힘든 상황이었을 텐데 나 챙겨 주러 일부러 와 주고 두리안 얘기로 웃겨 줘서 고마워. 선배로서는 부끄럽지만 네가 아니었다면 계속 침울한 채였을 같아. 그리고 니가 만들어 준 딸기케이크 말야, 내가 먹어 본 케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어!!
@철현 선배 맨몸으로 가시는 선배가 걱정돼서 따라갔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은 선배한테 의지하려고 따라간 건지도 모르겠어요. 덕분에 수박 같은 상황에서도 마음 가볍게 있을 수 있었어요. 근데 사이코메트리스트는 관음증 환자가 아니에요...(뒤끝)
@태진 선배 선배는 다른 것보다 리라표 코뿔소 반지 꼭꼭 차고 다니세요... 선배가 아무리 힘이 쎄도 목숨은 하나잖아요. (다치신 덴 좀 괜찮으세요?)
@수경이 수경아, 일전에 울 점포에 첫 출동하면서 신세 졌을 때는 잘 몰랐는데... 니 팔찌를 태진 선배한테 드리려는 거 보고 이렇게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많이 놀랐어. 근데 너도 목숨은 하나잖아ㅠㅠㅠㅠ 팔찌는 각자 갖고 다니자...
@정하 정하 넌 천재야!!!! 그 미친 수박한테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 니 덕분에 살았지 뭐야? 8ㅁ8 태진 선배한테 진통제 드릴 때 도와준 것도 고마워~~ 그것도 천재 같아 ><
그날 그의 옆자리에, 깊은 바다를 헤치고 나온 보름달이 옆에 앉아주었음을. 보름달과 작은 별이 함께 나란히 있었음을. 그래서,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나날들을 같은 궤도 위에서 보낼 수도 있겠다고.
그러나 비정한 인첨공의 그늘은, 차가운 조류는 그들을 그렇게 쉬이 흘러가게 두지 않았다. 거친 곳으로 내몰았고, 위험한 곳에 메다꽂았다. 그런 비극을 극복하기 걸맞은 비범한 주인공이었더라면 그런 충돌과 붕괴에도 아랑곳하지 않거나, 아니면 불굴의 의지를 과시하기 마련이건만, 이 평범한 소년은 그러지 못했다. 깨어지고, 부서졌다. 그리고 그렇게 된 채로 결국 자신이 그렇게도 찾아헤매던 사람 앞에 이렇게 굴러떨어졌다.
이런 고생을 감수하면서, 그는 무엇을 원해왔던가?
이상향 같은 과분한 건 필요없다. 환상향 같은 지나친 소리도 바라지 않는다. 현실이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이와 손을 맞잡고 함께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그런 소박하고, 평범하고, 결국 모두가 작은 행복을 움켜쥘 수 있는 그런 평범한 현실.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 평범한 현실을 향해서 발걸음을 내딛을 힘이 남지 않았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그때, 소녀가 소년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제는 소녀가 소년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잡아끌었다. 저 앞길을 향해서가 아니라 길 옆의 공터를 향해서, 밤새 끊임없이 달려온 소년을 위해.
물론 어떤 일이던지 진지하게만 생각해서 매일같이 스트레스만 받으며 사는 것보단 나은 처사일 테지만... 그녀는 작게 미소지었다.
"슨배임은 슨배임이네여~"
주변에 따라서 변하는 자신과 다르게, 동월은 확실히 자신만의 주체가 있는듯 보였다. 비록 그것이 다소 위태롭게 보일지라도, 인간이란건 항상 그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행동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 사소한 변화와 사람들의 생각을 그녀가 무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녀에겐 그럴 자격이 없었다. 변화 없이는 발전도 없을테니까, 그녀는 순응하기로 했다. 어떤 일이 있던, 받아들이는게 최선이었다.
이미 세상은 스트레스 천지니까. 그러는 편이 신경쓸 일이 적기도 했고, 그러는 편이 즐기기엔 더 나은 방법일 테다.
"헤에... 슨배임은 그런 어려운거에 꿰여버리셨던 검까~ 어쩌다 그리 되었대여~"
연애에 관련된 것이라면 어느 누구든 궁금해하는 것은 클리셰인 걸까? 비록 이전의 이야기는 말하기에 조심스러울지라도, 어쩌다가 자신에게 그런 감정을 품게 된 것일까 정도는 그녀로서도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것도 언젠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잠깐의 티타임과 함께 웃으면서 풀어나갈 이야기려나.
"...응, 그거야 기대하구 있슴다. 설렘이라는 것도 느껴보고 싶슴다."
지금껏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감정도, 계속해서 쌓아나가다보면 언젠간 완성품이 되어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목석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깎이고 다듬어져 조각품이 되면 그만이다.
"...푸하~"
자신을 따라하는듯한 동월의 말투에 참으려다가 결국 웃어버렸을까?
"역시 슨배임은 재밌는 사람임다. 이런 사람을 놓친다믄 그건 완전 인생 낭비겠네여~"
상대방이 듣기엔 비약이 심하다 할지라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음... 어떤 부분일라나... 슨배임, 가끔 보믄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들구 그러니까여. VS 게임처럼여~ 가까운 예시를 들자믄...
위험을 무릅쓰고 슨배임 구하러 가기 vs 안전하지만 혼자 탈출하기, 같은 거라던가여?"
물론 그정도면 그녀에겐 아무 것도 아니겠지. 하지만 살다보면 더한 선택지를 정해야 할 때가 있을테니까,
"증말이지, 왜째서 즈 주변 사람들은 다들 모 아니믄 도인 검까~ 이쯤 되믄 그냥 온 세상이 코뿔소임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어보이는 그녀의 표정은 장난스러움이 깊게 스며들어있었다.
"헤헹~ 믿어주시믄 즈야 고맙지여~"
그렇대도 밑 빠진 독은 아닐 것이라 믿는 그 한마디는 분명 그녀에게 깊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제대로 인식되고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월이란 사람에게 있어 자신이 올바른 형태로 존재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다른 의미를 담아낸 색들, 빛과 어둠, 그것을 모두 받아들이기는 힘들테지만... 조금씩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뭘 그리 놀라심까~ 먼저 고백해왔음서~"
살짝 얼이 빠진듯한 목소리를 흘려내던 동월이 이내 미소와 함께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 역시 한껏 웃어보였다.
하지만...
"엩."
느릿하게 허리를 감싸오는 팔, 그리고 자신의 뺨에 살며시 대어지는 다른 손, 그리고 이쪽으로 똑바로 향해있는 시선은 아주 조금,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기엔 충분했을까. 생각하고 움직이는 반응이 아닌 무의식에서부터 전해지는 감각에 그녀는 잠깐 멍한 표정으로 동월을 바라보았다.
"...그 러 니 까~ 그런 사람인걸 알고도 이렇게 지내고 있는거 아님까? 슨배임도 스스로가 그런 사람인걸 알고 있음서 이렇게 같이 있고 싶어하는 거구 말이져."
정말로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곤 못해도... 애초에 어중간한 각오였다면 둘 중 어느쪽이든 먼저 심드렁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테니까, 적어도 그녀는 그러할 테니까... 처음 만난 봄으로부터, 지금 성하제의 가을까지... 그리고 그 뒤로도...
"......"
천천히 기울어져가는 고개, 가까워져가는 입술, 그 상냥한 기운은 자신의 뺨에 다다라서야 멈추었다.
아주 잠깐, 시야가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평소보다도 더 밝은 빛들이 비춰지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신경이 곤두서는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분명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이게 설렌다는 것일까?
머릿속의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그런 물음이 튀어나왔다.
"...이래선 서로 배우는 입장인거 아님까~ 증말이지... 사제관계 망임다~ 뿌우임다~"
살짝 뚱한 표정을 짓던 그녀였지만 이내 배시시 웃어보였을까, 동월이 그러했듯, 살며시 허리가 감겨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가깝게 붙어있던 그녀 역시 두 손을 뻗어 뺨에서부터 귀 뒤까지 얼굴을 약하게 감싸쥐고선 천천히 시선을 가까이 했다.
"머, 그치만 그게 공평한거 아니겠슴까? 서로의 방식대로... 그 사랑이란걸 알려주고, 알게 된다면 분명 뭔가가 있겠지여.
다행스럽게두, 즈는 숨기는게 없으니까여."
조심스러워 망설이는 경우는 있어도 한번 꺼내기로 다짐했다면, 그녀는 그대로 실천할 것이다.
"...아, 사실 조금은 있으려나? 그래도 사람이니까..."
서로의 코가 맞닿을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잠깐 멈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좀 더 위로 올려 이마에 살며시 입맞춤을 하고선 다시금 고개를 뒤로 물려 동월을 바라보았다.
비사문천의 복장은 어깨부분에 세개의 발톱 자국이 새겨져 있는 하얀 재킷, 새하얀 바지와 각자 원하는 색의 동양식 장식이 달려있는 하얀 야차 가면으로 통일되어있다. 그릭느 비사문천 캡틴의 복장은 다른 이들과 차별점이 있을 뿐이다.
재킷 안에 받쳐 입은 단추 하나를 풀어놓은 와인색 셔츠와 짧은 치마로 보이나, 실제로는 양쪽 중 한부분은 핫팬츠, 다른 부분은 긴 새하얀 바지와 잘 맞는 낮은 굽의 구두도 귓가에 들려오는 인지저해 프로그램으로 인해 들려오는 작은 노이즈 소리도 이제는 혜성에게 익숙했다. 납치 실종 사건을 해결한 뒤 불법으로 살 속에 박아넣은 칩을 통해 온 비사문천 단원 U의 연락에 늦은 새벽 아지트에 도착한 혜성은 제 앞에 놓여져 있는 커다랗고 묵직한 가방과 이야기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일으키는 기이한 변조된 목소리로 짤막하게 대답하며 혜성은 얼굴을 전부 가린 노이즈 너머로 피워문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꾹 눌러껐다. 이어지는 U의 깐족거리는 유쾌한 질문에 짤막한 웃음이 노이즈 너머로 흘러나온다.
"수고하셨어요. 하지만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 땐 미리 이야기를 해줘요. 그래야 미리 세탁할 곳을 찾아놓을 수 있으니까요."
현금다발이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장갑 낀 손으로 노크하는 것처럼 두드려보이며 혜성은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간다. 예상을 벗어난 법외적인 루트로 들어온 생각보다 많은 현금다발을 최소한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최소한의 루트로 세탁해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이제부터 캡틴인 혜성은 생각해야했다.
>>468 혜우주 납치당한 피해자라 제일 먼저 챙겼어야 했는데 정신머리가 없어서 빼먹었지 뭐예요;;; 글고 혜우가 톡 보내 줬군요^^ 혜우는 입맛이 고급질 것만 같은 인상이었는데 편의점 음식도 먹는다니 다행이에요~~
>>473 >>479 철현주 으와와@ㅁ@ 열렬한 호응 감사, 압도적 감사~♪!!! (그랜절) 철현이와의 일상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부분인데 이렇게 호응해 주시니 특히나 감격스럽네요~ 근데 철현이는 쪽지 구겼.............................888898ㅁ8888888 (털푸덕) 건 그렇고 피해망상이 생긴 거 같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 다이스 점수 쩨쩨한 거 너무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 )
>>480 >>491 >>494 캡 어서오세요오오~~ 월요일부터 고생하셨어요!! 개인 이벤트 계수 적용 감사합니다~~ 덕분에 겨우겨우 18,000대예요~ㅎㅎㅎ 근데 뱅크 출석은 뭔가요?@ㅁ@ 앜ㅋㅋㅋㅋㅋㅋ 둘이 같이 배우나요??
>>484 >>486 성운주 성운이 그래도 좀 회복됐네요 다행...은 훈련 중복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떻게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에요
>>519 오애앵애ㅐㅇ애 (때굴땍때굴) 데려가려고는 하지 않을 거에요. 그냥 주사만 놓고 피로에 쩌든 사람 특유의 얼굴(유준쌤이 살짝 겹쳐보이는)로 혜우 바라보다가 애가 아버지 예민함이랑 어머니 오지랖을 잘못 타고난 탓에 심성이 약한데 끈질겨서 많이 다친다고 잘 부탁한다고 하고 가겠네요. 아버지 공인(?)
우앗 읽어줬구나! 고마워>< 성하제 즈음에 썼다는 훈련일지도 궁금해서 읽어봤어! 서연이도 어색함 거리감을 느낀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고마웠다고 여기면서 정리하는 게 성숙하고 멋있더라!(새봄: 나도 저런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텐데! 그리고 나야말로! 이번에 이벤트에서 새봄이가 치댈때 서연이가 다정하게 받아준 것도 그렇고(형으로 불러달라 한것도!), 오늘 훈련레스에서 서연이가 퇴부서 쓰다가(가지마ㅜㅜ) 떠올린 사람 중에 새봄이도 있는거랑, 쪽지 써준 거 너무 감동이었어... 현생 다 보내고 와서 읽는데 너무 찡하지 뭐야! 새봄이가 쪽지 보고 반응하는 것도 조만간 올릴테니 기대해주면 고맙다구><
>>445 철현주 괘념지말라굿><!!!! 캐릭터 간 갈등거리는 쩌는 서사 깊은 대화로 풀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니겠어~ 투표하는 날 기억하고 있닷>< 새봄: 옥땅 아니 우리가게로 따다와요!(혀반토막 >>564 오
진대 ㄱㄱ?
>>484 성운주 성운이 기억 돌아왔구나!!! 다행이다88 새봄이도 기억해내주다니 고맙네 히히 하긴 아직 경찰봉 안돌려줬지! 언젠가는 돌려줄게(?
자꾸만 머리에 쌓여가는 꽃잎을 털어내는 것도 귀찮았지만, 무엇보다 싫었던건 길거리마다 즈려밟힌 꽃잎들이었다.
아무렇게나 흩어진 그것들은 발자국에, 타이어자국에 눌리고 찢겨져 본연의 아름다운 색을 잃어버리곤 했다. 그나마 낮이라면 그 짓이겨진 색이라도 아름답다면 아름답게 볼 사람이 있겠지만, 한밤중의 꽃나무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테다.
아니, 아직 피어있는 꽃들은 고사하고 바닥에 나뒹구는 꽃잎들에도 관심을 주기나 할까.
결국 그 처량한 밤하늘 아래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쓸쓸하게 한잎 두잎씩 떨어뜨려 이내 가지가 앙상해지기까지를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그랬어야 할텐데, 오늘은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내가 늘 기대어 앉아있던 공원의 제일 큰 나무기둥엔 나에게 딱 맞는 자국이 남겨진 잔디가 방석처럼 깔려있어야 할텐데.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불쾌감보단 어째서 여기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먼저 들었다. 그도 그럴게 나같은 꼬마애였던거 같으니까, 나야 어딜 어떻게 돌아다니던 신경쓰는 어른들이 한 손으로 꼽고도 남겠지만, 저 아이는 아닐 것이다. 우선 입은 옷부터가 절대 길거리를 전전하는 사람의 차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 보이는건 그냥 칠칠맞은 어린애일 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저런 애랑 차이는 없었을텐데...
"......"
괜히 기분이 상해 나무 기둥에 앉으면서 그 아이를 몸으로 밀쳐냈고, 서서히 몸이 옆으로 기울던 아이는 그대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원래 앉아있어야 할 자리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기분나빠.
(...호에? 이제 왔네여? 기다렸슴다~)
쓰러지고나서야 겨우 잠에서 깬 아이가 반도 채 떠지지 않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널 모르는데 뭘 기다렸단 거야?"
당연했다. 이곳에 오고서 지리를 전부 익힐 정도로 하루도 빠짐없이 돌아다녔지만 이 아이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안보였던 아이다. 게다가 이 근처의 학교도 다니지 않는 것 같았다.
(즈는 알아여~) "어째서?" (여기 자주 오는 애잖아여~)
아이는 아직 제대로 떠지지도 않은 눈으로 침까지 흘리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건 내 알 바 아니니까. 비켜."
무엇보다 저렇게 차려입은 애가 밤산책같은 이상한 취향따위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있는 힘껏 밀쳐내자 그대로 구르던 아이는 결국 잔디밭에 엎어졌는데도 여전히 꺄르륵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폭력은 나빠여~ 와앙~) "우는 척 해도 아무도 안들어." (호요...?)
아무도 듣지 않을 거라는 말에 그 아이는 내가 했던 것처럼 나를 도로 밀쳐내어 쓰러지게 했다. 그리고선 내 위에 올라타기까지, 정말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히히~)
하늘까지 가려진 곳에 보이는건 바보같은 표정뿐이었다.
"하나도 재미 없어. 비켜." (그치만 놀데도 없어여~) "난 네 장난감이 아니야. 그러니까 비켜." (에엥... 같이 놀아여~ 재밌을 검다~) "난 상관 없는 일이잖아? 어서 비켜." (...어째섬까?)
그제서야 온전히 떠진 눈은 빨간 빛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보호자 시늉을 하던 연구원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게다가 이 아이는 머리카락 색도 다르고... 그 선생님은 우리집처럼 자식이 한명뿐이었으니까,
(친구 하면 좋을 거라구 생각함다~) "내가 너랑 친구를 해야 할 적법한 필요성을 도무지 못느끼겠는데." (에? 머라구여?) "...난 친구 같은거 필요 없어." (히잉...)
금방 침울해졌지만... 그런데도 나한테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켜." (싫슴다~) "어째서지?" (재밌으니까여~) "난 장난감이 아니라고 했을 텐데," (장난감이 아니라 친구니까여~) "그러니까 왜 너랑 친구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ㄱ," (...싫슴까?) "...... 알아서 하던가," (헤히~)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꽃잎들이 떨어졌고, 그건 아이의 머리에, 내 얼굴에 떨어졌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기억을 남긴 채 봄은 그렇게 지나갔다.
(어째섬까?) "뜬금없이 뭔데?" (아직두 이름을 모르는게 말이 됨까!) "...알 바 아니잖아. 애초에 내 자리까지 인터셉트 한 주제에," (포에?) "......"
살짝 손을 들어올리던 때, 움찔거리며 얼굴을 가리던 아이가 보였기에 하는수 없이 처음 그랬듯 옆으로 앉아 몸으로 밀쳐냈다.
(이익... 같이 앉아여!) "나무는 크니까 기댈곳도 많잖아." (그치만 먼가 이쪽이 편한거 같단 말임다!) "...그거야 내가 자주 앉아서 풀이 누워있으니까." (히잉... 풀죽었슴다...) "...뭐라니."
아이는 항상 이렇게 이해 못할 말을 꺼내곤 했다.
(그래서~ 이름이 뭔데여?) "...왜 알려주어야 하는데?" (그거야 지금껏 계속 만났는데두 이름을 모른다는게 말이 안되구, 뭐라구 불러야 할지 모르니까여!) "딱히 상관 없잖아." (상관 있져!)
이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던 아이는 이내 무언가 발견한듯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려 했다. 정확히는 머리카락을 묶어올린 리본을 보고 있었을까,
(이게 머지여... 흐음... R0...?) "!!!"
리본에 있던 표식이 보였는지, 그걸 읊어나가는 아이를 나도 모르게 밀쳐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튕겨져나가듯 주저앉은 아이는 물론 나조차도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이익... 갑자기 왜그래여! 싫음 싫다구 하지!) "...안돼." (달라는 것두 아닌데 왜여?) "싫어..." (그냥 이상한 글자라서 옷집 마크인줄 알았어여~) "......"
내가 머리를 감싸듯 리본을 가리고 있자 아이는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다시 옆자리에 앉았다. 이번엔 내가 원했던대로, 제대로 옆에 앉아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이름이 먼데여?) "그러니까, 알아서 뭐하냐니까..." (뭐라곤 불러야져! 자꾸 그럼 리본에 있는거나 머리 긴 애라구 불러야 할거 아님까~) "...류 애린." (호요?) "말 했잖아. 류 애린, 이라고." (애링... 애리... 어려워여... 그냥 점례루 해여!) "그게 더 발음하기 어려울거 같은데... 근데 어째서야? 점례는 어디서 나온 말인데," (점이 많아서 점례여!) "......"
어이가 없어서 반론할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즈 이름은 안물어봐여?) "난 원래 다른 사람 이름 잘 안 불러. 굳이 호칭이 없어도 소통은 가능하니까," (그릉게 어딨슴까~!) "지금껏 하나도 문제 없었으니까, 알게 뭐야. 어차피 그것도 금방 잊어버릴텐데." (그름 기억할 수 있게 매일 말해줄게여!) "생각 없다니까..." (재희임다! 안 재희!) "......" (부모님은 엄청 좋은 회사에서 일하구 계셔여!) "응, 그래보여." (근데 그게 어딘진 아무도 모른대여!) "그래... 그거 참 큰일이네..." (점례는 안 궁금해여?) "난 남의 개인사에 관심 가지는 타입은 아니니까, 어른의 사정이라는 거잖아? 그 정도만 알면 되는 거지." (점례는 즈에 대한거 알구 싶지 않아여?) "왜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거든... 불필요한 기억을 집어넣어서 다른게 잊혀지기 싫으니까," (즈는 알구 싶은데여! 친구니까여!) "...알아서 하던가," (헤히히~)
역시 사람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중에서 이 아이처럼 극단적으로 활발한 경우는 더 더욱.
스스로의 정보가 가장 중요한 세상에서, 어째서 이 아이는 자신을 알리는걸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걸까, 의문만이 가득한 채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다.
(어디서 굴렀어여?) "응, 조금. 걷는 방법을 자주 잊어버리곤 하니까," (뭠까 그게... 그런걸 어뜨케 까묵어여?) "딱히 이상한 것도 아니잖아. 기억 혼선 같은 단순한 증상은," (않이, 그런게 어띃게 단순하고 이상하지 않은 걸수가 있어여? 물론 커리큘럼 같은거 받다 보면 이상한 일이 있기는 했지만여.) "알 바 아니잖아. 이런거, 여기선 흔한 일이고."
그렇게 말을 끝내던 찰나, 잔뜩 찌푸려진 표정을 하고 있던 아이는 내 어깨를 덥석 붙잡아 그대로 나무를 향해 밀어붙였다.
아이의 찌푸려진 표정은 어느새 울상이 되어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고, 그런 나는 하는 수 없이 살며시 안아주며 진정될 때까지 다독여줄 수밖에 없었다.
"알아, 걱정스러웠던 거구나... ...친구, 라서..." (당연한거 아님까... 다 보임다. 거짓말 해두 소용 없슴다...) "...그런 거야?" (어떤거... 말임까?) "친구란거, 원래 그런 거야?" (어떤 생각으루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어여...) "친구는... 서로를 생각하고 함께 한다는건 알고 있어. 그치만 그게... 지금처럼 상대방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생각하고, 나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지..." (...... 그런... 검다.) "그렇구나...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나보네..." (그-런거에여~) "...어렵네. 사람이란거..." (그래두 천천히 알아가면 된다구 생각함다. 그동안 점례두 많이 바뀌었잖아여?) "뭐... 부정은 못하겠네.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나도 생각이 달라진거 같아. 누구 덕분이긴 하지만..." (헤히...) "...그치만 이건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 (먼가 포근해서여~ 말랑말랑하구...) "...지금 살 쪘다고 놀리는 거야?" (엩, 그릉거 아닌데여? 근데 먼가... 푹신한 느낌이 듬다? 맨날 덥다매 옷이라두 껴입었어여?) "...그만." (히잉...)
한동안 내 품에서 부비적거리던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만큼 체취를 즐기다가 천천히 떨어져 맑게 웃어보였다.
(즈는 점례가 좋으니까여!) "...그래. 네 마음대로 해..." (와아~) "그치만 꼬물거리진 마." (이잉...) "상처, 닿으면 아프니까." (뎃, 앍슴다.)
정말 이상하다. 분명 몇달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을텐데... 마치 당연하다는듯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손을 잡고 함께 돌아다니는 이 아이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소꿉친구라는 것처럼...
역시 사람은 아무리 초연한 존재라 하더라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혼자서만 있을수는 없단 걸까, 경계심은 서서히 잊혀진 채 가을은 그렇게 지나갔다.
절기가 지나며 시들어가고, 조금씩 사그라들었던 생명력은 다시 돌아올 때를 기다리며 새하얀 눈송이를 맞이했다. 모든 것이 그러했고, 그 순환은 언제나 익숙하게 두 눈에 비춰졌다.
하지만 그렇게 당연한듯이 흘러감 속에서도... 변하는 것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닫혔어여! 울타리 있어여!) "아, 잊어버렸다. 여기 이번에 공사한다고 들었던거 같아." (역시 저번에 그네도 끊어지구 사다리두 부서진 부분이 많아서 그런걸까여?) "아마도 그렇겠지... 그래도 고치면 좋은 거니까." (고치고나믄 겨울두 지나가겠지여...?) "아마 그럴 거야, 게다가 공사가 끝나도 눈은 다 치워져있을 거고." (에에에에엥~ 여기서 눈싸움 하구 놀면 짱 재밌는데~) "...그러다가 지나가던 다른 애들도 맞추고 그랬지. 그래서 둘만 하려던 눈싸움이 팀까지 나눌 정도로 단체 싸움이 되었고..." (또 하구 싶었는데 말임다~) "게다가 이런 땐 빙판이라던가 조심해야 하니까." (우우... 에밤다...) "어쩔 수 없어. 오늘은 그냥 돌아다니자. 근처에 케이크 가게도 있었으니까," (초코 가득 케이크 먹구 싶어여~)
변화는 어쩔수 없다. 늦든 이르든 그것에 대해 무어라 할수 없다. 그게 자연적인 것이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 변화에 자발적인 행동이 더해지면 더 더욱 무어라 할 수 없게 되겠지. 그래도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그걸로 된걸테다. 그렇다면 그 미래란걸 한번 기대해볼 수도 있으니까...
될대로 되란 생각보다 그런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을 품은 채 겨울은 그렇게 지나갔다.
(나무... 없어졌네여...) "...그러게,"
한동안 닫혀있던 공원은 결국 환경개선이라는 공지문을 남긴 채 판넬과 바리케이드만 주변을 둘러싸게 되었다.
하지만 굳이 들어가보지 않아도 내부 상황이 어떨지는 알 수 있었다. 여기서도 조금만 고개를 들면 보이던 나무가 이젠 흔적조차 없었으니까.
(왜 없앤 걸까여? 여기 공원에서 가장 좋은 나무였는데!) "어른들은 그런거 신경 안쓰니까. 애초에 여긴 딱히 주목받는 공원도 아니었고, 아마 이 쪽에 건물이 하나 들어올 예정인가봐. 당장 이 주변만 해도 비슷한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거든. 어찌보면 그게 맞았던 거겠지." (즈는 그게 좋았는데 말임다~ 흥임다!) "...어쩌겠어. 이젠 못오는 거니까," (...히히.)
내 손을 잡아챈 아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꽃잎이 잔뜩 떨어진 거리로 내달렸고, 그 움직임에 딸려나가던 나 역시 그 발걸음에 맞추어갔다.
(그름 다른 곳을 찾자구여!) "뭐... 공원이야 많으니까," (그리구 거기서 또 추억을 잔뜩 쌓아가믄 됨다!!) "뭐... 그렇겠지." (그러구나면 지금 서운한건 조금 잊혀질 검다!!!) "뭐... 딱히 서운하지도 않고, 잊어버리고 싶다 느끼는 것도 아니지만..."
잊어버릴 수도 없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말이 맞으니까,
세상은 변해가고 있는데 나는 변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뒤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건 분명 슬픈 일이지만, 발전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한 채로 쭈욱 잊혀질 테니까,
그게 현실이니까...
그렇게 새로운 것을 알아가다보면, 언젠간 또 다른 마음에 드는 것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찾아온 이 아이처럼...
남들은 그저 공허 속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어린아이의 헛된 믿음이었다 생각했을진 몰라도, 적어도 나에겐 등을 기댈 수 있는 커다란 나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역시 그건 좀 망상이었을까? 나무는 고사하고, 서로의 몸을 기대고서 밀려나지 않는게 고작인 연약한 몸이었으니까,
그래, 최소한 서로에게 기댈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잃어버린 색을 하나하나 세상에 칠해나가려는 명분이 되기엔 충분했다.
세상은 언제나 잔혹할 뿐이었다. 적어도 이곳은 그러했다. 그것만큼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앞으로는 더욱 아름다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꼭 잠들어 있어야만 꿈을 꾸는건 아니었으니까,
올해 봄에도 유독 많은 꽃잎이 흩날렸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토끼 메이드들이 말도 할 수 있었던가. 아니 모자를 쓰고, 회중시계를 들고 있는 것을 보면 메이드 토끼가 아닌데. 혼자 다른 그 토끼를 쫓아 달리다가 넘어지며 어둡고 깊은 구덩이에 빠진다. 눈을 번뜩 떠내면 테이블을 정리하려던 메이드 토끼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금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잠깐 쉰다는 게 깜박 졸아버렸으니, 금은 메이드 토끼에게 미안하다며 쓰다듬어 주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572 응응 분명 서연이가 준 건 다 먹었을 거야 납치 트라우마... 그건 말이지 혜우한테는 오히려 길게 이어지던 악연이 드디어 끝난 거라 엄청 개운하대 거기에 말려들게 한 저지먼트에게 미안하니까 고개 숙여 사과하면서도 도와주지 않았다면 안 좋게 끝났을 테니 감사하다고 한 거래 혜우 본인은 후유증 길게 안 간다! 걱정 말라!
은우라. 하필 또 하드모드로 오셨군요. 일단 최대한 마찰이 없이 해보겠지만... 그래도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경우에 따라서는 은우와의 관계도가 확 떨어질 수도 있음을 미리 공지를 드리며... (철현이라서 그런 거 아님 X, 다른 3학년 동기조들도 다 마찬가지, 하다 못해 제일 신임하는 후배인 청윤이라도 예외없음)
때는 혜우가 납치되기 이전의 날이었다. 아마도 저녁 시간이 아니었을까. 적당히 비번인 그 순간을 즐기고 있을때, 아마도 철현은 목화고등학교 입구 부근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는, 약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학생들을 붙잡으며 이것저것을 묻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내는 이내 철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거기 학생. 잠깐 괜찮을까?"
굳이 철현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서, 남성은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들었다. 거기에 담겨있는 것은 다름 아닌, 조금 어린 느낌이긴 하지만 아무튼 은우의 모습이었다. 생김새로 보아 대충 중학생 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막 중학생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남성은 철현에게 질문했다.
"최은우라는 학생이 혹시 이곳에 있을까? 이 학교를 다닌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괜찮다면 만나보고 싶은데. 아. 수상한 사람이 아니야. 고모부거든. 오늘 인첨공이 이렇게 열린다고 해서 오긴 했는데... 도저히 만나볼 수가 없지 뭐니. 온다고 미리 편지도 보냈는데 답장도 없고, 마중도 없어서...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까 좀 만나보려고 오긴 했는데..."
아마도 철현은 은우를 학교 뒷뜰에 있는 벤치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저지먼트의 부장으로서 비번이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내를 돕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건 사실 혜우주만 짐작을 하고 있겠지만.... 사실 여기 있는 오너들이야 은우네 친척들이 좀 문제가 있는 이들이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캐입으로 들어가자면...
세은이는 정확하게 다 아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런 기억이 있고 나와 오빠를 사실상 짐덩어리처럼 여겼다. 눈칫밥을 좀 먹였다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은우는 좀 더 세밀하게 저 쓰레기들은 입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세은이를 길가에 갖다버리려고 했다. 우리 남매를 찢어지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뻔뻔하게 친척인척 굴고 있다. 이런 식으로까지 알고 있으니까요.
>>617 그럼 사양않고>< 설정질문이 아니라 썰풀이? If성 질문이라 괜찮을까 싶긴한데, 실은 시트 내리고 가끔 눈팅하던 시절에 서연이가 성하제 때도 편의점 본다고 들었는데, 만약에 새봄이가 서형 편의점 호객행위를 해준다고 샷건 두개 들고 나서서는 이미지와 같은 일을 벌여버리면 우리 서형...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두근두근)
원작 및 원본 짤: 심슨 아래 링크 43초 언저리부터 가공한 인간: 새봄주 https://youtu.be/6lKuugZCD6A?si=32mmRF4K1Ktqjw1k
싱긋 웃어보이며 남성은 부탁 좀 하겠다면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철현이 남자에게서 떨어지자 얼마든지 편하게 하라는 듯, 그는 가만히 손짓했다. 딱히 철현에게 다가가는 그런 느낌도 보이지 않았다. 마음껏 전화를 하라는 듯, 혹은 볼일을 보라는 듯. 일단 지금까지의 모습은 무례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아이라고 하더라도 배려를 해주고, 신경을 써주고 여유를 가지는 그런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한편 철현의 핸드폰은 머지 않아 딸깍 소리가 들리며 연결이 되었다. 핸드폰 너머에선 이런저런 목소리가 섞여있었다. 아무래도 은우가 안내를 하는 곳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일단 철현의 목소리가 끝나자 은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런저런 북적거리는 소리와는 다르게 그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지금 그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만날 생각이 없다고 전해줘. 딱히 만날 마음 없어."
아마 그 순간, 들려오는 은우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상당히 차가운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딱히 철현에게 화를 내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무덤덤하게, 하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만이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올 뿐이었다. 화를 내는 것이 아니었기에 적대적인 느낌은 섞여있지 않았다. 그저, 만나고 싶지 않아하는 강한 부정적 감정만이 그 안에서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641 이럴수가! 만약에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당연히 세은이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쎄요. 아마 은우는 세은이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같이 돈다고 해도 말이에요! 세은이 친구라서 일단 존재는 알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막 엄청 친근한 그런 사이는 아니긴 하니까... 저지먼트 업무나 그런 쪽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은우는! 물론 세은이에 대해서 묻는다면 어느 정도는 대답해주기야 하겠지만요!
>>647 정하주 그건 그렇지만 쿼츠의 돈 흐름이 회계에 몰빵을 해야 그나마 처리 가능한 일감 아닐까 싶어져서요 ㅠㅠㅠㅠㅠㅠㅠ 현실성 저리 가라고 뻥 차 버리고 편의점이랑 병행해도 된다면 생각 있어요!!! (뭐래?) 그나저나 나머지는 n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하 칼같아요 ㅎㅎㅎㅎㅎㅎ
커리큘럼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공기가 꺼끌해졌다. 안경 너머 담담한 검은 눈 한 쌍을 보게 되면 어깨가 움츠러든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첫 대면이다. 자의로 거른 게 하루. 그러나 그 다음도 혜우의 일로 거르게 됐고. 결과적으로 정인이 찾아온 날도 가지 않았으니 대략 사흘을 결석했다. 그 기간 동안 별다른 문자도, 연락도 오지 않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어야 했는데.
"연구원님—"
뭐라고 말문을 떼려던 순간 눈앞에 A4 사이즈의 출력물 하나가 말없이 내밀어진다. 7일 단위로 짜여진 표에서 정확히 오늘 날짜에 해당하는 칸에는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 (n주차) 0월 0일: 영상 커리큘럼 (지급되는 영상물을 감상할 것)
대화는 없다. 함께 건네진 USB를 쥐고 영상 시청을 위해 마련된 간이 시청각실 부스 안에 들어간 리라는 그대로 약 1시간 30분을 보낸 뒤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커리큘럼을 마친다.
"저 갈게요."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갈게요. 내일 봬요."
커리큘럼표를 재작성하는 희멀건 손가락만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침묵 사이사이에 소리라고 할 만한 것을 장식한다.
"......"
잠시 입을 달싹이던 리라는 이내 별다른 말 없이 커리큘럼실을 나선다. 가을 공기가 조용하다. 손바닥을 손톱이 파고들었다.
>>652 어라 은우말고 세은이 선택지도 있었구나(댕청새봄주 세은이라... 세은이랑도 의외로 살짝은 어색? 할 수도 있겠다! 오늘 새봄이 훈련레스를 봤을진 모르겠지난 새봄이가 옛 인연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서 세은이를 어떻게 대하면 적절할까 고민하는 시길 거같아서 말야. 그나저나 은우랑은 업무 대화가 주가 되는구나!! 오히려 좋아>< 지금은 레벨 2여도 전투경험은 이걸로 두번째니까 대선배라고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겠는걸><
그리고 금주도 청윤주도 4가 나왔으니 이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4번으로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갸웃)
>>691 그야 뭐 일단은 가능하긴 하죠!! 비번은 이틀이니까요! 그러니까 하루는 혜우를 만나고 하루는 세봄이를 만나면 해결되지요! 그리고 세은이도 아마 옛날 그대로처럼 새봄이를 대하진 않을테니까, 애초에 그렇게 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딱히 그런 것을 신경쓰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괜찮냐는 물음 정도는 아마 가볍게 던질 것 같긴 하지만요! 아무래도 은우 입장에서 새봄이는 그렇게 막 친근함이 있는 그런 후배는 아니긴 하니까요. 그렇다고 어색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아무래도 일반 후배1이니까..딱 그 정도로 대할 것 같아요. 지금 단계에서는요! 그래서 아무래도 그런 사이면..공적 이야기가 많이 흐를 수밖에 없을 것 같거든요. 그러다가 가볍게 세은이의 흑역사 이야기 하나 던져주면서 분위기를 풀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694 세은:뭐..뭐래!! 츤츤거리지 않았거든?! (툴툴) 세은:펜던트? 뭐... 사고 싶다면 괜찮긴 한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거야? 세은:...그건 그렇고... 무사해서 다행이야. 세은:...다 끝나고... 그런 문자를 뒤늦게 봐서..엄청 놀라서..나... 진짜...(꼬옥) 세은:...우는 거 아니야. 착각하진 마.
고로 은우도 2명 정도는 각각 비번으로 돌 수 있으니까 찔러도 괜찮아요. 일상은 힘들어보이지만 썰풀기 정도는 가능하다!
>>710 혜우 : (웃음) 원래 본인은 모르는 거래- 혜우 : 무슨 바람이 불었다라. 뭐, 그런 거 아닐까? 죽을뻔 했던 사람이 마음 고쳐먹었다, 그런거?' 혜우 : ...걱정 시켜서 미안해. (꼬옥) 혜우 : 그런데 나, 믿었어. 성운이도, 저지먼트도. 너랑... 부장님도. 혜우 : 음- 나 어깨가 축축한거 같은데 기분 탓이지? (토닥토닥)
관심이 없다는 철현의 말에 남성은 작게 혀를 차면서 일단 철현을 놓아주었다. 여기서 괜히 더 붙잡아봐야 그에게는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하에 나온 행동이었다. 보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성인이 미성년자의 어깨를 계속 붙잡는 시점에서 불리하면 불리했지. 절대로 유리할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다시 한 번 온유라는 말이 나오자 남성은 표정을 찡그렸다.
"가르쳐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면 되겠구나."
더 따지진 않았으나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그는 철현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눈빛은 묘하게 차가운 느낌이었다. 마치 자신이 놀림을 받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여기까지 왔는데 은우를 도저히 만날 수 없어서 그런 것일까.
한편 은우의 팬이냐는 그 물음에 남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것은 명백히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고모부 되는 사람이란다. 어린 시절, 그 에어버스터라는 이와 그 애의 동생이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을때 그 둘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돌봐준 적이 있었단다. 솔직히 갑자기 입이 두 개나 늘어서, 많이 고민도 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형님을 봐서 손해를 떠안으면서 돌봐줬었어. 그런데 그 애는 이제는 우릴 친척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지 뭐냐. 그 애의 동생에게라도 연락을 취해보려고 해도, 그 에어버스터가 다 중간에 차단해버리기나 하고. 답답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단다."
말을 마치면서 남성은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돌아가려고 하는 철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참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정점의 자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이렇게 친척들을 무시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넌? 정말 찾고 싶어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도 나눌 수도 없으니...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단다. 도데체 어딜 가야 만날 수 있는건지..."
>>710 오호 그럼 새봄이도 대하기 한결 편하겠는걸>< 괜찮냐고 물어보면, 새봄: 나야 멀쩡하지~ 이제 레벨 2라구! 아 근데 고막은 아직 얼얼~해. 이름이 뭐였더라... 납치범 씨 목청은 좋더라! 형 다 살고 마음 고쳐먹고 나오면 초능력자는 못해도 성악가는 되겠던데? 하고 조잘조잘 떠들것 같아 ㅋㅋㅋ 그러고 무용담 조금 풀지 않을까나! 두리안으로 모두의 후각을 테러한 사건이라던지 ㅋㅋㅋ situplay>1597044339>222 그리고 아무래도 그럴 만 하지~ 새봄이에게도 은우 선배는 세은이 오빠고 부장인데 의외로 이야기를 많이 안 해본 선배지 않을까! 공적인 이야기여도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이 있을테니 귀담아 듣다가 세은이 흑역사 이야기 나오면 새봄: 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새봄: 그럼 선배 이거 선배가 말했다고 세은이한테 일러도 돼요?>< 하고 장난 걸지도!
>>716 새봄: ...앗, 듣고보니... 총소리 나면 다들 놀라겠다. 이미 놀라서 도망가셨네... 미안해요, 형. (긁적) ...아! 그럼 이런건 어때요? 쓰레기를 음식으로 바꾸는 퍼포먼스!(초롱)(쓰레기 아무거나 페X로 로X로 바꾸기)
>>0 어릴적부터 주방에 자주 있다보니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자신의 능력 덕분에도 더욱 수월했을까? 열심히 가동중인 주방기계들을 포함해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다 일손을 돕기 위한 귀여운 토끼 메이드들도 있으니 그녀는 다음 성하제도 이런 분위기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손님들의 주문 목록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는걸 돕고 있었다.
[이런거 보면 도와주고 싶을 정도거든.] "알믄 좀 도와줘봐여. ...아, 안되려남..." [일단 난 이쪽 학생도 아니고, 메이드복이든 집사복이는 보는 취미는 있어도 입는 취미는 없거든.] "그게 아니라..." [?] "유라 요리 못하잖아여, 세리쌤보다. 완전 지옥요리잖아여~" [그... 일단 난 먹고 살만큼은 한다 생각하거든...] "컵라면 끓이는건 요리가 아니에여. 조리지." [요리조리 뱅뱅 돌려버릴까보다...]
카운터에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접객 중인 그녀와 여전히 손님의 입장으로 온 여학생, 그래도 이번엔 아무런 문제도 없이 평화롭게 흘러가는듯 했다.
"주문하신 믿드빠이 나왔슴다, GOSHUJINSUMMER!!!" [......] "? 왜그래여?" [미트파이가... 원래 이렇게 산뜻한 색이었어?] "아, 이거 이번에 추가한 메뉴에여. 민뜨믿드빠이." [......] "나름 인기 좋다구여?" [...나도 민트는 좋아하지만 이건 좀...]
리라야, 목숨을 4개로 만들어 주는 팔찌 고마워. 구급물품이랑 테이저건 만들어 준 거랑 쓸모없지 않다고 말해 준 것도. 내가 0.5인분 정도는 할 수 있었다면 그건 다 니 덕분이야. 받은 게 너무 많아서 뭘 줘도 못 갚을 거 같지만...괜찮으면 이거라도 받아 줄래~?
쪽지 아래에는 가상현실 영화관 2인 무료 이용권이 동봉되어 있었다. 따로 이름을 보지 않아도 한눈에 누가 쓴 것인지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미 서연이에게는 다른 선물도 받은 적이 있는데. 받은 게 너무 많은 쪽은 차라리 내가 아닐까. 마음 한구석이 봄볕 아래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물렁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들고, 저지먼트 단톡방 기록에서 서연의 프로필을 누른 뒤 1:1 채팅방으로 들어간다.
이리라: <[(가상현실 영화관 2인 무료 이용권과 함께 V를 한 손등 사진)] 이리라: <[세상에! 나 이거 가지고 싶어하는 줄 어떻게 알았어?] 이리라: <[서연이도 처음 현장 나가서 많이 떨리고 무서웠을 텐데, 끝까지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이렇게 챙겨주는 것도 고맙고🤗] 이리라: <[나중에 축제 끝나고 좀 여유로워지면 같이 인생네컷이라도 찍으러 가자!]
>>738 은우:별 상관없어. 은우:아마 알려주면 복수심으로 내 흑역사도 막막 털어놓을 것 같아서 조금 무섭긴 하지만 말이야. 하하. 은우:하지만 내 흑역사를 굳이 알고 싶진 않을 것 같은데? 넌. 은우:...아. 아닌가? 역시 취소야! 취소!! (다급)
사실 은우와 세은이는 서로 디스하면서 노는 일이 많다보니 아마 실제로 말한다고 해도 크게 으아아악! 거리진 않을 거예요! 아마! ㅋㅋㅋㅋ 지금 저 캐입도 은우는 자신의 흑역사가 알려지는 것에 으아아악! 그러는 것이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말을 하다가 이제 앞으로도 세은이와 잘 지내달라고 괜히 이야기를 할 것 같네요!
은우:...뭐, 집에서 매번 보기야 하지만... 은우:아무래도 난 내년에 졸업이라서 자연히 학교에서 더 세은이를 보긴 힘드니 말이야. (괜히 하늘 바라보기) 은우:아. 이건 세은이에게 말하지 말고. 하하.
>>739 혜우가 맞추고 싶다고 한다면 아마 세은이가 맞춰줄 것 같아요! 세은이도 생각보다 돈 완전 많으니 말이에요. 은우에게 따로 용돈 받는 것도 있고요! ㅋㅋㅋㅋㅋㅋ 혜우도 은우 뒷담에 동참하는군요! ㅋㅋㅋㅋㅋㅋ
세은:아. 역시 우리 오빠 변호를 안해줘서 좋아! 다른 이들과 대화하면 대부분 에어버스터가 그럴리가 없어! 이러는데.. 세은:대체 그런 진상이 왜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다니까. (절레절레)
내년에 다시 오라는 그 말에 남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번에 이렇게 들어온 이상 어떻게든 은우를 만나서 뭔가 결판이라도 내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뭔가를 생각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그는 철현의 제안을 분명하게 거절했다. 이어 그는 눈을 잠시 감았고 숨을 후우, 내뱉었다. 내면으로 생각을 정리한 후, 남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알려줘서 고맙구나. 그렇다면 다른 이에게 물어서 찾아볼 수밖에 없겠구나. 가보렴."
더 이상 철현에게는 볼일이 없다는 듯이, 남성은 철현에게서 눈을 뗀 후에, 다른 학생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아무래도 사진을 꺼내는 것으로 보아 에어버스터, 즉 은우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철현이 무슨 생각을 할지, 무슨 행동을 취할지는 그의 자유였다. 이대로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갈 수도 있을테고, 은우에게 가서 이런저런 것을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완전히 방관하고 그냥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는 것도 자유였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다른 이도, 에어버스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까진 모르는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있다는 점이었다.
희야에게 개인톡을 보내기가 무섭게 1이 사라진다. 개인톡을 안절부절 맴돌고 있었다는 듯. 답변 또한 빨랐다.
[보ㅗㄱ 싶었ㅇ] [ㅓ] [지금전하러갈게요]
일단 남이 읽을 수 있고 빠르면 된 거다. 아마 희야는 후다닥 달리면서 삼촌을 부르짖겠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명백하게 태오가 먼저 시간을 같이 보낼 것을 요구하고, 한결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도 그 이후 시선을 차마 떼지 못했으니까.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말과 달리 한결은 볼펜을 계속 딸깍거리고 있었다. 펜촉이 튀어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니, 불안한 마음을 요란하게 표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혜우의 속삭임에 한결의 손이 우뚝 멈췄다. 한결은 애써 글씨를 꾹꾹 눌러썼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저는 연구원이고, 태오 씨는 학생인 걸요. 첫 제자를 아끼는 건 당ㅇ]
연구 윤리란 것이 일절 없는 인첨공에서 도덕은 귀여운 사치품으로 거듭남에도 불구하고 한결은 끝까지 한줄기 양심만은 고수하려는 사람처럼 부정하다가도, 혜우의 변화구를 직격으로 맞았는지 힘조절에 실패하듯 펜이 쭉 밀려나간다. 글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종이가 펜촉에 눌려 구겨지듯 찢어진다. 새까만 눈동자가 혜우를 향했다. 빛이라고는 일절 없는 눈이, 초점 없이 혜우를 바라보다 태오를 향했다. 그리고 다시 혜우를 향했다. 침묵 끝에 입술을 달싹이지만 눈은 웃지 못하고, 입술만 움직이는 모습이 생각에 깊게 잠긴 듯하다. 혜우 또한 쉽게 읽을 수 있는 구순과 달리 눈은 깊게 침잠하여 무언가를 진득하게 삼켜내고 있었다.
- 네, 좋아해요.
동시에 손은 종이를 두 장 정도 넘겨 다른 걸 적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에, 여기에 눈물점이 있고, 키가 저와 비슷한 남성인가요?]
어째서 한결이 선생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건지. 싶기도 전, 한결은 자신의 눈 밑을 툭 건드렸다. 남성은 한결과 동일한 위치에 점이 있었다. 태오는 자신을 향한 혜성의 시선을 느꼈는지 손님의 주문을 받기 위해 걸어가면서도, 고개를 슥 돌렸다. 짜식은 눈길에 태오의 눈 또한 가늘어지더니, 이내 입술을 달싹였다.
"새삼 볼 거 다 봐놓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네 미친놈인가 6트입니다~
이후 태오는 어떤 테이블로 슬쩍 다가가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나이프를 역수로 쥐었다.
"……손님." "네?" "허가 받지 않은 메이드, 집사의 촬영은……."
하트모양 케첩이 뿌려진 오믈렛을 위에 얹은 오므라이스를 그대로 푹 찔러내자 손님은 움찔 떨었다. 끼긱, 끼기긱, 스걱, 지지지직……. 오믈렛을 가르며 케첩이 뚝뚝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태오는 고개를 들며 미소 지었다. 한결에게 지어준 것과 달리 쎄한 미소였다.
"퇴장, 당하실 수…… 있답니다." "이, 이, 이, 인생에서요?" "큰일 날 소리……. 지우실 거죠?" "제, 제 목숨을요?" "사진이요."
>>744 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나중에 세은이가 성운 선배 섭섭하지 않게 반지 맞추라고 이야기를 할 것 같네요! 사실 다이스값이 바뀌어서 경미한 부상이 되었으니 병원은 가지 않겠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세은이는 의남매가 누구인지 모르니까 괜히 고개를 갸웃할 것 같네요. 그 관련으로는 들은 적이 없으니까요!
세은:...의남매들? 의오빠나 의언니가 두 명 이상이야? 세은:누군진 모르지만 널 힘들게 하고 사고뭉치라고 할 정도라면 볼만하겠네. 세은:언니 쪽은 잘 모르겠지만 오빠 쪽은 잘해줄 거 없어. 잘해줘봐야 잔소리만 한다니까. (한숨) 세은:...정말... 오빠가 없는 이들은 모르는 고충이야. 이거. (절레절레)
철현은 굳이 답하지 않고 수면실로 향했다. 한번 맛봐버린 숙면은 더 이상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았다. 애초에 숙면을 마약에 빗대는 것이 맞는 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철현에게 수면실에서의 숙면은 삶의 질을 올려주는 무언가였다.
저런 정신나간 인간 때문에 자신의 수면 시간을 빼앗긴 것에 짜증났으며, 대체 은우에겐 무슨 사정이 있기에 저런 인물이 찾는 것인지 궁금했다. 철현은 문자 메세지로 은우에게 연락했다. [너 안 팔았다.] [대신 무슨 일인지 설명해줘]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야] [그정도 권리는 있지? 2시간 후에 벤츠에서 보자.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난 자러간다]
철현은 굳이 답장을 보지 않고 숙면을 하러 수면실에 들어갔다.
"요즘 자주오네? 그러게 진작 이렇게 자라니까." "한번 자니까 못 끊을 것 같아." "잠을 마약처럼 말하는 사람은 오빠가 유일할껄?" "크크크"
"퇴장, 당하실 수…… 있답니다." "이, 이, 이, 인생에서요?" "큰일 날 소리……. 지우실 거죠?" "제, 제 목숨을요?" "사진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맙소사...ㅋㅋㅋㅋㅋㅋㅋㅋ
>>782 새봄이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은우는 가만히 듣다가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아요. 이어서 내년 저지먼트에는 나나 현 3학년들이 없긴 하지만, 아마 지금 애들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괜히 이야기를 할 것 같고요. 그러다가 장난스럽게 힘들다고 날 부르진 말고. 그렇게 이야기를 할 것 같네요.
이건 보너스지만 세은이가 실제로 그 말을 들었다고 한다면 아마 극혐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세은:뭐래. 세은:자기나 잘하라고 해. 맨날 작전 나가면 아무 것도 못하고 쓰러져있기나 하는 주제에.
이렇게 대놓고 은우 뒷담을 시작할 것 같네요. 아무래도 스토리에서는 캐릭터들의 활약성을 위해서 은우가 널부러져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옆눈)
>>779 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성하제 끝나면/아니면 중간에 가려고 했다고 얘기할듯 아 하긴 접때 혜우 사정 얘기할때 그냥 유사가족? 이라고 했던거 같으니까 그거 희야랑 태오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우 : 어, 맞아. 오빠만 둘이야. 너도 알긴 아는 사람인데. (웃음) 혜우 : 나는 잔소리는 안 하는데 그 이상의 말을 잘 안 해- 혜우 : 맨날 지들끼리 소곤대고 내가 보면 입 꾹 닫는다니까? 어이가 없어 하 참 혜우 : 진짜 오빠 있는 사람만 공감한다 이거. 근데 그래도- 혜우 : 가끔은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없진 않긴 해. 너도 그렇잖아. 안 그래? (쿡쿡)
[너 안 팔았다.] [대신 무슨 일인지 설명해줘]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야] [그정도 권리는 있지? 2시간 후에 벤츠에서 보자.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난 자러간다]
그 문자를 받은 은우는 잠시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달라니. 대체 뭘 설명해달라는 것인지. 애초에 이 애에게 이런저런 사실을 설명해주는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철현이 미덥지 못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3학년, 그것도 동기조 아이들은 저지먼트에서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2학년 아이들 ㅡ물론 이건 차기 부장으로 지정한 청윤도 포함이었다.ㅡ 과 1학년 아이들에겐 조금 많이 미안한 이야기였지만, 그들과는 비교가 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믿을 수 있기에, 의지할 수 있기에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존재하는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무작정 입을 닫는 것이 맞는지도 스스로 알 수 없었다.
[알았어]
잠시 고민을 하던 은우는 그렇게 톡을 전송했다. 이어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후에 잠시 다른 곳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1시간 4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벤치 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누군가가 그곳에 왔다고 한다면, 은우와 철현이 봤던 그 남성이 살벌한 표정으로 서로 노려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말도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분명히 이야기는 다음에 조용한 곳에서 하자고 했을텐데요. 그런데 여기까지 들어오고 뭐하는건데요?!"
"내가 못 올 곳에 왔니? 애초에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또 뭐니? 애초에 네가 그렇게 연락을 무시하지만 않았어도 이럴 일은 없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상당히 살벌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가 그곳에 흐르고 있었다. 그나마 사람이 적은 벤치였기에 눈에 덜 띄는 것이 다행이 아니었을까?
희야가 태오를 먼저 찾아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태오는 소매로 입을 가리며 연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희야를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희야는 고개를 먼저 들었다.
"몸은… 좀 어때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혜우를 구하다가…… 다치진 않았나, 해서." "네에, 번잡한 가족 놀음에…… 어울리고 있던 새끼가 답지 않게 다칠 뻔했지요……." "……."
희야는 태오를 바라보다 머뭇거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하고 얘기하는 것에서 여러 소리가 들려온다. 사과를 하고 싶은데 받아주지 않을까 겁을 덜컥 집어먹은 감정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심한 말을 해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 끝없는 죄책감과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소리……. 희야는 더듬거리며 입술을 뗐다.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때는……." "……괜찮아요." 이젠 아무것도 신경 안 써. 태오는 손을 뻗었다. 희야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태오는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너의…… 자아가 온전하지 못함도, 그리고 그때 위로를 받고 싶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미, 미안해…… 정말로, 그, 그렇게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괜찮아. 그때 많이 놀랐지. 이젠 다 해결됐으니까……. 요즘 몸은 어때, 아프진 않고?" "우, 우으, 우우우……."
희야는 눈물을 그렁그렁 맺다가도 이내 후드득 흘렸다. 태오는 괜찮다는 듯 머리를 토닥이던 손을 떼며 눈가를 쓸어주었다. 괜찮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젓던 희야는 소매 속에서 끝이 푸르스름한 손을 꺼내곤 이내 제 눈물을 벅벅 닦았다. 그렇지만 눈물은 그치지 않았고, 결국 아이처럼 소리를 높여 울었다. 태오는 푸른 손의 움직임을 가만히 바라보다, 괜찮다는 듯 희야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는 대신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 손은 서로를 벼랑으로 떠밀었다. "희야가 잘못했어- 태, 태오도 좋은데, 혜우도 좋은데에, 가족인데 험하게 말해서 미안해- 허어엉-" "울지 마…… 괜찮아, 뚝. 다 괜찮아……." 세 걸음 더, 걸어간다. 품에 안겨 엉엉 울던 희야는 한참을 더 울더니 히끅! 소리를 내며 눈물을 삼켰고, 태오는 등을 토닥여주며 희야가 눈물을 그칠 수 있게 도왔다. 그리고 서로 눈이 마주치고 어색한 시간이 흐른 뒤, 화제를 돌리듯 희야는 눈을 설설 피했다.
"……있잖아, 그게." "응." "……이제, 태오는 안 아파?" "안 아파." "정말?" "응." "……그러면, 데 마레는 올 거야?" "그건 모르겠어. 아프지 않아도 선뜻 몸이 움직이지는 않아서. 왜?" "그러, 그러니까, 우리 개가." "…개?" "태, 태휘 말이야." "아, 네 경호원……." "눈, 떴거든. 소개, 해주고, 싶은데……." "……아, 그렇구나. 축하해, 새 가족이 생겼네. 형부라 불러야 하나." "아니야 이 바보야!" 아, 이건 변수인데. 그저 미소 지었다.
희야를 달래주고 2학구로 보낸 뒤, 태오는 카페에서 서휘를 마주했다. 물어볼 것이 있다며 자신을 호출한 탓이었다. 태오는 군말 없이 카페에 들어섰고, 겨울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여름에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즐기던 것과 달리 오늘은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답지 않은 일이었다. 따스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실 적 들려온 질문에, 태오는 잔을 내려놓으며 느껴지는 잔열이 날아가지 않도록 손을 모았다.
"이사를, 가려고…… 했답니다." "이사?"
태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분에 넘치는 것 같아서…… 자잘한 물건은 모두 팔고, 다른 건…… 버리고 새로 소박하게…… 살고 싶었답니다. 다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나머지……." "…그런 거짓말이 내게 통할 거라 보니?"
서휘는 중지를 들어 툭, 툭, 소리를 내며 테이블을 두들기고 있었다. 무언가 고민하거나 결단을 내리기 전 으레 보여주던 행동이었다.
"거짓이 아니에요…… 또래와 어울리며…… 지금 집이 학생인 내게…… 어울리지 않는단 것을 깨달았거든요."
태오가 혼자 사는 집은 3학구에서도 내로라하는 펜트하우스였다. 방음도, 보안도, 하물며 편의시설도 대단한 철옹성 같은 곳. 이른 나이에 자취를 하는 여타 학생과 달리 태오의 집은 어른도 쉬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었다.
"네가 레이브로 일하며 벌어들인 수익의 정당한 값이잖니." "타인 보기엔 미덥지 아니할 듯하여……." "금수저니 뭐니 하는 아이들도 있으나 너는 너란다. 네 삶을 살아. 남들이 뭐라 하든 질투에 불과하지." "……형님." "그래." "내, 행복해지고 싶은 건…… 과분할까요." "……얘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람?" "실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행복은, 뭘까…… 하고." "자격이야 있지. 네 지금까지 한 일을 보렴. 쟁취해오고자 그리도 발악했는데 못 얻는 게 이상한 게다." "……그렇군요." "그러니까 말이다, 넌 행복해질 자격이 충분하지. 그런 바람을 내 들어주지 못하였단 것이 미안할 뿐이지."
태오는 대답을 한 귀로 흘리며 서휘의 손에 시선을 꽂았다. 큼직하니 이전에도 제 얼굴을 가뿐히 덮어 가릴 만큼이던 손을. 태오야, 듣고 있니? 고양아. 서휘는 태오가 정신이 팔려있다는 걸 깨닫고는 손을 움직여 주의를 돌렸다. 태오는 고개를 들었다. 이 손이 나의 사슬을 깨부수고 꽃을 피웠다. "아가, 오늘따라 딴짓을 많이 하는구나. 왜 그럴까?" "……죄송합니다." "됐다. 그런 사건도 있었으니 내 너를 이해한단다. 동생은 괜찮니?" "……." "경계하지 않아도 돼. 네 친구 밈미도 그렇고, 혜우도 그렇고. 좋은 아이들이니 마음이 놓이더구나." "그, 런가요." "그래, 그렇지만 전당포에 물건 맡길 생각은 다시는 하지 마. 스트레인지 놈들에게 약점 주는 꼴이다." "예, 새겨들을게요." "……태오야." "예." "네 진실로 괜찮니? 안색이 좋지 못하구나." "늘 제 안색은 좋지 못하였는데요……." "흠." "……실은, 석연치 못한 꿈을 꾸었거든요." "석연치 못한 꿈?" "네. 이름의 값어치대로 사는 꿈이었답니다……. 검은 까마귀가 되어 훨훨 날았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실제 동물이 되었던 전적이 있는지라, 꿈이 아니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그땐 존엄성이 없었던지라……." "저런, 설칠 법도 했구나." 당신에게 빼앗겼던 순간보다 덜하지만. 서휘는 손을 뻗어 태오의 뺨을 쓸었다. 손길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오는 눈을 감으며 뺨을 기댔다.
"…드릴 정보가 있는데, 들어보시겠나요…." "무리하지 말고…… 무엇이니?" "아스트라페가, 눈을 떴다는군요……." "오, 데 마레의 이야기는 이제 재깍재깍 가져오는구나?" "……가족이라도 구분할 건 해야지요." 네 걸음 더 벗어났으니 남은 것은. 그저 미소 지었다.
>>796 그때는 물어볼 분위기도 아니긴 했으니까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세은이도 굳이 묻지는 않았고요! 두 사람인 것을 안다고 한다면....
세은:....3학년 동기조의 그 선배와 교주님 포스 선배님? 세은:........
그리고 세은이는 진짜 아무런 말도 없이 혜우의 등을 토닥여줄 것 같네요. 정말 네가 고생이 많다는 눈빛까지 담으면서 말이에요. 물론 태오나 희야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고생이 많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말이에요!
세은:...뭐래. 세은:딱히 그런 거 아니거든?! 뭐, 용돈은 많이 버니까...없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툴툴) 세은:...그래도 뭐, 죽는 꼴을 보긴 싫으니까... 세은:혀, 혈육이라서 그런거야. 혈육이라서.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나 참. 은근슬쩍 브라콘처럼 몰진 마. 알았어?!
잠에서 깨어난 철현은 늘어진 표정을 지으며 약속장소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개운하게 숙면을 취했지만 잠의 달콤함은 그의 몸을 계속해서 나른하게 만들었다. 약속이고 뭐고 좀 더 잘까? 솔직히 남의 개인사 알게 뭐람? 은우도 묻지 않길 원하지 않을까? 그냥 마음이 바뀌었다하고 좀 더 잘까라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을 무렵, 철현은 어느샌가 약속장소에 도착해있었다.
"여기까지 왔으니...뭐..."
벤츠가 가면 갈 수록 시끌벅적한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리 중에서 은우의 목소리도 섞여있었다. 철현은 어떤 불쌍한 재수 없는 불량배가 그에게 싸움을 걸었나 싶어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어슬렁 어슬렁 걸어갔다.
"야야 누구야~ 3학구 최약체한테 시비를 거는 나쁜 놈이?"
나쁜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네가지 없는 양반은 확실한 아저씨와 자타공인 저지먼트 최강이자 정작 중요할 때는 안보이는 은우가 싸우고 있었다.
"오 이런..."
철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쌀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할만큼 했다는 뜻이었다.
은우와 아저씨가 지금 막 만났다면 사람 잘못봤다며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이야기는 한참 전부터 진행된 모양이었다.
"굳이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고 싶진 않은 데..." "내일 다시 보면 되냐?"
일단 복잡한 가정사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오해가 있으면 풀고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철현 자신의 생각에 은우는 개인 소유 섬이 있을 정도로 부자인 친구이며, 은원은 잊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아는 은우라면 개인 소유 섬을 팔아서라도 키워준 값을 보상했을 녀석이었다. 지금 막 만난 무례한 이가 말한 것보다 친구의 반응을 믿기로 한다.
철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은우는 물론이고 그 남성까지 시선을 철현에게 돌렸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바로 고모부인 그 남성이었다. 철현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내뱉는 목소리는 상당히 적대적이었다.
"오호라. 넌 입구에서 봤던 그 애로구나! 잘 모른다고 하더니, 거짓말인 모양이지? 하. 그래. 아주 작정을 했구나. 이 애 부탁을 받고 모른척 해준거니? 그래. 돈이 좋긴 좋지? 아주? 아주 돈이 많으니까 별별 이들이 알아서 꿇어주고 잘 감싸주는 모양이구나. 어!"
결국 공격의 끝은 다시 은우에게로 향했다. 그 말을 듣던 은우는 표정이 상당히 일그러졌다. 이어 그는 자신의 고모부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그 눈빛은 아마 철현이, 혹은 3학년 동기조들조차 본 적이 없는 살벌한 눈빛이었을 것이다. 그 눈빛에 남성은 절로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은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뿌리치듯이 멱살을 놓았고 철현에게 다가갔다.
"가자. 저 아저씨와 굳이 이야기할 거 없어."
"아직 이야기 안 끝났다!!"
"저는 더 할 이야기 없어요! ...오히려 뻔뻔하게 여기까지 오셨네요! 세은이에게 그 따위 짓을 하려고 했으면서! 외삼촌이 오지 않았으면 길거리에 갖다버렸을 작자가!! 입이 줄어야한다고, 멋대로 저와 세은이를 찢어버리려고, 그나마 어린 세은이가 더 편할 것 같다는 이유로 버리려고 한 주제에... 친척이라고 해준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면서, 이제와서 고모부니 뭐니하면서 친척행세나 하는 주제에! 그래도 친척이니까 어느 정도 명예는 살려주려고 했는데 내 친구에게 그 따위로 말하지 마!"
강하게 적대심을 분출하자 남성은 주변의 눈치를 빠르게 살폈다. 주변의 시선은 아무리 봐도 뭐야? 저 사람 정도의 의구심과 쓰레기를 보는 눈빛이었다. 이곳은 목화고등학교. 당연하지만 세은이도 꽤나 알려진 이였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에어버스터의 동생'이었으니까. 한편, 그 남성은 철현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야. 아저씨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방금 전엔 너무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말이 헛나온거야! 얘야. 괜찮니? 응? 아니. 아니. 이게 아니지. 미안하구나. 정말로. 아저씨 때문에 상처받았다면 사과할게. 응?"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명예를 나름대로 챙기려고 하는 이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잘못을 빠르게 사과하고 상황을 수습하려는 어른의 모습은, 적어도 쓰레기처럼 보이진 않았을테니까.
물론 그게 통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으, 은우야. 일단 진정하자. 응? 친구에게 화낸 것은 미안해. 그런데 이 고모부도 조금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니. 안 그렇니?"
>>847 세은이 지금 카페에서 뾰로롱~ 마법소녀 메이드 세은냥~~ 이러면서 포즈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보진 못할 거예요! (옆눈) 판다 귀 머리띠..ㅋㅋㅋㅋ 어쩔 수 없군요. 세은이는 고양이 귀 머리띠를 혜우에게 씌워줄 수밖에 없겠네요!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나요. 이미 마음은 정리했어요. 전 주말에 400분이나 기다리면서까지 팬더를 볼 자신이 없었어요. (절레절레)
>>852 사실 맹하다기보다는 감정의 대부분이 삭제되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지만요! 물론 아무것도 못 느끼고 그러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일단 혜우나 다른 이들이 모를 뿐, 플레어도 여기에 왔다가 갔답니다! 같이 둘러보자고 제안이 오면 아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혼자 갈 것 같네요. 아직은 말이에요.
>>857 크크큭맨:크크큭.... 크크큭맨:그러니까 어서 풀어주십시오...크크큭..
어쩌다가 크크큭맨에게 꽂히게 된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
>>859 뒤에 물음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적당히 존경하는 선배님으로 둘러댄 것이 분명하다. (어?)
"왜 그 애가 저지먼트에 있어?" "...나한테는 그렇게...말해놓고 이미 끝냈다고 했으면서..." 허망함의 목소리다.
"확언과, 확신은 매우 다른 말이죠.." "하지만 그것이 처한 상황은.. 그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겠어? 그렇게 돌려서 말한다고 하면 나는 이해할 수가 없거든." "저런.. 안타깝네요. 다만 하나 말해줄 수 있은 것은" "철....동일..." "...." 정말 이런 부분이 맞지 않았었다. 결국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나온 그였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 -아 대답은 못하시겠네요. 하지만 출혈이 열로 인한 지혈로 덜하다지만 그정도의 시간이라서 이정도나 된 거잖아요? 물론 가장 많이 다친 건 태진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팔찌로 방어를 한 반면, 수경은 그걸 안 차고 있었어서 예쁘게 구멍이 몇 개 나버렸으니까 눈에는 잘 안띄어도(물론 태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검은색 옷이 묘한 촉촉함과 질감을 띄게 되었을 겁니다. 구출되고 나서 많이 흘려버린 탓인지. 조금 오류가 생겨서 이동할 때 추락해서, 접질리거나. 혹은 꺾였을지도 모르죠...?
아 그래도 다른 사람 위에 떨어져서 누군가를 깔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지 않았을까요?
-생각보다 가치가 크다는 거 이해하고는 계시죠? "...." [어울리네요.] 보글보글거리는 듯한 것을 듣다가 그녀가 흠칫합니다. 수경은 약간 발그레해진 시야에서 걸어오는 이를 바라봅니다. 어그러지고 몽롱한 시야. 해준다는 것에서 매우 불만을 가진 것 같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는 걸 지금은 이해하는 모양입니다. 눈을 내리깔고는 한쪽 팔을 아크릴에 댑니다. 좀 심상치 않은 힘으로 꾹 누르지만. 그뿐...
다 낫는다면 또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고 끓어오르는 충동을 참기가 참 어려워집니다.
[이 모습을 잘 봐둬야해요. 참을성을.. 기르기 위해..] [....갈기갈기 찢길 장미더미에서 한 갈래를 잡아 심은 거라 그런가요? 볼품없어] -영양생식 말하는 거죠? [응.. 그렇죠.]
철현의 말에 남성은 이를 빠득 악물었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충고를 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와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어 그는 다음에 또 오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일부러 발소리를 강하게 내며 은우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강하게 툭 치면서 걸어갔다. 사람들에게 사진이 찍히는 모양이었지만, 딱히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미간을 꽉 잡았다. 그리고 철현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미안. 휘말리게 해버린 것 같네. 아무튼 저 아저씨의 말은 신경쓰지 마."
이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이, 은우는 철현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사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 친구 앞에서 이런 꼴을 보인 것이 싫은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운 것인지 그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다가 그는 시선을 회피했다.
"가능하면, 방금 전에 한 말을...잊어준다거나 가능할까? 너무...퍼지진 않았으면 해서."
물론 철현이 여기저기 소문을 낼 것 같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괜히 그렇게 말을 하며, 은우는 저지먼트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이어 눈을 감고 다시 한숨을 내뱉다가 다시 앞을 바라봤다.
"아니면... 역시 들어야겠어?"
들어보고 싶다는 듯이 이야기를 한 것은 철현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에 응해서 알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여기로 나온 상태였다. 그렇기에 은우는 철현의 답을 기다렸다. 딱 그가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는 듯이. 하지만 이내 그는 애써 조용히 미소를 지으면서, 조금은 어색해보이는 그런 미소를 지으면서 철현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듣고 싶다고 해도... 네가 알고 싶은 것이 뭔지 알아야 나도 답을 해주겠지만 말이야."
다시 말해, 듣고 싶은 것. 묻는 것만 대답하겠다라는 일종의 의사표시였다. 이전에 혜우가 자신에게 편지에 대해서 물었을때도 그렇게 했듯이, 그는 철현에게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철현은 연거푸 씩씩거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그가 자신에게 했던 온갖 무례한 말이 연이어 떠올라 상당히 열받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은우가 그의 멱살을 잡은 모습을 보았기에 은우의 앞에서 크게 화를 내진 못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런 고모부가 있어서 가장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자신의 친구 은우 일 것이 분명했으니까. 은우가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면서 자신의 시선을 피하자 철현 역시 고개를 돌렸다.
"됐어! 이제 됐어.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알겠으니까. 다른 애들한테나 들키지 마."
어찌보면 최대 피해자인 은우인데도 불구하고 철현은 까칠하게 그에게 대답했다. 단순 화풀이 일 수도 있겠지만 은우에게 굳이 말할 필요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듣고 싶은거? 하나지."
아저씨가 한 헛소리들 중에서 철현의 자존심을 가장 크게 건드린 한마디.
"잘들어, 난 네 친구지. 네 부하가 아니야. 그렇지?"
"네가 아무리 강해도. 내가 너에게 꿇어주는 일 따윈 없어. 안그래?"
물론 철현 자신 스스로도 이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질문인지, 은우가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너도 충분히 강하다] 등등 답답할만큼 착하면서도 모범적인 말을 내뱉겠지.
이것을 스스로 잘 알면서 묻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특별하지 않은 열등생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0 상담실은 조용했다. 중앙에 놓인 철제 테이블 하나. 서로를 마주 보게 놓인 의자. 서로를 가리는 벽이 있다면 마치 고해 성사소와 같은 분위기의 장소였다. 당신이 심문실에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금은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신이 스트레인지 출신임을 아는 이는 적다. 엔지니어, 늑대, 입부 때 신상정보 파일을 보았다면 대장.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스트레인지 출신임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연인인 혜성에게도. 좋은 때도 아니었을뿐더러 부끄러운 과거였을뿐이니까. 인첨공에 들어와서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으니, 발버둥 치며 살아갔다 하더라도 스트레인지가 아닌 이곳에서는 정당화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또한 자신이 돌보던 그 어린아이들을 떠올리는 일은 고통스러웠으니, 금의 죄책감과 수치는 정점을 찍었다. 스트레인지를 빠져나와 조금은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쓰레기와 온갖 부패가 들끓는 뒷골목에 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떠나면 끊어버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들이 자신이 스트레인지 출신임을 그들이 밝혔을 땐, 심장이 마구 뛰었다.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안정적인 삶을 바라고 싶었으나. 한번 붙은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았다. 급격하게 가라앉는 기분에 다른 생각을 떠올려 보려던 그때, 문이 열리는 소음이 들렸고, 금은 고개를 들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내가 단 한 명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때. 당신이 알려줬었죠. 내게는 아직 지킬 수 있는 것이 많다고요."
금은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며 말한다. 당신은 금에게 다가간 당신은 금의 손을 꼭 쥐고서, 자신 쪽으로 끌어 당겼다.
철현의 말에 은우는 태연하게 그렇게 대답했다. 그 말은 기분을 맞춰주기 위함이 아니라 실제로 그가 생각하는 사안이었다. 물론 부장과 부원이라는 관계가 있지만 그게 어디 부하라는 관계겠는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대표를 맡은 것 뿐이었다. 3학년 동기조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저지먼트에 남아서 활동하고 있는 엘리트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은우는 철현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일은 땡땡이를 칠지 몰라도, 너도 3년이나 저지먼트 생활을 하고 있는 이잖아. 작전 때 네 창의력이나 행동력을 보면 후배들이 배울 것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 ...또 다른 스승이라면 모를까. 부하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
능력 위주로 싸우고 있고, 압도적인 화력으로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 자신과는 다르게 그는 여러가지 전략전술을 사용해서 작전을 행하는 방식이었기에 은우에게 있어서 철현은 예상할 수 없는 존재였다. 때로는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을 해결할 때도 있는만큼 그야말로 '조커'에 가까운 이였다. 그런 이를 어떻게 부하처럼 생각하겠는가.
아니. 애초에 2학년, 1학년들도 부하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고마워."
굳이 더 무슨 말을 하지 않는 것에 은우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이어 근처에 있는 노점들을 바라보면서 그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고생했어. 맛있는 거 사줄게. 뭐 먹을래? 아. 어디까지나 노점 한정이야! 갑자기 호텔 뷔페 이런거 말하기 없기다!"
물론 사줄 수야 있었지만, 갑자기 그런 것을 훅 지불해야 하는 것은 역시 일반 고등학생에게는 심적 부담이 되는 일이었기에 그는 괜히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철현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동월은 지금까지 지나온 괴이들을 생각했다. 그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려면 정신이 5개 정도는 붕괴될 것이다.
" 그러게~ 어쩌다가 이런 꼴이 돼서는. " " 그래도 뭐, 나쁘지 않아. " " 지금은 너한테 꿰여있으니까? " " 옛날 얘기는 뭐... 언젠가 할 때가 있겠지. "
기술명을 외치는 버릇들 덕분인지, 오글거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것도 그의 특기라면 특기일 것이다. 자신의 기구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던 동월은 이내 어깨를 으쓱인다. 딱히 숨길 얘기는 아니었다. 애린이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고 자신을 싫어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다만 지금보다는 뒤로 미뤄둘 뿐이다.
" 그래. 나도 그러길 바래.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 처럼 말이야. " " 그 때 네 표정이 어떨지 꽤나 궁금한걸. "
언제나 위장술을 하고있는 애린이 진심으로 사랑을 느끼고, 설레는 순간의 표정... 동월은 어쩌면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려 할지도 모르겠다. 사진찍는 기술은 더럽게 없으면서도 말이다.
" ...그런 이야기를 듣는건 처음인데. "
동월은 멋쩍은 듯이, 괜히 뒷목을 쓸어보였다.
" 뭐... 일단은, 안놓쳤잖아? " " 그럼 이제 손해볼 일 없겠네. "
교습이라는 관계에 묶여있다고 하더라도, 둘의 사이가 생각보다 더,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에... 그때 얘기를 꺼내는거야? " " 넌 망설이지도 않고 구하러 왔잖아. "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지 아마. 애린에게는 그것이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드는 일' 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지를 주는게 나쁜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있었다. 그렇기에 동월은 선택지를 주기보다는, '그냥 나가라' 라고 말하는 편이었지만... 애린이 그걸 들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 그러는 너도 꽤나 훌륭한 코뿔소인거 알지? "
동월도 동월이지만, 애린도 코뿔소라는 이름에 걸맞는 행동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당장 그녀의 전적만 해도 수도없이 나열할 수 있을 정도니...
" 그야, 그런 대답을 들으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을걸? "
하지만 애린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일테다. 그렇기에, 동월은 놀랄 수 밖에 없었고, 그것에 솔직하게 설렐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을 알려준다니. 험난한 길일지라도, 그녀에게 사랑을 알려주는게. 어쩌면 자신에게 사랑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을 뿐이었다.
" 너도 평소엔 잘만 안으면서 놀라는거야? "
애린과의 스킨십은, 이런 관계가 되기 전부터도 꽤나 서슴치 않게 닿아왔었다. 단순히 포옹 말고도 이마를 부딪힌다거나 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식' 으로 닿는건 처음이려나.
" 뭐... 그렇지. " " 응. 그런거야. "
굳이 사족은 붙이지 않기로 했다. 단지, 어중간하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든 보여주기 위해서. 확신의 대답을 들려줄 뿐이었다.
자신의 입맞춤이 애린에게 어떻게 전달되었을지, 동월은 알지 못했다. 다만 그것이 아주 미약함의 설렘이라도 전해줄 수 있다면.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을 것이다.
" 서로 배우는 입장이라고 해도 뭐... 당장은, 내가 선생 역할을 맡는거잖아? " " 나중에 청출어람을 보여달라구. "
지금에야 동월이 가르친다고 하지만, 애린이 가르쳐줄 때가 온다면... 동월은, 자신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할 자신이.
그리고,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변한. 아주 가끔씩 보여주던 차분한 느낌의 애린이 자신의 뺨을 감싸고 천천히 가까워져오자,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싶던 동월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이마에 부드러운 입맞춤이 찾아오자 다시 눈을 뜨고, 피식 웃었을테다.
" 난 재촉하는 멋없는 남자가 아니니까. " " 기다릴게. 천천히 말해줘. "
사실 동월은 기다리는 것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기다릴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류애린. 네가 나중의 즐거움으로 미뤄두었는걸.
" ....흠, "
그리고 곧장 돌아온 평소의 애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고서 손을 내민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자신을 한번도 부하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한다. 이는 철현 자신이 생각해도 아부나 임기응변 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은우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욕을 하거나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 그런 낌세라도 보였다면 싸우기라도 했을 텐데...시원하게 복수라도 했을 텐데...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젠장할..."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한양과 말싸움할 때와는 또 다른 착잡함과 속이 꼬이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애시당초 왜 순간적이나마 이렇게 착한 애에게 분을 품었을까? 실제 나쁜 사람은 따로 있는 데.
"하..."
개운하지 않은 표정으로 괜히 입맛만 다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자신을 무시하지 않는 이에게 무시하라고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또 다른 스승이라니, 오글거리는 소리 하지마."
머리만 긁적이며, 괜히 딴청을 피운다.
"메이드 카페 가자. 후배들, 동기 녀석들 고생하는 거 보러가야지."
"아니면 메이드 카페 명물 하얀 고양이 메이드도 좋고."
하얀 고양이 메이드는 철현 본인일테지만 지금은 그의 동생이 대신 일을 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아, 맞다. 그 아저씨 여기 못 오게는 못하냐? 하는거 봐선 내년에도 또 올 것 같은데?"
인생네컷 되게 평범하게 찍다가 눈 마주치고 한컷은 뽀뽀하는 사진이 섞인다거나... 이것저것 사먹으면서 나눠먹거나 바꿔먹는다거나 악세사리샵에서 목걸이 보거나 아니면 피어싱샵 가서 금이가 이혜성한테 어울리는 피어싱 골라준다거나 그 고른 피어싱 계산하고 바로 그자리에서 바꿔끼는 김에 전체적으로 어울리게 교체하는 걸 금이가 구경하거나....
>>959 이번일? 혜우 갠이벤 이야기? 아니면 금이가 스트레인지 출신이라는 말을 들은 것? 전자에 대해서는 인첨공이 인첨공했다고 생각할거고 후자라면 음 복잡한 기분이겠네. 스트레인지 출신이라는 걸 말하지 않은 기분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렴풋하게 이해하고 있으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이건 명확히 연인을 걱정하는 그런 거지만 이혜성은 인지하지 못한) 그러면서도 자신또한 금에게 하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묻기에는 자신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묻어놓고 넘어가자니 묘한 서운함은 느껴지는 상태?
이혜성이 들이대는 구도가 제일 낫지 않을까. 가볍게 뽀뽀하고 둘이 이마 맞대고 키득거리는 것도 보고 싶다ㅋㅋㅋㅋㅋㅋ사심 가득 고르는 금이 구경하다가 어울리는 거 고를때는 굉장히 고심하는 이혜성이라던가, 고르다가 시선 마주치면 살짝 웃어보이고.
>>961 스트레인지 출신을 들은 것에 대한 생각이었으니. 아. 그치요. 서로가 말하지 못할 것들이 있으니. 으그그극... 서운함.... 이미 알게 된 거. 이건 금이가 먼저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그리고 이마 맞대고 웃는 거 너무 좋아요... 상상하니 심장 뛰어 오늘 잠은 다 잤네요. (?) 그리고 아니 👀👀👀👀 피어싱 빼는 거... 묘하게 페티쉬가 늘어요? (이런 말)
>>965 왠지 이혜성도 자신이 밖에서 들어왔다는 걸 말 안했을 것 같지만 전신에서 풍겨나오는 바깥출신의 분위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좀 있어 어쨌든 서로 말하지 않은 게 있고, 꼭 전부 다 말할 필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혜성은 분명 하고 있을 것 같거든. 금이가 먼저 이야기 꺼내준다면 아마 들어줄 준비는 됐을거야. 자기 이야기는 안해도 남 이야기는 잘 들어주니까 (찡긋) 센세 주무셔야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야 지금 듣는 썰 꿈으로 꾼다(?) 예? 그거 무슨 소리니 금주금주야 이사람 넓은 취향의 소유주였다.
아프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피어싱 다 빼고 귀 소독과 피어싱 소독하면서 처음에는 아프지만 예쁘잖아? 하고 말한 뒤 해볼래? 하고 장난스레 물어본다
>>970 바깥 출신의 분위기라. 넌지시 나타나는 그런 분위기를 금이가 느꼈을지는... 음. 🤔, 일부 제외하고 대부분 밖에서 들어왔으니. 언니도 그렇겠지 생각은 하고 있었을 거니까. 이야기를 꺼내는 거야 자신이 스트레인지 출신이라 싫지 않냐는 거랑. 한때 헤매던 때가 있었다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uu... 쥐새끼들 이야기도 하긴 하겠네요. 꿈으로 꾸려면 좀 더 많은 썰을 들어야 꿀 수 있을 거 같아요? (???) 취향은, 아니 그 ◐◐... 흠흠....
>>예쁘잖아<< 아 바로 납득이 되는 말이라. 손 뻗어서 귓가에 가져가다간, 뒷말에 눈 깜빡이면서 고개 갸웃이면서 그럼 언니가 귀 뚫어주는 거예요? 이래요...
>>991 언니도 그랬겠지하는 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은 게 느껴진다. 싫지 않냐는 질문은 나중을 위해 아껴두겠어 히히히 헤매던 때가 있었다는 말이랑 쥐새끼 관련 이야기는 가만히 들으면서 금이 손 꼭 잡을 것 같네 이 이상의 반응은 나중을 위해 아끼기로(?) 이익 어쩔 수 없지 더 풀어보는 수 밖에 주섬주섬 뭐 취향은 넓고 나는 너그럽다 얼마든지 어필해도 돼(엄지)
??? 뭐 언니가 귀 뚫어주는거에요? 라고? 이혜성 동공지진 일어난다. 그런건 전문점가서 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신신당부함 진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