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ㅋㅋ 아람이 잠옷에다가 집안에서 입는 니트가디건 걸치고 마스크도 꼭꼭 하고 문열어 줄 것 같지. 어쨌든 열도 나고 기침도 나고 헤롱헤롱한... 부스스한 느낌일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 역시 당황한 혜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도 끓여주고 약도 멕이구 하겠지 흑흑 역시 넘 귀여울 것 같구.......
혜성이는 지금 시점에서는 아프면 부모님이 케어해주실 테니까. 나중에 자취할 때 쯤에는 그런 모습도 볼 수 있겠지?
누가 봐도 감기 걸렸어요! 패션이잖아. 그거. ㅋㅋㅋㅋㅋ 아무튼 문 열어주면 혜성이는 아람이를 보고 깜짝 놀라서 바로 다시 침대로 데리고 간 후에 눕히지 않을까 싶어. 뭔가 생각보다 더 힘들어보일테니 말이야. 헤롱헤롱에 부스스한 느낌. 일단 아프지만 않으면 너무 귀여울 것 같은데..아람이가 아파..안돼..8ㅁ8 물론 그렇게 다 해줄 거야. 저때는 후. 후. 불어서 죽도 먹여주는 서비스도 있지! ㅋㅋㅋㅋㅋㅋㅋ
음. 아무래도 자취를 하게 되면 확실히 그런 모습이 나올 것 같기도 해. 아람주는 혜성이가 아플 때 아람이가 간호하는 모습도 보고 싶구나? 물론 그건 나도 보고 싶다!
좋아. 그렇다면 그 일상도 언젠간 꼭 해보는 것으로 하자! 이렇게 또 리스트에 두 개나 쌓이는구나! 와! 우리 해야 할 거 엄청 많아! 사실 평범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귀여운 것은 필시 이 둘이기 때문일거야! 진짜 갓커플이다... 청춘이다.. 좋다...
아무래도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생이 가질법한 그런 제약들이 많이 풀리니 말이야. 당연히 1박 2일 여행도 가야만 해! 막막 다른 지역에도 놀러가고.. 그러다가 한 명이 운전 배워서 랜트카 빌려서 드라이브도 가고! ㅋㅋㅋㅋㅋㅋ 물론 성인이 되면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둘에게는 뭔가 좋은 일이 한가득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돼!
꺅.....!! 좋아!!! 둘이 1박2일 여행가면 아람이 아닌 척해도 조금 긴장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 아람이 졸업하자마자 운전 바로 배울 것 같은데! 엄마한테 운전도 얼른 배우는 거지...! 아니면 아람이 대학생인데도 자차 있을수도 있고.....(졸업선물로 자동차 사주는 통큰 엄마....) 성인이 되면 엄청 책임져야할 일이 많아지지만 혜성이랑 아람이는 잘 해낼 거라고 믿어! 그리고 대학생 때는 아직 학생이지~
아마 긴장하는 것은 혜성이도 마찬가지일거야! 당연히 방도 따로 잡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역시 1박 여행이니까 아무래도 긴장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 같고 툴툴거림도 평소보다 조금 더 증가하지 않을까 싶은걸. ㅋㅋㅋㅋㅋ 앗. 아람이 졸업하자마자 운전 바로 배우는구나. 아마도 혜성이는 바로 배우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뒀다가 대학교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때 배우지 않을까 싶은데. 학원 등록해서 말이야. 와. 아람이 대학생인데도 자차! 엄청나다!! 그럼 아람이가 운전하게 되는걸까? 대학생 때는 학생이라고 해도 그냥 마냥 학생은 또 아니니까! 그래도 성인인걸! 술 먹고 술집 갈 수 있고..어... 일단 혜성이는 졸업하고 얼마 안 가서 자취할 생각이기도 하고!
체육대회가 시작됨에 따라 혜성은 자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응원하는 학생들이라던가, 경기에 임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던가, 우승해서 환호성을 지르는 이들, 혹은 패배해서 조금 시무룩한 느낌의 이들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다. 어쨌건 자신은 학생회의 부탁을 받고 사진을 찍어야 했고 자연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이란 한 자리에 앉아서는 나오지 않는 법이었다.
이번 경기는 장애물 달리기라는 말에 혜성은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나 담을까 생각하며 자연히 출발점 부분으로 향했다. 여러 학생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자신이 아는 이는 물론이요. 모르는 이도 있었다. 그 와중에 아람의 모습이 혜성의 눈에 들어왔다. 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혜성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람을 바라봤다. 이내 자신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발견한 듯 했으나 정말로 그런진 알 수 없었다. 이내 혜성은 미소를 지으며 아람을 향해 손을 약하게 흔들었다. 너무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카메라를 올린 후에 대기하고 있는 이들, 특히 아람의 모습이 확실하게 담기도록 화면을 담은 후에 셔터를 찰칵 눌렀다.
한편 준비 신호가 떨어지자 혜성은 자연히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아람이 달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자신의 반 여자애도 참가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시선은 오직 아람에게 향해있었고 그곳에 고정되어있었다. 마치 못이라도 박은 것처럼. 그야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자신의 여자친구인 것을.
"화이팅!"
이내 그렇게 외쳐보기도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람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눈으로 쫓았다. 아마 이 장애물 경기는 자신이 알기로는 맨 마지막에 물건찾기도 있었는데. 과연 무슨 물건이 나올까. 괜히 그런 호기심을 가지면서 혜성은 완전히 그 자리에 멈춰섰다. 사진은 나중에 찍어도 늦지 않았으니 지금은 자신의 여자친구만을 바라보고 싶었다.
장애물을 넘어서서 원통에다가 그물, 거기다가 버터쿠키 먹기까지. 그 와중에 코끼리코. 누가 기획했는진 몰라도 정말 제대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살짝 당황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 상당히 빠르게 달리는 아람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반 여자아이는 아직 좀 더 뒤에 있었지만 혜성의 눈에는 오로지 아람의 모습만 보였고 이내 쪽지를 고르는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뭘 가져와야하는 것일까. 혹은 무슨 미션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미소를 머금었다. 여기에 있으면 잘 보이니 아람이 뭘 가지고 가는지를 확인하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모습에 혜성은 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왜 여기로 오는 것일까 나름대로 추측했다. 혹시 카메라가 나왔나? 그러면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를 얼마든지 빌려줄 생각이 있었다. 허나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자신의 손을 덥썩 잡더니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던가.
"응? 뭐, 뭔데?! 갑자기 뭔데?! 왜 날 데려가는건데?! 대체 뭐가 나왔길래?!"
갑자기 자신을 잡고 결승선으로 향하는 것에 혜성은 일단 뭔진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달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발을 맞춰서, 그러다가 아람을 오히려 이끌려고 하면서 앞으로 달렸다. 당연하지만 혜성 역시 나름 체력엔 자신이 있었고 달리기도 제법 하는 편이었다. 이어 정말 여유롭게 1등의 자리를 유지했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단번에 1등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일단 달리긴 했지만 대체 무슨 일인진 알 수 없어서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대체 뭔데 날 데리고 온 거야? 놀랐잖아. 나 참. ...카메라 떨어뜨리는 줄 알았네."
이어 혜성은 아람에게 대체 뭘 가지고 오는 것이었는지를 물었다. 아마 저편에서 미션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회 임원 한 명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가져오지 않았으면 지금 이 순위는 인정할 수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맞아. 맞아. 그냥 사고나면 너무 무서워. 돈이 무서워...(주륵)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어!
좋아하는 사람이 나왔다는 그 말에 혜성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설마 그런 것이 나왔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보다 그런 것을 미션으로 쓴 작자는 누구란 말인지. 혜성은 빠르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주변을 흘겨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그것을 쓴 사람을 알아낼 수 있을까. 이내 혜성은 끄응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엄청나게 부끄러운 탓이었다. 물론 아람이 부끄럽다는 것은 아니고 모두의 앞에서 이렇게 공개되듯이 나온 것이 조금 부끄러운 탓이었다. 허나 불평을 할 이유가 없었던만큼 그는 괜히 머리만 긁적였다.
이어 학생회 임원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읽었고 주변에서 오오오. 하는 함성과 야유가 들려오자 혜성은 살며시 눈을 아래로 깔면서 괜히 초조한듯 땅바닥을 자신의 발로 살살 긁었다. 정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붉은 얼굴을 들어올리며 혜성은 아람을 살짝 흘겨봤다.
"너, 너, 진짜 두고 봐. 문아람."
물론 절대로 성이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기어들어갈 것 같은 그런 목소리를 내면서, 그 와중에도 제 등을 툭툭 치면서 혜성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역시 이런 것으로 주목받는 것은 영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임원 중 하나가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좋아하는 사람으로 지목되었는데... 그럼 문아람 선수에 대한 좋아한다는 말의 답변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 끌려온 남학생 분?"
"...아. 진짜. 좋아합니다! 사귑니다! 아무튼 그런겁니다!"
이내 혜성은 괜히 지르듯이 그렇게 외쳤고 빠르게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역시나 부끄러움이 펑펑 터지는 느낌이었고 그것을 버티지 못한 탓이었다. 으으. 소리를 내면서 그는 살며시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장난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지 이내 학생회 임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문아람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갱신이야!! 찾아보니까 불법이 맞다고 하네. 보험 안 들면 불법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어. 지금까지 그냥 돈 때문에 하는 건 줄 알았거든. 와. 그렇구나. 이렇게 또 하나를 알아갑니다!!
확실히 혜성이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치만 그 종이를 보는 순간 떠오른 사람이 혜성 밖에 없는 것을 어떡하겠는가. 실제로도 서로 좋아하고 사귀고 있는 사람인 것도 맞는걸?
확실히 부끄러워하는 혜성이 귀엽기도 했다. 두고보자는 말은 전혀 무섭지 않았기에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리고 인터뷰에 뻣뻣하게 대답하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혜성이 흘겨본다면 딴청을 피우겠지만. 자신으로 넘어오는 질문과 마이크에 다시 작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만.
"사귄지는 좀 된 제 남자친구에요.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 아는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쪽지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오면 또 삐질테니까 어쩔 수 없이."
이미 두 사람이 사귀는 건 같은 학년 학생이면 다 아는 것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공개적으로 사귀는 사이라는 게 공표된 셈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우연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색이다.
/자동차 보험은 확실히 그렇다곤 알고 있는데 운전자 보험은 또 애매해서 모르겠네! 어쨌든 불법이 맞다면 맞는 것이지! 이렇게 지식 획득!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그 말에 혜성은 괜히 톡 쏘듯이 이야기를 했다. 물론 정말로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면 아마도 삐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으나 얼굴은 이미 상당히 붉어진 상태였다. 흥. 소리를 약하게 내면서 혜성은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아람이 오는 것을 기다리듯, 그렇게 멀리 가진 못하고 아람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어, 어서 와. 저기에 계속 있어봐야 그러니까... 다른 이들 진로 방해잖아. 진로 방해. 또 경기가 있을텐데. 부끄럽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 착각은 말고."
괜히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을 향해서 살며시 오른손을 내밀었다. 마치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것처럼. 그 모습에 괜히 더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것 같았으나 혜성은 애써 그 사실은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붉어진 얼굴을 애써 식히려는 듯, 그는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되게 신기하네. 어떻게 나와도... 이제 진짜 너하고 나는 공식 커플이네. 그것도 학교 단위로 말이야."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이 싫지는 않다는 듯, 혜성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람이 자신의 손을 잡으면 그대로 혜성은 도망치듯, 조금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서 조금 뒤쪽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바로 반으로 돌아가야 한단 법은 없지 않겠는가. 물론 바로 돌아가겠다고 한다면 돌려보내주기야 했겠지만.
/일단 내가 듣기로는 그런 것 같더라구! 보험을 안 들면 불법! 위반!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하기사 자동차 사고 한 번 크게 터지면 보통 돈이 깨지는 것이 아니고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니까 보험은 필수지만 말이야!
손이 잡히는 감촉이 느껴지자마자 혜성은 그대로 손을 잡고 퇴장하듯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여기나 저기나 전부 학생들이었으니 그 시선을 완전히 회피할 순 없었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그래도 마냥 싫은 것은 아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끼면서 그는 괜히 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익숙해져야겠네. ...뭐, 실제로 다른 애를 끌고 갔으면 그건 싫긴 하니까."
물론 그것으로 삐지거나 할 생각은 없었지만 묘하게 싫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거야 역시 좋아하는 사람으로는 자신이 지목되는 것이 자신에게는 제일 좋은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장기자랑과 커플 게임이라는 말에 혜성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거기에는 안 나갈 거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권하면 어떻게 될 진 알 수 없었다. 결국 아람의 부탁을 혜성이 거절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바로? 뭐,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면 일단 도시락부터 가지고 와야 하는 거 아니야?"
수돗가로 향하는 발걸음에 맞춰 혜성 역시 수돗가로 향했다. 그리고 수돗가에 도착하자 일단 혜성 역시 자신의 손을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로 씼었다.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 가볍게 물기를 털어낸 후 혜성은 다시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어디서 먹을래? ...뭐, 나야 어디라도 상관없긴 하지만 너네 반과 우리 반 근처는 일단은 피하고 싶어.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니 말이야."
그곳만 아니면 별로 상관없다는 듯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서서히 학생들중 점심을 먹기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고 자리를 잡을거면 역시 지금이 가장 적기가 아니었을까?
/ㅋㅋㅋㅋㅋ 아람이 눈치보는거야? 그래도 혜성이는 역시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과속하면 그건 확실하게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물론 가속만 안하면 진짜 운전 잘한다고 칭찬도 하고 괜히 미소도 보이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갱신이야!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보냈다!! 아람주는...고생 많았어...8ㅁ8
"옥상이라. 하지만 잠기지 않았을까. 그냥 학교 뒷 정원에서 보자. 무난하면서도 조용할 것 같으니까."
물론 아예 학생들이 없을 순 없겠지만 애초에 아예 학생이 없는 곳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학교가 그렇게 엄청 넓은 것은 아니었고 학생 수가 상당히 적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어디에 가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그 부분은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상대적으로 편안한 느낌의 정원이 괜찮지 않겠는가. 돗자리를 깔고 먹으면 되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도시락하고 짐 챙기고 거기서 보는 것으로 하자. 그 전에 잠시 학생회 쪽에 보고를 해야하니까 조금 있다가 보자."
일단 지금까지 찍은 사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보고를 해야만 했기에 혜성은 우선 지금은 헤어졌다가 나중에 보자고 이야기를 하며 아람과 헤어진 후, 학생회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당연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챙기고서. 이어 학생회장을 만난 후 혜성은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 일부를 보여줬고 차후 어떻게 뭘 더 찍어줬으면 좋겠는지의 오더를 받았다. 사진 관련으로는 크게 말이 없긴 했지만 골인하는 순간이라던가 준비 중인 순간을 좀 더 집중적으로 찍어달라는 오더를 확인하고서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반에 돌아가서 자신의 도시락을 챙긴 혜성은 바로 정원으로 향했다. 학교 운동회라서 도시락을 싸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특출나게 화려한 것을 싸온 것은 아니었다. 계란말이와 소시지, 그리고 감자조림, 김, 제육볶음, 마지막으로 쌀밥. 정말로 무난한 내용물로 구성된 도시락통을 챙긴 후에 막 정원에 도착한 헤성은 아람을 찾아보기 위해서 두리번거렸다. 시간상 아무래도 아람이 먼저 도착할 수밖에 없을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앗. 깐깐한 혜성이. 반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범생이 스타일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아람이가 으쓱해하는 모습은 엄청 귀여울 것 같은걸? 뭔가 배시시 웃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난 지금 하루 푹 쉬고 있어! 아람주도 쉬고 있는진 모르겠지만..만약 일하는 중이라면 일 화이팅이야!
혜성과 약속을 잡은 뒤 헤어져 반으로 갔다. 아람이 성적을 잘 낸 덕분에 반 친구들을 만나자 환호와 잘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물론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한 장난어린 야유도 있었지만 말이다. 친구들과 가볍게 인사하고 나서 나오니 자신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뒷정원에는 몇몇 학생들이 자신처럼 돗자리를 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람도 적당히 거리가 떨어져있고 괜찮은 곳에 돗자리를 폈다.
돗자리를 편 채 앉아있던 중 혜성이 눈에 보이자 아람은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하면서.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땡땡이 안한다고 했을 때 범생이 티 났다구? 뭔가 범생이 하니까 성격반전의 소심한 아람이가 떠올라버렸다....! 오늘 하루 푹 쉬고 있다니 다행이다!나도 쉬는 날인데 이래저래 할일이 많아가지고~
아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저기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향한 후에 조심스럽게 도시락통과 마실 물을 돗자리 위에 내려놓았다. 마치 이전에 단풍놀이를 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조심스럽게 돗자리에 앉았다.
"뭔가 단풍놀이 갔을 때 갔네. 그때도 이렇게 돗자리 깔고 먹었잖아."
물론 상황은 그때와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유사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괜히 그렇게 이야기하며 혜성은 살며시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2층 도시락으로 이뤄져있으며 1층에는 반찬, 2층에는 하얀 쌀밥. 그렇게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어 물통의 뚜껑을 연 후에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그는 다시 뚜껑을 닫았다.
"애들 괜찮았어? ...그러니까 놀리거나 말이야. 나야 우리 반 애들 안 마주치고 도시락만 챙겨서 오기는 했는데."
이럴 때는 자신이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약하게 숨을 내뱉었다. 아마 반 애들과 마주쳤으면 야유에 환호에 온갖 말들이 들려왔을테니까. 물론 혜성의 반 아이들 중 그가 아람과 사귀는 것을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되겠냐만 다시 한번 공표하는 것은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나도 그거 뽑았으면 아마 너랑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으니까. ...뭔가 너 안 데리고 가면 너야말로 엄청 삐질 것 같기도 하고. ...뭐, 좋아하니까."
/ㅋㅋㅋㅋㅋㅋ 그걸로 범생이가 되는거야?! 혜성이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안하는건데! 앗. 소심한 아람이라. 하지만 역시 소심한 아람이보다는 지금의 아람이가 난 더 좋아!! 아무튼 쉬는 날인데도 이것저것 하는구나. 정말 고생이 많아. 아람주...화이팅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솔직한 혜성이보다 훨씬 귀엽고 예쁘고 그럴 것 같은데?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 있긴 하니까! 음. 나는 내일 좀 시험 칠 것이 있어서 쉬면서도 조금씩은 공부를 하고 있었어. 그리고 지금은 끝내고 완전히 쉬는 중이야. 내일 시험...어떻게든 되겠지 뭐!
자신이 이전에 가지고 온 돗자리와는 다르게 상당히 귀여운 디자인의 돗자리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특히나 노란색 병아리가 쫑쫑쫑 그려진 것이 더욱 더. 아람과 돗자리 바탕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혜성은 괜히 미소를 머금었다. 작게 병아리 소리를 삐약삐약 내볼까도 고민을 했으나 굳이 그렇게 하진 않으며 혜성은 곧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누가 배우 지망생 아니랄까봐. ...그리고 나도 약한 거 아니거든?!"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이어 들려오는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자신을 데리고 가지 않았으면 엄청 삐졌을 것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이로 인식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혜성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기사 연인 사이엔 다 그렇지 않겠는가. 오래 사귄 것도 아니고 아직 사귄지 일 년도 지나지 않은 사이였다. 조금 더 달콤하게, 조금 더 서로가 소중하게 여겨지고 싶은 것은 피차 마찬가지일테니 혜성은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주최측이 그렇게 해도 내가 동성 친구를 데리고 갔으면 화냈을거면서. ...뭐, 애초에 내가 뽑을 일은 없기도 했지만. 알았어. 내년이나 언젠가 그런 것을 뽑게 되면 널 데려가는 것으로 생각해볼게. ...뭐, 딱히 다른 이들은 떠오르지 않기도 하고."
이어 혜성은 자신의 도시락에 있는 계란말이를 입에 쏙 집어넣었다. 적절하게 간이 녹아있는 것이 딱 자신의 입맛에 맞아 그는 괜히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다른 계란말이를 집어서 아람의 도시락 통 속에 넣어주면서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이건 어머니가 싸준 거야. ...내가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맛은 괜찮을거야. 적어도 내 입에는 딱 맞기도 하고."
괜히 자신이 방금 도시락통에 넣어준 계란말이 쪽을 바라보면서 혜성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뭔가 문뜩 떠오른 것이 있어 그는 아람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점심시간 끝나고.. 그... 시간 비어있어? ...아. 아니아니. 그것보다는... 같이 뭐하기로 한 이 있어?"
/그리고 시험을 마치고 점심을 좀 밖에서 먹고 들어왔어! 와! 시험 끝났다!! 결과는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성이라면 모를까. 동성이라도? 만약 그렇다면 정말 아람은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자신의 애정을 원하고 언제나 자신이 일 번이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어느 쪽이라도 딱히 부담이라고 느낄 생각은 없었다. 그냥 어느정도 정보로서는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지. 딱 그 정도로 생각하며 혜성은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한편 자신이 얹어준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혜성은 괜히 기분이 좋아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딱히 표정을 감추거나 하지 않았고 잠시 소리없이 웃어보이다가 그는 괜히 소시지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말을 고민했다. 요리 솜씨는 부모님에게서 닮는다. 정말로 그럴진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의 칭찬을 하는 것이 기분이 좋았기에.
"...내, 내 도시락은 관계없잖아. 물론 어느 정도 배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어. 내 요리는. 아직 어머니의 실력에는 한참 뒤쳐지기도 하고... 나름 노력은 해보는데 잘 키워지질 않아. 요리."
괜히 머리를 긁적이면서 혜성은 이번엔 제육볶음을 먹었다. 간이 적절하게 잘 되어있으며 적절한 단맛과 짠맛이 합쳐진 것이 역시 자신의 입맛 그 자체였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아람이 꼭 그렇게 말을 했다고 어머니에게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잠시 말을 고민했다. 별 일 없다는 그 말을 괜히 곱씹으며 혜성은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점심 끝나고 그.. 2인 1조로 댄스추는 것도 있다는데 나랑 하자. ...지, 질투해버리고 그러면 곤란하니까!"
물론 자신이 추고 싶은 것이지만 괜히 말을 돌리면서 그는 방금 아람이 이야기했던 '질투'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어쩔 꺼냐는 듯이 빤히 아람을 바라봤다. 당연하지만 이미 장애물달리기에서 그렇게 주목을 받아버린 이상 이번에 또 같이 나가면 싫어도 주목을 더욱 받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역시 다른 이랑 추게 하는 것은 싫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그렇게 오래 자지 않았어! 2시간 정도라구! 혹은 1시간 30분? 아무튼 그 정도로는 괜찮아!! 아무튼 오늘 하루 운동한다고 시간 보냈구나! 정말 수고했어!
장난스럽게 돌아온 답이었지만 혜성은 괜히 푹 찔리는지 시선을 회피했다. 괴롭히진 않아도 마음에는 박아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람만을 데리고 가야겠다고 혜성은 마음 속으로 깊게 생각했다. 괜히 시도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길만한 일을 만들어서 좋을 것은 없었기에.
한편 요리에 그다지 자신이 없었는지 끄응 소리를 내면서 시선을 피하는 아람의 모습을 혜성은 조용히 바라봤고 이내 피식 웃으면서 젓가락으로 제 도시락 통에 있는 제육볶음의 고기 두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아람의 도시락 통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붉은 양념과 달달한 향이 입맛을 돋구게 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이어 혜성은 감자를 젓가락으로 집은 후에 하얀 쌀밥과 함께 입에 쏙 집어넣고 천천히 씹었다. 그리고 괜히 흘러가듯이 이야기했다.
"...요리는 내가 하면 되잖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정말로 조용히 흘러가듯이, 무슨 의미냐고 물어도 아마 대답을 해주지 않을 정도로 혜성은 정말로 조용히 흘러가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주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집에 가면 요리를 조금 더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한편 포크댄스를 떠올리면서 자신은 좋다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 그래? 그러면 하는거지? 하는거야.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야! 사실 일학년 때 배우고 그 이후로 춘 적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방금 전 일도 있었으니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제대로 인식이나 시킬까 싶어서. ...내 여자친구인거."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며 혜성은 괜히 물통 안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올라올 것 같은 열을 식혔다. 그리고 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나. 나중에 오후 시간에 계주 나가야 해. 3번째 주자. ...아마도 너희 반 애와 경쟁하겠지만... 말했다시피 안 봐줄거야. 너네 반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