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연기로 뭐 한다고 해서 질투할 생각은 없어. ...나 참. 그 정도로 질투할 것 같으면 아예 연애를 시작도 안했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혜성은 그럴 일은 없다는 듯이 딱 잘라서 이야기했다. 물론 아람의 말대로 그걸 걱정할 때는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은 해야겠다고 판단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런 것으로 질투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리고 싶었기에. 이어 혜성은 다시 밥을 천천히 씹으면서 식사에 잠시 집중했다. 입 속에서 녹아내리는 제 입맛에 딱 맞는 반찬을 느끼며 그는 다시 한 번 제대로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강하게 다짐했다. 하지만 아람의 장난스러운 말에 혜성은 깜짝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람을 바라봤다.
"뭐, 뭐, 뭐래!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앞으로 같이 놀러가거나 할 때 도시락이라던가 그런 거거든?! 처, 청혼은 무슨! 야. 우리 아직 사귀고 1년도 안 지났어! 그런 것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잖아?!"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물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그런 말을 나누는 것은 조금 빠르지 않나 싶어서. 누가 보면 쑥맥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혜성의 얼굴은 정말로 붉게 물든 상태였다. 이내 괜히 물통을 제 뺨에 대면서 그는 볼을 식히려고 했다.
"너무 크게 하진 말고. 괜히 눈총 받는 일 만들어서 좋을 것도 없잖아. 네 목소리만 들려도 날 응원하는 소리로 알면 되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슬슬 식사를 마무리하려는 듯 마지막으로 밥을 한 숟갈 뜬 후에 입으로 집어넣었다. 어느새 비어있는 도시락 통을 정리하려고 하며 그는 조금 더 편하게 앉으면서 저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아래로 내리며 아람을 바라봤다.
"넌 이후에는 뭐 나갈 예정이야? 사진 찍는다고 여기저기 다니긴 해야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구경할게. 경기하는 거."
그런 일로 질투하지는 않는다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조금 안도의 마음으로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혜성이 예쁜 여자들을 촬영하면서 같이 일을 한다면 질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대한 질투하지 않게 노력해봐야겠다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줄 혜성은 꿈에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하하. 나도 알아. 농담이었어.”
혜성의 반응에 아람은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한 것이긴 했지만서도. 너무 자신이 짖궂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혜성과 결혼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알겠어. 그럴게.”
후후 웃으면서 아람 또한 다 먹은 도시락을 정리했다. 날씨는 아주 좋았고 화창해서 기분이 좋았다.
“음, 발야구 결승이랑 단체 줄넘기! 줄다리기 정도만 나가면 될 것 같아.”
오전에도 이래저래 불려다녔으면서 오후에도 꽤나 일정이 타이트한 모양이다. 아람은 그런 말을 하면서 돗자리에 편히 누웠다. 옷차림도 편한 차림이었으니. 조용하고 화창한 날씨에 오전에도 이리 뛰고 저리 뛰었기 때문인지 조금 나른할지도 모르겠다. 졸린지 눈을 깜빡깜빡 했을지도
농담이라고 말하면서 웃어버리는 아람의 모습을 혜성은 정말로 살짝 흘겨봤다. 묘하게 약이 오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람이 조금 짓궂어진 느낌이 있지 않나 싶어 이내 혜성의 시선은 오로지 아람의 눈과 입술로 향했다. 하지만 딱히 증거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짓궂어져도 딱히 크게 문제는 없었기에 그는 넘기기로 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귀엽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며.
아무튼 발야구 결승과 단체 줄넘기와 줄다리기.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세면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줄다리기는 아마 자신도 참가를 해야 할테니까 보기 힘들더라도 다른 두 경기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보러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머릿속으로 기억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편 아람이 돗자리 위에 편하게 눕자 그는 아람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그리고 제 무릎을 손으로 툭툭쳤다.
"졸리면 조금 자. 깨어나야 할 때 되면 깨워줄테니까. ...농땡이 피울 순 없잖아? 너나 나나."
자신은 그렇다고 쳐도 아람은 뛰어야 할 경기가 있는데 농땡이를 피울 수는 없을 터. 그러기에 자신이 깨워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작게 머금었다.
"...대신에 나도 조금 짓궂은 장난을 칠지도 모르지만... 그러니까, 그러니까... 복수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도 상관없다면 베던지."
/충분히 혜성이를 잘 다루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뭔가 아람이의 이런 짓궂은 느낌이 나올 때마다 엄청 귀여워! 물론 혜성이도 그렇게 생각할테고!!
싫냐는 물음에 혜성은 괜히 시선을 회피하며 괜히 그렇게 중얼거리듯이 이야기했다. 어떻게 싫다고 할 수 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에 그는 괜히 답을 조금 회피하는 것처럼 그 정도로만 대답했다. 이렇게 묻는 것도 역시 조금은 짓궂다고 생각하나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으며 그는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너무 티가 나지 않도록. 너무 풀린 표정을 보이지 않도록. 역시 그런 표정을 보이는 것은 아직은 조금 부끄러웠다.
아무튼 제 다리를 베고 눕는 아람을 바라보며 혜성은 나른한 목소리로 제 말에 대답하는 아람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어도 안 가르쳐줄 거 알잖아. 짓궂은 장난은 안 가르쳐주기에 짓궂은거야. 네가 한번씩 그러는 것처럼."
이어 혜성은 손을 내려서 그녀의 눈가를 살며시 손으로 쓸었다. 아람이 눈을 감고 있는만큼 정말로 부드럽게 눈가를 편하게 쓸어주던 그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린 후 약간의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잠들 때 공주님을 깨우는 왕자님처럼 행동할지도 모르지. 아마도. ...어디까지나 아마도. 다시 말하지만 아마도."
아마도라는 부분을 일부러 강조하면서 혜성은 반대편 손을 살며시 등 뒤로 내려서 자신의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내려 아람의 눈 감은 모습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은 조금 늦었다! 으아앙!! 8ㅁ8 조금 개인적인 일이 있었어!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아람이 짓궂어. 그렇게 아람이가 행동하면 혜성이는 살짝 당황하면서 머리를 빨리 굴릴 것 같아. 그러다가 괜히 뺨 어루만져주다가 살며시 얼굴을 치울 것 같아. 그러다가 괜히 찔려서 뭐. 뭐. 뽀뽀하려고 한 거 아니었거든?! 이렇게 괜히 툴툴거리지 않을까 싶네.
물론 말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로 그럴지는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다. 결국 아람이 짓궂게 행동하면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자신의 모습만이 그려졌기 때문에. 설사 마음을 강하게 먹고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아람이 조금만 애교를 부리거나 울먹거리는 시늉만 해도 백기를 드는 것은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시선을 회피하면서 괜히 중얼거리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눈가를 또 다시 사르륵. 사르륵. 부드럽게 쓸어내려주면서 아람의 목소리가 살짝 느긋해지는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살며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 와중에 자신은 좋다는 그 말에 괜히 혜성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정말 어떻게 말을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항상 자신만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 혜성은 살짝 입술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괜히 선전포고하듯이 이야기했다.
"...진짜로 확 해버릴까보다. 왕자님 모드."
괜히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다시 한 번 아람의 눈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이어 혜성은 잠시 입을 다물다가 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중얼거리듯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너는 아람 공주님 할 거야?"
/ㅋㅋㅋㅋㅋ 좀 아침에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있다보니. 지금도 볼일을 보고 나왔고.. 아무튼 다녀오면서 갱신이야!!
뻔뻔하게 공주님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괜히 그렇게 말을 하나 이내 수긍하며 인정했다. 그야 공주님이라면 공주님이 아니겠는가. 학교에서도 꽤나 알아주는 미인인데. 정말 어떻게 이런 아이와 알고 지내게 되고, 사귀게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신기할 나름이었다. 아무튼 새근새근한 숨소리를 내는 아람을 바라보며 혜성은 잠들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어쩔까.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혜성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나 다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베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깰 수밖에 없었으니까.
"귀엽긴 또 엄청 귀엽네."
자는 모습. 그야말로 무방비한 모습은 보통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아주 살짝 오른손을 올려 그는 볼을 콕콕 찔러보려는 듯 검지를 세웠다. 하지만 또 깰까 싶어서 차마 그러진 못하고 혜성은 근처에 있는 물을 마시면서 가만히 핸드폰을 들어올린 후에 내용을 확인했다.
한편 그러던 도중, 방송을 통해서 슬슬 점심시간이 끝나간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와. 벌써? 시간 엄청 빠르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아람을 바라봤다. 왕자님이 될 수도 있다는 그 말. 꽤나 얼굴 붉어질 그 말을 떠올리면서 그는 어쩔까 고민했다. 이어 혜성은 아람을 아주 살짝 흔들면서 이야기했다.
"아람아. 문아람. 일어나.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슬슬 점심시간 끝이래."
아람이 거기서 일어난다면 물을 마시라고 한 잔 떠줬겠지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분명 이야기했어. 왕자님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살짝 얼굴을 아래로 내리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더 내리진 않으며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붙인 후에 제 입에 살짝 붙인 후, 이어 조심스럽게 아람의 입술에 살짝 댔을 것이다. 이대로 키스를 해버릴까 싶었으나 조금은 부끄러운 탓이었다. 간접키스 정도의 행동을 하면서 혜성은 아람을 계속해서 내려다 봤을 것이다.
아람은 옅게 잠에 들었다. 그야 아무래도 돗자리 위인데다가 바깥이고 혜성이 가까이에 있으니까 깊은 잠에 빠져들지는 못하는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그랬기에 아람은 혜성이 살살 흔들면서 깨우자 정신을 차렸으나 장난기 어린 마음에 눈을 뜨지 않고 자는 척을 계속 하고 있었다.
혜성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소리와 눈가의 그림자로 느껴졌으나 이내 잠시 머뭇거리는 듯이 더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자 아람은 슬쩍 눈을 떴다. 입술 대신 다가오는 혜성의 손을 붙잡은 채로 아람은 몸을 일으키며 혜성의 입술에 짧게 입맞췄을 것이었다.
“그렇게 용기가 없어서 어떡해. 내가 왕자님하고 혜성이가 공주님 해야겠는데.”
붉어진 얼굴은 아람 또한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뻔뻔함이 이겼는지 영 아무렇지 않은 체 해버린다.
아람이 눈을 뜨더니 제 손을 붙잡고서 이내 자신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에 혜성은 순간 당황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두 눈만 깜빡였다. 정말로 짧은 그 순간이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일 또한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은 일이었다.
소리를 내거나 하진 않으며 그저 어버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이거 아무리 봐도 깨어있었던 거잖아. 흔들었을 때 깨어난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뻐끔, 마치 금붕어가 된 것처럼 그렇게 뻐끔거리다가 아람을 빤히 바라보면서 툴툴거렸다.
"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여기서 왕자님과 공주님이 왜 나와?! 딱히 지금 왕자님 모드 들어간 적 없거든?! 아까전에 그렇게 말했다고 지금 그렇게 행동하란 법 없거든?!"
툴툴거리는 목소리 속에 툴툴거림이 그대로 녹아내렸고 혜성은 으으. 소리를 냈다. 이어 아람을 흘겨보더니 단번에 아람의 턱을 잡고서 기습하듯 입을 맞추려고 했다. 피하지 않았으면 적어도 아람이 한 것보다는 조금 더 길게 이어가다가 입술을 떼어냈을 것이다. 만약 피했다면 뻘쭘한 표정을 지으면서 시선을 회피하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잘 보내고 있지!! 외출할 일 있어서 나갔다 왔다가 다시 돌아왔어!! 갱신이야!
제 장난에 당한 혜성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귀여웠다. 빤히 바라보는 표정에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가 툴툴거리는 말에 작게 웃기도 했다.
"알겠어, 알겠어. 근데 벌....."
벌써 짐심시간이 끝났냐는 등의 일상적인 말을 하려고 했는데, 혜성이 자신의 턱을 잡는 것에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다가오는 얼굴에 눈을 꼭 감아버렸다. 조금은 긴 듯한 입맞춤에 혜성의 어깨를 잡으며 나른해진 몸이 쓰러지지 않게 지탱했다. 입술이 떨어지고 난 이후엔 부끄러운듯 얼굴이 빨개진 아람은 얼른 물을 찾아 목을 축였을 것이었다.
"잠 다 깨버렸다."
물잔을 내려둔 아람은 돗자리 위에 올려두었던 캡모자로 부채질을 해 얼굴을 식히려고 했을 것이었다.
물론 혜성의 얼굴 역시 아람의 얼굴 못지 않게 상당히 붉게 물든 상태였다. 확김에 저지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입맞춤. 즉 키스라는 것은 정말로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입술만 약하게 깨물었다. 한 번 한 것도 아니고 꽤 여러 번 했지만 그럼에도 할 때마다 부끄러운 것을 어쩌겠는가. 당분간 입맞춤은 조금 자제하고 봉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뭔가 이 부끄러움은 절대로 익숙해지고 싶지 않고 계속 이 느낌 이대로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확인했다.
"아무튼 슬슬 일어나자. 잠 다 깼으면 말이야. 이제 진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니까. 너도 너네 반으로 가야지."
물론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같이 땡땡이를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정말로 위험했으니까. 그렇기에 돌아가자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제 도시락통을 정리했다. 그리고 아람의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정리를 도와주려고 했을 것이다. 이어 괜히 제 손으로 부채질을 살살 하면서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약속. 잊지 말기야. ...그러니까 춤 추는거. ...뭐, 지금은 마주보는 것이 부끄럽다면 안 해도 상관은 없긴 하고... ...나중에 둘만 있는 곳에서 추면 그만이니까. ...뭐, 그런거야."
괜히 부끄러움을 치워없애려는 듯,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아람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가 이렇게 박력(?)있게 나오면 아람이도 상당히 부끄러워하는구나. 물론 여러 번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귀여워!
점심시간이 끝나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였다. 정확히는 한 시간 정도 후였을까. 가볍게 몸을 푸는 가운데, 조금 쉬어가는 분위기가 절로 조성이 되었다. 이른바 이전부터 이야기가 나오던 포크 댄스를 추면서 쉬어가는, 그리고 누가 더 잘 어울리는 한 쌍인지 일종의 인기 투표도 겸하는 시간이었다. 1등에게는 상품은 물론이며 베스트 커플이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그 뿐만이 아니라 게시판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붙어 역대 베스트 커플로 기록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혜성은 딱히 그런 것까지 원하지 않았다. 그저 아람과 이런 자리에서 춤 한 번 제대로 추고 싶었을 뿐. 딱 그 이상으로 뭔가를 바라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장애물 경기에서 아람이 자신을 데리고 온 것 때문에 과연 그게 이뤄질지는 스스로도 알 길이 없었다. 분명히 또 다시 휘파람과 환호와 함께 표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금 불안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춤을 같이 추고 싶다는 충동이 더 컸기 때문에 참가할 이들은 운동장으로 나오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혜성은 카메라를 잠시 자신의 자리에 두고 운동장으로 나섰다. 제 여자친구인 아람과는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그는 딱히 아람을 찾지 않고 운동장으로 향했고 그 안에서 아람의 모습을 찾았다.
이내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혜성은 싱긋 웃으면서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면서 아람의 뒤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 예쁜 아가씨는 내가 데려가고 싶은데. ...안되면 말고요."
뭔가 나름 분위기를 잡아보려는 듯, 목소리를 살짝 깔긴 했으나 결국 마지막엔 살짝 툴툴거리는 톤의 목소리로 돌아왔고 그는 시선을 회피했다. 그냥 평범하게 갈 걸 그랬나. 그렇게 생각을 했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아람은 누군가의 시선에 대해 그렇게 개의치 않는 성격이었다. 어릴 적 사진 모델을 하면서 그러한 것들에 익숙해졌기도 했고, 외모 덕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시선들 때문이기도 했다. 게다가 외향적인 성격 탓에 이래저래 사람들하고 많이 어울리기도 어울리고 나서기도 잘 나서는 성격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혜성은 그런 것을 꽤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같이 포크댄스에 나가자고 하는 것을 보면 무슨 중요한 의미라도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아람은 혜성의 제안에 꽤나 즐거워졌는데 그것은 아람 또한 이러한 행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포크댄스이니까 좀더 치마같은 것을 입었으면 좋겠는데ㅡ물론 다들 체육대회에 온 것이니 만큼 치마를 입은 이들은 없긴 했다ㅡ 그 점이 조금 아쉽다고 해야하나.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람은 캡 모자를 거꾸로 쓰며 조금 이미지를 바꿔 보았다. 그럼에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러고보니 예전에 무도회에서 혜성 왕자님을 만나는 꿈을 꿨었는데........ 까지 생각하던 중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았다.
“...왕자님의 청이라면 언제든지요.”
베시시 웃으며 아람은 혜성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치마를 잡아 인사하듯 몸을 숙이기까지 했다. 물론 치마가 없으니 허공을 잡긴 했지만서도.
/보냈으니까 괜찮다니 ㅋㅋㅋㅋㅋㅋ 사실 월요일은 우리 중에서 최약체! 내일은 화요일이 기다리고 있다 음화하, 같은 말을 해야 할 것 같아(못댔음)
점심시간 때 있었던 그 장난의 연속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결국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배시시 웃는 얼굴이 또 너무 귀여워서 차마 크게 뭐라고 하진 못하고 그저 그렇게 투덜거리듯 말할 뿐이었다. 이내 아가씨가 인사를 하는 것처럼 몸을 숙이는 그 모습에 혜성은 황급하게 자신 역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이어 붉어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서 부채질을 하는 도중,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려오는 것에 혜성은 응? 소리를 내면서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중에는 확실히 자신들을 향하는 시선과 목소리도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혜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누구 씨 때문에 완전 주목받네. 어쩔 수 없지. 이런 것에도 익숙해지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내가 익숙해져야지."
어쨌건 아람은 인기인이었다. 그런 이와 사귀는데 이런 시선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장차 배우가 된다고 한다면 더더욱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신이 익숙해지면 된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을 에스코트 하듯이 손을 꼬옥 잡고 좀 더 운동장 중앙쪽으로 향했다. 다른 곳에서도 동성, 혹은 이성끼리 짝을 맞춰서 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쟤들보다는 우리가 낫다는 거 보여주자. 이왕 이렇게 된 거."
1등만 아니면 되는거지 뭐. 그렇게 생각을 하며 혜성은 이내 아람의 허리에 살며시 팔을 올렸다. 아마 배운 것이 맞다면 이런 느낌이 맞았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자세를 잡는 와중, 마침내 음악이 천천히 들려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화요일보다는 월요일이 더 힘든걸! 월요병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뭔가 요즘은 길게 어딘가로 여행을 하고 싶은 충동만 자꾸 든단 말이야. 연차를 다 써서.. 정말로 5일 정도 일본여행이나 다른 곳이나 가볼까 싶기도 하고.. 돈..괜찮을테니까. 아마도!
하지만 웃음기 가득한 표정은 전혀 말과 매치되지 않는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혜성의 툴툴거림ㅡ이제 혜성이가 안툴툴거리면 그게 이상할 것 같다ㅡ을 들으며 아람이 답했다.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법이라잖아?"
자신이 예쁘다는 것에 별 감흥이 없었던ㅡ이전에는 싫었던 적도 있었다ㅡ 아람은 이제는 그것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았다. 오히려 적절히 이용하게 된 것 같기도하고.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혜성이 영향을 끼쳤다는 건 아마, 혜성은 모르지 않을까? 자신이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위안을 받았는지.
혜성의 에스코트를 받아 좀 더 중앙으로 가게 된 아람은 혜성의 말에 작게 웃으며 "그러자. 나 작년에 A+ 받았어." 포크댄스 수행평가 이야기를 꺼냈다. 조금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익숙한 음악소리가 들리면 웃으면서 발동작 손동작을 이어나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