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퇴근이야!! 아람주는 오늘 하루 푹 쉬었을까? 운전한다고 골골대고 있을까. 어느 쪽이건 즐거운 하루였길 바래볼게!! 아무튼..ㅋㅋㅋㅋ 무난한 일이었다면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피곤한 것은 피곤할 것 같은데! 늦잠을 푹 잤다고 하니까 다행이야!! 맞아. 가끔은 그렇게 늦잠 자는 일도 있어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아무튼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일상을 재개한다고 한다면 이전의 일상은 없던 것으로 하고 새로운 일상으로 스타트를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졌어. 저번의 일상..아무래도 좀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 약간 흐름이 깨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 하지만 그대로 이어서 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것도 괜찮아! 난!
오늘은 정말로 자유롭구나! 아람주! 안녕!! 좋은 저녁이야!! 고속도로가 저속도로. 맙소사. 오늘도 그런거야? (흐릿) 아이고. 정말로 고생이 많았어! 집 온다고 말이야. 그런데 왜 또 일이야..(동공지진)
음. 아람주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내가 아마 스타트를 끊었고 다음이 아람주가 잇는 턴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게 꽤 이전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거든. 그래서 아람주가 힘들지 않을까 해서 이야기를 해본건데 아람주가 괜찮다고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좋아! 그럼 잇는 것은 나중에 제대로 복귀하면 그때 이어줘도 될 것 같아! 텀은 괜찮아!! 정말로!
혜성주도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구~ 날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구! 잡담하다가 스르륵 사라질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느릿느릿 진행도 괜찮다고 이해해주는 혜성주는 역시 천사야. 나는 어떻게 이렇게 좋은 파트너를 만날수 잇었던 거지...? 미스테리~ 일부러 과몰입 안하고 현생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중이니까. 얼른 이번주 할당량 채우고 답레 쓰고싶다~ 하는 생각만 하구 있다구? 할당량 너무 많은게 문제지만 흑흑
그렇게 사라지는 것도 난 오케이야! 느긋하게 시간 보내다가 잠들어버리는 것이 또 하나의 행복이잖아? 역시 살면서 잠자는 것도 정말로 행복이라는 것을 매번 깨닫게 되는 것 같아! 물론 말 없이 한달, 두달 사라지는 것은 나도 싫지만 아람주는 언제나 가야하면 이야기를 해주고 오래 비워야할 경우에는 확실하게 말해주잖아? 그러니까 아람주야말로 정말로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해! 음. 아무튼 만날 수 있던 이유는... 내가 혜성이를 한 번만 더 굴려보고 싶어서 시트를 올렸던 것에 아람주가 반응해줘서? (갸웃)
으앗. 할당량.. 정말로 그게 가장 무서운 단어인 것 같아!! 그래도 2월까진 쉬겠다고 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길 바랄게! 답레는 정말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으니 말이야! 난!
맞아~ 느긋하게 놀다가 잠드는 것은 행복이지~ 특히 잠은 자는 것 만으로 충분히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그런데 나 왜 잠이 안오는거죠? ㅋㅋㅋ 어차피 내일은 야간근무라 조금 늦잠자도 오케이지만~ 서로 좋은 파트너니까 오래오래 갈 수 있도록 힘내야겠어~~ 그리고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혜성이 시트가 넘 매력적이었기 때문...!
2월까지 쉰다고 했던건 2월까지 일을 끝내고 복귀하겠다는 뜻이었지만..... 다 일을 끝내지 못했다고 한다 흑흑.... 생각보다 내가 손이 느렸던 게야...... 쨌든 무리하지 않고 답레는 써올테니 걱정마시라~
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졸릴 때까지 여기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나도 잘 때까진 여기에 접속해있을 생각이라서 말이야! 아무튼 혜성이의 시트를 매력적으로 봐준 것은 늘 말했다시피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아람이의 시트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사실 그때는 연플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고 귀엽겠다. 예쁘겠다.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아무튼 손이 느린 것은.. 아무렴 어때!! 아람주가 이렇게 잊지 않고 들어와주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고마운걸!! 그러니까 느긋하게 기다릴게!! 아람주도 내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기!
가을 날씨가 선선한 와중에 기분도 묘한 느낌이 들었다. 새삼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겨울이 오면 고3이 되는 때인데 자신은 올해부터 연기를 배우고 있다는 게 참 이상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어머니와의 사이 또한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것 같다는 것도 되게 이상한 느낌이기도 했고.
아람은 갈색 체크무늬 베레모에 흰 티를 입고 거기에 비슷한 색감의 도톰한 원단의 골지 멜빵바지를 받쳐 입었다. 동그랗고 까만 테가 돋보이는 패션 안경을 꼈는데 전체적으로 장난기 많은 탐정 느낌이었을까. 그 위에 까만 항공 점퍼로 쌀쌀한 날씨를 대비했다.
아람은 따뜻한 유자차가 든 보온병과 며칠 전에 제과점에서 산 버터쿠키를 조금 챙겼다. 집에 나서기 전에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졌는데 이전보다 길어져 어깨를 살짝 더 넘는 기장이 된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원래는 단발로만 유지하곤 했었는데.... 어쨌든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뒤집어지는 터라 꼭꼭 고데기를 해줘야하는 조금 불편한 기장이었다.
일찍 출발한다고 한 건데 혜성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자신을 발견하자 입가에 미소를 띈채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이자 아람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발걸음을 빠르게 하며 금방 혜성의 앞으로 간 아람은 그대로 혜성을 폭 안으려고 했을 것이었다.
기다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절대로 긴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 편에서 제 여자친구인 아람의 모습이 보이자 혜성은 손을 흔들었고 아람 쪽에서 흔드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체크무늬 베레모는 물론이며 동그랗고 까만 테가 돋보이는 패션 안경까지. 오늘은 평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옷이라고 생각하는 와중 아람이 자신을 폭 안으려고 하는 모습에 혜성은 살짝 당황하지만 그녀를 뿌리치거나 하진 않았다.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리는 것이 평소처럼 부끄러워하면서도 툴툴거릴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오, 오래는 안 기다렸어. 나 참.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안 부끄러워? ...뭐, 싫은 것은 아니긴 한데. 아니기는 한데."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면서도 혜성은 결국 두 팔을 아래로 내려 아람을 잠시 품 안에 가뒀다. 그 상태로 그녀를 살포시 안아주었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계속 그녀를 안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집 안이라던가 정말로 둘만 있는 공간이라면 모를까. 어디까지나 외부였기에 그는 적당히 그녀를 안았다가 살며시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물론 아람이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자신을 안는다면 쭉 달라붙어있었겠지만.
그녀의 옷차림을 혜성은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바라봤다. 여름과는 확연히 달라진 옷차림이 인상적이면서도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다 혜성은 잠시 한 가지 사실을 고민했다. 하지만 괜히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이내 혜성은 미리 챙겨온 아람의 사진. 정확히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받았던 그 사진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아람에게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나 전에 아저씨를 만났거든. 아니. 특별한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고 나도 그냥 이야기만 조금 들은 정도인데... 그 아저씨가 이거 전해달라고 해서. 네 사진."
이어 혜성은 살짝 아람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하지만 만난 것이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은 없었기에 솔직하게 말하긴 했으나 아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조금 걱정인 모양이었다. 그야 그녀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안녕! 아람주! 아앗. 월루중이라니!! ㅋㅋㅋㅋㅋ 하긴 일하면서 답레쓰거나 상판 하는 것도 은근히 재밌으니까! 그래도 답레까진 힘들던데.. 아무튼 나도 오랜만에 혜성이 캐입을 하는데 그때의 느낌이 잘 사는진 모르겠네. 아무튼 사진은 그냥 후딱 전해주는 것으로! 아람주도 마찬가지로 믿음직한 파트너야!!
혜성이 입장에선 한창 재밌게 단풍놀이 즐기는 도중에 돌려주는 것보다는 출발 전에 돌려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대. (속닥속닥) 아무래도 사진에 대해서는 아람이가 조금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아무튼 답레는 편하게 줘도 괜찮아!! 지금은 일하는 중이기도 하고. 아이고..아람주.. 일 화이팅..(토닥토닥)
그래서 아람이의 다음 반응이 솔직히 조금 무서워.. ㅋㅋㅋㅋㅋㅋ 왜 우리 아빠를 만났냐고 화내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시는 상대하지 말라고 엄포 놓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 (시선회피) 아무튼 이제는 쉬는구나. 쉴 수 있을 때 푹 쉬길 바랄게!! 자기 싫다면..어쩔 수 없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기야!! 8ㅁ8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무서워! 두려워!! 이번 일로 싸우게 되면 단풍놀이 가능한거야? 여기서 바로 돌아가고 그러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일상이 바로 끝이 나버릴 것 같은걸. 혜성이가 쩔쩔매는 상황이 나오고야 마는 것인가. 하지만 아람이는 뭔가 되게 싫어할 것 같은 느낌이긴 해. 사진 안 받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자신이 부끄럽냐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혜성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그녀의 장난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면에서 들으니 조금 당황을 한 것일까. 아무튼 절대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괜히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자신의 코트를 칭찬하는 목소리에 혜성은 괜히 기분이 좋았는지 고개를 살며시 돌리면서 웃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굳이 감출 필요는 없긴 했으나 뭔가 정면으로 보이기에는 조금 부끄러웠던 것일까. 하지만 그 기분 좋은 것도 잠시. 이내 아람이 보이는 모습과 행동에 혜성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입술을 살풋 깨물다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혜성은 제대로 긴장하면서 어.. 어.. 어.. 소리를 내면서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딱히 숨길 순 없었기에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녀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우선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정리한 후, 그는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 전에 학교 끝나고 잠깐 얘기를 좀 하자고 해서. 그래서 잠깐 카페에서 만난게 다야. 뭐냐고 해도.. 별 이야기는 없었지만 네가 어머니에게 세뇌되었니 뭐니 그런 소릴 해서. 솔직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튼 딱히 그 아저씨 편을 들거나 할 생각은 없어. 난 네 편이니까. ...일단 사진은 전달은 해주라고 해서. ...아니. 다시 말하지만 딱히 그 아저씨 말을 신뢰하거나 하진 않아. 나."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잠시 말을 고민하던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기분 나빴다면 미안. 하지만 너에게 거짓말 하고 싶진 않아서. ...말 안하면 진짜 화 크게 낼 것 같고, 너에게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거든. 나. 아, 아, 아무튼 그런거야!"
/음. 아마 자세하게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을 해.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말은 조금 하긴 했지만 정확히 혜성이에게 과거사라던가 그런 것을 이야기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치? 내가 생각해도 두루뭉실하게 상황만 좀종 보였을 뿐 딱히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고 말이지~ 혜성이가 막 캐려고 하는 스타일도 아니기도 하고! 답레는 천천히 쓸게 ㅋㅋㅋ 오랜만에 쓰려고하니까 막 의욕이 솟는것 같기도하고. 하지만 이제 그만 자러가야하.... 슬푸다 ;ㅅ;
혜성이는 굳이 그런 과거사를 먼저 캐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그래서 언젠가 아람이가 이야기해주면 그때 듣자..라고 생각하는 중이야!! 아무튼 답레는 천천히 써도 괜찮아!! 일단 느긋할 때 써줘! ㅋㅋㅋㅋ 아. 나. 그 기분 뭔지 알아! 사실 나도 지금 비슷한 느낌이거든! 역시 아람이는 언제 봐도 귀엽다. 진짜.. 아무튼 자러 가는구나. 잘 자고.. 내일은 푹 쉬길 바랄게! 아람주!
아마 그 날이 이 날이 될 것 같은 그런 기분~ 앗, 혜성주랑 비슷한 느낌이라니 좋은데? 혜성이도 넘넘 귀여워 흑흑 어떻게일상 하나하나가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수있지??? 혜성주도 잘 자구 좋은 꿈 꾸구~ 내일은... 가족모임.... 갠프.... 열심히 일해야....() 쨌든 무리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 잘자!
아람이가 훨씬 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건 진지하게 말하는 팩트야! ㅋㅋㅋㅋㅋㅋ 물론 혜성이도 내 나름대로는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혜성이를 늘 좋게 봐줘서 고마워!! 아앗. 가족모임에 개인 프로젝트.. 아이고. 내일도 뭔가 많이 바쁘구나. (토닥토닥) 아무튼 잘 자길 바라!! 아람주!!
매번 똑같이 장난치는데도 늘 똑같이 반응해버리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은 쿡쿡 웃었다. 이런 면이 귀여워서 계속 장난 치게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칭찬에 은근히 기분좋아하는 모습도 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화제로 인해 기분이 다운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그래도 혜성이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아서 나았지만. 그럼에도 어머니가 저를 세뇌했다는 그 말에는 더 화난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이어지는 혜성의 사과에 표정은 조금 풀어졌다. 아람은 잠시 숨을 내쉬고는 발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사과할 게 뭐가 있어. 오히려 내가 미안해. 이상한 사람이 찾아오게 해서."
아람은 어린 아이였던 자신이 찍은 사진을 내려다봤다.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마음 속은 전혀 그렇지 않던 시절이었다. 아람은 두손으로 사진을 찢으려고 하다가, 이내 멈칫하고는 손을 축 내렸다. 사진은 가장자리만 살짝 찢어지고는 멀쩡했다. 차마 사진을 찢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람은 사진을 이내 가방 안에 넣었다.
"그 사람이 너한테 해코지 하지는 않았어?"
아람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혜성을 올려다봤다. 그리곤 손을 뻗어서 혜성의 손을 잡으려고 했고.
/빠르게 정주행 해보니 대략 이혼했었다 어머니랑 같이 살고있다 정도만 이야기했었군...!(끄덕
아람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혜성에게 있어선 조금 불안한 요소였다. 하지만 역시 거짓말을 해서 숨기는 것보다는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잔뜩 긴장하며 침을 또 다시 꿀꺽 삼켰다. 이내 미안하다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녀가 사과할 일이 또 뭐가 있겠는가.
"...아, 아니. 따, 딱히. ...애초에 네가 사과할 일도 아니잖아. ...그때의 모습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딱히 네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전혀 사과할 것 없다는 듯이 혜성은 고개를 도리저으면서 그녀를 달래려고 애써 그렇게 이야기했다. 허나 그러다 사진을 그녀가 찢으려고 하다가 가장자리만 살짝 찢고 마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살며시 그녀를 토닥였다. 아마 저 사진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닌 것이겠지. 그렇게 판단하고 추측하며 혜성은 굳이 더 사진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해코지는 무슨. ...그냥 카페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이 다야. 아무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더 말은 안할게. ...솔직히 무슨 일이 있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사실 추측이 아예 안 가는 것은 아니기도 하지만 그게 정확한지도 모르겠고. ...그런 것보다 그냥 오늘 데이트나 생각할래. ...기껏 나왔는데 그 뭐랄까. ...그 아저씨가 주가 되는 것은 좀 그렇잖아. 그 뿐이야."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듯이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 아람의 손을 혜성 역시 천천히 잡았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치더니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이 이야기는 끝. 너도 굳이 더 하고 싶진 않잖아. 안 그래?"
/맞아. 나도 딱 그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거든. 아무튼 어제 일 한다고 수고했어!! 오늘도 하루..화이팅이야!
아. 그러고 보니 다음 달은 사실상 2월이니까 말해둘게! 2월 2일부터 5일 저녁까진 사실상 내가 상판 활동을 못할거야. 별 건 아니고 친구들과 스키장 가기로 했거든. 2월 2일 저녁에 일 끝나고 바로 출발해서 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3일 아침에 본격적으로 가는지라 아마 그 기간때는 여기에 오긴 살짝 힘들 것 같네. 미리 말해둘게!
가족 모임한다고 수고했어!! 사실 스키는 지금까지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서 조금 불안하긴 한데 친구가 자기가 가르쳐준다고 가자고 해서 갈 참이야! 마침 큰 곳에 가서 2박 3일로 푹 쉬다가 온다! 잘 다녀올게!! 스키 썰은 없었을거야! 사실 혜성주가 스키를 잘 몰라서 스키 썰을 풀 수가 없다..으흑흑.
사진을 받았지만 차마 찢지 못하고 다시금 집어넣는 그 행동에 아람은 조금 무력감을 느꼈다. 아직도 나는 과거에 사로잡혀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다행히 혜성이 그 사람에게서 무언가 나쁜 행동을 당했다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런 일이 있었다면 혜성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이전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무슨 일이 있었다면 나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혜성의 말은 툴툴거리는 것 같았으나 꽤 다정했고, 잡아오는 손길은 따뜻했다. 하지만 이내 이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은 한숨을 삼켰다.
“응.”
대답이 짧아서 혜성이 신경 쓸 것 같았으나, 차마 무슨 말을 더 덧붙이기에는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면 아람은 혜성이 말을 마무리하는 대신 자신에게 직접 물어봐주기를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이지 않는가.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한 사람이면서. 아니면 혜성을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선을 그어왔던 자신의 업보일지도 모르고.
아람은 눈을 깔고 아무 말 없이 바닥만 내려다봤다가, 이내 버스가 들어오자 아람은 혜성의 손을 잡아당겼다.
“버스 왔다.”
얼른 타자며 배시시 웃는 모습은 무거운 기색은 많이 사라진 모양새였다.
/헉 혜성주 스키 처음 타러 가는구나!!!!!!!! 스키든 보드든 넘어지는 연습 많이 해야해. 특히 스키는 잘 넘어지면 하나도 안 아파. 일어날 때 폴대로 짚고 일어나는 게 어려운데 익숙해지면 쉬워지구~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으면 배우기 편하지~ 잘 배우고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스키 썰이 없는 이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스키 이야기하면 카캡체 때문인가 눈오는 산장 안에 같인 남캐여캐가 떠오르더라고~
아람의 대답이 꽤 짧은 것에 혜성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기에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눈을 깔고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특별히 말을 하지 않는 아람의 모습을 바라보다 혜성은 가만히 살며시 눈동자를 굴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이어 그는 작게 혀를 찬 후에 그대로 그녀를 와락 안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선 그다지 이런 행동을 잘 하지 않는 그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용기를 내서 그녀를 와락 안으면서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 아저씨와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진 난 잘 모르겠고 솔직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난 모르겠어. 알고 싶지만 그 이야기가 나오면 뭔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물어도 될지 모르겠고. ...아무튼 네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안 만날게. 솔직히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고 네 가족이 어떻건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지금 네가 보이는 그 모습과 날 좋아하는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것으로 충분해. ...사람 무안하게. 나 참."
결국 마지막엔 약하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아람을 살며시 놓아주었다. 버스가 들어온 탓이었다. 자신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버스 왔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 말에 혜성은 괜히 뒷통수를 긁적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가 왔는데 안 탈 순 없지 않겠는가.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주변의 시선은 애써 무시하려고 하면서 혜성은 버스 안으로 빠르게 조용히 탑승했다. 버스 카드를 찍으면서 교통비를 계산한 후, 빠르게 자리를 확인하다가 뒤에 자리 두 개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혜성은 아람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자연 공원까진 그렇게 오래 안 걸릴거야. 그래도 좀 가긴 해야하니까. ...대충 30~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을 한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창밖으로 향한 후에 괜히 잡고 있는 아람의 손의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간지럽히듯 움직였다.
"자리 있었으면 좋겠네. ...기왕이면 좀 조용하고 한적한 그런 곳으로. ...아니. 별 건 없고 그냥, 경치 구경하려면 조용한 것이 좋잖아. 그 뿐이야."
/맞아. 넘어지는 연습 좀 해야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처음 타는 거면 오기 부리지 말고 초보자 코스 벗어나지 말라고도 들었어! ㅋㅋㅋㅋ 일단 타보면 알겠지!! 그래도 초보자 코스는 그다지 안 어렵다고 해서! 카캡체에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나? 너무 옛날에 봐서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아. ㅋㅋㅋㅋ 아무튼 눈오는 산장에 갇히는 남캐여캐라. 이게 또 클리셰라면 클리셰지. 혜성이와 아람이가 갇히면 아람이가 많이 불안해하려나. 혜성이는 아마 불안해할 것 같지만 아람이 앞이라서 그런 티는 못 내고 아마 아람이만 꼬옥 끌어안아주고 있을 것 같네.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덥썩 끌어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음표가 머리 위로 한 가득 올라오면서 어정쩡하게 올라왔던 손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혜성의 등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머리 위로 내려앉듯 들려오는 말을 듣고난 뒤 작게 웃음을 흘린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자신을 좋아해주는 혜성의 말들만 들으면 어떤 섭섭한 마음도 눈 녹듯 녹아버리는데. 물론 그 사람이 남긴 무거운 기억들은 한 켠에 그대로 남아있지만서도.
서로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버스에 올랐고 다행히 남아있는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3-40분 정도라니. 느긋하게 앉아서 가면 될 정도의 거리인 것 같다. 아람은 제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는 혜성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장난스럽게 혜성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응. 맞아. 사람들 적고 조용하면 좋겠다.”
아람은 버스 의자에 등을 푹 기대며 말했다. 아람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몇 분의 시간이 지난 뒤 혜성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는 조금 결심했다는 눈빛을 담고 있었다.
“.... 역시, 고소해야겠어.”
대뜸?
/맞아. 중급자 코스 들어가면 경사도가 다르거든 ㅎㅋㅋㅋ 경사로를 타다보면 익숙해지는데 처음 내려가는 부분의 경사도는 아무래도 평지에서 내려다보니까 엄청 가팔라 보여서 겁을 먹기 마련이라. 아마 혜성주도 초보자 코스에서 열심히 연습하면 다음번 스키장 갈 때는 중급자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아람이는 많이 불안해 할 것 같지. 아무래도 갇혔다, 라는 느낌이니까 말이야. 그것도 기약없이 갇혔다 라는 것이라서 더 무서워할지도 모르겠네~ 아람이는 혜성이 꼭 끌어안고 안 떨어지려고 할 것 같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지겠지만서도~!
깍지를 끼면서 손이 잡히는 통에 혜성의 행동은 저지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는 와중에 갑자기 고소라는 말에 혜성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으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갑자기 고소? 왠 고소? 나 뭐 잘못했어? 그런 혼란스러움이 그의 눈빛에 녹아내려 가득 채웠다. 영문 모를 말에 두 눈을 여러 번 깜빡이면서 어버버하는 표정을 짓다가 혜성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나 뭐 잘못했어? 갑자기 고소라니."
물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혼란은 언제나처럼 혜성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자신이 오늘 한 행동을 되감기해서 다시 재생을 하면서 쭉 떠올려봤지만 뭔가 떠오르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겨우겨우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면서 아람을 바라보면서 되물었다.
"그 아저씨 말이야? 고소할 정도인거야? 아니. 네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소라는 표현은 상당히 센 그런 표현이잖아. 그래서 말이지."
딱히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거나 막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런 표현이 나올 정도니 그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그렇기 질문했다. 그녀의 눈동자를 역시 빤히 바라보면서.
/ㅋㅋㅋㅋㅋ 사실 스키를 그렇게 오래 타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느낌이야. 아무튼 다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즐기닫가 오는 것이 목표기도 해! 사실 스키를 타는 것도 있지만 그 외 리조트의 다른 시설로 노는 것도 꽤 생각 중이어서! 온천도 있다고 하니까 온천도 갔다와볼까 싶기도 하네. 물론 말이 좋아 온천이고 일반 목욕탕 느낌일 것 같지만서도! ㅋㅋㅋㅋㅋ 아람이가 혜성이를 끌어안고 안 떨어지려고 하면 혜성이는 아마 등을 토닥여주면서 괜찮아. 괜찮아. 구조하러 올 거야.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보통 그런 산장은 조난당한 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거라서 보통 먹을 것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며칠분은 있는 것으로 알거든. 그러니까 일단 거기서 버티면서 아람이와 구조를 받을 때까지는 쭉 있게 되는 느낌일 것 같네. 벽난로에 불 피워놓고 아람이 안정되도록 무릎베개 하는 혜성이가 보고 싶어졌다. (진지)
호오 그렇구나! 나는 스키만 2박3일로 탄 적이 있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어ㅋㅋㅋ 스키 타고 따뜻한 물에 몸 담그면 정말 최고니까 짜릿할거라구~ 재미있게 놀고 왔으면 좋겠다! 아람이는 조금 불안해 하면서도 혜성이랑 같이 따뜻한 것도 해먹고 불좀 쬐고 하는 포근한 느낌이겠다. 무릎베게 해주는 혜성이 ㅠㅠㅠㅠㅠㅠ 넘 예쁜 장면일 것 같애 흑흑
오. 그건 기억해둬야겠어! 스키 타고 오면 바로 사우나건 온천이건 가서 몸 좀 담궈야지! 팁 알려줘서 고마워! ㅋㅋㅋㅋ 아무튼 스키가 생각보다 되게 힘든 스포츠인가보구나. 하긴 수영도 하다보면 되게 힘드니까 스키도 그 정도로 힘들려나. 맞아. 너무 예쁜 장면일 것 같아서 꼭 보고 싶은 장면 중 하나야. 그러다가 아람이 잠들면 혜성이는 그 상태에서 자신도 벽난로 불 쬐다가 꾸벅꾸벅 조는 그런 느낌이 될 것 같아.
일단 빠르다보니 온 몸에 긴장하기도하고 안 쓰던 근육을 쓰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는 스키 타는 거 좋아해서 계속 타다보면 무리하게 돠기도 하고 그렇다라고 ㅋㅋㅋ큐ㅠㅠ다음날 근육통 정말 끔찍하지만 ㅎ...... 흑흑 둘이 벽난로 앞에서 포근따끈한 모습 하고 있을 것 생각하니 넘 귀엽다 흑흐그흑
아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도 못한 말이었다. 밥을 굶기고 방이나 벽장에 가두고 학교에도 안 보내고 고립시키고 일만 보내는 것. 그게 어떻게 사랑이고 한 사람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머니에게 세뇌가 되었다고 하지만 자신이 볼 땐 그게 아니었다. 잘못된 것에서 해방시키고 올바른 것을 겪게 해주는 것이 어떻게 세뇌겠는가. 오히려 세뇌는 그녀의 아버지가 한 것이 아니겠는가. 작게 혀를 차면서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제 손에 힘을 주었다. 덤덤하게 말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련하고 슬퍼서.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말들이 나와서.
"그렇다면 지금은 행복한 거 맞지?"
그때는 그렇게나 괴로웠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은 어떤가? 물론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절대 괴롭고 힘든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지금의 그녀는 괜찮은지에 대해서 그는 괜히 그렇게 물었다. 이어 혜성은 약하게 숨을 내쉰 후에 아람을 바라보면서 분명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쉽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라면 할 것 같아. 그건 아버지가 할 짓이 아니잖아. 물론 힘들고 그러겠지만 그래도 나는 네 편이야. 네가 무슨 말을 듣고 그 아저씨에게 무슨 비난을 받을지라도 난 네 편이야. 그것만큼은 알아줬으면 해."
다시는 그 작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테고 말도 듣지 않으리라. 설사 그 모든 것이 오해라고 할지라도 그 오해를 제대로 풀지도 않고 지금 이 지경까지 둔 것은 엄연히 그 작자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정말로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툴툴거리는 것조차도 잊고서.
/다음날 근육통이라. 나도 근육통 엄청 걸려서 돌아오는 거 아닐지 모르겠네. 흑흑. 그래도 일요일은 스키 안 타고 돌아오는 날이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모로 무리하지 않고 타고 돌아올게!! 사실 스키도 타고 다른 놀거리에서도 놀고 리조트에서도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먹는 그냥 내 나름대로의 겨울방학 느낌이야! ㅋㅋㅋㅋㅋㅋ
행복하다고 생각하다는 말까지는 좋았다. 허나 멋진 남자친구라는 말이 나오고 이후에도 자신의 말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에는 절로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별 거 아닌 말일지도 모르나 꽤 크게 와닿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는지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올라가려는 것을 애써 꾹 내리고 막으려고 하는 것이 아람의 눈에는 바로 보이지 않았을까? 바로 옆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는 곧 정신을 차리려고 하며 가볍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남자친구잖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말을 안 믿고 누가 믿겠어? 그리고 네가 이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리도 없잖아. 너는 말을 안 해주는 것은 있어도 누군가를 일부러 상처주려고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난 널 믿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믿어."
그것은 단순히 그녀에게 하는 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맹세이기도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람의 말은 꼭 믿고 말겠다는 맹세. 그 맹세를 가슴에 살며시 품으면서 그는 최근 들어 조금 용기가 생겼다는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허나 뒤이어서 들리는 자신 덕분이라는 그 말에는 다시 한 번 얼굴을 붉혔고 홱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뭐, 뭐래. 내 덕분이라니. 네가 용기를 내기로 마음 먹은 것은 네가 강해서 그런 거잖아! ...따, 딱히 내가 한 것은 없거든? ...아니. 1할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 아무튼... 뭐, 나쁜 느낌은 안 드네. ...나 참. 아무튼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 학생이라서 크게 도움은 못 줄지도 모르지만 네 편이 되어줄 수는 있으니까. 아. 진짜. 괜히 이런 말, 저런 말 다 하게 되네."
결국 툴툴거리면서 그는 작게 혀를 차면서 반대편으로 돌린 고개를 그 상태로 쭉 유지했다. 괜히 오른발을 땅에 콕콕 찍기도 한 것이 조금은 부끄럽긴 한 모양이었다. 하필이면 그게 또 소근소근 덧붙이는 말이었으니까. 그 상태에서 혜성은 아람에게 마찬가지로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더 도움이 되고 싶은 것 뿐이야."
/ㅋㅋㅋㅋㅋㅋ 응! 일단 내일 가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아람주도 그 기간은 여긴 생각 말고 할 거 하면서 푹 쉬길 바랄게!
제 말에 얼굴을 붉히며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는 척 하는 모습에 아람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혜성의 달게 느껴지는 말에 아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어버리고 말았다. 중간에 작게 키득키득 웃기도 했다. 좋아한다는 말도 언제나 너무 좋았다. 익숙해지지 않을 정도로.
"나도 좋아하니까. 언젠가 나도 너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
아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혜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차량이 덜컹덜컹 움직임에도 옆에 앉은 이 덕분일까. 아늑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과거 이야기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조금 후련하기도 했고.
정말로 기어들어가는, 애써 부끄러움을 꾹 참고 말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혜성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당연히 지금의 혜성은 반대편을 보고 있었기에 아람의 표정을 보거나 할 순 없었다. 하지만 키득키득 웃는 소리라던가 좋아한다는 그 말까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뒤이어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느낌에 혜성은 절로 허리를 짝 펴서 등받이에 살며시 등을 기대면서 아람이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만들었다. 그리고 살며시 맞잡고 있는 손을 풀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자신쪽으로 좀 더 끌어당겼다.
"불편하면 이야기해. ...조금 길게 타야하는만큼 불편하게 갈 필요는 없잖아. 굳이."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아람의 어깨에 올린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무조건 지금 이 순간은 자신에게 기대도록 하고 말겠다는 듯이. 물론 아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진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욕심을 내며 혜성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후, 고개를 돌려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살며시 눈동자를 빠르게 굴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적어도 이곳으로 향하는 이는 없으며 근처에 앉은 이도 그다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혜성은 아주 빠르게 살짝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그녀의 뺨에 제 입술을 붙였다가 떨어뜨렸다.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나. 나 참."
얼굴을 붉히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혜성이 유일하게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아람이도 그만큼 귀여운걸!! 그건 그렇고 아저씨.. 아저씨.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혜성이가 다음에 만나기라도 하면 정말 싸늘하게 화를 내지 않을까 싶어.
"뭐, 뭘 그런 것을 묻고 그래? ...그냥 너랑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기분 좋고... 내일 학교도 빨리 가고 싶고... 그냥 매일매일 충실해진 것 같고. 아. 진짜. 이런 거 일일히 말하게 하지 마. 대충 느낌 알잖아. 느낌."
하나하나 나열해서 이야기하는 듯 했지만 결국 얼굴이 새빨갛게 퐁 터져버린채 혜성은 괜히 툴툴거리면서 혀를 작게 찼다. 정면으로 이야기를 하자니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뿌리치지 못하고 제 어깨에 가두려고 하는 것이 참으로 그다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람이 자신의 품에 폭 기대자 혜성은 그에 맞춰 살며시 팔에 힘을 더 주었다.
안 불편하다는 말에 작게 미소를 지었으나 그 미소를 보이지 않으려는 듯, 혜성은 자신의 얼굴을 반대편으로 계속해서 돌린채로 있었다. 그러다 자신이 그녀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자 놀라면서 반칙! 이라고 말하는 것에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절로 심장이 뛰어 괜히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나중에 배로 갚아주겠다니. 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 혜성은 절로 그 물음을 입 밖으로 끄집어냈다.
"...일단 묻는건데 뭘 하려고?"
물론 답을 해줄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물어보며 혜성은 조용히 침묵을 다시 지켰다. 덜컹. 덜컹. 약간의 풍경을 더 구경하고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르는 가운데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고 혜성은 슬슬 일어나야한다는 듯이 세움 버튼을 꾹 눌렀다. 삐이- 멈춰달라는 신호가 조용히 울렸고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슬슬 일어나자. 내릴 때 다 되었어."
/아람이의 계략...아닐까? ㅋㅋㅋㅋㅋ 나는 모르지만 말이야! 아무튼 혜성이의 데레데레 모습이라. 한번 나온 적은 있었지. 또 그때의 모습이 나올 것인가! 다음 시간에!!
아무리 봐도 알면서 묻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더욱 더 투덜거렸다. 물론 그 투덜거림은 절대로 기분이 나쁘다거나 화가 났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약간의 삐짐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입을 꾹 다물던 혜성은 이내 풀면서 괜히 피식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이 삐질 입장이 아니기도 했으며 그녀 앞에서 삐지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자신이 좀 더 이 성격을 고치면 될 문제가 아니었던가. 아직은 힘들 것 같았지만.
아무튼 그 와중에 제 품에 폭 안기면서 제 물음에 자신도 모른다는 말이 괜히 얄밉게 느껴져서 혜성은 도끼눈을 뜨고 바로 홱 고개를 돌려 아람을 바라봤다. 허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으면서 그는 다시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뭔가 이 이상 물으면 페이스에 완전히 넘어갈 것 같기에 보인 행위였다.
아무튼 버스가 멈추자 그는 그녀를 데리고 버스 밖으로 내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저 앞쪽에 보이는 아주 커다란 자연공원이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알록달록 붉은 낙엽이 지고 있어 붉게 물든 산은 그야말로 장대했고 길가에 있는 나무들도 모두 붉게 물든 것이 상당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있으며, 근처의 안내도를 확인해보면 호수 중앙에는 커다란 냇가도 있는 모양이었다. 장대하게 펼쳐진 산책로 양 옆으로는 거대한 나무들이 있어 보기만 해도 맑은 공기가 느껴지기 딱 좋았으며 저 편에는 어느덧 노란빛으로 물든 잔디밭도 있었다. 말 그대로 휴양림을 기반으로 한 공원. 그 자체를 바라보며 혜성은 미소를 지었다.
"어때? 꽤 예쁘지 않아? 여기? 하이킹할 수도 있다지만 하이킹은 하지 말자. ...그냥 괜찮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쉬면서 단풍이나 구경하자. 우리."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의 혜성이도 데레데레하지!! 그 모습을 보고 말겠다는 아람주의 강한 의지가 느껴져!! 아무튼 월루중이로구나. 으앗. 아직도 일하는 중이라니. 일 화이팅이야!
"...그러게. ...뭐, 그래도 둘 다 무사했으니까 된 거지만 말이야. 아무튼 산책 말이지? 알았어."
그때의 그 일을 떠올리면서 혜성은 정말로 둘 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물론이며 그녀도 크게 다치거나 죽는 일 없이 이렇게 잘 살아있지 않은가. 물론 자신은 그 이후에 부모님에게 혼나기야 했지만 그래도 걱정어린 목소리와 말을 더 많이 들었다. 정말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의 손을 꼬옥 잡은채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붉게 물든 단풍 중 아직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들은 붉게 나무를 물들였고, 땅에 떨어진 낙엽은 절로 바삭. 바삭하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괜히 근처의 낙엽을 하나 더 밝아보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 가져왔어.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 왔는데 사진을 안 찍을 순 없잖아. 조금 있다가 산책을 하고 돗자리 깔면 그때 찍어줄게. 지금은 이렇게 경치 구경하는 거 좋잖아. ...거기다가 너도 있고."
뒷부분은 괜히 흘러가듯, 정말로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하면서 넘기려고 하면서 혜성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이제는 시원한 가을 바람 속에서 약간의 싸늘함이 느껴지는 것은 절대로 기분 탓이 아니었으리라. 조만간에 옷이 두꺼워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주변에는 가족 단위, 혹은 연인 단위로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활기찬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도 하며, 조용히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며, 산책로 양 옆으로 자리잡은 수많은 나무들에게서 뿜어지는 맑은 공기를 마시기도 하며.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서로 막 웃으면서 눈싸움하거나 눈사람 만드는 일상 해보고 싶어! 혹은 썰매나..이번에 스키장 가면서 떠오른 거지만 스키장을 가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이야! 혹은 온천에 둘이 놀러가서 막 벽 너머로 이야기하는 그런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혹은 노천온천해서..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그런 곳도 있으니 말이야.
맞아 눈 엄청 쌓여서 서로 눈싸움하고 눈사람 만들고 하는 거 너무 귀엽겠다 ㅠㅠㅠ!!!! 진짜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는 눈사람도 곧잘 만들었었는데........ 진짜 어른이 되어버리니 눈사람 만든지 엄청 오래된 느낌이 든다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두 사람이 눈사람 만들어준다면 오너는 여한이 없을거야 흑흑 스키장 가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지~~~~ 학교 측에서 단체로 갔다는 설정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이렇게 이용하라고 만든 학교 아니겠어?)(네?)
앗 그거 나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봤던 것 같아. 클리셰 같은 걸로. 어쩌다보니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가게 되어서 대나무 벽 사이로 건너 탕의 소리가 다 들린다거나 하는 그런거~
아앗. 아람주는 대학생때도 자주 만들었구나. 난 고등학생까지만 만들고 대학생때부터는 안 만들었던 것 같아. 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요즘은 또 만들어보기도 하지만 말이야! 물론 작게! 학교로 단체로 갔다는 설정..맞아. 겨울방학때 신청자 한정해서 단체로 가면 딱 좋을 것 같아. 좋아. 여기서는 학교를 이용하자. (속닥속닥) 여기서는 이제 학년 단위로 간 것이 아니니까 막 자유시간에 막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괜찮을거야! (속닥속닥)
나도 살짝 그거 생각하고 말한거 맞아. ㅋㅋㅋㅋㅋ 물론 실제 한국에서 그런 곳은 없기야 하겠지만..만들면 그만 아니겠어? 딱 사람 없는 시간에 각각 가서 막 탕에 몸 담그고 있다가 벽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살짝 말 걸어보고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혜성이는 갑자기 아람이 목소리가 들리면 완전 깜짝 놀랄 것 같은걸? ㅋㅋㅋㅋ
아람은 싱긋 웃으면서 혜성과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가을에 드러나는 알록달록한 색들을 뽐내는 커다란 나무들을 보며 아람은 종종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 정도로 산책길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신발 아래로 닿는 바삭바삭한 낙엽의 소리와 감촉 모두 기분을 들뜨게 했다.
“좋아. 그럼 산책하면서 사진 찍을 포인트도 미리 생각해둬야지.”
아람은 히히 웃었다. 사진을 찍는 것에 있어서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이상하게 자신이 사진을 찍으면 그 느낌이 살지 않아 참 이상했다. 나름 기계치인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하지만 혜성에게 그 구도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딱 아람이 생각한대로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참 대단했다. 아니, 자신의 생각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니 아람의 입장에서도 혜성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도 알아.”
혜성의 예쁘다는 말에 자기도 예쁜 것 안다는 듯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며 웃었다. 이전과 달리 예쁘다는 말도 곧잘 하는 혜성이 기특하기도 했다. 물론 이전에 부끄러워하는 것도 충분히 귀여웠지만 말이다.
가족들, 연인들이 찾아오는 공원은 활기차고 따뜻한 감정으로 가득 차 보였다. 자신과 혜성의 모습도 남들 눈에는 그렇게 비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따듯해지기도 했다.
“날씨가 전보다 조금 서늘해진 게 겨울 옷을 미리 꺼내둬야겠어.”
혜성과 사귀기 시작했던 때가 여름이었는데 벌써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져 조금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럼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얘기해줘. 거기에 돗자리를 깔테니까. 기왕이면 예쁜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잖아? 정말로 명소는 벌써 다 차지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비어있는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사람이 많이 온다고 해도 모든 장소가다 사람으로 가득 차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물론 축제를 하거나 더운 날의 워터파크 같은 곳이라면 사람이 가득 찰지도 모르겠으나 가을의 단풍놀이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법이었다. 아마 오늘 이 장소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가만히 걸어가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와중에 그녀의 입에서 자신도 안다. 즉, 자신도 자신이 예쁜 것을 안다는 그 말에 혜성은 입을 꾹 다물고 살며시 고개를 반대편으로 천천히 돌리면서 괜히 중얼거렸다.
"...보통은 안 그래..정도로 말하는 법이잖아. ...예쁘긴 하지만."
약하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것처럼 괜히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으나 잡은 손은 반비례적으로 더욱 강하게 그녀의 손을 쥐었다. 그러다가 날씨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봤다. 추운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확실히 슬슬 겨울이긴 한데. 추우면 이야기 해. ...그러니까... 따로 덮어줄 옷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품 속 체온은 꽤 따뜻하다고 하니 말이야. 그, 그런거야!"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 속도를 살짝 높였다. 근처의 붉은 낙엽에 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을 붉히던 와중, 혜성의 눈에 저 멀리 보이는 정말로 크고 큰 나무가 하나 보였다. 물론 하늘을 뚫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는 아니었으나 주변 나무들에 비해 확실히 큰 나무였으며 사람들이 꽤 모여있는 사실을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꽤 크고 유명한 나무인가보네. 사람들이 저기에 다 모여있어. ...저기서 사진 한 장 찍을까? 붉은 것이 단풍이 물든 나무 같긴 한데."
/안녕! 아람주!! 스키라. 일단 사람이 많아서 많이 타진 못했고 내가 완전 초보라서 솔직히 그렇게 막 길게 즐기진 못하고 그냥 맛만 조금 본 느낌? ㅋㅋㅋㅋㅋ 넘어지긴 꽤 넘어진 것 같아. 리프트에서도 내릴 때 한번 미끄러져서 쿵 했고..으으. 좀 아팠지만 부끄럽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외에는 스키화는 생각보다 많이 무겁고 좀 아프구나..라는 느낌? 대충 그런 느낌이었어!
맞아 처음 타러 가면 그렇지~~~ 고생했어 고생했어~!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넘어진 거 많이 아팠겠다. 리프트에서 내릴 때 사람들 자주 넘어지니까 괜찮아 ㅋㅋㅋㅋ 나도 초보 때 몇 번 넘어지고 그랬는걸. 지금도 매번 리프트에서 내릴 때는 긴장한다니까~ 스키화 불편하지 응. 스케이트화보다 더 불편한 느낌. 그리고 너무너무 무거웟...... 리조트는 어땠어? 푹 쉬었어?
ㅋㅋㅋㅋㅋ 아프다기보다는 부끄러웠어. ㅋㅋㅋㅋㅋㅋ 으앙. 멋지게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그런 것은 없었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피슝하고 미끄러져서 엎어졌지 뭐야. 그 와중에 내 스키 한 짝은 그대로 쭉 미끄러져서 직원분이 주우러 막 뛰어가고...ㅋㅋㅋㅋㅋ 진짜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겠더라. ㅋㅋㅋㅋㅋ (죽은 눈) 응. 맞아. 되게 불편했어. 막 무겁고 뭔가 꽉 조여서 아프기도 하고.. 그래도 익숙해지니까 좀 나을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모르게 힘들고.. 으으. 아무튼 그래도 나름 괜찮았어!! 리조트는... 음.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는 것이 되니까 자세하게 말은 못하지만 시설은 많이 좋았어! 되게 재밌게 놀았던 것 같아!
아람은 혜성의 제안에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이 좋았다. 주변의 풍경도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아람은 이전부터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계속 살아왔고, 항상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왔다. 그렇기 때문일지 몰라도 늘 자연이 가득한 한적한 시골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너한테만 그래. 너한테만. 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겸양을 떨 줄 알거든.”
아람은 히히 웃다가 이내 혜성에게 가까이 붙으면서 소근소근한 목소리로 “너도 오늘 멋있어.” 하고 말을 건넨다. 아람에게 언제부터인가 혜성은 늘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사랑에 빠진 콩깍지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싶기도 했다.
혜성이 추우면 안아주겠다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것을 들으며 아람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했다.
“응응. 추우면 이야기할게. 그럼 꼭 안아주는 거야?”
그렇게 장난을 치면서 걷다보니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확실하게 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듯 그 풍채와 위용이 대단했다. 저 멀리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저 나무가 인상깊은 모양이다. 혜성도 그러한지 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해왔다.
“좋아! 엄청 큰 나무네.”
아람은 혜성과 함께 걷다가 나무에 조금 더 가까이 갔을 때 혜성의 손을 놓고 나무의 쪽으로 종종걸음으로 향했다. 혜성이 사진을 찍을 준비를 다 하면 나무가 잘 보이는 위치에서 이런 저런 포즈를 취했을 것이었다.
/고마워!!! 일단 시간이 해결해줄테니 기다리는 수밖에~ 일이 손에 잘 안잡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도록 노력해야겠어!!@
소근소근한 목소리로 오늘 멋있다는 그 말에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지, 아니. 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좋았는지 그의 입꼬리 끝 부분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야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여자친구가 저렇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겸양을 떤다는 말이 더 기분이 좋았는지 그의 입꼬리는 조금 더 약하게 흔들렸다.
"아, 안아주겠다고는 하지 않았거든?! 그래도 뭐... 정 춥고 힘들다면.. 뭐... 못 안을 것도 없지만. 그러니까 추우면 말해."
키득키득 웃는 모습이 괜히 얄밉다고 생각하나 결국 자신이 한 말의 의도는 그런 것이었기에 그는 괜히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추우면 꼭 말하라는 말을 괜히 덧붙였다. 아주 약간의 사심이 들어간 것일지도 모르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며 혜성은 다시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한편 아람 역시 저 앞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에 관심을 보였는지 가자고 이야기를 했고 두 사람은 머지 않아 나무 앞에 도착했다. 주변 나무들보다 확실히 거대하고 큰 나무는 그야말로 붉은 잎사귀를 가득 품고 가을의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낙엽이 많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저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붉은색 눈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작게 감탄하며 나무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 자신의 손을 놓고 아람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낸 후에 살며시 찍을 준비를 했다. 이내 찍을 준비를 마친 후 혜성은 아람의 이런저런 포즈에 맞춰서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찰칵.
그렇게 여러 장을 찍은 후, 혜성은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도록 디지털카메라를 설정했고 아람에게 여기로 오라고 손짓한 후, 그녀가 옆으로 오면 방금 찍힌 사진을 보여줬을 것이다. 사진 속에선 커다란 나무의 붉은 아름다움과 덧붙여 아람의 모습도 확실하고 선명하게 담겨있었다. 한 장, 한 장. 손으로 넘겨가면서 보여준 후 혜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람은 좋으면서 굳이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혜성의 모습을 보며 작게 웃었다. “응, 추우면 말할게” 하면서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고. 아람은 혜성이 너무 귀여웠다. 물론 나중에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어도 그것도 귀엽고 좋겠지만. 어찌되었던 혜성이라는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이니 그가 어떻게 바뀐다고 해도 여전히 좋아할 것만 같았다.
혜성의 셔터 소리에 맞춰 사진을 촬영하고는 혜성에게 돌아가기 전에 커다란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가 쪼르르 혜성의 옆으로 다가갔다. 혜성의 사진 속에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아람은 와아, 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확실히 예쁘게 사진이 나왔으니까. 오늘 입은 옷과 붉은 단풍 나무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고 그만큼 잘 찍어준 혜성이 멋있기도 했다.
“오늘 예쁘다는 얘기 왜이렇게 많이 해줘? 원하는 것이라도 있는 거야?”
아람이 작게 웃으며 혜성에게 장난을 쳤다. 그럼에도 예쁘다는 말은 퍽 기분 좋았지만. 남자친구가 예쁘다고 해주는 것에 싫어하는 여자친구가 어디있겠는가. 사진을 같이 보고 있었기에 얼굴이 가까워있는 상태였고, 아람은 제 말에 혜성이 자신을 돌아보면 혜성의 입술에 쪽, 하고 장난스럽게 입을 맞췄을 것이었다.
"뭐, 뭐래. 딱히 그런 적 없거든?! 그리고 모델이 예쁘다는 것은... 저, 저 나무일 수도 있는 거잖아!"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혜성은 괜히 툴툴거리면서 괜히 나무를 손으로 가리켰다. 물론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정면으로 이야기를 하기에 괜히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허나 말을 끝내면서도 순간 아차 싶어 그는 바로 해명하려는 듯, 입을 열려고 했다. 그 와중에 갑자기 제 입술에 쪽 하는 소리가 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자 그는 순간 놀라서 두 눈을 깜빡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바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한 직후, 그의 동공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크게 흔들렸다.
"너, 너, 너, 너. 가, 갑자기 그렇게 하기 있어?!"
물론 키스는 이전에 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갑자기 이렇게 입맞춤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저 붉은 낙엽에 지지 않을 정도로 혜성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허나 빠르게 정신을 차리려는 듯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그는 정말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봤다.
"...나 참. ...이런 것은 그러니까 좀 더 둘만 있거나 할 때... 아니. 아니. 아니. 그렇다고 싫다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이 보거나 하면.. 아. 진짜."
괜히 툴툴거리면서 그는 빠르게 눈동자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번엔 자신 쪽에서 정말로 빠르게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살짝 붙였다가 떨어뜨리면서 홱 고개를 돌렸다.
"빠, 빨리 앉을 곳이나 찾자. 산책도 좋지만 그래도 돗자리 깔고 쉴 곳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207 자캐는_떨어지는_꽃잎을_잡으면_사랑이_이루어진다는_말을_믿는가 아람이 은근 현실적인 타입이지. 믿지는 않지만 굳이 안 믿는다고 하지는 않고. 가끔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잡으려는 장난은 치기도 하지만. 쨌든 이런저런 미신들에 대해서 믿지는 않는 편이야!
332 자캐는_시험_며칠_전부터_시험공부를_시작하는가 공부는 틈틈히 하는 편이고 시험 공부는 보통 한달 전부터 빡시게 계획 짜서 준비하는 편!
214 자캐는_남을_위해_무언가를_포기한_적이_있는가 아람이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는 건 잘 상상이 안 되는데. 조금 이기적인 면모도 있고 기회주의적인 면모도 있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거나 손해보는 행동은 하지 않아. 있다고 한다면 혜성이가 처음이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혜성이를 위해 무언가 포기한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퇴근하고 돌아오니 진단이 있잖아?! 음.. 확실히 아람이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 그런 모습이 보였지. 그래도 꽃잎을 잡는 아람이는 예쁠 것이 분명하기에!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런 느낌이기에 공부를 잘하는구나. 혜성아. 본받아라!! 맞아. 아람이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다 가지려고 하는 느낌이 있긴 했으니까. 혜성이에게 고백을 받을 때도 딱 그런 느낌이었고 말이야. 하지만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저런 야망이 있는 사람이 세상에선 성공하는 법이다! (진지)
아람주야말로 수고했어! 혜성이는 미신을 안 믿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중요한 날이라던가 그럴 때는 은근히 신경쓰는 편이야. 이를테면 시험 당일에는 미역국을 먹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한다거나 실제로 먹지 않는식으로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혜성이는 평소에 공부를 조금씩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빡세게 하거나 하진 않아. 시험이 가까워져도 말이야. 그냥 늘 하던 페이스대로 쭉 하는 편에 가까워. 그래서 그런지 아람이보다 성적이 아무래도 좀 낮지! 그리고 나는 그런 성격의 캐릭터도 정말로 좋아하니까 아무런 문제 없다!
예쁘다고 했다는 건 나무라고 변명하는 모습도 귀엽고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놀라는 모습도 귀여웠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았을지도 몰라도 아람도 꽤 큰맘 먹고 한 행동이었기에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키스에 비하면 지금은 그냥 입술이 살짝 닿은 정도인 걸.
“내가 배로 갚아준다고 했잖아.”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혜성의 빨게진 얼굴을 보며 작게 웃었다가 이내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툴툴거리는 것에 아람은 악동처럼 답했다.
“그치만, 다른 사람들은 저 멀리 있기도 하고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 없....?”
말을 하던 도중 혜성의 입술이 빠르게 닿았다가 떨어지자 아람도 꽤나 부끄러워졌다. 얼른 앉을 곳을 찾자며 말을 돌리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도 입술을 오물거렸다가 이내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다.
“저 쪽은 어때?”
혜성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아람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어떤 사람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은행나무 아래를 가리켰다. 짐을 정리하는 모양새가 꽤나 오래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좋은 자리라는 뜻이 아닐까?
물론 그런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반격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기에 그 역시 작은 반격을 하듯 반격의 반격을 가했다. 아람의 얼굴을 채 바라보지는 못했지만 혜성은 지금의 아람의 표정이 어떤지 어느정도 상상할 수 있었다. 아마 배시시 웃고 있는 그 특유의 모습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앞으로 걸어가려고 하는 아람의 발에 맞춰서 혜성 역시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가 아람이 지정해주는 장소를 혜성은 가만히 바라봤다. 은행나무 아래. 보통 저런 곳은 은행이 많이 떨어져서 냄새가 심하지 않던가. 그렇게 생각을 했으나 저 편에서 앉아있을 정도면 의외로 괜찮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아. ...주변에 은행만 안 떨어져있다면 말이야. 그래도 안 떨어져있으니까 저기에 앉아있던거겠지. 아마."
이내 짐을 정리하고 있던 이들이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서서 빠져나오자 혜성은 누구에게 그 자리를 뺏길까 싶어서 빠르게 그 자리로 다가갔고 자신이 가지고 온 돗자리를 가지런히 아래에 깔았다. 하늘색 모양의 돗자리는 두 명이 앉기에는 충분했으며 혜성은 바로 신발을 벗은 후에 돗자리로 올라서서 주변을 살펴봤다. 역시나 은행이나 근처의 위험한 요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이네. ...제법 명당인 것 같아. 덕분에 이런 자리도 다 잡게 되네. 눕고 싶으면 누워도 돼. 그러라고 깔아놓은 돗자리니까."
이내 자신의 무릎을 가만히 바라보던 혜성은 은근슬쩍 자신의 무릎을 손으로 툭툭 치는 행동을 보였다. 물론 그게 아람에게 보였을진 모르겠지만.
어서 와! 아람주! 나는 막 퇴근하고 밥 먹고 접속한 참이야! 현생의 파도.. 엄청 험했던 모양이구나. 일단 정말로 고생 많았어! (토닥토닥) 나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 중이야! 언제나와 다를바 없는 그런 하루? ㅋㅋㅋㅋㅋ 아람주는... 바쁜 나날 중에서도 조금은 잘 지냈을까?
제 다리에 그녀의 무게감이 살포시 느껴지자 자연히 혜성은 좀 더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어 고개를 살며시 내리니 그녀의 얼굴이 자연히 그의 눈에 들어왔다. 조금 불편하진 않을까. 자신의 다리가 마냥 푹신하고 폭신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역시 바로 말을 꺼내진 못하고 입술만 꿈틀거리면서 혜성은 작게 숨을 내뱉었다. 애써 한숨이 아닌 척.
"...불편하면 얘기해. 굳이 머리 아픈 딱딱한 것을 벨 필요는 없잖아."
그러다가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혹시나 아람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걱정어린 마음이 분명했다. 이내 혜성은 아람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그녀의 옆머리카락을 살살 어루만지려고 했을 것이다. 딱 고등학생이 할법한 조심스러운 스킨십을 시도하며 그녀가 거부하지 않으면 그대로 머릿결을 위아레로 천천히 쓸어서 쓰다듬다가 살살 그녀의 뺨도 만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 손길은 상당히 조심조심스러웠다.
"...배고프면 이야기하고. 이것저것 준비하긴 했으니까.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냥 어디까지나 배고프면 이야기하라고 말을 한 것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침묵을 지키던 혜성은 이내 작은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아람을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뭐 보고 있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그래도 재미는 있다고 하더라구! 사실 케바케가 아닐까. 물론 싫어질 가능성도 크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하지만 지금 20주 연속 꽝이라구. 21주때는 5만원 나오긴 했지만..(눈물) 흑흑. 이번주는 되려나. 아무튼 갱신이야!
아람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부끄럽다거나 신경이 쓰인다거나 그런 것은 있었지만 뭔가, 애정표현 같은 느낌이라 좋기도 했고. 그냥 혜성과 맞닿아 있는 것이 좋았다.
혜성이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간지럽히는 것도 좋았고 뺨을 매만질 때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기도 했다. "좋다."라고 자연스럽게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응. 조금만 더 이러고 있다가."
아직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혜성이 준비한 것이 궁금하기는 했다. "뭐 준비 했는데?" 하면서 은근슬쩍 물어보기도 하고.
"하늘 보고 있어. 하늘이 파랗고 예뻐서."
청명한 하늘은 푸른 호수를 부어놓은 듯 맑고 깨끗해 보였다. 완연한 가을 하늘이었다.
/진리의 케바케지! 나도 즐거운 일 하면서 살고 싶다 ㅋㅋㅋ큐ㅠㅠ!!! 20주 연속 꽝ㅋㅋㅋㅋㅋㅋ 혜성주 로또 자주 사는 편이구나! 오만원 축하해! 이번엔 꼭 되길 바라!!! 나는 로또 사는 건 좋아하는데 사러 가는 게 귀찮아서 안 사게 되더라고. 그리고 살려면 현금이 있어야하는데 그것도 귀찮고. 인터넷으로 사는 게 있다고 해도 귀찮.......(널부렁)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 행운이 오는 거였어(?)
아주 간접적으로 살짝 내심을 밝히며 그는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는 계속 닿고 싶었는지 괜히 뺨을 간지럽히듯 조금 더 어루만지다가 그는 살며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이어 무릎과 다리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두 팔을 뒤로 해서 제 몸을 지탱했다. 무게중심을 살짝 뒤로 하면서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편안하게 앉으면서도 아람의 머리가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자세를 고정하며 혜성은 마찬가지로 하늘을 가만히 바라봤다.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하늘색 물감을 그대로 퍼부은 것처럼 하늘이 상당히 맑고 높았다. 구름이 있을법도 하건만 가을이라서 그런지 구름도 보이지 않는 정말로 맑은 하늘이었다. 그 와중에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단풍과 은행이 보이니 붉은 빛과 노란 빛의 조화가 또 확실히 아름다웠다. 괜히 그도 미소를 지으며 아람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러게. 하늘이 되게 예쁘긴 하네. ...가을이라서 그런가. 여친 잘 둬서 이렇게 하늘도 느긋하게 보네. 진짜. 아. 그냥 뭐, 유부초밥과 김밥을 위주로 한 도시락. 그리고 간단하게 먹을 과자도 있고 음료수도 있기는 한데... 큰 것은 아니고 작은 것들 위주."
일단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에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든지 배고프면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하나 제대로 먹여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혜성은 아람에게 넌지시 물었다.
"...나랑 안 사귀었어도 이렇게 나하고 단풍놀이 나왔을거야? 넌?"
/그냥 뭔가 오기가 생긴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야. ㅋㅋㅋㅋㅋ 사실 사도 5000원 어치만 사고 말지만 말이야! 이번에는 되려나. 안 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되면 좋겠다. 나도 1등 되어서 진짜 그냥 편하게 건물주 노릇하면서 살고 싶어. 흑흑. 일 안하고 막 여기저기 여행다니고 해외도 나가고 싶다..으흑흑. 아무튼 나는 인터넷으로 사는 편이야. 물론 당첨이 정말로 안 되긴 하지만... 사실 인터넷으로 사면... 돈 직접 입금해야 하는 것을 빼면 그래도 그렇게 막 힘들진 않더라!
오기ㅋㅋㅋㅋㅋㅋ 정말 확률이라는게 너무 무서운 것 같애. 걸리면 100퍼센트니까~ 한달에 2만원으로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 아닐까? 나도 건물주.......... 여행............ 혜성주가 내 몫까지 부탁해 ㅋㅋㅋㅋㅋ 나는 지나가다가 한번 정도 사보긴 하겠지만~ 으윽... 오늘도 넘 피곤하다. 먼저 자러갈게! 좋은 꿈 꿔~
바람은 시원했고 날은 너무 좋았다. 정말 그린 듯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눈 앞으로 보이는 하늘과 노란 은행잎과 그리고 더 가까이에 있는 혜성의 모습이 정말 그린 듯이 잘 어울려서, 자신이 그림을 잘 그렸다면 이런 모습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는 혜성을 바라봤다가 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곤조곤하는 혜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냥 이러한 평화로운 순간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해야하나. 평소에도 듣기 좋은 목소리였는데 오늘따라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맛있겠다.” 하면서 기대감 어린 목소리를 냈다가 이어 말했다.
“나도 따뜻한 유자차랑 쿠키 챙겨왔어. 밥 먹고 난 뒤에 디저트로 먹자.”
작게 웃으면서 말하다가 이내 혜성이 묻는 질문에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그 가정은. 도대체 그런 질문은 어떤 사고를 거쳐서 나오는 거야?”
아람이 혜성이 귀엽다는 듯 쿡쿡 웃었다가 손을 뻗어 혜성의 볼을 콕콕 찔렀다. 지금 우리 둘은 사귀고 있고, 사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는 그저 가정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혜성이 물어보는 것이니 음, 소리를 내며 조금 상상해 보았다.
“안 왔을 것 같은데.”
툭 던진 말에 여전히 누워있는 채로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말을 덧붙였다.
“그야, 지금 2학기도 다 끝나갈 정도인데, 아마 우리가 사귀고 있지 않는다는 건 네가 나한테 고백을 안 했다는 뜻인데다가 아마 그랬다면 내가 지금에 이르기 전에 너한테 고백을 했을 텐데, 결국 네가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을테니 안 사귀고 있다는 뜻일테니까. 아니면 그것이 아닌 다른 오해가 있다거나 어떠한 사건이 생겼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이 있었을 것 같고.... 어쨌든 긍정적인 것은 아닌 것 같으니. 결론적으로는 아니, 라는 거지.”
생각에 잠겨서 말을 뱉어내다가, 이내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혜성이 바라는 말은 이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슬쩍 혜성의 표정을 살핀다.
김밥과 유부초밥. 그리고 유자차에 쿠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단풍놀이도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해야할텐데 적어도 배가 고플 일은 없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그녀의 짐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과연 어떤 쿠키일지. 맛은 어떨지. 유자차는 얼마나 향이나 맛이 괜찮을지. 그런 생각을 하니 절로 입에 침이 고였으나 애써 그는 그것을 티내려고 하지 않으며 제 물음에 쿡쿡 웃다가 제 볼을 콕콕 찌르는 아람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뭐... 그냥 묻는거지. 그냥. 그냥 우리가 안 사귀었어도 지금 이렇게 있었을까.. 라는 그런 느낌으로. 다, 다른 애들도 다 이 정도 물음은 나누거든?! 아, 아마도."
물론 정확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구의 인구가 그렇게나 많은데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이가 설마 자기밖에 없을까.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혜성은 아람의 답에 귀를 기울였다.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가슴이 아주 살짝 철렁이는 느낌이 들어 그는 아주 살짝 움찔했다. 무릎을 베고 있었으니 아람도 어느정도는 그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아무튼 부가설명을 들으면서 혜성은 두 눈을 깜빡이다가 결국 작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말을 하고서 자신의 표정을 살피는 그 느낌이 특히나 귀엽기도 해서 더더욱.
"나 참. 고백을 나나 너 둘 중 한 명이 했을 거라는 것은 확정사항인거야? 대체 얼마나 날 좋아한거야. 너. ...뭐,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럼 다행이네. 사귀었으니까 지금 이렇게 왔다는 거니까. ...난 안 사귀었어도 너하고 오고 싶었을 것 같거든. ...뭐, 친구일지, 아니면 다른 의미일지는 그건 알아서 상상하는 것으로 하고."
그 부분은 부끄러운지 제대로 말을 하려고 하지 않으며 혜성은 이내 아람의 뺨을 약하게 콕콕 찌르면서 시선을 옆으로 살짝 돌렸다. 조금 붉어진 얼굴을 향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그는 입을 열었다.
"나 유자차 한 잔만 마셔도 될까? ...아니. 그냥 뭐, 차가 있다고 하니까 먹고 싶어서."
같이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움찔하는 것에 그 이유를 말하면서도 조금 조심스러웠지만 그럼에도 혜성은 제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 그야. 좋아했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했지, 그럼 안 좋아하는데 좋아한다고 말했겠어?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사귀지 않았으면 지금 같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야.”
아람은 조금 볼을 붉히면서 뾰로퉁하게 부풀렸다가 이내 혜성이 콕콕 뺨을 찌르는 것에 볼 속에 모아두었던 숨을 푸, 내뱉었다. 혜성이 부끄러워 하는 모습에 나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구나 안도하면서 아람은 유자차를 찾는 혜성의 말에 누웠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왠지 저도 더 부끄러워지는 기분이라 입안에 뭔가를 넣고 싶기는 했던 참이었다.
아람은 들고 왔던 작은 짐가방에서 보온병과 종이컵을 꺼냈다. 보온병을 열고 종이컵으로 기울이자 따뜻한 차가 컵 안을 잔잔히 채웠다. 아람이 잔 하나를 혜성에게 건네고 자신의 잔도 채운 뒤 보온병을 닫아 다시금 넣어 두었다. 넉넉히 채워와서 양은 충분했다.
“노란 색이 은행잎하고 잘 어울린다. 그치.”
따뜻한 종이컵을 양 손으로 감싸며 하늘색 돗자리 근처를 잔뜩 뒤덮고 있는 노란 낙엽을 보다가 혜성을 바라보고는 작게 웃었다. 호로록 유자차를 마시면 달고 새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울 것이었다.
"...그거야 뭐, 지금같진 않겠지. 친구하고 연인은 그 의미가 다르잖아. 깊이도 그렇고. 여사친과 여자친구는 다른 거야."
만약 그때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아람 쪽에서 고백을 했다는 것일까.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 그렇게 말한 것에 대해서 혜성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생각은 자신만이 알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는 입을 꾹 다물면서 아람의 뺨을 그는 괜히 콕콕 찔렀다. 일부러 뾰로퉁하게 부풀린 부분만 노리면서. 이내 숨을 뱉는 것에 맞춰서 볼이 점점 줄어들자 그는 괜히 그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살며시 손을 그녀의 뺨에서 떼어냈다.
그녀가 일어남에 따라 제 다리에 느껴지던 무게감이 줄어들었고 자연히 아람의 얼굴이 정면으로 혜성의 눈에 보였다. 이내 그녀가 짐가방에서 보온병과 종이컵을 꺼냈고 보온병에 담겨있는 따뜻한 차를 종이컵에 담아 자신에게 내밀자 혜성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종이컵을 받아들였다. 이어 혜성은 가만히 그 향을 느끼다가 내용물을 입에 담으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확실히 은행잎과 정말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다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은행잎을 아주 가볍게 손을 뻗어서 딴 후에 다시 아람의 근처에 앉았다.
"...맛있고 새콤달콤한 차를 줬으니 이건 답례."
이어 혜성은 아람의 귀에 조심스럽게 방금 딴 은행잎을 꽂으려고 했다. 그녀가 피하지 않았다면 잘 꽂아주면서 괜히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만약 피했다고 한다면 굳이 끼려고 하진 않았을테고.
"...역시 난 사귀지 않았어도 너랑 오고 싶어했을 것 같고 너에게 권했을거야. ...그리고 아마 여기서 고백했을지도 모르겠네. ...네가 나온다면의 이야기지만. ...나 참. 나도 내가 누구를 좋아하게 되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다 네탓이니까 책임을 지고 쭉 옆에 있어. 오래오래 내 여자친구로 있어. 알겠어? 오늘 아침의 일 같은 것은 다 잊고 말이야."
여사친과 여자친구가 다르다는,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한다며 아람은 여전히 뾰루퉁한 얼굴이었지만 볼을 부풀린 것을 노르며 콕콕 찌르는 장난스러운 손길과 이내 뺨에 닿는 혜성의 손길에 불퉁함은 금새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대신 조금 더 발그래한 얼굴이 되기는 했지만.
혜성이 유자차의 향을 맡고 천천히 마시는 것을 보면서 아람은 내심 뿌듯해했다. 하지만 혜성이 갑자기 일어설 것이란 건 예상치 못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가 이내 자신의 귓가에 은행잎을 꽂아주는 것에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마음 속이 간질간질해져서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조금 부끄러운 마음으로 입술을 오물거리디가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제 몫의 유자차를 다 마시고는 혜성의 유자차는 뺏어서 주변에 평평한 곳에 올려두고는-안 뺏기면 안 뺏기는 대로- 혜성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을 것이었다. 작은 웃음소리가 혜성의 목 주변을 간지럽힐 것이었다.
"책임지고 옆에 있을 테니까. 고백 안했다고 치고 다시 고백해봐, 응?"
이내 아람은 혜성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그 허벅지 위에 제멋대로 앉았을 것이었다. 물론 혜성은 밖에서 이런 과한 스킨십을 하는 걸 싫어하지만, 그래도 여기 주변에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다들 이쪽은 신경도 안 쓰고 있지 않은가.
제 차를 뺏는 모습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아니. 내 차를 왜? 그런 눈빛을 보내다가 그녀가 가바직 제 목을 와락 끌어안는 모습에 그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마치 단풍나무의 단풍잎이 된 것처럼. 그러다가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는 모습에 절로 혜성의 허리가 쭉 펼쳐졌을테고 그는 살며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물음에 그는 살짝 당황했고 절로 몸이 고목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이어 그는 애써 입을 열어 그녀에게 항의하듯이 이야기했다.
"뭐, 뭐, 뭐라는거야! 갑자기. 고백 안했다고 치고 다시 고백하라니. 전에도 내가 고백했잖아! 비겁한 거 아니야?!"
따지기보다는 그야말로 크게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횡설수설하듯이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내 끄응 소리를 내더니 그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러다가 아람을 빤히 바라보면서 자신 쪽에서도 요구했다.
"뭐, 못할 것은 없긴 한데... 나만 하는 것은 비겁해. 너도 해. 고백 안 들은 걸로 치고. ...그러면 할거고 아니면 안할거야."
역시 자신만 하는 것은 조금 비겁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다.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끄응. 소리를 내던 혜성은 다시 아람의 눈동자를 애써 빤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쩔거야? 콜? 아니면 노콜?"
/혜성이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상당히 많이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나온 무언가!!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퇴근했다! 이제는 쉴거야!
안녕! 아람주!! 난 오늘은 늦잠을 자서 지금 막 일어난 것 같아. 주말은...집에서 OTT보면서 보내는 중이야. 이전에 보고 싶었는데 못 보던 거 이제야 다 봤네. ㅋㅋㅋㅋㅋㅋ (대충 어제 진짜 늦게 잤다는 그런 이야기) 아무튼 아람주도 좋은 하루 보내면서 푹 쉬었으면 좋겠다!
주말 영상 보면서 푹 쉬는 날 보냈구나~~~!!! 역시 주말에는 못봤던 영상 보면서 보내는 게 최고지 ㅋㅋㅋㅋㅋ 나는 맨날 유튜브에 나중에 볼 영상 쌓아두는 게 취미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쨌든 원래 주말에는 늦게 자게 되는 편이니까 말이야. 나도 푹..... 쉬고 싶었는데 일정이 있었어 ㅋㅋㅋㅋ큐큐ㅠㅠㅠㅠ
빨간 얼굴로 당황한 채로 말하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은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전에도 먼저 고백했다면서 비겁하다면서 말하는 혜성의 말은 나름 일리가 있기도 했다. 게다가 이런 것에도 승부욕이 있는 것인지 못할 것은 없다며 대신 자신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에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콜!”
눈을 마주치며 웃던 아람은 제멋대로 혜성의 다리에 앉았듯이 이번엔 또 제멋대로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혜성의 손을 잡아 당기며 혜성을 일으켜 세웠다.
“너 네 여자친구가 연기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 잊지 않았지?”
키득키득 웃는 얼굴이 꽤나 즐겁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곤 혜성에게 잠시 서서 기다리라면서 말을 하고는 이내 혜성의 앞에서 뒤돌아 섰다. 나름 감정을 잡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은 혜성과 사귀는 상태가 아니고 내가 혼자 짝사랑을 하고 있는 상태인 거고, 나는 혜성의 마음을 모르니 이번 고백을 함으로 앞으로 서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될 수도 있는 최악의 결말 또한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정도로 혜성을 좋아하고 있는.
다시금 아람이 뒤를 돌아 혜성을 바라봤을 때는 이미 방금의 웃음기는 사라진 채였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는 조금은 긴장감을 담고 있었고, 그것을 반증하듯 살짝 맞잡은 손가락에는 살며시 힘이 들어가 있었을 것이었다. 혜성의 눈을 차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아람의 얼굴은 조금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었고.
“그, 멋대로 불렀는데 나와줘서 고마워. 음.......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조금 부끄러운듯 꺼낸 말 후에는 민망한 듯 두 손을 등 뒤로 감추며 배시시 웃어보이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었다.
웃음을 흘리다가 콜이라고 외치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조금은 고민하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콜을 외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뭔가 자신만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괜히 분한 감정이 살살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그녀가 정말로 해준다고 한다면 그건 체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아람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녀가 제 손을 잡아당기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 연기인거야? 아니. 뭐... 확실히 연기라면 연기겠지만."
하기사 지금은 사귀고 있으니까 가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연기이지 않겠는가. 그래도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은 진짜일테고 그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기에 혜성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뒤돌아섰기에 아람이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진 알 수 없었으나 숨을 고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눈에 힘을 꽉 주고 집중하듯 아람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진지한 것에 혜성은 괜히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을 꽉 줬다. 누가 보면 대체 뭘 그렇게 긴장하냐고 키득키득 웃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무튼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표정. 그리고 살짝 맞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 모습. 얼굴이 발그래지는 그 모습에 혜성은 정말로 이게 연기가 맞나 순간적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리얼하지 않나. 이거. 그러다가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성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입을 열었다.
"아, 아니. 따, 딱히. ...어차피 할 것도 없었으니까. ...불렀는데 못 나올 것도 없고. 그, 그래서 뭔데?"
일단 그녀의 말에 어떻게든 말을 맞추려고 하나 목소리에 긴장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배시시 웃는 모습에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이거 완전 반칙이잖아. 완전 홀리잖아.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는 괜히 뚱한 표정으로 제 발로 땅을 콕콕 찍었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뭐, 일단 말해봐. 들어볼테니까."
/응! 그야말로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것을 보게 되었지! 사실 넷플릭스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면서 거기서만 있는 것을 봤거든! 넷플릭스... 뭔가 요금제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 그냥 끊어버렸어. (옆눈) ㅋㅋㅋㅋㅋㅋ 아앗. 아람주..못 쉬었구나. 일정 보낸다고 정말로 수고 많았어.
아람주도 안녕이야!! 응. 아람주가 아는 그거 맞을거야! 사실 이전부터 4인 요금제로 해서 보고 있긴 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굳이 이걸 계속 봐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 어차피 넷플릭스를 꼭 봐야한다..그런 느낌도 아니기도 해서! 나도 사실은 어머니가 영화보고 드라마보는거 좋아해서 끊고 김에 나도 같이 보는 것인걸! 아무튼 이런 상황이니 추가 요금을 내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으앙..(주륵)
ㅋㅋㅋㅋㅋ 맞아. 혜성이 지금 완전 긴장상태인거 느껴질까. 그러니까 혜성이도 내심 마음속으로 큰 거 준비중이래. 아마도!
혜성 또한 진지하게 상대편을 해주고 있었기에 아람은 좀더 진지하게 그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혜성이 살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상하게 아람은 더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그건 혜성 또한 자신을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대를 증폭시키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좀 갑작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신발을 벗은 채로 돗자리 위에 서 있었지만 아람의 머릿속에서는 마치 가을 날 혜성을 학교 뒷뜰로 불러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 차례 바람이 불며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혜성과 아람 사이로도 은행잎이 흩날리며 노란빛이 드믄드믄 시야에 담겼다 사라졌다.
아람은 이전에 혜성과 알게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수돗가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마치 불량학생이 모범생에게 땡땡이 치자고 꼬셨던 느낌이였을까. 아마 지금도 그와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혜성이 같은 애를 내가 내멋대로 물들여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너 좋아해.”
그 말은 단정적으로 떨어졌다. 조금 붉어진 얼굴로 살짝 입을 꾹 다물었다. 아람은 자신이 꽤나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어린애라는 것을 안다. 겉보기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모난 곳도 망가진 부분도 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럼에도 갖고 싶은 것은 꼭 가져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네가 좋아서, 그냥 이 말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서...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괜찮다면 나랑 사귈래?”
먼저 마음을 내보인다는 것은 두렵고, 떨린다. 그 감정의 편린이 아마 얼굴에 조금은 드러났을 것이었다. 비록 작은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장난이라도 거절의 답이 돌아온다면 꽤 아플 것이었으니까.
/ㅋㅋㅋㅋ 혜성이 왜 덩달아 긴장한거야 귀엽게!!!!!!! 마음속으로 큰거 뭐 준비하고 있는지 넘 궁금하다 ㅋㅋㅋㅋ!!!!!
갑작스러울지도 모른다는 그 말에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했다.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며 노란색 풍경이 자신과 아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고 자연히 혜성의 눈앞에는 노란색 배경 앞의 아람의 형태로 보였다. 그 모습이 또 상당히 예쁜 느낌이었다. 주변 풍경마저도 도와주다니. 이거 진짜 너무 반칙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들려오는 좋아한다는 말.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좋다고 자신이랑 사귀지 않겠냐는 말이 들려올때마다 혜성은 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기 위해 몸에 힘을 꽉 줬다. 물론 그렇다고 어떻게 심장이 멈추겠냐만. 허나 그럼에도 어떻게든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는 숨을 조절하기 시작하며 시선을 살짝 회피했다. 자신이 고백을 그때 하지 않고 쭉 버텼다면 그녀에게서 이런 느낌의 고백을 받았을까. 역시 조금 아쉬우면서도 억울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네가 싫다면, 굳이 휴일에 시간 내서 나올 일 없거든?"
아마 자신이 사귀지 않은 상태에서 고백을 받았다고 한다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얼굴이, 물론 지금도 상당히 붉어서 터질 지경이었겠지만 아마 더 붉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이어 혜성은 아람을 애써 바라보면서 답을 이었다.
"...좋아. ...사귀자. ...나도 너 아니면 안되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니까."
하지만 이것만큼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살짝 뜸을 들이면서 그는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이어 아람을 향해 안기라는 듯이 두 팔을 살짝 벌렸다. 물론 아람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액션을 취해야하지 않겠는가. 물론 사심적으로 아람을 안고 싶은 충동도 있었다. 그만큼 지금 혜성의 눈에는 아람이 예쁘게 비쳤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내 턴이야?"
이어 그렇게 말을 하는 혜성의 목소리는 작게 기어들어가는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아람이가 저렇게 예쁘게 고백을 한다면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잖아! 아람주 피셜. 아람이는 학교에서 제일 예쁜 미인이라고 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
툴툴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싫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말엔 어쩔 수 없이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붉어진 얼굴로 하는 말이라 더더욱 귀엽게 보이는 건 제가 콩깍지 필터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일까. 그리고 좋아한다는, 그 바라고 바랐던 그 대답이 들려오자 환하게 웃으며 살짝 팔을 벌린 그의 품에 폭 안겼을 것이었다.
왠지,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나면 심장이,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끌어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진다. 처음 혜성이 자신에게 마음을 고백했을 때처럼. 꽉 안아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꼭 끌어안은 귓가에 들리는 작은 목소리에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응. 지금 해도 되고 밥먹고 해도 되고. 오늘 안에만 하면 되는 걸로 봐줄게.”
작게 웃으면서 여전히 혜성을 끌어안은 채로 고개만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아니다, 사실 지금 고백 들으면 나 심장 터질지도 몰라. 지금도 엄청 쿵쾅거리거든. 고백한다고 생각하니까 엄청 떨렸나 봐.”
너무 심장이 쿵쿵 뛰어서 뺨도 발갛고 손끝까지 그 울림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 그 말 들을 때마다 민망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우 지망이면 예뻐야 한다고 배웠다굿!!!!
제 품에 아람이 안기자 혜성은 그대로 두 팔을 내려서 그녀를 품에 가뒀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고백할 때도 이렇게 품에 안겼었던가. 어떻게 보면 아람은 누군가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일까. 어쨌건 자신도 아람을 안는 것은 좋아했기에 그는 만족스럽게 그녀를 안았으나 차마 아람을 제대로 바라보진 못하고 그대로 팔에 힘만 줄 뿐이었다.
"...하, 하기는 해야하는구나. 하, 하긴 내가 먼저 조건을 제시했으니."
너도 고백을 해야 나도 고백을 할 거라고 이야기를 했으니 결국 그 조건은 자신이 제안한 것이었다. 그것을 어기면 아람이 어떻게 나올지, 혹은 삐질지도 모른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런 것만큼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여기에 오기 전에 사진 때문에 기분이 저기압이지 않았던가. 그런 마당에 더욱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진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침을 삼켰다. 허나 이후에 지금 고백을 들으면 자기 심장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또 너무 귀여워서 혜성은 얼굴을 붉혔다.
"...마, 말해두는데 나도 지금 심장 엄청 뛰거든? 이렇게 예쁘게 고백하기 있냐?! 너!"
괜히 약하게 성을 내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다는 듯이 그녀를 정말로 꼬옥 안으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제 머리를 묻던 혜성은 이내 그녀를 살며시 놓아주었다. 그리고 제 뺨을 살살 손으로 긁적이면서 시선을 회피하다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지금 좀 마음 진정시켜. ...나도 할 거니까. 괜히 끌어봐야 마음만 약해지고 그렇잖아."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그만큼 부끄럽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괜히 중얼중얼거리긴 했지만 그게 무슨 말인진 아람에게도 잘 전달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봐야 예쁘니 뭐니 하는 그런 말들의 연속이었겠지만. 아무튼 아람을 놓아주고 나서 아람의 준비가 끝나기를 그는 기다렸다. 이어 심호흡을 하고 헛기침을 하던 아람이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에 혜성은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이미 고백을 하긴 했으니까 자신에게 있어선 두번째였지만 그래도 그 두번째가 또 묘하게 떨렸다. 이번에는 정말 시험받는다는 느낌에 가까웠으니까. 애초에 왜 고백 어쩌고를 말해서 이 상황을 만들었는지. 여러모로 곤란하다고 하지만 피할 순 없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있잖아."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혜성은 그렇게 아람을 부르면서 입을 열었다. 있잖아. 라는 말. 바로 용건을 말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것을 말하려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그는 근처에서 아직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은행잎을 손으로 잡았다. 이어 그는 그 은행잎을 살며시 그녀의 다른 쪽 귀에 꽂아주며 다시 거리를 살며시 띄웠다. 그리고 잠시 뺨을 긁적이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은행나무의 꽃말 중에는 장수라는 말이 있다는거 알아? 그러니까 오래 살고 그러는 거."
이어 혜성은 아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주먹 하나 정도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숨을 약하게 내뱉다가 아람의 눈동자를 정말로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숨을 한 번 더 내뱉은 후에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네가 오래 나랑 알고 지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쭉. 쭉. 쭉. 욕심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만큼 욕심내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장수해서 그러니까 오래오래 살면서 나랑 있어줬으면 좋겠어. ...네 인생의 전부를 가지고 싶어."
이어 그는 다시 숨을 약하게 내뱉으면서 그는 정말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구 크게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을 애써 모르는 척 하며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이야기했다.
"...네 인생 옆에 설 수 있는 권리를 나에게 줘. ...대신에 나는 내 인생을 줄테니까. ...그게 내가 지금 줄 수 있는 전부야. ...널 원하고 네가 좋아. 문아람. ...나랑 사귀자. 싫으면 돌아가고 좋으면 이리 와. 난 구차하게 안 잡을거니까. ...그러니까..그.. 와라! 문아람!"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부끄러운지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며.
제 눈을 빤히 바라보는 혜성에 아람은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부끄러워서 입을 합, 다물고 있었지만. 작은 수식어로 시작한 것은 이내 은행잎을 손으로 잡아 제 머리카락에 꽂아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양 귓바퀴에 은행잎이 꽃힌 것이 조금 재미있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사실 귓가에 닿는 온기가 간질간질했다.
은행나무의 꽃.....이 있다는 것 자체가 처음 들어봤는데 꽃말까지 있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그 꽃말이 장수라는 것에 뭔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다가 혜성이 가까워져 거의 코앞까지 왔다고 생각했을 때 아람은 숨을 들이마시며 꾹 참았다. 심장이 쿵쿵 뛰어서.
“..........”
뭔가, 욕심히 가득 담긴 고백이었다. 쭉, 오래오래, 인생의 전부라는 단어들이 영원히 함께하자는 뜻을 담고 있어서, 서로의 인생을 교환하자는 그 말이 너무 기꺼웠다. 마지막에 와라! 라고 했을 때는 왠지 웃겨버려서 긴장감이 맥없이 풀려버렸지만.
“왔다!”
아람이 혜성을 꽉 끌어안으며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혜성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며 얼굴에 올라온 열기를 옮기려 들었을 것이었다.
“응, 날 가져. 대신 나도 널 가질게. 나를 네게 내어주는 동안에는 넌 내 것인 거지? 약속하는 거야.”
왔다! 라고 외치면서 자신을 꽉 끌어안는 모습에 혜성의 얼굴이 다시 크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와락 안을 것은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안기니까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이내 제 가슴에 얼굴을 부비자 그의 얼굴에서 열기가 달아올랐고 만약 영화였다면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올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으으. 소리를 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참고로 묻는 건데... 이런 말 듣고 싶어서 시킨 것은 아니지? 아니...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보통은 너무 무겁다..이런 말 하지 않냐? 보통?"
평생이니 뭐니 그런 말을 했고 네 인생 옆에 설 수 있는 권리니 뭐니 그런 말을 했는데 오히려 너무나 기뻐하는 그 모습에 혜성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으나 딱히 부정하거나 역시 취소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주는 대신 자신도 널 가지겠다는 그 말이 역시 묘하게 간지러우면서도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이내 너는 내 꺼라는 표현까지 하는 말. 그리고 뭉개진 발음으로 들려오는 말에 혜성은 아람의 등을 약하게 토닥였다.
"진짜 내 여친은... 정말로 욕심쟁이라니까.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그 상태에서 아람을 안고 자리에서 앉으려고 했다. 일단 편한 자세로 편하게 있으려는 생각인 듯 했다. 그리고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돌린 후에 아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좋아하길 바라고 한 말에 좋아하는 것도 얼떨떨하게 느끼는 혜성의 모습이 조금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제 진심이라고 한다면.... 자신을 원하는 것이 혜성이라면, 좋았다. 그게 다른 사람이라면 끔찍할 것 같지만 혜성이라면 좋아. 이건 내가 그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일까?
“나 욕심쟁이 맞아. 그래서 한 번 잡으면 잘 못 놔.”
히히 웃으면서 혜성을 따라 자리에 앉는다. 뭔가 엄청 오래 서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직 감정이 가라앉지 않은 것인지 혜성의 옆에 꼭 붙어 있는 모양새였지만.
“아하하, 점수가 중요한 거야?”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가 입으로 양 손을 가리며 마저 웃은 뒤, 여전히 웃음기 묻은 얼굴로 혜성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대며 소근소근 말했을 것이었다.
"...그건 그렇긴 한데. ...아니아니. 애초에 고백을 먼저 시킨 것은 너잖아. ...물론 딱히 시켜서 한 것은 아니긴 한데."
좋은 것이 좋은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적당히 넘기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결국 자신 역시 원해서 한 것에 가까웠다. 여기에 오기 전, 사진으로 인해 저기압이 되었던 아람이 다시 해맑게 웃었으면 했고, 기왕이면 기분 좋아졌으면 했으니까.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제대로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보자면 이번에는 성공적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모자를 꾹 눌러쓰면서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미소를 강하게 머금었다.
"...괜찮아. 나도 욕심쟁이니까."
결국 아람을 원하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제 옆에 붙어있는 아람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혜성은 괜히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눈가를 만지기도 하고, 콧등을 만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부드러운 찹쌀떡 같은 뺨을 살살 어루만지기도 하고. 한편 점수를 묻는 물음에 웃음을 터트리는 아람의 모습이 보이자 혜성은 작게 혀를 차면서 시선을 회피하며 입을 열었다.
"구, 궁금하잖아. 괜히. ...기껏 용기내서 마음 다잡고 했는데. 그래보여도 짧은 시간 내에 나 엄청 고민했거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람이 자신의 귀로 입술을 가져오더니 제 물음의 답을 들려줬다. 점수를 매길 수 없을만큼 좋았다고. 그 말에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아람을 찌릿 바라봤다. 이런 말을 귀에 대고 하다니. 반칙 아닌가. 너무나 반칙 아닌가. 조금은 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말은 하지 못하며 얼굴만 붉게 물들인채로 그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뭐라도 먹자. 우리."
그러면 이 분위기가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이어 아람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방금 아람이 했던 것처럼 속삭였다.
"...이제 말 못 바꿔. 너. ...고백 2번이나 했으니까. ...너 이제 진짜 내 꺼야."
자신이 꽂아준 은행잎을 떼어내서 자신의 귓가에 꽂는 것에 그는 괜히 간지러워했으나 거부하진 않았다. 그 대신 뭔가 몽글몽글한 감정이 들어 그는 괜히 입꼬리를 살짝 올리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그저 은행잎을 꽂아주는 것 뿐인데 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아람이 하는 행동이라면 뭐든지 다 좋을 정도로 자시는 팔불출이 되고 만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입에 담진 않았다. 뭔가 모르게 부끄러웠으니까.
이어 자신이 한 귓속말에 아람이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리자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는 가짜였냐는 말에 그는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아람이 자신의 짐을 앞쪽으로 끌어오자 혜성은 손을 뻗어 자신의 가방을 잡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도시락을 꺼내서 하나하나 뚜껑을 열었다. 김밥에 유부초밥. 그리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수에 젓가락 두 개. 처음부터 같이 먹을 생각으로 가지고 온 만큼 내용물은 확실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담아온 도시락을 제대로 세팅하며 혜성은 아람에게 젓가락을 내밀었다.
"김밥은 산거긴 한데 유부초밥은 직접 싼거야. ...맛은 있을 거야. 어제 부모님도.. 맛있다고 했으니까."
도시락을 싸면서 일단 간을 볼 생각으로 자신의 가족에게도 준 모양인지 그렇게 이야기를 한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에 김밥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렸다.
"...덕분에 여자친구에게 지극정성이라고 놀림 좀 당했지만. ...나 참."
이어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그는 김밥을 제 입으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잠시 멈칫했다. 뒤이어 아람의 입가로 가져간 후에 어서 먹으라는 듯이 그는 아- 소리를 살며시 냈다.
도시락 뚜껑이 열리자 아람은 와아, 하고 소리를 냈다. 혜성에게 젓가락을 받으며 들리는 말에 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싼 거라니. 집에서 요리라는 것이라고는 밥을 하는 것이나 밑반찬을 꺼내 먹는 것 외에는 한 것이 없는 아람은 유부초밥 만으로도 뭔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아람이 할 수 있는 정도는 요리라기보다는 조리에 가까운 것들이라......... 뭔가 시도를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시키는 대로 해도 뭔가 맛이 조금 이상했다. 응.
“고마워, 잘 먹을게.”
뭔가 조금 감격한 느낌이였을까. 아람의 눈이 반짝반짝 도시락을 향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래 연애를 할 때는 사소한 것에도 감동을 한다고 하지 않던가.
아람은 혜성이 부모님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말에 작게 웃었다가, 이내 혜성이 김밥을 입가로 가져다대자 이내 자연스럽게 받아 먹었다. 이제 이정도로는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면 먹여주는 일은 종종 있었으니 이제 조금은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김밥은 맛있었다. 꼭꼭 씹어 삼킨 뒤 이번에는 유부초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김밥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나 김밥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요리였다. 일단 둥글게 마는 것부터가 꽤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무엇보다 유부초밥을 만들다보니 시간이 꽤 지나갔기에 김밥은 차마 만들 수 없었고 결국 전문점에 가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맛은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혜성은 아람이 김밥을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먹는 것이 꽤나 익숙해진 것 같았고 그건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렇게 먹여주고 있지 않은가.
괜히 음료수를 마시면서 자신도 김밥을 하나 천천히 씹으니 간이 상당히 잘 되어있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물론 직접 만든 것이 아니기에 조금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가을에 놀러나와서 먹기 충분하지. 그렇게 생각하다 아람이 유부초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거 이거 라고 하는 말에 혜성은 순간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이거? 아."
이내 그것을 먹여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인지하며 혜성은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김밥과는 다르게 이건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었기에 그의 표정에 상당히 긴장이 흘러내렸다.
"...그.. 아. 그리고 평 알려주면 고맙고. ...이건 내가 직접 만든 거긴 하니까. ...그래도 맛은 괜찮긴 할 거야."
나름대로 간은 특히나 신경 썼고 자신의 입에는 잘 맞긴 했지만 과연 아람에겐 어떨런지. 제 여자친구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조금 긴장이 되는지 혜성은 빤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동자를 결국 옆으로 굴리면서 입을 열었다.
역시 먹여준 유부초밥을 받아먹는 모습이 혜성의 눈에는 아기새처럼 비쳤다. 물론 아기새보다는 아람이 더 귀엽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며, 제 마음 속으로만 속삭이면서 혜성은 편안한 표정으로 아람이 유부초밥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러다 그녀의 입에서 좋은 평이 흘러나오자 혜성은 절로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가 바로 헛기침을 하면서 표정을 관리하려고 했다.
"그,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래도 먹을 것을 가져와야지. 못 먹을 것을 가져올 순 없잖아."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그의 입꼬리가 약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하다가 괜히 웃는 모습을 보이던 와중 갑자기 제 볼을 콕 찌르더니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어서 자신에게 먹여주려고 하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두 눈을 깜빡이다가 냠 하는 느낌으로 유부초밥을 받아먹었다. 뒤이어 살며시 시선을 회피한 후에 천천히 씹었고 꿀꺽 삼켰다.
"...어제 먹었던 맛과 비슷하네. 하기사 어제 내가 만든 거고 특별히 뭘 더 건들진 않았으니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좀 더 부드럽고 맛있는 것 같기도. ...누가 먹여줘서 그런가."
후반 부분은 괜히 중얼거리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한 후, 혜성은 음료수를 종이컵에 따른 후에 꿀꺽 마셨다. 목을 통과하는 시원한 감각,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지나가는 시원한 가을 바람. 이어 좋지 않냐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내년에는 조금 힘들겠지만 그래도 다시 시간을 내서 나오고 싶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고3이 되면 아무래도 조금 힘들지 않겠는가. 어찌되었건 입시를 준비해야했고 아람과 같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넌지시 물었다.
자신이 먹여줘서 더 맛있다는 그 말에 아람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혜성을 따라 음료수를 따라 마시고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이제 가을이라는 건 내년이 좀더 가까워 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3학년이 되어 대입이라니....... 벌써부터 생각하기엔 여전히 끔찍한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연기도 배우고 공부도 하고 있긴 하지만.
“내년은 힘들면 내후년에 다시 오면 되지.”
조금은 긍정적인 전망이려나. 2년 뒤에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에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본다.
“대학 말이지...... 음....... 일단 학과는 연극영화과를 생각하고 있는데, 아마 성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도권 내로 생각하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가 “너는?” 하고 혜성에게도 되묻는다.
"...아주 잠깐 바람을 쐬고 온다고 하고 만나면 혼나려나. ...아니. 뭐, 꼭 만나야...한다거나 그런 것은... 그런 것은... 몰라. 패스."
아람의 말이 합리적이었으나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혜성은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나 점점 그 목소리가 작아졌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조금 찔리는 탓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인데. 그 1년 때문에, 그 수능 하나 때문에 모두가 12년이나 공부를 하고 죽어라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로 내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여러모로 한숨을 쉬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역시 입시는 머리가 너무나 아팠기에.
아무튼 자신의 물음에 아람이 연극영화과를 갈 거고 수도권 내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혜성은 살며시 머리를 굴렸다. 자신의 지금 성적으로 수도권 대학을 갈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아람과 같은 대학을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나 역시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치는 모의고사를 참고해야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팔짱을 끼다가 그는 물음에 대답했다.
"사진 관련 쪽으로 갈거야. ...그리고 가능하면 뭐, 수도권 내로... ....뭐, 대학 겹치면... 같이 갈 수도 있는 거겠지. 아마도."
같은 대학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살짝 돌려서 그렇게 표현하면서 혜성은 괜히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어서 입에 쏙 집어넣고 김밥도 쏙 집어넣어서 자신의 입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이렇게 하면 아람이 무슨 말을 해도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을테니까. 나름 머리를 쓴 것이었으나 어떻게 보면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어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그는 살짝 '하지만 같은 대학 가고 싶어'. 라는 말을 하면서 이내 음식을 씹었다. 아마 우물거리는 소리에 묻혀서 잘 안 들리거나 발음이 완전히 뭉개지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듣고자 한다면 들을 수도 있겠지만.
/얍! 사실 나도 요즘 입시는 잘 몰라...ㅋㅋㅋㅋㅋ 하지만 수능은 아직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매일 밤까지 남아서 공부할테니까라는 말에 혜성은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들으니 정말로 그런 현실이 코앞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 탓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산책을 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면서 그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물론 그조차도 쉽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하면 그런 산책조차도 힘들 정도로 공부에 집중해야만 할테니까. 이어 그는 입 안에 있는 음식물을 온전히 꿀꺽 삼켰다. 확실히 맛이 좋다고 생각하나 역시 아람이 먹여줄 때보다는 맛이 조금 덜했다. 저 젓가락에 자신도 모르는 조미료라도 뿌려진 것이 아닐까 싶어 혜성의 눈이 살며시 그녀가 쥐고 있는 젓가락으로 향했다.
"...뭐,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내가 너보다는 성적이 낮으니 말이지."
물론 자신이 공부를 아예 못하거나 성적이 완전 밑바닥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나 아람보다는 성적이 낮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면 자연히 같은 대학에 가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람이 눈을 낮춰서 대학을 가는 것은 또 원치 않았다. 뭔가 자신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을 못 가는 것이 되는 거니까. 역시 자신이 노력할 수밖에 없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작게 혀를 차면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음료수를 마시면서 대학 간의 거리가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말에 이어 대답했다.
"내가 노력해서 성적을 올려볼게. ...뭐, 여친과 캠퍼스 연애... 같은 거 한 번은 해보고 싶긴 하니까. 내 여친은 그때도 너일테니까 내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테고."
하지만 지금 당장 공부에 매진하고 싶진 않았기에 일단 내년부터 열심히 시작해볼까.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 괜히 작게 혀를 차면서 혜성은 음료수를 다시 마시면서 온전히 컵을 비웠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은 후에 그녀의 입으로 가져갔다. 어서 먹으라는 듯이.
"그러니까... 그러니까... 시험 때 공부 같이 해서 그... 조금이라도 성적 올리는 거 도와주면 고마울 것 같네. ...그러니까 실제로 너랑 공부해서 성적 오르긴 했으니까. 동일하진 않아도 같은 곳에 다닐 정도의 성적만 맞추면 되는 거잖아. ...내가 그렇게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니긴 하니까. ...이렇게 된 이상 내년에 같은 반 되었으면 좋겠네. ...그러면 교실에서도 계속 같이 공부할 수 있으니까."
물론 다른 사적인 이유도 있긴 했으나 그것은 굳이 입에 담지 않으면서 혜성은 살며시 얼굴을 붉혔다.
/ㅋㅋㅋㅋㅋ 비슷할거야! 아마도!! 내 사촌동생도 수능 시험 다 치고 대학 갔는걸! 아무튼 상황극이니까 조금 틀려도 괜찮지!
혜성의 눈길이 제 젓가락으로 향하자 아람은 유부초밥을 또 집어서 혜성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유부초밥을 집어서 입안에 넣었고 말이었다. 왠지 이러한 사소한 행동이 또 간질간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정말 커플 같은 행동이라서 그런가 좋기도 했다.
혜성이 성적이 자신보다 낮은 것에 대해 음, 하며 무어라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내 혜성이 자신의 성적을 올려보이겠다고 했을 때 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력하면 어떠한 성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응. 그러면 정말 좋겠다. 캠퍼스 커플 같은 것 말이야.”
상상만 해도 즐겁다는 듯이 이야기했지만, 혜성이 그것으로 인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뒤따라 온다.
“응. 나도 원래 시험공부 같이 할 생각이었어. 전에도 그랬었으니까. 아, 내년에 같은 반 되면 진짜 좋을텐데. 서로 만날 시간도 적을테니까 학교에서라도 자주 얼굴 보고 싶다.”
솔직한 이야기를 말하면서 음료수를 마셨다. 오늘부터 밤마다 혜성과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야 할까?
젓가락을 바라봤을 뿐인데 갑자기 유부초밥을 집어서 입에 넣어주는 것에 혜성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바로 냠하고 받아먹었다. 아람이 주는 것인데 받아먹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먹여준다는데 거부하고 싶진 않았다. 조금 부끄러운 것도 있고 간질간질한 것도 있었으나 조금은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기에 혜성은 애써 태연한척을 했으나 얼굴은 살짝 붉게 물들어있었다.
"뭐, 솔직히 지금과 큰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하지만 역시 조금은 다를까. 분위기라던가, 혹은 다른 것들이라던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 사복을 입고서 캠퍼스 거리를 돌아다니면 필시 분위기가 다르겠지. 벚꽃 피는 거리를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 풍경을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그의 표정이 크게 풀렸고 미소가 크게 올라왔다. 그러다가 순간 움찔하며 혜성은 다시 강하게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평소의 표정을 유지하다가 빵모자로 자신의 얼굴을 살짝 가렸다. 그렇게 잠시동안 있다가 그는 다시 모자를 올리고 머리에 꾹 눌러 썼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감이 있어. 내년에 같은 반 될 거라는 거. 그러니까 난 그 감을 믿어볼래. ...솔직히 이런 거 잘 안 믿지만 그런 것을 믿지 않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
설사 다른 반이 되어도 자주 만나러 가면 될지도 모르지만 다른 반 아이가 왔다갔다하는 것을 시끄럽다고 생각하고 싫어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터였다. 그렇다면 역시 같은 반이 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다시 한 번 다짐하며 그는 자신의 운에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애초에 너랑 사귀는 시점에서 난 운이 좋은 것일테니까... 그 운이 또 닿을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피식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것이 살짝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어 혜성은 핸드폰을 꺼낸 후에 아람에게 살며시 향했다.
"...뭐, 그렇긴 한데. 확실히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사귀는 것 자체는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아서. 물론 좀 더 자유롭게 이것저것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꼭 캠퍼스 커플이 되어야겠네. 좋아. 힘내볼게. 나."
아자! 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혜성은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려고 했다. 확실히 아람의 말을 들으면 분명히 엄청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기회를 놓치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일이었다. 그것을 즐기겠다고 다른 이와 사귀는 것도 싫고 아람과 함께 즐기고 싶었기에. 내년부터 하려던 것을 조금 더 앞당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정확히는 이번 기말고사때부터는 확실하게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굳은 눈빛을 보였다.
"나와 사귀어서 운이? 글쎄.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이런 것은 당사자가 잘 아는 거니까."
자신과 사귀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는 그 말이 괜히 기분이 좋아 혜성은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뭔가 자신을 정말 소중하게 여겨주는 것 같아서. 그리고 동시에 귀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이런 여자친구가 또 어디에 있는지. 한편 자신의 핸드폰을 뻗어서 들려고 하면서 같이 찍자는 그 말에 혜성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 맨날 너만 찍히는 것은 네가 찍어달라고 하니까 그런 거잖아. ...나도 같이 찍자고 한다면... 못 찍을 것도 없지."
약간의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 혜성은 아람의 곁으로 다가갔고 그대로 그녀의 옆자리에 붙었다. 이어 핸드폰을 셀카모드로 바꾸고 다시 자신이 들려고 하면서 자신과 아람의 모습을 확실하게 화면에 담았다. 셀카인만큼 아무래도 주변 풍경이 잘 비치지는 않았으나 자신과 아람의 모습은 확실하게 담겨져있었기에 일단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며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준비됐지?"
이어 혜성은 자유로운 팔을 아람의 허리에 감았다. 최대한 찰싹 달라붙으려고 하는 나름의 자세였다. 이어 혜성은 셋을 센 후, 찰칵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응. 같은 학교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대학생다운 연애는 할 수 있을테니까. 그래도 같이 노력해보자."
히히 웃음을 웃는 것이 아무래도 캠퍼스 커플을 상상했던 모양이다.
혜성은 제 말에 조금 의아한 모습이었으나 아람은 혜성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항상 혜성이 소중했다.
혜성이 옆자리에 붙어 앉으며 셀카를 찍으려는 것에 아람은 쉬이 휴대폰을 내주고는 혜성의 옆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며 준비되었다며 대답한다. 허리에 감싸여오는 익숙한 느낌에 장난기가 올라온 아람은 하나 둘 셋 세며 사진이 찍히는 순간 혜성에 볼에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을 것이었다.
핸드폰을 잡고 셔터를 누르기 위해서 혜성은 다시 한 번 각도를 잡았다. 이런 셀카도 당연히 나름 잘 찍는 기술이 있었고 최대한 자신과 아람의 모습을 멋지고 예쁘게 잡으려고 하다보니 자연히 각도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내 하나, 둘, 셋을 외치면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 갑자기 제 뺨에서 쪽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부드러운 느낌이 맞닿았다. 그에 깜짝 놀라 혜성은 순간 몸을 움찔했고 빠르게 아람이 있는 방향을 멍하니 바라봤다. 뒤이어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바라보니 그녀가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기에 혜성은 어버버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 너, 너, 너, 너..."
뭐라고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을 약하게 떠는 듯 했으나 그렇다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고 성을 내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놀랐는지 입만 뻐끔뻐끔거리는 것이 그야말로 붕어와 다를 것이 없었다. 혜성은 조르르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간 후에 음료수를 종이컵에 담았고 꿀꺽꿀꺽 마셨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웃기게 보일지. 하지만 싫은 것은 아니어서 입만 삐죽이던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아람에게 다시 다가왔고 아람의 두 어깨에 손을 올렸다.
"보, 복수야. 이건."
이어 혜성은 아람의 입술에 제 입술을 약하게 맞춘 후에 떨어뜨렸다. 쪽. 하는 소리를 일부러 내면서. 사람들이 보지 않았기에 할 수 있었던 아주 소심한 반격이었다. 물론 아람에게 그게 얼마나 통할진 모르겠지만 불시에 뽀뽀를 당한 것이 조금은 분했는지. 아니면 놀란 모습을 보인 것이 분했는지. 그렇게 소심한 반격을 가하고 나서야 혜성은 고개를 홱 돌리고 남아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서 반대편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빠, 빨리 와서 마저 먹어. 다 먹고 산책이나 하자. 돗자리는 일단 이대로 깔아놓고 말이야."
단풍과 은행은 붉고 노란 빛으로 주변을 물들이며 혜성과 아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끄러워하는, 그러면서도 싫지 않아서 계속 같이 있는 두 사람의 사이를 스쳐지나가며.
/저것으로 막레를 하기는 조금 애매한 느낌이 들어서 일단 막레 비슷하게 써왔다!! 오늘도 퇴근! 앞으로 하루만 더 일하면 주말!!
막레 잘 받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매번 스킨십 돌려주려고하는 거 넘 귀여워 먼가 승부욕 강한 햄스터같은 느낌~ 아람이는 혜성이가 입술에 뽀뽀해서 깜짝 놀랐다가 이내 발그레 웃어버렸을 것 같지만. 흑흑 둘이 넘 귀엽고 장면도 넘 예쁘고..... 두 사람 모두 너무 귀염뽀짝하고 달달하다........ 넘 달아요. 맛있어요......
마찬가지로 이번 일상도 수고했어! 아람주! 나 역시 재밌었어! ㅋㅋㅋㅋㅋㅋ 혜성이는 은근히 자기가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주려고 하는 성향이 있으니 말이지. 특히 스킨십이나 그런 것은 더더욱 말이야. 나만 당황할 순 없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아람이가 발그레 웃으면 혜성이는 괜히 시선을 돌리다가 결국 미소를 지으면서 마저 도시락 까먹고 그러다가 아람이에게 다시 무릎베개 해주지 않았을까 싶네! 앗. 맞아. 너무 예쁜 장면이었어! 달달해. 피곤함이 확 풀린다! 와아아!
ㅋㅋㅋㅋㅋ 아람이도 언젠간 당황시키고 말테다! 일단 확실한 것은 혜성이는 기습적으로 하는 것에는 상당히 약해. 그리고 자신만 당한다는 분함에도 약하지. 아무튼 아람이도 혜성이에게 무릎베개 해준다고 한다면 무겁지 않겠냐고 하면서 일단 해준다니까 한다고 하면서 아마 정말로 조심스럽게 무릎에 머리를 내릴 것 같아. 그런데 혹시나 무거울까 싶어서 무게를 다 올리진 못하고 약간 어쩡쩡하게 베는 느낌? ㅋㅋㅋㅋ 물론 아람이가 편하게 하라고 하면 그때는 머리를 완전히 내리고 조금 더 편하게 있겠지만 말이야. 아마 굉장히 부드럽다고 생각하면서 기분 좋게 미소를 지을 것 같아.
아앗. 하지만 이렇게 썰로 풀어줬으면 된거지! 원래 일상에서는 다 하고 싶어도 미처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도 있는 법인걸. 그런데 아람이가 말한 의미를 내가 파악을 못한 것 같은데..큭. 선생님. 해설집 없나요?! 뭔가 간접적으로 돌려서 표현한 것 같은데!! (아님)
아무튼 달달해! 보기 좋아! 꽁냥꽁냥이야! 물론 오래 가야지! ㅋㅋㅋㅋㅋ 이대로 2년 간다! 우리 일댈!
으앗. 이마 꾹 누르는 거 귀여워! 뭔가 살짝 뭐야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와는 별개로 혜성이는 아람이의 뽀뽀를 정말로 좋아하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어! ㅋㅋㅋㅋ 아무튼 편하게 누우라고 그렇게 꾹 누르면 혜성이는 결국 편하게 베고 누울 것 같아. ㅋㅋㅋㅋㅋ 아람이는 가만히 보면 혜성이에게 하는 스킨십은 적극적이기도 하고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아.
앗. 그런 의미였구나! 색을 의미하는 것인가 싶긴 했는데 다른 의미가 아닐까 싶었거든. 그래서 나름대로 암호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고 막 해석하고 있었다!! 머릿말만 따서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하고...ㅋㅋㅋㅋ (옆눈)
일단 최대한 갈 수 있을 때까진 가봐야지! 아무튼 가을 시즌은 이걸로 이제 끝이네! 남은 것은 겨울 시즌이고.. 학생편도 그 이후에 조금 더 하다가 끝나게 되려나.
ㅋㅋㅋㅋㅋㅋ 뭐야~ 제대로 누워, 라는 눈빛이지 않을까? 아람이 원래부터 동성 친구들끼리도 스킨십 많은 편이었으니까. 남자친구니까 더더더더 더 좋아하는 거 아닐까 싶구~ 원채 외로움도 많이 타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것 같아.
앗ㅋㅋㅋㅋㅋㅋ 별것 아닌 걸로 혜성주를 고민하게 만든 아람주 구속(네?) 그러게 가을 시즌은 끝! 이제 겨울이닷!!! 아마 고3 배경은 하고싶은 거 몇개만 하고 끝나지 않을까 싶고~ 그럼 학생편도 거의 끝나가는 거네...??? 와 우리 엄청 많이 일상 돌리고 있는 것 같은데...!
다음 일상은 오랜만에 에유도 괜찮을 것 같고 아니면 겨울맞이 혜성이네 부모님 만나기 일상도 괜찮을 것 같지~
ㅋㅋㅋㅋㅋ 그 눈빛 막 절로 상상이 가는걸?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제대로 안 누우면 토라질 것 같은 그런 빤히 바라보는 눈빛. 혜성이가 순간 움찔하겠는걸? 아무튼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은 일상에서 한번씩 보이긴 했으니까. 혜성이가 스킨십 잘 받아주면서 외롭지 않게 해야겠어!
으앗...ㅋㅋㅋㅋㅋ 아니. 왜 구속되는거야!! 안돼!! (풀어주기) 사실 일상 많이 돌리긴 했지!! 하지만 아직 돌리지 않은 것이 더 많은걸! AU도 그렇고 겨울 일상이나 그 이후의 성인편도 그렇고... 천천히 하나하나 하다보니까 어느새 뭔가 많이 돌아간 것이 엄청 신기하고 그렇지 않아? 앗. 맞아!! 가을 체육대회 있었지! 왜 이걸 까먹고 있었지! (흐릿) 좋아. 그럼 다음에는 AU나 가을 체육대회로 가자! 체육대회내에서도 뭔가 이것저것 일상이 여러개 나올 것 같긴 하니 천천히 돌려보면 좋을 것 같아! 일단 지금 바로 돌리진 말고 썰풀이나 그런 것을 하다가 천천히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일상 몇개 했나 봤더니 36개나 했어ㅋㅋㅋㅋㅋㅋ 와아 대단해...! 이제 37번째라구~ 너무 신기하고 대단해! 너무 좋다~ 좋아 그럼 가을 체육대회! 하고 겨울 넘어가기 전에 에유 한번 돌리고 그럴까? 썰풀이 좋지 좋지~ 내 생각에는 아람이는 이래저래 출전 많이 할 것 같애 ㅋㅋㅋ 역시 인싸라서 막 이리저리 친구들하고 몰려다니거나 선생님들한테 불려다니거나 할 것 같고. 혜성이는 사진 찍느라 바쁘려나? 체육대회 반티나 응원 같은 것도 궁금하다~ 뭔가 재미있는거 해도 좋을 것 같고 귀여운 거 해도 좋을것 같지~
37번째라.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50번째 일상이 되어있겠는데? ㅋㅋㅋㅋ 진짜 많이 돌리긴 많이 돌렸구나! 나도 좋아! 아무튼 그러면 가을 체육대회로 일상 몇 개 돌리고 AU로 한번 가도 좋을 것 같아! 사실 체육 대회도 뭔가 상황적으로 이것저것 나올 수 있으니 하나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거든. 혜성이는 아무래도 사진을 찍는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것 같아. 달리기 계주 정도는 출전할 것 같지만 그 이외에는 학생회의 의뢰를 받고 여기저기 찍으러 다니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아람이 사진도 아마 많이 찍을 것 같은걸! 정신차려보니 아람이 사진이 엄청 들어있어서 그건 따로 데이터로 빼내는 혜성이의 모습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반티는... 내가 체육대회할때는 그런 거 따로 안 맞춰서 잘 모르겠네. ㅋㅋㅋㅋㅋ 다른데는 맞췄다고 하는데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선 그런 거 안 맞췄거든. 응원은 이제 반에서 분위기메이커인 이들이 막 노래 부르고 그랬었는데. 아마 혜성이의 반은 막 유명한 응원가의 가사만 살짝 바꿔서 부르지 않을까 싶어. 힘차게 말이야. 물론 혜성이는 그 자리에는 없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다가 또 아람이의 반에 슬쩍 가서 아람이 사진 찍고 갈지도 모르지만.
사실 전에도 이 사실은 썰로 푼 적이 있었지! ㅋㅋㅋㅋㅋㅋ 혜성이는 학생회 의뢰로 사진 찍으러 많이 다니니까 아무래도 이런 학교 행사에선 의뢰를 안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응! 나는 학교 다닐 때 따로 맞추거나 하진 않았어. 머리띠도 반티에 들어가는구나. 그럼 혜성이의 반은 학년과 반이 적혀있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는 것으로 해야겠다!
음. 글쎄. 막상 생각해보니까 딱 떠오르는 것이 없네. 아무래도 다른 반이니 말이야. 일단 당장 떠오르는 것은 체육회에서 출법한 포크댄스라던가... 혹은 혜성이가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다가 만나는 것이라던가, 혹은 같이 밥 먹는 것이라던가 혹은 한 사람이 출전하는 거 보고 이후에 돌아오는 거 맞이하는 장면이라던가. 혹은 물건 찾기 레이스 같은 거 해서 펼쳐봤는데 좋아하는 사람. 이런 거 나와서 막 찾으러 간다거나! 그런 것 정도밖에는 안 떠오르는걸.
맞아맞아 ㅋㅋㅋㅋㅋ 전에 비슷한 썰 풀었던 것 생각난다! 학년과 반이 적힌 머리띠도 귀엽겠다!!!! 혜성이 남들도 다 하고 있으니까 마지못해 하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 적폐이려나~ 아람이네는 야구 유니폼 같은 느낌의 얇은 세로줄의 스트라이프 티를 입을 것 같애. 검은색과 흰색이 잘 어울리는 느낌에. 보통은 티만 입는데 아람이는 더 신경써서 세트인 바지에 진짜 야구 선수처럼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에 검정 야구캡까지 써서 더 신경써서 꾸밀 것 같구!
이미 많이 떠올리셨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포크댄스! 어떤 느낌이려나? 잘 상상이 안 가서 더 궁금한 기분이야! 점심 같이 먹는 것도 넘 귀여울 것 같지. 다른 학생들이 다 나가있느라 텅빈 교실에서 물건 가지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도 좋을 것 같아. 왠지 체육대회 때의 교실 풍경은 평소의 풍경과 색다른 느낌이 있어서 좋아했었거든. 출전했다가 돌아오는 거 막 맞이해주는 것도 넘 예쁠 것 같지 응응. 막 땀 닦아주고 물도 주고 하다가 같은 반 애들한테 눈총받는다거나 ㅋㅋㅋ 물건찾기 레이스에 좋아하는 사람 이거 넘 클리셰적이라 재미있을 것 같잖아 ㅋㅋㅋㅋ!!!!!! ㄱ넘 귀여워 흑그극규규ㅠㅠㅠㅠㅠㅠ
혜성이는 아마 별 생각이 없긴 하지만 반에서 한다고 하니까 일단은 끼고 있을 거야. 분명히. 그래서 사진 찍으러 돌아다닐때도 머리띠는 하고 있을테고! 아무튼 아람이네 반은 그렇게 반티를 정했구나. 와. 뭔가 정말로 제대로 운동하는구나..라는 느낌이 제대로 살 것 같아! 그 와중에 아람이는 진짜 야구 선수처럼 더 세트를 차려입는다고?! 바지에 양말에 야구캡까지?! 혜성이의 셔터 소리가 들리나요? 선생님? 와. 진짜 너무 잘 어울리고 예쁠 것 같아. 정말로...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쓰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아무튼 포크댄스.. 그냥 자유롭게 음악 틀어주고 페어로 자유롭게 맞춰서 춤추는 느낌이면 어떨까 싶어. 이런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만들면 되는거니까! 아무튼 그 상황도 괜찮을 것 같아. 우연히 마주쳐서 괜히 더 반가운 느낌으로 바라보면서 대화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돌아갈수도 있을 것 같고. 막 아람이가 되었건 혜성이가 되었건 출전했다가 돌아왔는데 막 다른 한 쪽이 아람주가 말한대로 땀 닦아주고 물도 주고 하면 확실히 반 애들에게 눈총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림은 되게 좋을 것 같은걸! ㅋㅋㅋㅋㅋ 특히나 아람이는 인기가 많으니까 학교 내에 저 둘이 커플이라고 완전히 소문이 퍼질지도 모르겠는걸? 뭔가 닦아주고 물 주는 것은 혜성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툴툴거리면서도 수고했다고 살며시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물도 주고 말이야. ㅋㅋㅋㅋ 맞아. 이거 클리셰지! 그리고 꼭 나오더라. 실제로도. 막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찾다가 발견하고 바로 손잡고 트랙으로 데리고 와서 열심히 달려서 1등을 하는 것이 또 클리셰라면 클리셰 아니겠어? ㅋㅋㅋㅋㅋㅋ
일반적으로 티셔츠 한장이지만 아람이나 활발한 친구들은 본격적으로 할 것 같지? 야구 응원 풍선이나 방망이 같은 소품도 준비할 것 같구 ㅋㅋㅋ 이런 이벤트 놓칠 수 없으니까! 좋아하기도 하고~ 혜성이 셔터소리 ㅋㅋㅋㅋㅋㅋ 혜성이가 사진 찍으니까 더 열심히 준비한 것일수도 있고~
점심시간 끝날 때 쯤에 이벤트 성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막 가장 잘 춘 학생들에게는 상품이 있다거나. 그래서 다들 참여하고 하니까 아람이가 혜성이한테 같이 하자고 끌고가는 상상이 드는데? 이미 두 사람은 사귄다고 학교에 소문 쫙 났을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에도 그렇고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고. 아람이 엄청 출전한다고 뛰어다니니까 혜성이가 이래저래 챙겨줄 일도 많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ㅋㅋㅋ 넘 귀여워..... 장애물 달리기도 너무 귀여울 것 같아 ㅋㅋㅋ큐ㅠㅠㅠㅠ!!!!! 진짜 가을가을한 이벤트다 운동회 최고..........
혜성이가 사진 찍을 것을 알고서 아람이가 더 열심히 준비한다고? 그것을 알면 혜성이가 살짝 감동할 것 같은데? 그럼 특별히 아람이 사진을 더 잘 찍어서 학생회에게는 제출하지 않고 아람이에게만 공유하는 혜성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 야구 응원 풍선이나 방망이라니. 정말 제대로 본격적이잖아! 크으. 혜성이가 아니라 나도 보고 싶다! 야구복 제대로 입은 아람이 모습!
아마 아람이가 혜성이에게 권하면 혜성이도 툴툴거리긴 하지만 참석할 것 같아. 아마 사진을 쭉 찍었으니 조금 쉬는 시간이 필요하니 머리 식힐겸 못 출 것도 없지. 이런 명분을 만들지 않을까 싶은걸! 그런데 진짜 둘이서 포크댄스 추면 엄청 예쁘게 잘 출 것 같아. 조금 어설플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손발 척척 맞는 느낌으로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학교에 소문이 쫙 퍼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퍼져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 아람이 좋아하는 애들도 상당히 많았을테니 말이야. 거기다가 영화 출연을 해서 얼굴도 알렸고! 내 생각도 그래. 아람이가 여기저기 출전하고 그러면 혜성이가 그때마다 시간 내서 맞이해주면서 물도 주고 땀도 닦아주고 사탕도 주고 그러지 않을까 싶어. 땀 많이 흘렸을테니까 당 보충하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맞아. 장애물 달리기! 그것도 묘미 중 하나지. 혜성이가 장애물 달리기는 되게 잘하는 편이야. 껑충껑충 잘 뛰기도 하고!
진짜 둘이 포크댄스 추면 귀여울 것 같지 ㅋㅋㅋ큐ㅠㅠㅠ 그럼 점심 같이 먹고 포크댄스 한다는 말에 같이 가서 추는 걸루 하면 일상 하나 뚝딱 나오겠는데?
아람이 챙기는 혜성이 넘 귀엽구 ㅋㅋㅋ큐ㅠㅠㅠ 둘이 수돗가에서 물장난도 치는 거 보고싶다 흑흐그극 혜성이 장애물 달리기도 잘하고 멋찌자나~ 두번째 일상은 한 건 해결하고 돌아온 아람이 혜성이가 맞이했다가 장애물+물건찾기 달리기 나간 아람이가 혜성이 데리고 뛰는 상황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싶구 ㅋㅅㅋ
후후. 이렇게 일상거리 또 하나 나왔다!! 사실 체육대회라는 큰 틀 안에서 이런저런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돌리다보면 아무리 못해도 세 개는 나오지 않을까 싶은걸. 와. 안 그래도 쌓여있는 거 많은데 또 쌓인다! 와아!! (대충 쌓여있는 일상거리&썰거리&AU를 바라보기)
ㅋㅋㅋㅋㅋㅋ 수돗가에서 물장난. 진짜 너무 추억돋는 느낌이야. 물론 그러다가 선생님에게 혼날수도 있지만 말이야. 좋아좋아. 그럼 그렇게 해보자! 과연 아람이가 어떻게 혜성이를 찾아내고 잡아오는지(?)가 궁금하고 기대되는걸? 그렇게 손 잡아서 데리고 오면 이제 학교 공인이지 뭐. 학교 공인! 내가 학교 다닐땐 그렇게 데리고 오면 막 오오오~ 하면서 아주 난리가 났었는데. ㅋㅋㅋㅋㅋ 이쪽도 그럴려나? 뭔가 그런 분위기가 되어서 혜성이가 당황하다가 아람이 와락 안는 모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
사실 모아놓다보면 잊어버리지만 그러다가 또 지금처럼 떠오르면 하면 되는거고 새로운 것이 나오면 또 하면 되는 거니 말이야! 그러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다!
아앗..아람이. 혜성이에게 바로 오는 거야? 자랑하려고? 그렇다면 혜성이는 벙찐 표정만 가득할 것 같은걸! 아무튼 저기에 플러스로 다 끝난 후에 뒷풀이 같은 것도 괜찮을지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을에 할 것이 넘쳐나는구나! 좋아. 좋아. 하나하나 천천히 다 하다보면 언젠간 다 마무리가 되겠지! 그럴거야!
하지만 아람이가 옆에 있고 뭔가 분위기가 그렇게 되면 혜성이로서는 안 안을 수가 없는걸. 혜성이는 아람주 생각보다 훨씬 더 아람이를 좋아하고 있다구! 일단 나는 지금부터 돌려도 상관없어! 아람주가 편할 때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아!
운동회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꾸며 입었으면 당연히 남친에게 가서 보여주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겠어? ㅋㅋㅋㅋ 운동회 끝난 뒤에 같이 하교하는 그런 걸까? 아람이 하교할 때는 운동희 동안 하도 뛰어다녀서 처음과는 다른 잔뜩 흐트러진 모습일지도 모르겠어~ 늘 그랬듯 천천히 일상을 돌리다보면 또 끝나 있겠지!
ㅋㅋㅋㅋㅋㅋ 귀여운 혜성이~ 아람이도 혜성이를 훨씬 많이 좋아하고 있어~! 그럼 선레는 다이스로 정할까? 당장은 못써와도 일상 정해놓고 느긋하게 돌리는 게 맘이 편하더라고~
보통 운동회가 끝나면 반 아이들끼리 뒷풀이하거나 놀러가거나 그러긴 하던데 아람이가 나온다고 한다면 혜성이는 당연히 응해주지! 물론 학생회에 가서 사진을 제출한다고 조금 시간이 걸릴테니 기다려달라고 하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흐트러진 모습이라고 해도 괜찮을거야. 아람이는 그래도 예쁘고 귀엽고 아무튼 완벽할테니까! (엄지척)
혜성은 학교 행사가 있거나 하면 학생회에게 이렇게 불려가서 사진 요청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만큼 그가 사진으로 어느 정도 학교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으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학생회 멤버는 혜성이 등교하자마자 바로 체육대회 사진을 찍을 것을 요청했다. 언제나 하던 일이었으니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학생회장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적당히 돌아다니면서 활약하는 모습이라거나 이것저것 찍으면 되겠지. 이런 요청이 있을 것을 예상했기에 혜성은 사진을 찍을 때 가지고 다니는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서 등교한 참이었다. 일단 가방 속에 있으니까 꺼낸 후에 상태를 확인하고 어떻게 뭘 찍을지를 조금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우선 학생회실 밖으로 나섰다.
'그래도 기왕이면 아람이 사진도 많이 찍고 싶은데.'
물론 그 사진까지 제출할 생각은 없었다. 아람의 사진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독점하고 싶었고 아람에게만 공유할 생각이었다.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제 여자친구이지 않은가. 물론 한두장 정도는 제출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제출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일단 계단을 천천히 내려와 자신의 반으로 향했다.
체육대회 날이라서 그런 것일까. 학교 분위기가 묘하게 분주했다. 반티를 입거나 벌써부터 몸을 풀려는듯 준비운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가만히 바라보며 혜성은 말없이 미소를 작게 짓다가 입꼬리를 살며시 내리며 자신의 반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었기에 반의 아이들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조금 시끄러운 분위기는 잇긴 했지만.
아람이는 혜성이가 기다려 달라고 하면 분명 기다려 줄 것이기 때문에!!!! 큽....... 두 사람 정말 예쁘게 사귀는 것 같아서 넘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은 정말 천생연분임. 그런 거임.
선레 고마워!!!!! 일단 오늘 적고 싶기는 한데 내가 지금 조금 음주 상태라서 내일 쯤 적을 지도 모르겠고 조금 천천히 써올 수도 있고 그렇다!@ 서른 일곱번째라니 정말 넘 감동적이고....... 혜성이 속마음도 넘 귀엽잖아........!!!!!!! 아람이 사진 독점하는 혜성이 ㄱㅇㅇ
안녕!! 아람주!! ㅋㅋㅋㅋㅋ 맞아. 둘 천생연분 맞다! 혜성이는 전생에 나라를 구하던가 했을거야! 그러니까 아람이와 이렇게 예쁘게 연애하면서 잘 사귀지!!
앗. 괜찮아! 조금 천천히 써도! 애초에 음주 상태인데 일상을 잇는 것은 힘든 법이지! 참취는 원래 쉬어야 하는 법이야! 그리고 당연히 아람이 사진은 전부 혜성이가 독점해야지! ㅋㅋㅋㅋㅋ 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제출 몇장은 해야할테니까. 아람이 정도의 인기라면 학생회에서도 사진 몇 장 정도는 양해를 구해서 찍어서 가지고 와라..라고 했을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아람이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것일까! 이렇게 참한 남자친구 어디 없다!!! 둘이 넘 귀여워. 사랑스러워 ㅋㅋ큐ㅠㅠㅠ
아니야 참취까지는 아니라고! 그저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피곤할 뿐이야 후후..... ㅋㅋㅋㅋㅋ 학생회에서도 이상하게 아람이 사진이 없다는 것을 의심스러워 할지도 모르지! 둘이 사귀는 거 다 아는데 아람이 사진만 없다? 이건 분명 최혜성이 제출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할 것!
그렇다면 둘이 다 같이 나라를 구했다고 치자! 전생에서도 연인이라서 같이 나라를 구해서 그것에 감동한 하늘이 다시 환생시켜서 다시 이렇게 만나게 해줬다고 설명하면 된다!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다행이기도 하고! 참취일 때 상판을 하면 꼭 이런저런 실수가 나오니까. 나도 그럴 때 많았고..(옆눈) ㅋㅋㅋㅋㅋㅋㅋㅋ 학생회..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생각하고 혹시나 말을 꺼낸다면 혜성이는 역으로 빤히 바라보면서 뭐요. 뭐. 내가 찍은 사진인데 그 중에서 뭘 제출하는지는 제 맘이거든요? 라는 식으로 따지면서 카메라를 절대적으로 사수하려고 할 것 같아. 막 털 바짝 세운 고양이처럼 말이야.
헉.......... 성별반전에 신분차이 에유라니 넘 맛있겠는데요......... 동양풍이려나. 혜성 아가씨와 호위무사 아람이....... 아니면 아람 장군과 뒤에서 몰래 그를 돕는 평민 혜성이라거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인생이란 흑역사의 연속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주 한주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나는 갑자기 왜이렇게 시간이 안 나지........??????? 일이 많아졌어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느긋느긋하게 이어올게~!~!~!
갱신이다! 아람주는 안녕!! 음. 글쎄. 개인적으로는 동양풍이 좋다고 생각해! 혜성 아가씨와 호위무사 아람이. 그리고 아람 장군과 평민 혜성이... 와. 어느 쪽도 되게 맛있는 조합이긴 하다. 하지만 세자 아람이와 세자비 혜성이가 있을 수도 있지! (어?) 사실 조합이야 이것저것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반대로 성별이 안 바뀐채로 세자 혜성이와 세자비 아람이도 있을 수 있고! 물론 최씨 왕조와 문씨 왕조는 없긴 하지만 어차피 이건 창작물이니까!
일이 많아졌구나. 원래 일이라는 것이 다 그렇고 그렇지. 아무튼 답레는 천천히 이어도 돼! 그리고 내가 주말 동안에는 시골에 좀 내려가야 할 일이 있어서 접속이 힘들 것 같아. 그러니까 주말은 그냥 아람주도 답레 생각 말고 푹 쉬기!!
아람은 꽤나 들떴다. 이유는 역시 대문자 E인 성격 탓이기도 했고 이러한 이벤트를 좋아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다 같이 반티를 맞춰 입기도 하고 경쟁을 하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 즐겁지 않은가! 내년이면 제대로 즐기지 못할 테고 1학년 때는 1학년이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으니 이번이 기회였다.
반티는 야구선수들이 입을 법한 얇은 세로 줄무니가 들어간 티였는데 등에는 학년반으로 등번호도 적혀져 있었다. 아람은 반의 몇몇 친구들과 돈을 더 보태서 위아래 세트로 구매했다. 진짜 야구선수처럼 티 안에 얇은 검은 티를 덧대어 입고 바지 위에도 무릎까지 오는 검은 양말을 덧신었다. 모자도 검은 캡모자를 쓰고 머리는 하나로 묶어 모자 밖으로 빼내었다.
아람은 혜성의 반을 기웃거리다가 이내 혜성이 반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그 등을 장난스럽게 팡, 쳤을 것이었다.
자신의 반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자신의 등을 팡 치는 감촉이 들어 혜성은 깜짝 놀라 뒤를 홱 돌아봤다. 그리고 낯익은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이 이내 그의 귀와 눈으로 들어왔다. 제 여자친구인 아람의 모습이었다. 야구선수가 입을법한 야구티에 검은색 캡모자, 그리고 묶어 내린 그녀의 머리카락. 바지차림까지도 마치 야구선수를 따라한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을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두 눈을 깜빡이며 바라봤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혜성은 일단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했다.
"마찬가지로 좋은 아침. 그건 그렇고 뭐야. 야구 경기라도 나가려는거야? 체육대회때 내가 알기로 야구는 없는데?"
물론 야구 경기에 나가려는 것이 아니라 아람의 반 티가 저 구성이라는 것 정도는 혜성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장난기를 담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두 손으로 배트를 쥐고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뒤늦게 그녀의 눈밑에 붙은 별모양 스티커를 바라보며 혜성은 살며시 그 스티커가 있는 부분을 손으로 만져보려고 했다. 아람이 거부했다면 당연히 손을 내렸겠지만.
"나 참. 정말 제대로구나. ...하기사 오늘 같은 날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오늘도 예쁘네. ...잘 어울리고."
이제 이 정도 말은 어느 정도 가볍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태연한 척 이야기를 했다. 생각보다 예쁜 아람의 모습에 살짝 심장이 뛰긴 했지만 그거야 매번 있는 일이었기에 이제 그런 것을 따져봐야 상당히 새삼스러웠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돼? 아. ..그러니까..음. 나. 오늘은 학생회에서 부탁을 해서 사진 찍으러 돌아다닐 거라서. 여기저기. 그냥 그 뿐이야. 딱히... 그... 다른 생각은 없으니까 이상한 생각은 말고."
/그리고 지금 돌아왔다!! 생각보다는 빨리 돌아왔어! 물론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쉬면 괜찮을거야! 아무튼 갱신이야!
혜성이 배트를 휘두르자 아람은 날아오는 공을 잡는 시늉을 했다. 그리곤 아람이 등을 보여주며 학년반으로 등번호를 만든 것을 보여주었다. 아마 확실하게 반티 제작에 아람이 많이 발언하지 않았을까? 혜성이 눈가를 만지자 아람은 배시시 웃었다. "예쁘지!" 하는 장난스러운 말과 함께.
"히히. 칭찬 고마워! 오늘 같은 날이니까! 신나기도 하고, 더러워지기 전에 보여주려구 왔지. 나 오늘 종목 엄청 많이 나가니까. 진짜 야구선수처럼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야!"
야구선수들이 잔뜩 시합을 한 후에는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지 않겠는가. 혜성이 이전보다는 칭찬의 말을 잘 하는 것 같아 좋기도 하면서 뭔가 놀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지기도 했다.
"지금? 지금이든 언제든 당연히 되지. 이번 행사때도 고생하겠구나. 매번 열심히 하는 모습 멋있어."
뭔가 자신이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로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람은 혜성이 고생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모습이 멋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혜성이 지금이라도 한장 찍는다고 한다면 살짝 떨어져서 포즈를 취했을 것이었다.
자신의 반은 그래봐야 머리띠를 하는 정도일건데 이쪽 반은 정말 제대로구나. 아니면 아람이 좀 더 제대로 맞췄다던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이내 들려오는 예쁘지라는 장난스러운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뭐래. ...예쁘긴 하지만." 그 정도로 대답했다. 방금 전에 예쁘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역시 다시 한 번 하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특히나 아람이 장난스럽게 말을 한 것처럼.
아무튼 아람의 입에서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그렇게 차려입고 왔다는 그 말에 혜성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이런 날에는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다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혜성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활발하게 하는 것은 자유긴 한데 다치진 마. ...너 다치면 마음 아파할 애들이 한둘이 아닐걸? 네 인기를 생각해."
물론 그 중에는 당연히 혜성도 포함되어있었다. 어떻게 포함이 안 될 수 있을까. 아람이 다치는 것을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아플 것 같은데. 그리고 반대로 아람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자신도 이것저것 나갈 예정이었고 최대한 다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이내 멋있다는 그 말에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입꼬리를 살며시 움직이다가 입꼬리에 힘을 꽉 줘서 표정울 굳혔다.
"제,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내가 학교 행사 때 사진 찍는 거 본 적 없잖아 .너. 제대로 보고 판단해. 나 참. 아무튼... 일단 한 장 찍을게. 참고로 오늘 제일 먼저 찍는 사진이야. 이거."
이어 혜성은 아람이 포즈를 취하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두 손으로 제대로 쥐었다. 이어 초점을 맞추고, 각도를 맞춰서 아람의 모습을 제대로 담으려고 했다. 전신을 담기에는 조금 거리가 애매한 감이 있었기에 혜성은 이내 아람의 상반신 부분만 담으면서 정말로 선명하게, 그리고 아람의 표정과 포즈가 잘 나타나게 사진을 찰칵 찍었다. 이내 또 찰칵. 총 두 장을 찍은 후, 혜성은 카메라의 뒷면. 즉 사진이 저장되어있는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늘 생각하지만, 모델이 예쁘면 사진이 잘 나와. ...네 남친은 이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남자야."
응! 답레는 언제든지 가져와도 괜찮아!! 아무튼 오늘 비가 그렇게 왔으니까..한파가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나름대로 따뜻하게 지내고 있으니까 안심해도 괜찮아! 감기는...흑흑. 안 걸리겠지..안 걸릴 거라고 믿고 싶어! 아람주도 안 걸리도록 조심하기야!
"아니. 조금은 써. 그래도 너 걱정하는 사람들 마음인데. ...남자친구말고도 친구라던가, 다른 이들이라던가. 그리고 나는 몸조심 충분히 할 거야. 걱정 마."
이래보여도 운동신경은 제법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듯한 그 말이 괜히 기분이 좋은 탓이었다. 물론 자신은 특별한 위치에 있고 충분히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혹은 간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제 기분이 좋은 것을 어쩌겠는가. 아. 이래서 연애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좀처럼 미소를 사라지게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이어지는 좋은 평들. 학생회에서 자신에게 하는 평이라던가, 자신의 실력이 좋다고 치켜세워주는 행동에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이어 괜히 초조한듯,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듯, 입꼬리를 꿈틀거리면서 제 발로 괜히 죄없는 땅을 긁어대다가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가, 갑자기 왜 그렇게 비행기를 태우고 그래? 그, 그렇게 해도 특별히 더 나오는 거 없거든?! ...나, 나 참. ...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인정을 안 할 수는 없잖아. 너. 진짜 비겁해. 이럴 땐 진짜 비겁해."
제 볼을 꾹 누르는 감각을 느끼면서 혜성은 괜히 눈동자를 굴리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은 아람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상당히 부끄러운 탓이었다. 허나 겨우 정신을 차리면서 혜성은 다시 제대로 아람을 바라보면서 손을 뻗어 괜히 아람의 뺨을 몇 번 콕콕 찌르다가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 하지만... 결국 다른 반이니까 서로 경쟁해야하는 사이네. 봐주거나 하진 않을거야. 그건 알지?"
물론 자신과 아람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이 있기야 하겠냐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어도 자신은 봐주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괜히 싱긋 웃어보였다.
/...뭐? 아람주..감기야? (동공지진) 으아악! 어서 따뜻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알았지?! 아무튼 야간근무 한다고 정말로 수고했어. 새벽을 불태운다고 정말로 수고 많았어. 그럼 이제 쉬자..아람주...8ㅁ8
물론 자신이 나가는 것보다는 다른 아이들이 더 많이 나가겠지만, 자신은 사진 촬영을 해야 하니 사실상 거의 구경하거나 응원하는 일이 많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자신의 활약상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좋겠거니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살며시 머리를 굴렸다. 물론 아람이 나가는 경기는 결국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건 그때의 일이었기에 그는 굳이 더 깊게 생각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무렴 어떠랴. 어쨌건 체육대회는 즐기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응? 아. 응. 같이 점심 먹어야지. 응. 알았어. 점심시간 비워놓을게."
물론 반 친구들이 같이 먹자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나 그래도 여자친구가 우선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체육대회때 먹는 점심은 또 별미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아람에게 천천히 다가간 후에 그녀를 품에 살며시 안으려고 하면서, 만약 피하지 않았다면 그 상태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
"...뭐, 이, 이건...특별서비스. 그러니까 연인끼리 이런 거 많이 한다잖아. 그러니까... 내 기운 보내주는 서비스 같은 거. 그, 그런 거야."
물론 단순히 아람을 포옹하고 싶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순순히 그것을 인정하기는 싫었는지 혜성은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다. 아람이 마주치려고 한다면 계속 고개를 여기저기 돌리면서 피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각오하라는 말에 쿡쿡 웃음을 흘렸다가 이내 점심시간 비워놓는다는 말에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체육대회 때 같이 점심을 먹는 것도 즐거울테니까! 그러다 혜성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눈을 깜빡이는데 혜성이 자신을 끌어안는 게 아닌가. 자연스럽게 자신도 혜성을 끌어안았다.
귓가에 들리는 말에 아람은 작게 웃으면서도 혜성을 꼭 마주 안았다. 그리곤 혜성에게서 떨어지면서 말했다.
“적에게 기운까지 보내주다니 자신만만한데? 우리 반 1등하면 다 네 덕분이라고 소문낼 거야.”
라며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인다. 시선을 회피하는 혜성을 조금 놀리다가 이내 나중에 보자며 자리를 떴을 것이었다. 가볍게 인사하려고 온 것이기도 했고 체육대회를 준비하기도 해야 했으니까. 처음에는 잔뜩 꾸민 모습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지만 혜성이 다른 학생들이 몇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아준 게 뭔가 기분이 좋고 들떴다고 해야 할까.
일단은 좋은 하루의 출발이었다.
/이걸로 막레 하면 될 것 같아! 가볍게 체육대회 첫 일상이었네!!! 응응 무리 안하게 노력할게요~~
요즘 체육대회에도 이것저것 하지 않을까? 달리기라던가 줄다리기라던가 피구라던가 그런 것들 정말로 다양하게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음. 차라리 물건찾기 레이스를 해서 좋아하는 사람 데리고 오기를 여기서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후에 모두의 주목 아래에서 점심을 같이 먹는다던가?
코로나..라고 해야할까. 그 이후에도 약한 감기에 걸려서 기침이 계속 나오던 시절이 있었어. 여러모로 힘들더라. 사실 코로나는 기침보다는 목이 찢어지는 고통이라서 그게 힘들었어. 물론 일주일동안 푹 쉬기야 했지만... 그래도 잠을 잘 수가 없..잠을 잘 수가..없..(눈물) 방에서 나갈 수가 없..(피눈물)
아람이가 아프다고 하면 혜성이가 당장에 가야지! 그렇다면 언젠가 그런 상황을 해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어. 아람이는 집에 혼자 있는 일이 많은 것 같으니까 혜성이가 찾아가서 간호해주면 좋을테니 말이야. 마침 집의 위치도 알겠다!
나보다는 지금의 아람주가 더 고생이 많은 것 같은걸...8ㅁ8 아무튼 아람주도 목 찢어지는 고통이 뭔지 아는구나. 진짜..진짜.. 차라리 목을 진짜로 찢어버리면 이 고통이 좀 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더라. 물론 그렇다고 진짜로 찢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와. 진짜 너무 힘들었어...
딱 좋은 도입부가 되겠는걸? 아람이의 목소리가 죽어가고 있으면 혜성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물어볼 것 같아. 무슨 일 있냐부터 시작해서 몸 안 좋냐고 물어보면서 말이야.
그럴 땐 물을 계속 마시는 거지..... 계속..... 계속.......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아니이.... 괜찮은데에...." 라고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은 목소리에 추궁당하면 이실직고하지 않을까 싶고. 전혀 못움직일 정도의 상태라서 혜성이가 집에 짜잔하고 약사와서 등장한다거나~ 혜성이 냉장고 문 열었는데 물이랑 음료 등 빼고는 텅 비어있어서 당황할 것 같다는 적폐가 떠올랐어 ㅋㅋㅋ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배가 부르지만 물을 계속 마셔야 해. 안 마시면 목이 너무 아파. 자다가도 물을 마셔야 해. 진짜 물로만 계속 배를 채웠던 것 같아. 정말로.. ㅋㅋㅋ큐ㅠㅠㅠㅠㅠ
아무튼 괜찮은데..라고 말을 해도 목소리가 영 이상하면 확실히 혜성이는 아람이에게 물어보긴 할테니까. 무엇보다 약속을 못 나올 정도면 아무래도 아무 일도 없다는 말을 믿기는 힘들테고! 물론 집이 잠겨있을테니까 짜잔하고..등장하진 못하겠지만 문 앞에서 전화를 걸어서 왔으니까 문만 좀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지 않을까 싶어. 물론 약과 죽을 사서 말이야! 냉장고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면 당황하는 혜성이가 분명히 있을거야! ㅋㅋㅋㅋ 그리고 아마 누워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을 한 후에 죽을 바로 끓여서 주지 않을까 싶어. 일단 몸이 아프면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뭐라도 먹어야할테니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아람이 잠옷에다가 집안에서 입는 니트가디건 걸치고 마스크도 꼭꼭 하고 문열어 줄 것 같지. 어쨌든 열도 나고 기침도 나고 헤롱헤롱한... 부스스한 느낌일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 역시 당황한 혜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도 끓여주고 약도 멕이구 하겠지 흑흑 역시 넘 귀여울 것 같구.......
혜성이는 지금 시점에서는 아프면 부모님이 케어해주실 테니까. 나중에 자취할 때 쯤에는 그런 모습도 볼 수 있겠지?
누가 봐도 감기 걸렸어요! 패션이잖아. 그거. ㅋㅋㅋㅋㅋ 아무튼 문 열어주면 혜성이는 아람이를 보고 깜짝 놀라서 바로 다시 침대로 데리고 간 후에 눕히지 않을까 싶어. 뭔가 생각보다 더 힘들어보일테니 말이야. 헤롱헤롱에 부스스한 느낌. 일단 아프지만 않으면 너무 귀여울 것 같은데..아람이가 아파..안돼..8ㅁ8 물론 그렇게 다 해줄 거야. 저때는 후. 후. 불어서 죽도 먹여주는 서비스도 있지! ㅋㅋㅋㅋㅋㅋㅋ
음. 아무래도 자취를 하게 되면 확실히 그런 모습이 나올 것 같기도 해. 아람주는 혜성이가 아플 때 아람이가 간호하는 모습도 보고 싶구나? 물론 그건 나도 보고 싶다!
좋아. 그렇다면 그 일상도 언젠간 꼭 해보는 것으로 하자! 이렇게 또 리스트에 두 개나 쌓이는구나! 와! 우리 해야 할 거 엄청 많아! 사실 평범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귀여운 것은 필시 이 둘이기 때문일거야! 진짜 갓커플이다... 청춘이다.. 좋다...
아무래도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생이 가질법한 그런 제약들이 많이 풀리니 말이야. 당연히 1박 2일 여행도 가야만 해! 막막 다른 지역에도 놀러가고.. 그러다가 한 명이 운전 배워서 랜트카 빌려서 드라이브도 가고! ㅋㅋㅋㅋㅋㅋ 물론 성인이 되면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둘에게는 뭔가 좋은 일이 한가득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돼!
꺅.....!! 좋아!!! 둘이 1박2일 여행가면 아람이 아닌 척해도 조금 긴장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 아람이 졸업하자마자 운전 바로 배울 것 같은데! 엄마한테 운전도 얼른 배우는 거지...! 아니면 아람이 대학생인데도 자차 있을수도 있고.....(졸업선물로 자동차 사주는 통큰 엄마....) 성인이 되면 엄청 책임져야할 일이 많아지지만 혜성이랑 아람이는 잘 해낼 거라고 믿어! 그리고 대학생 때는 아직 학생이지~
아마 긴장하는 것은 혜성이도 마찬가지일거야! 당연히 방도 따로 잡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역시 1박 여행이니까 아무래도 긴장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 같고 툴툴거림도 평소보다 조금 더 증가하지 않을까 싶은걸. ㅋㅋㅋㅋㅋ 앗. 아람이 졸업하자마자 운전 바로 배우는구나. 아마도 혜성이는 바로 배우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뒀다가 대학교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때 배우지 않을까 싶은데. 학원 등록해서 말이야. 와. 아람이 대학생인데도 자차! 엄청나다!! 그럼 아람이가 운전하게 되는걸까? 대학생 때는 학생이라고 해도 그냥 마냥 학생은 또 아니니까! 그래도 성인인걸! 술 먹고 술집 갈 수 있고..어... 일단 혜성이는 졸업하고 얼마 안 가서 자취할 생각이기도 하고!
체육대회가 시작됨에 따라 혜성은 자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응원하는 학생들이라던가, 경기에 임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던가, 우승해서 환호성을 지르는 이들, 혹은 패배해서 조금 시무룩한 느낌의 이들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다. 어쨌건 자신은 학생회의 부탁을 받고 사진을 찍어야 했고 자연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이란 한 자리에 앉아서는 나오지 않는 법이었다.
이번 경기는 장애물 달리기라는 말에 혜성은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나 담을까 생각하며 자연히 출발점 부분으로 향했다. 여러 학생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자신이 아는 이는 물론이요. 모르는 이도 있었다. 그 와중에 아람의 모습이 혜성의 눈에 들어왔다. 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혜성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람을 바라봤다. 이내 자신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발견한 듯 했으나 정말로 그런진 알 수 없었다. 이내 혜성은 미소를 지으며 아람을 향해 손을 약하게 흔들었다. 너무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카메라를 올린 후에 대기하고 있는 이들, 특히 아람의 모습이 확실하게 담기도록 화면을 담은 후에 셔터를 찰칵 눌렀다.
한편 준비 신호가 떨어지자 혜성은 자연히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아람이 달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자신의 반 여자애도 참가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시선은 오직 아람에게 향해있었고 그곳에 고정되어있었다. 마치 못이라도 박은 것처럼. 그야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자신의 여자친구인 것을.
"화이팅!"
이내 그렇게 외쳐보기도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람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눈으로 쫓았다. 아마 이 장애물 경기는 자신이 알기로는 맨 마지막에 물건찾기도 있었는데. 과연 무슨 물건이 나올까. 괜히 그런 호기심을 가지면서 혜성은 완전히 그 자리에 멈춰섰다. 사진은 나중에 찍어도 늦지 않았으니 지금은 자신의 여자친구만을 바라보고 싶었다.
장애물을 넘어서서 원통에다가 그물, 거기다가 버터쿠키 먹기까지. 그 와중에 코끼리코. 누가 기획했는진 몰라도 정말 제대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살짝 당황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 상당히 빠르게 달리는 아람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반 여자아이는 아직 좀 더 뒤에 있었지만 혜성의 눈에는 오로지 아람의 모습만 보였고 이내 쪽지를 고르는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뭘 가져와야하는 것일까. 혹은 무슨 미션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미소를 머금었다. 여기에 있으면 잘 보이니 아람이 뭘 가지고 가는지를 확인하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모습에 혜성은 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왜 여기로 오는 것일까 나름대로 추측했다. 혹시 카메라가 나왔나? 그러면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를 얼마든지 빌려줄 생각이 있었다. 허나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자신의 손을 덥썩 잡더니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던가.
"응? 뭐, 뭔데?! 갑자기 뭔데?! 왜 날 데려가는건데?! 대체 뭐가 나왔길래?!"
갑자기 자신을 잡고 결승선으로 향하는 것에 혜성은 일단 뭔진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달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발을 맞춰서, 그러다가 아람을 오히려 이끌려고 하면서 앞으로 달렸다. 당연하지만 혜성 역시 나름 체력엔 자신이 있었고 달리기도 제법 하는 편이었다. 이어 정말 여유롭게 1등의 자리를 유지했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단번에 1등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일단 달리긴 했지만 대체 무슨 일인진 알 수 없어서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대체 뭔데 날 데리고 온 거야? 놀랐잖아. 나 참. ...카메라 떨어뜨리는 줄 알았네."
이어 혜성은 아람에게 대체 뭘 가지고 오는 것이었는지를 물었다. 아마 저편에서 미션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회 임원 한 명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가져오지 않았으면 지금 이 순위는 인정할 수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맞아. 맞아. 그냥 사고나면 너무 무서워. 돈이 무서워...(주륵)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어!
좋아하는 사람이 나왔다는 그 말에 혜성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설마 그런 것이 나왔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보다 그런 것을 미션으로 쓴 작자는 누구란 말인지. 혜성은 빠르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주변을 흘겨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그것을 쓴 사람을 알아낼 수 있을까. 이내 혜성은 끄응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엄청나게 부끄러운 탓이었다. 물론 아람이 부끄럽다는 것은 아니고 모두의 앞에서 이렇게 공개되듯이 나온 것이 조금 부끄러운 탓이었다. 허나 불평을 할 이유가 없었던만큼 그는 괜히 머리만 긁적였다.
이어 학생회 임원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읽었고 주변에서 오오오. 하는 함성과 야유가 들려오자 혜성은 살며시 눈을 아래로 깔면서 괜히 초조한듯 땅바닥을 자신의 발로 살살 긁었다. 정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붉은 얼굴을 들어올리며 혜성은 아람을 살짝 흘겨봤다.
"너, 너, 진짜 두고 봐. 문아람."
물론 절대로 성이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기어들어갈 것 같은 그런 목소리를 내면서, 그 와중에도 제 등을 툭툭 치면서 혜성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역시 이런 것으로 주목받는 것은 영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임원 중 하나가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좋아하는 사람으로 지목되었는데... 그럼 문아람 선수에 대한 좋아한다는 말의 답변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 끌려온 남학생 분?"
"...아. 진짜. 좋아합니다! 사귑니다! 아무튼 그런겁니다!"
이내 혜성은 괜히 지르듯이 그렇게 외쳤고 빠르게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역시나 부끄러움이 펑펑 터지는 느낌이었고 그것을 버티지 못한 탓이었다. 으으. 소리를 내면서 그는 살며시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장난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지 이내 학생회 임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문아람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갱신이야!! 찾아보니까 불법이 맞다고 하네. 보험 안 들면 불법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어. 지금까지 그냥 돈 때문에 하는 건 줄 알았거든. 와. 그렇구나. 이렇게 또 하나를 알아갑니다!!
확실히 혜성이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치만 그 종이를 보는 순간 떠오른 사람이 혜성 밖에 없는 것을 어떡하겠는가. 실제로도 서로 좋아하고 사귀고 있는 사람인 것도 맞는걸?
확실히 부끄러워하는 혜성이 귀엽기도 했다. 두고보자는 말은 전혀 무섭지 않았기에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리고 인터뷰에 뻣뻣하게 대답하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혜성이 흘겨본다면 딴청을 피우겠지만. 자신으로 넘어오는 질문과 마이크에 다시 작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만.
"사귄지는 좀 된 제 남자친구에요.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 아는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쪽지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오면 또 삐질테니까 어쩔 수 없이."
이미 두 사람이 사귀는 건 같은 학년 학생이면 다 아는 것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공개적으로 사귀는 사이라는 게 공표된 셈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우연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색이다.
/자동차 보험은 확실히 그렇다곤 알고 있는데 운전자 보험은 또 애매해서 모르겠네! 어쨌든 불법이 맞다면 맞는 것이지! 이렇게 지식 획득!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그 말에 혜성은 괜히 톡 쏘듯이 이야기를 했다. 물론 정말로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면 아마도 삐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으나 얼굴은 이미 상당히 붉어진 상태였다. 흥. 소리를 약하게 내면서 혜성은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아람이 오는 것을 기다리듯, 그렇게 멀리 가진 못하고 아람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어, 어서 와. 저기에 계속 있어봐야 그러니까... 다른 이들 진로 방해잖아. 진로 방해. 또 경기가 있을텐데. 부끄럽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 착각은 말고."
괜히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을 향해서 살며시 오른손을 내밀었다. 마치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것처럼. 그 모습에 괜히 더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것 같았으나 혜성은 애써 그 사실은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붉어진 얼굴을 애써 식히려는 듯, 그는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되게 신기하네. 어떻게 나와도... 이제 진짜 너하고 나는 공식 커플이네. 그것도 학교 단위로 말이야."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이 싫지는 않다는 듯, 혜성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람이 자신의 손을 잡으면 그대로 혜성은 도망치듯, 조금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서 조금 뒤쪽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바로 반으로 돌아가야 한단 법은 없지 않겠는가. 물론 바로 돌아가겠다고 한다면 돌려보내주기야 했겠지만.
/일단 내가 듣기로는 그런 것 같더라구! 보험을 안 들면 불법! 위반!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하기사 자동차 사고 한 번 크게 터지면 보통 돈이 깨지는 것이 아니고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니까 보험은 필수지만 말이야!
손이 잡히는 감촉이 느껴지자마자 혜성은 그대로 손을 잡고 퇴장하듯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여기나 저기나 전부 학생들이었으니 그 시선을 완전히 회피할 순 없었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그래도 마냥 싫은 것은 아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끼면서 그는 괜히 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익숙해져야겠네. ...뭐, 실제로 다른 애를 끌고 갔으면 그건 싫긴 하니까."
물론 그것으로 삐지거나 할 생각은 없었지만 묘하게 싫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거야 역시 좋아하는 사람으로는 자신이 지목되는 것이 자신에게는 제일 좋은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장기자랑과 커플 게임이라는 말에 혜성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거기에는 안 나갈 거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권하면 어떻게 될 진 알 수 없었다. 결국 아람의 부탁을 혜성이 거절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바로? 뭐,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면 일단 도시락부터 가지고 와야 하는 거 아니야?"
수돗가로 향하는 발걸음에 맞춰 혜성 역시 수돗가로 향했다. 그리고 수돗가에 도착하자 일단 혜성 역시 자신의 손을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로 씼었다.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 가볍게 물기를 털어낸 후 혜성은 다시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어디서 먹을래? ...뭐, 나야 어디라도 상관없긴 하지만 너네 반과 우리 반 근처는 일단은 피하고 싶어.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니 말이야."
그곳만 아니면 별로 상관없다는 듯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서서히 학생들중 점심을 먹기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고 자리를 잡을거면 역시 지금이 가장 적기가 아니었을까?
/ㅋㅋㅋㅋㅋ 아람이 눈치보는거야? 그래도 혜성이는 역시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과속하면 그건 확실하게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물론 가속만 안하면 진짜 운전 잘한다고 칭찬도 하고 괜히 미소도 보이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갱신이야!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보냈다!! 아람주는...고생 많았어...8ㅁ8
"옥상이라. 하지만 잠기지 않았을까. 그냥 학교 뒷 정원에서 보자. 무난하면서도 조용할 것 같으니까."
물론 아예 학생들이 없을 순 없겠지만 애초에 아예 학생이 없는 곳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학교가 그렇게 엄청 넓은 것은 아니었고 학생 수가 상당히 적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어디에 가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그 부분은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상대적으로 편안한 느낌의 정원이 괜찮지 않겠는가. 돗자리를 깔고 먹으면 되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도시락하고 짐 챙기고 거기서 보는 것으로 하자. 그 전에 잠시 학생회 쪽에 보고를 해야하니까 조금 있다가 보자."
일단 지금까지 찍은 사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보고를 해야만 했기에 혜성은 우선 지금은 헤어졌다가 나중에 보자고 이야기를 하며 아람과 헤어진 후, 학생회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당연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챙기고서. 이어 학생회장을 만난 후 혜성은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 일부를 보여줬고 차후 어떻게 뭘 더 찍어줬으면 좋겠는지의 오더를 받았다. 사진 관련으로는 크게 말이 없긴 했지만 골인하는 순간이라던가 준비 중인 순간을 좀 더 집중적으로 찍어달라는 오더를 확인하고서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반에 돌아가서 자신의 도시락을 챙긴 혜성은 바로 정원으로 향했다. 학교 운동회라서 도시락을 싸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특출나게 화려한 것을 싸온 것은 아니었다. 계란말이와 소시지, 그리고 감자조림, 김, 제육볶음, 마지막으로 쌀밥. 정말로 무난한 내용물로 구성된 도시락통을 챙긴 후에 막 정원에 도착한 헤성은 아람을 찾아보기 위해서 두리번거렸다. 시간상 아무래도 아람이 먼저 도착할 수밖에 없을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앗. 깐깐한 혜성이. 반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범생이 스타일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아람이가 으쓱해하는 모습은 엄청 귀여울 것 같은걸? 뭔가 배시시 웃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난 지금 하루 푹 쉬고 있어! 아람주도 쉬고 있는진 모르겠지만..만약 일하는 중이라면 일 화이팅이야!
혜성과 약속을 잡은 뒤 헤어져 반으로 갔다. 아람이 성적을 잘 낸 덕분에 반 친구들을 만나자 환호와 잘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물론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한 장난어린 야유도 있었지만 말이다. 친구들과 가볍게 인사하고 나서 나오니 자신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뒷정원에는 몇몇 학생들이 자신처럼 돗자리를 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람도 적당히 거리가 떨어져있고 괜찮은 곳에 돗자리를 폈다.
돗자리를 편 채 앉아있던 중 혜성이 눈에 보이자 아람은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하면서.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땡땡이 안한다고 했을 때 범생이 티 났다구? 뭔가 범생이 하니까 성격반전의 소심한 아람이가 떠올라버렸다....! 오늘 하루 푹 쉬고 있다니 다행이다!나도 쉬는 날인데 이래저래 할일이 많아가지고~
아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저기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향한 후에 조심스럽게 도시락통과 마실 물을 돗자리 위에 내려놓았다. 마치 이전에 단풍놀이를 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조심스럽게 돗자리에 앉았다.
"뭔가 단풍놀이 갔을 때 갔네. 그때도 이렇게 돗자리 깔고 먹었잖아."
물론 상황은 그때와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유사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괜히 그렇게 이야기하며 혜성은 살며시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2층 도시락으로 이뤄져있으며 1층에는 반찬, 2층에는 하얀 쌀밥. 그렇게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어 물통의 뚜껑을 연 후에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그는 다시 뚜껑을 닫았다.
"애들 괜찮았어? ...그러니까 놀리거나 말이야. 나야 우리 반 애들 안 마주치고 도시락만 챙겨서 오기는 했는데."
이럴 때는 자신이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약하게 숨을 내뱉었다. 아마 반 애들과 마주쳤으면 야유에 환호에 온갖 말들이 들려왔을테니까. 물론 혜성의 반 아이들 중 그가 아람과 사귀는 것을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되겠냐만 다시 한번 공표하는 것은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나도 그거 뽑았으면 아마 너랑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으니까. ...뭔가 너 안 데리고 가면 너야말로 엄청 삐질 것 같기도 하고. ...뭐, 좋아하니까."
/ㅋㅋㅋㅋㅋㅋ 그걸로 범생이가 되는거야?! 혜성이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안하는건데! 앗. 소심한 아람이라. 하지만 역시 소심한 아람이보다는 지금의 아람이가 난 더 좋아!! 아무튼 쉬는 날인데도 이것저것 하는구나. 정말 고생이 많아. 아람주...화이팅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솔직한 혜성이보다 훨씬 귀엽고 예쁘고 그럴 것 같은데?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 있긴 하니까! 음. 나는 내일 좀 시험 칠 것이 있어서 쉬면서도 조금씩은 공부를 하고 있었어. 그리고 지금은 끝내고 완전히 쉬는 중이야. 내일 시험...어떻게든 되겠지 뭐!
자신이 이전에 가지고 온 돗자리와는 다르게 상당히 귀여운 디자인의 돗자리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특히나 노란색 병아리가 쫑쫑쫑 그려진 것이 더욱 더. 아람과 돗자리 바탕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혜성은 괜히 미소를 머금었다. 작게 병아리 소리를 삐약삐약 내볼까도 고민을 했으나 굳이 그렇게 하진 않으며 혜성은 곧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누가 배우 지망생 아니랄까봐. ...그리고 나도 약한 거 아니거든?!"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이어 들려오는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자신을 데리고 가지 않았으면 엄청 삐졌을 것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이로 인식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혜성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기사 연인 사이엔 다 그렇지 않겠는가. 오래 사귄 것도 아니고 아직 사귄지 일 년도 지나지 않은 사이였다. 조금 더 달콤하게, 조금 더 서로가 소중하게 여겨지고 싶은 것은 피차 마찬가지일테니 혜성은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주최측이 그렇게 해도 내가 동성 친구를 데리고 갔으면 화냈을거면서. ...뭐, 애초에 내가 뽑을 일은 없기도 했지만. 알았어. 내년이나 언젠가 그런 것을 뽑게 되면 널 데려가는 것으로 생각해볼게. ...뭐, 딱히 다른 이들은 떠오르지 않기도 하고."
이어 혜성은 자신의 도시락에 있는 계란말이를 입에 쏙 집어넣었다. 적절하게 간이 녹아있는 것이 딱 자신의 입맛에 맞아 그는 괜히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다른 계란말이를 집어서 아람의 도시락 통 속에 넣어주면서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이건 어머니가 싸준 거야. ...내가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맛은 괜찮을거야. 적어도 내 입에는 딱 맞기도 하고."
괜히 자신이 방금 도시락통에 넣어준 계란말이 쪽을 바라보면서 혜성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뭔가 문뜩 떠오른 것이 있어 그는 아람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점심시간 끝나고.. 그... 시간 비어있어? ...아. 아니아니. 그것보다는... 같이 뭐하기로 한 이 있어?"
/그리고 시험을 마치고 점심을 좀 밖에서 먹고 들어왔어! 와! 시험 끝났다!! 결과는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성이라면 모를까. 동성이라도? 만약 그렇다면 정말 아람은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자신의 애정을 원하고 언제나 자신이 일 번이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어느 쪽이라도 딱히 부담이라고 느낄 생각은 없었다. 그냥 어느정도 정보로서는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지. 딱 그 정도로 생각하며 혜성은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한편 자신이 얹어준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혜성은 괜히 기분이 좋아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딱히 표정을 감추거나 하지 않았고 잠시 소리없이 웃어보이다가 그는 괜히 소시지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말을 고민했다. 요리 솜씨는 부모님에게서 닮는다. 정말로 그럴진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의 칭찬을 하는 것이 기분이 좋았기에.
"...내, 내 도시락은 관계없잖아. 물론 어느 정도 배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어. 내 요리는. 아직 어머니의 실력에는 한참 뒤쳐지기도 하고... 나름 노력은 해보는데 잘 키워지질 않아. 요리."
괜히 머리를 긁적이면서 혜성은 이번엔 제육볶음을 먹었다. 간이 적절하게 잘 되어있으며 적절한 단맛과 짠맛이 합쳐진 것이 역시 자신의 입맛 그 자체였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아람이 꼭 그렇게 말을 했다고 어머니에게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잠시 말을 고민했다. 별 일 없다는 그 말을 괜히 곱씹으며 혜성은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점심 끝나고 그.. 2인 1조로 댄스추는 것도 있다는데 나랑 하자. ...지, 질투해버리고 그러면 곤란하니까!"
물론 자신이 추고 싶은 것이지만 괜히 말을 돌리면서 그는 방금 아람이 이야기했던 '질투'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어쩔 꺼냐는 듯이 빤히 아람을 바라봤다. 당연하지만 이미 장애물달리기에서 그렇게 주목을 받아버린 이상 이번에 또 같이 나가면 싫어도 주목을 더욱 받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역시 다른 이랑 추게 하는 것은 싫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그렇게 오래 자지 않았어! 2시간 정도라구! 혹은 1시간 30분? 아무튼 그 정도로는 괜찮아!! 아무튼 오늘 하루 운동한다고 시간 보냈구나! 정말 수고했어!
장난스럽게 돌아온 답이었지만 혜성은 괜히 푹 찔리는지 시선을 회피했다. 괴롭히진 않아도 마음에는 박아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람만을 데리고 가야겠다고 혜성은 마음 속으로 깊게 생각했다. 괜히 시도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길만한 일을 만들어서 좋을 것은 없었기에.
한편 요리에 그다지 자신이 없었는지 끄응 소리를 내면서 시선을 피하는 아람의 모습을 혜성은 조용히 바라봤고 이내 피식 웃으면서 젓가락으로 제 도시락 통에 있는 제육볶음의 고기 두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아람의 도시락 통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붉은 양념과 달달한 향이 입맛을 돋구게 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이어 혜성은 감자를 젓가락으로 집은 후에 하얀 쌀밥과 함께 입에 쏙 집어넣고 천천히 씹었다. 그리고 괜히 흘러가듯이 이야기했다.
"...요리는 내가 하면 되잖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정말로 조용히 흘러가듯이, 무슨 의미냐고 물어도 아마 대답을 해주지 않을 정도로 혜성은 정말로 조용히 흘러가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주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집에 가면 요리를 조금 더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한편 포크댄스를 떠올리면서 자신은 좋다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 그래? 그러면 하는거지? 하는거야.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야! 사실 일학년 때 배우고 그 이후로 춘 적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방금 전 일도 있었으니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제대로 인식이나 시킬까 싶어서. ...내 여자친구인거."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며 혜성은 괜히 물통 안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올라올 것 같은 열을 식혔다. 그리고 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나. 나중에 오후 시간에 계주 나가야 해. 3번째 주자. ...아마도 너희 반 애와 경쟁하겠지만... 말했다시피 안 봐줄거야. 너네 반이라도."
"딱히 연기로 뭐 한다고 해서 질투할 생각은 없어. ...나 참. 그 정도로 질투할 것 같으면 아예 연애를 시작도 안했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혜성은 그럴 일은 없다는 듯이 딱 잘라서 이야기했다. 물론 아람의 말대로 그걸 걱정할 때는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은 해야겠다고 판단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런 것으로 질투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리고 싶었기에. 이어 혜성은 다시 밥을 천천히 씹으면서 식사에 잠시 집중했다. 입 속에서 녹아내리는 제 입맛에 딱 맞는 반찬을 느끼며 그는 다시 한 번 제대로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강하게 다짐했다. 하지만 아람의 장난스러운 말에 혜성은 깜짝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람을 바라봤다.
"뭐, 뭐, 뭐래!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앞으로 같이 놀러가거나 할 때 도시락이라던가 그런 거거든?! 처, 청혼은 무슨! 야. 우리 아직 사귀고 1년도 안 지났어! 그런 것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잖아?!"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물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그런 말을 나누는 것은 조금 빠르지 않나 싶어서. 누가 보면 쑥맥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혜성의 얼굴은 정말로 붉게 물든 상태였다. 이내 괜히 물통을 제 뺨에 대면서 그는 볼을 식히려고 했다.
"너무 크게 하진 말고. 괜히 눈총 받는 일 만들어서 좋을 것도 없잖아. 네 목소리만 들려도 날 응원하는 소리로 알면 되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슬슬 식사를 마무리하려는 듯 마지막으로 밥을 한 숟갈 뜬 후에 입으로 집어넣었다. 어느새 비어있는 도시락 통을 정리하려고 하며 그는 조금 더 편하게 앉으면서 저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아래로 내리며 아람을 바라봤다.
"넌 이후에는 뭐 나갈 예정이야? 사진 찍는다고 여기저기 다니긴 해야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구경할게. 경기하는 거."
그런 일로 질투하지는 않는다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조금 안도의 마음으로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혜성이 예쁜 여자들을 촬영하면서 같이 일을 한다면 질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대한 질투하지 않게 노력해봐야겠다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줄 혜성은 꿈에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하하. 나도 알아. 농담이었어.”
혜성의 반응에 아람은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한 것이긴 했지만서도. 너무 자신이 짖궂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혜성과 결혼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알겠어. 그럴게.”
후후 웃으면서 아람 또한 다 먹은 도시락을 정리했다. 날씨는 아주 좋았고 화창해서 기분이 좋았다.
“음, 발야구 결승이랑 단체 줄넘기! 줄다리기 정도만 나가면 될 것 같아.”
오전에도 이래저래 불려다녔으면서 오후에도 꽤나 일정이 타이트한 모양이다. 아람은 그런 말을 하면서 돗자리에 편히 누웠다. 옷차림도 편한 차림이었으니. 조용하고 화창한 날씨에 오전에도 이리 뛰고 저리 뛰었기 때문인지 조금 나른할지도 모르겠다. 졸린지 눈을 깜빡깜빡 했을지도
농담이라고 말하면서 웃어버리는 아람의 모습을 혜성은 정말로 살짝 흘겨봤다. 묘하게 약이 오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람이 조금 짓궂어진 느낌이 있지 않나 싶어 이내 혜성의 시선은 오로지 아람의 눈과 입술로 향했다. 하지만 딱히 증거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짓궂어져도 딱히 크게 문제는 없었기에 그는 넘기기로 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귀엽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며.
아무튼 발야구 결승과 단체 줄넘기와 줄다리기.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세면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줄다리기는 아마 자신도 참가를 해야 할테니까 보기 힘들더라도 다른 두 경기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보러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머릿속으로 기억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편 아람이 돗자리 위에 편하게 눕자 그는 아람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그리고 제 무릎을 손으로 툭툭쳤다.
"졸리면 조금 자. 깨어나야 할 때 되면 깨워줄테니까. ...농땡이 피울 순 없잖아? 너나 나나."
자신은 그렇다고 쳐도 아람은 뛰어야 할 경기가 있는데 농땡이를 피울 수는 없을 터. 그러기에 자신이 깨워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작게 머금었다.
"...대신에 나도 조금 짓궂은 장난을 칠지도 모르지만... 그러니까, 그러니까... 복수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도 상관없다면 베던지."
/충분히 혜성이를 잘 다루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뭔가 아람이의 이런 짓궂은 느낌이 나올 때마다 엄청 귀여워! 물론 혜성이도 그렇게 생각할테고!!
싫냐는 물음에 혜성은 괜히 시선을 회피하며 괜히 그렇게 중얼거리듯이 이야기했다. 어떻게 싫다고 할 수 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에 그는 괜히 답을 조금 회피하는 것처럼 그 정도로만 대답했다. 이렇게 묻는 것도 역시 조금은 짓궂다고 생각하나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으며 그는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너무 티가 나지 않도록. 너무 풀린 표정을 보이지 않도록. 역시 그런 표정을 보이는 것은 아직은 조금 부끄러웠다.
아무튼 제 다리를 베고 눕는 아람을 바라보며 혜성은 나른한 목소리로 제 말에 대답하는 아람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어도 안 가르쳐줄 거 알잖아. 짓궂은 장난은 안 가르쳐주기에 짓궂은거야. 네가 한번씩 그러는 것처럼."
이어 혜성은 손을 내려서 그녀의 눈가를 살며시 손으로 쓸었다. 아람이 눈을 감고 있는만큼 정말로 부드럽게 눈가를 편하게 쓸어주던 그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린 후 약간의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잠들 때 공주님을 깨우는 왕자님처럼 행동할지도 모르지. 아마도. ...어디까지나 아마도. 다시 말하지만 아마도."
아마도라는 부분을 일부러 강조하면서 혜성은 반대편 손을 살며시 등 뒤로 내려서 자신의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내려 아람의 눈 감은 모습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은 조금 늦었다! 으아앙!! 8ㅁ8 조금 개인적인 일이 있었어!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아람이 짓궂어. 그렇게 아람이가 행동하면 혜성이는 살짝 당황하면서 머리를 빨리 굴릴 것 같아. 그러다가 괜히 뺨 어루만져주다가 살며시 얼굴을 치울 것 같아. 그러다가 괜히 찔려서 뭐. 뭐. 뽀뽀하려고 한 거 아니었거든?! 이렇게 괜히 툴툴거리지 않을까 싶네.
물론 말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로 그럴지는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다. 결국 아람이 짓궂게 행동하면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자신의 모습만이 그려졌기 때문에. 설사 마음을 강하게 먹고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아람이 조금만 애교를 부리거나 울먹거리는 시늉만 해도 백기를 드는 것은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시선을 회피하면서 괜히 중얼거리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눈가를 또 다시 사르륵. 사르륵. 부드럽게 쓸어내려주면서 아람의 목소리가 살짝 느긋해지는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살며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 와중에 자신은 좋다는 그 말에 괜히 혜성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정말 어떻게 말을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항상 자신만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 혜성은 살짝 입술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괜히 선전포고하듯이 이야기했다.
"...진짜로 확 해버릴까보다. 왕자님 모드."
괜히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다시 한 번 아람의 눈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이어 혜성은 잠시 입을 다물다가 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중얼거리듯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너는 아람 공주님 할 거야?"
/ㅋㅋㅋㅋㅋ 좀 아침에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있다보니. 지금도 볼일을 보고 나왔고.. 아무튼 다녀오면서 갱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