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퇴근이야!! 아람주는 오늘 하루 푹 쉬었을까? 운전한다고 골골대고 있을까. 어느 쪽이건 즐거운 하루였길 바래볼게!! 아무튼..ㅋㅋㅋㅋ 무난한 일이었다면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피곤한 것은 피곤할 것 같은데! 늦잠을 푹 잤다고 하니까 다행이야!! 맞아. 가끔은 그렇게 늦잠 자는 일도 있어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아무튼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일상을 재개한다고 한다면 이전의 일상은 없던 것으로 하고 새로운 일상으로 스타트를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졌어. 저번의 일상..아무래도 좀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 약간 흐름이 깨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 하지만 그대로 이어서 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것도 괜찮아! 난!
오늘은 정말로 자유롭구나! 아람주! 안녕!! 좋은 저녁이야!! 고속도로가 저속도로. 맙소사. 오늘도 그런거야? (흐릿) 아이고. 정말로 고생이 많았어! 집 온다고 말이야. 그런데 왜 또 일이야..(동공지진)
음. 아람주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내가 아마 스타트를 끊었고 다음이 아람주가 잇는 턴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그게 꽤 이전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거든. 그래서 아람주가 힘들지 않을까 해서 이야기를 해본건데 아람주가 괜찮다고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좋아! 그럼 잇는 것은 나중에 제대로 복귀하면 그때 이어줘도 될 것 같아! 텀은 괜찮아!! 정말로!
혜성주도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구~ 날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구! 잡담하다가 스르륵 사라질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느릿느릿 진행도 괜찮다고 이해해주는 혜성주는 역시 천사야. 나는 어떻게 이렇게 좋은 파트너를 만날수 잇었던 거지...? 미스테리~ 일부러 과몰입 안하고 현생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중이니까. 얼른 이번주 할당량 채우고 답레 쓰고싶다~ 하는 생각만 하구 있다구? 할당량 너무 많은게 문제지만 흑흑
그렇게 사라지는 것도 난 오케이야! 느긋하게 시간 보내다가 잠들어버리는 것이 또 하나의 행복이잖아? 역시 살면서 잠자는 것도 정말로 행복이라는 것을 매번 깨닫게 되는 것 같아! 물론 말 없이 한달, 두달 사라지는 것은 나도 싫지만 아람주는 언제나 가야하면 이야기를 해주고 오래 비워야할 경우에는 확실하게 말해주잖아? 그러니까 아람주야말로 정말로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해! 음. 아무튼 만날 수 있던 이유는... 내가 혜성이를 한 번만 더 굴려보고 싶어서 시트를 올렸던 것에 아람주가 반응해줘서? (갸웃)
으앗. 할당량.. 정말로 그게 가장 무서운 단어인 것 같아!! 그래도 2월까진 쉬겠다고 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않길 바랄게! 답레는 정말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으니 말이야! 난!
맞아~ 느긋하게 놀다가 잠드는 것은 행복이지~ 특히 잠은 자는 것 만으로 충분히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그런데 나 왜 잠이 안오는거죠? ㅋㅋㅋ 어차피 내일은 야간근무라 조금 늦잠자도 오케이지만~ 서로 좋은 파트너니까 오래오래 갈 수 있도록 힘내야겠어~~ 그리고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이유는 혜성이 시트가 넘 매력적이었기 때문...!
2월까지 쉰다고 했던건 2월까지 일을 끝내고 복귀하겠다는 뜻이었지만..... 다 일을 끝내지 못했다고 한다 흑흑.... 생각보다 내가 손이 느렸던 게야...... 쨌든 무리하지 않고 답레는 써올테니 걱정마시라~
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졸릴 때까지 여기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나도 잘 때까진 여기에 접속해있을 생각이라서 말이야! 아무튼 혜성이의 시트를 매력적으로 봐준 것은 늘 말했다시피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아람이의 시트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사실 그때는 연플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고 귀엽겠다. 예쁘겠다.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런 생각만 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아무튼 손이 느린 것은.. 아무렴 어때!! 아람주가 이렇게 잊지 않고 들어와주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고마운걸!! 그러니까 느긋하게 기다릴게!! 아람주도 내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기!
가을 날씨가 선선한 와중에 기분도 묘한 느낌이 들었다. 새삼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겨울이 오면 고3이 되는 때인데 자신은 올해부터 연기를 배우고 있다는 게 참 이상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어머니와의 사이 또한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것 같다는 것도 되게 이상한 느낌이기도 했고.
아람은 갈색 체크무늬 베레모에 흰 티를 입고 거기에 비슷한 색감의 도톰한 원단의 골지 멜빵바지를 받쳐 입었다. 동그랗고 까만 테가 돋보이는 패션 안경을 꼈는데 전체적으로 장난기 많은 탐정 느낌이었을까. 그 위에 까만 항공 점퍼로 쌀쌀한 날씨를 대비했다.
아람은 따뜻한 유자차가 든 보온병과 며칠 전에 제과점에서 산 버터쿠키를 조금 챙겼다. 집에 나서기 전에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졌는데 이전보다 길어져 어깨를 살짝 더 넘는 기장이 된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원래는 단발로만 유지하곤 했었는데.... 어쨌든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뒤집어지는 터라 꼭꼭 고데기를 해줘야하는 조금 불편한 기장이었다.
일찍 출발한다고 한 건데 혜성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자신을 발견하자 입가에 미소를 띈채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이자 아람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발걸음을 빠르게 하며 금방 혜성의 앞으로 간 아람은 그대로 혜성을 폭 안으려고 했을 것이었다.
기다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절대로 긴 시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 편에서 제 여자친구인 아람의 모습이 보이자 혜성은 손을 흔들었고 아람 쪽에서 흔드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체크무늬 베레모는 물론이며 동그랗고 까만 테가 돋보이는 패션 안경까지. 오늘은 평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옷이라고 생각하는 와중 아람이 자신을 폭 안으려고 하는 모습에 혜성은 살짝 당황하지만 그녀를 뿌리치거나 하진 않았다. 괜히 시선을 옆으로 돌리는 것이 평소처럼 부끄러워하면서도 툴툴거릴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오, 오래는 안 기다렸어. 나 참.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안 부끄러워? ...뭐, 싫은 것은 아니긴 한데. 아니기는 한데."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면서도 혜성은 결국 두 팔을 아래로 내려 아람을 잠시 품 안에 가뒀다. 그 상태로 그녀를 살포시 안아주었지만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계속 그녀를 안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집 안이라던가 정말로 둘만 있는 공간이라면 모를까. 어디까지나 외부였기에 그는 적당히 그녀를 안았다가 살며시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물론 아람이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자신을 안는다면 쭉 달라붙어있었겠지만.
그녀의 옷차림을 혜성은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바라봤다. 여름과는 확연히 달라진 옷차림이 인상적이면서도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다 혜성은 잠시 한 가지 사실을 고민했다. 하지만 괜히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이내 혜성은 미리 챙겨온 아람의 사진. 정확히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받았던 그 사진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아람에게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나 전에 아저씨를 만났거든. 아니. 특별한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고 나도 그냥 이야기만 조금 들은 정도인데... 그 아저씨가 이거 전해달라고 해서. 네 사진."
이어 혜성은 살짝 아람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였다. 당연하지만 만난 것이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을 숨길 생각은 없었기에 솔직하게 말하긴 했으나 아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조금 걱정인 모양이었다. 그야 그녀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안녕! 아람주! 아앗. 월루중이라니!! ㅋㅋㅋㅋㅋ 하긴 일하면서 답레쓰거나 상판 하는 것도 은근히 재밌으니까! 그래도 답레까진 힘들던데.. 아무튼 나도 오랜만에 혜성이 캐입을 하는데 그때의 느낌이 잘 사는진 모르겠네. 아무튼 사진은 그냥 후딱 전해주는 것으로! 아람주도 마찬가지로 믿음직한 파트너야!!
혜성이 입장에선 한창 재밌게 단풍놀이 즐기는 도중에 돌려주는 것보다는 출발 전에 돌려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대. (속닥속닥) 아무래도 사진에 대해서는 아람이가 조금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아무튼 답레는 편하게 줘도 괜찮아!! 지금은 일하는 중이기도 하고. 아이고..아람주.. 일 화이팅..(토닥토닥)
그래서 아람이의 다음 반응이 솔직히 조금 무서워.. ㅋㅋㅋㅋㅋㅋ 왜 우리 아빠를 만났냐고 화내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시는 상대하지 말라고 엄포 놓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 (시선회피) 아무튼 이제는 쉬는구나. 쉴 수 있을 때 푹 쉬길 바랄게!! 자기 싫다면..어쩔 수 없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기야!! 8ㅁ8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무서워! 두려워!! 이번 일로 싸우게 되면 단풍놀이 가능한거야? 여기서 바로 돌아가고 그러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일상이 바로 끝이 나버릴 것 같은걸. 혜성이가 쩔쩔매는 상황이 나오고야 마는 것인가. 하지만 아람이는 뭔가 되게 싫어할 것 같은 느낌이긴 해. 사진 안 받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자신이 부끄럽냐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혜성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그녀의 장난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면에서 들으니 조금 당황을 한 것일까. 아무튼 절대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괜히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자신의 코트를 칭찬하는 목소리에 혜성은 괜히 기분이 좋았는지 고개를 살며시 돌리면서 웃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굳이 감출 필요는 없긴 했으나 뭔가 정면으로 보이기에는 조금 부끄러웠던 것일까. 하지만 그 기분 좋은 것도 잠시. 이내 아람이 보이는 모습과 행동에 혜성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입술을 살풋 깨물다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혜성은 제대로 긴장하면서 어.. 어.. 어.. 소리를 내면서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딱히 숨길 순 없었기에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녀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우선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정리한 후, 그는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 전에 학교 끝나고 잠깐 얘기를 좀 하자고 해서. 그래서 잠깐 카페에서 만난게 다야. 뭐냐고 해도.. 별 이야기는 없었지만 네가 어머니에게 세뇌되었니 뭐니 그런 소릴 해서. 솔직히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무튼 딱히 그 아저씨 편을 들거나 할 생각은 없어. 난 네 편이니까. ...일단 사진은 전달은 해주라고 해서. ...아니. 다시 말하지만 딱히 그 아저씨 말을 신뢰하거나 하진 않아. 나."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잠시 말을 고민하던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기분 나빴다면 미안. 하지만 너에게 거짓말 하고 싶진 않아서. ...말 안하면 진짜 화 크게 낼 것 같고, 너에게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거든. 나. 아, 아, 아무튼 그런거야!"
/음. 아마 자세하게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을 해. 아버지에 대한 안 좋은 말은 조금 하긴 했지만 정확히 혜성이에게 과거사라던가 그런 것을 이야기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치? 내가 생각해도 두루뭉실하게 상황만 좀종 보였을 뿐 딱히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고 말이지~ 혜성이가 막 캐려고 하는 스타일도 아니기도 하고! 답레는 천천히 쓸게 ㅋㅋㅋ 오랜만에 쓰려고하니까 막 의욕이 솟는것 같기도하고. 하지만 이제 그만 자러가야하.... 슬푸다 ;ㅅ;
혜성이는 굳이 그런 과거사를 먼저 캐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그래서 언젠가 아람이가 이야기해주면 그때 듣자..라고 생각하는 중이야!! 아무튼 답레는 천천히 써도 괜찮아!! 일단 느긋할 때 써줘! ㅋㅋㅋㅋ 아. 나. 그 기분 뭔지 알아! 사실 나도 지금 비슷한 느낌이거든! 역시 아람이는 언제 봐도 귀엽다. 진짜.. 아무튼 자러 가는구나. 잘 자고.. 내일은 푹 쉬길 바랄게! 아람주!
아마 그 날이 이 날이 될 것 같은 그런 기분~ 앗, 혜성주랑 비슷한 느낌이라니 좋은데? 혜성이도 넘넘 귀여워 흑흑 어떻게일상 하나하나가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울수있지??? 혜성주도 잘 자구 좋은 꿈 꾸구~ 내일은... 가족모임.... 갠프.... 열심히 일해야....() 쨌든 무리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 잘자!
아람이가 훨씬 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건 진지하게 말하는 팩트야! ㅋㅋㅋㅋㅋㅋ 물론 혜성이도 내 나름대로는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혜성이를 늘 좋게 봐줘서 고마워!! 아앗. 가족모임에 개인 프로젝트.. 아이고. 내일도 뭔가 많이 바쁘구나. (토닥토닥) 아무튼 잘 자길 바라!! 아람주!!
매번 똑같이 장난치는데도 늘 똑같이 반응해버리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은 쿡쿡 웃었다. 이런 면이 귀여워서 계속 장난 치게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칭찬에 은근히 기분좋아하는 모습도 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화제로 인해 기분이 다운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그래도 혜성이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아서 나았지만. 그럼에도 어머니가 저를 세뇌했다는 그 말에는 더 화난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이어지는 혜성의 사과에 표정은 조금 풀어졌다. 아람은 잠시 숨을 내쉬고는 발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사과할 게 뭐가 있어. 오히려 내가 미안해. 이상한 사람이 찾아오게 해서."
아람은 어린 아이였던 자신이 찍은 사진을 내려다봤다.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마음 속은 전혀 그렇지 않던 시절이었다. 아람은 두손으로 사진을 찢으려고 하다가, 이내 멈칫하고는 손을 축 내렸다. 사진은 가장자리만 살짝 찢어지고는 멀쩡했다. 차마 사진을 찢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람은 사진을 이내 가방 안에 넣었다.
"그 사람이 너한테 해코지 하지는 않았어?"
아람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혜성을 올려다봤다. 그리곤 손을 뻗어서 혜성의 손을 잡으려고 했고.
/빠르게 정주행 해보니 대략 이혼했었다 어머니랑 같이 살고있다 정도만 이야기했었군...!(끄덕
아람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혜성에게 있어선 조금 불안한 요소였다. 하지만 역시 거짓말을 해서 숨기는 것보다는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잔뜩 긴장하며 침을 또 다시 꿀꺽 삼켰다. 이내 미안하다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녀가 사과할 일이 또 뭐가 있겠는가.
"...아, 아니. 따, 딱히. ...애초에 네가 사과할 일도 아니잖아. ...그때의 모습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딱히 네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전혀 사과할 것 없다는 듯이 혜성은 고개를 도리저으면서 그녀를 달래려고 애써 그렇게 이야기했다. 허나 그러다 사진을 그녀가 찢으려고 하다가 가장자리만 살짝 찢고 마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살며시 그녀를 토닥였다. 아마 저 사진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닌 것이겠지. 그렇게 판단하고 추측하며 혜성은 굳이 더 사진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해코지는 무슨. ...그냥 카페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이 다야. 아무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더 말은 안할게. ...솔직히 무슨 일이 있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사실 추측이 아예 안 가는 것은 아니기도 하지만 그게 정확한지도 모르겠고. ...그런 것보다 그냥 오늘 데이트나 생각할래. ...기껏 나왔는데 그 뭐랄까. ...그 아저씨가 주가 되는 것은 좀 그렇잖아. 그 뿐이야."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듯이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 아람의 손을 혜성 역시 천천히 잡았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치더니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이 이야기는 끝. 너도 굳이 더 하고 싶진 않잖아. 안 그래?"
/맞아. 나도 딱 그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거든. 아무튼 어제 일 한다고 수고했어!! 오늘도 하루..화이팅이야!
아. 그러고 보니 다음 달은 사실상 2월이니까 말해둘게! 2월 2일부터 5일 저녁까진 사실상 내가 상판 활동을 못할거야. 별 건 아니고 친구들과 스키장 가기로 했거든. 2월 2일 저녁에 일 끝나고 바로 출발해서 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3일 아침에 본격적으로 가는지라 아마 그 기간때는 여기에 오긴 살짝 힘들 것 같네. 미리 말해둘게!
가족 모임한다고 수고했어!! 사실 스키는 지금까지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서 조금 불안하긴 한데 친구가 자기가 가르쳐준다고 가자고 해서 갈 참이야! 마침 큰 곳에 가서 2박 3일로 푹 쉬다가 온다! 잘 다녀올게!! 스키 썰은 없었을거야! 사실 혜성주가 스키를 잘 몰라서 스키 썰을 풀 수가 없다..으흑흑.
사진을 받았지만 차마 찢지 못하고 다시금 집어넣는 그 행동에 아람은 조금 무력감을 느꼈다. 아직도 나는 과거에 사로잡혀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다행히 혜성이 그 사람에게서 무언가 나쁜 행동을 당했다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런 일이 있었다면 혜성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이전에 있었던 일도 그렇고 무슨 일이 있었다면 나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혜성의 말은 툴툴거리는 것 같았으나 꽤 다정했고, 잡아오는 손길은 따뜻했다. 하지만 이내 이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은 한숨을 삼켰다.
“응.”
대답이 짧아서 혜성이 신경 쓸 것 같았으나, 차마 무슨 말을 더 덧붙이기에는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면 아람은 혜성이 말을 마무리하는 대신 자신에게 직접 물어봐주기를 바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이지 않는가.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한 사람이면서. 아니면 혜성을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선을 그어왔던 자신의 업보일지도 모르고.
아람은 눈을 깔고 아무 말 없이 바닥만 내려다봤다가, 이내 버스가 들어오자 아람은 혜성의 손을 잡아당겼다.
“버스 왔다.”
얼른 타자며 배시시 웃는 모습은 무거운 기색은 많이 사라진 모양새였다.
/헉 혜성주 스키 처음 타러 가는구나!!!!!!!! 스키든 보드든 넘어지는 연습 많이 해야해. 특히 스키는 잘 넘어지면 하나도 안 아파. 일어날 때 폴대로 짚고 일어나는 게 어려운데 익숙해지면 쉬워지구~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으면 배우기 편하지~ 잘 배우고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스키 썰이 없는 이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스키 이야기하면 카캡체 때문인가 눈오는 산장 안에 같인 남캐여캐가 떠오르더라고~
아람의 대답이 꽤 짧은 것에 혜성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다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기에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눈을 깔고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특별히 말을 하지 않는 아람의 모습을 바라보다 혜성은 가만히 살며시 눈동자를 굴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이어 그는 작게 혀를 찬 후에 그대로 그녀를 와락 안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선 그다지 이런 행동을 잘 하지 않는 그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용기를 내서 그녀를 와락 안으면서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 아저씨와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진 난 잘 모르겠고 솔직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난 모르겠어. 알고 싶지만 그 이야기가 나오면 뭔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물어도 될지 모르겠고. ...아무튼 네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안 만날게. 솔직히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고 네 가족이 어떻건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지금 네가 보이는 그 모습과 날 좋아하는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것으로 충분해. ...사람 무안하게. 나 참."
결국 마지막엔 약하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아람을 살며시 놓아주었다. 버스가 들어온 탓이었다. 자신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버스 왔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 말에 혜성은 괜히 뒷통수를 긁적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가 왔는데 안 탈 순 없지 않겠는가.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주변의 시선은 애써 무시하려고 하면서 혜성은 버스 안으로 빠르게 조용히 탑승했다. 버스 카드를 찍으면서 교통비를 계산한 후, 빠르게 자리를 확인하다가 뒤에 자리 두 개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혜성은 아람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자연 공원까진 그렇게 오래 안 걸릴거야. 그래도 좀 가긴 해야하니까. ...대충 30~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을 한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창밖으로 향한 후에 괜히 잡고 있는 아람의 손의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간지럽히듯 움직였다.
"자리 있었으면 좋겠네. ...기왕이면 좀 조용하고 한적한 그런 곳으로. ...아니. 별 건 없고 그냥, 경치 구경하려면 조용한 것이 좋잖아. 그 뿐이야."
/맞아. 넘어지는 연습 좀 해야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처음 타는 거면 오기 부리지 말고 초보자 코스 벗어나지 말라고도 들었어! ㅋㅋㅋㅋ 일단 타보면 알겠지!! 그래도 초보자 코스는 그다지 안 어렵다고 해서! 카캡체에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나? 너무 옛날에 봐서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아. ㅋㅋㅋㅋ 아무튼 눈오는 산장에 갇히는 남캐여캐라. 이게 또 클리셰라면 클리셰지. 혜성이와 아람이가 갇히면 아람이가 많이 불안해하려나. 혜성이는 아마 불안해할 것 같지만 아람이 앞이라서 그런 티는 못 내고 아마 아람이만 꼬옥 끌어안아주고 있을 것 같네.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덥썩 끌어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음표가 머리 위로 한 가득 올라오면서 어정쩡하게 올라왔던 손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혜성의 등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머리 위로 내려앉듯 들려오는 말을 듣고난 뒤 작게 웃음을 흘린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자신을 좋아해주는 혜성의 말들만 들으면 어떤 섭섭한 마음도 눈 녹듯 녹아버리는데. 물론 그 사람이 남긴 무거운 기억들은 한 켠에 그대로 남아있지만서도.
서로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버스에 올랐고 다행히 남아있는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3-40분 정도라니. 느긋하게 앉아서 가면 될 정도의 거리인 것 같다. 아람은 제 손등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는 혜성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장난스럽게 혜성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응. 맞아. 사람들 적고 조용하면 좋겠다.”
아람은 버스 의자에 등을 푹 기대며 말했다. 아람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몇 분의 시간이 지난 뒤 혜성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는 조금 결심했다는 눈빛을 담고 있었다.
“.... 역시, 고소해야겠어.”
대뜸?
/맞아. 중급자 코스 들어가면 경사도가 다르거든 ㅎㅋㅋㅋ 경사로를 타다보면 익숙해지는데 처음 내려가는 부분의 경사도는 아무래도 평지에서 내려다보니까 엄청 가팔라 보여서 겁을 먹기 마련이라. 아마 혜성주도 초보자 코스에서 열심히 연습하면 다음번 스키장 갈 때는 중급자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아람이는 많이 불안해 할 것 같지. 아무래도 갇혔다, 라는 느낌이니까 말이야. 그것도 기약없이 갇혔다 라는 것이라서 더 무서워할지도 모르겠네~ 아람이는 혜성이 꼭 끌어안고 안 떨어지려고 할 것 같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지겠지만서도~!
깍지를 끼면서 손이 잡히는 통에 혜성의 행동은 저지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는 와중에 갑자기 고소라는 말에 혜성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으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갑자기 고소? 왠 고소? 나 뭐 잘못했어? 그런 혼란스러움이 그의 눈빛에 녹아내려 가득 채웠다. 영문 모를 말에 두 눈을 여러 번 깜빡이면서 어버버하는 표정을 짓다가 혜성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나 뭐 잘못했어? 갑자기 고소라니."
물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혼란은 언제나처럼 혜성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자신이 오늘 한 행동을 되감기해서 다시 재생을 하면서 쭉 떠올려봤지만 뭔가 떠오르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겨우겨우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면서 아람을 바라보면서 되물었다.
"그 아저씨 말이야? 고소할 정도인거야? 아니. 네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소라는 표현은 상당히 센 그런 표현이잖아. 그래서 말이지."
딱히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거나 막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런 표현이 나올 정도니 그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그렇기 질문했다. 그녀의 눈동자를 역시 빤히 바라보면서.
/ㅋㅋㅋㅋㅋ 사실 스키를 그렇게 오래 타고 그러진 않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느낌이야. 아무튼 다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즐기닫가 오는 것이 목표기도 해! 사실 스키를 타는 것도 있지만 그 외 리조트의 다른 시설로 노는 것도 꽤 생각 중이어서! 온천도 있다고 하니까 온천도 갔다와볼까 싶기도 하네. 물론 말이 좋아 온천이고 일반 목욕탕 느낌일 것 같지만서도! ㅋㅋㅋㅋㅋ 아람이가 혜성이를 끌어안고 안 떨어지려고 하면 혜성이는 아마 등을 토닥여주면서 괜찮아. 괜찮아. 구조하러 올 거야.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보통 그런 산장은 조난당한 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거라서 보통 먹을 것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며칠분은 있는 것으로 알거든. 그러니까 일단 거기서 버티면서 아람이와 구조를 받을 때까지는 쭉 있게 되는 느낌일 것 같네. 벽난로에 불 피워놓고 아람이 안정되도록 무릎베개 하는 혜성이가 보고 싶어졌다. (진지)
호오 그렇구나! 나는 스키만 2박3일로 탄 적이 있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어ㅋㅋㅋ 스키 타고 따뜻한 물에 몸 담그면 정말 최고니까 짜릿할거라구~ 재미있게 놀고 왔으면 좋겠다! 아람이는 조금 불안해 하면서도 혜성이랑 같이 따뜻한 것도 해먹고 불좀 쬐고 하는 포근한 느낌이겠다. 무릎베게 해주는 혜성이 ㅠㅠㅠㅠㅠㅠ 넘 예쁜 장면일 것 같애 흑흑
오. 그건 기억해둬야겠어! 스키 타고 오면 바로 사우나건 온천이건 가서 몸 좀 담궈야지! 팁 알려줘서 고마워! ㅋㅋㅋㅋ 아무튼 스키가 생각보다 되게 힘든 스포츠인가보구나. 하긴 수영도 하다보면 되게 힘드니까 스키도 그 정도로 힘들려나. 맞아. 너무 예쁜 장면일 것 같아서 꼭 보고 싶은 장면 중 하나야. 그러다가 아람이 잠들면 혜성이는 그 상태에서 자신도 벽난로 불 쬐다가 꾸벅꾸벅 조는 그런 느낌이 될 것 같아.
일단 빠르다보니 온 몸에 긴장하기도하고 안 쓰던 근육을 쓰기도 하고 그러니까~ 나는 스키 타는 거 좋아해서 계속 타다보면 무리하게 돠기도 하고 그렇다라고 ㅋㅋㅋ큐ㅠㅠ다음날 근육통 정말 끔찍하지만 ㅎ...... 흑흑 둘이 벽난로 앞에서 포근따끈한 모습 하고 있을 것 생각하니 넘 귀엽다 흑흐그흑
아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도 못한 말이었다. 밥을 굶기고 방이나 벽장에 가두고 학교에도 안 보내고 고립시키고 일만 보내는 것. 그게 어떻게 사랑이고 한 사람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머니에게 세뇌가 되었다고 하지만 자신이 볼 땐 그게 아니었다. 잘못된 것에서 해방시키고 올바른 것을 겪게 해주는 것이 어떻게 세뇌겠는가. 오히려 세뇌는 그녀의 아버지가 한 것이 아니겠는가. 작게 혀를 차면서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제 손에 힘을 주었다. 덤덤하게 말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아련하고 슬퍼서.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말들이 나와서.
"그렇다면 지금은 행복한 거 맞지?"
그때는 그렇게나 괴로웠다.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은 어떤가? 물론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절대 괴롭고 힘든 것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지금의 그녀는 괜찮은지에 대해서 그는 괜히 그렇게 물었다. 이어 혜성은 약하게 숨을 내쉰 후에 아람을 바라보면서 분명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쉽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라면 할 것 같아. 그건 아버지가 할 짓이 아니잖아. 물론 힘들고 그러겠지만 그래도 나는 네 편이야. 네가 무슨 말을 듣고 그 아저씨에게 무슨 비난을 받을지라도 난 네 편이야. 그것만큼은 알아줬으면 해."
다시는 그 작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테고 말도 듣지 않으리라. 설사 그 모든 것이 오해라고 할지라도 그 오해를 제대로 풀지도 않고 지금 이 지경까지 둔 것은 엄연히 그 작자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정말로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툴툴거리는 것조차도 잊고서.
/다음날 근육통이라. 나도 근육통 엄청 걸려서 돌아오는 거 아닐지 모르겠네. 흑흑. 그래도 일요일은 스키 안 타고 돌아오는 날이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모로 무리하지 않고 타고 돌아올게!! 사실 스키도 타고 다른 놀거리에서도 놀고 리조트에서도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먹는 그냥 내 나름대로의 겨울방학 느낌이야! ㅋㅋㅋㅋㅋㅋ
행복하다고 생각하다는 말까지는 좋았다. 허나 멋진 남자친구라는 말이 나오고 이후에도 자신의 말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에는 절로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별 거 아닌 말일지도 모르나 꽤 크게 와닿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는지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올라가려는 것을 애써 꾹 내리고 막으려고 하는 것이 아람의 눈에는 바로 보이지 않았을까? 바로 옆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는 곧 정신을 차리려고 하며 가볍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남자친구잖아.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말을 안 믿고 누가 믿겠어? 그리고 네가 이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리도 없잖아. 너는 말을 안 해주는 것은 있어도 누군가를 일부러 상처주려고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난 널 믿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믿어."
그것은 단순히 그녀에게 하는 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맹세이기도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람의 말은 꼭 믿고 말겠다는 맹세. 그 맹세를 가슴에 살며시 품으면서 그는 최근 들어 조금 용기가 생겼다는 말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허나 뒤이어서 들리는 자신 덕분이라는 그 말에는 다시 한 번 얼굴을 붉혔고 홱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뭐, 뭐래. 내 덕분이라니. 네가 용기를 내기로 마음 먹은 것은 네가 강해서 그런 거잖아! ...따, 딱히 내가 한 것은 없거든? ...아니. 1할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 아무튼... 뭐, 나쁜 느낌은 안 드네. ...나 참. 아무튼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해. 학생이라서 크게 도움은 못 줄지도 모르지만 네 편이 되어줄 수는 있으니까. 아. 진짜. 괜히 이런 말, 저런 말 다 하게 되네."
결국 툴툴거리면서 그는 작게 혀를 차면서 반대편으로 돌린 고개를 그 상태로 쭉 유지했다. 괜히 오른발을 땅에 콕콕 찍기도 한 것이 조금은 부끄럽긴 한 모양이었다. 하필이면 그게 또 소근소근 덧붙이는 말이었으니까. 그 상태에서 혜성은 아람에게 마찬가지로 소근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더 도움이 되고 싶은 것 뿐이야."
/ㅋㅋㅋㅋㅋㅋ 응! 일단 내일 가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아람주도 그 기간은 여긴 생각 말고 할 거 하면서 푹 쉬길 바랄게!
제 말에 얼굴을 붉히며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는 척 하는 모습에 아람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혜성의 달게 느껴지는 말에 아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어버리고 말았다. 중간에 작게 키득키득 웃기도 했다. 좋아한다는 말도 언제나 너무 좋았다. 익숙해지지 않을 정도로.
"나도 좋아하니까. 언젠가 나도 너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
아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혜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차량이 덜컹덜컹 움직임에도 옆에 앉은 이 덕분일까. 아늑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과거 이야기를 이야기할 수 있어서 조금 후련하기도 했고.
정말로 기어들어가는, 애써 부끄러움을 꾹 참고 말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혜성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당연히 지금의 혜성은 반대편을 보고 있었기에 아람의 표정을 보거나 할 순 없었다. 하지만 키득키득 웃는 소리라던가 좋아한다는 그 말까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뒤이어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느낌에 혜성은 절로 허리를 짝 펴서 등받이에 살며시 등을 기대면서 아람이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만들었다. 그리고 살며시 맞잡고 있는 손을 풀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자신쪽으로 좀 더 끌어당겼다.
"불편하면 이야기해. ...조금 길게 타야하는만큼 불편하게 갈 필요는 없잖아. 굳이."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아람의 어깨에 올린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무조건 지금 이 순간은 자신에게 기대도록 하고 말겠다는 듯이. 물론 아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진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욕심을 내며 혜성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후, 고개를 돌려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살며시 눈동자를 빠르게 굴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적어도 이곳으로 향하는 이는 없으며 근처에 앉은 이도 그다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혜성은 아주 빠르게 살짝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그녀의 뺨에 제 입술을 붙였다가 떨어뜨렸다.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나. 나 참."
얼굴을 붉히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혜성이 유일하게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아람이도 그만큼 귀여운걸!! 그건 그렇고 아저씨.. 아저씨.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혜성이가 다음에 만나기라도 하면 정말 싸늘하게 화를 내지 않을까 싶어.
"뭐, 뭘 그런 것을 묻고 그래? ...그냥 너랑 함께 있어서 행복하고 기분 좋고... 내일 학교도 빨리 가고 싶고... 그냥 매일매일 충실해진 것 같고. 아. 진짜. 이런 거 일일히 말하게 하지 마. 대충 느낌 알잖아. 느낌."
하나하나 나열해서 이야기하는 듯 했지만 결국 얼굴이 새빨갛게 퐁 터져버린채 혜성은 괜히 툴툴거리면서 혀를 작게 찼다. 정면으로 이야기를 하자니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뿌리치지 못하고 제 어깨에 가두려고 하는 것이 참으로 그다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람이 자신의 품에 폭 기대자 혜성은 그에 맞춰 살며시 팔에 힘을 더 주었다.
안 불편하다는 말에 작게 미소를 지었으나 그 미소를 보이지 않으려는 듯, 혜성은 자신의 얼굴을 반대편으로 계속해서 돌린채로 있었다. 그러다 자신이 그녀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자 놀라면서 반칙! 이라고 말하는 것에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절로 심장이 뛰어 괜히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나중에 배로 갚아주겠다니. 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 혜성은 절로 그 물음을 입 밖으로 끄집어냈다.
"...일단 묻는건데 뭘 하려고?"
물론 답을 해줄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물어보며 혜성은 조용히 침묵을 다시 지켰다. 덜컹. 덜컹. 약간의 풍경을 더 구경하고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르는 가운데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고 혜성은 슬슬 일어나야한다는 듯이 세움 버튼을 꾹 눌렀다. 삐이- 멈춰달라는 신호가 조용히 울렸고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슬슬 일어나자. 내릴 때 다 되었어."
/아람이의 계략...아닐까? ㅋㅋㅋㅋㅋ 나는 모르지만 말이야! 아무튼 혜성이의 데레데레 모습이라. 한번 나온 적은 있었지. 또 그때의 모습이 나올 것인가! 다음 시간에!!
아무리 봐도 알면서 묻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더욱 더 투덜거렸다. 물론 그 투덜거림은 절대로 기분이 나쁘다거나 화가 났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약간의 삐짐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입을 꾹 다물던 혜성은 이내 풀면서 괜히 피식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이 삐질 입장이 아니기도 했으며 그녀 앞에서 삐지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자신이 좀 더 이 성격을 고치면 될 문제가 아니었던가. 아직은 힘들 것 같았지만.
아무튼 그 와중에 제 품에 폭 안기면서 제 물음에 자신도 모른다는 말이 괜히 얄밉게 느껴져서 혜성은 도끼눈을 뜨고 바로 홱 고개를 돌려 아람을 바라봤다. 허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으면서 그는 다시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뭔가 이 이상 물으면 페이스에 완전히 넘어갈 것 같기에 보인 행위였다.
아무튼 버스가 멈추자 그는 그녀를 데리고 버스 밖으로 내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저 앞쪽에 보이는 아주 커다란 자연공원이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알록달록 붉은 낙엽이 지고 있어 붉게 물든 산은 그야말로 장대했고 길가에 있는 나무들도 모두 붉게 물든 것이 상당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있으며, 근처의 안내도를 확인해보면 호수 중앙에는 커다란 냇가도 있는 모양이었다. 장대하게 펼쳐진 산책로 양 옆으로는 거대한 나무들이 있어 보기만 해도 맑은 공기가 느껴지기 딱 좋았으며 저 편에는 어느덧 노란빛으로 물든 잔디밭도 있었다. 말 그대로 휴양림을 기반으로 한 공원. 그 자체를 바라보며 혜성은 미소를 지었다.
"어때? 꽤 예쁘지 않아? 여기? 하이킹할 수도 있다지만 하이킹은 하지 말자. ...그냥 괜찮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쉬면서 단풍이나 구경하자. 우리."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의 혜성이도 데레데레하지!! 그 모습을 보고 말겠다는 아람주의 강한 의지가 느껴져!! 아무튼 월루중이로구나. 으앗. 아직도 일하는 중이라니. 일 화이팅이야!
"...그러게. ...뭐, 그래도 둘 다 무사했으니까 된 거지만 말이야. 아무튼 산책 말이지? 알았어."
그때의 그 일을 떠올리면서 혜성은 정말로 둘 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물론이며 그녀도 크게 다치거나 죽는 일 없이 이렇게 잘 살아있지 않은가. 물론 자신은 그 이후에 부모님에게 혼나기야 했지만 그래도 걱정어린 목소리와 말을 더 많이 들었다. 정말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의 손을 꼬옥 잡은채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붉게 물든 단풍 중 아직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들은 붉게 나무를 물들였고, 땅에 떨어진 낙엽은 절로 바삭. 바삭하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괜히 근처의 낙엽을 하나 더 밝아보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 가져왔어.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 왔는데 사진을 안 찍을 순 없잖아. 조금 있다가 산책을 하고 돗자리 깔면 그때 찍어줄게. 지금은 이렇게 경치 구경하는 거 좋잖아. ...거기다가 너도 있고."
뒷부분은 괜히 흘러가듯, 정말로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하면서 넘기려고 하면서 혜성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이제는 시원한 가을 바람 속에서 약간의 싸늘함이 느껴지는 것은 절대로 기분 탓이 아니었으리라. 조만간에 옷이 두꺼워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주변에는 가족 단위, 혹은 연인 단위로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활기찬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도 하며, 조용히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며, 산책로 양 옆으로 자리잡은 수많은 나무들에게서 뿜어지는 맑은 공기를 마시기도 하며.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서로 막 웃으면서 눈싸움하거나 눈사람 만드는 일상 해보고 싶어! 혹은 썰매나..이번에 스키장 가면서 떠오른 거지만 스키장을 가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이야! 혹은 온천에 둘이 놀러가서 막 벽 너머로 이야기하는 그런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혹은 노천온천해서..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그런 곳도 있으니 말이야.
맞아 눈 엄청 쌓여서 서로 눈싸움하고 눈사람 만들고 하는 거 너무 귀엽겠다 ㅠㅠㅠ!!!! 진짜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는 눈사람도 곧잘 만들었었는데........ 진짜 어른이 되어버리니 눈사람 만든지 엄청 오래된 느낌이 든다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두 사람이 눈사람 만들어준다면 오너는 여한이 없을거야 흑흑 스키장 가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지~~~~ 학교 측에서 단체로 갔다는 설정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이렇게 이용하라고 만든 학교 아니겠어?)(네?)
앗 그거 나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봤던 것 같아. 클리셰 같은 걸로. 어쩌다보니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가게 되어서 대나무 벽 사이로 건너 탕의 소리가 다 들린다거나 하는 그런거~
아앗. 아람주는 대학생때도 자주 만들었구나. 난 고등학생까지만 만들고 대학생때부터는 안 만들었던 것 같아. 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요즘은 또 만들어보기도 하지만 말이야! 물론 작게! 학교로 단체로 갔다는 설정..맞아. 겨울방학때 신청자 한정해서 단체로 가면 딱 좋을 것 같아. 좋아. 여기서는 학교를 이용하자. (속닥속닥) 여기서는 이제 학년 단위로 간 것이 아니니까 막 자유시간에 막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괜찮을거야! (속닥속닥)
나도 살짝 그거 생각하고 말한거 맞아. ㅋㅋㅋㅋㅋ 물론 실제 한국에서 그런 곳은 없기야 하겠지만..만들면 그만 아니겠어? 딱 사람 없는 시간에 각각 가서 막 탕에 몸 담그고 있다가 벽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살짝 말 걸어보고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혜성이는 갑자기 아람이 목소리가 들리면 완전 깜짝 놀랄 것 같은걸? ㅋㅋㅋㅋ
아람은 싱긋 웃으면서 혜성과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가을에 드러나는 알록달록한 색들을 뽐내는 커다란 나무들을 보며 아람은 종종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 정도로 산책길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신발 아래로 닿는 바삭바삭한 낙엽의 소리와 감촉 모두 기분을 들뜨게 했다.
“좋아. 그럼 산책하면서 사진 찍을 포인트도 미리 생각해둬야지.”
아람은 히히 웃었다. 사진을 찍는 것에 있어서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이상하게 자신이 사진을 찍으면 그 느낌이 살지 않아 참 이상했다. 나름 기계치인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하지만 혜성에게 그 구도나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딱 아람이 생각한대로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참 대단했다. 아니, 자신의 생각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니 아람의 입장에서도 혜성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도 알아.”
혜성의 예쁘다는 말에 자기도 예쁜 것 안다는 듯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며 웃었다. 이전과 달리 예쁘다는 말도 곧잘 하는 혜성이 기특하기도 했다. 물론 이전에 부끄러워하는 것도 충분히 귀여웠지만 말이다.
가족들, 연인들이 찾아오는 공원은 활기차고 따뜻한 감정으로 가득 차 보였다. 자신과 혜성의 모습도 남들 눈에는 그렇게 비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따듯해지기도 했다.
“날씨가 전보다 조금 서늘해진 게 겨울 옷을 미리 꺼내둬야겠어.”
혜성과 사귀기 시작했던 때가 여름이었는데 벌써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져 조금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럼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얘기해줘. 거기에 돗자리를 깔테니까. 기왕이면 예쁜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잖아? 정말로 명소는 벌써 다 차지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비어있는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사람이 많이 온다고 해도 모든 장소가다 사람으로 가득 차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물론 축제를 하거나 더운 날의 워터파크 같은 곳이라면 사람이 가득 찰지도 모르겠으나 가을의 단풍놀이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법이었다. 아마 오늘 이 장소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가만히 걸어가면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와중에 그녀의 입에서 자신도 안다. 즉, 자신도 자신이 예쁜 것을 안다는 그 말에 혜성은 입을 꾹 다물고 살며시 고개를 반대편으로 천천히 돌리면서 괜히 중얼거렸다.
"...보통은 안 그래..정도로 말하는 법이잖아. ...예쁘긴 하지만."
약하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것처럼 괜히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으나 잡은 손은 반비례적으로 더욱 강하게 그녀의 손을 쥐었다. 그러다가 날씨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봤다. 추운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확실히 슬슬 겨울이긴 한데. 추우면 이야기 해. ...그러니까... 따로 덮어줄 옷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품 속 체온은 꽤 따뜻하다고 하니 말이야. 그, 그런거야!"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 속도를 살짝 높였다. 근처의 붉은 낙엽에 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을 붉히던 와중, 혜성의 눈에 저 멀리 보이는 정말로 크고 큰 나무가 하나 보였다. 물론 하늘을 뚫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는 아니었으나 주변 나무들에 비해 확실히 큰 나무였으며 사람들이 꽤 모여있는 사실을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꽤 크고 유명한 나무인가보네. 사람들이 저기에 다 모여있어. ...저기서 사진 한 장 찍을까? 붉은 것이 단풍이 물든 나무 같긴 한데."
/안녕! 아람주!! 스키라. 일단 사람이 많아서 많이 타진 못했고 내가 완전 초보라서 솔직히 그렇게 막 길게 즐기진 못하고 그냥 맛만 조금 본 느낌? ㅋㅋㅋㅋㅋ 넘어지긴 꽤 넘어진 것 같아. 리프트에서도 내릴 때 한번 미끄러져서 쿵 했고..으으. 좀 아팠지만 부끄럽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외에는 스키화는 생각보다 많이 무겁고 좀 아프구나..라는 느낌? 대충 그런 느낌이었어!
맞아 처음 타러 가면 그렇지~~~ 고생했어 고생했어~!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넘어진 거 많이 아팠겠다. 리프트에서 내릴 때 사람들 자주 넘어지니까 괜찮아 ㅋㅋㅋㅋ 나도 초보 때 몇 번 넘어지고 그랬는걸. 지금도 매번 리프트에서 내릴 때는 긴장한다니까~ 스키화 불편하지 응. 스케이트화보다 더 불편한 느낌. 그리고 너무너무 무거웟...... 리조트는 어땠어? 푹 쉬었어?
ㅋㅋㅋㅋㅋ 아프다기보다는 부끄러웠어. ㅋㅋㅋㅋㅋㅋ 으앙. 멋지게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그런 것은 없었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피슝하고 미끄러져서 엎어졌지 뭐야. 그 와중에 내 스키 한 짝은 그대로 쭉 미끄러져서 직원분이 주우러 막 뛰어가고...ㅋㅋㅋㅋㅋ 진짜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겠더라. ㅋㅋㅋㅋㅋ (죽은 눈) 응. 맞아. 되게 불편했어. 막 무겁고 뭔가 꽉 조여서 아프기도 하고.. 그래도 익숙해지니까 좀 나을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모르게 힘들고.. 으으. 아무튼 그래도 나름 괜찮았어!! 리조트는... 음.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는 것이 되니까 자세하게 말은 못하지만 시설은 많이 좋았어! 되게 재밌게 놀았던 것 같아!
아람은 혜성의 제안에 좋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이 좋았다. 주변의 풍경도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아람은 이전부터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계속 살아왔고, 항상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왔다. 그렇기 때문일지 몰라도 늘 자연이 가득한 한적한 시골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너한테만 그래. 너한테만. 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겸양을 떨 줄 알거든.”
아람은 히히 웃다가 이내 혜성에게 가까이 붙으면서 소근소근한 목소리로 “너도 오늘 멋있어.” 하고 말을 건넨다. 아람에게 언제부터인가 혜성은 늘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사랑에 빠진 콩깍지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싶기도 했다.
혜성이 추우면 안아주겠다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것을 들으며 아람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 했다.
“응응. 추우면 이야기할게. 그럼 꼭 안아주는 거야?”
그렇게 장난을 치면서 걷다보니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확실하게 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듯 그 풍채와 위용이 대단했다. 저 멀리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저 나무가 인상깊은 모양이다. 혜성도 그러한지 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해왔다.
“좋아! 엄청 큰 나무네.”
아람은 혜성과 함께 걷다가 나무에 조금 더 가까이 갔을 때 혜성의 손을 놓고 나무의 쪽으로 종종걸음으로 향했다. 혜성이 사진을 찍을 준비를 다 하면 나무가 잘 보이는 위치에서 이런 저런 포즈를 취했을 것이었다.
/고마워!!! 일단 시간이 해결해줄테니 기다리는 수밖에~ 일이 손에 잘 안잡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도록 노력해야겠어!!@
소근소근한 목소리로 오늘 멋있다는 그 말에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지, 아니. 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좋았는지 그의 입꼬리 끝 부분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야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여자친구가 저렇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와중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겸양을 떤다는 말이 더 기분이 좋았는지 그의 입꼬리는 조금 더 약하게 흔들렸다.
"아, 안아주겠다고는 하지 않았거든?! 그래도 뭐... 정 춥고 힘들다면.. 뭐... 못 안을 것도 없지만. 그러니까 추우면 말해."
키득키득 웃는 모습이 괜히 얄밉다고 생각하나 결국 자신이 한 말의 의도는 그런 것이었기에 그는 괜히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추우면 꼭 말하라는 말을 괜히 덧붙였다. 아주 약간의 사심이 들어간 것일지도 모르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며 혜성은 다시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한편 아람 역시 저 앞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에 관심을 보였는지 가자고 이야기를 했고 두 사람은 머지 않아 나무 앞에 도착했다. 주변 나무들보다 확실히 거대하고 큰 나무는 그야말로 붉은 잎사귀를 가득 품고 가을의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낙엽이 많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저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붉은색 눈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작게 감탄하며 나무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 자신의 손을 놓고 아람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낸 후에 살며시 찍을 준비를 했다. 이내 찍을 준비를 마친 후 혜성은 아람의 이런저런 포즈에 맞춰서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찰칵.
그렇게 여러 장을 찍은 후, 혜성은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도록 디지털카메라를 설정했고 아람에게 여기로 오라고 손짓한 후, 그녀가 옆으로 오면 방금 찍힌 사진을 보여줬을 것이다. 사진 속에선 커다란 나무의 붉은 아름다움과 덧붙여 아람의 모습도 확실하고 선명하게 담겨있었다. 한 장, 한 장. 손으로 넘겨가면서 보여준 후 혜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람은 좋으면서 굳이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혜성의 모습을 보며 작게 웃었다. “응, 추우면 말할게” 하면서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고. 아람은 혜성이 너무 귀여웠다. 물론 나중에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어도 그것도 귀엽고 좋겠지만. 어찌되었던 혜성이라는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이니 그가 어떻게 바뀐다고 해도 여전히 좋아할 것만 같았다.
혜성의 셔터 소리에 맞춰 사진을 촬영하고는 혜성에게 돌아가기 전에 커다란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가 쪼르르 혜성의 옆으로 다가갔다. 혜성의 사진 속에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아람은 와아, 소리를 내며 좋아했다. 확실히 예쁘게 사진이 나왔으니까. 오늘 입은 옷과 붉은 단풍 나무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고 그만큼 잘 찍어준 혜성이 멋있기도 했다.
“오늘 예쁘다는 얘기 왜이렇게 많이 해줘? 원하는 것이라도 있는 거야?”
아람이 작게 웃으며 혜성에게 장난을 쳤다. 그럼에도 예쁘다는 말은 퍽 기분 좋았지만. 남자친구가 예쁘다고 해주는 것에 싫어하는 여자친구가 어디있겠는가. 사진을 같이 보고 있었기에 얼굴이 가까워있는 상태였고, 아람은 제 말에 혜성이 자신을 돌아보면 혜성의 입술에 쪽, 하고 장난스럽게 입을 맞췄을 것이었다.
"뭐, 뭐래. 딱히 그런 적 없거든?! 그리고 모델이 예쁘다는 것은... 저, 저 나무일 수도 있는 거잖아!"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혜성은 괜히 툴툴거리면서 괜히 나무를 손으로 가리켰다. 물론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정면으로 이야기를 하기에 괜히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허나 말을 끝내면서도 순간 아차 싶어 그는 바로 해명하려는 듯, 입을 열려고 했다. 그 와중에 갑자기 제 입술에 쪽 하는 소리가 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자 그는 순간 놀라서 두 눈을 깜빡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바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한 직후, 그의 동공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크게 흔들렸다.
"너, 너, 너, 너. 가, 갑자기 그렇게 하기 있어?!"
물론 키스는 이전에 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갑자기 이렇게 입맞춤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저 붉은 낙엽에 지지 않을 정도로 혜성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허나 빠르게 정신을 차리려는 듯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그는 정말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봤다.
"...나 참. ...이런 것은 그러니까 좀 더 둘만 있거나 할 때... 아니. 아니. 아니. 그렇다고 싫다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이 보거나 하면.. 아. 진짜."
괜히 툴툴거리면서 그는 빠르게 눈동자를 돌려 주변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번엔 자신 쪽에서 정말로 빠르게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살짝 붙였다가 떨어뜨리면서 홱 고개를 돌렸다.
"빠, 빨리 앉을 곳이나 찾자. 산책도 좋지만 그래도 돗자리 깔고 쉴 곳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207 자캐는_떨어지는_꽃잎을_잡으면_사랑이_이루어진다는_말을_믿는가 아람이 은근 현실적인 타입이지. 믿지는 않지만 굳이 안 믿는다고 하지는 않고. 가끔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잡으려는 장난은 치기도 하지만. 쨌든 이런저런 미신들에 대해서 믿지는 않는 편이야!
332 자캐는_시험_며칠_전부터_시험공부를_시작하는가 공부는 틈틈히 하는 편이고 시험 공부는 보통 한달 전부터 빡시게 계획 짜서 준비하는 편!
214 자캐는_남을_위해_무언가를_포기한_적이_있는가 아람이가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는 건 잘 상상이 안 되는데. 조금 이기적인 면모도 있고 기회주의적인 면모도 있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거나 손해보는 행동은 하지 않아. 있다고 한다면 혜성이가 처음이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도 혜성이를 위해 무언가 포기한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퇴근하고 돌아오니 진단이 있잖아?! 음.. 확실히 아람이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 그런 모습이 보였지. 그래도 꽃잎을 잡는 아람이는 예쁠 것이 분명하기에!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런 느낌이기에 공부를 잘하는구나. 혜성아. 본받아라!! 맞아. 아람이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다 가지려고 하는 느낌이 있긴 했으니까. 혜성이에게 고백을 받을 때도 딱 그런 느낌이었고 말이야. 하지만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저런 야망이 있는 사람이 세상에선 성공하는 법이다! (진지)
아람주야말로 수고했어! 혜성이는 미신을 안 믿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중요한 날이라던가 그럴 때는 은근히 신경쓰는 편이야. 이를테면 시험 당일에는 미역국을 먹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한다거나 실제로 먹지 않는식으로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혜성이는 평소에 공부를 조금씩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빡세게 하거나 하진 않아. 시험이 가까워져도 말이야. 그냥 늘 하던 페이스대로 쭉 하는 편에 가까워. 그래서 그런지 아람이보다 성적이 아무래도 좀 낮지! 그리고 나는 그런 성격의 캐릭터도 정말로 좋아하니까 아무런 문제 없다!
예쁘다고 했다는 건 나무라고 변명하는 모습도 귀엽고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놀라는 모습도 귀여웠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았을지도 몰라도 아람도 꽤 큰맘 먹고 한 행동이었기에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키스에 비하면 지금은 그냥 입술이 살짝 닿은 정도인 걸.
“내가 배로 갚아준다고 했잖아.”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혜성의 빨게진 얼굴을 보며 작게 웃었다가 이내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툴툴거리는 것에 아람은 악동처럼 답했다.
“그치만, 다른 사람들은 저 멀리 있기도 하고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 없....?”
말을 하던 도중 혜성의 입술이 빠르게 닿았다가 떨어지자 아람도 꽤나 부끄러워졌다. 얼른 앉을 곳을 찾자며 말을 돌리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도 입술을 오물거렸다가 이내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다.
“저 쪽은 어때?”
혜성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아람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어떤 사람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은행나무 아래를 가리켰다. 짐을 정리하는 모양새가 꽤나 오래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좋은 자리라는 뜻이 아닐까?
물론 그런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반격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기에 그 역시 작은 반격을 하듯 반격의 반격을 가했다. 아람의 얼굴을 채 바라보지는 못했지만 혜성은 지금의 아람의 표정이 어떤지 어느정도 상상할 수 있었다. 아마 배시시 웃고 있는 그 특유의 모습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앞으로 걸어가려고 하는 아람의 발에 맞춰서 혜성 역시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가 아람이 지정해주는 장소를 혜성은 가만히 바라봤다. 은행나무 아래. 보통 저런 곳은 은행이 많이 떨어져서 냄새가 심하지 않던가. 그렇게 생각을 했으나 저 편에서 앉아있을 정도면 의외로 괜찮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아. ...주변에 은행만 안 떨어져있다면 말이야. 그래도 안 떨어져있으니까 저기에 앉아있던거겠지. 아마."
이내 짐을 정리하고 있던 이들이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서서 빠져나오자 혜성은 누구에게 그 자리를 뺏길까 싶어서 빠르게 그 자리로 다가갔고 자신이 가지고 온 돗자리를 가지런히 아래에 깔았다. 하늘색 모양의 돗자리는 두 명이 앉기에는 충분했으며 혜성은 바로 신발을 벗은 후에 돗자리로 올라서서 주변을 살펴봤다. 역시나 은행이나 근처의 위험한 요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이네. ...제법 명당인 것 같아. 덕분에 이런 자리도 다 잡게 되네. 눕고 싶으면 누워도 돼. 그러라고 깔아놓은 돗자리니까."
이내 자신의 무릎을 가만히 바라보던 혜성은 은근슬쩍 자신의 무릎을 손으로 툭툭 치는 행동을 보였다. 물론 그게 아람에게 보였을진 모르겠지만.
어서 와! 아람주! 나는 막 퇴근하고 밥 먹고 접속한 참이야! 현생의 파도.. 엄청 험했던 모양이구나. 일단 정말로 고생 많았어! (토닥토닥) 나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는 중이야! 언제나와 다를바 없는 그런 하루? ㅋㅋㅋㅋㅋ 아람주는... 바쁜 나날 중에서도 조금은 잘 지냈을까?
제 다리에 그녀의 무게감이 살포시 느껴지자 자연히 혜성은 좀 더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이어 고개를 살며시 내리니 그녀의 얼굴이 자연히 그의 눈에 들어왔다. 조금 불편하진 않을까. 자신의 다리가 마냥 푹신하고 폭신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역시 바로 말을 꺼내진 못하고 입술만 꿈틀거리면서 혜성은 작게 숨을 내뱉었다. 애써 한숨이 아닌 척.
"...불편하면 얘기해. 굳이 머리 아픈 딱딱한 것을 벨 필요는 없잖아."
그러다가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혹시나 아람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걱정어린 마음이 분명했다. 이내 혜성은 아람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그녀의 옆머리카락을 살살 어루만지려고 했을 것이다. 딱 고등학생이 할법한 조심스러운 스킨십을 시도하며 그녀가 거부하지 않으면 그대로 머릿결을 위아레로 천천히 쓸어서 쓰다듬다가 살살 그녀의 뺨도 만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 손길은 상당히 조심조심스러웠다.
"...배고프면 이야기하고. 이것저것 준비하긴 했으니까.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냥 어디까지나 배고프면 이야기하라고 말을 한 것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침묵을 지키던 혜성은 이내 작은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아람을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뭐 보고 있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그래도 재미는 있다고 하더라구! 사실 케바케가 아닐까. 물론 싫어질 가능성도 크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하지만 지금 20주 연속 꽝이라구. 21주때는 5만원 나오긴 했지만..(눈물) 흑흑. 이번주는 되려나. 아무튼 갱신이야!
아람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조금 부끄럽다거나 신경이 쓰인다거나 그런 것은 있었지만 뭔가, 애정표현 같은 느낌이라 좋기도 했고. 그냥 혜성과 맞닿아 있는 것이 좋았다.
혜성이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간지럽히는 것도 좋았고 뺨을 매만질 때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기도 했다. "좋다."라고 자연스럽게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응. 조금만 더 이러고 있다가."
아직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혜성이 준비한 것이 궁금하기는 했다. "뭐 준비 했는데?" 하면서 은근슬쩍 물어보기도 하고.
"하늘 보고 있어. 하늘이 파랗고 예뻐서."
청명한 하늘은 푸른 호수를 부어놓은 듯 맑고 깨끗해 보였다. 완연한 가을 하늘이었다.
/진리의 케바케지! 나도 즐거운 일 하면서 살고 싶다 ㅋㅋㅋ큐ㅠㅠ!!! 20주 연속 꽝ㅋㅋㅋㅋㅋㅋ 혜성주 로또 자주 사는 편이구나! 오만원 축하해! 이번엔 꼭 되길 바라!!! 나는 로또 사는 건 좋아하는데 사러 가는 게 귀찮아서 안 사게 되더라고. 그리고 살려면 현금이 있어야하는데 그것도 귀찮고. 인터넷으로 사는 게 있다고 해도 귀찮.......(널부렁)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 행운이 오는 거였어(?)
아주 간접적으로 살짝 내심을 밝히며 그는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는 계속 닿고 싶었는지 괜히 뺨을 간지럽히듯 조금 더 어루만지다가 그는 살며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이어 무릎과 다리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두 팔을 뒤로 해서 제 몸을 지탱했다. 무게중심을 살짝 뒤로 하면서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편안하게 앉으면서도 아람의 머리가 최대한 움직이지 않도록 자세를 고정하며 혜성은 마찬가지로 하늘을 가만히 바라봤다.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하늘색 물감을 그대로 퍼부은 것처럼 하늘이 상당히 맑고 높았다. 구름이 있을법도 하건만 가을이라서 그런지 구름도 보이지 않는 정말로 맑은 하늘이었다. 그 와중에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단풍과 은행이 보이니 붉은 빛과 노란 빛의 조화가 또 확실히 아름다웠다. 괜히 그도 미소를 지으며 아람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러게. 하늘이 되게 예쁘긴 하네. ...가을이라서 그런가. 여친 잘 둬서 이렇게 하늘도 느긋하게 보네. 진짜. 아. 그냥 뭐, 유부초밥과 김밥을 위주로 한 도시락. 그리고 간단하게 먹을 과자도 있고 음료수도 있기는 한데... 큰 것은 아니고 작은 것들 위주."
일단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에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든지 배고프면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하나 제대로 먹여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혜성은 아람에게 넌지시 물었다.
"...나랑 안 사귀었어도 이렇게 나하고 단풍놀이 나왔을거야? 넌?"
/그냥 뭔가 오기가 생긴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야. ㅋㅋㅋㅋㅋ 사실 사도 5000원 어치만 사고 말지만 말이야! 이번에는 되려나. 안 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되면 좋겠다. 나도 1등 되어서 진짜 그냥 편하게 건물주 노릇하면서 살고 싶어. 흑흑. 일 안하고 막 여기저기 여행다니고 해외도 나가고 싶다..으흑흑. 아무튼 나는 인터넷으로 사는 편이야. 물론 당첨이 정말로 안 되긴 하지만... 사실 인터넷으로 사면... 돈 직접 입금해야 하는 것을 빼면 그래도 그렇게 막 힘들진 않더라!
오기ㅋㅋㅋㅋㅋㅋ 정말 확률이라는게 너무 무서운 것 같애. 걸리면 100퍼센트니까~ 한달에 2만원으로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 아닐까? 나도 건물주.......... 여행............ 혜성주가 내 몫까지 부탁해 ㅋㅋㅋㅋㅋ 나는 지나가다가 한번 정도 사보긴 하겠지만~ 으윽... 오늘도 넘 피곤하다. 먼저 자러갈게! 좋은 꿈 꿔~
바람은 시원했고 날은 너무 좋았다. 정말 그린 듯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눈 앞으로 보이는 하늘과 노란 은행잎과 그리고 더 가까이에 있는 혜성의 모습이 정말 그린 듯이 잘 어울려서, 자신이 그림을 잘 그렸다면 이런 모습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는 혜성을 바라봤다가 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곤조곤하는 혜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냥 이러한 평화로운 순간에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해야하나. 평소에도 듣기 좋은 목소리였는데 오늘따라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맛있겠다.” 하면서 기대감 어린 목소리를 냈다가 이어 말했다.
“나도 따뜻한 유자차랑 쿠키 챙겨왔어. 밥 먹고 난 뒤에 디저트로 먹자.”
작게 웃으면서 말하다가 이내 혜성이 묻는 질문에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그 가정은. 도대체 그런 질문은 어떤 사고를 거쳐서 나오는 거야?”
아람이 혜성이 귀엽다는 듯 쿡쿡 웃었다가 손을 뻗어 혜성의 볼을 콕콕 찔렀다. 지금 우리 둘은 사귀고 있고, 사귀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는 그저 가정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혜성이 물어보는 것이니 음, 소리를 내며 조금 상상해 보았다.
“안 왔을 것 같은데.”
툭 던진 말에 여전히 누워있는 채로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말을 덧붙였다.
“그야, 지금 2학기도 다 끝나갈 정도인데, 아마 우리가 사귀고 있지 않는다는 건 네가 나한테 고백을 안 했다는 뜻인데다가 아마 그랬다면 내가 지금에 이르기 전에 너한테 고백을 했을 텐데, 결국 네가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을테니 안 사귀고 있다는 뜻일테니까. 아니면 그것이 아닌 다른 오해가 있다거나 어떠한 사건이 생겼다거나 하는 그런 일들이 있었을 것 같고.... 어쨌든 긍정적인 것은 아닌 것 같으니. 결론적으로는 아니, 라는 거지.”
생각에 잠겨서 말을 뱉어내다가, 이내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혜성이 바라는 말은 이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슬쩍 혜성의 표정을 살핀다.
김밥과 유부초밥. 그리고 유자차에 쿠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단풍놀이도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해야할텐데 적어도 배가 고플 일은 없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그녀의 짐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과연 어떤 쿠키일지. 맛은 어떨지. 유자차는 얼마나 향이나 맛이 괜찮을지. 그런 생각을 하니 절로 입에 침이 고였으나 애써 그는 그것을 티내려고 하지 않으며 제 물음에 쿡쿡 웃다가 제 볼을 콕콕 찌르는 아람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 뭐... 그냥 묻는거지. 그냥. 그냥 우리가 안 사귀었어도 지금 이렇게 있었을까.. 라는 그런 느낌으로. 다, 다른 애들도 다 이 정도 물음은 나누거든?! 아, 아마도."
물론 정확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지구의 인구가 그렇게나 많은데 이런 물음을 던지는 이가 설마 자기밖에 없을까.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혜성은 아람의 답에 귀를 기울였다.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가슴이 아주 살짝 철렁이는 느낌이 들어 그는 아주 살짝 움찔했다. 무릎을 베고 있었으니 아람도 어느정도는 그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아무튼 부가설명을 들으면서 혜성은 두 눈을 깜빡이다가 결국 작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말을 하고서 자신의 표정을 살피는 그 느낌이 특히나 귀엽기도 해서 더더욱.
"나 참. 고백을 나나 너 둘 중 한 명이 했을 거라는 것은 확정사항인거야? 대체 얼마나 날 좋아한거야. 너. ...뭐,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럼 다행이네. 사귀었으니까 지금 이렇게 왔다는 거니까. ...난 안 사귀었어도 너하고 오고 싶었을 것 같거든. ...뭐, 친구일지, 아니면 다른 의미일지는 그건 알아서 상상하는 것으로 하고."
그 부분은 부끄러운지 제대로 말을 하려고 하지 않으며 혜성은 이내 아람의 뺨을 약하게 콕콕 찌르면서 시선을 옆으로 살짝 돌렸다. 조금 붉어진 얼굴을 향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그는 입을 열었다.
"나 유자차 한 잔만 마셔도 될까? ...아니. 그냥 뭐, 차가 있다고 하니까 먹고 싶어서."
같이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움찔하는 것에 그 이유를 말하면서도 조금 조심스러웠지만 그럼에도 혜성은 제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 그야. 좋아했으니까 좋아한다고 말했지, 그럼 안 좋아하는데 좋아한다고 말했겠어?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사귀지 않았으면 지금 같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야.”
아람은 조금 볼을 붉히면서 뾰로퉁하게 부풀렸다가 이내 혜성이 콕콕 뺨을 찌르는 것에 볼 속에 모아두었던 숨을 푸, 내뱉었다. 혜성이 부끄러워 하는 모습에 나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구나 안도하면서 아람은 유자차를 찾는 혜성의 말에 누웠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왠지 저도 더 부끄러워지는 기분이라 입안에 뭔가를 넣고 싶기는 했던 참이었다.
아람은 들고 왔던 작은 짐가방에서 보온병과 종이컵을 꺼냈다. 보온병을 열고 종이컵으로 기울이자 따뜻한 차가 컵 안을 잔잔히 채웠다. 아람이 잔 하나를 혜성에게 건네고 자신의 잔도 채운 뒤 보온병을 닫아 다시금 넣어 두었다. 넉넉히 채워와서 양은 충분했다.
“노란 색이 은행잎하고 잘 어울린다. 그치.”
따뜻한 종이컵을 양 손으로 감싸며 하늘색 돗자리 근처를 잔뜩 뒤덮고 있는 노란 낙엽을 보다가 혜성을 바라보고는 작게 웃었다. 호로록 유자차를 마시면 달고 새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울 것이었다.
"...그거야 뭐, 지금같진 않겠지. 친구하고 연인은 그 의미가 다르잖아. 깊이도 그렇고. 여사친과 여자친구는 다른 거야."
만약 그때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아람 쪽에서 고백을 했다는 것일까.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 그렇게 말한 것에 대해서 혜성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생각은 자신만이 알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는 입을 꾹 다물면서 아람의 뺨을 그는 괜히 콕콕 찔렀다. 일부러 뾰로퉁하게 부풀린 부분만 노리면서. 이내 숨을 뱉는 것에 맞춰서 볼이 점점 줄어들자 그는 괜히 그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다가 살며시 손을 그녀의 뺨에서 떼어냈다.
그녀가 일어남에 따라 제 다리에 느껴지던 무게감이 줄어들었고 자연히 아람의 얼굴이 정면으로 혜성의 눈에 보였다. 이내 그녀가 짐가방에서 보온병과 종이컵을 꺼냈고 보온병에 담겨있는 따뜻한 차를 종이컵에 담아 자신에게 내밀자 혜성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종이컵을 받아들였다. 이어 혜성은 가만히 그 향을 느끼다가 내용물을 입에 담으며 그녀의 말을 들었다. 확실히 은행잎과 정말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다가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은행잎을 아주 가볍게 손을 뻗어서 딴 후에 다시 아람의 근처에 앉았다.
"...맛있고 새콤달콤한 차를 줬으니 이건 답례."
이어 혜성은 아람의 귀에 조심스럽게 방금 딴 은행잎을 꽂으려고 했다. 그녀가 피하지 않았다면 잘 꽂아주면서 괜히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만약 피했다고 한다면 굳이 끼려고 하진 않았을테고.
"...역시 난 사귀지 않았어도 너랑 오고 싶어했을 것 같고 너에게 권했을거야. ...그리고 아마 여기서 고백했을지도 모르겠네. ...네가 나온다면의 이야기지만. ...나 참. 나도 내가 누구를 좋아하게 되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다 네탓이니까 책임을 지고 쭉 옆에 있어. 오래오래 내 여자친구로 있어. 알겠어? 오늘 아침의 일 같은 것은 다 잊고 말이야."
여사친과 여자친구가 다르다는, 너무도 당연한 말을 한다며 아람은 여전히 뾰루퉁한 얼굴이었지만 볼을 부풀린 것을 노르며 콕콕 찌르는 장난스러운 손길과 이내 뺨에 닿는 혜성의 손길에 불퉁함은 금새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대신 조금 더 발그래한 얼굴이 되기는 했지만.
혜성이 유자차의 향을 맡고 천천히 마시는 것을 보면서 아람은 내심 뿌듯해했다. 하지만 혜성이 갑자기 일어설 것이란 건 예상치 못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가 이내 자신의 귓가에 은행잎을 꽂아주는 것에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마음 속이 간질간질해져서 무어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조금 부끄러운 마음으로 입술을 오물거리디가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제 몫의 유자차를 다 마시고는 혜성의 유자차는 뺏어서 주변에 평평한 곳에 올려두고는-안 뺏기면 안 뺏기는 대로- 혜성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을 것이었다. 작은 웃음소리가 혜성의 목 주변을 간지럽힐 것이었다.
"책임지고 옆에 있을 테니까. 고백 안했다고 치고 다시 고백해봐, 응?"
이내 아람은 혜성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그 허벅지 위에 제멋대로 앉았을 것이었다. 물론 혜성은 밖에서 이런 과한 스킨십을 하는 걸 싫어하지만, 그래도 여기 주변에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다들 이쪽은 신경도 안 쓰고 있지 않은가.
제 차를 뺏는 모습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아니. 내 차를 왜? 그런 눈빛을 보내다가 그녀가 가바직 제 목을 와락 끌어안는 모습에 그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마치 단풍나무의 단풍잎이 된 것처럼. 그러다가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는 모습에 절로 혜성의 허리가 쭉 펼쳐졌을테고 그는 살며시 눈동자를 옆으로 굴렸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물음에 그는 살짝 당황했고 절로 몸이 고목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이어 그는 애써 입을 열어 그녀에게 항의하듯이 이야기했다.
"뭐, 뭐, 뭐라는거야! 갑자기. 고백 안했다고 치고 다시 고백하라니. 전에도 내가 고백했잖아! 비겁한 거 아니야?!"
따지기보다는 그야말로 크게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횡설수설하듯이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내 끄응 소리를 내더니 그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러다가 아람을 빤히 바라보면서 자신 쪽에서도 요구했다.
"뭐, 못할 것은 없긴 한데... 나만 하는 것은 비겁해. 너도 해. 고백 안 들은 걸로 치고. ...그러면 할거고 아니면 안할거야."
역시 자신만 하는 것은 조금 비겁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다.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끄응. 소리를 내던 혜성은 다시 아람의 눈동자를 애써 빤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쩔거야? 콜? 아니면 노콜?"
/혜성이는 이렇게 나왔습니다! 상당히 많이 당황해서 자신도 모르게 나온 무언가!!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퇴근했다! 이제는 쉴거야!
안녕! 아람주!! 난 오늘은 늦잠을 자서 지금 막 일어난 것 같아. 주말은...집에서 OTT보면서 보내는 중이야. 이전에 보고 싶었는데 못 보던 거 이제야 다 봤네. ㅋㅋㅋㅋㅋㅋ (대충 어제 진짜 늦게 잤다는 그런 이야기) 아무튼 아람주도 좋은 하루 보내면서 푹 쉬었으면 좋겠다!
주말 영상 보면서 푹 쉬는 날 보냈구나~~~!!! 역시 주말에는 못봤던 영상 보면서 보내는 게 최고지 ㅋㅋㅋㅋㅋ 나는 맨날 유튜브에 나중에 볼 영상 쌓아두는 게 취미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쨌든 원래 주말에는 늦게 자게 되는 편이니까 말이야. 나도 푹..... 쉬고 싶었는데 일정이 있었어 ㅋㅋㅋㅋ큐큐ㅠㅠㅠㅠ
빨간 얼굴로 당황한 채로 말하는 혜성의 모습에 아람은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전에도 먼저 고백했다면서 비겁하다면서 말하는 혜성의 말은 나름 일리가 있기도 했다. 게다가 이런 것에도 승부욕이 있는 것인지 못할 것은 없다며 대신 자신에게도 똑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에 푸스스 웃음을 흘렸다.
“콜!”
눈을 마주치며 웃던 아람은 제멋대로 혜성의 다리에 앉았듯이 이번엔 또 제멋대로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혜성의 손을 잡아 당기며 혜성을 일으켜 세웠다.
“너 네 여자친구가 연기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 잊지 않았지?”
키득키득 웃는 얼굴이 꽤나 즐겁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곤 혜성에게 잠시 서서 기다리라면서 말을 하고는 이내 혜성의 앞에서 뒤돌아 섰다. 나름 감정을 잡는 것이었다.
그래. 지금은 혜성과 사귀는 상태가 아니고 내가 혼자 짝사랑을 하고 있는 상태인 거고, 나는 혜성의 마음을 모르니 이번 고백을 함으로 앞으로 서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될 수도 있는 최악의 결말 또한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정도로 혜성을 좋아하고 있는.
다시금 아람이 뒤를 돌아 혜성을 바라봤을 때는 이미 방금의 웃음기는 사라진 채였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는 조금은 긴장감을 담고 있었고, 그것을 반증하듯 살짝 맞잡은 손가락에는 살며시 힘이 들어가 있었을 것이었다. 혜성의 눈을 차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아람의 얼굴은 조금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었고.
“그, 멋대로 불렀는데 나와줘서 고마워. 음.......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조금 부끄러운듯 꺼낸 말 후에는 민망한 듯 두 손을 등 뒤로 감추며 배시시 웃어보이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었다.
웃음을 흘리다가 콜이라고 외치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조금은 고민하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콜을 외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뭔가 자신만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괜히 분한 감정이 살살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그녀가 정말로 해준다고 한다면 그건 체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아람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녀가 제 손을 잡아당기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 연기인거야? 아니. 뭐... 확실히 연기라면 연기겠지만."
하기사 지금은 사귀고 있으니까 가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연기이지 않겠는가. 그래도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은 진짜일테고 그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그렇기에 혜성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뒤돌아섰기에 아람이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진 알 수 없었으나 숨을 고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눈에 힘을 꽉 주고 집중하듯 아람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진지한 것에 혜성은 괜히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게 몸에 힘을 꽉 줬다. 누가 보면 대체 뭘 그렇게 긴장하냐고 키득키득 웃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무튼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표정. 그리고 살짝 맞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 모습. 얼굴이 발그래지는 그 모습에 혜성은 정말로 이게 연기가 맞나 순간적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리얼하지 않나. 이거. 그러다가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성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입을 열었다.
"아, 아니. 따, 딱히. ...어차피 할 것도 없었으니까. ...불렀는데 못 나올 것도 없고. 그, 그래서 뭔데?"
일단 그녀의 말에 어떻게든 말을 맞추려고 하나 목소리에 긴장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배시시 웃는 모습에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이거 완전 반칙이잖아. 완전 홀리잖아.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는 괜히 뚱한 표정으로 제 발로 땅을 콕콕 찍었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뭐, 일단 말해봐. 들어볼테니까."
/응! 그야말로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것을 보게 되었지! 사실 넷플릭스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면서 거기서만 있는 것을 봤거든! 넷플릭스... 뭔가 요금제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 그냥 끊어버렸어. (옆눈) ㅋㅋㅋㅋㅋㅋ 아앗. 아람주..못 쉬었구나. 일정 보낸다고 정말로 수고 많았어.
아람주도 안녕이야!! 응. 아람주가 아는 그거 맞을거야! 사실 이전부터 4인 요금제로 해서 보고 있긴 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굳이 이걸 계속 봐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 어차피 넷플릭스를 꼭 봐야한다..그런 느낌도 아니기도 해서! 나도 사실은 어머니가 영화보고 드라마보는거 좋아해서 끊고 김에 나도 같이 보는 것인걸! 아무튼 이런 상황이니 추가 요금을 내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으앙..(주륵)
ㅋㅋㅋㅋㅋ 맞아. 혜성이 지금 완전 긴장상태인거 느껴질까. 그러니까 혜성이도 내심 마음속으로 큰 거 준비중이래. 아마도!
혜성 또한 진지하게 상대편을 해주고 있었기에 아람은 좀더 진지하게 그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혜성이 살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상하게 아람은 더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그건 혜성 또한 자신을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대를 증폭시키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좀 갑작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신발을 벗은 채로 돗자리 위에 서 있었지만 아람의 머릿속에서는 마치 가을 날 혜성을 학교 뒷뜰로 불러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 차례 바람이 불며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혜성과 아람 사이로도 은행잎이 흩날리며 노란빛이 드믄드믄 시야에 담겼다 사라졌다.
아람은 이전에 혜성과 알게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수돗가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마치 불량학생이 모범생에게 땡땡이 치자고 꼬셨던 느낌이였을까. 아마 지금도 그와 그렇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혜성이 같은 애를 내가 내멋대로 물들여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너 좋아해.”
그 말은 단정적으로 떨어졌다. 조금 붉어진 얼굴로 살짝 입을 꾹 다물었다. 아람은 자신이 꽤나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어린애라는 것을 안다. 겉보기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모난 곳도 망가진 부분도 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럼에도 갖고 싶은 것은 꼭 가져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네가 좋아서, 그냥 이 말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서...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괜찮다면 나랑 사귈래?”
먼저 마음을 내보인다는 것은 두렵고, 떨린다. 그 감정의 편린이 아마 얼굴에 조금은 드러났을 것이었다. 비록 작은 미소를 띄고 있었지만, 장난이라도 거절의 답이 돌아온다면 꽤 아플 것이었으니까.
/ㅋㅋㅋㅋ 혜성이 왜 덩달아 긴장한거야 귀엽게!!!!!!! 마음속으로 큰거 뭐 준비하고 있는지 넘 궁금하다 ㅋㅋㅋㅋ!!!!!
갑작스러울지도 모른다는 그 말에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대답했다.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며 노란색 풍경이 자신과 아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고 자연히 혜성의 눈앞에는 노란색 배경 앞의 아람의 형태로 보였다. 그 모습이 또 상당히 예쁜 느낌이었다. 주변 풍경마저도 도와주다니. 이거 진짜 너무 반칙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들려오는 좋아한다는 말.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좋다고 자신이랑 사귀지 않겠냐는 말이 들려올때마다 혜성은 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기 위해 몸에 힘을 꽉 줬다. 물론 그렇다고 어떻게 심장이 멈추겠냐만. 허나 그럼에도 어떻게든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는 숨을 조절하기 시작하며 시선을 살짝 회피했다. 자신이 고백을 그때 하지 않고 쭉 버텼다면 그녀에게서 이런 느낌의 고백을 받았을까. 역시 조금 아쉬우면서도 억울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네가 싫다면, 굳이 휴일에 시간 내서 나올 일 없거든?"
아마 자신이 사귀지 않은 상태에서 고백을 받았다고 한다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뻐끔거렸을 것이다. 그리고 얼굴이, 물론 지금도 상당히 붉어서 터질 지경이었겠지만 아마 더 붉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이어 혜성은 아람을 애써 바라보면서 답을 이었다.
"...좋아. ...사귀자. ...나도 너 아니면 안되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니까."
하지만 이것만큼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살짝 뜸을 들이면서 그는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이어 아람을 향해 안기라는 듯이 두 팔을 살짝 벌렸다. 물론 아람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액션을 취해야하지 않겠는가. 물론 사심적으로 아람을 안고 싶은 충동도 있었다. 그만큼 지금 혜성의 눈에는 아람이 예쁘게 비쳤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내 턴이야?"
이어 그렇게 말을 하는 혜성의 목소리는 작게 기어들어가는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아람이가 저렇게 예쁘게 고백을 한다면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잖아! 아람주 피셜. 아람이는 학교에서 제일 예쁜 미인이라고 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
툴툴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싫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말엔 어쩔 수 없이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붉어진 얼굴로 하는 말이라 더더욱 귀엽게 보이는 건 제가 콩깍지 필터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일까. 그리고 좋아한다는, 그 바라고 바랐던 그 대답이 들려오자 환하게 웃으며 살짝 팔을 벌린 그의 품에 폭 안겼을 것이었다.
왠지,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나면 심장이,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끌어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진다. 처음 혜성이 자신에게 마음을 고백했을 때처럼. 꽉 안아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꼭 끌어안은 귓가에 들리는 작은 목소리에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응. 지금 해도 되고 밥먹고 해도 되고. 오늘 안에만 하면 되는 걸로 봐줄게.”
작게 웃으면서 여전히 혜성을 끌어안은 채로 고개만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아니다, 사실 지금 고백 들으면 나 심장 터질지도 몰라. 지금도 엄청 쿵쾅거리거든. 고백한다고 생각하니까 엄청 떨렸나 봐.”
너무 심장이 쿵쿵 뛰어서 뺨도 발갛고 손끝까지 그 울림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 그 말 들을 때마다 민망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우 지망이면 예뻐야 한다고 배웠다굿!!!!
제 품에 아람이 안기자 혜성은 그대로 두 팔을 내려서 그녀를 품에 가뒀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고백할 때도 이렇게 품에 안겼었던가. 어떻게 보면 아람은 누군가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일까. 어쨌건 자신도 아람을 안는 것은 좋아했기에 그는 만족스럽게 그녀를 안았으나 차마 아람을 제대로 바라보진 못하고 그대로 팔에 힘만 줄 뿐이었다.
"...하, 하기는 해야하는구나. 하, 하긴 내가 먼저 조건을 제시했으니."
너도 고백을 해야 나도 고백을 할 거라고 이야기를 했으니 결국 그 조건은 자신이 제안한 것이었다. 그것을 어기면 아람이 어떻게 나올지, 혹은 삐질지도 모른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런 것만큼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여기에 오기 전에 사진 때문에 기분이 저기압이지 않았던가. 그런 마당에 더욱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진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침을 삼켰다. 허나 이후에 지금 고백을 들으면 자기 심장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또 너무 귀여워서 혜성은 얼굴을 붉혔다.
"...마, 말해두는데 나도 지금 심장 엄청 뛰거든? 이렇게 예쁘게 고백하기 있냐?! 너!"
괜히 약하게 성을 내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다는 듯이 그녀를 정말로 꼬옥 안으면서 그녀의 목덜미에 제 머리를 묻던 혜성은 이내 그녀를 살며시 놓아주었다. 그리고 제 뺨을 살살 손으로 긁적이면서 시선을 회피하다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지금 좀 마음 진정시켜. ...나도 할 거니까. 괜히 끌어봐야 마음만 약해지고 그렇잖아."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그만큼 부끄럽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괜히 중얼중얼거리긴 했지만 그게 무슨 말인진 아람에게도 잘 전달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봐야 예쁘니 뭐니 하는 그런 말들의 연속이었겠지만. 아무튼 아람을 놓아주고 나서 아람의 준비가 끝나기를 그는 기다렸다. 이어 심호흡을 하고 헛기침을 하던 아람이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에 혜성은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이제는 자신의 차례였다. 이미 고백을 하긴 했으니까 자신에게 있어선 두번째였지만 그래도 그 두번째가 또 묘하게 떨렸다. 이번에는 정말 시험받는다는 느낌에 가까웠으니까. 애초에 왜 고백 어쩌고를 말해서 이 상황을 만들었는지. 여러모로 곤란하다고 하지만 피할 순 없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있잖아."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혜성은 그렇게 아람을 부르면서 입을 열었다. 있잖아. 라는 말. 바로 용건을 말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것을 말하려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그는 근처에서 아직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은행잎을 손으로 잡았다. 이어 그는 그 은행잎을 살며시 그녀의 다른 쪽 귀에 꽂아주며 다시 거리를 살며시 띄웠다. 그리고 잠시 뺨을 긁적이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은행나무의 꽃말 중에는 장수라는 말이 있다는거 알아? 그러니까 오래 살고 그러는 거."
이어 혜성은 아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주먹 하나 정도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숨을 약하게 내뱉다가 아람의 눈동자를 정말로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숨을 한 번 더 내뱉은 후에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네가 오래 나랑 알고 지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쭉. 쭉. 쭉. 욕심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만큼 욕심내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장수해서 그러니까 오래오래 살면서 나랑 있어줬으면 좋겠어. ...네 인생의 전부를 가지고 싶어."
이어 그는 다시 숨을 약하게 내뱉으면서 그는 정말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구 크게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을 애써 모르는 척 하며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이야기했다.
"...네 인생 옆에 설 수 있는 권리를 나에게 줘. ...대신에 나는 내 인생을 줄테니까. ...그게 내가 지금 줄 수 있는 전부야. ...널 원하고 네가 좋아. 문아람. ...나랑 사귀자. 싫으면 돌아가고 좋으면 이리 와. 난 구차하게 안 잡을거니까. ...그러니까..그.. 와라! 문아람!"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부끄러운지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며.
제 눈을 빤히 바라보는 혜성에 아람은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부끄러워서 입을 합, 다물고 있었지만. 작은 수식어로 시작한 것은 이내 은행잎을 손으로 잡아 제 머리카락에 꽂아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양 귓바퀴에 은행잎이 꽃힌 것이 조금 재미있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사실 귓가에 닿는 온기가 간질간질했다.
은행나무의 꽃.....이 있다는 것 자체가 처음 들어봤는데 꽃말까지 있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그 꽃말이 장수라는 것에 뭔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다가 혜성이 가까워져 거의 코앞까지 왔다고 생각했을 때 아람은 숨을 들이마시며 꾹 참았다. 심장이 쿵쿵 뛰어서.
“..........”
뭔가, 욕심히 가득 담긴 고백이었다. 쭉, 오래오래, 인생의 전부라는 단어들이 영원히 함께하자는 뜻을 담고 있어서, 서로의 인생을 교환하자는 그 말이 너무 기꺼웠다. 마지막에 와라! 라고 했을 때는 왠지 웃겨버려서 긴장감이 맥없이 풀려버렸지만.
“왔다!”
아람이 혜성을 꽉 끌어안으며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혜성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며 얼굴에 올라온 열기를 옮기려 들었을 것이었다.
“응, 날 가져. 대신 나도 널 가질게. 나를 네게 내어주는 동안에는 넌 내 것인 거지? 약속하는 거야.”
왔다! 라고 외치면서 자신을 꽉 끌어안는 모습에 혜성의 얼굴이 다시 크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와락 안을 것은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안기니까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이내 제 가슴에 얼굴을 부비자 그의 얼굴에서 열기가 달아올랐고 만약 영화였다면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올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으으. 소리를 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참고로 묻는 건데... 이런 말 듣고 싶어서 시킨 것은 아니지? 아니...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보통은 너무 무겁다..이런 말 하지 않냐? 보통?"
평생이니 뭐니 그런 말을 했고 네 인생 옆에 설 수 있는 권리니 뭐니 그런 말을 했는데 오히려 너무나 기뻐하는 그 모습에 혜성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으나 딱히 부정하거나 역시 취소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을 주는 대신 자신도 널 가지겠다는 그 말이 역시 묘하게 간지러우면서도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이내 너는 내 꺼라는 표현까지 하는 말. 그리고 뭉개진 발음으로 들려오는 말에 혜성은 아람의 등을 약하게 토닥였다.
"진짜 내 여친은... 정말로 욕심쟁이라니까.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그 상태에서 아람을 안고 자리에서 앉으려고 했다. 일단 편한 자세로 편하게 있으려는 생각인 듯 했다. 그리고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돌린 후에 아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좋아하길 바라고 한 말에 좋아하는 것도 얼떨떨하게 느끼는 혜성의 모습이 조금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제 진심이라고 한다면.... 자신을 원하는 것이 혜성이라면, 좋았다. 그게 다른 사람이라면 끔찍할 것 같지만 혜성이라면 좋아. 이건 내가 그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일까?
“나 욕심쟁이 맞아. 그래서 한 번 잡으면 잘 못 놔.”
히히 웃으면서 혜성을 따라 자리에 앉는다. 뭔가 엄청 오래 서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직 감정이 가라앉지 않은 것인지 혜성의 옆에 꼭 붙어 있는 모양새였지만.
“아하하, 점수가 중요한 거야?”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가 입으로 양 손을 가리며 마저 웃은 뒤, 여전히 웃음기 묻은 얼굴로 혜성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대며 소근소근 말했을 것이었다.
"...그건 그렇긴 한데. ...아니아니. 애초에 고백을 먼저 시킨 것은 너잖아. ...물론 딱히 시켜서 한 것은 아니긴 한데."
좋은 것이 좋은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적당히 넘기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결국 자신 역시 원해서 한 것에 가까웠다. 여기에 오기 전, 사진으로 인해 저기압이 되었던 아람이 다시 해맑게 웃었으면 했고, 기왕이면 기분 좋아졌으면 했으니까.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제대로 표현하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보자면 이번에는 성공적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모자를 꾹 눌러쓰면서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고 하는 것과 동시에 미소를 강하게 머금었다.
"...괜찮아. 나도 욕심쟁이니까."
결국 아람을 원하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제 옆에 붙어있는 아람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혜성은 괜히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눈가를 만지기도 하고, 콧등을 만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부드러운 찹쌀떡 같은 뺨을 살살 어루만지기도 하고. 한편 점수를 묻는 물음에 웃음을 터트리는 아람의 모습이 보이자 혜성은 작게 혀를 차면서 시선을 회피하며 입을 열었다.
"구, 궁금하잖아. 괜히. ...기껏 용기내서 마음 다잡고 했는데. 그래보여도 짧은 시간 내에 나 엄청 고민했거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람이 자신의 귀로 입술을 가져오더니 제 물음의 답을 들려줬다. 점수를 매길 수 없을만큼 좋았다고. 그 말에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아람을 찌릿 바라봤다. 이런 말을 귀에 대고 하다니. 반칙 아닌가. 너무나 반칙 아닌가. 조금은 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말은 하지 못하며 얼굴만 붉게 물들인채로 그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뭐라도 먹자. 우리."
그러면 이 분위기가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이어 아람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방금 아람이 했던 것처럼 속삭였다.
"...이제 말 못 바꿔. 너. ...고백 2번이나 했으니까. ...너 이제 진짜 내 꺼야."
자신이 꽂아준 은행잎을 떼어내서 자신의 귓가에 꽂는 것에 그는 괜히 간지러워했으나 거부하진 않았다. 그 대신 뭔가 몽글몽글한 감정이 들어 그는 괜히 입꼬리를 살짝 올리다가 다시 아래로 내렸다. 그저 은행잎을 꽂아주는 것 뿐인데 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아람이 하는 행동이라면 뭐든지 다 좋을 정도로 자시는 팔불출이 되고 만 것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입에 담진 않았다. 뭔가 모르게 부끄러웠으니까.
이어 자신이 한 귓속말에 아람이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리자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는 가짜였냐는 말에 그는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아람이 자신의 짐을 앞쪽으로 끌어오자 혜성은 손을 뻗어 자신의 가방을 잡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도시락을 꺼내서 하나하나 뚜껑을 열었다. 김밥에 유부초밥. 그리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음료수에 젓가락 두 개. 처음부터 같이 먹을 생각으로 가지고 온 만큼 내용물은 확실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담아온 도시락을 제대로 세팅하며 혜성은 아람에게 젓가락을 내밀었다.
"김밥은 산거긴 한데 유부초밥은 직접 싼거야. ...맛은 있을 거야. 어제 부모님도.. 맛있다고 했으니까."
도시락을 싸면서 일단 간을 볼 생각으로 자신의 가족에게도 준 모양인지 그렇게 이야기를 한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에 김밥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렸다.
"...덕분에 여자친구에게 지극정성이라고 놀림 좀 당했지만. ...나 참."
이어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그는 김밥을 제 입으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잠시 멈칫했다. 뒤이어 아람의 입가로 가져간 후에 어서 먹으라는 듯이 그는 아- 소리를 살며시 냈다.
도시락 뚜껑이 열리자 아람은 와아, 하고 소리를 냈다. 혜성에게 젓가락을 받으며 들리는 말에 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싼 거라니. 집에서 요리라는 것이라고는 밥을 하는 것이나 밑반찬을 꺼내 먹는 것 외에는 한 것이 없는 아람은 유부초밥 만으로도 뭔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아람이 할 수 있는 정도는 요리라기보다는 조리에 가까운 것들이라......... 뭔가 시도를 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시키는 대로 해도 뭔가 맛이 조금 이상했다. 응.
“고마워, 잘 먹을게.”
뭔가 조금 감격한 느낌이였을까. 아람의 눈이 반짝반짝 도시락을 향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래 연애를 할 때는 사소한 것에도 감동을 한다고 하지 않던가.
아람은 혜성이 부모님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말에 작게 웃었다가, 이내 혜성이 김밥을 입가로 가져다대자 이내 자연스럽게 받아 먹었다. 이제 이정도로는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면 먹여주는 일은 종종 있었으니 이제 조금은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김밥은 맛있었다. 꼭꼭 씹어 삼킨 뒤 이번에는 유부초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김밥도 만들려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나 김밥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요리였다. 일단 둥글게 마는 것부터가 꽤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무엇보다 유부초밥을 만들다보니 시간이 꽤 지나갔기에 김밥은 차마 만들 수 없었고 결국 전문점에 가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맛은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혜성은 아람이 김밥을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먹는 것이 꽤나 익숙해진 것 같았고 그건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이렇게 먹여주고 있지 않은가.
괜히 음료수를 마시면서 자신도 김밥을 하나 천천히 씹으니 간이 상당히 잘 되어있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물론 직접 만든 것이 아니기에 조금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가을에 놀러나와서 먹기 충분하지. 그렇게 생각하다 아람이 유부초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거 이거 라고 하는 말에 혜성은 순간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이거? 아."
이내 그것을 먹여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인지하며 혜성은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김밥과는 다르게 이건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었기에 그의 표정에 상당히 긴장이 흘러내렸다.
"...그.. 아. 그리고 평 알려주면 고맙고. ...이건 내가 직접 만든 거긴 하니까. ...그래도 맛은 괜찮긴 할 거야."
나름대로 간은 특히나 신경 썼고 자신의 입에는 잘 맞긴 했지만 과연 아람에겐 어떨런지. 제 여자친구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조금 긴장이 되는지 혜성은 빤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동자를 결국 옆으로 굴리면서 입을 열었다.
역시 먹여준 유부초밥을 받아먹는 모습이 혜성의 눈에는 아기새처럼 비쳤다. 물론 아기새보다는 아람이 더 귀엽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며, 제 마음 속으로만 속삭이면서 혜성은 편안한 표정으로 아람이 유부초밥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러다 그녀의 입에서 좋은 평이 흘러나오자 혜성은 절로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가 바로 헛기침을 하면서 표정을 관리하려고 했다.
"그,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래도 먹을 것을 가져와야지. 못 먹을 것을 가져올 순 없잖아."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그의 입꼬리가 약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하다가 괜히 웃는 모습을 보이던 와중 갑자기 제 볼을 콕 찌르더니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어서 자신에게 먹여주려고 하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두 눈을 깜빡이다가 냠 하는 느낌으로 유부초밥을 받아먹었다. 뒤이어 살며시 시선을 회피한 후에 천천히 씹었고 꿀꺽 삼켰다.
"...어제 먹었던 맛과 비슷하네. 하기사 어제 내가 만든 거고 특별히 뭘 더 건들진 않았으니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좀 더 부드럽고 맛있는 것 같기도. ...누가 먹여줘서 그런가."
후반 부분은 괜히 중얼거리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한 후, 혜성은 음료수를 종이컵에 따른 후에 꿀꺽 마셨다. 목을 통과하는 시원한 감각,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지나가는 시원한 가을 바람. 이어 좋지 않냐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내년에는 조금 힘들겠지만 그래도 다시 시간을 내서 나오고 싶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고3이 되면 아무래도 조금 힘들지 않겠는가. 어찌되었건 입시를 준비해야했고 아람과 같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넌지시 물었다.
자신이 먹여줘서 더 맛있다는 그 말에 아람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혜성을 따라 음료수를 따라 마시고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이제 가을이라는 건 내년이 좀더 가까워 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3학년이 되어 대입이라니....... 벌써부터 생각하기엔 여전히 끔찍한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연기도 배우고 공부도 하고 있긴 하지만.
“내년은 힘들면 내후년에 다시 오면 되지.”
조금은 긍정적인 전망이려나. 2년 뒤에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에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본다.
“대학 말이지...... 음....... 일단 학과는 연극영화과를 생각하고 있는데, 아마 성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도권 내로 생각하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가 “너는?” 하고 혜성에게도 되묻는다.
"...아주 잠깐 바람을 쐬고 온다고 하고 만나면 혼나려나. ...아니. 뭐, 꼭 만나야...한다거나 그런 것은... 그런 것은... 몰라. 패스."
아람의 말이 합리적이었으나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혜성은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나 점점 그 목소리가 작아졌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조금 찔리는 탓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인데. 그 1년 때문에, 그 수능 하나 때문에 모두가 12년이나 공부를 하고 죽어라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로 내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여러모로 한숨을 쉬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역시 입시는 머리가 너무나 아팠기에.
아무튼 자신의 물음에 아람이 연극영화과를 갈 거고 수도권 내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혜성은 살며시 머리를 굴렸다. 자신의 지금 성적으로 수도권 대학을 갈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아람과 같은 대학을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나 역시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치는 모의고사를 참고해야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팔짱을 끼다가 그는 물음에 대답했다.
"사진 관련 쪽으로 갈거야. ...그리고 가능하면 뭐, 수도권 내로... ....뭐, 대학 겹치면... 같이 갈 수도 있는 거겠지. 아마도."
같은 대학으로 가고 싶다는 말을 살짝 돌려서 그렇게 표현하면서 혜성은 괜히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어서 입에 쏙 집어넣고 김밥도 쏙 집어넣어서 자신의 입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이렇게 하면 아람이 무슨 말을 해도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을테니까. 나름 머리를 쓴 것이었으나 어떻게 보면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어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그는 살짝 '하지만 같은 대학 가고 싶어'. 라는 말을 하면서 이내 음식을 씹었다. 아마 우물거리는 소리에 묻혀서 잘 안 들리거나 발음이 완전히 뭉개지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듣고자 한다면 들을 수도 있겠지만.
/얍! 사실 나도 요즘 입시는 잘 몰라...ㅋㅋㅋㅋㅋ 하지만 수능은 아직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매일 밤까지 남아서 공부할테니까라는 말에 혜성은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들으니 정말로 그런 현실이 코앞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 탓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산책을 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면서 그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물론 그조차도 쉽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하면 그런 산책조차도 힘들 정도로 공부에 집중해야만 할테니까. 이어 그는 입 안에 있는 음식물을 온전히 꿀꺽 삼켰다. 확실히 맛이 좋다고 생각하나 역시 아람이 먹여줄 때보다는 맛이 조금 덜했다. 저 젓가락에 자신도 모르는 조미료라도 뿌려진 것이 아닐까 싶어 혜성의 눈이 살며시 그녀가 쥐고 있는 젓가락으로 향했다.
"...뭐,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내가 너보다는 성적이 낮으니 말이지."
물론 자신이 공부를 아예 못하거나 성적이 완전 밑바닥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나 아람보다는 성적이 낮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면 자연히 같은 대학에 가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람이 눈을 낮춰서 대학을 가는 것은 또 원치 않았다. 뭔가 자신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을 못 가는 것이 되는 거니까. 역시 자신이 노력할 수밖에 없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작게 혀를 차면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음료수를 마시면서 대학 간의 거리가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말에 이어 대답했다.
"내가 노력해서 성적을 올려볼게. ...뭐, 여친과 캠퍼스 연애... 같은 거 한 번은 해보고 싶긴 하니까. 내 여친은 그때도 너일테니까 내가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테고."
하지만 지금 당장 공부에 매진하고 싶진 않았기에 일단 내년부터 열심히 시작해볼까.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 괜히 작게 혀를 차면서 혜성은 음료수를 다시 마시면서 온전히 컵을 비웠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은 후에 그녀의 입으로 가져갔다. 어서 먹으라는 듯이.
"그러니까... 그러니까... 시험 때 공부 같이 해서 그... 조금이라도 성적 올리는 거 도와주면 고마울 것 같네. ...그러니까 실제로 너랑 공부해서 성적 오르긴 했으니까. 동일하진 않아도 같은 곳에 다닐 정도의 성적만 맞추면 되는 거잖아. ...내가 그렇게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아니긴 하니까. ...이렇게 된 이상 내년에 같은 반 되었으면 좋겠네. ...그러면 교실에서도 계속 같이 공부할 수 있으니까."
물론 다른 사적인 이유도 있긴 했으나 그것은 굳이 입에 담지 않으면서 혜성은 살며시 얼굴을 붉혔다.
/ㅋㅋㅋㅋㅋ 비슷할거야! 아마도!! 내 사촌동생도 수능 시험 다 치고 대학 갔는걸! 아무튼 상황극이니까 조금 틀려도 괜찮지!
혜성의 눈길이 제 젓가락으로 향하자 아람은 유부초밥을 또 집어서 혜성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유부초밥을 집어서 입안에 넣었고 말이었다. 왠지 이러한 사소한 행동이 또 간질간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정말 커플 같은 행동이라서 그런가 좋기도 했다.
혜성이 성적이 자신보다 낮은 것에 대해 음, 하며 무어라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내 혜성이 자신의 성적을 올려보이겠다고 했을 때 아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력하면 어떠한 성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응. 그러면 정말 좋겠다. 캠퍼스 커플 같은 것 말이야.”
상상만 해도 즐겁다는 듯이 이야기했지만, 혜성이 그것으로 인해 너무 스트레스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뒤따라 온다.
“응. 나도 원래 시험공부 같이 할 생각이었어. 전에도 그랬었으니까. 아, 내년에 같은 반 되면 진짜 좋을텐데. 서로 만날 시간도 적을테니까 학교에서라도 자주 얼굴 보고 싶다.”
솔직한 이야기를 말하면서 음료수를 마셨다. 오늘부터 밤마다 혜성과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야 할까?
젓가락을 바라봤을 뿐인데 갑자기 유부초밥을 집어서 입에 넣어주는 것에 혜성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바로 냠하고 받아먹었다. 아람이 주는 것인데 받아먹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먹여준다는데 거부하고 싶진 않았다. 조금 부끄러운 것도 있고 간질간질한 것도 있었으나 조금은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기에 혜성은 애써 태연한척을 했으나 얼굴은 살짝 붉게 물들어있었다.
"뭐, 솔직히 지금과 큰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니까."
하지만 역시 조금은 다를까. 분위기라던가, 혹은 다른 것들이라던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미소를 지었다. 사복을 입고서 캠퍼스 거리를 돌아다니면 필시 분위기가 다르겠지. 벚꽃 피는 거리를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 풍경을 생각하니 순간적으로 그의 표정이 크게 풀렸고 미소가 크게 올라왔다. 그러다가 순간 움찔하며 혜성은 다시 강하게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평소의 표정을 유지하다가 빵모자로 자신의 얼굴을 살짝 가렸다. 그렇게 잠시동안 있다가 그는 다시 모자를 올리고 머리에 꾹 눌러 썼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감이 있어. 내년에 같은 반 될 거라는 거. 그러니까 난 그 감을 믿어볼래. ...솔직히 이런 거 잘 안 믿지만 그런 것을 믿지 않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
설사 다른 반이 되어도 자주 만나러 가면 될지도 모르지만 다른 반 아이가 왔다갔다하는 것을 시끄럽다고 생각하고 싫어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터였다. 그렇다면 역시 같은 반이 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다시 한 번 다짐하며 그는 자신의 운에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애초에 너랑 사귀는 시점에서 난 운이 좋은 것일테니까... 그 운이 또 닿을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피식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것이 살짝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어 혜성은 핸드폰을 꺼낸 후에 아람에게 살며시 향했다.
"...뭐, 그렇긴 한데. 확실히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사귀는 것 자체는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아서. 물론 좀 더 자유롭게 이것저것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꼭 캠퍼스 커플이 되어야겠네. 좋아. 힘내볼게. 나."
아자! 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혜성은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려고 했다. 확실히 아람의 말을 들으면 분명히 엄청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기회를 놓치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일이었다. 그것을 즐기겠다고 다른 이와 사귀는 것도 싫고 아람과 함께 즐기고 싶었기에. 내년부터 하려던 것을 조금 더 앞당겨야겠다고 생각하며, 정확히는 이번 기말고사때부터는 확실하게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굳은 눈빛을 보였다.
"나와 사귀어서 운이? 글쎄.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이런 것은 당사자가 잘 아는 거니까."
자신과 사귀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는 그 말이 괜히 기분이 좋아 혜성은 웃음소리를 작게 냈다. 뭔가 자신을 정말 소중하게 여겨주는 것 같아서. 그리고 동시에 귀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이런 여자친구가 또 어디에 있는지. 한편 자신의 핸드폰을 뻗어서 들려고 하면서 같이 찍자는 그 말에 혜성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 맨날 너만 찍히는 것은 네가 찍어달라고 하니까 그런 거잖아. ...나도 같이 찍자고 한다면... 못 찍을 것도 없지."
약간의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 혜성은 아람의 곁으로 다가갔고 그대로 그녀의 옆자리에 붙었다. 이어 핸드폰을 셀카모드로 바꾸고 다시 자신이 들려고 하면서 자신과 아람의 모습을 확실하게 화면에 담았다. 셀카인만큼 아무래도 주변 풍경이 잘 비치지는 않았으나 자신과 아람의 모습은 확실하게 담겨져있었기에 일단 그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며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준비됐지?"
이어 혜성은 자유로운 팔을 아람의 허리에 감았다. 최대한 찰싹 달라붙으려고 하는 나름의 자세였다. 이어 혜성은 셋을 센 후, 찰칵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응. 같은 학교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대학생다운 연애는 할 수 있을테니까. 그래도 같이 노력해보자."
히히 웃음을 웃는 것이 아무래도 캠퍼스 커플을 상상했던 모양이다.
혜성은 제 말에 조금 의아한 모습이었으나 아람은 혜성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항상 혜성이 소중했다.
혜성이 옆자리에 붙어 앉으며 셀카를 찍으려는 것에 아람은 쉬이 휴대폰을 내주고는 혜성의 옆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며 준비되었다며 대답한다. 허리에 감싸여오는 익숙한 느낌에 장난기가 올라온 아람은 하나 둘 셋 세며 사진이 찍히는 순간 혜성에 볼에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을 것이었다.
핸드폰을 잡고 셔터를 누르기 위해서 혜성은 다시 한 번 각도를 잡았다. 이런 셀카도 당연히 나름 잘 찍는 기술이 있었고 최대한 자신과 아람의 모습을 멋지고 예쁘게 잡으려고 하다보니 자연히 각도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내 하나, 둘, 셋을 외치면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 갑자기 제 뺨에서 쪽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부드러운 느낌이 맞닿았다. 그에 깜짝 놀라 혜성은 순간 몸을 움찔했고 빠르게 아람이 있는 방향을 멍하니 바라봤다. 뒤이어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바라보니 그녀가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었기에 혜성은 어버버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 너, 너, 너, 너..."
뭐라고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을 약하게 떠는 듯 했으나 그렇다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고 성을 내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놀랐는지 입만 뻐끔뻐끔거리는 것이 그야말로 붕어와 다를 것이 없었다. 혜성은 조르르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간 후에 음료수를 종이컵에 담았고 꿀꺽꿀꺽 마셨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웃기게 보일지. 하지만 싫은 것은 아니어서 입만 삐죽이던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아람에게 다시 다가왔고 아람의 두 어깨에 손을 올렸다.
"보, 복수야. 이건."
이어 혜성은 아람의 입술에 제 입술을 약하게 맞춘 후에 떨어뜨렸다. 쪽. 하는 소리를 일부러 내면서. 사람들이 보지 않았기에 할 수 있었던 아주 소심한 반격이었다. 물론 아람에게 그게 얼마나 통할진 모르겠지만 불시에 뽀뽀를 당한 것이 조금은 분했는지. 아니면 놀란 모습을 보인 것이 분했는지. 그렇게 소심한 반격을 가하고 나서야 혜성은 고개를 홱 돌리고 남아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서 반대편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빠, 빨리 와서 마저 먹어. 다 먹고 산책이나 하자. 돗자리는 일단 이대로 깔아놓고 말이야."
단풍과 은행은 붉고 노란 빛으로 주변을 물들이며 혜성과 아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끄러워하는, 그러면서도 싫지 않아서 계속 같이 있는 두 사람의 사이를 스쳐지나가며.
/저것으로 막레를 하기는 조금 애매한 느낌이 들어서 일단 막레 비슷하게 써왔다!! 오늘도 퇴근! 앞으로 하루만 더 일하면 주말!!
막레 잘 받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매번 스킨십 돌려주려고하는 거 넘 귀여워 먼가 승부욕 강한 햄스터같은 느낌~ 아람이는 혜성이가 입술에 뽀뽀해서 깜짝 놀랐다가 이내 발그레 웃어버렸을 것 같지만. 흑흑 둘이 넘 귀엽고 장면도 넘 예쁘고..... 두 사람 모두 너무 귀염뽀짝하고 달달하다........ 넘 달아요. 맛있어요......
마찬가지로 이번 일상도 수고했어! 아람주! 나 역시 재밌었어! ㅋㅋㅋㅋㅋㅋ 혜성이는 은근히 자기가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주려고 하는 성향이 있으니 말이지. 특히 스킨십이나 그런 것은 더더욱 말이야. 나만 당황할 순 없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아람이가 발그레 웃으면 혜성이는 괜히 시선을 돌리다가 결국 미소를 지으면서 마저 도시락 까먹고 그러다가 아람이에게 다시 무릎베개 해주지 않았을까 싶네! 앗. 맞아. 너무 예쁜 장면이었어! 달달해. 피곤함이 확 풀린다! 와아아!
ㅋㅋㅋㅋㅋ 아람이도 언젠간 당황시키고 말테다! 일단 확실한 것은 혜성이는 기습적으로 하는 것에는 상당히 약해. 그리고 자신만 당한다는 분함에도 약하지. 아무튼 아람이도 혜성이에게 무릎베개 해준다고 한다면 무겁지 않겠냐고 하면서 일단 해준다니까 한다고 하면서 아마 정말로 조심스럽게 무릎에 머리를 내릴 것 같아. 그런데 혹시나 무거울까 싶어서 무게를 다 올리진 못하고 약간 어쩡쩡하게 베는 느낌? ㅋㅋㅋㅋ 물론 아람이가 편하게 하라고 하면 그때는 머리를 완전히 내리고 조금 더 편하게 있겠지만 말이야. 아마 굉장히 부드럽다고 생각하면서 기분 좋게 미소를 지을 것 같아.
아앗. 하지만 이렇게 썰로 풀어줬으면 된거지! 원래 일상에서는 다 하고 싶어도 미처 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도 있는 법인걸. 그런데 아람이가 말한 의미를 내가 파악을 못한 것 같은데..큭. 선생님. 해설집 없나요?! 뭔가 간접적으로 돌려서 표현한 것 같은데!! (아님)
아무튼 달달해! 보기 좋아! 꽁냥꽁냥이야! 물론 오래 가야지! ㅋㅋㅋㅋㅋ 이대로 2년 간다! 우리 일댈!
으앗. 이마 꾹 누르는 거 귀여워! 뭔가 살짝 뭐야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와는 별개로 혜성이는 아람이의 뽀뽀를 정말로 좋아하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어! ㅋㅋㅋㅋ 아무튼 편하게 누우라고 그렇게 꾹 누르면 혜성이는 결국 편하게 베고 누울 것 같아. ㅋㅋㅋㅋㅋ 아람이는 가만히 보면 혜성이에게 하는 스킨십은 적극적이기도 하고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아.
앗. 그런 의미였구나! 색을 의미하는 것인가 싶긴 했는데 다른 의미가 아닐까 싶었거든. 그래서 나름대로 암호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고 막 해석하고 있었다!! 머릿말만 따서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하고...ㅋㅋㅋㅋ (옆눈)
일단 최대한 갈 수 있을 때까진 가봐야지! 아무튼 가을 시즌은 이걸로 이제 끝이네! 남은 것은 겨울 시즌이고.. 학생편도 그 이후에 조금 더 하다가 끝나게 되려나.
ㅋㅋㅋㅋㅋㅋ 뭐야~ 제대로 누워, 라는 눈빛이지 않을까? 아람이 원래부터 동성 친구들끼리도 스킨십 많은 편이었으니까. 남자친구니까 더더더더 더 좋아하는 거 아닐까 싶구~ 원채 외로움도 많이 타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것 같아.
앗ㅋㅋㅋㅋㅋㅋ 별것 아닌 걸로 혜성주를 고민하게 만든 아람주 구속(네?) 그러게 가을 시즌은 끝! 이제 겨울이닷!!! 아마 고3 배경은 하고싶은 거 몇개만 하고 끝나지 않을까 싶고~ 그럼 학생편도 거의 끝나가는 거네...??? 와 우리 엄청 많이 일상 돌리고 있는 것 같은데...!
다음 일상은 오랜만에 에유도 괜찮을 것 같고 아니면 겨울맞이 혜성이네 부모님 만나기 일상도 괜찮을 것 같지~
ㅋㅋㅋㅋㅋ 그 눈빛 막 절로 상상이 가는걸?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제대로 안 누우면 토라질 것 같은 그런 빤히 바라보는 눈빛. 혜성이가 순간 움찔하겠는걸? 아무튼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은 일상에서 한번씩 보이긴 했으니까. 혜성이가 스킨십 잘 받아주면서 외롭지 않게 해야겠어!
으앗...ㅋㅋㅋㅋㅋ 아니. 왜 구속되는거야!! 안돼!! (풀어주기) 사실 일상 많이 돌리긴 했지!! 하지만 아직 돌리지 않은 것이 더 많은걸! AU도 그렇고 겨울 일상이나 그 이후의 성인편도 그렇고... 천천히 하나하나 하다보니까 어느새 뭔가 많이 돌아간 것이 엄청 신기하고 그렇지 않아? 앗. 맞아!! 가을 체육대회 있었지! 왜 이걸 까먹고 있었지! (흐릿) 좋아. 그럼 다음에는 AU나 가을 체육대회로 가자! 체육대회내에서도 뭔가 이것저것 일상이 여러개 나올 것 같긴 하니 천천히 돌려보면 좋을 것 같아! 일단 지금 바로 돌리진 말고 썰풀이나 그런 것을 하다가 천천히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일상 몇개 했나 봤더니 36개나 했어ㅋㅋㅋㅋㅋㅋ 와아 대단해...! 이제 37번째라구~ 너무 신기하고 대단해! 너무 좋다~ 좋아 그럼 가을 체육대회! 하고 겨울 넘어가기 전에 에유 한번 돌리고 그럴까? 썰풀이 좋지 좋지~ 내 생각에는 아람이는 이래저래 출전 많이 할 것 같애 ㅋㅋㅋ 역시 인싸라서 막 이리저리 친구들하고 몰려다니거나 선생님들한테 불려다니거나 할 것 같고. 혜성이는 사진 찍느라 바쁘려나? 체육대회 반티나 응원 같은 것도 궁금하다~ 뭔가 재미있는거 해도 좋을 것 같고 귀여운 거 해도 좋을것 같지~
37번째라.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50번째 일상이 되어있겠는데? ㅋㅋㅋㅋ 진짜 많이 돌리긴 많이 돌렸구나! 나도 좋아! 아무튼 그러면 가을 체육대회로 일상 몇 개 돌리고 AU로 한번 가도 좋을 것 같아! 사실 체육 대회도 뭔가 상황적으로 이것저것 나올 수 있으니 하나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거든. 혜성이는 아무래도 사진을 찍는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것 같아. 달리기 계주 정도는 출전할 것 같지만 그 이외에는 학생회의 의뢰를 받고 여기저기 찍으러 다니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아람이 사진도 아마 많이 찍을 것 같은걸! 정신차려보니 아람이 사진이 엄청 들어있어서 그건 따로 데이터로 빼내는 혜성이의 모습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반티는... 내가 체육대회할때는 그런 거 따로 안 맞춰서 잘 모르겠네. ㅋㅋㅋㅋㅋ 다른데는 맞췄다고 하는데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선 그런 거 안 맞췄거든. 응원은 이제 반에서 분위기메이커인 이들이 막 노래 부르고 그랬었는데. 아마 혜성이의 반은 막 유명한 응원가의 가사만 살짝 바꿔서 부르지 않을까 싶어. 힘차게 말이야. 물론 혜성이는 그 자리에는 없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다가 또 아람이의 반에 슬쩍 가서 아람이 사진 찍고 갈지도 모르지만.
사실 전에도 이 사실은 썰로 푼 적이 있었지! ㅋㅋㅋㅋㅋㅋ 혜성이는 학생회 의뢰로 사진 찍으러 많이 다니니까 아무래도 이런 학교 행사에선 의뢰를 안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응! 나는 학교 다닐 때 따로 맞추거나 하진 않았어. 머리띠도 반티에 들어가는구나. 그럼 혜성이의 반은 학년과 반이 적혀있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는 것으로 해야겠다!
음. 글쎄. 막상 생각해보니까 딱 떠오르는 것이 없네. 아무래도 다른 반이니 말이야. 일단 당장 떠오르는 것은 체육회에서 출법한 포크댄스라던가... 혹은 혜성이가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다가 만나는 것이라던가, 혹은 같이 밥 먹는 것이라던가 혹은 한 사람이 출전하는 거 보고 이후에 돌아오는 거 맞이하는 장면이라던가. 혹은 물건 찾기 레이스 같은 거 해서 펼쳐봤는데 좋아하는 사람. 이런 거 나와서 막 찾으러 간다거나! 그런 것 정도밖에는 안 떠오르는걸.
맞아맞아 ㅋㅋㅋㅋㅋ 전에 비슷한 썰 풀었던 것 생각난다! 학년과 반이 적힌 머리띠도 귀엽겠다!!!! 혜성이 남들도 다 하고 있으니까 마지못해 하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는데 적폐이려나~ 아람이네는 야구 유니폼 같은 느낌의 얇은 세로줄의 스트라이프 티를 입을 것 같애. 검은색과 흰색이 잘 어울리는 느낌에. 보통은 티만 입는데 아람이는 더 신경써서 세트인 바지에 진짜 야구 선수처럼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에 검정 야구캡까지 써서 더 신경써서 꾸밀 것 같구!
이미 많이 떠올리셨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포크댄스! 어떤 느낌이려나? 잘 상상이 안 가서 더 궁금한 기분이야! 점심 같이 먹는 것도 넘 귀여울 것 같지. 다른 학생들이 다 나가있느라 텅빈 교실에서 물건 가지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도 좋을 것 같아. 왠지 체육대회 때의 교실 풍경은 평소의 풍경과 색다른 느낌이 있어서 좋아했었거든. 출전했다가 돌아오는 거 막 맞이해주는 것도 넘 예쁠 것 같지 응응. 막 땀 닦아주고 물도 주고 하다가 같은 반 애들한테 눈총받는다거나 ㅋㅋㅋ 물건찾기 레이스에 좋아하는 사람 이거 넘 클리셰적이라 재미있을 것 같잖아 ㅋㅋㅋㅋ!!!!!! ㄱ넘 귀여워 흑그극규규ㅠㅠㅠㅠㅠㅠ
혜성이는 아마 별 생각이 없긴 하지만 반에서 한다고 하니까 일단은 끼고 있을 거야. 분명히. 그래서 사진 찍으러 돌아다닐때도 머리띠는 하고 있을테고! 아무튼 아람이네 반은 그렇게 반티를 정했구나. 와. 뭔가 정말로 제대로 운동하는구나..라는 느낌이 제대로 살 것 같아! 그 와중에 아람이는 진짜 야구 선수처럼 더 세트를 차려입는다고?! 바지에 양말에 야구캡까지?! 혜성이의 셔터 소리가 들리나요? 선생님? 와. 진짜 너무 잘 어울리고 예쁠 것 같아. 정말로...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쓰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아무튼 포크댄스.. 그냥 자유롭게 음악 틀어주고 페어로 자유롭게 맞춰서 춤추는 느낌이면 어떨까 싶어. 이런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만들면 되는거니까! 아무튼 그 상황도 괜찮을 것 같아. 우연히 마주쳐서 괜히 더 반가운 느낌으로 바라보면서 대화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같이 돌아갈수도 있을 것 같고. 막 아람이가 되었건 혜성이가 되었건 출전했다가 돌아왔는데 막 다른 한 쪽이 아람주가 말한대로 땀 닦아주고 물도 주고 하면 확실히 반 애들에게 눈총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림은 되게 좋을 것 같은걸! ㅋㅋㅋㅋㅋ 특히나 아람이는 인기가 많으니까 학교 내에 저 둘이 커플이라고 완전히 소문이 퍼질지도 모르겠는걸? 뭔가 닦아주고 물 주는 것은 혜성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툴툴거리면서도 수고했다고 살며시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물도 주고 말이야. ㅋㅋㅋㅋ 맞아. 이거 클리셰지! 그리고 꼭 나오더라. 실제로도. 막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찾다가 발견하고 바로 손잡고 트랙으로 데리고 와서 열심히 달려서 1등을 하는 것이 또 클리셰라면 클리셰 아니겠어? ㅋㅋㅋㅋㅋㅋ
일반적으로 티셔츠 한장이지만 아람이나 활발한 친구들은 본격적으로 할 것 같지? 야구 응원 풍선이나 방망이 같은 소품도 준비할 것 같구 ㅋㅋㅋ 이런 이벤트 놓칠 수 없으니까! 좋아하기도 하고~ 혜성이 셔터소리 ㅋㅋㅋㅋㅋㅋ 혜성이가 사진 찍으니까 더 열심히 준비한 것일수도 있고~
점심시간 끝날 때 쯤에 이벤트 성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막 가장 잘 춘 학생들에게는 상품이 있다거나. 그래서 다들 참여하고 하니까 아람이가 혜성이한테 같이 하자고 끌고가는 상상이 드는데? 이미 두 사람은 사귄다고 학교에 소문 쫙 났을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에도 그렇고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고. 아람이 엄청 출전한다고 뛰어다니니까 혜성이가 이래저래 챙겨줄 일도 많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ㅋㅋㅋ 넘 귀여워..... 장애물 달리기도 너무 귀여울 것 같아 ㅋㅋㅋ큐ㅠㅠㅠㅠ!!!!! 진짜 가을가을한 이벤트다 운동회 최고..........
혜성이가 사진 찍을 것을 알고서 아람이가 더 열심히 준비한다고? 그것을 알면 혜성이가 살짝 감동할 것 같은데? 그럼 특별히 아람이 사진을 더 잘 찍어서 학생회에게는 제출하지 않고 아람이에게만 공유하는 혜성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 야구 응원 풍선이나 방망이라니. 정말 제대로 본격적이잖아! 크으. 혜성이가 아니라 나도 보고 싶다! 야구복 제대로 입은 아람이 모습!
아마 아람이가 혜성이에게 권하면 혜성이도 툴툴거리긴 하지만 참석할 것 같아. 아마 사진을 쭉 찍었으니 조금 쉬는 시간이 필요하니 머리 식힐겸 못 출 것도 없지. 이런 명분을 만들지 않을까 싶은걸! 그런데 진짜 둘이서 포크댄스 추면 엄청 예쁘게 잘 출 것 같아. 조금 어설플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손발 척척 맞는 느낌으로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학교에 소문이 쫙 퍼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퍼져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 아람이 좋아하는 애들도 상당히 많았을테니 말이야. 거기다가 영화 출연을 해서 얼굴도 알렸고! 내 생각도 그래. 아람이가 여기저기 출전하고 그러면 혜성이가 그때마다 시간 내서 맞이해주면서 물도 주고 땀도 닦아주고 사탕도 주고 그러지 않을까 싶어. 땀 많이 흘렸을테니까 당 보충하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맞아. 장애물 달리기! 그것도 묘미 중 하나지. 혜성이가 장애물 달리기는 되게 잘하는 편이야. 껑충껑충 잘 뛰기도 하고!
진짜 둘이 포크댄스 추면 귀여울 것 같지 ㅋㅋㅋ큐ㅠㅠㅠ 그럼 점심 같이 먹고 포크댄스 한다는 말에 같이 가서 추는 걸루 하면 일상 하나 뚝딱 나오겠는데?
아람이 챙기는 혜성이 넘 귀엽구 ㅋㅋㅋ큐ㅠㅠㅠ 둘이 수돗가에서 물장난도 치는 거 보고싶다 흑흐그극 혜성이 장애물 달리기도 잘하고 멋찌자나~ 두번째 일상은 한 건 해결하고 돌아온 아람이 혜성이가 맞이했다가 장애물+물건찾기 달리기 나간 아람이가 혜성이 데리고 뛰는 상황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싶구 ㅋㅅㅋ
후후. 이렇게 일상거리 또 하나 나왔다!! 사실 체육대회라는 큰 틀 안에서 이런저런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돌리다보면 아무리 못해도 세 개는 나오지 않을까 싶은걸. 와. 안 그래도 쌓여있는 거 많은데 또 쌓인다! 와아!! (대충 쌓여있는 일상거리&썰거리&AU를 바라보기)
ㅋㅋㅋㅋㅋㅋ 수돗가에서 물장난. 진짜 너무 추억돋는 느낌이야. 물론 그러다가 선생님에게 혼날수도 있지만 말이야. 좋아좋아. 그럼 그렇게 해보자! 과연 아람이가 어떻게 혜성이를 찾아내고 잡아오는지(?)가 궁금하고 기대되는걸? 그렇게 손 잡아서 데리고 오면 이제 학교 공인이지 뭐. 학교 공인! 내가 학교 다닐땐 그렇게 데리고 오면 막 오오오~ 하면서 아주 난리가 났었는데. ㅋㅋㅋㅋㅋ 이쪽도 그럴려나? 뭔가 그런 분위기가 되어서 혜성이가 당황하다가 아람이 와락 안는 모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
사실 모아놓다보면 잊어버리지만 그러다가 또 지금처럼 떠오르면 하면 되는거고 새로운 것이 나오면 또 하면 되는 거니 말이야! 그러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다!
아앗..아람이. 혜성이에게 바로 오는 거야? 자랑하려고? 그렇다면 혜성이는 벙찐 표정만 가득할 것 같은걸! 아무튼 저기에 플러스로 다 끝난 후에 뒷풀이 같은 것도 괜찮을지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을에 할 것이 넘쳐나는구나! 좋아. 좋아. 하나하나 천천히 다 하다보면 언젠간 다 마무리가 되겠지! 그럴거야!
하지만 아람이가 옆에 있고 뭔가 분위기가 그렇게 되면 혜성이로서는 안 안을 수가 없는걸. 혜성이는 아람주 생각보다 훨씬 더 아람이를 좋아하고 있다구! 일단 나는 지금부터 돌려도 상관없어! 아람주가 편할 때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아!
운동회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꾸며 입었으면 당연히 남친에게 가서 보여주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겠어? ㅋㅋㅋㅋ 운동회 끝난 뒤에 같이 하교하는 그런 걸까? 아람이 하교할 때는 운동희 동안 하도 뛰어다녀서 처음과는 다른 잔뜩 흐트러진 모습일지도 모르겠어~ 늘 그랬듯 천천히 일상을 돌리다보면 또 끝나 있겠지!
ㅋㅋㅋㅋㅋㅋ 귀여운 혜성이~ 아람이도 혜성이를 훨씬 많이 좋아하고 있어~! 그럼 선레는 다이스로 정할까? 당장은 못써와도 일상 정해놓고 느긋하게 돌리는 게 맘이 편하더라고~
보통 운동회가 끝나면 반 아이들끼리 뒷풀이하거나 놀러가거나 그러긴 하던데 아람이가 나온다고 한다면 혜성이는 당연히 응해주지! 물론 학생회에 가서 사진을 제출한다고 조금 시간이 걸릴테니 기다려달라고 하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흐트러진 모습이라고 해도 괜찮을거야. 아람이는 그래도 예쁘고 귀엽고 아무튼 완벽할테니까! (엄지척)
혜성은 학교 행사가 있거나 하면 학생회에게 이렇게 불려가서 사진 요청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만큼 그가 사진으로 어느 정도 학교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였으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학생회 멤버는 혜성이 등교하자마자 바로 체육대회 사진을 찍을 것을 요청했다. 언제나 하던 일이었으니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학생회장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적당히 돌아다니면서 활약하는 모습이라거나 이것저것 찍으면 되겠지. 이런 요청이 있을 것을 예상했기에 혜성은 사진을 찍을 때 가지고 다니는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서 등교한 참이었다. 일단 가방 속에 있으니까 꺼낸 후에 상태를 확인하고 어떻게 뭘 찍을지를 조금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우선 학생회실 밖으로 나섰다.
'그래도 기왕이면 아람이 사진도 많이 찍고 싶은데.'
물론 그 사진까지 제출할 생각은 없었다. 아람의 사진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독점하고 싶었고 아람에게만 공유할 생각이었다.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제 여자친구이지 않은가. 물론 한두장 정도는 제출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제출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일단 계단을 천천히 내려와 자신의 반으로 향했다.
체육대회 날이라서 그런 것일까. 학교 분위기가 묘하게 분주했다. 반티를 입거나 벌써부터 몸을 풀려는듯 준비운동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그 분위기를 가만히 바라보며 혜성은 말없이 미소를 작게 짓다가 입꼬리를 살며시 내리며 자신의 반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었기에 반의 아이들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조금 시끄러운 분위기는 잇긴 했지만.
아람이는 혜성이가 기다려 달라고 하면 분명 기다려 줄 것이기 때문에!!!! 큽....... 두 사람 정말 예쁘게 사귀는 것 같아서 넘 눈물나 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은 정말 천생연분임. 그런 거임.
선레 고마워!!!!! 일단 오늘 적고 싶기는 한데 내가 지금 조금 음주 상태라서 내일 쯤 적을 지도 모르겠고 조금 천천히 써올 수도 있고 그렇다!@ 서른 일곱번째라니 정말 넘 감동적이고....... 혜성이 속마음도 넘 귀엽잖아........!!!!!!! 아람이 사진 독점하는 혜성이 ㄱㅇㅇ
안녕!! 아람주!! ㅋㅋㅋㅋㅋ 맞아. 둘 천생연분 맞다! 혜성이는 전생에 나라를 구하던가 했을거야! 그러니까 아람이와 이렇게 예쁘게 연애하면서 잘 사귀지!!
앗. 괜찮아! 조금 천천히 써도! 애초에 음주 상태인데 일상을 잇는 것은 힘든 법이지! 참취는 원래 쉬어야 하는 법이야! 그리고 당연히 아람이 사진은 전부 혜성이가 독점해야지! ㅋㅋㅋㅋㅋ 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제출 몇장은 해야할테니까. 아람이 정도의 인기라면 학생회에서도 사진 몇 장 정도는 양해를 구해서 찍어서 가지고 와라..라고 했을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아람이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것일까! 이렇게 참한 남자친구 어디 없다!!! 둘이 넘 귀여워. 사랑스러워 ㅋㅋ큐ㅠㅠㅠ
아니야 참취까지는 아니라고! 그저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피곤할 뿐이야 후후..... ㅋㅋㅋㅋㅋ 학생회에서도 이상하게 아람이 사진이 없다는 것을 의심스러워 할지도 모르지! 둘이 사귀는 거 다 아는데 아람이 사진만 없다? 이건 분명 최혜성이 제출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할 것!
그렇다면 둘이 다 같이 나라를 구했다고 치자! 전생에서도 연인이라서 같이 나라를 구해서 그것에 감동한 하늘이 다시 환생시켜서 다시 이렇게 만나게 해줬다고 설명하면 된다!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다행이기도 하고! 참취일 때 상판을 하면 꼭 이런저런 실수가 나오니까. 나도 그럴 때 많았고..(옆눈) ㅋㅋㅋㅋㅋㅋㅋㅋ 학생회..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생각하고 혹시나 말을 꺼낸다면 혜성이는 역으로 빤히 바라보면서 뭐요. 뭐. 내가 찍은 사진인데 그 중에서 뭘 제출하는지는 제 맘이거든요? 라는 식으로 따지면서 카메라를 절대적으로 사수하려고 할 것 같아. 막 털 바짝 세운 고양이처럼 말이야.
헉.......... 성별반전에 신분차이 에유라니 넘 맛있겠는데요......... 동양풍이려나. 혜성 아가씨와 호위무사 아람이....... 아니면 아람 장군과 뒤에서 몰래 그를 돕는 평민 혜성이라거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인생이란 흑역사의 연속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주 한주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나는 갑자기 왜이렇게 시간이 안 나지........??????? 일이 많아졌어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느긋느긋하게 이어올게~!~!~!
갱신이다! 아람주는 안녕!! 음. 글쎄. 개인적으로는 동양풍이 좋다고 생각해! 혜성 아가씨와 호위무사 아람이. 그리고 아람 장군과 평민 혜성이... 와. 어느 쪽도 되게 맛있는 조합이긴 하다. 하지만 세자 아람이와 세자비 혜성이가 있을 수도 있지! (어?) 사실 조합이야 이것저것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반대로 성별이 안 바뀐채로 세자 혜성이와 세자비 아람이도 있을 수 있고! 물론 최씨 왕조와 문씨 왕조는 없긴 하지만 어차피 이건 창작물이니까!
일이 많아졌구나. 원래 일이라는 것이 다 그렇고 그렇지. 아무튼 답레는 천천히 이어도 돼! 그리고 내가 주말 동안에는 시골에 좀 내려가야 할 일이 있어서 접속이 힘들 것 같아. 그러니까 주말은 그냥 아람주도 답레 생각 말고 푹 쉬기!!
아람은 꽤나 들떴다. 이유는 역시 대문자 E인 성격 탓이기도 했고 이러한 이벤트를 좋아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다 같이 반티를 맞춰 입기도 하고 경쟁을 하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 즐겁지 않은가! 내년이면 제대로 즐기지 못할 테고 1학년 때는 1학년이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으니 이번이 기회였다.
반티는 야구선수들이 입을 법한 얇은 세로 줄무니가 들어간 티였는데 등에는 학년반으로 등번호도 적혀져 있었다. 아람은 반의 몇몇 친구들과 돈을 더 보태서 위아래 세트로 구매했다. 진짜 야구선수처럼 티 안에 얇은 검은 티를 덧대어 입고 바지 위에도 무릎까지 오는 검은 양말을 덧신었다. 모자도 검은 캡모자를 쓰고 머리는 하나로 묶어 모자 밖으로 빼내었다.
아람은 혜성의 반을 기웃거리다가 이내 혜성이 반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그 등을 장난스럽게 팡, 쳤을 것이었다.
자신의 반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자신의 등을 팡 치는 감촉이 들어 혜성은 깜짝 놀라 뒤를 홱 돌아봤다. 그리고 낯익은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이 이내 그의 귀와 눈으로 들어왔다. 제 여자친구인 아람의 모습이었다. 야구선수가 입을법한 야구티에 검은색 캡모자, 그리고 묶어 내린 그녀의 머리카락. 바지차림까지도 마치 야구선수를 따라한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을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두 눈을 깜빡이며 바라봤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혜성은 일단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인사했다.
"마찬가지로 좋은 아침. 그건 그렇고 뭐야. 야구 경기라도 나가려는거야? 체육대회때 내가 알기로 야구는 없는데?"
물론 야구 경기에 나가려는 것이 아니라 아람의 반 티가 저 구성이라는 것 정도는 혜성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간의 장난기를 담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두 손으로 배트를 쥐고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뒤늦게 그녀의 눈밑에 붙은 별모양 스티커를 바라보며 혜성은 살며시 그 스티커가 있는 부분을 손으로 만져보려고 했다. 아람이 거부했다면 당연히 손을 내렸겠지만.
"나 참. 정말 제대로구나. ...하기사 오늘 같은 날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오늘도 예쁘네. ...잘 어울리고."
이제 이 정도 말은 어느 정도 가볍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태연한 척 이야기를 했다. 생각보다 예쁜 아람의 모습에 살짝 심장이 뛰긴 했지만 그거야 매번 있는 일이었기에 이제 그런 것을 따져봐야 상당히 새삼스러웠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돼? 아. ..그러니까..음. 나. 오늘은 학생회에서 부탁을 해서 사진 찍으러 돌아다닐 거라서. 여기저기. 그냥 그 뿐이야. 딱히... 그... 다른 생각은 없으니까 이상한 생각은 말고."
/그리고 지금 돌아왔다!! 생각보다는 빨리 돌아왔어! 물론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쉬면 괜찮을거야! 아무튼 갱신이야!
혜성이 배트를 휘두르자 아람은 날아오는 공을 잡는 시늉을 했다. 그리곤 아람이 등을 보여주며 학년반으로 등번호를 만든 것을 보여주었다. 아마 확실하게 반티 제작에 아람이 많이 발언하지 않았을까? 혜성이 눈가를 만지자 아람은 배시시 웃었다. "예쁘지!" 하는 장난스러운 말과 함께.
"히히. 칭찬 고마워! 오늘 같은 날이니까! 신나기도 하고, 더러워지기 전에 보여주려구 왔지. 나 오늘 종목 엄청 많이 나가니까. 진짜 야구선수처럼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야!"
야구선수들이 잔뜩 시합을 한 후에는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지 않겠는가. 혜성이 이전보다는 칭찬의 말을 잘 하는 것 같아 좋기도 하면서 뭔가 놀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지기도 했다.
"지금? 지금이든 언제든 당연히 되지. 이번 행사때도 고생하겠구나. 매번 열심히 하는 모습 멋있어."
뭔가 자신이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로 공동체에 기여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람은 혜성이 고생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모습이 멋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혜성이 지금이라도 한장 찍는다고 한다면 살짝 떨어져서 포즈를 취했을 것이었다.
자신의 반은 그래봐야 머리띠를 하는 정도일건데 이쪽 반은 정말 제대로구나. 아니면 아람이 좀 더 제대로 맞췄다던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이내 들려오는 예쁘지라는 장난스러운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뭐래. ...예쁘긴 하지만." 그 정도로 대답했다. 방금 전에 예쁘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역시 다시 한 번 하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특히나 아람이 장난스럽게 말을 한 것처럼.
아무튼 아람의 입에서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그렇게 차려입고 왔다는 그 말에 혜성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이런 날에는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다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혜성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활발하게 하는 것은 자유긴 한데 다치진 마. ...너 다치면 마음 아파할 애들이 한둘이 아닐걸? 네 인기를 생각해."
물론 그 중에는 당연히 혜성도 포함되어있었다. 어떻게 포함이 안 될 수 있을까. 아람이 다치는 것을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아플 것 같은데. 그리고 반대로 아람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자신도 이것저것 나갈 예정이었고 최대한 다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이내 멋있다는 그 말에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입꼬리를 살며시 움직이다가 입꼬리에 힘을 꽉 줘서 표정울 굳혔다.
"제,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내가 학교 행사 때 사진 찍는 거 본 적 없잖아 .너. 제대로 보고 판단해. 나 참. 아무튼... 일단 한 장 찍을게. 참고로 오늘 제일 먼저 찍는 사진이야. 이거."
이어 혜성은 아람이 포즈를 취하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두 손으로 제대로 쥐었다. 이어 초점을 맞추고, 각도를 맞춰서 아람의 모습을 제대로 담으려고 했다. 전신을 담기에는 조금 거리가 애매한 감이 있었기에 혜성은 이내 아람의 상반신 부분만 담으면서 정말로 선명하게, 그리고 아람의 표정과 포즈가 잘 나타나게 사진을 찰칵 찍었다. 이내 또 찰칵. 총 두 장을 찍은 후, 혜성은 카메라의 뒷면. 즉 사진이 저장되어있는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늘 생각하지만, 모델이 예쁘면 사진이 잘 나와. ...네 남친은 이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남자야."
응! 답레는 언제든지 가져와도 괜찮아!! 아무튼 오늘 비가 그렇게 왔으니까..한파가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나름대로 따뜻하게 지내고 있으니까 안심해도 괜찮아! 감기는...흑흑. 안 걸리겠지..안 걸릴 거라고 믿고 싶어! 아람주도 안 걸리도록 조심하기야!
"아니. 조금은 써. 그래도 너 걱정하는 사람들 마음인데. ...남자친구말고도 친구라던가, 다른 이들이라던가. 그리고 나는 몸조심 충분히 할 거야. 걱정 마."
이래보여도 운동신경은 제법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듯한 그 말이 괜히 기분이 좋은 탓이었다. 물론 자신은 특별한 위치에 있고 충분히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혹은 간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제 기분이 좋은 것을 어쩌겠는가. 아. 이래서 연애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좀처럼 미소를 사라지게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이어지는 좋은 평들. 학생회에서 자신에게 하는 평이라던가, 자신의 실력이 좋다고 치켜세워주는 행동에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이어 괜히 초조한듯,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듯, 입꼬리를 꿈틀거리면서 제 발로 괜히 죄없는 땅을 긁어대다가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가, 갑자기 왜 그렇게 비행기를 태우고 그래? 그, 그렇게 해도 특별히 더 나오는 거 없거든?! ...나, 나 참. ...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인정을 안 할 수는 없잖아. 너. 진짜 비겁해. 이럴 땐 진짜 비겁해."
제 볼을 꾹 누르는 감각을 느끼면서 혜성은 괜히 눈동자를 굴리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은 아람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상당히 부끄러운 탓이었다. 허나 겨우 정신을 차리면서 혜성은 다시 제대로 아람을 바라보면서 손을 뻗어 괜히 아람의 뺨을 몇 번 콕콕 찌르다가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 하지만... 결국 다른 반이니까 서로 경쟁해야하는 사이네. 봐주거나 하진 않을거야. 그건 알지?"
물론 자신과 아람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이 있기야 하겠냐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일이 있어도 자신은 봐주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괜히 싱긋 웃어보였다.
/...뭐? 아람주..감기야? (동공지진) 으아악! 어서 따뜻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알았지?! 아무튼 야간근무 한다고 정말로 수고했어. 새벽을 불태운다고 정말로 수고 많았어. 그럼 이제 쉬자..아람주...8ㅁ8
물론 자신이 나가는 것보다는 다른 아이들이 더 많이 나가겠지만, 자신은 사진 촬영을 해야 하니 사실상 거의 구경하거나 응원하는 일이 많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자신의 활약상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좋겠거니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살며시 머리를 굴렸다. 물론 아람이 나가는 경기는 결국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건 그때의 일이었기에 그는 굳이 더 깊게 생각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무렴 어떠랴. 어쨌건 체육대회는 즐기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응? 아. 응. 같이 점심 먹어야지. 응. 알았어. 점심시간 비워놓을게."
물론 반 친구들이 같이 먹자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나 그래도 여자친구가 우선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체육대회때 먹는 점심은 또 별미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아람에게 천천히 다가간 후에 그녀를 품에 살며시 안으려고 하면서, 만약 피하지 않았다면 그 상태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
"...뭐, 이, 이건...특별서비스. 그러니까 연인끼리 이런 거 많이 한다잖아. 그러니까... 내 기운 보내주는 서비스 같은 거. 그, 그런 거야."
물론 단순히 아람을 포옹하고 싶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순순히 그것을 인정하기는 싫었는지 혜성은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시선을 계속해서 회피했다. 아람이 마주치려고 한다면 계속 고개를 여기저기 돌리면서 피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각오하라는 말에 쿡쿡 웃음을 흘렸다가 이내 점심시간 비워놓는다는 말에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체육대회 때 같이 점심을 먹는 것도 즐거울테니까! 그러다 혜성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눈을 깜빡이는데 혜성이 자신을 끌어안는 게 아닌가. 자연스럽게 자신도 혜성을 끌어안았다.
귓가에 들리는 말에 아람은 작게 웃으면서도 혜성을 꼭 마주 안았다. 그리곤 혜성에게서 떨어지면서 말했다.
“적에게 기운까지 보내주다니 자신만만한데? 우리 반 1등하면 다 네 덕분이라고 소문낼 거야.”
라며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인다. 시선을 회피하는 혜성을 조금 놀리다가 이내 나중에 보자며 자리를 떴을 것이었다. 가볍게 인사하려고 온 것이기도 했고 체육대회를 준비하기도 해야 했으니까. 처음에는 잔뜩 꾸민 모습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었지만 혜성이 다른 학생들이 몇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아준 게 뭔가 기분이 좋고 들떴다고 해야 할까.
일단은 좋은 하루의 출발이었다.
/이걸로 막레 하면 될 것 같아! 가볍게 체육대회 첫 일상이었네!!! 응응 무리 안하게 노력할게요~~
요즘 체육대회에도 이것저것 하지 않을까? 달리기라던가 줄다리기라던가 피구라던가 그런 것들 정말로 다양하게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음. 차라리 물건찾기 레이스를 해서 좋아하는 사람 데리고 오기를 여기서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후에 모두의 주목 아래에서 점심을 같이 먹는다던가?
코로나..라고 해야할까. 그 이후에도 약한 감기에 걸려서 기침이 계속 나오던 시절이 있었어. 여러모로 힘들더라. 사실 코로나는 기침보다는 목이 찢어지는 고통이라서 그게 힘들었어. 물론 일주일동안 푹 쉬기야 했지만... 그래도 잠을 잘 수가 없..잠을 잘 수가..없..(눈물) 방에서 나갈 수가 없..(피눈물)
아람이가 아프다고 하면 혜성이가 당장에 가야지! 그렇다면 언젠가 그런 상황을 해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어. 아람이는 집에 혼자 있는 일이 많은 것 같으니까 혜성이가 찾아가서 간호해주면 좋을테니 말이야. 마침 집의 위치도 알겠다!
나보다는 지금의 아람주가 더 고생이 많은 것 같은걸...8ㅁ8 아무튼 아람주도 목 찢어지는 고통이 뭔지 아는구나. 진짜..진짜.. 차라리 목을 진짜로 찢어버리면 이 고통이 좀 덜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더라. 물론 그렇다고 진짜로 찢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와. 진짜 너무 힘들었어...
딱 좋은 도입부가 되겠는걸? 아람이의 목소리가 죽어가고 있으면 혜성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물어볼 것 같아. 무슨 일 있냐부터 시작해서 몸 안 좋냐고 물어보면서 말이야.
그럴 땐 물을 계속 마시는 거지..... 계속..... 계속.......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아니이.... 괜찮은데에...." 라고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은 목소리에 추궁당하면 이실직고하지 않을까 싶고. 전혀 못움직일 정도의 상태라서 혜성이가 집에 짜잔하고 약사와서 등장한다거나~ 혜성이 냉장고 문 열었는데 물이랑 음료 등 빼고는 텅 비어있어서 당황할 것 같다는 적폐가 떠올랐어 ㅋㅋㅋ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배가 부르지만 물을 계속 마셔야 해. 안 마시면 목이 너무 아파. 자다가도 물을 마셔야 해. 진짜 물로만 계속 배를 채웠던 것 같아. 정말로.. ㅋㅋㅋ큐ㅠㅠㅠㅠㅠ
아무튼 괜찮은데..라고 말을 해도 목소리가 영 이상하면 확실히 혜성이는 아람이에게 물어보긴 할테니까. 무엇보다 약속을 못 나올 정도면 아무래도 아무 일도 없다는 말을 믿기는 힘들테고! 물론 집이 잠겨있을테니까 짜잔하고..등장하진 못하겠지만 문 앞에서 전화를 걸어서 왔으니까 문만 좀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지 않을까 싶어. 물론 약과 죽을 사서 말이야! 냉장고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면 당황하는 혜성이가 분명히 있을거야! ㅋㅋㅋㅋ 그리고 아마 누워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을 한 후에 죽을 바로 끓여서 주지 않을까 싶어. 일단 몸이 아프면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뭐라도 먹어야할테니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아람이 잠옷에다가 집안에서 입는 니트가디건 걸치고 마스크도 꼭꼭 하고 문열어 줄 것 같지. 어쨌든 열도 나고 기침도 나고 헤롱헤롱한... 부스스한 느낌일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 역시 당황한 혜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도 끓여주고 약도 멕이구 하겠지 흑흑 역시 넘 귀여울 것 같구.......
혜성이는 지금 시점에서는 아프면 부모님이 케어해주실 테니까. 나중에 자취할 때 쯤에는 그런 모습도 볼 수 있겠지?
누가 봐도 감기 걸렸어요! 패션이잖아. 그거. ㅋㅋㅋㅋㅋ 아무튼 문 열어주면 혜성이는 아람이를 보고 깜짝 놀라서 바로 다시 침대로 데리고 간 후에 눕히지 않을까 싶어. 뭔가 생각보다 더 힘들어보일테니 말이야. 헤롱헤롱에 부스스한 느낌. 일단 아프지만 않으면 너무 귀여울 것 같은데..아람이가 아파..안돼..8ㅁ8 물론 그렇게 다 해줄 거야. 저때는 후. 후. 불어서 죽도 먹여주는 서비스도 있지! ㅋㅋㅋㅋㅋㅋㅋ
음. 아무래도 자취를 하게 되면 확실히 그런 모습이 나올 것 같기도 해. 아람주는 혜성이가 아플 때 아람이가 간호하는 모습도 보고 싶구나? 물론 그건 나도 보고 싶다!
좋아. 그렇다면 그 일상도 언젠간 꼭 해보는 것으로 하자! 이렇게 또 리스트에 두 개나 쌓이는구나! 와! 우리 해야 할 거 엄청 많아! 사실 평범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귀여운 것은 필시 이 둘이기 때문일거야! 진짜 갓커플이다... 청춘이다.. 좋다...
아무래도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생이 가질법한 그런 제약들이 많이 풀리니 말이야. 당연히 1박 2일 여행도 가야만 해! 막막 다른 지역에도 놀러가고.. 그러다가 한 명이 운전 배워서 랜트카 빌려서 드라이브도 가고! ㅋㅋㅋㅋㅋㅋ 물론 성인이 되면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둘에게는 뭔가 좋은 일이 한가득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돼!
꺅.....!! 좋아!!! 둘이 1박2일 여행가면 아람이 아닌 척해도 조금 긴장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 아람이 졸업하자마자 운전 바로 배울 것 같은데! 엄마한테 운전도 얼른 배우는 거지...! 아니면 아람이 대학생인데도 자차 있을수도 있고.....(졸업선물로 자동차 사주는 통큰 엄마....) 성인이 되면 엄청 책임져야할 일이 많아지지만 혜성이랑 아람이는 잘 해낼 거라고 믿어! 그리고 대학생 때는 아직 학생이지~
아마 긴장하는 것은 혜성이도 마찬가지일거야! 당연히 방도 따로 잡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역시 1박 여행이니까 아무래도 긴장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 같고 툴툴거림도 평소보다 조금 더 증가하지 않을까 싶은걸. ㅋㅋㅋㅋㅋ 앗. 아람이 졸업하자마자 운전 바로 배우는구나. 아마도 혜성이는 바로 배우기보다는 조금 시간을 뒀다가 대학교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때 배우지 않을까 싶은데. 학원 등록해서 말이야. 와. 아람이 대학생인데도 자차! 엄청나다!! 그럼 아람이가 운전하게 되는걸까? 대학생 때는 학생이라고 해도 그냥 마냥 학생은 또 아니니까! 그래도 성인인걸! 술 먹고 술집 갈 수 있고..어... 일단 혜성이는 졸업하고 얼마 안 가서 자취할 생각이기도 하고!
체육대회가 시작됨에 따라 혜성은 자연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응원하는 학생들이라던가, 경기에 임하고 있는 학생들이라던가, 우승해서 환호성을 지르는 이들, 혹은 패배해서 조금 시무룩한 느낌의 이들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다. 어쨌건 자신은 학생회의 부탁을 받고 사진을 찍어야 했고 자연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이란 한 자리에 앉아서는 나오지 않는 법이었다.
이번 경기는 장애물 달리기라는 말에 혜성은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나 담을까 생각하며 자연히 출발점 부분으로 향했다. 여러 학생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자신이 아는 이는 물론이요. 모르는 이도 있었다. 그 와중에 아람의 모습이 혜성의 눈에 들어왔다. 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혜성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람을 바라봤다. 이내 자신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발견한 듯 했으나 정말로 그런진 알 수 없었다. 이내 혜성은 미소를 지으며 아람을 향해 손을 약하게 흔들었다. 너무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카메라를 올린 후에 대기하고 있는 이들, 특히 아람의 모습이 확실하게 담기도록 화면을 담은 후에 셔터를 찰칵 눌렀다.
한편 준비 신호가 떨어지자 혜성은 자연히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아람이 달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자신의 반 여자애도 참가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의 시선은 오직 아람에게 향해있었고 그곳에 고정되어있었다. 마치 못이라도 박은 것처럼. 그야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자신의 여자친구인 것을.
"화이팅!"
이내 그렇게 외쳐보기도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람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눈으로 쫓았다. 아마 이 장애물 경기는 자신이 알기로는 맨 마지막에 물건찾기도 있었는데. 과연 무슨 물건이 나올까. 괜히 그런 호기심을 가지면서 혜성은 완전히 그 자리에 멈춰섰다. 사진은 나중에 찍어도 늦지 않았으니 지금은 자신의 여자친구만을 바라보고 싶었다.
장애물을 넘어서서 원통에다가 그물, 거기다가 버터쿠키 먹기까지. 그 와중에 코끼리코. 누가 기획했는진 몰라도 정말 제대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살짝 당황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 상당히 빠르게 달리는 아람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반 여자아이는 아직 좀 더 뒤에 있었지만 혜성의 눈에는 오로지 아람의 모습만 보였고 이내 쪽지를 고르는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뭘 가져와야하는 것일까. 혹은 무슨 미션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미소를 머금었다. 여기에 있으면 잘 보이니 아람이 뭘 가지고 가는지를 확인하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모습에 혜성은 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왜 여기로 오는 것일까 나름대로 추측했다. 혹시 카메라가 나왔나? 그러면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를 얼마든지 빌려줄 생각이 있었다. 허나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자신의 손을 덥썩 잡더니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던가.
"응? 뭐, 뭔데?! 갑자기 뭔데?! 왜 날 데려가는건데?! 대체 뭐가 나왔길래?!"
갑자기 자신을 잡고 결승선으로 향하는 것에 혜성은 일단 뭔진 잘 모르겠지만 제대로 달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발을 맞춰서, 그러다가 아람을 오히려 이끌려고 하면서 앞으로 달렸다. 당연하지만 혜성 역시 나름 체력엔 자신이 있었고 달리기도 제법 하는 편이었다. 이어 정말 여유롭게 1등의 자리를 유지했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단번에 1등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일단 달리긴 했지만 대체 무슨 일인진 알 수 없어서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대체 뭔데 날 데리고 온 거야? 놀랐잖아. 나 참. ...카메라 떨어뜨리는 줄 알았네."
이어 혜성은 아람에게 대체 뭘 가지고 오는 것이었는지를 물었다. 아마 저편에서 미션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회 임원 한 명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가져오지 않았으면 지금 이 순위는 인정할 수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맞아. 맞아. 그냥 사고나면 너무 무서워. 돈이 무서워...(주륵) 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어!
좋아하는 사람이 나왔다는 그 말에 혜성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설마 그런 것이 나왔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보다 그런 것을 미션으로 쓴 작자는 누구란 말인지. 혜성은 빠르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주변을 흘겨봤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그것을 쓴 사람을 알아낼 수 있을까. 이내 혜성은 끄응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엄청나게 부끄러운 탓이었다. 물론 아람이 부끄럽다는 것은 아니고 모두의 앞에서 이렇게 공개되듯이 나온 것이 조금 부끄러운 탓이었다. 허나 불평을 할 이유가 없었던만큼 그는 괜히 머리만 긁적였다.
이어 학생회 임원이 웃음을 터트리면서 읽었고 주변에서 오오오. 하는 함성과 야유가 들려오자 혜성은 살며시 눈을 아래로 깔면서 괜히 초조한듯 땅바닥을 자신의 발로 살살 긁었다. 정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붉은 얼굴을 들어올리며 혜성은 아람을 살짝 흘겨봤다.
"너, 너, 진짜 두고 봐. 문아람."
물론 절대로 성이 난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기어들어갈 것 같은 그런 목소리를 내면서, 그 와중에도 제 등을 툭툭 치면서 혜성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역시 이런 것으로 주목받는 것은 영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임원 중 하나가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좋아하는 사람으로 지목되었는데... 그럼 문아람 선수에 대한 좋아한다는 말의 답변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 끌려온 남학생 분?"
"...아. 진짜. 좋아합니다! 사귑니다! 아무튼 그런겁니다!"
이내 혜성은 괜히 지르듯이 그렇게 외쳤고 빠르게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역시나 부끄러움이 펑펑 터지는 느낌이었고 그것을 버티지 못한 탓이었다. 으으. 소리를 내면서 그는 살며시 자리를 피하기 위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장난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는지 이내 학생회 임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하는데 문아람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갱신이야!! 찾아보니까 불법이 맞다고 하네. 보험 안 들면 불법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어. 지금까지 그냥 돈 때문에 하는 건 줄 알았거든. 와. 그렇구나. 이렇게 또 하나를 알아갑니다!!
확실히 혜성이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치만 그 종이를 보는 순간 떠오른 사람이 혜성 밖에 없는 것을 어떡하겠는가. 실제로도 서로 좋아하고 사귀고 있는 사람인 것도 맞는걸?
확실히 부끄러워하는 혜성이 귀엽기도 했다. 두고보자는 말은 전혀 무섭지 않았기에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리고 인터뷰에 뻣뻣하게 대답하는 것도 어찌나 귀여운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혜성이 흘겨본다면 딴청을 피우겠지만. 자신으로 넘어오는 질문과 마이크에 다시 작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만.
"사귄지는 좀 된 제 남자친구에요.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 아는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쪽지에 다른 사람을 데리고오면 또 삐질테니까 어쩔 수 없이."
이미 두 사람이 사귀는 건 같은 학년 학생이면 다 아는 것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공개적으로 사귀는 사이라는 게 공표된 셈이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우연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색이다.
/자동차 보험은 확실히 그렇다곤 알고 있는데 운전자 보험은 또 애매해서 모르겠네! 어쨌든 불법이 맞다면 맞는 것이지! 이렇게 지식 획득!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그 말에 혜성은 괜히 톡 쏘듯이 이야기를 했다. 물론 정말로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면 아마도 삐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으나 얼굴은 이미 상당히 붉어진 상태였다. 흥. 소리를 약하게 내면서 혜성은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발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아람이 오는 것을 기다리듯, 그렇게 멀리 가진 못하고 아람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어, 어서 와. 저기에 계속 있어봐야 그러니까... 다른 이들 진로 방해잖아. 진로 방해. 또 경기가 있을텐데. 부끄럽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 착각은 말고."
괜히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을 향해서 살며시 오른손을 내밀었다. 마치 자신의 손을 잡으라는 것처럼. 그 모습에 괜히 더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것 같았으나 혜성은 애써 그 사실은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붉어진 얼굴을 애써 식히려는 듯, 그는 괜히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되게 신기하네. 어떻게 나와도... 이제 진짜 너하고 나는 공식 커플이네. 그것도 학교 단위로 말이야."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이 싫지는 않다는 듯, 혜성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람이 자신의 손을 잡으면 그대로 혜성은 도망치듯, 조금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서 조금 뒤쪽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바로 반으로 돌아가야 한단 법은 없지 않겠는가. 물론 바로 돌아가겠다고 한다면 돌려보내주기야 했겠지만.
/일단 내가 듣기로는 그런 것 같더라구! 보험을 안 들면 불법! 위반!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하기사 자동차 사고 한 번 크게 터지면 보통 돈이 깨지는 것이 아니고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니까 보험은 필수지만 말이야!
손이 잡히는 감촉이 느껴지자마자 혜성은 그대로 손을 잡고 퇴장하듯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여기나 저기나 전부 학생들이었으니 그 시선을 완전히 회피할 순 없었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그래도 마냥 싫은 것은 아닌,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끼면서 그는 괜히 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익숙해져야겠네. ...뭐, 실제로 다른 애를 끌고 갔으면 그건 싫긴 하니까."
물론 그것으로 삐지거나 할 생각은 없었지만 묘하게 싫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거야 역시 좋아하는 사람으로는 자신이 지목되는 것이 자신에게는 제일 좋은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장기자랑과 커플 게임이라는 말에 혜성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거기에는 안 나갈 거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권하면 어떻게 될 진 알 수 없었다. 결국 아람의 부탁을 혜성이 거절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바로? 뭐,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면 일단 도시락부터 가지고 와야 하는 거 아니야?"
수돗가로 향하는 발걸음에 맞춰 혜성 역시 수돗가로 향했다. 그리고 수돗가에 도착하자 일단 혜성 역시 자신의 손을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로 씼었다.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 가볍게 물기를 털어낸 후 혜성은 다시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어디서 먹을래? ...뭐, 나야 어디라도 상관없긴 하지만 너네 반과 우리 반 근처는 일단은 피하고 싶어.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니 말이야."
그곳만 아니면 별로 상관없다는 듯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서서히 학생들중 점심을 먹기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고 자리를 잡을거면 역시 지금이 가장 적기가 아니었을까?
/ㅋㅋㅋㅋㅋ 아람이 눈치보는거야? 그래도 혜성이는 역시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과속하면 그건 확실하게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물론 가속만 안하면 진짜 운전 잘한다고 칭찬도 하고 괜히 미소도 보이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갱신이야!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보냈다!! 아람주는...고생 많았어...8ㅁ8
"옥상이라. 하지만 잠기지 않았을까. 그냥 학교 뒷 정원에서 보자. 무난하면서도 조용할 것 같으니까."
물론 아예 학생들이 없을 순 없겠지만 애초에 아예 학생이 없는 곳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학교가 그렇게 엄청 넓은 것은 아니었고 학생 수가 상당히 적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어디에 가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그 부분은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상대적으로 편안한 느낌의 정원이 괜찮지 않겠는가. 돗자리를 깔고 먹으면 되겠거니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도시락하고 짐 챙기고 거기서 보는 것으로 하자. 그 전에 잠시 학생회 쪽에 보고를 해야하니까 조금 있다가 보자."
일단 지금까지 찍은 사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보고를 해야만 했기에 혜성은 우선 지금은 헤어졌다가 나중에 보자고 이야기를 하며 아람과 헤어진 후, 학생회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당연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챙기고서. 이어 학생회장을 만난 후 혜성은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 일부를 보여줬고 차후 어떻게 뭘 더 찍어줬으면 좋겠는지의 오더를 받았다. 사진 관련으로는 크게 말이 없긴 했지만 골인하는 순간이라던가 준비 중인 순간을 좀 더 집중적으로 찍어달라는 오더를 확인하고서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반에 돌아가서 자신의 도시락을 챙긴 혜성은 바로 정원으로 향했다. 학교 운동회라서 도시락을 싸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특출나게 화려한 것을 싸온 것은 아니었다. 계란말이와 소시지, 그리고 감자조림, 김, 제육볶음, 마지막으로 쌀밥. 정말로 무난한 내용물로 구성된 도시락통을 챙긴 후에 막 정원에 도착한 헤성은 아람을 찾아보기 위해서 두리번거렸다. 시간상 아무래도 아람이 먼저 도착할 수밖에 없을테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앗. 깐깐한 혜성이. 반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범생이 스타일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아람이가 으쓱해하는 모습은 엄청 귀여울 것 같은걸? 뭔가 배시시 웃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난 지금 하루 푹 쉬고 있어! 아람주도 쉬고 있는진 모르겠지만..만약 일하는 중이라면 일 화이팅이야!
혜성과 약속을 잡은 뒤 헤어져 반으로 갔다. 아람이 성적을 잘 낸 덕분에 반 친구들을 만나자 환호와 잘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물론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한 장난어린 야유도 있었지만 말이다. 친구들과 가볍게 인사하고 나서 나오니 자신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뒷정원에는 몇몇 학생들이 자신처럼 돗자리를 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람도 적당히 거리가 떨어져있고 괜찮은 곳에 돗자리를 폈다.
돗자리를 편 채 앉아있던 중 혜성이 눈에 보이자 아람은 손을 흔들었다. "여기야~!" 하면서.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땡땡이 안한다고 했을 때 범생이 티 났다구? 뭔가 범생이 하니까 성격반전의 소심한 아람이가 떠올라버렸다....! 오늘 하루 푹 쉬고 있다니 다행이다!나도 쉬는 날인데 이래저래 할일이 많아가지고~
아람의 목소리가 들리자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저기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향한 후에 조심스럽게 도시락통과 마실 물을 돗자리 위에 내려놓았다. 마치 이전에 단풍놀이를 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조심스럽게 돗자리에 앉았다.
"뭔가 단풍놀이 갔을 때 갔네. 그때도 이렇게 돗자리 깔고 먹었잖아."
물론 상황은 그때와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유사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괜히 그렇게 이야기하며 혜성은 살며시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2층 도시락으로 이뤄져있으며 1층에는 반찬, 2층에는 하얀 쌀밥. 그렇게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어 물통의 뚜껑을 연 후에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그는 다시 뚜껑을 닫았다.
"애들 괜찮았어? ...그러니까 놀리거나 말이야. 나야 우리 반 애들 안 마주치고 도시락만 챙겨서 오기는 했는데."
이럴 때는 자신이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약하게 숨을 내뱉었다. 아마 반 애들과 마주쳤으면 야유에 환호에 온갖 말들이 들려왔을테니까. 물론 혜성의 반 아이들 중 그가 아람과 사귀는 것을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되겠냐만 다시 한번 공표하는 것은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나도 그거 뽑았으면 아마 너랑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으니까. ...뭔가 너 안 데리고 가면 너야말로 엄청 삐질 것 같기도 하고. ...뭐, 좋아하니까."
/ㅋㅋㅋㅋㅋㅋ 그걸로 범생이가 되는거야?! 혜성이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안하는건데! 앗. 소심한 아람이라. 하지만 역시 소심한 아람이보다는 지금의 아람이가 난 더 좋아!! 아무튼 쉬는 날인데도 이것저것 하는구나. 정말 고생이 많아. 아람주...화이팅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솔직한 혜성이보다 훨씬 귀엽고 예쁘고 그럴 것 같은데?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 있긴 하니까! 음. 나는 내일 좀 시험 칠 것이 있어서 쉬면서도 조금씩은 공부를 하고 있었어. 그리고 지금은 끝내고 완전히 쉬는 중이야. 내일 시험...어떻게든 되겠지 뭐!
자신이 이전에 가지고 온 돗자리와는 다르게 상당히 귀여운 디자인의 돗자리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특히나 노란색 병아리가 쫑쫑쫑 그려진 것이 더욱 더. 아람과 돗자리 바탕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혜성은 괜히 미소를 머금었다. 작게 병아리 소리를 삐약삐약 내볼까도 고민을 했으나 굳이 그렇게 하진 않으며 혜성은 곧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누가 배우 지망생 아니랄까봐. ...그리고 나도 약한 거 아니거든?!"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이어 들려오는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자신을 데리고 가지 않았으면 엄청 삐졌을 것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이로 인식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혜성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하기사 연인 사이엔 다 그렇지 않겠는가. 오래 사귄 것도 아니고 아직 사귄지 일 년도 지나지 않은 사이였다. 조금 더 달콤하게, 조금 더 서로가 소중하게 여겨지고 싶은 것은 피차 마찬가지일테니 혜성은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주최측이 그렇게 해도 내가 동성 친구를 데리고 갔으면 화냈을거면서. ...뭐, 애초에 내가 뽑을 일은 없기도 했지만. 알았어. 내년이나 언젠가 그런 것을 뽑게 되면 널 데려가는 것으로 생각해볼게. ...뭐, 딱히 다른 이들은 떠오르지 않기도 하고."
이어 혜성은 자신의 도시락에 있는 계란말이를 입에 쏙 집어넣었다. 적절하게 간이 녹아있는 것이 딱 자신의 입맛에 맞아 그는 괜히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다른 계란말이를 집어서 아람의 도시락 통 속에 넣어주면서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이건 어머니가 싸준 거야. ...내가 만들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맛은 괜찮을거야. 적어도 내 입에는 딱 맞기도 하고."
괜히 자신이 방금 도시락통에 넣어준 계란말이 쪽을 바라보면서 혜성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뭔가 문뜩 떠오른 것이 있어 그는 아람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점심시간 끝나고.. 그... 시간 비어있어? ...아. 아니아니. 그것보다는... 같이 뭐하기로 한 이 있어?"
/그리고 시험을 마치고 점심을 좀 밖에서 먹고 들어왔어! 와! 시험 끝났다!! 결과는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성이라면 모를까. 동성이라도? 만약 그렇다면 정말 아람은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자신의 애정을 원하고 언제나 자신이 일 번이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어느 쪽이라도 딱히 부담이라고 느낄 생각은 없었다. 그냥 어느정도 정보로서는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지. 딱 그 정도로 생각하며 혜성은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한편 자신이 얹어준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말에 혜성은 괜히 기분이 좋아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딱히 표정을 감추거나 하지 않았고 잠시 소리없이 웃어보이다가 그는 괜히 소시지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으면서 말을 고민했다. 요리 솜씨는 부모님에게서 닮는다. 정말로 그럴진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의 칭찬을 하는 것이 기분이 좋았기에.
"...내, 내 도시락은 관계없잖아. 물론 어느 정도 배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어. 내 요리는. 아직 어머니의 실력에는 한참 뒤쳐지기도 하고... 나름 노력은 해보는데 잘 키워지질 않아. 요리."
괜히 머리를 긁적이면서 혜성은 이번엔 제육볶음을 먹었다. 간이 적절하게 잘 되어있으며 적절한 단맛과 짠맛이 합쳐진 것이 역시 자신의 입맛 그 자체였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면 아람이 꼭 그렇게 말을 했다고 어머니에게 전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잠시 말을 고민했다. 별 일 없다는 그 말을 괜히 곱씹으며 혜성은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점심 끝나고 그.. 2인 1조로 댄스추는 것도 있다는데 나랑 하자. ...지, 질투해버리고 그러면 곤란하니까!"
물론 자신이 추고 싶은 것이지만 괜히 말을 돌리면서 그는 방금 아람이 이야기했던 '질투'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어쩔 꺼냐는 듯이 빤히 아람을 바라봤다. 당연하지만 이미 장애물달리기에서 그렇게 주목을 받아버린 이상 이번에 또 같이 나가면 싫어도 주목을 더욱 받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역시 다른 이랑 추게 하는 것은 싫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조용히 답을 기다렸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그렇게 오래 자지 않았어! 2시간 정도라구! 혹은 1시간 30분? 아무튼 그 정도로는 괜찮아!! 아무튼 오늘 하루 운동한다고 시간 보냈구나! 정말 수고했어!
장난스럽게 돌아온 답이었지만 혜성은 괜히 푹 찔리는지 시선을 회피했다. 괴롭히진 않아도 마음에는 박아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람만을 데리고 가야겠다고 혜성은 마음 속으로 깊게 생각했다. 괜히 시도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길만한 일을 만들어서 좋을 것은 없었기에.
한편 요리에 그다지 자신이 없었는지 끄응 소리를 내면서 시선을 피하는 아람의 모습을 혜성은 조용히 바라봤고 이내 피식 웃으면서 젓가락으로 제 도시락 통에 있는 제육볶음의 고기 두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아람의 도시락 통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붉은 양념과 달달한 향이 입맛을 돋구게 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이어 혜성은 감자를 젓가락으로 집은 후에 하얀 쌀밥과 함께 입에 쏙 집어넣고 천천히 씹었다. 그리고 괜히 흘러가듯이 이야기했다.
"...요리는 내가 하면 되잖아.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정말로 조용히 흘러가듯이, 무슨 의미냐고 물어도 아마 대답을 해주지 않을 정도로 혜성은 정말로 조용히 흘러가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주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집에 가면 요리를 조금 더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한편 포크댄스를 떠올리면서 자신은 좋다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 그래? 그러면 하는거지? 하는거야.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야! 사실 일학년 때 배우고 그 이후로 춘 적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방금 전 일도 있었으니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제대로 인식이나 시킬까 싶어서. ...내 여자친구인거."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며 혜성은 괜히 물통 안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올라올 것 같은 열을 식혔다. 그리고 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나. 나중에 오후 시간에 계주 나가야 해. 3번째 주자. ...아마도 너희 반 애와 경쟁하겠지만... 말했다시피 안 봐줄거야. 너네 반이라도."
"딱히 연기로 뭐 한다고 해서 질투할 생각은 없어. ...나 참. 그 정도로 질투할 것 같으면 아예 연애를 시작도 안했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혜성은 그럴 일은 없다는 듯이 딱 잘라서 이야기했다. 물론 아람의 말대로 그걸 걱정할 때는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은 해야겠다고 판단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런 것으로 질투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리고 싶었기에. 이어 혜성은 다시 밥을 천천히 씹으면서 식사에 잠시 집중했다. 입 속에서 녹아내리는 제 입맛에 딱 맞는 반찬을 느끼며 그는 다시 한 번 제대로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강하게 다짐했다. 하지만 아람의 장난스러운 말에 혜성은 깜짝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람을 바라봤다.
"뭐, 뭐, 뭐래!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앞으로 같이 놀러가거나 할 때 도시락이라던가 그런 거거든?! 처, 청혼은 무슨! 야. 우리 아직 사귀고 1년도 안 지났어! 그런 것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잖아?!"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물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그런 말을 나누는 것은 조금 빠르지 않나 싶어서. 누가 보면 쑥맥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혜성의 얼굴은 정말로 붉게 물든 상태였다. 이내 괜히 물통을 제 뺨에 대면서 그는 볼을 식히려고 했다.
"너무 크게 하진 말고. 괜히 눈총 받는 일 만들어서 좋을 것도 없잖아. 네 목소리만 들려도 날 응원하는 소리로 알면 되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슬슬 식사를 마무리하려는 듯 마지막으로 밥을 한 숟갈 뜬 후에 입으로 집어넣었다. 어느새 비어있는 도시락 통을 정리하려고 하며 그는 조금 더 편하게 앉으면서 저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아래로 내리며 아람을 바라봤다.
"넌 이후에는 뭐 나갈 예정이야? 사진 찍는다고 여기저기 다니긴 해야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구경할게. 경기하는 거."
그런 일로 질투하지는 않는다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조금 안도의 마음으로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혜성이 예쁜 여자들을 촬영하면서 같이 일을 한다면 질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대한 질투하지 않게 노력해봐야겠다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줄 혜성은 꿈에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아하하. 나도 알아. 농담이었어.”
혜성의 반응에 아람은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그런 반응을 기대하고 한 것이긴 했지만서도. 너무 자신이 짖궂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혜성과 결혼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알겠어. 그럴게.”
후후 웃으면서 아람 또한 다 먹은 도시락을 정리했다. 날씨는 아주 좋았고 화창해서 기분이 좋았다.
“음, 발야구 결승이랑 단체 줄넘기! 줄다리기 정도만 나가면 될 것 같아.”
오전에도 이래저래 불려다녔으면서 오후에도 꽤나 일정이 타이트한 모양이다. 아람은 그런 말을 하면서 돗자리에 편히 누웠다. 옷차림도 편한 차림이었으니. 조용하고 화창한 날씨에 오전에도 이리 뛰고 저리 뛰었기 때문인지 조금 나른할지도 모르겠다. 졸린지 눈을 깜빡깜빡 했을지도
농담이라고 말하면서 웃어버리는 아람의 모습을 혜성은 정말로 살짝 흘겨봤다. 묘하게 약이 오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람이 조금 짓궂어진 느낌이 있지 않나 싶어 이내 혜성의 시선은 오로지 아람의 눈과 입술로 향했다. 하지만 딱히 증거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짓궂어져도 딱히 크게 문제는 없었기에 그는 넘기기로 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귀엽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으며.
아무튼 발야구 결승과 단체 줄넘기와 줄다리기.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세면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줄다리기는 아마 자신도 참가를 해야 할테니까 보기 힘들더라도 다른 두 경기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보러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머릿속으로 기억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편 아람이 돗자리 위에 편하게 눕자 그는 아람에게 살며시 다가갔다. 그리고 제 무릎을 손으로 툭툭쳤다.
"졸리면 조금 자. 깨어나야 할 때 되면 깨워줄테니까. ...농땡이 피울 순 없잖아? 너나 나나."
자신은 그렇다고 쳐도 아람은 뛰어야 할 경기가 있는데 농땡이를 피울 수는 없을 터. 그러기에 자신이 깨워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미소를 작게 머금었다.
"...대신에 나도 조금 짓궂은 장난을 칠지도 모르지만... 그러니까, 그러니까... 복수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도 상관없다면 베던지."
/충분히 혜성이를 잘 다루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뭔가 아람이의 이런 짓궂은 느낌이 나올 때마다 엄청 귀여워! 물론 혜성이도 그렇게 생각할테고!!
싫냐는 물음에 혜성은 괜히 시선을 회피하며 괜히 그렇게 중얼거리듯이 이야기했다. 어떻게 싫다고 할 수 있을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에 그는 괜히 답을 조금 회피하는 것처럼 그 정도로만 대답했다. 이렇게 묻는 것도 역시 조금은 짓궂다고 생각하나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으며 그는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너무 티가 나지 않도록. 너무 풀린 표정을 보이지 않도록. 역시 그런 표정을 보이는 것은 아직은 조금 부끄러웠다.
아무튼 제 다리를 베고 눕는 아람을 바라보며 혜성은 나른한 목소리로 제 말에 대답하는 아람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어도 안 가르쳐줄 거 알잖아. 짓궂은 장난은 안 가르쳐주기에 짓궂은거야. 네가 한번씩 그러는 것처럼."
이어 혜성은 손을 내려서 그녀의 눈가를 살며시 손으로 쓸었다. 아람이 눈을 감고 있는만큼 정말로 부드럽게 눈가를 편하게 쓸어주던 그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린 후 약간의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잠들 때 공주님을 깨우는 왕자님처럼 행동할지도 모르지. 아마도. ...어디까지나 아마도. 다시 말하지만 아마도."
아마도라는 부분을 일부러 강조하면서 혜성은 반대편 손을 살며시 등 뒤로 내려서 자신의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내려 아람의 눈 감은 모습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은 조금 늦었다! 으아앙!! 8ㅁ8 조금 개인적인 일이 있었어!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아람이 짓궂어. 그렇게 아람이가 행동하면 혜성이는 살짝 당황하면서 머리를 빨리 굴릴 것 같아. 그러다가 괜히 뺨 어루만져주다가 살며시 얼굴을 치울 것 같아. 그러다가 괜히 찔려서 뭐. 뭐. 뽀뽀하려고 한 거 아니었거든?! 이렇게 괜히 툴툴거리지 않을까 싶네.
물론 말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로 그럴지는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다. 결국 아람이 짓궂게 행동하면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자신의 모습만이 그려졌기 때문에. 설사 마음을 강하게 먹고 안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아람이 조금만 애교를 부리거나 울먹거리는 시늉만 해도 백기를 드는 것은 자신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시선을 회피하면서 괜히 중얼거리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눈가를 또 다시 사르륵. 사르륵. 부드럽게 쓸어내려주면서 아람의 목소리가 살짝 느긋해지는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살며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 와중에 자신은 좋다는 그 말에 괜히 혜성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정말 어떻게 말을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항상 자신만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 혜성은 살짝 입술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괜히 선전포고하듯이 이야기했다.
"...진짜로 확 해버릴까보다. 왕자님 모드."
괜히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다시 한 번 아람의 눈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이어 혜성은 잠시 입을 다물다가 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중얼거리듯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너는 아람 공주님 할 거야?"
/ㅋㅋㅋㅋㅋ 좀 아침에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있다보니. 지금도 볼일을 보고 나왔고.. 아무튼 다녀오면서 갱신이야!!
뻔뻔하게 공주님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괜히 그렇게 말을 하나 이내 수긍하며 인정했다. 그야 공주님이라면 공주님이 아니겠는가. 학교에서도 꽤나 알아주는 미인인데. 정말 어떻게 이런 아이와 알고 지내게 되고, 사귀게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신기할 나름이었다. 아무튼 새근새근한 숨소리를 내는 아람을 바라보며 혜성은 잠들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어쩔까.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혜성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나 다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베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깰 수밖에 없었으니까.
"귀엽긴 또 엄청 귀엽네."
자는 모습. 그야말로 무방비한 모습은 보통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아주 살짝 오른손을 올려 그는 볼을 콕콕 찔러보려는 듯 검지를 세웠다. 하지만 또 깰까 싶어서 차마 그러진 못하고 혜성은 근처에 있는 물을 마시면서 가만히 핸드폰을 들어올린 후에 내용을 확인했다.
한편 그러던 도중, 방송을 통해서 슬슬 점심시간이 끝나간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와. 벌써? 시간 엄청 빠르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아람을 바라봤다. 왕자님이 될 수도 있다는 그 말. 꽤나 얼굴 붉어질 그 말을 떠올리면서 그는 어쩔까 고민했다. 이어 혜성은 아람을 아주 살짝 흔들면서 이야기했다.
"아람아. 문아람. 일어나.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슬슬 점심시간 끝이래."
아람이 거기서 일어난다면 물을 마시라고 한 잔 떠줬겠지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분명 이야기했어. 왕자님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살짝 얼굴을 아래로 내리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더 내리진 않으며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붙인 후에 제 입에 살짝 붙인 후, 이어 조심스럽게 아람의 입술에 살짝 댔을 것이다. 이대로 키스를 해버릴까 싶었으나 조금은 부끄러운 탓이었다. 간접키스 정도의 행동을 하면서 혜성은 아람을 계속해서 내려다 봤을 것이다.
아람은 옅게 잠에 들었다. 그야 아무래도 돗자리 위인데다가 바깥이고 혜성이 가까이에 있으니까 깊은 잠에 빠져들지는 못하는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그랬기에 아람은 혜성이 살살 흔들면서 깨우자 정신을 차렸으나 장난기 어린 마음에 눈을 뜨지 않고 자는 척을 계속 하고 있었다.
혜성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소리와 눈가의 그림자로 느껴졌으나 이내 잠시 머뭇거리는 듯이 더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자 아람은 슬쩍 눈을 떴다. 입술 대신 다가오는 혜성의 손을 붙잡은 채로 아람은 몸을 일으키며 혜성의 입술에 짧게 입맞췄을 것이었다.
“그렇게 용기가 없어서 어떡해. 내가 왕자님하고 혜성이가 공주님 해야겠는데.”
붉어진 얼굴은 아람 또한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뻔뻔함이 이겼는지 영 아무렇지 않은 체 해버린다.
아람이 눈을 뜨더니 제 손을 붙잡고서 이내 자신에게 입을 맞추는 모습에 혜성은 순간 당황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두 눈만 깜빡였다. 정말로 짧은 그 순간이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일 또한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은 일이었다.
소리를 내거나 하진 않으며 그저 어버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이거 아무리 봐도 깨어있었던 거잖아. 흔들었을 때 깨어난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뻐끔뻐끔, 마치 금붕어가 된 것처럼 그렇게 뻐끔거리다가 아람을 빤히 바라보면서 툴툴거렸다.
"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여기서 왕자님과 공주님이 왜 나와?! 딱히 지금 왕자님 모드 들어간 적 없거든?! 아까전에 그렇게 말했다고 지금 그렇게 행동하란 법 없거든?!"
툴툴거리는 목소리 속에 툴툴거림이 그대로 녹아내렸고 혜성은 으으. 소리를 냈다. 이어 아람을 흘겨보더니 단번에 아람의 턱을 잡고서 기습하듯 입을 맞추려고 했다. 피하지 않았으면 적어도 아람이 한 것보다는 조금 더 길게 이어가다가 입술을 떼어냈을 것이다. 만약 피했다면 뻘쭘한 표정을 지으면서 시선을 회피하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잘 보내고 있지!! 외출할 일 있어서 나갔다 왔다가 다시 돌아왔어!! 갱신이야!
제 장난에 당한 혜성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귀여웠다. 빤히 바라보는 표정에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가 툴툴거리는 말에 작게 웃기도 했다.
"알겠어, 알겠어. 근데 벌....."
벌써 짐심시간이 끝났냐는 등의 일상적인 말을 하려고 했는데, 혜성이 자신의 턱을 잡는 것에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다가오는 얼굴에 눈을 꼭 감아버렸다. 조금은 긴 듯한 입맞춤에 혜성의 어깨를 잡으며 나른해진 몸이 쓰러지지 않게 지탱했다. 입술이 떨어지고 난 이후엔 부끄러운듯 얼굴이 빨개진 아람은 얼른 물을 찾아 목을 축였을 것이었다.
"잠 다 깨버렸다."
물잔을 내려둔 아람은 돗자리 위에 올려두었던 캡모자로 부채질을 해 얼굴을 식히려고 했을 것이었다.
물론 혜성의 얼굴 역시 아람의 얼굴 못지 않게 상당히 붉게 물든 상태였다. 확김에 저지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입맞춤. 즉 키스라는 것은 정말로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입술만 약하게 깨물었다. 한 번 한 것도 아니고 꽤 여러 번 했지만 그럼에도 할 때마다 부끄러운 것을 어쩌겠는가. 당분간 입맞춤은 조금 자제하고 봉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뭔가 이 부끄러움은 절대로 익숙해지고 싶지 않고 계속 이 느낌 이대로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확인했다.
"아무튼 슬슬 일어나자. 잠 다 깼으면 말이야. 이제 진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니까. 너도 너네 반으로 가야지."
물론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같이 땡땡이를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정말로 위험했으니까. 그렇기에 돌아가자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제 도시락통을 정리했다. 그리고 아람의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정리를 도와주려고 했을 것이다. 이어 괜히 제 손으로 부채질을 살살 하면서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약속. 잊지 말기야. ...그러니까 춤 추는거. ...뭐, 지금은 마주보는 것이 부끄럽다면 안 해도 상관은 없긴 하고... ...나중에 둘만 있는 곳에서 추면 그만이니까. ...뭐, 그런거야."
괜히 부끄러움을 치워없애려는 듯,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아람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가 이렇게 박력(?)있게 나오면 아람이도 상당히 부끄러워하는구나. 물론 여러 번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귀여워!
점심시간이 끝나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였다. 정확히는 한 시간 정도 후였을까. 가볍게 몸을 푸는 가운데, 조금 쉬어가는 분위기가 절로 조성이 되었다. 이른바 이전부터 이야기가 나오던 포크 댄스를 추면서 쉬어가는, 그리고 누가 더 잘 어울리는 한 쌍인지 일종의 인기 투표도 겸하는 시간이었다. 1등에게는 상품은 물론이며 베스트 커플이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그 뿐만이 아니라 게시판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붙어 역대 베스트 커플로 기록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혜성은 딱히 그런 것까지 원하지 않았다. 그저 아람과 이런 자리에서 춤 한 번 제대로 추고 싶었을 뿐. 딱 그 이상으로 뭔가를 바라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장애물 경기에서 아람이 자신을 데리고 온 것 때문에 과연 그게 이뤄질지는 스스로도 알 길이 없었다. 분명히 또 다시 휘파람과 환호와 함께 표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금 불안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춤을 같이 추고 싶다는 충동이 더 컸기 때문에 참가할 이들은 운동장으로 나오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혜성은 카메라를 잠시 자신의 자리에 두고 운동장으로 나섰다. 제 여자친구인 아람과는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그는 딱히 아람을 찾지 않고 운동장으로 향했고 그 안에서 아람의 모습을 찾았다.
이내 아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혜성은 싱긋 웃으면서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면서 아람의 뒤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 예쁜 아가씨는 내가 데려가고 싶은데. ...안되면 말고요."
뭔가 나름 분위기를 잡아보려는 듯, 목소리를 살짝 깔긴 했으나 결국 마지막엔 살짝 툴툴거리는 톤의 목소리로 돌아왔고 그는 시선을 회피했다. 그냥 평범하게 갈 걸 그랬나. 그렇게 생각을 했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아람은 누군가의 시선에 대해 그렇게 개의치 않는 성격이었다. 어릴 적 사진 모델을 하면서 그러한 것들에 익숙해졌기도 했고, 외모 덕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시선들 때문이기도 했다. 게다가 외향적인 성격 탓에 이래저래 사람들하고 많이 어울리기도 어울리고 나서기도 잘 나서는 성격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혜성은 그런 것을 꽤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같이 포크댄스에 나가자고 하는 것을 보면 무슨 중요한 의미라도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아람은 혜성의 제안에 꽤나 즐거워졌는데 그것은 아람 또한 이러한 행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포크댄스이니까 좀더 치마같은 것을 입었으면 좋겠는데ㅡ물론 다들 체육대회에 온 것이니 만큼 치마를 입은 이들은 없긴 했다ㅡ 그 점이 조금 아쉽다고 해야하나.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람은 캡 모자를 거꾸로 쓰며 조금 이미지를 바꿔 보았다. 그럼에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러고보니 예전에 무도회에서 혜성 왕자님을 만나는 꿈을 꿨었는데........ 까지 생각하던 중 누군가 자신의 손을 잡았다.
“...왕자님의 청이라면 언제든지요.”
베시시 웃으며 아람은 혜성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치마를 잡아 인사하듯 몸을 숙이기까지 했다. 물론 치마가 없으니 허공을 잡긴 했지만서도.
/보냈으니까 괜찮다니 ㅋㅋㅋㅋㅋㅋ 사실 월요일은 우리 중에서 최약체! 내일은 화요일이 기다리고 있다 음화하, 같은 말을 해야 할 것 같아(못댔음)
점심시간 때 있었던 그 장난의 연속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결국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배시시 웃는 얼굴이 또 너무 귀여워서 차마 크게 뭐라고 하진 못하고 그저 그렇게 투덜거리듯 말할 뿐이었다. 이내 아가씨가 인사를 하는 것처럼 몸을 숙이는 그 모습에 혜성은 황급하게 자신 역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이어 붉어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서 부채질을 하는 도중,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려오는 것에 혜성은 응? 소리를 내면서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중에는 확실히 자신들을 향하는 시선과 목소리도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혜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누구 씨 때문에 완전 주목받네. 어쩔 수 없지. 이런 것에도 익숙해지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내가 익숙해져야지."
어쨌건 아람은 인기인이었다. 그런 이와 사귀는데 이런 시선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장차 배우가 된다고 한다면 더더욱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신이 익숙해지면 된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을 에스코트 하듯이 손을 꼬옥 잡고 좀 더 운동장 중앙쪽으로 향했다. 다른 곳에서도 동성, 혹은 이성끼리 짝을 맞춰서 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쟤들보다는 우리가 낫다는 거 보여주자. 이왕 이렇게 된 거."
1등만 아니면 되는거지 뭐. 그렇게 생각을 하며 혜성은 이내 아람의 허리에 살며시 팔을 올렸다. 아마 배운 것이 맞다면 이런 느낌이 맞았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자세를 잡는 와중, 마침내 음악이 천천히 들려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화요일보다는 월요일이 더 힘든걸! 월요병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뭔가 요즘은 길게 어딘가로 여행을 하고 싶은 충동만 자꾸 든단 말이야. 연차를 다 써서.. 정말로 5일 정도 일본여행이나 다른 곳이나 가볼까 싶기도 하고.. 돈..괜찮을테니까. 아마도!
하지만 웃음기 가득한 표정은 전혀 말과 매치되지 않는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혜성의 툴툴거림ㅡ이제 혜성이가 안툴툴거리면 그게 이상할 것 같다ㅡ을 들으며 아람이 답했다.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법이라잖아?"
자신이 예쁘다는 것에 별 감흥이 없었던ㅡ이전에는 싫었던 적도 있었다ㅡ 아람은 이제는 그것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았다. 오히려 적절히 이용하게 된 것 같기도하고.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혜성이 영향을 끼쳤다는 건 아마, 혜성은 모르지 않을까? 자신이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위안을 받았는지.
혜성의 에스코트를 받아 좀 더 중앙으로 가게 된 아람은 혜성의 말에 작게 웃으며 "그러자. 나 작년에 A+ 받았어." 포크댄스 수행평가 이야기를 꺼냈다. 조금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익숙한 음악소리가 들리면 웃으면서 발동작 손동작을 이어나가지 않았을까.
장난스러운 아람의 말을 들으며 혜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고백을 한 것도 사실 어떻게 보면 아람의 재촉이나 약간의 메시지가 있었기에 한 것이었기에 아마 자신은 용기 있는 이라기보다는 조금 겁쟁이가 아닐까 생각했으나 그것을 말하면 아람이 부정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굳이 제 치부를 입으로 직접 담을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운동장 중앙으로 향하고 춤을 준비하는 와중 A+를 받았다는 그 말에 혜성은 놀랍다는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람을 바라봤다. 이내 음악소리가 들리자 혜성은 기억을 떠올리며 열심히 아람을 리드하면서 스탭을 밟았다. 그러다가 한번씩 아람을 천천히 돌려보기도 하고, 자신이 살짝 돌아보기도 하며. 혜성 역시 꽤나 능숙한 편이었다.
"말해두는데 나는 A+는 아니어도 A였어."
남자애와 했으니까 오해는 말고. 그렇게 굳이 언급을 하는 것이 스스로도 조금 찔리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각자 능숙한 두 사람이 췄으니 그 모습은 필시 볼거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중간에 환호성도 들려오고, 응원도 들려오는 것 같았으나 혜성은 애써 그 모든 것에서 눈을 돌리고 모르는 척, 춤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이내 그는 아.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1등하면 이거 사진으로 찍혀서 게시판에 붙잖아. 우리 둘의 모습. 베스트 커플 상 같은 것으로. ...괜찮아? 조금 그렇다 싶으면 약간 실수도 붙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혜성은 굳이 말하자면 1등까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람은 어떤가. 그것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혜성은 가만히 아람의 답을 기다리며 다시 그녀를 살며시 턴시키며 제대로 허리를 붙잡으며 지탱했다.
/ㅋㅋㅋㅋㅋ 그건 그렇긴 하지!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진짜 이상할 정도로 휴가를 쓰는 것을 죄악시한단 말이야. 내가 내 휴가를 써서 쉬겠다는데 그것을 용납해주지 않아서 안타까워.
여자아이와 췄다고 하면 조금은 질투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자신도 남자아이와 함께 췄다는 말을 들으면 질투했을 것 같고. 그런 말은 굳이 입에 담지 않으며 혜성은 그렇게 짧게 말을 하면서 다시 춤에 집중했다. 여기서 이렇게 발을 밟고 여기서 이렇게 지탱하고 내가 한번 돌면서 팔 아래로 들어가고. 대충 이것이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정말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정말 오랜만에 추는 춤이었기 때문에 능숙하게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추는 것은 아무래도 힘든 일이었다.
아무튼 제 손에 잡혀있는 아람의 손의 감촉을 느끼면서 혜성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작게 지었다. 오로지 이 모든 것이 무대이고, 그 위에 자신과 아람이 있는 것처럼. 그 와중에 굳이 실수를 넣을 필요는 없다는 그 말에 혜성은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감당을 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진 모르더라도 이 순간을 즐겨보자. ...조금 아쉽긴 하네. 지금 이 모습. 사진으로 담고 싶긴 한데."
누군가가 사진으로 찍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의 카메라에 오래 남기고 싶었기에 그는 괜히 아쉬움을 담아 그렇게 이야기했다. 지금 자신과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울 것 같았기에. 모순적이지만 자신과 아람의 현 모습을 자신의 카메라에 남기고 싶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그는 그 아쉬움은 작게 접어두며 음악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아람의 등을 지탱하며 살며시 아람의 손등에 작게 입을 맞췄다. 원 동작에선 당연히 이런 것은 없었으나 자신이 나름 용기를 내서 하는 행동이었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이 있었는지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혜성은 절로 얼굴을 붉혔다.
"...결과는.. 나중에 나오겠지. 뭐. ...지금은 돌아갈래."
용기를 내긴 했으나 그래도 역시 수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는 것은 조금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괜히 얼굴을 붉히며 그는 손 한쪽을 풀어낸 후에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아람은 포크댄스가 오랜만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열심히 연습했었던 것도 있었고 원체 춤 추는 것도 운동 신경도 뛰어났기 때문에 꽤나 능숙하게 보였을 것 같았다. 하지만 포크댄스를 배운지 얼마 안 된 1학년들이 더 잘 하지 않을까? 그러니 1등을 할 걱정은 굳이 하지 않았다. 1등을 해서 관심을 받게 된다고 해도 이건 혜성이 자초한 일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고. 어쨌든 지금의 즐거움을 감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었을지도 모르지~ 우리 둘이 같이 있는 사진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이 찍어 주는 수밖엔 없잖아?”
함께 추는 춤은 즐거웠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끝이 났다. 마지막 동작을 마무리하면서 혜성이 제 손등에 입을 맞춘 것에 아람은 조금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음으로 이어졌다. 주변의 시선들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진다.
“응. 얼른 가자.”
아람은 조금 키득키득 웃으면서 혜성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꽤나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이걸로 막레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나는 일에 열심히 치이다가 겨우 돌아왔다!! 혜성주는 별일 없었어? 아픈 데는 없지? 밥도 잘 먹고 지냈지??!
점점 혜성이와 잠시 삼각관계이자 라이벌 자리에 있었던 그 아이의 비참함은 더욱 더 커져만 가고..(옆눈)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1등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하기사 최강 커플이지! 맞아! 잘 어울려! 예뻐! 아람주도 일에 많이 지친 것 같지만 그래도 별 일은 없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야!
당연히 사진도 찍혀서 올라간다는 설정이니 말이야. 혜성이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고 속으로 중얼중얼거리면서 공허한 눈빛으로 사진 전시된것을 바라보다가 그래도 나쁘지 않은데. 이거 굉장히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또 뿌듯해하고 아마 그런 느낌으로 꽤 복잡한 느낌으로 있을 것 같아. 반 친구들이 놀리는 것은 이미 아람이와 사귄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혜성이도 익숙해져서 무덤덤해졌을 것 같아! 반대로 아람이 쪽은 어떨지 궁금해지네!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반응 너무 귀엽잖아 ㅋㅋㅋㅋㅋ 복잡한 느낌의 혜성이라 뭔가 상상된다. 아람이랑 사귈 때부터 반친구들의 놀림이 시작되었다니 ㅋㅋㅋㅋㅋㅋ 이제 무덤덤해 진 거냐구 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워 ㅋㅋㅋㅋ 아람이는 1등 한 것 보고 어? 진짜 됐네? 하고 생각하면서 조금 뿌듯했을지도 몰라. 1등 된거 사진 찍어서(성질 급하게 대충 찍어서 엉망인 사진이지만) 혜성이한테 메신저로 보내면서 이거 봤어? 사진 잘 찍혔다! 하고 문자 남기구 ㅋㅋㅋㅋ 아무래도 좋아할 것 같지. 아람이는 놀리는 거 타격이 안가니까 다른 애들도 이미 놀리는 거 포기했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
안녕! 아람주! 그거야 사람인 이상 계속 당하면 적응하고 무덤덤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ㅋㅋㅋㅋㅋ 그만큼 아람이와 사귄다는 것으로 이런저런 말을 많이 들어서 약간 해탈해버린 느낌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혜성이에게 바로 사진 찍어서 보내는구나. 아무튼 엉망이어도 혜성이는 금방 알아볼거야.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붙어있는데 어떻게 못 볼 수가 있냐고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는 느낌의 메시지를 보낼 것 같아. 앗. 아람이는 타격이 전혀 안 가는구나. 하기사 아람이는 오히려 당당하게 연애하려고 하는 느낌이 강했으니까. 일상에서도 보면 은근슬쩍 혜성이는 이미 내꺼다라고 어필하려는 모습도 조금씩 보이긴 했으니 납득이다!
좋은 저녁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어떤 남자애한테 시비 걸리기도 했으니 해탈할만 할지도?! 툴툴거리는 혜성이도 너무 귀엽잖아~ 아람이한테 연애 관련해서 놀리면 뻔뻔하게 애인 자랑을 하면서 상대방의 속을 긁을지도 몰라 ㅋㅋㅋㅋ 아람이는 그런 뻔뻔함이 매력이지(?) 그럼 다음 일상으로 넘어가면 되려나?
과연 혜성이가 자랑할만한 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야! 물론 아람이에게 사랑받으니까 그것은 자랑할만하다! 이건 진짜다! ㅋㅋㅋㅋㅋ 아람이는 확실히 그런 매력이 진짜 강한 것 같아. 그리고 동시에 귀엽지. 진짜 귀엽지! 응! 다음 일상으로 넘어가도 될 것 같아. ...인데 다음 일상을 뭘 하기로 했었지? 우리가..(흐릿) 순간적으로 기억이 나질 않아. 으윽! 혹시 아람주는 기억하고 있니?
무슨 소리야! 아람이가 얼마나 귀여운데! 얼마나 예쁜데! 얼마나 깜찍한데!! ㅋㅋㅋㅋ 아무튼 혜성이의 장점을 저렇게 보고 있구나. 아람이는. 혜성이가 직접적으로 들으면 굉장히 부끄러워하겠는걸. 음. 확실히 체육대회에서 할 것은 다 한 것 같긴 하니까. 하교 같이 하기는..그냥 넘겨도 되지 않을까. 평소와 크게 차이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니까. 그럼 저기서 1등을 했다고 치고.. 겨울 시즌이나 AU로 넘어가도 좋지 않을까?
음. 적당한 속도 아닐까? 일단 우리가 지금 돌린 일상도 상당히 많고 말이야! 이제 슬슬 겨울로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든! AU라. 너무 리스트가 많은데.. 로판 같은 것도 좋을 것 같고 서양풍 같은 것도 좋을 것 같고 조선시대 같은 것도 좋을 것 같고.. 정말 예전에 썰만 풀었던 센티넬 가이드 같은 것도 좋을 것 같고..큭.. 하고 싶은 것만 점점 늘어난다. 아람주는 하고 싶은 거 있을까? 이렇게 리스트를 뽑은 후에 공통적인 것이 나오면 그것을 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
맞아 엄청 많이 돌리긴 했지!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멋지다고 생각해~!!~! 에유 ㅋㅋㅋㅋㅋ 너무 많은 거 인정 ㅋㅋㅋㅋㅋㅋ 내가 하고 싶은거라......? 막상 하려고 하니까 막 기억이 안나고 그렇지? ㅋㅋㅋㅋ 혜성주가 말한 것 중에 조선시대 왠지 끌린다~ 전에 말했던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라는 스토리도 재미있을 것 같고 태중 약혼 같은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아 서양풍 로판 느낌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고민된다~~~
아마 스레 어딘가에 있을 리스트를 보면 더 넘쳐날 것 같은데. 그때 내 기억이 맞다면 엄청 길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거든? 그런데 그 이후에 더 추가된 것들이 있었으니까 아마 지금 리스트를 써보면 엄청나게 길거야. 틀림없어! 음. 좋아. 그러면... 조선시대와 서양풍 로판 둘 중에서 하나를 돌리는 쪽으로 가보자! 사실 태중 약혼 이런 것은 아무래도 로판 쪽에 조금 더 어울릴 것 같으니 두 개로 해서..내가 직접 다이스를 돌려볼게! 돌아라! 다이스!
AU는 조선시대가 되었구나. 좋아! 그럼 조선시대로 가자! 음. 그러면... 어떤 배경으로 가면 좋을까. 사실 이것도 주제가 너무 다양한데 말이야. 일단 당장 생각나는 것은 세자와 막 간택된 세자비 느낌으로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혹은 사랑받는 양반집 아가씨와 호위무사 같은 것도 좋을 것 같고! 이것도 다이스를 돌려야하나?! (혼란)
ㅋㅋㅋㅋㅋ 세상에. 2년전이잖아!! 저걸 보니까 또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하네. 저걸 또 어떻게 찾아온거야! 아람주는...ㅋㅋㅋㅋㅋㅋ 아무튼 호위무사 쪽이로구나. 그렇다면 아람 아가씨와 혜성 호위무사로 가면 되겠네. 꼭 저게 아니어도 아람이가 평화롭게 봄나들이를 가는데 혜성이 그 뒤를 천천히 따라오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이야. 보통 이럴 때는 또 둘이 어릴때부터 친한 사이였다는 설정이 또 좋지. 물론 신분은 다르지만 혜성의 가문이 오랫동안 아람의 집에서 호위무사 일을 하면서 살아왔고 자연히 혜성이도 그 길을 걷게 되어서 아람이네 집에서 지내게 되었고 성장하면서 정식으로 아람이를 지키는 호위무사 일을 하게 되는 느낌으로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컨트롤 에프해서 찾기 누르면 금방 나오는걸? 사실 나는 최근에 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1판에서 튀어나와서 놀랐어 ㅋㅋㅋㅋㅋㅋ 좋아! 봄나들이! 오! 혜성주 설정 엄청 맛있어보이는데? 그렇다면 아람이네 집은 명문세가 집안일 것이 분명하다! 대대로 호위무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니 말이야! 이런 배경이라면 아람이는 지금보다 좀 더 오만한? 귀족적인? 느낌 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 뭔가 시키거나 시중 받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나. 혜성이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래도 그 기억을 떠올렸다는 거잖아. 난 솔직히 어느 정도 잊고 있었거든. 조선시대 썰을 풀었다는 느낌이 있긴 있구나. 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그렇구나. 세자와 세자비가 튀어나온 것은 무의식중에 썰을 푼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어! (아냐) 확실히 저런 배경이라면 아람이는 어느 정도 오만할 수밖에 없겠네. 아무래도 명문세가 양반일테니 말이야. 하지만 그런 아람이도 난 매력적이고 귀여울 것 같아! 그리고 양반집 자제면 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때는 신분제 사회였으니 말이야. 혜성이는 아마도.. 신분 차이가 있으니까 아람의 앞에선 툴툴거리지 못하고 같이 일하는 사이에서 툴툴거리는 모습이 나올테고 아람이 장난스럽게 놀리면 혜성은 아마 약하게 츤츤대면서 호위무사라서 할 일을 하는 것 뿐이라는..핑계맨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러면서도 아람이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망설이지 않고 검을 휘두르면서 지켜주려고 할테고 말이야. 그럴 땐 또 엄청 냉정하고 확실할 것 같아.
그렇지. 무의식중에 썰을 푼 기억이 남아 있는 거지 ㅋㅋㅋ 맞아 신분제 사회니까 말이지. 그 배경에서는 혜성이는 아람이 앞에서 툴툴거리지는 못하고 츤츤거리는구나 ㅋㅋㅋㅋㅋ 귀엽다. 뭔가 검을 쓰는 혜성이라니 멋있기도 하고...! 하긴 혜성이 체육은 잘하는 편이었으니 무사라고 해도 잘 할 것 같다...!! 멋있어멋있어
그거야 아무리 그래도 신분제 사회인데 자신보다 더 높은 신분을 가진 아람이에게 툴툴거릴 수는 없잖아? 바로 몰매를 맞기 좋은데. 그리고 그럴 수도 없는 사회환경이기도 했고! 특히나 아람이는 명문세가의 아가씨였으니 사랑도 아주 가득 받았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혜성이도 툴툴거리진 못했을 것 같아! 앗. 맞아. 그것도 어느 정도 노리긴 했어! ㅋㅋㅋㅋㅋ 혜성이는 운동신경 좋으니 말이야! 그래서 검도 되게 잘 다룰지 않을까 싶거든. 제대로 배우면 말이야! 아마 여기서의 혜성이는 약간 머리를 풀어내린.. 장발남이 아닐까 싶어.
ㅋㅋㅋㅋㅋ 그렇지. 사회 환경이 그러니까. 부모로부터의 사랑은 아닐 것 같긴 하지만 사용인들이나 친척 가족들 같은 경우에는 애지중지 했을 것 같으니 틀린 말은 아니겠지? 감히 우리 아가씨한테 툴툴거려? 하면서 혜성이 몰매 맞을지도....? 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잠깐...... 장발 혜성이.......? 나 죽어요.......(쓰러짐) 구체적으로 묘사 부탁드립니다()(앓)
어째서?! 부모님은 사랑해주지 않는거야?! 여기서도?! 하지만 친척들도 애지중지했다고 하니까 다행이야! 역시 이런 아가씨는 사랑을 받으면서 살기 마련이지! 그만큼 귀한 몸이기도 하고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진짜로 그럴 것 같아. 막 머슴이나 다른 사용인들이 막 혜성이를 린치할 것 같아. (시선회피) 아람주가 죽어가?! (동공지진) 으악! 안돼! 아람주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묘사는 할 수 없다! (나쁨) 아무튼 진한 남색 머리카락을 등까지 길러서 내린 그런 느낌의 장발이 될 것 같아. 묶어내리진 않았지만 그래도 흐트러짐없이 상당히 곱게 길러서 등까지 내린 그런 머리카락이 되지 않을까 싶네. 물론 때로는 한줄기로 묶어서 쭉 내리는 일도 있을 것 같아! 그럴 때는 등이 아니라 가슴 쪽을 타고 내릴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나른해오는 봄의 초입. 햇볕은 따뜻하고 차가웠던 겨울의 추위는 물러나 꽃이 피기 시작했다. 오늘은 원래 몸종인 숙희와 함께 가까운 뒷산 계곡가에 나들이를 갈 생각이었으나 갑자기 숙희가 무언가를 잘못 먹었는지 오늘 아침부터 끙끙거려 같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미뤄지게 되었다. 숙희가 같이 가지 않는다면 유모가 같이 가면 될 것이나 유모는 따라다니면서 온갖 잔소리를 하며 아녀자의 몸가짐 어쩌구 할 것이 분명했기에 전혀 내키지가 않았다.
마루에 앉아 노란 나비가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다가 아람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랗게 개인 하늘은 왠지 집 안에만 가만히 있기는 아쉬운 맑은 하늘이었다. 아람은 버선발을 흔들며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마루로 올라섰다. 그리고 마당에 서 있는 혜성에게 말했다.
“얘, 혜성아.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
그러고는 금세 안으로 들어가 장의를 하나 챙겨 오더니 신을 신었다.
“내 오늘 나들이를 꼭 가야겠으니 같이 가자꾸나.”
그리곤 뒷문 쪽으로 총총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몸종 없이 여인네 혼자 밖을 나가다니. 아버지가 알면 경을 칠 일이겠으나 제멋대로인 아람을 누가 말리겠는가. 그래도 이제 아이가 아니고 여인의 태가 난다며ㅡ아직 열댓살이었지만ㅡ 장옷이라도 챙긴 것이 다행일까.
혜성의 집안은 대대로 호위무사 일을 했다. 정확히는 문씨 일가를 지키는 호위무사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물론이며 아버지 역시 문씨 일가를 지켰으며 자연히 혜성 역시 문씨 일가를 지키는 사명을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신분은 낮긴 했으나 호위무사 일을 하는만큼 어느 정도의 자리는 보장되었으며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집안에선 호위무사를 천하게 대한다고 하나 다행히 혜성의 집안은 그런 대우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기에 혜성은 딱히 자신이 호위무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었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이는 문아람. 이 집안의 아가씨이자 자신과 동갑인 이였다. 열댓살 어린 나이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무예를 익히며 그는 검을 연마했다. 언제 어디서나 아람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일인만큼 절대로 게을리 할 수 없는 탓이었다.
아무튼 봄이 찾아왔고 자연히 주변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 풍겨왔다. 꽃이 피고 생명의 싹트는 그 계절의 따스함을 느끼며 혜성은 마당에 나와 주변을 잠시 둘러보고 있었다. 대저택 안에 있는 꽃밭에는 이미 많은 꽃들이 피어있었으며, 저 길거리의 나무에는 푸른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참으로 따스한 기운이 가득한 것을 느끼며 혜성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손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문아람. 자신이 지켜야하는 아가씨의 목소리였다. 자연히 고개를 돌리니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루 위에 올라서서 자신을 부르던 그녀가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더니 갑자기 외출준비를 하고서 신을 신더니 나들이를 가야겠다고 하면서 따라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겟는가. 순간적으로 혜성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아람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를 막아서듯이 이야기했다.
"무슨 소리입니까. 아가씨. 혼자서 가겠다 그 말씀이십니까? 주인 어른이 알면 난리가 날 것입니다. 그러니까 최소 몸종이나 다른 이를 데려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통 시끄러워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일단 아람을 말리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 이 아가씨가 갑자기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나들이를 혼자서 나가겠대?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으나 애써 당황한 기색을 내지 않으려고 하면서 그는 숨을 내쉬면서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적어도 주인 어른에게 허락을 받거나 아가씨를 보필할 몸종을 하나 데리고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들을 이는 아니긴 했으나 자신도 호위무사였다. 그렇기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살짝 긴장한 듯. 하지만 애써 아닌 척 하는 듯.
/검술을 연마할 땐 아무래도 묶어내리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그래도 평소에는 아마 풀어내릴거야.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ㅋㅋㅋㅋㅋ 밤에 슬쩍 나오면 검술을 연마하고 있는 혜성이가 있을지도 모르지!
아람은 자신에게 달려와 잔소리를 하는 것에 한쪽 손으로 제 뺨을 감싸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아람은 명문 세가의 금지옥엽 외동딸인 동시에 이 고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로 자라나고 있었고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걱정에 걱정을 하는 것이 이만저만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런 애정 어린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었으나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을 귀하게 키워 팔아먹을 생각만 하고 있고 어머니는 속을 알 수 없는 엄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너를 데려가는 것 아니니.”
어차피 혜성은 자신의 앞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없다. 자신이 누구인가. 문씨 집안 외동딸 문아람이다. 아람은 잠시 멈췄던 걸음을 옮기며 팔랑, 짙은 남색의 장옷을 펼쳤다가 곱게 땋아놓은 옅은 빛의 갈색 머리카락 위를 덮었다.
“벌써부터 내가 혼나는 것을 보고싶은 것이 아니면 군말하지 말고 따라오렴.”
남빛의 잠옷이 나붓하게 내려앉아 흰 저고리와 분홍빛 치마를 가렸다. 장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연둣빛 눈동자가 혜성을 응시하더니 눈을 깜빡이다 이내 다시 앞을 보며 걷기 시작했다. 예의 범절이 몸에 배어 단정한 걸음걸이는 이내 뒷문을 넘었다. 아마 인적이 드믄 거리를 지나 나직한 언덕이 있는 들판으로 갈 생각인 모양이다.
/큭....... 검술 연습하는 머리 묶은 혜성이........ 달빛 받으면서 연습하는 모습 나도 직관하고 싶은데요....(안돼요) 아람이는.... 봤겠지.....?(부럽다)
"제가 아가씨의 보필을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자고로 나이 찬 숙녀를 사내가 함부로 건드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특히나 상대는 명문 세가의 문 씨 가문의 외동딸이었다. 그보다 신분이 낮은 자신이 함부로 닿거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물론 긴급한 상황이라면 손을 잡아서 끌어당기거나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나 원래라면 함부로 말을 할 수도 없고 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군말하지 말고 따라오라고 말을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 속으로 내심 한숨을 내쉬면서. 확실히 자신은 거역할 힘이 없었고 막을 수 있는 힘이 없었으니까.
입고 있는 검은 옷을 손으로 정리하며, 길게 풀어내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면서 혜성은 아람보다 세 발자국 정도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눈동자는 바쁘게 여기저기를 훑었다. 그는 호위무사. 즉 위험한 요소가 있으면 아람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이렇게 뒤에서 걷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앞으로 나서버리면 아람의 위험을 막을 수 없었으니까. 뒷문 너머는 인적이 드믄 거리였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아예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번씩 만나는 사람들은 아람을 알아보며 아람에게 인사를 정말로 고개 숙여서 올렸으며 혜성은 그런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전부 파악했다.
"그렇다면 아가씨. 적어도 제 눈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아가씨의 몸을 지키는 것이 저의 사명이고 임무라는 것을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호위무사니까요."
걱정이 된다는 말은 하지 않고 단순히 호위무사이기에 그러는 것이라고, 조금의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이은 혜성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저벅저벅. 검은 신에서 나는 발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무게가 있었고 허리춤에 달려있는 검은 철렁이며 일정한 속도로 가볍게 흔들렸다.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런데?"
/ㅋㅋㅋㅋㅋㅋㅋ 나도..나도..직관하고 싶어!! 아람이가 봤을지는... 아람이가 그 시간에 잠을 안 자고 창가로 구경을 하고 있다면 봤을지도 모르지? 물론 혜성이는 검술에 집중한다고 아람이가 지켜보는 것도 아마 몰랐을 것 같지만 말이야.
내가 환자로 보이니? 라고 말하며 눈을 접어 웃는 모습은 어릴 적부터 장난기가 많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할 것이었다. 아람은 지금은 요조숙녀인 체 하지만 어릴 때에는 말괄량이가 따로 없었다.
“어릴 때는 손도 잡고 뛰어놀지 않았니. 지금은 내외하니 섭섭하구나.”
같이 놀았다기에는 일방적으로 아람이 혜성의 손을 잡고 끌고다녔다거나 곤란하게 했던 것이겠지만 어쨌든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것은 맞았다. 마침 이 집안에 단 둘밖에 없는 또래이기도 했고. 물론 혜성은 마을에 있는 평민 친구들도 많았겠지만 말이다. 아람은 그 때에도 곧잘 집 밖으로 나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여러 애들과 어울리곤 했는데 이 때문에 고생한 것은 이 집안 식솔들이었다.
하지만 아람이 차차 나이가 들고 어리다는 방패막이가 사라져 제멋대로 굴지 못하게 된 이후부터는 사고를 치는 일보다는 규방 안에 들어앉아 시를 읊고 그림을 그리며 자수를 놓는 일을 배우고 또래 아가씨들을 집으로 불러 교류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 일은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조금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고 이러한 변화에 식솔들은 꽤나 놀랐으나 시간이 지나자 어느덧 익숙해졌다. 물론 여전히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변한 아람의 모습을 낯설게 느끼는 이들도 있겠지만.
물론 이번 일처럼 여전히 제멋대로 구는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건 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졌다.
“내가 네 눈 밖에 벗어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단다. 네 눈은 매의 눈이 아니니. 토끼가 아무리 뛰어봤자 매의 눈을 피할 순 없으니까 말이야.”
장난스럽게 하는 말은 웃음기가 담겨져 있다. 아무래도 집 밖을 벗어나 제 뜻대로 걷고 있으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짙푸른 장옷이 팔랑거리고 어느새 길은 야트막한 들판의 초입으로 들어섰다.
“꽃을 보러.”
그 외에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 근방 지리는 아람보다 혜성이 더 꿰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람은 거동에 제약이 있지만 그는 아닐테니까 말이다. 아람은 거리를 벗어나자마자 머리를 덮던 장옷을 끌어내려 어깨에 둘렀다. 짧은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양 작은 웃음을 베어물고.
/왠지 아람이라면 봤을 것 같아! 몰래 밖으로 빠져나와 검술 연습하는 혜성이를 찾아가는 아람이 모습도 보고싶다 흑흑 달빛 아래 동양풍 두사람이라니 완전 그림이자너
물론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녀만 예외가 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몸종을 데리고 보필을 받으며 기품있게 다니는 것. 그것이야말로 양반집 규수들에게 요구되는 것이었다. 아니. 도령들도 모두 마찬가지일터다. 그러는 와중 내외하니 섭섭하다는 가 말에 혜성은 살짝 당황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어린 시절에는 확실히 손을 잡고 뛰어놀기는 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그녀를 지켜야 하는 호위무사로서 교육받고 자랐기에 같이 있는 시간 또한 많았다. 그때는 정말 여기저기를 다녔었지. 손도 잡고, 같이 웃으면서 놀기도 하고.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다.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며 혜성은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나이라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주인 어른이 들으면 날뛰십니다. 필시."
이제 혼인도 생각해야 할 나이가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물론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무튼 그녀는 필시 좋은 양반 집안에 시집을 가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묘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은 호위무사니까 같이 따라가야할테고 그렇게 되면 그녀는 물론이고 그녀의 낭군이 되는 이도 지켜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아픈 것 같기도 하면서 뭔가 모를 뭉클거림이 느껴졌으나 혜성은 애써 그 감정을 모르는 척 눈을 돌렸다.
꽃을 보러 간다는 그 말에 혜성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거리를 빠져나오긴 했으나 과연 그녀가 꽃이 많은 곳을 알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아람을 부르면서 특정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가씨. 그렇다면 저쪽 방향은 어떻습니까? 조금 조용한 곳이고 한적한 곳이긴 합니다만, 꽃들이 정말 예쁘게 핀 곳이 있습니다. 자연에 피어 있는 꽃들로 이뤄진 꽃밭을 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근처에는 작은 호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곳으로 가는 것은 어떻겠냐고 혜성은 그녀에게 제시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살며시 돌리면서 이야기했다.
"...그.. 아가씨도 엄연히 나이가 찼으니 다른 남정네들이 올법한 장소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호, 호위무사로서 용납할 수 업슷ㅂ니다. 그런 것은. 그리고 옷은 계속 그렇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람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지만 신분 차이가 있으니 애써 모르는 척 하는 혜성이 대령이다!! (어?) 아무튼 그렇게 몰래 밖으로 빠져나와서 혜성이를 찾아오면 혜성이는 깜짝 놀라서 이 시간에 여기에 있으면 어떡하냐고 크게 당황할 것 같은걸. ㅋㅋㅋㅋㅋㅋ 맞아. 달빛아래에 두 사람..잘 어울릴 것 같다.. 진짜로...그림 너무 예쁠 것 같고. 이런 것은 또 그림자로 실루엣이 살짝 드러나야 예쁜 법이지!!
혜성의 정석과 같은 말에 아람은 새치름한 표정을 지으며 혜성을 향해 눈을 흘겼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고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농이란다. 마침 아버지가 없으니 다행이지 않니?”
옅은 웃음을 흘리며 하는 말은 조금은 가벼웠지만...... 어쨌든 혜성의 말이 맞았다. 그런 말을 누가 들으면 큰일 날 일이긴 했다. 아버지가 옆에 있었다면 이리 혜성에게 말을 거는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혜성이 말했듯 그럴 수밖에 없는 나이였으니까.
혜성이 손으로 한 방향을 가리키자 아람은 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저 멀리 알록달록한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 좋아. 안내해 보렴.”
조용하고 한적하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꽃들이 예쁘게 피었다면 그것도 좋다. 호수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자신이 여인만 아니었다면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녔을텐데. 그것이 너무나 아쉽다.
“주변에 보는 이도 없는데 무엇이 문제겠니. 벗고 있는 것도 아닌데 유난이구나. 그래. 거슬리니 네가 들거라.”
도리어 아람은 장옷을 벗어 혜성에게 건넸다. 보수적인 사회상에 어울리지 않는 과한 농을 내뱉으면서도 아람은 별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아람은 흰 저고리에 분홍 치마를 입은 채 얼른 길을 안내하지 않고 뭐하냐는 듯 혜성을 빤히 쳐다봤을 것이었다. 물론 장옷을 입는 이유가 외부인에게 몸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긴 하나 여기엔 외부인이 없지 않은가. 특히 혜성은 자신의 집안 식솔이니 평상시 모습과 같다고 할 터였다. 아람은 혜성이 걸음을 옮긴다면 혜성의 옆에서 따라 걸었을 것이다. 길 안내를 뒤에서 걸으면서 할 순 없을테니 말이다.
/역시 혜성주......... 맛잘알...........(쓰러짐) 흑흑 이게 바로 연플러의 au다!(?) 깜짝 놀라 당황하는 혜성이 너무 귀여운걸? 아람이는 "내가 무슨 못올 곳이라도 온 것처럼 그러는 구나. 이 내가 못올 곳이 따로 있던?" 하면서 혜성이를 괴롭힐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넘나 그림 같고 ㅠㅠㅠㅠㅠ 맞아 달빛 그림자로 흐릿하게 보이는 두 사람........ 너무 예쁘다 흑흑
안내를 부탁했으니 그것을 받들기 위해서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필시 아람이 좋아할만한 장소일거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색색의 꽃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있고 그 근처에는 투명한 연못이 세상을 담고 있었다. 가끔 운이 좋다면 토끼나 사슴 같은 동물들이 물을 먹으러 오지만 과연 오늘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일단 여기까지 나온 이상 다시 돌아가자고 해도 말을 듣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혜성은 최대한 그녀를 만족시킨 후에 돌려보내기로 했다.
한편 장옷을 자신에게 내밀자 혜성은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들였다. 벗고 있는 것도 아닌데 유난이라는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빤히 아람을 바라보던 혜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정말로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사회의 분위기는 정말 아람에게 있어선 답답하게만 느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앞으로 걸어가며, 아람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발걸음 속도를 맞추면서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이 사회 분위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답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것이 있었다. 허나 그럼에도 물어보는 것은 그냥 그녀의 생각이 듣고 싶기 때문이었다. 딱히 고자질을 하려는 것도, 누군가에게 알리려는 것도 아닌 오로지 자신만이 알려고 하는 그 질문의 답을 기다리며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뭐라고 답한다고 한들 저만 알고 있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호위무사는 이런 것도 호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곤란해지지 않도록."
물론 그런 것까지 지켜야 할 의무는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것을 어쩌겠는가. 물론 그 기분의 정체를 알려고 하진 않으며 혜성은 앞으로 걸어가며 앞에 돌멩이가 있으면 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게 근처로 뻥 걷어찼고 웅덩이가 있으면 그것을 슬며시 옆으로 비켜가도록 유도했다.
/이런 신분 차이가 있는 곳에서는 자고로 짝사랑이라던가 그런 것이 있어야 또 제 맛인 법이지! 이뤄질 수 없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ㅋㅋㅋㅋㅋ 아무튼 아람이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혜성은 못 올 곳이 맞지 않냐고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것 같아. 어쨌건 밤시간이고 검을 연마하는 곳이기도 하고. 잘못하면 다친다고 하면서 두 손을 강하게 휘젓지 않을까 싶네! ㅋㅋㅋㅋㅋ 맞아. 진짜 예쁠 것 같아...흑흑...8ㅁ8 내가..내가..이 스레로 들어가야만 해! (NN번째 모니터와 머리 박치기)
아람은 혜성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물어오는 혜성의 질문에 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혜성을 빤히 올려다봤다가 이내 이어지는 말까지 다 듣고서야 눈을 접으며 웃었다.
“착하구나.”
혜성의 질문은 혜성의 지위를 생각했을 때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혜성의 신분은 천하고 그런 이일수록 그런 말을 함부로 꺼내면 사회에 반한다는 죄목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 당할수도 있고 오해를 사게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질문 만으로 그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제 주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람이 그 말을 웃어 넘기는 것은 혜성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고, 그런 말을 건넬 줄 아는 그러니까 제 마음을 헤아리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것이 예뻤기 때문이었다.
“허나 내 마음이 무엇이 중요하겠니?”
제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든 나라는 신경쓰지 않는다. 제가 이 삶에 답답함과 염증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혹은 불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으니까. 그래도 때론.... 속내를 털어놓는 날이 필요할 때도 있다. 아람은 조금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가끔은 어머니의 현재가 내 미래와 같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프긴 하더구나. 역시 여인은 사내를 잘 만나는 일이 중요하겠지.”
아람의 어머니는 명문가의 여인으로 아람의 아버지와 혼인하였으나, 아람의 아버지는 좋은 가문을 물려받았을 뿐 그 외에는 별 볼일 없는 사내였다. 아,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도 능력으로 보아야 할까.
하지만 아람의 어머니는 능력이 출중한 여인이었다. 시와 그림에 능통하고 현명한 이었다. 여인으로 태어난 것이 아까울 정도로. 허나 아람의 아버지는 열등감에 그런 어머니를 박대했다. 가문을 관리하는 것은 주로 어머니였고 아버지는 매번 술이나 마시러 다니고 기생만 끼고 놀았다.
아마 혜성도 가문의 식솔로서 어느 정도는 들어 알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새 다다른 곳에는 여러 꽃들이 펼쳐져 있었다. 아람은 와아, 하며 작은 탄성을 뱉었다.
/맞아...... 역시 맛있는 것을 잘 아는 혜성주.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 흑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너무 맘아프자너 흑흑 이루게 해주세요 흐그그극 ㄹ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너무 맞는 말해서 아람이 셀쭉한 표정 지으면서 흘겨볼 것 같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마루에 앉아서 연습 계속 하라고 할 것 같구 ㅋㅋㅋㅋ 나도... 나도 들여보내줘........!!!!(모니터 깨짐)
"딱히 착한 행동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가씨의 마음이 안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애초에 그것으로 뭘 바꾸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아랫것에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는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호위무사이니 말입니다."
그 정도로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굳이 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가끔 보면 양반집 규수는 마치 집에서 곱게 기르는 인형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 않나 생각했다. 그렇기에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정도는 그 정도 이야기는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다 용납할 순 없었다. 높은 신분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짊어져야만 했다. 행동 하나부터 시작해서 사고방식까지. 이를테면 지금 아람이 모든 것에 다 반항을 하고 싶다고 하여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면 자신은 막을 수밖에 없었다.
"...아가씨라면 필시 좋은 사내를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아가씨에게 구혼하려고 하는 이들도 많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기 옆마을에 있는 예찬 도령이라던가."
개인적으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였지만 아람을 정말로 원하고 구혼을 하려고 한다는 소문은 자신도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렇다면 아람은 어떻게 할까. 그 구혼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당당하게 거절을 할 것인지. 허나 집안의 명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굳이 주인 어른과 주인 마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직접 본 것도 있으나 그것을 함부로 입에 담을 순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꽃밭에 도착하자 그곳엔 정말로 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었다. 이름을 아는 꽃부터 시작해서 이름을 모르는 꽃까지. 아람이 탄성을 내뱉는 것을 바라보며 혜성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내 노란색 꽃을 한송이 꺾어서 들어올렸다.
"가끔 꿈을 꾸고는 합니다. 저와 아가씨가 있지만 그곳은 여기가 아닙니다. 거기가 어딘진 잘 모르겠지만 규수들이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으며, 남정네와 같이 붙어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손을 잡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여성이 운동을 하고 몸을 마음대로 흔들고, 몸을 가리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곳입니다. 그곳의 아가씨는 언제나 당당하게 보내고 있으며 늘 미소를 지으면서 주변 이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정말로 행복하게 보낸다는 것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자신은 어떻게 나왔는지 그런 것은 일언도 하지 않으며 혜성은 지금 그녀가 짓고 있는 표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의 아가씨가 짓는 표정처럼 말입니다. ...아무튼 꿈일 뿐입니다. 꿈. ...그냥 이야기한겁니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러니까... 꿈의 그 모습처럼 지금은 즐기시길 바랍니다. 아가씨. ...뭐, 시간이 되면 다시 집으로 돌려보낼 겁니다만."
/흑흑흑. 혜성이가 양반이 아니고서야 무리인 일이다. 아람이가 다 뒤엎어버리고 혜성이를 택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하지만 지금의 아람이는 아무래도 그럴 순 없어보이니! ㅋㅋㅋㅋㅋㅋㅋ 흘겨보면 혜성이는 자신은 틀린 말 한 거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빤히 바라볼 것 같아. 그러다가 연습 계속 하라고 하면 혜성이는 한숨을 쉬면서 아마 달빛에 칼을 빛내면서 꽤나 유려하고 화려하게 연마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아. 그러면서 언제까지 거기 있으실겁니까? 이렇게 넌지시 물어볼 것 같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혜성아람이 성별반전 망상이 떠올랐어. 왠지 성별 반전되면 인소 느낌 날 것 같지. 재벌 2세에 미모 출중 성적 우수 품행 단정 인싸남 아람이. 부족한 부분은 가정불화로 인한 마음의 상처 뿐. 하지만 평범한 여학생인 혜성을 만나 나한테 이런 여자애는 처음이야! 클리셰를 관통 당하고 이런 저런 사건 등을 거쳐 상처남 아람이는 혜성이를 통해 위안을 얻고 빠져들게 되는데...... 라는 적폐가 떠올랐어(머리박)
재벌 2세에 미모 출중 성적 우수 품행 단정 인싸남 아람이라니. 이건 팔린다! 틀림없이 팔려!! (엄지척) 마음의 상처도 있는데 성적도 우수하고 품행까지 단정하다니. 이건 진짜 아람이의 의지가 엄청 강한데?! 삐뚤어지기 딱 좋은 상황이잖아. 그런데..ㅋㅋㅋㅋㅋ 이런 여자애는 처음이야라. 이거 원 세계관이면 혜성이가 딱 느낀 감정 아니야?!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뭔가 괜히 더 동의하게 되네. 뭔가 평범하지만 그래도 츤데레라서 괜히 툴툴거리지만 이것저것 챙겨주는 여학생 혜성이가 나올지도 모르겠는걸? "흥. 딱히 너 먹으라고 싸온 거 아니거든? 그냥 어쩌다보니까 많이 싸온거야." 이러면서 점심시간때 도시락 나눠주기도 하고 말이야. 뭔가 저 버전 아람이도 스킨십이나 그런 것에 엄청 적극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야. 아무튼 혜성이에게 빠져들기 시작하면 여학생 혜성이는 아주 살짝 당황하면서 뒤로 물러서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네. 처음엔. 하지만 계속 그렇게 다가오고 그러면 어느 순간 혜성이는 또 공략이 되어있겠지!
아무튼 아람주도 자러 가는구나. 나도 오늘은 조금 피곤한 감이 있어서 슬슬 들어갈까 싶어! 좋은 밤 되고..내일 하루도 화이팅이야! 아람주!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혜성이 달빛 아래에서 연습하는 모습 너무 멋있을 것 같고 혜성이가 그렇게 말하면 자꾸 눈치를 주니 가봐야겠구나. 하면서 조금은 툴툴거리면서 자리를 벗어날지도 모르겠어 ㅋㅋㅋㅋㅋㅋ
>>405 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아람이 보면서 이런 여자애는 처음이야, 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쨌든 혜성주가 동의해주니 이 썰은 공식 썰이 되고.....(네?) 츤데레 혜성(여)라니....... 이건 정말........ 먹히는 소재야.....() 도시락 나눠먹는 모습 너무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이 버전 아람이도 아람이 특을 벗어나긴 힘들 것 같지? 하지만 본 아람이가 혜성이한테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조심스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래도 여자애가 남자애한테 대하는 것하고 남자애가 여자애한테 대하는 것하곤 다를테니까? 쨌든 내 생각에는 남자 아람이가 여자 아람이보다 더 꼬시는데에 적극적일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야! 역시 혜성이는 공략되기 마련인가(네?)
으윽........ 며칠 못왔네. 갑자기 일이 바빠가지구!!ㅠㅠㅠ!!!!! 답레는 기력이 나면 가져올게! 생존 신고야..... 흑흑
어서 와! 아람주!! 일이 바쁠수야 있지! 괜찮아! 괜찮아! 답레는 천천히 줘도 괜찮은걸!!
아무튼 혜성이는 아람이가 그렇게 돌아가면 조금 쓴 표정을 짓겠지만 아마 잡거나 말리진 않을거야. 아무래도 당시 시대상이 있으니 말이야. 굳이 여자인 것을 떠나서 양반집 도련님이라도 늦은 밤 시간에 막 돌아다니면 좋게 보는 시선은 없기도 했고. 그렇기에 자신은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애써 합리화를 하면서 눈을 감고 괜히 검 연마에만 더 집중하지 않을까 싶은걸.
그리고 맞다! 이런 여자애는 처음이야. 물론 인소 느낌과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자신에게 사진을 가르쳐달라고 요청하면서 주말에 불러서 따로 교육시켜달라고 그러고 계속 자신과 어울리려고 한 여자애는 처음이었으니까. 막 자기 모델로 찍어달라고 하기도 하고 말이야. ㅋㅋㅋㅋ 아닛..ㅋㅋㅋㅋㅋ 꼬시는데 더 적극적인거야? 여자 버전 아람이도 상당히 꼬시는 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남자 버전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지?! ㅋㅋㅋㅋ 혜성이의 얼굴이 새빨개져서 막 졸지에 술래잡기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는걸. 혜성이 공략 여부는..아람이가 하기 나름이겠지! 아마! 이렇게 또 AU 소재가 쌓이는가.
아람이 본 혜성은 어릴 때부터 늘 올곧았다. 그의 아버지만 봐도 그렇지 않던가. 부전자전이라는데. 어쨌든 그의 말은 늘 그랬다. 자신은 늘 빙빙 꼬여있었고. 그러니 혜성이 꺼낸 예찬이라는 이름에 괜히 부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어차피 결혼이라는 건 집안의 어른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겠니. 누가 좋은 사내이냐 따져봤자 아무런 의미 없단다.”
혜성에게 훽 등을 보이며 아람은 이내 펼쳐진 꽃밭에서 그저 꽃을 구경하는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혜성이 조곤조곤 하는 이야기에는 귀를 쫑긋 세우며 듣고 있었지만 말이다. 혜성이 하는 말은 꽤나 듣기 좋았다. 자신이 상상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니 조금은 놀랍기도 하다. 꽉 막힌 구석만 있는 줄 알았는데 꽤나 상상력이 풍부할지도 모른다. 그런 꿈을 꿀 정도면 말이다. 어느새 아람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띄워져 있을 것이었다.
“네 꿈인데 내 이야기만 하는구나. 그래도 듣기에는 참 좋다. 그럼 그 꿈에서 너는 어떠니?”
아람은 활짝 핀 이름 모를 꽃의 향기를 맡다가 혜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 조금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그래도 아예 말도 안되는 이와 혼인을 시킬 리는 없지 않겠습니까. 집안에서도 그런 일은 하지 않을겁니다. 필시."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나 혜성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부족했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탓이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양반집끼리의 혼인은 당사자들의 의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거야 뭐, 아가씨가 나오는 꿈이니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저 말입니까. 저는..."
자신은 어떠했는가. 애초에 꿈일 뿐인데 그것을 오조리 기억하기는 힘든 법이었다. 하지만 작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방금 말이 기분 좋게 들린 것 같아 그는 괜히 안도했으나 표정을 관리했다. 이어 눈을 감고 잠시 떠올려봤으나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으면서 면복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아마 평범하게 살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히 떠오르진 않기도 하고... 애초에 제 자신에 대한 것이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아마 아가씨 옆에서 아가씨를 지키는 호위무사일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가깝게 있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꿈 속의 자신은 항상 아람의 근처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렇다는 것은 꿈 속에서도 결국 그녀를 호위하기 위함이 아니었겠는가. 지금의 혜성으로서는 그 정도 결론밖에 낼 수 없었다. 뒤이어 그는 저벅저벅 걸어가며 그녀를 살며시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어차피 둘 뿐이지 않습니까. 그런 꿈 속에서의 모습처럼 있어도 비밀로 하겠다..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아가씨가 혼나지 않게..하는 것도 그.. 업무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안녕! 아람주!! 괜찮아! 바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음...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그 부분은 혜성이가 안타까운 부분이 아니야! 행동에 제약이 걸려있는 아람이가 훨씬 더 안타깝고 눈물이 나는 것이라구!! ㅋㅋㅋㅋ 맞아. AU는 뭐라도 맛있지! 이래서 캐릭터 조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저렇게 되면 여자인 혜성이가 좀 많이 튕기고 그래야겠는걸?
우와앗........ 오랜만에 갱신할게. 거의 파도치듯 일이 밀려오고 있어서 짬내기가 쉽지 않네 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아람 캐릭터 조합 넘 좋은 것 인정하는 바이고 이제 내 현생만 잘 따라주면 될 것 같은데 ㅋ.........(드러눕) 물론 많이 튕기는 혜성이도 정말 귀여울거라 장담할수 있어(끄덕)
혜성은 말도 안 되는 이와의 혼인은 없지 않겠나 이야기했지만 아람의 속마음은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저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다면 나중을 대비할 수 없어지니. 아람은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더 냉소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혜성의 앞에서는 그러한 내색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이 모시는 사람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그저 예쁘고 사랑받는 아가씨로서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꿈에 대해 물으니 잠시 그 꿈을 헤아리는 듯 고민하는 혜성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람은 조금 웃었다. 게다가 꿈에서도 호위 일을 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조금 맹목적으로 보여 귀엽기도 했고. 꿈 속에서의 자신의 모습이라. 그렇게 말을 해도 와닿지는 않았다. 혜성의 꿈 속의 자신이 아무리 자유롭게 살았다 하더라도 평생을 자유없이 살아온 자신이 자유를 알 턱이 있겠는가. 그래도,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은 편하니 좋구나. 네 업무가 그렇다니 그런 것이겠지. 음, 이런 말은 이를 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너와 헤어지게 되면 퍽 쓸쓸할 듯 싶어.”
꽃향기를 맡으며 하는 말은 혜성의 생각과 다른 말이었다. 아무래도 혜성이 아람의 시집간 집까지 따라가 호위하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아람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원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지 ㅋㅋㅋ 연차 존버 화이팅!!!!! 여름은 확실히 덥지~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호위 무사이지 않습니까. 아가씨가 어디로 가더라도 항상 동행하는 것이... 그.. 제 일입니다."
언젠가 자신과 헤어지게 된다. 그런 조건 자체가 혜성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나 그녀, 둘 중 하나가 죽는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자신은 항상 따라가기 마련이었다.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정확히는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진 사명이었고 죽을 때까지 지켜야만 하는 숙명이었다. 그건 아람이 거절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정해진 것이었기에 주인 어른이나 혹은 그녀와 결혼하게 될 누군가가 거부하고 해임하기 전에는 언제나 함께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아람의 생각은 어떨지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정므ㅕ 그런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봄바람이 솔솔 불며 주변의 꽃을 가볍게 흔들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 꽃들과 주변에서 떨어지는 분홍빛 꽃잎을 바라보며 그는 아람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니까... 이상한 말 하지 말고 호위 무사의 귀찮음을 감당하셨으면 합니다. 아가씨. ...애초에 제가 아니면 누가 아가씨를 호위한단 말입니까?"
자신 이외에 적임자가 있기나 하냐는 듯이 그는 당당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어 근처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노란색 꽃을 한송이 조심스럽게 꺾은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런 쓸쓸한 생각은 여기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꽃 보겠다고 고집 부려서 이렇게 나왔으니 꽃이나 즐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 맞아. 인생은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지. 그래서 괜히 더 슬퍼...8ㅁ8
“어떻게 그럴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겠니? 네 일이 끝나는 날이 없다고 할 순 없을 거란다. 그건 내 선택도 아니고 너의 선택도 아니겠지만.”
아람은 그렇게 말을 하며 조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혜성을 바라봤다. 아람의 눈썹은 조금 힘없이 끝을 아래로 내려뜨렸다. 고개를 젓는 혜성의 모습은 늘 자신과 함께일 것을 한 번도 의심하지 못한 듯한 얼굴이다.
“네가 나를 귀찮게 한 것보다 내가 너를 귀찮게 하는 것이 더 많지 않던? 그럼에도 이리 어울려주니 나한테는 너밖에 없긴 해.”
혜성이 자신에게 다가오며 내뱉는 말과 건네어 오는 노란 꽃을 받으며 아람은 웃었다. 혜성은 이 말을 멈추고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으나 아람은 언제 또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까 싶어 계속 이어 말했다.
“이제 나도 언제 시집을 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됐으니 말이야. 내가 너를 아끼는 것을 마뜩찮게 생각하는 아버지가 내 너를 데려가는 것을 허락이나 해주겠니. 게다가 상대방 측에서도 여종이면 모를까, 종복이라고 하더라도 친가에서 퍽 가까이 지냈다는 또래의 남정네를 받아줄 이유가 없단다.”
그러면서 혜성의 검 손잡이 끝 부분을 손으로 툭 치며 “게다가 날카로운 송곳니까지 있잖니.”하며 말을 덧붙인다. 장난스러운 목소리지만 그 안에는 이 상황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었다.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제 일을 부정하지 말아주십시오."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무는 것이 그런 가능성을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듯, 혜성은 조금은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람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인정하기 싫어서 이러는 것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괜히 짜증이 났으나 당연히 그런 감정을 혜성은 감추려고 했다. 신분이 더 높은 양반집 아가씨에게 그런 감정을 내비치는 것은 그저 무례할 뿐이었으니까. 그것을 잘 알기에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그 와중에 자신밖에 없다는 그 말에는 조금 입꼬리가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입꼬리에 힘을 꽉 주니 절로 미간에 주름이 생겼으나 이내 그 주름은 조용히 사라졌다.
"그래서 아가씨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입니까?"
이어지는 말들. 마치 종복이기에 같이 갈 수 없다라는 것도 그렇고 자신이 무력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듯이 말하는 그녀의 말에 그는 괜히 조금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이미 터져나온 감정을 애써 꾹꾹 눌러담으니 절로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지. 호위 일을 그만두라는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대충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가라는 것인지. 자신은 어릴 때부터, 정확히는 태어날 때부터 그녀를 호위하는 것을 당연한 사명처럼 가지고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한들 뭘 어떻게 박아들여야할지 스스로도 알 길이 없었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그 말을 반박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가씨는 어쩌고 싶으십니까? 굳이 꽃놀이를 왔는데 그런 이야기를 계속하시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듣겠습니다."
이어 그는 시선을 똑바로 하며 그녀의 눈동자를 살짝 내려다봤다.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괜히 내는 것은 아니겠으나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있지 않겠는가. 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바로 그 사안이었다.
아람의 표정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이전부터 준비했던 말을 해야했다. 아람은 혜성을 아끼고, 혜성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를 소중히 했기에... 그렇기에 제 욕심만 생각해서는 그저 떼를 쓰고 싶은 마음이었다. 언제까지고 너를 데러가겠노라 내 호위무사로 옆에 있어주련, 하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되었다. 아람은 스스로를 잘 알았다. 제 아비의 성정도 앞으로의 일들도 잘 이해하고 있을 만큼 총명했다. 그렇기에 언젠간 자신이 무너질 것이라는 걸 알았고 그 옆에 혜성이 있다면 그 조차 망가뜨리고 말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람은 혜성이 건넨 꽃의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굳은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제 이기적인 욕심이었다.
"곧 전쟁이 일어날 거란다."
바람이 일며 나무 위에 만개한 꽃잎들이 위태롭게 떨어졌다. 아람은 잠시 그 꽃잎들을 바라봤다가 그를 오롯이 쳐다봤다.
"그리 되면 내 옆을 떠나 그곳에 참전하려무나. 전장은 사람이 살고 죽는 곳. 사람의 목숨이 앗아지는 것엔 귀천이 없으니. 혁혁한 공을 세우면 신분 상승은 물론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을 거야."
물론 죽을 수도 있다. 이 말은 혜성을 사지로 밀어넣는 말과 다름없었다. 허나... 아람은 혜성의 실력이라면 무언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말에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어지는 말 역시 결국엔 자신을 떠나서 거기에 참전하라는 말의 연속이었다. 공을 세우면 신분 상승을 하고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다. 무엇을 원하는 줄 알고 그것을 얻으라고 한단 말인지. 애초에 공을 세우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죽을 확률이 더 높은 곳이 바로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병사들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런 위험 속에서 아가씨를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어떻게 전쟁이 일어날 것임을 아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그녀가 헛으로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말에는 필시 근거가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허나 그는 굳이 그 근거가 무엇인지를 묻지 않았다. 그저 아람을 신뢰한다는 듯, 그렇게 말을 하며 혜성은 근처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잡은 후에 살며시 그것을 놓아주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의해 꽃잎은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날아가버렸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그냥 아가씨의 안전입니다. ...그러니까.. 그.. 호위무사니까. ...그러니까 제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니 떠나면 그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지 않습니까."
호위무사니까 그러는 것 뿐이라고 굳이 그렇게 언급을 하면서 그는 괜히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이어 시선을 회피하면서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주인 어른이 해지하고 저를 쫓아내기 전에는 그만둘 수 없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부터 아가씨를 지키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듣고 따라왔는데... 이제와서 전쟁이 난다고 거기서 공을 세우자고 제 일에서 눈을 돌릴 순 없지 않습니까. ...아가씨가 안전해야 하니 저는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조금 분위기는 안타깝고 씁쓸하긴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은 법이지! 배경이 다르면 자연히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게 되는 거니 말이야. 맞아. 혜썽아람은 너무 잘 어울리고 어떤 배경이라도 정말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ㅋㅋㅋㅋㅋㅋ 사실 저기서 마음 같아선 혜성이가 야반도주를 제안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생각이 들었지만 혜성이가 그럴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상상으로만 접어두고 있어... 물론 아람이도 그렇게 제안하다고 해서 따라올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위험이라니. 원래 전쟁은 국경에서 일어나는 법이고 이 수도 안에 사용인들에게 둘러쌓여 지낼 내가 무슨 위험이 있겠니."
아람은 미소 띈 얼굴로 혜성의 손을 떠나가는 꽃잎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닥쳐올 위험은 눈으로 볼 수 없었다. 검으로 벨 수 없었다. 혜성이 옆에 있다고 해서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신분이 신분인 만큼 더더욱. 권력이란 힘이란 무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기에. 혜성이 생각이 그런 만큼 제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도 같은 죄책감에 사로잡히리라.
아람은 제 안전을 위해 떠날 수 없다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그의 말은 참 그 다워서 그의 생각이 그렇다면 더 말을 얹어도 사족일 뿐이겠지 싶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나야 더 할 말은 없구나. 그래도 이건 알아두렴. 너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네 주인어른에게는 저 지방 고을의 혼외자가 있단다. 내가 이 집을 떠나게 되면 아마 그를 이 집안에 입양해 대를 잇게 할 것이고 또 너는 그를 다음 주인으로 섬기게 될거야."
아람은 혜성으로부터 뒤돌았다. 넓게 펼쳐진 꽃들을 보며 그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며 씁쓸한 현실을 눌러 담았다.
"아직 당장 결정해야할 것은 아니니 천천히 생각해보렴. ...그래도 내 너를 아끼는 만큼 나는 네가 나를, 아니 이 집안을 두고 떠났으면 좋겠구나."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지 모르는 말을 아람은 담담히 뱉었다. 혜성이 별 말이 없다면 방금 무슨 말을 했냐는 듯 꽃놀이를 마저 즐길 것 같은 태도였다.
/맞아 어떤 배경이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묘미 아니겠어? 야반도주...! 재미있을 것 같지만 역시 혜성이 성격은 다를테니까 ㅋㅋㅋ!! 아람이의 경우에는 대체로 거부하겠지만 여러가지 조건(?)이 맞는다면 야반도주도 가능하지 않을지...? 마치 히든엔딩처럼(네?)
"전쟁이라는 것이 국경으로 끝날 일입니까? 자칫 잘못하면 이곳까지 불바다가 되기 쉽상입니다. 아가씨의 말대로라면 전쟁으로 죽은 이 중에서 병사가 아닌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왜국도 그렇고 오랑캐도 그렇고... 얼마든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이들입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듯이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전쟁에 나간 적은 없지만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몇 번이고, 아니. 정확히는 수도 없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런 위험도 포함해서 이 사람을 호위하는 것이 자신이 태어나고 받은 사명이자 삶의 목표가 아니었던가. 정말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는 법이었고 전쟁의 혼란을 틈타 안 좋은 것을 생각하는 이도 있는 법이었다. 당연히 자신이 필요했다. 적어도 혜성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이어지는 말에는 그도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혼외자가 있고 그 혼외자를 입양해서 대를 잇게 할 것이라니. 전통성으로 그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허나 지금 이 나라에서 여성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할 것이 없었다. 집안을 잇게 하기 위해서 양자도 들이는 세상이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람의 말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찾아올 그 미래를 곱씹으며 혜성은 저도 모르게 아랫 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저는..."
잠시 말을 끊으면서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이어 이번엔 붉은색 꽃을 한송이 꺾고서 그녀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조심스럽게 귓가에 꽂아주려고 했을 것이다. 거부한다면 손을 치우고 그저 꽃만 내밀었겠지만. 이어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집안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가씨를 지키고자 있는 것 뿐입니다. ...그냥 그 뿐이니.. 적당히 넘기시고.. 꽃이나 구경하십시오."
말을 적당히 얼버무리며 그는 깊은 답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집안이 아니라 너를 지키고 싶다. 허나 그 말을 직설적으로 할 수는 없었고 한다고 하더라도 제 마음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괜히 아랫입술만 깨물면서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오른발로 땅을 긁더니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적당히 이 근처에 이상한 놈이 없는지 경계하고 있을테니 마음껏 꽃을 즐기시는게 어떨런지요."
/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는 야반도주를 이야기할 성격은 절대로 아니니 말이야. 적어도 이런 배경에선 말이야. 아무튼 조건이라. 혜성이가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다? 하지만 이러면 아람이는 무슨 소릴 하냐면서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고 할 것 같은데. (갸웃) 히든엔딩 조건이 궁금하다!
ㅋㅋㅋㅋㅋㅋ 맞아 ㅋㅋㅋㅋㅋ 혜성이의 고백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복잡할 것 같은 기분인걸? 히든엔딩 조건.... 흠..... 오너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혜성이가 희생하지 않는 선택지여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조건이 굉장히 달성하기 어려워보이는데....()
아무래도 사회가 사회니 말이야. 아무튼 히든엔딩 조건이 혜성이가 희생하지 않는 선택지여야 한다라. 혜성이가 정말로 떠난 후에 큰 공을 세워서 양반으로 인정받고 돌아온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이미 아람이는 다른 곳에 시집 간 상태겠구나. 어렵다..어려워.. (시선회피) 역시 이 세계관에선 포기하고 다음 환생을 기약하자.. 혜성아. (나쁨)
히든 엔딩 조건은 아마도...... 그거 아닐까? 위기에 처한 아람이를 구하려다 해서는 안되는 일을 고의(혹은 과실)로 해버리고 말아서 혜성과 아람이 모두 살기 위해서는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라거나....? 그렇다면 혜성이가 희생하지 않는 선택지이지 않을지....?(오너가 못댔다)
하이고....... 돌아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일이 너무 많아져서 참치 접률이 현저히 떨어질 예정이야........ 거의 두달에서 네달 정도 잠수를 타야 할 것 같은데.........ㅠㅠㅠㅠㅠㅠㅠ 매번 이런 부탁해서 미안하지만 기다려줄 수 있을까.........() 내가 너무 바빠서 참치 들어올 시간도 없지만 아람혜성 놓고 싶지가 않아.........으으윽...........
...그거 평생 쫓겨다니는 도망자 신세 엔딩 아니야? (동공지진) 그런데 그런 느낌이 된다면 혜성이는 아마 자신이 모두 다 뒤집어쓰고 자수하는 루트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아람이도 죄인이 되어서 평생 도망쳐야 하는 신세이니 말이야.
아무튼 어서 와! 아람주! 음. 여러모로 많이 바빠졌다는 것이 잘 느껴져. 두 달에서 네 달 말이지? 응! 괜찮아! 이렇게 미리 얘기만 해준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그만큼 혜성아람을 아껴주는 것도 너무 고맙기도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바쁜 나날..어떻게 잘 해결하길 바라고.. 너무 무리하지 않길 바랄게.
ㅋㅋㅋㅋㅋ 도망자 엔딩으로 어느 산골짝의 나무꾼 부부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혜성이 때문이 아니라 원래 아람이의 상황이 도망을 쳐야하는 상황이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혜성이의 자수루트라니...... 눈물난다 흑흑
흑흑 기다려준다니 너무 고마워 ㅠㅠ 내 혐생 왜이렇게 일이 끊이지가 않을까. 이건 마치 스불재이긴 한데..........() 최대한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할게~ 가끔 생존신고도 하러 올테니까...... 흑흑 나야말로 혜성주가 아람이와 혜성이를 아껴줘서 너무 고맙구 그래. 매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구 어찌저찌 해결 잘 하고 돌아올게~~~
아람이의 상황도 도망을 쳐야하는 상황이라면.. 혜성이가 자수하지 않고 아마 데리고 도망치지 않을까 싶네. 확실히. 나무꾼 부부라. ㅋㅋㅋㅋㅋ 양반집 아가씨인 아람이가 그 생활을 버틸 수 있을까. 되게 힘들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렇게 된 이상 외국으로 도망가서 거기서 다시 귀족 생활하면서 보낸다는 것으로 하자. (속닥속닥)
아무튼 현생이라는 것이 원래 다 그렇고 그런 거니까. 그러니까 난 괜찮아! 너무 무리만 하지 않길 바랄게!! 기다리는거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내가 상판을 하는 동안에는 말이야! 그러니까 걱정말고..현생 잘 챙기기야! 알았지? 나야말로 혜성아람을 늘 아껴줘서 고마운걸!
혜성은 자신을 두고 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대로 자신을 지키고 싶다고 하니 그 마음을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충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그의 주인이 아니니 그 충심의 대상이 될 수 없는데.
아람은 혜성이 귓가에 붉은 꽃을 꽂아주려하자 얌전히 눈을 감았다가 뜨며 그를 올려다봤다. 따뜻한 색의 갈색 머리카락에 붉은 꽃이 핀 채로 녹빛 눈동자는 그의 표정을 살핀다. 올려다본 혜성의 얼굴은 괜히 아랫입술만 괴롭히며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는 듯 했지만 그는 말을 돌릴 뿐이었다.
아람은 딴 곳을 보는 그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처럼 그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손이 잡혔다면 장난스럽게 슬쩍 잡아당기려고 할 것이었고, 아니라면 내밀었던 손을 등 뒤로 감추겠지.
“호수가 있다고 하지 않았니? 꽃은 봤으니 물을 보러 가자꾸나.”
방금까지 무슨 대화를 나눴냐는 듯 말간 얼굴로 혜성에게 안내하라고 한다. 이러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담은 투정도, 앞으로 시집을 가면 너와 헤어지게 된다는 사실도,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도 모두 없었던 것처럼.
/짠! 4달전이지만 다시 읽으니까 다 생각 나는 걸? 아람이 오래 굴리긴 했나봐! >< 아람혜성 이렇게 길게 이어나가니까 너무 좋고. 혜성이는 오랜만에 봐도 너무 멋있고 귀엽고 혼자 다하네 ㅋㅅㅋ 이전것들 다시 보니까 뭔가 새록새록 추억도 떠오르고 좋다. 흑흑 혜성아람 영원해. 둘이 영원히 사랑해 흑흑. 혜성주는 오늘 여행도 재미있게 보내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답레는 돌아와서 천천히 주고!!
자신의 손을 잡는 아림의 행동에 혜성은 살짝 놀라서 아람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잡혀있는 자신의 손과 아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고개를 살며시 왔다갔다하던 그는 살며시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아, 아가씨. 다, 다 큰 남녀가 함부로 손을 잡고 그러면 안됩니다. 누,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아, 아가씨에게 온갖 말들이 다 나올지도 모릅니다."
물론 꿈 속에서의 자신은 아람과 편하게 손을 잡고 있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꿈 속의 이야기였다. 자신과 그녀는 신분이 달랐고, 무엇보다 사회 분위기가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나 싫어서 떨어뜨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듯이 혜성은 이내 살며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아가씨가 싫어서 손을 떨어뜨린 것은 아닙니다. ...그런겁니다. 아, 아가씨가 갑자기 잡으시니까... 아. 진짜."
그러다가 괜히 목소리는 아주 작게 투덜거리는 톤으로 바뀌었다. 허나 이내 그는 깜짝 놀라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고 주변을 살피다가 헛기침을 여러 번 했다. 마치 분위기를 다른 느낌으로 바꾸려는 듯이.
"호수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이어 그는 안내하려는 듯이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허나 그러면서도 뒤를 한번씩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앞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녀의 안전을 살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은 없지만 혹시 또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잠시 낮은 언덕을 하나 넘어서 조금 더 앞으로 가다보면 저 편에 제법 크기가 있는 호수가 보였을 것이다. 그 위에는 찬란한 태양빛이 차르르 깨져있어 각도에 따라서는 황금빛이 살며시 물에 섞인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일단 이런저런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오사카이기도 하고...피곤하기도 해서 제대로 말은 못했다! 아무튼 반가워! 아람주! ㅋㅋㅋㅋㅋㅋ 진짜 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이 바쁘고 무리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었었는데...8ㅁ8 4달전에 잇다가 끊어진건데 아직 기억이 다 나는구나. 하긴 나도 기억하고 있으니까! ㅋㅋㅋㅋㅋ 하지만 아무래도 이 상황에 한해서는 디테일 부분이 조금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있었기에 다시 읽었던 것은 안 비밀이다! 아무튼 귀국해서 난 집에서 쉬는 중이야! ㅋㅋㅋㅋ
아람은 혜성이 자신의 손을 떼어냄에도 따로 힘을 주지 않고 그저 물러났다. 혜성이 놀라 말을 더듬으며 하는 말에 아람은 혜성을 잡았던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작게 웃었을 뿐이었다. 중얼거리면서 제가 싫어서 손을 뗀 게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혜성 답다면 혜성 다운 말이었다.
"네가 딴 곳을 보고 있으니 잠시 불렀을 뿐이란다."
아람은 별 이유없었다는 듯이 이야기했지만 잠시 뿐이더라도 닿았던 손의 감촉을 생각했다. 손에 체온이라던가 잠시 잡혔던 굳은살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그리곤 호수를 안내한다는 혜성의 뒤를 따랐다. 혜성의 남빛 머리카락이 밤하늘처럼 흘러 내려와 있는 것을 눈에 담고 자신보다 큰 키도 넓은 어깨도 눈에 담았다. 혜성은 늘 뒤에서 따라오니 이렇게 뒷모습을 오래 볼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색다르기도 하고 또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자기보다 조금 더 작았던 것 같기도 했는데.
"너와 혼인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 혼잣말 같은 말은 호수가 보일 때 쯤에야 나왔다. 혜성이 뒤돌아본다면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아람이 혜성을 바라볼 것이었다. 무슨 말을 했냐는 듯한 얼굴로.
/나도 너무너무 반갑고 너무너무 보고싶었어~~ 무리하지 않도록 할테니까 걱정 마! 무리한다 싶으면 늘 그랬듯 잠시 쉬었다가 돌아오고 그럴게~ 나도 앞부분 읽고 적었으니까 쌤쌤이야 ㅋㅋㅋ 바로 기억이 나면 천재지 천재. 귀국했구나!!! 추억 많이 쌓고 왔길 바라고 푹 쉬어!!! 많이 피곤할텐데 말이야~~ 잘 자고 내일 봐~
자신의 귀가 들리지 않은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손을 잡을 필요가 있었던가. 다른 이가 보면 아주 온갖 말이 나올법한 이야기였다. 이어 꿈 속에서의 자신의 모습과 아람의 모습이 떠올라 혜성은 괜히 작게 혀를 찼다. 그 꿈 속 같은 상황이었다면 방금 전처럼 손을 잡아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씁쓸해진 탓이었다. 허나 혜성은 애써 그 감정을 숨기려고 했다. 자신의 신분이 신분인만큼 그런 감정을 함부로 내비쳐서 좋을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편, 호수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도중 들려오는 혼잣말에 혜성은 순간 움찔했다. 아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의 얼굴은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여러모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고 자연스럽게 그 말을 들은 혜성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 얼굴이 너무나 태연해보였고 혜성은 살며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하고 싶다면 해주긴 할겁니까?"
괜히 날씨가 덥다고 이야기를 하며 이어 혜성은 괜히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자신과 혼인이라니. 누가 들으면, 아람의 아버지가 들으면 아주 대폭 난리가 날 말이었다. 어디 그녀의 아버지만이겠는가. 사회적인 분위기로 추정해도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을 말이었다. 괜히 다시 한 번 꿈 속의 이야기가 떠올라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했다.
"...다음 생이 존재하고 아가씨와 제가 그 다음 생에서 또 만난다면 혹시 압니까. ...거기서는 혼인을 할지. ...혹시 압니까. 제가 꿈 속에서 본 세계가 어딘가에 있을지. ...뭐,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만."
/다행이다! 아람주는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괜히 이렇게 이야기하게 된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엄청 피곤했어. 어제 눕자마자 바로 뻗어버린 것 같아.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물론 완전 괜찮은 것은 아니지만.. 주말만 기다리면서 오늘도 하루 버틴다! 답레와 함께 갱신할게!
말로 하면 되지 않냐는 말에 아람은 그냥 웃을 뿐이었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고. 이제 이렇게 단 둘이 있는 시간도 거의 없을테니. 조그만 심술이라고 봐도 되었다.
제 말에 혜성이 움찔 거리는 것을 아람은 확실히 봤다. 뒤를 돌아 자신을 보더니 시선이 맞자 눈을 돌리는 게 귀엽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물론 웃지는 않았지만. 게다가 돌아오는 질문은 너무 바보같은 질문이었다.
"아니. 넌 나와 혼인하고 싶니?"
조금은 단호할지도 모르는 그런 말. 그리고 그런 뒤에 웃으면서 내뱉는 장난스러운 질문. 혜성도 대답을 알면서 물었을테니 그것이야말로 바보같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감정을 따라 제멋대로 하다보면 결국에 맞는 것은 파국 혹은 불행 뿐일테니까. 제 생각에 두 사람 모두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혜성이 전쟁터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위험성을 생각하면 제가 생각하는 최선과 그가 생각하는 최선이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가 그것을 거절하니 조금 심술이 나기도 했다.
"그런 세계가 있던들 나와는 상관이 없지 않니. 차라리 네가 전쟁터에서 장군이 되어 돌아와 나를 첩실로 삼는 게 더 가능성이 높겠구나."
처도 아니고 첩이라니. 너무나 자신을 비하하는 말이 아닐까, 싶지만. 집안 분위기를 보면 첩으로 팔려가는 것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농담이라도 그런 말이 튀어나온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웃음을 띄는 게 아람 답다면 다운 것이겠지만.
호수에 다다르자 아람은 환한 호수를 바라보며 그 광경을 눈에 담았을 것이었다.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을 최대한 즐기려고 생각하며.
/여행가면 피곤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돌아온 다음날 바로 출근한거야??? ㅋㅋㅋ큐ㅠㅠㅠ 힘내기야!! 혜성아람 망사랑도 맛있다......
애초에 모든 시작은 그녀가 자신과 혼인할 수 있다면 좋다고 말한 것에서 시작되었기에 혜성은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중얼거리듯이 냈다. 하지만 그녀의 물음인 자신과 혼인하고 싶냐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물음에 단호함이 녹아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였으나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그 물음에는 굳이 대답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녀와 혼인을 하고 싶은가. 만약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으나 애초에 그걸 이 나라. 아니, 나라까지 갈 것 없이 그녀의 아버지가 허락할 리가 없었다. 혼인이란 자고로 당사자들끼리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집안 어른들의 허락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절대로 이뤄질리 없는 소망을 입에 담아봐야 뭘 하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침묵을 지켰다.
"어떻게든 저를 전쟁터로 보내고 싶으신겁니까. 아가씨는. ...그리고 첩실로 삼는다니. 누가 들으면 큰일날 소리입니다. 아가씨는 첩이 아니라 본처가 되어야 할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녀가 신분이 천한 것도 아닌데 왜 첩실이란 말인가. 누가 찾아와서 첩실로 삼겠다고 하면 그야말로 대폭 난리가 나고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말이 나올 일이었다. 한편, 그런 말을 하면서도 웃음을 띄는 그녀의 모습이 그의 눈엔 조금 안타깝게 비쳤다. 마치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정말로 많은 것을 체념한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더더욱.
그녀가 호수를 바라보는 것처럼 혜성 역시 조용히 호수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침묵을 잠시 지키며 호수 표면에 차르르 깨지는 햇빛을 바라봤다.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그 풍경을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아가씨의 앞날이 어떻게 되건, 항상 동행하고 뒤에서 함께 할테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는 집안보다는 아가씨를 모시기 위해서 이렇게 있는 것이니까요. ...호위가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할 일을 하는 것 뿐이니 부담될 것도 없고, 힘든 것도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구! 연차를 2개나 썼는걸. (주륵)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피로가 많이 풀렸으니까 괜찮아! 머지 않아 또 주말이 오는걸!! 아무튼 답레와 함게 갱신이야! 혜성아람 망사랑...ㅋㅋㅋㅋ 어쩌다보니 살짝 서로 떠보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는 역시 조금 씁쓸한 맛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해. 확실히.
제 질문에 답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을 나무라지는 않았다. 답을 바라고 한 말도 아니었으니까. 답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답을 듣는다고 해도 뭐 어쩌겠는가.
"내가 너에게 가라고 해도 너는 듣지 않을 것이잖니."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하더라도 혜성은 자신을 지킬 수 없다. 그의 앞에서 제가 양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의 첩실로 팔려갈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겠는가 아니면 이후 집안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는가.
친부가 내치지 않는 한 계속 호위무사로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영영 내 옆에 있을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그 바보같음이 싫지 않은 것도 문제였지만.
"너도 네 아비에게는 못할 말을 내 앞에서 하는구나."
자신이 방금까지 혜성의 앞에서 친부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내가 어떤 상황이든 함께 하겠다는 말이든 집안 보다는 나를 모시겠다는 말이든 귀에 듣기 좋은 번지르르한 말로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아람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불행이 예정된 자신의 옆이 아닌 행복을 찾아 갔으면 좋겠다. 비슷한 집안의 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가정을 꾸리고 본인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그런 행복 말이다.
분명 이 이야기를 혜성의 아비가 듣는다면 크게 노하겠지. 인생이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네가 섬겨야 할 것은 출가외인이 될 아가씨가 아니라 문씨 가문이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호수는 아름다웠고, 아람은 혜성을 따라 이곳까지 와 호수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황금빛 물결 아래 호수는 꽤나 깊어 보였다.
"장옷을 이리 주렴. 이만 돌아가야겠다."
한참을 호수를 보던 아람이 혜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피로가 많이 풀렸다니 다행이다! 오사카는 어땠어? 재미있었어? 주말까지 힘내자구~! 어쩌다보니 분위기가 ㅋㅋㅋ큐ㅠㅠㅠㅠㅠ 씁쓸한 이야기도 씁쓸한 맛이 있으니 좋지~
그 말만큼은 그는 상당히 진지하게 대답했다. 물론 자신이 출세하기 위해선 전쟁터로 나가서 장수가 되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게 했다간 그녀를 호위하는 것은 앞으로 불가능해질 것이 안 봐도 뻔했다.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그녀가 여기에 계속 있을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그는 그 말만큼은 절대로 들을 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명한다고 해도 절대로.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선이었으며, 자신의 삶의 이유 중 하나였으니까.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전 아가씨를 평생 지키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건데."
그 말은 절대로 거짓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느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혜성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부모에게 아람을 지켜야한다는 사명을 부여받았고 자라면서도 계속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교육을 받았었다.
물론 정확히는 문씨 가문이겠으나 그럼에도 혜성에게 있어서 그 문씨 가문은 다름 아닌 아람이었다. 자신은 분명하게 아버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조용히 그는 숨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이상한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가씨는 그저 양반집의 아가씨로서 삶을 즐기고 누리시면 됩니다. ...그게 제 행....삶의 이유입니다."
행복이라고 말을 하려다 혜성은 말을 얼버무리며 살며시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허나 그 또한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 역시 사실이었으니까.
한편 자신에게 손을 내밀며 장옷을 달라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맡아두고 있던 장옷을 그녀에게 살며시 내밀었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턴 몸종도 같이 데리고 나오십시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래야 제가 좀 더 호위에 집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그쪽이 뒷말이 더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오사카는...재밌었다! 조금 복잡하고 다리가 많이 아팠지만 그래도 재밌었어! ㅋㅋㅋㅋㅋㅋ 교토도 갔다오고 나라도 갔다왔지!! 정말 가깝게 갈 수 있어서 좋았다!! ㅋㅋㅋㅋㅋㅋ 맞아. 조금 씁쓸해도 이건 이거대로 재밌으니 말이야. 사실상 다음턴이 막레가 되려나?
아람은 결국 혜성의 말에 웃어버렸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니.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고맙기도하고 바보같기도 하고. 조금은 애틋하기도 했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하려무나."
아람은 결국 혜성을 설득시키기를 포기했다. 설득한다고 해서 될 것 같지도 않다. 누구를 닮은 건지 고집 하나는 대단하다니까. 물른 아람의 고집도 남 부럽지 않을 만큼 셌지만.
아람은 남빛 장옷을 펄럭이며 어깨에 둘렀다. 혜성의 말에 살풋 웃으며 다른 말 없이 "길은 외웠으니 뒤에서 따라오렴." 하고는 먼저 걸음을 옮길 것이었다. 아름다운 호수를 뒤로 하고 아람은 걷다가 사람들이 나올만한 곳에 다다라서는 머리카락까지 장옷으로 꼭 숨겼을 것이었다.
/막레로 가져왔다! 아마 아람이 엄청 혼나지 않았을까.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다~! 큰일 없었던 것도 다행이고!와 부러워!! ㅋㅋ큐ㅠㅠ!!!
아악........ 다음 생은 다음 생이니까 이번 생은 너무 맘 아프자나 흑흑 흐그규규규ㅠ 그래도 이런 분위기도 좋아....... 역시 에유하면 이런 다른 맛을 볼 수 있어서 좋다니까 흑흑 망사랑 맛있다...... 혜성주도 이번 일상 고생했어!!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구`!~!~! 나는 퇴근하고 집 오자마자 잠들어서 지금 시간이긴 한데.......(흐릿)
이번 생은...어쩔 수 없다! 신분차이라는 것이 너무 큰걸! ㅋㅋㅋㅋㅋㅋ 혜성이도 양반집 자제로 하는 것이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양반집 자제가 호위무사를 하고 그러진 않을테니까. 어쩔 수 없지! 이 AU는 이런 조금 쓴맛을 느끼는 수밖에! 하지만 본편에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 된 거 아닐까 싶기도 해! ㅋㅋㅋㅋㅋ
아무튼 안녕! 아람주!! 아앗.. 퇴근하고 집 오자마자 잠들다니.. 피곤하진 않아? 물론 아람주는 무리하지 않을 거 잘 알지만!! 아무튼 좋은 밤이야!
신분차이에서 오는 그 간극이 또 맛있거든요....... ㅋㅋㅋㅋㅋㅋ 아람이가 공주님이었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르겠네! 본편에서 행복하니 다행이다. 흑흑. 잠을 너무 잘 자서 피곤함이 사라졌다.....! 그래도 조금 있다가 보면 또 졸려서 잠들것 같지만 말이야! 지금은 너무 쌩쌩해서 문제야. 밤낮 바뀌면 큰일나는뎅.......(힝구) 다음 일상은 어떻게 할까? 겨울로 넘어가는 게 좋을까 아니면 에유 하나 더 할까? 고민고민
ㅋㅋㅋㅋㅋ 아람이가 공주님이었으면 혜성이와 혼인하는거야? 오히려 공주님이라고 한다면 더 결혼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걸. 일반 양반집보다 훨씬 더 반대에 반대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물론 공주를 호위하는 이는 나름대로 신분이 또 있어야 한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그러게! 본편에서 행복하니까 정말로 다행이지! ㅋㅋㅋㅋㅋㅋ 피곤하면 무리하지 말고 자기야! 나도 사실 조금 더 있다가 자러 갈 생각이기도 하고. 으앗..쌩쌩해도 내일을 위해서 자야 할 시간 되면 자야한다! 아람주!!
음. 그러게. 일단 정말로 오랜만에 본편으로 가도 좋지 않을까? 겨울시즌으로 말이야! AU를 하나 더 해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본편으로 돌린 것이 꽤 오래전이니 말이야! 다시 감을 잡아볼겸?
하지만 이제 하루만 더 일하면 금요일인걸! 주말인걸!! 그러니까 나는 그것만 보고 버티도록 하겠어!
맞아. 겨울 시즌 정한 것 중에서 혜성이 부모님 만나는 것이 있었지! 그 이외에는 눈 내리는 것, 스키장 정도밖에는 안 떠오르네. 뭔가 이것저것 정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도 하나하나 다시 생각해보면 되겠지! 개인적으로는 벽을 사이에 두고 온천에 들어간 상태에서 이야기나누는 그런 일상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 뭔가 겨울이면 온천이고 온천하면 대충 그런 것이 떠오르거든!
금요일! 그러네!! 나도 주말만 보고 버틴다 아자!!! 이번 주말 쉬는 주말이야~~ 신나~ 맞아 이것저것 정했는데 막상 생각 안나다니!! 그래도 나중에 생각나는 거 있으면 또 하면 되니까 괜찮다구!! 온천!! 좋다~~ 학교에서 자유여행을 갔는데 노천탕이 있다고 해서 간 곳에 너무 일찍 갔거나 너무 늦게 가서 "어.... 사람.... 없네?" 하는 그런 느낌이면 좋을 것 같기도 하구 ㅋㅋㅋㅋ 노천하고 나왔는데 돌아가는 길에 눈내리는 것도 좋아. 뭔가 일본 감성이지만 뭐어때! 상황극인데! 라는 느낌!!!
와! 아람주도 이번 주말은 쉬는구나!! 정말로 축하해!! 늘 주말에 일하는 것 같아서 되게 안쓰러웠거든...8ㅁ8 아무래도 정한 것이 꽤 이전이니까. 어쨌든 4개월 정도 빈 시간이 있었고..사람의 머리가 모든 것을 계속 기억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야! 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는 너무 늦게 가서 딱 둘만 있는 그런 느낌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아무래도 그쪽이 좀 더 두 사람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이야기도 나누고 온천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맞아. 나오고 난 후에 눈 내리면 딱 좋지! 분위기도 예쁘고 말이야! 일본 감성이면 어때.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노천탕은 있는걸! 일단 아람이와 혜성이가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난 생각해!
쉬는 주말!! 지난주도 쉬는 주말이긴 했는데 해야할 일이 있어서 출근했어......(흐릿) 너무 늦게 가는 것으로 하면 좋겠다!! ㅋㅋㅋ큐ㅠㅠㅠ 생각만 해도 분위기 좋을 것 같아. 겨울 일상 첫번째로 그거 하면 좋을 것 같아. 아직 방학은 안했다는 느낌으로 말이야! 그리고 우리 나라에도 그런 노천탕 있어...?? 나도 가고 싶어!!!! ㅋㅋ큐ㅠ/!!!
아앗... 쉬는 날인데 해야할 일이 있어서 출근이라니. 그게 무슨 끔찍한... 8ㅁ8 저번주에는 정말 고생 많았어! ㅋㅋㅋㅋㅋ 그럼 겨울 시기 첫번째 일상은 그렇게 가보자! 딱 그때 내리는 눈이 첫눈이면 좋을지도 모르겠네! 뭔가 이런저런 일이 생겨서 너무 늦게 간 바람에 진짜 아무도 없고 딱 둘만 있는 상태여서 벽을 등지고 이야기 나누다가 괜히 어두워지는 하늘도 보고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어. 첫 일상부터 방학이라고 정하기는 조금 애매하긴 하지. 좋아! 그럼 방학은 아니고 학교에서 보내주는 자유여행 느낌으로 해서 놀러갔다가 그렇게 갔다고 설정하면 될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아마 울진에도 하나 있고, 다른 곳에도 찾아보면 있는 것으로 알아! 물론 일본 특유의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겠지만 말이야!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혼탕 느낌도 있고, 벽으로 막아놓은 그런 곳도 있는 것으로 일단 알아!
자주 있는 일이야 ㅎ.............. 좋아 겨울 첫 일상 소재 너무 예쁘고 좋다아. 선레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다이스 돌리면 되려나? 헉 노천탕 한번 검색해서 알아봐야겠다...!!! 수영복 입고 들어가는 혼탕은 막 끌리진 않는데 노천탕이라고 하면 뭔가 들어가보고 싶네~! 늦은 시간이니까! 혜성주 잘 자구 내일 봐!!~!~!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런 픽크루가 있으면 어! 내가 어! 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귀여워. 이런 픽크루는 또 언제 찾은거야! 와. 진짜 이건 혜성이와 아람이가 맞다! 정말로 두 사람이 맞다! ㅋㅋㅋㅋㅋ 빵모자야 뭐 저런 색도 있다고 하면 되는거지! 정말 분위기가 딱 혜성이와 아람이다! 정말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노천탕에 몸을 담근 혜성은 그야말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어느덧 추운 겨울이 찾아왔고 기말고사를 치기 전, 학교에서 신청한 사람들 한정으로 자유여행을 보냈고 혜성은 그 여행에 참여했다. 자신의 여자친구인 아람과 둘이서 여기저기를 구경하기도 하고, 이곳저곳의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찍은 사진을 학생회에 제출하기 위해 잠깐 방에 들어가 이런저런 작업을 하고 보니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된 상태였다.
숙소 근처에 있는 노천탕이 그렇게 좋다고 해서 혜성은 조금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노천탕에 막 들어온 상태였다. 시간이 늦었다고는 하나, 마감 시간까진 아직 한참 멀었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노천탕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아무튼 노천탕인만큼 바깥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으며, 가운데에 큰 벽을 두어 남탕과 여탕으로 나뉜 그 온천물을 즐기며 혜성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오지 않는다면 말이 안되지. 역시."
첨벙, 첨벙. 늦은 시간인만큼 남탕에는 오직 혜성만이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만큼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괜히 물을 첨벙이면서 그는 남탕과 여탕을 나누고 있는 벽으로 다가간 후에 살며시 등을 기대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신의 가슴보다 살짝 위쪽까지 올라오는 깊이의 따스함에 몸을 녹이며 그는 하늘을 조용히 바라봤다. 노천탕인만큼 천장은 뚫려있었으며 밤하늘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구름이 조금 끼였기에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하늘이 참으로 예쁘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아람이는 뭘 하고 있으려나. ...온천 즐겼으려나."
그런 혼잣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는 눈을 살며시 감았다. 얼굴에 닿는 차가운 공기와 몸에 닿는 따스한 기운이 너무 기분이 좋아 그는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혜성은 깜짝 놀라 얼떨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때문에 자연히 첨벙이는 소리가 크게 그 자리에 울렸다. 뒤로 홱돌아 그는 벽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방금 들은 목소리는 틀림없이 아람의 목소리였다. 아람에 대해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안 놀랄 재간이 없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어? 어? 어? 하는 표정을 짓던 혜성은 일단 다시 자리에 다급하게 앉았다. 일어나니 차가운 바람이 몸을 감싸는 탓이었다.
"뭐, 뭐, 뭐야! 왜 네가 거기에 있어?! 늦은 시간인데 왜 있는건데?!"
자신이 들어온 시간은 꽤 늦은 시간이었다. 아람도 지금 이 시간에 들어온 것일까. 아니면 계속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일까. 어느 쪽이건 결국 자신의 혼잣말을 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진 혜성은 온천물을 두 손으로 떠서 제 얼굴에 끼얹었다. 뜨거워진느 얼굴을 식히기 위함이었다. 결국 따뜻한 물에 시원해지기는커녕 열만 더 오른 것 같지만.
"아, 아, 아니. 방금 그 말은... 즈, 즐기고 있지! 지금 이렇게 있는 거 보면 알잖아?"
방금 전 말에 대해서 뭔가 핑계를 대려고 했으나 그다지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것일까.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 굳이 더 길게 말하지 못하고 일단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작게 혀를 차더니 벽에 완전히 등을 기댔다.
"아무튼 이 시간에 들어온거야? 아람이 너도?"
/ㅋㅋㅋㅋㅋㅋ 그렇구나! 난 픽크루는 그렇게 자주 들어가는 편은 아니다보니.. 저런 것이 있는 건 몰랐네! 답레를 쓰면서도 괜히 픽크루를 한번 더 보고 있어! 아.. 진짜 너무 귀여워! 그야 만난 시간이 꽤 길었으니까. 머지 않아 2년차도 찾아올걸? 우리? 그리고 아람주도 하루 고생했어!
장난스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혜성은 괜히 입술만 삐쭉 내밀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녀의 표정이 얼추 예상이 가기 때문이었다. 조금 얄밉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특유의 표정. 필시 저 벽 너머에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겠지. 그렇게 혜성은 생각하며 자신의 자리를 안정시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따, 딱히 방해된다거나 그런 말은 안했거든? 나 참. 멋대로 추측하지 마. 싫다고 안했으니까. 그냥... 조금, 조금... 의외였을 뿐이야."
차마 놀랐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의외였다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살며시 두 손으로 물을 뜬 후에 자신의 얼굴에 살짝 뿌렸다. 철퍽. 철퍽. 따스한 온기가 찬바람에 식어가는 얼굴을 다시 데웠다. 한편 아람의 대답이 들려오자 혜성은 빠르게 벽 쪽을 바라봤다. 물론 그렇다고 아람의 얼굴이 보일리는 없었지만.
"탕 안에서 잤다고? 얼마나 잔거야? 너무 오래 있으면 어지럼증 걸릴텐데 괜찮아?! 지금... 내가 들어온 시간이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으니까 10시 반에서 11시 사이 아닐까? 아직 마감까진 시간이 남긴 했다만... 나? 나는 뭐, 이것저것 있어서.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것도 있었고, 학생회에 제출할 것도 따로 꺼냈고.. 뭐, 일단 어느 정도 업무로도 온 거긴 하니까."
혜성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어쨌든 학생회의 의뢰를 받으면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제출하기도 했고 오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아람과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제출할 생각이 없지만. 답을 마친 혜성은 그저 이 상황이 신기하다는 듯이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진짜. 누가 여자친구 아니랄까봐 이 시간에 들어오니까 온천에 있냐. 나 참."
/ㅋㅋㅋㅋㅋ 츤데레 남캐 옆의 장난끼 있는 개구장이 여캐도 최고인거 알지? 캐릭터 조합은 언제봐도 정말 최고인 것 같아! 그건 아람주가 이 스레를 버리지 않고 쭉 있어줘서? ㅋㅋㅋㅋ 나는 딱히 이 스레를 아직 그만두거나 할 생각은 없으니 말이야! 아람주가 정말로 바빠져서 힘들다고 한다면 모를까! 아앗.. 세상에. 야간 근무인거야? 아이고.. 야간 근무 화이팅이야!
"열시? 뭐야. 나랑 별 차이도 없잖아. 하긴, 넌 빨리 자긴 하니까. 생각해보면 지금 시간대에 자러 갈 때도 많기도 했고. 아니. 뭐... 말해두는데 나도 하루종일 바빴던 것은 아니었거든? 친구들이랑 놀기도 했어.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하루종일 작업만 하고 그러진 않아."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듯이 혜성은 그 부분에 대해선 확고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이야기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유여행을 왔는데 하루종일 사진 작업만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아람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맛있는 것도 먹었고. 어떻게 보면 참 이런저런 일이 많이도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편안하게 벽에 등을 기댔다.
"...그야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알았어. 아무리 그래도 이 밤에 혼자 보내기도 그렇고, 지금 이렇게 온천에 같이 있는데 굳이 따로따로 갈 이유도 없으니 말이야. 그러면 나갈 거면 이야기해. 그때 나도 일어날테니까."
물론 자신은 온천에 들어온지 그렇게 오래 된 것은 아니었고 그녀 역시 시간으로 보자면 마찬가지였지만 원래라면 아람은 잠에 들 시간이었다. 그러면 시간상 졸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혜성은 노천탕을 오래 즐기기보단 그녀의 시간에 맞추기로 하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괜히 물 속에 담겨있는 손을 가볍게 움직이며 물을 주변으로 약하게 뿌렸다.
"...참고로 묻는건데... 거기 혼자야? ...여긴 나 혼자야. ...뭐, 덕분에 너랑 이야기도 이렇게 나누고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이런 노천탕은 사람이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것이 조금 더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괜히 피식 웃으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불안하진 않아? ...남자친구가 이 벽 너머를 훔쳐보거나 할지도 모르잖아. ...뭐, 그럴 생각은 없긴 하지만."
당연하지만 혜성은 훔쳐보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여자친구라고 하더라도 할 짓이 있고 못할 짓이 있는 법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물어보는 것은 그냥 작은 장난끼였다. 아람이 어떻게 나올지 조금 궁금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귀를 쫑긋 세웠다.
/서브컬쳐를 보면 꼭 이럴 때 훔쳐보고 그러던데 말이야...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혜성이는 그럴 생각이 없다! 그리고 아람주도 아람이를 귀엽고 예쁘고 매력있게 굴려주고 있는 거 알지? 예전에 아람주는 한번도 여캐로는 연플을 띄워본 적이 없다고 들은 것 같은데.. 어째서일까. 이렇게 매력적인 여캐를 굴릴 수 있는 오너인데 말이야!
아람은 혜성의 말을 받으면서 웃었다. 평소에도 많이 웃는 편이지만 혜성의 옆에 있으면 웃음이 헤퍼지곤 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좋기 때문일까?
"알겠어ㅡ."
아람은 말꼬리를 늘리며 말했다. 아마 혜성이 들어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으니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가면 되지 않을까? 물론 바깥 공기가 차가운 게 겁이 나기도 했다. 으으 싫어.
"응. 나도 혼자야. 들어올 때는 몇 있으셨던 것 같은데 자다 깨니 아무도 안 계시네."
아람은 가장자리에 기댄 채 눈을 깜빡였다. 이어지는 물음에 웃음 짓고 말았지만.
"뭐야. 최혜성 응큼해. 그런 생각을 하다니."
물론 장난이었다. 일단 벽 자체가 훔쳐볼 수 있게 되어있지 않았고 혜성이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하지만 혜성을 놀리는 건 재미있으니까.
/ㅋㅋㅋㅋㅋㅋ 서브컬쳐니까! 하지민 혜성이 놀리는 건 재미있지! 그러게? 내가 여캐도 굴리고 남캐도 굴리고 그러는데 아무래도 상판에 여캐 비중이 높기 때문이 아닐지...? 아니면 내가 남캐를 더 잘 굴린다거나! ㅋㅋㅋ 나는 이만 쉬러 갈 것 같애! 혜성주도 얼른 자야지! 새벽이라구~
"시간이 시간이니 말이야. 하지만 난 이런 늦은 시간에 이렇게 목욕하는 것도 좋아해. ...뭔가 혼자서 조용히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니 말이야. ...아. 그렇다고 지금 순간이 시끄럽다거나 방해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말해두는데 혼자 이상한 생각하지 마!"
혹시나 자신의 말이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시끄럽다거나 혼자 생각을 하고 싶은데 방해가 된다는 의미로 전해질까 싶어 그는 절대 그런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당연히 그런 모습이 아람에게 보일리는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나름대로 강하게 아니라고 선을 그은 후에 그는 괜히 첨벙거리는 소리를 내며 앉아있는 위치를 바꿨다.
이번에 앉은 곳은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 바로 뒤였다. 이렇게 가깝게 앉으면 조금 더 대화를 나누기가 좋지 않겠는가. 한편 그런 와중에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뭐, 뭐, 뭐, 뭐래! 그럴 생각 없다고 했잖아! 누, 누가 응큼하다는거야! 그런 생각 한 적 없거든?! 올라가라고 해도 올라갈 마음 조금도 없거든?! 아. 진짜!"
괜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이번에는 아까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하게 얼굴을 도리도리 저으면서 혜성은 괜히 얼굴의 절반 정도를 온천 속에 담궜다. 보글보글. 물거품이 올라오는 소리가 조용히 그곳에 울렸다. 그 상태에서 이을 꾹 다물고 있던 혜성은 숨을 약하게 내뱉으면서 다시 얼굴을 물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럴 마음 진짜로 없으니까 안심해. ...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에게 상처주고 싶진 않으니까. ...이런 말까지 하게 만들고 말이야. 정말 방심을 못하겠다니까."
결국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작은 툴툴거림이었다. 그렇기에 혜성은 작은 복수를 하고 싶었는지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 아람이 말을 걸어와도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켰을 것이다. 물론 아람이 그런 그의 작은 복수심을 눈치챘지는 혜성으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
/ㅋㅋㅋㅋㅋ 맞아. 혜성이는 놀리는 맛이 있는 법이지! 역시 아람이는 혜성이를 아주 잘 놀리고 잘 다루는구나! 귀엽다! 아람이! 이렇게 반격을 해오다니! ㅋㅋㅋㅋㅋ 조금은 당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런 것은 없구나! 그러게. 벌써 시간이 시간이니 말이야. 이 답레만 달고 나는 자러 갈 생각이었어! 아람주도 잘 쉬길 바라고 좋은 밤 되길 바라!!
"이상한 생각 안 했어. 나도 목욕하는 거 좋아해. 물론 지금 같은 시간대는 아니지만. 저녁 먹은 뒤 쯤? 따뜻한 물은 기분 좋으니까."
공감한다며 아람은 탕에 몸을 좀 더 푹 담궜다. 따끈따끈한 온도에 몸에 열이 오르는 것도 같고. 따뜻한 물의 온도와 바깥의 온도 차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하지만 탕에서 나가서 실내로 가기까지 엄청 차갑겠지. 으으.......
아람은 혜성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놀리면 놀리는 대로 반응이 오는 게 혜성의 매력이라면 매력일까. 귀엽기두 하구 재밌기두 하구. 혜성이 얼굴을 물에 담궜는지 보글보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 좀 더 차분하게 들려오는 말소리에 아람이 웃음기를 담아 답했다.
"알아.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 ......하지만 벗은 몸에 관심을 갖는 건 남자친구만이 아닐 수도 있잖아? 여자친구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람이 계속해서 장난을 치며 말했다. 혜성이 대답을 하든 대답을 하지 않든 아람은 장난기가 돋아 탕에서 나온 것처럼 크게 물소리를 한 번 내더니 탕 안에서 손만 내밀어 두 손으로 가장자리에 물소리를 내며 마치 발자국 소리처럼 찹찹찹찹 소리를 냈다. 마치 진짜로 탕에서 나와 훔쳐볼 방법이 있나 찾아보는 것처럼. 혜성이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아람은 실제 탕 밖으로 나갈 생각은 없었다. 밖은 추운 걸.
/아람이는 혜성이에 대해서라면 이제 대체로 파악하고 있다구? 당황하기에는 혜성이가 너무 착한 애라서 그럴리가 없다는 믿음이 크달까ㅋㅋㅋ 혜성주 좋은 꿈 꾸고 있기를. 주말이니까 늦잠자기야~
여자친구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냐는 것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뭐, 지금 이곳을 훔쳐보겠다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혜성의 눈이 벽 위로 향했다. 아무리 봐도 저곳을 올라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진을 찍는다고 나름대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체력을 키운 자신도 저곳에 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았기에 더더욱. 물론 이를 악물고 올라가려고 한다면 올라갈수도 있겠지만 내려오는 것이 문제였고, 설사 올라간다고 해도 저 너머가 보일지는 미지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편 벽 너머에서 크게 물소리가 나더니 찹찹찹찹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혜성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지금은 침묵을 지킬 생각이었기에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혜성은 조용히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저 소리는 실제로 밖으로 나간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면 역으로 이용해볼까.
이어 혜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자연히 물이 주변으로 퍼지는 소리가 들려왔을 것이고 그는 일부러 다리를 움직이며 물살을 가르는 소리를 냈다. 마치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정말로 조용히 몸을 다시 물 속으로 집어넣은 후에 침묵을 꾹 지켰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조용히, 아주 조용히.
"......"
이어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알기 위해 혜성은 벽가에 귀를 살며시 갖다댔다. 자신이 나갔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그것조차 눈치채고 키득거리고 있을지. 일단 아람이 어떻게 나올지를 알아야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었기에 그는 계속해서 숨을 죽였다.
'...그런데 진짜 나간줄 알고 정말로 나가버리면 어떡하지?'
진짜 제대로 삐지는 거 아닌가. 그런 불안감을 살며시 품으며 일단 혜성은 계속해서 조용히 숨을 죽였다.
/ㅋㅋㅋㅋㅋㅋ 그거야 그렇긴 하지! 아람이는 뭔가 혜성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니 말이야!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답레를 남겨놓을게! 아람주는 일한다고 고생했을테니까 푹 쉬기야!
살며시 벽에 귀를 기울이자 아람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누가 들어도 시무룩한 목소리에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그러다가 좀 어지럽다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 어? 어? 마음 속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가만히 벽을 바라봤다. 물론 벽 너머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것인지의 여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연기인가? 아니면... 하지만 방금 전의 시무룩한 목소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로 시무룩한 것 같았기에 그는 마음 속으로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났다가 현기증 나서 넘어지면 어쩌냐는 그 말에 혜성의 입꼬리가 약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결국 꾹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아. 진짜. 아직 안 나갔으니까 바로 움직이지 마. 온천 안에서 현기증 나서 넘어지면 진짜 큰일이잖아! 내가 여탕으로 들어가서 꺼낼 수도 없는데!"
물론 지금은 여탕에 아람 하나밖에 없으니까 다른 이들의 눈치는 살피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나 역시 여탕에 들어가는 것은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윤리적으로나, 기분적으로나. 작게 혀를 차면서 그는 괜히 벽을 오른손으로 똑똑 노크를 하며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아람아. 너 괜찮아? 어지럽고 힘들어? 그럼 일단 찬물로 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겠어?!"
/점심은 맛있게 먹고 방에서 뒹굴거리는 중이었어! 가을인데...그래도 여전히 덥구나 싶네. 흑흑.. 일....왜 아람주는 또 일에 고통받는거야.. 쉰다면서..(토닥토닥)
"누, 누가 삐졌다는거야? 안 삐졌거든?! 그리고... 뭐, 그렇긴 한데. 아. 몰라. 몰라. 몰라! 애초에 쓰러질 정도로 탕에 있으면 어떡해!"
웃음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자신이 또 한 방 먹었다는 것을 혜성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 반작용으로 그의 목소리는 꽤나 툴툴거리는 톤으로 바뀌어있었다. 첨벙! 괜히 손으로 온천물을 앞으로 뿌리자 그런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이어 그는 확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운 물에 들어가기에는 춥긴 하니까. 지금이 여름이라면 모를까. 겨울이니까 특히나 더.
"그냥 얼굴의 열기나 몸의 열기를 식히는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지만... 아무튼 무리는 하지 마. 알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의 몸은 잘 챙기겠지. 일단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 상태에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들려오는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고소라는 말. 그게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겠지. 혜성은 그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늘을 바라보며 시선을 고정했다.
입김을 조용히 내뱉다가 그는 벽 너머에 있을 아람에게 조용히 물었다.
"가기 힘들거나 위험할 것 같으면 얼마든지 얘기해줘. ...같이 갈테니까. 남지친구는 이럴 때 부르는 거야."
바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같이 가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다시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물론 공부할 때나, 연기를 할 때. 특히 지난번 영화를 찍을 때는 꽤 무리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람은 모르쇠로 말했다. 아람은 아무래도 제 몸을 덜 생각하는 면도 있었다. 물론 아프면 내 손해니까 조심은 하지만서도.
"경찰서에는 변호사하고 같이 갈 거니까 괜찮아. 대신 나 나올 때 쯤에 기분전환하러 같이 가줄래? 맛있는 것도 먹고 네컷 사진도 찍고."
아람이 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그래도 고생했다는 말에 마음이 살며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뭐랄까, 어머니께 이야기하는 게 생각보다 수월했달까...... 다 믿어주셔가지고 조금 놀랬어. 진작 이야기할 걸 왜 용기내지 못했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람은 어머니에게 큰 애정을 느끼지 못했었다. 어머니는 늘 바쁘셨고 아람은 어머니께 짐이 되고 싶지 않아 늘 의젓하게 굴었다.
"변호사와 함께 고소장을 작성하는데....... 그, 언제 어떤 일을 당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억하면 더 유리하다고 해서. 내가 어릴 적 찍었던 사진들을 어떻게 구했는지 변호사님이 구해와서 봤거든. 사진은 어느정도 찍은 날짜가 특정이 되니까. 이 사진 찍을 때는 어떤 일이 있었고, 저 사진 찍을 때는 어떤 일이 있었고...... 그런게 생각나더라. 신기하지."
아람은 가장자리에 기대는 대신 혜성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에 벽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따뜻한 물에 좀 더 몸을 깊게 담궜다. 힘들었지만 혜성에게 내색하지 않은 건 제가 원래 상처를 숨기는 편이기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얼굴을 보지 못하는 지금 더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피식 웃으면서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사귀기 전에만 해도 꽤 여러번 본 적이 있었기에 혜성은 그 말에 쉽사리 동의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은 넘어간다고 답할 뿐이었다. 이어 두 손으로 물을 떠서 가볍게 자신의 얼굴에 뿌린 후, 살며시 고개를 돌려 남탕 안에 있는 냉탕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게 되면 자연히 이 벽에서 멀어져야하니 혜성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굳이 지금 찬물에 들어가봐야 뭐하겠냐는 내적 핑계를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람의 말에 조용히 혜성은 침묵을 지키며 귀를 기울였다. 고소장을 작성하는데 사진을 찍을 때 무슨 일이 다 생각이 났다면서 신기하다는 그 말에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꽤 시간이 지난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나하나 다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행복한 기억일리가 없었기에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맛있는 것도 먹고 네컷 사진도 찍고, 셀카도 찍어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찍어줄게. 그때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리라고 해도... 못 잊는 거 알아. 어릴 때 일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잖아? 그런데 영상으로 찍은 것도 아닌데 그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때 일이 그만큼 강하게 네 마음 속에 남았다는 것일테니까. 그러니까 말이지."
잠시 거기서 말을 끊고 혜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점점 흐려지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다시 입을 조용히 열었다.
"...앞으로는 그때의 일이 덮일 정도로 좋은 기억들을 사진처럼 네 마음 속에 남겨줄게. ...잊어버리진 못해도 덮어버릴 순 있을 거 아니야. ...뭐, 아닐수도 있지만... 그냥...뭐, 그러니까.. 음. 대, 대충 알아들어! 무슨 말인지 알 거 아니야!"
말하면서 상당히 부끄러웠는지 혜성은 붉어진 제 얼굴을 향해 물을 계속해서 두 손으로 떠서 뿌리기 시작했다. 첨벙, 첨벙. 물 튀는 소리가 벽 너머에서 조용히 울려왔을 것이다.
/휴일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그건 그렇고 아람이가 이제 뭔가 혜성이를 조금 더 믿고 신뢰하면서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이 느껴져. 물론 이전에는 마음을 닫고 있었고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이전의 아람이라면 이런 이야기는 아마 하지 않았을 것 같거든!
아람은 혜성이 넘어가주겠다는 말에 작게 웃었다. 벽 너머의 혜성에게서 다정한 말이 넘어왔다. 찰박찰박 물소리가 들려인 것은 아마도 혜성이 부끄럼을 타기 때문이 아닐까. 아람은 옆에서 보고 있는 것 마냥 혜성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고마워. 정말로. 이미 충분히 그래주고 있는 것 같은데?"
아람이 작게 웃었다가 말을 이었다.
"뭐랄까, 우리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 네가 아니었으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 같다는 말은 진심이야. 나 너랑 만나면서 좀 더 성장하고 나에 대해서도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혜성을 좋아하게 된 건 내 삶에서 가장 잘 한 일이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너랑 만났기 때문에 내가 사진도 다시 찍고, 연기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이렇게 예전 과거를 마주할 수 있게 된 거야. 나는 사실 누군가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너는....... 너는 날 믿어줄 것 같았거든. 실제로 믿어 줬구. 안전한 예행 연습 상대라고 해야할까?"
아람은 양 손으로 얼굴을 찹찹 가볍게 때리면서 부끄러움을 달랬다. 얼굴이 안 보인다고 별 얘기를 다 하는 것 같다.
"부끄러워....... 탕에 너무 오래있었나, 덥네. 얼른 나가야겠어."
부끄러워서 도망치려고 하는 게 답지않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말이었다.
/와아! 뭐랄까 아람이 시트 내면서 생각한 해피엔딩 조건을 다 만족한 느낌! 겨울이 지나면 한 학년이 마무리 된다는게 실감나네! 뭔가 처음 구상했던 느낌도 한 학년이 끝나면 엔딩이라는 느낌이었으니까! 물론 2학년 끝나고 3학년 얘기도 대학생 이야기도 할거지만!
그치. 옛날에는 하지 못했던 말을 지금은 할 수 있다는게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많이 믿게 되었다는 것 아닐까? 뭔가 아람이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서 오너로서 너무 뿌듯하다. 그리고 그 공을 혜성주와 혜성이에게 돌리겠어! 덕분에 예쁜 이야기들 만들어가는 것 같구~! 역시 성장 서사 너무 좋아...... 이제 결혼만 하면 돼(네?)
물론 아람에게는 특별하게 와닿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나 역시 혜성에겐 자신이 특별히 뭔가를 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이야기를 해주니 괜히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얼굴이 그저 붉어진채로, 들려오는 말들을 들으면서 그는 괜히 오른손을 물 밖으로 끄집어내서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자신이랑 만나서 좀 더 성장했다는 말, 자신 덕분에 예전 과거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 그리고 자신이라면 믿어줄 것 같았다는 말.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혜성은 절로 고개를 반 정도 물 속에 담궜다. 보글보글. 물거품이 작게 올라왔다.
그러다가 그는 조심스럽게 물 밖으로 얼굴을 끄집어냈다. 계속 집어넣기엔 역시 온천이 조금 뜨거운 탓이었다.
"...못 믿을 것은 뭐야. 여자친구 말은 믿어야지. ...그리고 그게 아니라도... 믿어. 네 말은."
아람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냐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람이 자신에게 그런 것으로 거짓말을 치진 않을 것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믿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런 마음을 가슴에 품으며 혜성은 벽 너머에 있는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믿어. 앞으로도 계속. ...네 말은 말이야."
피식 웃으면서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아람이 덥다고 이야기를 하며 얼른 나가야겠다고 말한 것 때문이었다. 이어 혜성은 쭉 기지개를 켠 후에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찬물로 몸 좀 식히고 밖에서 만나자. ...먼저 나갔다고 가버리기 없기야. 같이 돌아가기로 했으니 말이야."
이어 천천히 그는 물 밖을 향해 발을 옮겼다. 밖에서 보자. 그런 말을 남기며 혜성은 다시 첨벙첨벙 소리를 내며 물 밖을 향해 걸어나갔고, 이어 실내로 들어가서 가볍게 샤워를 하고 탈의실로 나가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1년이라는 시간도 상당히 긴 편이니 말이야. 봄, 여름, 가을. 정말 이 사이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이 절로 확 느껴지네. 사실 2학년 이야기는 하나의 끝이고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 되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따지자면 혜성이도 성장한 면이 있는걸! 아람이로 인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고 말이야. 물론 툴툴거림은 아직 고치지 못했지만...ㅋㅋㅋㅋㅋ 이건 아직 어쩔 수 없을 것 같네. 아무튼 나 역시 이 공은 아람이와 아람주에게 돌리도록 하겠어! 결혼...ㅋㅋㅋㅋㅋ 아마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보다 혜성이는 아람이가 너무 좋대.
그렇게 노천탕 너머에서의 만남은 장난으로 시작해 조금은 진지한 이야기로 끝났다. 밖에서 만나자는 혜성의 말에 대답하며 아람은 천천히 일어났다. 으, 찬 바람이 젖은 몸을 감싸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으나 정말로 현기증이 날 지도 모르니 가만히 서서 잠시 기다렸다가 천천히 움직였다.
다행히 실내로 들어가기 까지 별 일 없었고 따뜻한 훈김이 나는 실내에서 몸을 마저 씻었을 것이었다. 물론 너무 졸리고 나른해서 비몽사몽인 상태이긴 했지만서도.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말리고 탈의실에서 나온 아람은 품이 낙낙한 느낌의 코트에 벌써부터 목도리를 돌돌 말고 있을 것이었다. 아무리 초겨울이라고 하더라도 벌써부터 추위를 타는 모양인양. 훈기가 남아 있기 때문인지 아람의 얼굴은 발그레했다.
“많이 기다렸어?”
아람이 눈을 비비며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혜성을 향해 다가갔다. 아무래도 아람이 씻는데 더 오래 걸렸음이 자명해 보인다. 보통 남자들은 빨리 씻으니까 말이다. 머리카락은 축축하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바싹 말리지는 못한 듯 촉촉한 채로 목도리와 이리저리 같이 꼬여있을 것이었다.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은 어느새 어깨를 살짝 넘은 기장까지 자라 있었다.
/맞아 ㅋㅋㅋㅋ 엄청 오래 굴리기도 했고 엄청 많이 일상 하기도 했고. 큐큐 너무 재미있다. 역시 상판 못 떠나..... 툴툴거림은 안 고쳐도 괜찮아 충분히 귀여우니까! 아람이도 혜성이 많이 좋아해~ 혜성주도 오늘 좋은 하루 보내고!!!
따스한 물 속에 있었던 만큼 샤워는 차가운 물로 하며 혜성은 자신의 몸을 가볍게 떨었다. 물론 차가운 물이라고 해도 실외가 아니라 실내였기에 그렇게 추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몸에 남아있는 따스한 열기를 식히기에는 딱 좋은 온도라고 생각하며 그는 머리를 감고 구석구석 깔끔하게 몸을 씻었다. 온천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나올땐 깔끔하게 물기를 털어내고 씻어내는 것이 맞으니까.
이내 다 씻은 후, 그는 여기에 올 때 입고 온 조금은 두꺼운 푸른색 스웨터와 남색 바지, 그리고 언제나 외출할때는 꼭 쓰고 다니는 빨간색 빵모자를 머리에 꾹 눌러썼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시작되지 않았기에 이 정도면 추위를 이겨내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어 그는 쭉 기지개를 켠 후에 열쇠를 반납한 후에 로비로 나섰다.
우유라도 사서 먹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저 편에 있는 우유 판매기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는 목욕을 하고 나면 바나나 우유를 많이 먹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는 잠시 어쩔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성은 살며시 뒤로 돌아 아람을 바라봤다.
촉촉한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꼬여있는 그 모습에 혜성은 아람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그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해주려고 했다. 아람이 피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정리한 후에 혜성은 손을 내렸을 것이다. 만약 피했다고 한다면 그냥 손을 아래로 내렸겠지만.
"별로. 나도 방금 나왔어.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고. 그것보다 괜찮아? 많이 졸린 것 같은데."
빨리 숙소로 들여보낸 후에 재워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혜성은 몸을 옆으로 틀어 저편에 있는 우유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마실래? 저거? 바나나 우유도 있는데."
/ㅋㅋㅋㅋㅋ 맞아. 일상 많이 했지. 이것만 해도 41번째 일상이니 말이야! 이대로 가면 50번째 일상도 나오겠구나! 진짜 많이 돌리긴 했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것이 많다! 물론 스톡해둔 것은 대부분 까먹긴 했지만..다시 천천히 정해도 괜찮을테니까! 아앗... 언제나 혜성이를 귀엽게 봐줘서 고마워!! 아람주는 지금 출근한거지? 오늘 하루 화이팅이야!
"그래? 그럼 나도 안 마시고 갈게. ...여자친구 졸리다는데 우유나 한가롭게 먹기도 좀 그렇잖아."
결국엔 네가 졸리니까 빨리 데려다주고 싶다는 말을 살짝 돌리면서 혜성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에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한 것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혜성의 눈에도 아람은 상당히 졸려보였다. 저렇게 졸리다는데 어떻게 한가롭게 우유를 마실 수 있겠는가. 이어 그는 나갈 채비를 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혹시나 너무 졸리면 내 팔을 붙잡아도 괜찮아. 부축해줄테니까."
그녀 하나 부축하면서 걸어가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기에 혜성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히 가세요! 라는 직원의 인사를 뒤로 하며 혜성은 아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자연히 차가운 공기가 제 얼굴을 스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는 괜히 입김을 후우 불었다. 아직 하얀 입김이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만간에 그렇게 될 정도로 추워지지 않을까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응?"
그 순간이었다. 눈앞에서 하얀색 뭔가가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그것은 틀림없는 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하늘에서 눈이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고개를 하늘로 올리자 작은 눈 결정 하나가 그의 콧등에 똑 하고 떨어졌다. 이어 혜성은 반대편 손으로 그 결정체를 털어냈고 피식 웃었다.
"눈 내리네. ...첫눈이지? 이거?"
/그러게! 이것으로 501! 딱 절반이로구나!! 이대로 가다보면 5판도 충분히 갈 수 있겠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물론 3학년은 빨리 넘겨버리고 대학생편으로 가도 되겠지만 말이야! 아이고.. 오늘 하루 정말로 수고 많았어! 푹 쉬어라! 아람주!
This image was created with Picrew’s “8월 32일“!! https://picrew.me/share?cd=yxsOjrqMIN #Picrew #8월_32일
히히힣 요즘 픽크루 왤케 재밌오 ㅋㅋㅋ 아람이 머리카락 조금 더 길었으니 한 3학년 여름 때쯤은 머리길이 이정도 되지 않을까 싶고. 아람이 비키니 입고 나왔는데 혜성이 티 입고 있어서 아람이 또 나만 진심이지 하고 툴툴 거릴 것 같은 적페 망상 해버렸어. 물론 3학년 때 바다 갈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지만 흑흑
결국 혜성은 우유 대신 아람을 챙겨주기로 결정했나보다. 아람은 평소같으먼 같이 우유를 마셨을테지만 지금은 너무너무 졸렸다. 아마 숙소로 돌아가면 옷만 갈아입고 바로 잠들것만 같다. 아람은 혜성이 잡아오는 손을 꼭 잡으며 걸음을 맞춰 걸었다.
"알겠어......."
라고 하지만 여전히 손만 잡고 비몽사몽 걷는다. 물론 직원의 인사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오니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앗, 추어......" 작게 소리를 내며 아람은 혜성과 맞잡은 손을 자신의 코트 주머니 속으로 같이 넣으려 한다. 비어있는 손은 이미 주머니 속으로 숨었다.
"......?"
아람은 혜성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반쯤 감겼던 눈이 느릿하게 크게 떠졌다가 사르르 접히며 웃었다.
"첫눈 같이 맞았으니 우리 영원히 함께네."
물론 미신이긴 하지만 자연히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5판 머릿말 안정했는데....! ㅋㅋㅋㅋㅋㅋ 3학년 아쉬우니까 계절 당 하나씩만 돌릴까~?
맞잡은 손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아람의 행동에 혜성은 순순히 손을 내줬다. 자고로 이런 겨울 시기에는 손을 잡고 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것이 로망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기에 혜성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순순히 아람의 주머니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혹시나 미끄러지지 않게 아람의 손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에 살며시 힘을 주었다. 보아하니 아람은 두 손을 다 주머니에 집어넣은 상태였으니 자신이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한편 눈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기 시작했고 그 모습이 아람에게 있어선 행복하거나 기분이 좋았는지 웃어보이자 혜성은 자연히 아람의 얼굴로 시선이 향했다. 그러다 들려오는 그 말에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얼굴을 돌리면서 이야기했다.
"그, 그런 것은 미신이잖아. 아무리 그래도 첫눈을 같이 맞았다고 그런 일이 있을..."
허나 혜성의 말은 바로 멈췄다. 마치 이러면 영원히 함께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것도 사귀고 있는 사이에. 이어 혜성은 작게 혀를 차면서 자유로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눈이 내리지 않아도... 함께야. 네가 헤어지자고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말이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다시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아직 눈이 쌓이려면 한참 멀긴 했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길이 얼어붙을 수도 있었기에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이 정도 눈이라면 쌓이진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눈을 본 것은 나쁘지 않네. ...이 시간에 온천에 오길 잘했어. 여러 의미로 말이야."
/맙소사...ㅋㅋㅋㅋㅋㅋ 또 픽크루를 만든거야? 하..좋다. 아람이의 저 천진난만하고 밝아보이는 표정이 너무 좋다! 아람이 머리카락 상당히 자라났구나. 하기사 계속 기른다면 확실히 저 정도는 되도 이상하지 않겠네! ㅋㅋㅋㅋㅋㅋㅋ 이건 혜성이가 잘못한게 맞다! ㅋㅋㅋㅋ 3학년때는 바다에 가는 것은 조금 힘들 것 같지만 대학생때 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혜성이는 그렇게 아람이가 툴툴거리면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가 아마 티를 벗을 것 같아. 딱 여름 바다를 즐기는 그런 스타일로 말이야! 그러면서 이제 공평하지? 이렇게 말할 것 같아. 그러면서도 아람이 비키니 가만히 바라보다가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할 것 같아. 아마 이건 툴툴거리지 않고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은걸! 음. 꼭 하나씩만 돌릴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일단 그 부분은 천천히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정해서 좀 더 돌리고 싶으면 돌리고, 금방 넘기고 싶으면 넘어가고..그래도 좋을 것 같아!
아람이 혜성을 살짝 흘기긴 했지만 혜성은 다른 쪽을 보고 있었기에 자신을 향한 그 눈빛을 알아채진 못했다. 허나 아람이라면 필시 방금 말을 계속 이어서 했으면 뭔가 반응을 보이긴 했을 것 같다고 판단할 뿐이었다. 이어 함께라니 좋다면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그는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다가 표정을 살짝 관리했다. 너무 풀린 표정을 보이는 것을 피하는 혜성의 습관 중 하나였다. 물론 그럼에도 결국 입꼬리는 살짝 올라간 상태였지만.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발걸음이 마냥 빠른 것은 아니었다. 물론 눈을 계속 맞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빨리 들어가긴 조금 그렇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적당히 눈을 맞으면서 걸어가다가 숙소에서 헤어지면 되겠지. 그렇기에 평소보다 조금 좁은 보폭을 유지하며 걸어가는 와중, 자신에게 들려오는 질문에 혜성은 자유로운 손을 올려 자신의 빵모자를 만졌다.
"이거? 음. 아낀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내가 직접 용돈을 모아서 산 첫 모자라서 말이야. 중학교때 샀었거든."
별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자신이 용돈을 모아서 산 첫 모자이기에 늘 끼고 다니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어깨를 살짝 으쓱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아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그렇다보니까 특별히 무슨 사연이 있다거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야. 그냥 맨 처음에 산 모자라서 그런지 굉장히 애착이 가더라고. 그래서... 뭐, 쓰고 다니는 편이야. 쓸 수 있을땐 말이야."
조금 쑥스러운지 혜성은 이어 헛기침을 하면서 앞을 바라봤다. 저 길목 너머에 숙소가 보였고 그는 그곳을 향해 똑바로 천천히 걸어갔다.
"...너도 하나 살래? 빵모자. ...커플 빵모자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바다니까 티 하나 벗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거야! 혜성이가 감당하면 되지 뭐! 그래도 혜성이.. 막 근육이 많은 몸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좋은 몸이라고 자부한다! 다른 말은 여전히 툴툴거릴지 몰라도.. 아람이에 대한 칭찬이나 그런 것은 절대로 숨기지 않고 툴툴거리지 말고 제대로 전하고 싶어하는 것이 혜성이니까 말이야. 그때 정도면 아마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 좋아! 어차피 급하게 엔딩내야 하는 스레도 아니고... 천천히 느긋하게 할 거 다 하고 다니면 되지! 5판 0레스 내용도... 아직 4판이 끝나려면 멀었으니 천천히 생각해봐도 될테고 말이야. 사실 난 5판 0레스는 혜성이의 속마음 같은 한마디를 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아람이 졸음에 느릿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물건에 이유가 붙는 것은 아니니. 하긴 이유없이 좋아하게 되는 물건들이 있지 않은가. 아람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성은 또 꼼꼼한 면모가 있으니까 관리도 꼼꼼하게 했을 것 같고.
"그럴까? 완전히 똑같은 건 없겠지마안.... 비슷한 걸로 사서 쓰고 다니면 커플처럼 보일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이라며 아람이 배시시 웃었다.
눈은 적당히 맞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찬찬히 내렸고 숙소는 너무 가까워서 아쉬울 지경이었다. 밤이라 주위는 어둑하고 통행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즈넉한 겨울 밤 골목길. 첫눈이 내리는......
"아, 이거 그거야."
숙소가 더 가까워지기 전에 아람은 걸음을 멈추며 혜성을 올려다봤다.
"키스할 타이밍."
드라마나 영화 같은 장면에서 자주 봤다며.
/꺄 혜성이 상탈...! 좋아좋아. 뭔가 아람이도 좀 이때는 부끄러워 할 것 같기도하고? 다시 입혀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버렸어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벗으랄 때는 언제고 왜 다시 입히냐고 툴툴 거릴 것 같기도하고ㅋㅋㅋㅋㅋㅋ 대학생 정도면 혜성이 제대로 전하는 걸 넘어서 그런 걸로 장난도 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좀 더 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려나? ㅋㅅㅋ 헉 5판 0레스 혜성이 속마음도 좋을 것 같아!! 5판 가기 전에 애들 3학년 되면 시트도 3학년으로 맞춰서 새로 갱신하고싶어 >< 오늘은 좀 쉬엄쉬엄 일하는 중이야... 일 줄어들었다고 상판 복귀 했더니..... 일:응 안줄어~
"...처음으로 용돈을 모아서 산 거니까. 다른 모자보다는 조금 더 애착이 가더라고. 다른 모자도 있기는 한데 괜히 이걸 더 쓰게 되고 말이야."
빵모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올려 자신이 머리에 쓴 모자를 더욱 꾹 눌러썼다. 이제는 한 몸이 된 것처럼, 그 모자는 혜성의 머리에 찰싹 달라붙어 조금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어 아람이 빵모자를 사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혜성은 살며시 자신의 모자를 벗은 후에 아람의 머리에 조심스럽게 씌워보려고 했다. 아람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아마 모자를 씌운 후에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아무런 말 없이 싱긋 웃어보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모자를 벗긴 후에 자신이 썼을 것이다. 물론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한편 숙소가 점점 가까워지고 이제 아람을 방으로 보내고 자신도 방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아마 바로 자진 않고, 조금 더 작업을 하다가 잘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며 혜성은 괜히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나 잠이 안 오면 살며시 밖으로 나와 산책이라도 즐길 참이었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아람이 걸음을 멈추면서 그거라고 이야기를 하자 혜성은 덩달아 발을 멈추고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뭐, 뭐, 뭐, 뭐?!"
생각도 못한 말. 키스할 타이밍이라는 그 말에 혜성은 어버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하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런 순간에 조용히 키스를 나누고는 했지만 그래도 갑자기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방금 전까지 졸려하지 않았던가.
"조, 졸리다더니 그런 타이밍은 어째서 정확하게 캐치하는건데. ...나 참."
괜히 작게 툴툴거리면서 혜성은 살며시 주변을 살폈다. 늦어가는 밤시간이라서 그런 것일까. 딱히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이어 혜성은 숨을 약하게 내뱉더니 아람의 주머니 속에 들어간 제 손을 살며시 푼 후에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아람을 품에 끌어안으면서 살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아무런 말도 없이 살며시 제 품으로 가둬, 주변에서 보지 못하도록 하면서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갰다. 눈을 감고 따스하고 포근한 그 입술을 조용히 느끼면서 혜성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세를 유지했다.
/ㅋㅋㅋㅋㅋㅋ 아람이가 다시 입히려고 하면 혜성이는 정말로 너만 진심이라고 해서 나도 상의 벗었는데 왜 갑자기 입히냐고 괜히 툴툴거릴 것 같긴 해. 물론 입으라고 하면 다시 입기야 하겠지만 말이야. 다음에 바다에 오면 자신은 레쉬가드를 입어야겠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는걸? 장난을 칠 수 있을진...일단 그때의 혜성이를 보면 알 수 있겠지! 사실 장난보다는 그냥 무심하게, 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다정함을 섞어서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클 것 같지만 말이야. 툴툴거림도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르고! 5판 가기 전에 애들이 3학년이 되면 확실히 3학년 시트로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물론 느낌은... 5판 가기 전에 3학년이 될 것 같진 않지만 말이야! 겨울은 이제 막 시작되었는걸! ㅋㅋㅋㅋㅋㅋ 그 사이에 AU도 한번씩 돌리고 그러면 은근히 할 것이 많지 않을까? 앗. 오늘은 그래도 좀 쉬엄쉬엄 일했구나. 지금은 퇴근했으려나? 일단 고생 많았어!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아람은 혜성이 모자를 벗어 제 머리 위에 올려놓자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배시시 웃어보였다. 혜성이 마주 웃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잘 어울리나보다 싶었고.
멈춰선 아람이 혜성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혜성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아람은 그에 장난스럽게 쿡쿡 웃었다. 혜성의 이런 모습이 좋아서 매번 이렇게 장난을 치고 그러는 게 아닐까?
“그야, 내가 널 좋아하니까 그렇지.”
내가 너랑 입맞추고 싶으니까, 라는 말을 고상하게 바꾸어 표현하며 혜성이 자신을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에 맞춰 손을 올려 혜성의 목 뒤로 감았다. 혜성의 고개가 아래로 내려오고 아람은 혜성에게 몸을 기대며 뒷꿈치를 살짝 들었다. 자연스럽게 눈이 감기고 입술이 맞닿았다.
바깥 공기는 분명 차가웠는데 입술에 닿는 감촉은 뜨거웠다. 분명 차가웠던 입술이 자신의 장난스러운 진심 때문에 금방 달아올랐던 것은 아닐까. 아람은 숨 쉬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며 혜성의 입술을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벗을 거라곤 생각 못했단 말이야! 부끄러우니까 다시 입어." 라고 할 것 같은데 ㅋㅋ큐ㅠㅠ 둘이 넘 귀여ㅑ워. 혜성이 레시가드 입는다고 하면 아람이는 혜성이한테 지퍼 달린 걸루 입어. 보고 싶으면 벗겼다가 부끄러우면 다시 입히게. 라구 장난스럽게 이야기할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점점 어른되면서 정말 어른이 되어가눈구나(?) 흑흑 왠지 내가 키운 느낌(혜성주가 키웠지만) 그런 혜성이도 너무 좋을 것 같지. 역시 남자는 귀여움에서 멋있음으로 진화하게 되는 건가(아니에요) 하긴 5판 가기 전에 3학년이 될 것 같지 않고 6판 가기 전에 3학년이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외면) 겨울 끝나면 또 에유 돌리고 말이야! 원래 우리는 할 것 많았어 시간이 없을 뿐이었지(눈물) 나는 퇴근 했지!! 혜성주도 하루 수고 했어~!~~!
내가 널 좋아하니까 그렇지. 그 말에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괜히 쑥스러운 듯 고개를 살며시 숙였다. 너무나 솔직하게 귀여운 표현이었다. 그 표현 때문일까.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 터질 것 같았다. 키스를 조르는 말. 그리고 애정을 표현하는 말. 지금부터 이어질 키스. 그 모든 것이 혜성의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만들었으나 혜성은 애써 태연한 척 하려고 애썼다.
자신이 그녀를 끌어안자 그녀가 자신의 목 뒤에 팔을 감는 것을 혜성은 느낄 수 있었다. 뒷꿈치를 살짝 들어올리면서 몸을 기대는 것에 맞춰 혜성은 그녀의 몸을 지탱하며 더욱 팔에 힘을 쭤서 끌어안았다. 누군가가 보면 강하게 포옹하는 것 정도로만 보이겠지만, 깊게 보면 입을 맞추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자세였다. 허나 그럼에도 직접적으로 입을 맞추는 모습만큼은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어 혜성은 애써 제 품에 그녀를 가두면서 입을 맞추려고 했다.
진하게, 부드럽게, 그리고 뜨겁게 입술이 맞닿았다. 쉽사리 떨어뜨리지 않고 그 열기와 부드러움을 탐하면서 혜성은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러는 와중 제 입술을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무는 것에 혜성 역시 아주 살짝 그녀의 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그 상태에서 그녀를 끌어당겨 그녀의 입술에 제 입술을 더욱 밀착시키며 그 부드러움과 온기를 교환하듯 입맞춤을 이어나갔다.
잠시 그렇게 조용한 입맞춤을 이어나가던 혜성은 살며시 그녀에게서 입술을 떨어뜨렸다. 이미 얼굴이 펑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오른 그였으나 애써 아닌 척, 태연한 척 하며 혜성은 헛기침 소리를 여러 번 내뱉었다.
"그, 그럼 갈까. ...추운데 감기 걸릴라. 아람이 잠도 재워야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이 딱 평소의 혜성의 모습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아람아...ㅋㅋㅋㅋㅋㅋ 혜성이가 그런 말을 들으면 아마 도끼눈을 뜨고 아람이를 빤히 바라볼 것 같아. 벗겼다가 다시 입힌다니. 무슨 내가 옷갈아입히기 인형이야? 그런 식으로 툴툴거릴 것 같아. 하지만 내년 여름에는 말한대로 지퍼 달린 래쉬가드를 입고 올 것 같아. 그러면서 아람이에게는 딱히 네가 입어달라고 해서 입은 것은 아니고...그냥 이거 디자인이 좋고 잘 팔린대서. 이렇게 괜히 말을 돌릴 것 같아. 어쩔 수 없는 츤데레 마인드. 아람주도 어느정도는 키운거지! 혜성이의 서사에 아람이가 얼마나 많이 끼여있는데! ㅋㅋㅋㅋㅋ 멋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아마 툴툴거림과 츤데레적 모먼트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긴 할거야! 아무래도 성격이 성격이다보니! ㅋㅋㅋㅋㅋ 6판 가기전에 3학년이 끝날지는...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3학년은 길게 가진 않을 것 같긴 해. 사실 한국의 고3은 청춘이고 뭐고 공부하기도 바빠 죽을 시점이니 말이야. 흑흑.. 고3 생활 나빠요. 맞아. 할 것은 엄청 많았지. 시간이..현생이 나쁜거다. 이건.. 아앗.. 퇴근했구나! 하루 정말로 고생 많았고 이제 남은 시간 푹 쉬기야!!
등 뒤로 혜성의 팔이 강하게 조여지는 것이 느껴졌다. 끌어안을 때마다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그 몸짓에 아람은 늘 혜성에게 매달리고야 만다. 찬 바람에도 손끝까지 열이 오르는 기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는 것과는 다른, 좀더 깊고 눅진한 감각. 그런 감각에 사로잡히고 만다.
깊게 닿아오는 감각 도중에 자신이 입술을 깨물자 반격처럼 다시 깨물어오는 혜성의 행동으로 인해 아람은 잇새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가 이내 자신을 더 깊게 끌어당기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그것 또한 삼켜져 사라졌다.
“하아ㅡ.”
잠시 멈춰진 입맞춤에 아람은 이내 뒷꿈치를 내리고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대며 기댔다. 여전히 혜성의 목에 매달린듯한 모습이었지만. 아람은 추위도 가실 만큼 덥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혜성이 헛기침 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뒤이어 들려오는 말소리도 들었다. 아람이 잠도 재워야 한다는 그 말에 아람은 푸스스 웃음을 내뱉었다.
“으응. 아람이 잠도 자야하니까.”
아람은 팔을 내려 이번에는 혜성의 허리를 감싸안고 혜성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볐다.
“뭔가 잠이 다 달아난 느낌이지만.......”
쿵쿵 뛰는 심장을 조금씩 가라앉히려고 노력해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 툴툴거려도 진짜 그렇게 해주는 거냐궄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진짜 >< 역시 혜성이는 혜성이지! ㅈ츤츤거리는 게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 나도 같이 키운 거야? 영광인데~~ 성격 쉽게 바뀌지 않지! 어른스러워진 혜성이도 보고싶고 어른스러워진 아람이도 보고 싶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긴 한데(흐릿) 고3생활 너무 나빠........ 진짜 나빠..........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남은 시간 푹 쉬고 있어~~ 할 일도 하고 말이야~!
자신의 가슴팍에 얼굴을 대면서 기대는 모습에 혜성은 손을 올려 그녀의 긴 뒷머리카락을 천천히 손으로 쓸어내렸다. 온천에 들어갔다가 나온 덕일까. 굉장히 머리카락이 부드럽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온천 물이 좋긴 좋구나. 그렇게 생각하다 그는 그녀를 놓아주며 헛기침 소리를 연달아 냈다.
하지만 자신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이 허리를 감싸안고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는 행동에 혜성은 결국 또 아람을 꼬옥 안아주면서 가만히 등을 토닥였다. 딱히 달랠 필요는 없지만 뭔가 지금 이 자세를 취해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잠이 온다고 한다면 남자친구로서는 눈물 제대로 나올지도 몰라."
그래도 키스까지 했는데, 그것도 제법 진하게 했는데 잠이 온다고 한다면 자신으로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잠이 온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아람은 잠들 시간이었으니까.
"그, 그럼 말이야. 숙소 근처 한바퀴만 돌까? ...잠이 지금 당장 안 온다면 말이야."
잠이 다 달아났다고 한다면 조금 더 걸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마침 하늘에서 눈도 내리고 있겠다. 역시 바로 들어가긴 조금 많이 아쉬운 탓이었다.
"...뭐, 그러니까... 첫 눈이 오는데 바로 돌아가기도 좀 그렇잖아. ...그.. 키스하는 타이밍은 키스하는 타이밍이고... 난 첫눈이 내릴 때 같이 걸어가는 연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아람이가 그렇게 말하는데 혜성이가 못해줄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래도 뭔가 무안해서 그렇게 핑계는 대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아람이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상당히 귀여워! 지금만 해도 살짝 어리광 부리는 듯한 모습이 또 엄청 귀여워! ㅋㅋㅋㅋㅋ 그거야 나와 아람주는 같이 1:1을 하고 있잖아? 그리고 서로의 캐릭터가 얽혀서 서사가 진행되는 중이고! 그러니까 같이 키운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ㅋㅋㅋㅋㅋ 그래도 놀다보면 어느 순간 훅 나오지 않을까 싶은걸? 봄부터 시작해서 지금 겨울까지 왔고 벌써 41번째 일상이니 말이야! 아앗.. 아직 할 일을 하는구나. 물론 개인적인 일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거니까! 나는 지금 티빙 보면서 시간 보내는 중이야! 그 와중에... 와.. 네카에 저런 게 있었구나! 난 네카는 중국어라서 그런지 조금 다루기 힘들던데... 아무튼 확실히 조선시대에는 저런 느낌도 날 것 같기도 해! 물론 저 네카이미지보다는 조금 더 조선풍이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만든다고 수고했고 고마워!!
큐큐 그렇게 핑계대는 혜성이가 귀여운거니까! ㅋㅋㅋㅋ!!! 아람이를 귀여워해준다니~~! 이번 일상에서 혜성이 혼자 멋잇고 귀엽고 다하는 것 같은데>< 같이 키운다고 해주니 내가 혜성이의 지분을 어느정도 가져가도록 하겠어! 대신 아람이의 지분을 줄게 ㅋㅋㅋㅋ!!! 맞아 어느순간 겨울이 온 것처럼 어느순간 어른이 되 있겠지~ 오래오래 같이 재미있게 놀자~ 할일이라는게 픽크루 찾는 거라서. 근데 찾으라는 픽크루는 못찾고 계속 요즘 아람이 픽크루만 만들고 있네 문제야문제 ㅋㅋㅋ큐ㅠㅠ 나도 다른 사람이 좋다고 추천해준 네카 들어가본 거야~~ 장발 혜성이....... 혜성이는 어떤 머리 스타일을 해도 맛있는 것 같아 흑흑 맞아 저 이미지보다는 조선풍일 것 같지! 내가 그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슬픔) 그럼 나는 이만 들어갈 볼 예정이라~~ 혜성주도 좋은 밤 보내구!!!
ㅋㅋㅋㅋㅋㅋ 아닛. 유혹하는 아람이 뭐야...ㅋㅋㅋㅋ 혜성이 얼굴 새빨개져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겠는데. 괜히 헛기침을 내면서 시선을 살짝 다른 곳으로 회피하지 않을까 싶어지는걸. 혜성이가 멋있었던가? 정작 돌리는 나는 모르겠다! 물론 이러면 내가 혜성이를 돌리고 있어서 모른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아앗..좋아. 그럼 아람이의 질분의 어느 정도는 내가 가져갈게! 와! 역시 아람주는 좋은 파트너야!! (야광봉) 아앗...ㅋㅋㅋㅋㅋ 세상에. 그런 거였구나. 하지만 뭐 어때. 아람이 픽크루 만들면서 스스로 만족하면 되는거지! 원래 픽크루건 뭐건 자캐 관련은 자신이 만족하고 재밌으면 오케이라구! 그러니까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아람주가 인어공주 AU였던가 그때 그려준 그림이라던가 난 꽤 예쁘다고 생각하는걸. 난 아예 그림은 진짜 못 그려서..(눈물) 정작 머릿속으로 이미지는 있는데 그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리려고 하면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 자체가 나오지 않아. 다른 이들이 잘 그리는 사람 그림도 난 잘 못 그리고..(주륵) 딱히 불만은 없지만 말이야. 그냥 나는 그림 그리는 것엔 소질이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어. 어쨌든 잘 자! 아람주!! 내일 하루도 화이팅!
아람은 혜성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것도, 등을 토닥이는 행동도 너무 좋았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원래 이런 것일까? 옆에 있으면 좋고 더 알아가고 싶고 계속 닿고 싶은 마음.
"하긴 그렇긴 해."
아람은 혜성의 가슴팍에 뺨을 대고 키득거리며 웅얼웅얼 말했다. 그리고 혜성의 이어지는 제안에 아람은 작게 웃었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인 걸까.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 말이야.
"좋아ㅡ. 조금만."
아람은 혜성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얼굴은 여전히 발그레한 채였지만. 혜성의 손을 맞잡으며 방금보다는 잠이 깬 얼굴로 걸었을 것이었고. 눈오는 풍경과 손에 맞잡은 온도를 느끼며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었겠지. 아마 한 바퀴가 아니라 여러 바퀴를 돌다가 더이상 잠을 참지 못한 아람이로 인해 비실비실 숙소로 돌아갔을지도.
/막레! 큐큐 혜성이 아람이랑 사귀면서 헛기침만 는 거 아니야? 귀여워 ㅋㅋㅋ 혜성이 멋있는 면모 많은데! 혜성주만 모르는 것 뿐이야!(야광봉) 맞아 자캐 덕질이 최고다! 앤캐 덕질도 더해지면 금상첨화지!ㅋㅋㅋㅋㅋ 헉 전에 그림 진짜 너무 오랜만에 그려서 엉망진창이었는데 예쁘다고 해줘서 고맙다규~ 하지만 나도 그리고 싶은 것을 실력이 없어서 못그리는 건 매한가지라 ㅋㅋㅋㅋㅋ규ㅠㅠㅠㅠㅠ 엄청난 금손이 아닌 이상 다들 마찬가지가 아닐지. 혜성주도 오늘 하루 화이팅이야~!
막레 잘 받았어!! 이번 일상도 수고했어! 아마 혜성이는 이후에 한바퀴가 아니라 정말로 여러 바퀴를 돌다가 아람이가 너무 졸려하는 모습이 보이면 바로 숙소로 돌아가서 방까지 데려다준 후에 자신도 방으로 돌아갈 것 같아. 물론 바로 자진 않고 조금만 더 카메라 작업을 하고 그랬을 것 같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츤데레가 주제를 돌리기 위해서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 바로 헛기침이라지? 나름 클리셰다! 이것도! ㅋㅋㅋㅋ 아무튼 나만 모르는 멋짐이라니. 물론 자캐의 매력은 정작 오너는 잘 모른다고 하니까 말이야! ㅋㅋㅋㅋㅋ 맞아. 앤캐 덕질도 함께 하면 금상첨화지! 그래도 그때 그림 정말로 예뻤는걸! 아람주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 ㅋㅋㅋㅋㅋ 그리고 꼭 그림 잘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혜성주도 일상 수고했어!!! 혜성이 왤케 늦게 자! 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아침에 비몽사몽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츤데레가 헛기침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러고보니 진짜 그렇네ㅋㅋㅋㅋㅋㅋ 귀엽당ㅋㅋㅋㅋㅋㅋ 그 이후로 또 그림 안 그리지만...! 가끔 필받을때 그려! 칭찬 고마워어엉! 맞아 낮에는 넘 뜨겁더라구 일교차는 있으니까 조심해야해~!
사실 평소에는 그렇게 늦게 자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엔 학생회에게 사진 의뢰를 받았으니 말이야! ㅋㅋㅋㅋㅋ 그래서 아무래도 작업을 좀 하려면 약간 늦게 잘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그리고 아침이 약한 것은... 그냥 혜성이의 성향 같은 거라서 빨리 자도 다를 것은 없는걸. 물론 어디까지나 혜성주피셜이라서 정말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본 츤데레는 대체로 그런 식으로 주제를 돌리는 경우가 많더라고. 혹은 잠깐 시간을 번다던가! ㅋㅋㅋㅋ 아무튼 가끔 필받을때라도 그리는 것이 어디야. 그림 못 그리는 사람의 눈에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맞아. 밤에는 시원한데 낮은 더워... 어후. 그래도 이러다가 갑자기 확 추워질 것을 생각하면..(덜덜) 올해 겨울은 또 엄청 추울 거라던데 작년보다 더 추우려나.. 작년에 진짜 춥다 못해 피부가 다 아프던데.
그렇구만~~ 아침에 약한 혜성이 귀엽다고 생각해~! 내가 생각해도 츤데레들이 헛기침 잘 하는 것 같아ㅋㅋㅋ 맞아 이러다가 갑자기 확 추워지겠지..... 으 올해 겨울 엄청 춥대? 와.... 상상도하기 싫다....... 나도 작년 힘들었어 읏....... 겨울.... 다음 거울 일상은? 두구두구
좋아~~~!!!! 맞아 시내 가면 겨울만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반짝반짝하지! 굳이 크리스마스에 안 나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즐길 수 잇다구>< 그럼 주말에 공부할 겸 만나서 쇼핑도 하는 걸로 할까? 선레는 다이스 굴릴게!!!! .dice 1 2. = 1 1 나 2 혜성주!
내가 살던 지역에선 거의 한달전부터 막 준비를 하더라고. 물론 본격적으로 켜놓는 것은 당일이지만 말이야. 그래도 장식이나 그런 것은 막 12월 달 초부터 막 달아두고 그러지!! 올해도 그런 경치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볼 수 있겠지. 아마! 좋아! 그러면 그렇게 시작해보는 것으로 하자! 크리스마스 가까워지는 어떤 시기라고 하면 될테니까!
그리고 선레는 아람주로구나! 좋아. 선레는 자유롭게 작성해줘! 혜성이야 어떻게든 만나게 하면 되니까. 처음부터 만났다는 상황도 괜찮고! 느긋하게 기다릴게!
아람은 혜성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겨울이 지나면 고등학교 3학년이라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 상태였다. 오늘은 주말이고 학원에 가는 날이 아니었기 때문에 혜성과 간단히 만나 모자도 같이 사고 남는 시간에 공부도 하기로 했다.
혜성과 사귀고 난 뒤 눈에 띄는 변화는 데이트를 할 때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쓰고 나온다는 점이려나. 오늘은 회색 빛이 도는 연갈색 머리카락을 옆머리를 땋아 내려 뒷머리와 함께 땋는 식으로 양갈래로 묶었다. 목도리를 하는 대신 낙낙하고 포근한 느낌의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를 입고 짧은 치마에 두꺼운 스타킹을 신었다. 품 넓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연베이지 코트에 따뜻한 어그부츠까지 신은 아람은 예쁘면서도 단단히 추위에 무장한 모습이었고.
"저기 혹시... 눈에 띄어서 그런데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번화가에서 서 있으니 한 남자가 와서 묻는다. 아람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거절했다.
"제가 남자친구가 있어서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친구로 연락하고 지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남자친구가 싫어해요. 그리고 저 고등학생이고요."
그 말에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아, 대학생인 줄 알았어요. 미안합니다."
서글하게 웃으며 가는 이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아람도 괜찮다며 웃었고. 뒤에 가방을 메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대학생으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 모습을 혜성이 봤고 아람은 그 남자가 간 이후에야 혜성을 알아봤다는 것이려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겨울날이었다. 평소라면 붉은색 빵모자를 눌러썼겠지만 새 모자를 사기로 했으니 그는 오늘은 굳이 빵모자를 눌러쓰지 않았다. 물론 새로운 것을 산다고 해서 바로 새 모자로 바꾸진 않을 것 같았기에 그는 일단 늘 쓰는 빵모자를 늘 놓아두는 곳에 조심스럽게 놓아뒀다. 슬슬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만큼 그의 옷차림도 덩달아 두껍게 바뀌었다. 그가 이번에 입은 옷은 하얀색 폴라티와 푸른색 청바지, 그리고 그 위에 입은 검은색 코트였다. 역시 겨울은 어두운 색을 입어야 따뜻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따스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코트를 맨 위에 걸친 후 굳이 지퍼를 위로 올리진 않았다.
약속장소까지 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었다. 집밖으로 나오고 조금 걸어서 버스를 탄 후에 내리고 또 잠깐만 걸으면 될 일이었으니까.
번화가에 막 들어서서 아람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할 무렵, 한 남성이 아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싶어서 혜성은 바로 향하지 않고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서 아람과 남성이 하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흐응."
보아하니 번호를 따려고 하는 남성에게 아람은 철벽을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얼굴색을 보이려고 했으나 그 표정이 묘하게 시큰둥했다. 자신을 지나쳐서 가는 남성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작게 혀를 차긴 했으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만약 거기서 뭔가 더 행동을 하려고 했으면 그땐 뭐라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모습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막 다시 뒤로 돌아서 아람을 보려는 순간, 아람 쪽에서도 자신을 알아봤는지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혜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덩달아 손을 흔들면서 미소를 지었다.
"안녕. 내가 너무 늦었나보네. 보니까 번호 받으려는 이 같던데... 평소에도 이런 적이 많았어?"
딱히 질투심이나 그런 것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보는 톤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걸리긴 했는지 그는 방금 남성이 가버린 그 방향으로 살며시 몸을 틀었다.
"나 참. 남자친구가 있다는데 뭘 번호를 따고 친구로 어쩌고 저쩌고야. 여차하면 뺏으려고 하는 거면서. 뺏길 생각도 없지만."
/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저런 상황..충분히 있을 수 있지! 아니. 의외로 많지 않았을까 싶네! 사실 혜성이는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시도하는 이에게는 조금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 것 같아. 아람에게는 뭐라고 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오늘은 일찍 퇴근했구나! 하루 수고했어! 나도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아무래도 제가 번호 따이는 모습을 혜성이 본 게 민망하기도 하고 그랬다. 물론 철벽치고 번호도 안 가르쳐줬지만! 다행히 제가 대학생이 아니라서 잘 넘어간 것 같았다. 대신 교복을 입고 있을 때는 다른 학교 학생들이 말을 건다는 게 문제이려나. 아람은 이어지는 혜성의 투덜거리는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어, 내가 줄 생각도 없었는 걸? 그나저나 얼른 가자. 춥다. 내가 모자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 알아뒀거든."
아람은 혜성의 손을 잡으려고 하며 걸음을 옮기려고 했을 것이었다. 명백한 말돌리기였다.
/오늘 하루 고생 많았어! 아무래도 혜성이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 여자친구에게 수작 부리려는 놈들이라니 용서할 수 없잖아~! ㅋㅅㅋ
아람은 객관적으로 봐도 예쁘고 귀여운 편에 속했다. 당연히 친해지고자 하는 이는 많을테고 노리는 이도 많을테지. 사귀기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말로 가끔일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안심시키기 위해서 적당히 말을 둘러대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일단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깊게 파고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건 언제 알아봤어? ...뭐, 알아봤다면 가봐야지."
자신은 적당히 대형마트에 사서 샀었는데 그보다 좀 더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라고 하니 조금 호기심이 생겼기에 혜성은 아람을 따라가기로 했다. 당연히 잡으려는 손에는 제 손을 내줬다. 손을 잡지 않고 걸어갈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참고로 묻는 건데, 내가 번호 따이는 일이 있으면 어쩔거야? ...아니. 뭐, 딱히 번호 따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제 여자친구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조금 궁금했는지 혜성은 괜히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래도 그렇지? 그렇기에 반대로 아람이는 어떻게 나올지 혜성이가 물어보기로 했다! (나쁨)
같은 반 친구들이나 필요에 따라서 번호를 교환한 적이야 여러 번 있긴 했지만, 갑자기 뜬금없이 모르는 사람이 와서 자신의 번호를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자신이 생각해도 굳이 자신의 번호를 원하는 이는 없을 것 같았기에 혜성은 역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 아람이 혼자 수긍하자 혜성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렇다기보다는... 딱히 내가 눈에 확 띌 정도로 잘 생기거나 그런 것은 아니니까. ...평균은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엄청 잘생긴 것은 아니라고는 해도 굳이 스스로를 비하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답하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객관적으로 봤을때도 자신은 그래도 평균은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이어 제 물음에 대해서 아람이 번호를 달라고 하면 줄거냐고 질문을 하자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어 작게 혀를 차고서 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묻는 거 반칙이잖아. 나 참. ...줄 리 없잖아.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번호를 주는 이가 어디에 있어?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그러니까 그냥 방금 전처럼 내가 번호 따이는 모습을 네가 보면 어쩔거냐고 물은 것 뿐이야."
정말로 필요하다고 하면 줄지도 모르지만 그럴 일이 얼마나 이겠냐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다시 앞을 바라봤다.
자신이 잘생겼나? 그런 물음에는 역시 혜성은 바로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괜히 핸드폰을 꺼낸 후에 셀카모드로 돌려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렇게 엄청 잘 생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지는 혜성은 스스로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잘생겼다고 하니 기분은 좋아 그는 괜히 입꼬리를 꿈틀거렸다. 웃음을 애써 참으려는 특유의 표정이었다.
"머리채를 잡아당긴다니. 그런 일 없을거야. 애초에 나에게 그렇게 계속 치근덕거리는 이가 있을리도 없고 말이지."
세상에 잘생긴 이가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디까지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일뿐.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듯 그는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말에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키면서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이내 작게 숨을 내뱉으면서 그는 무심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런 인상인데도 불구하고 말을 건 이도 있으니까 상관없어."
설사 아람의 말대로라고 하더라도 아람은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가. 사진을 가르쳐달라고 했었지. 아마. 그때의 일은 아직 그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애초에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이어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며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너는 무섭지 않았어? 거절당하는 거 말이야. 일단은 나에게 사진 찍는 거 알려달라고 온 거잖아."
"객관적으로 잘 생겼어!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가 지금 사랑에 빠진 상태라 단언은 못하겠네."
하고 아람은 배시시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뭐 어때, 내 눈에만 잘생기면 됐지. 다른 사람 눈에 굳이 잘 생길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내껀데! 은근 기분이 좋았는지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것도 너무 귀여운데. 이것도 내가 여자친구라서 그런걸까?
"혹시 모르지. 진짜로 있을 수도 있잖아? 내 취향은 지극히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흐음...... 하고 생각하다가 이내 없으면 좋지 하고 빙긋 웃는다. 제 말에 답하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작게 웃었다. 그 때의 작은 만남이 이렇게 커질 줄은 꿈에도 몰랐지.
"별로? 내가 좀 외향적이라서 그런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 거는 거 그렇게 어려워 하지도 않고. 그리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면 좋더라구. 네가 내 말에 거절했을 때의 최악의 상황 같은 거랄까? 상상해보면 생각보다 별 것 없거든. 어쨌든 그 날은 네가 나를 받아줬으니까! 이렇게 사귀기까지 한 것일지도 몰라?"
나비효과라고 아주 작은 시작이 이렇게 커지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걷다보니 어느새 아람이 말한 가게가 보일 것이었다. 다양한 종류와 브랜드의 모자들이 한데 모여있는 느낌일까.
/푹 쉰다니 부러워~~~ 나는 내일 일하러 가는데 흑흑 혜성주가 내 몫까지 쉬어줘~~~!!
"아무렴 어때. ...너에게 잘 보이면 된거지 뭐. ...아니. 뭐. 그러니까 남자친구니까 못생겨보이면 좀 그렇잖아."
배시시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얼굴을 붉히며 괜히 고개를 살짝 아래로 숙이며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톤을 냈다. 하지만 역시 기분은 좋았기에 그의 입꼬리는 좀처럼 가만히 있질 못하고 움찔거리면서 반응을 보였다. 애써 꾹 눌러서 겨우 가라앉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만난 적이 없으니까 나에겐 없는 거야."
물론 세상은 넓으니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으니 결국 그에게 있어선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난 적도 없는데 있다고 생각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이제는 없는 것이 좋았다. 솔로라면 모를까. 여자친구가 있는 지금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며 혜성은 괜히 그녀의 손을 잡은 자신의 손에 조금 더 힘을 줬다.
"아. 하기사 뭐 그때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봐야 그냥 거절하고 내가 어디 가는 정도겠구나. ...딱히 너에게 저리 가라고 화를 내진 않았을 것 같고 말이지. 솔직히 그때의 내 입장에선 얘는 뭐지? 하는 생각이 강하긴 했지만...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네가 말을 걸었으니까 사귀기까지 한 거 아닐까? 애초에 먼저 시작을 한 것은 너잖아."
자신이 받아준 것이 시작이 아니라 말을 걸어온 그녀가 시작을 끊은 것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이어 그는 괜히 작게 고마워라는 인사를 슬며시 보냈다. 한편, 그러는 와중 가게가 보이자 혜성은 가만히 그 가게에 주목했다. 얼핏 봐도 제법 규모가 있었다. 저 곳이라면 확실히 비슷한 디자인의 빵모자를 사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 맞지? 딱 봐도 모자가게라는 느낌이네. 그건 그렇고... 저기 가격은 괜찮아?"
너무 비싼건 아니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우선 대략적인 가격대라도 알아보려고 했다. 돈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가격은 알아둬야 어느 정도 지출 계획을 세울 수 있을테니까.
아람은 혜성이 제 손을 꼭 잡자 아람도 혜성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곤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런가? 누가 먼저인지 중요한 건 아닐지도 모르지. 그냥 어떤 우연들이 모여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구."
아람은 혜성이 작게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자 민망해졌는지 부끄러워졌는지 답지 않게 "...고맙기는." 하고 툴툴거렸다.
"종류가 많아서 오히려 가격이 괜찮더라구. 1,2층에는 저렴하거나 괜찮은 가격대이고 진짜 비싼 모자들은 3,4층에 있어."
전에 여기서 예쁘고 저렴한 캡모자 샀었다며, 위층에 올라갔을 때 엄청 비싼 모자가 있었는데 모자면서 왜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며 종알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가게에 들어서면 캡모자, 벙거지, 비니, 등산모자, 빵모자, 밀집모자, 캐릭터 모자 등등 종류에 맞춰 없는 모자가 없을 것이었다. 모자 종류에 따라 섹션 별로 분류되어있을 것이었고. 시내에 있는 가게이다보니 많은 종류와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모양이었다. 모자 구경하다가 윗층까지 올라온 이들이 프리미엄급 모자도 사면 겸사겸사 이득이고.
/틈틈히 쉬면서 일하려고오..... 휴.... 그래도 일해야지.... 돈벌어야......()
다시 한 번 슬쩍 그 공을 아람에게 돌리면서 혜성은 대답을 마쳤다. 그 와중에 툴툴거리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툴툴거리는 모습이 묘하게 귀엽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아람의 눈에는 자신이 이렇게 비칠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아람에게 조금 뜬금없을수도 있는 말을 던졌다.
"네 눈에는 내가 귀엽게 보여? ...아니 뭐, 그냥 어떻게 보이나 싶어서. 그런 거니까."
스스로 묻고도 조금 민망하긴 했는지 괜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 그는 살며시 말을 돌렸다. 그러면서 재빠르게 그녀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격이 괜찮다면 다행이네. 엄청 비싸기만 비싸고, 그다지 마음에 안드는 모자만 한가득인 곳도 많으니 말이야."
그런 곳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가게 안의 여러 모자를 바라봤다. 정말 모자들만 다 모아서 가게를 만든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곳은 모자 천국이었다. 일단 오늘은 빵모자를 사러 온 거니까 그는 빵모자를 중점적으로 바라봤다. 진짜 비싼 것까지 굳이 살 필요는 없었기에 3~4층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며 그는 1~2층의 모자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저 편에 있는 정말로 깔끔한 색의 붉은색 빵모자를 시작으로 같은 디자인이지만 색만 다른 여러 빵모자가 진열된 것을 바라보며 혜성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이 빵모자는 어때? 색도 예쁘고 디자인도 되게 말끔하고 좋은 것 같은데. 난 빨간거 살건데 너는 사고 싶은 색 있어?"
귀여운 건 너지.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면서 혜성은 반대쪽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입술을 약하게 깨무는 것이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물론 귀엽다고 해도 되냐는 물음에 혜성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태로 답을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는지 이어 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이야기했다.
"다, 다른 애가 하는 것이 아니라면야 뭐, 가끔은... 못 들을 것도 없긴 하니까."
결국 그것은 돌려서 말하는 긍정이었다. 아람이라면 상관없다는 내용을 담아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이내 고개를 다시 옆으로 홱 돌렸다. 하지만 가게에 들어가고 모자를 구경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앞을 바라보면서 그는 앞으로 향했다.
"빨간색이 특별히 좋다기보다는 이전에 썼던 것이 빨간색이라서 그런지, 묘하게 눈이 많기 가긴 하네. 그래도 가장 무난한 색이긴 하니까."
파란색도 괜찮긴 하지만 역시 빨간색이 좀 더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는 빨간 빵모자에게서 시선을 조금도 떨어뜨리지 못했다. 이어 혜성은 아람의 물음. 어떤 색이 어울릴 것 같냐는 그 말에 가만히 주변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근처에 있는 분홍색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분홍색은 어때? ...뭔가 봄에 찍은 사진도 떠오르고 말이야. 그 벚꽃 떨어질때 찍었던 거."
그때의 아람은 상당히 아름다웠고 우아하면서도 눈을 떼어낼 수 없었다. 그때 찍었던 사진으로 상까지 타기도 했으니 그건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분홍색이 보이자마자 그때의 광경이 떠올랐고 그는 그녀에게 분홍색 빵모자를 추천했다.
"거기다가 빨간색과 분홍색은 뭔가... 페어 느낌도 들잖아? 일단 같은 계열의 색이기도 하고 말이야."
/아앗...아아앗...왜 아직 퇴근하지 못한거야! 8ㅁ8 사장님..아람주를 퇴근시켜주세요!!
아람은 예상했던 대로 혜성이의 반응이 오자 작게 키득키득 웃었다. 하지만 제가 귀엽다거나 자신은 그렇게 말해도 괜찮다거나 하는 말이 이어지는 것은 정말 사귀기 초반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진일보에 가까웠기에 조금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귀엽다는 말은 가끔 해야지. 가끔 해야 뭔가 반응이 재미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아람은 빨간색이 무난해서 좋다는 말에 아람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혜성에게 씌워주려고 했을 것이었다. 혜성이 쓰든 쓰지 않든 "머리색이랑 반대라서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말할 것이었고.
아람은 혜성이 분홍색 모자를 추천하자 머리에 그 모자를 써 보았다. 거울을 보니 연분홍색 모자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아람이 빨간색 빵모자를 자신에게 씌워주려고 하자 혜성은 피하지 않고 그 모자를 받아 자신의 머리에 썼다. 빵모자인만큼 사이즈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근처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고 이어지는 아람의 말에 그는 괜히 기분이 좋아 입꼬리가 꿈틀거리는 것을 꾹 이겨내면서 애써 평소의 톤으로 이야기했다.
"머리색? 확실히 대조되긴 하지만 그런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역시 이런 것에 되게 민감하고 많이 아는구나. 너."
꾸미는 것을 좋아하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까. 그렇다면 역시 이 모자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이 모자를 쓰는 것을 바라봤다. 분홍색 빵모자는 역시 아람의 느낌와 너무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봄의 일이 떠오르기도 했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웃으면서 잘 어울리냐는 그 말에 혜성은 멍하니 아람을 바라보다가 헛기침 소리를 냈다.
"어흠. 쿨럭. 쿨럭. 잘 어울려. ...뭔가 되게 예쁘네. 모자 쓰니까 말이야. 모자 벗어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아, 아무튼 잘 어울린다는거야! 잘! 진짜 예뻐!"
그것만큼은 확실했기에 그는 괜히 그 부분을 강조하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이 쓴 모자를 벗고 그녀에게서 모자를 달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이 두 개로 사자. 아마 겨울동안에는 모자..많이 쓸테니까 가급적이면 난 이것으로 쓸게. 너랑 만날 땐."
이전에 쓴 모자를 버릴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아람과 만날 때는 지금 사는 이 모자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그는 얼굴을 잠시 붉히더니 다시 헛기침 소리를 내며 이야기했다.
"사실 널 만나고 연기를 배우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아마 경영학과로 진학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어." 아람은 배시시 웃었다. 사진 찍히는 것도 혜성으로 인해 좋은 기억으로 잔뜩 남았다. 어머니에게 제 욕심을 말할 용기도 생겼었다. 뭔가 혜성을 만나고 난 이후로 좋은 일만 잔뜩이었던 것 같아.
아람은 여전히 칭찬에 서툴으면서도 많이 늘은 혜성의 모습에 쿡쿡 웃었다. 귀여워.
"고마워."
아람은 혜성이 모자를 달라는 것에 모자를 벗어 주며 고개를 갸웃했다.
"네가 사주려구? 나도 아마 자주 쓸 테지만 코디에 따라 안 쓸수도 있어? 안 쓰고 왔다고 섭섭해하지 않기야?"
물론 혜성이 섭섭해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 섭섭해 할지도? 어쨌든 미리 선전포고를 해두며 말했다. 그리고 봄의 데이트 약속을 먼저 잡는 혜성을 보며 사르르 웃었다.
배시시 웃는 아람을 바라보며 혜성 역시 소리없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 예쁘다. 볼 때마다 생각하지만 저 배시시 웃는 얼굴이 특히나 더 예쁘고 귀엽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끌어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살짝 들었으나 이곳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그는 꾹 참기로 하며 괜히 다른 곳을 바라보며 손으로 제 얼굴을 부채질했다.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으면서.
자신이 칭찬을 하자 아람이 쿡쿡 웃었고 혜성은 그 소리를 듣기 무섭게 괜히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뭔가 살짝 분한 탓이었다. 기분 좋아서 웃는다기보다는 조금 다른 의미로 웃는 것 같다고 느낀 탓이었다. 물론 기분이 좋아서 웃는 것도 있기야 있겠지만.
그러다 아람이 모자를 벗어주자 혜성은 그 모자를 챙겼다. 사줄 거냐는 그 말에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내가 사자고 한 거니까. 당연히 내가 사야지. 그리고 아무리 나라도 매번 쓰고 오라고 이야기를 하진 않을 거거든? 때로는 모자를 안 쓰고 올 수도 있는 거고, 모자도 원래 계속 쓰던 이나 계속 쓰는 거지. 안 쓰다가 계속 쓰라고 하면 안 쓰고 올 때도 많아. ...그러니까 그런 것으로 섭섭해하진 않아. 나 참.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것으로 삐지진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계산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는 와중 사르르 웃는 아람의 모습과 말에 혜성은 저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그럼 나도 그때는 이 모자를 꼭 쓰고 가야겠네. 이전에 쓰던 모자가 아니라."
같이 쓴 모자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고, 같이 쓰면 더더욱 의미가 있는 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모자를 계산한 후에, 분홍색 모자를 아람에게 씌워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어 자신의 모자도 쓰려고 했다.
"가볼까? 기왕 나온 김에 조금 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긴 한데... 혹시 가고 싶은 곳 있어?"
/돈은 꼬박꼬박 주니까...괜찮은 거 맞는거지? 아람주..(흐릿) 아무튼 돈은 준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화이팅이야!!
아람은 혜성의 삐죽이는 표정을 보면서 아무래도 귀여워 한 것이 티가 났나 싶었다. 뭐어 티가 났더라도 어쩔 수 없는 걸.
"응. 고마워. 잘 쓸게."
아람은 히히 웃으면서 계산대로 향하는 혜성의 뒤를 따라갔다. 오늘 카페는 내가 계산해야지, 생각하면서. 아람은 혜성의 싱긋 웃는 표정에 기분이 좋아졌다. 혜성이 은근 웃음에 박하다니까. 웃고 싶을 때 참지 말고 웃으면 좋을텐데.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물론 말하면 더 신경써서 안 웃을 것 같으니 속으로만 생각했다.
"좋아. 그 땐 커플 사진도 찍자."
아람은 혜성이 모자를 씌워주는 것을 기다리며 작게 웃었다. 뭔가 이렇게 나눠 쓰니까 정말 커플 티가 확 나는 것 같아서 더 좋았다.
"벌써 나가려고? 아직 구경도 다 못했잖아!"
아람은 아쉽다며 혜성의 손을 잡으려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둘러보더니 한 쪽으로 혜성을 이끌었을 것이었다.
"이거 유행이 지나긴 한 건데 있네!"
한 때 유행이었던 토끼귀 모자였다. 아람은 잠시 모자를 벗고 토끼귀 모자를 썼다. 밑으로 내려온 발바닥 같은 부분을 꾹 누르면 축 쳐져있던 토끼귀가 위로 바짝 올라갔다가 손을 떼면 축 쳐졌다. 아람은 웃으면서 귀를 쫑긋쫑긋 했다가 이내 혜성에게도 써보라는 듯 내밀었다. 기대 어린 눈빛을 보내면서.
모자를 샀으니 나갈까 싶었지만 아람의 생각은 아무래도 다른 모양이었다. 나가지 말고 구경을 좀 더 하자는 듯이 이야기를 하더니 제 손을 잡고 자신을 이끄는 것에 혜성은 얼떨결에 그녀에게 끌려갔다. 물론 힘을 주면 역으로 끌고 갈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이곳을 조금 더 구경한다고 해도 나쁠 것은 없었다.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 딱 그 말대로네. 남자는 쇼핑이 끝나면 바로 나가려고 하지만, 여자는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말이야. 뭐, 네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자신은 모자를 다 샀으니 이제 용건이 끝났으니 퇴장하나, 아람은 오히려 구경을 하겠다면서 자신을 이끌고 있으니 딱 그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일단 근처를 두리번두리번 바라봤다. 그러다 아람이 어느 모자를 가리키자 혜성은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 저게 아직 있긴 있구나."
토끼귀 모자. 밑으로 내려온 부분을 누르면 토끼귀가 위로 바짝 올라가는 귀여움 덕분에 한때 엄청나게 유행했던 그 모자였다. 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혜성은 괜히 반가움이 들어 가만히 그 모자를 바라봤다. 그 와중에 아람이 그 모자를 쓰고 귀를 쫑긋쫑긋 세우는 모습이 귀여워서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러는 와중 자신에게 모자를 내미는 모습이 그의 눈에 살짝 들어왔다. 그리고 기대가 어린 눈빛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뭐, 뭐, 뭐. 어떻게 해달라고? 나에게. 설마 그거 나보고 쓰라고? 내가 써봐야 하나도 안 귀엽거든?!"
하지만 저렇게 기대 어린 눈빛을 보이는데 어떻게 그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는 빵모자를 벗은 후에 그 토끼 귀 모자를 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오는 부분을 꾹 잡아당기면서 박자를 맞춰 귀를 움직였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어느 정도 몇 번 그렇게 쫑긋쫑긋 귀를 세우다가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모자를 벗었다.
"나 참. 돼, 됐지?"
/으앗... 아람주 어서 와라! 나도 갱신할게! 그리고 일 고생했어! 이제 푹 쉬어!! 8ㅁ8
아람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리고 혜성이 자신이 보여준 것을 이해하자 활짝 웃었다. 이렇게 구경하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혜성이 마지못해 모자를 써주자 아람은 크게 기뻐했다.
“ㅡ!”
귀여워! 아람은 말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양 손바닥을 뺨에 대고 혜성을 반짝반짝 바라보는 눈빛에 아마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었다. 혜성의 머리 위에서 귀가 쫑긋쫑긋 하는 게 왜 이렇게 귀여운지. 혜성이 모자를 벗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더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아람은 이번에는 혜성을 끌고 이동해 이번에는 검정 중절모를 써 보았다. 손으로 총모양을 만들어 보이며 “마피아 같지 않아?” 하며 장난을 친다. 총을 혜성에게 겨누며 “빵!” 하고 쏘고는 장난스럽게 웃기까지 한다.
“빵모자 말고 다른 좋아하는 모자 있어?”
주변에는 다양한 모자들이 있으니 충분히 구경할 수 있을 만했다.
/밀린 집안일도 하구 맛있는 저녁도 먹고 왔다!! 곧 운동하러 끌려갈 것 같지만.........(살려줘)
아람의 눈빛을 혜성은 애써 회피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도 모자라서 괜히 오른발을 땅에 콕콕 찌르는 등, 살짝 초조해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물론 기분이 안 좋거나 짜증이 나거나 급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부끄러움이 상당수치 올라올 때 나타나는 버릇이자 습관이었다. 애써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혜성은 헛기침만 여러 번 할 뿐이었다.
"...뭐, 뭘 그렇게 보고 그래? 말해두는데 귀여운 것은 너였거든?!"
괜히 그렇게 툴툴거리면서 다른 것을 보러 가자는 듯, 앞장서서 가려다가 이내 아람에게 또 손이 잡혀 끌려가기 시작했고 혜성은 순순히 아람에게 천천히 끌려갔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아람이 검정 중절모를 썼고 자신을 향해 총 모양을 만든 후에 빵 쏘자 혜성은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자신의 심장 부분을 잡고 "으윽" 소리를 내다가 털썩 쓰러지는, 나름의 연기를 선보였다. 물론 조금 어색했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털썩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혜성은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3분도 지나지 않아 그는 벌떡 일어섰고,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그, 그렇게 귀여운 마피아가 어딨냐. 마피아는... 뭔가 더 살벌하고 무서운 이들이라고. ...그러니까 마피아 같은 거 하지 마."
괜히 투덜투덜거리면서도 결국 귀엽다는 표현만큼은 확실하게 하면서 혜성은 이내 들려오는 물음에 가만히 생각했다. 빵모자 말고 다른 좋아하는 모자.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바로 답은 하지 못하고 그는 잠시 눈길을 돌려 여러 모자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근처에 있는 커다란 밀짚모자를 집어들고 자신의 머리에 썼다.
"이런 모자도 나쁘지 않겠지만... 역시 뭔가 나보다는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네. 이 모자는."
이어 그는 모자를 벗은 후에 아람의 머리 위에 조심스럽게 씌워줬다. 그리고 이내 피식 웃으면서 역시 모델이 좋으니 뭐든 다 잘 어울린다고 중얼거리면서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아이고...운동까지 하러 가는구나. 나는 나대로 가족끼리 외식을 하고 왔다! 오리고기 맛있어!!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귀여워. 어쨌든 혜성은 아람을 따라 쫓아왔고 아람의 장난까지 받아주었다. 진짜로 쓰러지기까지 할줄은 몰랐기에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이제 행동대장인 최혜성까지 쓰러뜨렸으니 이 조직을 무너뜨리는 건 순식간이겠군."하면서 손가락 총 끝을 후 불었다가 웃을 것이었다. 물론 쓰러진 혜성이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었겠지만.
"마피아 같은 거 안 해~ 나도 안전한 게 좋아."
아람은 키득키득 웃었다. 혜성이 밀집모자를 가져와 머리에 쓰자 분위기가 갑자기 여름이 된 것 같았다. 혜성이 모자를 씌워주자 맑게 웃었다.
"여름 때 생각난다. 계곡 갔었던 거. 다음에 바다 갈 때 밀집모자 챙겨가야겠어."
반짝이는 바다 풍경과 휴양지에서 입을 법한 원피스, 그리고 밀집모자. 뭔가 엄청나게 좋을 것 같지.
아람이 연기를 하는 것에 맞춰 혜성은 좀 더 쓰러져있다가 아람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늦은 부끄러움이 확 올라왔기에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꾹 입을 닫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투덜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고 그에 아람이 대답하자 혜성은 힐끗 눈동자를 돌려 아람을 바라봤다. 마피아 같은 것은 안한다는 말에 그는 괜히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참고로 행동대장 최혜성을 무너뜨린 것은 총알이 아니라 귀여움이야."
너도 좀 부끄러움을 느껴보라는 듯, 괜히 그렇게 말을 했지만 과연 아람에게 통할지는 혜성도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뿌듯하게, 혹은 장난스럽게 웃을 것 같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심한 복수였다.
한편 자신이 씌워준 밀짚모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맑게 웃으면서 아람이 하는 말에 혜성은 절로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그렸다. 아마 청순한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이 청순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필시 그때의 그녀는 더욱 맑고 청순한 느낌이 강할 거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입을 열었다.
"...그러면 나는 카메라를 챙겨가야겠네. 이것저것 찍게."
이것저것이 정확히 뭔지는 말하지 않으면서 혜성은 밀짚모자를 다시 벗긴 후에 제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러다가 저 편에 있는 캐릭터가 그려진 모자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런 모자도 있구나. 요즘은 애니메이션이나 그런 것을 잘 보진 않아서 뭐가 유명한진 잘 모르겠지만... 너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던가 있어?"
예전에는 어떤 어려진 탐정 만화를 많이 봤지만 요즘은 그것도 아니라고 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TV에서 하는 것이었다. 극장에서 하는 애니메이션은 아주 가끔 끌리면 보러 가긴 하니까.
/안녕! 아람주!! 오늘 하루는 잘 보내고 있을까? 일단 답레를 남기고 나는 가벼운 운동을 하고 와야겠어! 체력 관리 해야한다! 흐읍!! 아무튼 하루 화이팅이야! 혹은 하루 수고했어!
혜성의 입장에서는 아람이 부끄럽기를 바라겠지만 아람은 이런 공격에 끄떡 없었다. 뻔뻔하기 때문일지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지. 혜성과 사귀기 전에는 예쁘다는 말을 퍽 좋아하진 않았지만 혜성을 만나고 닌 뒤로는 그런 말도 꽤 좋아졌다. 자신의 모습도 혜성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당연하지.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ㅡ."
아람은 혜성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꽤 귀여운 캐릭터들이 프린트 된 모자들이 잔뜩이었다.
"좋아하는 캐릭터? 유명한 건 몇 알지만 나도 잘은 몰라."
대중적으로 캐릭터 상품으로 쓰이는 캐릭터들을 몇 꼽아 이야기 할 뿐 딱히 관심있는 분야는 아닌 모양이었다.
아람은 혜성을 데리고 또 모자들을 구경하다가 이번에는 동물 얼굴 모양의 모자들이 잔뜩 나오는 곳에서 멈췄다. "이거 써 봐!" 하면서 내민 것은 귀엽지만 조금은 험상궂게 생긴 늑대 모자였을 것이었다. 쓰면 새빨간 입 안에 얼굴이 보이는. 혜성이 그것을 쓰면 아람은 그 사이에서 빨간 망토 모자를 찾아 썼을 것이었다.
/어제 열심히 일하고 친구랑 술한잔 하고 뻗었지~~~ 지금은 일하구 있다! 얼른 퇴근하고 싶어어어엉 혜성주 어제 운동했구나! 멋있어멋있어! 운동 중요하니까 꾸준히 해야햇! 오늘 하루도 힘내!
절대 그건 아니라는 듯이 혜성은 괜히 투덜거리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하지만 그대로 말을 끝낼 생각은 없었는지 작은 목소리로 "누구 아니면 어림도 없거든?"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그 목소리가 아람에게 들렸을진 혜성도 알 길이 없었다. 딱히 반응을 보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일부러 작게 혀를 차면서 다른 모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게. 날씨가 맑으면 좋지. 배경도 좋고, 찍는 것도 예쁘겠고."
아람의 말에 혜성은 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했다. 확실히 사진을 찍자면, 그리고 즐겁게 놀려면, 거기다가 그곳에 바다라면 날씨가 좋고 파란 하늘이 좋은 법이었다. 날씨가 덥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그것까지 기대하긴 어려웠다. 애초에 날씨가 덥지 않으면 어떻게 여름이겠는가. 그것은 감안하고, 벌레가 많지만 않길 바라며 그는 괜히 눈을 감고 그 풍경을 그리다가 다시 눈을 떴다.
캐릭터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았기에 혜성은 굳이 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허나 그러는 와중 자신에게 아람이 이걸 써보라고 모자를 내밀자 혜성은 그 모자가 뭔지 확인했다. 어딜 봐도 험상궂은 늑대 모자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빨간 망토 모자를 찾아서 쓰는 아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자신이 쥐고 있는 모자와 아람이 쓴 모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뭐야. 잡아먹어달라는거야? 너."
이거 아무리 봐도 늑대와 빨간 모자 이야기가 아닌가. 연기를 좀 해야하나? 그렇게 고민을 하던 혜성은 일단 모자를 썼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빨간 모자는 늑대가 잡아먹을테다!! 우와아앙!"
동화 속에서도 그런 내용이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아람처럼 연기에 익숙한 것도 아니고 무대 체질도 아니었기에 그의 연기는 꽤 어설펐고 이내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어 그는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 하지만 귀여우니 봐준다. 할머니 집에나 가. 훠이. 훠이."
/어제는 나름대로 알차게 보냈구나! 친구들과 술 한잔 하는것도 중요한 법이지! 난 주말에 친구들과 1박 2일로 놀러갈 예정이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그래서 주말은.. 아마 못 올 것 같네. 아람주도 주말은 푹 쉬길 바라! 아무튼 난 오늘 하루도 힘냈너! 아람주도 하루 화이팅이야!
장난기 어린 지르는 비명에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시선을 돌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눈동자를 빠르게 옆으로 굴렸다. 당연히 이곳을 보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크게 관심을 가지기보단 아. 커플인가보다. 식으로 가볍게 넘기는 모양새였지만 그럼에도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었는지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나마 정면에서 보는, 이를테면 아람이 서 있는 곳이 아니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혜성에게는 다행이라면 정말로 다행이었다.
그러다가 할머니 댁까지 데려다달라면서 손을 잡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지만 그럼에도 손은 놓기 싫다는 듯이 손을 꼬옥 잡았다.
"늑대에게 데려다달라고 하다니. 진짜 큰일나고 싶은가보네."
오늘은 사냥꾼이 없을 수도 있는 거 알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역시나 동화내용을 떠올리면서 하는 말이었다. 동화에 따르면 늑대에게 잡아먹힌 할머니와 빨간 모자를 구해주는 것은 사냥꾼이었으니까. 책에 따라서는 나무꾼이기도 했지만.
"할머니 집은 모르겠고, 나중에 늑대 굴은 데려가줄게."
언제 집으로 한번 초대하겠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쓰고 있던 모자를 살며시 벗었고 원래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비어있는 손으로 제 뺨을 긁적이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정말 연기하는 이들은 대단하긴 하구나. ...난 잠깐 쏠리는 지금 이 시선도 은근히 신경쓰이는데 말이야."
/앗...일요일 당직근무라니...8ㅁ8 안돼! 사장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 그래도 월요일에는 쉬는거지? (주륵) 아무튼 오늘 하루 정말로 수고 많았다!! 답레를...너무 늦게봤어..(털썩)
"...뭐, 그렇긴 한데 전에도 말했지만 네가 부담스럽다면 데려가거나 할 생각은 없어. 그냥 사진만 보여줘도 되니까."
애인의 부모님을 만난다는 것은 절대로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물론 자신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되게 부끄럽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겠는가. 자신의 부모님은 확실히 아람을 보고 싶어하지만 그 정도는 자신이 잘 커버할 수 있었기에 혜성은 무리할 것 없다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애초에 아람을 찍은 사진은 많았으니 그 사진 중 몇 장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사실 그것도 있었지만 부모님과, 특히 자신의 어머니와 아람이 만났을 때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지가 불안한 탓이 컸다.
한편 자신의 손을 흔들면서 아람이 자신에게도 익숙해져야할 거라고 말하자 혜성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너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영 익숙치 않고 내키지도 않았지만 결국 자신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반대편 손으로 제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야 할 것 같긴 한데... 아. 몰라.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애초에 올해 초만 해도 여자애와 이렇게 있는 것이 자연스러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때에 비해서 지금 자신이 변한 것처럼, 자신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이번에는 자신이 아람을 천천히 끌었다. 그러다가 귀를 가릴 수 있는 검은색 모자를 발견하고 거기서 멈춰섰다. 그러다가 아람을 바라보며 그 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하나 살래? 나야 상관없긴 한데, 겨울에 이런 거 쓰면 꽤나 따뜻하거든. 특히 귀가 시리지 않아."
/비상...안된다. 비상은!! 절대로 안된다! (도리도리) 아람주의 월요일이..아무런 일도 없고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될 수 있길 바라겠어!
"물론 알고 있어. 네 얼굴. 그러니까 널 데리고 오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나 참."
사람 속도 모르고 말이야. 그렇게 혜성은 작게 투덜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싫은 것은 아니었는지 진심으로 짜증내거나 싫어하는 모습은 그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선택은 아람이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천천히 생각하고 괜찮으면 얘기해주고, 영 부담스러우면 얼마든지 거절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혜성은 답을 끝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아람이 가고 싶어해야한다는 것은 필수적인 조건인 모양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더 좋지만 말이야. 일단 나는 그래."
사귀는 것을 미리 예상했다면 두근거림이나 설레는 마음이 지금보다는 덜하지 않았을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드라마틱했고, 극적이고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괜히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면서 혜성은 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그녀의 손으로 보냈다.
아람이 모자를 쓰자 혜성은 아람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귀가 적절하게 덮이는 모습도 그렇고, 모자의 재질도 그렇고 상당히 따뜻할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자신은 그다지 필요는 없긴 했지만 역시 아람에게는 하나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잘 어울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뭔가 귀 부분이 살며시 내려와서 가려지는 것이 괜히 더 귀엽기도 하고. 그리고 엄청 따뜻할걸? 그 모자 쓰는 이들도 은근히 많다고 하잖아?"
올해 겨울은 특히나 춥다고도 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 와중에 추운 것이 너무 싫다고 투덜거리는 아람을 바라보며 혜성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다가 빠르게 표정을 관리했다.
"추우면 얼마든지 얘기해. ...뭐, 내 품에서 따뜻하게 데워주지 못할 것도 없긴 하니까..."
자유로운 손으로 자신의 품을 톡톡 손으로 가리키던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빠르게 얼굴을 옆으로 홱 돌렸다. 그러면서 작게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누구 씨의 전용석이래. 여기. 누구 씨인지는... 비밀이지만."
/군밤 아저씨가 쓰고 다니는 디자인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은근히 작년 겨울에 그런 모자 쓰고 다니는 사람이 많더라구! 실제로 나도 쓴 적이 있는데 귀가 굉장히 따뜻해서 좋았어! 물론 그렇다고 추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흑흑... 그럼 나도 같이 기도해줄게! 정말로 별일 없을거야!
물론 자신을 칭해서 한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혜성은 굳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대충 어떤 의미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내심 자신의 비중이 조금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그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진 못하고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며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당당하게 내 덕이 컸지? 라고 말하기엔 그는 그다지 뻔뻔하지 못했다.
자신이 추천했던 모자를 사야겠다고 하는 말에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던 와중 그녀가 반격하듯이 비밀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말을 하자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그야 누구 씨는 당연히 알겠지."
그 누구 씨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과 마찬가지인 말. 그 말을 조용히 남기며 혜성은 아람이 모자를 계산하는 것을 기다렸다. 그러다 그녀가 모자 계산을 끝내자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좀 더 볼 거야? 여기?"
좀 더 보고 싶다면 봐도 상관없지만, 볼 것이 없으면 이만 나가자는 의미를 담아 혜성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가만히 아람을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 어느 쪽이더라도 혜성은 군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흑흑...나 어릴 땐 이 정도로 춥진 않았던 것 같은데! 물론 그때도 춥긴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지역마다 다를 수도 있으니까! 내가 사는 곳은 더울 땐 엄청 덥고 추울 땐 엄청 추운 곳이라서...ㅋㅋㅋㅋ큐ㅠㅠㅠㅠ 그래서 그런 모습이 있었던 것일지도 몰라!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듯이 혜성은 괜히 툴툴거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일단 저렇게 말하니까 자신이 영향을 끼친 것도 있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 혜성은 입꼬리에 힘을 꽉 줬다. 옆에서 보면 대체 왜 저렇게 애쓰나 싶을 정도로의 그의 입꼬리는 보기 좋게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한편, 아람이 다른 사람들도 다 알지 않겠냐는 말에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면서 옆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역시 이런 말은 하는 것이 아니었나. 뭔가 신이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혜성은 아람을 힐끗 바라보다 홱 눈을 다시 옆으로 돌렸다. 귀엽긴 한데 조금은 얄미웠고,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참 복합적인 심정만 계속 들어 그는 괜히 뚱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이내 도리도리 저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귀엽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기로 하며.
이어 아람이 계산을 마치자 혜성은 자신의 몫인 빨간색 빵모자를 챙겼다. 이것을 쓸까, 말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쓰지 않으며 혜성은 그저 그 모자를 떨어뜨리지 않게 잘 챙겨들 뿐이었다. 그러다 아람의 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굳이 공부하러 가야 해? 오늘?"
물론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데이트를 하는데 굳이 공부를 해야하냐는 의미를 담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뭐,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긴 한데... 혹시 알아? 데이트...조금 더 해주면, 남자친구 성적이 확 오를지. ...뭐, 검토한 적은 없으니까 근거나 데이터는 없지만."
공부보단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정말로 간접적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허나 그러면서도 눈동자는 데굴 굴려 아람을 가만히 주시했다.
/아앗..부럽다. 평범한 곳이 어디야!! 그런 곳이 얼마나 좋은데! 여긴..여름만 되면 죽겠다..흑흑... 올 여름도..(주륵) 그리고 아람주도 마찬가지로 하루 수고했어!!
자신의 물음에 무슨 소리냐는 듯이 아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혜성은 속으로 '아. 안되나.' 라고 중얼거렸다. 하기사 시험이 코앞인데 공부를 어떻게 안한단 말인가. 어쨌건 학생에게 있어서 성적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성적이 나쁘면 좋은 대학을 갈 수도 없고, 여러모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곧 아람이 웃음을 터트리며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고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자 혜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뎅국물? 확실히 겨울에는 오뎅국물이 최고긴 하지. 좋아. 뭐, 네가 먹고 싶다고 하니까."
언제나처럼 적당히 구실을 만들면서 혜성은 괜히 미소를 지었다. 아람과 데이트를 좀 더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그리도 기분이 좋은 것일까. 이어 맞잡은 손을 아람이 흔들자 혜성 역시 그에 맞춰서 흔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공부는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는 괜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입시가 빨리 다 끝났으면 좋겠어.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왜 1년 뒤가 이렇게 아득하게 느껴지는걸까. 진짜 고3 겨울방학이 오긴 오는 것일지도 궁금해지네."
하지만 아람과 함께라면 그 길고 긴 순간도 어느 순간 훅 지나가게 될까. 일단 발걸음을 천천히 움직이며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한번만 말할 거니까 제대로 들어. 재방송 안할 거니까. 그러니까 말이지. 음."
이어 혜성은 뭔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괜히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허나,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 생각은 없다는 듯이 그는 이어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네가 쭉 옆에 있어준다면 힘낼 수 있을 것 같아. 고3생활도. ...아니. 뭐, 그렇다고 공부 시간 줄이고 만나자는 것은 아니고... 대, 대충 무슨 의미인진 알지?! 그럼 그 뜻으로 알아들어. 알았지?"
/ㅋㅋㅋㅋㅋㅋ.... 괜찮아. 이제 익숙해졌어. 정말 어느 순간부터 여기가 확 더워져서 날씨가 대체 왜 이러나 싶을 정도라니까. 추위도 마찬가지고..올해도 역대급 추위라는데..과연 어떻게 될런지. 일단 두고봐야 알겠지만!
솔직히 이런 말을 하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쉽게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혜성은 어떻게든 표현하려고 했다. 아람이 자신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는만큼, 자신도 솔직하게 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성격이 성격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생각보다 자신이 부끄러움이 많은 것 뿐인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인지. 그렇기에 방금 한 말도 그로서는 꽤나 용기를 쥐어짜내서 한 말이었다. 애써 부끄러움에 눈을 돌리고, 애써 덤덤한 척하고.
이내 아람의 배시시 웃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손을 꼬옥 잡으며 오래오래 같이 있자는 말에 혜성은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물론 그 오래오래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오래가면 좋기야 하겠지만, 매사 항상 그렇게 좋게 이어지는 일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당장 고등학교때 사귄 커플이 결혼까지 가는 일은 잘 없다는 말도 있고. 하지만 혜성은 그런 사실들을 지금은 다 부정하고 싶었다. 자신과 아람이라면... 어쩌면 정말로 오래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넌지시 그녀에게 물었다.
"...네가 말하는 오래오래는 언제까지야?"
물론 답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으나, 그럼에도 혹시 답해주지 않을까 나름대로 기대를 하며 혜성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다 가게 밖으로 완전히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혜성은 가만히 모자를 바라보다가 손으로 가리켰다.
"춥지 않아? 어서 모자라도 써. 그 귀 막아주는 모자 말이야."
빵모자도 나름 따뜻하긴 했으나 귀를 가릴 수는 없었기에 따뜻함으로 비교를 하자면 당연히 귀를 막아주는 그 모자가 최고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다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날씨가 춥기도 하고, 아람이 추위를 타기도 하니 빠르게 이동해서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기 위함이었다.
"일단 포장마차에 빨리 가자. 너무 추우면 이야기하고. ....그.. 뭐냐. 전용석 지금 비어있으니 말이야."
/.....8ㅁ8 나도 추운 거 별로 안 좋아해! 물론 그렇다고 추위 막 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추운 것이 아니라 아파졌어. 겨울이..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이게 지구 온난화의 위력인가! (맞음) ㅋㅋㅋㅋㅋ 맞아. 이제 슬슬 단풍이 물들 시기지. 정작 내가 사는 곳은 아직 단풍이 물들지 않았어. 그래도 10월달이 되면 물들테니까 그 시기만 기다리는 중이야!
아람은 혜성이 말하는 뜻이 이런 것이 아님을 알았음에도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것도 답변이 되지 않았을까? 동화에 나오는 오래오래는 결혼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을 입밖에 내기에는 자신이나 혜성이나 너무 어렸고 철없는 약속이 될 것 같아 싫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태에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응. 그래야겠어.”
하고 아람은 모자를 썼다. “따뜻하다.” 한층 나아졌다는 듯 표정이 방금보다는 좋아졌다. 물론 추운 것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아람은 혜성을 따라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응, 너무 추우면 꼭 이야기할게.”
아람은 작게 웃음을 흘렸다. 물론 꼭 껴안고 걸으면 좋겠지만 일단 빨리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기에 꾹 참았다. 이런 말도 곧잘 하고 혜성을 처음 사귀었을 때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 아닐까 생각해버린다. 물론 예전에도 귀엽고 지금도 귀엽지만!
/좋은 아침!!!! 오늘도 하루 힘내기야~~ 나는 어제 야간근무여서 오늘은 푹 쉴 예정~!!! 지구 온난화.....(흐릿) 길가에 단풍은 아직 멀었다 싶은데 은근 산은 단풍이 빨리 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더라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의 오래오래. 그야말로 끝없이 계속 쭉 이어지는 상황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생각보다 아람은 길게 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은 어떤가. 그 답을 내기에는 아직 자신은 많이 어렸다. 당장 1년 뒤, 10년 뒤의 미래도 모르는데 그 이후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혜성은 굳이 그 이상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지금은 그냥 이대로, 이 상태를 이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저 입꼬리만 살짝 올릴 뿐이었다.
아람이 모자를 쓰고 따뜻해하자 혜성은 괜히 기분 좋게 웃으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기껏 모자를 샀는데 아무런 쓸모도 없다면 그야말로 돈 낭비가 아니겠는가. 적어도 아람의 귀는 따뜻할 거라고 믿으며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추우면 꼭 이야기하겠다는 말에 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조금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람이 추워할 것이 뻔하니, 조금 더 빠르게 가기 위함이었다.
그러다가 저 편에 보이는 포장마차의 모습에 그는 그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맞지? 빨리 들어가자. 누구누구 씨 감기 걸릴라."
예전처럼. 장난스럽게 피식 웃으면서 그는 그녀를 포장마차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려고 했다. 아마 안은 나름 한적하지 않았을까. 아직 사람이 몰릴만한 시간은 아니었으니까.
/좋아. 나는 이제 하루가 끝났다! 요즘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되어서 굉장히 머리가 아프지만...어떻게든 되겠지! 후후..(주룩) 그것도 아마 지역마다 다를거야. 여기는 산이 많지만... 딱히 단풍이 아직 보이거나 하진 않거든. 이러다가 어느 순간 확 물들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오늘은 푹 쉬는구나!! 다행이다! 아람주!
저녁은 맛있게 먹었지! 아람주는 여러모로 많이 바쁘게 보내는 것 같아서 늘 걱정이야. 몸 관리 잘하고.. 이제 날씨 추워질테니까 따뜻하게 입고 감기도 걸리지 않게 조심하는거야! 아무튼 답레는 정말로 천천히 느긋하게 써도 괜찮아! 사실 일단 가장 중요한 모자 사기는 끝났으니까 저것을 막레로 받아도 괜찮고! 그건 그렇고 출근이라니..아이고..오늘도 화이팅이야!
웅 그래서 그런지 목이 따끔거리고 머리가 아픈게 최근 감기기운이 있더라구 ㅋㅋㅋㅋ큐ㅠㅠㅠ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니니 괜찮아() 하지만 둘이 더 노는 모습 보고 싶기 때문에 답레는 천천히 이어오는 걸로 할게! 오늘 이을수도 있기 그렇다~~! 점점 작중 배경하고 현실 배경하고 맞아가는 건가 그래서 점점 추워지는 건가...! 혜성주도 오늘 하루 화이팅해!!
포장마차 안은 생각보다 훈기가 감돌고 따스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포장마차마저도 춥다면 어떻게 사람이 오겠는가. 이 훈기가 따스하고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살며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람이 떡볶이 1인분을 부탁하자 혜성은 자연히 아람이 그러는 것처럼 오뎅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따스한 국물이 있고 이런저런 다양한 종류의 오뎅이 있는 것을 확인하며 그는 뭘 먹을지 잠시 고민했다.
아람의 물음이 들려오는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꼬불꼬불한 오뎅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도 이거 좋아해. 아니. 뭐, 네가 골라서 나도 이거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우리 취향이 비슷하네."
괜히 기분이 좋았는지 그는 피식 웃으며 마찬가지로 오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간장에 살며시 담근 후에 다시 꺼내면서 입에 집어넣었다. 적당히 잘 익기도 하고, 꼬불거리는 탄력의 맛이 또 굉장히 좋아 그는 괜히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어 그는 근처에 있는 종이컵 두 개를 챙긴 후, 어묵 국물을 받을 수 있는 꼭지를 열어 한가득 어묵 국물을 받았다. 그리고 아람에게 그걸 내밀었다.
"먹어봐. 따스해서 맛있을 것 같은데."
감기 걸리면 공부도 못 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피식 웃었다. 역시 공부하는 것보단 그녀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에게 있어선 행복인 모양이었다.
떡볶이가 이내 접시에 담겨 놓여졌고 그는 그 떡볶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먹자고 이어 이야기했다.
/감기 기운이라니! 감기 기운이라니! 8ㅁ8 코로나는 아니지? 아직 코로나 걸리는 사람은 걸린다던데! 아이고.. 그래도 심하진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음. 그렇다면 나도 계속 잇도록 하겠어! 나도 혜성이와 아람이가 꽁냥거리는 것은 너무 보기 좋으니 말이야. 역시 둘이 결혼해라. 행복하게 살아라. 2세 낳을진 모르겠지만, 아람이가 낳고 싶다면 낳아라!
확실히...ㅋㅋㅋㅋㅋ 배경이 겨울이고 지금 현실도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야. 어쩌다보니 싱크로가 되어가는 것 같네!
아람은 혜성이 같은 오뎅을 고르자 작게 키득거리며 웃었다. 별것 아닌데도 그냥 같은 것을 고른 것이 좋게 느껴지는 탓이었다. 만약 달랐더라도 이런 점이 달라서 재밌다고 생각했을 테니 중요한 건 선택이 아니라 상대방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람도 뜨거운 오뎅을 호호 불었다가 간장에 찍어서 먹었다. 왠지 배가 고팠던 것인지 금방 하나를 다 먹었다. 그러는 사이에 혜성이 오뎅국물을 가져왔고 아람은 입 안에 볼이 볼록하게 든 오뎅을 천천히 씹어 삼키며 그 컵을 받았다. 마지막까지 꿀꺽 삼키고는 호로록 국물을 마셨다.
"맛있다. 추워서 그런가. 아니면 오랜만이라 그런가. 역시 딱 먹고 싶을 때 먹는게 제일 맛있더라."
아림은 오뎅국물을 한 번 더 후후 불어 호로록 마시고는 말했다.
"맞아. 감기 진짜 조심해야해. 아프면 답도 없어~"
아람은 작게 웃었다. 특히 아람은 늘 감기를 조심했는데 집에 거의 혼자 살다 시피하다보니 더더욱 그랬다. 어머니께 어리광 부릴 성격도 아니었으니까.
아람은 떡볶이도 하나 먹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와, 맛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혜성에게도 얼른 먹어보라며 재촉했고.
/심하지 않으니 괜찮아! 코로나는 검사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열이 나는 건 아니니까 이니치않을까?? 혜성아람 오래오래 가즈아ㅏㅏ 혜성아람2세?! 뭔가 아직까진 막 상상이 안간다 ㅋㅋㅋ 둘이 너무 애기같아서 그런가! 아직 겨울이 한참 멀었지만 한참.... 멀길 바랄 뿐인가.... 요짐 날씨가 넘 이상하다보니 말 꺼내기가 무섭군 ㅋㅋㅋ
아람이 국물을 받는 것을 확인하며 혜성은 그제야 자신의 국물을 챙겼다.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이 상당히 따스했고 괜히 입김을 후- 후- 불게 만들고 있었다. 어느 정도 열기를 식힌 후, 그는 천천히 국물을 마셨다. 따뜻하면서도 구수한 맛. 오뎅 국물 특유의 그 진함이 제대로 느껴졌고 그는 반 정도 마신 후에 일단 컵을 내려놓았다. 한번에 다 마실 생각은 없다는 듯이.
"둘 다일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공부하기 전에 이렇게 시간 보내면 좋잖아. 따스하게 어묵 국물도 먹고 말이야. ...뭐, 김에 배도 채우고."
괜히 작게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혜성은 입가를 근처에 있는 티슈를 이용해 닦았다. 그리고 아람에게 새 티슈를 내밀었다. 입을 닦을거면 쓰라는 듯이.
"걸리면 전화해. ...뭐, 집에는 못 들어가더라도 죽 정도는 내가 가져다줄테니까. 남자친구가 그 정도는 해야지."
봄에 감기에 걸렸던 그녀를 떠올리며 그는 괜히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이어 아람이 떡볶이를 먹고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자신에게 권하자 그는 그제야 떡볶이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 쫀득한 떡, 그리고 적절하게 매운 맛과 단 맛이 섞여있는 양념.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치고는 상당히 맛이 좋아 그의 눈 역시 동그랗게 변했다.
"뭐야. 이거. 굉장히 맛있네? 아람아. 앞으로 배고플 땐 여기 와서 먹을까? 근처에서 공부할 때라던가 말이야. ...아니. 뭐, 꼭 그러자는 것은 아니고 내키면이야. 내키면. 나는 딱히 꼭 안 와도 상관은 없으니까."
말을 마친 그는 괜히 무안했는지, 또 떡을 하나 집어서 양념을 듬뿍 바른 후에 입에 넣었다. 역시나 맛이 상당히 좋았기에 그는 절로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나름 떡볶이는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만큼 맛있는 곳도 드물거든. 뭐지. 이거 비법이 뭐지."
안 그래도 그는 떡볶이를 좋아했고 가끔 만들어서 먹기도 했다. 그런만큼 상당히 흥미가 가고 호기심이 들었는지, 그는 접시에 구멍일 날 정도로 정마롤 빤히 떡볶이를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ㅋ 시트에도 있지만 혜성이는 떡볶이 매니아지! 결국 스위치가 눌려버렸고! 아무튼 심하지 않다고 하니 다행이야! 그래도 한 번 간이 검사라도 해보는 것을 추천할게! 우리 어머니도 걸렸을 때 딱히 열은 안 났었거든. ㅋㅋㅋㅋㅋ 아직 애기지. 둘 다. 고등학교 2학년인걸! 결혼이나 2세나 아직 한참 뒤의 일이라고 생각해! 맞아. 요즘 갑자기 추워지고 있지. 올해 여름이 상당히 더웠으니 그 반동으로 엄청 추워지는 것일지도 몰라. (죽은 눈)
공부하러 가야한다는 그 말에 혜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작게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아람이 어느 정도 양보를 해줬으니 자신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만 했다. 이렇게 보니 정말로 공부를 잘할만 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다 들려오는 든든하다는 말. 혜성은 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지금 얼굴을 보이기엔 너무 부끄러운 탓이었다. 물론 아람의 눈에는 다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 최대한 하고자 하는 작은 저항이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면서 그는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떡볶이를 먹으러 와서 계속 시선을 돌릴 수도 없을테니까.
"약속이야! 약속한거다! 알았지?! 아.. 어흠. 쿨럭. 쿨럭."
자주 오자고 하는 그 말에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신이 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순간 움찔했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에 오른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헛기침을 했다. 자신도 모르게 너무 흥분했다고 생각한 탓이었을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그는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맛도 좋고, 이곳에 여자친구와 자주 온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 없는 탓이었다.
한편 비법을 알기 위해 떡볶이를 조금 더 먹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려는 찰나, 아람이 비법을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혜성이는 깜짝 놀라 아람과 아주머니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다가 매실 액기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는 절로 오. 소리를 냈다. 물론 액기스라고 해서 다 같은 액기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아람이 자신의 귓가에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자 혜성은 아람 쪽으로 눈빛을 살짝 돌렸다. 이어 혜성은 아람의 귓가에 속삭였다.
"만들어볼테니까... 뭐, 맛보기 요원이라도 좋다면 찾아오던지."
결국엔 그녀에게 먹여주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혜성은 언제나처럼 말을 살며시 돌렸다. 하지만 그 진의는 절대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아람도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물론 자신만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것 같으니 한번 대접해주고 싶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마음을 담아 반드시 이와 비슷한 떡볶이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이번엔 양념만 살짝 입에 담았다. 적절한 매운 맛, 적절한 단 맛.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차후에도 이 떡볶이를 자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람아. 넌 어느 대학에 갈 거야?"
/아람이야말로 귀여움의 대명사다! 귀여운 소악마 아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ㅋㅋㅋㅋㅋㅋㅋ 오케이! 꼭 심해진다 싶으면 하는 거야! 요즘은 코로나 아닌 줄 알았는데 걸렸다는 이들도 많으니까! 물론 아람주는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맞아. 겨울 추위. 정말로 싫어. 하지만 더위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중간만 갔으면 좋겠는데 올해도 극단적이 될 삘이라서 두려워.
아람은 같이 오자는 말에 혜성이 좋아하다가 이내 표정관리를 하는 것을 보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응응. 약속이야." 물론 혜성은 민망해하는 것 같지만 그런 모습도 너무 귀여운 것을 보면 정말 혜성을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람은 나름 비법을 알아낸 것에 뿌듯했는데 혜성이 귀에 소근소근 이야기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꼭이야? 약속하는거야?"
아람은 진짜 좋다는 듯이 혜성을 바라봤다. 왠지 기대되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혜성이 도시락도 싸오고 하지 않았던가. 아람은 자신이 잘 하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혜성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요리라던가 사진 촬영이라던가. 아람은 떡볶이를 한 입 더 먹다가 혜성의 물음에 답했다.
"대학? 일단...... 수도권 대학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연극영화과는 실기를 보니까 사실 잘 모르겠어. 성적으로만 가면 좀 확실할텐데 연기를 배운지는 그리 얼마 안되기도 했고."
대신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좋은 학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기는 했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니 이제까지 공부해 온것이 헛일은 아니니 다행이기도하고.
"너는?"
아람은 혜성도 어떤 생각이 있어서 물은 것인가 싶어서 혜성에게 되물었다. 물으면서도 같은 대학에 가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고. 이무래도 대학이라는 게 지역이 떨어질수도 있다보니 말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약속이라고 이야기하는 아람의 목소리에 혜성은 당연한 거 아니겠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오늘부터 떡볶이 만들기 연습을 좀 더 해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자신이 있었으나, 이 떡볶이에는 이길 수 없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는 만들어야 남자친구 체면이 서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오늘 집에 들어갈 때 떡볶이 재료를 좀 많이 사서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매일매일 만들진 않더라도 한번씩은 만드는 것이 좋을테니까.
한편 아람이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자 혜성은 살며시 머리를 굴렸다. 정확하게 어디로 갈진 안 정했다는 것일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람은 수도권 대학으로 가려고 생각중이라는 것이었다. 이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물음이 들어오자 혜성은 일부러 생각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나도 일단은 수도권에 있는 대학교. ...기왕이면 너랑 같은 곳. 너는 워낙 예쁘고 귀여우니까 혼자 두면 필시 다른 남자들이 쫓아다닐 것이 뻔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뭐... 한 명 정도 막아줄만한 사람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기왕이면 CC도 해보고 싶고. 그런 말을 괜히 작게 중얼거리면서 그는 빠르게 떡볶이를 하나 찝어서 입에 넣었다. 이어 천천히 씹으며 그는 살며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응. 역시 안돼. 넌 내 꺼야. 구속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남자애들이 골키퍼 운운하면서 골 넣으려고 하는 것은 싫어."
조금 질투가 난 것인지, 아니면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 것인지. 그의 목소리는 살짝 퉁명스러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럼 반대로 혜성이를 좋아해주고 귀엽게 봐주는 아람주도 천사가 아닐까? ㅋㅋㅋㅋㅋ 그렇구나! 확실히 추위에 약하면 그럴 수 있겠다! 어쨌든 아람주도 하루 고생했어!! 내일도 화이팅!
아람은 혜성이 약속을 하자 해맑게 웃었다. 뭔가 이런 저런 약속이 늘어나는 것도 즐거운 일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계속 우리 사이에 추억이 쌓여가는 것처럼.
"나도 같은 대학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일이라는 게 원래 원하는 대로 막 되는 게 아니니까. 으음, 좀 분위기 깨는 말일지 몰라도 서로가 가장 최선의 선택을 했으면 좋겠달까. 물론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난 너밖에 없어. 알지?"
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사실 같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같은 학교에 가자며 더 유리한 선택을 미루는 것은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사실 자신이 연기 쪽으로 방향을 전환함으로 인해서 원래 들어가려던 목표 대학보다는 더 낮은 쪽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이었기에 더더욱 말이다. 으으...... 실기 무서워.
그렇지만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작게 웃음을 터트릴수밖에 없었다.
"나는 축구 게임이 아닌데 말이지. 우리 커플링이라도 맞출까? 고등학생 때는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만 대학생 때는 맨날 끼고 다닐 수 있어."
아람은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이야기하다가 그래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정말 내년에 같은 반도 하고 대학생 때 같은 대학도 다니면 정말 좋겠다......."
마치 자신이 말하면 안 될 것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마치 축구 게임을 보지 않을 때 골이 들어가더라, 하는 징크스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끔 할 때가 있었다.
/그럼 천사들만 있는 이곳은 천국인가...!!! 오늘 하루 고생했어 혜성주! 저녁 맛있게 먹어~~!!!!
"내가 좀 더 노력하면 될 일이야. 네가 여대 가는 거 아니라면 내가 성적을 높이면 되는 거잖아. 나 참."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그는 일단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자신의 성적과 그녀의 성적을 생각해보면 그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었다. 앞으로 1년. 정말로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해야 겨우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혜성의 성적이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아람보다는 낮은 것이었지.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어쩔 수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까지 따지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꼭 높은 곳에 갈 생각은 없었기에 더더욱.
"무엇보다 나는 사진 쪽으로 나갈 생각이고, 이쪽은 학력보다는 경력이 좀 더 중요시 여겨지니까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상관없어. 어쨌건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해."
물론 그녀의 경우는 어떨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렇다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괜히 떡볶이를 천천히 먹다가 남아있는 떡볶이 중에서도 특히나 큰 떡 하나를 집어서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먹을지, 않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축구 게임이 아닌데, 축구 게임인줄 알고 설치는 애들 있잖아. ...난 그런 녀석들 싫어. 아무튼 커플링? ...뭐, 네가 바란다면야. 커플이니까... 그.. 대학생 때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는 아무래도 여러 제약이 있었으니, 당장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대학생 때는 확실히 이런저런 것을 할 수 있을테고, 그 중에는 분명히 커플링도 있을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제안, 아니.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같은 반은 운이지만, 대학은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어. ...그러니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기왕이면 그렇게 믿는 쪽이 좀 더 좋잖아. 뭐, 그리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난 네 남자친구니까. 언제나 쭉."
설사 운이 나빠서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더라도. 라는 말까지는 굳이 하지 않으며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괜히 빈 손으로 제 뺨을 톡톡 쳤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까 좋건 싫건, 공부를 해야겠네. 우리 여친 따라가려면 말이야."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말에 혜성은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기로 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공부는 할 생각이었다. 아람과 같은 대학을 가고 싶은 것은 혜성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괜히 투덜거리면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공부 시키려고 짠 큰 그림은 아닌거지?"
그런 거 안해도 공부 할 거니까 만약 그런 거라면 안 짜도 괜찮아. 그렇게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던 혜성은 마저 떡볶이를 먹었다. 이어 티슈를 이용해 자신의 입가를 천천히 닦아냈다. 공부하러 가자는 그녀의 말에 그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이번엔 나도 저번보다 더 높은 성적이 나오는 것을 보여줄게. 그래야 너도 조금은 안심할테니까. ...하지만, 조금은... 포상이 있으면 조금 더 힘낼 수 있을지도? 아, 아니. 아니 아니. 그렇다고 꼭 달라는 것은 아니야! 착각은 하지 마!"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산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아람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추울까 싶어 그는 자신 쪽으로 살며시 끌어당겼을테고 평소보다 조금 더 좁은 보폭으로 카페를 향해서 천천히 걸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공부하기 전에 이렇게 함께 걸어가고 싶은 그의 얕은 꾀였다.
물론 그것에 아람이 어울려줄지 않을지는 자신도 알 길이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걷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는 앞을 바라보며 카페를 향해 나아갔다. 그녀와 어느 순간, 발걸음을 하나로 맞추며.
ㅋㅋㅋㅋㅋ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람이와 있을땐 아람이와 좀 더 알콩달콩 놀고 싶어하는 고등학생일지도 몰라! 그만큼 아람이가 매력적인 덕이지! 음. 다음 일상은.. 혜성이 부모님 정말로 만나러 가볼래? 맞아. 겨울하면 눈싸움과 눈놀이지! 만약에 고3 시즌이 코앞이 아니면 눈썰매장이나 스키장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아람이가 공부한다고 안된다고 하려나?
공부 포상...ㅋㅋㅋㅋㅋ 정말로 주는거야? 글쎄. 혜성이는 데이트만 해줘도 좋다고 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하긴 알콩달콩 노는 거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니까! 물론 대학생이 되도 더 어른이 되어도 알콩달콩 노는게 ㅊ최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 다음 일상은 혜성이 부모님 만나기! 겨울방학 중이라고 하면 좋으려나? 스키장은 수능 끝나고 가도 좋을 것 같지! 이번 겨울에는 둘이 눈싸람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눈싸움 해도 귀여울 것 같고!! 공부포상! 이라고 한다면 기말고사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려나? ㅋㅋㅋㅋㅋㅋ 과연 혜성이의 성적은 오르나요?!
ㅋㅋㅋㅋㅋ 고등학생은 아직 애기인걸! 자신들은 어른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직 한참 애기이니까! 그러니까 노는 것을 좋아해도 이상하지 않을거야! 어른이 되면..더 놀아야지! 자유가 되었으니까! 그래도 현생은 잘 지켜야겠지만 혜성이도 아람이도 현생 잘 지킬 것 같은걸! 음. 겨울방학 중이라고 하면 크리스마스를 패스하는 꼴이 되니까... 그냥 시험 막 끝난 후라던가 그럴 때는 어떨까? 그래도 사귀는데 크리스마스를 그냥 넘기면 뭔가 되게 아쉬울 것 같아서 말이야! 좋아. 그럼 스키장은 수능 끝나고! 이번 겨울은 눈이서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 하는 느낌으로 재밌게 놀도록 하자! 혜성이의 성적은..중간고사 평균점수보다 5점 오를 예정이야! 막 엄청 오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좀 더 올랐다는 느낌이 될 것 같네!
ㅋㅋㅋㅋㅋ 어른이 되어도 놀고싶은 건 똑같은걸!!!! 고등학생때도 대학생 때도 그 이상이 되어도 현생은 현생이다....... 앗 그러네!! 그럼 시험 막 끝난 후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데이트? 그리고 부모님 뵙는 건 따로! 그리고 눈 쌓인 날 노는 거랑! 이렇게 일상 돌리면 되려나??! 오 혜성이 성적 오르는 거냐구~~~ 혜성이 멋져! 아람이가 시험 치기 전에 혜성이한테 성적 오르면 받고 싶은 거 있어? 물어볼 것 같구~~~ 혜성이는 뭐라고 하려나? 자꾸 됐다고 해도 아람이 계속 물어볼 것 같은데~ 이런 게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는 거라면서! 게다가 평균 5점이면 많이 오른 거 아닌가? 많이 오른 것 같은데!
어른이 되면 점점 더 놀 수 없어져서 그런지 괜히 노는 것이 더 좋아져! 흑흑. 돈 많은 백수가 되기 위해서라도 빨리 로또 1등에 당첨되어야만 해. (안돼) 음. 그러면 다음 일상은 크리스마스 데이트? 부모님 뵙는 것이 또 미뤄지긴 하겠지만! 거기다가 AU 몇개 추가해서 돌려도 좋을 것 같고! ㅋㅋㅋㅋ 돌릴 것은 어떻게든 나오기 마련이니 말이야.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일지도 모르겠는걸! 음. 그러면 혜성이는 고민하다가 아람이에게 크리스마스 때 시간 무조건 빼라고 이야기할 것 같은걸. 아무래도 현 시점에서 혜성이가 가장 노리는 것은 이브 데이트니 말이야. 그 날은 공부하는 거 없이 무조건 빼라고 요청할 것 같아. 물론 이것도 몇 번 툴툴거리면서 튕기다가 못 이기는 척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노는 시간 너무 소중해....... 로또 일등 가능할까....... 아니 로또 일등 맞았다고 퇴사 가능할까...... 부모님 뵙는게 미뤄지긴 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데이트 좋지!! 겨울 끝나면 또 에유 돌려야지~~ 신난다!!1 혜성 아람 되게 많이 돌렸는데도 너무 좋아! 후후 끝이 나지 않는다@ 와! 혜성이 이브 데이트 로망이라도 있는 거냐구 ㅋㅋㅋㅋ 크리스마스 이브랑 크리스마스날 밖에 나가면 사람 엄청 바글바글한 것 아냐? 나는 한 번도 안 나가봤어() 사람 많은거 엄청나잖아!!! 물론 그런 것도 좋아하는 사람 많지만 ㅋㅋㅋㅋㅋ!!!! 툴툴거리다가 못이기는 처 ㄱ이야기하는 거 너무 눈에 보일듯 선하다. 귀여웟!
지금까지 로또를 계속 샀지만 1등은 커녕 2등도 안 나왔으니 아마 이번주도..(절레절레) 사실 일등 맞아도 일은 계속하는 것이 좋다고는 하더라! 꼭 회사가 아니어도 작은 가게라도 만들어서 직원이라도 쓰면서 취미로나마 하는 것이 좋다고는 하던데. 그만큼 둘의 이야기를 할 것이 많으니 말이지! 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긴 하지만, 혜성이와 아람이가 20살이 되는 그 시기에 둘이서만 따로 술먹는 일상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둘이서만 따로 먹어도 상관없고 술 파는 가게에 가서 술 먹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어디까지나 20살때의 일이지만! ㅋㅋㅋㅋㅋㅋ 그야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이브 데이트 해보고 싶어할 것 같은걸. 혜성이는! 음. 한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핫플레이스에 가면 사람이 많지 않을까? ㅋㅋㅋㅋㅋ 아람이는 또 귀엽게 생각하면서 바로 받아주고 그럴까? 아니면 혜성이의 반응을 보려고 살짝 튕길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번가를 맞으려면 비오는 날 나가야 하는 것과 같은 거지~ 그러다가 진짜 딱 당청될수도 있는 거고 ㅋㅋㅋ 복권당첨되서 카페 차리기 재밌겠당 나도 둘이 스무살 술 먹는 일상 해보고싶어~~~ 진짜 재밌을 것 같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미있겠다 상상만해도 재밌을거같아 분명 작ㄴ녀에도 시끌시끌했을 것 같아 ㅋㅋㅋ 아람이는 딱히 튕기진 않았을것 같지! 공부 의욕을 잔뜩 심어주면 좋으니까~! 속으로 귀엽다고 생각할 것 같긴 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흑..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5천원이 은근히 강해! (지갑을 본다)(절레절레)(혜성:...뭐래. 5000원보다 훨씬 돈 많으면서) ㅋㅋㅋㅋㅋ 난 복권 당첨되면 일단 세계일주나 해보고 싶어. 그리고 이후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것으로! 앗. 아람주도 그렇구나! 그렇다면 그렇게 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역시 둘만 있는 것보다는 술집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은 들어. 애초에 둘이서만 있으면서 술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없을 것 같지만! 물론 이건 나중이지만! 아람이는 튕기지 않는구나. 그럼 혜성이는 혜성이대로 아마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싶은걸. ㅋㅋㅋㅋㅋ 어떻게 보니까 또 은연중에 혜성이는 아람이에게 컨트롤당하고 있구나. 하지만 그 점이 귀여워!
은근 5천원 비싸..... 매주 사면 2만원이라고...?와 세계일주 좋지!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통장만 바라봐도 즐거울 것 같다. 그렇게 한 두달 보낸다음에 뭐좀 시작해야지ㅋㅋㅋ 맞아맞아~ 스무살에 둘이 자취방에서 먹기도 좀 그렇지! 술집이 좋을거같아! 혜성이는 아람이 손바닥 안인 거야? 언젠가 아람이를 조종하는 혜성이도 볼 수 잇지 않을까?ㅋㅋㅋㅋㅋㅋ 혜성이도 언제나 귀엽다구!
ㅋㅋㅋㅋㅋㅋ 맞아. 일단 돈이 쌓인 후에 좀 쉬어도 된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이것저것 정말로 열심히 달렸으니 말이야! 나도 아람주도 말이지! 아람주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좋아! 그럼 그때 그 상황은 술집으로 가자! 오케이! 이건 그때 또 이야기하면 될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 지금은 그렇지 않을까? 뭔가 아람이는 혜성이를 정말로 쉽게 읽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아람이를 조종하는 혜성이라. 감이 잘 안 오는데. (갸웃) 혜성이가 밀당을 하면 아람이는 뭔가 태연하게 응하지 않을 것 같아서..(옆눈) 질투 유발 작전같은거 하면 진짜 아람이가 크게 화낼 것 같고...애초에 혜성이가 할 애도 아니지만!
맞아ㅏㅏㅏ 우리 진짜 열심히 산다고~~~!! 나는 오늘도 일하고 있는 중이야 휴 아무래도 아람이가 사회생활 스킬을 꽤 많이 찍어서 그런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혜성이의 밀당ㅋㅋㅋㅋㅋㅋ 왠지 혜성이는 밀당 같은 거 안할 거 같긴한데~ 해도 좀 티날것 같리보 하고. 질투 유발은 싫어할 것 같지 ㅋㅋㅋ 아! 그럼 다음 일상은 크리스마스 이브 인건가?!
ㅋㅋㅋㅋㅋㅋ 혜성이는 밀당 잘 못하니까. 질투 유발은... 혜성이도 아마 시도도 못할테니까. 음. 어쨌건 아람이가 소악마적인 느낌도 있고, 그렇게 혜성이를 금방 읽고 행동하는 것이 너무 귀여우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다!! 덧붙여서 아람이는..질투 유발을 혜성이가 IF로라도 시도하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어! 그러게. 크리스마스 이브가 될 것 같네! 일단 오늘까지는 썰을 이렇게 풀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돌려볼까?
혜성이가 질투 유발을 한다면? 흠. 어떤 방식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고 또 이게 티가 나냐 안나냐에 따라 또 다를 것 같긴 한데~ 뭔가 속인다! 라는 느낌이 나면 좀 화나거나 삐질 것 같고 뭔가 장난스럽고 허용적인 내용이면 좀 장단맞춰줄 것 같기도 하고~ 혜성이는 어떤 상황에서 질투를 느끼려나? 이번 처럼 다른 남자가 아람이에게 찝적거린다거나 그럴때? 그런 것 말고 다른 포인트가 있을지도 궁금하다~~ 좋아~ 내일 본격적으로 돌리는 거 찬성. 사실 오늘도 막 왔다가 사라졌다 그래가지구 ㅋㅋㅋ큐ㅠㅠ 그럼 시간대는 저녁이려나? 시내에서 만나는 거려나? 같이 저녁 먹나? 선레는 누가 먼저 할것인가!를 정해놓으면 좋을 것 같구!
ㅋㅋㅋㅋㅋㅋ 아예 시도조차 안하는 것이 제일이겠구나! 아주 잘 알았어! 어차피 혜성이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테니까. 사실 질투 유발은 일부러 다른 이와 함께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거나..하는 거였지만 이건 아람이가 진짜로 화나고 삐질 것 같네. 와아..(동공지진) 혜성이는..응! 아무래도 그런 모습을 보면 질투를 좀 강하게 느낄 것 같아. 그 이외에는.. 어지간하면 딱히 질투하거나 하지 않겠지만 막 찝쩍대는 그런 것은 좀 심하게 질투할 것 같아. 그래서 대학도 같은 곳에 가고 싶다고 하는 거고 누가 골 못 넣니 이런 말 하는 것이 싫다고 한거고 말이야! 아이고.. 이제 돌아왔구나. 여러모로 고생했어!! 8ㅁ8 아무래도 시내에서 만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딱 크리스마스 캐롤 울리고 이런 분위기로 말이야! 음..선레는 이번엔 내가 쓸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전에 사촌동생 일상 했던 것도 기억난다~ 굳이 그런 질투 작전을 안해도 아람이도 꽤 혜성이한테 소유욕이 있기도 하지 않나? 싶은 생각? 다른 남자가 찝적대는 것 말고는 따로 없구나! 물론 아람이는 아림이대로 따로 남자들이랑 친하게 지난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을테니까. 일적으로 알고 지내는 게 아니면 뭐 다 여자 친구들일 거고. 아, 아람이는 혜성이한테 친한 이성인 친구가 있으면 좀 질투할 것 같긴 해! 뭔가 그 친구가 나보다 혜성이를 더 알고있다 싶을때 엄청 질투할듯. 근데 친구인데 멀어져라 하지도 못하니까 맘만 쓸 것 같기도 하구ㅋㅋㅋ 아람이가 나중에 연기를 하면서 키쓰신이라던가 다른 남자와 사랑하는 연기라던가 그런 걸 티비나 기사 같은 걸로 보면 혜성이는 어떠려나?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가상 결혼 프로그램에 나온다거나. 물론 가상결혼 모두 거짓말이고 예능에서 커플 같은 것도 다 대본이라고 하니까. 아직 돌아오진 못했지안... 좀 쉬고 있어! 내일 아침 퇴근이거든 흑흑 조아조아~~ 선레는 부탁할게! 내일 천천히 올려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떠오르는 기억) 그냥 내 개인적인 굼금증일 뿐이었으니까! 답해줘서 고맙다!! 아람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상관없는데 그걸 넘어서서 막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찝적대는 것만큼은 혜성이가 참을 수 없대. 사실 이건 혜성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부족한 탓도 있지만 말이야. 앗. 그렇구나. 그렇다면.. 혜성이의 소꿉친구가 있다고 치고 한 명 투입해봐야하나..(안됨) 그런데 뭐 딱히 그 애도 혜성이에게는 이성적 감정은 없으니까! ㅋㅋㅋㅋㅋ 그건 연기니까 아마 이해해줄거야. 하지만 키스씬 하는거 보면 아마 혜성이가 아람이와 그거 보면서 아람이에게 키스를 해줄 것 같아. 뭔가 저 화면에 지기 싫다는 듯이 말이야. 그러면서 괜히 툴툴거리지 않을까 싶어. 가상 결혼 프로그램도 아마 비슷할 것 같아. 물론 거기서 키스 같은 것은 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혜성이가 한번 정도는 내가 좋아? 저 사람이 좋아? 그렇게 물어보는 것이 고작일 것 같은걸? 물론 좀 진득한 스킨십이 나오면 아람이를 빤히 바라보겠지만 말이야. 그러다가 괜히 흥. 소리를 내면서 홱 고개를 돌릴 것 같아.
아앗..돌아온게 아니었구나! 내일 아침 퇴근이라니.. 8ㅁ8 그럼 내일 돌아오면 푹 쉬기야! 알았어! 선레는 내가 자고 일어난 후에 천천히 써서 올릴게!
혜성이는 왜 자신감이 부족할까.... 이렇게 귀엽고 멋지고 자상하고 킹갓남친인데.....(의문)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소꿉친구 등장해도 재밌을지도! 물론 아람이 속으로 경쟁심을 느낄지도 모르지! 겉으로는 내색 안해도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은근 경쟁심 강한거 넘 귀엽구ㅋㅋㅋㅋㅋㅋ 아람이도 혜성이가 그러면 다 받아줄 거 같긴해~! 당연히 네가 좋지~! 하면서 아람이 혜성이한테 뽀뽀하면서 혜성이 삐진거 달래려고 할 것 같구ㅋㅋㅋ 막 이런 걸로 장난치거나 하진 않을것 같아. 다른 사람 문제로 혜성이 조금이라도 불안해할 여지를 두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일 것 같구 내일 푹 쉬기...... 불가능........() 한동안은 계속 바쁠 예정이라 흑흑 슬프다.
아무래도 그게 츤데레 캐릭터의 어쩔 수 없는 운명. 일단 공식설정으로 혜성이는 그렇게 막 미남인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하지만 아람이는... 아람주는 부끄러워하겠지만 일단 공식 최고 미인이라는 설정이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도 살짝 자신감이 떨어진 것일지도 몰라! 아앗...ㅋㅋㅋㅋ 진짜 언제 한번 꺼내봐야하나.. 아마 손 정도는 잡을 것 같지만 딱 그 정도? ㅋㅋㅋㅋㅋㅋ 아람이 받아주는구나. 정말 혜성이를 사랑하고 아껴준다는 것이 잘 느껴져! 그렇게 아람이가 해주면 혜성이는 못 이기는 척 풀어주면서 자신도 뽀뽀 살짝 하고 얼굴 붉히고 그러지 않을까 싶어. 아무튼 결론은 혜성이는 아람이가 연기하는 것은 이해 잘 해줄거야! 물론 키스씬은 조금 질투를 느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내일도 못 쉬는구나..아이고.. 언젠가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오길 강력하게 기원할게! 8ㅁ8
혜성은 이후 정말로 열심히 공부를 해서 평균 성적을 5점 이상 끌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상위권이 될 수는 없었다. 물론 평소에도 중상위권은 하고 있었으니 5점이 오른 지금은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아람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혜성은 앞으로 좀 더 열심히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것이었다.
오늘은 하얀 눈이 하늘에서 부드럽게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역시 연인이라고 하면 이브에 데이트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자 로망이지 않겠는가. 당연히 혜성도 오늘 이 날을 기다렸다. 아람에게 부탁해서 오늘은 공부 하루만 접고, 자신과 이브를 보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따, 딱히 이브를 꼭 지내야한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냥... 다들 지내잖아. 그러니까 우리라고 못 지낼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 진짜. 그냥 나랑 지내." 이런 식으로 툴툴 거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는 굳이 그것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메고 있는 갈색 크로스백 안에는 분홍색 포장지로 포장한 크리스마스 선물도 들어있었다. 뭘 선물하면 좋을지. 정말로 고민을 했지만 역시 이것이 좋지 않을까 그는 생각했다. 어쨌든 새로 산 붉은색 빵모자에 춥지 않게 입은 감색 점퍼, 그리고 제법 두꺼운 하얀색 상의와 남색 바지. 물론 상의는 점퍼 지퍼를 올렸기에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얼마전에 새로 산 겨울 신상을 입은 후, 그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시내 번화가에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서서 아람을 기다렸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너무나 성스럽게 들렸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커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그는 조용히 입김을 내뱉었다. 잔잔히 깨지며 사라지는 하얀색 입김을 바라보던 그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어. 저기요. 지금 혼자세요?"
"네?"
누군지 모를 여성이 혜성에게 말을 걸자 그는 살며시 눈길을 돌렸다. 뭐지. 이 상황. 전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마 아람이 이쯤에서 도착했다면 번호를 요구하는 여성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선레를 올릴게! 어쩔까 하다가 전에 아람이가 한번 당했으니 이번엔 혜성이도 한번 당하는 것으로!
아람은 이번 시험에서 성적이 약간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어느정도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었기에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나름 연기를 시작하고 난 이후부터 공부를 하는데에 시간이 많이 뺏기기도 했고, 또 어머니와의 관계가 나아지면서 공부에 대한 부담감도 조금 내려놓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전에 어머니가 성적 압박을 주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저 자신의 마음 속 부담감이었을 뿐이었지만. 물론 최상위권에서 조금 미끄러진 정도라 남들에게는 공부 잘하는 애 축에 들긴 했지만.
반면 혜성의 성적이 많이 올랐다! 평균 5점이 올랐다는데 확실히 그 5점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특히 점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아람은 혜성보다 더 좋아하면서 방방 뛰었었다.
오늘은 혜성이 이전에 말했던 크리스마스 이브 데이트였다. 그렇게 기념일 같은 것에 관심이 없던 아람은 혜성의 로망을 그렇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성적이 오르지 않았어도 혜성하고 이브를 같이 보냈겠지만!
오늘은 혜성과 함께 산 분홍 빵모자를 썼다. 안에 이너를 도톰하게 입고 스키니한 기모 청바지를 입은 아람은 그 위에 짧은 기장의 발랄해보이는 흰 코트와 연베이지색의 보드러운 감촉의 목도리를 매었다. 신발은 따뜻한 어그부츠. 최대한 패션과 보온을 챙기려고 노력했다고 해야할까.
시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시끌시끌했고 사람도 북적북적했다. 나름 이런 것도 재미라고 생각한 아람은 조금 들떠있었고. 하지만 저 멀리 보이는 혜성의 모습과 어떤 여자를 보고는 제자리에 멈춰섰다.
>>618 끄아아아악..... 부끄럽다. 하지만 캐의 엔딩이나 이런 걸 고려했을 때 필요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한번 보자 혜성이의 소꿉친구(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 꽁냥거리는 거 생각하니 내 마음이 따땃해지는 느낌이다 ㅋㅋㅋ큐ㅠㅠ혜성아람 오래가자.....
아람이 보는 것은 꿈에도 모르면서 혜성은 가만히 자신에게 말을 거는 여성을 바라봤다. 번호를 원하는 말. 아. 이게... 그렇게 납득하면서 그는 말없이 조용히 여성을 바라봤다. 보통 곤란한 것이 아니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이야기했다.
"줄 생각 없으니까 다른데 가주세요. 지금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에이. 그러지 말고. 네?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아니요. 정말로 없어요. 애초에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어서. 괜히 오해받는 것도 싫고요."
자신이 아람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만약 이 모습을 본다고 한다면 아마 기분이 팍 나빠졌을 것이다. 물론 아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당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당하게 해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애초에 아람보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았고, 예쁘다고 해도 눈길을 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숨을 후우 내뱉으며 어서 가라는 듯이 손을 훠이훠이 저으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 뭐야..."
상대를 해주지 않는 것이 짜증났는지, 흥이 식었는지 그녀는 투덜거리면서 다른 곳으로 갔다. 그 여성이 완전히 다른 곳으로 다가간 후에야 그는 다시 앞을 제대로 바라봤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려는지 핸드폰을 살며시 끄집어냈다.
/ㅋㅋㅋㅋㅋㅋ 난 나쁜 설정이 아니라고 생각해! 늘 말하지만 말이야!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내보내겠지만 의외로 싱거울수도 있고! ㅋㅋㅋㅋ 사실 이전에 사촌동생으로 써먹은 것이기도 하고! 아무튼 오늘 하루도 푹 쉬질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제나 화이팅이야! 쉬는 날에는 정말로 푹 쉬기!
아람은 상황이 끝나는 것을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혜성의 뒤로 다가가 휴대폰을 꺼내려는 혜성의 등을 "왁!" 소리와 함께 툭 치려고 했다. 혜성이 놀라든 놀라지 않든 아람은 배싯 웃었을 것이었다.
"안녕. 좋은 저녁이네!"
아람은 혜성이 다른 여자에게 철벽을 치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혜성이 대시를 받는 건 제 안목이 확인되는 것 같아서 좋고 혜성이 그것을 거절하는 건 자신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니 그것도 좋은 것 아닌가.
상황을 지켜본 게 혜성을 시험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자신이 그런 상황을 일부러 만든 것도 아니니 따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 선물 있어."
아람은 쇼핑백에서 연베이지색 목도리를 꺼내더니 혜성의 목에 둘러주려 했을 것이었다. 고급스럽고 보들보들한 감촉인데다가 오늘 아람이 매고 온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커플템인 것이지.
"짜잔. 커플 목도리!"
/아, 생각났다. 아람이 혜성이 자리 비운 사이 혜성의 폰으로 여자이름의 누군가가 연락이 온 걸 본 거지. 아람이가 속으로 누구지. 친한 여자애인가? 하면서 끙끙거리다가 혜성이한테 물어본다거나. 왠지 소꿉친구라니 존재만으로 질투심 유발될 것 같은 그런 느낌 ㅋㅋㅋ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나왔으니 다른 학교라서 그런걸려나? 쉬고싶다......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뒤에서 왁!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툭 치는 느낌에 혜성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빠르게 뒤로 돌자 보이는 것은 제 여자친구의 모습이었다. 좋은 저녁이라고 말하면서 배싯 웃는 모습에 혜성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것, 봤으려나. 대체 언제 온거지. 그런 복잡한 생각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어 혜성은 정말로 조심스럽게 아람에게 물었다.
"아. 응. 안녕. 그, 그건 그렇고 언제 왔어? 아.. 아니! 딱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아니..그러니까.. 아, 아무튼 언제 왔어?!"
뭐라고 말은 못하고 조금 버벅거리던 그는 아람에게 그렇게 물었다. 방금 전 자신의 번호를 따려고 한 여성이 있었다는 것을 그녀가 봤는가. 그것이 묘하게 신경쓰이는 탓이었다. 그리고 아람의 눈치를 살며시 살피기 시작했다. 뭔가 기분이 좋아보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기분 탓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편, 선물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쇼핑백에서 뭔가를 꺼내는 것에 혜성은 가만히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목에 둘러지는 것에 그는 어라? 하는 표정을 지으며 두 눈을 깜빡였다. 상당히 고급스럽고 보들보들한 감촉. 그리고 그것은 아람이 하고 온 목도리와 같은 부류가 아니겠는가. 이어 아람의 입에서 커플 목도리라는 말이 나오자 혜성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커, 커, 커플 목도리?! 아, 아, 아니. 싫다는 것은 아닌데.. 아닌데...아. 진짜. 사람 놀래키지 좀 마. 고, 고마워. 자주 할게. 진짜로 기뻐."
괜히 다 풀린 표정으로 헤실거리는 모습을 보이던 혜성은 움찔하더니 목도리를 살짝 올려 자신의 입가를 가렸다. 그리고 헛기침 소리를 연달아냈다. 그렇다면 이번엔 자신이 줄 차례일까. 이어 혜성은 크로스백 안에서 분홍색 포장지로 포장된 상자를 내밀었다. 한 손으로 잡기엔 크고 두 손으로 잡아야 딱 맞는 크기의 상자였다.
아마 아람이 그것을 열었다면 중간 정도 크기의 봉재인형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혜성과 아람. 두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본딴 인형이었다.
"...그냥.. 그.... 뭔가 이런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
/ㅋㅋㅋㅋㅋㅋㅋ 딱 나올법한 상황인데? 아람이가 끙끙 거리면서 혜성이에게 물어보면 혜성이는 확인한 후에 아. 어릴 적 친구야. 가끔 연락하고 지내. 이 정도로 대답할 것 같아. 아람이..소꿉친구의 존재에 질투하는거야? (동공지진) 뭔가 모르게 귀여운걸? 은근히 아람이도 질투심은 강한 것 같아. 아이고...쉴 수 있을거야!! 8ㅁ8
아람은 방금의 모습을 다 봤다는 것을 딱히 숨기지 않았다. 방금의 말은 장난기가 섞인 것으로 혜성을 탓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단순히 놀리는 말이었지만.
아람은 혜성이 얼굴을 붉히며 선물에 고맙다고 하는 모습에 히히 웃었다. 나름 고심해서 고른 보람이 있달까. 이제 이렇게 커플 목도리를 하고 다니면 누구나 우리 둘이 커플인 줄 알겠지? 물론 오늘 같이 하고 온 모자도 커플 티가 낭낭하게 났지만 말이다!
그러다 혜성이 자신에게 포장된 상자를 건네자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혜성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열어봐도 돼?" 하고 묻고는 상자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아람은 인형과 혜성을 번갈아가면서 보더니 와, 소리를 냈다.
"이런 건 어디서 구한 거야? 맞춤 제작 같은 거야? 너무 신기하고 예쁘다. 진짜 고마워."
진심이 담겨진 듯 아람은 두 인형을 꼭 안더니 사르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다시 조심스럽게 상자 안에 넣고는 목도리를 담아왔었던 종이가방에 다시 넣었다. 눈이라도 닿아서 때가 탈까 걱정이 된다는 듯.
"내 방에 두고 맨날 봐야지."
히히 웃는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이거 초반에 봉제인형 픽크루 만들었던 것 생각나는데?! 너무 귀ㅣ엽겠다...!!!! 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아람이가 소꿉친구에게 질투하는 이유는 혜성이를 어렸을 때부터 봤으면 혜성이에 대해 자신보다 더 잘 아는 것들이 있을테고 또 그만큼 편한 사이일테고 또 자신이 모르는 혜성이의 어린 시절 같은 것을 알고 있으니까...!!! 부러움에 나오는 질투 같은 거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아람이 그 친구보다 더 혜성을 잘 알게 되는 날이 오면 질투하지 않지 않을까 싶은 느낌? 아직은 연애 초반이기도 하니까! 좋은 밤이야.....!! 휴...... 요즘 넘 피곤해.......
방금의 선택이라는 말에 혜성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더욱 당황했다. 방금의 선택이라는 말은 이미 다 봤다는 것이 아닌가. 번호 물은 사람이 있었던 거. 이거 괜찮은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정말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의미가 없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는지라 혜성은 아람에게 다가가 와락 안아주려고 했다. 아마 가만히 있었으면 혜성은 그녀를 조금 안아주다가 살며시 놓아줬을 것이다. 물론 특별한 말은 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굴은 빨개져서 이미 다른 것을 보고 있었을테고.
어쨌든 혜성은 아람이 직접 목에 둘러준 목도리를 괜히 더욱 목에 붙였다. 그렇게 하면서 입가를 가린 것은 덤이었다. 이렇게 하면 제 표정이 잘 보이지 않을테니까. 괜히 헤실헤실거리는 표정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한편 자신의 선물을 확인하려고 하면서 상자를 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와 인형을 번갈아바라보더니 갑자기 와아 소리를 내면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는 아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입꼬리를 올렸다. 사르륵 미소를 짓는 것이 어찌나 귀여운지. 정말 언제 봐도 귀여운 미소였다. 이어 헤성은 그 물음에 대답했다.
"그냥 여기저기 둘러보니까 사진을 주면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그래서 부탁했어.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이런 기념품 정도는 하나 있어도 되잖아."
마치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를 하지만 목도리에 가려진 입꼬리는 주체를 하지 못하고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물론 힘을 꽉 줘서 애써 가라앉히긴 했지만. 이어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입가를 목도리로 살며시 가려버리며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매일 본다니. 그러다가 질리면 어쩌려고 그래. ...나 참. 뭐, 네 인형은 귀여우니까 질릴 일은 없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고마워. 괜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그는 조용히 주변에서 들리는 캐롤 속으로 숨겼다. 이어 아람에게 천천히 다가간 후에, 그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으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도 그걸 떠올렸다! 그리고 아람이는 이 선물을 정말로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적중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말 그대로 혜성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을 저 애는 다 알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거구나. 그것만큼은 정말로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아람이로는 속이 엄청 터질 수도 있겠는걸. 만약 같은 학교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금의 혜성이를 아람은 더 알게 될테니까... 오히려 소꿉친구 입장에선 귀엽다고 여기면서 아람이와 몰래 연락처 교환하고 따로 놀자고 부르지 않을까 싶은걸. 좋은 밤이야! 아이고..오늘 하루도 정말로 고생했어!
아람은 깔끔하게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혜성이 와락 안아오자 혜성을 마주 안으며 "응?" 물음표를 띄웠다. 그래도 혜성이 품이 좋아 마주 꼭 안은 뒤 떨어지는 것에 놓아주었겠지만. 아람은 떨어진 뒤에도 얼굴이 빨개져 있는 혜성을 보며 쿡쿡 웃었다.
"최혜성, 인기 많잖아~"
하며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을 것이었고.
아람은 인형에 대한 혜성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굉장히 신기해했다. 사진을 보여주면 닮은 인형을 만들어준다니. 맞춤형이라 꽤 돈도 들었을 것 같은데. 와. 와아.
"진짜 너무 좋아. 나는 내 모습보다 네 모습을 딴 인형이 더 귀엽고 좋은데? 아, 이건 어때? 우리 서로의 인형을 나눠 가지는 거야."
아람은 스스로 좋은 생각이라고 느껴졌는지 목소리가 상기된 채로 말했다. 혜성이 내미는 손을 꼭 잡고.
"좋아! 오늘 날씨가 좋아서 예쁘겠다."
/ㅋㅋㅋㅋㅋㅋ 완전 적중했지~! 마음에 안든다기보다는 뭐랄까 뭔가 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이려나?ㅋㅋㅋ 같은 학교였으면 은근슬쩍 기싸움하려다가 소꿉친구가 아람이한테 혜성이 어릴적 사진같은거 주면 짱친될수도 있겠다 생각했어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소꿉친구랑 아람이랑 친해지면 재미있겠다 ㅋㅋㅋㅋㅋㅋ 중간에 혜성이 있는 것보다 없을 때 둘이 쉽게 친해질 것 같기도 하구! 더 궁금해졌어! 수능 끝나고 대학 가기 전에 소꿉친구 관련 일상 하면 재밌을 것 같기도하고~! 혜성주 어제도 오늘도 수고 많았어~~!
"뭐, 뭐래. 보나마나 이상한 목적이야. 그런 거 있잖아. 장기 내놔라~ 라던가 이상한 종교단체라던가, 기부단체라던가... 그런 쪽이야. 백퍼센트."
자신에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이 헤성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애초에 지금껏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고. 물론 살면서 한번은 겪을 수도 있다지만, 적어도 혜성에게는 그런 일이 자신에게 있을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절대로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듯이.
한편 정말로 좋아하면서 서로의 인형을 나눠가지는 것은 어떻냐는 아람의 제안에 혜성은 아람을 본따서 만든 인형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살며시 오른쪽 뺨을 살살 손으로 긁적이면서 대답했따.
"둘 다 너에게 주려고 만든 거긴 한데... 뭐, 그게 좋다면야... 하지만 말해두는데 너무 끌어안거나 하진 말고... 아니. 뭐, 네 자유긴 하지만... 그.. 그.. 인형 망가질지도 모르잖아."
뭔가 조금 부끄럽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뱅 돌려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자신도 어느 정도 자제할 생각이었다. 그야 너무 귀엽게 나와서 잘못하면 인형을 끌어안는 버릇이 없음에도 끌어안을지도 모르니까. 너무 위험한 선물을 만든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아람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이내 자신의 손을 잡는 것을 느끼며 그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 눈이 얼마나 쌓일진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내일 아침도 예뻤으면 좋겠는데. ...눈이 내린 후의 풍경 사진이 보통 예쁜 것이 아니거든."
이어 그는 타워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향했다. 평소보다 발걸음이 조금 빠른 이유는 안 그래도 추위에 약한 아람이 추워하지 않을까 걱정된 탓이었다. 물론 눈이 내리면 상대적으로 포근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따뜻하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다보니 저 앞에 타워가 보였다.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는 전망 타워는 어둠 속에서도 그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오르는 형식의 그 타워를 찾는 이들은 당연히 자신만이 아니었다. 타워 밖까지 줄이 길게 늘어진 것을 바라보며 그는 작게 혀를 찼다.
"확실히... 이런 날에 여기가 빌리가 없겠지.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추우면 이야기를 하라고 하며 헤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 지는 기분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아마 소꿉친구가 혜성이의 어릴 적 사진을 함부로 주진 않았을 것 같은데... 사귀기 전이라면 특히나 말이야. 사귄 후라면 아마 어릴 적 이야기는 이것저것 해줬을 것 같긴 했는데... 만약 그 전부터 기싸움을 걸면 얘는 뭐지? 싶어서 역으로 기싸움을 걸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물론 사귄 후에는 그런 없겠지만. 오히려 귀엽게 봤을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 좋아. 일단 일상으로 킵해놓자! 이렇게 또 재밌는 소재가 하나 쌓이는구나! 아람주도 오늘 하루 수고 많았어!! 아직 일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하루 화이팅! 혹은 수고했어!
아람은 혜성이 하는 부정에 작게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방금 그 여자의 진짜 목적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혜성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나쁠 일은 없기 때문에 굳이 고집부려서 생각을 수정할 생각은 없었다.
"응응. 인형이 안 망가지게 소중히 끌어안으면 되지?"
아람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람은 그럼 헤어지기 전에 나눠가지자면서 다시금 소중히 상자에 넣은 뒤에 가방 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혜성이 인형이라니. 고양이 인형 옆에 두고 매일 예뻐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치~ 눈 내린 뒤의 모습은 정말 예쁘니까. 포근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전혀 포근하지는 않지만."
아람이 차가운 공기를 상상하며 작게 몸을 떨었다. "그래도 눈사람 만드는 건 좋아. 눈싸움도." 그렇게 놀다보면 몸이 금세 따뜻해지니까. 이게 몸을 움직여서 나는 열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람은 혜성의 발걸음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전망 타워는 높았기 때문에 금세 시야에 보였다. 차가운 공기에 절로 발걸음이 빨라진 덕일까. 타워 근처에는 금방 도착했지만 끝없이 길게 늘어진 줄은 아마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원래 놀이기구는 기다리는 재미라잖아~ 그래도 기다리면 금방 빠질지도 몰라."
아람은 괜찮다는 듯 기다리자고 했다. 물론 바람이 불 때마다 혜성의 옆으로 슬금슬금 가깝게 붙어갔지만 말이다.
/어릴적 사진 보여주지는 않았을까......? 사귄 후라면...!! 나도 보고싶다. 혜성이 어릴 적 사진....!!!! 애기 혜성이는 어떤 표정으로 사진에 찍혔을까. 궁금햇. 아람이의 기싸움은 어떤 것일까 상상이 잘 안가서 무어라 썰을 풀수가 없어 답답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윽 다음에 꼭 만난다 혜성이 소꿉친구!!! 나는 오늘 일 끝나고 쉬고 있었어~~!~! 물론 집안일도 해야하지만.........()
저렇게 말하는 이상,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절대로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언제나처럼 백기를 흔들었다. 애초에 자신이 끌어안기는 것도 아닌데 부끄러워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부끄러워하는 티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는 듯, 그는 괜히 제 얼굴을 부채질 할 뿐이었다. 분명히 자신이 안기는 것도 아닌데 왜 묘하게 낯이 간지럽고 얼굴이 뜨거워지는지.
"어디까지나 보는 느낌이 포근한거지. 포근한 느낌이라고 해서 따뜻한 것은 아니잖아. 올 겨울... 더 추워지지 않길 빌어야겠네. 감기 걸리면 안되니까."
물론 자신의 기도가 얼마나 들을까. 설사 자신이 기도한다고 해도 날씨가 따뜻해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녀를 따뜻하게 해줄 방도는 여럿 있었다. 그는 크로스백을 연 후에 그 안에서 핫팩을 하나 꺼낸 후에 그녀에게 조용히 내밀었다. 특별히 무슨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일단 이 핫팩이 있으면 그래도 조금은 따스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춥다면.. 어쩔까. 지퍼를 내린 후에 그녀를 제 품에 가둬버릴까. 그런 조금은 낯간지러운 생각을 하면서 그는 앞으로 저벅저벅 걸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전망 타워는 금방 갈 수 있었으나 역시 아람에게는 너무 춥지 않을까 하는 것이 걱정이었다. 일단 안으로만 들어가면 따스하긴 할 것 같지만... 대체 왜 다들 이런 곳으로 오는 건지. 물론 자신이 할 말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슬금슬금 가깝게 달라붙는 아람을 바라보다 혜성은 일부러 확 끌어당기더니 그녀의 팔에 제 팔을 끼면서 팔짱을 끼려고 했다.
"...대학 들어간 후에는 나 어딜 가더라도 방 구할거거든. 그러니까 그때는.. 방에서 조용히 실내 데이트나 하자. 날씨 추운데 굳이 돌아다니지 말고. ...난 추운 것도 상관없지만 누구 씨는 싫다고 하니까."
괜히 그렇게 선언하듯 이야기를 하며 그는 앞을 다시 바라봤다.
/사실 어릴적 사진은 아무래도 소꿉친구라고 해도 앨범을 뒤져봐야 겨우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나도 어릴적 사진은 앨범 뒤져봐야 나오거든..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아람에게는 조금 보여주기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해. 애기 혜성이는 지금처럼 툴툴이가 아니었으니까 아마 해맑게 웃는 얼굴일거야. 젖살도 있고 말이야! 음. 아람이 소꿉친구는 왠 여자애가 자꾸 견제하는 것 같으니까 일부러 혜성이와 더 친한 척 행동하려고도 했을 것 같은데. 너는 이런거 못하지? 이런 느낌으로 살짝 팔 붙잡고 달라붙고.. 물론 이후에 혜성이가 뭐하는 짓이냐는 듯이 빤히 바로보기야 하겠지만 .물론 사귄 후에는 그런 거 없지만! 아. 맞아. 소꿉친구는 아람이의 존재를 알고 있어. 일단 혜성이가 여친 있다고 이야기는 했거든. 오.. 오늘은 집에서 쉬는구나. 집안일은...어쩔 수 없는거지! 화이팅이야!!
혜성은 부끄러워하는 티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람의 눈에는 사실 다 보였다. 부끄러워하는 것도 그걸 들키려 하지 않는 것도. 하지만 그런 모습이 더 귀여워보여서. 언젠가는 저 감정을 숨기는 것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티가 안 나면 아쉬울 것 같기도 했다.
“겨울은 춥지 않을 수가 없어. 춥지 않은 겨울은 겨울이 아니니까…….”
늘 기도를 배신했던 겨울이었으니, 이번에도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따뜻한 겨울은 없어…. 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혜성이 핫팩을 꺼내서 주자 아람의 눈이 반짝였다. 혹시 있을지도 몰라. 따뜻한 겨울 같은 것 말이다. 아람은 혜성이 준 핫팩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손으로 닿는 온기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넘어서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건 단순히 핫팩 때문만은 아니었다. 따뜻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혜성이 자신을 생각해서 준비해온 마음 같은 것. 그것 때문이었다.
“고마워.”
아람은 울렁이는 마음을 미소로 감췄다. 저절로 웃음이 나온 것 같기도 했다.
줄을 서면서도 따뜻한 핫팩을 만지작 거리면서도 혜성에게 딱 달라붙은 것은 추위보다도 그냥 혜성이 좋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혜성이 팔짱을 껴오자 작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조용히 실내 데이트도 좋지. 같이 귤 까먹고 보드게임 하구. 하지만 나는 지금도 좋아. 원래 추운 곳에서 먹는 붕어빵이나 컵라면이 맛있는 법이잖아? 그런 거라고 생각해.“
/하긴 그렇겠다 ㅋㅋㅋㅋㅋ! 애기 혜성이 해맑게 웃는 모습 생각하니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울게 분명함 흑흑 나중에 아람이 혜성이 앨범 보는 일상 보고싶다. 나도 애기 혜성이 보게!!! ㅋㅋㅋㅋㅋ 헉 소꿉친구가 그렇게 행동했다면 엄청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지도?! 특히 사귀기 전이었으면 재미있는 상황도 많이 생겼을 것 같기도 하고 삽질이 길어졌을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알고 있을 것 같았어! 소꿉친구로서 친구의 여자친구가 궁금할 것 같기도 한데 혜성이는 따로 자세히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이려나~? 내일도 열심히 일을 해야하지만 말이야........ㅎ 혜성주도 내일 화이팅이야!!
기상이변이 조금은 해결된다던가... 의외로 추위가 빨리 꺾인다거나, 그런 요소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물론 그게 올해 겨울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핫팩을 챙겨온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혜성은 아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역시 사길 잘했어.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제 가방을 바라봤다. 안에는 핫팩이 몇 개 더 들어있으니 혹시나 추우면 조금 더 나눠주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그와 동시에 겨울 동안에는 자신이 아람이 춥지 않도록 핫팩을 좀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비어있는 손으로 괜히 제가 메고 있는 크로스백을 꾸욱 잡았다.
"고맙긴. 그냥... 뭐, 혹시 몰라서 준비한 것 뿐이니까."
목도리 속으로 제 입가를 살며시 가려버리면서 그는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것을 꾹 참았다. 너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돼. 안돼. 하지만 이제 조금 보여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는 와중에 입꼬리는 위아래로 왔다갔다 했다. 그래도 결국 아직은 보일 수 없다는 마음이 승리했기에 그의 입꼬리는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어쨌든 자신의 제안에 아람은 괜찮다는 듯이 이야기해왔고 혜성은 그녀가 말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목도리를 살며시 아래로 내린 후에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이야기했다.
"...그럼 계속 지금이 이어지도록 해줄게."
자신이 좀 더 노력해야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건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이였다. 필시 인기도 엄청 높아지겠지. 그럼 결국 자신이 따라가야할테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좀 더 노력을 해야했다. 역시 공부시간...조금 더 늘릴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천천히 줄이 짧아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자신들이 엘리베이터에 탈 차례였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투명하지 않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것을 바라보며 혜성은 아람에게 말했다.
"역시 안에 들어오니까 좀 따스하네. 그건 그렇고 위에.. 사람 얼마나 많을까?"
/혜성이 집에 놀러오면 볼 수 있지! 자연스럽게 부모님에게 인사하러 오면 혜성이 방에도 들어갈 수 있는걸! ㅋㅋㅋㅋㅋ 물론 앨범은 혜성이 방에는 없긴 하지만 방으로 가지고 오면 되는 거니까! ㅋㅋㅋㅋㅋㅋ 졸지에 삼각관계가 아닌데 삼각관계처럼 되어버리는 것일까. 그런데 진짜 혜성이와 그 소꿉친구는 서로 연애감정은 없으니까! 삽질...ㅋㅋㅋㅋㅋ 아람아..(토닥토닥) 혜성이는 그냥 가볍게 이야기만 하고 막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거나 하지 않았어. 그냥 내 여자친구가 얘다. 이런 느낌 정도로만! 그래서 에이. 거짓말. 이렇게 예쁜 애가 왜 너랑 사귀는데? 이런 장난스러운 말은 듣기도 했었어! ㅋㅋㅋㅋㅋㅋ 좋아! 내일도 서로서로 화이팅이야!!
아람은 혜성의 말에 작게 웃었다. 덜 추운 겨울이라니. 그렇게 되면 지구가 아픈 수준이 아닐까? 하지만 그 말 자체는 왠지 좋아서 웃을 수밖예 없었다. 뭐랄까 기온보다는 심리적으로.
"좋아."
지금이 계속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노력들이 언제나 산적해있었다. 일단 일차적인 장애물은 같은 대학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이려나. 그렇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혜성이 같이 노력해보자 했으나 아람은 열심히 해볼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그전에는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고 실내로 들어서니 확실히 훈기가 돌았다.
"응, 그러게. 사람?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아람은 작게 키득키득 웃었다. 그래도 사람이 많은 것에 싫다거나 부담스럽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았고.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탈 수 있는 만큼 최대 인원이 들어갔기에 사람들끼리 어깨를 맞대며 타는 수밖에 없었다.
/혜성이 집에 가면 꼭 앨범 보고 만다!!!!!!아자! 소꿉친구가 안믿어주는거 너무 웃기고 짱친 모먼트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소꿉친구가 아람이 만나면 그 말이 진짜였다고? 하는 거 아냐? 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웃기겠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해 혜성주~!
밖의 차가운 공기도 나쁘지 않았으나 지금은 따스한 공기가 좋았다. 혼자 돌아다닌다면 얼마든지 서늘해도 되지만, 아람이 있을 때는 당연히 안 될 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실내에 들어오면서 느껴지는 훈훈한 따스함이 기분이 좋았다. 너무 덥지 않은... 그야말로 정말로 따스한 느낌 그 자체를 느끼며 혜성은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아람을 데리고 그 안에 탑승했다.
"그러게. 확실히 벌써부터 이렇게 꽉 찰 정도니."
이렇게 엘리베이터를 올리고 올리고 또 올리는데 당연히 위에도 사람이 많겠지. 참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자연히 어깨를 맞대게 되면 역으로 누르려는 힘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혜성은 아람이 눌리지 않도록 제 몸으로 아람을 감싸듯 지켜주려고 했다. 물론 특별히 뭇슨 말을 하진 않았다. 일부러 몸에 힘을 줘서 이쪽으로 미는 힘을 억제하려고 하는 모습이 아람의 눈에도 어쩌면 보이지 않았을까.
그렇게 오르다보니 어느새 전망대 층에 올 수 있었고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빠져나왔다. 물론 혜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망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발을 딛을 틈조차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창문 가까운 곳에서 야경을 바라보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았기에 그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이런 날은... 가까운 곳에서 보기 힘들겠네. 일단 근처에서 뭐라도 살까?"
자연히 이런 전망대에선 가벼운 주전부리를 팔기 마련이었다. 와플이라거나, 핫도그라거나, 마실 것이라거나. 그런 것들을 가볍게 먹으면서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사실 말이지. 너랑 안 사귀었어도 이 날에 여기로 오자고 말할 생각이었어. ...별건 아니고... 그냥,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예쁠 것 같아서 말이야. 물론 이렇게나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그때는 생각도 못했으니 왔어도 사진은 못 찍었겠지만."
그 전에 네가 응해주긴 했으려나.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그는 괜히 다른 곳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사진 묘사를 미리 준비해야겠군!! 물론 막 특별한 사진이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별 내용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소꿉친구라면 자고로 그런 느낌이 아닐까? 나는 적어도 주변에선 막 두근두근거리면서 친구 이상 연인 미만 그런 느낌의 소꿉친구는 본 적이 없거든. 나도 대체로 그런 느낌이고! 아마 크게 당황하면서 왜 저런 애랑 사귀는 거냐고 오히려 당황하지 않을까 싶은걸! ㅋㅋㅋㅋㅋㅋ 일단 난 일을 마치고 퇴근! 아람주도 하루 화이팅이야!
아람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혜성이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막아주는 것에 작게 웃음 지으며 "고마워."하고 혜성에게만 들릴 정도로 소근거렸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엘리베이터가 금방 위로 올라갔다는 점이려나.
문이 열리고 아람은 혜성과 함께 전망대 층에 내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엄청 북적여서 못있겠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창문 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기에 다가가기 어려운 오오라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 틈 사이로 야경이 드믄드믄 보였다.
"좋아ㅡ. 나는 따뜻한 거 마실까? 핫초코 같은 거."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리는 것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아람은 그럼에도 들뜨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고.
아람은 혜성이 중얼거리듯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가 이내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예쁠 것 같은 게 아니라, 야경을 배경으로 한 내가 예뻐보일 것 같아서 아니야? 아니면 특별한 날 나와 같이 있고 싶었다거나."
작게 키득거리면서 말했다.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굳이 크리스마스 이브일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아무 일 없는 평일 밤에 다시 같이 오자. 그러면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상황극에서 글묘사 정도면 충분하지 ㅋㅋㅋ 소꿉친구라~ 뭔가 내주변에는 소꿉친구를 본 적이 없어서! 나름 운빨이 필요한 인연이 아닌가 싶고? 왜 저런 애랑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가 어때서! 혜성주 오늘도 수고했어~! 나는 야간근무....
핫초코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은 뭘 먹으면 좋을지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자신은 기왕이면 음료가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는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나는 와플 큰 거. 반으로 나눠먹을래?"
큰 것 정도면 반으로 딱 나눠먹기 좋지 않겠는가. 핫초코를 먹으면서 와플도 먹으면 나름대로 좋을 것 같았고. 일단 그는 그것들을 어디서 파는지 파악하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저 편에 카페 음식들을 파는 가게가 보였다. 물론 테이크아웃해서 전망대에서 먹는 구조였지만 이런 곳에선 굳이 앉는 것보단 서서 먹는 것이 제 맛이 아니겠는가. 저곳으로 가자고 하며 혜성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는 와중, 아람의 조금은 얄미운 목소리에 혜성은 잠시 발걸음을 멈춰서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바로 반박은 하지 못했지만 순순히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그는 작게 혀를 차면서 툴툴거렸다.
"뭐라는거야. 아까 사귀지 않는 상태라고 분명히 이야기했잖아. 그런데 야경을 배경으로 한 네가 예뻐보일 것 같다...라던가 특별한 날 너와 함께 있고 싶었다...라던가... 나 참. 내가 널 좋아했을 거라고 확신이라도 하는 거야? 오늘까지 사귀지 않았어도? 뭐... 가능성은 제로는 아니겠지만."
그녀의 키득거리는 말의 내용은 마치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었기에 혜성은 괜히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무 일 없는 평일 밤에 다시 오자는 말에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때라면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라는 특수한 상징은 포기해야겠지만.
"...참고로 묻는 거지만... 사귀지 않는 상태...라고 가정한다면 넌 날 좋아하고 있었을거야?"
조금 궁금했는지, 그는 살짝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그녀에게 질문했다.
/소꿉친구...의외로 흔하지 않은 거니 말이야. 나도 별로 없는걸! ㅋㅋㅋㅋㅋㅋ 아예 없는 이들도 많다고 하고! 보통은 커가면서 다 떨어지기 마련이지.. 아무래도. 정말 꾸준히 소꿉친구로서 있어준다면 그건 그것대로 엄청난 것이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소꿉친구 입장에서 혜성은 '저런 애'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것이 또 짱친 포지션이지! 아앗..야간근무라니... 쉬질 못하는구나..아이고.. 야간 근무 화이팅이야!
아람은 바삭하고 달달한 와플을 생각하니 입맛이 도는 것 같기도 했다. 달달한 한초코와 와플은 궁합이 꽤 좋으니까 말이다. 아람은 혜성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가 혜성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솔직히 말해서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야경 사진을 찍고 싶다며 불러내는 것 자체가 너무 핑계이지 않아? 그럴 말을 할 생각이었다는 게 좋아한다는 것과 뭐가 달라? 물론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거절했을 것 같기는 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때? 라고 하면서?”
아람은 혜성의 말 자체가 웃긴듯 작게 웃었다. 살짝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묻는 말에 아람은 혜성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전에도 비슷한 질문 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우리는 사귀고 있는데 사귀고 있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는 게 중요해?”
아람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혜성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말이다.
"...지, 진짜로 그런 목적으로 부를 수도 있잖아. 원래 사진은 날짜도 꽤 중요하게 작용한단 말이야."
뭔가 푹푹 찔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는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아예 제로는 아니지 않은가. 그냥 정말로 크리스마스라서 사진 찍고 싶어서 부를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자신이 듣기에도 핑계이긴 하지만, 제 소꿉친구라던가, 일반 친구라던가 그렇게 크리스마스때 불러서 사진을 찍은 적도 있기에 그는 괜히 반격하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는 그 모습이, 특히나 팔짱을 끼면서 그렇게 묻는 모습이 그의 눈에는 묘하게 얄밉게 보였다. 물론 그 모습조차도 꽤나 사랑스럽게 보이긴 했지만.
"딱히 상상할 필요는 없지만... 먼저 시작한 것은 어떻게 보면 너잖아. 사귀지 않을 때도 부르고 싶었다는 말에 마치 내가 널 좋아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고."
그러니까 자기 탓은 아니라는 듯, 그는 툴툴거리면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와 비교하자면 지금의 툴툴은 너무나 가벼웠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그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가게 앞에 도착한 그는 핫초코 하나와 바나나 초코 와플을 대형 사이즈를 하나 주문했다. 그리고 지갑을 꺼낸 후에 그녀에게 말했다.
"이건 내가 살게. ...크리스마스 남자친구 서비스."
대신 발렌타인데이때 여자친구 서비스나 잘해줘. 내키면.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아이고...야간근무한다고 정말로 수고 많았어! 나도 퇴근하고 밥 먹고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핑계같지만 혜성이 그렇게 말하면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자신은 사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가 먼저 시작했나? 뭐, 어쨌든 나한테는 핑계처럼 들렸을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사귀고 있잖아~ 서로 좋아하고 있고. 사실, 언제 어느때 만났어도 서로 좋아하게 됐을 거야, 라는 말은 못하겠어. 인생은 타이밍이잖아. 그 때 그 때 마다의 선택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바뀌기도 하고.”
제일 먼저 사귀지 않았어도 이곳에 오자고 말했을 것 같다고 한 건 혜성이었으니 혜성이 먼저가 아닌가 싶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아람은 딱히 로맨틱한 말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조금 질렸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넌 용기를 내서 미인을 쟁취했잖아? 그럼 된 거지.”
아람은 푸스스 웃었다. 스스로를 미인이라고 지칭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아람의 뻔뻔한 모습일 터였다. 이걸 자기객관화가 잘 되었다고 해야 할지, 얼굴이 두껍다고 해야 할지.
“고마워, 잘 먹을게.”
아람은 크리스마스 남자친구 서비스라는 말에 키득키득 웃었다가 “발렌타인 데이 때는 내가 쏠게.” 하면서 말을 덧붙였다.
/큐큐 어제도 고생 많았어~~ 오늘도 일 힘내~!~!~! 아,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건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이였다. 필시 인기도 엄청 높아지겠지<< 이부분 보면서 생각한건데 '브로콜리너마저'의 '변두리 소년, 소녀' 라는 노래가 떠올랐어!! 시간 되면 한 번 들어봐~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거든!
"그건 그렇긴 하지. ...그, 그러니까 딱히 핑계는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나 참."
뭔가 이대로 밀리면 정말로 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꼭 이겨야만 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와 기싸움을 해서 뭘 하겠는가. 이미 사귀고 있고, 그녀의 말대로 자신들은 서로 좋아하고 있으니까. 딱 이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기로 하며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어느 정도 진정하기 위함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것으로 말싸움을 하는 것은 역시 시간 낭비였다.
그렇게 생각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들려오는 말. 용기를 내서 미인을 쟁취했다는 말에 그의 얼굴이 화륵 타올랐다. 이어 그는 헛기침 소리를 여러 번 내며 애써 태연을 가장했다. 물론 이미 얼굴이 붉게 물들어 타들어갈 것 같았지만.
"...그거... 내가 용기를 냈다고 봐야 하는거야?"
굳이 말하자면 먼저 용기를 내고 말을 꺼낸 것은 아람이 쪽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괜히 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그는 곧 피식 웃어보였다. 물론 아직 얼굴은 상당히 붉어졌지만.
"기대할게."
직접 만들어서 주건, 혹은 그냥 사서 주건 어느 쪽이건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아람에게서, 여자친구에게서 받는 초콜릿이라는 거니까. 물론 꼭 초콜릿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내 나온 핫초코와 와플을 받으면서 그는 우선 핫초코를 내밀었다. 그리고 큰 와플을 정확하게 두 조각으로 만든 후에 한 조각을 내밀었다.
"두 개 다 들려면 일단 손을 놓는 것이 좋겠네. 아무튼... 천천히 먹으면서 구경 하자. 야경도 아예 안 보이는 수준은 아니고 말이야."
이럴 때 불꽃놀이 같은 것도 하면 참 좋은데. 그렇게 말을 하나 딱히 불꽃이 터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괜히 아쉬움을 느끼면서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아람주야말로 오늘 하루 수고 많았어! 일을 하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직... 오... 그런 노래가 있구나! 한번 천천히 들어보도록 할게!! 아무튼 퇴근하면서 밥 먹고 답레 갱신이야! 내일은 내가 저녁 시간에는 사촌 집들이가 있어서 하루 갔다와야 할 것 같아. 같은 지역에 사는지라 멀리 가는 것은 아니지만...아마 느낌이 거기서 하루 자고 올 삘인지라...ㅋㅋㅋㅋ 아무튼 그렇다!
미인인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혜성은 아무래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게 막 엄청 잘생긴 편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아람의 눈에 자신이 잘생겼다면 그걸로 상관없긴 했지만 괜히 무안한 기분이 들어 그는 살며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제 뺨을 콕 찌르는 그 행동에 그는 순간 움찔하더니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말없이 자신도 그녀의 뺨을 콕 찔렀다. 물론 무안했는지 그는 바로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괜히 헛기침 소리를 내기도 하며...
한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그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와플을 한 입 먹었다. 바나나와 초콜릿의 달콤함은 오묘하게 조화가 되는 듯 하면서도 다른 느낌인 것 같았지만 또 묘하게 잘 맞는 느낌이었다. 상당히 달콤하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이런 달콤한 것을 먹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다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응? 아. 응. 조금 크긴 했을걸. 제대로 잰 것은 아니지만 2~3cm 정도?"
말 그대로 엄청 차이가 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큰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 차이를 알아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다가 한 번 본 상황이라면 모를까. 자신과 아람은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사귀게 된 이후로는 꽤 자주 보는 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 차이가 보이는거야?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도 겨우 그 정도 차이는 진짜 전문가가 아니면 모를텐데. ...관찰력이 상당히 좋아진거 아니야? 너? ...다음에 은근슬쩍 스타일을 살짝 바꾸고 알아보는지 봐야겠는데? ...뭐, 내키면."
평소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 혜성은 피식 웃어보였다. 그러다가 아람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뭐... 그러는 너도... 음.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으음. 음. ...그러니까... ...조금 더 귀여워진 것 같기도 하고? ...저, 적당히 해석해. ...무슨 의미인진 알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한창 성장기인데 키가 크긴 컸을거야! 그래도 갑자기 확 커지진 않았을테니...딱 저 정도로만! 아무튼 어제는 집들이에 갔고..지금 막 집에 돌아왔어! 이제 쉬어야지! 아람주도 좋은 하루 되길 바라!
그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니......... 역시 혜성주 나와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한 거지...! 역시 나는 혜성주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인가(아님) 너무 피곤해서 헛소리가 나오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혜성주는 기다려주는 것만으로 힐링이니 충분해......... 늘 고맙고 감사하고 흑흑
ㅋㅋㅋㅋㅋㅋ 우리 지금..만난지 꽤 된거 알지? 2년째 아닌가..? (갸웃) 하지만..오다가 갑자기 안 오면 아무래도 바빠졌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 아람주는 평소에도 상당히 바쁘기도 했고 말이야. 아앗... 하지만 혜성이에게 힐링을 받아라!! 그게 더 좋을지도 몰라! (토닥토닥)
오라고 하는 말에 그는 괜히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른손을 들어올려 제 머리보다 좀 더 높게 뻗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까지 클 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그 정도로는 컸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어 그는 손을 아래로 내렸고 아람의 말에 살며시 귀를 기울였다. 느낌으로 알았다는 이야기. 본보다 좀 더 커진 것 같다는 그 말에 그는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너도 키 컸을수도 있잖아. 확실히 그때보다 조금 더 커진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이면 뭐... 어쩔 수 없는거고. 다른 스타일로 뭘 기대하는거야? 나 참. ...머리 조금 길러볼까 생각은 해보고 있지만... 너무 장발은 말고 그냥 가볍게 묶을 수 있을 정도로만. ...말해두는데 기대는 하지 마. 안 할 수도 있으니까."
애초에 한다고 하더라도 두발 규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대학생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당장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그는 너무 기대는 말라는 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말. 사랑에 빠진 소녀라는 표현에 그는 순간 움찔했다.
"사, 사람 많은 곳에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 참. 사랑에 빠졌니 뭐니... 아니. 뭐, 맞기는 한데...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 진짜. 네가 나쁜 거야. 갑자기 그런 말을 하면서, 좋아한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니까."
괜히 툴툴거리면서 그는 고개를 살며시 내린 후에, 와플을 들어올려 가림막을 만들었다. 이어 그는 그 상태에서 그녀의 얼굴에 살며시 제 얼굴을 가져간 후에 조용히 속삭였다.
"...말해두는데, 사랑에 안 빠진 너도 예뻤거든? ...처음 볼 때도 예쁘다고 느꼈거든. 재방송은 없어."
/2년 되었을걸? 거의? 작년에 1년이 어쩌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아앗... 부자 아람주 부럽다! 하지만 나도 모든 것이 있으니까 부자가 아닐까? 어쨌든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아람은 혜성이 자신에게 키가 컸다고 하는 것을 들으며 죽은 눈을 하며 시선을 돌려 내렸다.
“기분 탓이야........ 나 지난 번에 쟀을 때도 안 컸거든. 부럽다. 2-3센치라도 컸으니까. 아직 성장기라 더 크겠지. 나는 이미 글렀나 봐. 더 클 가망이 안 보인달까...?”
중얼중얼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아람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잰 167에서 더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그 키는 고등학교 1학년 초에 쟀을 때에도 그랬으니 이미 멈춰버렸을지도....... 대신 다시금 표정을 바꿔 밝게 말을 돌리지만!
“머리 기르는거야?! 나는 좋아! 분명 잘 어울리겠지~ 나도 요즘 머리 기르잖아.”
단발이었던 머리카락은 이제 어깨를 넘길 정도가 되었다.
“응? 뭐어ㅡ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나?”
작게 키득키득 웃다가 귓가에 소근거리며 하는 말에 아람은 배시시 웃어버렸다. 그리곤 이번에는 아람이 혜성에게 가까이 한 뒤 소근소근 말했다.
“...사실 너한테 더 예쁘게 보이려고 요즘 더 꾸미는 것이기도 해.”
이전에는 사실 그렇게 꾸미고 다닌다, 라는 것은 없었지만 혜성과 사귀고 난 이후부터는 머리모양도 더 신경 쓰고 머리장식도 사고. 예전에는 더 예쁘게 보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ㅡ오히려 예뻐보이는 게 싫다고 생각했었다ㅡ 이 부분은 혜성을 만나서 점점 변해가는 부분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 네가 크게 보일 정도로, 네 존재감이 커진거겠지. 나 참. 키 안 컸으면 뭐 어때. 너는 너잖아. 딱히 그런 것으로 풀 죽지 마."
죽은 눈을 뜨고 중얼중얼 거리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상당히 키에 민감한 것이 아닐까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아픈 곳을 찔러버렸나. 하지만 자신이 컸는데도 불구하고 눈높이가 비슷한 것을 보면 조금 컸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투덜거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딱 이 정도 크기가 좋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보려고 했다. 물론 아람이 하지 말라고 했다면 하지 않았겠지만.
"아니. 뭐, 말해두는데 지금 당장은 아니야. 학교 규정도 있고... 대학생이 되면 길러볼까 생각만 하는거야. 생각만. 너무 기대하진 마. ...길러도 너처럼 매력이 확 살아날 것 같진 않으니까..."
그냥 짧은 머리로만 살았으니까 조금은 긴 스타일도 해볼까 싶은 것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괜히 꿍얼거렸다. 그러면서 자연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눈에 담았다. 확실히 처음 만났을때보다는 더 길어진 길이엿다. 어깨를 넘었으니 저대로 가면 등까지 내려갈 정도로 길어지지 않을까. 점점 길어지는 그녀의 머리카락, 그리고 바뀌는 그녀의 인상. 괜히 기대가 되는 듯이 그는 피식 웃었다.
"봄이 되면 또 사진을 찍어야겠네. 그때 벚꽃나무와 함께 찍은 것처럼 말이야."
한편 못할 말이라도 했냐고 하면서 키득키득 웃는 아람의 목소리와 말에 혜성은 괜히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이런 모습은 언제 봐도 얄밉지만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 미워하겠는가. 이런 모습마저도 너무나 사랑스러운데. 진짜 한평생의 운을 여기에 다 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자신의 소근거리는 목소리에 들려오는 소근거리는 답을 들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반칙하지 마. 갑자기 그렇게 말하는 건 반칙이잖아. ...충분히 예뻐. 넌. ...그건 그렇고 뭔가 분한데. ...키스해도 돼?"
저것보다 더 확실하게 반격하는 것은 이것밖에 없지 않은가. 어차피 주변 사람들은 이곳을 보지도 않고 본다고 해도 사람들이 많아서 잘 보이지도 않을터였다. 그렇기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아람을 가만히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
/ㅋㅋㅋㅋㅋㅋ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아람이의 능글거림. 도저히 혜성이로는 이길 수가 없다! 아무튼 오늘 하루도 화이팅!! 혹은 푹 쉬어!
아람은 혜성이 머리를 쓰다듬자 금새 배시시 웃었다. 자신의 키가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더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학생 때 무릎이 아플 정도로 폭풍 성장했던 키는 고등학생 들어서 감감 무소식이었다.
“응응. 대학생 때. 왜에, 모르지. 머리를 길렀더니 인기가 더 많아질지도? 오늘 어떤 여자분에게 대시 받았던 것처럼?”
아람은 장난스럽게 혜성을 놀리듯 말했다.
“좋아~ 그 때는 무슨 옷을 입는 게 좋을까.”
아람은 다시 돌아올 봄을 생각하면서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혜성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다 소중한 추억이 되어 머릿속에 다 간직하고 있으니까. 봄에 함께 사진을 찍었던 것은 혜성과 가까워진 계기 같은 날이었으니까.
아람은 반칙하지 말라는 혜성의 말에 키득거리며 웃다가 이내 키스해도 되냐는 말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을까.
“아,아,아니?! 여기 사람도 많잖아. 무,무슨 소리야.”
주변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무슨 소리냐며 아람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야경이 보이는 창가 근처에 있던 커플이 마침 자리를 떠나자 그쪽으로 급히 움직이며 말했다.
“자,자리 났으니까 얼른 와!”
아무래도 부끄러운듯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 것이었다.
/나도 잘 부탁해~!!!! 정말 파트너 하나는 잘 만났다고 생각하고 있어!@ 혜성이도 너무 귀엽고 매력넘치고 같이 돌리면서 너무 행복하다 흑흐귿 내 혐생만 무난하게 흘러가면 만사 오케이........... 그리고 아람이의 부끄럼 포인트는 역시 직설적인 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웬만한 말이나 예쁘다는 말은 데미지가 안 들어가겠지만!
애초에 뭐가 아쉬워서 자신의 번호를 딴단 말인가. 그렇게 막 엄청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격이 고운 것도 아니었다. 물론 아람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이 미남은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물론 저 말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는 괜히 반박하면서 와플을 한 입 먹었다.
한편, 자신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말에 아람이 당황하느 모습이 들어오자 혜성은 피식 웃었다. 역시 이런 것에는 약하구나. 하지만 그건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을 하고서, 그리고 눈앞에서 저런 반응이 나타나니 자신도 부끄러워진 것이었다. 사람이 많은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말에 헤성은 입을 꾹 다물고 얼굴을 붉혔다.
"모, 몰라. 네가 갑자기 그런 소릴 하니까 그런 거잖아. 나 참."
괜히 투덜거리면서 대답을 한 혜성은 아람이 급하게 움직이며 자리 났으니까 얼른 오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그녀를 따라갔다. 이내 창가 자리의 빈 공간 쪽에 혜성과 아람이 들어갔고 자연히 화려하고 멋진 야경이 두 사람의 눈에 펼쳐졌다. 와. 예쁘네.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절로 감탄했다. 그리고 시선을 오직 그 야경에만 집중했다.
저 작은 불빛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반딧불 같기도 하고, 아주 커다란 예술품 같았기에 그는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와플은 먹는 것을 보면 모든 정신이 그곳에만 쏠리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예쁘다. 진짜. 카메라... 역시 가지고 올 걸 그랬어. 너랑 데이트할때는 안 가져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ㅋㅋㅋㅋㅋ 그건 내 쪽도 마찬가지야! 아람주를 정말로 잘 만났지! 혜성이로 한번 일댈을 구했다가 무산되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던 내 입장에선 더더욱 말이야! 아람주의 현생도 언젠가 좋아지는 날이 올거야! ㅋㅋㅋㅋㅋ 맞아. 그런 점이 또 귀여워. 대쉬를 하면서도 정작 직설적으로 대쉬를 당하면 부끄러워하는 모습 말이야. 여담이지만 사귀기 전에 혜성이로 조금만 대쉬를 해볼까 싶은 아쉬움도 살짝 드는걸. 하지만 그래버리면...츤데레 혜성이의 캐붕이 일어날테니까 힘들기도 하고 말이지.
사이비 종교인 게 백퍼센트라는 말에 아람은 웃었지만, 자신의 생각에는 역시 이성적인 호감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었다. 내 눈의 보석이 다른 사람의 눈에 돌멩이 일리 없는 법이니까.
아람은 먼저 창가에 도착하여 야경을 내려다봤다. “와아ㅡ” 감탄사와 함께 내려다 본 풍경은 너무 예뻤다. 희게 내리는 눈과 그 아래에 펼쳐진 반짝이는 것들. 가까이서 보면 삭막하기 그지 없는 건물들도 멀리서 보면 이렇게 예쁘다. 불빛만 남고 건물들은 다 페이드 아웃. 흐려진다.
와플을 와삭와삭 먹고 따뜻한 핫초코를 홀짝이다 혜성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혜성과 사귀고 이렇게 크리스마스 이브날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게 신기한 느낌이기도 했다. 다음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꼭 야경이 멋있는 레스토랑 같은 곳에 함께 와야지. 하는 생각도 해버리고.
“다음에는 카메라도 가져와. 나도 좀 찍어주고. 카메라한테 질투 안 할게.”
아람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핫초코도 마셔보라며 혜성에게 내밀었다.
/내 현생......... 과연..........() 사귀기 전이라면 혜성이 캐붕도 캐붕이지만 과연 아람이에게 먹힐 것인가....! 사귀기도 전에 너무 대쉬하는 것도 아람이는 좋아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혜성이 엠비티아이 궁금해졌다........ 아람이는 내 생각이지만 ESTJ 같음........ 전에 얘기 했었나? 안 했던 것 같은데~
"아니. 카메라에 질투할까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너와의 시간에 집중하고 싶어서... 어쨌건 나는 사진 찍는 것이 너무 좋으니 말이야. 여자친구와의 시간엔 여자친구와의 시간에 집중하려고 생각중이야."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혜성은 아름다운 풍경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 풍경을 사진에 담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다. 지금만 해도 저 풍경을 사진 속에 담고 싶었다. 물론 카메라를 가져온다고 해서 아람을 뒷전으로 하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지 않은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하루종일 그것만 계속 찍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아무리 여자친구라도 조금은 삐지지 않을까. 그렇게 혜성은 생각했다.
"...뭐, 네가 찍어달라면 찍어줄 수는 있긴 한데... 정말로 괜찮아?"
정말로 풍경에 푹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이 나올 수도 있기에, 그래도 괜찮냐는 의미로 혜성은 정말로 조심스럽게 아람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러면서 와플을 천천히 먹으면서 슬며시 앞을 바라봤다. 그 와중에 핫초코를 먹으라는 듯 그녀가 내밀자 그는 가만히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 그는 받아든 후에 입에 대지 않고 한 모금 마신 후에 다시 아람에게 돌려줬다.
"가, 가, 간접 키스는 피했어. ...무, 문제 없지?"
어쩌면 이 나이를 먹고 이런 것을 신경쓰는 것은 자신뿐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을 어쩌겠는가.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제 얼굴을 부채질하면서 숨을 후우 내뱉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이 크리스마스에 다른 남자랑 네가 같이 있다고 생각하면 역시 질투가 나네. 개학하고 그 난리를 피운 걔라던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괜히 혜성이의 질투가 살짝... 흑흑..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로 피곤한 아이야! ㅋㅋㅋㅋㅋㅋ 아람이에게 먹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호감이 쌓인다면? 하기사 아람이는 너무 대쉬하고 그러는 거 안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 오히려 자신에게 조금 무심했던 혜성이였기에 관심을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MBTI라. 내가 MBTI는 잘 모르겠어서.. 뭐라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첫번째 단어가 I일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처음 이야기한 걸거야!! 아무튼 바로 대답을 못해서 미안해!! 8ㅁ8 아람주가 볼때 혜성이는 어떤 것 같아?
“나는 괜찮은데? 사실 네가 사진에 집중하는 모습 멋있다고 생각해. 물론 너무 집중해서 내 존재까지 까먹은 것 같으면 내가 톡톡 찔러 줄테니까.”
마지막 말은 아하하 웃으면서 말했다. 실제로 아람은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멋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연기에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면 그런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혜성이 사진을 찍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좋아했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을 보면 반짝거리는 느낌을 받곤 하니까.
그러다 혜성이 핫초코를 입을 대지 않고 마시는 것에 머리를 기울였다가 이내 혜성이 하는 말에 푸후, 웃음이 섞인 숨을 내뱉었다.
“뭐야, 키스도 하는 사이에 간접키스 운운하는 거야? 편하게 마셔도 괜찮잖아.”
살짝 키득키득 웃으면서 “이제와서 부끄럽기라도 한 거야?” 하고 말한다. 자잘한 웃음이 뒤에도 이어졌을 것이었고.
“에이ㅡ. 내가 너랑 안 사귀었더라도 걔랑은 안 만나.”
아람은 내 스타일이 아니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핫초코를 홀짝이면서.
/ㅋㅋㅋㅋ 혜성이 질투 할 때마다 너무 귀여우니까 괜찮아!!! 미안할 건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첫번째 단어는 i구나! 나도 혜성이의 엠비티아이는 감이 잘 안와서 질문하겠어~! 혜성이는 공상이나 상상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편인지 / 어떤 상황을 보았을 때 감정적으로 먼저 생각하는 편인지(공감 같은 것) 아니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편인지(어떻게 해결할지) / 무언가를 할 때 계획적으로 행하는지 아니면 즉흥적일 때가 많은지!
톡톡 찌른다니. 과연 그 정도로 자신이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조차 혜성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사진 찍기에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엄청나게 집중해버리니까. 그래도 저렇게 말을 하니까 조금은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조용히 침묵을 지키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고마워." 라는 말을 하면서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괜히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물론 그러다가도 다시 앞을 바라보다가 다시 아람을 바라보긴 했지만.
한편 간접키스를 운운하는 거냐고 하면서 아람이 놀리듯이 이야기를 하자 그는 입술을 약하게 깨물면서 아람에게 괜히 투덜거리면서 이야기했다.
"누, 누가 이제와서. 그런 거 아니야! 그냥 키스도... 지금 여기서는 조금 그렇다고 하니까 나름 배려해준거야. 배.려!"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듯, 그저 그렇게 한 것이라는 듯. 그는 괜히 그렇게 항변했다. 물론 부끄러운 것이 맞긴 했다. 뭔가 간접키스는 직접 키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으니까. 자세히 뭐라고 할 순 없지만 그 묘한 느낌이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고개를 홱홱 돌리다가 남아있는 와플을 마저 먹어치웠다.
"...정말 그 애. 미움 받는구나.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거야?"
말만 들으면 아람과 완전 절친에, 자신이랑 썸이라도 타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던데.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러다가 괜히 좀 더 창가 앞으로 간 후에 혜성은 풍경을 바라보다가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창가 앞에 서 봐. 내가 사진 찍어줄테니까. 핸드폰이긴 하지만 말이야."
여기서 같이 사진을 찍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힘들네니, 아람의 사진 정도만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서보라는 듯이 그렇게 제안했다.
/맞아. 이게 MBII가 묘하게 어렵더라. 난. 그리고.. 아무래도 공상이나 상상을 즐기는 편이야! 그리고 조금 감정적인 느낌이지? 그렇기에 아무래도 많이 흔들리고 말이야. 그러면서도 상당히 계획적이긴 해! 사진을 찍기 전에는 미리 어디에서 뭘 찍을지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가니 말이야. 아람이와 만날때도 어느 정도 계획은 짜고 나오는 편이야. 물론 그렇게 하지만 또 즉흥적으로 바뀌기도 하지만서도!
아람은 고맙다는 혜성의 말에 베시시 웃었다. 그러다 혜성의 핑계 아닌 핑계에 아람은 풋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그런 거려나? 먹여주는 것과 입가를 닦아주는 것 둘 중에 뭐가 더 부끄러운가 같은 거? 아람은 혜성이 간접키스에 더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더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웃기는 했지만.
“그럼 나는 간접 키스는 괜찮으니까, 배려는 안 해도 되겠네?”
하고는 다시금 핫초코를 내민다. 남아있는 와플을 먹어치우는 것에 “목 막힐까 봐.”라고 핑계까지 쥐어주면서.
“글쎄?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눈치가 없는 건지, 눈치가 없는 척 하는 건지. 둘 다 싫지만.”
마지막 말은 조금 싸늘하게 들렸을까. 아무래도 아람은 그 애를 정말 싫어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아람에게 피해를 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물론 아람은 친부ㅡ스토킹ㅡ의 일로 이러한 경우를 정말 싫어하게 된 것이긴 했으니까.
“상반신만 나오는 거야? 좋아!”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다보니 전신까지는 안 나올 것 같아 물었다. 그리고는 거의 다 먹어가는 와플을 마저 다 먹고 입가도 확실히 확인했을 것이었고. 그리고 혜성이 조금 떨어져 사진을 찍는다면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하다가 마지막에는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며 셔터 소리에 맞춰 회심의 윙크를 찡긋ㅡ 했을 것이었다. 거울을 보며 몇 번을 연습했던 표정으로.
/축하합니다! 혜성이는 INFJ 입니다~! 감정형 중에 가장 이성적이라는데~ 그래서 내가 혜성이가 이성형인지 감정형인지 헷갈렸던 거려나~ 그리고 아람이랑은 J 빼고는 다 반대........... 뭐어 반대니까 더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르지~!
간접 키스는 괜찮다고 하면서 다시 핫초코를 내미는 그 모습이 굉장히 얄밉게 혜성의 눈에 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행동은 뭘 노리고 있는지 뻔히 보이는 수가 아닌가. 이어 그는 못 이기는 척 받아들며 이번엔 입을 대고 아주 편하게 마셨다. 물론 그렇다고 벌컥벌컥 마시는 것은 아니고, 한 모금 정도의 적은 양이었다. 그리고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아무런 말 없이 휙 잔을 돌려줬다. 그러다가 괜히 찔리는지 그는 입을 열었다.
"봐, 봤지?! 나도 이런 것은 아무렇지도 않아. 가, 간접 키스 따위..."
어린애도 아니고... 괜히 스스로 찔리는 것을 애써 모른느 척 하면서 혜성은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아람의 목소리가 싸늘해지자 정말로 그 애를 미워하는구나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절로 침을 꿀꺽 삼키면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굳이 싫다는데 괜히 언급해서 뭘 하겠는가.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묘한 승리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은 은근히 유치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포즈를 잡는 아람을 향해 핸드폰을 내밀었다.
"사람이 많으니까 평소처럼 잘 나오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그건 이해해줘."
아람이 창가로 간 후에 포즈를 취하다가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는 모습에 귀엽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숫자를 세면서 화면 속 아람을 바라봤다. 하나, 둘, 셋. 찰칵. 그 와중에 윙크를 찡긋 하는 그 모습에 혜성은 순간 움찔했다. 화려하고 찬란한 불빛으로 이뤄진 야경을 배경으로 아람이 윙크를 하고 있는 귀여운 모습이 혜성의 폰에 그대로 담겼다. 이어 혜성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사진을 저장했다.
"...이, 이건... 이건... 나만 보는 것으로 할게. 그러니까... 카메라 사진이 아니니까 괜히 아쉬우니까."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혜성은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아람이 막지 않으면 아마 주머니 속에 쏘옥 들어가지 않았을까.
/INFJ라. 그렇구나! 그렇다면 앞으로 그런 부류라고 기억을 해야겠어! ㅋㅋㅋㅋㅋㅋ 혜성이는 굳이 말하자면 약간 감정적이지. 그래서 츤츤거리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정말로 이성적이라면 그런 모습도 잘 없지 않을까? 실제로 동요도 꽤 많이 하는 편이고! ㅋㅋㅋㅋㅋ 확실히 그도 그렇네. 하지만 반대이기에 서로 잘 맞는 케이스는 아람주 말대로 있으니 말이야!
아람은 혜성이 잔을 돌려주는 것을 받았다.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 꽤나 귀여워 좀 더 놀리고 싶은 마음에 혜성이가 입을 댄 곳으로 다시 입을 대어 핫초코를 마셨다. 그리고는 혜성을 흘긋 쳐다봤다가 눈이 마주친다면 컵을 문 채로 작게 배싯 웃었을지도.
혜성이 사진을 찍은 뒤에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자 아람이 어어? 소리를 냈다.
“나도 볼래! 방금 사진 잘 나왔는지 궁금하단 말이야~!”
아무래도 혜성의 반응을 봐서는 아마 잘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말이다.
/짧지만?! 둘이 더 할 일이 있으려나? 츤츤거리는 것도 조금 감정적인 부분의 일환이구나~! 동요하는 혜성이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너무 귀여워.......! 아람이는 현실적이고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타입이라. 그래도 둘이 잘 노는 것 보면 반대라서 더 잘 맞는 게 맞는 것 같지~~!
자신도 사진을 보겠다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가만히 침묵을 지키다가 핸드폰의 화면을 켜고 사진을 보여줬다. 거기엔 귀엽게 윙크를 하고 있는 아람의 모습이 확실하게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혜성은 바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리면서 입술만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이어 그는 잠시 바깥 풍경, 정확히는 야경에서 어느 한 포인트를 바라보다가 후우 숨을 내뱉었다.
"야경 다 봤으면... 나가서, 그... 광장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가자. ...거기 가고 싶어."
의견을 묻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거기에 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조금은 낯선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목소리는 조금 진지했다. 마치, 정말로 거기에 가고 싶다는 것처럼.
"...뭐, 추울테니까... 싫으면 싫다고 해도 괜찮아."
그러다가 문뜩 아람이 추운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떠올렸는지 혜성은 그렇게 조용히 물었다. 그리고 발을 옮기지 않고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ㅋ 뭐... 사실상 여기서 더 할 것은 없지만...마지막 하이라이트 정도는 해볼까.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음.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래! 감정적이기에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거든! 확실히..아람이는 조금 현실적인 느낌이긴하지. 이성적이고. 그렇기에 어쩌다가 둘이서 말싸움을 가볍게 하는 일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것도 귀여울 것 같아!
아람이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자신에게도 꼭 보내달라고 하면서. 표정을 연습해온 보람이 있다고 해야할까?
“크리스마스 트리?”
아람은 혜성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혜성이 이렇게 명확하게 의사표시를 하는 것도 드물어서 오,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겨울에 안 추운 게 이상하지~ 가자, 가자. 엄청 커다란 그 트리 맞지? 오늘 눈도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니까 엄청 예쁘겠다.”
아람이 히히 웃으면서 혜성의 손을 잡으려고 하고는 발을 옮겼다. 다 마신 핫초코 컵을 버리고, 혜성이 같이 발을 맞춰주었다면 우르르 사람들이 내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함께 내려가지 않았을까?
/헉...... 혜성주 천재? 아니, 나 크리스마스에 밖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생각도 못했다........! 이 연애물에 나오는 클리셰 장면을 까먹고 있다니 나 자식.......... 아 둘이 말싸움 하는 거 귀엽겠다........... 보고싶다.............. 둘이 사소한 것으로 싸웠으면 좋겠다. 탕수육 부먹 찍먹 같은 걸로........... 물론 아람인 부먹임...........()
혼자만 간직하려고 했던 계획이 처참히 무너졌고 혜성은 괜히 아쉬운 소리를 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람이 저렇게 부탁을 하고 이미 사진까지 보여줬는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람의 핸드폰으로 방금 찍은 사진을 전송했다.
어쨌든 와플을 잡을 때 사용하는 종이를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혜성은 아람의 대답을 기다렸다. 여기에 더 있을 것인지, 크리스마스 트리 앞으로 갈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그 모습에 괜히 긴장이 되었는지 혜성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아람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제 손을 잡으면서 가자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추, 추우면 이야기해. 내 옷 빌려줄테니까. 난 아직 괜찮으니까. 이 정도라면 말이지."
아주 약간은 허세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자친구가 춥다는데 옷 한 벌 정도는 벗어서 줄 수 있었다. 물론 아람은 거부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이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입구가 아니라 출구에는 줄이 없었기에 정말로 빠르게 나갈수 있었고 그는 그 상태에서 광장의 그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로 향했다.
"그... 미안. 하지만 역시 꼭 거기에 가고 싶어서 말이야.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닌데..."
뭔가 머뭇머뭇 거리면서 괜히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은 필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혜성은 그 순간까지도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 글쎄. 사실 꼭 이러란 법은 없지만 말이야. 과연 아람주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지? 사실 이렇게 가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서봐. 사진 좀 찍게. 이러는 혜성이가 나올지도 모르지! 과연 어떨지는? 맞아. 말싸움하는 거 귀여울 것 같아. 하지만 탕수육으로는 안 싸우겠는걸? 혜성이도 부먹이거든. 어..그러면 치킨으로 싸우는 것을 있으려나? 혜성이는 양념과 갈릭 좋아해!
아람은 혜성이 아무리 추위를 덜탄다고 하더라도 지금 날씨에 겉옷을 벗으면 매우 추울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혜성의 그런 말이라도 고맙게 느껴졌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자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쳤다. 하지만 아람은 그럼에도 혜성과 함께 있어서 즐겁고 좋았다. 배시시 웃음을 지으니 숨과 함께 입김이 옅게 피어올랐다.
"나는 거기까지는 생각도 못했지 뭐야? 그래도 생각났으니까 나도 가보고 싶어. 올해는 어떻게 꾸며놨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아람은 혜성이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놀이동산에 갔을 때 같이 관람차를 탔을 때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생각나는 건 없어 ㅋㅋㅋ큐ㅠ 내가 덕력이 높지 않아서 ㅋㅋㅋ 헉 혜성이도 부먹이야? 혜성아람은 역시 찰떡 궁합이 틀림없어....! 아람이는 딱히 치킨 취향이 없어서? 굳이 자주 시켜먹지는 않아! 그러니 혜성의 입맛에 맞게 시키지 않을까 싶고~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는 튀김 말고는 튀김류를 많이 먹거나 좋아하는 편은 아니랄까!
억지로 추위를 참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혜성은 굳이 더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여기서 더 이야기를 하면 추워야 한다. 그리고 내 옷을 빌려야만 한다라는 흐름이 될테니까. 어디까지나 그 관련으로 선택을 하는 것은 아람이어야 했고, 자신은 도와달라고 하면 도움을 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반대로 자기 자신도 자신에 대한 선택은 자신이 할 거지만.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고, 이마를 식혔다. 그나마 몸은 옷 때문에 덜 춥긴 했지만 얼굴이 차가워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벌써부터 이렇게 추우면 신년이 되면 더 춥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혜성은 잠시 말없이 아람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빠르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아마 엄청 예쁘게 꾸몄을거야. 거긴 항상 예쁘게 꾸미니 말이야."
정확히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예쁠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앞을 바라봤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하얀 입김을 몇 번 내뱉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저 앞에 커다란 트리가 보였다. 가짜 트리가 아니라 실제로 나무를 심어서 트리로 꾸며놓은 그 크리스마스 트리는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전등이 번쩍이고 있고, 꼭대기에는 노란색 별이 달려있으며, 이런저런 크리스마스 장식은 물론, 나무 아래 부분에는 내용물은 비어있지만 선물이 놓인 것처럼 박스도 여럿 놓여있었다. 반짝반짝, 예쁘게 반짝이는 전등 불빛은 가까워지면 질수록 더욱 아름답게 그의 눈을 채우고 있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흥이 절로 날 정도였고 그 모든 것을 보고 감상하던 혜성은 피식 웃었다.
"어때? 예쁘지?"
/ㅋㅋㅋㅋㅋㅋㅋ 애초에 내가 혼자 생각한 무언가니까! 물론 막 엄청 예쁘고 중요하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냥 혜성이라면 이럴 것 같아서 떠오른 무언가야! 맞아! 혜성이도 부먹이야! 그렇다고 찍먹을 거부하고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아앗..ㅋㅋㅋㅋㅋ 그렇게 되네! 이 둘은 역시 처음부터...(납득) 아람이는 치킨 취향이 없구나. 튀김은 좋아하지 않는다...기억해둬야겠어. 음..뭔가 이렇게 보니까 취향으로도 싸우는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거..(옆눈)
차가운 겨울 속을 혜성과 함께 가벼운 잡담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커다란 트리가 보였다. 실제 커다란 나무를 실어와 심고는 그 위에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꾸민 것 같은 그 모습에 아람은 와아ㅡ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여러 모양의 전등이 다양한 색으로 어우러지게 반짝이고 있었고 꼭대기에 달려있는 노란색 별은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정체성을 지켜주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라. 그러고보니 이전까지는 크리스마스 때 어땠더라? 친구들을 만나거나 그랬던 것 외에는 딱히 다른 이슈는 없었던 것 같았다. 어머니와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나이가 아니었고, 그 이전에는 그런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에 감상을 가질 정도로 제 감수성은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그냥 예쁜 것을 보면 예쁘고 좋은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 것일지도 몰랐다. 그냥 트리가 예쁘면 예뻐서 좋다, 라는 정도일까. 거기에 이 트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 정도.
“응. 예쁘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혜성에 대한 고마움에 아람은 혜성을 보며 웃음 지었다.
/와........... 일 없어져라 진짜. 겨우 왔넹 취향으로 싸울 만한 일......... 흐음......... 민초? 나 파인애플 피자? 물론 아람이는 둘 다 잘 먹는데 막 엄청 좋아해!! 정도는 아니라서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말고 하는 타입이라......... 둘이 정말 천생연분인가? 혜성주는 별 일 없지?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당연하지만 혜성은 딱히 저 트리를 만드는데 공헌하지 않았다. 이름 모를 이들이 저 트리를 장식하고 저렇게 꾸몄으며, 지금도 안 보이는 곳에서 관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저 트리에 걸려있는 장식을 풀고, 저 나무 역시 다시 이름 없는 나무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지금 시즌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그 풍경을 헤성은 조용히 눈에 담았다. 그래. 예쁘다. 정말로 예쁘다. 만약 아람이 없었다면 저 트리만 조용히 바라보면서 하얀 입김만 불고 있을 정도로...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잠시 트리를 바라보던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아람을 바라봤다. 여기까지 그냥 왔겠는가. 당연히 그냥 온 것은 아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이 땅을 하얗게 물들이며, 적시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괜히 입김을 내뱉으며 허공에 하얀 연기를 품게 했다가 서서히 녹아내리게 만들었다.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공기. 그것은 틀림없이 아람이 보내는 포근함이 아니었을까. 그 모든 것을 조용히 느끼며 혜성은 아람에게 말했다.
"사실상... 거의 1년을 이렇게 만났잖아. 우리. 사귀기 전까지 합쳐서 말이야. 사귀고 나서는... 거의 반 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은데. 날짜 카운트를 항상 하고 있진 않지만... 아마 그 정도 될 거야."
여름에 사귀고 지금은 겨울이 되어 사실상 한 해의 마지막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혜성은 아람의 두 손을 꼬옥 잡으려고 했다. 그녀의 손이 차갑지 않도록, 제 손바닥 안에 꼬옥 쥐어 따스함을 주려고 하면서 혜성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잠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다가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금은 무심하게, 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어투로 이야기했다.
"...내년은 공부해야하니 무리지만, 그래도 대학생 때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나랑 사귀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게 해줄게. ...그러니까 1년만 넘겨주고, 그 다음 해까지 기다려줘. ...아니. 뭐, 멀리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너는 고3때 분명히 어디 가자고 하면 잘 안 가고 공부만 하려고 할테니까.... 그러니까 나도 미리 선전포고하는거야."
이어 혜성은 아람의 손을 살며시 쥐면서 제 입술로 가져간 후에, 손바닥에 살짝 입술을 붙였다가 떨어뜨리려고 했을 것이다. 이른바 손등 키스. 조금 어색하지만, 그래도 해내려고 하면서, 물론 그녀가 받아줬을 때의 일이고, 받아주지 않더라도 분명히 아람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난 딱히 여자친구가 있어본 적이 없고, 솔직히 지금도 내가 남친 노릇 잘하는진 모르겠거든? 그런데... 나는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게쏙, 영원했으면 좋겠다 싶어. ...뭐, 세상물정 없는 고등학생이 혈기에 막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어. ...네가 좋으니까, 널 좋아하니까..."
그리고...
"사랑하니까."
조용히 말을 마치면서 혜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다른 곳을 바라봤다. 글쎄. 언제부터일까. 그녀의 존재는 생각보다 커졌다. 너무 빠른 것이 아닐까 스스로 의심이 될 정도로... 허나, 적어도 이 기분만큼은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애써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치웠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런거야. 너무 무거우면... 적당히 흘려들어."
/아이고...정말 고생이 많았다! 아람주!! 8ㅁ8 음...민초...ㅋㅋㅋㅋㅋ 혜성이..그거 싫어한다고 해서 딱히 뭐라고 하진 않을텐데... 사진 찍지 좀 말고 나에게 집중해! 이러면 혜성이도 조금 따질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너도 충분히 보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야. 음..천생연분이면 좋은 거 아니겠어? 아무튼 크리스마스 일상 한다고 할 때부터...이 대사는 꼭 넣고 싶었다! 후... 혜성이는 애써 힘냈다!
아람은 혜성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이내 눈을 깜빡이며 혜성을 올려다봤다. 내리는 하얀 눈과 숨을 쉴 때마다 내뱉어지는 흰 입김. 그리고 세상을 포근하게 덮는 눈처럼 내려앉는 혜성의 나직한 목소리.
벌써 알게 된 지 일년이 지났다. 사실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또 긴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네 개의 계절을 함께 보낸 셈이니까. 그리고 그동안 아람은 혜성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고, 혜성 또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마저 모르는 것을 혜성은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친부에 대해서나,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해서나, 어머니에 대해서나.
그렇게 자신을 알면서도 제 옆에 있어주는 것에, 아람은 늘 고마웠다. 혜성의 두 손이 제 두 손을 꼭 감싸자 아람은 그 손을 꼭 쥐었다.
‘이미 충분히 행복하고 너랑 사귀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떡해? 불행이 곧 찾아올까봐 겁이 날 만큼?’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지만 입을 꾹 다문 채 아람은 제 손등에 입맞추는 혜성을 보다가 이내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분명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하고 캐롤도 크게 울리고 있는 와중인데, 그렇게 크지 않은 혜성의 목소리가 귓가를 잔뜩 채울 만큼 웅웅, 크게만 들렸다.
아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혜성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며 그 품 안에 얼굴을 묻었다. 아무 말 없이 혜성의 허리춤을 꼭 끌어안고 있지만 귀를 기울이면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었다.
/아람이 너 우냐? 울어? (아람주 당황) 둘이 사소한 것으로 싸우는 것 보고싶다는 내 계획이.......... 그나저나 혜성이가 애써서 아람이 울렸다!(?)
그렇게 이어지는 캐롤이 작게 들릴 정도로 혜성은 아람에게 집중했었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모든 신경은 아람에게 쏠려있었다.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기에 그는 괜히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너무 무거웠나. 하지만 적어도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전할 생각이었다. 제 나름의 생각을... 이것만큼은 툴툴거리지 않고 제대로 말할 생각이었으나 결국 마지막엔 툴툴거린 것에 제 성격이 참으로 야속하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제 허리가 와락 잡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내 제 허리를 잡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고 그 와중에 훌쩍이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순간 당황해서 혜성은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제 품에 얼굴을 묻었기에 얼굴을 볼 순 없었으니, 결국 그가 취한 행동은 그녀를 토닥여주는 것이었다.
"야. 야. 아람아. 왜 울어. ...우, 울건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말에 울음을 터트릴만한 그런 요소가 있었던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그녀의 등을 계속해서 토닥였다.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은 그녀의 등을 그렇게 토닥여주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칠 때까지 조용히, 그저 조용히...
'...그보다 이거... 누가 보면 내가 아람이에게 심한 말을 해서 울린 것처럼 보이는 거 아니야?'
불안감이 조금 든 탓일까? 그는 살며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자신이 아는 이가 없는지를 체크했다.
/으아닛...아람이 왜 울어! 울지 마! 아람아! 8ㅁ8 아앗...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사소한 것으로 싸울거리는 분명히 있을거야! 사람이 살면서 한번도 안 싸우는 법은 없어!
등 뒤로 토닥이는 손길이 닿았다. 혜성의 품은 외투에 묻은 찬 바람이나 눈으로 인해 차가웠지만 제 더운 숨으로 인해 점점 미지근해졌다. 왜 왈칵 눈물이 나는 걸까. 그건 아람 그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모,몰라. 이 바보야.”
훌쩍이면서 그렇게 답한 아람은 울지 않게 숨을 골랐다. 눈물이 혜성의 외투에 스며 사라지고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어 울음이 조금 그치자 다시금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조금 헛기침을 낸 다음에 혜성의 허리를 두른 손을 풀지 않고 웅얼웅얼 말하는 것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고, 내가 사귀는 사람이 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남친 노릇 잘 하고 있고. 나도 너랑 사귀는 게 처음인데 나는 뭐 여자친구 노릇 잘 하고 있나, 뭐.”
아람은 혜성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 다른 사람들이 보든 말든 무슨 상관일까. 물론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우리 두 사람 정도는 신경쓰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 나도 사랑해.”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한다는 것이, 누군가를 이렇게 사랑한다는 것이. 자신의 삶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늘 선을 긋고 행동했던 자신이 누군가에게 제 선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내보여 준다는 게. 이런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이란 말인가.
“나도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 그게 영원이라고 한다면, 영원히 말이야...”
그 말은 여전히 혜성을 끌어안은 채 한 말이었다. 차마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탓이다.
/맞아 분명 사소한 것으로라도 싸울 일이 있겠지!! 그래도 둘다 빨리 화해할 것 같긴 하다 ㅋㅋㅋㅋ!!!
자신에게 바보라고 하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괜히 움찔하며 그렇게 반박했다. 참으로 유치하기 그지 없는 반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나온 무의식중의 반박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악의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냥 서로 바보야. 네가 더 바보거든? 그 정도의 느낌이었으니까.
이내 아람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그 말을 들으면서 혜성은 조용히 얼굴을 붉혔다. 추위 때문에 얼굴이 붉어진 거라고 변명도 못할 정도로 펑 터질 정도로... 아. 진짜. 괜히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혜성은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더 꼬옥 주었다. 제 품에 얼굴을 비비는 감각을 느끼며, 그와 동시에 제 허리를 감은 팔의 감각을 느끼며 혜성은 조용히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를 조용히 들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며... 영원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을 들으며...
그래. 인정하자. 난 얘가 정말로 좋아. 솔직히 왜 좋냐라고 하면... 정말로 사소하기 그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난 얘가 좋아.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하얀 입김을 아람의 뒤로 후우 날려보냈다. 아무런 말 없이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면서 그는 조용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큰일났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오늘 밤 이불킥 해야겠는데. ...아, 아니. 뭐... 꼭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이, 이런 것 정도는..."
말을 끝내지 못하면서 흐리는 것은 혜성이 괜히 할 말이 없어질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이어 혜성은 입을 오물거리다가 한숨을 조용히 내뱉었다.
"그럼 영원히 있어. ...비워둘테니까. ...그 여친이라는 자리. 괜히, 괜히 나중에 말 바꾸지 말고. ...너도 분명히 영원히니 뭐니 말했으니 말이야. 책임을 져."
그렇게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아람을 조심스럽게 놓아주려고 했다. 그리고 괜히 오른손으로 제 뺨을 긁적이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조금만 트리 더 보고 어딘가로 걷자. ...아무 곳이라도 좋으니 말이야."
/가장 하고 싶은 장면은 이렇게 마쳤다! 하핫! 이걸 막레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조금 더 잇고 싶거나 아람이 쪽에서 뭔가 더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이어줘도 괜찮아!! 그리고...ㅋㅋㅋㅋㅋ 애초에 사소한 것으로 싸운 거니까. 그러니까 쉽게 풀리지 않을까?
막레 잘 받았다!!!!!!! 이번 일상도 고생했어 혜성주~~~ 혜성이가 이런 로맨틱한 발언을 할 줄 몰랐기에 아람이도 눈물 펑 한걸지도 모르겠어 이게 바로 기습 공격이라는 걸까? ㅋㅋㅋㅋㅋ 아람이 울었던거 민망해 하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크리스마스 이브 혜성이랑 재미있게 보냈을 것 같다 큐큐 아무래도 사소한 것으로 싸우면 금방 화해하겠지? 그럼 사소하지 않은 일로 싸우면 어떠려나~~ 물론 싸우는 게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마찬가지로 이번 일상 또한 수고했어! 아람주!! 사실 혜성이는 진짜 용기를 완전 끌어내서 어떻게든 용기를 내서 뱉어난 말에 불과했지만... 아람이가 거기에서 울줄은 몰랐다! 그래서 오너인 혜성주도 아앗?! 하면서 당황하고 혜성이를 등짝 스매싱을 하려고 했지..ㅋㅋㅋㅋㅋㅋ 아람이는 정말로 즐겁게 시간을 보냈구나! 혜성이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마 자기 전에 자기가 한 말 떠올리고 으아아아 하면서 이불킥을 하지 않을까 싶은걸. 일단 108번은 할지도! 사소하지 않은 일이라... 사실 어떤 소재가 되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좀 크게 싸우면 약간 냉전기는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아마 그것도 오래 가진 않고 둘 중 누가 되었건 먼저 대화를 시도하려고 할 것 같아. 처음에 싸울때야 조금 살벌한 느낌이고 말이야. 일단 내 생각은 그래!
ㅋㅋㅋㅋㅋㅋ 아람이도 울어버려가지고 집에 들어와서 이불 많이 찼을거같애ㅋㅋㅋㅋㅋㅋ 아무르도 그렇겠지? 서로 냉전기기 있겠지만 그래도 대화 하려고하고 화해하려고 하고. 어떤 일 때문에 싸우게 될지 두근두근하다. 으으..... 요즘 일이 몰려서 너무 바빠...... 며칠 갱신 못했네. 살아는 있으니 걱정 말라......
늘 아람주가 고생이 많다고 느껴. 나는 괜찮으니까 바쁘면 바쁜 일에 집중하기야!! ㅋㅋㅋㅋㅋ 아앗...아람이도 이불을 많이 찼구나. 이불들아. 미안해. 하지만 둘의 로맨스를 위해서 너희들이 참아주렴! ㅋㅋㅋㅋㅋ 어떤 일 때문이라. 사실 제일 만들기 쉬운 것은 오해라는 설정인데 어떻게 해야 오해가 만들어지려나. 음. 혜성이가 대학교에 갔는데 진짜 거절하고 거절하고 또 거절하고 또 거절해도 과팅에 자리 하나만 채워달라고 하면서, 너 진짜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앉았다가 가면 된다고 계속 언급해서 어쩔 수 없이 짜증내면서 한번만 갔다고 한 것이 알려지면 오해가 크게 생기려나...(혜성:저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의 로맨스를 위해 희생되는 이불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이 너어어어무 바빠지면 이야기할게. 하지만 너어어어무 바쁜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조금 하루 이틀 못 들어올 수도 있지만서도~ 오. 혜성이가 과팅에 끌려간 상황이라........... 혜성이가 미리 솔직하게 말했다면 괜찮겠지만 그걸 말 안하고 몰래 갔다오면 모르겠지 하고 가는 순간 오해가 눈덩이처럼 불려질 수도 있는 상황일지도~!!!
어쩔 수 없지! ㅋㅋㅋㅋㅋㅋ 혜성이와 아람이가 소중하지. 어디 이불 따위가! 조금 이불킥 당해도 괜찮은거야! 아무튼... 아직 엄청 바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바빠보여서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야. 너무 무리는 하지 않길 바랄게! 나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ㅋㅋㅋㅋㅋ 확실히 저건 말 안하고 가면 진짜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지. 혜성이는 아마 어지간하면 말을 하겠지만, 갑자기 급작스럽게 끌려갈 때 있잖아? 이를테면 갑자기 진짜 급하다고 하면서 강제로 데려가는 그런 느낌... 그런 느낌으로 끌려갔을때는 아마 말을 굳이 하진 않을 것 같아. 어차피 금방 있다가 나올테니까 괜히 말해서 신경쓰이게 하지 말자라는 식으로 말이야. 사실 그 와중에도 엄청 저항은 하겠지만...
만약 여기서 오해를 키우겠다고 한다면 저런 상황 속에서 상대 쪽에서 아람이가 대학에서 사귄 친구가 한 명 있었고 다 끝난 후에 나 어제 과팅 갔었다 이러면서 단체 사진 찍은 것을 아람이에게 보여준다고 한다면? 내켜하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같이 사진을 찍은 혜성이가 있다면? ....오너 뇌피셜로는 아람이가 진짜 싸늘해질 것 같은 기분이야..(흐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 이불따위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응. 나도 무리하지 않게 노력할게~~~ 와......... 혜성주 아이디어 뱅크야? 오너 피셜로도 아람이가 진짜 싸늘해질 것 같기는 한데? 일단 싸늘한 목소리로 혜성이를 불러낸 다음에 추궁할 것 같기는 해! 와아......! 뭔가 그런 상황 보고싶다 진짜 보고싶다 둘이 싸우는 거1(나쁜 오너임) 나중에 대학생활 일상 돌릴 때쯤에 해봐도 좋을 것 같지! 이제 2학년이 끝나갈 즈음이니까. 2학년 끝나면 뭐랄까 1차 엔딩? 같은 느낌일 것 같지~~~ 물론 엔딩이라고 끝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뭐랄까 챕터 마무리 같은 그런 느낌? 엄청 오래 돌렸으니까 말이야! 일요일이라 시간이 나서 며칠만에 들렸네에 3일간 너무 바빴다아아.... 오늘 아침에도 근육통때문에 겨우 일어났어.......()
ㅋㅋㅋㅋㅋㅋㅋ 아니야! 이런 것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아람이...맞아. 엄청 싸늘해질 것 같아.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이런 느낌으로 말이야.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혜성이를 호출하면 혜성이는 영문을 모르고 일단 호출에 응할 것 같아. 추궁을 하면 일단 가장 먼저 놀라서 그걸 어디서 들은 거냐고 당황할 것 같고. 그리고 아마 혜성이의 변명 쇼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 그때 그날 갑자기 붙잡혀간거라서 말을 할 틈도 없었고, 그때 진짜 아무 것도 안하고 난 그냥 카페에 앉아 음료만 먹고 나왔을 뿐이라고 이야기를 할 것 같아. 그러면서 눈치를 보면서 화 많이 났냐고..조심스럽게 물어볼 것 같고 말이야. 여기서 어떻게 콕콕 더 찌르면 혜성이도 조금 화를 낼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 그렇다면 이 일상..일단은 킵해둘까?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긴 하지. 뭔가 3학년은... 1차 엔딩의 에프터스토리라는 느낌일 것 같고 말이야. 대학생 편은 2부 시작이라는 느낌이 될 것 같고! ㅋㅋㅋㅋㅋ
아앗... 아람주..많이 바빴구나. 그 와중에 근육통이라니..아이고. 찜질하면 좀 나아질지도 몰라! 8ㅁ8
애초에 3학년은 그렇게 길게길게 막 하기도 힘드니 말이야. 아무래도 공부-휴식-공부-휴식의 생활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도 하고! 아앗... 욕실이 크다면 그렇게 해도 좋을 것 같고...혹은 오늘 날씨 추우니까 직접 근처 목욕탕에 갔다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 몸의 피곤함을 풀기에는 오히려 그쪽이 조금 더 좋은 것 같더라!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말이야. (안마 해주기)
약속은 아니고...그냥 잠깐 나갔다올까 싶어서! 요즘 부업을 하는 것이 있다보니.. 주말에도 조금씩 일하는 것도 있거든. 평일에도 퇴근 후에 조금씩 건드리는 것도 있고... 물론 내 취미와 비슷한 것이기도 하고, 나름 실력을 키우면서 돈도 버는건지라... 하기 싫다..죽겠다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쉬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든 것도 사실이니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음 일상은 아람주가 조금 상태가 괜찮아지면 그때 천천히 해보도록 하자! 일단 상황 정도만 정해볼까... 바로 부모님을 만나러 가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이쯤에서 AU를 하나 돌려보는 것이 좋을까.
헉 혜성주 부업 하는 게 있어?!! 오오 멋있다. 아무래도 힘들긴 하겠지만...... 취미와 비슷한 것이라면 더 좋은 것 같은데? 그래도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힘들지....(끄덕) 상황은 부모님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얼른 1차 엔딩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말이지~!~!~ 물론 에유 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아앗...그런거 아니다! ㅋㅋㅋㅋㅋ 그냥 스불재지!! 조금 피곤한 것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쏠쏠한 부업이라서! 일단 올해 말까지는 쭉 이렇게 될 것 같네. 그래도 쉬는 시간은 어떻게든 만들려고 한다!! 너무 걱정하지 말기! 음. 좋아! 그럼 다음 상황은 부모님 만나는 쪽으로 가도록 하자! 아람이..긴장하려나? ㅋㅋㅋㅋ 그럼 일단은 1차 엔딩으로 달려가보는 것으로!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정말로 간단한 이야기는 한 편이야! 그래도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부모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순 없으니 말이야. 그냥 저 영상의 쟤가 내 여자친구다. 이런 식의 아주 간단한 말 정도! 그리고 데이트한다고 조금 늦게 돌아갈 것 같으면 오늘 데이트하니까.. 늦게 들어온다는 말을 하고.. 그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싶어!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사실 딱 한 번.. 간접적으로나마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건 카운트로 치면 안될 것 같으니! 아무튼 내적 친밀감은 꽤 높은 편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무뚝뚝한 사춘기 남고생 느낌이구만~~~~ 혜성이 부모님이 왜 아람이를 궁금해하는 지 알 것 같다! 뭔가 조잘조잘 이야기라도 했으면 덜 궁금한데 이렇게 떡밥만 던지니 너무너무 궁금해할 것 같아 부모님 입장에서는~!!! 맞아 그때 구조됐을 때 말하는 거지? 하긴 그건 카운트로 치기에는 너무 정신 없었으니 말이지~~!! 나는 자러 갈 것 같아서~!! 혜성주도 잘자구~~ 내일도 힘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일단은 막 방방 뛰는 편은 아니고, 조금 무뚝뚝한 면도 있긴 하니까. 물론 츤데레적인 면이 조금 더 강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것도 있고, 우리 아들이랑 사귀는 착하고 참한 애는 대체 누구일까? 궁금한 것도 있긴 해. 사실 이쪽이 조금 더 이유가 클 것 같지만 말이야. 응! 그때가 맞아! 그때 아주 살짝 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바로 혜성이에게 갔기 때문에 조금 카운트로 치기는 애매하긴 하지!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어할 것 같기도 하거든.
이전부터 혜성의 부모님은 아람을 꼭 만나보고 싶어했다. 물론 이전에 한번 잠깐, 간접적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상황이 상황이었고, 아람을 볼 겨를 따윈 없었다. 어쨌든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다름 아닌 혜성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겨울방학이 되었으며, 딱 새해를 앞두고 있는 아슬아슬한 휴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람을 꼭 데려오라는 압박이 찾아오고 있었고, 결국 혜성은 아람에게 말해서 한번 찾아올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아람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새해가 거의 코앞에 가까운 일요일이었다.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하고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었다. 일단 그녀와 학교 근처에서 만나고, 그는 그녀를 자신의 집 문 바로 앞까지 데리고 왔다. 현재 시간은 딱 점심을 먹기 좋은 시간이었으며, 집 문을 열고 들아가면 그의 부모님이 있었다. 혜성은 괜히 한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 괜찮은거지? 혹시나 긴장 많이 되고 힘들 것 같으면, 역시 다음에 올까?"
제 부모님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해주는 것은 보통 긴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긴장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만 막상 이 순간이 오니 심장이 터질 것 같아 혜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이런데 아람은 어떻겠는가. 필시 엄청 긴장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답을 기다렸다.
혜성이 종종 이야기하고 했던 혜성이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아람은 어떤 옷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단정한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남색의 겨울 원피스를 꺼내 입고 도톰한 코트를 입었다. 방한과 패션을 위한 목도리도 돌돌 감아맨 아람은 옆에서 혜성이 보기에도 살짝 긴장한 기운이 있기는 했을 것이었다.
“괜찮아! 너희 부모님이 나를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긴장하는 건 혹시나 잘못 보이면 어쩌나, 하는 것이니까. 그래도 내가 실수하면 혜성이 네가 잘 수습해줘야 해? 알겠지?”
아람은 옆에 서 있는 혜성의 손을 꼭 잡으려고 했을 것이었다. 믿는 것은 너밖에 없다며 혜성을 바라봤을 것이었고. 사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조금 떨리긴 하지만 그렇게 못참을 정도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은근 아람은 담이 센 편이기도 했으니까.
아무리 봐도 살작 긴장한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데리고 가도 되는 것일까. 역시 여기서 그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래도 꽤 사귀었으니, 슬슬 인사를 시켜도 좋을 것 같지만... 역시 이른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람도 아람이지만 자신도 자신이었다. 고작, 소개 한 번 시켜주는 것 뿐인데... 왜 이리도 긴장이 되는 것인지.
"...뭐, 네가 잘못 보이고 그럴 일은 없을걸? 오히려... 요상하게 우리 부모님. 너 좋아하니 말이야."
봄에 받았던 그 영상을 본 것이 크긴 했지만, 그걸 떠나서도 이상하게 그의 부모님은 아람에 대한 감정이 좋았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서 만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할 정도로. 이어 그는 자신의 손을 잡으려는 아람의 손을 역으로 꼬옥 잡았다.
"뭐, 그 점은 걱정하지 마. 남자친구잖아. 좋아. 들어가자."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며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집 안은 상당히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넓은 거실에는 하얀색 카펫이 깔려있었으며, 그 위에는 귤이 담겨있는 그릇이 놓인 작은 갈색 테이블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진한 회색 소파가 있었고, 거기에는 혜성의 부모님이 앉아있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아보였으며, 특히 혜성의 아버지는 혜성의 모습이 어느 정도 담겨있었다. 혜성이 나이를 먹으면 저런 느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편, 혜성의 어머니는 혜성의 눈매와 똑 닮은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편안하게 앉아있는 제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입을 열었다.
"데려왔어요. 엄마. 아빠. ...음. 그러니까 아람아. 이쪽이 우리 엄마와 아빠야. ...뭐, 나쁜 분은 아니고, 딱히 잔소리하고 그런 분은 아니니까.. 걱정하진 말고."
"음. 그래. 네가 우리 혜성이의 여자친구...되는 애니?"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바로 혜성의 어머니 쪽이었다. 환한 미소에 밝은 인상을 보이고 있는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내리다 서로 잡고 있는 손으로 향했다. 이어 그녀는 어머어머 소리를 내면서 얄궂은 웃음소리를 냈다.
도대체 혜성의 부모님이 자신을 좋아할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혜성도 그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기에 아람은 딱히 묻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 말에 조금은 맘이 놓였을지도.
아람은 혜성이 마주 꼭 잡아오는 모습에 작게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혜성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집 안의 모습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서니 보이는 두 사람은 한눈에봐도 혜성의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특히 전체적인 부분은 아버지를 똑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안녕하세요. 문아람이라고 합니다."
아람은 꾸벅 인사를 했다가 혜성의 어머니가 한 장난스러운 말에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러다 슬쩍 손을 놓았을지도.
아람이 손을 슬쩍 놓자 혜성 역시 슬쩍 손을 놓았다. 그리고 제 어머니를 슬쩍 찌릿 바라봤다. 하필 저렇게 말을 할 것은 뭐람. 아람이 없었다면 톡 쏴서 뭐라고 이야기를 했겠지만, 차마 그러진 못하고 그는 입술만 삐쭉 내밀었다. 한편, 이어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혜성의 아버지 쪽이었다.
"응. 그래. 어서 오거라. 네가 문아람.. 그러니까 혜성이 여자친구지? 전에 우리 혜성이가 영상을 하나 가져온 것이 있었는데 아주 잘 봤다. 지금도 가끔 보고 있단다. 재밌더구나."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자상한 느낌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어느 정도 목소리에 무게가 있었다. 밝고 다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볍지는 않은 어른의 목소리를 내는 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아버지는 천천히 아람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싱긋 웃어보이더니 혜성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했다.
"얘가 일전에도 크리스마스 전에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을 기다리던지. 하루종일 달력도 보고, 시계도 보고 그러길래 직접 꼭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만나는구나."
"아빠!!"
이내 혜성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는 다급하게 아람을 바라보면서 그 정도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두 손을 휘저으면서 해명하듯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웃음소리를 크게 냈다. 이어 그의 어머니가 아람에게 물었다.
"그래. 아람 학생. 우리 혜성이가 좀 피곤하게 하진 않니?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애가 틱틱이가 되어버려서 말이야. 혹시 사귀면서... 불편하게 했다거나, 피곤하게 했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을지 모르겠구나."
“네에. 앗, 보셨다곤 들었는데....... 사실 조금 부끄러운 실력이라서요...... 감사합니다.”
아람은 민망한 듯 밖에서 들어와서 아직 차가운 손으로 발그레진 뺨에 손을 대며 식혔다. 확실히 연기를 배우면서 자신이 얼마나 모자랐는지 아직 얼마나 더 연습해야하는 지 알게 되어서 축제 때 자신있게 다른 애들에게 권했던 것보다는 지금은 자기객관화가 훨씬 잘 되어있는 상태였기에 더더욱 민망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다 혜성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는 말이 나오자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혜성의 해명도 마치 작은 꽁트 같은 느낌이었을가. 역시 혜성이를 놀리는 게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 자신만이 아닐지도 몰랐다.
겸손하게 대답한다고 생각했는지 혜성의 아버지는 허허 웃으면서 다시 한 번 그녀를 칭찬했다. 실제로 그때 본 영상은 그는 물론이고 혜성의 어머니 역시 재밌게 봤으며, 이후에도 한번씩 재밌게 보고 있었으니까. 물론 객관적으로는 실력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너어..."
이내 아람의 입에서 귀엽다는 말이 나오자 혜성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물론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여러 번 나오긴 했지만, 부모님 앞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여건 부끄러운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래로 푹 숙이고 있는 제 아들을 바라보면서 그의 어머니는 호호 소리를 내면서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래. 혜성이가 조금 귀여운 면이 있긴 하지. 그래도 우리 혜성이가 아람 학생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면 꼭 나에게 말하고. 알았지? 아무튼, 혜성이가 언제부턴가...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하고 그 후로 묘하게 자꾸 신경을 쓰고 생각보다 잘해나가는 것 같아서... 어떤 이일지 꼭 만나고 싶었거든.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보니까 확실히 좋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아줌마도 막 안심이 되네."
"음. 그래도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절도있게 사귀는 것은 있지 말고. 알았지? 혜성아."
"그, 그럴 생각이거든요?!"
무슨 당연한 소릴 하냐는 듯이, 헤성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상태에서 그렇게 따지듯이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껄껄 웃던 혜성의 아버지는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 아들이 워낙 저런 느낌이라서... 가끔은 답답할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소중하게 키운 아들이야. 학생이니까 가볍게 사귀는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둘이서 잘 사귀었으면 좋겠구나.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이 아저씨에게도 이야기하고.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 그래도 우리 아들 여자친구인데 힘 쓸 것은 써야지."
부끄러움에 할 수 있는 말은 감사의 말밖에 없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투지가 끓어오르는 것은 왜일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람은 제 말에 새빨개지는 혜성을 보면서 작게 쿡쿡 웃었다. 조금 짖궂은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여기는 그래도 혜성의 홈그라운드이니 괜찮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네, 그럴게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 웃으면서 혜성이 어머니의 말에 답하다가 아저씨가 말하는 ‘절도있게 사귀는 것’이라는 것에 조금 고개를 갸웃했다. 사귀는 것은 사귀는 건데 절도있게 사귀는 것은 뭘까? 대략적으로 어렴풋이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영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혜성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것 같지만.
“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저희 아직 한 번도 안 싸웠거든요. 그치?”
아람은 혜성을 보며 말했다. 정말로 한 번도 안 싸우긴 했으니 사실은 사실이었다. 은근히 성격이 잘 맞는 편인 건가? 아니면 아직 싸울 일이 없었던 것일까?
여자친구 앞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보통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는지, 혜성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 자식을 살짝 낮추는 것은 모든 부모가 다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이어 혜성은 고개를 휙 들더니 두 사람을 찌릿 바라보는 눈빛으로 보면서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아람이와 싸울 일이 있어도 금방 화해할거고, 괜히 감정 싸움은 안 할 거야. ...여, 여자친구니까."
"허허. 이 녀석 보게. 벌써부터 이런 말을 다 하네."
참 당돌하다는 듯이 혜성의 아버지는 껄껄 웃으면서 혜성을 빤히 바라봤다. 이내 그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섰다. 그리고 부엌을 바라보더니 시간을 확인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혜성이 여자친구 오면, 밥 좀 먹이려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직 다 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고... 여보. 좀 도와줄 수 있지?"
"응. 도와줘야지. 자. 그럼 귀여운 우리 아들과 여자친구는 혜성이 방에 가서 좀 쉬고 있으렴. 다 끝나면 부를테니까."
이어 혜성의 아버지 역시 부엌으로 천천히 향했다. 아무래도 오늘 한 끼를 확실하게 먹이려고 작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한숨을 내쉬면서 아람을 바라봤다.
아람이 자신에게 귓속말을 소근거리자 혜성은 마찬가지로 소근거리는 목소리를 내면서 툴툴거렸다. 하지만 싫은 것은 아니었는지, 헤성의 불평은 딱 거기서 끝을 맺었다. 그래도 부모님인데 어떻게 안 좋은 말을 하겠는가. 애초에 누가 잘못한 사안도 아니었고. 어쨌든 헤성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하얀색 문을 열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의 방 안은 상당히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었다. 참고서나 여러 책들이 꽂혀있는 책꽂이부터 시작해서, 전기 스탠드와 아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겨있는 작은 탁상액자, 장식처럼 놓여있는 여러 인형, 그리고 하얀색 노트북이 놓여있는 책상. 방 한쪽에 있는 옷장과, 옷걸이. 그리고 푸른색 이불이 곱게 깔려있는 침대까지. 그야말로 고등학생이 사용할법한 방이 그곳에 있었다. 순간 혜성은 움찔하더니 재빠르게 제 책상으로 다가가 탁상액자를 덮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마 아람의 눈에는 거기에 뭐가 담겨있었는지 보이지 않았을까?
"이, 이건... 신경쓰지마! 신경쓰지마!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니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고... 아, 아무튼 그, 그런 거니까!"
상당히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목소리까지 더듬는 것도 모자라서 그 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이어 그는 작게 혀를 차더니, 일단 방 한가운데로 간 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 너무 둘러보진 말고. 딱히 네가 흥미가질만한 그런 것은 없거든? ...치,침대 아래에 뭐 숨겨놓고 그런 것도 없어."
아람은 혜성의 툴툴거림에 쿡쿡 웃었다. 혜성의 방 안에 들어서자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의 방이 나왔다. 나 온다고 청소를 해둔 걸까 아니면 원래 이렇게 깔끔하게 방을 쓰는 걸까. 혜성의 원래 성격을 생각하면 후자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람이 책상 위의 액자에 눈길을 주자 혜성이 그것을 탁 덮었다. 하지만 이미 봤는걸?
"뭐야~ 내 사진 보면서 공부했어? 같은 대학 가려구?"
기특해. 기특해. 그런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이며 아람은 혜성이 덮어두고 간 액자를 다시 책상 위에 올려둔다. 혜성이 자신의 사진을 찍을 때 가끔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그런 사진이려나. 아람은 같이 찍은 사진을 보며 빙그레 웃는다.
"그런 말을 하면 침대 밑부터 보고 싶어지는데?"
아람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다음에는 인형들에 관심을 보였다. 전에 나눠 가졌던 내 인형은 어디에 있으려나~ 참고로 혜성이 인형은 자신의 침대 맡에 두었다. 고양이 인형과 함께 말이다.
"누, 누가 네 사진을 보면서 공부했다는거야?! 그냥 사진이니까 꽂아둔거고, 내 사진이니까 어디에 두건 내 맘이잖아. ...같은 대학은 갈 거지만..."
아람의 장난스러운 말에 혜성은 순간 발끈해서 그렇게 따지듯이 이야기했다. 허나 뒷부분의 목소리는 살며시 기어들어가는 상태였다. 괜히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면서 그는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순간 보이는 그녀가 다시 액자를 올리는 모습. 그 모습에 혜성은 끄응...소리를 내면서 일단 그 자리에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또 액자를 덮어봐야 또 올릴테니까. 하지 말라고 해도 왜? 라고 할 것 같았기에 더더욱.
"보고 싶으면 보던지. 진짜 아무 것도 없거든?"
그말대로 혜성의 침대 아래는 그야말로 텅텅 비어있었다. 물론 가끔 잡동사니들이 그 안에 들어가는 일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바로 어제 싹 청소를 해뒀기 때문에 그의 책상 아래는 그야말로 깨끗함 그 자체였다. 한편 인형을 살펴보던 아람의 눈에는 아람의 인형이 바로 딱 중간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상에 앉았을 때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 딱 그곳에 자리를 잡은 인형은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긴 하네. 네가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어서 말이야. ...그... 뭐냐. 보통 남자친구 부모님을 만나면 거부감 느끼는 일도 많다고 하잖아. 무슨 결혼...하는 거냐고 하면서 말이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모든 케이스를 아람에게 적용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들은 기억이 있었기에 그는 굳이 그렇게 언급하며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반박하지 않고 웃는 그 모습에 혜성은 입술만 살짝 삐쭉 내밀었다. 물론 이내 그 입술은 다시 안으로 쏙 들어갔지만. 알면서 저렇게 굳이 묻는 것인지, 아니면 몰라서,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인지. 어느 쪽이건 너무나 짓궂었다. 언제 한 번 당황시켜보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아람의 약점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긴 했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자신의 약점이기도 했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애들 중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는거야."
애인을 보는 것은 좋지만, 애인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무슨 상견례하는 것 같다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있었으니까. 적어도 아람은 그런 쪽은 아닌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곧 이어지는 아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람이네 어머니는 남자친구가 있는 줄 모른다. 그에 그는 순간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기에...
"....집에서 연애 반대해?"
아니기를 바라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뭔가 지금까지 들은 아람의 어머니의 이미지를 들어보면 더더욱. 괜히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는 가만히 아람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 짧은 시간이 혜성에게 있어선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반대하면... 어떻게 해야 해? 나..."
/나도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아람주!! 어쩌면 아직 근무중일지도 모르지만...어쨌든!
아람이 바로 답을 하지 못하자 헤성은 괜히 긴장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잘 사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아람의 어머니가 사실을 알게 되고 너희 둘 다 헤어져! 이렇게 나와버리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헤어져야하나? 아니. 하지만 그건 싫은데... 생각도 못한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지? 어째야하지? 난 어째야 하지? 그런 불안함이 더욱 싹트기 시작한 것은 아람의 다음 말 때문이었다.
"나? 나?"
반대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 좀처럼 답을 내지 못하고 혜성은 조금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람의 목소리는 가볍긴 했지만, 혜성에게 잇어서는 상당히 진지한 문제였다. 그야말로 여자친구의 부모님이 사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사태였으니까.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혜성은 괜히 침을 꿀꺽 삼키면서 머리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찾아가서... 어... 따님과 사귀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라고 해볼까?"
뭔가 어감이 이상하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그 정도였다. 이어 그는 혀를 차면서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그리고 괜히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애초에 자신은 그녀의 어머니가 어떤 이인지도 잘 몰랐기에 예상도 할 수 없었다. 뭔가 엄격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람이 저렇게 말을 하니, 의외로 잘 풀릴지도 모르겠고... 여러모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그는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자, 잠깐.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 왜 굳이 반대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물은건데?! 나 참."
뭔가 아차하는 생각에 혜성은 황급하게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신이 먼저 그런 방향으로 생각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작게 혀만 찰 뿐이었다.
"...꼭 말할 필요는 없어. 뭐랄까. ...비밀로 하고 싶으면 비밀로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러니까...뭐냐. 그래도... 말이지.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말하는 것도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러니까 꼭... 알려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아. 진짜.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잖아. 너도."
괜히 죄없는 혀만 한 번 더 차면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아람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을 한 마디 더 꺼내들었다.
"...그냥, 그러니까... 뭐, 남자친구니까...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항상 편이 되어주는 존재라고들 하잖아. 그러니까... 힘들면 그땐 같이 가줄 수도 있다는 뭐 그런 거야. 그, 그런 거니까 너무 깊게 해석하진 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쥐구멍) 내가 잘못 읽었어! 왜 내일로 읽었지...하하하핫...오늘 너무 일이 피곤했던건가!! (머리 박기)(쥐구멍에 쏘옥)
생각도 못한 발언에 혜성은 그만 자신도 모르게 기침소리를 내고 말았다. 지금 뭔가를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 차라리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정말 뚫어져라, 진짜 뚫어져라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결혼하기 전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진짜로 무슨 말인가. 아니, 물론 크리스마스때 비슷한 발언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다이렉트로 들으니 그는 순간 당황해서 어버버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도 크게 당황했는지 그는 말을 정말로 빠르게 이어나갔다. 결혼. 결혼. 아람이 자신의 아내.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역시 이렇게 다이렉트로 생각하고 들으면 상당히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뭔가 저쪽은 그냥 가볍게 하는 것 같았지만... 끄응 소리를 내면서 결국 혜성은 삭힐 수밖에 없었다.
한편, 아람이 자신을 끌어안자 혜성은 덩달아 끌어안으면서 조용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귓가에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야 뭐, 네 편을 들지 않으면 누구 편을 들겠어. 나 참. ...남자친구는 여자친구 편이야. 언제나."
ㅡ똑똑.
"혜성아. 아람아. 밥 다 되었으니까 와서 먹으렴."
이내 노크 소리가 들렸고 혜성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내 혜성은 화들짝 놀라 아람에게서 떨어졌고 문 너머로 곧 간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일단 어머니를 보내려고 했다.
아람은 혜성의 반응에 쿡쿡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뭐야, 결혼 얘기는 자기가 먼저 꺼냈으면서?” 물론 그 말이 부모님 만나러 가자고 하면 무슨 결혼하는 거냐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냐는 그런 이야기에서 나온 결혼이었지만 말이다.
“글쎄, 그건 모르지만. 이대로 계속 사귀면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라는 거지.”
아람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물론 이런 장난어린 말이나 혜성과의 포옹이나 똑똑 문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끊어졌겠지만.
“네ㅡ.” 라고 대답하며 아람은 놀란 표정의 혜성을 보며 작게 웃었다. “응, 그러자.” 대답을 하고는 방 밖으로 나가는 아람의 모습은 아마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혜성의 부모님과의 대화들로 봤을 때 아직까지는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었을지도 모르고. 왜냐하면 혜성의 부모님이 아주 우호적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혀를 차면서 강하게 부정하지만 그러다가도 아차 싶었는지 그는 작은 목소리로 끝 부분을 중얼거렸다. 그렇다. 아직은. 언젠가 어른이 되고, 좀 더 자리를 확실하게 잡고,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된다면 그 이후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아람이 함께 있다고 한다면, 그땐 아람에게 자신도 프러포즈라는 것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지금 이 정도의 관계를 쭉 유지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그건 아마 아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혜성은 생각했다. 이대로 계속 사귀면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라고 하고 있기에.
그 말은 확신이라기보다는 추측에 가깝지 않던가.
어쨌든 자신과는 다르게 아람은 태연하게 대답했고, 방 밖으로 먼저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서 혜성은 천천히 걸어갔다가 살며시 그녀의 앞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녀의 얼굴을 아주 살짝 바라보면서 그는 괜히 또 고개를 앞으로 향했다. 이어 부엌으로 천천히 안내하니, 거기엔 4명이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식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어묵조림, 잡채, 두루치기, 샐러드, 그리고 두부조림이 각각 올라가 있었다. 상당히 맛있어보이는 향이 혜성의 코끝을 간지럽혔고,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자. 자. 앉아 앉아. 편한 곳에 앉고...라고 해도 둘은 나란히 앉을거지? 그럼 거기에 앉으면 되겠네?"
"사양 말고 많이 먹으렴.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라서 일단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보긴 했는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혜성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아람을 향해 그렇게 호의적으로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한숨을 작게 내뱉으며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네가 온다고 평소보다 더 실력발휘좀 했나봐. 아무튼 편하게 앉아. 그래도 우리 엄마 요리 꽤 괜찮은 편이야."
아람은 혜성의 ‘아직은’이라는 말에 쿡쿡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귀엽지? 혜성이 자꾸 귀엽게 반응하니까 열심히 놀리게 되어버리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너무 놀리다가 혜성이 싫어하면 어쩌지? 생각도 하지만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버리는 것은 혜성을 놀리는 게 너무 즐겁기 때문이었고.
부엌의 4인 식탁에는 다양한 반찬과 음식들이 올라와 있었고 아람은 놀라 눈을 깜빡이다가 혜성의 부모님을 바라봤다. 혜성의 부모님이 하는 말에 아람은 조금은 먹먹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겉으로는 그런 마음이 티는 안 났겠지만. 뭐랄까, 단란한 가족이랄까.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였을까.
“이렇게 크게 차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이 많이 가셨을 것 같은데.......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살짝 놀랐던 얼굴은 자연스럽게 감사 인사로 이어지고 부모님이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맛있겠다. 눈으로만 봐도 음식에서는 맛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폴폴 풍겼을 것이었고.
아람이 앉자 다른 이들도 자연히 자리에 앉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혜성은 아람의 옆에 앉았고 젓가락을 들었다. 이어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한번씩은 큰 고기덩어리나 잡채를 일부 조금 떠서 아람의 밥그릇에 은근슬쩍 올리기도 하며, 제 몫도 챙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의 어머니는 어머어머, 소리를 내면서 얄궂은 표정을 지었으나 혜성은 못 들은 척, 못 본 척 하면서 괜히 시선을 살며시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람이는 혜성이의 어떤 점이 좋아서 사귀는거니?"
"뭘 또 그런 것을 물어요."
식사 도중, 그녀의 어머니가 아람에게 그것을 묻자 혜성은 방어하듯이 바로 말의 허리를 자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뭘 굳이 그런 것을 묻냐는 듯이.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호호 웃으면서 혜성을 빤히 바라봤다.
"우리 아들이 많이 부끄러운가보네?"
"누, 누가 부끄럽다는 거예요?! 누가! 아람이가 곤란해할까봐 그러는거지."
혜성이가 살짝 발끈하며 툴툴거리자 그의 어머니 옆에 앉아있던 아버지는 허허 웃으면서 조용히 잡채를 한 숟가락 뜬 후에 제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혜성과 아람을 나란히 바라보던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머지 않아 고3이로구나. 사귀는 것을 막진 않겠지만... 그래도 고3때는 조금 자제하는 거 잊지 말고. 연애도 좋지만, 너희들의 미래도 그만큼 중요하단다. 1년간 힘들겠지만 조금만 잘 참고... 그랬으면 좋겠구나."
결론은 고3때는 만나고 싶어도 조금만 참고, 데이트를 하고 싶어도 조금만 참고.. 대학을 위해서 공부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이었다. 이어 혜성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조용히 식사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아람을 슬쩍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같은 대학 가기로 했고, 공부 열심히 하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보통 이런 것은 그냥 웃어서 넘기지 않아?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이렇게 정면에서, 그것도 부모님의 물음으로 들으니, 정말로 부끄러웠는지 그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자신의 행동이 솔직한가? 그런가? 스스로가 생각해도 잘 알 수 없었다. 맘에 없는 빈 말은 물론 하지 않긴 하지만... 어쨌건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아래로 숙이면서 밥을 천천히 먹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의 어머니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아람이가 우리 아들을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앞으로도 우리 아들 잘 부탁해. 그리고 아들. 여자친구가 저렇게 말하는데 답해줘야지?"
"........"
아람의 부탁을 그의 어머니가 살며시 들어주자 혜성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지금 이 타이밍에서 말을 안하면 참으로 분위기가 이상해지지 않겠는가. 이렇게 된 이상 역시 자신도 말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판단을 내린 혜성은 살며시 고개를 올렸다. 그리고 앞만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냥 뭔가 가만히 보면 그냥 둘 수가 없는 느낌이 있단 말이야. 아람이는... 그래서 괜히 신경쓰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뭐랄까. 속이 깊기도 하고... 모두에게 친절한 것 같지만, 또 은근히 제 고집이 강하고, 줏대가 있고... 예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같이 있을 때 편안해. 물론 장난이 짓궂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부끄럽게도 하지만... 그것도 괜히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걸 어떡해. ...몰라. 나도 모르게 반했나보지. 뭐."
괜히 '조금'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듯이 이야기하지만 과연 정말로 조금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몇명이나 될까? 어쨌건 답을 마치면서 혜성은 입을 꾹 다물면서 식사에 집중했다. 일부러 두루치기를 먹기도 하고, 잡채를 크게 떠서 먹기도 하고. 그런 그의 모습에, 그의 부모님은 어머머, 허허허허. 소리를 내면서 흐뭇하게 혜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허허. 그래. 보기 좋구나. 1년만 참고... 그 이후는 우리들도 크게 신경은 쓰지 않을테니까 자유롭게 연애하렴."
그러면 자신도 더 할 말은 없다는 듯이 그의 아버지는 허허 웃으면서, 말을 마무리지었다. 이어 혜성은 살며시 눈치를 보다가 아람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람은 혜성이 부끄럼을 타는 모습에 조금 쿡쿡 웃었다. 이렇게 티격태격 사귀는 모습도 좋아 보이려나? 이런 느낌도 들었고. 나쁘지 않게 생각하시는 것 같긴 한데.
아람은 밥을 먹으면서 혜성의 말을 들었다. 혜성의 말에 아람은 조금 놀랐을까? 눈을 살짝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배시시 웃어버리고 말았지만. 가만히 둘 수 없는 느낌?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다음에 물어봐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도 장난 치는 거 엄청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정도?
혜성이 아버지의 말에 "네." 하고 대답하다가 옆에서 혜성이 말하는 속삭임에 아람은 물음표를 띄웠다가 똑같이 혜성에게 속삭였다.
아람의 속삭임에 혜성은 뜻밖이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저렇게 쿡쿡 찔러서 이야기를 하는데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의외로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만 조금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니. 생각해보니까 아까부터 자꾸 나만 콕콕 공격당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컵에 있는 물을 아무런 말 없이 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그럼 다행이고."
어쨌건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게 제일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식사에 조용히 집중했다. 그러다가 두루치기가 담긴 접시에서 커다란 고기를 한 점 꺼내서 아람의 밥그릇에 살짝 올려주기도 했다. 당연히 혜성 역시 아람이 반찬을 챙겨주는 것을 거부하진 않았다. 여기서 거부하면 그야말로 아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이니까.
그 이후로도 아마 잔잔한 잡담은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이 혜성이를 공격하는 그런 것이었겠지만. 어쨌건 중간에 혜성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살며시 자리를 비웠다. 자연히 식탁에 남은 것은 그의 부모님과 아람 셋 뿐이었다. 혜성이 완전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자 그의 어머니는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원래는 저런 성격이 아니었거든. ...언제부터일까. 애가 갑자기 부끄러움을 타기도 하고, 묘하게 솔직하지 못한 언동을 보이지만, 또 행동은 그게 아니고... 좀 많이 틱틱거리거나 툴툴거리겠지만, 그래도 나쁜 애는 아니야."
이어 그녀는 장난스러운, 혹은 훈훈했던 미소를 저버리고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를 내면서 이야기했다.
"우리 혜성이와 잘 지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지내주렴. 이 아줌마는 딱 이 정도까지만 할게."
"나도 그 정도만 바랄 뿐이란다. 지내다보면 싸울 수도 있고, 토라질때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둘의 모습을 보면 그마저도 잘 해결할 것 같구나. 그래. 앞으로 잘 사귀고...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아저씨에게 연락하렴. 얼마든지 도와줄테니까."
아람의 말을 들으면서 혜성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아이라면 정말로 괜찮겠거니 생각하며. 특별히 무슨 말을 하는 것 없이 그저 바라보면서 웃음소리만 내던 와중 화장실에 갔다온 혜성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셋이서 무슨 이야기 나눴어?"
분명히 뭔가 이야기를 하긴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혜성은 오자마자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얄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뭐하긴. 우리 아들 뒷담회 좀 했지."
"...네?"
"허허허. 원래 이런 곳에선 자리를 비우면 다 그런거야. 욘석아."
그 말에 혜성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정말로? 정말이야? 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눈빛을 아람에게 살며시 보냈다. 물론 저 분위기에 맞춰줄지, 아니면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할지는 아람의 자유였다. 하지만 적어도 혜성은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했는지, 정말로 빤히, 뚫어질 정도로 빤히 아람을 보고 있었다.
"...아니지?"
/ㅋㅋㅋㅋㅋㅋㅋ 많이 춥더라. 나도 내일은 어지간하면 집에 있어야겠어... 이러면서 또 나갈지도 모르지만!
아람이 제대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자 혜성은 당황하면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엿다. 끄응...소리를 내는 와중에 그는 괜히 물만 천천히 마실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식사는 끝이 났다. 이어 혜성은 그릇을 천천히 정리하려고 했다. 아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연스럽게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 아니었을까.
"아. 아람아. 내 방에 들어가있을래? 이거 정리 좀 도와주고 나도 갈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손님에게 일을 시킬 순 없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혜성은 아람에게 방에서 기다려달라고 이야기를 하며, 다시 제 어머니와 아버지를 도와 정리를 시작했다. 행주를 빨아 물기를 쭉 짜낸 후에, 천천히 테이블을 닦기도 하고, 찌꺼기를 쓸기도 하고... 그 행동 하나하나가 상당히 정성스럽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마치, 늘 그렇게 생활하는 것처럼.
아람이 방에 들어갈지, 아니면 그곳에서 혜성이를 기다릴지, 아니면 다른 행동을 취할지는 그녀의 자유였다.
좋은 아침이야! 이제 한 해가 또 시작되었구나!! 안녕! 아람주!! 새해복 많이 받길 바라고 올해도 잘 부탁할게! 음. 그리고 혹시나 아람주가 레스를 보거나 갱신해서 보고 있다면 잠깐만 시간을 내서 갱신해주길 바랄게! 동접일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는지라! 절대로 나쁘거나 불길하거나 그런 말은 아니야!
음. 이렇게만 말하면 뭔가 엄청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그냥 말할게! 다름이 아니고 그냥 신년에 이것저것 건들다가 AI로 대학생때의 혜성이나 아람이를 그냥 내 상상으로 개인소장용 짤로 만들어볼까 해서 만들었거든! 그런데 그 중에서 정말 예쁘게 잘 뽑힌 것이 있어서 아람주에게도 공유해줄까 싶어서! 딱히 스레에 공개적으로 올리기보다는 imgbb를 이용해서 아람주에게 보여줄까 생각하거든! 혹시나 AI에 거부감이 있거나 한다면 얼마든지 얘기해줘!
진짜 혜성이 너무 귀엽고 멋있고 핸섬하다........ 이게 내 앤캐라니 너무 가슴이 떨린다. 나도 AI 그림 만드는 법이나 배워볼까 진자 너무 잘 만들었는데 혜성주.............(눈물바다) 아람이도 너무 내 생각에서 나온 것처럼 아람이 같아서 너무 좋다. 엄청 예뻐 흑흑흑흑 둘이 대학생 때도 엄청 예쁘게 잘 사귈 것 같고 ;ㅁ; 아마 아람이 머리 허리까지 길렀다가 잘랐다가 반복할 것 같아 ㅋㅋㅋ 지금부터 기르니까 대학교 입할할때는 완전 장발일 것 같고~!~!
나도 AI는 잘 못 그리는걸! 사실 진짜 좋은 것은 커미션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말이야! 그것만큼 제일 확실하게 이미지를 부탁하는 방법은 없기도 하고! 저것도 사실 그냥 개인소장용으로 톡톡 해보다가 나온 거라서 와. 이건 나 혼자 볼 수 없다! 싶어서 아람주가 오길 기다렸지! 아무튼 아람이는 내 캐릭터가 아니니까 일단 내가 잘 살렸을지가 조금 불안했는데 아람주 마음에 든다고 하니 다행이야! 아람이는 공식 설정이 있으니 저 정도로 예뻐도 된다고 생각해! ㅋㅋㅋㅋ 앗. 그렇게 되는구나! 그렇다면 이미지와 비슷한 길이는 되려나? 일단 입학할땐 장발이라고 하니 말이야!
아닌데! 진짜 잘 만들었는데! 혜성이 삐죽이는 표정 너무 귀여운데 어떡하지. 역시 남츤이 진리야. 역시 츤데레가 최고야(최고야) 가장 좋은 것은 커미션을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름 자급자족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혜성이 대학교 입학할 때 머리스타일에서 점점 길러서 꽁지 머리 하게 되면 진짜 그것도 너무 매력 넘치겠지. 흑흑 아람이 혜성이 머리카락 단발쯤 되어서 꽁지머리 묶으면 끝에 툭툭 건들이면서 장난칠 것 같고...............(귀여워) 진짜 혼자 볼 생각하면 안된다 나도 보여줘야지. 그러니까 혜성주 칭찬해!(?) 공설 미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람이 ㅋㅋㅋㅋㅋㅋ 진짜 일대일이라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정말 수치스러울뻔 했어. 그래도 공설미인 아람이 너무 예쁘다!! 머리길이 이미지랑 비슷한 길이 될 것 같아! 나중에 혜성이가 아람이 머리 빗어주거나 묶어주는 거 보고싶다(사심)
사실 꽁지머리도 구현해보려고 했는데... 그건 AI가 이해를 못해서 그런지 만들지 못하더라. 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었어. 아앗...ㅋㅋㅋㅋ 어떤 느낌인지 절로 상상이 가는걸? 혜성이는 툴툴거리면서도 아마 계속 건들게는 해줄 것 같아. 이거 손잡이 아닌데 뭔 그리 건드냐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아람주도 보여줬는걸! 사실 아람주가 언제 올진 알 수 없었지만..(연초 끝나야 온다고 했으니) 그래도 레스 쓰면 언젠간 보겠지하고 남겨만 뒀어! 음. 사실 단체스레면...ㅋㅋㅋㅋ 그런 설정 함부로 할 수도 없는걸. 일댈이니까 일댈의 장점은 잘 살리는 것이 최고 아니겠어? 앗. 비슷한 느낌이구나. 그렇다면 대충 저런 느낌으로 생각해줄게. 머리를 빗어주는 것은 혜성이가 해줄 것 같은데 아마 묶는 것은 잘 못하지 않을까 싶어. 물론 아람이가 가르쳐준다면 익혀서 다음에는 자신이 묶어주고 그러겠지만 말이야. 사실 상판 하면서 이렇게 오래 앤캐를 유지해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괜히 기분이 좋네! 진짜 아람이는 단체스레가 아니라 1:1에서 만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 단체 스레에서 아람이 시트 나왔으면 엄청 경쟁 심했을 것 같아. 난 연플은 원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서 크게 막 목 메고 그러진 않는데... 괜히 마음 커지기 전에 어림도 없는 타이밍에 고백 때려서 차여서 그냥 마음 접는 경우도 있고... 아무튼 그런 느낌인데 아람이는 진짜... 내가 상판하면서 오랜만에 괜히 목을 매는 앤캐인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I녀석 이해를 못하다니!! 그렇기 때문에 아직 미술계는 사람의 손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인생이란 원래 타협의 연속이 아니겠어? 타협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시 돈이 필요하다는 걸까 ㅋㅋㅋㅋㅋ큐ㅠㅠㅠ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툴툴거리지만 만지게 해주는 혜성이 귀여워~! 아람이도 너무 귀찮게 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꽁지머리는 건들이고 싶은걸?! 애인 머리카락 만지는 것도 너모 좋은 것 아니겠어? 내가 너무 늦지 않게 와서 다행이다! ㅋㅋㅋㅋ 오랜만에 도파민 풀충전한 느낌이야! 머리 빗어주는 건 어떤 상황이 있어야 되려나. 역시 같이 살아야 하나?(네?) ㅋㅋㅋㅋㅋㅋ 아람이 샤워하고 나왔는데 머리 말리기 귀찮아아아 라면서 아람이가 징징거리면 혜성이 툴툴거리면서 머리 말려주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갑자기 드네! 역시 일대일의 장점을 잘 살려서 이렇게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물론 무통잠하면 끝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우리 둘 사이에서 경험적인 신뢰가 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오랫동안 같이 이어나갔으니까 말이야. 아무 말 없이 사라지지 않겠다는 그런 믿음 같은 거랄까? ㅋㅋㅋㅋㅋ 단체 스레에서 아람이 과연 인기 많았으려나?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기분은 좋은걸? 단체스레에서 만났어도 나는 혜성이 좋아했을 것 같은데? 어어어엄청 귀엽잖아~~~ 나도 이렇게 오래 앤캐나 일댈이 이어질 거라고는 상상 못해서 진짜 신기하고 그래! 현생 이해해주는 혜성주도 너무 고맙고!! 일대일이라 이렇게 느긋하게 현생 챙겨가면서 놀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진짜 지금이 4판째인거랑 벌써 750 레스가 넘었다는 건 진짜 신기하다! 조만간 5판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하는 기분?!
사실 AI는 그냥 어느 정도 인스턴트 같은 거라서 생각하고 있는지라! 정말 내가 원하는 이미지는 결국 돈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ㅋㅋㅋㅋ 언젠가 한번 커플 커미션 맡겨보고 싶네! 사실 지금도 돈은 충분하지만 여기다...싶은 곳을 아직 발견을 못해서 말이야! 원래 꽁지머리는 건드리고 싶고 톡톡 쳐보고 싶은 머리 스타일 아니겠어? 길게 묶은 것보다 그게 괜히 더 만지고 싶더라! 아무튼 혜성이는 아마 꽁지머리 해서 어깨에 살짝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스타일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어! 그러니까 단발머리보다는 조금 더 길지 않을까 싶네! 머리 빗어주는 것은.. 음. 글쎄.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할때가 아니면 잘 없긴 하지? 목욕탕이건 수영장이건 결국 탈의실은 다르니까 거기서 해줄 수도 없는 거고 말이야! 동거 이외에는 답이 없지 않나 생각이 들긴 하네! 아무튼 아람이가 그렇게 투정을 부리면 혜성이는 아마 예상한대로 한숨을 내쉬면서 드라이기 가지고 와서 말려주면서 "감기 걸리고 싶지 않다면 잘 말려. ...뭐, 정 말리기 귀찮으면 나에게 맡기던가. ...너 감기 걸리는 거 보는 것보다는 나아." 이렇게 약하게 툴툴거릴 것 같긴 해. ㅋㅋㅋㅋㅋ 무통잠이라. 이제와서? 라는 느낌이긴 해! ㅋㅋㅋㅋ 적어도 난 아람주가 바쁘긴 해도 말없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걸. 아람주는 아마 처음 볼때부터 내가 무통잠은 안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던가? 그랬던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아람주를 그만큼 믿고 있다! ㅋㅋㅋㅋㅋ 충분히 많았을 것 같은데? 아람이는 인기가 있을 법한 분위기와 요소는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다만 단체 스레에서는 뭔가 살짝 벽을 두는 느낌은 있지 않았을까 싶기는 해. 친근하지만... 뭔가 다가가려고 하면 살짝 뒤로 빠지거나, 벽을 살짝 만드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음. 나와 아람주는 사로 삽질을 했으려나. ㅋㅋㅋㅋ 나는 내 캐릭터에 대한 호의는 사실 잘 못 느껴서 말이야. 맞아. 일대일이니까 이렇게 느긋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도 가능하지. 맞아. 250레스 정도 남았네! 5판은...천천히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음. 사실 처음에는 그다지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오니까 진짜 둘 결혼시키고 싶은 욕심만 나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맞아맞아! 커미션.... 그거 어렵지. 나도 막 커미션 쪽에 지식이나 그런 게 없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그런 것 잘 몰라 크윽..... 나중에 커미션 하게 된다면 나도 꼭 보여줘야해~!!!!!(눈빛공격) ㅋㅋㅋㅋㅋㅋㅋ 맞아 꽁지머리는 왠지 짧을수록 건드리고 싶어져! 혜성이 길이 길게 유지한다고 하니까 머리 처음 기를 때 말고는 없는 레어한 상황인 거잖아~~!! 장발 혜성이 너무 예술가 같고 멋있따 그치? 막 생각나는 상황이 없다니까? 아, 그거 생각난다. 머리카락이 사물함 경칩 같은 것에 걸려가지고 아파하는데 혜성이가 와서 풀어준다거나(갑자기?) 혜성이 머리 말려주는 거 너무 자상해~!!!!!!!!!!!!!!! 아람이는 헤헤 웃으면서 고마워 할 것 같은데~ 속으로는 귀찮은 것보다 혜성이 머리 말려주는 게 좋아서 일부러 그런 것이겠지만! 이건 약계략이라고 봐야 하나? ㅋㅋㅋㅋ 하긴 이제와서? 라는 느낌이지 ㅋㅋㅋㅋㅋㅋ 내가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아마 없을 거야! 지금에 와서는 내가 무통잠 하게 되면 혜성주가 밤낮 가리지 않고 걱정할 것 같아서 절대 못할 짓일 것 같다는 그런 생각? 아마 나또한 그럴거야. 갑자기 혜성주가 말 없이 안 나타난다? 그건 뭔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게 분명해...!(무서움) 아! 나는 혜성주가 이전 일댈하는 것을 본 뒤에 신청한 거니까! 그거 보면서 왠지 혜성주는 무통잠 안 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었지~! 맞아맞아! 역시 혜성주~ 아람이를 거의 다 파악한 것같은데? 아람이 친하게 지내면서 벽치는 그런 느낌을 단체스레에서 과연 잘 살릴 수 있을 것인가(어려움) 단체스레라는 것은 역시 가정이니까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ㅋㅋㅋ 혜성주랑 같이 삽질하다가 단체 스레 끝날 때쯤에 우리 둘 중 한 명이 일대일 요청해서 분가(?)했을 때 모든 오해가 풀리는 것 아닐지 ㅋㅋㅋㅋㅋㅋ 아람이랑 혜성이 이 일댈에서도 삽질 엄청 많이 했다고 생각해 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재미있었지만! 맞아~ 5판은 천천히 준비해도 되지! 내가 전체보기해서 보니까 내가 이만때쯤 항상 바빠서 잘 못들어오더라고 ㅋㅋㅋㅋ 그래서 아마 5판도 시간이 걸릴 것 같고~ 둘 언제쯤 결혼하게 될까 ㅋㅋㅋㅋㅋㅋㅋ 엄청 오래 걸릴 것 같긴 해! 아마 결혼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결혼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생각보다 이르게 결혼할지도 모르겠고? 상상이 잘 안 간다. 이야기 흘러가다보면 결정나겠지! 혜성이는 둔감 츤데레캐라서 사귀기 직전까지 사귀는 것에 대해 잘 생각 못했을 것 같은데 혜성주는 언제부터 연플 생각했는지 궁금하네~! 레스 텀 늦어지거나 자러 갈 수도 있어서 사라지면 잘 갔겠거니 생각해줘!!
커미션을 넣는다면 당연히 아람주도 보여줄거야! ㅋㅋㅋㅋ 커플 커미션이면 당연히 아람주도 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 사실 처음보다야 기르는 거지. 아람이에 비하면 짧겠지만 말이야! 뭔가 머릿속으로는 아예 완전히 길게 해서 한줄기로 쭈욱 내리는... 그런 스타일도 좋지 않을까 싶지만 말이야. 포니테일이지만 포니테일이 아닌 그런 느낌으로! 앗...그거 진짜 아프잖아!! 아람이 우는 거 아니야? (동공지진) 당연히 혜성이가 옆에 있으면 깜짝 놀라서 잘 풀어줄 것 같아. 아프지 않았냐고 막 당황하면서 걱정하면서 물어볼 것 같고. 나중에는 그, 그런 상황에서 걱정 안하는 것이 이상하잖아! 그렇게 툴툴거릴 것 같은걸? ㅋㅋㅋㅋㅋ 약계략이라니. 아람이가 혜성이가 머리 말려주는 것을 바래서 그렇게 작정하고 한거라면 계략이 맞겠지. 물론 혜성이는 그게 계략이라는 것을 아람이가 말하기 전에는 눈치를 못 채겠지만 말이야. 무통잠을 하게 되면... 걱정을 한다고 해야할까. 아마 걱정할 것 같아. 정말 뭔가 큰일이 생겼구나..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그러니까 사람이 진짜 엄청난 일이 생기거나 불의의 뭔가를 당하면 스레에 올 수 없게 되니까... 그래서 스레 진행보다는 아람주에게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걱정하는 것은 있을 것 같아. 일단 나는 끝낼 때 끝내더라도 말은 확실하게 할 생각이야! 이전 일댈...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지! ㅋㅋㅋㅋ 그때 내가 특별히 뭘 했었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야. 아람이를 본 시간이 있으니 말이야. ㅋㅋㅋㅋ 사실 일상에서도 NPC들에게 대하는 거 보면 묘하게 벽을 치는 느낌이 있기도 했고! 뭔가..허락된 이들만 좀 더 가깝게 다가올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 음. 글쎄..ㅋㅋㅋㅋ 다른 이가 먼저 아람이에게 고백을 했을지도 모르지! 아마! 음. 그런데 아마 나는...분가 요청을 꺼내진 않았을 것 같아. 사실 단체스레에서 일댈로 나온 것은 연플이나 그에 가까운 진짜 특별한 관계일 때만 이야기를 꺼냈었거든. 아무런 관계도 아니거나 단순한 친한 친구라면... 음. 좋은 추억이었지! 하고 아마... 그냥 묻어뒀을 것 같아. 아람주가 만약에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면... ㅋㅋㅋㅋ 좀 많이 놀라기야 했겠지만 거절하지 않고 덥썩 잡았을 것 같네. 그러다가 이제 일댈 완전히 세워지고 독립한 후에 사실 관캐였다..이렇게 말했을 것 같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맞아. 하지만 그게 답답하기보다는 재밌고 귀여웠었어! 급하게 갈 건 없다고 생각해. 일단 중요한 것은 현실인걸! 결혼... 어차피 당장은 어림도 없고... IF 일상이나 썰로 푸는 것이 그나마 빠른 방법이겠지. 아무래도. 음. 일단 나는 20대 후반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우선 혜성이도 아람이도 자리를 잡아야 결혼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테니 말이야! 사실 이건 일상을 돌리다보면 언젠가는 나올 이야기라고 생각해.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말이지? 혜성이는 아람이를 무의식 중에 짝사랑하게 된 시점부터는 은근히 많이 상상을 했지만, 일단 한 걸음을 좀 고민하고 있었지! 나? 나는.. 음. 솔직히 시트 볼 때부터 연플 찍고 싶다! 라고 생각하긴 했었다! 그런데 그게 막 필사적이기보다는...와. 연플 찍으면 뭔가 재밌지 않을까? 라는 느낌으로! 정확히 언제부터..연플을 하고 싶었냐...라고 한다면 그건 잘 기억이 안 나네. 아마 봄 시즌 언제부터였을거야! 아람이가 생각보다 매력이 넘쳤지. 반대로 아람주에게도 똑같은 질문 던져볼게!
오예~~ 좋아~! 완전히 길게 기르면 아람이가 뒤에서 머리카락 땋으면서 장난칠 것 같은데 ㅋㅋㅋ 로우테일 말하는 거지? ㅋㅋㅋㅋ 아람이를 울려야하나! 찔끔 눈물 한 방울 정도는 나올수도 있지 않을까? 당황하고 걱정하는 혜성이 귀여워~~~~ 아람이 혜성이랑 사귀는 중이더라도 혜성이를 계속 꼬시기 위해서 매번 노력하지 않을까 싶고~ 어쨌든 불의의 무언가는 없길 바라야겠지! 에이 혜성주가 아람이를 너무 좋게 보는 거라니까? 단체 스레에서 삽질하다 끝나면 내가 아쉬워서 혜성주한테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고? ㅋㅋㅋ 역시 20대 후반이 적절하겠지~! 일상 돌리다보면 더 감잡을 수 있을 것 같고~~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혜성이 은근히 상상도 하고 그랬단 말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좋아하는줄 모르는 것도 대단하잖아 ㅋㅋㅋㅋ 귀여워ㅋㅋㅋㅋㅋㅋ 나는 혜성이 시트 봤을 때부터 좋았으니까~ 계속 일상 이어가면서 점점 더 좋아했지~! 그냥 둘이 같이 있으면 사귀지 않더라도 풋풋하고 좋아서 일상 돌리면서 너무 즐겁고 그랬다! 지금도 재미있고! 혜성주도 오믈 하루 힘내기야~~!
좋아! 집이다!! 아람주는 잘 보내고 있을까? 아직 하루를 보내는 중이라면 잘 보내길 바랄게! 아무튼 로우테일과 비슷하다면 비슷할지도 모르겠네! ㅋㅋㅋㅋㅋ 약간 다른 것 같지만 그래도 이미지로는 비슷한 것 같아! 아앗..아람이를 울리면 어떡해! 8ㅁ8 하지만 아람이도 혜성이가 비슷한 상황이라면 당황하고 걱정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사귀는 중에도 계속 꼬시려고 노력한다니. 대체 얼마나 혜성이를 자신에게 푹 빠지게 하려는거야. ㅋㅋㅋㅋ 뭔가 이렇게 보면 아람이느 완전히 혜성이를 제 색으로 물들이려고 살짝 소악마처럼 움직이고 있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 그 말은 그대로 돌려줘야겠는걸? 아무튼 아람주가 신청한다라. 그건 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했겠지만...아무튼 지금은 1:1로 만나서 잘 즐기고 있으니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 아무래도 누가 되었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무의식 중에라도 좋아하게 되면 조금씩 상상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입덕부정기라는 것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니 말이야! ㅋㅋㅋㅋㅋ 사실 사귀건 안 사귀건 풋풋하고 귀엽고 잘 어울리고 썸타는 것도 재밌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이렇게 길게길게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역시 캐릭터 조합이 진짜 너무 잘 짜였어. 최고야! 아무튼 돌아와서 갱신이야!
아람은 혜성의 반응에 작게 키득키득 웃을 뿐이었다. 어느새 식사 시간은 끝이 났다. 아람은 혜성이 식기를 정리하는 것을 보고서 눈치껏 자기 식기를 정리하며 도왔다. 물론 어설펐겠지만 말이다.
"응. 알겠어."
하지만 왠지 방해만 되는 것 같아서 혜성의 말에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렇다고 혼자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뒤로 물러나서 물끄럼히 그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보고 배웠다가 다음에 올 때가 있으면 그 때는 조금 능숙하게 도울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뭔가....... 일반적인 화목한 가정이란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신은 집에서 뭔가를 먹는다고 한다면 보통 혼자 먹는 일이 많았으니까. 어머니와 같이 식사를 한다고 해도 도우미 아주머니가 차려주신 식사를 하고, 식사를 마치면 정리는 아주머니의 일이셨고.
물론 아람은 자신의 집이 다른 집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별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왠지 이렇게 눈으로 보는 건 조금 새삼스럽게 다가오긴 했다. 한쪽 머릿속으로는 이런 상황도 이런 미묘한 감정도 나중에 연기할 때 써먹어야지 하는 삭막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했지만.
오랜만에 답레도 갱신! 그렇다고 일이 다 풀린 건 아니지만. 본격적으로는 2월 중순부터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아람이... 우는 일이 별로 없어서 울리고 싶은 느낌이지. 울 일이 생겨도 꾹 참을 것 같고 잘 참을 것 같아서...? 물론 아람이도 혜성이가 비슷한 상황이면 당연히 걱정하지! 혜성주의 생각처럼 아람이는 혜성이를 꼭 잡고 안 놔주려고 생각하고 있지~ 마치 거미줄을 치는 것처럼 말이야(?) 마음속에 불안이 많아서 생기는 무의식적인 그런 것이긴 하지만 ㅋㅋㅋ 단체 스레는 만약의 얘기니까 사실 그때가 되면 다를 수도 있고 이미 스레 내에서 연플 했을지도 모르는 거지~ ㅋㅋㅋ 혜성이의 입덕 부정기ㅋㅋㅋㅋㅋㅋ 귀여워~~ 온천여행 무사히 잘 다녀왔구나~! 이번 주말도 푹 쉬길 바라!
아람이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동안 혜성은 정리에 좀 더 집중했다. 그녀가 보고 있다는 것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있는지 정리를 집중하는 혜성은 정말로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한 후에, 싱크대의 물을 이용해서 자신의 손을 씻었다. 그러다가 뒤로 돌아본 후에야 아람이 아직 방에 들어가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까, 깜짝이야. 안 들어갔어?"
"아까부터 쭉 우리 혜성이 뒤를 보더라. 혜성이는 좋겠네."
"아. 진짜!"
제 어머니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혜성은 괜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아람에게 다가간 혜성은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또 제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알 수 없었기에 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빨랐다. 물론 부엌에서 그의 방까지는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에 빨리 걷는다고 한들, 고작 몇 초 빠르게 도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어머니가 네가 진짜 마음에 드는 모양이야. 하아. 다 좋은데 놀리는 것만 조금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아니. 뭐, 딱히 부끄럽다는 것은 아니니까 착각은 하지 말고."
괜히 작게 툴툴거리면서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눈동자를 살짝 옆으로 돌리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 그래도... 오늘 와줘서 고마워. ...그... 뭔가, 뭔가... 적어도 한 쪽 부모님에게는 연애하는거, 인정받은 기분이기도 하고. ...아니. 물론 인정 안해줘도 너랑 사귈 거지만... 아. 대충 알아들을 수 있지? 우리 하루이틀 보는 거 아니니 말이야!"
/2월 중순 말이지? 오케이! 확인했어! 하지만 아람주의 현생이 많이 바쁘다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다!! 아앗...ㅋㅋㅋㅋ 아람이를 울리면 어떡해!! 아람이는 행복하게 웃는 일이 많아야하는데 말이야!! 뭔가 울 일이 있어도 꾹 참는 것이 조금 안타까워... 언젠가 아람이가 정말로 펑펑 우는 모습..이렇게 되니까 뭔가 보고 싶기도 하고... 아앗...거미줄을 쳐서 꽉 붙잡고 있는거구나. 뭔가 아람이의 독점욕이 조금씩 솟아오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 물론 그것도 매력적이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맞아. 아람이..은근히 마음 속으로 불안함이 있긴 하니까 말이야. 혜성이가 정말로 노력해서 아람이의 마음 속 그 불안함을 치유하도록 해야겠어! 그런데...혜성이도 은근슬쩍 거미줄을 치고 있을지도 모르지! 혜성이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은근히 독점욕이 조금 강한 편이니까 말이야. 아람주도 마찬가지로 오늘 하루...쉬고 있다면 잘 쉬길 바라고 아직 바쁜 현생 중이라면 화이팅이야!!
혜성이 놀라자 아람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답했다. 보고 있는 줄 몰랐던 걸까?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혜성이 어머니가 혜성을 놀리는 말에 아람은 작게 웃다가 혜성의 손에 이끌려 혜성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그래도 잘 보인 것 같아서 다행이다."
물론 친절하게 대해주셨지만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는 모르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오랫동안 본 혜성의 말이라면 믿음이 갔다. 배시시 웃으면서 조금은 안도했을까.
"알지. 나도 초대해 줘서 고마워. 너희 부모님께서 편하게 대해 주셔서 나도 어려운 거 없었는 걸. 오히려 너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아. 방도 구경해보고?"
아람은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한 쪽 마음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혜성의 눈에는 우리 집은 어떻게 보일까? 아람도 스스로의 가정환경이 그리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왠지 모를 비교 심리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어두운 마음일지도 모른다.
"나도 다음에 어머니께 네 얘기를 꺼내봐야겠어. 기회 된다면."
아람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새삼 혜성이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하게 사랑을 주었던 돌아가신 할머니, 쓰레기 같은 친부에게 어릴 적 받은 학대, 그리고 아직 어색하고 어려운 어머니와 크고 외로운 집에 대해서. 혜성의 덕분에 용기를 내어 할머니의 봉안소를 찾아가고 친부를 끊어내고 어머니와의 관계도 진전되었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자신이 결함있는 인간이 아닐까 생각하곤 하는 것은 오래된 습관 같은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라고 해서 제 부모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오늘 본 모습으로만 따져본다면 싫어하는 기미는 없었고 오히려 앞으로도 한번씩 데리고 오라고 자신에게 요청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물론 그것까지 모두 말을 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웠기에 혜성은 그 사실까지는 굳이 입에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그, 그렇다기보다 내 방은 딱히 별거 없거든?!"
자신이 엎어뒀었던 사진이나 근처에 장식된 인형들을 살짝 눈에 담으며 혜성은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툴툴거렸다. 하지만 이내 그는 다시 아람을 제대로 바라봤다. 다음에 어머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겠다고 말을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어느 정도 망설이는 듯한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혜성은 괜히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뺨을 긁적였다. 그리고 이내 그는 그녀를 약하게 끌어안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그렇게 조용히 있던 그는 그 상태에서 그녀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네가 편할 때 그렇게 해. ...뭐, 나도 소개받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소개해달라는 것은 절대로 아니니까. 무엇보다... 딱히 인정 안해줘도 너하고 사귈 거니까."
크리스마스때의 말. 거짓말 아니야. 그렇게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하면서 혜성은 숨을 괜히 약하게 내뱉다가 다시 그녀를 놓아줬다. 이어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괜히 쑥스러워하는 얼굴을 보이면서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조금만 더 있다가 나가자. ...일단 부모님에게 소개는 해줬고 계속 집에 있기에는 우리 부모님 눈치도 보이니 말이야. ...다음에는... 부모님 없을 때 초대해줄게. 아! 네, 네가 괜찮다면 말이지만!"
어차피 한 번 집으로 초대했으니 두 번 초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남자친구와 단 둘이서 집에 있는 것은 조금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시선을 회피했다.
/늦잠 자버렸어...나...(주륵) 요즘 좀 피곤했나... ㅋㅋㅋㅋㅋ 아마 그때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은데. 물론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행복해서 우는 모습은... 나도 보고 싶긴 한데 그건 혜성이도 울려보고 싶은 느낌이야. 물론 그게 마냥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행복해서 웃는 경우가 아무래도 좀 더 많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 다 서로를 놓아줄 생각이 없으니 말이야. 둘 다 독점욕 은근히 좀 있는 것이 원인이려나. 하지만 생각해보면 독점욕이 있어도 딱히 다른 사람 피해는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또 좋네. 아무튼 아람주도...오늘 하루 잘 보내기야!
늦잠 잤다는 거 좋은 거 아니야? 주말이잖아ㅋㅋㅋ 늦잠 잘 수도 있지~! 우는 혜성이? 보고싶은데?! 하지만 잘 상상이 안 돼! 근데 보고싶다! 둘이 서로 안 놓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서로 상처입히거나 피해입히거나 하지 않아서 좋다 히히 그래서 이 커플이 귀여워~ 오늘 하루..... 힘낼게.......! 답레는 처어어언천히 줄겡! 고마워~
흑흑. 그래도 보통은 8시에 일어나는데 오늘은 10시 넘어서 일어났어..8ㅁ8 밥 먹고 뭐하다보니 벌써 11시 30분이 넘어버렸는걸! 내 하루... 우는 혜성이..음. 글쎄. 뭔가 엄청 서러운 일이 있었고 그것을 꾹 참는데 아람이가 토닥토닥해주면 바로 울지 않으려나. 원래 잘 안 우려고 하는 이가 누가 토닥여주면 엄청 터져버리니 말이야! 아앗...ㅋㅋㅋㅋㅋ 맞아. 독점하려고 하지만 막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대를 억압하려고 하지 않는 그런 것이 좋아. 다른 이들의 관계나 일상은 충분히 배려하고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너의 1번은 나였으면 좋겠다. 나여야만 한다. 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정말로 둘이서 동거를 할진 아직 모르겠지만 한다고 한다면... 적어도 싸우는 일은 잘 없겠네! 답레는 정말로 천천히 줘도 괜찮고 잡담을 나누고 싶다면 얼마든지 남겨줘!! 하루 화이팅!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푹 자는 건 필요하니까~ 요즘 많이 피곤했나보다 요즘 일이 많은거야? 혜성이 서러운 일 있다가 아람이 토닥임에 터지는 거 너무 귀여워.... 귀엽다.... 귀여워.....ㄱㅇㅇ..... 하지만 서러움 일 따위는 없었으면 좋겠지만 큭.... 아람이의 1번..... 혜성이라고 하고 싶지만 아람이를 생각해보면 사랑에 올인하는 스타일은 또 아니라서 애매한 거같아. 무언가를 위해서라면 혜성이를 끊어낼 수도 있는 비정함 같은 게 있을 것 같음. 막 상상은 잘 안 되지만. 조금 이기적인 면도 있어서 언젠가는 혜성이를 상처입힐 때도 있을 것 같기도하고? 혜성이와의 다툼은 학창 시절때는 적을 것 같은데 오히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삐걱거림이 생길지도 모르겟다는 그런 생각? 곧 출근하늠거 너무 싫다 살려줘......
일이 많은 것은 아니야! 그냥 전날 늦게 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혹은 요즘 취미로 시작했다가 좀 본격적으로 시작한 부업이 있기도 해서... 그것때문에 조금 피곤한 것일수도 있고! 정확히 뭔지는...알려주면 바로 익명성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알려줄 순 없지만 말이야. (눈물) 서러운 일은 아마 어지간하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애초에 정말로 사랑에 올인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혜성이도 아마 그러지는 못할 것 같은걸. 결국 사회생활이건 사회를 살아가다보면 연인을 조금 뒷전으로 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도 혜성이는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신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욕심은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럼에도 아람이는 혜성이를 자기 옆에 두고 거미줄로 꽁꽁 묶어두려고 하는 거잖아. 이런 이기적인 모습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사회생활 때 싸움이라. 그런데...오히려 나는 전혀 아무런 싸움도, 의견 다툼도 없는 이들이야말로 진짜로 위험한 이들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어느 정도 다툼이 있는 것이 좀 더 건강하고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 그러니까 꼭 말싸움을 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의견대립이라던가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것은 조금은 있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을 하기도 하고... 아앗...일요일 출근...(토닥토닥) 힘내라! 아람주!
일이 많은 것은 아니라니 다행이다~! 부업 열심히 하고 있구나 멋있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않고 힘내기야! 하긴 살다보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오너의 농간으로 둘이 찢어놓아서 울고불고하는 거 보고싶다(나쁜 오너) 일반적으로 사랑에 올인하는 것은 어렵긴하지~ 혜성이의 1위였으면 좋겠다는 욕심과 아람이의 그렇지 못한 성정이 긴장을 유발하고 뭔가 갈등으로 나타나게 되면 재밌을지도(?) 그렇지. 하지만 그건 비뚤어진 자기애의 무의식적인 표출일지도 모르겠어. 나에게 얘가 필요하니까 본능적으로 감아두는 무언가일지도? 그렇다고 해서 아람이가 혜성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아람이는 조금 꼬여있는 게 있긴 해. 그게 극단적으로 가게 되면 지난번에 얘기한 얀데레 에유 아람이가 나오는 것이겠지만? 맞아 서로 다투고 싸우고 화해하고 하는 모습도 보고싶다~ 얘네들 왠지 싸워도 건강하게 싸울 것 같가도 하고 이상하게 난장판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ㅋㅋㅋ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일하기 싫어 살려줘.......(농땡이)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야기가 순식간에 너무 시리어스해지잖아!! 어..그런 것은 AU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센티넬버스에서 정말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아람이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혜성이는 자신을 늘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보이던데... 물론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꼬여있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막 엄청 심각하고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적어도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보면 사춘기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뭔가 이것저것 다 가지고 싶어하는 그런 모습의 발현이 아닐까 생각이 들거든. 물론 내가 심리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라서...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냥 적폐 캐해다! 얀데레 AU 아람이...ㅋㅋㅋㅋ 그거 본편에서도 나올 수도 있게 되는거야? ㅋㅋㅋㅋㅋ 뭔가 무서울 것 같지만 그래도 보고 싶기도 하고... 적어도 혜성이는 막 아람이 상처 입을까 싶어서 어느 정도 말을 아끼지 않을까 싶어. 하지만 그러면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은 물러서지 않을 것 같고... 그러다가 조금 거리를 두고 머리 좀 식히자고 먼저 이야기를 하고 먼저 자리를 비우게 될 것 같고...ㅋㅋㅋ 그게 또 오해가 되려나. 으악...아람주...(토닥토닥) 화이팅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정사에서도 일이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잖아? 물론 그럴 일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ㅋㅋㅋ 다음에 울고불고 하는 에유를 해봐야하나~ 맞아. 아람이는 자신은 딴 짓을 해도 혜성이만은 자신만 봐주고 자신을 츼우선으로 하길 바라는 욕심을 가지고 있지. 겉으로 막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하긴 아람이는 사춘기이니까 (끄덕) 혜성주 말도 맞다고 생각해. 원래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이니까! 얀데레 에유 아람이가 나올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긴 한데ㅋㅋㅋㅋㅋㅋ 에유에서 혜성을 만나지 못하고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아람이(유명하고 돈 많음)가 우연히 혜성이 아람이에 대해서 통찰력 있는 코멘트를 하는 것을 듣게 되고, 그것에 꽂혀서 이 사람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으로 납치감금(?) 뭐 이런 느낌 아닐까? 아람이 싸우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 상황에 던져뫄야 알것같아ㅋㅋㅋ 혜성이는 고집있고 말을 아끼는 편이구나! 왠지 혜성이 다워!
아람은 혜성이 보증한다는 말에 맘편히 웃었다. 방에 별 것 없다는 것보다는 뭔가 "너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된 게 좋은 거지." 아람은 혜성에 대해서 점점 더 알아가고 싶었다. 혜성이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처럼 말이다. 아람은 혜성이 끌어안자 얌전히 그 허리에 손을 두르며 마주 안았다. 따뜻한 품이나 조곤한 말이나 아람의 마음 속에 있는 불안을 조금씩 녹이는 것 같았다.
"응. 알겠어. 고마워."
아람은 혜성이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혜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혜성이 몸을 떼어내자 자연히 떨어지면서 혜성의 말을 듣고는 답했다.
"그러자. 다음에도 초대해줘. 전에 우리집도 왔었잖아."
아람은 전에 비오는 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아람은 혜성의 손을 꼭 잡았다.
뭔가 상황적으로는 여기서 끝을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막레로 받을게!! 일단 여기서 마무리를 짓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말이야!! 어쨌건 아람이를 부모님에게 소개하기는 성공했다! 와! 바쁜 와중에도 일상 돌린다고 수고했어!!
ㅋㅋㅋㅋㅋ 그건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뭔가 이 둘은 본편에선 너무 시리어스하게 돌아가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오너의 욕심이 있긴 해! 물론 흐름에 따라서는 달라질수도 있겠지만...사실 잘 상상이 안 가는 것이 사실이야. 이렇게 설명을 들으면 아람이는 뭔가 막 엄청 깊게는 아니지만 애정을 갈구하는 것이 있어보여. 확실히. 그래서 자신을 좋아해주는 혜성이를 잃고 싶지 않은 거고, 그와 동시에 사회나 다른 곳에서도 자신을 인정하고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이것도 저것도 다 차지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말이야. 아무래도 본편에선 힘들겠지! 실제로 나와도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고 말이야. 아앗...ㅋㅋㅋㅋ 혜성이. 그냥 별 생각없이 툴툴거리면서 한 말 때문에 갑자기 감금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람이에게 붙잡히는거야? ㅋㅋㅋㅋㅋ 거기서는 혜성이가 좀 반항을 많이 할 것 같은데. 딱히 아람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관계도 아닌데 하루아침에 감금된거니 말이야. 아무래도 상황에 따라서 사람의 모습은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일단 혜성이는 상처주는 말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야. 아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 같네!
와아아아 소개 성공! 혜성주도 일상 같이 돌리느라 수고했어~ 기다려준것도 너무 고맙고~ 물론 평일에는 또 못들어올것 같긴 한데.....(흐릿) 하긴 우리 주제는 청춘일상이니까! 시리어스한 것이 들어가기에는 알맞지 않은 편이긴 하지! 둘이 꽁냥꽁냥하게 재미있게 지내다가 결혼하면 되는 것이다! 아람이 확실히 애정결핍에 인정욕구가 강한 것 같아. 역시 혜성주가 아람이를 잘 안다니까? 욕심도 많아서 노력도 열심히 하는 편이긴 하지. 왠지 최정상급 탑모델 아람이와 포토그래퍼 혜성이랑 여러번 같이 작업하다가 혜성이 작업하면서 한 코멘트에 꽂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개연성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ㅋㅋㅋ 혜성이 커리어의 정점에서 뜬금없이 납치ㅋㅋㅋㅋㅋㅋ 왠지 슬픈데 웃겨. 혜성이 반항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혜성이 습격당해서 눈을 떴는데 넓고 깔끔하게 꾸며진 방안 침대에서 깨어난 거고 옆에 커다란 창으로 보니 최고층 뷰인데 거실로 나가는 문이 쇠창살인... 근데 헤성이 깨어난 것을 본 아람이 소피에 앉아있다가 다가와서 쇠창살 너머로 묻는 거지. "최 작가님, 혹시 황제 감금 당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으세요?" 하면서 생긋 웃는데... 나라면 꿈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 ㅋㅋㅋㅋ 다음 일상 뭐할지도 미리 정해둘까?
나야 사정만 이야기해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ㅋㅋㅋㅋ 음. 괜찮아! 현생이 중요한 법이니까! 아람주 현생 화이팅이야! 시리어스한거..가끔은 나올 수도 있지만 그게 너무 메인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은 있어! 하지만 이것도 흐름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 법 아니겠어? ㅋㅋㅋㅋ 청춘일상이라도 조금 어두운 이야기는 나올 수 있으니까! 앗...ㅋㅋㅋㅋㅋ 아니야! 아람주가 워낙 아람이에 대해서 묘사를 잘해주니까 나도 알 수 있는 거 아닐까? 일단 노력을 많이 한다는 것은 칭찬받고 인정받을 것이 맞다고 생각해! 아앗...ㅋㅋㅋㅋㅋㅋㅋ 어..그럴싸한걸! 확실히 그게 그나마 개연성이 있어보여! 혜성이 입장에선 더욱 어리둥절할 것 같아. 사진을 찍은 모델일 뿐인데 갑자기 자신을 감금했으니 말이야. 고작 사진 한번 찍었을 뿐인데? 라는 생각으로 현실도피를 할 것 같아. 그래도 혜성이를 딱히 묶어두지는 않는구나. 보통 얀데레면 항상 침대나 의자에 묶어두는 일이 많던데 말이야. 거실로 나가는 문이 쇠창살이라고 하면 혜성이가 순간 어지러움을 느낄 것 같아. 그리고 아람이가 쇠창살 너머에서 그렇게 물어보면 이게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해할 것 같아. 그리고 아람이를 바라보면서 "장난치지 말고 이거 열어주시죠." 라고 정중하게 요청할 것 같아. 아마 그때까지는 그냥 장난이겠거니 생각할 것 같아. 사무실에서 몰래 장난을 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막 방에 설치된 몰래카메라 있나 싶어서 찾아보고 말이야. 어쩌면 방송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다음 일상...미리 정하는 것이 좋겠지! 이번 일상이 새해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거든. 그렇다면...이번엔 같이 새해를 맞이하는 그런 일상은 어떨까? 1월 1일전에 종치는 곳에 있는다던가 식으로 말이야! 혹은..AU로 저 얀데레 아람이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사정이라는 게 다 일때문이라는 점이 슬플 뿐이야 ㅋㅋㅋㅋㅋ... 이야기가 흘러가다보면 또 어떤 내용이 나올지늠 모르는 법이니 그렇긴하지! 그래도 불편한 점이 잇으면 언제든 얘기해주기야! 고작 사진 한번 찍었을 뿐이면 안 그랬지만 그래도 멏 번은 같이 작업 해보지 않앗으려나? 현실 도피ㅋㅋㅋㅋㅋㅋ 나이는 한 스물 일곱여덟 정도가 괜찮지 않을까 싶고. 혜성이 반응 너무 현실적이야 ㅋㅋㅋㅋ 이거 방송 아니야? 같은 거 큐큐 같이 새해 맞이 좋다! 그럼 1월 1일부터 고3인 건가? 불쌍한 아이들.... 그럼 고3 올라가기 전에 얀데레 에유 해보는 것도 재밌을지도 모르겠어~! 혜성이 무의식중에 뱉은 아람이에 대한 통찰력있는 발언이 무엇이 좋을까 정도만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고?
원래 현생이라는 것이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어...그래서 슬프다! 8ㅁ8 적어도 난 지금까지는 그런 것이 없었어! 아람주도 혹시나 불편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얘기해줘!! 확실히..그럴려나. 하지만 아무래도 카메라맨과 깊은 관계가 있거나 하진 않을 것 같으니까... 혜성이 입장에선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아. 그럼 나이는 27살 정도로 하자! 아앗...ㅋㅋㅋㅋㅋ 보통은 자신이 감금되었다고 믿긴 힘들지 않을까? 이걸 진짜로 하는 이가 있다고?! 라는 느낌으로 어버버할 것 같은걸. 1월 1일부터 19살...이지? 고3... 흑흑. 하지만 애들이 나이를 먹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말이야! 음. 혜성이라면... "웃고 있지만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정말로 찍히고 싶은 것인지, 찍어주는 것이 맞는지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해.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한다면,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한다면... 더욱 행복하게 웃지 않을까?" 정도의 말을 했을 것 같기도 해.
나도 불편한 점 없었으니 오케이야~ 언제든 얘기할테니까 걱정 말구~ 아무래도 업무적인 관계이지? 모텔과 포토그래퍼는 아무래도 커리어를 위해 공생하는 그런 느낌이라~ 내 생각이지만. 나이는 오케이~ 1월 1일부터 고3! 물론 겨울방학 때부터 아람이는 열심히 공부했겠지만 물론 혜성이도! 오, 뭔가 촬영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 혜성이랑 다른 스텝이랑 술깨려고 바람 쐬러 나왔다가 지나가듯 한 말을 아람이가 우연히 들었을만한 느낌...! 확실히 그정도면 아람이한테 메시지가 꽂혔을 것 같은걸? 그럼 선레 부탁해도 될까? 장소는 방금 말했던 대로 초고층 호화 오피스텔 같은 방에다 욕실은 방에 딸려있고 웬만한 생필품은 다 갖춰져 있는 방인데 거실로 나가는 문이 쇠창살로 되어있는 그런 구조야! 호텔방 같은 느낌도 들고. 넓고 창이 커서 밖의 도심이 한 눈에 보이는 그런 느낌으로~ 시간대는 원하는 대로 설정해도 괜찮을 것 같아. 납치는 불시에 모르는 사람이 덥쳐서 뭔가를 들이마셨더니 쓰러졌다거나~
그렇다면 다행이야! 서로서로 잘 이야기하는 쪽으로 가자!!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 업무적인 관계이고 깊은 관계는 아닌 무언가! 사실 일반적으로는 그러지 않을까 싶어. 거기서 더 친해지고자 한다면 친해질수도 있겠지만...혜성이도 아람이도 딱히 그런 느낌으로 발전은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적어도 저기서는 말이야! ㅋㅋㅋㅋㅋ 딱 그런 느낌이 맞을 것 같아. 혜성이는 당사자가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 같고, 정말로 짧게 흘러가듯이 한 말이라서 아마 의식도 하지 않았겠지만... 세상에...생각보다 좋은 방이야! 다시 설명을 들어봐도 말이야! 아무튼 선레는 천천히 써볼게! 일단 밤에 걸어가는데 누가 뒤에서 손수건으로 기절시켰다고 하면 좋을지도 모르겠네!! 덮치한 것은...역시 아람이인쪽이 좋으려나? 잇는 것은 나중에 천천히 이어도 돼!
오래 같이 일한다고 해도 업무적인 것은 업무적인 것이니 말이지~ 그정도 관계가 적당한 것 같아~! 선레는 천천히 써줘~~ 오늘은 방탕하게(?) 놀 생각이라 답레는 줄 수도 있고 못줄수도 있고 그렇다! 기절시킨 사람은 아람이가 고용한 사람일 걸? 아람이 힘쓰는 일은 스스로 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전문적인 일은 역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편이라(?)
혜성은 천천히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낯선 공간이었다. 이곳은 대체 어디인가.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인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그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당황스러움이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으며, 애초에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분명히 어제 회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뭔가를 당한 기억이 있었지만, 그게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치 머릿속이 안개로 가득 찬 것 같은 기분에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일단 완전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치 호화 오피스텔 같은 방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있을 것은 다 있고, 욕실도 방에 딸려있는 등... 보통 호화로운 곳이 아니었다. 시설이나 분위기만 해도 자신이 사는 집보다 훨씬 좋은 곳이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거나, 안에 누가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라도 그는 천천히 발을 옮겼다. 하지만 순간, 그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문이 있어야 할 곳에 쇠창살이 있었다. 마치 감옷인 것처럼. 당황하며 혜성은 빠르게 달려간 후에, 그 쇠창살을 잡고 강하게 흔들었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여보세요!"
뭐지? 뭐인거지? 당황하며 그는 두리번거리면서 다른 곳에 문이 없는지 확인했으나 보이는 것은 오직 창문 뿐이었다. 도시 풍경이 한눈에 보이긴 했으나, 그곳으로 뛰어내릴 순 없었다. 그야말로 죽을테니까. 전화기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했으나 전화기도 없었다. 말 그대로 나갈 방법이 전혀 없는 공간 속에서 그는 당황하며 다시 쇠창살을 잡고 흔들었다.
혜성이 쇠창살을 흔들며 큰 소리를 낼 즈음에 아람은 잠에서 깨어났다. 해가 밝아오는 새벽이었다. 혜성이 내는 소리를 듣고 깬 것이었지만 불쾌감이나 그런 것은 없었다. 혜성이 낼 만한 여러 반응 중 하나였으니까. 아람은 실크 잠옷인 채로 문을 열고 나왔다. 거실을 중앙에 두고 마주보는 방이었기에 쇠창살을 잡고 있는 혜성은 눈을 부비며 나오는 아람을 바로 볼 수 있었을 것이었다.
"최 작가님. 일어나셨군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혹시 불편한 점은 없으시고요?"
고개를 모로 기울이는 아람의 모습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평안한 모습이었다. 세팅된 모습으로만 만났던 지난 날들과는 달리 연갈색의 긴 머리카락은 웨이브져 길게 흐트러져 있다거나 잠옷 차림의 모습이라는 게 평상시와 다른 점일까? 아니면 그 사이에 놓여진 쇠창살이 아니었다면 어느날과 다를 바 없는 촬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번 컨셉은 침대 광고라도 들어왔나 하고.
"하긴 그렇게 잠드셨으니 긴장되서 일찍 깨셨을 것 같긴 하네요."
평온한 모습으로 아람은 쇠창살 가까이로 다가갔다. 물론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안전한 거리까지 말이다. 누군가를 납치한다는 것이 꽤나 오랫동안 계획한 것처럼 잘 준비되어 있었다. 혜성을 납치해야겠다 생각한 이후로 시간을 들여 좀 더 꼼꼼하게 준비를 마치기도 했다. 혜성의 사이즈에 맞는 옷을 좀 더 구비하고 혜성의 일정을 파악해두고 어디에서 납치를 할 것이며 누구를 고용해서 시킬지까지도. 손수 하나하나 준비한 것이었다.
/나름 아람이의 계획이 있지. 아람이잖아? 우발적인 범죄보다는 계획적인 범죄에 더 어울리지 않아? (혜성주:네?)
생각도 못한 이가 쇠창살 너머에서 나오자 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저기에 아람 씨가 있는 거지? 그리고 왜 잠옷 차림이야? 여기 진짜 어디인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문아람. 최근 모델계에서 뜨고 있는 인기모델인 그녀와 이곳에서 마주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것을 넘어서서 태연히 자신에게 몸은 괜찮냐고 묻는 것이 더욱 당황스러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짓다가 겨우 대답했다.
"아, 아픈 곳은 없는데. 아니아니! 그보다 여기 어디에요?! 왜 저와 아람씨가 여기에 있는 거예요?!"
혹시 아람도 이곳에 자신처럼 갇힌 것일까? 물론 누가 가뒀다고 말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현 상황으로 봤을때 자신은 누군가에 의해서 갇힌 것은 분명했다. 이 쇠창살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람이 너무나 태연하다는 것이 그의 눈엔 이상하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왜 실크 잠옷을 입고 있고, 왜 태연하게 묻고 있는가.
"...왜 평온해요? 왜?"
마치 자신이 어떻게 잠들었는지 알고 있다는 말투. 그리고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 더 나아가 아슬아슬하게 닿을듯 말듯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그는 한가지 가능성에 도다를 수 있었다.
여기가 자신의 집이라는 말에 혜성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지금 저거 농담으로 하는 말일까? 진담으로 하는 말일까? 애초에 왜 개인의 집에 이런 쇠창살이 있는거고, 자신이 그녀의 집 안에 있는 이 쇠창살 너머에 갇혀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할래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그녀의 눈웃음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순간 심장이 살짝 뛰긴 했으나 그는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방송이 아니라니. 아람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고 있긴 하세요?!"
카메라 같은 것은 없다고 하면서, 태연하게 웃으면서 풀어줄 생각이 없다는 그 말. 그리고 실제 상황이라는 그 말에 혜성은 섬뜩함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방송이 아니고, 실제 상황이고, 풀어줄 생각이 없다. 그 말은 지금 자신을 이곳에 가둔 이가 아람이라는 것이 아닌가. 이어 그는 이를 꽉 깨물고 쇠창살로 간 후에 그 쇠창살을 계속 흔들었다.
"장난치지 말고요! 이거 여세요! 지금 당신의 말이라면 당신이 절 여기에 가뒀다는건데... 무슨 짓을 한건지, 무슨 말을 한건지 이해는 하는 거 맞는거죠?!"
쾅, 쾅, 쾅, 쾅. 불규칙적으로 창살을 흔드는 소리가 강하게 울리긴 했으나, 그 소리는 점차적으로 줄어들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혜성의 체력이 무한하게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결국 그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뭔데요. 뭔데 왜 저를 여기에 가둔건데요?! 왜!!"
그렇기에 그는 적대적인 눈빛을 보이면서 아람을 노려보았다. 그게 유일하게 그가 할 수 있는 저항이었다.
/ㅋㅋㅋㅋㅋ 그렇긴 하지만, 보통 잠옷을 입고 태연하게 나오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했거든. ㅋㅋㅋㅋ 저것도 혜성을 살짝 유혹하려는 일종의 계략인거려나...
아람은 혜성이 쇠창살을 열려고 시도하는 동안 실내 슬리퍼를 끌며 부엌에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셨다. 쾅쾅쾅쾅 울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그리고 태연스럽게 다른 컵에 물을 한 잔 따라서 들고 온다. 태연한 척이 아니라는 것 쯤은 혜성도 충분히 느끼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 모습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느낌일 것이었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물 마실래요? 목마르지 않으세요?"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묻는 모습을 보면 혜성의 적대적인 눈빛이 별로 통하지는 않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고, 장난이 아니라는 말에 그는 괜히 소름을 더 느꼈다. 그 와중에 태연하게 물을 따라서 가지고 오는 것도 포함해서. 대체 뭐 때문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목마르지 않냐고 하면서 물을 마시겠냐는 물음에 혜성은 이를 악물면서 아람을 바라봤다.
"그래요. 물은 받을게요. 일단 목이 마르긴 하니까요. 물이라도 주니까 다행이네요."
일단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치감금이었다. 대부분의 납치감금은 돈을 노리고 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자신에게서 돈을 뜯어낼 참일까. 하지만 돈은 압도적으로 아람이 더 벌텐데 굳이? 하지만 그 이외의 가능성을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기에 그는 작게 혀를 차면서 그대로 바닥에 앚은 상태에서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요? 일단 들어나 봅시다."
일단 상대가 뭘 이야기하려는지를 알야 어떻게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그렇게 질문했다.
/ㅋㅋㅋㅋㅋㅋ 뭔가 더 감칠맛이 나는걸? 아무튼...절대 풀어주지 않겠다는 뜻은 잘 알 수 있었어! 뭔가...섬뜩한 느낌이 글로서도 잘 느껴질 정도야.
아람이 플라스틱 컵에 담긴 물을 들고 쇠창살로 다가왔다 쇠창살 아래 부분에는 사람이 지나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물건이 왔다갔다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띄워져 있었다. 아람은 몸을 숙여 그 아래로 물컵을 넣어주었다. 혜성이 공격하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리였다. 쇠창살 사이로 손을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허술한 것인지 그런 척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혜성이 바닥에 앉은 채로 이야기를 할 의지를 보이자 아람도 그 앞에 무릎을 모아 끌어안은 모양으로 마주 앉았다. 그래도 빨리 진정되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혹시 자기파괴적인 상상을 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아람은 눈을 깜빡이며 혜성을 바라봤다. 말간 눈동자 안에는 악의도 적의도 호의도 담겨 있지 않았다. 감정이 담겨져 있다면 순수한 호기심 정도? 사람을 가둬놓은 사람의 눈빛은 아니긴 했다.
"예를 들면...... 마주오는 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내 몸이 갈기갈기 찢어진다거나, 산행을 하다가 절벽 낭떨어지 아래로 떨어져 만신창이로 구르게 된다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나락에 떨어진다거나 뭐어, 인터넷에 성적 영상 같은 게 풀린다거나 해서요. 물론 제 고등학교 성적 같은 건 말고요."
조금은 차분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혜성의 목소리는 상당히 공격적인 분위기였다. 마치 지금이라도 이 문이 열리면 단번에 도망칠 것처럼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한편, 아람이 물컵을 넣어주자 혜성은 가만히 바라보긴 했지만, 굳이 공격하진 않고 순순히 물을 받았다. 여기서 괜히 자극해서 영원히 나가지 못하는 것보다는 지금은 분위기를 맞춰주고 차후를 노리는 것이 좀 더 이득일 것 같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이어 그는 물컵의 물을 천천히 마신 후에 가만히 아람을 바라봤다.
한편 그녀의 물음이 들려오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파괴적인 상상이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예시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스스로 나락에 빠지는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냐고 하는 것일까.
"왜, 왜 그런 것을 해야하는데요? 저는 딱히 안하는데요?"
조금 당황스럽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정말로 자신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그녀에게 다시 되물었다.
그런 상상을 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자신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혜성은 좀처럼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괜히 아랫입술만 살짝 깨물 뿐이었다. 아무도 저를 사용하거나 이용할 수 없도록. 그런 말을 하는 것에 괜히 침을 꿀꺽 삼키기도 했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못했다. 마치 자신이 아람에게서 느꼈던 생각. 그 자체를 마치 듣고 있었기에...
"그래서... 그게 절 가둔 것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거죠?"
나름대로 지금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과 감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 그림자는 진해지는 법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아람도 알게 모르게 그런 고통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죽음보다 저런 파괴적인 것이 더 자유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니까. 하지만 요점은 그래서 자신에게 뭘 원하느냐였다.
"...저를 가두면 당신이 파괴된다는건가요? 아니면 파괴되지 않기 위해서 저를 가둔다는건가요?"
이어 그는 살며시 눈동자를 굴려 방 안을 살피려고 했다. 혹시나 탈출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혹시 아는가. 밧줄같은 것이 있으면 일단 어떻게든 창문을 통해서 탈출을 시도라도 해볼 수도 있을테니. 그렇기에 그는 일단 조용히 그녀의 말에 집중하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직 본론에도 도달하지 않았다는 듯 아람은 후후 웃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아람은 촬영장에 보았던 아람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었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스포트라이트 아래 선 여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 생기를 꾸며내고 웃음을 둘러싼 가면 쓴 여인은 그 자리에 없는 것이었다. 조금은 낡은 듯한 방치된 인형 처럼. 빗질하지 않은 머리카락이 고개가 움직일 때마다 흐트러지고 화장기 없는 얼굴은 그럼에도 아름다웠다. 가면 따위는 없었다. 예쁘게 미친 여자라고 하면 지금의 모습이 아닐까.
"음, 그 질문은 꽤나 모호하네요. 둘 다 정답이거든요."
혜성은 주변을 둘러보아도 탈출할 만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창문으로 나가기에는 이곳은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20층 이상의 높이였으니까.
"저 스스로 저를 파괴할 계획을 세우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억울해. 너무 억울해. 이대로 망가지면 버려지는 것 외에 뭐가 있겠어? 하고요."
고개를 까닥이던 아람은 잠시 눈으로 천장을 훑다가 혜성을 바라봤다. 그 순간 아람의 눈동자 안에 안광이 서렸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없을까?"
이내 휘어지는 눈웃음 사이로 광기는 슬며시 사라졌다.
"저는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 저를 제대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에요."
지금 사람을 가둬두고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혜성은 찌릿하는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봤다. 그 와중에 정말 예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온전히 인정할 순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가둔 이에게 어떻게 좋은 감정이 생기겠는가. 지금이라도 역시 어떻게든 힘으로 탈출을 시도해야하나. 그렇게 생각하나 그녀가 멀리 가버리고 거리를 둬버리면 그야말로 정말로 끝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기회를 엿보려는 듯, 잠시 조용히 있으려고 했다.
한편,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탈출에 쓸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에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창문으로 탈출하는 것도 포기해야하나.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우선 조용히 고민에 빠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닥을 파서 구멍을 만든 후에 아래로 탈출하는 것도 고려해야겠으나 그게 과연 가능할지도 알 수 없었다. 애초에... 그렇게 가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그 와중에도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귀를 기울였다. 억울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이해해줄 사람이라니. 그것에 혜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저라는 것은 아니겠죠?"
자신이 언제 그녀를 이해했는가. 아니. 애초에 그녀에게 그럴만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긴 했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를 바라보면서 일단 그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 와중에도 그는 오싹하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보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약하게 떨었다.
아람은 혜성의 말이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되는 양 웃었다. 그리고 혜성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것에 조금은 만족하는 표정과 기쁜 표정이 드러났을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물음에 아람은 혜성이 조금은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니, 그 사실을 알면서 부정하고 싶겠지.
"아니라면 왜 이 곳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계시겠어요?"
아람은 웃음을 흘렸다. 잠시 침묵하다가 아람은 혜성에게 나직히 말했다. 마치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작가님은 제가 이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셨잖아요."
눈을 접으며 웃는 모습은 활짝 피어나는 듯 했다. 얼굴에 빛이 서리고 생기가 반짝였다.
"다른 사람들은 제가 한 말을 다 믿어줬거든요. 제가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이야기하면 말이에요. 하지만 작가님은......."
아람은 모아 안았던 다리를 옆으로 접어 앉으며 혜성을 바라봤다. 반짝이는 눈동자로.
"제 말보다는 렌즈에 담긴 제 모습을 바라봐 주셨던 거죠."
배시시 웃는 모습은 마치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삭막한 쇠창살만 없었다면 말이다.
그녀의 입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긍정이 나오자 혜성은 당황했고 절로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설마 여기서 맞다는 말이 나올 거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상당히 당황스럽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어 그는 어, 어, 어 소리만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말. 그것에 대해서 헤성은 빠르게 자신이 무슨 말을 했었는지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며칠전 술자리에서 했던 말. 그것을 떠올리며 혜성은 움찔했다. 설마... 설마...
"설마... 술자리에서 했던 말...그거, 들은 거예요?"
그걸 어떻게... 딱히 누구 들으라고 큰 목소리고 말한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듯 대화에서 살짝 말이 나온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알아맞췄다고? 아니. 그걸 넘어서서... 그걸 알아챘다고 자신을 이렇게 가뒀다고? 마치 금붕어처럼 헤성은 그저 입을 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가둔다니. 이해가 안가잖아요. 물론 사진을 찍을 때의 당신은 웃고 있었지만,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도저히 말을 잇지 못하고 그는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이어 그는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다가 시선을 홱 회피했다.
"그, 그런 말을 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마, 말 돌리지 말고... 이제 슬슬 절 여기에 왜 가뒀는지 말해주세요. ...그, 그 정도의 이유라면... 그냥 밖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 참."
애써 태연을 가장하며 그는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 와중에 저 배시시 웃는 모습이 예쁘게 보여, 그것을 애써 부정하기 위한 그의 의미없는 발버둥이었다.
아람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스러운 혜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에도 아람은 기꺼웠다. 이 사람은 제 하나뿐인 이해자가 될 것이라 그리 믿었다. 믿고 싶었다. 믿어야 했다.
아람은 혜성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해사한 얼굴은 여전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밖에서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밖에서 하는 말 몇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친해지자는 게 아니에요. 저는 나락에 떨어지기 전 저를 당신에게 남기고 싶은 거에요. 바닥에 진창으로 떨어지고 나면 산산조각이 나고 나면 더이상 저는 없어지고 말 거에요."
그런 말을 미소 지은 얼굴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지금 당신의 눈에는 제가 어떻게 보이나요? 정상적으로 보이나요? 사람을 납치하고 감금했는데요? 정상적이지 않죠. 미친 것처럼 보이죠. 망가졌어요. 겉은 멀쩡해 보여도요. 속은 이미 그렇게 된 지 오래 되었어요.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죠?"
그게 도리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말하지 않더라도 혜성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아람은 이미 망가진 상태라는 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말을 들으며 사태가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을 혜성은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자신이 갇힌 것이 아니라, 당장 그녀가 어떻게 될 것 같았기에 더 무서웠다.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려고 하며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그는 천천히 곱씹었다. 해사한 표정이긴 하나, 말하는 내용은 전해 해사하지 않았다.
"꼭 나락에 떨어져야만 하나요? 나락에 떨어져야만 할 필요는 없잖아요."
일단 그것부터였다. 안타깝게도 자신은 상담가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좋은 상담을 해줄 수가 없었고, 솔직히 이로 인해서 어떤 결과가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상황 속에서 무작정 내 일 아니니까 날 풀어주라고 고함을 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어 그는 그녀의 물음. 자신이 어떻게 보이냐는 물음에 대답했다.
"정상적이진 않지만, 솔직히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 내면으로 외치는 것처럼 보이네요. ...뭐, 아닐 수도 있긴 한데."
정말로 미쳤다라고 한다면, 굳이 이렇게 대화를 시도하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위험한 이들은 어떤 미친짓을 할지 모르는 법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었으니까. 망가졌을지도 모르나 아직 살아있다면, 적어도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애초에 왜 당신은 스스로 파괴하려고 하는 건가요? 단순히 이 일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것만은 아니겠죠. 그 속의 이야기가 더 있지 않나요?"
일단 그것부터 알아야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그냥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도 많은데, 이런 말을 듣고 그래. 빠져나가겠습니다. ...라고 하기는 좀 그렇거든요? 나 참. ...바로 말하기 힘든 것은 짐작이 가니까...그냥 말하고 싶을때 말해요. 일단 당분간은 여기 있을테니까. ...대신이라고 하긴 뭐한데, 사무실 쪽에는 좀 말 좀 해줄래요? 적당히 휴식기간 갖는다고. ...당신도 알잖아요. 일단 멋대로 결근하면 여러모로 골치아파지는 거.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얽혀있으니, 일이 꼬이기 전에 그것부터 수습해야 할 것 같거든요."
이어 그는 후우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불만있어요? 멋대로 가뒀으니까 불만 가지지 마요. 나 참."
/....졸아버렸다.... 이 답레만 남기고 자러 갈게! 혜성이는...저 말을 듣고서...내 알바 아냐. 하고 선 긋기는...하지 못했대...(털썩) 잘 자...아람주... 야간근무면...화이팅...
아람은 꼭 나락에 떨어져야만 하냐는 혜성의 질문에 고개를 삐그덕 기울였다. 고장난 인형처럼.
"다른 방법은 없어요."
이 일에서 이 삶에서 이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방법은없어없어없어없어생각할수도없어
아람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눈빛이 죽고 낯빛이 죽는다. 그러다가도,
"그런가요? 아하하. 그럴지도요. 저를 속이고 나락을 유예시킨 것일지도요."
하고 웃는다. 이해자를 찾는다는 그런 희망적인 발상을 만들어 낸 건 내 두려움인 걸까. 이해자 따윈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나 스스로 사라지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그냥 이곳에서 바로 뛰어내린다면.
자조적인 웃음 이후에 들려오는 혜성의 목소리에 아람은 떨궜던 고개를 들어 혜성을 바라봤다.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는 그 말에 아람의 표정은 다시금 밝아져 갔다. 반짝임이 돌고 생기가 올라 앉는다.
역시 당신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았어.
당신이라면 나를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아람은 어린아이처럼 배시시 웃었다. 혜성은 그 표정이 긍정의 의미를 담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아람은 웃으며 거절했다.
"그럴 순 없어요."
아람은 눈을 휘게 접으며 말했다.
"당신이 납치당했다는 것이 떠들썩하게 퍼지고, 제가 경찰에게 잡혀 이상동기 납치범으로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게 제 자기파괴 계획인 걸요."
헤헤 웃으면서 해맑게 말하는 아람은 마치 미래의 장래희망을 얘기하듯 순수하고 밝았다.
자신의 하나뿐인 이해자를 만드는 것과 자신을 파괴한다는 계획은 이미 혜성을 납치한 때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혜성주 잘자! 역시 혜성이는 참 상냥해. 이렇게 돌아버린 아람이도 포용하고 설득하려고 하다니(끄덕) 평소 작업할 때는 별 생각 없다가 진심으로 웃는 아람이한테는 흔들리다니. 역시 혜성이 아람이 얼굴에 약하구나?(농담) 아람이 얀데레 느낌이 났는지 모르겠네. 이런 집착도 집착이라고 봐야겠지? 나는 꽤 즐거운데 혜성주도 즐거웠으면 좋겠어 큐큐 이 이야기에서 해피엔딩은 아람이 경찰에 잡히지 않고 혜성이 아람을 설득하고 밖으로 나와서 납치같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그 후에도 아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최종보스 아버지로부터 꺼내오는 것이려나....? 난이도 극악...
"왜 그렇게 단언하는데요? 세상의 가능성이 얼마나 많은데... 적어도 이유는 있을 거 아니에요."
너무나 확고하게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것에 혜성은 의문을 표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없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꼭 그렇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완전 어린아이라면 모를까. 그녀는 지금 성인이고 방법은 여러가지 있을 수 있었다. 그게 혜성의 생각이었다.
어쨌건 적어도 가둔 것 이외에는 크게 해를 끼치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가만히 머리를 굴렸다. 이거, 어떻게 이야기를 잘하면 빠져나갈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막상 그냥 빠져나가려고 하니 또 묘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았다. 아니. 애초에 저런 말들을 듣고서 내 일 아니야. 바이바이. 하는 것은 도저히 제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는 말을 했었고, 실제로 그녀는 표정을 밝게 하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자신의 말을 들어줄 이가 필요했던 것일까. 이해를 해주는 이가 필요했던 것일까. 방식이 너무나 잘못되었지만... 그래도 역시 그녀를 저대로 두고 도망치듯 가는 것은 조금 그렇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허나 그 와중에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며, 자신이 경찰에게 잡혀 납치범으로 대서특필하는 것이 자신의 계획이라는 말에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어째서 그런 계획을 세웠는가. 아니. 애초에 왜 자신을 그렇게 파괴하려고 하는가. 자유라고 했던 표현도 그렇고... 묘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군가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거예요? 그러니까 소속사? 그렇게 해서 모델 일 그만두려고요?"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적어도 그녀의 말에서는. 그렇기에 혜성은 일단 자신의 추측을 이야기하며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음...적어도 혜성이의 눈에는 그런 것보다는 뭔가 그렇게 해서라도 속마음을 외치고 싶어한다...라는 것에 가까웠을지도 몰라. 아앗...ㅋㅋㅋㅋ 그거야 모델일을 할 때는 웃는 것이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예쁘게 웃는 것처럼 보였을 것 같거든! ...아람이 얼굴에 약한 것도 사실일지도 모른다! 음...사실 얀데레...라기보다는 그냥 일종의 복수 같은 느낌 같기도 하고..그런 것에 가깝지만 뭐 어때! 이런 아람이도 좋다! 난! 집착은 집착이라고 생각해! 나도 꽤 즐거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무튼...난이도가 극악이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어떻게 하다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어떻게든 가능하지 않을까? 아무튼...오늘 하루도 화이팅이야!! 답레 남겨놓을게!
아람의 시선은 불안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다 몸을 웅크리고는 양팔을 감싸 안는다. 그럼에도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무서운 것인지. 손에 힘이 들어가 실크 옷자락이 사정없이 구겨진다.
혜성이 보기에 아람은 완전 딴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매사에 당당하고 활기 찬 모습으로 촬영장 안을 장악하는 그녀의 모습엔 이런 감정 기복이라거나 광기어린 눈빛이라거나 자기 파괴적인 면모는 일체 보이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이런 모습들을 숨겨올 수 있었던 것인지 신기할 정도로.
"복수요?"
아람은 눈이 동그래져서 묻는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단어를 듣는 것처럼.
"저는 그냥 끝내버리고 싶은 거에요. 겉가죽을 찢어발기고 맨발에 피가 나도록 걷고 싶어요. 명예와 박수가 아닌 야유와 질타 속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나는."
아람은 싱그럽게 웃었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거린다. 마치 기대감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듯이.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까요. 그 끝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거에요. 물론 작가님과 오래 같이 있고 싶으니까. 최선을 다할 테지만...... 잡히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화사한 표정을 지으며 아람은 덧붙인다. "그 때까지 불편한 점 없도록 노력할게요. 황제감금?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혜성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일 테지만.
/확실히 그런 마음도 있다고 생각해~ 이런 아람이도 예쁘다고 생각해주는 혜성이라서 좋아 ㅋㅋㅋㅋ 얀데레의 정의를 찾아봤는데 혜성이에 대한 사랑?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싶고...? 하지만 역시 얀데레보다는 멘헤라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큐큐 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얀데레화 될 수도 있다곤 생각하지만? 혜성주도 재미있다니 다행이야! 이 아람이는 뭔가 아람이의 삶의 분기점에서 비극적인 결말만 모아놓은 아람이라 마음이 짠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다 ;ㅅ; 혜성주도 오늘 하루 수고했어~ 내일도 힘내자~!
그냥 끝내버리고 싶고, 맨발에 피가 나도록 걷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아무리 봐도 혜성의 눈에는 그냥 도망치고 싶고, 도망칠 수 있는 길이 그것밖에 없기에 그러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방금 전,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양팔을 감싸안지 않았던가. 아무리 봐도 뭔가가 무섭고 뭔가가 괴로운 사람이 보일법한 행동이었다. 그게 연기라고 한다면... 정말로 엄청난 연기겠으나, 딱히 연기라고 생각되지 않은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그녀의 본모습이 아닌가 싶어, 혜성은 절로 안쓰러움을 느꼈다.
"애초에 왜 끝내야하는데요? 당신이 왜 그렇게 있어야하는데요? 이유라도 들려줘봐요. 천천히라도. 당신이 가뒀으니까, 당신의 이유라던가, 당신이 왜 그러는지는 저도 들어봐야 할 거 아니에요."
자신은 그럴 권리가 있다는 듯이, 혜성은 당당하게 그렇게 주장하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몸을 툭툭 쳤다. 그 와중에 자신과 오래 같이 있고 싶다는 것을 보면 참 묘한 상황이라고 혜성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피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금방 잡힐 것 같다고 말을 하려는 것일까. 화사하게 표정을 짓긴 하지만, 그게 정말로 화사한 표정인지 혜성은 알 수 없어 잠시 침묵을 지키며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불편한데요. 충분히. 당신의 모든 이야기를 천천히 다 듣기 전까진 쭉 불편할 거예요. 황제감금이니 뭐니... 황제의 자유를 이렇게 억압해서 가둬두는 사람이 어딨어요. 세상에."
한숨을 약하게 내쉬면서 혜성은 철창으로 천천히 다가간 후에, 두 손으로 철창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강하게 딱 세 번 흔든 후에 다시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럼 나랑 내기해요. ...매일 하루에 하나씩. 아무거나 좋으니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멋대로 가뒀으니, 이쪽도 멋대로 요구할 거예요."
물론 그 제안은 아람이 마음대로 거절할 수 있었다. 어쨌건 지금 갑인 이는 아람이었지, 혜성이 아니었으니까. 모든 주도권은 다 아람이 쥐고 있다는 것을 혜성도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제안했다.
/혜성이에 대한 사랑이 있긴 하구나. 지금 상황에서도. 자신을 알아줄지도 모른다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어느 쪽이건 지금의 아람이는 확실히 조금 안타깝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8ㅁ8 ㅋㅋㅋㅋㅋ 확실히 멘헤라쪽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때! 그 와중에 납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이라... 지금 혜성이는 자신도 모르게 아람이를 얀데레로 각성시키고 있는 것일까. ㅋㅋㅋㅋㅋ 뭔가 혜성이 입장에서는 아람이의 말을 계속 들으려고 할 것 같은지라 말이야. 이러다가 스톡홀름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네! 으앙...비극적인 결말만...8ㅁ8 아람이 아버님 나빠요!! 흑흑...본편에서는 이렇게 되지 않도록 혜성이가 열심히 케어하겠다! 아무튼 아람주도 하루 수고했어!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아람은 작게 웃었다. 그것이 어떤 이유이던간에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냥 그러고 싶은 거에요. 프로이트가 말하길 생의 욕구와 사의 욕구가 있다고 하잖아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아닐까요? 음, 이건 나름의 충동 같은 것일지도 모르죠?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나름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아람은 천진하게 웃었다. ”조금이라도 알게되면 꼭 이야기해 드릴게요.“ 아람은 혜성이 그럴 자격이 있다는 것처럼 말했다.
아람은 혜성이 불편함을 호소하자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하지만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도 나름의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혜성은 제 계획이 끝을 맞이하기 전에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었다.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혜성이 철창을 흔든 뒤 하는 말에는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마치 산책 소리를 들은 강아지마냥 쇠창살 앞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좋아요. 어떤 요구이든 다 들어드리도록 노력할게요. 제 최선을 다해서요! 꺼내달라는 것만 빼고요.”
양 손을 모아쥐고 결의있게 말했지만 마지막 말은 아람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했는지 민망하게 헤헤 웃을 뿐이었지만.
/아무래도 사랑 비슷한 무언가? 이지 않을까? 하지만 혜성은 이제 아람이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 이제 날이갈수록 혜성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점점 올라가게되고 결국 얀데레가 되어버려서...... 결국 처음의 얀데레 아람이를 만들겠다는 계획대로 되는 건가? ㅋㅋㅋㅋㅋㅋ 지금 혜성이의 태도는 확실히 아람이를 얀데레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역시 혜성이가 상냥하기 때문이 아닐까? ㅋㅋㅋㅋ 본편에는 이미 성공적으로 분기점을 넘어왔으니까. 왠만큼 큰일이 있지 않는 한 별 일 없을 것 같은데? 일단 처음부터 아람이가 어머니의 집에서 살고 있고 이후에 혜성이를 만나서 많은 성장을 이루기도 했고 말이야! 이제 고3부터는 진짜 일상(?)물이 되는 거지. 물론 지금까지도 일상물이었지만?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혜성주~~
"프로이트인지 뭔지 그건 것은 모르겠거든요. 사의 욕구 같은 거 가지고 있어봐야 뭐하는데요. 그것만큼은 조금 이해가 힘드네요. 아무튼 그런 충동은 가급적 느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다시 한 번 설득을 해보려는 듯, 혜성은 그녀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일단 저 충동을 가라앉히거나 없애는 것이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걸 떠나서 눈앞에서 저렇게 이야기하는데, 역시 모르는 척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괜히 사람 하나가 파멸되는 것을 봐야할 판이니 더더욱. 그렇기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불편하다고 말을 하지만, 역시나 아람은 풀어줄 기미가 없었기에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계속 가둬두겠다는 이야기겠지. 허나 제 말의 무엇이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이 밝아지더니, 쇠창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에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지금이라도 손을 뻗으면 그녀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는 굳이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괜히 경계심을 품게 해서 마이너스가 되거나, 아예 믿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걸 가장 바라는데... 참고로 묻는 건데, 제가 여기서 멋대로 빠져나가거나 하면 어떻게 할 건데요? 다시 잡으러 올 거예요?"
물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1%라도 확률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여기서 빠져나갈 생각은 없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일단 확인은 해보겠다는 듯이 혜성은 아람에게 그렇게 물었고 이내 팔짱을 끼더니 그녀에게 또 넌지시 물었다.
"그리고 이거. 일단 그쪽에서 열쇠 같은 것으로 여는 거예요? 아니면 다이얼 자물쇠에요?"
만약 후자라고 한다면 탈출하기 쉽겠으나 전자라고 한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파악하려는 듯이, 그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아앗...ㅋㅋㅋㅋㅋ 결국 자기파괴욕구는 점점 사라지고 혜성이를 계속 여기에 가둬두겠다는 욕심이 커져버리는걸까? 그거? ㅋㅋㅋㅋ 혜성이는 일단 아람이를 진정시키고 좀 더 이해한후에 설득할 생각이지만 설득을 하자마자 바로 더 가둬버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아람이...이럴때 보면 또 은근히 무서운 면도 있단 말이지. 나쁜 면이 아니라 매력적인 면으로 말이야! ㅋㅋㅋㅋ 고3부터는 진짜 일상물이라니..ㅋㅋㅋㅋ 지금까지도 진짜 일상물이었다구! 그럼 이제 혜성이의 시련을...어떻게든...만들어야하나. (과거사 평범함)(사랑받고 살았음)(절레절레) 아무튼 아람주도 수고했어! 혹은 아직 근무중이라면 화이팅!
아람은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움직였다. 자기파괴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혜성의 말은 충분히 이해했다.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음, 일단 작가님이 경찰에 신고하기를 기다리겠죠? 기다려도 경찰이 저를 잡으러 오지 않으면 자수를 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변하는 것이 없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죠? 계획은 여러가지 세워둔 게 있어요.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그냥 여기에서 떨어진다거나.”
아람은 눈동자를 굴려 거실 한쪽을 채우고 있는 넓은 창을 바라봤다가, 아직은 그런 생각이 없다는 듯 혜성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갇혀있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그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을테니까. 혜성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것이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풀어줄 생각이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아, 휴대폰으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거에요. 최신식이죠? 업자가 와서 작업해주고 갔는데 왜 이런 걸 설치하는지 묻더라고요. 헤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울 거라고 했어요. 좀 큰 고양이요. 그 아저씨도 부자들의 취미는 이상한 것들이 많으니 그러려니 넘어갔을 거에요. 불법으로 맹수라도 키우겠거니 생각한 것 아닐까요? 아, 물론 작가님을 고양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둘러댄 말이에요. 사람을 감금할 거라고 말 할 수는 없잖아요.”
아람은 아무래도 혜성에 대해 경계심이 없는 듯 이런 저런 말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다. 물론 휴대폰으로 문을 열려고 한다면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하므로 휴대폰을 혜성이 가져간다고 해서 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자기파괴욕구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혜성이에 대한 애정어린 집착이 더 커져서 그것이 더 우선순위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고...? 굉장히 무시무시한 아람이가 되고 말거야...... 혜성이의 성정을 이용해서 자기 목숨을 담보로 혜성이를 조종하려고 할 거라고......(절레) 가상이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지 현실이라면 절대 피해야 할 상대 1위라고 생각해(절레절레) ㅋㅋㅋㅋ혜성이의 시련을 만들 게 뭐가 있겠어~! 고3 때는 전에 이야기했던 혜성이 소꿉친구를 아람이가 알게 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한 봄이나 여름 즈음? 고3 일상은 하고 싶은 것 몇개만 하고 후딱 넘어가도 괜찮을지도 모르고. 확실히 고3때 공부말고 뭔가 안 할 것 같은 느낌이지? ㅋㅋㅋ
"다른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거나, 좋아하는 영상을 보거나...뭐, 여러가지 있잖아요. 좋아하고 그런 것들에 집중하는 식으로. ...저 같은 경우는 찍은 사진을 다시 보거나 하는 편인데..."
물론 그 중에는 당연히 그녀의 사진도 있었다. 어쨌건 자신은 그녀도 찍은 적이 있었고 모든 사진 원본 데이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으니까. 물론 다시 본다고 해도 그냥 생각이 나면 한번씩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보는 정도였지만 그때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기에 그에게 있어선 좋아하는 취미중 하나이며, 피곤하거나 지칠때 하는 습관 중 하나였다. 이런 것이 그녀에게도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혜성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 여기서 떨어지는 것도 고려를 하고 있다는 말에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멋대로 도망치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나 쭉 여기에 있는 것도 싫었다. 물론 애초에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을 들여서 일단 그녀를 최대한 설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미간이 살짝 좁혀지긴 했으나 이내 그는 표정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죽진 말아주실래요? 여기서 못 나가게 하려고 그렇게 말하는 거라면 성공적이긴 한데... 그다지 유쾌하진 않거든요? 나 참."
자신이 함부로 나가게 되면 저 사람이 최악의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다는데... 어떻게 그냥 나가겠는가. 일단 최대한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로 하며 그는 괜히 오른손 검지로 제 머리를 콕콕 쳤다.
"야옹~"
한편, 큰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말하고 최신식 철창을 설치했다는 말에 혜성은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다. 마치 자신이 그 안에 갇혀있는 고양이인것처럼. 그리고 괜히 식빵 굽는 자세까지 취하면서 다시 한번 야옹~ 소리를 냈다.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혜성은 아람에게 살며시 이야기했다.
"커다란 고양이는 산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옹~"
마치 고양이가 인간의 말을 하는 것처럼 일부러 목소리를 살짝 바꾸긴 했으나 이내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는 살며시 뒤로 홱 돈 후에 두 팔 속에 제 얼굴을 숨기면서 으으...소리를 내며 이야기했다.
"지, 지금 것은 잊어요! 잊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요!!"
/...으어...그건 그것대로 조금 무섭긴 하다. 혜성이가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죽은 눈 상태로 계속 갇혀있을지도 모르겠어. 어떤 면으로 보자면 아람이에게 있어서는 해피엔딩 같은 거려나? 그래도 묶이진 않았으니 혜성이 입장에선 조금은 낫긴 하네. 지금 상태는 말이야! 갇혀있는데 묶여있기까지 한다면 혜성이가 정말로 멘탈이 붕괴될지도 모르겠어! 현실에서 그러면...응. 그건 조금 무서울 것 같긴 해. 하지만 이건 가상의 이야기니까 괜찮아!! ㅋㅋㅋㅋ 음. 혜성이 소꿉친구라. 괜찮을지도! 타이밍적으로는 정말로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 아무래도 고3때는 공부 이외에는 거의 하지 않으니 말이야. 이미 2학년때 고등학교로서 즐길 수 있는 청춘은 어지간한 것은 다 나오지 않았나 싶거든! ㅋㅋㅋㅋㅋ 그래서 내 개인적으로는 고3은 조금 빠르게 넘어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그러다가 성인시즌이 되면서 이제... 성인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하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혜성이 야옹 소리를 내자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게다가 혜성이 나가고 싶다는 어필을 고양이 흉내를 내며 하자, 그리고 이내 부끄러워하면서 잊으라고 하자 아람은 아하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진짜 웃겼는지 한참 웃다가 눈물을 닦아내는 시늉을하며 말했다.
"아하하, 작가님. 후흐ㅡ. 그래도 안 돼요. 문 열어주면 도망가실 거잖아요. 다 안다고요."
그러면서 아직도 웃겼는지 여전히 작은 웃음을 계속 흘리고 있었지만.
/스물일곱살 남자의 애교 너무 귀엽다......큭..... 혜성이가 나가는 것을 포기하더라도 경찰에 잡히는 방법도 있으니까? 혜성이 나갈 수는 있을거야 아마도? 해피엔딩?일까? 흐음.... 그래도 묶여있지 않아서 다행이로구만~! 사실 묶어놓기도 힘들긴 하지. 아람의 계획은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그때 까지 묶어놓을 순 없으니까 말이야~ 오 좋아좋아~ 하긴 어지간한 건 다 햇지 ㅋㅋㅋㅋㅋㅋ 진짜 우리 일상 엄청 많이 돌렸으니까! 맞아 성인이 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캠퍼스 생활! 알바! 여행! 술(?)!
"그럼 그냥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드는 거 아니에요? 다른 거 하는 느낌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때요?"
그냥 단순히 진지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친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혜성은 추측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으나 적어도 지금 보이는 모습으로만 추론해보자면 그런 결론이 나오고 있었다. 흐음. 소리를 내면서 혜성은 잠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지금 있는 일. 그러니까 '꾸며야만 하고, 연기하면서 사람을 대해야만 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당신이 극악무도하고 정말 비난받아 마땅할 이라면, 신고하겠는데... 지금은 모르겠네요. 뭐... 생각은 해볼 수도 있지만 애초에 여기서 못 나가잖아요. 지금은. 그리고 정말로 잡혀가고 싶다면 지금 여기서 저를 풀어주고 납치당했다고 말하라고 보내줄 수도 있는 거고..."
그렇다면 역시 잡히는 것이 본의는 아니지 않을까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이어 그는 괜히 자신의 머리카락만 손으로 정리하면서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낄 수밖에 없었다. 뭔가 상당히 복잡하게 꼬여있는데, 그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면 좋을지 알 수 없는 탓이었다.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지만...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고양이 흉내가 웃겼는지 웃음을 터트리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입술만 삐죽 내밀었다. 물론 그녀의 얼굴은 헤성이 뒤를 돌아보고 있는 탓에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었다.
"따, 딱히 도망친다고는 안했거든요?! 커다란 고양이는 산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지! 원래 크면 클수록 동물에게 필요한 운동량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 그 뿐이거든요?!"
괜히 항변하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흥.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려 아람을 눈에 담으며 이야기했다.
"...이, 일단 옷이라도 갈아입으라고요. 언제까지 그런 잠옷 차림으로 있을 거예요?!"
/으윽...ㅋㅋㅋㅋㅋ 혜성이에겐 흑역사가 생기는 순간이지만 말이야. 확실히 경찰에 잡힐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음. 글쎄. 아람이가 그대로 다른 곳으로 혜성이를 데려가서 안 잡히는 곳으로 도망쳐버리면..얀데레 해피엔딩 아니려나? 적어도 아람이 입장에선 말이야. 혜성이에겐 아니겠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혜성이의 자유가 방 안에서는 넘쳐난다는 것이 신기하긴 해. TV도 있으려나? 좋아. 그럼 일단은 그렇게 잡자! 아니..ㅋㅋㅋㅋㅋㅋ 아람주. 술을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이야? ㅋㅋㅋㅋㅋㅋ
벌써.....2월이야....! 일이 좀 한가할 때 답레 들고올게에엣 얀데레 해피엔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과연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ㅋㅋㅋㅋㅋㅋ 둘이 같이 행복해야 그게 바로 해피엔딩 아니겠어? 혜성이 황제감금 시키자~~ 티비도 있지! 헤롱헤롱해진 혜성이 보고싶다~~ 아람이는 술 취해도 별로 재미 없을거같애 ㅋㅋㅋ
안녕! 아람주! 그러게..벌써 2월이야. 그리고 2월 3일이지. 2월 초순이 점점 지나가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 글쎄...ㅋㅋㅋ 얀데레 입장에선 해피엔딩이 아닐까? 아앗...ㅋㅋㅋㅋ 결국 혜성이는 황제감금되는거야? 그래도 TV는 있구나. 혜성이 심심하진 않을지도 모르겠어! 헤롱헤롱해진 혜성이라니.. 의외로 재미없을지도 모른다구! 아람이는...일부러 술취한척 하고 엄청 귀엽게 행동할 것 같은데? 술을 핑계로 이런저런 것을 시도할 것 같은 느낌이야! 아무튼 답레는 언제든지 편할때 가져와도 괜찮아!
좋은 밤이야아아아~~ 조금만 더 하면 일이 줄어들 것 같아! 하하! 그 어떤 상황이더라도 아람이는 혜성이를 고생시키고 싶어하진 않을 것 같은걸?ㅋㅋㅋ 티비에서 혜성이 실종 혹은 납치 뉴스 나오면 기분 묘해질것같은데~ 확실히 굴려봐야 알 수 있는 것이려나? 혜성주의 생각과 다르게 엄청 귀여울수도있잖아~! 아람이 은근 그럴 지도?ㅋㅋㅋㅋㅋㅋ 아무래도 술 마시면 좀 더 풀어지고 더 많이 웃고 무방비한 느낌일 것 같기는 해!
아람은 뺨에 손가락을 콕 찌른 채로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하는 듯 미간을 찌푸리지만, 진정으로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체 하는 것인지.
"아하하. 저는 지금 극악무도하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지금 풀어주면 너무 약하잖아요. 작가님이 가서 신고를 할지도 미지수고요. 저는 되도록이면 징역을 살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벌금밖에 안 나올거에요."
아람이 한 손으로 뺨을 감싸고 한숨을 내쉬었다. "되도록이면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극악무도한 사람이기를 설득하기 위해서 이 이상 더 작가님을 괴롭히고 싶지는 않거든요." 물론 아람은 혜성을 이 이상 괴롭힐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고안해 낼 수 있다. 간단하다. 지금 혜성은 아람의 손바닥 안에 있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구테여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요해진다면 아람은 스스로 더 잔인해 질 수도 있다.
아람은 쿡쿡 웃다가 혜성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불편하셨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람이 혜성이게 최대한 맞춰주겠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 아닌지 금세 아람은 아람의 방 안으로 문을 닫고 들어갔다. 혜성은 그 사이에 방 안을 편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물론 아람이는 그럴 것 같긴 하지만 티비도 있을 정도면 진짜 그냥 나가지만 못할 뿐이지..완전 호캉스 그 자체잖아. 혜성이 납치가 보도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혜성이가 엄청 유명한 공인도 아닐테니 말이야. 그냥 실력있는 카메라맨A일뿐이지! 아람주는 혜성이가 귀엽다는 필터를 끼고 있잖아! ㅋㅋㅋㅋ 더 많이 웃고 무방비하면.. 혜성이가 위험한걸.. 혜성이는 아람이가 웃는 모습을 제일 좋아하니 말이야. 자기도 모르게 헤실헤실 웃는거 아닐까 싶어.
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 풀어준다고 해서 절대로 약하게 처리될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말. 극악무도한 사람임을 보이기 위해서 괴롭히고 싶지는 않다는 말에 그는 그 의도만큼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결국엔 자신에게 미움을 받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해야만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좀처럼 그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그녀가 방으로 들어가고 자연히 그 자리에 혼자 남게 되자 혜성은 우선 철창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손을 뻗어 자물쇠가 있을 법한 장소를 살며시 손으로 더듬었다. 그녀의 말이 정말인지 거짓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후에는, 창가로 간 후에 바로 아래층, 혹은 바로 옆호실로 이동이 가능할지를 살폈다. 옆은 불가능할지도 모르나, 아래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선 그 위험을 무릎써야 하지 않겠는가.
"......"
이어 그는 가만히 머리를 굴리다 살며시 철창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지대의 사각거리 부분으로 간 후에 몸을 숙였다. 창문을 활짝 열었으니, 운이 좋다면 창문을 열어서 탈출했다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가깝게 와서 본다면 어림도 없겠으나, 멀리서 본다면 그렇게 착각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확인을 위해 문이 열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일이 줄어들 것 같아!<< 이거 플래그였나.........ㅋㅋㅋㅋ큐ㅠㅠㅠㅠ 말없이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ㅋㅋ큐ㅠㅠㅠ..... 답레는 늦어질 것 같아.... 면목없다 큐큐 혜성이를 묶어두고 괴롭히는 건 오너로서도 못할짓이 아닐까...? 그래서 등장한 호캉스 납치...?ㅋㅋㅋㅋ 보도될지 안될지는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른 것이니까 말이야 ㅋㅋㅋ 아람이가 그냥 놔두지는 않을지도 모르지~! 혜성이는 필터를 끄고 봐도 귀여운데...?(중증임) 술마시면 둘다 헤실헤실하고 있는거야? 귀엽다 두 사람 큐큐 혜성주는 잘 지내고 있지?? 곧 3월이야.....흑흑
저런...아람주. 플래그를 꽂고 말았구나. (토닥토닥) 오랜만이야! 그리고 잘...못 지낸 것 같아서 걱정이야. 8ㅁ8 괜찮은 거 맞지? 아앗..ㅋㅋㅋㅋㅋ 확실히 아람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연예인이 아니면 아무래도 보도는 잘 안되는 편이니 말이야. 아람이가 자신이 납치했다고 밝히면 그건 100% 보도에 뜰지도 모르겠지만... 아니야! 아람주의 필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거야! 둘 다 서로 헤실헤실 웃고 있으면...정말로 귀엽고 예쁠 것 같아. 이 둘이 진짜 내 힐링 포인트 중 하나야...정말로... 난 그럭저럭 보내고 있어. 내일이면 3월이네..은근히 시간이 빠르네. 2024년이 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2달이나 지나버렸어...
오랜만이야아아..... 내일은 답레를 쓸 수 있을지도...? 잘 지내고 있다 일과 함께 ㅋㅋ큐ㅠㅠ 둘이 술 마셔서 헤실헤실하면서 좀 더 스킨십 많이 하고 꼭 붙엉있을거같애 흑흑 귀여워. 안주는 뭘 좋아하려나. 좋아하는 주종이 있으려나? 벌써 삼월도 절반이상이 지나버렸어 큭.... 시간 왜이렇게 빨리 가는거냐...!
안녕! 아람주! 오랜만이야!! 그런데 여전히 일에 고통받고 있구나! 8ㅁ8 뭔가 많이 지치지 않았을까 절로 걱정이 되었어... ㅋㅋㅋㅋㅋㅋ 맞아. 엄청 귀여울 것 같아. 되게 예쁠 것 같고.. 혜성이도 아마 술에 취하면 툴툴거리는 것은 많이 없을테니 말이야. 혜성이는..아마도 파전이나 그런거 좋아할 것 같은데. 혹은 튀김이라던가! 맞아. 3월의 절반이 이미 사라져버렸지. 그래서 슬퍼... 2024년이 또 빠르게 지나가버리고 말거야. 8ㅁ8
나름 관리는 하고 있어서 괜찬아! 신체보다는 정신적인 여럭이 없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번 주말은 푹 쉬어야지. 물론 해야할 일이 있긴 한데....(먼산) 혜성주는 별 일 없지? 잡담이라도 들어와서 남겨두고 해야하는데 매번 스레 얼려놔서 미안해 큐큐 혜성이 파전엔 막걸리이고 튀김엔 맥주인데 어느쪽을 더 좋아하려나? 아람이는 비싸고 독한 술 좋아할 것 같다는 느낌. 안주는 무겁지 않은 걸 선호할 거같고~ 뭐든 잘 먹는 편이지만~ 24년 내 인생에 가장 빨리 사라지는 해가 되는 거 아냐? 망했다 ㅋㅋㅋㅋ큐ㅠㅠㅠ 이제 1분기가 끝나가고 있어...! 그래도 요즘 날이 따틋해서 조아....
그래도 조금은 숨 쉴 여유는 난 것 같아서 다행이야. 너무 바쁘게 돌아가지 않고 아람주가 쉬는 하루가 되어야할텐데... 정신적인 여력이 없다고 하니 더더욱 걱정이지만 아람주는 잘 할 거라고 믿어! 이번 주말은 쉰다고 하니 특히나 다행이고. 앗..ㅋㅋㅋㅋ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하길 바라! 나야 얼마든지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으니 말이야! 괜찮아! 현생이 중요한건 나도 이해하고 있는걸! 이렇게나마 잊지 않고 와줘서 늘 감사해! 혜성이는 아마도 맥주파일 것 같아. 물론 포도주나 이런 와인도 엄청 좋아할 것 같지만..그렇다고 막 엄청 즐기진 않을 것 같고. 비싸고 독한 술이라. 아람이....술이 강할 수밖에 없구나. ㅋㅋㅋㅋㅋ 멋지다! 근데 아마 혜성이는 아람이와 먹는 술이라면 어지간하면 다 먹을거야.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은 있겠지만! 이러니까 뭔가 둘이서 술먹는 일상도 갑자기 돌려보고 싶어지긴 하네. 나 이것저것 소재를 많이 생각해봤거든. 어쨌건 이 스레. 일단 어느 정도는 로맨스적인 성향도 있으니까 연애 프로그램 AU 같은 것도 생각해봤고, 소꿉친구 AU 같은 것도 생각해봤고... 그 이외에는 약혼 AU 같은 것도 생각했었어. 소꿉친구 빼면 다 연애 관련이지만 그만큼 아람이가 좋다는 뜻으로 생각해주면..내가 고마울 것 같다...(쭈글) ㅋㅋㅋㅋㅋ 아니야! 그래도 그렇게 빨리 훅훅 지나가진 않을거야!! 맞아. 올해는 금방 따뜻해진 것 같아. 그래서 나도 봄날씨 완전 즐기는 중이야!
아람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대꾸한 뒤, 방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간단한 흰 티에 연한 청바지 차림이다. 이정도면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하긴 예의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잠옷 차림은 말이다.
아람이 옷을 갈아입을 동안 혜성은 철창이 생각보다 튼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었다. 손으로 더듬어봐도 자물쇠가 잡히거나 하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전자식으로 열고 닫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이곳에서 나가려면 아람이 휴대폰으로 열어주거나 혹은 아람의 휴대폰을 습득하여 열고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창문 아래로 바라본 풍경은 그냥 거주자라면 좋았겠지만 갇힌 입장에서는 꽤나 살벌했을 것이었다. 전망이 좋다는 뜻은 꽤나 높은 위치라는 것이니까. 물론 죽음을 각오하고 본인의 운동신경을 믿는다면 옆집이나 아랫집으로 갈 시도는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옆집 창문이 잠겨있지 않기를 빌어야겠지만 말이다. 실패는 죽음일테고.
아람은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어라, 그런데 혜성이 보이지 않았다. 아람은 고개를 갸웃하며 보이지 않는 혜성과 열린 창문에 물음표를 띄웠다. 이내 아람은 거실의 창문을 열고 몸을 숙여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지금껏 했던 이야기로 봐서 조금 아슬아슬한 느낌일지도 모른다. 방금까지 뛰어내리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물론 아람은 혜성이 떨어진 것은 아닐지 확인하는 차원이겠지만 말이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보냈다 하하! 매번 기다려줘서 고맙다구 혜성주~ 답레도 쪄왔다~~ 맥주와 감튀 맛있지~ 치킨도 맛있고~ 물론 나는 술은 잘 안 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ㅋㅋㅋ 아람이 술에 강하니까 독한 술을 좋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술에 약하다면 좋아하지 못할지도 ㅋㅋㅋ 혜성이 아람이한테 맞춰주려다가 큰일 나는 거 아냐? 큐큐 둘이서 술마시는 일상 언젠가 볼 수 있을거라 믿는다. 흑흑. 내가 더 자주 와야 빨리 볼텐데…1!! 연애 프로그램 에유나 소꿉친구 에유 약혼 에유 다 좋아!! ㅋㅋㅋ!!!! 재밌을 것 같은데? 소꿉친구 에유나 약혼 에유는 시대 배경이 달라도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전에 소꿉친구 관계였다면 어땠을까 썰 풀었던 기억이 나는데? 소꿉친구라면 아람이의 과거에 대해 더 잘 알았을테니 아람이가 혜성이를 가깝게 느끼면서도 거리를 두려는 느낌이 있었을 것 같지. 전에 소꿉친구물 썰 풀었던 건 아카데미물 배경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맞나? 너무 가물가물해서 찾아봐야 할 것 같아 ㅋㅋㅋ 약혼자라면 서양풍 로판이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아니면 현대 배경에 둘다 학생인데 어쩌다가 같이 살게 되는 이야기도 재밌을 것 같고 ㅋㅋㅋ 추억 애니지만 다!다!다! 생각 나네~~~ 둘이 서로 약혼사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다. 진짜 날씨 따뜻해지니까 살것같아~~~ 겨울 너무 힘들었따
철창은 생각보다 튼튼했고, 자물쇠가 잡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어떻게 열려고 해도 열 수 없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렇다면 이 문을 열려면 정말로 아람이 직접 열어주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핸드폰을 얻으려고 해도 그녀의 핸드폰을 여기서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핸드폰을 내밀리도 없고, 굳이 잡도록 둘리도 없었으니까.
창 밖의 풍경을 바라봐도 역시나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은 힘들것 같다고 혜성은 판단했다. 무모하게 시도를 했다간 정말로 목숨이 끊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결국 그곳으로의 탈출은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운이 좋다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나, 만약 창문이 잠겨있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지. 실제로 했다간 온 몸이 찢어지고 피투성이가 될 것이 뻔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혜성은 결국 사각지대에 제 몸을 숨기는 것을 선택했다. 아람에게는 혜성이 보이지 않겠으나 혜성의 위치에선 아람의 모습이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자신을 찾는 것일까. 하지만 이내 그녀의 모습이 곧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 것일까. 어쨌건 아람의 위치에서 아무리 둘러봐도 혜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 그는 창문으로 뛰어내리지 않았으니 밖을 본다고 해서 어디 보이는 것이 있겠는가.
'...안 들어오려나.'
하지만 그런 아람의 움직임을 알 리 없는 혜성은 그저 침만 꿀꺽 삼키면서 아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최대한 안 보이도록 몸을 숨기려고 하면서, 숨소리조차 줄이는 것이 정말 한순간의 빈틈을 노리려는 맹수의 눈빛과 진배 다를 것이 없었다.
'만약 안 들어온다면...'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계속해서 눈빛을 철창 쪽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이가 있다면, 빠르게 철창을 향해 달릴 생각이었다.
/오늘 하루 열심히 보냈다고 수고했어! 아람주! 벌써 새벽 시간이네! 그렇기에 나도 답레를 잇는다! 나도 술 그렇게 하는 편은 아니라서 충분히 이해해! ㅋㅋㅋㅋ 난 술보다는 안주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확실히 술에 강하니까 독한 술을 먹을 수 있는거겠지. 역시! 그야 금방 헤롱헤롱하고 다음날 일어나서 조금 힘들어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살면서 1~2번 정도는 마실 수도 있는 거니 말이야. 으앗... 아람주는 잘못 없어! 느긋하게 와도 돼! 요즘 연애 프로그램이 많이 보이잖아? 그래서 갑자기 떠오르더라고! ㅋㅋㅋㅋ 혜성이와 아람이가 저기에 출연하면 어떤 느낌일까 식으로 말이야. 물론 연애 프로그램은 어떤 것을 모델로 할지는 못 정했지만 말이야. 솔로지옥이라던가 환승연애라던가 기타 등등 어느 순간 확 많아졌더라. 진짜... 나도 다 보진 않아서 잘 모르지만! 소꿉친구 AU는 전에도 한번 풀긴 했었지! 그런데 또 순간 떠올라서 소재로 써본 것 뿐이야! ㅋㅋㅋㅋ 맞아. 그거 되게 예~~전에 풀었던 것 같아. 나도 조만간에 한번 찾아봐야겠어! 서양풍 로판 배경을 생각하고 말한 거 맞아. 공작가의 자제나 황실 사람이라던가, 똑같은 공작가의 자제라던가, 모 제국과 저 제국의 황자와 황녀 사이라던가... 현대 배경에 둘 다 학생인데 약혼 관계라는 이유로 같이 사는 것도 맛있을 것 같아. 어릴때 봤다고는 하는데 기억이 도저히 안 나서 사실상 그때가 처음 만난 사이라던가 식으로 말이야! ㅋㅋㅋㅋ 혜성이는 급 당황해서 여자애와 어떻게 사냐고 엄청 툴툴거리겠지만 그래도 결국 정해진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 혀를 차면서 받아들이는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은걸. 앗! 다다다! 그거 엄청 재밌었는데! ㅋㅋㅋㅋ 아람주도 봤었구나. 둘은 약혼이 아니라 사촌 관계라고 속였었을거야. 아마. 맞아. 이제 진짜 봄날씨더라. 조금씩 더워지는 느낌도 들고 말이야. 물론 그렇다고 여름 더위는 아니지만!
아람은 거실 창문으로 내려다보아도 보이는 것이 없자 고개를 갸웃하며 몸을 일으켰다. 창문을 닫고 다시금 철창이 있는 방 가까이로 다가갔다. 아람은 신중한 편이었다. 이 납치를 계획하면서 여러가지 변수를 고민했었기에 어느 정도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를 이미 생각해 두었다.
"숨바꼭질 하자는 거에요?"
생긋 웃으며 하는 말은 혜성이 방 안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었다. 나갈 수 없게 만들어놨으니까. 나갈 수 있을리가 없다. 자신이 너무 못된 사람이 된 것 같지만. 하긴, 이미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있으니 충분히 못된 사람이기도 하다.
"아, 혹시 아침 먹지 않을래요? 샌드위치 사다 놨는데."
마치 먹을 것으로 야생동물을 유인하려는 것 같지 않은가.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혜성주~ ㅋㅋㅋㅋㅋㅋ 나두 안주를 더 좋하해. 술집가서 안주만 축내는 안주 빌런이야 큐큐 맞아 내 잘못은 없지. 다 일의 잘못이다...! 우리집에는 티비가 없어서() ㅋㅋㅋ 연애 프로그램은 잘 안봐서 모르는 관계로 혜성주가 많이 도와줘야 할거야 ㅋㅋㅋ 그래도 소재는 재미있다고 생각해~ 혜성아람이 헤어진 연인 사이로 들어와서 질투심 폭발하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서양 로판 배경의 두 사람 넘 맛있겠다 ㅋㅋㅠㅠㅠ!! 원래는 정략적인 약혼 관계였으나 아람이네 국가가 배신함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하고 아람이네 국가가 패전해서 포로가된 왕녀 아람이랑 승전국 황태자(혹은 황제) 혜성이라거나~ 아, 같이 사는 거 생각하면 그것도 재미있지 않아? 하우스 메이트를 구했는데 서로 동성인줄 알았는데 만나고 보니 남녀 사이. 그런데 둘다 새로움 집을 못 구하는 상태라거나~ ㅋㅋㅋㅋㅋㅋ 급당황하는 혜섷이 귀여워ㅋㅋㅋ 아람이도 엄청 반발할 것 같지~! 개나리 핀 거 봤어? 완전 봄이야 ㅋㅋㅋ!
숨바꼭질 하는 것이냐는 말에 혜성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이미 저 말 자체가 안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 아닌가. 물론 속이기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 괜히 찔리는 감이 들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생각보다 머리가 훨씬 좋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어째야할까. 어째야할까. 그러는 와중에 야속하게 배가 고파졌고 저쪽에선 샌드위치를 거론하며 먹지 않겠냐고 유혹하고 있었다.
"......"
참아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움직이면 진짜 말짱 도루묵이 아닐까. 하지만 상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고집 부려봐야 좋을 것이 있긴 한걸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혜성은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리없는 신음소리와 괴로움이 가득 담긴 한숨소리만 내다가 그는 살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마, 말해두는데 샌드위치 때문에 이러는 거 절대 아니거든요? 애초에 숨은 것도 아니거든요? 그냥...그냥... 조금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 뿐이니까 착각하지 마세요."
그 와중에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는지, 그는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리고 줄 것은 달라는 것인지, 그는 손만 슬쩍 아람이 있는 곳으로 내밀었다. 아마 그 위에 뭔가가 얹혀졌으면 바로 홱 손을 가지고 오지 않았을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혜성은 아람과 눈을 전혀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만약에 제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여기에 있는 것을 택한다면, 아예 나가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쪽은 어쩔 생각이에요?"
그렇기에 그는 오히려 그렇게 질문했다. 그녀는 감옥에 가는 것이 목표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자신이 나가는 것을 거부한다면, 여기에 이렇게 있는 것을 희망하는 쪽이 된다면 그녀의 계획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슬며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마찬가지로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아람주! 아람주도 안주를 좋아하는구나. 맞아. 역시 술보다는 안주가 더 맛있어. 술은 쓰기만 하고 맛도 없고 건강만 망치는걸. 고로 난 언제나 안주파였어. 안주는 맛있고 배도 든든해지고 몸에 나쁘지도 않잖아? ㅋㅋㅋㅋㅋ 물론 술 좋아하는 이는 술 좋아하겠지만. 요즘 TV는 점점 없어지는 추세이고 컴퓨터로 이것저것 보는 것이 많긴 하니까. 나도 옛날에야 좀 봤지만 요즘 것은 잘 몰라..ㅋㅋㅋㅋ 그런데 거의 포멧은 비슷하다고 듣긴 해서. 오. 그것도 재밌긴 하겠다. 그게 아마 환승연애 컨셉인 것으로 알고 있어. 헤어진 연인이 한 페어로 들어와서 다른 이와 이어질지, 아니면 원래 연인과 다시 재결합할지 정하는거. 질투심 폭발...ㅋㅋㅋㅋ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혜성이는 알게 모르게 질투 폭발할 것 같긴 한데... 뭔가 아람이는 그렇게 헤어지고 나면 확 선을 그어버릴 삘인데 맞으려나? 그것도 재밌을지도 모르겠는걸. 황제보다는 황태자 쪽이 좀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해. 전쟁에서 혜성이가 직접 군사를 이끌고 황국이 될지, 왕국이 될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멸망시켜버리고 포로이자 전리품으로 아람이를 데리고 온 다음에 망국을 잊고 제국의 사람이자 황실의 사람이 되도록 물들이려고 하는 혜성이의 유혹이라던가. 말이 좋아 포로지. 사실 포로 대우는 그다지 하지 않을 것 같아서...ㅋㅋㅋㅋ 앗. 그런 느낌의 작품도 있었던 것 같아. 제목은 까먹었지만! 맞아. 그런 느낌도 재밌을 것 같아. 막 서로서로 곤란한 상황이라서 집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면서 시작하는 러브코미디 풍... 난 그런 것도 엄청 좋아해! ㅋㅋㅋㅋㅋ 아람이도 반발하는구나. 그런데 반발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니까! ㅋㅋㅋㅋ 갑자기 이성과 살라고 하면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지. 맞아. 개나리 예쁘게 폈더라. 벚꽃은 아직 이곳은 피지 않았지만 조만간에 필 것 같아. 올해도 예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중이야! ㅋㅋㅋㅋㅋ
아람은 속으로는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혜성이 아무래도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얕은 변명까지도 조금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고. 작업할 때는 이런 사람인 줄 전혀 몰랐는데 말이다. 뭐랄까. 사무적인 느낌이였을까.
"네에ㅡ. 착각 안 할게요."
하고는 재빨리 냉장고에서 포장된 샌드위치를 꺼내와 헤성의 손 위에 올려두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몫도 있다.
"왜요? 저랑 같이 살고 싶으세요?"
아람은 혜성의 질문에 웃으며 짖궂은 질문으로 답했다. 장난끼 어린 목소리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조금 후 순순히 대답도 해준다.
"때가 되면 경찰을 부르겠죠? 작가님이 여기에 갇혀 있는 게 명백한 증거가 될테니까, 작가님은 풀려나고 저는 끌려가고. 아, 그 이후에도 여기 계속 있고 싶으시면 있으셔도 돼요."
있고 싶을 리는 없겠지만.
/이번 에유를 하면서 아람이는 돌아도 이성적으로 도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 ㅋㅋㅋ 혜성주 나랑 같은 파구나...! 나도 알콜의 쓴맛이 힘들더라고. 그래서 달달한 술을 좋아하는 편인데, 또 취하는 기분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몸이 알콜하고 안 맞나봐 큐큐 근데 안주도 다 몸에 나쁜 것들이 넘 많아서 슬프다. 근데 몸에 나쁜게 맛있어. 큭..... 맞아 환승연애 인거같아. 아람이 헤어진다면 선을 긋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많이 좋아했을 테니까 미련이 남아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계속 얼굴 보고 하면 흔들리기도 하고 마음이 바뀔 수도 있고 그렇겠지? 질투도 날테고 ㅋㅋㅋㅋ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캬... 너무 재미있다. 혜성이의 유혹 너무 생각만 해도 맛있다. 알고보니 아람이는 본국에서도 버림패였기 때문에 오히려 혜성이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을 좋아했지만 겉으로 그런 내색을 하면 혜성이 자신에게 실망할까봐 애국심을 연기할지도 모르겠네~ 혜성의 입장에서 아람이랑 결혼하면 망국의 국민들의 반발을 없애고 영토를 평화적으로 흡수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정치적 입장도 있으면 좋겠다~ 러브코미디풍 재미있지~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해야하나 ㅋㅋㅋㅋ!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싸우는 모습도 보고싶다~ 집안일 규칙 어겼다고 말다툼하기 ㅋㅋㅋ 꽃이 피니까 봄 느낌 물씬이야~ 혜성주도 오늘 하루 힘내기~~!
괜히 툴툴거리며 혜성은 자신의 손바닥 위에 샌드위치가 올려지자 그것을 홱 챙겼다. 이 안에 뭘 이상한 것을 넣은 것은 아니겠지. 적어도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았으니. 그렇게 생각하긴 했으나 바로 입에 담진 못하며 그는 샌드위치를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배는 고프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그는 천천히 입에 담았다. 빵은 물론이고 안의 내용물까지 절대로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 꽤 맛있게 조합이 된 것에 그는 절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머, 먹을 만하네요."
차마 맛있다고 바로 말은 하지 못하고 그렇게 돌려 이야기하며 그는 괜히 야금야금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말에 귀를 살며시 기울였다. 자신이랑 같이 살고 싶냐는 그 말에 그는 순간 움찔하더니 고개를 빠르게 도리도리 저었다.
"무, 무, 무슨 소리에요! 그런 거 아니거든요?! 혹시나 해서 묻는 거라고 했잖아요! 나 참. 애초에 여기에 평생 갇혀있을 수는 없거든요? 당신을 설득해서 나가던지 할 거라고요. ...애초에 몰래 탈출하면 죽을 거라는데... 탈출을 그냥 할 수 있을리도 없잖아요. 길게, 길게 당신을 설득해야죠. ...애초에 경찰이 와도 제가 요청해서 이렇게 했다라고 한다면 안 잡혀가는 것은 아시죠?"
이렇게 계획을 박살내면 어떻게 나올까...라기보다는 마냥 주도권이 그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혜성은 일부러 그렇게 대답했다. 물론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은, 조금은 흔들려주지 않을까 생각하다 그는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일단 묻는건데, 아람씨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건데요? 아람씨를 이해한다는 것으로 아는 것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건지 물어보고 싶은데... 뭐, 답하기 싫으면 말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아람이는 예쁘다는 것이 글에서부터 느껴져. 역시 아람이는 최고다! 오. 그것도 나랑 비슷하구나. 나도 취하는 기분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래서 그렇게까지 술을 먹는 편은 아니야! 물론 먹으라면 먹지만 술 말고 세상에는 맛있는 것이 너무 많아. 고기에는 소주라고 하지만 난 제로콜라가 더 좋단 말이야! ㅋㅋㅋㅋㅋ 안주도 안 좋은 것은 많지만 적당히 먹으면 괜찮대. (속닥속닥) ㅋㅋㅋㅋ 그렇다면 그 소재도 킵해둘까? 근데 진짜 혜성이 눈앞에서 다른 남자가 아람이에게 막 집적대고 작업걸고 있으면 혜성이 속은 막 타들어갈 것 같은데... 대놓고 질투는 못하지만 괜히 기분 안 좋은 티가 팍팍 나고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아람이는 어떻게 나오려나 괜히 궁금해서 귀만 쫑긋 세울 것 같기도 하고...ㅋㅋㅋ 그래도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이라서 뭐라고 크게 말은 못하지 않을까 싶어. 아앗...그렇게 또 서로 삽질이 시작되는구나. 물론 혜성이에겐 그런 입장도 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망국의 왕녀나 황녀와 결혼하게 되어서 가족으로 들이게 되면 망국의 국민들의 반발이 줄어들 수 있을테니 말이야. 오히려 우리들을 동등하게 생각해주는구나 싶은 마음일 수도 있을테고. 물론 그 와중에도 레지스탕스들은 절대로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아람이가 애국심을 연기하면 혜성이는 괜히 속이 막 타들어가지 않을까 싶어. 대체 어떻게 해야 저 애국심을 지워버리고 제국의 색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야. 반대로 혜성이가 볼모 느낌으로 아람이네 나라에 잡혀있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어. 이 황자가 돌아가서 대를 잇지 못하면 제국이 휘청거릴 위기인데 아람이네 나라에선 헤성이가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아람이와 붙여두고 점점 조국에 대한 생각을 잊게 만든다던가 식으로 말이야. 최종적으로 아람이가 황제가 되고 혜성이가 국서가 되면 완벽하지 않을까 싶은걸. 아앗...그거 완전 재밌을 것 같아! ㅋㅋㅋㅋ 거기에서의 혜성이와 아람이는 뭔가 지금과는 다르게 완전 티격태격이 심하겠는걸? 막 나중에 불시에 친구들이 몰려와서 졸지에 한명이 숨어있어야하는 상황이 되다던가...ㅋㅋㅋㅋㅋ 그런 것도 재밌을 것 같고! 일단 퇴근하면서 난 오늘 일정을 마칠게! 아람주는 하루 잘 보내고 있을까? 아니면 일하고 있을까? 어느쪽이건 늘 화이팅이야!
>>830을 못봤구나! ㅋㅋㅋ 나는 이제 곧 퇴근하는데 오늘 하루종일 바쁠거 같아서 답레는 천천히 가져올겡~ 맞아~ 술 말고 맛있는 게 너무 많아~ 나는 팹시제로 라임맛이 맛있더라. 전에 망고맛 먹었는데 너무 맛없었어 ㅋㅋ큐ㅠㅠㅠ 요즘 음료 신상 나오는 거 다 실패중이야. 밀키스제로 딸기바나나 먹었는데 넘 맛없던거있지.... 절대 먹지마.... 킵 좋아~ㅋㅋㅋ 혜성주가 남자모브 하나 굴리교 내가 여자 모브 하나 굴려서 이래저래 해보는 건 어때? 질투심 유발도 재미있을 것 같고 둘이 심정 변화 같은 것도 좋을 것 같고~ 재밌을듯 그치그치. 아람이의 애국심 연기에 타들어가는 혜성이의 플러팅 맛있겠다 큐큐 반대 설정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 볼모 혜성이는 아람이네 황국에 속해있는 공국(혹은 옆 제국인데 전쟁에 져서 막대한 배상을 해야하는)인데 황가 대대로 핏줄로 이어오는 권능(초능력) 같은 게 있어서 이것이 탐나는 아람이네 국가에서 아람이랑 혜성이를 어떻게 이어보려고 하는 그런 건 어때? 아람이가 혜성이를 잘 꼬셔야 할텐데 말이야 큐큐 아람황제 혜성국서 넘 맛있는데 과연 혜성이는 넘어올 것인가 티격태격 심한 혜성아람도 맛있을듯 큐큐 배틀노말... 혐관으로 시작하는 혜성아람은 어떤맛일까 갑자기 궁금해짐 ㅋㅋㅋㅋ 물론 이런 상황에서 혐관까지는 안가겠지만~ 불시에 친구들이 찾아오는 거면 아람이 친구들이려나 ㅋㅋㅋㅋ 어제도 수고 많았어~ 오늘도 힘내~! 화이팅!
사실 답레를 쓴 후에 보기는 했지만 뭔가 추가적으로 달자니 그건 또 이상해서...ㅋㅋㅋㅋㅋ 아무튼 답레는 천천히 이어줘도 괜찮아! 오늘 하루 바쁘다고 했으니 일 화이팅이야! 와..맞아. 팹시제로 라임맛 괜찮아!! 물론 일반 제로도 괜찮지만. 망고맛 먹어봤었구나. 나도 그건 조금 별로였어. 이걸 굳이? 라는 느낌이 들더라고. 누가 사준다면 공짜라는 느낌에 먹기야 하겠지만! ㅋㅋㅋㅋㅋ 으악.. 밀키스제로 딸기바나나는 뭐야. 그거 듣기만 해도 엄청 맛없을 것 같아...ㅋㅋㅋㅋㅋ 좋아! 그럼 그렇게 해보자! 일단 그 상황 하기 전에 조금만 더 조율을 해도 좋을 것 같고! 남자 모브로 아람이 진짜 뺏을 생각으로 열심히 굴려봐야겠다. ㅋㅋㅋㅋ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그러게. 꼭 질투심 유발이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감정선이 마구 흐를테니까...그게 진짜 재밌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 혜성이가 과연 플러팅을 잘 할 수 있을진 모르겠네. 워낙 툴툴대는 애니 말이야.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은 해보지 않을까 싶기도 해! 어쨌든 아람이를 제국 쪽으로 끌어들이고 싶을테니 말이야. 앗. 아람주가 제안한 설정도 괜찮다! 그럼 공국으로 하는데 그 권능 덕에 제국에 속하지 않고 나름대로 독립국처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제국 쪽에선 저 공국의 땅도 매우 탐이 나고 핏줄 대대로 이어지는 권능도 탐이 나니까 아람이를 보냈다는 그런 것은 어떨까? 물론 이 경우에는 아람이의 마음이 어떨지도 궁금해지네. 혜성이는 아마 그 속셈을 어느 정도 눈치를 채서 경계를 할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마음이 천천히 풀려나가고 어느 순간, 제국에게 물들어가고 있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걸. 국서가 되어서 공국은 그대로 제국에 흡수되어버리고 말이야. 아마도 혐관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심한 혐관이 아니고 서로 조금 불평불만을 하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걸. 뭔가 그 모습도 되게 귀여울 것 같아. 진심으로 으르렁거리기보다는 그냥 가볍게 투닥투닥거리는 그런 느낌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혜성이 친구일지도 모르지! 막 술 먹고 갑자기 문 두들기고 하룻밤 재워달라고 찾아오는 느낌이라던가 말이야.
밀키스 제로 딸기바나나... 역시 직감을 믿고 사지 말았이야했는데 ㅋㅋㅋㅋㅋㅋ 혜성주 남자 모브 어떻게 데려올지 넘 궁금한데? 나도 완전 아람이랑 다른 타입으로 데려와봐야지ㅋㅋㅋ 열심히 유혹해서 뺏을 각오로 간닷! 이미 헤어진 상태니까 다른 에유에서는 딴 사람 만날수도 잇는거잖아? 그게 재미있는거지ㅋㅋㅋ 못하는데 해야해서 노력해서 하는 플러팅ㅋㅋㅋㅋㅋㅋ 아람이면 완전 눈치챌것 같긴한데 말이지. 혜성이 공국 설정도 너무 좋은데? 어떤 능력이면 좋으려나? 아람이가 결혼해서 첫아이는 공국에 돌려주겠다며 혜성이를 설득할지도? 둘째는 제국을 이을수도 있다고 말이야. 능력은 어떤 능력이 좋을지 궁금하기도 하다ㅋㅋㅋ 아람이는 처음에는 계락적으로 접근했는데 혜성이한테 점점 감기는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투닥투닥거리는 것도 너무 귀여울 것 같지~ 술먹고 찾아오는 친구라니ㅋㅋㅋㅋㅋㅋ 혜성이 뭐라고 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 둘이 완전 혐관으로 시작하는 에유도 한 번 해보고싶어. 대립물도 좋고 오해로 멀어진 관계도 좋고 큐큐 오늘은 일하고 들어와서 답레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중이야~~! 혜성주도 오늘 하루 힘내~
물론 조금 억지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고, 그렇게 말만 해도 그녀가 바라는 계획은 무너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샌드위치를 천천히 입에 담았다. 그 와중에 그녀의 웃는 얼굴이 상당히 천진난만하고 청순한 느낌이 드는 것도 같고, 귀여운 것 같았기에 그는 얼굴을 괜히 붉혔다. 왜 이리 웃는 얼굴이 예쁜 것인지. 이렇게 가까운 위치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서 그런 것일까. 허나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그는 일부러 고개를 격하게 도리도리 저었다. 실제로도 딱 그 정도의 감정이었다. 그 이상의 감정이 생길래야 생길 수 있을까. 얼굴만 보고 푹 빠지거나 하는 금사빠는 아니라고 그는 스스로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아람씨는 정말로 처벌을 안 받을걸요? 받는다고 하더라도, 집행유예 정도 일 것 같은데. ...뭐, 아닐수도 있지만..."
애초에 자신은 형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대충 이 정도가 아닐까. 그렇게 추측하며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한편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아람이 자신에게 되묻자 혜성은 가만히 샌드위치를 두 손으로 먹으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눈으로 쫓았다. 그리고 그녀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 이어 대답했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찾아갔으면 하는 사람이요. ...아무리 생각해도 파멸이니 뭐니,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만의 행복을 찾았으면 해요.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요. ...애초에 다들 행복해지려고 사는 거잖아요. 그런데 파멸을 바라는 것도 애매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여기에 있는 동안 계속 그렇게 생각하게 잔소리라도 퍼부으려고요. 싫으면 지금 풀어주던가요."
길고 긴 싸움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으름장을 놓았다. 물론 아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지는 스스로는 알 길이 없었다.
/퇴근하면서 식사 마치고 갱신이야!! 그리고 답레를 이렇게 남길게! 남자 모브는...아직은 구상중이긴 한데... 어차피 당장 할 AU는 아니기도 하니까! ㅋㅋㅋㅋㅋ 생각해볼 여유는 있기야 하겠지만, 아마 정말로 한다고 한다면 혜성이와는 다르게 툴툴거리지 않고 진짜 자상하고 상냥한 그런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긴해. 혜성이는 아무래도 좀 툴툴거리고 마냥 상냥하기보다는 약간 솔직하지 못한 느낌도 있으니 반대적인 느낌을 살려보자면 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거든. 아람주도 혜성이 뺏을 생각으로 만들어오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 헤어진 AU니까 그럴 수도 있기야 하겠지! 다른 참치를 개입해서 만드는 그런 것이 아니라 나와 아람주 사이에서 만드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그건 오케이야! 지금까지 본 아람이의 눈치라면 아마 금방 알아챌 것 같긴 해. ㅋㅋㅋㅋ 그렇기에 혜성이가 뭘 생각하는지 미리 읽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ㅋㅋㅋㅋ 능력이라. 개인적으로는 비를 조절하는 능력이면 어떨까 싶긴 해. 결국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물이 중요하고, 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물을 조절하고 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 말이야. 그 정도라고 한다면 제국에서도 상당히 눈독을 들일만한 힘이지 않을까? 혜성이에게 그렇게 물어보면 아마 혜성이는 도끼눈을 뜨고 애초에 나랑 아이를 만들고 싶긴 하냐고 경계심 가득한 물음을 던질 것 같아. 제국은 공국을 흡수하려고 하는데, 공국으로 돌려주는 것이 성립할 수 있냐고도 묻고 말이야. 혜성이라면 돌아가라고 하겠지만 정말로 막 주체를 못하고 쓰러질 정도라면 어쩔 수 없이 집안으로 데리골 올 가능성도 있을테니까. 그러면 그것 때문에 또 나중에 아람이가 혜성이에게 엄청 화를 낼 것 같지만...ㅋㅋㅋㅋㅋ 완전 혐관이라. 일상물에서는 조금 무리일 것 같고, 아무래도 그 정도 느낌이라면 대립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를테면 레지스탕스와 점령군이라던가의 느낌으로 말이야. 그러면 결국 입장상 대립하고 혐관이 될 수밖에 없을테니까. 결국 레지스탕스 입장에서는 상대 캐릭터가 자신의 조국을 빼앗고 유린한 적군에 불과하니 말이야. 오늘은 일 끝나고 쉬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오늘 하루 정말로 푹 쉬길 바라!
"작가님의 말씀은 잘 알았어요. 하지만 작가님이 밖으로 나갔을 때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져 있을 거에요. 제가 그렇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할 수밖에 없겠금 여론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자신처럼 탑모델에다가 인플루언서라면 더더욱. 대중은 유명인의 몰락을 좋아한다. 그 심리를 건들이는 것 쯤은 어렵지 않다. 혜성이 아무리 자신을 비호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람은 혜성을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잘 가두고 있다가 상황에 맞춰서 경찰에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작가님은 굉장히 상냥한 사람이네요. 납치범한테 이런 말까지 해주고요. 작가님이 이곳에 갇혀있는 동안 하지 못하는 일들이나 금전적인 손해를 생각하신다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으실텐데요. 아니면 평소에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아님 이렇게 갇혀있어서 어쩔 수 없이 저를 설득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람은 웃으며 말했다. 혜성의 말을 들으니 혜성의 질문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제가 작가님을 어떻게 생각하냐면. 음. 역시 사람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이라면 제 얘기를 잘 들어줄 것 같고요. 같이 있는 동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상성욕에 의한 납치라는 변명을 생각해뒀었는데, 실제로 작가님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마지막 말은 농담 반 진심 반이었지만. 배시시 웃는 모습은 참... 철창을 사이에 두고 보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어제도 고생 많았어~~ 나는 일 마치고 들어와서 기절잠했따 큐큐 나는 이미 머릿속으로는 구상 끝났는데! 바뀔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흰색에 컬이 들어간 긴 머리에 따뜻한 빛의 연한 하늘색 눈동자. 키는 평균보다 살짝 작은 편이고 나긋하고 부드러운 인상. 성격은 순하고 천진하지만 나무같이 단단한 느낌. 화목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가난했고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직업은 싱어송라이터이고 참가 배경은 지금보다 좀더 유명해져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어. 겉으로는 좋은 사람 만나고 싶어서라고 하지만 말이지. 모브라기엔 서브캐같은 느낌인데?ㅋㅋㅋ 비를 조절하믄 능력 엄청나다....! 제국에서 탐낼만 할듯. 아람이는 막 속이려고 하기보다는 좀 더 대놓고 이야기할 것 같긴 함. 아무래도 제국이 갑이니까 말이지. "그대가 어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공국이 막대한 배상금을 내야 할 뿐이지 아직은 나라가 망한게 아니니 말입니다. 그대만 나한테 온다면 나는 확실히 황제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또 그리되면 어찌 남편의 본국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대가 나라의 불운으로 팔려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그대나 나나 윈윈인 전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확실히 여자의 몸으로 황제가 되는건 쉽지 않으니까 나름의 계략같은 거겠지? 아람이 친구 업고 들어오는 혜성이 싸늘하게 쳐다보기 ㅋㅋㅋ 나중에 친구 보내고 나면 투닥거릴듯?ㅋㅋㅋㅋㅋㅋ 대립물에서 가치관을 꺽고 상대방을 사랑하게 되는 것 너무 맛있다....... 싸우다가 정든다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큐큐
"납치범이라고 한들, 결국 그 목적이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거잖아요. ...말해두는데 나중에 잠자리가 뒤숭숭해질 것 같아서 이러는 거예요. 딱히 별 뜻은 없고요. 뭔가 제가 막지 못해서 파멸하는 것 같잖아요. 나 참."
상냥한 사람이라는 그 말에 혜성은 부정하듯 고개를 휙휙 양 옆으로 강하게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상냥한지는 알 수 없는 탓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정말로 상냥한 이라면 여기서 상냥하게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설득하겠지만, 자신의 입에서는 조금도 상냥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이건 자신의 잠자리가 뒤숭숭해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중얼거리면서 그는 작게 혀를 찼다.
"하지 못하는 일이건, 금전적 손해이건 그런 것은 제가 1~2년 여기에 갇혀있을때 벌어지는 일이고, 그렇게 오래 가둘 생각은 없다면서요. 저에게 비난을 받고 싶다면 진짜로 비난받을 분위기를 만들고 나서 얘기해주세요. ...괜히 스스로를 파멸시키니 뭐니 그런 말을 하지 말고요. ...애초에 이렇게 넓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납치범이 세상에 어딨는데요."
그러다가 괜히 그는 한 손으로 철창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한들 철창이 어디 부서지겠는가. 괜히 입술만 삐쭉 내밀면서 그는 이 철창만 없으면 더 좋을텐데.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괜히 철창을 손에서 놓았다.
한편 배시시 웃으면서 자신의 물음에 대답하는 아람의 모습을 혜성은 가만히 바라봤다. 이상성욕에 의한 변명이라니. 정말 이미지 와르르 무너지기엔 딱 좋은 느낌이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실제로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 말에 그는 도끼눈을 빤히 뜨고 바라보면서 물었다.
"실제로 저를 좋아하게 되면...파멸이고 뭐고, 생각도 못하게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아니. 그렇다고 좋아해달라는 것은 아니긴 한데... 그러니까... 괜히 욕심 날 거 아니에요. 정말로 좋아하게 되면. ...그러면 굳이 막 다른 생각은 안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일반론적인 이야기에요. 일반론적인 이야기."
괜히 평소보다 더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그는 마침내 샌드위치를 다 먹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털어낸 후에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이 공간 안으로 들어오거나 할 생각도 있어요? 아람씨는?"
/일 마치고 피곤하면 기절잠은 얼마든지 잘 수 있지! 난 이제 퇴근이야! 물론 정확히는 밥도 먹고 온 거지만!! 이제 주말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구상했구나?! 나는 아직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뭔가 상당히 부드럽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당히 강한 느낌이라는 것이 확 느껴지는걸? 동기는...ㅋㅋㅋㅋ 사실 그런 연애프로그램 나오는 이들이 대부분은 자기 이름값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니 말이야. 어쨌건 저 AU에서는 일단 서브캐처럼 굴리는 거니까 서브캐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나도 이미지가 확실하게 잡히면 이야기해볼게! 그렇지? 아무래도 비를 조절하는 능력은 여러모로 엄청나게 쓸모가 있고, 물을 무기화하는데 딱 좋으니 말이야. 아앗...ㅋㅋㅋㅋㅋ 그렇게 나오는구나. 혜성이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꿍한 표정을 지을 것 같은걸. 그 말을 다 듣고 혜성이는 그럼 여기서 내 조국을 건들지 않겠다고 모두를 증인으로 삼아 약속할 수 있냐고 물어볼 것 같아. 제국의 속셈을 생각해보면 그건 쉽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에 보이는 나름대로의 발버둥 같은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네. 사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배상금이 있고, 그로 인한 볼모로 있는 거니까 혜성의 의견이 그렇게 크게 중요해지진 않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그 싸늘한 눈빛이 막 절로 머릿속에서 그려지는걸. 나중에 투닥거리는 분위기가 되면 혜성이는 그럼 술에 취해 쓰러져있는데 길바닥에 내팽겨칠 수도 없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괜히 변명하듯 이야기를 할 것 같아. 물론 이 경우엔 아람이가 무조건 이기겠지만 말이야. 혜성이가 할 말은 없기도 하고... 싸우다가 정드는 것이라. 사실상 저 AU에서 어느 한 쪽이 다른 하나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배신이라도 하게 되면...사실상 한 쪽 진영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니... 레지스탕스 쪽의 이가 배신을 하면 레지스탕스 아지트나 멤버나 기본적인 정보가 다 유출되는거고, 점령군 쪽에서 배신을 하면 중요한 보급로나 작전이나 여러가지 기밀 사항들이 다 유출이 되는 거니... 말 그대로 사랑을 위해서 그 이외의 모든 것을 배신하게 되는 결말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 하지만 그게 또 맛있는 법이지!
주말 잘 보내고 있어? 나는 일하는 중이다 큐큐 픽크루는 찾아봐야겠지만 아무래도? 그낭 팟 생각났어. 아람이와는 다른 강함이겠지만? 아람이는 내면이 취약한 면이 있긴 해서 ㅋㅋㅋ... 서브캐는 천천히 생각해도 괜찮을듯! 시간은 많으니까! 혜성이가 그런 조건을 건다면 아람이는 혜성이한테 "그럼 그대는 혼인 증명서를 먼저 작성해줄 수 있나요? 이건 나름의 결혼 장사 같은 것이니까요." 비를 내르는 능력은 배상금보다 더 귀한 것이니 제국 입장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아람이는 경쟁자를 제치고 황제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테니 놓치고 싶지 않을 것 같고. 변명하는 혜성이ㅋㅋㅋㅋㅋㅋ 둘이 투닥거리는 거 귀엽겠다 ㅋㅋㅋ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배신하는 결말...! 맛있다! 뭐랄까. 아람은 레지스탕스 일 같은 건 안할 것 같으니까 점령군이 되려나? 나라 보다는 사랑을 선택할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 아람이라면. 물론 얻는 것이 확실해야겠지만? 혜성이는 개인의 영락을 위해 조국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딱히 사명을 느끼는 것은 아니거든요? 저도. 아까도 말했다시피 잠자리가 뒤숭숭해질까봐 그러는 거예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혜성은 괜히 자신에게 다시 한번 최면을 걸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렇게 믿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것 뿐인지. 어쨌건 그렇게 강하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아는 것은 없지만, 이대로 두면 정말로 파멸의 길로 갈 것 같아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것은 저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괴, 괴롭힘 당하고 싶다고 한 적 없거든요?! 이상한 말 하지 마세요! 어디까지나 저는 일반론을 이야기한 거예요! 일반론을!"
지금의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너무나 호화롭지 않은가. 납치된 것 치고는. 보통은 묶어서 자유를 억압하거나 아예 얼굴도 안 비추는 것이 일반적일텐데, 지금의 자신은 핸드폰이나 인터넷만 없을 뿐. TV도 있고 방도 그리 좁지 않았으며 하다못해 이 공간 안에서는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세상에 이런 납치범이 어딨단 말인가. 그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한편 이어지는 그녀의 물음에 그는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물음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사람대 사람으로 좋아하는 것이야 많이 있지만, 이성적이나 연애적인 느낌으로는...글쎄요. 저도 아직 경험은 없는데. ...마, 말해두는데 딱히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인기가 없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여, 연애 따위...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어요!"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결국 툴툴거렸다. 물론 딱히 누가 뭐라고 한 적은 없지만, 아직 연애 경험이 없다거나, 이성적으로 누굴 좋아해본 적은 없다는 것이 괜히 찔렸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작게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이 결정타였다. 물론 크게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면 빈틈을 노려서 빠져나갈 방법조차 없는 셈이 아니겠는가.
"...거, 걱정하는 거 없거든요?! 그냥 청소나 이런 것을 하려고 들어오는 것이 아닐지, 제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을지 혹시나 해서 말한 것 뿐이에요! ...그, 그러니까 옷 갈아입는 거라던가..."
빠르게 머리를 굴려 만든 변명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괜히 뿌듯한 표정을 저도 모르게 지었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그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런 대화의 기회가 이런 곳이 아니라 밖의 카페였다면 참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그럼 적어도 어느 한 쪽이 피해를 입는 결말은 없을 거 아니에요. ...나 참."
/아앗...아람주 일하는 중이로구나. 나는 집에서 푹 쉬는 중이야! 내일은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들어온다! ㅋㅋㅋㅋ 맞아. 서브캐는 천천히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 어차피 다음 일상에서 바로 그 AU를 하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야. 하지만 아람이가 혹할 정도의 그런 서브캐를 만들어봐야겠네! 뭔가 아람이 진짜로 서브캐로 꼬셔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서! 그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지만 말이야! 와...아람이..역시 만만치 않구나. 여기서 바로 혼인 증명서를 먼저 작성해줄 수 있냐니. 혜성이는 가만히 그 조건을 들으면서 선언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못을 박을 것 같아. 혼인 증명서를 작성한 후에 입을 씻어버리면 그땐 취소할 수도 없지 않냐고 하면서 말이야. 김에 묻는 거지만 아람이는 공국까지 다 차지할 생각인거야? 아니면 정말로 혜성이에게 돌려줄 생각이 있는거야? 어느 쪽이건 맛있을 것 같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맞아. 둘이서 투닥거리는 거 엄청 귀여울 것 같아. 반대로 아람이가 변명하는 그런 모습도 괜히 보고 싶어지네! 혜성이가 그럼 레지스탕스 일을 하면 되려나. 일반적으로는 혜성이가 그렇게 배신을 하진 않겠지만 아람이의 매력에 푹 빠지거나 미인계에 제대로 걸려버리면 혹시 모르지? 조국을 배신하고 아람이가 원하는대로 레지스탕스의 정보를 넘겨줄지도? 물론 그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고 가능성은 낮겠지만 말이야! 일반적으로는 혜성이는 그냥 도망치는 것을 택할 것 같아. 아람이랑 같이 말이야. 아무튼 아직 일하는 중이라고 하니...고생이 많고...일 화이팅이야!
잠자리가 뒤숭숭할 것이라는 것도 변명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람은 괴롭힘 당하고 싶은 것도 아니라는 혜성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히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물론 사람을 납치하는 것 자체가 적성은 아니지만 말이다. 물론 지금도 호화 감금이긴 하지만. TV에는 OTT 서비스도 연결되어 있으니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랑 마찬가지네요. 인기가 없었던 건 아닌데 딱히 관심이 없어서요."
아람이 쿡쿡 웃더니 답했다. 물론 아람의 인기라는 건 좀 궤를 달리하는 것이긴 하지만.
"네에. 알겠어요. 주의할게요. 제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으니 너무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에요. 물론 음식은 잘 챙겨 드리도록 노력할게요."
화장실도 따로 있으니 옷을 갈아입거나 하는데에 불편함은 없을 터였다. 냉장고도 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아람이 어떻게든 구해올 것이고.
"음....... 글쎄요. 과연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아람은 조금 서글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물론 금방 웃는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일단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오늘은 저도 일정이 있어서 나가볼테니까 편하게 계세요. 점심 쯤에는 들어올테니까 걱정 마시고요." 과연 두 사람의 납치극은 어떻게 될까. 혜성이 아람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을 것이었다.
/막레 느낌으로 적었다.....! ㅋㅋㅋㅋㅋㅋ 나름 재미있었어~~! 혜성이 귀엽고 아람이는 아람했다(?) 과연 혜성이는 아람이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혜성이 여차하면 미인계로 아람이 마음을 돌리려는 시도를 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친구랑 놀고 있겠네~~ 재미있게 놀고 오고~! 나는 어제 열심히 일했으므로 오늘은 열심히 집안일을....() 혜성주가 뭔가 비장한 느낌인데?! 사실 나도 비장해. 혜성이 다른 캐로 꼬시기...!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지만! 뭐랄까 어떤 캐릭터를 꼬신다는 건 캐와 캐의 오너를 동시에 꼬셔야 하는 일이라 어려운 것 같아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이미 연플이 났던 캐라면 더더욱 철벽이 강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헤어졌지만! 혜성이가 어떻게 말하든 아람은
악 중도작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람이는 "그럼 결렬이네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며칠 뒤 있을 회담이 끝나면 그대의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회담에서 제국이 요청할 내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나와 결혼하고 이후를 도모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뜻) 아마도 혜성이 볼모라고 하지만 겉으로는 배상금 관련 책임자로 실무자들하고 함께 와서 못 나가고 있는 느낌일 듯 ㅋㅋ큐ㅠㅠ 아람이도 제국측 대표자로 배상 관련 문제를 조율할 것 같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국이 갑이라는 아람이의 무언의 압박이 들어갈 것 같지 큐큐 아람이는 일단 황제가 되는 게 우선이고 공국을 흡수하는 건 그 뒤에 생각한다는 느낌이지? 공국 자체와 공국 왕실 직계의 능력 모두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후자가 더 중요할 것이고. 하지만 혜성이 아람이랑 결혼하게 된다면 아람이 혜성에게 공국을 주지는 않을듯? 왜냐하면 국서가 될테니까. 혜성이와 아람이 사이의 자식에게는 돌려줄 생각도 있을거야.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쨌든 아람이는 1순위가 황제가 되는 것 2순위가 능력을 제국으로 가져오는 것 3순위가 공국 합병 정도겠네! 아람이가 변명하는 모습....! 뭔가 만들려다가 실패해서 냄비 까맣게 태운 다음 혜성이 눈치보면서 사과하기 ㅋㅋㅋ큐ㅠ 혜성이는 신몀이 강할 것 같아서 잘 어울리지~! 혜성이가 아람이한테 홀려서 내부 정보를 알려준다? 엄청 희박한 확률일 것 같은데?!ㅋㅋㅋ 생각난게 아람이가 레지스탕스에 스파이로 잠입해서 일반 대원인 척 하다가 간부인 혜성이한테 접근해서 고급 정보를 습득할 목적으로 꼬신다거나. 그래서 연인 관계가 되었고 아람이 혜성이 몰래 비밀에 접근하다가 혜성이한테 딱 걸린 게 보고싶다...! 배신감 느끼는 혜성이의 모습과 딱 얼어붙은 아람이가 보고 싶네!
그렇다면 저것을 막레로 받을게!! 저런 아람이는 저런 아람이대로 뭔가 매력적이다! 약간 본편보다는 좀 더 여유롭고 섹시한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 물론 분위기가 말이야. 그러면서도 묘하게 섬뜩한 면도 아주 잘 살아난 것 같고! 아앗...ㅋㅋㅋㅋㅋ 미인계는 쓰지 않을 것 같고 아마 계속 말로 설득하듯이 잔소리를 하지 않을까 싶은걸. 집에 있는 동안에 계속 말을 걸어서 시끄러워서 내쫓아보내기 같은 작전도 세울 것 같고 말이야. 물론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겠지만! 아무튼 잘 놀다 왔어. 집에 오니까 이 시간이네! 으아..피곤한 것이 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아니. 하지만 뭔가 기회가 기회니까...다른 캐릭터로도 연플캐를 꼬셔보고 싶다...라는 느낌이란 말이지. 물론 그게 상당히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말이야. 사실 못 꼬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ㅋㅋㅋㅋㅋ 연플이 났던 캐릭터라면 아무래도 철벽이랄까. 뭔가 다른 이에게 넘어가면 살짝 배신이라는 느낌도 들 수도 있으니 말이야. 헤어지기야 했지만 실제 원본에서는 혜성이와 아람이가 헤어진 것은 아니니 말이야! 아람이는 아람이대로 저기서 상당히 강하게 나오는구나. 그럼 혜성이는 아마 아랫입술을 깨물고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일단 물러날 것 같아. 실제로 그런 느낌일 수도 있을테고, 배상금 안 줄까 싶어서 인질로 잡아두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고 말이야. 사실 따지고 보면 제국 입장에선 그냥 공국 쳐버리면 그만이니까 크게 아쉬울 것도 없을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아람이의 무언의 압박이 들어오면 혜성이는 아무래도 상당히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네. 어떻게 해도 자신쪽이 을이니 말이야. 그나마 능력으로 어떻게든 협상을 보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이를테면 일정 주기로 제국을 위해서 이 능력을 사용해주겠다...그러니까 공국을 건들지 마라 이런 느낌이라던가. 약간 우선권 느낌으로! 아무튼 아람이는 그렇구나. 뭔가 상당히 계산적이면서도 계략적이라는 것이 잘 느껴져. 그 와중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은 확실하게 챙기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야. ㅋㅋㅋㅋㅋ 그렇네. 국서가 되니까 돌려주진 못하겠구나.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국의 핏줄에 제국의 핏줄을 섞어서 친제국 분위기로 돌려버리는 것은 또 엄청나게 계산적이라고 생각해. 어느 쪽이건 저 싸움은 혜성이가 이길 수가 없겠는걸? 아앗...ㅋㅋㅋㅋ 냄비를 까맣게 태우면 혜성이는 도끼눈을 뜨고 가만히 바라볼 것 같아. 진짜 아무런 말도 없이 빤히 말이야. 그래도 사과를 하면 한숨을 쉬면서 요리하지 마라고 툴툴거리면서 아마 대신 맛있는 거 하나 만들어주고 이거 같이 먹자고 할 것 같아. 물론 다정하다기보단 아무래도 좀 툴툴거리겠지만 말이야. 음. 나도 희박한 확률이라고 생각해! SSR 단차로 뽑는 확률 정도가 아닐까? 오...그것도 괜찮겠다. 다만 혜성이도 바로 넘어가진 않을 것 같고... 아마 조금 시간은 필요할 것 같아. 그러다가 연인 관계가 되고 그렇게 비밀 보려다가 혜성이에게 딱 걸리면 혜성이는 아무래도 이를 빠드득 갈지만 아람을 투옥하진 못하고,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냐고 화를 낼 것 같아. 원래라면 죽여야겠지만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돌려보낼 수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갈등을 하다가 그냥 아예 이쪽으로 올 생각은 없냐고 일단 물어볼 것 같아. 아람이는 어떻게 나오려나. 역으로 혜성이를 점령군으로 오도록 이야기를 하려나?
혜성이도 귀여웠어ㅋㅋㅋ 야옹할때도 그렇구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혜성이 아람이를 돕고싶어하는 마음 너무 착하구~ 아람이 분위기 좋다고 하니까 뿌듯한데? 예쁘면서도 섹시하고 섬뜩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혜성이는 아람이 설득하려고 하지만 난도는 높을것같지~ 아람이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봅니다! 잘 놀고 돌아왔다니 다행이야~ 푹 쉬어! 맞아ㅋㅋㅋ 다른 캐로 연플캐 꼬셔보기 시도할수있는 일이 거의 없지! 진짜 재밌을 것 같아ㅋㅋㅋㅋㅋㅋ 맞아 원래는 둘이 사귀고 있는 거니까 다른 캐가 끼어들기 힘들 것 같기도하고~ 그런데 또 그런 배덕감이 맛있는거 아니겠어? 다른 사람 만나는 에유도있고 그러는거지(?) 헤성이 꼬시는 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해. 아람이랑 혜성이는 도대체 어쩌다가 사귀게 된거지? 신기해~ 능력으로 협상을 보려고 해도 제국에서는 역시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하니까 말이지~ 하지만 혜성이의 능력이 탐이나는 만큼 너무 서로 악감정이 생기게 하지는 않을 것 같아. 아람이는 좀 이성적인 면이 강하긴 하지? 본편에서늠 많이 나타나는 부분은 아니지만 말이야~ 아람이한테 유리한 상황이니까 이기기 쉽지 않지 않을까? 계약 결혼으로 시작해서 서로가 서로한테 빠져들어가는 것도 맛있다...! 황태자 혜성이랑 포로 왕녀 아람이 상황에서는 혜성이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겠지~! ㅋㅋㅋㅋㅋㅋ 혜성이가 그렇게 바라보면 눈치보면서 미안하다고 냄비 사오겠다고 할거같은데 ㅋㅋㅋㅋㅋㅋ 요리하지 말라고 직접 요리를 해준다고? 상냥하잖아ㅋㅋㅋㅋㅋㅋ 아람이 집안일 못해서 이런 걸로 혜성이랑 투닥거리거나 혜성이 힘들게 할지도 ㅋㅋ큐ㅠ 근데 요리 해주는 것 자체가 다정하잖아ㅋㅋㅋㅋㅋㅋ 혜성이 화내는 모습 보고싶다(나쁜 오너) 처음부터 이럴작정이었냐고 물으면 아람이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지. 혜성이가 화내다가 죽일 생각 없어보이면 아람이가 "차라리 죽여. 그게 규칙이잖아. 날 죽이지 않는건 저항군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거 네가 더 잘 알면서. 내가 저항군으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네가 나를 더이상 믿을 수 있겠어?" 하고 씁쓸하게 웃을 것 같지. 큐큐
그렇게 살리고 싶었다면 제대로 잘 살았다고 생각해! 와...그저 감탄했는걸. 일상 돌리면서 말이야. ㅋㅋㅋㅋ 솔직히 아람이가 설득이 되진 않을 것 같아서...하지만 혜성이는 혜성이대로 열심히 노력해볼 것 같아. 그러다가 혜성이가 아람이에게 푹 빠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그건 저 세계관의 혜성이가 알아서 하겠지!! 아무래도 보통 그런 소재로 돌리진 않으니 말이야. 사실 이것도 오너끼리 합의하고 헤어졌다는 환승연애 AU니까 가능한거고! ㅋㅋㅋㅋㅋ 그러게. 뭔가 좀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둘이 사귀게 된 것은...둘이 솔로였고 서로 뭔가 알게 모르게 잘 맞아서가 아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아람이가 보통 매력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ㅋㅋㅋㅋㅋ 확실히 제국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좀 더 큰것에 눈이 돌아갈테니... 저렇게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 내가 제국을 이끄는 입장이라도 그럴 것 같고 말이야. 비를 다스리는 능력은 그야말로 농업에도 크게 관련이 있고, 다른 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가뭄을 없애버릴 수도 있는 사기 능력이기도 하니! 결국 혜성이는 아람이의 혼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네. 하지만 그렇게 작성해줘도 내 입장은 당신이 취했을지 몰라도, 마음만은 당신이 원하는대로 되진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러면서 어느 순간 아람이에게 푹 빠지게 되는 거...되게 맛있을 것 같단 말이지. ㅋㅋㅋㅋㅋ 확실히 반대라면 혜성이가 아무래도 좀 더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대신 이쪽은 아람이를 최대한 제국에 물들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일부러 제국의 여러 문화를 체험시키고, 제국의 온갖 고귀한 것들을 제공하고, 자신과 혼인을 요구할 것 같아. 은근슬쩍 왕국의 무능함이나 널 지켜주지 못한 왕가보다는 널 항상 지켜주는 이 제국이 더 좋지 않겠냐고 속삭이고 말이야. 너를 구하겠다는 왕가의 사람들도 결국,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왕국'을 살리기 위해서 너라는 존재가 필요할 뿐 아니냐고도 말을 하다가 혜성이는 난 너만 있으면 된다고도 조용히 속삭여줄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혜성이에게 그 관련으로 말을 하면 너에게 요리를 맡겼다가 다 태워먹으면 그게 더 골치 아프다고 툴툴거릴 것 같아. 아마 고운 말은 안 나올 것 같고 말이야. 아마 한번 정도는 집안일 관련으로 배울 생각이 있긴 한 거냐고 잔소리를 할 것 같기도 하지만...이러면 또 티격태격하겠지. 아..뭔가 엄청 귀여울 것 같아! ㅋㅋㅋㅋㅋ 아람이가 그렇게 말을 하면 혜성이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널 죽이기보다 널 살려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에겐 더 이득이니까 살려주는 것 뿐이니까 착각하지 마." 라고 괜히 툴툴거리면서 성질을 낼 것 같아. 그러면서 일단 침묵을 지키다가 돌아설 생각은 있냐고 물어볼 것 같아.
저 세계관의 혜성이가 어떻게든 해피엔딩 만들거라고 생각해ㅋㅋㅋ 다음에 환승연애 에유 해보자ㅋㅋㅋㅋㅋㅋ 재미있겠다~ 혜성이 매력도 장난아닌데? 둘이 캐미도 잘 맞아서 그런듯~! 맞아 비는 진짜 사기 능력이지~! 그렇게 계약 결혼이 시작되었는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고... ㅋㅋㅋㅋㅋㅋ 클리셰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해...! 맛있다 맛있어 이 에유도 나중에 꼭.....(이렇게 쌓인 에유를 바라본다)(못본척) 혜성이 꼬시는 게 만만치않잖아? 나라면 홀딱 넘어갔을 것 같은데 큐큐큐 왕녀 아람이는 어떤 반응을 할지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굴려봐야 알 것 같아 ㅋㅋㅋ 근데 상황이 너무 맛있다. 이런 상황 좋아해 혜성이가 그렇게 말하면 아람이도 자기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라면서 투닥거릴 것 같은데 ㅋㅋㅋ 그리고 집안일도 아람이 해본 적도 별로 없고 소질도 없어서 혜성이한테 많이 배울 것 같고ㅋㅋㅋㅋㅋㅋ 휴대폰에 잔소리쟁이라고 저장하기...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지금 이 상황을 말하고 처분을 맡겨. 넌 나 못 죽이잖아. 아직 사랑하니까." 미안한 듯 웃으면서 혜성의 질문에는 "내 생각은 지금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생각해 볼게. 아니면... 내가 도망치겠다고 하면 도와줄래?"하고 조금은 체념한 듯이 말할 거 같아
좋아! 언제 한번 해보도록 하자! 이렇게 또 하나 쌓기 성공!! ㅋㅋㅋㅋ 맞아. 둘이서 캐미 엄청 잘 맞아! 뭔가 혜성이가 툴툴거려도 아람이가 정말로 잘 받아주는 것이 큰 것 같다! 역시!! ㅋㅋㅋㅋㅋㅋ 뭐 어때. 또 쌓으면 되는거지! 이렇게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천천히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물론 쌓인 것이 잊혀질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예 소재가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걸! 아앗...왕녀 아람이는 어떻게 나오는지는 아직 모르는건가! 좋아..그럼 그때 반응을 보도록 하겠어! 열심히 혜성이로 막 꼬셔봐야겠다! ㅋㅋㅋㅋ 휴대폰에 잔소리쟁이라고 저장...ㅋㅋㅋㅋㅋ 아아..너무 귀여워!! 혜성이는 한숨을 내쉬면서 나중에 따로 살면 그땐 어쩔거냐고 하면서 괜히 또 잔소리를 하다가 이것저것 가르쳐줄 것 같아. 요리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청소나 빨래 같은 거 말이야. 물론 그렇다고 혜성이도 만능이고 그런 것은 아니라서 정말로 기본적인 것만 가르쳐주겠지만! 와...아람이.. 그렇게 말하는구나. 혜성이가 동공이 막 흔들릴 것 같네. 이를 꽉 악물고 아무런 말도 못하다가 "도망친다면..어디로 갈건데?" 그렇게 아마 조심스럽게 물어볼 것 같아. 그럼 우린 다시 적이 되냐고도 물어볼 것 같고.
맞아 소재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이렇게 또 소재 쌓으니까 좋다 ㅋㅋㅋ! 혜성이가 꼬시는 거 기대해야겠어~ 잔소리쟁이 혜성이 ㅋㅋㅋㅋㅋㅋ 혜성이 아람이 미래까지 걱정해주는 거냐고ㅋㅋㅋㅋㅋㅋ 아람이 툴툴거리면서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라고 말할거같은데. 그래도 열심히 물어보고 배울 것 같긴 해! 흔들리는 혜성이 맛있다..... "실패한 요원이 다시 돌아갈 순 없을테니 도망자 신세로 지내다가, 잡히면 죽거나 아니면 적으로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퇴근을 하고 저녁식사 마치고 갱신이야! 맞아! 소재 쌓아두면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할 수 있는거니 말이야! 아앗...ㅋㅋㅋㅋ 너무 기대는 하지 마. 기대하다가 실망한다는 옛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어!! 아앗...ㅋㅋㅋㅋ 그게 그렇게 되는건가?! 어쨌든 아람이가 툴툴거리면서 알아서 하겠다고 하면 혜성이는 피식 웃으면서 퍽이나. 그렇게 말을 할 것 같아. 써놓고도 혜성이가 너무 4가지가 없는 것 같다...(주륵) 아람아. 막막 혼내고 때려도 돼!! 8ㅁ8 아람이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혜성이는 그럴 것 같으면 차라리 여기서 정말로 레지스탕스로 있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설득을 해볼 것 같아. 대신에 내 직속으로 있어야겠지만 식으로 조건을 달겠지만 말이야. 언제 배신할지 모르니 내가 직접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사랑하는 여성이니까 차라리 자기 옆에 두고 싶다라는 것이 속마음이겠지만 말이야.
알겠어 ㅋㅋㅋㅋㅋ 기대는 접어두도록 할게~!! 그래도 혜성이라면 뭔들... ㅋㅋㅋㅋㅋ 싸가지 없는 것 아닌데? 내가 생각해도 퍽이나인데? 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래야 투닥거리는 맛이 나지! 아람이도 엄청 투닥거릴거 같아. 주먹으로 옆구리 찌르기! 아람이는 설득을 거부할 것 같지. 어차피 자신은 스파이니까 지금까지 계속 정부와 연락을 해 왔고 갑자기 연락이 끊기면 이상하다고 생각할게 뻔하고. 방법은 저항군에서 모든 사실을 알고 아람을 죽이거나 살리거나 결정하는 것과 아니면 도망치는 것 그 외에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지. 그런데 저항군 입장에서는 아람을 굳이 살려둘 이유가 없으니까 원하지 않을 것 같고. 아람이도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저항군에 있을 생각도 없을 것 같고. 게다가 아람이는 저항군이 모두 가지고 있는 신념 같은 것도 없으니까. 혜성이한테 방해만 될 것 같다고 생각할 것 같아! 다음 일상은 에유 한 번 더 할까? 아니면 3학년 시작할까?
주먹으로 옆구리 찌르기! ㅋㅋㅋㅋㅋㅋ 헤성이는 맞은 후에 상당히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것 같은데. 이거 써놓고 보니까 정말 다다다 느낌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 ㅋㅋㅋㅋ 뭔가 너무 귀여워. 아무튼 옆구리를 맞으면 혜성이는 반사적으로 자신도 옆구리를 노리려다가 아. 안되지. 하면서 바로 손을 내릴 것 같아. 그러면서 혀를 차면서 괜히 툴툴거릴 것 같아. 그러다가 괜히 얄미워서 옆구리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기 반격을 가할 것 같고! 아람이는 결국 거부하는구나.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었어. 그러면 혜성이는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둬만 둘 것 같아. 너를 좋아하긴 해도, 널 그대로 풀어주면 우리 레지스탕스가 모두 위험하다는 이유로 말이야. 하지만 아마 공간은 나름대로 넓게 해줄 것 같아. 돌아다니는 것 자체도 어느 정도 제약은 있긴 하지만 하게 해줄 것 같고. 어떻게 보면 황제감금 반대버전인 것 같네! ㅋㅋㅋㅋㅋ 아...둘 다 너무 끌리는데. 혹시 아람주는 AU를 한다면 또 다른 거 해보고 싶은 거 있어?
ㅋㅋㅋㅋㅋㅋ억울한 표정 짓는 혜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구리 손가락으로 찌르면 아람이 간지럼타면서 하지말라고 할 것 같지 ㅋㅋㅋ 혜성이판 황제감금이냐구ㅋㅋㅋㅋㅋㅋ 주변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설명하려나? 에유 한 번 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나는 이거다 하고 생각나는 건 없는데 혜성주 의견은 어때? 사실 에유 썰 많이 풀어서 다 잘 기억이 안나....!(큰일)
그러면 혜성이는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괜히 손가락으로 더 콕콕 찔러댈 것 같아. 그러다가 아람이가 폭발하면 슬쩍 도망지지 않을까 싶은걸! ㅋㅋㅋㅋㅋ 물론 잡히면 응징을 당하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글쎄. 주변 사람들에게는 회유중이라고 하면서 일단 건들지 말라고만 해둘 것 같아. 불지 않으면 계속 이대로 갇혀있을 뿐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물론 그것을 안 좋게 보는 이도 있기야 하겠지만... 일단 혜성이는 아람이는 건들지 말라고만 할 것 같아. 이 싸움이 끝날때까지는 계속 붙잡아두려고 할 것 같고. 그러다가 나중에 점령군이 처들어오고 아람이를 구하려고 했을때 아람이가 어떤 행동을 할지도 궁금해진다! ㅋㅋㅋㅋㅋ 나도 그래. 너무나 많은 AU가 쌓여버렸어. 어..그러면 그나마 최근에 이야기가 나온 로판물 쪽으로 해볼까? 그리고 그거 다음에 3학년 시즌으로 들어가서 새해 일상 한번 하고 발렌타인 일상 한번 하고 본격 3학년 느낌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잘 지내고 있을까? 아람주? 뭔가 내일이나 주말에 한번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미리 레스 남겨놓을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내가 2박 3일로 친구들과 놀러가기 때문에...아마도 그 기간에는 상판에 접속이 힘들 것 같아. 고로 아람주가 그때 쉴지, 놀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논다고 한다면 여긴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푹 쉬어! 오늘 하루도 일 화이팅이고... 내일도 좋은 하루 계속되길 바랄게!
요즘 날씨가 따뜻해져서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ㅋㅋㅋㅋ큐ㅠㅠㅠ 겨울 때가 좋았는데 겨울은 너무 추워서 내가 싫고 ㅋ.... 요즘 정말 쉽지 않아 으으. 그래도 몸관리는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고~~ 놀러다녀온 것은 잘 다녀왔으려나 모르겠네~~ 즐겁게 잘 놀고 왔길 바라!!
>>855 둘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장난치고 짜증내고 하는 것도 너무 귀여울 것 같지 ㅋㅋㅋ 아람이는 간지럼같은거 잘 탈 것 같은데 혜성이는 어떠려나? ㅋㅋㅋ 아람은 혜성이가 자기를 가두어둔다면 그 말에 따를 것 같지만 뒤로는 자신을 싫어할만한 다른 혜성이의 동료들과 접촉하려고 하면서 떠날 궁리를 하고 있을 것 같지. 아무래도 자신이 여기 있으면 혜성이한테 좋은 영향은 없을 테니 말이야. 그렇게 갇혀있다가 점령군이 오면 아람이는 어떻게 하려나? 그래도 점령군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아. 어디에든 속하지 않고 제3국으로 망명하고 싶어할 것 같은 그런 느낌? 로판물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아람이가 포로인 쪽으로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어때? 아람이의 왕국에서 혜성이네 국가의 방심을 사기 위해서 아람이를 버림패로 약혼을 시켜놨다가 이후 전쟁을 일으켰는데 결국 아람이네 나라가 망하게 된 그런 느낌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일이 많아지고 날씨가 추워지면 일이 적어진다니. 대체 무슨 일인거지?! 내 머리로는 상상이 되질 않는걸? 하지만... 요즘 많이 힘들어졌다는 것은 잘 알겠어! 너무 무리하진 말기야!! 아람주!! 어쨌든 난 아주 잘 다녀왔고 지금도 잘 쉬고 있어!
혜성이도 간지럼은 잘 타는 편이야. 물론 그렇다고 만지자마자 바로 웃을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강하냐, 약하냐로 묻는다면 약한 편이야! ㅋㅋㅋㅋ 뭔가 이렇게 되니까 서로 간지럼배틀을 뜨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어지네! 뭔가 아람이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혜성이를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자신이 떠나려고 하는구나. 점령군으로도 넘어가지 않으려고 하고 말이야. 제 3국 망명루트라. 그건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네. 만약에 아람이가 망명을 강력하게 바란다면 혜성이는 아마 그렇게 해줄 것 같기도 해. 어차피 망명을 한 시점에서 다시 본국에 합류할 수는 없을테니 그나마 덜 위험한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나중에 전쟁이 다 끝난 후에 혜성이도 결과가 어찌되었건 그 3국으로 망명을 해서 슬쩍 들어오지 않을까 싶은걸? 좋아! 그쪽도 재밌을 것 같으니 말이야! 아람이의 왕국이 전쟁을 일으켰고 결국 혜성이네 제국이 멸망시켰다고 한다면 아람이의 입장이 정말 난처한 느낌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자신들을 친 왕국의 공주이니 말이야. 하지만 혜성이가 아마 이것저것 막으면서 제국에 물들게 하려고 이것저것 머리를 굴릴 것 같고! 전에도 말했다시피 왕국에서 아직 저항을 하는 이들의 기세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해서 아람 왕녀를 제국의 사람으로 만들어서 대항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줘야만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서 말이야. 그렇다면 일단 이 상황으로 돌려볼까?
흑흑 너무 늦어져서 미안하고 갱신해줘서 고마웡!!! 일이 넘 바빠서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나가버렸네 ;ㅁ; 이게 무슨 일이람
간지럼배틀ㅋㅋㅋㅋㅋㅋ 분명 아람이가 지고 말거야ㅋㅋㅋ 에유 아람이도 혜성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말로는 아닌척 해도 그런 거지. 사실 들킨것도 일부러 그런 것일수도 있고~ 망명루트로 헤어진 다음에 다시 만나는것도 맛있다... 망명국에서 아람이 이것저것 일 구해보다가 애들 가르치는 일 하고 있을 것 같기도하고? 그 난처한 입장이 재미있는 것 아닐까 싶은 느낌? 전쟁의 끝에 다른 왕족들은 다 죽었으려나? 아람은 자신이 왕국에서 버림받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왕국이 어떻게 되든 신경 안 쓰겠다는 입장이었겠지만 정작 나라가 망하고 나면 기분이 묘할 것 같긴 해. 시점은 이미 아람은 제국에 예비 황태자비로 들어와 있었고 그 틈을 타 왕국이 아람이를 버리고 전쟁을 일으켰고, 혜성이 전쟁을 마치고 제국으로 돌아왔을 땐 예비 황태자비에서 망국의 포로가 되어 아람이는 독방에 감금되어 있었고, 혜성이 아람을 만나러 온 상황은 어때?
오랜만이야! 아람주! 아람주 일이 바쁜 것은 잘 알고 있는걸!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사라지고, 다시 돌아와주니까 아람주가 안 보여도 안심하고 스레를 지킬 수 있다! 어쨌든...여전히 바쁘게 지내는 것 같아서 걱정이네... 조금이나마 아람주에게 한가한 나날이 돌아오길 바라!
ㅋㅋㅋㅋㅋㅋ 그렇지? 레지스탕스와 점령군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여러모로 살벌하고 아슬아슬한 분위기만 있겠지만, 망명을 하면 적어도 전쟁에서는 무관계한 입장이 되니까 조금은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람이가 애들 가르치는 일이라. 애들이 아람이를 잘 따를 것 같은걸? 막 나중에는 그 지역에서 엄청 유명한 선생님이 되어서 타국에서도 가르쳐달라고 찾아오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네. 왕족이 다 죽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죽지 않을까? 어쨌든 왕국이 멸명하면 그 왕국의 왕족들도 목숨을 부지하긴 어려울테니 말이야. 하지만 1~2명 정도는 후일을 도모한다는 명목 하에 도망쳐서 반란군을 다시 이끌어서 나라를 되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딱 그 상황으로 적합할 것 같아. 아마 그 시점부터는 혜성이 아람의 머릿속에서 왕국을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수작질을 할 것 같기도 하고... 적어도 레지스탕스 때처럼 풀어준다는 루트는 절대로 없을 것 같네. 아무튼 난 그 상황으로 괜찮아!
여전히 바쁜 상태이긴 하지ㅋㅋ.... 그래도 엄청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니니 걱정마! 한가한 상태.... 언제 오려나.....? 혜성주는 별일 없었어?
망명을하면 좀 평화로운 분위기이지만 아무래도 첩자 역할을 했었고 군인(?)이었던 터라 망명국에서도 감시를 하고 있을 것 같고~ 아람이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보니까 그나마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로 시작했을 것 같긴 해. 국가가 다르니까 언어가 달라서 외국어를 가르친다거나. 적성에 막 잘 맞는 건 아닐거라 유명해지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살아남은 왕족이 있다면 반란군이 세를 모으기 쉬운 환경이겠네. 혜성이한테 전략적인 패로 아람이가 필요할 수도 있겠어~ 오케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 완료~ 선레는 다이스로 정할까? 아니면 어느쪽이 먼저 적는 게 편하려나?
무리하는 것이 아니니까 다행이야!! 한가한 상태...언젠간 올거야!! 사람이 계속 바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ㅋㅋㅋㅋ 물론 아람주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 나도 뭐라고 하긴 힘들지만 말이야.
음. 확실히 어느 정도의 감시는 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초기에 그러고 시간이 지나면 풀리지 않을까? 망명도 어느 정도 심사를 받은 후에야 받아줬을테고...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데 하루종일 평생 감시하진 않을 것 같거든. 어...ㅋㅋㅋㅋ 그래도 아람이가 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기도 해. 아무래도 반란군은 나름의 명분이 있어야 움직이니 말이야. 살아남은 왕족을 다시 왕으로 추대해서 모신다! 라는 느낌으로 모이기 좋을 것 같거든. 그렇다보니 혜성이는 아람이를 제국의 색으로 물들여서 완전히 제국민으로 만들려고 할 것 같고.. 좋아! 그렇다면 선레는 다이스로 정해보자! 내가 굴려볼게!
이 독방에 갇힌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아람은 창 밖을 내다보며 밖의 상황을 가늠해보고자 하였으나 별 수확은 없었다. 자신이 왕국에서 제국으로 동맹의 목적으로 오게 되었으나 왕국에서는 자신을 버림패로 이용할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 전쟁이라니. 아람은 전쟁 발발 이후 그 소식을 들었고 바로 독방에 갇히게 되었다.
아무런 정보를 받을 수 없었다. 국경 어디에서 가장 먼저 전쟁이 발발했는지 전쟁 상황은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알 수 있었던 것은 제 약혼자인 황태자가 전쟁을 지휘하러 가게 되었다는 것만 창 밖의 분위기로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
포로 생활은 고되지는 않았다. 자유가 제약되었을 뿐 의식주는 해결해 주었으니까. 읽을 책을 달라고 하여 다행히 길고 긴 시간을 독서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 이름 뿐인 왕녀라지만 이 지위 덕을 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의외였던 점은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자신을 처형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낌새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창 밖의 분위기로 보았을 때 떠들썩한 분위기었으나 꽤 밝은 사람들의 표정으로 보아 예상대로 전쟁의 승자는 제국이고 황태자가 승전 소식을 들고 돌아온 것 같았다.
왕국은 부패했고 백성의 착취가 극에 달했다. 민심은 요동쳤고 그것을 전쟁으로 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아람은 전쟁 발발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패배를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이 와서 본 제국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려나.'
전쟁이 끝났고 망국의 포로는 갈 곳이 없다. 죽음 뿐일까? 이상하게도 무섭지는 않았다. 허탈하긴 했지만.
그러던 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때가 된 것일까?
"네. 들어오세요."
꽤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직감적으로 문 너머의 사람이 황태자 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 ㅋㅋㅋㅋ큐ㅠㅠ 과장되고 모호하게 말하자면 세계를 지키는 일을 하고 있지(?) 물론 모든 일들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겠지만() 평생 감시하진 않더라도 아마 정부에서 관리는 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ㅋㅋㅋ 그래서 지금까지 배웠던 군인과 첩자로서 익혔던 것들이 다 쓸수 없게 되었으니 좀 막막했을 것 같고? 이번 일상도 잘 부탁해 혜성주~~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 것일까. 참으로 운명이란 너무나 차갑고 냉정하고, 비정하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자신의 약혼녀로 보낸 왕녀는 어디까지나 방심을 위한 함정이었고, 제국을 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왕국은 처참하게 패배했고 제국에게 짓밟혔다. 모든 왕족을 다 사로잡으려고 했으나, 일부 도망친 왕족들이 있었다. 필시 이들은 그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세력을 모아서 자신들에게 도전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래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지나지 않지만 제국의 입장에선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왕국의 모든 땅을 자신의 영토로 편입했으나 왕국민들은 당연히 제국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적었을 것이고 모두는 아니어도, 왕족이 연설을 하면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비록 왕국은 부패했고 백성들이 착취되었다고는 하나 다른 나라가 자신의 나라를 침공하고 짓밟았는데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전쟁을 성공적으로 승리로 이끌고 제국으로 돌아온 혜성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승전보를 알렸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칭찬을 듣고, 공을 인정받고 더 나아가 많은 포상을 약속받은 혜성은 제 아버지의 물러나라는 지시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알현실 밖으로 나왔다. 이어 혜성이 향한 곳은 바로 아람이 투옥된 독방 안이었다. 본격적으로 자신이 출진하기 전, 독방에 가두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라는 지시가 그대로 이행되는 것 같았기에 헤성은 절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만약 망국의 포로라고 해서 함부로 대했다간 그대로 목을 쳤을텐데 피가 흐를 일이 없었기에 더더욱.
"......"
노크를 하고 들어서자 아람의 모습이 혜성의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지만 참으로 어여쁜 얼굴이었다. 그와 동시에 참으로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그녀가 망국의 왕녀가 아니었으면, 이대로 결혼식이라도 올리겠건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자신의 지시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이었고, 결국 최종 결종은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 제국의 황제가 내리는 것이었으니까.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던 혜성은 아무런 말 없이 저벅저벅 다가갔고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대의 왕국은 멸망했고, 그대는 이제 단순한 포로를 넘어서서 망국의 왕녀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대의 목숨은 완전히 내것이고, 여기서 탈출한다고 해도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겠지요?"
그 목소리가 상당히 근엄하고 진지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애써 호흡을 정리하던 혜성은 빤히 아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제 파란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하더니 ㅡ혹시라도 흐트러졌을까 싶어 지금이라도 빠르게 정리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의 눈에는 언제나 멋지게 보이고 싶었으니ㅡ 다시 이야기했다.
"...그대에게 묻고 싶은데 살고 싶습니까? 아니면 그대를 저버리고 포로로 만들어버린 망국과 운명을 같이 하고 싶습니까?"
/세계를 지키는 일... 뭔가 리스트가 엄청 많은데?! ㅋㅋㅋㅋㅋ 하지만 지금 시즌에 세계를 지키는 일과 더불어서... 엄청 바빠질만한 일이 있다고 한다면... 음. 아람주는 의외로 엄청난 엘리트?! ㅋㅋㅋ 물론 굳이 더 묻진 않을게! 마찬가지로 이번 일상도 잘 부탁해!! 열심히 아람이를 꼬셔봐야겠다. 혜성이...가 잘할 수 있겠지!
아람은 문을 열고 들어온 혜성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간 눈으로 바리봤다. 그가 들어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연둣빛 눈동자는 조용히 혜성을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창가에 서 있는 아람의 긴 머리카락 위로는 햇볕이 내려앉았고 연한 밀빛 머리카락은 햇살 아래에서는 언뜻 금빛을 띄곤 했다. 왕국 내에서도 대접받지 못한 명목상의 왕녀였지만 그럼에도 왕녀였기에 시중받는 사람 특유의 고고함이 있었다.
햇볕 아래 서 있을 일 없어 흰 피부는 그녀가 숨을 죽이고 있자 마치 그림 속의 인물처럼 보이게 했다. 원래가 아름다운 여성이기도 했다. 왕국에서도 작정하고 꾸며 보냈으니 포로로 갇힌 뒤 시간이 흘렀다고 하여 그 미모가 퇴색되는 일은 없었다. 왕은 자신을 보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인계로 제 약혼자에게 눈물로 호소하여 왕국을 비호하길 바랐을까? 허나 아람은 그런 수를 쓸 생각이 없었다. 있다하더라도 바로 갇혀버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긴 했지만.
"......."
아람은 혜성의 말을 조용히 들었을 뿐 어떤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망국의 왕녀가 되었다는 것이나 목숨이 황태자의 손에 달려있다거나 하는 것에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예상했었던 것이었으니까. 전쟁 속에서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 손에 피를 묻혔을까. 그의 손에 죽은 왕족도 분명 있을 것이었다. 망국의 왕은 폭군이었고 아람은 눈 앞에서 사람이 칼에 베여 죽는 것을 본 적도 있었으나 그녀 손으로 사람을 직접 죽여본 적은 없었다. 그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단칼에 베어 죽일 수 있었으니 제 목숨이 그에게 달려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는 않았다.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람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혜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는 머리를 정리하더니 이윽고 말을 이었다. 묻는 말이었고 아람은 대답을 해야 했다.
"전하께서는 제 목숨이 전하에게 있다고 하셨는데, 저를 죽일지 살릴지에 제 의사가 과연 중요한 것인가요? 제가 살겠다 하면 살리시고 죽겠다 하면 죽이시겠습니까."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말았다. 자신이 죽겠다고 하였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저를 독방에 가두는 대신 고문하여 정보를 캐내거나 전쟁에 이용하거나 할 수 있었을텐데요. 이용 가치가 있을 때는 이용하지 않으시더니. 이용 가치가 없는 지금에서야 친히 찾아와 회유하시는지요."
아람은 혜성이 자신을 찾아온 데에는 분명 자신의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아람은 현재 정보가 부족했다. 전쟁이 아무런 문제 없이 끝났다면 오히려 자신을 살리는 것이 독이 될텐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엘리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아니야ㅋㅋㅋㅋㅋㅋ 너무 좋게 봐주는데? 나는 혜성주가 무슨 일을 하는지 더 궁금하지만 묻지 않겠어 큐큐 혜성이 이미 미인계에 당해버린 것 아니냐구~~~ 황태자 혜성이도 너무 좋다.... 맛있음...
자신의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담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혜성 역시 가만히 아람을 바라보는 것으로 응수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저런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위치가 있었고 그녀의 입장이 있었다. 차라리 자신이나 그녀가 눈치 볼 것 없이 살아가는 평민이라면 모를까. 자신은 이 제국을 이어받을 황태자의 자리에 있었고, 그녀는 전쟁을 치룬 왕국의 왕녀였다. 현 상황에서 어떻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그녀에게 상냥한 분위기를 보이겠는가. 물론 평소에도 그런 분위기는 잘 보이지 못했지만... 어쨌든 현 상황이 참으로 저주스럽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중요하지요. 만약 당신이 이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수작을 부렸다면 모를까. 당신이 왕국에서 버려진 왕녀라는 것은 이미 이 성의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적어도 당신의 의사 정도는 들어보고 싶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 목소리는 마음과는 다르게 상당히 까칠하고 진지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역시 아람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여기서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비굴하게 굴지 않는 저 당당함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무슨 이유로 제국으로 와서 자신의 약혼녀가 되었건, 그런 것은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거슬리는 왕국은 사라졌고 그녀는 갈 곳이 없다. 즉... 그녀가 마음을 먹고 결심만 한다면 그녀는 온전히 제국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왕국은 당신을 이용할만큼 별볼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제국은 굳이 당신을 이용하지 않아도 왕국 하나를 없애버리는 것은 매우 손 쉽거든요. 실제로 당신은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고, 그저 갇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은 당신의 왕국을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왜 당신에게 현재 이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가만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왕국을 멸망시키긴 했지만, 왕족의 일부는 달아났고 우리 제국의 새로운 국민이 되어야 할 이들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런 위험한 불씨를 끄기 위해서 이용할 겁니다. 더 이상 왕국을 생각하지 말고,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내 반려가 될 것을 그대들의 국민에게 그 입으로 선포해주십시오. 스스로 왕국을 부정하고, 당신이 이용당해 버려졌다는 것을 만인에게 선포하십시오. ...그러면 그대는 내 반려로서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고 더 나아가 내 다음의 권력을 누리게 될 겁니다."
황비가 되는 순간, 그 누가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그 누가 그녀에게 도전할 수 있겠는가. 왕국에서 받는 대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당당하게 그녀를 비로 맞이할 수 있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그녀에게도 이득인 일이 아니겠는가.
"그, 그건 그렇고... 독방 생활을 하면서 불편함은 없었습니까? ...아니아니. 별 뜻은 없습니다. 단지 당신이 불편한 생활을 하면 나중에 왕국민들이 제국민이 되는 것에 납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습니까. 정치적 이유입니다. 정치적 이유. 어, 어쨌든! 당신에게도 손해는 없지 않습니까? 그 따위 왕국을 잊고 영광스러운 제국의 일원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사는 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딱 그것이 먼저 떠올랐어! 나? 나는 굳이 거창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산업 혁명을 이끄는 업종을 하고 있지. (아무말대잔치) 그런데 뭐 사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아무튼 왕녀 아람이도 좋은걸! 너무 예쁠 것 같고... 독방 안이지만 분위기가 있을 것 같고 말이지!
아람은 혜성의 문제 있냐는 말에는 침묵으로 답했다.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느정도 교차검증 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 왕궁이 쑥대밭이 되었으니 이런저런 이들의 진술이나 서류 등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테지. 다행인 점은 자신이 결백함을 증명해야 할 일은 없다는 점일까.
아람은 혜성이 제국의 현재의 위상을 강조하며 일어서 다가오는 것을 바라봤다. 아람이 혜성을 주시하는 시선에는 경계는 없었으나 처음 혜성이 들어왔을 때보다는 빛이 돌고 있었다. 혜성이 다가오자 눈빛이 마주쳤다. 아람은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봤다. 그리고 혜성의 말이 다 끝이 났을 때 아람은 입꼬리를 올렸다. 유순하게 짓는 미소는 혜성이 이 방에 들어와서 처음 보는 웃는 모습이었다.
“전하의 말씀은 제가 황태자비가 되어 제국의 나팔수가 되라는 뜻이시군요.”
하지만 미소와 달리 아람의 말투는 싸늘했다. 이어지는 말은 조금 유해지긴 했지만.
“전하의 배려로 포로 치고는 과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정치적 이유…. 그렇다면 정치적 이유로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아람은 혜성에게 자리를 권했다. 혜성이 자리에 앉았다면 아람은 맞은 편 자리에 앉았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서서 말을 이었을 것이었다.
”현재 왕국의 상황은 전쟁을 진행하시면서 보셔서 알시겠지만 왕의 폭정으로 백성의 반감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 이기는 것은 수월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왕국은 제국의 옆에서 오랫동안 독자적인 역사를 이어왔습니다. 왕국의 지리학적 특성과 문화적 특성이 제국이 세를 늘리는 과정에서도 그것을 막아낼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점령은 쉬웠지만 통치는 어려우실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바이죠. 잠시 통치를 하더라도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요. 그렇기 때문에 전하께서도 저를 회유하시는 것이 아닌가요?“
아람은 잠시 말을 쉬었다가 말했다.
“게다가 왕국에는 ’성훈‘이라는 공화주의자가 있습니다. 그자는 영민한 사람으로 차근히 세를 늘리며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제국에 의해 왕국이 무너지게 되었죠. 나라가 망한 지금 그를 따르는 사람이 훨씬 많아지고 빨라질 것은 자명합니다. 분명 전하는 반란군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하셔야 할 것이고요. 그런데 만약 제가 황태자비가 된다면 제가 아무리 선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렇게 주장할 겁니다. 버림받은 왕녀가 제국의 협박을 받아 목숨을 위협받고 선동에 이용당하고 있다고요.“
물론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지금 혜성이 아람에게 하는 제안도 이와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죽고싶지 않으면 제국의 황태자비가 되어 왕국의 국민들을 설득하라는 것이 아닌가.
”제게 다른 방안이 있습니다.“
아람은 혜성이 자신의 말을 들을 생각이 있는지 그의 표정을 살폈다. 협상의 키는 혜성이 쥐고 있었다. 명백히 갑은 혜성이었고 아람은 을이었다. 그러나 아람의 얼굴은 당당하고 여유까지 있었다. 마치 혜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 확실하다는 듯이.
/산업혁명을 이끄는 업종....!!!! 뭔가 멋있다....! 아람이....... 로판을 하자고 했더니 정치물을 찍으려고 하고 있는데요()
오직 그 방법만이 자신이 그녀를 취하고, 그녀가 제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필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제국에 두면 반드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망국의 왕녀이니, 딴 마음을 먹고 황태자를 암살하려 할 것이다라던가 왕국의 뜻 있고 힘 있는 이를 모아서 독립을 하려고 할 것이라던가... 그런 목소리를 잠재우는 방법은 그녀가 스스로 왕국을 배신하고 제국의 나팔수가 되어 왕국의 사람들을 제국민이 되도록 끌어들이는 일 뿐이었다.
허나 그에 승낙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이유로 말을 해도 되겠냐는 그녀의 목소리에 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현명한 이였다. 과연 그녀가 어떤 말을 하는지 호기심이 드는 탓이었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말이라면 어지간하면 들어주고 싶기도 했고. 스스로 이 또한 그녀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듯 속으로 중얼거리며 혜성은 아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은 하나하나 일리가 있었다. 특히 점령은 쉬웠지만 통치는 어려울 것이 예상되기에 자신을 회유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그는 입을 꾹 다물고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걸 넘어서서 '성훈'이라는 공화주의자가 아람이 선동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대목에서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물론 단순히 그녀가 나팔수가 된다고 해서 일이 무조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훈'이라는 자의 정보는 전혀 알지 못했기에 생각보다 더 골치가 아프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경우에 따라선 그 자 때문에 기껏 이렇게 제국에 있는 그녀를 뺏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혹은 방해가 된다고 암살하려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타들어가는 속을 가라앉히려는 듯, 그는 심호흡을 조용히 했다.
"방안이라. ...여기까지 이야기를 했으면 말을 끊지 말고 더 해보십시오.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는 볼테니."
만약 그녀의 방안이 더 괜찮다고 한다면 그것을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허나 그녀가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단번에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를 판단할 머리는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일단 지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녀에게 떠오르는 궁금증이 있었기에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대는 그대의 조국을 배신할 생각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굳이 여기서 다른 방안을 거론한다니. 조국을 위하는 일이라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하거나, 절대로 응하지 않겠다고 말을 할텐데, 지금 그 말은 마치 우리 제국에게 협력하겠지만, 다른 방법을 이야기하겠다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을 일단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만약 그녀가 조금이라도 제 조국을 생각하고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조국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비가 되어야 할 인물이었고, 자신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특히나 그런 썩어빠지고 배은망덕한 왕국에게는 특히나 더.
"만약 왕가로 가서 왕위에 앉아 제국의 속국 형태로 들어가겠다...라는 방안이라면 입 밖으로 꺼내지 마십시오. ...당신을 보내줄 순 없으니까. ...다, 당신은 포로니까 우리 제국의 것이니 돌려보낼 순 없습니다."
괜히 그런 핑계를 대며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면 한번 얘기해보라고 하며 혜성은 다시 아람을 제대로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 원래 로판에선 정치적인 느낌의 전개도 있잖아? 음. 그리고 역시 여기서의 혜성은 아람에게 약 집착남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아람이가 너무 매력적인걸!
아람은 혜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모습에 말을 하려다 그 전에 물어오는 혜성의 물음이 먼저였기에 그에 대해 답을 했다. 배신이라니.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배신이라고 함은 그 전에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왕국의 명목상 왕녀였을 뿐 팔려오다시피 이곳에 왔고 또 버림패로 쓰였죠. 왕국이 저에게 준 신뢰도 없으니 제가 이곳에서 왕국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한들 그것이 배신이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부분입니다. 제가 황태자비가 된다 한들 제국은 저를 온전히 믿을 수 있습니까? 제가 제국에 협력한다고 한들 정녕 믿으실건가요?”
아람은 웃었다. 권력을 잡은 자는 항상 의심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이 제국에 협력한다고 한들 감시와 의심의 시선을 떨쳐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만약 자신이 황태자였다면 망국의 왕녀를 온전히 신뢰할 수는 없을 것이고. 아람도 온전히 혜성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자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직까지는.
아람은 혜성의 말에 웃음을 흘렸다. 왕위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제국의 밖을 벗어날 생각도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반대라면 모를까. 아람은 이제 본론을 꺼냈다.
“저를 황태자비로 두지 마시고 전하의 책사로 쓰세요.”
아람은 빙긋이 웃었다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저는 예비 황태자비로 제국에 오게 되었지만 왕국이 망함과 동시에 포로의 신분이 되었습니다. 황태자비로 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대신들의 반발이 거셀 겁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제가 황태자비가 되어 아무리 협박을 받지 않았다고 한들 왕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황태자비라는 자리는 강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자리이니까요. 하지만 저를 관료로 임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람은 잠시 숨을 쉬었다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제국이 이렇게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능력있는 평민과 여성을 관료로 고루 등용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술과 행정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요. 그럼에도 포로인 왕녀를 황태자의 책사로 등용한다는 것은 파격적인 인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왕국민을 고위관리로 등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될 것입니다. 본래 반란이 일어나는 것은 기득권을 잃었을 때 더욱 세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망국의 백성이라고 할지라도 능력만 있다면 출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길을 열어둔다면 제국의 통치를 기회로 보는 이들이 늘어날 겁니다.”
“또한 망국의 왕녀가 황태자의 책사가 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왕녀가 제국에 충성을 다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알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자발적으로 제국에 봉사하며 손발을 자처한다는 것은 왕족으로서의 명예를 버리고 일반 제국민으로 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겠죠. 만약 황태자비가 된다면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망국의 왕녀라는 틀에 갇혀 사람들이 보겠으나 제가 제국의 고위 관료가 됨으로써 왕녀라는 명칭 자체를 버린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전하의 책사가 된다면 이는 분명 전하께 이득이 될 겁니다. 저는 왕궁의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왕국의 정치, 역사, 외교, 지리, 경제에 대해서는 제국의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현 반란군에 대한 자세한 정보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반란군을 누르고 왕국을 완전히 제국의 치하로 편입시키는 것에 분명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전하의 옆에서 일하게 될테니 저를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겠죠.”
아람은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며 혜성을 설득하려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황태자는 자신을 제국에 남게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불안의 씨앗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황태자비로 만들어 아내로 취하고 싶은 것인지. 대화를 하다보면 더욱 분명해질 것이었다. 그러나 아람이 혜성에게 분명하게 전한 것은 그녀가 황태자비가 되어 얻을 부귀영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집착 조아.... 맛있어.....(집착광공) 아람이 굴리다보니 역시 아람이는 인정욕구가 강하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ㅋㅋㅋ...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꿍꿍이를 알 수 없으나 스스로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제국의 사람이 된다면,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 신뢰를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입으로 왕국민들에게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면 더더욱. 왕국에는 아직 그녀를 따르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이들에게 그녀의 말은 길잡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녀의 입에서 자신을 책사로 쓰라는 말이 나오자 혜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말 그대로 자신을 아내로 삼지 않고, 그냥 근처의 측근으로만 쓰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보면 참으로 현명한 처사였으나, 그것은 혜성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녀와 결혼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전쟁터에서 이를 악물고 버텼고, 배은망덕한 왕국을 멸망시킨 것도 제국에 칼을 들이민 것도 있었으나, 그녀를 저버린 것에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짓밟고 배상금을 요구할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마음에 쏙 든 아람을 저버린 행위 자체가 혜성에게 용납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말에 분명히 일리가 있고 합당했으나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건 절대로 허락해줄 수 없다는 의미였다.
"미안하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물론 그대의 말이 맞습니다. 그렇게 하면 왕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확실히 왕국을 편입시키기 쉽겠죠. 하지만..."
어떻게든 반론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반론을 할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열심히 머리를 굴리려고 하면서 혜성은 표정을 찡그렸다.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굴려야 하는데. 굴려야 하는데. 그렇게 속으로 발만 동동 굴리다가 그는 아람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 제국은 왕가의 핏줄을 조금이라도 더 확실하게 끊어버릴 필요가 있거든요. 당신이 스스로 황비의 자리에 올라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이 제국을 이을 후계자를 낳는다면...왕가의 핏줄은 완전히 끊어지게 될 겁니다. 물론 도망친 다른 왕족이 있긴 하지만 왕국을 버리고 도망친 이들이 왕국민들에게 인정받긴 힘든 법. 오히려 손가락질 당하고, 비난을 안 받으면 다행이겠지요. 특히나 당신의 말대로 왕국은 썩어빠졌으니까. 소수의 반란군이 따르기야 하겠지만, 그래봐야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오히려 그 공화주의자 쪽으로 몰리겠지요."
어라. 이거 제법 그럴싸한 핑계 아닌가? 말하면서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당신은 필시 왕국민들도 동정하고 있을 존재. 공화주의자의 활동이 힘들어지면 자연히 왕국민들은 당신을 왕가를 이을 새로운 지도자로 생각하게 될테고... 당신을 보내준다면, 혹은 그냥 책사로 삼아서 일반 귀족과 결혼시킨다면 당신의 존재 하나가 또 다른 불씨가 될 확률이 크겠죠. 그러니까... 그런 불씨를 없애버리기 위해서라도, 조금의 가능성도 없애버리기 위해서라도 그대는 나와 결혼하고, 제국의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왕가를 되살릴수 있을지도 모르는 왕가의 핏줄이 사라지기 위해서라도. 그대가 황태자인 나와 결혼해서 제국의 아이를 낳으면 그건 더 이상 왕국의 핏줄이 아니라 제국의 핏줄이 되는 거니까요. 자연히 왕가를 이어갈 존재가 사라지는 겁니다."
이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면서 살며시 속삭이듯 제안했다.
"그리고 책사는 내 황비가 되어서라도 할 수 있는 겁니다. 황제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조언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황비 아니겠습니까. 그대가 왕가에 대한 마음이 없다면, 진정으로 이 제국의 것이 되겠다고 맹세하고 내 여자가 된다면... 그리고 만인의 앞에서 선언한다면, 왕국민들의 앞에서 나는 그대를 황비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할 것이고, 협박도, 위협도 없다는 것을 직접 보여줄 생각입니다."
어차피 그대는 처음부터 내 약혼녀로 온 이 아닙니까. 버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증명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아람을 바라봤다.
"그대는 현명하고 뛰어나고 격식이 좋은 여성입니다. 그대는 이전처럼 버려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사랑받고 그대의 능력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자. 슬슬 마음을 결정하시지요."
/이 무슨 아람이 못 보내. 아람이랑 결혼할거야 라는 고집하에 나오는 아무말대잔치인가...(흐릿) 아무튼 이렇게 이어두고 난 자러 가볼게! 아람주는 내일 일을 할지, 쉴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일요일이 되길 바라고.. 잘 자!!
아람은 혜성의 반론에 대해 말을 얹지 않고 찬찬히 들어나갔다. 결국 아람은 혜성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로 더 쉽게 왕국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아내로 취하는 것임을 눈치채고 말았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자신이 그의 약혼녀로 제국에 오게 되어 머물렀다가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제국에 도착하여 처음 인사를 나누고 황궁을 소개받고 환영 파티에서 함께 춤을 추고. 그 이후로 몇 번 차를 함께 마신 것 외에 별 다를 것이 있었던가.
“제 마음을 어떻게 정하든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만.”
아람은 쓰게 웃었다. 제국의 두 번째의 권력자가 자신을 원한다. 그것도 생각보다 더 깊은 마음인 것 같다.
“전하의 말씀대로 왕가의 핏줄을 확실하게 끊기를 원하신다면 차라리 저를 죽이십시오. 저를 죽이고 도망친 왕족을 찾아 죽이고, 공화주의자를 중심으로 몰려든 반란군을 척결한다면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혹 제가 책사로 일하다 반란의 불씨가 될 것 같다면 저를 비혼으로 두시거나 그 전에 죽이시면 될 일이 아닙니까?”
아람은 농담이라도 한듯 작게 웃었다. 책사로 삼아 황실에서 숙박하게 한다면 어디로 도망칠 수도 없을 텐데. 게다가 황태자의 권력으로 방해한다면 자신의 결혼 쯤은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자신을 죽이는 것은 더 쉽다.
“저를 황태자비로, 전하의 아내로 삼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제 몸인가요, 아니면 제 마음인가요.”
아람은 드레스 등 뒤를 고정하고 있는 리본을 잡아 풀었다. 리본이 풀리면서 옷의 매듭이 느슨해졌다. 그에 따라 아람의 목깃이 흘러내려 쇄골이 드러났다.
“마음을 결정하시지요. 제 몸만을 원하는 것이라면 오늘 밤이라도 저를 취하시고, 제 마음을 원하시는 것이라면 저를 책사로 옆에 두시면서 신사적으로 유혹하시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있을 것 같네요.”
아람은 마음을 결정하라는 혜성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매혹적으로 웃었다. 옷깃이 서서히 풀려가며 어깨가 드러나는 것도 아람은 막지 않았다.
"그게 가장 손쉬운 길이지만, 그렇게 하면 필시 왕국민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왕가의 일원이어도 제국의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황비의 자리에 올려 최고의 대우를 한다는 사실이니까요. 그것도 협박이나 위협이 아니라, 스스로가 원하는 분위기로."
혜성은 아람을 원했으나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었다. 전쟁을 일으켜서 멸망한 왕가의 왕족이라도 예정대로 황비로 맞이하고 제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협박이나 위협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서, 제국은 자비로운 곳이다. 충성하고 따른다면 차별없이 대해주는 곳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대를 비혼으로 두는 것이야말로, 위협과 협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애초에 논외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아내로 삼고 싶냐며, 몸과 마음 중 무엇을 원하냐고 하는 그 말에 혜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 참으로 날카롭고 현명한 여성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분위기가 풍겼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물어볼 것을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 와중에 그녀가 스스로 리본을 잡아 풀고 옷의 매듭이 느슨해지는 것에 그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씌워주려고 했다.
"말했다시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의지로 제국의 일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밤 그대를 취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그대가 진심으로 제국의 일원이 되는 것을 원하게 하는 것을 택하도록 하죠.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물론 그녀를 취하고 싶었으나, 한순간의 충동으로 그녀를 취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를 욕되게 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그녀가 진정으로 자신의 비가 되는 것을 바라도록 만들고야 말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헛기침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내일부터 그대는 독방을 나와 황궁에서 지내게 될 것입니다. 이미 전쟁으로 왕국은 망했고, 돌아갈 곳조차 없습니다. 어차피 그대는 황태자비가 되기 위해 여기로 온 것이니 그대로 여기서 지내면 됩니다. 이건 황제 폐하와 이야기가 끝난 것이니 그대는 그 어떤 걱정도 하지 말고 지내십시오. 무례하게 구는 이는 황가의 일원을 모욕하는 것과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될테니."
이어 그는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괜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며, 그녀에게 말을 조금 더 이었다.
"...정말로 그대가 이 제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그땐 위대하신 황제 폐하에게 청하십시오. 그대를 왕국령으로 돌려보낼 순 없지만, 적어도 제국에서 평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줄테니까."
/일요일이다! 좋은 참이야! ...으아...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엄청 더워진다고 하더라...내일부터 다시 힘내자...아람주 오늘 일하는 모양인데 화이팅이야!
가장 손 쉬운 길을 택하지도 않겠다, 가장 효율적인 통치 방식을 선택하지도 않겠다고 하면서 자신을 황태자비로 만드는 방법엔 이것저것 핑계를 붙여서 말하는 혜성의 말은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아람은 혜성이 겉옷을 걸쳐주자 그 옷에 폭 파묻혔다. 혜성의 채취가 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온기, 다른 사람의 냄새. 어릴 때부터 깊은 교류를 가진 이가 없었던 아람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어지는 말은 이미 황태자가 이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생각했던 내용이리라. 자신의 말이 혜성을 설득하지 못했음에 힘이 빠졌다. 고집불통. 황태자비가 될 생각이 없으면 평민으로 남으라니. 자신이 황궁 밖으로 나가게 되면 무슨 위험을 당할지 알고 나가겠는가. 아무런 힘 없는 아름다운 평민 여자가 다른 사람의 비호 없이 혼자 살라고? 그건 유린당하거나 죽으라는 말과 다를바 없지 않겠는가. 황태자비가 되거나 죽거나. 평민 여자로 쫓겨날 바에는 차라리 명예롭게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자존심 상해요.”
아람이 꼿꼿하게 세웠던 허리를 의자에 파묻으며 말했다. 방금까지의 고고한 왕녀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흐트러진 드레스 위로 품이 맞지 않은 남자의 자켓을 걸쳐 모아잡고 의자에 기대어 있는 모습엔 방금까지의 강한 기세는 없다시피 했다. 가진 것을 모두 잃어버린 여린 여자 한 명만이 남았다. 한숨과 같은 목소리. 빛을 잃고 느리게 깜빡이는 눈동자. 그 모습엔 은근히 정복욕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것도 아람의 연출일까.
”폭군의 아래에서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그래도 명목뿐이지만 왕녀라는 이름으로 전하의 반려 자리에 설 수 있었죠. 나름 자신 있었어요. 새로운 사교계에서의 삶도 내정을 이끌어나가는 것도요. 하지만 이제 저에게 남은 건 불명예 뿐이죠. 망국의 왕녀가 황태자비가 된다 한들 그 누가 진정으로 따르겠나요. 그런데 전하께서는 제가 제 능력으로 제 스스로 명예를 회복시킬 기회조차 박탈하시는군요.“
원망하는 말이지만 그 목소리에는 원망 조차 사치라는 것처럼 한숨만 담겼다. 아람은 연둣빛 시선을 내려 바닥을 향했다가 이내 가까이 서 있는 혜성을 올려다봤다. 애처로운 연둣빛 눈동자가 혜성을 담았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는 순간 움찔했다. 방금 전까지 당당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다르게 애처롭고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촛불 같은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었고, 그것은 그를 흔들리게 하기 충분했다. 이내 명예롭게 죽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그 말에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온단 말인가. 그렇게도 이 제국의 사람이 되기 싫고, 자신의 비가 되기 싫단 말인가. 뭐 때문에? 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까지 말한단 말인가.
"...그러면 그대는 저에게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겁니까? 책사가 된다고 한들, 그대를 의심하는 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여, 책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책사가 된다고 해서 자신을 모실 가능성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제국의 신하가 되는 것이니, 필요한 것에 배치되어 오히려 더 곤란한 지경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와 혼인을 맺을 가능성도 적지 않은가. 자신이 고집을 부리는 것인가.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고 집착을 하는 것인가. 대체 어쩌다가 자신이 이렇게 몰리게 되었단 말인가. 영문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를 약하게 악물었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했다.
"그대가 원하는 것. 그것은 그대의 능력을 보여 인정받고 싶은 겁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죽음을 택하겠다고? 우리 제국이 쉽사리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참으로 머리가 비상합니다."
애초에 그녀를 독방에 가두기만 한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녀를 함부로 대하고, 위협이나 협박으로 대했을 때 이어질 후폭풍이 무섭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많은 피가 왕국령에서 흐르게 될 것이 우려스러웠고 이후 통치하기 힘들어질 것이 뻔하기에 황가 사람들도 그녀를 단순히 가두기만 한 것으로 협의를 보지 않았던가. 이내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더니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그럼 내쪽에서 양보를 조금 해드리겠습니다. 허나 그대가 걷고자 하는 길은 가시밭길이고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대가 어찌되었건 내 비로 여기에 왔고, 왕가에서 받은 대우를 알고 있었기에 여기서는 왕국 따윈 잊고 편안하게 살길 바랬습니다. ...어,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이유이니까 착각은 하지 말고... 아무튼... 스스로 그 길을 저버리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지도 모르는 길을 택하겠다고 하니... 그리고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죽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겠군요."
결국 자신 쪽에서 어느정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기에 ㅡ애초에 그는 그녀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으니ㅡ 그는 그녀가 말한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대는 나의 비로 온 이입니다. 결코 그대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 정도는 당신도 받아들이십시오."
/아람이 강하다... 혜성이가 이건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잖아... 아..근데 쓰면서도 느낀 거지만 시대적 상황이 상황이고, 황태자의 자리도 자리니.. 그리고 약조도 약조니까 진짜 혜성이가 완전 쓰레기 마인드가 되어버린 것 같네. 흑흑...본편에선 이럴 일 없다... 어쩌다보니 집착남이 되어버렸는데... 이런거 낯설긴 하다...(눈물)
“제국은 분명 망국의 합병 통치를 위한 기구를 만들 것이고 그곳에 전하를 책임자로 둘 것입니다. 그러면 전하의 권한으로 저를 그곳의 참모로 앉혀주세요. 분명 의심하는 자가 나오겠죠. 그럼 그 자에게 저를 감시하도록 하세요. 저는 황궁 밖으로 나가지도 않을 것이고 의심을 살 행동은 하지 않을테니까요. 전하의 말처럼 제국의 사람이 되고 제국에 충성하는 이가 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람이 후후 웃었다. 혜성이 말하는 제국의 사람이 된다고 하는 것은 혜성의 옆인 황태자비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어찌되었건 관료로 충성하는 것 또한 제국의 사람이 맞기는 하지 않는가.
“칭찬으로 받아드릴게요.”
사실 목숨을 가지고 협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람은 혜성의 투덜거림을 능청스럽게 받아 넘겼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전하께서 저를 쉽게 포기하시지도 않을 걸 알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 가시밭길 위에서도 저를 보호해주실 거잖아요. 누군가 저를 의심하거나 음해하거나 해코지를 한다면 가만히 계시진 않으실거죠?”
아람이 배시시 웃었다. 처음의 고고하고 단단한 모습도 아니고 방금의 처연하고 여린 모습도 아닌, 데이지꽃 같이 순수하고 신뢰어린 웃음이었다. 아람은 자신있었다. 제 능력에 대한 자신이든 그 험한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에 대한 자신이든. 이는 아람의 명예에 대한 것이기도 했으나 왕국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집착남 좋은데 왜... 맛있는데...(츄릅) 본편에서 못먹는 집착남 혜성이 잘 먹겠씁니다(?) 내 생각엔 아람이가 더 고집불통이야
아람의 말을 들으며 혜성은 작게 혀를 찼다. 이렇게 빠져나간다니. 참으로 머리가 좋은 여성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탐이 났다. 그녀가 장차 황비가 된다고 한다면, 필시 제국은 더욱 크게 발전할 것이고 왕가의 반란군 역시 주춤할 수밖에 없으리라. 왕국과 전쟁을 할 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왕족들은 그녀를 버렸을지 모르나 국민들은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왕국의 사람들을 제국의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선 역시 그녀의 도움이 확실히 필요했다. 반드시 손에 얻을리라. 반드시 자신의 비의 자리에 앉히리라. 그렇게 그는 굳게 다짐했다.
"일단 말은 해보겠지만, 온전히 받아들여질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이뤄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결국 참모 선정도 제가 말은 할 수 있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황제 폐하가 하는 것이니까요."
자신의 권한이 있다고는 하나, 어느 정도의 허락은 필요했다. 그런 기본적인 허락조차 없으면 정말로 무능한 이를 앉혀서 모든 것을 망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아버지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한만큼, 혜성은 확실하게 어느 정도의 선을 그었다. 잘 안 되더라도, 마치 자신을 원망하지는 말라는 듯이.
"......호,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당신이 무고한 피해를 입으면, 그만큼 제국에도 큰 타격이 가니까 손을 쓰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왕가의 핏줄을 잇는 것이 아니라 제국의 핏줄을 낳고 이어야 하니... 어느 정도 힘을 써보긴 하겠지만... 착각은 하지 마십시오."
뭔가 분위기에 확실히 휘말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괜히 툴툴거리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자신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기분 탓인걸까. 괜히 오른발을 땅에 콕콕 찍다가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괜히 조금 더 이야기했다.
"대신 확실하게 그대의 조국의 국민에게 전해야만 합니다. 당신은 그 어떤 위협이나 협박을 받은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기로 했다고. 더 이상 왕가에는 그 어떤 마음도 없고, 제국에 그 영혼 한 조각까지 모두 바치기로 했다고."
그렇게 해서 왕국민들에게 저항의 마음을 없애고, 그녀를 사모하고 따르는 이들이 아무런 불만없이 제국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만 한다고. 처음부터 내세운 명분이 그거였으니 그것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가 이어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못해도 1주일에 한번은... 나랑 시간을 보내주셔야겠습니다. ...그대가 바라는 것을 이뤄줬으니 그대도 내가 바라는 것을 이뤄주시지요. ...뭐, 정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ㅋㅋㅋㅋㅋ 하지만 마인드가 너무 폭군이잖아! ㅋㅋㅋㅋ 물론 아람주가 괜찮다면 상관없지만 말이야!
아람은 혜성이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회의를 거치겠다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오늘의 대화나 분위기로 보자면 자신의 의견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줄 것으로 보였고. 착각하지 말라는 그 말에는 웃음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실제 사실도 그런 걸요? 위협이나 협박 없이 순수하게 제 의지만으로 선택한 충성이니,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릴게요. 왕국민들에게도 확실히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요.”
아람은 그것 또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해 머릿속으로 여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지만.
“시간은 꼭 내도록 할게요.”
그러면서 조금은 진지하게 자리에 일어나 치마를 잡으며 인사를 올렸다.
”황태자 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아람은 혜성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음을 알았다. 자신을 강제로 황태자비 자리에 앉힐 수 있었으며 폭행, 협박, 고문 등 여러 방법으로 자신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럼에도 자신을 보호해주고 의사를 존중해주었다. 그 뒤에 혜성의 사심이 있든 없든 간에 그것은 큰 은혜를 입은 것이었다.
/이정도 마인드로 폭군이라고 한다면 이 세상의 호랑이는 모두 고양이겠어 ㅋㅋㅋㅋ 전혀 폭군 아니잖아…!!! 혜성이는 아무래도 후회남주 재질이 아닌 것 같아. 후회할 일을 만들 담이 없달까 ㅋㅋㅋㅋㅋㅋ
"그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길 바래야겠군요. 그대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속이려는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닐테니."
그렇게 괜히 툴툴거리는 말은 그녀의 페이스에 완전히 넘어가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내준 것에 대한 불만과 불평이 어느정도 섞여있었다. 자신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녀에게 승낙을 받고, 그대로 자신의 비로 삼고 제국은 물론이고 왕국까지 알릴 생각이었는데 뭔가 엄청나게 뒤로 밀려났다는 느낌이 든 것이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한 말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일단 지금 당장은 힘들테고, 독방생활만 끝나게 한 후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치마를 잡고 인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왕녀의 기품이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저 기품과 현명함에 자신은 반했던가. 역시 꼭 비로 삼고 싶은 여성이었다. 일단 당분간은 조금 작전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언을 구할 사람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집사라던가, 자신의 호위기사라던가, 혹은 아버지와 어머니라던가. 어쨌든 그녀가 자신과 결혼하는 것을 원하게 만들고야 말겠다고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참고로...묻는건데... 왜 제안을 거절한겁니까? 단순히 그대가 망국의 왕녀라는 이유만은 아닐 것 같은데. 정말로 순수하게 제국에서 새롭게 시작을 하고 싶다는 마음 뿐인겁니까?"
다른 여성에게 똑같은 제안을 한다면 대부분은 당연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황태자비 자리가 어디 쉽게 될 수 있는 것이겠는가. 사실상 황태자의 다음가는 권력을 누릴 수 있고, 부귀영화는 물론이요, 죽을때까지 호강하면서 살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황태자비였다. 그런 자리를 거절하고 참모가 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 그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탓이었다.
"...호, 혹여나 묻는건데, 다른 마음에 두고 있는 남성이라도 있는겁니까? 그대는?"
/ㅋㅋㅋㅋㅋ 하지만 본편과 비교하면....ㅋㅋㅋㅋㅋ 어쨌든 지금도 혜성이는 살짝 후회하고 있는걸! 물론 후회남주와는 조금 거리가 멀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어쨌든 여기서도 아람이는 혜성이를 아주 잘 다루는구나...ㅋㅋㅋㅋㅋ 물론 이후에는 혜성이가 어떻게든 꼬시려고 상당히 머리를 굴릴 것 같지만 말이야. 일단 명분으로 내세운 왕가의 핏줄을 없애버리려는 목적도 있기야 하지만!
“제안을 거절한 이유 말씀이신가요? 큰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욕심이 많은 것이죠. 역사서에 제 이름이 적혔을 때 어떻게 적히게 될까. 만약 제가 황태자비가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것과 참모로 일을 했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제가 참모가 된다면 선례로 남아 왕국민이나 여성이 고위 관료가 되는 것에 제약이 적어진다는 점도 좋겠죠. 이후로 능력 위주로 더 많은 인재를 들일 수 있다면 제국에도 좋을 테니까요. 왕국민들 중에서도 능력있는 자가 꽤 많아요. 정세가 안정된다면 적극적으로 등용하셔신다면 치세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차별에 대한 반발도 적어질 것이고요.”
아람은 왕국에게 버림받았지만 왕국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왕국의 아름다운 땅과 바다, 수천년동안 이어온 역사와 문화,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 왕국이 멸망하고 제국으로 편입되었음에도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가장 좋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혜성을 봤을 때 언젠가는 자신이 황태자비나 황비가 될 것 같으니 관료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약 가능하다면 작위도 받고 그런 뒤에 결혼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판단을 했던 것이었고. 왕국은 지금 당장 제국에서 독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추후에 왕국이 독립할지 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역사서에 자신은 왕국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했고 지켜낸 왕녀로 남고 싶었다.
“다른 남성이요?”
아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전하의 반려가 되기 위해 이곳으로 왔고 그 뒤로 갇혀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는데 누구를 마음에 품을 수 있겠어요?”
아람이 되려 물었다.
“그럼 전하는 전하께서는 저와 결혼하고자 함이 정치적 이유 외에는 정녕 없으신가요?”
아람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물었다.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며 결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돌려서 묻는 것이었다. 물론 혜성은 부정할 것 같지만.
/혜성이를 논리적으로 두드린 다음에 감정적으로 넘어뜨렸다고 봐야할까? ㅋㅋㅋ 아람이는 정말 대단한 애야... 황궁 배경 오피스 로맨스도 좋지 않나 싶고? ㅋㅋㅋㅋ 명분도 명분이지만 혜성이는 아람이한테 푹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걸?
왕국에 대한 생각을 없애버리려고 했더니만, 왕국민들의 처후를 걱정하는 말에 그는 쓴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이 선례가 되어서 이후 왕국민들이 제국의 관료가 되는 길목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마음은 참으로 숭고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무슨 수를 써도 그녀의 머릿속에서 왕국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내 헛웃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약하게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모, 모르는 거 아닙니까. 왕국에서 마음에 들었던 이가 있었을 수도 있고, 여기에 와서도... 어쩌다가 한두번 만났을 귀족이 마음에 든 것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 그런 이가 없다고 한다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적어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녀를 뺏길 일은 없을테니까. 그녀가 자신의 비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닌 이상, 그녀에게 누가 다가간다고 해도 자신이 어떻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금의 그녀는 황태자비가 아니라 그저 망국의 왕녀일 뿐이었으니까. 괜히 혀를 차면서, 현 상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는 오른발을 괜히 땅에 동동 굴렸지만 특별히 무슨 말을 더 하진 않았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그녀에게서 훅 들어오는 질문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엇!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다른 이유가 없냐니. 무슨 많았지만 그는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일부러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홱홱 저었다.
"다, 다른 이유가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왕국민들을 제국민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선 그대가 나팔수로 있어야만 하고, 혹시라도 왕국을 다시 재건국하려는 이들의 희망을 꺾기 위해선, 왕국의 왕족 중 가장 사랑받는 당신이 제국의 아이를 낳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몇 번을 이야기합니까? 왕국을 버리고 도망친 왕족은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겠지만, 그대만큼은 아직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으니... 그대는 내 비가 되어야 한단 말입니다. 이것 이외에 이유는 없습니다."
침착하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긴장하고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정도로 티를 팍팍 낸 후, 그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아직 그대의 몸을 취하지 않는 겁니다. ...그대의 몸을 취하는 것은 그대의 마음이 완전히 내 것이 된 후입니다. 바로 그 순간, 그대를 왕궁의 왕으로 모시려고 하는 이들은 희망을 잃고 저항심을 버리게 되겠죠."
/ㅋㅋㅋㅋㅋㅋ 맞아. 아람이 대단해. 여기서도 조금도 지지 않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실제로 푹 빠진 것이 맞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든 자신의 비로 맞이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거고. 물론 츤데레 성향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서도 절대로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야.
아람은 아량을 바란다며 그를 달랬다. 아람도 혜성과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략결혼이 보편화되어 있는 곳이었고 연애 결혼 같은 것은 평민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사치이고 서로 존중할 수 있기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고.
“제가 마음을 쉽게 주는 사람은 아닌 터라.”
그 말인 즉슨 혜성도 자신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아람은 빙긋 웃었다가 예상했던 것처럼 반박하는 혜성의 모습에 쿡쿡 웃었다. 티란 티는 다 내고 있는데 과연 황태자가 이것으로 괜찮은 것일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왕국에서 들었던 바라거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것을 보면 능력이나 인망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조금은 허술해 보인다고 해야할까. 아람은 혜성의 말을 믿는다는 듯 진지하게 듣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전하께서는 제게 마음을 주지 않으면서 제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는 뜻이군요.”
아람은 웃음기를 참으며 연둣빛 눈동자를 순진한 척 꾸며 물었다.
/혜성이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아람이는 혜성이한테 조금씩 감겨가겠지 큐큐 츤데레 너무 귀엽다 놀려먹는게 너무 재밌어 아람이는 어떤 상황이든 자기가 주도권을 잡을 생각을 하는게 무서운 점이라고 생각해 ㅋㅋㅋㅋ큐ㅠㅠㅠㅠ
"흥.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게나 내 아내가 되라는 제안을 거절했으니 그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다른 여자들처럼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존재. 그렇기에 괜히 더 반려로 만들고 싶은 존재. 하지만 좀처럼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 같았기에 장기전이 예상이 되어 그는 괜히 작게 투덜거렸다. 대체 이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조언을 할 존재들을 그는 하나하나 떠올렸다. 역시 어마마마가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팔짱을 기면서 작게 혀를 찼다.
"...그대는 제 마음을 원하십니까? 그대의 왕국을 멸망시킨... 어떻게 보면 원수나 마찬가지인 저를?"
물론 그녀가 왕국에 대해서 좋은 감정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녀의 생각을 다시 한번 떠보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부리는 약간의 심술에 가까웠다.
"그럼 제가 그대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면 어쩔 참입니까? 그저 당신의 마음만 원하고, 당신을 철저하게 정략도구로서 대한다고 한다면?"
물론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물론 정치적 이유도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이유로만 그녀를 대할 생각은 그에겐 추호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굳이 그렇게 물어보며 그녀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ㅋㅋㅋㅋㅋ 아람이의 장난스러움도 많이 귀여운걸! 지금만 해도 은근슬쩍 장난스럽게 굴고 있잖아? 아...진짜 아람이 너무 귀여워! ㅋㅋㅋㅋ 그리고 아람이는 확실히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딱히 누군가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 지금도 혜성이에게 막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거니 말이야.
아무래도 혜성은 자신이 황태자비가 될 것을 목숨을 걸고서 거부한 것에 꽤나 마음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툴툴거릴 뿐 해코지를 하지 않는 것은 천성이 착한 것이려나. 권력자가 되면 모두 변하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어떨까.
“전하가 보기엔 어떨 것 같으신가요?”
자신을 원한 사람은 많았다. 왕족의 피가 흐르면서도 아름다운 자신을 갖고자 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보다보니 이제는 마음조차 차게 식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마음을 주고 하는 일에 대해서는 이제 무신경해 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나라를 멸망시킨 이라고 하여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같은 왕족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이라 생각했던 이는 전혀 없었다. 왕녀이기에 왕국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제공받았고, 그렇기에 왕국에 대한 책임감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단들 어떻하겠습니까.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인 것이죠.”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나 아람은 혜성의 시선을 피해 다른 먼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떤 도구로 이용당하는 것은 익숙하다. 사랑을 받은 적 없는 아람은 점점 깎여나갔고 이내 감정에 대해서는 조금 무감해지고 피로하게 느꼈다. 그럼에도 눈을 돌려 혜성을 바라보면 그에게서는 나름 자신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지금의 질문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고.
자신의 마음을 원하냐는 물음에 그녀가 답을 하지 않고 그렇게 대답하자 그는 괜히 쳇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자신의 속마음은 묘하게 캐내는 주제에, 자신의 속마음은 조금도 비추지 않으니 이렇게 비겁할 수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뭔가 불평을 토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건, 숨기건 그건 개인의 자유였으니까. 하지만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까지 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혜성은 추측했다. 근거는 없었으나... 묘하게 그런 느낌이 든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저 눈을 조용히 깜빡였다.
"......."
아람의 답은 이어 혜성의 입을 다물게 했다. 정말로 당당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이라고 혜성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녀를 너무 얕잡아봤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한 번. 역시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눈을 감고 후우-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본 후에 애써 근엄한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가 정략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싫어질 정도의 행복을 느끼게 해줘야겠군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사람이란 결국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함 속에 있으면 그 행복을 잃기 싫어지는 법이었다. 그녀가 덤덤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 덤덤함조차도 없애버리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자신을 떠나서, 제국을 떠나서는 더 이상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만들어버린 후에 그녀를 취하리라. 그렇게 또 다시 그녀를 취할 게획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그대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뭡니까? 우리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거나 마찬가지니 제가 이뤄줄 수 있는 것은 이뤄드리도록 하죠."
모든 상황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람은 아무래도 혜성의 호감을 사서 지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나 그 안에서 또 적극적으로 대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혼인을 무기한 연기해버린 지금이라면 더더욱.
“행복이라……. 그런 것이 있다면 좋긴 하겠네요. 어떤 방법을 동원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아람은 말로는 툴툴거리면서 계속해서 뭔가를 해주려는 혜성의 모습이 조금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도대체 자신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신경을 쓴단 말인가. 혜성이 계속 이야기했듯 자신은 그저 망국의 왕녀일 뿐인데 말이다. 자신의 어떤 점이 좋아서일까? 물론 혜성은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요? 사실 지금 좀 민망해서요. 쉬고 싶달까.”
아람은 혜성이 벗어 덮어준 겉옷을 다시금 추스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혜성이 앞에 있어서 어떻게 드레스를 다시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쉬고 싶다는 말은 나가달라는 말을 돌려 하는 말이었다. 극적인 설득을 위해서 조금의 연출을 한 것이긴 했지만 민망하긴 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 때에도 혜성이 자신을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무모한 행동을 한 것이긴 했다.
“농담이고요. 독방에 혼자 오랜 시간 갇혀 있다보니 외로워서요. 말동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저런 주변 소문이나 이야기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요. 그리고 펜과 종이가 필요해요. 책은 읽을 수 있었지만 펜과 종이는 반입시켜주지 않더라고요.”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어지간한 왕족이나 황족은 대부분 엄청난 특혜를 누리기 때문에 행복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물론 상대적인 말이라고는 하나, 적어도 행복이 마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어떠한가. 마치 한번도 행복하지 않고,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괜히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물며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물론 딱히 그 이상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왕국은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썩어빠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마, 말해두는데 제가 벗으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거."
민망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그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남자가 있는 곳에서 입고 있는 옷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았을터. 그렇기에 그는 화들짝 놀라 뒤로 홱 돌았다. 마치 자신은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는 듯이, 절대로 눈에 담지 않겠다는 듯이. 아니. 그런데, 애초에 그녀가 멋대로 그렇게 한건데 자신이 이렇게 미안함을 느낄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그녀가 하는 요구조건. 그것을 들으면서 그는 조용히 생각을 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 정도라면 자신이 못해줄 것도 없었다. 어차피 독방 생활은 이제 끝낼 참이었으니까.
"어차피 내일부로 독방 생활은 끝날 겁니다. 그리고 그대는 황궁 내에서는 모든 구역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따로 시종을 붙일 생각이니, 그 시종을 말동무 삼으면 될 겁니다. 펜과 종이는... 뭐, 자연히 내일부터 쓸 수 있게 되겠지요."
더 이상 왕국은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녀를 계속 잡아둘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정치적 이유에서라도 그녀에겐 어느 정도의 자유를 주는 것이 제국에서도 이득이었다. 그녀는 왕국에서 버린 것이지. 제국에서 억압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천하에 알릴 필요가 있었으니까.
"어쨌든... 내 볼일은 다 끝났으니 나가보겠습니다. 그대도 오늘 하루는 여기서 푹 쉬길 바랍니다. 또 보도록 하죠."
이어 그는 문쪽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가 옷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가 푹 잘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과 그녀는 또 만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자주 찾아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며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시 말하는데, 왕족의 핏줄을 끊기 위해서라도 그대가 반드시 내 아이를 낳게 할 겁니다. ...각오하십시오."
참으로 어설프기 짝이 없는 선전포고. 그것을 남긴 후, 그는 민망했는지 빠르게 문을 연 후에 밖으로 나갔고 다시 문을 잠궜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독방생활이었으니까.
/아람이도 객관적으로 상당히 귀여워!! 일단 막레 느낌으로 써보긴 했다!! 한턴 정도 더 이어도 괜찮을 것 같으니 잇고 싶으면 이어도 돼! ㅋㅋㅋㅋ 앗. 맞아. 연회장에서 춤추는 모습 나도 보고 싶어!! 뭔가 분위기 엄청 예쁠 것 같아! 진짜!
내일 막레 써와야지 히히 연회장에서 춤추는 것도 보고싶은데 궁전 오피스 로맨스도 보고싶당 아람이 깔금한 실내 드레스 입고 옆에 서류잔뜩 쌓아두고 있는데 혜성이가 와서 일하는거 방해하고(?) 보고하러 들어갔다가 차한잔 하자고 해서 대화하다가 꽁냥거리고(?) 혜성이가 아람이 다른 관료들하고 얘기하는거 보면서 질투하고(!) 다음 일상 머더라? 3학ㄴ녀 들어가는 신년맞이인가~?
궁전 오피스 로맨스...ㅋㅋㅋㅋㅋㅋ 일하는 아람이와 황태자 혜성이의 로맨스인거야? ㅋㅋㅋㅋ 그런데 아마 혜성이가 그 정도로 질투를 할 것 같진 않아. 다른 관료가 이제 1:1 데이트 신청을 하고 아람이가 그것을 받아주는 정도라면야 질투를 할 것 같지만 말이야. 아무튼 막레는 천천히 써도 괜찮아!!
다음 일상은...딱 정해진 것은 없지만 슬슬 3학년 시즌으로 해서 신년맞이로 가도 좋을 것 같아!
제국은 황권이 안정되어 큰 격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아람의 왕국은 달랐다. 왕의 폭정으로 인해 민생이 어려워졌고 처첩을 많이 들여 왕자와 왕녀는 얼마나 많은지. 그 과정에서 암투로 죽은 이복 형제는 또 몇이었던가. 제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람은 숨죽여 지내야만 했다.
곧 독방 생활이 끝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황태자비가 된다면 모든 일이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람은 선택했고 그 선택의 결과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제국 내에서 인정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패전국인 왕국을 안정시키고 문제 없이 제국에 편입시켜야 했고. 그리고 반란군을 토벌해야했다. 할 일이 꽤나 많았다. 조사해야 할 것들도 많았고.
“네. 조심히 들어가셔요, 전하.”
아람은 자리에 일어나서 혜성을 배웅했다. 옷차림이 조금 그래서 문 앞까지 배웅할 순 없고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아무래도 혜성은 자켓을 두고 가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선전포고를 남기고 가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조금 웃어버렸고. 마치 널 꼬시고 말겠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저런 플러팅은 살면서 처음이어서 색다르긴 했다.
문이 밖에서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아람은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사실 꽤나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라의 패전, 자신의 죽음, 결혼, 업무……. 온갖 것들이 머릿속을 헤집는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해냈어. 첫 단추는 무사히 끼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힘내야지. 그러면서도 아람은 혜성이 두고 간 자켓을 더 여몄다. 혜성이 온기를 남기고 간 것만 같았다. 이상한 사람. 그래도 다음에는 더 나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가 준다는 행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막레!! 수고했어! 아람이도 혜성이한테 찬찬히 감겨가게 될 것 같지~~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 막레도 써 왔다~~~! 혜성이가 아람이를 찜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데이트를 신청할 간큰 관료가 있을까…? ㄷㅋㅋㅋㅋ큐ㅠㅠㅠ 이건 어때. 아람이가 제출한 성훈에 대한 정보에서 사소한 식습관이나 좋아하는 음식같은 것들이 있어서 의아함에 물어봣더니 아람이 ”친구였거든요. 사상이 서로 맞지 않아서 헤어지게 되었지만요.” 왠지 깊은 관계였던 것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하지만 아람과 성훈은 서로에게 칼 끝을 겨누는 사이가 되었는데… 왠지 질투할 것 같진 않기도 하고? 신년맞이! 어디서 신년맞이를 하려나? 밖에서 만나나?
막레 잘 받았어! 아람주!! 이미 마지막 부분을 보면 살짝 감긴 것 같은데? 막 사랑에 빠졌다기보단 뭔가 괜히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정도로는 말이야. 딱 저 정도여도 일단 혜성이는 충분히 만족할 것 같네. 최종목적을 위해서 나름대로 머리를 많이 굴리겠지만 말이야! 어...그리고.. 일단 황태자비는 아니니까 대쉬를 하는 관료가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공작가의 사람이라던가 말이야! ㅋㅋㅋㅋ 공작가면 황가도 함부로 대할 수 없기도 하고! 앗...ㅋㅋㅋㅋ 그건 확실히 혜성이가 조금 수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그래서 질투라기보다는 약간 뚱한 표정을 지을 것 같네. 너네 뭐야? 이런 느낌으로 말이야. 그래서 뭔가 성훈이는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감옥에 가두려고 할 것 같네. 잡아서. 제국에 해를 끼칠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명분을 붙여서 말이야.
음. 제야의 종이 끝난 직후는 어떨까? 제야의 종소리 들으려고 밖에 나왔다가 막 종이 울리고 새해를 맞았다는 느낌이면 좋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 공작가 사람이라니! 아직 미혼의 젊은 공작이 업무상 자주 만났다가 아람의 총명함에 반해서 대시하는 느낌일까? 왠지 이성적이고 계산적이지만 다정한 성격일 것같음(?) 성훈은 가장 위험한 존재이긴 하지 ㅋㅋㅋ 사상으로 대립하지 않았다면 아람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었을지도...? 지금은 서로 칼끝을 겨누는 사람이지만. 좋아~ 제야의 종 치기 직전으로 해서 제야의 종소리 듣는 장면으로 시작하면 좋흘 것 같지? 사람 바글바글하겠다 ㅋㅋㅋㅋㅋ 선레 다이스 돌려둘게! .dice 1 2. = 1 1 나 2 혜성주
아람은 혜성과 함께 신년맞이를 위한 제야의 종 타종을 보러 나왔다. 차가운 겨울이라 온몸을 꽁꽁 무장하고 있는 아람이 숨을 내뱉자 흰 입김이 뽀얗게 나왔다. 주변은 사람들로 가득했으나 모두 신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아람도 신년맞이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조금 기대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 이 종이 울리면 고3인 것이었다. 으으. 그 생각만 하면 조금 몸서리쳐진다고 해야할까. 물론 겨울방학 시작부터 고3이라면서 공부에 열을 올리긴 했는데…… 그럼에도 의미라는게 중요한 법이었다.
“곧 종 치려는 것 같아.”
아람은 옆에 있는 혜성에게 휴대폰으로 시각을 보여줬다. 곧 자정이 될 시각이었다. 고3이 되어서 공부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기 보다는 그 교실의 분위기가 더 예민해지는 것이 싫었다. 혜성과 더 자주 만나지 못해질 것도 뻔했고.
“나는 올해 너랑 같은 반 되게 해달라고 소원 빌거야.”
아람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런 것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아닐까?
/다음주부터는 다시 일하느라 못들어올 것 같아서 이번 주 열심히 상판 돌리는게 내 목표야..... 흑흑.......
12월 31일. 한 해가 끝이 나고, 새로운 한 해가 찾아오는 그 날은 유난히 추웠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겨울은 점점 추워진다고 했던가. 지구 온난화가 참으로 원망스럽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바로 옆을 바라보면 온 몸을 꽁꽁 무장하고 있는 아람의 모습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힐긋 바라보던 혜성은 살며시 그녀의 팔에 제 팔을 걸면서 팔짱을 끼고 자신 쪽으로 당기려고 했다. 자신이라고 춥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보다는 상대적으로 추위에 강했다. 그렇기에 제 열기로 그녀의 몸을 조금이나마 녹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혜성은 그렇게 행동하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앞만 바라봤다.
"그러게. 슬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겠네."
밤 11시 59분. 이제 머지않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더욱 상기된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혜성 역시 아람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고, 조용히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그러다 그녀의 소원을 듣고 그는 피식 웃었다. 꽤나 귀여운 소원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 역시 그걸 바라기도 했고.
"소원은 남에게 말하면 안 이뤄진다는 말 들어본 적 없어? 나 참."
허나 그것을 입에 대진 못하고 그는 오늘도 평소처럼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자유로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침묵을 조용히 지키다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이야기했다.
"...안 되어도 내가 많이 찾아가줄게. ...뭐, 그 대신에 나랑 공부 많이 해주면... 페어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그러면 같은 반이 되지 않아도 공부를 핑계로 자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와중, 슬슬 어딘가에서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려왔다. 10! 9! 8!...
"우리도 셀까? 뭐... 이런 날이니까 못 세줄 것도 없는데."
/아이고..아람주. 다음주부터 또 바빠지는구나. 다르게 말하자면 이번주는 그나마 한가한거고! 이번주의 한가한 휴일을 잘 보내길 바랄게!
아람이 자신에게 살며시 기대자 혜성은 그녀를 지탱하듯 어깨에 힘을 주었다. 물론 버티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기대니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반사행동이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미끄러져서 넘어질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안 그래도 추운 겨울이고, 옷이 두꺼워지는만큼,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둔해질 수밖에 없기도 했고.
"...뭐, 나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떨린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옆으로 살며시 돌리면서 그렇게 대꾸했다. 새해를 이번에 처음 맞이하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떨리는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여자친구가, 정말로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여운 여자친구가 자신의 옆에 이렇게 있는 것 때문이 아니겠는가. 특히나 올해는 평소와는 다르게 여자친구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제 심장이 약하게 뛰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곧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소원도 있거든? ...아무튼 보자. 그래. 같은 반이 될지, 안 될지."
잠시 삐진 것처럼 흥- 소리를 내긴 했으나 이내 다시 자신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 것에 그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대학. 꼭 가고 싶었다. 물론 정말로 갈 수 있을진 알 수 없었으나 그럼에도 가고 싶었다. 자신이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해서 그녀와 성적을 맞추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이제 정말로 좋건 싫건 공부에 집중해야겠다는 목표의식이 세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그녀와 함께 숫자를 외쳤다. 3! 2! 1!
이내 댕- 댕- 댕- 하는 종소리가 규칙적으로 크게 울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오는 가운데, 혜성은 눈을 감고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반드시 같은 대학을 가게 해달라는 소소한 소원이었다.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는 소원은 그녀가 빌었으니 자신은 그 너머의 일을 소원으로 빌 생각이었다. 이내 종소리가 천천히 가라앉자 그는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소원 다 빌었어? 역시 같은 반이 되게 해달라는 소원이야? ...뭐, 나도 올해는 하나 빌어봤어. 소원. 뭔진 비밀이지만 말이야."
자신은 알려주지 않겠다는 듯, 그는 조금 심술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피식 웃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그녀에게 제안했다.
"어묵이나 먹을래? 새해 맞이했으니 따뜻하게 몸 좀 녹이자. 우리."
/...어..어어...지금도 바쁘구나. 아이고...그래도 무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야. 아람주...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답레는 편하게 작성해줘!!
아람이 혜성이 안 그런척 대답하는 모습에 쿡쿡 웃었다. 저 솔직하지 못한 성격은 한 해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것 같지 않았다. 그 어떤 모습이라도 혜성이면 좋았지만.
같은 반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아람은 왠지 느낌이 좋았다. 물론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종소리가 널리 울려퍼졌다. 아람은 소원을 빌고 나서도 종소리를 끝까지 들었다.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응. 엇? 뭐 빌었는데? 왜 비밀인데?"
아람은 혜성이 비밀 선언에 치사하다며 알려달라며 혜성의 팔을 작게 흔들었다. 혜성이 안 가르쳐 준다고 하면 칫, 소리를 냈겠지만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듯 금방 기분은 풀렸겠지만.
"어묵 좋아! 이렇게 추울 때 먹는 어묵 국물이 진짜잖아."
아람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이 어느정도 모여있는 포장마차를 가리켰다. "저기 어때?" 하면서.
/야간 퇴근했따.... 근데 오늘 잔업이 있을 예정이라 푹 쉬어야대 큐큐 혜성주는 얼마든지 기다려주겠지만 역시 상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따.....! 근데 상판 하는 동안에는 일에 집중이 안되서 그게 문제야 ㅋㅋㅋ큐ㅠㅠㅠ 지속가능한 상판 라이프는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 내가 너무 일중독인가....?!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치사하다고 알려달라고 하면서 팔을 작게 흔드는 아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얼굴을 붉혔다. 얘는 왜 이런 행동조차도 귀엽지? 분명히 처음 만났을땐 괜히 귀찮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관계가 변하니까 모든 것이 다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참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무섭긴 무섭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괜히 고개를 홱 돌리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같은 대학 가는 거. 재방송 할 생각 없으니까 못 들었으면 말고. 나 참."
괜히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그는 그녀가 가리키는 포장마차를 바라봤다. 적당히 사람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맛이 없는 곳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먼 곳을 찾아갈 것 없이 저곳으로 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기로 가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혜성은 그녀를 이끌듯이 앞장섰다.
사람이 제법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간 후에 자리를 잡고 그는 어묵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어묵이 담겨있는 그 특유의 통이 바로 눈에 보였고, 그 안에는 어묵이 가득했고 따로 국물을 받을 수 있도록 수도꼭지도 달려있었다. 그 향이 굉장히 괜찮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후우, 숨을 내뱉고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개당 500원이래. 내가 살게. 다음에는 네가 사줘."
먹자.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살며시 몸을 옆으로 치우면서 그녀가 어묵을 집을수 있도록 했다.
/아이고... 잔업이 있을 예정이라니... 야근을 했는데 잔업이 있다니..8ㅁ8 그게 무슨 말이야! 그래도 무리하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긴 한데... 어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일할땐 상판 못하는걸. 뭔가 집중이 안되서 일을 할 땐 그냥 일만 죽어라 하는 편이야. ㅋㅋㅋㅋ 옛날에는 그냥 둘 다 했었는데 요즘은 그게 안되네. 어..그러고 보니 잘하면 가능하려나? 그런데 뭔가 아슬아슬할 것 같기도 하고? 남은 레스가 100개라는 것이 그렇게 막 엄청 많은 것은 아니니 말이야. 아무렴 어때! 5판으로 가려는 것이 중요하지!
아람은 혜성이 이내 비밀을 털어놓자 작게 웃음을 흘렸다. 개구쟁이처럼 히히 웃으면서 “같이 열심히 힘내자ㅡ!”라고 말하며 혜성의 팔을 꼭 끌어안았을 것이었고.
포장마차에는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기다리거나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따뜻한 훈김이 올라오고 맛있는 어묵의 냄새가 없던 허기도 불러올 것 같았다.
“응응. 맛있겠다.”
아람은 가까이에 있는 어묵을 집어서 한 입 베어물었다. 뜨거워서 깜짝 놀랬다가 뜨거움에 겨우 입 안에서 조금 식히고 허겁지겁 삼켜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들떠서 평소에 조심하던 것도 잊어먹었던 모양이다.
/잔업….. 다녀왔따….. 큐큐큐ㅠㅠ 역시 일을 할 때는 일만 죽어라 해야….. 문제는 집에 와서도 해야할 일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부업….? 같은 것이지만 ㅎ…… 지금은 본업만 하고 놀고 있지만 다음주에는….() 그래도 몰아서 놀고 몰아서 일하는 게 더 효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야. 큐큐
같이 힘내자는 말에 혜성은 살며시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딱히 무슨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주제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러운 탓이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의 팔을 꼬옥 끌어안았으면 괜히 자신 쪽으로 좀 더 끌어당겼을 것이다. 팔이 붙잡힌 자신은 그녀의 팔을 잡을 수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거리를 줄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편 아람이 포장마차 안에서 어묵을 먹자 그는 살며시 어묵을 잡았다. 직선과 꼬불거리는 것. 둘 중 뭘 먹을까 하다가 그는 꼬불거리는 것을 집었다. 꼬챙이를 잡고 국물이 떨어지지 않게 살며시 입에 넣자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조금 뜨거웠기에 다 먹진 못하고 그는 천천히 베어먹으면서 그 양을 줄였다. 그러다가 아람이 깜짝 놀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혜성은 피식 웃었다.
"천천히 먹어. 집까지 데려다주고 갈테니까. 그러니까... 뭐, 조금 늦게 들어가도 괜...찮지?"
아닌가. 안되나? 그건 안되나? 어머니에게 혼나려나?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조금은 불안했는지, 그는 살짝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혼나건, 혼나지 않건 어쨌든 아람은 자신이 집에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요즘 세상이 어디 험하던가. 아람을 이 시간에 혼자 보냈다가 큰일이라도 당하면 어쩌겠는가. 그런 사태는 반드시 막고 싶었기에 혜성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 어묵을 천천히 먹었다.
"...이럴때는 우리 둘이 같이 살았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긴 해. ...뭐, 아주... 아주... 쪼~~~~끔이지만 말이야. 차, 착각은 하지 마. 매, 매일 그런 생각하는 거 아니니까."
괜히 툴툴거리면서 그는 근처에 있는 티슈를 뽑은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한번씩 입을 닦으면서 먹으라는 나름의 의사표시였다.
/아이고...잔업한다고 고생이 많았어! 아람주! 일...맞아. 차라리 일을 할때는 일을 하고 일 다 끝난 후에 또 재밌게 노는 것이 낫더라. 그렇게 하니까 일의 효율도 늘고 상판을 할 때도 별 걱정이 들지 않아! ㅋㅋㅋㅋ 하지만...아람주 집에서도 일을...흑흑...고생이 아주 많아. 그래도 아람주 열심히 사는 것을 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대단해!
"너무 늦게는 아니고 조금 늦게니까 괜찮지 않을까? 나는 조금 늦는다고 말씀 드리고 나왔어. 네가 데려다준다니 든든하다."
아람이 뜨거움에 놀란 것을 민망해하면서 말했다. 물론 혼자 집에 들어간다고 해서 위험한 일은 없겠고 혜성이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것도 걱정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혜성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아람은 후후 불어가며 어묵을 식혀서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우리 둘이 같이 사는 건 주변 어른들이 허락 안 하실 걸? 물론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아람이 쿡쿡 웃었다. "언젠가 새해에는 집 안에서 같이 코코아 마시면서 새해 맞이하자." 그러면 이렇게 사람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만날 필요는 없겠지. 더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리라. 아람은 고맙다고 말하며 티슈를 받아 입가를 조금 닦았다.
/상판 초기에는 일할 때 일만하고 남는 시간엔 상판했었는데 큐큐 그때가 좋았지(사실 일할때도 몰래 상판했음).....ㅋㅋㅋㅋ큐ㅠㅠㅠ 내가 욕심이 많아서 해야할 일이 늘어나는 것이지 별로 대단한 건 아냐. 대단한 사람은 일도 하고 부업도 하고 상판도 문제없이 하는 사람이 아닐까....? 부럽다... 하고싶은 것도 많은데 상판도 하고싶고 다 하려니 능력이 안되니까 매번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거지 ㅠㅠ 그래서 최근 일주일 상판하면서 놀고 3주 빡세게 일하고 반복할까 생각중이야
"...그,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리고 든든하다는 말 듣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야. 그냥... 그냥 내가 너 혼자 보내기 내키지 않아서 그래."
물론 든든하다는 말 자체는 기분이 좋았는지 그는 툴툴거리면서도 미소를 희미하게 지었다. 제 여자친구에게 듣는 좋은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은 법이었다. 적어도 오늘 집에 데려다 줄 때는 더욱 든든한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그는 속으로 다짐했고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그러다보니 자연히 그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아마 그녀라면 눈치채지 않았을까?
"뭐? 뭐? 뭐? 아니! 딱히 지금 당장 살자고 나도 말한 적 없거든?! 애초에 쪼~~~~~~~끔 생각할 뿐이라고 했잖아! 뭐... 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말에 순간 그는 움찔했다. 물론 아람이 딱히 그런 의도로 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괜히 '쪼금'이라는 부분을 길게 끌어 그는 툴툴거렸다. 그러다가 그녀의 제안. 언젠가는 집 안에서 같이 코코아 마시면서 새해를 맞이하자고 하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괜히 어묵을 한 입 먹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코코아도 좋지만... 그... 어른이 되면 난 축하주도 한번쯤은 마시고 싶어. 와인이라던가... 그런 것은 안 쓰고 달다고 하더라고. ...진짜인진 모르지만."
하지만 대체로 와인을 먹은 어른들은 달콤하다고 하니 포도주스처럼 달콤한 느낌이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하며 그는 다 먹은 어묵 꼬챙이를 내려놓고 이번엔 길쭉한 어묵을 하나 집었다. 그리고 종이컵으로 어묵 국물을 받은 후에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말해두는데 와인은 언젠간 마시고 싶다는 거야! 난 딱히 일탈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럴 때가 좋긴 했지. 하지만 이제는 안되니까..흑흑...나도 아람주도 그렇게 되네. 세월이 괜히 야속하기 그지 없다...8ㅁ8 욕심이 많다고 해도 어쨌든 일을 열심히 하고 이것저것 하는 것은 멋지다고 생각해!! ㅋㅋㅋㅋ 음. 아람주의 주기가 그게 편하다고 하다면 그렇게 해도 좋지 않을까? 일단 여긴 노는 공간이니까 당사자가 편한 것이 제일이지!! 오늘은 생일이라서 맛있는 거 먹는다고 평소보다 조금 늦었다!! 좋은 하루 보냈길 바라! 아람주!
아람은 혜성의 말에 작게 웃다가 이내 혜성의 어깨가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을 보고 양 손으로 그의 양 어깨를 탁탁 치려고 했다. “힘 빼, 힘 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고 더 든든해 지는 건 아닌데. 귀엽다니까.
아람은 혜성이 움찔하며 하는 말에 키득키득 웃었다. 놀리려고 하는 말에 반응하는 것이 혜성의 매력이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이런 말에도 이런 반응이 안 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새해가 오는 게 아쉽기도 하고.
“그래? 술이라...... 우리 내년 새해에는 같이 술 마실 수 있어. 막 고3되면 다들 자정 넘기자마자 바로 술집 들어간다잖아.”
아람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람도 와인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와인이 단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람도 어묵 하나를 어느새 다 먹고 혜성을 따라 어묵 국물을 마셨다. 따뜻하고 맛있었다.
“그래그래. 그럼 우리 짠 할까?”
아람은 장난스럽게 어묵 국물이 담긴 잔을 내밀며 말했다.
/뭐...라고?! 오늘 혜성주 생일?!!!!! 생일 축하해!!~!!~!~!!!! 혜성주 태어나줘서 고마워 ㅋㅋㅋ큐ㅠㅠㅠ 나랑 같이 상판하면서 놀아주려고 온 천사 아냐? 큐큐 맛난 것 먹었다면 너무 잘했어~~~!!! 오늘 일도 고생 많았구~~! 세월이 야속하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논 기억들과 추억들이 남아서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
"내년 새해? ...뭐, 그렇다고는 하는데 술 먹을 수 있으려나? 뭔가 되게 맛없다고 하던데."
아람이 내년 새해에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이야기하자 혜성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술 맛이 어떤지는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알 수 없지만 듣기로는 엄청 쓰고 맛이 없어서 차라리 달콤한 음료수를 마시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을 굳이 먹어야하는지는 조금 망설여졌는지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어묵 국물을 천천히 먹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와인이나 술보다는 이 어묵 국물이 더 좋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럴까? 좋아. 하자. 짠!"
이어 그는 아람의 제안에 자신이 들고 있는 어묵 국물이 담긴 컵을 내밀었다. 그리고 마치 어른들이 술을 먹을 때 짠~ 하는 것처럼 짠~ 하면서 국물을 천천히 마셨다. 연달아 이렇게 마시니 차가웠던 몸이 이제는 완전히 녹아 정말로 따뜻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땀이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다시 어묵을 천천히 먹으면서 그는 아람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너는 어느 대학교를 노리고 있어? 이제 슬슬 목표를 잡아야하잖아?"
/ㅋㅋㅋㅋ 그렇다! 내 생일이었다! 아앗...그렇게까지 축하해줄은 몰랐는데! 너무 고마워!! 그리고 아람주야말로 나와 놀아주려고 온 천사 아니야? ㅋㅋㅋㅋㅋ 확실히 그건 그래! 지나간 시간만큼 쌓인 추억도 많으니 말이야! 나름대로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 아람주도 그런 느낌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네!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픈데....?! 이런 축하만으로 기뻐해주다니 역시 천사 혜성주 큐큐 나는 악마에 가깝지 혜성주를 매번 기다리게 하고 애태우는 악마....ㅋㅋㅋㅋㅋㅋ 맞아맞아 그리고 상판은 남는게 있어서 좋아. 글이 남아있으니까 뭔가 놀지만 꽤 좋은 놀이라고 생각해~
에이! 그렇게 축하해주는 마음으로 충분해!! ㅋㅋㅋㅋㅋ 사실상 여기서 내가 뭘 받을 수 있는 것도 없고 말이야. 아앗...악마라니..ㅋㅋㅋㅋ 아니야! 그럴리 없어! 아람주는 천사야! 천사! 그것도 아주 마음씩 착한 천사!! 맞아. 이렇게 글로 남으니까 나중에 다시 돌아볼 수도 있고 말이야. 나중에 돌아보면 또 은근히 기분 묘하더라고! 그래서 난 아주 가끔씩은 정주행 하는 편이야!
"연극학과라. 나는 역시 사진 관련 학과로 갈까 싶어. 두 학과가 모두 있는 대학교가 어디에 있으려나."
일단 그녀가 읊은 대학교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대학교가 있는진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집에 가면 한번 제대로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에 두 학과가 모두 있는 대학교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람은 분명히 연극학과를 가려고 할테니까 자신이 양보해서 다른 과로 가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그건 필시 그녀가 용납하지 않겠지. 그리고 자신도 꿈을 이루고 싶기도 했기에 그 가능성을 그는 빠르게 지웠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말이야. 진짜 진짜 진짜 진짜 만약에... 사진 관련 학과와 연극학과가 모두 있는 대학교가 없다고 한다면...그땐 어쩔거야? 넌?"
그럴 때는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대학교에 각각 진학하는 것도 고려를 해야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그녀의 답을 조용히 기다리며 어묵을 또 다시 먹었다. 천천히 그 크기가 줄던 어묵은 또 다시 꼬챙이만 남았고 그는 그 꼬챙이를 앞에 내려놓았다. 바로 다음 어묵을 먹을 생각은 없었는지 그는 일단 그녀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니까... 음. 그냥 솔직하게 대답해주면 고맙고. ...하나 정도 있기야 할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엗...ㅋㅋㅋㅋ 어째서 아람주가 악마인건데! 그건 악마가 아니라 그저 불쌍한 노동자일 뿐이잖아!! 아이고...8ㅁ8 (토닥토닥) ㅋㅋㅋㅋ 맞아. 아무래도 중간부터 읽는 것이 많긴 하지!! 나도 아예 처음부터 쭉 정주행하는 일은 잘 없는걸. 물론 가끔 생각나면 보는 정도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불쌍한 노동자 ㅋㅋㅋ큐ㅠㅠㅠ 나는 가끔 잡담만 정주행하는데 그것도 재밌어 큐큐 썰 풀었던 것이라던가 자잘한 티엠아이적 설정이라거나~ 나는 이만 자러 갈 예저어엉.... 졸리다. 답변은 내일 천천히 이어올게~~ 혜성주도 굳밤 보내고~!!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다음에 같이 찾아보자는 아람의 말에 혜성은 알았다는 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나, 모든 일이 항상 희망한 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떨어질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절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 표정을 지워버리며 그는 괜히 헛기침 소리를 냈다.
한편 자신의 물음에 아람이 대답하자 혜성은 귀를 쫑긋 세우고 아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아람은 같은 대학을 갈 수 없을 가능성도 생각해둔 모양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물론 그녀의 말이 맞았다. 대학이 달라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바쁘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만날 수 있었다. 서로가 만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고 한다면.
"...뭐, 그것도 나쁘진 않긴 한데..."
멀리 떨어지는 것이 불안하냐는 물음에 혜성은 말 끝을 흐리며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뭔가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듯이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이어 그는 괜히 꼬물꼬물한 어묵을 하나 집었고 자신의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괜히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누, 누가 불안하대. 불안한 거 아니거든?! 그냥... 그냥... 그냥 네 주변에 이런저런 애들이 꼬이는 것이 꼴보기 싫을 뿐이야. 내가 같이 있으면, 그런 이들이 널 귀찮게 하지 못 할 거 아니야. 여자친구가 귀찮은 것을 막아주는 것이 남자친구의 의무잖아. 그 뿐이야."
사실은 많이 불안했지만 그것을 표현하기는 싫다는 듯, 그는 그 짧은 시간에 또 이런 핑계를 만들어서 괜히 변명하듯 이야기했다. 하지만 방금 말한 내용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스스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넌? ...내 주변에 다른 여자애들이 꼬이는 거 싫을 거 아니야. 원래 그런 것은 자신의 의지로는 안된대. ...아니, 뭐... 애초에 꼬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고...더워...왜 저녁인데 아직도 34도인거야?! 밤인데 이제 시원해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아무튼 오늘 하루도 힘냈다!! 아람주는 하루 잘 보냈니? 아직 일과중이면 조금만 더 화이팅!
확실히 여자친구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고등학교때는 말이 좋아 동아리 활동이지, 사실 제대로 만끽하긴 아무래도 힘들지 않은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수험에서 멀어질 수 없었으니까. 그와 동시에 자신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그는 생각했다. 기왕이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런 동아리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학술 동아리보다는 취미 동아리 쪽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이런저런 것을 떠올렸다.
한편 그녀가 자신의 말에 대답하자 그는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렇구나. 너도 싫구나. 그 말에 괜히 안도하면서 ㅡ물론 딱히 그 사실에 대해서 의심한 적은 없다.ㅡ 그는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아니. 뭐... 여자친구 있다고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참이야. 뭐... 단체로 어디를 놀러가는 것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 둘이서 놀러가거나 여자애들만 있는 자리에는 딱히 갈 생각 없기도 하고... 아... 진짜! 그러니까 이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그냥 같은 대학교에 가! 내가 성적 어떻게든 올려서 네 레벨로 맞춰볼게."
설마 같이 갈 수 있는 대학교가 아예 없을까. 최대한 찾아보고 또 찾아보면 필시 좋은 대학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다른 어묵 하나를 집어서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아, 아무튼 어묵이나 먹어. 어묵 먹으로 들어왔잖아."
/그러게... 확실히 이제는 여름이야. 이제야 좀 더위가 식히는 것 같긴 한데... 이러다가 열대야가 오겠지..으앙..싫어!! 8ㅁ8 그리고 난 맛밥했어!! 아람주는 맛밥 했니?
"...쳔체라던가, 여행 동아리라던가 그런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동아리면 나름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나도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
일단 혜성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는가였다. 그는 여전히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시간이 나면 혼자 나가 사진을 찍기도 하고, 때로는 아람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마 자신은 죽을 때까지 사진을 손에서 놓진 못할 것 같아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어 핸드폰을 조용히 어루만지다가 다시 손을 밖으로 빼냈다.
"걱정하지 마. ...애초에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애도 너 이외에는 없었어."
어쩌면 있었고 혜성이 눈치를 못 챈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이 인식하지 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무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면 참으로 인생은 신기한 일의 연속이었다. 대체 어쩌다가 이런 자신이 연애를 하게 된 것일까. 그것도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여자애와. 전생이 있다면 자신은 전생에 나라를 몇 개는 구한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피식 웃었다.
"괜찮아. 한 개 정도 더 먹어도 안 쪄."
'너는 살이 쪄도 귀여워'라는 말이 목구멍을 지나 입술 근처까지 왔지만, 그는 애써 그 말은 꾹 집어삼켰다. 아마 아람은 그런 말을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 않았으니까. 물론 아람이 이번에도 거절한다면 아마 혜성은 굳이 더 먹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고 다시 제자리에 그냥 내려놓았을 것이다. 이어 그는 마지막으로 어묵 국물을 컵에 따른 후에 천천히 마셨다.
"어쩌지. 왠지 밖에 나가고 싶지가 않아. ...뭔가 따뜻한 이곳에 계속 있고 싶어. 뭐... 그렇다고 안 나가진 않겠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여기에 있자."
물론 속마음은 추위에 약한 아람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곳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이야기하진 않으며 그는 애써 덤덤한 목소리 톤을 유지했다.
/ㅋㅋㅋㅋㅋ 여름이 되면 열대야는 피할 수 없어! 받아들여야 해! 아람주!! 아무튼 오늘은 운동도 했구나! 아주 잘했어!!
"천체? 그럼 있다면 거기에 가입해보자. 나도 예쁜 거 찍는 것이 좋거든. 천체 동아리면 뭔가 별을 찍는 기술도 많이 늘어날 것 같아서 좋아."
사진에 대한 열의와 관심만큼은 그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아마 그 말을 하는 동안의 그의 표정은 상당히 부드럽고 천진난만했을 것이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던 그는 이내 헛기침 소리를 내면서 바로 자신의 표정을 관리했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지금 평소와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몰라. 있다고 해도 내가 모르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그런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고백을 받은 적도 한 번도 없었고, 연애 경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설사 자신이 눈치없이 쫓아내버렸다고 해도 자신이 모르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는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고개를 괜히 세게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는 그는 헛기침 소리를 내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지금 그 말. 아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티를 많이 냈었다는 말에는 뭐라고 변명할 것도, 반격할 것도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편 아람이 어묵을 하나 맛있게 잘 먹자 그는 괜히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어쩜 저렇게 먹는 모습도 귀여운지. 키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 그녀가 먹는 모습이 마치 작은 동물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것 같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어...어? 야. 야. 여기서 자면 안돼! 자더라도 집에 가서 자야지!"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는 아람의 모습에 혜성은 살짝 당황했다. 확실히 이 시간까지 잠을 안 잘 아이가 아니었다. 슬슬 졸릴 시간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빠르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그녀에게 넌지시 이야기했다.
"...어, 업어줄까? 돌아갈때? ...아니 뭐... 그... 놔두고 갈 수는 없고, 졸면서 걸으면 다치잖아. ...그건 싫어."
물론 만인의 앞에서 여자친구를 업고 가는 것은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원한다면 그까짓 부끄러움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기에 그는 일단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ㅋㅋㅋㅋㅋ 잠 잘 잤어? 어제는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한 모양이구나. 정말로 수고 많았어! 나는 최근에 이직을 해서 회사에 빠른 적응 중이야! 이전보다 일도 재밌고 야근도 없고 뭔가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가면 대충 1시간 정도 걸리는지라 퇴근할 땐 운동 겸 걸어서 오고 그러니까 괜히 기분도 좋아!
평소보다 짧게 자기는 했시만 잘 자기는 했어...! 헉 혜성주 이직했구나!! 고생 많았어~ 회사 적응하기 쉽지 않을텐데 그래도 빨리 적응했다니 다행이다! 일이 재미있고 야근이 없다니 완전 천국이잖아~~!! 이전 회사에도 야근은 없었던 것 같았는데 사실 있었던 것이었어?? 퇴근 후에 걸어서 집에 오는거 쉽지 않을텐데 엄청 대단해...! 사실 나는 걸어서 15분 거리의 회사를 차타고 다녀....() (주물러져서 찰흙이 되벌임)(물렁물렁)
아직 완벽하게 적응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월요일부터 이직했거든. 그래서인지 일할때 시간도 잘 가더라. 그래도 오늘은 조금 지루한 느낌도 있긴 했지만 일이 항상 즐거운 법은 아니지! 음..전에도 야근은 없었어! 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번에도 야근이 없어서 진짜 좋아! 6시 되면 칼퇴근! 예외없이 무조건 칼퇴근. 일 못한 것은 내일 마저 하기! 물론 정말로 급한 일일 경우에는 못 끝내면 어쩔 수 없이 남아서 해야 할 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무시간동안 열심히 하는 중이야.
ㅋㅋㅋㅋㅋ 차타고 다닐 수야 있지! 나는 그냥 적절히 운동되는 거리일 것 같아서 걸어오는 것 뿐인걸! 아앗...찰흙 아람주다! 아람이를 빚어야겠다! 주물주물...
아람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혜성을 작은 미소를 띄며 바라봤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역시 사진을 많이 좋아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든달까. 내가 연기를 할 때도 이런 반짝임 같은 게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내 혜성이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관리하자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 예쁜 거 찍는 거 좋아하는 거 잘 알지. 그러니까 나 찍는 거 좋아하는 거잖아?"
아람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자기가 예쁘다는 것을 잘 아는 듯한 뽐내는 듯한 말투이다. 물론 혜성의 앞에서만 하는 말이나 행동이지만 말이다.
툴툴거리며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혜성의 말에 아람은 쿡쿡 웃으며 다른 말 없이 넘어갔다. 다른 이들이 뭐 어쨌든 간에 혜성이한테는 자신밖에 없으니까. 중요하지 않은 것일지도.
"바보. 아무리 그래도 밖에서 잠들진 않거든?"
잠을 깨려는듯 눈을 깜빡이던 아람은 혜성이 업어준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야근 없는 회사 너무 좋다........ 나는 교대근무인데다가 일이 있으면 최소한의 휴식만 보장받고 일해야 할 때도 있어서........() 물론 일이 없으면 좀 쉴텐데 일이 없는 날이 없어 살려줘...... 혜성주 좋은 직장 다니는구나. 파트너로서 안심했어(?) 걷기 운동하면 좋은데 나는 너무 귀차니즘이.......(아람이 피규어가 되벌임)
"...그, 그게 왜 그렇게 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조금 어감이 다르거든?!"
그 와중에 아람이 예쁘다는 말을 혜성은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예쁘고 귀여운 것은 맞으니까. 아직도 가끔 자신이 정말로 이 예쁜 애와 사귀어도 되는 것이 맞는지 혜성은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오는 답은 언제나 비슷했다. 그래도 내 여자친구라고. 남이 뭐라고 한들, 더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 아람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것으로 충분하고 자신도 아람을 좋아하니까.
물론 가끔은 좀 더 멋지고 든든한 남자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아무튼 아람의 말을 들으면서 혜성은 괜히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그 대신 아람의 손을 괜히 꼬옥 잡았다. 업어주면 진짜로 잠들지도 모른다니. 물론 그건 나쁘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여기서 잠들면 그건 그것대로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다. 나중에 아람의 집에 도착한 후에 일어나지 않으면 서로서로 난감해지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렇다면 손 꼬옥 잡아. ...졸더라도 내가 안 부딪치게 잘 잡아줄테니까."
괜히 툴툴거리면서 그는 시선을 괜히 다른 곳으로 계속 고정했다. 그러면서도 그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이 그는 손에 힘을 꼬옥 주면서 얼굴을 붉혔다.
"...뭐, 지금은 조금 자도 괜찮아. 가기 전에 깨울테니까. 그래봐야 5분 잠깐 자는 거라서 오히려 더 피곤할지도 모르지만."
/아람주의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로 바쁜 나날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 절로 느껴져. 교대근무... 쉽지 않은데 말이야. ㅋㅋㅋㅋㅋ 일이 없는 날이 없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람주의 직업은.... (그 이상의 말은 생략한다.) 아람주는 평소에도 너무나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운동 쉬어도 괜찮아!! 와! 아람이 피규어가 되었다! 내 방에 전시해야겠어!! ㅋㅋㅋㅋ
슬슬 많이 졸린 모양이네. 혜성은 아람의 표정을 살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만 해도 상당히 나른해보이지 않던가. 자신은 자지 않겠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졸려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역시 슬슬 나서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아람의 손을 놓지 않으며 눈을 비비는 아람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런 것치고는 너 되게 졸려보이거든? 안되겠다. 지금 바로 가자."
그녀와 좀 더 있고 싶었지만, 아람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물론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졸린 것을 참게 하면서까지 같이 있고 싶진 않았다. 역시 이럴 땐 같이 살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생각하나 굳이 그 말은 하지 않으면서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집에 데려다줄게. 가자. 아람아."
밖은 아직 춥지만, 그래도 자신이 옆에서 품에 반 정도 안으면서 가면 추위보다는 따뜻함이 조금은 더 느껴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이 발걸음을 떼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나 참. 졸리면 무리하지 마."
/하지만 충분히 열심히 산 것 같은걸. 그 정도로 일을 열심히 했다면 특히나 더. 그리고 사람은 원래 놀 줄도 알아야 해! 너무 워커홀릭처럼 살면 피곤해서 안돼. 혜성이 피규어라...역시 혜성아람 피규어는 진짜로 가지고 싶어. 흑흑...주문제작하고 싶다. 하지만 주문제작을 하면 뭔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익명성 이슈) 결국 마음 속에 묻어야겠구나. 이건..(주륵)
"말해두는데 너만 그런 것은 아니거든? 나도... 좀 더 있고 싶단 말이야. 나 참. 하지만 졸리다고 하는데 계속 있게 하기도 그렇잖아. 다음에는 낮에 보자. 그러면..."
이어 그는 말 끝을 흐리다가 괜히 지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잖아. 바보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괜히 툴툴거렸다. 시간이 지나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역시 그에겐 어려웠다. 어린 시절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참으로 스스로 생각해도 피곤한 성격이라고 다시 한번 느끼며 그는 그녀의 손을 더욱 꼬옥 잡고 밖으로 천천히 나갔다.
그 와중에 변명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피식 웃었다. 귀엽기는. 이런 변명하는 모습마저 귀여운데 어쩌면 좋을까. 하지만 헛기침 소리를 내며 그는 표정을 관리했다.
"그 말은 맞긴 해. 사람은 따뜻한 곳에서 잠이 더 잘 온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네 탓은 아니야. ...하지만 잘 시간은 맞잖아."
그녀를 달래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깍지를 낀 자신의 손을 자신의 주머니 속에 쏘옥 집어넣었다. 이러면 적어도 손이 시려운 일은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어차피 버스는 안 다닐테니... 그냥 천천히 걸어 가자. 너네 집까지. ...그러면 그 시간 동안은 계속 있을 수 있잖아. ...그 정도도... ....부족한 것 같기도 하지만... 아. 몰라. 지금 너랑 있는 것이 중요해. 난."
/ㅋㅋㅋㅋㅋ 그건 나도 그래. 로또...언제 당첨돼..잉잉... 맞아...나도 굿즈 갖고 싶어. 진짜 개인 소장이라도 좋으니까 누가 굿즈 만들어줘...8ㅁ8 익명으로 굿즈 만들 수 있게 해 줘... 흑흑... 그러면 내가 만들어두면 아람주가 차후에 그 사이트 가서 똑같은 거 사면 되니까! 하지만 역시 힘들겠지. 그건.... 앤캐 향수같은 것은 만들 수 있다고는 하지만... 향수 계열은 뭔가 은근히 어려워... 어쨌든 나도 슬슬 자러 가야겠어! 아람주도 잘 자고 좋은 주말 보내!
아람은 혜성의 마음 또한 자신과 같다는 것에 배시시 웃으면서도 이어지는 혜성의 말에 “네가 더 바보야. 바ㅡ보.” 하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혜성의 손을 꼭 잡았고.
“으응. 맞아. 잘 시간을 한참 넘기기는 했지이.”
아람은 혜성의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자 작게 히히 웃었다. 그리고는 혜성에게 좀 더 달라붙어서 걸었다. 찬 바람도 애정의 온기는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덜 추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두 그래. 나도 너랑 있는 것이 중요해.”
졸려서 그런지 평소보다 풀어진 얼굴로 혜성의 말을 반복해서 말했다. 자정이 넘은 어두운 겨울 밤.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길 수록 인파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자정이 넘은 새벽 남자친구와 심야 데이트라니.
“뭔가 일탈하는 기분이야. 물론 부모님 허락 다 맡고 나온 것이지만 말이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람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람으로서는 이 시간까지 깨어있는 것도 드믈고 이 시간에 밖에 나와 돌아다니는 일도 드물었으니 말이다.
/ㅋㅋㅋㅋ큐ㅠㅠㅠㅠ 익명으로 굿즈 만들어서 주고 받는 것은 아마 어렵울 것으로 예상....... 앤캐 향수라니...... 나도 향수 쪽은 조예가 없어서 큐ㅠㅠㅠ 아람이 향수라니 상상조차 어려웟...!! 역시 커뮤판엔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 것 아닐까? 즐거운 일요일 점심이야~!! 맛밥 챙겨먹구 혜성주~~!
인파가 점점 멀어지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이제 눈앞에 보이는 것은 상당히 적어진 지나다니는 사람의 수와 가끔 도로를 달리는 차량. 그리고 고요한 적막이었다. 이 시간에 이렇게 둘이서만 걸었던 적이 있었던가. 물론 예전에 시골에 갔었을 때 비슷한 느낌은 있긴 했지만 적어도 이 정도로 늦은 시간은 아니었다. 그녀의 말에 그는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그리고 자유로운 손으로 제 뺨을 긁적였다.
"...그래도 나쁜 짓은 아니잖아."
물론 고등학생이 이 시간까지 집에 안 가고 돌아다니는 것은 그렇게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새해 첫 날. 그러니까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그는 헛기침 소리를 냈다.
"어른이 되면, 그때는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까. 뭔가 신기하지 않아? 고작 1년인데 느낌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거 말이야."
자신과 그녀는 현재 19살. 그리고 성인이 되는 것은 20살. 고작 1년일 뿐이고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는 것 뿐인데 뭔가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는 그저 신기하다는 듯, 가만히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있잖아. 아람아."
그리고 시선을 정면으로 하면서 혜성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살며시 고요한 목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최대한 같은 대학으로 가자. ...그냥...뭐...그러니까... ...어른이 되어서도 이렇게 밤거리 걷고 싶어. 그냥... 고요하게. ...둘만 있는 느낌으로. ...못 들었으면 적당히 알아듣고 넘어가. 재방송 안 해."
/ㅋㅋㅋㅋㅋㅋ 나도 그런 곳은 없는 것으로 아는지라! 그냥 따로 각각 신청해서 개인소장 하는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그런 것은 또 가격이 엄청 비싸다고 하니까... 난 진짜 엄청엄청 옛날에 한번 신청해본 적은 있는데.. 물론 상판 이야기는 아니야! 어쨌든 뭔가 되게 복잡하더라고. 톱 바텀 미들 향 같은 거 다 적어야하던데 늘 쓰는 향수를 빼면 그런 거 잘 몰라서...ㅋㅋㅋㅋㅋ 어후..머리 아프더라. 진짜. 어쨌든 난 영화를 보고 막 돌아온 참이야! 아람주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정말로 그런 자유가 주어진다면 좋기도 하지만 왠지 무서울 것 같아. 지금까지 주어지지 않은 것이니까."
정말 뭘 해도 자유롭다니. 그런 것이 정말로 자신들에게 용납이 되고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득하고, 그다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1년만 지나면, 그리고 대학을 간다면 정말로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그저 신기하다는 듯 그는 괜히 주머니 속에 넣은 아람의 손을 더욱 꼬옥 잡았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아람의 말. 이렇게 꼭 함께 있자고 하면서 재방송을 할 수 있다는 그 말에 혜성은 아랫입술만 약하게 깨물었다. 그리고 살짝 눈동자만 돌려 아람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나, 나도 하려면 할 수 있거든? 굳이 안하는 거지!"
괜히 툴툴거리며 혜성은 잠시 발걸음을 멈춰섰다. 달만이 비치는 늦은 밤시간. 그리고 거리에는 자신과 그녀만 있었다. 그 상태에서 입김을 하아- 하고 내뱉던 혜성은 고개를 아람쪽으로 돌렸다.
"19살 때의 너도... 나랑 사귀어서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할게. ...18살 때의 네가 그랬던 것처럼. ...20살때의 일은 20살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사랑해. 그렇게 흘러가는 목소리를 내며, 그는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제 뺨이 붉어진 것을 괜히 추위 탓을 하며.
/ㅋㅋㅋㅋㅋ 안 쓰면 잘 모를 수도 있지! 나도 그렇게 많이 다양하게 쓰는 편은 아니니 말이야! 아무튼 영화는 재밌었어! 요즘 핫한 핸섬 가이즈 보고 왔어!! 조금 잔인한 장면은 있었지만 그래도 재밌더라!
아람은 딱히 무서움을 느끼진 않았다. 1년이라는 게 아직 멀게 느껴지기도 했고. 막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말로만 들어온 것들이다보니 더더욱.
아람은 툴툴거리는 혜성의 목소리에 작게 웃다가 이내 걸음을 멈추는 것에 물음표를 띄웠다. 아람은 혜성을 올려다봤고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혜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백. 아람은 눈을 잠시 동그랗게 떴다가 사르르 접으며 웃었다. 얼굴이 상기된 채로 아람은 혜성의 발걸음을 따라 걸었다.
“후회 안 해. 분명 후회 안 할 거야. 우리가 만에 하나 헤어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말야. 지금 이 순간은 이 순간인 채로 영원할 테니까. 너에게 받았던 용기나 위안, 행복같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앞으로도 그럴테고.”
바로 옆에서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그 말에 혜성은 입꼬리가 올라갈 것 같은 것을 애써 꾹 참았다. 물론 표정이 풀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막상 이렇게까지 오래 알고 지내니까 표정을 푸는 것이 역으로 힘들었다. 딱히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부끄러운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괜히 그는 반대편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차가운 바람이 솔솔 불며 그의 붉어진 뺨을 더욱 붉게 만들었다.
"헤어질 생각 없거든?! 적어도 난!"
하지만 헤어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라는 말에는 그는 괜히 반박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었다. 고등학생때 사귄 커플이 평생 간다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두고 싶지 않았다. 설사 그런 미래가 찾아온다고 한다면 그때까지는 그런 가능성을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기에 혜성은 더더욱 강하게 아람의 손을 꽉 잡았다.
이어지는 아람의 말. 그 말에 혜성은 아람을 빤히 바라봤다. 자신에게 그만큼 주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 그 말에 대해서 혜성은 대답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어설프게 대답하면 역으로 아람을 더욱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탓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침묵으로 적당히 넘어갈 수도 없다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미 주고 있지만, 그래도 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내가 하나하나 직접 뺏어가줄게. 네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모든 행복과 의미를."
그러니까 고민하지 마. 차가운 바람이 그 말은 살며시 묻어버렸다. 하지만 가깝게 있는 아람이었기에 들리지 않았을까. 이어 그는 그녀의 얼굴에 제 얼굴을 천천히 가져갔다.
"그러니까 문아람. 내가 너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받아가고 뺏어가도 될까? 행복. 격려. 고마움. 따뜻함. 온기, 애정.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말이야."
/B급 코미디 느낌 좋아한다면 추천해! 물론 잔인한 장면이 좀 나오긴 하지만...그래도 괜찮다면 진짜 그 영화 추천할게!
아람이 꽉 잡아오는 혜성의 손을 달래듯 손가락으로 살살 쓸었다. 혜성의 감정을 어느정도 이해하기도 했고. “그래도… 만약이라도 그런 말 안 할게.” 아람이 작게 웃었다.
아람이 내보인 것은 이전부터 생각해왔었던 것들 중 아주 짧은 부분이었다. 혜성이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마치 빛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처럼. 그렇게 아람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물론 혜성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하지만 이어지는 혜성의 말은 아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작은 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뺏어간다니. 고민할 여지를 없애버리는 답이었다.
“물론이지. 얼마든지 가져가고 싶은 만큼 가져가. 곳간 문 열어놓을 테니까.”
아람은 가까이 다가온 혜성에게 짧게 입맞췄다. 쪽, 소리 내며 떨어진 아람은 속삭이듯 말했다.
"어, 어쩔 수 없잖아! 네가 실감하지 못한다면 네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뺏어가면 되는 거잖아. 나 참."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으로 오글거리는 말이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지금은 이것밖에는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녀가 자신이 충분히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자신이 뺏어가면 되지 않겠는가. 그럼 자연스럽게 그녀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오고, 자신은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아람의 생각에 대해선 혜성이 알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바보. 그래도 조금은 잠그는 시늉이라도 해. 뺏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공하는 거잖아. 그건."
괜히 작게 속삭이다 그녀가 짧게 입을 맞추자 그는 눈을 감고 그녀의 입술을 조금 더 탐했다. 물론 고등학생이 할 법한 짤막한 입맞춤은 그렇다고 한들 그렇게 오래 가진 않았다. 그래도 그 짧은 순간이 그에게는 너무나 길고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특별히 무슨 답을 하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그는 그녀에게서 천천히 떨어진 후 다시 앞을 바라봤다.
"몰라. 가자. 누구씨 잠 못 자게 한다고 나중에 이런저런 소리 듣기 싫어."
괜히 툴툴거리면서 나아가는 것은 결국 참으로 그다운 마무리였다. 하지만, 속삭이듯 들려온 말이 참으로 기분이 좋았는지 지금의 그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방긋 짓고 있었다. 참으로 순수하고도 기분이 좋은 행복감이 그곳에 녹아있었다.
/ㅋㅋㅋㅋㅋ 한번 찾아보는 것도 추천해! 핸섬가이즈라는 영화라서 지금 개봉중이니까 아마 쉽게 찾을 수 있을거야! 일단...이 상황은 이걸로 막레를 하면 되려나? 물론 좀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돼!
그렇지! 뒷사람이 합의했으니 캐릭터의 미래는 정해진거야! 캐릭터가 어딜! (악당톤)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어떻게 대사를 칠지 고민하다가 혜성이라면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어. 조금 오그라드는 대사긴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발렌타인데이로 가면 되지 않을까? 나도 내일 출근해야 해서 슬즐 자야해! 잘 자! 아람주!
오늘도 고생 많았어~~! 굳밤 보내고 있길 바라구~~~ 오글거린다는 생각은 안 들었었는데?! 이거 좋은데? 하고 생각했다고~ 참신했다! 발렌타인데이~ 왠지 아람이가 서프라이즈로 혜성이 집 앞에서 혜성이 불러내서 선물 주는 거 생각했다! 아니면 혜성이는 발렌타인데이 인지하면서 서로 만날 약속 같은거 잡고 그랬으려나? 아무래도 개학 전이라서 발렌타인데이는 인지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고 말이지~~
아람주도 하루 고생 많았어!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기력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쉬니까 조금씩 괜찮아진느 것 같다! ㅋㅋㅋㅋㅋ 앗. 아람주가 좋게 생각한다면 그걸로 좋은거지!! 아람이도 굉장히 좋게 생각한 것 같고 말이야. 아마 혜성이는 나름 의식하고 만날 약속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 나름대로 초콜릿 같은 것도 기대하고 있지만, 막 티는 안 내려고 하는데 은근히 티가 나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야. 오랜만에 아람이 사진 찍고 싶다는 명분으로 아람이를 부르지 않을까 싶은걸?
푹 쉬었다니 다행이다~ 오늘도 일 힘내고 있길 바랄게! 혜성이 크리스마스도 챙기면서 데이트 하려고 했던 것 생각하면 확실히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ㅋㅋㅋ 초콜렛 안 주면 서운해할것 같은데? 겨울에 사진 찍으려면 어디서 만나는게 좋으려나~ 약속 날짜 며칠 전에 눈이 내려서 눈 배경으로 사진찍는것도 좋을것 같기도하고?
오늘자 일을 마치고 퇴근하고 밥 먹고 씻고 왔다! 집에 오니까 비가 엄청 내리네. 후... 걸어오는 동안 비가 내릴 기미가 보였는데 빨리 오길 잘했어! 나! ㅋㅋㅋㅋㅋㅋ 이미 혜성이의 페턴은 아람주가 다 읽고 있구나! 초콜릿 안 줘도 막 서운해하진 않을거야. 내심 조금 섭섭하다고 느끼긴 하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안준다고 원망하지 않을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눈이 와서 눈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 찍고 싶다고 권하는 느낌으로 말이야. 이렇게 보니까 뭔가 혜성이가 사진 관련으로 아람이를 부르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네.
비 안맞았다니다행이다~! 요기도 비 엄청 오고있어! 오늘 야간 출근이라 출근할때는 비가 안 왔는데 회사에 있으니까 엄청 비가 오넹 내심 조금 섭섭한 게 그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성이 귀여워~~ 혜성이 조금이라도 섭섭하게 하면 안되지 안돼! 아람이도 눈치채고 초콜릿 준비할거야~ 봄에 벚꽃 보러 갔던 공원에 눈 사진 찍으러 가는 건 어때? 왠지 처음 생각도 나고 좋을 것 같은데~~!! 사진 찍기보단 사귀고 나서는 한동안 놀기 바빴지 ㅋㅋㅋㅋ
갑자기 비가 엄청 내려서 깜짝 놀라서 창문 닫았어! 하늘이 번쩍이는 것을 보면 벼락도 친 것 같은데... 진짜 장마는 장마구나 싶어. ㅋㅋㅋㅋㅋㅋ 그게 그렇긴 하지만 약간 느낌이 달라! 그걸 표현하기가 어렵긴 한데 아무튼 그래! 아람이가 준비하는 초콜릿은 어떤 느낌일지 괜히 궁금해지는걸? 일단 스포일러는 듣지 않고 참도록 하겠어!! 물론 아람이가 주는 초콜릿 is 뭔들이지만! 괜찮을 것 같아! 오랜만에 거기에 가서 이런저런 추억도 다지고 사진도 찍고 좋을 것 같네! 사실 일상에서 일일히 표현이 안되긴 했지만 아마 혜성이는 주기적으로 사진은 계속 찍었을거야! 아람이 사진도 마찬가지고! ㅋㅋㅋㅋㅋ
장마이긴 장마인가봐. 날씨가 오락가락하는걸 보니 말이야 ㅋㅋㅋ큐ㅠㅠ 맞아 일상에서 다 하진 못하니까 그렇지 둘이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을 거라고 생각해~~! 아람이 인스타에 매번 혜성이가 찍어준 사진 올라갔을 거라고~~! 아니면 따로 계정 파서 혜성이가 찍어준 사진만 올려놓을지도 모르겠다~ 그거 보고 모델 제안 들어온다거나? 물론 아람이는 거절하겠지만. 혜성주도 오늘 하루 힘내기야~~!!!!
맞아. 장마가 맞는 것 같아. 어제 자기 전에는 엄청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또 일어나니까 비가 안 오고 내일은 또 올지도 모른다고 하고... 다른 곳은 비가 엄청났다고 하고..(흐릿) 이게 무슨 날씨로 장난질 치는 느낌인거지?! 맞아. 아무래도 혜성이는 사진을 놓을 수 없으니까. 아람이와 놀러 간 것도 많겠지만 사진도 많이 찍었을거야! 앗...ㅋㅋㅋㅋㅋ 인스타에 올리는구나. 혜성이는 아마 올려도 크게 무슨 말을 하진 않을거야. 대신에 팔로우 슬쩍 걸어서 은근슬쩍 올라오는 거 몰래 구경하고 그랬을 것 같아. 본 계정이건, 따로 계정을 만들건 말이야. 물론 부끄러워서 댓글이나 그런 것은 따로 안 달고 그냥 조용히 보기만 한다고 해! 아무튼 그렇게 약속을 정하고 만나는 상황으로 하면 되려나? 일단 아람주는 하루가 끝났을까? 아직 안 끝났으면 마저 화이팅이야!
조만간 올게~~~ 라고 했지만 벌써 8월 초가 되버렸다고 한다.....() ㅋㅋㅋㅋ큐ㅠㅠㅠ 그동안 갑자기 많은 일들이 있었어..!! 부서이동으로 인해 교대근무에서 일근 근무로 가게된 것 있지~ 물론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게 되는 일이 왕왕있지만......() 그래도 잠은 집에서 푹 잘 수 있게 되어서 건강해지는 것 같긴 한데 감기에 걸려버렸어......() 잠은 잘 자는데 일하는 시간은 교대 근무 때보다 더 많아져서 적응을 못하고 있는데다 갑자기 부서 이동 이후 일거리가 몰려들어와서 더 바빠져서 늦었다...!! 나름 잘 조절은 하고 있어~!!! 일단 생존 신고차 들렸다!
>>964 몰래 인스타 보면서 조용히 뿌듯해하는 혜성이 상상하니까 너무 귀엽다... 일상은 그렇게 시작하는 걸로 하고 선레는 누가 하는게 좋을까~?
안녕! 아람주! 아람주가 바쁜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걸! 그보다 진짜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많이 있었구나. 와... 그래도 일근 근무가 더 낫지 않을까 싶은걸. 교대 근무는 일단 피곤함 때문에 버티가기 힘든 것으로 알아서...나는 해본 적 없지만 내 동생이라던가 내가 아는 사람도 교대 근무하는데 완전 피곤해 죽으려고 했거든. 익숙해지면 괜찮다고 하지만...감기라니.. 아이고... 코로나는 아니지?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한다고 하던데.. 일단 아람주가 잠을 푹 잘 수 있다고 하니 그건 정말로 다행이야!!
음. 선레는 내가 내일 작성해볼게! 감기 걸렸고 일 적응하는 중이라는 사람에게 선레를 쓰게 할 순 없지!!
혜성주 안녕! 나도 교대근무 오래 했어서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 있었는데 일근근무하니까 확실히 몸이 좋아하지는 느낌이라던가 일상적인 루틴 같은 것 만드는 게 좋은 것 같더라고~~ 뭔가 반복되는 하루에서 오는 안정감이랄까? 물론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라던가 평일에 쉬지 못하는 것이라던가 단점도 있지만 말이야~ 그래도 역시 건강을 위해서라면 일근 근무가 좋은 것 같아~~
아마 코로나는 아니지 않을까....? 물론 목도 아프고 코도 막히고 그렇지만.... 생각보다 감기가 잘 안 떨어지기는 하지만.... 으음.... 열은 안 나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고...? 물론 키트를 해보지는 않아서 코로나인지 아닌지는 모르는거지만! 슈뢰딩거의 코로나 같은 느낌? ㅋㅋㅋㅋ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인 것 같긴 해~ 다들 마스크 끼고 다니고 골골거리는 사람 많더라고~ 우리 회사에도 감기나 코로나 걸린 사람 많더라. 선레 고마워어엉 하지만 답레는 늦어질 것 같긴 해!!
사실 근무마다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을 위해선 일근 근무가 낫다고는 해! 교대 근무를 하면 우선 생활패턴부터가 맞춰지지 않고 계속 왔다갔다 하니 말이야. 아람주가 빠르게 일에 적응하고 잠도 푹 자고 건강도 좋아지고 그러기를 바랄게!! 늘 하던대로 하면 충분히 적응하고 지금 생활에도 익숙해지고 좋아질거야! 화이팅!!
코로나가 아니라면 다행이야. 난 코로나 한창 전에 유행할 때 한번 걸렸다가 진짜 죽는 줄 알았거든. 목이 아파서 잠도 못 자겠고...밥도 못 먹겠고... 하지만 건조해지면 더 아프니까 또 물을 먹어야해서 으으으 하면서 발을 동동 굴렸고..기침하면 또 목 찢어질 것 같고..와..그때 어떻게 버텼나 모르겠네..8ㅁ8 나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물론 죽을 정도는 아니니까 산 거겠지만 말이야! ㅋㅋㅋㅋㅋ 괜찮아!! 답레는 얼마든지 편할 때 써도 괜찮은걸! 그건 그렇고 슬슬 5판을 준비해야할지도 모르겠네. 그런데...ㅋㅋㅋㅋㅋ 큰일났어. 인증코드를 까먹어버렸어... 인증코드를 바꿔야하는가..이거!
서로 인증코드를 다시 만들어야겠네..ㅋㅋㅋㅋㅋ 선레는 퇴근후에 쓸게! 그리고 혹시 지금 시간 여유가 괜찮다면 5판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이젠 정말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만들기 힘들 것 같아서..8ㅁ8 물론 퇴근 후에 만들어도 되니 아람주도 바쁘면 내가 나중에 만들게!
외모 - 머리카락은 회색빛이 도는 베이지색. 포슬포슬할 것 같은 느낌의 머리카락은 어깨를 약간 지날 정도로 자랐다. 앞으로 계속 머리카락을 기르려는 듯하다. 앞머리는 살짝 부스스했던 전과 달리 깔끔하게 잘라 이마를 덮고 있으나 답답해 보이진 않는다. - 눈동자는 새싹을 닮은 연두색. 호기심이 가는 것을 보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 눈이 크고 동그란 편. 아무래도 발랄한 인상을 주는 것은 이 눈빛 때문일지도 모른다. -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요즘 유독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머리카락을 묶거나 땋기도 하고 때로는 옅은 화장도 하는 모양. 사랑을 하면 예뻐지기 때문일지 남자친구가 사진을 자주 찍어주기 때문인지. 최근 들어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전에도 눈에 안 띄는 건 아니었지만 요즘에는 유독 눈에 띄어 종종 행인들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 키는 167로 작지 않은 편이고 마르지만 탄탄한 체형이다. 어머니가 의류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인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옷을 입는데에 고심하는 편.
성격 - 활발하고 장난기 있는 성격. 누구나와 잘 친해지는 인싸. 지나가는 소문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보통 웃는 모습이지만… 혼자 있을 때나 생각에 잠겨있을 때는 뭔가 무심한 듯한 느낌이 난다.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 장난스럽게 딴 얘기를 하거나 비밀이라고 눙친다.
기타 - 귀여운 걸 좋아한다. 하지만 모으지는 않고 사진으로 찍어서 사진첩에 모아둔다.그렇지만 사진 실력은 처참한 편. 미적 감각이 없는 것은 아닌데 아무래도 기계치의 일종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을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만나고 난 뒤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사진에 관한 건 이젠 대체로 남자친구를 시키는 듯.
- 집이나 방은 꽤나 삭막할 정도로 미니멀하게 꾸며놓는데 남자친구가 선물해준 것들이나 2학년 때 찍은 영화 관련된 물건이 들어와 전보다는 물건이 늘었다. 물론 겉으로 보이지만 않을 뿐 옷장 안은 옷들로 꽉꽉 차 있는 편.
- 운동을 좋아해서 체육 시간에 날아다닌다.
- 음료 취향은 깔끔한 아메리카노. 좋아하는 계절은 딱히 없지만 겨울은 추워서 힘들다고. 그래도 따뜻한 방 안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보는 건 좋아한다.
-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밤샘에 약하다. 잠옷파티라도 하는 날에는 떠들썩한 친구들 사이에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중간에 잠들어 버리곤 하지만.
- 귀신과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은 안 믿는다. 의외로 현실주의자.
- 계란 요리를 좋아한다. 일반 가정식을 좋아하는 편. 한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요리는 영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손이 야무지지 못한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 부활동은 하지 않는다. 종종 학생회인 친구의 일을 도와주곤 한다.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2학년 때 연기를 시작한 이후로 조금 떨어졌다.
-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 도도함이 귀엽달까. 하지만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없다. 어떤 생명을 책임질 자신이 없다나.
외모 - 남색이 섞인 진한 어두운 머리카락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단정했다. 원래 뒷머리는 짧은 편이었으나 최근 조금 기르기 시작해서 이제는 목의 뒷부분이 완전히 가려질 정도가 되었다. 다만 앞머리는 여전히 일정 길이 이상으로 자라지 못하게 해서 눈가를 살짝 가리는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 가르마는 딱히 주지 않으며 자신의 기분에 따라 왼쪽, 오른쪽, 양쪽. 다양하게 스타일을 시험하고 있으나 항상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가르마를 넣을 때 항상 미적 균형을 신경쓰고 있다. 한 살 더 먹었지만 여전히 자상한 인상은 아니었다. 다만 이전보다는 조금 더 입술의 미소가 번지고 있다. 허나 가을 바람 같은 인상인 것은 역시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키가 조금 더 커서 현재는 180을 바라보고 있는 179. 성장기인만큼 조금 더 클지도 모르지만 현 시점에선 그렇다. 또래 아이들과 비슷했던 체형은 최근 들어 아주 살짝 근육이 붙었다. 물론 옷을 입으면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나 어깨가 조금 더 벌어졌거나 하는 모습은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성격 - 약츤 성향을 지니고 있다. 솔직하지 못해 괜히 툴툴거리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자신 주변의 사람을 정말 잘 챙겼고, 혹시나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거나 할 땐 눈이 홱 돌아가 으르렁거리는 일도 많았다. 다른 사람의 관심을 슬쩍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막상 정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거나, 혼자 있는 것은 싫어해서 다시 또 슬쩍 다가가기도 하는 고양이적 성격을 보일 때가 많았다. 다른 이들과 크게 벽을 치진 않으나 부끄러움을 어느 정도 타서 자신도 모르게 툴툴거리고 후회하고 만회하려고 하는 때로는 조금 피곤할지도 모르는 성격을 지녔다.
기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정말 이것저것 다양하게 찍고 있지만 딱히 동아리에는 들고 있지 않다. 상당히 잘 찍고 포인트를 잘 캐치하기 때문에 가끔 학생회의 의뢰를 받고 학교 행사 사진을 찍을 때도 많았다.
#알게 모르게 운동신경이 상당히 좋았다. 자기 말로는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적이기에 나름 길렀다고 한다.
#에이드를 상당히 좋아해 카페에 놀러가거나 할 땐 항상 에이드를 주문한다.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 시원한 분위기가 좋고, 예쁜 피사체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게 그 이유
#아침이 조금 약한 편이다. 평일에는 어떻게든 잘 준비하나 학교에 가지 않는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아침에 멍 때리면서 침대에 앉아있을 때가 많다.
#스릴 있는 놀이기구에 조금 약하다. 물론 자신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탑승하게 되면 손잡이를 꽉 잡고 눈을 괜히 크게 뜨며 몸을 바들바들 떨 때가 있으나 물론 지적하면 인정하지 않는다.
#떡볶이를 상당히 좋아해서 가끔 직접 만들어먹기도 한다. 요리 실력도 나름 있는 편
#최근 외모에 이런저런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간단한 남자 화장법을 익힌다거나 패션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이 특징.
#성적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상위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하다. 그래도 이제는 상위권에 아슬아슬하게 도달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했다.
퇴근! 그리고 나도 기왕 이렇게 된 거 고3버전으로 조금 리뉴얼!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막 크게 엄청 차이 나고 그런 것은 없지만 말이야! 어쩌지. 아람이 고3시트 회사에서도 읽었지만 지금 여기서 또 3번은 더 읽었어...ㅋㅋㅋㅋㅋㅋ 진짜 몇 번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제대로 너무 취향적중 캐릭터야. ...하.. 진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머리 기르고 있다는 것도 예쁘고 더 예뻐지고 있다는 것도 예쁘고 거기에 혜성이의 영향이 있다는 것이 괜히 더 좋아.
퇴근 축하해!!! 혜성이 고3 버전도 너무 좋잖아~~!! 뭔가 이제 1년 끝났다는 게 더 잘 느껴지고~~ 뭔가 혜성이 잘 컸다는 느낌이야 흑흑 혜성주랑 같이 키운 우리 아람이 혜성이.... 넘 좋아..... 시트 읽으면서 성장한 혜성이 상상하니까 너무 조아졌다... 이번에 새로 만든 픽크루도 넘 찰떡이고.... 우리 멋있고 귀엽고 혼자 다하는 혜성이 너무 조아..... 혜성주도 아람이 시트 맘에 든다니 넘 뿌듯한 것.....
5판 만든 거 봤어!! 혜성이 속마음 넘 귀엽자나~~~ 우리 아람이 평생 데리고 살자!!!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 2월이 되었다. 사실상 2학년 생활은 끝이 났고, 본격적인 고3 생활을 앞두고 있는 시즌이었기에 고등학교 2학년에겐 지금이야말로 마지막으로 그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3월달이 되면 입시가 제대로 시작이 되고, 그때부턴 쉴 시간에도 공부를 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오지 않던가. 그렇기에 혜성은 지금 이 시기에 더더욱 사진을 많이 찍으러 다녔다. 물론 아람과 공부를 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쨌든 2월 14일.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였다. 당연하지만 혜성은 전날 아람과 만날 약속을 잡았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봄에도 간 적이 있었던 공원이었다. 마침 눈이 전날 왔기 때문에 지금이라면 눈 사진을 찍기 딱 좋았다. 간만에 아람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던 그는 바로 그곳에서 만나자고 데이트를 신청했고, 허락을 구할 수 있었다. 발렌타인데이에 줄 선물도 미리 준비를 했고, 나중에 만나서 주면 되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나가면 시간이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만나기로 한 광장 벤치로 향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섰다. 아직 날씨는 많이 추웠기에 푸른색 겨울 스웨터, 진한 남색 겨울 바지. 그리고 그 위에는 하얀색 코트를 입은 그는 주머니 속에 넣어둔 선물을 괜히 손으로 만지면서 내용물이 있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했다.
계단을 내려가 현관으로 나가자 자연히 차가운 바람이 그의 얼굴을 덮쳤다. 평소라면 차가운 입김을 내뱉거나 추워서 표정을 살짝 찡그릴법도 하건만, 그의 표정은 조금도 찡그러지지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오늘은 발렌타인데이가 아니겠는가.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은 다들 이 날을 상당히 기대하기 마련이었다. 초콜릿... 받을 수 있을까? 주겠지? 무슨 초콜릿일까. 애써 표정을 관리하면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나, 그의 입꼬리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인지하며 혜성은 헛기침 소리를 내며 표정을 관리했다.
"...따, 딱히 크게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난."
아무도 듣지 않을 혼잣말을 하며, 그는 천천히 공원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는 가까운 거리였던만큼 그는 아마 버스를 타지 않고 조용히 입김을 내뱉으며 천천히 걸어갔을 것이다. 공원에 들어가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면 아마 손을 흔들면서 천천히 다가갔을 것이고, 만약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면 자주 만나는 그 장소에 딱 서서 두 손을 코트 속에 집어넣고 그녀를 기다렸을 것이다.
안녕! 아람주!! 시트가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야! 마침 저 픽크루가 딱 좋을 것 같아서 저걸 사용했지! 초기에 시트를 짰을 때는 저 픽크루는 없었으니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에 한번 혜성이의 마음으로 한번 써보겠다는 것이 떠올라서 문구보다는 저렇게 대충 써봤거든. 아람주가 좋다고 한다면 다행이네!! 다시 한 번!
답레는 오늘 밤이나 아니면 내일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뭔가 전의 픽크루가 귀여웠다면 이번 픽크루는 멋있어졌달까~ 그래서 더 성장했다는 느낌이 팍팍 들어~!! 그럼 6판은 내가 세워야겠네!! 히히 재밌겠다. 5판이라니 너무너무 감격적이야~~~ 세상에~ 진짜 우리 오래오래 가는 거 너무 좋아~
픽크루의 그림 차이는 엄청 큰 법이지! 사실 처음 짰을 때는 조금 귀여운 느낌의 픽크루를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야! 앗..ㅋㅋㅋㅋ 답레는 얼마든지 편하게 줘! 그건 그렇고 아람주 이제 주말은 쉬게 되겠구나. 일근이니 말이야. 만약 그렇다면 정말로 축하해! 역시 사람은 주말에는 쉬어야 하는 법이야!
그러고 보니 나는 다음주 금요일 연차를 성공해서 목금토에는 상판에 오기 힘들 것 같아. 목요일은 좀 일찍부터 다른데 여행가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친구 만나고 워터파크 갈 예정이야!! 아마 밤 12시에 집에 돌아와서 일요일에나 다시 상판에 올 것 같네!
사실 큰 선물은 아니야!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아람이는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그런 예상은 있다!
이직을 한 바람에 여름휴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여름 휴가를 즐길 참이야! ㅋㅋㅋㅋㅋㅋ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뭔가 되게 아쉬울 것 같아서 말이야. 내년에는 여름휴가 갈 수 있겠지! 아마도지만 말이야! 아무튼 이제 주말에는 푹 쉬는구나. 아람주는 정말로 푹 쉬어서 피로를 회복하고 이것저것 못했던 것들을 하는 것을 추천할게!
그렇다면 아람이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어야겠는걸? 우선 혜성이가 선물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만 말이야! 근데 진짜 농담 아니고 이번에 3학년 되면서 각각 바뀐 픽크루 이미지. 나란히 그림판으로 붙여봤거든. 진짜 너무 잘 어울린다. 분위기가... 이게 혜성아림의 파워인걸까...
봄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여름에 사귀게 되었고 가을 겨울을 지나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없이 좋았던 2학년 생활은 끝이 나고 이제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3학년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중요한 방학 시기. 아람은 연기 학원에 살다시피하며 벌써부터 실기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말이다. 틈을 내서 혜성도 만나고 같이 공부도 하고. 종종 친구들도 만나고 해야 하다보니 아람은 엄청나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연기가 꽤 재미있는지 몰두하는 모습에는 고단함도 있었지만 즐거움과 열정이 더 눈에 띄었을 것이었다.
그러던 중 혜성이 데이트 신청을 해왔다! 바로바로바로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날짜를 딱 듣자마자 앗, 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벌써 발렌타인 데이이구나. 첫 발렌타인 데이이다보니 뭔가 대단한 걸 해주고 싶었다! 예를 들면 수제 초콜릿 같은 것 말이다. 요리는 자신 없지만..... 그래도 초콜릿 정도는 녹였다가 다시 굳히면 되는 것이 아니던가. 아람은 자신이 할 수 있을만한 레시피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리고 대망의 발렌타인 데이 당일! 아침 일찍 일어난 아람은 밖에 여전히 눈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보고는 약속시간보다 빨리 나갈 채비를 했다. 진갈색의 핏한 골덴 바지에 위에는 도톰한 흰 셔츠와 따뜻한 색감의 조끼를 입었다. 겉옷으로는 길지 않은 기장의 흰 망토를 둘렀는데 모자와 밑단 부분에 퐁실퐁실한 장식털이 달려 있는 것이었다. 같은 색깔의 벙어리 장갑을 낀 아람의 모습은 겨울의 요정처럼 귀여운 모습이었다.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한 아람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딱 떠오른 작전을 실행했다. 바로 눈사람 만들기였다. 공원에 있는 눈을 열심히 굴려 눈덩이 두 개를 만든 뒤 그것을 겹쳐 쌓아 가슴까지 오는 눈사람을 만들었다. 손바닥보다 더 큰 낙엽 두 개를 찾아 토끼 귀처럼 눈사람의 머리 위에 꽂고 조그만 돌맹이 두 개로 단추구멍같은 눈을 콕콕 박아 넣었다. 그리고 긴 나뭇가지를 주워와 양쪽 팔도 달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장한 초콜릿을 담은 종이가방을 나뭇가지에 걸어두면 완성!
그러고선 아람은 몰래 숨어 혜성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흰색 코트를 입고 오는 혜성을 발견하고 숨었다가 그가 자신을 기다리는 모습에 소리없는 웃음을 흘리고는 그 뒤로 살며시 다가갔다. 그리고는 혜성의 뒤에서 그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려고 했다.
“혜성아ㅡ!”
들키지 않고 허리를 끌어안았다면 그 등에 얼굴을 부비적거렸을 것이었다. 이후 혜성을 놓아주고 돌아선다면 아람의 옷자락에 잔뜩 내려앉은 찬기운과 차가운 바람에 발갛게 물든 배시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끄아아악 나메 적는데 왜 갑자기 올라가는 건데 ㅋㅋㅋㅋㅋ큐ㅠㅠㅠ!!!!!! 나메 실수......
맞아 여름휴가 중요하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엄청 아쉬우니까! 혜성주는 평소에도 열심히 놀러다니니 더 시간을 많이 못 내는게 아쉽겠어 큐큐 나도 푹 쉬고 평일에 못했던 집안일도 하고 해야지~ 확실히 평일엔 일하느라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부서가 바뀌어도 역시 블랙....
혜성아람 픽크루 붙여봤어? 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둘 다 너무 잘 어울리지? 완전 천생연분인라니까~~ 진짜 두 사람 분위기 장난 아니지~ 그래서 오래 가는 걸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두 사람만 계속 돌리니까 혜성이가 다른 동성 친구들하고 어떻게 지내는지도 보고 싶어져 큐큐 아람이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라거나~ 역시 이게 일대일의 단점일까 ㅠㅠㅠㅠㅠㅠ 역시 전에 말했던 환승연애 프로그램 에유를 해봐야 하나!
하얀 입김은 끊임없이 그의 입에서 퍼져나왔다. 그만큼 날씨가 춥다는 것이었고, 추위에 강한 편이었던 그도 조금 춥다고 느끼면서 몸을 약하게 떨었다. 하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고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더 추운 날에도 사진을 찍으러 간 적이 있으니 더더욱.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람이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아람은 추위에 꽤 약한 편이었으니까. 사진도 좋지만 따뜻한 곳에 가서 몸을 녹인 후에 천천히 찍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그는 공원에 들어서며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아람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일까. 하긴 만날 시간은 아직 멀었지.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다시 입김을 내뱉으며 저벅저벅 앞으로 걸었다. 자연히 하얀 눈길을 밟아 '뽀드득','뽀드득'. 눈이 깨지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렸다. 그 소리가 괜히 마음에 들어 혜성은 괜히 제자리에서 발만 천천히 움직이다가 다시 앞으로 걸었다. 혼자 나온 것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아람을 만나기로 했으니까.
조용히 아람을 기다리는 도중, 갑자기 등 뒤에서 뭔가가 와락 자신을 안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 목소리가 그의 귀를 울렸다. 허리를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벙어리 장갑을 끼고 있는 그녀의 손에 제 손을 올리면서 혜성은 피식 웃었다.
"뭐야. 언제 온 거야? 오래 기다렸어?"
위치를 보아 자신보다 먼저 온 것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지만. 하지만 예감으로는 자신보다 먼저 온 것 같았기에 그는 그녀가 자신을 놓아주자 빠르게 뒤로 돌아 아람을 바라봤다. 겨울 요정 같은 귀여운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오자 그는 순간적으로 저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애써 그 충동을 가라앉히려는 듯, 그는 헛기침 소리를 내며 평소처럼 표정을 관리했다.
"안 추워? 미안. 눈이 와서 조금은 포근해질 줄 알았는데 오늘도 여전히 춥네. 뭐... 그...뭐냐. 너무 추우면 안기고. ...여친 챙겨줄 공간은 있으니까."
괜히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약하게 내면서 그는 오른손으로 제 뺨을 긁적였다.
/으으..더워. 아침부터 상당히 덥네! 그래도 저번주보다는 덜 덥지만 말이야. 앗..ㅋㅋㅋㅋ 아람주를 이 시간에 보는 것은 되게 오랜만인 것 같네! 평소에 열심히 놀러다닌다니! ㅋㅋㅋㅋㅋ 부정은 못하겠네. 어디 가거나 하는 일이 많았으니 말이야. 하지만 평일에 일을 하면 자연히 주말에 이것저것 할 수밖에 없는걸. 아람주도 푹 쉬고 집안일도 하고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하길 바라!
응! 뭔가 분위기가 되게 좋을 것 같아서 픽크루만 저장해서 따로 붙여봤어! 생각보다 되게 잘 어울리는 픽크루 조합이더라! ㅋㅋㅋㅋ 사실 나와 아람주 성향이 잘 맞는 것도 크다고 생각해. 일댈에선 아무래도 성향도 무시 못하니 말이야. 그건 나도 그렇긴 해. 아람이가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한번씩 보고 싶기도 하고... 일댈의 단점이기도 하지! 그렇기에 NPC들이 하나하나 투입되는 것이기도 하고! 조만간에 NPC 투입을 해보던가 해야겠네! 전에 말한 소꿉친구 애도 있을 수 있겠고, 반에서 혜성이랑 친하게 지내는 남자 NPC도 하나 만들 수도 있을테고! 환승연애 프로그램 AU..ㅋㅋㅋㅋㅋㅋ 해보고 싶다면 한번 해볼까? 그런데 그건 뭔가 동성보다는 다른 이성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앗. 저 픽크루도 엄청 예쁘지! 한번 만들어볼까 했었는데 아람주가 만들었구나! 이제 3학년 봄에 저런 모습으로 있었다...라고 하면 딱 좋지 않을까 싶은걸! 와...진짜 둘 너무 예쁘다! 정말로!
히히 웃으면서 말하는 목소리에는 들뜸이 가득했다. 전날 만든 초콜릿이 아주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가만히 있기 어려웠다. 차가운 날씨도 이겨낼 만큼 신이 났다고 해야할까. 지금도 열심히 눈사람을 만든 덕분에 별로 춥지는 않았다. 혜성을 정면으로 마주보자 다시 웃음이 헤프게 나왔다. 혜성하고 같이 있으면 웃음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 추워. 안 추운데 안기는 건 좋아.”
아람은 이번에는 정면으로 혜성을 끌어안았다. 겨울이라 그런가 공원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람이 있으면 이런 가벼운 애정행각도 부끄러우니까. 꼭 끌어안으니 자연히 혜성의 냄새가 맡아졌다.
/맞아~ 주말에 일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하는 일이 많았으니까 말이지~~ 대신 평일날 신출귀몰하는 느낌? ㅋㅋㅋㅋ 이젠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쉰다...1!! 부정못하는 혜성주 ㅋㅋㅋㅋㅋ 나는 주말에도 집순이이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일근 근무는 처음이니까 약속이 많이 생길수도 있고...?
픽크루 찾느라 엄청 고생했다니까? 3학년 아람이에게 딱 맞는 픽크루를 찾고 싶은데 못찾아서 엄청 헤매고 다니다가 겨우 발견했어!! 머리색이나 눈 색도 내가 생각했던 것하고 근접해서 너무 좋았달까. 눈매가 좀 더 장난스러운 느낌이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되는 것이겠지 큐큐 혜성주랑 일대일 성향 잘 맞긴 하지!! 그러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놀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나는 혜성주가 나 바쁠 때마다 기다려주는 것도 너무 고맙고 그래 ㅠㅠ 확실히 나 상판 오랜만에 다시 복귀할 때 딱 만난 거라서 조금 어정쩡한 것도 많았는데 혜성주가 좋은 롤모델이 되어 주어서 상판에 완벽적응할 수 있었잖아~~
조만간 npc 투입해서 노는 것도 재미있겠다~~ 전에 말한 소꿉친구도 너무 궁금하다구~~!! 물론 환승연애가 동성이 아니라 이성으로 접근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혜성이가 다른 캐랑 상호작용하는 걸 볼 수 있잖아? 뭔가 npc로 일상에 들어오는 것과 내가 다른 캐로 혜성이를 만나는 건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람이 픽크루 찾아다니다가 이거 봤었거든. 꼭 만들어야지 했는데 만드니까 너무 찰떡이다...... 혜성이 아람이 얼굴합 죽인다 진짜. 정말 서로를 위한 찰떡궁합이야 흑흑. 자꾸자꾸 들여다보게돼 ㅋㅋㅋ큐ㅠㅠㅠ
들떠서 일찍 나왔다는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았으나, 동시에 이 겨울날에 기다리게 했다는 것에 조금 미안함을 느끼며 혜성은 괜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공원 근처니 따뜻하게 있을 카페는 얼마든지 있었다. 물론 그곳에 있으면 바로 이렇게 만나기는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추운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 그와는 별개로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보이자 헤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어쩌지. 요즘들어 자꾸 보기만 하면 계속 웃음이 터져나와. 그런 혼잣말을 목구멍 속으로 삼키면서 그는 티를 내지 않으려는 듯,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아, 안 추운데 안기는거야? 나 참.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는데도 여전하잖아.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자신을 정면으로 끌어안는 아람의 행동에 맞춰 혜성은 역시 팔을 벌려 그녀를 와락 안았다. 코트 안에 그대로 쏙 집어넣을까 하는 충동이 들었지만, 이런 밖에서는 조금 과감한 것이 아닐까 싶어 그는 그 충동을 자제했다. 그 대신 그녀를 괜히 꼬옥 안아주면서 품에 따뜻하게 가두다가 어느 정도 그녀를 안은 후, 그는 살며시 아람을 놓아주었다.
이어 그는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둔 선물을 꺼내기 위해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작은 '하얀색 향수병'을 꺼낸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가 준비한 선물은 다름 아닌 향수였다. 이어 혜성은 고개를 옆으로 가볍게 돌린 후에 아람에게 이야기했다.
"자. 선물. ...어제 길 가니까 발렌타인 향수니 뭐니 하면서 팔고 있길래 이런 것도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초콜릿 향이 난다고 하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
고개는 옆으로 돌리고 있었으나 그의 눈동자는 힐긋힐긋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과연 좋아할까. 아니면 조금 애매하게 생각할까. 선물을 줄 때 가장 긴장이 되는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하며 혜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ㅋㅋㅋㅋ 원래 평일에 일하는 이들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대신 퇴근 후 저녁에는 쉬고.. 주말에도 푹 쉬는 느낌으로 지내고 말이야! 나도 이런 직장인 삶을 얼마나 지냈는지 기억이 안 나네. 하지만 나름 괜찮더라! ㅋㅋㅋㅋㅋ 일근 근무를 하면 약속이 은근히 많이 생길 수도 있을걸? 나만 해도 친구들을 만나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있거나 어디 가고 싶으면 주말 외에는 답이 안 나오니까... 자연히 주말에 이곳저곳 나가게 되더라고!
픽크루는 아무래도 종류가 많지만, 내가 맞는 이미지를 찾기는 매우 어려운걸. 남캐 픽크루를 찾을 때마다 늘 그래서 아람주의 고생이 절로 이해가 가! 원래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잘 살리려면 커미션밖에는 없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진짜 혜성아람 커미션 하나 넣어볼까 슬슬 고민중이다! 넣는다고 해도 바로 넣진 못하고 뭐가 좋을지 찾아야겠지만 말이야. 바쁜 것은 당연히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아람주도 바쁘다고 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니까 나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 아닛. 롤모델이라니. 롤모델적인 행동을 내가 했었던가? ㅋㅋㅋㅋ 그런 기억은 없는데! 아람주도 잘 놀았으면서!!
확실히 다른 NPC와 상호작용을 하면 아람이를 대할 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좋아. 그럼 그것도 조만간에 해보자!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하나하나 다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일단 그것도 아이디어 킵! ㅋㅋㅋㅋㅋㅋ 그 픽크루 요즘 커플 픽크루로 상당히 유명하잖아. 여기저기서 자주 보이더라! 맞아. 얼굴합 완전 장난 아니야! 그래서 괜히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귀엽고 뿌듯하고 사랑스럽고 그렇다!! 아람주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이다! 진짜 둘이서 결혼까지 가라. 정말로!
혜성의 걱정어린 말에 아람은 히히 웃을 뿐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눈사람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은 잠시 비밀이다.
“나이를 얼만큼 먹어도 마찬가지야. 네가 너무 좋으니까.”
좋아하면 닿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좀 더 가까이 있고 싶다는 그런 마음의 발현일지도 모르겠다. 혜성이 와락 끌어안는 것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면서 꼬옥 안겨있던 아람은 혜성이 놓아주며 보여주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향수? 와아ㅡ!”
아람은 혜성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향수를 건네 받아 손 위에 올려 들여다봤다. 흰색 향수병이 꽤나 예쁘게 생겼다. 원래 향수는 향수보다 향수병이 더 시선을 강탈하는 법이지만 말이다. 놀란 눈으로 혜성을 올려다봤다가 다시금 향수를 내려다보고는 이내 배시시 웃었다. “한 번 뿌려봐도 돼?”하고 묻고는 향수 뚜껑을 열고는 바로 손목에 뿌리고 귀 뒤에 발라본다.
“향기 좋다. 완전 달콤해. 정말 발렌타인에 어울리는 향이네.”
아람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고마워. 너무 좋다.”하는 말을 덧붙이면서. 하지만 이내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그러고보니 오늘 발렌타인 데이었네. 미안... 요즘 정신 없어서 깜빡 잊고 있엇어... 준비한 게 없어서 어떡하지...?”
아람이 향수병을 만지작거리면서 혜성을 힐긋힐긋 올려다본다. 얼굴에는 미안함 그리고 민망함이 얽혀있다. 그러고보니 아람에게는 작은 가방 외에는 들고 있는 것이 없다.
물론 장난이지만! 초콜릿은 눈사람에게 걸어두고 왔으니 당연히 지금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아람은 혜성이 어떻게 반응할지 속으로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혜성주는 야근 없고 주말 출근 없는 삶을 살고 있잖아~~!! 완전 부럽다구~~ 픽크루 매번 찾을 때마다 고생하는 거 완전 인정이야~ 특히 남캐 픽크루는 진짜 귀하다.... 진짜 ai 그림 만드는 법이라도 익혀야 할까봐... 커미션...! 나는 커미션 신청해본적 한 번도 없어서 생각도 못하고 있는데~~!!! 대신 그림 실력을 키워서 혜성아람이를 그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중이야! 물론 그림으로 그리는게 더 내 머릿속을 잘 표현하지 못할 것 같지만... 혜성주는 매번 상판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 ㅋㅋㅋㅋ 내가 돌아올 때마다 없던 적이 없는 것 같다구~~ 혜성주 답레 적는 거 보면서 내가 많이 배웠단 말이지? 혜성주 보고 배워서 우리 성향이 잘 맞는 것일지도 몰라~
할 수 있는 건 아이디어 차곡차곡 쌓아놓자구~~ (쌓여있는 것을 바라봄)(안봄) 뭐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막 시간이 엄청 많았으면 좋겠어 흑흑 맨날 서사 쌓고 놀게.... 픽크루 인기순으로 맨날 보다보니까 여기저기서 보이는 거 맨날 하게되고 ㅋㅋㅋ큐ㅠㅠㅠ 내가 죽기 전엔 둘이 결혼하는 거 볼 수 있겠지...?!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지 긴장하는 찰나, 그녀의 입에서 좋아하는 반응이 나오자 혜성은 바로 표정이 확 밝아졌다. 무슨 선물을 주면 좋을지, 나름대로 고심하고 또 고심한 끝에 산 것이기에 더더욱. 향수병의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향까지 모두 확인한 후에 산 물건인만큼, 그녀가 좋아해준다면야 혜성에게 있어선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너에게 준 선물이니까 뿌리고 싶다면 얼마든지 뿌려."
그녀의 뿌려도 되냐는 물음에 혜성은 애써 태연을 가장하면서 평소 내는 것보다는 조금 더 다정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자신 역시 아람에게서 그 향이 나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 탓이었다. 가게에서 샀을 때는 상당히 달달하면서도 은은한 향이었는데, 아람에게서 나면 정말로 잘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그녀가 손목에 뿌리고 귀 뒤에 바르자 그는 자연히 그녀에게서 나는 향을 느껴보려고 했다. 물론 많이 뿌린 것은 아니고 아주 가볍게 뿌렸기에, 달달한 향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았으나 겨울 바람 너머에서 풍기는 은은한 달콤함이 오히려 정말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그는 오른손으로 입을 자연스럽게 가리면서 싱긋 웃었다. 하지만 이어 그녀의 표정이 시무룩해지자 그는 응?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 어? 어?"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고 아무 것도 준비한 것이 없다는 그 말에 혜성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아무런 말없이 눈을 깜빡였다. 어? 그러면 초콜릿 없는거야?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아주 살짝 시무룩한 느낌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빠르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아쉽지만, 엄청나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티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는지 그는 일부러 고개를 하늘로 들어올리면서 하얀 입김을 여러번 내뱉다가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 말은 마치 그녀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을까? 어찌되었건 혜성은 애써 아쉬운 티를 내지 않으려고 표정을 강하게 관리했다. 그리고 살며시 뒤로 돈 후에 공원에 깔려있는 눈밭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가만히 그 풍경을 바라보다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를 찾아볼까 싶은데... 눈밭이 하얗게 잘 깔려있는 곳이 있으려나?"
/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내 유일한 삶의 낙이지! 야근 없고 주말 출근 없는 삶! 그리고 일이 끝나면 연락 오는 곳도 없다! 지금 회사 완전 좋아! ㅋㅋㅋㅋㅋ 아람주는 확실히 그림을 그릴 수 있었지. 나는 그림을 그릴 줄 몰라서 여러모로 힘들기도 해서 결국 커미션을 보게 되더라! ㅋㅋㅋㅋㅋ 예전에 그렸던 짤 아직 기억하고 있는데 잘 그렸는걸! 음...ㅋㅋㅋ 나도 비울 때 많아! 특히 주말에는 은근히 오래 비우기도 하고! 물론 저녁이나 밤에는 돌아오지만 말이야! ㅋㅋㅋㅋ 사실 지금도 넷플릭스 보고 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엄청 쌓여있고 까먹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쌓아두면 나중에라도 기억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 사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나와 아람주가 평생 일댈을 하는 것은 힘들고..언젠가 끝을 맞이하게 되겠지만...그건 지금은 생각하지 않을래!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겠어! 난!
아람은 혜성의 놀라는 모습에 웃음이 날 것 같았지만 지금까지 배운 연기 실력으로 꾹 참았다. 순간적으로 나온 시무룩한 표정도 서운함을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귀엽게 느껴졌다. 키가 더 컸으면 뭐해. 이렇게 귀여운데.
“...안 괜찮아 보이는데?”
괜찮아를 세 번이나 말하고 정말로를 세 번이나 말을 하는 혜성의 모습은 정말 강한 부정으로 강한 긍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람은 표정을 관리하다못해 몸을 돌리는 혜성의 모습에 혜성의 뒤에서 작은 웃음을 삼켰다.
“사진? 그럼 이쪽으로 가 보자.”
라고 말하며 아람은 혜성의 손을 잡고 눈사람을 세워둔 곳으로 데려갔다. 토끼 귀를 하고 있는 눈사람의 팔에는 종이가방이 데롱데롱 달려있다.
“짜잔! 일찍 와서 눈사람 만들었지롱~ 그리고 방금은 장난이었어.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내가 기념일을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하고는 눈사람의 팔에 달려있는 종이가방을 가져와 혜성에게 건넸다.
“어제 내가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이라구. 헤헤. 분명 맛있을 거야.”
종이가방 안에는 붉은 리본으로 묶여있는 상자가 있을 것이었다. 상자 안에는 칸칸이 초콜렛이 들어있었을 것이었고. 네모난 모양이 독특하고 코코아 가루가 묻어 있어 포슬포슬해 보이는 파베 초콜릿이었다. 나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보기도 고급져 보이면서도 맛도 부드럽고 좋았다. 레시피를 찾았을 때 딱 이거다 싶었달까. 아람은 혜성을 바라보면서 히히 장난스럽게 웃었다.
/회사가 좋다니 다행이야~~! 엄청나게 중요한 거라고 그거~ 나는 잘 그리는 편은 아니고 그리는 것도 아아아아주 가끔 그리는 거라서 ㅋㅋㅋ 역시 그림 그리는 것보다 글쓰는 게 좋달까. 주말 낮에는 상판에 사람 은근 없으니까~ 역시 다들 인싸들인 거지~! 나도 이것저것 하면서 왔다리갔다리 하고 있고~
맞아맞아~ 이렇게 계속 기록을 하고 있으니까 까먹어도 다시 돌아가서 보면 또 기억난다구~ 나는 지금까지 계속 서로 이어온 것만으로도 엄청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해! 엄청 오래됐잖아~~ 한 3년 넘었나?
아람의 말에 혜성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다시 한번 괜찮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완전히 괜찮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초콜릿이 없다고 아쉽다고 말을 하는 것은 그로서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뭔가 엄청 유치하지 않은가. 내년에는 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초콜릿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했다. 안 그래도 아람은 많이 바쁜데,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한편, 아람이 자신의 손을 잡고 특정 방향으로 향하자 혜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일단 그녀가 말하는대로 천천히 따라갔다. 뽀드득, 뽀드득. 눈이 깨지는 소리가 다시 한번 고요하게 울리며 그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 부드러운 소리를 들으며 아람을 바라보니, 정말로 아람이 눈의 요정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혜성은 절로 얼굴을 붉혔다. 그와 동시에 초콜릿을 아쉬워한 것이 괜히 후회스럽다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혀를 약하게 찼다. 그래. 초콜릿이 뭐가 중요해. 아람이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지. 너무 욕심 부리면 벌 받아.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 저편에 눈사람이 하나 보였다.
누가 만든 것인진 모르겠지만 낙엽으로 토끼 귀 모양을 하고 있는 눈사람에는 종이가방이 데롱데롱 달려있었다. 뭐야. 저거. 저기다가 짐을 놓아두고 간 거야? 누군진 모르지만 조심성 없는 사람이네. 아니면 저것도 장식인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그는 저 눈사람을 사진으로 찍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카메라를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말은 혜성을 벙찌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어? 어? 어?"
종이가방을 가지고 온 후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며 수제 초콜릿이라고 말을 하는 것에 그는 예상도 못했다는 듯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수제 초콜릿? 초콜릿 없다고 하지 않았나? 나 속은거야? 아니. 그런데 정말로 발렌타인데이에 아람의 초콜릿을 받은거야? 어? 어? 그런 여러 생각이 순식간에 빠르게 지나갔다. 바로 열진 않고 그는 아람의 얼굴을 벙찐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어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었다.
"뭐, 뭐, 뭐, 뭐야. 없다면서! 없는데 그게 왜 여기에 있어?! 아...아니..아니... 화내는 것이 아니라.... 아.. 진짜! 고...고마워."
열어봐도 돼? 그 말만큼은 평소 그의 목소리보다 살짝 기어들어가는 크기였다.
/하지만 전에 봤던 짤은 되게 예뻤는걸!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잘 그리는 것이 맞아!! 음. 주말 낮에는 대부분 개인 볼일을 보거나 하지 않을까 싶어! 나도 내일은 영화나 보러 갈까 싶기도 하고! 뭐 볼지는 아직 안정했지만! ㅋㅋㅋㅋ 나처럼 그냥 개인 볼일 보러 가는 이들도 많지 않을까? ㅋㅋㅋㅋ
맞아. 확실히 엄청 오래되긴 했지. 우리가 2021년 11월 15일에 시작했으니까 지금이 3년 차지? 아직 완전히 3년은 아니지만 말이야! 이대로 4년차를 노려보자! 우리!!
2월의 공원은 정말로 눈밭이었다.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래서 혜성의 손을 잡고 걷는 길에도 눈이 잔뜩 깔려 있었던 것이었고. 아람은 신나서 걸음을 옮기느라 혜성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전혀 몰랐지만.
아람은 벙쪄서 어? 소리만 반복하는 혜성을 올려다보며 작게 웃었다. 속았다는 것에 얼굴이 새빨게 진 걸까? 아니, 놀랐나보다. 아람은 뒤에 들려오는 고맙다는 말에 히히 웃었다.
”왠지 장난치고 싶어서 말야. 엄청 섭섭해 하는 게 눈에 보였는데, 아닌 척 안 하고 평소처럼 툴툴 거렸어도 별 말 안했을텐데.“
아람은 쿡쿡 웃으면서 ”얼어 봐.”라며 흔쾌히 허락했을 것이었다. 상자를 열면 칸칸에 하나씩 담긴 초콜렛들이 보일 것이었고. “하나 먹어 볼래? 내가 먹여줄까?” 하면서 아람은 벙어리 장감 한 쪽을 벗었을 것이었다. 혜성이 긍정한다면 한 조각을 들어 혜성의 입 안에 넣어줬을 것이었고. 손 끝엔 코코아가루가 묻어나왔을 것이었다.
/혜성이 기여워.....
내일 영화 보러 가? 뭐 볼지 궁금하다~~! 나도 상판에만 계속 붙어있는 건 아니니까~ 이렇게 보니까 우리 엄청 오래되었다~~~~ 신기해...!!!! 일상도 엄청 많이 돌린 것두 신기하지 히히
절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정말로 약하게 성을 냈다. 뭔가 속마음이 그대로 읽힌 것 같고, 묘하게 자신이 유치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 탓이었다.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새빨개지는 것이 마치 빨갛게 익은 사과같았다. 이어 아람이 열어보라고 허락을 하자 혜성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식히기 위해 부채질을 하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붉은 리본으로 묶여있는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자 달콤한 초콜릿 향이 혜성의 코 끝을 간지럽히듯 지나갔다. 칸마다 들어있는 초콜릿은 네모난 형태의 파베 초콜릿이었다. 코코아 가루가 묻어있어 상당히 부드러울 것 같은 그 초콜릿을 혜성은 멍하니 바라봤다. 이걸 수제로 만들었다고? 정말로? 믿기 힘들다는 듯이 혜성은 아람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정말로 멍하니.
"...좋아하는 마음이 담긴 초콜릿 받아본 거 처음이야. ...뭐, 뭐랄까. 이, 이거... 정말로 내가 먹어도 되는 거야? 뭐, 뭔가 되게 고급스러운 느낌인데... 만든다고 힘들지 않았어?"
그냥 평범하게 가게에서 사도 괜찮았는데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서 이렇게 주다니. 뭔가 가슴 속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그는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물론 그렇다고 눈에서 눈물이 흐르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어 아람이 먹여줄까? 라는 물음을 던지자 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다. 이어 아람의 작은 손이 초콜릿을 잡아서 자신의 입에 넣어주자 그는 그 초콜릿을 천천히 씹었다. 달콤하다. 그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물론 고급 초콜릿처럼 엄청난 맛이 숨겨진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달콤하고 맛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맛있어. 되게 달콤하네. ...뭐 넣은거야? 이거."
멍하니 그런 목소리를 내뱉던 혜성은 아람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도 먹여줘? 초콜릿."
/음..모르겠어! ㅋㅋㅋㅋ 딱 정한 것은 아니라서! 재밌는 거 있으면 보고 아니면 집에 돌아오지 뭐! 라는 느낌이야. 확실히 오래 되었지. 일댈이 3년차까지 가는 일은 잘 없으니 말이야. 나도 상판하면서 일댈 여러 번 하긴 했는데 이렇게 오래 가는 것은 처음이야. 그와는 별개로 아람이가 너무 좋다... 오늘도 앓는다... 아람주는 나빠. 이런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데리고 오다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 계량와 과정을 맞춰야 맛있는 것이 나오긴 하니까."
물론 진짜 화학 실험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느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혜성은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이를테면 소스 같은 것은 살짝 그런 느낌이 들긴 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아람의 대답. 정확히는 뭐 넣은 거냐는 물음에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펑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사, 사, 사랑은 조미료나 막 실제로 넣는 것은 아니잖아! 물론 기분은 좋고... 사랑의 맛이 느껴지긴 하는데! 그렇긴 한데!"
괜히 발을 동동 굴리면서 그는 얼굴의 열을 식히려는 듯, 빠르게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부채질했다. 뭔가 사귀고 난 이후부터 점점 더 능글맞게 바뀌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이거. 그렇게 생각하며 혜성은 아람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하지만 결국 귀엽다고 생각하며 그의 표정은 괜히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말로 자연스럽게.
아람이 입을 작게 벌리자 혜성은 초콜릿을 하나 집은 후에 그녀의 입에 쏙 집어넣었다. 맛은 이미 자신이 봤기 때문에 충분히 달콤하고 부드럽고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아람은 이 맛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어때? 맛있어? 뭐... 이미 맛은 봤으니까 대충 알긴 하지만 말이야."
/확실히 5판이나 가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지! ㅋㅋㅋㅋㅋ 물론 없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말이야! 반대로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아람주가 나를 찾다가 끙끙 앓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농담) 이것으로 1001이구나! 좋아! 새 판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