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신님 미워…. 소파 위로 다리를 올리더니, 무릎을 굽혀서 모은 채 팔로 감싸안는다. 그리고 팔 위로 얼굴을 묻었다. 딸꾹거리는게 우습지만, 코로리는 진지했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느냐고 원망하는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 우연으로 빚어진 일들이 너무 다사다난했고, 때문에 하루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아직 코로리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고, 밤을 새며 잠을 돌봐야하는데 편안하고 따스한 꿈을 꾸고 있는 누군가의 꿈 속으로 찾아가서 같이 자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오늘은 개미해야 하는데. 그러고 있으면 소파에서 무게감이 줄었다. 코세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떠버릴 정도로 화가난 걸까 싶은 코로리는 다급히 고개를 들었지만, 방으로 들어가는 뒷태만 보았을 뿐이다. 표정이 우그러들고 울면 안된다고 되뇌인다.
"세이, 나 후링씨랑 친구할게."
친구라는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그렇게 마음 먹었다! 우연히 마주친 학교 선배의 비밀보다, 친구의 비밀을 좀 더 열심히 지킬테니까 사고 수습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세이가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한댔으니까, 알아서 잘 해보는거야! 다시금 모은 무릎 위로 턱을 괸다. 별거 아닌 일이라고 선뜻 대답할 수는 없었지만, 선뜻 대답할 수 있게 별거 아닌 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당황해도 멀쩡한 사람을 재워버리지 않겠다, 양귀비들은 제외하고!
"응. 나 오늘 세이오빠 엄청 보고 싶었어ー."
좋을 때만 오빠라고 부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온 쌍둥이를 제일 의지하는 것이다.
운이 나쁜 신이었다. QR코드 이벤트도 그랬지 않던가, 부끄럼 한 점 없이 소매치기 하는데 족족 다른 신의 눈치가 보이거나 아주 발각이 되어 혼쭐나고 마는 불행의 연속이었다. 쪽지만은 몇 번인가 훔칠 수 있었다... 그렇게 144점 상당 모았지만. 야망하던 상품 독점은커녕 청룡 반지 하나 교환 못하는 잔혹한 현실은 카가치가 두 손을 들어 머리를 부여잡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학생회장의 머리 말이다. 농담이다. 개초딩의 망상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카가치의 성과는 크게 나쁘지 않다. 300점조차 바라보다가 삐끗하여 태초마을로 가버린 일부 학생 생각하면 차라리 양호한 쪽으로, 운이 나쁘네 회장의 머리를 부여잡네 할 만한 점수 아님에도 카가치는 그 탐욕스런 마음씨로 세상을 저주했고 운 나쁘도록 저만 세상이 배척했다며 주저앉아 엉엉 억지를 부렸다. 언제나 과욕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학교 꽃에 욕심하여- QR코드에 대한 화풀이도 겸하여- 퍽퍽 양동이에 퍼담는데, 지금이야말로 운이 나쁘다고 할 순간일지도 모른다. 양동이 껴안아 주위 둘러봤을 적엔 아무도 없었고, 퍼담으면서도 나름대로 주위 정황을 잘 본다고 자부했지만, 몰두하다 보면 심지어 신이라도 여념이 없어지기 마련으로 후미카가 어깨를 톡톡 건드리기까지 카가치는 인기척 아니 신기척의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하끅-! 이상한 소리를 내며 팩 하고 불청객을 마주해버린 카가치다. 후미카를 보며 카가치는 더듬더듬 땅에 내려놓은 양동이부터 사수하듯 홱 품에 끌어안았다. 이 잡귀 욕심 수준 알 만하다...
잘 빚어진, 모조의 녹안이 상체를 숙여 눈높이를 맞춰오는 후미카를 째려본다. 학생의 꼴이지만, 신기가 느껴진다. 같은 신이다. 그러나 수준이 다르다. 신으로서 제대로 된 형체조차 갖추지 못한- 더러움穢이 뭉쳤을 뿐인 덩어리, 그 위에 껍데기를 씌운 것이 카가치라면 후미카는 천의 기운만 지닌 신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 중 하나에 우뚝 서버린 것 같다. 무척이나 경배 받는, 크나큰 신. 신을 휘감는 공기가 그렇게 말한다. ...QR코드 이벤트 내내 그러한 신들로부터 시달린 카가치는 보는 것만으로 괜히 화가 났다.
"대지의 신으로서 내 땅에 자란 꽃을 거두는 것뿐이야-! 거기에 대고 도둑이라니. 너, 무례를 넘어 무엄한 줄로 알아!"
적반하장으로 굴며, 꽃삽으로 거칠게도 흙을 팍팍 찍어댔다. 모로 봐도 도로 봐도 더러움穢의 뭉치일 뿐인데 대지의 신일 리는 손톱만큼도 없어보였지만, 아무튼 그렇게 주장한 카가치는 다시 팩 하고 후미카를 보았다.
"뭐해, 안 꺼져-?!"
훌륭한 적반하장의 교과서...
//늦어서 미안한 마음에 텍스트 뻥튀기해왔어(?) 농담이고, 어쩌다보니 가독성도 없이 늘어났는데 길이 신경쓰지 말고 편히 이어와주기 바라 또한 카가치의 행동이 불편하면, 마찬가지로 편히 말해줘
오늘 미술시간에 제출해야 하는 그림은 이번 수행평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미술 시간 한 시간에 그리는 그림도 아니고 미술 시간 몇 시간을 주고 제출하라고 했을 만큼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는데... 밑그림 그리고 채색하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었는데. 그 그림에 물통을 쏟아버리고 만 것이었다.
렌은 허겁지겁 걸레로 물을 닦아내려고 했으나 이미 물감으로 인해 더러워진 물통의 물은 종이에 스며들어 이미 그렸던 그림을 다 망쳐버리고 말았다. 렌이 혼자 절망하고 있자 어느새 옆에 다가온 미술 선생님이 선심을 쓰셔서 오늘 방과후에 제출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다행히 주변 반 친구들도 자신을 딱하게 보고 있었기에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렌은 코치님에게 말을 해 오늘 오후 훈련을 빠지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참이었다. 일단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ㅡ오늘 이 그림 다 끝내고 간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ㅡ 물통하고 물감들도 다 세팅을 해둔 채였다. 렌은 일단 도화지에 스케치부터 하기 시작했다. 주제는 '보고싶은 풍경'이었다.
여름이 다가오는지 해가 길어졌다. 그래서인지 빈 교실에 혼자 앉아 그림을 그리는 렌의 살짝 굽어진 등 위로 창문에서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볕이 내려앉아 렌을 응원하고 있었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성과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내가 수영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수영을 엄청나게 잘하게 돠는 것은 아닌 것이다. 노력은 디폴트이고 어느정도 재능이나 운의 영역도 따라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 노력으로만 모든 성과가 나타나면 수영부 사람들은 모두 수영선수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30여점 밖에 얻지 못한 게 제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지. 응....
그래도 스파이용권도 못 받은 것은 좀 뼈아팠다. 50점은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렌은 학생회에서 포인트로 참치캔을 바꿔왔다. 식재료로 써야겠다 생각하면서. 넌 참치마요 오니기리로 정했다.
방과 후, 요조라는 언제나처럼 양호실에서 깨어났다. 눈 반짝 뜨자마자 정신이 깔끔하게 돌아온다. 전처럼 잠깨려고 밍기적거리지 않고 곧장 일어나, 양호실에서 나온 요조라는 느긋히 걸어 교실로 돌아온다. 귀가하는 학생도 부활동 하는 학생도 모두 빠진 교내는 조용해서 산책하기 딱 좋았다. 이대로 교실까지 가서 가방만 들고 나오면 되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교실에 한 사람 남아있었다. 그것도 요조라의 옆자리다.
검은색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가진 옆자리 학생은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중이었다. 미술부인가? 그럼 부실이 있을텐데, 아, 요조라는 생각해낸다. 어제인가 별도로 재출했던 미술 수행평가 그림이다. 요조라는 수업에 못 들어가서 조금 빠르게 냈지만, 같은 반 학생들은 아마 오늘 수업 중으로 재출했을 텐데, 왜 이 학생만 지금 그리고 있는 걸까? 자신과 비슷한 이유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여러 생각들을 하며 요조라는 자신의 자리로 간다. 가서 가방만 들고 나오려다가, 의자를 꺼내 자리에 앉는다. 드림캐쳐가 든 주머니와 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턱을 괸다. 시선은 옆자리 책상의 그림으로 향했다. 건조하고 퀭한 검은 눈이 절반 이상 완성된 스케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툭 하니 말을 건다.
"왜, 지금... 그거, 하고, 있어...?"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쳤을 상황인데, 요즘 묘하게 잠을 잘 잔 덕일까, 요조라는 답지 않게 먼저 물었다. 이제껏 옆자리인가보다 하고 생각만 했던, 아는 거라곤 같은 반 뿐인 학생에게 말이다. 변덕, 이라면 변덕일지도 모른다. 이유는 불명인 채, 요조라는 예의 검은 시선으로 스케치를 한번, 학생을 한번, 번갈아보고 덧붙인다.
"그, 상태면... 오늘, 내로... 안, 끝날... 걸..."
그리고 요조라는 작게 하품했다. 턱 괸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긴 날숨을 내쉬는 하품 하고 퀭한 눈을 깜빡였다.
>>413 1. 캐릭터에게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느냐구 물어본다면 반응은?! "처음부터- 났을 때부터 그랬다구-? 굉장하지-? 왜, 탐나? 탐나-? 이 카가치니까 가능한 미모라고- 너한테는 전-혀 불가능해-! 내게 애원한다면 모를까-? 아하하-!" 카가치 외모특) 타고나긴커녕 카가치가 신과 인간을 본떠 직접 만든 100% 모조야.......🙄 실제 모습? 실제 모습은... <스포일러>
2. 캐릭터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최강 장점은?! 으음 거짓을 만드는 일-? 부정不浄으로 이끄는 일-?🤔 아무래도 재앙신이다 보니
3. 캐릭터가 하고 있는/할 것 같은 악세사리가 있다면~?! 아무래도 리본이야 리본 코디... 전에도 말했듯 클래식 로리타 패션처럼 말이야 일본식 복장에서도 리본 큼직하게 달수도 있고오
>>435 내가 들었다!!!! ( ´∀`)~! 작은 것에 홀려 과욕 부리면 망한다고 했는데 로또사기 위한 행운을 빌어달라고 하면 혼나나 ( ◠‿◠ ) 항상 예뻤다고 답하는 거 귀여워~! 본인이 고우신 걸 알고 있는 점 최고지. 장점에 본인이 포함되는 거나 줄줄 늘어놓는 것도 최고야~! 악세사리 많아~! 학교에서도 다 하고 다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