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이것 참, 오늘 날씨가 좋군요. 화가 나도 하늘을 보면서 한 번, 발치에 피어난 네잎클로버를 보면서 또 한 번은 참을 수 있을 만큼."
랑이 여전히 데인저 센스로 감각을 곤두세웠다면 온몸에 돋는 소름과 머리에서 미칠듯이 울리는 경고음을 느꼈으리라. 문에 서있는 저 존재는 자체만으로도 위험하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설 존재다. 인첨공에서 만든 전쟁 병기는 많고도 많지만, 저건 아직 인간인 것조차 병기로 설계할 수 있을 만큼 독악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덤빈다 치면 자신이 죽든 말든 두엇은 길동무로 너끈히 데려갈 무언가가 있으며 당신과 정 반대의 무언가를 받은 인물이다.
"…뭐더라? 형사님께서 해주신 말로는, 스트레인지 사람들은 장의사 부르기 좋은 날이라고들 한다지요? 형사님." "……작가님." "그렇지만 오늘은 병문안을 왔으니 장의사 부를 일 없길 바라겠습니다. 그런데…… 저 말고도 병문안을 이렇게 많이 오던가요?" "아니오, 그게 아니고, 심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작가님이 여기에……?" "아, 심문."
태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태오 주변의 모든 것에게 위협을 가해 고립시켜 집어삼킬 자다. 남성은 저지먼트를 그냥 지나치려 들며 뒷짐을 졌다. 동시에 잠깐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휘었다.
*
랑은 머잖아 일어날 미래를 보고 말았다.
"이시미야."
의자에 묶인 채 고통에 겨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는 태오와 지켜보며 생글생글 웃는 구십춘광을 빼닮은 존재를.
>>3 수경주 1) 가상현실 기기 안에 들어간 로벨과 오수경씨와 칼리스는 어떻게 되나요? 수경이가 빠져나가면 그 가상현실의 어둠 몰빵 공간이 유지 안 되는 거 같은데...👀👀 2) 가상현실 기계의 일부라도 되고 싶었다던 오수경씨 말고 그냥 수경이를 넣어야 했던 이유는 수경이의 텔레포트 레벨 때문인가요? 3) 저지먼트가 방해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존재하는데도 로벨이 오수경씨와 가상현실로 들어간 이유가 있을까요? 그 가상현실이 너무나도 멋지고 좋은 세계라 아무리 저지먼트라도 한번 들어오면 망가뜨릴 생각은 못하리라 여겼다? 시간을 고려해서 수경주께서 분량을 조절하고 안배하셨다? 그 외??
"판결, 피해자 백한결이 선처를 요구함과 동시에, 데 마레 소장과 동일한 방법으로 학생-연구원 中 연구원 요구 우선 조항과 무죄 입증에 대한 저지먼트의 심문 보고서 및 탄원서를 근거, 계약 해지 무효를 요구하였다." "연구원 본인의 강력한 의사와 더불어 무죄의 입증으로 하여금 해당 사안을 승인한다." "단, 졸업까지 약 2개월 동안 1주에 한 번, 꾸준한 정신감정 및 72시간의 커리큘럼 윤리 프로그램 이수, 닷새간의 정학 및 근신처분을 명한다. 윤리 프로그램의 담당 연구원은 데 마레를 비롯한 연관있는 연구소를 제외한 타 연구원들의 자율적인 참여임을 밝힌다." "이상, 판결 종료."
솔직히 데인저 센스 자체가 탐나는 능력이긴 해 전에 랑주가 말한 것처럼 들키기 전에 바로바로 연구소 자리 빼 버릴 수도 있고... 거의 예지능력이니까 활용하기에 따라 실험 성과 같은 것도 미리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능력을 떼놓고 보더라도 랑이는 신체능력도 판단력도 좋으니까
그리고 레벨이 갑자기 급상승함<<이거 흥미로움 목화고 저지먼트 공기에 미세분자 샹그릴라 도나요?
아악.......................... (본인이 말해놓고 셀프로 타격 받아서 누워버림)
>>72 맞아 그래도 작년보단 덜 더워🫠 일찍 더워지긴 했는데 더위의 정도를 보면 아직 습하지도 않고 아직이지만🫠🫠
> 가장 비윤리적인 2학구 연구소 중 하나. 일렉트로키네시스의 정점에 가까워지는 곳, 무엇보다 잔인한 연구소. 사람 보는 게 아니라 물건 보듯 함. > 괴담이지만 전신이 되는 연구소가 있었고, 버스 사고로 세미나 가던 중에 핵심 인물이 죽었다고 전해짐. > 이 탓에 리버티 입단 희망자들의 습격 1순위...였으나, 외려 죽어가는 연구원을 보며 기록으로 남기고, 죽이는 커리큘럼 실험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하자 어지간한 리버티 희망자들마저 윤리적으로는 학을 뗄 정도. > 최근 부소장으로 시원이 올랐다. > 데 마레랑 사이 더럽게 나쁨 > 산하 연구소에 텔레파시 있음.
>>168 수경주 오리지널 수경이가 회복된 게 아니라, 나중에 만들어진 인조인간이었나요? 그 기억도 창조된 거였고? 근데 만들어 봤자 가상현실 장치에 넣기엔 부적합한데 수경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든 이유는 뭘까요? 수경이 자존감 깎아다 가상현실 장치에 들어가게 할 용도로?
>>169 리라주 오!!? 빌런 조직을 없앴다는 전리품인가요? 랑주 해석에 리라주 해석 더해지니 리버티라는 이름이 멋있어졌어요 ㅎㅎㅎ
>>147 아 그냥 모르모트도 아니고 이름 없는 모르모트라 더 무시당하는 느낌에, 급소까지 맞기까지 했으니. 찾아오라 한 곳이 그런 비윤리적인 연구소라. 인첨공은 썩었어, 어른 혐오가 느는 금이에요... 그리고 뭐 하는 작자길래 대체 태오에게 관심을 가지나 신경 쓰이면서, 짜증 나기도 할 테고.....
>>174 🙄 어떠한 목표를 가진 조직이 와해된다면 그 조직의 목표를 이어받은 새로운 조직이 탄생하는건 꽤 흔한 일이죠? 망상이니까 가능한 마라 소스 좀 넣어서... 리버티의 일원을 죽여 오빠의 복수를 완수했으나(망상적 허용입니다 중요하니 두 번) 그것이 원하던 전부였기에 삶을 살아가기 위한 모든 원동력을 잃어버린 승아에게 리버티란 이명이 주어져 사람으로 살아가기 보단 리버티의 이름을 단 레지스탕스가 새로 탄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아이콘으로만 인첨공에서 존재하게 되는 멘헤라루트를 생각해봤어요 🤔
>>175 🤔 호... 호시노 아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돌이라면 한번쯤은 스쳐가야 하는 그 캐릭터 이름값 해서 위키드 글린다도 좋고 흐음... 🤔🤔🤔🤔 그리고... 채소연? 전에 누가 태진이랑 리라 팬<>아이돌 관계 보고 강백호랑 채소연 같다고 했어서 (근데 이 사람 슬램덩크 안 봤다)
>>194 승아주 앗 아앗 아아앗!!! 복수 더 해야죠!!!! 그 이름 달고 리버티랑 반대되는 행보로 업적을 남겨서 리버티라는 조직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시키는 거예요 >< 기록말살형~~~
>>195 수경주 어... 죄송해요;;;; 말씀해 주신 내용을 제가 잘 이해를 못 하고 있어서요@ㅁ@;;;;;;;;;;; 테러 피해자는 사실 저지먼트 수경이였는데, 그거 때문에 안데르가 멘탈 붕괴해서 저지먼트 수경이와 똑같으면서 기억은 온전한 다른 사람이 대신 죽다시피 한 세계를 만들어 버렸는데, 그 다른 사람을 로벨이 살려낸 게 오수경씨다...라는 말씀이세요?👀👀👀
>>0 situplay>1597047524>514 ...배고파... 왠지 잠자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난 느낌인데... 냉장고를 뒤적거리다가 먹을게 없다는게 떠오른다. 배민키기도 귀찮은데...아. 그러고보니, 저번에 서연언니가 사줬던 진라면이 있었지. 겨우 선반을 뒤적거리다 컵라면 하나를 찾고...단숨에 컵 안에서 끓여낸다. 역시 생활가전에 가까워 이 능력.
오랜만에 상황을 정리해보자. 한숨을 돌릴만한 상황이야. 리버티의 본거지는 찾아낸... 것 같고, 디스트로이어도 이제 합류선언을 받았어. 쿼츠는 뒷골목에서 불안한 느낌을 없애려 꾸준하게 양지화 시키고있고, 다행히 인식 자체도 나쁘지 않아. 단 하나 변수는...
"웨이버...인가."
잠수함, 내가 힘을 쓰기 너무나 좋은 장소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웨이버가 참전한다면 그녀 이상 힘을 내기 힘든 장소기도 하다. 결국...
오늘 커리큘럼에선 여러 대상을 짚으면서 특정한 상황을 살피는 데 치중했다. 현장만 짚을 경우 현장을 뒤바꾸면 노답이고, 사람을 짚을 경우 그 사람이 파악하지 못한 상황을 알아내기 어렵지만, 현장과 사람과 그 사람의 옷이며 소지품까지 다 짚어서 조합하면, 어지간한 경우 아니고서야 파악이 될 거 같아서였다. 다급할 땐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라도) 힘들겠지만, 여유가 되는 한은 최대한 이 방법을 써 볼 생각이다. 4렙이 된 만큼 연산 속도가 전보단 나아졌길 바라며
그러고 숨 돌리려니 연구원이 이명은 뭘로 할 거냔다. 공식석상에서의 활동명이니 잘 생각하란다. 본명이랑은 상관없어도 괜찮다면서. 그런 얘길 듣고 나니 선배 성함을 따오고 싶어졌다. 세 글자를 다 따 올 수는 없고 어쩐다? 한 글자라도 따서 어떻게 해 볼까? 궁리하느라 국어사전, 영어사전, 한자사전 뒤지다 머리가 깨질 지경일 때 태인이가 뭐하냐고 물어 왔다. 말해도 될지 둘러대얄지 망설이다 슬리퍼로 한 대 맞았다;;;;; 털어놓으니 꼴값이라고 째려보고는 고기 뷔페 쏘란다. 알겠다니까 바로 한자 하나를 추천해 준다. 나타날 현[現] 자. 나타내다, 드러내다라는 뜻이 사이코메트리랑 어울리고, 외자라 부르기도 편하다면서. 좋긴 한데 그런 게 어떻게 바로 떠올라? 놀라서 쳐다봤더니 태인인 되려 쉬운 한잔데 몰랐냔다. 몰라!!! 난 모르는 한자였다고!!!!!! 암튼 선배께 여쭤보고 괜찮다시면 그걸로 정해야겠다 ><
태오는 대화를 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정확히는 혀를 깨물고 싶지 않아 입을 알아서 다문 쪽에 가까웠다. 바즈라 내부의 단 둘만 있는 커리큘럼실, 의자에 채워진 수갑, 쾌활하고 순진무구한 얼굴로 슬라이드를 아무렇게나 넘기며 자기 좋을대로 지껄이는 시원과 따닥거리는 전기 소리.
"그러니까 너희같은 머저리 장난감들이 아무리 기어봤자니까아…… 음……."
태오는 속으로 열을 헤아리고, 소수를 셌으며, 가장 소중한 것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렸다. 그리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집중 안 하네, 이시미야." "……." "뭐, 괜찮아."
놀 시간이 늘어나는 거니까. 태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1, 2, 3…… 천혜우, 안희야, 그리고, 그리고…….
>>366 1. 2. 파악하고 있다고 정하주가 사인만 해주면 당장 정사 편입 가능. 파악은 하고 있으나 마찰은 없을 듯 하다. 비사문천과 쿼츠가 마주칠 일은 어지간하면 없을듯??? 대신 쿼츠 측에서 비사문천이 일으킨 몇가지의 행보는 알고 있다고 해도 된다. 철현이 갠스에 나온 집단과의 충돌, 태오 서사 속 매트로폴리스 주인 어르신과의 컨택, 청윤이 갠스에 나오는 집단과의 충돌 등.
3. 제압했다가 빠져나갔다는 쪽으로 썼던 것으로 기억. 필요 사항이 있다면 추가 요청 바람.
>>384 어... 디스트로이어는 자기 집 주변에 오는 길냥이들 밥을 챙겨주는 거기 때문에 그 모습은 디스트로이어의 집까지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에요. 덧붙여서 디스트로이어의 집은 2학구에 있어요. 그래서 서연이가 그 모습을 보려면 2학구까지 와야 하는데.....괜찮아요?
>>393 1번은 디스트로이어가 상당히 날카로운 상태라서 아마 조금 힘들 것 같고...(말의 거침도가 300%는 증가함) 2번은... 조사하는 것은 자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서연이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아마 우연히 집을 지나다가 디스트로이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운이 좋다면 뉴트로미니컬 에너지에 대해서 들을 수도 있을테고... 고로 2번이 좋을 듯 합니다.
2학구는 그리 기분 좋은 곳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2학구에서 처음 접한 게 오맨들 박사네 연구소였으니
그래도 수업을 땡땡이치고 와 본 건 뉴트로미니컬 에너지라는 게 께름칙해서였다. 리버티가 퍼클을 섭외하는 데에도 별 관심이 없고, 퍼클에 버금가는 힘을 부여한다는 깡통인 제로 시리즈에도 별 관심이 없는데, 인첨공 자체를 날릴 계획이 있다면, 그 에너지를 이용할 거 같아서였다.
하지만 무턱대고 나와서 뭐 수확이 있을 리가? 보안과 검문이 강해졌다는 얘기나 들었다. 일전에 리버티의 테러 때문에 보안이 한층 더 강화된 모양이었다. 이렇게 보안이 철저해지면 그 에너지를 털리진 않을 테니 다행일까.
김이 팍 새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전거 따위나 구경하다 보니 웬 주택가다. 여기 어디여? 2학구는 주택가도 기술이 앞선다는 건지, 사람과 꼭 닮은 로봇들이 청소를 하거나 잔디를 깎거나 빨래를 너는 모습들이 보인다. 여긴 편의점도 로봇이 일하려나? 2학구 편의점에 취직하긴 힘들겠네... 싱거운 생각과 함께 지도 앱을 켜려는 서연이었다.
2학구의 보안은 이전보다 훨씬 강화되었다. 그도 당연한 일이었다. 불과 며칠 전, 2학구에서 그린 끔찍한 테러가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리버티의 흔적을 찾겠다는 명분으로 안티스킬의 불시검문이 강화되었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면 바로 소지품 검사를 당하는 등, 2학구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철준은 모처럼 찾아온 비번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고양이 사료를 녹색 고양이 밥그릇에 가득 담고 있었다.
"하.... 요즘 사료값이 오르고 있단 말이야. ...뭐, 사는 것은 크게 문제는 없긴 한데, 돈 없는 이들은 고양이 사료를 어떻게 주라고 이렇게 계속 올리는거야? 짜증나게."
밥으로 장난질하면 안되잖아. 그런 말을 투덜거리면서 철준은 밥그릇 안에 사료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는 현관문을 열고 대문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의 대문 바로 옆에 살며시 그 밥그릇을 내려놓았다.
"냥냥아~ 밥이 왔다냥~ 아주 맛있게 냠냠! 해야지. 자꾸 밥 안 먹으면 못 써요! 길고양이니까 더 먹어야 해요! 우쭈주..."
그렇게 말을 하면서 철준은 살며시 고양이가 어디에 있는지 찾으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서연과 눈이 마주쳤을 것이다. 이내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서연을 바라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너 이 자식! 왜 2학구를 얼쩡거려?! 여기가 너네 집 뒷뜰이야?! 빨리 안 꺼져?! 어?!"
>>0 일순 새카맣게 암전하는 시야. 장작처럼 뒤로 넘어가는 아직 앳된 얼굴에서 스쳐지나가던 절망. 튀어오르던 피. 차갑게 식는 피. 시끄럽던 심장 소리. 강제로 차단된 것처럼 제대로 내쉴 수 없던 호흡.
떨리는 손끝을 구부리면 그리도 차가워서-
"...틴, 캡틴!!!"
누군가의 부름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암전된 시야는 여전히 새카맣고, 턱 막힌 숨을 내쉴 수 없어서 구부렸던 차가운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누군가가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달래는 소리와 다급한 속삭임이 동시에 들렸다. 그 모든 목소리가 암전된 시야에서 스파크처럼 색깔이 되어 몇번이나 튀어오른다. 멀리서, 프로그램을 종료하라는 소리가 어렴풋이 인지되어 혜성은 제 손목을 경련하듯 떨리는 손으로 두드렸다.
그와 동시에 가면이 벗겨지고 동시에 시야가 되돌아왔다. 그 아찔한 감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혜성은 고개를 숙이며 막힌 숨을 토해낸다. 속이, 머리가 아프다. 떨리는 제 손을 들여다보면 새하얗게 질려있다. 분명 제 얼굴도 이것과 똑같은 꼴이겠지.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사람은, 살아있나. 내가. 급소를.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떨리는 손이, 몸이 진정되지 않는다.
"숨쉬는 거 확인했으니까 제대로 숨쉬어. 그 ** 안죽었으니까 똑바로 숨쉬어."
아무도 안죽었어. **. 등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멀게 느껴졌다. 허억-, 고통스러운 큰 숨이 넘어가고 나서야 아찔한 느낌으로 뇌가 처리하지 못한 모든 감각들이 돌아오지 못해 신경까지 뒤틀리는 것 같던 통증들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아니다. 입가를 타고 피와 섞인 물이 흐르는걸 보니 누군가 제 입에 진통제를 쑤셔넣고 물을 들이부은 모양이다.
통증과 두통, 구토감이 가라앉는 이유는 아마 진통제의 효과일테지.
"정신이 드십니까? 캡틴. 지금 제가 손가락 몇개 들고 있는지 말해보세요." "....세개.."
땀이 밴 손수건을 내미는 손에서 손수건을 받아들면, 잔뜩 구겨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리며 천천히, 단어를 곱씹듯 문장을 붙혀서 입밖으로 낸 혜성은 마른 기침을 해보였다. 죽지 않았다. 죽이지 않았다.
혁명, 반역... 피할 수 없는 폭력... 모두 부딪힌 끝에 끝끝내 산화하며 사라지고 마는 것들... 밤하늘의 어둠은 혁명가의 파리한 얼굴을 꼼꼼히 가리며 짧고도 길었던 전쟁의 끝을 알린다. 그리하여 자유! 그들이 그토록 원해왔던 자유는 이제 어디로 가는가!
"부질없네."
그리하여 소년 소녀는 다시 한번 영웅이 되었다. 단지 자신의 정의, 대의... 그리고 간절한 평화를 붙잡고자 하던 것이 다였는데도 불구하고. 원치 않았을지도 모르는 칭호는 참으로 공평하게 분배되었다. 설사 그 전쟁터에서 지울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낙원의 연구원들은 전쟁에서 돌아온 소년병이 기나긴 눈물의 바다에서 빠져나온 것을, 숨을 옥죄어오던 것에서 자유로워졌음을 축하하며 그녀에게 리버티란 이명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다만 전장에 있었던 자들은 그러나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는 그럴듯한 변명이라는 것을...
공동의 목적을 가진 테러 단체는 얼마나 끈질긴가? 지하철역에서 사린 가스를 퍼뜨린 사이비들은 그 모든 제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살아 숨 쉬며 전복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름은 어떤가? 현대 문명의 기틀을 마련한 거대한 제국의 이름이 얼마나 이어지는지 보아라... 이름에는 사람들의 염원과 힘이 담기고, 이는 지워지지 않는 한 영원히 이어진다.
그렇다면 자유를 되찾으려는 이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기 위해선 우리가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하여 어쩌면 사랑하는 이와 결혼식을 올렸을지도 모르는 소녀는 산 채로 능력만을 뜯겨져 인천 첨단 공업단지에 박제당하였다. 아니, 사랑할 이 찾지 못했더라도 잘 가꾸어진 화단 하나 자식이라고 여기며 홀로 여생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와서 이런 가정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어쩌면 시시하더라도 해피 엔딩이라 부를 수 있었을 것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리하여 헛된 삶은 막을 내린다. 모두 꺼져라, 꺼져라... 남은 것은 부질없는 이야기일 뿐이니...
공포에서 빠져나오며 눈을 뜬다. 그러나 이미 비 소식 없었는데도 감감하고 방대한 물속에 잠겨있는 것과 같이 숨이 막히고... 소녀의 무의식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악몽을 아로새겼다. 어쩌면 먼 훗날, 이를 다시 예견할 수 있도록.
수경이는 무사했다. 무척 쇠약해져 있긴 했지만. 승아선배를 노렸던 파란 머리나, 지 멋대로 우릴 아래로 보낸 분홍 눈, 시체인 채로 처음 만났던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파란머리나 분홍 눈은 디스트로이어처럼 어딘가에서 만나면 꼭 특제 떡을 먹여주고 싶지만,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 또 그들의 시체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는 정도. 왜냐면, 시체 한 구 한 구 발견할 때마다 힘들었으니까. 시체를 보고도 점점 안 놀라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이 싫었기도 하고. 결국 그 사람들은 다시 살아났지만, 내가 자살 장면이나 시체를 직접적으로 본 게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니까.
그런 저런 일들로 지쳤다보니 가상현실로 들어가서는 딱히 별 일이 없었는데도 아무것도 못 했다. 아니, 안 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거다.
가상현실 속 수경이는 어째서인지 마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같은 몰골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목화고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듯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서형의 말에도 자신은 저지먼트같은 게 될 수 있을 리 없다며 자신없는 듯 말하기도 했다.
다들 수경이의 마음을 돌리고자 호소했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해 줄 말이 없어서다. 물론 수경이가 그렇게 너덜너덜한 몰골로 그 미친 파란 머리한테 착취당했으면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수경이를 모른다는 거다. 수경이를 괴롭히고 있는 배후가 있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보고서를 통해 알았을 뿐더러, 그 순간에도, 지금도 수경이가 왜 저항할 생각조차 못하고 당해왔는지나, 미친 파란 머리를 포함한 수경이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래서 수경이가 어떻게 하면 마음을 돌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한동안 심란했지만 머지 않아 결론이 났다.
당연한 일이다. 나와 수경이가 그 정도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와서 보고서로 접한 것 이상으로 수경이의 인생사에 대해 더 알고 싶냐면, 그렇지는 않다. 비상사태라서 어쩔 수 없었지만, 이미 너무 많이 알았다고 생각한다. 수경이 본인도 알려지고 싶지 않은 부분이지 않을까 싶고. 어쨌거나, 상황은 끝났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우선은 비는 시간에 자체적으로 주변을 순찰할까 한다. 나쁜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까. 그 놈들이 다시 나타나서 수경이를 괴롭히는 걸 막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아질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루프로든 뭐로든 반복되는 것도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해서 아예 미연에 방지하고 싶긴 하다. 그런데 그건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좀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3학구를 한바퀴 순찰하면서 다음 떡의 재료를 주웠다. 바로... 과자 음료수 쓰레기랑 담배꽁초! 초대와 2대가 개똥에 바선생이니 이번에는 좀 순한 맛으로 가려 한다. 자꾸 자극만 추구하다간 내가 처음에 정해놓은 강령을 어길 수도 있으니 말이지~.
지도 앱을 켜고 큰길로 가는 최단거리를 찾아본다. 여기 어디야? 깊숙이도 들어왔다. 큰길은 너무 최첨단 문명이다 보니 낯설게 느껴졌던 탓일까. 그나마 여느 골목길 비슷해 보이는 골목만 골라 온 게 이 지경이 됐나 보다. 그렇다 해도 여기도 위화감 드는 모습들인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길냥이는 로봇이 아니라 진짜 고양이인가 보다. 담장에 엎드린 채 구경거리라도 봤다는 듯 이쪽을 주시하는 녀석도 있다. 거리를 좁히려 들면 바로 피할 테니 굳이 가까이 가진 않고 지나가는데, 낮고 거친, 으름장 같은 소리가 귀를 찔렀다. 누구? 여기 날 알 만한 사람이...
고개를 들자마자 싹 굳었다. 사복 차림이지만 몰라볼 수가 없는 인물, 무식하게 쎈 수박 씨였다. 지금 내 뼈는 멀쩡한데도 으스러졌던 때의 통증이 떠오를락 말락이다. 제 얼굴이 하얗게 질렸을 것은 안 봐도 뻔했다. 우릴 도와주기로 했다고(표현은 관리하기로 했다는 식이었다더라) 영희한테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마주하고 싶진, 아니 어떤 식으로든 안 마주하고 싶었다. 선류빈 씨 일이 마음에 걸렸지만 것도 줄곧 조사해 온 리라가 얘기하는 편이 나을 터라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수박 씨 말마따나 지나가려다 오기가 솟았다. 내가 뭐 죄졌나? 저 아저씬 멀쩡히 길 가던 고딩 불러선 시비야!! 그것도 그거지만, 이대로 피하기만 하다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좋든 싫든 저지먼트에 협조한다는 사람인데, 만에 하나 같이 행동할 일이 있으면? 그때도 이렇게 튈 거야? 몰라!! 배째!!! 전투 능력 1도 없는 고딩한테 행패 부려 봤자, 지만 찌질해지지!!!!
" 여긴 제 ID카드로 출입 가능한 구역인데요. 개인적으로 조사할 게 있었을 뿐이에요! "
마주 쏘아붙였다가 수박 씨의 안대에 눈이 갔다. 저거, 어... 내가 잘못 봤거나 까먹고 착각한 게 아니라면, 그때 편지로 보냈던 건데? 날 그렇게 하찮게 보더니 저걸 했어??
"핫. 2학구에서 조사할 것? 목화고등학교는 졸업 전까지 연구소와 협업이 불가능할텐데? 학교 규칙은 잘 지켜면서 살아."
서연이 뭘 조사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철준은 대충 2학구 연구소를 돌아다니겠거니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학교 규칙을 어기는 학생이라고 생각하 것일까. 하지만 굳이 더 말을 하진 않으며, 그는 슬며시 고양이 그릇에게서 멀어졌다. 이내 고양이가 오면 알아서 먹겠거니 생각을 한 것일까. 아니면 방금 전 자신의 모습을 봤을 거라고 생각해서 살짝 경계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건 그의 눈빛은 서연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기껏 줬는데 버릴 이유가 뭐가 있어. 쓰건 버리건 내 맘이다. 왜? 불만이라도 있나?"
대답하면서 그는 괜히 오른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안대를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래도 감촉은 좋긴 하더라. 그것만큼은 고맙게 생각해주지. 그렇게 말하는 것이 그야말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인드 그 자체였다. 여전히 그는 오만하면서도 난폭한 모양이었다.
"네가 뭘 조사하는진 알바 아니긴 하지만 뱅크 연구소 근처로는 가지 마라. 거기 요즘 2학구 치안 문제 때문에 상당히 날카로워졌으니까. 함부로 다가가면 바로 구속될거다. 에어버스터에게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면 그쪽 지역으로는 가지 마. 대충 2학구 최고 북쪽에 있는 바닷가 근처에 붙어있으니 위치는 기억해두고."
뱅크. 그건 2학구에 있는 모든 초능력 기술들을 기록하고 모으는 연구소의 이름이었다. 덧붙여서 인첨공에 있는 모든 능력자들의 정보를 기록,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어쨌든 그곳엔 절대 가지 마라고 신신당부를 한 철준은 이내 팔짱을 꼈다.
[ 리라야 리라야 ] [ 사람이나 안드로이드, 바이오로이드의 행동을 ] [ 저지만 할 수 있는 총 만들어 줄 수 있어? ] [ 사격 못 하는 사람도 조준하면 보정 잡아 주는 걸로 ] [ 그거랑 또... ] [ 내가 사이코메트리한 내용이 녹음, 녹화되는 ] [ 그래서 영상으로 만들 수 있는 ] [ 그런 장치도 만들 수 있을까? ] [ 가능하고 너 컨디션 괜찮으면 해 주고 ] [ 어려우면 편하게 말해 줘!! ]
리라는 전송된 메세지를 가만히 보다가 스케치북을 꺼내들었다. 하얀 종이 위에 연필선이 그어지고, 그 위로 색색의 마커가 몇 번 오간다. 붉은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간 총은 가볍고 서연이 말한 대로 명중률 보정이 들어가 사격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잘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총신에 들어간 포인트와 같은 색의 붉은 탄환. 리라는 그것을 천천히 그려내고 실체화 시키다 문득 하나를 들어 천장의 불빛에 비춰보았다. 조금 투명한 듯한 탄환의 표면을 타고 너머의 빛이 투과되어 얼굴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그런 걸 10개씩 한 박스로 총 4박스. 설정은 '맞은 부위를 30초간 정지시키는 제압용 탄환'.
거기까진 수월했지만 아쉽게도 그 다음 장비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실체화가 반만 되거나, 일그러지거나, 노이즈가 끼거나. 그런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망가지지 않은 기기가 현실로 나왔지만 정말 성공작인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혼자서는.
"아. 해 뜬다."
한참 그려내고 있다 보니 어느새 등교 시간이 다가왔다. 리라는 커다란 종이 쇼핑백에 총과 탄환 박스를 넣은 후 교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동시에 남은 손으로는 핸드폰을 꺼내 서연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서연아, 부탁한 물건은 다 만들었어.]> [그런데 물건 하나는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야 하는 장비인 만큼 너랑 같이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이따가 점심 시간에 저지먼트 부실에서 잠깐 볼 수 있을까?]>
그 날 점심시간 메세지에 응한 서연이 부실로 향했다면 그 자리에는 커다란 쇼핑백을 든 리라가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얀 몸체에 붉은 포인트가 들어간 권총과 붉은색 탄환 4박스, 그리고 커다란 MP3 또는 핸드폰처럼 생긴 직사각형 기기가 그 안에 있었다. MP3와 다른 점이라면 이 기기에는 이어폰이 아닌 관자놀이에 부착할 수 있는 패치가 붙은 전선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패치를 관자놀이에 붙인 채 사이코메트리를 하면 네가 본 걸 옮길 수 있도록 해 봤어. 아직 잘 작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영상으로 저장하려면 이 기기 아래 있는 소켓에 커넥터 꽂아서 네 핸드폰이랑 연결하면 돼."
어디까지나 설정은 그랬다. 다만 그게 가능할지는 이제 서연이 사이코메트리를 해 봐야 아는 것이기에, 리라는 집에서 집어온 화려한 귀걸이 하나—온더로드 Tropical Trap 활동 시기에 착용했던 것. 서연이 기억을 읽는다면 음악방송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리라를 볼 수 있을 거다.—를 서연에게 내밀어본다. 테스트를 해보자고.
만약 서연이 이 테스트를 받아들여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했다면, 조사가 종료되는 즉시 기기의 화면에 불이 들어왔을 것이다. 설레는 마음이 채 꽃피기도 전에 액정에 처참한 모습으로 금이 가더니 도로 꺼져버렸겠지만.
"...어...실패인가 봐."
와장창 깨진 기기를 째려보며 짧게 삐죽거린 리라는 이내 머쓱한 듯 제 볼을 긁적였다.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몇번 고쳐서 될 줄 알았는데... 아쉽다. 서연이 아이디어 좋았는데."
그래도 총은 분명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며 서연의 품에 권총이 든 종이 백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여로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 자신의 속내를 들키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히죽히죽 웃었다. 진실을 내뱉지 않는 건 제 천성이라서요. ".... 그것과는 별개로 하는 말이지만, 음. 미안해요." 사과는 진심입니다 여로는 곧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예 생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같다.
>>482 (흐흠칫)(한때 최애캐 이름을 들으니 명치가 으윽) 선택적 치유 가능하지 마침 또 그럴 수 있는 멘탈이기도 해 U군의 아지트에 혜성이랑 K씨가 동행했을 수도 있으려나? 혜성이가 직접 이것만 치료해 달라고 하거나 K씨가 부상을 짚어주면 그것만 낫게 해준다, 라는 전개로 가능해
" ? " " 연구소랑은 상관없어요. " " 뉴트로미니컬 에너지가 어떤 건지,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
애초에 2학구 연구소는 오맨들씨네 말고는 1도 모르는데 뭔 얘기람? 영문을 모르고 멀뚱멀뚱 보다가 수박씨가 비켜 선 현장, 정확히는 그 현장의 밥그릇에 얼떨떨해졌다. 저거, 고양이 사료 같은데? 이 수박 씨, 무려 길냥이 밥을 챙겨 주는 사람이었어?? 저렇게 사납게 치뜬 눈에 수 틀리면 한 대 칠 거 같은 분위기인데???
이어지는 말도 놀라웠다. 개무시할 줄 알았는데, 줬으니 쓴다니. 심지어 안대를 어루만지면서 감촉은 괜찮단다. 나 오늘 헛걸 보나? 놀라움에 눈을 끔벅이는 서연이었다.
" 아뇨. 진짜 쓸 거라곤 생각 못 했어서요;;;; "
대답하면서 깨달았다. 수박씨도 인간이구나. 자기 말 안 듣는다고 고딩들 뼈를 으스러뜨리고, 자폭인 줄도 모르고 4학구의 모든 걸 없애려고 미친 운석덩어리를 만들 만큼 해까닥하지만 괴물은 아니구나. 길냥이를 가엾이 여기기도 하고, 달갑잖은 상대가 보내는 선물이라도 받기는 받는, 평범한 면도 있는 사람이구나.
" 마음에 드신다니 잘됐네요. 어디서 파는지 알려드려요? "
여벌 몇 개 더 있어서 나쁠 건 없겠지. 구매 내역을 뒤져보는데, 수박씨가 생각지 못한 정보를 주었다. 치안 문제. 아아, 오늘 뉴트로미니컬 에너지 조사하면서 징하게 들었다. 근데 뱅크 연구소? 그런 데가 있었구나. 엄청 중요한 시설인가 보네. 근데 2학구 북쪽 끝의 바닷가 근처?
왜 하필 바닷가지? 리버티의 본거지(???)가 잠수함이었던 게 떠올라 께름칙해진 서연이었다. 그래서 수박씨가 노골적으로 귀찮아하는데도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509 어 잠만 할미 기억력이 오류를 일으켰다 팔계입니다. 미안하다 옛날 옛적 나의 최애캐야 팔계 요괴폼의 문신 생각해주세요. 아니 잠만 다행?이다? 아니 다행 맞?나?(띵킹) K가 보자마자 진지하게 이 새끼(이혜성)가 자신이 또라이라는 걸 인지 못하는 이유는 저지먼트에 저런 또라이들이 있어서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521 아휴 할미 그러니까 주기적으로 다시 보시라니까요 혜성주도 팔계가 취저였구나 동지네 동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잉 너무해 도라이라니 K씨 눈 그렇게 뜨면 U군이 혜우 옆에서 가려서 커버 쳐줄 듯 오 처음으로 K씨한테 호의적이지 않은 U군 나오겠다 이것도 맛있겠는걸?
"그걸 왜 네가 조사해? 그건 애들이 관심가질만한 물건이 아니야. 차세대 에너지로 불리는 신에너지원인데 핵융합이 어쩌고 저쩌고, 플레어의 기술을 어쩌고 저쩌고. 그러던 것 같은데 그쪽 관련 이야기는 나도 어려워서 이해를 못하는데, 네 녀석이 듣는다고 해서 뭘 알아들을 수는 있어? 포토키네시스 능력자에게 가서 원리를 물어보던지. 그 포토키네시스 능력자가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지능이 있을 때의 일이지만."
철준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3학구의 고등학생이 그 에너지를 조사해서 뭘 한단 말인가. 에어버스터가 시켰나? 짜증나는 자식. 아니지. 겁쟁이인가? 직접 조사하지 않고 부원이나 보내고? 쳇. 그런 혼잣말을 작게 중얼중얼거리면서 그는 어딘가에 있을 에어버스터에게 마음 속 엿을 강하게 날렸다.
"쓰건 말건 내 맘이잖아. 싫으면 뺏어가던가. 그리고... 뭐, 말하고 싶으면 말하던지."
그래도 아주 조금 관심은 간다는 듯, 그는 흥- 소리를 내면서도 살며시 귀를 쫑긋 세웠다. 빨리 꺼지라는 듯이 보내던 손 제스쳐도 멈추면서 그는 조용히 팔짱을 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바다니까 잠수함도 접근은 가능하겠지. 하지만 잠수함이 있다고 해서 침투는 못할텐데? 그 뱅크 연구소에서는 핵이 떨어져도 막아낼 수 있다는 베리어가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초능력을 자체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 섞여있지."
어지간한 능력자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팔짱을 유지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네 녀석은 뭔데 그런 것을 궁금해하는거냐. 2학구 치안 상태도 추가로 조사하는거냐? 그딴건 애새끼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하는 거야. 알았으면 관심 끄고 시험공부나 해. 시험 때려쳤냐?"
>>526 그 거는 이제 별개랄까 근데 혜우는 새봄이의 질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적의는 가지지 않았대 탓하려면 그런 취향 가진 태오를 탓해야(?) 오히려 새봄이는 안티스킬(태휘)ㅎ한테 통쾌하게 말해준 것도 있으니 아주 굿잡이었지
>>527 그치그치 나 그부분 생각 못 했는데 생각해보니 글네 갠적인 적폐지만 여로가 호의를 거두고 적의를 드러냈을때 저지먼트 어느 누구 못지 않게 무서울 거라고 생각함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다 써서 목적을 이룰 것 같달까... 과정 중에 유혈이나 희생은 그저 필요한 자원 쯤으로 여길것 같고 응
>>525 홀홀홀 그래야하나.......(지끈) 사실 팔계 요괴폼이 너무...너무 취향이야 뒷모습만으로도 보이는 그 카리스마와 존잘의 포스....() 아무튼 커흠 하지만 진짜 K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단 말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K에게 이혜성은 얌전한 낯짝을 하고 있는 또라이라는 인식이 깊은데 그보다 더한 애가 나타났잖아(이러기) 오(오) 그거 맛있겠다. 주인도 여차하면 물어버릴 수 있는 미친개 K를 보낼 수 있는 것인가. 투 비 컨티뉴
>>531 "습격? 너희쪽에서 먼저 우리 단원과 충돌을 시도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만. 보고를 받았고, 보고를 한 이가 단원이니 나로서는 단원의 말을 우선순위로 둘 수 밖에. 물론 이 과정이 아주 사소하고 소소한 오해로 인한 마찰로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걸 먼저 증명해보이는 게 어때."
이혜성 목소리 변조 좀 소름끼치게 기괴한 느낌인데 정하 인지부조화 오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내가 아는 선배가 흡연까지 하네? 세상에 할 것 같아 따흑
지금 이 시기에 신입생이 들어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도 3학년이 말이야. 곧 졸업할 3학년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가입을 했을까? 처음 이 소식을 들은 한양은 꽤나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은우에게서 이번에 가입한 학생의 뒷 배경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유에 납득을 했다.
오랜만에 면담이었다. 대상이 3학년이건 어쨋던 간에 신입이라면 면담을 해서 그 기록을 남겨서 근거를 유지하고 있어야 된다. 안 그러면 나중에 상급기관에서 점검할 때 혼날 수도 있거든. 부부장이나 부장이 부원관리에 소홀하다고 말이야. 물론 오늘의 면담은 다른 목적도 있지만서도-
이어서 곧 이승아라는 신입이 들어왔고, 서한양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승아의 살짝 날이 선 태도에 불쾌감이 들었다. 하지만 한양은 그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왼손으로 안경을 고쳐쓰고는 염동력으로 탕비실에 있는 접시와 과자들을 가져와서, 과자박스를 열고는 접시에 붓고, 종이컵에 율무차를 타서 승아의 앞에 두었다.
" 면담?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야. 우리 서로 싫건 좋건 간에 함께 일하게 될 테니,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면, 나도 네게 더 많은 신뢰를 줄 수 있으니깐. "
한양은 면담에 대한 승아의 날선 질문에 부드럽게 응하며 종이컵에 담긴 차가운 보리차를 한 모금 마셨다.
"30분 ? 우리 둘 다 바쁘니까, 나역시 이 면담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싶어. 준비됐지? 네 대답에 따라 오늘의 결과가 달라질 거야. 나는 네 의견을 존중하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 하지만 그만큼 너도 진지하게 임해줘야 해. 이건 중요한 과정이니깐. "
" 이 면담이 끝나고 나면 더 명확한 방향성을 찾게 될 거라 믿어. 그러니 진솔하게 이야기해줘. 나도 그만큼 솔직하게 답할 테니까. 자, 그럼 내가 질문을 건널게. "
" 목화고 저지먼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 이유는.. 스스로 생각해서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이곳이 너에게 안전한 장소라고 느낀 이유는? "
>>537 요즘 뜬소문으로는 블래스트 리로드가 나온다나 어쩐다나 (확실하지 않음) 팔계... 가끔 눈 뜰때 그 서늘함 참을 수 없어 내게 실눈캐의 매력을 일깨워준 초신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씨 당신이 그 태오를 안 만나봐서 그래요 혜우우는 순한 맛이야 이러기 혜성주가 맛있겠다고 했으니 이 썰은 대박썰이다 가끔 물지만 그래도 주인을 지키려는 K씨랑 주인과 유사 혈족?은 구분하는 U군의 한판승부 가나요 근데 싸울 각으로 가면 U군이 먼저 머리 숙일거 같긴 함 우선순위가 혜우 혜성 중에 혜성이가 살짝 높거든 지금은 사사로운 건 내려놓자며 친히 K씨 신발에 이마라도 대려고 할걸
@리라링 1. 시원이는 시즈를 안다. 아직까지 남아있었다면 좋은 친구가 됐을 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대😒 2. 그리고 시현쌤도 시원이 알아도 괜춘 오히려 환영
@금냥 1. 시원이가 금이를 가격하는 등의 행동을 벌였지만 정작 본인은 당연한 거라 생각해서 "왜 날 미워해? 너도 연구원 할래?" 하고 반응해.🤦♀️ 2. 나오라고 하면 나와. 당장 찾아간다면 비쩍 마르고 큰 인형의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불의 나라로 가자. 훨훨 타는 나라로." 하는 의미불명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을 거야. 어쩌면 실험을 하도 많이 당해서 더는 사람구실 하지 못하는 무언가일지도 모르고.
@혜우 1. 태오 연락은 된다. 영통 걸면 안색이 좀 초췌한데 그래도 "오빠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까. 근신처분 끝나면 같이 미술관도 가고 그러자." 하면서 안심시켜준다요 2. 그리고 혜우가 근신 끝나고 오면 둘이 엽떡 시켜먹겠단 적폐가 있는데 곁들여먹을 거 추천 좀 해봐봐 두 사람이 엽떡만 조졋겟냐고 3. 한결이 뺨때리고 본심 들어볼 천혜우 구합니다 아니면 서휘가 때리고 형제끼리 대화하는 거 구경해도 괜춘 아마 서휘가 패면 좀 더 날것의 이야기지 않을까 feat 그 순간 내가 느낀 건 경악이 아니라 ■■였어, 형. 그런 내가 너무 추해서…….
@밈미 1. 어르신은 '검은 머리'일 때 대외적인 신분, 극야의 서 작가라서 선빵치지 않는 한 저지먼트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밈미가 걱정하거나 이름을 팔 필요는 없다. 2. 그런데 작가님은 넘어갔어도 어르신은 안 넘어가심... 은밀하게 불러서는 "밈미야, 우리 태오 기절시킨 게 너라면서?" 하실지도 모르니 조공 바치세요 약과나 한과면 두 배로 좋아요.
>>540 "...아, 알겠다. 넌 총에 죄가 있다고 생각하는편이구나...하아... 알겠어? 우린 그냥 배달 대행이야. 물론 불법적인 일은 받지 않아. 그레이존이라고 하면 그레이존이겠지만. 적어도 의뢰인의 신원은 보장해야 우리가 중립단체로 성립 가능할 수 있지 않겠어? 내가 듣기론...당신네 수하가, 우리 운반물에 대해 무단 검열 및 탈취를 시도했다. 라고 생각이 드는데"(봉투 물끄럼)
"나도 나름 여기 대표라서말야. 대표가 직원을 안챙겨줘서야, 일할맛이 안나잖아?"
"적어도, 이 봉투에 뭐가 들었는지는 그쪽에서 증명하지 않으면 이걸 줄 순 없어... 우린 '익명의 대상에게 배송까지' 관할하니까말야"
>>0 이리저리 오가는 시선, 그저 손을 뻗고 있을 뿐이지만 손수 타이핑하는 것 보다도 더 빠르게 입력되는 문구들, 그에 맞추어 점멸하듯 순식간에 넘어가는 화면은 오래 보고 있자니 단어 그대로 눈알이 빠질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
"어지러워여..." [그거야 하루종일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면 그럴만도 하거든...]
그게 천성이었고, 나름의 재능이었다 한대도 역시 사람은 사람인 걸까... 결국 그녀는 와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의자의 등받이로 몸을 던졌다.
[그건 그렇고... 확실히 컨디션은 별로인거 같긴 하거든?] "사실 좀 더운 감이 없잖아 있슴다." [지금 한가을인데...? 곧 겨울인데?] "그릏잖아여." [아... 생각해보니 넌 겨울에도 더워하는 애였거든...] "거 한동안 못봤다구 다 까묵은거 아님까? 힝힝흥흥 실망임다 흥뿡." [뭐래...]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면서도 마치 머릿속에 화면이라도 띄워져있다는양 한손만 단말기를 향한 채 다른 손으로 냉장고를 뒤적거리던 그녀는 이런 곳이라면 으레 있을법한 아이스팩들을 몇개 쥐고 돌아와서는 머리 위에 하나, 품에 하나 넣는등 나름의 방식으로 열기를 떨쳐내보려 했다.
[...어떻게 된게 그 옛날 전자기기보다도 발열이 심한건지 모르겠거든.] "우씨, 사람을 기계취급하지 마십셔." [정 뭐하면 내가 거들어줄 수도 있긴 하거든?] "...살짝 솔깃하긴 했지만, 역시 사양할래여." [하여간 누구 닮아서 고집 하나는 엄청나거든...] "...그 말은 세리쌤이 자주 하시던 얘긴데 이젠 유라한테두 듣네여.
>>555 크아악 난 아직도 과거편에서 연중되었던 충격을 잊을 수 없어.....과거편도 존잘이었던 팔계 (오랜만에 심장이 뜀) 눈 뜰때랑 애니에서의 요괴폼 할때 포스는 진짜 뭇 꼬마아가씨들의 심장을 뒤흔들고 (그만) 아니 그건 맞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K는 이혜성을 어르신이 컨택했다는 것도 모르니까(알면 진짜 으르렁왈왈거림) 태오 만나면 약간.... 저거 사람 맞나 하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까(이런발언) 앗 아냐 대박썰 아닐수도 있어 크아악. 둘다 레벨도 비슷하니까 여차하면 진짜 공격할 기세로 나이프 뽑을 자세 취할 K지만 U군이 신발에 이마대려고 하면 질색팔색하면서 쿵쾅쿵쾅거리지 않을까 빡쳐서. K:이새끼(이혜성) 주변에는 뭔 정상이 없어!!!!!! 악! (??)
입이 딱 벌어지고 만 서연이었다. 애들이 관심 가질 만한 물건이 아니라면서 엄청 성실하게 설명한다. 자기가 아는 최대한으로 얘기해 주는 눈친데? 진짜 성실한 타입이네. 실험 대상인 차일드 에러에서 퍼클로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강해져야만 하는 독기와 광기뿐인 줄 알았는데, 어쩌면 저렇게 무엇에나 열심인 성품도 한몫 했을지도 모르겠...
" ......;;;;;;;; " " 부장하곤 상관없는데요. 저지먼트에 보고도 안 했어요;;;;; 그냥... 그, 리버티는 인첨공을 엎는 게 목적 같은데 세력을 키우려는 노력은 전혀 안 하는 눈치라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닐까 그 믿는 구석이 혹시 뉴트로미니컬 에너지 탈취는 아닐까 의심돼서 그래서 알아보러 나온 거예요. 그, 일전에 수박씨가 부숴 줬다던 안티스킬 파워슈트 그거도 리버티가 탈취하려던 건데, 뉴트로미니컬 에너지의 영향력도 버티는 거던데요. 그게 수상해서요. 아시다시피...... "
잠시만, 수박씨가 내 능력 아나? 나야 수박씨를 꿈에서 본대도 못 잊겠지만 수박씬 내가 목화고 저지먼트란 거 말곤 기억도 못하지 싶은데. 아시다시피는 개뿔. 그래서 고쳐 말하는 서연이었다.
" 제 능력은 뭐 조사하는 데밖에 쓸모가 없거든요. "
그 정도로 마무리하고 수박 씨한테 안대의 구매처를 띄운 폰 화면을 내밀어 보였다.
" 이 제품이에요. 당장 못 외우겠으면 폰카로 찍으셔도 돼요. "
캡처화면이나 링크를 보내 줄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번호든 톡ID를 교환해야 하니까. 수박씨가 그럴 리 없으니 알아서 대안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뱅크 연구소라는 데는 보안이 철저한가 보네. 핵이 떨어져도 막을 수 있고, 초능력을 자체적으로 차단하는 기술도 있다니. 하지만... 뉴트로미니컬 에너지는 원자력보다 100배는 강하댔고, 플레어의 기술을 어떻게 한 거래도 핵융합이면 전적으로 초능력은 아닐 거 같다. 만약에 리버티가 뉴트로미니컬 에너지를 탈취해서 뱅크 연구소를 공격할 생각이라면?? 미친 생각 같긴 하지만, 리버티는 이미 미쳐서 누가 얼마나 죽든 아랑곳 않잖아. 불길하다;;;;;;;;;;;; 일단 얘기해 보자. 수박씨는 우리에게 협조하기로 했대고, 수박씨 말마따나 이건 어른들도 알아야 할 사안일지도 모르니까
" 뉴트로미니컬 에너지가 원자력보다 100배는 강하다고들 하던데요. 마~~~~안약에 누가 그 에너지로 뱅크 연구소를 공격하면, 그래도 막을 수 있을까요? 수박씨가 헌터 대장이라고 하셨죠? 헌터에서 이런 대비도 하나요? "
>>556 후욱후욱 충격과 공포 잠시 저리가라 이것들아 시원아 너는 어찌해도 편히 못 갈 팔자구나 세상에
1. 근신 중 연락은 되는구만, 한번쯤 걸거 같긴 한데 시기상 옷 얘기 전일거 같으니까 영통 걸어서 지 얼굴은 안 보여주고 (왠 깜장 강아지가 화면에 알짱대고 있음) 목소리만 엄청 잠에 겨운 톤으로 통화 좀 하다가 잠들듯 2. 엽떡 사이드? 정석은 튀김이랑 순대인데 왠지 둘다 안 좋아할거 같지 웨지감자나 해시브라운, 튀김옷 아주 얇게 입힌 튀김(야채나 파래김이나 오이고추, 샐러리 같은거), 조각 작게 낸 고구마맛탕, 설탕을 적게 두른 식빵 러스크? 담백하고 달달한 걸로 곁들일 듯? 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우 멘탈이 좀이라도 멀쩡했으면 한대 쳤겠는데... 아마 때리진 못 하고 옷깃만 꽉 쥐고서 한참 노려볼 듯 심해나락눈 하고서 빤히 보다가 "...오빠는, 선생님을, 믿었는데." 하고 스륵 물러나서 서휘가 갈구는거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지켜볼듯 좁은 의자에 웅크려서 산발머리 사이로 눈만 빼놓고 빠아아아안히-
>>565 아 연중 (PTSD)(아찔) ㅋㅋㅋㅋㅋㅋㅋㅋ 크으윽 이건 젠장 반박할 수가 없어 저거 사람 맞냐니 K씨 말이 좀 심...하지 않?나 그치만 이시미인걸 승천 직전인걸 K씨한테 고개 박으면서도 혜우 감싸는 건 풀지 않을테니 더 미치고 팔짝 뛰려나 히히히 그 와중에 쿵쾅대면 한마디 한다 "K씨- 빡치는 건 알겠는데 부수는 건 나가서 해주라? 여기 일단 내 거처거든-" 집은 소중하지 그렇고 말고
거기서 말을 딱 끝낸 후에 철준은 서연이 보여주는 화면을 확인했다. 이어 그는 다 봤다는 듯이 핸드폰을 치우라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그와는 별개로 대체 이 애는 뭐하는 녀석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그걸 왜 이 녀석이 조사하고 있단 말인가. 에어버스터가 시켰나? 아닌데. 그놈이 이런 것을 시킬 녀석이 아닌데. 지가 굴렀으면 굴렀지. 그렇게 생각하며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그는 서연을 빤히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조금의 상냥함도 녹아있지 않았다.
"못 막지. 그리고 헌터는 윗대가리들이 명령을 내려야 움직이는 조직이야. 윗대가리들이 말을 하기 전에는 딱히 그런 것까지 대비하진 않아. ...일단은 특수부대니까 말이야."
특수부대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는 듯, 철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조금 짜증나긴 하지만 군조직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자기 멋대로 움직였다간 바로 쿠데타로 몰릴 수 있는만큼, 적어도 헌터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딱히 대비한 것이 없었다. 물론 기본적인 훈련이야 하긴 하겠지만... 2학구에서의 사태도 끼이지 말라고 했기에 헌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보냐. 애새끼가 왜 벌써부터 공부를 놓아. 너 뭐 돼? 레벨5야? 퍼스트클래스야? 일 안하고 먹고 살 자신 있어?"
참으로 한심하다는 듯, 그는 작게 숨을 하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머리를 북북 긁었고, 그녀를 빤히 노려보듯 바라봤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그녀에게 말했다.
"이런 거 조사할 시간에 공부나 해.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요즘은 공부를 안해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학력은 따라줘야 뭐라도 할 수 있는 거야. 알아들었으면 꺼져."
말 그대로 이런 거 조사하지 말고, 학생의 본분이나 다하라는 듯이 잔소리를 하면서 그는 작게 혀를 찼다. 그리고 한숨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귀찮아서 매번 처분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 있었는데... 야. 애새끼. 내가 학교 다닐 때 쓰던 참고서나 가져가서 쓸 생각 있냐? 어차피 난 졸업한지 꽤 되었고, 바빠서 처분도 못하고 있었으니 필요하면 네놈이 가져가."
>>57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같이 고통스러워하자 혜우주야 낄낄 하지만 K는 말에 필터링이 없는걸 직설적인걸 근데 사람맞냐는 건 좀 심하긴 했어 (K때림) 차마 이혜성이 침대에 누워서 기력 채우고 있어서 날뛰지는 못하고 발만 쿵쾅쿵쾅 구를 K가 눈에 그려지는구나. 즐겁다 히히
>>583 일단 치외법권이 아니라는 말 들으면 이혜성(캡틴폼)은 스트레인지는 일반적인 법치국가의 법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할 것 같긴 한데 길어질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끊도록 할게. 참고로 캡틴폼 이혜성은 일부러 생각이나 그런걸 스트레인지식으로 하려고 부던히 노력하는 중이다보니 괴리감이 있을 수도 있음.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것 정도<< 이거에서 이혜성 살짝 긁혔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잘 몰루? 이 대화 정사로 넣은 뒤에 뒤 상황은 타이밍 맞을 때 풀어볼까?
갑자기 대화로 썰 핑퐁하게 되서 상황 파악이 잘 안됐다보니 오류가 좀 있을 수도 있고 나중에 바뀔 가능성도 높다........오너가 기억력 빠가에요 흑
태오는 눈을 반쯤 뒤집어 까고 숨을 색색대며 몰아쉬고 있었다. 손가락이 자기도 모르게 몇 번이고 튕기듯 움찔거리고, 이따금 크게 경련하는 몸은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커리큘럼 윤리 프로그램, 말이 좋아 윤리적이고 상호합의를 배우는 교화 프로그램이지, 인첨공에서는 연구원 하나에게 잘못 걸리면 예절을 주입해야 한다며 붙들려 온갖 실험과 고문에 가까운 커리큘럼, 고통의 연속이었다. 태오는 애써 혼몽한 정신을 잡고자 했다. 거꾸로 열을 셌고, 짝수를 셈했으며, 가장 끔찍하던 순간을 생각했지만 잘 가늠이 안 된다. 태오는 고개를 푹 숙이며 흐, 하고 구슬진 식은땀을 이마에서 뚝뚝 쏟아냈다. 시원은 그러든 말든 다음엔 뭘 할지 고민하듯 새로운 휴대용 의료기기를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는 메스와 의료 도구라 볼 수 없는 공구가 가득 담긴 트레이를 뒤적거렸다.
"누군가는 상호합의를 통해 건전한 커리큘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너를 달래고, 정상적인 교육을 이수하거나, 시간만 보내게 하거나 여러 일을 하겠지마안, 나는 역시 네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이번엔 이게 좋겠다. 시원은 말갛게 웃으며 아이스픽을 쥐었다. 태오는 독기 서린 눈으로 시원을 쏘아보았지만, 의자에서 튀어나온 철제 수갑은 팔과 다리, 목을 봉쇄해 몸을 제압한지 오래였다.
"연구원의 말에 고분고분 따랐으면 이런 일도 안 벌어졌을 텐데." - 아쉽다, 아쉽다. 역시 데려오고 싶어. "지랄…… 마시지요." "못된 말은 맴매야. 그런데 너, 계속 생각하는 건데에……."
"너, 혀에 피어싱 있었지. 하나 더 뚫자." "하……?" "아 해봐, 아-" "읍-" "어라, 농담이야, 농담. 네 축축하고 불결한 해면체를 만지고 싶은 생각은 없거드은……. 그저 익숙해서 그래. 분명, 이런 눈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7년 전이었나? 태오는 손등에 닿는 첨예한 감각에 힘줄이 돋아날 만큼 주먹을 꽉 쥐었다.
"뭐, 어찌 되었든…… 이시미야. 손에 힘 빼. 주먹쥐면 뼈 으스러져." "잠깐, 잠깐-" "교육에 잠깐이 어딨어. 파나케이아에게 감사하도록 해, 걔 덕분에 이 정도는 쉽게 나으니까아." "잠-!!"
>>588 깔깔깔 헷취!!!!(재채기) 그치 장점이자 단점이고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고 고칠생각도 없고(중요함) 아니 어이없네 진짜 U씨 취향 이상해요; 그건 맞아. 이혜성 이미 깼는데 졸리고 그래서 눈 감고 자는 척하고 있다가 눈 뜨고 그래서 부숴져요? 한마디 한 뒤 담배 찾아서 뭄
잠시 무더기로 온 서류를 뒤적이던 안경은 고개를 절래절래했다. 그 와중에 철모의 목소리가 잡힌다.
"일단 경호를 위해 있던 안티스킬 측까지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것 같습니다!" "안티스킬까지요?" "네!" <파워슈트를 그렇게 찼는데..?!>
파란색 스카프도 혼란스러운지 말 끝을 흐렸다.
"일단 들어갈 길은.. 아! 한군데 찾아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리얼리티 계열 능력자가 통로를 만들었군요!!" "통신은 괜찮을까요?" "트럭에 수백미터 길이의 선을 연결해놨기 때문에 송출은 가능합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몸 조심하세요!>
잠시간의 침묵 후 철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현장에 도착한 철모입니다! 안티스킬이 현장에서 빠져나가고 있군요!!" "네? 아 잠깐만요! 2학구에서도 리버티로 보이는 인물이 난동을 부리고 있답니다!" <아니 2학구에서도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단 내부 상황을 계속해서 말하자면.. 아, 수정벽이 무너지고 빨간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과 파란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내가 지금.. 헛걸 보는 게 아니지? 철모야..!" "아 빨간 스카프...!"
스튜디오가 다시금 웅성거렸다.
-살아있던건가! -다행이다...
빨간 스카프는 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겼다구.. 파워드 슈트를 빨간 머리가 여러대 움직이고.. 그 싸움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그 싸움이요?" "디스트로이어와 리버티, 모카고 저지먼트가 싸우는 거 말야! 거기에 물을 봐선 웨이버까지... 하아..." "일단, 이곳을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일 것 같습니다!"
"네, 두분 다 안전히 빠져나오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우리도, 도와야하지 않을까?> "...확실히, 그렇겠죠. 오늘자 모카고 썰전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루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는 늘 차가 따라붙곤 하였으며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근사한 티타임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으나, 적어도 다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너와의 티타임에는 항상 단것이라곤 없었다. 단지 찻잔 속에 담긴 미적지근한 쓴 음료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 "우리 연구소에, 결혼 예정자가 있었어. 내년에 화려한, 그러나 자신보단 더 아름답진 않은 꽃들에 둘러싸일 수 있었던." "리버티에 의한, 첫 번째 희생자였지. 연구소에서 불 타 죽었어. 연인과 함께."
김 선생의 납골당에는 차마 가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가끔씩, 떠오르곤 하는. 두 구의 시체는 각각 다른 유골함에 넣어졌을까? 그럼 끝끝내 하나가 된 은반지는? 죽음도 두 사람을 갈라 놓을 순 없는데.
"그걸로 끝이었다면, 슬픈 이야기 중 하나로 기억될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오빠는 7번째였어." "그 사이에 연구소에선 안티스킬에게 5번의 순찰 강화 요청을 했었지."
제발, 부탁드립니다... 2주 사이에 연구소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만 무려 5건입니다! 간절한 성토... 인첨공 전역에 방송된 영상. 그 이후로 습격당하지 않은 연구소가 있었을까? 없었을 것이다. 그 모든 움직임을 안티스킬이 따라갈 수도. 그러니 끝끝내 한 번의 순찰도 없었다. 있었다고 하더라도 3, 4학구의 연구소보다는 2학구의 연구소가 우선이었을 것이다. 여긴 인첨공이니까.
"...오빠를 죽인 범인을 못 잡은 건 이해할 수 있어. 오빤 죽어가면서도 신음 소리 한 번 못 냈을 테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직도 부정하고 싶지만... 알고 있었다. ーー를 위하여, 너의 뇌는 타버리고 녹아내렸으며 곤죽이 된 지 오래라는 것을. 우리 사이에 대화도 없었던 것은 사실 하지 못했음을.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신뢰가 생기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대화하고 있는 거고."
" 싸움 나면 당연히 숨죠!! 나서 봤자 구멍인걸요. " " 능력이 조사라 이거라도 안 하면 밥값 못 해요. "
대꾸하면서도 깜짝 놀란 서연이었다. 이걸 한 번 보고 외워? 아, 하긴 제품명이랑 판매처 이름만 외우면 되려나? 알아서 하겠지. 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니 수박씨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쪽을 빤히 쏘아본다. 표정은 저렇게 사납고 띠꺼운 티도 역력하지만 나오는 말은...
역시나 성실하다. 그 내용이 실망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그래도 실망스러우니 볼멘소리는 나온다.
" 어른들의 일이라셔서 말씀드렸는데 대비 못한다시면 말씀드린 보람이 없는데요;;;;;;;;; " " 고딩 혼자 망상한 거라 못 미더워서 이러세요? " " 그런 게 아니면 관계자 중에 아는 분께라도 전해 주실 순 없나요? "
툴툴거리다가 반격당했다. 나 뭐 안 돼요. 레벨 5도 아니에요. 퍼클은 더더욱 아니에요. 근데...
" 일은 지금도 하고 있어요. 커리큘럼도 하고 있고, 알바도 두 군데 하고 있어요. "
저 한숨 저거, 나 한심하게 보는 거지?! 머리를 북북 긁고 질린다는 듯 내려다보는 수박씨를 빤히 마주보았다. 나도 노려볼 줄 안다, 뭐!!!!!
" 저도 속 편하게 커리큘럼이랑 알바만 하고 싶네요! 근데 수박씨도 아시다시피 리버티가 언제 설칠지 모르잖아요!! 학교도, 연구소도, 편의점도 언제 습격할지 모르잖아요!!! 재수없으면 다치고 돈 날리고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게 무서우니까 대비라도 해 보려고 그래요!!! "
하면서도 참고서 얘기에는 살짝 솔깃한다. 공부를 할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대학을 가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선배 생각하면, 이대로 공부에서 아예 손 떼도 되나 망설여지는 건 사실이니. 아무리 못해도 헌책방에 내다 팔면 푼돈이라도 생기겠지. 아니, 디스트로이어가 학창 시절 봤던 참고서라고 경매 같은 걸 붙일 수 있을지도. 잠시만, 이거 괜찮은데???
...라지만 공짜야? 그럼 상도덕에 안 맞는데??
" 공짜로 주신다고요? 헌책방에 파셔도 되지 않아요? 일부러 챙겨 주신다니 감사한데요, 받기만 하는 건 그, 사람 도리도 장사꾼 도리도 아니래요. 당장은 답례 드릴 수 있는 것도 없고요. "
" 그거도 그거지만... 제가 수박씨 참고서 받아다가 막 인첨공 3위가 공부하던 책이다!!! 식으로 팔아치우면 수박씨는 헛인심 쓴 거잖아요. 그런 거 걱정 안 되세요? "
뭐야? 대답이 꽤나 간단하네. 평소라면 나는 다친데 없냐 뭐냐 잔소리를 했을 것 같은데. 오늘 기분이 좀 안좋기라도 한가보다- 라며 대충 넘기려 했다. 도착한 사람이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인걸 알아차리자,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 ......으윽. "
병원, 병원? 썩을. 공포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안된다. 지금 여기서 겁먹은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앞의 상대가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는데 약점을 드러낼 수야 없다. 참아, 참아라...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뒤의 남성이 상황을 중재했다.
' ......나는, 환자가, 아니야. ' " 귀찮은 말투가 참 믿음이 가네. "
속으로 공포를 삼켜내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꺼낸다. 반쯤은 농담이었지만, 반은 진담이었다. 적어도 저 가벼운 말투의 여자보다는 믿음이 가는 사람이다. 명함까지 찔러준걸 보면 뭐.... 일단은 믿는 수 밖에 없나. 친구에겐 올 필요 없을거라고 연락을 넣은 동월은 고개를 끄덕인다.
" 일어나면 아까처럼 이마에 딱밤좀 날려줘요. "
고생시켰으면 그정도는 감수해야지. 지혁쪽이.
아무튼 지혁이 차에 실리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쉰 동월은, 여성의 말에 눈이 크게 뜨일 수 밖에 없었다.
" 뭐.... 당신이 그걸 어떻게... "
괴이. 생판 남에게서 듣는건 거의 처음이라고 봐도 좋았다. 뜬소문으로라도 존재해서는 안되는 이름, 괴이. 지금껏 구조한 실종자들은 모두 철저하진 않아도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더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샌거지.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또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 ...영화관? "
캣박스 스튜디오 말고 영화관 같은 괴이가 있었던가? 일단 지금 기록된거에는 없는데... 그건 둘째치고, 사망률이 100%랜다.
"...야. 내가 너에게 뭐 부탁받으면 해줘야 하는 그런 이냐? 왜 나에게 불평질이야. 나중에 크리에이터에게 연락이라도 넣을테니까 작작 요구해. 그리고 왜 나에게 따져! 내가 저질렀어?! 3학구 안전은 에어버스터에게 가서 지켜달라고 얘기해! 왜 나에게 난리야! 애초에 3학구는 습격받은 적도 없잖아!"
거기만큼 안전한 곳이 또 어딨어! 그렇게 따지듯 철준은 언성을 높였다. 공부에 집중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돌아올 것은 그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기 세네. 이 자식.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크게 혀를 찼다. 여러모로 이런 말싸움이나 하는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편 그녀가 참고서에 관심을 가지자 그는 호오... 소리를 내며 마찬가지로 관심을 보였다. 드디어 집에 있는 그 처분 못하고 있던 것을 처분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그도 조금 신이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답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표정을 찡그렸다.
"너는 필요없는 쓰레기를 주면서도 답례까지 받아가는 심보를 가진 녀석이냐? 하. 에어버스터가 교육을 잘못했네. 이거. 잘 들어. 네 녀석이 무슨 답례를 주더라도 내가 한 달에 받는 돈의 일부조차 되지 못 해. 그러니까 답례니 뭐니 그런 것에 쓸 돈이 있으면 맛있는 거나 사 먹어. 애새끼가 무슨 장사꾼 도리가 어쩌고야. 내가 지금 너하고 돈거래 하는 줄 알아? 네 녀석에게 돈을 받을 생각 없어. 다시 말하지만 그딴 것에 돈을 낭비하지 말고 맛있는 거나 사먹어. 3학구에 맛있는 식당 많잖아. 뭐? 팔아넘겨? 알게 뭐야. 네 마음대로 해. 나에겐 필요없는 물건이니까."
팔던지, 말던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그는 고개를 무관심한 표정과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정말로 자신에겐 필요없기에 이번 기회에 처분할 생각인 듯 보였다. 그러다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그는 이어 이야기했다.
"하지만 네 녀석. 아무리 생각해도 참고서들을 가지고 돌아갈 정도의 체력은 없어보이는데. 하. 야.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부실로 택배 보내줄테니까 받을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말해."
>>578 "그 아이는 널 믿었는데, 왜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했는지 들어나 보자." - 아니야. 배신한 게 아니야. "그럼 뭔데. 왜 데 마레에 남아서 그 사달을 내." - ……연락이 온 줄, 몰랐어. 2학구에서 그런 일이 벌어져서 계속 비상 대책 회의에 소집된 것도 있지만, 자진해서 남은 이유는, 그러니까. "그러니까?" - 가엾다고 생각했어. "자세히 설명해봐." - 가여운 학생들이라고 생각했어. 그 학생들도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했다고……. 그리고, 그,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고통받는 학생들이 있으니까, 그 학생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자고 생각했을 뿐이야.
저 빌어먹을 양심과 사명. 올곧게 자라 제 형이 바라는대로 대성한 모습이지만 이곳은 인첨공이다. 서휘는 그 사실을 알고 착잡한 눈으로 한결을 쳐다봤고, 한결은 더듬거리며 제 뜻을 계속 전했다.
- 그리고... "그리고." - 그 상황에서 소장님의 의심을 거두고 신임을 얻으면 태오를 조금 더 안심시킬 수 있을 것 같았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소장님이, 태오에게 사적인 감정을 품지 말라고, 이곳에서 보호자의 관계일 뿐이지 더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윤 선생과 똑같은 짓을 하지 말라면서 근신을 내린 적이 있어서. 그래서 신임을 얻으면 태오에게 다가가도 내가 윤 선생처럼 나쁜 뜻을 품고 다가가는 사람은 아니겠구나를 믿어줄 것 같아서…… 그랬는데, 그렇게 될 줄은. 내가, 내가…….
한결은 얼굴을 더듬거리다 덮어 가렸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더니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도저히 모르겠어…. 태오가 그런 짓을 했을 때 그 아이가 그만큼 몰렸다는 걸 잊고 있던 내가 어리석었지, 그런데, 그 아이가 그만큼 나를 봐준다는 거잖아, 나를 그만큼 생각했단 거잖아……. "한결아." - 그 애가 품으로 쓰러질 때 무슨 생각을 했는 줄 알아? 어째서? 내가 아니라 너를, 왜? 아, 씨*. 리버티의 협박을 듣자마자 찾아가서 가둬버렸어야 했는데. 숨었어야 했는데, 차라리 그랬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리버티고 소장이고 죄다 거슬리게……. 보는 눈만 없었더라면 아마, 아마...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은 경악이 아니었어, 욕구였지, 난, 난-! "백한결." - 이젠 아버지를 넘어선 것 같아. 그토록 닮기 싫었는데 그 사람보다 더한 것 같아!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서 감정을 수습할 수도 없는데, 그 사달까지 났어. 나 때문에!! 내가 그때 입을 벌릴 수 없어서, 바로 탈출하지도 못해서, 내가 힘이 없어서…… 이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서한양은 분명 저지먼트가 안전하게 느껴진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하지만 들려온 대답으로는 그녀의 자세한 과거사였다. 리버티의 첫 번째 희생자는 승아의 연구소에 있던 약혼 예정인 연구원.. 그 다음 7번째 희생자는 승아의 오빠. 안티스킬에게 다섯 번의 순찰 강화를 요청했지만 반려를 당한 듯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은 아니었어. 각 학구마다 배치된 안티스킬이 있는 걸. 적어도 안티스킬 3학구지부의 병력으로는 불가능했던 일인 거야? 그 자원들로도 연구소들을 다 지키기에는..부족했던 것이냐고.
안티스킬에게 계속 된 순찰강화의 거절을 겪었다면, 안티스킬은 그다지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느껴졌을 것이고.. 오히려 그 휘하의 조직인 저지먼트에게 시선이 갔을라나. 하긴,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저지먼트와 리버티의 싸움.. 그거 내가 다 퍼뜨린 거니깐.
그렇게 승아의 말이 끝난 후에 한양은 입을 열기 시작한다.
" 오빠의 죽음 이후, 리버티에 대한 복수심이나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어? "
" 그렇다면.. 지금 이 대화를 통해 너의 신뢰를 얻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네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어? "
>>632 이걸 납득하면 안되는데 납득이 되는 슬픈 기분(??) 왜 서울 출신이라니까 쉽게 납득하는건데 이사람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 감고 있는 거보고 포키 한봉지 뚝딱 해치우고 이혜성 침대에서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좀 재우라고 한 뒤에 밖으로 나가지 않을까. 그 정신에도 주변은 살피는 이혜성(19세/캡틴이자 저지먼트)
" 뱅크 연구소는 2학군데요;;; 뉴트로미니컬 에너지도 2학구에서 연구하는 거고요;;;; 리버티가 어쩔지 모르겠으니 그 둘을 주시해 달란 건데요. 수박씨 여기 사시는 거 아니에요? 옷이 사복인데. 3학구 안전이 부장 몫이면 2학구 안전은 수박씨 몫이겠네요~ "
여전히 무섭지만, 수박씨는 이제까지보다 더더더 탐탁찮은 기색이지만, 똑같이 투덜거렸다. 다 해 줄 것처럼 어른 행세 하다가 이런 식으로 발 빼는 건 졸렬하다구!!!!
수박씨의 투덜거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마디로 어린애하고 거래 따위 안 한다, 받을 테면 받고 말 테면 말아라, 인가? 팔거나 말거나도 상관 않겠다니;;;;;; 이만하면 날로 먹는다는 양심통은 내려놓아도 되려나? 그래도... 이대론 께름칙한데.
" 맛있는 거 뭐요? 먹거리나 식당 추천해 주실래요? "
저 여기 온 지 반 년도 안 됐다고요~~~ 라고 덧붙이면서 짐짓 수박씨의 음식 취향을 알아보려는 서연이었다. 수박씨는 성인에다 퍼클. 당연히 경제력으론 내가 쨉도 안되지만, 작게나마 답례를 해야 발 뻗고 잘 거 같아서였다. 택배로 부쳐 주겠다는 제안을 하니 더더욱. 어쨌거나 준다는 건 감사히...!!
프로퍼티 매니퓰레이션(Property Manipulation) 애드히전 인듀스먼트(Adhesion Inducement) 물체에 점성을 부여하는 능력으로, 점성의 강도는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 그건 즉 능력을 반대 방향으로 사용하여 물체에서 점성을 제거할 수도 있다는 뜻. 발바닥에 점성을 부여하여 천장이나 벽을 타고 걸어다닌다거나, 겉보기에는 평범한 방바닥을 개미지옥으로 만들어 버린다거나. 점성을 부여할 물체에는 직접 신체접촉이 필요하다.
프로퍼티 매니퓰레이션은 사물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타입의 초능력의 집합이다. ~ 매니퓰레이션 타입의 대능력 답게 범능력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애드히전 인듀스먼트는 물체에 점성을 부여하는 능력으로, 점성의 강도는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 그건 즉 능력을 반대 방향으로 사용하여 물체에서 점성을 제거할 수도 있다는 뜻. 사용하기에 따라 응용성이 매우 높다.
그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그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언성을 높였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습격당할까봐 무섭다면 당연히 3학구 이야기이고, 3학구의 안전은 에어버스터가 어떻게 해야 할 일이었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은 특수부대를 이끄는 대장이었기 때문에 특정 학구만을 위해서 움직일 순 없기도 했고, 명령이 없으면 부대를 출동시킬 수도 없었다.
"네가 알아서 찾아. 달콤한 거 좋아하면 3학구에 있는 '아이러브 스위티'라는 카페에 가보던가. 부하 녀석이 거기 케이크가 엄청 달콤하고 맛이 좋다고 하던데, 난 안 먹어봐서 모르니까 나에게 맛이 어떤지 묻지 말고. 너희 또래는 그런 거 좋아하잖아."
서연의 마음은 모르는채 철준은 대충 달콤한 것을 파는 카페를 그녀에게 추천하듯 이야기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왜 이런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이 녀석과 대화를 하니까 자꾸 페이스가 이상해지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잠시 그녀를 빤히 노려보듯 바라봤다.
"착불? 꺼져. 그런 거 귀찮아서 안 해."
내가 알아서 낼 거니까 그딴거 신경쓰지 말고 받기나 해.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는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그리고 아직 주인이 오지 않는 고양이 밥그릇을 바라보면서 그는 작게 혀를 찼다.
"그래서 또 뭐 더 할 말 있냐? 그리고 말해두는데 애새끼들이 위험한 자리에 계속 끼이는 거 아니야. ...뭐, 세상이 흉흉하다지만 그런 흉흉한 세상 속에서도 학생들은 공부하고 학교 생활 보내고 연애하고 청춘을 즐기는 것이 맞아. ...뭐, 이렇게 말해도 네 녀석들은 말 안 듣고 또 현장에 끼어들어서 위험한 짓이나 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663 아이 어디가서 이런 취향 안 꺼내주는데 나 (주섬) 이거 귀한데 이미 한 번 스택 터졌으니까 차라리 풀라고 하면서 격리시키는 거지~ 이미 터져서 리셋된 애 격리(라고 쓰고 감금) 되었으니 점차 불안해져선 스택 차오르더니 홀로 방에서 족쇄 절그럭절그럭 풀어내려던 손길 점차 다급해지고 혼자 남은 건 아닌가 싶어서 더 불안해지고 지랄수처럼 악지르던 거 기운 빠져선 누구라도 좋으니까 보고싶고 형님 선생님 웅얼거리다 들어오면 아묻따 옷깃 잡으면서 왜 나 버리려고 해 멘헤라 폭발 허겁지겁 안으면서 싫어 두고가지마 나 두고가면 죽을거야 징징
복수라는 단어에 길고도 짧았던 공상은 도륙 내지 고 형편없이 바닥으로 내던져진다. 아아... 그녀는 그제야 설탕은 있으나 네가 없는 티타임으로 돌아온다. 종이컵에 담긴 율무차는 아직 하나의 온기도 놓치지 않았다. 앞에 있는 누군가의 부드러움 속에 단단히 자리한 단호함처럼.
"..."
아무 일도 없었다면, 우리는 졸업식날 근사한 가족사진 하나쯤은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대화는 나눌 수 없었겠지만 레벨 0은 엄두도 못 낼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자그마한 공연장 앞에 놓인 피아노 앞에 앉아 다장조로 'Home Sweet Home'을 장난스럽게 부를 수 있었겠지.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복수심? 당연하지."
그리하여 잠깐의 침묵 끝에 나온 말은 올곧은 긍정이다. 리버티의 자유를 찾기 위한 반역 중에 나는 내 유일한 혈육을 잃었다. 내 세상의 전부를, 잃었다... 그러니 나는 너희들이 목이 터져라 부르짖는 자유를 찾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 인첨공이라는 거대한 지옥의 밑바닥에서 끝나지 않을 치욕을 곱씹으며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게 만들 것이다.
"리버티에 그깟 복수심 하나 가졌다고 해서 누가 나에게 뭐라 할 수 있겠어. 이건 내 의무인데." "안티스킬은 이미 제 기능을 잃었어. 우리 연구소에서만 무려 7명의 연구원이 학생에게 살해당했는데ー 단 한 번의 순찰도 이루어지지 않았지. 그러니 어찌 범인이 잡힐 수 있었겠니. 이리 시스템이 박살 나 사람들이 정의라고 일컫는 공적인 복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개인이 행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그러나 그리하여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요치 않다. 그래, 중요치 않아... 승아는 청자를 피해 시선을 내리깔았다. 따뜻한 율무차를 그제야 한 모금 입안에 머금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는... 그들에게 복수할 수 있을 때까지 내 삶이 이어지길 바라. 그게 다야... 모든 것을 다 이루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어."
마치 지난날의 악몽처럼, 내 사람이 아닌 하나의 심벌로만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고 해도.
"...그리고, 이제 신뢰가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저지먼트가 되겠지. 그렇지 않아?"
그리하여 저지먼트에 굴러들어 온 것은 하나의 고장 난 시한폭탄이다... 누군가의 손에 들릴지 모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당신은 망가진 것을 신뢰할 수 있습니까? 소녀는 그리 물어본다. 그리 물어보고 있다.
당신 앞의 후배는 그런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을까. 당신을 향하여 이렇게 구는 것은 감추지 못하는 당신만을 향한 마음이자, 욕망의 발현이다. 웃을 때마다 긴 눈꼬리가 처지는 하얀 얼굴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보이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첫사랑. 그 단어의 뒤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들끓고 있는가. 당신 앞에서 맹새한, 이 계약 같은 관계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운 단어라. 금은 흐려지는 당신의 뒷말에 "건전하고 올바른.." 하며 따라 작게 중얼거리다, 따라 다문다. 말 채 끝내지 못하고 흐려진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입었을 옷들에, 빈 어항 같은 잡동사니밖에 없을 거라 중요한 건 아니지만은.... 예. 그러겠습니다."
어쩌면 당신 말처럼, 다시 나가지 못할 이 인첨공에서 밖을 그리워할 날이 올 수도 있을지 모르는 것일테니. 제 짐을 정리 못한 것으로 괜히 당신이 신경쓰게 만들었을까. 금은 잠깐 곁눈질로 박스들을 본다. 이내 당신이 자신이 내민 케이크를 받아먹는다면, 금은 다정한 미소를 지은 채 당신을 본다. 금 또한 내밀어진 케이크 한 조각을 받아 먹었으니. 퍼지는 달콤한 맛에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간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말한다.
"응. 맛있네요."
다시 턱 괴며, 지긋이 당신을 본다. 느리게 케이크를 잘라 먹으며 당신 또한 달콤함을 즐길 것을 지켜보던 금은 문득 무언가 생각난듯. 잠깐 포크를 내려놓고선 당신을 부른다.
" 나는 리버티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 해달라고 했지, 너의 복수심의 정당성을 증명하라고 한 적이 없어. "
한양은 옅은 눈웃음을 지으며 서랍을 열어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 이어진 것은 승아의 복수심에 대한 날선 비판? 아니면 많이 힘들었겠다는 위로? 아니었다. 그는 그저 저지먼트의 규정집을 보여주고 있었다.
" 승아야. 너 여기 가입하면서 이거는 읽어본 적 있어? 여기에 뭐라고 써있지? 저지먼트는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이렇게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지? "
한양은 규정집을 덮고는 나긋나긋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 승아야, 네가 겪은 일들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어. 네 감정을 이해하고, 그 슬픔과 분노도 이해하지. 하지만 우리가 이 자리에서 해결해야 할 것은 개인적인 복수가 아니야. "
" 저지먼트는 규정집에 명시되어 있듯이,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해. 우리는 개인적인 원한을 해결하는 조직이 아니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법과 규율을 따르는 것이지,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
차가운 보리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누 말을 이어간다.
" 네가 안티스킬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건 이해하지만, 저지먼트는 네 복수를 돕기 위한 조직이 아니야. 우리는 서로를 믿고 협력해야 해. "
" 우리 모두가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네가 저지먼트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 네 개인적인 복수심을 내려놓고 우리의 규율을 따를 수 있어야 해. 너는 우리가 필요해서 들어왔겠지만.. 솔직히 우리는 너의 복수심은 그렇게 필요하게 여기지는 않거든. "
말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이번에는 규정에 대한 얘기가 아닌, 현재 한양을 대하는 태도의 지적.
" 그리고 아까부터 느꼈지만, 태도에 너무 날이 섰다고 느껴지네. 도움이 필요해서 우리에게 온 게 아니니? 아무리 개인의 감정표출이 더 자유로운 시대라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에게 이런 태도는 조금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너의 복수심과 예민해진 감정은 이해하다만 그게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아까부터 너의 태도가 거슬렸지만, 내가 계속 너를 부드럽게 대하고 있지 않니? 못 느꼈다면 유감이지만 말이야. 뭐, 부부장에 레벨 5라도 내 감정이 태도가 되어 주변인을 대할 권리는 없지만 말이야..하하..게다가 너의 주변인을 죽인 건 리버티지, 내가 아니잖니? 왜 가해자도 아닌 내가 아직 아무런 말도 안 했는데 이런 대우를 받아야 되는지 나는 이해가 안 가네. 승아야. 너가 계속 이러면 무고하게 돌아가신 너의 주변인들만 욕되게 만드는 거야. 예민해진 감정은 이해한다만, 우리 같이 협력하기 위해서는 상호존중은 필수 아닐까? 승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
한양은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 마지막으로 묻겠어. 네가 저지먼트의 규율을 따르고,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데 집중할 수 있겠니? 우리 조직을 통해서 개인적인 복수를 이룰 거면 탈퇴를 권하고 싶은데 말이야- 아, 물론 탈퇴한 뒤의 너의 개인적인 복수는 우리가 감히 개입할 수가 없지. 우리 꽤나 바쁘거든. 너가 나가도 리버티에게 위험에 처하면 우리는 기꺼이 구하러 갈 것이고 말이야. 너도 결국 선량한 시민이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지키는 조직이니깐. "
이런 난리통에, 그것도 동료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는 와중에 저렇게 해맑게 웃는건 미친 놈들이나 하는 짓이다. 그러니 저 인원은 미친 것이고, 미치게 한 원인은 조각상이다. 미쳤군.
무죄, 무죄다! 나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인정받은거야! 정의의 여신에게! 겨우 십수년을 살면서 드디어 인생의 빛을 보았다. 이건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 나는 사실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거지. 지금 내 뒤에 멍청하게 서있는 쓰레기들보다야 훨씬 잘 될 운명이었던거다. 비록 현세에서는 좋은 인생을 살았다곤 할 수 없지만, 그런게 중요하랴. 나의 후생이 보장되었다. 이제 현세따윈 아무래도 좋은...
음, 아니지. 아니야. 모처럼 정의의 여신에게 인정을 받았는데. 이렇게 모든걸 놓아버릴 수는 없다. 이렇게 된거, 여생을 선행을 쌓는 데에 집중하도록 하자. 세상은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한 사람의 선인으로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자 이거야.
그렇다면 첫번째다. 지금 여기에 있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유죄 판정을 받은, 명확한 악인들이다. 그렇다면 선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악인의 처단. 그게 내 첫 번째 일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땅이 파이고, 하늘이 먼지로 물든다. 단 한 명. 사실상 그것이 자신의 능력으로 감화한 인간은 단 한명이었을테다. 그 한 번의 변화가, 단 한 사람이 모두를 흔들었다. 적이나 아군 따위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A와 B의 대립 중에 끼어든 C라는 제3자. 다만 그것이 '같은 곳에 소속된 동료' 였던 것일 뿐. 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결국 나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본부측 인명 피해는 불가피했다지만 민간인에 피해가 있어선 안됐으니까. 하지만 그 꼬라지에서 더 이상 무언가를 신경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감화'된 인간이 언제 이곳을 이탈해 민간인인 척 어딘가에 섞여들어가고, 그로인해 또다시 피해가 늘어나는 일은 사양이었다. 나는 지휘관이자, 이곳 최고의 능력자였고.... 내가 개입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토벌에 성공했다. 아직 '말소'의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여기저기 금이 가서 천천히 부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나는 천천히,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두 다리를 질질 끌며 그것의 앞으로 갔다.
"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변하신겁니까... "
과거의 그것은 찬란했었다. '그것'이라고 불리지도 않았으며, 지나가던 인간들과 살갑게 인사하는. 그런 존재였다.
" 당신은 인류의 구원자였는데... "
그것은 다만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알았다.
" 우리가, 우리의 추악함이 당신을 그렇게 만든 것입니까? "
어쩌면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랬듯이, 인간이 가장 큰 문제였을지도. 하지만...
[글쎼요.] [이제 그런건 아무 상관 없지 않나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반경 몇km 일대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나와 그것의 싸움을 보다못한 본부에서 핵을 투하했다. 이곳에 파견된 인원 중, 살아남은 것은 나와 그것 뿐이다.
" 하긴, 그렇네요. " " 끝까지 어리석은 자들... "
몸의 겉은 물론이고, 안까지 완전히 고장나버렸다. 더 이상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 그대로 풀썩 누워버렸다. 나는 눈동자만 조금 움직여, 아직 부숴지지 않은 그것을 올려다본다.
" .....나는, 어떻습니까? " [?] " 무죄입니까, 유죄입니까? " [....]
그것은 말없이 웃음친다. 그리고 균열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내리기 직전에, 한 마디를 내뱉는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 ...... "
묵직한 돌무더기들이 내 위로 떨어져내린다. 나는 그저 멍하니, 돌의 틈새로 옅게 보이는 달을 바라보았다.
>>766 후후 거기에 숨겨둔게 하나 더 있지요 과연 조각상은 정말 인간의 선악을 판별할 수 있었는가? 라는 질문을 남기기 위해 마지막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라는 말을 추가했습니다. 너희들이 정의라고 굳게 믿고있던 그 조각상은, 그저 조금 다르게 생겼을 뿐인 인간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죠!
과자가 똑, 하고 부러지는 소리는 한양의 말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런 소리 왜 필요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닌데.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은 행복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흔히 무지한 자들이라 비웃기 마련이지만... 현실을 깨달는다는 것은 깊은 슬픔만을 불러오는 법이니 그들을 무지하다는 단어가 아닌 감히 현자라 부르지 아니할 수 없지 않겠는가. 얌전히 눈을 감는다. 리셋한다. 그림자도 저지먼트로 리버티도 모른 채로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삶은 적어도 그때까지 그런 전제하에 계속되어야 하기에. 납득과 수긍은 그리하여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일. 저지먼트는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부부장님의 말씀대로 저의 복수심은 목화고의 저지먼트에 있어서 전혀 필요 없는 것이지요. 맞습니다."
그러나 결국 회색의 눈동자에는 빛 돌아오지 않고.
"저지먼트의 규율을 따를 수 있겠냐고 하셨지요. 물론입니다. 부부장님께서는 지난번 호출을 기억하시는지요. 수경이라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모두 같이 움직였을 때와 같이 저는 저지먼트로 활동하는 이상 주어진 작전을 절차에 맞게 수행하고, 그것을 위해 다른 부원들과 충분한 교류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나에게는 최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힐 수 있는 능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그러나 무엇을 걱정하는가. 모든 복수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데.
"...하지만 신뢰라는 것은 금방 생겨날 수 없는 것이지요. 만약 부부장님께서, 아니. 저지먼트의 모두가 제가 저지먼트 활동에 '사적인 감정'을 동원하지 않겠다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하고자 한다면, 저는 한치의 불쾌함 없이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situplay>1597047959>476 @리라주 악!!!! 이거 지금 봤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중으로 답 남겨 볼게요...
>>769 승아주 승아 언니가 리버티에 하려는 복수는 리버티의 목표를 철저히 좌절시키는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혜우가 situplay>1597047379>689에서 선언했던 내용이랑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하구요. 글고 승아 언니가 상정 갔을 때 모가지 부러질 뻔한 서연이 살려 준 것도 팩트!!! 889ㅁ899
서한양은 승아의 대답을 듣고 잠시 침묵을 지킨다. 그는 그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자신이 할 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서한양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연다.
" 승아야, 네가 저지먼트의 규율을 따르겠다는 결정을 내려줘서 고마워. 너의 분노와 슬픔을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너의 결단을 존중해. "
그리고 잠시 멈춰서 승아의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 네가 말한 대로, 신뢰는 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야. 우리 모두가 서로를 믿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거야. 하지만 너가 말한 '사적인 감정'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은 하지 않을 거야. 우리가 계속 감시한다고 해서, 너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일 수 있지는 않잖아..? 오히려 더욱 더 닫게 만들겠지. 다른 이는 몰라도, 나는 너 이제 귀찮게 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여기에 명시된 저지먼트의 목적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는지 생각해봐. 우리는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해. 그 목표를 위해 너도 진심으로 함께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보길 바래. 너가 스스로 해결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하거든. 우리의 압박이 아닌, 너 스스로를 통해서 진짜 저지먼트로 태어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저지먼트가 못 되겠다고 생각하면.. 아쉽지만 말이야. "
서한양은 안경을 벗고는, 손수건으로 안경을 닦으며 말하기 시작한다.
" 갑작스럽게 존댓말이 왜 나오나 했더니, 내가 말을 조금 세게 한 모양이구나. 단지 괜한 사람에게 날을 세우지 말라는 의미였는데, 존대까지 들을 정도의 존중을 받고 싶던 건 아니었어. "
그는 안경을 쓰고는, 다시 한 번 차가운 보리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이곳에서 정말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할 거야. 네가 우리를 신뢰하고, 우리도 너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어. "
서한양은 승아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 네가 저지먼트의 일원으로서 함께해줘서 고마워. 네가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래. 이걸로 면담은 끝. 자, 원하는대로 30분 안에 끝내줬지? 20분도 안 돼서 끝낸 것 같은데. "
" 저희 동네에서만 지내고 싶죠, 저도!! " " 근데 뉴트로미니컬 에너지 같은 게 리버티 손에 넘어가거나 뱅크 연구소 같은 데가 공격당하면 학구 가릴 거 없이 싸그리 수박되는 거 아니에요? 무섭다구요!!! "
원자력보다 100배나 쎄다는 에너지가 3학구는 피해가 줄게 그럴 리 없잖아;;;;; 뱅크 연구소도 잘은 몰라도 인첨공 전체의 안전이랑 엮인 시설 같고. 그거랑 별개로 오늘처럼 돌아다니는 게 영양가 없는 뻘짓인 건 잘 배웠다만...
그나저나 맛집 추천도 성실하다. 이런 얘길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인상을 팍팍 쓰며 머리를 긁는 게 무색하게. 아이러브 스위티? 새봄이네 가게만큼 맛있으려나? 근데 이걸론 수박씨 취향을 알기 어렵네. 단걸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정도?
" 이 동네선요? 종일 돌아다녀서 배고파요! 뭐라도 먹고 갈래요!! "
수박씨 맞춤형으론 2학구 가게를 찾는 게 좋겠지. 쿠폰으로 사야겠고. 거래는 안 해도 주는 건 받는 양반이니 빚진 기분 덜려면 이 편이 속 편하겠다.
그런 꿍꿍이를 품는데 역시나, 착불은 싫단다. 참고서를 택배로 부치는 게 만 배는 더 귀찮겠구만. 미성년자가 돈 쓰게 하긴 쪽팔리다는 걸까. 이거도 사람 같은 면, 어떻게 보면 어른 같은 면이다. 고딩들 뼈를 아작내고 도시 일부를 완전히 날려 버리려고까지 했던 괴물 같던 모습과 괴팍하나마 미성년자에 대한 배려가 엿보이는 모습의 괴리란... 인간이란 상황에 따라 이렇게나 달라지는 존재일까. 아무리 노답으로 보이더라도 어딘가엔 인간적인 면이 간직되어 있는 걸까. 길냥이를 기다리는 듯 사료 그릇을 내려다보는 수박씨를 보고 있자니 생각이 많아진다.
더 할 말 있냐는 물음에 제로 시리즈가 떠올라 흠칫했다. 어버버하는 사이 놀라운 말들이 마구 쏟아진다. 세상이 흉흉해도 학교에서 공부하란 얘기까진 흔한데, 연애? 고딩한테 연애하란 성인은 첨인데?? 그게 왜 여기서 나와??? 설마...... 그때 선배 고백이랑 내 고백 봤었나??!! 그럴 정신이 있었다고???? 대번에 얼굴이 시뻘게지고 만 서연이었다. 귓구멍과 목구멍도 뜨끈뜨끈했다.
에이, 설마. 봤다 쳐도 오만 사람 다 무시하는 저 수박씨가 그걸 기억하겠어? 역시나 우리가 말 안 듣고 위험한 짓이나 할 거라고 내씹는 거 보니 알고 말한 건 아니라
" ...... "
선류빈씨를 떠올렸을까. 고등학생일 적 친구였던 모양이니. 선류빈씨의 사망 경위를 전해야 하나 하는 충동이 일었으나 삼켰다. 어떤 사실을 알았다고 그 사실을 지껄일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닐 듯해서. 나보다야, 선류빈씨에 대해 조사해 온 리라가 훨씬 사려 깊게 전하겠지.
그렇게 넘기다 쓴웃음이 나왔다. 죽지 마라, 죽을 것 같은 고통과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생전 처음 불러온 장본인에게 걱정을 들으니 매우 괴상한 기분이다.
" 수박씨한테 그런 걱정 들으니까 기분 되게 이상해요. 수박씨 저희 싹 다 죽이려고 했었잖아요. 저 수박씨 알아보자마자 트라우마 도지는 줄 알았다고요;;;; 저희가 암만 위험한 현장에 간대도 수박씨만큼 위험한 상대는 드물걸요? 그 제로 시리즈라면 모를까. "
퍼클들의 능력을 본뜨되 인간과 달리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깡통. 오맨들씨가 검은 샹그릴라 실험도 마친 상황이니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 개중엔 수박씨의 능력을 본뜬 깡통도 있을지도 모르고. 그럼 갈수록 지금의 퍼클들은 말 안 들어서 귀찮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퍼클이 그렇게 여겨지면 나머지 능력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 왜, 있잖아요. 수박씨 같은 퍼클들의 능력을 본뜬 깡...어, 바이오로이드요. " " 바이오로이드의 초능력을 퍼클 수준으로 증폭시킨다는 샹그릴라도 봤다고요. " " 수박씨랑 똑같은 능력에 수박씨만큼 쎈 깡통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서 시비 걸지도 몰라요. 그럼 저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수박씨도 어지간히 빡셀 테니 어...;;;;; 조심하세요. "
리라에게 사격 못하는 사람도 쏠 수 있는 제압용 총과 사이코메트리 재생 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이튿날 아침. 리라가 다 만들었다고 연락을 주었다.
[ 벌써? ]> [ 무리한 거 아냐? ]> [ 암튼 고마워!!! 점심시간에 봐 >< ]>
오전 수업을 땡땡이 치고(이제 수업 땡땡이는 아주 예사다. 개근은 망한 거 최소 출석일수만 채우면 된다는 배짱이었다.) 다X소에서 슬라임 세트를 사다가 점심시간에 맞춰서 부실로 갔다. 번번이 신세지고 있어서 답례론 너무 하찮지만, 요즘 스트레스가 많을 리라한텐 나름 괜찮지 않을까 해서... 긴 해도 몸살엔 이거 쪼물거리는 게 오히려 안 좋나? 모르겠다.
암튼 부실로 갔더니 리라가 큰 쇼핑백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까진 좋은데...
" 리라야, 너 밤 샜어??? "
리라 엄청 피곤해 보인다;;;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했던 것도 그렇고 사이코메트리 재생 장치가 말처럼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나 보다. 이를 어째????;;;;;;;;;
" 미안... " " 이렇게 고생한 줄 알았으면 더 좋은 걸 고를걸 그랬다;;;; "
면목없지만 슬라임 세트라도 건네려는 서연이었다.
사이코메트리 재생이 그렇게 까다롭단 말이지? 문제의 장치를 노려보며 리라의 설명대로 관자놀이에 패치를 붙이고, 폰도 기기에다 연결했다. 아, 귀걸이 예쁘다. 이걸로 테스트를 해 보자는 거구나. 사이코메트리를 사용해 보니 해수욕장에 파도를 연상시키도록 장식된 무대가 세워져 있었다. 그 무대 위에 비눗방울이 잔뜩 흩날리며 여름햇살을 받아 무지갯빛으로 아롱지는 가운데, (이제는 살짝 낯설게까지 느껴지는) 까만 머리칼의 리라가 청량감 넘치면서도 세련된 무대 의상을 입고 노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리라의 귀엔 지금 사이코메트리 중인 귀걸이가 달랑거리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이미지가 보이는구나. Tropical Trap 수록곡. 이 노래도 좋았지. 아니, 잠시만. 이럴 때가 아닌데?
뒤늦게 사이코메트리를 종료하고 보니 기기 액정이 작살난 뒤였다.
" 헐;;;; "
입맛을 씁 다실 수밖에 없었다. 되기만 하면 좋은 기억들만 사이코메트리해다가 선배한테 선물해 보고 싶었는데. 리라 능력으로도 이건 안 되는구나.
" 으... 이럴 줄 알았으면 부탁 안 할걸. 괜히 너 고생만 하고;;; 미안, 고맙고. " " 총 잘 쓸게!! 이거면 다른 부원들 곤란할 때 시간 정도는 끌 수 있겠다. 고마워!!! >< "
"머, 원래는 잘 때 빼곤 누구든 부른다면 튀어나가긴 하지만서두... 까짓거 자다가두 깨서 찾아가져! 평범한 사이두 아니구 말임다!"
제 가슴께를 팡팡 두드리며 우쭐대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장난스럽게만 느껴질지 몰라도 그녀에게 있어선 진심이었으려나? 다만 자신은 무자비하다며 손을 들고선 지혁의 팔을 때리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선 마치 자신이 맞은 듯 비슷한 타이밍에 움찔거리는 그녀였다.
"무슨 느낌인지는 알거 같슴다~ 즈두 금쪽이 한둘쯤은 알구 있으니까여."
어째서 한둘인지는... 말하면 꿀밤을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린 그걸 부상자라 하기루 했슴다. 그게 사회적 약속이라가주구여. 확그냥막그냥여기저기막그냥이쌀암이언다잉버프있다구언데드가될라구하네확마기냥온갖플래그꺾고다니는김에깃발이랑한몸이되라구플래그째로분질러부릴까부다이앙큼상큼진핫소다슨배임같으니라구여."
속사포 랩과도 같은 바가지 긁기, 금방이라도 한대 때릴 것 같으면서도 허공만 가르는 위협은 고양이의 그것과도 같았다. 물론 그녀는 고양이 속성이 아니었지만,
그 사이에 찾아온 사람들이 제대로된 치료를 위해 지혁을 데려가자 그제서야 조금은 마음이 놓였지만... 뒤이어 들려온 괴이에 대한 이야기엔 조금 찝찝한 표정을 지었을까? 제3자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건 적잖이 당혹스러운데 당신이라고 오죽할까, 와중에도 어쨌든 가고 보려는 당신의 이야기엔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였다. 그거야 괴이라니까, 어쩔수 없잖은가.
"머, 숨기는 것보단 말 못하는 거에 가깝겠지만서두... 즈한텐 그게 그거니까 말임다!"
적어도 그녀에겐 그 둘의 차이점이 와닿지 않았다. 당신의 얼굴이 살짝 더 붉어진걸 보아선 단순히 부끄러운 것을 떠나서 조금 약도 오른듯 싶지만, 결국 푸스스 터져나오는 웃음을 보면 역시 평소랑 다르지 않았을까?
당신에 대한 생각은 늘 그런 느낌이었다. 어딘가 불안하면서도 여전히 익숙한 행동과 모습, 그 어느 부분에서도 싫다는 감정은 생겨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감정이라면 차고도 넘치려나?
"애초에 수박이 뭔데?! 왜 자꾸 수박수박거려! 어?! 수박 좋아하냐?! 3학구로 꺼질 때 2학구에 있는 대형마트에 들려서 수박 하나 사 가! 당도가 높고 맛이 좋아!"
아씨. 나도 갑자기 수박이 먹고 싶네.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면서 철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2학구의 가게를 추천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그는 왜 자꾸 자신에게 묻냐는 듯이, 혹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역으로 말했다.
"내가 2학구 가이드야?! 인터넷으로 뒤져서 찾아! 왜 자꾸 나에게 이것저것 다 알려달라고 난리야?! 번화가에 가면 먹을 거 많잖아! 철판 스테이크라던가, 돈가스라던가, 제육볶음이라던가, 혹은 국수도 있고, 파스타도 있고 아무튼 다양하게 있어! 알아서 찾아서 먹어!"
물론 서연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철준의 눈에는 뜬금없이 식당을 알려달라고 조르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괜히 성질을 내며 으으 소리와 함께 다시 머리를 북북 긁적였다. 얜 뭔데 자꾸 이렇게 귀찮게 굴어? 그런 말은 차마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그는 작게 혀를 찼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하지만 딱히 무슨 행동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너희들이 내 임무를 방해하니까 그런 거잖아. 내 임무를 방해하지 않으면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리고 누가 걱정을 했다는거냐? 걱정한 적 없어. 이상한 말 지껄이면 빨랑 꺼져."
거친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은 절대로 그녀를 걱정한 적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내 칫 소리까지 내면서 혀를 찬 그는 이어지는 말에 피식 웃었다.
"제로 시리즈? 뭔데? 그게? 나랑 같은 능력을 가지고 나만큼 쎈 깡통? 핫. 어지간히 얕보이는 모양이군. 뭐하는 녀석인진 모르겠지만, 올 거면 오라고 해라."
이내 그녀는 아마 위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력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딱히 그녀에게 충격이 가해지진 않았다. 그 대신 근처에 있던 작은 돌멩이들이 일제히 박살나서 가루가 될 뿐이었다.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을 내서 재활용할테니까. 누가 누굴 걱정하는거냐. 나는 인첨공 제 3위의 능력자야. 날 걱정할 시간이 있으면 네 녀석이나, 에어버스터나 걱정해라. 애송아."
스스로 생각했을 때 참으로 어이가 없고 웃겼는지 그는 결국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잠시 웃더니 그는 날카롭게 눈빛을 빛내며 서연에게 말했다.
"나는 너희들에게 진 적 없어. 착각하지 마라. 적당히 내가 그만둬준거다. 알았으면 다시는 걱정 따위 하지 마라. 나는 누구보다 강하니 말이야."
/놀랍게도 디스트로이어는 제로 시리즈를 제대로 만난 적이 없답니다. 챕터2에서 아주 잠깐 보긴 했는데 그때는 아주 가볍게 억눌러버렸었죠. (옆눈) 제로 시리즈에 대해서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고요.
수박 싫어해서 수박씨라고 부른다면 화낼 거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근데 수박씬 수박 좋아하나 본데? 방금 말 나온 마트 가서 배달이나 해 달랠까? 발끈해서 땍땍거리는 데 어느새 익숙해져서는 분노의 메뉴 추천(???)을 곱씹는 서연이었다. 주로 육류랑 면류가 취향이려나? 스테이크랑 파스타 조합 좋아하겠네. 근데 그건 내 경제력으론 무리니까 수박이나 배달하자.
그렇게 정하자마자 어처구니없는 툴툴거림에 기가 찬다.
" ......;;;;;; " " 그럼 정정할게요. 저 죽이려던 사람한테 죽지 말란 소리 들으니까 기분 요상하다고요. 수박씨라면 안 그렇겠어요? " " 건 글타 쳐요. 근데 그때 자폭하려던 건 왠데요? 임무도 살자고 하는 거구만;;;; "
뱉은 말을 깨닫자마자 소름이 확 끼쳤다. 나 돌았나? 당장 날 죽여 버릴 수 있는 사람 앞에서 뭔 소릴;;;;;; 분명 마주 보기도 무시무시한 상대였는데, 어느새 이렇게까지 막 나간다? 어떤 의미에선 수박씨한테 가장 하고 싶었던 말들이긴 하다만. 이런 게 트라우마 직면일까? 정신 나간 짓에 가깝지 않을까? 수박씨가 인간적인 면도 있다고 해서, 그 인간적인 면이 나한테 발휘되리란 보장은 없...
" !!!!! "
간이 철렁했다. 순식간에 무거워진 공기. 순간 통증까지 오는 듯해 숨이 막혔으나 가만있어 보니 정말로 아프진 않다. 대신 길가의 자갈들이... 모조리 바스라졌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수박...지금 내가 저 꼴이 날 수도 있었던 거지?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아 가슴을 거듭 두드리며 쓸어내렸다. 등은 어느새 식은땀으로 축축하다. 어찌어찌 숨통을 트고서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지금 나한테 능력을 안 쓴 건, 날 해칠 뜻은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려나? 암만 그래도, 아... 힘들다. 역시 이 수박씬 무서워;;;;;;;;;; 웃는 게 버럭거리는 거보다 더 무서워!!!!!!!!!
그래서 더 걱정이다. 실험이 끝나 버린 이상 이 수박씨만큼 쎈 깡통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잖아. 당장 제로세븐부터가 레드윙이랑 강선혜를 타겟으로 삼았을 테고. 갑갑한 심정이 한숨으로 토해진다.
" 전 자이로키네시스 1렙한테도 털려요;;;;;;; 부장조차 수박씨한텐 못 당한다는 거쯤은 알고요. 수박씨가 그케 강하니까 수박씨 데이터를 뽑아다가 수박씨만큼 강한 깡통을 만들려는 작자들이 있다고요. 수박씨만큼 쎈 능력을 깡통한테 부여하는 마약도 있어서 벌써 완성했을지도 몰라요. 그런 깡통이면 저흰 쨉도 안 되는 게 당연...... " " 에???? "
딴에는 조리 있게,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말해 보려다 벙찌고 만 서연이었다. 뭔 소리야? 누가 졌대??
" 수박씨가 졌다고 한 적 없는데요;;;;;;;;;;;;;;;;; "
맥락 모를 소리에 당황했다가 깨달았다. 누구보다 강해져야만 한다는 강박이 워낙 심하다 보니, 누가 걱정하면 자길 약한 사람 취급한다고 오해하는 모양이다. 강해져야만 한다는 건, 뒤집어 해석하면 아직 충분히 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건지도 모른다. 저것도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려나... 정말로, 사람이구나. 여전히 무섭지만, 가능하면 평생 거리 두고 싶지만, 그래도, 감정이 있고 온정이 있고 약한 면도 있는 사람이라는 점은 알겠다. 이 점을 두고두고 되새겨야겠다는 예감이 든다. 그게 수박씨에 대한 PTSD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일 거 같다는 예감. 그래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며 사과했다.
" 저처럼 약한 사람이 하는 걱정은 질색하는 거 알고 있었는데, 깜박하고 오지랖 부려 버렸어요. 죄송합니다. "
리라한테 부탁한 물건을 받으러, 정확히는 사이코메트리 재생 장치를 테스트하러 점심시간에 부실로 갔다. 안 그래도 계속 받기만 하는데 뭘 만들어 달라고 대놓고 부탁한 게 미안해서 슬라임 세트나마 사다 갔더니, 내 부탁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지 리라가 되게 피곤해 보였다. 사이코메트리 재생 장치가 엄청 까다로웠던 모양이다. 암튼 테스트로는 리라의 귀걸이를 사이코메트리했다. Tropical Trap 음반 냈을 때 해수욕장에 세운 무대에서 하던 공연이라, 바다도 이쁘고 무대도 이쁘고 거기서 노래하는 리라도 멋졌는데, 진짜 다 좋았는데 정작 재생 장치가 아작이 났다;;;;;; 사이코메트리로 보는 것들을 영상으로 바꾸는 건 리라 능력으로도 안 되는구나. 되기만 했으면 토실이한테 사이코메트리하면서 곱씹는 좋은 기억들을 선배한테도 보내 드렸을 텐데. 아쉽다.
그녀의 물음에 그는 흥 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의 일은 여러모로 폭주한 결과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그 사실을 딱히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눈앞의 그녀에게는 더더욱. 아니. 그녀만이 아니라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에겐 특히나 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한편, 자신의 능력을 조금 사용하자 그녀가 가슴을 거듭 두드리는 모습이 철준의 눈에 담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철준은 크게 한숨을 내뱉으며 몸을 홱 옆으로 돌린 후에 머리를 긁적였다. 위협용으로 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위협이 된 것일까. 이래서 성질머리를 고쳐야하는데 쉽지 않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막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머리를 긁적이면서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네 녀석이 뭘 말하는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봐야 깡통은 깡통일 뿐이야. 이 세계에 디스트로이어는 나 하나 뿐이고 나와 똑같은 디스트로이어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어. 흥. 나처럼 강한 깡통인지 뭔지 나타나면 짓밟아줄 뿐이야."
애초에 제로시리즈를 만난 적이 없는 그였기에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어쨌든 자신만큼 강한 이가 자신에게 덤벼들 수 있다는 사실로 이해하며 철준은 또 다시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한번 확인을 해볼 필요는 있었기에 조만간에 크리에이터에게 연락을 해서 정확히 알아봐야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물론 말로 직접하진 않았지만.
이어 그녀가 사과를 하자 그는 빤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혀를 차더니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요즘 들어 느낀건데, 원한을 갚는 것도, 싫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큰 탈 없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것 같다. 그 생각이 문득 들어서, 오늘은 커리큘럼 외에는 별 스케줄이 없는 김에, 간만에 수제 베이킹을 하기로 했다. 종목은, 서형이 준 책에 나오는 개성주악! 레시피를 보니 부실 주방에서 만들기에도 큰 지장이 없을 것 같더라. 물론 상상하는 게 나을 정도로 손이 가긴 하지만, 그 상상을 하려면 실제로 만들어보기도 해야 하니 말이지!
먼저 뜨뜻한 물에 생막걸리(이건 그냥 물에다가 상상해서 만들었다. 도저히 정상적인 루트로는 구할 수가 없어서.)를 중탕해주고, 방앗간에서 빻아온 습식 쌀가루와 밀가루를 채로 쳐서 내리고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했다. 한데 섞여서 곱게 걸러져 사막의 모래언덕마냥 소복이 쌓인 가루 재료 위에, 미지근해진 생막걸리를 조금식 부어가며 반죽했다.
말랑말랑하게 뭉친 반죽은 잠시 두는 동안, 집청을 만들었다. 그냥 생강을 썰어다가 물과 함께 믹서기로 간 뒤 면보에 걸러서 생강즙과 조청, 소금을 넣고 걸쭉하게 끓었다. 멀티태스킹으로 고명을 만들다보니 어느새 점도가 생기고 갈색으로 졸아들어있었다. 다행히 태우기 전에 잘 껐다.
그러고나니, 나머지는 간단했다. 반죽을 작은 도넛 모양으로 잘 성형해서 기름에 튀기고, 건져서 기름기를 좀 뺐다가 아까 만들어둔 집청에 담가두고. 커리큘럼 다녀오는 동안 재워두면 완성! 커리큘럼이 끝나자마자 부실로 와서, 집청에서 완성된 주악을 꺼내, 하나씩 (원래는 머핀을 감싸는 용도였던) 종이틀에 넣고, 상자에 포장해서 철형 자리에 올려두었다. 영화 관람권 두 장이랑 같이.
@철형 [철형철형] [시간 되면 부실에 들러요!] [형 자리에 선물 놔뒀지롱><]
그러고 퇴근할까 하다가, 포스트잇을 뜯어 짧은 메모를 남겼다.
형! 요 근래 엄청 고생 많았어요. 그리고, 살아있어줘서 고마워요. 그래서 제가 선물 준비했지롱! 이건 개성주악이라고, 서형이 나한테 준 책에 실려있는 한과인데요, 서형이랑 사이좋게 나눠먹고, 데이트도 해요!
아, 맞아. 서형이 걱정하면 나 지원금 두배보다 더 올랐다고 전해줘요>< 개성주악에 사이코메트리 해도 된다고두요~
아녜스 센터의 뒤뜰. 지지대 없이 둥둥 떠 있는 그네에 앉아 슬라임을 만지작거리는 리라의 뒤통수에 문득 익숙한 목소리가 꽂혀왔다.
"시현 쌤." "웬 그네야?" "애들이 그네 타고 싶대서 그려줬는데, 좀 타다가 마음이 바뀌었는지 가버려서요. 바로 치우긴 아까우니까 제가 좀 앉아있었죠."
이윽고 마른 잔디를 밟으며 걸어온 시현이 리라의 앞에 서면, 마주본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정확히 같은 생각이 스친다. 안색이 왜 이래? 하는 생각이.
"그네 타면 재밌어야지, 왜 이리 죽상인데?" "제가요? 음. 아마 생각 좀 하느라 그랬나봐요." "뭔 생각? "그냥 뭐... 새삼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연구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아— 난 또 뭐라고. 시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원래 그래. 사람을 자기와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다루려고 하면 찜찜하거든.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외면하면서 선을 긋는 거지. 너랑 나는 다른 존재다. 나는 연구원이고 너는 학생이다. 나는 실험자고 너는 피험체, 모르모트, 물건이다. 뭐 그런 식으로." "그거 참 비겁하네요." "어른들은 다 비겁해. 여기 놈들은 대놓고 판을 깔아줘서 그런지 유독 더 그런 거 같지만. 넌 그렇게 크지 마라." "쌤은요?" "나라고 별반 다르겠냐."
퉁명스레 내뱉는 말에서 우리 보육원 애들이 보였다. 걔네 골 부리던 거랑 완전 똑같아;;; 할 말 없는 거네, 저거. 자폭하려던 것도, 나 죽이려던 것도. 수박씨가 명확히 답한 건 아니니 냉정히 따지면 내 착각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속이 좀 풀린다.
깡통은 깡통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것도 보기만 해도 살 떨리던 능력 시전에 비하면 훨씬 마음 놓였다. 확실히 수박씨 초능력은 무식하게 쎄니까. 암만 수박씨 능력을 본뜨고 약까지 처먹은 깡통이라도 수박씨라면 제압할 거 같은, 그런 포스가 있다. 근데...
" ??? "
기분 상한 거 같기에 사과했는데 왜 이런 반응이지? 어리둥절했다가 한 가지 가설이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사과받은 게 쑥스럽나?
" ...... "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침묵했다. 아무래도 이 수박씨, 사람들과의 교류에는 영 서툰가 보다.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었을 테니 그럴 만도 하다.
어쨌거나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한 거 같다. 수박씨한테 제일 따지고 싶었던 거 따졌고, 내 감정이 어떻든 수박씨 역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게 됐고, 리버티가 잠수함을 타고 노릴 법한 연구소 하나 알았고, 그 연구소가 뉴트로미니컬 에너지에는 대비가 안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 확인했고, 수박씨가 제로 시리즈의 위험성을 생각하게 된 것도 같으니. 이만하면 돌아다닌 보람은 있다. 그게 종일 발품 판 덕이 아니라 수박씨와 잠깐 얘기 나눈 덕이라는 게 아이러니지만. 수박씨와 처음 알아봤을 때보다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인사할 수 있었다.
"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가 볼게요. "
가기 전에 수박 배달을 위해 지도 앱으로 여기 위치랑 주소를 확인하려다 그만두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제 두 번 본 고딩한테 집 주소가 털리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닐 거 같다. 헌터로 배송하자. 그리 마음 먹고 걸음을 떼려는 서연이었다.
/ 막레로 받아주시면 될 거 같아요. 덕분에 재밌게 돌렸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캡 ><
이 관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제 앞에서만 보이는 미소와 행동을 알아차릴 때마다 말로 형용하기 힘든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말할 수 없는 진실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제 감정이 원인이었다. 답답할 법도 할텐데, 짧지 않은 기간동안 묵묵히 자신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걸 눈치챘으나 티낼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말한 '건전하고 올바른 교제' 와는 거리가 멀었던 제 행동들을 되내이면 형용하기 힘든 기분은 곱절이 되어버린다. 최소한 장소라도 가려야할텐데. 금에게 말하지 못하는 혜성의 고민은 해결될 기미 없이 깊어질 뿐이었다.
"예전에 입었던 옷? ... 그건 좀 궁금한걸. 나중에 보여주면 좋겠다."
어차피 여기서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을 계속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혜성은 제 앞에 놓여있는 케이크를 한입 크기로 잘라 금에게 내밀며 턱을 괴고 느릿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예전에 입었던 옷이라면 어릴 때 입었던 옷일까. 아니면 몇년 전에 입었던 옷일지도 모르지. 어느쪽이든, 궁금하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케이크를 받아먹은 금의 다정한 웃음에 천천히 두 눈 깜빡이던 혜성또한 느리게 웃음을 마주 지어보였을 것이다. 깜빡였던 눈 가늘게 뜨며, 한번 더 찔러서 잘라낸 케이크를 제 입안에 넣고 혜성은 고개를 살짝 까딱인다.
그치? 하고 맞장구를 치는 제스처였고, 혜성은 이내 케이크를 잘라 먹는데 집중하는 것 같았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일정한 크기로 입안에 케이크를 잘라 넣고 소리없이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제법 기분 좋아보일지도 모르겠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달달한 간식들을 좋아하다보니 지금 먹는 케이크는 혜성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한참 케이크를 먹어치우다가 혜성은 응? 하는 표정으로 포크를 입에 물고 금을 바라봤다.
"이름? 지금? 불러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조금 엉뚱한 부탁 아니야?"
케이크 한조각을 깔끔하게 비워낸 접시 위에 포크를 내려놓고 잠시 눈을 도록 굴리다가 혜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923 캡 으엣???? 내적으론 엄청 쫄아 있었는데요 ㅎㅎㅎㅎㅎ 그래도 캡이 일상 받아 주신 덕에 서연이가 디스트로이어 트라우마에서 한 걸음은 벗어나지 않았을까 해요 감사해요오오오오 >< 건 글코 디스트로이어가 제로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건 의외였어요. 높으신 분들 명령을 듣는 조직 수장이라 접점이 꽤 있을 줄 알았거든요👀👀👀
팅, 하고 혜성은 라이터 부싯돌을 굴렸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제법 쌀쌀한 바람은 이제는 조금 늦가을의 정취가 묻어나고 있었다. 가끔 망가진 기계에서 스파크가 튀는 것처럼 시야가 새까맣게 물드는 증세에 대해 혜성의 담당 연구원은 현재 혜성이 시달리고 있는 소리의 공감각과 비슷하게 원인불명이라고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스트레스. 혹은 극심한 충격. 답변을 불만없이 받아들일 수 있던 이유는 틀린 말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깨에 걸친 하얀 코트는 넝마였다. 버리겠다는 단원의 말에 그냥, 담요 대신으로 쓰면 되니 냅둬요 하고 답한 뒤 그 말대로 혜성은 코트를 담요로 사용하는 중이었다. 창문을 통해 새어나가는 연기에서 짙게 잘 익은 과실의 내음이 풍긴다.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할 성격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라 할지. 아니면 그래도 계속 주시해야할지."
탐지에 아지트로 걸어오는 U의 모습이 잡혔다. 혜성은 잠시 눈가를 찌푸렸다. 그 어떤 것보다 저 사내에 대한 처분이 가장 급했다.
>>874 >>875 새봄주 왓 왓 와앗 @ㅁ@ 지금 봤어요!!!!!!! 이렇게 서연이까지 얻어먹나요!!?? (그거도 그거지만 책 써먹어 주셔서 감사해요오오오오 >< ) 근데 지원금... 두 배보다 더 올랐는데도... 23만 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유~ 서연이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서연이가 행복회로에다 정신승리 풀로 돌려서 결과적으론 일 보 전진한 거 같아요 히히~☆
>>934 캡 으엣??!! 기밀이었군요!!?? 몰랐다....... (동공지진)(먼눈) 이러면 서연이가 말해 버려서 오히려 더 위험해져 버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 근데 헌터 기지는 어디 있나요? 2학구에서 수박 배송 가능한가요? 배송하면 디스트로이어는 어쩌려나요? ㅎㅎㅎ
>>948 리라주 ...어 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첨공은 참 평지풍파가 많은 곳이에요...(눈물)(한숨)
참참 서연이 득템 도와주셔서 감사해요오오오 >< (너무 늦게 확인해 벌였...;;;; ) 근데 리라가 밤새서 고생 안 했을라나 모르겠어요. 몸살 난 지 얼마나 됐다고...스트레스도 많은 시기에 8989ㅁ889988 다X소 슬라임 세트 조물거리거나 패대기쳐서라도 스트레스 풀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964 리라주 앗!! 앗!!! 잘됐어요오오오오 >< 근데 센터 애들 사이에서 슬라임이 유행일 줄이야 @ㅁ@!!! 리라는 슬라임 안 해도 애들한테 인싸일 테니, 애들이 오히려 좋아했겠어요. (언니/누나도 슬라임 한다~☆★) 사이코메트리 영상화 기계 잘만 됐으면 리라가 ㅇㅋ하는 선에서 나랑 언니와의 추억 같은 것도 영상화해보고 싶었어요ㅎㅎㅎㅎ 가능했더라면 4D에 가까울 거 같고 미처 못 찍은 영상도 있을 수 있고 해서요
>>965 혜성주 이미 깎은 자도 앞으로 깎을 자도 고통받는 돌깎이... 인첨공은 석수장이(???)의 땅인가!!! (◀아님)
이곳은 제 3학구. 정확히는 블랙 크로우의 아지트가 있었던 건물이 있었던 장소입니다. 이곳에는 더 이상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계단이 하나 있었을 뿐입니다. 물론 이 계단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얼마 안 가 온갖 파편들로 인해 길이 막혀서 더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장소를 노리고 찾아온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옷에 '깃털 모양의 뱃지'를 달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들은 바로 리버티의 멤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간부급은 아니었고 자신의 연구원을 해치고 리버티에 가입한 일단 학생들 3명이었습니다. 각각 레벨은 4. 원래는 레벨 0,1,1인 아이들이었지만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들은 정말로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들 또한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멤버들처럼 '성장이 빠른 아이들'이었습니다.
붉은색 머리 남성, 그리고 보라색 머리 여성, 검은색 머리 남성. 이렇게 3명은 각각 은밀하게 계단 쪽으로 향했습니다. 이어 그들은 이어셋을 이용해서 서로 대화했습니다.
"틀림없이 코드가 있는 장소는 여기야." "그렇겠지. 지도에 담겨있었던 지역은 바로 여기였으니 말이야." "헤헷. 우리가 반드시 가져가자고. 코드. 그러면 우리들의 공을 더욱 인정해주지 않겠어?"
하지만 그 순간이었습니다. 3명이 나아가는 길목 바로 앞으로 붉은색 레이저가 날아왔습니다. 물론 레이저는 그 누구에게도 명중하지 않았지만 위협 사격으로는 충분했습니다. 갑자기 날아온 레이저 공격 때문에 3명은 바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근처 나무 뒤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백발 짧은 단발머리. 푸른 오른쪽 눈, 그리고 붉은 왼쪽 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
그것은 인첨공 제 2위. 플레어였습니다.
"...다가오지 마. ...여길 막는 것이 나의 임무. ...누구도 들어올 수 없어."
"뭐야. 저건?" "저길 막고 있다는 것은 코드를 지키는 문지기라도 되는 모양인데? 핫."
붉은색 머리 남성은 당황한 검은색 머리 남성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서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위협하듯 플레어를 향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는 너야말로 뭐하는 놈인데?! 우리가 누군지 알긴 해?! 우리는 그 유명한 리버티님이시다! 인첨공에 진정한 자유를 가지고 올 영웅이란 말이다! 그런 우리들을 방해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
"빨리 비켜!! 우린 그 안에 들어가서 코드를 찾아야 한단 말이야! 아니면 뭐냐! 너도 썩어빠진 연구원들의 앞잡이냐?!"
"......"
"야. 야. 진정해. 뭔가 느낌이 안 좋아. 일단 물러서는 것이 좋지 않을까?"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았는지 보라색 머리 여성은 붉은색 머리 남성을 말렸습니다. 하지만 붉은색 머리 남성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위협적인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우리는 레벨4란 말이다! 그리고 이 중에는 조금만 더 있으면 레벨5가 될 수 있는 인재도 있단 말이야!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
하지만 플레어는 그 어떤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멍한 표정, 그리고 초점이 잡혀있지 않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이어 붉은 머리 남성은 다른 2명을 바라보며 이야기했습니다.
"봐. 저거 쫄아서 아무런 말도 못하잖아. 그냥 우리가 밀어붙이자고! 우리 방해하면 당연히 밀고 나가야지!" "그..그럴까?" "하, 하긴 우리는 다 레벨4니까! 어지간한 이들은 다 밀어붙일 수 있어!!"
다른 2명은 이내 용기를 얻었는지 일제히 자신의 능력을 준비하면서 플레어에게 덤벼들었습니다. 그리고 플레어는 그 순간까지도 조용히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조금 더 앞으로 다가가자 이내 주변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플레어는 오른손을 공중으로 들어올렸습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습니다.
태양의 빛이 한 곳으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 빛은 이내 아주 거대한 2번째 태양이 되어 하늘에 떠올랐습니다.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불덩어리에서 마치 태양의 플레어처럼 뜨거운 불길이 솟구쳤습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불꽃. 그 불꽃은 이내 강렬하게 빛났습니다. 이어 플레어는 가만히 손가락을 아래로 내렸습니다.
"...죽어."
그 순간이었습니다. 플레어가 만들어낸 태양에서 '플레어'가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전방을 향해서 무차별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레이저를 연쇄적으로 발사했습니다. 그 수는 백, 천, 아니. 어쩌면 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비명소리조차 증발시켜버리듯, 그녀의 앞에 있는 그 모든 것이 증발해서 사라졌습니다. 아마 자신이 뭘 당했는지도 모르지 않았을까요? 그것을 확인할 방법조차 이제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임무 속행."
이어 그녀는 살며시 뒤로 돌아 다시 나무의 그늘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두 다리를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플레어는 표정을 찡그리며 자신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지탱했습니다.
따뜻한 연구실 내에서 또 겉옷을 위에 걸친 채 눈을 느릿하게 꿈뻑이며 차트를 쳐다보는 성환의 맞은편에 앉으며 랑은 넌지시 물었다.
"어으...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 "어쩌다기." "글쎄... 뭐 그럴 만한 일이 있었나 봐."
정확히 어떤 타이밍에 무슨 일로 감기가 들었다고 할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성환은 적당한 대답을 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심하면 쉬지." "뭐 그 정도는 아니니까. ...뭔가 그런 말은 내 쪽에서 해야 되는 거 아냐?" "그럴 일이 있어야지."
성환은 기침을 두어 번 하곤, 어으 하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 보니까 너는 통 앓는 걸 못 봤네, 몸을 막 쓰는 거 같으면서도 관리는 열심히 하나 봐." "...안 하면 불편하니까."
그리고 레벨이 오르면서부터, 추운 장소에 오래 있거나 더운 장소에 오래 있으면 자연스럽게 위기 경보가 울리는 정도가 되었으므로... 경보를 끄고 감기나 열사병에 걸리는 걸 원하는 게 아니면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곤 하다 보니 외부적 요인으로는 아플 일이 거의 없어졌다. 식중독도 이제는 다른 세상 이야기고.
"이럴 땐 참 부럽다니까... 아 맞다, 최근 저지먼트 활동 때문인가, 다른 연구소에서 배드울프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얘기가 좀 들리더라." "무슨 도움?"
>>973 혜성주 그래도 혜성 언니는 고지가 얼마 안 남은 축이긴 하니 (라곤 해도...끔찍하게 길게 느껴지시리라 짐작되지만요 ㅠㅠ) 힘내세요!!!
>>974 혜우주 혜우랑 같은 능력의 퍼클이 없는 한 5레벨 힐러는 이미 퍼클이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976 >>978 캡 어... 어... 저 사람들 다 죽고 말았네요... 코뿔소들이 여차하면 저 비슷한 수준의 중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게;;;;;;;;; (동공지진)(공포) 으앗!!! 전 집 주소를 알 턱이 없다고 생각해서 당연히 헌터로 배송됐을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네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