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46989> [초능력] 초능력 특목고 모카고 R2 250.어떤 과학의 절대파괴 :: 1001

디스트로이어! ◆TMmm6tsoPA

2024-05-12 00:39:22 - 2024-05-13 22:19:47

0 디스트로이어! ◆TMmm6tsoPA (8sG9gL3ifg)

2024-05-12 (내일 월요일) 00:39:22

※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부원 명부: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65135
설정: https://url.kr/n8byhr
뱅크: https://url.kr/7a3qwf
웹박수: https://url.kr/unjery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4%88%EB%8A%A5%EB%A0%A5%20%ED%8A%B9%EB%AA%A9%EA%B3%A0%20%EB%AA%A8%EC%B9%B4%EA%B3%A0%20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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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1 太烏 (/ITUwLJFlY)

2024-05-13 (모두 수고..) 00:36:38

"형! 왔어?"

한결은 너덜너덜한 문제집에서 고개를 뗐다. 하나 새로 사는 것도 아까운 나머지 네 번이나 정답을 지웠다 다시 풀길 반복한 문제집은 특별히 복습할 부분이 있다면 포스트잇을 붙여둔 탓에 평균보다 더 두꺼웠고, 유달리 어렵던 부분은 이해할 때까지 반복한 탓에 너덜너덜하니 찢어지기 직전이었다. 아버지가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썩어가고, 어머니가 집안 살림을 모조리 가지고 야반도주한 지 2년, 달동네보단 낫겠다 싶어 형의 손을 잡고 무작정 인첨공으로 온 지 다섯 달. 두 형제는 어느덧 인첨공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었다. 생전 처음 겪는 세상이지만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한결과 서휘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출발지에서 시작했다. 물론 형이 꺼림칙하다며 커리큘럼을 받지 말자고 한 탓에 격차가 많이 벌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배우는 것의 근본부터 다른 학교 공부는 이상할 만큼 이해가 잘 됐고, 이제 막 개발 초입에 들어 형이 할 일도 많아 기회는 공평했다. 두 사람이 살기엔 비좁은 월세방에, 따뜻한 밥 대신 물을 미적지근하게 끓인 육개장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는 날이 많고, 이따금 커리큘럼을 받지 않는 한결을 보며 시대에 뒤떨어진다 멸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달동네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연탄에 의지하는 것이나 빚쟁이들이 쫓아와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삶이었다.

"어, 왔어."

그리고 이 삶은 형이 커리큘럼을 받지 말자는 불문율을 깬 이후 조금 더 나아졌다. 서휘는 한결을 1학구에 있는 사립 학교에 보내고 싶었고, 한결의 재능을 알아봤거니와, 고등학교를 1학년에 덜컥 자퇴해버린 자신과 달리 아무것도 못 배우고 자라는 건 사양이었기 때문이다. 서휘는 자신의 머리를 대가로 길운을 점쳤고, 그 이후 컵라면이 아닌 쌀밥을 먹거나 과일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늘었다. 이 집도 조만간 이사를 갈 수 있었다. 한결은 그게 형의 큰 희생 때문임을 알기 때문에 더 노력했다. 곧 있으면 학교에서 입학시험을 치를 것이고, 이 학교를 재학하면 조금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

"형, 얼굴이 왜 그래?"

그렇지만 이런 방식을 바란 적은 없다. 서휘는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대충 걸어두고는, 납작한 소반상 위에 새하얀 비닐봉지를 툭 내려놓았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걸음을 평소보다 서두르던 서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잠깐 스쳤던 얼굴은 얼핏 보니 새빨갰다. 한결은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서휘에게 성큼 다가갔다. 서휘의 옆모습은 새파랗기도 했고, 샛노랗기도 했다. 반반한 살가죽 한쪽을 수놓는 온갖 색채의 향연에 한결은 기함했다.

"뭐가?"
"얼굴에 멍들었잖아! 무슨 일이야?"
"노가다 하면 흔한 일이잖아. 신경 꺼."
"형!"
"신경 끄래도. 치킨 사 왔으니까 먹어. 저녁도 안 먹고 공부했을 거 아냐. 형은 밥 먹었으니까."
"형, 제발! 무슨 일이냐니까?"

튀긴 닭 특유의 좋은 냄새가 났지만 누구도 입맛을 다실 수 없었다. 서휘가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 들어도 한결이 모를 리가 없었다. 제 아비란 새끼가 술 마시고 돌아오는 날이면 한결에게 눈알 똑바로 뜨는 날 없다 얼굴 후려치던 날이 태반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짝에서 형과 똑같은 꼴이 났는데 어찌 모를까? 그렇지만 제 형을 대체, 누가 저렇게까지 때린단 말인가? 형은 오늘 노동판이 아닌, 하루 종일 연구소에 있겠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온 길이었다. 한결은 그제야 어렵잖게 생각을 끝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서휘 또한 한결이 생각을 마쳤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뭐라고 입을 벌리기도 전에 성큼 다가와 한결의 어깨를 꽉 쥐었다.

"한결아."

제대로 마주한 서휘의 몰골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뺨은 퉁퉁 부어있고, 코는 미처 닦지 못한 피가 길게 번져있었다. 머리를 아침에 빗질을 하고 나갔다지만 잡힌 것이 분명했고, 옷 너머로도 새파란 멍 자국이 보였다. 거기다 자신의 어깨를 쥔 팔뚝은, 검은 후드티를 입고 있어도 새빨간 피가 배어 나오는 게 보였다. 형, 대체 무슨 일을 당하고 오는 거야? 한결은 겁에 질린 눈으로 서휘의 눈을 마주했다. 머리카락도 새하얗게 물들고, 마치 커다란 뱀처럼 변해버렸지만 여전히 자신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형의 눈을. 서휘는 한결을 바라보며 손을 바들바들 떨다가 팔을 뻗어 한결을 품에 안았다. 아버지가 사형 선고를 받은 이후로 한 번도 안아주지 않던 형이었음에도.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커리큘럼 받지 마."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한결은 마찬가지로 겁에 질려 제 형 너머의 창문을, 그 너머의 세상에 시선을 꽂았다. 대체,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누구보다 큰 기둥이자 어떤 풍랑도 막아줄 것 같은 형이 어째서 이렇게 연약하게 떠는 걸까, 누군가에게 고통받는 걸까, 대체 왜, 누가, 어째서, 그깟 돈이 뭐라고, 내 학업이 뭐라고…? 한결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서휘는 한결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한결아, 형은 괜찮으니까 너는 제발 커리큘럼 받지 마. 그냥 지금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이런 월세방 말고 아파트에서 전세 얻어서 살자. 너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그래야지…… 너 잘 살아야지."
"형."
"형 괜찮다."
"……미안해. 내가─"
"미안하다 하지 마!! 제발, 제발…… 씨발, 네가 왜 미안한데, 너 잘못한 거 하나 없어. 다 그 새끼들이 잘못이지, 그러니까 네 앞가림이나 잘 하라고. 알았어?"
"…응."
"치킨 식겠다. 먹어."

그 이후로도 서휘는 몰골이 엉망이 되어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어느 날은 자신의 피가 아닌 것이 범벅이 될 때도 있었고, 이따금 자다 깨 허공을 노려볼 때도 있었다. 한결이 잠들었는지, 숨을 쉬는지 확인할 때가 잦았고, 머리를 부여잡으며 시끄럽다 중얼거릴 때도 있었다. 분홍색 물체만 보면 기분이 나쁘다는 듯 때려 부수곤 했다. 그리고 서휘는 떠났다. 형이 잘 생각해 봤는데, 형이 전생에 나라 팔아먹어서 인생이 된 것 같아. 그런데 내 인생 되게 해달라 한 새끼들을 다음 생까지 못 기다려줄 것 같아서, 다 조질 거야. 형이 존나 성공해서 형 이름 모르는 사람 없게 해줄게, 형 믿지? 시뻘건 눈동자는 먼 이상향을 향했고, 뒤를 돌지 않았다.

한결이 서휘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이따금 계좌로 들어오는 돈과, 자신이 이사를 가도 어떻게 알았는지 집까지 배달이 오는 치킨 정도였다. 한결은 이따금 계좌를 보면 서휘가 말 그대로 성공한 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큰 액수는 사립 학교도 학교지만, 마침내 수석으로 합격한 대학의 등록금을 내기에도 가뿐했기 때문이다. 한결은 인천첨단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했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형이 바라는 대로 좋은 대학을 갔어도. 제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절연이나 다름없는 삶이었고, 결국 형은 어딘가로 영영 떠나버린 것 같았다. 한결은 제 형에 대한 기억을 마음 한 구석에 묻어놓고 삶을 살아갔다. 형이 그토록 바라는 집을 얻고, 형이 그토록 바라는 사랑을 했다. 좋은 기억도 아니고, 형이 끔찍이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분홍색이었지만 그 순간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더 삶을 살아가며 언어를 잃고 아니무스로 들어섰을 적, 형은 돌아왔다.

새빨간 모습 그대로, 눈동자에 생긴 얼룩을 평생 안고, 형이 그토록 싫어하는 분홍색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담당해보지 않겠냐 조언하며.

​한결은 여전히 커리큘럼을 받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

​서휘는 식은땀이 범벅이 되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카락은 산발에다, 숨은 가빴다. 아, 씨발, 또. 시뻘건 눈동자를 불안한 눈치로 이리저리 굴려보니 지쳐 늘어져 잠든 태오가 보였다. 서휘는 잠시 숨을 갈무리하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느릿느릿 몸을 움직였다. 싫어하는 건 알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뱀처럼 슬금슬금 허리를 숙이다 단숨에 태오의 품에 파고드니 태오는 자다가도 헉, 소리를 내며 몸을 바르작대며 자신을 끌어안은 범인을 찾고자 팔을 몇 번 더듬거리다, 서휘의 머리채를 콱 쥐어잡곤 걸쭉한 욕을 씹어뱉었다.

"아…… 씨발……."
"……싹수라곤 단 하나도 없는 새끼 같으니."
"……그래서 이번엔 왜 또…… 잠든 사람을 습격하실까요…."
"잠깐 이러고 싶어서."​
"아무리 내 당신에게 곁을 허락했다지만 지나쳐요."

태오는 잠기운 가득한 눈을 부스스 뜨며 서휘를 흘겨봤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가슴팍에 파묻어버린 큼직한 몸 위에 손을 얹으며 느릿하게 토닥였다.

"태오야."
"네에, 나리……."
"……네가 커리큘럼을 받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경황없는 소리 말고 주무세요."
"실없는 소리 좀 하였다고, 매정하긴."
"……형."
"왜."
"좋을 텐데, 는 이미 지난 일에 대한 가능성에 불과하지요."
"……."
"그러니 좋은 꿈은 꿀 수 없어도, 부디 눈은 붙일 수 있길 바라지요……."

다시금 태오는 새근새근 잠에 빠져들었고, 서휘는 눈을 부릅 뜬 채 품 속에서 심박음과 숨소리에 의지해 밤을 새웠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새벽이 지났다. 너덜너덜한 문제집도, 누구 하나 얻어맞는 일도 없는 실로 평온한 새벽이. 그리고 아침이 밝아 찬란한 태양이 뜰 때, 서휘는 생각했다.

해가 지지 않는다.
두 눈이 죄다 타버렸음에도 시야가 새붉다.
그럼에도 서휘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침내 달콤한 꿈이 끝나 비참한 현실을 마주할 때, 저 빌어먹을 태양 또한 나를 지켜보며 결코 지지 않을 테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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