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15주년 행사 기간이라도 커리큘럼은 지속된다. 더불어 방학이더라도 리라의 동선은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다. 인첨공 내부에 별다른 연고 없는 기숙사생. 병원은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시간. 요 며칠 데이트로 많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대체로 동선은 정해져 있다. 기숙사, 학교, 부실, 커리큘럼, 순찰, 기숙사. 방학인 만큼 몇 개는 빈도가 줄거나 아예 리스트에서 배제되었다는 걸 고려하면 그런대로 넉넉한 스케줄이다.
오늘은 공기가 좋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자연으로 둘러싸인 그곳과 도심지인 이곳의 공기 질은 감히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어쩐지 열기 어린 동시에 시원한 게 마치 은우와 세은의 초대로 다같이 놀러갔던 섬의 상쾌한 공기가 떠올라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새로 산 썬캐쳐 구경조차 잠시 놓아둔 채, 원래 커리큘럼실로 향하던 시간보다 조금 더 빨리 기숙사를 나선 건 그런 즉흥적인 감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잘못된다는데. 역시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
"리라!"
학교 부지를 뱅글뱅글 돌다가 교문 쪽으로 다가갈 즈음이었다. 어딘가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리라는 푸르른 하늘에 꽂혀있던 시선을 다시 지상으로 내린다. 누구지?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몇 번 돌아보면 금세 소리의 근원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사복을 입은 또래의 학생들 사이로 익숙한 댄스부원 후배 두어 명의 얼굴과 같은 반 아이 서넛이 인식된다. 교문 앞에 바글바글 모여 이쪽을 바라보는 여러 쌍의 눈들. 그리고 그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얼굴 하나. 익숙한 눈동자. 갈색의— 눈이 마주친다.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리라야! 이리 와 봐! 이 분이 너 찾아오셨대!" "온더로드 정지호 맞죠? 저 싸인 해 주세요! 온더로드에서 언니 제일 좋아했는데!" "와, 나 현역 연예인 이렇게 가까이에서 처음 봐. 실물 대박이다."
지호는 넓은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리라를 가만히 바라본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따스한 빛깔의 갈색 눈동자와 안개에 가려져 흐릿해진 꽃밭처럼 연한 빛을 띈 라벤더색 눈동자가 똑바로 마주친다.
"리라야! 마침 나왔구나. 다행이다. 일단 편지에 적혀있던 주소로 오긴 왔는데 네가 어디 머무는지는 몰라서..." "왜 왔어요?" "어?" "다시 물어볼게요. 대체, 왜, 뭐 때문에, 여기까지 왔냐고요."
단어 하나하나 짓씹듯 뱉는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군중들은 어물쩍 한두 걸음 뒤로 물러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완전히 자리를 뜨는 것보다 지호가 받아치는 게 더 빨랐다.
"대답 했었잖니. 네가 편지 보내서 왔다고. 봐, 이거." "그거 제가 보낸 거 아니에요. 아니, 보냈다고 해도 오면 안 됐죠. 언니가 왜 여기까지 오는데요. 적어도 여기에는 찾아오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나한테 화났니?" "그럼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뭘 해도 멍청한 척 허허 웃으면서 넘어가니까 진짜로 괜찮아 보였어요? 아니란 거 잘 알잖아요. 괜찮았으면—"
정말 괜찮았다면, 그 날 그럴 일도 없었을 거다. 애초에 재데뷔가 무산될 일도 없었고 무릎 꿇은 채 합의금을 내어줘야 할 일도 없었을 거다. 방구석에서 시체처럼 누워있다가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새벽 욕조에 차가운 물을 받아두고, 머리끝까지 잠긴 채 이대로 숨이 멎기만을 바랄 일도 없었을 거라고. 욕조의 물과 한강의 넓고 바닥 보이지 않는 물이 오버랩된다. 물가에서는 조금 거슬리는 물비린내가 났고 사람들은 시끄러워서 귀가 따가웠다. 시끄러워. 너무 시끄러워. 쳐다보는 시선들이 아프다. 나를 보지 마. 보지 마. 아무도 나를 보지 말라고!
"—헉!" "왜, 왜 그래? 이리라! 정신 차려!"
당황한 목소리는 뻔뻔하게도 다정하고 유약해서 토기를 참을 수가 없다.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다. 리라는 뻗어오는 하얗고 마른 손을 강하게 뿌리친다.
"아...!" "건드리지, 헉, 건드리지 마!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대답해요! 왜 왔어요 도대체! 다시 만나서 누구한테도 좋을 게 없는데 왜! 아, 혹시 나 없으니까 일들이 잘 안 풀려요? 이 안에서도 볼 수 있는 건 다 봐요. 온더로드 이벤트성 콘서트 열리려다가 나 없어서 무산됐다며. 그거 때문이에요? 그거 따지려고 왔어요?" "아니야! 난 그냥!" "그럼 납득할 만한 이유라도 대 봐요! 보고 싶어서 왔다, 새삼 그런 건 아니잖아요. 피차 꼴보기 싫을 텐데!"
날카로운 목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린다. 리라는 숨을 몰아쉬며 지호를 노려보았다.
"전 언니 입장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어요. 이런, 이런 식으로 화내고 싶지도 않았고, 그전에 그냥... 다시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고요. 언니도 그럴 거 아니에요." "......"
심장이 곧 터질 것처럼 두근거린다.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리라는 주춤주춤 뒷걸음질 친다. 물러갈 때를 놓친 군중들이 보내는 날것의 시선들이 아프다. 무고한 표정의 우아한 얼굴은 몹시 보기 괴롭다. 리라는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이대로 도망가야 해. 그리고 정말 도망갔을 것이다. 정지호에게 손목을 잡히지만 않았더라면.
"......놔요!" "못 놔. 그렇게 소리지르고 가 버리면 다야? 이리라,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어? 그래. 솔직히 말할게. 무책임하게 다 때려치우는 것도 모자라 남의 발목까지 잡아놓은 주제에 안부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간 막내가 과연 얼마나 잘 살고 있나 궁금해서 와 봤어. 됐니? 할 말은 너만 있는 줄 알아? 네가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몰아치는 목소리에, 가증스럽게 눈물 고이는 갈색 눈에 리라는 문득 말을 잃는다. 아니 사실 대꾸할 의욕 자체가 들지 않았다. 붙잡지 않은 손으로 당긴 셔츠 깃 안쪽, 쇄골에 보이는 작은 흉터가 말문을 턱 하니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너 때문에 멤버들 다 힘들었던 건 기억 안 나? 사장님은 어떻고? 하물며 나는? 너 때문에 나는 재데뷔 기회도 놓쳤어. 그 시기 아니면 안 됐는데!"
이걸 좀 보라며 롱스커트를 살짝 들어올리는 지호의 손길을 따라 눈을 굴리면 날카로운 것에 찢긴 듯한 정강이께의 흉터가 보인다. 화장으로 충분히 가릴 수 있을 만큼 많이 옅어졌지만, 적어도 리라에게만은 존재감이 분명한 흉터.
"진짜 너무하다. 난 네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미안해 할 줄 알았어. 그런데 이렇게 나온다니 믿을 수가 없네. 아... 머리 아프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때 대충 넘어가주지 말 걸 그랬어, 그치? 사장님이 말리든 말든 네 부모님이 무릎을 꿇거나 말거나 그냥," "......제발 그만해요. 제발."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마주하자 지호는 질린 듯 손을 놓았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정돈한 다음 몸을 돌렸다.
"원하는 대로 지금 당장 꺼져줄게. 이젠 정말 다시는 볼 일 없겠다, 그럼 네 속은 좀 편해지겠네. 그렇지? 잘 살아봐. 이리라."
또각또각. 구두 멀어지는 소리를 따라간 군중의 눈이 다시 리라에게로 돌아올 즈음 그 자리엔 이미 사람이 없다.
"이리라 학생! 문 열어요! 젠장, 이게 왜 안 열려!"
정인은 꽉 닫힌 커리큘럼실 문을 두드리며 열을 내고 있었다. 이 커리큘럼실의 잠금장치는 바깥쪽에 있어서 그가 직접 잠그고 풀어야만 한다. 그런데, 분명 잠금 처리가 되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문이 열리지 않았다.
"X발..."
결국 내부가 보이는 매직미러 쪽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야 커리큘럼실 중앙에 앉아있는 리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정인은 이를 갈았다. 안색이나 상태가 영 이상해서 좀 쉬고 하던지 아니면 오늘 커리큘럼 일정을 조정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혼자 저벅저벅 걸어들어가더니 이 사단이 났다. 작게 욕설을 몇번 더 중얼거린 정인은 이윽고 커리큘럼실 내부 스피커에 연결된 마이크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이리라 학생, 당장 문 열고 나와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히스테리는 딴 데 가서 부리라고요. 컨디션이 나쁘면 얘기를 하던가!]
또 쓰러지면 그것대로 문제란 말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는다. 결국 30분 정도의 시간이 더 흐른 다음 정인은 우선 백기를 들고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이왕 들어갔으면 멀쩡히 나와라, 제발. 귀찮은 일은 질색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학생을 맡았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디지털 시계의 숫자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 잠겼던 문에서 철컥 소리가 났다. 정인은 전기라도 오른 것처럼 빠르게 일어나 커리큘럼실 문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문 바로 앞에 있는 리라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놀랐잖아요." "오늘 준비해 두셨던 거 다 했어요." "누가 문 마음대로 잠궈도 된다고 했습니까. 미쳤어요?" "저번에 계수 측정 다시 한다고 하셨죠. 갈까요." "내 말 안 들립니까?" "졸려요." "뭐라고?" "졸려 죽을 것 같아요. 다 끝내고 빨리 가서 자고 싶어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정인은 리라의 무감각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그를 잡아 이끌었다.
[계수 측정 중...] [레벨 판정 중...] [완료] [결과 출력]
[xxxx년 xx월 xx일자 측정 결과] [대상자: 이리라] [계수: 4875]
[판정: 레벨 4]
정인은 성장을 확인한 다음에도 평소와는 달리 조용했던 담당 학생의 반응을 착잡하게 곱씹는다. 리라는 기숙사까지 돌아가지도 못하고 커리큘럼실에 마련된 커다란 쿠션에 기대서 죽은 듯 잠들어 있었다. 깨우자니 일어날 것 같지도 않고 자리를 뜨자니 영 불안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대충 근처에 자리잡은 채로 핸드폰이나 뒤적인 게 벌써 두 시간이 넘어간다. 새로고침, 슬라이딩, 새로고침, 또 새로고침... 무작위로 흘러가는 영상들은 지친 현대인에게 가장 간편한 도파민 충전 방법이다. 강아지 영상, 고양이 영상, 15주년 행사장을 찍은 것, 이름 모를 퍼즐 게임 영상, 뮤직비디오, 불렛 직캠, 외계어로 쓰인 정체모를 영상, 하얀 머리의 소녀가 누군가와 싸우는 것 같은 영상, 토끼 영상.
"......방금 뭐야?"
정인은 손가락을 올려 조금 전 본 영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새 뭔가 바뀌었는지, 돌아간 자리에는 작은 달팽이가 커다란 상추를 뜯어먹는 영상만이 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서서히 내려가는 관람차를 바라보며 은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특별히 무슨 말을 하는 일 없이,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일단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기에 물었고, 자신은 그것을 물었다. 맞다고 한다면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을 정했을 것이고, 아니라면... 말했다시피 어색한 분위기는 자신이 감당할 일이었다.
땅에 천천히 다다르고 있는 관람차를 바라보며 은우는 청윤을 바라봤다.
"나는 널 좋아해."
조용히 넘어가도 좋을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이대로는 너무나 불공평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그 사실을 조용히 입에 담았다.
"후배로서는 널 가장 신뢰하고 있어. 이유를 알려주자면, 너는 남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수 있고, 남을 배려할 수 있는 그런 이기 때문이야. 이 인첨공에서 가장 지켜져야 할 것이 있다면 난 그거라고 생각해. 그렇기에 나는 널 좋아해. 후배로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저지먼트를 이끌어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좋아하냐, 싫어하냐. 둘 중 하나의 감정으로 고르자면 답은 좋아한다였다. 그녀가 자신에게 그렇게 표했듯이.
"...이청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조금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역시 네가 다음 부장으로 어울릴 거라고 난 생각해. ...부담되지 않는다면 생각해둬. 네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면, 부장의 자리에 올라서 한번 이뤄봐.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처음일거고, 네가 직접 싫다고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번복할 생각 없어. 부장이 될거면, 부부장은 누굴 시킬지도 미리 생각하고 나중에 나에게 결제 받으러 와.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인수인계를 할 거니까."
몇 번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당사자 앞에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말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조용히 눈을 감고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그는 천천히 밖으로 나왔고,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너에게 진짜로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거야. 이 이상은 내 쪽에서 딱히 할 말이 없으니까 알아두고. 가자. 다른 곳도 둘러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