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유한이는... 아무래도 자경단과 비슷한 활동을 하고있을 것 같죠. 다만 시선은 극단적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을거에요. 다른 곳으로 돌리면 보고싶지 않은 과거나 다른 쓸모없는 것들을 보게 될까봐. 일까요? 단지 자신의 눈앞만 보고 움직이는 자경단에게 선악을 판별할 능력은 없겠죠. 그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악. 이라 추정되는 것을 처단할 뿐.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모든것을 맡기고 좁은 시야를 움직이는 모습은 어찌보면 오만해보일지도 몰라요. 그것을 자신도 알고있을려나? 하지만 멈추지 않겠죠. 멈추는 순간 너덜너덜한 과거를 마주해야 할 테니까.
당신이 골똘히 생각에 잠긴듯 하면서도 어딘가 의문을 풀려 하거나 호기심을 가지는듯한 표정이 되자 그녀는 살풋 웃어보였다.
"머, 엄청난 느낌... 이란건 어디까지나 비유를 든 검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와 시사하는 바가 다르듯이, 어떤 부분에서 감동하고 어떤 부분에서 실망하는지는... 직접 겪어봐야 아는 셈이니까여."
책의 지식을 오롯이 가져와도 그게 온전히 자신의 것은 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모든 인간은 세상이라고 하는 커다란 기계장치에 들어있는 하나의 톱니바퀴지만 그 크기나 톱니의 형태에 따라 맞물려지는 방식이나 조건, 위치도 달랐다. ...그리고 우연히도 그 간극이 맞아떨어지면, 흔히 말하는 '동질감',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아니면... 잃어버린 기억에 벽창호 속성이 있구, 그 기질이라도 도지신 검까?"
키들거리는 장난스런 웃음, 하지만 묘하게 당신을 찔러보는듯한 어투였을까. 평소 당신의 행동으로 미루어보건대 묘하게 둔감하단 느낌을 받았으려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신 또한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고 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엩. 아니에여?"
...당연히 아니겠지만, 그녀는 혹시라도 그만큼 계속 들으면 딱지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머, 일단은 알겠슴다! 근데 주먹감자는..."
그녀는 당신에게 손등이 보이도록 주먹을 올려보이고선 다른 손으로 주먹쥔 손에 가볍게 대어보였다.
"이렇게 쓰는거 아님까?"
감자머겅. 대충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던 완곡한 욕설이라나 뭐라나¿
물론 당신이 너무 과하게 적당주의를 실천해버려 기억에 관련된 것까지 그냥 넘어가려 한다면... 아무리 자주 잊어버리는 그녀라고 해도 화 정도는 내지 않을까. 잊혀진단게 썩 좋은 감정이 아니란건, 그녀도 인지하고 있으니까.
"...머, 일단은 즈도 소녀소녀함은 없단건 인정함다? 멀 기대한 검까 휴먼?"
당신이 농담삼아 한 말이란걸 알기에 그녀 역시 반쯤 농담삼아 받아쳤다. 그래도 '일단은 여자애' 인만큼 썩 좋은 농담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지 맞잡은 손을 몇번 흔들어보였을까? 그녀는 대답 대신 차분하고 온화하게 웃어보이는 것으로 의사표현을 했다.
"그-렇슴까? 머... 그것두 맞는거 같기두 하구..."
먹고죽은 귀신이 때깔 좋다... 분명 그녀가 꽤 유쾌하게 생각하는 문장이었다. 좌우간 만족스럽게 살다 갔다면 그 귀신도 추레한 인상은 보이지 않을 거라는, 제법 시적이고 철학적인 농담이었으니까.
"그릉가여?"
정말 모르겠다는듯, 그녀의 고개가 옆으로 더 기울었다. 그녀의 기준에선 아프다, 불편하다라면 자신이 움직일수 없는, 움직이기 힘든 수준이 되었을 때나 꺼내는 말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 외에는 항상 산책나가지 못해 안달난 대형견처럼 여기저기 분주하게 쏘다녔으니까,
"...오늘따라 낯간지러운 말씀을 자주 하시네요?"
다시금 분위기가 바뀐 그녀가 그렇게 말했을까, 마치 언제든 자신의 품을 내어주겠다는듯 말하는 당신의 이야기에 무슨 생각이라도 들었는지, 나란히 서서 걸어가던 몸을 돌려 당신의 앞을 가로막고선 휘어진 눈매를 더욱 더 가까이했다.
"좋긴 하지만, 너무 자주하시면... 무의식적으로 당연히 그래주실 거라고 믿어버린다구요...?"
검지를 뻗어 천천히 당신의 입가로 가져다대는 제스처. 다분히 의도적인 밀착. 몸은 돌렸지만 잡고 있던 손은 여전히 그대로였기에 거리상 당연하긴 하겠지만, 자의적인 스킨십은 그녀 스스로 '낯간지럽다'라는 말을 한것 치곤 극히 자연스러운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이 겪어왔을 일들을 생각하면 도무지 일어날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그녀는 당신의 눈에서 읽어낸 바가 있으니까,
물론 당신의 다음 물음이 전해지기도 전에 사라진, 극히 찰나의 순간에만 일어난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궁금하심까? 사업상 비밀인데여~"
아직 학생이면서, 사업 운운하는 그녀의 장난스러움이 비춰지다가 이내 최소한의 반짝임만 남은 깊은 보라색 시선이 당신을 마주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슴다. 아무리 입을 닫고, 선뜻 움직이지 않아도... 사람의 눈은 자신이 마땅히 그랬어야 할 행동을 '모사'하며 자신의 성향과 성격을 '표출'하니까여."
차분한 목소리는 곧 장난스러운 톤으로 바뀌었다.
"대충 설명이 되었을진 모르겠슴다만!"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 도착한 곳은... 역시 이런 곳에서 먹지 않으면 손해라는 덮밥, 그것도 특제 소고기 덮밥이었다. 그저 조미한 소고기 구이에 야채 몇종류를 고명으로 올리고 날계란 노른자를 올렸을 뿐이지만 그녀는 항상 그것을 완전음식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올려진 고명에 파가 많다는 것은 그녀에겐 가산점이었다.
"슈퍼엑스트라곱배기 덮밥 쳐맞는 말로 부탁드림다."
무슨 음식 이름이 그따위냐... 라고 묻는다면, 이 가게 이름은 팩폭덮밥이기 때문이다. 맞는 말은 순한맛, 쳐맞는 말은 매운맛, 할말 못할 말은 핵폭탄맛이라나?
빛나는 아이돌과는 다른 삶. 물론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나는 내 스스로 성공한 삶을 걷어차버렸으니까. 자식 취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저 주는 대로 받아먹고 살면 되었었다. 동생의 그림자에 숨어 살기만 했으면 모든게 해결되었겠지. 그 모멸을 참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거고.
"...대충 알고 있어. 그거 때문에 다른 애들 팬 측은 아예 너를 포함해서 우릴 적대시하는 녀석들도 많았으니까."
팬덤 간 싸움은 이미 리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거기에 동조하진 않았지만... 내 최애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듣고서 경멸의 표정을 짓던 이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시비도 걸려왔다. 인터넷 상으로 짖어대는 놈들에게 굳이 신경을 써주진 않았지만.
어째서 이러는 것인가. 한 마디로는 정리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내가 말재간이 좋지 않은것도 있지만. 구구절절, 입을 연다.
"...세상이 참 처량하더라고. 누군가는 가족이든 친구든 불러서 축제를 즐기는데, 누군가는 싼 값에 구한 방이라지만 이런 날씨에 수도도 냉방도 다 끊기고. 그래도 뭐,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범죄도 좀 막아내고 부부장이랑 같이 찜질방도 가고 해서 나름 괜찮겠다. 이 정도면 즐겼다. 싶었는데..."
스스로를 비웃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망할 녀석들을 두들겨 패 봤자 공포만 샀지, 누구도 내게 인사 한마디도 없었어. 무엇보다 뒷골목을 걷다가 스킬 아웃으로 보이는 녀석 하나가 죽어가는걸 찾아냈어. 거진 다 죽은 상태였고, 구급차를 불렀지만 아마 살아남지는 못했겠지. 그래... 내가 아무 생각없이 히히덕거리면서 노는 와중에 말이야."
아마 내가 그러지 않고 계속, 뒷골목이든 어디든 순찰하고 다녔더라면 적어도 죽지는 않았겠지. 아무리 쓰레기같은 녀석이었더라 할지라도 그렇게 무참하게, 홀로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사그라들지는 않았을 거이다.
"스스로가...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이, 그리고 이 도시가 너무나 역겹게 느껴지더라. 나를 포함한 모든게 잘못된 것 처럼 느껴졌어."
모순덩어리에 앞뒤도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내뱉는다. 그게 차라리 지나가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하필이면... 하필이면 이 사람이라니.
아무리 지금 웃어주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언제 소년을 거부할 지 모른다. 그래도, 하얀 소년은 그가 자신의 가면을 정말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집에서는 그러지 않을 테니까..."
이미 최근, 소년은 집에서 동거나는 정하나, 청윤에게 가면을 벗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둘 다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이니 자신을 기분 나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년은 믿기로 하였다. 여로의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소년은, 끌어안는 힘을 거부하지 않고서 그저 어깨에 턱을 문질렀다.
"......그건, 기쁜 것 같네.."
집이라서 그런가 조금 더 가까워져서 그런가, 여유로운 태도가 돌아온 여로에게 소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깐만."
....그리고, 성여로의 선전포고를 들은 소년은 잠시, 고심하듯 침묵을 지키더니 그런 말을 남기고 조심스럽게 여로를 밀어내었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더니, 곧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그건 종이로 이루어진 팔찌였는데, 하얀색과 보라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손, 줄래."
//이경이가 준 팔찌는 이 영상에서 나온 것!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사이즈로 촘촘하게 만들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rUncQkGCY8Q
스스로를 고찰한다는 말은 딱히 틀린 것이 없었을테다. 어찌 됐든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정확히 어떤건진 잘 모르겠지만, 애린이 '직접 겪어봐야 아는 셈' 이라고 하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였을테다.
" 그것도 그렇네. " " 이래서 녹슨건 문제란 말이야~ "
녹슨 것이라는건, 자신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그야 저지먼트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인간관계에 회의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던했으니까.
" 딱히 잃어버리진 않았지만, " " 옛날에는 좀 조용하긴 했지. " " ...아니, 냉랭했다고 하는게 좋으려나. "
남의 물음에 대답도 안하고, 필요한 소통은 단지 고갯짓으로만. 그것은 단지 '조용하다' 라는 말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말을 바꾸었다. 잃어버린 기억은... 적어도 그것은 동월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니, 딱히 그곳에서 얻을 내용은 없을테다.
" ..... "
딱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해주었겠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애린의 행동은 동월의 행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속히 말해서 고장났다고 하는 것이다. 뭐, 대충 무슨 표현을 하고싶었는지는 알것 같았고, 그것에 대한 예를 보여주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 이렇게 쓰는거다 감자같은 녀석아. "
멍하니 애린의 행동을 바라보던 동월은, 이내 빙긋 웃으며 주먹을 쥐었고, 그것은 속절없이 애린의 정수리를 향해 꽂힐 준비를 했다. 크게 아프진 않겠지만, 충격 정도는 조금 있을테다.
" 뭘 기대한건 아니지만, " " 누구를 엄청 닮았었거든. "
즐겁고 시원하고 유혹적인 남성을 닮았었지.(?) 라고 덧붙인 동월은 혼자 고개를 한 번 끄덕였을테다. 그래도... 방금 전의 농담과는 다르게, 애린의 차분하고 온화한 웃음은... '여자애' 라기 보다는 '여성' 의 느낌을 주었던 것도 같다.
" 그래 인마. 그 정도면 충분히 아프고 불편한거지. "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병원에 가봐라' 같은 잔소리를 했겠지만... 동월은 그럴 수 없었다. 그것은 아마 애린도 익히 알고 있는 이유 때문일테지. 그것은 입에 담는 것 만으로도 동월을 공포에 빠트릴 수 있을테니까. 적이 알았다면 동월에게 이길 수 있는 필승 전략이라고 할 만큼 말이다.
" ....! "
기대어도 된다는 말에, 또다시 분위기를 바꾸고선 자신에게 밀착해오는 애린을, 잠시 놀란 눈빛으로 본다. 애린의 검지가 동월의 입가로 다가왔지만, 동월은 딱히 그것에 맞춰 말을 멈춰줄 생각은 없었다.
" 오히려 당연한 걸로 생각하라고 그러는거다만. "
여전히 자신의 입가에 애린의 손가락이 있다면, 그 손도 잡아서 슬며시 내리려 할 것이다.
" 기억이 나지 않으면 뭐든 편하게 물어봐라, " " 걷는 것이 힘들다면 기대어라. " " 그 사소한 걸 들어주는게 힘들 리도 없다만은. "
다만 사소한 일이라는 핑계를 대며 사소한 이유로 넘어가는 것은 힘드려나.
" 내가 없는 동안은, 그렇게 할 수 있냐? " " 매번 잊어버려도 매번 똑같이 대답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지? " " 걸을 때마다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지? " " 내가 너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있는건 아니지만.... " " 그래도 나와 같이 있는 시간 만큼은, " "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그런 이유였다. 애린이 평소에 어떤 생활을 하고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모님은 어떤 사람들인지, 커리큘럼은 어떤 식으로 받는지, 다른 친구는 있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일 뿐이다. 다만 서로의 생존을 약속한 사이인데, 등을 맡길 수 있어야 하는 사이인데...
" 오히려 그것밖에 못해주는게 미안할 지경이라고. "
아무리 순간적으로, 신기루처럼 사라진 행동이었다고는 해도, 동월은 하고 싶은 말은 참지 않고 내뱉는 경향이 있었다.
" 으으음..... 그런걸까. " " 어려운 얘기긴 한데, 그래도 대충 알 것 같기도 하고. "
마음의 창이라. 그럼 자신의 새하얀 시선은,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걸까. 실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 ......뭔놈의 덮밥 이름이 그래. "
슈퍼엑스트라곱배기야 그렇다 치자. 쳐맞는 말이라니. 당장에 욕쟁이 할머니가 나와서 욕을 슈퍼엑스트라곱배기 수준으로 뱉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튼 주문은 해야겠지...
" ....그럼 나는 할말 못할 말로. "
핵폭탄맛. 아마 이 가게에서 제일 매운 맛일테다. 원래라면 적당히 매운맛을 시켰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이미 애린이 시키기도 했고, 축제라는 청춘을 즐기기 위해서 조금의 고통을 감내하기로 한 것이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와 물이 반이나 남았네 급의 말장난이지만 그렇게나마 덧붙인 리라는 태진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팬덤 싸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온더로드는 인기가 많고 판이 넓은 만큼 떠드는 입도 많았다. 사람이 모여 떠들면 소란이 일어나기 마련. 이따금 라이브 방송 같은 걸 할 때 봤던 채팅이나 sns의 다툼을 생각하니 기분이 나빠진다. 다시 생각해도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수도랑 냉방이 끊기셨으면 집에 가는 건 어렵겠네요."
역시 의무실이나 병원에 들른 뒤 기숙사에 문의라도 해 보는 게 낫겠다. 재학 중인 학생을 돕는 프로그램 정도는 마련되어 있겠지. 정 어렵다면 임시로라도 지낼 곳을 소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글쎄요, 태진 선배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은 건 태진 선배님이 공포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구해진 사람들이 염치가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문제를 본인 탓으로 돌리지는 마셨으면 해요. 그리고... 누가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하는 건 확실히 좋지 못한 상황이었겠죠. 많이 힘드셨겠어요."
얼마나 걸었는지는 몰라도 여름의 더위와 타인의 체중을 이끄느라 지친 탓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저만치에 십자 무늬가 있는 하얀색 천막이 보이는 걸 보면 아무래도 옳게 온 것 같다. 너무 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의무실이 멀리 있었다면 중간에 힘이 전부 빠져서 태진을 끝까지 부축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리라는 한발 더 내딛으며 말을 잇는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하죠. 태진 선배님이 무력으로 제압하지 않았더라면 누군가가 다쳤을 거예요. 또한 죽은 사람의 사연은 안타깝고 애도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 사람의 사망이 태진 선배님의 탓은 아니에요. 그건 그렇게 만든 범인의 잘못이죠. 오히려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구급차를 불러주었기에 그 사람의 마지막은 외롭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이미 떠난 사람의 의중을 지레짐작 하는 건 의미 없는 행동이긴 하지만... 저라면 그랬을 거 같네요."
모든 게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을 모르지 않는다. 리라는 말을 고르며 몇 발자국을 더 옮겨간다. 이제 축제장에 설치된 의무실도 거의 코앞이다.
"태진 선배님은 잘못되지 않았고 역겹지도 않아요. 제 눈에는 충분히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 선배님만 보이는걸요? 개인이 모든 걸 전부 수용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너무 스스로를 몰아세우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설령 모순적이어도 앞뒤가 맞지 않아도 리라는 허투루 듣지 않았을 것이다.
"인첨공은 말씀하신대로 역겨운 구석이 적지 않아요. 매일 좋지 못한 꼴을 보다가 햇빛 나는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면 괴로운 것도 무리는 아니죠. 하지만 선배님 곁에는 저지먼트 친구들이 있고, 같은 3학년 선배님들이 있고, 저도 있잖아요? 엔터테인먼트 하나는 만능인 후배."
그러니까 기왕이면 함께 고민하고 협의점을 찾아봐요. 혼자 괴로워하다 곪지 말고, 지금처럼 속 이야기도 나누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잡담 쭉 읽는데ㅋㅋㅋㅋㅋㅋ 인천 코뿔소파들 같으니(...) 이게 스킬아웃이야 저지먼트야! 박호수 하나로 이렇게까지 어그로를 끌다니 조금 뿌듯 아아닙니다...
온 사람들 어서오고 다녀오는 사람들 다녀와! 그리고 인정한다 운전은 남이 해주는 게 최고야 내가 하면 피곤해
situplay>1597030134>97 대쟝늑대... 다정해............. 이게 리라 여친이라니 믿기지가 않네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어떻게 이런? 이런 아이가 실존? 뽀뽀해버려야지(랑이 랑주 같이 쭈왑) 정말 대박 상여자야 흑흑 감동... 리라도 나중에 미스틸테인이든 뭔 이상한 잔챙이든 랑이 건드리면 와다다 해줘야지 절대 지켜
엄청 표현 잘했는데!!! 히히히 너무 좋아 난 종이에 그린지 오래돼서 간만에 종이그림 보니까 좋네... 귀여워 예뻐 봑봑. 금테 둘러서 한참 보다가 나중에 후대에도 물려줘야지 이제부터 보물입니다(?)
모든 QR코드를 지나치며 빠르게 걷고있다. 하늘에서 드론으로 만들어내는 코드, 철판에다가 용접하고 있는 코드, 달고나 QR코드맛... 하나같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것들 투성이라 곧 폭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디선가 'QR코드에 질려버린 당신!' 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 홀린듯이 그 안으로 들어가본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은 수용하기 어려운 말도 있다. 부정하고 싶은 심정이 가득하지만, 구태여 입에 내지는 않는다. 내 탓이 정말 아닐까. 최소한 손에 닿지는 않았을까? 내가 스스로를 더 망가트려서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내가 어떤 증오를 받더라도 속죄할 수 있다면. 나는 그냥 그렇게 하겠다. 미움 받는 거야 이젠 생각해보면 익숙하지 않나.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 받아들이는 수 밖에.
의무실이 가깝다. 그건 지금 내 흐린 눈으로도 보이고 있다. 젠장. 꼴사납구만. 최애 아이돌에게 이런 위로를 받으며 부축받고 있다는 사실이.
다리에 힘을 준다. 이를 악물고 정신을 다잡아야만 한다. 마침내 땅을 강하게 딛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부축한 팔을 떼어놓으려 한다.
"...이제 됐어."
손으로 겨우 끌고 있던 가방을 열고, 수건 하나를 건넨다. 최애의 이마에 땀을 맺히게 하다니 최악이로군. 땀을 닦을 때 쓰도록 건넨다.
"알아서 움직일 수 있으니까, 가도 돼. 같이 온 사람도 있을거 아냐."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함께 있을 자리가 아니다. 팬과 아이돌은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존재지. 나는 지금 쓰잘데기 없이 가까워져 있을 뿐이다. 사치는... 이쯤 하면 충분히 부렸어. 끙, 하고 짐가방을 어깨에 메고서 남은 손을 주머니에 꽂아넣고 의료 텐트 쪽으로 두어걸음 걷다가 멈춰서 뒤를 돌아본다.
"...그거, 쓰고 나서 그냥 버려."
수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서 다시 걸어간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전진한다. 분명 심성 자체는 감사한 일이지만... 나하고는 엮여 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때묻지 않은 사람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도시에 살면서 고민이 있고 생각이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태여 피 묻은 놈한테 가까이 둬야 할 이유도 없다. 그게 앞으로도 계속 피를 묻혀갈 놈이라면 더더욱. 부디, 그러지 않도록 누군가가 지켜줬으면.
그 순간, 소년은 실감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그 순간에 못박힌 것은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었다고.
4년하고도 절반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흘렀다. 그날, 인첨공으로 들어가던 버스를 타던 날 몇 년 뒤의 미래의 자신을 허황된 상상으로 그려보기도 했다. 자신도, 자신 주변의 세상도, 좀더 멋진 곳으로 변해있을 것이라고. 자신은 좀더 멋진 사람이 되어서 부모님과 함께하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런 소년을 비웃듯 그 꿈은 갈가리 찢어진 채로 못박혔다. 그래서 소년은 그동안 편지를 한 통도 드리지 못했다. 능력 하나 개화하지 못하고 0레벨인 채로, 인첨공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나약한 육체는 전혀 성장할 생각을 하지 않고, 소년은 이 콘크리트 야생에서 가장 나약한 피식자로 전락했다. 당신의 아들이 이리 비참한 몰골이 되었소, 하고 연락드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락드린다고 해도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자신은 이미 이 인첨공에 영영 매여,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거늘.
그래서 소년은 자신이 떠나간 뒤 남겨진 어머니의 모습을 굳이 상상하지 않았다. 아니,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더 늙으셨을까, 더 야위셨을까, 그 팔팔하고 괄괄하던, 세상 누구보다도 듬직한 뒷모습이 혹시나 내가 알던 것보다 많이 작아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하시지나 않았을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나 않았을까. 원망하고 계실까, 분노하고 계실까.
하지만, 코너를 도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소년은 실감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그 순간에 못박힌 것은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었다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 엄마···!”
희끗희끗하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을 180cm가 넘는 키. 다부지게 벌어진 어깨, 새까만 곱슬머리와 하얀 피부, 콧등에 길게 그어진 흉터를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초점 선명한 눈동자. 저음의 목소리, 그 괄괄한 성격에 감성은 충만해서 쉽게 눈물이 차오르곤 하는 눈가, 거칠지만 아들을 부를 때면 세상 무엇보다도 부드러워지는 목소리, 성큼성큼 달려오는 발걸음, 꽉 끌어안긴, 익숙하게도 따뜻하고 딴딴한 품. 이마에 해주던 뽀뽀, 오늘은 그동안 못했던 만큼을 가불받아 온 얼굴에 쏟아지는 뽀뽀 세례. 눈물이 와락 돋아 품에 얼굴을 파묻으면 어깨를 마구 뚜덕여주시는 커다란 손. 아들의 머리카락이 하얀색으로 바래고, 보라색이라 일컬을 수 없는 보라색으로 눈동자 색까지 변해버렸는데도 한 눈에 자신의 아들이 이 자리에 있음을 알아보는 것까지.
“성운이. 성운아. 성운아, 아이고, 내 아들, 내 새끼······.”
생애 가장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를 마주했던 그날에서부터, 아들의 어리석음으로 아들을 잃어버린 그날에서부터, 자신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며 어머니는 4년 반의 세월을 아들을 위해 가로질러 지금 이 자리에 도달했다.
“어떡해, 어쩌면 좋아, 이 만리타향에서 무슨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길래 머리가 이렇게 다 새하얗게 바래서는··· 응, 엄마 여기 있어요. 아들. 보고 싶었어.”
그리고,
“야, 서헌오!!! 네 키 181cm, 내 키 185cm, 우리 둘이서 낳은 자식인데 얘 왜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때랑 키가 똑같아?!”
자캐식으로_네_곁에_있고_싶었어 "압니다. 나는 당신의 곁에 설 수 없다는걸 알았어요. 나로는 너무나 부족했으니까. 당신은 쭉 내가 아닌 그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감히 당신 곁에 설 수 있다는 생각조차 품지 못하고 고이 접어두었어요." "하지만... 난 여전히 당신 옆에 서서, 그 손을 잡아주고 싶었는데... 이젠 당신이 없네요..."
그 뒤 소소한 부부싸움(싸움이라기도 뭐한 게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퍼대고 아버지가 속수무책으로 몰리는 그림이었다)이 있었으나 그 또한 어디까지나 칼로 물베기, 두 분 금슬에는 영향이 없어 보였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성운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한때 꿈꾸던, 아버지와 어머니, 자신, 세 가족이 함께하던, 유년기의 그 이상적인 나날들을 오늘 한 번 다시 맞이했다. 재회의 기쁨과 설움의 눈물이 그치고, 성운은 다시 잠깐이나마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들, 아까 오면서부터 봤는데 온 사방천지 별 이상한 데에 QR코드가 있던데 그건 뭐니?” “인첨공 내부 사람들 대상으로 행사하는 건데, 전용 앱으로 찍으면 포인트를 주는데 그걸 모아서 경품으로 교환할 수 있대요.”
건네진 수건으로 이마를 가볍게 두드린 리라는 멀어져 가려 하는 태진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다가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 앞서가는 태진의 팔을 붙들어 세웠다.
"방학 중이어도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 때문에 사감 선생님은 항시 대기 중이시니까 내일이라도 공실 있는지 문의해보세요. 보통 이런 데에서 3학년은 우선순위를 주기도 할 거고, 사정을 말하면 당일 입소는 어렵더라도 집이 수리될 때까지 머물게 해주시거나 그럴 만한 장소를 소개시켜 주실 거예요. 그러니까 내일 학교 오세요. 저 기숙사 사는 거 아시죠? 이것도 그 김에 빨아서 돌려드릴 테니까 꼭 오셔야 해요."
꼭! 당부한 다음 손을 놓은 리라는 살짝 뒤로 물러선다.
"제대로 치료 받으시고 조금 쉬세요. 안 그러면 게시판에 메모 붙여서 다 일러버릴 거예요, 장태진 선배님이 아픈데 몸 관리도 제대로 안 하고 막 돌아다닌다고!"
이거 협박 아닌가? 정말 그럴 셈인지 아닌지 파악할 새도 없이 리라는 웃는다.
"그럼 저 가요, 내일 학교 오세요!"
그러고도 태진이 의무실 안에 들어가는 것까지 똑똑히 지켜본 다음에야 몸을 돌려 천천히 사라졌을 것이다.
/막레로 하면 될거같다! 태진아아아아아... 마음이너무아퍼... 학교안오면 게시판에 태진선배 길거리 방황 중 주워가세요 이렇게 써버린대 학교와(지이잉)
가만히 듣고 있던 은우는 팔짱을 끼고 호수인지 강인지 하는 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월광고등학교 저지먼트 소속. 아라가 알면 필시 난리가 나겠지만 그것까지 자신이 신경쓰고 알 바는 아니었다. 이런 부원을 빨리 못 발견하고 문제를 이렇게 크게 키운 아라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은우는 한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너, 설마 해서 묻는건데, 너희는 모르고 나만 아니까 내가 우월합니다. 엣헴. 그런 말 하려고 이런 말 하는 거 아니지?"
너희가 아는 리라와는 다르게 과거에 이런저런 말이 있었는데, 그것을 이야기해준 적은 있냐? 너희를 믿긴 할 것 같냐? 과거에서 눈돌리는데 이용되는 도구로 취급받는 것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다 등등.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그것을 모두 들은 은우는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심정밖에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네가 저 아이는 그리 당해도 싸다. 라는 말을 해서 어떻게든 현 상황에서 눈 돌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말을 하고 싶으면, 너부터 과거에 무슨 일을 했고, 너의 지금 모습 말고, 진짜 모습을 말해야 공평한거 아니야? 왜? 그건 또 못하겠어?"
그는 가만히 자신의 앞머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오른손을 펼쳤다가 접었다를 반복하며 마치 손을 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가 세상에 어디있어? 다들 적당히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조절하면서 살아가는거지. 진짜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는 이는 짐승밖엔 없어. 어디서 무슨 만화를 보고 떠드는건진 모르겠는데, 이곳에 회피 목적으로 들어왔건 초능력을 바래서 들어왔건 그런 개인사정 따위 하나하나 따질 생각 없어. 비난하고 싶으면 걔의 지명수배서라도 가지고 와."
이어 그는 반대편 주먹도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하다가 두 손을 마침내 멈췄다.
"왜 오래 머물렀던 시절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하냐고 물었지? 내 답은 하고 싶지 않아서야.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데 주절주절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떠드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너는 나에게 네 과거 이야기, 여기에 오기 전의 이야기 하나도 빠짐없이 다 했어? 안 했으면 이 말은 더 할 가치가 없어. 자. 이 정도로 어울려줬으면 됐지?"
이어 그의 눈빛은 마치 독수리마냥 날카롭게 바뀌었다.
"지금부터 목화고등학교의 부원을 아무런 타당한 이유도, 명분도 없이 건드렸으니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룰 시간이야. 내가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부장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았을테니까다 각오한 거겠지? 바로 쓰러지진 마라. 내가 끝나면 바로 아라가 기다릴테니까."
“─학교에선 정말로 잘 지내나 보네, 아들. 네 웃는 얼굴을 보니 알겠어.”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많기는 하지만, 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자 그러면 여기서 서성운 군의 어머니로서 정당하고 합당한 질문을 하나 하겠어요.” “네, 엄마.” “우리 아들, 연애사정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으려나?” “푸흛?!?!?!” “어머, 반응이 다이내믹하다? 이건 뭔가 있는 맛이구나~ 어떤 아이니?” “그, 엑, 그, 그게에─!!!” “제 연인이랑 비밀연애를 하기로 했다는데 좀 봐주지 그래. 나한테도 말을 안 하더라고.” “어머어머. 학창시절 비밀연애. 낭만이지~ 나도 네 아빠랑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었는데. 아유, 우리 아들 온 얼굴이 새빨개진 거 봐. 어디서 토마토 하나 캐다놨다 해도 믿겠다 얘. 그러면야 네 마음 엄마도 아니까, 나중에 더이상 비밀로 하지 않기로 했을 때 살짝 알려주렴.” “그, 네, 네에······.”
사전조사를 끝낸 결과, 아무래도 가장 눈에 밟히는 건 저 썬캐쳐다. 가판대로 다가가 다양한 모양들의 썬캐쳐를 훑어보던 리라의 시선이 문득 한곳에 꽂혔다. 연꽃 모양 오브제와 크리스탈 구슬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썬캐쳐. (참고 - https://ko.aliexpress.com/item/1005004578122804.html )
@나 랑 [언니!] [(연꽃 썬캐쳐 사진)] [예쁘죠! 이거 완전 언니 거다!] [행사장 안에 있는 웨어러블 테크 체험관 근처 플리마켓 가판대에서 팔고 있어요. 우리 쿠폰으로 살까요?]
문자를 보내고 고개를 들면 가판대 구석에 뭔가가 보인다. 그러고보니 큐알 코드로 이벤트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situplay>1597030126>983 "...그래서." "그게 내가 알아야 하는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좋아. 네 이야기를 들어줄게." "그러니까, 기억 밑바닥까지 내놔." "너의 첫 기억부터, 지우고 싶은 치부와... 욕망과.... 삼 분 전에 한 생각까지... 전부." "신뢰를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괜찮아." "네가... 거절해도...." ".....의미 없어서 그래."
그녀는 당신에게 할 말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침묵은 가끔 도움이 돨 지도 모른다. 타인의 말이 이미 그에게 향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까? 다만 혼자라고 한다면...
"당신이 하는 말을..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물론 타인의 경험이나 말을 낮게 판단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적당히 나서는 척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이 나서지 않더라도 타인이 충분히 나설 만한 이들이기 때문이어서? 다만 혼자 마주한 지금, 피할 수 있었음에도. 말을 건네는 이유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남기지 않으려는 것 때문이었을까요.
"타인에게 떠넘기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그래도 당사자이지 않습니까?" 후회를 곱씹는 것도 어찌 보면 남은 것이니까.
" 무언가 결점이 있기 때문에 인첨공에 왔다고 생각하라는거야? " " 그럼 너도, 나도, 인첨공에 있는 모든 사람이 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거냐? " " 뭐... 그건 좋아. 그렇다 치자고. "
" 그래서 여기까지 쫓아와서 그딴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쟤 옛날에 그랬으니까 바닥으로 끌어내려달라' 라는 찌질한 이야기나 하려고? " " 리라가 과거에 뭔 짓을 했건 내 알 바는 아니지. 알아도 할 수 있는게 없기도 하고. " " 니 몸뚱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썰리고 싶지 않으면 남의 비밀보다는 다른 비밀을 파헤쳐보는게 어때? "
" 억하심정... 도구.... " " 안되겠다. " " 나랑 따로 좀 보자 생기다 만 새끼야. "
"사랑해. 너뿐이야." 태오: "……왜, 나만을 향하는지 묻지 않을게요. 그러니…… 그 감정을 넣어두었으면 해요. 그런 감정은요, 이 세상에서 한철 피어나다 질 감정이에요, 영원하지 않단 거예요……. 쉬이 지고 쉬이 피어날 것에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말아요. 너의 감정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 같아도, 나뿐만이라 단정짓는 당신을 생각하는 거랍니다…… 나에게 매달리지 말아요. 내가 아니더라도…… 가슴에 들어찰 사람이 있을 거예요. 언젠가 만나면, 나같은 것과는 달리…… 온몸이 전율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서도 나와 달리 너를 온전히 붙들어줄 사람이겠죠." "나는……. 그 감정을 받아들일 사람이 못 돼요. 미안해요." (현재 모든 사람에게.)
"이제야……."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그러니까 놓아주세요. 나를 사랑한다면… 오늘만큼은 참아주세요… 바라는 걸 얻은 기념으로……. 주제넘은 참견이겠지만……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는 걸 바라요." (???)
"너…… 드디어… 돌았군요. 커리큘럼의 부작용인가요……?" (이게 친구인가...? 싶은 선관들에게...)
"어쩔 수 없는 술버릇은?" 태오: "아……." "미안해요, 술버릇을 알진 못해요……. 입에 댄 적이 없…… 어째서 그런 눈으로 보나요……? 내가 아무리 흡연자라고 해도 술은 입에 대지 않……았…… 미안해요. 무리였지요……." "하지만 말할 수 없어요……. 한 번 마시고 나면…… 정신을 차릴 때 즈음엔…… 항상 다음날이 되었거든요."
📢 제정신인 듯 멀쩡하게 있고, 상당히 얌전하게 있음! 평상시랑 다를 바가 없어서 얘 안 취한 것 같은데? 술 왤케 강하지? 싶을 정도로. 그런데 말을 걸면 한 템포 늦게 반응하고, "이제 들리지 않아……." 같은 의미 모를 헛소리를 몇 번 하다가 조용히 잠드는 편.
"원하는 사람 한 명을 되살릴 수 있다면 누굴 살릴래?" 태오: "이기적인 질문이에요." "살아나면 누군가의 삶이 예전처럼 돌아올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 거예요.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건 이기적인 일이에요….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든간에, 나의 이기심으로 비롯되어 이 인첨공에서 다시금 삶을 살아가라며 내던지는 꼴이잖아요." "유감스럽지만, 인간의 삶은 그래서 아름다운 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 쯤은- 이미 알고 있는데?" "맨날 나 때문에 조별과제 망했다고 쨍알대고, 자기가 버스탄건 인정하려 하지 않고..." "거짓말쟁이에, 남탓이나 해대는 번거로운 우정이긴 하지." "근데, 그런 모습도 이리라고, 리라는 내 친구거든?" "내 친구 험담도 내가 하지, 너같이 소름끼치는 자식이 내 친구 험담을 해?" "리라에 대해 할말 더 남았냐? 더 할거면 이리 와서 나랑 한판 붙든가, 아니면..." "꺼져."
>>367 아아아아뇨 그 애린이나 애린주 잘못이 아니니까요... (흐릿) 병원 이야기는 아닌지라 애가 통제불능 상태가 된건 아니지만, 에... 그 옛날 좋아했던 친구의 기억이 좀 떠올랐다고 합니다... 해소는 걱정 안하셔도 될것 같아요! 그냥 냅두면 식당까지 걸어가는 동안에 알아서 마음 잘 추스릴거니까요...? 그렇지 않더라도 애린이라면 뭐 금방 해소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흐릿)
모두를 구해줬다라. 그 말에 은우는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허나 그 입꼬리는 조금이지만 위로 올라있었다. 저렇게 말해주는 이 하나가 있다는 것이 지금은 기분이 좋았기에 특히나 더. 지금은 행복하다는 말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을 굳이 더 할 필요가 있을까. 그 행복이 끝까지 쭉 이어지길 그는 그저 바랄 뿐이었다.
"다행이네."
그렇기에 그는 그 짧은 말을 남겼다. 그것 이상으로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말은 없었으니까.
"응. 다른 부원들에겐 비밀이야. 그 녀석들은 알게 되면 또 나서겠다고 할테니까. 물론 만일의 경우에는 도움을 요청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내 손으로 최대한 처리하고 싶어. 세은이가 나 때문에 위크니스가 되었다면, 그것을 풀어주는 것도 나여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하핫. 뭐, 저지먼트를 사적인 용도로 부릴 수는 없다는 학칙도 있지만 말이야."
이해한다라는 말. 그리고 괜찮다는 말. 그때의 일은 죄송하다는 말. 그 많은 것을 곱씹으나 과연 그것만으로 끝이 날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필시, 이런저런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녀를 떠나서 다른 부원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디까지나 이번 일은 내 개인의 일이기에, 아무도 끌어들이지 않는거야. 저지먼트로 그림자를 막아야 할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부릴테니까 그 점은 걱정하지 말고."
다시 한 번, 그 누구도 무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며 그는 문을 조금만 열고 살며시 그 안을 들여다봤다. 홀 같은 커다란 공간이 있었고, 저 앞쪽에 나가는 것으로 추측되는 문이 있었다. 허나, 문제는 그 파란 괴물이 문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곤란하네. 딱 괴물이 나가는 곳으로 보이는 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어. 일단 왼쪽으로 이동하는 복도가 있긴 한데..."
이어 그는 잠깐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먼저 나가서 왼쪽 복도로 유인하는 사이에, 저 문을 열고 나가서 탈출하라고 하면 받아들일거야?"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녹 제거제와 윤활유는, 동월의 눈을 흔들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무리 '녹슬었다'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곤 하지만 자신을 광나게 닦아버리겠다는 말을 하는게 들리는건 기분탓이었을까. 그래도 금방 다시 가방속으로 들어갔으니 다행이었겠지.
" 도X에몽 주머니냐고... "
커다란 크로스백이 빵빵하게 부풀어있던건 그래서였나.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걸 가지고 다니는건 평범하지 않을 터였다.
" 그랬었지. 그때는 사람을 믿지 않았으니까. " " 지금도 그 성격이었다면... 그래. " " 저지먼트에 발을 붙이지 않았을지도. "
....오히려, 살아있긴 했을까. 나지막한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러다가 퍼뜩, 자신이 괜한 소리를 했음을 깨닫고서 다시 쾌활한 동월로 노선을 바꾸었을테다.
" 너도 인간이얌마-! "
그것은 조금은 억지텐션이었다고 봐도 좋았을테다.
" ....그건 또 누구야. "
애린이 놀라거나, 충격을 받으면 자신은 알지 못하는 어떤 외국인들의 이름을 외친다는 것 정도는 이제 익숙해졌지만, 항상 이런 질문이 따라붙는건 어쩔 수 없었다. 매일 달라진다는 것 부터가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였겠지.
" 그러는 네가 한건 엿이잖냐! "
무려 얌전히 녹여먹으면 수능을 잘 치게 해준다는 전설의 음식(...)을 주먹감자라고 표현하다니! 적어도 동월은 그런 표현을 주먹감자라고 말하진 않았다!
" 넘어져서 다치거나 하진 않았냐? "
지금까지 수도 없이 그렇게 넘어져왔을텐데, 그래서 다친다면 일상생활에 무리가 갈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애린이 가끔씩 자신을 '인간 쿠션' 이라고 하는걸 보면 다치거나 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항상 같은 포즈로 넘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불의의 습격은 인간을 쉽게 다치게 하곤 한다.
" .... "
말을 쏟아내고서는, 애린의 보랏빛 눈동자를 자신의 하얀 눈동자로 마주보았을테다. 확실히, 너무 배려 없는 말이긴 했다. 자신이 한 말을 바꾸어 말하자면... '그런 사람이 주변에 없을만큼 외로운 사람' 이라는 뜻이 될지도 모른다. 애린에게 비수가 되었다고 한다면 사과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그 말에 동월은 숨을 조금 들이켰다.
" ....아니야. "
허탈한 웃음에, 뭔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에, 슬픈 표정으로 그녀를 마주보던 동월은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 그게 아니야! "
그야 그렇게 말해버리면, 동월에게....
나에게, 널 옥죄려고 하는 것 같잖아.
" 미, 미안해... 그치만 그게 아냐... 단지 난.... "
양 손을 붙들고 있던 손이 힘없이 풀려, 툭 떨어졌을테다. 누군가를 자신에게 옥죈다. 그것은 먼 옛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자신과 만난 한 아이.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 아이를 옥죄려다 되려 잃어버리게 된. 자신뿐만이 아니라 그 아이의 행복까지 빼앗아버린. 그런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감정은,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얄궂다고 해야할까. 심호흡 몇 번에 진정되었을테다.
" .....미안해.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 " 다만... 절대로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할건 아니었어. " " 단지... 나와 있을땐 네가 좀 더 편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서... 그래서 그런거야. "
나지막히, 고해하듯이 말하고서 뒤를 돌았을테다. 오랜만에 기억났다. 덕분에 상기했다.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음을.
" ...가자. "
" 거 먹어보고 싶어지는 고기네. "
동월은 공룡 뒷다리도, 타조 통다리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신기한 맛이려나... 실없는 생각이 머리를 채울 때 쯤에 더 어이없는 이름들이 들려온다.
" ....3개나 먹는 파르페는 뭐야? "
그냥 평범하게 파르페 3개짜리 아닌가? 알 수 없는 파르페의 생김새를 그려보려 애쓰며. 손으로는 능숙하게 물수건이라던가, 수저나 물 같은 것을 분주히 세팅했을 것이다.
라고는 하지만 서한양의 정치력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다. 삼국지 캐릭터로 따지자면 통솔 70 후반 / 무력 90 후반 / 지력 80 후반 / 매력 80 초반의 무력과 지력이 높고 다른 능력도 준수한 캐릭터가 될 것이다. 정치만 높다면 말이지. 정치가 60 초반의 수치로, 팔방미인 캐릭터라기에는 애매한 캐릭터였다.
"안 맞으면 그냥 쉬는 거지, 뭐. 그래. 차라리 억지로 즐기려고 하는 것보다 낫겠네."
본인이 안 맞다고 싫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래도 즐겨보자고 권유하는 게 더 귀찮게 구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
가위바위보에서 져버린 서한양. 그대로 식혜와 콜라를 말없이 계산하기 시작했다. 계산한 콜라를 태진에게 건네는 한양. 비장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레벨 4가 되기 전 과도하게 힘을 쓰다가 나타난 현상. 커리큘럼을 받다가 모발이나 눈동자의 색이 변하는 흔한 증상 중 하나였다. 서한양은 그 흔한 증상도 나타나다가 한 번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고. 힘이 어느정도 안정되니깐 돌아오더라고.
한양과 금랑은 평소 흔하디 흔하게 하는 싸움을 이어가다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정하가 목줄을 빼앗고 금랑이를 데려가기 시작했다. 한양이도 당황했지만, 금랑이 역시 살짝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허허..진짜로 뺏어가버렸구만..어서 쫓아가야지.."
한양은 그렇게 달릴 준비를 하다가, 누군가와 툭 부딪힌다. 한두 명이 아닌 무리들.
"앗 죄송합니다.."
"......"
한양은 사과를 했지만 무리들은 말없이 지나갈 뿐이었다. 서한양은 무언가 직감을 한 것일까? 무리들의 미세한 몸짓이나 눈빛이 묘하게 거슬리기 시작한다.
'녀석들의 목적은 관람이 아닌 것처럼 보여. 동물들에게 보내는 동정의 눈빛. 절대 이곳을 즐기러 온 사람들의 눈이 아니거든. 일부 녀석들은 눈빛이 호전적이다. 마치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말이야.'
'혹시 모르니깐 몰래 미행해보자.'
한편 정하와 금랑이는 둘이서 뛰쳐나와서 본 것은 펭귄이었다. 뒤뚱뒤뚱 걸으면서 무언가 하잖은 귀여움이 있는 펭귄들. 한 펭귄이 줄을 서서 뒤뚱뒤뚱 걷다가, 유리 밖의 금랑이를 보고 신기한 듯이 다가온다. 금랑이 역시 펭귄을 신기하게 보기 시작하고. 강아지의 눈이 커지는 걸 여러번 목격하네.
"와장창-!!!!"
하지만 갑자기 깨져버리는 유리. 금랑이 역시 놀라다가, 아까 벨루가를 보고 겁먹은 모습과는 다르게 주변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끼고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펭귄들은 깜짝놀라서 이리저리 흩어지기 시작한다.
"으르르르...왈!!왈!!왈!!!!!!"
금랑이는 한 여성을 보고 경계하듯이 크게 짖기 시작한다.
"어머 멍멍아. 친구들을 풀어준 건데 왜 이렇게 경계하니?"
"너도 인간들의 손에서 자유롭게 해줄게."
유리를 다루는 능력으로 보이는 여성은 깨진 유리조각을 원격으로 움직여서 금랑이와 정하 사이에 이어진 줄은 끊어버리려고 했다.
은우가 내심 기분 좋아하는 것 같자 청윤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은우를 보니 청윤도 기분이 좋아졌다.
"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을게요. 선배나 세은이가 말해도 괜찮다고 한다면 말하겠지만.."
사실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위크니스 관련 사항은 은우 선배의 사적인 사항이니 함부로 말하는 것도 좋진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의지할 수 있다면 의지하길 바랬다.
"그렇게 말하시길 바랬어요."
청윤은 다시금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요..? 이거 까다롭게 되었네요.."
청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생각했지만 마땅히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출구가 코 앞인데 여기서 막히다니..
"은우 선배께서 저 괴물을 피하시고 문으로 가실 수 있다는 보장이 있으시다면 모를까.. 그냥 은우 선배라는 이유 만으론 유인하시라고 보낼 순 없어요. 물론 전 은우 선배보다 달리기도 조금 느리니 제가 대신 가는 것도 좀 그렇지만요."
청윤은 단호했다. 이번 일도 확실히 무모한 일 아닌가?
"차라리 정면 돌파는 어떨까요? 둘이 양쪽으로 튀어나가면 괴물이 어리버리하다가 놓칠수도 있잖아요?" "그게 아니면 위로 올라가서 적당히 떨어지면 시끄러울 물건을 들고 온 후에 던져서 괴물을 왼쪽 복도로 유인할 수도 있죠. 괴물이 우리 쪽 방향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가정이 있지만요."
청윤은 다른 두가지 선택지를 냈다. 은우가 혼자 유인하러 간다는 선택지는 딱히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
"...후우...이제 그래서, 일단 분리시켜서 도망쳤지만...다시 찾아야겠지...? 한양선배 아까 거기 다시계시려나?"
펭귄을 보면서 눈을 땡그랗게 뜨고 무언가 통하는게 있는듯 소통을 하는것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발걸음도 이리저리 스텝을 밟으며 꼬리를 흔든다. 역시 귀여운거 엎에 귀여운건 과학이야. 어쩜이렇게 귀여울까 금랑이...
"그래도, 한양선배랑 잘지내야돼...! 너 그러다가 밥도 못먹어!"
쭈그려 앉아 금랑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대화를 시작한다. 금랑이는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해맑기만 하다.
...그때.
[쨍그랑]
커다란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짖기 시작하는 금랑이. 도망가는 사람들 속에는 분명한 하나의 흐름이 있었고, 그 원인은... 어딘가 수상한 웃음을 흘리는, 갈색 머리의 한 여성이 있었다.
"저지먼트입니다! 하던 행동을 멈추고 투항해주세요!"
그렇게 말은 하지만, 어차피 알고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저런일을 하는사람은, 평범한 경고따위로는 멈추지 않는다는걸. 그러니까...
일단, 상황을 분석한다. 레벨 2~3정도의 능력자. 유리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에 대한 적의는 적다. 하지만 극단주의적이니 어떻게 돌변할 줄 모른다. 일단 먼저 할 일은.
"투항에 거부한것으로 해석, 공무집행 방해로 인한 강제 진압을 실시합니다!"
제압하는것. 정말 다행히도, 여긴 아쿠아리움, 매개가 될 물은 충분하다. 그리고...난 물에대한 통제력이 매우 높은편이다. 펭귄 우리에 있던 물을 꺼내온다. 그리고 나서, 일부는 바닥, 수조 안의 깨진 유리를 쓸어모으고, 일부는 흥분한 펭귄이 빠져나오지 않게 가둬둔다.
이렇게 된다면, 유리를 움직이려고 해도 굳게 굳은 물 속에서 제대로된 움직임을 보이긴 힘들겠지.
"금랑아 가서 한양선배 데리고와!"
그렇게 이야기 하고, 앞으로 뛰쳐나간다. 3개월동안 레벨이나 계수는 많이 안늘었어도... 놀고만 있었던건 아니거든.
능력을 무력화 시켰다고 판단, 주먹을 쥐고 나서, 그 갈색머리 여자에게 달려나간다. 물론 발 밑엔, 빠른속도로 쏘아지는 물이 함께다. 당황한 표정의 여자에게 딱 한번만 손이 닿는다면, 그 즉시 피부의 모든 수분이 전부 날아가, 튼것처럼 에리라. 감염만 안당하면 후유증도, 전치 2주까지도 안간다. 단지...엄청 아플 뿐이지.
"게임인데 한번은 내 뜻을 좀 따라주면 안되는거야? 이거 잡힌다고 진짜로 죽는 것도 아니잖아. 설사 잡혀도 게임오버 당하고 끝일 뿐이라고."
바로 기각당하는 것에 은우는 벙찐 표정으로 청윤을 바라봤다. 이 후배. 생각보다 고집 세구나. 보통 이런 게임에선 이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우선 청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일단 전자와 후자를 가만히 생각해봤지만 그는 후자에 대해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의 능력이 있는 상태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던져서 안 보이는 곳까지 던지는 것은 힘들지 않겠어? 무엇보다... 책상은 다 부서졌고, 옷장의 옷으로 뭘 하려고 해도 어림도 없을 것 같고, 침대를 던질 수도 없잖아."
일단 침대를 여기까지 들고 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결국 남은 방안은 정면돌파밖에 없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후우, 숨을 내뱉었다.
"일단 하나라도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좋아. 정면돌파를 해보자. 나는 왼쪽, 너는 오른쪽. 이렇게 가자. 어느 한 쪽이 잡히더라도, 뒤돌아보지 말고 바로 문을 열고 빠져나가는거야. 어쨌건 클리어가 중요하니까. 게임이기도 하고."
피식 웃으면서 은우는 마지막으로 청윤에게 준비가 되었는지를 물었다. 만약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 나오면 그는 그 상태에서 문을 걷어차서 홱 연 후에, 괴물의 왼쪽으로 파고들어 뛰어들었을 것이다. 어쨌건 운동신경 하나만큼은 꽤 좋았기 때문에 능력이 없어도 꽤 잽싸지 않았을까?
"그렇습니까..?" "의외로 향수보다는 핸드크림이나 샤워젤 같은 종류인데 향수와 같은 향을 쓰는 게 좀 더 나을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향수가 주가 되는 것 같던데. 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철현 씨 정도라면...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알려달라는 것에..
"별..건 아닙니다만.. 멘토스라던가. 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정도뿐이긴 하지만. 수경은 없다는 말에 그러면 간단하게 노점 돌아본 뒤 코드 청소라도 하실 생각 있으십니까? 라고 물어봅니다.
"qr코드를 마구 뿌려서 청소가 힘들어서 모아서 버리는 데 옮겨주기도 합니다.." 동생분이 전화주기 전까지요. 라는 말을 덧붙이고 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혼자서 할 거라고도 합니다.
"아직 여름이니까 샤워젤같은.. 씻을 때 쓰는 용품 쪽을 추천드립니다." 여름에 핸드크림은 그다지 큰 효용이 없는 만큼 그렇게 말을 하고는 멘토스 콜라라는 말을 듣자 슬쩍 눈을 피합니다.
"텔레포트..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작은 물건들인데 양이 많으면 연산이 많아집니다." 작은 물건들은 모아놓고 한번에 슉 보내는 게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자면 마대자루에 담긴 코드찌꺼기나. 쓰레기는 한번에 옮길 수 있지만. 코드종이나 쓰레기 수백개가 흩어져있으면 하나하나 이동시켜야 한다는 그런 느낌이네요. 물론 레벨이 오른 만큼 더 수월해지긴 했지만.
그렇게 코드 청소를 하기 시작하는 수경과 철현입니다. 철현과 수경이 좀 모으고 나면 수경이 보내는 식이 되려나요?
받아 든 콜라 캔을 따서 승리의 축배를 한 모금 들이킨다. 아, 이런 날씨에 이 피가 끈적해질 것 같은 당과 탄산이란. 이 맛은 죽어도 못 끊는다. 다른 건 다 끊어도 이건 못 끊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제 뭘 할까' 라 생각하던 차에, 한양으로부터 핫바 내기의 딜이 들어온다.
"...지고는 못 사는 놈 같으니."
좋다! 여태껏 한번도 결투 신청을 거절해 본 적 없는 나다. 이 콧대높은 엄친아에게 패배의 굴욕을 내가 선사해주고 말리라.
굳이 대답하지는 않기로 했다. 너도 그럴 수 있을 거예요, 라기엔 자신부터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본인부터 제대로 되지 못한 말은 기만에 불과하다. 태오는 그렇게 생각하는 부류 중 하나였고, 애석하게도 이젠 친절도, 상냥도 습관인 사람일 뿐이다.
"누가 투항을 한다고! 내가 잘못한 게 있어? 자기들이 의심 않고 코드 찍은게 잘못이지!!"
뻔뻔하고도, 작위적이다 싶을 정도의 태도였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본인 잘못은 없다는 듯 굴던 보스는 끈끈한 채찍이 붙자마자 허리에서 사라져버리는 탈출 장치를 보고 당황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뭐하는 사람이야? 싶은 눈길이었다. 그리고 이곳이 인첨공임을 깨닫곤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랬지, 여기는 기상천외한 초능력 가진 사람들이 있지. 대다수가 레벨 0이라고 해도 소수의 엘리트는 있기 마련이고-
"변호사가 오기 전까진 아무 말도 않을 거다. 알아들어?!"
보스는 바락바락 외치면서도 자신에게 수갑을 채우려 하니 마구 몸부림 치려 들었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옥상 문을 발로 걷어차듯 거칠게 여는 소리가 들렸다. 태오는 잔당 하나를 질질 끌고 오면서 당신을 쳐다봤다.
"코뿔소를…… 외칠 시간도 없이 끝났군요. 참으로… 다행이에요. 마침 나도 정리를 했답니다. 후배님."
태오의 손에는 확실하게 눈 뒤집어 까고 기절한 남성이 멱살을 쥐인 채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어디서 난 힘인지 모르지만 그 남자를 툭 던지고는 하아, 짧게 숨을 내쉰다.
서로의 색을 나눈 팔찌는,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선물 하고자 만든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인터넷 영상에서 발견한 것이고, 만들다 보니 소년과, 여로의 색이 뒤섞였을 뿐이다. 그렇게 제작한 팔찌가 생각보다 잘 나왔고, 마음에 들었기에 아주 조심히.. 서랍 안에 넣어둔 것이다.
하얀 소년은 팔찌를 매만지다가 여로와 눈을 마주쳤다. 오늘 유독, 시선이 겹치는 느낌이다. 서로를 본다는 건 이런 기분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슬그머니 내려간 시선에는 소년보다는 굵지만, 거칠지 않은 손목이 보였다. 흰 손끝을 내밀어 그 부근을 쓸다가 멈칫거린다.
".....괜찮아."
여로가 내민 팔찌를 받아들었다. 흰 소년의 시선이 그의 팔찌과, 손목에 닿는다. 하얀 소년은 다소 느릿한 몸짓으로 종이 팔찌를여로의 손목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
소년은 떠올렸다. 이 팔찌의 사이즈는 소년에게 맞췄다는 것을. 여로는 소년보다 키가 크고, 손과 손목도 컸다. 이는 하얀 소년의 손과 손목이 평균점보다 작은 것도 있을 것이다. 들어가지 않는 팔찌를 가지고 잠시 멍하니 있던 소년은 태연하게 빼내고는, 슬그머니 들어올려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간단한 탈진 증세로 처방을 받았다만, 대충 이해는 간다. 그만큼 토하고, 찜질방을 다녀온 이후로 땡볕에서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았으니. 이런 날씨엔 사람이 이틀 정도에 망가지는구만. 다만 그렇게까지 식욕이 돌지는 않는다. 몸 상태도 있지만, 아직 심적으로도 그렇게까지 회복이 된건 아니다.
여전히 사람과 마주치는것이 혐오스러웠다. 조금이라도 진정되어서 이제 '말 그대로' 구역질이 나오는 상태는 아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거부감이 들어서 최대한 누군가의 시선에서 피하고자 한다. 길을 잃고 방랑하며 사람들과 마주할 바에, 그저 아무도 만나지 않는게 좋겠어.
"끼니부터 해결해야겠어."
그런데 이러면 어쩐다. 쓰레기통이라도 뒤져서 먹어야 하나. 옛날 생각 나는군. 그땐 진짜로 토쏠리는거 참으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진걸 주워먹으며 살아남아야 했었지. 혹은 시비를 걸어오는 놈들을 쓰러트리고 가진걸 뺐거나. 그게 야생이지.
"물론 그 시절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만."
우선은 집으로 돌아갈까. 전기가 아예 나가진 않았으니까, 냉장고에 먹을 게... 아, 없구나. 내가 기억하기론 없다. 레벨3가 되어서 지원금도 받는데 이제 냉장고에 먹을거리 좀 쌓아둬도 되는거 아니냐고. 빌어먹을.
한숨을 내쉰다. 그냥 한끼만 더 굶을까... 하고 생각하던 차에, 대형 천막 하나가 갑자기 중심을 잃는다. 처음 보았을 때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묵직한 기둥이 사람들을 향해 내려앉으려 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능력으로 각력을 강화해서 스프링처럼 튀어나간 뒤, 천막의 기둥을 떠받친다.
"이 빌어먹을... 왜 또 내가 이러고 있냐고!"
이래봤자 누구도 내게 고마워할 리 없다. 심지어 굶어서 체력도 없는데, 이걸 내가 왜 떠받치고 있는거지? 젠장. 모르겠다. 사람이 제발 적당히 이기적으로 좀 살아야 하는 법인데! 갈 곳 잃은 욕설만이 짧게 축제장 한쪽에서 메아리 쳤다.
어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소년은 한참 잘못 알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것보다 훨씬, 훨씬 강했다. 십여 년 만에 맞이한 온 가족의 모임.
그것도 이 축제가 끝나면 하룻밤의 꿈과 같이 산산히 흩어지겠지만, 이제 어머니한테 편지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아니까. 어머니는 그런 일로 자식을 책망할지언정 원망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자신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사실을. 어머니는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그래서, 호텔로 돌아가는 어머니한테 성운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엉뚱한 인사를 해 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드론들이 QR코드 대열을 이루고 비행하고 있길래 핸드폰을 꺼내어 찍어봤다.
장난스럽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허나, 저 고집을 꺾을 생각은 없었다. 그야 게임이니까. 만약에 이게 실제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청윤에겐 미안하나 저 말을 듣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즐기기 위한 게임. 잡힌다고 죽는 일도 없었고 아쉽게 실패할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제안에 따르기로 하며, 문을 걷어차자마자 앞으로 달려나갔다.
괴물은 둘을 보자마자 크게 괴성을 질렀고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절로 넘어갈 정도로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분위기.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표정을 찡그렸다.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긴장되는 분위기. 그 와중에 괴물의 손이 제 몸을 살며시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그는 몸을 빠르게 숙였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괴물의 다리를 걷어차려고 하면서, 청윤이 빠져나갈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물론 그래봐야 몇 초 정도 뿐이지만.
이어 그 상태에서 그는 문으로 빠르게 달렸고, 문고리를 잡고 열려고 했다. 아마 청윤도 비슷하게 들어오지 않았을까. 이내 문이 열리자 그는 그곳으로 빠르게 뛰어들었다. 문 밖으로 나가자 시야가 갑자기 바뀌었다. 그곳은 마치 '대기실' 같은 아무 것도 없는 크고 넓은 공간이었다.
"산채로 씹히는 경험은 아니겠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던데. 아무튼 이게 체험이면, 본편이 나오면 대체 어느 정도려나. 정식 버전이 나오면 구입해야겠어. 이거. 대학 수업을 듣고 돌아와서 세은이와 같이 즐기면 좋을 것 같아. 특히 방금 전의 그 호러하우스."
필시 난리가 나겠지만 그게 또 재미가 아니겠는가. 뭘 생각하는지, 그는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꼭 세은이와 하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그는 돈을 가득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매달 2천만원 이상씩 들어오니 얼마 가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구입할 수야 있겠지만... 비어있는 방에 두면 되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기기가 풀릴 쯤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래도 부장이니까. 이런 거라도 해야지."
고맙다는 그 말에 그는 별 거 아니라는듯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내 대기실이었던 공간이 사라지고, 맨 처음에 들어왔던 그 방으로 돌아왔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나가는 문까지 안내해주는 그 모습에 은우는 쭈욱 기지개를 켜며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며 천천히 밖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 시간은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하루가 길긴 기네. 여유로워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괜히 다시 한 번 쭈욱 기지개를 켰다.
"좋아. 그럼 가보자. 관람차. 오히려 이런 시간이니까 여유롭게 탈 수 있을 거야."
보통 그런 것은 야경을 보겠다고 밤 시간에 몰리는 일이 많았다. 그것을 반대로 짚어보면, 야경이 없는 시간대엔 생각보다 한가하다는 이야기였다. 이어 그는 근처에 있는 건물로 향했다. 바로 그 옥상에 관람차가 있었으니까. 그곳을 천천히 향하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면서 그는 이내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하고 정하하고, 여로하고 이경이가 동거를 하고 있었지? 그거, 게시판에서 보긴 했는데 별 문제는 없니? 저지먼트 역사상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동거하는 케이스는 처음이라서 조금 신경이 쓰였거든. 생활에 별 문제는 없고? 학업이라던가 저지먼트 활동 관련으로는?"
필시 세은이라면 방금 괴물을 보자마자 바로 막 소리를 지르면서 방방 뛰어다녔을 거라고 생각하며 은우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내년, 아니면 내후년? 언제가 되어도 상관없었다. 어쨌든 그때까진 세은은 자신과 같이 살테니까. 그러니까 그 안에만 오면 된다고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한편, 여로와는 조금 그렇다는 말에 은우는 가만히 눈을 감고 여로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때 이후로 패가 어쩌고 발언은 없긴 하지만.. 한번은 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역시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눈을 떴다. 하지만 농담이라는 마로가 함께 나름대로 재밌게 즐기고 있다는 그 말에 그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지낼 수 있도록 건물을 하나 사서 저지먼트에 기부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그 와중에 커플이라는 말과 함께, 고셈이 빠진듯한 그녀의 모습이 보이자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 와중에 커플이라. 누굴 말하는거지? 일단 말을 들어보아하니 청윤은 아닌 것 같고, 다른 셋 중에 있는 것일까.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자 세가지 가능성이 나왔다. 어떤 조합이건, 참 재밌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커플이 절도없이 행동한다면 뭐라고 해도 되지 않겠어? 같은 공간에 사는데,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 법이니 말이야. 둘만의 공간이 아니라 넷의 공간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아니면... 다른 고민거리가 있니?"
혼자 생각해도 되는데, 정 답이 안 나오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야. 딱,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천천히 밖으로 나섰다. 옥상까지 올라오는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몇몇의 사람들이 관람차를 타겠다고 줄을 서는 모습이 보였다. 은우는 그 끝자리에 자리를 잡고 섰다. 속도와 타는 사람의 수로 대충 계산해보니, 자신들이 타는 관람차 번호는 1~3번 중에 하나가 되겠거니 생각하며 은우는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situplay>1597030126>983 "실로 놀라워요……. 누군가의 가면을 내 앞에서 물어볼 거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태오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여러 번 곱씹듯 눈을 굴렸다. "무결한 사람 어디 있겠나요. 누구나 진실된 모습으로 다닐 수는 없지요……. 당장 나도, 너도 그렇잖아요." "더러운 추문이든 무엇이든…… 그래서 그 아이가 지금 무얼 잘못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네에, 지금의 잘못이요." 그리고 침묵. "너." "가장 큰 사실을… 세 개나 간과하고 있네요……. 오만하고, 무례한 사람…….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세상은 넓답니다." "나는 누구보다 사람의 진실을 잘 알아요……. 당장 네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속삭이는지, 무엇을 떠올리는지, 네가 오늘 무얼 먹고 몇 시에 무얼 할 예정이며 무엇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는지, 지금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두 판가름할 수 있지요……. 그 아이가 도망쳤든, 날 도구로 사용하든 말든……. 당장 나와 부원들이 그 아이를 저지먼트의 일원으로 품고 있는데, 외지인이 어딜 끼어드냔 소리에요." "그 아이의 진심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무슨 불안을 품었는지도 알 수 있지만, 그 아이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거지…… 하나에 맹목적으로 눈이 멀어버려 사리를 분간할 수 없이 날뛰는 너와는 다르게요." 태오는 영 개운하지 못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끼고 있던 얇은 반지 두어 개와 팔찌를 빼더니 주머니에 넣었다. "나머지 두 사실은 말이죠 한 번에 얘기할게요……. 저지먼트 부원들 앞에서는 입을 잘 놀려보리라 생각했겠지마는, 우리 부원들은 전부 한 성격을 해서요. 당연히 리라도 우리 부원이고요. 그 아이가 많이 참았다곤 생각하지 못하나 봐요……. 그 아이가 네 손아귀에서 휘둘릴 공주님일리가요……. 블랙 크로우 낯짝에 끓는 물 붓고 유한이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애인 건 아는데." "네 말마따나 온후하니 건실한 가면 쓴 애가 그 정도라면……." "나머지가 얼마나 *같은 성깔과 방식을 가진 코뿔소인지는 생각을 했어야지요, 빡대가리야."
보아하니, 정말로 맞아도 상관없다고 느꼈는지, 은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면서 쿡쿡 웃었다. 세은이에겐 비밀이라는 듯이, 그는 오른손 검지를 제 입술에 가져가며 쉿- 소리를 냈다. 물론 그걸 지킬지, 어길지는 철저하게 청윤의 몫이었다.
한편 염장지르는 것에 대한 분노라는 말에 그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생각했다. 이 셋중에서 염장을 지를법한 조합이라. 이경이는 아닌가? 적어도 은우의 머릿속에서 이경이 염장을 지른다는 이미지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정하와 여로? 아니. 하지만, 그 여로가? 그렇다면 이경이와 정하? 아니. 하지만 이경이가? 어떤 조합으로 연결해도, 도저히 매칭이 안되는 것 같아 그는 결국 끄응 소리를 내면서 더 이생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여로에게? 하핫. 그 애는 오히려 한 수 더 떨 것 같은데. 오래 시간을 잡아서 천천히 빌드업을 해보는 것은 어때? 큰 물고기를 낚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하잖아?"
혹시라도 성공하면 나에게도 알려주고.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는 장난스러운 웃음소리를 냈다. 그 여로가 장난에 당한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조금은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저쪽 집에 가서 살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어쨌든 고소공포증은 없고 도넛을 거론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흠?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서 무서워하는거야? 도넛이 왜 무서운거지? 구멍 뻥 뚫려있는 것이 무서운가? 구멍 공포증? 그런 생각을 하지만, 그는 굳이 그 물음을 입에 담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에게 돌아온 물음에 대답했다.
"세은이가 어떻게 되는 것이 난 제일 무서워. 위크니스를 떠나서... 그 애는 유일하게 남은 내 가족이니 말이야.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이 이대로 쭉 행복했으면 좋겠어. 어떤 일도 당하지 말고, 무서운 일, 끔찍한 일. 그 모든 것과 거리없이 살았으면 좋겠어.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말이야."
아련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며 은우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내 줄은 천천히 사라졌고, 3번 관람차가 천천히 내려왔다. 열리는 문에 맞춰 그는 안으로 들어갔고 가만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바퀴 도는 시간이 꽤 길겠어. ...경치 구경하면서 우리 하나씩만 서로에게 정말로 알고 싶은 거 하나만 물어보기 해볼까? 난...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긴 하거든."
>>717 ㅋㅋㅋㅋㅋㅋㅋㅋ하 이렇게 보여도 슬럼 출신이라 사람 잘 줘팬다고~ 마 뜨겁나!(?) 이 양반, 슬림이 아니라 안쓰러울 정도로 깡마른 퇴폐남입니다 기억해주십시오. 중요합니다.(사실 안 중요함) "타고난 신체를 가지고도 또 그러지." 하는데 주먹은 착실히 멱살 부여잡고 줘패고 있고... 티격태격 하면서 건실하게 사람 줘패는 거 어떤데
"저 기기가 나올 때면 내년이나 내후년일텐데, 그때는 내가 저지먼트를 졸업한 후니까 딱히 의심조차 안할걸?"
적어도 네 이름이 나올 일은 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은우는 별 문제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세은이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어떻게든 파악해낸다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다르지만, 적어도 자신이 말한 것은 아니니 문제는 없지 않겠는가.
어쨌든 제 말에 대해서 청윤의 대답이 들려오자 은우는 쓴 미소를 지었다. 유일한 가족. 그리고 제일 소중한 존재. 그런 이가 갑자기 어떻게 되어버린다면... 만약 자신이 죽지 않는다고 가정했을때, 자신은 이후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적어도 지금처럼 웃을 수 있는 자신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은우는 위크니스의 무서움과 잔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을지도 모르는 운명이 언제나 함께 하게 되는데, 그게 하필 자신 때문에 벌어진 것이니. 어린 시절. 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손을 놓아버렸던 그때가 떠올라 은우는 저도 모르게 오른손을 떨었다. 물론, 이내 손이 떠는 것을 멈추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제 머리를 긁적였겠지만.
"너도? 의외네. 나는 이래보여도 어지간한 것은 다 오픈했다고 생각했는데."
문이 닫히고 서서히 관람차가 올라가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는 살며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점점 멀어지는 풍경을 바라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서 돌아다니고 있었고, 퍼레이드 차량이 저 멀리, 멀리까지 간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풍선이 날아오르고, 하늘에서 에어쇼를 하는 모습까지 보이자 그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야경이 아니어도 예쁘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공기는 후덥지근하지 않았다. 평소의 배는 되는 인구수에도 불구하고 습도는 편안한 정도로 머물고 있다. 15주년 행사는 초능력과 과학의 접목에 여름 축제를 이루는 단점은 거의 다 배제된 채 외부인에게 좋은 추억만 남기게끔 설계되었다. 찾아올 의지가 있을 정도로 애틋한 사람이 이 안에 있다면, 외부인에게 이 축제는 많은 안심을 시켜줄 것이다. 제 부모도 이곳 환경이 생각 외로 좋다는 것을 느껴서 이번엔 오지 않은 것일 테니.
축제를 구경할 생각은 없었지만 동아리 선배는 있었고, 저지먼트에 괜한 군기 잡는게 없어졌다 하더라도 요리부는 별개의 문제다. 통감자나 몇개 집어먹으려 슬리퍼 끌고 호기롭게 나왔는데, 부모님 노점 대신 홀로 운영하던 요리부 선배한테 뒷덜미 잡혀 졸지에 경력 없이 취직한 낙하산이 되었다. 경험 없다는 경진의 반발은 선배의 화장실에 향한 집착에 재빨리 수그러들었으니, 강제로 노동력 착취당하는 중임에도 그닥 기분나빠하는 표정이 아니다.
유한이 크레이프를 좋아할지는 모르겠다만, 경진이 홀로 앉아있는 노점은 근처 라이벌 가게들에 비해 굉장히 한가해 보인다. 그도 당연한 것이, 임시점주가 호객행위 하는 꼬라지를 봐라. 혹시나 사람 올까 인파 쪽에 시선도 주지 않고, 애꿎은 딸기만 잔뜩 썰어 통에 담고 있다. 장실 간다고 친하지도 않은 후배 지 자리에 앉혀놓은 선배도 선배지만, 시킨 일만 하는 얘도 만만치 않다.
>>728 이게 슬럼 출신의 깡이구나(코쓱) 안쓰러울 정도의 마름...! 호리호리한 체격이었군요 생각보다... 그럼에도 사람 짱 잘 패는 모습에 혀 내두를것 같고... "내가 타고난게 아니라, 네가 너무 마른거야." 라고 툴툴대고. 이러면서 등 맞대고 싸울 생각 하니까 두근거린다(?)
은우 선배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고 청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은우를 봤다. 하지만 은우 선배만 뚫어지게 처다보는 건 아닌 것 같아 주변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경치가 아주 좋았다. 이게 전부 학생들을 갈아넣으며 만들어졌다는 건 좀 많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15주년이라고 신경을 많이 썼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첨공을 오시기 전 부터 소중한 존재를 위험에 빠뜨리기만 한 존재라고 하셨었죠? 인첨공을 오시기 전이라는 건.. 뭐죠..?"
그렇게 할 일을 수행중인 임시점장 앞에는 어째 양아치 꼴인 그의 선배가 나타났을 것이다. 아니, 양아치 꼴이라기엔 한손엔 링고아메도 들고있고 다른 군것질 거리도 다른 손에 들린 봉투에 가득 담겨있었으니 조금 부족한가. 하여튼 얼굴은 양아치라고 해도 무방한데, 차림새는 영 아닌 유한은 열심히 딸기만 썰고 있는 경진의 앞에 서서 이죽거렸다.
그러고보니 좀 특이했다. 눈 앞의 후배의 성격은- 잘 몰라도, 외모 하나는 아이돌이라 해도 무방할 수준. 그조차도 경진과 비슷한 얼굴이라 하면 이제껏 봤던 이가 손에 꼽았으니 말 다했다. 그런 후배가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한다면, 파리날리지는 않을텐데.
"딸기 썰지 말고 저기서 여자애들에게 말만 좀 걸어도 엄청 몰릴텐데-"
라고 하면서, 경진에게 돈을 건넸다. 온 김에 하나 먹으려는 것이다. 세상에, 이미 봉투에도 꽉차다 못해 쌓여있을 정도로 군것질 거리를 샀으면서 크레이프까지 먹으려고 하다니, 식탐 하나는 알아주었다.
괜히 제안했나.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인첨공을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일까. 정확히는, 소중한 존재를 위험에 빠뜨리기만 했다는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이겠지. 잠시 대답을 고민하듯, 은우는 창밖만 바라보며 제 손가락으로 앉아있는 의자를 톡톡 쳤다. 음, 으음, 음. 소리를 내면서 눈을 감던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내가 건 조건이니까 어길 수는 없지. 하지만 그다지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야. 사실, 말 그대로의 일이긴 한데... 내가 초등학교때의 일인데... 가족끼리 다 같이 여행을 갔었던가. 나들이를 갔었던가. 아무튼 그렇게 가족이 같이 갔었거든. 기차를 타기 위해서 역으로 갔었는데, 그 날. 그 자리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있었어. 딱히 누군가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휘둘렀고 그 때문에 수많은 사상자가 일어난 사건이야. 아마 뉴스로도 나왔을거야. 뉴스로 본 기억이 있거든. 난 그때의 생존자야. 정확히는 나와 세은이지. 부모님은 그 남자에게서 나와 세은이를 지키기 위해서 그 남자를 막아섰어. 그리고 세은이를 데리고 뛰라고 이야기했거든. 그런데... 어린애가 뛰어봐야 얼마나 뛸 수 있었겠어. 솔직히 힘들었어. 그리고... 무서웠어. 뒤를 돌아보니 부모님이 쓰러져있었고, 그 남자가 우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오고 있었거든. 정확히는 우리만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도망치고 있던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해서. ...너무나 무섭고 무섭고 무서워서... 난, 사람들이 많은 구간에서 손을 놓아버렸어."
그때의 일. 어떻게 잊을수 있을까. 지금도 악몽으로 계속 나오는 순간이었다. 꿈 속의 자신은 살기 위해서 세은을 놓아버렸고, 그 순간 모든 것이 어둠으로 뒤덮이며... 온통 새까매진 자신이 나타나서 자신을 보며 중얼거렸다.
-너는 살기 위해서라면 동생도 버릴 수 있는 이기주의자. -네가 누굴 지킨다는거야? 어이없네. -인정해. 너는 그냥 너만 생각하는 녀석일 뿐이야. -지금도, 세은이는 너 때문에 고통받고 있잖아. 왜 네가 살아있는거야? 왜. 왜. 왜. -저지먼트 아이들조차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면서 뭐가 부장이야? -결국 블랙 크로우 때 모두를 데리고 가서 힘들게 했잖아. 들킨 네가 잘못이야. -너는 그냥 죽기 싫은 것 뿐이야. 결국 그게 본심인거야.
그런 말들을 듣다보면 어느 순간 식은 땀을 흘리면서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3일 전에도, 그리고 블랙 크로우의 아지트에 처들어가는 당일에도 그런 꿈을 꿨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꾸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눈을 감으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이후에, 나는 친척집으로 갔거든. 그때.. 친척들은 우릴 반기지 않았어. 당연하잖아? 갑자기 입이 두개나 늘었는데 좋아할 이가 어디에 있겠어. 눈칫밥도 엄청 먹고, 짐꾼이라는 소리도 간접적으로 들었어. ...자는 줄 알고 저 짐짝들을 어쩌면 좋겠냐는 소리도 하더라. 하핫. 그때도...나도 모르게 차라리 나 혼자였으면 이런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버리기도 하고 말이야 아무튼, 결국 나는 외삼촌. 그래. 제 3학구장의 제안으로 세은이를 데리고 인첨공으로 온거야. ...그런데 여전히 나는 세은이를 위험하게만 만들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내가 퍼스트클래스만 되지 않았어도, 아마도... 그 애는 지금처럼 힘들진 않았겠지. 언제나 그래. 노력하려고 하지만, 결국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하고.. 결국 나 혼자만의 안위만 생각하게 되고, 결국 제일 소중한 이는 곤란하고 힘들게 만들기만 해."
그렇게 넋두리를 하는 것인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인지. 입을 열던 그는 이어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청윤에게 이야기했다.
"...그런 사람이야. 나는. 하핫. 퍼스트클래스라고 해도... 결국 이런 사람이야. 실망했으려나? 뭐,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긴 한데. 그래도 남은 기간에 지시는 잘 따라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지 않냐는 황당한 눈길로 보스는 당신을 쳐다본다. 그리고 태오에 놀라 잠시 벙찐 사이 이미 수갑은 철컥, 소리를 내며 손목을 옭아매고, 보스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렇게 쉽게 잡힐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네에, 쉬운 일이었어요…. 창문을 깨지 않아 다행이지요. 전부, 안티스킬로 보낼 수 있을까요? 어서 끝내고……. 경위서를 써야 하니까요."
태오는 보스를 슥 내려다 봤다. 홀로그램 너머로 얼굴이 드러나고, 잠시 면밀히 훑더니 고개를 저었다. 어느 순간 나쁜 마음을 먹어버린 사람이구나. 다행스럽게도 처음부터 저런 짓을 하던 사람은 아니었으니, 적당히 형 살고 돌아오겠거니 싶었다. 사법적인 절차를 생각하면 벌금 내지 집행유예일 가능성이 없잖아 있지만.
"섬에서, 멧돼지요."
태오는 처음 들었다는 듯 당신을 멍하니 쳐다본다. "그거 놀랍네요……." 중얼거리더니만,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러니까……. 나는 그때 사정이 있어서 못 갔거든요, 섬.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두렵네요……. 한양이는 그만큼 강해졌구나."
기실 레이브의 작품 활동 때문에 못 갔던 것이지. 태오는 고개를 돌렸다. 안티스킬에 인계할 시간이라는 듯.
화면에 띄워지는 예측 비율을 보며 랑은 손을 털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오르던 예측 성공률이 어느새 90%를 넘었다. 이건 꾸준한 커리큘럼의 성과라고 볼 수 있겠지. 커리큘럼의 다양성은 대단치 않았으니 어디까지나 강도 조절을 통해 이룬 성과랄까. 새삼스럽지만 연구원은 대단하구나 싶다.
"좋아, 그러면 마지막으로 하나 시도해 보자."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음."
성환은 차트를 쳐다보다가 랑에게 시선을 돌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랑아, 이건 무조건 해내야 해."
지금까지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기에, 랑은 성환을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이건 네게 주어진 '조커'야. 어쪄면 상황을 한번에 뒤집을 수도 있는..."
성환은 잠시 망설였지만.
"지하에, 빈 공간이 있어." "......"
손을 가볍게 털던 랑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침묵 속, 여전히 작동하고 있던 측정 기계만이 침묵을 뚫고 하나의 답을 내고 있었다.
[ 계수 측정 중 ] [ 30% ] [ 57% ] [ 78% ] [ 99% ] [ 100% ] [ 측정 완료, 결과를 표출합니다. ]
[ 나 랑 학생의 커리큘럼 이행 결과 ] [ 레벨 4 도달 ] [ 전산기록 최신화에 들어갑니다. ] [ 데이터 추출 ] [ 연구소 내부 전산망에 침투 ] [ 방화벽 해제, 타이머 작동 ] [ 100% 일치 확인 ] [ 식별 코드 Fenrir, 정보 재설정 ] [ 방화벽 재작동, 침투 해제 ]
"...놀라운 속도야, 벌써 레벨 4란 말이지."
"지하 시설의 위치도 흘러들어갔습니다. 변수 계산에 들어갑니다."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파악해 두도록 해, 귀중한 자원인만큼 잘 회수해야지."
"이런 성장성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마지막 실험만 성공하면 끝이야, 지상으로 나갈 때가 오는구나."
"창문을 깨면 경위서가 한 장은 더 늘어날지도 모르니까요. 좋은 일이네요." 무던한 말과 표정으로 수경은 잔당과 보스를 안티스킬로 보내려 합니다. 그런 다음에 안티스킬로 가서 경위서를 쓰면 될 거라는 것처럼 손을 내밀다가 섬..에 안 갔다라는 말을 듣고는 생각해보니 본 적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단체 톡방같은 데에 사진이 올라와 있을 거에요." 수경의 얼굴은 안 나오고 한양과 멧돼지만 인증샷으로(+거리차이로 멧돼지가 더 크게 보이는 인증샷이었을 것이다)
"태오 선배님도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축제 때.. 축제를 즐기는 것보다.. 평소처럼 구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라고 말을 하려 합니다. 속에서 치닫는 것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도움이 되는 원인이기 때문에. 다른 일이겠지.
청윤은 은우 선배의 말을 하나하나 귀기울여 들었다. 처참한 얘기였다. 사고에 휘말려 부모님을 잃고, 거기서 자신의 동생 손을 놨던 것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으며 흘러흘러 인첨공으로 들어왔지만, 결국 퍼스트클래스가 되어 동생이 위크니스가 되어버린, 그런 얘기였다. 청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정말.. 정말 뭐라고 얘기해야할지.." "은우 선배, 그건, 선배의 잘못이 아니에요."
청윤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목소리는 덜렸다.
"어떻게, 어떻게 그걸 다 견뎌오신거에요..? 그런 죄책감과 잘못들을, 전부 자기탓이라고 하면서.."
청윤은 눈물을 한번 훔치곤 말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듣는다고 선배를 싫어할 것도 전혀 아니고요."
은우 선배께서 마음의 짐을 놓으시면 좋겠다. 하지만, 어떻게 그래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머리를 감싸고 조금씩, 조금씩 새어나오는 눈물을 닦는게 전부였다.
표지에 가까운 기억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소년은 경험으로 알아챘다. 일상을 스치며 기억에 담아가고 있는 것이 많고 사소한 감상, 두고온 것에 대한 기억 등이 많기 때문이다. 잘만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생각을 읽는 것도 가능하겠으나, 기억이란 결국 남아있는 것이므로 조금 늦게 알아차릴 수 밖에 없다.
>>741 이제 봤다(진짜로) 슬럼의 깡... 일단 줘패고 나중에 생각함(?) 의외의 근육뇌일지도... (아니엇다고한다,,,) 호리호리~ 손목 쥐면 잡힐 정도의 체격 생각하고 있었지요. 다행스럽게 마른 근육 체격이긴 한데- 더 크지 못하고 안쓰럽게 마른 상태인데 이건 본인 식습관 문제다... 잘... 안 먹거든... 먹을 이유 없다면서(미간짚) 그런데 사람 줘패는 데 모든 기력을 쓴다 이거지~ 아 ㅋㅋ 툴툴대는데 등 맞대고 싸운다고? 두근거린다 우리 이거 나중에 스진이든 뭐든 꼭 하자
"어떻게 견뎠냐고 해도 말이지. 견뎌내야지. 있지. 청윤아. 이거 알아?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행복해진다고 생각해. 하지만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정말로 고독하고 힘들어지고, 자기 혼자서 서야만 해. 이 인첨공은 레벨이 높으면 어지간한 문제는 자신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야. 하물며 퍼스트클래스는 도움이 필요가 없는 존재로 여겨지며, 어지간한 이들은 평생 행복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하고 아예 그쪽 계열에선 관심을 끊어버려. 그리고 이어서 점점 주변의 사람들이 없어져 가. 대체로 쟤는 우리와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를 대면서. 내 친구들도 그렇게 꽤 많이 없어졌어. 오히려 아직도 나랑 친하게 지내주는 동기조 애들이 신기해. ...내가 말했지? 저지먼트는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말이야."
퍼스트클래스가 있음에도 질투하지 않고 평범하게 대해주거나 장난을 치고, 걱정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그로서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디 그 뿐일까. 지금 자신 때문에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후배도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은우는 잠시 조용히 생각에 빠졌다. 이어 그는 주머니 속에서 하얀색 손수건을 꺼낸 후에 그녀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려고 했다.
"울지 마. 머리를 잡지도 마. ...정말, 이런 이들이 있을 것 같아서 가능하면 옛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아. 실수했네. 하필 이런 조건을 걸어버려서 말이야."
난감한 듯, 머리를 가만히 긁적이면서 그는 살며시 창밖을 바라봤다. 지금 이 이야기와는 별개로, 너무나 화려하고 따스하고 찬란한 공간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마치 분리되어버린 듯한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버린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그는 그저 난감한 웃음소리만 터져나올 뿐이었다.
"괜찮아. 정말로. 그리고 고마워. 울어줘서. 그보다 생각보다 울보구나. 너. 이 이야기를 듣는다고 이렇게까지 우는 이가 있을 것은 생각 못했는데. 너에 대한 평가를 조금 바꿔야겠어."
그것이 나쁜 쪽일지, 좋은 쪽일지는 은우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쨌건 지금은 그녀를 달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를 달래주면서 그녀가 고개를 드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럼에도 난 이곳이 싫진 않아. 어쨌건 나는 여기서 또 다른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그건 나 말고 다른 이들 중에서도 꽤 있을거야. 우리 저지먼트 내에서도 충분히 있을걸? 위크니스 문제만 아니라면 더 좋았을텐데."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는 조건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해도 은우는 나갈 생각이 없었다. 예쁘게 꾸며진 지옥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은 이곳이 좋았다. 밖으로 나가봐야 갈 곳도 없고, 반겨줄 곳도 없었으며, 있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자신과 세은에게 남은 삶의 공간은 오직 이 인첨공 뿐이었다. 결국 어디로 가더라도 차가운 겨울이라면 차라리 받는 것이라도 풍부하고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곳이 낫지 않겠는가. 적어도 은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소를 지었으나 표정이 전혀 웃지 않고 있었다. 역시 괜히 이야기했나. 적당히 페이크를 써서 숨겼어야 했나. 하지만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그 정도로는 어설프게 숨길 수 없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야할지. 여러모로 곤란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팔짱을 끼며 일단 손수건을 곱게 접은 후에, 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니까... 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퍼스트클래스까지 올라오지만 않아도 이곳은 충분히 살기 좋을거야. 어쩌면,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을 가진 그 대가가 아닐까...라고도 난 생각해. 물론 너무 가혹하고 쓰리긴 하지만... 아무튼 결론은 그래. 선만 넘지 않는다면, 허락된 선만 넘지 않는다면 이곳은 충분히 살만해. 그러니까... 마냥 지옥은 아닐거야. 너도 이곳에서 만난 이들, 그리고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이 모두 지옥의 일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 아니야."
일단 달래주려고 하면서 그는 가만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한숨을 내뱉으며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창문 너머의 풍경을 그는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이번엔 내 차례인가. 솔직히 지금 분위기에서 묻는 것이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여기서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도 이상하니 말이야. 준비됐어?"
당연한 말이지만 동월은 딱 필요한 것들만 들고다녔다. 평소의 동월을 예로 들어보자면... 칼, 나이프, 무전기, 휴대폰, 지갑 정도려나. 물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자는 애린의 말에는 동의하는 편이지만, 과연 애린이 꺼냈던 것은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윤활제라면 쓸모를 찾을지도 모르겠지만.
" ...그렇긴 하지. " " 덕분에 좋은 후배님을 만났어. "
다만 동월은, 아직 애린의 과거를 모르기에. 그저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 최선이었을테다.
" 에... 여왕? 퀸? "
퀸에 파로크 불사라 라는 이름의 멤버가 있었던가. 퀸은 알았지만 깊게 파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을 보였을테다.
" 아무튼간에 그걸 나한테 먹인게 문제 아니냐고! "
주먹감자가 욕이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동월이었지만(미디어를 잘 안보는 이유가 컸다), 아무튼간에 그게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는 사실에 항의를 계속했다. 그래도 애린이 결국엔 협상을 제안해오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을테다.
" ....좋다. "
협상 체결! 동월의 주먹이 애린을 내리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평화적인 협상 체결이었을까?
" 그거 넘어져서 생긴거였냐... "
다만 동월은 그 말에 덧붙여 '조심 좀 해라' 라고 덧붙일 수 없었다. 갑자기 힘이 풀리거나 걷는 법을 망각하는 종류의 것은, '조심' 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결국에 그런 불합리한 것을 애린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 그렇게 뒤돌아서, 홀로 삭히며 걸음을 옮기려 했건만. 뒤돌아선 자신의 손을 다시 잡으며, 등에 기댄 애린에게서 들려온 목소리는, 동월을 멈춰서게 하기 충분했을 것이다.
" ....네 잘못이 아니야. 자책하지는 마. " " 나야말로, 미안해. 너무 생각없이 얘기 한 것 같으니까. "
하아, 하고 뱉어져 나오는 숨은 한숨과는 조금 다른 결의 날숨이었을 것이다. 응어리진 무언가를 뱉어내려는 듯한 숨이었을까.
" 네가 좋은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는.... 글쎄, 나는 분명히 너에게 '착한 아이' 라고 말할 수 있겠지. " " 하지만 내게 그런걸 말할 수 있는 자격은 없을거야. "
애린이 말하는 '나쁜 아이' 라던가 '착한 아이' 라는 것은, 겨우 동월 한 사람이 말한다고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는.... 몇 사람이 말하더라도, 애린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그녀에게 착한 아이라고 말해주어도, 애린이 자신을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의미 없지 않은가.
" 네가 어떤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지 난 몰라. " " 얼마나 많은 죄책감이 너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지 모른다고. 나에겐 보이지 않으니까. " " 그걸 덜어내도록 돕는다는 말은 안해. 그건 위선이야. "
그녀와 같은 죄책감을 지고있는게 아닌 이상은, 다른 누군가가 도울 수 있는것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단지 잠시동안 눈과 귀를 가리는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다만 네가 그 죄책감을 하나둘씩 떠나보내는 동안에, 혹은 받아들이는 동안에. 네 옆을 지켜줄 수는 있어. 지켜봐주는 것 정도야 할 수 있겠지. " " 죄책감을 마주하는 것에 조금씩 지쳐갈 때, 어쩌면 조금 무서워질 때. "
동월은 자신의 등에 기대어있는 애린이 불필요하게 채이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고 천천히 뒤를 돌아 그녀를 마주보려 할 것이다.
" 그 때 네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도의 역할은 해줄 수 있을거야. " " 편하고, 안정감을 얻고, 기뻐하고. 평범하게 느껴도 돼. " " 그것은 네가 죄책감을 무시하는 행동이 아니라, 그것들을 마주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장치들일테니까. "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에 불필요하거나 의미없는 행동은 없다. 동월도 아직 자신을 완전히 용서하지는 않았을 테다. 그럼에도 그가 행복을 원하고, 서슴없이 기쁨을 느끼려고 발악하는 이유는. 조금은 쉬엄쉬엄 나아가기 위함일 것이다. 그는 아직 어렸고, 시간은 많이 있었으니까.
>>0 "......" [저도 언니하고 가까이 하면 안되지만... 그건 언니도 마찬가지신거 아닌가요~¿ 후후후후♡] "어차피 쌤쌤이잖아?"
축제를 등지고나면 인적이 드문 한 공원이 있을테다. 가뜩이나 사람이 적은데, 15주년 행사로 사람들이 몰려있으니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이라곤 스스로를 불청객이라 칭한 소녀와 그녀 뿐이겠지. 사람은 한명뿐이고, 마치 혼잣말을 받아치는듯 싶지만, 분명 그곳엔 두명이 있다고 감시카메라가 보여주고 있었을 것이다.
"...왜 그런 불필요한 짓을 한거야?" [어차피 때가 되면 알리려 하지 않으셨나요?] "그거랑은 상관 없잖아?" [결국 알게 될 거라면, 미리 아는 것도 나쁘지 않을테니까요♡] "......" [설마... 알게 되신다면 미움받을까봐, 이상한 시선으로 보일까봐 걱정스러우셨나요? '그 눈'을 보고도?] "그게 싫은 거야. 그렇게 넘겨짚는 태도가,"
그녀는 허공을 노려보는듯 했지만 그곳은 목소리의 근원지가 확실했고, 마치 사각에서 나타나듯 빛에서 떨어져나온 소녀는 그녀의 날카롭고 검게 말려든 시선을 보며 미약한 황홀감을 느끼는듯한 표정이었다.
[원래라면 허가 없이 이런곳에 계시는 언니에 대해 보고하고 싶지만... 그만두도록 할게요♡] "이런 말 하면 세리쌤한테 실례되는거 알지만... 좀 미친거 같아, 너..." [인간은 모두 미쳐있는 걸요? 저마다의 욕망을 위해서...] "...변질자한테서 그 말을 듣자니 소름이 돋는거 같은데," [소름돋을만한 성격도 아니시면서♡] "아니, 진짜 소름돋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소녀의 목덜미, 옷깃을 잡아챘고 분명 자신을 꼼짝못하게 만들 정도로 신체적으로도 우위면서 힘없이 딸려오는 소녀를 보며 태연한 시선에서 전해지는 붉은 빛을 시야에 내리깔았다.
[환영이예요♡] "......" [아, 그러고보니... 분명 끝까지 말했으면 저로서도 묵인할수 없단건 아시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눈은 마음의 창이며 거울이다.] "애초에 근접하지도 않았어. 그정도면 속담수준의 이야기고," [사업상 비밀, 이라는 말이 절 신경쓰이게 했거든요~]
쥐고 있는 옷깃에 힘이 더 들어갔고, 소녀는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듯 했기에 맥이 풀린 그녀는 이내 뿌리치듯 소녀를 밀쳐냈다. 딸려올 때와 마찬가지로 힘없이 휘청이던 소녀는 목덜미를 매만지며 웃어보였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선 마치 무도회식 인사처럼 치맛자락을 가벼이 쥐고선 예를 표하는 소녀는 한마디를 더 거들었다.
[방금 전의 녹취록이랍니다. ...알아서 폐기해주실 거라고 믿을게요♡] "무마시키는게 그렇게 쉽게 되는게 아니잖아?" [아... 그렇네요... 기왕이면 저기 CCTV도...] "너 말야..." [괜찮아요♡ 기계의 오작동은 흔한 일이잖아요?] "...어떻게 그 쌤한테서 너가 나온건지, 정말 모르겠어..." [유전적 성질은, 반드시 돌연변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걸요♡]
소녀는 다시금 기척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서로 오래 붙어있으면 안된다는 것은 두 사람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너... 너 그거, 사랑이 맞아? 그게 사랑이야? 나를, 이렇게나 비참하게 만드는게? 그런 나를 보면서 네 만족감을 느끼는게?" "그게 사랑일 리가 없잖아. 그런게 사랑이겠냐고!" "아니, 아닐 거야 그렇지? 그치? 대답 좀 해 봐. 너, 있잖아 너, 날, 사랑하긴 해...?"
자캐에게_사랑한다는_말의_무게는 무겁지 단 한번 만으로도 평생 그 자리에 박혀버릴만큼 족쇄일지 쐐기일지는 모른다네
나이프가 그의 어깨를 관통한다. 한줄기 남은 이성으로 정신줄을 잡아낸 그는, 경악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달렸다. 핏자국이 줄줄이 이어지고, 뒤에선 구급대원들이 동월을 부르며 쫓는다. 하지만 잡혀선 안된다. 기껏 잡아낸 정신이 날아갈 것이 분명하므로. 이곳은 축제다. 언제나처럼 행복한 축제.
진정이 된 것 같아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은우는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남이 울거나 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일이라면 더더욱. 잠시 그녀의 눈가를 바라보다가 그는 또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갈매기가 날아드는 바닷가. 그리고 그곳에 모여있는 사람들. 낚시를 하는 이도 있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이도 있지 않았을까. 내일은 저 바다로 잠시 갔다와볼까.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쉬는 시간에 아주 잠시. 날아서 가야겠지만.
어쨌건 질문을 할 시간. 이걸 지금 물어도 좋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아니면 아닌 거지. 뭐.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오른손 검지로 의자 바닥을 톡톡 손으로 건드렸다.
"이 질문은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고, 의외일 수도 있긴 한데 말이야. ...세은이에게 한마디 들은 것도 있고 나도 조금 신경 쓰이기도 하고, 오늘 있던 모습까지 다 보면서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말이야."
거기서 잠시 말 끝을 흐리면서 그는 가만히 팔짱을 꼈다. 어색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묻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청윤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너. 나 좋아하니?"
그 질문을 조용히 머금으면서 그는 가만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그녀가 보던 방향과는 반대로 조용히 시선을 돌리면서 이야기했다.
"뭐, 착각일수도 있지만... 뭔가 이런저런 모습이 보여서 말이야. 그래서... 신경쓰여서. 이상한 질문을 해서 미안. 하지만, 마지막엔 이걸 물어보려고 했었어. 이거 물어보려고 여기에 오자고 한 것도 있었고. ...아니면 아닌대로 어색해져도 상관없어. 내가 꺼낸 물음이니까 그 결과도 내가 감당할 일이야."
몇시지...하아...7시 반? 좀만 더 자고싶은데... 졸린몸을 이끌고....아래로 내려가긴 귀찮다. 침대 안에서 꼼지락거려 옷을 벗고 밤새 그래피티 도안작업을 하던 다락방 큰 비닐 위에 굴러 떨어져서 눕는다. 얘네, 내 방에 왜 샴푸랑 바디워시가 있는지 상상도 못하겠지... 하품을 하며 큰 비닐위에 맨몸으로 누워 능력을 끌어올린다.
공중에서 생긴 수류가, 내 몸을 감싸며 적신다.
"으이엉으앙으엉아아앙" 컵에 담긴 칫솔로 이빨을 닦으며 샴푸를 물에 풀어 샴푸질, 바디워시도 똑같이 두펌프 짜서 작은 물덩어리에 섞어준 뒤, 물이 몸을 씻겨주는, 이 모든 과정을 누워서 만끽한다...
누군가 한테 들키면 진짜 죽어버릴지도 몰라.
샴푸질을 마치고 몸을 다시 행군 뒤, 머리에 트리트먼트를 짜서 골고루 바른다. 마저 헹구고 헹군 물 마저 창문 바깥 하수구에 버리고 난 뒤... 뽀송해진 몸을 이끌고 다시 침대에 기어들어가려다가 시계를 본다. 응...7시 45분이니까...아니야. 아침은 먹어야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 자신과 접선하기 시작한 3학구 저지먼트를 향한 K의 평가였다. 누구도 다치게 할 줄 모르는 것 같은 유순한 얼굴로, 자신은 물론 자신과 어울려 다니던 스킬아웃들을 제압한 또라이. 저지먼트들 중에서 가장 성격이든 뭐든 말랑한 줄 알았기 때문에 대비하지도 못하고 깨끗하게 깨진 걸 생각하면 K는 아직도 속이 부글부글거리곤 했다. 지금도 자신이 한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하면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는 저 유순한 얼굴을 보라지.
그러나 유순한 얼굴의 저지먼트가 제안한 걸 받아들인 건 K 자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물 속에서 피어오르던 차갑고 새파란 불꽃같은 그 눈빛에 홀딱 넘어간 것 같지만. 그런걸 직접 당사자에게 말할 수 없다. K는 생각에 빠져있는 저지먼트를 바라봤다.
"좋아요. 조건은 받아들이도록 하죠."
자경단을 만들고자 하는 저지먼트라니. 또라이도 저런 또라이가 없다. 저지먼트의 입에서 나오는 긍정의 말에 어이없어하는 건 K였다.
"한다고?" "네. 여러분들이 건실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입을 벌어들일 것 같지 않으니, 서포트를 할 자금은 필수니까요."
K는 인상을 찌푸리며 의자에 등을 푹 기대고 노려보듯 저지먼트를 바라봤다. 새파란 눈동자가 자신을 향했을 때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을 묻는다.
"왜 이런 짓을 하냐? 굳이, 이런 위험한 짓을 말이야." "가만히 있으면 영영 발 붙힐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피로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저지먼트는 이마를 손으로 감싸쥐었다. 쓴웃음. 먼 곳을 보는 새파란 눈동자. K는 그 표정에서 절박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응, 그럴게. 언제라도, 네가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나를 불러줘. 꼭 불러줘야 해.”
놓치지 않겠다는 말에 성운은 대답했다. 구질구질하고, 치졸하고, 멍청하며, 어리석다. 성운 역시도 매한가지 그런 사람이었기에, 기꺼이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작은 별의 뒷면에는 크레이터가 참 많았다. 그래서 노래가 끝난 후에도, 성운은 네 손에서 뺨을 떼지 못했다. 네게 시선을 둔 채로, 성운은 나직이 한 마디 한 마디씩, 네게 말을 건넸다.
“어디에 있건, 어떤 일이 있건, 갈게. 최대한 빨리 갈게.”
구질구질하고, 치졸하고, 멍청하며, 어리석은 약속이었다.
“난 항상 네 궤도를 돌고 있을 테니까.”
그것이 이 길 잃었던 작은 별의 방식이었다. 네게 조곤조곤 한 마디씩을 건네어주며 네게 눈을 맞추다가 다시 네 품에 끌어안기느라, 성운은 알림창이 뜬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성운은 저 너머에서 다시 만나, 하는 말에 응? 하고 고개를 들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 어라?” 성운은 잠시 어안이벙벙해서 있다가 사색이 되어 주변을 둘러보고서야, 체험 종료 알림창이 떠있는 것을 발견했다. 성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버튼을 누르고─
“깜짝이야!”
헤드셋이 위로 올라가면서 성운이 가장 먼저 지은 표정은 된통 삐진 표정이었다. 또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히는 게 보인다. 캡슐을 열고 나오자마자, 성운은 그 삐진 표정을 하고서는 대뜸 톡 튀어나와서 네 팔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안 한 채로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네가 어딘가로 움직이면 같이 네 팔을 붙들고 발을 맞춰 걸어가긴 간다만, 그래서 부스 밖으로 안내해주는 안내원을 곤란하게 하지 않고 부스 밖으로 나갈 수야 있겠다만, 성운은 빨개진 뺨으로 토라진 채로,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하는 말도 하지 않고, 행선지를 그냥 네게 맡긴 채로 걷기만 한다.
하지만 이 작은 아이가 토라져봤자 얼마나 큰일이겠나. 그가 네 옆에 있어주는 만큼 너도 그의 옆에 있어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데에는 가벼운 농담이나 스킨십 정도면 충분할 테다.
은우는 별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조용히 쿡쿡 웃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안아달라니, 품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 묘하게 신경이 쓰인 것이 컸었지만,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는 듯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 때문에 이후에 세은이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고 이런저런 말을 들었던 것도 있었고. 그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행동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조금 신경이 쓰였던 것 뿐이니까. 만인의 앞에서 품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더더욱 말이지. 사실은 술을 먹은 그 날도, 아니. 술은 아니지. 노알콜이니까. 갑자기 그렇게 말을 한 것 때문에 말을 할까 했었는데... 아무래도 술을 먹고 말하는 것은 조금 아닌 것 같아서 미루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거거든."
이런 것은 취한 상태보다는 제정신일때 묻는 것이 좋은 법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녀에게 자신이야말로 이상한 것을 물어서 이상하다고 사과했다.
"그렇다고 했으면 어쩌려고 이런 질문을 했냐고?"
글쎄. 어쩌려고 했을까. 가만히 팔짱을 끼면서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나는 나대로 내 대답을 들려줬겠지. 왜? 신경쓰여?"
마지막은 일부러 짓궂은 목소리를 내며 그는 쿡쿡 웃음소리를 냈다. 아마도 어색해질 분위기를 조금은 해소하기 위함이었으나, 과연 얼마나 될런지. 하지만 결국 물은 것은 자신이었으니, 이것 또한 자신이 감당할 일이었다.
"샨챠 선생님은... 어두운 걸 알고 계시나요?" "그럼~ 어둠 속에서 공간감을 키우는 건 짜증나" "아니요.. 암부에 관해서요" "어라. 어디서 들은 거야? 팔카타나 리태느은.. 듣는순간 차 뿜었겠다~" "...." "잊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다른 관련이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사안이니까요." "흠...." "일단은 오늘 커리큘럼부터 하는 게 좋겠어~" 오늘 커리큘럼은 조금. 안심되는 커리큘럼이었습니다.
옛날 일. '너희들이 미쳤구나? 어떻게...' '안타깝지만 저희는 상급자라서 하급자들이 원하는 걸 온전히 알 순 없어요.' '어디서 말대꾸세요?' '퓌살리스도. 청양화도 단단히 돌았네.' '정말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할 생각인가요? 멋있는 계획이기는 하네요.' '그 정도가 아니죠?' '샨챠? 이름이 떨어지는 것처럼 네 목을 꺾어버리기 전에.. 가만히 있으렴.' 달콤하지만. 새는 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