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감기몸살이라니! 감기몸살이라니! 리라는 한 손에 공문을, 한 손에는 커다란 종이 가방 하나를 들고 기숙사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물놀이를 그렇게 즐기고 온갖 사고(리라와 월이 주도한)를 겪고 마지막 날에는 술까지 마셨으니 몸살 나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예상한 건 예상한 거고 걱정되는 건 걱정되는 거다. 공문 받으러 오지도 못할 정도면 심한 거 같은데 괜찮은가. 병원은 갔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공문 외에 챙긴 것만 해도 한 바구니라 가방을 따로 지참해야 했다. 그나마 멀지 않아서 다행이지. 묵직한 종이 가방을 들고 빠르게 걸어가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리라는 문을 똑똑, 두드렸다.
"수경 후배님?"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 뭐지. 문 열다가 쓰러졌나. 안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면 다행히 문 앞에 쓰러진 사람은 없다.
"수경 후배님~ 있어요? 아, 여기 있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냉막한 기숙사 방 안으로 발을 들이면 머잖아 수경의 실루엣이 보인다. 리라는 침대 머리맡 바닥에 묵직한 종이 가방을 내려놓고 살짝 몸을 굽혀 수경과 눈을 맞추려 했다. 그러니까, 눈을 뜨고 있었다면.
이리저리 갸웃거리다가 활짝 웃는 아지, 누가 얘를 고1로 생각하겠어. 옆에 나란히 걷고있는 나도 키가 썩 큰편은 아니지만, 키와 관계없이 저런 무해한 분위기와 싱글싱글 웃는 방식이, 더더욱 앳된 분위기를 풍긴다.
안그래도 저번에 머리 기르면서 여자애 같아졌는데, 점점 미소녀틱해지는것 같기도 하고말야...
이것저것 망상을 하다가, 아지의 대답에 다시 정신을 차린다.
"...중간이 없구나, 그리고 자신 없는게 아니라. 싫어하는거야. 기본적으로 인도어파니까."
사실 산행도 원래 크게 갈생각은 없었는데, 애가 조르니까(사실 조른것보단 같이가자고 한것에 가깝지만) 같이 와준것일 뿐이다.
절대 자신 없는건 아니라고. 에초에 17살짜리가 무슨 산 하나가지고 무리이네 마네야.
"...다음부턴 부탁할게?"
사실 다음에 산 오자고 하면, 나올지 말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앞에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생활에 스며든 능력을 헷갈리는 아지. 아무래도...능력이 생긴지 얼마 안된 탓일까? 아무래도 삶에 능력이 스며들 수 밖에 없는데말야. 당장 저능력자 친구들도 초능력을 가진지 오래됐으면 일상생활에 이것저것 써먹곤 하니까.
"자, 이제 깔았어. 딱히 체감은 있을지 아닐지 모르지만."
개인적인 감각으로는 약간 시원한 감각이 전신을 감싼다. 그리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정도려나.
"이제 이런 일상생활 영역의 연산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예를들면..."
오히려 말하면서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게 조금 더 힘들다. 입 안에 물을 머금고 한모금 마신 뒤, 말을 잇는다.
"아지야, 너 혀 위치, 시선 가운데에 코 올라오고는게 신경쓰여? 너 지금 왼팔 오른팔을 흔드는 각도를 일정하게 하고있으면서 호흡을 하고 이 모든 과정이 걸음걸이 템포에 맞춰져있어."
좋은 감정이 없다는 말에 빠르게 말을 정정하는 후배의 모습은 웃음 짓게 하기 충분했다. 하늘이 아닌 정면- 노을로 물들어가고 있는 교정의 풍경을 향해 고정되어 있던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가 깜빡인다. 교정의 녹음은 금방 짙어질 것이다. 아직 시원함을 간직하고 있는 바람이 깔끔하게 리본과 함께 엮어서 땋아내린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후배는 입을 다물고 있고, 혜성도 딱히 꺼낼만한 잡담 주제를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똑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참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려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온다.
"후배님 생각이잖아? 미리 양해를 구한 뒤 하는 말에 예의를 따질만큼 내가 선후배 관계를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그리고 아예 틀린 말도 아니고."
차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머리 위로 쭉 들어올린 팔을 뒤로 젖히며 혜성은 벤치 등받이에 등을 완전히 기댔다. 하늘로 향하고 있던 새파란 눈동자가 도로록 굴러서 후배의 옆얼굴을 흘끗 곁눈질 했을 것이다. 후배가 짓는 멋쩍은 웃음까지 곁눈질로 바라보고 있던 혜성은 자신에게 던져지는 물음에 부드럽게 눈썹을 치켜올릴 수 밖에 없었다. 방해가 됐냐니. 눈을 마주한 채 혜성은 꽤 길게 생각했다.
"방해라고 하면?"
일련의 사건은 혜성에게 영향을 끼쳤다. 펑소라면 아니라고 넘어갔을 법한 일도 꼭 신경질을 부리는 것처럼 한번씩 물고 늘어졌다. 뱉어놓은 말에 혜성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폭 감쌌다.
"업무용으로.. 연지에 연락하면.." 올 거라는 말을 웅얼거리는 것 같은데. 열을 재는 손을 피할 수가 없군요. 여름 감기가 더 독하다는 말처럼 독해서 반쯤 정신이 나가있으니까요. 여름이라는 걸 감안해도 뜨뜻함이 바로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식사는..." 한 적 없다는 것처럼 작게 딸린 부엌에는 물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옅은 염소의 향만이 느껴지는 걸 보면 식사에 수반되는 행위가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전자렌지는 쓴 흔적은 보이는데. 그 흔적도 조금 오래된 것 같네요.
"...리라 씨..인 거죠?" 바나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웅얼거립니다. 안된다는 걸 알고 있는 수경입니다. 급식도.. 그런 먹는 것들은.. 알량한 이름을 핑계로 들먹이게 될 줄이야. 감기몸살이 판단력을 흐리는 게 분명합니다. 눈을 꾹 감고는 바나나를 들고 바나나를 까려 합니다.
실상 과학적으로 따져봤을 때 정체를 다른 것으로 인식시키려면 인식 능력에 영향을 줘야할텐데, 단순한 가면만으로는 그건 힘들 것 같고, 뭔가 장치가 있거나, 혹은 이치를 뛰어넘어야 할 것 같은데... 전에도 말했지만 이치를 뛰어넘는 그런 류는 레벨5는 되어야 가능하고...
승환은 잘 대해주지는 못했지만 부족하지 않게 희야와 혜우를 아껴주고자 했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는 것은 인생에서 처음이었거니와, 사랑하는 법에 서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육아에 대한 논문을 읽거나 아동 심리에 대해 공부한다 해도 실제 아이를 대하는 것은 몹시도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수석연구원 윤 씨가 희야를 돌봐주었기에 큰 부담은 덜었지만, 희야는 유독 몸이 약했다. 이따금 이유도 없이 콜록거릴 때면 죽기 전의 우재*가 떠올랐다. 그 파리한 안색과 자신이 마지막으로 확인한 관 속의 모습이 희야와 겹쳐보이는 탓에 심장이 철렁하여 과하게 챙기는 감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 승환의 지극정성이 통했던 걸까, 아이들은 데 마레의 품을 떠나기 전까지 각자의 꿈을 품고 자랐다. 혜우는 좋은 연구소를 찾아 큰 꿈을 위해 돌아갔으나 불안정하여 노심초사했으나 더 이상 건드릴 수 없었다. 희야는 데 마레와 제단을 오가며 영특한 머리로 하여금 큰 꿈을 품었다. 좋은 친구도 사귀었고, 승환은 희야에게 자유를 보장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인첨공에서 빛날 것 같았다.
그 빛을 낚아채는 손아귀가 도사리는 곳임을 깜빡 잊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승환은 얼굴을 감싸쥐며 울음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박 교수*는 그런 승환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괜찮다는 듯 차트를 넘겼다.
"네 잘못 아녀." "……내 잘못이지. 우리 희야 이렇게 될 때까지 모르고." "그 위아래도 모르고 뒤통수 친 육시럴 놈의 잘못이지 왜 네 잘못이여? 느이 잘못 있음 나한테 안티스킬 취조 받게 만든 것밖에 없어야." "내가 애 돌보는 거 힘들다고 신경 덜 쓰지만 않았어도……." "너라구 그렇게 될 줄 알았남?" "우재한테 면목이 없다 내가." "걱정 말어. 큰 안 선생은 너 용서했을 거여. 갸는 그런 놈이니께."
박 교수는 씁쓸한 표정을 겨우 숨겼다. 승환의 고충을 알기 때문이다. 제단이 불법 커리큘럼을 자행하는 곳일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하물며 그 커리큘럼으로 하여금 희야는 여러 의미로 망가졌다. 이치를 구분하지 않았으니, 에어버스터와 안티스킬 서태휘가 검거했을 적엔 이미 남들이 아는 희야가 아니었다. 귀엽기만 하던 아이가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며 병원에 실려왔을 적엔 어떻게든 살리고자 진땀을 뺐고, 여러 번 병원에서 다른 시도를 자행하던 아이를 붙잡느라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그런 희야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비틀렸는지도 알아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승환은 괴로울 뿐이었다. 물질적으로 잘 해주면 무엇하는가, 아이의 인생은 무너졌는데. 자신이 조금 더 아이를 생각했더라면!
"희야 나을 수는 있지." "허리에 자상 깊게 났는디 뭐 이거는 나을 수는 있거든." "……하아."
박 교수는 차트를 넘기다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정신적 문제는 우리 관할이 아니여." "……." "우리는 고문 후유증은 흉터 없이 치료할 수 있고 그렇게 해줬다지만 마음은 치료 못해. 그건 네 몫인 거여. 애한테 잘 해줘야." "……난 진짜 우재 볼 면목이 없다." "……나도 볼 면목 없다. 인첨공이 아름다울 거라 생각한 우리가 등신이지."
승환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우재: 희야의 아버지. 본래 데 마레의 연구소장이 되어야 했으나 위암으로 인해 승환에게 연구소장 자리를 위임하고 희야를 인첨공에 보내달라, 그리고 자신의 시체 또한 인첨공에 묻어달라는 유언과 함께 사망했다. 현재는 인첨공 어딘가에 묻혀있다. *박 교수: 바이오키네시스 연구소 소장 겸 큰 병원의 원장. 우재-승환-박 교수는 대학 동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