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아마도 은우가 조용히 혼자서 부실에서 티타임을 즐기려고 하는데 여로가 와서 진지하게 "왜 나를 패로 안 쓰는 거예요!" 라고 따지자 은우가 이건 또 뭐라는 거야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쉰 후에 먹고 있던 고급 홍차를 따라주면서 여로에게 내미는 그런 일러스트가 아닐까 싶네요.
(뚝...뚝...뚝... 그리고 눈앞의 상대의 발밑에서 검붉은 날카로운 촉수 같은 것이 무수히 많이 나와서 상대를 포위해버린다.)
"그 가시에 한번이라도 찔리게 된다면..."
(촉수에서 날카로운 가시 같은 것이 솟아오르기 시작. 푹, 푹, 푹, 푹. 하지만 그래봐야 살짝 찔리는 정도이다.)
"The end랍니다."
(동시에 상대의 몸 내부에서, 정확히는 찔린 그 부위에서 붉은색 실타래가 흘러나오고, 상대를 묶으면서 억압해버린다.) (그리고 촉수는 일제히 땅으로 녹아내리고 그대로 레드윙의 등 뒤로 이동해서 검붉은 날개의 형태로 변형되고 그대로 레드윙이 하늘로 떠오른다. 이어 날개에서 날카로운 칼날 같은 촉수가 무자비하게 여러 각도에서 상대를 찔러대기 시작하고, 찔리면 찔릴수록 더 많은 실타래가 상처 부위에서 흘러나와 상대를 억압하고 마침내는 그대로 쇼크를 일으켜서 기절시켜버린다. 이내 붉은색 실타래는 녹아내리듯 상대의 몸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상대의 패인은 단 하나. 겉보기만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랍니다~♡"
/대충 이런 느낌으로... 아...쓰면서도..너무 중2병스럽다...역시 게임연출처럼 쓰는 것이 아니었어. (옆눈)
로벨 연구소 예하 스냅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원내 규정을 안내드립니다. 규정을 지켜주는 것을 권장하며 지키지 않을 시에 벌어지는 사태에 관한 책임은 본원이 지지 않습니다...
1. 로벨과 스냅 내에서는 전원 예명(앨리어스)를 사용합니다. 외부인은 반드시 명찰을 받아 패용하고 명찰 내의 이름으로 본인을 지칭하십시오.
2. 로벨과 스냅의 문은 기본적으로 닫혀있습니다. 연구소 내에서 열린 채 유지되는 문을 보신다면 내부로 들어가지 마시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십시오.
3. 로벨의 지하 시설에는 연구원과 동행 시 견학이 가능하며, 혼자 다니는 것을 지양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일 혼자 다녀야 할 경우. 파란색 표시만을 따라가시고. 사람의 형태가 없이 소리만 들리는 것을 따라가지 마십시오. . . . 10. 내부 ...... 이식하는 것은 로벨의 연구원들에게만 허가된 사안입니다. 그러므로 이식의 대상 후보인 .... 말을 걸 경우 무시하십시오. 만일 대답을 했을 경우, 명찰에 기재된 직통번호 1번으로 -의 이름을 정확히 말해주시면 연구원이 그것을 회수할 것입니다..
연구원님~ 있잖아요... 남의 속마음을 전부 들어버리는 거 좋다고 생각하세요~? 연구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도 그래요~ <완벽한 타인>이라고 영화 보셨어요~? 거기에서는요~ 친한 사람들이 모여서 핸드폰을 식탁에 놔두고요 전화나 문자가 오면 그대로 모두에게 공유하는 거예요~ 그런데 마지막에 어떻게 된 줄 알아요~? 완벽한 타인이 되어서 각자 떨어지는 거예요~ 부부도 커플도 친구도요~ 아무도 예외가 없어요~ 그렇게 친했던 사람들이... 그래서 제가 하려는 말은 뭐냐면요~
그렇게 그녀가 나오지 않은 날. 몇 시간이고 기다렸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그랬던가. 그 누군가가 한 말이 끔찍히도 절망스러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거절당했더라도 원래 그랬던 것 처럼...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 바램은, 소년에겐 너무 큰 바램이었나보다.
첫날은 그렇게 집에 돌아갔다. 둘째날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셋째날에는, 체념했다. 그녀는 더이상 자신을 보고싶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문자를 짧게 남겨놓았다. 넷째날은 집에 찾아가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다섯째날....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부터 소년은 잠을 줄여가서 그녀를 찾아다녔다. 그녀가 살던 곳을 기준으로 점점 넓혀가며 찾아보았지만 단서가 너무 없었다. 오히려 단서가 없다는 것이 단서가 되었을까, 그 때부터 그는 괴이를 이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빠지기 쉬운 공사장부터, 빠지기 가장 어려운 휴양지까지. 끼니는 건빵이나 육포로 때우며 몇날 며칠을 그렇게 괴이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과연 희망을 쫓으려는 것이었을까? 슬프게도, 그의 의도야 어찌되었던간에 절망으로 돌아왔다.
퀭한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수색을 이어나가는 중에, 그녀는 소년의 앞에 나타났다. '움직이고 있는 것' 을 '살아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녀는 분명히 살아있었다. 그들은 과연 서로를 알아봤을까? 글쎄. 그건 알 수 없다. 동월은 그저 그녀를 보고 가만히 서있었고, 그녀도 동월을 보고 서있었다.
https://youtu.be/bDDMv6mPk2o?si=0CQEzBTtZhFo8x2S 뭔가 브금 이거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네요.
당신은 1번 규정을 어겼습니다. 당신의 곁에 있던 하얀색 명찰의 학생 뿐 아니라 전원이 당신을 쳐다봅니다. 그 눈이 기묘한 일렁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계속 어기시겠습니까? 1. yes 2. no
1.yes 선택 하얀색 명찰의 학생이 당신을 보면서 당신의 명찰과 본명을 혼용하며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합니다.. 말투가 휙휙 바뀌는군요.
아직은 돌이킬 수 있습니다... 아직 학생이 당신에게 깜찍한 칼빵을 놓지는 않았다고요? 당신은 2번 규정도 어겼습니다. 당신을 도울 자가 누구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신 스스로가 당신을 구해야 할지는.. 아직은 모를 일이지요. 그 방 안은 따스한 분위기의 햇빛이 비치는 공간입니다. 방의 주인은 간단한 식사를 하려 했는지. 토스터기에 식빵이 구워지고 있고, 계란이 익어가도 있네요. 커피머신도 파랗게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넘어가질 않네요. 지글지글. 이후에 타버리지 않아요.
....당신. 뭔가 몸이 둔해지는 것 같나요? 누군가 팔을 붙잡은 듯..
창가로 향하면.. 창 밖은 보이지 않습니다. 닫힌 공간이란... 여기는 잘린 공간일까요? 너무 둔해지기 전에 다시 돌이킬 수 있도록. 로벨은 당신께 나름의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섬에 다녀오고 며칠이 지났을까. 합법적인 휴가 이후엔, 언제나 지루한 일상이 기다리고있다. 매일 똑같은 일상. 매일 똑같은 사람과 매일 똑같은 커리큘럼. 매일매일 달라지는걸 느끼게 하는건... 방과 후다. 언제나 그렇듯 약간은 불법에 걸친 취미생활(있잖아. 버스킹이나, 그래피티같은거)를 즐기러, 번화가에서 약간 떨어진 골목길로 향한다.
"그래도, 약쟁이들 없으니까 훨 낫네."
뒷골목에서 떠도는 양아치라고 해도 저지먼트, 특히 목화고 이름을 들먹이면 금방 협조해 주는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만 남았다.
그야. 머리가 안도는 녀석들은 죄다...처리했거든. 절대 범죄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디스트로이어와의 사투 이후 약 3개월. 절대 놀고있기만 한건 아니니까. 다행히 약이 남긴 상처들은 얼추 정리됐고, 뒷골목의 생태계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론 좋나?
오늘 오는길에 만난 친구들도, 매우매우 협조적이였으며, 비행 장면을 직접적으로 걸려서 그런지 그럴 목적이 아니였는데도 제 발로 찔려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들중 하나인, 비타스틱을 백팩에 넣으려다 다시 쳐다본다. 이건 또 오랜만에보네, 실물 담배나 전자담배같은것도 아니고. 이런걸 쓰는 불량아들이 아직 남아있다니.
나름 정감이 있다. 그야 저능력때는 물의 응집력을 이기고 물을 잘게 나눌 수단이 없었으니까. 가습기나 이런걸 썼었지. 근데 언제나 휴대용 가습기를 들고다닐 수 는 없잖아? 옛날 생각이 나서 새삼 그때가 더욱 그리워진다.
뒷골목 사이에 쪼그려 앉아, 노을이 지는 거리를 바라보며 추억에 젖어. 포장을 뜯은다음, 숨을 쭉 빨아들이고, 수증기를 한번 내뱉어본다.
"옛날 생각 나네~"
내뿜은 연기를 가지고 이리저리 놀다가 , 어느새 골목 사이로 들어온 한 사람을 본다.
아주 익숙한, 그리고 최근에 추태를 부려버린, 어딘가 어른스러우면서도 장난스러운. 크로스백을 기워매곤 정처없이 떠도는 차가운 친구를.
situplay>1597029155>880 "뭐 일단 방금 했던 말은 나중에 천천히 듣는 걸로하고..."
한양이에게서 빙수봉지를 받아들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 처럼 되었지만 그래도 친구의 기대를 배신할 수는 없는 노릇. 너를 대신해서 내가 이걸 내 뱃속... 아니 냉장고에 넣어두도록 하마.
"이 뒤는 맡겼다!!!"
등 뒤에서 들리는 기묘한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러니저러니해도 6년이나 저지먼트 활동을 해온 레벨4니까. 알아서 손속을 두겠지. 나중에 가서 과잉진압이니 뭐니 히더라도 레벨로 찍어누를 수 있을거야 아마.
나를 막는 사람이 없으니 저지먼트 부실까지 도착하는데에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분명 방금 나와서 가게앞까지 걸어갔을때는 제밥 시간이 걸렸던것 같은데 역시 비행이 가능하니까 시간이 다르잖아. 다행히 그 짧았던 시간 사이에 사람이 찾아온 것 같지도 않았다.
조금 시원해진건가? 해가 지고 있다는 것은 시각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육체적으로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내가 느끼는것에 큰 차이가 없었다. 다행히 드라이 아이스덕에 녹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빙수 그릇에 손을 대고 있으면 언젠가는 녹아내리긴 하겠지. 손끝이 살짝 붉어진 것을 확인하고 난 뒤에야 손을 떼고 봉투 째로 냉동실에 넣고 녀석이 올때까지 가볍게 서류정리나 좀 해둘까 했다.
"슬슬 끝날것같기도 하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방금 봤던 두 불량배녀석들의 징계에 관한거지만. 미래예지정도라고 할 수있겠지.
동월이 독백 너무 구슬프고 동월주는 피앤헝을 즐겁게 플레이할거 같다고 생갓해,,,, 겨우 마음 열고 마음 줬는데 자기 손으로 그 어린 나이에 짝사랑 상대 죽이다니 맛있지만 아우 이게 아니지 너무 아파,,, 동월이 어쩌다가 무뚝뚝한게 이사들이 났대 동월이도 심리상담 시급해
스트레인지의 골목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보다 훨씬 덩치가 큰 남성이 여자아이의 멱살을 잡고서 훔친 물건을 내놓으라 소리친다. 여자아이는 그런 적 없다고 아파하며 외치나, 남자는 날 속일 생각 하지 말라며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이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서 여자아이를 매섭게 땅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주먹을 휘두르면, 여자아이의 처량한 비명이 골목에서 선명하게 울려 퍼진다. 여자아이가 아파하며 울어도 남자는 자비가 없다. 각자도생하는 스트레인지에서 여자아이를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골목 끝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남자가 소리에 고개를 들기 전, 그는 달려온 누군가에게 어깨를 강하게 차이며 뒤로 넘어진다. 악 소리를 내며 넘어진 남자는 아파하며 고개를 들면, 쥐의 꽁지처럼 긴 머리 묶은 누군가 서있는 것을 본다.
너 이 쥐새끼들. *
xxxx 년 x 월 12 일, 골목에서 일어난 화재 현장에서 스킬아웃 셋을 체포, 그중 한 명은 안티스킬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살해 용의자로 보이는 칼을 들고 있던 스킬아웃 남성은 그 자리에서 도주했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안티스킬에 체포되어 현재 수감된 상태다. 현장의 다른 여자아이는 동료로 추정되는 여자아이의 시신을 끌어안고 있다가 현장에서 순순히 안티스킬에 연행에 따랐다. 현재 화재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이며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 아래의 내용은 자세한 현장 보고서이다.....
거기까지 읽으시죠.
보고서를 읽던 당신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분노가 묻어났으며, 그녀의 얼굴에서 위협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ID를 통해 확인된 이름 윤 금. 스킬 아웃 쥐새끼들의 리더 격이면서, 이번 화재 사건의 용의자, 당신이 소속되었던 연구소에서 1년 전 도주한 아이였다.
네가 한 거니?
당신은 금에게 안티스킬에서 제공받은 보고서를 내밀었다. 보고서에는 사건의 현장이 찍힌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골목 전체가 검게 그슬리고, 바닥에는 폭발이 일어났을 당시 파인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사진이었다. 금은 그 보고서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당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죽은 여자아이는 무능력자였다. 체포된 남자 역시 동일했다. 이런 반응으로 보아 화재를 일으킨 범인은 금임이 분명했다.
언제부터니? 이런 능력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당신의 정중한 질문에 금은 더욱 입을 꾹 다물었다. 심지어 이제는 시선조차 마주하지 않으려 했으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당신은 금에게 사진을 하나 더 내밀었다. 한 달 전에 일어났던 한 도난 사건과 관련된 방법 CCTV의 화면이었다. 건물 내부 쓰레기통에서 화재가 일어나 모두가 대피한 틈을 타, 금전 등록기의 돈을 도둑맞았던 사건이었다. 돈을 훔쳤던 범인인 스킬 아웃은 체포된 상태였으나, 화재를 일으킨 것은 자신이 아니라 극구 부인했다. 사진에는 불이 붙기 전, 쓰레기통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서 있는 금이 찍혀 있었다.
잡힌 아이가 이야기했다더구나. 자신은 큰 쥐가 계획한 대로 했을 뿐이라고.
푸른 눈동자가 다시 당신에게 향했다. 당신의 입에서 쥐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것을 싫어하고 있었다. 금의 주변엔 위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당신과 금이 있을 심문실 내부가 긴장감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당신은 긴장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준비해온 다른 서류들을 살폈다. 연구소의 자료에는 금의 신체 상태에 관한 정보들이 적혀 있었는데 붉은 펜으로 밑줄이 쳐진 내용에는 레벨 0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그 아래 적힌 금의 능력에 대한 내용은 고작 뜨거운 열기를 한곳에 모으는 정도에 불과하다 적혀 있었다.
허나 사건 현장들에 남은 흔적들은 분명히 그보다 한 단계 높은 능력의 흔적이었다. 다시 연구소로 오게 된 금을 담당하게 된 당신으로써, 언제, 그리고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당신은 금의 대답을 이끌어 내기 위해 미끼를 던졌다.
살인 사건이 있었으니, 안티스킬에서 그 구역을 정리하기로 결정했어.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아직 그 구역에 있니? 연락할 방법은 있고?
당신의 말에 눈에 띄게 금은 동요했다. 쥐새끼들의 다른 동료들을 생각하는 듯했다.
네가 내 질문에 답해준다면, 우리 연구소에서 다른 아이들을 받아 줄 수 있어. ..... 모릅니다. 내가 잡히면, 각자 알아서 살길 찾아 흩어지기로 했으니까요.
잠깐의 침묵 후 금은 차갑게 당신에게 말했다. 위협적인 분위기는 점점 사그라 들었다. 금의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다.
우리를 챙기는 건 우리 스스로뿐이었는데. 이제 겨우 우리끼리 살아갈 수 있게 되니, 당신들이 등장하네요. 지금까지 생사에 관심 하나 없었으면서. 누구 하나가 죽으니까, 데이터 하나가 사라지니 이제야 아쉽나요?
어른들에 대한 금의 불신은 강해 보였다.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입술을 꾹 닫았으나, 떨리는 눈빛은 숨길 수가 없었다.
높으신 분들은 몰라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다른 아이들을 우리 연구소가 맡겠다고 나선 것도 내가 제안을 낸 거야. 날 쉽게 믿을 수 없겠지. 하지만 난 너희가 더 이상 이런 위험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적어도 너도 이 부분은 동의하잖아?
금은 미간을 찌푸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긴 침묵 끝에, 금은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내가 안내할게요. *
분노한 남자는 칼을 들었다. 달려드는 남자를 폭발로 밀어내려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제일 발이 빠르던 네가 자신과 남자 사이를 막고 선 것은. 말릴 새도 없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진 것은. 떨어지는 네 피가 내 손을 적셨다. 너는 나를 보며 웃었다. 도망가. 그리고 살아. 먼 길을 떠나는 것처럼, 다시는 영영 보지 못할 사이가 될 것처럼 말하는 널 보며 나는 비명을 질렀다. 마음속 끓어오르는 감정이 불꽃이 되어 눈앞의 모든 것을 불태웠다.
>>216 와... 브금이랑 같이 순식간에 읽어내렸다 묘사도 감정표현도 몰입도 장난 아니네... 이후에는 저 사람을 따라가서 연구소에서 지내게 된 걸까 저 사람이 조안나? 일려나 금이 한자는 비단이며 아름다운 사물이란 뜻인데, 인첨공에 와서 이름이 빛바래었고 그 과정을 천천히 보는 것 같다 이제 다음편 존버해야지
"키가 그 정도밖에 안 돼?" 서성운: “내 키가 뭐. 말을 왜 그렇게 하는데, 내 키에 뭐 주식 투자라도 했어?💢” ((긁힘))
"악마를 만난다면?" 서성운: “몇 명, 만나봤어.” “앞으로 몇 명 더 만나게 될 것 같고.” “······나는 어쩌면, 내가 하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해야 할지도 모르지.”
"난 너 때문에 슬퍼진다고!" 서성운: “···저기.” “왜 그러는 걸까.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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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운: 303 상하체 비율 “보기보다 다리가 긴 편이긴 해요. ···전체적인 키가 작아서 노쓸모긴 한데.”
327 가지고있는 외투의 종류와 개수는? “음, 야구점퍼 한 벌, 항공점퍼 한 벌, 야상 한 벌이네요. 이 후드집업도 환절기에는 나름 외투고요.”
123 머리가 어느정도 길어지면 어떻게 하나요?(ex 묶기,자르기) “네, 보시다시피···” 성운은 고개를 살짝 돌려보인다. 그 서슬에, 성운의 머리 뒤 높은 곳에 질끈 묶인 머리카락 타래가 한들한들 흔들린다. 다른 이들의 머리카락보다 가볍고 부드러워 비단실 같은 머리카락이라, 작은 움직임에도 티가 나게 흔들리곤 한다. “여기서부터는 잘 안 길어지고, 더 길어지기 전에 빠지거나 하는 게 보통이에요.”
>>218 이런 이야기가 있었답니다. 응. uu 괜찮다니 다행이에요. 졸리면 무리하지 말고 꼭 자요. (복복)
>>220 금이는 일단 잡혀왔으니, 다른 아이들은 글쎄요. 다음 독백에서 확인할 수 있을지도요. uu. 조안는 금이의 세례명인데. 혜우주의 말씀을 보니 연구원 이름을 안라로 정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첨공에 와서 빛바래는, 아 생각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이제 반대로 다시 아름다워지는 과정을 밟을지. 그대로 먼지투성이가 될지, 그런 생각들도 드네요. uu
여담이지만 비단 금자는 사람 이름에서 쓰지 않는 한자라고 하더라고요. 한자의 사주가 실패하고, 고생하고, 고독과 고난을 가져온다네요. uu
>>231 앗 아 다른 아이들은 같이 간게 아니었구나... 다음편 기다리는게 벌써부터 쫄깃한데 아 세례명이었어? 이거 말한 적 있었나? 있었으면 미안 하도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다 기억을 못해... 그치만 그렇게 내 뻘소리 참고해주면 그저 감사합니다 (넙죽) 당연히 반짝반짝 빛나는 금이로 돌아가야지! 저지먼트에 들어온 이상 먼지 쌓일 틈 따위 없어 절대 가만 안둘걸... ㅋㅋㅋㅋㅋㅋ 오 난 그냥 한자 이뿌다 히히 이랬는데 사주팔자가;;; 그런 깨알 설정 넣은 금주도 리스펙이야 마히다 (쩝쩝)
>>232 키가 작아 슬픈... 하지만 그 덕에 혜우 품에 쏙 들어오쥬? 과연 성운이가 이거 포기할 수 있을까 몹시 궁금해
혜우(겨울) : (뚠뚠패딩)(니트)(기모)(모카신)(귀도리)
겨울이 오면 성운이는 애착인형에서 인간난로가 될 예정입니다 각오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일상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성운주가 메모리얼 안 줬으면 그냥 자라나라 머리머리 하고 말았을 걸 근데 그런 쩌는 삽화와 브금과 묘사 가져오면 급발진 못 참는다고 아 ㅋㅋ 그 덕에 나는 매일 머리 싸멘 토기가 되지만...
>>233 1편 독백에서 언급 했었는데, 그때도 늦은 새벽에 올렸고 아직 위키에 정리를 안 했으니 모르실 수도 있지요. uu. 저도 다른 아이들의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저지먼트에 들어갔으니 이리저리 굴러서 더 먼지투성이가 될지도 모르는 걸요! 뭐 그렇게 슬프게 굴릴 생각은 없지만. 🤔 스토리가 어떻게 될진 모르니까. 사주팔자는 히히. 이런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두는 걸 즐겨서요. uvu
>>231 인첨공에서 쉬운 일이 뭐가 있겠냐만, 금이가 다시 빛나는 삶을 찾는 것도 지난한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과거의 저 아이들, 다시 좋은 인연으로 만날 수 있을지, 과거에서부터 금이를 쫓아온 악몽이 될지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비단 금이라는 한자에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지식이 늘었어요.
>>234 혜우 품에 쏙 들어가는 몸 vs 혜우가 품에 쏙 들어오는 몸 일단 개인이벤트에서 그런 분기점이 나오면 아마 성운이 스스로는 그것까지 염두에 둘 만한 상황이 아니겠지만, 뒷사람인 저는 엄청나게 고민이 된다는 것이에요... ...메모로비 나비효과였어! 급하게 그려서 지금 보면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은데, 그래도 힘주어서 그린 보람이 있네요. 덕분에 정말 과분한 예쁜 따님과 맺어지게 됐어요... 같이 머리 많이 싸매봐요
>>237 아 그거 봤는데 아... 나중에 위키 정리하면 정독 조지겠습니다 (머리박) 비록 굴러서 먼지가 묻더라도 털어줄 사람이 많으니까 괜찮아! 스토...스토리... 2챕터 난이도... 스읍... 금주가 숨겨놓은 사소한 의미 알게 될 때마다 숨겨진 보물 만난 느낌이야 다음편은 더 집중해서 읽어볼게
>>238 잠깐 그렇게 제시하시면 저도 고민이 좀 크아악 (머리싸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택의 순간이 오면 성운이와 성운주가 무슨 선택을 할지 지켜보겠읍니다 (그리고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급하게 그린거 치고 성운이 요망하던데요 그 각선미에 내가 그만 아아니 이게 아니고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하하하 과분한거야 혜우한테 성운이가 과분하지... 이 떼껄룩 하는짓 땜에 맘고생 오지게 할텐데... 거듭 잘부탁해 응응
어 근데 성운주 그거 어케 알았어 나 아까 암브로시아랑 이경주가 말해준 뱀주인자리랑 일케이케 찾아보다가 오! 하고 파나케이아 저장해놨는데 아 스포당해서 못 쓸듯 (농담)
가끔 세계관이랑 더 딥하게 얽힐 수 있는 캐릭터를 냈다면 어떨까 싶어지지만(극초반에는 2학구 연관 이과 괴짜캐였음) 이 이방인스러움 나쁘지 않지 않은가 라는 뻔뻔함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본격 고1때 들어와서 딱 1년 레벨 0이었다가 2학년 되자마자 고속으로 3렙찍은 머릿속 꽃밭 어떤데 새삼 리라가 운은 참 좋아...🤔
>>304 썩은거 본듯한 표정ㅋㅋㅋㅋㅋㅋㅋ 경진주 역시 맛잘알이구니 찌푸린 표정의 마성... 벗어날 수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악 조만간 하나 그려올게 경진주 있을때 맞춰 올려야겠다~~ 우리 경진주 폐 아프면 안대
아이고 자다깨다 했구나🥺 계속 깨면 많이 피곤한데... 안 깨고 푹 잘 수 있길 랜선기도 들어간다!! 나는 잘 잤어! 머릿속이 아주 맑다~
>>305-3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해맑캐 굴리는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군...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하게 돼... 하지만 정하... 캐퍼시티 다운 때 어땠는지 나는 기억하고 있어 그런 후유증이나 가끔 보이는 날?티라던가 소시민적 성격과 상반되는 거대한 힘의 갭 같은 거 볼 때마다 정하라는 캐릭터의 유니크함이 돋보인다고 생각함 진정하최고야. 평생 리라랑 댄스 챌린지 해
휴가를 다녀와 일주일 만에 연구소로 가보니 조만간 있을 15주년 준비로 연구원들이 하나 같이 바쁜 기색이었다.
굳이 그런게 없어도 늘 바빴지만 지금은 특히 더 그래보인달지.
그 와중에 커리큘럼 과정은 잘도 구성해놓아서 별도의 안내가 없어도 시간 맞춰 실습실에 가면 정해진 과제를 수행 할 수 있었다.
예상 외였던 건 과제의 대상이 더이상 모조 인체 '만'은 아니게 되었다는 거였지만.
실습실에 가서 떡하니 누워 있는 카데바를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같이 준비된 과제의 안내 영상을 보고 허 참, 하고 헛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덤덤하게 복장과 도구를 갖추고 실습에 임했다.
차가운 실습실 조명에 새하얀 메스가 서늘하게 빛을 발하며 창백하게 질린 피부를-
커리큘럼을 마치고선 바로 귀가하지 않고 유준의 사무실에 있었다. 그가 아메를 데려왔으니 잠시 봐달라는 말을 하기도 했고 슬슬 내 쪽에서 할 말도 있었다.
"아메- 여기, 여기지롱- 아메아메-"
못 본 사이 훌쩍- 이라기엔 소형견이라 여전히 품에 쏙 들어오는 크기였지만 아무튼 제법 큰 아메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었다. 입질의 흔적이 보이는 밧줄 장난감을 물려주고 살살 흔들며 터그 놀이에 한창일 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초췌한 몰골의 유준이 들어왔다.
"...아... 죽겠다..." "아직 살아있어요? 워킹데드인 줄."
이런 말을 하면 평소엔 당장 와서 꿀밤을 놓던가 했을 텐데, 어지간히 피곤한지 그는 한숨만 내쉬며 그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니 거의 쓰러지다시피 의자에 걸쳐서 으아악 단말마를 내질렀다.
"빌어먹을 인첨공 왜 일이 해도 해도 안 끝나는데" "그야 인첨공이고 여긴 그런 연구소니까요." "아... 짜증나는데 와서 정수리 좀 대 봐. 내가 못 가겠으니까." "간 다음에 소장님한테 가도 되죠?" "으윽, 저 망할 꼬맹이..."
털석.
잠깐의 티키타카조차 지금의 유준에겐 벅찼는지 결국 책상에 엎어졌다. 그 처량한 몰골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이곤 아메를 안아들고 소파에 앉았다. 무릎에 앉은 아메에게 길쭉한 닭고기 간식 하나 물려주고 등을 쓰다듬어주며 그 말을 했다.
"나 사귀는 사람 생겼어요." "아 그래. 그래 그래... ...뭐?!"
쿠당탕!
깜짝 놀란 그가 의자에서 자빠지는 꼴을 보고 혀를 찼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허둥지둥 일어나 다시 자리에 앉은 그는 미간을 찡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너, 뭐 하자는 건데." "뭐가요." "친구는, 그래 친구까지는 내가 이해하겠는데, 애인은 아니지 않냐?" "그러니까 뭐가요." "네가 더 잘 알 텐데?!"
잠시 목소리가 높아졌다. 씨근대는 숨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싶을 쯤, 말했다.
"사귄다고 무조건 결혼도 아닌데 뭘 그래요. 결혼도 끝이 있는데 애들 연애놀음이야 어련할까." "그걸 어떻게 네 입으로, 너는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않냐?" "나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 XX 주둥이만 살아있는 애X끼가."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네요. 선생님은 그냥 평소처럼 연구하고, 실험하고, 하시면 돼요. 나도 그러기 위한 과정을 거칠 뿐이에요." "어딜 봐서 그 과정인지 나는 모르겠는데."
대화 중에 아메가 간식을 다 먹고 하품을 했다. 나는 소파에 길게 누워, 배 위에 아메를 올려주었다. 작고 따끈한 몸이 편안히 누워 잠들 수 있도록 살짝 살짝 토닥이며 그런 말을 했다.
"내 인생 돌이켜보니까 말이죠.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미련을 버리는 것보다, 이미 한 번 겪은 미련을 버리는게 조금 더 쉽더군요. 그래서 여태 해보지 못 한 것들을 하나 하나 해나가고 있을 뿐이에요." "지금 나한테 믿으라고 하는 말이냐?" "못 믿으면 어쩔 건데요. 착각하지 마세요. 선생님. 나는 통보를 한 거지 선보고후조치를 하려는게 아니에요."
이윽고 아메가 고롱고롱 잠들자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아메의 전신과 내가 담기도록 사진을 찍었다. 실습복 때문에 상의 단추를 조금 풀어놓았지만, 뭐 상관 없나. 찍은 사진을 보정 없이 한 메세지창에 전송하며 태연히 말을 이었다.
"평상심 유지하세요. 그러다 들키면 물거품이 되어버릴 테니까."
폰 너머로 유준을 보며 싱긋 웃었다. 유준은 내 시선을 피하며 몸을 돌렸다.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고, 곧 정적으로 채워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아무런 대화도 없었던 듯이.
새하얀 납빛의 공간이 퍽 익숙하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다. 성운은 커다란 헤드기어를 쓴 채로 과제물을 앞에 두고, 실험실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 마치, 뭔가 빠뜨리지 않았어요? 이게 다에요? 하는 듯한 태도였다. 이것 이전에, 더 많은 과정과 조치를 거쳤어야 한다는 듯이. 성운은 손을 들어 목을 매만져보았다. 초커는 여전히 채워진 채였다. 성운의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에, 이내 스피커를 통해 연구원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오늘의 커리큘럼은 그 상태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네.”
그제서야 성운은 안심하고, 탁자 앞에 놓인 과제물로 시선을 돌렸다. 구멍이 뚫린 채로, 구멍에 천이 덮여 손은 넣을 수 있게 해두었으되 그 안은 보이지 않도록 해둔 상자가 있었고, 구멍 없이 밀봉된 상자가 하나 있었다.
“오늘의 커리큘럼의 목적은, 시각이 아닌 지각을 통해서 성운 학생의 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며, 시각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원하는 지점에 능력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멍이 나 있는 상자부터 시작합니다. 상자 안에는 킬로그램 원기가 담겨 있습니다. 상자에 손을 넣어 킬로그램 원기를 만지세요. 만진 채로, 원기의 중량을 변화시켜 보세요.”
“좋습니다.” “그러면 이제 능력을 해제하고 원기에서 손을 떼세요. 상자를 돌려서, 구멍이 성운 학생의 눈에 보이지 않게 하세요. 그리고, 사물을 보지 않은 채로 원기의 중량을 변화시켜 보세요.” ”계속하세요.” “괜찮습니다.” “그러면 이제 옆에 놓인 밀봉된 상자로 넘어갑니다.” “상자 안에는 당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물이 있습니다.” “해당 사물의 중량을 변화시켜 보세요.” “상자 전체의 중량이 변하고 있습니다. 상자 안의 내용물만의 질량을 변화시켜 보세요.” “좋습니다.”
“휴가는 즐거웠니?” “네. 친구들도 다 좋은 아이들이고, 선배님들도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요. 즐겁게 다녀왔어요.” “건강하게 지내는 것 같아 좋구나.” “아버지도 그러셨으면 좋겠는데, 다크서클이 더 진해지셨네요. 피곤하세요?” “괜찮으니 걱정 말거라. 혹시 그동안 뭐 이상한 일은 없었니? 몸이 안 좋다거나, 꿈자리가 사납다거나.” “─아뇨, 그런 것은, 딱히.” “······말하고 싶어지면 말해. 아빠의 연구소에는 언제 와도 괜찮으니까.” “네.” “그리고··· 응. 우리 아들. 꽤나 「특별한」 일이 있었던 모양이던데.” “···어떻게 아셨어요?” “아들의 사생활에 이렇게 간섭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균열장 다이어그램을 체크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발견을 할 수도 있어. 지나가다가 우연찮게 봤다, 같은 거라고 생각해주렴.” “···그래서, 지금 그 이야기를 저한테, 왜.” “일단, 이 아빠는 언제나 아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응원하고 싶지만, 너는 내 아들일 뿐 아니라 내 「학생」이기도 해.” “네, 「선생님」. 말씀하세요.” “그래, 이것은 「선생님」의 걱정이다. 성운 학생. 여기는 인첨공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렴. 너는 항상 네가 각오한 것 이상의 일을 마주치게 될 거야.” “···알고 있어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선생님. 그렇지만, 이건 제가 선택했어요. 이것도 제가 선택했고요. 물론 지옥이겠죠. ···내가 선택한 지옥.” “네가 그런 지옥을 감당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렇게 할 거에요.” “어려운 결정은 어른들에게 맡겨도 좋아.” “하지만 이게 내 선택이에요. 번복은 없어요. 어떤 갈래길을 맞이할지, 어떤 끝에 도달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결정은 내가 정해야겠어요.” “···많이 컸구나.” “항상 이랬죠.” “그렇지만 어려운 일이 있다면, 앞서 말했지만, 언제든지 이야기하거라. 선생님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네, 선생님.” “오늘 면담은 여기까지다. 조심히 돌아가렴.”
면담을 마치면서, 성운은 왠지 이 대화를 이미 이전에 해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기시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까마귀에는 내가 좋은 감정이 없는데...왜 하필 예를 들어도 까마귀야? 해바라기 씨를 털어먹는 동물도 많잖아."
까마귀. 부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까맣고 반짝이는 것들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새를 그저 새라고 치부하긴 어려웠다. 그야 블랙 크로우라는 인물들 때문에 안전하게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동명의 조직 때문에 까마귀를 좋게 보지 못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다. 웃고 있는 자신과 다르게 후배는 웃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웃을만큼 자신의 농담이 좋지 못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나도 농담을 못하는 편이지만 후배님도 농담 정말 못하는구나."
확답없는 후배를 향한 혜성의 목소리는 평온하다. 말 끝나면 혜성은 차분하고 부드러이 웃었다. 같은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 후배에게 대답을 원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혜성의 눈은 변함없이 하늘에 고정되어 있었다.
후배의 대답에 혜성은 크지 않은 웃음을 터트린다.
"지루하다고 해도 돼. 후배님이 나한테 맞춰줄 필요 없으니까. 그러네. 그런 점이 좋은 것도 있고-"
터트렸던 웃음을 가라앉히고 혜성은 속삭이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의 눈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도록 굴러간 혜성의 눈이 마주한다. 평온함을 좋아하는 건 맞다.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답을 낼 수 없는 생각들을 떠올리는 것도 좋아한다. 혜성의 눈동자가 부드러이 휘었다.
"사람이 안오는 곳이라서 생각하기 좋은 것도 있어."
혜성은 깍지껴 마주 잡고 있던 손을 어깨 위로 올리고 팔을 쭉 뻗었다. 어때, 답이 됐어? 하는 말을 덧붙히며.
모브A: 우리 반에서 세은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애들이 많아서 한 번은 어떤 학생이 세은의 책상 서랍에 쓰레기를 가득 넣어두고 "장난이야, 장난!" 하고 웃었더니, 그 상황을 목격한 에어버스터 선배가 그 학생을 인천 앞바다에 빠뜨려놓고는 "장난이다, 웃어"라고 했던 게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내 변명아닌 변명을 듣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듯 하더니, 표정을 전혀 바꾸지 않은채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역시 안되나.
그야 당연하지. 이유가 어떻게되건, 이게 실제로 담배건 아니건, 비행청소년으로 보일 여지는 충분하니까...하아. 어쩔 수 없나...
머릿속에 시말서와 잔소리하는 세은이가 가득해질 무렵. 갑작스레, 앞에서 찌푸려지는 얼굴과, 깊은 한숨소리가 들린다.
...내가 뭘 잘못들었나? 잠깐, 내가 속이는거라고?
"...진심이야? 내가 굳이. 널 속이려고 내 가방을 까서 너한테 보여준다고? 그게 말이 돼...?"
어이가 없어질정도의 생각의 도약이다. 아니 에초에, 깐것도 난데 이런걸로 속이려고 한다고? 표정이 약간 굳으려는 찰나. 언뜻 보면 협박처럼 들리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져 웃는다.
"보고...그래. 시말서야 쓰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난 네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구는지 모르겠는데?"
뭔가, 비꼰다고 하기엔 너무나 평안한 어투. 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다.에초에. 알거아냐, 이정도 수거품은 하루 발품팔면 정말, 정말 쉽게 나올텐데. 그걸 구태여 걸고 넘어지는점, 그리고... 저지먼트 강령엔 나와있지않은 즉석에서의 전화보고. 증거조차 잡지 않은채? 아무리 1학년이라고 해도, 천혜우가 하기엔 너무나...허술한 행동이야.
"옛날 이야기를 조금씩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답니다." "스냅에서는.. 제가 제일 경력자였습니다." "...로벨 님이 절 데려왔거든요." "넷이.. 가장 친했어요." "처음엔 아니었지만 말이지요" "...맞아요" "역시 제 노력이란~"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여자가 자화자찬하듯 뿌듯하고 과장된 행동을 하네요. 억지로 붙여놓은 것에 가까웠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붙인 것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좋아요. 그리고 컨디션 조절 잘하는 게 좋을 거랍니다?" .....그리고 눈을 뜹니다. 현실이 아니라 잠든 상태에서 자극점으로. 그녀를 떠올리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인첨공 평균적인 커리큘럼을 요청했고.. 오히려 그것이 더 기묘한 안정감을 줄 수도 있을까요...
>>421 친한 친구에 대한건 '어떻게 한명만 정하느냐' 라는 마음과 '그럼에도 한명이 생각나는 자신'이 공존해서 웃었대~~~ 자기암시 중요해~~~ 가끔은 그게 사람을 살리기도 하거든, :3 (경험담) 놓아줘는... 정말 어지간한 상황이 아닌 이상 대개 위의 방향 아닐가?
1. 허가받은 시위의 경우 안티스킬이 호위하는가 2. 이 시위가 이전 그림자나 '비설'의 수법처럼 테러의 위험이 있다면(샹그릴라 복용 후 큰 난동) 안티스킬의 대응은 제압인가, 혹은 즉각 사살 처리인가 3. 타 임무를 수행하던 안티스킬 대원이 해당 난동을 보았다면 2번의 대응에 가세할 수 있는가
─ 마레를 규탄한다! 규탄한다! ─ 마레도 한때 강도 높은 커리큘럼이 있었습니다! 로젤, 오션스와는 다르다며 성과를 운운하는 꼴이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 연구소의 걸작이라며 앞으로 내세우던 학생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학생의 소재도, 신원도 지금은 불명확합니다! 마레는 당당하다면 숨지 말고 해명하십시오. 데 마레는 지금 이 사실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희야는 창밖을 흘긋 내다봤다. 시위대는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데 마레가 위험하니, 위선자니 외치고 있었다. 승환은 그런 희야를 한 번 보더니 마시던 커피에서 입을 뗐다. 지나치게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태휘 또한 그런 승환의 모습은 처음 봤는지 진짜 괜찮냐는 듯한 눈치였다.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소장님,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돈 받고 저러는 것들이니 기자들 와서 사진 찍어가면 알아서 조용해질 텝니다. 우리는 그때 연락 취해서 새어나가지 않게 막으면 되고요." "그렇지만……."
─ 데 마레 또한 살인자다!! 커리큘럼으로 희생된 아이의 명복을 빕니다. 악독한 작자들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준비된 제사상 앞에 절하는 시늉을 하자 승환은 표정을 구겼고, 희야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머니에 손을 꽂고 설렁설렁 밖으로 나갔다. 경호 인력들이 안 된다며 희야를 급하게 막아섰지만 발을 한 번 구르자 그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고, 승환은 그런 껄렁한 태도의 희야를 한 번, 그 뒤를 후다닥 뒤따르려던 태휘를 보곤 한 마디 던졌다.
"태휘 군." "예." "희야가 요즘 태휘 군을 따라하는 것 같으니, 부디 행실을 바르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제사상 좀 엎어주십시오." "예?"
─ 데 마레는 살인자다! 살인자다!
희야가 나오자 좌중이 잠시 조용해졌다. 희야의 눈을 마주한 몇몇 시위 인원은 지레 놀라 시선을 피하기에 바빴다. 저게 정상이었다. 아무리 연구소와 저지먼트 인원 중에서 자신의 눈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들, 저 태도가 가장 정상적이다. 누구라도 희야의 눈을 마주하면 저렇게 불쾌감이나 공포심을 느껴야 옳았다. 희야는 시위대장으로 추정되는 맨 앞의 인물을 똑바로 쳐다봤다.
"가요." ─ 저, 저희는 허가를 받고 시위하고 있습니다! 데 마레에 소속된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무례한 태도입니까? 살인을 저지르고도 뻔뻔합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으니까 무례하게 나오는 거죠." ─ 데 마레가 강도 높은 커리큘럼을 벌인 것은 이미 10년 전, 그리고 5년 전 성과 보고회 자료에서도 증명된 사실입니다! 학생이 죽었는데 허위사실이라 하는 것이 옳습니까?
쩡, 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고드름이 얼어붙고 희야의 손에 얼음으로 된 창이 쥐여지자 주변에서 시위대를 지키던 안티스킬들이 앞으로 나섰고, 승환의 말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던 태휘가 희야의 뒤에서 급히 모습을 드러내며 안티스킬 대원증을 꺼내 보이자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럼 멀쩡하게 당신들 앞에 서있는 사람 죽었다며 절하는데 누가 기분이 안 나빠요?"
그제야 태휘는 상황을 파악했는지 당황스러운 시선으로 희야와 제사상을 한 번 번갈아 쳐다봤다.
"너희가 절하는 그 죽은 걸작이 지금 멀쩡하게 살아서 너희보고 꺼지라고 하고 있으니까 좋게 말할 때 가란 거예요. 고소까지 가면 당신들이 불리한 거 알잖아요." ─ 강도 높은 커리큘럼은 인정하십니까? "여기에서 벌인 일이 아니에요." "자, 자.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제 너는 들어가는 것이 좋겠는데……!" ─ 저거 봐! 인정하지 않잖아!! 인첨공에 안전하고 온건한 커리큘럼은 없어!! 이 위선자들!!
시위대 인물 중 두어 명이 무언가를 씹으며 벌떡 일어서자 안티스킬 대원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무전기에 대고 외쳤다. "샹그릴라 복용자다!" 무언가를 쳐내는 소리와 함께 태휘는 희야를 향해 몸을 날렸고, 희야는 태휘 밑에 깔려선 눈을 굴렸다. 자신이 있어야 했던 자리에 불길이 치솟자 희야는 눈을 홉떴다. 금세 난동이 벌어져 안티스킬 대원들이 진압에 나서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와, 저 개*끼들. 바로 본색이네. 애새끼, 괜찮아?" "지금 이게 뭔……." "테러지 뭐겠어." "그러니까, 테러가 왜 데 마레에." "언제는 이유가 있었나?"
희야는 천천히 손을 향해 눈을 굴렸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손이 떨리고 있었다. 태휘는 희야를 꽉 붙들고는 자신을 믿으라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다 안티스킬들이 대기하는 문 부근으로 이끌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 눈 봐, 커리큘럼이 안전하다고 세뇌했을 거 아니야! ─ 옳습니다! 커리큘럼 없이도 이런 성장이 가능합니다! 데 마레는 위선자입니다, 연구소는 살인자들의 보기 좋은 포장지에 불과합니다! ─ 여기서 끌어내야 합니다! 물러서면 안 됩니다! ─ 우리가 역사가 되고 새로운 규정을 세워야 합니다! ─ 커리큘럼의 증거가 저기 있잖아! 마레도 한 패다!!
"여기는 ─. 지금부터 제압에 가세하겠다. 규정상 지휘는 이쪽이 맡게될 것 같은데, 이견이 있는가?" "없습니다." "스캔된 레벨은?" "레벨 4 초반 둘, 레벨 3 후반 5명으로 추정됩니다. 나머지는 레벨 2로 추정됩니다." "사살할 인물이 있는가?" "없습니다. 현재는 제압에 초점을 맞춰주십시오." "힘든데, 그거." "상부의 지침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태휘는 앞으로 걸어 나섰고, 이내 한쪽 어깨를 붙잡으며 빙글 돌리며 목청을 높였다.
"지금 이후의 모든 공격은 시위가 아닌 테러로 간주하여 강경 진압이 가능합니다. 다치기 싫으면 투항하십시오!" ─ 물러서지 마! "건물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 "예!"
전쟁이 벌어졌다. 열 명 남짓의 남아있던 시위대가 전부 약을 복용했고, 전격계 능력이 태휘를 향했다. 그러나 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빗나가더니 다른 시위대원을 향해 약한 강도로 직격했고, 기절하는 시위대원을 뒤로 안티스킬 대원들이 급히 수갑을 채웠다. 다른 시위대원들도 가세하는 대원들의 손에 속속이 제압했다. 레벨 3 시위대원들의 테러에 가까운 공격은 진압용 방패로 막아세울 수 있었으나, 주변 지형을 무너뜨리는 공격에 대원 두 명이 쓰러졌다. 그렇게 성큼성큼 걸어오던 시위대원 하나는 갑작스럽게 허공에서 나타나 붙들어 잡는 눈덩이를 보며 비명을 내지르다 그 속에 삼켜졌다. 하지만 무언가를 삼키진 못했는지, 새파란 것이 날아왔을 적 희야는 손을 바들바들 떨다 소매로 얼굴을 폭 덮어 가렸다.
농성은 계속되고, 레벨 4 초반까지 단숨에 뛰어오른 시위대장과 일원 하나만이 남았다. 불꽃으로 된 고리가 날아올 적엔 안티스킬 대원들이 방패로 고리를 막아냈고, 태휘는 몸을 천천히 낮추더니 한쪽 다리를 뒤로 길게 뺐다.
"비켜. 단숨에 끝낸다." "예!"
방패를 치우고 길이 트이는 순간 섬광이 번쩍이더니 제사상이 뒤집어지기가 무섭게 시위대장과 일원이 몸을 부르르 떨다 눈을 까뒤집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10분 남짓한 상황에 시위가 쉽게 진압되고, 태휘는 뒤를 맡기며 급히 희야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웅크린 희야는 소매로 얼굴을 덮고 있었다. 꼭 얌전하게 뭉쳐져 있는 털 뭉치 같았지만 상황이 조금 달랐다. 온통 새하얀 모습에 새빨갛고 이질적인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희야를 구석구석 살피던 태휘는 희야의 옆구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안티스킬의 호위를 받고 있었고 본인도 대응을 했다만 상황이 급작스러운 나머지 공격이 튀었던 모양이다. 허리에는 옅게 무형無形의 공격이 스쳐 옷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괜찮아. 다 끝났어." "……." "상처가 깊네. 바로 병원 갈 테니까 지혈하자." "……." "야, 애새... 희야야. 대답 못하겠어? 아파?" "그때, 그때는, 마레, ……니야."
희야는 천천히 소매에서 얼굴을 떼어 고개를 들었다. 멍한 얼굴을 마주한 태휘는 등골에 끼치는 소름을 지우고자 애썼다. 희야의 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하자 태휘는 황급히 손을 뻗었다.
"희생하지, 않았어. 당연, 당연한 거잖아."
희야는 더듬거리다 줄 끊긴 인형처럼 툭 고개를 꺾었다. 코를 붙들어 지혈하던 태휘는 급박하게 희야를 안아 들더니 뒤를 돌며 외쳤다. "비켜!!" 병원이 있을 곳을 찾아 고개를 돌릴 적, 태휘는 작은 목소리에 우뚝 멈췄다. 뒤에서 벌어지는 소란과 경광등의 번쩍임, 요란한 사이렌 소리, 그리고 승환이 의무팀을 대동하고 혼비백산 뛰쳐 나오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오로지 단 하나. 한 명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태휘의 눈이 천천히 품에 안긴 희야를 향했다. 고개를 뒤로 꺾은 희야가 미처 지혈하지 못하고 코에서 넘어온 핏덩이를 입에서 툭 뱉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 하나면 모두가 구원을 받는데, 대체 뭐가 문제라고……."
태휘는 승환을 천천히 돌아봤다. 승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축 늘어진 희야를 안아 연그소 건물로 들어서는 태휘를 차마 마주할 수 없는지 고개를 숙였다.
"소장님." "예." "희야의 발언이 사건과 연관이 있습니까, 아니면 데 마레의 독단적인 커리큘럼을 말하는 겁니까?" "……사건과 연관이 있습니다." "확실합니까?" "……." "소장님." "예.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상부에 보고 올리겠습니다."
불편한 침묵은 의료진의 시끌거리는 소리와 사이렌 소리에 묻혔다.
……2학구 내부의 테러 사실도 축소화 되어 테러가 있었다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데 마레가 피해를 입었음은 기사화 될 수 없었다.
"글쎄요.. 일반적으로 쓰는 한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딱히 이름지을때 인명용 한자를 찾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건.. 다행입니다." 귀찮게 여기는 것이었으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서도
"글쎄요.. 전 간혹.. 제가 다른 능력이었다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모든 능력은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고. 그 단점 중 하나는... 아니. 그것을 말하기엔 애매한 감이 있지요. 라고 생각하면서 여로가 가리키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장보기에 포함되는 것인가.. 라는 듯한 표정으로 여로를 바라봅니다.
"...참고로 냉동고를 정리해서 아이스크림같은 식품을 박아넣어야 하면 텔레포트는 안됩니다.." 이건 말해둬야 하는 부분입니다.
추레한 모습을 한 초로의 남성은 키보드를 두들기다 말고 말을 띄웠다. 그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경비 따위를 정리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소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당당하게 지금 바쁘다는 듯 티를 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구실에 낮고도 조용한 목소리가 울렸다.
“네 담당 선임연구원하고는 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거냐.”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상식적으로 자기한테 전기자극을 주는 과학자를 누가 좋아해요.”
“그건...... 그렇지. 괜히 미안하네.”
“알면 됐어요. 아저씨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만 알면.”
“그거 참 고맙네……”
“별말씀을.”
소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의 커리큘럼에서도 극적인 변화는 없었으니 무언가 계획적인가 싶은 것이 있나 했지만 역시 그것도 아니다. 남자는 눈 앞에 띄워진 무수히 많은 표시창 중 몇 개를 체크하며 말을 하려다가 이내 소녀가 내뱉은 말에 의해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근본을 따지자면—“
소녀는 체크하던 서류들을 내려놓았다. 시대에 맞지 않는 종이 서류가 팔락거리며 바람에 흩날렸다.
“적대의 이유는 곧 돈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돈이라고? 뭐 확실히 지원금은 적다만 그렇다고 네가 돈에 궁하지는 않잖아.”
“그건 어디까지나 현재 유동성에 대한 거잖아요. 제가 말하는 건…”
소녀는 옆에 놓여있던 큐브를 손에 들었다. 아직 한 면이 덜 맞추어져 있었던 큐브가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맞추어 지기 시작했다. 다소의 기계장치가 들어간 자동 큐브는 장난감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다.
“어디까지나 성장 기대치와 그에 따른 부가가치에요.” “레벨 5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초능력자의 능력은 기술의 발전을 위해 사용되고 있잖아요.” “현재 인첨공에서 외부에 공개할 수 있던 구세대의 물건에서는 얼핏 그런 것들을 알기 어렵지만 현재 인첨공 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들은 그런 특성이 확실하게 드러나죠.”
“그거야 원래부터 그런 계약이었으니까. 능력개발을 단순히 초능력 군대를 만들기 위해 하는 녀석들이 있겠어?”
“없죠. 상식적으로 퍼스트 클래스가 나라 하나만큼의 전력이라고 하더라도 핵미사일을 맞으면 유효한 데미지는 입을 거 아니에요.” “그렇다면 일반적인 군대에 능력자의 능력을 베이스로 연구개발한 특수장비 같은걸 들려주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 다른 분야에서도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기본적인 이유고……”
“뭐 다른 이유가 있는건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녀는 들고 있던 큐브를 테이블에 다시 올려 두었다. 커리큘럼에 소모된 재화의 총량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방대하다. 단순히 높은 레벨의 학생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고사하고 커리큘럼을 실행하는 것 그 자체로도 과할 정도로 많은 돈이 움직인다. 그러니 이상한거다. 기본적으로 인첨공의 시장경제는 외부 간섭을 생각하지 않는 철저한 내수경제로 이루어진다. 다소의 외부 기술교류따위는 있을 수 있었지만 그 ‘기술교류’만으로 영원히 존재를 과시하며 돈을 모을 수 있느냐는 것에는 다소 회의감이 들 수 밖에. 그야 그 정도의 과시는 굳이 인첨공이 아니라도 할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제가 레벨 5라고 쳐봐요. 제 능력은 광자를 고정, 집중, 사출하는 프로세스를 띈다… 고 생각해요. 아직 제 능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까.” “근데 듣기만 해도 어때요. 레벨2가 쏘는 레이저와 레벨5가 쏘는 레이저의 에너지총량이 어떻게 같겠어요.” “하물며 잘만하면 에너지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지도 모르겠네요. 일부 프로세스를 떼어놓고 연구한다면.”
사실 그 때쯤이 된다면 변하지 않는 능력에 대한 연구는 대다수가 종료될테고 그에 따른 지원 역시 대폭 감축될 것이 뻔한데. 고등학교 3학년에 레벨2인 나에게 투자하기 보다는 나와 같은 능력을 가진 다른 어린 아이에게 전력을 쏟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그런데 그 아줌마는, 무엇도 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무섭다는 이유로.”
하지만 하기로 결심했다면 해야하는 법이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반 인륜적인 커리큘럼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면서 능력 개발이 아니라 외부적인 문제를 아무것도 해결 하지 못하는 연구원은 연구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는 논지였다.
“제가 가친 부가가치는 현재 정점을 찍었어요. 능력을 팔아먹으려면 지금 해야하는데.”
“거래 대상인 그녀가 섣불리 움직이지 않으니 짜증이 난다는건가.”
“말이 심하네요. 그냥 그 아줌마가 내 치료를 맡고 있어서 그런건데. 몇 년 넘게 연구가 지지부진해서 아직도 아무 감각이 안느껴지면 화 안나겠어요?”
물론 함부로 남을 쓰다듬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었다. 눈앞의 인물은 사소한 예외이긴 하지만, 그가 예외라는 것을 알 방법이 없으니 나중에 쓰다듬어도 되겠다. 성운과 만나는 게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도 아니고, 더 친해진 다음에 쓰다듬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년은 스킨십에 그다지 저항하는 편이 아니었고, 스킨십에 담긴 애정을 쉽게 받아들이는 타입이었으니까. 말랑보다는- 폭신이라고 하자.
“저 같은 경우는 인생 취미까지도 아니고, 그렇게 자주 하지도 못하지만··· 에스크리마를 배우는데, 체육관에서 드럼 치는 게 훈련에 도움이 된다고 드럼을 치게 해주더라구요.”
제 드럼이 없어서 들려드리기 힘들어요- 하고 성운은 맥없이 웃었다. 대회-드럼으로 따지자면 밴드 활동이나 공연, 혹은 놀이공원 등지에서의 공연 아르바이트 같은 것으로 수익을 벌 수는 있겠으나, 성운은 그런 방법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거니와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실력이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사절할 것이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용돈도 받긴 하는데, 자취하면서 집을 꾸리다 보니 빠듯하네요.”
하며 걷던 성운이 무심결에 던진 질문에 예기치 못했던 큰 반응을 보인 것이 그 다음이었다. 귀가 빨개진 채로, 더 친해지면 알려달라는 말에 한 2~3초간 뜸을 들이다가, 성운은 살짝 고개를 돌려 이경을 곁눈질하며 수줍게 웃었다.
빙수를 현서에게 인계하고, 불량학생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이 빙수..행방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현서니깐 믿고 맡긴다. 설마 냉장고가 아니고 뱃속에 넣어두겠어?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에 빙수를 배에 넣은 혹독한 대가가 있을 것이야. 내일 하루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는 중형에 처해질 것이야.
한양은 레벨 4가 되어도, 얼굴이 드러난 상태에서는 과잉진압에 대해 예민했다. 레벨로 찍어누르는 것..가능하다고 해도, 한양이 그런 걸 할 천성이 아니었다.
현서가 떠난 뒤, 불량학생들이 담뱃불을 붙인다. 한양은 그 순간을 포착하여서 외친다.
"꾸짖을 갈!!!!!! 감히 신성한 학교에서 담배를 펴?!"
불량아들이 껄렁대며 한양에게 반항하고, 그것을 제압하는 것이 클리셰지만.. 이번에는 불량아들이 순순히 썩은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내민다. 한양은 징계를 위한 그들의 신상을 알기 위해서 아이디 카드의 번호를 따간다.
"...앞으로 국산 펴!!"
한양은 교무실에 가서 야근 중인 선생님에게 담배를 건넨다. 교내흡연 중인 학생의 신상정보까지 메모지로 드리며 말이다. 그 뒤에 한양은 부리나케 부실로 날아간다. 어떻게? 교무실 창문에서 점프해서 저지먼트 부실 창문까지 날아간 것이다.
포옥시인한 선배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기회가 자신도 모르는 새의 생긴 하얀 소년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타인의 기억을 멋대로 상기 시키거나 자신의 기억을 허락 없이 집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은, 허가 하의 공유도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억에 대한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한 만큼 상당히 생동감 넘치는 기억 관람이 가능했으나.. 소년은 그렇게 말할 뿐 더 원하지는 않았다. 대체로 유쾌해 하지는 않았으므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있을 지도 모르겠으니. 거부 당하는 건 익숙해진다 한들 좋아질 수는 없다.
"..리라 선배가 만들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러지 않고 싶은 것도 이해는 가네요!"
폭발 화살이나 색 화살도 만들어주셨고, 충격을 흡수하는 반지 같은 것도 있었다. 요청만 한다면 드럼 정도는 만들어주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동시에, 그러지 못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너무 부탁만 하는 것은 미안하기도 하고. 자신이 쓸 도구는 직접 고르고 싶다는 마음도 소년은 이해했다. ..성운이 그런 이유로 부탁을 안 하는 것인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에스크리마? 뭔지는 몰라도 무술의 한 종류인 것 같았다. 드럼 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보니, 드럼 채? 같은 것을 휘두르는 것일까.
"아~ 혹시 가구부터 채우시는 중인가요? 그러면 진짜 힘드시겠네요."
가구값만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 나갈 것이다. 혹시 사람 필요한 일 있으면 망설임 없이 불러달라며 소년이 방싯방싯 웃는 낯으로 말했다. 힘 쓰는 일은 자신 있는 편이었으니 아마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러던 소년은, 붉게 물든 성운의 귀를 보며 웃는 얼굴 그대로 힌트를 얻었다.
"3학년은 아닌가 보구나."
'걔'라고 하는 걸 보니까! 라고 하지만 굳이 누구인지 추리할 생각은, 적어도 소년에게는 없었다. 언젠가 알게 되겠지 딱 그 정도. 그리고 어떤 마음일지 궁금한 정도.
흑흑 오늘 왠지 인사봇 된 느낌인데 아무튼 다들 어서와요!!!!!!!!!!!!!!!!!!! 8ㅁ8
>>591 동월 : (이미 발려서 죽어있다) 그치만 같은 저지먼트나 원래 알고지내던 사이가 아닌 이상은 친구라고 명명하기가 좀.... 힘들죠. 독백에서도 나왔지만 말 한번 하는데 며칠이나 걸렸구... 그것도 계속 치근덕대서 겨우 말한거구... (옆눈) 크흑, 애린주가 2인분 다 먹고 배불러할 미래가 벌써 보인다.... (?)
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 연구를 좋아하신다니 매드사이언티스트...? (아님) 쓸모는 없겠지만 즐거운 연구 되십셔....!
순전히 우연이었다. 손이 다 나은 김에 어제 계획되어 있던 커리큘럼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 자료를 찾으려고 했을 뿐인데.
"내 기억보다 더 많네. 이걸 다 어떻게 했지."
리라는 우연찮게 찾은 한 블로그에 모여 있는 그의 과거 활동 사진들과 각종 화보 등을 구경하고 있었다. 화려하고 값비싼 것들을 두르고 지시받은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은 분명 같은 사람임에도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솔직히 이 시기의 기억은 조금 흐릿하다. 매일매일 눈코 뜰 새 없이 엄청나게 바쁘고 항상 촬영용 조명과 카메라 앞에 놓여있던 것만이 잔상처럼 남아있을 뿐, 어디를 갔고 어디의 협찬을 받았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한데 뭉쳐져 분리할 수 없는 색깔 점토처럼 뒤섞여 온전한 제 형체 찾기 어렵다. 새삼 열심히 살았구나 싶어서 내심 뿌듯하면서도, 이게 누군가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기회를 뺏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썩 편치만은 않다. 그 결과는 그가 가장 바라지 않았던 것이었으므로.
하지만 그게 온전히 그의 잘못인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다. 리라는 언제나 서 있는 자리에 걸맞게 행동해왔을 뿐인데. 스스로 얼굴에 진흙칠이라도 해야 나를 좋아해줬을 건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아, 그래도 이건 기억난다. 이때 받은 옷 아직 있는데."
배려라고 생각한 행동이 타인에게 꼭 의미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이제 안다. 하지만 그때의 리라는 그걸 몰랐다. 그러나 잘못된 행동을 알린 게 정말 잘못이었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결국 스스로를 좀먹었을 텐데. 적절한 영양소의 섭취와 흡수 없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한 인간이 그런 식으로 곪아가는 것을 보고도 선을 지키며 관망하는 건 결국 방관 아닌가. 사실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같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나도 당신도 잘못은 없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리라의 시선은 연한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화보 속의 자신에게 머무른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지금과는 다른 모습.
그리다 만 스케치로 가득한 종이 위에서 연필이 데구르르 굴러 떨어졌다. 리라는 이런저런 장신구들이 그려져 있던 종이 중에서 머리핀 하나를 골라내 실체화 시킨다. 하얀 진주가 쪼르르 박힌 머리핀을 머리에 꽂고 거울을 들여다보면, 옅어진 색의 눈동자를 제외하고 화보 속 연예인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의 여자애가 있다. 리라는 검게 물든 머리카락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핀을 뺐다. 머리카락은 금세 하얗게 돌아온다.
>>618 햐주 안녕~~ 나는 위에서 마레 테러 글 보고 울었어 이 이게 맞나요? 3학구가 괜찮아졌더니 2학구에서 저런 일이 우리 희야 어떡해애애애애 캬아아아악 샹그릴라 아직까지 남아있어 흑흑 아기무너 괜찮지... 그래도 태휘씨가 있어서 다행이고... 뭔가... 소장님 뭔가 뭔가 있나요 나 궁금해 저신경쓰여요(빤히)
그 말에 금은 빠르게 말을 바꿨을 것이다. 역시 기분만 나쁘고, 재미없는 농담이 되고 말았다. 좋은 감정이 없다는 당신의 말. 그 말에는 자신의 농담이 당신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불러온 건 아닌지, 그냥 사람이라면 될 것을 쓸데없이 단어를 바꾼 자신의 입을 꼬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남들에게 무심한 자신이라 하더라도, 최근의 사건과 관련된 이들을 연상시키는 말을 한 것은 잘못임을 확실히 알기에,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러면 너무 예의가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흥미도 없고, 지루하다고 느껴진다지만 선배인 당신 앞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너무 버릇없는 모습일 거라. 웃음소리에 놀란 듯 한 쪽 눈썹을 치켜올린 후배는 당신을 바라보며 그 풍성한 속눈썹을 가진 눈을 깜빡인다. 자신이 말한 그런 점들을 당신 역시 좋아한다는 것, 그러나 이어지는 그 말을 듣고서 후배는 아, 작게 탄성을 낸다. 시선을 슬금슬금 아래로 내리 깔며, 멋쩍게 웃어 -물론 아주 잠깐만 반짝였을 것이다.- 보인다.
"..... 제가 방해가 되었을까요?"
사람이 안 오는 곳에서, 평온을 즐기고 있을 당신에게 자신이 예정에도 없던 불편한 방문객이 된 것은 아닌지. 지금도 그런 생각을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리감의 이유가 그 때문인지. 금은 당신에게 묻고서, 가라앉았던 시선을 들어 다시 당신을 본다.
>>607 동월 : (엄청난 복복이에 부활) 꺄악!! (도망) 맞습니다... 인류애는 아직 남아있지만 걔들 친구 아니잖아 언제 자기 후두려깔지 모르는데 마음 열어서 뭐하나... 그런 느낌? 이렇게 보니까 엄청 깐깐한 놈이네 죽어라!!! (동월:??) 이것이 일하는 자들의 슬픔인가.... (오열중) 맛있게 드십셔... 저는 편의점의 방어모양 젤리를 먹고 버틸테니... (?)
1회로 축소하자, 이에 아예 확대를 해버리는 한양. 정말로 양아치가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3학구<인첨공<전국<아시아<세계.. 도대체 몇 번을 부풀린 것이냐.
"당연히 감사해야지. 암."
이번에는 얼음에 팥과 인절미를 떠서 먹어본다. 고소하고 달달하면서도 부드럽게 녹는다. 단짠단짠 하지 마세요. 단고단고(?) 하자고요. 단짠단짠은 너무 자극적이잖아.
"그냥 바로 퇴근해. 일 더 한다고 돈 주는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는 받는 만큼만 일하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한양은 이걸 지키지 않는다. 이것도 내로남불의 일종이라고 할까.
"내일 출근해서 해. 아이디 넘버하고 신원확보 다 했으니깐. 선생님들한테도 압수품이랑 상황 같은 거 다 얘기했어. 애들한테도 곧 징계위원회 있다고 말하고, 알았다는 대답까지 들었으니깐. 어차피 양식 안에 내용만 잘 기입하면 돼. 그러니깐 먹고 퇴근해. 나도 갈 거니깐."
바다조난과 식사부족으로 인첨공으로 돌아오자마자 여름감기에 된통 걸린 수경입니다. 약도 죽도 없는 기숙사는 적막하기만 합니다. 보통 룸메이트도 있는 편이지만.. 수경은 혼자 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나마 코감기보다는 몸살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열이 오르고 축축 늘어지고.
"...으..." 업무용 폰이 울립니다. 저지먼트 공문을 전달해 주겠다는 연락이네요. 수경은 문 열어줘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아프면 안되는데요." 웅얼거리면서 문에 장치를 해둡니다. 이런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연산을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은 있었거든요... 그런 뒤 잠깐 정신이 끊겼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립니다.
아마. 문을 두드리면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들릴 겁니다. 방을 보면 생활감을 바로바로 정리하는지 냉막하지만 완전히 깔끔하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소년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이경을 믿는다거나 호감을 갖는다거나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기억을 읽는다고 하면 사생활을 죄다 보여주는 게 되지 않나. 친구 앞에 불시에 알몸으로 내몰리는 것을 꺼려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이경이야 그 기억들 중에서 남사스러운 것은 거르고 원하는 기억만 읽을 수 있겠으나, 이경이 보고자 하는 그것은 또 그 상대와 함께 다른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자고 약속한 것이라. 어지간해서는 약속을 깨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지금 기억을 읽어봐야 별 소용은 없을 것이다. 시도해본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이경이 리라를 언급하자, 성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라, 바쁘니까요. 취미용품을 만들어 달라고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른 만들어달라고 할 것도 있고···.”
요청을 할 수도 있으나, 너무 많은 요청을 하기는 싫고, 최소한의 요청으로 정말 필요한 것만 달라고 해보겠다─ 그런 느낌이었다. 리라라면 자신을 위해서 가장 안성맞춤인 드럼 세트를 그려내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성운은 장담하고 있으나, 그것보다 성운이 필요한 게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라에게 그렇게 찾아가자니 리라를 정말로 도라에○ 취급하는 것 같아 좀 그랬다. 도구를 만들어주는 기술자 이전에 둘도 없는 친구니까.
“가구는, 아르바이트하던 중고가구점 사장님 덕분에 생각보다 싸게 구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플스를 사고 나니 TV가 없지 뭐에요.”
하고 대답하다가, 의표를 제대로 찔린 탓에 온 얼굴이 죄다 토마토 색깔이 되어버리고 만다.
감기몸살이라니! 감기몸살이라니! 리라는 한 손에 공문을, 한 손에는 커다란 종이 가방 하나를 들고 기숙사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물놀이를 그렇게 즐기고 온갖 사고(리라와 월이 주도한)를 겪고 마지막 날에는 술까지 마셨으니 몸살 나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예상한 건 예상한 거고 걱정되는 건 걱정되는 거다. 공문 받으러 오지도 못할 정도면 심한 거 같은데 괜찮은가. 병원은 갔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공문 외에 챙긴 것만 해도 한 바구니라 가방을 따로 지참해야 했다. 그나마 멀지 않아서 다행이지. 묵직한 종이 가방을 들고 빠르게 걸어가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리라는 문을 똑똑, 두드렸다.
"수경 후배님?"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 뭐지. 문 열다가 쓰러졌나. 안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면 다행히 문 앞에 쓰러진 사람은 없다.
"수경 후배님~ 있어요? 아, 여기 있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냉막한 기숙사 방 안으로 발을 들이면 머잖아 수경의 실루엣이 보인다. 리라는 침대 머리맡 바닥에 묵직한 종이 가방을 내려놓고 살짝 몸을 굽혀 수경과 눈을 맞추려 했다. 그러니까, 눈을 뜨고 있었다면.
이리저리 갸웃거리다가 활짝 웃는 아지, 누가 얘를 고1로 생각하겠어. 옆에 나란히 걷고있는 나도 키가 썩 큰편은 아니지만, 키와 관계없이 저런 무해한 분위기와 싱글싱글 웃는 방식이, 더더욱 앳된 분위기를 풍긴다.
안그래도 저번에 머리 기르면서 여자애 같아졌는데, 점점 미소녀틱해지는것 같기도 하고말야...
이것저것 망상을 하다가, 아지의 대답에 다시 정신을 차린다.
"...중간이 없구나, 그리고 자신 없는게 아니라. 싫어하는거야. 기본적으로 인도어파니까."
사실 산행도 원래 크게 갈생각은 없었는데, 애가 조르니까(사실 조른것보단 같이가자고 한것에 가깝지만) 같이 와준것일 뿐이다.
절대 자신 없는건 아니라고. 에초에 17살짜리가 무슨 산 하나가지고 무리이네 마네야.
"...다음부턴 부탁할게?"
사실 다음에 산 오자고 하면, 나올지 말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앞에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생활에 스며든 능력을 헷갈리는 아지. 아무래도...능력이 생긴지 얼마 안된 탓일까? 아무래도 삶에 능력이 스며들 수 밖에 없는데말야. 당장 저능력자 친구들도 초능력을 가진지 오래됐으면 일상생활에 이것저것 써먹곤 하니까.
"자, 이제 깔았어. 딱히 체감은 있을지 아닐지 모르지만."
개인적인 감각으로는 약간 시원한 감각이 전신을 감싼다. 그리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정도려나.
"이제 이런 일상생활 영역의 연산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예를들면..."
오히려 말하면서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게 조금 더 힘들다. 입 안에 물을 머금고 한모금 마신 뒤, 말을 잇는다.
"아지야, 너 혀 위치, 시선 가운데에 코 올라오고는게 신경쓰여? 너 지금 왼팔 오른팔을 흔드는 각도를 일정하게 하고있으면서 호흡을 하고 이 모든 과정이 걸음걸이 템포에 맞춰져있어."
좋은 감정이 없다는 말에 빠르게 말을 정정하는 후배의 모습은 웃음 짓게 하기 충분했다. 하늘이 아닌 정면- 노을로 물들어가고 있는 교정의 풍경을 향해 고정되어 있던 혜성의 새파란 눈동자가 깜빡인다. 교정의 녹음은 금방 짙어질 것이다. 아직 시원함을 간직하고 있는 바람이 깔끔하게 리본과 함께 엮어서 땋아내린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후배는 입을 다물고 있고, 혜성도 딱히 꺼낼만한 잡담 주제를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똑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참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려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려온다.
"후배님 생각이잖아? 미리 양해를 구한 뒤 하는 말에 예의를 따질만큼 내가 선후배 관계를 챙기는 편이 아니라서. -그리고 아예 틀린 말도 아니고."
차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머리 위로 쭉 들어올린 팔을 뒤로 젖히며 혜성은 벤치 등받이에 등을 완전히 기댔다. 하늘로 향하고 있던 새파란 눈동자가 도로록 굴러서 후배의 옆얼굴을 흘끗 곁눈질 했을 것이다. 후배가 짓는 멋쩍은 웃음까지 곁눈질로 바라보고 있던 혜성은 자신에게 던져지는 물음에 부드럽게 눈썹을 치켜올릴 수 밖에 없었다. 방해가 됐냐니. 눈을 마주한 채 혜성은 꽤 길게 생각했다.
"방해라고 하면?"
일련의 사건은 혜성에게 영향을 끼쳤다. 펑소라면 아니라고 넘어갔을 법한 일도 꼭 신경질을 부리는 것처럼 한번씩 물고 늘어졌다. 뱉어놓은 말에 혜성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폭 감쌌다.
리라주한테 소소한 질문... "착용한 사람의 정체를 가상의 제삼자로 인식시키게 하는 가면"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으려나요? 참고: https://namu.wiki/w/%EA%B7%B8%EB%A0%88%EC%9D%B4%20%ED%8F%AD%EC%8A%A4(%EC%97%98%EB%8D%94%EC%8A%A4%ED%81%AC%EB%A1%A4%20%EC%8B%9C%EB%A6%AC%EC%A6%88) (참고삼아 가져온 링크인데, 해당 링크에서 등장하는 그레이 폭스의 가면은 착용자를 막론하고 착용한 사람을 그레이 폭스라는 전설의 도둑으로 인식시키게 하는 가면이에요. 게임 내에서는 해당 가면을 쓰고 범죄를 저질렀을 때 매겨지는 플레이어의 현상금과, 해당 가면을 벗었을 때의 플레이어의 현상금이 따로 매겨지도록 구현되어 있어요.)
"업무용으로.. 연지에 연락하면.." 올 거라는 말을 웅얼거리는 것 같은데. 열을 재는 손을 피할 수가 없군요. 여름 감기가 더 독하다는 말처럼 독해서 반쯤 정신이 나가있으니까요. 여름이라는 걸 감안해도 뜨뜻함이 바로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식사는..." 한 적 없다는 것처럼 작게 딸린 부엌에는 물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옅은 염소의 향만이 느껴지는 걸 보면 식사에 수반되는 행위가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전자렌지는 쓴 흔적은 보이는데. 그 흔적도 조금 오래된 것 같네요.
"...리라 씨..인 거죠?" 바나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웅얼거립니다. 안된다는 걸 알고 있는 수경입니다. 급식도.. 그런 먹는 것들은.. 알량한 이름을 핑계로 들먹이게 될 줄이야. 감기몸살이 판단력을 흐리는 게 분명합니다. 눈을 꾹 감고는 바나나를 들고 바나나를 까려 합니다.
실상 과학적으로 따져봤을 때 정체를 다른 것으로 인식시키려면 인식 능력에 영향을 줘야할텐데, 단순한 가면만으로는 그건 힘들 것 같고, 뭔가 장치가 있거나, 혹은 이치를 뛰어넘어야 할 것 같은데... 전에도 말했지만 이치를 뛰어넘는 그런 류는 레벨5는 되어야 가능하고...
승환은 잘 대해주지는 못했지만 부족하지 않게 희야와 혜우를 아껴주고자 했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는 것은 인생에서 처음이었거니와, 사랑하는 법에 서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육아에 대한 논문을 읽거나 아동 심리에 대해 공부한다 해도 실제 아이를 대하는 것은 몹시도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수석연구원 윤 씨가 희야를 돌봐주었기에 큰 부담은 덜었지만, 희야는 유독 몸이 약했다. 이따금 이유도 없이 콜록거릴 때면 죽기 전의 우재*가 떠올랐다. 그 파리한 안색과 자신이 마지막으로 확인한 관 속의 모습이 희야와 겹쳐보이는 탓에 심장이 철렁하여 과하게 챙기는 감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 승환의 지극정성이 통했던 걸까, 아이들은 데 마레의 품을 떠나기 전까지 각자의 꿈을 품고 자랐다. 혜우는 좋은 연구소를 찾아 큰 꿈을 위해 돌아갔으나 불안정하여 노심초사했으나 더 이상 건드릴 수 없었다. 희야는 데 마레와 제단을 오가며 영특한 머리로 하여금 큰 꿈을 품었다. 좋은 친구도 사귀었고, 승환은 희야에게 자유를 보장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인첨공에서 빛날 것 같았다.
그 빛을 낚아채는 손아귀가 도사리는 곳임을 깜빡 잊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승환은 얼굴을 감싸쥐며 울음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박 교수*는 그런 승환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괜찮다는 듯 차트를 넘겼다.
"네 잘못 아녀." "……내 잘못이지. 우리 희야 이렇게 될 때까지 모르고." "그 위아래도 모르고 뒤통수 친 육시럴 놈의 잘못이지 왜 네 잘못이여? 느이 잘못 있음 나한테 안티스킬 취조 받게 만든 것밖에 없어야." "내가 애 돌보는 거 힘들다고 신경 덜 쓰지만 않았어도……." "너라구 그렇게 될 줄 알았남?" "우재한테 면목이 없다 내가." "걱정 말어. 큰 안 선생은 너 용서했을 거여. 갸는 그런 놈이니께."
박 교수는 씁쓸한 표정을 겨우 숨겼다. 승환의 고충을 알기 때문이다. 제단이 불법 커리큘럼을 자행하는 곳일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하물며 그 커리큘럼으로 하여금 희야는 여러 의미로 망가졌다. 이치를 구분하지 않았으니, 에어버스터와 안티스킬 서태휘가 검거했을 적엔 이미 남들이 아는 희야가 아니었다. 귀엽기만 하던 아이가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며 병원에 실려왔을 적엔 어떻게든 살리고자 진땀을 뺐고, 여러 번 병원에서 다른 시도를 자행하던 아이를 붙잡느라 시간을 쏟았다.
그리고 그런 희야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비틀렸는지도 알아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승환은 괴로울 뿐이었다. 물질적으로 잘 해주면 무엇하는가, 아이의 인생은 무너졌는데. 자신이 조금 더 아이를 생각했더라면!
"희야 나을 수는 있지." "허리에 자상 깊게 났는디 뭐 이거는 나을 수는 있거든." "……하아."
박 교수는 차트를 넘기다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정신적 문제는 우리 관할이 아니여." "……." "우리는 고문 후유증은 흉터 없이 치료할 수 있고 그렇게 해줬다지만 마음은 치료 못해. 그건 네 몫인 거여. 애한테 잘 해줘야." "……난 진짜 우재 볼 면목이 없다." "……나도 볼 면목 없다. 인첨공이 아름다울 거라 생각한 우리가 등신이지."
승환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우재: 희야의 아버지. 본래 데 마레의 연구소장이 되어야 했으나 위암으로 인해 승환에게 연구소장 자리를 위임하고 희야를 인첨공에 보내달라, 그리고 자신의 시체 또한 인첨공에 묻어달라는 유언과 함께 사망했다. 현재는 인첨공 어딘가에 묻혀있다. *박 교수: 바이오키네시스 연구소 소장 겸 큰 병원의 원장. 우재-승환-박 교수는 대학 동기다.
연지? 연구소를 이야기 하는 건가, 아니면 연구원? 업무용이라는 건 핸드폰 얘기일까. 리라는 수경의 핸드폰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려다가 곧 멈췄다. 연락을 해도 급한 처치부터 하자. 당장 이마가 이렇게 뜨거운데 연락하고 이동하고 하는 건 무리다. 굳이 대답을 기다릴 필요 없이 부엌에서 나는 옅은 염소의 향만 봐도 사용한 흔적이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학생식당도 있으니까 굳이 부엌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저쪽은 지나치게 사람 손 탄 모습이 엿보이질 않고. 아니, 시각과 후각으로 전달되는 정보 이전에 분위기가 익숙해서 몰라볼 수가 없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존재만 하는 공간. 전자레인지에 꽂혀 있던 시선이 다시 수경에게 돌아간다.
"응, 맞아요. 저지먼트 2학년 이리라."
눈을 꾹 감고 바나나를 까려고 하는 수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리라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껍질을 벗기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다시 가방 안을 뒤졌다. 이윽고 물 한 병과 해열제가 담긴 상자를 꺼내놓은 리라는 수경의 이불을 살짝 정돈해준 다음 바닥에 앉는다.
"무리해서 먹진 말고. 그래도 웬만하면 하나는 다 먹어요, 속 비어있으면 더 안 좋아요."
아플 땐 잘 먹어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게 덧붙인 리라는 가볍게 웃어보이며 수경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려 한다.
situplay>1597029179>768 불법커리큘럼 이게 그거구나 마레에서 한 거 아니라는 게...... 아너무심란 심란 하아... 다른 시도 이게 진짜 미치겠는 부분이다 승환씨이이이......... 크으으윽... 위아래 모르고 통수 친 게 윤씨지 어휴 어휴 아아아 매워!!!!!!!
체력 단련 겸 훈련의 일환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세명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인 두명은 달리고, 선생인 한명은 별도의 이동수단으로 둘을 리드하고 있었을까?
"아직 반도 못왔는데여? 게다가 이대로 직진하는 코스가 그나마 경사도 없구 짧단 말임다." "그래그래~ 네 기초 체력도 고려해서 맞춘 플랜이니까~ 가볍게 한번 해보자구~" [대체 연구소에서 그대로 직진한다음 다음 학구까지 넘어가는게 어딜 봐서 가벼운건지 모르겠거든?] "유라학생! 약한 소리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달리는게 좋을걸~? 이대로 가다간 뒤쳐진다~"
아니나 다를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여학생과는 다르게 그녀는 이미 멀찍이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이미 그녀에겐 익숙해지고도 남을 운동루트였기에 그런 것일까?
[그러니까~ 나한텐 무리거든~ 나 완전 저질체력이거든~] "어허! 언제까지 체력 타령만 할거니? 이탈리아 배관공이 주인공인 게임에서 계속 납치당하는 공주님역할만 할 셈이니?" [그게 일상이었거든...] "그러다가 저 아이도 널 구해주지 못하는 때가 온다면?" [......] "아무리 네가 그런 일이 많았다 한들 스킬아웃은 절대 가볍게 보면 안되는 대상들이야. 우리가 네 신변을 보호할수 있는 정도나 범위에도 한계가 있고, 오히려 그동안 험한 꼴까지 당하지 않았던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해." [뭐, 그정도야 알고 있거든, 실제로 그럴 뻔한 적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일이 언제 또 다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잖니?" [...그것도 알고 있거든...]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던 여학생은 금방이라도 풀릴 것만 같은 다리에 더 힘을 주어 내달리기 시작했고 조금씩 그녀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단지 가볍게 웃어보이고 있었을까?
"오? 달릴 마음이 좀 생긴 검까?" [그건 모르겠고, 이겨야겠단 생각은 확실하게 들거든?] "...오호~? 함 뜨잔 검까? 여자는 기합임다." [...뭔가 묘하게 틀린거 같거든?] "이것저것 걸고 넘어지는 여자는 인기 없대여~" [그것ㄷ... 애휴, 말할 시간에 달리는게 더 낫겠거든...] "하여자 특, 쿨한척 넘어가려 하지만 뒤끝 있음~" [이잌...]
여학생의 주변으로 스파크가 일어났지만 날씨와 기온 때문인지 큰 효과는 없었고 그녀 또한 미리 알아채고 잽싸게 몸을 피했기에 도리어 약올리는 꼴이 되었다.
[하여간, 저지먼트 선배들도 금방 놀려먹는다더니만... 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것마냥 보이거든?] "에? 즈가 앞뒤 안보구 진심으로 놀리는 사람은 아직은 한명뿐인데여?" [에?] "어쩌겠슴까, 그동안 쌓인게 많으니 말임다." [...그거, 플러팅이 아니라 타운팅처럼 들리거든?] "ㅖ, 도발 맞아여. 이제 깨달았슴까?" [진짜 선배에 대한 예의라곤 쥐꼬리만큼도 없거든...] "우리 학교 아니잖아여~" "학생들! 학교 상관없이 여기에 소속된 이상 모두 다 똑같은 학생들이자 실험군이라는걸 잊지 말도록!"
여성의 단호한 외침에 느슨해진 정신을 바로잡은 여학생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다시금 직선도로를 달려나갔다.
...물론, 여학생은 얼마 멀리 가지도 못한 채 목표치의 절반 구간에 겨우 다다랐을즈음 주저앉아버렸지만 말이다.
"팔카타 선생님...아니면 리태 선생님이...랑 연락할 거에요.." 보통 한국인에게 저런 이름은 잘 없다는 걸 생각하면.. 본명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부엌은 그렇긴 합니다. 방을 둘러봐도.. 너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최근 정리를 한 모양입니다.
"리라 씨의 말..중.. 못 들은 걸로 할게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눈을 꾹 감습니다. 뭘 못 들은 걸로?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전지적 시점으로는 저지먼트 2학년 이...를 못 들은 걸로 하지 않으면 꾸역꾸역 먹어도 결국 다시 인사를 하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기에. 이미 알량한 핑계를 대버린 이상. 눈을 감고 못 들은 것처럼 해서 하나를 겨우 먹으려 합니다. 역한 것 같지만..
"물놀이는 많이 안 했습니다..." 식사 부족과 바다 경계선에 걸릴 뻔했던 거가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라고 웅얼거립니다. 그래도 본인 상태를 어느 정도 알기는 하는구나. (*아지와의 일상. 무려 6시간동안(체감시간 12시간동안) 물 싫어하는데 둥둥 표류했음. 멘탈이 아주 많이 까였습니다.)
>>790 연구소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과 관련된 일은 어디까지나 개인 이벤트가 어떻게 마무리되냐, 스레가 어떤 엔딩을 맞이하냐가 중요한 부분이라, 요컨대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들이라고 할까요. 해피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노멀 엔딩이 예정되어 있는데, 다른 PC들이 개입해서 다른 더 나은 엔딩을 낼 수 있는 정도니까요. 성운이의 과거사가 생각보다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그리고 성운이가 겪은 가장 큰 좌절의 원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망가져서이니까요.
고작해야 담배를 피려다 걸린정도니까 그렇게 대단할건 없지만. 도와주겠다는 한양을 보고 현서는 평소와 같이 낯익은 태도로 웃었다. 방금과는 달리 웃을때 눈꼬리까지 올라가는 것이 살짝 독기가 빠진 듯 보였지만 알기 쉽게 조금씩 업무중의 태도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말투만으로는 변하지 않은것 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곧이어 얼음이 살짝 녹아 물기가 묻어있는 스푼을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금랑이지? 요즘은 좀 어떤데?"
전에 봤을땐... 너무 순해보여서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두살정도인가? 그러면 개의 성장주기로 봤을땐 슬슬 성견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을정도잖아. 그러면 그건가? 이제 그 금색 털복숭이가 양손으로 잡아도 못잡을정도로 커다래졌다는건가? 뭐지? 신이야?
"가끔은 좀 데리고 오는건 어때? 저지먼트의 강아지라면 언젠가 레벨있는 강아지가 될지도 모르는거 아냐?"
리태는 그렇다 치고, 팔카타? 리라의 두 눈이 빠르게 두 번 깜빡여진다. 외국인의 ㅇ자도 찾아볼 수 없는 폐쇄적인 인천첨단공업단지에서 인명으로 듣기는 어려운 단어다. 그럼 코드네임? 별명? 에어버스터나 파인베이퍼, 마틸다, 애스트라, 디스트로이어 같은 것도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긴 하다. 물론 그런 특수 위치가 아닌 사람들에게 코드네임이 붙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지만.(사실 리라가 모를 뿐 스트레인지에도 있다.)
"수경 후배님이 편한 쪽으로~"
뭘 못 들은 걸로 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파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사람한테 하나하나 캐묻는 건 안될 일이다. 어쨌든 과일은 착실히 상대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그럼 그걸로 됐다. 리라는 수경이 바나나를 먹는 동안 가만히 앉아서 고요한 기숙사 방 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독방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고요하지만 그만큼 외롭다는 것. 수경도 그렇게 느낄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리라에겐 그랬다.
"바다 경계선... 어? 잠깐, 이게 무슨 말이야? 물에 빠졌었어요? 식사 부족은 또 무슨 말이고."
그러고보면 수경을 식사 자리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사실상 거의 보지 못했다. 리라의 얼굴이 조금 가라앉는다.
"...아플 만 했네. 밥도 못 먹고 찬 물에 오래 있으면 병이 안 날 수가 없지. 식사는 왜 잘 못 했어요? 속이 안 좋았어요?"
"...." 리라의 말을 듣고는 핑계를 댄 자기 자신에게서 눈을 돌리고 꾸역꾸역 먹습니다. 뭔가 들어갔다고 조금 머리가 도는 기분 하고는.
"...플로트형 튜브를 끌어올리려다가.." 그 튜브가 파도와 바람에 밀려서..라고 웅얼거립니다. 플로트형 튜브를 누가 가져다둔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져다둔 사람에게 잘못이 없으니까 뭐 본인 잘못이긴 하죠.(가져다둔 사람도 수경이 조난이라고 하면 텔레포터가 어째서 조난이라고 할거같았기도 하고)
"타인과의 식사는..." 좀.. 꺼려해요 라는 말을 합니다. 단체급식은 저건 배경이다.. 배경이다... 라고 생각하며 어찌저찌 우겨넣거나. 받고 이동해서 혼자 먹고 가져다두거나 했지만. 일상(*이지와의 일상)으로 인해 자극되어서 단체급식도 이젠 체할 것 같은 상태가 된 거죠. 뭐...
이제와서 1번은 너무 시기가 늦었고, 3번은 애초에 은우가 관여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달성이 되기 어렵고 4번은 아마 은우 성격상 바로 병원에 돌려보낼테니까 할 것 같아서 일상이 힘들 것 같고..2번 정도일 것 같은데 이제와서 부원 면담은...좀 시기가 늦었죠? 아무래도?
>>832 어...사실 입부했을 때 이미 인사는 했을테니까..(아무리 그래도 부장이나 부부장 얼굴도 안 보고 입부할린 없을테니) 이미 마쳤겠지만.. 그러면 그냥 조금 과거로 돌리고, 1번으로 하죠 뭐! 그게 가장 무난할 것 같네요. 은우 입장에선 굳이 또 인사를 와? 왜? 라는 어디둥절한 생각만 가질 것 같기 때문에... 그러니까...술자리를 치우고 있는 은우가 있으면 되겠군요!
아침 이른 시간. 은우는 영 뚱한 표정이었다. 어제, 대체 뭘 마신거지. 분명히 논알콜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왜 그런 참사가 일어난 거지. 은우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물론 실제로도 논알콜이긴 했지만, 취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인첨공 특유의 술이 있따는 것을 미성년자인 그가 알 방도는 없었다. 정말로 나중에서야 알게 되긴 했지만, 그건 먼 나중의 이야기.
일단 모두가 곤히 잠들어있는 시간. 은우는 어지럽혀진 거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모두를 깨워서 해도 되겠지만, 어찌되었건이 펜션은 자신의 것이었고, 자신이 관리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그 또한 거절할 생각은 없지만, 애초에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었다. 가볍게 능력을 써서 자잘한 것들은 모두 한 곳으로 모으고 쓸어담은 후에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그릇 등은 나중에 모아서 설거지를 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후우, 숨을 내뱉으며 어제 있었던 일들을 가만히 떠올리니, 참으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놀릴까 말까하는 것도 있었지만, 자신도 한바탕 저질렀으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그는 일단 조용히 청소에 집중했다. 천천히 쓸고, 닦고, 쓸고 닦고... 그러다가 그릇을 모아서 싱크대로 옮기고...
적어도 누가 나온 이가 있었다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 정리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난 청소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야기나 나누고 싶으니 정도는 은우가 다 해뒀다구! 하핫!
>>0 담당 학생의 커리큘럼을 제쳐주고 마주 앉은 이유는 별거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말수는 적어도 솔직한 반응읕 보여주던 담당 학생은 어느순간부터 어떤 심리적 교류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착실히 커리큘럼은 받고. 묻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은 하는데 그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다.
혜성과 마주 앉아 있던 그는 팔짱을 낀다.
"뭐가 문제야? 뒤늦게 사춘기라도 왔냐? 인첨공이 네 생각처럼 아름답지 않아서 그러냐?"
새파란 눈동자에 감정이 비치질 않는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같은 소리를 지껄인 **가 이 꼴을 봐야 그딴 말을 안하지.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잖냐. 네가 여길 나갈 방법이 없으면 익숙해져. 언제까지 애새끼처럼 굴거야? 너 내년이면 성인-"
한번 터져버린 입은 쉽게 멈출 수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뱉은 말이 끝나자 그제서야 그는 혜성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적어도..."
조용한 목소리가 겨우 들렸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감정이 비치질 않던 새파란 눈동자에 온갖 감정이 일렁였다. 혜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적어도 연구원님은 그런 말 하지 말길 바랬어요."
*됐다. 마냥 착하고 물러터진 녀석이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텅 비어버린 커리큘럼실에 혼자 남은 연구원은 뒷목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838 👀 은우주(부장님이랑 일상돌릴때 이렇게 불러보고싶었음), 그게 성운이가 이전에 situplay>1597029148>546 이런 걸 쓴 적이 있었는데, 은우가 거실 정리하러 나오니까 누가 이미 정리가 되어있었다거나, 정리를 다해가는 성운이를 마주쳤다거나 하는 식으로 써도 될까요?
아침 이른 시간. 은우는 영 뚱한 표정이었다. 어제, 대체 뭘 마신거지. 분명히 논알콜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왜 그런 참사가 일어난 거지. 은우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물론 실제로도 논알콜이긴 했지만, 취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인첨공 특유의 술이 있따는 것을 미성년자인 그가 알 방도는 없었다. 정말로 나중에서야 알게 되긴 했지만, 그건 먼 나중의 이야기.
일단 모두가 곤히 잠들어있는 시간. 정리를 하기 위해서 그는 기지개를 켜면서 방 밖으로 천천히 나섰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이미 대부분의 청소가 끝이 난 상태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청소를 한 것은 저기에 있는 2학년이 한 모양이었다. 가만히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은우는 성운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리고 하품을 크게 내쉬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그런데 이건, 네가 다 정리했니? 네가 왜?"
딱히 화를 내거나, 따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순수하게 왜? 라는 의미의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펜션은 자신의 것이었고, 여기에 있는 이들은 모두 손님이었다. 자신이 지시를 했다면 모를까. 굳이 손님이 먼저 치우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다시 한번 하품을 크게 하면서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남은 것은 내버려둬. 내가 나중에 할테니까. 손님이 놀러와서 청소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내 펜션이니까 내가 청소를 하는 것이 맞아. 흐아암...아무튼 좋은 아침이야."
>>842 성운이가 꽤나 감상적인 캐릭터라, 혜우주의 혜우 서사에 대한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해드리고자 하는 제 마음과는 별개로 성운이의 서사에 다른 캐릭터들이 꽤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우럭) 하지만, 청춘이라고 마냥 맑고 밝을 수 있겠나요. 종종 길도 잃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서로 어떻게든 나아가는 것도 청춘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지 씨가.. 오셔서..." 그래서 돌아올 수 있었다는 말을 합니다. 사실 수경은. 본인이 돌아갈 때에서야 없다는 것을 눈치채서 찾아졌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중얼거리는데. 알아듣기.. 어렵지는 않았을 겁니다.
"왜..?" "우리가.. 가질 수 없으면.. 너희도 가질 수 없댔거든요." 그래서 식사에.. 탔다고 했어요.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약간 실실 웃다시피 하면서 웅얼거리듯 말하는데. 스스로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초점이 흐립니다.
"물도.. 좋아하지 않아요..." 익사 직전까지 간다거나 그런 종류를 경험하면 보통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론... 하이드로키네시스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의 의향적으로 물을 두려워하지 않아하도록 시키는 커리큘럼도 있어서. 두려움은 아니라고 해도 지금 나온 것은 역으로 불호에 가까워졌던가.
말과 마음은 다를 수 있는 것이었다. 금은 그러니 그 웃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머리카락이 나울거렸다. 쏴아 하며 무성한 나뭇잎들이 출렁이는 소리만이 우리 사이를 메웠다. 바람은 서늘했다. 그러나 마치 혼자만 겨울의 바람을 쐬는 듯했다. 붉은색과, 흐릿한 보라색이 섞인 낮은 구름은, 도래할 검은빛에 가라앉을듯했다. 먼저 침묵을 깬 당신이 후배를 마주 본 순간, 그 후배는 다시 재빨리 피하며 당신과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 모습은 조금 풀이 죽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방해라면.... 가겠습니다."
다만 목소리는 덤덤했다. 질문을 해온 순간부터 그런 대답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자신이 당신을 피곤하게 만든 것 같았으니, 농담이라는 말은 그저 자신을 위해서 꾸미는 말 같다고 금은 느끼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웃음이 퍼지는 수경의 얼굴과 달리 리라의 얼굴은 시시각각 굳어간다. 초점 흐린 눈은 방금 한 말이 온전한 의식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 그러면 모르는 척 해주는 게 맞나. 그런데, 이걸 모르는 척 할 수 있는 건가.
"......누가 그런 말을 했어요?"
식사에 뭘 타? 문득 입 안에서 텁텁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첨가된 가루 덩어리가 굴러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리라는 혀끝을 살짝 깨물었다. 제발 수경에게 집중하자.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당장 급한 건 이 사람이다.
"수경 후배님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안전해요. 그러니까... 쉽진 않겠지만, 걱정하지 말고."
뭘 모르니까 섣부르게 말할 수가 없다. 리라는 수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마에 붙은 해열 패치를 꾹 눌러 제대로 고정시킨다. 다만 이 후배님이 걱정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리라는 늘어진 바나나 껍질의 검은 반점을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내렸다.
"물 싫어하는데 물에 떠내려갔으면 많이 놀랐겠다. 아지 후배님이 와 줘서 다행이었네."
그나마 혼자 있을 땐 먹는다니 불행 중 다행일까.
"상담은 받아 봤어요?"
하지만 마음이 좀체 놓이질 않아서, 의식도 흐린 사람에게 대고 주제넘는 소리를 하고 만다.
진짜 진짜 별 건 아니고 왜 혜우가 성운이에게 급발진을 걸었나 이걸 좀 고찰해봤거든 혜우 목적대로라면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었는데 굳이 그 일상 때 급발진했단 말이지 그래서 왜인가... 뭐가 그 떼껄룩의 수염을 자극했는가... 생각해보니 지금의 성운이에게서 아주 아주 단편적으로나마 희야를 겹쳐본게 아닐까 하는 결론이... 첫 일상때 프리허그 해준거나 그 때 머리 길어서 푹신말랑 했던거나 한마디로 오빠를 연애대상으로 보진 않지만 애인이 오빠 같은 사람인 그런 경?우 이를 토대로 이 떼껄룩 브라콤 기질도 있다는 심연의 결론까지 도출해버린 (도망)
어젯밤의 광란 끝에 어찌어찌 다들 방으로 들어가는 데에 성공한 건지, 은우가 눈을 떴을 때에 남자방의 잠자리는 모두 꽉 차 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전원 가지런한 자세로. 그러나 딱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누워있는 남정네들을 뒤로 하고 거실로 나선 은우를 반긴 것은 뜻밖의 일상 소음이었다. 설거지 하는 소리였다. 거실로 나와보니, 이미 어젯밤의 난장판이 거의 다 정리되어 있고, 여성 부원 몇몇이 소파에 기대누워 잠들어 있다. (유독 혜우만 목 아래로 볕이 드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새하얀 긴 머리를 똥머리로 묶어놓은 부원 하나가 돌핀팬츠와 여름남방 위에 앞치마를 걸친 채로 작은 발판 위에 올라서서 달그락달그락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서성운. 은우가 아직 부장이 아니었던 작년에 저지먼트에 가입했다가, 그 이후 다른 아이들과 격리되어 커리큘럼을 받고 이번 년도 1학기에서야 일반 학생들과 함께하는 수업의 장으로 복귀한, 아직 독대해본 적 없는 부원이다.
(식기세척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마지막 설거지거리였을 그것을 깔끔하게 물로 헹궈서 건조대에 올려놓던 성운은, 방에서 하품을 하며 나오는 은우를 보자 “안녕히 주무셨어요, 부장님.” 하고 인사하고는, 고무장갑을 벗고는 발판에서 폴짝 뛰어내려왔다. 기묘한 보라색의 눈동자가 붙임성있게 은우와 눈을 마주쳐온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집안일에는 자신있기도 하고요.”
말마따나 정리는 꽤 꼼꼼하게 돼있다. 봉투별로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 유리병이 다 정리되어 있었고, 배달음식들을 담은 용기도 착착 정리되어 있으니 가져가서 정해진 쓰레기 배출 위치에 내놓기만 하면 딱이겠다.
"누구...였지. 퓌살리스..?" "아닌데.. 안데스였나요?" 하지만 그들의 사정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닮아버린 것이라면 조금. 끔찍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피 검사에서 약물이 좀 나왔어. -....그랬...나요..? -목적은.. 아마 도주하지 못하게.. 였던 것 같은데. 마비나 마취 계열. 더 말하지는 않을게. -.... 같은 생각이 나기 시작하면 한없이 깊은 곳으로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겠지요.. 현실에서 말하는 건지. 아니면 꿈에서 말하는 건지..
"스냅이..." "무너져서.." 새어나온 것으로 알 수 있었어..온전히 남은 게 없었다고요. 라고 숨을 급하게 들이키면서 헛소리처럼.. 약간은 비명처럼 중얼거리며 조금 버둥거리려 합니다. 그러다가도 뚝 그치고 마치 죽은 듯이 몸짓을 멈춥니다.
"저는...상담은..." 사실 다른 이들은 상담을 꽤 많이 권유했고. 데리고 간 적도 있었겠지만 수경은 제대로 받아본 적은 없었을 겁니다. 말꼬리를 흐리는 걸 보면 안 받았다는 걸 알 수 있겠군요.
정리가 꼼꼼하게 되어있긴 하지만, 마냥 그것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냐는 또 별개의 이야기였다. 어쨌건 이 펜션은 제 것이고, 이들은 모두 손님으로 초대한 이들이었다. 그런데 손님이 다 같이 한번에 청소를 한다면 모를까. 혼자가 다 청소를 했다? 역시 주인으로서는 조금 찝찝한 일이었다. 영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팔짱을 끼고 성운을 바라보긴 했으나 굳이 더 무슨 말을 하진 않으며 그는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굳이 다 끝난 시점에서 무슨 말을 해봐야 잔소리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누가 내 물건에 함부로 손을 막 대고 그런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아. 그렇다고 지금 화났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다음부터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거야. 하핫."
애초에 화가 난 것은 아니엇고 조금 찝찝한 정도일 뿐이었기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소파에 살며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침 시간이라서 그런지, 아직 덥지는 않았기에 그는 에어컨을 켜진 않았다. 오후가 되면 좋건 싫건 모두 배를 타고 다시 섬에서 나가야만 했으니 그때까진 푹 쉬어둘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바라보다가 쓰레기는 그냥 내버려두라는 듯이 손짓했다.
"그거 그냥 거기다가 둬. 나중에 배 타고 나갈 때 육지로 가서 버려야 하니까. 이 섬에 쓰레기 처리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많이도 먹었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는 비어있는 자리, 아무데나 적당히 하라는 듯이 손짓한 후에, 성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어제는 꽤나 이것저것 의외의 모습이 많아서 보기 좋았어. 성운이 말이야. 꽤나 사이 좋아보이는 이도 있었고 말이지. 아. 부럽네. 부러워. 청춘 엄청 부럽네. 나는 언제쯤 해방되어서 자유롭게 이것저것 하려나 몰라."
진지하게 부러워하기보단 장난끼 100%. 그야말로 놀리기 위한 짓궂은 웃음소리만이 거기에 섞여있었다.
언급하지 않을 뿐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던 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불안함을 누군가에게 전염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으면 불안은 전염되지 않는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게 뻔한 자신의 불안에 어떻게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나. 혜성이 얼굴을 양손으로 덮어버린 이유도 그것이다.
"전혀 방해는 아니었어. 내가 요즘 예민해져 있어서 그래. 미안해. 후배님."
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후배에게 날이 선 말을 뱉었다는 후회 때문인지 후배의 말에 대답하는 혜성의 목소리는 작았다.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들리지 않을 만큼. 얼굴 덮은 손을 떼어내 앉은 벤치 위에 올려놓으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혜성은 고개를 떨어트린다. 이어지는 후배의 사과는 떨궜던 고개를 들게 하기 충분했다.
"후배님이 사과할 건 아니야. 그러니까 괜찮아."
비스듬히 몸을 앞으로 기울인 혜성은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사과를 받을 생각 없었기 때문에. 더 나아가 후배의 탓은 아니었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과 예의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이 빠르기 때문이다.
" 네가 3레벨이 된지도 벌써 꽤 오래 지났네. " " 그러게요. " " 고맙다는 말은 사양해둘게. " " ...? 그딴말을 왜해요. " " 뭐? 그야 네가 레벨3까지 온건 대부분 내가 도와줘서잖아? " " 차라리 지혁이가 도와줬다고 하는 편이 더... " " 뭐라고!!! 그 말은 그냥 못넘어가! 대체 어느 관점에서 봐야 그런거야!? " " 아니 그렇잖아요!? 대체 어떤 인간이 훈련이랍시고 코끼리 로봇을 만들어서 내놔!!! "
오늘도 담당 연구원과는 커리큘롬 도중 언성이 높아져버린다. 둘 다 진심으로 화내는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신이 레벨 업의 1등 공신이라 생각하는 것과 부정라는 마음은 진심인듯 하다.
「그 순간, 이경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소년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 18세 소년의 기억이라기엔 비정상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당장 어제의 기억이 수십, 수백 개가, 그것도 똑같은 기억들이 아니라 조금씩의 세세한 세부사항과 큰 줄거리가 저마다 다른 기억들이, 마치 주입되기라도 한 듯이 심층의식에 마치 균열과도 같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지를 친 기억들이, 이틀 전, 사흘 전, 나흘 전, 그 전으로도 계속······ 오늘의 기억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하나의 기억이었는데, 그 이전의 기억들은 기괴한 뿌리들로 이루어진 스레드가 되어 있었다. 그 중첩되는 기억들 중에서도 소년의 표층의식에까지 명확하게 존재하는, 그 바탕이 되는 하나의 진짜 기억은 분명히 실존하고 있으니 소년의 진짜 기억을 분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레벨 3 이상의 부원들에게 요청할게.] [이전에 블랙 크로우가 사용했던 아지트 기억나?] [그 옆쪽에 남아있는 건물도 일단은 블랙 크로우가 사용했다는 것 같고, 아직 안티스킬이 조사는 안한 모양이야.] [시간 되는 이가 있으면 거길 조사해보고 컴퓨터가 있으면 그대로 가지고 내 자리에 놓아줘.]
갈수록 알아듣기 어려워지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것 같은 수경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다가올 때마다 리라는 얕은 어지럼증을 느낀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대체. 인첨공에서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이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국의 단어를 처음 대면한 이방인처럼 리라는 한 글자 따라가기도 버거워 침묵만을 지킨다. 대신 물병의 뚜껑을 열어 수경의 손에 쥐여주고, 약봉투를 뜯어 마저 쥐여주려 한다.
"물어봐서 미안해요. 음..."
놀란 듯 몸을 버둥거리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까지 보자 이 이상의 질문은 무엇이든 위험하겠구나 싶다. 리라는 물병과 함께 수경의 손을 살짝 붙들고, 약봉투를 놓아 자유로워진 반대 손으로 수경의 손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려 한다.
"오늘은 더 귀찮게 안 할게요. 근데 약은 먹어야 하니까~ 몸 조금만 일으켜 볼래요? 약만 먹고 바로 자자. 자고 일어나면 더 나아져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