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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에 비해 경미한 부상이라고는 하나, 상대가 과속을 하던 트럭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자잘하게 많은 부상이 있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꼼짝없이 병실에서 보내게 되었다.
물론 수혈은 충분히 되었고 내 능력이면 조금 무리해서 사흘이면 다 나을 부상이었다. 조금이라도 능력을 키워야 할 마당에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봐줄 수 없는지 연구소 측에서도 강경하게 나를 병실에 묶어두었다.
"사고차 운전자도 잡았다면서요. 뭐하러 일주일이나 있어야 하죠?" "있으라면 말 좀 들어라. 너 언제부터 이렇게 따박따박 말대꾸 하게 됐냐?" "그야 지금은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기니까 그렇죠. 능력을 더 키워야 앞으로 있을 현장에서 더 유용하게 쓰일 텐데-" "아 꼭 커리큘럼 아니어도 여기서 연습하면 되잖아! 그 박살난 몸뚱이나 붙이면서!"
나와 말씨름을 하던 그- 유준이 소리를 벌컥 지르자 그로 인해 전신이 지잉 울려 앓는 소리를 흘렸다. 그러자 그는 당장 입을 다물었지만, 곧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말했다. 정확히는 머릿속으로 말이 들렸다.
[조용히 들어. 이건 안티스킬과 별개로 연구소 측에서 한 조사인데, 이번 사고는 단순 졸음 운전이 아니라 정확히 널 노린 사고라고 소장님이 판단하셨다.]
그 내용에 표정이 굳었다.
나를 노린 사고였다고? 그렇지만 내가 거기서 뛰쳐나갈 줄 어떻게 알고? 아니 만약, 내가 뛰쳐나가지 않았다면-
[네가 구한 아이의 공에서도 인위적으로 조작한 흔적을 발견했어. 하나부터 열까지 명백히 계획된 사고야. 네가 구한 아이가 무능력자였거나 네 능력이 조금만 낮았어도 넌 그 자리에서 죽었어.]
조금씩 숨이 떨렸다.
나를 죽이는 건 상관 없어. 나 하나만 죽이는 건 아무래도 좋아. 그런데 그 작은 아이까지 끌어들여서? 고작 나 하나 죽이는데?
[아무튼 사건의 진상을 다 파악할 때까지 적어도 일주일은 병실 생활을...]
"야." "네, 네?"
순간적으로 멍해졌다가 귀로 들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자 잔뜩 찡그린 그의 얼굴이 보였다.
"어쨌거나 얌전히 있으라고. 네 몸이나 고치면서. 도망가려고 하면 연구소에 잡아넣는다고 소장님이 말하셨다." "...쳇. 알았어요."
나는 일단 얌전하게 있기로 했다. 나를 노리고 주변을 끌어들인다면 가급적 혼자인게 최선이었다. 이미 학교와 저지먼트에 알린 건 뼈아픈 일이었지만.
"어어. 나 잠깐 나갈 건데 뭐 필요한 거 없냐?"
그가 담배를 챙기며 나를 보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
"오르골..." "뭐?" "...아니, 근처 빵집에서 식빵이랑 잼 사오세요. 병원 밥 맛없어요." "알았다. 나 없는 동안은 아무나 못 들어오니까 혹시 뭔 일 나면 너스콜 바로 눌러라."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병실을 나갔다. 인기척이 줄어든 병실엔 냉장고와 가습기 도는 소리만 가늘게 울렸다. 천천히 부상 부위를 회복시키며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한다니.
"...이제 와서 치우기라도 하려고...?"
킥, 웃자 배가 당겨 아팠다. 그래도 계속 웃음이 났고, 그만큼 아팠고, 그래서 눈물도 났다.
갑작스럽게 애린이 얼굴을 붉히며 몸을 감싸자, 동월은 아연실색하여 감탄사만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급박한 상황이었다고는 해도 파묻혀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기대어 있었으니까. 아니 그래도? 처음에 뛰어들라고 한건 애린이었고? 방법이 그거밖에 없다고 한 것도..... 동월은 할 말을 잃었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건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던 때에...
" ...... "
짜게 식은 표정이 되었다. 그 조크로 인해 사람을 한껏 당황시킨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아까의 그 눈빛을 본 이상 받아주지 않을 리는 없었지만.
" 것보다 왜 너만 해주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 "
복수... 라고 해야할까, 동월은 킥- 하고 장난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팔을 양 옆으로 벌리고서 고개를 까딱여보였다.
" 오랜만이야? 제일 맛있는 메뉴로 추천해줘야겠네. "
고기 덮밥이 오랜만이라니. 덮밥을 좋아하는 동월로써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게다가 스테이크 덮밥! 그 천상의 맛을 잊은 사람에겐 무한한 동정의 시선을 보내야 할 정도다.
그나저나 이런 와중에도 점례라니. 애린에게 점례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건지 슬슬 궁금해진다. 정말 단지 점이 많기 때문인가? 그렇다기엔 점례를 과하게 미는게 아닌가 싶긴 한데....
" 왜 그렇게 점례를 좋아하는거야? " " 그럼 류점례? "
어쩐지 발음이 힘든 이름이다. 애린이 평소에 '점례' 라는 호칭을 즐겨쓰는건 알고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냐. 앞으로 이 녀석을 류점례라고 불러줘야 하는건가
" 그래. 진짜 잡혀가더라도, " " 와줄 사람이 있으니까. "
물론 처음엔 괴이부에게 의지했었다. 하지만 그곳은 항상 바쁘고, 수색을 나올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하여도 두 명밖에 없었다. 한 명 더 있었지만 그는 동월이 직접 수색 금지령을 내렸더랜다. 나머지 한명도 이래저래 바쁜 사람이었으니.... 그렇기에 동월이 정신병원으로 끌려갔을 때에도, 그들이 오지 않는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원망하진 않았다. 원망은 모두 병원에 두고왔기에. 다시 찾으러 갈 일도 없을 것이다.
아무튼, 와줄 사람이 있기에 동월은 몇 번이고 일어나 수색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분명 4번째에는 모두가 절망하고 포기했지만, 이제는 포기하지 않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녀의 눈이 반짝이는 만큼, 동월의 시선도 더 확고해진다. 그가 그녀를 믿고 움직이는 만큼, 그녀도 그를 믿어줬으면 했다.
" 좋아. 나도 믿을게. "
애린의 떠나지 않는다는 말에 그리 답했다. 단지 말뿐인 약속이라도, 그 속에 뼈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으니. 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