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물론... 단순한 몸싸움과 능력난전, 흔하게 나뒹구는 날붙이가 아닌 총같은 확실한 살상무기를 가지고서 달려드는 경우라면 그 이상의 제압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런 것들은 저지먼트가 상대할만한 수준이 아니던가? 분명 안티스킬이 해결해야 할텐데...
뭐, 이젠 익숙해졌다.
"호헤~ 안겨주실 검까? 거절은 안할테지만여,"
물론 당신이 수르스트뢰밍을 온 몸에 바르고서 자신을 안으려든다면 아주 조금은 고민 해보겠지만...
"머... 그럴거 같긴 해여~"
아무리 그녀가 이상하고 신기하고 기괴한 것을 좋아한다 한들... 수레만큼 빠르게 날아드는 저것들과 일회성 만남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저 부리를 뽑아버린다면 또 모를까...
다만 그 뒤로 펼쳐진 광경은 다른 의미로 의아함, 당신에겐 공포로 와닿기에 충분했으려나, 인간이라 함은 여느 동물들과 같이 생존본능에 의해서 위협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런 본능조차 가볍게 묵살하는 감정이 따로 있으니, 그것은 뇌리에 각인된 공포였다. 누군가는 트라우마, PTSD라고도 부르는 그것. 결국 스스로 고쳐나갈 수밖에 없지만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몇번이고 주저앉는 것. 당신에게서 그것의 편린이 비춰지는듯 했다.
"......"
아무런 저항도 없이 안겨있는 당신을 보니 문득 알수 없는 감정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날카로워진 눈매로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그것과 확실하게 눈이 마주쳤다.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할 수도 없었다. 왠지 그것은 말해선 안될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새하얀 몸, 머리와 함께있는 팔다리,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얼굴과 본래 입이 있어야 할 곳에 수술용 마스크가 씌워져있는 존재, 몸 곳곳에서 보이는 입들이 기괴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나마 속도 때문인지, 뜬금없기 때문이었는지 그것과 눈을 마주치긴 했어도 쫒아오진 않았으며 덕분에 그녀는 당신에게 좀 더 집중할수 있었으나 저 괴이의 존재에 대해 알수 없는 감정이 일고 있다는 것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괜찮아질 때까지, 이러고 있어도 됨다."
마치 그 존재를 눈이 아닌 기운으로 느끼듯,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던 당신의 손이 허공을 휘적거리다 이내 자신의 등에 둘러졌다. 미약하게나마 힘이 실려있으면서도 확실하게 느껴지는 떨림에 그녀는 당신을 품에 안은 채, 당신이 그랬듯 조심스럽게 안고서 천천히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아무 것도 보지 말고, 듣지 말고, 그냥 이 심장소리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그러면 곧 괜찮아질 거야..."
"날 미인이라고 해준 사람은 우리 엄마랑 아빠랑... 석이랑 경진이랑 너밖에 없어 나비야..."
하얗게 질린 얼굴에 미소가 가까스로 얹힌다. 고양이 세계에서는 자신이 미인인 것일까! 그러고 보니 고양이의 눈으로 본 세계에서는 사람이 걸어다니는 거대한 고양이로 보인다는 것을 들은 것도 같다. 다음번엔 이 얼굴 그대로 고양이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엉뚱한 생각에 빠져드는 아지다.
"아..."
알러지는 없다... 그러나 지금 얘기해버리면 경진이를 실망시킬까봐 미안하다!! 아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가끔 사태를 크게 키워버리고 지금도 그럴 조짐이 보인다. 정신을 퍼뜩 차리고 진실을 얘기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아아알러지는 없으니까요~!" "저 그냥 동물을 무서워할 뿐이니까요~!"
왠지 실토하는 것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아지는 소리쳐버렸다. 얼굴을 가릴 겸 해서 눈가를 꾸욱 눌러 눈물이 나려던 것을 감추고(아지는 훌륭히 감추었다고 생각했다) 손을 슬쩍 내려 경진을 보는 것이다.
"내... 내가 갈게요...!"
그리고 총총총 걸어가더니 기숙사 앞 나무 뒤에 숨는 것이다. 그래도 뻔히 보이는 곳에서 흘끗흘끗 경진을 보고 있다. 아지가 바닥 쪽을 한동안 보고있나 싶더니 경진의 휴대전화로 카톡이 왔을 것이다.
[경진이는 고양이 좋아해요~? ٩(//̀Д/́/)۶]
아지가 경진과 고양이를 멀리서 흘끗 보더니 고개를 돌린다. 고양이에게 들키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15 동정은 하지 않는다! 지금 은우 포함해서 셋은 걔 형한테 죽기 전까지 두들겨 맞을 예정인데 리더씨를 걱정하기엔 코가 석자지(...) 하지만 서사... 맛있어... 역시 그랬군 위크니스 된 이후에 만들었다는 거 묘하네 이녀석😒 공통적으로 심장에 있는 거 맞구나 사실 저거 써놓고 위크니스 설정 다시 읽고 왔어ㅋㅋㅋㅋ 바보였다 눈 꿰멘 자국이 너무 신경쓰여서 그만!
>>50 하지만 크림, 들어갔죠? (?) 아, 근데 그런 파스타 한번 먹어보고 싶을지두... 🤔🤔🤔 오점맛짜 선생처럼 고춧가루로 산을 만들어볼... 아, 맞다 나 매운거 먹으면 죽지 참? (사망) 하지만 커다란 고구마이자 감자인 점례는 '그럼에도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니... ;3c
"핫. 그렇다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쓰러뜨리니 뭐니 지껄인거냐? 꼬맹이가. 너도 한 단체를 이끄는 리더다 이거냐?
"......"
"딱 그 나이의 애들이 할법한 발상이야. 이해해. 분위기도 있었으니 말이야. 허나, 에어버스터. 허세를 부리려면 끝까지 부려야지. 그렇게 약한 소리 하면 쓰나."
"인정해야 할 것을 인정하는 것 뿐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여기서 물러설 순 없어. 제 3학구의 평화를 지키겠다고 이렇게 왔으니까.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이렇게 왔으니까. 그러니까 우리 애들이 블랙 크로우를 박살내고, 샹그릴라를 파괴할 때까지는 당신을 저 안으로 가게 할 순 없어. 그러니까 반드시 당신을 쓰러뜨릴거야! 우리 애들이 블랙 크로우와의 싸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지금은 나 혼자도 아니잖아?"
"호오?"
"이 나이니까 말이야. 조금은 멋진 척 해도 괜찮은 거 아니겠어? ...여기 있는 애들은 몰라도, 저 밑에 있는 애들은 멋지다고 해줄지도 모르잖아. ...그냥 그렇게 보이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큰 이유는?"
"코뿔소는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하더라도 일단 들이박는 법이야. 그리고 지금의 나는 코뿔소니까 들이박는거야."
/대충 진행에서 꺼내기엔 애매해서 스토리 이후의 짧은 이야기. 어떻게 보면 RPG 게임 등에서 디스트로이어전이 시작될 때, 나오는 이벤트 회화 같은 무언가...
여러분들도 디스트로이어에게 뭔가를 듣고 싶다면... 다이스 값 70 이상을 가지고 온 후에, 적당히 대사를 써주면 디스트로이어가 상호작용해서 반응해줍니다! 얍!
물론 수치가 오르는 게 가파르지는 않고, 더 완만해지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좋아지는 건 보였기 때문에 연구원은 고갤 끄덕이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애초에 지금 수준에서 이 정도로 발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완만해졌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레벨 0에서 순식간에 레벨 3이 된 것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니...
"몸에는 별 문제 없고... 생채기 하나 났네, 여기 약 바르고." "뭐 좀 물어보고 싶은데."
약 바르고 돌아가면 돼~ 라고 이야기하려던 차에 질문을 하고 싶다는 말이 들려오자 얘가 또 뭘 물어보려고 하는 건가 싶어 연구원은 랑을 쳐다보았다.
"뭔데?" "얼마 전에, 확실하지 않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었지."
"응?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고까진 안 했는데...왜?" "이 능력, 전혀 확실한 게 없으니까. 왜 날 맡았는지 궁금해서."
연구원은 눈을 가늘게 떴다.
"글쎄... 과학이라는 게 말이지 다 답이 나와 있는 거 같아도 사실 가설 투성이거든, 나 불확실한 거 별로 안 싫어해." "게다가 네가 말한 것처럼 이 능력은 뭐가 없잖냐, 솔직히 난 이 정도 분류가 나온 것도 기적이라고 본다... 대체 뭘 보고 이렇게 분류하고 쓸만한 능력이라는 걸 알아냈을까?"
물론 직접 겪어보며 상당한 가치를 지닌 힘이라는 건 알았으니 방금 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처음 맡았을 때의 생각이었다.
"그런 부분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도 있는 거지, 게다가 내가 만약 여기서 성과를 낸다고 생각해 봐, 그것만으로도 난 앞날이 창창해질걸."
물론 뒤엣말은 반쯤 농담이다, 그리고 랑 역시 그 정도는 알았기 때문에 피식 웃을 뿐.
"그럼 됐어, 나 간다." "어 수고했어~"
연구실 바깥으로 랑이 나가고, 문이 덜컥 소리를 내며 닫히자 연구원은 목에 걸려 있던 열쇠 모양 악세사리를 쥐곤 서랍의 자물쇠를 열었다. 파일철 하나와 구형 전화기 한 대. 폴더형 전화기를 달칵 하고 열자 녹색의 화면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번호 하나가 꾹 눌러진다.
[뚜르르... 툭.]
"오늘은 무슨 바람이 들어서 전화를 받았대... 아 예, 지난번에 그거 말이죠, 그냥 새로 생긴 연구 재단이던데요?" [-----]
"아뇨, 건축 계획서를 올렸다곤 하는데 통과가 안 됐나 봐요, 당분간은 그대로 비워 둘 거 같던데." "네, 잘 지내는 거 같아요, 커리큘럼도 잘 따라와 주고 있고... 근데 정말 냅둬도 괜찮아요?" [------]
"알겠습니다, 네. 제 쪽에서도 계속 찾아볼 테니까 무리하지 마시고,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거 같아서요, 선배도, 걔도... 이쯤 되면 잊고 살아도 될 텐데." "아 알겠어요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아무튼 나중에 밥 한 끼 사주시는 걸로 알게요, 어라 이거 전파가 좀 이상하네? 끊을게요~"
뻑, 퍽, 콰당! 단순히 철없는 아이들이 누군가를 괴롭힌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한 소리들이 골목길에서 울려퍼진다. 몇 명이지? 한 5명쯤 되나. 그런 수의 아이들이 하얀색 눈을 하고있는 소년을 가운데에 몰아넣고, 한대씩 번갈아가며 때리고 있다. 개중에는 주먹이 아니라 손에 무언가를 들고있는 아이도 보였다.
바닥에 나자빠진 하얀 눈의 소년은, 자신에게서 흐르는 피를 대충 닦아내고 무표정한 얼굴로 아이들 무리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다 했어? 이제 가도 돼?' 라고 묻는듯한, 너무 평온한 눈빛이었기에... 아이들은 더욱 약이 올라서 다시 소년을 세워놓고 한 대씩 때리기를 반복하려했다.
" 야아아아아아아!!!!!!!!!!!!!!! "
그 순간, 그들의 뒤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온다. 놀란 아이들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지만, 이미 달려오던 누군가는 점프하여 이단옆차기의 자세를 잡은 뒤였다.
" 드래곤 펀치!!!!!!!!!!!!!!!!!!!! "
하지만 이미 말했다시피 그것은 펀치가 아니었다. 킥이지. 얼굴에 그것을 정통으로 맞은 아이도 불합리함을 말했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힘이 없는 자에게는 그것을 바로잡을 권리가 없었다.
" 진짜 시끄럽네!! 조용히 좀 하자니까! " " 아 왜~ 이런게 재밌잖아! "
이단옆차기로 한명을 리타이어시킨 푸른 눈을 가진 소년의 뒤에서, 이번엔 붉은 눈을 가진 소년이 느긋하게 걸어온다. 이래저래 불평을 늘어놓던 소년은 하얀 눈 소년을 괴롭히던 아이들 무리가 달려들자 짜증난 표정으로 주먹을 내지른다.
" 그러니까 시끄럽다고!!!!!!!!!!!!!!!!!!!!!!! "
원샷 원킬. 5명의 아이들을 순식간에 때려눕힌 두 소년들은, 바닥에 힘없이 앉아있는 하얀 눈의 소년에게 손을 내민다.
" 감사 인사는? " " ......고, " " 고~~~? "
감사인사를 원하는 붉은 눈의 소년에게, 하얀 눈의 소년은 머뭇거리며 우물거리다가.
" 고막 찢어질뻔 했네. 니가 더 시끄러워. " " 뭐라고 이자식아!?!?!! "
자신이 생명의 은인인걸 아냐며 따지기 시작한 그를 말끔히 무시하고, 푸른 눈의 소년에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경호라며 왜 실전에도 네가 있어요?" "네가 능력을 사용하는 다양성을 이해하려면 어른에게 배워야겠지?"
태휘가 어깨를 빙빙 돌리며 풀자 희야는 불만스럽다는 듯 특수처리 된 신소재 유리창 너머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승환은 미안하다는 듯 두 손을 들었고,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나쁜 삼촌! 희야는 불만스럽게 아랫입술을 툭 내밀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래요, 한 번 붙어봐요." "거 뭐야, 선생님!" ─ 예? "여기에서도 그,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이 아니면 어지간한 상처는 다 낫는 거 맞습니까?" ─ 아, 예에. 바이오키네시스의 발전 덕분에 저희도 도입했습니다만……. "그럼 됐네. 놀라지나 마십쇼. 애 안 죽습니다!" "뭐라고요?" ─ 예? "애새끼, 전력으로 덤벼라!"
엄근진하게 말하긴 했지만 맞을 때마다 죽는 소리를 낼 것이다. 그래도 동월은 괜찮았다! 재밌는 후배님(아마 동월 본인만 재밌는 것 같지만)을 만났으니 그 정도의 고통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것이다. 즐거운 것은 참지 않는 동월이었다.
" 호두과자에도 호두가 있으니까 괜찮은가? " " 내가 만들어줄게! "
동월은 '요리'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자취생이기도 하고, 원래 요리하는걸 가끔 즐기곤 했으니까. 하지만 '디저트'의 영역에 들어가면... 글쎄, 적어도 요리만큼 잘하지는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다. 저번에 푸딩 하나 만든다고 와인으로 불쇼까지 한 것을 기억해보면... 아, 이경은 모르겠지. 그리고 아재개그는.... 버퍼링과 버터링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테다.
" 역시 부비를 횡령해둬야.... "
이경의 팩트에 눈이 돌아버린 동월은 담아선 안되는 말을 입에 담았다. 물론 동월이 그런 말을 진심으로 한 것은 아닐테지만, 장난으로라도 부장이나 세은이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을만한 말을 입에 담은건 꿀밤 한대를 맞을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 뭐라고! " " 이렇게 해산하면 안돼!!!!!!!!! "
동월은 절규했다. 그야 이제 막 시작한 세계지배 해적단(?)이 이렇게 해산하다니. 그럴 수는 없다! 우린 아직 첫 걸음도 떼지 못했다고!
숨이 찬다. 참기 힘들어. 숨을, 숨을 쉬어야 하는데. 숨은 어떻게 쉬는 거더라? 팔을 그으면 알 수 있나? 괴상한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나? 간호사들의 속삭임을 들으면 알 수 있나? 의사를 만나면.....
" 커헉, "
의사가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끝까지 참고있던 숨이 터져나왔다. 애린이 본 것. 괴이부에서 '의사' 라고 명명한 것이었다. 얼굴로 추정되는 부분에 수술용 마스크를 쓰고있다는 점을 빼면 의사같은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만은... 쫓아오진 않았지만 그것은 끝까지, 끈질기게도 그들이 탄 수레를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저 멀리 뒤편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숨이 터져나오자 떨림은 더욱 커져온다. 더 이상 파고들 때가 없을때까지 자신을 안고있는 애린에게 파고든다. 직접 보진 않았지만 알 수 있다. '그것'은 이곳에 있다. 자신이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그 빌어먹을 붕대와 구속복을 준비시켜놓고 있겠지. 다만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터져나온 숨은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말까지도 터져나오게 했다. 애린에게 붙어있는 관계로 소리가 거의 웅얼대며 뭉개지긴 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대충 들렸을테다.
" 나는....... "
그래도 애린이 그를 쓰담으며 해주는 말에, 그 의미 불명한 중얼거림은 조금씩 사그라들다 완전히 멎었을테다. 아무 것도 보지 말고, 듣지 말고, 애린의 심장소리에 집중했다. 그것이 병원의 기억을 없애버리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동월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키는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레는 점점 속도가 느려지나 싶더니 EXIT 간판이 붙어있는 곳에서 멈춰섰고, 애린이 눈을 깜빡이면 어느 폐건물의 한가운데. 그러니까 그들이 괴이에 진입하기 위해 들어왔던 그 폐건물의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있을 것이다. 드디어 돌아왔지만, 아직 동월은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한 듯이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 심장소리에 집중하느라 주변이 바뀐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수도.
만약 애린이 곧바로 그를 떼어낸다면, 아직까지 공포에 질려있는 눈을 마주할 수 있을테다. 어째서 밀어내냐고 말하는 듯이, 절박한 흰색 눈빛으로 애린을 눈에 담을테다. 하지만 이내 체념하고서 한 손으로 눈을 가린 뒤에, 본인이 직접 진정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동월이 직접 떼어낼때까지 기다린다면, 많이 안정되어서 공포보다는 약간의 불안감을 띈 눈빛을 볼 수 있을테다. 얼굴엔 약하게 열이 올라있을테지. 별다른 말을 걸지 않는다면 조금 머뭇거리다가 "....고마워." 라고 짧게 말하며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살짝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95 디스트로이어:꼬맹이가 건방지게도 떠드는데 말이야. 디스트로이어:사춘기를 즐기고 싶다면 이런 곳이 아니라 학교에 가서나 즐겨라. 디스트로이어:하지만 난 그런 패기를 보이는 이를 꽤 좋아해. 디스트로이어:그러니까 그 패기가 끝까지 갈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지켜보도록 할까? 응?
다들 캐릭터마다 자기만의 색깔이 확고한것 같아서 돌릴때마다 너무 재밌어요. 위키에 정리할때도 기분이 좋구요! 예를 들면 이경이나 아지는 퍼스널 컬러만 보면 겹칠만 한데, 동월이 주관적으로다가 아지는 하늘색, 이경이는 조금 흐릿한 회색. 이렇게 확실히 정해지다보니까 색깔 넣기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21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잖아요 갑자기 텐션 빡 올라서 신나게 부쉈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
>>223 저도 처음에 그거 의식해서 여러분이 올려준대로 해볼까~ 하다가 멀리서보면 너무 비슷한 색이라... (흐릿) 그냥 동월이 주관으로 밀고나갔대요! 이경이를 ffffff로 안한 이유는 그냥 흐린 회색 느낌이라... (?) 그렇다면 써야겠군. 꽁은 이경이한테 받아야 맛있어 (??)
>>224 그치만 그때 혜우 후련해보여써.... 동월인 말해주지 않으면 텐션 올라간거라고 알거야... 아니 그게 그렇게 이어져요...? 혜우야 동월이랑 상담 함 하자 (안됨)
>>228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망치 들었더니 이번엔 내가 맞았네 아 내 갈통 질문 진짜 별거 없는데 그냥... 장시간 진심으로 여로를 혐오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돌변해서 무한한 애정공세를 시전한다면 어떤 반응일지? 뭐 조종당하는 것도 아니고 진심 찐텐으로 그동안의 혐오까지 싹 다 사과하면서 여로에게 애정을 표현한다면?
만성 두통이 있다니. 거짓말은 아닐 거 같은데. 사실 목소리 조절이 잘 안 되는 것은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신과적인 문제라면 (기억을 건드려서) 해결이 가능한 소년이다만, 정확히는 알 수도 없으니까.. 그나마 밝은 모습을 보니 극심한 통증은 아닐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소년은 동월의 고막파괴 정지 버튼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별 의미 없는 고민이 되었다.
"...선배의 제과 실력을 본 적이 없어서 불안한데요.."
흔히 제과는 과학이라고 한다. 레시피대로 정량과 순서를 정확히 지켜서 조합하는, 21세기까지 전해진 달콤한 연금술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저 선배는.. 소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시피대로 할 거라는 인상이 없는 게 문제였다. 푸딩 하나 만들겠다고 친 난장판에 대해서는 모르나 방금까지 한 대화로 불길한 짐작이 들었다. ...버퍼링과 버ㅌ
"은우 부장님께 알리겠습니다."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소년은 태연하게 말할 수 있었다. 넘어도 될 듯한 선이라면 넘는 사람인 것 같았으나 넘으면 안 되는 선 역시 알 것 같았기에. 무엇보다 그랬다가는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다. 동월의 안위적인 측면에서. 은우 부장이나 세은은 한숨과 꿀밤 정도겠지만 한양이에게 걸리면 거꾸로 매달리지 않을까..
"해산."
하얀 소년은 담담히 선언을 반복했다. 그렇게 하얀 눈 세계 정복 동아리는 세상에 드러나지도 못한 채 사라지게 되었다.
버스 안이었다. 버스 내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한 여성이 한양에게 감사를 전한다. 액면가로 봐서는 20대 후반인 듯한 여성. 아직 돌도 안 지난 듯한 아이도 안고 있다.
"아니예요..뭘.."
상황의 원인은 이랬다. 5분 전까지만 해도 울고 있었던 아기. 아직 초보맘인 여성은 울음을 그치게 하는데 서툴렀다. 이론은 철저하게 공부했지만, 실전은 서툴렀다.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여성을 이해는 해주지만, 역시 불편했다. 한양 역시 아기의 울음소리가 마냥 편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혹시..제가 달래봐도 괜찮을까요?"
이게 먹힐까? 하는 마음으로 여성에게 양해를 구한다. 이내 곧 염동력으로 아기를 띄우기 시작한다. 아기를 조심스레 띄워서 천천히 흔들기 시작한다. 마치 물 속에 담긴 것처럼. 놀랍게도 아기의 표정은 점점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잠들은 아기. 한양은 아기를 직접 안아서 여성에게 건내려고 했지만, 손을 안 씻은 걸 알고는 그만뒀다. 바로 여성의 품에 조심스레 안겨주었다.
상황이 끝났고..아.. 정류장 놓쳤다. 어쩔 수 없이 바로 내렸다. 놓친 곳까지는 그냥 걸어가야지.
"곧 15주년 퍼레이드네.. 아빠는 뭐 하고 있으려나."
[인첨공 밖. 한 경기도 외곽의 폐창고]
두 노인이 창고 안에서 껄껄껄 웃고 있다. 백발인 노인과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거구의 노인. 둘은 폐창고 안에서 양고기와 고량주를 먹고 있었다. 장소와는 다르게 둘 다 정갈한 양복을 입고 있는 노인들.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먼저 백발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참 신기하단 말일세."
"허허. 맞습니다, 선배님. 그 동안은 강년하셨는지요."
대화로 봐서는 백발이 선배이고 거구가 후배인 듯했다.
"키야~! 둘 다 서울대에서 으이? 나는 일류 사업가가 되겠다고 큰소리 뻥뻥쳤고, 동생은 검사가 되겠다고 까불지 않았는가?"
"결국 둘 다 뜻을 이뤘습니다. 한 명은 조직폭력배와의 청탁으로 인해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한 명은 선배검사들을 잡아넣다가 좌천당해서 쫓겨났지만요."
조직폭력배와의 청탁이라는 말에 잠시 표정이 굳어지는 백발의 노인. 그러나 순간일 뿐이었다.
"결국 또 이렇게 서로 국회의원이 되어서 만나지 않았는가? 당은 다르지만 말이야."
"사람 일이 예측이 안 됩니다..허허.."
"동생..내가 곧 재판인 건 알고 있지? 내가 또 그 깡패X들하고 엮였다거나, 살인교사를 했다던가..뭐 별 거 엮어서 거짓으로 나를 기소했던데.."
당황한 백발의 노인. 보좌관의 등장 때문이 아니었다. 보좌관 옆의 상처투성이인 남성. 바로 백발이 노린 증인이었기 때문.
[10분 전-]
두 노인이 식사를 하고 있는 폐창고 근처의 항구. 문신을 하고 검은 정장을 입은 무리들이 누군가를 구타하고 있다. 바로 이번 재판의 증인. 이들은 증인을 드럼통 안에 넣으려고 한다.
"찰칵- 찰칵-"
어디선가 들리는 카메라음. 한성이었다. 휴대폰으로 현장을 찍고 있었다. 한 건달이 한성에게 다가간다.
"어이~ 아저씨? 아저씨가 낄 자리 아니니깐 가던 길 가슈-"
한성의 가슴을 오른손으로 밀면서 가라고 손짓한다. 하지만 다시 앞으로 가려는 한성. 건달은 두 손으로 한성의 가슴을 밀치려고 했다. 한성은 다가오는 건달의 팔 하나를 왼손으로 붙잡아 당기고, 오른손에 쥔 휴대폰의 테두리로 건달의 광대뼈를 강타했다.
"야-! 연장 챙겨-!"
장도리, 야구방망이 등으로 무장한 건달들. 이어서 떼로 덤비기 시작한다. 하지만 건달들은 주춤하기 시작한다. 한성은 이들에게 정면으로 덤비지 않았다. 높이 쌓여서 적재된 무거운 유류 드럼통들. 한성은 드럼통들을 고정시키는 고임목을 뺀 뒤에, 녀석들을 향해 드럼통을 툭 찼다.
높이 쌓인 고중량의 드럼통들이 건달들을 향해서 와르르 무너지고 굴러가기 시작한다. 몇 명은 드럼통에 깔리거나, 가속력이 붙으며 굴러온 드럼통에 발이 찍혀서 부상을 당한다. 혹은 잘못 맞아서 뼈가 부러지거나.
발길질 한 번으로 녀석들을 전부 제압한 한성. 조용히 증인을 챙기기 시작했다.
"몸은 괜찮으신지요? 그래도 제 말을 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주일 전]
서한성과 백발의 전 경호원은 사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마 이번 재판에서의 협조를 위한 만남이겠지.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 증인. 그러나 한성은 증인을 멈춰세운다.
"이제 당신의 신변은 안전하지 않아요. 신발에는 항상 이걸 착용하세요. 그 의원분이랑은 이상하게 엮이는 사람마다 자주 사망하거든요."
한성이 증인에게 넘긴 것은 위치추적기였다.
[현재]
한성은 거구의 노인에게 보고를 하기 시작한다.
"증인은 잘 구출했습니다. 추가로 증인을 살해하려던 현장 역시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이 창고 앞에서 영감님을 살해하려고 대기시켜둔 녀석들도 전부 제압했고요."
"야!!!! 너 그..이 새X 깍두기 녀석..얼굴이 익숙하다 했더니..너 그 새X지? 내 친한 후배 아들 육군교도소로 가게 만든 소령 새X!!!!"
"깍두기라뇨- 보좌관입니다. 어쨋든 선배님. 재판이 더 불리해지실 듯합니다."
거구의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 백발에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했다.
"앞으로도 계속 강녕하시지요-"
한성은 그렇게 거구의 노인과 창고에서 나갔다. 증인과 함께 노인을 차에 태우는 한성. 한성은 운전을 하며 이 으슥한 곳을 탈출하기 시작했다.
>>272 ㅋㅋㅋㅋㅋㅋ혜우주도 혜우우한테 끌려다니는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그때 공포 장르 걸린게 신의 한수였군.... 계획중인 장르들 중에 거의 유일하게 물리력 행사 못하는게 공포였는데... (옆눈) 물리는것도 동월이의 업보... (끄덕) 얌전히 물리고서 치료해달라고 뻔뻔하게 말하겠지 (??)
그는 드물게 조용했다. 정확하겐 혼자 있으니, 무언가 할 게 없었던 것이다. 같이 마피아 하기로 했던 시간은 여즉 오지 않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가볍게 뛰어, 그가 누운 침대 위로 올라왔다.
「순대, 안녕-」 앵.
대답이라도 하듯 짧게 운 고양이가 그의 손등에 헤드번팅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가만히 팔을 들어, 고양이가 제 품에 들어오도록 했다.
「부장님도 그렇고 경이도 그렇고. 부부장님도 그렇고.」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고양이의 턱을 가볍게 긁으며 다른 손으로 턱을 쓸었다. 간단하다.
「다 걱정이네. 패로 쓸 수 있는 것은 쓰는 게 옳은 데 말이지. 저지먼트의 다른 부원 보다는 내가 하는 게 더 값이 싼데.」
어째서 그들은 그걸 모르는 걸까. 그의 미간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해가 안 가」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정말로 더 화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피아에서도 시민들은 가끔 능력 없는 시민을 수상하다는 이유로 죽인다. 마피아들 역시, 꼬리를 자르기 위해서 혹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같은 편을 찌른다. 가장 만만하거나 능력이 없는 쪽이거나 수상한 쪽을 먼저 서로 쳐내는 방법이다.
「그러면 이유가 두 가지 뿐인데....」
쓸모 증명을 못 했거나, 다른 쓸모를 찾지 못했거나다.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결정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쓸모를 찾으면 되는 거지. 그는 웃었다.
「부장님이 어떻게든 막는다 했지만, 눈치채지 못하게 하면 내 쓸모도 인정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이경이 동월의 기억을 건들여서, 그의 기억을 들여다본다면 어떻게 될까? 괴이의 실존여부는 둘째치고서라도, 옛날 병원에서 당한 일들을 이경이 본다면.... 아니, 동월이 그것을 보도록 허락하지는 않을테니. 그리고 이경도 거부하는 사람의 기억을 함부로 볼 것 같지는 않으니까. 일어나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지는 말자.
" 내가 제과 좀 해! 세은이의 입맛도 만족시켰다!!!! "
만?족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세은에게 무려 레시피를 달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으니까. 그 정도면 성공을 넘어 대성공이 아닐까? 물론 경진의 서포트가 있긴 했지만, 아무튼 성공은 성공이다. 나중에 이경에게도 꼭 불쇼 디저트 만들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 부장님이라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우리의 원대한 세계 정복을 위한 자금이라고 하면.... "
될리가 없다. ...언젠가 동월이 앞바다에 담궈진다면 사유는 횡령일테지. 이렇게 그들의 꿈(?)은 시작도 하기 전에 스러져버리는 것인가...!!!
" 크으윽.... 두고봐라! 너도 언젠가 세계 정복을 원하는 날이 올테니!!!! "
과연 있을까? 말하자마자 머리에 날아드는 활대에 이번에도 꽁! 하고 맞아버렸다. 대장이 이 정도 리더십(?)은 있어야지! 암!!!
" 맡긴게 아냐!!! 그리고 나 혼자만의 꿈도 아니고!!!! " " '우리의 꿈' 을 이끌어가기 위한 남자는 나보다 네가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남자는 배포가 커야 하는 법. 동월은 아까의 대화에서 이경에게 자신보다 거대한 무언가를 마주했다. 그렇기에 이경을 대장으로 추대한거겠지.
>>283 앗~ 뇌세포 일합니다요 자낮은 자낮 겪어본 사람이 안다고 척 보면 알지~😎 농담이고, 은우가 리라랑 일상할 때나 다른 애들이랑 일상할 때 내가 보기엔 자신이 레벨 5라는 사실에 대해 '과하게 미안해 한다'고 생각했거든. 막 레벨 5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내가 할 말이 아닌데, 내가 ~라서 같은 그런 거. 그리고 꾸준하게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하는데 그게 되게 사소한 부분이었단 말이야.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응? 이게 이기적일 수 있나? 싶은데 자존감 낮은 사람들은 내가 이런 걸 하는 것 자체로도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 기인한 게 아니었나 생각했지용🤔
아... 그랬던가, 수술용 마스크를 쓴 외관과 일상에서의 직업군을 교차시켜보면... 필시 저게 '의사'라는 괴이였을 것이다. 하필이면 처음 길이 연구소로 이어져있던 것도, 하필이면 사람이 덕지덕지 붙은 모양새의 융합체가 있는 것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거늘.
괴이만큼 불규칙적이고 불합리한것도 없다지만, 그래도 설마 병원을 마주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우리를 마주보는 그것은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쪽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
점점 매말라가는듯한 숨결이 한번에 터져나오는 당신을 바라보던 그녀는 조금 가라앉은 표정과 함께 미소짓는 것인지 울상짓는 것인지 모를 애매한 입꼬리를 걸치고 있었다. 숨이 트이자마자 더욱 크게 떨려오는 몸, 자신의 품에 완전히 파고들어선 얼굴을 묻고있는 당신을 그저 토닥여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수 있는게 없었다. 당연히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겠지만...
무의식적으로 뱉어내는 말들은 품속에서 뭉뚱그려져버렸지만, 그래도 그 떨림이 전하고 싶었던 두려움은 확실하게 들려왔다.
"응, 내가 있으니까... 여기 있을테니까, 괜찮아질 거에요... 괜찮아질 때까지, 이렇게 있어도 돼..."
그녀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없었다. 스스로의 감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타인의 감정이라고 오죽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공포에 떨고 있는 당신에게서 그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주고 싶었다. 떨려오는 당신의 몸을 진정시켜주고 싶었다.
다행히도 당신이 금방 받아들였을까,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감정이 느릿하게 잦아들었지만 당신을 토닥여주는, 푸른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손길은 그대로였다.
그러던 사이 서서히 속도가 줄어들던 수레는 어느새 출구를 알리는 간판쪽에서 멈추어섰다. 수동적인 화면전환, 잠깐 눈을 깜박이니 처음 보았던 장소인 폐건물의 한가운데였음을 아는데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
다만 당신은 아직 진정이 필요했는지 품속에 파묻혀있는 그대로였다. 어차피 시간은 많고, 그녀는 당신에게 줄곧 말해왔듯 당신이 원할 때까지 마주안고 있을 뿐이었다.
품에 안겨있는 당신에게 살짝 머리를 기대었을까, 그녀의 시선은 초저녁의 파도처럼 낮게 깔린 빛무리를 흩어내고 있었다.
...이게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이구나, 분명 그리우면서도 어딘가 생소한 기분이었다. 예전에도 누군가를 이렇게 안아주었던 것 같은데...
"이젠 괜찮은 건가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건지 스스로 안정을 찾은듯한 당신이 품에서 떨어져나오자 그녀는 차분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당신은 여전히 약간의 불안감을 품고 있었고, 얼굴에선 약간의 열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 머뭇거림 속에서 고맙다는 말만큼은 빼놓지 않았으려나?
완만하게 호를 그리는 눈매, 푸스스 흩어지는 웃음과 함께 살짝 고개를 돌린 당신을 가볍게 한번 끌어안고선 다시 놓아주었다.
"...호헤~ 이거이거, 이래가지곤 아침 먹을 체력이나 남아있을지 모르겠네여~"
그러고나니 방금 전의 온화한 모습은 마치 꿈속이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평소의 그녀가 당신이 돌아온 것을 반기고 있었을까?
>>296 쓰읍 사실 좀 애매한데, 중간이라고 해야하나. 누가 끌고간다기보다는 손잡고 오홍홍 같이 걷는 느낌? (그게뭔데) 긍정적.... 이었나? 대체 원래 계획은 얼마나 더 딥다크했던거냐며 (어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쉽다 진짜 츄르 주려했는데 (??)
>>300 점례점례한걸 연구하면 무슨 결과가 나올까... 🤔 매운 괴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지금까지 나온 괴이들 중에선 제일 맵긴 했죠? 월월이 깨지는 장면도 압도적으로 많구... 지금은 몇가지 없다니. 점례가 알고있는(기억하는?) 감정이 얼마 없어서 그런걸까.... 자주 보여주신다면야 환영이지만요!!
>>3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피페는 쭉 다 읽은 담에 빵터져야 제맛이지 이번에도 잘 봤습니다 최고야
>>312 평소는 손 잡고 같이 가는데 가끔씩 한쪽이 주저앉아서 안갈래 시전하고 다른쪽은 아냐 가야해 하고 끌고가는거 아님? 음... 지금처럼 가면을 쓸 생각도 안 했겠지 그냥 아예 마음닫고 어떤 시도나 생각조차도 안 하는 상태랄까 아이고 동월아 동월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월주도 가만보면 장난에 진심인건지 뭔가 감추려고 장난치는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314 오, 오오 그럴듯해...!!! (감탄) 언젠가 둘다 널부러져서 안갈래 시전할것 같기도 하다 (?) 앗 흠. 그 상태가 혹시 괴이에서 자기 실종자로 만들고 저리고 가라는 그런 상태랑 비슷한건가요...? (오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난에 진심이긴 하죠!!!! 뭔가를 감추려고 장난... 은 무슨말인지 잘 모루겠소요..? 대부분은 직설적인 장난입니다! :D
>>317 혜성이한테는 지하란 형이 있구나? (?) 혜성주 어섭셔!!!!!!!!!!!!!
>>318 역시 점례는 점례점례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걱정마십셔 이것보다 더 매운 괴이가 해금되면 맛있게 (월월이를)요리해드릴테니 ^^ 둘 다 동시에 깨지면 어디로 가야하죠...? (옆눈) 앗 아아 점례야 감정 많이 알려줄게.... 월월이주제에 얼마나 알려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럭) 호ㄷ (얌전) (모른척)
네 아이디어라는 답을 듣고서 류화는 헛웃음을 터트린다. 그 아이디어로 사람을 모았느니, 진짜로 집까지 구했다니 그 행동력이 대단하지. 게시판이라고 하니 생각하면 그런 메모가 붙어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다들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결정했을까. 같이 살게 되면 그때부터는 매일 마주하고 살아야 할 텐데. 서로의 성향이나 생활 패턴 같은 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다 생각하고서 그러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했을지 걱정이 드는 것이다. 류화는 네 물음에 눈을 깜빡이다, 상체를 앞으로 내민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에 떠오르는 고양이를 보면 귀여움에 아, 녹아내리는 소리를 내고선 웃었을까. 귀엽다는 네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고서, 아까 전 샹그릴라 이야기를 하며 잔뜩 긴장하고 굳어졌던 마음은 조금 편안하게 풀어진 채, 류화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너를 바라보며 말한다.
"일단... 셰어하우스 건은... 글쎄. 알다시피 같이 산다는 게.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서. 좀 고민이 되네."
어깨를 으쓱인다. 월세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서로 안 맞아 싸우게 되고 그럴 것이 걱정이 되어서.
>>327 그 널부러짐 놀랍게도 지금 하고 있습니다 일상도 안구하고 수거가 될지도 모르는 떡밥만 주구장창 뿌려댄다... 오 어케 알았지? 골든정답 정확히는 그 상태의 결말부분이었달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진심 냥펀치나 맞아라 (뚜쉬) 그냥 직설적인 장난이구만 혹시나 해서 해본말인겨 아님 됐구
>>346 진도가 너무 빨라서 속도조절 중이라고 필사의 변명중 방어보다는 일단 스탑 걸어준거 하 벌써 그럴 필요가 있냐 어차피 이럴거면 미친짓이나 해보고 가야지 라는 마인드 (쥬근 동월주 콕콕) 숨기는거 잘 못한다구? 그동안 숱한 노이즈와 노이즈와 노이즈는 뭐였지 동월주! 우우우 동월주도 믿을 수 없어... (멀리 도망감)
>>350 오히려 그래서 숨기는걸 잘하는게 아닐까요 🤔 여로가 모든걸 쥐고있으니(??) 여로주가 할말이 없어서 자연스레 숨겨지는.... (헛소리중)
>>35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짤 무슨일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월월이는 원래 요리되려고 나온 녀석이라구요! 근데 안죽으니까 레시피를 다양하게 가능한... (??) ㅋㅋㅋㅋㅋㅋㅋ아니 지금 점례 멘탈 힐링 능력이 너무 좋은데요...? 월월이 힐 낭낭하게 받았자너요!!!!! 월월이라면.... 긍정적 감정으로 반짝이를 많이 만들어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저 사실 호드라던가 잘 몰라요~~~~ 둠해머가 호드인지도 모르구~~~ (?)
>>35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찮아요 변명 아니다~~~ (복복복복) 스탑이라... 아직 휴전(?)이군.... 동월이가 방어를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만 이미 트리거까지 눌러버려서 잘 안될것 같다... (옆눈)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이즈는 노이즈에요!!!!! 뭐 대든한 것도 없다구!!!!!!!! (쫓아가기)
위로, 라고 해야할까, 적어도 지금 애린은 동월을 진정시키는데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옆애 그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녀가 동월은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쓰다듬어주는 모든 행동은 동월을 진정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또한 돌발행동을 막아주고 있었다.
현실로 돌아오고 나서도 한참동안이나 그녀에게 안겨있는 동안 머릿속의 노이즈는 차츰 사라져갔다. 지직거리는 소음이 사라지고, 남몰래 돌린 시선에 병원이 사라져있자 조금 안도했지만... 역시 조금 더 진정이 팔요한 것 같아 그대로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애린이 살짝 기대어오자 마음이 놓인다는 듯, 작지만 편안한 한숨이 옅게 흘러나왔을테다.
" ...... "
시간이 지나고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온 동월은, 이제 괜찮냐는 질문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애린과는 다르게 무언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동월은, 어차피 애린이라면 상관 없지 않느냐며 머릿속에서 그걸 털어내었다. 숨기는 것이 있던 없던간에 때가 되면 알려주겠지. 생각하면서.
마지막으로 그녀가 한번 놓아준 이후에는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동월은 그런 애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떨궈, 이마를 그녀의 어깨에 툭 닿게 하려 했다. 피해냈다면 그저 고개만 숙인 상태가 됐겠지.
" 지금 아침이라도 안먹으면 집에서 굶어죽을것 같은데. "
확실히 오늘은 체력을 많이 썼다. 온몸에 손으로 찜질을 받아서 욱신거렸고, 마지막에는 끔찍한 기억을 마주했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밥을 든든하게 먹어야 기운도 차리고 또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법이지.
" ......... "
동월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어렵사리 입을 뗀다.
" 뭐 궁금한거, 없냐. "
아마 자신이었다면 많았을테다. 무슨 질문이든 대답해줄 생각으로 꺼낸 말이었다. 오늘 목숨에, 정신까지 살려준 그녀에게는 부족하지만 보답과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369 둠빠따를 알고 있으면 다 안다는 건데... 쉬익쉬익... 이이잌... 그럼 점례도 요리조리뱅뱅 요리해버릴... 껀덕지가 없네 젠장, 🤔🤔🤔🤔🤔🤔🤔🤔 얘는 스스로 멘탈나가는 것보다 다른사람 멘탈 나가는거 보는게 더 치유가 어려운 애라... 애초에 인격 형성도 제대로 안된 애가 부서질 멘탈이 있겠냐만은... 호에... 괜찮았다믄 다행이군아~~~~~~~~ 자신감을 가져라 소년! 월월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복복복복복족이)
situplay>1597021079>551 "그때도 내 입으로 말했잖아요. 여섯 알이나 먹었다고요."
모두에게 고백한 이상, 더 숨길 일도 아니었으니, 샹그릴라를 먹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이 없다. 망가지지 않았다는 말이 틀렸다는 듯 류화는 고개를 젓는다. 실패한 건 더더욱 아니라는 말에는 쓰게 웃어 보일 뿐이다.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린 눈으로 너를 건너다본다. 담배와 샹그릴라는 그 격이 다르다. 더군다나 자신은 그 속임수, 간사한 유혹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저지먼트인데, 샹그릴라를 복용하며 거짓으로 너희를 속이고 있었으니 그것은 제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었으며 죄인지라. 양심에 화인 찍힌 것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 그래요."
그러니 류화는 그런 네 말에 짤막하게 대꾸한다. 여기에서 자신이 더 부정적인 감정으로 빠져들면 네가 곤란할 테니까. 정말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착해 빠지기만 해서, 남을 위로하려고는 하니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음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류화는 궁금하기만 하다. 옥상 계단을 먼저 내려가기 시작하며 류화는 네 물음에 잠깐 멈춰서 널 바라본다, 왠지 찾아올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은 왜인지. 물끄레 시선을 두다가는 답하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나 아쉬운 티를 내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혹여나 나중에 제가 월세 내기 버거울 때가 온다면. 그때엔 네게 아직 가능하냐 물어 올 수도 있겠지. 레벨에 따른 지원금 이야기에 류화는 헛헛하게 웃는다. 힘내자는 말이었으나, 그 레벨을 위해 샹그릴라를 복용했던 것이 다시 떠올라 마음에 다시 먹구름이 낀다. 그에 류화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샹그릴라를 계속 먹었으면 지원금을 타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이젠 1레벨이라. 그래. 응."
다시 그 레벨까지 올라가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수 있길 기도할 수밖에 없겠지. 생각하던 때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리고, 류화는 그에 시간을 확인하며 알람을 끄고서 널 본다.
당신에게 살며시 기대었을 때, 어딘가 편안한 느낌의 작은 한숨이 당신에게서 흘러나왔다는걸 그녀도 알고 있었을까? 어쩌면 알고 있기에 당신을 더 부드럽게 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분명 당신은 당신임에도... 여지껏 보인적 없던 나약함이, 공포 속에서 무방비하게 멈추어서던 모습이, 과거 속에서 동요하던 마음이 자꾸만 눈에 밟혔기에 자연스레 걱정이 되었다.
물론 어느정도 괜찮아진듯한 당신이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온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도, 역시 육체적으로도 지쳤다는건 무시할수 없었는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떨구자 자신의 어깨에 툭, 하고 이마가 닿았을까?
"그렇겠네여~ 일단 밥은 중대사항이지 말임다? 특히 한국인한테는 더더욱 필요하구여."
자신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서 손을 뻗어 한차례 더 다독이던 그녀는 잠깐 침묵을 유지하며 무언가를 고민하는듯 보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을 때의 당신이 내민 질문에 살짝 의아한 반응을 보냈다.
"궁금한거 말임까?"
물론 이것저것 있긴 하지만, 정작 멍석을 깔아주면 춤추지 못한다는 말처럼 그녀 역시 고민에 잠겼다.
입가에 손을 가져다대며 쓸어내리듯 천천히 내려와 끝내 검지가 입술에 닿을 때까지, 조금 긴 시간을 가졌던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뭔가 잃어버린 검까? 저기 어딘가에서,"
저기, 라며 가리킨 것은 어딘지도 모를 곳이겠지. 다만 그 방향이 출구는 아닌 것으로 보아 괴이에다 두고온 것이라는 유추정도는 가능했을 것이다.
자신이 때려눕혔던 융합체에 대해서 어딘가 석연찮은 반응을 보였던 것도, 방금의 병원을 지나치며 보였던 갑작스런 패닉증상도... 평소의 호탕하고, 엉뚱하고, 진취적이었던 당신과는 전혀 다른행동이었기에 문득 생기게 된 의문이었다.
봄도 어느덧 끝물에 다다라 길어진 해만큼 귀갓길도 여즉 밝았다. 아직 노을도 지지 않은 거리를 걷다가 이젠 제법 녹음이 우거진 공원에 잠시 들렀다.
어린 잎의 풋내가 작은 공원 안에 싱그러이 가득했다. 제법 얇아진 옷차림의 사람들, 어른아이 할 것 없는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미소를 지으며 걸어다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날씨 참 좋구나. 새는 지저귀고, 바람은 따스하고, 이런 날, 이런 날엔-
공원의 앞은 큰 도로였다. 대형 차들은 지나가지 않지만 그래도 위협적인 트럭 정도는 지나다녔다.
물론 공원 앞이니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횡단보도가 있었다. 문제는, 횡단보도는 보행자를 안전하게 건너도록 해줄 뿐이었다. 갑작스럽게 튀어나가는 공을 멈춰세우지는 못 했다. 그 공을 잡기 위해 뛰쳐나간 아이도.
그 순간 내가 왜 움직였는지 모르겠다.
작은 아이의 모습이 빠르게 달려오는 트럭 앞으로 뛰어갈 때 나도 모르게 뛰쳐나갔다. 시간상 아이를 데리고 피하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아이를 내 몸으로 감싸고 충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등 뒤로 의외로 둔탁한 감각이 느껴졌다. 휙 날아가 바닥을 구를 때도 어쩐지 먹먹했다.
어쩐지 아프지 않아 쓰러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앉아서 품 속 아이를 살폈다. 작은 아이래도 내 몸으로 다 감싸는 것은 불가했는지 팔과 다리에 찰과상이 생긴게 보였다. 놀라서 우는 아이를 토닥여주며 아이의 찰과상을 낫게 해주었다. 다행이었다. 흉터 없이 깨끗하게 나았으니까.
"...다행, 이다..."
그런데 어쩐지 내 목소리가 이상했다. 팔을 들려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뒤늦게 내 몸에도 능력을 돌렸다.
그러자 그제야 살아나는 감각들에 그만 눈 앞이 아찔해졌다. 무시무시한 통증과 출혈과 동시에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도 아이의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아이를 그 품에 안겨줄 때까지 눈을 뜨고 있었다. 아이가 내게서 보호자에게로 넘어간 후에야 넘어져 기절했다.
...오늘 오후 17시경, 3학구의 모 공원 앞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안티스킬의 조사 결과, 사고를 일으킨 차량은 인근 모 공장으로 물자를 배송하는 트럭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럭 운전자는 사고 당시 기억이 전혀 없으며, 차량의 블랙박스와 인근 CCTV의 판독 결과, 출발지에서부터 잠든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안티스킬 측은 고레벨 능력자의 소행으로 보고 추가 조사 후 범인을 특정하여 수배할 예정이라 하였습니다. 본 사고의 부상자는 인근 고등학교의 학생 1명이며 현장에서 즉시 이송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외에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지만 부상은 없었습니다. 이어서 다음 소식입니다...
"...뭐야. 살았잖아?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진짜!" "망할 X... 칵 죽었어야지. 그걸 치이고도 살아? 벌레냐고."
밥에 대한 사항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진짜로. 오늘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은 탓에... 배가 지금 등가죽에 달라붙을 지경이다. 언제 또다시 찾아올지 모를 두통과 공포감을 위해서, 배라도 채워놔야했다. 그 때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식음을 전폐할지도 모르니까.
" ..... "
동월은 애린이 생각하는 것을 얌전히 기다려주었다. 사실 딱히 궁금한게 없는 것인지, 꽤 오랫동안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질문이 들려왔다.
잃어버린 것.... 동월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잃어버렸다고 표현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뭐라고 말해야 애린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지를 고민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믿지 않았던 이야기니까. 오히려 자기 자신도 믿지 못하고 있던 중이 아니던가. 하지만 머릿속 어딘가가 불편한 느낌이 들어 지금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중이었더랜다. 하지만 어쩐지, 애린이라면 믿어줄 것 같았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 말 못할건 아니야. " " ...걱정 할 것 까지도 아니야. "
오히려 슬슬 혼자서는 버겁다고 느끼고 있었을까. 지난 시간동안 몇 번이나 괴이들을 들락날락 하는 와중에도 찾을 수 없었다. 실종자들을 몇 명이나 구해내도 알 수 없었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그 '병원'에 동월이 찾는 것이 있는거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걱정... 얘가 걱정도 할 줄 알았던가. 머릿속에 '즐겁다!' 만 가득 차있을줄 알았는데. 동월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름: 이풀잎 능력: 인핸스드 컨디션 쪽의 능력, 레벨 0 외모: 체리색 단발머리에 키 165정도 나이: 17살 1학년. 아지랑은 다른 반 아버지가 태권도 도장 운영하심. 아버지의 도장을 물려받고 싶어함. 유단자. 이상형은 최소한 자신보다 강한 남자. 아버지의 엄격한 가르침 속에서 자라 딱딱한 성격이 됨.(사실 귀여운 것도 좋아하지만 티내지 않으려 함) 꾸미질 않아서 그렇지 제법 미인.
철현: 내 말투가 사람을 깔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이나 한 번 해보지 그래?
혜우: 시무룩해진 혜성 선배가 부활동 도중에 나가셨다. 그리고 '사라져서 미안. 머릴 식힐겸 당분간 프랑스의 런던에서 지내려고 해,'라고 문자가… 대체 어디 계세요…
청윤: 장 본 후에 정하가 5kg짜리 쌀을 아기처럼 업고서, 진짜 아기같다고 생각했는지 '빨리 집에 가서 밥먹자~' 하고 상냥하게.. 밥에게.
이경: 네가 뭘 잘못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여로: ……
이경: 내 가슴 말고.
여로: 들켰네★
여로: 아침으로 시리얼을 준비하는데, 순대가 [(*・∋・)먹이지? 그거 내 먹이지?! 그거 내 거지??!] 하며 딱 달라붙었다가 우유를 붓는 시점에서 [(;゙゚'д゚') 안돼애애애!! 지금 뭐 하는거야아아아!!!] 하며 필사적 맹공을 했다. 아파라-
수경: 여로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어제 해X포터 영화를 보고 순찰할 때 길가의 공사장 라바콘을 집어 들어 제 머리에 씌우고 "그리핀ㅡ도ㅡ르!!!!"라고 외친건 사과를 받아야겠어요.
이경: 성여로가 갑자기 길에서 주저앉더니, "나한테 빌붙어 살려고 했던거야? 내가 흘리는 단 과자가 먹고 싶었을 뿐이구나. 날 편리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었던거지? 결국 그런 관계일 뿐이었네. 역시 함께 지내는건 무리였어. 안녕, 작별이야" 라면서 바퀴벌레를 스킬아웃의 어깨 위로 내던지고 나와 함께 도망쳤다.
여로: 편하게 집이라고 생각하세요!
은우: 고마워!
여로: 설거지좀 해주시고..방청소도 좀 해주시고...
은우:
이경: [이유 없이 무서운 거] 라면 오늘따라 아무 것도 안하고 얌전한 성여로...
. hr.
여로: 혜우한테 재미로┌ (┌ ^ o ^) ┐ 이걸 보여줬더니 "골격으로 볼 때 파충류 종류네, 다리가 몸통 옆에 붙어있는 이 골격에는 다리가 앞뒤로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어서 몸을 꾸불대며 달리겠지." 하고 분석해버렸어..
" 걱정이긴 한데, 지금 와서는 나도 잘 모르겠달까. " " 아무리 수색을 해도 단서는 커녕 오히려 멀어지는 느낌이야. "
그렇다고 해도 이 수색을 멈출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쩐지, 머릿속 한구석에서 '반드시 찾아야 한다' 라고 사이렌을 앵앵 울려대고 있으니까. 동월이 괴이 속에서 실종된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수색은 끝나지 않겠지.
" 그것도 그런가..... "
기억하고 있단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에, 동월은 고개를 몇 번 정도 주억거렸다. 그나저나... 애린은 가끔 놀라울 정도로 분위기가 휙휙 바뀌곤 하는데, 바로 지금이 그런 타이밍이었다. 아까도, 워낙 정신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의 애린과 다르다는 것 쯤은 미약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다. 머릿속으로는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월은 '그래도 애린이니까.' 라며 납득했을 것이다.
" 그게 언제쯤일지는 모르겠지만.... "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찾을 수 있는걸까. 그래도 어쩐지, 어떻게든 될거라는 근거없는 용기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목 언저리와 뺨을 부드럽게 감싼 애린의 손길에, 그는 그 손길처럼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자신의 손을 애린의 손 위에 겹쳤다.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조금 의지할게? "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마침 지금 상황에 딱 필요한 말이라고 해야할까. 그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아마 동월은 그 사람에게도 감사를 표했을 것이다. 오랜만에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고, 힘이 되는 말을 들으니 최근들어 지쳤던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을 느겼다.
" 그래, 그래. 맛있는걸로 사줄테니까 골라보렴. "
분명 시작할 때는 염통꼬치를 죽여버리겠다느니 살벌한 소리를 했던것 같은데, 겨우 꼬치 한두개로는 채워지지 않을 만큼의 공복이 느껴진다. 애린의 말대로 고봉밥 정도는 먹어줘야 할 것 같았다.
" 아무 말이나 해도 들어준다고? "
그럼 무슨 말을 해야하지? 고맙다? 나이스 잡? 것보다 얘는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던가.... 아무튼 동월은, 오히려 오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준 애린에게 무언가를 건의하거나 할 생각이 딱히 없었다. 물어볼 것 정도는 하나 있으려나?
" 아까 고독 항아리에서 탈출 할 때, 그때 뭐라고 했던거야? "
지금 당장 물어보고 싶은건 이게 전부일까. 당장 대답하기 힘들다면, 꼭 대답할 필요는 없을테다. 나중에 이야기 해준다고만 해도 그럭저럭 납득하겠지. 아무튼 질문과는 별개로 하고싶은 말 정도는 있었다.
" 너도, 오늘 두번이나 날 구해줬으니, 질문 말고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 최대한 들어줄테니까. "
소년은, 만성적인 두통을 본인도 자각하고 있다면 병원에서 치료 정도는 받았으리라 가정하고 말을 이었다. 그는 동월의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므로.. 만약, 기억을 읽어 그것을 알게 된다면.. -모른 척을 하겠지. 타인의 지옥을 아무것도 모르는 자가 언급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실례가 되는 일이다. 하여, '동월 선배 흑역사는 격일 제로 생기나요?'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고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웃을 것이다. 다만 조금.. 이후로 그를 챙겨주는 일들이 늘어나겠지.
라는 IF의 이야기. 하얀 소년은 타인의 기억을 함부로 깊이 파고들지 않으니 무가치한 가정이다.
"..아..네."
나중에 세은이에게 고생했다고 하며 과자라도 안겨줘야겠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을 지도. 소년의 머릿속에서 동월이 일일이 계량을 해가며 요리를 하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냥 감각에 따라 때려 박을 것 같은데..
"나중에 동월 선배를 보러 앞바다로 가는 건 싫으니까 자제해주세요."
그렇게 되면 하얀 국화를 들고 찾아가야 할 테니까. 은우 부장님에 대한 루머가 이렇게나 위험하다. 블랙 크로우들의 앞바다 토렴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다소간의 악명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으려나..
"....역시 해산."
세계 정복보다는 대회 정복을 고민하고 있는 소년은 한숨이 점차 늘어났다. 한숨을 쉬면 복이 달아난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비과학적 미신이 떠오른다. 소년이 뱉어낸 숨을 주워가는 사람이 있다면 편안한 하루를 살 수 있을 정도라서 그렇다.
"대체 '우리'의 꿈에서 '우리'가 누군데요..."
일단 나는 아닌데. 나서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 대장이 된 소년의 심정이란 대체.
"아무튼 진짜 해산~ 알바 시간이라구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소년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양궁 가방을 들어 올려 그 안에 활과 화살을 차곡차곡 담았다. 화살 수를 세고, 문제가 없는지 점검을 하면서. ...아. 중간에 까만 폭탄 화살이 눈에 보였다. 잠시 그것을 휘두르는 상상을 했지만.. 곧 그만두었다.
"아, 그래. 아직 뭐 드시지 않았다면 같이 가실래요? 제가 빵집에서 알바 하는데, 맛있어요~"
근데 대체적으로 난장판 여로 취급 왜 저러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게 여로 매력이긴 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근이란 말에 눈 돌아간 한양이나 도너츠 먹으려다 침몰한 희야나 정말 자연스럽게 깔보는 말투가 된 철현이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지않게 순종적인 발언. 일단 진실부터 말하자면, 동월은 약따위 챙겨먹지 않는다. 먹어도 아주 가끔 편의점에서 파는 타이레놀 정도일까. 그 외의 약들은 대부분 취급하지 않았다. 자기는 내성이 있어서 괜찮다나. IF 마히다.
" 뭐, 이미 앞바다엔 자리가 없을것 같긴 한데.... "
지금 앞바다에는 이미 은우가 세를 놓은 자리에 들어찬 세입자들 때문에 아무 자리도 없을 것 같다. 은우에게는 굉장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소문이 굉장히 와전되었다는 것은, 더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동월은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일까? 어쩌면 땅속인가?
" 크흑, 이렇게 해산하다니.... "
동월은 눈물을 흘리는 척, 팔로 눈을 가렸다. 딱히 슬프진 않았지만 안타까운건 어느정도 사실이라고 할까, 세계 정복. 남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 아니던가?
" 그것은 바로 너, 나, 그리고 '우리' 다!!!!!! "
시적인 표현을 당당하게 말하고서 당당한 포즈를 취했다. 동월은 사실 이경의 성향을 알고서 놀리기 위해 이러고 있는건 아닐까, 합당한 추리를 해본다.
" 에에~ 벌써 그런 시간이야? "
김빠진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고서 이경이 움직이는 것을 따라 움직인다. 아마 이경이 동월에게 제안을 해오지 않았다면 그냥 집으로 돌아갔을 테지만,
" 뭐라고! 그렇다면 당연히 가서 먹어봐야지! 직접 만들어주는거냐!? "
알바인데 설마. 그냥 카운터를 보는 정도가 아닐까?
" 이경이가 사주는거지!? "
그럴리가.
//막레를 주셔도 되고, 이걸 막레로 하셔도 되고, 더 이어가셔도 되고 상관 없습니다아아아아앗!!!!!!!!!!!!!!!!!!!!!
이경이는 타인의 기억을 허락없이 보지 않고 타인의 과거를 먼저 묻지 않습니다. 타인의 비설을 강제로 까발리는데(..) 훌륭한 능력을 가져서 만든 설정이기도 하고 애가 원래 그럴 거 같아서 한 것도 맞아요! 그래서 동월이 저건 IF다... 아마 앞으로는 동월이 앞에서 기억 읽는다는 소리는 하지 않을듯
나중에 동월이가 흑이경이 보고 '너 그거 버퍼링 아니었잖아!!!!!!'하는 거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월이 데리고 간 빵집에서 이것저것 먹여주는데 나중에 이경이 월급에서 깐다는 소리에 동월이보고 "손님"이라고 부르는 거 보고싶어졌어 하지만 결국 이경이가 내주거나 사장님이 그냥 주는 걸로 하겠지!
아지가 병원 접수대에서 뭔가 설명하려는 듯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울상으로 혜우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접수원이 심호흡을 시키자 따라서 심호흡하고 겨우 숨을 가라앉힌 아지는 그제서야 친구의 병문안을 왔다는 걸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아지는 양손으로 바구니를 잡고서 안내해주는 간호사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바구니 안에는 바나나와 키위를 비롯한 과일과 타르트 전문점에서 사온 청포도 타르트, 무화과 타르트가 있었다. 간호사는 그것을 보며 접수대에서 흥분해서 떨어트리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아지는 혜우를 걱정하는 생각뿐인 것이다.
"천혜우 학생의 입원실은 이쪽이에요. 노크하고 들어가 봐요." "네에... 감사합니다아"
좋은 하루 되세요!! 하고 덧붙인 아지의 인삿말에 간호사는 웃는 인상으로 돌아간다. 사소한 일이지만 노크하려던 한아지는 옆 병실의 문을 두드리는 다른 병문안 손님에게는 간호사의 안내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아지는 모르는 사실이지만 아지가 혜우의 병실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아 동행이 붙었나 보다. 어쨌거나 아지는 병실의 문을 두드렸다.
공차 레드벨벳 보틀 버블티 레드벨벳 케이크를 그대로 음료수로 만든 맛. 위에 치즈폼 있는데 음료랑 잘 어울림. 보틀이 엄청 귀여움.(상품 이미지에 있는 목도리 같이 줌) 평소에 밀크티를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닌데 맛있게 먹었음. 별점: 4/5 추천: 레드벨벳 케이크 좋아하는 사람, 단 거 좋아하는 사람, 귀여운 보틀에 관심 있는 사람 비추천: 단 거 싫어하는 사람
눈 감기 전, 마지막으로 본 건 시커먼 아스팔트 위로 번지는 새빨간 피웅덩이였다. 그리고 잠시 세상이 암전됐다.
...그 다음에 눈을 뜨자 단박에 희고 낯선 천장이 시야에 가득 채워졌다. 거기다 밝은 조명까지 더해지니 잠시 눈을 찌푸려야 했다. 너무 밝다고 속으로 투덜대며 혀를 차는데, 누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오, 깼냐. 난 또 죽은 줄."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얄미운 연구원의 목소리였다. 눈만 휙 굴려 옆을 보자 침대 옆에 그가 서 있었다. 입에는 불 안 붙인 담배를 물고 짜증나게 히죽이는 얼굴을 하고서.
"안심해라. 네가 구한 애기가 도중에 능력을 썼는지 사고에 비해 큰 부상은 없다더라. 피가 너무 나서 수혈은 했지만. 그 애기는 무사해. 긁힌 상처도 하나 없대."
내가 째려보거나 말거나 그는 이 말 저 말 주절주절 쏟아내었다.
...어차피 물어볼 말이었으니 상관없나.
들은 건 다 듣고 나서 됐다는 의미로 고개를 돌리자 어휴 저 싸가지, 하는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어쩌라고.
"여태 기다렸더니 저 하는 꼴 보소. 됐다. 담배나 한 대 태우고 온다. 탈주하면 연구소에 집어넣을 거니까 얌전히 있어."
그 말을 남기고 그는 나갔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병실 안은 고요했다. 잠시 천장을 보다가 피로가 몰려와 눈을 감았다.
아주 잠깐 선잠에 들었을 무렵, 아지가 병실 문을 열었다. 병실은 1인실로 내가 누운 침대 말고 다른 침대도 환자도 없었다. 의료기기의 기계음과 가습기의 희미한 소음 외에는 별다른 소리도 없는 병실이었으나 아지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뭐냐. 여기 면회 사절인데."
돌아보면 키가 큰 구리빛 피부의 남자가 의사 가운에 손을 꽂고 아지를 보고 있었다. 그는 보라색 눈동자로 아지를 위아래 훑어보곤 아,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목화고에서 왔냐? 그럼 괜찮지. 자자, 얼른 들어가 봐. 우물쭈물대다간 면회 시간 끝난다."
그는 일방적으로 떠들고 일방적으로 판단하더니 병실 문을 활짝 열고 아지의 등을 떠밀어주려고 했다. 떠밀리지 않았어도 문이 이미 확 열렸을 테니 들어가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지 않았을까. 그래놓고 그는 아지를 두고 홀랑 가버렸다. 나는 그 소란 아닌 소란에 선잠에서 깨어 병실 문 쪽을 보게 되었다.
"...시끄ㄹ..."
목이 잠겨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다 작게 마른 기침을 내뱉었다. 듣기에 힘겹게 기침을 하고, 방문객이 누군지 보려고 눈을 깜빡였다. 갓 뜬 눈에 흐릿한 시야가 아지를 알아보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탓이었다.
아지가 엉뚱한 생각에 빠져있을 즈음, 경진은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는다는 것만 확실히 해 주었다. 아지는 적어도 경진의 시점에선 (그리고 공설로도) 확신의 귀염상인데, 제 입으로 미인이란 소리 몇번 못 들어봤다니, 둔한걸까 그냥 알면서 외모 칭찬 듣고싶어 밑밥 까는 걸까 짧게 의구심을 품었다.
“알러지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경진은 안도했는지 표정이 조금이나마 풀어졌다. 그러고선 지 혼자 괴상하게 지었던 결론에 뒤늦게 수치심이 들었는지, 미안해진 양 조금 낮춰진 목소리로 본래 목적보단 질문에 가까운 사과를 해 왔다. “내가 혼자 급발진 했네, 아까부터 계속 놀래켜서 어쩌죠.”
눈가를 누른 것을 보고 “제가 비비지 말랬죠?” 라며 가벼운 핀잔을 했을지언정, 아지가 자릴 뜨고 조금 떨어진 나무 뒤에 착 붙어 숨는건 막지 않았다. 바닥만 보고 있던 아지를 가만 보다, 무언의 부탁으로 받아들였는지 곧 고양이 두마리 안은 채로 다른 곳으로 가려 몸을 돌려 기숙사 뒤편으로 향하려 했다. 곧 후드티 주머니의 진동음에 발걸음 두번 내딛지도 못하고 멈춰섰지만.
경진이 고양이 두마리 가슴 쪽으로 뉘여 중심잡고 주머니를 뒤적일때 한마리는 몸뚱이 비집고 품에서 탈출해, 아지에게 관심을 잃었는지 알아서 딴 곳으로 떠나 가버렸다. 남은 한마리는 여전히 경진의 품에서 아지 쪽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가도, 경진이 아지를 의식하고 아지 쪽으로 등을 돌려 고양이의 모습을 아예 숨겼다. 그러고선 구시대놈 마냥 서마터폰 자판을 눌렀다.
[보이면 좋아하는데] [엄청 좋아하진 않아요] [한 마리 보냈으니 얘만 어루고 달래면 돼요] [혹시 급히 들어가봐야 해요?]
키 큰 남자가 면회를 막으려 하는 줄 알았지만 다행히 들여보내주려는가 보다. 등을 밀어주니 밀리는 대로 들어와버린 아지다. 복장을 떠올려보며 의사 선생님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방 안을 둘러보면 다른 사람 없이 혜우의 1인실인가 보다. 금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온다.
"혜우..."
종종걸음으로 침대 가까이에 다가가는 것이다. 시끄럽다고 한 것 같아서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말한다.
아무리 수색을 해도 단서는 커녕 오히려 멀어지는 느낌이라, 그정도면 역시 걱정보다는 고민이라는 말이 더 들어맞으려나 싶을까? 어쩌면 그렇기에 당신은 지금껏 계속해서 괴이 속을 헤집으며 다치고 고통받는 것을 반복했을런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로 와닿을 수도 있고, 다른 이들에겐 걱정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찾게 되는 것이라면 혹은 깨닫게 되는 것이라면 자연스레 납득하게 될 것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해도 그런 일들은 얼마든지 벌어질텐데 괴이라면? 아마 더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의 그런 이야기를 괴이부의 부원이 아닌 평범한 학생내지 저지먼트 부원으로서 들었다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마 곧장 이해는 한대도 오롯이 받아들이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을지도,
"머... 그래도 도무지 혼자 해결할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면 돕는거 아니겠슴까? 아님 같이 짱구를 굴려본다던가 말이지여. 원래 인간은 혼자서 살수만은 없는 법이래여~
그게 괴이에서도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손길을 따라 그 위에 손을 얹고선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웃어보이는 당신의 말에 그녀 역시 한껏 미소지어보였다. 예전과는 다르게 웃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미소짓는 때가 간혹 있었다.
"응, 얼마든지요. 가끔씩은 기대어줬으면 하니까,"
웃는 것이 싫진 않았다. 하지만 기왕이면 타인의 기쁨으로 인해 전해지는 웃음이 더 좋았다. 조금은 소박할지도, 어쩌면 터무니 없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진심어린 웃음을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실 그것 말고도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일단은 이정도로도 충분했다.
"포에~? 그러다가 큰일날 텐데여~ 즈, 한번 작정하고 먹게 되믄 무서울 텐데... 감당 가능하심까? 머, 일단 고기 들어간거라던가... 덮밥도 맛있겠네여~"
협박은 아니지만 농담도 아니었다. 실제로 그녀는 생각보다 많이 먹는 편이었으니까, 삼시세끼도 모자라 과자까지 하루종일 달고 사는데 그렇게 축적되는 칼로리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굳이 그녀의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당장의 엄청난 활동성을 봐서도 그정도는 먹어줘야 할테지만,
"...호요?"
물론 아무 말이나 해도 다 들어준다곤 했지만... 왠지 당신 역시 마음에 걸리는게 있었는지 들려온 말은 확실한 의문을 내비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독항아리에서 탈출할 적에 했던말, 사실 정말 아무 말 아니었기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잠시 당신을 바라보고, 옆으로 눈을 돌리다가, 멋쩍게 웃어보이며 애꿎은 머리카락만 한웅큼 쥐어 손에 빙빙 감고 있었으려나?
"그냥... 또 누군가를 두고 가야 한다는게 싫었던 검다. 그러다 그 뒤론 다시는 만날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면... 역시 그건 좀 싫으니까여~"
딱히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기에 조금은 눌러담아두고 있었다. 그런건 지금의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보라색 눈동자는 마치 별 하나 없는 깊은 밤처럼 어둠이 짙게 깔리다가 이내 그녀가 지어보이는 눈웃음에 감기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라는 퍼스트클래스라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이 엄청나게 강하고 그에 따라 '웨이버'라는 호칭에도 자부심이 상당히 강하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높은 분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승부욕이 강하고 누구보다 호승심도 강한 아이라서 자신 말고 또 다른 웨이버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이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한 독서로 얻을 수 있는 건 건조한 눈과 뻐근한 허리, 그리고 아픈 머리다. 그에 비해 머릿속에 남은 건... 아무튼 오늘도 장장 3시간에 걸친 논문 읽기를 마무리했다. 물론 자발적이기보단 공부를 위한 반강제에 가까웠다. 그야 그녀의 취향은 어려운 영단어가 난립하는 생물학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으니. 사람에 관한 관심은 크나, 그렇다고 인체의 안쪽까지 알고 싶은 것과는 다르달까. 내일은 또 어떤 과학 논문이 들이밀어질까 걱정하며 종이를 가방에 넣는다.
이런 이야기를 또 누군가에게 할 수 있을까? 글쎄. 아마도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괴이를 알고있고, 함께 수색을 나갈 수 있는 애린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맞는 말이야. 말하니까 좀 후련한것 같기도 하네. "
물론 당장에는 딱히 나아진건 없지만, 그래도 혼자만 끙끙 앓고 있던것을 공유하니까 좀 낫다고 해야하나. 애린의 밝은 미소에 조금 든든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 오늘도 충분히 기댄것 같긴 해. "
재차 말하지만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지지 않았는가. 이 정도면 사실 오늘 수색은 애린이 혼자 다 해낸것이 아닌가... 싶긴 해도, 능력 있는 후배를 키운다는건 좋은 일이다. 안 그래도 수색자가 없어 골머리를 쌓고있는 괴이부인데. 물론... 무리해서 돌아다니다가 사고가 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내가 이래봬도 알바 좀 했어. 모아둔 돈 많으니까 맘껏 먹어라. " " 둘이 합쳐서 고기 들어간 덮밥 먹던가. "
저번에 먹었던 스테이크 덮밥을 생각하며 말했다. 양도 많고 맛있는 집이었지. 그 곳이라면 애린도 좋아하지 않을까? 몇 그릇이나 먹어치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다 먹고살자고 이러고 있는데, 먹는것에서는 절대 아끼지 않는 동월이었다.
" ....그런가. 확실히, 나도 그건 싫어. "
애린의 말에 동감하는 와중에, 자신을 보고있던 애린의 눈동자에 이변이 생기는 것을 보았다. 눈웃음에 의해 금방 사라지기는 했어도 확실히 보였다. 거기에 애린이 다음으로 한 말을 들은 동월은 손을 들어 애린의 양 볼을 약하게 잡아 늘리려 했다.
" 류애린. " " 내가 말한적 있나? 나 괴이에서 4번 실종된 적이 있었어. "
볼이 제대로 잡혔다면 몇 번인가 주욱 늘리다가 놓아주었을 것이다.
" 마지막 일 때문에 아까같은 PTSD를 가지게 되긴 했지만, " " 그래도 4번 모두 살아돌아왔어. "
생각하자 눈동자에 미약한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럼에도 동월은, 이를 드러내며 입가에 대담한 미소를 띄웠다. 그런 웃음에 눈동자는 공포에 약한 떨림을 보이고 있었으니, 어찌보면 조금 우습기도 했으려나?
" 난 안죽는다. 빌어먹을 괴이들한테 잡혀가서 못돌아올 일도 없지. " " 네가 말한 '그런 사람'이 되는법 따위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될 일도 없어. " " 게다가, 진짜 위험하면 네가 올거잖아? "
동월은 꽤나 멍청한 인간이다. 남이 자신을 믿지 않더라도 자신이 마음에 들인 사람은 끝까지 믿는 경향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저지먼트 부원들이 대표적인 예일테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걷는 위험한 길을 굳이 옆으로 따라와 같이 걸어주고 있다.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그럼에도 불안하다면 확실히 말해줄게. " " 난 네가 떠나지 않는 이상,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될 일은 절대로 없다. "
희야는 오늘도 살금살금 몸에 살얼음을 둘러 제 체온을 낮추곤 소장실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 오늘도 시작된 보물찾기였다. 책상 세 번째에는 삼촌의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소지품이 있었다. 상자 안에 가지런히 든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하나 슬쩍 꺼낸 희야는 낡은 종이 내음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였다. 이렇게 오래된 종이를 품은 이유가 무엇일까, 희야는 내용을 슬쩍 읽었다.
[이름 모를 천사에게.
비행기 나는 소리가 별무리와 함께 부서지듯 아리땁고 도착한 세상은 밤낮이 바뀌었으나 뒤집어져 잠들 새도 없을랍니다. 광활한 대지에서 이름 모를 해가 떠오르고 벅차오르는 첫 세미나는 청년을 꿈 많은 소년처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이라는 것은 어찌나 혈기만 가득한지, 세상을 마주하면 지레 겁을 먹기 마련입니다.
한때 낯선 타국에서 길 잃은 날 당신의 말씨를 들었을 때 세상 모든 꼬부라진 언어보다 당신의 목소리가 먼저 들리었답니다. 올곧은 목소리에 소년은 다시금 청년이 되었고, 길 되찾는 한 시간은 영원과도 같았습니다. 당신이 이 항공의 스튜어디스- 라는 말을 들어, 인상착의를 떠올려 동료에게 편지를 드려봅니다.
무례한 일임은 알지만 부디 제게 소개를 할 기회를 준다면 다시금 저는 소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혈기만 가득한 것이 아닌 낭만도 가득하겠지요.
아, 깊어가는 밤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때 창 너머로 보았던 구름과 별무리보다 그대의 환한 미소가 아른아른 내 마음에 내려앉아 잠들기가 두렵습니다. 어쩌면 그대가 나의 환상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대의 웃음이 거짓이라면, 나는 어떤 의미가 있겠는지요? 제 말씨가 좋지 못해, 그대에게 하고픈 모든 말이 매끄러이 표출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1997.08.27. 그대의 마음에 들고자 안 우 재 이리 이름 석 자 올립니다.]
"……."
희야는 종이를 다시금 넣고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소장실 내부에 차가운 냉기가 스몄지만 종이는 상하지 않았다.
모르긴 뭘 몰라이씨. 다시 올거면서 꼭 저래. 살벌한 목소리와 말이 이어지지만 랑은 별로 개의치 않고 가방에 비스킷을 챙겼다.
"당분간 오지 마, 어차피 뭐 해줄 것도 없고... 네가 말했던 그 뭐냐 이름 까먹었는데 아무튼." "미스틸테인."
"아 그래 미스틸..떼잉? 그거로 의심된다던 쪽, 알아봤는데 별 거 없는 연구 재단이야, 부지는 최대한 싼 곳을 찾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거고."
지익, 지퍼가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허가가 안 난다나, 건물 올라가려면 한참 남았을 거 같다. 아예 안 올라갈 수도 있고, 지금 생각하니까 웃기는 재단이네 거기, 엉뚱한 땅을 사서 손해만 보게 생겼어." "알겠어."
응? 여성은 의아하다는 듯한 소리를 내며 랑의 얼굴을 쳐다봉았다. 뭘 알겠다는 거지, 설마 당분간 안 오겠다는?
"그래 좋게 생각했어, 너 이번에도 유급하면... 학교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잖아, 그래놓고 오면 절대 안 받아준다, 욕 바가지로 먹고 쫓겨나고 싶은 거 아니면 말 좀 들어라." "노력해 볼게."
랑 역시도 어느 정도는, 마음 한 켠에서 계속 혹시나, 혹시나 하고 있었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린 건 아닐까, 그 정도의 일을 벌였으니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 건 아닐까. 하나부터 열까지 실패하고 그렇게 무서워하던 마지막에 이미 도착해서 산산조각난 건 아닐까 하고... 그렇다면 좋을텐데, 빌린 시간이라도 다시 돌려주러 가지 않아도 된다면...
"그래도 경계는 늦추지 말아줘." "알겠으니까 당분간 신경 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아서. 평화로운 시간에도 언제나 느껴지는 불안감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서. 랑은 가방을 맨 채로 컨테이너를 빠져나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평화를 만끽하기 위해서.
오늘은 유독 평화로운 기운이 돌았다. 아무도 없는 부실에 있는 서한양. 혼자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양의 표정은 심란했다. 한 손에는 붉은 볼펜을 쥐고 무언가를 직직- 긁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시험지로 추정되는 종이. 종이에는 00년도 수리영역 기출문제지였다.
"......"
어째 동그라미가 그어지는 문제가 별로 없다. 계속해서 오답만 나오는 시험지. 이내 곧 한양은 시험지를 그냥 덮어버리며 한숨을 쉬었다.
"깡통.. 깡통 다 됐어..."
사실 한양은 공부를 특출나게 잘하지는 않았다. 공부를 잘하게 생긴 외관값을 못한다고 해야 될까? 흔하게 보이는 중상위권의 학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심상치가 않다. 원래는 이렇게 오답천국이 될 실력은 아니었는데. 답은 간단하다. 공부를 안 했으니깐 다 까먹은 거지.
사실 중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해온 것도 감사해야 됐다. 성적은 생각보다 높게 나왔었다. 공부에 투자하는 노력과 정성에 비해서 말이지.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와 이미지가 맞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 해도 너무 안 했단 말이지. 참치들아. 한 번 기억해봐라. 서한양이가 어디서 공부했다는 묘사가 있는지.
"공부는..다시 차근차근 해야지..괜찮아!"
긍정회로를 돌리기 시작한다. 물론 공부는 다음에 하는 걸로 미루고. 한양은 깡통두뇌가 된 자신을 위로하며 잊기 시작했다. 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대로 냉장고로 간다. 냉장고를 열고 안에서 음료를 꺼낸다. 어제 한양이 스트레스 받을 때 마시려고 사둔 모과 수제청이었다. 수제청을 컵에 따르기 시작한다.
수업이 끝난지 대략 2시간 정도 지난 어느 방과후. 평소처럼 부실에 들렀다가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복도로 나온 참이었다. 문득 어깨가 가벼워 손을 올리자 응당 잡혀야 할 끈이 잡히질 않는다.
"아, 가방이..."
아무래도 나올 때 가방을 잊어버린 모양이다.닫힌 문을 보며 다시 들어가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순간 깨닫는다. 카드키 또한 가방에 있다는 것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밀어보려고 하지만, 보안이 훌륭하다는 사실만 알게 될 뿐이다. 한참을 그렇게 문 앞에서 서성이던 이레는 곧 포기한 채 문 옆의 벽에 쭈구려 앉는다. 안에서 나오는 사람이나 방문하려는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릴 요량이다. 이런 일로 다른 이를 부르는 건 너무도 민폐이기에.
성운은 눈치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뒤떨어지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아지가 말을 하지 않고도 어찌나 불신을 잔뜩 표현하던지, 굳이 알아채려 노력하지 않아도 성운은 아지가 말없이 건네는 의문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성운은 더이상 눈을 피하지 않고, 아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그랬지······.”
그리고 한 박자 늦게서야 기숙사 사규를 떠올린 성운은 소리 작은 박수를 탁 쳤다. 그리고서는 탁구대도 한번 알아볼까, 하고 위시리스트에 은신처에는 쓸데없는 것 하나를 더 덧붙인다. 성운의 운신처는 그렇게 채워져갈 것이다. 성운의 삶에 조금이라도 같이한 이들이 남기는 흔적들이, 하나둘씩 앨범처럼 쌓여가겠지.
“생각해보니 이사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네. 그러면 갈까요.”
하면서, 성운은 아지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었다. 아지가 손을 잡으면 그대로 자신의 아지트로 향했으리라. 스트레인지화되어가고 있는 난개발지구에 위치한, 어느 폐공장 안에 꾸려진, 드나들기 번거로운 어떤 비밀기지로.
아마도 그 날은 매우 맑은 날씨였을 것이다. 여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더위가 조금 느껴졌지만, 선풍기를 켤 정도는 아니었다. 저녁 노을이 점점 물들고 있을 것이고 은우와 세은이는 둘 다 자리를 비웠을 것이다. 어디에 있을까? 입원을 했을 수도 있고, 혹은 개인 볼일을 보러 갔었을 수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둘 다 지금은 부재중이라는 사실이었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현실로 돌아가자면, 지금 목화고등학교 안은 꽤나 웅성웅성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붉은색 포니테일 머리의 여성이 있었다. 붉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그 색보다 조금 더 연한 분홍빛 눈동자. 하지만 왼편에 살짝 섞여있는 보라색 브릿지 머리카락 몇줄기. 그 모습은 목화고등학교에선 쉽게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계단을 오르고 어떤 방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싱긋 웃으면서 문을 천천히 노크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어쨌건 외부인도 일단은 들어울 수 있었으며, 노크를 하면서 자신이 들어올 것을 밝힌 탓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는 뭔가를 컵에 따르고 있었다. 아. 오늘은 사람이 있었네. 잘 됐다. 싱긋 미소를 짓는 모습이 꽤나 귀여우면서도 우아했다. 이어 그녀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목화고등학교의 저지먼트 분...이죠? 아니라면... 죄송해요! 후훗."
그가 TV를 봤을까? 아니면 보지 않았을까? 그녀는 인첨공 4학구를 주무대로 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활동하고 있는... 최근 인첨공 아이돌 중에서도 꽤 이름을 알리고 있는 존재. '불렛'이었다.
>>0 보통 청윤이는 만화랑 친할 것 같지 않은 이미지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서 만화도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막 일본 만화를 찾아서 볼 수준까진 아니고, 그냥 웹툰 정도만 적당히 읽어본 정도지만. 지금은 만화에서 드럽게 화살을 못맞추는 걸 보고 답답해 하는 듯 하다.
"솔직히 저 정도의 초인이 쏘는 화살이면 더 거리도 멀리 날아갈탠데.. 왜 저렇게 못 맞추는거야."
만화를 읽으며 손을 휘젓는 청윤을 보니 제법 몰입한 듯 하다.
"연습이라도 좀 하지. 진짜.."
저 캐릭터가 공부도 안하고 놀기만 하는 캐릭터라면 모를까 노력으로 공부를 엄청나게 잘한다는 설정까지 있는데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니 싸움에서 살아야 공무원도 되고 대학도 가고 그럴 것 아닌가?
그날은 아침부터 눈이 일찍 떠졌다. 평소에 알람소리에 못 이겨 눈가를 비비며 부스스 일어나는 게 아니라, 누운 자세 그대로 흔들림없이 눈을 뜨고는, 마치 전원 들어간 기계라도 된 것처럼 상반신을 일으킨 뒤 돌아앉아서 슬리퍼에 발을 꿰었다. 오늘따라 잠이 빨리 깼네, 같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왠지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것만 같다. 성운은 핸드폰을 들어본다.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주말, 공휴일, 기념일, 병결, 커리큘럼과 관련된 공결······ 편하신 대로 생각하시라. 학교에 갈 필요 없는 어느 날의 아침이라는 것만 알면 되니.
평소와 달리, 오늘의 외출 준비를 하는 성운의 발걸음에는 흔들림의 기색이 없었다. 씻고, 머리를 감고, 양치하고, 머리를 말리며 오늘의 옷을 옷장에서 차곡차곡 찾아내고······
즉 이 사람은 연구원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인 동시에 스킬 아웃의 리더+@인 셈이다 연구원이 랑이가 어디서 부상을 입었다든가,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었느냐, 반대로 글레이프니르의 리더가 어째서 랑이가 능력이 발현되었고 가파르게 성장중이라는 걸 알아챘느냐 같은 것도 이렇게 되면 전부 해결!
학교가 웅성웅성하네. 무슨 일이지? 설마 또 저번처럼 모습이 이상하게 바뀌기 시작했나? 하지만 웅성이는 학생들의 목소리 톤. 이는 절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무언가 신기한 존재를 본 듯한 반응들. 한양도 나가서 무슨 일인지 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이 달달구리한 수제청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게 우선이었다.
"무슨 대단한 사람이 오셨다고.."
진짜로 대단한 사람이 맞긴 맞지만 말이야. 아직 한양이 못 봐서 인지를 못 했지만. 그렇게 혼자 수제청을 따르고 마시기 시작했다. 시고 떪지만 달달한 꿀이 섞여서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그렇게 수제청을 마시다가,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를 들은 한양.
"네- 들어오세요."
들어오라고 대답하는 한양. 이내 문은 열리기 시작했고, 노크의 주인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실에 누가 왔는지 인지했을 때였다. 마시던 수제청을 잘못 들이켜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문 앞에 있는 저 귀엽고 우아한 소녀에게 향하지는 않았다. 바닥을 보고 조준하고 기침하다가 겨우 입을 막으며 기침한다.
"콜록..콜록..크흡..콜록!!"
왜 그러냐고? 당연히 유명인사가 찾아와서 그렇지. 한양이 아이돌을 찾아보지는 않지만, 불렛의 존재는 인지하고 있었다. 인첨공의 인트라넷 알고리즘에 우연히 뜨는 걸 가끔 봤으니깐 말이야.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다.
'...교복에 다 묻었네...'
염동력으로 물티슈를 꺼내고, 교복을 닦으면서 불렛을 반기기 시작한다. 여기는 왜 온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를 보기 위해서 왔겠지. 저 아이돌이랑 연줄이 닿는 애가 이 저지먼트에 있었다니. 이리라인가?
"안녕하세요. 저도 저지먼트 맞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리라양 친구분이신가요?"
같이 목례를 하고나서 용건을 묻기 시작한 서한양. 아마 비슷한 결을 지닌 리라의 친구가 아닐까 짐작했다.
칼. 오히려 칼이라는 틀에 너무 박혀있는게 아닐까. 동월의 능력은 '물건'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다. '칼'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칼은 '벤다' 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상대는 칼을 의식한다. 맞으면 베이니까. 그렇다면 칼은 메인으로 쓰되, '필살' 이라고 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칼 이외의 것, 예측하기 힘든 것, 편하게 지닐 수 있으며 숨길 수 있는 것.
옷? 안된다. 자칫 잘못 능력을 썼다간 그 아래에 있는 동월의 피부가 되려 썰릴 수 있다. 그렇다고 안에 방검복을 입고 다니자니 불편해서 움직이기가 불편하다. 두꺼운 종이? 나쁘진 않지만 내구력이 좋지 않다. 구겨지거나 찢어질 가능성이 너무 높다.
>>0 이곳까지 온 이유는 간단했다. 스킬아웃에게 잡혀있는 한 여학생이 있다는 어떤 남자의 말, 단지 그정도라면 저지먼트의 업무 중 하나로서 대충 넘길수도 있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정확히는 스킬아웃이었을 때의 나를 알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나에 대한 소문이야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주로 안좋은 부분에서겠지만 목화고에서도 1학년들을 중심으로 제법 알려져있었으니까, 하지만 고작 그정도의 소문이라면 이렇게 혼란스럽지도 않겠지.
[간만에 오레오에 대해서 좀 들어보고 싶은데, 내가 상황이 썩 좋지가 않거든.]
사설서버에 남겨진 메세지 하나만으로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수 있었다. 누군가 거짓말을 할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아무리 스트레인지가 손길이 닿지 않는 무법천지라 하더라도 감시에서 멀어지기 위해 부러 외진 곳에 자리를 틀고 있었고, 우린 밖에 나가게 되면 보통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으니까, 하물며 오레오라고 하더라도...
알고 있다면 저지먼트 부원들 뿐일텐데... 그럴거라면 차라리 톡방에 남겨두는게 훨씬 더 빠르게 볼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마치 오랫동안 보지 못한 이의 안부를 묻는 뉘앙스로 남길 이유도 없고...
다만 짐작가는 사람이 한명 정도는 있었다.
"아보카도..."
정말 코드네임 그 자체의 외모를 가진 여학생이었다. 아무래도 스킬아웃의 정보를 털어내거나 불법 사이트들을 잡아내는, 소위 말하는 화이트 해커로 활동중이었기에 꽤나 노려지는 인물이기도 했다.
정보를 캐내고, 스킬아웃에게 덜미가 잡히고, 납치당해선 구조를 기다리다가 저지먼트나 안티스킬에게 구해지는 것을 반복하던... ...스스로 말하길 스펙타클하게 사는 사람이랬나?
하지만 분명 그 사건이 일어난 뒤로는 그녀 역시 현실은 물론 넷상에서도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찾을 방도조차 없었는데...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건 아는데~ 일단 나, 잡혀있거든?]
발치에서 토끼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분명 대치하고 있는 스킬아웃들이 아닌, 저쪽의 여학생을 향한 감정이겠지.
어째서인진 몰라도, 오레오는 그녀를 유독 싫어했다. ...사실 싫어할만한 이유로 짐작가는게 몇개 있긴 하지만,
"이정도 인원이면 너라도 충분히 제압 가능했지 않나?"
[그게 말이지~ 여기 완전 정전기 방지 패드로 도배되어있거든~]
그녀는 보란듯이 손가락을 계속 튕겨보였고 기껏해야 손가락 주변으로만 퍼져나오는 스파크를 보고나서야 깨달았다.
물론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서 못달린 각목에 야구방망이에 접이식 칼까지 들고서 흉흉하게 버티고 있던 이들은 그 이상의 대화를 원하진 않았는지 한번에 거리를 좁혀 달려왔고, 당연히 이쪽에서 먼저 튀어나가는 것은 토끼였다.
아무리 저지먼트활동이 이런저런 사건들 천지라 해도 역시 사흘연속으로 스킬아웃 진압은 좀 피곤하려나, 물론 피곤한건 정신적인것 뿐인지 몸은 본능적으로 제 할일을 찾아 누군가에겐 손목을, 누군가에겐 허리를, 누군가에겐 목을 향해 익숙한 흰 물건을 꺼내들어 차례차례 원시의 쓴맛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게 그냥 뼈였다면 별로 아프지도 않고 금방 부러졌겠지만, 의도적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진 세라믹은 내구성도 좋을 뿐더러 행여나 머리에 맞는다면 분명 타박상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휘두르는 주체가 주체다보니 그 힘은 훨씬 더 강할 거고,
나 역시 늘 그래왔듯 너덜너덜해지는건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저 스킬아웃들처럼 동물에게 물린 자국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인공 뼈와 진짜 뼈가 부딪히는 소리는 꽤나 청아하게 울리겠지만, 분명 맞은 이는 뼈도 못추리겠단 말이 확실하게 와닿겠지. 결국 능력자 한명 잡겠답시고 불필요한 돈까지 들였던 불량배들은 예전에도 그랬듯 한명씩 나가떨어졌고... 그중 한명은 떠밀려서 저쪽에 묶인 채 앉아있는 그녀를 덮치듯 나동그라졌다.
[어라? 오빠야, 아무리 그래도 나랑 바로 붙어있으면 곤란하거든?]
난전 속에 운수가 좋지 못한 한명은 반드시 바삭해지기마련이었다.
"그거, 내가 책임져야 하거든?"
[안심해~ 기절만 할정도로 살짝 충격준 거거든~ 저 덩치면 대략 열흘만 보내면 퇴원할수 있을테니 안전범위라고 생각하거든?]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부러 눈길을 돌리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나 슬슬 손목이고 발목이고 아프거든? 도적떼에게 사로잡힌 가녀린 아가씨는 이웃나라 공주님의 도움이 절실하거든~]
"분명히 공주님이라는 말 꺼내지 말라고 했을텐데..."
[꺄아~ 폭력은 반대거든~]
평소라면 저 매를 버는 낮짝에 손자국을 진하게 남기고 싶었지만,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에게 곧장 손찌검을 할 정도로 냉혈한은 아니었다.
대신이라기엔 뭐하지만... 저 끈을 풀어주는걸 대신할 토끼도 있고...
[꺄아~ 풀어주는 척 하면서 확실하게 물고 있거든~ 이거 완전 악의 가득이거든~]
한동안 시간이 지나서야 풀려난 그녀는 묶여있던 부위를 중심으로 동물의 이빨자국이 남겨진 채로 손목을 몇번 매만지고선 어딘가에 던져진 제 가디건을 주워입은 뒤 검은 모자도 먼지를 몇번 털어내어 다시쓰고선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암튼, 구해줘서 고맙거든~ 이번이 38번째인가? 게다가 9개월하고도 2주하고 3일 12시간 44분 27초만에 만나는 거거든~ 완전 감회가 새롭거든~]
"감사인사는 나중에 해, 여긴 쟤들만 있는게 아니니까. 여기 오래 있고 싶지도 않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반갑거든? 넌 내가 싫겠지만, 내 동생 때문에도 널 싫어해야겠지만, 나한테 남은 사람은 너뿐이거든.]
"......"
[그래도 역시 지금 당장 회포 풀기엔 너무 지쳐있거든~ 방금 능력도 거의 한계라서 완전 배터리 오링이거든?]
리라라는 이름을 듣자 불렛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제 4학구의 백광예술여고에 다니는 그녀에게 있어서 리라는 물론이고, 목화고등학교 학생들의 이름을 알 방법은 없었으니까. 물론 딱 두 명은 알고 있었지만, 그 두 명의 이름 중에 리라라는 이름은 없었다. 조금 죄송하다는 듯, 작게 웃어보이면서 불렛은 말을 이어나갔다.
"어머. 저 때문에 흘린 거예요? 죄송해요. 약속을 잡을까 했지만, 그래도 조금 애매한 것 같아서 살짝 찾아온건데... 아하하."
정말로 면목없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괜히 자신의 오른손 검지로 머리카락을 베베 꼬았다. 이어 그녀는 잠시 자리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이야기했다.
"은우 오빠와 세은이는 둘 다 없나봐요? 음. 전에도 왔었는데, 이번에도 없네. 정말로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야하나..."
그래도 이런 것은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불렛은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아. 소리를 내면서 한양에게 이야기했다.
"저지먼트 사람이라고 했죠? 그럼 은우 오빠와 세은이와도 아는 사이일테니까, 혹시 말 좀 전해줄 수 있어요? 나중에라도 말이에요. 그러니까... '경호를 부탁하고 싶다' 라고 말이에요."
"정말로 바쁜 모양이네요. 아. 진짜! 전에도 왔는데 없어서 메모장 남겼... 뭐에요! 이거! 이거, 누가 붙인거예요!! 보이스피싱이라니!"
아주 자연스럽게 게시판으로 다가간 그녀는 게시판에 붙어있는 제 메모장에 붙어있는 메모지를 확인했다. 보이스피싱이라니. 너무해!! 그런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불렛은 제 볼을 크게 부풀렸다가 숨을 후우 뱉어냈다.
한편, 제 요청. 경호를 부탁한다는 그 말에 한양의 답이 들려오자 불렛은 가만히 뒤로 돌아 한양을 바라봤다.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경호인지, 아니면 저지먼트에게 부탁하는 경호인지, 만약 후자라면 배경도 설명해달라는 말과 더불어서 자신이 부부장이라는 말에 불렛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넘버2라는 것일까. 가만히 머리를 굴리던 그녀는 싱긋 웃어보였다.
"저지먼트에게 부탁하는 거예요. 은우 오빠에게 부탁할 것 같으면 바로 전화를 걸면 그만이거든요. 하지만 저지먼트에게 부탁하는 거니까, 어디까지나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후훗."
웃음소리를 작게 내면서 그녀는 잠시 말을 끊고, 살며시 뒷짐을 졌다. 그리고 바로 눈앞까지 천천히 다가간 후에, 살며시 고개를 올려 한양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오른쪽 눈을 살며시 감아 윙크를 보내면서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꼭 얘기해야해요? 제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저, 일단 인첨공에서 꽤 잘 나가는 아이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응?"
마치 유혹하듯, 혹은 애교를 부리듯. 그렇게 눈웃음을 살며시 짓는 모습이 한양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하지만 이내 장난이라는 드싱, 꺄르륵 웃으면서 불렛은 뒤로 불러났다.
"아차차.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또 안했네요.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몰랐을 수도 있으니까. 음. 안녕하세요! 인첨공의 반짝반짝 스타. 그대의 마음에 총알을 빵! 백광 예술 여고 1학년인 불렛... 이름은...후훗. 연보라에요. 물론 불렛도 괜찮고요. 아무튼 사정..."
팔짱을 낀 후에 그녀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4학구에서 15주년 퍼레이드가 있다는 것은 아시죠? 퍼레이드가 있을 그 날에 저도 축하공연으로 일단 무대에 오를 예정인데... 협박장이 날아와서요. '무대에 오르면, 목숨은 보장할 수 없다.'라고 말이에요. 솔직히, 이런 것을 믿고 그러진 않지만, 아니. 애초에 가능할지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그래서 안티스킬에도 이야기는 했지만, 그때 바쁠테니까 저만 가드할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지먼트에도 따로 부탁을 하려고요.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