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세고자 했지만, 저 하늘 위에 별들이 너무 많아 세지 못하고 포기하는 밤이었다. 빈센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저 별들은 해가 뜨면 전부 녹아서 사라지는 별이 아니라, 그저 지구가 자전하고 공전함에 따라 위치가 달라질 뿐, 그 자리에서, 자신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며, 빈센트 같은 평범한 인간들, 어쩌면 이세계에서 왔을 신화적인 존재들조차도 억겁이라 느끼는 시간 동안 계속 남아있을 존재였다. 그리고 빈센트는, 그들의 수명 역시 이 우주에서 흐른 시간, 그리고 앞으로 흐를 시간을 생각해보면 저 별들조차도 우주적 관점에서 빈센트가 만들어내는 불꽃처럼 '찰나'였다.
"..."
어쩌면 빈센트가 만들어내는 이 불도, 어쩌면 수십억 나노초간 존속하는 누군가에겐 억겁의 시간 동안 영원히 불타는 무언가로 느껴지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생각이 너무 많아진 것 같아 강 위의 하늘로 불을 크게 만들어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불이 사라져야 하는데, 찰나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은, 강 위에 남아서 세상을 비추며, 그 상태 그대로 멈춰 있었다.
"...이게 무슨..."
빈센트는 설마 이 근처에서 게이트가 생기나 경계하며 베로니카를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 그때, 주변에 서 있던 한 여자를 발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별이 쏟아지는 밤에 잠깐의 산책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별의 빛이 그 긴 시간을 걸려 오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과거의 빛만을 보고 있다고 하지 않나요.
"그럼 지금 사라진 것이 몇천년 후에나 오겠죠." 그래서 지한은 조금.. 안타까운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불꽃을 발견합니다. 지한은 누구.. 방화범인가? 싶어서 의념을 사용하여 더 번지지 않도록 정지시키려 시도합니다. 시도가 잘 먹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빈센트를 발견하고는 멈칫합니다.
"여기엔 무슨 일이신가요?" 강가의 마른 풀에 옮겨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강둑을 봅니다. 가볍게 폴짝폴짝 뛰어 빈센트 가까이로 다가오는 지한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눈 색이 변해 있군요.
빈센트는 지한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분명히 이 현실에 가능한 눈의 색깔이긴 하지만, 그 눈동자에 담긴 힘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소망, 신념, 결의가 눈동자가 잇어야 할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빈센트는 그 눈을 보고, 이 사람은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온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의념의 힘을 각성하고 그것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헌터임을 눈치챘다. 혹시라도 오해가 생길까, 빈센트는 자기가 하던 것을 말한다.
"불꽃놀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렇게 별이 많은 밤에는 인기가 없지만, 그래도 모두 좋아하는 것이죠."
그리고 손을 딱딱 튕겨, 손에서 불을 일으키며 자신이 의념 각성자임을, 그리고 헌터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빈센트는 상대방에게 돌려서 묻는다. 내 불 저렇게 만든 거, 당신이나교.
"찰나의 아름다움을, 영원으로 승화시킨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만... 혹시, 선생님께서 제 장난에 영원을 담아 예술적 의미를 부여하신 건가요?"
상대방의 눈을 담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는 절대 논할 수 없는 상대방이 보는 것이니까요.
"불꽃놀이는 괜찮지요." 밤하늘을 수놓는 것이 아니더라도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반짝임이 의외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거나 아름답다는 감상을 내리게 하는 걸 지한이 알긴 알겠죠. 그리고는 빈센트의 장난이라는 말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예술적 의미가 아니라. 안전 때문이었습니다." 지한은 의념 속성을 연마한 지 그렇게 오래된 게 아닌 것 같았기에 그냥 놓아두었다 해도 꿈틀거리는 불꽃이 정지상태에서 풀려났겠지만.. 그런 건 말하지 않고 속성을 끊어내려 시도합니다. 아마 성공한다면 불꽃은 정지되었던 순간만큼 한순간에 확 타올라 사라질까요?
"아무래도 신한국의 겨울은 건조해서 불이 잘 번지니." 자신의 의념을 통제할 수 있는 의념각성자이자 헌터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그랬다는 의미처럼 보입니다.
화륵! 상대방이 하늘을 손으로 휘젓자, 멈춰서 움직이지 않던 불꽃이, 자신이 해야 할 임무인 "연소"를 찰나의 순간에 끝마치고 저 하늘에 퍼져 곧 의미없어질 열로, 이산화탄소로, 그리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절대적인 무(無)로 변했다. 빈센트는 지한의 능력을 보고, 불로 태운다는 자신의 직관적인 능력보다 훨씬 복잡하고, 왠지 모르게 불만큼은 아니지만 멋진 능력에 매료될 것만 같았다. 빈센트는 그걸 보고 물었다.
"그건 마법인가요? 아니면 의념인가요? 정말로 멋진 능력이군요. 순간 멈추지만, 주변의 다른 것과는 여전히 물리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니."
빈센트는 그답지 않게 흥분했다. 말뿐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능력이나 신기한 특질들을 만나면 신기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예를 들어, 평소에는 구시대의 귀족처럼 단아하지만, "피를 보면 눈이 돌아가버리는 미친년"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나머지 그 미친년을 구한다는 인생 최대의 실수를 했다던지.) 그러다가 안전이 나오자, 빈센트는 순순히 인정했다.
"아... 그 부분은 인정하지요. 다만, 안전수칙은 지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곳 근처에 마른 풀들이 있지만, 저 불은 주변에 있는 물 위에 둥둥 뜬 갈대에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갈대는 쉽게 타지 않고 타더라도 저절로 무루 속으로 가라앉아서 꺼질 것임을 설명했다. 그러다가, 자기변호가 너무 길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전에 먼저 했어야 할 것을 늦게나마 시작했다.
"멋지다.. 라기엔 눈에 띄지 않으니까요." "멈춰서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지요. 브레이크 같은 것일 따름이니.." 언제까지고 멈춰서게 할 순 없기 때문에 소용이 없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자기변호가 벌어지는 것에는 침묵을 지키다가(분명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입 속에서 고르는 게 분명합니다.) 자기소개를 하자 고개를 끄덕입니다.
"신지한입니다. 빈센트 씨." 레벨은 동일하고요. 라는 말을 하다가 혹시 특별반이시냐고 묻네요. 시간대가 아마 의뢰를 받기 전이라서 그런 걸지도. 아마 특별반에서 본 것 같았다는 인상이 옅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안전수칙에 관한 말을 하는 것에 대답합니다.
"그러나 처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알아차리긴 어려웠지요" 그래도 지켰다니 다행입니다. 딱딱한 어조이기는 하지만. 조금 부드러워졌네요.
빈센트는 지한에게 말한다. 예를 들어서 초고속 카메라로 판별하는 골인 여부, CCTV에 찍힌 범인, 펜싱 경기에서 마지막 타격을 누가 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유동적이라 생각했던 것들, 연기, 화염도 '멈춤'을 만나면 또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찰나의 불과 연기를 사진에 담아서 그 수명을 몇 년이라도 더 늘려보고자 한 시도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사실이고, 빈센트는 눈 앞에서 불이 멈춘 것을 보고, 사진이 아닌 두 눈으로 직접 '멈춤'을 본 것을 보고, 왠지 또다른 아름다움에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안전 문제에 대한 오해도 해결되었으니..."
빈센트는 지한에게, 약간 눈치를 보면서 묻는다.
"이 아름다움을, 좀 더 오래, 잠깐이나마 멈춘 상태로, 여러 관점에서 감상할 기회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간단히 말해, 귀하의 능력을 한번 더 써주시길 간청하는 바입니다. 이번에는 안전이 아니라, 예술을 위하는 셈 치고요."
" 빌어먹게도 똑같더라고. 날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 눈도, 코도, 입도. 심지어 생각하고 말하는 것까지. 하나같이 제 엄마를 닮았어. " " 3년이야. 자식들 내다 버리고 아내의 복수를 하겠다며 돌아다닌지 3년. 근데 이제 내가 아이들에게 돌아간다고 해서. 걔들이 날 받아줄까? " " 아버지. 가족. 피. 그래.. 중요하지. 할매. 근데 할매는 알 거 아냐. 이런 시대에 그것들의 가치가 얼마나 쓸모없는지. 애초에 헌터가 되었을 때 그런 것은 가지지 않는다고 했어. 그런데 혈기에 반했고, 뜨겁게 타올라서. 여기 남은 건 재 뿐이야. 내가 탈 수 있는 시간도 오래 남지 않았어. " " .. 빌어먹을 할망구. 그래. 내일은 애들이랑 성묘라도 다녀오면 될 거 아냐. 알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