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53 이름 없음 (puQbxTE9Y.)

2021-09-29 (水) 02:05:31

>>52 그렇구나, 답변 고마워! 그리고 맞아, 가문 당주의 딸(영애)이라는 설정으로 이어봤어:)

54 이름 없음 (Ks/fepqXnI)

2021-09-29 (水) 02:07:43

>>53 그렇구나! 오케이! 그럼 답레는 내일 올릴게!

55 이름 없음 (puQbxTE9Y.)

2021-09-29 (水) 02:08:54

>>54 알겠어, 내일 보자!:)

56 이름 없음 (Ks/fepqXnI)

2021-09-29 (水) 08:00:24

>>50
건너편에서 걸어오는 여성이 자연히 사내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낯이 익다고 생각한 것처럼, 사내 역시 그녀의 존재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다. 허나 낯이 익다고 해서 바로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던 간 아니었기에 사내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보면 볼수록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그녀와 함께 있는 이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사내는 상대가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당주에게는 딸이 있었다. 6년 전, 저택을 떠나기 전에도 몇 번은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존재를 곧 어렴풋이 떠올리며 사내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예를 갖췄다.

"6년 만입니다. 아가씨. 말씀하신대로 제 모든 것을 바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제 아버지가 그랬고, 제 동생이 그러고 있는 것처럼."

미사어구를 붙이는 대신, 정말로 깔끔하고 담백하게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과 충성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후, 숙인 고개를 들어올리며, 꿇었던 무릎을 다시 펼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다시 한 번 자신의 허리춤에 밀착시킨 후, 사내는 제대로 그녀를 마주했다.

"그간 별 탈 없이 평안하셨습니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묻는, 말 그대로 큰 의미가 없는 안부인사를 하며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다시 고개를 살며시 아래로 숙였다.

"말씀하신대로 시녀장이나 집사장인 제 아버님이 지시한 일에 충실할 생각입니다만, 혹여나 따로 제 힘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검을 배우러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건 모두 이 가문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함이니까요."

/이렇게 이어두고 나는 다시 가볼게! 아마 다음에 잇는 것은 저녁 시간일 것 같아! 그때부턴 자유로우니 텀이 짧을거야!

57 이름 없음 (GaarwqdIiQ)

2021-09-29 (水) 10:40:07

왼쪽 귀, 피어싱 5개.

"진짜. 제발. 무릎 꿇으라면 꿇겠습니다."

오른쪽 귀, 피어싱 6개.

"손만 잡아주면 된다니까?"

타투, 3개.

"진짜 주사 맞으러 가기 싫다고오! 무섭다고!"

곧 눈물이라도 흘릴 듯 애처롭게 당신을 붙잡고 있는 이 사람, 귀에 구멍만 10개 넘게 뚫려있다.

58 이름 없음 (TPUSrHjOL2)

2021-09-29 (水) 11:12:04

" 정말... 어쩔 수 없네. "

귀에 구멍 뚫는 것보단 덜 아플텐데. 주사 맞으러 가기 싫다며 손만 잡아달라는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토닥토닥 가볍게 두드린다. 칭얼거리는 게 조금은 귀엽다고 생각했으니까.

" 내가 같이 가주는 수밖에 없나. 밥 한 번 사렴. "

당신과 같이 병원에 가주고, 손도 잡아주겠지만, 밥도 얻어먹을 요량이다.

" 주사보다 귀 뚫는 게 더 아프지 않니? "

59 이름 없음 (GaarwqdIiQ)

2021-09-29 (水) 11:40:58

"오케, 접수."

"말 바꾸면 3대가 탈모."

태도가 돌변한다. 당신의 팔에 자신의 팔을 얽어 붙들어 매려 한다.

"밥 까잇거... 편의점?"

씩 웃나 싶더니 이어진 질문을 듣고서는 어째 다시 울상이다.

"나도 몰라. 귀에 구멍을 11개 내고 타투를 3번이나 해도 주사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끔찍하고 무섭고 싫고 인생에서 만나고 싶지 않고 다음생에도 보고 싶지 않다."

60 이름 없음 (vqTU038XyM)

2021-09-29 (水) 12:37:44

>>59

" 그런 저주 안 해도 같이 갈 생각이거든?! "

당신의 돌변한 태도에 당황한다. 얼결에 팔을 붙들어 매져서 눈을 깜빡인다.

" 최소 분식집이지. 그리고 요즘엔 편의점이 더 비싸. "

울상으로 하는 이야기를 듣고 픽 웃는다.

" 이번 주사가 올해 마지막으로 맞는 주사도 아니잖아. "

아프거나 피검사할 일 생기면 또 맞아야겠지, 덧붙인다.

" 다음에는 혼자갈 수 있지? "

61 이름 없음 (puQbxTE9Y.)

2021-09-29 (水) 13:02:03

퍽 의욕적인 모양이다. 저만큼 의욕을 보인다면 호위든, 혹시 생길지 모를 자잘한 전투든, 성과를 기대해도 좋으리라. 기대하겠다는 말은 자칫 부담을 줄 수 있으니 높은 의욕을 보임에 치하하는 정도가 적절하겠지... 그 때 샐리가 조금 초조한 낯으로 시계를 힐끔 살피는 것이 보였다. 더 지체하면 안되겠구나. 꼭 레슨이 아니더라도, 귀족으로서 부리는 이를 오래 잡아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집사장의 맏이의 말을 끝까지 들은 마르그리트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열심히 일해주겠다니 고마워요. 그럼, 수업을 들으러 가던 길이니, 이만 지나갈게요. 돌아온 걸 환영해요."

어린 시절이야 신분에 관계 없이 또래라면 함께 놀 수 있었다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에 와서 똑같이 행동하는 것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될 테지. 고용주의 딸이고, 그 이전에 귀족이니. 집사장의 맏이가 비켜서기를 기다리며, 마르그리트는 문득 루로르 가의 영애와 추문이 돌던 그의 호위의 소문을 떠올렸다. 결국 해고당했다지. 우리 가문은 이 자의 일가를 고용하고 있으니, 불미스러운 건으로 이 자가 해고되면 나머지가 처신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나 역시 어린 아이가 아니니, 그에 맞는 처신을 해야지. 경거망동하여 구설수에 올라 앞으로의 일들을 그르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62 이름 없음 (puQbxTE9Y.)

2021-09-29 (水) 13:02:29

>>61 >>56

63 이름 없음 (Ks/fepqXnI)

2021-09-29 (水) 19:59:42

>>61

사내의 눈에 자신이 방금 인사를 올린 여성의 옆에 서 있는 이가 초조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자신이 여기서 인사를 하는 것이 그녀의 입장에선 그리 좋지 못한 것일까 추측하는 와중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수업을 들으러 간다는 그 말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며시 몸을 옆으로 치웠다.

"시간을 뺏은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부디 수업 힘내시길 바랍니다."

초조한 표정을 짓는 이유를 알게 되니 절로 사내의 입에서 사과가 나왔다. 귀족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때로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사내 역시 알고 있었다. 시녀가 옆에 있으니 따로 동행할 필요는 없을테고, 설사 없다고 하더라도 동행하라는 지시가 없는만큼 자신이 멋대로 움직일 순 없다고 생각하며 사내는 고개를 살며시 숙인 다음 인사를 한 번 더 올렸다. 뒤이어 사내의 시선이 시녀 쪽으로 향했다.

"당신도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하는 일은 다르다고 하나, 어쨌든 한 가문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같은 장소에서 일을 할지도 모르는만큼 기본적인 인사를 한 후, 사내는 자신이 어릴 적 쓰던 방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오늘은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며 지시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64 이름 없음 (PKbrUERYyQ)

2021-09-29 (水) 20:45:43

>>63 너참치 답레를 마지막으로 마무리지으면 될 것 같네. 수고 많았어! :)

65 이름 없음 (Ks/fepqXnI)

2021-09-29 (水) 20:56:02

>>64 사실상 그렇게 되겠네. 수고했어!

66 이름 없음 (Ks/fepqXnI)

2021-09-29 (水) 21:07:34

음. 그래도 너무 짧게 끝나버린 것 같네. 혹시 >>49에 새롭게 잇고 싶은 이는 이어줘도 괜찮아!

67 이름 없음 (BSnquSO5H6)

2021-09-30 (거의 끝나감) 00:02:16

>>47

"넹."

원픽 단골 빵집인지 되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그야 부정할 이유도 없으니까. 개인적으로도 많이 들리기도 했고, 월요일 목요일마다 밴드부가 단체로 가서 그 집 봉지빵 재고 3분의 1을 주기적으로 박살내고 있으니까 그 집 내외분도 나까지는 기억 못하더라도 우리 밴드부는 기억하실걸?

"어-" 잠깐 생각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로 권하는데 거절하면 그것도 상대방 무안하게 만드는 일인 것 같다. 왠지 네가 엄청 안절부절못하고 있기에 뭔가 고집부리기 애매한 상황이 되기도 했고. "이거 원래 저녁으로 드시려던 거 아니에요? 나눠 먹어요, 저녁은 적게 먹는 편이라." 정확히는 적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뭐 어때.

"네, 지금도 갈 수 있다는 말이지 지금 말고 나중이라도 좋아요─ 아 그러려면 역시 연락처 교환해야 되나?"

나는 일단 내가 간추려놓았던 노트들이며 학용품들을 내밀었다. 이것들을 정리하려면 빵봉투는 잠깐 어디 한켠에 내려놓아야 될 것 같은데. 일단 정리된 것들을 내밀고, 빵봉투를 받아든 뒤 사라져주는 게 네가 바라는 거겠지만, 나는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고, 일단 이 현장을 깔끔히 정리하고 나야 마음편하게 자리를 뜰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은 이것들 정리 끝내고 나서 마저 이야기해요! 혹시 또 누군가 올라오다 저처럼 자빠질지도 모르고."

# 늦어져서 미안해 8ㅁ8

68 이름 없음 (dbM3CPURus)

2021-09-30 (거의 끝나감) 00:27:38

>>48
먼지투성이 각반을 두르고 있는 그 여행객은 먼 길을 가로질러왔으며, 이 마을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신과 비슷하게 후드를 푹 눌러쓰고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후드의 그늘에 어떤 얼굴이 숨겨져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네요. 다만 망토자락 사이로 엿보이는 가볍고 튼튼한 징박힌 가죽갑옷이나, 허리춤에 권총이 그것도 세 자루나 줄줄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때 단순한 상인이나 여행자는 아닌 모양입니다. 마찬가지로 두건을 머리에 덮어씌운 노새를 끌고, 그 여행객은 멀리서부터 확고히 당신에게 시선을 둔 채로 당신 방향으로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체를 들킨 건 아닌 모양입니다. 당신에게 다가와서 그 사람이 묻기를,

"안녕하세요, 저기 길 좀 물어볼게요."

하고 물어보았으니까요. 아마 당신이 시계공인 줄은 모르고 그냥 평범히 길을 지나가는 사람인 줄로 아는 모양입니다. 당신이 내밀어오는 쪽지를 받고 읽더니, 후드를 눌러쓴 사람은 당신을 바라보며 마저 말을 이어갑니다.

"이 마을에 있는 시계공을 찾아왔는데 혹시 그 시계공이 어디 사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그 시계공에게 꼭 물어봐야 될 게 있어서."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시계공을 찾아온 사람은 맞나 보네요.

"모르신다면 적어도 시계공이 있는 곳을 알 만한 사람이라도 가르쳐주세요. 사례는 해드릴 테니까."

거기다가 시계공을 찾아가겠다는 의지가 아주 분명합니다. 시계공에게 뭘 물어보려고 시계공을 이렇게 찾고 있는 걸까요? 후드 차림의 여행자는 주머니에서 은화 몇 닢을 짤랑짤랑 꺼내보입니다.

69 이름 없음 (N002B.amkM)

2021-09-30 (거의 끝나감) 10:07:02

>>68

히끅. 어떡하면 좋아요, 딸꾹질 소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정체를 들킨 것 같다고 생각해서만이 아니에요. 저는 보고 말았습니다. 허리춤에 달린 권총 세 자루를요. 징이 박힌 가죽 갑옷도 입고 계시다고요! 여행을 하시는 것도, 저희 마을에 방문한 상인 같지도 않으세요. 아무래도 제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것 같아요. 잘못 대처하면 저 권총이 제 머리에 들이밀어 지는 건 아닌지 불길한 상상이 떠올라요.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저런 위험한 물건은, 특히나 시계탑 꼭대기에서 숨어 사는 제가 볼 일은 드물단 말이에요. 권총이라는 건 어떻게 생긴 건지 해체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엄청 무서워요. 무섭다고요! 시계공의 정체는 비밀이었지만, 여전히 비밀이고, 비밀일 예정이에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깜짝 놀라버려서 딸꾹질이 멈출 줄을 몰라요.

그런데 조금 이상해요. 제가 시계공이라고는 생각 못 하시는 것 같아요. 아주 먼 타지에서 오신 것 같은데, 왜 저를 찾는 걸까요? 처음 보는 분께 제가 무슨 원한을 맺었을까요. 사실은 어느 작은 마을의 시계공이 그 실력이 아주 훌륭하더라는 소문이라도 난 거면 좋을 텐데요. 아니면 역시, 이미 제가 시계공인 걸 알고 계시는데 절 떠보는 건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이 마을의 시계공은 시계탑 꼭대기에 살아요. 그런데 심부름꾼인 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으십니다. 물어볼 말씀은 제가 꼭 전달해드릴게요. 사례는 괜찮아요.'

괜히 무서운 상상을 해버려서 손이 떨렸어요. 하지만 최대한 티 내지 않고 침착하게 새로 메모를 적은 것 같아요! 새로운 메모를 드리면서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어요. 딸꾹질 소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아서 곤란하기 그지없었지만요.

70 이름 없음 (Owgf3lIZ8.)

2021-09-30 (거의 끝나감) 15:32:19

>>69
"이게 질문이 꽤 복잡한데다 되도록이면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하는 일이라서요..."

당신이 불안감을 드러낸 걸 눈치챈 건지, 여행자는 은근슬쩍 벨트를 매만져 권총들을 감추려 합니다. 두 자루는 고급스럽긴 하지만 여느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리볼버인데, 한 자루는 탄창이 달린 복잡한 기계식 자동권총이네요. 벨트를 돌려서 권총을 망토 안으로 감추고 나서야 여행자는 말을 이어갑니다.

"그러면 엄청 복잡한 회중시계 하나를 고쳐달라고 온 사람이 있지 않았냐고 여쭤봐 주실래요?"

다행히 시계공을 해꼬지하러 온 건 아닌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말대로입니다. 며칠 전 복잡하고 비싼 손목시계 여섯 개를 회중시계 하나에 다 구겨넣은 것만큼 복잡한 회중시계 하나를 여관 할아버지가 맡긴 적이 있었죠.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서 맡은 것이라고 하면서요.

대단히 아름다운 뚜껑에, 내부 부품도 고급이고 톱니바퀴를 고정하는 나사못 머리 하나마다 예쁜 보석이 박혀있는 아름다운 예술품같은 물건이었지만 왜인지 거의 모든 부품들이 잘못 맞춰져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여관 할아버지는 그 시계를 맡긴 사람의 말에 따르면 금으로 된 큰 톱니바퀴 하나만 뒤집어 끼우면 된다고 했었습니다. 그 사람은 톱니바퀴를 뽑을 만한 도구도 없고 뽑는 방법도 몰라서 여관 할아버지를 통해 그것을 시계공에게 맡겼다네요.

다행히 그 톱니바퀴를 뒤집어 끼워주는 일은 간단했고, 그러니 잘못 맞춰진 것 같은 부품들이 그게 올바른 조립법이라는 듯이 그 모양대로 돌아가기 시작했었습니다.

"마을에 있는 여관 선술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런데 왜인지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많이 익숙하게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 익숙하게 들리는 목소리를 기분 탓이겠지! 하고 넘기면 계속 여행자와 아무런 관계도 아닌 남남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 익숙하게 들리는 목소리를 친구의 목소리로 받아들인다면, 여행자는 사실 시계공의 어릴 적 소꿉친구들 중 한 명이었다는 전개가 됩니다.
# 직접 캐릭터의 입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으셔도 원하시는 전개 방향에 대해 아래쪽에 #을 붙이고 덧붙여 의견 내어주셔도 좋아요.

71 이름 없음 (Owgf3lIZ8.)

2021-09-30 (거의 끝나감) 15:33:26

>>70 추가

"아, 그리고 이것 좀 드세요."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 게 마음에 걸렸던 건지, 여행자는 허리춤 뒤로 손을 찔러넣더니 큼지막한 물병을 건네어 당신에게 내밀어줍니다.

72 이름 없음 (uZ125v8mVQ)

2021-09-30 (거의 끝나감) 19:39:34

>>70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하는 일이라니까 나쁜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되도록이면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하는 일은 선행보다 악행이라고 생각된단 말이에요. 당신의 행동 하나에 신경이 곤두서서,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 이며 반응하는 토끼가 된 것 같아요. 권총들을 망토 안으로 감추신 건 제가 방심하기를 바라고 하신 행동일까요, 아니면 제 딸꾹질 소리의 원인이 그것인 거 같아 저를 배려했을 뿐일까요? 후자이길 간곡히 바라보겠습니다. 권총을 구경하고 싶지만, 특히 유달리 다르게 생긴 편인 복잡한 권총 한 자루가 눈에 밟혀서 자세히 보고는 싶지만 제 급소를 겨눠진 채로 보고 싶지는 않거든요.

'여관 할아버지께서 맡기신 회중시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돌려받으러 오신 거라면 시계 주인 되시는 분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엄청 복잡한 회중시계 하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시계보다는 꼭 보석 같았거든요. 실제로 보석이 박혀있기도 했고, 시계 6개는 나올 것 같은 양의 부품들이 오밀조밀 얽혀있는 것도 신기했고요. 여관 할아버지께 시계를 맡겼다는 분이 수리 방법을 알고 있던 것도 신기했어요! 톱니바퀴를 뒤집어 끼우면 된다는 것을 아는데, 그걸 직접 할 수는 없다니 마치 시계를 다룰 줄은 모르는데 고치는 방법은 안다는 것 같아서요. 심지어 그 방법이 맞았어요! 잘못 맞춰져 있는 것만 같았던 부품들이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래서 그 시계 주인에게도 호기심이 동해서, 주인께서 직접 찾으러 오셨으면 좋겠다고 바라보았는데 정말 이분이 주인 되시는 분일까요? 그 회중시계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아까까지는 조금, 음, 아주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편하게 웃을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방긋 웃으면서 새롭게 메모를 건넬 수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딸꾹질 소리는 여전했지만요.

여관 할아버지께서 시계를 대신 맡기신 것도 그렇고, 여관 선술집에서 기다리시겠다는 것도 그렇고 마을에 이제 막 도착하신 건 아닌 것 같아요! 시계탑 위에서 마을을 구경하는 건 제 일과 중 하나이니까, 당신에게서 이유 모를 익숙함을 느끼는 건 그것 때문일까요? 언뜻 당신을 보았던 기억이 나는 걸지도 몰라요. 당신과 아는 사이였을 지도 모른다기에는, 저는 계속 혼자 살았으니까요. 어릴 때는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요.

나는 당신이 건네준 물병을 두 손으로 쥐었습니다. 딸꾹거릴 때마다 몸은 작게 들썩거렸고, 당신이 나를 죽일 수도 있는 사람이든 시계 주인이든 그건 여간 민망한 게 아니었기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물을 마시기 전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넵니다. 이렇게 친절한 사람인데 아무래도 제가 단단히 오해했던 모양이에요. 당신이 건넨 물을 한 모금 두 모금 들이켰고, 오해가 풀려서인지 물 덕분인지는 몰라도 딸꾹질은 멈추었습니다. 나는 다시 당신에게 물병을 건넵니다.


# 이왕 익숙하게 들리는 것도 같다는 서술이 나왔고 하니 소꿉친구 쪽으로 받을게요!
# 근데 시계공이 사람 무서워하다보니 친구가 있어도 몇 없을 거 같은데... 몇 없는 친구도 제대로 못 알아볼 거 같지는 않고 해서요! 많아도 10대 초반쯤에 헤어졌다구 해두 될까요? :3

73 이름 없음 (Owgf3lIZ8.)

2021-09-30 (거의 끝나감) 21:51:58

>>72

"돌려받...?"

낮게 깔려있던 목소리 톤이 확 올라가며, 좀더 당신이 알던 것에 가까운 목소리가 됩니다...

"코스─아니, 그 회중시계가 아직 시계공의 집에 있나요?"

톤이 올라간 목소리에 화색이 돕니다. 후드 그늘에 가려 얼굴표정이 보이지 않는데도, 왜인지 그 후드 아래의 얼굴이 마치 오늘은 점심 먹고 퇴근해도 좋다는 말을 들은 점원 같은 기쁜 기색이 역력한 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노새가 투레질하는 소리를 뒤로하고, 그 사람은 당신에게서 손을 내밀어 물병을 받아듭니다. 바로 그 순간, 한 움큼 돌풍이 불어젖힙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여행자의 후드의 끈이 풀리면서 후드가 뒤로 젖혀져 버립니다.

"아차."

하고 후드 자락을 붙잡아보지만, 높이 묶어 나부끼는 상아색 금발과 괄괄한 얼굴, 가을 하늘을 한 숟갈 퍼다가 담아놓은 듯한 푸르른 눈동자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옛날, 꼭 저런 상아색 금발과 푸른 눈동자를 하고 있는 친구, '아티' 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당신에게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어느 날 마을에 대상단의 행렬이 잠깐 들렸을 때, 자신은 이 마을을 떠나야 한다고 당신에게 울며 말하고는, 작별을 고하고 다음 날 사라졌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그 친구는 소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앞에 있는 이 여행자는, 단단한 가죽갑옷을 입고 있는데다 잘 발달된 다부진 체격이긴 하지만 여자입니다.

한바탕 돌풍이 지나고, 다시 후드를 덮어쓰고 망토 자락을 여민 여행자는 말을 이어갑니다. 당신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 시계공이 낯을 굉장히 심하게 가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그래서 따로 심부름꾼을 두었다는 것을 납득하는 것처럼요.

"제가 그 시계 주인은 아니지만, 시계의 주인을 대신해서 왔어요."

다시 후드 자락을 여민 여행자는 노새의 고삐를 다시 잡으며 당신에게 아까 대답의 사례로 보여주었던 은화를 내밉니다.

"시계탑까지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그 시계, 잘은 모르지만 아마 상당히 수리가 필요할 거라서 시계공이랑 직접 이야기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아마 저라면 만나줄지도 몰라요."

이상한 것이 조금 있습니다... 이 여행자는 조금 전에 노새를 끌고 마을로 들어오는 언덕을 넘어온데다, 아직 각반이 먼지투성이라 마을 여관에 들렀다 나왔음직한 차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마을 여관에 선술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건 여관에 선술집이 딸려있는 경우가 흔하니까 그렇다 쳐도, 시계에 대한 이야기는, 시계 부품들이 좀 이상하게 짜맞춰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톱니바퀴 하나를 뒤집어 끼워주는 것만으로 제법 잘 돌아갔었는데요... 왜 시계에 '상당한 수리'가 필요할 거라고 단정하고 있는 걸까요?

# 좋아요! ^.^ 시계공의 몇 안 되는 친구였다고 해도 좋아요. 시계공이 내성적인 만큼 받아주시기 힘든 이야기였을 법도 한데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 언젠가 상황극판에서 어렸을 때는 소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장성하고 나서 재회했더니 여자더라, 하는 클리셰를 본 적이 있어서.. 못 알아본 상황에 개연성을 더하기 위해 써봤습니다

# 그런데 시계공이 아티와 함께 지냈을 때도 시계공이 시계를 좋아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x.x 옛날에도 시계공이 시계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면, 다시 돌아온 아티가 이 마을의 시계공이 그렇게 신통하다더라 하는 말을 들었을 때 '네가 정말로 시계공이 됐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을 텐데, 이 부분과 아티의 성별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시다고 하면 말씀해주세요. 다시 써오겠습니다...!

74 이름 없음 (W.So/OXMHQ)

2021-09-30 (거의 끝나감) 22:12:03

>>73
# 지금 확인했습니다! 오늘 안에 답레를 써올 수 있을 지는 몰라서 말씀하신 부분만 우선 답해드릴게요 :3
# 시계공이 어릴 적 남자아이(사실은 여자아이지만)랑 친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소년인 줄 알았다 부분이 조금 걸리네요... 시계공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에 근본적 원인에 아버지가 있다는 느낌을 생각했어서요!
# 시계는 예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시계 뿐만 아니라 기계나 장치류는 전부 다라고 생각합니다.

75 이름 없음 (Owgf3lIZ8.)

2021-09-30 (거의 끝나감) 22:16:09

>>74
# o.O ?! 그 부분이 곤란하다고 하시면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그 친구는 소년이었습니다' 로 시작하는 단락은 빼버리고 답레를 써주셔도 되어요! 원하시면 그 부분을 빼고 답레를 새로 올릴게요.
# 옛날부터 기계류를 좋아했다는 설정 확인했습니다 u.u 감사합니다!
# 답레는 원하시는 시간에 천천히 써주세요!

76 이름 없음 (6jCgXtKcW.)

2021-09-30 (거의 끝나감) 22:57:41

>>75
# 답레를 새로 올리는 수고를 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럼 '여자아이인 줄 알았고 여자아이가 맞았다'로 괜찮을까요? 시계공이 아티를 곧 알아볼 거 같은데 혹시 알아보기를 원치 않으신가 해서요 :3c
# 감사합니다! 못해도 내일 오전 중에는 올라올 거 같아요 :D

77 이름 없음 (Owgf3lIZ8.)

2021-09-30 (거의 끝나감) 23:09:57

>>76 물론 알아보기를 바라고 있어요! ^ᗜ^ 다만 그 전개에 약간 로망이 있었을 뿐... 어렸을 적부터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걸로 해요. 네 느긋하게 기다릴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78 이름 없음 (hg5z56b8Yk)

2021-09-30 (거의 끝나감) 23:50:52

>>73

이상한 일이에요. 계속 익숙한 느낌이 들어요. 이 목소리를 언제 들어본 적이 있었을까요?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들어본 목소리 중에 닮은 목소리가 있는가 봐요. 어릴 때는 누군가와 함께 있었던 것 같다는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는 걸까요? 기억하고 싶지 않아 묻어놓은 어릴 적은 달갑지는 않아요. 우연이겠거니, 기분 탓이겠거니 치부하고 싶지만 그러기도 쉽지가 않네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도중에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고개를 저어서 다른 생각들을 떨쳐내요. 당신의 말에 나는 새로운 메모를 위해 펜을 듭니다. 기쁘게 들리는 목소리에 의아함을 담아 펜을 움직이려고 할 때,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질까 봐 모자를 붙잡았어요. 모자를 붙잡으며 당신의 목소리에 고개가 움직입니다.

"..."

눈이 동그랗게 떠질 수밖에 없었어요. 애써 떨쳐낸 기억이 떠오릅니다. 사라져버린 유일한 친구가 분명하니까요. 네 머리카락 색은 내 눈 색이랑 닮았다고 웃었던 기억이 나요. 아티, 그 이름을 기억합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는다면서도 잊지는 못하고 있던 어릴 적, 그 이유입니다. 이름을 부를 뻔하다가, 소리 내서는 안 되는 연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만 벙긋거리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어요. 또, 친구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때 남겨졌습니다. 또 훌쩍 떠나가 버릴까 무서운 건 기분 탓이 아니겠지요. 나는 네가 울면서 떠난다고 말했을 때 울지 않았습니다. 네가 떠난다는 것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다음 날 네가 사라져버리고, 마을 어디를 가도 네가 없었을 때,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 아무리 찾아도 너를 볼 수 없었을 때에야 눈물이 났습니다. 다시 만났다며 마냥 기뻐하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겁쟁이예요.

'시계는 아직 시계공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시계탑은 잠겨 있지만, 열어 드릴게요. 사례는 정말 괜찮아요.'

이제는 생각할 힘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시계공이 자신을 만나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시계공이 저일 것으로 생각하는 게 분명해요.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까는 그저 오해에서 비롯되어 죽을지도 모른다며 겁먹은 것뿐이었는데, 지금은 말로 다 설명할 수조차 없어요. 엄청 많이 서운하다고 하면 될까요? 나는 내밀어진 은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따라오라는 듯이 발을 옮겼어요. 시계탑으로 향하는 동안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 >>77 자러간 건 아니었어요! 일이 있었거든요 :3
# 시계공 이름은 아티와 연관있게 짓고 싶다는 바람이 있는데 괜찮을까요?

79 이름 없음 (NS8sePuKNw)

2021-10-01 (불탄다..!) 00:34:18

# 앗.. 쓰... 쓰고 계셨어 8-8 미리 말씀드리자면 아티는 베아트리체의 애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80 이름 없음 (NS8sePuKNw)

2021-10-01 (불탄다..!) 00:57:21

>>78

"─고마워요."

후드를 꾹 눌러쓴 채로, 그 키큰 여행자는 고개를 들어 마을을 바라봅니다. 징 박힌 장화가 자박자박, 당신을 따라 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길을 걷는 소리가 납니다. 노새를 끌고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서, 마을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고갯짓이 감개무량해 보인다면 기분 탓일까요? 그렇게 과묵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애써 말을 아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계탑에 도달했을 때... 여행자는 노새의 고삐를 시계탑 옆의 울타리에 매어두면서 시계탑을 올려다봅니다. 그러나 잠시 후 고개를 빼고 시계탑을 찬찬히 살피듯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시계탑에 지금 아무도 없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겠지요. 질문하려는 듯한 태도. 그러나 질문은 꺼내어지지 않고, 여행자는 잠깐 가만히 있습니다...

여행자는 약간 떨리는 손길을 조심스레 들어서, 자신의 얼굴을 여미고 있던 두건의 끈을 풀어젖히고는 두건을 벗어버립니다. 그리고 옅은 금발 머리카락과, 푸르스름한 눈동자를 드러낸 채로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당신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

그러나 뭐라 말은 못 하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하고 싶은 말 수백만 마디가 한꺼번에 치솟아올라 오히려 목구멍이 틀어막혀 버린 듯이.

81 이름 없음 (UtEpT84SUM)

2021-10-01 (불탄다..!) 10:00:31

>>80

말 백 마디보다 행동 한 번이 나을 때가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시선이 시계탑을 향한 후에는 내게 머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어요. 주머니에서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쇠 꾸러미를 꺼냈습니다. 시계탑의 1층 열쇠를 찾기는 쉬워요. 유난히 오래되어 보이는 열쇠를 찾아내면 되거든요. 잠긴 시계탑의 1층 문에 열쇠가 꽂히고, 찰칵 돌아가면 문이 열립니다. 나는 당신을 응시하다가 시계탑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따라오라는 의미였어요. 시계탑이 아닌 곳에서 내 정체를 밝힐 수는 없으니까요. 마을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큰일이지만, 여태 정체를 숨기면서 거짓말한 게 들키는 것도 무서우니까요... 사람을 무서워하는 전 남장을 하고서야 겨우 최소한의 외출을 하는데, 거짓말은 나쁜 거니까요. 제게 안 좋은 감정을 갖게 된 사람들을 마주할 자신은 없어요.

시계탑의 1층에는 제가 만든 도르래 장치가 있어요! 마을에서 가져온 시계들을 공방에 올리거나, 다시 1층으로 내릴 때 쓰기 위해 만들었어요! 마침 마을에 시계를 고쳐달라는 분에게 시계를 받으러 갔었기 때문에, 나무함에 시계를 담아 도르래를 작동시킵니다. 시계는 저보다 훨씬 빨리 위로 올라갑니다. 시계가 무사히 올라가는 것을 보고 도르래를 정지시켜요. 그리고 안경을 벗어요. 다음에는 망토의 후드를 벗고, 그 아래 쓰고 있던 모자도 벗습니다. 분홍빛 머리카락이 아래로 흘러내려요. 구불구불 휘어져 있는 머리카락이 목덜미를 간지럽히면, 저는 이제부터 시계공입니다.

당신이 안쪽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끼면, 눈을 바로 마주칠 수 없어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시선 또한 아래를 향했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오랜만에 만난 네게 그때 왜 그렇게 사라져버렸느냐고 원망할 수는 없겠지요. 그때 얼마나 슬펐는지 말하는 것도 첫마디로 내기에는 부적절해 보여요. 하지만 엄청 서운한데 어쩌면 좋을까요. 하고 싶은 말을 목소리로 내지 못하게 되니 다른 방법으로 새어버리고 말아요.

"안녕."

인사가 제일 무난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사말을 건넸는데, 타이밍 나쁘게도 눈물이 뚝뚝 떨어져요. 아티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안녕'이 아니니까요. 어디 갔었는지, 편지라도 쓸 수는 없었는지, 그런 말들이 하고 싶어요. 제일 하고 싶은 말은 '보고 싶었다'일까요?

# 시계공의 이름은 로빈(Robyn)입니다 :3 베아트리체의 어원을 살펴보니 나그네라는 의미가 있던데, 로빈(Robin)은 울새의 이명이에요. 울새는 나그네새(철새)이구요. 발음은 같지만 철자가 다른 이유는 여성형 이름으로 쓸 때는 Robyn 쪽을 쓰는 거 같더라구요.
# 애칭은 생각해두질 않아서 아티가 로빈에게 애칭을 썼다면 맘대로 지으셔도 됩니다 :3

82 이름 없음 (8jko9u3I2A)

2021-10-01 (불탄다..!) 11:41:48

>>81

여행자는 당신의 의중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이 기꺼이 당신을 따라옵니다. 아까까지 흙바닥 위에서도 뚜벅뚜벅 하고 뻐기듯이 큰 소리를 내던 징박힌 장화가 시계탑 안의 마루로 올라올 때에는 괜히 그 소리를 죽이고 맙니다. 마루에 올라서자, 여행자는 이젠 더 거리낄 것도 없다는 듯 먼지투성이 망토를 끌러내렸습니다. 움직이기 편한 바지에 각반, 징 박힌 가죽갑옷에 두꺼운 장갑, 허리춤에 권총 세 자루와 총알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차림새. 갑옷 여밈에는 조그맣지만 정교하고 섬세한 인장이 박혀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머리 셋 달린 사자와, 교차된 두 자루 검 위에 놓인 말발굽... 황실 기병대의 인장이네요.

그런데, 분명 자신은 황실 근위기병대로서 임무를 받아 도난당한 코스모드롬 열쇠를 찾으러 왔을 텐데... 자신의 용건은 그뿐이었을 테고, 이 곳은 고향 땅 이전에 임무 지역인데... 분홍빛 머리카락을 풀어내린 당신 앞에서, 직함과 임무는 망토와 함께 벗겨져 버리고 여행자는 그만 아티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때와 똑같은 밀색의 금발을, 그때와 똑같이 머리 뒤쪽 높은 곳에 질끈 동여매고, 그때와 똑같은 활기찬 미소가 어울리는 선머슴애 같은 얼굴이 감정을 있는 힘껏 붙들어매려 용을 쓰는 표정으로 일그러져서는, 그때와 똑같은 파르스름한 눈동자를 당신에게 마주한 채로요.

"로비."

그때보다 다부지게 성장한 어깨며 크게 웃자란 키며 실용적으로 차려입은 갑옷이며 다 소용없습니다. 각오도 했는데, 마음의 준비도 했는데, 당신이 그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자기가 자기 스스로 입에 올린 당신의 호칭 두 음절에 그게 그만 와르르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분명 그때는 울며불며 이별을 고하는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던 당신에게, 자신마저도 그렇게 소중한 친구가 되지는 못했었던가 하고 더 서럽게 울었었는데.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었던 여행길을 섭섭함에 눈물로 물들였었는데. 지금 눈물을 툭툭 떨어뜨리는 당신의 모습에 그만 이제서야 아티는 왜 당신이 미처 눈물을 흘리지 못했었던가 깨달아버렸습니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나오는데, 도무지 그때처럼 울어버릴 염치가 없어서. 혼자서 울어버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떠나버린다" 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당신에게 채 못다 전하고 떠나버려서. 아티의 눈시울도 뜨거워 옵니다. 그러나 아티는 떨리는 손으로 장갑을 조심스레 벗고는, 갑옷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어서 손수건 한 장을 꺼내서 당신의 눈물을 먼저 닦아주려고 합니다.

"...보, 고 싶었어..."

아티는 뭔가 말했습니다. 울음소리와 섞여서 어금니 사이로 뭉개져 나온 소리라 잘 들릴지는 의문이지만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어림짐작은 했지만 정말로 일어날 줄은 몰랐고, 결국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회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83 이름 없음 (XhfRc35nDo)

2021-10-01 (불탄다..!) 15:30:14

>>82

마을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간 적이 없고, 혼자가 된 이후로는 시계탑에 숨어지냈어요. 그런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인장이라면, 분명 황실의 것이겠지요. 나는 그날로부터 무언가 성장한 게 없는 것만 같은데, 아티는 아닙니다. 황실의 명을 받을 정도로 멋지게 나아간 모양이에요. 저는 여전히 사람을 무서워하고, 시계를 비롯한 기계와 장치들을 좋아할 뿐이라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제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걸지도 몰라요. 분명 지금 아티의 옆에는 같은 인장을 새기고 다니는 동료들이 있을 테고, 당연히 저보다 더 멋진 사람들이겠지요. 저는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습니다. 오늘 하루, 이 순간만 지나가면 수많은 어제와 같은 내일이 찾아올 테니까요.

로비, 제 애칭입니다. 아티가 떠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이지요. 분명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는데, 잊고 있던 애칭으로 한 번 불렸다고 흔들리고 맙니다. 사람과 워낙 거리를 두고 지내서 그런 걸까요, 아티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혹은 둘 다 일지도 몰라요. 속이 울렁거리고, 눈물은 뚝뚝 떨어지고, 울음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이를 꼭 물었습니다. 나는 네가 우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시계는 위에 있어."

여전히 제 시야에 담기는 풍경은 시계탑의 1층 바닥입니다. 그마저도 눈물방울에 일렁거리고 있어 본다고 말하기도 민망해요. 눈물을 훔쳐내려고 했어요. 아티는 그 회중시계를 주인에게 가져다주러 온 것이겠지요. 아티가 왔다는 건 아마도, 황실의 사람 중 하나가 그 시계의 주인일 거예요. 그러니 시계를 돌려주면 이 만남은 끝이 날 거로 생각해요. 더 아프기 싫다면 지금 아픈 선택을 하는 게 맞을 거예요. 그런데 내 눈물이 내 손에 닿지 않았습니다. 아티의 손수건이에요.

그런데도 나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쓴 것을 먹기 전에 단 것을 한 입이라도 먹었다면, 더욱 쓰게 느껴지는 걸 아니까요. 울먹이는 목소리가 떨리면서 담은 말은 시계에 관한 이야기뿐입니다. 제 행동도 그러합니다. 손수건이 눈가에 닿았을 때는 놀라서 아티를 바라보았지만, 다시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어요. 그리고 아티의 손을 밀어내려고 했습니다. 추운 것도 아닌데 손에 힘이 들어가지를 않고 오히려 떨리는 것까지 보여요. 그래도, 난 손등으로밖에 눈물을 훔치지 못하겠지만 아티의 상냥함을 받을 자신이 없어요.

# https://picrew.me/share?cd=ki9EKU6mZN
# https://picrew.me/share?cd=gWqh19pD3w
# 로빈은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아래는 남장하고 다닐때구요 :3

84 이름 없음 (4/aAKXPO1M)

2021-10-01 (불탄다..!) 18:28:10

>>83

계획에 없던 재회인 것은 맞습니다. 임무를 다 끝마치고 나서 번듯한 모습으로, 빳빳하게 다린 제복에 반짝반짝한 인장을 차고, 로비가 잘 기억하고 있을 아티의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재회를 하고 싶었죠. 이번 임무만 끝나면 수도 의무복무기간이 끝나고, 그러면 파견근무를 신청해 보안관 직책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대상단을 따라 나선 방랑길 위의 기구한 운명 사이에서 마침내 자신의 삶에 대한 제어권을 되찾은 시점에서, 아티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아티가 정확히 바라고 있던 것은 재회 그 자체였습니다. 고향 땅으로 돌아와서, 아직도 당신이 자신을 소중한 친구로 여겨주고 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만일 소중한 친구였다고 한다면 관계를 복원하고 싶었고, 소중한 친구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그러면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죠. 고향 땅을 떠나간 이후 이런저런 괴로운 일도 많았고 즐거운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만, 그 가운데에 반짝반짝 남아있는 행복했던 날들을 꼭 쥐고 버틸 수 있었기에.

누가 뭐래도 아티의 어린 시절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겨져 있는 순간들에는 모두 당신의 모습이 한가운데에 빠짐없이 아로새겨져 있었거든요.

"시계 이야긴 좀 있다가 해."

자신의 손을 밀어내는 당신의 손길에 실린 떨림이 옮겨붙은 걸까, 자신을 밀어낸다는 사실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충격이었는지 아티의 손이 움찔합니다. 그렇지만 물러서지는 않습니다. 물러설 거였다면 애초에 후드를 벗지도 않았겠죠.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기병대원 베아트리체가 아니라 아티이기로 결정했습니다.

"편지, 두 번 보냈는데... 못 받아봤어?"

당신이 모르는 사실과 아티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사실은 아티가 당신에게 편지를 쓴 적이 두 번 있다는 것이고, 아티가 모르는 사실은 자신이 쓴 편지가 불행한 우연으로 두 장 모두 다 당신에게 닿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죠.

그래서 고향에 돌아올 때는 조금 체념을 했었습니다. 아마 로빈은 자신을 그렇게 친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오히려 홀가분하게 서로 사무적으로 코스모드롬 열쇠의 행방에 대해서 묻고 그걸 계속 쫓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그런데 왜 지금 당신은 이렇게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을 붙들고 있는 걸까요. 당신이 자신에게 매어놓고 있던 감정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 걸까요. 자신이 당신에게 갖고 있던 감정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왜 우는 거야."

결국 먼저 눈물을 쏟은 쪽은 아티였습니다.

"로비."

내가 돌아왔다고, 보고 싶었다고, 여기까지 돌아오느라 나 정말로 고생 많이 했다고-솔직히 그 고생 아직 안 끝났다고, 너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았냐고, 울지 말라고, 아니 울고 싶으면 울어도 좋다고, 날 밀어내지 말아달라고... 모든 말들이 눈물로 뭉뚱그려져, 결국 입에 올리는 것은 눈물에 떨며 당신을 부르는 말뿐입니다.

# 이것은 여신님같이 예쁜 로비의 픽크루를 보고 산화해버린 참치의 흔적......

# https://picrew.me/image_maker/1256467/complete?cd=EoIqyodsz2
# https://picrew.me/image_maker/43267/complete?cd=ica8gn6Lhn
# 답레를 다 써놓고 픽크루를 뒤지고 다니느라 시간을 엄청 허비했어요 8.8
# 베아트리체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만든 픽크루에요. 위와 아래 픽크루가 상이한데, 전체적인 색상이나 조형은 위쪽이 조금 더 비슷하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래쪽은 색상이 아쉽지만 아티의 평소 복장이나 표정이 잘 살아있어서 가져왔어요.

85 이름 없음 (faI3PHUMuo)

2021-10-01 (불탄다..!) 20:07:06

>>84

"시계 때문에 온 거잖아."

모나게 구는 데는 자신이 없어요. 특히 친구에게는 더욱더 그렇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갑자기 떠났다가 갑자기 돌아와서는 눈물짓는 친구에게 쌀쌀맞게 굴면,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오해를 살지도 몰라요. 네가 내게 너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네 빈 자리가 너무 아파서 그렇다고 하면 이해해줄까요? 나는 다시 그런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이길 바라요. 누군가 함께하는 시간에 익숙해지면 다시 혼자가 된 나는, 아마도 두 번은 이겨내지 못할 거 같아요. 떨려오는 두 손을 서로 맞잡았어요. 손이 차갑습니다. 손 위로 떨어지는 눈물이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가 보낸 편지가 있었다면, 시계공이라는 내 책임도 뒤로 하고 답장을 썼을지도 몰라요. 초침이 째깍거리는 시간이 1초 느려지고, 2초 느려져도 모르고 네게 보낼 편지를 썼을 거예요.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연락할 방법이라도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작은 원망이 솟았어요. 눈을 깜빡일 때마다 눈물은 새로 맺혀 데구룩 떨어지고, 너를 잠깐 밉다는 듯이 쳐다보았습니다.

"...안 알려줄 거야."

정말 네게 못되게 굴려면 울어서는 안 되는데, 마음대로 되질 않습니다. 네가 눈물을 쏟는 걸 보니 참으려고 해도 잘되지 않았어요. 울음을 너무 참아서 머리가 아픈 것 같은 기분까지 들어요.

"또 떠날 거면서."

생각하는 것과 말로 담는 것은 달라요. 네가 떠날 거라고 생각만 하는 것과 내가 스스로 소리를 내 그 사실을 확정 지어버리는 것은 다릅니다. 네가 이렇게 왔다가 떠나리라 생각하면, 입술을 최대한 꼭 깨무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시계탑에서 엉엉 우는 소리가 난다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예요. 시계탑은 언제나 예쁜 종소리만 내었으니까요.

# 아티가 더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 괜찮으시면 로빈이 앞머리 가르마를 탄게, 아티를 따라한 거라고 해도 괜찮을까요? 아티가 떠난 후부터요 :3

86 이름 없음 (4/aAKXPO1M)

2021-10-01 (불탄다..!) 21:32:03

>>85

"...맞아, 그 시계 일을 마치면 정말로 여기 돌아올 수 있으니까."

어렸던 시절, 어머니는 항상 자신에게 자신의 아버지는 대상단 소속의 상인이라는 말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죠. 친아버지를 따라 상단 행렬과 함께 떠나기로 아티의 어머니가 결정했을 때, 어린아이일 뿐이었던 아티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대상단에 편지를 보내는 방법이야, 상인 길드에 문의해서 해당 상단의 중간 기착지에 미리 편지를 보내두면 나중에 기착지에 도착한 캐러밴 행렬이 편지를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 대상단의 이름을 모르는데야 어쩔 수 없죠. 거기다 그 당시에는 아티도 당신도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뒤늦게나마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 아티가 당신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상인 길드의 물류창고에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그 편지는 그만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통도?"

당신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아티는 억장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반문했습니다. 왈칵 눈물이 새어나갑니다. 당신과 자신의 눈에서 왜 이렇게 뜨거운 눈물이 치솟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겠고 당신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친구끼리 만난 거라면 너 왜 이렇게 변했어- 이건 그대로네-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터놓고 잡담이나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가슴 한가운데 맺혀 있던 응어리가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은 이 고통은 뭘까요. '둘도 없는 친구' 라는 꼬리표를 달고 마음 가운데에 모셔둔 당신에 대한 기억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어쩌면 친구간에 가질 수 있는 마음보다 더 무겁게 더 깊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나 봅니다.

아티는 당신의 손에 붙들린 손 대신에 다른 손을 뻗어 당신의 눈물을 어떻게든 닦아주려 합니다. 막지 못할지언정 닦아주고라도 싶어서요. 내가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거야? 하는 반문이 턱끝까지 차오릅니다. 그렇지만 그런 불확실한 말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아서 삼킵니다. 자신은 돌아왔고, 이제 다시 계속 돌아올 셈이니까요. 자신이 돌아오는 의미가 당신에게 남아있다면.

"나 돌아왔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헤어짐이 있으면 재회가 있습니다. 이제 자신은 열 살 조금 넘은 꼬맹이가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가진 한 명의 당당한 성인입니다. 이젠 기약없이 사라지지 않아도 됩니다. 돌아올 방법도 권리도 있습니다. 어디로 편지를 보내면 되는지, 어떻게 연락하면 되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모두 이야기해줄 수 있습니다.

"내가,"

그리고 다시 돌아올 거야. 이번엔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야. 와글와글, 당신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막고 싶어하는 말들이 혀끝에서 들끓습니다. 그렇지만 아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조금 다른 말이었습니다.

"내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지."

아티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미안해."

# '어릴 적 친분' 한 마디로 이런 관계성이 뚝뚝 떨어질줄은 몰랐어요...................(무한점)
# 과찬의 말씀을... 8-8 로빈이 너무 예뻐서 아티도 어떻게든 로빈과 어울리게 해주려고 노력했어요.. 앞머리 가르마라, 두 사람 눈물이 그치면 아티 입으로 한번 언급해봐야겠네요 uu 좋아요!

87 이름 없음 (SuIiylNlM2)

2021-10-01 (불탄다..!) 22:29:02

하늘 위에서 은은하게 비치는 달빛은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조용한 공터는 그를 위한 무대였다. 낮엔 아이들이 놀이터로 사용하는 그 공터 부근엔 민가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민가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었기에 소년은 마음껏 자신이 들고 있는 바이올린을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연주할 수 있었다.

고요한 바이올린 속에 달빛이 녹아내려 은은한 분위기를 풍겼다.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은은한 밤풍경을 연주하듯 소년의 손이 느긋하고 천천히 움직였다.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잔잔하게 울리는 것이 그야말로 '밤'이었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군가가 연주해서 이미 존재하는 곡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을리라. 그저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멜로디를 이어나가며 소년은 조금은 서늘한 밤공기 속에서 투명한 입김을 약하게 내뱉었다.

그 입김소리조차 연주에 방해되지 않게 조절하며 소년은 몸을 뒤로 돌려 달빛을 뒤로 했다. 날개뼈까지 내려올 정도로 묶어내린 머리카락이 달빛에 살며시 비쳐졌고 바람의 움직임에 천천히 흔들렸다. 연주하는 손과 비슷한 템포로 천천히 흔들리는 가운데, 멜로디는 조금 크게 바뀌어가며, 마치 구름이 달을 가리듯 조금 어두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어두컴컴한 밤을 연상하듯 침울한 멜로디가 울리는 듯 했으나, 그것도 잠시. 구름은 지나가고 달이 다시 세상을 비추듯 멜로디가 다시 고요하고 잔잔하게, 밝은 어조로 바뀌었다.

멜로디를 자유롭게 바꿔가며 연주하는 것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누군가가 근처를 지나가는 것조차 소년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연주에 녹아내려, 그것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너무 뜬금없는 전개라던가, 민가가 주변에 없다고 한만큼 밤에 잠 못자게 왜 연주하냐고 화내는 그런 것만 아니면 어떤 전개로 이어줘도 괜찮아! 꼽주는 것만 아니면 진짜 오케이!

88 이름 없음 (mWeVaVU15o)

2021-10-01 (불탄다..!) 22:51:18

>>86

"...돌아와?"

나의 유년 시절은 아티를 제외하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투성이였어요. 그마저도 아티가 홀연히 사라져버려서, 좋은 기억조차 떠올리고 난 후에는 아프기만 할 뿐이라 빛이 바래어도 다시 꺼내 보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어머니가 말도 없이 떠나갈 정도로요. 아티가 떠나가고서 슬픔에 빠져 울고 있던 나를 돈이 궁해서 팔아넘기려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다행히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시느라 깨어 계셨던 시계공 할아버지가 팔려 가던 상황을 발견해서 다행이었어요. 시계공 할아버지는 제 값을 치러주었고, 나는 그 빚을 갚기 위해 할아버지의 조수가 되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를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그때의 어린 나, 로빈은 그대로 팔려 간 줄로만 알고 있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면 아버지에게도 들키게 됩니다. 나는 그래서 시계탑에 숨어들었어요. 할아버지는 가족보다 따스했고, 시계는 언제나 좋아하는 것이었으니 괜찮아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네 목소리가 돌아온다고 말하니 서러움이 넘쳐흐를까요? 너와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걸까요.

네 이름을 불러도 괜찮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분명 소리를 내 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거예요. 억지로 메꾸었던 네 자리를, 다시 네가 들어올 수 있도록 비워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편지 안 써도 돼."

눈가에 네 손이 다시 닿았습니다. 나는 이번에 다가온 네 손길은 밀어내지 않았어요. 이제는 모난 소리를 할 수 없어요. 널 밀어내는 것도 너무 아파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보자고요.

"편지 쓰지 않아도 괜찮도록 떠나지 마."

말도 안 되는 응석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지금 아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아티가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을 뿐입니다. 다만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 것 같으면 참아내면서 목소리를 내느라 온전히 전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티가 다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말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좀 더 의젓하고 멋진 사람이었다면 떠나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요.

"...보고 싶었어. 많이 보고 싶었어."

"다시 로비라고 불러줘서 기뻐."

"널 다시 부를 수 있어서 기뻐,"

엉망진창, 두서없는 문장들의 나열입니다. 내가 지금 엉망진창이기 때문일 거예요.

"아티."

웃어버렸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여전히 눈물이 눈가에 맺히고 있으면서도 웃는 것 또한 엉망진창에 포함되겠지요.

# 저도 생각보다 엄청 깊은 관계성이 나와서 얼떨떨해요... 시계탑에서 히키코모리처럼 지내는 시계공 설정이 생각났던 것 뿐이라 :3
# 너무 멋진 황실 기병대원인데 지당한 말 아닐까요...
# 로빈 묘사가 적어서 픽크루라도 가져온 건데 외형적인 부분에서 답레에 필요한게 있으시면 편히 물어봐주세요!

89 이름 없음 (4/aAKXPO1M)

2021-10-01 (불탄다..!) 23:01:16

>>89
# (로빈의 아버지 설정에 분노와 슬픔과 안타까움이 뒤범벅되어 눈물을 쏟아낸 나머지 빼빼 말라버린 채로 자기 눈물에 휩쓸려가는 멸치)
# ...사실 처음에 답레 쓰기 시작할 때는 모험과 악당세력과 퍼즐과 보스전이 마련되어 있는 코스모드롬 레이드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전개가 달콤쌉싸름해져버렸어요... 오히려.. 오히려 좋아

90 이름 없음 (4/aAKXPO1M)

2021-10-01 (불탄다..!) 23:48:03

>>88

"응."

당신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고개를 힘있게 끄덕입니다. 아직 돌아오기 위해 건너야 할 단계가 조금 남았지만, 원래는 그 모든 단계를 다 건너고 나서야 당신에게 돌아오려고 했지만, 그들이 코스모드롬 열쇠를 맡긴 게 하필이면 이 주에서 가장 솜씨좋은 시계공으로 소문난 당신이었기에. 베아트리체는 손을 내밀어 당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려 해봅니다.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뚝딱뚝딱대며 장난치는 걸 좋아해 손끝이 곱지는 않았지만 못본 새 더 거칠어졌네요. 베아트리체는 당신의 손에 꼭 쥐여있는 다른 손에서 손수건을 받아들어 그것으로 눈물을 닦아주려 합니다. 눈가가 쓸리면 아플 테니까요.

"응, 응."

"나 다녀왔어, 로비."

"나도, 정말로 보고 싶었어."

해야 하는 말이 남아있지만, 베아트리체는 당신의 말에 아니라고 대답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욕심껏 말하는 것처럼, 그녀 역시도 욕심껏 대답하고 싶었으니까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선명하게 행복한 나날들이 당신의 얼굴에서 빛나고 있었기에.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함께하는 나날을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이 너무도 눈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기에.

베아트리체는 손을 들어서 가죽갑옷의 앞섶을 툭툭 끌렀습니다. 가죽갑옷에 징이 박혀있는 이유는 가죽 아래에 쇳조각을 고정시켜두기 위해 박아둔 거라서, 그 갑옷을 입고 있으면 누군가를 안아주기엔 너무 차갑고 딱딱한 품이 되니까요. 갑옷 아래에 받쳐입는 누비옷도 썩 부드러운 재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갑옷보단 나을 것 같아서.

"응."

아티. 하고 당신이 부르는 소리에 베아트리체는, 아티는 양 팔을 활짝 펼쳐보였습니다. 그렇게 편한 품은 아니지만, 이나마 당신이 눈물젖은 얼굴을 마음껏 기댈 수 있도록요.

황실 기병대원 베아트리체 중위가 있던 자리에는, 벅찬 감정에 웃는 얼굴로 울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아티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 외형 묘사는 픽크루만으로 충분해요! 오히려 픽크루 가져와주셔서 고마워요... 아티에 대해서도 답레를 쓰실 때 필요하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마음껏 질문해주세요.

91 이름 없음 (/jytqmL.Kg)

2021-10-02 (파란날) 00:30:26

>>88-90

# 12시 이후에 주시는 답레에 대해서는 제가 답레를 쓰지 못하고 잠들어버릴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릴게요 @ᗜ@

92 이름 없음 (r/K2sEWxto)

2021-10-02 (파란날) 09:44:34

>>90

감정을 쏟아내는 건 오랜만에요. 받아줄 사람도 없었고, 꺼내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어설픕니다. 누군가 눈물을 닦아준 적이 손에 꼽을 거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고 있다 보니 히끅거리는 소리만 납니다. 그만 울어야 하는데, 아티도 울고 있는데도 내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데, 아무리 차분하게 생각해보아도 쉽지 않아요. 둑이 무너지면서 쏟아지는 물살은 너무나도 거센 모양이에요. 이대로라면 손수건이 내 눈물로 다 축축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상단이 마을에 올 때마다 널 찾았어."

네가 작별을 고한 날은 대상단의 행렬이 마을에 찾아온 날이었으니까요. 마을에 상단이 온다고 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계탑 밖으로 한달음에 달려 나갔습니다. 상단뿐만이 아닙니다. 시계탑 위에서 마을 어귀를 바라보고 있자니, 외부인이 오는 것 같다 하면 작은 기대를 품고는 했습니다. 너를 지금에서야 만났다는 건, 여러 번이나 품고 말았던 크고 작은 기대들이 다 무너졌다는 뜻이지요. 이제는 기대조차 하지 못할 때 네가 돌아왔어요.

분명 네 편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네가 떠나고 얼마 안 되어서 내가 시계탑으로 숨어버렸기 때문이겠지요. 아버지를 다시 마주할 용기가 있어서, 원래 살았던 그 집에서 너를 기다렸다면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티에게 이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에게 좋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는 없겠지요. 마을 사람들이 아티를 알아본다면, 그리고 어린 로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너도 알게 되겠지만요. 그러니까 굳이 앞당기지 않기로 해요.

"...?"

나는 아티가 팔을 벌리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앞섶이 풀려있습니다. 갑옷이 불편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더워서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옷이 혼자 풀린 걸까요? 깜빡거릴 때 떨어지는 눈물을 훔치고, 아티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그때 아티가 무슨 이유로 팔을 벌리고서 있는지 깨달았어요. 나를 안아주려고 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아닐 수도 있지만요. 내가 아티한테 안겨도 괜찮은 걸까요? 누군가를 안고, 안아주고 했던 것도 오래된 것 같아요.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다가가지를 못합니다.

# >>89 아버지는 마을에서 추방당했으니 괜찮아요! 시계공 할아버지가 로빈 몰래 해결해버렸어요.
# 모험과 악당세력과 퍼즐과 보스전이 하고 싶으시면 하셔도 괜찮아요 :3
# >>91 저는 텀이 널뛰기를 해서... 그래도 밤 늦게는 아마 자고 있을 거 같네요.
# 어렸을 때는 아티랑 로빈 키가 엇비슷했을까요? 지금 아티는 키가 크다고 해서 로빈보다 크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엇비슷했었다 하면 안게 됐을 때 키 차이에 로빈이 놀랄 것 같아서요.

93 이름 없음 (/jytqmL.Kg)

2021-10-02 (파란날) 12:18:15

>>92

"내가 열여덟 살이 되는 해쯤에 내가 살던 마을에 방문할 예정이었어. 그런데 상단이 좀... 잘 안 풀렸어."

아티를 데려간 그 상단은 정말로 커다란 상단이었습니다- 3개 대륙과 2개 대양을 오가는 기나긴 상로를 갖고 있었기에, 한 번 상로를 일주하는 데에 6년에서 8년이 걸리는 상단이었죠. 그렇지만 당신이 그 대상단의 상호를 알았더라면 오히려 그 기대가 더 아프게 무너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티를 데려간 대상단은 몇 년쯤 뒤에, 다시 이 마을로 돌아올 수 있게 되기 전에 이런저런 비리 사건과 불행과 도적떼의 습격에 휘말려 많은 것들을 잃은 나머지 해산했거든요.

"그래서 그냥 내 발로 왔어."

그렇지만 이제 지나간 일들에 매달려 과거의 고통을 붙들고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비록 너무 늦어 당신의 기대가 다 무너지고 난 뒤에야 뜻밖의 재회를 하긴 했지만, 그 모든 역경과 희박한 가능성을 딛고, 아티는 그때 그 시절의 금발과 푸른 눈을 간직한 채로 당신에게로 돌아왔으니까요. 아티도 자신이 늦었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이 낯선 이국의 하늘 아래에서 당신이 있는 고향을 애타게 그리고 있었던 만큼이나 당신 역시도 자신을 애타게 기다렸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아티는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생각지도 않고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습니다.

"..."

정말 왜 그래, 안아주는 법도 잊어버린 것처럼. 당신이 어쩔 줄 모르고 바라보고 있자, 아티는 갑옷을 아예 훌렁 벗어버리고 갑옷 아래 받쳐입는 누비옷까지 벗어서 한구석에 철걱 부려놓습니다. 밖에 나다니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별다를 바 없어보이는 튜닉 차림이 되어서야 아티는 다시 양 팔을 벌리고 당신을 끌어안아줍니다. 옛날에는 키가 엇비슷했는데, 이젠 키차이가 꽤 나서 당신이 푹 안기는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보다도 더 탄탄해지고 단단해진 품이지만, 따뜻한 건 변하지 않았네요.

생각해보면 항상 먼저 다가가서 끌어안는 쪽은 자신이었지, 하고 아티는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뭔가 우울해하거나 외로워하는 것 같을 때마다 이렇게 당신을 안아주곤 했었죠. 이번에도 우는 당신을 달래주고 싶어서 안아주려고 했는데 왜인지 이번에는 자신이 응석부리는 모습이 된 것 같습니다.

# (아티가 로빈네 아버지에게 수정펀치를 날리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급히 지운다)
# 본격적으로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로빈주가 원하시면... uu 지금은 조미료 느낌으로, 필요한 곳에 조금씩만 덧붙여볼게요.
# 어렸을 적에는 두 사람의 키가 엇비슷했거나 아티가 조금 더 작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의 아티는 약 182센티미터 정도에요. 상당한 장신이죠...

94 이름 없음 (IKmnsJTDfw)

2021-10-02 (파란날) 23:12:39

>>93

"와줘서 고마워."

"잊지 않아 줘서, 보고 싶어 해줘서 고마워."

투정 부리고, 욕심부린 다음은 고마움을 표현했어요. 나는 이 작은 마을이 내 세상의 전부지만, 네가 아는 세상은 더 커다랗고 반짝반짝 빛날 거에요. 그런데도 아티는 작은 마을과 마을보다 더 작은 어릴 때의 나를 기억해준 거예요.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로 작은 것 같지만요. 몸도, 마음도 전부 다요. 아티는 쑥쑥 많이 자랐어요. 내가 너무 작아서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까까지만 해도 일부러 못되게 굴던 나인데도요. 내가 아픈 게 무서워서 네게 상처 주기를 선택해버렸는데... 아티를 바라볼 염치가 없어요. 아티의 눈을 몇 번이나 바라보았을까요? 분명 아티의 눈보다, 떨어진 아티의 눈물이 만든 자국을 더 많이 보았을 거에요.

나도 아티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요. 하지만 난 손수건도 없고 고작해야 옷소매뿐이에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자니, 아티가 옷을 벗어버리고 있어요. ... 아티가 나를 안아주려고 했단 건 착각이었나 봐요. 아무래도 아티는 그저 더웠을 뿐인 거 같아요!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요,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거려요. 안 그래도 많이 울어버려서 눈가에 열이 오른 게 느껴지는데 더 심해졌어요. 어릴 때는 아티카 안아주고는 했지만, 지금은 다 컸으니까요. 그때처럼 아티가 안아주려고 한 거라고 혼자 착각이나 하고, 정말 바보 같아요.

"?"

그런데 아티가 안아주었어요! 나는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 생각한 건지 알 수 없어서, 아티를 바라보았습니다.

"...?!"

그리고 또 놀라버리고 말았어요. 고개를 들었는데 아티의 얼굴이 보이질 않았어요. 아티인 줄 몰랐을 때도, 키가 크신 분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큰 줄은 몰랐어요! 좀 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나니 아티의 얼굴이 보여요. 아티가, 정말 쑥쑥 많이 자랐어요! 이래서야는 손을 뻗어도 아티의 눈가까지 닿을지 모르겠네요. 무엇으로 아티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지 고민한 게 헛수고였어요. 나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아티, 내가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 로빈의 키는 정확히 생각해두질 않았지만 단신인 편이라고 생각해요. :3
# 로빈이 느끼기에 아티는 머리카락 색깔도 그렇고, 태양같아요... 그래서 아티는 과분한 친구라며 자기가 못났다 하는 부분들이 나오고 있는데 불편하면 말씀해주세요.

95 이름 없음 (l1lufNxZR.)

2021-10-03 (내일 월요일) 01:44:33

>>94

당신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당신 역시도 자신을 잊지 않았을 뿐더러 자신을 애타게 기다렸다는 사실이, 애타게 기다리다 못해 자신 모양의 그을음이 당신에게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자신이 이국의 하늘을 바라보며 별들 위로 그려보던 당신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그렇게도 밤하늘에 그리던 그리운 모습이 아직도 이렇게 곱고 예쁘게 남아서 옛날처럼 바라봐주는 모습이. 시점은 조금 바뀌었지만, 그 예쁘고 상냥한 금빛의 눈동자는 여전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직 자신의 일을 다 끝마치지도 못하고, 당신에게 정말로 나 돌아왔어,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데 돌아왔다는 말을 해버려서. 눈물자국이 남은 뺨을 하고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아티는 천천히 입을 뗍니다.

"─많은 것을 봤어! 나쁜 일들도 많이 있었지만, 좋은 일들도 많이 있었어."

"그렇지만, 여기서 너와 함께 있었던 시간을 잊게 하는 일은 없었어."

잊을 수 없었어. 보고 싶었어. 아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했습니다. 옛날처럼 당신을 푹 끌어안는 것으로요. 그러고 싶어서, 당신을 그 무엇보다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아티는 임무 도중에 어지간해선 벗어서는 안 되는 갑옷도 벗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신을 안고 아티는 눈을 꾹 감습니다. 가슴팍 너머에서 옅게 전해져오는 아티의 심장박동은 아직 그 옛날처럼 따뜻합니다.

당신의 웃음소리에 아티는 당신을 안은 채로 당신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요청에 아티는 조금 자세를 바꿉니다. "으응." 하는 콧소리 섞인 대답과 함께, 당신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약간 푼 다음 상반신을 숙여서, 당신과 눈높이를 맞추고 다시 느슨하게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당신이 손을 들어서 자신의 얼굴을 닦아주기 좋도록. 그리고 눈을 꼭 감습니다.

# 그것도 로비의 개성이고, 로비가 그렇게 생각할수록 아티가 더 전력으로 안아주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물론 로비가 자존감낮은 모습을 보이는 건 안타깝지만, 제가 그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아티를 통해서 많이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 *.* 지금은 주무시고 계실 테니 답레만 남겨둘게요..

96 이름 없음 (tl8g0hiIWY)

2021-10-03 (내일 월요일) 20:47:23

>>95

"아티."

반짝반짝한 내 친구. 상냥하게도 내 손이 닿을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주었어요. 나는 나지막이 아티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들었어요. 아티의 얼굴에 닿으면. 손끝에 남는 감각이 낯설어요. 내 손에 제일 많이 닿은 것은 역시 시계 부품이니까요. 시계가 작을수록 조그마해지는 부품, 시계가 클수록 커지는 부품. 그 크기가 어떠하든 차가운 것은 똑같습니다. 아티는 따뜻해요. 아주 작은 회중시계의 부품을 다룰 때보다도 조심스러웠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나는 아티의 눈물 자국을 지웁니다.

"다음번에 돌아오면, 그때 이야기해 줘."

알고 있습니다. 아티가 오늘 마을에 온 이유는 저 시계탑 위에 있는 회중시계 때문이라는 걸요. 시계를 돌려받은 아티는 아마 마을을 다시 떠날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시 기대하려고 합니다. 아티가 곧 돌아오리라고 믿을 거예요. 그래서 나는 조금 용기 내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마을을 떠나고서 있었던 일들,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전부 듣고 싶어요. 시계탑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들어도 좋을 것 같고, 언덕 위에 올라가 산들바람과 함께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어릴 때 자주 놀러 가던 곳을 되짚어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시계공 로빈의 모습으로 마을에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 모습으로 상상해보았어요.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분홍빛 머리카락을 햇빛 아래 드러내고, 의미 없는 안경도 벗어버린 그런 모습이요. 거추장스러운 망토도 벗어버리고, 옷은 아티가 골라준 것으로 입으면 즐거울 것 같아요.

그리고는, 음, 어떻게 해야 할지 잠깐 고민했어요. 나도 똑같이 아티를 안아주면 되는 걸까요. 누군가 안아주는 것도 어색하지만, 누군가를 안아주는 건 더 어색해요. 아티인데도요. 그렇지만 아티니까 할 수 있어요! 친구를 안아주지 못할 리가 없어요. 어색하지만 한 번 노력해봅니다. 두 팔로 아티를 안으면서, 아티의 품에 기대보았어요. 생각보다도 엄청 따뜻해서, 꼭 다시 어려진 것 같아요.

#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다행이에요 :3

97 이름 없음 (bcmxtRUYJs)

2021-10-04 (모두 수고..) 01:53:53

"하하하하하! 유쾌한 인간이로구나! 아니. 당돌하다고 해야할까!"

유쾌한 목소리가 숲속을 가득 채웠다. 용을 만나러 간다는 그 말이 상당히 웃긴 것인지, 은발의 긴 머리카락을 자랑하는 사내가 정말로 크게 웃었다. 분명히 그 역시 인간의 모습이었으나 마치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인간이 아니라는 것마냥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과연 용을 만나러 간다는 상대에겐 어떻게 들렸을까?

터져나오는 경쾌한 웃음소리를 겨우겨우 멈추며 눈에 맺힌 눈물마저 닦아내며 사내는 눈앞의 존재를 가만히 주시하면서 바라보다 다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들려오는 말대로 이 숲을 너머 쭉 가면 용이 사는 굴이 나오지! 허나 인간이여! 그 용을 만나서 뭘 하려는거냐? 용의 재보가 탐이 나는 것이냐? 아니면 용맹을 자랑하기 위해 용의 목을 원하는 것이냐?"

말이 끝난 사내의 주변에서 하얀색 연기가 솔솔 올라왔고, 곧 펑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연기 속에 보이는 실루엣은 상당히 거대한 몸의 형태였다. 온 몸이 은색으로 빛나고 있으며 그 덩치는 어지간한 건물 못지 않게 큰 용은 고개를 숙여 눈앞의 존재를 바라봤다.

"나를 찾는 모양이니 직접 나에게 말해보거라. 내 근처 마을이나 이 나라의 왕실에는 딱히 피해를 주지 않은 것 같다만, 내가 이 근처에 사는 것이 두려운 것이더냐. 아니면 목숨을 걸고 나의 재보를 노리는 것이더냐. 그것도 아니면, 내 목을 가지고 싶은 것이더냐?"

/맥커터질만 아니면 뭐든 오케이! 그냥 자신을 만나려고 하는 것을 인간 형태에서 들은 용이 웃으면서 정체를 밝힌 장면이야.

98 이름 없음 (Xd8e/sjuCQ)

2021-10-04 (모두 수고..) 02:09:13

>>96

당신의 손길이 아티의 뺨에 닿을 때, 아티는 히히히 하는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천진하게 미소짓습니다. 누군가의 따스한 살갖을 만져보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아티는 마치 오래전 잊어버린 습관과 온기를 떠올리려는 것처럼 당신의 손길에 자신의 뺨을 부드럽게 치대어옵니다. 얼굴에 남아있는 물기며 눈물자국들이 당신의 손길에 조금씩 닦여나갑니다. 눈물이 다 닦여나가고도, 당신이 손을 떼지 않았다면 아티는 한참이나 더 당신의 손에 기대어있었을 것입니다. 후드를 벗어던진 그 순간부터 이 모든 일들이 하나같이 충동적으로 벌어진 일이지만─ 그래서 일이 조금 번거롭게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남은 일을 하는 내내 시계탑 안에서 재회한 당신 생각이 불러오는 선명한 그리움이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것을 아티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네가 듣고 싶으면 얼마든지."

아티는 가지런하고 뾰죽한 이빨을 드러내며 온 얼굴에 개구쟁이같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 눈빛만큼이나 그 미소도 변하지 않았네요. 당신이 알면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지나온 여행길에서, 이따금 꽤 친해진 사람이 있으면 아티는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헤어진 상냥하고 똑똑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따금 하곤 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끊어져버리고 말았던 그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갈 수 있게 되는 날이 가깝습니다.

조그만 장난꾸러기 꼬맹이라기엔 너무 크고 탄탄해진 아티의 품에 기대면, 옅은 흙먼지 냄새와 함께 희미하게 구운 빵 같은 냄새가 납니다. 문득 무언가가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게 느껴져 고개를 들어보면 아티가 맨손으로 당신의 머리를 다독여주듯 쓰다듬어주고 있습니다. 서투르지만 부드러운 손길. 예전에는 당신이 쓰다듬어주는 쪽이었는데요. "이거 해보고 싶었어." 하고 아티는 키득거립니다. 그러다 말고 아티는 "임무만 아니었더라도..." 하고 아쉬운 듯이 뇌까립니다. 그러다 아티는 문득,

"같이 갈래?"

하고 질문을 꺼냈습니다.

99 이름 없음 (BKnmjGCA1A)

2021-10-10 (내일 월요일) 00:58:06

갱신!

100 이름 없음 (YUIndFcQDI)

2021-10-10 (내일 월요일) 01:00:41

# 꼬맹이 여기 등장!
# 어떤 형식으로 돌릴까? 가볍게 해보고 싶으면 상L? 아니면 일반? 원하는 걸로 말해줘~

101 이름 없음 (BKnmjGCA1A)

2021-10-10 (내일 월요일) 01:01:27

# 일반이 괜찮을 것 같아! 상L 은 눈에 잘 안들어와서 ... 배려해줘서 고마워!

102 이름 없음 (CpZqa3y/8s)

2021-10-10 (내일 월요일) 01:11:15

>>101
# 고맙긴! 나도 일반 쪽이 익숙한걸~ 그럼 일반으로 하자!
# 사실 내가 참치에 오래 안 왔어서 재활겸 편지로 시작 해본거라 조금 못 쓸수도 있어...! 미리 미안! ㅜㅜ
# 장면은 카페 앞에서 바로 만난 부분부터 시작하면 좋으려나?
# 내가 지금 바로 레스를 쓰고 싶은데 오늘은 가봐야 할 시간이라... 내 레스 올리려면 내일 점심 조금 넘어서 가능할 것 같아 ㅜㅜ 이것도 많이 미안해 ㅜㅜ

103 이름 없음 (BKnmjGCA1A)

2021-10-10 (내일 월요일) 01:18:45

>>102
# 괜찮아 잘쓰고 못쓰고가 어디있어 그런걸로 부담갖지 않기! 다들 놀려고 온거니까 한줄 띡 써줘도 좋아.
#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여유롭게 줘도 좋으니까 천천히 써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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