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104 이름 없음 (laW4Tc/P4c)

2021-10-10 (내일 월요일) 01:23:57

>>103
# 고마워 ㅜㅜ 그럼 내가 내일 안으로 꼭 레스 가져올게!
# 자유상황극 해보자고 먼저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 하루 수고 많았고, 밤에 잘자! 좋은 꿈 꾸기를 바라!

105 이름 없음 (f2pNoYgWrc)

2021-10-10 (내일 월요일) 14:09:04

>>104

카페 바깥. 왼쪽 손에 그가 마실 음료와 작은 검은색 종이백을 든 여자가 핸드폰을 하고 있다.
손에 들린 핸드폰을 보며 작게 웃거나, 때로는 살짝 울상이 되는 등 조금이지만 다양한 표정으로 휙, 휙 바뀌던 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조용히 그와의 연락에만 집중하는 듯 하더니 지금 나오라는 문자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답장을 보내며 고개를 들어 도로를 바라보았다.

' 아, 저기 있다. '

그녀는 도로에 가득한 차들 중 저 너머에서 한 번에 익숙한 차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을 표현하듯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을 그대로 올려 그의 차를 향해 짧게 흔들었다.
비슷한 차일 뿐 다른 사람이 타고 있을 수 있음에도 망설임 없이 아는 척을 하는 모습이, 마치 그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는 그녀의 확신을 보여주는 듯 했다.

" 아저씨~ "

차에 타고 있어 그에게는 들리지도 않겠지만 그저 반가움을 표현하려는 생각인 듯, 적당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는 그녀의 얼굴엔 장난스럽기도 하고 즐거워 보이기도 하는 특유의 미소가 평소처럼 스며들어 있었다.

106 이름 없음 (BKnmjGCA1A)

2021-10-10 (내일 월요일) 14:25:45

>>105

역시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아니라면 도로는 한적하다. 사실 오늘이 쉬는 날이라 사람들이 집에서 쉰다고 밖으로 안나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휴일이 아니었다면 어제 늦게까지 회식 자리가 이어지지도 않았겠지만, 오늘 이렇게 약속을 잡지도 못했겠지. 살짝 걷어둔 셔츠 아래로 보이는 손목시계에 시선을 돌리니 약속했던 시간보다 조금 많이 지나있었다. 계속 문자를 해주긴 했지만 내가 늦은건 사실이니까 최대한 빨리 가자는 생각으로 엑셀을 밟는다.

그렇게 카페 간판이 눈에 보일때쯤 카페 앞쪽에 앉아있는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양 손에 뭘 들고 있는데 저 종이백이 나에게 줄 물건인가? 천천히 카페 앞으로 차를 운전해가자 이쪽을 보고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기뻐하는 표정에 역시 늦으면 안됐다는 죄책감이 몰려온다.

" 꼬맹이, 얼른 타. "

창문을 내리고 웃으면서 말한 나는 손수건으로 조수석 시트를 간단히 닦아준다. 출발하기전에 가볍게 청소는 했지만 그래도 한번쯤 더 하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그녀가 탈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뒷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저번에 두고간거 뒤에 있어. 지금 들고 있는 것도 뒷좌석에 던져놔. "

그렇게 얘기하고 오늘 갈 장소를 네비게이션에 찍는다. 어디 갈지는 저번에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107 이름 없음 (eF9HgOb8cE)

2021-10-10 (내일 월요일) 15:42:24

>>106

" 네~ 꼬맹이 탑니다~ "

약속 시간 이상을 밖에서 기다렸어도 그닥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는지, 오히려 꼬맹이라 부르는 그의 말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면서 익숙하게 그가 닦아준 조수석에 오르며 차 문을 닫았다. 그렇게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들어오자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며 편하게 시트에 몸을 기댔다.
카페에서부터 차에 타기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모든 행동이 마치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웠다.

" 아, 고마워요. 이따가 챙길게요. "

안전벨트를 하며 고개를 돌려 뒷좌석을 확인한 그녀는 고맙다고 대답했지만, 이번 선물 만큼은 직접 그의 손에 쥐어줄 생각이었던 그녀는 지금 들고 있는 것도 던져놓으라는 그의 말에는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렇게 마지막 말을 무시해버린 그녀는 네비게이션을 하고 있는 그가 귀찮지 않도록 종이백을 반대쪽 손으로 옮기더니 음료가 담긴 컵만 당신 쪽으로 내밀어 빨대를 입가 근처에 가져다주려 했다.

" 여기요, 마실거. 급하게 준비하느라 바빴을 텐데 일단 한 모금 마셔요. "
" 그리고, 이건 뒤에 직접 던져서 놔요. "
" ..그때 못 줬던 생일 선물이에요. "

그가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전부 입력했을 즈음에 가지고 있던 종이백을 그에게 내밀었다. 크기가 크지도 않고, 검은색으로만 이루어진 선물용 가방은 별다른 장식이 없었지만 안에 들어있는 물건 역시 가격이 있겠다 예상될 만큼은 고급스러워 보였다.
하필 그의 생일날에 출장을 가는 바람에 챙기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그녀는, 가져온 선물의 정체를 말하는 목소리에 어렴풋이 미안함이 담겨있었다.

" 늦었지만 축하해요. "

108 이름 없음 (BKnmjGCA1A)

2021-10-10 (내일 월요일) 16:50:03

>>107

문자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약속에 늦은 것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화가 나보이지는 않았다. 평소엔 약속시간보다 먼저 나와서 기다리곤 했으니 하루 정도는 봐준다는 의미일지도. 이래서 사람의 평소 행실이 중요한거다. 조수석에 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미처 정리하지 못한 머리카락 가닥가닥을 떼어주며 말했다.

" 밖에 바람이 좀 부나보네. "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왔으니 바깥의 바람을 느낄새가 없었다. 잠깐 창문을 열었을때 바람이 조금 불긴했는데, 이렇게 계속 불고 있었나보다. 꽤 차가웠는데 이런 날씨에 바깥에 나와있으면 분명 감기 걸린다니까. 그렇게 네비게이션을 조작하며 입가에 가져다주는 음료를 자연스럽게 빨아먹다 종이백의 정체에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았다.

" 생일 선물이라고? "

분명 저번 달에 생일이긴 했었다. 그때 너는 분명 출장을 가있기는 했었지. 하지만 조금 아쉬웠다뿐이지 출장 가있는 사람에게 생일 선물 내놓아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생일 축하한다는 말만 듣고 말았다. 그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받은게 꽤나 있었지만 이렇게 뒤늦게 챙겨주는 선물이라니, 그 누구에게 받은 것보다 값진 것이었다.

" 월급이 왜 없나 싶었는데 이것 때문이었구나? "

딱 보기에도 고급져보이는 것이라 출발하기전에 종이백에서 선물을 꺼내본다. 고급 브랜드 로고가 박힌 상자를 열어보자 보이는 것은 지갑이었다. 고급 가죽으로 마감되어있는 지갑은 영수증을 보지 않아도 그 값어치가 얼마나 될지 대충 짐작이 가서 놀란 눈으로 너를 바라보며 말했다.

" 너무 무리한거 아니야? 그냥 안주고 넘어가도 괜찮았는데. 그래도 고마워. 잘 쓸께. "

물론 똑똑한 그녀인만큼 다 계산하고 소비했겠지만 그럼에도 평소에 버는 것을 생각해봤을때 내 입장에선 좀 무리가 아닌가 싶었다. 주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본인이 부담될만큼의 선물을 받는 것은 받는 사람도 부담이 가기 마련이다. 그래도 신경 써서 선물을 줬다는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조심스럽게 뒷좌석에 가져다 놓은 나는 부드럽게 차를 출발 시켰다.

" 이렇게 큰걸 받아버렸으니 내가 줄 생일선물도 스케일을 좀 늘려야겠는데? "

고개는 전방을 주시한 상태로 너를 흘끗 쳐다봐가며 웃는다. 차도에는 생각보다 차가 없었고 신호도 빨간불에 거의 걸리지 않고 스무스하게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109 이름 없음 (jFnuKr3lCE)

2021-10-10 (내일 월요일) 17:36:09

자기가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비난받을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비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에게 있어선 그런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가문계승 후보자 중 하나의 목숨을 끊고 불행한 사고로 위장한 후 그는 검에 묻어있는 검붉은 얼룩을 닦아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다음 날, 정말 불행하고 운이 없게도 오두막에 불이 붙어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진상을 감출 것이 분명했다.

혹여나 불꽃이 중간에 꺼질까 싶어 어둠 속에서 불꽃이 사그라드는 것까지 확인하고 난 이후에야 그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참으로 비정하기 짝이 없는 권력 싸움 속 암투였으나 갑작스럽게 유력 가문을 이어가던 가주와 그 아내가 오랜 지병으로 목숨을 잃은 이후의 혼란 속에선 그 비정함마저 집어삼켜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자신이 모시고 있는 이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윤리, 도덕. 그런 것을 따졌다간 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서라도 지킬 이는 지키리라. 그리고 수행할 것은 수행하리라. 인간의 마음을 애써 잠재우며 지시에 충실하며 비정한 마음을 먹은 사내는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고 한 처소로 들어섰다.

그 안에 있는 이는 사내가 모시는 이였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입을 열어 그는 상황을 보고했다.

"지시한대로 처리했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 의혹은 생길지도 모르나 암살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난 그런 지시 내린 적 없어! 라는 식으로 사내가 멋대로 한 행동으로 처리하는 것은 조금 곤란할 것 같아. 그 외엔 어떻게 이어도 오케이.

110 이름 없음 (75gxEpABMA)

2021-10-10 (내일 월요일) 17:50:29

>>108
# 내가 지금 좀 큰 일이 생겨서 답레가 많이 늦을 것 같아... ㅜㅜㅜ 미안해..!

111 이름 없음 (jn265EYOsE)

2021-10-10 (내일 월요일) 17:56:50

>>110
# 괜찮아~ 천천히 줘.

112 이름 없음 (AerEHsKkLk)

2021-10-11 (모두 수고..) 19:03:09

>>109
불을 밝히지 않은 어둑한 처소에 가득한 침묵을 깨고, 차분하고 위엄이 서린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그의 주인의 것이 아니었다.

"유감이군, 상황이 상황이라 의혹만으로는 끝나지 못할 성 싶은데."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방 안이 달빛으로 은은하게 밝아졌다. 침대 위에는 그의 주인이 재갈이 물린 채 포박당해 있었고, 그 옆에는 길고 굽슬굽슬한 붉은 머리카락을 높이 묶어올리고, 낡았지만 잘 손질된 은빛 갑옷을 입은 기사가 검을 뽑아든 채 그의 주인을 겨누고 서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여섯명 정도의 병사들이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국왕 폐하의 명을 받들어, 자네를 이번 귀족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서 체포하겠네. 자세한 이야기는 심문 때 듣도록 하지."

말을 마친 기사는 병사들을 향해 지시했다.

"포박해라!"

지시가 떨어지자, 곧 병사들이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113 이름 없음 (dHPE1aa3qU)

2021-10-11 (모두 수고..) 19:12:24

>>112 사내가 모시는 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보고를 한건데 사실 얼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어둠이 깔려있었고 주인은 포박당해있었고, 얼굴도 확인하지 않고 보고를 하고 그 안에 병사들이 이미 있었다라는 전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이 전개로 잇는 것은 조금 애매할 것 같아. 기껏 이어줬는데 미안하다. 너참치.

114 이름 없음 (MK.lQbtPBY)

2021-10-13 (水) 20:08:08

“배고파!”

불쑥 외마디를 읊조리면서 나타나더니, 당신의 앞에서 눈을 깜빡인다. 새카만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 그리고 또 새카만 눈동자…가 아니다. 분명 눈동자가 까맣고 동그랗게 맺혀있었는데, 빨갛게 빛나고 있다. 석류알, 루비, 장미꽃잎, 선명하고 예쁜 붉은 빛으로 물든 눈동자가 샐쭉 감겨 사라진다. 눈웃음 짓고 있는 모양이다. 자, 다시 이 오밀조밀한 얼굴을 뜯어보면, 연하게 꽃가루를 덧대어 분칠한 것 같은 뺨과 입술 색, 히히 웃으며 드러난 이는 또 새하얗고, 송곳니는 유달리 뾰족하고… 뾰족하다. 송곳니가 왜 저렇게 뾰족하다 못해 날카로운가, 의문이 절로 생길 만큼이나 뾰족한 이를 가지고 있었다. 눈웃음지으며 생글생글, 밝고 당차게도 배고프다 하는 것과는 반대로 무서울 정도의 송곳니다.

“한 입만 물어도 돼?”

성장기 청소년은 잘 먹어야 한다고 그러잖아! 나도 한 입만 잘 먹어보자아아!

“약도 발라주고 밴드도 붙여줄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빼더니, 당신에게 손을 활짝 펼쳐 보여준다. 캐릭터 반창고 뭉치와 연고가 손바닥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맥커터 사절!

115 이름 없음 (Do2rtZbj4w)

2021-10-13 (水) 22:58:30

>>114

멘솔향이 나는 담배를 물고 있던, 보통 체격의 팔다리가 길쭉길쭉한 여성이 한밤 속에 더욱 도드라지는 허연 연기를 내뱉는다. 그 연기가 풀어져 밤하늘로 사라질 때 즈음 갑작스럽게 낭창한 외침이 여성의 귀를 자극한다. 분명 적잖이 놀랐을텐데 여성은 어깨를 가볍게 움츠렸다간 또 무기력한 평소의 눈빛으로 상대를 누르듯 응시했다. 날카로워 보이는 이와 환상처럼 붉은 눈동자는 여성의 무덬함을 뚫지 못했다.

" 뭐를?"

다짜고짜 물어도 되냐는 질문에 이미 반박자도, 한박자도 아닌 박차를 놓친 물음이 짓씹혀져 나갔다. 입에 물린 담배도 바스라진다. 이미 구겨지고 짧아진 몽당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밟는 여성의 태도는 무심하고 또 거칠었다. 뜨거운 불똥이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달빛 아래로 희미하게 드러난 반창고를 보는 건지 모를 여성의 시선이 서서히 당신을 또 누르듯 응시한다. 그리고 인위적인 미소가 여성의 입가를 비튼다. 무얼 하려는 건지도,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잠깐이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다면. 설령 미친 사람일지라도 지금은 놀아주고 싶었다. 여성은 순순히 골목벽에 기대며 항복한 포로와도 같이 순응적이고 공허한 표정을 짓는다.

" 마음대로 해봐."

116 이름 없음 (Do2rtZbj4w)

2021-10-13 (水) 23:01:21

오타났다.. 무덬함이 아니라 무던함이야!

117 이름 없음 (MK.lQbtPBY)

2021-10-13 (水) 23:38:55

>>115

“왜 안 놀라! 놀라야지!”

깜짝 놀라서 도망가려 하거나, 깜짝 놀라서 굳어버리거나, 깜짝 놀라서 당황하거나, 깜짝 놀라서…. 아무튼지 간에 깜짝 놀라는 당신의 반응을 상상하고 있던 탓에 되려 실망해서 물어본다. 조금 삐죽거리기는 했지만, 배고프다는 말을 대뜸 내뱉을 정도로 허기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다. 허락해줄지 안 해줄지는 아직 모르니 인내를 가져보기로 했다. 무미건조한 당신과 시선을 맞추려고 들었다. 반짝반짝, 물게 허락해야 할 것이라는 부담감을 최대한 잔뜩 실어서!

“손가락! 목은 밴드 잘 떨어져.”

느린 답에도 재촉 없이 고분고분 기다린 이유도 허락 안 해줄까 봐서라는 이유가 컸다. 세상 어느 짐승이든 먹을 것으로 교육하고 조련하는 방법이 대다수인데, 소설 속에나 나올법한 존재라고 무엇이 다르지는 않은가보다. 바닥에서 밟히고 있는 담배꽁초에 시선이 톡 떨어진다.

“잘 먹겠습니다아!”

이윽고 다시 시선은 당신에게로 올라왔고, 방긋 웃으면서 당신의 손을 잡더니 입가로 가져간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다섯 손가락 중에 제일 작고, 약하고, 존재감 없는 그런 손가락. 날카로운 송곳니가 쿡 찌른다. 깊게 박아넣지도 않고, 핏방울이 맺히기는 할 정도의 얕은 상처를 내었다. 손가락에서 피가 나오는 것이 느껴지면 송곳니를 빼내고 손가락을 물고서 피를 빨아들인다. 배고프다니 먹고 있기는 한데, 맛있는 표정은 아니다.

118 이름 없음 (AuAcdFP1TY)

2021-10-14 (거의 끝나감) 23:31:04

>>109 아직 있을 지 모르지만 >>112랑 잇지 않기로 했으면 내가 >>109에 이어도 될까?

119 이름 없음 (MvuHTlMNK.)

2021-10-14 (거의 끝나감) 23:34:00

>>118 응? 물론 이어도 괜찮아! >>112는 이전 상황을 무시하고 새로 상황을 작성해서 잇기 조금 애매하니 말이야.

120 이름 없음 (gT2vy.anxI)

2021-10-15 (불탄다..!) 04:27:59

>>119 알겠어 그럼 오늘중으로 이을게:)

121 이름 없음 (gT2vy.anxI)

2021-10-15 (불탄다..!) 08:46:53

>>109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 채 보고를 올리는 종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내의 주인은, 이내 들려오는 흡족스러운 결과에 가늘고 나직한 목소리로 후후 웃었다. 높이 묶어올려 흰 리본으로 장식한 길고 부드러운 밝은 금발에, 서글서글한 눈매와 물빛 눈동자를 지닌, 여느 영애처럼 간소하지만 산뜻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그의 주인은, 혈육을 살해하도록 지시한, 피도 눈물도 없는 가주 후보라는 타이틀이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 여인이었다.

"아주 잘해주었어요. 역시나 절 실망시키지 않네요."

차라리 마음에 든 과자를 구워낸 제과제빵사를 칭찬하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한 밝은 목소리와 구김살 없는 목소리로, 비록 완벽히 용의선상을 벗어나지는 못했을 지언정 방해물을 훌륭히 치워낸 수족을 칭찬한 영애는, 이내 평소처럼 발랄하지만 조금은 무게를 머금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어요."

저 사내의 충정은 이제껏 겪어왔기에 잘 알고 있다. 나를 위하여 수도 없이 손에 피를 묻히고 타인의 생명을 바쳐온 자이니, 스스로의 목숨 쯤이야 기꺼이 내어주겠지. 그리 생각하며 영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사내를 겨누며 여전히 해사한 미소를 머금고 가볍고 발랄한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영원히 침묵해주세요. 이것이 내가 그대에게 내리는 마지막 명령이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영애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칼날이 사내의 목을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다.

122 이름 없음 (ZIoHzGEbmA)

2021-10-15 (불탄다..!) 19:18:47

>>121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무슨 이득이 있어서 굳이 그렇게 피를 묻히는 잔혹한 짓을 하는 거냐고. 사내에게 이유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충성을 바치기로 한 이가 그것을 바랬기 때문이었다. 이른 시기부터 자신의 주인 되는 이를 모셨고, 혼란의 시기가 온 순간부터 반드시 가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에 망설임은 없었다. 자신의 검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서 존재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내리는 명령. 곧 죽음을 지시하는 것에 대해서 사내는 아무런 저항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이 필요없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걸로 좋은 일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주인이 내리는 명이라고 한다면. 그렇기에 사내는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 그녀의 행동을 기다렸다.

"그것을 바라신다면야. 허나 아직 일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니, 부디 검을 들 수 없는 이 시간 이후에도 조심하셔서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루시길 바랄 뿐입니다."

칼날이 자신의 목을 찌르는 것을 기다리며, 혹은 다른 곳을 찔러넣는 것을 기다리며 사내는 마지막으로 볼 풍경으로 그녀의 모습을 담은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눈을 뜬 이후에 보이는 풍경은 여기와는 다른 지옥불구덩이속일지. 아니면...

"......"

아마도 지옥불구덩이 속이라고 생각을 하나 사내의 마음에는 후회란 없었다.

123 이름 없음 (KwQRhA/rSU)

2021-10-16 (파란날) 09:50:53

>>122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서기가 무섭게 곧장 뾰족한 구둣발이 그의 정강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영애는 해사하게 웃으며 가볍고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나, 일어서라 명한 적은 없는데. 빨리 신의 품으로 보내달란 뜻인가요?"

고운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매도를 내뱉고, 영애는 후후 웃었다. 이내 사내가 입을 열자, 영애는 잠자코 그의 말을 들으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지었다. 역시 말이 좀 많은 건 흠이지만, 좋은 장기 말이긴 했어. 더는 필요 없을 뿐이지. 사내의 말이 끝나자, 영애는 다음에 또 보자며 친구와 작별하듯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잘 가요."

서걱. 영애의 목소리 뒤에 이어진 것은, 묵직한 고깃덩이를 절단하는 듯한 섬뜩한 소리였다. 쿵, 소리와 함께 영애의 방안이 순식간에 피비린내로 가득 찼다. 화사한 드레스와 희고 깨끗한 얼굴에 피가 묻었지만, 영애는 아랑곳하지 않고 생긋 미소지었다. 피를 나눴을 뿐인 경쟁자들은 모두 죽었고, 그 범인 또한 죽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그의 마지막 타깃의 손에 죽은 것으로 알게 될 테고, 이걸로 완벽하게 용의 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진동하는 피비린내를 맡았는지, 하인들이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거의 다 왔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 되겠지. 영애는 콧노래를 부르고 싶은 걸 꼭 참고 검을 쥔 채 자세를 잡았다. 이후, 다급히 달려온 하인들이 문을 박차고 열었을 때 본 것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괴한과, 피 묻은 검을 쥔 채 겁에 질린 얼굴로 파르르 떠는 영애의 모습이었다.

124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14:36:58

>>123 이미 캐릭터가 죽어버렸으니 더 이을 건수는 없을 것 같네. 이렇게 끝을 낼게.

125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15:39:49

>>124 이미 끝난 상황극에 자꾸 말을 얹어서 미안해. 혹시 괜찮다면 >>109에서 한 번만 더 이어볼 수 있을까? 참고로 난 >>112와 >>121과는 다른 참치야. 사실 굉장히 잇고 싶은 상황이 떠올랐었는데 두 번 모두 타이밍을 놓친 걸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생각보다 핑퐁이 짧게 끝난 것 같아서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번 이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물론 거절해도 얼마든지 상관없고, 이전에 이었던 참치들을 비난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어. 문제가 된다면 자유 상극을 세운 참치는 주저없이 이 레스를 하이드해 주길 바래.

126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15:41:57

>>125 어. 나는 상관없긴 한데 이거 같은 상황으로 다른 사람과 잇게 해도 되는건가? 그게 좀 애매하네. 룰로서 문제가 된다거나 그런 게 아니면 나는 괜찮을 것 같아. 사실 나도 전개가 이렇게 되니 조금 아쉽기도 하고 말이야.

127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15:44:16

>>126 나는 상황극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일대일로 넘어가지도 않은 채로 종결되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어. 만약 문제가 된다면 나중에 이 레스를 포함해서 내가 쓴 레스를 전부 하이드하면 되지 않을까?

128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15:45:29

>>127 그럴려나? 하긴 이미 끝이 났으니 괜찮겠지? 그렇다면 나도 괜찮을 것 같아!

129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15:48:13

>>128 고마워. 그럼 바로 이어오도록 할게:>

130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16:26:37

>>109

방의 주인은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대륙에서 제일가는 장인이 반 년 동안 공을 들여 세공한 보석, 바다 건너 이국의 상인이 들고 온 집 한 채 각겨의 비단으로 지은 옷,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순금으로 장식한 가구.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침대에는 두터운 휘장이 드리워져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다만 어렴풋이 보이는 형체를 통해 누가 안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잘했어."

사내의 말이 끝나자 휘장 사이로 흰 손이 나왔다. 가느다란 손가락은 말 잘 듣는 강아지를 칭찬하듯이 사내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 나의 강아지, 말 잘 듣는 충견. 훈련이 아주 잘 되어서 일처리도 확실할 뿐더러 배신도 하지 않지. 세상에 둘도 없는 맹견이었다.

"목격자 같은 건 남기지 않았을 거라 믿어."

휘장 안으로 다시 들어간 손은 이내 작게 접힌 쪽지 하나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둘째 형님이 날 의심하고 있어. 아직은 심증뿐이겠지만, 혹시 모르니 행적은 정리해 둬. 아침이 되면 이걸 조리실로 가져가."

엠마라는 하녀를 찾으면 될 거야. 그 말로 미루어 보아 그 하녀가 이 밤 사내의 행적을 정리해 줄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131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16:55:33

>>130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몇 번이고 확인했습니다."

정말 운이 나빠서 사내가 확인하지 못한 범위 내에 누군가가 있었을지도 모르나, 그 정도로 먼 거리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람의 시야라는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넓은 것은 아니었고 설사 뭔가가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정도의 거리라면 이미 그 자도 사내의 검에 목숨을 잃었으리라. 그런 어설픈 실수 따윈 하지 않는다는 듯, 사내는 자신의 뺨을 두들기는 것을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 의심하는 것을 이용해서 가문 내의 영향력을 뺏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결국 모두 생각하는 것은 똑같을겁니다. 병으로 인해 가문을 이어가던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난 이후로 다들 권력을 얻기 위해 필사적일테니 말입니다."

권력을 얻기 위해, 가문의 주인이 되기 위해 피를 묻히고 상대를 제거하는 행위는 보통 비정한게 아니었다. 허나 귀족으로 태어난 이상 결국 그 운명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다. 사이좋게 지내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나, 그렇지 않은 곳도 분명히 존재했기에.

쪽지를 받아든 사내는 그 내용물을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엠마라는 하녀를 찾으라는 그 말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더 필요하신 사항은 없으십니까? 저는 당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자.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명을 내려주십시오."

132 이름 없음 (XpmatWz9XQ)

2021-10-16 (파란날) 17:45:33

>>131

"믿을게."

짤막한 대답은 남자를 향한 신뢰를 담고 있었다. 그가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밑바닥보다 더 아래에 있는 진창에서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동안 그의 곁을 지킨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사내였으니. 설령 사내가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한 번 정도는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내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래야지. 둘째 형님은 가문 안에서 입지도 좁으니 더 수월할 거야."

이제 와서 세력 다툼에서 밀려날까 애간장을 태워도 여태까지의 망나니짓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눈치는 빨라서 의심 따위나 하다니, 대체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이 저택에는 이제 제 사람보다 그토록 깔보던 사생아의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금은 그걸로 됐어."

손을 가볍게 내젓던 그는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휘장 너머에서 천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무래도 사내를 향해 상체를 가까이 기울인 듯했다.

"그러고 보니 상을 줘야겠네. 원하는 걸 말해."

133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18:11:05

>>132

"말씀하신대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없을테니 너무 급하게만 가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급한 쪽은 그 사람일테니 말이죠."

가문 안에 입지가 적은만큼 혹시나 자신이 밀려날까 싶어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었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상황은 이쪽에게 유리해질수밖에 없었다. 의심을 한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사내는 누구에게도 목격당하지 않게 움직였고, 자신이 행한 일은 모조리 불행한 사고로 조작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허나 방심할 순 없었기에 급하게만 가지 않으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추며 곧 들려오는 그걸로 됐다는 말에 수긍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상으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는 그 말에 사내는 잠시 생각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막상 바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게 자신의 생각이었다. 딱히 포상을 바라고 이렇게 모시는 것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저 이것이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라는... 마치 맹목적인 사명같은 느낌을 가슴에 품은 사내는 좀처럼 쉽게 답을 하지 못하고 눈동자를 잠시 굴리다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솔직히 없습니다. 허나, 그럼에도 뭔가를 받아야 한다면... 언제가 이 가문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되었을 때도 당신의 그림자로서 지금처럼 일하게 해줬으면 합니다. 물론 모든 것이 끝난 직후에는 저는 필요없는 존재일지도 모르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당신의 검이 되는 것 뿐입니다."

맹목적인 추종에 이유는 없었다. 상대는 자신의 손을 더럽혀서라도 지키고 가주로서 올리고 싶은 자였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다시 말을 조용히 이어나갔다.

"만일 그게 힘들다면, 언젠가 가주로 오르셨을때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때라면 지금과는 상황이 다를테니 저도 다른 무언가를 바라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134 이름 없음 (130yYPA1zs)

2021-10-16 (파란날) 18:13:47

적당히 쓰라니깐, 바보야. 이번 달 들어서 벌써 몇 번째야? (전류가 파직, 하고 튀는 당신의 기계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언짢은 얼굴로 바라보다 피식 웃는다.) 그래서, 이놈 성능은 어땠어? 이 정도의 화력을 감당할 수 있는 신경회로를 가진 건 너 뿐일걸.

135 이름 없음 (XpmatWz9XQ)

2021-10-16 (파란날) 18:38:44

>>133

"성급히 날뛰다 실수라도 저지르면 이쪽에선 고맙지."

안타깝게도 그의 둘째 형님은 그리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사실 전 가주의 자식들은 대부분 물려받은 재산만 믿고 기세등등한 머저리들이었다. 적자들의 머리를 모두 모아도 사생아 하나만 못 하다니, 타계한 가주가 저승에서 땅을 치며 통곡할 노릇이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사내처럼 충직한 사냥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그건 상이 아니야. 당연한 거지. 내가 가주가 되면 날 떠날 생각이었어?"

대답해.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일순 싸늘해졌다. 따뜻하다 못해 다소 덥기까지 하던 방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떨어지는 듯했다. 침대에 반쯤 엎드려 있던 형체가 허리를 곧게 세웠다. 휘장 너머로도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질 정도였다.

실수는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배신은 용서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물은 건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야. 물론 거창한 걸 바라도 상관은 없지만... 돈을 원한다면 줄게. 보석도 얼마든지 있어."

사람의 가장 큰 원동력은 욕망이었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이상 욕망이 없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내 역시 무언가 원하는 것이, 욕망하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러니 그 욕망을 충족시켜 주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136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19:06:17

>>135

"만일 당신의 앞으로의 길에 방해가 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날카로운 분위기에 크게 반응하는 일 없이 사내는 마치 당연한 사실인양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이 모시는 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으나 경우에 따라선 자신의 앞길을 위해 주변의 측근을 내치는 일도 이런 귀족들 사이에선 흔하다면 흔한 일이었다. 자신이 그 대상이 된다고 할지라도 사내는 조금도 원망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로 인해 그가 피해를 본다면 자신이 먼저 부탁할 생각이었으니까.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이 모시는 존재가 피해를 입는 것은 그로서도 그저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사실이었다.

돈과 보석. 그런 것을 자신이 바랬던가. 지금 이 삶에 크게 불만은 없고 인간의 마음을 버리며 악귀처럼 짙고 비정한 마음을 품은 자신이 그런 것을 바래도 되는 것인가.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것인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좋으나 결국 어느 것도 자신에겐 거창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답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두진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조차 길게 이어지면 자신이 모시는 이에 대한 실례였기에.

"그렇다면 보석 하나를 얻고 싶습니다. 제가 쓸 것은 아니긴 하나, 근처에 있는 고아원을 조금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손에 피를 묻힌 제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나, 저처럼 뒷골목을 헤메면서 배를 굶주리는 아이들이 가능하면 없었으면 합니다."

뒷골목을 헤집으며 돌아다니면서 배를 곪던 시절. 가족없이 홀로 외롭게 지내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는 쓴 표정을 지었다. 명을 받들어 손에 피를 묻히던 자신이 할 소리는 아니었으나, 정말로 모든 것을 배제하고 바라는 것을 떠올리다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앞으로 더더욱 영향력을 키울 수 있고 좋은 이미지도 세울 수 있지 않을까하기에 청하겠습니다."

137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19:48:25

>>136

"널 내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 일이야. 그때까지 넌 그냥 자리를 지키면 돼."

놀랍도록 오만한 말이었으나, 그 목소리는 안심했다는 듯이 한풀 꺾여 있었다. 그의 몸이 다시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그럼 그렇지. 설령 사내가 그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고 해도, 그건 온전히 그가 다뤄야 할 문제였다. 감히 사내가 멋대로 떠나겠다 말겠다 할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약간의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흡사 어린아이가 심통을 부리는 모습과도 같았다. 그는 유달리 사내의 앞에서만 다섯 살배기처럼 구는 경향이 있었다.

"뭐야, 고작 그런 거?"

김이 빠졌다는 듯이 한숨이 새어나왔다. 뭘 요구하려나 했는데 고작 뒷골목 고아들을 먹여살릴 보석 하나라니. 자신의 사냥개는 묘한 부분에서 유한 구석이 있었다. 이것이 방금 전 사람을 죽이고 사고로 위장한 이의 대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새삼 느끼는 바이지만, 어째서 그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기로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은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동정심 따위 이미 버린지 오래였기에.

"그러지 않아도 이미 몇 군데 지원하고 있잖아. 그걸로는 부족했던 거야? ―하아."

당연히 부족했으리라. 그 지원마저도 철저히 득과 실을 따져 '선발된' 고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으니까. 사내의 성에 차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다시 휘장 밖으로 나온 손에는 브로치 하나가 들려 있었다. 작은 달걀만한 크기의 루비가 박혀 있는 황금 브로치는 척 보기에도 굉장히 값비싼 물건이었다. 이건 내 사냥개의 눈에 차야 할 텐데 말이지.

"가져가. ...굳이 내 이름을 댈 필요는 없어."

138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0:23:31

>>137

누군가에게는 고작 그것이라고 할지도 모르나 사내에게 있어선 소중한 것이었다.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배를 굶주리고 때로는 추악한 짓까지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쳤던 사내에게 있어선 자신이 살았던 삶을 또 다시 사는 이는 없었으면 하고 바랬으니까. 물론 사내는 자신의 삶을 저주하지 않았다. 비정한 마음을 먹으며 손에 진득한 피냄새를 남기는 건 자신이 모시는 이가 바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모시는 이의 바램을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브로치 하나를 받으며 사내는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휘장 너머의 이. 어쩌면 자신보다 더 비정할지도 모르는 그 존재에게 바쳤다.

"허락해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이것을 팔면 얼마나 돈이 나오게 될까. 그럼 충분한 지원이 되리라. 그렇게 만족하며 그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브로치를 집어넣었다. 내일 별 일이 없으면 잠시 외출해서 한 곳을 지원해주면서,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따뜻한 온정을 비추는 시간을 가지리라. 그렇게 다짐하는 사내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흘렀다.

"내일 '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반드시 이런저런 말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아마 큰 영향이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무도 당신에게는 손을 댈 수 없을 겁니다. 제가 있는 한. 그리고 당신을 따르는 이들이 있는 한."

그 목소리에는 강한 확신이 들어있었다. 의심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그 누구도 명확하게 확신을 할 순 없었다. 그건 그저 불행한 사고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허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조금 있는지 그는 살며시 물음을 조심스럽게 던졌다.

"만약 가주가 되신다면, 무엇을 꿈꾸고 계신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물음이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139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1:13:29

>>138

감사 인사에 그는 대답 대신 손을 내저어 보였다. 이깟 브로치 하나는 그에게 푼돈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사내가 더한 것을 원했다 하더라도, 그는 얼마든지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아원 꼬마들을 먹이는 데에는 이걸로 충분할 것이다. 물론, 중간에서 누가 횡령을 하려 든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 그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그는 사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래,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의 형제랍시고 있는 자들은 아직 그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있었다. 가주 자리를 놓고 개떼처럼 싸워 대느라 뒤에 서 있는 사자도 보지 못하는 꼴이라니. 그나마 한 놈이 슬슬 눈치를 채기 시작한 것 같긴 했지만, 그자 혼자서 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이건 이미 승패가 정해져 있는 싸움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그의 형제들뿐이었다.

내가 뭘 꿈꾸고 있냐고?

그의 사냥개가 뭔가에 의문을 가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내에게는 다행히도 모욕적인 질문은 아니었으나, 그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생각에 잠겼다.

나는 뭘 꿈꾸고 있지?

아니, 이 질문은 틀렸다. 전제부터 완전히 틀린 질문이었다.

"난 뭔가를 원하기 때문에 가주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가주 자리 그 자체니까."

그래, 바로 이거다. 그는 부드러운 침구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오리 깃털을 넣은 베개, 비단처럼 부드러운 이불, 황금으로 장식한 기둥.

이걸론 부족해.

"...권력이 필요해. 그 누구도 다신 날 무시하지 못하고... 인정받을 만한 권력이."

목적을 이룰 때까지 그는 그만둘 수 없었다. 자비니 동정심이니 하는 마음은 이미 옛날 옛적에 지워 버렸다. 설령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까마득한 낭떠러지라 하더라도, 그는 그만둘 수 없었다. 그는 권력을, 힘을 원했다. 고개를 들고 있었다고 죽도록 얻어맞지 않을 힘과, 버르장머리 없는 눈을 했다고 물 한 모금 없이 사흘을 갇혀있지 않을 힘과, 채찍에 맞은 자리가 곪아 터져도 약을 구하지 못해 혼자 앓지 않을 힘을.

그걸 위해서라면 그는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었다.

140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1:39:13

>>139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고 인정받을만한 권력이 필요하다는 그 말을 들으며 사내는 입에 담진 않았으나 공감하는 마음을 가졌다. 자고로 높은 자리에 앉아 아래를 보지 못하는 이들은 그 밑바닥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당장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 너무나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제가 반드시 그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주제넘을지도 모르나 그런 당신이기에 저는 그 누구보다 당신을 모실 수 있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이들보다 차라리 저렇게 갈구하는 마음을 보이는 이에게 사내는 충성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같진 않더라도 비슷한 부분이 있기에 움직이는 마음 또한 있었으니까. 물론 상대의 삶을 온전히 알 방도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에 더더욱.

이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며 사내는 꾸벅 인사를 바쳐 상대에게 말을 전달했다.

"그렇다면 자리를 비워보겠습니다. 부디 편안한 휴식 시간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이 시간에 접촉한 것을 누군가가 알게 되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자신이 모시는 이가 누군가에게 의심을 사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피해야만 했기에.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꾸길 빌겠습니다. 저의 주여."

141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2:08:14

>>140

"...그래."

확신이 담긴 목소리를 듣자 거짓말처럼 온몸에 힘이 풀렸다. 자신이 원하는 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라 한다면, 막는 대신 그 길을 닦아 놓을 사내였다. 긴장이 풀리자 피로감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그 역시 사내 못지않게 바쁜 하루를 보낸 참이었다. 방해되는 사람을 사고사로 위장해 죽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승을 위해서 필요한 건 그게 다가 아닌 탓이었다. 피곤했다.

"......가지 마."

그는 휘장 너머로 손을 뻗어 사내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정말로 원한다면, 주저할 것 없이 명령을 내리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하면 사내는 군말없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불에 얼굴을 묻은 채 작게 웅얼거렸다.

"하루 정도는 괜찮아. 그냥... 거기 있어."

142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2:17:56

>>141

자신의 옷자락을 붙드는 행동에 사내는 발을 멈췄다. 하루 정도는 괜찮으니 거기에 있으라는 그 말은 명령인 것일까. 아니면 다른 어조의 부탁일까. 어느 쪽이나 사내에게 있어선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말이었다. 자신이 모시는 이가 어쨌든 자신에게 이곳에 남아있으라고 말을 했으니 그저 따를 뿐이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오늘은 여기에 있겠습니다."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라고 해도 하루이틀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정도 목소리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사내는 손길이 닿는 곳. 즉 상대의 침대의 기둥에 조심스럽게 걸터앉았다. 휘장 너머의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 표정이 어느정도 예상이 간다고 생각하며 사내는 휘장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문쪽을 바라봤다. 누군가 들어오지 않을까, 혹여나 갑자기 이상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약간의 경계심을 가진 탓이었다.

"저는 여기에 있을테니 안심하시고 쉬셔도 됩니다. 오늘은 외로움이라도 느끼시는 겁니까?"

물론 아닐 수도 있었으나 그래도 최소한의 물음을 조심히 내비치며 사내는 계속해서 시선을 문 쪽에 두었다.

143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3:15:25

>>142

상대가 침대에 걸터앉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손을 거두었다. 휘장 너머로 어렴풋이 비치는 사내의 실루엣은 또 하나의 기둥 같았다. 그의 침대를 굳건하게 받치고 있는 두터운 기둥.

"...오늘따라 궁금한 게 많네."

그는 대답하는 대신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메시지는 단호했다. 더이상 아무런 질문도 하지 말 것. 그는 넓은 침대에 드러누운 채로 사내의 말을 곱씹었다. 외롭다고? 내가?

이제 와서 회한을 느끼는 것은 결단코 아니었다. 그저, 하루 정도는 타인의 기척을 느끼며 잠에 드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사내는 그가 믿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아니었다. 그가 달리 누굴 침대맡에 앉혀 놓고 잠을 청하겠는가? 자다가 칼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야.
정 말로 그 것 뿐?
"쪽지, 전하는 거... 잊지 마. 누가 물어보면 넌 그냥... 그 하녀랑 같이 있었다고 하면 돼."

손쓸 틈 없이 수마가 몰려드는 와중에도 그는 더듬거리며 지시를 끝마쳤다. 몸을 돌려 사내가 있는 방향을 등지고 누운 그는 작게 속삭였다.

"......수고했어."

그 말을 끝으로 사내의 주인은 꿈 하나 없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144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3:37:53

>>143

오늘따라 궁금한 것이 많다는 그 말에 사내는 더 이상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았다. 그것이 곧 대답일테고, 자신은 그에 따라서 더 이상 의문을 가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누가 보면 사내의 그런 사고방식은 어쩌면 정말로 비정상적일지도 모를 일이었으나 설사 자신이 비정상적이라고 하더라도 사내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요, 정말 관심 밖의 일이었다. 애초에 이런 일을 하는 시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포기하고 비정한 마음을 머금은 시점에서 그 누구의 이해를 받을 생각도 없었으니까.

"아마 저에게 직접 물을 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누군가 묻는다면 그렇게 말하겠습니다."

그 하녀가 부정하지 않는 한 특별히 의심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고, 설사 부정한다고 해도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변명거리를 생각했기에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오로지 부정하는 하녀만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뿐이었다. 절대 자신이 모시는 이에게 피해는 가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사내는 조금도 후일을 걱정하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엔... 자신이 멋대로 한 것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자신의 주인도 모를 정도로 자신이 행한 일. 허나 그 변명거리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것이기에 사내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부디 내일은 평안한 하루가 될 수 있기를. 나의 주여."

잠들어버리는 숨소리를 귀담으며 사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혹시나 모를, 그리 달갑지 않을 방문객의 발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귀는 활짝 열어놓으며. 지금 이 시간. 이곳이야말로 자신의 주인에게 있어 가장 안전한 곳이 되게 하리라는 마음가짐을 꽉 잡으며.

/상황상 막레가 되려나? 혹시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되겠지만 막레 분위기인 듯 하니 일단 막레로서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쓸게!

145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3:47:33

>>144 막레로 받으면 될 것 같아. 즐거웠어! 너참치도 돌리면서 즐거웠으려나 모르겠네.

146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3:48:10

>>145 나 역시도 즐거웠어!! 핑퐁이 있었기에 더 재밌기도 했고!! 아무튼 마찬가지로 즐겁게 즐겼다면 다행이야!

147 이름 없음 (C6rO8ptV7w)

2021-10-16 (파란날) 23:49:15

>>146 즐거웠다니 나도 다행이야. 그럼 좋은 밤 되길 바래:>

148 이름 없음 (vtz9guR9vI)

2021-10-16 (파란날) 23:54:55

>>147 마찬가지로 너참치도 좋은 밤 되길 바랄게!

149 이름 없음 (NKl1TaMz6Q)

2021-10-18 (모두 수고..) 20:39:33

새벽 2시, 그리고 또 38분. 하루가 시작된 지도 벌써 3시간 째를 향해 시계바늘은 흘러간다. 자동 결제 알람을 알리는 소리가 나면 나는 몸을 움직인다. 따뜻한 택시 안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니 안 그래도 야근에 지친 몸이 굳어 있다. 무거운 몸을 끌고서 택시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차문을 열고나와 마주친 밤공기. 제법 추워진 날씨에 몸을 잘게 떨었다. '아침에 외투 좀 챙겨서 나올걸. 내일, 아니지. 오늘은 꼭 챙기자.'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시야에 들어온 것이 있다. '와, 입김.' 뽀얗게 흩어지는 숨을 보고서 눈을 깜빡인다. 가을 다 지나고 벌써 겨울이 왔나보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맑고 높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온다. 코끝이 시리니 청승맞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늘에서부터 고개를 내렸다. 집이나 가야겠다고 다시 앞을 바라보는데-

"......?"

시야에 없었던 것이 있다. 하늘을 보기 전까지 저런 것은 없었다.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간다...

#가족, 친구, 귀신, 길냥댕이, 살인마, 판타지적 존재 뭐든지 다 괜찮습니당 <:3c

150 이름 없음 (9W2heZ4C7s)

2021-10-18 (모두 수고..) 21:21:33

>>149 잇기 전에 질문이야! 혹시 그 하늘에 있던 존재가 다른 세계에서 온 이라거나 그런 이도 괜찮아? 이를테면 이세계에서 누군가와 싸우는데 뭔가에 휘말려서 차원의 벽을 뚫고 와버렸습니다 같은 느낌으로!

151 이름 없음 (NKl1TaMz6Q)

2021-10-18 (모두 수고..) 21:25:21

>>150 넹 괜찮아요! 여쭤봐주셔서 감사합니당 <:3

152 이름 없음 (9W2heZ4C7s)

2021-10-18 (모두 수고..) 21:36:33

>>149

"아파라아아..!"

땅바닥에 앉아있던 이는 표정을 찡그리고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소리를 내고 있었다. 생김새로는 막 성인이 된 것 같은 엣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고, 키는 170을 조금 넘은 듯한 사람과 비슷한 존재였다. 허나 등 뒤에 붉은색 빛이 뭉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날개 한 쌍이 있다는게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점이었다. 그 이질적인 존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손으로 천천히 문질렀다.

표정을 찡그린 탓에 제대로 뜨지 않은 눈이 표정이 펼쳐지며 환하게 뜨였고 그 이질적인 존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잔뜩 당황해서 더욱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다 뒤로 살짝 물러나며 잔뜩 긴장한 목소리를 냈다.

"여긴 어디? 천국? 지옥? 어두우니까 지옥인가?! 안돼!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이어 그 이질적인 존재는 털썩 주저앉으며 절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문뜩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살짝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 쪽으로 돌렸다.

"누, 누구야?!"

153 이름 없음 (NKl1TaMz6Q)

2021-10-18 (모두 수고..) 21:54:15

>>152

"......천사 짭?"

누가 이 날씨에 땅바닥에 앉아있는가 싶어서 가까이 갔다가, 실루엣이 정확히 보일 때 바로 걸음을 우뚝 세웠다. 천사 날개는 분명 하얗고 깃털 있는 그런건데 저 날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무심코 중얼거리며 소리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난 꿈인지 구분하는 방법 중 흔하디 흔한 뺨 꼬집기를 해야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정말로 하려다가 관두었다. 저 앳된 분위기를 보자니 어린 애들 장난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가능성이라고 해봤자 영화나 소설 같은 망상 뿐인데, 그런 쪽의 가능성은 상상하기 정-말 귀찮았다.

"지옥... 비슷하지."

헬조선. 그 단어가 떠올랐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평범한 회사에서 평범하게 월급 받아타먹는 소시민이다. 그래서 내 양심도 평범하다. 추운 날씨에, 밤에, 길바닥에 혼자 있는 앳된 애를 모른 척 지나치기에는 애매한 양심이라는 뜻이다. '요즘은 이러고 노나. 중2병? ...좀 꼰대 같나.' 털썩 주저앉아있는 그 앞에 무릎을 모으고 쭈그려 앉았다.

"집 어디에요?"

'아.' 뒤늦게 입꼬리를 올렸다. 피곤에 찌들어 얼마나 상냥히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나보다야 어려보이는데 웃으면서 말 걸어야 덜 무섭지 않으려나 싶었다. 이미 겁 먹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154 이름 없음 (9W2heZ4C7s)

2021-10-18 (모두 수고..) 22:12:42

>>153

"정말로 지옥이야?! 어째서! 왜! 어째서! 왜!"

지옥이라는 말에 다시 절망하는 분위기를 보이며 이질적인 그 존재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난 그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싸웠을 뿐인데. 빛이 번쩍해서 놀라서 넘어진 것 뿐인데 그걸로 죽은거야? 지옥으로 떨어질 정도로 나쁘게 산거야? 하는 중얼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정말 제대로 절망한 모습이었다.

집이 어디냐고 묻는 물음이 들려오자 이질적인 그 존재는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이를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우물우물거리던 그 존재는 퉁명스런 목소리로 그 물음에 대답했다.

"지옥 같은 곳에 내 집은 없어. 그러는 당신은 누구야? 왜 날개가 없는거야? 아. 지옥이니까 페어리얼은 아니겠구나. 그렇다면 당신은 무슨 종족이야? 뭐라고 부르면 돼?"

명백하게 이질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질적인 존재는 제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주변을 바라보면서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쫑긋했다.

"하지만 지옥치고는 뭔가 무섭진 않네. 엄청 무서운 불구덩이가 있고 그렇다고 들었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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