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돌아와?"
나의 유년 시절은 아티를 제외하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투성이였어요. 그마저도 아티가 홀연히 사라져버려서, 좋은 기억조차 떠올리고 난 후에는 아프기만 할 뿐이라 빛이 바래어도 다시 꺼내 보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어머니가 말도 없이 떠나갈 정도로요. 아티가 떠나가고서 슬픔에 빠져 울고 있던 나를 돈이 궁해서 팔아넘기려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다행히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시느라 깨어 계셨던 시계공 할아버지가 팔려 가던 상황을 발견해서 다행이었어요. 시계공 할아버지는 제 값을 치러주었고, 나는 그 빚을 갚기 위해 할아버지의 조수가 되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를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그때의 어린 나, 로빈은 그대로 팔려 간 줄로만 알고 있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면 아버지에게도 들키게 됩니다. 나는 그래서 시계탑에 숨어들었어요. 할아버지는 가족보다 따스했고, 시계는 언제나 좋아하는 것이었으니 괜찮아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네 목소리가 돌아온다고 말하니 서러움이 넘쳐흐를까요? 너와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걸까요.
네 이름을 불러도 괜찮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분명 소리를 내 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거예요. 억지로 메꾸었던 네 자리를, 다시 네가 들어올 수 있도록 비워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편지 안 써도 돼."
눈가에 네 손이 다시 닿았습니다. 나는 이번에 다가온 네 손길은 밀어내지 않았어요. 이제는 모난 소리를 할 수 없어요. 널 밀어내는 것도 너무 아파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보자고요.
"편지 쓰지 않아도 괜찮도록 떠나지 마."
말도 안 되는 응석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지금 아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아티가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을 뿐입니다. 다만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 것 같으면 참아내면서 목소리를 내느라 온전히 전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티가 다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말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좀 더 의젓하고 멋진 사람이었다면 떠나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요.
"...보고 싶었어. 많이 보고 싶었어."
"다시 로비라고 불러줘서 기뻐."
"널 다시 부를 수 있어서 기뻐,"
엉망진창, 두서없는 문장들의 나열입니다. 내가 지금 엉망진창이기 때문일 거예요.
"아티."
웃어버렸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여전히 눈물이 눈가에 맺히고 있으면서도 웃는 것 또한 엉망진창에 포함되겠지요.
# 저도 생각보다 엄청 깊은 관계성이 나와서 얼떨떨해요... 시계탑에서 히키코모리처럼 지내는 시계공 설정이 생각났던 것 뿐이라 :3
# 너무 멋진 황실 기병대원인데 지당한 말 아닐까요...
# 로빈 묘사가 적어서 픽크루라도 가져온 건데 외형적인 부분에서 답레에 필요한게 있으시면 편히 물어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