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306068> 자유 상황극 스레 3 :: 1001

이름 없음

2021-09-13 08:11:25 - 2022-12-20 23:06:42

0 이름 없음 (wSjOpuFcMU)

2021-09-13 (모두 수고..) 08:11:25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88 이름 없음 (mWeVaVU15o)

2021-10-01 (불탄다..!) 22:51:18

>>86

"...돌아와?"

나의 유년 시절은 아티를 제외하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투성이였어요. 그마저도 아티가 홀연히 사라져버려서, 좋은 기억조차 떠올리고 난 후에는 아프기만 할 뿐이라 빛이 바래어도 다시 꺼내 보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어머니가 말도 없이 떠나갈 정도로요. 아티가 떠나가고서 슬픔에 빠져 울고 있던 나를 돈이 궁해서 팔아넘기려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다행히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시느라 깨어 계셨던 시계공 할아버지가 팔려 가던 상황을 발견해서 다행이었어요. 시계공 할아버지는 제 값을 치러주었고, 나는 그 빚을 갚기 위해 할아버지의 조수가 되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를 제외한 마을 사람들은 그때의 어린 나, 로빈은 그대로 팔려 간 줄로만 알고 있어요.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면 아버지에게도 들키게 됩니다. 나는 그래서 시계탑에 숨어들었어요. 할아버지는 가족보다 따스했고, 시계는 언제나 좋아하는 것이었으니 괜찮아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네 목소리가 돌아온다고 말하니 서러움이 넘쳐흐를까요? 너와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걸까요.

네 이름을 불러도 괜찮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분명 소리를 내 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거예요. 억지로 메꾸었던 네 자리를, 다시 네가 들어올 수 있도록 비워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편지 안 써도 돼."

눈가에 네 손이 다시 닿았습니다. 나는 이번에 다가온 네 손길은 밀어내지 않았어요. 이제는 모난 소리를 할 수 없어요. 널 밀어내는 것도 너무 아파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보자고요.

"편지 쓰지 않아도 괜찮도록 떠나지 마."

말도 안 되는 응석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지금 아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아티가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을 뿐입니다. 다만 울음소리가 새어 나올 것 같으면 참아내면서 목소리를 내느라 온전히 전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티가 다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말밖에 할 수 없는 내가, 좀 더 의젓하고 멋진 사람이었다면 떠나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요.

"...보고 싶었어. 많이 보고 싶었어."

"다시 로비라고 불러줘서 기뻐."

"널 다시 부를 수 있어서 기뻐,"

엉망진창, 두서없는 문장들의 나열입니다. 내가 지금 엉망진창이기 때문일 거예요.

"아티."

웃어버렸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여전히 눈물이 눈가에 맺히고 있으면서도 웃는 것 또한 엉망진창에 포함되겠지요.

# 저도 생각보다 엄청 깊은 관계성이 나와서 얼떨떨해요... 시계탑에서 히키코모리처럼 지내는 시계공 설정이 생각났던 것 뿐이라 :3
# 너무 멋진 황실 기병대원인데 지당한 말 아닐까요...
# 로빈 묘사가 적어서 픽크루라도 가져온 건데 외형적인 부분에서 답레에 필요한게 있으시면 편히 물어봐주세요!

89 이름 없음 (4/aAKXPO1M)

2021-10-01 (불탄다..!) 23:01:16

>>89
# (로빈의 아버지 설정에 분노와 슬픔과 안타까움이 뒤범벅되어 눈물을 쏟아낸 나머지 빼빼 말라버린 채로 자기 눈물에 휩쓸려가는 멸치)
# ...사실 처음에 답레 쓰기 시작할 때는 모험과 악당세력과 퍼즐과 보스전이 마련되어 있는 코스모드롬 레이드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전개가 달콤쌉싸름해져버렸어요... 오히려.. 오히려 좋아

90 이름 없음 (4/aAKXPO1M)

2021-10-01 (불탄다..!) 23:48:03

>>88

"응."

당신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고개를 힘있게 끄덕입니다. 아직 돌아오기 위해 건너야 할 단계가 조금 남았지만, 원래는 그 모든 단계를 다 건너고 나서야 당신에게 돌아오려고 했지만, 그들이 코스모드롬 열쇠를 맡긴 게 하필이면 이 주에서 가장 솜씨좋은 시계공으로 소문난 당신이었기에. 베아트리체는 손을 내밀어 당신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려 해봅니다.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뚝딱뚝딱대며 장난치는 걸 좋아해 손끝이 곱지는 않았지만 못본 새 더 거칠어졌네요. 베아트리체는 당신의 손에 꼭 쥐여있는 다른 손에서 손수건을 받아들어 그것으로 눈물을 닦아주려 합니다. 눈가가 쓸리면 아플 테니까요.

"응, 응."

"나 다녀왔어, 로비."

"나도, 정말로 보고 싶었어."

해야 하는 말이 남아있지만, 베아트리체는 당신의 말에 아니라고 대답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욕심껏 말하는 것처럼, 그녀 역시도 욕심껏 대답하고 싶었으니까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선명하게 행복한 나날들이 당신의 얼굴에서 빛나고 있었기에.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함께하는 나날을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이 너무도 눈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기에.

베아트리체는 손을 들어서 가죽갑옷의 앞섶을 툭툭 끌렀습니다. 가죽갑옷에 징이 박혀있는 이유는 가죽 아래에 쇳조각을 고정시켜두기 위해 박아둔 거라서, 그 갑옷을 입고 있으면 누군가를 안아주기엔 너무 차갑고 딱딱한 품이 되니까요. 갑옷 아래에 받쳐입는 누비옷도 썩 부드러운 재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갑옷보단 나을 것 같아서.

"응."

아티. 하고 당신이 부르는 소리에 베아트리체는, 아티는 양 팔을 활짝 펼쳐보였습니다. 그렇게 편한 품은 아니지만, 이나마 당신이 눈물젖은 얼굴을 마음껏 기댈 수 있도록요.

황실 기병대원 베아트리체 중위가 있던 자리에는, 벅찬 감정에 웃는 얼굴로 울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아티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 외형 묘사는 픽크루만으로 충분해요! 오히려 픽크루 가져와주셔서 고마워요... 아티에 대해서도 답레를 쓰실 때 필요하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다면 마음껏 질문해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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