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엘리멘탈>이 손 댄 문제들에 대해서 상위호환격인 영화임. 기준 딱히 없고 내가 선정함 ㅅㄱ - 그린 북(순한맛) : 차별과 평등, 피해자가 품위를 지키는 방법, 화해와 우정을 더 잘 다뤘음.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매운맛) : 차별 속의 사랑, 뻔하디 뻔한 로미오와 줄리엣 서사지만 더 현실적이고 따끔한 조언을 하고 있음. - 고장난 론(순한맛) : 감독이 팀쿡을 까고 싶어서 만든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전체적인 영화 완성도는 그닥이지만 섞일 수 없는 둘 사이의 우정을 그려냈음. 인사이트 자체가 신선한 건 아니지만 나름 감동이 있다. - 코코(순한맛) : 가족 관계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같이 다뤘다. 전체적인 영화 완성도도 높고, 결말에 이르는 구조도 훌륭함.
아무튼 차별이면 차별, 평등이면 평등, 그걸 극복하는 화해면 화해. 그냥 있는 그대로 부르면 되잖아. 그린북, 웨사스, 도리도 다 그렇게 했음. 그걸 '디쇽'이니 '비비스테리아'니 뭐니 해가면서 지들만 아는 이름으로 부르는 그게 오타쿠질이라고... 그게 세이프티핀이라고...
일단은 차별을 얘기하는 영화들이 이보다도 못해서 이런 영화가 상을 받고 앉았다고 말하면 또 누구 때문이겠냐? 백인 꼰대들 때문이지. <그린 북>의 주인공인 토니는 이탈리아계지만 어떻게 봐도 그 동네 사람이 아니다. 누가 연기하든 뭐가 중요하냐 할 수 있다. 아 물론 궁금할 순 있지만 사실 이건 당연한 문제다. 일본인이 중국인 연기를 하면 웃기지 않겠냐? <헤어질 결심>의 송서래와 <인간중독>의 종가흔 캐릭터 완성도를 보면 어떠냐고.
근데 대놓고 아시아문화권인 파이어그룹의 절 하는 자세가 이상하면 그건 어떠냐고. 왜 괜히 판타지니까요~ 라는 핑계 대가면서 영화 완성도를 깎아먹음? 안 깎아먹는다고? 이게 분위기 타서 보니까 그렇지, 사실 작중에서 보여준 차별적인 대사 비중이 얼마나 높은가 생각해보면 어림잡아도 3할은 된다. 이게 맞냐?
나는 애초에 분쟁이라는 게 이해관계에 따라서 니 말이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서 시끄러운 다툼이 되니까 지양하자는 덴 동의함. 근데 차별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이해관계랑 그닥 상관없고 오히려 존중받기 위한 싸움임. 이걸 시끄러운 싸움이라고, 분쟁을 일으키는 주제라고 하는 거는... 앞으로의 영화서 대놓고 칭챙총 같은 대사 나와도 화 내지 말자 뭐 이런 얘긴가? 난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음.
이런 문제제기도 못할 거면 뭐하러 문화생활을 해? 그러자고 영화 보는거야. '영화를 영화로 못 보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제기 자체를 피곤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임.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분노하는 게 '영화를 영화로 못 보는 거'냐? 그렇게치면 자기들은 영화배우 얼굴이나 평가질하고 있었다 이런 말이 되는데 이게 맞냐고. 오락으로 즐기자, 뭐 말은 그럴듯하지. 그럼 우리가 만오천원이나 내고 보는 이 영화랑 씹덕 애니랑 근본적으로 다를 게 뭐임? 그걸 뭐하러 서브컬쳐라고 불러?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가'는 작품의 A to Z 라고 생각함. 내가 얼마 전에 범죄와 악을 다루는 데 진지하지 못하면 "왜 이런 작품 하냐"는 말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존중을 못 하는 건 "애초에 작품 같은 걸 왜 하냐"는 말 들어도 싸지.
아니, 왜? 존중하지도 않는데 왜 그 대상을 다뤄? 기획하는 동안, 조사하는 동안, 집필하는동안, 작화하는 그 긴 시간동안 뭐하러 그런 변태같은 짓을 하냐고. 이상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