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나와서 말인데, <덱스터>의 주인공 덱스터가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이 있어서 말을 간결하게 한다. 말을 그렇게 어렵게 안 하고, 약간 커뮤니케이션에 서툴어서 의외로 영어회화에 도움이 된다. 보통 미드 보면 주인공 말하기 능력이 나랑 비슷한 경우는 잘 없잖아... 근데 덱스터는 업무 얘기를 빼묜 나보다 약간 나은 수준으로 말해서 듣기와 말하기에 도움 많이 됐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B1 언저리면 추천할만함
살인자ㅇ난감... 도 그렇고 덱스터도 그렇고 존윅도 다 같음. 주인공이 살인마인 경우 어떤 개념이나 실험적인 생각이 그 인물의 핵이랄까, 그런 인물을 설계한 계기가 있다고 생각함. 나도 덱스터가 살인마인 건 신경 안 썼음. 추천하기에는 그 점이 걸린다 뿐이지. 이게 이유가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주인공한테 이입이 되는데 내가 술꾼도시여자들 하차한 거랑 같은 이유로 이 작품들을 하차할 수 있다고 생각돼서 말하는 거임. 나머지는 걍 드립성 멘트고...
암튼 나는 그런 좀 범죄자인 캐릭터들은 그렇게 봐야 하고, 감상하는 사람이 그렇게 보도록 작가도 유도를 해야된다고 생각함. 그러니까 이탕이나 덱스터의 행적을 보면 작가가 의도한대로 살인자만 골라서 죽이고 다님. 작중에서는 '하늘이 돕는 것처럼' 막힘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는 묘사가 그런 거라고 봄. 서브컬쳐에서는 주인공 보정이라고 하는 그거 ㅋ 무튼간에 이런 애들이 주인공인 작품에서는 단순히 옳냐 그르냐의 싸움이라기보다는 1) 옳고 그름, 즉, 플롯과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힐 수 있는지 2) 그런 생각이 사회에 서 보통의 것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의 실험 3) 작가가 그런 생각들을 나쁘다고 결론내린 경우, 그것이 어떻게 몰락해가는지를 감상자에게 설득하는 과정으로 봐야 맞다고 생각함. 단순히 살인의 옳고 그름만을 따지려다 약간 이상해진 작품이 국민사형투표라고 생각함. 사실 나도 이거 제대로 안 보고 도중에 하차해서 기억은 잘 안 남ㅈㅅ
또 이런 거랑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이 정우성 주연의 <아수라>였는데, 나쁜 놈은 나쁜 놈들끼리 망해라~! 라는 다소 나이브한 결론이 아쉬웠음. 나는 이런 류의 작품을 보면서 내심 기대하는 요소가 있음. 많은 작품들이 이미 선업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니까 악업에 대해서도 다뤄주면 좋겠다는 거임. 어떤 악역(심지어 주인공이라 할지라도)이 어떻게 악행을 저질러왔고, 악행이 쌓여서 악업이 되고, 그의 악업이 어떻게 그를 어둠으로 이끄는지. 악인에게 어울리는 최후의 심판이란 어떤 것인지. <아수라>는 아쉬웠다고 생각하는 게, 결국 자기들끼리 죽이고 끝나는 거였거든. 다 죽어있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satan your kingdom must come down 을 틀어주는 게 그런 장면을 비웃는 것도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에 있는 나쁜 놈들이 이런 식으로 다 알아서 없어져주기를 바라는 순진한 마음도 내비치는 것 같았다.
영화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라는 두 시간짜리 고민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영화의 장면은 낭비되어선 안된다고 하는 거임. 대놓고 사치품인 영화는 쓰레기라고 하는 이유도 같음.
오죽하면 미야자키옹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영화를 만들겠냐고요. 한평생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살진 못해도 이런 시각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해온 양반이 이런 제목을 달고 은퇴까지 번복해서 영화를 낸다는 게 뭐겠는지 생각을 좀 해봐야 하는 시점임. 자기가 영화 좀 봤다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심판이라면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흔히는 밝은 쪽의 가치에 처절하게 당하는 결말이 있겠음. 플롯을 좀 비틀수도 있으니까 꼭 결말이 아니어도 되지만. 나는 당연히 가질 수 없었던 것을 가질 수 있었다고 착각하는 덱스터의 비극이 좋다고 생각함. 작중에서 악을 비난하려거든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될 것 같았어?" 라는 정도로 강경하게 말해줘야 함. 그러면서도 리타이어할 인물이 타이밍 좋게 빠져주는 게 정말 좋았지...
아, 맞다. 이거 중요한 걸 까먹었군. <살인자ㅇ난감>은 감상자를 너무 시험한다는 인상이 있음. <덱스터> 시즌4까지의 매끄러운 연출과 비교하면 혼자 작업하는 꼬마비가 너무 불리하지 않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있다 치고, 예리한 지적임. 근데 작품의 흐름만 보자고. 흐름만.
당시에도 댓글창이 '실제로 이런 일이 있으면 어쩌겠냐'는 류의 댓글이 많았는데... 어느정도까지는 작가가 의도한 바가 있다고 생각함. 근데 목적까진 잘 모르겠더라고. 우리나라도 작품 감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윤리관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인지, 실제 범죄와 만화 범죄를 비교해가는 논쟁 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뭔지... 아니면 그냥 논쟁 자체를 보고싶었을 뿐인지 잘 모르겠다 이말임.
다음 스로그 세울지말지 고민중인데 세운다면 이번에 나온 인어공주랑 아무튼 좀 여러의미로 문제작이었던 영화 중심으로 보려고 함. 아, 그리고 평소에 내 취향이 전혀 아니었던 영화들을 술 마시면서 볼 예정임... 그리고 여기 라인업에는 신카이마코토 감독 작품 유명한 거 세 편도 포함임. 애초에 이런 영상화보 류의 작품은 그닥 안땡기고 레드윔프스도 별로 안좋아해서 보고싶은 생각이 안 들었는데, 어떤 사람이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고 하는 바람에 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