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 레나는 연애도 해야되고, 제국의 만행을 알려야 하고, 자기 존재도 인정받아야 하고, 근데 인성쓰레기 애비는 잘 죽지도 않고, 제국 공작들이랑 수 싸움도 해야되고, 유니랑 꽁냥꽁냥하고 귀여운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다재다능해서 대리만족은 됐는데 그 과정에서 캐릭터가 영 어색해졌단 말이죠. <필리아로제>는 어리광쟁이 약탈자가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고 지혜로운 예언자로 거듭났는데 <레지나레나>에서 제일 많이 변한 인물은 아마 이우라 동생맨이 아닐지. 나머지는 원래 그런 인간이었거나(동부공, 남부공), 그런 인간으로 돌아왔거나(황제 남매, 이우라), 약간 성장했거나(엔지, 유니) 하는 식임.
그런 의미에서 아예 19금 걸고 잔인한 묘사 다 해가면서 시리어스물로 개조해줘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같은 이유로 로보토미의 앤젤라가 라오루에서 한 선택이 논란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로보토미에서 억겁같은 세월을 보낸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은 정신과 욕구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놀라웠지만, 이미 그렇다는 것을 알고 진행한 라오루에서 인간처럼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놀랍진 않았던 거지.
나는 앤젤라가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게 이상하다곤 생각하진 않는데, 놀라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함. 그럼 앤젤라가 도시 사람들의 정신을 모으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해서 어떤... 메시아까지는 아니라도 그렇게 될만한 것이 되었다고, 모두를 풀어주는 선택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플레이어를 충분히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건 잘 안 됐다고 봄. 롤랑 인생이 얼마나 망했는지만 보여줬잖아. 어찌됐건 라오루라는 무대의 진행자는 롤랑이랑 앤젤라인데 앤젤라의 변화가 좀 미미했음. 일단 나는 결말에서 모두를 해방시킨다는 선택지가 마치 '에잇, 나도 모르겠다!' 하고 지르는 것처럼 느껴졌음. 오히려 풀어주지 않는다 쪽이 그간 앤젤라가 보여줬던 행보에 더 어울렸다고 생각함. 그러니까 둘 다 놀라운 선택은 아니었다는 거지.
또 이걸로 비슷한 거를 다루자면 <조커>가 있다. 이건 논란을 일으키려고 작정하고 만든 작품 같음.
조커가 사회 밑바닥 출신이 아니었다면~ 하는 가정부터 조커의 흑화는 필연적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그 무엇도 깔끔하게 납득되는 것이 없어. 다 조금씩 모자란 거임. 사회문제란 다 그런 거니까. 서로의 의견이 다를 뿐인거지 이미 발발한 문제를 어찌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내 생각엔 이게 감독의 의도임. 폭력이 싫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폭력이 왜 생기는지 고민해볼까요?' 가 아니라, '이제 우리는 조커와 그 폭도들에 맞서 싸워야 해요' 라고 읽는 것이 가장 정확하리라고 생각함. 폭력만이 문제의 해결법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감독은 '당신들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배트맨이 생긴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냐. 일단 난 호아킨 피닉스가 영화보는 눈이 괜찮다는 걸 믿는다. <her>도 아주 충격적이었거든.
아니, 어디서 봤는진 잘 기억나진 않지만 동양 고전에 어떤 청년이 '늙은 아버지가 자신을 때리며 야단치실 때 피하지 않고 맞는다. 그게 아버지의 뜻이고, 그 뜻에 따르니 나는 효자다' 이러는데 어떤 어른이 그 말을 듣고 '그걸 다 맞아서 아버지가 그 나이 되도록 아들을 때리는 패륜을 저지르게 두었느냐, 너는 불효자다' 하는 일화가 있음.
같은 이유로 나는 나에게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기게 두면 안된다고 생각함. 누가 나를 때리려고 들면 적극적으로 나를 보호해야 사태가 커지지 않음. 물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반쯤 죽어버리는 건 있긴 한데요...
>>265 이거는 힘 없으면 도망칠 줄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짐. 근데 내가 보니까 당하고만 사는 사람들은 꼭 주변에 하나정도는 누가 나서서 도와줌. 그래서 뭐... 생각보다 피해가 그렇게 크시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대놓고 나쁜 짓 하는 사람보다 이런 사람들 건드려서 돌아오는 후환이 더 무섭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 책 진짜 물건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교에 대해서, 특히 좋은 종교란 어떤 것이며 올바른 실천을 이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필독임. 그리고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만한 사소한 버릇이나 잘못부터 꽤나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들까지 나오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모든 것은 악마의 유혹이니 이겨내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작품 감상을 많이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함. "작품을 감상할 줄 안다"는 것은 작품으로 들어가서 감상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자기 입맛에 맞는 작품을 수없이 많이 찾아낸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통찰은 지식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생 책, 인생 음악, 인생 영화, 뭐든 좋으니까 하나만이라도 마음에 새길 수 있으면 매주 미술관에 가서 빈 마음으로 돌아오는 사람보다 낫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릴 수 없듯, 모든 작품과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런 욕망을 가져 봐야 어차피 성취할 수 없다는 것만을 깨닫게 되니 굳이 먼 길 돌아갈 필요가 없다.
모든 작품과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은 곧 내 눈에 들어온 작품들을 잘 눈여겨봐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스쳐지나가기만 하면서 왜 내 곁에는 좋은 사람이 없을까, 하는 것은 작품으로 바꿔 말해도 같다. 다 흘려보내면서 이건 못했네, 저건 못했네 평가질만 해대는데 어떻게 좋은 작품이 눈에 들어오겠음?
>>265 안심하십쇼 그 말씀은 남이 뭔 난리를 치고 안좋은 길로 가고 ●랄을 하던 걍 당하기만 하고 냅둬라가 아니라 남이 ●랄한다고 너도 같이 ○랄하지 말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해라입니다. 사실 미워하지 말라가 핵심인듯. 이제 그렇게 엇나가는 사람을 미워하고 같이 싸워봐야 뭐가 되겠냐는거지. 그런 사람도 포용하고서 옳은 길로 갈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