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내세같은 기이한 미신을 믿지 않는 자로서는 그냥 되는대로 살다가 되는대로 즐기면서 때되면 / 혹은 사정이 안되면 그냥 나가죽는것도 나쁘지않은 삶일거같은데 하지만 가령 저축을 하는사람과 않는 사람이라는 비교를 해보면,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분명 얼마 안되어 탕진해버릴거고 상대적 박탈감이 들겠지 그렇다면 막 살되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사는건 어떨까? 한국인에게 그게 가능할까? 시시비비를 가릴때에도 자신의 상대적 우위를 뽐내는 데에만 급급한 그런 한국 문화속 한국인에게?
정당성이라는건 정말 한줌이다. 대통령 처의 주가조작 사실이 공공연함에도 처벌않는 조선 반도에서는 특히. 정의라는게 선택적으로 적용된다면 그건 과연 정의일까? 그래서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엉터리이고, 심지어 큰 정부와 더 많은 통제를 지향하는 사람이 볼 때에도 대한민국의 것은 그냥 합법적 폭력기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뭘 하며 살고싶은걸까? 이런 엉터리같은 타자와 나를 분리하며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 이상의 염원이 있을까? 뭔가를 이뤄내고, 그것에 몰입하고싶다. 내가 숨을 거두는 그날까지. 몰입하면 이러한 현실을 잊을 수 있고, 대개 몰입하면 결과적으로 성취로 이어지니까. 하지만 내가 몰입하는 것,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 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 이외에 더 특기할만한 큰 염원이 없다면 나는 그러면 세간에서 말하는 성공한 삶과는 동떨어져서 살아도 되는 것 아니야? 그럼 나의 정의를 관철하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살더라도 내 뜻을 밀고나갈 수 있다는건데 말이지.
타인과 연결되고 싶다는건 아마 인간의 공통된 욕망이겠지. 하지만 그 정도는 제법 편차가 있고 (큰 틀에서 보았을땐 대동소이하다손 쳐도) 나는 제법 적은 편이라 생각한다. 근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어떡하지? 홀로 고독하게 내 정의를 관철하고 내 소망을 위해 나아가다가 고립되어버리면 어떡하나?
뭐 이런 큰 틀에서의 고민을 하고있음
작은 범위에서의 고민으로는 퇴사를 언제할지 / 이직을 동종으로 할지, 아니면 개발로 전향할지를 고민중.
내가 건설업을 빠져나오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A.큰 이유 1.전문성. 너무 고인물 판이다. 내가 뭘 어떻게 배워서 전문가가 될 수 있긴 한지 의구심이 든다. 2.워라밸. 토요일, 공휴일에도 노동하니 취미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지금도 이러한데 직급이 높아지고 책임이 더 많아지면 어떠할지 걱정스럽다. 3.직무만족도. 공사라는 일 자체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반면 개발은 좋아한다.
B.작은 이유 1.원격지 근무. 근무지가 집이랑 멀기에 숙소생활을 하든가, 아니면 최소 1시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가며 출퇴근 해야함. 2.규정대로 안 돌아가는 현실. 소위 FM과 실무가 분리되어있고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게 꼴같잖다 3.처벌가능성. 중처법 이후로 안전, 품질에 더욱 큰 책임이 부가되었는데 회사들은 각성하지 못하고 여전히 비슷한 관습을 유지중이다. 대기업, 중견기업은 신경을 쓰지만 중소 내지 좆소는 그렇지 아니하다. 하찮은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 나 또한 법적처벌을 받을 수 있다. 4.사람들하고 부대낀다. 작업자들은, 소위 막일이라는 편견답게 드세거나 괴팍한 사람들이 많고 이런 사람들한테 원한사거나 친하게 못 지내면 놓치는 부분이 꽤 있다.
C.반면 장점도 있다. 1.기본급이 높은 편. 현장근무는 아무래도 페이가 세다. 중소기업은 그래봐야 얼마 차이 안날 수도 있지만 경력이 쌓이고 전문성이 늘면 느는대로 어필하기 나름. 2.야근이 적음. 물론 야간공사 있을 수 있지만 대개 해가 뜰때 출근해서 해가 지면 퇴근한다. 7-18 정도가 보통인듯.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까, 사실 옮겨서 얼마나 만족할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차피 조선에서 과로는 필연이고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
요즘은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 사실은 그것들은 내 외부의 문제이고 내 내면은 견고하기에 내가 방기하기로 결정한다면 할 수 있는 것이고 아무도 나를 감히 탓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혹자는 나를 탓하겠지만) 그래도 내 내면의 어딘가는 그것들을 지켜야 하노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다소 찜찜하다.
어쩌면 외부의 나에 대한 평가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 내면에 남은 일말의 인간성이라는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판단기준 때문일 수도 있겠지.
사실 누군가의 마음은 그 당사자는 모를 때가 많지 정작 그 주변인들은 비교적 정확하게 그 마음을 미루어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가 딱 그런 경우인 것 같다. 누군가와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좀더 파고들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별로 알고싶지는 않다. 몰라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고, 크게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반면 나의 마음이 만천하에 공개되면 잃을 것이 제법 있어. 게다가 내 주변에 딱히 그런 대화를 나눌 사람은 없다.
아무튼 오늘 있던 일을 토대로 든 나의 생각은 이렇다. 설령 내가 5초뒤에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내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그건 정말이지 너무도 무거운 (중압감이라는 의미에서) 부채다. 삶이 원죄인 이유의, 아마도 8할 이상은 그것이다.
오늘 애인 고양이가 죽었다. 급하게 장례를 치르는데, 나를 불렀다가 갑자기 혼자 있기를 원한다 하였다. 걱정이 된 나는 그에게 말했다. 혹시 나한테 부담이 될까봐 괜찮다고 한거면, 나는 전혀 문제없으니 내가 필요하다면 불러달라고. 식은 친구와 치르기로 했고 혹시 너무 힘들어지면 나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슬퍼할까? 나를 포함하여 아무도 그러지 않았음 한다. 하지만 그건 바람과는 다르게, 지극히 당연하게 수반되는거니까 내가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거겠지.
누군가와 사귈때마다 드는 생각은 항상 이러하다. 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인가? 당췌 나의 어느 점이 좋단 말인가? 이것이 항상 회의적이고 의심스러워서 관계가 파탄났던 것 같다. 어쨌든 대부분 망각해서 잘은 모르지만. 근데 요즘은 다른 고민이 든다. 만약 이 관계가 몇년이고 지속된다면, 내 형편은 이것을 지속할 수 있을까? 노동인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에 속하는 조선에서... 좆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그 부분을 잘 모르겠다...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며 살아갈 것을 상정해왔었는데 이젠 둘이 되었으니. 생활이야 어떻게든 이어갈 수 있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이랍시고 시발 부익부 빈익빈이 워낙 심해서 과대표되는 럭셔리 라이프를 아주 작은 일부분만큼이라도 흉내내보려고 하면 금방 거덜난다고. 나 혼자였으면 안 하면 그만인데 상대가 그 일부를 원하는거같으니 어떠케 내가 외면하겠니.
요즘 드는 생각인데 어쨌든 OECD 기준 노동인권 최악 수준인 조선에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서 살려면 과로는 필수이고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안심하고 버틸 수 있는 그런 관계가 가장 건강하지 싶다 애인이 너무 나한테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된다. 걱정된다는 말 조차도 부담스러우니 할 수 없겠지만.
내가 뭘 잘못했지? 몇가지 짚이는 부분은 있지만 어느 지점이 화가 났고 견디기 힘들었는지, 또 그게 화난 게 맞긴 한건지,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이 들었던건지를 말 안하고 헤어지자고 하면 대체 난 뭘 어떻게 해야하냐? 헤어지자고 했을때 내가 주섬주섬 짐 챙기는 걸 보고 개선해볼 생각은 없냐고 묻던 것도 어이가 없다.
내가 최대한 내 선에서 이해한 것을 말해볼게 너는 사람은 절대 안 바뀌거나 바뀌기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고, 또 너의 감정과 여건이 더 중요해 그렇기 때문에 나랑 상의 내지는 조율도 안 해보고 헤어지자고 말했던거겠지 그런데 그렇게 나올 거였으면 이미 헤어지자는 말을 한 순간 모든 결심은 다 끝난 것 아닌가? 관계는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이긴 해도, 어느 한 쪽에서의 송신이 끊기면 더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네가 헤어지자는 말을 한 이상 내가 뭘 어쩔 수는 없는거잖아.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았겠니? 매달렸으면 좋겠어? 내가 너에 대해 얼만큼 좋아하는지 그 마음을 시험한거야? 그게 아니라면 당췌 그렇게 나올 이유가 없었는데.
그리고 내가 이미 너에 대해서 많이 견디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지 않나? 그것들은 모두 무시하는거야? 혹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자신이 겪는 어려움도 더해서,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피차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독단적으로 결정한거야? 너는 스스로가 폴리임을 말하고 나와의 관계를 시작했어. 그건 좋아. 양심적이고 잘한 일이야. 그런데 어째서 그런 구체적 설명이 정작 헤어진다는 중대한 결정에서는 부재했던건지? 혹시 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에 있어서 방해가 된 것은 아닌지? 혹시 상대를 별로 안 좋아했던건 정작 너 자신 아니었는지?
그리고 내가 당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었기는 한지도. 나는 그것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게 전혀 놀랍지 않아. 그러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다고 치대고 태연히 거짓말 할 수 있었던 것은 제법 놀라워. 우리 둘의 미래를 그렸을때 비관적인 것은 너 뿐만이 아니야. 처음에 집에 놀러오라고 해서 갔더니 온 집안에 파리가 들끓고 바닥엔 털과 개오줌, 똥, 쓰레기가 널려있고 설거지거리는 가득한 그 꼴을 보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또 내가 3-4번 정도 싹 청소를 해두니까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있는 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몇가지 간단한 부탁을 하자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던 네 모습은? 그건 네 삶의 방식이고 내가 뭐라 말할 수는 없어. 하지만 만약 우리가 미래에 같이 살게 된다면 정말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건 여전히 바뀌지 않아. 미안하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 하면서도 고치지 않고 그게 반복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는거야. 그럴거면 미안하다고도, 고치겠다고도 하지 말든가. 여하간 그런 감상이 헤어지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만약 네가 나를 떠보거나 별 생각없이 그런 말을 했던거라면 애석하게도, 네가 그 말을 꺼낸 이상 나도 이 아이랑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솔직히 지금 내가 너에 대해 드는 감상은 이거야. 속된 말을 섞어서, 가진거 쥐뿔도 없는 사람이 에고만 비대하다고. 그게 바로 전여친에 대해 들었던 생각이었고. 속물같아서 싫다고 장난이랍시고 말한 게 상처였다면 미안하다. 근데 그게 그렇게 화가 났니? 그럼 나는? 전남친이 헤어지겠다 하자 어퍼컷 때렸다며? 너도 조심하라며? 그건 씨 ㅋㅋㅋㅋㅋ 너가 순살강정이라서 괜찮은거냐? 내가 물리적이고 실제적 위협을 느낄 리가 없으니까?
하이튼 말좀 제대로 나눠보고싶다. 어느 단계에서 사고가 잘못 이어졌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오해니까. 그치만 별로 기대는 안해. 넌 거의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