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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RAeKhiz2

2024-09-23 18:08:33 - 2024-12-04 22:18:03

0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08:33

.

495 엘리 - 진행 (k5sD.2n0G2)

2024-10-21 (모두 수고..) 00:48:43

@@>>482

아니요.

"아, 응, 들어와"

항상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불편했지만 접견을 원한다는데 뭐, 까라면 까야지.

496 ◆MjRAeKhiz2 (A4jJ5YAXGQ)

2024-10-21 (모두 수고..) 01:34:57

>>495
저기서 곧이곧대로 "아니, 안 돼."라고 말하기에는, 그래도 엘리는 어엿한 80살입니다! 그래도 대충 인간으로 따지면 16살에서 20살 정도는 되었단 말이지요. 즉 사회생활을 알 나이고, '들어가도 돼?'는 '들어간다?'는 의사를 전달해서 '어 들어와'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한 사전 통고지 진짜로 접견 의사의 유무를 묻는게 아님을 알 나이란 말입니다. 엘리는 류드밀라가 들어오게 하고, 류드밀라는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한 손으로 더듬으며 들어오더니, 엘리의 머리를 대충 툭툭 치고는 대충 이쯤이 의자겠거니 하고 앉습니다.

"별 건 아니고, 들어보니까 사람들을 꽤나 구한 것 같던데, 왜 그렇게 사람들을 구하는 데 집착한 거야?"

류드밀라가 물어봅니다. 류드밀라는 다른 일족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적극적인 인간 사냥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좋은 것도 아닌, 지금의 '살아남은' 뱀파이어 일족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립파에 속하는 이니 당연한 느낌입니다.

"너는 태양 아래서도 멀쩡하고 싶다는 미친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그거랑 인간을 구하는 거랑은 별로 상관이 없어보이는데."

497 아앨라나 - 진행 (Yx71Opgg12)

2024-10-21 (모두 수고..) 15:51:46


@@ >>494

저는 촌장 님이 말하신 대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면 어촌의 곳곳에서부터 사람들을 모아서 한 자리에 모여가는 것이 보였어요. 거기에서는 외부인들의 존재는 제외되었는데, 이곳 분들의 마음씨를 본다면 아무래도 그럴수 있겠네요. 제가 그것을 표현한다면 '숙고와 결정의 순간을 준비하다' 이라고 말할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흘러갔을까요?

저 역시 그들과 함께 뒤따르고 이제 한 자리에서 모여서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촌장 님이 그들에게 설명했어요. 이 순간에도 저는 계속 침묵을 지키며 바라보았어요. 그들에게는 당연하게도 각자의 얼굴에는, 그 곁에는 절망이라는 이름의 늑대의 무리가 사냥감을 에워싸듯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지요. 그럼에도 촌장 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이것은 확실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처럼 그 숨을 죽이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갔어요

이제 그들은 저에게 그들의 결말을 맞이할 조건을 말해주었어요. 이번에도 제가 거절할 이유는 없어 보였어요. 그것들은 제가 생각하였던 것과도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야기가 한창 이어지는 와중에 누군가의 외침이 울려퍼지는 것을 저는 알았어요. 그래요, 이것도 어느정도는 있을 줄 알았어요. 무엇을 말하고자 할지 예상해볼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네요. 그 목소리의 주인의 외침에 깃들어 있듯이 즉시 말하고 싶을거에요, 그러니 제대로 말할 수 있도록 가만히 있어보아요

498 ◆MjRAeKhiz2 (A4jJ5YAXGQ)

2024-10-21 (모두 수고..) 18:31:15

>>497
아앨라나는 그 쪽을 바라봅니다. 한쪽 팔을 잃어버리고, 한쪽 눈도 잃어버린... 딱 봐도, 검은 숲 사람이 아닌 외부인입니다. 촌민들은 이 민감한 이야기 와중에 외부인이 들어오자 웅성거리고, 행여 정보가 새는 건가 우려하는데, 그 사람은 우려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인신공양으로 문어 괴물을 죽인다고? 효과만 확실하다면, 그럼 나도 끼어줘!"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러자, 그 외부인은 자신의 잘린 팔에 붙은 붕대를 확 풀어 검게 썩은 절단면을 보여줍니다. 그걸 보고 마음이 약한 이들은 윽, 하며 눈을 돌리고, 외부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잇는군요.

"내가 여기에 왔다가, 내가 자랑하는 왼손도 잃고 내 눈도 잃고 내 아들도 잃었어. 저 망할 놈의 문어 때문에! 그러니까... 인신 공양이란 거, 할 거면 나도 해!"

이제는 악밖에 남지 않은 외부인이 남은 한쪽 팔로 주먹을 흔들면서 뭐라 외치지만, 촌장은 고개를 젓습니다.

"사정은 안 됐지만, 이건 플라베르흐 마을이 책임져야 할 문제니까, 외부인의 목숨을 요구할 수는..."

"그렇다면, 플라베르흐가 인신 공양을 했다고 사방 팔방에 다 소문을 내겠어! 자아, 마을에 피해를 입히겠다고 협박하는 건 사형 수준의 금기 아닌가?! 사형으로 죽이나, 인신 공양으로 죽이나, 어차피 똑같잖아?!"

"미치겠구만 그래..."

촌장은 쯧, 하고 혀를 차면서 아앨라나의 눈치를 봅니다. 가말라시엘이야 뭐, 10명의 생명이 더 좋냐 11명의 생명이 더 좋냐 물을 것도 없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요상하게도 아앨라나의 의사가 중요해진 느낌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499 크론 - 진행 (xS3..MAHg.)

2024-10-22 (FIRE!) 10:13:05

@@>>492

마차 타고 가는 거 생각보다 편하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멀쩡해 보이던 경비가 난데없이 도적이라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망할 쓰레기 더미를 벗어나서 이제 좀 멀쩡한 동네들로 왔는가 싶었는데..

다만 언제까지고 충격만 받은 상태로 있기에는 잭이 보여주는 무위 역시 충격적인 수준이라 빠르게 정신을 추스를 수 있었다.

무기..무기..
'크론'은 눈앞에 떨어진 잘린 손을 보았다. 그리고 거기 손을 뻗어 그 손이 쥐고 있던 단검을 챙겼다.

주먹질을 나눈 적은 많다. 날붙이를 휘둘러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본격적인 싸움은 처음이었기에 긴장감에 단검을 쥔 손이 떨린다.

생각. 생각하자. 녀석들도 분명 잭이 보여준 무위에 당황을 했을거다. 지금 모든 관심은 잭에게 집중된 상황..자신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한다.

그렇기에 나는 뒤쪽으로 슬쩍 빠져나가 적들의 뒤를 노리고 접근한다.
//아카데미 전 전투라니 전투 튜토리얼 느낌으로 배워야겠다

500 아앨라나 - 진행 (zDBTyFBFKQ)

2024-10-23 (水) 15:46:01


@@ >>498

저는 그 외침의 주인공을 바라보았어요. 그 사람은 돋보이도록 나섰지요. 그 뿐만이 아니라 그 모습으로 보아서도 그랬어요. 그 사람은 외지인이고 이곳에 모여있는 어촌의 주민들과 같은 것을 겪었지만 그 때문에 다를 것이라 여겨질 수 있으나 비슷하다 것을 알았지요

저는 그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끝마치도록 따로 말하지 않고 청취를 계속했어요. 과연 그런가요. 잃어버린 것을 위하는 상처입은 복수자 이로군요. 그 사람은 더는 자신의 생명을 아끼려 하지 않을거에요.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태워서라도 호수에 자라나고 있을 거악을 처단하는 것이 자신의 복수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당신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 거에요, 복수를 대행할 수 있겠지요"

"이들이 그것을 수용하도록 할 수 있다면요. 당신은 선택할 수 있어요, 남겨진 이들과 같이 삶을 이어나가 대적의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고 그것을 알고 느끼며 삶의 끝을 맞이했던 이들이 이어가고 싶어했던 내일을, 그 유지와 소망을 이어받아 이루는 것을 할 수 있을거에요"

상황이 이렇게 되어가면, 거기에서 곤란해보이는 모습이 영력하였던 촌장 님으로부터 이어지는 눈길이 저에게 향해 왔어요. 그것은 저에게 또 다른 선택과 결정을 원하는 것이라는 걸 곧바로 알 수 있었어요. 그렇게 되어서야 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을 그만두고는 그리 말하며 동시에 모여든 주민들을 향해서 가리키며 손바닥을 보여 펼쳐보았어요

501 엘리 - 진행 (u//hDiedcs)

2024-10-23 (水) 19:36:08

@@>>496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어떤 대답을 생각하고 있는걸까. 뭐, 엄청나게 숭고하고 고결한 목적을 얘기했어야 했던걸까.

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situplay>1597051922>28 situplay>1597051922>26
내가 뭐, 무리해서 남들을 구한 건 아니었으니까. 구하려다 몇 번 뭉개지긴 했지만... 나한테 '뭉개지는' 것 정도는 무리 축에도 못 낀다.

정말로 죽는다거나, 눈 앞의 언니처럼 영구적인 결손을 각오해야 했다면 망설임 없이 내뺐다.

"굳이 안 할 이유도 없는데, 구하면 좋잖아~"

502 ◆MjRAeKhiz2 (hmsuxTKUpI)

2024-10-23 (水) 20:05:50

>>499
"저, 저 새끼 뭐야!"

"야, 씨발 쏴! 쏘라니까 병신들아!"

잭의 무용은 분명 뛰어납니다. 세상에 날아오는 화살을 베어낸다고 주장하는 '검객'들은 많지만, 대부분은 내막을 살펴보면 사전에 어느 방향으로 쏘라고 합을 맞춘 다음 상대방이 쏠 궤적을 아니까 그 궤적에 맞춰 베어내는 것뿐이고, 그것마저도 자신이 정확히 어느 위치를 베어낼지를 알아야 하는 만큼 쉬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잭은, 상대방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쏘는 화살의 궤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떻게 휘둘러야 그 화살을 쳐내거나 갈라낼 수 있을지를 알 정도, 즉 규격 외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일이 그렇게 하기는 그가 생각하기에도 못해먹을 짓인지 손목이 잘린 도적을 방패로 쓰고 있지만요. 그 무용 때문에 역으로 도적들의 시선이 잭에게 몰린 동안, 크론은 자신의 눈 앞에 놓인 잘린 손에 들어간 단검을 꽉 붙잡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게 쥐새끼처럼 기어서, 뒤로 갑니다. 그리고...

푹!

"끄윽?!"

살인에 대한 죄책감, 본능적 거부감, 그런 것은 다행히도 크론에게는 없었습니다. 크론은 잭에게 화살을 쏘려던 이 하나를 죽이지만, 그 사람이 쓰러지면서 다른 이들의 이목이 크론에게 쏠립니다.

"이 새끼 뭐야?!"

503 ◆MjRAeKhiz2 (hmsuxTKUpI)

2024-10-23 (水) 20:14:40

>>500
"...좋아."

플라베르흐 촌장은 아앨라나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제 '사실상'이 아니라 그냥 죽음이 확정된 부상자들을 위해서, 잠시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례를 치르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합니다. 생소한 문화는 아닙니다. 원래 검은 숲에서 마을이나 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은, 워낙에 가혹한 생존 환경 탓에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임무를 맡는 이들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례식을 치뤄주고 보낸 다음, 그 순간부터 문자 그대로 '고인' 취급하는 문화가 있으니까요. 플라베르흐 사람들은 부상자들에게 미리 준비해두었던 검은 숲의 흰색 꽃과 덩굴로 만든 장례용 모자를 씌워주고, 돌아가면서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부상자들을 안아줍니다.

"...사랑해, 밀리."

"...재혼할 거면 아키레, 그 년이랑은 말아요. 그 년 애 때려잡기로 유명하니까.."

"그 때 내가 밧줄만 빨리 가져왔어도... 미안하다."

"헛소리 말고, 술이나 한 잔 줘."

"이 새끼야, 그리울 거다."

"넌 벽에 똥칠하다 뒤질 거지? 난 간지나게 간다."

다들 어떻게든 가벼운 말이나 엉뚱한 말을 하면서 속여보려 하지만, 분위기는 참 무겁습니다. 그 때,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외부인이 슬쩍 손을 들더니 말합니다.

"내가 살던 지방에서는 죽으면 천국 가는 거니까 잘~ 죽었다고 박수 쳐주던데, 혹시 손 멀쩡한 이들은 나한테 박수 좀 쳐줄 수 없나?"

그렇게 말하자, 플라베르흐 촌민들은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수를 칩니다. 박수 소리가 회의하려고 모인 큰 건물 안에 울려퍼지고, 그 소리가 그치고 나면... 침통한 표정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 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촌장은 아앨라나에게 이야기하는군요.

"의식을 준비하게."

504 ◆MjRAeKhiz2 (hmsuxTKUpI)

2024-10-23 (水) 20:18:43

>>501
"항상 느끼지만... 넌 너다운 대답만 했었지."

류드밀라는 마음에 안 든다면서도 더 이상 캐묻지는 않습니다. 뭐, 어쨌든 돕는 것이 어지간해서는 이득일 수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제아무리 인간이 믿을 수 없는 족속이라 해도, 자신을 살려준 이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더 높고, 그래서 '뱀파이어라고 해서 전부 사악한 괴물들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인간들의 비율이 높아지면, 그게 뱀파이어 일족의 생존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면 긍정적이지 부정적일까요? 류드밀라 입장에서도 더 캐물을 계제는 아니고, 실제로도 엘리는 뱀파이어 일족이 죄를 묻는 기준 중에 '과도한 인간 학살로 인해 인간들의 보복을 불러 일족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있어도, 일족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단순히 '인간을 돕는 행위'를 비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류드밀라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엘리에게 충고합니다.

"그래. 솔직히 말해, 네가 나 싫어하는 거 아니까 짧게 끊을게. 거기 가서, 아무나 믿지 마. 나처럼 장님 되기 싫으면."

...그렇게 짧게 끊고, 류드밀라는 마차칸을 나서며 문을 닫아줍니다.

505 ◆MjRAeKhiz2 (hmsuxTKUpI)

2024-10-23 (水) 20:19:05

크론주에게는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읆
어제 사고가 나서 그거 수습하느라 상판을 못들어왓다...

506 크론 - 진행 (lb5Wqap3nA)

2024-10-24 (거의 끝나감) 11:32:05

@@>>502

저런게 마법이 아니라고..?
차라리 마법이라고 하는 편이 더 믿음이 간다.

한편으로는 제국에 살면서 비마법사는 마법사에 비해 많이 모자란 존재라는 인식이 살게 모르게 있었는데..잭이 보여주는 무용은 그런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하압!"

묘한 고양감을 느끼며 한 놈을 제거한 나는 놈들에게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기합 소리를 내지르며 가장 가까이 있는 놈에게 달려들어 손에 든 단검을 마구 찌르고자 한다.

기습의 이점을 살려 한 놈을 쉽게 잡았지만..이런 식으로 놈들을 모두 상대할 순 없다. 하지만 활잡이 놈들이 나에게 주의를 빼겼으니 잭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잭을 믿고 최대한 시선을 끌어모을 뿐이다.

//전혀 미안할 필요 없지! 괜찮아 괜찮아~

507 아앨라나 - 진행 (107n6wmeAs)

2024-10-24 (거의 끝나감) 16:53:58


@@ >>503

저의 말에 촌장 님을 비롯한 모여든 이들은 그들의 마지막을 위한 순간을 가지는 광경을 차분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것은 죽은 자를 떠나보내기 위한 장례식인 동시에 살아서 그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원이기도 해요. 여기에서 만큼은 돌아올 수 있는 길은 아니겠지만요. 서로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이것도 전부 그 자체로서 뜻이 있지요

여러 목소리가 울리며 말을 만들어내고 이어지고 있었던 그때 그 외부인이 스스로를 주장하고 말하며 부탁하는 것에 저도 말없이 손에 쥐고 있었던 지팡이를 저의 옆에 허공에 띄어놓고는 그대로 손을 모아서 가볍게 손뼉을 두드리듯 간단하게 박수라고 할만한 것을 해보였어요

그렇게 잠시동안 떠들석했으나 지나가고 찾아온 침묵이 도래했고 때는 왔어요. 촌장 님의 신호와 함께 저는 다시금 지팡이를 손에 잡고는 적절한 장소를 잡으려 했어요

이정도의 크기의 영향력을 끼치는 의식을 홀로 거행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진귀한 경험이 될 거에요. 예전에 마녀 님이 행하시는 의식을 곁에서 도우며 배운 이후 처음이였어요. 긴장감과 기대감, 그리고 제가 이렇게나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느껴져 오는 묘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보듬어 품으시고 잉태하시며 계신 우리를 보우하사 어버이 되시는 하늘과 대지이시여 천지에 만물을 형성하도록 비추시고 지속하시는 태양과 달이시여 저와 이들의 영혼의 울림을 들으소서 이끌어 주시길 바라옵니다"

한번 크게 숨을 고르고는 두 눈을 천천히 감고는 필요한 자세를 잡았어요. 그리고 겸허히 양손으로 쥔 지팡이를 하늘을 향하여 높이 떠올려 기도와 함께 이어질 주문을 읊기로하며 의식을 거행하고자 했어요

".....따라서 준비되고 모여든 이의 삶을 모아서 이곳에 결집하니 끝으로부터의 향하는 시작은 여기 있으라!"

잠시동안 그 동작을 유지하고는 눈을 뜨고는 양 손으로 부여잡은 지팡이를 제 앞으로 가져다 대어 그렇게 말을 외쳤어요

508 ◆MjRAeKhiz2 (CFc/B/Gc.I)

2024-10-24 (거의 끝나감) 22:16:55

>>506
크론은 눈을 부릅뜨고, 가까이에서 활시위를 거의 다 당긴 도적의 복부에 단검이 박혀 들어가고, 흉갑이 아닌 얇은 천조각을 뚫은 칼날은 당연하다는 듯 그 밑의 살갗과 근육, 내장도 꿰어버리고, 도적의 입에서 올라오는 피거품 끓는 소리와 함께 크론은 도적과 땅바닥을 뒹굽니다. 잡을 수 있는 건 뭐든지 잡아 내리치고, 목은 조르고 눈구멍은 찌르는 개싸움, 크론이 익숙한 싸움입니다...

"이... 개새끼가아아!!!"

...그 개싸움은 기본적인 규칙조차 없어, 다대일, 반대로 일대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문제죠. 왜 이런 서술을 하느냐면, 크론의 등 뒤에서 누군가 칼을 찌르고 밀쳤기 때문입니다. 크론은 몇 번 겪었지만,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통증에 눈을 부릅뜨고, 상황이 뒤집힙니다...

509 ◆MjRAeKhiz2 (kTsYPlgMxg)

2024-10-25 (불탄다..!) 00:13:39

>>507
인신공양. 인간 그 자체를 제사에 사용하는 제물로 올리는 의식이지만, 그 뜻만으로 그 불길함과 엄중함을 다 묘사할 수는 없습니다. 예로부터 인간의 생명은 주술사들이 '비뵤적' 쉽게 구할 수 있는 고급 제물이었고, 주술과 마법은 곧 과학과 공학에 밀릴 거라 확신하는 이들도 최소한 인간 제물이 전 인류 사회에서 차지하는 그 불길하고도 장엄한 관념의 크기는 인정합니다.

그 목숨의 무게가, 이제 아앨라나의 손에, 가말라시엘의 지팡이로 흐릅니다. 그들의 기억, 생명, 혼백, 살점, 피, 모든 것들이, 목적이야 이유야 어찌되었건 마법의 결정체로 화하고...

아앨라나는 다른 촌민들과 함께 소름돋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그들이 입고 있던 옷가지를 제외한 모든 신체가 완벽하게 사라졌단 겁니다. 앨리스 님의 의식은 인간의 마륹부스러기는 남아 미라로 보존되게 남았는데... 가말라시엘이 웃는군요.

"선물이 있다면, 끝까지 활용하는게 예의지요."

...이 순간, 아앨라나는 '제물의 마력 전환 수율'만큼은, 가말라시엘의 도움으로 스승을 뛰어넘었음을 깨닫습니다.

510 ◆MjRAeKhiz2 (hUblCYnWs2)

2024-10-25 (불탄다..!) 19:43:51

캡틴은 답레가 없다는 것에 울면서 잠에든다....

511 엘리 - 진행 (SmzwRxCDO.)

2024-10-26 (파란날) 11:18:57

@@>>504

"...내가 그렇게 아무나 믿었나?"

행적을 돌이켜본다. 우선 에레야와 협력하기 시작했다가 귀족으로 위장했다가 경비대에서 자작이란 녀석을 패고...

아니, 애초에 이단심문관을 믿은 시점에서 틀린거였을까. 평범한 뱀파이어라면 바로 도망칠만한 일이었던걸까!

좋아하진 않는 언니지만, 의미없는 말을 하진 않는다. 앞으로는 뭔가 믿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봐도 좋겠지.

512 크론-진행 (FUHs5O4dmk)

2024-10-26 (파란날) 11:31:25

@@>>508
"커억."
차가운 냉병기가 자신의 살점을 뚫고 들어와 피에 데워지는 그 불쾌한 감각을 또다시 느끼고 말았다.

운 좋게도 나는 이 감각을 선명하게 알 수 있을 만큼 겪고도 살아남았지만, 그 운이 오늘도 통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크론'이 되는 일에 운을 다 써버린 것일지도 모르니..

나는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양 양손을 쭉 뻗어 바닥에 움켜쥐고 기어간다.
칼에 찔려 피를 질질 흘리면서 꿈틀대는 모양새가 지렁이와 다름없다.

다만 이 지렁이는 단순히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눈이 돌아 끝장을 내고자 다가올 녀석에게 뿌려줄 흙과 모래를 모으기 위해 꿈틀대고 있었다.

남은 힘을 다해 얼굴에 흙을 뿌리고는 이제 운에 맡긴다. 그니깐..잭에게 맡긴다.
//>>510 ㅜㅜ

514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12:11:10

>>513
잊어

515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12:30:07

"이단심문관이랑 협력하는 뱀파이어란 것부터 이미 기준치 초과야."

뭐 그렇다는데, 류드밀라가 이런저런 말을 하며 자매끼리 문제다 아니다 아웅다웅 하는 사이에 누군가 노크합니다. 뭐, 커봤자 마차니 노크할 사람이야 뻔합니다. 류드밀라의 하인 중 하나인 남자입니다.

"티호미르입니다. 말씀드려도 좋습니까?"

"무슨 일이지?"

"호르뮈셰에 몇 시간 뒤면 도착합니다. 지금이 학술대회 기간이라 야간에도 정문을 개방한다는데, 밤에 들어가실까요?"

류드밀라는 엘리를 바라봅니다. 어쩔래? 하는 듯합니다.

516 엘리 - 진행 (SmzwRxCDO.)

2024-10-26 (파란날) 12:59:57

"뱀피이어가 부끄러워?!"

우리가 뭐 도둑도 아니고, 밤에 몰래 들어가야 하냐. 그런 의미였다.

사실 밤에 들어간다고 해도 그냥 편한 시간대에 들어가는 거였지만...

뭐, 낮에 들어갈 여유가 있는데 굳이 밤에? 우린 당당히 찾아간다.

517 엘리 - 진행 (SmzwRxCDO.)

2024-10-26 (파란날) 13:00:09

@@>>515 흠흠

518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13:21:48

>>512
크론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바닥을 긁고 할퀴지만, 이건 도망가려고 기는 움직임이 아닙니다. 크론의 핏빛 섞인 손톱 끝에 먼지와 흙, 자갈, 모래 따위가 모여 손아귀를 채우고 크론은 온 몸을 돌려 상대의 얼굴에 그걸 뿌려버립니다. 뒤늦게 눈을 감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아윽, 씨팔!"

아무리 눈이 돌아가서 뵈는게 없대도, 수사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눈에 뵈는게 없어지는 건 한참 다른 겁니다. 앞이 먼 도적과 칼에 찔린 크론이 땅에 뒹굴고, 크론은 칼에 찔려 시시각각 힘이 빠지는 와중에도 아직 멀쩡한 이빨 힘으로 상대를 물고 손가락으로 눈구멍이나 콧구멍 따위의 아픈 부위를 마구 찍어대고, 상대는 팔다리를 휘저으며 아무거나 때립니다. 이 진흙탕 돼지우리 개싸움에, 다행히도 이번에는 종지부를 찍는 이가 나타나고, 그는 크론의 편입니다.

"그만 죽어, 인마."

잭은 순식간에 도적을 걷어차고는 바로 치명적인 부위를 아래부터 위로 명치/목/눈구멍에 차례로 꽂고는 크론을 지혈합니다.

"제기랄. 심한데, 이거."

잭은 크론의 등허리에 붕대를 감..는게 아니라 그냥 쑤셔박고, 크론은 출혈 대신 고통으로 죽을 것 같은 격통과 함께 겨의 살아납니다.

519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13:56:42

>>516
"마음대로 해."

"...후회하실 텐데."

엘리 말마따나 류드밀라나 하인이나 뱀파이어 일족에 속한다는 게 딱히 부끄럽진 않기에, 티호미르는 선선히 물러나고 류드밀라도 손을 더듬어 문고리를 찾고는 잡아 돌려서 자기 방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웅성거리는 소리가 마차의 육중한 벽을 뚫고 들어오고, 멈출 줄 모르고 구르던 마차는 구르다 말았다를 반복하는 것이 확실히 호르뮈셰건 어디건 도착하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인 중 여자가 노크합니다.

"예마입니다. 호르뮈셰 경비대에서 마차 안의 뱀파이어 귀족을 확인하겠다고, 진입하겠답니다."

...음. 뭐, 그래도 노크는 해줬군요.

520 아앨라나 - 진행 (h4EBn/JOOM)

2024-10-26 (파란날) 20:17:46


@@ >>509

옛부터 생명을, 사람을 제물로서 결과를 이루기 위한 원천으로 삼는 것은 그것이 줄 수 있는 확실성에도 이를 사용하는데 있어 크게 문제가 되었어요. 사람을 위해 원하여 이루고자 하지만 이를 위해선 정작 사람 자체를 잃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수단은 많은 사례에서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을 위한 것으로 믿어져 왔어요

이렇게하여 의식은 성공적으로 되어 모여든 모든 이들은 그들이 존재했다는 자취만을 남긴체 사라졌어요. 그 광경은 마녀 님의 때와는 달랐어요. 하지만 그들은 육신을 허물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이이에요. 그것은 앞으로 행해지게 될 힘과 행위의 원천이 되어주어 저에게 느껴져 이렇게 흐르고 있는 이 강대한 힘과 기운으로서 명백히 흐려지지 않는 존재감이 되어서 있었어요

"그래요... 이들의 목적을 향한 결의로서 넘겨준 생명, 그 삶의 모든 것을 허투로 낭비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긍정하며 말했어요. 이유와 원인은 하나가 아닐지라도, 이들은 결국에는 하나의 목적으로 모든 것을 받쳐 도사린 거대한 악을 파멸시킬 힘으로서 저와 함께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들의 희생을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하겠지요. 그리고 이들의 힘이 함께한다면 그것은 더는 문제가 아니라 단지 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있겠지요

521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22:38:09

>>520
아마 가말라시엘은 참으로 오랜만에 맛본 인간의 맛에 감탄해 흔적 하나 없이 쪽 빨아먹고 그런 감탄사를 남겼겠지만, 아앨라나는 그것보다는 훨씬 더 경건한 이미지로 받아들입니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면, 마나는 마법사의 육체를 지배하고 즉 정신을 지배합니다. 열한 명의 산제물로 일순 초월을 맛본 듯한 아앨라나의 시야에, 맥동하는 거대한 심장이 호수에 숨어있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마나를 통해 그녀의 머리에서 뻗어나온 불가해한 신경 시냅스가 그것의 정체를 과거와 미래, 멀리와 가까이, 논리와 이성을 뛰어넘어 알려주고, 아앨라나는 그것을 읊습니다.

"라투그, 민물의 크라켄."

눈을 부릅뜨자 푸른빛으로 마나가 일렁이고, 촌장은 조심스레 묻습니다.

"이제 그 괴물을 죽이러 가는 거지?"

522 아앨라나 - 진행 (h4EBn/JOOM)

2024-10-26 (파란날) 23:54:59


@@ >>521

희생으로 맺어져 하나로 모인 힘, 불사사의한 소용돌이와 같은 그것에 서려있는 듯한 의지는 저에게 보여주었어요. 저의 입을 통하여 전하였어요. 호수에 자리하고 있는 깊은 곳의 박동하고 있을 심장. 그것은 심연으로 끌어가는 거대한 수십의 손길, 신화적인 바다의 악몽... 크라켄. 이라 할만했어요. 그것의 정체가 맞다면 어째서 그러한 존재가 바다로부터가 아닌 숲의 호수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여 좀 더 알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서눈 그보다 처단해야 하는 것을 우선해야 할 것이에요

"네, 그렇게 하기 위한 의식이며 희생이였으니까요"

저는 촌장 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어요. 이 모든 것은 호수의 도사리고 있는 자가 다른 이들을 끝내었던 것처럼 그조차도 끝을 내고자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였기에 된 것이니까요. 이렇게까지 되었는데 그 약속을 저버릴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지금의 저의 상태라면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거에요

523 ◆MjRAeKhiz2 (hIEv40mJbE)

2024-10-27 (내일 월요일) 00:52:53

>>522
아앨라나는 질척한 호수로 나아갑니다. 뷔르트겐 호수는 언제나처럼,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불지 않으면 불지 않는대로 평온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 아래에 숨어있는 끔찍한 괴물을, 그 괴물을 잡기 위해 희생시켜야 했던 이들의 숫자를, 그들의 목숨의 무게를 알고 있는 아앨라나의 눈은 결코 예전과 똑같이 그 호수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아앨라나는 눈을 감고, 그 크라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냅니다... 이곳으로부터 약 30km 지점에 있는, 침몰한지 너무도 오래되어 이제는 기억하는 이도 몇 없는 외부 세계의 코그선 잔해가 뻘에 처박혀 만들어낸 은신처에, 라투그... 그녀가 그리 부른 크라켄이 숨어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배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이 정도의 마력이라면... 제 힘으로, 사도님을 물 위에서 걷게 만드는 것 정도야 간단하니까요. 만약 30km를 걷는 게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면, 쪽배 하나 정도는 빌리셔도 됩니다.'

...라고, 가말라시엘이 사족을 얹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524 아앨라나주 (prFHxnDYmw)

2024-10-27 (내일 월요일) 00:57:56

진행 수고하셨어요!

525 엘리주 (WHW.mLRNU2)

2024-10-27 (내일 월요일) 00:58:42

수고했다 땡큐베리마치~~

526 엘리 - 진행 (WHW.mLRNU2)

2024-10-27 (내일 월요일) 16:22:34

@@>>519

"흐음—"

심기가 썩 좋진 않았다만. 그래도 항의해야 할 만큼의 무례는 아니라 생각했기에, 나는 걸음을 옮겼다. 그래. 얼굴 좀 보자. 항의까진 아니지만, 쏘아붙이는 정도는 해야 성미가 풀릴 성 싶다.

내가 세스타우에서 어색할 정도로 사람을 구하고 다닌 건, 그들이 우선 나에게 선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난 나에게 선의를 배푼 이를 위해선 싸울 수 있었지만, 악의를 품은 이한테까지 친절한 성인군자가 아니었기에.

"오라 그래."

527 ◆MjRAeKhiz2 (hIEv40mJbE)

2024-10-27 (내일 월요일) 17:41:59

>>526
"...시, 시시시, 실례합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머리가 아닌 날카로운 창끝입니다. 그리고 일광(日光)이 차폐된 검은 마차 속에 있는 엘리의 세밀한 눈에, 그 창끝이 벌벌 떨리고 있는 게 보입니다. 그 창끝은 이리저리 휘둘려져 살짝 열린 문틈을 벌리고, 겁에 질린 경비병이 보입니다. 딱 봐도 앳되보이는 것이, 인간의 나이 세는 법대로라면 열여섯? 성인식은 마쳤을까 싶은 초짜입니다. 양측이 피 튀기도록 싸우며 종의 운명을 걸고 격돌하고, 낮에는 인간들이 뱀파이어의 가슴에 말뚝을 꽂고 밤에는 뱀파이어들이 어둠에 눈이 먼 인간들을 사냥하던 시대는 엘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끝났지만, 그 시기에 만들어진 뱀파이어에 대한 인간들의 공포는 아직도 남아있음이, 경비병의 눈으로 보입니다.

"...화, 확인해쓰, 씁니다."

이거, 뭐... 항의하기에는 급도 안 맞을 놈이 들어왔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말을 들어본 엘리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맙니다.

"저, 저저절차일, 뿐입니다. 경비대장님께서, 지직접, 확인하라고..."

뭐겠습니까. 뱀파이어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그것도 귀족급이 들어있다는 말에 경비병들이 잔뜩 쫄아서 차라리 죽이라고 드러누웠고 경비병들 중 그나마 만만한 막내한테 다 떠넘긴 거겠죠. 세스타우는 엘리의 존재 덕분에 어느정도 뱀파이어에 대한 경계심을 풀긴 했겠지만, 아직도 이런 동네가 많습니다.

528 엘리 - 진행 (WHW.mLRNU2)

2024-10-27 (내일 월요일) 18:23:44

@@>>527

항의... 까진 아니더라도. 저렇게 한껏 쫄아든 걸 보니, 내 안에서 장난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인간. 두려운가?"

다리를 꼬고 앉아서, 평소엔 하지도 않던 무게를 잡는다. 뭐, 이러면 대충 도망치기라도 하겠지. 그거면 충분하다.

529 아앨라나 - 진행 (prFHxnDYmw)

2024-10-27 (내일 월요일) 20:06:16


@@ >>523

그 이후로 부터 저는 호수의 보다 깊은 곳으로 향하고자 떠나가 어촌으로 부터 멀어졌어요

어촌은 호수의 일부라고 해도 될 수 있었기에 그곳에서 부터 호수의 좀 더 가까운 그 곁으로 가는 것은 따로 시간을 길게 들여서 할 일이 아니었어요. 잠시 동안이면 되었지요. 호수의 풍경은 여전히 보이고, 보였던 것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웠어요. 하지만 이제 저는 볼 수 있으며 알고 있어요. 보이는 것 이상을 볼 수 있게 되었던 저는 호수의 깊은 곳으로 부터 전해지는 것을...

호수와 자연들 이외의 많은, 모두로 부터 잊혀졌지만 한 때 바다의 꿈을 품었을 것이라 여겨지는 먼 옛날을 아직도 간직한 잔재로부터 제가, 그들이 마주해야 될 그것이 있어요

수면 위로부터 곧바로 가는 것에도 이 정도 인 걸까요. 호수가 지닌 그 넓이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게 되었네요. 과연, 숲 속의 자그마한 바다 라는 표현이 걸맞는 장소 다워요

"제가 날아서 가는 것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 위를 걸어보는 것도 특이한 경험이 될 것이 겠지만 거리가 꽤 되는 만큼 이번을 기회로서 배 자체를 빌리기 보다는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이렇게 하면 어떠할지 대해서 그렇게 물어보았어요. 호수 위를 높지도 낮지도 않게 비행하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될 거에요. 할 수 있을때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지요?

530 ◆MjRAeKhiz2 (uTKyORcHtA)

2024-10-28 (모두 수고..) 08:23:15

>>528
"히, 히익...!"

경비병은 엘리가 무게를 잡고 센 척을 하자 내보이지도 않은 살기에 지레 겁먹고 꾸당탕 도망칩니다. 예마는 그런 경비병의 뒷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엘리를 위한 마차칸의 문을 닫습니다.

"출발합니다. 지금 바깥에 구름 한 점 없어서, 창문 열지 마세요. 진짜 위험하십니다."

"아까 전에 말씀드린 이유가, 밤이면 여기 전경을 보면서 들어오실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쉽게 됐습니다."

말인즉슨, 밤에 들어오려 했던 이유는 호르뮈셰의 야경을 엘리도 볼 수 있게 하려는 거였단 건데... 뭐 그리 됐습니다. 다만 엘리가 원한다면 뭐... 스탯 하락과 고통을 감수하고 못 볼 건 없을지도요.

531 ◆MjRAeKhiz2 (uTKyORcHtA)

2024-10-28 (모두 수고..) 09:59:54

>>529
"뭐든 안 되겠습니까."

가말라시엘의 지팡이에서 거대한 마나가 무리지어 방출되더니, 아앨라나의 양 어깻죽지에 마구 달라붙습니다. 뜨겁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은 열감과 함께 아앨라나는 그녀가 원했던 날개를 얻고, 플라베르흐 사람들의 경외에 찬 시선을 받으며 열려있던 창문을 통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그녀의 머리칼이 세찬 비행풍에 휘날리고, 눈동자가 바람에 바짝바짝 마르지만 아앨라나는 난생 처음, 참새이자 물총새이자 비둘기이자 독수리가 된 기분을 느끼며... 아니, 그것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올라 플라베르흐를 모래낙서처럼, 뷔르트겐 호수를 냇가처럼, 검은 숲을 제 발 아래처럼 두고 웃습니다.

"어떠십니까?"

가말라시엘이 잘 알면서 굳이 물어옵니다.

532 크론 - 진행 (a741S/oiPA)

2024-10-28 (모두 수고..) 14:11:48

@@>>518
젠장 어떻게 맞땋드린 행운인데 이대로 끝인가..싶다가도 행운은 끝났어도 악운은 아직 남았던 것인지 결국 잭이 왔다.

"끄아..악!"

아니 차라리 죽는 게 행운이었나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잭의 응급처치를 겪으며 눈이 또렷하게 떠진 나는 다시금 차차 눈이 감기려는 것을 느꼈다.

"대체..이게 무슨 일이에요..왜 도적이 경비..일단 당장은 무사한 거 맞죠?"

눈이 천천히 감기는 중인 '크론'이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아카데미는 직접 보고 밟아보고 죽으리라.

533 엘리 - 진행 (.JilYyqVRo)

2024-10-28 (모두 수고..) 19:08:30

@@>>530

"아... 음..."

열까? 하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너무 피곤했다. 도시 구경 정도는 날이 저물고도 할 수 있으니까.

"뭐, 걱정 할 필요 없어. 내가 언제 궁금하다고 창문 연 적 있어?"

음. 말하고 보니 있었던것 같은데.

534 아앨라나 - 진행 (G5m4CD6gt2)

2024-10-28 (모두 수고..) 20:29:52


@@ >>531

저의 물음에 가말라시엘 님은 그렇게 대답해주셨어요. 곧이어 따스한 마력의 흐름이 뿜어져 나와서는 저의 어깨를 자극하면서 모여들어 날개와 같이 그 형상을 만들어냈어요. 모여들고 남겨지었던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듯한 저는 새로 얻는 힘의 날개로 힘껏 하늘로 향하였어요

"와아... 이 광경은 저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겨지게 될 것 같아요~!"

창공을 유유히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새들처럼, 불어오는 거센 바람과도 같이 저는 하늘에 가까워졌어요. 그렇게 하늘에 닿아서는 내려다 보이는 지상의 그 광경은 대단해서 가말라시엘 님이 물어보시는 것에 그렇게 감탄하며 말했어요

그리고 저는 이 흥겹고도 색다른 감각, 그 경험을 잠시 가만히 누리고는 이내 제가 도달해야 될 목적지를 하늘 위에서 재차 살펴보면서 그곳의 방향으로 이동하기로 했어요

535 ◆MjRAeKhiz2 (uTKyORcHtA)

2024-10-28 (모두 수고..) 23:37:27

>>532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크론이 뒹구는동안 자신이 처리한 이들을 보여줍니다. 어떤 도적은 전신이 정수리부터 가랑이까지 정확히 세로 방향으로 반으로 갈라졌고, 어떤 도적은 도마 위 소세지마냥 동강동강 팔다리가 썰렸습니다. 그나마 제일 곱게 죽은게 머리와 몸이 분리된 궁수입니다.

"가끔씩 경비대가 너무 해이해지면 이런 일도 일어나죠. 이런 식으로 외진 경비초소를 그냥 집어삼킨 뒤에 경비병 행세를 하면서 척 봐도 강해보이면 그냥 보내고 만만해보이면 덮치고."

붕대를 쑤신 상처 위로 붕대를 칭칭 감아주면서 설명하던 잭은, 본의 아니게 크론의 본모습을 그의 전투 방식을 통해 어느 정도 읽어냅니다.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대단하군요. 다른 싸움 방법은 하나도 안 알려줬는데, 살인에 대한 거부감만 딱 없애다니."

...그렇습니다. 크론은 인간을 무의식적으로 타자화하는 뱀파이어도, 투쟁이 곧 삶인 보팔토끼 수인 전사도, 능력 여하에 따라 너무나도 쉽게 인간을 죽일 수 있기에 무던해지는 마법사도, 그 무엇도 아닌데도 살인에 아무 거리낌이 없단 겁니다. 하지만 잭은 딱히 뭐라 더 묻지 않고 고개를 처박은채 떨고 있던 마부를 툭툭 차서 일으켜세웁니다.

"도적들 죽이는건 우리가 다 했으니, 마차 모는건 마부 양반이 다 해야 맞죠. 안 그렇습니까."

536 ◆MjRAeKhiz2 (uTKyORcHtA)

2024-10-28 (모두 수고..) 23:56:01

>>533
"그, 제 아버지께서 모시던 시절에 그늘꽃 제일 많이 태운게 인간 하인들이 아니라 엘리자베스 아가씨라고 하던데요?"

그늘꽃, 식물은 햇빛이 있어야 자란다는 상식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햇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자라나, 처음 보는 이들에겐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듯한 자줏빛을 띄는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햇빛이 닿으면 소금 만난 거머리, 약 먹은 쥐마냥 쪼그라드는 뱀파이어처럼 햇빛을 보면 바스러지거나 심하면 불타기에 인간 하인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였는데... 그래도 밝은 바깥을 보겠다고 설친 엘리만큼 많이 태우진 않았습니다. 예마가 혹시 몰라 경고하는군요.

"류드밀라님께서 혹시 엘리자베스 아가씨가 또 그런 짓 하는지 잘 감시하라고도 하셨습니다."

뭐 뻔합니다. 자기야 몰라도 언니 무서운줄은 알란 이야기죠.

537 ◆MjRAeKhiz2 (s2/UTWBF.2)

2024-10-29 (FIRE!) 00:29:16

>>534
인간의 한 걸음이 달팽이의 일평생이듯, 거대한 마법 날개를 단 새의 날갯짓 한 번은 인간의 반나절 달음질이나 다름없읍니다. 아앨라나는 라투그가 숨어있는 곳으로 몸을 굽혀 급강하하면서 온 몸의 피가 발가락으로 쏠리는 듯한 기묘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급강하한 그녀는 코그선의 돛대 끝부분이 물 위에 튀어나온 것을 보고 그 상공에 멈춥니다.

아앨라나는 어떻게 하나요?
/다음진행은 자고나서

538 엘리 - 진행 (q5DaSFSXlE)

2024-10-29 (FIRE!) 18:48:49

@@>>536

네 아버지가 오락가락할 나이인가보지!

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난 사리분별을 못하지 않았기에 조용히 속으로 삼켰다. 응, 응. 가족 욕은 안 될 일이지.

"나도 이제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거든~"

또다시 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것도 싫었고 말이다.

539 아앨라나 - 진행 (dgFX50SfAs)

2024-10-29 (FIRE!) 21:35:39


@@ >>537

세상의 존재들이 저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속도로 그 생활을 이루어 지내지만 지금의 저는 그것을 넘어서서 상당히 되는 거리였음에도 제가 얻은 힘의 날개는 저를 빠르게 목적지까지 이끌어주었어요. 그 속력은 생각했었던 것보다도 휠씬 높았어요. 제가 한 동작임에도 그것은 주어진 속도 때문에 신체로부터 묘한 느낌을 만들어내었지만 그로인해 보여지는 광경은 그런 느낌을 금세 잊게 만들어주었어요. 이윽고 목적지에 근접하였던 저는 수면으로부터 돋보이는 돚대의 끝자락으로 보이는 것을 보고 멈추었어요

"이곳에... 그것이 있는 것이겠네요"

저는 그것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서 그렇게 속삭이듯이 중얼거렸어요. 이후 집중하여 물에 힘을 가하고 조작하려고 시도했어요. 물은 지금까지 그것을 숨겨주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겠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속박하고 징벌하는 기구가 될 수 있을 거에요. 지금의 저의 상태라 할지라도 광활하기 이를데 없는 호수에 전부 영향을 주는 것은 힘들 것이 겠지만 그렇게 할 필요 조차 없을 거에요. 이 자리에서면 충분할테니까요

540 ◆MjRAeKhiz2 (UM6k6j6KsQ)

2024-10-30 (水) 11:01:09

>>538
"그럼 잘 부탁드리죠."

예마가 그리 말하고 문을 닫으면 마차는 다시 구릅니다. 학술대회 기간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왁자지껄한 소리가 마차의 벽을 뚫고 엘리에게 전달되고, 이곳에서라면 엘리가 원하는 뱀파이어들이라면 진조부터 엷은 피까지 피할 수 없는 저주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전합니다. 그리고 티호미르와 예마는 마차 여관에 마차를 대고 전합니다.

"두 분을 위한 객실을 잡았습니다. 엘리 아가씨, 소달구지의 소와 닭은 어떻게 할까요?"

541 ◆MjRAeKhiz2 (UM6k6j6KsQ)

2024-10-30 (水) 12:09:28

>>539
인간이 항상 그 안에 거하기에 망각하는 사실이 있다면, 우리 인간은 아무것도 없는 허무가 아닌 공기와 여러 입자들이 섞이고 그것들이 상호작용하는 기체들의 공간을 거닐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크라켄, 라투그 역시도 뷔르트겐 호수의 물을 완전히 지배하고 제 집처럼 여기기에 자신은 물 속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다가 그 대가를 치릅니다.

ㅡㅡㅡㅡㅡ!!!!!!!!!!!!!!!!!

크라켄이 온 몸을 휘감는 끔찍한 힘에 저항하면서 뷔르트겐 호수의 물결이 폭발하다가, 아앨라나의 지배에 다시 잠잠해지기를 반복합니다. 크라켄은 두 눈으로 자신을 옥죄는 힘의 근원, 아앨라나 당신을 바라보고는 뒤집어쓴 코그선 잔해를 힘겹게 뜯어내 던집니다!

"오?"

가말라시엘의 반응을 보아, 명중하면 위험합니다.

542 아앨라나 - 진행 (4qJAVle0Mk)

2024-10-30 (水) 18:06:59


@@>>541

거대한 호수를 이루고 있는 대량의 물은 이 장소에 저의 뜻대로 그 아래에 기거하는 존재을 얾매이도록 해주었지만 아직은 부족했어요. 많은 이들을 공격해왔던 괴수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속박하는 것만으로는 완수할 수 없어요. 그것만으로 되었다면 어촌의 사람들이 그렇게 당하지도 배가 난파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이 괴수는 어떻게든 버텨내면서 물 속에 오랫동안 잠겨져 잊혀진 잔재를 오늘 날에야 다시금 하늘 아래서 그 밖으로 꺼내보이며 이내 잔재를 저에게 던져 향하고 있었어요. 즉시 저는 잔재를 회피하기 위해서 내려다 보던 허공에서 다른 쪽으로 움직였어요. 힘의 날개로 이곳까지 도달하게 될때의 속력은 매우 뛰어났던 것처럼 저를 향해 오는 저 잔재 또한 피하는 것은 어렵지는 않겠지만 이것만이 아닐 것이에요

그러니까 반격을 준비해야 될 거에요. 저는 근처에서 물을 끌어와 고도로 압력을 주어서 압축하고는 적당한 때를 노려서 강렬하게 쏘아내는 것을 시도하고자 했어요. 물의 힘은 종종 과소 평가되고는 하지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은 휠씬 크지요

543 ◆MjRAeKhiz2 (UM6k6j6KsQ)

2024-10-30 (水) 19:51:18

>>542
크라켄이 던지는 판자들은 위력적이지만, 그 위력은 맞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을 뚫는 창도, 베는 칼도, 부수는 망치도 안 맞으면 그만이고, 아앨라나에게도 저 판자가 위험해봤자 안 맞으면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크라켄은 속박되어서 균형감각과 자세제어 능력을 크게 잃어 명중률이 처참한 공격만 반복하다, 아앨라나가 만들어낸 예리한 수류(水流)에 자신의 촉수마디 중 하나가 절단나자 크게 분노하더니 아앨라나의 능력을 역이용합니다.

"오, 흥미로운데요?"

그르느르르르르...

크라켄은 물이 자신을 속박하기 위해 밀도가 미친듯이 높아져 고체와 다름없는 상태로 변한 걸 역이용해 자신의 미끌미끌한 몸으로 타오르고, 그대로 도움닫기해서 아앨라나에게 달려듭니다!

//코멘터리: 원하면 가말라시엘이 개입 가능

544 엘리 - 진행 (1GYz2whuD6)

2024-10-31 (거의 끝나감) 02:53:52

@@>>540

"음—"

저거, 구매할때 돈 한 번 내는게 다가 아니라 관리비란 게 있으니까. 빨리 다 먹어서 치우고 싶은데.

그렇다고 딱히 지금 폭식시간을 가질 명분도 없었고말이다.

"적당히 처리해줘."

만능 답변, 적당히 처리해줘. 이제 하인들은 알려주지도 않는 상사의 기준을 혼자 고민하면서 맞춰야 하는 끔찍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권력 좋다는 게 뭐냐, 이런 데 쓰는거지!

545 ◆MjRAeKhiz2 (pVP5KWpOHI)

2024-10-31 (거의 끝나감) 12:46:04

>>544
"알겠습니다."

적당히 처리... 라는 말에 두 사람은 고민하는 투도 내지 않고 대답합니다. 예마는 앞이 보이지 않는 류드밀라를 2층의 방으로 데려가고, 엘리는 그 뒤를 따라갑니다. 창 밖으로 보면, 아플 정도로 밝은 햇빛 사이로 티호미르가 남아있는 닭을 옆구리에 낀 채 소를 끌고 가는 것이 보입니다. 아마 팔아서 활동 자금에 조금이라도 보태던지, 아니면 고기파티라도 하던지. 뭐라도 하겠죠. 아무튼, 위로 올라가자...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류드밀라는 엘리 쪽으로 손을 젓다가, 엘리의 몸을 더듬어 손을 잡고는 그녀에게 말합니다.

"어차피 넌 말한다고 듣는 애 아니었으니까, 더 큰 사고 치기 전에 그냥 너가 찾고 있을 법한 사람을 알려줄게."

약간은 체념, 약간은 '그래도 동생인데...'같은 가족애가 느껴지는 복잡한 목소리로, 류드밀라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이야기합니다.

"뱀파이어 전문가는 위겔 교수야. 동쪽 성탑에 자기 학부를 거느리고 있지. 그런데 그건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 뱀파이어도 그렇고, 이단심문관도 그렇고 그 사람을 아주 좋아해서... 만날 수 있으면 한번 잘 만나 봐."

그리고는 방 안으로 홱 들어갑니다. 예마는 '굳이' 부연하는군요.

"방금 류드밀라 아가씨 말씀은... 해볼테면 해보란 얘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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