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1922>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 1 - :: 1001

◆MjRAeKhiz2

2024-09-23 18:08:33 - 2025-01-19 22:09:33

0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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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13:49

내일도 일 나가야 해서 오늘은 7시 쯤에 끝낼듯!

2 엘리주 (roEPc9U096)

2024-09-23 (모두 수고..) 18:16:52

☆축 정식개장☆

3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39:40

우리가게 (이제야) 정상영업합니다

4 엘리 - 진행 (roEPc9U096)

2024-09-23 (모두 수고..) 19:06:17

@@ situplay>1597050693>1001

'속이는게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데...'

멍청하게 생겨서, 입력한 말만 들을 것 같지 않은가.

"사제의 명령이다. 길을 열어라."

그 같은 사제복을 한 녀석도 그렇고, 대강 사제라는 게 어떤 직위 같은데. 일단 멋대로 사칭해본다. 증거는 여럿 댈 수 있다. 진퉁 흡혈귀가 짝퉁 흡혈귀를 흉내내지 못할 리 없으니까.

5 아앨라나 - 진행 (hZpNDtcPgU)

2024-09-23 (모두 수고..) 19:25:12


@@ situplay>1597050693>992

"이것이... 이유인가요?"

그 사람의 갑작스러운 비명에 가까운 외침과 가말라시엘 님의 이어지는 말, 그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였나봐요. 그리고 살해라는 행동을 해야하는 이유. 결국, 그래야만 한다면 그 이유와 목적만큼은 제대로 알고 행동하는 것이 좋을거에요. 그 사람은 아마도 마법을 사용했을거에요. 이것이라면 제가 바로 행동했더라도 결과는 비슷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혹은 이점을 얻거나요

"대지에 속하는 초목들이시어 제게 힘을 빌려주세요"

거대한 크기로 화한 그 사람, 이제 그대고 괴인이라고 칭해도 충분할, 그 존재는 저를 내려다보았어요. 그 존재는 명백히 적대감을 표현하는 것 같았았어요

그래서 저는 곧바로 들고 있었던 지팡이를 세워 그 끝부분을 그대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어요. 숲에서 할 수 있는 것중에 커다란 존재를 상대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했어요. 대지로부터 억세고 굵은 뿌리와, 줄기들이 무수히 솟아올라 뱀과 같이 그 다리와 몸을 옭아매어 헛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거에요

6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20:13:17

>>4
뭐가 걸어나오는 것인지 확인하려던 이들은, 정말로 익숙한 형체를 마주합니다. 익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목줄을 쥔 괴물놈이 철퇴로 무릎을 부숴 주저앉히고 은검으로 찌른 다음, 마무리로 머리통을 터뜨리고, 혹시 몰라 그 경비들이 창대를 꽂아 못 일어나게 제압했던 그 년이니까요. 그런데 그 년이 멀쩡히 살아서 걸어나오더니, 갑자기 자기가 '사제'라면서 길을 열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감정이 완전히 거세된 경비병들이지만, 그들을 지배한 종양에게도, 최소한의 판단력만 남은 그들에게도 정말로 당황스럽고 이상한 상황인지 한참 동안 엘리를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피더니 엘리에게 창을 들고 다가오는군요. 그리고 다른 한 명이 임시 기록보관소에서 나오더니, 다른 경비병들에게 말합니다.

"내가 다른 이들을 데려오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건 간에 빨리 실행하는 게 좋겠군요. 이 지하에 있을 경비병 수십명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종양을 다 터뜨려주면서, 또 그 흉갑 청년 괴물딱지도 거기서 한번에 죽일 생각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7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20:22:29

>>5
검은 숲뿐만 아니라 모든 숲은 수많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주 처음, 아주 처음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식물들이 제 주기대로 자랐다 시들고, 수많은 동물들이 제 순리를 지키며 살다 간 기억을. 그리고 검은 숲은 가려진 햇빛 때문에 만들어진 어둠 속에 수많은 기억을 창고처럼 쌓아놓았고, 그 기억들이 모이고 얽히고 붙으며 만들어진 힘은, '적절하게' 끌어낼 수 있는 이에게 기적과도 같은 힘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아앨라나는, 적어도 이 검은 숲의 은총을 이용하는 분야의 실력만큼은 '적절' 그 이상입니다. 아앨라나가 눈을 감으면, 그 괴물의 발 아래에 엮인 수많은 생명의 줄기들이, 땅에 박힌 수만의 덩굴손들이 보입니다. 그 덩굴손 사이를 흐르는 힘을 지팡이를 이용해 끌어내고, 이번만큼은 가말라시엘 님의 도움 따위 필요 없습니다. 조용히, 아앨라나는 숲에게 말을 겁니다.

'아 퀘냐 야 웨... 아 베나 야 베....'

괴물로 변한 사내가 주먹을 들고, 베스니가 화들짝 놀라 뒤로 엎어집니다. 하지만, 괴물의 주먹이 아앨라나의 머리를 내려치기도 전에, 갑자기 땅에서 굵은 뿌리들이 마치 괴물의 손처럼 튀어나오더니 거인의 팔다리를 붙잡고 얽어맵니다. 거인이 뿌리 하나를 힘으로 뜯어내면 두 개가 붙고, 그 두 개를 억지로 뿌리치니 네 개가 붙습니다. 괴물은 마구 비명을 지릅니다. 정확히는, 팔다리가 전부 엮이고 목까지 덩굴에 졸려서 아앨라나가 신호하는 순간 그대로 목이 부서지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비명을 지르는 것밖에 없습니다.

"우아아아아아악!!!!"

"으악, 내 귀!"

베스니가 귀를 잡고 벌벌 떨지만, 아앨라나가 눈을 뜨면 완전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말라시엘은 묶인 이를 보고 낄낄 비웃으면서 말합니다.

"제가 방법 상관 말고 죽이라고는 했지만, 사도님이 이런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죽일지는 몰랐습니다. 아마 저 상태 그대로 있으면 온갖 날짐승과 숲짐승이 뜯어먹을 것이고, 설령 그리 되지 않더라도 차라리 잡아먹히는 게 나을 정도로 끔찍한 기아와 갈증 속에서 죽어갈 테니까요!"

8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20:22:38

오늘은 여기까지1

9 아앨라나주 (hZpNDtcPgU)

2024-09-23 (모두 수고..) 20:31:24

오늘도 진행 수고하셨어요!

10 엘리 - 진행 (roEPc9U096)

2024-09-23 (모두 수고..) 20:37:33

@@>>6

"생각보다 안 멍청하잖아?!"

소리가 나는 걸 감수하고 뛴다. 경비 한둘은 속도로 제압 가능! 손톱을 세워서 종양 부분을 찌른다면 정신을 차릴 것이다. 아마도!

11 엘리주 (roEPc9U096)

2024-09-23 (모두 수고..) 20:37:48

>>8 캡틴 고마워~~~

12 아앨라나 - 진행 (hZpNDtcPgU)

2024-09-23 (모두 수고..) 21:46:09

@@ >>7

저의 부탁에 대지와 숲은 응하여 주었고 제 앞의 괴인을 처단하는데 도움을 주었어요. 그 덕분에 크게 어렵지 않게 상황을 마무리하게 될 수 있었어요. 초목은 저의 부탁에 따라 행하였으니 그에 맞게 양분이 될 것으로서 주어서 저는 회답할 거에요

"변변치 않을 것이 겠지만 숲은 가리지 않니하며 숲과 품어주고 있는 이들의 허기를 달래줄 수 있을 거에요. 크기가 되는 만큼 그리하게 된다면 많은 이들의 양식으로서 사용될 수 있겠네요"

저는 가말리시엘 님의 말에 담담하게 그 괴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숲에 생식하는 이들이나 굶주림이 몸이 치고 쇠하거나 어떠하든 결과가 죽음이라면, 그것은 저희를 유인하여 해하려 했으니까요. 다른 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것처럼 저도 그리하는 거에요.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만큼 양분이 되도록 주는 것도 좋을 것이겠지요

대지와 숲은 많은 것들을 배풀어주어요. 그리고 생명이 떠나가 남겨진 육신은 숲의 몫으로서 그것을 차지할 것이에요. 그 위에 아래에서 썩어 흙으로 돌아갔을때 그로 하여금 숲에서는 새로운 생명을 피어내는 순환을 달성하겠지요

"자, 이제 해야 될 일을 하고서 다시 길을 가볼까요? 한 번 심호흡하며 심신을 가다듬고서요"

저는 천천히 괴인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다가 이내 베스니에게 한번 그 시선을 향하고는 말하였어요. 다시금 호수를 향한 여정에 오르기 위해서, 지금 상황을 가볍게 점검하고 떠나가야 겠지요

13 ◆MjRAeKhiz2 (Lh3bSup87U)

2024-09-24 (FIRE!) 06:13:14

>>10
어차피 아까 전에도 문제가 된 건 그놈이었지 나머지는 솔직히 말해 걸리적거리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걸리적거리는 놈들이 진짜 위협과는 동떨어져 있는 상태면 뭐, 승리는 확실합니다. 어차피 붉은 옷이라 핏물 좀 먹는다고 더 빨개질것도 없으니 엘리는 몸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그들의 다리 사이로 통과하고는, 뒤돌아서려는 그들의 팔을 붙잡고 벌떡 일어나 종양들을 할퀴어 찢어버립니다.

"끄아읅!"

예의 그 시체끌이 경비들처럼 이 경비병들도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지는데, 그걸 본 다른 이를 부른다던 경비병이 투구를 눌러써 뒷목을 가리고는 뛰기 시작합니다! 엘리의 민첩이라면 쫓아가서 바로 소리없이 죽일 수 있지만, 제압하려 한다면 뒷목의 종양이 가려진 만큼 제압과정에서 소리를 죽이는데 실패할 확률이 있습니다. 아니면 누구를 불러오건 그냥 가게 내버려두는 수도 있고요. 엘리는 어떻게 합니까?

14 ◆MjRAeKhiz2 (2CvQTxqEPM)

2024-09-24 (FIRE!) 10:47:59

>>12
"어... 진짜 저 상태로 내버려두고 떠나는 거에요?"

상황을 파악한 베스니가 아앨라나의 눈치를 살피다가 품에서 작은 활을 꺼냅니다. 검은 숲에서는 어린애들도 안 쓸
정도로 작아서 토끼나 잡으면 딱 맞을 활이지만, 그래도 활은 활이고,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베스니는 시위에 화살을 먹이고 당겨서, 벌벌 떨리는 끝을 괴물화된 광인의 눈구멍에 대더니 활시위를 놓습니다

퍽!

힘줄의 반탄력이 화살의 속도와 날카로운 촉이 되어 부드러운 눈, 그 눈 너머 눈과 연결된 머릿속에 꽂힙니다. 베스니는 휴우! 한숨을 쉬고 나서 활을 품속에 넣고 아앨라나를 따라가기 시작합니다. 베스니는 아앨라나에게 묻습니다.

"혹시 저렇게 산 채로 죽도록 내버려둘 생각이셨나요?"

15 엘리 - 진행 (UBiuEsDgiY)

2024-09-24 (FIRE!) 16:46:32

@@>>13

나는, 이번 싸움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을 최대한 피하기로 맹세했다.

'다른 누구에게도 아니야.'

내 영혼에게!

타인과의 약속은 어겨도 신용이 사라질 뿐이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은 조금 더 악착스럽게 되는 면이 있었다.

설령 누군가 오는 일이 되더라도, 나는 경비병의 종양만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16 ◆MjRAeKhiz2 (K5rdoTiHpQ)

2024-09-24 (FIRE!) 18:18:05

>>15
쓰러지는 경비병들의 어깨를 밟고 날아오른 엘리는 경비의 뒷모습을 눈에 담습니다. 엘리는 그 경비병의 머리를 감싸안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버리고, 제아무리 경비병이 강하다 해도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 성인 여성의 체중을 쉬이 떨쳐낼 재간은 없어 그대로 쓰러집니다. 그래도 종양에 세뇌당해서 어떻게든 엘리를 떼어내거나 비명을 지르려고 악을 쓰는데, 엘리는 바로 그 머리를 투구째로 바닥의 피웅덩이에 처박습니다. 자기 자신을 배신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죽을 수도 없으니 꺼낸 기발한 절충안이 실행되자 투구 사이로 피거품이 부글부글 끓어나오다가 이내 멈춥니다. 엘리는 투구를 벗겨 종양을 뜯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쿨럭!"

자기 신경계를 지배하던 무언가가 강제로 적출되는 충격에 물 먹은 폐로 물기침을 쏟고는 다른 경비들과 함께 이 기이한 광경을 보고 얼굴이 질립니다.

"이 무슨 미친..."

그 와중, 쩔껑거리는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옵니다! 발각된 모양입니다. 경비들은 뭔 일이 일어난 거냐고 혼란스러워하는군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들도 엘리를 기억하고 있단 겁니다.

17 엘리 - 진행 (SWHAg.GPbQ)

2024-09-24 (FIRE!) 20:05:58

@@>>16

"요는, 흉갑남이 오는 걸 막아내는 거지."

병사들은 몇 명이 와도 상관없다. 보고를 위해 멀리 떨어지는 녀석이 생기고, 그 녀석이 흉갑남을 불러오는 가능성이 최악.

다시 말해서, 놈들은 꼰지르기가 아니라면 나한테 있어서 아무런 위협도 될 수 없다.

불러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놈들을 습격할 준비를 한다. 멀리 떨어지려는 기색을 보이는 놈이 있으면 그것부터 노려서.

18 아앨라나 - 진행 (5frLkRd9Tw)

2024-09-24 (FIRE!) 23:04:16


@@ >>14

"좋은 솜씨를 가지셨어요. 전에도 활을 다뤄본 적이 있으시나요?"

저는 그녀가 괴인의 머리, 그 눈을 화살로 꿰뚫는 것을 흘깃 바라보고는 그렇게 말했어요. 방금 그녀의 모습은 엉성해 보일 수 있겠지만 눈이라는 표적을 한번에 명중시켰어요. 그리고 괴인은 여전히 그 이후로도 침묵을 지키고 있어요. 그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알겠어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음으로서 후환이 될 일로 만들지 않으라는 말이시지요? 이전에 제가 그러했듯이"

"죽음은 언젠가 그것에게 방문할 것이지만 그것에게 이른 시일에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안식을 준다면 제가 이를 행해야 하나요?"

그녀가 외말에 걸음걸이를 멈추고는 뒤돌아 보아서는 담담히 말했어요. 저의 그러한 말에 그녀가 무엇이라고 대답해줄지 기다렸어요

무엇이 어떻게 한때 사람이였을, 지금은 흉물이라 칭해도 과함이 없는 것이 되도록 했나요? 아마도 앞으로도 알 수 없겠지요. 그렇지만 그저 흉물이라 칭해질 것이라 그러한 것만은 아니에요. 가말라시엘 님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저는 선뜻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 그것에게 기회를 먼저 내밀었어요. 하지만 그 기회를 내친 것은 그것이지요. 하지만, 안식을 주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아주 못할 것도 없을거에요. 목이 부러졌는데도 크게 쇠약해졌을 지언정 여전히 숨이 붙어있는 괴물이라면... 그 심장을 완전히 끊어내는 것으로 할 수 있을까요?

19 ◆MjRAeKhiz2 (uaMpJ.xjT2)

2024-09-25 (水) 01:49:09

>>17
"잠깐, 그게 무슨...!"

엘리는 정신을 차린 경비병들을 뒤에 내버려둔 채 어둠 속에 숨어버립니다. 엘리가 높은 매력에 더해 지능까지 뛰어났다면 이 말도 안 되는 막장 상황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설명시키고 그들이 해야 할 일도 가르쳐줄 수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시체 썩은내가 가득한 곳에 남겨져서 서로를 바라보다가,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벌벌 떨면서 서로를 붙들고 바들바들 떱니다. 그리고 동료들이 보이는군요. 무슨 이상한 기생체인지 종양인지에 지배당해 표정을 잃어버린 동료들 말입니다.

"어이, 너희들...!"

그 동료들은 '지배'에서 풀려난 이들을 보더니 바로 무기를 겨누고 다가가고, 어둠 속에서 엘리는 그들의 뒤에 착지하더니 그들의 뒷목을 할퀴어 전부 쓰러뜨립니다. 그 광경을 본 경비병들은 엘리가 또다시 숨기 전 그녀를 확 붙잡더니 묻습니다.

"그, 그, 지하수로 잘 싸우는 여자분! 우, 우리가 뭘 해야 되나요?!"

"뭔 일이 일어난 거에요?"

20 ◆MjRAeKhiz2 (uaMpJ.xjT2)

2024-09-25 (水) 01:59:10

>>18
"아뇨. 그냥... 화살을 바로 과녁 앞에 대고 쏘는 건 간단하잖아요. 그리고 저는 후환이 두렵다거나 그런 게 아니에요."

베스니는 아앨라나를 따라가면서 그녀가 내놓은 두번째 선택지를 긍정합니다. 다리가 부러져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끔찍한 부상을 다른 곳도 아니고 숲 속에서 입고 죽어가던 사람이라 그런지, 저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로 꽁꽁 묶여서 숲속에 버려지는 건 못 보겠다는 게 베스니가 하는 이야기의 골자 같습니다.

"아앨라나 님의 마법은 분명 대단할 테니까, 아마 저게 죽을 때까지... 아니, 저게 썩어 바스라질 떄까지도 계속 붙들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렇게 되면 그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까 싶어서요. 저 미친 사람이 우리를 죽이려고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말하자, 가말리세을이 담긴 지팡이에서 아앨라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친구, 재미까지 없군요."

21 엘리 - 진행 (401OphQM7Q)

2024-09-25 (水) 02:00:13

@@>>19
"구조, 익숙하지?"

미지의 공간에 떨어졌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여기는 경비대다.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

"아는 대로 길 찾아서 나가."

이들이 도대체 내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흉갑 남자의 회복용 도시락이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대강 설명을 해주고선 다시 어둠으로 숨어들었다

22 엘리주 (401OphQM7Q)

2024-09-25 (水) 02:00:27

새벽에 만날줄이야!

23 ◆MjRAeKhiz2 (uaMpJ.xjT2)

2024-09-25 (水) 11:31:40

>>21
엘리가 경비병들을 공격해서 종양을 떼어내는 게 반복되던 도중, 누군가 엘리의 이야기에도 도망치길 거부합니다.

"아뇨, 기억이... 제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게..."

이 친구는 아무래도 경비대 본부 지하가 이 모양이 될 때쯤 세뇌된 모양입니다. 지하에서 썩은내가 나는데도 지하수로 연결 공사가 좀 잘못되어서 그런 거라고 둘러대고, 그러면서도 절대 내려가지 말라길래 좀 이상해서 내려갔다가 이 참상을 보고 그 이후로 기억이 끊겼다는 겁니다. 그는 엘리에게 말합니다.

"사실 저도 좀 이상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헛소리라 무시했는데, 자꾸 실종자가 발생하고..."

그러다가 옆에서 또다른 세뇌된 경비병이 엘리한테 달려들었다가 뒷목이 뜯겨서 정신을 차리는 꼴을 보고는, 엘리에게 다가가 묻습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군요.

"...분명 여기 뭔가 중요한 게 있어서 여기서 그러고 계신 거겠죠. 그런데 지금... 제정신 아닌 애들이 자꾸 와서 방해하는 모양이고요... 뭘 찾는 겁니까. 우리가 당신처럼 싸우진 못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일한게 몇 년인데 당신보다는 더 잘 찾을 거에요."

...아무래도, 의심 많고 따지기 좋아하는, 치안 인력 기준으로는 '유능한' 놈들만 세뇌시킨 모양입니다. 엘리는 어떻게 대답하나요?

24 엘리 - 진행 (GW4G9hH64Q)

2024-09-25 (水) 12:06:18

@@>>23

"으음—"

쓸데없이 나대다가 피를 헌납하는 게 최악이지만. 이렇게 의지가 있다면 믿어봐도 좋으리라.

"임시 서류보관소. 경비대가 지하수로의 녀석들과 결탁했다는 증거가 될 서류를 찾고 있어."

이들로썬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여태까지 설명을 전부 뭉갰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원한다고 한다면야.

25 ◆MjRAeKhiz2 (uaMpJ.xjT2)

2024-09-25 (水) 14:45:50

>>24
"...알겠습니다."

자신들에게 월급을 주고 지휘하던 경비대 본부가 사실은 그 지하수로 미친놈들과 한 패거나 더 심한 무언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법도 하지만, 경비대 본부 지하가 시체 썩은내가 나는 이런 핏빛 지옥이 됐다는 사실이 이미 충격으로 그들의 상식을 깨부쉈는지, 엘리의 요구에도 한번도 되묻지 않고 감옥을 개조한 서류보관소로 들어가서 서류를 쏟아내고 마구 찾아대기 시작합니다. 서류 보관소가 넓은 건 아니기에 몇몇 경비들은 나가서 다른 이들을 불러오려고 하다가...

"으, 으아아아악!!!"

"크르륽,, 크그으으윽!!!"

...구울에게 찢겨 버립니다. 구울들은 분노에 찬 듯 경비병들을 마구 찢어발기다가 엘리와 눈이 마주치자, 찢어발긴 경비의 머리통을 벽에 던져버리고 엘리를 노려보기 시작합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아마 이 놈들은 제압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군요.

26 엘리 - 진행 (401OphQM7Q)

2024-09-25 (水) 15:18:45

@@>>25

"하이고—"

결국 몇 명 죽었네. 하지만 낭패란 생각 이상의 안타까움은 들지 않았다. 내가 꺼리는 희생은 '나에게 살해당하는 인간' 이지, '적에게 살해당하는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 녀석들, 내가 아는 바로는 피가 없을텐데.

그렇다면, 손톱을 이용해 베고 빠지는 전략이 유효하겠지.

27 ◆MjRAeKhiz2 (uaMpJ.xjT2)

2024-09-25 (水) 15:36:41

>>26
구울은 엘리에게 달려들지만, 본능에 미쳐 날뛰는 놈들의 맹렬함은 인간들에게나 치명적이지 뱀파이어인 그녀에게는 그저 광견병 걸린 발발이 새끼의 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 게다가 저들이 뒤틀리고 지성을 잃었어도 그 뿌리는 인간이고, 인간이 빨라봤자 정말로 전설 속에 나오는 용사가 아닌 이상 그녀와 겨루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살점과 피에 미친 나머지, 행동 경로도 너무 쉽게 예측되기에 엘리는 피식 웃으면서 처음으로 달려드는 녀석을 보고는 그냥 손톱을 세운 채 하늘 위로 팔을 들고, 아가리를 쩍 벌리고 비명을 지르며 뛰어오른 구울은...

철퍽!

길고 날카로운 손톱과 손이 그 입 안에 들어가면서, 손톱이 아가리 반대편의 경추와 경동맥을 찢어버립니다. 엘리는 다른 한 손으로 그 구울의 어깨를 잡고 손을 뒤틀어 머리를 찢어버리고, 나머지 구울들과 싸웁니다. 구울들이 머릿수로 밀어붙이려 하지만, 앞뒤에서 구울이 달려들어 그녀를 베어물려 하자 엘리는 눈을 감습니다.


박쥐 변신


그녀의 온 몸이 수많은 흡혈 박쥐의 형태로 분리되어 사방으로 날아들고, 앞뒤로 돌격하던 구울들은 돌격할 대상이 사라지자 서로 부딪쳐 이빨만 깹니다. 그 리고 흡혈 박쥐 수백마리가 다시 인간의 형태가 되도록 서로 뭉치고, 엘리는 다시 그 자리에 서서, 경비병에게 구울이 하던 것처럼, 엘리도 구울 한 마리를 본보기로 완전히 베어버립니다. 구울은 식인의 끝에 인간의 지성을 잃고 고통을 느끼는 '동물'의 본능마저 사라진 '인간'일 뿐, 즉 엘리가 내장에 칼을 꼽고 돌려서 찢어버리고, 목을 베어 경동맥을 터뜨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죠. 그렇게 죽은 경비병들의 복수를 마친 엘리는...

"이... 이 서류들입니다!"

경비병들이 애써 찾아낸 서류를 봅니다. 실종자 대량발생 보고, 지하수로 불안 신고, '비밀' 표시된 루마족 유랑민 대량실종 사건 등등... 급한 와중이라 제목만 볼 수밖에 없지만, 뭐, 이건 애가 봐도 눈으로 구린내를 맡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때...

"정말 끈질기군. 네 년."

"어... 어?!"

구울들이 뛰쳐나왔던 곳에서, 엘리에게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흉갑 입은 청년입니다. 그는 엘리를 보고 정신이 멀쩡히 돌아온 경비병들을 보더니 쯧, 하고 말합니다.

"이 녀석들은 너 때문에 여기서 다 죽는 거야. 네가 그 짓만 안했어도 최소한 5년은 더 살려둘 생각이었어."

"저건... 레트 자작님... 이 아니라, 다, 당신 뭐야! 모, 목에...!"

흉갑 입은 청년은 여전히 흉측한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흉갑 입은 청년은 그대로 다가오고, 경비병들은 뒤늦게 무기를 들고 벌벌 떨지만, 엘리도 힘들게 싸워야 할 상대인데 경비병들이 상대가 될 리가 있을지는... 여기서, 엘리는 고민에 빠집니다.

이대로 이들을 도와 이 흉갑 청년을 죽이고 난 다음에 에레야를 보러 가야 할까요? 아니면 더 늦어서 동이 트면 최악이니 일단 나갑니까? 선택은 엘리의 자유입니다.

28 엘리 - 진행 (401OphQM7Q)

2024-09-25 (水) 16:25:08

@@>>27

아까도 말했지. 이들은 자기 스스로 선택한 결과 죽는 것이고, 그건 딱히 내가 꺼리는 종류의 희생이 아니다. 도망치라고 한 번 권유한 뒤가 아닌가?

매정하게 보여도, 이들이 죽던 말던 내 상관은 아닌 것이다.

"...나, 성스러운 무기에는 재생이 어려워. 그러니까, 너희한텐 전위를 부탁할게."

그러니까, 이들과 함께 흉갑 남자... 레트 자작을 쓰러트리기로 한 건 딱히 이들에게 책임감을 느껴서라거나, 죄책감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번에는 다를걸!"

그저, 녀석에게서 도망치는 게 성미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29 아앨라나 - 진행 (1HbgB7jMto)

2024-09-25 (水) 16:41:41


@@ >>20

"베스니 씨가 할 수 있었기에, 그렇다는 것이겠이요. 활을 쏘아 마추는 것은 생각하는 것 만큼 쉽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화살을 쏘아본 적이 있으시니 아시겠지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그녀의 말도 맞아요. 하지만 그저 그 뿐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말했어요 활과 화살은 함께 있어야만 의미가 있지만 명백히 분리된 존재이에요. 그러하듯이 과녁을 향해 쏘는과 그것을 맞추는 것은 다른 일이지요. 활이란, 그저 시위를 당기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걸맞는 힘과 집중력이 필요할 거에요. 활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더라도 지식을 갖춘 저는 알 수 있어요

"늑대는 토끼를 잡아먹으려 했고, 토끼는 힘껏 달아나지요. 늑대가 굶주리는 것을 불쌍이 여겨 자신의 육신을 내어주는 토끼는 없을거에요. 그리고 늑대는 스스로 오는 먹이를 거절하지 않을 뿐더러 힘껏 뻗는 발톱을 멈추지도 않지요"

"자비로움은 분명 훌륭한 덕목이지만, 그것을 행할 자리를 고르는 것 또한 필요한 법이에요. 저는 그에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를 올바르게 판단했는지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에 마주하고 스스로가 알아가야 하겠지요"

그녀의 대답에 비유적인 표현을 겯들어서 설명과 동시에 되묻듯이 다시 말했어요. 늑대에게 있어서 토끼는 먹이에 지나지 않을 뿐. 먹히고 싶지 않다면 도망치거나 포식자가 되어야 할거에요. 물론,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해도 좋을거에요. 그렇지만 이렇게 대처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좋은 대답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소한 이것이 확실한 방법중 하나였을 것만 같아요

"모든 면에서 그런 것 아닐거에요, 재미를 느끼는 주체가 다를 뿐이겠지요?"

거기에 끼어드는 가말라시엘 님에 말에 저는 그렇게 말했어요. 그녀 자체가 어떨지는 떠나서 지금 상황이 그리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맞는 것 같지만요

30 ◆MjRAeKhiz2 (uaMpJ.xjT2)

2024-09-25 (水) 17:52:30

>>28
세스타우 성에 온 지 일주일이 가까이 되어서야, 엘리는 마침내 수십명한테 휩싸여 두들겨맞는 입장이 아니라 수십명과 함께 두들겨패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경비병들은 엘리의 말대로 창을 치켜들고, 레트 자작은 자신에게 대드는 이들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그들을 쳐내려고 하지만, 철퇴를 든 팔이 창에 꽂히고 엘리가 경비병들의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들고 자작의 팔 안쪽, 검도 철퇴도 때릴 수 없는 부분으로 파고 들어가 단검으로 온 몸을 찌릅니다. 자작이 침음성을 흘리다가 엘리를 걷어차자 엘리가 날아가 경비병들과 부딪쳐 뒹굴고, 자작이 경비병들을 때려 죽이려는 것을 뒤에서 다른 경비가 창을 찔러 저지합니다.

"뒤, 뒤져!!!"

"몇 년 동안 월급 안 올린 복수다!"

엘리는 다시 일어나서 레트 자작에게 달려드는데, 이번에는 목표가 바뀐 것 같습니다. 자작은 다른 경비병들이 아직 못 일어난 틈을 타서 뒤에 꽂힌 창대를 뚜둑 부러뜨리고, 부러진 창대를 쥔 경비병을 자기 쪽으로 당겨 넘어뜨리더니 머리를 밟아 터뜨립니다. 뒤늦게 엘리가 머리를 붙잡고 달라붙어 손톱으로 얼굴을 마구 할퀴지만...


퍼억!!!


다시, 신성력 가득한 철퇴가 그녀를 때립니다. 다행히도 자세를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 탓에 빠르게 휘두르지 못해 타격도 크게 없었지만, 그래도 몸이 불타는 느낌이 고통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나가떨어지고 맙니다. 엘리는 레트 자작의 철퇴를 노려봅니다. 은검이야 어쩔 수 없다쳐도, 저 신성한 사슬을 감은 철퇴만 없다면 어떻게 될 텐데... 그러고보니, 레트 자작 저놈도 자기도 불경한 존재라 피해를 받는지 신성한 사슬을 묶어두고 거기서는 최대한 손을 떼고 있군요.

31 ◆MjRAeKhiz2 (uaMpJ.xjT2)

2024-09-25 (水) 18:25:48

>>29
"...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뭘 말하려는지는 이해할 것 같은 눈치로 베스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묵히 걸어갑니다. 반강제긴 했지만 철야 행군을 한 덕분에 벌써 70%쯤 온 것 같습니다. 뷔르트겐 호수와 이어지는 길쭉한 냇가가 보이고, 거기에도 베스니의 눈길을 잡아끌 만한 광경이 있습니다. 물 속에서... 반짝거리는 가루들이 야밤중에도, 아니, 야밤이라 그런지 더 밝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신비한 파란색, 어떤 것은 밝은 하얀색으로 빛나고 있군요.

"...우와..."

아까 전에 있었던 일도 잊고 베스니는 이것을 기록하는데, 아앨라나는 이것이 뭔지 바로 알아냅니다. 루미나크톤, 검은 숲의 수원에서 종종 나타나는 아주 작은 생물들인데, 검은 숲에 존재하는 마력과 수원에 부유하는 영양분을 합성해 저장하는 과정에서 빛을 만드는데, 이것이 계속해서 축적되면 강력한 마력을 가진 냇가진주로 응집되어 마법사 완드에 장착하는 보석들 중 하나가 된다고도 하죠. 아앨라나의 기억이 시작된 이후로 냇가에 가면 종종 보던 광경이니, 그녀에게는 아주 신기할 것까진 없습니다.

32 엘리 - 진행 (NxJfQD.nSo)

2024-09-25 (水) 19:21:45

@@>>30
"치사하잖아...!"

나도 여관에서 수호부로 괴물을 카운터치지 않았냐고?

그건 정당한 전략이었다. 녀석이 하면 치졸한거고!

이럴 땐, 저 쇠사슬에 피해가 없을 경비 친구들의 힘을 빌려야겠지.

"저 쇠사슬엔 놈 역시 약해! 레트 자작을 견제해줘!"

무기에 본인에게 치명적인 요소가 있다면 전투는 소극적이게 되는 법이니까.

33 ◆MjRAeKhiz2 (uaMpJ.xjT2)

2024-09-25 (水) 19:45:01

>>32
"이... 이익...!"

대체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엘리와 함께 싸우는 경비 중 하나가 쇠스랑을 내지릅니다. 세 개의 가지로 뻗어나온 쇠스랑 사이에 철퇴가 걸리고, 다른 경비들이 거기에 붙습니다. 레트 자작이 제아무리 강해도 체중을 실어 버티는 성인 남성 몇 명의 힘을 제 팔힘으로 이기지는 못해서 철퇴가 레트 자작의 어깨에 딱 붙고, 신성한 사슬이 레트 자작의 몸에 닿자 치이이익...! 불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릅니다.

"끄아아아악!!!"

저 안 뒤질 것 같던 놈이 비명을 지르니 엘리는 남모를 희망을 느낍니다. 저 놈도 뒤지긴 하는구나, 하고요. 그러자 그 남자는 철퇴를 손에서 놔 버리고는, 경비병들에게 달려들어 경비 하나를 벽에 던져버립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경비병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다른 하나는 은검으로 찔러버립니다. 은검이 괴물한테 더 효과적인 거지 인간한테 무용한 건 아니니까요. 그 난장판에서 살짝 피한 엘리의 눈에, '신성한' 철퇴가 들어옵니다... 손잡이만 잡으면, 아마도 멀쩡... 하지 않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34 엘리주 (401OphQM7Q)

2024-09-25 (水) 19:50:34

수고했어~~~

35 ◆MjRAeKhiz2 (uaMpJ.xjT2)

2024-09-25 (水) 20:15:25

내일도 일 나가야하는 관계로 일 중간중간 사이 월루각 섰을때 제외하면 그냥 1일 1답레 예상해줘

36 엘리 - 진행 (401OphQM7Q)

2024-09-25 (水) 20:30:24

@@>>33

"하아..."

내가 어쩌다 이런 짓을. 뭐, 투정은 이쯤 부리고. 나는 떡하니 보이는 승리수단을 꺼려진다는 이유만으로 내다버리는 바보가 아니었으니까.

"흐읍!"

꽤나 힘을 요구하는 종류의 무기니까. 한 손으로 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 두손으로 최대한 힘을 담아서.

무게가 무거울수록 빈틈은 커진다. 1 : 1의 승부에서 그 빈틈은 크게 작용하지만... 경비 친구들 덕에 바로 노릴 순 없어 보이니.

"하아아!!"

난 철퇴를 크게 휘둘렀다.

37 엘리주 (401OphQM7Q)

2024-09-25 (水) 20:30:45

>>35 화이팅~ 알겠어~

38 ◆MjRAeKhiz2 (m5aLrD2ios)

2024-09-26 (거의 끝나감) 08:28:09

>>36
태양의 힘 아래서는 피의 힘도 한낱 모기의 날갯짓에 불과하게 된다.

현 가주가 엘리의 가출을 말릴 때 했던 경고입니다. 물론 엘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고, 설령 진지하게 들었더래도 뜻을 꺾지는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엘리는 신성한 철퇴에 무릎과 골통이 박살나자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후회가 됐습니다. 하지만 후회보다도 다른 생각이 더 컸습니다.


날 죽일 정도의 무기가 저놈이라고 못 죽일까?


엘리는 철퇴를 양 손으로 잡슥니다. 신성한 쇠사슬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이 너무나도 불쾌해 마치 문자 그대로 철퇴 크기만한 똥덩어리를 잡은 것마냥 기분이 더럽고, 손아귀도 따끔따끔한 고통에 반사적으로 놓으려 드는 걸 양 손으로 맞잡고 겨의 버팁니다. 하지만 엘리가 이 모든 불쾌와 불편을 감수하고, 마치 말뚝 박는 인부마냥 머리 뒤로 넘어갈 정도로 철퇴를 올렸다가 내리치자...


철퍽!!!


레트 자작의 어깨 사이에 달려있던 호박이 움푹 패이고, 엘리는 그녀가 당했던 것을 돌려줍니다. 자작이 쓰러지자 그 난리통에도 살아남았던 경비병들이 못 일어나게 창을 꽂고, 위에서 난리통을 알리고 동료와 함께 내려온 경비병들이 그물을 덮습니다. 엘리가 제압당했던 바로 그 방식 그대로입니다. 경비병들은 레트 자작을 보면서 한마디씩 거드는군요.

"뭐야, 이 괴물딱지는?"

"그 와중에 저 지하수로 여자는 왜 여깄지?"

39 ◆MjRAeKhiz2 (m5aLrD2ios)

2024-09-26 (거의 끝나감) 09:10:29

무통보 잠수가 지속됨에 따라 샤토와 히샤히메의 시트를 내립니다. 시트가 두 자리 비게 되었으니 관심 있으신 참치분들께서는 시트를 제출하셔도 됩니다.

40 엘리 - 진행 (A1avuOu9Rk)

2024-09-26 (거의 끝나감) 09:41:06

@@>>38

"휴우..."

따끔따끔하고, 아프고, 아무튼 불쾌하다!

나는 철퇴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저런 건 1초라도 더 손대기 싫었으니까.

"설명 대신... 이걸 보면 이해할 수 있을거야."

아까 찾은, 경비대와 짝퉁 흡혈귀의 결탁 정황이 있는 서류들. 나는 지금 꽤나 지쳐있었다.

41 ◆MjRAeKhiz2 (m5aLrD2ios)

2024-09-26 (거의 끝나감) 10:21:45

>>40
경비병들은 서류를 서로 돌려보고 탄식합니다. 몇몇은 차마 필설로 형언하기 힘든 욕설을 쏟아내고, 누군가는 그냥 피냄새와 시체 썩은내가 견디기 힘들어 구토를 쏟습니다. 그래도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는 확실히 알아서, 더 이상 엘리를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그녀에게 서류를 돌려주지만... 그들 중 한 명이 하는 말이 엘리를 소름돋게 만듭니다.

"아침 댓박부터 이게 무슨 지랄이야... 이제 시체 냄새 안 나는 거냐?"

...네. 지금 아침 댓박입니다.

42 엘리 - 진행 (A1avuOu9Rk)

2024-09-26 (거의 끝나감) 10:57:06

@@>>41 "...아."

내 활동이 가장 힘들어지는 시기. 한밤중에 이곳에 침입했을텐데, 낮이 될때까지 치고받고 잠입하고... 해버린 모양이다.

"부탁하고 싶은 게 두 개 있는데..."

그래도 내가 세뇌 풀어줬으니까 들어줘야지!

"하나. 나 밤까지만 여기 있게 해줘. 둘, 이 서류를 세스타우 신전에 전달해줘."

적어도 경비병의 손으로 이 서류를 전하는 것이 신빙성있으리라

43 ◆MjRAeKhiz2 (m5aLrD2ios)

2024-09-26 (거의 끝나감) 11:24:40

>>42
"아뇨."

경비병들은 한사코 서류를 맡기를 거부합니다. 이유를 듣자하니, 말이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에레야를 비롯한 이단심문관 일행도 어떻게든 담구려고 벼르는 마당에, 우리 같은 경비병들이 그 서류를 맡으면 가만히 내버려두겠냐는 얘깁니다. 그들은 대안을 제시하는군요.

"방금 수색해봤는데 여기에 큰 구멍이 있습니다. 지하수로로 연결되죠. 아마 당신이라면 큰 문제 없이 들어갈 겁니다."

...라고 말합니다.

44 엘리 - 진행 (A1avuOu9Rk)

2024-09-26 (거의 끝나감) 11:41:36

@@>>43

"후우— 그럼 맡겨둬."

이 서류를 무사히 전달한다면 성공이라 봐도 되겠지. 지하수로가 마치 내 거점이 된 것 같은—실제로 거점이었지만— 익숙함을 느끼며, 구멍을 통과했다.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르니, 전속력으로 달릴까?"

목표는 신전이다!

45 누누코 (l8MYDTMHV6)

2024-09-26 (거의 끝나감) 15:00:01

@@ situplay>1597050693>1000
누누코가 취할 행동은 간단했다. 도주의 속도를 늦춰 일부러 적을 유도한다.
가장 먼저 달려올 것은 개일것이다. 네 발 달린 짐승이 언제나 우월하다. 그러나, 개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먹이사슬의 변수로 군림하는 보팔토끼였다.
누누코는 옥수수밭 속에서 몸을 낮추고 숨어있다가, 개가 튀어나오는 목을 쥐어잡고 즉시 날카로운 이빨로 목을 물어뜯었다. 또 다른 개는 삽을 휘둘러 즉시 목과 몸을 분리시켰고, 또 다른 개는 몸을 덮쳐서 단검으로 갈비뼈를 해집어 심장을 꿰뜷었다.

'편히 쉬길.'
누누코는 몸을 일으키며 들판으로 돌아갈 개들에게 무운을 빌어주었다. 몸을 일으키니 누누코의 옷은 피가 흥건하여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갈아입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사회적인 '의복'의 기능을 다한 것이다.
미약한 개조를 거쳤다고는 하나, 어차피 직물로 짜낸 천으로 만든 옷이 이정도. 특히나 다리 부분이 벌써 너덜거리고 있었다. 이런 옥수수밭에서는 방해밖에 되지 않을거라 생각한 누누코는 즉시 단검을 갖다대어 허벅지정도 길이 아래로는 전부 잘라내어 기장을 새로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옥수수를 흔드는 바람을 타고 소란스러운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뒤늦게 인간들이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46 누누코 (l8MYDTMHV6)

2024-09-26 (거의 끝나감) 15:05:08

다들 안녕하세요~~ 캡틴 힘내구 와요~

47 아앨라나 - 진행 (R6sAo7plig)

2024-09-26 (거의 끝나감) 22:07:26


@@ >>31

그녀는 저의 말에 따로 어떠한 대답을 이어가지 않았지만 어느정도 이해하고 수긍하여 주는 듯 했어요. 그렇게 저희는 계속 길을 걸어나갔어요. 이제 이 행선지에도 그 끝에 도달하고 있는 걸까요. 호수와 연결되는 것이라 여겨지는 물의 흐름이 보였어요. 그리고 거기에는 여러 많은 작은 빛들이 모여들어 반짝이고 있었어요. 마치 밤하늘의 별들처럼, 어둠이 그 주변을 차지하고 가리고 있기에 되려 자연스럽게도 그 존재감 뚜렷하게 보여요

"예쁜 빛이네요"

저는 금세 그 빛들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어요. 그것은 이전에도 몇번인가 본 적이 있는 현상으로서 숲이 지닌 마력과 생물 작용으로 인한 독특한 환경이 만들어내는 것이였지요. 저는 흐르는 물가에 조금만 가깝게 다가서서 그 속을 흘깃 바라보았어요. 어쩌면, 좋은 것을 찾아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딱히 지금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모처럼의 기회이니까요. 살펴보고 적절하다고 보여지는 것이 있다면 가볍게 하나 쯤 얻으려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그녀에게도 보여줄 수도 있을거에요

48 ◆MjRAeKhiz2 (rL0kQjF18Q)

2024-09-27 (불탄다..!) 01:49:06

>>43
이상하게도 집만큼이나 익숙해진 지하수로로 내려갑니다. 위에서 참 많은 것들을 쏟아부었는지 해골과 시신들이 널려 있는데...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엘리는 그간 본 것도 본 것이고, 밤의 군주의 형체를 처음으로 취하면서 인간성이 좀 깎인 덕분에 별 감흥이 없습니다. 그냥 시체구나, 피구나, 더럽구나, 그럴 뿐이죠. 엘리는 그것들을 지나쳐서, 대충 신전 쪽으로 향하는 방향이겠거니 싶은 쪽으로 향합니다. 비결은 뭐 없습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더럽고 불쾌해지고, 뭔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잘못한 기분이 들면 그게 신전으로 맞게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털썩

엘리는 팔 잘린 남자의 물건을 가지러 왔던 창고 쯤에서 쓰러집니다. 너무 지친 탓입니다. 피로도 재생할 수 없는 정신과 육체 양쪽의 한계를 넘은 피로가, 그녀에게 한동안 쉬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침, 에레야가 말한 시간은 저녁 6시. 아마 쉰다고 해도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49 ◆MjRAeKhiz2 (rL0kQjF18Q)

2024-09-27 (불탄다..!) 02:03:23

>>45
누누코도 그렇고, 그 동물들도 그렇고,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무리 사냥'의 기본은, 사냥꾼 무리는 온존하되 사냥감은 무리에서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만약 사냥감이 공황에 빠져서 제멋대로 도망다니다 무리에서 떨어진다면, 그 날은 굳이 힘쓸 필요도 없이 일용할 양식 한 끼를 얻는 것이죠. 하지만 누누코는 그 개들과 달리, 모든 것을 한 번, 그리고 두 번 더 꼬아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고, 본능과 경험 역시 여러 겹으로 꼬아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제 한 몸 못 가누는 상황인 요한은 빠져나가게 두고, 누누코는 느릿느릿한 사냥감을 연기합니다. 겁먹은 토끼의 냄새에 개들이 아드레날린과 침을 흘리며 뛰어오지만, 그들이 마지막으로 목격하는 것은 그들의 주인들의 주인을 죽이고, 거기에 더해 인간들 몇 명도 덤으로 지옥에 보낸 괴물토끼, '누누코'입니다.

깨갱! 캥!

개들은 물기는커녕 이빨 단 하나조차 누누코의 살결에 닿지 못하고 몰살당하고, 누누코는 숲 속에서 인간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제기랄! 개새끼들이 안 울잖아!"

"야, 뭉쳐! 뭉치라고!"

이대로 요한을 따라갈 수도 있고, 이들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을 죽인다면 요한을 따라갈 때 고생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겠죠. 누누코는 어떻게 하나요?

50 ◆MjRAeKhiz2 (rL0kQjF18Q)

2024-09-27 (불탄다..!) 02:20:05

>47
아앨라나는 루미나크톤이 부유하는 물 속에 손을 담가봅니다. 덩어리로 응집해서 빛나는 루미나크톤들이 손에 엉겨붙어 손을 빛나게 만들고, 활성화된 루미나크톤의 영향으로 물의 질감도 물이라기보다는 투명하고 빛나는 입자들이 가득한 슬라임에 가깝게 조금 질척해진 듯도 합니다. 아무튼 아앨라나는 그 점질(粘質)의 물 속에 손을 넣으니, 자연스레 루미나크톤이 응집했던 마력의 은총을 받아 조금씩 조금씩 온 몸이 회복되는 가호를 느끼다가, 바닥에서 무언가 딱딱하고, 둥글고, 미끌거리는 무언가를 잡아서 들어올립니다.

"...이게 뭔가요? 설마, 진주...!"

...베스니가 호들갑을 떨면, 항상 결과가 그리 좋진 않습니다. 그래도 먹을 수 있는 게 나왔습니다. 민물조개, 껍질이 단단하지만 구우면 맛있게 익은 속살을 드러내는 종이죠. 진주조개,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안을 삼자면, 루미나크톤에 오래 노출되었는지 조개 껍질도 아름답게 발광하고 있는 것이, 냇가진주만큼은 아니어도 심미적 가치는 좋을 것 같습니다.

51 엘리 - 진행 (m7uoFJGQjU)

2024-09-27 (불탄다..!) 13:47:19

@@>>48

"아."

내가 참 쉬지 않고 달려왔구나. 그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짧은 생을 사는 인간들의 삶의 밀도란 이런 것일까? 뱀파이어는 적어도 십 년 쯤은 굴곡 없이 살았었는데.

"조금 자자..."

아무래도, 채 한달도 안되는 시간에 이 정도의 밀도라니. 나에겐 버티기 힘든 것이었나보다.

나는 그래도 바닥에는 누워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창고 바닥까지 향하려 했다. 그리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눈을 감고 누웠다.

52 누누코 (s5dXIKY.WQ)

2024-09-27 (불탄다..!) 14:55:15

@@ >>49
풀 줄기에 몸을 숨기고 해쳐가며 달려 나아가던 누누코는, 문득 땅에 발을 쑤셔박고 그 자리에서 제동을 걸더니. 잠시 후 뒤를 돌아 그곳을 유유히 뜨기 시작했다.

"요한."
어느새 요한을 따라잡은 누누코는 시체를 옮기는 그의 바로 옆의 풀숲에서 불쑥 튀어나와 무심하게 그를 불렀다. 순식간이었다.

53 이름 없음 (v1jEekK9g6)

2024-09-27 (불탄다..!) 19:49:04

>>51
간신히 바닥까지 몸을 끈 엘리는 창고 문을 끌어서 닫고, 마치 영혼이 사라진 듯 맥없이 쓰러진 후 눈을 감습니다. 오자마자 수호부를 받았고, 자려고 하자마자 갑자기 괴물과 싸웠고, 괴물과 싸워서 다 죽이나 싶더니만 이단심문관과 만났고, 이단심문관과 만나서 신전도 끌려가더니만 지하수로에서 식인종, 랫킨, 고블린하고도 싸웠고, 경비대 본부도 털었고... 이 정도면, 너무나도 많은 일이 한번에 일어난 게 맞습니다. 엘리는 잠에 들고... 아무 꿈도 없이, 아주 행복한 단잠을 잡니다. 차갑고 축축한 벽돌바닥에서도 잠이 잘 온다니, 역시 피로야말로 최고의 침실입니다.

엘리는 다시 일어납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휴식을 취한 이상 더 시간을 보낼 이유는 없겠지요.

54 이름 없음 (v1jEekK9g6)

2024-09-27 (불탄다..!) 19:49:04

>>51
간신히 바닥까지 몸을 끈 엘리는 창고 문을 끌어서 닫고, 마치 영혼이 사라진 듯 맥없이 쓰러진 후 눈을 감습니다. 오자마자 수호부를 받았고, 자려고 하자마자 갑자기 괴물과 싸웠고, 괴물과 싸워서 다 죽이나 싶더니만 이단심문관과 만났고, 이단심문관과 만나서 신전도 끌려가더니만 지하수로에서 식인종, 랫킨, 고블린하고도 싸웠고, 경비대 본부도 털었고... 이 정도면, 너무나도 많은 일이 한번에 일어난 게 맞습니다. 엘리는 잠에 들고... 아무 꿈도 없이, 아주 행복한 단잠을 잡니다. 차갑고 축축한 벽돌바닥에서도 잠이 잘 온다니, 역시 피로야말로 최고의 침실입니다.

엘리는 다시 일어납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휴식을 취한 이상 더 시간을 보낼 이유는 없겠지요.

55 엘리 - 진행 (X8iJ5H9Jlg)

2024-09-27 (불탄다..!) 20:12:32

>>54

번쩍—

깊은 잠에서 깨어난 흡혈귀처럼, 나는 눈을 떴다.

"놈들을 일망타진하면, 조금 쉬어야지..."

한 반 년 정도 느긋하게.

터벅터벅, 신전을 향해 걷는다. 기분나쁘고 불쾌한 감각을 이정표삼아서.

56 엘리 - 진행 (X8iJ5H9Jlg)

2024-09-27 (불탄다..!) 20:12:49

@@>>54 기호!

57 ◆MjRAeKhiz2 (v1jEekK9g6)

2024-09-27 (불탄다..!) 20:15:17

>>52
"오, 누누코 씨!"

한 손으로 조준했던 석궁을 바로 허리춤에 넣는 요한의 얼굴에 담긴 반가움을 어두운 하늘의 달빛이 비춰줍니다. 뒤에서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려오지만 많이 멀어졌고, 어느새 요한과 누누코는 마차에 도착했습니다. 마차 문을 열고 그 안에 미스터 스위트의 시체를 구겨넣은 요한은 누누코에게 다시 한번 망을 봐달라고 요청합니다.

"일단 시체에 몰약 처리를 좀 해야 합니다. 누누코 씨의 훌륭한 후각을 미스터 스위트의 시체 냄새를 맡는 데 써서 정신적 자해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리고, 시체가 생긴 게 멀쩡해야 우리가 받을 몫도 늘어나구요."

58 ◆MjRAeKhiz2 (v1jEekK9g6)

2024-09-27 (불탄다..!) 20:20:23

누누코주 오랜만!
>>56
캡틴은 인코를 까먹고 참치는 기호를 까먹고

59 엘리주 (X8iJ5H9Jlg)

2024-09-27 (불탄다..!) 20:23:16

>>58 흑흑... 이것이 세월의 힘인가

60 ◆MjRAeKhiz2 (v1jEekK9g6)

2024-09-27 (불탄다..!) 22:23:12

>>55
엘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발길을 옮깁니다. 경비병들이 지하수로를 한번 '청소'했는지, 아니면 엘리가 여기서 벌인 끔찍한 살인 행위를 보고 ㅣ지레 겁먹은 이들이 차마 엘리 앞에 나타날 생각을 못하는지, 엘리는 산책하는 기분으로 신전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존재의 불쾌함이 느껴질 때쯤, 어둠 속에서 램프가 켜지더니 이제는 익숙한 얼굴이 나타납니다. 에레야가 거느리는 거한들 중 하나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아무튼 얼굴이야 워낙에 봐서 대충 에레야 따까리 1 정도로는 알고 있는 얼굴입니다. 거한은 엘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자료는 챙겨왔겠지. 아니라면 날 죽이쇼. 당신마저 실패했다면 이 세스타우가 꼼짝없이 저 위에 새끼들한테 먹히는 꼴을 봐야하는데, 그러느니 걍 죽고 말지."

다행히도, 엘리가 그의 소원을 이뤄줄 필요는 없겠군요.

61 아앨라나 - 진행 (5cKOLxOPLE)

2024-09-27 (불탄다..!) 22:38:56


@@ >>50

그렇게 제가 다가가 물 속으로 천천히 부드럽게 손을 뻗어내면 물 속에서 부터 발하는 그 반짝임 자체가 저의 손길을 타고 올라와 몸으로 전해지듯 느껴졌어요. 공기가 피부에 닿고, 내쉬는 숨결처럼 하듯이 자연스럽고 익숙한 감각. 마력 이라고 불리는 기운이 저의 몸을 타고 활력을 더해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물 속의 별빛들의 자그마한 이어지는 은혜에 따라 본래에서 부터도 벗어난 제가 걸어왔던 피로조차 풀어지는 듯 하기도 했어요

"진주... 같은 것은 아니에요. 민물 생활성 조개와 같네요. 지닌 껍질은 그 색조와 반짝임에 대해 다른 종류와 보다 휠씬 예쁜 모양을 하고 있어보여요"

그러다 물빛 속 사이에서 보다 깊으 곳에 저에게 유난히 돋보이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어요. 저는 그것으로 손을 뻗었고 집어올리면 그것은 예쁘게 반짝이는 껍질을 가진 조개. 이곳에서 처음에 생각하였던 것과 다르지만 저는 이것 나름대로 괜찮았어요

이어서 이내 이 조개를 함께 보게된 그녀의 물음에 있는바를 저는 말해주었어요. 저는 이 조개가 자신의 삶을 이어가도록 이대로 돌려놓을 수도, 그 자태에 흥미로움에 이끌려 제가 가져도록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이 조개를 가지기로 했어요. 이를 두고 무엇을 하게 될지는 천천히 생각해보아도 괜찮을 거에요

62 ◆MjRAeKhiz2 (v1jEekK9g6)

2024-09-27 (불탄다..!) 23:12:54

>>61
"우와... 검은 숲은 조개도 정말 아름다고 신기하게 생겼네요!"

하지만 기대하던 냇가진주 같은 게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베스니의 검은 숲 사랑이 시드는 일은 없었습니다. 베스니는 이건 또 이것대로 멋지다면서, 자신이 아는 온갖 어휘를 동원해서 민물조개의 표면에 루미나크톤이 흡착하고 반응하며 만들어낸 발광 무늬를 이리저리 관찰하고 묘사합니다. 그녀가 문학적 거품을 최대한 걷어내고 학술적으로 빚어낸 표현을 빌리자면, "패각 표면의 격자 모양으로 구성된 얇은 음각상 안에 푸른색 또는 하얀색 계통의 상세불명의 발광체가 도포되어 빛나고, 물결의 흐름에 따른 곡선형의 부정형적이고 연속적인 무늬가 형성된 민물조개"입니다. 그리고 문학적 표현을 최대한 빌리면... "진주를 품는 대신 진주 그 자체가 되기로 한 조개"라는 묘사가, 베스니가 이 민물조개를 보고 느낀 감상을 표현하는군요. 베스니는 아앨라나가 조개를 가져가는 것을 보고 자기가 더 신나는지 방방 뛰고, 아앨라나에게 묻습니다.

"아앨라나 님! 혹시 평소에도 이런 걸 자주 보고 사셨나요?! 정말 부러워요! 이런 신비가 가득한 곳에서 살면 문학이 무슨 필요겠어요! 눈 앞에 보이는 게 동화고 전설인데!"

...라고 말하는군요.

//오늘은 여기까지!

63 엘리주 (X8iJ5H9Jlg)

2024-09-27 (불탄다..!) 23:24:20

수고했당~~

64 아앨라나주 (5cKOLxOPLE)

2024-09-27 (불탄다..!) 23:29:34

진행 수고하셨어요!

65 엘리 - 진행 (X8iJ5H9Jlg)

2024-09-27 (불탄다..!) 23:47:37

@@>>60

"하이고—"

아편굴에서 한바탕 뒤집어엎은 듯 싶었다. 저렇게 커다라서는, 걱정은 많아요.

"여기, 서류들이야."

레트 자작을 처리하고 개선장군처럼 당당히 자료를 건낸다. 자, 내게 좀 더 감사핸다.

66 누누코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14:35:12

@@ >>57
누누코는 요한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땅을 박차고 사뿐히 뛰어 근처의 나무 위에 올랐다.
높게 솟은 귀로는 저 멀리에서 인간들의 비명과 고함이 들려왔다. 뒤늦게 개와, 사람의 시체를 발견한 것일테다.
우스운 일이다, 라고 누누코는 생각했다.
저 영지에서 누군가가 죽어나가는 것은 일상이었을텐데. 그들이 무언가의 죽음에 있어서 저런 높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습다못해 기이하게 느껴졌다.

67 누누코주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14:35:50

캡틴도 오랜만이에요~~ 요즘은 통 바빠서 제대로 오기가 힘드네요... 흑흑
다른 분들도 안녕이에요~

68 아앨라나 - 진행 (CmOknnnINg)

2024-09-28 (파란날) 17:18:25


@@ >>62

"후후후~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녀의 장황하게 이어지는 온갖 표현들에 저는 작고 부드럽게 웃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수긍했어요. 제가 처음에 가졌던 목표와는 다른 것을 얻었더라도 실망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 또한 그러했어요. 어쩌면, 저보다도 그럴 수 있을 거에요. 그녀는 숲 속의 앎이 부족하고 그렇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할 수 있어요. 이미 그림으로 채워진 천과 종이에는 빈 곳이 아닌 곳에 새로운 것을 하기에는 어려운 것처럼요. 다만, 그렇기에 반대로 새로운 틀과 그것의 빈 곳에 제대로 그림을 담아낼 수 없다면 실망감은 보다 커질 수도 있겠지만요

"무엇이라고 해야할까요? 익숙하다고 할 수는 있겠네요. 고요함과 떠들썩한 것을 넘나들며 숲은 많은 것을 품고 있어요. 그것으로서 나타나는 가능성의 표출은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을 거에요"

"필요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추리고 엮어내 스스로의 마음을 글로서 표현하고 정리하여 이를 기록함으로서 그 자체로 문학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에요.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은 촛불과도 같아요. 처음에는 불꽃을 피어내고 타오르고 곧 초가 전부 닳아 없어져 그 불꽃은 꺼지고 작은 연기만을 남긴채 희미한 자취만을 두고 잊혀지거나 하지요. 그러나, 이미 문학으로서 남겨진 그것은 그렇지 않을거에요. 그것은 그때의 감동을 다시금 일깨워 볼 수 있게될 수 있지요"

그리고 이어지느 그녀의 말에 저는 긍정하면서도 동시에 부정하고자 그렇게 설명해보았어요. 비록 숲 속의 앎에 제가 전부 깨우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많은 것을 배워 일깨웠어요

69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7:33:36

>>65
거한은 서류를 뺏듯이 낚아채더니 슬쩍슬쩍 봅니다. 그렇게 봐서야 뭐 얼마나 중요한 내용인지 알겠나 싶더니만, 썩어있던 거한의 표정이 점점 펴지더니 가까이 가서 엘리의 두 손을 딱 잡습니다. 그리고, 평생 웃지 않을 것 같던 인간이 참 밝은 얼굴로, 참 안 어울리는 웃음을 보여주며 감사를 표합니다... 차라리 진지한 표정으로 고맙다 한 마디만 하는게 나았을 텐데요.

"정말로 고맙습니다. 엘리 님."

그리고는, 엘리의 손목을 잡고 위로 끌고 올라가려고 합니다.

"올라가시죠. 에레야 님이 청문회가 시작된 이후 되는대로 말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데, 주 목격자인 당신 진술도 많이 필요합니다."

엘리는 에레야한테 받아놓은 특수 수호부가 있으니 신전에 들어간다고 아마 불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기분은 좀 더럽겠지만요.

70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7:38:54

>>66
누누코는 반쯤 잘린 귀를 쫑긋, 쫑긋 세우며 소리를 듣습니다. 사람들의 고함 소리와 개들이 짖는 소리는 멀리서만 들리고 가까이로 오지 않고 점점 잦아들어만 갑니다. 그리고 그 잦아들어가는 공백은 찌르르르 하는 귀뚜라미 따위의 풀벌레 소리와 부엉이가 세상 모르고 밤새 우는 소리가 채웁니다. 대농장이 온 농장의 불을 밝히고 램프를 켜면 이 밤하늘을 이길 수 있는 양 난리를 피우지만, 밤은 굳건하고, 멀긴 해도 낮이었으면 충분히 찾을 수 있을 이 거리에서, 요한이 대놓고 시체에 몰약 처리를 하고 있는데도 인간은커녕 개조차도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는 꼴은 퍽 우습기까지 합니다.

"...어디보자. 코에도 넣고, 목에도 넣고... 흠. 누누코 씨가 여기를 쳤군요! 그래도 자기를 노예로 사서 투견으로 쓰려고 한 사람한테 꽤나 자비를 보이셨습니다. 이렇게 목을 걷어찼으면 경동맥만 그이는 게 아니라 경추와 신경이 부서지고, 아마 기절하면서 자기가 죽는다는 것도 모르고 죽었을 테니까요. 누누코 씨의 동작 속도를 보면 확실합니다."

...라고, 요한이 추리하는 소리와 함께 몰약 특유의 달큰하면서도 톡 쏘는 향기가 코를 간지럽힙니다. 조금만 더 심하면 재채기가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이 냄새가 몇 시간 뒤 온 사방에 풍길 썩은 시체 냄새보다야 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잠깐 기다립니다. 정 안 되면 이 냄새는 코에다 솜을 박아서 참을 수라도 있지, 시체 냄새는 솜이 아니라 돌덩이를 박아도 못 참습니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고, 요한이 미스터 스위트를 넣은 마차 문을 쾅 닫고는 누누코를 부릅니다.

"내려오시죠!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

71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7:57:11

>>68
"이걸 그렇게 포장할 수 있다니..."

대체 무슨 포인트에서 감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베스니는 감동했습니다. 베스니는 눈물을 찔끔찔끔 흘릴듯하다가, 아앨라나가 한 말들을 전부 받아적습니다. 아무튼 조개 하나 주운 것 가지고 뷔르트겐 호수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두 사람은 계속해서 걷기 시작합니다. 이끼 낀 숲도 지나고, 나무들이 폭풍에 여럿 쓰러져 하늘이 뻥 뚫린 곳도 지나고, 이것저것 지나다보니 어느새 하늘의 명도(明度)가 점점 높아져, 검기만 하던 하늘이 점점 짙푸르게 변하고, 짙푸른 하늘에 푸른빛이 더해지고, 푸른 하늘이 다시 하얘지면서 검은 숲에도 앞의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빛이 돌아옵니다.

"후우... 또 아침이네요오..."

베스니가 밤새 걸었다고 불평하는 사이, 아앨라나는 지도를 펼쳐봅니다. 앞으로 한나절 정도 강행군하면 뷔르트겐 호수지만, 불곰 때문에 하루를 못 잔 게 조금 마음에 걸립니다. 여기서 못 취한 휴식을 좀 취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72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8:11:06

situplay>1597051230>17
수많은 명예와 공적이 쌓여 거대한 기념비가 세워지고, 그 거대한 기념비에 으레 따라붙는 그림자조차도 어렵고 힘든 이들을 숨겨주는 안식처가 되어주던 로렌스의 명성은, 베이지색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그녀의 양 어깨의 무겁게 짓눌립니다. 한때 로렌스의 핏줄을 잊었던 정령들이 헬렌이 태어나고 나서야 로렌스의 이름을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고, 한때 정령의 왕과 자유롭게 세상을 논하고 작은 정령들을 제2 제3의 손발로 부리던 전성기는 어른들의 동화 이야기처럼 거짓말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녀의 남동생이 이제 더 이상 그녀가 부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울지 않는다는 것일까요, 8살이라면 슬슬 백작가를 잇기 위한 교육을 받기 충분한 나이라는 것일까요. 헬렌에게는 헬렌 나름대로 로렌스의 이름을 되살릴 길이 있고, 리안에게는 리안 나름대로 가문을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을 겁니다.

그래야 합니다.

헬렌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작정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제아무리 기울었다고 해도 백작가는 백작가, 백작 저택의 밤을 밝히는 고래기름 등불을 돼지기름 등불로 바꾸면서 자금에 여유가 생긴 덕분에 헬렌은 꽤나 자금을 많이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택의 장서실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지식 자랑을 들어줄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그녀를 만난 아주 유식한 자칭 '백과사전의 정령'도, 그녀를 돕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정령은 그녀에게 말을 겁니다. 아마 재잘재잘 쏟아지는 지식은 그녀에게 당장 도움은 안 되겠지만요.

'정령 - 정령이란 '어떤 물체나 자연현상에 깃들거나 그것을 상징하는, 지성을 가진 채 주위의 자극에 반응하는 초자연적 현상의 총합'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앞을 바라봅니다. 한 마을인데, 그래도 커다란 마차 여관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는 마을입니다.

//일단 여자 동료 한명부터 붙여주려는데 지금 당장? 아니면 좀 있다가?

73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8:11:44

>>67
늦으면 늦는대로 빠르면 빠른대로.

74 엘리주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18:21:39

우왕 새친구당

75 엘리 - 진행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18:26:41

@@>>69

"...엇."

진술, 이라니. 신전에서? 청문회에 모인 수많은 고위 사제 앞에서?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치만! 그치만!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거한의 이끎에 느릿느릿 따라갔다.

76 헬렌 - 진행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18:41:49

@@>>72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니까.’

헬렌은 꽤나 큰 각오를 하고 모험길에 올랐다. 아버지를 따라 주변 영지 혹은 가까운 다른 가문의 영지를 방문했을 때를 제외하면 이렇게 멀리까지 나와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목적지를 정해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수도의 방향 쪽으로 향할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고난이 있다면 돕고 혹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벌고 혹은 귀인을 만난다면 만나고 혹시 이 모험길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해도 좋으리라.

“고마워.”

조잘거리는 백과사전 정령에게 작은 인사를 건네며 헬렌은 싱긋 웃었다. 그래도 위안인 점은 이 작은 정령이 심심하지 않게 곁을 맴돌아준다는 것일까.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에는 혼잣말보다는 마음속으로 정령과 대화를 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입으로 하는 소통이 확실히 잘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말을 할 일이 없어 심심하기도 했고 말이다.

가는 길에 들르게 된 마을은 묵어가기에 좋아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노숙에 익숙하지도 않고 모험가로는 아직 초짜이니까. 물론 앞으로는 노숙에도 익숙해져야 한다고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백과사전의 정령이라니 뭔가 귀여워 ㅋㅋㅋㅋ 언제든 상관없으니 캡이 재미있을만한 상황에 붙여줘

77 헬렌주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18:43:12

엘리주 안녕~ 잘 부탁해

78 누누코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18:48:56

@@ >>70
"자비?"
"먹지 못해서 힘을 쓰지 못한 것 뿐이야... 후흥."
그렇게 요한의 말에 대꾸하고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나무 밑에서 미끌어지듯 내려와 땅을 밟는 누누코였다.
땅에 내려오자, 더욱 강해진 시체 처리의 냄새가 누누코의 코를 찔렀다. 자연히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냄새가 가진 고유의 향 문제라기보다는, 인위적인 냄새... 그것이 누누코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그러나 딱히 말하지 않고, 사람과 개를 옥수수 밭 비료로 만드느라 피범벅이 된 몸을 마차 위에 올려앉혔다.

"가자."
요한뿐 아니라, 마치 바퀴벌레에게도 말을 걸듯. 바퀴벌레의 등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79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8:49:15

내가 이 어장을 세우면서 지키고자 한 원칙
1. 무조건 쉽게!
상황극 역시 룰이 느슨한 역할 수행 게임(Role Playing Game, RPG)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게임은 쉬워야 한다"는 건 게임 역사가 몇십년 흐르면서 임상적으로 증명된 사실. 소울라이크처럼 모르면 알 때까지 죽어가는 반례가 있지만 그건 시스템적으로 PC 사망을 패턴 파악, 파훼를 위한 장치로 설계한 거고.

2. 최대한 알려주기!
TRPG 마스터링 할때나 TPRG PL로 참여할때나 느낀게 뭐냐면 마스터와 PL의 정보 차이는 극단적이라는 것. 마스터가 답지를 다 찍어주는 수준으로 정보를 퍼줘야 PL 입장에서 정상적인 추론이 가능하고, 마스터가 괜시리 머리 쓴다고 어줍잖게 정보 숨겼다가는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이것도 모르네 너 바보 너 멍청이 낄낄" 하면서 PC 바보 만들고 PL은 죽느니만 못한 상황 만들고 플 다 터지게 되어있음.

3. 시스템 탓이오 시스템 탓이오 시스템의 큰 탓이오
10명 중 1명이 적응 못하면 그건 1명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만, 10명 중 9명이 적응 못하면 그건 무조건 절대로 시스템 문제. 여기서 상판 참여하는 참치들 다 컴퓨터 끄고 바깥에 나가면 알바하고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고 다 어디서나 0.5인분-2인분 정도는 하는 보통 사람들임. 그런 사람들 대다수가 혼란스러워하고 못 따라가는 시스템이다? 그건 그냥 그 시스템이 심각하게 못 만든 폐급이란 얘기밖에 안 됨. 사람이 시스템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사실 이건 시스템이랄 것도 없어서 '사람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 느낌으로 괜찮게 굴러가고 잇는 느낌이다...

4. 현실성도르 금지. 강간, 고문, 학살은 "중세시대 사람들은 미개해서 고문도 하고 학살도 하고 강간도 하고 나쁜짓은 다 했어요"라 말하면서 잔뜩 넣고, 평민 PC를 플레이하는 PL이 "벽에 걸린 포고문을 읽습니다" 라고 선언했더니 "중세시대 평민이 뭔놈의 글을 읽어요 님 역사시간에 쳐잤음?"이라면서 꼽주는 마스터들 진짜 많았음. 그러면서 현대 사회도 이룩하지 못한 전세계에서 완벽하게 동일한 가치로 통용되는 통일 화폐(골드), 전세계에서 아무 법적 문제 없이 용인되는 무력집단 모험길드 같은건 "에이 그런거 일일이 다 따지면 마스터링 어떻게 해요"하면서 넣으면 플레이가 이상해지는 걸 넘어서 인간까지 추해짐.

내가 이 4개 철칙 세워두고 어떻게든 스토리 끌어가고 있는데, 혹시나 이 4개 원칙에 벗어난다 싶으면 바로 찔러줘. 다른건 몰라도 이건 꼭 지키면서 간다.

80 누누코주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18:49:56

헬렌주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81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01:06

>>75
다시 한번, 엘리는, 아니,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는 신전에 올라갑니다. 태양교의 신전에서, 엘리는 자신이 불리고 싶고 자신이 되고 싶은 엘리가 아닌, 뱀파이어인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쨌든 엘리는 태양을 극복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엘리는 거한에게 붙들려 올라가는데, 적극적으로 몸부림치며 빠져나가려고 시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따라가지도 않는 애매한 상태로 짐짝마냥 질질 끌려갑니다. 위로 올라가면, 신전 지하에 이리저리 베이고 찔린 에레야의 부하들이 끙끙대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고, 그들의 몸에서 풍기는 진한 피냄새와 불길한 살점의 냄새, 매캐한 연기의 냄새, 그리고... 달큰한 아편의 냄새가 그들이 정말로 목숨을 걸고 싸웠음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그들도, 엘리를 끌고 가는 거한의 손에 들린 서류 더미를 보고는 엷은 희망을 품습니다. 그리고...

"이의 있습니다!"

"더 이상 궤변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지 마십시오, 이단심문관!"

...엘리는, 수많은 천사와 성인들이 지켜보는 것 같은 스테인드 글라스 사이에서, 수많은 귀족들과 사제들 사이에 둘러싸여 비난받고 있는 에레야를 바라봅니다. 비록 그녀는 당당하지만, 처음 엘리가 그녀를 보았을 때 느꼈던 이단심문관 특유의 위압감은 더 이상 없습니다. 에레야는 속으로 욕을 삼키다가, 문득 옆에 선 거한과 엘리를 바라보고는 그제서야 웃는군요.

"참 빨리도 왔군. 자, 여기 증인으로..."

"증인은 무슨! 절차에 맞지 않는..."

"...주교님! 제가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을 때 분명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와중에 제가 절차적 하자를 트집 삼아 제 죄를 회피하려 한다고 지적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제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쓸데없는 절차적 하자를 넘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뭡니까?"

"..."

에레야는 거한이 가져온 서류를 받고, 엘리에게 이야기합니다.

"경비대에서 뭘 봤는지 좀 진술하고 있어. 난 서류를 빠르게 검토하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정말 고맙다."

82 엘리주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19:02:42

>>79 하긴 여관에서 요리할때 위생이 중세평균이었다면 그랬겠다!!

83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11:16

>>76
백과사전의 정령과 이야기를 나누려는 순간, 헬렌은 한 소녀와 부딪칩니다. 소녀는 후드를 쓰고 있는데, 체격이 너무 작아서 헬렌과 부딪치자마자 정말로 크게 넘어지며 나동그라집니다. 데굴데굴 구르다가 대(大)자로 발랑 까진 소녀는 잠시 우우... 하면서 앓는 소리를 내더니 겨우 일어나서는 미안한 눈빛으로 헬렌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헬렌에게 사과하는데, 그녀가 허리를 숙이면서 그녀의 머리에 달린 길쭉한 고양이귀도 함께 아래로 쭉 뻗어 사죄하는 것만 같습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조심할게요..."

그리고는 부끄러운지 걸음을 돌려 바로 후다닥 뛰어갑니다. 헬렌은 마을에 오자마자 별 일도 다 있다며 양 허리춤에 손을 얹는데... 왠지 모르게 허리춤이 정말로 가벼워진 느낌이라 손으로 더듬어보면, 돈자루가 사라졌습니다. 헬렌이 백작가 저택에서 있을 때나 수행원들과 함께 다닐 때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고 걱정할 필요도 없었던 일이죠... 그게 정확히 뭔지, 눈치 없는 백과사전의 정령이 나서서 친절히 설명해줍니다.

''절도'란? - 타인의 재물 또는 권리를 남몰래 슬쩍 가져다가 자신의 것으로 삼는 행위입니다. 사유재산권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일부 부족 사회나 특이한 사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범죄로 인식되며, 공개 모욕형부터 불구형, 처형까지 죄질에 따라 다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정령사의 첫 실전은 아무래도 도둑잡기로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로렌스의 핏줄이여! 정령과 대화하는 이여! 도둑에게, 자기가 누구의 무엇을 훔쳤는지 절절히 깨닫는 시간을 줘야겠습니다...
//이번 국면은 헬렌주와 내가 정령사가 정령을 어떻게 다루는지 서로서로 맞춰보고 튜토리얼하는 느낌이 될듯

84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12:39

>>82
사실 내가 지하수로에 엘리 방 잡아줄때 "여기는 깨끗한 물 받아와서 더러운 곳으로 흘려보내는 곳이라 깨끗해" 한것도 말이좋아 지하수로지 하수구에 사람을 처박는건 현실성이고 뭐고 인륜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현실성을 무시했던 거였어...

85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21:20

>>78
누누코 때문에 두 번 뒤집어진 미스터 스위트의 대농장을 뒤로 하고, 바퀴벌레가 끄는 마차는 유유히 로데스를 빠져나갑니다. 요한은 누누코가 급한 대로 몸을 씻을 수 있도록 물이 든 가죽부대와 수건을 주고, 누누코가 피범벅이 된 몸과 옷을 대충 닦는 동안 길을 따라 유유히 휘파람을 불면서 마차를 몰고 갑니다. 가끔씩은 마부석 옆에 달린 자루에서 당근이나 사탕무 따위를 꺼내 바퀴벌레의 머리 쪽으로 '훠이!' 하는 소리와 함께 던지고, 그 훠이 소리를 들은 바퀴벌레는 여느 가축과 애완동물이 다 그렇듯 밥 주는 소리는 귀신같이 알아들어서 입을 떡 벌리고 간식을 확 받아먹어 우적우적 씹으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누누코가 대충 몸에서 피를 닦아내 코맹맹이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날카로운 혈향을 대충 지워내서 피비린내보다 몰약 냄새가 더 강해지게 만들었을 때, 요한은 마차 승객칸 쪽에 실린 미스터 스위트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누누코 씨. 그래서 200탈러를 받으면 뭘 할 지 생각해보셨습니까? 뭘 산다던지, 그런 거 말이죠. "

미스터 스위트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다 해서 200탈러였는데, 누누코가 200탈러를 다 먹게 되는 건가요? 누누코는 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일단 질문은 끝까지 들어봅니다.

86 엘리 - 진행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19:31:08

@@>>81


"마, 마, 마, 말해볼게..."

한껏 쫄은 채로, 더듬더듬 기억을 정리한다.

"레트 자작이란 녀석이... 흉측한 가짜 흡혈귀같은 모습으로 변해서, 경비대의 지하를 개조했어."

우선 묘사하는 것은 배경이다. 피와 살점이 넘쳐흐르던 경비대 지하의 딱 봐도 불경해보이던 풍경을.

"어떻게 레트 자작이 그런 게 가능했냐면... 사교의 사특한 사술 때문이야."

경비대를 세뇌했던 정체불명의 종양. 딱봐도 사교스럽게 생기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 녀석이 신성한 무기에 피해를 입은 게 제일가는 증거!"

말하면 말할수록 더듬거리는 기색이 사라지더니, 이제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다

87 헬렌 - 진행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19:40:54

@@>>82
헬렌은 길을 걷다가 부딪힌 소녀에 깜짝 놀랐다. 자신은 거의 타격이 없었지만 그 아이는 나동그라진 데다가 대자로 뻗기까지 했다. “괜찮니?”하고 말을 걸었지만 소녀는 부끄러운 듯 사과만 하고 후다닥 뛰어갈 뿐이었다. 로브 사이로 툭 튀어나온 고양이 귀가 인상적이었다. 수인이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허릿춤에 손을 얹은 순간 도둑이구나! 하는 생각. 헬렌은 백과사전 정령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치챘고 이미 시선을 돌려 그쪽을 바라보고 이미 발은 그쪽으로 향했다. 헬렌은 백과사전 정령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그 소녀를 따라 뛰면서 주변의 정령들의 기운에 귀를 기울였다.

“흙의 정령아. 저 아이 발 앞에 돌부리를 만들어줘!”

가장 만만한 하급 정령에게 다급히 부탁했다. 일단 넘어뜨리고 잡고 보자.


/오케이~ 튜토리얼 조아~ 나도 감이 잘 안잡히던 터라~

88 헬렌주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19:42:13

누누코주도 안녕~~
캡 원칙 멋있다~ 뭔가 나도 재미있게 참여할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걸? 개인 진행 느낌의 어장 참여는 처음이라~

89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19:48:21

>>86
이 세상의 좋은 성인들이, 뱀파이어를 죽이고, 뱀파이어의 하인들을 죽이고, 뱀파이어의 모든 것을 죽이고 시성되고 시복된 모든 이들이,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된 이들이, 수많은 배심원들과 함께 엘리를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하지만 엘리는,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는, 그저 진실을 말하면 되기에, 그러면 되기에, 버벅이다가 결국 진실을 말하기 시작합니다. 흉갑 청년이 무엇을 했는지, 자신이 사교 파티에서 무슨 끔찍한 짓을 당할 뻔했는지, 경비병들이 무슨 끔찍한 세뇌를 당했는지, 경비대 지하가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 공포의 현장이 되었는지. 원래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모든 면에서 완벽히 내적 정합성과 일관성을 갖춘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런 면에서 엘리의 이야기에는 진실성이 더해집니다.

"신성한 무기에 피해를 입었다고?"

"경비대 병사들의 뒷목에 종양이 박혔다고?"

배심에 참석한 이들이 엘리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는 여러 질문을 던지고, 엘리는 열변을 토하며 그 질문들에 사실대로, 자신들이 본 것을 답합니다. 그러다가, 그들은 그 모든 끔찍한 참상을 겪고도 살아남았다는 엘리의 존재에게 당연히 던질 만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넌 어떻게 그 끔찍한 상황에서 살아남았지?"

...본능적으로 엘리의 시선이 에레야에게 돌아가고, 서류 검토를 거의 다 마친 에레야가 엘리를 흘깃 보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알아서 하란 겁니다.

90 엘리 - 진행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20:02:53

@@>>89

'저게 피해자한테 할 소리야?!'

아니, 그야. 그 의심은 합당했지만. 사실 내가 비냐처럼 살아남은 거였다면 어쩌려고.

"그건 말이지... 내가..."

후우. 잠시 심호흡. 여기서 밝힌다고 해서 내가 재판의 증인이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상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뱀파이어기 때문이야."

말했다... 이제 어떻게 되는건지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91 누누코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20:13:06

@@ >>85
200탈러.
솔직히 말하자면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글쎄..."
누누코는 그제서야 생각난것처럼, 말 끝을 흐리면서 고개를 돌려 주위에 흘러가는 주변 풍경으로 시선을 넘겼다.
언제까지고 이어질것 같은 나무와 풀숲이 주변을 애워싸고 있었다. 그 사이를, 바퀴벌레는 세 사람 분량의 무게가 찬 마차를 이끌고 요리조리 잘도 해쳐나가고 있었다. 누누코가 다시 말을 이어간 것은 조금 뒤였다.

"놈들을 죽이려면 장비를 사야겠지. 그리고 칼도."
"알고 싶은 것도 있어... 돈을 주고 그걸 알아낼거야."
막연한 생각이었다. 인간의 돈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런 생각으로 요한을 덮쳤고, 지금은 그와 함께 행동하고 있다.왜냐하면 인간은 그런 생물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누누코가 알기에는-
사냥에 나서려면 적절한 장비와... 잘드는 칼날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가 무엇인지 아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아는 것은 그게 전부였고, 인간을 사냥하러 도시에 나서는 것은 누누코에게 있어서도 난생 처음있는 일이었다.
정확히는 이 '탈러' 라는 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막연한 생각이었다.

"우선은... 누누코네 부락으로 돌아가는게 먼저겠지만."
우선은 그것을 하고싶다. 만약 할 수 있다면, 지금의 누누코에겐 단지 그것만을 위해서 200탈러를 흩뿌릴 생각조차도 있었다. 어차피 그런것은 누누코에게 있어서 종이조각 정도에 불과한 것이었다.

92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0:20:54

>>87
헬렌이 흙의 정령에게 속삭입니다. 그녀가 장서고에서 보았던 대로라면, 마법의 기본 원리는 '마력을 매개로 자신의 사상을 현실에 투영하여 개찬하는 것'이고, 주술은 '마력이나 생명 등의 대가를 지불하고 자신의 원하는 대가를 세상에 끌어내는 거래'이고, 정령술은 '주변의 정령에게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이야기하는 청원'입니다. 그러니, 헬렌이 흙의 정령에게 저 겁도 없는 미친 도둑고양이의 발치에다가 돌부리를 만들라고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열정이 과한 것인지, 흙의 정령은 돌부리를 만듭니다. 아주 큰 돌부리를요.

"갸, 꺄악?!"

돈자루 도둑이 발을 디딘 곳이 갑자기 융기하며, 거대한 돌덩이 하나가 생겨납니다. 졸지에 자신의 키만한 도움닫기 발판이 생긴 도둑은, 고양이 수인의 장기인 반사신경과 기동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저 지붕 위로 휙 뛰어올라 지붕 사이로 도망쳐버립니다. 그리고 융기한 '돌부리'에 헬렌만 볼 수 있는 흙의 정령의 자부심 넘치는 얼굴이 나타나는데, 마치 '잘했지?'라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네, 퍽이나 잘 했군요. 이 순간, 백과사전의 정령이 또 자기 아는 거 많다고 자랑합니다.

'하급 정령 사역 입문 3장 41페이지, '하급 정령은 대부분 자아가 흐릿하고 지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초급 정령사들도 쉽게 통제할 수 있고, 청원이 아닌 사실상 명령이나 강제의 형태로 사역하려고 해도 충분히 사역할 수 있다. 하지만 자아가 흐릿하고 지성이 부족해서 정령사들의 청원을 문자 그대로 수행하기 때문에, 자신의 명령에 깔린 잠재적인 맥락을 하급 정령이 읽을 것이라 기대하지 말고 정확히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부탁해야 한다'...

...거 참, 이렇게 잘 알면 빨리 알려주지...라 생각하는 순간에, 지붕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제기랄, 저 미친 고양이년은 자고 있는 정령 배를 밟고 지나가네? 확 고양이 가죽베개로 만들어 버려?"

일반적인 사람은 볼 리가 없는, 척 봐도 괴팍하게 생겨서 괴팍한 말을 하고 있는 할머니, '초가집의 정령'이자 부뚜막의 할머니, '바바 페흐'가 지붕 위에서 어딘가를 죽일 듯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 다음에 정령과 대화해 도둑이 도망친 곳을 특정할 수 있을 것!

93 누누코주 (2LV9GF/zEA)

2024-09-28 (파란날) 20:23:28

>>79 오..... 캡틴의 고수스러움이 느껴져서 초멋져요~~~!

94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0:32:11

밥먹고옴

95 헬렌 - 진행 (ubXBJfgvUs)

2024-09-28 (파란날) 20:47:23

@@>>92
“앗, 아앗....!”

헬렌은 도둑이 발 디딘 곳이 도둑의 키만큼 융기하는 것을 보며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백과사전 정령이 말을 하는 것에 “알고 있었는데........”하고 한탄하기도 했다. 결국 정령이 만든 돌부리까지 뛰어온 헬렌은 뿌듯해하는 얼굴 부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마워. 이만 원래대로 해줄래?”

한숨 쉬듯 웃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말을 들어준 정령에게는 고마운 마음이다. 정령 친화도가 뭐라고 아무런 대가없이 도움을 주는 걸까. 로렌스 가문에서 높은 정령친화도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이지만 이제는 아니었고 오랜만에 재능을 타고난 헬렌은 백작가 내에서도 정말 특별한 존재였다. 물론 이런 실수를 반복하는 햇병아리이지만.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와아, 저 정도 지성이면 중급 이상의 정령일텐데.

“정령님ㅡ! 저는 로렌스 가의 헬렌이라고 합니다. 저 고양이 수인이 제 돈을 가져갔거든요.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96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1:49:43

>>90
내가 뱀파이어기 때문이야.


아주 잠깐, 신전의 모든 것이 멈춥니다. 마치 공기마저도, 시간마저도 멈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시간과 공기는 멈추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것은, 열심히 서류를 펼쳐보고 읽어보고 숨쉬고 있는 에레야의 소리일 뿐입니다. 뱀파이어란 무엇입니까, 인간들을 사냥하는 존재요, 문명 시대에 남은 마지막 인간의 천적이요, 어둠 속에서 암약하며 인간의 목을 노리는 붉은 눈들입니다. 두려워하는 수많은 눈들이 엘리를 향하고, 그들은 이단심문관 에레야를 도와 가짜 뱀파이어들을 사냥하고 세스타우를 지키고자 노력한 엘리가 아닌, 뱀파이어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를 보고는 비난을 쏟아냅니다.

"괴물!!!"

"죽어라!"

"이단심문관이 뱀파이어와 결탁했다!!!"

그 비난에 엘리의 시선이 다시 에레야에게 향하는데, 에레야는 이미 모든 준비를 다 끝냈습니다. 그녀는 '정숙을 바랍니다' '반론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조용히 해 주십시오' 라는 말을 하다가, 말을 듣지 않자 총을 꺼내서 그들 중에 제일... 찌질해보이는 한 귀족을 냅다 쏴버립니다. 이제보니 엘리랑 술게임을 떴던 사교 파티의 그 남자군요. 어떻게 잘 살아있던 거 같은데 운이 안 좋았습니다.



쾅!!!!!


네, 진짜 쐈습니다.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쏴버리는 폭거에 절로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아가리 떡 벌어진 상태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지만, 에레야는 자신의 행동이 전적으로 정당함을 간단하게 설명하고는 자기 변론을 시작합니다.

"심문, 설명, 변론 또는 그 외의 정당한 사유에 의한 이단심문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자는 이단심문관 직권으로 이단심문관 행동예규에서 정하는 수위의 제재를 가해 지시 이행을 강제할 수 있으며, 행동예규 5조에 의하면 임의로 처형까지 가능합니다. 주교님. 제가 방금 이야기한 내용에 교회법상 틀림이 있습니까?"

"이, 이런 무례한... 하아... 아니, 아닙니다.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조용히 하랄 때 조용히 안 하면, 입을 꿰매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쏴서 멈춰버리겠단 얘깁니다. 에레야는 서류를 조목조목 펼치며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야기할 때마다, 이단심문관 특유의 위압감이 되살아나서, 옆에 앉아있는 엘리가 점점 더 주눅이 드는 것 같습니다. 에레야는 먼저 '실종자 보고'를 펼칩니다.

"먼저 실종자 보고 문서입니다. 경비대가 세스타우 교회와 저한테 그간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실종신고 건수는 계속해서 월 1-2건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경비대 본부에서 실종신고 숫자는 실제로는 월 200건이 넘게 폭증했음에도 강제로 월 1-2건으로 고쳐서 보고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저도 실종자 건수가 탐문한 내역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적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 에레야는 여러 문서들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에레야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증거, 에레야가 짜놓은 사건의 실마리, 그리고 엘리가 가져온 증거, 그간 엘리와 에레야가 열심히 밟아죽인 모든 것들이 서서히 아귀가 맞아 들어갑니다. 그리고 귀족들 중에서도, 몇명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어 표정이 점점 공포에 물듭니다.

"여기를 보십시오. 루마족 유랑민 대량실종 사건 문서입니다. 주교님도 오늘 처음 들으시는 눈치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이곳저곳 유랑하는 루마족들을 납치한 다음 피를 쪽쪽 빨고 시체는 지하의 식인종들에게 인육으로 던져줬지만, 1차적으로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해야 할 경비대의 머리통부터 정상이 아니었으니 사건이 제대로 처리됐겠습니까? 이에 대해서는, 저와 저 뱀파이어가 공동으로 지하수로의 식인종 본거지를 소탕한 후 이단심문관 자격으로 수집하고 보존한 루마족의 유품들과, 이 대량실종 문서에 적힌 이 루마족들을 어떻게 했는지와..."

에레야는 주교에게 루마족 대량실종 사건 문서를 넘기고, 주교는 참담한 얼굴로 대량실종 사건 문서를 읽습니다. 그리고 에레야는 거한에게 손짓하고, 그나마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아서 미라 꼴이 된 것만 빼고 온 몸은 멀쩡하던 거한이 엘리가 피를 빨아서 입을 열게 만들었던 여자 사교도를 끌고 옵니다. 그래도 정상은 아닌 게 확실해서, 구속복을 입혀가지고 왔군요. 그런데 무섭습니다. 엘리 쪽을 바라보고는 어떻게든 한 입이라도 맛보려는 건지 모가지를 쭉 빼려 듭니다. 하지만 거한은 엘리를 배려하는지, 재판을 진행하려는지, 머리채를 붙잡고 강제로 에레야 쪽으로 돌립니다. 에레야는 마침내 말을 질문으로 끝맺습니다.

"...그 루마족 시신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루마족 시신인 것은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해 지하수로 초기 수색 작업 중 체포한 여성 사교도에게 질문하는 것으로 47차 자기변론을 마치겠습니다."

"...당연히 루마족이었지! 남자들은 전부 머리카락을 변발을 했고, 여자들은 등 쪽에 달 모양 문신이 있었어! 피를 많이 빨았는지 덕분에 피비린내가 안 나서 도축하는 맛이 있다고 좋아하더라고! 하지만 멍청이들이지! 어떻게 저런 멋진 뱀파이어님이 된다는 거야?!"

사교도는 온갖 이야기를 다 하다가, 엘리 쪽과 에레야 쪽을 번갈아 보면서 말합니다.

"그나저나, 사법거래 내용을 잊은 건 아니지? 사실대로 다 말하면, 재판 도와주면, 뱀파이어 님한테 인신공양 시켜주는거 맞지?"

.........이거 아무래도 당사자 의사는 전혀 안 물어보고 참 굉장한 내용으로 사법거래를 한 모양입니다? 항상 엘리한테 당당하던 에레야도 갑자기 딴청을 피우려는 눈치군요.

97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1:50:00

>>95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자러감

98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2:10:45

>>91
그 이야기를 듣고 요한은 허허 웃으면서 다행이다, 다행이야, 라고 말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다행이랄 게 있나 싶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한은 누누코의 사회 상식을 생각보다도 더 과소평가하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2백탈러가 아니라 2천탈러, 아니 2만탈러를 받아도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면, 탈러는 무거운 쇠쪼가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마 누누코가 탈러를 받아서 동전 자루로 뭉친 다음에 그걸 막대기에 묶어서 즉석 철퇴로 써서 노예상들의 머리통을 퍼석 깨버리며 다닐 거라 생각했을까요? 만약에 쓸 무기가 그것밖에 없다면, 누누코는 절대 주저하지 않을 인물이긴 하지만요.

"무기, 정보! 돈을 쓰는 법을 잘 알고 계시군요. 원래 인간은 자신에게 생소한 무언가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혹시 '탈러', 즉 '돈'이라는 것을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실까봐 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잘 알고 계시니 제가 굳이 말을 얹을 필요는 없겠군요."

요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차를 계속 몰고, 어느새 요한이 그녀와 함께 몸을 의탁했던 비든베일을 지날 때쯤 아침이 옵니다. 하지만 요한은 계속해서 마차를 모는군요. 그러다가 문득 누누코에게 묻습니다.

"그나저나 혹시 석궁 쓰시는 법은 아십니까? 아니면 도끼나 단검 등을 던져서 명중시키는 방법이라던지요."

99 엘리주 (jfkBxoJ2Po)

2024-09-28 (파란날) 22:17:26

캡틴 항상 고마워~~

100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2:50:44

>>95
쑤우우우욱

흙의 정령은 헬렌의 분부대로 땅 속으로 다시 움푹 꺼져버리고, 흙의 정령이 '과도하게' 열정적으로 헬렌의 명령을 수행한 흔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립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원래대로 해줄래?'라는 말은 다른 이상한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어 정말로 완벽하게,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일단 갑자기 길거리에 사람과 마차의 통행을 막는 거대한 돌덩이를 세워버린 민폐를 없애버린 헬렌은 지붕 위에 보이는 바바 페흐에게 인사하고 그녀에게 도망간 고양이 수인에 대한 정보를 묻습니다. 그 성미 괴팍해보이는 노파는 자신을 알아보는 것을 넘어서, 누가 봐도 분명히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한 헬렌을 똑바로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목을 가다듬고는 잠시 머리칼도 가다듬습니다. 그걸 보고는, 또 아는 척하기 좋아하는 백과사전의 정령이 나섭니다.

'바바 페흐: 여러 지역에서 여러 이름과 여러 외형으로 나타나는 초가집의 정령으로, 그 외형은 대부분 건물의 노후 정도를 반영한 인간의 형태입니다. 민가의 아궁이와 대들보 등 각종 집안의 대소사를 축복하고 관리하며, 도둑이나 집을 소중히 여기고 청소하지 않는 이들을 저주하고 예의를 지키는 손님과 집을 열심히 수리하는 이들을 축복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인간과 매우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인간과 유사한 지성을 가지고 있으나, 정령술 적성이 없는 이들의 눈에는 전혀 식별되지 않고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시다시피 평소에는 막 삽니다. 노파는 저 쪽을 가리키면서 말합니다.

"그 뭐냐, 그 걸어다니는 고양이 카펫년은 저쪽 닭대가리 모양 굴뚝 있는 집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네가 로렌스네라고? 로렌스네 집안에서 그런 것도 안 가르쳐주더냐? 그렇게 우리한테 대고 큰소리로 빽빽대면 너 벽에다 대고 혼자 대화하는 이상한 애로 보인다?"

...라고 말하는군요. 아마 정령하고만 대화하는 방법도 백과사전의 정령이 잘 알고 있을까요?

101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3:05:33

오늘은 말한대로 여기까지
그리고 헬렌과 함ㄲㅔ 있는 백과사전의 정령은 '디스코 엘리시움'이라는 게임에서 주인공에게 이야기하는 인격이자 지적 능력들 중 하나인 '백과사전'에서 모티브를 얻었음! 아마 헬렌주가 괜찮다면 헬렌의 강한 지능의 측면(논리, 심문, 연극 등)을 보조할 여러 인지기능 격의 인격들을 넣을 수도 있을듯!

102 ◆MjRAeKhiz2 (lz85b60GWQ)

2024-09-28 (파란날) 23:05:59

그리고 엘리 이야기는 슬슬 1부 끝이 보이는듯

103 엘리 - 진행 (YKKyMTIMro)

2024-09-29 (내일 월요일) 00:15:15

@@>>96

"우와..."

나는 이번 재판에 있어서 세번 감탄했다. 하나는 엄숙하게 이루어지는 청문회의 분위기 그 자체요, 둘은 에레야가 이단심문관다운 압박감을 보이는 모습 때문이요, 셋째는 저 사교도의 순수한 광기의 모습 때문이었다.

"아, 아는 친구 소개시켜줄게."

물론 공수표다. 내가 하긴 싫고 본가로도 돌아가기 싫으니,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 일단 이렇게 말해두도록 하자!

//>>102 사교와의 싸움 스토리아크인가!! 좋았쓰!!

104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08:31:55

그리고 헬렌주한테 말하자면 바바 페흐의 이야기는 바바 페흐 개인의 의견일 뿐임.
지금 헬렌이 사는 곳은 판타지 세계관이고, 헬렌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헬렌이 척 보기에는 허공에다 대고 대화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정령과 대화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알아봐줄 수도 있는 것. 바바 페흐의 충고를 따라 마음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채택하거나, 아니면 하던대로 계속 그냥 말소리로 이야기하거나 하는건 헬렌의 자유임.

105 헬렌 - 진행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09:10:33

@@>>100
땅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헬렌은 말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를 마음속으로 복기했다. 그리고 지붕 위의 정령을 바라본다. 백과사전의 정령의 말에 따르면 바바 페흐, 초가집의 정령이었다. 물론 초가집의 정령을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 영지의 정령과는 다르게 생겨서 그런가 사실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다.

바바 페흐가 자신이 인간의 말로 대화를 건 것에 대해 지적하자 헬렌은 부끄러운지 조금 얼굴이 붉어졌다. 백작성과 영지 내에서 살 때는 자신이 정령과 대화하는 것을 사람들이 다 그러려니 생각하고 용인해주었기 때문에ㅡ가문을 빛낼 정령사의 탄생에 오히려 이런 티를 내는 것을 더 좋아하곤 했다ㅡ 습관처럼 말을 걸었던 것이었다.

‘다급하다보니 그랬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헬렌은 미소를 지으며 바바 페흐에게 말하고는 이제 도둑을 잡으러 가려고 한다.

‘바람의 정령아. 바바 페흐가 말한 닭머리 모양 굴뚝 있는 집으로 가는 길 중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해줄래?’

이번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부탁을 해본다. 바람의 정령이 길을 안내한다면 헬렌은 그 길을 따라 달려갈 것이었다.

/오 그런 모티브가 있었구나~! 백과사전의 정령 은근 개그에 귀엽고 유용해 ㅋㅋㅋ 인지기능 격의 인격이라고 한다면 논리의 정령? 같은 게 붙어서 같이 다니는 느낌이려나? 아니면 다른 방법인가?
캡틴 항상 고마워~~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밌다~

106 헬렌주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09:11:34

>>104 오케이 확인~ 상세하게 코칭해줘서 고마워~~!!

107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09:55:03

>>103
"정말요? 그럼 소개시켜주시는 김에 일족의 가주님을 소개시켜줄 수 없을까요?! 혹시 일족 만찬에 올려주실 수 없나요? 네?!"

"자, 다음으로 청문하실 사항은... 야, 이 년 아가리 물려라."

에레야는 아까 전의 귀족과는 달리 이 사교도 여성에게는 아직 물어볼 것이 남았는지, 이용 가치가 남았는지 재갈마 물리라고 말합니다. 그에 거한은 재갈을 들고 와서 사교도의 아가리에 쑤셔넣는군요. 그러자 사교도는 읍읍대면서도 구속복에 묶인 채 일어나서, 그래도 몸을 꿈틀거려 통통 뛸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엘리 쪽으로 다가가려고 하다가, 보다 못한 거한이 정강이를 걷어차자 쓰러집니다. 거한은 엘리에게 한숨을 쉬고는 그 사교도 위를 깔아뭉개 앉아버리고 에레야가 하는 말을 듣습니다. 다시 상황을 진정시킨 에레야는 이단심문관의 위용을 완전히 회복했고, 그녀를 몰아붙여야 할 청문위원과 배심원들은 오히려 더 주눅이 들어 누가 청문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그, 그, 그렇다면... 왜 하필 뱀파이어입니까? 왜 조사를 위한 현지 요원으로 뱀파이어를..."

"신의 딸 예슈아께서 선한 사마리자 사람의 비유로 이르신 바와 그 이르신 바에 근거해 교회법과 이단심문관 행동예규에 따르면, 필요한 경우 태양교의 교세 확장과 이단의 박멸이라는 대의의 완수를 위하여 다른 이들과 협력할 수 있음은 명백합니다. 여기 앉아있는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로 변이하고자 한 반-뱀파이어 혐오체를 혼자서 2마리나 살처분했고, 그 과정에서 민간인을 구출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그 제가 말해봤자 입 아프죠. 증인을 호출합니다!"

에레야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증인을 호출하자, 정문에서 한 작은 소녀가 걸어나옵니다. 안 본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머리카락이 발치까지 닿을 것 같은 하플링 여급 비냐입니다. 비냐는 익숙한 듯 증인석에 앉고 에레야를 똑바로 바라보고, 에레야의 질문에 사실 그대로 답합니다.

"증인 비냐, 당신은 저기 앉아있는 뱀파이어인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에 의해 두 번이나 죽을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그 진술이 사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까?"

"네. 확인합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에레야는 서류를 한참 뒤적거리더니, 큰 소리로 읽기 시작합니다. 서류 내용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귀족들과 주교의 표정이 무섭게 썩어 들어갑니다.

"레트 자작! 방금 엘리가 박살내고 온 레트 자작은 귀족들이 이단심문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면, 이를 세탁해 주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리엘의 허브 42번 창고, 루마족 행상으로 위장한 비밀 황금마차. 이것도 전부 여기 나와있군요. 그리고 여기에 참여한 귀족 명단. 베르 훈작, 가이세리 남작..."

"닥쳐!"

"모함이다!"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졸지에 부패한 성직자로 지목당한 주교는 일어나더니 에레야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비난합니다.

"지, 지금 신성한 신전에 모기년을 들여와놓고, 이제는 주교를 모함해?! 이건 더 이상 청문회도 아니야! 내가 당장 당신을..."

"아직도 청문회가 끝나고 긴급 이단심문으로 바뀐 걸 몰랐습니까, 주교님?"

에레야의 차갑게 식은 목소리에 모두의 표정이 차갑게 변하고, 그 말과 함께 지하에서 끙끙대던 거한들이 몰려와 연장을 챙긴 채 사람들을 노려봅니다. 에레야를 막아야 할 경비병들과 신전 근위대도,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상황만 봐도 누구 편을 들어야 할 지 확실한지 나서지 않고 상황만 살필 뿐입니다. 에레야는 엘리의 어깨를 툭툭 치고 말합니다.

"엘리. 만약에 저기 배심원석에 앉은 귀족놈들이건, 청문위원석에 앉은 놈팽이들이건, 위원장석에 앉은 주교건, 만약에 도망치려 하면 붙잡아서 제압해. 팔다리 하나 날아가도 상관없어. 지혈하면 되니까 문자 그대로 죽이지만 마."

그 이야기에 사람들은 더 무서워져서 다리가 얼어붙어 버립니다.

108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0:19:26

>>105
"누가 로렌스네 집 딸 아니랄까봐 예의는 참 바르게 컸어요."

무심하고 괴팍한듯 하면서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칭찬의 뉘앙스를 뒤로 하고, 헬렌은 바람의 정령에게 부탁합니다.

'바람의 정령아. 바바 페흐가 말한 닭머리 모양 굴뚝 있는 집으로 가는 길 중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해줄래?’

우우우우우우ㅡ

흙의 정령이 헬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융기한 표면에 자신의 얼굴을 만들었던 것처럼, 바람 역시도 자신의 얼굴이나 감정을 표현할 실체는 없지만 마치 말소리처럼 휘이이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멀리서부터 바람을 몰아오고... 바람의 정령이 헬렌의 부탁을 듣자마자 아무런 바람도 없이 정적으로 가라앉은 마을에 갑자기 칼바람이 불고, 엉거주춤하던 헬렌은 마치 뒤에서 누군가 떠미는 것처럼 쫓겨나는 것처럼 바람의 인도를 받게 됩니다.

"꺄아악?!"

"갑자기 이게 뭔 바람이야?!"

"꼬꼬댁!"

바닥에서 애벌레를 쪼아먹던 닭이 갑자기 비둘기와 기러기마냥 하늘을 훨훨 나는 기적이 일어나고 동네 사람들이 쌓아둔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헬렌이 쫓겨나듯 바람의 인도를 따라 골목 하나를 돌면,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오른쪽으로 바뀌어 그녀를 밀치듯이 하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어느샌가 헬렌은 바바 페흐의 표현을 빌려 '닭대가리 모양 굴뚝 있는 집'으로 참 빨리 도착했습니다. 갑자기 바람이 이리저리 너무 휙휙 바뀐 나머지 그녀의 돈을 훔쳐간 도둑이 바닥에 쓰러졌다가 겨우 일어났는데, 헬렌을 보자마자 도망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휘이이이이이ㅡ

하급 정령은 정령사의 청원을 기계적으로 이행한다는 원칙은 여기서도 적용되어, 헬렌이 스무 걸음만 가면 그 집인데도 불구하고 정령은 아직 헬렌이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바람을 불어냅니다. 그리고 닭머리 모양 굴뚝 위에 올라가 있던 양동이가 떨어지더니 도둑의 머리를 깨버립니다.

깡!

"..."

털썩! 그렇게 도둑은 자기가 훔친 돈주머니와 함께 쓰러지는군요.

109 헬렌 - 진행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11:33:26

@@>>108
굉장한 바람이 불어오고 헬렌은 그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떠밀려 뛰어가게 되었다. 문제는 그 바람이 주변의 물건들을 떨어뜨리는 난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려나. 이번에는 좀더 상세하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또 실패였다. ‘안내’가 아니라 ‘알려’달라고 했어야 했나. 어쨌든 헬렌은 속으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등 떠미는 바람에 따라 달렸다. 체력은 자신있었으니 큰 문제없이 바바 페흐가 말한 집 근처로 도착할 수 있었다.

“앗!”

그리고 그 집 근처에서 도둑을 발견했고 도둑이 바람에 휩쓸려 넘어진 것도 확인했다. 그렇지만 아직 바람의 정령의 길안내는 끝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집까지 떠밀려가는데 이내 양동이가 도둑의 머리 위로 떨어져 그 머리를 깨버렸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도둑. 정령에게 도움을 잘못 요청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성공인 걸까. 헬렌은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 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바람이 멈추자 헬렌은 바람의 정령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쓰러진 도둑에게 다가가 돈주머니를 챙겼다. 그리곤 옆에 있는 나무가 있길래 나무의 정령에게 부탁했다.

‘나무의 정령아. 이 아이를 다치지 않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묶어서 내 키 정도 높이에 매달아줄래?’

정령술이란 정령친화도도 중요하지만 언어능력도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헬렌이었다.

110 ◆MjRAeKhiz2 (vJI1TcR3Vg)

2024-09-29 (내일 월요일) 14:04:23

>>109
조부모대와 부모대에 정령 적성이 발현되지 않은 것까지 한번에 정산이라도 하려는듯 헬렌의 정령 적성은 예외적이고, 특출나고, 규격 외적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평생을 바쳐야 얻을 정령의 총애를 그저 출생의 권리로 얻었고, 하급 정령들에게 있어 그녀의 부탁은 부탁이 아니고 명령조차도 아닌, 이 세상의 맞는 계에 존재하고 있는 이상 따를 수밖에 없는 물리 법칙과도 같습니다. 그렇기에,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헬렌은 하급 정령을 다룰 때는 마치 세상의 물리법칙을 서술한다는 생각으로 엄밀성을 기해야겠다 절감하며 나무가 도둑고양이를 엮어내는 것을 지켜봅니다.

우득, 우드득...

나무에 소녀의 팔다리가 엮이고, 헬렌은 돈자루를 챙깁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111 아앨라나 - 진행 (GnWEY6fODk)

2024-09-29 (내일 월요일) 14:18:31


@@ >>71

제가 그녀의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서 하였던 설명은 그녀의 마음을 크게 자극하게 된 것만 같아요.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저의 말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살짝 눈웃음을 한번 지어보였어요

그렇게 저희는 물가를 떠나서 목적지를 향하여 계속 이동하였어요. 어느덧 숲을 덮고 있었던 어둠은 빛이 다시금 도래하는 순간이 되었다는 것을 저희에게 보여주듯이 하늘로부터 천천히 내려쬐는 빛줄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어요. 얼마후 어둠은 숲의 구석에 남고 빛이 숲에 더 많은 자리를 얻었어요

"그렇네요... 빛이, 햇빛이 비춰주고 있어요"

저희가 그러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는 못했어요. 멈추지 않는 듯한 기세를 갖고 있던 그녀 이였더라도 사람으로서의 한계가 있을거에요. 저도 그럴 것이고요. 이 쯤에서 저는 소지품에서부터 지도를 꺼내보았어요. 이제 빛 아래서 표식들을 살펴보면서 저희의 위치와 목적지까지의 남은 것을 계산해보았어요. 음~ 저희가 계속 올바르게 갈 수만 있다면 이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리고 어느정도 길을 가던 저는 멈춰서는 그녀에게 못했던 휴식을 이곳에서 마저 하는 것을 제안하기 이전에 주변을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어요

112 아앨라나주 (GnWEY6fODk)

2024-09-29 (내일 월요일) 14:20:12

안녕하세요

그리고 말하신 것을 보았어요. 훌륭한 방식, 이라고 생각해요. 매번 진행에 고마워요! 캡틴!

113 헬렌 - 진행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14:44:39

@@>>110
헬렌은 나무에 소녀가 엮여 매달리는 것을 지켜봤다. 일단 상대를 정확히 관찰하려고 했다. 일단... 기절한건가?

“얘. 괜찮니? 일어나 봐.”

하며 고양이 소녀의 뺨을 콕콕 찔러본다. 그래도 안 일어난다면 어깨를 잡아 흔들어 보았을 것이었고.

“어쩐다. 경비대에 넘겨야 하려나?”

절도는 나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헬렌은 앞뒤가 꽉 막힌 고리타분한 사람인 것도 아니었다. 시간을 낭비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애를 기절까지 시킬 정도로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그래. 사실 그냥 잡아서 돈주머니를 받고 훈계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에 과실로 인해 애가 기절까지 했던 점에 대해서는 살짝 미안한 감이 있었다.

아냐. 생각해보니 소매치기가 너무 노련했고 발도 엄청 빨랐다. 상습 절도범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경비대에 넘겨서 다신 이런 일을 하지 못하게 혼쭐이 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단 소녀의 말을 들어보고자 하는 심산이다.

당장 일어나지 않는다면 소녀의 집으로 보이는 닭 머리 굴뚝집을 살펴볼 것이었고.

114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5:24:54

>>113
"으윽..."

제일 먼저 깨어난 건 꼬리입니다. 움찔움찔거리더니 자기 다리와 사지를 엮은 나무 따위에 아무렇게나 휘감기다가, 나무에 난 가시에 쿡 찔리더니 꼬리가 펑! 하고 터지듯 부풀어오릅니다. 그리고 그 따끔한 통증이 사라진 의식을 일깨워주었군요. 도둑소녀는 헬렌을 보자마자, 그리고 묶인 팔다리를 보자마자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셔서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합니다.

"소, 손목은 봐주세요. 제발 새끼손가락만..."

...여긴 절도 처벌이 꽤 과격한가 봅니다.

115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5:31:59

>>111
주변을 둘러보니 나무가 여럿 쓰러져 있어 햇빛이 들어오는 구간이 보입니다. 햇빛이 들어오고 있어 검은 숲이라는 이명이 무색하게 밝게 빛나고, 축축하고 부슬부슬한 나무와 땅이 버석버석하게 말라 붙었습니다. 아마 축축하게 젖었는데 당장 말려야 하는 것들, 예를 들어 건빵이나 육포 같이 젖으면 큰일나는 것들 따위가 있다면 여기서 말리고 가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하는 김에 냇가와 늪지, 습지대를 건너며 잔뜩 젖었을 양말 따위도 좀 말리고 말입니다. 빛, 그것도 햇빛과 같이 뜨거운 고에너지 열선이 없는 이곳에서 이런 곳은 흔치 않습니다. 드워프족들과 같이 적극적인 개발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더더욱이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곳은 쉬기 딱 좋습니다.

"후아아... 따뜻하네요."

...그리고 베스니는 벌써 짐을 내려둔 채, 햇빛을 그대로 받아서 바싹 말라 하얗게 타버린 이끼 침대 위에 올라가 눈을 감고 있군요.

116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5:32:14

오늘은 4시 정도까지 하고 들어갈듯. 일이 있어서...

117 헬렌 - 진행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15:33:13

@@>>114
헬렌은 꼬리가 펑 터지는 것을 보고 꽤 귀엽다고 생각했다. 동물의 특성을 지닌 작은 소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겠다.

“흐음......”

절도를 하면 손목을 자르나? 확실히 그런 곳이 있다고 듣기는 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 도둑질을 했다니. 손발이 잘린 곳은 없어보이니 이번이 처음인걸까 아님 처음 잡힌 것일까?

“어떤 사정인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봐 줄수도 있고. 부모님은 안 계셔? 도둑질은 생계 때문이야?”

소녀에 대한 처분은 일단 상황을 들어보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얼버무린다면 경비대에 넘기는 수밖에.

118 헬렌주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15:33:51

천천히 편하게 줘~~~ 진행 재미있어 캡틴~

119 엘리 - 진행 (YKKyMTIMro)

2024-09-29 (내일 월요일) 15:47:45

@@>>107

"으, 응."

아군일 땐 무섭고, 적일 땐 상상도 하기 싫다. 그것이 에레야였다.

하지만... 그 권위를 내 등에 업었다 생각하니 기세가 등등해지는 면도 있었다.

"자아, 어디 도망쳐보시지!"

잽싸게 튀어나가 문 앞에 선다. 문이 이쪽만 있는 게 아니라면, 그 쪽에도 선다. 다시 다른 쪽 문에도 선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120 아앨라나 - 진행 (GnWEY6fODk)

2024-09-29 (내일 월요일) 15:59:57


@@ >>115

저는 주변을 살펴보았고 이번에는 알맞는 장소를 찾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숲은 주로 어둠이 거하며 이곳저곳에 머물고 가려지고는해요. 그러나 이곳만큼은 달라요. 이곳은 빛의 영역이라고 할만해요. 숲에서 햇빛이 이렇게나 잘 비추어 주는 곳은 흔하지 않아요

저보다 벌써 휴식을 위한 준비를 들어간 그녀를 뒤따라서 햇빛이 선사하는 열기를 위한 것들을 적당한 위치에 놓아두고는, 저는 근처에서 괜찮아 보이는 곳에 않기로 했어요

"이정도의 햇빛이 주는 열기는, 오랫만에 느껴보는 것 같아요..."

저는 그 상태로 살짝 기지개를 펴면서 중얼거렸어요. 하지 못했던 만큼 여기에서 충분히 휴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121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6:13:44

>>117
"그, 그게..."

고양이 소녀의 얼굴이 움찔움찔거리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사연을 들어보면... 신전에서 모시는 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좋으신 천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악한 악마들도 이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것 참 하며 혀를 차지 않을지 걱정이 되는군요. 소녀는 겨우겨우 입을 열어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은 이 상황에서 눈치가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없어서 그러는 것인지, 헬렌의 양심을 칼로 찌르는 듯한 배경 설명을 덧붙입니다.

"엄마가... 엄마가... 일하시다가... 허리를 다쳐서 쫓겨나셨는데... 저는 너무 어리다고 받아주는 데가 없어서..."

'펠리네 수인족은 절도, 가품 매매 등 각종 경범죄에 연루되었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극단적인 사회적 차별을 겪습니다. 또한 펠리네 수인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사법 체계에도 존재하여, 타인이라면 간단한 벌금이나 훈방으로 끝날 범죄도 펠리네 수인족이라면 신체 불구형이나 화형과 같은 극단적인 처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뭐 그렇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도둑질은 도둑질이고, 헬렌도 뭐 여기 놀러 나온 건 아니니까, 헬렌이 이 소녀를 봐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요. 봐주면 고마운 거고, 아니어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122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6:36:08

>>119
엘리 딴에는 그냥 조금 빠르게 섰을 뿐이지만, 사람들 입장에서는 고개를 돌렸더니 이쪽에 나타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더니 저쪽에도 나타나고, 고개를 또 돌렸더니 그쪽에도 있는 상황입니다. 뱀파이어가 이단심문관과 함께해서 자기를 대적하는 것도 무시무시한 상황인데, 거기에 더해 저 정도로 날쌘 뱀파이어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귀족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십니다. 에레야는 한 손에 총을 든 채로, '긴급 이단심문'을 계속합니다. 평소의 결연하지만 정중했던 목소리는 어디로 가고, 분노에 찬 듯한 웅변이 신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마치 '네 죄를 네가 알렷다'라고 외치는 듯 에레야는 역으로 귀족과 주교를 몰아붙입니다.

"피에흐 뮈테 주교! 당신은 대주교좌에서 사건을 종결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이야기하면서 나한테 이 문서를 보여주었죠. 예. 종결하라고 했죠. '수사의 상당성이 의심되는 추가적인 사건이 없을 때' 종결하라고 했는데 당신은 이 부분을 뺐습니다!"

"그, 그건...!"

"이유야 내가 알지! 당신이 저 귀족들한테서 챙긴 돈이 한두푼이 아니니까!"

에레야는 속속들이 증거를 제출합니다. '훔친' 증거부터 정상적으로 수집한 증거까지 모든 것이 내밀어지고, 에레야는 자신이 확보한 것과, 엘리가 경비대 본부에서 처리한 것을 보여주는군요. 물론 신전에 들어오면 반-뱀파이어 혐오체들은 전부 불타야 하지만, 엘리가 수호부의 영향으로 멀쩡한 것처럼 그들도 무언가 특수한 처리가 된 것 같습니다. 레트 자작은 창에 꽂힌 상태 그대로 들어와서 끄르륵거리며 쓰러져 있고, 사제복 입은 여자는 가슴에 태양교 심볼 수십개가 처박힌 채 기절한 상태입니다. 경비병들이 그새 이 레트 자작을 가져온 모양이군요. 세스타우 성의 거대한 음모를 지탱하던 축들 중 두 개가 박살난 꼴을 보자, 귀족들은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십니다.

에레야는 귀족들과 주교를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더니, 그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불경한 사술을 통해 태양의 교세를 위축하고자 시도한 혐의, 이단의 유혹에 빠진 혐의, 수백명의 인명을 살상하고 수만명의 인명을 위험에 빠트린 혐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나 이단심문관 에레야는, 이 자리에 모인 너희 벌레들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그리고 너희의 형량은 오직..."

엘리가 기껏 가져온 서류를 바닥에 팍 던진 에레야는 허리춤에서 철퇴를 꺼내고, 그들에게 외칩니다.

"...죽음이라!"

하지만 귀족들과 주교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있고, 거한들도 움직이는 대신에 엘리에게 물어볼 뿐입니다. 아마 이렇게 멋지게 선언한 다음에 좀 복잡한 실무 절차가 있나 보군요. 얼굴을 붕대로 싸맨 거한은 엘리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말합니다.

"뱀파이어 님. 그 사교도 년 당신네 일족에 배송할 테니까 주소 좀 알려주세요."

123 헬렌 - 진행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16:37:05

@@>>121
헬렌은 고양이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 백과사전 정령의 설명도 듣는다. ‘알려줘서 고마워.’ 백과사전 정령의 이번 설명은 이제까지 중에 가장 도움이 되는 설명이었다. 물론 그것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사정도 모르고 다그치는 사람은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도둑질은 안 돼. 어머니는 집에 계시지?”

우는 얼굴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을 다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 의심하여 들지도 않았고. 일단 현 상황에서는 정도의 말을 할 뿐이고 보호자 인계라는 방법이 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혼이 났으면 또 다시 도둑질은 하진 않겠지.

‘나무의 정령아. 이 소녀를 바닥에 내려두고 풀어준 뒤 원래대로 돌아가줘.’

소녀가 안전히 풀려난다면 그 손을 잡고 집 문을 두드리려고 한다. 아이의 어머니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인계하려는 생각이다.

124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6:50:02

>>120
두 사람은 휴식을 가집니다. 여기서 오래 산 아앨라나도 검은 숲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이 숲에서 햇빛을 쬘 기회는 달에 몇 번 꼽을까말까 할 정도로 별로 없었던 만큼, 아앨라나는 반갑게 햇빛을 맞이하고 잠시 눈을 감습니다. 그간 베스니의 한쪽 다리를 말다리로 바꾸거나 온갖 불행을 만들 것처럼 겁을 주던 가말라시엘도 이번에는 눈치를 챙기기로 결심했는지, 안심이 될 법한 이야기를 합니다.

"잠시 보호 결계를 만들겠습니다. 불곰이나 괴물이 온다고 막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너무 늦기 전에 깨울 수는 있겠죠."

...그렇게 말하니 안심하고 두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앨라나는 언제까지 휴식하나요?

125 ◆MjRAeKhiz2 (yn/McHgSW2)

2024-09-29 (내일 월요일) 16:50:29

>>124 까지
오늘 수고 많앗어

126 아앨라나주 (GnWEY6fODk)

2024-09-29 (내일 월요일) 16:56:41

진행 수고하셨어요!

127 헬렌주 (bwU7FhHvjE)

2024-09-29 (내일 월요일) 17:02:47

캡 수고했어~~

128 엘리주 (YKKyMTIMro)

2024-09-29 (내일 월요일) 18:15:05

수고했당~~

129 엘리 - 진행 (YKKyMTIMro)

2024-09-29 (내일 월요일) 18:43:07

@@>>122

"어... 응."

일단 사교도가 상대라도 약속 내용은 지키는거구나.

"내가 갈 생각은 없지만 알려주는 정도라면야."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가 보냈다, 라고 한다면 문전박대를 하진 않겠지. 뭐.

"그런데 진짜 도망치는 녀석은 없...나?"

그래. 나도 신전에서 피를 보고 싶진 않았다.

130 ◆MjRAeKhiz2 (/vMOVOB/3.)

2024-09-30 (모두 수고..) 04:30:47

>>129
"내가 살다살다 뱀파이어 일족에 산제물을 갖다바칠 줄이야..."

...라고 말하며 거한이 양피지를 꺼내들어 엘리가 읊어주는 일족 영지의 주소를 적습니다. 뭐, 엘리도 자기 살아있을 때 '인편'으로 산제물을, 그것도 이단심문소가 주는 산제물을 받을 줄은 몰랐을 겁니다. 다른 거한들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단과 괴이를 쳐죽이기 위해 톱니바퀴와 캠이 연결된 기계처럼 배심원석으로 가서, 알아서 차라는 듯 수갑을 던집니다. 그리고 동작이 느리면 어깨를 철퇴로 내려쳐 부숴버리는 방식으로 다른 이들의 동작을 재촉하는군요.

"엘리."

그새 주교를 꽁꽁 묶어버린 에레야는 엘리의 어깨를 툭툭 치고 턱짓으로 바깥을 가리킵니다.

"나 좀 보지."

131 누누코 (mFQ0AJi7Ec)

2024-09-30 (모두 수고..) 04:52:03

@@ >>98
"...요한은 누누코를 얕보지 마."
그의 반응에 엄중히 경고하듯이 말했다...지만, 딱히 반박할 것은 없고.
괜스레 심드렁한 기분이 들어 정면을 향하고 있던 몸을 마차 바깥쪽으로 돌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신성한 들판에도 교환 정도는 있었어. '거래' 는 그것의 연장이라 들었고."
"붉은 잎 나무의 축복이지... 후흥. 무엇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누누코는 그렇게 말했고, 마차와 시간은 그저 유유히 흘러가 어느덧 비든베일을 지나고 있었다. 이르다고 해야할지, 벌써 동이 트고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그저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누누코의 귀가 요한의 물음에 쫑긋 올라갔다.

"석궁이라면... 이상한 장치 활이구나. 물론 알고있어."
"누누코에게는 그 둘이 좀 더 편할뿐이야."
그 둘이라면 투척을 말하는 것일테다.
당장 손에 있는 것을 던져서 맞추면 되는데 뭣하러 그런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132 엘리 - 진행 (FZiBzKn0Wg)

2024-09-30 (모두 수고..) 14:21:27

@@>>130

"어... 응."

그런 말이 나올 리 없다는 건 알지만, 지금까지 수고했다면서 철퇴로 날 가격해와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에레야를 따라서 밖으로 나서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건지 기다린다

133 아앨라나 - 진행 (/toT9KV.p.)

2024-09-30 (모두 수고..) 18:13:05


@@ >>124

그렇게 않아 있었던 저는 자리에서 평온히 몸을 맡기듯이 기대었어요. 그대로 있어서 신체가 한 껏 풀어지자 천천히 졸음이라는 이름의 방문자가 저에게 오고있어요...

"고마워요, 그것은 큰 도움이 될거에요"

저는 이때 먼저 나서서 가말라시엘 님까지 친히 도움이 주는 이 순간에 지팡이를 살며시 품으로 끌어안듯이 잡고는 눈을 감은채로 흐릿하게 미소를 한번 지어보이고는 중얼거리듯 말했어요. 이것은 드문 기회니까 제대로 활용해야겠어요. 충분한 만큼 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는 안될 거에요. 기운을 차리고 난 다음에는 다시 행동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겠지요

134 헬렌주 (AbWsy/A042)

2024-09-30 (모두 수고..) 18:19:14

>>123으로 갱신!

135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01:09:32

>>123
나무의 정령은 헬렌의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소녀를 풀어줍니다. 소녀는 헬렌이 도둑인 자신을 그대로 풀어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한 채로 헬렌을 올려다보다가 허무하게 손이 채이고, 헬렌은 문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헬렌이 소녀에게 '도둑에게 수갑보다 더 악질적인 구속을 기껏 해놓고, 그걸 그냥 풀어버린다고?'라는 의외를 주었듯, 이번에는 그 소녀가 사는 닭대가리 굴뚝집이 헬렌에게 또다른 의외를 줍니다. 노크를 아무리 해도 문이 열리지 않아 슬쩍 문을 열어보니, 작은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있고, 비쩍 마른 고양이 수인 한 명이 그녀를 맞이합니다. 긴 머리칼과 갸름한 턱선이 아니라면, 여자라는 것도 겨우 알아봤을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헬렌을 보고는 바로 자기 할 말만 합니다.

"도둑질은 미안하게 됐습니다. 수색대에 쓸 인재를 찾고 있었는데, 이렇게 쓸모 없는 년일 줄은 꿈에도 몰랐군요."

"오늘 일진이 안 좋았다니깐요! 갑자기 바람이 불지, 갑자기 하늘에서 양동이가 떨어지지..."

"운 좀 안 좋아서 탈락할 놈이라면 잘 탈락한 거다. 아무튼 넌 돈 돌려주고, 꺼져."

쾅!!!!!

닭대가리 모양 굴뚝집이 문전박대하듯 문을 닫아버리고, 정적만이 남습니다. 무슨 일인지 모를까봐, 아는척 좋아하는 백과사전의 정령이 이럴 때 필요한 아는척을 해줍니다.

'베르누 수색대: 베르누 수색대는 왕국의 다인종, 다계급, 다계층 정보 기관입니다. 밀정, 조사, 잠입,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공무 수행을 위해 범죄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제한적 범죄 면허를 발급받기도 합니다.'

...라고 하는군요?

136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01:16:06

>>131
"물물교환을 아는 것과, 화폐 경제를 아는 것은 조금 다른 개념이라서 말입니다. 먹을 수 있는 고기 한 덩이와 누군가를 찌를 수 있는 칼 한 자루를 바꾸는, 즉 직관적인 가치를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는 게 아니라, 오지거 개래의 수단을 위해서만 이용되는, '가치가 있다'는 믿음으로만 지탱되는 화폐를 이용한다는 발상은 생소할 수도 있으니까 한 말이었습니다. 제가 자립을 도와드렸던 한 부족민 친구는 화폐 경제에 대한 설명을 장장 일주일 동안 듣고 결론내리기를, 현대 상업을 신봉하는 이들은 전부 정신병자라는 겁니다! 제가 봐도 좀 그런 면이 있지요."

...라고 말합니다. 이 긴긴 말을 대충 요약하자면, 딱 앞에 있는 말만 들으면 됩니다: 물물교환을 아는 것과, 화폐 경제를 아는 것은 조금 다른 개념이라서 말입니다. 아무튼 요한이 보기에도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은지, 요한은 턱짓으로 짐칸을 가리키고, 누누코가 짐칸을 열어보면 도끼와 칼 따위가 잔뜩 들어있습니다. 대체 이렇게나 많은 걸 무슨 목적으로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준비했으니 좋...기는 개뿔. 요한은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럼 잘 됐습니다. 지금 우리의 정당하고 독점적인 노동의 산물을 빼앗아가려는 비신사적인 친구들이 달라붙어서 말입니다. 그 도끼랑 칼로 비신사적인 놈들에게 비신사적인 방식으로 대응해 주십시오."

뭐, 도끼랑 칼을 던져서...

"야, 저 새끼들이 그 시체 주운 놈이다!"

"뺏으면 200탈러야!!!"

...시체도둑질을 하려는 저 놈들을 담궈달라, 이 말이겠죠?

137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01:16:19

나머지는 자고 인나서 쓸게
인지능력 개박살ㄴㅏ는게 느껴진다

138 헬렌 - 진행 (NYq6FiFWzY)

2024-10-01 (FIRE!) 09:52:45

상황이 순식간에 정리되고 굴뚝집의 문이 닫히면 헬렌은 눈만 깜빡였다.

‘오. 알려줘서 고마워.’

수색대라는 말만 나왔는데 어떻게 베르누 수색대인 것을 알았을까. 백과사전 정령이다보니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이야기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점을 보면 정말 유용한 정령이 아닐 수 없다. 방금부터 계속 도움을 받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이 소녀의 말은 거짓말이 된 셈이다. 처음부터 다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눈물 흘리는 연기는 꽤 실감났는데 말이지. 하긴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도둑질을 했다기에는 손놀림도 엄청 빠르고 발놀림도 빨랐던 것 같다.

“받아주는 데가 없진 않았을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일자리를 잃게 한 셈이긴 하네.”

그렇다고 유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녀의 말을 다 믿었다면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런 일도 있구나 정도였을까. 어려 보이는 외모이지만 나잇도대 나랑 비슷할지도, 아니 나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타겟을 신중하게 고르도록 해.”

헬렌은 어깨를 으쓱하며 잡았던 손을 놔주었다. 수색대의 실력 테스트 같은 것에 연루되었다가 재미있는 구경했다 치면 나쁘지 않지.

139 헬렌 - 진행 (NYq6FiFWzY)

2024-10-01 (FIRE!) 09:53:34

>>138
@@>>135 깜빡하고 안달았다..!!
캡 항상 고맙고 잘 자고 있길~~!

140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11:51:10

>>133
"...음..."

잠에 듭니다. 수면 속에서, 아앨라나의 몸은 중력이라는 그녀를 이 땅에 속박하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합니다. 앨리스님의 가르침도 떠오르고, 뷔르트겐 호수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의 전경도, 그리고 한때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연락이 끊겨 그냥 잘 지내겠거니ㅡ하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피로의 마법도 피로가 조금씩 풀릴수록 힘이 약해져서는, 점점 그녀를 속박하는 중력과의 싸움에서 져가기 시작해, 문득 아앨라나는 자신이 잠에서 깼다는 사실을, 햇빛이 참 따갑다는 사실을 느끼고 눈을 뜹니다. 베스니는 아직도 세상 모르고 쿨쿨 자고 있습니다만, 아앨라나는 벗어놓은 양말이 바짝 마른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갈까 말까 하는 것이, 하루에 두 번이나 숙영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슬슬 일어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41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12:06:18

>>132
어느새 으악, 아이고 하는 곡소리와 퍽, 딱, 깡! 하는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난무하는 폭력의 장이 된 신전을 떠나서, 에레야는 자신이 준 특수한 수호부의 영향 없이도 숨쉬고 있을 법한 곳으로 엘리를 데려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에레야는 엘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엘리가 생각하던 것처럼 '그동안 수고했다'며 철퇴를 꺼내 머리통을 터뜨리는 대신, 의외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원래는 네 존재는 최대한 숨기고 사건을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배심원들 말마따나 그 모든 끔찍한 상황을 겪고도 살아남은 '협력자'의 존재를 대충 얼버무릴 수는 없어서 말이야. 우연히 만난 별종 뱀파이어의 도움을 받았다고 처리할 거고, 그 별종 뱀파이어는 바로 너야.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길이 갈리지. 이단심문의 꽃은 역시 공개 화형이고, 그 전에 무슨 일을 저질러서 장작더미 위에 끌려가게 되었는지 대중들에게 설명하는데... 그 과정에서 네 존재도 대충은 설명할 거거든. 여기서 어떻게 이야기할지는 네 의사를 들어보려고 해."

에레야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두 가지 옵션을 제시합니다.

"첫째, 네 이름을 적당히 숨기고, 동방귀족 옐리사베타 같은 다른 가짜 신분이나, 신원 불상의 용병 같은 엉뚱한 신분을 댄다. 이 경우에 넌 세스타우 성을 떠나게 되면 널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고, 이건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내가 보장할 거야. 좋은 의미로는 너한테 복수하려고 칼을 들고 찾아오는 미친 년놈들이 없을 거고, 나쁜 의미로는 어딜 가도 넌 그냥 머리 희고 눈 빨갛고 대낮마다 가면 뒤집어쓰고 다니는 이상한 여편네 취급이나 받는거고. 두번째, 네 정체를 밝히는 거야. 아직도 네가 우리를 도운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뱀파이어가 사람을 도울 수도 있다는 걸 만방에 알리는거지. 이것의 장단점은, 정확히 내가 말했던 첫째 길의 정반대다."

에레야는 질문으로 끝맺습니다.

"그래서, 뭘 원하지?"

142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12:37:11

>>138
"망했네. 쯥..."

소녀는 헬렌에게 돈을 휙 던져줍니다. 후드에 걸린 고양이귀가 바닥에 깔릴 듯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쭉 올라가더니, 주먹을 꽉 쥐는군요. 그리고는 홀연히 옆으로 사라집니다. 그래도 그 베르누인지 배터져인지 뭔지, 수색대에 들어가려고 시험을 보던 게 사실이긴 한지, 헬렌이 잠시 안 본 사이에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헬렌은 다시 돈자루를 얻었습니다. 넉넉한 돈자루도 얻었겠다, 다시 의뢰나 탐사를 알아보기 위해 정보를 사거나, 용병을 알아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 이 정도의 마을이라면 마차 여관이 그나마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군요!

143 엘리 - 진행 (gsAaixUcOU)

2024-10-01 (FIRE!) 13:42:25

@@>>141

"나한테 복수하려고 칼을 들고 찾아오는 녀석들이..."

뭐.

대수인가? 칼이 아니라 공성추를 들고 쫓아와도 난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 앞에 '축성받은' 이란 수식어만 없다면 말이다.

"그러라고 하지?"

태양 앞에서 멀쩡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이 타오르는 것도 타오르는 것이지만 낯의 주민들에게 만나자마자 사냥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했으니까.

"두 번째 안으로!"

144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14:31:12

>>143
"넌 정말 뭘 봐도 특이한 뱀파이어다. 내 짧은 삶에서는 두번째고, 이단심문관 되고 나서는 처음이야."

에레야는 그렇고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처음에 불타는 여관, 그 난리통에서 만났던 그때와는 다르게, 에레야는 마치 엘리의 외견적 나잇대, 즉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의 소녀를 보는 것처럼 대견스럽다는 얼굴로 보는군요. 사실 나이차이를 숫자 그대로 적용한다면 입장은 반대지만, 엘리는 뱀파이어의 기준에서 살 날 한참 남은 '아기 때 먹은 젖피가 아직도 안 마른 젊은이'고 에레야는 인생의 절반을 산 좋게 말하면 노익장, 나쁘게 말하면 아지매니까 말입니다.

그리고는 엘리에게, 다른 것을 또 질문하는군요.

"이단심문소 협력자 보상 규정에 따르면, 재량에 따라 좀 달라지긴 하지만... 넌 엄청 많은 일을 해줬어. 네가 만약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세스타우 귀족들도 싹 다 태워버리겠다, 남는 귀족 이름이랑 귀족영지 중에 마음에 드는 거 몇 개 골라서 이 동네에서 지역 유지라도 하라고 시켜줬을 거야. 만약 네 성씨에서 '블라드'만 없었다면... 왜, 블라드 일족이 좀 옛날에 안 좋은 의미로 많이 날렸잖냐... 아무튼 그 성씨만 없었다면 아마 세스타우에 가짜 뱀파이어가 아니라 진짜 뱀파이어인 네가 경영하는 영지가 생겨났을 수도 있었겠지. 각설하고, 그러니까 기본적인 보상은 줄 거야. 예를 들어서 이단심문관 에레야의 이름으로 이 뱀파이어는 '일단은 무해하다'고 보증하는 문서를 써 준다던지. 그리고 다른 보상 하나도, 지역 귀족사회의 대규모 이단 타락 사건을 해결하고 온 이단심문관의 정치력이 닿는 선에서 가능한 소원은 뭐든 하나 들어주는 거로 하지."

뭘 원하나? 라고 묻는군요. 뭐, 원할 수 있는 건 많습니다. 돈도 되고, 책도 되고, 아니면 동료도 되고...

145 아앨라나 - 진행 (/NVtVAM9DA)

2024-10-01 (FIRE!) 15:05:14


@@ >>140

저는 그렇게 잠들었고 꿈 속 세상에 도달했어요. 그곳에서 저는 과거에서 비롯한 여러가지를 보았어요.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요? 저는 더는 그 곳에 있지 않았어요

"꿈... 빛이 찌르듯이..."

그 모습이 이리저리 달라지는 꿈 속으로부터 다시금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에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어요. 저의 그 뜬 그 눈에는 익숙한 숲의 모습과 동시에 이곳에서는 드물게도 강하게 저에게 내려쬐는 빛에 대한 느낌이 남았고 저의 입에서는 말이 흘러가듯이 나왔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그녀는 지금도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어요. 제가 꿈 속으로 떠나고 돌아온 것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거나, 그녀는 그동안 육체적으로 더 많은 힘을 썼으니 좀 더 피로가 쌓여있던 것이겠지요?

"베스니씨 일어나세요~ 꿈 속 세상으로부터 돌아올 때에요~"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때 해의 위치가 미루어 보면 지나간 시간은 짦은 것도 긴 것도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러니 이제 길을 떠나야할 시간이에요. 저는 챙겨야 될 것들을 가지고는 그녀의 가까이에서 그 신체를 조심스럽게 가볍게 쿡쿡 찌르듯이 하면서 말했어요. 그녀가 실제로 꿈을 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146 엘리 - 진행 (NhXEinMc6E)

2024-10-01 (FIRE!) 16:38:56

@@>>144

"특이하다니, 쑥스럽게~"

칭찬은 아닌 것 같았지만, 어찌됐던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소원— 소원이라—..."

대단한 업적을 세운 이단심문관의 정치력으로 들어줄 수 있는 보상은 안 되는 것보다 되는 것이 많다. 턱에 손을 괴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뭐가 좋지? 돈? 충분하지 않나? 동료? 내 주침야활 스케줄을 사람한테 맞추라고 하기엔 좀 불쌍하고...

"아!"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축복받은 물건은, 접촉하기라도 하는 순간 내 몸을 지져버리지만... 직접 접촉이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는 정도라면 불쾌한 기분 정도로 끝나지 않던가.

"축복받은 물건을 줘."

자고로 근육은 쓰면 단련되고 철은 담금질을 통해 제련되는 법. 축복받은 물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조금씩 옆에 두면 몸이 그 불편함에 적응하지 않을까? 그리고 익숙해지면 더 가까이 두고, 더 익숙해지면 손에 잡고...

그런 식으로 언젠가 태양과 가까워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147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16:45:00

>>145
"...으음..."

베스니는 아무래도 좋게 말해서 일어나는 스타일은 아닌 듯합니다. 뭐, 많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자겠다. 10분만 더 자겠다 하면서, 그 10분을 되는 한 최대한 연장시키려는 인간 군상이요.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옆에 있는 아앨라나는 그녀의 어머니도, 보호자도, 아니면 유사한 법적 의무를 지니 늑 누군가도 아닙니다ㅡ 그냥 뷔르트겐 호수까지 우연히 같이 가게 된 동행자일 뿐이죠. 그래서인지, 아앨라나의 수고를 덜기 위해, 아앨라나가 양말을 신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는 동안 가말라시엘이 아앨라나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듯, 난데없는 번개를 만들어냅니다.


콰콰콰쾅!!!!


거대한 천둥 소리에, 베스니가 아마 그 나이를 먹고도 천둥 소리에 쪼는 찔찔이는 아니겠지만, 마른 하늘에, 그것도 자고 있는데 얕은잠에 천둥 소리가 들리면 깰만합니다.

"히익!!!"

베스니는 일어나더니, 아앨라나를 보는군요.

"전쟁 났어요?!"

아뇨.

148 아앨라나 - 진행 (/NVtVAM9DA)

2024-10-01 (FIRE!) 17:36:23


@@ >>147

저의 행동에도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어요. 아마도 계속 이럴 것 같아요. 그녀는 잠이 많은 사람, 깊은 사람인가요. 하지만 이대로 계속 두고는 시간이 마냥 가도록 할 수는 없어요. 그녀를 깨우기 위해서는 과감해지거나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가 이동할 준비를 마무리하는 동안에, 저희가 잠들기 전에 먼저 나서서 도와주신 것처럼 이번에도... 저의 의도보다 과감했던 가말라시엘 님의 조치로 인해 그녀는 확실히 깨어날 수 있었어요. 그녀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거에요. 갑작히 만들어진 천둥의 우렁찬 소리는 그렇겠지요

"그렇지 않아요, 이것은 깨어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울리는 천둥 소리이에요"

저는 소리로 인해 순간적으로 조금 움츠러들었다가 곧바로 돌아왔고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서는 그렇게 묻는 그녀에게 그리 대답해주었어요. 저는 대략 준비가 된 것 같으니까, 이제 그녀가 할 차례에요. 해야 될 것을 하고나면 얼마 남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서 가도록해요

149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19:25:47

밥먹고처리하께

150 엘리주 (NhXEinMc6E)

2024-10-01 (FIRE!) 19:53:32

151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21:11:54

>>148
베스니도 어느새 짐을 다 챙겨서 출발할 채비를 마쳤고, 두 사람은 이제는 정말로 뷔르트겐 호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을 원기 삼아 앞으로 나아갑니다. 장거리 행군 상황에서 애매하게 쉬면 근육이 굳어버려서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푹 쉬었으니 상황이 좀 다릅니다. 밤에 자야 하는데 못 잔 잠을 지금 잔 셈이라 치면, 오히려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다 볼 수 있죠. 두 사람은 한층 나아진 기분, 뽀송뽀송해진 양말, 바싹 마른 옷가지와 함께 기분 좋게 발을 내딛습니다. 백 걸음도 못 가 만난 습지에 다시 젖어버렸지만 뭐 어떻습니까. 잠깐이라도 '발'과 '양말'이란 게 마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확인했는데.

"후우, 후우, 뷔르트겐 호수..."

베스니는 뷔르트겐 호수를 묘사하기 위해 노트의 가장 많은 페이지를 남겨놨다고 자신만만해하며 웃는군요. 이거, 호수가 대단하지 않으면 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정말로...

152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23:40:28

>>146
축복받은 물건이라. 엄청나게 많을 겁니다. 태양교의 각인부터 그 외 기타등등 모든 것까지. 주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아마 이단심문관이 아니더라도, 신실한 사람이더라도, 그냥 달라면 줄 겁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상대가 그냥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라... 엘리자베스 블라드 바토리 체페슈, 뱀파이어라는 겁니다. 네, 태양교의 신성한 힘으로 축복받은 것에 노출되면 고통스러워하고, 너무 오래 노출되면 죽는 존재 말입니다. 그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리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에레야는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철퇴를 꺼내더니 짧게 성가를 외워 태양의 힘을 담고는, 엘리의 손가락을 때리는 것도 아니고 슬쩍 대봅니다.

치이이이익...

그리고, 엘리는 진심으로 자기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은, 아니, 자기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의 격통에 시달리고, 마치 태양이 어떤 전염병이나 기생충처럼 그녀의 팔을 따라 심장까지 뻗어가려는 듯한 환상에 빠졌다가, 에레야가 철퇴를 빼자마자 그 느낌이 조금씩 사라져 잦아듭니다. 에레야가 이거로 말하려는 것은 명백합니다.

"줄 수야 있는데, 진짜로?"


//왜 안올라오지 하고 있었는데 여태껏 이걸 안보고 있었네 진짜 미안하이
내가 씹을라고 씹은게 아녀
늙어서그래!!!

153 ◆MjRAeKhiz2 (LgKI.3L0/A)

2024-10-01 (FIRE!) 23:41:06

근데 이번건 7시간 스루는 역대급ㅇㅣ다 진짜미안해요잉 이거는

154 엘리주 (NhXEinMc6E)

2024-10-01 (FIRE!) 23:47:55

그럴수두있지~~

155 엘리 - 진행 (Yw8/BhmWhY)

2024-10-02 (水) 00:06:54

@@>>152

"앗!! 읏!! 악!!"

잠깐 외모에 걸맞지 못한 추한 신음소리를 냈으나, 내 생각 자체는 여전했다.

"지, 직접 대야 그런거고... 일단 감싸거나, 축복받지 않은 부위에 연결해서 가지고 다니면 그정도까진 아니니까."

조금씩? 가지고 다니는 정도면 가까워질수 있지 않을까!

156 ◆MjRAeKhiz2 (gDq9FVLgRA)

2024-10-02 (水) 00:54:41

>>155
"언제 봐도 이해하지 못할 인간 군상... 아니, 뱀파이어 군상이군."

에레야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손수건을 먼저 꺼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그 손수건을 펼치더니, 그 손수건 위에 태양교의 상징인 태양 인장을 올려둡니다. 에레야 같이 '신실한' 이단심문관의 몸에서 한참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축성을 잘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지켜보는 것만으로 눈알이 구워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아무튼 에레야는 손수건에 태양 인장을 돌돌 싸더니 엘리 쪽으로 휙 던지고, 엘리는 잡는 것만으로 마치 인간이 맨손으로 녹기 직전의 쇠를 잡는 것처럼 달달대다가, 장갑을 끼고 나서야 겨우 참을 만하게 잡게 됩니다.

"...그래. 혹시라도 그거 말고 다른 보상을 요구할 생각이 있다면 나를 찾아와라. 아니면 편지를 하던지. 할 수 있다면 말이야. 그리고..."

에레야는 엘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인간 문화에 꽤나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뱀파이어 같이 보통은 화형당하는 입장에서 화형을 집행하는 건 수천년을 살았대도 쉽게는 못하는 경험이야. 이번에 저놈들이 저지른 짓도 짓이겠다, 그리고 저놈들이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서 이 모든 미친 짓을 벌였겠다, 뱀파이어들은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길 원하지 않는 걸 넘어서 혐오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의미에서 네가 장작더미에 불을 당겨주는 건 어떨까 싶은데."

...엘리, 뱀파이어한테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군요. 아마 이번에 묶일 인간들은 그냥 태어난 거 자체가 죄인 게 아니라, 진짜 산채로 불태워질 만한 죄를 지은 놈들이긴 합니다만.

157 ◆MjRAeKhiz2 (gDq9FVLgRA)

2024-10-02 (水) 00:54:53

오늘은 여기까지. 엘리주 정말 미안타!!

158 엘리주 (Yw8/BhmWhY)

2024-10-02 (水) 01:17:23

수고했어~~

159 엘리 - 진행 (Yw8/BhmWhY)

2024-10-02 (水) 02:06:11

@@>>156

"보상... 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집게도 하나만."

방금 그것은 장갑으로도 충분치 않은 것 같았기에. 집게로 집고 다녀야 그나마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부탁이라면 환영."

인간이 되다 만 원숭이를 보면, 인간은 어찌 생각하는가. 대게 혐오겠지. 나 역시도 뱀파이어가 되다 만 '원숭이'들에게는 좋은 감정이 없었다.

그리고, 순수하게 불장난이란 면에서 맘이 동했다. 나는 아직 장난이 치고 싶을 나이니까!

160 ◆MjRAeKhiz2 (gDq9FVLgRA)

2024-10-02 (水) 10:17:39

>>159
"그건 그냥 달래도 준다, 이 모기야."

에레야는 질렸다는 듯 이야기하고는, 집게를 들고 가던 사람 하나를 붙잡습니다. 그 사람이 갑자기 붙잡혀서 멀뚱멀뚱 쳐다보기도 전에, 그 사람의 가슴팍에 돈자루를 확 던지더니 집게를 냅다 뺏어버리고는, 그 집게를 다시 엘리에게 던집니다. 네. 그제야 좀 나아지는군요. 집게를 써서라도 성물을 꼭 들고야 말겠다는 엘리의 저 집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에레야는, 고개를 젓더니 엘리에게 이야기합니다.

"뭐 됐고, 아무튼 넌 이제 할 일 없다. 들어가서 쉬고 있어. 설마하니 여기까지 와서 사고를 치진 않겠지만, 그러지 말고."

...라 이야기하고, 에레야는 체포해야 할 사람들이 많은 성당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엘리는 어떻게 하나요? 별달리 할 일이 없을 경우, 다음날 화형식이 거행되는 황혼 시간대까지 시간을 돌릴 수 있습니다.

161 엘리 - 진행 (dJi0IvoIZo)

2024-10-02 (水) 11:27:43

@@>>160

"그동안 이걸 가지고 놀아볼까—"

...그것은 셀프 고문의 동음이의어였을지도 모른다.

옆에 뒀을 때와 멀찍이 떨어졌을 때를 비교하기도 하고, 아주 잠깐만 만졌다가 바로 손을 떼보기도 하고, 정말 남들은 멀쩡한가 싶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축복받은 손수건을 잡은 집게로 툭툭 건드려보기도 한다.

손수건 연구로 황혼때까지 시간을 보내면 딱 맞겠지

162 ◆MjRAeKhiz2 (gDq9FVLgRA)

2024-10-02 (水) 13:22:37

>>161
네. 셀프 고문입니다. 엘리가 몸에 대자마자 격통에 몸부림치고, 다른 사람한테 슬쩍 갖다대니 무슨 이상한 인간인가 싶으면서도 지나갑니다. 아무래도 엘리가 '특이한 체질'인 것을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대로 이걸 엘리와 비슷한 태양교의 성물에 치명적인 반응을 보이는 '불경한' 존재들에게 무기로 사용하려는 목적이라면 그건 확실히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엘리는 그것을 가지고 지하수로의 안전가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황혼쯤이 되자, 에레야의 부하가 찾아와서 문을 두드립니다. 그는 문을 열고는 엘리에게 말하는군요. 그래도 엘리가 한 일이 일이고, 꽤 오래 봐서 그런지 존댓말이 입에 꽤 익었습니다.

"엘리자베스 님. 화형식 준비가 거의 다 끝났습니다. 아니, 그냥 다 끝났는데, 엘리자베스 님만 오면 진짜 준비 끝입니다."

한마디로 '너만오면ㄱ' 입니다. 엘리는 그 말에 따라 바깥으로 나가고, 에레야가 배려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거한은 빨간 노을빛에 태양의 기세가 약해지는 황혼 시간에도 여전히 뱀파이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세스타우 성의 건물들 사이의 길어진 그림자 사이로 최대한 나다닐 수 있는 골목길 루트로 엘리를 안내합니다. 그리고 점점 열성적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심해지는 곳에 이르면, 사람들이 분노에 찬 괴성을 내지르며 무언가 비난하는 현장이 있고, 그 한가운데에는 장작더미에 꽁꽁 묶인 사람들과 그들과 군중 사이에 서 있는 에레야가 있습니다. 에레야는 군중들 사이의 엘리를 보더니 외치는군요.

"참 빨리도 왔구만! 심문관보들! 빨리 길을 열어줘라! 빨리 태우고 갈 길 가야지!"

그 말에 거한들이 성난 군증들을 헤치고, 그 사이로 경비들이 끼어들어 덩치로 군중들을 밀어 엘리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줍니다. 아마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엘리가 박쥐의 형태를 빌어 이 자리에 나타날 수 있겠지만, 뱀파이어로 변하려던 인간놈들 죽이는 자리에 뱀파이어가 그딴 식으로 나타난다? 난리 납니다.

163 아앨라나 - 진행 (LKcZF.8hWE)

2024-10-02 (水) 14:51:21


@@ >>151

그녀도 필요한 것들을 재빠르게 챙기는 것을 저는 지켜 보았어요. 그렇게해서 저희는 한 차례, 본래 했어야 했던 휴식을 끝냈고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모두 갖췄어요. 그녀도 같은 느낌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저는 활력을 되찾아 가벼운 느낌마저 드는 상태로 길을 가고 있어요. 이제 호수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니 만큼 그 거리를 빠르게 좁혀서 도착하는 것에 전념하는 일만 남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기록 이외 것으로도... 호수에 도착하면 무엇부터 하시겠어요? "

길을 가면서도 이번에 그녀가 웃으며 그렇게 말해보이면 저는 그렇게 물어보았어요. 그녀는 호수의 풍경을 마음에 들어할까요? 저희가 마침내 호수에 도착하여 이 목표를 완수한다면 그 후에 무엇을 할까요...? 고생해가며 호수까지 왔으니 만큼, 호수에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저도 그 아름다운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생각해볼까요

164 누누코 (Gq8ZjOrl4U)

2024-10-02 (水) 15:35:04

@@ >>136
누누코는 역시나 요한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었다.
지금까지의 일생을 살육에 바쳐온 토끼가 이해하기엔 너무 심오한 내용이었던 까닭이었다.
딱히 관심이 없기도 했던데다가...
이 무가치한 금속에 목숨을 걸고, 원하는 걸 받는다. 인간사회는 그걸로 전부인게 아니었나?

'이 인간은 말하는 걸 정말 좋아하네.'
입술 틈 사이로 짧은 한숨을 내보이며 짐칸으로 몸을 움직여 천을 걷고 트렁크를 열었다.

"탈러를 원한다는 거지."
그렇다면 현상금 사냥꾼 겸 외과의사 겸 이발사가 말하길, 인간 세상은 정신병자들이 가득한 세상.
그런 세상에서 누누코가 믿는 것은 오로지-
신성한 들판에서의 자유로운 바람과, 그곳에 사는 동료들.
그리고 쇠와 피 뿐이었다.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 봐,"
누누코의 손을 떠난 도끼가 우아한 원을 그리며 날았다. 그리고 곧 강렬한 충격과 함께 누군가의 두개골을 반으로 쪼개고 파고들었다.

"이 썩은내 나는 송장 덩어리들이여!"
마차 위에 올라선 누누코의 손 마디마디에는, 아직 충분한 양의 쇠붙이들이 끼워져 있었다.

165 엘리 - 진행 (Yw8/BhmWhY)

2024-10-02 (水) 16:04:54

@@>>162

"이게 여기 사람들 유희거리구나..."

나쁜놈 돌팔매질하기. 솔직히 재미없다곤 못 하겠다. 내가 세스타우 성에 와서 내내 즐긴게 그거였으니까.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어깨에 힘을 주고서 입장한다. 자, 너희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줄 사람이시다!

"불."

그럼, 쇼의 시작이다.

166 ◆MjRAeKhiz2 (gDq9FVLgRA)

2024-10-02 (水) 16:49:23

>>163
"음... 일단 뷔르트겐 호수에 있는 생물들을 기록할 거고요. 여기서 있던 일들로 쓸 법한 글감들을 최대한 기록할 거고요. 또 여기서 만난 사람들을 기록할 거고..."

놀랍게도, 베스니가 말하고 있는 그 모든 것들 중에서 '기록'이 아닌 것들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나마 찾고 찾아서 기록이 아닌 것이 딱 하나 나오긴 했는데, 이것도 광의의 의미로 따지자면 기록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검은 숲에서 병신이 되고 죽을 뻔해서 그런지 이 숲을 나름대로 생각한 방식으로 존중하려는 방식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신기한 조약돌 같은게 있으면 기념으로 하나 주워가고 싶어요! 그, 좀 귀중해보이는 생물이나 그런 건... 왠지 그런 거는 나중에 심하게 저주받을 거 같아서 안 되고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이런 거 있잖아요! 이거 좋네요. 이렇게..."

베스니는 눈 앞에서 작은 조약돌 하나를 주워서 아앨라나에게 보여줍니다. 우윳빛 색깔의 반투명한 방해석질의, 보송보송하게 구멍이 잔뜩 뚫려 해면 모양이 된 조약돌입니다. 베스니가 그 조약돌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아앨라나는 그 조약돌이 아닌 조약돌 너머를 봅니다. 이 검은 숲에서 보기 힘든, 나무가 단 한 채도 없는, 아니, 당연히 없을 수밖에 없는 공간. 가까이에서는 바닥의 흙빛과 초록색 이끼빛이 드러나고 저 멀리는 마치 거울처럼 지평선부터 저 위의 하늘까지 담는 일렁임 없이 수면(水面). 그리고 그 수면이 과연 물인지, 거울인지 의심될 때쯤, 물 위에 둥둥 떠 있던 새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메기를 피해 하늘로 붕 뜨면서, 메기가 물 위로 잠시 나타나면서 그 수면이 일렁여, 밝은 태양빛이 그 일렁임을 기회 삼아 반짝이며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듭니다.

뷔르트겐 호수. 검은 숲이 품은 바다. 호수임에도 수평선을 볼 수 있는 호수가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베스니는 한참 동안 조약돌을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더니 아앨라나에게 묻습니다.

"혹시 뷔르트겐 호수에요?"

그걸 물어봐야 아나 봅니다.

167 ◆MjRAeKhiz2 (gDq9FVLgRA)

2024-10-02 (水) 18:18:31

>>164
"야, 어차피 별 병신같은 새끼랑 병신같은 ㄴ..."

아마 '년'이라고 말하려 했던 것 같던 사내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하고, 도끼날이 박혀 들어가는 두개골과 함께 두쪽이 나서 어휘가 끊어져 버리며 말 뒤편으로 낙마해 버립니다. 끌어줄 주인을 잃어버린 말은 바로 고삐가 힘없이 풀리자 정처없이 대열에서 이탈하고, 옆에서 다른 남자가 석궁을 쏘지만 누누코는 도끼를 던져 빈 손으로 그 살을 잡아버리는 묘기를 넘어선 신기를 선보이고는, 바로 도끼를 던져 이번에는 명치에 꽂아버립니다. 이번에는 의식이 있어서 피 끓는 소리로 어떻게든 끄아악, 그르아아앓 소리를 내면서 도끼를 빼내려다가 사이좋게 낙마합니다.

"이... 익... 이 개새끼들이!!!!"

그러자 누군가가 마차 앞에서 달려옵니다. 누누코가 도끼를 던지는데, 아까 전 그 놈들이랑은 다른지, 아니면 뇌가 조금 더 나아서 학습능력이 있는지, 도끼들을 피해서 달려옵니다! 어, 이번에는 위험하겠다 싶었는데, 그것을 말고삐를 잡고 있던 요한이 석궁으로 머리통을 쏘는군요. 석궁의 볼트가 날아가 개새끼들이!!!! 라고 욕하느라 벌린 입 안으로 쏙 들어가고, 목젖과 경추를 꿰뚫고 뒤로 나옵니다. 네, 사망입니다. 멍청한 주인을 싣던 말은 마차와 부딪쳐서 죽고 싶을 정도로 멍청하진 않은지라, 슬쩍 피해서 자유를 찾아 훨훨 도망치고, 요한은 누누코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군요.

"만만하게 생겨서 나쁜 점이 있고 좋은 점이 있습니다. 나쁜 점이야 뭐 아실테고, 좋은 점은..."

요한은 누누코에게 도끼 몇 개만 남긴 채 나머지는 짐칸에 넣고, 석궁에 시위를 다시 먹인 뒤 정리하면서 껄껄 웃으며 말합니다.

"...만만하게 봐서 방심하다가 치명적인 틈을 수십개나 준다는 것이죠."

168 ◆MjRAeKhiz2 (gDq9FVLgRA)

2024-10-02 (水) 18:55:34

>>165
"너 같은 귀족들이야 뭐 놀 거리가 많지,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니거든."

생각해보면 이 사람들이 뭔 놀이를 하겠습니까? 공기치기? 고무줄놀이? 말타기? 술래잡기? 그런 애들 놀이는 애들이나 하라죠. 옛날에 있었던 콜로세움도 그렇고, 역시 진짜 재미는 사람을 죽이는 거다 이겁니다. 그것도 만약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이라면 좀 많이 거시기하고 일부는 이건 정신이 나갔다며 비난하겠지만, 온 세스타우를 혼란에 빠트리고 자기들을 전부 도축할 뻔한 미친놈들이라면... 자기가 직접 불을 못 당기는게 애석할 뿐이죠. 에레야는 엘리에게 불을 주기 직전, 먼저 묶여있는 귀족들의 죄를 낱낱이 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에레야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크고 쩌렁쩌렁하게 울리는군요.

"이단 화형에 앞서 이들의 죄를 고하겠다! 이들은 뱀파이어가 되겠다는 불경한 마음을 품고 그 악성 종양 같은 뿌리를 여기에 내렸다. 이 귀족, 아니, 인간이란 이름이 아까운 혐오체들은 세스타우의 아편굴에 불법 실험실을 차리고, 경비대의 수뇌부를 차지하고, 세스타우의 밀수를 장악했지. 사람들이 홀연히 사라지는데도 경비대는 제 기능을 못 했고, 지하 수로는 랫킨과 고블린과 식인종이 날뛰는 핏빛 지옥이 되었고, 사교 파티는 식인을 '미식'이랍시고 행하는 광기의 만찬이 되었다. 하지만!"

에레야는 엘리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세스타우 귀족사회 타락 사건 해결의 최대 공로자,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뱀파이어'를 모두에게 소개합니다.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겠다는 정신나간 발상은, 뱀파이어들에게도 정말로 불경했기에, 여기에 선 뱀파이어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가 적극 협력하여 세스타우 영지민의 보호와 사건 해결에 앞장섰다!"

헉! 사람들이 뱀파이어라는 말에 숨이 멎습니다. 몇몇은 이게 맞는건가, 에레야와 엘리를 번갈아 쳐다보지만, 그들이 뭐라 이의를 제기하기도 전에, 에레야는 다시금 이단심문의 광기로 그들을 선동합니다.

"이제 엘리자베스가 해결사의 권리로, 공로자의 권리로 이들에게, 이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낼 특권을 얻었으니... 귀 있는 자들이여, 들으라! 눈 있는 자들이여, 보라! 입 있는 자들이여, 대답하라! 이 이단들에게 무슨 판결이 합당하리오!!!"


그러자,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외칩니다.


화형! 화형! 화형!!!!!



에레야는 땀방울을 닦아내고 엘리를 바라봅니다. 에레야는 엘리에게 불을 건넵니다.

169 엘리 - 진행 (Yw8/BhmWhY)

2024-10-02 (水) 19:32:44

@@>>168

'와...'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이거.

나는 에레야의 언변에 감탄하고는 불을 받아들었다. 내가 사람들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뭐, 나쁜 종류의 기분은 아니었지만.

"집행~!"

기세를 타고 외치며, 놈들이 묶인 장작더미에 불을 던져넣었다

170 ◆MjRAeKhiz2 (gDq9FVLgRA)

2024-10-02 (水) 19:53:21

>>169
생각해보면, 세스타우에 온 이래로 참 이상한 일들만 있었습니다. 그녀는 친절로 위장한 악의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친절로 건네준 수호부에 손을 데였고, 지하의 괴물들이 아닌 이단심문관과 함께 일했으며, 마지막에는 화형대에 불을 당기는 역할까지 맡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엘리가 올라가는 게 더 어울렸을 곳을 말입니다. 아직도 엘리의 몸은 뱀파이어, 태양을 제대로 맞으면 불타고, 신성한 무언가에 닿으면 죽어버리는 무언가지만, 적어도 그 아래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갔음은 안심이 됩니다. 그렇기에, 이 불도, '이단'과 '불경'을 태우는 불도,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고.


화르륵


순간, 엄청난 열기에 엘리는 뒷걸음질치며 눈을 감습니다.


"으...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수많은 사형수들의 비명과, 군중들의 환호 속에서, 엘리가 쏘아올린 작은 불은 거대한 장작불이 되어 세스타우의 어둠을 정화합니다. 이건 갈 데까지 가버린 종교의 광기가 아닙니다. 엘리가 보았듯이, 죽을 만한 이들이었고,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더 고통스럽게 죽일 수도 있었을 이들입니다. 세스타우 사람들은 더 불타라면서 쓰레기 따위를 던지고 휘파람을 불고,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그리고 저 수많은 군중들의 편에 서서 사형을 집행한 엘리는, 참으로 이상한 고양감, 집단의 의지를 수행하는 '칼잡이'가 되는 게 이렇게나 끝내주는 기분이었나 잠시 숨을 고르는데, 옆에서 에레야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이야기합니다.

"원한다면 연설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그런 거 취향이 아니라면, 슬슬 눈치 봐서 내려가도 되고."

171 ◆MjRAeKhiz2 (gDq9FVLgRA)

2024-10-02 (水) 19:58:04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일있어서 드문드문 월루각 섰을때 답레쓸듯

172 엘리주 (Yw8/BhmWhY)

2024-10-02 (水) 20:07:35

수고했다~~

173 아앨라나 - 진행 (LKcZF.8hWE)

2024-10-02 (水) 20:20:23


@@ >>166

"과연... 탐험자 로서의 귀감이네요"

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말했어요. 저의 질문에서 그녀의 대답은 기록 이라는 주체에서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이곳에 있는 이유, 지금까지 해왔던 행동들로 보았을때 어쩌면 그녀의 반응은 당연했던 것일지도 몰라요. 굳이 여기까지와서 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려나요?
그렇지만 그녀의 대답이 이렇다고 해서 그녀의 행동이 이것 뿐만이 이라고 할 수는 없을거에요

"좋은 선택이네요. 제가 물가에서 조개를 가져왔듯이, 특색이 있는 것을 가져가는 거네요"

이어지는 그녀의 말과 함께 저에게 지목하여 보여주는 꽤 괜찮은 모양새의 조약돌에서 저는 긍정하면서 이전에 제가 했던 행동에 비유를 곁들이며 말했어요. 봐요, 그녀의 행동은 기록을 한다. 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연관될 수는 있을 거에요. 탐험으로서 전문적인 표현을 붙여보자면 연구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다음 저는 건너편에서 엿보이는 광활하다고도 할 수 있는 크기와 그 특유의 모습을 과시하는 호수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어요. 그 변함이 없는 듯한 아름답고도 신비한듯한 광경은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거에요

"그렇답니다~ 이렇게 마침네 저희는 도착한 거에요!"

그녀의 물음에 저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대답해주었어요

174 아앨라나주 (LKcZF.8hWE)

2024-10-02 (水) 20:21:15

늦어버렸네요. 진행 수고하셨어요!

175 헬렌 - 진행 (xMCnZL8Pac)

2024-10-02 (水) 22:48:36

@@>>142
헬렌은 소녀가 던져준 돈주머니를 받았다. 아, 소녀를 잡았을 때 돈 주머니를 챙겼었는데 그새 다시 흠쳐간 건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돈주머니를 다시 허리춤에 차니 소녀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잘못 걸린 건 나였을지도...”

생각보다 대단한 실력자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돈주머니는 무사히 품으로 돌아왔고 일단 마을에서 머무를 곳도 구할 겸 정보도 얻을 겸 마차 여관으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번의 교훈을 삼아 소매치기를 조심하면서 말이다.

176 엘리 - 진행 (Yw8/BhmWhY)

2024-10-02 (水) 23:09:12

@@>>170

"됐어~ 좋은 구경 했다고 치지."

군중에게 말을 하는 것이 부담된다거나. 말재간이 없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단지, 내가 이 사람들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도 이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 지 알고 딱딱 짚어줘야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건 내 역할이 아니었다.

"그럼 부탁해?"

좋은 구경 했으니 내려가야지 뭐.

177 ◆MjRAeKhiz2 (WnXhj.TB5.)

2024-10-03 (거의 끝나감) 10:35:31

>>173
"......"

베스니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목석처럼 그 자리에 한참동안 서 있었습니다.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뷔르트겐이라는 자연의 경이를 두 눈에 담으려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돌리고, 앞으로 돌렸을 뿐입니다. 한참 동안 눈으로 보기만을 반복한 그녀는 수첩을 꺼내고, 깃펜을 그 위에 꺼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거침없이 적어내려갑니다. 쉴새없이 봇물터진 것마냥 떠들던 그녀의 입은 묵언하고, 그 떠들던 속도는 펜을 움직이는 손으로 옮겨간 것만 같습니다.

호수 반대편이 식별 불가할 정도로 넓은 면적, 바닥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생겨난 거울같은 수면, 그 수면에 비춘 파란 하늘, 그걸 바라보는 두 사람. 그걸 한참동안 적고 그려내던 베스니는 아앨라나에게 말합니다.

"돌아가면 선물 줄 거라던 약속 있죠?"

끝맺는 그녀의 눈에는 결기마저 서립니다.

"반드시 지킬거에요."

178 ◆MjRAeKhiz2 (WnXhj.TB5.)

2024-10-03 (거의 끝나감) 11:18:03

>>175

딸랑딸랑, 문간에 걸린 작은 방울이 흔들리며 손님이 왔다고 알리지만 반갑게 맞이하는 목소리는 없고, 무거운 침묵이 헬렌의 양 어깨를 짓누릅니다. 만약 헬렌에게 정령을 보는 능력이 없었다면, 그래서 맥주잔 주변에서 낄낄거리는 작은 주정뱅이 정령을 못 봤다면 청각이 망가졌나 진지하게 걱정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로 조용합니다.

"..."

"..."

보면 사람들이 전부 다 표정이 죽상이고, 얼굴에 검댕이 묻어 있는것이 광부로 보입니다. 왜 광산에서 탄을 안 캐고 이러는 걸까요? 그때, 여관 주인이 헬렌에게 퉁명스레 말합니다.

"갈데 없다고 죽치는 놈들은 저 놈들로 충분하니 댁은 여기 있고 싶으면 방 빌리던지 뭐 먹을거 마실거 하나라도 시키쇼."

179 헬렌 - 진행 (5WLHFDJtKE)

2024-10-03 (거의 끝나감) 12:30:18

@@>>178
원래 여관이라면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는 게 정상인 거 아닌가? 헬렌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은 주정뱅이 정령이나마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여관 주인이 다가와 말을 걸어 헬렌은 답을 할 수도 지금 상황에 대해 물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일단 하루 묵을 방을 빌리려고 하는데요. 그나저나... 광산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한창 일을 해야하는 시간의 광부들이 여기서 이러는 것이 충분히 무슨 일이 있는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궁금증이 들었다.

180 아앨라나 - 진행 (9oG/Vzreus)

2024-10-03 (거의 끝나감) 14:00:20


@@ >>177

펼쳐진 호수의 풍경이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한 동안 마치 그대로 멈춰버린 듯한 그녀의 곁에서 저는 같이 호수를 바라보았어요. 이윽고 그녀는 움직였어요. 호수에 홀리듯 열렬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에 천천히 시선을 따라가며 그녀가 하는 것들을 지켜보았어요. 그녀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은 전부 이것을 위해서 있었던 것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을거에요. 그만큼 그녀의 행동에는 강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이 엿보여요

저희는 이렇듯 호수에 도달함으로서 목적을 달성했어요. 그러니 그 보상이라고 할까요? 호수가 보여주고 있는 그 자태를, 여기에서 얼마간 머물면서 즐기며 노는 것도 좋을거에요. 잠시동안 그녀와도 같이 저는 줄곧 침묵을 지켰어요. 그리고 이 상황에서 먼저 말을 꺼내게 된 것은 그녀 이였어요

"후후후... 그렇다면 기대하고 있겠어요. 제가 할 일은 그때가 될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겠지요?"

그리고... 충만한 마음이 우러나오는 듯한 그 눈빛과 함께 그렇게 말하는 그녀로부터 저는 한번 다정하게 웃어보이며 대답했어요

181 누누코 (WrNm9do7Bw)

2024-10-03 (거의 끝나감) 16:06:08

@@ >>167
보는 사람이 시원할 정도로 목구멍 가장 안쪽의 자리에 볼트가 자리잡았다.
탈러를 위해 살다 세상과 하직하는 또 다른 인간을 차갑게 바라보며, 누누코는 주변에 잔당이 남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다시 자리에 내려와 앉았다.

"후흥... 지극히 '인간적인' 방식이네."
짐승은, 자신의 목숨이 위협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마치 이미 저 멀리 꽁지를 내빼고 있는 주인 잃은 말처럼. 천적과 마주하면 도망가게 되는 것이다.
누누코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요한에게 말을 얹었고, 그들의 주위로는 순식간에 사람의 시체 최소 세 구가 생겨났다. 곧 청소부들이 나타나 그들의 연고를 묻지않고 친히 해체해줄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간에.

"매번 이런 식인가?"
"인간은 다들 요한같은 거야? 아니면..."
아니면-
누누코는 거기까지 말하곤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시체를 살짝 돌아보았다. 이 상황에 어울리는 무언가 적절한 말을 찾고 싶었는데, 결국엔 단어를 찾지 못하고 얼버무리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그게 '무식하다' 였나?

182 누누코주 (WrNm9do7Bw)

2024-10-03 (거의 끝나감) 16:07:44

다들 안녕하세요오~~~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하네요~

183 ◆MjRAeKhiz2 (WnXhj.TB5.)

2024-10-03 (거의 끝나감) 16:41:19

>>176
사람들은 거대한 불길에 열광하고 있기에, 그저 개인일 뿐인 엘리가 그 열광에서 슬금슬금 피해 내려오는 건 쉬운 일이었습니다. 엘리가 뜨거운 연단에서 내려오면, 붕대로 온몸을 싸맨 거한들이 그녀를 마주합니다. 에레야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신전 지하 고문실의 괴이와 혐오체들에게 보여주었던 증오와 분노는 없고 웃으면서 엘리를 맞이합니다. 다들 감사할 일이 많나봅니다.

"엘리자베스 님 덕분에, 이번에 대주교좌 방첩특무성으로 전근 가게 됐습니다."

"에레야 님께서 절 심문부관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승진이다 이거죠."

누구는 영전, 누구는 승진. 경사났네 경사났어, 엘리는 고맙다며 어깨와 등을 툭툭 치는 거한들을 보고 자기가 이렇게 환영받는 존재였나 혼란스러워합니다. 뭐 아무튼 그건 확실합니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별종 뱀파이어와 함께 싸워본 이들은 이제 이단심문소, 나아가 태양교의 피비린내 나는 모든 부분에 퍼질 것이고, 다른 뱀파이어들은 몰라도 엘리의 평판은 이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나아질 겁니다. 개중 하나가 묻습니다.

"혹시 이 다음에 뭘 할지 생각해봤습니까? 어디로 가서 쉰다던지, 어디로 가서 책을 읽는다던지요."

"아마 내 생각엔 이 근처 슬로인 왕국에 가실 것 같은데. 거기도 비인간 적대 정책이 없거든."

"아니면 대학도시 호르뮈셰도 가실 수 있잖아. 거기가 신성도, 뱀파이어도 다 연구한다던데."

"근데 꼭 떠날 것처럼 얘기하네? 이 근처 숲이나 지하에서 쉴 수도 있잖아."

저들끼리 떠들기 바쁩니다. 그러고보니, 엘리는 어떻게 할 건가요?
/// 제3의 방안을 원하면 상담바람

184 엘리 - 진행 (CPvK15wmWE)

2024-10-03 (거의 끝나감) 17:16:22

@@>>183

'쉰다...'

매력적인 선택지었지만, 나한테 쉰다는 일의 기본 단위는 년이었다. 좀 쉬고 나왔는데 주변 풍경이 달라져 있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이겠는가.

그렇기에 눈물을 머금고 쉰다는 선택지는 일차적으로 배제.

내가 고민하고 있는 건 어찌하면 뱀파이어인 몸으로 태양을 극복할 수 있는가였으니...

"대학도시 호르미셰로!"

연구하기를 좋아하는 치들이라면 뭔가 알아낼지도 모르겠다. 협력은 어떻게 구하냐고? 대충 실험체 몇번 해주면 되지 않을까. 자기들도 궁금하겠지. 우리의 신체가.

185 ◆MjRAeKhiz2 (WnXhj.TB5.)

2024-10-03 (거의 끝나감) 22:04:38

>>180
두 사람은 호수를 거닙니다. 뷔르트겐 호수는 정말로 넓어서 다 탐사할 수는 없고 두 사람이 당장 볼 수 있는 전경만을 눈에 담을 뿐입니다. 베스니야 이 지역에 대해 아는게 없기도 하고, 또 그녀에게는 이 호수의 존재 그 자체가 신비니만큼 그저 기록하기 바쁘지만 아앨라나는 다릅니다. 여기는 검은 숲 내에서 꽤나 풍요로운 곳이고, 덕분에 어촌이 이뤄져 교역이나 어업이 이뤄집니다. 다시 말해 배를 빌리거나 베스니가 나갈 배편을 구할수도 있고, 아앨라나도 책에서나 본 호수의 신비생물을 탐사할 준비를 할 수도 있죠. 아니면 그냥 앨리스 님의 집으로 돌아가거나요.

어떻게 합니까?

186 엘리주 (CPvK15wmWE)

2024-10-03 (거의 끝나감) 22:31:01

사실 레스캐 동선겹침도 생각했지만? 캡틴이 갈려나가는 구조지 이건ㅋㅋ

187 ◆MjRAeKhiz2 (WnXhj.TB5.)

2024-10-03 (거의 끝나감) 22:58:05

>>186
사실 누누코, 아앨라나, 헬렌 있는데 가려했어도 억까이벤으로 갈라놨을거읾

188 엘리주 (CPvK15wmWE)

2024-10-03 (거의 끝나감) 23:08:16

>>187 아항

189 ◆MjRAeKhiz2 (xGtxiDP5Sg)

2024-10-03 (거의 끝나감) 23:21:49

>>188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속뜻: 나도 살아야지)

190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00:03:19

>>181
"누누코 씨의 부족에도 다양한 군상이 있지 않던가요? 누군가는 누누코 씨 같을 테고, 누군가는 저만큼은 아니어도 현학적인 고찰과 수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명쯤은 있을테고, 누군가는 노래와 춤을 좋아할 테고, 누군가는 조금...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행동 양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었겠죠. 그렇지 않습니까? 문명 사회도 그렇습니다. 다만 부족 사회와는 다르게, 규모도 크다 보니..."

인간이 많으면 쓰레기도 많다, 뭐 그런 이야기겠죠. 요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마차를 계속 끌고 갑니다. 그것 이외에도 여러 말을 했었지만 위에서 했던 말보다도 더욱 더 영양가가 없었기에 누누코는 상큼하게 씹었던 것 같습니다. 마차는 계속 구르고 구르다가, 몰약 냄새에 누누코의 코가 익숙해져서 맡아지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몰약 냄새가 다 날아간 것인지 몰약 냄새가 느껴지지 않을 때쯤, 요한의 마차가 도착하는 곳이... 어... 낯설지가 않습니다. 비든베일(그 촌장네 집에서 토끼뼉다구네 뭐네 대놓고 앞담 들었고 목욕하는거 훔쳐보다가 두들겨처맞고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게 된 그놈 보게 된 그 동네 맞습니다.)보다는 훨씬 큽니다.

"낯이 익다면, 우연이 아닙니다."

...라고 말합니다. 네, 누누코가 왔다가 취업사기 한번 거하게 당했던 그 도시입니다. 그새 교수형을 당한 '이상한 열매'들이 잔혹하게 뜯겨먹고 있군요.

191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00:14:00

>>179
헬렌은 방값을 먼저 계산합니다. 부잣집은 망해도 삼대를 가고, 백작가는 망해도 십대를 갑니다. 헬렌이 이런 마차 여관의 방 한칸 값을 못 낸다면 그게 더 웃길 거고, 설령 진짜로 못 낸다 하더라도 귀족이라는 것을 증명만 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남들이라면 씨알도 안 먹힐 '외상'을 당당하게 펑펑 쓰고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각설, 헬렌은 방값에 상응하는 동전을 지불하고, 이 사람은 돈도 없는 주제에 갈 곳 없다고 죽치는 놈팽이들이랑은 확실히 다름을 직감한 여관 주인은 태도가 훨씬 싹싹해져서, 혀를 쯧쯧 차면서 저들도 불쌍하게 됐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동네에서 솔직히 농사짓던 치들은 1년 지어 1년 겨우 빌어먹고, 저 광부들이 돈 좀 만지는 치들이었수다. 근데 최근에 괴물이 나왔답시고 용병들이 들어갔다가 통 나오지를 않는데, 뭔 일 있나 해서 광부들 몇 명이 들어갔는데 소식이 없는 게 다 뒤졌는가 하고 있는디... 뭐, 그래서 저렇게 죽상들 되가지고 초상집이지. 그래도 맨날 여기서 부어라 마셔라 돈 써주던 인간들이니 쫓아낼 수도 없고 거 참..."

...이라는군요. 아주 날카로운 '던전각'입니다.
//나머지는 자고...

192 엘리주 (R77zwFDYdo)

2024-10-04 (불탄다..!) 00:19:31

잘자~~~

193 헬렌 - 진행 (r.LOZRDSjI)

2024-10-04 (불탄다..!) 08:58:42

@@>>191
헬렌은 여관 주인에게 이야기를 듣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던전이다. 헬렌은 사실 로망같은 것이 있었다. 선조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정령의 힘을 빌어 수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 그것에는 자연재해도 있었고 전쟁도 있었지만 이와 같은 던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인간을 해치는 괴물들을 없애고 마을을, 도시를, 나라를 지키는 무용담에 얼마나 설레했던가.

“그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여관 주인이 더이상 아는 것이 없다면 광부들에게 다가가 들어보려고 한다. 위치나 규모나 나오는 몬스터의 종류라거나.

지금의 실력으로 혼자 가도 괜찮을지, 아니면 길드에서 사람을 구해 같이 가는 것이 좋을지는 일단 들어보고 고민해도 늦지 않으리라.

194 헬렌주 (r.LOZRDSjI)

2024-10-04 (불탄다..!) 09:01:13

어제도 고생했어 캡~
던전이라니 두근두근하다

뜬금없이 궁금해진 건데 주정뱅이 정령한테는 무슨 부탁을 할 수 있으려나 싶어졌어 ㅋㅋㅋ
모든 사물이나 관념에는 정령이 붙어있는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럼 술의 정령 그림의 정령 구름의 정령 번개의 정령 날씨의 정령 이런 것들도 다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도

195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0:31:36

>>184
"호르뮈셰."

"야, 다 좋은 상황에 그런거로 트집 잡지 마라."

거한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하나둘 사라지고, 엘리는 혼자 남습니다. 아마 이런저런 수속 절차가 남겠지만, 이제 남은 가장 큰 일은 '호르뮈셰로 가기'고 나머지는 잘잘하겠군요. 누군가와 할 이야기가 있으면 지금 하고, 사야 할 게 있다면 사고, 팔 게 있다면 팔면 되겠습니다.

196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0:35:50

>>194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 바람, 물 같은 4대 원소부터 집, 도시, 그리고 인간 개개의 지각과 인지기능에 관여할 수 있는 '정령'까지 있다고 생각하려고.

197 헬렌주 (r.LOZRDSjI)

2024-10-04 (불탄다..!) 10:50:46

>>196
오케이~~~ 이해했다! 고마워
그럼 하급, 중급 같은 정령의 급을 나누는 기준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198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0:51:11

>>193
"그건 뭐... 저 광부들한테 물어보슈."

여관주인은 공을 광부들한테 넘깁니다. 여관 주인은 설명하는 값 하라며 광부들한테 술 한 잔을 돌리고, 광부들은 술을 마시더니 헬렌을 슬쩍 봅니다. 헬렌의 척 봐도 고풍스러워보이는 행색을 보고는 저들끼리 쑥덕대다가, 그래도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도움을 불러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자기 사정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발단은 한 달 전인데, 광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웬 거대한 뱀 한 마리가 광산으로 들어왔다는 겁니다. 그 뱀이 워낙에 강해서 광부들이야 당연히 탄을 캐도 그건 못 캐던 치들이니 덤벼들다 죽었고 남은 이들은 다 도망쳐 나왔는데, 용병들이 선금을 받고 들어갔는데 아직도 안 나왔다는 겁니다. 그 후로도 계속 용병을 보냈는데 계속, 계속, 계속...

"...뭐 그렇수다."

...라는군요. 상황 설명은 여기까집니다.

199 ◆MjRAeKhiz2 (pqAed/oGRk)

2024-10-04 (불탄다..!) 11:09:52

>>197
그것 같은 경우는 좀 더 생각해보려고!
일단 급나누는거 자체는 ㅇㅋ

200 헬렌 - 진행 (r.LOZRDSjI)

2024-10-04 (불탄다..!) 11:12:24

>>@@198
헬렌은 광부들의 설명을 주의깊게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저도 한 번 가볼게요.”

용병들이 계속 들어가고 있다고 하니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일단 가서 현장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광부들이 위치를 설명해줬다면 그곳으로 혼자 가볼 것이고 가는 길이 어렵다면 혹시 길안내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을 것이었다.

일단 한번 가보자!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지 않겠냐는 그런 낙관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광산이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령들이 잔뜩 있을 테니까.

201 헬렌주 (r.LOZRDSjI)

2024-10-04 (불탄다..!) 11:13:27

>>199
오케오케 이해 완료~! 일단 말을 못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애들은 하급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202 헬렌주 (r.LOZRDSjI)

2024-10-04 (불탄다..!) 11:14:18

ㅋㅋㅋㅋㅋㅋㅋㅋ >>200 기호 순서 바꿔서 적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98

203 엘리 - 진행 (R77zwFDYdo)

2024-10-04 (불탄다..!) 13:09:42

@@>>195

대화라....

기껏 헤어진 에레야를 다시 만나서 인사하고 가기? 딱 봐도 무안하다
비냐랑 만나서 잘 지내라는 소리 하기? 시니컬해진 지금의 비냐를 눈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한 10분쯤 앉아서 침묵이 유지돼다가 "먼저 일어나볼게요" 소리를 듣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하고 싶은 얘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만, 어느 쪽이던 이별의 인사를 전하기에 적절한 상대는 아닌 것 같았기에 포기했다.

"아. 돈은 꽤 있지."

호르뮈셰로 가기 위한 짐을 싸두면... 아니, 애초에 세스타우 성에 올 떄도 그냥 맨몸으로 나온건데 여행 준비를 위한 짐은 어떻게 싸는거지? 거기부터 시작해야 했다.

일단 맛은 없지만 여행중 먹을 간편식으로 굳힌 피를 구하고... 침낭을 준비해 야영에 대비ㅡ 아니 할 필요 있나? 밤이 내 주 무대인데. 피 굳힌 거나 조금 사두자.

204 ◆MjRAeKhiz2 (pqAed/oGRk)

2024-10-04 (불탄다..!) 14:42:14

>>200
가는 날이 장날, 쇠뿔도 단김에 빼라, 쇠는 뜨거울 때 두들겨라, 그런 격언들이 헬렌의 머리속에서 요동치고 헬렌은 바로 일어납니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광부들과 방은 세팅해두겠다는 주인장을 뒤로 하고 헬렌은 물어물어 광산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광산의 검은 구멍 속으로 가까이 가면, 주변에 널린 피 묻은 두개골과 뼈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광경에 여기서 일어났다는 습격사건이 헛말이 아니란 건 확실히 알겠다고 생각하려는 순간...

'소름끼치는 광경이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정신 차려. 이런 때일수록 냉철해야지.'

...헬렌의 머릿속에서 정중한 한 노신사의 목소리와 청아하고 당당한 소녀의 목소리가 맞섭니다. 다른 이들이라면 자기가 미쳤나 의심하겠지만, 이미 저택의 보이지 않는 '고용인'과 '문객'들과 안면을 수백번도 튼 헬렌은 이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뭔지는 모르겠지만, 노신사는 직감과 본능의 총합인 '소름'이요 소녀는 '논리'를 대표하는 존재임은 알겠습니다. 둘은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다 헬렌에게 이야기합니다.

'이 안에는, 지금으로선 말할 수 없지만, 매우 위험한 것이 도사립니다.'

'저 왕재수 노인네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내가 싫다면 저 노친네라도 데려가는게 좋을 거야. 야, 백과사전! 우리가 뭔지 네 잘난 지식으로 설명해봐.'

'소름의 정령 암허슈트: 위협을 감지할 수 있는 최소 수준 이상의 지성을 가진 동물들의 본능, 공포, 예감을 관장하는 중급 정령입니다. 논리의 정령 로지: 특정한 조건 내에서 틀리지 않는 합리적인 추론 과정을 뒷받침하는 중급 정령입니다.'

//앞으로 스토리 진행에 따라 정령 겸 인지기능격 능력들이 늘어날듯

205 ◆MjRAeKhiz2 (pqAed/oGRk)

2024-10-04 (불탄다..!) 14:50:35

>>203
엘리는 요리에도 재간이 없고 지금까지 인간들 잘 도와줘놓고 이제와서 인간을 사냥해 피를 흘리게 만들어 굳히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부담없는 한끼는 닭피, 좀 뻑뻑하고 진한 맛은 돼지피, 그리고 고급적인 맛은 소 피. 굳이 '품질관리'도 식육을 위한 '품종개량'도 되지 않은 인혈이 뭔 필요란 말입니까. 엘리는 푸줏간에 가서, 블랙 소시지를 사려는데...


꽤애애애액!!!!


돼지의 비명소리가 참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푸줏간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잘게 뭉친 고기반죽을 씻은 창자에 치덕치덕 밀어넣고 있고, 뒤에는 웬 작은 소녀가... 아니, 비냐가 여관 일은 어쩌고 돼지의 목을 자기 팔뚝만한 칼로 40cm 넘게 째면서 쏟아지는 선혈을 대야에 받고 있습니다. 사장은 엘리에게 묻는군요.

"뭐 드려유?"

206 엘리 - 진행 (Wos5P0f32E)

2024-10-04 (불탄다..!) 14:57:33

@@>>205

"와."

비냐, 부업도 하는구나. 그래. 여관이 한 번 망했다 재건한 참이라 임금체불도 있었겠지.

"블랙 소시지를... 응. 줘."

인간이 저러고 있는 걸 보자니, 참 어색했다. 동족도 아니고 말이다.

207 ◆MjRAeKhiz2 (pqAed/oGRk)

2024-10-04 (불탄다..!) 15:11:44

"아유. 요즘 인육사건 때문에 고기도 찝찝해서 못 먹겠다고 난리라 죽것슈."

그리 말하면서 사장은 건물의 공용 화덕 맨 끝자락에서 매캐한 연기를 쐬고 있는 고깃덩이에서 블랙 소시지를 꺼냅니다. 척 봐도 있는집 아가씨 같으니 인심 좀 써달라고 자연스레 강매를 시도하며 가득 담고, 엘리는 호르뮈셰까지 배터지게 먹을 블랙 소시지를 획득합니다. 그리고 사장이 말하는군요.

"혹시 소, 닭을 사실 생각은 읎슈? 수확제가 금방이라 사놨었는데 지금은 도축해봤자 안 사서 썩을게 뻔하고, 살려두면 사료값만 처먹어서 원... 사신다 하면 소 한마리 값에 닭들이랑 남아있는 사료는 서비스유."

...라고 말하네요. 소는 우마차를 끌게 시키면 되니 다리도 편하고 힘이 다하면 되팔거나 즉석에서 도축하면 되고, 닭은 블랙 소시지가 질리면 특식하는 느낌으로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가진 돈의 절반을 내야겠지만요.

208 엘리 - 진행 (Wos5P0f32E)

2024-10-04 (불탄다..!) 15:17:27

@@>>207
"내가 먹는 거 말고 돈 쓸 일이 있던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걸어 떠올려봤지만... 아마 거의 없다.

어차피 먹는데 쓸 돈이라고 생각한다면 여기서 반을 쓰던 조금씩 조금씩 쓰던 상관이 없을 것이다.

"좋아, 살게!"

배 곯을 일만 없다면 여행 준비 완료지 달리 할게 있겠는가

209 헬렌 - 진행 (r.LOZRDSjI)

2024-10-04 (불탄다..!) 15:31:58

@@>>204
헬렌은 광산에 도착하여 검은 구멍 주변에 인간의 주검들을 발견하였다. 잠시 마음 속으로 애도를 표하는데 뒤에서 들리는 정령의 목소리에 바로 뒤를 바라보았다.

‘아, 안녕하세요.’

이어지는 백과사전의 정령의 설명에 헬렌은 두 정령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있었고.

‘저는 로렌스가의 헬렌이라고 합니다. 두 분 다 같이 가는 건 안 되는 건가요?’

꼭 한 분만 데려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뒤로 하고 헬렌은 정신계 정령들에게 이어 묻는다.

‘그런데 제가 혼자 이 괴물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확실히 그 안에는 매우 위험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정령을 부리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빠른 대처가 어려울 수도 있어서 탱킹을 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뱀이라고 하니 꽤나 속도가 빠를 것 같고 한 방에 죽이지 못한다면 공격을 받을 수도 있을테니까.


/오 멋지다. 이해했어!

210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6:56:19

>>209
'우리도 그러고 싶지만 말이지...'

'...'

두 사람이 지금 당장 머리에 들어오면, 헬렌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 듭니다. 아주 잠깐,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백과사전의 정령은 패닉에 빠져서 수레 하나 분량의 브리태닉 대사전을 통째로 암송하고 있고, 암허슈트는 로지가 책상물림이라고, 로지는 암허슈트가 미친 점쟁이 새끼라고 서로 옥신각신 헬렌의 양 귀에서 악을 질러대서 헬렌은 정작 손도 못 쓰고 정령들의 비명에 무력화되는 공포를 느낍니다. 헬렌의 정령술 수준이 아직 정령술 재능을 못 따라가서 생기는 문제로, 아직은 한 정령만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혼자 물리칠 수 있겠느냐는 말에, 둘은 어깨를 으쓱합니다.

'글쎄요.'

'글쎄?'

적어도 '확실한 죽음'은 아닙니다만, 이들도 확실하게 안전하다던지 싸우면 이긴다던지 확언은 못하는 눈치입니다.

211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6:57:48

>>208
"고맙슈. 야, 너 성과급 내주게 된 손님한테 사료 부대 좀 챙겨줘라잉!"

"네에."

비냐는 그 이야기에 축 늘어진 돼지가 계속 목으로 피를 뿜게 두고 뒤로 돌아섭니다. 얼굴에 피를 칠한 비냐의 얼굴이 정말로 섬뜩하지만 그래도 알아볼 수는 있습니다. 비냐는 엘리를 바라보더니 묻습니다.

"...이제 떠나시는 건가요?"

뒤에서 벌벌 떠는 소, 그리고 그 소의 달구지 뒤에 달린 닭장에 갇힌 닭 다섯마리, 그리고 소를 위한 건초 몇 부대를 끌고 온 비냐는 엘리에게 말한다.

"여러 말 많이 했지만...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에요. 당신. 그러니까... 잘 사세요."

212 아앨라나 - 진행 (bQqBKZlkzA)

2024-10-04 (불탄다..!) 17:02:14


@@ >>185

검은 숲 속의 내해, 그 내부에 위치한 바다라고 비유할 수 있는 호수는 유독 풍요로운 곳중 하나로서 그 받을 수 있는 은혜로 인해 이곳은 누군가에게 자칫 불안하고 외롭게 헤매이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숲 속에서도 온화하고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어요. 어떠한 사유로든 사람들이 모여들고 오랜 기간동안 머물면서 어느덧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곧 촌락이 있게되었어요. 그렇다는 것은 그저 풍경을 감상하며 산책하는 것 이상의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거에요

"베스니 씨, 이곳에 어촌이 있어요. 방문해보실 건가요?"

"그리고 어쩌면... 그곳에서 배를 빌려서 호수를 보다 깊게 살펴볼 수도 있을거에요"

흥겨운 기분으로 저는 유유히 호수의 근처를 그녀와 함께 거닐며 여전히 호수로부터 쏟아지는 정보의 물결을 받아내는 것에 여념하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해보았어요. 처음에 약속하였던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지만 저는 그렇기에 호수에서 같이 이렇게 함께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짦은 것도 아닐 거에요. 그녀가 저에게 보답을 보내고자 결심한 것으로도 그렇고 처음 만난 것도, 앞으로도 인연은 맺어져 이어진다고 할 수 있으니 당분간은 계속 함께 놀다가 가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새로운 친구를 사귄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213 엘리 - 진행 (lOclDvxXvM)

2024-10-04 (불탄다..!) 17:04:31

@@>>211

'음—'

솔직히 애매한 분위기가 될 것 같아서 너 안 찾아가려고 했어.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뱀파이어의 시간감각으론 정말 찰나와 같은 시간이었을텐데, 어째선지 서로 꽤나 알고지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이들에게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너도. 언젠가 태양을 극복하게 된다면, 다시 올지도 몰라!"

그래도, 이렇게 인연을 정리할 시간을 주니 조금은 더 마음이 편한 것 같았다

214 헬렌 - 진행 (r.LOZRDSjI)

2024-10-04 (불탄다..!) 17:24:09

@@>>210
헬렌은 그 두 정령의 말 뜻을 이내 이해할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암허슈트와 함께 갈게요.’

확실히 전투는 본능적인 감각이 중요할 테니 그게 나은 선택일 것 같다.

‘그럼 일단 부딪혀 봐야겠네요.’

헬렌은 웃으면서 발걸음을 다시 광산의 검은 구멍으로 향했다. 여차하면 바람의 정령에게 동굴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해야지 뭐. 물론 내동댕이 쳐질 확률이 높겠지만.

215 누누코 (gpam4Bbl/c)

2024-10-04 (불탄다..!) 17:35:52

@@ >>190
그 도시였다.
요한의 목이 순식간에 뜯길 뻔하고 누누코는 통 속에서 절임을 당했던. 누누코의 '전사뇌' 로 생각해도 별로 좋은 기억들은 아니었다.
누누코가 작게 으르렁거리며 '흥' 하고 소리 내었고. 주변 풍경을 눈으로 담았다.
어느새 '열매'들은 맹금류들의 먹이가 되어 쪼아먹히고 있었다. 그것만이 누누코에겐 이 도시의 환영인사였다.

"우연이 아니라는건 뭐지?"
누누코가 요한에게 묻는다.

216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7:44:52

>>215
오늘은 일찍쉬어야 할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처리하고 끊을듯

217 엘리주 (lOclDvxXvM)

2024-10-04 (불탄다..!) 18:00:53

오키오키

218 누누코주 (5AArGL9yp2)

2024-10-04 (불탄다..!) 18:04:28

수고했어요 캡틴~~

219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8:14:06

>>212
"오오... 검은 숲의 마을! 당연히 가야죠!"

이 근방의 마을은 플라베르흐, 외부의 항구도시에 비하면 가뭄에 콩나듯이긴 하지만 그래도 검은 숲과 외부의 '창구' 역할을 하는 거점들 중 하나인 교역 어촌 중 하나입니다. 걸어서 대충 1시간 정도면 되겠군요... 아마도요. 아앨라나가 대충 방향을 가리키자 베스니는 웃으면서 앞으로 걸어나가고, 아앨라나는 앞으로 나가려는데... 베스니가 벌떡 멈추고 아앨라나는 거기에 얼굴을 딱 부딪쳐버리고 맙니다. 뭐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앞에 있는 괴물딱지들이 베스니가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줬으니까요.

"우와... 검은 숲은... 게...? 가재...? 도 참 크네요?"

큰적가재, 뷔르트겐 호수나 또는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들이 살 수 있을만큼 크고 깊은 검은 숲의 수원에서 서식하는 호전적인 거대 갑각류입니다. 먹을 수 있는 것으로는 늑대, 사슴, 물고기, 그리고 인간... 등이 있습니다. 지금 적가재 무리 앞에 있는 베스니와 아앨라나 말이죠. 적가재들은 두 사람을 보고 어슬렁어슬렁 기어오고, 가말라시엘이 귀띔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눈치껏 입을 닥치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제 힘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220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8:23:41

>>213
"그냥 안 오겠다고 해도 돼요."

태양을 극복하겠다, 는 얘기가 사실은 안 오겠다는 이야기를 돌려 말하는 것으로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비냐는 엘리를 보더니 조금은 웃어 보입니다. 그리고는 엘리 덕분에 생긴 작은 변화를 말해줍니다.

"그래도 뭐... 예전에는 혹시나 해서 화를 안 냈는데, 이제는 엘리 님 덕분에 화내는 법도 배웠어요. 여관에서 누가 자꾸 엉덩이를 만지거나 시집 오라 해도 그냥 하지 말라고만 했었는데... 엘리 님 싸우는 거 보고 배운 대로, 누가 저한테 계속 집적거리길래 결투를 신청하고 한번 간에다가 찔러 봤거든요. 바로 거꾸러지더라고요. 그래서 여관 급사 일은 잘렸지만, 상대한테도 돈 받고, 또 제가 결투에서 이겨놓고 잘리는 거니까 여관 주인한테도 돈 받고, 그래서 여기서 그 돈으로 이 푸줏간 지분 절반을 샀어요. 제가 지금이야 일을 배우고 있지만 몇 달 뒤면 수익을 반으로 나누게 될 거에요.":

음... 그러니까 엘리 덕분에 살인 한번 끝내주게 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 살인 기술로 사람 한명 잡아서 담군 다음에 배상금 뜯어내서 그거로 사업을 바꿨다 이겁니다. 살인을 잘 하게 됐다는 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변태가 자기 몸을 만져도 아무 말도 못하던 사람이 엘리 덕분에 한방에 그 변태를 담구는 법을 배웠으니, 뭐, 나쁘냐 좋냐 둘 중 하나로 따지자면 좋냐로 보는 게 맞겠죠. 비냐는 소에 달린 밧줄을 엘리에게 건네고 말합니다.

"아무튼 감사해요. 그리고 잘 가시고요.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221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8:41:04

>>214
'영광입니다! 로렌스의 아가씨.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암허슈트는 그렇게 말하고, 헬렌은 광산 안으로 들어갑니다. 조금은 따뜻하꼬 때론 덥기도 한 공기와는 달리, 들어가자마자 어둠이 깔림과 동시에 물씬 차가운 느낌이 듭니다. 그 차가운 공기에 소름이 돋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헬렌은 자신의 발소리가, 자신의 부츠가 땅에 닿는 소리가 이렇게 컸나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옆에서 발소리도 존재도 없이, 걷지 않되 걸어가던 암허슈트는 우뚝 멈춰서서 시적으로 읊조립니다.

'피 묻은 두개골은, 그 어떠한 살점도, 머리카락도 엉겨붙지 않은 채 바깥에 내던져졌고, 수많은 눈들이 저 어둠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노니.'

본능적으로 읊조리자 헬렌의 몸에 소름이 돋고, 헬렌은 어둠 속에서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려 숨습니다. 그리고, 너무 어두워서 식별할 수는 없지만, 절그럭... 절그럭...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들과 함께... 쨍그랑... 짤그랑... 무언가 끌려다니는 소리가 들리더니... 동굴 속에서 퍼지다가 이내 우우우거리는 무의미한 바람 소리에 섞여 사라집니다. 암허슈트는 헛기침을 하고 말합니다.

'계속하시죠.'

222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8:41:50

로지를 선택했다면 두개골의 정체가 무엇인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추론했다면, 암허슈트는 이 동굴 상황에서 어떤 경우라도 선공권이나 기습 이점을 잡으면 잡았지 절대 기습당하지 않게 도울 것.

223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8:51:30

>>215
"누누코 씨가 사기를 당했던 그 도시란 뜻입니다. 네, 별 뜻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고, 요한은 곧장 마차를 끌고 도시의 정문으로 들어갑니다. 난민들이 줄지어 서 있지만 그들은 마차를 보자마자 자신들과는 처지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을 아는지 옆으로 비켜서고, 요한은 '감사합니다!' '네, 고맙습니다!' '협조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가 될 리는 없지만) '좋은 하루 되시길!'을 연신 외치며 들어갑니다. '화살 값이 인상되어 경고사격을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와, 쪼아먹히던 이상한 열매들을 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가기는 힘들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누누코는 요한과 함께, 참 정상적인 방법으로 도시 정문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경비병들이 마차를 잠시 막아세우지만, 요한은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과 현학적인 말투로 경비병들을 맞이하는군요.

"좋은 하루입니다! 오늘도 메츠 시의 안전을 위해 노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요한 브룬, 현상금 사냥꾼 겸 외과의사 겸 이발사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제 현상금 사냥 동업자 누누코 씨, 그리고 여기는 제 인생의 동반마 '바퀴벌레'랍니다."

요한은 그렇게 말하며 경비병들의 여러 질문에 답하고, 경비병들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합니다. 경비병들 중 한명이 주변을 바라보더니 휘파람을 불면서 이야기합니다.

"어이, 외과의사 양반. 외과의사 양반은 우리 도시 들어와서 거지마냥 빌어먹는 건 아니겠지? 우린 일단 일해서 기여하겠다는 놈들 때문에 죽겠다고."

"물론 아니죠. 여기 누누코 씨도 아니고, 여기 바퀴벌레도 아니고요. 어디 보자... 이 도시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의 진심은..."

요한은 가슴팍을 뒤적이고, 단검을 꺼낸다 오인한 경비병들이 바로 창칼을 들지만 요한은 가슴팍에 넣은 손을 흔들어 짤랑짤랑 동전 흔드는 소리를 냅니다. 그러자 경비병들은 피식 웃으며 창칼을 내리고, 요한도 웃으면서 두둑...하진 않지만 '통행세'치곤 꽤나 섭섭잖은 돈자루를 경비병에게 던집니다.

"...이 정도면 증명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메츠 시는 당신들을 환영한다. 의사 양반, 이족보행 토끼, 그리고 초거대 바퀴벌레."

참 간단하게, 누누코 일행은 이 도시의 정문을 통과합니다!

224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8:51:38

오늘은 여기까지.

225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8:51:56

내일도 일이 있는 관계로 월루각 설때마다 답레를 줄 거야.

226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8:52:55

그리고 공지하자면... 다른 스레에서는 캡틴이 있을때 그때그때 진행레스 가져오고 그러는데, 나는 월루각 설때마다 그때그때 답레 쓰고 그러니까, 레스주들도 시간 날때마다 그냥 되는대로 써서 올려주기 바람. 서로 이야기 빨리 진행하면 좋잖아?

227 아앨라나주 (bQqBKZlkzA)

2024-10-04 (불탄다..!) 19:10:53

진행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알겠어요

228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9:14:05

그리고 엘리주는 호르뮈셰 진행중에 잠깐이나마 엘리의 가족이 등장할거 같은데, 간략하게 이름이나 관계(자매, 조카, 이모 등) 서술해주기 바람. 아니면 임의로 설정할게.

229 엘리주 (lOclDvxXvM)

2024-10-04 (불탄다..!) 19:33:59

>>228 나는... 받아보고 싶은걸! 캡틴의 오마카세!

230 ◆MjRAeKhiz2 (lh5MihFa9M)

2024-10-04 (불탄다..!) 19:36:15

>>229
네... 엘리의 언니 한명 곧 출연합니다.

231 엘리주 (lOclDvxXvM)

2024-10-04 (불탄다..!) 19:42:40

야호~~

232 엘리 - 진행 (lOclDvxXvM)

2024-10-04 (불탄다..!) 23:43:41

@@>>220

"대학도시 호르미셰... 호르뮈쉐... 호르뮈셰. 아무튼 거기 갈거야!"

시니컬하게 목적지를 전하고 떠나고 싶지만 야속하게도 혓바닥은 따라주지 않는다.

가축을 어디 쓸꺼냐고 묻지 않는 걸 봐서 사용처는 아는 거겠지.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슬쩍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부턴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다!

233 ◆MjRAeKhiz2 (9s.AvAPp3Y)

2024-10-05 (파란날) 06:18:41

>>232
원래 세스타우 성은 야간 통행이 금지되어 있고, 엘리가 해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그 사건 때문에 더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엘리는 뱀파이어라 대낮에 나갔다간 어포나 훈제마냥 바싹 말라버릴게 뻔하니, 엘리에게는 특별히 예외를 적용하여 저녁에 보내줍니다. 소달구지에 얹힌 그녀는 딱 사람이 빨리 걷는 속도보단 빠르고 뛰는 속도보단 느린 달구지의 위에서 흔들리며 호르뮈셰로 향합니다.

음머ㅡ

꼭꼬댁, 꼭꼬

하루종일 피냄새를 맡으며 죽을 걱정만 하다 졸지에 풀려나와 바깥구경하니 좋나봅니다. 만약 엘리가 소를 일소로 부리려는 농민에게 판다면 이 소의 운은 좀 더 이어질지도 모르죠. 엘리의 등에는 등받이 대신 닭장이 실려서 닭들이 소달구지 진동에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균형을 잡습니다. 그렇게 호르뮈셰로 가는 첫 여정은 마치 브레멘 음악대 같군요...

234 ◆MjRAeKhiz2 (9s.AvAPp3Y)

2024-10-05 (파란날) 10:13:20

답레줘!!!!

235 ◆MjRAeKhiz2 (9s.AvAPp3Y)

2024-10-05 (파란날) 10:21:55

격일제로 하루종일 짜이고 하루쉬는 캡틴의 처리속도를 참치들이 못따라가는게 말이돼(찰싹찰싹)

236 엘리주 (Di.W5iiWL.)

2024-10-05 (파란날) 11:37:05

그것은 내가 잠꾸러기기 때문이랍니다~(주로 새벽에 줄창 깨있던 업ㅂ느)

237 엘리 - 진행 (Di.W5iiWL.)

2024-10-05 (파란날) 11:45:40

@@>>233

"음."

비상식량을 너무 많이 챙겨놨나?

아냐. 이게 떠들석하고 좋지 뭐.

"아, 이쪽이쪽."

원래라면 소에게도 시각이 있으니 방향 지시를 수시로 해줄 필요는 없었을테지만. 밤이기도 하고, 밤눈이 밝은 건 나뿐이기도 하니. 방향을 계속 지시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238 아앨라나 - 진행 (GP0svWDsUI)

2024-10-05 (파란날) 13:22:47


@@ >>219

저의 제안을 흔쾌히 승락한 그녀가 제가 손짓하여 가리키는 방향으로 먼저 앞장서 길을 가려고 하는 것에, 저는 곧바로 뒤따르려 하였지만 그렇게 될 수는 없었어요. 일련의 동작이 갑작히, 그녀가 멈춰서는 제가 그녀에게 살짝 부딪쳐버린 것이 관련되어 있기는 했지만 진정으로 문제는 이것이 아니였어요...

제가 그녀의 넘어로 불쑥 고개를 틀어서 엿보면 거기에는 크고 강해보이는, 집게발로 무장한 자연의 갑옷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몸에 두른 존재가 여럿이 모여들고 있었어요. 숲이 품고 있는 신비는 호수에도 이어져 자연스레 그곳에 자생하는 이들에게도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위협적인 모습도 이렇게 실제하는 거겠지요

호수가 바로 옆이니 이번에는 물가의 무리들이 저희를 상대해주려 하네요. 다만, 그들은 아무래도 적대인 것으로 보여요. 생물 도감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갑각류는 일생 동안 성장하고 그에 맞춰 껍질을 허물로서 벗고 몸에 맞는 새로운 껍질을 형성하고 이것을 반복해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스스로의 껍질을 벗겨내지 못해서 그 속에서 죽고는 해요. 이정도의 크기라면 얼마나 이것을 반복하고 그마다 성공해야 할까요?

"저들에게도, 저희에게도 안된 일이 되겠지만... 그들이 그러하듯 저희도 목적을 위해서 행동해야 해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계속 침묵을 지키며 주시하고 있었을 뿐인 가말라시엘 님이 먼저 그렇게 말을 걸어주었어요. 저는 그렇게하는 것이 옮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에 긍정하는 대답을 돌려주었어요. 과거에서의 그 때의 일을 교훈처럼 삼아 이번에는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게 망설이지는 않았어요

239 ◆MjRAeKhiz2 (9s.AvAPp3Y)

2024-10-05 (파란날) 14:40:10

>>237
엘리는 소달구지를 끌고 바깥으로 나가고, 세스타우 성 외곽의 주도로들을 따라 분포한 가옥들 사이를 지나치고, 가옥들을 지나치면 밭들이 나타납니다. 소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밤눈이 어두운고로 보이는건 멀리의 불빛과 달뿐이라, 고삐를 잡은 엘리의 손만 믿고 앞으로 나갑니다.

그러다보면 문득 엘리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동이 트면 어쩌지?

240 누누코 (tSo7eqwGWU)

2024-10-05 (파란날) 16:45:50

@@ >>223
"썩은내가 나."
경비병을 지나 도시 안으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누누코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것이 첫마디였고, 이 도시에 대한 극단적이고 압축적인 감상이었다.
경비 노릇을 못하는 경비, 우중충한 얼굴의 주민들... 돼지 우리처럼 벽이 높게 올려 가둬진 도시.
무엇보다 인간들의 냄새들.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을 정도야. ...후흥."
마차의 덜컹이는 진동에 몸을 맡기고, 고개를 돌려 주변 전경을 바라보았다.

241 엘리 - 진행 (Di.W5iiWL.)

2024-10-05 (파란날) 17:29:51

@@>>239

"뚜, 뚜껑만 덮으면 훌륭한 관 아닐까."

햇빛에 직접 노출되면 먼지가 돼버리니까, 햇빛 대책은 생각해놔야 하는데...

뭐, 달구지에 천장 덮고 낮이 지날때까지 뻐기면 될 것이다!.

그럼 뚜껑은 뭘 쓰느냐—

"...닭장을 얹어볼까."

소달구지 위에 닭장을 덮으면 뚜껑이 될 것도 같았고. 약간 기괴한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삶보다 중한 건 없다

242 ◆MjRAeKhiz2 (9s.AvAPp3Y)

2024-10-05 (파란날) 17:48:09

>>238
당연히 이번에도 베스니는 잉여 취급이고, 가말라시엘의 지팡이는 주변의 마력을 잔뜩 흡수하는데 개중에는 큰적가재 한마리도 휘말립니다. 풀떼기들은 시들다 말라 비틀어지고, 조개는 바스러지고, 큰적가재는 바짝 말라버리는군요. 그래도 가말라시엘이 이제는 베스니를 아군 취급은 해주는지 이 참화에 그녀는 휘말리지 않고, 선두의 큰적가재가 말라죽고 아앨라나는 가득찬 마나를 획득하며 선공을 가져갑니다. 아앨라나는 무슨 마법을 써보나요?

//아무거나 선언하면 수준과 상황에 맞춰 위력 서술함

243 ◆MjRAeKhiz2 (9s.AvAPp3Y)

2024-10-05 (파란날) 19:48:21

>>240
"맞는 말입니다. 인간들이 익숙해지니까 인식을 못해서 그렇지, 원래 인간 자체가 냄새가 고약한 동물이죠."

그게 우리가 비든베일에서 목욕재계를 한 이유기도 하고 말입니다, 라는 사족과 함께 요한은 마차를 끌고 정문을 넘어 대로변으로 나갑니다. 요한의 마차에 버금가거나 더 큰 마차들이 여관과 교역소에 줄을 서 있지만, 요한은 그쪽에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이름도 참 생소한 '총괄치안국 메츠시 지소' 라는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로 향합니다.

"미스터 스위트의 시체를 꺼내시죠. 현상금 사냥꾼의 또다른 실무, 현상금 받기를 배우실 시간입니다."

바퀴벌레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요한이 말합니다.

244 누누코 (tSo7eqwGWU)

2024-10-05 (파란날) 20:22:09

@@ >>243
건물에 거의 다다르자, 요한의 말에 누누코는 별다른 대꾸 없이 자리에서 능숙히 뛰어내려 짐칸안에 손을 넣어서 '미스터 스위츠' 가 담긴 자루를 자신의 앞으로 끄집어왔다.
자루 안에서 부패의 냄새 대신 인위적인 약물의 냄새가 풍겼다. 그것이 '미스터 스위츠' 의 신원 확인을 도와줄 것이었다.
마치 소세지를 연상캐하듯 굉장히 꽉 찬 자루였다. 척 보기에도 무거울 그것을, 누누코는 신음 한 번 없이 단신으로 번쩍 들어올려 갖고 나왔다.

"누누코는 이해 할 수 없어."
시체를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며 요한의 옆에서 중얼거리듯이,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시체를 주고 대가를 받는다니."
"여기 인간들은 이 녀석을 고기로라도 만들어 먹을 생각인가?"

245 아앨라나 - 진행 (GP0svWDsUI)

2024-10-05 (파란날) 20:41:14


@@ >>242

가말라시엘 님이 힘을 부려서 주변의 생물체와 환경 그 자체로부터 강제로 마력을 끌어당겨 흡수함으로서 전해주어서 저는 빠르고 대량으로 추가분의 마력을 얻어낼 수 있었어요. 그러므로 저는 자체적으로 큰 소모 없이도 충분히 강한 마법을 부릴 수 있을거에요. 그러한 과정 자체부터 이미 저들의 하나를 처치하게 된 것을 보면서 곧바로 저는 지팡이를 약간 높이 앞으로 들어올려서는 저들을 향하고 그렇게 응축된 마력을 거대한 불씨로 화해 떨어지는 유성과도 같이 저들에게 선사하려 했어요. 저의 생각대로 된다면 이것은 저들을 불사르고 그 떨어지는 충격으로도 상당할 것이기에 흐트러지겠지요

246 헬렌 - 진행 (eN/C3EsAoo)

2024-10-05 (파란날) 21:36:14

@@>>221
광산 안은 동굴이 그렇듯 어둡고 차가운 느낌이 든다. 소름이 돋고 발소리가 커다랗게 들린다. 그건 동굴이기 때문 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내부에 있는 어떤 것의 위험성이 그렇게 만드는 것일지도.

그리고 암허슈트의 시적인 말에 본능적으로 웅크려 숨은 헬렌은 절그럭, 쨍그랑 거리는 소리들을 듣게 되었다. 뭘까. 그것만으로는 추론할 수 없겠지만 암허슈트의 두개골이라는 말이 신경쓰인다. 스캘레톤 류의 몬스터를 말하는 걸지도. 아니면 여기에서 죽은 희생자들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무언가가 있고 여기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은 생각을 해도 될 만큼 정보가 모이지 않았으니 편견을 가지지는 않으려고 한다.

‘일단 지나간 것 같으니 안쪽으로 더 들어가보죠.’

헬렌은 동굴의 안으로 더 들어가려고 한다.

/어둡지만 시야는 보이는 정도이려나? 광원이 없을 것 같은데. 불을 밝히는 게 필요할까? 아님 그냥 계속 전진해도 되려나?

>>222 로지와 암허슈트 선택지에 따라 갈리는 거 재밋다! 두근두근한 기분임~
>>226 확인! 나도 시간날 때마다 되는대로 써서 올릴게! 시간이 더 자주 났음 좋겠다........()

247 ◆MjRAeKhiz2 (9s.AvAPp3Y)

2024-10-05 (파란날) 23:55:36

>>241
...졸지에 소달구지는 닭장과 널빤지로 둘러싸인 요상한 모양이 되지만, 그래도 엘리가 대낮동안 제정신을 유지하거나 은신처를 찾게 도와줄 겁니다. 밤에 활동하는 산적들이라면 엘리 입장에서 도시락이 제발로 뛰어오는 셈이지만 만약 대낮에 엘리를 조지고 값나가는 것을 찾으려는 이가 달려든다면...

아무튼 엘리는 닭을 머리위에 얹은듯한 요상한 느낌으로 계속 나아가다, 다리를 건너는 대로길과 숲을 타는 오솔길의 갈림길을 만납니다. 밤이라 어두워서 어디가 더 빠를지는 모르겠지만 일장일단은 상식선에서 확실합니다. 대로는 지도 등 정보를 구하기도 쉽고 '인간 기준에서' 비교적 안전할 겁니다. 숲속 오솔길은 나무의 영향으로 어두컴컴해서 햇빛의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고, 저층과 하층으로 매우 입체적인 지형이 전투 돌입시 엘리에게 수많은 변수를 창출해줄 겁니다. 엘리는 어디로 고삐를 돌리나요?

248 ◆MjRAeKhiz2 (mIIZUV9DYA)

2024-10-06 (내일 월요일) 00:09:16

>>244
"누누코 씨도 부족을 그 꼴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자들. 예를 들어 침략군의 장군이라던지, 노예상이라던지, 그런 이를 누가 쳐죽여준다면 뭐라도 보답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현상금 제도의 기본입니다. 시체는 어디까지나 확인을 위한 수단이죠."

요한은 이번만큼은 누누코도 이해할 법한 설명을 하며 문을 엽니다. 그 안에는 딱 봐도 나 공무원이요, 나 책상물림이요, 나 안경잡이요, 나 글쟁이요 하는 이들이 창구에 앉아 무의미한 얇은 나무 쪼가리들과 싸우고 있고, 요한은 요령 좋게 '현상금 청구'라 적힌 창구에 찾아가서 직원에게 말을 겁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아름다운 마담! 다름이 아니라, 여기 있는 누누코 아가씨께서 최근 해결한 국가적 관심 사안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청구하기 위해, 제가 실무 보조 겸 대리인 자격으로 함께 왔습니다."

"..."

직원은 들은 체도 안 합니다. 문명인은 골통이 쪼개질 일이 없기에 야만인보다 더 무례하다던 격언이 생각나던 와중에, 요한이 누누코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이야기하는군요.

"여기서 강한 인상을 주면 됩니다.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거나, 또는 누누코 씨가 부족 시절에 누군가를 찢어죽이기 전에 내지르던 전투 함성이나..."

그러자 직원이 고개는 드는데 여전히 대답은 안 합니다.

249 누누코 (caj/drRrWs)

2024-10-06 (내일 월요일) 00:40:36

@@ >>248
그러자 누누코 어깨에 들춰매고 있던 자루를 마담의 책상 위에 엎어치듯이 내려놓았다. 철푸덕을 넘어 아예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며 푸대자루가 일순 나뒹굴었고... 물론 그것은 미스터 스위츠였다. 누누코와 요한에게 걸린 이상 아무래도 조용히 잠들긴 글른 것 같았다.

"시간이 없어."
그 뒤 누누코가 말하며 시체와 책상 너머로, 상체를 기울여 마담에게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거침없고 정제되지 않은 야생의 몸짓이었다.
누누코는 접수원의 얼굴을 거의 영거리에서 마주봤고, 포식자 특유의 입김을 흘리며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계속 거기 앉아 누누코의 시간을 낭비시킬 셈인가?"

250 누누코주 (caj/drRrWs)

2024-10-06 (내일 월요일) 00:41:47

>>226 확인했어요~~~ 사실 머리로는 알고는 있는 건데 여건이 안 나서 힘드네요~~ ㅜㅜ
그래도 틈날때마다 와서 쓰도록 할게요~~ 고마워요~

251 엘리 - 진행 (0CA8MQxXnA)

2024-10-06 (내일 월요일) 00:50:28

@@>>247

"음—"

잠시 고민하곤 대로 쪽을 향했다. 오솔길 쪽이 명확히 전투에 유리했지만, 여행길을 나서면서 전투상황을 상정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여행길 정도는 피 냄새가 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싫어하진 않지만 음식 냄새를 하도 맡으면 물리기도 하는 법이었다.

252 ◆MjRAeKhiz2 (IBKCNq7/FE)

2024-10-06 (내일 월요일) 01:10:51

>>245
...

......

.........


분명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마력이 모였고, 주문 시전의 절차도, 마력을 끌어내는 방법도 완벽했는뗴 감감무소식입니다. 아앨라나는 무언가 잘못됐나 싶어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봅니다. 앨리스님이 가르쳐주셨던 대로, 책에서 봤던 대로, 지나가던 도인이 알려줬던 대로 어떻게든 마법을 시전하려고 하는데... 그 순간, 갑자기 하늘 위에서 거대한 불덩어리가 떨어집니다. 아앨라나가 어리둥절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동안 이번에는 베스니가 그 불덩이를 발견하고, 베스니가 당황해서 몸을 던져 아앨라나를 붙잡고 강가의 모래밭에 구릅니다.

"위험해요!"



꽈가가가가가강!!!!!!!



귀에서 피가 흐른다고 착각할 정도의 폭음입니다. 얼굴이 뜨겁고 쓰라립니다. 간신히 눈을 떠보면 폭발을 받아낸 베스니가 고통스럽게 모래사장에 온 몸을 구르고 있고, 옆을 보면... 큰적가재가 있었어야 할 곳에 웬 빨갛게 익어버린 초거대 가재 요리들이 보입니다. 가말라시엘이 사족을 다는군요.

"이번만큼은 저 말다리 여편네가 쓸모가 있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253 ◆MjRAeKhiz2 (IBKCNq7/FE)

2024-10-06 (내일 월요일) 01:36:28

>>246
앞으로 나아가는 헬렌의 눈에는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가지런이 정리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낡은 곡괭이들, 한데 쌓인 밀랍 덩어리들, 수많읜 의미없는 돌들 사이에 섞인 의미가 '있을 수도 있는' 돌들...헬렌은 뭔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이게 이 컴컴한 동굴 속에서 보일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 분명 광부들이 한달째 일을 못하고 있다고 했는데 왜 보일까요. 헬렌은 주변을 바라보고, 생생하게 켜진 램프가 쌍심지를 켜고 그녀를 노려보는 것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암허슈트가 험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잡아끌어 다시 어둠 속으로 밀어넣습니다.

'죽음이냐, 죽임이냐, 선택하십시오.'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암허슈트는 헬렌의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더니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는, 어딘가를 가리키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가리키는 곳을 보면... 갑옷을 입은 이 두 명이 나오더니, 한 명이 척추를 들고 나머지 한 명이 피 담긴 병을 거기에 쏟아서 피로 적시고 있습니다... 헬렌은 아까 입구에서 봤던 피 묻은 두개골을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것도...

아무튼 각설, 헬렌은 만약 공격하고자 한다면 완벽한 기습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 이번밤은 여기까지

254 엘리주 (0CA8MQxXnA)

2024-10-06 (내일 월요일) 01:38:55

굿나잇

255 ◆MjRAeKhiz2 (IBKCNq7/FE)

2024-10-06 (내일 월요일) 07:53:17

>>249
자루에 실린 시체에서 무언가 데굴데굴 빠져나옵니다. 요한이 무언가 싶어 보더니 '저런!'하고 혀를 차는군요. 이제 보니 미스터 스위트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고 있습니다. 그걸 보자 직원도 질려서는 두 손 두 발 다 듭니다. 대성공입니다! 누누코가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미스터 스위트를 살해할 때 놀라운 각력과 치악력으로 목을 물어뜯고, 거기에 더해 요한이 몰약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목에 이것저것 쑤셔넣고, 또 누누코가 여기서 쾅! 하고 내려치니 목이 더 이상 못 버틴 것 같습니다. 요한은 미스터 스위트의 머리를 붙잡아 자루에 다시 담고, 직원은 도망치듯 상급자를 불러옵니다.

"요즘 현상금 사냥꾼들은 극성이구만."

"칭찬 감사합니다!"

상급자의 죽일 것 같은 눈빛에도 요한은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이고, 담당자가 미스터 스위트의 얼굴과 현상수배지를 대조해보는 절차 끝에 두둑한 200탈러, 누누코의 몸값보다도 더 비싼 현상금이 누누코의 가슴팍에 놓입니다. 요한은 웃으면서 누누코의 어깨를 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미스터 스위트의 현상수배지도 같이 두는군요.

"아마 현상금을 의도하고 살해한 건 아니겠지만, 첫 현상금 사냥 성공을 축하합니다. 이것도 가지고 계세요. 현상금 사냥꾼들한테 처음으로 성공한 현상금 사냥 수배지는 행운의 상징이거든요. 특히 더럽게 개고생해서 받았을수록요."

256 ◆MjRAeKhiz2 (IBKCNq7/FE)

2024-10-06 (내일 월요일) 09:47:14

>>251
엘리는 대로 쪽으로 향합니다. 소달구지 바퀴 아래를 받치는 다리의 돌바닥이 엘리의 허리를 두들기는 것 같지만, 그 구간을 지나고 나니 엘리는 광활하게 탁 트인 곳을 보게 됩니다. 달빛이 칠한 밤하늘과 구별되는 지평선이 일자로 넓게 트이고, 엘리는 그곳에서 마치 점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온 건물들과 마을들을 몇 개씩 봅니다. 아마 그곳이 말로만 듣던 방문객을 털어먹는 그런 악질 마을이 아니라면, 엘리는 그곳에서 잠시 묵다가 갈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임시용이긴 하지만, 이 소달구지를 좀 더 쓸만하게 개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둥 붙이고 널빤지만 좀 갖다붙이는 정도라면 얼마 안 들 테니까요. 엘리는 계속 나아가다가, 지나가는 마차와 마주칩니다. 안에서 램프를 든 남자가 나와서 인사하는데, 변발을 했군요.

'...당연히 루마족이었지! 남자들은 전부 머리카락을 변발을 했고, 여자들은 등 쪽에 달 모양 문신이 있었어! 피를 많이 빨았는지 덕분에 피비린내가 안 나서 도축하는 맛이 있다고 좋아하더라고! 하지만 멍청이들이지! 어떻게 저런 멋진 뱀파이어님이 된다는 거야?!'

그 사교도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군요. 루마족 같습니다. 루마족 남자는 엘리를 보더니 묻습니다.

"안녕! 길 위 손님! 혹시 점술 관심 없어? 물건도 팔아! "

이 밤중에요?

257 헬렌 - 진행 (w9PiXKptMk)

2024-10-06 (내일 월요일) 10:30:12

@@>>253
밀랍? 헬렌은 뜬금없는 물체에 의문이 든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돌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확인해보기도 전에 헬렌은 램프가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죽임일 수밖에 없다. 단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어느정도 호신을 할 정도는 된다. 그러니까... 자신이 사용하는 단검에 스스로 다치지 않을 정도는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척추에 피를 쏟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갑옷을 입고 있는 상대. 단검을 들고 덤비기보다는 확실하게 제압해보려고 한다.

‘흙의 정령아. 저 두사람을 감싸 움직이지 못하게 해줘. 소리 지르지 못하게 입은 꼭 막아두고 숨은 쉴 수 있게 코는 열어두고. 아, 램프가 깨지지 않게 조심해줘.’

어두워지면 좀 곤란하니까.

258 ◆MjRAeKhiz2 (IBKCNq7/FE)

2024-10-06 (내일 월요일) 11:18:30

>>257

콰쾅!!!

헬렌의 청원에, 흙의 정령은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라는 듯 사방에서 뻗어나옵니다. 갑옷 입은 이들이 놀랄 새도 없이 갑자기 광산의 지반을 이루던 흙들이 뻗어나오더니 그들을 덮쳐버립니다. 우드득, 몸 속 어딘가의 뼈나 장기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흙의 정령은 문자 그대로 숨 쉴 수 있는 콧구멍만 남겨둔 채 그들을 매몰시켜버립니다.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상대는 헬렌에게 반격하기는커녕 헬렌의 기습을, 아니, 헬렌의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콧구멍만 빼고 묻혀 버렸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 동굴 안에 있는 이들이, 이 모든 것을 들었습니다. 로렌스의 아가씨. 아가씨께서 부탁할 수 있는 모든 작은 친구들을 불러모으십시오.'

...암허슈트의 말대로, 이 동굴 안에 뭐가 있건 간에, 헬렌에게 적의가 있는 이들은 이것을 중대한 비상 사태로 규정할 거라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두두두두 하는 진군 소리가 들려오는군요.

259 ◆MjRAeKhiz2 (IBKCNq7/FE)

2024-10-06 (내일 월요일) 11:18:37

헬렌주 ㅎㅇ

260 헬렌주 (w9PiXKptMk)

2024-10-06 (내일 월요일) 11:29:41

캡 ㅎ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와 헬렌이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정령술의 스케일이 커지는게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히 라는 말을 넣었어야 했는데!!! ㅋㅋㅋㅋ!!!
헬렌 : 0ㅁ0.......

오늘도 그렇고 평일에는 제대로 못 오니까 담주 주말에나 올 수 있으려나. 한 번 더 이을 수도 있고 못 이을수도 있고 그렇다~!

261 ◆MjRAeKhiz2 (5x847tSNVQ)

2024-10-06 (내일 월요일) 12:38:57

>>260
처음에는 원숭이손인지 정령인짖모를정도로 사고나고 이러다가 점점 제어에 능숙해지는 서사를 생각하고 있어!

262 헬렌주 (w9PiXKptMk)

2024-10-06 (내일 월요일) 12:53:19

>>261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

263 엘리 - 진행 (0CA8MQxXnA)

2024-10-06 (내일 월요일) 13:50:53

@@>>256

'와 정말 하나도 의심이 안 되는걸?'

내 머릿속이 꽃밭이어서 그런 건 아니고. 무슨 꿍꿍이가 있어도 어차피 나한텐 안 통할테니까. 속이 구리지 않다면 서로 잘 헤어지는거고, 구려도 쓴맛을 보여주면 그만인 얘기.

"점술이면, 내 앞날을 점쳐주는 그런?"

애초에 점을 받는 인간이라면 속에서 점을 믿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렇기에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점괘를 들으면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좋은 일에도 '이거 점 때문인가?' 라고 생각하게 되고,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점괘를 들으면 평범한 나쁜 일에도 '점 때문인가?' 라고 생각하게 되니.

뭐, 요는 재미로는 한 번 받아볼만 하다는 거겠지.

264 아앨라나 - 진행 (M/AhhXl6jM)

2024-10-06 (내일 월요일) 16:22:55


@@ >>252

저는 제대로 했냈다고 생각했지만,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어요. 다만, 여전히 저의 마법을 위한 마력의 흐름은 여전히 한 점으로 모여들고 발현할 것임을 느껴지고 있었어요

"엣...?!"

마법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저의 생각대로, 아니요. 그 이상으로 발휘되었어요. 제가 한 실수가 있다면 그만큼 강력한 것이라면 그 뒤에 있에 있을 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일거에요. 저의 스스로만이 아닌 것으로서 모여든 거대한 힘이 집중되는 만큼 균형을 맞춰 섬세하게 강한 통제력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저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았아요. 저들에게 날려보내고 닿았을때 터지도록 하려던 저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완전히 발현되기 까지 다다르던 것은 그 이후에 마법은 갑작스럽고 너무 빠르게 작용했던 거에요

"그녀는 쓸모가 없지는 않았어요. 이번처럼 중요한 일을 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괜찮답니다. 도움을 주시려던 것이잖아요? 그래서, 위협적인 저들을 전부 물리칠 수 있었어요"

그 순간에 그녀가 몸을 직접 내던져 보호해 주었고 저는 상황이 일단락 되자, 저는 잠시 몸을 추스리고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어느정도는 부정하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동시에 가말라시엘 님도 미안했다며 사과하여 주시는 것에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덧붙여 말해주었어요. 베스니가 지금까지 도맡아 짐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녀는 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가 비록 도움과 반대되는 것들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사소하던 중하던 도움이 되었다는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감사드려요, 덕분에 큰 해를 입는 것을 피할 수 있었어요"

저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잡아서 일으켜 세워주도록하면서도 부드럽게 한번 가볍게 안아주고는 정중한 태도로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렇게 감사를 표했어요

265 누누코 (caj/drRrWs)

2024-10-06 (내일 월요일) 16:44:42

@@ >>255
'행운의 상징...'
누누코는 고개를 내려 손안의 수배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증오스러운 돼지의 몽타주가 그려져있었다. 완전히 빼다 박았냐고하면 그건 아니지만,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피부나 재수없이 높은 콧대는 완벽히 그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녀석은 이제 없다. 이 이빨로 그 목에 구멍을 내어, 찢고 뜯어내었으니.
그리고 이것은 사냥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이 현상수배지는 그것을 의미했다.

"―신성한 들판에서,"
"커다란 사냥감을 잡게되면 그 발톱과 이빨을 장식으로 만들어 목에 걸어주는 일이 있었어. 전사로서의 증표인 셈이야."
"가호라고 했었어. 처음에 누누코는 그런 건 믿지 않았지. 하지만 누누코네 동료들은, 끈질겼어."
살육의 운명을 타고 난 보팔토끼의 수인.
그녀는 거기에 서서 시선을 수배지에서 때지 않은채 홀로 중얼대듯 말했고. 잠시 뒤, 조용히 그 수배지를 말아 접어서 몸 어딘가에 쑤셔넣었다.
인간들이 만들어 낸 이 전단이, 과연 자신에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인가- 누누코에게 새롭게 지켜봐야 할 과제가 추가 된 셈이었다.

"그보다 가져가야 할게 있지 않나, 요한?"
그리고 누누코는 걸어가며, 자신에게 놓인 탈러 주머니를 움켜쥐어 요한에게 내밀었다. 아직 배분은 하지 않았을 터다.

266 누누코주 (caj/drRrWs)

2024-10-06 (내일 월요일) 16:44:59

다들 안녕하세요~~ 잠자기 좋은 날이네요~

267 아앨라나주 (M/AhhXl6jM)

2024-10-06 (내일 월요일) 17:19:30

안녕하세요

268 엘리주 (0CA8MQxXnA)

2024-10-06 (내일 월요일) 17:46:09

반가워~~

269 ◆MjRAeKhiz2 (c5ZUz5E632)

2024-10-06 (내일 월요일) 19:56:37

>>263
"우리 가족, 손님 환영해!"

그렇게 말하며 루마족 사내는 엘리를 커다란 마차 안으로 들입니다. 안에는 여자아이들이 엘리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손뼉을 짝짝 치며, 엘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웃으며 촛불 사이로 인사하는데 아마 환영 같습니다. 여자아이들이 뒤로 물러나면, 온 몸에 별자리로 보이는 검고 파란 점과 선을 새긴 노파가 엘리를 바라보더니 정체를 바로 알아봅니다. 그리고 공용어가 어색하던 사내와는 달리 유창한 공용어로 예를 표하는데 하는 말이 의미심장하군요.

"뱀파이어 손님. 우리는 대접할 피는 없습니다. 유감이군요."

...라고 말하고는, 바로 공짜로 점을 쳐줍니다.

"내일은 지나가다 구걸하는 장님 두 명을 만날텐데 첫째는 사기꾼이니 무시하고, 둘째는 진짜니 적선하셔서 덕업을 쌓으셔도 됩니다. 이것보다 더 큰 점은 더 큰 대가를 주셔야겠죠."

270 ◆MjRAeKhiz2 (c5ZUz5E632)

2024-10-06 (내일 월요일) 20:59:37

>>264
"헤헤..."

베스니가 드디어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어깨를 으쓱으쓱하며 큰적가재에게 가까이 갑니다. 베스니는 가방에서 도끼 같은 간단한 도구를 꺼내 빨갛게 익은 갑각류의 관절부위를 내리쳐 끊고, 삶겨진 가재살을 어떻게 살살살 빼내봅니다.

"어때요? 저, 이런거도 배웠어요!"

...독도법이랑 숲 생존법은 하나도 안 배운 인간이 가재 살 바르는 법 배우는 시간은 어디서 났나 싶지만 무시합시다. 아무튼 두 사람은 배터지게 먹을 가재살을 확보하는데 성공합니다.

272 ◆MjRAeKhiz2 (c5ZUz5E632)

2024-10-06 (내일 월요일) 21:34:16

>>265
"음?"

요한은 총괄치안국 건물의 붉은 벽돌 사이를 나서며, 몫을 나누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누누코를 보고는, 이상하다는 듯 주변을 보더니 주머니를 잡은 누누코의 손을 그녀의 가슴팍 쪽으로 조심스레 다시 밀어냅니다. 그리고, 누누코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새삼스레 상기시켜줍니다.

"미스터 스위트는, 누누코 씨가 죽였지요. 제가 한 거라곤 시체 도둑질, 시체 염하기, 마차 수송 정도 아니었나요? 그렇다면..."

하나, 둘, 셋... 요즘 인부 노임이, 마차 단가가... 하며 따져보던 요한이 말합니다.

"10탈러 정도. 어떠십니까?"

...그 개고생을 하고도 10탈러라. 그 취업사기 때는 한달 월급이 5탈러였고 밀입경 비용도 5탈러였다는데, 200탈러를 받고 나니 허탈해집니다. 뭐, 아무튼 요한은 바래봤자 10탈러보다 더 바라진 않습니다. 요한은 '공짜 팁'이랄 것을 줍니다.

"현상금 사냥꾼을 할 때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내 몫을 확실히 챙기되, 그만큼 남의 돈 무서운 줄도 아는 겁니다. 남의 몫을 가르치려는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직접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요한은 손날로 정수리를 찍는 시늉을 하면서, 누누코가 도끼를 던져 머리와 가슴을 쪼개버렸던 그 사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것저것, 누누코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잊어버리는 것들을 떠올리게 해주는군요.

"아무튼 이제, 뭘 하실 예정인가요?"

273 ◆MjRAeKhiz2 (c5ZUz5E632)

2024-10-06 (내일 월요일) 22:04:37

오늘은 10시반까지 올라오는거 없으면 자러갈듯

274 아앨라나 - 진행 (M/AhhXl6jM)

2024-10-06 (내일 월요일) 22:32:11


@@ >>270

"후후훗..."

그녀의 반응에 저 또한 덩달아서 작게 웃어보았어요. 저는 어느덧 그녀와 함께하는 것에 거의 완전하게 익숙해진 것 같아요. 그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저를 도와주었으니까요. 이렇게 동행하여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미약한 인연이라는 이름의 실가닥을 하나씩 여러가닥을 모아서 실타래에 엮고는 점차 굵게 해나가는 거겠지요? 처음 만났을때의 어색함도 점차 다른 것으로 대체 되어가는 것이에요. 때가 되면 해어지게 될 것이겠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맺어지는 매듭이 있어서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이에요

"여러모로 손 재주가 좋으신 것 같아요~"

이후 그녀가 잘 구워진 그것들에게 다가서서는 능숙하게 그 껍질 속의 살점을 꺼내보여주는 것을 저는 지켜보다가 그녀가 그리 묻듯이 말하자 그에 대해 칭찬하며 대답해주었어요. 이 수많은 가재의 고기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전부 먹으려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많다면 그러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어쩌면... 저희가 먹을 분량만 남겨두고는 앞으로 방문할 마을에 파는 것을 해볼 수도 있을지도 몰라요

275 엘리 - 진행 (94rCuN8Zdg)

2024-10-07 (모두 수고..) 15:03:50

@@>>269

오호라.

추상적인 면이 없고 꽤나 구체적이다. 적당히 복이 온다느니 흉이 온다느니 하는 추상적인 소리나 들으러 온 거였는데.

구걸하는 장님이 둘 나타난다는 구체적인 형태가 아닌가?

이 쯤 되니 더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용 통채로 사기면 어쩔 거냐고? 뭐, 내가 돈에 연연하는것도 아니고, 그래도 상관없겠지.

"닭으로 지불할수 있을까?"

한 마리 정돈 치워야겠단 생각이 든 참이라!

276 ◆MjRAeKhiz2 (KGV67j1Ay.)

2024-10-07 (모두 수고..) 15:23:00

>>274
가재살을 임시로 한입 먹어보니 맛있긴 한데... 동시에, 이거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마을이 얼마나 가까운지 모르겠는데 당장 가지 않는 이상 이 가재살은 벌레가 꼬이건 썩건 둘 중 하나겠죠. 다행히도 뷔르트겐 호수는 나무가 없어서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는 덕분에, 베스니의 등짐에 얹고 주기적으로 뒤집어서 말리고, 여기에 더해 아앨라나가 들고 있는 가말라시엘의 지팡이의 힘으로 공간을 비틀어 공간 그 자체를 볼록렌즈로 만들어, 베스니의 등짐 위 가재살이 바싹 마르고 구워집니다. 물론 짊어지는 건 베스니의 수고고 말리는 건 가말라시엘의 수고니 뒤집는 건 아앨라나가 고생 좀 해야겠죠.

"것참. 살다가 공간왜곡술로 건가재포나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라는 가말라시엘의 불평을 뒤로 하고 다시 나갑니다.

277 ◆MjRAeKhiz2 (KGV67j1Ay.)

2024-10-07 (모두 수고..) 18:04:04

>>275
"고마워. 길 위 손님! 어린 암탉이면, 우리 가족 친절해! 손님 소달구지, 지붕 달아줄게!"

루마족 사내는 달구지에 있던 닭들 중에서 가장 어린 암탉, 즉 살아서 계란과 병아리를 오래 뽑아낼 닭을 멋대로 골라내 가져오더니, 또 멋대로 망치와 낡은 천막 따위의 자재를 가지고 바깥으로 나갑니다. 소년과 소녀들도 호기심인지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인지 따라나가고, 마차 벽 너머로 들리는 망치 소리를 배경으로 엘리는 다른 점괘를 듣습니다.

"당신의 혈육이 찾아올건데 화가 아주 많이 났을 겁니다. 만나자마자 변을 당하기 싫으면 인간의 피 한 모금 분량을 준비해서 친교의 뜻을 명확히 하세요."

...음. 인간들만 가득한 곳에서 참 내줄만한 점괘군요. 노파가 잇습니다.

"소녀의 피는 닭 한 마리, 저 남자의 피는 계란 한 알, 제 피는 못 줍니다. 영업의 비결이라."

...무슨 뜻인지 엘리는 알아차립니다. 아마, 스스로의 피에 흐르는 생명력을 촉매로 예언술을 쓰나 봅니다.

278 ◆MjRAeKhiz2 (KGV67j1Ay.)

2024-10-07 (모두 수고..) 18:04:39

오늘은 여기까지
사유: 오늘근무, 내일도근무라 틈이 x

279 엘리주 (Sv62hvtvEg)

2024-10-07 (모두 수고..) 18:16:22

고마워~~ 힘내~~

280 아앨라나 - 진행 (EL4d69yEUs)

2024-10-07 (모두 수고..) 19:36:56


@@ >>276

구워진 가재의 고기는 따로 제대로된 요리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좋은 맛을 자랑했어요. 제대로 요리에 곁들이거나 재료로서 사용된다면 분명 훌륭한 식사가 만들어 질 수 있었을 거에요. 저는 이 수많은 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생각했고 우선 그 부피를 줄이고자 해보기로 했어요. 그 방식은, 호수의 특색 만큼이나 햇빛이 잘 들지 않던 검은 숲의 다른 장소에 비해서 잘들었기 때문에 수분을 줄이는 것, 말려 건포와 비슷하게 처리하는 것이였어요. 이것들을 옮기는 것도 지금까지 물건들을 가져가던 것처럼 베스니가 하였고, 저는 고기를 제대로 말리는 것을 맡기로 했어요

"그렇네요~ 이렇게 하게 된다니 색다른 느낌이에요~ "

무엇보다 그 과정은 특별하게 이루지게 되었어요. 이번에도 가말라시엘 님의 힘의 도움이 있었고 저는 그렇게 말하는 것에 긍정하며 따라서 그리 말했어요. 불평을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희를 위해서 뛰어난 발상으로서 힘을, 그렇게 공간을 구부림으로서 빛이 비추는 각도 자체를 조절하는 방식은 특별하고 뭔가 재미난 느낌이였어요. 이대로 저는 고기들의 상태를 보면서 적당히 하면서 근처에 있을 어촌을 향하기로 했어요

281 아앨라나주 (EL4d69yEUs)

2024-10-07 (모두 수고..) 19:38:10

수고하셨어요! 힘내세요~

282 엘리 - 진행 (Sv62hvtvEg)

2024-10-07 (모두 수고..) 20:00:49

@@>>277

"하아..."

그들의 점술이 신빙성 높은 종류의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한숨을 내쉰다. 여기서 혈육이라니!

하지만 만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뭐라도 준비해놓아야 하는게 맞았기에, 계란 하나로 남자의 피를 사고자 한다.

"애들은 그런거 싫어해~"

소녀의 피도 소녀의 피였지만, 싫어하는 아이를 그렇게 하기엔 뒷맛이 썼으니까.

283 ◆MjRAeKhiz2 (XF96JeTxdY)

2024-10-08 (FIRE!) 11:46:11

>>280
두 사람은 실시간으로 노릇노릇 구워짐과 동시에 바삭바삭 말라가는 어포를 얹은 채 플라베르흐로 향합니다. 건조된다는 건 수분이 빠진다는 뜻이고, 수분이 빠진다는 건 베스니가 들 무게도 가벼워진다는 뜻입니다.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가벼워지는 발걸음을 만끽하며 앞장서 걸어가는 베스니의 눈에 수평선에서 무언가 반사되는 것이 보이고, 아앨라나는 플라베르흐의 반사판 등대임을 알아차립니다. 밤에는 불빛으로, 낮에는 햇빛으로 울창한 숲속에서 마을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고안했다고 알려졌죠.

"우와, 드디어 아앨라나씨 빼고 다른 사람도 본다!!!"

검은 숲의 운둔자들은 심하면 년단위로 사람을 안 봐서 말하는 법도 까먹는다지만, 베스니는 바깥 사람이라 사람 생각에 신이 나서 달려갑니다.

284 ◆MjRAeKhiz2 (XF96JeTxdY)

2024-10-08 (FIRE!) 12:32:37

>>282
땅땅땅 땅땅땅 하는 망치 소리가 멈추고, 변발한 남자가 땀범벅이 된 채 들어옵니다. 그리고는 뭔가 마시는 시늉을 하며 안에 남아있던 소녀에게 알 수 없는 언어로 말하고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차 안의 물동이를 열어 물을 한 사발 떠줍니다. 그때, 노파가 작은 병을 꺼내더니 주문을 읊조리고 엘리는 그 사내의 목울대에서 핏빛 연기가 피어나 병 안으로 모이고, 연기가 액체의 형태를 취해 피가 되는 것을 봅니다. 사내는 채혈 사실도 모르는 눈치지만, 계란을 받아 좋아합니다.

엘리는 그새 닭이 낳았던 달걀 하나를 잃고 인간의 피 한병을 획득합니다. 공짜점 한번에 어린 암탉과 달걀까지, 엄청난 영업술에 휘말려든 듯도 합니다.

285 엘리 - 진행 (A88Muq3tQA)

2024-10-08 (FIRE!) 17:18:11

@@>>284

"음—"

사기는 아니다. 이적을 부리는 걸 목도한 만큼 사기는 아지만... 영업에 당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뭐, 그치만 예언이 이루어질지 어떨지는 직접 봐서 확인하면 되니까.

"거지...라는 걸 우선 확인해볼까!"

두 명의 장님이 나타난다 했었으니 말이다.

286 아앨라나 - 진행 (uQCQqs9aDE)

2024-10-08 (FIRE!) 17:25:09


@@ >>283

저는 저희가 어촌이라는 두 번째 행선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그때 쯤에 저편의 너머에서는 반짝이는 것이 저희를 그 존재를 들어냈어요. 그것의 정체는 그곳에 보이는 어촌에서의 그 솟은 존재감과 반짝이는 빛으로 길잡이가 되어주는 등대라고 할 수는 것이에요. 비록 이곳은 숲으로서 진짜 바다도, 그에 걸맞는 항구조차 아니지만 거대한 물의 영역을 품고 있고 그것을 가고 오는 뱃길이 있으니까요. 무성하고 가득한 초목으로 이뤄진 바다를 항해하는 것을 돕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등대란, 두 가지의 역할을 해요. 가지 말아야 할 곳과 가야하는 곳을 알려주기 위해서 매번 그 일을 하고 있어요

"신나는 마음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요~ 이것에 유의해주세요~!"

"숲에서는 외지인과의 만남이란 드물어요. 그리고 그 외지인이란 그들의 생활하는 터전 외외 모든 이들이라는 것을 뜻하기도 해요. 그러니 그곳 사람들의 반응이 어색할 수 있어요. 저희에게도, 그들에게도요. 천천히 살펴보면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 것이에요"

그것의 존재가 저희에게 그 모습을 보이자 그렇게 외치듯 달려나가는 그녀에게 가볍게 붙잡듯이 빠르게 뒤따르는 것을 하면서 그렇게 설명했어요. 그녀가 이것을 제대로 숙지하고 행동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그녀가 저로 부터 이것에 대해서 들어야 될 이유는 명백해요. 어쨌든간에 이곳은 밖이란 세상과 무역이라는 것으로서 접점이 비교적 여러번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쁘지는 앓을 것이라 할 수 있을 거에요

287 ◆MjRAeKhiz2 (XF96JeTxdY)

2024-10-08 (FIRE!) 19:39:57

>>285
엘리는 바깥으로 나가서 자신의 소달구지를 확인합니다. 어린 암탉을 '넘긴' 대가에 따라붙은 서비스정신이 참 지극하다는게 느껴집니다. 뻥 뚫려있던 소달구지의 네 모서리에 기둥을 매달고 그 위에 천막을 엮어 비가림막 겸 그늘막을 만들었고, 옆면도 널빤지와 그물망으로 장식해서 최소한 대낮에도 햇빛에 비명횡사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엘리가 소유한 소달구지가, 암탉과 계란 한 알 값으로 조금 더 개선되었습니다. 이제 대낮에도, 엘리가 이 소달구지를 벗어나지 않는 한 햇빛으로 인한 스탯 페널티는 전 스탯 약함 고정이 아닌 전 스탯 1단계씩 약화로 완화됩니다.

그건 그렇고, 루마족의 마차를 뒤로 하니 출출하군요.

288 ◆MjRAeKhiz2 (XF96JeTxdY)

2024-10-08 (FIRE!) 20:01:44

"...오..."

분명 아앨라나가 이런 조언을 한 취지는 베스니의 예기치 못한 돌발행동, 예를 들어 따발총 같은 질문과 부담스러운 관찰, 그 외 기록하기도 힘든 여러 행위들이 플라베르흐 촌민들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자칫 적의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나온 것일테지만... 이제는, 베스니는 아앨라나의 이야기를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지경입니다.

"오오, 오, 오오오오...!!! 깊은 숲 속 마을의 방문객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관습! 어떤 건가요? 꼭 알고 싶어요!"


검은 숲 풍물기행의 한 페이지를 채울 생각에 신이 난 베스니에게, 아앨라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 시스템적으로, 여기서 아앨라나가 답하는 관습이나 금기에 대한 설명은 플라베르흐의 설정에 전부 또는 일부 반영됨

289 엘리 - 진행 (qW0U4aV86Y)

2024-10-08 (FIRE!) 20:32:51

@@>>287

"흠~"

새로운 애차(?)를 타고 나아가던 찰나. 마침 배가 고파오는 것이 아닌가. 블랙 소시지도 좋았지만, 이럴 땐 역시 생혈!

닭장에서 한 마리, 잡히는대로 불쌍한 닭을 꺼내든다.

290 ◆MjRAeKhiz2 (XF96JeTxdY)

2024-10-08 (FIRE!) 22:01:55

>>289
"깨꼬댁~!!!"

엘리는 닭들 중에서 수탉을 꺼냅니다. 엘리 같은 뱀파이어들 입장에서 한참 잠이 오기 시작하고 가장 취약해지기 시작하는 이른 새벽에 막 비명을 지르며 동네방네 나 여깄소 광고하는 놈은 살려둬봤자 득될게 없습니다. 엘리는 푸드덕거리는 녀석의 머리를 잡아 뚝 비틀어 그 시끄러운 목청을 영원히 닥치게 만들고 한입 빨아올립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지만, 그게 새벽이 닭 우는 소리로 더럽게 시끄러워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엘리는 계혈을 마시고 원기를 보충합니다. 핏방울 하나 안 남기고 완벽하게 빨아먹어 닭이나 소나 경계조차 못하는군요. 아마 다음 밤까진 허기랑은 잠시 안뇽입니다.

291 누누코 (x1VpxrisSg)

2024-10-08 (FIRE!) 22:57:27

@@ >>272
"...후흥."
"누누코의 몫이라고?"
그의 말에 누누코는 언제나와 같은, 버릇같은 콧소리를 흘렸다. 그러더니 말하는 것이다.

"인간들의 룰 같은건 아무래도 좋아."
"사냥에 참가했으면 제 몫을 가져가야 하지. 그것이 사냥의 규칙이야."
"게다가-"
누누코의 고개가 불현듯 돌아가 높게 세워진 도시의 벽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그보다 좀 더 머나먼,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를 바라보는듯 했다. 그것은 아마도, '신성한 들판' 이 자리잡고 있는 곳일테다.

"―누누코는 동족의 땅으로 돌아갈 거야."
"보고 싶거든. ...그들이 뭘 하고 있는지."
누누코는 독백과 같은 중얼거림을 했고, 이내 다시 앞의 요한을 바라보았다. 그런 누누코의 손 안에는 아직 두둑한 주머니가 들려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수급처럼 자루 끄트머리를 말아잡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다시 요한에게 내밀었다. 그리고는 전사 특유의 기백이 담긴 날카로운 눈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곳에 이런, 인간의 때묻은 물건은 필요 없어."
"200이니까 100으로 나누지. 거절하면 누누코는 이 주머니를 흐르는 강에 빠트려 버릴거야."

292 ◆MjRAeKhiz2 (3rfUOBjfB2)

2024-10-09 (水) 00:41:03

>>291
"...누누코 씨는 꽤나 독특한 케이스군요."

요한은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100탈러를 거슬러 받으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누누코를 바라봅니다. 아마 자신의 인상적인 제안에 누누코가 감명박기을 원한 것 같지만, 이 상황에서 감명받은 것은 누누코가 아닌 요한이 된 것 같습니다. 요한은 누누코가 하는 말을 듣다가, 신성한 들판과 그곳에 있을 동족에 대해 이야기하자,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이야기하며 말합니다.

"인간의 때묻은 물건이 그 동족을 찾는데 필요하지 않습니까? 정보상한테 가서 정확히 어떤 이를 죽여야 복수할 수 있고 어떤 이의 손톱을 뽑아야 바른 말이 나올지, 무기상한테 가서 얼마에 얼마나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는지. 누누코 씨가 이 구린내 나는 인간 세상에 있는 이상, 이 때묻은 물건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다시 말해, 이거로 먹을 것도 좀 사고, 좋은 정보도 사고, 좋은 무기도 사자는 이야기죠."

요한은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바로 다시 제안합니다. 이거, 마치 영업꾼 같습니다.

293 헬렌 - 진행 (9CYWuz/OVY)

2024-10-09 (水) 10:08:54

@@>>258
헬렌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암허슈트의 말에 이제는 조용히 라는 말을 꼭 넣기로 다짐한다.

‘내 목소리가 들리는 정령들아. 나를 도와줄 수 있다면 나에게 응답해줄래.’

처음 계획과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광산 내를 불법 점거한 이들을 쫓아내는 거니까. 물론 그 과정에 인명을 해치긴 했지만 뼈에 피를 붓는 놈들이라니 한 눈에 봐도 나쁜 놈들이다. 그나저나 뱀이 나온다면서. 뱀은 이제 나오려는 걸까?

헬렌은 이제 이판사판이다. 광산이 무너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령들을 이용해 이들을 그냥 쓸어버릴 심산이다. 아, 상황을 설명할 한 명 정도는 남겨두는 게 좋을지도.



/틈 내서 잠깐 왔다!! 다들 좋은 휴일 아침!

294 ◆MjRAeKhiz2 (3rfUOBjfB2)

2024-10-09 (水) 11:46:09

>>293
'정말 괜찮으십니까? 아니, 어차피 들켰는데 다른 수가 없지요.'

암허슈트의 경고를 뒤로 하고, 헬렌은 정령들을 부릅니다. 그리고 정령들이 들어오는데, 암허슈트가 경고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아까 전에 두 놈을 매몰시킨 흙의 정령은 물론이고, 동굴 안에도 당연히 바람은 흐르니 바람의 정령, 물이 똑똑똑 하고 흘러나오니 물의 정령은 당연히 나오겠거니 했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이들은 헬렌이 예상하지 못한 것들입니다. 지식 자랑에 미쳐 돌아가려던 백과사전의 정령도 너무 많아서 숨 넘어갈 지경인지 짧게 설명하는군요.

수사닌: 석탄과 철 광맥에 숨어있는 중급 정령, 배시: 동굴 흡혈박쥐들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만들어낸 특정 동물계 정령, 타톤: 동굴 등 습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자생하는 정령의 의지를 담아 움직일 수 있는 반 정령-반 현실 균사 생명체, 크로우: 피의 생명력에서 자아를 얻어 피가 흐를 때마다 힘을 얻는 중급 정령, 그 외 여백이 부족해 차마 언급할 수 없는 정령들...

암허슈트는 헬렌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합니다.

'하급 정령들이야 그렇다쳐도, 이렇게 좁은 곳에서 중급 정령들을 여럿 부리면 아마 헬렌 씨가 정령 싸움에 허리 부러질 겁니다. 둘 정도를 고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라고 조언합니다.
//이번에는 그냥 다 불러도 되고 암허슈트의 조언을 들어도 됨. 암허슈트의 조언을 들으면 정석적인 전투가 될 거고, 씹고 다 부르면 진짜 대환장파티 개판5분전이 뭔지 보게 될 거임.(물론 데플은 아니고 그냥 불꽃놀이 한복판에 서있는 느낌)

295 ◆MjRAeKhiz2 (3rfUOBjfB2)

2024-10-09 (水) 11:48:53

헬렌주 누누코주 오랜만이여

296 엘리 - 진행 (LNBBzjj/dM)

2024-10-09 (水) 14:07:09

@@>>290

"흐하하하!!"

닭의 시끄러운 울음을 대신하기라도 하는 듯, 크게 웃음짓는다. 흡혈 후의 고양감... 속된 말로 최고로 high해진 것이다(?)

"음. 음."

뭐어, 잠시 신난 다음에는 부끄러움이 밀려오긴 했지만 말이다. 어디 계속 마을을 향해보자

297 ◆MjRAeKhiz2 (3rfUOBjfB2)

2024-10-09 (水) 14:43:29

>>296
엘리는 소달구지를 몰고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도 피로감 앞에서는 장사가 없어서, 소의 걸음이 점점 둔해집니다. 엘리가 고삐를 잡고 재촉해봐도, 육체는 정신을 지배하고 이건 짐승들한테는 더욱 맞는 말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걸을 필요가 전혀 없는 닭들은 이미 닭장 속에 곤히 잠들어있는 상태고 엘리만 계혈을 빨아마신 채로 소와 씨름하는 상태. 하지만 그 때, 엘리는 불현듯 불안한 감이 뒤통수를 스쳐서 널빤지에 달린 쪽문을 밀어 열고 바깥을 바라봅니다. 제기랄... 동쪽에 산이 걸친 덕분에 해가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동쪽에 어슴푸레하게나마 푸른색이 보이고 분명하게 산의 능선과 하늘이 구분되는 것이 곧 태양이 뜰 것만 같습니다. 엘리는 주변을 바라봅니다. 마을... 이라고 부를 수 있을련지는 모르겠는데, 오두막이 두세개쯤 널린 곳이 앞에 보이고, 오른쪽 아래에는 뜬금없이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엘리는 어디로 향합니까?

// 어떤 행동을 하느냐와 상관없이 다음 답레에서 바로 태양이 뜨겠읍니다

298 누누코 (nFml3QkVRE)

2024-10-09 (水) 15:37:23

@@ >>292
"요한은 누누코를 얕보지 않는게 좋아."
주머니. 즉, 100탈러를 그에게 건넨 후 누누코는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수인족 전사의 긍지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은연 중 요한에게 다루어지듯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하지만... 그의 말대로, 그럼에도 탈러는 필요하다. 적어도 지금은.
탈러란 수중에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탈러가 있다면 그것을 쓸 곳도 필요하다. 적절한 곳에 탈러를 쑤시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말하긴 했었지만- 누누코도 이걸 쓰지 않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지금의 앨리스는 그녀였다.

"요한이 또 말을 길게 하네."
어느정도 이 동행이 이어지자 그가 혓바닥을 놀릴 때에는 무언가 꿍꿍이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쯤은 누누코마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직감적으로.
누누코와는 거의 정반대에 있는 인물같았다. 그것이 여전히 누누코의 신경을 거스르긴 했지만, 이제는 거의 체념에 가까운듯이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그럼 말해 봐, 누누코가 고철들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손 안의 주머니를 가볍게 움직이자, 안에 들어찬 미스터 스위트의 죽음에 대한 가치들이 짤랑이며 탐스런 소리를 내었다.

299 누누코주 (nFml3QkVRE)

2024-10-09 (水) 15:37:49

오랜만이에요 캡틴~~ 다들 안녕하세요~

300 엘리 - 진행 (LNBBzjj/dM)

2024-10-09 (水) 15:52:22

@@>>297

"앗."

시간 계산을 조금 착실히 할 걸!

단순히 이방인을 맞아주는 것과, 자신의 거처라고 할 수 있는 오두막에 사람을 들이는 건 다른 의미다.

내게는 해가 뜨기 전까지 오두막의 주인을 설득해 나를 안으로 들일 언변이 없었고...

소를 몰아 동굴쪽으로 향하려 했다.

301 ◆MjRAeKhiz2 (3rfUOBjfB2)

2024-10-09 (水) 18:09:04

situplay>1597051230>27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강대함을 자랑했고 실제로도 그랬던, 수많은 명예와 탐욕이 피어나고 모든 희극과 웃음과 행복이 나타났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눈물의 파도와 공포의 불과 절망의 잿더미 아래 영원히 가라앉은 그곳. 그곳의 잿더미 위를 닦아낸 제국은 그 위에 거대한 아카데미, 마법을 가르치는 제국의 상아탑을 세웠습니다. 제국의 수많은 이들이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 즉, 마법사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로 양분되고, 그 안에서도 다시 어느 깃발의 아래에서 서느냐로 갈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아카데미는 태양 아래서 수많은 꿈과 희망이 빛났고, 그 아래에서는 수많은 암투와 음모와 죽음이 그림자로 드리웠습니다. 수많은 성군, 훌륭한 귀족, 성인군자와 천사와 좋으신 제국의 모든 선인들... 수많은 폭군, 사악한 귀족, 온갖 깡패와 괴물과 악한과 제국의 모든 악인들이 이곳에서 나타나 동문을 기리는 표지석보다도 더 정확한 비공개된 학생 명부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마법을 쓸 수 없는, 즉 아카데미에 초대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먼 일을 넘어 다른 세계의 일이었습니다. 마법사는 비(非)마법사를 지배하고, 비마법사는 마법사 아래에서 그들의 연구와 열정과 애욕과 생존을 위해 평생 동안 노동합니다. 마도제국이 새로 이어진 천 년 이래 많은 습속과 제도가 변했지만 이 근본만큼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 평민들이, 그 재능 없는 가라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복종하는 것뿐입니다. 누군가 반란을 일으켰지만 금방 진압했고, 마법사들도 비마법사들이 자신들을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언제나 그렇듯 지배자들은 피지배자들에게 사랑이 아닌 복종과 공포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수많은 희로애락과 암투는 오직 그들만의 것으로 남을 것입니다.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말입니다.

'크론', 마법 이외의 모든 것이 실패한 제국 사회 구조가 낳은 수많은 실패작들 중 하나이자 사회의 쓰레기들은, 우연히 쓰레기더미에서 건어물마냥 바싹 말라서 널부러진 한 입학생을 보고, 그 사람을 '추모'하고는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실제 상황은 좀 많이 다릅니다만, 그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론... 이 되기로 한 이 사내가, 꽤나 성공적으로 아카데미 입학생 행세를 성공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입학생 행세가 그의 발에 날개를 달아주지는 못해서, 그는 지금 한 국경 도시에 서 있습니다. 그가 살던 제국의 접경지이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쓰레기더미를 넘어, 최소한 제국이 관심이라도 가지고 행정력을 뻗는 곳입니다.

수많은 이들이 도시를 각자의 이유로 배회하고 있고, 경비들은 오가는 이들을 삼엄하게 감시합니다. 이제 크론의 변장술이 저 경비들 앞에서 첫 선을 보일 때입니다.

302 ◆MjRAeKhiz2 (3rfUOBjfB2)

2024-10-09 (水) 18:20:19

>>298
"언어! Language, 言語, 만약 저 위에 좋으신 신께서 성직자 말마따나 실제로 계신다면, 오직 인간에게만 베풀고 동물에게는 베풀지 않은 은총이죠. 적어도 인간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동물학 지식으로는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해서 협력하고, 오해도 풀고, 소통도 하고, 좋지 않습니까? 혀를 쉬게 내버려둘 이유가 없지요. 아무튼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이곳에서는 돈을 어떻게 쓰냐가 정말 중요한 거죠. 이 도시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데, 그건 이 도시에 처음 온 사람한테는 맞는 말입니다. 돈 없는 사람은 언제 죽어도 모르고, 돈 있는 사람은 언제 빼앗기고 죽어도 모르거든요. 큰 돈 주고 일 맡겼더니만 사기꾼이라 오히려 그놈이 내 돈으로 고용한 킬러한테 칼 맞고 나머지 돈까지 다 뺏긴다던지..."

어느 쪽이건 죽는 건 똑같습니다만, 마지막에 요한이 예로 드는 사례는 누누코의 피부에, 아니, 본능에 와닿습니다. 그도 당연합니다. 처음에 누누코가 요한이고 뭐고 없이 이 도시에 잠입하고자 했을 때, 어떤 여편네인지는 몰라도 취업사기 한번 거하게 조졌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시기적절하게 요한이 와서 노예 마차를 다 뒤엎어버렸고, 그가 아니었더라도 누누코가 죽을 땐 죽더라도 노예상들을 몇 명은 죽였겠지만 말입니다. 요한은 앞을 길게 말하더니 본론을 이야기합니다.

"아무튼 정리하자면, 저를 따라오시죠. 어떻게 해야 '약해보이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대화가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야만적이지는 않은' 그 사이의 센 척과, 정보상과 협상하는 법이라던지, 그런 걸 알려드리겠습니다."

303 ◆MjRAeKhiz2 (3rfUOBjfB2)

2024-10-09 (水) 18:40:55

>>300

엘리는 언덕 아래로 소달구지를 몰고 갑니다. 마침 근처에 참 편리하기도 나무 기둥이 박혀있길래 엘리는 거기에 소를 묶어두고, 바닥에 소사료를 뿌리고 닭장에도 사료를 좀 뿌린 후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점점 따듯해지는 바깥과는 다르게 이 안은 여전히 차가운 것이 마음에 듭니다. 동굴이 꽤 깊은지 안에서 바람이 불어오는데... 안에는 엘리의 허리에서 갈비뼈까지 오는 커다란 항아리들이 위가 잔뜩 밀봉된 채 싸여있습니다. 어... 아무래도 여기, 누가 됐던 간에 여길 먼저 점유한 사람들이 쓰던 것 같습니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정말 '편리하게도' 눕기 좋은 침대도 여럿 있습니다. 엘리는 어떻게 합니까? 여기서 휴식을 취하나요? 아니면 더 깊이 들어가서 들킬 가능성을 차단합니까?

304 ◆MjRAeKhiz2 (3rfUOBjfB2)

2024-10-09 (水) 18:41:05

오늘은 여기까지.

305 엘리주 (puL1FR8Q0.)

2024-10-09 (水) 18:44:16

항상 감사! 수고했어~~

306 엘리 - 진행 (puL1FR8Q0.)

2024-10-09 (水) 18:48:56

@@>>303

"어머나."

집주인에게는 미안한 이야기가 돼버렸다. 나라고 해도 상식은 있고. 여기서 휴식하며 한번 기다려보자. 만나서 사과하고 양해를 구해보는 게 상식적인 대처일테니깐.

307 아앨라나 - 진행 (v.P7mSEb92)

2024-10-09 (水) 21:47:54


@@ >>288

방금 전의 그녀가 보여준 언행으로 인해, 제가 했었던 말은 아마도 제가 그녀에게 의도했던 것보다 반대의 결과가 있도록 만들어버린 것일지도 몰라요. 우려하였던 일을 방지하고자 했었던 행동이 오히려 그것을 있도록 하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에요

"헤헤... 그러한 느낌으로 말할 만큼 특이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신비로워 하거나 놀랄 일은 아닐 것 같아서 좀 과장된 언동으로 보이지만 이것도, 지금까지 보았던 그녀의 성향인 것일 거에요. 그녀가 이렇게 되물어보면서 보여주는 반응을 보면 그녀는 괜찮을 거에요

"숲의 사람들은 은둔자로서 성향이 좀 있답니다. 그러니 그곳의 사람들에 대해서 그분들이 허락하는 것이 아닌 이상 너무 가깝거나 알려고 하지는 마세요. 대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이에요. 이것저것을 살펴보면서 기록하는 행동하는 모습도 잘 보인다면 크게 꺼려할지도 몰라요"

"그리고 숲 밖에서 유래한 인물에게는 쉽게 신뢰하지는 않거나, 무뚝뚝한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을거에요. 사람들 자체가 나빠서 그러한 것은 아니니까 이점을 생각해서 적절하게 대해주세요"

요점은 숲에 있는 어촌은 외부의 마을과는 그 문화가 유사한 점도 있지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 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거에요. 검은 숲이 품고있는 다소 기이한 특징 때문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그들 자신들만의 결속을 가지며 어느정도의 경계심을 품고 대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다만, 저의 경우에는 마녀 님과 함게 몇 번인가 들러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저를 알겠지만 그녀는 아니지요. 하지만 제가 곁에 있으니 그분들도 저를 보아서 크게 그렇지는 않을거에요.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이에요. 그곳은 나름 외부와의 무역 활동도 하고 있기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강하지 않을 것이에요

308 아앨라나주 (v.P7mSEb92)

2024-10-09 (水) 21:48:41

진행 수고하셨어요~! 이번에는 제가 꽤 늦은 것 같네요

309 ◆MjRAeKhiz2 (AhBAc4OkJc)

2024-10-10 (거의 끝나감) 09:37:57

>>306
엘리가 뱀파이어일지라도, 말이 통하는 지성체라면 통하는 상식이 있습니다. 누구건 간에 자기 영역을 침범당하면 아주 크게 화가 난다는거죠. 어떤 심보 고약하거나 싸움 좋아하는 치들은 그걸 알고 일부러 남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엘리는, 적어도 오늘의 엘리는 그런 부류가 아닙니다. 엘리는 짚을 채운 침대 위에 앉아서, 혹시라도 올지 모를 이 동굴의 주인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누군가 들어오는데, 막대기로 땅을 두들기며 들어오고 있습니다. 동굴 입구의 햇빛을 등지고 들어오는 그 모습을 살펴보니 허리춤에 여러가지 짤랑대는 장신구를 차고 얼굴은 얇은 천 같은 것을 씌워 가렸습니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오다가 끌끌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엘리 앞에 서서 묻습니다.

"누구 있소?"

310 크론 - 진행 (bJ37qal6og)

2024-10-10 (거의 끝나감) 10:30:55

@@>>301

나는, 아니 '크론'은 감시의 시선을 사방으로 뿌리며 돌아다니는 경비병을 보며 긴장했다.

아니 나는 긴장을 했지만, '크론'은 아니다.

본래의 나라면 결코 경비병 가까이 가진 않을 테고 멀찍이 돌아서 피하거나 아예 숨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론'은 다르다. 비록 '크론'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마법사가 될 재목, 아카데미의 예비 입학생.

반면, 경비병은 나와 같은 비 마법사.

그렇기에 '크론'은 오히려 경비병에게 다가가 길을 묻는다.

"안녕하세요. 길 좀 물으려고 하는데 아카데미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요?"

긴장한 티를 완전히 숨길 순 없었지만, 본래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저질렀으니 묘한 쾌감이 몰려온다.

311 크론주 (bJ37qal6og)

2024-10-10 (거의 끝나감) 10:31:56

안녕하세요! 새로 왔습니다~

312 ◆MjRAeKhiz2 (AhBAc4OkJc)

2024-10-10 (거의 끝나감) 10:50:50

>>307
"무뚝뚝함, 외지인 배척... 생각했던 것보단 약하네요. 말 안 듣는 외지인은 꽁꽁 묶어서 뷔르트겐 호수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살았다는 초거대 메기나 신성한 가재떼한테 산제물로 던질 줄 알았는데."

앨리스 님의 설명대로라면 아마 아앨라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살아있었을 때까지는 진짜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만, 외부와 교역을 트면서 외지인이 산제물 이외에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깨닫고는 마을의 사형수와 동급의 죄를 저지른게 아닌 이상은 그렇게까지 외지인을 잔혹하게 대하지는 않게 되었답니다. 너무 늦은 때도 있다지만 너무 이른 때도 있고, 베스니는 검은 숲 마을의 이국적인 풍속을 기록하기에는 너무 늦게 왔지만 동시에 살아서 여길 빠져나가기에는 참 좋은 때에 온 셈입니다.

얼마 안 가 마을을 둘러친 목책이 보일때쯤, 목책 주변을 서성이던 창 든 소녀가 두 사람 가까이로 옵니다. 소녀는 창끝을 베스니에게 겨눈 채로 두 사람을 봅니다. 아앨라나는 한두번 본 눈치인데 베스니는 아마 완전 처음 보는 얼굴이겠죠.

"한 명은 마녀 쪽이고, 이 외말다리는 또 뭐야?"

아앨라나도, 그 꼴로 만든 가말라시엘도 잊고 있던 베스니의 한쪽 말다리를 가리키며 묻는군요.

313 ◆MjRAeKhiz2 (AhBAc4OkJc)

2024-10-10 (거의 끝나감) 12:57:29

>>310
"빨리 움직여!"

"서류도 없는 놈이 여긴 왜 와?"

창을 든 경비들 사이로 곤봉을 든 경비들이 나와 입경하려는 이들을 두들겨팹니다. 물론 그 아낌없는 폭력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당연하게도 그가 '크론'이 되기 전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입니다. 경비들의 곤봉질에 멍과 핏자국이 늘어나고, 옆에서는 대놓고 들으라는 듯 브로커가 장사를 하지만 거지들 상대라 영 장사가 시원찮습니다.

"자, 마도제국 입경서류가 싸다 싸, 단돈 1은화..."

경비들은 크론의 말소리에 곤봉을 치켜들었다가 말끔한 차림새와 아카데미 언급에 곤봉을 내립니다. 누군지는 몰라도 뒤탈없이 편하게 두들겨팰 상대는 절대 아니라고 판단한 경비들 중 고참으로 보이는 한명이 앞으로 나오더니,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신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합니다.

"신분증이나 아카데미 입학증을 제시해 주시겠습니까?"

둘 다 진짜 크론이 지금의 그에게 남긴 유산입니다. 즉 당장이라도 보여줄 수 있단 뜻이죠.

314 ◆MjRAeKhiz2 (AhBAc4OkJc)

2024-10-10 (거의 끝나감) 13:10:01

좋은 하루

315 크론 - 진행 (xKhsIXUuaA)

2024-10-10 (거의 끝나감) 13:32:21

@@>>313
'크론'은 눈앞의 광경이 퍽 우스웠다.

그저 옷을 좀 바꿔 입고 종이 쪼가리를 좀 챙겼을 뿐인데..저기 저 매를 맞는 자들과 자신의 차이가 다 뭐람.

웃으며 품 속에 손을 넣어 경비가 요청한 입학증을 꺼내 보여준다.

"여기 있습니다. 기한 내에 아카데미에 도착을 못하면 입학을 할 수 없어서 제가 좀 급하거든요."

만약 정말 아카데미에 도착이 늦어 입학을 할 수 없다면..그건 너무나도 허무한 일이겠지.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남겠지만.

316 크론주 (xKhsIXUuaA)

2024-10-10 (거의 끝나감) 13:33:44

좋은 하루!지만 휴일이 벌써 끝이라니..

317 누누코주 (bfcyIK2Euk)

2024-10-10 (거의 끝나감) 14:13:38

다들 안녕하세요~ 크론주도 어서와요~~

318 누누코 (bfcyIK2Euk)

2024-10-10 (거의 끝나감) 14:42:08

@@ >>302
"...후흥, 이젠 누누코의 스승 행세가 해보고 싶어진거야?"
"이 동행은 분명 그 돼지를 처분하는 것까지라고 했었을텐데."
"마음에 안 들어."
누누코가 말로는 적개심을, 몸과 눈으로는 명백한 불편함을 드러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안쪽으로 송곳니가 보였다. 사람을 찢는 이빨이었다.
요한의 본질이나 사실적인 선택같은 것은 재쳐두고 지금의 누누코에게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증오가 지배적인 것이었다.
후드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숨겨진 귀가 어차피 이곳에선 그녀가 이방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안내 해."
"너희들의 말로, 누누코가... '야만적' 으로 하기 전에."
그리고 곧 누누코가 결정한듯이 그렇게 말한다. 사실 결정이라기보다는 달리 선택권은 없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일단 숲으로 돌아가면 돈 자루같은건 지방보다 더한 짐덩이에 불과할 뿐이었을테니.

"하지만 인간, 이 결정을 누누코의 나약함이라고 착각하지 마."
"이건 단지 누누코가 요한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

319 ◆MjRAeKhiz2 (Vh4ZUqmi0Y)

2024-10-10 (거의 끝나감) 14:57:31

>>315
솔직히 말해 네가 입학증을 보여줘도 이게 진짠지 아닌지 알 수 있긴 하냐는 비웃음이 새어나옵니다만, 아무튼 크론은 입학증을 보여줍니다. 입학증과 크론을 여러번 번갈아본 고참 경비병은 수건으로 머리를 쓰다듬더니 좀 있어보라며 안으로 들어가고, 성벽에서 다른 경비들보다 척 봐도 좋아보이는, 방어구와 무기의 번드르함만 따지면 기사라 불러도 믿을 이가 나오더니 자신을 이 지역의 국경 검문소장 겸 경비대장이라 소개합니다.

"바토 훈작입니다. 아카데미 입학생을 뵙게 되어 영광이군요. 마음 같아선 식사 대접이라도 하고 싶습니다만 입학 날짜가 얼마 안 남았다니..."

바토 훈작은 휘파람을 불고, 옆에 서 있던 척 봐도 비실비실해보이는 누군가가 나서서 크론 앞으로 돈자루와 종이를 줍니다. 그리고는 바토 훈작이 귓속말을 하는군요.

"제 친필 서명이 되어서 이 지역 일대는 무조건 통할 입경 허가증, 섭섭잖게 마차를 빌릴 돈자루 정도면... 약소하게나마 제 성의를 표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랍니다. 참 허무하게, 크론은 입경 허가와 돈자루를 받고 들어섭니다.

320 ◆MjRAeKhiz2 (Vh4ZUqmi0Y)

2024-10-10 (거의 끝나감) 16:11:53

>>318
"누누코 씨 같이 사냥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생물 병기에게 현상금 사냥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 입장 바꿔 누누코씨라면 참겠습니까?"

요한은 능청스레 이야기하면서 마차에 누누코를 태웁니다. 그리고는 누누코처럼 강한 무력이나 요한과 같은 재치가 없으면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어보이는 빈민굴로 마차를 몰고 가면서 누누코에게 다 잘 되라고 이러는 거라는 투의 설득을 합니다.

"제가 누누코 씨의 고향 들판에 가면 일주일은 버티겠습니까? 당연히 못 버티죠. 그렇듯 누누코 씨도 인간 틈바구니에서는 지금 상태론 유감스럽게도 동족을 찾긴커녕 제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 상탭니다. 그리 제 도움이 고까우시면 절 호구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아무 대가도 약속받지 않았는데 퍼주고 보는 호구요. 뭐, 저를 호구로 보건 호로자식으로 보건 간에..."

어느새 마차는 거렁뱅이들이 아닌 비루하지만 눈빛 서늘한 이들이 지키는 한 판잣집 앞에 서고, 요한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먼저, 정보상 앞에서 바람은 제가 잡겠습니다. 제가 혀를 끌끌 차면 아무나 한 명, 병신은 안 되지만 며칠에서 몇 주 누워야 할 정도로 때려눕히십시오. 그리고 제가 누누코 씨를 말로 말리면 한 명 병신을 만들고, 제가 몸을 던져 뜯어말리려 하면 절 밀치고 최소 한 명은 죽이십시오."

이거 정보상 보러가는거 맞죠?


321 누누코 (bfcyIK2Euk)

2024-10-10 (거의 끝나감) 16:56:54

@@ >>320
"이상한 인간."
요한의 말에 마치 코웃음치듯하는 그런 단편적인 감상을 내놓을 뿐.

"누누코는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이 없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 없고."
보팔토끼라면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본능에 의한 살의를, 살육에 최적화 된 몸에 태우고 살아간다. 그리고 상처 입하고 상처 받으며 죽어간다. 적의를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런 굴레에서 누누코를 기꺼이 꺼내준 것이 부락이었다. 누누코는 처음에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이제 막 이해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침입자' 들의 등장에 의해 그것은 빠르게 끝이 났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르칠 여유같은 것은 가질 새가 없었던 것이다.
이어져서 지금도, 사색에 잠겨있을 여유같은 건 없었다. 어느새 변한 주위의 풍경은 도시의 중앙과는 다르게 바깥에서 봤던 작은마을처럼 누추하고 초라한 곳이었다. 그런 곳에 요한의 마차가 멈추고 그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어차피 인간일 뿐인 요한의 말은, 모조리 누누코에게 있어서 전부 이해하기 어렵거나 쉽게 동의하기 힘든 것들이었지만, 적어도 이해가 일치할만한 구석은 한 가지 있었다.

"누누코의 일을 하라는 거네."
그녀가 사냥을 위해 태어났다는 것.
누누코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자 후드 아래로 진홍색 눈동자가 은은히 빛났다.

322 ◆MjRAeKhiz2 (Vh4ZUqmi0Y)

2024-10-10 (거의 끝나감) 17:38:31

>>321
요한은 마차에서 내리고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띄운 채 그들 앞으로 걸어갑니다. 눈빛만큼은 비루먹지 않은 이들이 눈빛만큼이나 서늘한 칼을 꺼내들어, 요한의 가죽 코트를 쿡쿡 찌릅니다. 하지만 요한은 겁먹기는커녕 간지럽다고 웃으면서 농담을 던집니다.

"이봐요. 신사숙녀 여러분, 고상한 대화를 나누러 온 신사에게 이런 대접이 맞습니까? 제가 이래봬도 여기에서 유명하신, 그 누구더라? 제멜..."

"거기까지. 넌 통과. 근데..."

대놓고 시비거는 듯 한 남자가 누누코의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쿡쿡 찔러 밉니다. 요한은 그걸 보더니 누누코에게 말합니다.

"오, 우리 토끼 씨. 참으세요. 말로 하자구요."

323 누누코 (bfcyIK2Euk)

2024-10-10 (거의 끝나감) 19:11:55

@@ >>322
그리고 그 순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누코의 몸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눈 앞의 남자에게 주먹을 내뻗는다.
말이 좋아 '주먹을 내뻗는' 것이었지, 주변인이 누누코가 움직였음을 인지했을 때에는 이미 그 남자는 바닥으로 천천히 낙하하고 있을 때였다. 범인이 육안으로 쫓기 힘든 움직임이었다.
이제보니 그는 목이 위험한 각도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고보면 아주 찰나에 '우득' 거리는 소리가 난 것도 같았다...
순식간에 사람 하나를 쓰러트린 장본인인 누누코는, 태연히 깜빡이는 눈으로 맥없이 쓰러진 눈 앞의 인간과 자신의 주먹을 번갈아 보더니 조용히 말한다.

"미안하군."
그러나 그 사과는 이곳에 있는 주민들에게 아닌, 동행자인 요한에게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조절을 못한 것 같다."

324 아앨라나 - 진행 (1lU8V9yBLg)

2024-10-10 (거의 끝나감) 20:06:09


@@ >>312

"그런가요? 제가 전해듣기로는 옛날에는 비슷한 것이 있었다고해요. 그리고... 이곳의 분들이 지금에도 그토록 다른 이들을 싫어하고 억압하려 했다면 제가 먼저 제안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리고 아마도 제 생각에는 메기나 가재는 아닐 거에요"

"이렇기 때문에, 저희가 그들의 근처를 돌아다닐 지라도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에요. 그러니 그 점에 대해서 만큼은 좋은 것이겠지요?"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는 제가 알고 있는 한도내의 사실을 말해보았어요. 그녀가 기대했던 것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들이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유지하는 것을 택했다면 저는 이곳을 먼저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이에요. 다른 이들을 적대하는 그들을 굳이 자극하여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을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이렇게 바뀌었고 그렇다는 것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교류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공존하려는 성향이 없었다면 바깥 마을과 무역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그 당시에는 좀 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기에 이유로 어쩔수 없이 그런 행동들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그것에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몰라요

"안녕하세요, 이전에 방문했던 것에서 꽤나 되었지요? 이 쪽 분은 숲에서 사고을 당하고 고립되어 있었던, 우연히 만나뵈어 지금은 제안을 받아서 함께하고 있어요"

얼마후 저희는 어촌의 경계면이라고 할 수 있을 , 목책들을 보았고 거기에 그 주민인 소녀가 저를 알아보듯이 저도 소녀의 그 모습 만큼은 알아보고 있지만 많이 아는 것은 아니였어요. 소녀의 경계심이 담긴 질문에 저는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려 정중한 태도를 갖추며 상체를 가볍게 앞으로 한번 숙이고는 이후에 베스니를 향하여 양손으로 손바닥이 보이도록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어요

325 엘리 - 진행 (hyyFy8tfUU)

2024-10-10 (거의 끝나감) 20:09:05

@@>>309

'막대기로 땅을 짚는다... 어라?'

내가 알기로는... 눈 먼 자들이 그러지 않던가? 설마 그 예언일까.

"실례. 빛을 피하기 위해서 잠시 이 동굴에 들어왔어. 대금이라면 줄 테니, 하루 묵을 수 있을까?"

일단은 신사적으로. 손님은 주인에게 차려야 할 예가 있는 법이다. 그것도 불청객이라면.

326 ◆MjRAeKhiz2 (Vh4ZUqmi0Y)

2024-10-10 (거의 끝나감) 20:29:38

>>323
"........."

다른 모든 이들처럼 말을 잃은 요한은 그 사람의 맥박을 재봅니다. 그리고는 휘유! 하고 안도하는군요. 안도하는 논리를 들어보니 병신이 된 거지 죽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뭐, 목이 꺾인 전신불수 환자 노릇도 일단은 의학적으로 살아는 있어야 가능한 거긴 합니다만 그 설명을 그 동료들이 들어줄지는 의문이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야, 이 새끼들 담ㄱ..."

퍽! 현상금 도둑 때처럼 벌린 아가리에 석궁을 정확히 쏘아 맞추는 기예를 선보이며 한 경비의 말을 끊은 요한이, 이 상황에 과연 적절한가 궁금해지는 사람 좋은 미소로 설명합니다.

"모든 계획은 항상 실행 전까지만 완벽하죠. 그래서 우리가 플랜 B를 두는 거구요. 이번에는 개싸움이 되겠군요."

...전투가 시작됩니다. 아주 뜬금없이.

327 누누코 (bfcyIK2Euk)

2024-10-10 (거의 끝나감) 22:01:25

@@ >>326
"누누코는 플랜 B 얘기는 듣지 못했―"
도중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공격에 누누코는 말을 채 마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상대의 공격이 명중한 것도 아니었다.
우연은 아니었다.
여기에 있는것은, 귀로 상대의 심장 고동을 들으며 눈으로 근육의 움직임을 쫓고, 이빨과 손톱으로 먹이사슬 정점에 선 포식자의 목을 물어 뜯는 보팔토끼.
그에 비해 누누코에겐 그들은 겨우 두 발 달렸을 뿐인 짐승들일 뿐이었다.

"그럼 이제 힘 조절은 필요 없는거겠지? 요한."
누누코가 줄지은 톱날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물었다. 눈으로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탐색하며, 가장 먼저 희생자로 삼을 인간을 고르고 있었다.

328 ◆MjRAeKhiz2 (Vh4ZUqmi0Y)

2024-10-10 (거의 끝나감) 22:57:11

>>324
"그렇단 말인가..."

소녀는 창끝으로 베스니의 말다리를 쿡쿡 찔러봅니다. 간지러운 느낌에 베스니가 피식 웃고, 소녀는 창끝으로 온갖 곳을 찔러보더니 흠... 하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는 창을 거두고는 그 창끝을 마을 쪽으로 향하는군요.

"백 번 위대한 앨리스의 제자가 신원을 보증한다면 일단은 믿어도 되겠지. 가서 넬루가 들여보냈다고 이야기해. 내가 이 판단을 후회하게 만들지 말고."

이 소녀의 이름은 넬루인가 봅니다. 소녀는 플라베르흐로 가는 문을 열어줬는데, 베스니는 반사적으로 이 만남을 보는 앞에서 기록하려다 간신히 참습니다. 가말라시엘의 비웃음이 단순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 멍청한 여자 하나 때문에 이 마을의 외지인 공양 풍습이 부활하는 꼴을 볼 수도 있겠군요.'

329 ◆MjRAeKhiz2 (Vh4ZUqmi0Y)

2024-10-10 (거의 끝나감) 23:16:51

>>325
"음? 그렇단 말씀이요?"

장님은 주머니를 휘적휘적 내저어 동냥바가지로 쓰면 딱 좋을 크기의 깡통을 내밀더니, 간단하게 이 동굴을 소개합니다.

"내가 눈이 멀기 전부터 관리한 동굴이올시다. 바람은 시원하고, 빛이 안 들어서 차갑게 무언가를 보관하기 좋지요. 이렇게 목소리가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난 것도 인연이니 1은화에 오늘 하루 내드리겠소."

...라 말합니다.

330 ◆MjRAeKhiz2 (Vh4ZUqmi0Y)

2024-10-10 (거의 끝나감) 23:17:14

>>327
오늘은 여기까지 처리하고 잘듯

331 엘리주 (hyyFy8tfUU)

2024-10-10 (거의 끝나감) 23:18:01

고마워, 수고했어!

332 엘리 - 진행 (hyyFy8tfUU)

2024-10-10 (거의 끝나감) 23:26:14

@@>>329

"응, 거래 성립!"

장님이란 걸 아니, 조금 더 낮은 단위의 화폐를 줄 수 있었겠지만. 은화 하나에 양심을 팔아서 무엇하겠는가.

아니아니. 첫 번째 장님은 가짜라고 했었나. 하지만 그가 가짜 장님이란 사실은 거처를 빌리는것에 대한 대금을 치루는 것과는 상관없었다.

뭐, 그가 나한테 장님이란 사실을 이유로 적선을 요구한것도 아니고 말이다.

"침대도 써도 돼?"

기왕 은화까지 낸 거. 딱딱한 바닥보단 푹신한 침대다.

333 ◆MjRAeKhiz2 (Bd6N5sU/oM)

2024-10-11 (불탄다..!) 01:30:25

>>327
누누코는 가슴이 차가워지면서, 동시에 뜨거워지는 이중적인 느낌에 하아아... 숨을 내쉽니다. 이 느낌은 잘 알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누군가를 죽일 각오를 하고 싸울 때의 그 느낌입니다. 누누코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들을 마구 짓쳐냅니다. 정수리에 주먹을 꽂아 박살내고, 칼을 휘두르는 이를 보고는 칼을 뺏어 그대로 목, 간, 폐에 칼자국을 내 줍니다. 시체 두 구 치울 줄 알았던 이들은 어느새 전부 시체가 되어버리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비명을 지르면서 자신이 지키던 판잣집 문 쪽으로 기어가려 하지만, 요한은 그 사람의 양 눈구멍에 각각 검지와 중지를 파넣어 머리를 위로 제끼고는 그 적의 허리춤에 있던 칼을 뽑아 그어버립니다.

푸슉!

그리고는 누누코가 방금 정수리를 터뜨려버린 한 남자의 손에 들린 장도리를 뺏어든 요한은, 판잣집 문을 두들깁니다.

"제멜바이스! 나의 친애하는 위생학자! 열 문이 남아있을 때 어서 이 문 여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러자 문의 빗장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요한은 껄껄 웃으면서 누누코를 바라봅니다.

"들어가시죠."

334 누누코 (rtWZ3IjI4.)

2024-10-11 (불탄다..!) 01:54:26

@@ >>333
'검과 엄니로 길을 연다. 알기 쉬워서 좋군.'
싸움은 순식간에 결판이 났다. 사실 싸움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휘두른 폭력에 멋대로 쓸려나갔을 뿐인 그림이었다.

"..."
주변을 차가운 시선으로 훑고, 적이 더이상 남지 않음을 확인한 그녀는 뺨에 튄 피들을 손목으로 닦아내며 자세를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격해진 움직임에 어느새인가 후드가 뒤로 젖혀져 있었다. 보팔토끼 수인의 자랑인 길게 솟은 귀와, 하나는 그렇지 못한 붕대 감긴 귀였다.
누누코는 다시 후드를 뒤집어 써 그것을 감추며 빗장 풀린 문으로 다가갔다.

335 누누코주 (rtWZ3IjI4.)

2024-10-11 (불탄다..!) 01:54:50

수고했어요 캡틴~~ 다들 잘자요~

336 크론 - 진행 (QwJ0yK90S6)

2024-10-11 (불탄다..!) 10:30:16

@@ >>319
'크론'은 갑작스레 경비대장이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자 아 뭔가 일이 잘못되었구나 도망갈 염두도 못 내고 여기서 끝장인가..싶었지만 무려 훈작씩이나 되는 인물이 보이는 태도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아카데미 입학증. 이거 하나면 일이 이렇게도 풀리는 건가. 고작 입학 예정생 나부랭이도 이런 대우인데..내가 정말 졸업이라도 한다면..

'크론'은 그렇게 속으로 야욕을 불태우며 결의를 다지곤 입을 연다.

"경비대장께서 이렇게 친히 신경을 써주시니..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바토 훈작께서 저에게 보여주신 친절은 제가 아카데미에서 수학을 하면서도 잊지 않을 겁니다. 후에 이 길을 다시 지나갈 일이 있다면 꼭 찾아뵈어 오늘 못한 식사를 함께 하지요."

바토 훈작에게 기억할게!를 시전하고는 문서와 돈자루를 챙겨 걸음을 옮긴다.

후딱 아카데미로 가는 마차를 구해서 타보자

337 ◆MjRAeKhiz2 (Bd6N5sU/oM)

2024-10-11 (불탄다..!) 11:53:15

>>332
"물론이시죠. 전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편히 쉬시기를."

이라 말하고, 장님은 지팡이로 바닥을 탁탁 치며 돌아 나갑니다. 엘리는 이제 침대 위에 누워서 편히 두 다리 뻗고 해가 질 때까지 쉬려고 합니다. 역시 바깥에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쉴 때는 쉬어줘야 합니다. 특히 대낮에는요. 제아무리 천옷으로 몸을 싸매도 대낮에 돌아다닌다? 인간 아니면 미친놈이나 할 짓이죠. 엘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 잠 열심히 자려는데... 갑자기 동굴 입구 쪽에서 비명이 들려옵니다.

"제기랄, 빨리 들어와! 빨리 들어오라고!"

"여보! 우리 노새는..."

"지금 노새가 중요해?! 제기랄!"

갑자기 뭔 난리인가 싶어서 일어나보니, 한 부부가 아이들을 끌고 들어와서는 엘리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뜸 묻는군요.

"당신은 뭐야?"

338 ◆MjRAeKhiz2 (Bd6N5sU/oM)

2024-10-11 (불탄다..!) 12:00:49

>>334
문이 열리면, 침침한 촛불에 의지해 온 방을 밝히고 있는 한 노인이 나타납니다. 노인의 주름진 눈가에는 의심과 냉소가 가득해보이고, 그 의심과 냉소는 처음에는 요한을 향했다가 그 다음에는 누누코를 향하는군요. 누누코는 다른 사람들을 보는데 달리 그리 중요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쫄아 있거나 뒤로 물러났는데 이 사람만 테이블에 앉아 두 사람을 당당히 맞고 있으니, 아마 이 사람이 정보상 '제멜바이스'겠지요. 제멜바이스는 누누코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더니 요한에게 말합니다.

"석탄산수를 쓰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또 독한 술로 소독을 했나 보군. 돌팔이."

"있는 대로 하는 거죠. 그리고 덕분에 이 친구는 당신의 그... 봉급 값을 하는지 의문인 어깨들을 때려눕힐 때까지 살아있었고요."

요한은 누누코와 함께 테이블에 앉고, 제멜바이스는 아까 전에 누누코를 개무시하던 이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누누코의 눈을 똑바로 보고 그녀에게 질문합니다.

"그래. 내가 이 지역의 정보상 겸 전직 위생학자 제멜바이스다. 무슨 문제인지 이야기해주고, 얼마까지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하면, 내가 네 상황에 딱 맞는 정보를 주곤 하지."

"이건 믿어도 됩니다. 제멜바이스가 노인네 될 때까지 정보상들이 수십명이 있었는데, 이 사람하고 다른 몇 명만 남은 건 사실 이 직업윤리를 똑바로 지키는 게 제멜바이스밖에 없어서 그랬거든요."

제멜바이스는 지긋이 요한을 노려보고, 요한은 입을 닫습니다. 여전히 웃고 있지만요. 요한은 누누코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옆으로 슬쩍 빠집니다. 제멜바이스는 누누코에게 묻는군요.

"딱 봐도 인간 사회에 좋아서 온 건 아닌 인상인데, 무슨 문제를 처리하러 온 거지."

339 엘리 - 진행 (opXY2wE9r6)

2024-10-11 (불탄다..!) 12:20:48

@@>>337

"아."

잠시동안, 내 머릿속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짜맞춰진다

설마 맹인이란 것만 사기가 아니라, 여기 주인이라는 것까지 사기였던거냐!!!

그래, 생각해보면 하나를 사기치는 녀석이 둘을 사기치지 않을리가 없지. 내가 미련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은 내가 불청객인 입장에서 이들이 나를 손님으로 맞도록 설득할 때였으니...

"곤란한 것 같은데, 일손 필요해?"

내가 여기 안 묵으면 죽는데 어쩌구,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데 저쩌구. 말을 길게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나는 노새도 못 챙길 정도로 급한 이들에게 도움을 줄 힘이 있었으니까.

340 ◆MjRAeKhiz2 (IOkh8TleT6)

2024-10-11 (불탄다..!) 12:56:56

>>339
"그게 무슨 헛소리야!"

건장한 농부가 쇠스랑을 들고 엘리 앞에서 휙휙 내지르고 찌르며 위협하지만, 아내는 엘리를 바라봅니다. 붉은색 계통의 활동성을 극히 강조한 늘씬한 옷에, 흰 머리칼과 그 신비함에 어우러지는 얼굴을 본뜬 가면. 그 가면의 눈구멍너머에 숨은 붉은 눈동자... 이 세상에 제아무리 특이하게 생긴 이들이 많다지만 엘리의 기운은 뭔가 다른지, 아내가 엘리를 보고 말합니다.

"바깥에 뭔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고요?"

뭐, 엘리도 귀 달려있습니다. 대충 늑대들이 컹컹 짖는 소리가... 잠깐, 내 소!!! 내 닭!!!!

341 엘리 - 진행 (opXY2wE9r6)

2024-10-11 (불탄다..!) 13:01:34

@@>>340

"후후, 그러니까. 그 늑대들을 전부 물리쳐줄 수 있다는... 아!!"

잠깐만. 남 일이니까 여유로웠지, 그게 내 일이 되는 순간 급해지는 게 사람 이치였다.

좋아. 늑대고 뭐고, 튀어나가서 잡아주겠어!

...좀 치졸하지만, 늑대 앞에서 촐싹거려 동굴로 유인하는 식이 되겠지. 빛 아래에서 싸우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으니까.

342 누누코 (rtWZ3IjI4.)

2024-10-11 (불탄다..!) 14:47:42

@@ >>338
누누코는 자리에 앉는다. 방 안에 가득 들어찬 먼지의 곰팡내, 그리고 인간들의 쉰내와 촛불 특유의 타들어가는 밀랍의 향이 뒤섞이며 범인보다 예민할터인 누누코의 코를 찔러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에선 몸 전체의 상처에 배어있는 술의 냄새가 그나마 나은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조용히 이곳의 주인, 제멜바이스를 그저 보고 있었을 뿐으로-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왔을 때 이렇게 말한다.

"누누코의 동족들을 찾고싶어."
그것은 누누코가 지금 이자리에 있는 이유.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대답이자, 모든 것이 함축된 의미의 요구였다.
그녀는 손 안의 묵직한 탈러 주머니를 무심하게 테이블 위에 툭 얹어놓고서는, 별안간 자신의 어깨에 손을 가져가 옷을 내려재끼고 몸을 가볍게 튼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선명한 노예의 낙인이었다.

"그리고 몇몇 인간들도."
그 목소리는 평탄하기 그지 없었지만, 한 편으로는 마치 포식자의 으르렁거림과 같았다.

343 아앨라나 - 진행 (Z7Yn9BGvQY)

2024-10-11 (불탄다..!) 15:38:45


@@ >>328

"네, 그렇게 되었어요~"

저는 소녀의 반응에 살며시 눈웃음을 한번 지어보이고는 그리 말했어요. 이후에 이어지는 반응으로 본다면 다행스럽게도 저의 소개는 충분했던 것 같아요. 그리하여 정식으로 호수의 어촌, 플라베르흐 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저희에게 열린 거에요

"저와 앨리스 님을 그렇게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느끼시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시도 해보겠어요"

저는 스스로를 넬루 로서 칭하는 소녀의 대답에 이번에도 상체를 한번 앞으로 고개 숙이며 감사를 표하고는 그리 말했어요. 마녀 님의 제자이며 거둬져 그 아래서 자라난 아이로서, 그들이 저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저에게도 걸맞게 지켜야 할 것이 있겠지요. 그러니 앞으로도 크게 어긋나는 일 없이 할 수 있기를 바래요

"그렇다면 그녀의 잘못은 만회될 수 있을까요? 저는 가능하다면 잘못된 일은 없도록 하고 싶어요. 저들이 준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녀가 제대로 계속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칭찬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그러한 일이 없기를 바라며 대답했어요. 그녀의 모습을 곁에서 적지는 않은 시간 동안 보았고, 그녀와 처음 만나게 되었을때 그녀가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 약간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숲에서 그녀가 충분히 살아남았던 이유는 적절한 능력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 성향 때문에 무사히 성공할법한 시도가 어긋나는 행동이 되어버려서 스스로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몰라요. 그것으로 인한 조금씩 겹겹히 쌓인 결과로서 최후를 맞이하게 될 뻔했지만 저로 인해 빗겨나게 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진실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344 ◆MjRAeKhiz2 (IOkh8TleT6)

2024-10-11 (불탄다..!) 16:05:17

>>341
"어어, 당신 미쳤어?!"

엘리는 미쳤냐는 농부의 만류를 뒤로 하고 동굴 입구로 나갑니다. 햇빛이 세지면 세질수록 살갗이 산채로 불타는 느낌이지만, 밥값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잠시만 참으려고 나가는데... 엘리는 눈 앞에 보인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판단을 저주합니다.

늑대 소리는 늑대 인간도 낼 수 있었구나.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엘리를 붙잡은 늑대인간이 그녀를 붙잡아 동굴 안으로 도로 처박아서, 대낮에 햇빛 아래서 싸우는 일은 없게 됐다는 겁니다.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이번에는... 늑대인간입니다.

345 크론주 (Ngtx4/o7HA)

2024-10-11 (불탄다..!) 16:09:38

캡틴 >>336 놓친 것 같아!

346 ◆MjRAeKhiz2 (IOkh8TleT6)

2024-10-11 (불탄다..!) 16:47:26

>>342
"노예로 잡혀간 부족민이라. 정말 힘든 시대야. 강자는 약자에게서 빼앗고, 강함이 약함을 예속한다. 참 역겨운 시대정신이지."

제멜바이스는 누누코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투로 이야기하며 누누코가 올린 탈러 뭉치를 가져가고는, 계속 말을 잇습니다. 말투가 요한과 비슷하면서도 디테일우

347 ◆MjRAeKhiz2 (IOkh8TleT6)

2024-10-11 (불탄다..!) 16:50:01

"노예로 잡혀간 부족민이라. 정말 힘든 시대야. 강자는 약자에게서 빼앗고, 강함이 약함을 예속한다. 참 역겨운 시대정신이지."

제멜바이스는 누누코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투로 이야기하며 누누코가 올린 탈러 뭉치를 가져가고는, 계속 말을 잇습니다. 말투가 요한과 비슷하면서도 디테일은 좀 다르군요.

"물론 난 그놈의 값싼 공감이나 해주자고 돈 받는 심리치료가는 아니라서. 부족명 등 상세한 부족의 위치와 역사 등 정보, 습격한 적들의 정보를 아는 대로 공유해 줘. 그 다음에 어디로 가서 누구 목을 따야 할지 알려주지."

...라 말합니다.

//시스템적으로 여기서 누누코 부족의 상세설정을 정하고자 하니 신중하게 기입해줘

348 ◆MjRAeKhiz2 (IOkh8TleT6)

2024-10-11 (불탄다..!) 16:57:16

>>336
크론은 아주 쉽게, 모두의 질시와 경탄을 한몸에 받으며 국경을 넘어섭니다. 쓰레기 더미 속을 헤매던 그의 얼굴을 흐릿하게나마 알아본 누군가가 더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면 어디서 눈을 흘기냐며 경비들이 머리를 대신 때리고 서류나 가져오고 설치라고 악을 씁니다. 그렇게 한숨 돌린 크론은 국경을 뒤로 하고 마을운 바라보는데, 국경이라 그런지 마을들에 가옥이 별로 없고 대부분 병사들이 머무는 막사와 대장간 따위의 일반인 거주 이외 목적이 확실한 곳들입니다. 아마 이곳에서는 마차 값을 내려면...

"역참에 이번에 마차를 들였다면서?"

"들이면 뭐해. 타지도 못할거."

흘러가는 얘기를 귀기울여 들어보니 역참이라는 곳으로 가야하나 봅니다.

//ㅈㅅ...

349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17:32:28

>>343
'사도님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판단은 사도님의 몫이고, 어차피 큰일이 난다면 베스니야 마뜩찮지만 사도님이야 당연히 지켜드릴 테니까요.'

가말라시엘은 그 정도만 말하고 더 이상 언급을 멈춥니다. 그리고, 베스니와 아앨라나는 플라베르흐로 들어섭니다. 목책 안의 마을은 여러 집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범람과 침수를 막으려는 것인지 길고 두꺼운 기둥을 사방에 박아서 집을 높이 세웠고, 집도 바닥을 까는 재료를 제외하고 벽은 아카시아나무나 갈대를 엮은 것 따위로, 지붕도 갈대와 나뭇가지를 쌓아 새 둥지처럼 지은 것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생긴 게 참 둥지 같은 지붕에서는 정말로 새들이 알을 낳았고, 마을 사람들은 물새 알을 눈치껏 한두개씩 챙겨 내려옵니다.

"그 물자는 여기다가 내려놔!"

"여기 와서 밧줄 좀 당겨!"

그리고 ㅁ교역을 하는 마을이라는 것을 나타내듯, 작은 돛이나 노 한두짝을 단 배들 한 두대가 나와서 짐을 부리고 있습니다. 베스니는 그걸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자기 자리가 있을까 찾아보고 있습니다.

"아앨라나 님! 여기 혹시 여관도 있나요?"
// 인코를 어따 저장해놨는데 PC로 옮기질 못하것네

350 누누코주 (rtWZ3IjI4.)

2024-10-11 (불탄다..!) 17:48:48

캡틴~~ 사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부족의 설정을 풀면 도움이 될까요~?

351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18:07:02

>>350
ㅇㅇ 최대한 풀어서 설명해줘. 누누코의 말투를 지키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누누코가 이렇게 설명했다... 고 하고 그 다음에 그냥 생각했던 설정 주르륵 다 평어로 풀어놔도 됨. 스토리가 진행되면 될수록 캡틴과 참치가 배경 설정에 대해 가지는 공통 심상이 일치해가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거치는 절차 같은거라.

352 헬렌 - 진행 (AQ03Fr39q2)

2024-10-11 (불탄다..!) 18:10:53

@@>>294
헬렌은 생각보다 응답해오는 정령들이 많음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껏해야 하급 정령들이라서 자세히 설명할 말재간도 부족하고 그냥 쓸어버리려고 했는데 중급 정령들이라면 어느정도 이곳으로 오는 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응답해줘서 다들 고마워요. 그럼 배시, 타톤이 나를 도와주겠어요?’

헬렌은 암허슈트의 조언을 받아 중급 정령 둘을 선택했다. 딱히 큰 이유는 없고 생명체를 다루는 정령들이라 몰려오는 이들을 상대하기 편할 것 같핬기 때문이었다.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지금 오는 이들이 저에게 가까이 다가오거나 공격하지 못하게 해주고, 대화를 해보고 싶으니 말이 통하는 이들이라면 죽이지는 말아 줘요.’

과연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정령술이란 남의 손을 빌리는 일이라 그런지 제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서 결과도 제 마음같지 않다는 걸 헬렌은 여러차례 경험으로 깨달아버렸다.



/오랜만이야~ 내일은 주말이다! 오래 붙어있지는 못할 가능성 농후하지만...... 혐생 죽어라........()

353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18:28:29

>>352
'접근 금지. 공격 금지.'

헬렌의 부탁을 들은 균사의 정령 타톤은, 자신이 다루는 실체인 걸어다니는 버섯의 형태로, 헬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 상태 그대로 꿈쩍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헬렌은 백작가의 가세가 기울기 전 후원하던 '버섯 키우기 대회'의 출품작을 보는 것 같습니다. 타톤, 정령이자 버섯인 모순적인 존재들은 앞을 꽉 틀어막고, 달려오던 이들은 자기들이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무슨 새끼손가락만한 버섯이나 겨우 자라던 곳에 자기 키만큼 크고 대장장이마냥 어깨가 거대한 버섯이 '피어난' 광경을 보자 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당황합니다.

"뭐, 뭐야 이 씨발?!"

"이 버섯들 뭐야?!"

아무래도 상대들은 이 타톤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들의 눈에 이 '타톤'들은 그저 아무리 때리고 베어도 맞고 잘려나갈 버섯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타톤들은 마치 자기들이 하급 정령이라도 되는 양, 반격하지 않고 맞아줍니다. 암허슈트는 혀를 차면서 말하는군요.

'저 무뢰한들이 아가씨의 목까지 칠 지경에 이르지 않는 이상 저 버섯들은 저기 가만히 서 있으면 자기네들이 진짜 잘 한다 여길 겁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도 한 마디... 아니, 수십마디를 거듭니다.

'타톤: 타톤은 누룩곰팡이, 버섯 포자, 버섯 등을 아우르는 포자와 균사류 전반의 복합적인 생명 작용을 통해 전 세계에 초개체적으로 존재하는 군체의식에 가까운 정령이자 그 정령에 의해 이동과 공격 등 기초적인 행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운동 기능이 발달한 균사류 군체 전반을 통칭합니다. 이들은 곰팡이와 버섯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환경, 즉 상온의 다습하고 어두운 환경이라면 발견될 확률이 높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정령사를 각지의 타톤들이 바로 알아볼 정도로 군체의식이 발달되었으나, 그 대가로 중급 정령에 크게 못 미치는 하급 정령과 비견될 정도의 초보적인 지능을 보여주며,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버섯과 곰팡이 포자의 특성상 생존의 위협을 잘 느끼지 않아 독자적으로 공격에 반격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배시는 도움이 되는군요.

'끼끼끼이이...'

헬렌의 부탁을 똑바로 이해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배시는 소름돋는 고주파의 울음소리, 아니, 들리긴 하는지도 애매한 그 소리와 함께 동굴 속에서 수많은 박쥐들을 이끌어내어 병사들을 둘러쌉니다. 병사들은 팔에 달라붙어 마구 물어뜯는 박쥐들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사람들이 마구 엎어지자 그제야 암허슈트가 껄껄 웃는군요.

'대화를 하려면 지금이겠군요. 아마 고문에 가깝겠습니다만.'
//핼렌주 올만!

354 엘리 - 진행 (9WuBEHKqNM)

2024-10-11 (불탄다..!) 18:47:13

@@>>344

"우와앗?!"

자신만만하게 나서서 꼴사납다는 건 나도 안다. 그러니 이제라도... 만훼해야겠지.

저 늑대인간의 장점은 근력. 맹렬한 손톱도, 단단한 송곳니도 아마 가지고 있겠지.

속도도 느린 편은 아니겠다만, 그래도 내가 더 빠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355 엘리 - 진행 (9WuBEHKqNM)

2024-10-11 (불탄다..!) 18:47:30

쓰다올림!!

356 엘리 - 진행 (9WuBEHKqNM)

2024-10-11 (불탄다..!) 18:51:00

@@>>344

"우와앗?!"

자신만만하게 나서서 꼴사납다는 건 나도 안다. 그러니 이제라도... 만훼해야겠지.

저 늑대인간의 장점은 근력. 맹렬한 손톱도, 단단한 송곳니도 아마 가지고 있겠지.

속도도 느린 편은 아니겠다만, 그래도 내가 더 빠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성스러운 것에 피해를 입는지는, 미지수.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그렇다면 우선 위치 교란이다. 이 위치 저 위치로 옮기며, 늑대인간 앞에서 '나 잡아봐라~' 하는 듯한 움직임을 펼친다.

357 아앨라나 - 진행 (gk79qGjI0s)

2024-10-11 (불탄다..!) 18:57:09


@@ >>349

"그런가요. 누군가 삶의 방식을 방향을 지시해줄 수는 있어도 결국, 거기까지 가는 것은 자신이고 그것은 스스로의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시지요? 후후~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이렇게 지켜주신다고 말해주시니 더욱 의지되고 기쁘네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이번에도 수긍하면서도 작게 한번 웃고는 그렇게 비유해가며 말했어요. 그렇게 저희는 어촌에 들어섰고 그곳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어요. 호수의 품결에서 살아가는 것 이여서 집들은 그곳의 걸맞는 구조를 갖추게 되어 있었어요. 그 재료도 대체로 숲에서, 호수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요. 마녀 님의 자택이나 책에 보았던 본 바깥 마을의 모양과 숲의 끝, 가장자리에서 희미하게 보여지는 것들 처럼 좀더 다양한 재료로 정교하고 건축물은 아닐지라도 이것들은 좋은 보금자리에 되어 줄거에요

"플라베르흐의 특성상 비슷한 것은 있을 것이겠지만 바깥 마을과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기에는 잘 맞지 않을 것이에요. 그래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을 거에요"

어촌을 거닐고자 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저희가 본 것은 사람들이 분주히 물건들을 옮기는 것이였어요. 저도 그것을 흘깃 한 두번 봐라보았어요. 이후 저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어요. 그녀가 이렇게 물어보는 이유는 호수에 왔고 그렇기에 모처럼 어촌까지 오게되었으니 이곳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358 헬렌 - 진행 (AQ03Fr39q2)

2024-10-11 (불탄다..!) 19:37:07

@@>>353

‘귀엽지 않아? 나름 든든하기도 하고.’

헬렌은 ‘버섯 키우기 대회’에서 봤던 버섯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임업이 발달한 영지이다보니 버섯 재배도 많이 했고. 헬렌도 어릴 적 영지 근처를 뛰다니다가 버섯 재배를 위해 세워둔 목재에 기어올라가 잔뜩 넘어뜨리는 바람에 혼이 난 적도 있었다.

나중에 어두운 숲에서 식량이 떨어져도 타톤을 불러 식용 버섯을 키워달라고 하면 굶어 죽을 걱정은 없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한다.

헬렌은 박쥐들이 날아와 병사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며 다행히 흙의 정령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음에 안도했다. 헬렌은 타톤의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이들 중에 조금이라도 대장 격의 인물이 보인다면 그에게, 아니라면 가까이 있는 병사들 중 하나에게 물어본다.

“당신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요? 뱀이 나온다고 들었는데요.”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백과사전의 정령에게 질문한다.

‘뼈에 피를 붓는 행위를 하는 사술이나 의식 중에 지금 상황에 대입할 수 있을만한 사례가 있을까?’


/올만~ 항상 고마워 캡틴
그런데 정령들은 왜 헬렌을 도와주는 걸까? 정령친화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말야. 정령을 보는 인간이 적어서 정령끼리만 노는게 재미없고 심심해서 그런걸까? 아님 따른 설정이 있어? 궁금하네~

359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20:47:22

>>358
일단은 정령 친화도나 정령사 적성을 일종의 '개연성 드립'으로 해석하고 있는 중. 예를 들어 10만원 빌려주세요 라는 부탁을 존못이 하면 다들 생까지만 장원영이 하면 일단 상환기간이나 이자율 얼마 쳐줄건지 들어보고 결정할 것처럼. 정령들한테 헬렌은 일종의 아이돌로 보인다 생각하고 있음.

360 헬렌주 (AQ03Fr39q2)

2024-10-11 (불탄다..!) 21:19:36

>>359
오 완전히 납득해버렸다. 나는 최애가 10만원만 빌려달라고 하면 당장 줄 수 있어~ 정령들 그런 마음이었군(끄덕) 로렌스가는 대대로 정령계의 아이돌을 배출해내는 집안인건가 ㅋㅅㅋ

361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21:42:51

>>356
엘리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회색의 털, 오두막만하게 커진 몸집, 동굴에 꽉 끼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등빨. 농부와 아내는 그 늑대를 보더니 자기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는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그들이 자신들이 이 상황에서 해야 하고, 또한 가장 잘 할 수 있는 '도망'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엘리는 늑대를 바라봅니다. 늑대인간이 엘리를 동굴 안으로 내친 것은 확실히 늑대인간의 실책이자 엘리의 행운입니다. 왜냐고요? 늑대인간이 몸을 웅크려도, 여긴 상당히 비좁거든요.

"크르르..."

엘리는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탐색합니다. 늑대인간의 순간적인 반사신경과 내지르는 속도를 볼 때 엘리의 속도와 버금가는 것 같긴 하지만, 늑대인간의 덩치가 너무 큰 탓에 이 동굴이 사실상 엘리와 함께 싸우는 느낌이 됩니다. 그리고...

쿵!

늑대인간이 종유석에 머리를 부딪쳐 잠시 주춤거리고, 빈틈이 생깁니다.

362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21:54:03

>>358
오늘은 여기까지 처리예정

363 엘리 - 진행 (9WuBEHKqNM)

2024-10-11 (불탄다..!) 22:04:17

@@>>361

"좋아!"

...라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녀석의 털가죽을 뚫고 유효타를 입힐지 잠시 고민한다.

등가죽같은 단단한 부분은 무리일 성 싶었으니까. 급소인 목을 노려서! 녀석의 뒤로 돌아가, 손톱을 들어올려 목 쪽을 글어내려 한다.

364 엘리주 (9WuBEHKqNM)

2024-10-11 (불탄다..!) 22:04:26

수고했다~~

365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22:39:40

>>360
정령 적성 아예 없음: 정령을 인식도 못함.
정령 적성 낮음: 정령을 인식은 하는데 대화가 안 됨.
정령 적성 보통: 정령 인식하고 대화도 가능한데 부탁하면 어지간히 쉬운 부탁이거나 진짜 아주 좋게 말하고 좋은 대가를 제시하거나 어지간히 하급 정령한테 부탁하는게 아닌이상 "니 뭐 되세요?" 소리 나옴
정령 적성 높음: 정령 인식하고 대화도 가능하고 정령들이 호감을 가지며 어지간한 부탁은 들어줌. 로렌스가 이 급, 또는 이것보다 한 급 더 위인것으로 생각중

366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22:50:45

>>358
당신들은 여기서 뭘...

"으아아악! 악! 끄으아아아아악!!!!!!"

뱀이 나온다고...

끼이익! 끽! 끼이이이이익!!!

헬렌의 정중한 질문은, 유감스럽게도 하나도 정중하지 않은 이 상황 속에서 전혀 들려오지 않습니다. 헬렌이 곤란해하며 다시 여러번 물어봐도 상황은 똑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배시가 자리를 물리게 할 수도 없습니다. 배시가 박쥐들을 뒤로 물리는 순간 이 병사들은 울면서 뒤로 돌아가 더 많은 지원군을 불러올 것이고, 그렇다고 타톤을 시켜 이들을 억류하라고 하자니, 흙의 정령 때처럼 이 타톤들이 이 놈들의 몸에 갑자기 버섯을 틔워서 버섯 좀비화시키거나 아예 깔아뭉개 터뜨리는 등 사실상 살인이나 다름없는 짓을 할까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등골에, 박쥐를 포함한 모든 생물의 등골에 소름이 돋습니다.

'아가씨가 말씀하시잖습니까, 교양 없는 족속들아.'


"..."

"......"

"........."


침묵. 암허슈트가 나직이 노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헬렌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의 입술이 얼어붙습니다. 헬렌이 다시 한번, 당신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요? 뱀이 나온다고 들었는데요, 라고 묻자... 갑옷 입은 사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말해도 되는 상황인지 창백한 얼굴로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은, 질문에 충실히 답해줍니다.

'피와 연관된 사술 및 의식은 그 예식의 정밀성과 절차 등이 원시 부족부터 도시의 비밀 사교도 조직까지 매우 다양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현재 백작가 서고에서 접근 가능한 수준의 이단학 서적 수준에서는 피와 사체를 이용한 인신공양 및 잔혹의식에 대한 분류를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즉, 저게 사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럴 때만 참 묘하게 도움 안 되는 놈이군요 이거.

367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23:03:12

>>357
아무래도 여기는 바깥 사람들도 드나들긴 하는 만큼 '여관'이라 부를 만한 곳이 있긴 있습니다. 정확히는 가족 3대가 살 수 있을 정도로 큰 촌장댁이긴 하지만요. 플라베르흐와 교역을 튼 거래처에서 취급하는 화폐나, 이곳에서 유용하게 쓸 법한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대가를 치르고, 그 화폐가 없다면 그럼 몸으로 때우고 하룻밤의 휴식을 벌어가는 그런 곳입니다. 이전에 앨리스 님과 함께 왔을 때 팻말에 동전과 곡괭이 표시가 함께 그려진 것에 대고 앨리스 님이 설명해준 독특한 습속이었는데 요즘도 그런가봅니다. 촌장은 베스니와 아앨라나를 보고, 베스니 등짝에 실린 건가재포를 보더니, 척 봐도 '외지인' 같아보이는 베스니에게 말합니다.

"그 건가재포 전부 우리한테 팔아. 외부로 나가는 배가 사흘 뒤에 오는데, 그 뱃삯이랑 그때까지 이 집에서 머무르면서 하루 한 끼씩 먹여주는 값으로 사지."

"어... 하루 세끼는 안 되나요?"

"그건 일해서 벌어."

촌장이 그렇게 말하자 베스니는 아앨라나를 돌아봅니다. 어찌 됐든, 가재살을 발라서 들고 온 건 베스니지만 애시당초 큰적가재를 빨갛게 익은 가재구이로 만들어버린 건 아앨라나였으니까, 굳이 소유권을 따지자면 이건 아앨라나의 물건이고 아무리 아앨라나의 소유권을 부정한다 해도, 아앨라나의 지분이 최소 70%는 된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368 캡틴맞음 (y5LdArcVPQ)

2024-10-11 (불탄다..!) 23:03:25

잘못하면 아앨라나 답레 안쓰고 드르렁 할뻔했다;;

369 헬렌 - 진행 (.W/wUF9BsY)

2024-10-12 (파란날) 11:31:19

@@>>366
헬렌의 말은 정신없는 이들에게 닿지 않았다. 곤란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암허슈트의 나직한 경고에 순간 침묵이 깔렸다. 헬렌은 이제야 제대로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암허슈트, 고마워요.’

정신계 정령이기 때문일까 확실히 말이 잘 통하고 의중을 파악하고 생각해서 행동이 가능한 것이구나. 같은 중급 정령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다른 점이 있네. 신기하다.

병사들은 우물쭈물 말을 하지 않는다. 백과사전 정령한테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헬렌은 병사들을 보며 말한다.

“저는 로렌스 백작가의 장녀, 헬렌입니다. 이 상황에 대해 알아야겠으니 설명하세요. 아니면 여러분도 저렇게 되고 싶은 건가요?”

싱긋 웃으며 가르키는 것은 흙에 파묻혀 코만 나와있는 흙무덤이다. 이건 뭐... 귀족의 지위를 가지고 하는 명령...을 넘어서 말 안하면 죽여버린다는 협박이다.

370 헬렌주 (.W/wUF9BsY)

2024-10-12 (파란날) 11:35:54

캡틴 어제 고생했어~~

>>365
오~~~ 확 이해했다! 궁금한 점은 정령들이 원하는 대가라는게 뭘까? 정령마다 원하는거 갖고싶은 게 다르려나? 아니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게 있으려나. 정령들은 정령사가 이런 행동을 하면 싫어한다 뭐 이런 게 있을까? 아무리 아이돌이라도 싫은 행동을 하면 확 깨거나 싫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지~

371 크론 - 진행 (P63M6OuEhw)

2024-10-12 (파란날) 13:08:09

@@>>348
역참이라.
'크론'은 모르겠지만, 나는 딱히 마차를 타본 경험이 없다. 그야 마차가 뭔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야 지나다니는 것을 보긴 했지만 직접 타본 적도 없고 역참인지 뭔지에 가본 적도 없다.

그러니 오히려 재밌는 경험이 되겠지. 살다 보니 마차여행 같은 것도 다 해보는구나.

그래도 '크론'은 태연하게 움직인다. 굳이 역참이 어디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런 규모의 마을이면 살짝만 돌아다녀도 금방 발견할 수 있으니..모르긴 몰라도 마차를 탈 수 있는 곳이면 말과 마차가 있어야 하니깐 좀 넓게 외곽에 자리 잡지 않았을까. 아마 층고도 꽤 높은 건물이어야 할 테고.

그리 생각하며 '크론'은 역참을 찾아 마을을 돌아본다.

372 아앨라나 - 진행 (3//2koKYy2)

2024-10-12 (파란날) 16:14:56


@@ >>367

그래서 그녀가 물어보았던 것처럼 저희가 어촌에서 먼저 들러보기로 하는 곳은 괜찮게 휴식을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곳이였어요. 그리고 도달한 그곳은 바로, 어촌의 촌장 님의 자택이였어요. 그것은 엄연한 의미에서 여관에 맞는 곳은 아닐지라도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줄수는 있어요. 제가 비슷하지만 같게 느끼는 것에는 어렵다 라고 표현하였던 이유이기도 하였어요. 제가 예전에 보았고 기억하였던대로 어촌에는 지금도 이렇게 되는 듯 했어요

"저에게 그것은 괜찮아 보여요. 그렇게 하도록 할까요?"

그리고 저희는 촌장 님과 만나뵙고 저희가 가진 것들을 보이자 그러한 제안을 받을 수 있었어요. 거기에서 저를 돌아보는 베스니의 반응은 제가 이에 대해서 뭔가 말해주길 바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저의 의중을 말없이 행동으로 묻는 것일까요. 어느쪽이 되었더라도 이 제안에 대하여 그녀에게는 어떨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저는 굳이 거절할만한 것은 느끼지 못했어요. 생각해본다면... 이것도 나름대로 그녀가 보고 싶다고 말했던 '플라베르흐만의 독특한 것' 이라고 할 수도 있을거에요

373 ◆MjRAeKhiz2 (eisyPDyjFs)

2024-10-12 (파란날) 16:26:20

>>363
푸욱!

"캐액!"

엘리의 손톱이 파고드는데, 아무래도 인간이나 고블린들이 대다수이던 세스타우와는 달리, 두꺼운 가죽과 지방질과 근육 때문에 타격이 덜한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본래 엘리의 싸움 방식은 개개 공격의 운동 에너지보다는 그 민첩함과 눈을 뜨지 못하는 맹렬함에 있기에, 하나하나가 단검같은 양 손의 다섯 손톱이 번갈아 인랑(人狼)의 목덜미를 난도질하자 늑대인간이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마구 뒤틉니다. 그리고...

쾅!!!!!!

안 그래도 천장에 거치적거릴 정도로 늑대인간의 키가 큰데, 엘리가 그 위에 올라간 상태에서 늑대인간이 위로 몸을 제끼자 천장과 엘리의 정수리가 박치기를 하고, 엘리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환상과 함께 떨어져나가고, 엘리의 발을 잡은 늑대인간이 그녀를 쾅! 쾅! 쾅! 내동댕이칩니다.

374 ◆MjRAeKhiz2 (eisyPDyjFs)

2024-10-12 (파란날) 17:51:09

오늘 1일 1답레...
사유: 차로 2시간거리에 지갑놓고옴

375 엘리주 (BefaohhS5g)

2024-10-12 (파란날) 17:59:58

화이팅..,!

376 ◆MjRAeKhiz2 (eisyPDyjFs)

2024-10-12 (파란날) 18:05:14

>>369
그들의 눈이 매몰당한 동료에게 향합니다. 그 몰골은, 문자 그대로 살아'만' 있다고 말할 수준이고, 백 마디 말보다도 그 몰골이 그들의 아가리를 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암허슈트의 존재는 그들이 헬렌을 바라볼 때마다 비이성적인 공포에 질리게 만들어서, 그들의 입에서 저절로 바른 말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도 그냥 명령받는 입장이야...요. 두목이 삼두구렁이를 광산으로 몰아넣었어...요. 그리고 광부들한테 이 문제를 해결해줄 용병인 것처럼 속여서 돈을 받았어...요."

이 놈들은 존댓말이, 특히 헬렌처럼 새파랗게 어린 여자한테는 어색해 보이지만, 모든 지형지물과 자연현상이 그 새파랗게 어린 여자의 뜻대로 조종되는 무시무시한 광경은 수천대의 매보다도 효율적인 예절 주입기로 기능합니다.

그리고 그 때, 안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옵니다. 암허슈트는 쯧, 하고 혀를 찹니다.

'상대쪽에 정령을 볼 수 있는 이가 있습니다. 마법사도 대동했군요.'

"비상! 비상!!!"

그와 함께, 상대측이 무슨 술수를 썼는지 배시와 타톤이 경련하기 시작합니다!

377 ◆MjRAeKhiz2 (eisyPDyjFs)

2024-10-12 (파란날) 18:21:48

>>371
크론의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역참 건물은 이 시대의 여러 건물 그렇듯 역참라고 크게 써붙여주진 않았지만, 마차와 말들이 줄을 서서 올라탈 누군가만 기다리고 있는 곳이 역참이 아니라면 어디가 역참이겠습니까? 크론은 그 앞에 섭니다. 화강암질의 단단하고 큰 돌을 직육면체로 깎아 주춧돌 삼고, 그 위로도 두꺼운 나무 기둥들 사이로 붉게 구운 벽돌을 쌓아올려 축조한 역참이 들어옵니다. 역참의 커다란 문을 지키는 두 경비병의 머리 위에는 마도제국의 문양과 이 지역을 다스리는 귀족의 인장이 각각 새겨진 깃발이 휘날리며 이곳을 들어오려는 이들에게, 과엿 자신에베 그럴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물론 크론에게는, 저 나부끼는 깃발이 마치 자신을 환영하는 손처럼도 보이고, 입은 옷이나 걸음걸이나 당당했기에 경비들의 제지 없이 쉽게 역참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크론은 그 안을 살펴봅니다.

"이봐요, 내가 아카데미로 가야 한다니까!"

"누군들 안 그런가."

관료주의와 싸우는 한 남자가 보이는군요.

378 ◆MjRAeKhiz2 (eisyPDyjFs)

2024-10-12 (파란날) 18:52:58

>>372
아앨라나의 양해 덕분에 벅스니는 건가재포를 전부 촌장에게 넘깁니다. 가말라시엘이 중력 렌즈로 바삭바삭 말린 건가재포는 마치 나무껍질을 벗겨낸 비쩍 마른 장작처럼도 보이고, 서로 부딪치면 팅팅 소리가 사는게 꼭 장작같습니다. 촌장의 가족이 건가재포를 가는 새끼줄로 꽁꽁 싸매고, 베스니는 며칠간의 체류와 외부행 배편을 얻습니다.

"...하하. 이제 검은 숲 여햇도, 일단은 이렇게 끝나네요."

379 엘리 - 진행 (BefaohhS5g)

2024-10-12 (파란날) 19:40:20

@@>>373

"윽, 악! 엑!"

내 재생력이 암만 뛰어나다 한들, 0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영양의 공급... 그래. 피 한 방울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근처에서 수급할 수 있는 피가 없나 슥 돌아보고, 있다면 찾아간다. 뭐, 내 소달구지라던가. 그 불쌍한 부부의 노새라던가... 늑대밥이 될 바에는 내가 써주는 게 낫겠지.

380 아앨라나 - 진행 (3//2koKYy2)

2024-10-12 (파란날) 20:16:38


@@ >>378

그렇게 거래는 성사되었고 저희가 가진 것들은 촌장 님에게로 넘겨주었어요. 곧이어 그것들이 이리저리 손질이 되어가는 것을 엿볼수 볼 수 있었어요. 그것에서 나는 소리는 생물의 고기라기 보다는 좀 더 무기질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려왔어요

"후후훗... 그런 것 같네요~"

저는 베스니의 말에 부드럽게 웃고는 그녀의 옆에서 모습을 바라보고는 그리 말했어요. 지금 그녀가 말한 것처럼 촌장 님이 말하셨던 몇 일 후 맞이하게 될 배에 오르게 된다면 비로소 검은 숲에서의 여정은 마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아직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꽤나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렇게 그녀와 저는, 결과에 제대로 도달할때 까지는 어떻게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생각나는 것 정도로는 이렇게 어촌까지 와서 날을 보내기로 하게 된다면... 좀 더 이리저리 둘러보는 것도 좋을거에요. 약간 산책 같은 느낌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381 캡틴맞음 (ZeT2iOn.Tg)

2024-10-12 (파란날) 21:26:12

>>379
이 경우 햇빛이 비치는 바깥으로 나가야 할 수도 있거나, 아니면 급한대로 농부 일행의 피를 빨아야 할 수도 있는데 ㄱㅊ?

382 엘리주 (BefaohhS5g)

2024-10-12 (파란날) 22:04:18

>>381 음... 농부는 상호동의가 필요하지만, 늑대는 동굴에 잡혀있으니 잠시 햇빛에 나가는건 괜찮!

383 헬렌 - 진행 (zqQwsbDbiw)

2024-10-12 (파란날) 23:46:44

@@>>376

오호라. 그렇구나.

헬렌은 그 말을 듣자 뱀 대신 이 병사들이 나온 것을 이해했다. 돈을 뜯기 위한 자작극인 모양이네. 그럼 피묻은 해골들은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는 용병들이 살해당했다고 믿게 하기 위한 장치 같은 걸지도?

하지만 이들에게 더 자세한 것을 묻기에는 저 멀리 들리는 소리로 보아 추가적인 병력이 오는 것 같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 보답으로 당신들이 도망갈 시간을 주겠어요. 나 이 동굴을 무너뜨릴 생각이거든.”

“죽고싶지 않으면 나가.”라고 말하면서 출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물론 거짓말이다. 물론 그 방법도 생각하긴 했지만... 정령사와 마법사가 오는 추가 병력에 지금의 병사들까지 감당하기에는 몰살 말고 생각나는 것이 없어 반쯤은 진심이기도 했다.

‘나 싸움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정령사와 마법사는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청원과 스펠을 외기 전에 정신없게 만들어야 하나?’

헬렌은 백과사전의 정령에게 물었다. 물론 정확한 대답을 바라고 말한 것은 아니고 혼잣말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바람의 정령아, 내가 다치지 않게 바닥에서 한 뼘 정도만 공중에 띄워줄래? 땅의 정령아, 적들이 오면 동굴이 무너지지 않는 범위에서 적들이 바닥에 넘어지도록 땅을 울려줘.’

물론 배시와 타톤이 경련하는 게 눈에 보여서 이 부탁이 제대로 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령술을 막는.... 마법 같은 걸까?

384 헬렌주 (zqQwsbDbiw)

2024-10-12 (파란날) 23:47:44

캡 지갑 너무 멀리 있는데...... ㅋㅋㅋ..... 화이팅...!

385 캡틴맞음 (ofwhCuDGeQ)

2024-10-13 (내일 월요일) 08:37:06

>>383
"기껏 일하고 욕 먹게요?"

동굴을 무너뜨릴 것, 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턱, 헬렌의 어깨에 손이 얹히고 헬렌은 반사적으로 뒤를 바라봅니다. 아까 전에, 베르누 수색대인지 뭔지에 입단한답시고 헬렌의 돈자루를 훔쳤다가 보기 좋게 실패한 그 수인 소녀입니다. 그녀의 귀에 달린 고양이귀가 쫑긋거리는데... 암허슈트는 그녀를 보고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더 깊은 동굴 안쪽을 노려봅니다.

'안쪽의 마법사, 분명 그냥 마법사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반(半) 정령 마법을 연구한 모양이군요. 제아무리 기척을 잘 지워도, 신화 속의 인물이 아닌 이상에야 제가 아가씨의 뒤에서 누가 오는데도 경고를 못할 정도로 교란당할 리가 없는데...'

암허슈트가 그렇게 말하니, 암허슈트가 만들어낸 정령적인 소름이 아닌 자연산(?) 소름이 헬렌의 등골에 쫙 돋습니다. 하지만 그럴 새도 없이, 그 수인 소녀가 단검을 꺼내더니 헬렌에게 이야기합니다.

"보니까 상당히 강한 것 같던데,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려는 걸 보니까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 중에 골치아픈 놈이 있나 보네요. 이야기해보세요. 제가 처리할 수 있을지 볼게요."

...라고 말합니다.

386 캡틴맞음 (ofwhCuDGeQ)

2024-10-13 (내일 월요일) 08:45:29

>>379
엘리가 80년을 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팔이 잘리는 것보다도 손톱이 찍히는 게 훨씬 아프다는 것이고, 누군가를 움찔하게 만들려면 굳이 팔을 자를 필요도 없이 손톱 같은 부분만 어떻게 찍어도 된다는 겁니다. 엘리는 양 손으로 인랑(人狼)의 손가락 중 하나를 꽉 잡고, 손톱을 길게 뻗어 꽉 찔러버리고, 살가죽과 지방이 덮기에는 너무 얇고 세밀한 손가락에 갑자기 격통이 다가오자 인랑이 엘리를 놓칩니다. 그리고 엘리는 동굴 밖으로 나가는데...


치이이이익....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그녀는 이럴 때마다 뱀파이어라는 자신의 혈통이 끔찍하게 저주스러워집니다. 노새는 도망을 쳤는지 챙기질 못했는지 보이지가 않고, 소는 묶여서 오도가도 못하고 벌벌 떨면서 오줌을 싸고 있군요. 햇빛이 마치 수천근의 족쇄가 되어 그녀의 몸을 묶어버린 것 같은데, 엘리는 어떻게든 그 소에게 다가가서 피를 빨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때 뒤에서 두두두두, 하며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나고, 엘리는 그게 늑대인간임을 알아차립니다. 햇빛 아래에서 모든 것이 약해진 상태에서, 늑대인간이 온다면 이건 확실한 죽음이지만...


쌔애애애액!!!! 퍽!


"캥!"

엘리의 귓전을 스친 여러발의 화살, 늑대인간의 비명. 햇빛에 타는 것 같은 눈알로 어떻게든 앞을 바라보면, 엘리의 소달구지와는 다르게 검게 칠한 고딕 양식의 달리는 작은 저택 같은 마차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말들은 각자의 몸에 맞지만 기이한 빛을 더하는 검은 마갑을 쓰고 달려오고, 마부의 옆에 앉은 누군가는 여러발의 화살을 연거푸 쏴서 늑대인간을 다시 동굴로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마차는 엘리 앞에 멈추더니, 마부석에 앉아있던 여자가 소 쪽으로 기어가는 엘리를 흘깃 보다가, 무시하고는 마차를 두들깁니다.

"엘레네 아가씨! 사냥감을 동굴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 화살을 쏘던 남자가 마차에서 내리는 남자와 함께 두꺼워서 햇빛을 가리는 천을 펼쳐 마차 문앞을 가리고, 마차 문이 열리자 눈가에 안대를 써서 가리고 검은 옷을 치렁치렁하게 입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귀족 여성이 내립니다. 그녀는 엘리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동굴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갑니다.

387 캡틴맞음 (ofwhCuDGeQ)

2024-10-13 (내일 월요일) 08:48:15

>>380
"으으... 사실ㅇ 이제는 산책도 무서워서 못 하겠네요."

베스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좀 무서울 법도 합니다. 아앨라나가 발견했을 때부터만 해도 뼈가 부러져서 피부를 찢고 나오는 끔찍한 개방성 골절 상태에서 죽어가고 있었고, 불곰을 만나질 않나, 숲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환각버섯들 사이를 떠돌지를 않나, 사람보다 더 큰 식인가재 떼를 만나지를 않나. 여태까지는 검은 숲ㅇ에 대한 모험정신이 그녀를 지탱했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있다 생각하니 자기 목숨은 두개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도 새삼스레 깨달은 듯합니다.

"그래도... 부탁을 하자면..."

베스니는 양 손가락을 비비면서 잠깐 머뭇거리더니 참 뻔뻔한 부탁을 합니다.

"저 일하는거, 그 지팡이로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가말라시엘이 이야기하는군요.

'이 여자, 아직 고생 덜 한 것 같습니다.'

388 헬렌 - 진행 (E3nB2gzUEs)

2024-10-13 (내일 월요일) 10:17:27

@@>>385
등 뒤에서 손이 턱 올려지고 반사적으로 뒤돌아보니 그 뒤에는 고양이 수인 소녀가 서 있었다. 이어지는 암허슈트의 말에 위기감과 함께 소름이 돋아 헬렌은 제 팔을 쓸어내리며 수인 소녀의 말에 답한다. 헤헤 웃으면서.

“거짓말이었어. 저 치들을 다 상대하기엔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서 협박해 내보내려 했지.”

소녀가 말하는 답이 정답이어서 역시 눈치가 빠른 편이구나 하고 납득한다. 헬렌은 소녀가 도와준다는 말에 얼굴이 환해진다. 마침 정말로 곤란한 상황이었으니까.

“저 안쪽에 마법사가 한 명 있는데 그 사람만 쓱싹하면 나머지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

귀엽고 예쁘장한 외모와는 달리 본래 성격은 시니컬한 편인 걸까. 왜 나를 도와주는 거지? 의문은 들지만 도움을 거절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야 헬렌은 늘 정령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었으니까. 뻔뻔함이 기본 탑재되었다고 할 수 있다.

389 ◆MjRAeKhiz2 (m4Sr7.xlzg)

2024-10-13 (내일 월요일) 15:03:45

>>388

"...알겠어요."

소녀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타톤과 박쥐들을 봅니다. 사람의 키만한 떡대 버섯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다가, 해도 해도 안 되자 결국 버섯의 갓을 붙잡고는 휙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그 아래로 휙 뛰어내리기 전 헬렌을 뒤돌아보고 이야기합니다.

"...정령사군요. 이제 보니."

그리고는 어둠 속으로 슬쩍 사라지고, 어둠 속에서...


으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아아....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무언가 끔찍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 배시와 타톤이 경련을 멈추고, 암허슈트가 허리를 쿡쿡 찌르는군요.

'저 여자. 해냈습니다.'

390 엘리 - 진행 (ded8kdua7s)

2024-10-13 (내일 월요일) 15:08:23

@@>>386

'오판이었나?!'

동굴에 묶여서 혼자선 거동이 불가능하다... 그 판단 자체는 맞는 것이었겠지만. 녀석의 힘을 간과한 듯 했다. 놈이 힘을 못 쓰는건 계속해서 교란이 이어지는 상황 아래에서였지, 내가 빠져나간 후가 아니었으니.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었겠지.

"아."

예상치 못한 도움에 반가웠던 것도 잠시, 급격한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나도 가능하면 멀쩡하게 만나고 싶었다고! 추하게 기는 게 아니라!

...뭐. 그건 그거고. 이미 추해진 거 할 건 해야지. 마저 기어가서 소나 남은 닭이라도 한 입 하자.

391 헬렌 - 진행 (E3nB2gzUEs)

2024-10-13 (내일 월요일) 15:57:35

@@>>389
헬렌은 소녀가 타톤을 뛰어넘어 적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그 용기에 감탄했다. 나보고 저기 들어가라고 한다면 절대 못들어갔을 거야. 물론 정령사가 전방에서 적들과 맞서는 건 마법사가 완드로 적을 패는 것과 비슷할테다. 소녀가 타톤 사이를 지나가려다 실패하는 모습은 꽤 귀여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명소리, 그리고 끔찍한 소리들이 들린 뒤 정령들이 경련을 멈추고 암허슈트가 성공을 알려왔다. 와, 대단하잖아.

‘흙의 정령아. 고양이 수인 소녀를 제외한 앞의 적들의 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흙으로 묻어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만! 다치거나 부러지지는 않게! 동굴이 무너지지 않게 조심하고!’

발들이 압사되어 피가 낭자해지는 꼴은 보고싶지 않아서 다급히 덧붙인다.

392 ◆MjRAeKhiz2 (m4Sr7.xlzg)

2024-10-13 (내일 월요일) 17:55:52

>>390
엘리가 닭을 한 마리 해치우는 동안 안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대부분은 짐승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쾅! 쾅! 쾅! 하며 동굴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닭장에서 닭 한마리를 붙잡아서, 밤과는 다르게 정말로 약해져서 낑낑대면서 박히지도 않는 송곳니를 억지로 꽂아서 닭피를 빨아먹는 몰골을 보고, 그 소녀를 데려온 여자와 남자가 혀를 차더니 엘리를 양쪽에서 부축합니다. 그리고는 엘리를 단박에 알아보는군요.

"엘리자베스 아가씨. 태양을 극복하네,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바깥을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류드밀라 아가씨께서 싸우고 계신데 도우셔야죠. 빨리 들어가시죠."

류드밀라 바토리 이뮈르스,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와 다섯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언니이자... 두 번 죽어 세 번 살아 돌아온 일족의 집행자. 햇빛이 워낙에 뜨거워서 정신이 없던 나머지, 엘리는 자기 언니가 이단심문관에게 한쪽 눈을 잃고 마녀들을 사냥하면서 나머지 한쪽 눈을 잃은 다음, 불태워져 사라졌는데 시력을 대가로 다시 살아 돌아왔음을 이제야 기억해냅니다. 엘리는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류드밀라, 엘리의 언니가 양 손으로 인랑의 양 앞발을 붙잡은 채 힘싸움을 하는 것을 봅니다.

아주 오랜만에 뱀파이어 일족의 협동심을 보여줄 기회일까요?

393 ◆MjRAeKhiz2 (m4Sr7.xlzg)

2024-10-13 (내일 월요일) 18:04:26

>>391
'................'

구르르르르르릉...

광산의 깊은 동굴 속에서 흙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천장에서 엄청나게 많은 흙가루가 쏟아져나옵니다. 헬렌은 본능적으로 암허슈트를 쳐다보지만, 그도 별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괜찮을 겁니다... 아마. 하지만 박쥐의 정령 배시가 이끄는 박쥐들은 생존 본능이 정령의 통제력을 끝내 이겨버린 탓에 바깥으로 급격히 날아가기 시작하면서, 배시는 반강제로 자리를 이탈하며 전투에서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게 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동굴이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알아서 자랄 타톤들이 남아서 헬렌의 앞을 막는데...

"으아아아아!!"

"공격!!!"

어째 정령술이 잘 통하는 눈치가 아닙니다. 그때, 백과사전의 정령이 또 나섭니다.

'정령술의 기초 5장: 하급 정령은 역설적으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하급인 이유를 가진 정령들이다.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온갖 파멸적인 결과를 이끌지만, 구체적인 지시는 잘 이해하지 못해 답답한 결과를 만들거나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한 것이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령사가 정령 그 자체와 잠시 동화하는 정령화를 깨치거나, 또는 정령이 담당하는 속성이나 원소의 상위 개념을 담당하는 상급의 정령을 찾거나, 임의로 정령의 격을 승격시켜야 한다...'

암허슈트는 그 말을 끊고 시를 읊습니다.

'하늘의 거대한 구름도 흔들리고, 내 가족의 가족도 머무를 땅마저 흔들리는 이 세상에서, 내 어찌 아니 흔들리리.'

그러자 엄청나게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헬렌은 어떻게든 균형을 잡는데, 안쪽에서는 비명 소리와 함께 남자들이 살려달라고 공황에 빠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흙의 정령이 발을 묶지는 못하지만, 정령술을 쓰는 과정에서 지반이 흔들려서 패닉을 유발한 것 같습니다. 아마 나머지는 타톤들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요? 학살극이 되겠지만.

394 헬렌 - 진행 (E3nB2gzUEs)

2024-10-13 (내일 월요일) 18:43:29

@@>>393
으아아아아......

헬렌은 이번엔 지시가 너무 복잡해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고양이 소녀에게는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했으면서! 차라리 배시를 이용해 공격하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자책한다.

‘배시, 고마웠어.’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배시를 보내고는 암허슈트의 도움으로 지진을 견뎠다. 하..... 어쩌면 좋을까. 학살 만큼은 막고 싶은데. 이들이 그렇게 죽일 만큼 잘못했나 한다면 그것도 아닐테다. 아니면 아직까지는 자신의 마음가짐이 무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 전투를 끝내긴 해야 할터인데..... 결국 부름에 응답했던 중급 정령 중에 하나를 다시 부르기로 한다.

‘수사닌, 도와주세요. 저 적들을 기절시키려고 하는데, 광석을 좀 떨어뜨려줄래요? 고양이 수인 소녀가 맞지 않게 그 주변을 피해서 부탁드려요.’

돌 맞고 기절.......하다가 죽을수도 있겠지만 아 모르겠다... 나름 조절하는 거라고...... 헬렌은 눈물을 머금는다.

395 아앨라나 - 진행 (I6l9gfred2)

2024-10-13 (내일 월요일) 18:49:29


@@ >>387

"그럴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그것은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해 되어야 할까~ 하고 알아보기 위한 느낌에 닿고자 하는 것에 비슷해요"

산책에 대해서 그녀가 저와 같은 생각을 했었는지 아니였는지 모르겠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하면서도 저는 그렇게 말했어요. 저 역시 같이 겪은 것이지만 그녀가 숲에서 한 경험들은 겁먹기에는 충분한 것들이였어요. 저에게도 그러한 것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익숙함이란 이름의 보호구와 마법이라는 무기가 있었기에 괜찮을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였을 것이니까요

이 산책이라는 것도 그 자체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어떤 과정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다른 때에 산책 자체를 원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생각이나 계기를 확인하고 정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니까요

"후후훗... 어떠려나요? 그럼, 저에게 무엇을 주시겠어요?"

저는 그녀의 새로운 부탁에 상체를 앞으로 조금 숙이고 올려다보며 장난스러운 태도로 말했어요. 지금 이렇게 말해 보았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무언가를 저에게 주지 않아도 그녀에게 도움이 정말로 필요할 것 같다면 도움을 줄 수도 있을거에요. 그녀와의 첫 만남처럼 구하는데 무언가를 요구하지는 않았던 것처럼요

396 ◆MjRAeKhiz2 (m4Sr7.xlzg)

2024-10-13 (내일 월요일) 18:54:44

>>395
까지만 하고 취침하겠읆.
사유: 내일 출근

397 ◆MjRAeKhiz2 (m4Sr7.xlzg)

2024-10-13 (내일 월요일) 19:05:42

>>394
'해봐야 알지요. 그런 거는.'

수사닌은 그렇게 말하고는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무래도 철광과 석탄 등을 관장하는 수사닌이라는 중급 정령은, 어찌 보면 흙의 정령의 상위급이라 볼 수 있습니다. 흙의 정령 같이 하급에겐 너무 어려울 명령도 그 취지를 눈치껏 이해한 그는,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쿵쿵거리는 소리가 점점 심해지더니, 째질 것 같던 적들의 비명소리도 어느새 멎어버립니다. 두두두두두... 하던 진동이 다시 멎고 나면, 수사닌이 헬렌에게 다가오더니 턱짓으로 이야기합니다.

'암허슈트. 아가씨를 잘 부탁하네. 로렌스네 사람 같던데.'

'눈 달려있으면 아는 걸 물어보고 있나, 자네는?'

암허슈트는 그렇게 핀잔을 주면서도, 헬렌의 등골에 소름을 일으키며 경고합니다.

'고양이 수인 소녀, 당신에게 화가 많이 났을 겁니다. 조심해서 접근하십시오.'

398 ◆MjRAeKhiz2 (m4Sr7.xlzg)

2024-10-13 (내일 월요일) 19:15:57

>>395
"음... 어디보자..."

베스니는 자기가 뭘 줄 수 있나 생각해봅니다. 자기 옷가지? 그렇게 되면 베스니는 집에 돌아갈 때까지 사실상 반나체로 돌아다니는 인간의 존엄을 붕괴시키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며, 결정적으로 아앨라나가 베스니의 옷을 원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아무리 검은 숲에서의 생활이 물자가 부족하다지만, 남의 옷까지 벗겨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돈? 베스니는 여기 오느라고 돈을 다 썼습니다. 결국 남는 건 공수표뿐입니다.

"그럼... 망원경 하나 약속드린 거에 더 해서, 다른것도 하나 더... 아하하..."

'검은 숲 나가면 볼 지 안 볼지도 모르는 여자한테 외상 거래라. 멋지군요.'

가말라시엘의 말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399 헬렌 - 진행 (E3nB2gzUEs)

2024-10-13 (내일 월요일) 19:17:26

@@>>397
어쨌든 저 너머에서 뭔 소리가 넘어오지 않는 것을 보니 어떻게든 된 것 같다... 헬렌은 수사닌이 다가오자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등골에 소름이 돋는 느낌에 헬렌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너무...... 무책임하게 공격하긴 했지. 아마 흙먼지도 다 뒤집어쓰고 지진에 넘어졌을지도....... 헬렌은 매를 맞으러 가는 심정으로 타톤에게 길을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일단 안쪽에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캡 잘자~~ 바로 자는 거 아니면 푹 쉬고~~

400 엘리 - 진행 (ded8kdua7s)

2024-10-13 (내일 월요일) 19:37:31

@@>>392

"아... 음..."

세스타우에서 나온 직후라면 스스로의 성과를 자랑하며 이런 소득을 거두었다고 자랑했을텐데. 하필이면 한껏 얻어맞고 기어나온 직후라 무슨 말을 해도 추해보인다.

이럴 땐 자리를 피하는 게 그나마 위신을 세울 수 있는 수단. 나는 회복된 원기를 바탕으로 최대한 빠르게(그래봤자 햇빛 아래에선 약함 수준이지만) 동굴 안으로 들어가, 양팔이 봉쇄된 인랑에게 킥을 날렸다.

401 아앨라나 - 진행 (I6l9gfred2)

2024-10-13 (내일 월요일) 20:07:23


@@ >>398

저의 그 말에 그녀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의 대답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요. 얼마후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저번처럼 무언가를 주겠다는 것과 비슷했어요. 그때의 것은 그녀가 직접 말한 것이니 선물이라 칭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요구나 보상이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그녀에게서 꼭 댓가를 받고 하려는 것도 아니였으니까요.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 할 수 있겠네요

"그래요, 무언가 확신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할만 것은 없어요.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주는 것 있다면 돌아오는 것도 있을거에요. 혹시 알겠나요? 언젠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요..."

그 때 가말라시엘 님이 그리 말하셨고 그 말에는 저도 수긍하기에 부정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그것이 다른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라 생각하였던 저는 그렇게 대답해보았어요

"헤에~, 그런가요? 후후훗..."

"전부 도와드릴 수는 없겠지만 당분간은 좀 더 함께 해드릴게요"

그래서 가말라시엘 님의 말도 있으니 저는 그리 애메하게 말하는 것으로 다른 여지를 두는 것으로서 이번에도 조금 장난스러운 태도로 그렇게 말해주었어요

402 아앨라나주 (I6l9gfred2)

2024-10-13 (내일 월요일) 20:10:09

진행 수고하셨어요. 내일 일도 힘낼 수 있기를 바랄게요

403 헬렌주 (E3nB2gzUEs)

2024-10-13 (내일 월요일) 23:01:09

캡!!!!!! 평소에도 나 일이 바빠서 자주 못오긴 했는데 나 진짜로 일이 바빠져서 ㅋㅋㅋㅋ...... 3주 정도 동결신청 가능할까........? 11월 초에 돌아올 것 같다...!!

404 ◆MjRAeKhiz2 (YyEQpAzCFw)

2024-10-14 (모두 수고..) 05:17:17

>>403
ㅇㅋㅇㅋ

405 ◆MjRAeKhiz2 (YyEQpAzCFw)

2024-10-14 (모두 수고..) 07:58:04

>>400
동굴로 던져지듯 들어가자마자, 엘리의 몸 상태는 갑자기 폭발적으로 좋아집니다. 순식간에 지옥과 천국을 모두 맛본 그녀의 몸은 이제 천국의 복락을 누리면서 인랑의 옆구리에 통렬한 발길질을 날립니다. 세스타우 때처럼, 때리는 사람이나 맞는 사람이나 신경쓰지 않는 뱀파이어이기에 가능한 속도의 공격이 작렬하자, 늑대인간의 갈비뼈와 엘리의 발목이 함께 부러지면서 인랑은 힘을 잃고 넘어집니다.

"캬아악!"

그러자 류드밀라, 엘리의 언니가 상대를 넘어뜨려 덮치고, 양 손을 맞잡아 주먹을 만들어 망치처럼 뭉치더니 그대로 늑대인간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처음 몇 번의 강타는 버티던 머리는 주둥이가 점점 평평해지더니 결국 못 견디고 수박처럼 터져버리고, 램프를 들고 들어온 하인들이 그녀의 손을 닦을 수건을 가져와서 바칩니다. 류드밀라는 손을 닦고, 하인들이 늑대인간의 시체에 끌을 꽂아 당기는 동안... 반갑다는 말도 없이, 일족의 집행자 류드밀라 바토리 이뮈르스는 동굴 안의 혈향 속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냄새를 잡아내고 대뜸 묻습니다.

"이 동굴 안에 누구 있어."

406 ◆MjRAeKhiz2 (YyEQpAzCFw)

2024-10-14 (모두 수고..) 08:58:11

>>399
헬렌은 동굴 안으로 진입합니다. 비록 헬렌이 광부나 농부 같은 평민들에 대면 손에 흙, 물 안 묻히고 곱게 자란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향후 백작가를 이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광업도 좀 배웠고, 그녀의 눈으로 볼 때 단순히 유용 광물의 비중이 높은 정도를 넘어 이렇게 대놓고 '나 석탄이요' '나 철이요' 하며 광물이 알알이 박히거나 대놓고 차지한 것들은 최상급품입니다. 헬렌이 이 동굴을 무너뜨렸다면...

'아가씨, 앞에서 달려옵니다.'

...이란 상념에 빠질새도 없이, 헬렌은 등골에 쭉 뻗는 소름에 순간 뒤로 물러나고 그 한 발짝이, 목에 닿으려던 칼로부터 헬렌을 살려냅니다. 그 칼의 주인은 고양이 수인 소녀로, 그녀의 눈은 째질 듯 날카롭고 꼬리는 터진 듯 부풀었습니다. 그녀는 헬렌을 죽일듯 노려보면서 외칩니다.

"당신, 일부러 그랬지!!! 내가 당신 돈 훔쳤으니 싫을 법한건 이해하지만, 이럴 거면 그냥 꺼지라고 말하던가!!!"

머리에는 흙먼지가, 온 몸에는 석탄검댕이 가득합니다. 옆에 선 수사닌이 난처함을 숨기지 못하고 이야기합니다.

'방금 전만 해도 여깄던 녀석이 눈 뜨니 저길 가 있으니, 피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407 ◆MjRAeKhiz2 (YyEQpAzCFw)

2024-10-14 (모두 수고..) 10:33:29

>>401
그리하여 베스니와 며칠간을 더 머무르게 됩니다. 어차피 이 마을에선 달리 할 것도 없겠다, 베스니는 진흙을 뭉쳐서 나르거나 웅덩이에 돌을 채운 부대를 쏟아넣는 어떻게 잘못될 구석도, 가말라시엘이 도와줄 구석도 없는 단순 중노동에 끌려갑니다.

"아이고... 나 죽는다. 나 죽어어!!"

하지만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에도 살았던 베스니가 고작 이 정도에 죽을 리가요. 썩어도 준치, 죽어도 음유시인이라고 베스니의 곡소리를 노동요 삼아 플라베르흐 사람들이 일하는데, 아앨라나의 뒤에서 촌장과 넬루가 그녀를 부릅니다.

"앨리스 님의 제자! 일 하나 해볼 생각 없나? 저런 막일 말고, 여기선 당신만 할 수 있는 일 말이야."

408 크론 - 진행 (Ly4MfxM0s6)

2024-10-14 (모두 수고..) 14:43:00

@@>>377

과연 여긴가 역참인가. 바깥을 지키는 경비와 그 위에 깃발도 그러하지만, 내부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이 역참이라는 공간이 와닿는다.

무엇보다 지금 저기 아카데미로 보내달라 외치는 이도 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안녕하세요. 저도 아카데미로 가고자 하는데 무슨 일입니까?"

'크론'은 경비대장에게 받은 문서를 꺼내 보이며 짐짓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양 묻는다. 물론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실제로 모르지만.

409 크론주 (Ly4MfxM0s6)

2024-10-14 (모두 수고..) 14:43:40

월요일 좋아~

410 ◆MjRAeKhiz2 (RpAg.O50eg)

2024-10-14 (모두 수고..) 15:29:58

>>409
난 안좋아

411 아앨라나 - 진행 (hTYEdVZYx2)

2024-10-14 (모두 수고..) 16:28:43


@@ >>407

저는 그녀가 어촌의 일을 돕게되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그녀가 하게된 일들은 여지없이 고된 일이겠지만 그녀가 외치는 것처럼 심각한 일은 아닐 거에요. 정말로 그렇다면 그녀도 주변 분들도 멈추고 상태를 살펴보았을 거에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큰 짐을 이고서도 지금까지의 역경에서 지금의 위치를 당당히 지켜냈으니까요

그녀도 다른 분들도 이때의 고생으로서 보답으로 전체의 생황을 좀 더 좋게 하고 연장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을거에요. 생물들에게 먹을 식량이 필요한 것처럼, 어촌에는 성장과 유지를 위해서 자재가 필요할 거에요

"저에게만 주어질 일인가요? 우선 무엇에 대한 것인지 설명을 들어보아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면서 그리 생각하고 있었던 때에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제가 뒤돌아 보았을때 그 목소리의 주인은 촌장 님과 넬루 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였던 소녀이였어요. 이 어촌에서 저에게만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에 약간의 관심을 표하며 그리 대답했어요. 아마도, 제가 가진 능력에 관련되어 있다고 예상해볼 수 있을거에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이겠지요?

412 누누코 (lzMH0NsJKU)

2024-10-14 (모두 수고..) 17:56:02

>>347 눈 앞의 노인의 말을 들은 누누코는 잠시 갈등했다.
과연 이런 미덥지 못한 인간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선뜻 넘겨도 좋을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었다. 그것은 곧 부족과 동료들을 배신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떠올렸다.
누누코는 잠시 뒤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이야기해 나가기 시작한다...

// 누누코네 부족 이름은 '신성한 들판'.
신성한 들판은 지역명 같은 것이 아니고, 정확히는 그들이 모시고 있는 신수와 연관이 깊다.
신성한 들판이 모시는 성물은 '붉은 잎 신수, 오르달리아' 라는 고목인데 일찍이 그들의 영웅이었던 '오르달리아'. 전사한 그녀의 유해를 시든 나무 아래에 묻자 그녀의 의지를 양분삼은듯 나무가 붉은 잎으로 개화하게 된 것이다.
신성한 들판은 다들 이런 나무에 모여 부족을 이룬다. 이러한 전설은 신성한 들판의 동족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져왔지만, 사실은 '오르달리아' 가 이 전설의 시작점인 것이 아니며 유일한 것도 아니다.
수인족의 역사는 항상 인간들의 습격, 그리고 충돌과 싸움으로 계속 되어왔고, 격동의 시기를 보내며 인간과는 달리 그들 대부분은 숲에 남아 모습을 감추고 자신들만의 문화와 땅을 개척했다.
즉, 이러한 과정에서 신격화 된 영웅의 유해가 묻힌 곳, '신수' 가 있는 곳이 곧 그들의 고향이자, 그 영웅의 의지를 잇고자 하는 수인들이 모인 곳이 '신성한 들판' 이 되는 것이다.
누누코는 이것을 자신의 스승이 되는 존재이자, 또 다른 토끼 수인 전사 '얼어붙는 피네' 에게서 배움받았으며 이러한 전설들의 기원과 수인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이해해가면서 현재의 '신성한 들판' 을 수호하는 전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우선 여기까지인데 질문거리 있으면 말해주세요~~

413 누누코주 (lzMH0NsJKU)

2024-10-14 (모두 수고..) 17:56:27

그리구 다들 안녕하세요~

414 엘리 - 진행 (ch9sj4N1Wo)

2024-10-14 (모두 수고..) 18:20:33

@@>>405

"불쌍한 농부들이니까 신경 꺼도 돼~"

뭐. 류드밀라, 내 언니에게 큰 악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회포를 풀 시간도 없이 바로 저런 얘기라니! 아무래도 집행자라는 건 사람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낮부터 늑대인간 출몰에 언니까지 만나다니. 참 다사다난한 하루다. 이럴 때 쓰라고 루마족 노파와 거래해 피를 받아놓은 게 위안이면 위안일까.

415 ◆MjRAeKhiz2 (Nu.qdQz8k6)

2024-10-14 (모두 수고..) 20:53:44

>>408
"그래요. 저 문서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직원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크론을 가리킵니다. 직원은 어느 관료 조직의 어느 관료가 그렇듯, 눈 앞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크론을 위해 마차를 잡아주는 일입니다. 묻는 말에 대답이요? 그의 담당업무에 그런 건 없습니다. 직원은 크론에게 말합니다.

"아카데미로 가는 연락마차는 100은화에 빌리실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도와드릴까요?"

그리고 실랑이를 벌이던 사내가 이 소란의 원인을 설명하는군요. 어째 희망이 엿보이는 말투입니다.

"입학생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저는 해머할 마검학 교수님의 검술조수 잭 리거입니다. 잠시 이웃 왕국의 고향에 휴가를 갔다오는 길에 아카데미 직원증을 잃었는데, 그것 하나 때문에 마차를 무료로 못 내준다지 뭡니까!"

"그게 절차란 겁니다."

댁은 닥치시고, 라 쏘아붙인 잭은 크론에게 제안합니다.

"좀 태워주시죠. 제 몸에 입학생님 몸까지 지켜줄수 있으니."

416 ◆MjRAeKhiz2 (Og7ku4NwJQ)

2024-10-14 (모두 수고..) 23:18:29

>>411
"그 건가재포. 큰적가재로 만든 것 맞지? 그 정도로 살점이 크면서 근육 조직이 말려도 선명하게 보이는 건 큰적가재밖에 없거든. 솔직히 저 촐싹대는 바깥 놈팽이가 뭐 했을거 같진 않고, 했다면 네 소행 같은데 말이야..."

촌장은 가재포의 출처를 정확히 특정하고 큰적가재가 그 가재포 신세가 된 경위도 어느정도 정확하게 추측하더니,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행여 누가 들을까, 촌장은 숲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특유의 어휘와 문법을 섞어 암호문 같은 대화를 구사하는군요.

"큰 운바(호수)에 큰 메베베(두족류)가 나타났어. 이는 베유가 보렉의 징조라 보아야지.(이대로는 다 망해.) 하지만 앨리스의 제자인 당신이라면 분명 을라투(사냥) 정도는 간단할 것 아닌가?"

라고 합니다.

417 ◆MjRAeKhiz2 (Og7ku4NwJQ)

2024-10-14 (모두 수고..) 23:54:03

>>412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제멜바이스의 희끗한 눈섭이 꿈틀거리더니, 두꺼운 책자와 서류더미 사이에서 무언가 찾습니다. 누누코가 부족 출신이라는 게 그녀가 글도 못 읽는 까막눈이란 뜻은 아니기에, 그녀는 제멜바이스가 읽고 있는 전단지에 '로데스 대농장주 노예에게 피살' 이라 적힌 것을 똑똑히 읽습니다.

"다른 부족들 내버려두고 여길 공격했다길래 이런 상병신들이 있나 했더니만, 그 상병신들이 공격한 곳이 자네 부족이었군. 뭐, 인간이 꼭 계산적으로 사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내 싸구려 유감이나 슬픔이 자네 부족원들을 되돌려보내진 않을 테니, 본론이나 말하겠네. 누누코, 만약에..."

제멜바이스는 책상에 칼과 밧줄을 올립니다. 그리고 누누코에게 묻는군요.

"우리 정보력도 한계가 있고, 누군가한테 한번에 너무 많은 걸 알려주면 정보원이 노출될 수 있어. 그래서 한번에 하나씩 묻지. 먼저 피의 복수를 원하나, 아니면 동료를 구출하길 원하나?"

요한이 끼어들지만 금방 끊깁니다.

" 둘 다? "

"닥쳐."

// 부족원 구출, 복수 둘다 하게 될거임. 지금은 뭘 먼저 하느냐의 분기

418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01:50:03

>>414
"들었지."

엘리가 뭐라 말하자마자 류드밀라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퍼지고, 늑대인간을 바깥으로 끌어내려던 두 사람은 늑대인간을 끌던 끌을 땅에 내팽개친 채로 동굴 깊숙이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조금 있자, 아까 전에 동굴 안으로 뿔뿔이 도망쳤던 농부 부부와 아이들이 사색이 된 채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줄줄이 서서 나오고, 그 뒤에는 류드밀라의 부하들이 석궁을 들어 그들의 뒤통수에 조준한 채로 따라나오고 있습니다. 농부 부부는 짓이겨진 늑대인간의 머리통과, 아직 덜 닦은 피가 선한 류드밀라의 손을 보고 누가 이 모든 짓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를 깨닫고, 사색이 되다 못해 얼굴이 마치 회칠한 것마냥 하얘집니다. 류드밀라는 그들의 냄새를 맡다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명령합니다.

"오늘 죽일 놈년은 이 늑대인간, 그리고 내 앞에 이 년 하나면 충분해. 거기 농부들. 이 동굴 내일 아침까지만 좀 쓸 테니까 있어봐."

"알겠습니다."

류드밀라의 명령에 부하들이 석궁을 거두고, 농부 가족도 귀는 달려있는 만큼 쏜살같이 튀어 나갑니다. 그리고 부하들도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동굴 바깥으로 나가고, 류드밀라는 뚜둑, 뚜두둑, 손을 풀면서 땅을 더듬고, 끌... 끌... 하는 소리를 내면서 반사되는 파동으로 엘리의 위치를 대충 알아내더니 그녀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물론 좋은 의도는 아닌 게 손목에 느껴지는 끔찍한 손아귀 힘으로 느껴집니다. 인간 중에서도 좀 약한 축에 속하는 인간이면 당장 손목이 부러지거나 뽑혔을 수준의 악력입니다. 류드밀라의 목소리가 험악해지면서, 루마족 점쟁이가 말했던 대로,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를 설명해줍니다.

"가주님 저택 앞으로 '이단심문 공로답례' 라는 이름에, 발신인은 이단심문소인 관짝 하나가 왔어. 관짝을 까보니까 피 빨아달라는 미친년 하나가 들어있더라? 그거 때문에 이단심문소에서 지금 일족을 엎어버리려는 거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난리가 났고, 좀 알아보니까 네가 세스타우에서 뭐 했던 그거 때문이더라고. 그러니까... 이야기 듣기 전에, 내가 널 당장 반쯤 찢어서 영지로 데려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봐."

목소리는 나긋나긋하지만, 그 안에 서린 노기는 진심입니다.

419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01:52:30

이번밤은 여기까지.

420 크론 - 진행 (j/CM/3Mb0.)

2024-10-15 (FIRE!) 13:40:48

@@>>415

마검학 교수의 조교라..이게 기회일지 위기일지 잘 모르겠다.

아카데미 내부의 인물과 관계를 다져놓으면 여러모로 편리할 수 있지만 어쩌면 괜한 관심과 의심을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이 사람이 조교라면 이번에 '크론'이 태워주지 않더라도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아카데미에 도착을 할 테고 그 경우 '크론'을 곱게 볼 리가 없다.

결국 이 인물이 진짜 조교라면 무조건 동행을 함이 옳다.

"음. 동행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솔직히 말만 가지고 어떻게 아직 아카데미에 가본 적도 없는 제가 마검학 교수님의 조교를 알아보겠습니까? 혹시 아직 경험이 부족한 저도 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나요?"

'크론'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증명을 요청했다. 말이든 행동이든 아카데미의 조교 정도가 된다면 뭔가 능력은 있으리라.

421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5:27:53

>>420
"그렇다면 나와보시죠."

직원이 마차 수속을 차리하고 있지만 아마 시간이 걸릴 겁니다. 잭 리거, 아직까지는 '조교'를 자칭하는 이 남자는 자신의 실력은 잠깐이면 보여줄 수 있다면서 바깥으로 크론을 데리고 나가더니, 대뜸 역참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 두 명에게 은화가 든 자루를 확 던져서 가슴팍에 치이게 만듭니다. 경비병들은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지는데, 잭 리거는 오히려 당당합니다.

"이봐, 어차피 거지 발싸개 새끼들은 저 바깥 경비들이 다 때려잡고 있겠다, 솔직히 심심하지 않아? 나랑 한 판 하자고. 검술 대련, 2:1. 만약에 날 이기면 이 자루에 든 50은화를 전부 주지."

"...만약 지면 어떻게 되는데?"

"지면 지는 거지. 나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내 실력이 사기가 아니란 걸 증명해야 해서 말이지."

그렇단 말인가... 경비병들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대뜸 칼을 들어 달려드립니다. 칼을 뽑지도 않았던 잭은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달려든 이의 칼을 몸을 왼쪽으로 살짝 틀어 피하고, 두번째로 횡으로 베려는 칼을 처음 달려든 이의 팔을 팍 내리쳐 간섭하게 만들어 부딪치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칼을 꺼내드는데, 몇 합 만에 경비 한 명은 검에 달린 폼멜로 여러 방 맞아 나가떨어지고, 나머지 한 명은 몇 번이나 목과 가슴, 고간 등 실전에서라면 무조건 죽을 약점 부위 근처에 수십번이나 칼이 들어오는 경험을 한 후 인정합니다.

"젠장, 아, 알았어. 너 강해. 됐냐?"

...그러자, 잭이 크론을 바라보면서 말합니다.

"더 할까요?"

// 아카데미 도착 이전을 빠르게 날릴지, 좀 길게 묘사할지 의견 궁금해유

422 누누코 (sbJotPyXBs)

2024-10-15 (FIRE!) 15:31:20

@@ >>417
책상 위에 밧줄과 짧은 칼날이 올라온다. 누누코는 마치 그것에 이끌리듯 손을 뻗어서 칼날을 매만졌다.
둘 다.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대답일 것이다. 그러나 누누코의 몸은 하나였고, 시간도 그랬다.
달과 하늘도 하나였다. 누누코는 말한다.

"누누코는 전사다."
"싸우고 죽으면 그걸로 좋아. 그걸 위한 목숨이다."
"하지만 신성한 들판에는 전사가 아닌 부족들도 있어."
누누코는 칼날을 자신의 눈 가까이로 들어올렸다. 때가 탄 칼날로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어 보였다. 마치 야생으로 돌아간듯한 야수 하나. 그것은 인간들에게 둘러싸여 말이 걸려지고 있었다. 우스운 모습이었다.

"그들이 이런 일을 겪어서 좋은 일 같은 건 없을테다."
칼을 제자리에 내려놓는다. 다시 나란히 자리를 잡은 밧줄과 단검. 누누코는 선택한다.

"누누코의 동료들을 해방하겠어."

423 누누코주 (sbJotPyXBs)

2024-10-15 (FIRE!) 15:31:38

캡틴이랑 다들 안녕하세요~~

424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5:50:39

>>422
그러자, 제멜바이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뒤에 서 있던 부하들이 누누코 앞에 정보가 될 만한 것들을 가져옵니다. 제멜바이스는 서류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누누코에게, 어디로 가야 신성한 들판의 부족원들을 구출할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빨리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굴뚝같아지는군요.

"부족들을 습격해서 획득한 노예는 일단 칸톤, 이라는 곳에서 먼저 선별해서, 여기서 '큰손'들이 노예 사냥꾼들한테 노예를 도떼기로 구입하지. 그리고 그 도매로 구입한 노예들을 큰손들이 다시 자기 경매장에다가 파는 거야. 너희 부족은, 이걸 다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도 절반이 보스트만, 나머지 절반이 하이르 앗 딘에게 팔려갔고... 이 큰손들은 각자 노예들을 파는 구역을 정해놨어."

제멜바이스는 지도를 꺼냅니다. 메츠 시와 멀찍히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는 '보스트만'이라고 적혀있는 영역, 남쪽에는 '하이르 앗 딘'이라 적혀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요한은 시키지 않았지만 능숙하게 그것을 받아적기 시작하고, 제멜바이스는 필기는 요한에게 맡겨둔 채 누누코에게 설명을 계속합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너희 부족은 메츠 시로부터 남쪽과 북쪽에 퍼져서 팔려갔을 거란 이야기야. 구체적으로 어디에 몇 명이 얼마나 팔려갔는지는 몰라. 하지만... 북쪽에는 '비더스'라는 지역이 노예 경매장으로 유명하고 남쪽에는 '베슨빌'이라는 지역이 유명해. 일단은 여기까지."

제멜바이스는 설명을 끊고 조언합니다.

"나머지는 현상금을 받건, 누구를 죽여서 뺏건 해서 돈을 벌어서, 그거로 그 지역의 노예상 밑에서 일하는 담당자를 매수하던지, 아니면 안 내놓으면 죽인다고 해서 영수증을 찾아보던지 해. 이 이상 알려주면 우리 쪽 정보원이 바로 노출될 거거든. 일단 여기까지. 더 질문 있나?"

요한이 손을 들지만, 제멜바이스는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듭니다.

"넌 닥치고. 내 손님은 누누코야."

425 크론 - 진행 (0A5jS0YVXk)

2024-10-15 (FIRE!) 15:57:51

@@>>421
나와보라니..설마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돈이라도 강탈할 셈은 아니겠지? 출신의 한계로 인해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도 '크론'은 의연하게 뒤를 따랐다.

밖에도 문을 지키는 경비들이 있었는데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이어 벌어지는 광경은 정말 저 사내가 마음만 먹으면야..경비 정도는 자신을 지키기도 그를 저지하지도 못하리란 점은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게 아카데미의 수준인가...?

"음 괜찮습니다. 제가 조예가 깊지는 않아도 보여주신 실력이 범상치 않음은 충분히 느꼈습니다. 이것이..아카데미의 수준이군요. 실례했습니다 동행하시죠 조교님."

그리 대답을 하며, 잭 리거가 보여준 모습을 머릿속으로 복기해 본다. 과연..나도..아카데미에서 배우면 저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안녕~ 음 아카데미 이전을 길게 묘사할 필요는 없을거 같아! 뭔가 사건 하나 정도는 있어도 좋겠지만 빠르게 날리고 가도 좋아!

426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7:05:48

>>425
"정말 고맙습니다. 나중에 마검술 수업을 하게 되면 절 보게 될 텐데... 그 때는, 아시겠죠?"

뭐, 크론이 아무리 아카데미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고, 쓰레기더미 바깥의 사회를 잘 모른다지마는 이건 명백합니다. 기브 앤 테이크, 좋은 걸 줬으면 좋은 걸 받거나 최소한 좋은 걸 준 인간한테 엿같은 것을 날려먹진 않는다. 크론이 살던 곳은 당장 내일 살아서 눈을 뜰지도 모르는 곳이니 인정과 친절은 천박한 농담이 되고 배신과 뒤통수가 덕목이 되는 기이한 곳이었지만, 조금만 바깥으로 나와도 그나마 살만한 곳이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크론이 목표를 낮춰서 '적당히' 사기를 쳐서 '적당히' 어딘가에서 새 신분을 얻어 '적당히' 평민으로 사는 정도야 그렇게까지 어려운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은, 기왕 사기친 것 '크론'이라는 건어물이 된 입학생의 신분까지 사기를 쳤으니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지만요.

"안 들어오세요? 마차 수속 다 끝났는데."

참 빠르게, 100은화를 지불한 크론과 잭 앞에 마차가 나타납니다. 잭 리거는 편하게 갈 수 있게 됐다며 양 손을 싹싹 비비고, 크론에게 묻습니다.

"그런데 혹시 어느 지역 출신이십니까? 마법 적성은 지역 차별이 없다보니, 정말 다양한 곳에서 몰려오거든요. 이 지역에서 나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혹시 유학생인가요?"

//ㅇㅋ

427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7:36:57

그리고 이야기들 어장을 즐겨주시는 모든 참치분들께 공지
본인 능력의 한계를 이 어장 돌리면서 깨달았읍니다
앞으로도 캐릭터와 함께할만한 조연은 매 국면, 매 챕터마다 한명 정도씩만 나올것 같읍니다(예: 엘리의 에레야, 아앨라나의 베스니, 누누코의 요한)

428 엘리주 (ugTcWQ35U2)

2024-10-15 (FIRE!) 17:49:31

우왓 이번엔 류드밀라인가

429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7:59:04

>>428
선택에 따라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NPC도 생각중!

430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8:03:02

오늘은 6:30까지 올ㄹㅏ오느ㄴ 것만 처리하고 자러갊
근데 휴일이나 일하는날이나 처리속도는 비슷하네

431 누누코 (sbJotPyXBs)

2024-10-15 (FIRE!) 18:12:35

@@ >>424
"아니. 충분해."
제멜바이스에게서 정보를 건네받자, 누누코는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그렇게 말할 뿐으로- 자리에서 즉시 일어났다.
이제 막 정보를 받았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듯,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거침따윈 없는 움직임이었다.

"지금 출발하겠어."
사소한 문답시간 따위 조차도 그녀에겐 걸림돌일 뿐인가?

// 확인했어요~ 느긋하게 좋아요~~

432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8:20:23

>>431
"요한, 어디서 성격이나 하는 말이나 딱 자네랑 반대 같은 인간을 데려왔나?"

"뭐,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것 아닙니까? 평생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거죠. 아무튼, 이제 가보겠습니다."

요한은 누누코를 따라 나갑니다. 그리고 마차를 준비하면서, 누누코에게 묻는군요. 벌써부터 사람 여럿 죽일 생각에 신이 났습니다.

"자, 그래서 어디부터 가실까요? 남쪽? 아니면 북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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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누누코와 요한은 서로 돕기로 했었음.

433 엘리 - 진행 (lU63/LE6FI)

2024-10-15 (FIRE!) 18:22:34

@@>>418

"그, 그건 말이지~"

도마뱀은 위기에 처하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꼬리는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포기했다. 언니에게 잡힌 팔을 잘라내고 도망쳐도, 밖은 낯. 동굴 안에서 술래잡기를 하다보면 결국 잡힌다.

"이단 심문관이랑 친해지면... 좋지 않을까? 왜, 그런 말 있잖아! 러브 앤 피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적일 필요는 없지!"

내 나름대로의 설득(?)을 시도하는 수밖에

434 누누코 (sbJotPyXBs)

2024-10-15 (FIRE!) 18:49:27

@@ >>432
"어디든 상관 없어."
바깥으로 나온 누누코는 요한의 말에 그렇게 대꾸했다. 둘 중 더 가까운 곳이 있다면 가겠지만, 서로의 거리는 어차피 그게 그것인 상황이었다.
게다가 퍼져있었으니... 어떻게 되든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였다.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야할지도 모른다.

// ㅋㅋㅋㅋ
누누코가 좀 더 붙임성있게 하는 편이 좋을까요~?

435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8:52:08

>>434
ㄴㄴ 그건 아니고 누누코가 요한을 이 건만 끝나면 안 볼 사람 취급하길래 혹시나 거래를 잊었나 해서

436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9:11:40

>>433
우드드드드득

엘리는 격통을 느낍니다. 이거, 엘리가 맷집이 강한 축이라 그냥 아픈 정도로 끝나지, 다른 이에게 이랬다면 팔을 뽑아버리려는 악의가 가득한 행위입니다. 뒤에서 보고 있던 하인들 중 여자가 말리려다가, 남자가 너까지 죽고 싶냐면서 뜯어말리고 질질 바깥으로 끌고 나가고, '하던 거 계속 하시면 됩니다!'라고 외칩니다. 네, 지금 상황에서 엘리를 도와줄 사람은 없습니다. 류드밀라는 주먹을 꽉 쥐더니, 엘리에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눈알 파인 다음에 한동안 안 맞았지?"

...엘리가 태어나기 전까지, 류드밀라는 막내이자 그 세대의 유일한 딸이었습니다. 위로는 다섯명의 뱀파이어 형제들이 있었고, 숫기 없는 성격부터 다혈질 성격까지 다양했지만... 류드밀라에게 가정 교사가 붙기 전까지 그녀에게 사회화 과정에서 상당히 '남성적'인 면모를 주입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을 못 차렸다 싶으면 대뜸 주먹부터 들고 보는 그런 것 말입니다. 가정교사가 일찍 붙은 엘리한테는 잘 보이지 않지만, 류드밀라한테는 정말로 이런 면이 많았고, 엘리는 류드밀라가 눈알 파이고 돌아온 이후에 솔직히 안 맞아도 되는 것만큼은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악몽이 돌아오자 순간 소름이 돋습니다. 하지만...

땡그르르르...

엘리의 멱살을 잡자마자 아래에 점쟁이한테 구입했던 피가 담긴 병이 아래로 흘러나오고, 류드밀라는 밀봉된 병에서도 느껴지는 생생한 피 냄새에 쥔 주먹을 풀더니 바닥을 훑어서 피가 담긴 병을 잡습니다. 그리고는 인간의 피 한 모금 분량을 마시고는 진정하는군요.

"좋아, 한번 더 기회를 주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 두 번 말했는데, 세 번 말하게 하면 그때는 바로 가주님 앞으로 끌고 간다."

...라고 하는데, 어떻게 말하나요? 에레야에게 심문받던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그냥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조금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을 고할 수도 있고요.

437 누누코주 (sbJotPyXBs)

2024-10-15 (FIRE!) 19:31:11

>>435 누누코는 잊지 않았지만 잊은건 누누코일지도...
좀 더 동료의식 가지는 편이 좋을까요?

438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9:35:38

>>434
"그러면..."

요한은 잠시 고민하더니, 누누코에게 무기점부터 들를 것을 제안합니다.

"일단 무기를 사시죠. 누누코 씨에게 딱 맞는 무기들 말입니다. 물론 누누코 씨는 온 몸이 무기라고는 하지만, 온 몸이 무기인 사람이 진짜 '무기'까지 들면 정말로 무서워지는 법이거든요. 살인 무기들 말입니다. 도끼와 단검은 투척용이니 제껴두고, 본격적인 살인용으로 한두개쯤 들고 있어야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요한은 잠시 멈추더니 어느 쪽을 가리키는군요. 그리고 누누코에게 묻습니다.

"혹시 저 여자, 아는 사람입니까?"

누누코의 고개가 돌아가면, 경악해서 그 자리에 굳어버린 여자가 보입니다. 모를 리가 없죠.

누누코한테 취업 사기를 친 그 년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찐막

439 ◆MjRAeKhiz2 (5SvVeb.M6I)

2024-10-15 (FIRE!) 19:42:04

>>437
ㄴㄴ 요한을 그냥 협력자로 보건 어떻게 하건 그건 누누코의 자유. 다만 혹시나 그게 누누코주가 이 내용을 잊어서 그런 거였다면 정정하는 차원에서...

440 엘리주 (F7FqkQd5xM)

2024-10-15 (FIRE!) 20:00:22

수고했다~~

441 누누코주 (sbJotPyXBs)

2024-10-15 (FIRE!) 20:36:45

확실히 제가 전 내용을 자주 잊어먹기는 해요 ㅋㅋㅋ ㅜ 캡틴 수고했어요~~

442 아앨라나 - 진행 (lHhPrRVXYw)

2024-10-15 (FIRE!) 21:20:51


@@ >>416

"그렇답니다. 촌장 님께선 잘 알아보셨어요. 역시 훌륭하시네요"

이 어촌을 이끌고 있을, 마을의 대표라고 할 수도 있을 촌장 님은 저희가 넘겨주었던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계셨어요. 저는 눈웃음을 한번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긍정하여 그렇게 대답하였어요. 가재는 호수의 생물이고 이곳 또한 호수의 영역을 공유하는 일원이니 가재들를 익히 보아왔을 것이에요. 다양한 관계가 있을 것이지만 주로 있는 관계는 포식자와 피식자로서의 관계이겠지요. 그것은 경험으로 다듬어진 노련함으로 나타나는 것일거에요

"저는 앨리스 님의 훌륭함에 비교될 수는 없겠지만, 그분의 제자로서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을거에요!"

이후 본격적으로 촌장 님은 이야기를 말해주셨어요.그 일이란, 꽤나 진중한 것이였던 것 같아요. 알지 못한 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에 경계하듯 숲의 사람들이 만들고 이어가는 특유의 언어로 말해주었어요. 숲의 품 속에서 자라나고 생활했다고 할 수 있는 제가 그것을 모를리가 없었지요

저는 부탁에 승락하듯 고개를 여러번 살짝 끄덕이면서 말했어요. 아직 그 정확한 정체나 언제부터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호수에 어떠한 두족류와 같은 존재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것이 어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왔는데 어촌의 몰락을 초래할 수도 있는 원인을 무시할 수만은 없지요. 그렇다 제가 얼마만큼 할 수 있을까요?

443 아앨라나주 (lHhPrRVXYw)

2024-10-15 (FIRE!) 21:21:47

이번에도 꽤 늦었네요. 그래서, 진행 수고하셨어요!

444 엘리 - 진행 (Sk2.ktalMk)

2024-10-16 (水) 09:46:02

@@>>436

'역시 뇌물...'

속으로 내심 점쟁이의 용함과 뇌물의 힘에 감탄한다. 그 류드밀라의 마음을 움직이다니!

"그게..."

거짓말을 할지 말지는 잠시 고민했지만,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 말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계속해야 했다. 그렇게 계속 거짓말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파탄이 나겠지.

"세스타우 성에 도착했는데, 여관에서 식인종도 잡고... 가짜 흡혈귀도 잡고... 하다가 어쩌다보니 이단심문관이랑 엮였어."

그렇게 운을 떼며, 누락하는 것 없이 사정을 말했다.

445 ◆MjRAeKhiz2 (xFaQLXzFLg)

2024-10-16 (水) 14:36:49

>>442
촌장은 넬루와 함께 아앨라나를 데리고, 으슥한 곳에 있는 창고로 갑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자마자, 아앨라나는 창고에서 나면 안 되는 불쾌한 냄새에 코를 찡그립니다. 그녀가 검은 숲에 살면서 온갖 '발효식품'(갯지렁이 식해, 흙마늘, 토끼뇌 초절임) 냄새는 다 맡아봤는데 이건 명백한 죽음과 고통, 그것을 가리기 위한 독주와 향료의 냄새의 칵테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창고 주변을 서성이며 창칼로 지키는 촌민들은 아앨라나의 합리적 의심에 확증을 더합니다.

"이 안에 피해자들이 있네."

촌민들은 아앨라나를 본 적이 별로 없지만, 촌장이 데려온사람이니 굳이 실랑이 벌이지 않고 금방 비켜줍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들이 검은 숲 토박이, 외부인 할것 없이 널렸는데 출신이나 생긴건 달라도 다들 팔다리 하나씩 해먹은건 공통점이라 할 만합니다.

"...다들 심하게 당했어."

촌장이 말합니다.

446 ◆MjRAeKhiz2 (xFaQLXzFLg)

2024-10-16 (水) 15:21:19

>>444
류드밀라와의 대화는 그간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단심문관에게 안전가옥도 받고, 지하수로에서 식인종들과 싸우다 하플링 소녀도 구출하고, 지하수로에서 가짜 뱀파이어를 죽이려고 이단심문관이 주는 피를 빨아서 밤의 군주로 변하고... 그 '미친년' 피도 빨고, 인간의 사교파티에 잠입했다가 뒤통수 맞고 기절한 후 일어나서 사교파티를 박살내고... 마지막으로 경비대 본부에 들어가서는 가짜 뱀파이어를 제압하고 세뇌된 경비병들을 구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해 세스타우 귀족들을 화형하고, 재판 과정에서 도움을 준 광신도를 일족 저택으로 던져버리고.... 한 것 참 많습니다.

"...나도 선택받지 못한 밤의 군주의 자격을 고작 그거 때문에 쓰다니. 한심해."

엘리는 단순히 태양빛 아래에서 멀쩡하길 바래서 특별한게 아니라, 이런 면에서도 특별했습니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하나만 붙어도 대단할 일족의 이명을 세 개나 받았고, 일족 중 그녀의 세대에서 밤의 군주라는 권리를 발현한 것은 엘리가 유일합니다. 한심하다는 류드밀라의 목소리에 어쩐지 조금의 질투도 섞인 느낌인데, 사정을 다 들은 그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좋아. 그러면 일단 태형이나 수치형은 면하게 해줄게. 하지만... 호르뮈셰로 간다고? 거기서도 이렇게 사고칠 생각이야?"

447 누누코 (uQwhEb.xxU)

2024-10-16 (水) 15:34:04

@@ >>438
"알아."
누누코는 그것을 알아본다. 여자의 가식적인 얼굴, 이목구비. 그리고 냄새와 심장박동까지도-
그 짧은 사이에 그것들을 모조리 기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은 없어."
그러나 그녀에게 조금 시선을 붙일뿐으로, 이내 다시 고개를 돌리고서는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의외라면 의외인 것일까.

"요한은 누누코를 대장장이의 앞으로 안내 해."

448 아앨라나 - 진행 (52Xuu3CYDA)

2024-10-16 (水) 16:27:06


@@ >>445

그렇게 저는 이야기를 나누고는 이어 뒤따라 장소를 옮기게 되었어요. 촌장 님과 함께 오게 된 곳은 어촌의 어느 한 창고와 같은 곳으로서 흔히 '나쁜 냄새' 라고 하는 것들과 달리 좀 더, 본질적 면모와 닿는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향료나 술 처럼 자극이 강한 같은 것들로 속이려는 행위에도 무색하게 오는, 이것은... 죽음이 다가오며 풍기는 냄새 이였어요

창고 내부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 스스로의 상실된 신체의 일부에 신음하고 있었어요. 숲의 사람들은 물론, 외부인들조차 있었지요

이번에도 저는 촌장 님의 그런 말에 다른 말없이 그저 광경을 바라보았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이야기의 실체는 심각했어요. 아니요, 이것은 그 존재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예고장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되는 것이 지속된다면 결국에는 맞이할 그 끝은....

"호수에 나타난 그것에 대하여 알아야 될 정보가 있을까요?"

얼마후 그때가 되서야 저는 그렇게 말해보았어요

449 ◆MjRAeKhiz2 (0q5uAWu7bQ)

2024-10-16 (水) 16:51:52

>>447
"좋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이제 마차의 말머리는 굴뚝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올라 회색 구름을 만드는 곳으로 이어집니다. 거리에 진득하던 술냄새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약탈당해 불타는 마을보다 더 매캐하고 독한 것 같은 매연이 느껴집니다. 요한은 이런 상황에서도 너스레를 떱니다.

"담배가 필요 없겠군요. 아무튼 메츠시는 공업으로 유명합니다. 좋은 들판에서 좋은 말, 좋은 철괴에서 좋은 무기가 나오는데, 철괴나 무기나 메츠시가 알아주지요."

그렇게 말하고 요한은 한 대장간으로 누누코를 데려갑니다. 한 곳에서는 깡깡대는 소리가 요란하고, 한 곳은 잘 정돈되어 대장간보다는 경매장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그곳에 가니 많은 무기가 있군요. 요한은 돈자루를 들어보입니다.

"저한테 빚지는걸 싫어하시니, '빌려드리죠.' 무기 아무거나 골라서 가져오시면 제가 계산하고, 나중에 갚으시면 됩니다."

누누코는 정보비로 돈을 다 쓴 상태입니다


// 무기는 도시 무기상에 있을리가 없는거(전설 고대 원시 마검) 아닌선에서 자유창작 ㄱ

450 ◆MjRAeKhiz2 (0q5uAWu7bQ)

2024-10-16 (水) 17:23:35

>>448
"우리가 가진 1톤짜리 보트나 뗏목이 아니라, 외부인들이 가져오는 코그선도 난파시킬 정도로 힘이 강해. 그리고..."

촌장은 부상자 중 한 명의 상처에 덮인 거적을 치웁니다. 그 사람의 복부에 박힌 상아질의 반투명한 송곳니는... 네, 문어의 송곳니겠죠. 하지만 아앨라나가 아는 문어가 가진 이빨은커녕 호랑이나 사자는 되어야 겨우 비교될 크기입니다. 촌장은 참담한 얼굴로 말합니다.

"용맹하게 버섯 폭탄을 들고 뛰어들었지. 그래서 저번 습격은 격퇴했지만 이 녀석 덕분에 깨달았어..."

넬루가 잇습니다.

"...이 녀석을 상대하는데 필요한건 용맹이 아니라고."

451 ◆MjRAeKhiz2 (0q5uAWu7bQ)

2024-10-16 (水) 17:23:55

참고차 올리는 코그선 사이즈

452 누누코 (uQwhEb.xxU)

2024-10-16 (水) 18:44:21

@@ >>449
"...후흥."
요한의 돈자루를 힐긋 보며 소리낸 누누코는, 천천히 나아가 대장간 안의 무기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든 것은 장검이었다. 그것을 들어올려 능숙한 폼으로 두어번 가볍게 휘둘러보인다. 야만적이지 않은, 제대로 모습을 갖춘 정제된 움직임이었다.
다음은 레이피어였다. 손을 서로 바꿔가며 전방에 검날을 겨눠보지만 이것 역시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는듯이 장검보다도 빠르게 금방 손에서 내려놓았다.
그 다음 들어올린 것은 둘의 단검이었다. 하나는 짧은 검신이 곡도처럼 유려하게 곡선을 그리는 칼이었다. 쉽게 벨 수 있도록 돕는 형태였고, 손잡이의 모양새로 보아 역수로 쥐고 사용하도록 되어있는 물건같았다.
나머지 하나의 단검은 그저 곧게 뻗은, 방금 것과는 비교적 평범한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좌우로 넓게 전개 된 핸드가드와 빗장처럼 줄지은 홈이 단검의 날 안쪽에 세공되어 자리잡고 있었다.

"이게 좋겠어."
누누코는 양손에 쥔 그것을 요한에게로 들고 와 보이며 말했다.

453 엘리 - 진행 (faUtWnjgJQ)

2024-10-16 (水) 19:02:46

@@>>446

"왜, 학자들이 인체실험에 사족을 못 쓰잖아?"

아마도 편견이다. 멀쩡히 윤리를 지키며 연구하는 학자들이 더 많지 않을까

"흡혈귀를 연구하게 해준다면 나설 사람들은 많을 거 아냐"

나 자신 그 자체가 학자들에겐 연구자료로써 가치가 있을 것이 아닌가. 무려 뱀파이어를 생으로 해부할 기회!

"그러다보면 태양을 극복할 단서라던가... 나오지 않을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뭐, 똑똑하다는 학자 나리들이 짜주겠지.

454 아앨라나 - 진행 (52Xuu3CYDA)

2024-10-16 (水) 20:38:56


@@ >>450

"호수의 괴수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겠네요"

코그선, 인가요... 책으로는 보았지만 실제로 직접 본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은 크고 강한 배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러나 그것조차 파괴할 정도의 힘을 지닌 것이라면 위협적인 야수들 중에서도 특이한, 우두머리 격의 존재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내 이어지는 말과 함께 어느 분에게 새겨진 흔적은 마치, 공포라는 이름의 송곳니를 저를 향해서 번뜩이듯이 보이는 것처럼 상상이 될 수 있었어요

"스스로를 바칠 각오가 된, 뛰어난 헌신으로서 모두를 구하셨던 것이네요"

그러한 말과 모습에 저는 감탄하면서도 조금 위축되어서 그렇게 말했어요. 이렇게까지 강력하고 위험한 존재를 제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요? 어떨까요, 저는 이분들 만큼 용맹하거나 각오를 다지는 것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어촌의 분들도 어떻게든 힘을 내서 그것을 쫒아내는 것에는 성공했어요. 그렇다면 저 또한 시도하여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과연, 이렇기 때문에 저만이 해낼 수 있을, 일이라고 하셨던 것 이였어요...

455 크론 - 진행 (.BS2QS1I/U)

2024-10-16 (水) 20:59:20

@@>>426
잭의 말을 들은 '크론'은 동의의 의미로 싱긋 웃었다.

"아무렴요. 아까 보여주신 모습을 떠올리면 어서 수업을 들어보고 싶네요."

물론 이 말은 나에게도 진실이었다. 그저 무사히 졸업만 할 생각이었는데..아카데미 수업 자체에 대한 기대도 조금 생긴다.

그렇게 무사히 마차를 타고 아카데미로 가나..싶었는데 이어진 잭의 질문에 '크론'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먼저 마차에 올라 잭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아, 유학생은 아니에요. 아카데미로 가기 전에 어머니께 인사는 드려야겠다 싶어서 와봤어요. 어머니는..저기 저 먼 곳에 계신다고 들었거든요."

차라리 유학생이라 제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척이라도 할까 싶었지만..자신은 제국 밖을 제국보다도 더 모른다. 그럴바에야..그냥 더 물어보기 애매하게 구는 편이 좋겠다 싶어 '크론'은 짐짓 사연 깊고 슬픈 표정으로 저 멀리 국경 너머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잭이 뮌가 더 말을 꺼내기 전에 자신의 옆자리를 두들기며 웃는다.

"얼른 타세요. 저 아카데미에 늦으면 입학도 못한다고요."

456 ◆MjRAeKhiz2 (0q5uAWu7bQ)

2024-10-16 (水) 21:31:27

>>452
요한은 단검 세트를 내려다봅니다. 장검처럼 길지도 레이피어처럼 뾰족하지도 않지만... 누누코 같은 무기이고, 누누코의 살인 방식에 딱 맞는 무기입니다. 상대의 창칼이 닿지도 않는 품 속으로 파고들어가 온 몸을 벌집 삼겹살마냥 꿰어버리고, 수십개의 핏구멍을 만드는 유식한 말로 인파이터, 무식한 말로 개싸움꾼 말입니다.

"좋습니다. 마스터! 금액을 계산해주시죠."

유지관리를 위한 돼지기름, 헝겊, 그 외 기타 세금까지 포함해 50탈러가 깨졌습니다. 요한은 포장을 바로 뜯어 누누코에게 넘기고 묻습니다.

"그래서, 혹시 이 도시에 더 볼일이 남았습니까?"

457 ◆MjRAeKhiz2 (0q5uAWu7bQ)

2024-10-16 (水) 22:25:36

>>453
"이단심문관이 하는김에 내 귓구멍도 쑤셔버렸다면 이런 헛소리는 안 들어도 됐을텐데."

것 참, 그래도 여동생한테 헛소리라뇨. 좀 심하지 않나... 싶을때쯤, 엘리가 어떻게 찢어졌나 보러 온 두 남녀는 생각보다, 아니, 그냥 아주 멀쩡한 엘리의 모습을 보고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마치 엘리가 절차상 찢어져야 하는 무언가인 것처럼 말입니다.

"어떻게 아직도 안 찢어졌지?"

류드밀라는 두 남녀, 그녀의 수행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선언합니다.

"집행자의 권한으로, 임무 내용을 변경한다. 이제부터 내 임무는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의 심문 및 필요시 제압 또는 처형이 아닌, 밀착 감시다."

"...네?"

...네?

458 ◆MjRAeKhiz2 (0q5uAWu7bQ)

2024-10-16 (水) 23:17:44

>>454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라고 가말라시엘이 아앨라나의 마음속에서 운을 뗍니다. 그 목소리는 분명 자신의 강대한 힘으로 가재살이나 말리고, 베스니의 멍청한 행동을 비웃던 그 가말라시엘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분명한 죽음의 냄새 앞에서 가말라시엘의 존재는 더 강해지고, 더 섬뜩해졌습니다. 가말라시엘은 수확할 준비가 된 영혼들, 수많은 죽음의 문턱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제안하는군요.

'저들의 생명력이라면, 그 문어도 그냥 거대한 문어 숙회가 될 겁니다. 사도님. 생각해보십시오ㅡ 고작 잡초들이 큰적가재들의 불쌍한 삶에 위대한 마침표를 찍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사람의 영혼이라면...'

인신공양, 인간의 생명을 바치는 의식. 검은 숲에서도 정말로 일부만이, 또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한다는 그것입니다.

'어차피 곧 죽을지도 모를 이들입니다. 빨려 죽어도 부상을 못 버텼다 여기겠죠. 그들이 이걸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죽음이 그 괴물의 확실한 죽음을 약속한다면 뭐든 안 되겠습니까?'

...라 하는군요. 인신공양. 그녀의 스승 앨리스도 당장 방법은 없는데 조치를 안 하면 큰일나는 상황(지맥망 붕괴, 세계수 썩음병 등) 에서 사람을 연료 삼아 거대한 해결책을 만들긴 했습니다만, 음, 어...

459 ◆MjRAeKhiz2 (0q5uAWu7bQ)

2024-10-16 (水) 23:46:39

>>455
"어머니께서 변경 개척민 출신이셨나 보군요. 한번 가면 돌아가느니 고향을 잊는게 낫다고는 들었는데."

뭔가 크론의 예상보다도 오해가 커지는것 같긴 한데, 신경쓰지 맙시다. 어차피 건어물도 아닌 비마법사가 크론으로 불리고 입학생 취급받는 것부터가 거대한 오해인데요. 마부는 두 사람이 타자마자 훠이, 소리와 함께 말을 몰아 출발합니다. 두 사람의 발보다도 빠르게, 바람을 느끼며 나아갑니다.

"여기서면 며칠 정도 걸릴 겁니다. 제가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 팁을 알려드릴테니 적어두시죠."

잭이 신나서 이야기합니다.

460 ◆MjRAeKhiz2 (0q5uAWu7bQ)

2024-10-16 (水) 23:49:34

오늘은 여기까지
사유: 자자!!!

461 엘리주 (faUtWnjgJQ)

2024-10-16 (水) 23:51:02

내꿈꿩

462 크론 - 진행 (w3dRRtkmws)

2024-10-17 (거의 끝나감) 09:18:09

@@>>459
변경 개척민..? 뭐야 그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크론'은 짐짓 더 말할 필요 없다는 듯 작은 미소를 지을 뿐이다.

처음 타보는 마차는 생각보다도 더 좋았다. 특별히 이 마차가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답답하지도 않고 바람을 느끼는 일도 좋았다. 초반에는 잭을 계속 의식하고 신경 쓰는 일이 피곤하기도 했지만..이제는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크게 피로한 일도 아니다.

그러다 잭이 건네는 얘기에 '크론'은 오..하고는 따로 적어둘 수단은 없으니 머리에 새기려고 집중한다. '크론' 녀석 입학하려고 가는 주제에 필기구도 없다니.
//목요일 아침!

463 엘리 - 진행 (w2cfxgl3qI)

2024-10-17 (거의 끝나감) 10:39:55

@@>>457

"잠깐잠깐잠깐잠깐잠깐."

막 너무 싫어서 치가 떨린다...라는 것은 아니다. 말동무가 있으면 오히려 좋지.

하지만 방금까지 날 심문하고, 필요에 따라 처형까지 하려고 했던 언니와 살벌한 동행이라니!

"진심이야?"

눈을 마주보고 진심을 묻다가 잠시 무례를 범했다는 걸 깨닫고 슬쩍 시선을 돌린다

464 ◆MjRAeKhiz2 (U9Yu6SCnME)

2024-10-17 (거의 끝나감) 14:06:19

>>462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카데미는 4개 파벌로 나뉘어져 있어요. 어느 파벌이 좋다는 얘기는 안 할 거에요. 그런 건 얘기해서도 안 되고,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가서 다니다보면 알아서 어느 파벌에 들어갈지 판단하게 될 거고요. 하지만 그건 알아두세요. 파벌 싸움은 정말로 완벽하게 잘 할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끼지를 마세요."

잭은 진지한 표정으로, 조금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합니다. 어디서나 있는 게 암투와 정쟁 아닌가요? 아무튼 크론은 새겨듣는데, 뭐,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정쟁은 제대로 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남들 가는대로 흘러갔다가 남들 오는대로 흘러오는 세파에 흘러가고 흘러오는 삶을 선택하는 게 차라리 낫죠. 제대로 할 자신이 없다면 말입니다.

"각 학년이나 세대별로 꼭 승리하는 파벌이 하나가 나와요. 그리고 승리하는 파벌의 리더격들은 정말로... 미래가 창창하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별 것 없지만요. 하지만 나머지 패배한 파벌의 리더들은? 차라리 저기서 경비병들한테 쳐맞는 거지떼의 삶이 부러워질 정도로 비참해집니다. 그래도... 나머지 '떨거지'들은 사정이 나아요. 어쨌든 이 제국은 마법사가 없으면 안 돌아가는 나라고, 승리하는 파벌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머지 세 파벌 소속의 졸업생들을 싹 다 죽여버릴 것 같으면 이 나라, 아마 삼백년도 더 전에 망했을 겁니다."

라고 말하고, 그 외에 '꿀팁'이랍시고 가르쳐주는게...

"마법 이론은 꼭 배워두세요. 아예 비마법사가 아닌 이상에야 거기서 기초적인 주문을 쓰는 방법을 다 가르쳐주는데, 제 친구 말로는 아기도 마법 적성만 있다면 바로 마법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가르친다는군요."

...음, 쓸모없는 팁이군요. 크론의 지금 상태를 고려할때 말입니다.

465 ◆MjRAeKhiz2 (U9Yu6SCnME)

2024-10-17 (거의 끝나감) 14:17:31

>>463
"네가 호르뮈셰에 홀몸으로 가면 일족 망신이란 망신은 다 시킬 것 같아서 그러는거야. 싫으면..."

꽈아아아악, 류드밀라의 손이 엘리의 손목에서 팔목과 팔꿈치를 훑다가 어깨에 턱 얹히고, 어깨를 꽉 잡습니다. 그리고 분명 입술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안대 너머에 가려진 두 눈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임을, 이 끔찍하게 소름돋는 목소리가 알려줍니다.

"...가주님 보러 갈까?"

...나랑 같이 가던지, 아니면 끌려가던지. 지옥의 양자택일입니다.

"얘기 들어봤는데, 안 되겠다. 너한테 뱀파이어 귀족으로서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은 바라지도 않지만, 이대로 가면 뱀파이어 한 세대가 온 평생에 걸쳐야 일족에 끼칠 불명예를 너 혼자 이번 세기 안에 다 끼칠 것 같아서 그래."

466 ◆MjRAeKhiz2 (U9Yu6SCnME)

2024-10-17 (거의 끝나감) 17:17:05

오늘은 여기까지
사유: 격일 16시간 이상의 근무로 피로가 누적되어 지금 시간부터 취침하여 조금이나마 피로를 정상화하기 위함

467 엘리주 (HiXmfKjxbo)

2024-10-17 (거의 끝나감) 17:36:46

화이팅!! 수고했어!!

468 아앨라나 - 진행 (pWFqLQzh.I)

2024-10-17 (거의 끝나감) 19:14:31


@@ >>458

"그래요, 그것을 취한다면 분명 굉장한 힘을 거머쥘 수 있겠지요. 게다가... 이렇게 보이는 여럿이라면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일 거에요"

그러한 광경에서 어촌의 모두가 침울해져 있을 그때,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말하셨어요. 어느때 보다도 진중하신 것 같은 분위기에요. 그것에 저도 수긍했기에 그렇게 대답했어요.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금기' 라고 표현될 수도 있을 방법이에요. 살아 있다는 것 자체. 생명. 나아가, 영혼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을 활용하는 방법.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이 광경을 미묘한 표정을 흐릿하게 지으며 바라보았어요

"만약에, 먼 옛 일이 되어 잊혀져가는 것을 다시금 저의 손길로 일깨어야 된다면... 적어도 저들의 결정을 따르고 싶다는 느낌이에요"

"결국 이것은 저들의 앞에 놓여있는 문제이니까요"

가말라시엘 님은 저들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셨고 하고자 한다면 실제로 행할 수도 있을 것이 겠지만 저는 그렇게 가말라시엘 님에게 다시 대답했어요. 이전에 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용맹과 헌신으로 이곳을 지켜내었듯이 저는 스스로의 의지로 발하는 자발적인 희생이여야 본디 그 힘을 전부 발휘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그나마 최소한의 위안을 찾아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국에는 해야하는 행동이라고 한다면, 그렇다는 식이에요. 어쩌면 이것은 저의 제멋대로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괜찮을까요? 그들애게 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해결책을 원하고 그 결과에 이르는 수단에, 삶에서는 가끔은... 모르는 것이 더욱 이로운 법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 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어요. 그것은 어떨때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도 했었지요.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469 아앨라나주 (pWFqLQzh.I)

2024-10-17 (거의 끝나감) 19:17:16

힘내시고 잘 휴식하세요. 그리고 진행 수고하셨어요!

470 ◆MjRAeKhiz2 (hlmToldq9I)

2024-10-18 (불탄다..!) 06:47:46

>>468
이 일은 플라베르흐의 문제고, 설령 플라베르흐 촌장이 아앨라나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아앨라나가 문제 해결을 위해 돼지나 소 한두마리를 산제물로 쓰는 것쯤이야 어렵잖은 일이고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인신공양, 그것도 플라베르흐 사람을 산제물로 쓰는 인신공양은 얘기가 다를 것이기에 플라베르흐 촌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아앨라나의 의견은 어느 기준으로 보나 합리적입니다.

그렇지만, 당신들의 부상자를 마법 재료로 써도 되느냐는 말을 하자니 선뜻 입이 열리지 않긴 하는데, 아앨라나는 어떻게 이야기합니까?

471 ◆MjRAeKhiz2 (hlmToldq9I)

2024-10-18 (불탄다..!) 10:47:14

오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10시간을 자니까 세상이 달라보인다

472 엘리 - 진행 (vhxMhDM55w)

2024-10-18 (불탄다..!) 18:11:57

>>465

"호르미쉐로 가자."

류드밀라를 대동한다면 실험체를 자처해 나 자신을 개조(?)한다는 대전략은 실행할 수 없겠지만... 이대로 가면 진짜 호적에서 파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이다.

"근데 저거 타고 따라오게?"

검게 칠한 고딕 양식의... 하여튼 저택을 옮겨놓은 듯 거추장스러운 마차.

소달구지와 함께 달린다면 그 모습이 참 우스꽝스러울 것 같았다

473 엘리 - 진행 (vhxMhDM55w)

2024-10-18 (불탄다..!) 18:12:06

@@>>465 기호!

474 크론 - 진행 (PsfyCOTe.2)

2024-10-18 (불탄다..!) 18:56:50

@@>>464

파벌인가. 그런 얘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당연히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얘기인지라 그다지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파벌 싸움을 조심하라는 상황에 오다니.

'크론'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잭의 얘기를 들었다.

물론 잭이 마지막으로 해준 얘기는 별로 나에게는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잭은 아카데미 출신이 아닌가 보네요?"
유학생 출신 같은 것도 아닌 아예 외부 인사인가? 으음 어쩌면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

아카데미 상황이야 잘 모르지만..아카데미 전체에 파벌이 막연하다면 교사라고 그 영향에서 벗어나긴 어렵겠지. 그런 점에서 잭은 아직까지는 귀한 '중립'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이건 파벌에 대해 제대로 알아둘 기회일지도 모르지.

"아 어디가 좋다는 얘기 그런 거는 안 해줘도 괜찮으니 파벌들에 대해서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괜히 처음부터 안 해도 될 실수를 해서 적을 만들고 싶진 않아서요."

475 ◆MjRAeKhiz2 (hlmToldq9I)

2024-10-18 (불탄다..!) 22:14:37

>>472
"호르뮈셰입니다."

"야, 지적하지 마."

여자가 지적하자 남자가 옆구리를 푹 찌릅니다. 이놈의 도시는 뭐하는 놈들이 만들고 뭐하는 놈들이 살길래 도시 이름도 이렇게 발음하기 더러운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학문이 융성한 도시임은 확실하고, 좀 반응이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인 류드밀라와 함께라 생각하니 약간은 기대도 됩니다. 류드밀라는 엘리의 질문에 고민할 것도 없이 답합니다.

"당연히 저 달구지는 짐 부리는 용도로 쓰고 검은 마차에 너랑 내가 타야지. 설마 너, 저 소달구지를 타고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자해라도 하려고 한 거야?"

...네.

476 엘리주 (vhxMhDM55w)

2024-10-18 (불탄다..!) 22:22:42

호르뮈셰를 자꾸 틀리는건 고의는 아니고 날렸다 다시쓰느라 겨를이 없어서ㅋㅋㅋ

477 ◆MjRAeKhiz2 (hlmToldq9I)

2024-10-18 (불탄다..!) 22:51:27

>>474
"저는 마법사가 아니니까요. 아카데미 출신 비마법사? 개가 웃을 일이죠. 전 마검사 과정에서, 마검사 이전에 '검사'가 되기 위한 것들을 가르치기 위해 고용된 사람입니다."

...잭은 본의 아니게 크론에게 또다른 팁을 줍니다. 아카데미에 비마법사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크론은 그 존재를 잘 숨겨야 할 것이란 점을. 아무튼 잭은 마차 위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네 파벌은 흑, 적, 금, 백 의 4색으로 나뉘어요. 여기에 뭔 고상한 의미가 있네 없네는 모르겠고... 흑색 파벌은 신비주의고, 적색 파벌은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화끈하고, 금색 파벌은 돈이 많고, 백색 파벌은 수저가 좋거나 태양교의 신임을 받는 이들이 모입니다."

...음. 직관적이네요.

478 ◆MjRAeKhiz2 (hlmToldq9I)

2024-10-18 (불탄다..!) 22:55:19

>>476
대충 프로이센틱하게 만들었는데 캡틴도 도시이름 만들어놓고 참 발음하기도 쓰기도 개같다 생각중

479 엘리 - 진행 (vhxMhDM55w)

2024-10-18 (불탄다..!) 22:58:34

@@>>475

"음."

한 마디 침음성을 흘리곤, 말을 돌린다. 할 말이 없을때는 피하는게 상책이었다.

"각방 쓸거지?"

마차에 각방이 어딨냐...라곤 하지만! 옆에 앉아있다 보면 어색한 분위기인 채로 이야기하게 되고... 계속 털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다

480 ◆MjRAeKhiz2 (hlmToldq9I)

2024-10-18 (불탄다..!) 23:38:26

>>479
차라리 소달구지 속에서 뙤약볕의 저주를 받으며 저녁이 올 때까지 노릇노릇하게 겉은 바삭 속은 촉촉 구워지면 구워졌지 언니랑 같은 마차 쓰기 싫다... 는 말을 안 한 것만 해도 엘리는 많이 참은 겁니다. 솔직히 말해 류드밀라는 오빠와 언니의 안 좋은 점만 모아놓은 것 같은 자매였고, 집행자 직위를 얻은 후론 부모님보다도 더 심한 꼰대가 됐으니까요. 바토리의 이명을 가진 뱀파이어가 그렇게 개판으로 꾸미냐, 블라드의 이명을 가진 뱀파이어가 그렇게 겁쟁이같이 구냐, 체페슈의 이명을 가져놓고 그리 놈팽이같이 구냐...

그렇기에 각방도 상당히 순화한 얘기지만, 류드밀라는 방금 전까지 엘리를 반죽이려 해놓고 서운함을 표합니다.

"...역시, 싫구나."

그럼 좋을까요?

481 엘리 - 진행 (iopJLqIEfk)

2024-10-19 (파란날) 17:08:50

@@>>480

"아, 음."

뭐지. 왜 서운해하는거지. 지금까지 해온 행동들은 사실 눈꼴시려서가 아니라 나름의 애정에서 비롯된 사랑의 매였다는걸까.

"아니. 뭐, 꼭 싫다는 건 아니고!"

이유야 어찌됐던. 장단에 맞춰주면 조금이라도 편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로, 류드밀라의 옆에 앉았다.



//잘 안 오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시험기간의 저주!

482 ◆MjRAeKhiz2 (5STvMQInQA)

2024-10-19 (파란날) 18:17:17

>>481
"사실 떠본 거였어. 어차피 큰 마차고, 최대 두 명까지 수송하는 걸 고려한 마차니까 '각방'은 있어."

...라고 말하면서, 류드밀라와 엘리는 검은 마차로 들어갑니다. 두 고용인이 두꺼운 천막을 통해 만들어준 그늘 사이로 이동하고, 엘리는 문자 그대로 작은 오두막을 옮겨둔 것 같은 마차의 가운데에 난 복도를 통해서 왼쪽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당연히 마차 안에 딸린 방이니만큼 작지만, 바깥에 난 창문은 나무로 밀 수 있는 문으로 완전히 밀폐되어 있어서 어둡고, 인간의 눈에는 침침하지만 엘리 같은 뱀파이어의 눈에는 완벽하게 밝은 침침한 램프불이 있어서 좋습니다. 침대는 작아서 새우잠을 자야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이건 마차 안에 딸린 두 개의 방 중 하나입니다.

똑똑똑, 그 와중에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나야, 류드밀라. 들어가도 돼?"

류드밀라, 당신의 언니입니다.

483 ◆MjRAeKhiz2 (5STvMQInQA)

2024-10-19 (파란날) 19:03:09

엘리주 시험 잘봐

484 엘리주 (iopJLqIEfk)

2024-10-19 (파란날) 19:12:46

고마웡~~

485 누누코주 (KtLgWJOl4s)

2024-10-19 (파란날) 19:19:36

@@ >>456
누누코는 요한이 건네준 단검들을 손 안에서 가볍게 빙빙 돌려보였다. 들판에서 만드는 것만큼 손에 맞는 무기는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베고 찌르기에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밸런스가 좋았다. 앞서 썼었던 돌칼이나... 흉기 비슷하게 개조한 삽보다는 말이다. 누누코는 인정해야했다. 그 인간 대장장이가 괜찮은 실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괜찮겠지."
누누코는 그렇게 짧게 말하며 출발의 신호를 알린다.

486 누누코주 (KtLgWJOl4s)

2024-10-19 (파란날) 19:20:05

나메가.... 힝~
다들 안녕하세요~

487 아앨라나 - 진행 (CI4im.Fe/2)

2024-10-19 (파란날) 22:39:06

@@ >>470

"여러분들은 공동체에 다가오는 암울한 징조들을 대처하고 끝맺기 위해서 무엇까지 할 수 있으신가요?"

그들은 문제의 해결을 원하고 있고, 저는 그들의 문제에 관심을 보였던 만큼 결정을 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저는 숨을 한번 고르고는 그렇게 첫 운을 때고자 그렇게 말했어요

"이미 보이는 비극을 지나고 있고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며 그것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제가 촌장 님에게서 들었던 '버섯 폭탄'을 통한 격퇴를 뜻했어요. 촌장 님이 말했던 것처럼, 넬루 이었던 것처럼. 그들의 행동으로 거악을 물러가게 하는 것은 성공했으나 그저 그뿐. 잠깐 동안의 안식을 가질 수 있으나 이대로는 여전히 공포는 도사리고 언제 다시 몰려오는 물처럼 급습할지 모른다고 생각이 들겠지요

"누군가는 자신의 생명을 다한 헌신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마지막 안식은 마땅히 주어져야 할 것이기에 그때에 이르기 까지 이대로 남거나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분들도 있을거에요"

"누군가는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고, 그저 이대로 스려져 흙으로 돌아갈 뿐이 아니라, 결국 꺼질 불이라면 그 끝을 맹렬히 불태우는 것으로서 모든 이들의 구하기 위해서 이조차 헌사하고자 마음을 가진 분들도 있을거에요"

"저는 최후의 희생을 통해 거악을 처단할 수 있게 될 것이에요. 저는... 이를 시행하는 것에 여러분의 결정을 따르겠어요. 여러분들의 미래는 여러분의 것이여야 할테니 그 끝도 같아야 하겠지요"

저는 사람들의 동요나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시도로 그럴듯해 보이는 말들과 부드럽지만 동시에 진중하며 그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말하는 것으로서 사람들을 회유하고자 하려고 했어요. 누군가의 생명을 제물로서 힘으로 바꾸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란 많은 것을 뜻하겠지요. 이것이 용납될 수 없다면 저들과 저는 다른 길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488 크론 - 진행 (jJ04nzi.XA)

2024-10-19 (파란날) 23:27:06

@@>>477
검사라..내가 노력을 한다면 딱 거기까진 그래도 가능하겠지. 어쩌면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것들 중 나도 가능한 것들이 꽤 있을지도 모른다..잘 익혀두면 여차하면 제국을 떠나서라도 밥벌이로는 충분하겠지.

"흑,적,금,백이라..감사합니다. 적어도 괜한 실수를 할 일은 없겠네요. 그 이상은 직접 가서 겪어보면 알게 되겠죠."

파벌. 자신은 최대한 주목을 피하는 편이 유리할 텐데..문제는 아카데미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는 입학생이 저 파벌의 소용돌이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애매하게 휘둘릴 바에는 확실히 하는 편이 의심을 피하고 보호를 받기 좋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괜히 다른 파벌에 찍혀서 공격을 받고 조사를 당하다 모든 게 들통날 가능성도 높으니..

역시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좋겠다.

489 ◆MjRAeKhiz2 (RIa9bT5zy2)

2024-10-20 (내일 월요일) 07:33:45

>>485
누누코는 요한의 마차에 오릅니다. 온 몸의 상처에서 나던 술 냄새는 아린 통증과 함께 바람에 날아갔고, 옷도 거적때기에서 그나마 멀쩡하다고 할 수 있는 옷으로 바꿔 입었고, 삽날을 날카롭게 갈았을 뿐인 삽보다 훨씬 나은 무기도 생겼습니다. 이쯤 되면 신성한 들판의 동지들을 찾으러 가기에는 딱 좋은 구성입니다.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먼 여행이니 단 것 좀 씹으렴, 바퀴벌레야."

요한은 바퀴벌레의 입가에 각설탕 몇 알을 가져다대고, 바퀴벌레는 요란스레 콧김을 뿜으며 게걸스럽게 해치우고, 기분 좋은 푸르륵 소리를 냅니다. 요한은 바퀴벌레가 콧구멍까지 핥으며 각설탕의 달달한 여운을 즐기는 동안 지도를 펼쳐 남북 중 먼저 가야 할 곳을 이야기합니다.

"어딜 가던 누누코씨 자유긴 합니다만, 제가 누누코씨라면 일단 보스트만이 지배하는 북쪽의 비더스부터 가겠습니다. 그쪽이 노예 다루는 손속이 잔혹하기로 악명이 높거든요."

타시겠습니까? 그렇게 끝맺는군요.

490 ◆MjRAeKhiz2 (RIa9bT5zy2)

2024-10-20 (내일 월요일) 07:34:07

누누코주 올만이얌

491 ◆MjRAeKhiz2 (Dz3QLuWZFQ)

2024-10-20 (내일 월요일) 11:17:56

>>487
빙빙 돌리고 또 돌리고 아주 길게 꼬았습니다만, 촌장과 넬루는 아앨라나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렵잖게 ㅣ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최후의 희생, 헌사 따위를 언급한다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뻔하고, 또 살아있는 인간의 공양된 생명을 원하는 가말라시엘의 존재감이 그들의 등허리에 끔찍한 소름을 끼치게 만들어 이해를 돕습니다.

"...이들의 목숨을 원하는 거네."

넬루가 말하자, 촌장이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탁 쳐서 막습니다. 적어도 여기서 막 말할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그 희생자가 될지도 모를 이들 앞에서는 말입니다. 촌장은 침통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희생하냐가 문제지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촌장은 한참동안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알겠네. 하지만 그건 아무리 촌장이라도 함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니 플라베르흐 사람들을 모아 결정하겠네. 기다려주겠나?"

492 ◆MjRAeKhiz2 (Dz3QLuWZFQ)

2024-10-20 (내일 월요일) 13:58:21

>>488
두 사람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마차는 어느새 접경 지역의 끝자락까지 도착합니다. 빈민과 난민들을 살벌하게 두들겨패던 곳과는 다르게, 해이한 근무 기강과 나른한 표정이 이곳의 평화 상태를 간접적으로 알려줍니다. 술을 마시고 얼굴이 홍당무가 된 한 경비병은 마차 앞으로 오더니 귀찮음을 숨기지 않고 손을 뻗는데, 엉덩이가 가려운지 나머지 한 손이 허리춤에 가 있습니다. 그런데...

"씨발! 크론 씨! 엎드려요!"

그 말과 함께 잭이 마부를 걷어차 땅에 처박고, 크론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립니다. 그리고, 넘어진 크론의 눈에 경비의 허리춤에서 잽싼 단검이 나오는게 보이고, 그 단검을 잡은 손이 잘려나가 제 앞에 떨어지는 게 보입니다. 잭은 믿을 수 없는 반사신경과 온 몸의 협응으로 화살을 쳐내고 손이 잘린 경비를 붙잡아 목을 조른 채 인간방패로 만들고 화살을 막아내며 말합니다.

"이 새끼들 도적들이야! 아무거나 잡고 싸워요!!!"

잭이 경고하면서 전투가 시작됩니다.
// 이번 국면 끝나고 바로 아카데미임 ㅇㅇ

493 아앨라나 - 진행 (seoQF.iYpc)

2024-10-20 (내일 월요일) 16:59:52


@@ >>491

지금도 앞으로도, 그들의 분위기는 먹구름이 가득낀 하늘처럼 가려져 있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 보여주는 태도에서부터 저의 회유가 어떻게든 괜찮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옛날, 이곳에서는 그러한 것이 이미 있었던 과거에서도 연관되어 있겠지요. 저는 넬루의 그 흘리듯 하는 말에 직접적인 긍정도 부정도 표하지 않았어요. 그저 말없이 바라보았을 뿐이에요

그뒤에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어요. 이때 저는 한번 슬그머니 눈을 한번 감았다가 다시금 뜨고는 대답이 돌아 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리고 이내 첫 동작과 말은, 촌장 님의 마지못해 이어가는 듯한 그 말은 이 제안의 수용함을 의미함과 동시에 제게 그렇게 말하셨어요

"그럼요, 이것은 오랜 고뇌 끝에서 부터 이어지게 되는 결단이 될테니까요"

저는 촌장 님의 말에 즉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어촌의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그 조건이 조건인 만큼 정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해요. 그들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을 부탁했고, 저는 해답을 제시했어요. 남은 것은 답을 풀기 위한 과정 뿐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여기서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할 수 있겠지요... 혹시 모르지요. 그동안 그들이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요

494 ◆MjRAeKhiz2 (RUJXCmO0K2)

2024-10-20 (내일 월요일) 20:01:02

>>493
촌장은 금방 플라베르흐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베스니를 비롯한 외부인들은 일이나 계속 하라는 면박과 함께 남겨집니다. 촌장은 아직 의식이 남아있는 부상자들, 그리고 혼수상태에 빠진 부상자들은 그 가족들이라도 죄 긁어모아서 앉히고, 아앨라나나 넬루보다도 어린 사람부터 촌장보다 늙은 이들까지 촌민이라면 전부 모였고, 이들은 촌장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그 얼굴만 보고도 대충 거대한 두족류 괴물 이야기를 하려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게 두 가지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촌민들이여. 내 할 말이 있네..."

촌장이 마침내 궁극적인 해결책을 들고 왔고, 그 대가도 '궁극적'이란 것입니다. 마녀의 제자가 가지고 온 궁극적인 해법에 촌민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이미 불구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누군가 자살돌격을 해서 사냥도 아니고 겨우 격퇴한 마당에, 희생의 방법이 문제지 희생의 여부가 문제가 아닌건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에 절망이 전염되더니, 이내 체념으로 바뀌고, 그들은 아앨라나에게 전달할 조건을 내세우는데 다들 상식적입니다.

인신공양으로 얻는 마력 및 기타 힘은 당면한 플라베르흐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만 사용하며, 잉여 자원은 오직플라베르흐를 위해 사용함을 원칙으로 함
인신공양 대상자는 의식이 있고 자기희생에 동의한 플라베르흐 촌민으로 한정함

이때, 갑자기 누가 끼어듭니다.

"이봐!!!!!"

495 엘리 - 진행 (k5sD.2n0G2)

2024-10-21 (모두 수고..) 00:48:43

@@>>482

아니요.

"아, 응, 들어와"

항상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불편했지만 접견을 원한다는데 뭐, 까라면 까야지.

496 ◆MjRAeKhiz2 (A4jJ5YAXGQ)

2024-10-21 (모두 수고..) 01:34:57

>>495
저기서 곧이곧대로 "아니, 안 돼."라고 말하기에는, 그래도 엘리는 어엿한 80살입니다! 그래도 대충 인간으로 따지면 16살에서 20살 정도는 되었단 말이지요. 즉 사회생활을 알 나이고, '들어가도 돼?'는 '들어간다?'는 의사를 전달해서 '어 들어와'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한 사전 통고지 진짜로 접견 의사의 유무를 묻는게 아님을 알 나이란 말입니다. 엘리는 류드밀라가 들어오게 하고, 류드밀라는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한 손으로 더듬으며 들어오더니, 엘리의 머리를 대충 툭툭 치고는 대충 이쯤이 의자겠거니 하고 앉습니다.

"별 건 아니고, 들어보니까 사람들을 꽤나 구한 것 같던데, 왜 그렇게 사람들을 구하는 데 집착한 거야?"

류드밀라가 물어봅니다. 류드밀라는 다른 일족 사람들이 그러한 것처럼, 적극적인 인간 사냥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좋은 것도 아닌, 지금의 '살아남은' 뱀파이어 일족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립파에 속하는 이니 당연한 느낌입니다.

"너는 태양 아래서도 멀쩡하고 싶다는 미친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그거랑 인간을 구하는 거랑은 별로 상관이 없어보이는데."

497 아앨라나 - 진행 (Yx71Opgg12)

2024-10-21 (모두 수고..) 15:51:46


@@ >>494

저는 촌장 님이 말하신 대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면 어촌의 곳곳에서부터 사람들을 모아서 한 자리에 모여가는 것이 보였어요. 거기에서는 외부인들의 존재는 제외되었는데, 이곳 분들의 마음씨를 본다면 아무래도 그럴수 있겠네요. 제가 그것을 표현한다면 '숙고와 결정의 순간을 준비하다' 이라고 말할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흘러갔을까요?

저 역시 그들과 함께 뒤따르고 이제 한 자리에서 모여서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촌장 님이 그들에게 설명했어요. 이 순간에도 저는 계속 침묵을 지키며 바라보았어요. 그들에게는 당연하게도 각자의 얼굴에는, 그 곁에는 절망이라는 이름의 늑대의 무리가 사냥감을 에워싸듯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지요. 그럼에도 촌장 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이것은 확실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처럼 그 숨을 죽이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갔어요

이제 그들은 저에게 그들의 결말을 맞이할 조건을 말해주었어요. 이번에도 제가 거절할 이유는 없어 보였어요. 그것들은 제가 생각하였던 것과도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야기가 한창 이어지는 와중에 누군가의 외침이 울려퍼지는 것을 저는 알았어요. 그래요, 이것도 어느정도는 있을 줄 알았어요. 무엇을 말하고자 할지 예상해볼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네요. 그 목소리의 주인의 외침에 깃들어 있듯이 즉시 말하고 싶을거에요, 그러니 제대로 말할 수 있도록 가만히 있어보아요

498 ◆MjRAeKhiz2 (A4jJ5YAXGQ)

2024-10-21 (모두 수고..) 18:31:15

>>497
아앨라나는 그 쪽을 바라봅니다. 한쪽 팔을 잃어버리고, 한쪽 눈도 잃어버린... 딱 봐도, 검은 숲 사람이 아닌 외부인입니다. 촌민들은 이 민감한 이야기 와중에 외부인이 들어오자 웅성거리고, 행여 정보가 새는 건가 우려하는데, 그 사람은 우려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합니다.

"인신공양으로 문어 괴물을 죽인다고? 효과만 확실하다면, 그럼 나도 끼어줘!"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러자, 그 외부인은 자신의 잘린 팔에 붙은 붕대를 확 풀어 검게 썩은 절단면을 보여줍니다. 그걸 보고 마음이 약한 이들은 윽, 하며 눈을 돌리고, 외부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잇는군요.

"내가 여기에 왔다가, 내가 자랑하는 왼손도 잃고 내 눈도 잃고 내 아들도 잃었어. 저 망할 놈의 문어 때문에! 그러니까... 인신 공양이란 거, 할 거면 나도 해!"

이제는 악밖에 남지 않은 외부인이 남은 한쪽 팔로 주먹을 흔들면서 뭐라 외치지만, 촌장은 고개를 젓습니다.

"사정은 안 됐지만, 이건 플라베르흐 마을이 책임져야 할 문제니까, 외부인의 목숨을 요구할 수는..."

"그렇다면, 플라베르흐가 인신 공양을 했다고 사방 팔방에 다 소문을 내겠어! 자아, 마을에 피해를 입히겠다고 협박하는 건 사형 수준의 금기 아닌가?! 사형으로 죽이나, 인신 공양으로 죽이나, 어차피 똑같잖아?!"

"미치겠구만 그래..."

촌장은 쯧, 하고 혀를 차면서 아앨라나의 눈치를 봅니다. 가말라시엘이야 뭐, 10명의 생명이 더 좋냐 11명의 생명이 더 좋냐 물을 것도 없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요상하게도 아앨라나의 의사가 중요해진 느낌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499 크론 - 진행 (xS3..MAHg.)

2024-10-22 (FIRE!) 10:13:05

@@>>492

마차 타고 가는 거 생각보다 편하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멀쩡해 보이던 경비가 난데없이 도적이라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망할 쓰레기 더미를 벗어나서 이제 좀 멀쩡한 동네들로 왔는가 싶었는데..

다만 언제까지고 충격만 받은 상태로 있기에는 잭이 보여주는 무위 역시 충격적인 수준이라 빠르게 정신을 추스를 수 있었다.

무기..무기..
'크론'은 눈앞에 떨어진 잘린 손을 보았다. 그리고 거기 손을 뻗어 그 손이 쥐고 있던 단검을 챙겼다.

주먹질을 나눈 적은 많다. 날붙이를 휘둘러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본격적인 싸움은 처음이었기에 긴장감에 단검을 쥔 손이 떨린다.

생각. 생각하자. 녀석들도 분명 잭이 보여준 무위에 당황을 했을거다. 지금 모든 관심은 잭에게 집중된 상황..자신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한다.

그렇기에 나는 뒤쪽으로 슬쩍 빠져나가 적들의 뒤를 노리고 접근한다.
//아카데미 전 전투라니 전투 튜토리얼 느낌으로 배워야겠다

500 아앨라나 - 진행 (zDBTyFBFKQ)

2024-10-23 (水) 15:46:01


@@ >>498

저는 그 외침의 주인공을 바라보았어요. 그 사람은 돋보이도록 나섰지요. 그 뿐만이 아니라 그 모습으로 보아서도 그랬어요. 그 사람은 외지인이고 이곳에 모여있는 어촌의 주민들과 같은 것을 겪었지만 그 때문에 다를 것이라 여겨질 수 있으나 비슷하다 것을 알았지요

저는 그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끝마치도록 따로 말하지 않고 청취를 계속했어요. 과연 그런가요. 잃어버린 것을 위하는 상처입은 복수자 이로군요. 그 사람은 더는 자신의 생명을 아끼려 하지 않을거에요.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태워서라도 호수에 자라나고 있을 거악을 처단하는 것이 자신의 복수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당신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 거에요, 복수를 대행할 수 있겠지요"

"이들이 그것을 수용하도록 할 수 있다면요. 당신은 선택할 수 있어요, 남겨진 이들과 같이 삶을 이어나가 대적의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고 그것을 알고 느끼며 삶의 끝을 맞이했던 이들이 이어가고 싶어했던 내일을, 그 유지와 소망을 이어받아 이루는 것을 할 수 있을거에요"

상황이 이렇게 되어가면, 거기에서 곤란해보이는 모습이 영력하였던 촌장 님으로부터 이어지는 눈길이 저에게 향해 왔어요. 그것은 저에게 또 다른 선택과 결정을 원하는 것이라는 걸 곧바로 알 수 있었어요. 그렇게 되어서야 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을 그만두고는 그리 말하며 동시에 모여든 주민들을 향해서 가리키며 손바닥을 보여 펼쳐보았어요

501 엘리 - 진행 (u//hDiedcs)

2024-10-23 (水) 19:36:08

@@>>496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어떤 대답을 생각하고 있는걸까. 뭐, 엄청나게 숭고하고 고결한 목적을 얘기했어야 했던걸까.

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situplay>1597051922>28 situplay>1597051922>26
내가 뭐, 무리해서 남들을 구한 건 아니었으니까. 구하려다 몇 번 뭉개지긴 했지만... 나한테 '뭉개지는' 것 정도는 무리 축에도 못 낀다.

정말로 죽는다거나, 눈 앞의 언니처럼 영구적인 결손을 각오해야 했다면 망설임 없이 내뺐다.

"굳이 안 할 이유도 없는데, 구하면 좋잖아~"

502 ◆MjRAeKhiz2 (hmsuxTKUpI)

2024-10-23 (水) 20:05:50

>>499
"저, 저 새끼 뭐야!"

"야, 씨발 쏴! 쏘라니까 병신들아!"

잭의 무용은 분명 뛰어납니다. 세상에 날아오는 화살을 베어낸다고 주장하는 '검객'들은 많지만, 대부분은 내막을 살펴보면 사전에 어느 방향으로 쏘라고 합을 맞춘 다음 상대방이 쏠 궤적을 아니까 그 궤적에 맞춰 베어내는 것뿐이고, 그것마저도 자신이 정확히 어느 위치를 베어낼지를 알아야 하는 만큼 쉬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잭은, 상대방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쏘는 화살의 궤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떻게 휘둘러야 그 화살을 쳐내거나 갈라낼 수 있을지를 알 정도, 즉 규격 외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일이 그렇게 하기는 그가 생각하기에도 못해먹을 짓인지 손목이 잘린 도적을 방패로 쓰고 있지만요. 그 무용 때문에 역으로 도적들의 시선이 잭에게 몰린 동안, 크론은 자신의 눈 앞에 놓인 잘린 손에 들어간 단검을 꽉 붙잡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게 쥐새끼처럼 기어서, 뒤로 갑니다. 그리고...

푹!

"끄윽?!"

살인에 대한 죄책감, 본능적 거부감, 그런 것은 다행히도 크론에게는 없었습니다. 크론은 잭에게 화살을 쏘려던 이 하나를 죽이지만, 그 사람이 쓰러지면서 다른 이들의 이목이 크론에게 쏠립니다.

"이 새끼 뭐야?!"

503 ◆MjRAeKhiz2 (hmsuxTKUpI)

2024-10-23 (水) 20:14:40

>>500
"...좋아."

플라베르흐 촌장은 아앨라나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제 '사실상'이 아니라 그냥 죽음이 확정된 부상자들을 위해서, 잠시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례를 치르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합니다. 생소한 문화는 아닙니다. 원래 검은 숲에서 마을이나 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은, 워낙에 가혹한 생존 환경 탓에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임무를 맡는 이들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례식을 치뤄주고 보낸 다음, 그 순간부터 문자 그대로 '고인' 취급하는 문화가 있으니까요. 플라베르흐 사람들은 부상자들에게 미리 준비해두었던 검은 숲의 흰색 꽃과 덩굴로 만든 장례용 모자를 씌워주고, 돌아가면서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부상자들을 안아줍니다.

"...사랑해, 밀리."

"...재혼할 거면 아키레, 그 년이랑은 말아요. 그 년 애 때려잡기로 유명하니까.."

"그 때 내가 밧줄만 빨리 가져왔어도... 미안하다."

"헛소리 말고, 술이나 한 잔 줘."

"이 새끼야, 그리울 거다."

"넌 벽에 똥칠하다 뒤질 거지? 난 간지나게 간다."

다들 어떻게든 가벼운 말이나 엉뚱한 말을 하면서 속여보려 하지만, 분위기는 참 무겁습니다. 그 때,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외부인이 슬쩍 손을 들더니 말합니다.

"내가 살던 지방에서는 죽으면 천국 가는 거니까 잘~ 죽었다고 박수 쳐주던데, 혹시 손 멀쩡한 이들은 나한테 박수 좀 쳐줄 수 없나?"

그렇게 말하자, 플라베르흐 촌민들은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수를 칩니다. 박수 소리가 회의하려고 모인 큰 건물 안에 울려퍼지고, 그 소리가 그치고 나면... 침통한 표정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 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촌장은 아앨라나에게 이야기하는군요.

"의식을 준비하게."

504 ◆MjRAeKhiz2 (hmsuxTKUpI)

2024-10-23 (水) 20:18:43

>>501
"항상 느끼지만... 넌 너다운 대답만 했었지."

류드밀라는 마음에 안 든다면서도 더 이상 캐묻지는 않습니다. 뭐, 어쨌든 돕는 것이 어지간해서는 이득일 수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제아무리 인간이 믿을 수 없는 족속이라 해도, 자신을 살려준 이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더 높고, 그래서 '뱀파이어라고 해서 전부 사악한 괴물들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인간들의 비율이 높아지면, 그게 뱀파이어 일족의 생존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면 긍정적이지 부정적일까요? 류드밀라 입장에서도 더 캐물을 계제는 아니고, 실제로도 엘리는 뱀파이어 일족이 죄를 묻는 기준 중에 '과도한 인간 학살로 인해 인간들의 보복을 불러 일족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있어도, 일족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단순히 '인간을 돕는 행위'를 비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류드밀라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엘리에게 충고합니다.

"그래. 솔직히 말해, 네가 나 싫어하는 거 아니까 짧게 끊을게. 거기 가서, 아무나 믿지 마. 나처럼 장님 되기 싫으면."

...그렇게 짧게 끊고, 류드밀라는 마차칸을 나서며 문을 닫아줍니다.

505 ◆MjRAeKhiz2 (hmsuxTKUpI)

2024-10-23 (水) 20:19:05

크론주에게는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읆
어제 사고가 나서 그거 수습하느라 상판을 못들어왓다...

506 크론 - 진행 (lb5Wqap3nA)

2024-10-24 (거의 끝나감) 11:32:05

@@>>502

저런게 마법이 아니라고..?
차라리 마법이라고 하는 편이 더 믿음이 간다.

한편으로는 제국에 살면서 비마법사는 마법사에 비해 많이 모자란 존재라는 인식이 살게 모르게 있었는데..잭이 보여주는 무용은 그런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하압!"

묘한 고양감을 느끼며 한 놈을 제거한 나는 놈들에게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기합 소리를 내지르며 가장 가까이 있는 놈에게 달려들어 손에 든 단검을 마구 찌르고자 한다.

기습의 이점을 살려 한 놈을 쉽게 잡았지만..이런 식으로 놈들을 모두 상대할 순 없다. 하지만 활잡이 놈들이 나에게 주의를 빼겼으니 잭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잭을 믿고 최대한 시선을 끌어모을 뿐이다.

//전혀 미안할 필요 없지! 괜찮아 괜찮아~

507 아앨라나 - 진행 (107n6wmeAs)

2024-10-24 (거의 끝나감) 16:53:58


@@ >>503

저의 말에 촌장 님을 비롯한 모여든 이들은 그들의 마지막을 위한 순간을 가지는 광경을 차분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것은 죽은 자를 떠나보내기 위한 장례식인 동시에 살아서 그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원이기도 해요. 여기에서 만큼은 돌아올 수 있는 길은 아니겠지만요. 서로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이것도 전부 그 자체로서 뜻이 있지요

여러 목소리가 울리며 말을 만들어내고 이어지고 있었던 그때 그 외부인이 스스로를 주장하고 말하며 부탁하는 것에 저도 말없이 손에 쥐고 있었던 지팡이를 저의 옆에 허공에 띄어놓고는 그대로 손을 모아서 가볍게 손뼉을 두드리듯 간단하게 박수라고 할만한 것을 해보였어요

그렇게 잠시동안 떠들석했으나 지나가고 찾아온 침묵이 도래했고 때는 왔어요. 촌장 님의 신호와 함께 저는 다시금 지팡이를 손에 잡고는 적절한 장소를 잡으려 했어요

이정도의 크기의 영향력을 끼치는 의식을 홀로 거행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진귀한 경험이 될 거에요. 예전에 마녀 님이 행하시는 의식을 곁에서 도우며 배운 이후 처음이였어요. 긴장감과 기대감, 그리고 제가 이렇게나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느껴져 오는 묘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보듬어 품으시고 잉태하시며 계신 우리를 보우하사 어버이 되시는 하늘과 대지이시여 천지에 만물을 형성하도록 비추시고 지속하시는 태양과 달이시여 저와 이들의 영혼의 울림을 들으소서 이끌어 주시길 바라옵니다"

한번 크게 숨을 고르고는 두 눈을 천천히 감고는 필요한 자세를 잡았어요. 그리고 겸허히 양손으로 쥔 지팡이를 하늘을 향하여 높이 떠올려 기도와 함께 이어질 주문을 읊기로하며 의식을 거행하고자 했어요

".....따라서 준비되고 모여든 이의 삶을 모아서 이곳에 결집하니 끝으로부터의 향하는 시작은 여기 있으라!"

잠시동안 그 동작을 유지하고는 눈을 뜨고는 양 손으로 부여잡은 지팡이를 제 앞으로 가져다 대어 그렇게 말을 외쳤어요

508 ◆MjRAeKhiz2 (CFc/B/Gc.I)

2024-10-24 (거의 끝나감) 22:16:55

>>506
크론은 눈을 부릅뜨고, 가까이에서 활시위를 거의 다 당긴 도적의 복부에 단검이 박혀 들어가고, 흉갑이 아닌 얇은 천조각을 뚫은 칼날은 당연하다는 듯 그 밑의 살갗과 근육, 내장도 꿰어버리고, 도적의 입에서 올라오는 피거품 끓는 소리와 함께 크론은 도적과 땅바닥을 뒹굽니다. 잡을 수 있는 건 뭐든지 잡아 내리치고, 목은 조르고 눈구멍은 찌르는 개싸움, 크론이 익숙한 싸움입니다...

"이... 개새끼가아아!!!"

...그 개싸움은 기본적인 규칙조차 없어, 다대일, 반대로 일대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문제죠. 왜 이런 서술을 하느냐면, 크론의 등 뒤에서 누군가 칼을 찌르고 밀쳤기 때문입니다. 크론은 몇 번 겪었지만,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통증에 눈을 부릅뜨고, 상황이 뒤집힙니다...

509 ◆MjRAeKhiz2 (kTsYPlgMxg)

2024-10-25 (불탄다..!) 00:13:39

>>507
인신공양. 인간 그 자체를 제사에 사용하는 제물로 올리는 의식이지만, 그 뜻만으로 그 불길함과 엄중함을 다 묘사할 수는 없습니다. 예로부터 인간의 생명은 주술사들이 '비뵤적' 쉽게 구할 수 있는 고급 제물이었고, 주술과 마법은 곧 과학과 공학에 밀릴 거라 확신하는 이들도 최소한 인간 제물이 전 인류 사회에서 차지하는 그 불길하고도 장엄한 관념의 크기는 인정합니다.

그 목숨의 무게가, 이제 아앨라나의 손에, 가말라시엘의 지팡이로 흐릅니다. 그들의 기억, 생명, 혼백, 살점, 피, 모든 것들이, 목적이야 이유야 어찌되었건 마법의 결정체로 화하고...

아앨라나는 다른 촌민들과 함께 소름돋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그들이 입고 있던 옷가지를 제외한 모든 신체가 완벽하게 사라졌단 겁니다. 앨리스 님의 의식은 인간의 마륹부스러기는 남아 미라로 보존되게 남았는데... 가말라시엘이 웃는군요.

"선물이 있다면, 끝까지 활용하는게 예의지요."

...이 순간, 아앨라나는 '제물의 마력 전환 수율'만큼은, 가말라시엘의 도움으로 스승을 뛰어넘었음을 깨닫습니다.

510 ◆MjRAeKhiz2 (hUblCYnWs2)

2024-10-25 (불탄다..!) 19:43:51

캡틴은 답레가 없다는 것에 울면서 잠에든다....

511 엘리 - 진행 (SmzwRxCDO.)

2024-10-26 (파란날) 11:18:57

@@>>504

"...내가 그렇게 아무나 믿었나?"

행적을 돌이켜본다. 우선 에레야와 협력하기 시작했다가 귀족으로 위장했다가 경비대에서 자작이란 녀석을 패고...

아니, 애초에 이단심문관을 믿은 시점에서 틀린거였을까. 평범한 뱀파이어라면 바로 도망칠만한 일이었던걸까!

좋아하진 않는 언니지만, 의미없는 말을 하진 않는다. 앞으로는 뭔가 믿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봐도 좋겠지.

512 크론-진행 (FUHs5O4dmk)

2024-10-26 (파란날) 11:31:25

@@>>508
"커억."
차가운 냉병기가 자신의 살점을 뚫고 들어와 피에 데워지는 그 불쾌한 감각을 또다시 느끼고 말았다.

운 좋게도 나는 이 감각을 선명하게 알 수 있을 만큼 겪고도 살아남았지만, 그 운이 오늘도 통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크론'이 되는 일에 운을 다 써버린 것일지도 모르니..

나는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양 양손을 쭉 뻗어 바닥에 움켜쥐고 기어간다.
칼에 찔려 피를 질질 흘리면서 꿈틀대는 모양새가 지렁이와 다름없다.

다만 이 지렁이는 단순히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눈이 돌아 끝장을 내고자 다가올 녀석에게 뿌려줄 흙과 모래를 모으기 위해 꿈틀대고 있었다.

남은 힘을 다해 얼굴에 흙을 뿌리고는 이제 운에 맡긴다. 그니깐..잭에게 맡긴다.
//>>510 ㅜㅜ

514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12:11:10

>>513
잊어

515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12:30:07

"이단심문관이랑 협력하는 뱀파이어란 것부터 이미 기준치 초과야."

뭐 그렇다는데, 류드밀라가 이런저런 말을 하며 자매끼리 문제다 아니다 아웅다웅 하는 사이에 누군가 노크합니다. 뭐, 커봤자 마차니 노크할 사람이야 뻔합니다. 류드밀라의 하인 중 하나인 남자입니다.

"티호미르입니다. 말씀드려도 좋습니까?"

"무슨 일이지?"

"호르뮈셰에 몇 시간 뒤면 도착합니다. 지금이 학술대회 기간이라 야간에도 정문을 개방한다는데, 밤에 들어가실까요?"

류드밀라는 엘리를 바라봅니다. 어쩔래? 하는 듯합니다.

516 엘리 - 진행 (SmzwRxCDO.)

2024-10-26 (파란날) 12:59:57

"뱀피이어가 부끄러워?!"

우리가 뭐 도둑도 아니고, 밤에 몰래 들어가야 하냐. 그런 의미였다.

사실 밤에 들어간다고 해도 그냥 편한 시간대에 들어가는 거였지만...

뭐, 낮에 들어갈 여유가 있는데 굳이 밤에? 우린 당당히 찾아간다.

517 엘리 - 진행 (SmzwRxCDO.)

2024-10-26 (파란날) 13:00:09

@@>>515 흠흠

518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13:21:48

>>512
크론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바닥을 긁고 할퀴지만, 이건 도망가려고 기는 움직임이 아닙니다. 크론의 핏빛 섞인 손톱 끝에 먼지와 흙, 자갈, 모래 따위가 모여 손아귀를 채우고 크론은 온 몸을 돌려 상대의 얼굴에 그걸 뿌려버립니다. 뒤늦게 눈을 감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아윽, 씨팔!"

아무리 눈이 돌아가서 뵈는게 없대도, 수사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눈에 뵈는게 없어지는 건 한참 다른 겁니다. 앞이 먼 도적과 칼에 찔린 크론이 땅에 뒹굴고, 크론은 칼에 찔려 시시각각 힘이 빠지는 와중에도 아직 멀쩡한 이빨 힘으로 상대를 물고 손가락으로 눈구멍이나 콧구멍 따위의 아픈 부위를 마구 찍어대고, 상대는 팔다리를 휘저으며 아무거나 때립니다. 이 진흙탕 돼지우리 개싸움에, 다행히도 이번에는 종지부를 찍는 이가 나타나고, 그는 크론의 편입니다.

"그만 죽어, 인마."

잭은 순식간에 도적을 걷어차고는 바로 치명적인 부위를 아래부터 위로 명치/목/눈구멍에 차례로 꽂고는 크론을 지혈합니다.

"제기랄. 심한데, 이거."

잭은 크론의 등허리에 붕대를 감..는게 아니라 그냥 쑤셔박고, 크론은 출혈 대신 고통으로 죽을 것 같은 격통과 함께 겨의 살아납니다.

519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13:56:42

>>516
"마음대로 해."

"...후회하실 텐데."

엘리 말마따나 류드밀라나 하인이나 뱀파이어 일족에 속한다는 게 딱히 부끄럽진 않기에, 티호미르는 선선히 물러나고 류드밀라도 손을 더듬어 문고리를 찾고는 잡아 돌려서 자기 방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웅성거리는 소리가 마차의 육중한 벽을 뚫고 들어오고, 멈출 줄 모르고 구르던 마차는 구르다 말았다를 반복하는 것이 확실히 호르뮈셰건 어디건 도착하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인 중 여자가 노크합니다.

"예마입니다. 호르뮈셰 경비대에서 마차 안의 뱀파이어 귀족을 확인하겠다고, 진입하겠답니다."

...음. 뭐, 그래도 노크는 해줬군요.

520 아앨라나 - 진행 (h4EBn/JOOM)

2024-10-26 (파란날) 20:17:46


@@ >>509

옛부터 생명을, 사람을 제물로서 결과를 이루기 위한 원천으로 삼는 것은 그것이 줄 수 있는 확실성에도 이를 사용하는데 있어 크게 문제가 되었어요. 사람을 위해 원하여 이루고자 하지만 이를 위해선 정작 사람 자체를 잃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수단은 많은 사례에서 처음이 아니라 마지막을 위한 것으로 믿어져 왔어요

이렇게하여 의식은 성공적으로 되어 모여든 모든 이들은 그들이 존재했다는 자취만을 남긴체 사라졌어요. 그 광경은 마녀 님의 때와는 달랐어요. 하지만 그들은 육신을 허물어져 보이지 않게 되었을 뿐이이에요. 그것은 앞으로 행해지게 될 힘과 행위의 원천이 되어주어 저에게 느껴져 이렇게 흐르고 있는 이 강대한 힘과 기운으로서 명백히 흐려지지 않는 존재감이 되어서 있었어요

"그래요... 이들의 목적을 향한 결의로서 넘겨준 생명, 그 삶의 모든 것을 허투로 낭비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긍정하며 말했어요. 이유와 원인은 하나가 아닐지라도, 이들은 결국에는 하나의 목적으로 모든 것을 받쳐 도사린 거대한 악을 파멸시킬 힘으로서 저와 함께하게 되었어요.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들의 희생을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하겠지요. 그리고 이들의 힘이 함께한다면 그것은 더는 문제가 아니라 단지 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있겠지요

521 ◆MjRAeKhiz2 (e6oUpWBpqc)

2024-10-26 (파란날) 22:38:09

>>520
아마 가말라시엘은 참으로 오랜만에 맛본 인간의 맛에 감탄해 흔적 하나 없이 쪽 빨아먹고 그런 감탄사를 남겼겠지만, 아앨라나는 그것보다는 훨씬 더 경건한 이미지로 받아들입니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면, 마나는 마법사의 육체를 지배하고 즉 정신을 지배합니다. 열한 명의 산제물로 일순 초월을 맛본 듯한 아앨라나의 시야에, 맥동하는 거대한 심장이 호수에 숨어있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마나를 통해 그녀의 머리에서 뻗어나온 불가해한 신경 시냅스가 그것의 정체를 과거와 미래, 멀리와 가까이, 논리와 이성을 뛰어넘어 알려주고, 아앨라나는 그것을 읊습니다.

"라투그, 민물의 크라켄."

눈을 부릅뜨자 푸른빛으로 마나가 일렁이고, 촌장은 조심스레 묻습니다.

"이제 그 괴물을 죽이러 가는 거지?"

522 아앨라나 - 진행 (h4EBn/JOOM)

2024-10-26 (파란날) 23:54:59


@@ >>521

희생으로 맺어져 하나로 모인 힘, 불사사의한 소용돌이와 같은 그것에 서려있는 듯한 의지는 저에게 보여주었어요. 저의 입을 통하여 전하였어요. 호수에 자리하고 있는 깊은 곳의 박동하고 있을 심장. 그것은 심연으로 끌어가는 거대한 수십의 손길, 신화적인 바다의 악몽... 크라켄. 이라 할만했어요. 그것의 정체가 맞다면 어째서 그러한 존재가 바다로부터가 아닌 숲의 호수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여 좀 더 알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서눈 그보다 처단해야 하는 것을 우선해야 할 것이에요

"네, 그렇게 하기 위한 의식이며 희생이였으니까요"

저는 촌장 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어요. 이 모든 것은 호수의 도사리고 있는 자가 다른 이들을 끝내었던 것처럼 그조차도 끝을 내고자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였기에 된 것이니까요. 이렇게까지 되었는데 그 약속을 저버릴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지금의 저의 상태라면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을 거에요

523 ◆MjRAeKhiz2 (hIEv40mJbE)

2024-10-27 (내일 월요일) 00:52:53

>>522
아앨라나는 질척한 호수로 나아갑니다. 뷔르트겐 호수는 언제나처럼,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불지 않으면 불지 않는대로 평온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 아래에 숨어있는 끔찍한 괴물을, 그 괴물을 잡기 위해 희생시켜야 했던 이들의 숫자를, 그들의 목숨의 무게를 알고 있는 아앨라나의 눈은 결코 예전과 똑같이 그 호수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아앨라나는 눈을 감고, 그 크라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냅니다... 이곳으로부터 약 30km 지점에 있는, 침몰한지 너무도 오래되어 이제는 기억하는 이도 몇 없는 외부 세계의 코그선 잔해가 뻘에 처박혀 만들어낸 은신처에, 라투그... 그녀가 그리 부른 크라켄이 숨어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배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이 정도의 마력이라면... 제 힘으로, 사도님을 물 위에서 걷게 만드는 것 정도야 간단하니까요. 만약 30km를 걷는 게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면, 쪽배 하나 정도는 빌리셔도 됩니다.'

...라고, 가말라시엘이 사족을 얹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524 아앨라나주 (prFHxnDYmw)

2024-10-27 (내일 월요일) 00:57:56

진행 수고하셨어요!

525 엘리주 (WHW.mLRNU2)

2024-10-27 (내일 월요일) 00:58:42

수고했다 땡큐베리마치~~

526 엘리 - 진행 (WHW.mLRNU2)

2024-10-27 (내일 월요일) 16:22:34

@@>>519

"흐음—"

심기가 썩 좋진 않았다만. 그래도 항의해야 할 만큼의 무례는 아니라 생각했기에, 나는 걸음을 옮겼다. 그래. 얼굴 좀 보자. 항의까진 아니지만, 쏘아붙이는 정도는 해야 성미가 풀릴 성 싶다.

내가 세스타우에서 어색할 정도로 사람을 구하고 다닌 건, 그들이 우선 나에게 선의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난 나에게 선의를 배푼 이를 위해선 싸울 수 있었지만, 악의를 품은 이한테까지 친절한 성인군자가 아니었기에.

"오라 그래."

527 ◆MjRAeKhiz2 (hIEv40mJbE)

2024-10-27 (내일 월요일) 17:41:59

>>526
"...시, 시시시, 실례합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머리가 아닌 날카로운 창끝입니다. 그리고 일광(日光)이 차폐된 검은 마차 속에 있는 엘리의 세밀한 눈에, 그 창끝이 벌벌 떨리고 있는 게 보입니다. 그 창끝은 이리저리 휘둘려져 살짝 열린 문틈을 벌리고, 겁에 질린 경비병이 보입니다. 딱 봐도 앳되보이는 것이, 인간의 나이 세는 법대로라면 열여섯? 성인식은 마쳤을까 싶은 초짜입니다. 양측이 피 튀기도록 싸우며 종의 운명을 걸고 격돌하고, 낮에는 인간들이 뱀파이어의 가슴에 말뚝을 꽂고 밤에는 뱀파이어들이 어둠에 눈이 먼 인간들을 사냥하던 시대는 엘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끝났지만, 그 시기에 만들어진 뱀파이어에 대한 인간들의 공포는 아직도 남아있음이, 경비병의 눈으로 보입니다.

"...화, 확인해쓰, 씁니다."

이거, 뭐... 항의하기에는 급도 안 맞을 놈이 들어왔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말을 들어본 엘리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맙니다.

"저, 저저절차일, 뿐입니다. 경비대장님께서, 지직접, 확인하라고..."

뭐겠습니까. 뱀파이어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그것도 귀족급이 들어있다는 말에 경비병들이 잔뜩 쫄아서 차라리 죽이라고 드러누웠고 경비병들 중 그나마 만만한 막내한테 다 떠넘긴 거겠죠. 세스타우는 엘리의 존재 덕분에 어느정도 뱀파이어에 대한 경계심을 풀긴 했겠지만, 아직도 이런 동네가 많습니다.

528 엘리 - 진행 (WHW.mLRNU2)

2024-10-27 (내일 월요일) 18:23:44

@@>>527

항의... 까진 아니더라도. 저렇게 한껏 쫄아든 걸 보니, 내 안에서 장난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인간. 두려운가?"

다리를 꼬고 앉아서, 평소엔 하지도 않던 무게를 잡는다. 뭐, 이러면 대충 도망치기라도 하겠지. 그거면 충분하다.

529 아앨라나 - 진행 (prFHxnDYmw)

2024-10-27 (내일 월요일) 20:06:16


@@ >>523

그 이후로 부터 저는 호수의 보다 깊은 곳으로 향하고자 떠나가 어촌으로 부터 멀어졌어요

어촌은 호수의 일부라고 해도 될 수 있었기에 그곳에서 부터 호수의 좀 더 가까운 그 곁으로 가는 것은 따로 시간을 길게 들여서 할 일이 아니었어요. 잠시 동안이면 되었지요. 호수의 풍경은 여전히 보이고, 보였던 것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웠어요. 하지만 이제 저는 볼 수 있으며 알고 있어요. 보이는 것 이상을 볼 수 있게 되었던 저는 호수의 깊은 곳으로 부터 전해지는 것을...

호수와 자연들 이외의 많은, 모두로 부터 잊혀졌지만 한 때 바다의 꿈을 품었을 것이라 여겨지는 먼 옛날을 아직도 간직한 잔재로부터 제가, 그들이 마주해야 될 그것이 있어요

수면 위로부터 곧바로 가는 것에도 이 정도 인 걸까요. 호수가 지닌 그 넓이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게 되었네요. 과연, 숲 속의 자그마한 바다 라는 표현이 걸맞는 장소 다워요

"제가 날아서 가는 것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 위를 걸어보는 것도 특이한 경험이 될 것이 겠지만 거리가 꽤 되는 만큼 이번을 기회로서 배 자체를 빌리기 보다는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이렇게 하면 어떠할지 대해서 그렇게 물어보았어요. 호수 위를 높지도 낮지도 않게 비행하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될 거에요. 할 수 있을때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지요?

530 ◆MjRAeKhiz2 (uTKyORcHtA)

2024-10-28 (모두 수고..) 08:23:15

>>528
"히, 히익...!"

경비병은 엘리가 무게를 잡고 센 척을 하자 내보이지도 않은 살기에 지레 겁먹고 꾸당탕 도망칩니다. 예마는 그런 경비병의 뒷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엘리를 위한 마차칸의 문을 닫습니다.

"출발합니다. 지금 바깥에 구름 한 점 없어서, 창문 열지 마세요. 진짜 위험하십니다."

"아까 전에 말씀드린 이유가, 밤이면 여기 전경을 보면서 들어오실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쉽게 됐습니다."

말인즉슨, 밤에 들어오려 했던 이유는 호르뮈셰의 야경을 엘리도 볼 수 있게 하려는 거였단 건데... 뭐 그리 됐습니다. 다만 엘리가 원한다면 뭐... 스탯 하락과 고통을 감수하고 못 볼 건 없을지도요.

531 ◆MjRAeKhiz2 (uTKyORcHtA)

2024-10-28 (모두 수고..) 09:59:54

>>529
"뭐든 안 되겠습니까."

가말라시엘의 지팡이에서 거대한 마나가 무리지어 방출되더니, 아앨라나의 양 어깻죽지에 마구 달라붙습니다. 뜨겁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은 열감과 함께 아앨라나는 그녀가 원했던 날개를 얻고, 플라베르흐 사람들의 경외에 찬 시선을 받으며 열려있던 창문을 통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그녀의 머리칼이 세찬 비행풍에 휘날리고, 눈동자가 바람에 바짝바짝 마르지만 아앨라나는 난생 처음, 참새이자 물총새이자 비둘기이자 독수리가 된 기분을 느끼며... 아니, 그것보다도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올라 플라베르흐를 모래낙서처럼, 뷔르트겐 호수를 냇가처럼, 검은 숲을 제 발 아래처럼 두고 웃습니다.

"어떠십니까?"

가말라시엘이 잘 알면서 굳이 물어옵니다.

532 크론 - 진행 (a741S/oiPA)

2024-10-28 (모두 수고..) 14:11:48

@@>>518
젠장 어떻게 맞땋드린 행운인데 이대로 끝인가..싶다가도 행운은 끝났어도 악운은 아직 남았던 것인지 결국 잭이 왔다.

"끄아..악!"

아니 차라리 죽는 게 행운이었나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잭의 응급처치를 겪으며 눈이 또렷하게 떠진 나는 다시금 차차 눈이 감기려는 것을 느꼈다.

"대체..이게 무슨 일이에요..왜 도적이 경비..일단 당장은 무사한 거 맞죠?"

눈이 천천히 감기는 중인 '크론'이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아카데미는 직접 보고 밟아보고 죽으리라.

533 엘리 - 진행 (.JilYyqVRo)

2024-10-28 (모두 수고..) 19:08:30

@@>>530

"아... 음..."

열까? 하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너무 피곤했다. 도시 구경 정도는 날이 저물고도 할 수 있으니까.

"뭐, 걱정 할 필요 없어. 내가 언제 궁금하다고 창문 연 적 있어?"

음. 말하고 보니 있었던것 같은데.

534 아앨라나 - 진행 (G5m4CD6gt2)

2024-10-28 (모두 수고..) 20:29:52


@@ >>531

저의 물음에 가말라시엘 님은 그렇게 대답해주셨어요. 곧이어 따스한 마력의 흐름이 뿜어져 나와서는 저의 어깨를 자극하면서 모여들어 날개와 같이 그 형상을 만들어냈어요. 모여들고 남겨지었던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듯한 저는 새로 얻는 힘의 날개로 힘껏 하늘로 향하였어요

"와아... 이 광경은 저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겨지게 될 것 같아요~!"

창공을 유유히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새들처럼, 불어오는 거센 바람과도 같이 저는 하늘에 가까워졌어요. 그렇게 하늘에 닿아서는 내려다 보이는 지상의 그 광경은 대단해서 가말라시엘 님이 물어보시는 것에 그렇게 감탄하며 말했어요

그리고 저는 이 흥겹고도 색다른 감각, 그 경험을 잠시 가만히 누리고는 이내 제가 도달해야 될 목적지를 하늘 위에서 재차 살펴보면서 그곳의 방향으로 이동하기로 했어요

535 ◆MjRAeKhiz2 (uTKyORcHtA)

2024-10-28 (모두 수고..) 23:37:27

>>532
잭은 고개를 끄덕이며, 크론이 뒹구는동안 자신이 처리한 이들을 보여줍니다. 어떤 도적은 전신이 정수리부터 가랑이까지 정확히 세로 방향으로 반으로 갈라졌고, 어떤 도적은 도마 위 소세지마냥 동강동강 팔다리가 썰렸습니다. 그나마 제일 곱게 죽은게 머리와 몸이 분리된 궁수입니다.

"가끔씩 경비대가 너무 해이해지면 이런 일도 일어나죠. 이런 식으로 외진 경비초소를 그냥 집어삼킨 뒤에 경비병 행세를 하면서 척 봐도 강해보이면 그냥 보내고 만만해보이면 덮치고."

붕대를 쑤신 상처 위로 붕대를 칭칭 감아주면서 설명하던 잭은, 본의 아니게 크론의 본모습을 그의 전투 방식을 통해 어느 정도 읽어냅니다.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대단하군요. 다른 싸움 방법은 하나도 안 알려줬는데, 살인에 대한 거부감만 딱 없애다니."

...그렇습니다. 크론은 인간을 무의식적으로 타자화하는 뱀파이어도, 투쟁이 곧 삶인 보팔토끼 수인 전사도, 능력 여하에 따라 너무나도 쉽게 인간을 죽일 수 있기에 무던해지는 마법사도, 그 무엇도 아닌데도 살인에 아무 거리낌이 없단 겁니다. 하지만 잭은 딱히 뭐라 더 묻지 않고 고개를 처박은채 떨고 있던 마부를 툭툭 차서 일으켜세웁니다.

"도적들 죽이는건 우리가 다 했으니, 마차 모는건 마부 양반이 다 해야 맞죠. 안 그렇습니까."

536 ◆MjRAeKhiz2 (uTKyORcHtA)

2024-10-28 (모두 수고..) 23:56:01

>>533
"그, 제 아버지께서 모시던 시절에 그늘꽃 제일 많이 태운게 인간 하인들이 아니라 엘리자베스 아가씨라고 하던데요?"

그늘꽃, 식물은 햇빛이 있어야 자란다는 상식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햇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자라나, 처음 보는 이들에겐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듯한 자줏빛을 띄는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햇빛이 닿으면 소금 만난 거머리, 약 먹은 쥐마냥 쪼그라드는 뱀파이어처럼 햇빛을 보면 바스러지거나 심하면 불타기에 인간 하인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였는데... 그래도 밝은 바깥을 보겠다고 설친 엘리만큼 많이 태우진 않았습니다. 예마가 혹시 몰라 경고하는군요.

"류드밀라님께서 혹시 엘리자베스 아가씨가 또 그런 짓 하는지 잘 감시하라고도 하셨습니다."

뭐 뻔합니다. 자기야 몰라도 언니 무서운줄은 알란 이야기죠.

537 ◆MjRAeKhiz2 (s2/UTWBF.2)

2024-10-29 (FIRE!) 00:29:16

>>534
인간의 한 걸음이 달팽이의 일평생이듯, 거대한 마법 날개를 단 새의 날갯짓 한 번은 인간의 반나절 달음질이나 다름없읍니다. 아앨라나는 라투그가 숨어있는 곳으로 몸을 굽혀 급강하하면서 온 몸의 피가 발가락으로 쏠리는 듯한 기묘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게 급강하한 그녀는 코그선의 돛대 끝부분이 물 위에 튀어나온 것을 보고 그 상공에 멈춥니다.

아앨라나는 어떻게 하나요?
/다음진행은 자고나서

538 엘리 - 진행 (q5DaSFSXlE)

2024-10-29 (FIRE!) 18:48:49

@@>>536

네 아버지가 오락가락할 나이인가보지!

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난 사리분별을 못하지 않았기에 조용히 속으로 삼켰다. 응, 응. 가족 욕은 안 될 일이지.

"나도 이제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거든~"

또다시 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것도 싫었고 말이다.

539 아앨라나 - 진행 (dgFX50SfAs)

2024-10-29 (FIRE!) 21:35:39


@@ >>537

세상의 존재들이 저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속도로 그 생활을 이루어 지내지만 지금의 저는 그것을 넘어서서 상당히 되는 거리였음에도 제가 얻은 힘의 날개는 저를 빠르게 목적지까지 이끌어주었어요. 그 속력은 생각했었던 것보다도 휠씬 높았어요. 제가 한 동작임에도 그것은 주어진 속도 때문에 신체로부터 묘한 느낌을 만들어내었지만 그로인해 보여지는 광경은 그런 느낌을 금세 잊게 만들어주었어요. 이윽고 목적지에 근접하였던 저는 수면으로부터 돋보이는 돚대의 끝자락으로 보이는 것을 보고 멈추었어요

"이곳에... 그것이 있는 것이겠네요"

저는 그것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서 그렇게 속삭이듯이 중얼거렸어요. 이후 집중하여 물에 힘을 가하고 조작하려고 시도했어요. 물은 지금까지 그것을 숨겨주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겠지만 이번에는 그것을 속박하고 징벌하는 기구가 될 수 있을 거에요. 지금의 저의 상태라 할지라도 광활하기 이를데 없는 호수에 전부 영향을 주는 것은 힘들 것이 겠지만 그렇게 할 필요 조차 없을 거에요. 이 자리에서면 충분할테니까요

540 ◆MjRAeKhiz2 (UM6k6j6KsQ)

2024-10-30 (水) 11:01:09

>>538
"그럼 잘 부탁드리죠."

예마가 그리 말하고 문을 닫으면 마차는 다시 구릅니다. 학술대회 기간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왁자지껄한 소리가 마차의 벽을 뚫고 엘리에게 전달되고, 이곳에서라면 엘리가 원하는 뱀파이어들이라면 진조부터 엷은 피까지 피할 수 없는 저주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전합니다. 그리고 티호미르와 예마는 마차 여관에 마차를 대고 전합니다.

"두 분을 위한 객실을 잡았습니다. 엘리 아가씨, 소달구지의 소와 닭은 어떻게 할까요?"

541 ◆MjRAeKhiz2 (UM6k6j6KsQ)

2024-10-30 (水) 12:09:28

>>539
인간이 항상 그 안에 거하기에 망각하는 사실이 있다면, 우리 인간은 아무것도 없는 허무가 아닌 공기와 여러 입자들이 섞이고 그것들이 상호작용하는 기체들의 공간을 거닐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크라켄, 라투그 역시도 뷔르트겐 호수의 물을 완전히 지배하고 제 집처럼 여기기에 자신은 물 속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다가 그 대가를 치릅니다.

ㅡㅡㅡㅡㅡ!!!!!!!!!!!!!!!!!

크라켄이 온 몸을 휘감는 끔찍한 힘에 저항하면서 뷔르트겐 호수의 물결이 폭발하다가, 아앨라나의 지배에 다시 잠잠해지기를 반복합니다. 크라켄은 두 눈으로 자신을 옥죄는 힘의 근원, 아앨라나 당신을 바라보고는 뒤집어쓴 코그선 잔해를 힘겹게 뜯어내 던집니다!

"오?"

가말라시엘의 반응을 보아, 명중하면 위험합니다.

542 아앨라나 - 진행 (4qJAVle0Mk)

2024-10-30 (水) 18:06:59


@@>>541

거대한 호수를 이루고 있는 대량의 물은 이 장소에 저의 뜻대로 그 아래에 기거하는 존재을 얾매이도록 해주었지만 아직은 부족했어요. 많은 이들을 공격해왔던 괴수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속박하는 것만으로는 완수할 수 없어요. 그것만으로 되었다면 어촌의 사람들이 그렇게 당하지도 배가 난파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이 괴수는 어떻게든 버텨내면서 물 속에 오랫동안 잠겨져 잊혀진 잔재를 오늘 날에야 다시금 하늘 아래서 그 밖으로 꺼내보이며 이내 잔재를 저에게 던져 향하고 있었어요. 즉시 저는 잔재를 회피하기 위해서 내려다 보던 허공에서 다른 쪽으로 움직였어요. 힘의 날개로 이곳까지 도달하게 될때의 속력은 매우 뛰어났던 것처럼 저를 향해 오는 저 잔재 또한 피하는 것은 어렵지는 않겠지만 이것만이 아닐 것이에요

그러니까 반격을 준비해야 될 거에요. 저는 근처에서 물을 끌어와 고도로 압력을 주어서 압축하고는 적당한 때를 노려서 강렬하게 쏘아내는 것을 시도하고자 했어요. 물의 힘은 종종 과소 평가되고는 하지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은 휠씬 크지요

543 ◆MjRAeKhiz2 (UM6k6j6KsQ)

2024-10-30 (水) 19:51:18

>>542
크라켄이 던지는 판자들은 위력적이지만, 그 위력은 맞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을 뚫는 창도, 베는 칼도, 부수는 망치도 안 맞으면 그만이고, 아앨라나에게도 저 판자가 위험해봤자 안 맞으면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크라켄은 속박되어서 균형감각과 자세제어 능력을 크게 잃어 명중률이 처참한 공격만 반복하다, 아앨라나가 만들어낸 예리한 수류(水流)에 자신의 촉수마디 중 하나가 절단나자 크게 분노하더니 아앨라나의 능력을 역이용합니다.

"오, 흥미로운데요?"

그르느르르르르...

크라켄은 물이 자신을 속박하기 위해 밀도가 미친듯이 높아져 고체와 다름없는 상태로 변한 걸 역이용해 자신의 미끌미끌한 몸으로 타오르고, 그대로 도움닫기해서 아앨라나에게 달려듭니다!

//코멘터리: 원하면 가말라시엘이 개입 가능

544 엘리 - 진행 (1GYz2whuD6)

2024-10-31 (거의 끝나감) 02:53:52

@@>>540

"음—"

저거, 구매할때 돈 한 번 내는게 다가 아니라 관리비란 게 있으니까. 빨리 다 먹어서 치우고 싶은데.

그렇다고 딱히 지금 폭식시간을 가질 명분도 없었고말이다.

"적당히 처리해줘."

만능 답변, 적당히 처리해줘. 이제 하인들은 알려주지도 않는 상사의 기준을 혼자 고민하면서 맞춰야 하는 끔찍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권력 좋다는 게 뭐냐, 이런 데 쓰는거지!

545 ◆MjRAeKhiz2 (pVP5KWpOHI)

2024-10-31 (거의 끝나감) 12:46:04

>>544
"알겠습니다."

적당히 처리... 라는 말에 두 사람은 고민하는 투도 내지 않고 대답합니다. 예마는 앞이 보이지 않는 류드밀라를 2층의 방으로 데려가고, 엘리는 그 뒤를 따라갑니다. 창 밖으로 보면, 아플 정도로 밝은 햇빛 사이로 티호미르가 남아있는 닭을 옆구리에 낀 채 소를 끌고 가는 것이 보입니다. 아마 팔아서 활동 자금에 조금이라도 보태던지, 아니면 고기파티라도 하던지. 뭐라도 하겠죠. 아무튼, 위로 올라가자...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류드밀라는 엘리 쪽으로 손을 젓다가, 엘리의 몸을 더듬어 손을 잡고는 그녀에게 말합니다.

"어차피 넌 말한다고 듣는 애 아니었으니까, 더 큰 사고 치기 전에 그냥 너가 찾고 있을 법한 사람을 알려줄게."

약간은 체념, 약간은 '그래도 동생인데...'같은 가족애가 느껴지는 복잡한 목소리로, 류드밀라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이야기합니다.

"뱀파이어 전문가는 위겔 교수야. 동쪽 성탑에 자기 학부를 거느리고 있지. 그런데 그건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 뱀파이어도 그렇고, 이단심문관도 그렇고 그 사람을 아주 좋아해서... 만날 수 있으면 한번 잘 만나 봐."

그리고는 방 안으로 홱 들어갑니다. 예마는 '굳이' 부연하는군요.

"방금 류드밀라 아가씨 말씀은... 해볼테면 해보란 얘기 같습니다."

546 아앨라나 - 진행 (L8abJ4Y3bs)

2024-10-31 (거의 끝나감) 21:34:11


@@ >>543

괴수의 그런 시도는 제가 전부 회피 해냄으로서 무력했어요. 그와는 반대로 그러다 결국에는 괴수는 저에게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지요. 그 괴수에게 다른 이들이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렸던 것처럼 그것에게도 그에 마땅한 댓가를 치르게 되도록 했었요. 이에 괴수는 분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와 같이 희생자들의 분노 또한 강렬했을 것이에요

그러던 한 순간에, 괴수는 그것 대로 수단을 강구한 것 같아요. 상대를 파악하고 환경을 잘 이용하는 것은 효과적인 싸움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에요. 이것은 저에게도 괴수에게도 같을 거에요. 봐요, 저것을... 하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극복할 수단이 있지요. 이 전투에서 저 괴수와 대치하고 있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에요

"그래요, 꽤 재주를 부렸네요. 저것을 제대로 처단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효과적일까요! 제게 가르침을 배풀어주세요"

저의 공격이 이어주는 다리처럼 되었다는 것은 필히 그 수단, 뿜어진 물과 접촉을 했다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이것은 어떨까요? 저는 이번에도 그 공격을 회피하고자 하면서 괴수가 저에게 다가서고자 하여 닿았을 물줄기를 순간적인 동결과 변형을 시도하여 예리하고 퍼져나갈 냉기를 담은 얼음의 검으로 화해 찔어 베어내도록 시도하고는 그 때의 순간을 노리도록하여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전투에서 이어질 공격을 어떻게 하면 될지 물어보며 도움을 청했어요

547 ◆MjRAeKhiz2 (hrPxWfXhsY)

2024-11-01 (불탄다..!) 12:28:14

>>546
"호오, 제가 생각한 것을 그대로 하셨군요?"

물줄기가 얼음으로 변해 얼음 송곳이 되는 것을 본 가말라시엘이 껄껄 웃으며, 순식간에 크라켄을 꿰어버린 아앨라나의 기지와 재치를 칭찬하고는 또다른 계책을 내어줍니다. 이 시대에는 아직 이르지만, 검은 숲에서는 '찌릿장어', 바깥세상 대학도시는 전류라고 흐릿하게 알고 있는 번개의 권능입니다. 가말라시엘은 물에 젖은, 그리고 점막으로 이루어진 특성상 촉촉할 수밖에 없는 그 크라켄의 몸에...


콰지직!


...인간이었다면 숯덩이로 만들었을 거대한 번개가 번쩍이며 아앨라나의 눈 앞을 섬광으로 가리고


콰까까깡!!!!!!!!!!!!!!!!!!!!!!!!!


천둥 소리가 귓전을 때리며 섬광을 몰아냅니다. 눈을 뜨면, 살벌하던 그 기세는 어디가고 감전되어 쭈글쭈글하게 온 몸이 쪼그라든 크라켄이 물 위에 둥둥 떠서 발발대고 있습니다. 가말라시엘이 속삭이는군요.

"끝장내는 방법은 굳이 훈수두지 않겠습니다."

// 가재 잡을때처럼, 원하는거 묘사하면 현재 능력껏 묘사함.

548 크론 - 진행 (vR8ue/tZa6)

2024-11-01 (불탄다..!) 13:57:15

@@>>535

해이해진 경비대. 한껏 해이해진 정의인가.
그런 얼빠진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고통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하..핫, 아무래도 이런 꼴은 마법사스럽진 않지요? 어서 아카데미로 가야겠어요..그래야 싸우더라도 좀 더 고상한 모습일테니."
..잭에 말해 '크론'은 얼빠진 생각에 이어 얼빠진 소리를 입 밖으로 낸다.

살인에 대한 거부감. 생존에 대한 욕구가 늘 앞서던 환경에서 그런 거부감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다만 지금은 생존에 대한 욕구보다 더 큰 욕심이 내 안에서 타오르는 느낌이라...
어쩌면 욕심이 타오르는 활활 소리가 다른 내면의 소리를 전부 묻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아카데미. 아카데미다.

"남은 길은 편안하길 바랄 뿐이죠."
그리 말하며 '크론'은 비척거리는 몸을 마차에 싣는다.
//오랜만!

549 ◆MjRAeKhiz2 (hrPxWfXhsY)

2024-11-01 (불탄다..!) 15:11:20

>>548
"그, 그럼 출발합니다..."

마부는 도마 위의 무마냥 동강동강 썰린 시신들을 애써 무시하고, 말을 진정시키고는 다시 출발합니다. 아까 전의 전투에서 도적들이나 잭이나 마차를 온전한 상태로 내버려두려고 했기에 마차는 피가 묻은 것을 제외하면 멀쩡하게 구르기 시작합니다. 다시 평화로운 광경이 펼쳐지고, 크론과 잭은 별 일 없이 며칠간 마차 위에서 자고 마신 끝에...

"거의 다 왔군요."

...라고 잭이 말합니다. 지평선에 그어진 넓은 회색에 금빛,은빛의 수많은 지붕들이 반짝이고, 그 주변으로는 '마법'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기후대에 맞지 않는 신비(빙해, 열대우림)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마법학교를 재정적으로 지탱하는 황금 평야가 둘러싸고 있고, 크론은 평야 초입에서 바람에 따라 넘실넘실 파도를 타는 황금 밀밭을 난생 처음 보고는 경외감에 빠지고, 한참 동안 바라봅니다. 잭은 그런 크론의 옆구리를 찌릅니다.

"슬슬 준비하시죠. 가도 경비대가 거수자와 입학생을 구분하려 들 겁니다. 입학증이라던지 그런 게 없으면..."

잭은 슥, 목을 긋는 시늉을 합니다.

"...이러더군요."

550 엘리 - 진행 (LZyQsdZXz2)

2024-11-01 (불탄다..!) 21:13:52

@@>>545

"위겔 교수, 알았어!"

믿어도 좋을 것이다. 언니는 대놓고 막으면 막았지, 이상한 정보를 흘려서 훼방놓는 사람이 아닐테니까.

지금 당장 가보자! 뱀파이어의 활동시간인 밤에 찾아가려 한다면, 나는 편하겠지만 접견 요청이 받아들여지기 힘들테니까. 올블랙 로브를 뒤집어쓰고 동쪽 성탑을 향했다.

551 아앨라나 - 진행 (nCLuibsshs)

2024-11-01 (불탄다..!) 22:03:36


@@ >>547

"해냈어요~!"

저의 시도는 이번에도 괴수의 행동을 저지하고 제대로 반격해냈어요. 그것에 따라 저는 가말라시엘 님께서 그렇게 말해주시어 칭찬을 받는 것에 흥겹게 순간의 성취감에 차 말했어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도움과 가르침을 청했지요. 그런데, 저의 물음과 조언이 있기를 넘어서 저는 이미 그에 알맞는 행동을 먼저 했냈던 것이에요. 제가 한층 더 마녀 님과 같이 완전함을 따라갈 수 있도록 성장하게 된 것 같았아요

그리고는 이어지는 광경에서 제가 목도하게 된 것은 강렬한 소음과 빛과 함께 번개가 내리치며 마치 괴수의 최후와 그 전투의 마지막에 이르는 것이라 예감이 들었어요. 저는 괴수가 흉한 몰골로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았어요

"그렇다면 이것으로서 이 장면도 대단원 이겠어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저는 이것으로 희생자들과 그들의 헌신으로 그들의 몫까지 살아갈 이들의 목적을 완수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여 그렇게 말했어요

저는 집중하며 힘을 분출하고 넒은 면적의 수면이 순식간에 얼어붙을 정도로 강렬한 한기가 몰아치듯이 호수의 물로부터 화한 햇빛을 받아 창백한 빛으로 반짝이는 얼음, 거꾸로 뒤집혀 있는 듯한 거대한 된 빙산과도 같은 것이 여러개가 허공에 솟아올라서 그것은 제대로 되었다면 말뚝처럼 그 심장과 신체를 꿰뚫어 호수의 괴수를 처단하여 그 끝을 낼 수 있을거에요

저는 괴수를 향하여 내려치듯 손 짓하였어요

552 ◆MjRAeKhiz2 (cSbX8ISaPw)

2024-11-01 (불탄다..!) 23:37:47

>>550
치지지지직.....

엘리의 온 몸에 다시 햇빛이 내려쬐고, 혈통에 깃든 저주가 그녀의 날카로운 반사신경을, 무시무시한 맷집을, 믿을 수 없는 속도를, 그 모든 능력에 족쇄를 채워 그 무엇보다도 약한 존재로 격하시킵니다. 온 몸이 산 채로 불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실제로 불타지는 않는게 다행입니다. 엘리가 로브를 뒤집어쓴채로 언니가 알려준 곳으로 향합니다.

임학회 주최 식용버섯 요리대회, 탕가니카 원시부족의 장신구 박람회, 엘프와 드워프 인체의 신비전, 고대 연금학사(史) 논문 발표회 등등,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 법한 주제부터 진지함이 묻어나는 학자들만의 주제까지 각종 홍보 전단지가 붙은 벽들을 지나면, 엘리는 점점 화기애애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무거워지는 공기를, 살기마저 느껴지는 분위기를 직감합니다. 그리고...

"당신, 누구요?"

딱 봐도 '나 수상하오' 하는 마법진을 그린 문 앞에서, 딱 봐도 '나 수상하오' 하는 옷을 입은 경비가 철퇴를 꺼낸 채 엘리에게 물어옵니다. 저 철퇴...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에레야를 따르던 거한들이 들던 그것과 비슷합니다.

553 ◆MjRAeKhiz2 (8nfcS71aQg)

2024-11-02 (파란날) 01:11:13

>>551
얼음. 얼음(Ice, 氷)이란 물이 섭씨 온도 0도 이하에서 응고되어 '고체' 형태로 된 것을 가리킵니다. 이 얼음은 당연하게도 액체 상태의 물보다 차갑고... 더욱 단단하죠. 그리고 그 특성상, 검은 숲에서는 정말 깊은 동굴 속에서도 보기 힘든 것이... 아앨라나가 수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빌린 권능으로, 하늘 위에 수많은, 거대한 빙산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것들은 뭉툭하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합니다. 동시에 파랗기도 하고, 하얗기도 하고, 투명하기도 하고, 불투명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다양해도, 아앨라나는 자신의 마법으로 공통점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모든 유빙(流氷)들은 하나하나가 바깥 세상의 전열함들을 일격에 박살낼 정도로 거대하고... 모두 라투그, 감전되어 벌벌 떨고 있는 민물 크라켄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앨라나가 이 거대한 얼음 운석들로, 저 크라켄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냥 좀 죽어.

그리고 아앨라나는, 손을 휘저어 자신의 소망을 관철합니다.

하나, 둘, 셋, 거대한 얼음들이 크라켄의 온 몸을 짓누르고, 그 얼음의 거대한 존재감을 이기지 못한 호수는 거대한 해일을 일으키고, 그 해일은 뷔르트겐 호수 전체를 일렁이게 만들고 주변 몇백미터의 물과 땅을 뒤엎어버립니다. 물론 크라켄은? 남아났을 리가 없죠.

아앨라나는 물보라가 걷히고 나서, 수십개로 쪼개져서 호수를 붉게 물들인 크라켄의 시체를 바라봅니다.


...아앨라나는, 플라베르흐의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습니다.

554 크론 - 진행 (oMkgx6WY4g)

2024-11-02 (파란날) 16:26:50

@@>>549

생전 못 누려본 마차 여행이라는 호사를 즐기며 마음을 다잡다 보니 어느새 아카데미인가

"살다살다 이런 광경은 또 처음이네요.."

'크론'은 그리 감탄하며 눈앞의 광경을 눈에 담아두고자 했다. 비록 상식이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그럼에도 눈앞에 보이는 저 같은 말 그대로 마법 같은 광경이 일반적이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감탄의 시간을 오래 가질 순 없나보다.

잭의 말에 '크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품 속에서 '크론'의 것이었던 입학 관련 서류들을 꺼낸다.

바로 건네주면 되겠지.

555 ◆MjRAeKhiz2 (0Y7bIW1NQk)

2024-11-02 (파란날) 18:07:24

>>554
얼마 가지 않아 말을 탄 이들이 먼지구름을 요란하게 일으키며 나타납니다. 마부는 그들을 보자마자, 작은 파란색 깃발을 들어서 빙글빙글 흔들어대고, 말을 탄 이들은 마차를 둘러싼 채 말을 타고 빙글빙글 돌다가 점점 속도를 늦추고, 크론의 눈에 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크론이 국경에서 보았던 난민들을 두들겨패는 경비대, 경비대를 가장했던 도적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무장입니다. 가슴과 목, 머리, 허벅지는 판갑으로 덮여 햇빛을 받아 흰색으로 번쩍거리고, 어깻죽지와 발목 같은 평범한 기간병들의 복장에서는 방호를 포기하거나 두꺼운 천옷으로만 방어하는 부분도 찰갑이나 사슬갑을 달아서 보통 사람이 든 보통 창칼로는 도저히 죽일 수 없는 걷는 요새처럼 보입니다. 그런 이들 하나하나가 마치 공주의 넓은 치마폭처럼 말의 보폭을 커버하는 마갑을 입은 거대한 말에 타고 있으니, '크론'이나 그를 연기하고 있는 변경의 이름없는 참칭범이나 감히 반항할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잭은 크론의 옆구리를 다시 찌릅니다.

"쫄지 마세요. 가도 경비대입니다. 어이! 난 잭 리거, 해머할 마검학 교수님의 검술조수다. 직원증을 잃어버렸는데, 내 얼굴은 다들 알잖아? 그리고 이 쪽은 크론, 입학생이고."

가도 경비는 가까이 와서 잭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크론에게서는 입학증을 받더니 또다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는 수정구 하나를 내어주는군요.

"이 수정구가 있으면, 이제 아카데미 입학처로 갈 때까지 가도 경비대에게 검문받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순찰하면서 위험 요소는 전부 배제하고 있지만, 만약 공격당한다면 여기에 마력을 조금만 흘려넣으십시오. 그러면 바로 수정구가 폭발하면서 인근 50km에 구조 신호를 송신할 겁니다."

음, 정말 좋은 물건이군요. '크론'이 마법을 전혀 못 쓴다는 점만 빼면요.

556 아앨라나 - 진행 (dVmaoyCIkg)

2024-11-02 (파란날) 20:01:35


@@ >>553

저의 손짓과 함께 괴수와 호수에게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꽤 좋은 볼거리 이였어요. 저에게 주어지고 그래서 가진 힘으로서 만들어내고 해낸 그 일련의 과정을 거쳐 그렇게 괴수를 처치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저는 부탁으로 받은 임무를 완수했어요. 이제 어촌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전해야 겠지요. 죽은 괴수는 호수의 어천, 플라베르흐의 악몽이였어요. 꿈은 결국에는 언젠가는 깨어나기 마련이에요. 악몽 역시 꿈일 뿐이기에 사라지게 되겠지요. 어촌과 이 상황은 실제이고 현실이지만 괴수는 더는 어촌을 습격하지 못할 것이고 이것도 시간이 지나 사람들 사이에서 흐릿하게 된다면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지요

저는 제가 해낸 이 모든 것들에 스스로가 뭔가 대단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일까요? 저는 기쁜 기분이 되어 마음이 들떴어요. 그들은 무엇을 위해 희생했나요? 이렇게 되기 위한 의식이였지요. 그러니 이렇게 되어야만 했어요 다르게 되는 것이 나쁜 것이지요

"가말라시엘 님, 이 존재의 파편을 재료로 사용하여 좋은 무언가에 쓰일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보다는 따로 '뒷처리' 같은 것을 해야할까요?"

방금 전까지의 그 큰 일에도 고요함을 되찾은 호수 위에서 유유히 떠있던 저는 죽은 괴수의 흩어진 파편을 바라보았다가 그것들을 방치하거나 처분 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쓸만한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물어보았어요. 이 승전보를 기념하거나 확실히 매듭짓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으려나요

557 ◆MjRAeKhiz2 (0Y7bIW1NQk)

2024-11-02 (파란날) 22:02:26

>>556
"글쎄요. 지금 남아있는 살덩이들을 수천 포로 떠서 말릴 수 있다면 플라베르흐 촌민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아예 일을 안 하고 손 놓고 있어도 될 정도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겠죠. 하지만, 뭐 가치 있는 게 있냐고 하면..."

가말라시엘은 크라켄의 상태를 지적합니다. 라투그, 한때 플라베르흐를 비롯한 뭇 뷔르트겐 호수의 모두를 공포에 떨게 했던 민물 크라켄은 아앨라나의 현명한 마법과 가말라시엘의 적절한 개입 아래 얼려지고 감전당한 다음 끝내는 거대한 얼음 운석에 밟혀 찍혀 형체도 얼마 못 남기고 죽어버렸습니다... 소나 돼지, 닭 같은 동물을 도축할 때도 최대한 멀쩡한 원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경동맥 같은 급소를 노려서 죽여야 최대한 많은 고기, 즉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이 크라켄도 아마...

"크라켄은 수십개의 다리로 수백개의 동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뇌수 추출물은 '기지의 비약'이라 하여, 한 번에 집중을 요하는 여러 일을 처리해야 하는 학자들과 고위 관료들이 비싼 값으로 구입합니다. 또한 크라켄의 이빨은 '바다의 상아'라 불리면서 비싸게 거래되지요. 아, 아앨라나 씨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역시 크라켄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크라켄의 부속지 중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 이빨, 부속지. 그게 뭐건 간에 다 터져버렸군요. 그리고 뒤처리에 대해 언급하자 가말라시엘이 되묻습니다.

"글쎄요. 뷔르트겐 호수에는 시체를 던지면 좋다고 달려들 게 많지 않습니까? 크게는 악어부터, 작게는 골뱅이까지."

558 엘리 - 진행 (rOOouTvhkc)

2024-11-02 (파란날) 22:25:06

@@>>552

"음."

엘프와 드워프의 인체가 도대체 왜 전시되어있는걸까...에 대한 고민은 둘째치고.

"연구 건으로, 위겔 교수를 만나고 싶은데."

미리 접견신청을 해두지 않으면 어려웠던 걸까나. 그런 일이 된다면, 지금 신청해두자.

559 ◆MjRAeKhiz2 (YSmRnSPFhE)

2024-11-03 (내일 월요일) 17:44:53

>>558
"위겔 교수?"

경비는 인사치레 따위는 집어치우고 바로 본론을 찌르는 엘리의 성미 덕에, 그녀가 원하는 것을, 그녀의 용건을 빠르게 눈치챕니다. 경비병은 엘리를 한참 동안이나 쳐다봅니.다. 위아래로 붉은색 깔맞춤한 편한 옷을 입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맞춤 가면을 뒤집어쓴 그녀의 모습은, 마치 훈련 상황을 위해 준비한 교과서적인 거동수상자나 다름없습니다. 경비병은 옆에 있던 밧줄을 잡아당겨 경종을 울리고, 그와 비슷하게 차려입은 경비병들이 엘리를 360도로 포위하고, 성에서는 궁수들이 엘리를 조준합니다. 솔직히 말해 세스타우의 경비병들은 세금도둑 느낌이 강했는데, 호르뮈셰의 경비병들인지, 아니면 태양교단의 성전사들인지는... 확실히 대응 속도나 훈련 수준이나 격이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쳐도, 위겔 교수를 죽이러 왔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반응이 격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이름, 출신, 정확한 목적을 밝히십시오. 최근 경계 수준이 격상됨에 따라, 경고 없는 즉각 살상이 허용되었음을 고지합니다."

...아까 류드밀라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정보를 내준 이유가, 할 테면 해보라는 말 같다는 예마의 사족이 이해됩니다. 하지만, 엘리는 이렇게까지 경계받아야 할 정도로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었기에, 금방 도와줄 동앗줄이 나타납니다.

"잠깐, 저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심문관보님. 사살할까요?"

"좀 있어봐. 이 새끼는 뭐 말만 하면 사살, 사살, 사살..."

심문관보라 불린 남자가 마방진을 그린 성문을 열고 나옵니다. 덩치가 크고, 가면을 쓴 엘리를 알아보는데, 놀랍게도 엘리도 이 사람이 기억납니다. 세스타우에서 에레야를 수행해 사건을 조사하던 거한들 중 하나입니다. 사건이 잘 풀린 덕분에 좋은 곳으로 영전하거나 승진한 이들도 있었는데, 그 케이스 중 하나가 앞에 서 있군요.

"그 사람이 피 빨아달래는대도 못 빨겠다던 이상한 뱀파이어, 이름이... 옐리사베타 블라디미로비나 예페슈카, 였나요?"

저 긴 가짜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엘리가 했던 수많은 일 중에 하필 저것만 들먹이는 것도 대단하군요.

560 아앨라나 - 진행 (TDstWRc/yM)

2024-11-03 (내일 월요일) 19:51:33


@@ >>557

"그렇겠네요. 그렇지만 제가 이 파편들을 전부 가져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나 많고 큰 것들을 제가 혼자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어촌의 사람들에게 괴수가 그 최후를 맞이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중요한 부분만 가져하면 될 것 같아요. 이 괴수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 수만 있다면 상관 없을 거에요. 어쩌면 이 위치를 상세하게 표시와 함께 기록해두고 알려주면 어촌의 사람들이 직접 모여서 할 수도 있겠지요

저의 물음에 가말라시엘 님께서 들려주신 것들은 언젠가 서고의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았아요. 보았던 것이 오래 되기도 했고 괴수를 처치하는 것만 생각하다보니 그런 것들을 잊고 있었던 같아요. 그리고 이런 위험한 존재를 상대하는데 있어 애매하게 대하면 충분히 넘길 수 있었던 위험을 겪거나 어려워지기에 그렇기도 하겠지요. 무언가 아쉬운 느낌도 들지만 저의 목적은 본래 사냥 전리품을 얻고자 했던 것이 아니였으니까요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수 없지요~ 저의 목적은 본래 이 괴수를 처치하는 것이였으니까요"

"어촌의 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면 다들 좋아할 거에요"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어요. 이것으로 부터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임무는 달성했어요. 그것만으로도 이득이 될 수 있을거에요

561 ◆MjRAeKhiz2 (mEDIXhUxz6)

2024-11-03 (내일 월요일) 20:04:11

내일 일찍 나가야해서 오늘 여기서 끊어야할듯
아앨라나주 미안하이 내일 촌민들 감동끓는 반응으로 보답하겟다

562 엘리주 (hyJrEbMFag)

2024-11-03 (내일 월요일) 20:23:04

수고했당~~ 고마워

563 아앨라나주 (TDstWRc/yM)

2024-11-03 (내일 월요일) 20:23:35

괜찮아요, 수고하셨어요!

564 헬렌주 (Q3csGFKQXg)

2024-11-03 (내일 월요일) 22:11:04

캡.... 동결 일주만 더...... ㅋㅋㅋㅋ.... 담주는 꼭 올게.
캡 한주 잘 보내고 다들 좋은 한주 보내~

565 엘리 - 진행 (x2SJwSkE2Y)

2024-11-04 (모두 수고..) 11:07:53

@@>>559

일단 손을 들어올리고 말한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원래 엘리, 까지만 대고는 했지만. 가짜 신원으로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참 애매한 상황이었으니.

"위겔 교수에게, 뱀파이어 연구의 협력을 구하고 싶어서 찾아왔어!"

뭐, 내가 그런 지식이 있어서 조수로써 돕겠다는 건 아니고. 피험체 일좀 하겠다는 거지만.

566 ◆MjRAeKhiz2 (uzmlX4viKQ)

2024-11-04 (모두 수고..) 12:39:17

>>560
아앨라나는 완전히 박살나서 호수를 붉게 물들인 크라켄을 뒤로 하고, 마력이 소진되어 날개가 사라지기 전 서둘러 플라베르흐로 돌아갑니다. 날개를 훌쩍 펼쳐 등지는 바람을 받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백마리의 물고기들과 매들이 아앨라나가 펼친 잔치판의 피냄새를 맡고 달려들며 만드는 어지러운 물보라와 검은 하늘이 인상적입니다. 뷔르트겐 호수에 가라앉은 생명은 그 어떤 것이든, 얼마나 크든 작든, 얼마나 부드럽건 단단하건 끝에는 이리 될 운명입니다. 이번에는 그저 아앨라나가 라투그보다 강했기에, 아앨라나가 크라켄의 위장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크라켄이 수많은 이들의 든든한 수십끼가 되는 결말로 끝난 것이지요.

아앨라나는 플라베르흐로 날아가고, 그곳의 부두에는 외부인과 촌민들을 막론하고 모두가 뒤섞여서 아앨라나가 온 방향을, 수많은 얼음 운석이 충돌한 폭심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거대한 폭발의 충격은 플라베르흐에도 전해져서, 이곳에서도 격랑의 바다와 같이 수면이 출렁거리고 땅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코그선을 부수고 수많은 이들을 잡아먹은 괴물 크라켄이 아닌, 아앨라나, 마녀 앨리스의 제자가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누가 이겼는지, 누가 죽었는지는 말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훨씬 명백합니다. 베스니는 아앨라나를 소 닭 보듯 멀뚱멀뚱 쳐다보지만 촌민들은...

"아아... 아아아!"

"해냈어! 마녀의 제자가 해냈어!"

"괴물이 죽었다!!!! 괴물이 죽었어!!!!"

...환호하면서 아앨라나의 쾌거를 칭송합니다. 그 괴물이, 호수의 마을들을 끝장낼 뻔한 악몽이 사라지자, 눌려있던 짐이 사라진 그들의 입가가, 어깨가 용수철처럼 튀어오릅니다. 그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웃으며 이 승리를 기뻐하고, 울며 이 승리를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한 이들을 추모합니다. 어쩌다보니 분위기에 휩쓸린 외부인들도 만세를 외치며 축하 분위기에 흥을 더하는데, 베스니가 그 사이에서 튀어나와 아앨라나에게 묻습니다.

"근데 뭔 일이에요, 진짜로?"

567 ◆MjRAeKhiz2 (uzmlX4viKQ)

2024-11-04 (모두 수고..) 12:49:45

>>564
ㅇㅋ

568 ◆MjRAeKhiz2 (x05CbDrebk)

2024-11-04 (모두 수고..) 13:28:26

>>565
"아! 맞다, 옐리사베타는 다른 이름이었죠? 하하, 내 정신 좀 보게. 그나저나 위겔 교수라..."

심문관보는 난처한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다른 경비병들이 엘리로부터 위겔 교수를 지키려 드는 눈치라면, 심문관보는 마치... 위겔로부터 엘리를 지키려는 것 같은 눈치입니다. 심문관보는 귓속말로 속삭이는군요.

"엘리님처럼 이단심문관과 협력한 이력까지 있는 분이면 끈을 못 이을 이유는 없습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고문실에서 뱀파이어한테 피 한번만 빨려보겠다고 뻗대고 끝내는 일족의 영지로 '배달'된 그 미친년 있잖습니까... 그년 아버집니다."

오... 맙소사.

"좀 그 년만큼 미쳤죠. 정말 괜찮으십니까?"

569 아앨라나 - 진행 (tgWB/CI0XY)

2024-11-04 (모두 수고..) 18:15:05


@@ >>566

"이것도 꽤... 보기에 괜찮은 볼 거리 같네요~ 먹히고 먹는 삶의 순환이라고 해야되려나요"

호수 위를 날아가면서도 바라본 수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바라보았던 저는 그렇게 한 줄로 감상평 남기듯 중얼거리듯 말했어요. 찾아온 결말은 어촌에서의 뿐만이 아니라 호수에서도 좋은 것으로 성대한 만찬을 만나게 된 호수 속의 거주자들이 분주히 자신들의 할 일을 하는 것에는 살벌하면서도 흥미를 자극하는 광경이였어요

그렇게 저는 호수에 도달했었던 것처럼, 빠르게 어촌으로 복귀할 수 있었어요. 제가 보았을 때는 어촌의 주민들은 제가 오는 방향에 그 시선을 두고는 맞이하고자 해주었어요. 사람들의 외침과 그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과 표정 그리고 행동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저 또한 그들과 같이 기쁨에 젖어드는 것만 같아서 작게 미소를 지으며 한 쪽 팔을 들어 올려서는 그 손을 보이며 흔들어보았어요

이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사람들의 성대한 환호성으로 맞이하며 어촌으로 돌아온 저는 적절해 보이는 빈 자리를 찾아서 지상으로 사뿐히 내려와 그 땅에 발을 닿으며 제가 해낸 것들을 그 재차 실감하고 느끼며 가만히 있었어요

"계속되는 악몽으로부터 시달리며 공포와 고통에 놓여있던 사람들이 그 악몽에서 지금에서야 깨어나게 되었다는 것만 아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다가 거기에서 감동과 기쁨에 벅차오른 듯해 보이는 사람들의 틈 사이로 부터 다가와 다시 만나게 된 익숙한 인물인 베스니, 그녀가 저에게 그렇게 물어보는 것에 옅게 눈웃음을 한번 지어 보이고는 그렇게 대답해주었어요

570 크론 - 진행 (kfDzs7Zh4M)

2024-11-04 (모두 수고..) 22:13:56

@@>>555

정말이지..마법 그 자체인 풍경을 본 이후로는 더 놀랄 것도 별로 없겠구나 싶었는데.

경비대. 이 말에 이토록 큰 무게감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물론 원래도 경비 눈에 잘못띄면 그래도 파리 목숨될 신세였던지라 경비대라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나 그래도 아예 답도 없는 존재란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저건..답이 없는 존재다.
그저 자신이 아직은 문제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여겨질 뿐.

그리고 그것은 방금 막 '크론'이 경비대에게 보인 서류의 존재 덕분. 이게 일종의 해답지인 셈이지.

'크론'은 수정구를 건네받고 살짝 쓰다듬는다.
매끄롭고 차과운 표면. 음 어쩌면 마법사는 다른 감상을 느끼려나. 혹시 모르는 일이니 말을 아끼기로 했다.

지금은 그저 입학식을 앞두고 긴장한 나머지 다른 일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어리숙한 신입생..아 잠만.

"감사합니다. 그런데..공격이라니. 이곳에 어떤 위험요소가 있을 수도 있나요?"

그래도 위험요소에 대한 확인은 놓칠 수 없는 나였다.

571 ◆MjRAeKhiz2 (Q08kjHjToQ)

2024-11-05 (FIRE!) 14:04:26

>>569
"어... 대충 좋은 일이네요? 야호!"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겁니다. 플라베르흐의 온갖 노역에 동원되던 베스니는 사람들이 기쁨에 환호하는 틈을 타 함께 만세를 외치느라 노역에서 잠깐동안 해방되고, 촌장은 기분이 좋다면서 원래는 함부로 열지 않았을 술독까지 열고 사람들에게 한 잔씩 공짜술을 돌립니다. 물론 베스니도 한 잔을 맛봅니다. 사람들은 당장 연회를 준비할 틈도 없이 그냥 집에 있는 재료들, 예를 들어 악어 고기나 가재포 따위를 전부 솥에 쏟아붓고 마늘과 허브 따위의 맛을 내는 것을 넣어 보글보글 끓이기 시작하고, 촌장은 아앨라나의 위업을 칭송합니다.

"여기 있는 앨리스의 제자, 그리고 강력한 마녀, 아앨라나가 플라베르흐, 더 나아가 뷔르트겐 호수를 위협하던 괴물 문어를 한 방에 제압했소! 그렇기에, 이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모두 함께 축하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소."

어느새 아앨라나 옆에 앉아있던 베스니는 빠르게 수첩을 꺼내, 아앨라나가 했던 일들을 적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오는 말에, 잠시 베스니의 손이 떨리는군요.

"하지만, 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했던 열 명의 촌민과, 복수에 동참하고자 한 외부인 한 명을 먼저 기리는 시간을 가집시다. 그들은 다시는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아앨라나에게 힘을 모으기 위한 그들의 희생은 분명 값졌소."

"...어... 아앨라나 씨? 저거 무슨 소리에요?"

베스니의 손이 발발 떨리고 있습니다. 음... 아무래도 인신 공양은 바깥 세계에서는 극도의 금기라도 되는 걸까요?

572 ◆MjRAeKhiz2 (Q08kjHjToQ)

2024-11-05 (FIRE!) 14:10:00

>>570
"별 것 없습니다. 여기서 강도를 만나는 것보다 용을 만날 확률이 더 높을 겁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가도 경비대는 턱짓으로 빙해와 열대우림, 울창한 숲이 펼쳐진 지대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그곳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저곳은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생물들을 채집하고 연구하기 위해 마법으로 재현한 곳인데... 재현도가 너무 뛰어난 나머지 맹수들도 서식하거나, 가끔씩 재현을 위해 사용한 환경조성 마법의 매개체에 노출되어서 마수화되어 흉폭해지는 동물들이 발생한답니다. 보통은 우리가, 심해도 그 구역을 담당하는 마법사가 제거하는데, 세상에는 만약이란 게 있거든요..."

종합하자면, 강도 같이 '크론'의 살가죽을 뒤집어쓴 변경의 사칭범이 만났던 수많은 '세속적인' 적들은 이곳에서 찾아보기 힘들 거란 얘기입니다. 하지만 들개나 광견병 걸린 여우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흉폭한 맹수를 아주 재수없으면 만날 수도 있다는 소리 같군요... 잭 리거는 쫄지 말라는 듯 크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크론 씨. 마차를 태워주는 대가로 지켜주기로 내가 약속했죠? 아마 별 일 없을 겁니다. 아마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는 손발가락 몇 개 빼고는 다 성하게 입학할 수 있을 거에요. 책임지고 보증하죠."

...그냥 하는 김에 손발가락까지 전부 다 성하게 데려다주는 건 어려운 걸까요?

573 엘리 - 진행 (t9LAMmoxUA)

2024-11-06 (水) 00:34:11

@@>>568

"아."

연구를 위해서 내 생살을 후벼파는 미친 연구자 정도랑은 잘 지낼 재간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부류는 좀...

"그, 그래도 해볼게."

—라고는 하지만, 내 궁극적인 목표. 태양의 극복이 달린 일이 아닌가. 미쳤다고? 오히려 좋아! 열정적으로 연구에 동참해줄테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생길이 훤히 열린 것 같지만, 그래도 그리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574 크론 - 진행 (8W.qYyzY4U)

2024-11-06 (水) 10:57:33

@@>>572

용..? 살아생전 연이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존재가 그냥 언급이 된다.

에이..그냥 표현이 그런 것이겠지.

그러나 이어지는 얘기를 듣다 보니 용이 단순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충격을 수습할 여지도 없이 난데없는 이어지는 충격의 연속에서 허우적 거릴 때 잭이 위로를 건네주었다.

다만..

"기왕이면 아무것도 잃지 않고 싶습니다만..제가 어련히 잘 챙겨야 할 일이겠죠..손가락, 발가락 정도는.."

스스로를 격려라도 하듯 '크론'은 자신의 뺨을 두어 번 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잘 알겠습니다. 엄청난 이야기였지만 그 만큼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는 것도 사실이군요. 빨리 가보고 싶네요."

이후 아카데미로 다시금 향하고자 한다.

//그러고보니 세계에서 용은 어떤 존재야? 지성도 있고 마법도 쓰는 존재? 탐욕스러운 플라잉 거대 도마뱀?

575 ◆MjRAeKhiz2 (YlNyWsvACc)

2024-11-06 (水) 11:31:55

>>574
나는 "설정은 서사를 위해 존재한다"는 주의고, 본 어장은 그 신조를 극단으로 몰고 가서 이 세계에서 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은 아직 없음. 각 캐릭터의 서사 진행에 따라 필요하다면 신격으로서의 용이, 반대로 생물일 뿐인 용이 나올수도 있음.

576 엘리주 (2g49Ku4o/k)

2024-11-06 (水) 11:57:18

어쩌면 투명할지도 몰라!

577 ◆MjRAeKhiz2 (YlNyWsvACc)

2024-11-06 (水) 12:21:53

>>573
그렇게 엘리는 심문관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간단한 몸수색 절차를 거칩니다. 그래도 호르뮈셰는 학술도시라는 이명이 괜한게 아닌지, 뱀파이어인 엘리도 여자라고 여성 경비원이 투구를 벗어서 자기가 여자임을 확인시키고는 위부터 아래로 몸수색을 시작합니다. 두둑한 돈자루와 먹지 않은 블랙 소시지. 그리고 무기는 없습니다. 그야 당연히 밤의 엘리는 양 손에 달린 손톱만으로도 열 개의 단검이나 다름없고 낮의 엘리는 뭔 무기를 들어도 무력하니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뭐야, 이거?"

손수건에 싸인 태양 인장을 본 경비는 엘리와 그 인장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곧바로 엘리의 몸에 대봅니다. 당연히 더럽게 아프고,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경비는 다시 인장을 손수건에 싸서 돌려주면서 참 이상한 뱀파이어 다 보겠네, 라 말하고... 엘리는 마침내 위겔 교수의 연구실로 갈 수 있게 됩니다.


또각, 또각...


인영이 비칠 정도로 매끈한 나무 바닥은 걸음이 닿을 때마다 또각또각 신발 오가는 소리를 울리고, 무섭도록 조용한 복도에는 온갖 뱀파이어 일족들의 상징물과 조각상들이 놓여있습니다. 엘리가 살던 대저택과 이곳을 구분하는 것은 학부의 공지사항과 수업시간표, 그리고 학식 메뉴판 같이 학문의 장에서도 숨길 수 없는 생활의 흔적들뿐입니다. 그 복도를 따라 계속 걷던 엘리는 복도 끝 대문에 서고, 문을 열면...

"방문객은 받지 않네. 단, 뱀파이어는 제외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책을 읽고 있는 차가운 노인이 보입니다.

578 ◆MjRAeKhiz2 (YlNyWsvACc)

2024-11-06 (水) 12:23:56

>>576
투드 이제는 클래식이지..

579 ◆MjRAeKhiz2 (YlNyWsvACc)

2024-11-06 (水) 12:58:41

>>574
가도 경비대의 경고와는 달리, 남은 기간 동안 다행히도 별 일 없었습니다. 드문드문 크론은 본 적도 없던 거대한 동물들이나 척 봐도 성질 더러워보이는 맹수들이 사냥당한 채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잭이 그 동물들을 아는대로 설명해줄 뿐이었죠. 가령 황금빛 털에 머리를 덮는 갈기가 인상적인 저 짐승은 사자라는 녀석이고, 저기 근사한 긴 엄니를 양 쪽에 붙이고 그 엄니보다 긴 코를 단 놈은 코끼리랍니다.

"사실 여기는 도적들보다도, 이런 희귀 동물들을 노리는 까마귀들이 더 많아요. 코끼리 상아, 사자가죽 등등."

그런 말들을 뒤로 한 채 크론의 마차는 어느새 아카데미를 둘러싼 도시에 도착합니다. 아까 본 광경에 비하면 좀 평범하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좋습니다. 아무튼, 도시 성벽에서 가도 경비대가 걸어나와 묻습니다.

"입학증과 수령한 수정구를 보여주십시오."

580 엘리 - 진행 (t9LAMmoxUA)

2024-11-06 (水) 22:34:04

@@>>577

"저, 저놈 저저저!"

일순간 열이 올랐지만, 화내봤자 나만 손해라는 걸 자각하고 이내 가라앉힌다.

'위겔 교수랑 친해지면 일러야지.'

화를 가라앉힌다는 말이 원한을 잊는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뱀파이어...에요."

나보다 나이가 적은 존재는 외견이 어찌됐던 반말을 한다...라는 주의였지만. 일견 여든을 넘을수도 있어 보였기에 존대를 사용했다.

581 아앨라나 - 진행 (4gx6LnYdOI)

2024-11-06 (水) 22:39:58


@@ >>571

저의 대답과 함께 그녀도 주민들과 덩달아서 어촌의 주민들의 환호에 어울리듯 같이 따라하고 있네요. 이제는 사람들은 근심이 아닌 행사를 위해서 분주하게 이것 저것들을 가져오거나 찾거나 만들거나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말없이 저는 바라보면서 눈웃음을 한번 지었어요. 곧이어 저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적당한 빈 자리를 찾으려 했어요

"후후훗... 여러분의 호응과 찬사에 감사드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로서는 부족하답니다. 정말 강한 마녀라고 불릴 앨리스 님을 따라서는 것은 아직 많이 남았어요. 저는 여러분들의 행동과 힘이 있었기에 희망을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이에요. 저희가 모두가 함께한 결과이지요"

촌장 님을 대표로 어촌의 사람들이 저에게 그렇게 말하며 열렬한 선언에 저는 사람들에게 상체를 가볍게 한번 숙이고는 감사하며 동시에 그렇게 말해보았어요. 그러니까 저는 약을 만들어 준 것이고 그들은 그것을 위한 재료를 가져다 준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어촌과 앞으로도 이어질 모든 사람들을 구한 훌륭한 분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이제 저의 옆으로 와서는 앉아 있던 그녀가 물어보았고 그녀에게서 팔이, 다리에서 어떤 떨림이 보이는 듯했어요. 저는 그녀의 그러한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어요. 그들의 희생을 통한 행동은 그렇게 표현되는 것이 마땅하고 존중 받아야 할 일 이였으니까요

582 ◆MjRAeKhiz2 (Ud52hjmc1I)

2024-11-07 (거의 끝나감) 00:57:42

>>580
"뱀파이어?"

위겔 교수는 뱀파이어라는 말에 고개를 돌리더니 엘리를 바라봅니다. 비록 엘리의 얼굴은 가면에 가려졌지만, 은백색 머리칼과 가면의 눈구멍 사이로 보이는 붉은 눈을 본 교수는 직감적으로 눈 앞의 상대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일어나서 아까 전의 차가운 태도와는 정반대로 매우 정중하고 온화하게 웃으면서 엘리를 정식으로 맞이합니다. 이거, 뱀파이어를 위한 인격과 인간을 위한 인격이 따로 있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세스타우에서 봤던 그 미친년의 아버지다운 모습은 안 보입니다. 아직까지는요.

"이거, 제 딸 예넬레가 이상한 종교쟁이질 한다고 대학 때려치지만 않았다면 바로 한 잔, 많이 배고프시면 식사 한 끼로 대접드리는 건데 아쉽게 됐군요."

네, 그 미친년 애비 맞습니다. 아무런 이상함도, 거침도 없이 온갖 개소리를 하는 모습에 엘리의 등골에 소름이 돋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녀의 언니 류드밀라가 이야기할 정도면, 뱀파이어 사회에서도 위겔 교수는 엄청난 실력자라는 이야기일 텐데...

"아무튼, 무슨 용건으로 찾아오셨습니까?"

583 ◆MjRAeKhiz2 (Ud52hjmc1I)

2024-11-07 (거의 끝나감) 01:11:13

>>581
"............."

베스니는 음유시인입니다. 음유시인의 기본적인 소양은 누군가 하나를 말하면 열로 부풀리는 것이고, 누군가 싸움을 말하면 전설적인 투쟁으로 포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거기서 더 나아가, 열로 부풀린 이야기에서 '하나'라는 진실을 찾고, 전설적인 투쟁이라는 포장 속의 단순한 '싸움'을 찾는 능력을 가질 수도 있지요. 그리고 베스니는 그 능력을 가진 이고, 그렇기에 굳이 인신공양을 했다, 사람을 바쳐서 크라켄을 잡을 마력을 벌충했다고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는데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대충은 이해합니다.

"그, 그렇군요..."

베스니는 천천히 펜을 휘갈겨 적기 싲가하고, 가말라시엘은 언제나 그렇듯 아앨라나에게 속삭입니다.

"사도님. 만약 제가 사도님이었다면, 기회가 될 때 이 외부인 여자를 죽일 겁니다."

584 엘리주 (VTOH1x0vjU)

2024-11-07 (거의 끝나감) 09:53:08

@@@>>582

'와, 만만찮아.'

내가 보낸 여정을 시작하고서 보낸 시간은 짧은지언정, 밀도만은 참 굉장하단 걸 다시금 느꼈다.

"검문하는 경비원 중에 불친절한 녀석이..."

일단은 고자질. 지금이 속에서 묵히고 있었던 복수를 실천할 때다.

"아니, 본론을 얘기하죠. 태양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본론을 이야기한다.

585 아앨라나 - 진행 (zZ9AjA6IKc)

2024-11-07 (거의 끝나감) 17:49:30


@@ >>583

그녀는 잠깐의 침묵으로 저에게 대신 대답해주었어요. 저도 그녀와 같이 침묵을 지켰어요. 그녀의 지금 태도를 보아하니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어리숙한 분위기와는 달라졌지요? 그 성품과 능력은 별개이니까요. 그녀가 진실을 유추하고 어떠한 것으로 그 마음이 향하고 있을까요. 그렇지만 그녀는 저에게 완전히 숨기려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해야된다고 들지 않았거나 저와, 이들을 여전히 믿어보려는 것일까요. 상황이 이러니 만큼 선뜻 판단하기 어려운 것일 수도 있겠지요

"어촌을 위해서는 그것도 한가지 방법이겠지만... 적당히 기회를 보아서 기억을 지우거나 덮어쓰는 것을 시도하는 어떨까요? 지금은 어촌의 사람들이 한창 떠들썩하고 기쁠 때 이잖아요. 여기서 또 다른 누군가가 잘못된다면 상황이 좋지 못할 거에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부분적으로 긍정하면서도 그렇게 대답하였어요. 지금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그녀와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부탁 받은 것은 어촌에 존속에 위협이 되는 괴수의 처치이고 거기에는 이런 경우가 포함되어 있던 것은 아니였으니까요. 나중에 만약, 해야한다면 그녀가 모르게 해야 할테니까 적당한 곳에서 마법으로 잠들게 하거나 그런 식으로 밑 준비를 해두는 것도 좋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숲의 어느 곳에서 만난 이후로 호수에 도달하기까지 저는 그녀와 함께 하며 보았어요. 비록 그녀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큰 부상을 당하기는 했어도 그녀는 홀로 숲을 횡단할 기술을 갖추고 있었겠지요. 비록 그녀가 큰 일은 할 수 없었더라도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수단과 다른 것이 있을 거에요

"지금 어촌을,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지금의 그녀의 얼굴을 한번 잠시 바라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사람들을 향하고는 부드러운 태도와 어조로 그녀에게 그렇게 의도적으로 물어보았어요. 그녀는 이 광경에서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586 ◆MjRAeKhiz2 (7ue9u83guw)

2024-11-07 (거의 끝나감) 19:11:29

>>584
"아, 그 무례는 저도 어쩔 수 없답니다. 가끔씩 손님이 아니라 원수로 찾아오시는 뱀파이어분들이 계셔서 말이죠. 덕분에 이번에도 좋은 뱀파이어 표본을 하나 해부할 수 있었지만 목숨이 위험했던 건 위험했던 거라."

...해부라. 엘리가 아무리 뱀파이어 중 별종이라 해도 그녀 앞에서 동족을 해부해 봤다는 말이 쉽게 나오는 정신상태는 광기를 넘어 경이의 경지입니다. 위겔 교수는 아무튼 이해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엘리가 묻는 본론에 눈을 크게 뜨더니 말합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평생을 뱀파이어 연구에 바쳤는데... 태양을 피해 드워프보다도 앞서서 지하도시를 구상하고 실천에 옮긴 암굴왕 투발카인, 뱀파이어 세상을 위해 태양을 영원한 먹구름으로 가리겠다고 준동했던 흑운공 자'파사쓰라, 태양을 피하면서도 태양 아래서 살기 위해 본래의 육신을 내전지고 사도를 자처하는 인간들의 정신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기로 한 '나누어 존재하는 자'까지 많은 이들이 있었는데..."

위겔은 벌떡 일어나 서재로 향하더니 수십개의 색인이 꽂힌 두꺼운 책을 펼쳐 돋보기로 좁쌀 같은 글씨를 한참 동안 읽다가 웃으며 엘리를 돌아봅니다.

"...최근에 카르밀라라는 별종 뱀파이어까지 포함해 태양을 극복해보겠단건 당신과 그 사람, 그 둘이 유이합니다."

587 ◆MjRAeKhiz2 (7ue9u83guw)

2024-11-07 (거의 끝나감) 19:29:00

>>585
가말라시엘이 아앨라나를 사도라 부르고 있긴 하지만, 실상은 아앨라나는 소유주요 가말라시엘은 마녀의 조잘대는 막대기에 불과한지라, 죽이자는 가말라시엘의 제안은 제안으로 끝납니다. 정 필요하다면, 아앨라나는 베스니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방법을 써도 되고 말입니다. 검은 숲도 인구 밀도가 낮을 뿐 나름의 도리와 법도가 있는 곳인데 다짜보짜 죽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촌민이 보나, 베스니가 보나, 뷔르트겐 호수의 개구리가 보나, 굳이 죽여야겠냐는 아앨라나의 의견은 타당합니다.

"...행복해보여요. 고향 전쟁이랑은 다르게."

숙연해지고 차분해진 베스니는, '신비한 숲을 관찰하러 온 외부인'의 환희가 아닌 닿을 수 없는 막연한 동경과 아쉬움을 담아 말합니다.

"고향에서도 큰 전쟁이 있었지만 다들 큰 감흥이 없었어요. 이겨도 다음 전쟁이 있을 테니까, 거기서 또 죽을 테니까... 하지만 여기선, 다들 행복해보이네요."

588 엘리 - 진행 (HMMq7gyN/U)

2024-11-07 (거의 끝나감) 19:37:46

@@>>586

"그야 태양을 피하는 건 뭔가 자존심 상하니까!"

자존심 상한다. 꽤나 유치한 이유였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지하도시를 만들거나 태양을 통채로 가려버리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일지 몰랐지만. 그리고 딱히 구체적인 계획을 새워놓은 것도 없었지만!

"그러니까... 도와주세요."

카르밀라, 라는 이름이 들린 것도 같았지만 굳이 더 묻지 않았다.

'뭔가, 내가 그 여자를 따라하는 것 같잖아?!'

구태여 그 행적을 의식하고 있지 않았기에 에레야와의 만남도 태양을 극복한다는 목표도 자연스레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 지 알게 된다면, 내 성격 상 같은 길을 걷기 싫다고 의식하면서 피할 것 같았기에.

589 ◆MjRAeKhiz2 (l2SaA1DGAY)

2024-11-08 (불탄다..!) 11:21:18

>>588
"물론 도와드릴 용의야 있습니다. 첫번째는 임상 데이터를 쌓을 겸 공짜로 해드릴 수 있지만, 둘째는 비용이 좀 필요하겠죠."

위겔 교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윌리!'라고 무언가를 부르고, 팔다리가 달려있지만 인간이라 부르기에는 기괴한 호문쿨루스 시종이 두 개의 큰 틀을 질질 끌고 와서는 나란히 세웁니다. 하나는 인간이고... 하나는 뱀파이어고... 공통적으로 전신을 세로로 갈라 절반은 피부를 갈라 해부했고, 비대칭적인 장기가 몰린 몸통 부분은 전부 해부했습니다. 뭐, 비슷하군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인간이 되시는 겁니다. 피에 엮인 권리와 저주를 모두 청산하고, 피는 그저 피고 태양은 그저 태양일 뿐인 보통의 생명으로 돌아가는거죠. 카르밀라가 정확히 이 방법으로 인간이 되었고...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전 인간에게는 관심이 없어서."

위겔은 엘리를 흘깃 보다가 말을 잇습니다.

"물론, 이 방법을 원치 않으실테니... 다음 방법은 저도 솔직히 이론과 일부 신화, 실마리만 알려드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정보가 이단심문소와 비밀을 중시하는 일족들과 민감하게 엮인 거라, 저도 위험부담이 커서 나름의 비용은 받아야겠습니다."

590 아앨라나 - 진행 (Ed8onfYM2U)

2024-11-08 (불탄다..!) 13:45:18


@@ >>587

"그런가요, 베스니도 오랜 상처를 지니고 있었네요. 그렇지만... 그때 저와 베스니가 만나서 달라지게 된 것 처럼. 그것도 어떠한 변화에 다다를 수 있을 거에요"

그녀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그 좋게 보이나 그 속에는 음울함이 묻어나오는 것이 였어요. 전쟁... 인류가, 나아가 그만한 능력을 갖춘 존재들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과정과 결과를 불러오는 행위. 그녀가 처했던 상황도 어촌이 놓이게 된 것과 유사했어요. 단지, 그 대상과 크기의 차이였을 뿐. 어촌의 상처가 지금은 아물겠지만 언젠가 또 다시 상처가 있을지 모르는 것처럼요. 다만, 어촌은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있을 거에요. 그곳은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지만요

"아시나요? 어촌의 사람들을 구하고 이들의 얼굴을 기쁨을 피워낸 이들 중에는 여럿 사람들이 있는데 거기에 베스니도 포함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 자체로 사람과 세상 사이에 흐르는 것을 풀어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를 위한 한줄기는 될 수 있을 거예요. 옷을 만들기 위해선 가늘고 얇은 수많은 실이 엮여서 되는 것처럼요"

저는 그녀가 보여주었던 태도와 대답에 그렇게 비유하여 말을 이어갔어요. 방향은 반대이고 대상도 달랐지만 여전히 그녀와 저는 닮은 면이 있었어요. 무언가를 향한 동경과 갈망이라는 바램은 같다고 할 수도 있으니 저도 일부 만큼은 그녀의 느낌을 이해 해볼 수도 있겠지요

세상은 필연적으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연으로 가득 차 있어요. 제가 그녀와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녀가 호수로 가자고 부탁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늦든 빠르든, 어촌의 상황은 보다 점차 극단적이 되어갔겠죠

"모처럼이에요. 사람들은 연회를 하게 될 것이니 같이 즐기며 어울리는 것은 어때요? 지금 이 순간 만큼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마음의 안정을 찾은 사람은 좋은 행동을 곧잘 하게 되지요. 저는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녀에게 살며시 천천히 손을 내밀고 그리 말했어요. 그녀는 어촌의 풍경에 어울릴 수 없었던 거에요. 그림 속의 풍경이 얼마나 화려하고 예쁘든 그저 그림인 것처럼요. 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점은 적어도 지금의 상황은 실제이고 그림은 아니라는 거에요

591 ◆MjRAeKhiz2 (l6MZ44KZmk)

2024-11-08 (불탄다..!) 19:06:17

>>590
"그렇단 말이죠..."

베스니는 자기에게 놓인 공짜술을 들이킵니다. 돌아오지 못할 이들을 위해, 살아가야 할 삶이 남은 이들을 위해, 살아갔던 이들을 위해, 앞으로 살아갈 이들을 위해, 아니... 다 집어치운다면 당장 한 잔이라도 즐겁게 마시기 위해. 그리고는 이리저리 떠드는 사람들을 제치고, 누군가 서투르게 뚱뚱 튕기는 현악기를 뺏어듭니다. 그리고 외치는군요.

"오늘의 주인공 아앨라나를 위해, 그리고 절 받아주신 플라베르흐를 위해 한 곡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잔잔한 선율에 바닥을 쿵, 찍으며 악센트를 더하며 전주하고는 리듬을 붙인 노래를 부릅니다.

"거울 같은 잔물결에 바람부나, 진주 품은 살결같이 부드럽나... 정처없는 그대여 이리 오라, 짐진삶을 뛰기만을 어찌하랴... 저 편에 흉적이 모여드니, 문 잠가 아래로 숨어들라..."

플라베르흐를 묘사하던 가사는 어느새 괴물을 묘사하고, 아앨라나의 행적을 기리는 듯한 가사로 흐릅니다. 의도적으로 따라하기 쉬운 리듬과 음정으로 부르니 사람들도 저절로 흥얼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베스니가, 플라베르흐에서 일하며 들은 천적과 괴수들을 크게 호명하며 호통칩니다.

"땅굴 속에 뿌리박은 베룩놈아! 현혹하는 안개쟁이 두르프야! 가재가 뛰니 게도 뛰고, 괴물이 뛰니 반푼이도 난리누나!"

하지만 그 다음은 플라베르흐의 희생자들을 호명하며, 그들의 위업을 칭송합니다.

"주먹왕 베거가 앞서가고, 육손이 호머루가 도왔다네, 옆집의 길잡이 넬루가 마녀를 불러오네. 전쟁은 육월 육일 육시간이나 이어졌고, 마녀는 꾸밈없는 요술로 흉적을 격멸했네."


사람들의 흥이 최고조에 이르자 베스니는 크게 노래합니다.

"승리로다, 평화로다, 웃는 얼굴 따뜻하다! 물 위의 집이여, 강 위의 성이여, 오늘만큼은 편히 잘지어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합니다. 가말라시엘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지만요.

'노래는 가면 갈수록 끔찍해지는군요.'

592 엘리 - 진행 (crkHjJr9YM)

2024-11-09 (파란날) 16:50:29

@@>>589

"으음... 오십 년 시한부면 좀...'

오십 년. 인간의 수명과 내 신체 나이를 통해 계산해본 인간이 됐을 경우의 기대수명.

정확하진 않으니, 한 십 년 정도는 오차가 있을지 몰라도 대략 저 언저리일 것이다.

오십 년이면... 너무 짧았다! 햇빛 좀 누리겠다고 산책하다 보면 억 하고 죽을 정도로.

"역시 후자로 할게요. 대가는 뭔가요?"

593 헬렌 (fZy58yTffE)

2024-11-09 (파란날) 19:31:34

@@>>406
헬렌은 소름이 돋아 겨우 한 발짝 뒤로 물러났고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목이 있던 자리를 쇄액 지나갔다. 머리카락이 몇 가닥 끊어져 바닥으로 나풀나풀 떨어지는 것을 보며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아니, 절대 일부러가 아니라. 나도 어떻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내 정령술이 아직 미숙해가지고. 정말 미안해. 고의는 아니었어. 도와줘서 정말정말 고맙고.”

헬렌은 평상시의 차분한 모습과 달리 당황해서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그러다 궁금증이 든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묻는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 있었던 거야?”

자신이야 광부들을 도울 마음으로 온 것이긴 했지만 이 고양이 소녀는 왜 여기에 있었던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를 도울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오랜만에 갱신!!!! 진짜 넘 바빴다 흑흑

594 ◆MjRAeKhiz2 (UF7WGRaHBU)

2024-11-09 (파란날) 20:41:42

>>592
"어떤 뱀파이어에게는 차라리 죽는 게 더 빠르고, 어떤 뱀파이어에게는 마음만 먹으면 노력이랄 것도 없이 당장 치를 수 있는 대가죠. 윌리! 모형 가져와. A-5번으로."

위겔 교수는 다시 윌리, 기이한 호문쿨루스에게 명령하고 호문쿨루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레에 실어야 하는 큰 형체를 끌고 옵니다... 크기는 3미터가 넘고, 피부는 비늘인지 뭔지 모를 두껍고 파란 무언가로 덮여 있고, 어깨에는 거대한 날개가 뻗어나왔고, 양 손의 손가락들은 하나하나가 창처럼 길면서 저승사자의 대낫처럼 구부러졌고 날카롭습니다... 엘리, 아니, 뱀파이어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에게 좀 더 익숙한 명칭 딱 하나로 설명하자면... '밤의 군주' 입니다. 하지만 엘리는, 자신과 위겔 교수를 내려다보는 것이 살아있긴커녕 박제조차 아닌, 그냥 정교한 모형일 뿐임을 한번에 간파합니다. 위겔 교수는 엘리의 반응을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합니다.

"'밤의 군주'.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특히 선택받은 이들만이 다다를 수 있다는 은총의 증거지요. 보시다시피, 저는 가까이서 본 적이 없이 기록과 실측에만 의존해서 재현한 터라 실제 뱀파이어 당사자가 보시면 이 모형은 엉망이란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밤의 군주를 보고 싶습니다. 밤의 군주로 변할 수 있는 뱀파이어를 여기 데려오셔서, 밤의 군주를 제가 실측하고 위아래, 앞뒤좌우로 그려서 기록을 남길 수 있게 해주신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아주 만약이지만..."

위겔은 손을 벌벌벌 떨고, 손바닥을 싹싹 비비면서 미친 듯한 웃음을 흘리면서 이야기합니다.

"해부까지 하게 해준다면... 약속하지요. 절대 죽이지 않습니다. 죽일 수도 없고... 비밀 유지 서약이건, 이단 심문이건, 그 때는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제 '학술 기록'까지 위험해지지 않는 선에서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엘리가 밤의 군주로 변신할 수 있긴 합니다. 다만... 약간의 인간성 상실은 감수해야겠지요. 인간성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면 상관 없겠지만 말입니다.

595 ◆MjRAeKhiz2 (UF7WGRaHBU)

2024-11-09 (파란날) 21:13:55

>>593
".....후우."

고양이 소녀는 칼집에 칼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후우우, 하아아, 후우우, 하아아,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며 겨우 진정하더니 헬렌을 올려다보는군요. 어느샌가 얇아진 꼬리와 쫑긋쫑긋 펴진 귀가, 그녀가 감정적으로 어느 정도 진정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고양이 소녀는 헬렌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누운 3자 모양으로 다문 입을 열어서 우물우물 움직입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 저, 하아... 같은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말 같으면서도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내다가, 결국은 그녀도 헬렌에게 사과합니다.

"나도 미안해요. 방금 그거 안 피했으면... 진짜 큰일날 뻔했어요. 너무 감정적이었네요. 척후는 이렇게 감정적인 사람이 하면 안 되는데..."

암허슈트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더라면 헬렌은 더 당황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왜 화났지?"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목에 칼이 들어왔을지도 모릅니다. 경동맥이건 경정맥이건, 목을 지나는 혈관이 찔린다면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은 안 봐도 뻔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고양이 소녀는 자존심과 분노를 꾹 누르고 사과를 선택했고... 그래도 화는 아직 덜 풀렸는지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할 때마다 꼬리가 아래로 쭉 뻗는게 생각을 머리가 아니라 꼬리로 한다 치면 금방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고양이 소녀는 헬렌이 묻자 대답합니다.

"여기서도 합법적인 일은 못 하겠다, 다른 동네로 가려는데 광부들이 마차값 모아주는 대신에 안에서 뭔 일이 일어나는 건지 봐달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용병들이 다 죽었는지, 그 '아가씨'도 죽는 건지. 그런데 뭐... 지금 보니까, 거대 뱀도 뱀인데 사람도 문제였던 거 같네요."

...그렇게 이야기하니,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암허슈트가 바닥을 지팡이로 똑똑 두드리고, 헬렌과 고양이 소녀는 끔찍한 소름에 온 몸에 닭살이 돋습니다. 헬렌은 이 느낌이 매우 불쾌하지만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 '뱀'이란 걸 봤을 때, 그 쉿쉿거리는 소리와 낼름거리는 혓바닥을 보았을 때 느꼈던 혐오감입니다.

"어우, 갑자기 춥네..."

정령의 곡소리라는 것을 모르는 그녀는 동굴 바람 탓을 하지만, 헬렌은 무언가 다른 게 있음을 본능적으로, 다시 한번 직감합니다...

// 오랜만이야~~~

596 헬렌 (fZy58yTffE)

2024-11-09 (파란날) 21:55:50

@@>>595
고양이 소녀가 칼을 집어넣자 헬렌은 소녀와 같이 한숨을 내뱉었다. 다행이 추가적으로 공격을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눈으로 보기에 그렇게 다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몸싸움으로 간다면 절대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헬렌은 안도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아무짓도 하지 않거나 (반)죽이거나의 방법밖에 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웬만하면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

“뭐어...... 나도 잘 한 건 없으니까.”

화를 내려면 낼 수도 있었지만 사과를 하는데다가 자신도 그렇게 잘 한 것은 없었고 결과적으론 괜찮았으니 좋은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넘어가기로 한다. 죽을 뻔 했지만.

고양이 소녀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그래도 광부들이 자신을 신경쓰고 사람을 보내줬다는 것이려나.

“하긴 그렇지. 용병들이 거대 뱀을 몰아넣고 자작극을 벌인 것이니. 사람이 문제일지도.”

그러다 갑자기 암허슈트가 땅을 두드리고 소름이 돋자 헬렌은 지금 그 신호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채고 말았다. 거대 뱀이 올 것이라는 걸. 헬렌은 침을 삼키고는 어둠을 바라보며 말했다.

“...칼 다시 꺼내는 게 좋을거야. 뱀이 온대.”

그리곤 이번엔 정령에게 말한다.

“수사닌, 뱀이 오면 그에게 광석을 떨궈줄래요?”

직접 말로 하는 이유는 수인 소녀도 들으라는 뜻이었다. 혹시나 뱀한테 바로 달려들었다가 다시 석탄이라도 맞으면 안 될테니까. 아니, 이번엔 진짜 칼에 찔릴지도......



/캡의 진행 너무 그리웠다구~~~

597 아앨라나 - 진행 (qVIC26.VCo)

2024-11-09 (파란날) 22:13:23


@@ >>591

저의 말들을 듣고는 어떤 것을 결심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저의 말대로 연회에 빠져드는 것일 뿐일까요. 그녀는 받아 들었던 것을 단숨에 마시고는 갑자기 연회에 모여있던 이들 중에서 누군가가 가지고 있던 악기를 가져오더니 곧바로 즉석 공연을 시작해 보는 것이 아니겠어요?

"좋아요, 연회에는 흥겨운 곡이 있다면 좋겠지요"

그 공연이 저와 어촌에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임을 선언한 그녀에 행동에 저는 작게 중얼거리듯이 그렇게 말했어요

저는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것에 저는 작게 손뼉을 치면서 가만히 지켜보았어요. 그녀는 세상을 밝히고 감춰진 것을 들추며 보는 것 이전에 노래와 시로 전승을 전해지게 하는 사람이에요. 그녀가 이곳에 있게 되었던 일을 헤아리는 것처럼, 그것에는 노래에 담겨 전해지고 있어요

"노래 자체는 그럴 수는 있어도 그 노래 속에 담긴 의미는 다르지 않으세요?"

베스니의 공연에 가말라시엘 님은 마음에 들기는 커녕 나쁘기만 했었는지 그렇게 말하셨어요. 이에 저는 그렇게 말해보았어요. 그녀의 노래는 좋을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이곳에 있었던 일들을 엮어내 묘사하며 사람들을 아우르는 것 자체는 좋은 것 같았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흥겨워하니까요. 그건 연회에서는 그 목적에 매우 알 맞는 것이지 않겠나요?

598 ◆MjRAeKhiz2 (UF7WGRaHBU)

2024-11-09 (파란날) 22:49:02

>>596
"무례를 용서하시길."

암허슈트는 양해를 구할 새도 없이 헬렌의 양 어깨를 탁 붙잡더니 옆으로 쓱 돌려버리고, 초를 재기도 민망한 일순에 거대한 무언가가 쇄도합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거대하고, 길고, 아주 빠른 것이 지나가고, 헬렌의 온 몸에 암허슈트의 탓인지 스스로의 생존 본능 때문인지 모를 끔찍한 소름과 한기가 돋았다가, 순간 흉곽이 좁아지는 느낌과 함께 심장이 뜨거워지며 쿵쿵쿵 뜁니다. 빠르게 움직이기를 멈춘 그 존재는... 목이 세 갈래로 갈라져, 세 개의 대가리를 가지고 있는 뱀입니다. 그 거대한 아가리는... 사람만한 타톤을 입에 문 채, 사람도 잡아먹을 수 있음을 과시하면서 삼켜버리고... 헬렌의 눈은 목근육이 꿀렁거리며 버섯 군체를 몸 속으로 삼키는 것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이 지금 헬렌이 상대해야 하는 괴물의 정체를 알려줍니다.

'트리무스히드라. 뱀목 히드라과에 속하는 다두형 거대뱀들 중 하나로, 세 개의 머리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몸길이 40m, 지름은 1m에 달하며 각각의 머리는 최대 2m까지 벌릴 수 있어 인간도 충분히 삼킬 수 있습니다. 트리무스히드라는 히드라과에 속한 타 동물들과는 다르게 각 머리 간의 우열이 존재하지 않아 내분이 잦고, 한번 속도를 내면 폭발적이지만 금방 지치는데다 무언가를 삼키고 나서 소화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동안, 수사닌은 고개를 끄덕이고 헬렌의 지시를 수행하려 합니다. 그런데 암허슈트가 말도 아까운지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아가씨.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닙니다."

헬렌의 턱 밑을 잡고, 그녀의 고개를 위로 올립니다.

"캬아아악!!!"

...다행히도, 고양이 소녀는 잘 살아있습니다만, 방금 전 봤던 광경이 너무 정신이 나가서 그런지 고양이귀와 꼬리가 달린 수인이 아닌 그냥 고양이가 된 것마냥 하악질을 하면서 천장에 붙어 있는데... 그곳은 수사닌이 균열을 일으켜 떨구려고 하는 지점입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
아마 고양이 소녀는 헬렌의 선택에 따라 헬렌주가 원했던 여캐 동료가 될수도 아닐수도 있을ㄻ

599 엘리주 (vlJhQxwrvY)

2024-11-09 (파란날) 22:55:49

수고했당~~

600 아앨라나주 (qVIC26.VCo)

2024-11-09 (파란날) 23:03:50

진행 수고하셨어요!

601 헬렌 (5rdrPlr1hU)

2024-11-10 (내일 월요일) 19:10:53

헬렌은 암허슈트의 행동이 무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야 암허슈트가 아니었다면 죽거나 크게 다치거나 둘 중 하나였을 테니까. 백과사전 정령이 괴물의 정체를 알려주고 수사닌이 지시를 따르려고 하는데...... 암허슈트의 행동에 의해 고개를 든 헬렌은 천장 위에 매달려 있는 고양이 소녀를 보며 완전히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거기 무너질 거라고!!! 얼른 내려와! 이리 와! 얼른!”

헬렌은 크게 소리치며 차라리 이리 와 안기라는 듯 두 팔을 뻗었다. 하지만 고양이 소녀가 제정신이 아니라 소리를 들을 생각이 없다면 정령을 이용해서라도 구하려고 한다.

‘바람의 정령아, 고양이 소녀를 다치지 않게 내 쪽으로 보내줘!’

602 ◆MjRAeKhiz2 (RMCFJV0DWI)

2024-11-10 (내일 월요일) 20:39:44

>>601
''오, 이런 제기랄...''

수사닌과 암허슈트가 동시에 욕지거리를 내뱉습니다.

수사닌이 먼저 헬렌의 요청을 처리하고 있었고, 요청이 처리되기 직전 헬렌이 바람의 정령에게 새로운 요청을 내렸을 뿐이기에 바람의 정령이 헬렌의 요청을 이해했을 때는 이미 고양이 소녀가 붙잡은 암반이 분리되고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바람의 정령은 헬렌이 내린 명령을 듣고는, 정령사들의 친구이자 특히 정령 적성이 높은 헬렌에게는 더욱 그러한 하급 정령들이 모두 그렇듯,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주어 헬렌의 방향으로 고양이 소녀를 바람으로 밀어버렸습니다... 고양이 소녀가 붙잡고 있던 광석이 가득한 암반과 함께 말입니다.

쾅!!!!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눈을 떠 보면 세상은 빙글빙글 돌고, 초점은 흐릿하게 잡힙니다. 고양이 소녀는 칼을 뽑아든 채로 헬렌을 등지고 있고... 이마 쪽이 뜨겁습니다. 죽지는 않은 것 같은데... 차라리 죽고 말지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군요. 어떻게든 눈을 비비고 깜빡이며 보면, 헬렌의 몸통 위에 한 타톤의 시체와 반으로 쪼개진 암반이 놓여 있습니다. 암허슈트는 쪼그려 앉아서 헬렌에게 나직이 조언하며 소름을 불어넣는군요.

"아직 사망하지 않으셨습니다. 거기서 계속 그러신다면, 뭐, 사망하시겠지요."

603 엘리 - 진행 (ZZV0Cfcb1c)

2024-11-11 (모두 수고..) 01:13:21

@@>>594

"음...!"

내가 그렇게 따뜻하고 인간성있는 녀석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게 큰 손해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나한테 위협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라는 이유로 남들을 도와왔고...

그런 마음을 조금씩 잃어간다고 생각하니, 약간은 저항감이 생기는 것이었다.

"조금은... 고민해볼게."

604 ◆MjRAeKhiz2 (AIzs9sYyVo)

2024-11-11 (모두 수고..) 15:42:02

>>603
"이해합니다. 밤의 군주로 각성할 자질이 있는 뱀파이어를 데려오는 건 어려우신 일이겠죠."

위겔 교수는 그렇게 말하고 진정한 채 다시 앉습니다. 아마 엘리가 다른 방법을 이용한다면 이 사람의 입을 열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뭐, 다른 방법이 있을 때 얘기겠지요.

아무튼, 엘리는 에레야와 함께 일한 면식이 있는 이상, 그리고 뱀파이어인 이상 언제든 위겔 교수를 접견할 수 있으니 나중에 다시 와도 됩니다. 이제 엘리는 어떻게 행동하나요?

605 헬렌 (FXdapzBCWg)

2024-11-11 (모두 수고..) 17:39:35

>>597 스루된 것 같아 캡 (속닥속닥)
나는 주말에 올게~ 다들 평일 힘내기

606 ◆MjRAeKhiz2 (AIzs9sYyVo)

2024-11-11 (모두 수고..) 18:45:14

>>597
가말라시엘의 툴툴거림은 이내 잦아듭니다.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가면 갈수록 노래는 옛날에 못하다, 가면 갈수록 그림은 옛날에 못하다. 역시 옛날 그림과 노래가 최고다... 수천년을 살아온 지팡이라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죠. 아무튼 아앨라나의 응원 덕분에 베스니는 겉으로나마 활기를 되찾고, 사람들은 흥겹게 연회를 즐깁니다. 촌장은 웃으면서 베스니의 팔짱을 끼고 외치는군요.

"야 인마, 너 내일부터 출근하면 노동요나 작곡하고 가! 일하지 마!"

"에헤헤... 감삼다!!!"

노래를 잘 불렀다고 다른 사람 술까지 얻어마신 베스니는 진탕 취했고, 다른 이들도 술 한잔으로는 아쉽다고 돈을, 돈이 없으면 현물을 내가며 술을 푼 결과 잔뜩 취했습니다. 그 와중에 별로 취하지 않은건 아앨라나뿐이었고, 이내 경비를 서고 있던 이들을 제외하면 전부 드러누웠습니다... 베스니까지 포함해서요. 그러자, 다시 가말라시엘이 이야기합니다.

"사도님. 죽이건, 기억을 지우건, 지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 내 정신 좀 봐 미친...

607 ◆MjRAeKhiz2 (AIzs9sYyVo)

2024-11-11 (모두 수고..) 19:11:21

어쩐지 아앨라나주 왜 답레를 안주지 했는데 내 정신이 해이한게 문제였고

608 아앨라나 - 진행 (Qs34hHmgyM)

2024-11-11 (모두 수고..) 21:32:00


@@ >>606

가말라시엘 님의 말처럼, 드물게 과거의 것이 너무 뛰어나서 시대를 초월하여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없기도 해요. 그 자체만으로는 현재의 것이 좋다고 할 수는 있지만 여러가지로 보았을 때는 여전히 그렇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저의 언행 덕분인지 베스니는 이전의 활기를 돌아온 것만 같았어요. 그녀는 벌써 주민들과 친해진 것처럼 보여요. 게다가 그 때문인지 연회를 한껏 뛰어 주는 연주를 그녀가 할 수 있어서 더는 크게 고생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것 같으니 서로 좋은 것이 아니겠나요?

연회에서 술은 빠지지 않는다고 하였고 연회를 사람들은 한껏 즐기며 취해갔어요. 그렇지만 애초부터 저는 술을 그다지 즐기는 취향이 아니였기 때문에 그 흥겨움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저는 느긋함을 제대로 느껴보았어요. 열렬히 타오르듯 하는 불꽃과도 같이 이어지던 연회는 그 끝을 고하고 사람들은 잠에 빠져든 것 같았어요

"가끔은... 사람은 추억에 얽매어지고는 해요. 그 사람의 행동을 바뀌게 할 만큼 영향을 주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그것을 믿아보고자 어느 쪽도 하지 않으려 해요"

그러던 때에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저는 그렇게 대답했어요. 약간 다른 경우일 수 있지만 조금 전에 마치 가말라시엘 님의 '과거의 것이 더 낮다' 라고 하는 것처럼요. 저는 이번에는 베스니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저는 궁금해졌어요. 과연 그녀가 어촌의 안녕을 망치려 할까요? 아니면 그저 기억이라는 이름의 책의 한 페이지에 남겨둘까요. 저는 그녀가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어 보기로 했어요

609 아앨라나주 (Qs34hHmgyM)

2024-11-11 (모두 수고..) 21:33:03

제가 말해볼까 하려던 참에 헬렌주가 대신 말해주셨네요
저는 괜찮아요. 하다보면 실수로 놓칠 수도 있지요. 분명 처음 봤을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면 있는 그런 경험 같은거요

610 ◆MjRAeKhiz2 (AIzs9sYyVo)

2024-11-11 (모두 수고..) 23:17:07

>>608
가말라시엘의 불평은 그렇게 지팡이 속으로 사라지고, 아앨라나는 베스니의 기억을 지우거나, 혹은 살해할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칩니다. 다르게 말하면, 아앨라나는 그저 '너무 많은 것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죽이거나 뇌를 헤집는 사악한 마녀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베스니가 이 일을 영원히 묻고 가건 이 일을 퍼뜨리건, 그리고 그것이 검은 숲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망치건 아니면 더욱 신성하게 바꾸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아앨라나는 '그러지 않기로' 선택했다는 것이겠죠.

흐릿한 밤공기 중에서, 가말라시엘이 다시 이야기합니다.

'아무튼, 다들 잠에 들어서 조용해지니 기분은 좋군요. 사람의 생명을 삼킨 덕분에 제 기억도, 능력도 조금은 돌아온 것 같고요...'

가말라시엘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아주 약간, 아앨라나의 머리에 불길한 기운이 스치지만 금방 사라집니다.

"...이제 베스니를 이대로 보내고 나면, 앨리스 님한테 돌아가는 겁니까?"

611 헬렌 (badxmRIyaw)

2024-11-12 (FIRE!) 14:20:31

@@>>602

지반에서 떨어지는 암석과 고양이 소녀가 바람의 정령으로 인해 떠밀려 오는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그 순간 헬렌은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순간 혼절했던 것 같다. 다행히 눈을 뜰 수 있었고 진짜 죽을 것 같이 아프지만 살아있었다.

“으으... 다행이다. 타톤, 내 위에 이 돌 좀 치워줘요...”

또 사고쳤네. 사실 백작가의 말괄량이였던 헬렌은 어릴 적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다녔지만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그걸 한 번에 몰아 받은 느낌이었다. 진짜 이대로 죽었으면 아버지 볼 면목이 없을 뻔 했다. 역사서에는 또 뭐라고 적히겠어. 아니, 저 수인은 내가 이렇게 안 했어도 잘 살았을 것 같은데. 아닌가? 암석과 함께 뱀의 머리 위로 떨어졌으려나. 으 모르겠다. 머리 아파.

“그리고 타톤. 저 뱀 새끼를 곰팡이로 만들어 버려요.”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ㅋㅋㅋㅋㅋ 진짜 오너가 머리가 나빠서 캐가 고생하는 느낌이야 ㅋㅋㅋㅋ큐ㅠㅠ

612 아앨라나 - 진행 (Z7mGbc5HVI)

2024-11-12 (FIRE!) 18:32:20


@@ >>610

"그러네요, 저는 연회의 떠들썩함과 흥겨움도 좋지만 이렇게 밤의 아래에서 가만히 고요함 속에 사색에 물드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 여정은 가말라시엘 님께도 얻은 것이 있었네요. 돌아온 것들에 대해서는 어떠세요?"

저는 자리에 앉아있던 그대로 한번 고개를 들어서는 별 님과 달 님을 올려다 보았어요. 예쁘게 반짝이며 언제나 세상에서 그 존재감을 차지하고 있어요. 저는 다른 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 깨어있는 체로 밤의 순간을 지나치고 있었고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저는 그렇게 말하며 물어보았어요

그것과 함께 순간의 착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저에게 닿는 손길처럼 확연하게 기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기에 저는 그것을 좀 더 들여다 보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본래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기억과 능력을 되찾았다는 것에 대해서 제가 이 순간에서 판단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앞으로 이루어질 변화에 대한 첫 걸음이 될 것 같다는 점이에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끝자락에서 결국에는 저희는 무엇이 될 수 있고 어떻게 될까요?

"음~ 그럴 거에요. 정확히는 앨리스 님은 아직 돌아오시지 않은 것 같으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되겠네요. 처음부터 호수까지 베스니 씨를 데려다 주는 것으로서 이렇게 된 것일 뿐이니까요"

곧이어 이번에는 가말라시엘 님이 그렇게 저에게 물어보았던 것에 저는 고개를 한번 기울이며 그렇게 대답 했어요. 그 사이에 무언가 저의 관심을 크게 이끌만한 것이 없다면 그렇게 되겠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된 것이 더 좋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이렇게 되었던 경험을 하는 것에는 저의 삶의 한 곳에 당당히 남아 있게 되겠지요

613 크론 - 진행 (sbmlz6EUeM)

2024-11-12 (FIRE!) 18:43:46

@@ >>579

"입학증과 수령한 수정구를 보여주십시오."

슬슬 익숙한가 싶으면 어김없이 본 적도 없던 것들이 나오니.
이런 상황에 적응을 할 만도 한데..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은 다 개소리였는지 적응이 도통 되지를 않는다.

애써 상황을 외면하기 위해서 잭의 설명에 최대한 집중은 했으나..큰 도움은 되지 않은 것 같다.

그 와중에 들린 까마귀라는 말..대충 밀수업자, 밀렵업자 그런 놈들의 총칭인가 보다.

아카데미 입학생이 관심을 크게 보일 주제는 아닌가 싶어서 '크론'도 고개만 가볍게 끄덕일 뿐 더 묻진 않았다.

그나마 이제는 익숙해진 것이 입학증 요구. 거기에 수정구가 더해졌을 뿐이니.

'크론'은 익숙한 동작으로 입학증을 건네며 혹여 귀한 물건에 문제라도 생길라 수정구를 살짝 보인다.

//월요일 컴백이 목표였는데 하루 더 늦었다..오랜만!

614 ◆MjRAeKhiz2 (JpH8IJay6M)

2024-11-12 (FIRE!) 21:28:37

>>611
"타, 톤. 타, 톤."

타아아, 하면서 숨을 들이쉬며 바윗돌을 붙잡고는, 토오온, 하면서 그것을 들어올립니다. 다시 숨을 들이쉬며 던지고, 내쉬며 다음 돌을 붙잡습니다. 아까 전의 공격으로 많은 타톤들이 다친 것으로 보였지만, 균사류의 질긴 생명력을 반영하듯 이들은 상체가 잘려나갔어도 일어날 다리가 있으면 다리로 일어서고, 다리가 잘려나간 상체는 상체대로 팔로 바닥을 질질 끌어 기어옵니다. 그 광경은 일견 징그럽지만 지금의 헬렌은 그걸 신경쓸 때가 아닙니다. 그리고 헬렌이 겨우 빠져나오자... 헬렌은 자신의 손바닥과 팔을 바라봅니다. 아름답고 도자기 같던 살결이라고 바윗덩어리가 봐주지 않아서, 잔인하게 박박 긁히고 찢겨서 피가 납니다. 물론 사냥을 할 때나 바느질 연습을 할 때 피는 몇 번 봤지만, 이 정도로 적나라하고 끔찍한 상처는 몇 번 본 적 없었는데... 이 와중에 상처에 흰색 실 같은 것들이 엉겨붙어 상처를 덮더니, 조금씩 버섯의 형태로 오밀조밀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급박한 상황에 잠시나마 입을 다물고 있던 백과사전의 정령이 이야기합니다.

'페실린 곰팡이: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 포자로 번식하는 곰팡이가 동물의 외상성 환부에 기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상처 부위를 자연스럽게 덮어 출혈이나 덧나는 것을 방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페실린 곰팡이는 동일한 위치에 동일한 시간에서 똑같이 상처를 입어도 어떤 사람의 피부에는 흡착하고 어떤 사람의 피부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 등의...'

'이 녀석이 하는 말은 무시하시죠. 그냥 동굴에 있는 어떤 곰팡이, 타톤 말고 다른 곰팡이가 아가씨 상처에 붕대 노릇을 해주고 있다는 얘깁니다.'

...라고 암허슈트가 말을 끊고는, 헬렌의 양 어깨에 손을 얹고 조언합니다.

'이제 저는 저 고양이 여자의 본능을 극도로 강화시켜서, 혼자서 저 트리무스히드라의 주의를 다 끌 수 있을 정도로 날쌔고 빠르게 만들 겁니다. 말인즉슨, 제가 아가씨를 잠시 동안 봐드리기 힘들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아가씨는 이 세상 모든 정령들의 사랑을 받는 분이시니... 무엇을 하더라도, 솟아날 구멍 하나는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암허슈트는 홀로 뱀과 맞서 싸우고 있는 고양이 소녀의 몸 속으로 달려듭니다. 고양이 소녀의 몸 속에 부딪치듯 하다가 안쪽으로 숙 사라지자, 고양이 소녀는 앙칼지고 째진 고양이 비명을 지르고는 뱀을 바라봅니다. 왼쪽 머리가 달려들지만 과한 동작 없이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피하고, 오른쪽 아가리를 뻗자 왼쪽 머리의 목을 타고 올라가 오른쪽 머리가 왼쪽 머리를 물게 만듭니다. 마지막 남은 가운데 머리가 고양이 소녀를 치려고 하지만, 암허슈트의 '소름' 끼치는 반응 속도 때문에 지켜보는 헬렌 입장에서는 마치... 미래 예지 수준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헬렌의 명으로 광물을 떨구고 있는 수사닌, 뱀의 온 몸을 붙잡은 채 포자를 토하며 온 몸에 버섯을 틔워 점점 트리무스히드라의 움직임을 약하게 만들고 있는 타톤까지... 이 모든 것이, 헬렌 덕분입니다.

// 사실 이건 헬렌주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위기를 만들기 위해 적당히 그럴듯한 상황에 부상을 입힌 것뿐읾. 어차피 시스템이고 뭐고 없고 서사가 1순위인 PVE 텍겜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 진지하게 머리 써야하는 순간... 나는 그 텍겜은 실패한 거라 봐...

615 ◆MjRAeKhiz2 (JpH8IJay6M)

2024-11-12 (FIRE!) 21:41:39

>>612
'제 과거가... 제 과거가 더 보이는군요. 아직도 흐릿하지만...'

가말라시엘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합니다. 한때, 가말라시엘은 강력한 마법사였습니다. 만약 그가 진실로 원한다면, 작은 나라 하나쯤은 하루만에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했지요. 하지만 그의 힘을 누가 두려워했는지, 아니면 누구한테 미움을 사쓴ㄴ지, 아니면 그냥 재미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누군가 가말라싱렝르 봉인했고, 가말라시엘을 어떻게 봉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아앨라나의 휴대용 마법 지팡이가 되었다는 게 가말라시엘의 설명이었습니다...

"...무언가, 제 기억에 섞여있던 거짓이 벗겨진 기분입니다. 사도님이 이해할 수 있는 비유로 최대한 설명하자면... 양파의 겉껍질이 노랗길래 속도 노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겉껍질을 까보니 실제로 속은 하얀 느낌이지요."

...라고 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가말라시엘은 똑똑히 기억나는 것, 그리고 아앨라나에게 지금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제 시대에는 '공양'이라 불렀고, 지금은 드레인이라 부르는 기술이지요. 누군가의 힘을... 흡수해서, 사도님의 힘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신공양의 결과로, 가말라시엘의 지팡이는 새로운 기능인 '드레인'을 개방했습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616 ◆MjRAeKhiz2 (JpH8IJay6M)

2024-11-12 (FIRE!) 22:23:50

>>613
수정구와 입학 증서를 받아든 경비병은 입학증서를 검토하거딘, 수정구는 챙기고 입학 증서를 돌려준 채 문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성문을 열면... 아카데미아에 처음 당도했을 때 아카데미아가 압도적인 풍경으로 크론을 사로잡았다면, 이제는 가까이서 보이는 모든 것들이 크론을 붙잡습니다. 크론의 두 눈은 원래 이 광경을 봐야 했던 이를 대신해, 이 곳의 광경을 열심히 눈으로 훑습니다.

제일 먼저 들어오는 건... 흑단처럼 검고, 집 안처럼 깨끗한 길바닥입니다. 역청과 자갈을 적절하게 배합하고 짓이겨 굳혀 만든 도로는 역청의 색깔처럼 흑단 같이 검지만, 자갈을 넣고 굳혀서 역청처럼 발바닥이 안으로 쑥 들어가는 일 없이 잘 받쳐줍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더러운 것들을 거쳐 오느라 더러워진 신발 밑창에 하루에 수백만번도 넘게 밟히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이고 사람들이 아무데나 가래침과 오물을 버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길바닥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고,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걸어다니고 사람처럼 두 팔로 빗자루를 잡고 있지만 눈이 하나밖에 달려있지 않은 호문쿨루스들이 바닥을 열심히 쓸고 쓰레기들 주우면서 바닥을 청결하게 가꾸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눈을 위로 올리면, 크론의 눈높이에 수많은 집들이 들어옵니다. '크론'이 되기 전의 비루한 사칭범이 잠시 기댔던 천막집 따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니, 변경에 즐비하게 늘어서있던 판잣집이나 허름한 통나무집도 이곳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어떤 건물은 바닥부터 중간까지 튼튼한 주춧돌을 여러 단 쌓고 그 위로는 나무기둥을 사이로 벽돌을 쌓고, 어떤 건물은 주춧돌만 세우고 나무기둥을 박은 후 모양에 맞게 가공한 나무를 짜맞춰 지었습니다. 또다른 건물은 건물 자체가 기둥도 무쇠, 벽도 철판으로 지어졌고 지붕으로는 뻐끔뻐끔 연기를 뿜고 있는데, 건축 양식은 다양하지만 크론에게는 하나같이 그간 건물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인상을 확실하게 박아줍니다. 모든 건물이 당연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크론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던 '튼튼함' 말입니다.

사람들의 표정은 또 어떻습니까. 크론이 알던 이들은 웃음이란 걸 몰랐습니다. 음울하건, 화났건, 슬프건, 변경과 쓰레기촌에 사는 이들은 긍정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당장 누군가를 죽여 한 끼를 얻어도,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면서도 이 다음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지 걱정하기 바빴으니까요.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잭 리거보다도 아무런 걱정이 없어보입니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이 삼시세끼와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침대를 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여유입니다. 크론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굳은 동안, 잭 리거는 불평합니다.

"에휴. 또 해머할 교수님 나한테 엄청 뭐라 그러겠네... 아이, 일하기 싫어라."

617 헬렌주 (badxmRIyaw)

2024-11-12 (FIRE!) 23:17:36

호오오..... 그렇군....! 그럼 다음 레스 이어올 때는 머리에 힘 빼고 들어와야지~
답레는 천천히 이어올게~ 주말에 보자 캡~

618 헬렌 (SYbUTEmcgw)

2024-11-13 (水) 12:00:41

@@>>614

헬렌은 타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돌더미 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몸을 가까스로 일으키고 쓰린 팔을 내려다보자 엉망이 된 상처에 이마를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희게 덮여가는 상처를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마워. 다들.’

이 상황을 설명해주는 백과사전 정령과 암허슈트도.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도움을 주려고하는 곰팡이도.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암허슈트는 고양의 소녀의 몸 속으로 사라지고 헬렌은 멍하니 앉아 머리 세개 달린 뱀과 고양이 소녀와 수사닌과 타톤이 싸우는 것을 바라본다.

나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구나.

백작가의 장녀로 태어나 온갖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정령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마치 세상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뭔가 로렌스 가문의 뭔가 역사 같은 걸 설정해야하나 고민중. 아니 이런 사랑을 받는다니 거의 초대가 세상이라도 구한 거 아니냐고 ㅋㅋㅋ큐ㅠㅠ
오늘은 살짝 월루했다!

619 크론 - 진행 (mOd4PXumHQ)

2024-11-13 (水) 12:07:14

@@ >>616

수월하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안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낯설다.

잭 저 인간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자신이 가진 무력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 여겼는데..설마 저 사람들이 죄다 잭 리거급 무력을 가지고 있진 않을테고..그냥 원래 세상에는 이런 삶도 있었나보다.

자신이 전혀 모르던 삶의 모습. 부럽기도 하고 탐나기도 하고..한편으로는 죄다 부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만큼 자신이 모르던 삶의 다른 모습은 찬란했다.

"마음에 드는 곳이네요."

그렇기에 '크론'은 이런 삶의 모습에 익숙해야 했다. 이런 삶이 당연해야 했다. '크론'은 응당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그 편린이라도 취할 수 있을 테니.

"바로 교수님께 가시나요?"

잭의 말에 '크론'은 반응하며 물었다. 잭이 그렇다고 한다면..음 자신 역시 바로 아카데미로 갈 몸이니 그때까진 어쨌든 동행이려나.

620 ◆MjRAeKhiz2 (9RAVVvvB0s)

2024-11-13 (水) 15:59:17

>>616
참고로 아스팔트도로

621 헬렌주 (SYbUTEmcgw)

2024-11-13 (水) 17:45:16

아스팔트 도로라니 멋있잖아~

622 아앨라나 - 진행 (1uSGhzG4CI)

2024-11-13 (水) 20:36:36


@@ >>615

"대단하면서도 기구한 과거를 갖고 계셨네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들려주는 과거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그렇게 말했어요. 그렇게나 강했던 이를 이처럼 만들 수 있는 상대 또한 아주 특별한 존재였을 것 같아요.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런 짓을 한 것은 누구였고 왜 그랬던 것일까요? 앞으로도 어촌에서의 의식과도 비슷한 일들을 겪게 된다면 그 이야기의 뒷장을 알 수 있게 될까요? 그렇지만 이와 같은 일들은 함부로 해서는 안될 것이니 만큼 괜찮은 기회도 드물 것 같고 그렇다면 오래 걸리겠네요

"그런가요, 과일이나 채소중에 겉과 속이 다른 것들은 꽤 있으니까요. 이해하기 쉬운 비유네요"

이어서 가말라시엘 님의 비유에 저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면서 말했어요

"좋아요~ 그런 능력은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에서 다시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들려주는 것은 솔깃한 것 이였어요. 이 능력을 쓸만한 적당한 대상을 찾게 되거나 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도 있겠지요. 이를 활용해서 주변으로부터 좀 더 능동적으로 힘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거에요

623 ◆MjRAeKhiz2 (7/mSzse0.2)

2024-11-13 (水) 22:34:15

>>618
타, 톤... 타, 톤...!

타톤들이 트리무스히드라에게 달라붙은 순간, 암허슈트가 깃든 고양이 소녀가 뱀의 목덜미를 그어 주의를 끌고, 주의가 끌린 순간 수사닌이 바윗돌을 떨궈 타격을 입힙니다. 잠시 멀찍이 떨어지니 상황을 차분히 살필 수 있게 된 헬렌은, 모두가 힘쓰는데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제아무리 타톤의 생명력이 강하다지만, 타톤 그 자체로는 유의미한 타격을 못 입히는데다가 무지막지한 히드라의 공격에 타톤의 수가 꽤 줄었습니다. 게다가 고양이 소녀도, 암허슈트의 도움으로 본능을 날카롭게 연마했음에도 점점 쌓이는 피로에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수사닌도 점점 광석을 떨어뜨리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

헬렌은 주변을 살핍니다. 현재 동굴의 천장은 수사닌이 온갖 광물과 바위를 떨어뜨리기 위해 분리시키느라 약해졌고, 갱도는 히드라에겐 좁지만 인간 기준으로는 여러명이 한번에 마주해서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그리고, 헬렌은 금이 간 천장 사이로 물방울이 뚝뚝 새는 것을 잡아내고, 아래에서는 고약한 유황 냄새가 새어나오는 것을 감지합니다. 타톤의 숫자는 몇 합을 더 겨루면 전멸할 것이고, 고양이 소녀는 좀 더 있으면 탈진할 겁니다.

...헬렌이 뭔가 해야 할 때입니다.

624 ◆MjRAeKhiz2 (7/mSzse0.2)

2024-11-13 (水) 22:39:55

>>619
질투와 분노. 호사가들이나 선동가들은 희망과 사유야말로 인류를 이 자리까지 앞세운 일등 공신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인류가 그 과정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종들을 작게는 늑대부터 크게는 드래곤까지 전부 죽여가면서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어디까지나 질투와 분노입니다. 만약 그가 건어물 신세가 된 입학생의 삶을 훔칠 깡이 없었다면 평생 볼 일도 없었을 여유롭고 부유한 삶,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삶, 크론 같은 거렁뱅이들은 동잔혹동화에서나 존재한다는 듯 대책없이 한량한 저 삶... 저 삶을 보고, 크론의 마음 속에서 왠지 모르게 다 부수고 싶은 울화가 치밀어오르지만, 다행히도 크론은 자기가 그럴 깜냥이 안 된다는 걸 분명히 인지할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어 아카데미 도시에 들어오자마자 경비병들에게 꿰뚫리거나 호문쿨루스들에게 사지가 붙잡혀 거열형을 당하는 끔찍한 꼴은 면합니다. 대신, 크론은 그 삶에 분노하는 대신 그 삶을 자기도 누려봐야겠다는 비겁하지만 영리하고...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뭐어, 그렇죠. 가서 직원증 잃어버렸다고 보고도 해야 하고, 또 곧바로 입학생 검정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요..."

잭 리거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허리춤에 찬 검집에 손을 올리더니, 크론에게 묻습니다.

"그나저나, 집에서 검술은 좀 배워 오셨습니까? 아니라면 이 참에, 간단하게 좀 가르쳐드릴 수는 있고요. 적어도 검정시험에서 검술 낙제점은 면할 수 있게."

625 ◆MjRAeKhiz2 (7/mSzse0.2)

2024-11-13 (水) 22:44:42

>>622
아앨라나는 시범 삼아서, 드레인 능력을 누군가 먹다 남은 스프 그릇에 앉으려는 파리에게 써보기로 합니다. 가말라시엘이 깃든 지팡이를 겨누고, 필설로 옮기기에는 너무나도 모독적이고 난해한 발음으로 가말라시엘의 권능을 빌리자, 파리에게 허락되었던 짧지만 기운찰 삶이 지팡이로 빨려 들어갑니다. 아앨라나는 천천히 그 대상을 옮겨서, 빵조각을 땅에 떨궈 진창쥐를 유인하고 진창쥐의 생명력을 빨아먹고, 그 다음으로는 인간에게 사용해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앨라나는 드레인 능력이 얼마나 적에게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는 몰라도, 얼마나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냥 저에게 물어보지 그러셨습니까? 파리나 구더기 같은 미물이야 몰라도, 쥐 정도만 되어도 죽지 않는 선에서 삶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개, 늑대 정도만 되어도 수명을 '감당 가능한' 선에서 뺏어갈 수 있고, 인간 정도가 되면... 솔직히 말해, 길게 살면 80년도 사는 게 인간인데 하루를 좀 '빌려간다고'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가말라시엘이 뻔뻔하게 첨언합니다.

626 엘리 - 진행 (dkrD3yRD66)

2024-11-13 (水) 23:24:14

@@>>604

'아는 친척을 불러서 해결을... 기각.'

그런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내 발로 뛰쳐나온 가문의 힘을 다시 빌리는 것도 꺼려졌으며, 무엇보다 내가 지는 것이 두려운 리스크를 남에게 떠넘긴다니. 뻔뻔하지 않은가!

'마땅히 다른 방법이—'

-이럴때만- 의지되는 언니를 찾아가보자.

아까 남한테 떠넘기는 건 뻔뻔해서 싫다고 하지 않았냐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넘기는 것과,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건 다르지. 암.

위겔 교수를 알고있는것도 같았으니, 무언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줄지도!

627 ◆MjRAeKhiz2 (7/mSzse0.2)

2024-11-13 (水) 23:36:25

>>626
엘리는 불편할 정도로 일족 저택을 닮은 위겔 교수의 뱀파이어 학부 건물을 떠납니다. 경비병들은 떨떠름해하지만, 심문관보가 이단심문관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엘리의 무해성을 자신하니 그냥 오며 가며 알아서 지지고 볶게 내버려두는군요. 다시금, 뜨겁고 고통스러운 햇빛을 지나쳐서 언니가 기다리고 있을 마차 여관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어째,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어느 순간, 엘리는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달라붙었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어떻게든 피해보려 하지만, 밤에는 날개 같은 팔다리가 낮에는 족쇄 같아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잠깐 멈추시지."

...그 사람들을 피해 걷던 엘리는, 햇빛이 내리쬐는 길목 양쪽에서 막힙니다. 문은 전부 굳게 빗장으로 잠겨 있고... 사람들은 전부 끝이 Y자로 굽은 쇠스랑, 말뚝, 그물 등 뱀파이어를 사냥하려는 이들이 준비할 만한 것들을 다 가지고 있군요. 그녀에게 멈추라고 명령한 사내가 앞으로 걸어나옵니다. 에레야와 비슷한 이단심문관 옷을 입었지만... 뭔가 그슬렸고, 뭔가 기이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남자는 투구를 벗더니, 심하게 그을려 화상에 녹아버린 얼굴을 보여주면서 말하는군요.

"위겔 교수와 접선했더군, 뱀파이어. 나는 여기 있는 다른 이들처럼 뱀파이어가 아주 싫지만... 거래를 하나 제안하겠다. 위겔 교수와 연관해서 말이야. 물론 나는 관대해서, 뱀파이어한테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지.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가 약관을 읽을 때 '약관을 거부할 수 있지만, 서비스 이용이 거부될 수 있습니다'와 정확히 똑같은 뉘앙스로, 불에 그슬린 쇠꼬챙이를 든 사내가 이를 악물고 엘리에게 경고합니다.

"...네 년의 모기 같은 삶이 계속 이어지는 걸 우리가 똑같이 거부할 수도 있고."

// 오늘은 여기까지. 찐막!
엘리주 오랜만, 크론주 오랜만!

628 헬렌주 (VYYdT3xyak)

2024-11-14 (거의 끝나감) 00:02:40

캡 진행 수고했어~~~~
나는 다음 진행 뭐라고 적지 (멍)
유황에 불 붙이고 난 뒤에 물을 끼얹나? (멍22)
아닌 것 같은데 (멍333)

629 엘리주 (mq4afEN.t6)

2024-11-14 (거의 끝나감) 09:50:57

안뇽~~~

630 아앨라나 - 진행 (VWgtcBC6p6)

2024-11-14 (거의 끝나감) 14:19:44


@@ >>625

저는 새롭게 얻어 부릴 수 있게 된 능력을 빠르게 시도해 보았어요. 이것이 얼마나 공격적인 수단이 될지 아직 미지수이지만 그럴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이것을 다룰 수 있는 정도 대해서는 놀라울 잠재력이 있는 같았어요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추는 것이 좋을테니까요"

저의 그런 행동에 가말라시엘 님이 그렇게 말하시면 저는 그렇게 대답했어요. 머리 속으로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해도 직접 해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니까요. 이 두 가지를 서로 잘 합치는 것으로서 좀 더 깊이 있게 숙련될 수 있을 거에요

"그것도 맞는 것 같아요...그럼, 조심스럽게 조금씩 계속 모으는 것도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서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짧게 생각해보면 맞는 것도 같아서 저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말했어요.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건강한 사람이라면 많고 높은 활력을 가졌을 것이고 전체의 크기 때문에 거기에서 약간 줄어든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 같아요. 나쁜 일이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적절히 상황을 보면서 하면 좋을 것 같네요

631 ◆MjRAeKhiz2 (b/.jHxs5c.)

2024-11-15 (불탄다..!) 09:09:17

>>630
아앨라나는 드레인 능력에 대해 약간의 갈피를 잡습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행복한 밤 속에서 아앨라나는 잠에 듭니다. 그런데...

아앨라나는 꿈 속에서 일어납니다. 요상하게도, 어떤 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앨라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고 눈 앞에 보이는 광경도 이상하리만치 익숙합니다. '기억의 궁전', 아앨라나가 누워있던 원형의 홀을 거대한 서재들이 둘러싸고 있고, 그 서재로 오르내릴 수 있는 승강장치까지 구비된 곳입니다. 그곳에서, 아앨라나는... '앨리스'의 존재를 느낍니다.

"...사람을 죽였더구나. 나의 제자님."

나긋나긋한 목소리, 평소와 같지만, 아앨라나는 웬지 모르게 날이 선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아앨라나가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 앨리스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아앨라나의 가슴을 밀칩니다.

"돌아오는 길에 좋은 설명을 준비해두렴."

...그리고, 가슴을 밀치자, 꿈 속을 떠도는 아앨라나의 의식은 끝없는 아래로 잠겨, 마침내 현실에서 잠들어있는 그녀의 육체에 부딪칠 때까지 떨어집니다.

"...."

눈을 뜨면, 아침입니다. 베스니가 짐을 열심히 챙기고 있군요.

"아, 아앨라나 님! 일어나셨어요? 마침 잘 됐네요. 곧 출발인데 그래도 인사는 드릴 수 있어서."

632 크론 - 진행 (xvGRgc/gOs)

2024-11-15 (불탄다..!) 10:18:51

@@ >>624

잭이 입학생 검정시험을 언급하자..나는 꽤나 당황스러웠다.
그래 뭐..당연히 어떤 시험이 있겠지 문제는 어떤 시험인지도 내가 잘 할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문제다.

다행스럽게도 잭은 곧바로 검정시험에 적어도 검술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게다가 검술을 가르쳐 준다니..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일전에 보셨다시피 기술 다운 기술은 제대로 배운 게 없어서요. 게다가 저 역시 일전에 봤다시피 조교님의 실력이 아주 감탄스러운 수준이기도 했고요."

'크론'은 잭의 검술 실력을 가볍게 칭찬하며 가르침을 청했다. 간단히 배운다고 잭과 같은 실력을 가질 순 없겠지만..일단 낙제를 면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고 만약에 상황을 대비해 일신의 무력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633 헬렌 - 진행 (C5LReKBu7U)

2024-11-15 (불탄다..!) 18:17:22

@@>>623
헬렌은 모두가 애를 쓰는데도 전세가 분리하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만 빙글빙글 도는 머리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떠오른 정령이 하나 있었다.

‘로지ㅡ!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응답해줘요. 저 뱀을 어떻게 하면 물리칠 수 있는지 도와주세요.’

중급 정령을 여럿 부리는 것은 무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이야 말로 무리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어차피 암허슈트는 고양이 소녀와 붙어 있으니 괜찮겠지.

만약 로지가 부름에 응답해서 답을 알려준다면 헬렌은 망설임없이 그대로 행할 것이었다.



/고민 끝에 정령의 머리를 빌려보기로함...... ㅋㅋㅋ

634 아앨라나 - 진행 (hvZ6sLelh.)

2024-11-15 (불탄다..!) 18:26:08


@@ >>631

저는 새롭게 얻어낸 능력을 조언을 곁들여 연습하고 배우게 되었어요. 밤은 지나쳐 가기에 그때 더욱 진해지고 어느새인가 저도 잠자리에 들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 저는 제가 다른 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몸을 일으켜 둘러보아요. 이것은 꿈...? 아니에요. 저는 금방 알 수 있었어요, 그보다는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면, 몽세계... 지금의 저는 이어지고 떠오른 정신이겠지요. 그리고 저는 그곳에서 명백하고 큰 존재감을 느끼고 저의 뇌리에 깊게 새겨져 있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이는 틀림없이 마녀 님이에요

"그렇게 되어버렸어요, 앨리스 님....."

그리고 그 목소리에는 저를 향한 꾸짖는 어조가 담겨져 겨울의 차가운 바람처럼 저를 감싸고 있다는 것 이였어요. 마녀 님께서 지적하신 그 말에 어찌 제가 부정할 수 있겠나요? 경위가 어찌 되었거나 그것은 제가 하게 된 행동이고 사실 이였어요. 그래서 저는 비스듬히 고개를 작게 떨구고는 나지막이 그렇게 중얼거리듯 대답했어요

마녀 님께서 하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저는 그대로 떠밀려 마치 물 속에 가라앉아 가는 것처럼 서서히 떨어져가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가 그대로 두 눈을 살며시 감고는 다시 뜨는 그 순간에 저는 어느덧 현실의 어촌의 있었던 곳에 돌아와 있었어요. 그때는 이미 달의 시간은 지나가고 태양의 시간에 이르게 되는 때가 되었어요

"아... 그렇네요. 이제 때가 되었나요? 제대로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 좋았네요"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보면 그 옆에 있었던 베스니, 그녀가 제게 건네는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렇게 대답했어요

635 ◆MjRAeKhiz2 (ZouChx4Kh2)

2024-11-16 (파란날) 12:27:35

>>632
"따라오세요."

잭은 마차에서 내려서 크론을 공터로 데려갑니다. 사람이 몇몇 지나가지만 딱히 신경쓰지는 않고, 땅바닥에 보리 새싹의 분얼이 보이지만 잭이나 크론이나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잭은 공터에 꽂힌 허수아비의 팔 역할을 하던 긴 장대를 한번에 베어내더니, 땅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양면을 베어 날카로운 날이 있는 목검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크론 쪽으로 걷어차 보내고는, 검집에 칼을 집어넣더니 손가락을 까딱거리는군요.

"그거로, 공격해보세요. 진심으로."

636 ◆MjRAeKhiz2 (ZouChx4Kh2)

2024-11-16 (파란날) 13:14:49

>>633
헬렌이 정령을 부르는 목소리가, 정령이 머물고 인간이 소통하는 인지계(Noosphere)에 울려퍼지고, 정령술 적성을 타고난 그녀의 목소리는 인지계 전체에 울려퍼지고, 헬렌이 인지할 필요조차 못 느낀 하급조차 못 되는 미세한 정령들이 매질을, 메신저를 자처하여 동굴 밖을 떠돌고 있을 논리의 정령 로지를 불러냅니다.

'그 노인네, 벌써 죽었어요? 아니, 저 괭이새끼 머릿속을 헤집고 있네.'

로지는 후우, 심호흡을 하더니... 헬렌의 어깨에 손을 얹고, 헬렌의 머리가 이번에는 직관이 아닌 거대한 벨벳 그물망을 짜는 직조공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로지는 헬렌의 두뇌를 빌려... 자신의 풀이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먼저 상황을 살펴요. 당신을 따르는 타톤들은 쉽게 죽지 않지만 곧 무력화될 것이고, 고양이 소녀도 암허슈트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지만 체력의 한계는 정령도 어쩔 수 없죠. 배시는 자기 박쥐도 통제하지 못해 도망쳤고, 수사닌은 바윗돌을 떨어뜨리지만 유한하죠. 그리고 이 은광의 천장에서는 지하수가 흐르고 있었는지 물이 새고, 아래는 유황 탄내가 진동하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로지는 당신의 머릿속에 책상을 놓고, 당신의 머리를 즉석에서 최적해를 구하는데 특화된 해석기관으로 개조합니다. 고려 가능한, 그리고 고려할 가치가 있는 모든 상황들은 좌변의 상수와 변수를 구성하고, 우변에는 오직 '트리무스히드라의 죽음'과 '헬렌의 생존'만이 남습니다.

'어디보자. 야! 책벌레. 증기폭발을 설명해봐.'

'증기폭발: 액체가 온도 또는 압력 등의 조건에 의해 기화할때, 동일한 단위질량의 액체에 비하여 최소 수백배의 부피 팽창이 발생합니다. 이때 이 기화가 폐쇄 또는 고압의 환경에서 발생할 경우 부피 팽창에 의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 이상의 방향으로 급속히 분출하는데 이것을 증기 폭발이라 부르며, 장소와 상황에 따라 극도로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자아. 그러면 아래에는 불을 붙이면 활활 타는 유황, 위에는 당장이라도 쏟아지기 직전인 수맥. 불을 당겨서 폭발을 일으키고 그 위에 물을 쏟는다면 증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여러가지 이론적 문제가 있어서, 다른 정령들이 도와줘야겠죠.'

그리하여, 백과사전의 정령의 도움을 받아가며 로지가 도출한 최적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남은 타톤들이 전부 트리무스히드라에게 달라붙고, 암허슈트는 고양이 소녀를 최대한 갱도 밖으로 대피시킨다. 흙의 정령이 지반을 흔들어 유황 기체를 퍼뜨린다. 그리고 수사닌이 남은 바윗돌을 전부 깨부숴 히드라의 몸을 덮어 솥처럼 감싸고 지하수를 그 위에 쏟고, 헬렌의 앞에 헬렌을 가릴만한 바윗돌을 떨군다.'

계산을 끝마친 헬렌은 코피를 쏟으며 주저앉는데, 로지가 이야기하는군요.

'광산이 남아날진 모르겠지만, 이 방법이 가장 안전해요. 아가씨께서 한번에 4번의 사역을 해야 하니 머리를 찢는 느낌이 들겠지만...'

637 ◆MjRAeKhiz2 (ZouChx4Kh2)

2024-11-16 (파란날) 13:22:41

>>634
베스니와 함께했던 시간은 일수로 생각하면 짧지만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일수로 따질 수 없습니다. 베스니는 부러져 뼈가 드러난 불구다리 대신 말다리를 얻었고, 루미나크톤에 물든 조개 같은 진기한 것을 보았으며, 아앨라나의 짐꾼이자 플라베르흐의 일꾼. 믿기지는 않지만 음유시인으로서 잘 해왔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감사했습니다. 아앨라나 님..."

베스니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자기가 타고 갈 코그선과 아앨라나를 번갈아 바라봅니다. 그리고 웃는군요.

"망원경. 꼭 보내드릴게요. 튼튼한 거로."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음유시인은 말다리 한쪽을 끌고 뱃머리로 올라갑니다. 가말라시엘도 인사하는군요.

'함께해서 시끄러웠고, 다신 보지 맙시다.'

638 ◆MjRAeKhiz2 (ZouChx4Kh2)

2024-11-16 (파란날) 13:22:53

안녕..

639 아앨라나 - 진행 (Gu2Tjkp4Ug)

2024-11-16 (파란날) 15:27:53


@@ >>637

그렇게 되어서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상태를 살펴보고는 곧이어 움직이는 그녀의 뒤를 따라서 나왔어요

어촌의 부두로 향해 이어지고 그러면 숲의 호수의 밖으로 향하는 것 같은 큰 배가 정박하고 있는 것이 눈에 뛰었어요. 이렇게 직접 보니까 그 생김새와 크기로부터 다가오는 느낌이 사뭇 다르네요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되었나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있을 것이에요. 그것을 모두 엮어내 하나의 이야기에 추가될 또 다른 장면이 되었을 것이에요"

이제 그녀가 떠나갈 때가 다가왔어요. 그녀와 같이 더불어 저 또한 한번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숙이고는 그렇게 비유를 섞어서는 묻듯이 말했어요. 그녀가 음유시인 이듯이 시와 곡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야기를 전하고 이어가는 것처럼요

"인연은, 기억은 그것에 깃들어 세상에 남아 있을 거에요. 돌아가는 길에서 좋은 여행이 되세요"

이어지는 이제는 어쩌면 제가 마지막으로 보고, 듣게 될 그녀의 말과 모습에서 저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한 쪽 팔을 낮게 들어 인사하듯이 손을 천천히 흔들어 보이면서 그렇게 말했어요

640 ◆MjRAeKhiz2 (ZouChx4Kh2)

2024-11-16 (파란날) 16:23:06

>>639
"출항!"

선장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함께 돚이 아래로 펼쳐져 떨어지고, 바람을 등진 돛은 그간의 추억과 희망, 아니면 그냥 바람으로 가득 부풀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저 맞으면 머리칼이 휘날릴 뿐인 순풍이 넓은 돛으로 안자 커다란 배를 미는 거인의 힘이 되어 코그선을 수평선 저편으로 밀어냅니다.

이리하여 아앨라나는 음유시인 베스니와 헤어졌습니다. 베스니는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검은 숲을 떠났고, 좋은 의미로건 나쁜 의미로건 아앨라나의 이름은 바깥 세상에 지금보다는 훨씬 많이 퍼질 것입니다.

점점 작아지는 코그선을 바라보던 아앨라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웅성거리는 인기척에 돌아섭니다. 촌장과 넬루를 비롯한 플라베르흐 촌민들입니다.

"고맙소. 마녀의 제자. 원하는 일이 있으면 말하시오."

그리고 넬루가 앞서서 나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부탁할래. 검은 숲에 사는 사람이 앨리스님한테 안부 인사를 안 할 수는 없잖아. 경호원 겸 플라베르흐 특사 겸으로 날 붙여줘."

641 엘리 - 진행 (IU7/vLCbI.)

2024-11-16 (파란날) 16:30:24

@@>>627

"음~ 말이나 해 봐."

여유롭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대답한다

귀족의 세계에서 배운 게 있다면...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일단 기세를 내어주면 안된다. 객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여기서 놈들한테 대들었다간 꼬챙이에 꿰여서 햇빛에 타버릴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물콧물 다 흘리면서 바짓가랑이 붙잡고 애원하면 이들이 날 어떻게 보겠는가.

내가 삶에 미련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그런 인상을 주는 것. 호구를 잡히는 상황이 최악이었으니까

642 헬렌 - 진행 (TzdDdbuTRI)

2024-11-16 (파란날) 16:40:51

@@>>636
다행히 로지는 부름에 응답하여 바로 나타나주었다. 헬렌은 그녀가 고마웠다.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머리가 팽팽 돌아가면서 주위 상황과 백과사전의 지식이 마구잡이로, 아니 질서정연한 파도가 되어 몰아친다.

헬렌은 로지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과정을 도출했다. 물론 코피를 쏟으며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지만.

‘해 볼게요.’

그래도 광산이 남아났으면 좋겠다는 허튼 생각을 하며 하하 웃는다. 고통은 어쩔 수 없겠지만 중간에 쓰러지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헬렌은 로지가 말한 방법을 그대로 실행하려 한다. 하나라도 잘못되면 정말 죽을지도.


/캡 안녕~~~!

643 ◆MjRAeKhiz2 (ZouChx4Kh2)

2024-11-16 (파란날) 17:00:55

참고로 헬렌이 코피쏟은 이유
로지가 헬렌 뇌로 이짓함

644 ◆MjRAeKhiz2 (ZouChx4Kh2)

2024-11-16 (파란날) 17:02:04

,

645 헬렌주 (TzdDdbuTRI)

2024-11-16 (파란날) 17:05: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46 ◆MjRAeKhiz2 (ZouChx4Kh2)

2024-11-16 (파란날) 17:07:37

암허슈트: 순간의 직감을 강화해서 전투에 어드밴티지
로지: (충분한 정보가 있다는 전제하에) 매 상황마다 정답을 주지만 진짜로 머리를 짜냄
인거지
답레는 차차줄개

647 헬렌주 (FUemO5jDVA)

2024-11-16 (파란날) 17:25:23

ㅋㅋㅋㅋㅋㅋ 이해했다
답레는 천천히 줘~

648 ◆MjRAeKhiz2 (qTHRuVNA96)

2024-11-16 (파란날) 18:40:44

>>642
'남은 타톤들이 전부 트리무스히드라에게 달라붙고, 암허슈트는 고양이 소녀를 최대한 갱도 밖으로 대피시킨다. 흙의 정령이 지반을 흔들어 유황 기체를 퍼뜨린다. 그리고 수사닌이 남은 바윗돌을 전부 깨부숴 히드라의 몸을 덮어 솥처럼 감싸고 지하수를 그 위에 쏟고, 헬렌의 앞에 헬렌을 가릴만한 바윗돌을 떨군다.'

로지가 내놓은 최적해를 헬렌은 그대로 실행합니다. 한 번에 4개의 사역을 동시에 시행하자, 헬렌은 그 위대한 정령술 적성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찢어지는 것 같은... 아니, 두통에 갖다붙일 수 있는 온갖 비유를 다 끌어들여도 모자랄 두통에 직면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말할 때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시야가 분절하고, 청각이 찢어지는 괴성으로 바뀌고, 그녀의 몸에서 뇌만 남아 입이 없지만 비명을 질러야 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헬렌은 그래야 하기에, 그래야 저 삼두사를 죽일 수 있기에... 로지를 믿고, 자신을 믿고, 이곳에서 자신을 돕고 있는 모든 정령을 믿고 행합니다.

"타, 톤! 타, 톤!!!"

타톤들이 트리무스히드라에게 달라붙습니다. 아직 팔다리가 멀쩡한 타톤들은 하반신이 잘려나가 상반신만 남은 타톤들을 던지고, 상반신이 잘려나가 하반신만 남은 타톤들은 히드라에게 달려들어 무릎을 꿇고, 다른 타톤들이 자신을 짓밟고 올라가게 돕습니다. 동료들을 전부 집어던진 타톤들은 행여 히드라가 튕겨낼까 빨리 올라가고, 히드라가 타톤들을 털어내기도 전에 위에서는 거대한 바위들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고양이 소녀는? 암허슈트의 존재감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솨아아아아아아...

치이이이이이이...

바윗돌이 떨어진 곳으로 지하수가 쏟아지며 차갑고 축축한 물줄기가 헬렌도 때리다가 이내 헬렌 앞에 바윗돌 하나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바위가 물은 막아도 유황의 지독한 냄새는 막지 못해, 헬렌의 코가 저절로 벌름거리고... 헬렌이 불평할 새도 없이 바윗돌과 바윗돌이 부딪쳐 스파크가 튀더니, 불꽃이 유황과 반응해 폭발합니다.

그 폭발은 천장의 지하수를 일순 증발시키고, 증발한 고온 고압의 수증기는 팽창하면서...



"...정신 차려봐요."

...정신을 차려보면, 헬렌은 낯익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몸이 너무 답답해서 아래를 보니 바위가 헬렌을 깔아뭉갰는데, 고양이 소녀가 지렛대를 끼워넣고 낑낑대면서 겨우 밀어 헬렌을 빼냅니다. 그리고 이야기하는군요.

"...뭔 일을 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당신 진짜 세네요."

은광이었던 것을 가리키는데 어... 보글보글 물이 끓고 있고, 펑펑 수증기가 터지는 곳에서 은광석과 유황석이 마구 튀어나와서 사방으로 날아가고 있군요...

649 헬렌 - 진행 (TzdDdbuTRI)

2024-11-16 (파란날) 19:37:55

@@>>648
끔찍한 고통, 아니 이걸 과연 고통이라는 단어만으로 표현해도 맞을까 싶은 격통이 머리에서 일어났다. 그럼에도 헬렌은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그래야만 하니까.

고통에 찡그러진 표정으로 가느다란 눈을 뜨고 앞을 보년 거의 멸망 직전의 세계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불꽃이 유황과 반응해 폭발하는 순간....... 헬렌은 정신을 잃었다.

“으으........”

누군가가 깨우는 소리에 앓는 신음을 내뱉던 헬렌은 눈을 뜨자 낑낑거리며 자신을 구해주는 고양이 소녀가 보였다.

“......혼자였으면 아무 것도 못했어...... 고마워......”

고맙다는 말은 고양이 소녀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었다. 도움을 준 모든 정령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가까스로 웃음을 지어보려는데 온 몸이 부서질 듯 아프다. 머리도 너무 아프고 온 몸은 곰팡이로 응급처치한 것 투성이다.

고양이 소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고개만 가까스로 돌려서 확인한다. 어...... 이건......

“......유황 온천?”

650 아앨라나 - 진행 (sffAfofq66)

2024-11-16 (파란날) 19:45:32


@@ >>640

그리하여, 저는 베스니와의 작별 인사를 마치고 뒤로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수의 기척과 소리가 점점 저에게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약간 상체를 돌아서 엿보면 그것은 어촌의 주민들 이였어요. 그들은 저에게 볼 일이 있는 것 처럼 보였고 저는 곧 완전히 몸을 돌려서 그들을 바라보았어요

"후후훗, 제가 해야 할 것이 있을 때 플라베르흐에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 저에게 도움을 주세요"

그들에게 있어 저에게 볼 일이란, 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 이였어요. 그와 동시에 그들은 저에게 따로 제대로 보답을 하고자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들의 말에 그렇게 대답해주었어요

"좋아요, 그 말씀대로에요. 그렇다면 가는 길을 같이 하도록 해요"

그리고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서 저는 닐루, 그녀가 먼저 나서서 그렇게 저에게 부탁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651 ◆MjRAeKhiz2 (qTHRuVNA96)

2024-11-16 (파란날) 20:11:00

>>641
"대체 너 같은 모기년이 어떻게 위겔 교수를 접견할 권리를 얻은 건지, 또 무슨 용기로 이 대낮에 나다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슬린 심문관은 엘리 쪽으로 무언가 던집니다. 이상한 보라색 액체가 들어있는 병입니다. 그리고 요구하는군요.

"이 병을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놈들한테 던져라. 그러면 네 년이랑은 볼 일 끝이다. 어떻게 생각하지? 거절한다면..."

그슬린 심문관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도 전부 무기를 꺼내듭니다. 이거... 좀 안 좋은 상황입니다. 아마 듣지 않는다면 죽이겠다는 이야기로 보이는군요.
// 코멘터리: 계속 이야기하지만 플레이어가 고의적으로 데플을 의도하는 수준의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데플은 어지가해선 안남

652 ◆MjRAeKhiz2 (qTHRuVNA96)

2024-11-16 (파란날) 20:33:32

>>649
헬렌은 눈 앞에 일어난 일을 바라봅니다. 헬렌이 갑자기 어딘가로 순간이동한 게 아닌 이상, 아마 헬렌은 수증기 폭발의 여파로 날아갔다가 겨우겨우 정신을 차린 게 분명할 겁니다. 그러니까 눈 앞에 펼쳐진 건, 분명 헬렌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은광이었던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은광의 입구였던 곳은 거대한 수증기 폭발의 여파로 훨씬 넓어져서 물이 빠진다면 마차가, 물이 안 빠진다면 쪽배가 한 척씩 마주보며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습니다. 주변은 수증기 폭발과 그로 인한 여파로 구덩이가 파였는지 쏟아지는 지하수가 찼고, 지하수는 폭발한 유황의 여파로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네, 어찌 본다면 유황 온천입니다. 다만...

"저, 저 년이다! 저 년을 죽여라!"

"저 년이 버섯 괴물들을 막 부렸어!"

...퍽! 깡!

...수증기 폭발이 또 일어나면서 사람 머리통만한 바윗돌이 마구 튀어나오더니 아무데나 막 튀면서, 헬렌을 죽이려던 도적 잔당의 머리통을 수박처럼 부숴버립니다. 옆에 앉아있던 논리의 정령 로지가 손사래를 치는군요.

'저한테 물어보지 마세요. 지금 상태에서 그런거 답한다고 또 당신 머리 썼다가는... 당신 진짜 죽어요.'

...라 말합니다. 고양이 소녀는 헬렌의 옆구리를 툭툭 치면서 말합니다.

"저기 머리 세개 달린 뱀 둥둥 떠 있네요. 은광을 저 꼴로 만들었으면 아마 누구가 좋아할 리는 없겠지만... 상황을 잘 설명하면, 아마 그런가보다 넘어갈 수도 있을 거에요."

653 ◆MjRAeKhiz2 (qTHRuVNA96)

2024-11-16 (파란날) 20:34:52

오늘은 여기까지

654 엘리주 (IU7/vLCbI.)

2024-11-16 (파란날) 20:36:49

수고했당~~

655 아앨라나주 (sffAfofq66)

2024-11-16 (파란날) 20:59:43

진행 수고하셨어요!

656 헬렌 - 진행 (PlJDBPnSGU)

2024-11-17 (내일 월요일) 09:50:32

@@>>652
도적 잔당의 모습이 확실히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바윗돌이 마구 튀어나와 머리통을 깨부수는 게 통쾌해 보이긴 했다. 우연이라기엔 절묘해서 자신이 아무말 하지 않아도 정령이 자신을 나쁘게 말하는 이들을 혼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적 잔당이 다가온다고 할지라도 옆에 고양이 소녀가 도와주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고.

‘안 물을게.’

헬렌이 자그만 미소를 띄면서 답한다. 죽고 싶진 않고. 저게 유황 온천이라기보다는 유황불에 끓고 있는 지하수라는 게 돌아가는 머리로 이해할만 하니까 말이다.

“그럼 상황 설명을 잘 부탁할게에. 나 지금 너무 지쳤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체념어린 웃음을 지으며 고양이 소녀를 올려다본다.

“그나저나 우리 통설명도 안 했네. 나는 로렌스가의 헬렌이야. 너는?”



/쫀아~

657 ◆MjRAeKhiz2 (a7DTRqauPI)

2024-11-17 (내일 월요일) 16:05:37

공지
확실한 엔딩이 있어야 캡틴과 레스주에게 분명한 목적지가 생기는 점을 고려하여, 개별 캐릭터들의 서사를 5-6개의 큰 챕터로 나눠서 완결시키고자 함.
현재 엘리가 챕터 1을 끝냄.

658 헬렌주 (7sR/V9B82Q)

2024-11-17 (내일 월요일) 16:46:22

오케이 확인했음~~~! 좋다!

659 엘리주 (oO/3.e.lHs)

2024-11-17 (내일 월요일) 16:48:05

넹넹

하하 완전생물이 되겠어

660 ◆MjRAeKhiz2 (9hJlvCiFoo)

2024-11-17 (내일 월요일) 17:44:40

>>656
"...어쩐지, 손에 물 한번 안 묻혀본 아가씨 느낌이 좀 났어요."

...라고 말하면서도, 고양이 소녀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입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백과사전의 정령이 끼어드는군요.

'각지의 에법은 모두 상이하며, 어떤 지역에서는 최고의 우호 표시가 다른 지역에서는 칼을 뽑는 것보다도 심한 적대의 표시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들이 두 눈과 두 콧구멍, 네 개의 팔다리를 가지고 태어나는 신체적 보편성을 지니듯 인간들의 사회에도 보편성이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고개를 숙이는 행동은 '목례'라 부르는데, 이는 보편적인 인사의 표현이자, 특히 귀족 등 상위 계층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의 표시로 통한다. - 세계의 예절.'

"저는 페로, 보시다시피 펠리네 수인이에요."

...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군요. 그런데 뭐라 더 말하려는데, 뒤에서 몰려오는 이들의 소란에 그녀의 귀가 자꾸 쫑긋거리며 신경이 끌리더니, 결국 페로가 짜증내며 뒤로 돌아섭니다.

"아, 뭐야?! 아, 이런..."

폭발음에 뒤늦게 광부와 병사들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뜨악한 표정으로.

661 ◆MjRAeKhiz2 (9hJlvCiFoo)

2024-11-17 (내일 월요일) 21:02:53

>>650
그렇게 넬루와 아앨라나는 함께 길을 나섭니다. 솔직히 말해, 베스니와 넬루는 서로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입니다. 넬루가 동료라면, 베스니는 그냥 걸어다닐 줄 아는 것만 빼면 '짐덩어리'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걸핏하면 툭 튀어다니고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점에서 짐덩어리보다 더 심할 수도 있습니다. 원래 천성 자체가 불가해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가말라시엘도, 넬루의 존재를 느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군요.

'사도님. 고맙습니다. 적어도 사람 같은 사람을 동행자로 들이셔서 말이죠.'

넬루는 창을 붙잡고 앞서 갑니다. 베스니와 함께 있을 때는 경계를 서고 있을 때여서 그런지 무장이나 장비가 가벼웠는데, 지금은 배낭에 이것저것 싣고 있고, 창 말고도... 날만 짧았다면 도끼라 오해할 정도로 살벌한 마체테를 허리춤에 차고 있습니다. 아무거나 일단 밟고 보던 베스니와는 달리, 넬루는 창으로 의심스러운 것은 쿡쿡 찔러보고, 움직이면 일단 물러섰다가... 위험하지 않은 것이면 그냥 지나가고, 위험한 것이면... 푹! 찔러서 위험하지 않게 만든 다음에 지나가는군요. 그렇게 넬루는 아앨라나의 앞에서 길을 이끄는데, 아앨라나는 깜짝 놀랍니다.

"...잠시 여기서 쉬죠."

여기는 루미나크톤이 대량으로 서식하는 냇가, 베스니가 보고는 환장했던 그 빛나는 신비한 냇가입니다. 베스니, 그 답답한 외지의 음유시인을 끌고는 개고생하며 겨우겨우 온 거리를 넬루, 같은 검은 숲 사람과 함께하니 벌써 주파한 겁니다.

662 ◆MjRAeKhiz2 (9hJlvCiFoo)

2024-11-17 (내일 월요일) 21:03:19

외 답레가 업지 했는데 답레도 안써놓고 답레르ㄹ 기다리고 있던 나 <- ㅄ

663 ◆MjRAeKhiz2 (9hJlvCiFoo)

2024-11-17 (내일 월요일) 21:04:29

오늘은 여기까지
사유: 내일 5시 50분 출그ㄴ

664 엘리주 (oO/3.e.lHs)

2024-11-17 (내일 월요일) 21:23:48

잘자~~

665 헬렌 - 진행 (PlJDBPnSGU)

2024-11-17 (내일 월요일) 21:57:57

@@>>660

“그래...?”

내가 손에 물 안묻히고 산 아가씨 같나? 아가씨 치고는 말괄량이였던 것 같긴 한데. 하지만 험한 일을 겪지 않고 살아온 것은 맞긴 했다. 헬렌은 소녀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계속 누워있기 그래서 몸을 일으켰다. 삭신이 쑤시긴 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일어나야 하니까......

“응, 반가워, 페로.”

너무 늦은 통성명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뭔가 오는 소리가 들려오고 페로가 짜증내며 뒤를 돌아보자 아,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광부들이다. 병사들과 함께 말이다.

찾아갈 일은 덜었네.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헬렌은 상황을 설명하라는 듯 페로를 바라봤다. 이야기가 잘 안 되면 그때 말을 얹어도 되겠지 생각하면서.


/내일 출근 시간 무슨 일...... 화이팅.......!

666 ◆MjRAeKhiz2 (d4DIz/12JY)

2024-11-18 (모두 수고..) 09:14:12

그리고 답레쓸때 캐릭터성 때문에 고민하는건 몰라도 어떻게해야 이길까, 해결할까 때문에 고민 안해도됨
캡틴은 서사를 풀러온거지 캐릭터들 죽이러온게 아니다

667 헬렌주 (hwArl7Yx3s)

2024-11-18 (모두 수고..) 09:21:29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이게 막 고민하게 되부렁~~ ㅋㅋㅋ
고마워 캡~~~

668 ◆MjRAeKhiz2 (d4DIz/12JY)

2024-11-18 (모두 수고..) 10:36:44

>>665
병사들과 광부들은 은광이었던 뜨거운 물웅덩이를 보고 잠시간 고민하다가, 지도를 펼쳐듭니다. 혹시 우리가 지도의 방위를 잘못 보았나 고민하다가 격론을 벌이는군요.

"아니, 글쎄. 여기가 맞다니까 그러네!"

"맞기는 뭐가 맞아! 댁 눈엔 저 냄새나는 물웅덩이가 은광으로 보여?!"

페로는 헬렌과 자기를 내버려두고 옥신각신 싸우는 치들을 보다 못해 앞으로 나서고, 페로가 한마디를 하자...

"은광 맞아요."

아직 그녀의 안에 깃들어있던 암허슈트의 존재 때문에, 헬렌을 포함한 모두의 뒷골이 차갑게 식으며 모골이 송연해지고 저절로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페로 스스로도 이 권능에 놀라는데, 뒤늦게 암허슈트가 빠져나오더니 헬렌 옆의 로지를 보고 비꼽니다.

'아가씨의 명민한 두뇌를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기껏 생각한게, 동굴 속 타토이드 균사를 거의 절멸시키고, 수사닌은 몇년 동안 뻗게 만들고, 아가씨를 죽일 뻔한 자폭이었습니까?'

'노인네는 닥치시고.'

페로는 여기가 은광이 맞으며, 어쩌다보니 이리 됐다고 설명하지만... 다들 여기가 은광이라는건 납득해도, 암허슈트가 빠져나가자 평범한 고양이 소녀로 돌아온 페로를 무시하는군요.

"근데 넌 뭐냐?"

"야옹아, 오늘은 쥐 몇마리 잡았니?"

...백과사전의 정령이 넌지시 알려준 종족차별이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헬렌이 몸도 아픈 와중에 입아프게 설명도 해야할 것 같단 거죠.

669 엘리 - 진행 (ic2Jt92iQA)

2024-11-18 (모두 수고..) 18:02:41

@@>>651

"뭐, 낮에 좀 약해지긴 해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보통 낮이면 도시의 치안 역시 기능하니까. 심문관 비슷한 것이 정당한 권리로 심문하는 건 막을 수 없지만.

"흐음."

딱히, 귀족으로써의 자긍심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귀족 이전에, 목숨 협박때문에 곧이곧대로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은 꽤나 녹록치 않았다.

"마비 이상으로 해를 끼치는 약품은 아니겠지?"

그렇다고 대놓고 거절하기에는 죽을 것 같으니, 소심하게 이의를 제기해본다

670 헬렌 - 진행 (gTWa4TuU2s)

2024-11-18 (모두 수고..) 20:03:26

@@>>688

아무래도 암허슈트와 로지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다.

‘둘 다 싸우지 마요. 애써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두 정령의 말을 듣는 동안 페로가 광부들과 병사들에게 설명하는데, 영 들어먹지 않는 느낌이다. 결국 헬렌이 앞에 나서고 만다.

“페로 말이 맞아요. 도적들이 일부러 은광에 트리무스히드라, 그러니까 세 머리 뱀을 몰아넣고는 용병인 척 속여 돈을 받고 자작극을 펼치고 있었어요. 뼈에 피를 묻혀 놔둠으로 죽은 척 하고 계속 돈을 받을 속셈이었고요.”

그리고 저기 머리가 터져있는 도적들과 죽은 트리무스히드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리고 저와 이 친구가 같이 도적들과 저 뱀을 처치했어요. 어떻게 단 둘이서 저 많은 인원과 거대한 뱀을 물리칠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헬렌은 품에서 로렌스 가문의 인장을 보여주며 말을 잇는다.

“저는 로렌스가의 장녀, 헬렌. 정령사거든요.”

인장을 보여주는 행동 만으로도 팔이 욱씬욱씬 거린다. 얼른 여관으로 돌아가서 씻고 치료받고 자고 싶은데........

671 ◆MjRAeKhiz2 (zEGLdYuyWw)

2024-11-18 (모두 수고..) 20:20:11

>>669
"난 너한테 하라고 말했지, 질문하라고 한 적이 없어."

확실합니다. 이 '그슬린' 이단심문관은 이유야 어찌되었건 위겔 교수의 죽음을 원하고, 엘리 같은 제 3자, 그것도 뱀파이어 같이 죄를 뒤집어씌우기 딱 좋은 제3자의 손을 빌린 죽음을 원하고 있습니다. 화상 자국에 눈썹이고 입술이고 남아나지 않았지만, 엘리는 그 씰룩거리는 얼굴에서 분명한 감정을 파악합니다. 엘리가 인간들에게, 특히 일족 영지 바깥의 인간들에게서 익숙하게 느꼈던 감정... 살의입니다. 그슬린 이단심문관과 그처럼 그슬린 부하들이, 엘리의 미약한 이의에서 거절 의사를 읽었는지 그녀를 죽이려고 다가오지만...

땡그르르르.... 펑!

엘리의 발치에 웬 둥그런 깡통이 굴러오고, 깡통이 펑 하고 터지면서 주변을 자욱한 연기로 물들입니다. 괴한들이 콜록거릴 새도 없이, 아니, 엘리의 눈 앞이 연무로 뒤덮일 새도 없이... 눈 앞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납니다. 예마, 류드밀라를 수행하던 인간 하인 중 한 명입니다. 류드밀라는 엘리의 양 어깨를 팍 밀쳐 바닥에 넘어뜨리고는 연무 속에서 철퇴를 좌우로 마구 휘두르며 달려드는 광신도 하나를, 피의 세례를 받은 붉은 눈으로 뒤돌아보고는 칼로 그어버립니다.

"위대한 태양이여!!!!!!!!!"

"이런 씨...!"

하지만 그러기가 무섭게 옆에서 그슬린 이단심문관이 철퇴로 예마의 머리를 짓뭉개려는데, 이번에는 덩치가 나타나 이단심문관을 밀쳐버리고는 엘리에게 가까이 옵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하수구 뚜껑을 철퇴의 자루 부분을 지렛대 삼아 까서 열더니, 엘리를 그 안으로 끌고 가는군요.

"여기는 우리가 어떻게든 처리하겠습니다! 일단 지하로 숨으십쇼! 어두운 곳은 아가씨의 집이나 다름없잖습니까!"

에고, 세스타우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엘리는 지하에서 계속 살아갈 운명일까요?

672 ◆MjRAeKhiz2 (zEGLdYuyWw)

2024-11-18 (모두 수고..) 21:07:18

>>670
"이런 씨..."

페로가 뿌리 깊은 수인족, 특히 펠리네 수인족 차별의 설움을 느끼며 뒤로 물러나기가 무섭게 헬렌이 나섭니다. 비록 부상을 입긴 했어도 귀족 아가씨의 기품은 어디 가지 않고, 귀족의 옷은 찢어지고 더러워져도 귀족의 옷입니다. 의류의 재질과 품질에 상관없이 옷 한 벌 한 벌이 매우 귀하고 비싼 이 시대에, 귀한 옷 중에서도 매우 귀한 티가 나는 헬렌의 옷은 로렌스가의 인장과 함께 헬렌의 계급을 드러냅니다. 페로한테는 야옹이를 운운하며 종족 차별을 일삼던 이들이, 헬렌 앞에서는 갑자기 공손해집니다. 경비병들은 투구를 벗어 고개를 숙이고, 광부들은 검댕 묻은 얼굴로 귀족한테 인사를 할 수 없다는 듯 뜨거운 물로 세수를 하려다 얼굴과 손을 한 번에 데입니다.

"뜨아악! 뜨거워!"

"저 머저리들... 아무튼,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광부들과 경비병들은 트리무스히드라를 보고 탄성을 내지릅니다. 어떻게 저걸 죽일 수가 있냐, 역시 정령사는 다른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데 개중에 좋게 말하면 비판적인 사고를 할 줄 알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 없는 광부가 손을 들어 묻습니다.

"어... 그런데 뭘 어쩌다가 은광이 이렇게 됐습니까?"

//코멘터리: 너무 걱정하지 말 것. 상황이 좀 웃기게 되긴 했는데 아무튼 헬렌은 괴물도 조졌고 도적도 조졌으니 여기서 광부나 경비병들이 따진다면 도와줬더니만 보따리 내놓으란 꼴이고, 헬렌은 귀족 신분임. 그게 아니더라도 암허슈트나 로지 둘 중 하나가 이 상황에서 또 도움을 줄 수 있음.

673 아앨라나 - 진행 (hIRbok8zkI)

2024-11-18 (모두 수고..) 21:16:01


@@ >>661

그러한 일이 되었기에 저는 닐루, 그녀와 함께 어촌을 나와서 돌아가는 길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닐루 씨는 마음에 드시나요? 그녀가 먼저 나선 것이고 제가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요..."

가말라시엘 님의 그런 말에 저는 그렇게 물어보며 말했어요. 베스니가 확실히 나쁜면도 좀 있었지만 그래도 비교하기에 공평한 것은 아니었어요. 장인과 초보자를 두고 보면 당연하게도 초보자가 못 미덥다고 들 수밖에요. 닐루는 오랫동안 어촌을 지키는 일을 해왔던 것 같았어요. 그래도 베스니와는 나쁜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빠르게 흘러가는 풍경들 속에서 지나쳐 버렸던 새로운 일면을 볼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얼마 되지 않아서도 곁에서 함께하면서 그녀의 모습과 행동을 보면 그녀의 실력이 크게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베스니가 영 못마땅해 보였던 것 같은 가말라시엘 님이 보기에 이정도가 된다면 그 대비가 확연히 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좋아요, 그렇게해요"

저는 그녀의 그 말에 그리 대답하면서도 고개를 조금씩 움직여 주변을 살펴보았어요. 그것은 베스니와 여정과 지금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저에게 제대로 실감을 하게 해주었어요. 하루가 채 되지 않아서 저희는 벌써 어촌에 방문하기 전에 마주했던 물가에 다시 그 발을 딛게 되었으니까요

674 ◆MjRAeKhiz2 (zEGLdYuyWw)

2024-11-18 (모두 수고..) 22:55:17

>>673
'훨씬 마음에 들죠. 적어도 할 줄 아는 건 없으면서 떠드는 일은 없지 않습니까?'

가말라시엘은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뭐, 가말라시엘이 마음에 들어한 아앨라나와 비교해보면 베스니는 상극이긴 합니다. 아앨라나가 완전 과묵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앨라나가 가말라시엘에게 말하던 모든 것들은 검은 숲에 관한 것 같이 그녀 자신이 아주 잘 아는 것이었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고 말을 아끼는 좋은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베스니는? 아는 것은 따발총처럼 미친듯이 말하고, 모르는 것은 지어내서라도 아는 척하고, 진짜 모르는 것은 알 때까지 알려달라고 아주 미친 듯이 달려들었죠. 가말라시엘과는 상극일 법도 합니다. 가말라시엘이 한쪽 다리를 말다리로 바꾼 것도 엿먹어 보라고 그런 것일 텐데, 그걸 신기하다고 좋아한 시점에서 붙을 수도 있었던 정나미까지 뚝 떨어졌겠죠.

아무튼 넬루는 창을 등에 걸고, 마체테로 주변의 억센 풀들을 내리칩니다. 그리고 나무들 사이에 마체테로 꺾은 굵은 나뭇가지들을 침대 기둥 삼아 붙이고 억센 풀을 밧줄 삼아 엮은 다음, 그 사이에 풀들을 밧줄처럼 단단히 묶어서 임시 침대를 만듭니다. 넬루는 그걸 보여주면서 말합니다.

"오늘 밤은 벌레 걱정 없을 거에요. 마녀님의 제자니까 벌레를 쫓는 마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아니거든요."
//

675 ◆MjRAeKhiz2 (zEGLdYuyWw)

2024-11-18 (모두 수고..) 22:55:25

오늘은 여기까지

676 아앨라나주 (hIRbok8zkI)

2024-11-18 (모두 수고..) 23:04:04

진행 수고하셨어요!

677 헬렌 - 진행 (gTWa4TuU2s)

2024-11-18 (모두 수고..) 23:09:55

@@>>672

헬렌은 이런 대접이 익숙하다. 자신이 영시 내에서 어떤 사고를 치든 간에 영지민들은 공손하게 헬렌을 대했다. 그야 귀족이니까. 물론 영주인 백작이 한숨을 쉬며 배상을 하곤 했지만 말이다. 어느정도 합리적인 법률이 있는 로렌스가 임에도 계층이란 자연스럽게 존재했고 헬렌은 기득권층이었다.

“트리무스히드라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유황과 지하수를 이용해 폭발을 일으켰어요. 원래 위험성이 있는 광산이더군요. 채굴 중에 일어났다면 큰 인명 피해가 났을 텐데 다행이네요. 지금도 추가적인 폭발이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하길 바라요.”

힐긋 머리가 수박처럼 깨진 도적들을 바라봤다가 싱긋 웃는다. 겉으로는 웃는 모습이지만 심기가 영 좋지 않다는 것을 앞에 있는 이들이 모두 알 것이리라. 물론 채굴중에 이러한 폭발이 일어날 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냥 하는 말이다.

“저는 이만 치료를 받고 쉬어야 하니 뒷처리를 부탁하죠. 도적 잔당의 처리, 트리무스히드라의 사체 처리, 이 사건의 전말 등 모두 보고받고자 하니 허투루 처리할 생각 말고 꼼꼼히 임해주시길.”

도둑질을 한다고 손목을 자르는 동네이니 그냥 놔두다가 이상하게 처리가 될까 당부한 것이었다. 헬렌은 이만 은광을 나와 여관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피곤해......



/고생했다~~~

678 ◆MjRAeKhiz2 (sfZc1zVT4U)

2024-11-19 (FIRE!) 20:17:31

>>677
"...그, 그렇군요..."

광부와 경비병들은 상당히 떨떠름한 반응을 보입니다. 만약 헬렌이 일반적인 용병이거나 하급 귀족이었다면, 당장 "우리가 괴물을 쫓아내랬지 은광을 재난현장으로 만들랬냐"고 항의했을 게 뻔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들이 사는 사회는 태어날 때부터 씨가 다른 신분제 사회고, 헬렌은 백작인 것을. 그리고, 헬렌도 할 말은 많습니다. 어차피 유황 냄새가 자욱하던 것으로 보아 언제 어떻게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반대로 생각해보면 헬렌이 자기랑 페로만 들어가 있을때 터뜨린 덕분에 은광에서 수십명의 광부들이 통째로 폭살당하거나 매몰당하는 사태를 피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헬렌은 피곤한 몸을 질질 끌고... 여관으로 돌아갑니다.

"에구. 급사야! 여기 아가씨 짐 좀 들어드리고 그래라!"

여관 주인은 헬렌의 상태를 보더니 여급을 부릅니다. 여급들 중에서 제일 어려보이는 소녀가 달려오더니, 헬렌을 부축하고는 그녀에게 배정된 방으로 데려가고는, 헬렌이 원래 입고 있던 옷에 비하면 훨씬 못하지만, 헬렌이 지금까지 보았던 사람들이 입던 옷들보다는 확실히 나은 단정한 옷 한 벌을 보여주면서 말합니다.

"조금 허름할 수도 있지만... 저희 여관에서 빌려드릴 수 있는 최고의 여벌옷입니다. 일단 목욕재개...재계? 를 하시는 동안, 입고 계신 옷을 세탁해드릴까요?"

679 크론 - 진행 (bEGM81ka62)

2024-11-19 (FIRE!) 20:29:33

@@>>635

대체 어떤 것을 알려주는 것일지 기대하며 잭을 따라가자 도착한 곳은 공터였다.

으음..이런 방식의 교육인가.
잭이 나를 향해 밀어보낸 목검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한다. 과연 어떤 공격을 보여야 진심의 공격일까.

"그럼 지도 부탁드립니다. 조교님!"
'크론'은 허리를 숙여 목검을 잡고 그대로 일어선다.
아니, 그대로 일어나는 듯 보였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바닥에 놓인 목검을 슬쩍 땅에 찍고 단숨에 잭을 향해 날린다.
잭의 얼굴을 향해 흙과 모래 따위를 날려 시야를 가리고 바로 달려든다.

어찌 보면 비열한 속임수, '크론'이 보여도 되나 싶지만 잭은 이미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다면 어울리지도 않게 격식 차리기보다는 진심을 보이는 편이 나을 거다. 배우는 것도 더 많을 것이고.


//공지도 확인 완료!

680 ◆MjRAeKhiz2 (sfZc1zVT4U)

2024-11-19 (FIRE!) 21:19:15

>>679
"호오."

잭은 크론의 속임수를 마주치지만, 그렇게 놀란 느낌은 아닙니다. 잭 리거는 오히려 그러길 바랬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짓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나고, 크론이 자신의 안쪽으로 달려들자 달려들게 내버려둡니다. 그리고, 크론이 예상했던 대로, 잭은 노련하게 그 공격을 흘려냈습니다. 크론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도 전에, 잭은 크론이 안쪽으로 돌진하며 내지른 칼을 검으로 툭 내친 것만으로 궤적을 틀어버리고, 발을 걸어 크론이 공터를 구르게 만듭니다. 몇 바퀴를 구른 크론의 목젖에 잭의 칼끝이 들어서고, 잭은 크론에게 충고합니다.

"나머지는 마검학 시간에 배울 테니, 일단 중요한 거 두가지만 알려드리죠. 첫째, 동작이 너무 커요. 검술의 기본은 수 싸움이고, 상대방의 수를 읽어내거나 내 수를 속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숨겨야 하는데... 그러게 대놓고 수를 보여주면 최악이죠. 둘째,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힘이 너무 들어갔는데 정교하지가 않으면, 이렇게 상대가 조금만 변칙적으로 대응해도 완전히 넘어지니까요."

...라고 말하면서, 잭은 크론을 일으켜줍니다. 그리고는 그에게 웃는군요.

"그나저나, 크론 씨. 꽤나 난놈입니다? 어느 파벌을 편들고 싶진 않은데, 흑색 파벌에서 진짜 좋아하겠어요. 뭐 농담이고... 잘 해보세요."

...라고 말하고는 사라집니다.

이제, 크론은 입학 수속만 밟으면 되겠군요.

//오랜만이얌

681 크론 - 진행 (bEGM81ka62)

2024-11-19 (FIRE!) 21:52:12

@@>>680

잭의 반응을 보니 역시는 역시군.

그래도 이게 당장 내가 보일 수 있는 최선이니 어쩔 도리가 있나.
그렇게 잭의 발에 걸려 몇 바퀴 구르며 나는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이어 전해지는 잭의 충고에..아니 이거 맞는 말이긴 한데 이거만 알면 검술 낙제를 면할 수 있다고?
당장 내가 한두 마디 들었다고 실천할 수 있을까..? 아니 낙제 면하기에는 이미 충분하다는 말인가?

뭔가 이걸로 정말 충분한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흑색 파벌을 언급하는 잭의 이어지는 말에 그 생각을 더 이어갈 수 없었다.
흑색파벌..분명 신비주의자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런 놈들을 갑자기 왜 언급하지? 뭐..걔들도 비열한 거 좋아하나?

아니 그런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지..
결국 잭의 충고는 절제다. 동작도 힘도 너무 크다. 필요한 만큼만 최적으로..

나는 그렇게 잭의 충고를 머리로 되새기며 걸음을 옮겼다. 딱 봐도 아카데미로 보이는 건물로.

'크론'의 입학 수속을 진행할 때다.
//오랜만~어김없이 이쯤이면 나타난다고

682 헬렌 - 진행 (7317oq.HXM)

2024-11-19 (FIRE!) 22:29:51

@@>>678
헬렌은 떨떠름한 사람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피곤한 몸을 질질 끌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어린 여급 소녀의 시중을 익숙하게 받으며 헬렌은 방으로 들어갔다.

“응, 부탁할게. 그리고 내가 씻고 나오면 바로 치료를 할 수 있게 의사나 치료사를 불러줘.”

곰팡이들이 응급처치를 해주었다지만 확실히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씻고 치료를 받고 나면 한숨 자야지. 몸이 아프고 피로한 것도 그렇지만 머리가 더이상 무리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 같다. 멍한 느낌. 그러고보니 페로하고 제대로 인사를 못하고 왔는데. 광부들한테 마차값은 받았으려나. 못 받았을지도.......

683 ◆MjRAeKhiz2 (sfZc1zVT4U)

2024-11-19 (FIRE!) 22:31:04

>>681
크론이 아카데미로 보이는 건물을 찾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역참은 모든 게 잘못되고 거지같은 국경에서 그나마 건물같은 건물을 보고 대충 저게 역참이겠거니 했는데 정말로 역참이었죠. 여기서도, 당연히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졸졸 몰려가는데다가 엄청 커보이는 곳이 상식적으로 아카데미 입학처겠죠. 그리고 크론의 직감은 맞아떨어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입학 수속을 밟으러 오라고 외치는 직원들의 목소리와, 이리저리 안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그러고보니, 헤르타 선배는 어디에 있대?"

"아마 위데르 언니랑 같은 기숙사 쓸 걸? 그나저나 여기 말이지..."

...크론은 문득, 수많은 이들 사이에서 혼자라는 생각에 빠집니다. 이 많고 많은 이들 중에, 크론처럼 특별한 일행 없이 혼자 다니는 이는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누구는 이미 아카데미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누구는 동향 사람을 만났다며 벌써 입학 수속을 다 마치고 술 먹을 계획까지 세웠고, 그게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두런두런 이야기 정도는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크론은... 뭐...

솔직히 생각해보면 그랬습니다. 크론의 삶에 친구라는 건 없었습니다. 부끄러울 일은 절대 아닙니다. 친구 없는 게 욕인 건 이곳에서나 그렇지, '크론'이 원래 살던 지옥 같은 곳에서, 친구는 '이상할 정도로 배신을 안 하는 놈' 정도의 뜻이었으니까요.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만들면 될 일입니다. 바로 이곳, 아카데미에서 말입니다.

입학 수속은 크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간단했습니다. 오히려 경비병한테 입학증을 내미는 게 더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크론은 기숙사 열쇠와 입학시험 일정이 적힌 종이를 받은 후 돌아섭니다. 입학 시험은 다음날이니, 일단은 다른 일부터 신경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크론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러 정보를 알게 됩니다.

일단 크론이 당장 가볼 수 있는 건 마법용품점이나 식당들 따위가 몰린 상점가, 크론의 방도 있을 기숙사, 그리고 지금 당장은 문도 안 열렸겠지만 각 대학의 학부들, 독립 동아리 홍보회가 열리고 있는 광장 정도가 있겠군요. 가까이에는... 할 일이 없는지, 가만히 학생들 몇몇이 앉아있는 분수가 보입니다. 아까 전에는 보이지 않던 크론과 비슷한 외톨이입니다. 어떤 마녀 모자를 쓴 여자는 크론이 보기에도 친구가 없을 법한 행색이고, 한 소녀는 마치 북극의 빙산이 자아를 얻은 것처럼 희고 푸른 머리칼과 흰 살결을 가진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녹아가는 북극곰 한 마리와 함께 앉아있고, 어떤 남자는 생긴 건 멀쩡하다 못해 멋진데 허공에 대고 알아들을 수 없는 지리멸렬한 단어를 마구 쏟아붓고 있군요....

//찐막. 다들 잘자.

684 ◆MjRAeKhiz2 (sfZc1zVT4U)

2024-11-19 (FIRE!) 22:41:23

>>682
고기도 씹어본 사람이 잘 알고, 시중도 받아본 사람이 잘 압니다. 헬렌 같이 백작가 영애씩이나 되어서 격식 따위 집어치우라고 말한다면, 오히려 시중을 들어야 하는 사람이 더 피곤해집니다. 왜냐고요? 어디까지고 선이고 어디까지고 무례인지가 더 모호해져서 모시는 게 더 고역이거든요. 역사적으로, 수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격식 없는 이미지를 표방하던 모든 왕족과 귀족 중에 실제 문자 그대로 격식 없는 아랫것을 참아준 이들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이건 오히려 헬렌이 배려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헬렌은 방 안에 딸린 욕실로 들어갑니다. 욕실에는 뜨거운 물이 받아진 욕조가 있고, 물이 뜨겁거나 차가우면 당기라고 걸어놓은 밧줄이 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기계 장치는 아니고 아마 당기면 급사가 있는 다른 방에 연결된 종이 울리면서 차가운 물을 흘리거나 더운 물을 호스에 붓는 정도겠지만, 그래도 이 여관에서 가장 좋은 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헬렌은 귀족 작위와 지불한 방값에 걸맞은 당연한 호의를 누리면서 몸을 씻어내고, 몸에 달라붙은 페실린 곰팡이들을 비누로 닦아내자 그새 딱지가 앉은 것을 발견합니다.

아무튼 헬렌은 목욕을 끝마치고 상쾌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치료사나 의사가 아니라 여급이 우물쭈물하며 서 있군요.

"죄, 죄송합니다. 아가씨... 지금 의사들은 전부 은광 복구 작업에 나가서 대기중이고, 약초사들은 영주님 댁에 조산사 일을 보러 갔다고..."

...라고 말하는데, 뒤에서 누가 문을 두들기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군요.

"나도 약초사 겸 외과의사 겸 이발사인데."

쫑긋쫑긋한 귀에 이곳저곳 두들겨맞은 흔적, 아까 전까지만 해도 함께 목숨걸고 싸운 페로입니다. 능력 좋은 도적에 약초사 겸 의사라니, 설정 과잉이군요.

//
찐찐막!!!

685 아앨라나 - 진행 (C9aWm/AWms)

2024-11-19 (FIRE!) 23:18:13


@@ >>674

"그런가요,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을 본다면 그렇게 좋은 평가를 주는 것도 맞겠네요"

저의 물음에 가말라시엘 님은 그렇게 대답해주었고 저는 그것에 긍정하고는 그렇게 말했어요. 지금 함께 하는 넬루와 날리, 여러가지 의미에서 베스니는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 였어요. 넬루가 숲의 역사에 속하는 사람이기에 더 뛰어나다는 것도 있으니 차이는 클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에 비하면 저로서는 베스니에 대해서 그렇게 평가가 심하지는 않았어요. 말하자면, 장점과 단점의 차이가 확연한 사람 이였고 좋게 볼 수 있는 면모도 있었다. 정도의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의 성격과 그로 인한 행동은 저마다 다르고 다양하겠지요. 이렇게 경험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에요

"그렇네요,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넬루 씨가 보여주는 것 또한 좋은 기술이시고 이는 멋져요"

그리고 저는 그녀가 즉석에서 초목으로 엮어내 만들어낸 좋아 보이는 잠자리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완성 되었을때 저는 손바닥을 살짝 몸에 가까이 가져대면서 손뼉을 치는 시늉을 해 보이며 그와 함께 눈웃음을 한번 지어 보이고는 그렇게 말했어요

686 아앨라나주 (C9aWm/AWms)

2024-11-19 (FIRE!) 23:21:33

수고하셨어요~
이번에는 꽤 늦어버렸네요

687 헬렌주 (7317oq.HXM)

2024-11-19 (FIRE!) 23:57:30

고생했어 캡~~

688 헬렌 - 진행 (xTp8/dVho6)

2024-11-20 (水) 08:49:12

@@>>684
헬렌은 집을 나오면서 여러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생각하며 나왔으나 그래도 역시 몸에 익은 호사를 마다할 이유도 없고 누릴 수 있으면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서 등불을 바꿔가며 지원해준 돈을 언제까지고 펑펑 쓸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돈을 벌긴 해야했다. 헬렌은 몸을 씻으면서 백과사전 정령에게 묻는다.

‘트리무스히드라의 사체 중에 팔아서 돈이 될만한 게 있을까?’

생각따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그래도 피로가 조금은 풀리는 모양이었다.

몸을 씻고 나오자 여급이 우물쭈물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런 사정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나저나 영주님 댁에 조산사 일을 갔다는 것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기 영주가 누구시지?’

본래 잠깐 들렀다가 지나갈 곳이어서 딱히 영주와 같은 이들을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거한 사고를 치기도 했으니 인사를 한 번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임산부가 있다고 하니 남동생을 출산 후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 남일 같지 않다.

그나저나 치료는 어떡하지? 그냥 자야하나, 생각하던 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페로다!

“페로! 난 네가 쉬러 갔거나 마을을 떠났으려나 했는데! 얼른 들어와.”

헬렌은 여급을 내보내고 페로를 방 안으로 들였다. 방 안에 비치되어 있는 테이블과 의자에 자리를 권하곤 헬렌도 마주 앉는다.

689 ◆MjRAeKhiz2 (/Jb.zpbh/o)

2024-11-20 (水) 15:47:11

>>688
"이제 곧 떠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아가씨 싸우는 걸 보니, 생각이 좀 바뀌어서."

페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와서는, 능숙하게 헬렌의 상처를 위아래로 눈으로 슥 훑습니다. 굳이 손볼 필요도 없는 가벼운 부상부터 연고 좀 바르면 될 부상, 그리고 부목 정도는 대 줘야 할 부상까지 대충 견적을 확인하던 페로는 스스럼없이 가까이 다가오고, 페로의 펠리네 수인 특유의 세로 동공이 가까이에서 헬른의 몸을 훑고, 고양이 귀가 쫑긋거리면서 헬렌의 몸에서 부상을 발견할 때마다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듯 반응하는 게 눈에 띕니다. 페로는 헬렌 그녀 자신도 목욕하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부상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적절한 처방들을 제시합니다.

"어디보자. 이 정도 상처들은 아마 별 일 없이 나을 거에요. 이 찰과상은 좀 크긴 한데... 아마 흉터만 좀 남고 끝날 거고, 흉터 남는 거 싫으면 독한 술로 한번 상처 씻은 다음에 돼지 기름이건 소 기름이건 동물 기름을 잘 정제한 걸 바르고 그 위에 붕대를 덮으면 될 거에요. 그리고... 에구, 이 정도면 뼈가 금 갔을 텐데."

쯧쯧, 페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힐끔 헬렌을 쳐다봤다가 제 양 뺨을 짝짝 칩니다.

"아유, 내 정신 좀 봐. 그렇게 큰 돈자루를 생각없이 끌고 다니는 귀족 아가씨한테 그깟 치료비가 없을까... 조금만 기다려봐요. 부목 가지고 와도 될까요?"

헬렌은 이야기를 하려고 들여보낸 건데, 페로는 이야기고 뭐고 일단 치료부터 하려는 것 같군요.

690 ◆MjRAeKhiz2 (/Jb.zpbh/o)

2024-11-20 (水) 16:20:39

>>685
"아무래도, 우리는 대단한 마법 같은 건 없으니까요..."

넬루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다시 창을 꺼내듭니다. 그리고 부우우우ㅡ 하는 소리와 함께 옆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숲 특산의 사람 머리통만한 말벌을 푹 찔러서 바닥에 꽂아버린 다음, 마체테를 꺼내 여러번 내리쳐 으깨 버리는군요. 마치 잡초를 베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살벌한 맹수의 숨통을 끊어버린 넬루는 아앨라나에게 먼저 잘 것을 권합니다.

"먼저 주무시죠. 저는 뭐... 맨날 하는 게 이거라서, 아마 다섯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에요."

확실히, 걸어다니는 짐짝과 다닐 때보다 훨씬 편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앨라나가 베스니와 함께 있을 때도 경보 마법을 걸어두긴 했지만, 지금은 경보 마법에 더해 한 사람이 계속 깨어서 감시한다면 자다가 칼 맞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691 아앨라나 - 진행 (I8giHMAIoQ)

2024-11-20 (水) 18:54:10


@@ >>690

"아무래도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타고난 능력에 영향 받는 경향이 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저도 올바른 배움이 없다면 제대로 실현할 수 없었겠지요"

그녀가 하는 말에 저는 담백한 느낌으로 두 눈을 반쯤 감으며 말했어요. 마법이라는 것은 마력을 통해 세상 그 자체가 정한 규칙을 타협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이 불꽃을 피워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에 대한 대답을 다르게 할 수 있어요. 마녀 님이 거둬 주시지 않았다면 저의 이런 재능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을 거에요. 마녀 님이 저에게 뛰어난 재능이라고 하시면서 마법을 배우고 성공적으로 실천했을 때 제가 해낸 결과와 칭찬 받은 것에 정말 기뻤답니다

"또 한 번 훌륭한 솜씨이었어요"

그러다가 저에게 어떤 소리를 들려오는 듯하더니 그와 함께 그녀가 창을 들고는 보이는 것은 어느새 곁에 다가오던 보통 숲 큰벌 이라고 이름지어 부르던 위험한 생물이었어요. 그것은 그녀의 재빠른 공격에 짓이겨지는 것이 아니던가요? 저런 위험한 생물을 이렇게 능숙히 제압하는 것을 그 앞에서 보았던 저는 그녀에 대해서 갈수록 크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는 살짝 움츠리고 있었다가 이번에도 눈웃음 지으며 그녀에게 칭찬하며 말했어요

"제가, 그래도 될까요? 그렇다면 그 배려에 감사히 잠자리에 들도록 하겠어요"

이후에 그녀가 저에게 먼저 잠들 것을 권하는 것에 그렇게 되물어보듯이 말했어요

692 ◆MjRAeKhiz2 (/Jb.zpbh/o)

2024-11-20 (水) 21:30:00

>>691
"편히 주무세요."

'편히 주무시길. 사도님.'

믿음직한 경비병과 믿음직한 지팡이(?)의 가호 아래, 아앨라나는 잠에 듭니다. 그녀의 등허리가 임시 침대에 뉘이는데, 억센 갈대를 대충 엮어 만든 것치고는, 아니, '것치고는' 이 아니라 그냥 다른 침대나 해먹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꽤나 잘 만들어졌습니다. 중간에 막대기를 적절한 곳에 잘 엮은 덕분에 아앨라나의 체중을 잘 지탱하고 있습니다. 아앨라나는 어두워지ㅕㅁ 점점 나타나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다가 스르르 잠에 들고... 찌르르르 우는 풀벌레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소리,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잎 소리는 그녀를 위한 자장가가 됩니다. 그리고...

"...아앨라나 님, 아앨라나 님. 교대할 수 있을까요."

외부의 시계 기준으로 말하자면 새벽 4시쯤, 슬슬 날이 밝아질락 말락 하던 시간대쯤에 넬루가 아앨라나를 깨우며 말합니다.

"앞으로... 해가 뜰 때까지만 조금 잘게요."

넬루는 저녁부터 지금까지, 진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모양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693 헬렌 - 진행 (xTp8/dVho6)

2024-11-20 (水) 22:17:04

@@>>689
헬렌은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페로의 진찰을 받는다. 능숙하게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을 보니 꽤나 실력이 있는 것 같다. 눈을 깜빡이며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부탁할게. 가는 김에 흉 안지게 술하고 기름, 붕대도. 아마 여급한테 말하면 될거야.”

일단은 치료를 받고 나서 페로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난 뒤에 대화를 나눠야 될 것 같다. 페로의 말처럼 일단 돈은 있으니까 말이다.


/고생했어 캡~

694 엘리 - 진행 (8eWOEicBWQ)

2024-11-21 (거의 끝나감) 10:34:07

@@>>671

"너희들은 앞으로 나를 모욕할 때 모기 대신 두더지라고 해도 좋아."

광신도들을 돌아보고 말한다. 왜, 모기는 적어도 땅 위에선 살지 않는가. 이게 두더지야 뱀파이어야!

덩치의 이끎에 저항하지 않고, 하수구 속으로 들어가— 우선 주위를 살핀다

'대학도시라면, 하수처리라도 잘 되지 않았을까?!'

음, 음. 적어도 냄새라도 좀 덜 났으면 한다.

695 크론 - 진행 (VRMyhWwDJE)

2024-11-21 (거의 끝나감) 12:19:16

처음 보는 건물들 투성이여도 뻔한 구석도 있군.
결국 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몰려가는 있어보이는 건물. 그 이상 가는 아카데미 설명이 있을까?

그렇게 진입한 아카데미 속 풍경은 위기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아무래도..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인지 이미 연이 있어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서 자신은 홀로 아무 연고도 배경도 없으니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하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런 걱정을 하던 와중에 어찌된 일인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입학 수속은 끝나버렸다.
그래..이게 열쇠고 이게 일정..아무튼 내일이라 이거지.

그렇게 복잡한 머리로 이제 어디를 향해야 하는 생각하던 나의 눈에 동류..라고 하기에는 과하겠다만 외톨이들이 보였다.

어째 저렇게 약속이라도 한듯 분수에 모여 앉아서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는지. 그들 사이에 있으면 '크론'은 아무 개성도 없..
응? 아 그래.

그렇게 '크론'은 그 외톨이들에게 향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으로, 괴짜를 숨기려면 괴짜들 속으로.
무엇보다 아직 적절한 '크론'의 설정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니..
저 외톨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 설정이 '크론'에 붙어야 아무 연고도 배경도 없이 아카데미에서 외톨이로라도 지낼 수 있을지 감이 잡힐 것 같았다.

696 ◆MjRAeKhiz2 (dqZPomHRts)

2024-11-21 (거의 끝나감) 14:45:36

>>693
페로는 금방 갔다가 올라옵니다... 옥신각신하는 소리와 함께요. 바깥에서 여관 주인과 페로가 시비가 붙은 것 같습니다.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들으라고 달린 귀가 듣는 걸 뭐 어쩝니까.

"거 참 의심 많네. 여기 아가씨가 돼지기름, 붕대, 독주 자기 앞으로 달아서 가져오라고 했다니까?"

"그래, 야옹아! 니가 그 귀족 아가씨 하인이면 나는 악룡 때려잡은 방랑기사다!"

"아 나 이 씨, 아저씨. 나도 돈 내고 방 쓴 손님이고, 지금 이 아가씨 유일하게 고칠 수 있는 사람이라니까?"

"발정난 고양이 새끼마냥 시끄러워서는. 야, 집어치워!"

그 격한 언쟁이 무색하게, 아주 정중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여관 주인이 이야기합니다.

"아가씨. 아무래도 동네에 잡놈들이 냄새를 맡았는지 아가씨를 팔고 있습니다. 경비대를 불러드릴까요?"

뭐... 만약 진짜 부른다쳐도 엿되는건 주인장일 텐데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된 모양입니다.

697 헬렌 - 진행 (/WFu8Xqb/o)

2024-11-21 (거의 끝나감) 15:51:48

@@>>696
헬렌은 밖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들어보니 페로가 종족 차별을 당하고 있는 소리였다. 결국 여관 주인이 와 사실을 확인하려 한다. 헬렌은 언짢은 기분으로 말했다.

“제 친구이니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주인장. 제가 부탁한 게 맞으니 그 말대로 하시고요.”

헬렌은 한숨을 내쉰다. 세상이란 참 불공평한 것이 많다. 타고나기를 귀한 피가 있는 것처럼 그 반대도 충분히 있을 수 있음에도 헬렌은 이러한 상황 자체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것은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니까. 특히 타고나길 대접받는 사람의 눈에는 말이다.

698 아앨라나 - 진행 (fYgAreinQs)

2024-11-21 (거의 끝나감) 17:16:58


@@ >>692

저는 그렇게 그녀의 배려에 감사히 여기며 그녀가 만들어 준 잠자리를 제대로 즐겼어요. 자연은 매번 많은 은혜를 내려 주지만 그것으로 무언가를 실제로 하기 위해서는 그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해야해요 그녀는 이것을 잘 알고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고 저는 보았어요. 그렇게 저는 편안하게 풀에 안겨서 하늘을 덮어서는 잠에 빠져들었어요

"그럼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차례에요"

그리고는 그녀가 말했던 시간이 되었을까요? 저는 그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잠에서 깨어났어요. 저는 눈가를 비비면서 자리에서 숲의 사이에 스며들어 비추는 빛들을 알아보고 일어나 그녀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어요

"넬루 씨가 저를 지켜주신 것처럼, 이번에는 제가 지켜드릴게요. 그러니 좀 더 주무시는 것은 어떠세요?"

제가 지금까지 그녀가 저에게 보여준 것처럼 한눈에 잘 보이는 성과를 내보이며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것이라면 저도 해볼 수 있겠지요.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못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좋은 것은 아무런 일도 없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제안해보았어요

699 ◆MjRAeKhiz2 (Qj6IwgZ15Q)

2024-11-21 (거의 끝나감) 19:07:38

>>694
지하수로에 들어간 엘리의 첫인상은, 긴 문장도, 한 문장도, 하다못해 한 마디도 필요없고 한 글자면 충분합니다. 엘리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속으로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엥.

엘리가 알기로, 그리고 다른 모든 지성 있는 이들이 알기로 지하수로는 그냥 더럽고, 어둡고, 위험한 것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입니다. 세스타우처럼 식인을 교리 삼는 교단과 고블린, 랫킨의 3파전과 좋다고 도축 부산물에 인육을 섞어 내보내는 정신나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하수로 따위의 하수도 시스템이 정비된 동네 사람들이라면 다 공유하는 이미지인데, 이곳은 딴판입니다.

햇빛의 암막이 풀린 엘리의 밤눈이, 촛불 램프 너머의 초췌한 얼굴을 바라봅니다. 금 간 안경을 밧줄로 이어붙여 쓴 사내의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입은 옷은 허름하지만 위에서 본 학사복이 해진 것과 비슷합니다. 그 너머에는, 수많은 침침한 촛불들 사이에 모인 이들이 로브를 쓴 채 이곳을 바라보고 있고... 웬지 모르게, 수로 주제에 물이끼 좀 낀 걸 빼면 이상할 정도로 깨끗합니다.

엘리를 뒤로 하고, 티호미르가 신원을 밝힙니다.

"나야, 티호미르. 소고기 먹고 싶댔지? 그럼 소고기 값 좀 해."

그러자 사내가 씩 웃으면서 엘리를 바라봅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환영합니다!"

700 ◆MjRAeKhiz2 (/7Sxx8yykI)

2024-11-21 (거의 끝나감) 22:27:10

>>695
일단 행색 추레한 마녀는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 넘어갑시다. 흰 눈 같은 소녀도 별 말 없이 앉아있는데, 옆에 있는 북극곰에게 분수의 물을 떠서 부어주고 있습니다. 흰 북극곰은... 곰이라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곰을 처음 보는 크론이 척 보기에도 참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으로 헥헥대고 있습니다. 그럴 법도 합니다. 크론 같아도 온 몸에 10cm 두께의 지방층과 털로 된 코트를 입고 그걸 벗지도 못한 채로 이곳에 있어야 한다고 하면... 아마 몇 시간도 안 돼 차라리 교수형을 집행하라고 빌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물을 붓고는 있는데... 이거, 그리 신통찮은 모양입니다.

"그르르르륽..."

그리고 옆에서는, 생긴 것'만' 멀쩡한 남자가 공염불을 외고 있습니다.

"뚫지 못하는 가슴팍, 그런데 나는 돈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빨간 색을 좋아해. 하늘에 파란색이 보인다. 내가 대못 세 개를 열 번이나 다섯 번씩 먹어버렸다..."

...이거 뭐... 그나마 대화가 통할 만한 사람은 앞의 마녀와 북극곰을 식히고 있는 소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701 ◆MjRAeKhiz2 (/7Sxx8yykI)

2024-11-21 (거의 끝나감) 23:55:33

>>697
"아."

여관 주인은 그 이야기를 듣자 자신이 한참 실수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바로 뒤돌아서서 꾸당탕 뛰어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렌이 '직접' 요구하고 나서야 갖다줄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아무튼 여관 주인은 급사와 함께 헉헉대며 올라오더니 돼지기름과 독주, 붕대를 가져옵니다... 아니, 돼지기름이 맞긴 합니까, 이거? 돼지기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제된 수준의 고형 기름, 뚜껑을 따기만 해도 취할 것 같은 수준의 독주, 그리고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붕대까지. 최상급품들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페로는 헬렌과 여관 주인을 번갈아보더니 말합니다.

"진짜 귀천이 다르다지만 이건 너무한... 아니, 아니다. 이 아가씨는 그럴 법도 하네."

과연 그렇습니다. 백작가의 딸의 심기를 별것도 아닌 이유로 거스르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여관 주인은 척 봐도 방 며칠 값은 될 이 물건들을 '서비스'로 그냥 준답니다.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제가 이 특등실의 기능을 설명드리는 것을 잊었군요. 여기 이 밧줄을 당기시면, 밑에 있는 급사를 부르게 될 겁니다. 무조건 1명은 대기하니 반드시 올라올 겁니다. 다음부터는 불러주시면 저희 여관 땅문서 집문서 빼고 뭐든 다 구해드립죠. 헤헤..."

...라고 말하고는 사라집니다. 페로는 그걸 보더니, 으쓱 하고는 일을 시작하지만... 축 처진 고양이 꼬리와 귀가 그녀의 감정을 설명해줍니다. 뭐,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저딴 꼴 겪었는데 기분 좋을 인간 있으면 나와보라 하십쇼. 페로는 헬렌의 흉진 상처에 독한 술을 붓고, 따끔한 느낌이 가시기도 전에 그 위에 돼지기름을 바른 후에 바로 붕대를 꽉 묶습니다. 그리고 부목을 팔에 댈 때는 그렇게 저도 모르게 푸념하는군요.

"고향집에서는 고양이 같지가 않다고 지랄, 여기서는 고양이 같다고 지랄..."

702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00:04:21

>>698
"그럼 부탁 좀 할게요. 흐아암..."

넬루는 아앨라나의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임시 침대 위에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잠에 드는데, 새근새근 잘도 잡니다. 아앨라나가 정확히 시간을 재본 것도 아니지만, 아무리 길어도 2분은 지났을까 싶을 때쯤에 넬루는 이미 잠에 들었습니다. 넬루가 날밤을 까면서 경계를 선 탓에 지친 것을 고려하더라도, 신기할 정도로 빠른 속도입니다. 아마, 언제 또 잘 수 있을지 모르는 극한의 상황이, 언제든 두 발 뻗고 쭉 잘 수 있을 때만큼은 펑펑 잘 수 있게 만든 거겠지요... 앨리스의 초대로 꿈 속에서 앨리스가 만든 '기억의 궁전'에 처음 진입해서 읽어본 책은 '수면'에 대한 책이었고, 그 책에는 인간이 '눕자마자 바로 숙면에 들고 단 한번도 깨지 않는다면, 이론상 4시간의 수면만으로 완벽한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꽤나 편하게 자고 있겠지요.

아앨라나는 그 동반자의 숙면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햇빛이 완전히 뜰 때까지 버텨보기로 합니다. 그 때... 가말라시엘이 말을 거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도님... 플라베르흐 사람들과 계약할 때, 인신공양으로 얻고 힘이 만약 남았으면 그것을 플라베르흐를 위해 써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뭔가... 좀 으스스한 목소리로, 가말라시엘이 말을 잇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힘이 남아있는데, 이걸 지금 사도님 옆에서 자고 있는 넬루를 위해 쓴다면... 이것 역시 플라베르흐를 위한 게 아닐까요?'

음... 뭘 하려는 것이건 간에, 아앨라나는 그 저의와 정확히 뭔 행동을 하려는 것인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도와준댔더니 베스니 다리 한 짝을 말다리로 만들어버린 놈이니까요.

703 헬렌 - 진행 (DoLM31gEwE)

2024-11-22 (불탄다..!) 10:05:27

@@>>701

헬렌은 여관 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제 지위에 대해 다시금 실감했다. 로렌스 가문의 영지에도 지위고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능력에 따른 인재 채용에는 적극적인 편이었기에 로렌스가의 기사들 중에는 천출 출신도 있었다.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헬렌인 만큼 페로의 출신에 대해서도 신경을 덜 쓰고 그 능력에 집중하는 것이기도 했고.

확실히 마법사를 쓱싹해버린 것도 대단하고, 지금 붕대를 감고 치료하는 손도 야무지다.

“고향집에서 고양이 같다는 건 어떤 의미인데?”

헬렌은 얌전히 치료를 받으면서 궁금증에 묻는다. 헬렌은 페로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전투 기술은 누구에게 배운 건지, 동굴 안에서 마법사를 해치울 땐 어떻게 한 것인지, 당시 정령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모습이었는지, 치료에 대한 건 어떻게 배웠는지, 더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

704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2:53:40

>>703
"뭐어, 말 그대로, 고양이 같다는 거에요."

그렇게 말하는 페로의 귀와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이, 페로 대신 끼어들어서 페로는 치료나 하게 내버려두고 대신 헬렌에게 설명해줍니다.

'주류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받는 수인족도 그 수인족 공동체 내에서 소득과 자산, 출신지와 계급, 성별이나 종족, 생김새 등에 따라 다양한 차별과 소외를 겪습니다. 예를 들어, 보름달 수인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이족보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물과 다름없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반달 수인은 동물이 이족보행을 하는 듯한 외견을 가지고 있으며, 초승달 수인은 인간의 외견에 동물의 귀, 꼬리 등이 달려있는 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중 보름달 수인은 위대한 달과 야생의 축복을 동시에 받았다고 공경받으나, 초승달 수인은 대부분 인간과의 통혼 또는 돌연변이로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들의 차별에 분노하는 수인족 공동체 내에서는 잠재적 배신자로 적대받거나 경계인으로 배척받습니다.'

...라는군요. 아마 고향집에서는 인생긴 건 인간인데 고작 고양이 귀랑 꼬리만 달린 주제에 동족 행세를 한다고 싫어했을 거고, 여기서는 도둑질에 능한 펠리네 수인족이라고 일단 차별하고 봤을 거고... 헬렌이 그런 종족 차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그간 접했던 책이나 연극에서 펠리네 수인족 인물들은 대부분 도둑질이나 비겁한 일면을 가졌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할 겁니다.

705 헬렌 - 진행 (DoLM31gEwE)

2024-11-22 (불탄다..!) 13:47:57

@@>>704

“그렇구나.”

헬렌은 백과사전 정령의 부가 설명에 더욱 깊게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한 점은 많지만 아직 친하지 않으니 꼬치꼬치 묻기도 그래서 헬렌은 얌전히 치료를 받는다. 반복적으로 붕대를 감거나 부목을 대는 과정은 뭔가 머리를 손질받는 것과 같은 느낌이 있어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다.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지만 여기 손님으로 묵고 있는 거야? 오늘 당장 출발할 게 아니라면 같이 저녁 식사 어때? 오늘 도와준 것도 너무 고맙고 해서 내가 대접하고 싶은데...... 지금은 좀 피곤해서 조금 있다가.....”

갑작스런 전투와 그 난리를 치고 여관에 와 씻고 치료도 받으니 긴장이 풀려 얼굴에 졸음기가 가득 몰려든다. 물론 티를 안 내려고 노력 중이지만.

706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4:19:11

>>705
"백작 영애와의 저녁 식사라... 좋아요. 저도 할 얘기도 좀 있고..."

페로는 치료를 다 마치고 나서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치료비는 나중에 계산하겠다면서 조용히 문을 닫고, 헬렌은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 기절하듯 침대에 누워버립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오늘 헬렌이 당한 일을 생각해봅시다. 아침에는 뜬금없이 돈자루를 도둑맞아 쫓아다녔고, 점심에는 광산을 돌아다니다가 오후 시간때쯤에 광산을 폭파시켜서 유황 온천으로 개장해버렸고,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하마터면 중상이나 사망사고까지 날 뻔했으니까요. 그런데 당연히 안 자고 배깁니까?

새근새근, 새근새근... 피로 앞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밑층의 술 마시는 소리마저도 그저 자장가에 불과할 뿐. 헬렌은 잠에 들고...


똑똑똑


노크 소리가 헬렌의 잠을 깨웁니다.

"실례합니다. 아가씨. 급사입니다. 저녁은 어떻게 준비해드릴까요?"

707 아앨라나 - 진행 (1t6E4J8L7I)

2024-11-22 (불탄다..!) 17:53:09


@@ >>702

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 같은 그녀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그녀가 풀의 침대에 누웠고 빠르게 잠들었어요. 엄청 피곤하셨나봐요. 경계심을 한껏 세워 밤을 지새우게 된다면 체력의 소모가 보통보다도 크겠지요? 그러니 이렇게 되겠지요. 아니면, 이것도 그녀가 어촌을 지키는 전사로서 훈련한 기술 중에 하나 일수도 있겠네요. 제가 알고 있는대로 된다면 그녀가 몇 시간 동안 깨어나지 않고 잠들 수 있다면 체력을 제대로 회복할 수 있을 거에요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넬루 씨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면 그때 해보도록 해요"

그렇게 해서 저는 잠깐 하늘을 향해서 흘깃 바라보며 그 빛이 숲에 들어서는 것과 함께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으면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그리 설명하며 말하였어요. 저는 그 말에 긍정하면서도 그렇게 대답했어요. 그녀는 어촌의 주민이고, 주민들과의 약속은 주민들을 위해서 쓰는 거에요. 즉, 주민인 넬루 씨가 알고 받아들인 다음에 하는 것이 맞는 거겠지요. 그때 의식을 거행할 부터 저는 주민들에게 이를 알리고 그들의 선택을 기다렸어요. 이후 그들은 결정했고 저는 의식을 실행하여 그들의 목적을 이루는데 힘을 사용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무엇을 하려고 하시나요?"

이어서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물어보았어요. 어촌의 주민들로부터 남겨진 힘을 사용하여 넬루에 도움이 될 것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708 헬렌 - 진행 (DoLM31gEwE)

2024-11-22 (불탄다..!) 18:31:56

@@>>706
페로와 저녁 약속을 잡고 헬렌은 그대로 뻗어버렸다. 꿈도 없는 깊은 잠. 하루동안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고 정신 없이 지나갔다. 그렇게 잠들었던 중 똑똑 노크 소리가 잠을 깨운다. 벌써 저녁 때인 모양이다.

“저녁은 2인분으로 부탁해. 준비를 마치면 여기 묵고 있는 고양이 수인 여자애인 페로를 불러와주고.”

몸을 일으키며 눈을 비빈다. 그래도 잠을 자고 나니 몸이 한결 낫다.

709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9:02:19

>>707
"뭐어... 예를 들어서, 이 검은 숲 어디선가 다가오는 위험한 괴물을... 제 존재를 지팡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이 현실에 현현시키는 방식으로 쫓아낸다면, 그렇게 해서 넬루 씨를 지킨다면... 사도님이 약속을 지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시다시피, 넬루는 플라베르흐의 유능한 경계병이니까요."

이야기만 들어보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앨라나의 뛰어난 지성이 말해주건대, 그녀의 촉으로 볼 때 뭔가 의심스럽습니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느낌이 구리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그런 논리인데, 그렇게 가말라시엘이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위협도 없었습니다. 해봤자 아앨라나도 앨리스의 집에서 심심하면 보고, 쫓아내다가 정 안 되면 지팡이로 머리를 내려쳐 깨 죽여서 내던진 검은 숲 특산의 흑림 구렁이 몇 마리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여기에 사람이 없다고 착각해서 온 것뿐이고, 아앨라나 기지개를 켤 겸 일어나서 땅 몇 번만 구르면 알아서 겁을 먹고 도망칩니다.

그리고 다시 일출입니다. 아앨라나가 깨우기도 전에, 넬루는 눈을 뜨고 일어납니다. 그리고는 지체 없이 마체테를 꺼내더니 자기가 누워있던 임시 침대를 내리쳐 박살내버리는군요. 그렇게, 뭔가 구색을 갖춰 놨던 치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치 위에서 딱따구리가 구멍을 파고 남긴 것 같은 톱밥 더미가 됩니다. 넬루는 그러고 나서 아앨라나에게 말합니다.

"별 일 없었죠? 그나저나... 뒤에 저거, 뭐에요?"

넬루는 그렇게 말하고 창을 꺼내들더니, 아앨라나 앞에 서서 경계합니다. 아앨라나가 뒤돌아보면, 어느 새인지 모르겠는데... 거대한 곰이 나와 있습니다. 잠깐, 낯이 익습니다. 이 곰... 한쪽 눈은 희게 변했고, 나머지 한쪽 눈은 이상한 마석이 박혀 있군요. 아앨라나를 바라보자 그 마석이 붉게 빛나더니 불곰이 분노하는데, 가말라시엘이 끼어들어서 이야기합니다.

'이런! 야밤중에 아앨라나 씨를 잡아먹으려다, 장님이 된 그 불곰 친구가 어디서 이상한 마석이 박힌 모양이군요.'

710 ◆MjRAeKhiz2 (nvGvcbIbxo)

2024-11-22 (불탄다..!) 19:25:14

>>708
"알겠습니다... 잠깐, 2인분 말씀이십니까? 아, 알겠습니다."

준비는 매우 빠릅니다... 아니, 빠른 정도가 아니라 그냥 헬렌이 대답하자마자 저녁 메뉴가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헬렌이 저녁 식사를 주문할 것이라 예상하고 차려둔 모양입니다. 그런데 사과 파이와 송어포 스테이크, 포도주, 신선한 과일 한 접시, 그 외에는 특이하게 붉은 소스가 얹어진 닭 구이 요리가 있는데... 그걸 헬렌이 보자마자, 입을 다물고 있던 암허슈트가 경고하는군요.

'백과사전의 정령, 제발 좀...'

'중산층에 전파된 귀족 요리인 '풀레 퓌슬리'입니다. 갓 잡아 데고흐제(degorger)한 신선한 닭을 브리데(Brider)한 상태로 바르데(Barder)해서 브로셰트(brochette)한 후 꽁까세(congcasser)한 토마토를 쎙줴(singer)하고 미조떼(mijoter)한 소스를 나뻬(napper)한 후 데깡테(decante)하고, 약 3분 동안 레스팅(resting)한 후 접시에 드레세(dresser)합니다. 출처는 생 뮈리아 공작부인의 규수 요리책 31쪽 41행'...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지만, 헬렌은 여기서 백과사전의 정령의 한계를 알아차립니다. 백과사전의 정령, 적어도 헬렌과 동행하는 정령은, 자신이 수집한 정보, 즉 헬렌의 서재에 꽂혀 있던 정보 위주로 데이터가 편중되어 있다는 것 말입니다. 하나라도 틀리면 바스티유에서 앙시앵 레짐이 무너지고 레볼루시옹이 일어나 기요틴으로 끌려갈 것 같은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말입니다. 아무튼, 여급은 식사를 내오고 나서 다른 음식들을 가져오겠다면서 이것저것 가져오고... 그 사이에 페로도 끌려옵니다. 여급은 척 봐도 다른 곳에 가야 했을 것 같은 큰 스튜 한 접시와 맥주 한 컵, 사슴 뒷다리 구이를 가져와서 올려두고, 마지막으로 어안이 벙벙한 페로를 자리에 앉힌 후 꾸벅 고개를 숙입니다.

"맛있는 식사 되세요. 혹시 다 드셨거나 다른 필요한 게 있으시면, 밧줄을 당겨주세요.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음..."

어쩌다보니, 헬렌 같은 귀족 영애나 먹을 법한 고급요리와 페로 같은 이족보행 웨옹이나 먹을 것 같은 '저급'요리가 참 어색하게 어우러진 저녁상이 펼쳐집니다. 페로는 슬쩍 눈치를 보더니, 딱 봐도 접시부터 '나 고급요리요' 하며 매끈한 표면에 힘이 흡 하고 들어간 고급 요리들을 슬쩍 헬렌 쪽으로 밀고, 자기 쪽으로는 '저급 요리'들을 슬쩍 당깁니다...

//
참고로 저 백과사전의 염병은 내가 요리채널 보면서 동사, 형용사, 관형사, 명사 중 한국어나 한자유래 한국어, 하다못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식 등재된 외래어 한 단어조차 없는 경악할 꼬라지를 보고 기함했던게 생각해서 넣어봣서....

711 아앨라나 - 진행 (hO7C2jidy.)

2024-11-22 (불탄다..!) 20:17:59


@@ >>709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잠시 동안을 위해서 힘을 소모하기 보다는 가능한 축적된 힘을 아껴서 나중에 좀 더 큰 것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지 않으세요?"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말하시는 그 주장은 저도 맞다고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그냥 그렇게 하기에는 아무래도 뭔가 걸리는 느낌을 저는 받았어요. 그래도 결국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햬야 된다면 실현하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말해보았어요

그래서 저는 과거의 숲 뱀을 퇴치하던 것이 떠올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시간이 꽤 흘렀을까요? 태양이 높은 자리에서 그 빛으로 숲을 내려보고 있었을 때 제가 따로 넬루를 깨우게 되는 일도 없이 그녀가 스스로 일어났어요. 저는 그녀가 눈을 뜨면서 곧바로 정리 정돈이라고 할 수 있을 행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저것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어요"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력에 오염된 야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잘 보세요, 저것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차지하고 있는 이상한 돌 같은 것이 그 원인이겠지요"

잠시동안 그것의 상태를 가볍게 살펴보고는 저는 넬루의 질문에 그렇게 설명했어요. 그저 잊혀져 지나가 버린 야수이기에 제가 일일 기억하려고 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그래도 알아 볼 수 있었어요. 저곳에 있는 변화가 있는 야수는 제가 이미 한번 보았던 존재와 같다는 직감이 들었지요. 저 짐승에게 왜 마석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존재가 곧있으면 공격할 것 같으니까 방어하고 물리처야 하겠어요

"가말라시엘 님이 말하셨던 그 다가오는 위험한 괴물이라는 것이 저 존재에게도 해당하나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물어보듯이 말했어요. 과거의 사연으로 분노를 간직한 야수인가요, 저 야수가 지금까지 저를 기억하고 있었나요? 어쩌면 저 불길한 돌이 영향을 주어 실제로 저 야수에게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버린 한 것일 수도 있겠어요

712 ◆MjRAeKhiz2 (MXcsP6m5Gc)

2024-11-22 (불탄다..!) 21:57:05

오늘은 컨디션이슈로퇴장
아앨라나주 미안혀 내일은 가말라시엘 떡밥+전투로 보답

713 헬렌 - 진행 (WjVDH9BJZw)

2024-11-22 (불탄다..!) 22:05:42

@@>>710

헬렌은 평소에 그랬듯이 백과사전 정령의 TMI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아무래도 서재 내에 있는 요리책이라도 독파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식탁 위에 음식이 차려지는데 미리 이야기를 하지 않은 탓에 음식의 수준이 널을 뛰듯하다. 헬렌은 눈치를 보는 페로를 보고는 이마를 짚었다.

“미안. 내가 너무 피곤해서 말도 안 해두고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손님을 곤란하게 했네. 진짜 편하게 먹어도 되니까. 어차피 나 혼자 다 못 먹는 양이기도 하고.”

헬렌은 백과사전 정령이 정보를 퍼붓던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닭 구이 요리를 페로의 앞접시에 덜어준다. 그리고 사슴 구이를 자신의 앞에 던 다음 한입 먹는다.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것은 친교의 의미니까. 그리고 앞으로 여행을 하며 호사만 누릴 수 없을 테니 귀족적인 수준의 음식 외의 음식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아, 동굴 안에서 마법사를 어떻게 해치웠는지 좀 얘기해줘. 물론 그 직후에 내가 광역 공격을 하는 바람에 엄청 화났었겠지만........ 아, 그 때 그 쪽에 정령사도 한 명 있는 것 같았었는데.”

헬렌은 자신의 시야 밖에 있었던 일에 대해 궁금해하며 묻는다. 눈빛이 반짝였을지도 모른다. 헬렌은 영 근접전엔 재능이 없었으니까. 물론 호신 정도는 배우긴 했으나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물론 손도 야물지 못해 신부 수업도 영 잼병이었고. 아무래도 정령술에 재능이 몰빵된 것일지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기다 ㅋㅋㅋㅋㅋㅋ 요리는 정말 심오한 세계이지... ㅋㅋㅋㅋ
캡 오늘 진행도 고생했서~

714 엘리 - 진행 (9CLzFNjYJQ)

2024-11-23 (파란날) 15:51:55

@@>>699

"어, 음—"

잠깐 벙찌긴 했지만, 그래도 젊음 좋다는 게 뭔가. 유연한 사고로 하여금 금새 파악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둠의 비밀결사... 인거지?"

약간 어두운 정도로 킨 촛불과 로브! 이건 어둠의 비밀결사가 지하수로를 개조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715 ◆MjRAeKhiz2 (yX2Jgba6V2)

2024-11-23 (파란날) 17:39:35

>>711
"뭐어...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불쌍한 곰돌이. 눈이 멀더니 어디서 기이한 마석이 박힌 모양이군요!"

가말라시엘은 껄껄 웃으며 언제나 그렇듯 남 일인양 대답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사악함이 감돕니다. 뭔가... 뭔가 불길하고 가까이하면 안될 것 같은 검은 기운, 그런 익숙하지만 적응은 안 되는 징조입니다. 아앨라나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넬루는 창을 붙잡고 몸을 낮춘 채 창끝을 겨누는데, 후읍... 하아... 후읍, 하아... 숨소리와 함께 공황을 막아보려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르르륵..."

불곰이 점점 다가오고, 넬루도 물러나지 않고 이를 악뭅니다. 아무래도, 넬루가 죽는 꼴을 보기 싫으면 아앨라나가 뭔가 해야 할 때입니다.

716 ◆MjRAeKhiz2 (yX2Jgba6V2)

2024-11-23 (파란날) 18:49:16

>>713
페로는 자기 몫이라 생각했던 사슴 한 덩이가 헬렌의 접시에, 이름도 기이한 풀레 퓌슬린지 풀에 피흘린 놈인지 아무튼 닭 요리가 자기 접시 위에 올라가자 헬렌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포크와 니이프를 잡고, 그녀가 아는 귀족의 예절... 아니, 최소한 귀족에게 무례하지 않은 예절을 떠듬떠듬 떠올려가며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되는대로 닭고기를 썰어 입 안에 넣습니다.

"웅냥냥... 움...?"

고양이가 낼법한 음미하는 소리를 내며 음식을 한 입 삼킨 페로는, 헬렌의 질문에 귀를 쫑긋거리더니 곰곰이 고민하다가 대답합니다.

"...그냥 기어 들어가서 잘 숨었다가 뒤에서 목 땄는데요? 제일 번쩍거리고 좋은 옷 입은 놈. 원래 마법사들은 구별하기 쉽거든요."

음. 헬렌으로 치면 정령술 비결을 물었더니만 그냥 정령한테 가서 공손하게 잘 부탁하면 된다고 대답한 꼴입니다. 스스로도 아니다 여겼는지 뭐라 덧붙이려는데 잘 안 됩니다.

"어, 그러니까 그 방법이..."

717 헬렌 - 진행 (ZPZQ1hlqUM)

2024-11-23 (파란날) 19:14:41

@@>>716
헬렌은 무례해 보일까봐 참고 있었지만 페로의 쫑긋거리는 귀도 팔랑거리는 꼬리도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웅냥냥하면서 먹는다니 너무 귀엽다......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그 앞접시에 마구 덜어주려 한다. 자신이 먹은 사슴 고기도 사슴 고기에서 원래 이런 맛이 났나? 싶은 느낌이었지만 그려려니 하고 먹는 것을 보면 그렇게 먹는 것에 까탈스러운 아가씨는 아닌 모양이다.

“설명이 어려우면 괜찮아. 혹시 거기에 정령사가 있지는 않았어?”

암허슈트가 이야기하기로는 정령사가 있다고 했으니까. 그것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했다. 원래 정령사라는 것이 귀하기도 했고 헬렌은 자신이 아닌 다른 정령사를 본 적이 없기도 했다. 왜냐하면 아무리 로렌스가가 정령술로 유명했다고 한들 선선대에서 그 맥이 끊겼으니 찾아오는 정령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ㅋㅋㅋㅋㅋㅋ풀에 피흘린 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718 ◆MjRAeKhiz2 (yX2Jgba6V2)

2024-11-23 (파란날) 21:59:55

>>714
"아가씨 생각보다는 좀 소박할 겁니다. 이들은... 논까사라는 이들입니다."

티호미르의 설명은 아리송함과 신비함만을 더합니다. 논까사, 뭔가 전혀 연상되는 구석이라곤 없는 게 더더욱 비밀결사의 암호명처럼 다가오죠. 그런 엘리의 환상을 깨주겠다는 듯 초췌한 사내가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고 환하게
웃으며 우수수 떨어진 치열을 드러내더니, 뒤에 있던 이들과 그들을 둘러싼 무더기들을 가리키며 논까사의 뜻을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여기 친절한 후원자님께서 설명하신대로, 저희는 논까사, 논문 까인 사람들입니다. 학술의 도시라고 연구예산이 무제한은 아닌지라... 그, 조금 주류에서 벗어나거나, 실용성이 없다거나 하는 학문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나, 학문의 분야와 별개로 연구가 진척이 없는데도 포기하지 않은 그... 어... 음... 학문의 투사라 할 수 있죠!"

한참 동안이나 말을 고르던 사내도 스스로의 꼴을 보면 영 자신이 없어집니다. 티호미르는 그 사내의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일이나 하자고."

그의 말대로, 사내는 엘리를 안으로 안내합니다. 안에는 습기를 막으려는 듯 온갖 흡습재에 덮인 책과 문서 더미들이 있고, 로브 쓴 이들은 몇십년 전 것일지도 모를 전공서적을 베개 대신 받치고 자고 금 가서 못 쓰는 연금술 실험용 플라스크를 주전자로 쓰고 있습니다. 어디서 매캐한 탄내가 나기에 고개를 돌려보면, 한 명은 말린 물이끼를 뭉쳐 태우고, 한 명은 태운 재를 모아 물에 개어 잉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짠내 나는 광경이군요. 사내는 엘리와 티호미르를 이곳에서 가장 '멀쩡한' 숙소로 안내합니다. 왠지 감옥으로 쓰다 버려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개인실입니다.

티호미르가 이야기하는군요.

"일단 이곳에서 낮 동안 계시죠. 해가 지는 대로 류드밀라 아가씨...아니, 집행관님께 보고하겠습니다."

상황이 이리되니 류드밀라를 집행관이라 부르네요.

719 아앨라나 - 진행 (.O8/PqUhEg)

2024-11-23 (파란날) 22:52:03


@@ >>715

"말씀하신대로 저 존재가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겠네요. 그것이 저희를 나쁘게 대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요"

저는 저 야수를 불쌍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따로 나쁜 감정을 품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가말라시엘 님이 실제로는 저 야수를 그렇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고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이 습격을 막고 다시 한번 저 야수를 쫓아내거나... 이번에는 그 행동이 마지막이 되도록 하게 되겠지요

지금 이 상황에서 저 야수의 위협과는 또 다른 곳으로 제가 느끼고 있는 은 익숙하다면 익숙한 것이에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유독 강하게 서리는 것이 이였어요

"넬루 씨, 조심해주세요! 저는 주변의 바위를 사용해서 공격해보겠어요"

넬루가 저 위험한 야수와 대치하면서 시선을 끌어주는 동안 저는 주변을 둘러보아서 적당히 크고 단단해 보이는 바위 몇 개를 마법으로 뽑아내서 공중으로 들어올려 던지는 것을 시도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그녀를 향하여 너무 크지 않게 외쳐보았어요. 그녀가 저 야수와 대치하고 있는 만큼 혹시 이 공격으로 그녀까지 잘못되지 않도록 행동한 이후 그 틈을 노리도록 해야겠지요

720 ◆MjRAeKhiz2 (JHVqb50QNc)

2024-11-24 (내일 월요일) 20:00:46

>>717
"정령사요? 음... 있었나?"

귀를 쫑긋쫑긋, 하다가, 고민하면서 맥주를 홀짝홀짝 들이키던 그녀의 귀가 위로 바짝 솟고 페로는 기억났다는 듯 손가락을 딱 튕깁니다.

"그... 정령사라고 부르기는 뭐하고 그 좀 미쳐보이는 사람은 있더라고요. 이상한 근육질 노인이 천장을 흔들고 있고, 큰 박쥐가 박쥐떼한테 물려 나가고 있다고 막 똥오줌 싸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굳이 죽일 필요도 없이 자기가 자기 목에 칼 찔러서 죽던데요?"

무슨 느낌인지 헬렌은 감이 탁 오고, 옆에 있던 로지가 헬렌에게 당연한 사실을 주지시킵니다.

"아시죠, 아가씨? 아가씨처럼 그냥 말만 떼면 바로 정령사 해도 되는 수준의 적성은 극도로 드물고, 대부분은 정령을 사역할 수 있거나 정령을 보거나 둘 중 하나만 해도 일단은 정령사 취급 받는거.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정령사들이 다 아가씨 수준이거나 둘 다 조금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그게 인지 편향이에요."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과 로지의 문제는 저 아는 척이지요."

"저 노인네 또 지랄이야."

암허슈트가 끼어들자 로지는 또 도끼눈을 하지만, 암허슈트는 로지의 입을 텁 막더니 "하던 얘기 계속하십시오. 아가씨"라고 말합니다. 뭐, 뻔할 뻔자입니다. 그냥 가만히 구경이나 하거나, 아니면 눈에 보이지도 않았을 광석의 정령 수사닌이 갑자기 나타나 천장을 흔들면서 죽이려 들고, 배시가 박쥐들한테 끌려나가고, 정령의 사역에 보탤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한 버섯 군체들이 전부 자기를 죽이려 하는 꼴을 보면 공포스럽겠죠. 그래서 공포를 못 이겨 자살한 듯합니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번에는 페로가 묻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이런 험한 데는 왜 오신 거에요? 그란 투리스모라면 더 좋은 데도 많을 텐데."

'그란 투리스모: 귀족 자제들이 견문을 쌓기 위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전투, 상업, 경기, 항해, 모험, 교육, 교류, 친교 등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의미합니다.'

백과사전의 정령이 거드는군요.

721 ◆MjRAeKhiz2 (JHVqb50QNc)

2024-11-24 (내일 월요일) 20:54:14

>>719
아앨라나는 지팡이에 남은 마력으로 바위를 들어올립니다. 바위를 감싸안은 땅이 쩌저적 금이 가면서 천천히 바위가 딸려나오지만, 민물 크라켄을 죽일 때에 비하면 속도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마력이 부족한 걸까요? 아니, 아닙니다... 아앨라나는 마력 전달이 미친 듯이 느려진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저 불곰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아니, 정확히는 저 불곰의 눈에 박힌 마석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느려집니다. 넬루는 창을 앞으로 내지르면서, 플라베르흐 어촌 특유의 전투 함성을 큰 소리로 내지르며 곰을 위협합니다.

"호수는 기억한다! 호수는 이어진다!"

그리고, 가말라시엘은 천천히 아앨라나에게 말하는군요.

"그냥... 저한테 조금만 더 '재량권'을 주시면 됩니다. 잠시, 저도 바깥 바람 조금만 쐬게... 그 힘을 쓰도록 지팡이에 피를 조금만 흘려넣으면, 그러면 그 보답으로 저 곰을 그대로 가죽과 곰 고기로 해체해드리죠."

...가말라시엘은 아앨라나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뭔가 상황이 아앨라나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면 ㅈㅅ. 가말라시엘의 든든하지만 뭔가 뒤가 구린 이미지를 좀 더 강화하기 위해 인신공양 이후 이벤트로 하나 추가해본거.

722 헬렌 - 진행 (Wtt.Lj77Ok)

2024-11-24 (내일 월요일) 23:15:01

@@>>720
헬렌은 페로의 설명에 차마 그 사람이 정령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같은 사람 취급이고 싶지 않아.........

‘이 정도 일줄은 몰랐어......’

확실히 헬렌은 우물 안 개구리,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오긴 했다. 어쨌든 암허슈트가 로지의 입을 막아버린다. 그리고 이번엔 페로가 묻는다.

헬렌은 일단 잠시 고민한다. 아니, 집안에 돈이 없어서 그란 투리스모를 할 형편이 안 된다고 말하기에는 부끄럽다. 그럼에도 헬렌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불치병으로 아프셔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있거든. 나라도 어떻게든 해서 돈을 벌거나 어머니를 낫게 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일단 나온 거야.”

어쨌든 그런 귀한 돈을 페로가 훔쳐갈 뻔한 것이긴 했다. 뭐, 어머니가 아프다는 사실은 로렌스가에서 수 많은 의사와 치료사를 불러들이고 온갖 효과가 있다는 약재들을 사들이면서 소문이란 소문은 다 났기에 숨길 것도 없겠지만.

“사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계획도 없어. 일단 수도 쪽으로 향하곤 있는데... 나는 할 줄 아는 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정령술 밖에 없고. 오늘 뼈져리게 느꼈지만 혼자서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게다가 네가 오늘 함께 싸워주고 치료도 하는 걸 보면서.....”

헬렌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말한다.

”혹시 다른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나랑 같이 다니지 않을래? 그, 동료 제안 같은 거야.”

헬렌은 페로에게 다짜고짜 파티 신청을 했다.

723 아앨라나 - 진행 (s0FDAd/9JU)

2024-11-25 (모두 수고..) 22:41:26


@@ >>721

저의 시도는 자체는 정상적으로 된 것처럼 보였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는 달랐어요. 어쩐지 이번에 바위를 움직이는데 뭔가 잘못된 것이 있었어요. 그래도 할 수는 있으니 어떻게 해서 피하더라도 크기가 되는 만큼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부수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이 현상이 저 돌의 눈을 품은 야수의 마력을 띈 불길한 돌, 마석 사이에 마력 간섭으로 흐름의 충돌이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이 저 마석의 유별난 점이겠지요. 야수가 다가올 수록 마력의 흐름이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져요

"넬루 씨, 가능하다면 저 야수의 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눈에 자리하고 있는 돌을 우선적으로 치는 것이 좋을 거에요. 뿐만이 아니라 제가 마법을 쓰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다시 그녀에게 그렇게 외쳤어요. 마석이란 마력이 응집되어 끌어내고 머금은 돌과 같아요. 그렇다면 드레인 능력을 최대한 사용해서 마석으로부터 마력을 강제로 누출해서 뺏어오는 것을 해볼 수도 있을 거에요. 마석에 깃든 마력이 줄어들 수록 간섭은 줄어들고 저에게는 이득이 되겠지요. 아직은 확신이 들지는 않지만 제가 추측한 것이 맞다면 이에 맞춰서 행동한다면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말씀은 즉, 봉해진 모습에 대해 말하시는 것이지요? 그 필요하신 피는 몇 방울이면 충분한가요? 지금 바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한가지가 떠오르네요"

거기에서 첨언하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그렇게 물어보며 말했어요. 그 말에서 유추해 본다면 가말라시엘 님은 지팡이 속에 감춰진 일면을 들어내고자 힘을 쓰려는 것일 거에요. 그때 이후로 좀더 적극적이시라고 해야할까요. 다만, 그 결과는 빠르고 확실할 거에요. 그럼, 그것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제 자신의 손가락에서 째서 조금 피를 몇 방울 떨어내면 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해도 될지는 모르겠네요

724 ◆MjRAeKhiz2 (djTWwqLb8I)

2024-11-25 (모두 수고..) 23:37:39

>>722
"워우."

페로는 눈을 끔뻑이고 자기가 들은 말이 맞나 다시 확인합니다. 분명, 헬렌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같이 다니자고... 같이 다니면서 일 좀 해보자는 이야깁니다. 별 기대 없이 대답이나 하면서 젯밥이나 주워먹던 페로는, 헬렌을 바라보더니 잠시 고민합니다. 고민 끝에 고개를 푹 떨군 페로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다시 헬렌을 올려다봅니다. 그 페로의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새어나올 것처럼 벙글벙글합니다. 페로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다, 다른 곳에서는 다 안 됐는데... 상단에서는 딱 봐도 도둑 고양이라 그러고... 경비대도 범죄자는 안 받는다 그러고... 베르누 수색대도 탈락했는데... 나... 나..."

페로는 헬렌의 손을 탁 붙잡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저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원래 살던 혈족이 쫓겨나면서 어떻게 살지 고민하다가... 각자 방법을 찾아서 뿔뿔이 흩어졌거든요. 그런데... 백작가 영애의 부하로 들어간다면..."

수인들은 쉽게 차별의 희생양이 되고, 개중에서도 특히 이미지가 안 좋은 펠리네 수인이라면 뭐...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페로는 헬렌의 제안에 더 말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로지와 암허슈트가 양 옆에서 각각 조언하는군요.

"아가씨, 논리적으로 보면, 아직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어요."

"아가씨. 상대는 지금 소름돋을 정도로 아주 많은 것을 아가씨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725 ◆MjRAeKhiz2 (djTWwqLb8I)

2024-11-25 (모두 수고..) 23:54:10

>>723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피의 양이 아니라, 그 피를 흘리는 이의 마음입니다. 바라지 않는 자의 피로 이룬 바다보다, 바라는 자의 피 한 방울이 더 좋은 법.'

가말라시엘의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아앨라나가 가말라시엘의 현현(顯現)을 마음 속으로 허락하고, 그 마음을 전하는 의미로 지팡이에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려 넣으면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지팡이를 정당히 소유한 이가 잠시 봉인을 풀게 되기에, 뭐 아무튼 그렇게 해서 가말라시엘이 풀려날 수 있다... 가말라시엘이 아앨라나의 머릿속에 갑작스럽게 주입하려 든 지식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그러합니다. 하지만 아앨라나는 그 지식들을 옆으로 치워놨습니다. 지금은 그딴 걸 생각하기에는 너무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큰 곰을 저더러 어떻게... 하아..."

곰의 눈에 박힌 마석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라는 말에, 넬루는 원망하듯 아앨라나를 돌아봤다가 이내 자기가 싸워야 할 상대를 돌아봅니다. 어쩌겠습니까. 마법사는 아앨라나고, 넬루는 비마법사고, 앞에서 목숨 걸고 창칼로 싸우는 게 다른 플라베르흐 촌민들처럼 넬루가 살아온 방식인 것을. 넬루는 아앨라나의 말대로 창을 내지르며 곰을 도발하다가, 곰이 갑자기 몸을 앞으로 쑥 빼자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마석 쪽으로 창을 내지릅니다.

"이야아아악!!!!"


캉!


창이 마석을 내리치자, 곰은 고통스러운 듯 움찔거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장을 바꿔서 눈에 웬 돌덩이가 박혔는데 그걸 누가 때렸다면 끔찍하지 않겠습니까? 그 틈에, 아앨라나는 드레인으로 마석의 기이한 힘을 흡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앨라나는 눈을 부릅뜹니다. 우물로 비유하자면, 해봤자 빨래 하고 밥이나 짓자고 우물을 판다는 게 제방을 무너뜨린 것마냥, 엄청나게 거대한 마력의 파도가 아앨라나의 흉곽을 금방이라도 부수고 들어오려는 것 같습니다. 마력이 정제가 되지 않았건, 마력을 무식한 방식으로 압축했건... 아앨라나는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빠집니다.

가말라시엘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이 정신나간 마력 파동을 통제할 시간을 벌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지.

//오늘은 여기까지
많이 진행 못해서 ㅈㅅ

726 엘리 - 진행 (UTw/eB81lE)

2024-11-26 (FIRE!) 16:59:52

@@>>718

'목적은 아마도... 세계정복인가?'

이들의 이름을 듣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아, 음."

그런 환상이 부서지기까진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야 평생 돈 걱정한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공감은 못 해주겠다. 그나마 쪼들린게 세스타우에 온 직후 쯔음이겠지만, 용돈도 널널하고 일을 처리한 후에는 풍족해져서 가축도 사가면서 여행했으니.

"고마워~ 난 낮동안 이 친구들이랑 잘 지내볼게"

밤에 언니의 분노를 감내해야 하는 건 감내해야 하는 거고. 미래는 어찌됐던간에 그들의 연구 중에는 꽤나 내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었으니깐

727 ◆MjRAeKhiz2 (VOWkT7kgao)

2024-11-26 (FIRE!) 21:08:10

>>726
"냉정히 말해, 이 사람들은... 버려졌습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죠. 저 위의 호르뮈셰 행정부도 그렇고, 방금 엘리자베스 아가씨를 죽이려 한 이들도 그렇고요. 그래도 이들이 지하수로에 죽치고 있는 게 고블린이나 랫킨보다야 훨씬 나으니 그냥 여기 살게 내버려두고 영원히 신경 끈 것 같습니다. 아마 여기서 30년 일한 경비병이란 놈들보다 여기 온 지 사흘도 안 된 제가 이 지하 수로 돌아가는 사정은 훨씬 더 잘 알 겁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일이 이렇게 될 걸 대비해서, 아가씨께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명령하신 닭들은 이 친구들한테 넘기고, 대신 아가씨 몫으로 닭 피만 대신 빼서 어디다 보관해두라고 했습니다."

티호미르는 엘리에게 속삭입니다. 버려진 이들, 이라고 하는군요. 행색을 보면 척 봐도 그렇습니다. 돈 안 되는 연구, 주류에서 밀려난 연구, 말이 좋아 연구지 연구를 다른 것으로 바꾸면 인간사 어디라도 다 적용될 이야기입니다. 다만 여기는 학문에 대한 열의, 호르뮈셰라는 학술도시 특성상 '학술'에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많이 주울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외부인에게 딱히 적대적이지 않은 연구자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특수하게 이 집단이 유지되고 있는 거겠죠. 엘리는 티호미르가 떠난 뒤에,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디보자, 이번 발광이끼는 지난번 117번 실험 표본에 비해 120%나 밝아..."

"뭐라고? 그럼 그걸 얘기를 했어야지! 내 버섯 실험 조건의 동일성이 엉망이 됐잖아!"

지하수로 천장에는 세스타우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발광이끼가 들러붙었는데 훨씬 거대한 군체를 이루고 있고, 그 아래에는 허름한 복장의 연구자들이 모여서 각자의 연구를 하거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마침 엘리가 티호미르한테 떠넘겼던 닭들을 탕탕 썰어서 가마솥에 집어넣고 끓이고 있는 이들이 보입니다. 그들의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로 합창단도 꾸릴 기셉니다.

"헤헤, 고기다. 고기!"

"그나저나 뱀파이어 하수인이라던데 괜찮을까? 요즘 위에 이단심문관들이 극성이란 말이 있던데."

"뭐 어때. 아무튼 오랜만에 이거도 연구 예산이라고 들어왔는데."

그리고... 아무리 살기 위해서라지만, 엘리가 보기에는 좀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도 나옵니다.

"야, 잠깐만!"

누군가 지하수로에서 사는 미꾸라지인지 물뱀인지를 잔뜩 집어넣고, 옆에서 가재를 집어넣고, 누군가는 귀한 거라며 생선대가리를 집어넣는데, 앞의 둘이야 그렇다쳐도 마지막에서는 엘리가 살기 위해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아무튼 그건 그거라 생각하는데, 누군가 엘리를 부르는군요.

"아, 이번에 저희 논까사를 방문하신 분이 뱀파이어 귀족 아가씨라 들었는데 사실이군요. 환영합니다!"

화분을 들고 있는 어린 연구자가, 태연하게 말합니다.

"혹시 비료 만드는 실험에 동참해주실 수 있을까요? 여러 비료 레시피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번에 이론상으로 효과가 있을 거라 예측된 조합에 뱀파이어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피 약간이 들어가거든요!"

...좀 있으면 일족 영지 쳐들어가서 관짝 파내고 뱀파이어 뼛가루가 정력에 좋다고 훔쳐가겠습니다그려. 아무튼 엘리는 이곳에서 낮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728 헬렌 - 진행 (RlN3CHJGeo)

2024-11-27 (水) 19:35:30

@@>>724
헬렌은 페로가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잡아오는 것에 그 손을 마주 잡는다. 사연을 들어보니 안타깝기도 하다.

“부하까지는 아니구.......”

물론 같이 다녔다가 서로 잘 맞지 않거나 힘들어진다면 나중에 자신의 영지에 추천장 정도는 써줄 수 있다곤 생각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파티 신청은 승낙된 것 같다. 헬렌은 배시시 웃는다.

‘괜찮아. 동굴에서도 그렇고 서로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물론 근거없는 느낌일 뿐이지만 말이다. 헬렌은 잡은 두 손을 흔들며 말한다.

“그럼 잘 부탁해. 아, 그런데 하고싶다던 말이 뭐야?”

생각해보니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729 크론 - 진행 (sF3sSBCtys)

2024-11-27 (水) 20:09:28

@@>>700

가까이서 보자니 더 가관이다.
괜히 왔나 싶다만..그래도 여기까지 왔다가 다시 뒤로 돌아가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고 뭐라도 해봐야지.

그렇게 결심했지만 보는 것도 가관이었는데 들리는 것은 한술 더 떠버리니 의욕이 꺾일락 말락한다.
아니 그냥 의욕을 도록 하자. 쟤는 일단 넘긴다. 그럼 둘이 남는데..

아무래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명확한 상대가 보였기에 '크론'은 소녀를 따라 분수대의 물을 손으로 떠다 북극곰에게 뿌려준다.
물론 아무리 퍼부어도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그래도 대화하는 동안만 수고를 해보지 뭐.

"좀 보태줘도 되겠지? 물론 이 분수에 이 친구를 통으로 넣어도 될락 말락일거 같긴 하지만."

경어를 쓸지 반말을 지 잠시 고민이 있었으나..일단 평어를 쓰기로 한다. 뭔가 느낌이 평어가 낫다.
//오랜만!

730 아앨라나 - 진행 (Uyh9QdW/SE)

2024-11-27 (水) 22:41:20


@@ >>725

"그렇겠네요, 존재를 얾매는 힘이란... 담아내도록 만들어진 것은 본디 그러한 것이겠지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그렇게 대답하여 말했어요. 예전부터 방법은 가까이 있었다는 거에요. 단지 그것을 바라보지 않았을 뿐이겠지요. 그것을 제가 실현한다면 지금까지 와는 얼마나 다르게 될까요? 무엇을 볼 수 있게 될까요? 여기서 저에게 드는 것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외치고 이에 그녀가 저에게 보이는 표정에 조금은 잘못한 감정이 들기는 했지만 저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제가 부탁한 것을 정말로 해낼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고 숙련된 사람이에요. 그녀가 보여주었던 것으로 제가 믿었던 것처럼 그녀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창끝에 서린 일격은 마석에 닿았어요

저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어요. 그대로 제가 마석에 드레인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좋았어요. 다만, 그것에서 제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훨씬 다른 것이었어요 그 강렬한 마력의 격류와 큰 반동에 저는 얼굴을 약간 찡그렸어요. 이 정도의 마력이 응축되어 이끌림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마력의 흐름이 이상했던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되요

어떻게든 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저는 선택을 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저는 저의 몸, 옷가지를 더듬거리며 그 안에서 작고 짧은 칼집이 있는 은빛 칼을 찾아서는 손에 쥐었어요. 그것은 평소에 제가 약초나 버섯 같은 것을 따낼 때 사용하던 것이었어요

"지금부터는 안전하게 떨어져 있어 주세요, 이제 있게 될 일에 휘말리게 된다면 안되니까요...!"

혹시 몰라서 저는 또 다시 이번에도 그녀에게 외쳤어요. 저는 다른 손으로 칼날의 손잡이를 쥐고 그 칼집으로 칼날을 부터 꺼내 들어서는 저의 손가락 끝에 향해 살짝 찔러내고 따끔한 통각에 순간 주춤하면서도 손가락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방울을 지팡이에 흘러내 보았어요. 파도에 저항하며 나아가는 배가 되는 것인지 순풍을 받은 배와 같이 되는지 그것은 거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겠지요

731 ◆MjRAeKhiz2 (Xl2utBGeR.)

2024-11-28 (거의 끝나감) 09:57:26

>>728
"별 건 아니었고... 저도 눈치 보다가 그 이야기 하려고 했었거든요."

부하 되는 이야기. 라고 운을 붙입니다. 아무래도 쫓겨다니는 씨족의 일원에게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을 테니, 기회가 딘다 싶을 떄 강한 사람에게 붙어서 제대로 일을 시작하려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페로의 입장에서 헬렌은 정말로 좋은 상대였을 겁니다. 페로는 왜 헬렌과 함께 일하고 싶었는지 조목조목 이야기합니다.

"백작 영애, 그러니까 귀족도 보통 귀족이 아니라 어지간히 심한 일이 아니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지, 하는김에 저도 아가씨 수행원으로 올라가서 그 이름값으로 적당히 묻어갈 수 있지, 게다가 백작의 이름값이 있으니까 당연히 더 큰 건수도 많이 들어올 테지..."

맞는 말입니다. 로렌스 백작가의 권위와 정령사로서의 명성이 아니었다면 광산 공략은 아예 받지도 못했거나, 오히려 죽으러 들어간다며 다들 앞장서서 뜯어말렸을 일이니까요. 페로는 잘 됐다는 생각에 고기를 잔뜩 뜯어먹으며 귀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잘 안 풀리던 취업 문제가 이제 해결됐으니, 지금 당장은 또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페로는 자기 앞의 접시를 한번 더 비운 후, 헬렌에게 묻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디로 갈 거에요? 진짜 돈만 생각한다면, 동쪽 숲의 제재소 쪽에서 우드 엘프들 상대로 소탕전을 벌이고 있는데 거기가 잘 될 거고... 좀 더러워도 된다면 서쪽에는 늪지대가 있구요. 요즘 거기 트롤, 고블린들이 많이 나와서 다들 고생한대요."

// 코멘터리: 다음 씬 루트. 여기서 다음 동료를 누구 먼저 영입하느냐가 결정될 예정

732 ◆MjRAeKhiz2 (Xl2utBGeR.)

2024-11-28 (거의 끝나감) 10:07:47

>>729
"......"

소녀는 물끄러미 크론을 바라봅니다. 한참 동안 크론을 바라보다가, 크론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뭔가 깨달은 듯 눈동자를 밝게 비춥니다. 그녀는 바로 휘파람을 불더니, 북극곰의 목에 걸려있던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밧줄을 붙잡고, 북극곰을 분수대 안으로 당깁니다. 북극곰은 영문도 모른 채로 어리버리하다가 일단 소녀가 시키는 대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안에 풍덩 빠져버립니다. 풍덩! 유레카를 외친 한 고대 학자가 생각나는 광경, 문자 그대로 작은 오두막만한 북극곰이 분수 속에 그대로 드러누워버리자 분수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전부 물 세례를 맞지만... 그래도 다들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추레한 마녀는 흘깃 북극곰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바닥에 방금 먹은 물을 뱉고 다시 앞을 바라보고, 정신 나간 남자는 놀랍게도...

"행복한 무덤. 그런데 머리가 어디를 보고 있지? 가슴은 왜 무릎뼈를 사랑하는 걸까? 돼지는 햇빛으로 구워..."

...방금 물을 쳐맞아놓고도,, 그의 아무 말이나 막 뱉어대는 출력에는 물과 관련된 내요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입력 자체가 고장났거나, 입력은 됐더라도 그게 출력과 제대로 연결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북극곰은 물 속에 통째로 들어가자,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일단 '버틸 수는 있는' 수준으로 있게 되었습니다. 한숨 소리도 한결 편해보이는군요.

"...."

꾸벅, 흰 눈 같은 소녀가 고맙다는 듯 크론에게 말없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합니다.

733 ◆MjRAeKhiz2 (Xl2utBGeR.)

2024-11-28 (거의 끝나감) 10:14:25

>>730
피를 바치는 의식은 그동안 많이 했습니다.


많은 피를 바치는 건 아니었어도, 몇 방울의 피를 흘리는 정도의 의식은 마녀들이라면 다 배우고 집전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아앨라나는 여러 용도 중 의식 용도도 있는 작은 칼로 손바닥에 상처를 내, 가말라시엘의 지팡이에 그 핏방울을 흘려 넣었습니다.





가말라시엘이 그토록 부르짖던 '바라는 자의 피' 한 방울.

가말라시엘이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이나 가말라시엘을 증오하는 이들의 피로 이룬 강과 바다보다,몇백배 몇억배는 더 귀중한 성물(聖物).


'드디어.'


아앨라나의 시야가 암전하고 눈 앞은 형체를 구별할 수 없는 암흑만이 자리잡습니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소용돌이치듯 하다가, 사악하게 웃는 인간의 얼굴로 변한 회색 악마입니다. 악마는 자신을 그동안 믿고, 자신의 현현을 도와준 '사도님'의 머리를 한번 가볍게 쓰다듬고는... 자신의 충실한 사도에게 정중히 부탁합니다.

"무슨 소리가 들리더라도 눈을 뜨지 마십시오. 명령은 아니고 부탁입니다만, 아마 제가 눈을 떠도 된다고 하기 전에 눈을 뜨신다면... 차라리 명령하지 그랬냐고 절 원망하실지도 모릅니다."

...라고 말하고는, 아앨라나의 눈을 자신의 거대한 손으로 감긴 채 아앨라나의 시야에서 악의 어둠을 거둡니다. 아앨라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뜨면 앞을 볼 수 있겠다는 걸 깨닫지만... 앞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립니다. 아앨라나의 눈은 가려도 넬루의 눈은 가리지 않았는지...

"어어... 저거... 저거 뭐야?!"

"끄억?! 쿠어워어어어어얽!"

철퍽! 푸쟉! 빠각! 팍! 싸운다기보다는, 마치 푸줏간에서 고기를 도살하는 듯한 소리와, 못 볼 걸 본 듯한 넬루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이거, 눈을 떠야 할까요?

734 엘리 - 진행 (3DilHgWyAA)

2024-11-28 (거의 끝나감) 11:40:17

@@>>727

"그, 그게 무슨 이론인지는 모르겠지만. 응. 받아둬. "

도대체 어떤 이론이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았을 뱀파이어의 신체 부위의 효능을 뒷바침한다는 것인가. 그다지 어려운 부탁은 아니니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지만.

'이게 버려진 이들의 삶이구나...'

나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머리에 꽃밭이 들어찬 녀석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일단 알고는 있는 것이다. 그냥 멋대로 살아서 그렇게 보이는거지.

하지만, 아는 것과 직접 그들과 부대껴 사는 건 느끼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뭐, 잘 지내보자~"

그렇지만 아무런 열의도 꿈도 없이 죽어가는 것보다, 이렇게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735 헬렌 - 진행 (IFaKXkiJY6)

2024-11-28 (거의 끝나감) 15:15:24

@@>>731
물론 부하, 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동료라는 말이 페로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헬렌은 생각이 들었다. 신분차라는 것이 원래 그런 법이니까. 뭐어. 어쨌든 파티의 리더 격은 자신일테니 잠시간은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 없나, 싶기도 했고.

어쨌든 페로가 이어서 말하는 것은 확실히 맞는 말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쨌든 잘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좋다. 헬렌도 음식을 먹으면서 배를 채운다.

“음....... 아직은 대인전으로 정령을 쓰긴 미숙하고 부담스러워서. 좀 더럽더라도 서쪽으로 가는 편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헬렌은 용병들을 제압하려다가 반 죽음으로 만들어 놨던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제재소와 우드 엘프가 싸우고 있다고 한다면 확실히 벌목 문제이겠지... 자연으로부터 수익을 얻고 그것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로렌스가의 사람으로 어느 쪽 편을 들기 남감한 느낌일 것 같아 돈만 보고 당장 가기에는 조금 염려스럽다. 헬렌의 성격 상 몸이 더 고생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모양이다.

736 ◆MjRAeKhiz2 (3J1nQixpok)

2024-11-28 (거의 끝나감) 17:53:09

>>734
싹둑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엘리의 은빛 머리카락은 붉은색과 초록색의 녹에 색색이 잡아먹힌 가위에 서걱 하고 한 움큼 잘려나갑니다. 찔려서 피 나는 것고다도 덧나는 것과 파상풍이 더 두려운 무시무시한 가위를 한손에 든 그녀는 헤실헤실 웃으며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뱀파이어님!"

어느새 손톱을 보면 엘리의 손톱도 끝단이 잘려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생살을 찢어발기는 손톱을 자르기는 쉽지 않을텐데 마모가 진행된 끝단이고 그리 많이 자른 것도 아니기에 가능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소름돋는건 어쩔수 없습니다. 그래도 소름돋지 말라고 당장 뱀파이어 당사자인 엘리자벅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가 들으면 코웃음을 칠만한 헛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자, 이제 이걸 빻아볼까...아니면 심어볼까..."

아무튼 엘리가 돌아서면, 이번에는 책가방을 멘 이가 동전이 든 모자를 든 채 엘리에게 구걸 바가지 내미는 거지마냥 내밉니다.

"이번에 전공서적 공동구매를 진행하는데 돈이 부족해서요... 학술 발전을 위해 염치 불구하고 한 푼 부탁드릴수 있을까요? 내키지 않으신다면..."

급기야 팔소매를 걷어 보여줍니다.

"피라도 팔겠습니다. 그래도 더러운 건 안 먹었어요! 요즘은."

네, 요즘은 말이죠.

737 크론 - 진행 (9tEoQKMuuU)

2024-11-28 (거의 끝나감) 18:11:26

@@ >>732

아니..그냥 한 소리였는데 진짜 분수에 들어가도 되는 건가.

그래도 물을 뒤집어쓴 애들도 별말이 없는 걸 보면 딱히 문제가 없는 일인가.
아니 쟤들을 기준으로 삼아도 될 리가 없나.

당장은 분수에 들어가도 되는가 아닌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어찌 되었든 뭔가를 얻어내는 것.

그렇다면 아무튼 내 이야기가 통한 것이니 뭐라도 이야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크론'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소녀를 향해 말을 건다.

"일단 어떻게든 된 거 같아서 다행이네. 그나저나 이 친구는 이름이 뭐야?"

소녀의 이름보다 곰의 이름을 먼저.
뭐가 되었든 저 곰을 매개로 활용하는 편이 나을 거 같다.

738 ◆MjRAeKhiz2 (wUxfP6ggew)

2024-11-28 (거의 끝나감) 19:02:17

>>735
쫑긋쫑긋, 페로의 고양이귀가 헬렌의 이야기를 듣고 파닥거리더니 고개도 귀를 따라 파닥거립니다. 페로는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주워들은 지식과, 그래도 용병 일을 먼저 시작하면서 주워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쪽 늪지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줍니다.

"네에. 아가씨. 서쪽 늪지는 그... 진주 늪지라고 해서 냇가진주가 서식하는 데거든요. 그, 저 멀리 검은 숲의 냇가진주보다는 조금 못해도 돈이 되는데... 최근에 여기에서 식인게랑 고블린 같은게 갑자기 준동해서 여길 소유한 바르부트 부인이 조사단을 꾸리고 있대요. 그래서, 아가씨는 특이한 재능이 있으니 돈은 좀 못해도 대접은 잘 받을 거에요. 그리고, 그..."

페로는 헬렌이 쓰는 특등실의 방음 성능도 못미더워 조용히 속삭입니다. 그럴 만한 내용입니다: 바르부트 부인은 어지간한 귀족도 찍어누를 떼돈을 벌었는데 계급이 못 따라가는 요즘말로 '자본가' 나쁜말로 '졸부' 냉정한말로 '평민'이라 귀족과 식사하는 등 격식을 높일 기회를 동경한다네요.

"...그러니까 뭔 말인지 아시죠? 천탈러어치 면죄부를 말 한마디로 갚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가씨라면 사교도 배웠으니까 잘 할 거에요. 그런데..."

...쫑긋쫑긋, 페로의 귀가 낮게 깔리고 페로는 신발 속에 숨겨놨던 주머니칼을 꺼내 펼칩니다. 그새 세로로 쭉 째진 그녀의 눈동자는 문 너머를 노려보다 이내 문 쪽으로 달려가 문 경첩 방향, 즉 문이 열리면 자연스레 침입자의 사각이 되는 쪽에 몸을 숨기고 주머니칼을 위로 겨눠 언제라도 성인 남성의 목에 휘둘러 찌를 수 있게 준비합니다. 암허슈트도 헬렌의 어깨에 손을 얹어 등골을 전율로 절여버립니다.

"즐거운 식사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문 너머에 쇠의 무거움과 날붙이의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739 ◆MjRAeKhiz2 (wUxfP6ggew)

2024-11-28 (거의 끝나감) 19:32:10

>>737
"......"

소녀는 크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려놓은 가죽 가방에서 한참 뒤적거리더니 거칠고 두꺼운 목판(木板)과 흰색 분필을 꺼내고, 작은 입술은 꼭 다문 채 분필로 사각사각 큼지막한 직선과 곡선을 목판 위에 그려 글을 쓰고는 크론에게 보여줍니다.

'안타르크티스'

...이거, 크론이 타고난 머리로 어깨너머 글자를 배우지 않았다면 이름도 모를 뻔했습니다. 한참 동안 글자를 읽게 둔 소녀는 다시 목판을 돌려 박박 지우고 무언가를 씁니다.

'나의 이름은 솔러입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다?'

상당히 어색한 말투지만... 문법상 문제는 없긴 하군요. 이 소녀, 말을 못하는 걸까요?

740 헬렌 - 진행 (IFaKXkiJY6)

2024-11-28 (거의 끝나감) 22:52:50

@@>>738
확실히 페로의 말을 들어보니 그곳으로 가는 게 나아보이긴 한다. 식인게랑 고블린 같은 거라면 정령이 말을 이해하지 못해 학살이 된다고 한들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고. 바르부트 부인과의 친교를 통해 이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물론 귀족의 체면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돈 앞에서 체면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게 페로와 대화를 하며 다음 목적지를 구상하고 있는데 페로, 그리고 암허슈트의 반응이 날카로워진다. 등골에 전율이 흐르며 헬렌은 몸을 딱딱히 긴장시키고 허리와 어깨를 더 편다.

“밖에 누군가요. 할 말이 있다면 들어와서 얘기하시죠.”

다행히 등허리에는 단검 하나를 차고 있었다. 페로와 암허슈트를 믿고 문 너머의 사람에게 존재를 알고 있음을 알린다. 암허슈트가 있으니 기습을 당할 염려는 하지 않는다. 헬렌이 눈이 날카롭게 문 너머를 향한다.

741 아앨라나 - 진행 (fTFg7hoHpc)

2024-11-28 (거의 끝나감) 23:18:24


@@ >>733

저의 그러한 동작이 이어져 맺어졌을 때, 저의 피가 지팡이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 저의 시야의 모든 것은, 몰려오는 폭풍과도 같은 어둠에 그 자체에 삼켜지듯이 감싸여 가려졌지만 일순간의 정적에서 저는 거기서 보았어요. 그 속에서 회색을 띈 빛이 아닌 빛을 지닌 존재가 있어요 위협적인 가시로 덮인 회색의 장미 꽃. 신비롭다고도 할 수 있을 그 모습에 어쩐지 저의 마음은 이끌림 자아내었어요

"그 모습을 저의 눈에 담게 되었네요, 저를 생각하고 위해서 하는 말씀이시니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저는 머리의 쓰다듬을 그대로 받으면서 동시에 제 앞의 그 얼굴을 향하여 양 팔을 들어올려 손길을 뻗어 보이며 닿아보려 하면서도 곧이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희미한 미소가 섞인 채로 저는 담담히 눈을 감아 보았어요

그리고 들여오는 그 소리는 사냥한 짐승을 먹기 위해서는 거쳐야만 하는 과정으로 그 육체를 해체하는 과정을 연상하게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아요. 왜냐면 실제로 손질은 이렇게나 선명하고 과장되게 울리는 소리를 만들어 내지는 않으니까요. 회색을 품은 존재는 분명 소리조차 속여볼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겠이요. 지금부터 할 것에 비하면 그것에 소모할 힘 같은 것은 낭비와 무의미한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까요

어둠 넘어에서 넬루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녀에게는 미안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녀는 충격을 이겨낼 만큼 강한 마음이 있을 것이라는 정도이겠지요

742 ◆MjRAeKhiz2 (CTTCrPtUU.)

2024-11-29 (불탄다..!) 22:58:35

>>740
똑, 똑, 똑... 문을 세번 노크하고 문 너머의 상대가 조심스레 문을 엽니다. 문을 열면... 헬렌이 무엇을 예상했건 간에 정말로 예상과는 다른 이가 문 너머에 보입니다. 화려하고 멋들어진 옷을 입고 그 위에 흉갑을 걸친 신사가 안을 슬쩍 보더니 옆으로 비켜서고, 옆으로 비켜서면 단정하게 차려입은 척 봐도 높은 직위의 행정관이나 입는 옷을 입은 젊은 여성과, 그 여성 뒤에 있는 경비병들이 눈에 띕니다. 신사는 레이피어를 차고 있고, 경비병들 역시 칼과 철퇴 등 다양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니 암허슈트의 경고가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젊은 여성은 앞으로 나오더니 고개를 꾸벅 숙입니다.

"무례에 사과드립니다. 헬렌 이블린 로렌스 백작 영애님. 저는 은광과 그 주변 마을 관리를 모렐 남작님께 위임받은 서기관 예멜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런, 은광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 설마 따지러 온 걸까요?

"...최근 영애님의 탐사를 통해 해당 은광맥에서 유황 광맥과 수맥이 존재함이 입증됨에 따라, 사정청취 후 발견자에 대한 포상 등 적절한 조치를 밟고자 방문케 되었습니다. 곧 떠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모렐 남작님께서 직접 찾아뵙고자 하셨으나, 현재 남작부인께서 난산을 겪으신 후라 경황이 없으신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행히도 아니군요. 다만 페로한테는 다행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영애님께서는 백작가 규수이신만큼 온건하고 이성적인 대화와 사교의 예를 아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나... 현재 동행하고 있는 이 펠리네 수인 시종도 그러할지는 심각하게 의문이 듭니다. 그러므로, 조사가 진행될 동안만 저 시종의 무장 해제를 명할 것을 요청드립니다."

서기관은 그렇게 말하고, 옆에 서 있던 신사는 당연하다는 듯 문간에 숨어있던 페로에게 손바닥을 탁 펼쳐 페로에게 무기를 내놓으라고 하는군요... 다른 사람이라도 이랬을지, 아니면 페로가 펠리네 수인이라 이 모양인지.

743 ◆MjRAeKhiz2 (CTTCrPtUU.)

2024-11-29 (불탄다..!) 23:26:53

>>741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요. 아니면 얼마 지나지 않았을까요? 곰의 비명은 힘없이 잦아들다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넬루의 공포에 질린 숨소리만 가끔씩 들려옵니다. 아앨라나의 귀를 가득 채운 것은 철퍽, 철퍽, 하는 고기를 발골하고 ㅓㅇ형하는, 인간이 곰 앞에서 듣기는 힘든 소리들뿐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말라시엘은 아앨라나에게 눈을 떠도 된다고 허락합니다.

"이제 눈을 뜨셔도 됩니다. 사도님."

그리고 어둠 속을 헤매던 아앨라나의 시선이 다시 빛을 맞이하면... 빛은 아앨라나에게 붉은색으로 물든 숲을 보여줍니다. 분명 곰이 있었을 자리는 웬 핏덩이가 좀 걸린 커다란 갈비뼈 하나만 떨어져있고, 그 갈비뼈를 중심으로 사방의 나무와 수풀에 피가 잔뜩 묻어있습니다. 그 나무에는 노란색의 지방이 엉겨붙어 있거나... 힘줄이 있거나...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건 눈알 정도군요... 그리고 다른 쪽을 보면, 허어억, 흐으윽, 하면서 벌벌 떨고 있는 넬루가 보입니다. 넬루는 창을 꼭 껴안은 채 전의를 상실해서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아앨라나가 다시 앞을 보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도님."

...얼굴도, 피부도, 눈도, 코도, 귀도, 입도 없이, 오직 검은색의 연기로만 이루어진 기이한 형체가... 아앨라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에는 어떤 실체도 없지만... 그녀는 그 흐름에서 본능적으로 얼굴을, 표정을, 감정을 읽어내고, 가말라시엘이 자신을 치하하고 있음을 눈치챕니다.

"옛날에는 굳이 이럴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바깥을 돌아다녔는데! 그러다가 너무 나댄 놈이 있으면 이렇게 손도 좀 봐주고 말입니다. 뭐어, 그래도 절 믿고 도와주신 사도님의 뒤통수를 칠 순 없으니 이제 들어가야겠지요. 하지만... 다음 번에는 좀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더니, 가말라시엘은 아앨라나의 눈 앞에서 형체를 잃고는 지팡이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744 헬렌 - 진행 (/m.lW91ry2)

2024-11-30 (파란날) 15:41:29

@@>>742
헬렌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무장한 이들과 서기관이라는 예멜을 바라보다가 그 말을 잠자코 듣는다. 헬렌은 확실히 제가 백작가를 나오기는 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해버린다. 이런 대접을 받다니. 무례함에 화가 날 지경이다.

“페로. 내 뒤로 와.”

헬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의 이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말한다.

“곧 떠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전령을 보내서 의사를 물어보고 시간을 잡는 것이 옳지 않나요? 게다가 다짜고짜 완전무장을 한 채 찾아와 제 동료를 비하하고 무장 해제를 요구하다니. 마치 죄인을 심문하려는 태도로 보이는데. 이는 남작님의 뜻인가요?”

헬렌의 눈빛이 차갑다. 무장을 한 채로 방까지 찾아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이러한 태도라니. 백작가의 위상이 떨어진 것인지 자신이 만만하게 보였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든다. 멋모르는 백작 영애라고 제멋대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

745 ◆MjRAeKhiz2 (EY6M3kSOug)

2024-11-30 (파란날) 20:04:04

>>744
페로는 신사의 펼친 손바닥을 탁 쳐내더니, 경비병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와 헬렌 뒤에 섭니다. 그리고 특유의 유연한 온 몸을 흐느적거리며 해파리마냥 나풀거리더니 베ㅡ하고 혀를 내밀며 남작의 부하들을 도발합니다. 이 사회는 냉혹한 계급과 인종차별이 엄존하는 페로는 그걸 피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다르지 않죠. 행정관은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일단 사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식사 시간을 방해한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동행한 고양이... 아니, 부하분도 역시 영애님의 높은 안목으로 잘 뽑으셨을 텐데 감히 의심한 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에 대한 첫 인상이 좋지 않으신 것과 별개로, 여기 왔으니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뭐... 그렇다네요.

"헬렌 영애님께서 은광을 점거한 도적을 소탕하기 위해 몸소 나서주신 용단은 감사드리고, 그 과정에서 새 수원과 유황 광맥을 발견하신 공로 역시 감사드리나... 그 과정에서 은광이 최소 1년 이상의 복구 공사를 요하는 수준으로 파괴된 것에 대해 남작님께서 깊은 유감을 표하셨고, 이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배상을 탄원하는 바입니다."

돈 달라는 얘기고, 구체적으로는... 은광의 1년치 수입이나 복구 비용의 10분의 1. 헬렌이 서명한 지불보증도 받는다는데... 로지가, 암허슈트가 헬렌에게 말합니다.

"제 도움 청할거면 저기 꿀이랑 파이 있죠? 저거 많이 드시고 술은 입도 대지 마세요. 술 들어간 사람 머리만큼 힘든 것도 없어서."

"아가씨. 제게 이 엘 뇌르즈 와인 한 잔을 아가씨의 미각을 빌려 맛보게 해주신다면, '섭섭잖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와중에, 벽에서 스며나오듯 노파 형태의 정령이 튀어나오더니 벌컥 화를 냅니다.: 바바 페흐입니다.

"겨우 쥐새끼 벌라지새끼 다 쫓아내고 이제 조용하다 싶더만 어떤 불상놈의 년놈들이야?!"

...셋 중 누구한테라도, 아니면 알아서, 한번 잘 해결해봅시다.

746 아앨라나 - 진행 (j9GVeEijpM)

2024-11-30 (파란날) 20:20:48


@@ >>743

야수가 울부짖는 소리는 얼마가지 않아서 줄어들면서 곧 사라졌어요. 거기서 들려오는 소리라고 한다면 넬루의 목소리가 그녀가 내쉬는 가냘픈 숨소리와 마치 살덩이들을 일부러 과격하게 소리를 내며 찢는 듯한 것이었어요. 토끼 같은 것을 손질하는 것과 다르게 고기를 썰어내는 것에도 이렇게까지 들려오는 것은 묘하네요

그래서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감았던 두 눈을 서서히 떠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어요. 그러면 숲은 붉게 물들어 있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독특한 취향이 없는 이상 불쾌하다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저에게는 그 뿐이네요. 이 색들은 빗방울이 씻겨 줄 것이고 남겨진 부스러기들도 숲의 생물들이 가져가 줄 거에요. 그렇게 하면 희미한 흔적만 남겨지게 되고 이후에는 그 조차 남지 않을 거에요

넬루의 상태가 너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녀에게 거리를 좀 두라고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 말라고 부탁해야 했어요. 아!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어요. 그녀가 끔찍한 기억으로 고통 받는다면 그 기억을 지워주는 걸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녀의 상태를 좀 더 지켜보아야겠어요

"서로 돕기로 했으니까요. 저는 듣게 되었고 상황도 그렇게 되었으니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았어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이 저에게 그렇게 말해주시는 것에 저는 눈웃음을 지어보이고는 그리 대답해주었어요. 어둠으로 채워진 안개와도 같은 그 형상으로도 저는 알 수 있었어요. 전부터 함께 함에 있어 얼굴은 없었기에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에요. 다른 때보다도 기뻐하고 있음을 느껴지고 알 수 있다는 것이에요

"서로를 향해서 믿어주고 그에 맞는 행동을 이어간 것처럼 이후에도 그리해야겠지요"

이어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했어요. 과거에는 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있게 되었던 것일까요?

그렇게 해서 이제 저는 한 때 흉포한 야수가 있었을 자리에 남겨진 피의 웅덩이에 다가가 보았어요. 야수의 눈을 차지하고 있었던 그 묘한 마석도 같이 파괴된 것일까요? 좀 더 둘러보거나 아니면 가말라시엘 님에게 물어볼 수도 있을 거에요

747 ◆MjRAeKhiz2 (xeT3jJfktQ)

2024-12-01 (내일 월요일) 08:41:30

>>746
'항상 감사합니다. 사도님. 그동안 저를 주웠던... 아니, 저를 만났던 많은 사도들 중에 아앨라나님이 가장 친절하고... 가장 이성적입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아앨라나는 울고 있는 넬루를 뒤로 한 채 곰...이었던 피웅덩이에 가까이 가봅니다. 가말라시엘이 개박살냈을 그 곰에게서 유일하게 남은 것은... 불길하게 빛나던 그 마석뿐입니다. 그리고 그 마석은 닿는 것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뜨거워서 핏방울을 증발시키는 것인지, 덩그러니 놓여진 갈비뼈 위에 맺힌 핏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치이이이...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앨리스의 아래에서 수학한 아앨라나는 이 마석이 품고 있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정말로 불길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미 드레인을 시도할 때부터 정말로 보통 마석이 아니란 건 이미 감지했지만 말입니다. 일단 눈으로 보아서는 이 정도가 한계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욱... 욱... 우웨에에에엑..."

숨 넘어가는 소리에 뒤를 바라보면, 공포와 역겨움을 참지 못한 넬루가 구토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앨라나가 세상사에 좀 덜 '초탈했다면' 가말라시엘에게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애가 저 꼴이 났냐고 따졌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심한 꼴입니다. 넬루는 어떻게든 제정신머리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가말라시엘은 흠... 하면서 그답잖게 눈치를 보더니 말합니다.

"베스니, 그 말 많은 음유시인이랑은 다르게 저건 기억을 지워주는 게 예의 같은데 말이죠."
// 미안혀 어제 기절잠했다...

748 헬렌 - 진행 (VJMEqa4f8o)

2024-12-01 (내일 월요일) 14:22:43

@@>>745
들어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했더니 역시 제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맞았다. 하긴 그러니까 저렇게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무기를 빼앗으려 했겠지. 내가 수틀려서 공격할 것을 대비했던 것일지도 모르고.

이런 상황에서 정령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에 헬렌은 그래도 안도감을 느낀다. 게다가 바바 페흐까지 나타났으니 그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어쨌든 두려움이나 공포심으로 쫓아낸다고 하더라도 다시 찾아와 귀찮게 할 것이 뻔한 느낌이라 헬렌은 로지의 도움을 받아 논리로 박살내서 내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뇌를 과하게 주물러 과부하가 오는 느낌은 정말 싫지만.........

“후....... 실례할게요.”

빡침이 느껴지는 한숨을 내쉬며 헬렌은 파이를 씹어 삼키고 꿀을 마셨다. 그리곤 로지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749 ◆MjRAeKhiz2 (xeT3jJfktQ)

2024-12-01 (내일 월요일) 20:55:46

>>748
처음 파이를 먹었을 때는, 그리 달콤하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통밀을 거칠게 갈아 만든 밀가루에서는 껍질의 거친 입자가 씹히고, 호밀을 많이 넣었는지 시큼한 맛이 납니다. 그 거침과 시큼함을, 위에 뿌려진 약간의 설탕과 알알이 박힌 건포도가 혀에 닿으며 느껴지는 달달한 느낌이 보완해줍니다. 이건 싸움을 위해 먹는 것이고, 헬렌은 백작령 가장 후미진 마을의 마굿간에 묶인 개돼지 앞에서 격식을 차리면 차렸지 저 쌍놈들한테 보여줄 격식 따위는 없다는 생각으로 우격다짐으로 씹어 삼킵니다. 그냥 먹어도 딱히 나쁘지 않을 맛이었고, 싸우기 위해 먹는 것치고는 꽤 괜찮은 맛이군요.

'음, 좋아. 좋아...'

'로지. 아가씨 머리는 차분기관이 아닙니다. 그것만 알아두십쇼.'

'암허슈트 할배는 노망이라던지, 치매라던지 그런거 안 걸려요?'

그리고 헬렌은 옆에 놓여있던 꿀과 시럽의 뚜껑을 땁니다. 그리고는 그 걸쭉한 꿀과 시럽을 한번에 들이마십니다. 과유불급, 그 달달함에 혀가 얼얼해지다 그 얼얼함이 머리까지 올라오고, 목구멍에서 토기가 올라올 것 같지만 헬렌은 무시하고 우격다짐으로 삼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행정관이나 페로나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당황하고, 페로는 헬렌의 몸에 손을 댈 수도 없는데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어 우왕좌왕합니다.

"아, 대장님... 아가씨... 아, 뭐라 해야 돼... 아무튼 그거 그렇게 먹으면 토해요!"

토하라죠. 헬렌은 그렇게 마시고 나서... 로지를 돌아보고, 로지는 웃으면서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잠시 헬렌의 뇌를 빌립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지가 헬렌에게 이야기하는군요. 로지는 논리의 정령이므로, 논리의 허점을 찾아줄 순 있지만 싸우는 건 헬렌이 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광산에서처럼 제가 다 하려고 들면, 아마 아가씨께서 논쟁하다가 중간에 쓰러지실 거에요. 그리고 저는, '논리'의 정령이지 '언쟁'의 달인이 아니고요. 상대방의 말에 섞인 허점과 오류를 집어줄 테니까, 아가씨는 그걸 활용만 하시면 되요. 일단... 백과사전의 정령. 너 나랑 일 같이 해야 돼.'

로지가 꿀을 다 마시고 탁자에 올린 헬렌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자, 팟! 하고 헬렌의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허점들이 스칩니다.

'1년 이상의 복구 공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분명 설계를 마쳤다는 것인데, 어떻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조사와 설계 및 공사비 산정을 마쳤는지?'

'만약 헬렌이 광산을 파괴한 것에 대해 복구비를 부담한다면, 헬렌이 발견한 유황 광맥이나 신규 수원에 대해서는 헬렌의 지분을 인정할 것인지?'

그 외 기타 등등... 논리의 정령이 도와주고 있으니, 한번 싸워봅시다... 아마 쉬울 겁니다.

750 헬렌 - 진행 (VJMEqa4f8o)

2024-12-01 (내일 월요일) 21:23:44

@@>>749

싸움은 원래 추잡하고 힘겨운 것이고, 어떤 때에는 설명을 할 시간도 없을 때가 있다. 헬렌은 페로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혼자의 힘겨운 싸움을 마치고 손등으로 입술을 훔친 채 행정관을 노려본다. 백작령의 기사단장이 말했다. 싸움은 기세라고.

“먼저 서기관께서 하는 말은 잘 알아들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군요. 분명 스스로 말하기를 1년 이상의 복구 공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였는데, 조사와 공사 설계를 언제 끝마치신 건가요? 하루가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공사비 산정까지 나올 수 있죠?”

헬렌이 이상하다는 듯 팔짱을 끼며 지배자 특유의 거만한 태도로 서기관을 바라볼 것이었다.

“만약 제가 이에 대한 복구비를 부담한다면, 제가 발견한 유황 광맥이나 신규 수원에 대해서는 제 지분을 인정하고 그 수입을 저에게 주실 건가요?”

헬렌의 태도는 당연히 자신이 받아야 할 것을 정당히 요구하는 모습일 것이다.

751 아앨라나 - 진행 (JCmIFmnyL.)

2024-12-01 (내일 월요일) 22:55:39


@@ >>747

"이런 것은 제가 처음 이었나요? 그렇게나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들떠지네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듣자 약간 우쭐해진 기분으로 되묻듯이 말했어요. 그 말에서 처럼 여럿 사람들을 거쳐오면서도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좀처럼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럼, 그 제가 알지 못하는 과거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저는 피의 웅덩이에서 제가 원하던 것을 찾게 되었어요. 마석은 파괴되지 않았어요. 그런 일이 있었지만 거기에 남겨져 있었어요. 지금 이렇게 보이는 것도 그렇고 이대로 줍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겠지요. 그러니까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에요. 이런 독특한 마석이라면 계속 살펴보면서 이리저리 연구도 해보고 제대로 가공도 해서 사용해보고 싶어져요. 마녀 님께도 보여주고 싶어요. 저에게 무엇을 말해 주실까요? 기대되네요~

"이것을 안전하게 가져가기 위해서 괜찮은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피를 머금은 마석을 내려다 보면서 가말라시엘 님에게 물어보았어요. 지금 생각나는 방법이라고는 다른 물체로 대신 감싸서 직접 접촉을 최대한 피하면서 옮기는 것 정도겠네요. 보아서는 어쩌면 피에 담그는 것이 괜찮을까요? 아니면 나쁜가요?

"그래요, 그녀가 크게 괴로워 보이니 도와주어야겠어요"

곧이어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이번에는 넬루가 구토까지 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녀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전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을 거에요. 그런데도 이것은 그 정도로 심하다는 거겠지요. 저는 거들어 말하시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맞춰 저는 그렇게 대답했어요

"제가 괴로운 것을 잊는데 도와드릴 수 있을 거에요"

이제 저는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그렇게 말했어요

752 ◆MjRAeKhiz2 (xeT3jJfktQ)

2024-12-01 (내일 월요일) 23:15:57

>>750
"상황이 긴급함에 따라 건축 길드의 마스터를 초빙하여 대강의 견적을 산출했습니다. 자신의 견적이 배상금 추산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고지받자, 길드 마스터는 극히 '보수적'으로, 즉 영애님께 매우 유리하게 공사비용과 공사 기간을 계산했습니다."

'만약 본고를 읽고 있는 귀하가 농노가 끌고 가던 당나귀를 죽였다면, 간단하게 마굿간에서 당나귀 한 마리를 꺼내 그 평민에게 주거나 당나귀 한 마리를 살 돈을 주면 될 일이고, 귀족이 평민에게 입힌 손해에 관하여는 굳이 글을 쓰고 읽을 필요도 없다. 역설적으로, 농노는 가진 것이 없기에 입을 피해도 없는 이들이니. 그러나 귀족인 귀하가 다른 귀족의 재산을 손괴했거나, 또는 반대로 다른 귀족이 귀하의 재산을 손괴했다면 그 때부터는 먼저 침착해야 한다. 파손된 재산의 성질을 파악하고, 파손된 재산과 관련된 전문가를 양측이 고용해 그 파손의 정도를 정밀히 검토한 후, 양측의 검토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배상액을 제시할 수 있다. 이때, 손해액 감정을 위해 전문가를 초빙한 비용은 관례상 피해를 가한 쪽이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출처: 명예로운 귀족을 위한 제국 손해배상 실무'

백과사전의 정령이 그답지 않게 타이밍 좋게 거들고, 굳이 로지가 뭐라 말을 얹을 것도 없이 헬렌은 행정관의 말을 받아칩니다. 헬렌에게 유리하게 계산하는 것은 헬렌이 고용할 손해사정 전문가, 즉 헬렌이 부를 광업 전문가나 건축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지 그 쪽이 해야 할 일이 아니며, 즉 헬렌은 남작이 실제로는 대규모의 금액을 부풀린 다음 헬렌에게 유리하게 계산했다는 속된 말로 '시장 장사치' 같은 속임수를 썼다고 의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헬렌 영애님께서 소유하신 땅에서 누군가 금괴를 캐낸다면, 그것의 소유권은 헬렌 영애님께 있지 그 사람에게 있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 부분은 로지가 나섭니다. 논리를 대변하는 정령이 '개'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좀 고통스럽다지만... 지금의 헬렌은 '언쟁'을 하고 있는 것이지, 자로 잰 듯한 철저한 논리학 수업 시간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로지는 개논리도 논리고 무논리도 논리라는 심정으로 헬렌에게 이야기하려다 머뭇거리는데, 암허슈트가 옆에서 나타나 거듭니다.

'하지만 영애님처럼 명예를 아는 귀족이시라면, 그 발견자에게 금괴를 전부 다 주지는 않더라도 그 노고를 공치사 몇 마디로 끝내지 않고 금괴 10개를 발견하면 한두개 정도는 떼어주는 식으로 갚겠지요. 하지만... 상대가 모시는 남작이란 인간은 그렇지가 않은... 돼지인가 보군요?'

그러자 로지는 씩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저 노인네 쓸데가 다 있네. 그리고 한 가지 더... 비유는 상황을 똑바로 맞추고 하라고 그래요. 남의 땅에서 땅을 막 파제낀 거랑, 은광에 자리잡은 도적들을 몰아내고 마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고 들어갔던 헬렌 아가씨의 행동이 어떻게 똑같은 것으로 비유가 되는 건데요?'

...랍니다.
// 사이다 하나 까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갈 예정.

753 헬렌 - 진행 (faP.Va9CZk)

2024-12-02 (모두 수고..) 10:49:23

@@>>752
헬렌은 서기관의 말에 픽 웃었다.

“제가 해야할 일을 대신 해주셨다니, 과연 그 결과를 제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건 없다고 생각되는데. 지금 짧은 시간에 날림으로 처리해 저를 곤혹스럽게 만들려는 것 같은데요. 게다가 제가 고의로 한 것도 아니고 남작님의 ‘영지민들’을 위해 사기꾼들을 몰아내고 괴물을 죽이기 위한 과정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예요.”

헬렌은 손가락으로 뺨을 두드리며 여유롭게 서기관의 말에 답한다.

“비유가 잘못 되었네요. 아무것도 없는 땅인 줄 안 곳에서 누군가가 금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면 그 사람에게도 지분이 있는 것이고, 그 금을 캐는데 누군가가 돈을 투자했다면 그 사람에게도 지분이 있는 것이겠죠. 이번 상황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들개 무리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파헤쳐져 금이 드러났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지요.”

헬렌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쨌든 이렇게 말싸움을 하는 것도 지겹네요. 좋은 일 하려다 죽을 뻔 했는데, 이렇게 위험한 광산을 방치한 남작님이 오히려 저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다며 아버지께 편지를 붙여야겠어요. 그 광산이 폭발 위험성이 있는 곳인줄 알았다면 들어갈 일도 없었을테고 로렌스가의 장녀이자 소중한 정령사인 제가 죽을 뻔하고 이렇게 다칠 일도 없었을텐데... 저는 이에 대해 좋게 넘어가려고 했지만 원하시는 게 서로의 손해를 따지고 들자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도록 해요.”

빙긋 웃는다.

“아참, 제가 정령사라 편지를 보내면 3초면 바로 백작님께 도착한답니다.”

754 ◆MjRAeKhiz2 (NaKfjxAHZI)

2024-12-02 (모두 수고..) 19:46:53

>>751
아앨라나는 마석을 헝겊으로 감쌉니다. 그러니 그 불길하던 기운도... 고작 이 헝겊만으로 가려지는 느낌입니다. 적어도 느낌은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아앨라나는 다른 장소에서, 맨눈과 맨손보다 좀 더 적절한 도구와 숲속보다 좀 더 나은 조사환경 등이 갖춰지면 아앨라나 스스로 이 마석의 성질과 정체를 조사해볼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곧 마녀님의 집으로 돌아가니 그곳으로 가서, 앨리스 님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불치하문이라 하여 모르는 것을 물을 때는 아랫것한테 물어도 부끄럼이 없어야 군자라는데, 하물며 앨리스님에게 아앨라나가 물어보는 것에 무슨 거리낌이 있을까요. 아마 인신공양에 대한 좋은 설명을 준비한 뒤의 이야기겠지만 말입니다.

"...우욱... 우으으... 기억을... 지워요?"

넬루는 아앨라나를 빤히 바라봅니다. 눈동자는 흔들리고, 인상은 완전히 구겨졌고, 그녀의 두 눈은 의심으로 떨립니다. 혹시 기억을 지워주겠다는 뉘앙스의 말이 좀 이상하게 들렸나 싶지만, 이내 나오는 말은 전혀 다른 핀트를 짚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그게... 되는 거에요?"

넬루는 잊을 수만 있다면야 잊고 싶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안 본 뇌, 안 본 눈 사고 싶은 거죠. 하지만 이 세상 상인 누구도 안 본 뇌와 안 본 눈알을 넬루에게 팔아서 갖다 박아줄 수가 없는데, 아앨라나는 그래도 그 마녀의 제자라니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나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755 ◆MjRAeKhiz2 (NaKfjxAHZI)

2024-12-02 (모두 수고..) 20:07:31

>>753
결국 언쟁은 기세 싸움이고, 헬렌은 자신이 멋모르고 뛰쳐나온 아가씨가 아니라, 어느 정도 머리에 뭘 넣고 나온 아가씨임을 증명한 이상 상대는 고작 남작의 대리를 받는 평민의 신분으로 로렌스 가의 백작 영애라는 신분을 찍어누를 수도 없으니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행정관의 표정은 헬렌이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또박또박 반박하고, 그렇다면 직접 계산해보자, 바로 백작령에 편지 보내보겠다면서 당당하게 나오자 한숨을 쉽니다. 한숨을 다 내쉬자 하하 웃으면서 말을 꺼냅니다.

"역시, 한 마디도 안 지시는군요. 그러셔야죠. 그러셔야..."

잠깐, 이 행정관이랑 병사들. 뭔가 이상합니다. 아무리 백작가의 영애가 정식 백작 취급은 아니라지만,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기가 죽는 기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오니 뭔가 무섭습니다. 헬렌의 허리에 타고 오르는, 계급이고 뭐고 죽음을 각오하고 덤벼드는 아랫것의 하극상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는 것을, 암허슈트가 헛기침 소리로 안심시키면서, 그녀를 포함한 모두의 시간이 참 느리게 흐릅니다.

'아가씨. 생각하신 게 맞습니다. 이 녀석들, 연기 학원을 다녀왔는지 지금까지 잘도 아가씨를...'

행정관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나자, 신사가 레이피어를 찬 검집에 손을 뻗어 손잡이를 당기고, 그 가늘고 긴 은빛의 비밀을 드러내는 순간, 헬렌의 뒤에 숨었던 페로가 어느새 빠져나와 탁자를 온 힘을 다해 밀어뜨리고, 헬렌을 위한 포도주 잔과 페로를 위한 맥주잔이 공중을 빙글빙글 돌며 붉은색과 검은색의 일렁이는 파도가 되어 하늘을 칠합니다. 탁자에 뒤덮이는 헬렌의 시야 앞에 보이는 건 본색을 드러낸 경비병들의 고함치는 표정과, 신사의 절제된 살의로 가득찬 표정, 그리고 피처럼 붉은 포도주를 꿰뚫고 날아오는...

"이 영지 아주 지랄이네!!!!!!!!!!!!!!"

...레이피어 끝을, 암허슈트가 헬렌과 무도회를 하듯 그녀의 한쪽 팔을 잡고 허리를 감아 피해내며 어깨를 꿰뚫었을 레이피어 끝단이 손가락만 스치고 나가게 만듭니다. 식탁이 넘어가며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들던 경비병들의 기세가 잠시 무너진 틈을 타 페로는 주머니칼을 다시 꺼내들어 달려들고... 어느새 헬렌을 위한 특등실은 수많은 이들이 뒤엉킨 싸움판이 됩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페로는 상대들이 적이란 건 확인하고는, 한 경비병이 제 목을 베려는 것을 몸을 낮춰 피하고는, 몸을 낮추자 얼굴에 지르는 무릎을 껴안고는 넓적다리를 주머니칼로 푹푹 찌릅니다. 끔찍한 비명에 경비병들의 이목이 쏠려 페로를 죽이려고 하지만, 페로는 그것마저도 요리조리 피하고는 되려 같은 편의 무릎을 철퇴로 박살내서 주저앉히고 페로의 머리통에 꽂으려던 도끼가 경비병의 관자놀이를 파고들게 만들어 서로 죽이게 만듭니다. 페로는 주저앉은 상태로 무력화된 경비병을 헬렌 쪽으로 걷어차, 레이피어를 피하며 엎어진 헬렌을 피 묻은 경비병으로 덮어버립니다.

"끄읅... 끅, 끄으으으윽..."

머리에 도끼가 박히고, 대동맥이 지나는 허벅지에 세 번이 넘는 깊은 자상을 입고, 무릎이 박살난 경비병은 아마 생각이란 걸 할 수 없을 테지만, 그 두 눈으로 자신이 엎고 넘어진 헬렌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조금씩 조금씩 인간의 숨소리가 아닌 망자의 피 끓는 소리를 내면서 눈빛에 힘이 죽어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없어진 그 눈빛은 헬렌을 계속해서 바라봅니다.

// 이 다음에 암허슈트 - 바바 페흐 중 어느쪽이 상황 정리하는 거로 보고싶어?

756 엘리 - 진행 (Sdcx1PioDI)

2024-12-02 (모두 수고..) 20:48:48

@@>>736

"그래, 그래. 말리지만 마~"

말리려고 햇빛에 널어놨다가는, 뱀파이어의 신체가 아니라 였던 것이 될테니까.

그리고, 다음에 찾아온 남자는...

"아, 음. 아냐. 후원 의향 많아. 나 학술 좋아해."

돈을 꺼내 적선한다. 저 모습을 본다면 어떤 뱀파이어라도 학술에 대한 의욕이 솟아오르리라.

여러모로 굉장한 곳이었다. 나로썬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

757 ◆MjRAeKhiz2 (NaKfjxAHZI)

2024-12-02 (모두 수고..) 21:18:23

>>756
딸그락, 딸그락, 쨍... 째래랭...

한 푼, 두 푼 정도를 예상했던 구걸꾼은, 한 푼 두 푼을 넘어 열 푼 넘는 돈이, 그것도 동화의 칙칙한 흙빛이 아니라 어두운 하늘에 뜬 달처럼 밝은 은빛을 보고 눈을 크게 뜹니다. 기껏해야 동전 여럿밖에 없던 동냥바가지에 은화가 섭섭잖게 차고, 구걸꾼은 행여 자신이 잘못 보았나 구걸 바가지에 들어잇던 은화 하나를 올려 지하수로 천장에 붙은 발광 버섯에 가까이 대봅니다... 이건 분명합니다. 은색입니다.

"어떻게... 이런..."

구걸꾼은 피를 팔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의 자선을 베푸는 것을 보고는, 감사하다는 생각보다도 다른 생각이 더 앞섭니다.

"그러면, 제 피를 드시면 금화도 주시는 겁니까? 제가 죽을 정도로는 못 드리지만, 그래도 한 사흘 앓아누울 정도는 괜찮습니다...! 아니, 이게 아니지..."

하지만, 엘리의 표정에서 그냥 딱해서 주는 것임을 읽은 구걸꾼은 머쓱해하더니 고개를 꾸벅 숙입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호르뮈셰를 가호하는, 심지어 우리 같은 머저리들도 가호하는 미네르바 정령님께서 아가씨를 기억하시길."

미네르바... 흥미롭군요.

758 ◆MjRAeKhiz2 (NaKfjxAHZI)

2024-12-02 (모두 수고..) 21:18:32

오랜만

759 엘리주 (OXluLHQDmA)

2024-12-02 (모두 수고..) 21:44:13

예이~~

760 헬렌 - 진행 (riIRzvzUMw)

2024-12-02 (모두 수고..) 22:36:08

@@>>755

정령사라고 편지를 3초만에 배달하지는 못하니 그냥 허세일 뿐이지만 좀 먹힐 줄 알았는데. 결과론적으로 이들이 본색을 드러내자 헬렌은 이제야 전말을 알겠다 싶었다! 왠지 광산에 도적들이 점거해도 대책없이 방치되어 있더라니! 남작이 허수아비거나 눈이 가려졌거나 한 거 아니냐고.

결국 죽이려드는 놈들이 달려들고 레이피어에 손끝이 베이며 넘어진다. 동굴에서 보지 못했던 페로의 전투 실력을 엎어진채로 구경하다 결국 경비병이 자신의 쪽으로 넘어지는 것에 깔려버린다.

“로렌스가의 자비에 감사하렴.”

헬렌은 자신의 앞에 엎어져 죽어가는 남성의 숨통을 허리에서 빼낸 단검으로 푹 찔러 거둬준다. 아무리 곱게 자랐다고 하더라도 저를 죽이려고 했던 상대를 돌봐줄 정도로 착하진 않다. 이 시대에는 질병, 기아, 전쟁, 살육 등으로 인해 죽음이 가까운 곳이니까. 사람을 직접 죽인 건 처음이나 뭔가 대단한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다.

/바바 페흐!

761 아앨라나 - 진행 (F9SznwNwEs)

2024-12-02 (모두 수고..) 22:46:54


@@ >>754

제가 조심스럽게 그리 해보았더니 마석으로 부터 감도는 그 기운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어요. 거기에 당장은 큰 문제는 없어 보였고 어렵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해 보였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기 좀 더 쉽게 해보기 위해서 저는 주변을 다시 살펴보고는 거기에서 적당해 보이는 덩쿨 줄기를 찾아보았어요. 그것을 칼로 끊어다가 천으로 감싼 마석에 둘러서 묶어보기로 할 생각 이었지요

"넬루 씨의 태도를 저는 이해해요, 세상의 어떠한 것이라도 완전하게 '그렇다'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에요. 그렇지만 저는 그것을 해볼 수는 있어요"

그래서 제가 했었던 말에 그녀가 저에게 보여주는 시선과 행동에서 그 안에 담겨 있는 불안과 의심이 묻어나오는 그 물어보는 말에 저는 그렇게 대답해주었어요. 지금 그녀가 저를 향한 믿음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기 어렵듯이 저도 그녀에게 어떤 것도 확답을 할 수 없고 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달라요. 저는 그녀의 머리 속을 휘젓는 나쁜 기억을 없애주고 싶고 그것을 시도할 능력도 있어요

762 ◆MjRAeKhiz2 (FJnCOE1SZs)

2024-12-03 (FIRE!) 07:47:55

공지: 진행시간 엇갈림 때문에...
그날 밤 10시까지 올라온 답레는 어지간해선 반드시, 그 이후 답레는 상황되면 처리할게.
그리고 진도가 늦는거같은데 혹시 지금 또는 곧 있을 국면에서 원하는 전개 있음 얘기해줘 반영해볼려

763 ◆MjRAeKhiz2 (2iKCyHzQcM)

2024-12-03 (FIRE!) 11:17:09

>>761
"그럼... 부탁 좀 할게요..."

넬루는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발작적으로 고개를 흔듭니다. 세상에는 몰라도 되는 일, 잊어도 되는 일이 있고 방금 넬루가 보았던 가말라시엘의 현현과 그 끔찍한 살상은... 딱 그러했습니다. 그러자 가말라시엘은 껄껄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기억! 살아온 지난날을 바라보는 흐릿한 거울이자 펼칠 때마다 바뀌는 일기장. 그리고... 제가 사람의 생명 다음으로 좋아하는 무언가죠.'

어쩌면 가말라시엘은 이걸 노린걸지도 모릅니다... 잊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것을, 아앨라나에겐 보여주지 않고 그녀에게 보여주었겠죠. 어찌됐건 아앨라나는 넬루가 바라는대로, 지팡이를 들어 가말라시엘의 권능을 끌어내고... 기억을 지우기로 합니다.

지팡이에서 붉은 빛이 나오더니, 순간 넬루의 두 눈을 눈이 멀 정도로 비춥니다. 그러자 울던 넬루는 멍해지더니 아앨라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묻습니다.

"...누구야?"

이거, 기억을 얼마나 지운건지.

764 아앨라나 - 진행 (Yb3sAMyCvA)

2024-12-03 (FIRE!) 19:44:24


@@ >>763

"누군가의 기억을 더듬는 것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기억을 책이라고 한다면 바꿔야 할 문단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 책을 읽어보아야겠지요. 이를 말하시는 거겠지요?"

그녀의 대답과 함께 가말라시엘 님의 그리 말하시면 저는 그렇게 묻듯이 덩달아 비유를 섞어서는 말했어요. 곧이어 저는 기억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 지팡이를 낮게 들어 올리며 집중했어요. 힘이 연기가 피어오르듯 오르며 번쩍이는 불꽃이 지나간 뒤에... 기억의 변화는 제대로 되었을까요?

"너무 많이 잊게 되어버렸어요! 그녀가 저에 대한 것도 잊었나요?"

저는 그녀의 그 한마디에 바로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고는 살짝 당황해서 가말라시엘 님에게 그렇게 말했어요. 이번에는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가말라시엘 님이 힘을 과하게 사용했나요? 아니면 그녀가 끔찍한 기억으로 고통 받게 된 이유에는 저에게도 연관성이 있으니까 그 때문에 저의 대한 기억도 엮여서 변하게 된 건가요? 제가 가말라시엘 님의 감춰졌던 형상을 일깨웠던 원인이기도 하였으니까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책의 낱장을 찢게 되어버린 거에요

"어디까지 기억하고 계시나요? 저는 아앨라나라고 해요. 가볍게 안나라고 불러주셔도 좋아요. 뭔가 끔찍한 일을 겪으신 것 같아서 제가 깨워보았어요"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우선은 지금 제가 해야 할 행동은 그녀에게 자기 소개의 시간을 다시 가져야 할 것이라는 거에요. 그리고 저는 간단하게 그렇게 설명을 더했어요. 그녀는 보았지만 저는 아니었던 끔찍한 것을 겪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요

765 헬렌주 (1oQmhCAEWg)

2024-12-03 (FIRE!) 21:38:40

공지 확인했음~~~~ 편하게 진행해줘~~
나는 지금 진도 괜찮고~ 원하는 거 있음 바로 얘기할게~

766 ◆MjRAeKhiz2 (Ubigktz5HA)

2024-12-04 (水) 00:48:59

>>764
'뭐... 삶이란 게 그렇지 않습니까? 항상 원하는 것을 이룰 수는 없거나... 이루더라도 약간의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죠."

가말라시엘은 그렇게 넘어갑니다만, 넬루와 당장 돌아갈 곳이 있는 아앨라나에게는 둘러대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아앨라나는 (자신이 악마인지 무엇인지 아무튼 정말로 강력한 무언가가 잠든 지팡이를 봉인 해제했더니 넬루의 정신을 무너뜨릴 정도의 끔찍한 짓을 저질렀고, 그것 때문에 넬루가 기억을 지워달라고 했다...)는 부분은 적당히 둘러대기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사실대로 이야기합니다. 플라베르흐에서 베스니라는 음유시인과 만난 이야기, 그리고 그곳에서 거대한 호수 괴물에게 습격당한 이야기 등등... 넬루는 아앨라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다가...

"거대한... 문어 괴물? 그걸 어떻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분명 플라베르흐 촌민들만 알아야 할, 그것도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운 치안 병력과 원로들만 알아야 할 그 괴물의 이야기를 아앨라나가 꺼내자 눈빛이 달라집니다. 넬루는 잠시 혼란스러워하더니 이내 받아들입니다.

"알겠어요... 안나 님... 지금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갈비뼈를 보니 큰 동물 같은데, 안나 님이 그런 건가요? 그러면 대단하네요. 그러면... 다시 길을 가죠..."

...라고 말합니다.

767 엘리 - 진행 (DKTkpra8L2)

2024-12-04 (水) 10:26:57

@@>>757
"정령? 신이 아냐?"

주제도 돌릴 겸, 흥미도 풀 겸 묻는다. 보통 숭배의 대상이라 하면, 신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신의 기운이란 건 내겐 천적과도 같았고 말이다.

"포용해준다면 좋겠네, 뱀파이어도~"

이 도시를 가호하는 존재가 정령이라 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768 크론 - 진행 (TQnn.sT7t.)

2024-12-04 (水) 12:56:45

@@ >>739

..목판? 분필? 설마..

제길 설마 했는데 진짜 필설을 하다니.
다행스럽게도 글을 익히긴 했다만..아무래도 쓸 일이 많지는 않았으니 익숙하지 않긴 하다.

홀로 읽는 정도야 크게 무리 없지만 소통을 필설로 하는건 아무래도 조금 부담스럽다. 다른 상대를 골랐어야 했나..

다만, 글을 보니 상대도 썩 잘 쓰는 기색은 아니다. 문법이 틀리진 않았으니 교육은 제대로 배운 것 같지만..경험이 적은 걸까?
그렇다면 크론의 반응 역시 살짝 느려도 큰 무리는 없을거다. 아마 반응이 느림을 눈치채도 자신의 글 탓으로 여기지 않을까?

'크론'은 미소를 지으며 우선 저 북극곰을 먼저 바라보며 이름을 부른다.

"네 이름은 안타르크티스구나 반가워."

이름은 있지만 아마 소녀가 그 이름을 부른 적은 없을지도 모르니 저 곰 입장에서도 이름이 불린 적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은 '크론'이야. 아마 다들 그렇겠지만 이번에 새로 입학을 하게된 신입생이지. 반가워 솔러."

굳이 뒤에 말을 더 붙이진 않았다. 어디서 왔냐거나 와보니 어때 같은 일상적인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 쉼을 택해 솔러가 과연 말을 더 붙일지 아님 말지를 보려는 셈이다. 그 반응을 보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겠지.

//오랜만! 그리고 공지는 내 텀 자체가 길다보니깐 현재로는 딱히 전개에 대한 의견 없음!

769 ◆MjRAeKhiz2 (Ubigktz5HA)

2024-12-04 (水) 16:13:57

>>767
"예에. 미네르바 정령님은 다른 곳이라면 신으로 불릴 만큼 위대하시지만, 신과는 조금... 다르신 분입니다. 신이 어떤 속성을 상징한다면, 정령은 그 속성 자체라고 할 수 있지요.... 아아, 그, 정령술을 공부하던 친구가 눈만 잃지 않았다면 당장 뱀파이어 아가씨 앞에 데려와서 설명을 시키는 건데..."

아쉽습니다. 아쉬워요... 그렇게 말하고는, 그 구걸쟁이는 구걸바가지의 동전을 자루에 채워넣고는 지하수로 위로 올라갑니다. 정령이라... 엘리가 알던 신은, 명시적으로 '어둠'이나 또는 그와 관련된 영역 및 속성을 관장하는 신, 또는 빛과 상관이 없는 영역을 관장하는 신이 아닌 이상 엘리에게 끔찍한 영향을 끼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두운 암흑의 신을 섬긴다면 모르겠고, 또 식물 중에서도 어두운 곳에서도 잘 버티는 이끼 계통의 식물신을 섬긴다면 모르겠지만, 태양이 많이 필요한 나무들과 자연과 관련된 신들은 엘리에게 지옥을 선보였습니다. 재생이 되는 줄 알았는데 온 몸에 달라붙은 씨앗들이 엘리 대신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녀의 몸에 영원히 뿌리박을 뻔한 끔찍한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니까요. 하지만 정령이라면... 신이 아니라면, 뭔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슬슬 시간이 되었는데 싶을 때즘... 다른 이들은 잠시 이상함만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엘리는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동족의 낌새가 느쳐집니다.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수많은 박쥐떼들이 날아오더니, 엘리 앞에 한 마리 두 마리씩 서다가 마침내 뭉쳐서 모양을 만들고는, 그 모양은 굳어지더니... 익숙한 언니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류드밀라는 한숨을 쉬더니, 엘리 쪽을 더듬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말합니다.

"...교수를 만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상한 놈들을 만났다고 들었어. 괜찮아? 아픈 데가 있으면, 괜찮다고 헛소리 하지 말고 말해. 네 몸이 박살난 건 나도 알 수 있지만... 타박상이나 내출혈은 내가 잘 몰라."

...그럴 법도 합니다. 두 눈이 저 꼴이니까요. 아까 전의 차갑고 가혹하던 말투와는 다르게, 지금은 그녀의 온 몸을 쓰다듬는 손길을 생각하니 ㄱ그렇게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770 헬렌주 (HfbFPtb112)

2024-12-04 (水) 18:09:57

>>760 놓친 것 같은데~~!

771 ◆MjRAeKhiz2 (f3jmD5kLu.)

2024-12-04 (水) 21:45:00

>>770
ㅈㅅ

772 ◆MjRAeKhiz2 (Ubigktz5HA)

2024-12-04 (水) 22:16:55

>>760
'정말 개판이군. 이건 제가...'

'야 임마. 너도 닥쳐!'

암허슈트도 바바 페흐가 지배하는 집의 영역에서는 그리 힘을 못 쓰는 모양입니다. 본디, 집은 또 하나의 사회이자 사회의 최소 구성단위로서 수많은 이들이 그래도 돌아갈 곳은 있다며 의탁하고 고된 하루를 이겨내던 원동력입니다. 설령 그 집이 아무리 작더라도, 아무리 추하더라도, 아무리... 끔찍하더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그 집에는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일삼는 애비가 앉아있을 수도 있고, 지난 해 소작이 밀린 것을 봐줬더니만 올해도 이러냐고 따지는 세리가 있을 수도 있으며, 그렇기에 집을 따뜻한 것으로 여기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집만큼은 이 삶에서 유일하게 행복할 수 있는 곳임을 바라는 이들이 참 많아서 그 염원으로 바바 페흐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남의 집에서 이게 뭐 하는 염병들인지 모르겠네!'

...만약 그렇다면, 바바 페흐는 그 염원에 기꺼이 보답할 준비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괴팍하다 해도, 그간 굴뚝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전 세계에서 어디서은 바바 페흐, 어디서는 윌리 할매, 어디서는 성주신이라는 이름으로 받았던 공경과 제삿밥이 얼마인데요. 그리고 지금은, 정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한 분노를 풀 생각도 가득해보이고 말입니다.

"뒤져 이 카펫 새끼야아아아아아아!!!!!"

신사의 레이피어를 붙잡고 뺏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던 페로의 등 뒤에 어떤 경비병이 칼을 치켜들고 뛰어들지만, '공교롭게도' 엎질러진 맥주와 포도주 때문에 미끄러워진 바닥에 발을 헛디뎌 그대로 무용을 벌이다 뒤로 넘어지고, 뒷목이 넘어졌던 식탁 모서리에 부딪치면서 목이 꺾여 죽습니다. 페로를 걷어차 밀쳐낸 신사가 페로를 벽난로 쪽으로 밀어넣고 그대로 걷어차려 하지만, 페로는 몸을 굴려 신사의 다리를 교묘히 피하고 신사의 다른 발은 바닥을 구르던 포도주 병과 부딪치면서 미끄덩, 그대로 온 몸이 벽난로 속에 들어갑니다. 당연히 빼려고 하는데, 오븐 겸용으로 만들어진 벽난로라서 그런지 위에 걸려있던 열기 유출 차단용 철판의 걸쇠가 '참 우연히' 풀리면서 그는 특실용 커다란 벽난로의 '직화 인육 통구이'로 변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아... 끄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

다른 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우왕좌왕하다가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다가 가슴에 유리조각이 찔려 꺽꺽대면서 피를 토하다 죽거나, 누군가는 페로에게 공격을 날리는데 페로를 향한 공격은 방안의 가구나 집기에 자꾸 이상할 정도로 턱턱 걸려서 공격이 차단되는데 페로의 공격은 정확하게 급소를 노리는 이상한 일이 발견됩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행정관 행세를 하던 젊은 여자는 이상할 정도로 못 싸우는,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페로와 헬렌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위화감을 느끼더니... 눈치챕니다. 고작 아가씨 주제에 왜 그리 기가 셌을까, 고작 아가씨 주제에 어찌 그리 무기를 잘 피했을까.

"그냥 널 죽여야 했는데..."

그녀는 허리춤에 걸려있던 석궁을 바로 꺼내고 헬렌을 조준하지만... 석궁 볼트가 헬렌을 향해 날아가기도 전에, 그녀의 키가 헬렌의 시야에서 점점 낮아지고, 그 느린 순간 그녀의 표정이 기이할 정도로 뭉개집니다. 그리고...

'콰지지직! 쾅!'

'푹찍!'

'뽀그르르르르르르르....'

썩었던 마루바닥이 무너지면서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석궁을 쏘기도 전 그대로 자유낙하합니다. 안의 '경비병'들이 다 몰살된 것을 확인한 페로가 여차하면 병을 던져서 머리통을 깨버릴 각오로 바닥을 구르는 포도주 병을 들고 구멍을 슬쩍 바라봤다가 '어우!'하면서 눈을 질끈 감습니다... 뚫린 마룻바닥의 파편이 그녀의 복부를 찢었고, 그 다음으로 그 아래에 있던 테이블에 내장이 다 새어나온 채로 떨어졌고, 바로 옆에 있던 새는 물을 받는 양동이에 그녀의 머리가 참 타이밍 좋게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녀의 코와 입이 물 속에 처박혔는데, 쇼크에 정신이 없는지 아니면 목이 부러져 머리를 가눌 수도 없는지... 그녀의 머리는 양동이 속 물에서 나올 생각이 없습니다.

이렇게 전투가 끝났습니다. 바바 페흐는 자신이 일으킨 대학살 앞에서도 태연하게 "그러게 남의 집 맡겨둔 것마냥 쳐들어오니 이 염병들이지."하면서 혀만 차더니, 헬렌을 보고는 표정을 싹 바꿉니다. 그 페로를 처음 만났을 때의 닭머리 굴뚝 할머니랑은 다르게, 불청객한테는 사악한 대악마나 다름없어도 집주인이나 헬렌 같은 정령사에게는 좀 손속에 차이를 두는 정령 같습니다.

'그래. 우리 애기가 얼마나 놀랐을꼬. 우리 애기가 우리 세상에서도 보살이지만, 애기 세상에서도 보살이니 내 작은 부탁만 하자. 응? 특실 특실 돈만큼 받고 싶으면 1층 집주인한테 여기 물 새는 거랑 마룻바닥 썩은 것부터 좀 고치라고 이야기 좀 해주련?'

...마침 그 때, 페로는 그 푹 꺼진 마룻바닥 근처를 손으로 슥 만져보더니 말합니다.

"아오, 그 여관 주인장놈 마음에 안 들더니 아가씨 숙소에도 이래놨네. 물 새서 바닥 썩어서 사람 푹 꺼지는 게 특실이야?"

773 ◆MjRAeKhiz2 (Ubigktz5HA)

2024-12-04 (水) 22:18:03

미안해서 묘사 고봉밥 좀 함...

774 헬렌 - 진행 (MlUrVduW2k)

2024-12-05 (거의 끝나감) 09:33:04

@@>>772

‘바바 페흐!’

바바 페흐의 도움으로 인해 페로는 위기를 모면하고 수 많은 경비병들이 우연을 가장한 공격으로 제 발에 걸려 넘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뿐만 아니라 레이피어를 든 신사도, 행정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도 자멸하는 모습에 헬렌은 감사를 느낀다.

“감사합니다. 바바 페흐. 집주인에게는 꼭 이야기할게요. 페로, 방금은 이 집의 주인 정령인 바바 페흐가 도와준거야. 너 공격하는 애들 자빠뜨리고 넘어뜨리고 한 거 말이야. 너도 감사인사 하자.”

헬렌이 푹 꺼진 마룻바닥을 만져보며 말하는 페로를 부르며 말했다. 아마 페로라면 방금의 전투가 무언가 이상했다는 것을 알아챘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특실이 엉망이 되기도 했고 주인장에게 바바 페흐의 말도 전해야 할테니 일단 줄을 당겨 급사들을 부른다. 아니, 이미 이놈들이 쳐들어 왔을 때부터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말 이런 습격이라니. 이 영지...... 정말 엉망인 모양이다.


/ㅋㅋㅋㅋㅋㅋ 괜찮아~! 묘사 넘 맛있다......... 바바페흐 멋져........ 역시 성주신......!!!!!

775 ◆MjRAeKhiz2 (KrmjikcMNg)

2024-12-05 (거의 끝나감) 17:51:11

>>774
"어... 맘마 고양이의 뼈가 이런 집에도 있어요? 엄청... 살벌한데요. 무슨 영매나 강령술사 불러서 원혼이라도 씌어놨나 했네."

'맘마 고양이의 뼈: 펠리네 문화권의 거주 형태인 따뜻한 상자에서 자주 발견되는 가정과 집의 정령으로, 자주 거주지를 옮기는 펠리네 수인족의 문화양식상 정주민족의 바바 페흐와 같이 뚜렷한 자아와 침입자에 대한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배제 시도는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페로는 오한을 느끼고 점점 수그러들던 그녀의 꼬리가 다시 펑 터지더니, 아무튼 인사를 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바 뼈... 아니, 바바 페흐님."

"나 어딨는지 보도 못하는 년 인사 받아 뭣하냐? 그리고 원혼? 애기야. 잘 들어라..."

헬렌의 타종에 반응한 걸까요? 암허슈트는 다시 금속의 서늘함을 경고하는데... 쾅! 하고 문이 열리더니 이번에는 정말 처음부터 난리법석을 치는군요.

"아가씨부터 지켜!"

"제기랄, 부임 첫날부터 이게 무슨 지랄이야...!"

경비병들이 우당탕 들어오다 선반에 놓인 불켜진 양초를 때리고, 그 양초는 알코올 범벅이 된 바닥에 떨어져 페로의 꼬리 끝에 옮겨붙을 정도의 불을 만듭니다. 페로는 순수한 고통에 인간의 어휘를 잊고 소리지릅니다.

"미웨오오오오오옹!"

그러자 경비병들은 더 당황해서 비명을 지릅니다.

"도적놈들이 화염술사를 데리고 있다!"

"물 퍼와!"

함께 온 급사가 양동이로 페로에게 물을 끼얹고, 경비병들은 유리병을 밟고 미끄러지고 벽난로를 덮은 오븐용 철판을 짚었다가 살 익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지르고, 뚱뚱한 경비는 허둥지둥하다 뚫린 구멍에 쏙 들어가서 허리부터 끼어버립니다. 정말 개판인데... 다행히도 암허슈트가 나섭니다.

"어르신, 제가 도와드리죠."

"그래. 좀 해봐라."

암허슈트는 광산에서 그리했던 것처럼 분위기를 딱 잡고 짧게 뱉습니다.

"조용히."

그러자, 일순 모든 소리가 죽은듯 조용해집니다.

776 아앨라나 - 진행 (B5UJhac4.Q)

2024-12-05 (거의 끝나감) 22:06:37

@@ >>766

"저와 그녀가 바랬던 것에서 많이 어긋나 버렸지만 그것도 맞겠지요. 그렇다면 그녀와 저는 앞으로 다시 맞춰가야 해야겠어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그 말에 나름대로 긍정하면서도 조금 떨떠름한 기분으로 그렇게 말해주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상황에 대해서 넬루에게 간단히 설명했어요. 어촌과 호수의 괴수, 이상한 음유시인에 얽힌 지금까지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같이 가도록 할까요?"

그리하여 저의 설명을 그녀는 의아하면서도 이 설명을 이해하여 줘서 다행이네요. 이어서 저는 그녀에게 한 손을 살며시 내밀어 그리 말했어요

777 ◆MjRAeKhiz2 (X7THjmdpwo)

2024-12-06 (불탄다..!) 00:04:28

>>768
"끄우응...?"

북극곰은 크론 쪽을 바라보더니 혀로 쩝쩝 물을 핥아 마시고는, 크론 쪽으로 목을 쭉 빼서 그의 냄새를 킁킁 맡더니 다시 물러납니다. 일단 상황을 보아 자신과 동행중인 솔러를 적대하지도 않고, 여차하면 자기가 한방에 죽여버릴 수 있는 상대이니 딱히 적의를 보이지 않습니다. 대형견이 소형견보다 얌전한 경향이 있는거랑 비슷한 이치죠.

"..."

솔러는 크론을 보다가 다시 끄적여 묻습니다.

'반가워요. 크론. 혹시 귀하게 부탁을 던져도 됩니다?'

그리고 적은 내용을 보니...

'안타르크티스가 배고파요. 밥, 있나요?'

...처음 본 상대한테 밥찵여를 시전합니다. 차갑고 귀여운 눈빛으로. 뭐어, 크론이 경비대를 사칭한 도적들을 죽이고 나서, 너무 당연했던 나머지 슬쩍해놓고 잊은 금전이 찌릿 스치네요.

778 헬렌 - 진행 (7MU6wXeh0s)

2024-12-06 (불탄다..!) 14:50:49

@@>>775

진짜 엉망진창이다........

헬렌은 이제야 사태를 알아차린 경비병들이 우르르 몰려와 난동을 치는 모습에 머리를 짚었다가 이내 암허슈트로 인해 조용해지자 이내 말을 한다.

“일단, 이 자들이 행정관과 경비병 행세를 하며 저를 협박하고 공격하였으니 데려가 신원을 파악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조사를 해주세요. 뭐, 이미 다 죽어버린 것 같지만.”

헬렌이 한숨을 내쉰다. 동굴을 점령했던 놈들하고 한패이려나. 아니면 다른 이들이려나. 동굴도 그렇고 지금 상황도 그렇고. 영지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그리고 바닥에 물이 새서 썩은 부분이 있으니 조심하시고요.”

이미 끼어 있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779 엘리 - 진행 (Xaj4qybJfE)

2024-12-06 (불탄다..!) 23:07:39

@@>>769

"속성의 상징과 속성 그 자체라면..."

일견 비슷해 보여도 염소와 악마만큼 다를 수 있었다. 염소에게 악마를 상징한단 동위성이 있었도, 내가 염소를 보기엔 그냥 순한 초식동물이었으니까.

"아픈 건 침 바르면 낫잖아?"

엄청나게 혼날 걸 예상했지만, 예상 외로 상냥한 반응이 돌아오자 능청으로 받아친다. 사실 진짜 그렇기도 하고. 정말로 죽음의 위기를 느꼈던 적은, 신의 힘이나 성물이 관련된 적 말고는 거의 없었으니까.

문득 류드밀라가 변한 박쥐 한마리 한마리가 전부 눈이 패여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용히 속으로 삼켰다. 물어볼 게 있고 아닌 게 있지.

780 ◆MjRAeKhiz2 (9mrCrmtf8M)

2024-12-07 (파란날) 00:08:59

오늘은 이시간에 퇴근한 관계로 자고일어나서 처리할게
그리고 헬렌 상황은 도적들 죽어나가는건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경비병들 불쇼는 https://img2.quasarzone.co.kr/img/data/editor/1802/f8b678e6289e2e2fd8fcd658f0f7c546_1517706755_5442.gif 이거 생각하면 될듯...

781 헬렌주 (wGpJXjrb5w)

2024-12-07 (파란날) 11:42: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웃기다ㅋㅋㅋㅋㅋㅋ
캡 고생했구 푹 쉬구~~

782 ◆MjRAeKhiz2 (DT51FjL7dc)

2024-12-07 (파란날) 16:24:13

>>776
아앨라나는 떨떠름해하는 넬루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검은 숲에서 앨리스의 위명이 워낙 대단했던 덕분에 기억이 잘려나갔어도 그 집의 위치만큼은 잘 안다는겁니다. 살인벌, 걷는 버섯 따위가 덤벼들지만 마체테와 창에 찢어집니다. 그리고...

"여기... 인가요?"

넬릐는 반사적으로 한쪽 무릎을 꿇어, 아앨라나에게는 익숙하겠지만 그녀에게는 그렇지 않은 앨리스, 위대한 마녀의 집에 예우를 표합니다. 흰색 벽돌과 빨간 지붕, 이 숲에서 외로이 서 있는 그 집에 말입니다.

783 ◆MjRAeKhiz2 (DT51FjL7dc)

2024-12-07 (파란날) 16:40:21

>>778
차갑게 분위기가 식고 헬렌이 할 말을 하자, 경비병들이 입을 다물고 잠잠히 듣습니다. 그러자 경비병들, 해봤자 두꺼운 누비옷에 가슴과 윗배를 가리는 흉갑만 걸치고 방패와 창 따위를 들었을 뿐인 이들 중에서, 그나마 흉갑뿐만 아니라 각반과 무릎보호대를 차고, 누비 갑옷이라도 안팎으로 철갑을 꿰매어 넣은 갑옷을 입은 경비대장이 앞서나옵니다.

"영애님. 저희도 이 상황이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설명할 시간을 조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영지의 남작 베르나는 출산 문제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 대신 행정관에게 경비 몇몇을 붙여 인사하고자 했으나, 갑자기 실종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들을 찾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보니, 이들은 그 행정관의 신분을 뺏었던 듯합니다.

"그러니까, 음..."

"나머지는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여, 영주님?!"

경비병들이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면, 한 여자가 서 있습니다. 하지만 헬렌이 보았던 영주들과는 달리... 그녀의 거친 손, 상처입은 얼굴, 그리고 영주라기에는 수수한 옷은 마치 은광에서 금방 나온 일꾼과 같습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결기를 잃지 않은 베르나 남작은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합니다.

"상황이 이리 되어 죄송합니다. 영애님."

784 ◆MjRAeKhiz2 (DT51FjL7dc)

2024-12-07 (파란날) 17:17:05

>>779
"상황 파악이 안 되는거야?"

엘리는 걱정하지 말라는 마음 반, 농담 반으로 대답하지만 이번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서려있습니다. 류드밀라는 더듬고 있던 엘리의 손목을 꽉 붙잡더니, 이번 사건이 단순히 엘리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격앙합니다.

"호르뮈셰는 뱀파이어-인간 부전협정을 비준하고 준수하는 인간 도시야. 그러니까, 호르뮈셰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제아무리 이단심문관이라 해도 뱀파이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할 수 없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호르뮈셰 경비대는 조약 위반죄에 더해 민간인 살인에 준하는 사건으로 간주해야 해!"

엘리를 구한 티호미르와 예마의 보고에 따르면, 상대들은 '낡고' '그슬린' 이단심문관 장비를 입었고 신성력을 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은 뱀파이어를 시중드는 인간이지 뱀파이어가 아니기에 신성력에 치명적인 손상은 못 입혔지만... 류드밀라는 한숨을 쉽니다.

"엘리, 미안한 얘기지만 집행자가 되어 일족이 이런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는걸 방조할 순 없어. 새벽이 되는 대로 떠나자."

...엘리가 절대 받아들일수 없는 제안과 함께.

785 헬렌 - 진행 (fmZrieSgMk)

2024-12-07 (파란날) 17:57:23

@@>>783

헬렌은 경비병들의 설명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확실히 이들은 이 영지의 경비병들이 맞는 모양이었다. 사기꾼들이 모렐 남작이라고 했던 영주는 사실 베르나 남작이었고 말이다.

한숨을 내쉬는데 뒤에서 영주가 나타나 상황을 설명한다고 하자 헬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영주라기에는 소박한 옷을 입고있는 그녀의 모습에 자못 놀라기도 했다. 영지의 사정이 썩 좋지 않은 걸까. 게다가 출산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어 더욱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헬렌은 예의에 맞게 인사한다.

“일단 출산으로 인해 경황이 없으셨다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앉아서 하는 것이 어떨까요.”

헬렌은 급사에게 엉망진창인 지금의 방이 아닌 다른 방에 자리를 마련해달라 요청하고 앉아서 차분하게 이야기하기를 권한다. 출산 직후에는 몸이 약해지니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니까. 역시 어머니가 생각나기도 하고.

786 아앨라나 - 진행 (uxJ4S/5j2k)

2024-12-07 (파란날) 23:29:22


@@ >>782

그렇게 되어 마음의 흐릿함이 엿보이는 그 속에도 그녀는 믿어주었고 저는 함께 길을 계속 가기로 했어요. 그 와중에도 숲의 생물들이 저희에게 다가섰지만 그때 마석이 스며든 곰의 과는 달리 쉽게 해결 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길을 건너 끝에 저희는 도착했어요, 동시에 저로서는 돌아온거에요

"네, 그래요. 이곳이에요. 앨리스 님과 제가 살아가는 곳이에요"

저는 그녀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가볍게 상체를 낮추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렇게 말했어요. 꿈결 속에서 마녀 님을 뵈었지만 지금 계실지는 모르겠네요. 없더라도 당분간은 계속 집에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요

787 ◆MjRAeKhiz2 (gET.vhWZlg)

2024-12-08 (내일 월요일) 00:16:49

>>785
"네, 알겠습니다..."

베르나 남작은 급사의 도움으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헬렌이 쓰던 특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결정적으로 피비린내도 아니고 개판도 아닌 곳입니다. 베르나 남작은 후우... 하고 의자에 앉고, 젊은 약초사...이자 마녀로 보이는 이가 강보에 싸인 아이를 들고 오지만, 베르나 남작은 손을 휘휘 저어 나중에 오라는 듯 눈치를 줍니다. 경비병들은 눈치껏 문을 닫으려 하는데, 페로는 저 자리에 자기가 끼는게 맞는지 아닌지 눈치를 보다가, 어차피 상황도 정리됐겠다, 약은 약사에게 전쟁은 병사에게 사교는 귀족에게 하는 게 맞겠다, 경비병들과 같이 문을 닫고 알아서 이야기를 하게 내버려둡니다. 베르나 남작은 먼저 이야기를 꺼냅니다.

"로렌스가의 영애님께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원래대로라면 아가씨께서 여기 들어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늦게라도 모셔서 좋은 자리를 드림이 상례지만... 최근 영지 치안이 어수선하여 여러 문제를 안겨드렸군요."

그렇게 말하는 남작의 행동에는 품위가 보입니다. 졸부가 귀족을 어설프게 따라하려고 보이는 어색함은 없고, 태어날 때부터 그랬던 듯 자연스러운 저 기품, 저건 분명히 날 때부터 귀족이었고 자랄 때도 귀족이었던 이가 족보와 인장보다도 더 확실하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입니다. 베르나 남작은 고통스러운지 배를 움켜쥐지만, 다시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번에... 유황 광맥을 발견하시고, 또한 광천수 수맥도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본래는 발견자에 대해 기대되는 채굴 소득의 1개월치를 지급하는 것이 상례이고, 또한 저희가 용병을 아무리 불러도 해결할 수 없었던 광산의 문제를 해결해주신 만큼 그 용병들이 받아야 했던 급료도 드림이 당연하지만... 윽..."

베르나 남작은 힘겹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트리무스히드라와 용병들 때문에 일어난 파괴의 여파로... 복구 공사 때문에 지금 당장은 지불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정말로 실례임을 알기에, 고통스럽게 탄원드림은... 급료와 발견 포상금의 지급을 2년 단위로 분납함을 허용하실 수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는 쿨럭대는군요.

"죄송합니다. 광산 작업 감독 과정에서 조금 무리한 모양입니다..."

'행동주의 운동: 농노 및 인부와 가깝게 지내는 하급 귀족들 사이에서 퍼지는 생활 양식으로, 영지의 기본이 되는 농업이나 광업 등의 노역에 직접 종사 및 감독하여 영지의 번영을 이룰 것을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업 효율의 향상과 영지민들의 지지를 얻지만 기존의 귀족상과는 배치되는 양식입니다.'

788 ◆MjRAeKhiz2 (gET.vhWZlg)

2024-12-08 (내일 월요일) 00:33:40

>>786

아앨라나가 가까이 가자, 마치 안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듯 문이 제 스스로 끼이이이... 경첩 녹슨 소리를 내면서 열립니다. 넬루는 흠칫 놀라 창을 겨누지만, 이내 여기는 마녀의 영역이고, 앨리스의 집이라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상기하고는 창을 내립니다. 여기가 만약 진짜 앨리스님의 집이라면 저 정도의 '이상현상'은 사실 당연한 것일 테니까요. 당장 눈을 감았다 떴더니 안개 가득한 미궁 속에 자기만 남는 상황이 아닌 것만도, 사실 검은 숲에서 앨리스의 위명을 생각해보면 다행이겠죠.

"저기... 실례합니다. 앨리스 님 계십니까?"

...휘이이이이이이...

오늘따라 이 복잡한 숲에 왜 이리 바람 소리는 스산하고 큰지, 곰이 나타나도 뻗대던 넬루는 행여 이 바람이 앨리스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하니 괜히 바람 소리에 움츠러들고 맙니다. 그리고...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 새소리가 아니라 진짜 사람의 목소리, 아앨라나에게는 익숙하고, 가말라시엘에게는 (베스니만큼은 아니지만) 성가시고, 넬루에게는 정말로 낯설지만 의외나 다름없을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 나 여기 있단다."

"...엥?"

그리고 드러난 모습, 파랑과 흰색 옷을 조합해 입은 넬루보다도 더 어린 소녀의 모습은 넬루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앨리스 님...?"

"왜 사람 두 번 불러?"

소녀는 이상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립니다.

//오늘 여기가지

789 헬렌 - 진행 (JYNTJiA9so)

2024-12-08 (내일 월요일) 13:29:53

@@>>787
확실히 귀족의 태가 나는 사람을 마주하니 익숙한 느낌이 든다. 이어나가는 말들에는 현재 남작이 몸이 좋지 않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그럼에도 이렇게 와 이야기하는 것은 영지의 사정이 좋지 않고 분납에 대해 요청하기 위해 이렇게 아픈 몸을 끌고 왔다는 것이겠지.

헬렌은 이 영지에 와서 온갖 불쾌한 일들을 잔뜩 겪었음에도 이러한 남작의 태도를 보니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짐을 느꼈다. 게다가 출산 직후에 몸을 추슬러야 할 때에 이런 큰 일이 일어나 정신 없이 바빴을 테니. 몸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그럼에도 급료와 포상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남작에 대한 예가 아니고, 그렇다고 이러한 제안을 무작정 받아들일 수도 없다.

“남작님의 말씀은 잘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분납에 응할 수는 없습니다.”

헬렌은 단호히 이야기했지만, 이내 미소를 띄며 뒤이어 말한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 영지가 조금은 특별한 의미가 있거든요. 여행 중 처음 머문 곳이기도 하고 나름의 제 실력을 발휘해 곤경에 빠진 이들을 도운 첫 장소이기도 하고요. 그런 장소가 저로 인해 곤란을 겪는다면 저로서도 마음이 아픈 일일테니......”

고민하는 듯 말을 늘였다가 헬렌은 베르나를 보며 말한다.

“이렇게 뵙게 된 것도 인연인데, 앞으로도 친교를 이어나감은 어떨까요. 상호 우호의 의미로 2년 분납이야 못할 것이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저 또한 이러한 우호의 증표를 받을 수 있다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믿음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말인즉, 담보를 달란 이야기렸다.

790 ◆MjRAeKhiz2 (7VBk4dHKNg)

2024-12-08 (내일 월요일) 16:04:09

>>789
이리저리 말을 꼬았지만, 그래도 타고나기와 자라기를 민초와 달리한 베르나 남작은 그 속뜻을 금방 이해합니다... 우호의 증표를 지금 이 상황에서 달란다면 그게 담보 말고 뭐겠습니까. 베르나 남작은 침음성을 흘리더니 한참을 고민합니다. 그러더니 문을 열고 가신을 불러 이야기합니다.

"양피지를 얻어오고, 공문서용 적밀랍도 좀 가져오도록."

베르나 남작은 여러가지 담보와 이자가 될 법한 옵션들을 제시합니다. 몇몇은 당장 헬렌의 모험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몇몇은 장기적으로 헬렌의 목적인 백작령의 경제적 부흥에 직결됩니다.

"먼저 24개월의 이자에 대해서는... 지금 바로 드릴 수 있는건 이 정도 중에 하나겠습니다. 루마족이 쓰는 집채만한 마차와 그를 끌 말 4마리. 은광석 한수레. 보물 백은검 두 자루. 중에서 하나를 골라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담보 이야기로 넘어가는군요. 베르나 남작은 한참이나 머뭇거리다 이야기합니다.

"남작 저택, 은 담보로 어떠실지..."

791 헬렌 - 진행 (JYNTJiA9so)

2024-12-08 (내일 월요일) 18:11:48

@@>>790
헬렌은 베르나 남작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자로 제시하는 것 중 마차는 아무래도 늪지로 갈 것이다보니 오히려 불편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은광석 수레를 집으로 보내면 아버지가 그래도 내가 조금의 성과라도 내고 있나보다 생각하겠지만 왠지 영지 복구에 힘을 써야 할 자금이 바로 빠져나가는 것이 영지에서는 부담일 것 같고.

“그럼 이자는 백은검으로 받을게요.”

페로에게는 잘 모르겠지만 그 검이 자신에게 들어와서 제대로 쓰여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을 지속하다보면 동료도 계속해서 생길테니 이쪽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우호의 증표라고 함은....... 이번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짓는 걸로 어떨까요. 물론 어려우시다면 남작 저택도 괜찮겠지만요.”

역시 남작에게 무언가 뜯어내려고 하니 마음이 영 좋지 않다. 여행의 취지도 돈을 버는 것 외에도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 있었으니 확실히 곤란한 이의 주머니까지 터는 건 양심에 찔린다고 해야할까.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가까운 이의 이름을 따 짓는 것은 흔한 일이기도 하고.

아니, 이름 하나로 남작 저택 담보 대신 받겠다고 하는 것은 헬렌에게는 정말로 우호로 하는 말이긴 했다. 남작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하거나 모욕적이라고 여긴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여자아이라면 그대로 이름을 따 헬렌, 남자아이라면 헬런은 어떠려나.

792 아앨라나 - 진행 (6tCnuS9NXk)

2024-12-08 (내일 월요일) 22:56:35


@@ >>788

제가 다가서자 집이 우리가 올 것임을 알고 이를 환영하듯이 그 문을 열어주었어요. 이는 저에게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함께 있었던 그녀에게는 아니겠지요. 그 행동만 보아도 알 수 있어요. 그녀는 전사이고 알고, 가려내며, 막아서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점도 크겠지요

그렇게 함께 집안으로 들어서고자 할 때, 그녀가 먼저 마녀 님의 이름을 부르며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바람과 함께 이를 타고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들이 감싸듯 울리는 목소리. 그것은 마녀 님이 넬루의 부름에 응하여 답해주시는 거에요

"돌아왔어요, 앨리스 님"

"알고 계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이번에는 플라베르흐의 넬루 씨와 함께 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저와 그녀는 마녀 님의 그 모습을 앞에 두고 맞이하게 되었지요. 저는 마녀 님의 앞에 서서는 앞으로 상반신과 허리를 깊게 숙이며 정중히 인사를 드리며 함께 그녀를 소개해 드렸지요. 그녀는 뭔가 이 만남에 당황했는지 마녀 님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보았네요

793 ◆MjRAeKhiz2 (7VBk4dHKNg)

2024-12-08 (내일 월요일) 23:54:28

>>791
이름을 따서 짓는 것은 어떠냐는 말에, 남작의 눈이 크게 뜨입니다. 아이의 이름을 짓는 건, 특히 귀족 아이의 이름을 짓는 건 확실히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이름에 힘이 있고 작명을 잘 해야 오래 산다는 미신뿐만이 아니라, 그 이름이 정해지면 앞으로 평생 그 이름으로 불리고 적히며 살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쳐도, 영지의 명운이 걸렸던 의뢰 보수의 분납을 위한 담보라 생각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베르나 남작에게 유리한 조건입니다.

"영애님께서는 정말로... 인상적인 조건을 제시하시는군요.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남작이 헬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와중 가신이 조심스레 양피지와 인장용 붉은 밀랍을 가져왔습니다. 남작은 양피지의 첫단에 "지급 확인서"라고 쓰면서, 다시 가신에게 일을 시킵니다.

"하인을 시켜 백은검 한 쌍을 가져오고, 약초사에게 내 아이를 데려오라고 말해줘."

다시 가신이 나가고, 백은검은 영주 저택까지 다녀오느라 늦지만 약초사와 함께 밖에 있던 아기는 금방 들어옵니다. 약초사는 베르나에게 아이를 건네고 뒤로 물러나고, 베르나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말합니다.

"헬레나 데야 베르나, 세상에 온 걸 환영해. 내 딸."

그리고 헬렌에게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영애님."

794 엘리 - 진행 (IJKHKqaHmo)

2024-12-09 (모두 수고..) 20:33:17

@@>>784

"으음..."

여러모로 곤란하다. 말했다싶이, 난 호의에 약하니까.

단순히 끌고가려고 했다면 유유히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게 류드밀라 나름의 걱정과 호의라는 걸 아니.

"들어줘, 류드밀라."

내 나름대로 설득하는 수밖에.

"물론 가문을 나오기로 결정한 건 충동적인 마음이었지만... 난 진심이야."

행동 동기를 따지면 대부분 충동의 영역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간이 되는 목적마저 충동인 것은 아니었다.

"태양을 극복한다는 건 내 꿈이니까. 한 번만... 넘어가줬음 좋겠어."

795 ◆MjRAeKhiz2 (EfKdLQO0is)

2024-12-10 (FIRE!) 10:43:13

>>794
생각해보면 엘리는 그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참 충동적이었습니다. 세스타우에서는 내킨 김에 이단심문관을 도왔다가 진짜로 죽을 뻔했고(그것도 이단심문관이 아니라 뱀파이어 사교 지배자에게), 그 외에도 여러 고초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충동이 때려친다는 쪽으로, 그러니까 일족 영지로 돌아간다는 방향으로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유야 당연합니다.

영지를 떠난 이유까지 충동은 아니었습니다. 뱀파이어라면 응당 두려워할, 필멸을 넘어 즉멸의 심판을 담은 햇빛. 그 두려운 햇빛을 피해야 할 저주가 아닌, 다른 생명체들이 그러하듯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자연물로 끌어내리기 위해, 눈이 탈 정도로 밝은 햇빛을 두려워 않을 권리를 위해. 그녀의 모든 충동은 비록 충동일지언정 동기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엘리자베스."

류드밀라는 동생을 바라봅니다. 한심하다기보다는, 진심으로 걱정되는 표정으로.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가 말로 한다고 들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지. 알았어. 하지만..."

이번에는 조건을 붙이는군요.

"네가 밤의 군주로 선택된 만큼, 내보여야 할 때는 참지 마. 그리고... 어찌됐건, 여기 일이 정리될때까지 난 같이 갈 거야."
//올만

796 크론 - 진행 (jbnAYwlaZo)

2024-12-10 (FIRE!) 11:41:27

@@>>777

음 북극곰..그러니깐 안타르크티스.
꽤 낯선 이름이라 이름을 외우는데 좀 걸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다 다시 뭔가를 끄적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다.

귀하게 부탁이라..본인이 귀하신 몸이라는 말인가 싶어 살짝 웃음이 나온다.

..밥? 물론 밥을 살 정도의 돈은 있지만..돈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확실하게 도움이 된다.
반면 솔러는 어떨까. 확실히 호의는 얻을 수 있겠지만 그 호의가 정말 가치가 있을까?

슬쩍 안타르크티스를 보니 먹기도 여간 많이 먹는 게 아닐 거 같은데..

'크론'은 그런 내색 없이 솔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묻는다.

"오..안타르크티스는 물고기를 먹으려나? 당장 먹을 건 없지만 근처에서 살 순 있을 거 같아. 근데 혹시 솔러는 여비를 다 쓴 거야?"
'크론'은 짐짓 걱정된다는 듯이 묻지만 설마 무일푼으로 떠났을 리가 없으니 남은 돈이 있다면 이제라도 아!하면서 꺼내라는 본심이 그 안에 숨겨져 있다.

797 엘리주 (3Pe5F/v7ok)

2024-12-10 (FIRE!) 12:14:58

우우... 연말 싫다... 기말 싫다...

798 헬렌 - 진행 (Pcs3P/cKnA)

2024-12-10 (FIRE!) 13:26:04

@@>>793
헬렌은 이를 남작이 받아들이고 아이를 데려와 품에 안으며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띈다. 역시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고 생각든다. 원래 처음부터 이 일에 돈을 생각하고 뛰어든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따스한 장면 만으로도 지금까지의 고생이 다 씻겨나가는 느낌이기도 했고.

“헬레나에게 정령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작은 축복의 말 또한 건넨다. 감사의 인사에 헬렌은 마주 웃어보인다.

“로렌스 가와 베르나 가의 우호가 강물처럼 이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돈은 중요하지만 세상에 돈만큼 중요한 가치도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귀족에게 있어서 명예란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기도 했으니까. 무언가를 조금 더 받아내는 것보다는 작은 우호의 시작이 더욱 도움이 될 때가 있으리라.

799 ◆MjRAeKhiz2 (8mSEoLoVEg)

2024-12-10 (FIRE!) 23:16:45

>>792
"플라베르흐...?"

앨리스는 잠시 턱을 매만지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무래도 살아있던 날이, 검은 숲에서 보낸 나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다보니, 검은 숲에 대한 정보가 쌓여도 너무 많이 쌓여서 기억해내는 데 다른 의미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앨리스는 손짓하며 두 사람이 들어오도록 길을 내주고, 저 사람이 진짜 앨리스라고?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넬루는 못 믿는 눈치면서도 어쨌든 여기까지 왔겠다, 일단 들어갑니다. 들어가면, 아앨라나에게는 익숙하고 넬루에게는 그렇지 않을... 그리고 매우 의외인 공간이 펼쳐집니다. 의외인 이유는 별 것 없습니다.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짓고 만들어 쓰던 플라베르흐에서는 구하기 힘들 서재나 선반 따위의 가구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마녀 하면 흔히 생각할 법한 별세계는 아닙니다. 가마솥, 냄비, 부엌칼, 말린 약초와 토끼고기 등등... 검은 숲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생존술의 흔적이 있을 뿐입니다. 앨리스는 그런 넬루를 보고는 피식 웃더니,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그럼 뭐, 나는 집이 아니라 어디 우주에서 사는 줄 알았어? 됐고, 검은 숲 사람들은 다 나만 보면 호들갑을 떠니까 뭐라도 가져왔을 텐데 그거나 보여줘봐."

...라 말하자, 넬루는 정신을 차립니다. 비록 기억을 잊었어도 아앨라나가 알려준 정보로 어느 정도 갈피는 잡았고, 자기 등에 엄청나게 중요한 게 매였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앨라나의 말이 진실임을 깨달았으니 동작은 빠릅니다. 넬루는 앨리스 앞에 보자기에 싸여있던 것을 내보이는데... 앨리스는 그걸 보더니 호오, 하고는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이야, 늪지진주네? 이렇게 많이 구하려면 고생 좀 했겠는데?"

앨리스는 진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아앨라나도 그것들을 바라봅니다. 앨리스는 행여 진주가 상할까 손수건으로 집어서 매끈한 표면을 보고는 넬루에게 말합니다.

"이거, 인사치레 치고는 꽤 많은데 우리 애가 참 고마운 일 해줬나보다?"

...그 말에는 약간 날이 서 있습니다... 아앨라나를 향한 날이요. 뭘 했는지 알고 있으니 그럴 겁니다.

800 ◆MjRAeKhiz2 (8mSEoLoVEg)

2024-12-10 (FIRE!) 23:31:27

>>796
"......"

슥슥, 드르륵, 탁. 솔러는 한참 동안 글을 쓰더니 다시 보여줍니다. 크론은 눈치껏 돈을 꺼내라고 한 말이었지만, 먼 곳에서 와서 글도 겨우 쓰는 소녀에게 크론의 완곡어법은 너무나도 어려웠나 봅니다. 솔러는 순수하게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대답을 적어놓았고, 크론은 천천히 읽어내려가고, 고작 이런 걸 쓰자고 그렇게 시간을 들였나, 그리고 이렇게 대책이 없는 아이였나, 정말로 뒷골이 당겨옵니다.

'여비가 무엇입니다?'

....크론도 사실 여기까지 올 때 어느정도 대책 없는 면은 있었습니다. 당장 크론이 '크론'이 되기 전에 입학생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크론은 뒷일은 뒤에 가서 생각하는 것이라 믿고 옷을 뺏고 신분을 세탁했고, 여기까지 오면서도 솔직히 임기응변으로 해결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ㅡㅋ론은 나름대로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마검학 교수의 검술조교와 만났을 때는 그를 경호원 겸 말벗 삼아 동행했고, 자신의 가짜 지위를 십분 활용해 받아낼 수 있는 건 다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소녀는...

'고향, 얼음 땅. 여비, 몰라요.'

...대체 그 추운 곳에서 어떻게 그렇게 대책 없이 막 올 수 있었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꼬르르르륵'

"꾸으으으응..."

안타르크티스가 목을 쭉 빼더니 크론의 손을 핥다가, 갑자기 입 안으로 넣어서 쭉쭉 빨기 시작합니다... 이거, 무언의 경고일까요? 그런데, 솔러가 칠판을 슥슥 지우더니 다시 씁니다.

'걱정 마요. 팔꿈치까지 들어가지 않으면, 아직, 사람 먹을 정도로, 배고프지 않다.'

...이걸 안심하라고 한 말이란 게 대단하군요.

801 ◆MjRAeKhiz2 (8mSEoLoVEg)

2024-12-10 (FIRE!) 23:38:12

>>797
직장인이 되어라
방학 따위 업지

802 ◆MjRAeKhiz2 (8mSEoLoVEg)

2024-12-10 (FIRE!) 23:44:26

>>798
정령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이라는 말을 헬렌이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인지, 실제 정령들의 축복을 기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령들에게 있어 헬렌의 말은 말이 씨가 되다 못해 말만 했다고 바로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열리는 격이나 다름없습니다. 바바 페흐는 '헬레나'라고 이름 붙은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여기서 제일 큰 저택에 그 할망이 요즘 뭐 하더라...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데."라고 고민하고, 암허슈트는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앞으로 세상에서 두려운 것을 많이 볼 테니, 적어도 지금은 아무 걱정도, 공포도 느끼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며 아기의 표정을 한층 더 편하게 만듭니다. 로지와 백과사전의 정령은 눈치껏 입을 다물고 있고, 헬렌조차도 자기 몸에 붙어있는지도 몰랐던 타톤 군체의 잔여 포자들이 '타톤...타톤...'거리는 이상한 숨소리와 함께 헬레나에게 가까이 다가가 붙습니다. 그렇게 숨낳은 정령들의 축복을 실제로 받은 아기는 조금 더 건강해지고, 베르나 남작은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로렌스 백작가와 같은 대귀족가와 친분만으로도 영광인데, 분에 넘치는 은혜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실례합니다. 말씀하신 백은검 한 쌍을 지금 대령했습니다."

가신이 영주성에서 가져온 선물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습니다. 선물 보자기를 풀면... 마치 테이블 위에 길고 날카로운 달이 뜬 것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은색의 검 두 개가 놓여있습니다. 베르나 남작은 헬렌에게 양 손으로 칼 손잡이와 칼등을 받쳐 올리면서 주의점을 이야기하는군요.

"비록 보물로 간직했지만, 무기로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은제라 내구성이 아주 좋지는 않은 만큼 꼭 은에 피해를 심하게 입는 괴물한테만 쓰는 걸 추천드립니다."

803 엘리주 (nSsdUQ4jU6)

2024-12-11 (水) 00:16:37

>>801 앗 주름잡아서 죄송합니다.

804 ◆MjRAeKhiz2 (qFpWElC.v2)

2024-12-11 (水) 08:43:01

>>803
나만당할수없다
빨리취업해!!!!(심술)

805 엘리 - 진행 (vsDql5i8NE)

2024-12-11 (水) 13:42:55

@@>>795

"아싸! 고마워!"

방금까지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 같지만 알 게 뭔가. 중요한 건 류드밀라는 내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호르미쉐... 호르미셰... 그래. '호르뮈셰'에 계속 있을 수 있다는 거겠지.

"있어준다니 안심이야~"

그래도 이건 진심. 우린 가족이었고, 가족이 아니더라도 덕분에 목숨을 구했으니까.

내보여야 할 때는 참지 말라는 것도... 그래. 맞는 말이다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편하게 이룰 수 있는 목적은 없으니까

806 아앨라나 - 진행 (P0YkV38.SY)

2024-12-11 (水) 17:38:12


@@ >>799

"네, 플라베르흐에요"

마녀 님으로부터 호수의 어촌의 이름으로 그 한마디가 나오자 저도 덩달아서 반복하며 말하고는 끄덕였어요. 이후 저희는 곧이어 마녀 님의 손짓에 따라서 집 안에 완전히 들어갔어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넬루의 표정이나 태도는 여전히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덥지 않게 느끼는 부분이 있어 보였어요

"그래요, 이것은 평범한 것이 곧 특이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넬루 씨는 어떤 모습을 상상하고 계셨나요?"

저는 그녀의 그런 말에 넌지시 물어보았어요. 그녀는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모습을 상상했을까요? 숲에서 전해지는 마녀 님의 위상을 미루어보았을때 그런 태도도 이해할 수는 있겠지요

"언제보아도 예쁘네요. 하나 같이 전부 품질이 좋아보여요"

저는 숲이 선사해주는 둥글고 예쁘게 은은히 반짝이는 돌이 아닌 돌을 같이 바라보며 말했어요. 이것들은 마녀 님의 말처럼 희귀품이었으니까요. 이런 수량이라면 수많은 노력이 쏟아내 얻게 되었을거에요

거기에서 내보이는 마녀 님의 그 말에는 날이 선듯한 어조는 분명 저를 향하신 꾸지람이겠지요. 어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요

"어촌의 주민들은 저에게 말해주었어요. 어촌의 근간이 되는 호수에 도사리며 삶과 터전 그 자체를 위협하는 호수의 괴수에 대해서요. 그 큰 존재는 저로서도 쉬이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였어요. 하지만 주민들의 헌신으로서 그 도움으로 힘을 얻었고 그리하여 저는 호수의 괴수를 처단할 수 있었어요 "

이뤄내기 위해서 모두를 위하여 그 몸을 다한 희생으로서 저는 완수 할 수 있었어요. 부정하는 것은 이들의 마음과 선택을 욕되게 하는 거에요. 결과를 마주보아야해요. 저는 사실대로 설명을 말하며 이어나갔어요

807 ◆MjRAeKhiz2 (1dN/bhFTFE)

2024-12-12 (거의 끝나감) 00:15:45

>>805
"너 진짜... 아니, 아니다."

...류드밀라가 뭐라 한소리 하려다가 겨우 참는데, 두 사람을 지켜보던 논까사들 중 뚱뚱한 노인이 가까이 가서 두 뱀파이어 자매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여기 있는 다른 모든 이들이 그렇듯 참으로 허름한 학사복을 입고 있는데... 그의 온 몸에 걸려있는, 아니, 마치 그의 내복을 대신한 듯한 온갖 종이 묶음들은 의미없는 문자들의 나열이 아닙니다. 분명 어떤 규칙이 있고... 엘리자베스는 읽을 수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합니다... 그런데, 뚱뚱한 노인이 굳이 어디서 많이 봤는데... 라 생각할 것도 없이 물어봅니다.

"반갑습니다. 요즘은 뱀파이어를 한 분만 뵈어도 행운이라는데, 뱀파이어를 두 분이나 뵙는군요. 위에 위겔 교수는 만나보았겠죠? 그 친구, 지금 제가 살아 있는 걸 알려나 몰라..."

...음. 아무래도 논까사 중에서, 다른 이도 아니고 '교수'급의 사람을 저렇게 편하게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한때 잘나갔거나 오래된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나가던 사람이라면 결국 이 어두컴컴한 수로로 굴러떨어진 셈이고, 오래되었을 뿐이라면 이 어두컴컴한 수로에 아직도 갇혀있다는 이야기니 뭐 좋지는 않지만요. 류드밀라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여기 있는 엘리자베스라면 만나보았어. 나는 아니고."

"혹시 가능하시다면, 그 친구에게 한번만 제 쪽지를... 다름이 아니라 제가..."

"난 심부름꾼이 아니라서, 이만."

류드밀라는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박쥐가 되어 날아갑니다. 사실 엘리가 엄청나게 특이한 수준이고, 류드밀라도 반응이 저래서 그렇지 인간에게 아주 적대적인 편은 아닙니다... 이게 적대적이지 않은 게 좋은 얘긴진 모르겠지만.

808 ◆MjRAeKhiz2 (1dN/bhFTFE)

2024-12-12 (거의 끝나감) 00:37:50

>>806
"안나, 그 이야기는 좀 있다 하자. 알았지?"

아무래도 손님이 와 있는 곳에서 대놓고 들으라고 악을 쓰면서 혼내는 건 아앨라나에게도, 손님인 넬루에게도 에의가 아닙니다. 앨리스는 웃으면서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대는데, 어째 '너 끝나면 두고봐'로 보이는 건 아마도... 착각이 아닐 겁니다. 아무튼 앨리스는 온 김에 식사나 하고 가라면서 토끼 스튜를 끓이러 들어가고, 넬루는 앨리스가 어딘가로 가자 뭘 예상했던 거냐는 아앨라나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합니다.

"글쎄... 그, 말하는 초상화라던지, 머리 세 갈래로 갈라진 거대한 경비뱀이라던지, 살아 움직이는 세계수의 어린 뿌리라던지, 더 밑으로 내려가면 항상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이라던지... 그런 게 보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는 음... '그냥' 좋네요."

아앨라나는 말해도 되나 안 되나 고민했을 겁니다. 말하는 초상화는 저기 다락방에 있다고 말입니다. 그것도 도리언 씨라는 이름을 얻은 채로. 아무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주방에서 맛있는 고기 냄새가 퍼져오고, 앨리스는 각자의 그릇에 걸쭉한 토끼 스튜를 가득 넣어서 가져왔습니다. 계속 맛대가리 없는 보존식만 씹던 넬루는 침을 꿀꺽 삼키는데, 앨리스가 한 마디를 더 얹습니다.

"여기다가 더 맛있어지는 걸 추가해야지."

"마법인가요?"

넬루가 눈을 빛내며 묻습니다. 아무래도 앨리스의 위명이 위명이다보니, 앨리스 앞에서는 넬루마저도 좀 베스니 끼가 보이는군요. 앨리스는 피식 웃더니 빻은 향신료를 뿌리고 잘게 자른 월계수잎을 올립니다.

"그래, 주방일 하는 사람들 다 마법사긴 하지."

...오늘, 넬루가 실망하는 날인가 봅니다.

809 아앨라나 - 진행 (..JBXGJMMg)

2024-12-12 (거의 끝나감) 20:48:34


@@ >>808

"네, 그럼요"

마녀 님이 저에게 그리 보여 주시는 그 시늉은 저를 혼내시는 것을 나중에 하시겠다는 의미이겠지요. 우리 모두의 체면을 위해서요. 그 때가 돌아오게 된다면 마녀 님은 제게 무엇을 말하실까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의식을 거행하기 앞서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었다고 하실 것 같아요. 저는 마녀 님의 그 모습에 시선을 두고 식사를 위해서 주방으로 향했을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어요

"그 중 하나는 직접 만나 볼 수 있을 거에요. 나중에 소개해 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물어보았던 대로 넬루가 그녀가 상상했던 것들을 말해주었을 때 그녀의 상상은 저에게도 약간의 자극을 주었어요. 그건 저에게도 멋들어지거나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이었으니까요

특히 거기에서 말하는 초상화 라고 한다면 그녀에게 보일 수 있는 딱 맞는 존재가 있었어요. 바로 도리언 씨를 말하는 것이 아니겠나요

그렇게 말과 말이 오가는 사이에 맛있는 향기가 저희에게 와서는 그 코끝을 어루만지며 이와 함께 마녀 님이 토끼 스튜를 가져오시는 것을 저는 보았어요. 지금까지 계속 몇 번인가 먹어왔지만 그 풍족한 맛은 질리지 않아요

"그렇지요~ 세계에게 부탁하여 순간에 법칙을 바꿔달라고 하는 것만이 마법은 아니에요"

저는 마녀 님의 말에 덩달아 호응하며 말했어요

810 엘리 - 진행 (PllAIqGoBU)

2024-12-12 (거의 끝나감) 22:25:11

@@>>807

"으음—"

이 지하수로에서 잘 먹기 쉽지 않은데. 혹시 지방 보존률이 뛰어난 체질인걸까. 아니면 미꾸라지와 생선대가리만으로 저런 몸을 만들 수 있는걸까.

뭐, 호기심은 재쳐두고. 일단 그의 말에 답한다.

"무슨 쪽지?"

이상한 내용이면 내가 손해를 보니까, 라는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되물었다.

811 크론 - 진행 (SAJJpuM7E2)

2024-12-13 (불탄다..!) 15:19:00

@@>>800

...
글을 쓰는 시간이 길다.

대체 어떤 내용을 쓰기에 저리 오래 붙잡고 있는 거지? 살짝 긴장된다. 혹여 괜한 소리로 역린을 건든 것일까 두렵다.
그러나 이내 내용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며 맥이 빠진다.

애초에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는지 의문이 가득하나..
손이 축축해진 이런 상황에서 더 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게 맞겠지.

"...할 말이 많지만, 일단 뭐라도 먹으면서 얘기 나누는 편이 낫겠다. 안타르크티스는 여기 있는 편이 나을 테니깐 솔러도 같이 있어. 내가 금방 뭐라도 먹을 것을 사 올게."

그러니 손을 놔주지 않을래..?라는 눈빛으로 안타르크티스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빼고자 한다.

일단 근처 가게..식당..그런 곳을 가야겠군.

812 ◆MjRAeKhiz2 (yK59iodNCA)

2024-12-13 (불탄다..!) 23:02:40

>>809
세 사람은 정겹게 식사를 나누는데, 아알래나와 앨리스와는 달리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숟가락을 푸는 속도가 느려지다가, 끝내 눈을 끔뻑이면서 눈물을 찔끔 흘리고 하품을 하기 시작합니다. 플라베르흐 마을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을, 그리고 넬루가 앨리스를 만나러 가는 마을 대표로 선정되었음을 생각해보면, 넬루가 손님으로 방문한 자리의 식탁에서 저런 짓을 대놓고 벌일 정도로 무례한 건 아닐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칠 정도로 졸리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요즘도 거기에 큰 배가 들어오려나 모르겠네? 요즘은 아무리 넓어도 호수에 난파선이 잔뜩 생겨서... 어머, 많이 졸린가봐?"

"...죄송합니다... 몸 상태를 잘 살피지 못한 것 같은데..."

넬루는 눈을 끔뻑이다가 순간 스튜 그릇에 머리가 떨어져 얼굴이 국물 범벅이 될 뻔하고, 앨리스가 넬루의 머리채를 잡아 겨우 제지합니다. 앨리스는 외견에 어울리지 않는 인자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안나, 좀 있어보렴. 얘 이대로 돌아가면 곰이 잡아먹는대도 모르겠다."

그리고는 넬루를 손님용 다락방으로 모십니다. 넬루가 기다렸다는 듯 잠에 드는데, 아앨라나는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그간 살아온 평생을 앨리스와 함께했으니... 넬루의 스튜에만 무언가... 다른 재료를 넣었거나, 아니면 문자 그대로 '마법'이 걸려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나서, 앨리스는 웃는데... 무언가 싸늘한 얼굴로 앉더니, 스튜를 먹으면서 이야기하는군요.

"사람의 생명을 활용해 난국을 타개한다는 발상은 이전부터 흔하긴 하지만... 네 나잇대 아이가 진지하게 저지를 정도로 가벼운 일은 아니란 건 알지? 대체 어떤 연유로 그렇게 된 건지 좀 듣고 싶구나."

813 헬렌 - 진행 (jyFOPLyZ7s)

2024-12-13 (불탄다..!) 23:18:10

@@>>802
그저 말 한 마디에 정령들이 반응을 보이며 아이를 돌보아 주는 것에 헬렌은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닿는 것 같아서.

백은검 한 쌍이 들어오자 헬렌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봤다. 보물이라 불릴만한 매끈한 자태이다. 베르나 남작이 이것을 건네자 헬렌은 그것을 받아든다.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막 다루기에는 아까운 검이다. 은에 피해를 입는 괴물에는 무엇이 있으려나. 백과사전 정령은 좀 알려나?

814 ◆MjRAeKhiz2 (yK59iodNCA)

2024-12-13 (불탄다..!) 23:55:38

>>810
"아, 걱정 마시죠! 위겔 교수는 저랑 호르뮈셰에 같이 들어온 동기였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는 성공했고 저는 실패했을 뿐이랍니다... 그 친구는 뱀파이어에 일종의 신비감을 가지고 있었고... 저는 아니었다는 차이 정도가 있지요. 아무래도 제 평판이 위에서는 그렇게 좋은 게 아니다보니... 위겔을 위해서도 알음알음 서신으로 서로 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요즘 들어서, 위겔 교수한테 경비가 많이 붙은 뒤로 논까사들이 접근할 방법이 없답니다."

자세히 보니, 그 뚱뚱한 사내의 얼굴은 위겔 교수와 비슷한 나이일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위에서 정식 교수로 임용받고 손에 물 묻히는 일은 뱀파이어 해부 말고는 해본 적이 없을 위겔 교수와는 달리 이 지하수로에서 온갖 개고생은 다 한 이 사람의 얼굴은 훨씬 삭았을 것을 고려해서 조금... 보정을 해 준다면 말입니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 기색이자, 그는 서신을 직접 열어서 보여줍니다.

"별 내용은 아닙니다! 심심하면 가다가 읽어보셔도 될 정도요."

내용은 정말로 별 것 없습니다...

'땅 속의 오랜 친구가 땅 위의 성공한 친구에게.

지난번에 보내준 소시지 꾸러미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 이번에도 염치 불구하고 부탁 한번 더 하는데, 자네의 비위는 뱀파이어 해부에만 써야 하니 혹시 도축업자에게 물어 동물 내장을 어디다 버리는지 알려만 주면 정말 고맙겠네.

그리고 요즘 들어 경호가 많이 붙어 안전할 거라고 안심하고 싶네만... 조심하게. 경호가 많이 붙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자네라면 짚이는 게 있을 거라 믿네.'

...아뇨, 있는데요?

815 ◆MjRAeKhiz2 (DiJBoH9hW6)

2024-12-14 (파란날) 00:05:51

>>811
크론이 손을 빼려고 하는데 잘 빠지지 않습니다. 안타르크티스가 벌써 뺄 손도 없게 잡아먹은 것은 아니고... 이빨로 씹는 대신에 맛이라도 보자고, 마치 얼음보숭이를 먹거나 빨대를 빨아먹듯 쭈우우우욱 빨고 있는데, 북극곰과 인간의 체급 차이가 너무도 심각한 나머지 북극곰의 기초 폐활량과 그 폐활량에서 나오는 막대한 음압이 팔을 뺴내려는 크론의 힘보다 더 강했습니다. 빼내려면 빼낼 수야 있을 것 같긴 한데, 크론은 여기서 옛날에 노예상들한테 잡혀서 일부러 굶어 수갑보다 팔목을 얇게 만들어 도망친 그 때를 생각하며 난처해하는데... 솔러가 도와줍니다.

"크르루응..."

순간, 안타르크티스가 아닌 솔러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중후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러자 안타르크티스는 축 늘어진 얼굴로, 마치 씹던 껌을 뱉듯 캭 퉤 하고 크론의 손을 빼냅니다. 그리고 나서, 솔러는 다시 칠판으로 글을 쓰는군요.

'사람 말, 어렵다. 동물 말, 쉬워요.'

말귀도 다 잘 알아듣고, 성대도 다치지 않은 것 같은데 굳이 칠판을 써서 필담을 나누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옆에서 스멀스멀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학생 식당... 가까이에 있는데... 공짜인데..."

크론이 고개를 돌려보면, 외톨이 마녀에게서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816 ◆MjRAeKhiz2 (DiJBoH9hW6)

2024-12-14 (파란날) 00:18:39

>>813
'신비연금술적 관점에서 은광석은 달의 성질을 품은 비교적 저렴한 원료 중 하나로 햇빛을 반사하는 달의 성질에 깊은 연관이 있고 밤에 숨은 부정한 것들에게 달은 유일하게 그들이 보이는 방법이기에, 그들은 은제 무기를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은제 무기를 사용하면 태양빛처럼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또한 원칙연금술적 관점에서 은광석은 반응하는 성질이 커서 부정한 것을 막기에, 이러한 관점에서 은은 여러가지로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망령을 일반적인 쇠붙이 무기로 공격하려 든다면 유의미한 타격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순은제 무기를 사용하면 망령을 공격할 수 있고, 좀비 등 이미 죽었어야 하는데 살아 움직이는 삶을 모독하는 언데드나, 뱀파이어와 같이 햇빛 아래에서 삶을 허락받지 못한 이들, 끔찍하고 모독적이고 세상에 대한 인식을 형해하는 고대신 주술로 움직이는 것들에 대해 효과적입니다...'

...라고 백과사전의 정령이 주절주절 떠듭니다. 대충 정리하면, 언데드, 뱀파이어, 유령 계열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백과사전의 정령이 백날을 떠들건 천날을 떠들건 알아들을 일이 없는 베르나 남작은 그저 웃을 뿐입니다.

"나중에 상황이 정리된 다음에 꼭 방문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만 아니었다면, 은 제련과 세공을 함께 하는 작업장을 새로 만들어서 가동할 생각이었는데... 그걸 만들게 되면 은제 식기건 은제 티아라건, 반드시 영애님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817 아앨라나 - 진행 (n95wosOwvw)

2024-12-14 (파란날) 20:57:36


@@ >>812

저는 마녀 님께서 정성스레 차려주신 토끼 스튜의 맛을 음미하며 허기를 채우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슬쩍 보니 넬루의 모습이 좀 달라지고 있네요. 그녀의 손은 조금씩 느려지고 이윽고 행동 전체에 변화가 보이고 있어요. 그녀는 갑작스러운 졸음의 습격에 저항하고 있는 듯 했어요

"큰 배를 저는 보았어요. 이제는 제대로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배가 자주 난파되는 원인을 해결했으니까요"

거기에서 저는 마녀 님의 그 말씀에 설명하듯이 이어가며 말했어요. 호수 속으로 배가 가라앉아 잊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를 제가 지워버렸으니 이제 괜찮겠지요

"자책하지 마세요, 넬루 씨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녀의 그러한 모습을 태연이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을 남겼어요. 그래요. 이건 그녀의 탓이 아닐 거에요. 이상하지요? 그녀는 왜 갑작스럽게 이렇게나 심하게 졸음에 시달리게 되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가까운 곳에 있을 거에요

"네. 그래서, 그런 곰이 있었어요. 하지만 곰은 그렇게 하기 전에 핏덩이가 되어버렸어요"

또 다시 마녀 님이 그런 넬루를 옮겨주며 말하시면 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담담히 그렇게 말했어요. 마녀 님이 말하셨던 대로 곰이 있었어요. 굶주린 야수는 첫 번째는 빛으로 실패했고 두 번째는 그 존재로서는 결코 막을 수 없는 힘의 존재에게 삼켜져서 실패했지요

그리고 저는 그녀의 행동이 왜 바뀌었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고 알아차렸어요. 그녀의 몫의 스튜에는 거부할 수 없는 깊은 잠으로 끌어당기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어요. 그건 마녀 님이 하신 거겠지요. 이렇게 상황을 의도적으로 바뀐다면 이제 그 순간이 맞이하게 되겠네요

"저는 주민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보았으며 부탁을 받았어요. 제가 플라베르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은 나빴어요. 어촌에는 호수에 둥지를 튼 괴수의 다가오는 파멸 앞에서 저물어 가는 생명들로 채워져 갔고 최악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 이었어요. 저는 그 부탁을 이루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호수의 괴수는 저로서는 상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의 존재 이었어요"

"그때 가말라시엘 님이 제게 말해 주셨어요. 저들의 생명은 얼마 남지 않고 타올라 녹아내리는 촛농 처럼 그 마지막을 향하고 있으니 이대로 그저 불꽃을 꺼뜨리기 보다는 남겨진 이들에게 선물을 선사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어떠냐고 하셨지요.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물어보았어요. 그들이 품은 생명이라는 이름의 불꽃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요. 그들은 대답했고 저는 그에 맞춰 원하는 결말로 이끌기로 했어요"

마녀 님께서 몸소 이렇게 상황을 만들어내셨고 이제 저는 묻는 질문에 대답해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차분히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하여 보았어요

818 헬렌 - 진행 (cpXFz/sujY)

2024-12-14 (파란날) 21:44:56

@@>>816
‘그렇구나. 설명 고마워.’

확실히 신기하다. 백과사전 정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헬렌은 베르나 남작의 호의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네. 다음에 꼭 들르겠습니다. 기대가 되네요.”

확실히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우호를 선택하기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이제 서쪽 늪지로 가려고 합니다. 거기에 식인게와 고블린들이 사람을 해친다고 하니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확실히 여행의 주 목표이긴 했다.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819 엘리주 (qWJS6Px6ik)

2024-12-15 (내일 월요일) 11:03:55

@@>>814

"위겔 교수는 왜 위협받고 있는건데?!"

이 일의 내막을 파해쳐보면, 분명 날 이용해 위겔 교수에게 뭔가 하려 들었던 그 이단심문관 녀석들과 관련이 있을 터였다.

"네가 아는 만큼 말해주면, 나도 성의를 보여줄게."

성의라고 해도. 열심히 발로 뛰어서 배달하기 정도겠지만.

820 ◆MjRAeKhiz2 (BysS/j1D7g)

2024-12-15 (내일 월요일) 20:11:14

이사중이라 답레 내일까지 힘듬. .
미안해

821 엘리주 (qWJS6Px6ik)

2024-12-15 (내일 월요일) 21:31:36

우리가 고맙지 뭐~

822 헬렌주 (KsK81v/D6.)

2024-12-15 (내일 월요일) 23:17:23

천천히 줘도 괜찮아~~~~
이사 힘내고 무사히 끝내구 와~

823 ◆MjRAeKhiz2 (7n0WJYfn72)

2024-12-16 (모두 수고..) 12:40:57

아앨라나의 말을 무표정으로 천천히 듣습니다. 앨리스는 의도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을 지웠습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해나 연민, 수용 같은 것도 없고, 질책과 실망, 걱정도 없습니다. 감정은 자연스레 입꼬리 높이를 오르내리게 하고 눈썹을 펼치면서도 찡그리지만, 앨리스의 얼굴은 감정이라는 끈과 완전히 끊어진 인형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입니다. 그 상태로 아앨라나의 해명을 다 들은 앨리스의 시선은 더 이상 아앨라나를 향하지 않고, 그녀의 지팡이를 향합니다.

'앨리스! 그 존재감은, 느낄 수 있는 자에게는 고통스럽기까지 하죠!'

'다 들리는 건 알지, 괴물?'

아앨라나에게만 들려야 할 목소리를 앨리스가 듣고, 가말라시엘만 말할 수 있는 줄 알았던 안나의 머릿속에서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 앨리스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가말라시엘도 당황했는지 순간 침묵했다가, 이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능청스럽게 대답합니다.

'그러니까 좋게 말했죠. 아무튼, 제 사도님을 잘 가르치신 은사이기도 하고...'

'헛소리 그만하고.'

오싹, 하고 안나의 등골의 척추 마디 하나하나가 극북의 얼음 기둥처럼 아프게 싸늘해집니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휘어잡은 앨리스는 말을 잘 듣는다면 협박, 아니라면 살인 예고가 될 경보를 날립니다.

'내가 아앨라나를 일일이 챙길 수 없으니까 너 같이 귀신 들린 마법봉을 주워도 그런갑다 했는데... 이번에 크라켄은 몰라도, 그 곰 안나한테 끌고 온 거, 너였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

'이번에는 내가 수도사 심정으로 넘어가는데, 한번 더 애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면... 그때는 네가 살았고 살아갈 그 수만년에서 가장 후회하게 만들어줄게.'

팟! 뭐라 말하려던 가말라시엘의 목소리가 끊기고, 앨리스가 감정을 되찾은 앳된 목소리로 묻습니다.

"괜찮니?"

824 ◆MjRAeKhiz2 (7n0WJYfn72)

2024-12-16 (모두 수고..) 14:14:51

>>818
"아, 서부로 가시는군요. 그곳이 확실히 진주 채집장으로 유명한데 요즘은..."

베르나 남작의 낯빛에 걱정이 서렸다가, 상대는 도적떼와 트리무스히드라를 광산채 폭파하고 나중에 행정관을 사칭해 쳐들어온 자객들까지 죄 죽여버렸음을 새삼스레 깨닫고는 싹 지웁니다. 아무렴 알아서 잘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으애, 애앵...

그 와중 아기가 울고, 적막이 감돌 뻔했던 순간에 베르나 남작이 갓 태어난 아기를 달랩니다. 뒤에 서 있던 산파가 아이는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알려주느라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남작 대신 이번에는 자객도 도적도 아닌 진찐 집사가 나서서 정리합니다.

"남작영애님께서 남작님과 함께할 시간이 필요하니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825 크론 - 진행 (QEMAZYHLM2)

2024-12-16 (모두 수고..) 17:28:53

@@>>815

..낭패다.
이걸 달고 다닐 수도 없고. 힘을 과하게 주면 뺄 순 있을 거 같은데..녀석을 자극할 걱정이다.

그런데..어음 넋이 나가는 광경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다.

동물 말이 쉽다니..그럼 안타르크티스, 그니깐 곰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이것도 일종의 마법인가. 도통 감을 못 잡겠다.

그렇게 혼란을 느끼고 있을 때 들려오는 작디작은 구원의 목소리.

근처의 학생식당이 있다. 게다가 공짜다! 미래가 불안정한 지금 한 푼이라도 아끼는 편이 무조건 옳겠지. 아낄 수 있다면 아껴야 한다.
그렇기에 '크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마녀를 바라봤다.

"학생식당! 그거 좋은데 아주 좋은 생각이야! 너도 아직 밥 안 먹었으면 같이 가서 먹자 우리는 거기가 어딘지 모르는데 너는 알잖아! 그러니깐 겸사겸사 어딘지 안내도 해주면 고맙고!"

주변에 사람이 전혀 없을 것 같은 행색. 묻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아는 얘기가 나오자 슬그머니 먼저 던지는 정보.
이런 점으로 봤을 때, 사람을 원하나 극히 서툴러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유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여유를 주지 않고 밝으로 몰아붙면서 칭찬해야 한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함께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야 한다.

826 헬렌주 (R9N07uEgoM)

2024-12-16 (모두 수고..) 19:14:00

@@>>824

“네.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으니 조심히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헬렌은 귀족적 품위를 잃지 않고 이들을 내보낸다. 그러고 나니 피곤해진다. 페로를 안으로 들이고 주인장을 불러 바바 페흐가 부탁했던 요청을 하려고 한다. 방도 새로 배정받아야 할테고.

827 아앨라나 - 진행 (IdbD96udow)

2024-12-16 (모두 수고..) 19:34:18


@@ >>823

저의 설명을 들어주시는 그때 마녀 님의 모습은 마치 겨울과도 같았어요. 차갑고 고요하지요. 길에 가득 쌓여서는 매워버리는 새하얀 눈과 같이, 무엇도 엿보여지지 않는 그 모습으로 시선은 제가 식사가 놓여진 탁자 옆에 기대어 세워두었던 지팡이로 향하셨어요

"가말라시엘 님은 그렇게 느껴 지셨나요? 아니면 그저 제가 알지 못했을 뿐일까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고통스럽다' 라는 말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는 그렇게 묻듯이 말해보았어요. 마녀 님의 올곧으며 다정하신 모습을 알고 있고 그 곁에서 살아왔던 저로서는 이런 분위기와 그 표현에 미묘하게 느끼었어요

그리고 곧바로 이어져 저에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 익숙함 속에는 새로움 또한 깃들어 있었어요. 소리를 내지 않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말하듯이 마음과 정신으로 나누는 대화었어요. 크게 놀랄만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이미 몇 번인가 다른 형태로 겪었으니까요. 마녀 님이 보여주신 꿈과 현실의 경계면에서의 대화도 그 중 하나겠지요. 그러니 마녀 님에게는 간단할 거에요. 그렇지 않더라도 어려운 일은 전혀 아니 셨을 거에요

저는 두 분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그 내용은 대체로 저를 향하시기 보다는 가말라시엘 님에게 향한 마치 단단한 얼음으로 벼려낸 칼날을 겨누듯이 하시는 말씀이셨어요. 마녀 님이 말해 주셨고 저도 알고 있듯이 그 사건에 대해서 결과는 옳지만 과정은 뒤틀렸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정말 그 야수는 가말라시엘 님이 불러내신 건가요? 이상하기는 해도 저는 대단한 우연이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가말라시엘 님의 힘과 능력을 본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녀 님께서 말하셨으니 근거는 확실할 거에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로서는 여전히 묘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었어요. 바로 마석, 그러니까 그 야수와 힘 깃들어 있는 그 불길한 힘의 돌은 그럼 어떻게 된 것일까요?

"네, 그럼요. 이는 전부 저를 위해서 말씀하여 주셨으니까요"

그렇게 하여 두 분이 대화가 끊어지자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찾아오듯이 돌아오는 마녀 님의 그런 물음에 저는 싱긋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어요

"그런데... 앨리스 님께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그리하여 어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저는 곧이어 그렇게 말했었어요. 제 앞의 그릇을 옆으로 약간 치워두고는 저번에 야수로부터 얻었던 마석을 살며시 탁자 위에 올려놓았어요. 그리고 천천히 덩쿨을 풀어내고 닿지 않도록 하면서 조심스럽게 천을 아래로 흘러내리게 해서는 그 형상을 드러나도록 했어요

828 캡틴맞음 (7n0WJYfn72)

2024-12-16 (모두 수고..) 19:51:11

>>819
뚱보는 엘리를 빤히 쳐다봅니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의아함과 의외가 더 눈에 띕니다. 마치 "네가 이걸 몰 오히려 모르는 게 신기하다"는듯한 뉘앙스로 되묻습니다.

"뱀파이어님. 모르셨습니까? 지금 위겔만큼 목숨이 위험한 친구도 없고, 살아있는 인간들 중에... 위겔만큼이나 태양교 재세례파한테 증오받는 이도 없을 겁니다."

그러면서, 먼저 자신과 위겔의 과거를, 어쩌다 자신은 걸어다니는 시궁쥐 신세가 되고 위겔은 잘나가는 교수가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합니다.

"위겔과 저는 같은 뱀파이어학을 연구했지만 방향이 달랐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때까지의 뱀파이어 연구자들처럼... 뱀파이어의 신비적 측면, 태양과 밤의 대립에 주목했다면 위겔은... 특이하게도 뱀파이어의 생물적 특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위겔이 많이 쪼들렸고 저는 개인 연구실까지 받아서, 위겔을 제 조수로 고용해서 임금도 주고, 위겔이 교수와 싸워서 낙제점을 여럿 받아 퇴학당할 처지에 몰렸을 때도 제가 연구필수인력 구제제도인가? 그 제도로 그 친구를 몇 번 구했죠. 그 때는 참, 제가 이리 될 줄 알았겠습니까? 허허."

뭐, 이 긴긴 설명에서 엘리가 굳이 알아야할 거라면 연구 방향의 차이 정도입니다. 다음은, 엘리 입장에서도 영양가가 있을만한 부분이 있군요.

"하지만 위겔의 뱀파이어 해부 자료가 쌓이고, 뱀파이어와 인간의 주요한 신체적 차이를 정리하면서, 위겔은 유능한 연구자가 아니라... 인식의 파괴자이자 창조자가 되었답니다. 뱀파이어와 인간을 각각 세로 절반씩 해부해 박제한 것을 보여주고, 뱀파이어는 신비한 초자연체가 아니라 그냥 좀 차갑고... 입맛 이상한 생물들일 뿐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퍼뜨렸습니다. 뱀파이어를 신비에서 현실로 끌어내린 게지요. 그게 잘 먹혀들어가서 제 연구는 망했지만, 단순히 또 싸울 때까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자는 휴전 협정이, 서로의 존재가 참 불편하더라도 참아주자는 평화 협정 수준으로 다듬어진 건 위겔 덕이었죠. 제가 뱀파이어의 신비를 완전 그리고 그것 때문에, 위겔이 너무 위험해졌습니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잇습니다.

"재세례파, 태양교에서 가장 과격하고... 인기 좋은 교파였습니다. 뱀파이어 님은 그게 그거 아닌가 할 수 있겠지만, 어지간한 이단심문관보다도 더 가혹하기로 악명이 높았죠. 그런데 위겔 이후로 냉전 기조가 화해까지 번지면서... 그 놈들은 뱀파이어보다도 그 친구 목을 더 노릴 겁니다."

음... 좀 장황하긴 합니다만, 왜 위험한지는 말했군요.

829 캡틴맞음 (UobNJeXmJU)

2024-12-17 (FIRE!) 09:25:54

>>828
제가 뱀파이어의 신비를 완전 -> 제가 뱀파이어의 신비를 완전히 부정하는 위겔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마는... 하여튼.

830 엘리 - 진행 (3515a6sByw)

2024-12-18 (水) 12:14:35

@@>>828

"으음... 이해했어."

뱀파이어의 체질이 신화적인 요소인가. 육체적인 요소인가. 본질에 대한 사유에 관심 없는 나로써는 딱히 고민해본 적이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있어서 그 부분은 꽤나 중요한 부분이겠지. 이해도 안되는 옛날 이야기 속 괴물이냐, 그저 다른 체질을 가진 생물이냐. 라는 건 말이다.

"재세례파 녀석들은, 자기가 위겔 교수를 노린다는 걸 숨기려고도 안 하는거야?"

그래도 일단 사람을 해치는 일. 종교집단이라면... 아니. 양지에서 활동하는 집단이라면 눈치를 봐서라도 실행자와 꼬리를 자르고, 자신들이 한 일임을 숨기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정말 최소한의 노력도 들이지 않은 것 같았다. 낡고 그슬렸을지언정 이단심문관 장비를 쓰고, 신성력까지 쓰다니. 나 재세례파요 알아줬으면 하는 꼴이 아닌가

831 캡틴맞음 (20JyiT16qg)

2024-12-19 (거의 끝나감) 13:30:13

>>830
"오히려 드러내는 게 이득이지요. 사고사나, 탈출한 광인에게 살해당했다고 덮게 되면 위겔은 호르뮈셰가 잃은 귀중한 지성이 되니까요. 그리고, 재세례파들은... 물로 한번 세례받고 불로 두번 세례받았다 주장하는 참... 신실한 친구들이라서."

뚱뚱한 사내가 말하는데, 갑자기 박쥐떼가 수로를 따라 몰려듭니다. 끼끼끽...하는 불길한 소리지만 엘리나 사내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엘리는 뱀파이어라서 잘 알고, 사내는 뱀파이어는 아니지만 한때 뱀파이어 연구의 권위자였으니까요.

박쥐들은 서로를 껴안고 뭉치더니, 엘리에게 매우 익숙한 언니, 류드밀라의 형체를 만듭니다. 류드밀라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며, 묻습니다.

"재세례파라고 했어?"

"네, 그렇습니다만..."

그에 류드밀라는 자신의 두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풉니다. 사내의 표정이 찡그려지고 엘리는 언제 봐도 적응을 못 해 소름이 돋는... 언니의 타버린 눈구멍입니다.

"...그렇다면, 위겔은 내 덕에 며칠은 발 뻗고 자겠네."

...음. 설마, 언니의 눈을 저 꼴로 만든게...

832 아앨라나주 (fnhyupYZFY)

2024-12-20 (불탄다..!) 20:13:51

갱신할게요. 이번에 혹시나해서 알리고자 이렇게 남겨요, 답레는 >>827에 있으니 여유가 되시면 이어주세요

833 캡틴맞음 (OvUwZ632pY)

2024-12-20 (불탄다..!) 22:13:26

>>832
.....???? 분명 답레단줄알았는데;;; 미안해 내일 꼭 줄게 ㅜㅜ

834 엘리 - 진행 (yaCk09dJHE)

2024-12-21 (파란날) 18:43:31

@@>>831

"괴, 굉장하네."

조금 당황이 섞인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걸 빌미로 뭐라도 뜯어낼 수 있다면 좋을텐데..."

편지를 전해주면서 밤의 군주의 모습을 보이고 협력을 얻기로 했으니까.

835 ◆MjRAeKhiz2 (n02YnLtidw)

2024-12-22 (내일 월요일) 00:03:43

>>827
아앨라나는 앨리스의 앞에 기이한 마석을 꺼내 보여줍니다. 불곰의 눈에 박혔던 그것 맞습니다. 앨리스는 그 마석을 바라보더니, 아앨라나는 천으로 감쌌던 그것을 염력으로 붕 들어올립니다. 손을 휘휘 저으며, 휘젓는 손의 방향에 따라 마석이 돌아가는 신기를 보이며 마석을 한참 동안 살피던 앨리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보고, 또 보던 앨리스는 벌컥 일어나더니 책장에서 책들을 와르르 쏟습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일이 끝난 후 이걸 다시 정리해야 할 아앨라나에게 이야기하는군요.

"이해 좀 해주렴. 네가 가져온 건... 이 숲에는 있어서는 안 될 물건이야. 100년 전에 내가 이 마석을 마지막으로... 아, 씨!"

앨리스는 고개를 돌리더니, 성큼성큼 걸어와 아앨라나 옆에 있던 가말라시엘의 지팡이를 붙잡더니, 눈을 부라리다가 일부러 아프라고 그러는 듯 바닥에 내동댕이...칠 뻔 하다가 간신히 참고는 심호흡을 합니다. 아무리 아앨라나와 앨리스의 관계가 가깝다고 해도, 아앨라나는 앨리스를 반쯤 어머니처럼 취급하고 앨리스 역시 아앨라나를 반쯤 딸 취급한다 해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가말라시엘을 인격체 취급도 안 하는 앨리스 입장에서라면, 그렇다면 이 지팡이 역시 아앨라나의 '물건'이지 신이 깃든 성물 따위가 아닙니다.

앨리스는 검은 숲에 아주 오랫동안 살면서 온갖 마법과 기묘한 지식을 깨우쳤지만, 아무래도 분노를 잘 억누르는 법은 잘 배우지 못한 모양입니다. 자기가 어지른 건 자기가 정리하는 버릇까지 합해서 말입니다.

"어쩐지 고작 이 지팡이에 갇힌 놈이 어떻게 곰을 끌어왔나 신기했더니만..."

앨리스는 머리를 싸매고 미치겠네, 미치겠네... 말만 반복하다가 아앨라나에게 말합니다.

"아앨라나, 마석에 대해 아는 대로 다 말해보겠니?"

//코멘터리: 자유서술. 아예 모른다 해도 되고 대충 대답해도 되고 지어내서 엄청 자세하게 말해도 되고.

836 ◆MjRAeKhiz2 (n02YnLtidw)

2024-12-22 (내일 월요일) 01:18:31

>>834
"엘리. 너 인간이랑 너무 붙어먹더니 인간 말이 다 옮았네?"

류드밀라는 가볍게 주의를 줍니다. 집행자라 하더니 중대한 규칙 위반이 아니라 '인간의 말버릇' 같은 것도 다 주의를 주는군요. 뚱뚱한 사내는 그 광경을 보고는 "이런 걸 볼 때면, 저도 위겔의 주장에 감정적으로는 동조하게 되지요."라고 말을 얹으며 허허 웃습니다. 앞이 안 보여도 대충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는 알기에, 류드밀라는 손가락으로 천정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해가 지고 있어. 엘리. 티호미르, 예마랑 접선해서... 그 재세례파들을 사냥할 시간이야. 네가 위겔한테 대체 뭐가 아쉽다고 뜯어내니, 마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섭섭잖은 덤 정도는 될 거야."

철퍽! 분노와 증오가 극에 달했는지, 류드밀라가 손을 훅 털자 양 손에서 눈을 의심할 정도로 예리한 칼날들이 나옵니다.

837 ◆MjRAeKhiz2 (n02YnLtidw)

2024-12-22 (내일 월요일) 10:01:55

>>825
>>826

?????????????????
왜 답레가 안올라오지 하고 있었는데 내가 이걸 놓치고 있었다고?????????? 6일동안/????????????????

838 ◆MjRAeKhiz2 (n02YnLtidw)

2024-12-22 (내일 월요일) 10:09:26

>>825
"어... 음... 일단 왼쪽... 그리고 나서 다음 골목에서 오른쪽..."

마녀는 어쩌다보니, 크론에게 밀어붙여집니다. 크론이 배운 처세술 중, '누가 네 등에 칼 찍기 전에 먼저 찍어라' '배신은 안 하는 놈이 병X이다' 같은 그가 원래 살던 지옥 같은 곳에서나 쓸데있는 것 말고, 제대로 된 처세술이 나온 순간입니다. 그렇게 크론은 북극곰과 동물과 대화하는 소녀와 마녀, 총 세 명의 참 이상한 사람들을 데리고 학생식당으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뭔가 이상한 횡설수설 소리가 들려와서, 모두가 뒤를 바라보면 아까 전에 크론이 그냥 미친 놈 같으니 상대도 안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생긴 것만 멀쩡한 미친놈이 따라붙었습니다.

"...우리는 하늘에서 피어나 영원한 닭고기를 외우고 찬송은 1절까지만..."

...그렇습니다. 총 네 명을 끌고 가는 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자기가 길을 안내하는 주제에 끌려가는 입장이던 마녀가 그 미친놈의 뜻을 해석해줍니다. 대체 어떻게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큰 도움이 되는군요. 솔직히 이건 도움이 될 필요가 전혀 없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입학생이 많아서... 정말 많은 양으로 준비했을 거라고..."

마녀는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는데, 어깨를 조금씩 들썩입니다... 뭔가, 자기가 도움이 되었다는 게 기쁜 것 같습니다.

"..."

솔러는 어느새 북극곰 위에 올라타서 칠판에 무언가를 적고, '우응'이라고 북극곰 말소리를 따라하자 안타르크티스가 앞서 갑니다. 그리고 솔러는 칠판에 적힌 걸 보여줍니다.

'저 여자, 저 행동, 이유가 있습니까?'

...추운 곳에서 온 말 못하는 여자가 보기에도 좀 웃긴 광경인가 봅니다. 더 큰 문제가 있다면...

"...저 곰은 뭐야?"

"아오, 저 미친 놈 또 입학했어?"

"어떻게 된 게 사람 네 명 중에 멀쩡한 게 저기 남정네 하나밖에 없냐."

...다들 수군거리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말이 아니라 칼로 여러번 찔렸던 크론 입장에서 이거야 아무것도 아니지만요.

839 ◆MjRAeKhiz2 (n02YnLtidw)

2024-12-22 (내일 월요일) 10:14:56

>>826
일단 페로의 경우는 굳이 부를 필요도 없었습니다. 베르나 남작이 나가자마자 페로는 자연스럽게 들어오더니,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어봤습니다. 말이야 좀 '귀족'과는 다르게 많이 통속적이고 직설적이지만 그래도 걱정만큼은 진심으로 들립니다. 그리고 살아온 배경이 배경이다보니, 걱정에도 세세한 디테일이 서려있고 구체적으로 뭘 당했을까 걱정하는지도 말해줍니다.

"혹시 저 남작도 아가씨한테 꼬장 부렸어요? 막 돈 내놓으라고, 배상하라고... 그런 거 아니...죠? 아까 전에 나가던 사람들 표정이 좋던데, 막 잘 뜯어서 잘 됐다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겠죠? 당장 돈 못 주겠으면 할부도 된다고 이상한 데 서명하라고 강요한 거 아니죠?"

뭐, 할부도 된다고 말한 건 맞습니다. 다만 할부로 돈을 내는 게 헬렌이 아니라 상대, 베르나 남작일 뿐이죠. 그러다가 탁자에 놓인 백은검을 보자 놀라서 페로의 귀와 꼬리가 위로 쫑긋 섭니다.

"아니, 이게 다 뭐래?"

그리고 주인장도, 부르려고 '주...'자를 발음하자마자 바로 노크를 합니다. 이 사람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데, 뭔 말을 할 지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군요.

"예에! 아가씨! 피곤하시지요? 저녁을 준비해드릴까요? 이부자리를 펴 드릴까요? 방을 바꿔드릴까요? 그, 특실이 지금... 긴급 보수 중이라 특실 빼고 가장 좋은 방을 빼 놨습니다!"

840 ◆MjRAeKhiz2 (n02YnLtidw)

2024-12-22 (내일 월요일) 10:16:05

공지... 라기 보단 사죄와 부탁
정말로 죄송합니다.
내가 6일간 무통잠을 한셈입니다.
혹시 남의 레스는 잘만 처리하는데 내 레스는 처리 안된다, 그날그날 처리가 안된다 하면 그건 악의가 아니라 진짜로 캡틴의 능지이슈니 스루한 것 같다고 알려주시오...

841 엘리주 (xONxfF10eA)

2024-12-22 (내일 월요일) 10:41:09

어멋

842 엘리 - 진행 (xONxfF10eA)

2024-12-22 (내일 월요일) 11:05:39

@@>>836

"...헛!"

생각해보니 그랬다. 세스타우에 왔을 있을 때. 타락(?)한 비냐의 천박한 어휘에 내심 놀라워했던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니 나도 기품은 어디가고(사실 처음부터 기품은 없었던 것 같지만) 인간다운 어휘에 슬슬 물들어가는 것이었다.

"사냥이라... 그거 괜찮은데."

류드밀라의 칼날 묘기(?)에 놀라움을 표하는 한편, 그 의견에 동조한다. 나도 당하고 넘어가기 싫다는 마음과 복수심은 있었다.

다만 걸리는 건 '호르뮈셰'의 경비대가 나서는 일이었지만...

"내가 당할 때도 안 나타났는데, 뜬금없이 우리가 반격하려고 할 때 나서진 않겠지?"

843 헬렌주 (x82bGdDJ4.)

2024-12-22 (내일 월요일) 12:13:16

ㅋㅋㅋㅋㅋㅋ 공지 확인했어~!~! 캡이 놓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바빠서 답레 바로 못달 것 같아서 얘기 안 했었다~!
나 또 한참 있다가 올 것 같아가지구~ 현생 좀 정리하고 이어오겠음!
캡 이사는 잘 마무리되었길 바라~~

844 ◆MjRAeKhiz2 (n02YnLtidw)

2024-12-22 (내일 월요일) 20:29:02

>>843
네...

845 ◆MjRAeKhiz2 (n02YnLtidw)

2024-12-22 (내일 월요일) 20:48:04

>>842
"경비대?"

피식, 류드밀라가 웃습니다. 엘리의 등허리에 순간 소름이 돋습니다... 엘리가 한 30살 되었을 때쯤일까요? 엘리가 일족 영지 바깥에 나가보겠다고 도망쳤다가 예마의 아버지 포함 인간 하인들만 100명 넘게 동원되어 엘리를 찾아나섰을 때, 류드밀라가 엘리를 잡아서 데려오고 나서는... "한 대라도 때리면 엄마한테 이르겠다"고 말했던 엘리한테 딱 저렇게 피식 웃으면서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그것도 "어머니가 시키셨는데?"라는 무시무시한 말과, 그 뒤에 이어지는 신성력 담긴 인두로 종아리를 지지는 것만 같은 끔찍한 고통과 함께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건 진짜, 기도 안 찬다, 위협으로 생각도 안 한다는 말입니다.

"와보라 그래. 우리가 먼저 공격당한 입장인 건 둘째치고라도..."

류드밀라는 입을 벌리고, 그녀가 두 눈을 잃기 전에 그녀의 특색이나 다름없던, 뱀파이어임을 고려해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긴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말을 맺습니다.

"...우리가 일 마치기 전에 알 수나 있으면 말이야."

그리고는, 박쥐로 변해 지하수로에서 박쥐가 나갈 수 있는 창살 달린 통로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버립니다! 그래도 엘리를 내버려둘 생각은 아닌지, 몇 마리 박쥐들이 어서 변해서 따라오라는 듯 일부러 느릿느릿 지나가는군요.

846 아앨라나 - 진행 (qFtbhwRsrE)

2024-12-22 (내일 월요일) 22:02:48


@@ >>835

저는 마녀 님이 제가 보여드린 마석을 살펴보시는 걸 같이 바라보았어요. 허공에 떠올라 빙글빙글 돌아가며 그 모양이 돋보이네요. 그리고 그럴 수록 마녀 님의 그 표정으로부터 이는 뭔가 심상치 않으리라고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그럼요. 그런데, 이 마석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석의 정체는 제가 생각했었던 것보다도 엄청난 물건 같아요. 마녀 님께서 저렇게나 흥분하시고 있으니까요. 100년이나 되고 있으면 안되는 물건이 어째서 여기에 지금 나타났을까요? 마녀 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보면 마녀 님과 뭔가 연관이 있을까요?

저는 마녀 님이 다가오시는 모습에 그 시선을 따라가면 지팡이로 이어져 마녀 님께서 이를 가져가 들어 내려치려 했던 행동들을 가만히 말없이 지켜 보기만 했어요. 제가 나설 순간은 아니라고 그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거기에 단순히 바닥에 내려친다고 해서 쉽게 부서지지 않을 거라는 걸 마녀 님이 저보다도 훨씬 잘 알고 있으실 거에요. 좀 전에 말하실 때도 그랬지만 마녀 님은 가말라시엘 님에게 이번 일로 더욱 크게 화나 보이셨어요. 아마도 가말라시엘 님이 제가 모르는 무언가 하면 당혹스러운 짓을 해버린 거겠지요

"이 불길한 마석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저는 모르겠어요. 플라베르흐로 부터 집으로 돌아오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야수가 그 눈구멍 속에 품고 있었지요. 혹은 반대로 야수가 마석에 홀려버렸을까요?

"마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력의 흐름이 바뀌어 놓는지 가까워질 수록 제가 마법을 부리는데 방해가 되었어요. 마법의 발동을 위해 있어야 할 장소에 마력이 흐트러져 마치 마력이 마석 쪽으로 끌려가듯 그런 느낌이었어요. 동물 자체에도 무언가 영향을 주는 듯 했어요. 야수의 모습도 좀 이상하고 바닥에 남겨진 야수의 피가 마석에 닿자 마치 끓어오르는 물처럼 보였으니까요"

"그 뿐만이 아니라 저는 마석의 힘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 안에 담긴 마력을 꺼내어 쓰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마석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힘과 마력은 강하고 무언가 달랐어요"

그래서 마녀 님이 제게 물어보시면 제가 알고 있는 대로 그 때 있었던 대로 말하며 그 설명을 이어갔어요. 마석의 정체 대해서 저보다 잘 알고 계실 마녀 님이 이렇게 저에게 물어보시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가 말할 이런 설명들을 토대로 앞으로 할 일을 확실하게 집고 가고자 하시는 거겠지요. 그러면서도 저로서는 마석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좀 더 강해져 갔어요. 이 기회에 마녀 님 곁에서 같이 연구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847 아앨라나주 (qFtbhwRsrE)

2024-12-22 (내일 월요일) 22:09:03

공지 보았어요. 괜찮아요. 이사가 문제 없이 잘 되세요!

848 캡틴맞음 (BgRxY76eiI)

2024-12-23 (모두 수고..) 15:09:40

>>846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마녀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가더니 깊게 한숨을 내쉽니다. 물론 아앨라나한테 화난 건 아니고 상황이 상당히 안 좋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겠죠. 이야기를 다 들은 앨리스는 무슨 상황이길래 이리 난리를 쳤는지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주운 그거... 옛날에는 기적의 마석이라 불렸던 물건이야. 어디서 끌어오는지는 몰라도 계속 마력을 발산하니까, 마력을 써야하는 부분에선 다 그거로 썼지... 마력 등불, 마력 파종기, 지맥 연결망 노드..."

그리고는 앨리스가 힘을 흘려보내자, 붉은 마석은 "끼에에에엑!!!!" 하는 기이한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금이 가고, 앨리스는 설명을 이어갑니다.

"싸지, 구하기 쉽지, 무제한이지... 그런데, 그 마력에 오래 노출된 이들의 몸이 기이하게 뒤틀리거나, 차라리 그게 나을 정도로 미쳐버려서는 사람들을 죽였어. 그 근원을 더 자세히 조사하니... 이 마석들 하나하나가 악마들이 이 세계로 올 수 있게 돕는 디딤돌이었고, 큰 마석은... 그 자체에 악마가 깃들었어. 그리고 그 마력은? 이 마석, 아니... 지옥의 통로를 통해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힘이었어. 그러면 마력 등불, 파종기, 특히 지맥 연결망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알아서 상상하렴. 난 그 5백년 전에 있었던 일은 기억도 하기 싫다."

즉, 이 마석은 4백년 동안 개고생을 해서 100년 전에 치웠고, 여기에는 악마가 깃들었거나 지옥의 힘이 올라올 수 있다는건데... 그럼 아앨라나는 이걸 고작 천으로만 감싸서 온 셈이군요.

849 엘리 - 진행 (TDmEGAwNwk)

2024-12-24 (FIRE!) 13:42:17

@@>>845

"으음... 그것도 그렇네."

어두운 밤 중. 은밀하기로는 손에 꼽히는 뱀파이어가 나선다. 알아차리고 움직이는 건 분명 어렵다.

"뭐어, 가볼까!"

당하면 갚아준다. 원한이 있었고, 힘이 있었으니까.

850 아앨라나 - 진행 (pFcsN0hSaQ)

2024-12-24 (FIRE!) 20:44:20


@@ >>848

저의 긴 설명을 들어주신 마녀 님의 표정은 구름이 가득 낀 하늘과도 같았어요. 제가 마석에 대해서 겪었던 걸 말하였듯이 마녀 님께서 말씀 해주시는 옛날 이야기는 저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큼 대단했어요. 저는 마녀 님의 그런 표정과는 달리 조금씩 흥이 오르면서 경청했어요

그러던 마녀 님이 거기에 더 힘을 내보이시자 저는 마석으로부터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울리며 조금씩 그 사이사이가 갈라지는 마석을 향해서 신기하게 바라보았어요. 보통의 마석처럼 마력 자체가 한 점으로 계속 뭉치고 마치 돌처럼 굳어서는 만질 수 있는 덩어리가 되었을 뿐이 아니었던 거에요. 그렇다면 이런 광경도 일어나지 않겠지요. 마석과 비슷하지만 그 실체는 다른 무언가 있었다는 거에요

이렇게나 기이한 사연에 묶여 있는 물건이라면 뭔가에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어렵겠네요. 이렇게 직접 경고가 담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제가 했었던 그런 기대는 접어두고 마석에 관해서는 이대로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겠어요

그렇지만, 이렇게나 특이한 물건이라면 간단하게 가질 수 있고 대량으로 사람들 사이에 돌아다니게 되었던 그 자체가 이상하지요? 이 돌들이 만들어지고 세상에 퍼져나간 원인이 있을 거에요. 그저 악마들의 짓이라고 넘어가기 그 이전에 관련된 무언가가 있을 거에요. 비록 그 옛날에 마녀 님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셨겠으나 이렇게 다시 나타난 이상 다른 뭔가 있다고 지금은 지금대로 새롭게 의심해 보아야 할 거에요. 그래서 마녀 님께서 이렇게 심각하신 거겠지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저는 이번에도 마녀 님께서 이에 대해서 수습하시고자 하신다면 다 잘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거기에 이번에는 저도 함께 있으니 조금이라도 좋을 거에요!

"이는 지옥이 지옥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에도 포함 될 수 있었겠네요"

그렇게 마녀 님이 마지막으로 지맥을 강조하시며 설명을 끝내시듯이 보였던 저는 그렇게 중얼거리듯이 말했어요. 구분 짓고 갈라놓는 세상의 벽은 옅어지고 그렇게 해서 세상에 이곳저곳에 난 구멍으로부터 악의에 찬 존재들의 손길이 닿아 세상을 어지럽혔겠지요. 그럼에도 그들은 결국 실패하였어요. 이번에도 다시 그렇게 되어야 할 거에요

"이것이 어디서 오고 가며 만들어졌는지 짐작되는 것이 있으시나요?"

저는 마석에 관해 갖게 된 의문에 그렇게 마녀 님께 물어보았어요

851 ◆MjRAeKhiz2 (yKfzJQ7ViY)

2024-12-24 (FIRE!) 22:19:36

>>849
엘리는 언니를 따라 수많은 박쥐의 형태로 변해 날아갑니다. 두 발에 매여 있던 몸은 수백 수천 박쥐의 날개로 중력을 거스르고, 어두운 수로 속에서 수천쌍의 눈동자들이 마치 하나의 눈처럼, 원래 그랬던 것처럼 엘리에게 자연스럽게 초광각 시야를 제공하고, 엘리는 자신이 날아오를 곳을 선택해 그곳으로 날아갑니다... 끼긱, 끼기긱, 쇠를 긁는 듯한 소리들이 울려퍼졌다 되돌아오며, 청각임에도 시각처럼 가깝게 다가옵니다.
날아오른 박쥐들이 도시의 밤에 으스스함을 더하며 사냥의 시작을 알리고, 엘리는 하늘을 찌를세라 솟아오른 호르뮈셰의 종탑에 앉아 달빛을 쐬고 있는 언니를 따라가더니 다시 합쳐져 형태가 됩니다. 호르뮈셰의 축축한 지하에 있었지만, 햇빛이 사라진 지금 그녀는... 언니 류드밀라와 함께, 보통 사람들은 올라갈 생각도 못 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수많은 학부 건물들과 기숙사들은 푸르고 희미한 빛 아래서 창백하게 보입니다.

"티호미르한테 전해듣기로, 1시간 내내 도망쳐도 어디선가 계속 튀어나오는게... 위겔 교수의 학부 근처에 철저히 매복했거나, 그 근처에 거점을 세웠거나 둘 중 하나라고."

류드밀라는 나직이 이야기하고, 엘리에게 방향을 정해달라고 청합니다.

"이 도시에서 여기만큼 높은 곳은 없어서... 소리를 내서 돌아오는 소리를 계산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올라올 수 있었어. 하지만 저 밑은 아니야.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너한테 맡길게. 먼저 내려가. 그리고... 널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자."

852 ◆MjRAeKhiz2 (yKfzJQ7ViY)

2024-12-24 (FIRE!) 23:24:02

>>850
이 마석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앨리스는 "아 씨, 그 시절 생각하기 싫다니까..."라고 투정을 부리면서도, 어쨌든 이 마석을 설명하려면 기원도 설명할 수밖에 없으니 결국은 답해줍니다.

"5백년 전에는 '마도 교류회'라는 단체가 찾아와서 우리한테 이걸 건넸어. 이걸 '은총석'이라고 부르면서 평범한 마석이랑은 비교를 거부했어. 게다가 이게 돌멩이 같은 쓸데없는 것도 오랫동안 노출시키면 이거랑 비슷하게 변하는 효과가 있어서.... 잘 썼는데, 사건이 터지고 나서 마도 교류회가 어디서 왔는지 파보니까... '송곳니 교단'이라고, 아무튼 미친 년놈들이 우글대는 곳의 끄나풀이더라고. 거기가 자세히 어딘지는 지금 설명할 것까진 없고, 그냥 악마를 이 세상에 진짜로 강림시키려는 미친 놈들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정리한 앨리스는, 다시 가말라시엘이 깃든 지팡이를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네가 그 곰을 끌어들인 것도, 그 마석이 눈알에 박혀 있으니까 그 존재를 눈치채서 그런 것 같은데... 가말라시엘. 제대로 얘기 안 하면 재미 없다."

그러자, 가말라시엘은 베스니를 비웃고 넬루에게 기억을 지우고 싶을 정도의 트라우마를 안겨줬을 때와는 다르게, 공손하게 대답합니다.

'느끼기는 몇 달 전부터 느꼈습니다. 설마하니 그거겠나 했지만... 눈 먼 줄 알았던 불곰이 다가오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그래도 그 작은 마석 하나로 우리 사도님께 큰 영향은 없을 거라 판단해서, 그곳으로 불러들였죠.'

"자랑이다. 됐고..."

앨리스는 다시 아앨라나에게 고개를 돌립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합니다.

"슬슬 큰 일 하나 할 나이 됐지, 안나?"

853 아앨라나 - 진행 (diQiLqCCIg)

2024-12-25 (水) 23:36:47


@@ >>852

저의 그 물음에 불쾌해 하시면서도 잘 설명하여 주시는 마녀 님의 모습 조금 안심이 되었어요. 들은 이야기는 이러해요. 세상에는 어떠하든 사연이 있기 마련이고 거기에는 기이한 욕망에 이끌리듯 이를 이뤄내기 위해서 거침없이 무엇이든 하는 이들이 있지요. 그렇게나 오래되었지만 사라지지 않았어요

뒤이어 마녀 님께서 그리 지적하시자 가말라시엘 님은 영향이 없다고 하셨고 그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영향을 받았어요. 넬루가 겪게 된 끔찍한 일과 기억이라는 가시를 빼내어 제거하고, 가말라시엘 님에게 저의 피를 드리면 이를 취하여 그 모습을 달리하고 봐서는 안되는 힘을 부리셨고, 그리하여 이렇게 잊혔어야 할 기이한 사연에서 넘어온 마석을 찾아내어 얻게 되었고 마녀 님부터 옛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있게 되겠나요? 그러니까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거에요

"제가 무엇을 하시길 바라시나요? 말씀해 주세요"

마녀 님의 그 물음과 함께 저의 손을 잡으시면 저도 그 손을 저는 마주 잡아보았어요. 저는 그 다음에 이어질 말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마녀 님이 말하신 '큰 일'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맞는지 확실히 하고 싶었던 저는 반쯤 눈을 감고는 나지막이 그렇게 물어보았어요

854 엘리 - 진행 (fYV8wB0iPo)

2024-12-26 (거의 끝나감) 01:17:09

@@>>851

"매복이던 거점을 세웠던...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역량이 상당하네."

사제복을 입은 채로 어디 숨어있던, 한 곳에 거점을 마련했던. 꽤나 어려운 일임은 틀림없으니까. 세스타우에서 상대했던 녀석들이 지하수로를 이용했던 것처럼 모종의 처리 시설에 자리잡았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겠지.

"아무렴, 먼저 갈게!"

박쥐로 변하지 않은 채로, 바닥을 박차고 종탑 밖으로 뛰어내린다. 물론 어느 시점에서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변해야 하겠지만. 왜 이런 짓을 하냐 묻는다면...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자신만만하게 뛰어내리는 건 꽤나 멋있지 않나?!'

나름의 사심이라 할 수 있으리라.

855 ◆MjRAeKhiz2 (Hfq6EufBM2)

2024-12-27 (불탄다..!) 01:54:53

>>853
"가말라시엘 이 새ㄲ... 아니, 이 모자란 지팡이 때문에 반억지로 한 감이 있지만 인신공양을 한 경험도 있고, 마력을 끌어모아서 괴물을 조진 경험도 있고... 나랑 같이 있으면서 이것저것 배웠고... 뭐, 다 됐네."

몇 가지를 따져본 앨리스는 아앨라나를 다시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아앨라나는... 앨리스에게 있어 반쯤 딸이자 반쯤 제자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선에 조금 다른 관점을 섞을 때가 되었습니다. 앨리스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자신이 그동안 자신의 후계자와 추종자들에게 맡겼던 잔인한 임무들 중 하나를, 이제 아앨라나한테도 맡기고자 함을... 참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너도 이제 다 컸으니까, 솔직히 말할게. 두 가지 말이야. 첫째로, 나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이 문제투성이에 점점 문제가 늘어나는 검은 숲을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는 게, 아주 불행하게도 나밖에 없는 것 뿐이야. 둘째로, 그래서 날 도우려 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끝이 안 좋았어. 객사했거나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꼴이 되었지..."

아! 하면서 뭔가 떠올렸다는 듯 앨리스는 아앨라나에게 이야기합니다.

"아, 솔직히 말할 게 세가지였다. 마지막으로, 너가 그... 객사했거나 죽느니만 못한 꼴이었던 애들이 해야 했던 일을 해야겠어. 500년 전에 이 지옥의 매개체를 뿌린 건 송곳니 교단이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솔직한 말로, 내가 검은 숲 바깥에는 신경을 끄고 사니까 모르겠다. 그러니까, 안나. 바깥으로 나가서... 정보를 찾아. 그리고... 나한테 알려."

856 ◆MjRAeKhiz2 (Hfq6EufBM2)

2024-12-27 (불탄다..!) 02:11:57

>>854
휘이이이이이익ㅡ

엘리의 머리카락은 본디 머리카락만 홀로 있었다면 유유히 하늘에서 깃털처럼 바람을 파도 삼아 타다가 내려왔겠지만, 훨씬 무거운 물과 뼈와 살로 이뤄진 주인의 몸에 매달렸기에 끌려가듯 아래롤 떨어집니다. 다행히도 치마가 딸린 옷은 갖다 버린... 것은 아니고, 에레야의 자매던 베르야에게 받은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덕에 날아가는 와중에 언니한테 망측하네 뭐네 아이마냥 꾸중 들을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차가운 밤바람을 느끼며...


끼이이익!!!!!

수백마리 박쥐로 변한 엘리는 류드밀라를 위해, 사람들에게는 끔찍하게 들릴 쇳소리를 내면서 자신이 습격당했던 장소로 날아갑니다. 낮에는 그렇게 무섭고 두렵고, 도망칠 땐 너무 길면서도 숨을 때는 너무 탁 트였던 곳이 이제는 제 손바닥 안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엘리는 류드밀라와 함께 본래의 형태로 변하고, 류드밀라는 킁킁거리더니 손가락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킵니다.

"예마가 남긴 신호야. 저쪽으로 가야 해."

857 아앨라나 - 진행 (RKUOSV7CYw)

2024-12-27 (불탄다..!) 19:36:09


@@ >>855

마녀 님께서는 가말라시엘 님에 대해서 욕하시려다 말았는지 말을 흐리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요약하며 말하시는 마녀 님을 저는 계속 부드럽게 바라보고 있었어요. 마녀 님이 시선을 저에게 돌리시면 저와 그 눈이 마주쳤다고 느꼈어요. 이후 미소와 함께 이어지는 마녀 님의 말은 이를 계기로 저의 대해서 뭔가 결정하셨고 그래서 이렇게 말해 주시는 거겠지요

"그래도 저에게 있어서는 앨리스 님이 매우 큰 존재감을 지니셨다는 걸 아실거에요. 그리고 그분들은 어떠한 과정과 결과를 맞이하셨기에 그렇게 되셨을까요. 이는 알아도, 몰라도 문제가 될 수 있으려나요"

마녀 님께서는 저에게 스스로를 대단하지 않다고 말하시며 겸허하게 낮추시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는 마녀 님이 훌륭하신 분이라는 걸 알아요. 남다른 큰 힘을 가졌지만 이 숲과 그 속에 든 다른 모든 이들을 돕는데 사용하시고 있지요. 저는 마녀 님의 곁에 줄곧 오랜 세월을 살아가며 많이 알아가고 할 수 있게 되었었어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마녀 님께서 이렇게 직업 말하시니까 무섭거나 불안하기도 한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마녀 님과 스스로를 해낼 수 있다고 믿음을 갖고는 하기에 이렇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 믿고 싶어요. 그렇게 제가 느끼는 그러한 감정들을 다스리고 미래에 대해서 도움이 되겠지요

"위험을 경고하시고 이제 숲의 밖의 세상을 알아가며 마녀 님을 도우시라고 말씀하고 계시지요?"

마녀 님의 말씀처럼 줄곧 그 자리를 고고하게 홀로 지켜오고 있으셨다면 이제 제가 함께 있어야 할 순간이 오게 되는 거겠지요? 이제는 그저 마녀 님에 아래에서 비호를 받으며 자라나는 아이일 뿐이 아니라는 거에요

858 엘리 - 진행 (qxLW5/PpDQ)

2024-12-28 (파란날) 14:30:33

@@>>856

'조금 멋있었던 것 같기도!'

스스로의 행동에 만족감을 느끼며, 기척을 죽이고 류드밀라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한다.

'신호를 냄새로 파악한다는 건... 무슨 향신료라도 쓴 거려나.'

독한 냄새나 자극적인 냄새같은 건 멀리서도 파악하기 쉬우니까. 뭐, 정말 가장 멀리서 잡아내기 좋은 냄새는 따로 있었지만.

859 캡틴맞음 (wYsQosbjtI)

2024-12-28 (파란날) 15:28:11

>>857
어제 쓰고 잔줄 알았는데 껐다
피눈물

860 엘리주 (qxLW5/PpDQ)

2024-12-28 (파란날) 15:57:18

헐...

861 ◆MjRAeKhiz2 (S/Vtv2U2A6)

2024-12-28 (파란날) 23:32:41

>>857
"...그래."

앨리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는데, 그녀의 복잡한 표정은 이 한숨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만약 한탄이라면, 언제나 그랬듯 얼마나 무시무시한 소리를 해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아앨라나에게 미안함을 느껴서 한탄했을 겁니다. 만약 안도라면, 여전히 안나가 그녀에게 딸이긴 해도 더 이상 앨리스가 무조건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는 아니게 되었음에 안도했겠죠. 어느 쪽이건 간에, 앨리스는 아앨라나를 바라보고 이야기합니다.

"가능성은 두 가지야. 이 끔찍한 마석이 외부에 쭉 퍼졌거나, 아니면 누군가 나 엿먹어보라고 이걸 어디서 구해서... 검은 숲에 심었거나. 둘 다 정말 더럽게 끔찍한 일이지. 전자라면, 이런 끔찍한 걸 못 퍼뜨리게 막으려 들었을 종교쟁이들을 견제해가면서 이걸 뿌릴 정도로 대단한 놈들이란 거고, 후자라 치면... 나한테 그 짓 할 정도로 간 큰 놈이면, 너 하나 정도는... 알지?"

앨리스는 주머니에서 무언가 뒤적거리더니 아앨라나 앞에 목걸이를 던집니다. 목걸이의 끈은 평범하게 새끼를 꼰 밧줄이지만, 그 밧줄로 꿴 마석은... 아까 전까지 앨리스가 보면서 한탄했던 그 붉은 불길한 마석이 아니라, 검은 숲이 꿈꿨고 앞으로도 꿈꿀 신록(新綠)의 색깔로 빛나는 마석입니다.

"다 좋은 애들이었는데,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고 진짜 알아서 하게 내버려뒀다가... 너무 많이 죽어서, 너부터는 그런 실수를 안 하려고. 자, 안나. 한번 써보겠니?"

862 ◆MjRAeKhiz2 (y5zjUFUfm.)

2024-12-29 (내일 월요일) 00:09:25

>>858
'끌, 끌, 끌...'

지성체의 상황판단에서 최소 70%의 비중을 차지하는 시각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엘리의 언니가 지팡이나 하인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끌, 끌, 끌... 혀를 차는 것 같기도 하고 주변을 울리는 것 같기도 한 소리가 류드밀라의 입에서 나오는데... 옆에서 따라가는 엘리 입장에는 정말로 개미 우는 소리마냥 작고, 그러면서도... 마치 고막을 박박 긁는 듯한 고음이군요. 평소의 류드밀라가 소리를 내서 반사되는 소리는 인간도 들을 수 있을 수준이었지만... 엘리는 문득 기억합니다. 뱀파이어 일족의 아이들이 엄격한 인간 집사장과 주방장 몰래 이야기를 나눌 때... 목을 긁어가면서 이렇게 소통했죠. 이건, 인간이라면 들을 수 없습니다.

"..."

류드밀라는 계단을 걸어 내려갑니다. 하지만, 반향정위가 완벽한 건 아니라서,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류드밀라는 발을 몇 번 저었다가 디디면서 한 발 한 발 조심히 내딛다가, 순간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떨어지려는 걸...

푸드덕! 푸드득!

...수백마리 박쥐로 변해서 난데없이 날아올랐다가, 다시 그 자리에 뱀파이어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으로 막습니다. 류드밀라는 쯧, 하고 한숨을 쉬더니 엘리가 있을 법한 쪽으로 손을 뻗으며 말합니다.

"미안한데, 손 좀 잡아줘."

863 크론 - 진행 (UdGA4fgYEE)

2024-12-29 (내일 월요일) 15:13:09

@@>>838
모든 일이 예상대로 잘 풀렸다..까지는 아니어도 이 정도면 꽤나 양호하다.

돈을 쓰지 않고도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고 나름의 일행도 생겼다.
뭐..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저 친구는..그래도 어째서인지 말을 알아듣는 인원이 있으니 아무래도 좋겠지.

일행이라곤 동물 말을 알아듣는 솔러와 동물인 안타르크티스, 정신 나간 소리를 알아듣는 마녀와 정신나간 놈..
개성이 지나치게 강한 조합이라 자신의 존재가 자연스레 가려진다 아니 어쩌면 상대적으로 평범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눈에 띄려나.

다만 또 입학했다니? 입학을 여러 번 할 수도 있나 시험이 있어서 그런가..

그래도 일단은 먹으러 왔으니 맛부터 좀 봐야겠지. 그렇기에 '크론'은 마녀를 향해 물었다.

"자, 그래서 여긴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 거야? 그러고 보니 너는 이름이 뭐야? 도움을 많이 받는데 이름도 모르고 있네"

그리고 슬쩍 옆에 있는 괴상한 소리를 하는 녀석에게 눈길을 줬다가 다시 보며

"..혹시 쟤 이름도 알아?"
//공지 확인! 캡틴이 레스 놓쳤다는 건 전에 확인하긴 했는데 곧 알아챌 거라 생각해서 그땐 굳이 언급은 안 했어 그러다 나도 몸이 안 좋아서 너무 늦게 왔네 앞으로는 확인하면 바로바로 말해둘게!

864 ◆MjRAeKhiz2 (y5zjUFUfm.)

2024-12-29 (내일 월요일) 19:08:29

>>863
"...이름!"

마치 옆에 사람 놔두고 왜 묻냐는 듯, 그 사람은 이름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크론을 턱 붙잡습니다. 그러더니, 희번득한 눈으로 크론을 똑바로 보고는,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마치, 이 좋은 날에 자기 혼자 전쟁통에 와 있는 것마냥 절박하게, 모두가 알아야 하는 것처럼, 크론에게 쏟아붓습니다.

"내 이름은 제펠 3세! 로자옙스크 사건을 지금까지 조사하는 유일한 사람이지! 사람들이 전부 다 날 미쳤다고 생각할 테지만, 그래, 내가 미쳤어도 이건 기억해! 나는 제펠 3세고, 로자옙스크에서는 검은 송곳니가... 송곳니가... 송곳니가..."

발작을 일으킨 듯 거친 숨소리로 크론을 붙잡고 탈탈 흔들던 제펠 3세, 는 송곳니...를 이야기하려다가 다시 눈이 흐려집니다. 그리고는, 그 미친놈의 발작을 피하려고 슬금슬금 옆으로 가버린 이들을 따라 조용히 털레털레 걸어갑니다. 미친 소리와 함께 말입니다.

"...가슴에는 사랑이 있고 열대 과일은 북극에서 열려서 사람들을 하늘에 고정하고 내 눈알의 수납장에서..."
//오랜만이야... 정말 미안해 ㅜㅜㅜ

865 아앨라나 - 진행 (6TTaYdSuBE)

2024-12-29 (내일 월요일) 20:41:29


@@ >>861

저는 마녀 님이 그 한마디와 함께 한 숨을 내쉬는 모습에서 엿보이는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헤아리지는 못하더라도 그 이유를 대략적이나마 파악하려 할 수는 있었어요. 그 숨결은 한 순간이었겠지만 그 안에는 온갖 생각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을 거에요. 저와 마녀 님 그리고 이렇게 되었던 상황에 대해서요

"저는 펴져나갔다고 하더라도 오래되지 않았고 이번에는 누구나 돌을 알아 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두 번째에 대해서는 아마도 그럴 거에요"

저는 마녀 님의 '끔찍하다'라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깐 앞의 쪽에 대해 생각해보며 저는 손가락을 저의 입가에 가져다대고 고개를 비스듬히 갸웃하며 그렇게 말했어요. 과거에는 평범하게 사람들이 보통의 물건을 거래하듯이 해서 실패 했다고 여기고는 먼 옛날의 악을 다시 들추고 가져오려는 자들은 감추고 퍼져나가게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암시장 같은 곳에서 팔리고 있다던가요? 숲 밖의 국가와 도시들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 여러가지 지식이 담긴 책에서 읽었어요, 나쁜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서 쓰이는 이상한 장소라고 했었지요

"와아~ 소중하게 간직하겠어요. 감사드려요 앨리스 님!"

마녀 님께서 그리 말하며 저에게 건네주신 물건은 다름이 아니라 숲과 이를 받치고 있는 대지가 품고 있으며 흐르는 힘과 은혜를 담아내어 그 자체의 일부가 실체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이는 은은하게 그 빛을 내는 숲의 눈동자와 같은 돌 이였어요. 저는 기쁨에 마음에 복받쳐 들떠서는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마녀 님의 말대로 바로 살며시 목걸이를 양손에 쥐고 올려서는 저의 목에 걸어보았어요

// >>859 괜찮아요~ 일과 생활은 중요하니까 집중하다보면, 기력이 부족해져서 생각했던 대로 하려고 싶어도 안될 수도 있어요

866 ◆MjRAeKhiz2 (Bsj1phtlYY)

2024-12-30 (모두 수고..) 17:18:46

>>865
아앨라나는 목걸이를 착용합니다. 딱히 별 생각 없이 착용했던 겁니다. 해봤자, 대자연의 축복이 깃들 줄이나 알았지... 목걸이를 쓰자마자 마치 가슴을 누군가 퍽! 치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그녀의 정신이 의자 등받이 뒤로 붕 떠버리고, 아앨라나 자신의 몸의 뒤통수를 보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무언가 이상해서 앞을 보면... 앨리스의 두 눈동자가 마석의 색깔처럼 생생한 초록색으로 변하더니, 일어납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앨라나의 몸도 일어나서 아앨라나...? 의 정신? 을 바라보는군요.

"문어는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지만, 마치 우리가 두 손 두 발을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쓰듯 한단다. 그러니까 나도... 한번에 두 몸을 못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연습해봤지. 네가 충분히 오래 산다면... 가르쳐줄 수도 있겠네."

그리고 앨리스는, 아앨라나의 몸과 가위바위보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앨리스가 주먹, 아앨라나의 몸이 바위를 내서 아앨라나의 몸이 이기고... 앨리스가 바위, 아앨라나의 몸이 가위를 내서 앨리스가 이깁니다... 그리고 아앨라나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는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자신의 몸이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앨라나의 몸은, 지금 앨리스가 통제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꽤 짜증나는데다가, 너나 나한테나 오래 쓰면 좋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짧게 설명할게. 이 목걸이를 착용하면 내가 네 몸에 깃들어서,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어. 하지만 내가 갑자기 네 몸에 빙의하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네가 위험하다고만 생각하겠지? 그래서 내가 판단하기에 안전해보이는 곳까지 네 몸을 억지로 끌고 갈 거고, 그 과정에서 방해하는 건 다 터뜨리고 다 죽여버릴 거야. 그러니까... 생각 잘 하고 쓰라고."

...라고 '아앨라나의 몸'을 빌려, '아앨라나의 목소리'로 하늘에 붕붕 떠 있는 아앨라나의 혼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아앨라나의 몸은 손을 뻗어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내고, 그러자마자 마치 자석 만난 쇠처럼 아앨라나가 다시 자신의 몸으로 훅 빨려들어가서, 제정신을 차립니다.

"어때?"

그리고 앨리스가 자기 몸, 자기 목소리로 묻는군요.

867 엘리 - 진행 (.aRdDE7Asw)

2024-12-30 (모두 수고..) 20:04:25

@@>>862


"아... 응."

가끔 망각한다. 이 사람이 내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는 걸. 딱딱하고 뭐든 혼자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인상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곤, 류드밀라의 손을 잡아보니 조금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같—

'음, 차가워'

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뱀파이어인데, 밤에 손을 내놓고 다니면 차가운 게 정상이니까.

868 아앨라나 - 진행 (LQxlOJFaAQ)

2024-12-31 (FIRE!) 21:31:55


@@ >>866

저는 마녀 님께서 선물해 주신 목걸이를 목에 걸어보았어요. 그 순간 저에게 큰 변화를 바로 느끼어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저의 시야에는 평소에는 보이는 것 자체가 어렵고 드물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알 수 있는 모습, 저 자신의 그 자체의 뒤편을 보게 된 거에요.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랐지만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어요

이는 마녀 님의 모습과 말씀으로부터 마녀 님께서 부리시는 신비한 능력임을 저는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의 저는 마치 유령 같은 존재가 된 것만 같았고 이어지는 그 광경을 저는 지켜보았어요. 그건 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본뜬 인형과 함께 마녀 님이 놀이하는 시늉을 하며 보여 주시는 인형극과도 같이 보였어요. 저도 오랫동안 힘과 수련을 함으로써 배움을 쌓으며 키워나간다면 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정말 기대되네요!

그리고 저의 입으로부터 그 목소리로 계속되는 마녀 님의 말씀을 듣게 되는 건 정말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곧 저의 몸이 마녀 님에 뜻을 따라서 목걸이를 그 목에 벗겨내는 순간 저의 시야는 다시 평소와도 같이 돌아왔어요. 이는 지금도 생생하게 그 감각이 여운으로서 남아있는 듯 했어요. 그래서 들려주신 말씀을 정리하자면 제가 받은 '선물'은 긴급 상황에나 사용하게 될 쓰이지 않아야 더 좋을 도구가 되었음을 뜻 했어요. 그래도 저에게 마녀 님이 줄곧 곁에서 함께 해주시는 느낌이 나는 부적이라고 여길 수 있었어요. 평소에 걸고 다니지 못하더라도 그저 가지고 다닐 뿐이라도 괜찮아요. 이는 마녀 님에게 받은 소중한 물건 이니까요

"대단했어요! 신비하고 놀라운 경험 이였어요! 제가 때가 되었을 되었다면 제게도 배우고 일깨울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저는 꺄르르 웃듯이 양 손을 쥐어 들고는 흥겨워 그렇게 마녀 님의 물음에 대답했어요

869 ◆MjRAeKhiz2 (keMkR6AR4A)

2024-12-31 (FIRE!) 22:52:37

>>867
"...고마워."

언니는 그렇게 말하고, 동생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마 엘리가 느낄 뻔했던 따뜻함은 분명 착각일 겁니다. 대부분의 뱀파이어가 인간에게 냉혈한이나 다름 없고, 특히 피는 진짜로 '냉혈'이나 다름없는 이들이니까요. 하지만 류드밀라가 엘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따진다면... 뭐, 그 따뜻함이 아주 착각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엘리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공기 중에 혈향이 스며들고... 류드밀라는 우뚝 멈춰서더니 잡은 손을 갑자기 풀고는 이야기합니다.

"엘리, 아주 가까이에 있어. 방법은 두 가지야. 첫째는... 조용히, 은밀하게 죽일 수 있을 만큼 죽이는 거야."

류드밀라는 엄지를 제 목 쪽에 가져다 대고, 가로로 긋는 시늉을 합니다. 그 다음으로...

"둘째는... 다짜고짜 기습해서, 요란하게 다 박살내고 나오는 거."

...라 말할 때는, 류드밀라의 송곳니가 곧 일어날지도 모르는 살육의 현장을 기대하듯 더 삐죽삐죽 솟아나오는군요. 어느 쪽을 선택하건, 이번만큼은, 그녀는 제 동생의 뜻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엘리의 원대한 꿈이 아니라 이런 데서나 뜻을 존중한다는 게 조금 그렇긴 하지만...

870 ◆MjRAeKhiz2 (keMkR6AR4A)

2024-12-31 (FIRE!) 23:07:51

>>868
"그래. 네가 살아남는다면 말이야. 살아남는다면..."

살아남는다면... 이라고 흐리는 말꼬리 뒤에는 많은 뜻이 숨어있습니다. 앨리스에게 아앨라나는 처음이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닐 겁니다. 앨리스가 그동안 이 숲에서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긴데, 그간 그녀의 곁에서 무언가 제대로 배울 정도로 오래 붙어있던 사람들은 몇 없었음이, 저 씁쓸할 정도로 흐리는 말끝에서 느껴집니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은 없습니다. 앨리스는 당장 일어나더니, 집안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만큼 당장 없어져야 되는... '손님'을 깨우러 손님용 다락방으로 올라가면서 아앨라나에게 이야기합니다.

"아무튼, 지금은 먼 나중 얘기 그만 하고 일 준비를 해야 하니까... 네가 손님 짐 좀 대신 싸고 있으렴."

그리고, 앨리스는 가끔씩 들려오는 숨소리만 빼면 시체라고 오인할 정도로 곤히 자는 넬루의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고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웁니다. 그러자 넬루가 끙끙거리더니, 잠을 설치는 듯 꿈틀대다가 간신히 눈을 뜨는데, 참 말똥말똥해진 눈으로 앨리스를 바라봅니다.

"죄송합니다. 위대하신 마녀님... 저도 모르게 그만..."

"...원래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이 가끔 그러더라고. 한 300년 전부터 자주 본 광경이라 익숙해. 그나저나, 이제 슬슬 돌아가줄 수 있을까? 아앨라나가 짐 싸는 걸 돕고 있을 거야."

871 엘리주 (AROlSUgWxE)

2025-01-01 (水) 00:03:29

해피뉴이어~~

872 헬렌주 (6uuUompNdk)

2025-01-01 (水) 00:21:42

요즘 계속 진행 못잇구 있지만~ 그래도 모두들의 이야기 잘 보고 있으니까! 캡틴도 레스주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아!

873 캡틴맞음 (gO8iqBYI5U)

2025-01-01 (水) 07:46:42

해피 뉴 이어!!!!!
이대로가자

874 아앨라나 - 진행 (JmXb0w2bl6)

2025-01-01 (水) 19:01:51


@@ >>870

"그렇다면 지켜봐 주세요, 저는 살아가겠어요. 노력해서 불로장생의 비법을 익혀 장생자가 되는 것으로 목표로서 하겠습니다"

저는 마녀 님의 흐려지게 잇는 말씀에,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는 양 손바닥을 겹쳐 살며시 비비듯 시늉하며 그렇게 말했어요. 마녀 님의 그 말씀에는 수많은 감정이 녹아들어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어요. 제가 죽었더라도 마치 살아있듯이 그대로 여전히 생전과 같이 움직일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마녀 님께서 살아오셨던 길고 긴 세월에 비하면 저와의 한 때는 그리 얼마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시간 그 자체 보다는 가능한 제가 할 수 있고 원하던 바를 이루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든 저와 마녀 님과 함께 만들어온 그간의 추억은 언제 까지고 간직되는 진실인 거에요

"네~ 그렇게 하겠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마녀 님의 말에 저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어요. 이로서 저희 둘 만의 대화를 마무리 짓고 넘어가요. 그럼, 넬루에게 시선을 돌려야 하는 때가 왔어요. 그녀를 이곳에 이대로 계속 잠들어 있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녀는 돌아갈 곳이 있고 머지 않아 돌아가야 할 거에요. 저는 마녀 님이 넬루에게 건 마법을 푸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덫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던 동물이 다시 풀려나듯이 일어나는 그녀를 잠시 보았다가 뒤로 하고는 그녀를 위해서 짐을 꾸리기로 했어요

875 아앨라나주 (JmXb0w2bl6)

2025-01-01 (水) 19:04:16

모두 해피 뉴 이어~! 새해 첫 답레네요. 계속 잘 해봐요

876 ◆MjRAeKhiz2 (6me0JqBlfU)

2025-01-02 (거의 끝나감) 11:43:41

>>874
"불로장생은 안 하는 걸 추천할게. 진짜 후회해 너."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말투에는 농담이 가득합니다. 아무튼 넬루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내려오고는, 얼굴을 붉힙니다.

"마을 경비를 설 때 이렇게 깊게 잔 적이 없었는데... 부끄럽네요. 마을에서 이랬으면 바로 거꾸로 묶여서 1분 동안 늪지에 머리를 담구는 걸 10번 하는 형벌을 받았을 거에요."

...그나저나 뒤에 나오는 말은 얼굴 붉히면서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튼 넬루는 짐을 다 싸고 나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가기 전에 아앨라나를 바라봅니다.

"그... 괴물을 죽여주신 건,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기억이 지워진 와중에, 아무튼 아앨라나가 자기 마을을 위협하던 괴물을 죽였다는 건 특히 믿기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걸 바라보는 앨리스는 그저 웃을 뿐입니다. 돌아가서 그 문어 어떻게 됐냐고 한번 물어보기만 하면 다 검증될 일이니까요. 넬루는 다시 플라베르흐 방향으로, 깊은 숲 속으로 사라지고, 앨리스는 아앨라나에게 묻습니다.

"자... 이제 일 얘기 하자. 그 전에 질문. 악마를 죽이고 싶니, 사람을 죽이고 싶니?"

다짜고짜 살인 이야기를 하는군요.

877 엘리 - 진행 (kE/oP6gJrI)

2025-01-02 (거의 끝나감) 19:31:04

@@>>869

"당연히 요란하게 박살내야지."

뭐, 귀찮게 경비대가 끼어들어서 일이 커진다거나. 그 쪽 사람들이 휘말려버린다거나. 하는 위험성이 있었다면 생각을 재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이 휘말리는 걸 꺼릴지언정 당하면 화려하게 갚는 걸 꺼리지 않았다. 오히려 대환영이지!

"뭐부터 할까?! 불 지르기?!"

불은 내 속에서 요란한 깽판의 상징같은 거였으니까.

878 아앨라나 - 진행 (ac6VGV9HDo)

2025-01-02 (거의 끝나감) 20:31:49


@@ >>876

"그럼, 이룰 수 있는 힘과 능력만 갖추고는 내가 이렇게나 할 수 있구나 하고 실제로는 하지 않는 방법도 있겠네요~ "

마녀 님의 그 말씀에 저도 장난스럽게 말했어요. 곧 그 얼굴을 보이는 넬루의 모습으로 향해서 저의 시선은 바뀌었어요

"그건 너무 과한 처벌이 아닌가요?"

거기에서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수준에는 악의를 가지고 어촌과 그 주민들을 해하여 잡힌 사람에게나 맞을 거에요. 단순히 물에 들어가도 큰 일이 날 수 있는 걸 늪 속에서 한다면 어찌 되겠나요?

"그건 모두의 도움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어요. 저는 플라베르흐에 있는 모두를 돕고자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에요"

이제 어촌을 향해서 떠나가는 그녀가 저에게 그렇게 작별의 감사 인사를 건네주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에 고개를 한번 약간 숙이며 답해주었지요

"이는 시험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단어만 본다면 악마 쪽 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거에요. 함께하며 사람들을 지켜야 하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거에요. 그 선택에서는 간단하지 않으니까요"

"세상에는 흔히 악마라 칭할 존재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반대 역시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며 생각하고 결정을 해야 할 거에요. 광경은 같더라도 사람들과 제에게 보이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으니까요"

넬루가 떠나가고 다시금 저와 마녀 님만이 남았을 때 마녀님 께서 갑작스럽지만 그렇게 물어보셨어요. 저는 이는 무언가 시험이지 않을까 했어요. 그래서 저의 생각을 마녀 님께 말해드렸어요. 세상 일은 개미들이 만드는 집처럼 복잡하게 이어져 있다고들 했었지요. 누군가와 저 자신을 위해서 이로운 행동을 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이는 그저 선의만으로는 부족하거나 심지어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가 잘못 될 수도 있어요. 멀리 갈 필요는 없어요. 제가 어촌을 구한 건 사실이지만 제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 했던 말과 행동을 본 주민에게는 어땠을까요? 제가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몰라요

879 ◆MjRAeKhiz2 (6me0JqBlfU)

2025-01-02 (거의 끝나감) 20:43:27

>>877
"그래. 사실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답만 하면 되는 거였어."

줄여서 답정너란 말입니다. 하지만 답정너가, 보통 질문자(류드밀라)가 들을 답을 정해두는 것과 달리, 이건 이미 답변자(엘리)의 대답이 무엇일지를 알고 물은 것에 가깝습니다. 엘리가 인간과의 '불필요한' 무력 충돌과 학살을 벌이는 것은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온건파를 넘어 특이할 정도로 싫어했지만, '필요한' 무력 충돌로 따지면 그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당장 세스타우에서도, 엘리는 자신을 잡아먹으려던 식인귀들에게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음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까.

류드밀라는 뚜둑, 뚜두둑, 하고 손깍지를 껴서 손 마디를 풀고, 목을 좌우로 부엉이마냥 꺾으며, 경추가 부서지지는 않나 걱정될 정도로 풀은 후에 먼저 앞서 나가면서 한가지 부탁을 합니다.

"뭐, 너는 나랑 다르게 눈이 달려있으니 알겠지만... 난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눈이 없잖아? 여기는 우리가 죽여도 되는 놈들만 가득하겠지만... 만약 경비병이나, 술 취한 머저리나, 아무튼 제3자가 끼어들면 그땐 하던 거 다 멈추고 나부터 말려. 안 그러면..."

쌔액!!!! 꽝!!!!!!!!!!


"커얽! 끄으읅... 윽..."


벽을 뚫고 들어가버린 류드밀라는, 무너진 벽 너머에서 세상 모르고 경전이나 읽고 있던 누군가의 목을 꿰뚫었습니다. 눈이 없어서 말로 들으면 안 믿고, 눈이 있어서 직접 봐도 믿기 힘들 정도로 세밀한 다섯 개의 손톱은, 살갗과 뼈를 젤리처럼 부드럽게 파고들고,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는 소리는 급작스런 전투에 예민해진 엘리의 고막에 들려옵니다.

피슛, 피슛...


"비상! 비상! 모두 일어나!"

"적습이다!"

"무슨 일이야, 씨발?!"

안뜰로 달려나오는 그슬린 이단심문관이 달빛에 빛날 때, 어두운 실내에 숨은 류드밀라의 형체는 너무나도 무섭게 비칩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비명과 고함 속에서, 류드밀라가 살인 병기로 돌변하기 전 남긴 말이 생생히 박힙니다.

"안 그러면... 다 죽어."

전투가 시작됩니다.
//이게 얼마만의 전투씬이냐

880 엘리 - 진행 (r8c5kkINfk)

2025-01-04 (파란날) 14:36:34

@@>>879

"앗, 으, 응."

복수를 할 생각에 부풀어있던 가슴이, '진짜'를 마주하고서 다시 되돌아온다.

'저런 살기는, 따라가기 어렵지...'

나도 한 번 불이 붙을 땐 제대로 붙는 성격이었지만. 류드밀라의 그것은 따라가기 힘들어 보였다.

"그건 그렇고, 다시 보고 싶었어."

달빛 아래에 숨어서, 그슬린 이단심문관을 노린다. 복수의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온 건 행운이었으니까.

881 ◆MjRAeKhiz2 (xiWXDDT3WM)

2025-01-04 (파란날) 18:26:53

>>880

"오, 온다...!"

"빨리 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엘리의 밤눈이 주변을 바라봅니다. 횃대를 하나하나 넘어뜨리며 불을 꺼뜨리고 어둠을 퍼뜨려 인간의 눈을 가리고, 곧이어 숨통을 끊는 류드밀라의 서늘한 공격은 너무도 빠른 나머지 비명을 지를 트조차 주지 않고, 그들에게 밤의 일족들에게 밤까지 살아남을 기회를 준 오직 하나의 대가... '죽음'으로 보답합니다. 그슬린 병사들은 횃불을 들고 나와 휘두르며 주변을 밝히고, 그들의 눈에 죽여야 할 엘리의 모습이 잠깐 비춰지지만... 미지의 적을 이제 알았다고 해서 공포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그들이 죽여야 했지만 못 죽인 년이... 지금 거기 서 있으니까.

"저, 저, 저...!"

엘리는 수많은 병사들을 제낍니다. 막는 놈은 밀치고, 찌르면서, 이단심문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퍽!


이단심문관이 휘두른 망치머리 안으로 파고들어가고, 망치가 아닌 자루가 관자놀이를 치지만 관자놀이는 백날 맞아봤자 아프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엘리는 손톱을 이단심문관의 목에 푹 찔러넣고, 너무 쉽게 죽어서 재미없다 생각하는 순간...


화륵!


엘리의 손톱이 박힌 그슬린 피부에서 불이 솟아나옵니다!

882 엘리주 (r8c5kkINfk)

2025-01-04 (파란날) 19:04:13

>>878 흠흠

883 아앨라나주 (Dp7DZlaicU)

2025-01-04 (파란날) 21:40:02

혹시나 해서 알려드려요. 답레는 >>878에 있으니 시간이 나면 그 때 이어주세요

884 캡틴맞음 (yAQMDxE9FU)

2025-01-05 (내일 월요일) 19:05:50

>>878
앨리스는 잠자코 아앨라나의 말을 듣다가 고개를 젓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이 말한 바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그래. 네 말이 맞긴 한데, 난 진지해.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인간을 죽이겠냐, 악마를 죽이겠냐야."

앨리스는 손가락을 두드리더니, 딱 튕겨 인간의 형상을 마나로 이뤄냅니다. 로브를 입고 후드를 뒤집어써 모습이 잘 보이진 않습니다.

"일단 인간. 그 때도 그렇고 요즘도 그렇고, 맨땅에서 악마가 뿅 하고 튀어나오진 않고, 그 끔찍한 마석도 다 매개체가 있어서 유통된 거야. 그리고 그 매개체는, 악마의 속삭임을 들을 지성이 있는 지성체들이었어. 천년 전에는 엘프, 오백년 전에는 고블린이었나? 하여간... 이 마석을 유통한 인간들을 하나하나 죽이고 파헤쳐서, 검은 숲에 손을 뻗으려는 세포 조직을 죽이고 싶냐, 아니면..."

딱, 한번 더 손가락을 튕기자 인간의 형상은... 수십개의 촉수와 눈이 달린, 여튼 끔찍하고 보기 싫은 형상으로 변합니다.

"그 인간들이 대악마의 명령을 더 구체적으로 들으려고 소환하는, 그 전령 악마가 있어... 악마니까 강하긴 한데, 대악마랑은 다르게 너도 목숨을 걸면... 아니면..."

흘깃, 가말라시엘을 바라보는군요.

"저놈 죽는다 치면 안될것도 없지. 다만 이건 더 힘들 거야. 이제 다 설명했지? 뭘 할래?"

'사도님. 역시 인간을...'

"넌 닥치고."

885 캡틴맞음 (yAQMDxE9FU)

2025-01-05 (내일 월요일) 19:27:46

ㅈㅅ..

886 아앨라나 - 진행 (.HSz8JpH3U)

2025-01-05 (내일 월요일) 23:44:42


@@ >>884

이는 시험이라 하지는 않지만 말하시고자 하는 뜻에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마녀 님께서 제가 말했던 대답에 다시 돌아오듯 답하시며 마법으로 만들어낸 듯한 형상과 함께 설명하여 주셨어요. 이에 저는 가만히 지켜 보면서 들었어요. 거기에서 처음에는 모습을 가린 사람이었어요. 부르는 이름과 모습이 다르더라도 먼 세월이 흐르더라도 이들에게는 같은 점이 있었어요. 그 다음에 이어지는 악의에 찬 끔찍한 존재와 이어져 있다는 거에요

"이제 알겠어요, 이들은 이물 숭배에 당해버린 거에요. 이 기괴한 존재의 손과 발이 되어버린 이들 부터 처단하겠어요"

"마녀 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듣고 생각해본다면 우선은 그 사람들이 되겠지만 이는 순서의 차이가 될 뿐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결국에는 둘 다 될 거에요. 종족은 이 일을 하는데 상관없어요. 여기에서 저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저에게 있기를 바라는 거에요"

이들은 인간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아니기도 해요. 기괴한 외부의 존재에게 그 정체성을 끔찍하게 뒤틀리고 더럽혀졌기 때문이지요. 광기와 공포를 퍼트리는 수족에 지나지 않는 비참한 말로에요. 이정도가 된다면 오히려 죽음이 그들에게는 구제가 될 수도 있어요. 해방을 위해서는 이들에게 남겨진 발자취와 사연들을 들쳐보아야 할지도 몰라요

887 ◆MjRAeKhiz2 (UB83LFKz1s)

2025-01-06 (모두 수고..) 10:02:34

>>886
점심먹고처리하께

888 캡틴맞음 (CSz9Oko97Q)

2025-01-06 (모두 수고..) 15:16:59

>>886
"하. 야, 지팡이. 너 운도 좋다? 한 몇달은 죽을 걱정 없겠네?"

앨리스는 탁자에 기대어진 막대기를 보고 이죽거리는 것으로 운을 뗍니다. 아무래도 악마를 직접 상대하는 것에 비하면 난이도는 몰라도 목숨을 걸어야 할 위험은 훨씬 덜하다는 걸 바로 눈치챌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대단한 마법 대신에 곰팡내나는 오래된 지도를 꺼내들어서 펼치는데, 검은 숲이 지도 중심에 자리잡고 기준이 되어 주변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마녀의 나이만큼은 아니지만, 재질이나 노후 상태나 최소 일백년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고지도로서의 역사학적 가치가 아니라 정보 제공 목적의 본기능은 가치가 있을까 의심이 아앨라나 머릿속에서 피어오릅니다.

"네 나이보다 오래됐지만 그래도 최신이야. 물론 마을 이름이 바뀌거나 없던 다리가 생겼을순 있겠지만, 설마 성을 장난으로 쌓은것도 아니고 백년만에 무너졌겠어?"

말인즉슨, 세세한 오솔길의 생김과 사라짐은 몰라도 성처럼 작정하고 지었거나 마을처럼 수백년 전부터 알음알음 있었던 것들이 아예 사라졌겠냐는 겁니다. 그리고 없던 다리나 길이 생겨났다면 뭐... 편하니 좋은 일이죠?

"아무튼, 검은 숲 북쪽에 교회랑 마탑이 세력을 놓고 대치하는 큰 도시가 있어. 거기서부터 시작해봐. 지난번 그... 지랄도 그때부터였거든."

889 크론 - 진행 (obMLSSR2sc)

2025-01-06 (모두 수고..) 17:46:36

@@>>864
...갑자기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식당 이용법이랑 마녀의 이름을 물었을 뿐인데..

로자옙스크..검은 송곳니..무슨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지만 호기심은 생긴다. 다만 지금 다룰 문제는 아닌거 같으니 일단은 밥부터.

"...음. 그래서 식당은 어떻게 이용하면 돼? 아, 결국 이름을 아직 못 들었네."

'크론'은 다시금 식당의 이용법과 이름을 마녀에게 물으며 어색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안타르크티스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으니 일단은 먹으면서! 먹으면서 더 얘기를 하던가 하자고"

890 ◆MjRAeKhiz2 (UB83LFKz1s)

2025-01-06 (모두 수고..) 19:24:01

>>889
"이름..."

마녀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앞서가다가, 크론이 이름을 물어보자 한참 우물쭈물합니다. 아까 전에도 과하게 소심하다 뿐이지 말을 알아듣고 상황에 맞게 적절한 답변을 하는 능력은 전혀 문제없는 것 같은데... 이름을 잘 못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어떤 사람의 이름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는 걸수도 있고(적어도 크론이 쓰레기장에서 본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종교사기꾼이나 미친놈이었지만) 아니면 그냥 이름에 관해서는 그녀의 대인기피증과 소심한 성향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걸수도 있겠지요...

"그우웅..."

아무튼 크론의 의견에 안타르크티스와 솔러가 동의한 관계로 일행은 구내식당에 빠르게 자리를 잡습니다. 첫 날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다른 돈 내고 먹는 식당을 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한적하고, 그래서 식사도 자유 배식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시범을 보이려는 듯 마녀가, 그 다음에는 (본인 주장) '제펠 3세'가 그릇을 드는데... 마녀는 음식을 가져와서 자기가 먹는 대신 안타르크티스 앞에 두고, 그 다음으로 솔러에게 한 그릇, 그 다음으로 크론에게 한 그릇을 퍼주면서 묻습니다...

"...이름... 안 놀려...?"

...음, "어떻게 이름이 OOO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류의 조롱에 시달린 걸까요?

891 아앨라나 - 진행 (ENZzu/N8OE)

2025-01-06 (모두 수고..) 23:29:14


@@ >>888

저는 이번에는 마녀 님으로부터 오래된 지도를 건네 받았어요. 곧바로 저는 그 지도를 살펴보았어요. 지도 자체는 그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저에게 뚜렷하게 말해주는 듯 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제가 거기에 있는 그림과 함께 쓰여져 있는 내용을 여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 보였어요. 이는 마녀 님께서 잘 간직하고 있으셨기 때문에 그랬을 거에요

"앞으로의 가야 할 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걸 알 수 있다면 좋을 거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여전히 그 모습을 지키고 있을 거에요"

오래되었다고 해도 지도는 지도에요. 아무런 지식 없이 길을 걷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 지도에 비해서 얼마나 바뀌었는지 비교해볼 수 있겠네요. 차이점을 수첩에 쓰고 표시해두는 거에요. 다르게 생각하자면 저는 이 지도가 품은 기억을 들여다 보아서 먼 옛날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큰 도시의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본다면 어떠할까요, 뭔가 기대감이 생겨나네요. 그렇게 말씀하셨으니까요. 이제 북쪽으로 향한 길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네요"

그렇게 마녀 님께서 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과 거기에 무엇이 있을지 말해 주시면 저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그리 말했어요. 마녀 님의 말씀대로는 거기가 옛 일이 시작된 곳이라고 하네요. 지금의 그곳은 어떠할까요? 도시를 돌아보면서 알아가야겠어요

892 엘리 - 진행 (K4kW6GAQrA)

2025-01-07 (FIRE!) 00:40:45

@@>>881

"이건...!"

저 이단심문관은 자신의 몸에 무슨 특수한 처리라도 한 것인가? 일단 손톱을 빼내고, 거리를 벌린다.

먼저 공격당하지 않는— 어둠 속에서 거리를 벌린다면 햇불같은 작은 불빛만으로 나를 찾기 어려울테니까.

일단은 상황 파악. 저 녀석은, 진짜 죽은 게 맞긴 한건가?

893 캡틴맞음 (Bp3z.fJnps)

2025-01-07 (FIRE!) 11:57:50

>>891
앨리스는 아앨라나의 짐을 싸줍니다. 큰 가방에 이것저것 넣어주는 손길은 그녀의 이름이 널리널리 퍼지게 만든 마법이 아니라, 아앨라나를 가르치고 혼내고 이끌던 그 손에서 나옵니다. 갈아서 가루를 타먹는 뻑뻑한 육포, 부싯깃으로 쓸 관솔 자루 하나, 텐트용 천막, 말린 버섯, 마석 따위입니다. 앨리스는 가방을 다 채우고도 혹여나 빠진 것, 빠져야 할 건이 없나 여러번 확인하고 난 후에야, 아앨라나에게 가방을 내밉니다.

"안나. 잘 자녀와야 해. 넌 죽지 말고."

죽을 곳에 알면서도 보내긴 했지만, 자식같은 이를 사지로 보내는 마음은 분명 편치 않을 겁니다. 아앨라나 개인에게만 관련된 문제로는 웃음 한 번 잃은 적 없는 앨리스가, 오늘은 정말 진지하고... 슬퍼보입니다.

"자고 나갈래? 아니면 바로 배웅해줄까?"

894 캡틴맞음 (Bp3z.fJnps)

2025-01-07 (FIRE!) 18:37:29

>>892
핏, 핏, 목에서 찍찍 뿜던 핏줄기 끝이 불로 변해 공중을 밝혔다가 사라지고, 이내 엘리가 찔러서 생겼던 경부의 상처도 불타며 아물어버리고... 그 자리에 또다른 '그슬린' 흔적을 만듭니다. 어둠 속 엘리의 밤눈이 이 모든 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이단심문관은 엘리가 사라졌던 방향을 보고는 크게 외칩니다.

"영원한 세례의 불이여!!!!!!"

화아아아아악!

그와 함께 거대한 불꽃이 이단심문관의 입 안에서 튀어나옵니다. 엘리는 그 광경을 보고 말을 잃어, 옆에서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적병의 존재도 무시한 채 서 있다가...

써걱

...그 적병의 상반신 절반이, 사선으로 잘리면서 얼굴에 묻는 혈향과, 언니의 차가운 목소리가 정신을 차리게 돕습니다.

"엘리자베스, 너도 나처럼 되고 싶어?"

895 아앨라나 - 진행 (X3PJNsng3k)

2025-01-07 (FIRE!) 22:22:07


@@ >>893

저는 마녀 님께서 손수 제가 가져가야 할 물건들을 꾸려주시는 모습에 포근함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이대로 지켜보기 보다는 곁에서 같이 저에게 필요하거나 갖고 가고 싶은 것들을 고르고 넣기로 했어요. 나침반이나 등불, 약초 등등 여행에 쓸만한 도구들도 추가로 챙기기로 했어요. 거짐 마녀 님께서 해주셨고 저는 가방을 받았지만 아직 등에 매지는 않았어요

"괜찮을 거에요. 안나는 앨리스 님의 곁에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걸 받았어요. 다른 이들이 앨리스 님의 곁을 지키지 못했더라도 오히려 그렇기에 그만큼 저는 그 곁에 줄곧 함께 있고 싶어요. 그러니까 죽음이 방문하려 해도 돌아가도록 할 거에요. 대신에 죽음에게 그 곁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던 이들에게 가도록 회유 할 거에요"

제가 가는 길과 앞으로 하게 될 일들의 계기나 목적이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었기에 그랬을까요. 마녀 님의 그 모습은 유독 슬퍼 보이셨어요. 저는 마녀 님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한번 껴안아 보이도록 하면서도 동시에 싱긋 미소 지어 보이며 부드럽게 말해보았어요

"자고 가고 싶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마녀 님의 그 물음에 저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하루 밤을 집에서 보내기로 했어요

896 ◆MjRAeKhiz2 (W0Z5IfwICU)

2025-01-10 (불탄다..!) 00:58:17

>>895
"그래야 내 제자답지... 그래야 내가 키운 애답고."

죽음이 온다면, 자신이 아닌 이전의 제자들을 죽였던 그 사교도 놈들에게 토스하겠다는 아앨라나의 약속은 그녀의 목소리가 언제나 그렇듯 나긋나긋하게 나오지만 그 말에 서린 결기만큼은 결코 나긋나긋하지 않습니다. 앨리스는 자고 가겠다는 아앨라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를 껴안은 그대로 속삭입니다.

"그래, 그래. 잠자리를 준비해 줄게. 앞으로 자고 싶어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자고 싶어도 못 자는 순간이 좀 많을 테니까..."

앨리스가 속삭이자마자, 아앨라나는 정말로 여러번 겪었지만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그 졸림을 느낍니다. 아앨라나는 이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책을 읽느라 자는 시간도 아까워 몰래 책을 읽을 때, 앨리스는 좋은 말로 해서 안 되니까 아앨라나에게 한 마디 말을 속삭이는 것만으로 재웠습니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아앨라나는 그 다음 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몸이 개운하다 못해, 팔다리가 아예 안 느껴지고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복되었음을 깨달은 채 말입니다.

아앨라나는 마치 넬루가 그랬던 것처럼, 휘청거리다가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하지만 뒤통수가 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아앨라나가 항상 깔고 자던 이불이 그녀의 방에서 날아오더니, 마치 마법의 양탄자처럼 그녀를 위에 얹고는 다시 방으로 날아갑니다... 쏟아지는 잠의 무게에도 어떻게든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려던 아앨라나의 눈에는 앨리스의 웃는 모습이 보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푹 쉬렴. 우리 아이. 일어나면... 행운을 빌어."

...쉬이잇, 잠들려무나.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아앨라나의 의식이 암전하고... 단 한 조각의 꿈도 없는 편안한 수면 속에서, 아앨라나의 정신은 점점 현실로 떠오릅니다.

쉬이이이이이, 바람이 풀을 스치는 소리가 온 세상을 메우고, 눈을 감은 시야는 온통 붉어서 눈을 뜨면 눈이 멀 정도로 아픈 태양빛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알려줍니다. 바람이 귀를 간질이다 이내 피부까지 스치자, 아앨라나는 슬쩍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봅니다... 그녀가 알던 검은 숲의 거대한 나무들이 아닌, 아앨라나의 허리 높이까지 오는 수풀이 무성한 대초원에, 아앨라나는 이불을 덮은 채 자고 있었습니다. 주변을 더 둘러보면, 뒤쪽 지평선에... '검은 숲'인지 아니면 다른 숲인지로 추정되는 나무들이 가득한 곳이 보입니다.

...앨리스가, 아앨라나를 위해 준비한 마지막 배려인가 봅니다. 적어도 발은 아프지 말라고 말입니다.

897 엘리 - 진행 (WbIWA6ipA.)

2025-01-10 (불탄다..!) 01:50:58

@@>>894

"어지간하면 목을 찔리면 죽으니까, 나도 모르게...!"

인정한다.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지내는 게 아니라, 다른 종족들이랑 섞여 지내니까 '죽을 만한 상처'의 기준이 조금 낮아졌다.

"아무튼... 알겠어. 조심하면서 상대할게."

왜, 신화에 보면 나오지 않던가. 재생하는 적의 상처를 불로 지져서 재생하지 못하게 막는다던가. 불이라는 건 재생을 상대로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었다.

"그치만 조금 궁금하네."

얼굴에 묻은 피를 혀로 핥으며 말한다.

"너는, 어디까지 재생할 수 있으려나."

898 크론 - 진행 (0XjH7CiqXw)

2025-01-10 (불탄다..!) 09:08:01

얘는 또 뭐가 문제람...

이름을 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심히 답답했지만 그걸 티 낼 수야 없겠지.

'크론'은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밥이 오길 기다렸고 밥이 오자 감사를 표했다.

저 둘은 확실히 익숙해 보이는 것이..입학시험만 몇 번째 보는 신세인 건가?
그렇다면 시험 정보와 관련해서 의외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다소 생뚱맞은 질문이 온다.

놀려? 이름으로..? 아니 나이가 몇인데..대체 이름이 뭐길래 저러지?

이래놓고 그다지 특이하지 않은 이름이면 오히려 실망스러울 것 같다.

"에이 이름으로는 안 놀리지. 우리가 나이가 몇인데 그치? 안타르크티스도 안 놀릴 거야."
'크론'은 주변을 돌아보며 확인을 하듯 묻고는 다시 마녀를 바라본다.

그래서 대체..이름이 뭐야?

899 크론 - 진행 (0XjH7CiqXw)

2025-01-10 (불탄다..!) 09:08:37

>>898

@@>>890

앗 이거 빼먹었다!

900 캡틴맞음 (zVfh9ozKeM)

2025-01-10 (불탄다..!) 12:30:22

>>897
엘리는 상대에 대해 알아본 정보를 종합해봅니다. 일단 일반적인 인간이 목이 찔리면 절명하는 것과 달리 이 그슬린 녀석은 그것마저도 상처 부위가 자연스레 발화(發火)하고 나면 불탄 흉터의 형태로 아무는 등 큰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그 와중, 엘리의 언니 류드밀라는 그슬린 이단심문관을 놔둔 채 그의 부하들을 찢어발깁니다. 아까 전에 엘리의 목을 치려다 상반신이 사선으로 분리된 병사를 시작으로, 옆에 있던 병사를 양 손톱으로 푹 찍어 들어올려 양 쪽으로 찢어 벌리면 갈비뼈 사이로 손톱 열 개에 난자당한 내장이 바닥을 칠합니다.

"이, 이 미친년이!!!!"

"궁수, 발사아아!!!!"

핑! 피잉! 쌔애액!

비록 눈은 없더라도, 그를 보상하듯 예민해진 청각으로 화살이 날아오는 성벽 위 방향을 바라본 류드밀라는, 금새 수백마리 박쥐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궁수들을 향해 날아듭니다. 박쥐들은 당황한 사냥감들의 헛웃음, 두려움이 밴 땀내를 맡으며 날아들어 궁수들을 물어뜯습니다. 찢어지는 비명 속에서 궁수들이 하나둘 박쥐에게 끌려 담에 걸려 넘어지는 그때...

"쓸데없는 새끼들..."

엘리는 앞을 봅니다. 그슬린 이단심문관이 류드밀라, 박쥐떼를 보고 다시 입을 열고, 그 입에서 불이 나오기 직전입니다!

901 캡틴맞음 (7kwMhRyIso)

2025-01-10 (불탄다..!) 13:56:31

>>898
큼, 크흐음... 여러번의 헛기침. 웃지 말아달라는 여러번의 확언과 약속 끝에야, 마녀는 겨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마녀는 입을 열고, 양 입술을 오므려 동그라미를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이름을 네 음절별로 끊어, 드디어 알려줍니다.

"로, 베, 니, 케. 로베니케... 라고 해. 잘 부탁..."

"프흡."

"크웅웅웅웅..."

...합니다, 라고 말하기도 직전 안타르크티스 위에 올라탄 솔러가 겨우 웃음을 참고, 안타르크티스도 북극곰답지 않은, 굳이 따지자면 웃음소리 같은 소리를 냅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로베니케란 이름에 웃길 구석이 뭐가 있다고 한낱 금수까지...

잠깐, 로베니케?

"큽, 크읖푸하하하하하하하!!!!!!"

위의 비명 같은 웃음소리가 크론의 입에서 터져나오고, 눈 깜빡이는 것보다도 더 참기 힘든 웃음이 크론의 숨 쉴 시간도 뺏어갑니다. 뒤집어질 정도로 웃고 있는 그의 눈에...

"...안 놀린다면서... 이게... 내 삶..."

"종이의 뇌는 어떻게 운동을 사천오백칠십 달달한 파괴당한 잔해의..."

침울해진 마녀 로베니케와 아무 영향 없이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는 제펠이 보입니다. 크론은 마법을 잘 모르지만, 북극곰마저 웃는 것을 보고 한 가지 직감합니다... 로베니케, 는 단순한 이름이 아닙니다. 언령 마법이건 뭐건, 그 이름에는 동화적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펠은 멀쩡한걸 보니 정신계 마법인가 봅니다. 이미 미친 사람을 또 미치게 만들 순 없는 노릇이니 제펠한테는 안 통했겠죠. 그런데 이거 큰일입니다. 너무 웃어서 슬슬 호흡곤란이 오려고 합니다...

902 헬렌 - 진행 (1Thvs4L/Ec)

2025-01-10 (불탄다..!) 19:34:32

@@>>836
헬렌은 페로의 걱정어린 말에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 걱정해주는 것이 기껍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걱정할 만한 일은 없었어. 급료와 발견 포상금을 받기로 했는데 사정이 안 좋다고 해서 분납해서 받기로 했거든. 이건 이자로 받았는데, 은에 피해를 입는 괴물을 상대할 때 사용하면 좋대.”

헬렌은 백은검 하나를 페로에게 주고 남은 하나는 자신이 챙겼다. 물론 검에 익숙하지 않기에 쓸모는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페로에게 귀한 보물을 맡기는 걸 조심성 없다고 평할지도 모르겠지만 헬렌에게는 이미 같은 길을 가기로 한 동료인 데다가 벌써 믿음이 가는 느낌이라. 헬렌은 그 감을 믿고 함께 가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주인장이 들어왔고 헬렌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주인장.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히 말 하지 않아도 다 준비해 둬야 하는 것 아닌가? 덧붙여 페로의 방도 나와 같은 급의 방으로 준비해주고 내 앞으로 달아놔. 그리고....... 내가 묵는 집이 겉보기만 멀쩡하지 속은 물이 새고 썩어있었다니.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다음에 내가 돌아왔을 때 이 집에 썩은 부분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여기서 장사 못하게 될 줄 알고 있고.”

헬렌은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어깃장을 놨다. 이 정도면 바바페흐도 만족할 결과가 나오겠지. 아님 다음에 여기를 다시 들를 때 실제로 확인하러 올 수도 있을 터다.



/올만~

903 엘리 - 진행 (4Gz8arEZF.)

2025-01-11 (파란날) 20:31:50

@@>>900

'무슨 드래곤도 아니고...'

괴물도 아니고 사람처럼 생긴 녀석이 입에서 불을 뿜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그것도 성직자가.

"쟤는 내가 맡을게!"

잡병들은 류드밀라의 여력으로 커버 가능한 듯 싶었으니. 난 장기인 속도를 따라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이빨을 박아넣었다간, 큰일나겠지?'

놈은 상처가 발화하며 재생한다. 피를 빨아먹겠다고 이빨을 박아넣었다간 입 채로 불타겠지.

손톱으로 꽤뚫어도 상처 부위에서의 발화를 경계해야 하는 건 똑같으니까, 여기선 좀 천박하더라도 주먹으로 쳐서 날리는 쪽으로 하자.

'절대 내가 직접 때려서 복수하고 싶은 게 아냐. 암!'

904 아앨라나 - 진행 (BodfYoUEwE)

2025-01-11 (파란날) 20:32:34


@@ >>896

마녀 님께서 저에게 속삭여 말하여 주시는 그 말들의 뜻에는 무섭거나 나쁘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저는 그 안에 숨어있는 상냥함을 알고 느낄 수 있었어요 그와 함께 저에게 졸음이 몰려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이 느낌을 알고 있어요. 이건 피곤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평범한 졸음이 아니라 힘이 깃들기 위해서 굳은 몸을 풀어버리고 이는 졸음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었어요. 줄곧 그 몸을 맡겨왔던 집에서 나와서 익숙하게 다니던 검은 숲의 품에서 벗어나 언제 도달하게 될지 애매한 길을 걷는다면 이를 위해서 해주시는 거에요

"네... 잘 지내세요, 앨리스 님... 다녀올게요..."

저는 마녀 님을 향하여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대답했어요.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저에게 날아와 저를 감싸 안아 주는 이불에 몸을 맡겼어요. 그렇게 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닷속으로 천천히 내려가듯이 잠들었어요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 가라앉듯이 잠들어 있었던 저에게 햇볕은 저의 얼굴에 콕콕 찌르듯이 내려쬐고 바람이 저의 몸을 감싸며 간지럽혔어요. 제가 눈을 떠보았을 때 볼 수 있는 풍경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어요. 저는 더는 집이 아니라 풀내음이 가득 풍기는 자연의 손길에 그 몸을 맡기고 있었어요

곧 제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이리저리 고개를 둘러보아 살피어보면 더는 익히 알고 받거나 줄 수 있었던 것들에서 벗어나 있었어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에요..."

저는 그 자리에서 서서는 바로 알 수 있는 멀리서 보이는 숲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어요

905 ◆MjRAeKhiz2 (bE/F1QFmQQ)

2025-01-12 (내일 월요일) 08:09:35

>>902
"죄, 죄송합니다..."

여관 주인장의 표정은 사색이 됩니다. 아마 제 딴에는 나름대로 점수를 따본다고 (그의 생각에) 불법 침입자이자 수행원 사칭범인 도둑고양이도 쫓아내려 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수행원이었고, 이번까지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썩은 방을 내줬는데 하필 웬 간 큰 영주 사칭범 놈들이 들어왔다가 찢겨 죽었으니까 누구라도 사색이 안 될 수가 없을 겁니다. 그 와중, 페로는 헬렌과 동급의 방을 배정받게 될 거라는 말에 고양이 귀를 쫑긋쫑긋 세우고 눈을 뜨더니 말합니다.

"어... 아가씨? 저 진짜 괜찮은..."

"환영합니다. 고급실로 모시겠습니다. 손님. 부디 이쪽으로."

하지만 주인장을 따라나온 급사가, 헬렌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빠르게 페로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합니다. 그리고는 페로에게 가까이 가서, 그녀의 팔을 잡아 끕니다. 페로는 얘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주인장이 그걸 보고 붙잡으려다가...

"야, 아가씨 방 준비를..."

"부디 이쪽으로."

페로는 백은검을 겨우 챙기고는, 급사에게 질질 끌려서 바로 옆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무래도 급사는 헬렌, 다시 말해 '백작 영애'의 기분이 상한 게 자기 탓도 아닌데 그 뒤치닥거리를 자기가 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은 피하고 싶었나봅니다. 결국은 주인장만 남아서, 자기 짓을 자기가 수습하게 됩니다.

"...죄송합니다.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헬렌이 나서는 동안, 이 여관의 바바 페흐가 반은 기뻐하고 반은 화내는 목소리로 외칩니다.

"이 염병할 놈아! 여기 마룻바닥은 느그 할애미가 최고급 흑단으로 갈았던 겨. 싸구려 목재로 갈면 무덤깨비들 불러서 느이 무덤에 오줌 쌀 줄 알어라!"

암허슈트는 어깨를 으쓱거리는군요.

"아가씨. 그러고보니... 아가씨께서 말을 트기 전에는, 로렌스 저택에 있는 어르신이 말이 안 통하니 수천년 쓸 집을 수십년도 못 쓰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하셨지요. 그게 엊그제 같은데..."

906 ◆MjRAeKhiz2 (bE/F1QFmQQ)

2025-01-12 (내일 월요일) 08:13:31

3일 연속 종일근무(새벽 6시 밤 10시)
힘들다

907 엘리주 (y7GKeb8rEw)

2025-01-12 (내일 월요일) 13:24:24

화이팅...!

908 헬렌주 (cOy9iJHsFU)

2025-01-12 (내일 월요일) 14:13:25

화이팅....!
그나저나 참치 이사한다는데 캡은 계획 있어~?

909 헬렌 - 진행 (cOy9iJHsFU)

2025-01-12 (내일 월요일) 16:38:25

@@>>905

어쨌든 어느정도 정리는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며칠 사이에 도적들과 괴물들을 물리쳤지, 사기꾼들이 찾아와서 전투하다가 다 죽였지, 진짜 영주와 협상도 했지. 또 여기서 뭔 일이 터지진 않겠지......... 하는 바람이다. 피곤하달까.

잔뜩 겁을 먹은 주인장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암허슈트의 말을 들었다. 왠지 옛날 생각이 나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그러네요. 그 때는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도 그대로 말하시는 대로 읊었던 기억이 나요.’

하긴 이제 갓 말을 튼 애가 마룻바닥이니 기둥이니 지붕이니 각종 자재들이나 뭐 그런 내용을 어떻게 알겠는가. 정령사 집안이 아니었다면 귀신 들렸다고 오해받아도 할 말 없을 터였다. 물론 계속 정령사를 배출하지 못했던 집안에서는 엄청난 경사였었지만.

910 ◆MjRAeKhiz2 (bE/F1QFmQQ)

2025-01-12 (내일 월요일) 18:53:07

>>903
솔직히 말해, 엘리는 류드밀라의 존재가 그리 반가운 건 아니었습니다. 만났을 때는 보자마자 대체 뭔 짓을 벌인 거냐고 따졌고, 해명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 싶으니 덜 맞아서 그렇다며 주먹을 꺼내들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무서운 자매를 볼 때의 눈으로 그랬던 거지, 자기 온 몸을 스스로 불태운 정신나간 이단심문관에게 산채로 타죽는 꼴을 볼 정도로 밉다는 건 아닙니다.

콰직,

엘리의 발이 땅 속으로 파고들고, 그걸 발판 삼아 엘리는 이단심문관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접근합니다. 물론 이 시대는 아직 과학 기술이 크게 발전하지 않았기에, F=ma 같은 멋들어진 수식이 학회의 저명한 귀족과 지식인들을 넘어 (엘리 같은 뱀파이어 귀족을 포함한) 귀족의 교양이 되기에는 아직 멀지만, 저 미친 광신도의 머리통을 박살내는 건 지식이 아니라 빠른 속도, 아픈 주먹, 그리고...

대가리를 무거운 물체로 빠르게 후려지면 터진다는, 인간의 상식을 넘어 동물이라면 모두 본능으로 알고 있는 상식 딱 하나입니다.


우드드드드득!


엘리의 주먹과 팔목 뼈가 박살나고 주먹이 불타지만, 이단심문관도 목이 거의 꺾일 뻔합니다.


푸하아아악!!!


"윽, 끄아아아아악!!!!!!!!!!!!!!"

"흐악, 악! 으아아아악!!!!!"

그리고 이단심문관의 꺾이는 목, 그 목을 따라 돌아가는 몸은 온 사방에 불을 뿌리고, 엘리는 빠른 속도로 반사적으로 피하는 동안 다른 경비병들은 통구이가 됩니다!

"..."

이단심문관은, 그 기이하고 무서운 얼굴로, 벙찐 표정을 짓습니다. 이걸 내가 저질렀다고? 하는 듯하군요

911 ◆MjRAeKhiz2 (bE/F1QFmQQ)

2025-01-12 (내일 월요일) 19:11:52

>>904
아앨라나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서 주변을 바라봅니다. 플라베르흐처럼, 탁 트인 하늘이 그녀를 반깁니다. 그녀에게 익숙한 하늘은, 검은 숲의 수많은 나무들에 달린 가지의 검은색과 잎들의 초록색 사이를 비추는 밝은 푸른색 내지는 하얀색이 어지러이 섞인 모자이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하늘은, 아앨라나 그녀가 보기에는 마치 도화지처럼 텅 빈 것 같고, 구름 한 점조차 없었다면, 저 하늘에 뜬 눈이 아픈 쨍쨍한 태양이 없었다면 정말로 하늘이 아니라 천구(天球)를 덮은 거대한 도화지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야, 수많은 책들에서 상투적으로 표현하던 '하늘색'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하늘색과 푸른색을 은연중에 동일시하는 책들의 서술을 보면서, 이성으로 하늘색이 관습적으로 밝은 파란색인 걸 알면서도 검은 숲의 '하늘'을 감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아앨라나는 참 혼란스러웠는데, 이런 하늘만을 보고 살던 바깥 사람들에게 하늘색은 당연히 파란색이었겠죠.

아래로 고개를 돌리면, 아앨라나는 참 친절하게도 자신의 머리맡에 놓여져 있던 지도를 보게 됩니다. '시작점'이라고 친절하게 현재 아앨라나가 있는 위치를 표시한 마크가 보입니다. 이 마크가 정확하다면, 지금 아앨라나는 검은 숲 북쪽의 초원 어딘가에 있습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 선택할 때입니다.

912 ◆MjRAeKhiz2 (bE/F1QFmQQ)

2025-01-12 (내일 월요일) 19:20:07

>>908
음 일단 상황보고 1000 채워서 이주하던지 할듯? 그전에 상판 터지면 바로 이주지만.
만약 여기가 캔드민 권한으로 동결되면 그 다음 답레는 뉴참치에서 쓰는거로 하자고.

913 ◆MjRAeKhiz2 (bE/F1QFmQQ)

2025-01-12 (내일 월요일) 19:54:39

>>909
헬렌은 주인장을 따라 특실로 방을 옮깁니다. 여관에서 봤던 급사들이 전부 나와서 이를 악물고 고급 가구들을 옮기고 있는데, 아무래도 특실에 있었던 가구들을 헬렌의 지위인 백작 영애에 맞게 다시 배치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급사를 바로 호출할 수 있는 밧줄 같은 건 없고, 크기도 특실 하나가 문자 그대로 일가족이 살 수 있는 크기인 것에 비하면 작긴 하지만 그래도 헬렌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어도 전혀 문제없을 수준입니다. 여관 주인장은 땀이 난 이마를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어색하게 웃는군요.

"예에. 여기는 급사 호출 밧줄은 없지만... 바로 문 앞에 이 아이를 배치해두겠습니다. 문을 네 번만 안에서 두드리시거나, 그것도 귀찮으시면 이 종을..."

딸랑딸랑, 신기한 소리가 나더니 여급이 그 쪽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울리시면 바로 와서 뭐든 다 도와드릴 겁니다."

어째 좀... 사생활 침해 같습니다만, 아무튼 여관 주인장은 아주 열심입니다. 그 와중에 바깥에선...

'웨오옹! 우웨오오옹!'

엄청 앙칼진 고양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딱 봐도 페로일 것 같은데 뭔고 하니... 꼬리에 불이 붙어서 온갖 곳을 뛰어다니다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더니 발 닦는 용도로 물을 받아둔 대야에 꼬리채로 앉아버립니다.

풍덩!

페로는 벌벌 떨면서 헬렌을 바라보는군요.

"아가씨. 저 혹시 여기서 뭐 잘못했나요?"

그리고 바바 페흐가 갑자기 또 나타나 이야기하는군요.

'나 아니다. 이 멍청한 년이 벽난로 따뜻하다고 앞에서 드러누웠는데, 얼마나 멍청한지 지 꼬리가 벽난로에 들어간 것도 모르더라.'

...페로. 아무래도 상황이 정말 안락해지면 대책없을 정도로 안이해지는 것 같습니다.

914 헬렌 - 진행 (cOy9iJHsFU)

2025-01-12 (내일 월요일) 20:10:58

@@>>913

헬렌은 주인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페로가 뛰쳐들어오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어지는 물음에 헬렌은 곤란하게 웃었다.

“아니, 잘못한 건 없고. 벽난로 앞에선 꼬리를 조심하는 게 좋겠는데?”

벽난로가 처음인건가? 다른 방에서는 그럼 어떻게 방을 뎁히지?

915 헬렌주 (cOy9iJHsFU)

2025-01-12 (내일 월요일) 20:11:30

확실히 1000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다 채우면 이동하는 것이 좋겠네~

916 아앨라나 - 진행 (K7O5YpvV5k)

2025-01-12 (내일 월요일) 20:50:29


@@ >>911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문뜩 저는 시선을 올려다 보았어요

"와아... 하늘이란 이토록 푸르고 부드럽게 되어 있네요"

창과 같이 저의 눈가를 찌르는 햇빛을 얼굴에 펼친 손바닥으로 얼추 가리며 다시 말을 흘렸어요. 숲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늘이란 무엇인지 저는 이제 진정으로 알 수 있었어요. 하늘은 어디에도 하늘이지만 그 아래에 있는 존재에게는 달라요. 저는 감동적이라고 까지 할 만 하였던 하늘을 잠시만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의 시선은 하늘로부터 내려와 땅과 저의 곁을 감싸는 풀들이 매우는 주변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그 곁에서 보이도록 놓아져 있었던 지도를 가져와 보았어요. 마녀 님께 받은 그 지도에요

전에는 없었던 표식이 있는 것 같은데 저의 현재 위치를 표시하고 있네요. 저는 제자리에서 지도 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같이 있을 마녀 님께서 챙겨주셨던 제가 가져가야 할 모든 것들을 찾아보았어요. 그리고 방향을 가늠하고는 북쪽으로 향하기로 했어요. 그쪽에 제가 듣고 목표로 삼아야 할 도시를 찾을 수 있겠지요?

917 아앨라나주 (K7O5YpvV5k)

2025-01-12 (내일 월요일) 20:53:10

뉴참치로 이사하게 되는 것이군요~

918 엘리주 (y7GKeb8rEw)

2025-01-12 (내일 월요일) 22:26:52

와! 새집!

919 캡틴맞음 (7QXEJiuFjw)

2025-01-13 (모두 수고..) 12:04:12

>>914
페로는 뚱한 표정으로 되묻습니다. 주인장이 싸가지 없게 대응한건 둘째치고, 손님인 페로 입장에서도 당연한 상식이란 듯이 말입니다.

"특실도 아니고 일반실에 그게 있을리가 없죠? 그래서 간만에 편안하게 불 쬐겠다 했는데, 으... 잘 때는 꼬리를 밧줄로 묶을까봐요."

페로는 다시 일어나고, 물에 푹 젖어 털이 푹 꺼진 꼬리와 색이 젖어서 축축해진 바지가 드러납니다. 페로가 제 꼬리를 붙잡아 끝단을 바라보면 털이 그슬려 검게 물들고 화상자국이 털 아래에 지끈지끈한 붉은색으로 빛납니다. 여급은 그걸 보더니 페로의 허리춤을 붙잡아 바지를 확 내리려다 페로의 날쌘 손에 가까스로 제지당합니다.

"뭐, 뭐야?!"

"특실부터 모든 옷을 무료로 세탁해드려요. 설마 그 물에 젖은 생쥐... 아니, 고양이꼴로 바깥에 나가려고요?"

"그, 그럼 방에 가서 하든지! 아가씨 앞에서... 캬악!"

갑작스레 위협을 느낀 페로가 귀를 내리깔며 하악질을 하고, 상대방 반정령 마법사를 한번에 목을 그어 담가버리던 그 전투력이 무색하게 바지를 붙잡고 쫓겨가듯 자기 방으로 도망갑니다. 여관 주인장은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수슥하려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 1층에도 화덕 겸용 직원용 벽난로 하나, 악사 쪽 난로 하나, 그리고 손님용 벽난로 하나를 놨습니다. 모두 스튜, 고기 굽는 꼬치, 화덕 등 겸용이지요. 아무래도 장작도 가격이 꽤나 나가서 말입니다... 그래서, 일반실은 벽난로 연기를 빼는 무쇠 연통을 여러개로 나눠서 일반실로 넣었습죠. 뭐어... 그런 만큼, 저희 여관 특실의 고급스러움이 살아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헤헤."

920 엘리 - 진행 (isYW/38Afw)

2025-01-13 (모두 수고..) 15:01:08

@@>>910

"휴우."

총잡이가 총을 쏜 후에 총구에 바람을 불어 식히듯, 주먹에 바람을 불어 식히려 한다.

"나, 일족을 상대하던 이단심문관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아."

세스타우에선 유사 뱀파이어를. 호르뮈셰에선 재생하는 이단심문관을. 비슷한 유형을 적을 상대하다 보니 이해할 것 같다.

"참 질기다, 너."

처음엔 맞은 만큼 복수할 수 있어서 신났는데. 이 쯤 되니 그생명력에 경악이 나올 정도다.

"불 꺼지면 말해."

굳이 이렇게 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몸에 불이 붙어서 당장은 공격하기 어려웠으니까.

921 ◆MjRAeKhiz2 (p/qYL4SjfE)

2025-01-13 (모두 수고..) 17:05:39

>>916
아앨라나는 초원 한가운데 펼쳐진 이부자리를 먼저 정리합니다. 그리고 북쪽을 바라봅니다. 앨리스가 말하길, 마탑과 교회가 대치하는 중이라던 큰 도시입니다. 물론 앨리스가 건네준 지도처럼 그 정보도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앨리스 말마따나 몇백년 전부터 있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곳, 개중에서도 작은 마을도 아니고 큰 도시가 완전히 사라졌을 확률은 낮을 겁니다. 그곳에서 원하는 것을 바로 찾진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일단 무작정 아앨라나는 북쪽으로 나아가기로 합니다. 숲에서 길을 잃으면, 일단 무작정 아래로 내려가다 계곡을 찾으면 그 계곡을 따라 무작정 걷다보면 길이건 강이건 나오고, 그 길과 강을 따라 또 무작정 걸으면 마을이 나왔던 것처럼요.

짐을 들쳐매고 수풀을 거니는 그녀의 발에 수많은 잡초가 채이고, 가끔씩은 그 사이에 쓰러진 나무나 돌부리가 발에 걸리지만 아앨라나는 묵묵히 걸어갑니다. 그녀가 기억하는 한 검은 숲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녀에게, 숲이 아니라 이런 초원에서는 갑자기 야생동물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이상, 전혀 걸릴 게 없습니다. 아앨라나는 그렇게 한나절을 피곤한 줄도 모르고 걷다가, 길을 마주칩니다. 하지만...

아앨라나가 아는 대로라면 도시는 북쪽에 있고, 아앨라나는 북쪽으로 쭉 걷고 있었는데, 도로는 남북이 아니라 동서 방향, 즉 아앨라나 기준으로 좌우로 나 있습니다. 아앨라나는 어떻게 행동합니까? 만약 진행한다면 어디로 진행하나요?
// 코멘터리: 좌우를 꼭 정할 필요가 없음.

922 크론 - 진행 (zSejVfYfA.)

2025-01-13 (모두 수고..) 19:12:09

>>901

대체 이름이 뭐길래 저렇게까지 뜸을 들이지.
솔직히 저 정도로 질질 끄니깐 기대감마저 생길 지경이다.

로.
베.
니.
케.

아니 그냥 평범한 이름 아닌..그때, 안타르크티스와 솔러의 소리가 들린다.
대체 왜지. 일부러 놀릴 의도는 없을 텐데.

로...베..니.케..!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도저히 제어되지 않아 호흡이 곤란해질 지경이다.

이 와중에도 제펠은 멀쩡하게 안 멀쩡한 소리나 하는 것을 보니 정신계 마법인가?
그렇다면 솔러가 자신보다 비교적 반응이 약한 것도 저항력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같은 생각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당장 숨이 넘어갈 듯 웃고 있으니..'크론'은 식사를 위해 들고 있던 포크로 자신의 허벅지를 찍는다.

고통을 통해 정신을 차려보자는 의도지만 마법에 무지하다 보니 이런 방식이 통할진 모르겠다.

923 ◆MjRAeKhiz2 (p/qYL4SjfE)

2025-01-13 (모두 수고..) 19:35:05

>>920
완전히 불타버린 주변을 바라보던 이단심문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엘리를 바라봅니다. 경비병들을 태운 이 불꽃을 만들어낸 건 이단심문관이지만, 그 불길이 경비병들을 향하도록 대가리를 휙 돌려버린 건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뱀파이어니까요. 그슬린 이단심문관은 다른 이단심문관들이 다 그렇듯, 죽은 이들을 추모할 시간에... 태양 아래 존재해서는 안 될 괴물, 뱀파이어를 노려보면서 피 속에 들끓는 경멸로 말을 내뱉습니다.

"...피거머리 년이..."

이단심문관은 망치를 붙잡고, 그의 몸에 피어올랐던 불이 전부 꺼지더니 그가 양 손에 든 두 개의 망치에 옮겨붙습니다. 뭔가, 그냥 불과는 다르게 이 거리에서도 엘리에게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이... 딱 봐도, 신성력이 들어있습니다. 태양교도 참 막장인가 봅니다. 이런 미친놈들도 믿는다고 힘을 준다니... 이미 세스타우에서 한번 죽었다 살아났던 엘리는, 신성력이 깃든 무기에 전력으로 맞거나 찔리는 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지 잘 알기에, 침을 꿀꺽 삼키는데...



툭! 데구르르르르...



...이단심문관과 엘리 사이에서, 경비병의 머리 하나가 툭 떨어져 구릅니다. 둘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밤하늘 아래에서 잘린 팔, 다리, 몸통, 내장, 뼈가 후두둑 쏟아지고, 개중에는 큰 무언가도 보입니다...


"그엑."


쾅!!!!!!


엘리의 밤눈에, 류드밀라의 몸무게까지 함께 합산해 땅바닥에 처박혀 터진 경비병의 시체에서 간, 췌장, 심장 따위의 피가 가득한 장기를 씹어먹으며 일어나는 언니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평소의 류드밀라입니다... 인간이 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먹어치우는 것처럼, 총애하는 인간 하인이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기를 미식 취급하는 류드밀라. 그녀는 간을 씹어 피를 빨아들이고는, 엘리를 뒤돌아보며 이야기합니다.

"참 미안한 소리지만, 나도 저런 그슬린 놈을 상대할 때는 재생능력이 못 따라갈 때까지 온 몸을 찢어발기고 갈아 버렸어. 하지만 우리 둘이니까, 좀 낫겠지."

...그러니까, 그냥 죽을 때까지 공격하라는 얘깁니다.

924 아앨라나 - 진행 (WlZSbU0Pnw)

2025-01-13 (모두 수고..) 20:50:30


@@ >>921

저는 나무 대신에 풀들이 무성한 이곳에서 그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듯이 홀연히 지나가면서 북쪽으로 줄곧 향했어요. 이곳은 새롭지만 동시에 숲에서 같이 저의 발 밑에 돌과 나무들이 보였어요. 그렇게 저는 멈춤 없이 계속 가서 어느덧 하루에서 꽤 되도록 지나쳐 왔어요. 그럼에도 마녀 님의 도움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는지 지친 느낌은 없었어요. 그러다가 저는 도시로 향할 단서가 될 수 있어 보이는 길을 찾아내었어요. 하지만 제가 가는 방향과는 좀 달랐어요

제가 알고 있는 건 오래되었고 도시 조차 바뀔 수 있다면 가는 길도 바뀌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길은 사람들이 편하게 자주 다니기 위해서 만드는 거에요. 그렇다면 그 끝에는 도시나 다른 것이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길을 따라가 보기로 했어요

어쩌면 이 근처에 길에 대해서 표지판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두 갈래의 길 중에서 어느 쪽으로 가기로 할지 그 다음에 정해야 겠어요. 만약에 없다면 근처에서 적당해 보이는 길이와 모양의 나뭇가지를 주워서 길 앞에 세워 놓고 쓰러지는 방향으로 정할 수 있을 거에요. 아니면 지도를 다시 펼쳐보아서 좀 더 길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거에요

925 ◆MjRAeKhiz2 (p/qYL4SjfE)

2025-01-13 (모두 수고..) 21:28:03

>>922
크론은 허벅지를 찌르려고 하지만 너무 웃어서 조준이 빗나갑니다. 처음에는 바닥을 쿡쿡 찌르고, 두 번째에는 허공을 막 긋다가, 그러다가 어딘가를 찌르긴 하는데, 그게... 허벅지가 아니라 손등을 푹 찍어버렸습니다. 만약 크론이 덜 아프고자 했다면 정말 끔찍한 불행이지만, 웃음을 이겨낼 정도의 끔찍한 고통을 유발하여 발작적 웃음을 멈추기 위함이라면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끄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치 영리한 생쥐에게 맨날 두들겨맞는 모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면서, 크론은 발작적인 웃음에서 탈출합니다. 그리고 제정신을 차린 크론은, 허벅지가 아니라 손등을 찍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크론 행세를 하기 전 마지막으로 죽였던? 아니, 마지막에서 직전이었나? 그 놈을 죽일 때는 포크보다도 더 허접한 쇠붙이로 허벅지를 그어 대동맥 출혈로 제 피에 허우적거리다 죽게 만들었으니까요. 포크로 허벅지를 찍었는데 대동맥을 건드렸다면... 크론은 아마 해부학 실습실의 카데바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괜찮...아?"

'잡다 나의 손. 도와주다 일어나다 부터 바닥?'

로베니케가 조심스레 말하고, 상황이 급해선지 급한 대로 어순과 조사 등의 문법 규칙을 무시하고 필수적인 뜻만 칠판에 적은 솔러가 손을 뻗으며 칠판을 보여줍니다. 둘 다 표정이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는 게... 정말 심각하긴 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안타르크티스가 옆에 와서, 손등에 포크가 찍히며 송골송골 솟아나온 피를 핥는군요...

// 늘어진다 싶으면 ㅈㅅ 밥먹고 바로 진도 쭉쭉 뺄겨

926 ◆MjRAeKhiz2 (p/qYL4SjfE)

2025-01-13 (모두 수고..) 21:28:32

>>924
크론주 거까지 하고 잘랬는데 아앨라나주 그새 답레달았네
오늘 >>924까지 하고 잠 이게 찐막

927 ◆MjRAeKhiz2 (p/qYL4SjfE)

2025-01-13 (모두 수고..) 21:35:36

>>924
아앨라나는 지도를 다시 펼쳐봅니다. 아마 실제 축적에는 전혀 맞지 않겠지만 당시 기준으로 참고점이 될 마한 것들을 다수 그려둔 것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서 높이 솟은 끝이 둥그런 모양의 첨탑이나, 둥둥 떠 있는 해파리가 하늘을 부유하는 곳들 말입니다... 아니, 해파리요? 이게 진짜가 맞긴 할까요? 아무튼 아앨라나는 주변을 살펴보는데, 대체 무슨 물건인지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해파리가 바다가 아니라 하늘 위에 둥실둥실 떠서 구름보다는 훨씬 낮게 아앨라나보다는 훨씬 높이 하늘을 이리저리 떠돌고 있습니다... 아앨라나는 그 해파리를 참고점 삼아서 위치를 대충 정해보더니, 결론을 내립니다... 이 길, 이 지도가 만들어지던 시대에는 없던 게 분명합니다. 아앨라나가 거의 1달을 걸어야 할 거리 수준으로 심각한 오차를 낸 게 아닌 이상 말입니다.

결국 아앨라나는 나뭇가지를 주워서 길 앞에 세워 놓고 쓰러지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데... 앨리스한테 한소리 들은 이후 꾹 입을 닫고 있던 가말라시엘이 개입합니다. 이전보다도 훨씬 친절해진 목소리로.

"사도님. 혹시 제 말 들어보시겠습니까? 일단 저 해파리들과 반대 방향으로 걷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인간이라 불리기엔 좀 너무 먼 길을 걸어오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불길해서요. 저 해파리들 말입니다."

928 헬렌 - 진행 (hQrDFo8nNU)

2025-01-13 (모두 수고..) 23:36:56

@@>>919
헬렌은 페로와 여급의 실랑이를 보면서 웃어야 할지 참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작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여관 주인장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곤 말한다.

“흐음. 어쨌든 나는 쉬어야겠으니 물러가도록 해요. 페로의 치료도 봐주고 혹시 필요한 게 있다고 한다면 내 앞으로 달아두세요.”

이젠 진짜로 쉴 수 있지 않을까? 로지의 힘을 빌리느라 쑤셔넣었던 당분에 속이 조금 울렁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벌써 시간이 늦었다.

929 아앨라나 - 진행 (1ZsdiJ407M)

2025-01-14 (FIRE!) 23:51:30


@@ >>927

저는 제자리에서 지도를 다시 꺼내어 풍경을 비교하면서 살펴보았어요. 지도 속의 그림과 상징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둥근 탑과 해파리 처럼 보이는 무언가 이었어요. 저는 해파리 쪽에 눈길이 갔어요. 해파리는 물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이겠지만 여기에서는 달라요. 지도에서 본대로 하늘을 나는 해파리가 있어서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고개를 들어서 몇 번인가 하늘을 이리저리 둘러보았을 때 멀리서 보이는 것에서 지도 속의 해파리들을 지도 밖의 현실에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금방 찾을 수 있었어요. 저는 그대로 느긋한 느낌으로 하늘을 헤엄 치듯이 하는 그들을 잠시 동안 바라보고 있었어요. 정말 해파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기에는 예쁘고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었어요

저는 해파리들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는 지도와의 차이점으로 저의 앞이 이 길은 지도 속에는 찾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해파리들이 있는다는 건 위치는 맞을 거에요. 길은 나중에 생겨난 거겠지요? 새롭게 길이 생겨났다는 건 역시 이어지는 곳에는 뭔가 있을 거에요. 그건 사람들이 모여있을 만한 곳이겠지요?

"그런가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는 그렇게 할게요"

제가 해파리들을 길잡이로서 삼고 나뭇가지로 길을 정하기로 했을 그때 저에게 가말라시엘 님이 제가 말해 주셨어요. 이렇게 직접 불길하다고 말하신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에요. 저는 그 조언에 따르기로 했어요. 저들도 처음 보는 이와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아주 오래된 지도에서 부터 볼 수 있고 지금까지 여전히 그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고 지키며 들어오는 사람에게 화낼지도 몰라요

930 ◆MjRAeKhiz2 (YhvUO5IHng)

2025-01-15 (水) 11:19:39

>>9287
"예에. 알겠습니다."

주인장은 허리를 꾸벅 숙이고 나가고, 헬렌은 침대 위에 눕습니다. 그녀의 고향이던 백작가에서, 그녀의 성장 주기에 맞춰 한 치수 한 치수 커진 침대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평민들도 쓰는 여관에 기대한 것보다는 낫군요. 헬렌이 쉬려고 하는 것을 보자, 논리의 정령 로지나 소름의 정령 암허슈트는 서로를 살피다가 눈치껏 바깥으로 빠집니다. 헬렌의 정령술 친화도가 높고 정령에게 우호적이라는 게, 자는 시간까지 싹 다 정령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니까요.

'자아, 집요정들. 나가시죠.'

'야, 구경 났어?'

심지어, 헬렌이 보려면야 볼 수 있지만 인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미약한 정령들까지 마치 빗자루질하듯 쓸어내고는 눈치껏 벽 바깥으로 사라지고, 바바 페흐는 침대를 이리저리 들추며 혹시 그새 빈대가 달라붙지는 않았나 몇번 확인만 하고는 나갑니다. 드디어 방 안은 조용해졌습니다. 가끔씩 아래층에서 술 마시고 노래하는 소리, 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지만... 헬렌은 알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험가들에게, 그 정도의 소음은 그저 자장가에 불과하다는 것을...

헬렌은 잠에 듭니다. 그리고 눈을 뜨면... 지금이 몇 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커텐이 너무 좋은 탓에, 방 안을 완전히 암실로 만든 탓입니다.ㅏ

// 헬렌주가 원하는 시간에 깨어났다 해도 되고, 정 그러면 내가 시간을 조정할 수 있음.

931 헬렌 - 진행 (CyAm6M9dtw)

2025-01-15 (水) 15:28:44

@@>>930

푹 잠들었다 깨어난 헬렌이 일어나 커튼을 걷으니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물론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중간에 휴식을 취했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엄청 많이 잔 것은 아닌 모양.

종을 울려 밖에 있는 여급에게 일어났음을 알린다. 여급이 들어온다면 페로는 깨어났는지 물어보고 깨어났다면 같이 아침을 먹을 생각이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할 것이었고. 아침준비와 함께 혹시 여기에 신문이나 비슷한 읽을 거리가 있는지도 물어보려 한다.

932 엘리 - 진행 (VkYDYjgATI)

2025-01-15 (水) 18:58:51

@@>>923

"좋네. 우리 쪽이 재생력이 부족할 일은 없으니까."

환경에 따라. 그날 컨디션에 따라. 공복 상태에 따라 기복이 있는 것이 재생능력. 그리고, 지금은 마침 주위에 피를 흡수할만한 것들이 잔뜩 있지 않은가.

저 쪽의 재생능력이 먼저 딸리면 딸렸지.

"우리 둘이서 공격하면 쓰리트릴 수 있을거야."

아마도. 라는 뒷말은 빼고, 먼저 손톱을 꺼내고 놈을 향해 다가간다

933 엘리주 (VkYDYjgATI)

2025-01-15 (水) 20:43:01

situplay>1597051230>29
오오!!!!

934 ◆MjRAeKhiz2 (psBMLEYxxM)

2025-01-16 (거의 끝나감) 02:20:56

>>929
아앨라나는 가말라시엘의 조언에 따라 반대편으로 이동합니다. 해파리의 반대편은 왼쪽, 지도상 방위로 따지면 서쪽이겠군요. 서쪽으로 향하는 발길에 가말라시엘의 지팡이를 도움 삼아 앞으로 걸어갑니다. 확실히 수풀 속에서 돌부리나 나무, 그게 아니더라도 수풀의 저항을 헤쳐나가는 것보다 공기를 헤치고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쉬운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 순간 좁던 오솔길은 마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어지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이 되면 아앨라나는 자갈길을 걷고 있었는데... 묵묵히 아앨라나의 세번째 다리가 되어주던 지팡이에서 갑자기 알 수 없는 힘이 솟아오르더니, 아앨라나의 발걸음을 막아세웁니다. 그리고...


'그르르르르... 캐액!'


'딱히 바라지도 않은 환대군요. 조심하십시오.'


검은 숲에서 살아왔던 아앨라나는, 정확한 정체는 몰라도 어디서 습격이 오는지는 충분히 알아차립니다. 그녀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수풀 사이에서, 온 몸에 이상한 결정과 비늘이 돋아난... 늑대들이 수풀 사이에서 마구 뛰어오르고, 수풀 사이를 헤치며 아앨라나에게 달려들고 있습니다. 뭐, 쓰다듬어 달라고 저렇게 이빨을 보이고 침을 흘리며 달려오진 않겠죠.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935 크론 - 진행 (Ux/1PYeQSA)

2025-01-17 (불탄다..!) 17:02:51

>>925

"끄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아프다! 진짜 더럽게 아프다!!!

그래도 그 망할 마법에서 탈출은 했다.
아직도 고통을 호소하는 손등에서 축축함도 느껴진다.

피가 그렇게 많이 흘렀나? 아 안타르크티스구나..마법의 동물이라 핥으면 치료가 된다거나 그런 거 없겠지?

쓴웃음을 지은 후 솔러가 뻗은 손을 잡아 일어선다.

"후..미안 난리였지?"
그렇게 모두에게 말은 한 후 로..아니 아니 마녀를 바라보며 말을 덧붙인다.
"미안 안 웃기로 했는데 불가항력이었네 그래도 이젠 괜찮다고...친구"

괜찮다고 뒤에 이름을 부를 법하다 가까스로 외면하고 친구라는 대명사를 겨우겨우 꺼낸다.
참나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한 번 그꼴을 당하고 나니깐 여러모로 신경 쓰이네 이거 그래서 얘가 혼자였나

"음..일단 밥부터 마저 먹을까? 이거 치료를 받아야 할 수준은 아닌 거 같고 이렇게 계속 나만 보는 것도 살짝 민망하니깐."

이 친구들이 밥을 먹으면서 딱히 유의미한 정보를 말할 것 같진 않다.
애초에 조용히 밥이나 먹지 않을까. 제펠은 제발 조용히 밥이나 먹어주면 좋겠고.

그래도 식당을 이용하는 게 우리만 있진 않으니까. 비록 다들 우리와 거리를 두고 앉아 있지만..귀를 기울이면 뭔가 유용한 게 들릴지도 모르지.

//템포는 괜찮아! 아카데미의 일상 요소도 중요하니깐~ 그래도 식사 이후 진도가 팍팍 나간다니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대가 되네!

936 아앨라나 - 진행 (4sxUMSXUqs)

2025-01-17 (불탄다..!) 20:45:33


@@ >>934

제가 길을 잘 골랐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길을 찾았고 갈 방향도 정했으니까 저는 다시 계속 이동하기로 했어요. 다니기 편하기 위해서 미리 만들어진 곳을 가니까 역시 좋네요. 그렇게 길을 가고 있었던 저는 길의 크기가 여럿 사람이 같이 혹은 마차 같은 게 다녀도 될 정도로 달라지는 걸 보았어요. 이렇게 보면 저의 선택이 제대로 된 것만 같아서 좋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해요. 제대로 알려면 더 가보아야 할 거에요

"그래요. 이런 것이 환대라고 한다면 잘못 된 거에요"

그러다 갑작스럽게 가말라시엘 님이 무언가 하셨는지 무언가가 제가 갈 길을 가는 걸 멈춰 세우도록 했어요. 곧이어 저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저는 그리 이어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작게 짧은 한 숨을 쉬고는 답하여 말했어요

이곳에 있는 저의 곁으로 늑대를 닮은 이상한 야생의 동물이 저편의 풀들 사이에서 대충 보아도 저를 해할 목적을 가지고 오는 것이 보였어요. 저 흉하고 위협적인 이빨과 뛰어 오르듯 하는 뜀 좀 보세요

저는 이대로 마력을 응축하여 작지만 여러 개의 어느 정도 실체를 지닌 강하고 빠른 속도로 마법의 탄을 쏘아낼 준비를 하면서도 주변에서 무언가 쓸만한 것이 있을지 빠르게 둘러보기로 했어요

937 ◆MjRAeKhiz2 (GHaqu95DnY)

2025-01-17 (불탄다..!) 22:00:38

>>932
"그래."

엘리는 먼저 앞으로 나섭니다. 이단심문관이 엘리의 존재를 눈치채고 망치를 휘두르고, 엘리는 그걸 피하려고 몸을 비트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이단심문관을 놓치고 땅바닥을 구르다가, 낙법으로 정자세를 회복하고는 땅에 길쭉한 손톱 자국을 남기며 반대쪽에 멈춰 섭니다. 하지만 그슬린 이단심문관은, 엘리의 공격을 흘려냈음에도 웃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비열한 피빨이 년들 같으니..."

...아까 전에는 그의 눈 앞에 뱀파이어 둘이 있었다면, 이제는 이단심문관의 앞뒤로 뱀파이어 하나씩이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단심문관은 그에 대항하듯 양쪽과 수평하게 서서,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서 서로를 견제하려고 하지만, 어두운 밤, 오직 달만이 외로이 떠 있는 밤에 그 시도는 애처로울 뿐입니다. 그리고 류드밀라 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이단심문관의 목이 돌아가는 속도가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지던 엘리는 그대로 날아오릅니다.

푹! 철퍽!

뒤늦게 엘리 쪽을 바라본 이단심문관의 쇄골에 엘리의 긴 손톱이 박히고, 까드득 하는 뼈 갈리는 소리와 함께 엘리는 쇄골의 선을 따라 손톱을 마구 갈아버립니다. 그에 이단심문관이 고통을 참고 망치를 휘두르려 하고, 엘리는 자신의 손톱이 박힌 부위에서 불꽃이 치솟아, 엘리를 집어삼킬 기세로 타오르는 것을 봅니다! 그 위기 순간, 그 팔을 휘두르기도 전에 류드밀라가 달려와서 이단심문관을 뒤에서 밀쳐버리고, 엘리와 이단심문관은 바닥을 구르다가 결국 떨어집니다. 엘리가 아까 전에 류드밀라가 통구이가 될 뻔한 걸 구했듯, 류드밀라도 엘리를 구한 겁니다... 류드밀라는 엘리에게 가까이 와서, 엘리의 몸에서 느껴지는 숯 탄 듯한 냄새에 표정을 찡그리며 말합니다.

"...동생. 방금 너 죽을 뻔한거지? 하아..."

...뭐 그럴 뻔했지만, 엘리는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납니다. 어떻게, 어디를 찔러야 할까... 고민이 되는군요.

938 ◆MjRAeKhiz2 (GHaqu95DnY)

2025-01-17 (불탄다..!) 22:08:08

>>931
"알겠습니다. 아가씨. 옆에서 투숙하고 있는 페로 님이 깨어있다면 식사 여부를 확인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헬렌이 부른 여급은 허리를 꾸벅 숙이고 바깥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바깥으로 나가서 문을 닫기도 직전, 여급은 문을 열자마자 등을 돌리더니 다시 헬렌에게 찾아옵니다. 그리고는 문간을 최대한 '예의 바른' 느낌으로, 평민이 알 법하고 상상할 법한 예의로 가리키면서 이야기하는군요.

"이미 일어나 있었습니다... 식사 이야기를 하니까 기꺼이 응하셨습니다. 그리고, 읽을 만한 것은..."

여급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안 나오는지 우물쭈물하면서 되묻습니다.

"...혹시 어제 작성한 저희 여관의 식자재 주문 명단이라도 읽어 보시겠습니까?"

그 와중, 페로가 반쯤 열린 문 틈으로 손을 넣고는, 종이 한 장을 흔들면서 노크를 합니다.

"아가씨! 식사 전에 이거부터 읽어보세요!"

아무래도 이 여관은 평민들이 이용하는 여관답게 제대로 된 읽을거리는 없어 보이지만, 대신 페로가 밤새 뭔가 재밌는 걸 가져온 것 같습니다...

939 ◆MjRAeKhiz2 (GHaqu95DnY)

2025-01-17 (불탄다..!) 22:15:26

>>935
"친...구....?"

친구, 라는 단어로 불리자 로베니케의 얼굴에 처음으로 볕이 듭니다. 음침하고, 무표정하고, 어떨 때는 암울해 보이기까지 하던 그녀의 얼굴에 말입니다. 친구란 무엇입니까, 사전적 정의를 따르자면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을 듯하지만, 관용적으로는 '자기와 동등하거나 낮은 사람을 달리 부르기 힘들 때 쓰는 비격식 호칭'이기도 합니다. 물론 크론은 후자의 의미로서 그녀를 친구라 불렀지만, 로베니케는 전자의 의미로 받아들였거나... 아니면 더 슬프게도... '후자'의 의미로라도 그녀를 친구라 불러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헤, 헤헤... 친구..."

로베니케는 웃음을 흘리면서 식사를 시작하고, 제펠은 안타르크티스에게 자기가 먹을 국그릇도 다 밀더니 국그릇 대신 안타르크티스의 하얀 털을 3년만에 주인 만난 개마냥 아래에서 위로 핥고 있습니다. 솔러는 천천히 자기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크론이 남의 대화에 집중할 여건이 마련되었군요.


'저기 저 미친놈이랑 왕따, 또 들어왔네?'

'야, 야, 후배들 부정 타. 신경쓰게 만들지 마. 그건 그렇고... 너네 검술 시험은 진짜 잘 쳐야 한다? 거기 잭이라고 검술 조교 있는데, 걔한테 잘못 찍히면 마법 배울 시간에 검술만 계속 연습해...'

'마법 재능이 좀 안 된다 싶으면 위즐 교수 쪽으로 빠져서 약초학을 배우는 것도 방법이야. 그쪽으로 가면 귀족은 못 되더라도 좀 뚫려...'

...귀동냥과 얻어듣는 것으로 몇 번 굶어죽을 위기를 넘겼던 크론의 귀에 그 정도 정보가 들어옵니다... 다만, 크론의 상황(마법을 전혀 못 씀)은 고려하고, 저게 단순 소문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조심히 접근해야겠지만요.

940 ◆MjRAeKhiz2 (GHaqu95DnY)

2025-01-17 (불탄다..!) 22:26:01

>>936
아앨라나의 뜻을 받들어, 지팡이 위를 맴돌던 마력이 눈에 보이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 힘은 곧 여러개의 구체로, 사람이 볼 수 있는, 사람이 구분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게 되고, 이내 여러개의 작은 마탄(魔彈)으로 분리됩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쓸만한 무언가를 찾아보던 아앨라나는, 주변의 자갈이나 부러진 나뭇가지 따위를 보고,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르륵!'

아뿔싸! 늑대들의 속도는 아앨라나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빨랐습니다. 그저 상황을 파악하려고, 잠시도 아니고 아주 찰나 동안 눈을 돌렸을 뿐인데 늑대들이 거의 다 다가왔습니다. 아앨라나는 마탄을 쏘아 눈에 보이는 늑대 둘을 죽이지만... 아슬아슬하게 마탄을 피한 늑대가 달려와, 붉은 색으로 빛나는 결정이 잔뜩 난 이빨을 벌리고 아앨라나의 목을 노립니다. 하지만...

콰득!

가말라시엘이 자신이 깃든 지팡이를 움직여 그 이빨이 아앨라나의 목 대신 지팡이를 붙잡도록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팡이를 잡은 아앨라나의 손가락이 함께 깨물립니다. 아앨라나는 끔찍한 격통 속에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지팡이를 놓고 마법 시전에 페널티를 감수하던지... 아니면 손가락을 진짜 크게 다칠 것을 각오하고 계속 붙잡던지.

941 헬렌주 (D9I0VYrxoc)

2025-01-18 (파란날) 20:22:32

캡~!! 미안한데 한 한달에서 두달정도 동결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직전에도 한달 정도 거의 못잇긴 했었는데...........

942 아앨라나 - 진행 (e7g0rcoZNI)

2025-01-18 (파란날) 23:06:59


@@ >>940

이 주변에는 제가 생각하기에 쓸만하게 보이는 눈에 띄는 게 없었어요. 이런 흙과 풀의 길에서 흔하게 널려있는 것들 만으로는 저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에요. 이내 제가 마법으로 만들어내 쏘아낸 구체를 그들에게 맞춰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자 둘러보는 저의 행동은 그 순간의 잠깐이 저의 헛점이 되고 말았어요. 저는 수의 차이를 넘어서지 못해서 완전히 물리칠 수는 없었었어요. 남은 하나의 야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노려서 저에게 달려들었어요!

그러나 가말라시엘 님 덕분에 야수의 공격은 엇나갔어요. 저는 제가 그들에게 가했던 치명적인 상처는 피할 수 있었지만 대신에 사납고 흉측한 야수에게 그 이빨에 손가락을 깨물리면 아파서 눈물이 흐를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어요. 이 상황에서 야수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강한 마음과 행동이 필요하고 더는 헛점을 만들어서는 안될 거에요

그래서 저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지팡이를 더욱 움켜집으려 했어요. 이번에는 야수의 깨물기를 제가 헛점으로 삼아서 그 사이에 숨통을 끊을 방법으로 이번에는 마력으로 만들어 벼려낸 칼날과도 같이 솟아나게 하여 그 안에 찌르고 베이게 하려 했어요

943 ◆MjRAeKhiz2 (rTfj2.BYWg)

2025-01-18 (파란날) 23:56:35

>>941
ㅇㅋ

944 ◆MjRAeKhiz2 (HVnVMYZgDM)

2025-01-19 (내일 월요일) 01:46:04

>>942
아앨라나가 검은 숲에서 살아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그냥 깨물리는 것만으로 혼절할 뻔했습니다. 항상 나긋나긋하고 평온하던 아앨라나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고는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겨우 참습니다. 그리고, 그 끔찍한 고통에서 기회를 찾습니다. 인간의 근육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본능적으로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고, 아앨라나는 고토잉 제 일을 하게 내버려뒀습니다. 그러자 지팡이를 붙잡은 손은 더 꽉 조여지고, 아앨라나는 지팡이에 마력을 흘려보냈습니다.

'꽤나 재밌고, 기발한 방식이군요.'

철퍽!

늑대는 뭐라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날카로운 수십개의 송곳과 칼날의 형태로 재구성된 마력이 늑대의 머리통을 찢어버립니다. 늑대의 두개골은 내부에서 솟아나오는 충격에 우스꽝스럽게 금이 가고 부풀며 머리를 팝콘마냥 부풀리고, 눈구멍과 입 안에서 투명한 마력이 붉은 피와 내장이 씌워져 색깔을 입은 채 찢겨 나옵니다... 늑대는 온 몸에 난 기이한 붉은 조직들이 무색하게 아가리가 분해되어 아앨라나의 손을 놓치고... 아앨라나는 손을 내려다봅니다. 이거 안 좋습니다. 당연히 물렸으니만큼 붉은색의 살점은 예상했지만 흰색의 뼈는... 좀 심합니다. 마법, 안 되면 약초학과 기초 응급처치로 해결할 수 있지만 늑대들이 아앨라나가 그러도록 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위급한 때에 가말라시엘은 뭘 하나 싶은데, 가말라시엘이 속삭이는군요.

'아, 앨리스 님이 앞으로 '이런 짓'을 하려면 정확히 이야기를 하고 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여기서 이 늑대들의 생명력을 흡수한다면... 분명 사도님은 당장은 도움을 받으시겠지만, 그만큼 제 봉인이 풀릴 확률도, 제가 단순한 지팡이를 넘어... 사도님과는 별개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존재로 점점 주체성을 얻어가게 될 겁니다. 물론, 지금이ㅔ야 별 문제 없는 얘기지요. 지금에야 말입니다.'

945 엘리 - 진행 (UdxST4nR4s)

2025-01-19 (내일 월요일) 13:58:04

@@>>937

"...음. 좀 더 주의를 기울일게!"

우리는 정말 어지간히 신체를 갈갈이 찢어놓지 않는 이상 죽지 않곤 했으니까.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다는 개념이 조금 덜했다.

"언니는 어떻게 공격해야 죽을 거라고 생각해?"

이 분야의 전문가는 류드밀라지, 내가 아니었으니까. 전투 경험이란 측면에서 나와는 천지차이였다.

"내 생각엔... 몸과 머리를 떼어놓으면 죽지 않을까?"

머리란 생물의 약점 같은 것이었으니까! 떼어내면 죽을지도?

946 ◆MjRAeKhiz2 (HVnVMYZgDM)

2025-01-19 (내일 월요일) 20:03:29

>>945
"이렇게 하자."

류드밀라는 엘리에게 자기가 생각한 계략을 말해줍니다. 뱀파이어, 그것도 강한 뱀파이어가 두 명이나 있으니 가능한 정말로 무식한... 그리고 확실한 계책입니다. 류드밀라의 계획을 듣는 엘리는 저절로 오금이 저려옵니다... 그 내용이 무언고 하니.

"내가 저런 애들 상대해봐서 아는데... 태양의 힘을 담은 망치를 제대로 맞으면 진짜 죽어. 하지만 박쥐의 형태로 변하면, 망치에 맞으면 아프긴 한데 해봤자 손가락 한두개 잘리고 끝이야. 그마저도 피를 마시면 재생할 수 있고. 그러니까 저 녀석이 널 망치로 치려고 하면 피하되, 못 피하겠으면 박쥐로 변해. 몇 마리 죽는 거로는 손가락 한두개, 몇십마리 죽는 거로는 팔다리 잘리고 끝이야."

팔다리 잘리고 끝, 이라니. 팔다리가 얼마나 소중한데 말입니다. 류드밀라는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엘리 쪽에서 대답이 없자 엘리가 있는(것으로 추정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묻습니다.

"설마 너, 그 나이 될 때까지 팔다리 잘려본 적이 한번도 없는 건 아니지? 그럼 이번 기회에 잘려 봐. 이게 다 인생 경험이야."

947 아앨라나 - 진행 (7csWTSTM4E)

2025-01-19 (내일 월요일) 22:09:33


@@ >>944

저의 마법으로 저에게 큰 고통과 함께 상처를 남긴 야수를 처치하여 보복 할 수 있었어요. 이후에 보았던 저에게 남겨진 상처를 보았더니 이건 심각해요. 손가락에서 엿보이는 하얀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를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마치 저 자신의 손가락이 아니게 되는 그런 느낌이에요. 상처와 고통이 너무 과하면 오히려 잠시 동안만 괜찮다고 하는데, 그게 지나가기 전에 이틈에 어서 치료를 해야 해요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대로는 할 수가 없다는 걸 저는 바로 알아요. 아직도 저는 수량에서 오는 폭력에 노려지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야 해요. 그들의 그 수도 이렇게 줄여나가고 있어요

"그렇겠네요. 그렇지만 제가 가말라시엘 님 믿고 있듯이 가말라시엘 님도 저를 믿어 주시겠지요? 그때의 서로가 지어나갈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그리하여 함께 하기로 해요"

그러던 와중에 저는 가말라시엘 님으로부터 설명하듯 하시는 말을 들었어요. 이에 저는 당당하게 동시에 부드럽게 그리 대답 했어요. 그래요 지금은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서로 약속했던 것을 잊지 않았어요. 가말라시엘 님도 이를 잃을 리가 없겠지요. 제가 믿지 않았더라면 그간 제가 해왔던 행동은 어찌했을까요? 그때 불길한 마석에 홀린 야수를 처단하기 위해서 바라는 자의 피를 넘겨주는 일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약속이란 서로에게 닿기에 이뤄지는 거에요. 함께하는 기억들은 거짓되지 않을 거에요

저는 지팡이를 야수들을 향하여 가르키며 제가 지금껏 야수들에게 했던 그 이상을 위해 생명을 그 자체를 빼앗아 오는 걸 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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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좆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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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간들다죽어

950 이름 없음 (BHdB.mMj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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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간멸종해

951 이름 없음 (BHdB.mMj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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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2 이름 없음 (BHdB.mMj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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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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