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녀가 물어보았던 것처럼 저희가 어촌에서 먼저 들러보기로 하는 곳은 괜찮게 휴식을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곳이였어요. 그리고 도달한 그곳은 바로, 어촌의 촌장 님의 자택이였어요. 그것은 엄연한 의미에서 여관에 맞는 곳은 아닐지라도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줄수는 있어요. 제가 비슷하지만 같게 느끼는 것에는 어렵다 라고 표현하였던 이유이기도 하였어요. 제가 예전에 보았고 기억하였던대로 어촌에는 지금도 이렇게 되는 듯 했어요
"저에게 그것은 괜찮아 보여요. 그렇게 하도록 할까요?"
그리고 저희는 촌장 님과 만나뵙고 저희가 가진 것들을 보이자 그러한 제안을 받을 수 있었어요. 거기에서 저를 돌아보는 베스니의 반응은 제가 이에 대해서 뭔가 말해주길 바라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저의 의중을 말없이 행동으로 묻는 것일까요. 어느쪽이 되었더라도 이 제안에 대하여 그녀에게는 어떨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저는 굳이 거절할만한 것은 느끼지 못했어요. 생각해본다면... 이것도 나름대로 그녀가 보고 싶다고 말했던 '플라베르흐만의 독특한 것' 이라고 할 수도 있을거에요
엘리의 손톱이 파고드는데, 아무래도 인간이나 고블린들이 대다수이던 세스타우와는 달리, 두꺼운 가죽과 지방질과 근육 때문에 타격이 덜한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본래 엘리의 싸움 방식은 개개 공격의 운동 에너지보다는 그 민첩함과 눈을 뜨지 못하는 맹렬함에 있기에, 하나하나가 단검같은 양 손의 다섯 손톱이 번갈아 인랑(人狼)의 목덜미를 난도질하자 늑대인간이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마구 뒤틉니다. 그리고...
쾅!!!!!!
안 그래도 천장에 거치적거릴 정도로 늑대인간의 키가 큰데, 엘리가 그 위에 올라간 상태에서 늑대인간이 위로 몸을 제끼자 천장과 엘리의 정수리가 박치기를 하고, 엘리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환상과 함께 떨어져나가고, 엘리의 발을 잡은 늑대인간이 그녀를 쾅! 쾅! 쾅! 내동댕이칩니다.
>>369 그들의 눈이 매몰당한 동료에게 향합니다. 그 몰골은, 문자 그대로 살아'만' 있다고 말할 수준이고, 백 마디 말보다도 그 몰골이 그들의 아가리를 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암허슈트의 존재는 그들이 헬렌을 바라볼 때마다 비이성적인 공포에 질리게 만들어서, 그들의 입에서 저절로 바른 말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도 그냥 명령받는 입장이야...요. 두목이 삼두구렁이를 광산으로 몰아넣었어...요. 그리고 광부들한테 이 문제를 해결해줄 용병인 것처럼 속여서 돈을 받았어...요."
이 놈들은 존댓말이, 특히 헬렌처럼 새파랗게 어린 여자한테는 어색해 보이지만, 모든 지형지물과 자연현상이 그 새파랗게 어린 여자의 뜻대로 조종되는 무시무시한 광경은 수천대의 매보다도 효율적인 예절 주입기로 기능합니다.
>>371 크론의 판단은 정확했습니다. 역참 건물은 이 시대의 여러 건물 그렇듯 역참라고 크게 써붙여주진 않았지만, 마차와 말들이 줄을 서서 올라탈 누군가만 기다리고 있는 곳이 역참이 아니라면 어디가 역참이겠습니까? 크론은 그 앞에 섭니다. 화강암질의 단단하고 큰 돌을 직육면체로 깎아 주춧돌 삼고, 그 위로도 두꺼운 나무 기둥들 사이로 붉게 구운 벽돌을 쌓아올려 축조한 역참이 들어옵니다. 역참의 커다란 문을 지키는 두 경비병의 머리 위에는 마도제국의 문양과 이 지역을 다스리는 귀족의 인장이 각각 새겨진 깃발이 휘날리며 이곳을 들어오려는 이들에게, 과엿 자신에베 그럴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물론 크론에게는, 저 나부끼는 깃발이 마치 자신을 환영하는 손처럼도 보이고, 입은 옷이나 걸음걸이나 당당했기에 경비들의 제지 없이 쉽게 역참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크론은 그 안을 살펴봅니다.
>>372 아앨라나의 양해 덕분에 벅스니는 건가재포를 전부 촌장에게 넘깁니다. 가말라시엘이 중력 렌즈로 바삭바삭 말린 건가재포는 마치 나무껍질을 벗겨낸 비쩍 마른 장작처럼도 보이고, 서로 부딪치면 팅팅 소리가 사는게 꼭 장작같습니다. 촌장의 가족이 건가재포를 가는 새끼줄로 꽁꽁 싸매고, 베스니는 며칠간의 체류와 외부행 배편을 얻습니다.
그렇게 거래는 성사되었고 저희가 가진 것들은 촌장 님에게로 넘겨주었어요. 곧이어 그것들이 이리저리 손질이 되어가는 것을 엿볼수 볼 수 있었어요. 그것에서 나는 소리는 생물의 고기라기 보다는 좀 더 무기질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려왔어요
"후후훗... 그런 것 같네요~"
저는 베스니의 말에 부드럽게 웃고는 그녀의 옆에서 모습을 바라보고는 그리 말했어요. 지금 그녀가 말한 것처럼 촌장 님이 말하셨던 몇 일 후 맞이하게 될 배에 오르게 된다면 비로소 검은 숲에서의 여정은 마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아직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꽤나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렇게 그녀와 저는, 결과에 제대로 도달할때 까지는 어떻게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생각나는 것 정도로는 이렇게 어촌까지 와서 날을 보내기로 하게 된다면... 좀 더 이리저리 둘러보는 것도 좋을거에요. 약간 산책 같은 느낌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동굴을 무너뜨릴 것, 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턱, 헬렌의 어깨에 손이 얹히고 헬렌은 반사적으로 뒤를 바라봅니다. 아까 전에, 베르누 수색대인지 뭔지에 입단한답시고 헬렌의 돈자루를 훔쳤다가 보기 좋게 실패한 그 수인 소녀입니다. 그녀의 귀에 달린 고양이귀가 쫑긋거리는데... 암허슈트는 그녀를 보고는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더 깊은 동굴 안쪽을 노려봅니다.
'안쪽의 마법사, 분명 그냥 마법사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반(半) 정령 마법을 연구한 모양이군요. 제아무리 기척을 잘 지워도, 신화 속의 인물이 아닌 이상에야 제가 아가씨의 뒤에서 누가 오는데도 경고를 못할 정도로 교란당할 리가 없는데...'
암허슈트가 그렇게 말하니, 암허슈트가 만들어낸 정령적인 소름이 아닌 자연산(?) 소름이 헬렌의 등골에 쫙 돋습니다. 하지만 그럴 새도 없이, 그 수인 소녀가 단검을 꺼내더니 헬렌에게 이야기합니다.
"보니까 상당히 강한 것 같던데,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려는 걸 보니까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 중에 골치아픈 놈이 있나 보네요. 이야기해보세요. 제가 처리할 수 있을지 볼게요."
>>379 엘리가 80년을 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팔이 잘리는 것보다도 손톱이 찍히는 게 훨씬 아프다는 것이고, 누군가를 움찔하게 만들려면 굳이 팔을 자를 필요도 없이 손톱 같은 부분만 어떻게 찍어도 된다는 겁니다. 엘리는 양 손으로 인랑(人狼)의 손가락 중 하나를 꽉 잡고, 손톱을 길게 뻗어 꽉 찔러버리고, 살가죽과 지방이 덮기에는 너무 얇고 세밀한 손가락에 갑자기 격통이 다가오자 인랑이 엘리를 놓칩니다. 그리고 엘리는 동굴 밖으로 나가는데...
치이이이익....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그녀는 이럴 때마다 뱀파이어라는 자신의 혈통이 끔찍하게 저주스러워집니다. 노새는 도망을 쳤는지 챙기질 못했는지 보이지가 않고, 소는 묶여서 오도가도 못하고 벌벌 떨면서 오줌을 싸고 있군요. 햇빛이 마치 수천근의 족쇄가 되어 그녀의 몸을 묶어버린 것 같은데, 엘리는 어떻게든 그 소에게 다가가서 피를 빨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때 뒤에서 두두두두, 하며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나고, 엘리는 그게 늑대인간임을 알아차립니다. 햇빛 아래에서 모든 것이 약해진 상태에서, 늑대인간이 온다면 이건 확실한 죽음이지만...
쌔애애애액!!!! 퍽!
"캥!"
엘리의 귓전을 스친 여러발의 화살, 늑대인간의 비명. 햇빛에 타는 것 같은 눈알로 어떻게든 앞을 바라보면, 엘리의 소달구지와는 다르게 검게 칠한 고딕 양식의 달리는 작은 저택 같은 마차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말들은 각자의 몸에 맞지만 기이한 빛을 더하는 검은 마갑을 쓰고 달려오고, 마부의 옆에 앉은 누군가는 여러발의 화살을 연거푸 쏴서 늑대인간을 다시 동굴로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마차는 엘리 앞에 멈추더니, 마부석에 앉아있던 여자가 소 쪽으로 기어가는 엘리를 흘깃 보다가, 무시하고는 마차를 두들깁니다.
"엘레네 아가씨! 사냥감을 동굴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 화살을 쏘던 남자가 마차에서 내리는 남자와 함께 두꺼워서 햇빛을 가리는 천을 펼쳐 마차 문앞을 가리고, 마차 문이 열리자 눈가에 안대를 써서 가리고 검은 옷을 치렁치렁하게 입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귀족 여성이 내립니다. 그녀는 엘리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동굴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갑니다.
베스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좀 무서울 법도 합니다. 아앨라나가 발견했을 때부터만 해도 뼈가 부러져서 피부를 찢고 나오는 끔찍한 개방성 골절 상태에서 죽어가고 있었고, 불곰을 만나질 않나, 숲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환각버섯들 사이를 떠돌지를 않나, 사람보다 더 큰 식인가재 떼를 만나지를 않나. 여태까지는 검은 숲ㅇ에 대한 모험정신이 그녀를 지탱했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있다 생각하니 자기 목숨은 두개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도 새삼스레 깨달은 듯합니다.
@@>>389 헬렌은 소녀가 타톤을 뛰어넘어 적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그 용기에 감탄했다. 나보고 저기 들어가라고 한다면 절대 못들어갔을 거야. 물론 정령사가 전방에서 적들과 맞서는 건 마법사가 완드로 적을 패는 것과 비슷할테다. 소녀가 타톤 사이를 지나가려다 실패하는 모습은 꽤 귀여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명소리, 그리고 끔찍한 소리들이 들린 뒤 정령들이 경련을 멈추고 암허슈트가 성공을 알려왔다. 와, 대단하잖아.
‘흙의 정령아. 고양이 수인 소녀를 제외한 앞의 적들의 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흙으로 묻어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만! 다치거나 부러지지는 않게! 동굴이 무너지지 않게 조심하고!’
>>390 엘리가 닭을 한 마리 해치우는 동안 안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대부분은 짐승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쾅! 쾅! 쾅! 하며 동굴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닭장에서 닭 한마리를 붙잡아서, 밤과는 다르게 정말로 약해져서 낑낑대면서 박히지도 않는 송곳니를 억지로 꽂아서 닭피를 빨아먹는 몰골을 보고, 그 소녀를 데려온 여자와 남자가 혀를 차더니 엘리를 양쪽에서 부축합니다. 그리고는 엘리를 단박에 알아보는군요.
"엘리자베스 아가씨. 태양을 극복하네,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바깥을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류드밀라 아가씨께서 싸우고 계신데 도우셔야죠. 빨리 들어가시죠."
류드밀라 바토리 이뮈르스,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와 다섯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언니이자... 두 번 죽어 세 번 살아 돌아온 일족의 집행자. 햇빛이 워낙에 뜨거워서 정신이 없던 나머지, 엘리는 자기 언니가 이단심문관에게 한쪽 눈을 잃고 마녀들을 사냥하면서 나머지 한쪽 눈을 잃은 다음, 불태워져 사라졌는데 시력을 대가로 다시 살아 돌아왔음을 이제야 기억해냅니다. 엘리는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류드밀라, 엘리의 언니가 양 손으로 인랑의 양 앞발을 붙잡은 채 힘싸움을 하는 것을 봅니다.
광산의 깊은 동굴 속에서 흙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천장에서 엄청나게 많은 흙가루가 쏟아져나옵니다. 헬렌은 본능적으로 암허슈트를 쳐다보지만, 그도 별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괜찮을 겁니다... 아마. 하지만 박쥐의 정령 배시가 이끄는 박쥐들은 생존 본능이 정령의 통제력을 끝내 이겨버린 탓에 바깥으로 급격히 날아가기 시작하면서, 배시는 반강제로 자리를 이탈하며 전투에서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게 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동굴이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알아서 자랄 타톤들이 남아서 헬렌의 앞을 막는데...
"으아아아아!!"
"공격!!!"
어째 정령술이 잘 통하는 눈치가 아닙니다. 그때, 백과사전의 정령이 또 나섭니다.
'정령술의 기초 5장: 하급 정령은 역설적으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하급인 이유를 가진 정령들이다.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온갖 파멸적인 결과를 이끌지만, 구체적인 지시는 잘 이해하지 못해 답답한 결과를 만들거나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한 것이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령사가 정령 그 자체와 잠시 동화하는 정령화를 깨치거나, 또는 정령이 담당하는 속성이나 원소의 상위 개념을 담당하는 상급의 정령을 찾거나, 임의로 정령의 격을 승격시켜야 한다...'
암허슈트는 그 말을 끊고 시를 읊습니다.
'하늘의 거대한 구름도 흔들리고, 내 가족의 가족도 머무를 땅마저 흔들리는 이 세상에서, 내 어찌 아니 흔들리리.'
그러자 엄청나게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헬렌은 어떻게든 균형을 잡는데, 안쪽에서는 비명 소리와 함께 남자들이 살려달라고 공황에 빠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흙의 정령이 발을 묶지는 못하지만, 정령술을 쓰는 과정에서 지반이 흔들려서 패닉을 유발한 것 같습니다. 아마 나머지는 타톤들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요? 학살극이 되겠지만.
헬렌은 이번엔 지시가 너무 복잡해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고양이 소녀에게는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했으면서! 차라리 배시를 이용해 공격하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자책한다.
‘배시, 고마웠어.’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배시를 보내고는 암허슈트의 도움으로 지진을 견뎠다. 하..... 어쩌면 좋을까. 학살 만큼은 막고 싶은데. 이들이 그렇게 죽일 만큼 잘못했나 한다면 그것도 아닐테다. 아니면 아직까지는 자신의 마음가짐이 무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 전투를 끝내긴 해야 할터인데..... 결국 부름에 응답했던 중급 정령 중에 하나를 다시 부르기로 한다.
‘수사닌, 도와주세요. 저 적들을 기절시키려고 하는데, 광석을 좀 떨어뜨려줄래요? 고양이 수인 소녀가 맞지 않게 그 주변을 피해서 부탁드려요.’
돌 맞고 기절.......하다가 죽을수도 있겠지만 아 모르겠다... 나름 조절하는 거라고...... 헬렌은 눈물을 머금는다.
"그럴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그것은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해 되어야 할까~ 하고 알아보기 위한 느낌에 닿고자 하는 것에 비슷해요"
산책에 대해서 그녀가 저와 같은 생각을 했었는지 아니였는지 모르겠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그녀의 말에 어느정도 수긍하면서도 저는 그렇게 말했어요. 저 역시 같이 겪은 것이지만 그녀가 숲에서 한 경험들은 겁먹기에는 충분한 것들이였어요. 저에게도 그러한 것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익숙함이란 이름의 보호구와 마법이라는 무기가 있었기에 괜찮을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였을 것이니까요
이 산책이라는 것도 그 자체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어떤 과정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다른 때에 산책 자체를 원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생각이나 계기를 확인하고 정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니까요
"후후훗... 어떠려나요? 그럼, 저에게 무엇을 주시겠어요?"
저는 그녀의 새로운 부탁에 상체를 앞으로 조금 숙이고 올려다보며 장난스러운 태도로 말했어요. 지금 이렇게 말해 보았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무언가를 저에게 주지 않아도 그녀에게 도움이 정말로 필요할 것 같다면 도움을 줄 수도 있을거에요. 그녀와의 첫 만남처럼 구하는데 무언가를 요구하지는 않았던 것처럼요
수사닌은 그렇게 말하고는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무래도 철광과 석탄 등을 관장하는 수사닌이라는 중급 정령은, 어찌 보면 흙의 정령의 상위급이라 볼 수 있습니다. 흙의 정령 같이 하급에겐 너무 어려울 명령도 그 취지를 눈치껏 이해한 그는,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쿵쿵거리는 소리가 점점 심해지더니, 째질 것 같던 적들의 비명소리도 어느새 멎어버립니다. 두두두두두... 하던 진동이 다시 멎고 나면, 수사닌이 헬렌에게 다가오더니 턱짓으로 이야기합니다.
베스니는 자기가 뭘 줄 수 있나 생각해봅니다. 자기 옷가지? 그렇게 되면 베스니는 집에 돌아갈 때까지 사실상 반나체로 돌아다니는 인간의 존엄을 붕괴시키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며, 결정적으로 아앨라나가 베스니의 옷을 원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아무리 검은 숲에서의 생활이 물자가 부족하다지만, 남의 옷까지 벗겨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돈? 베스니는 여기 오느라고 돈을 다 썼습니다. 결국 남는 건 공수표뿐입니다.
저의 그 말에 그녀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의 대답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요. 얼마후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저번처럼 무언가를 주겠다는 것과 비슷했어요. 그때의 것은 그녀가 직접 말한 것이니 선물이라 칭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요구나 보상이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그녀에게서 꼭 댓가를 받고 하려는 것도 아니였으니까요. 무언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 할 수 있겠네요
"그래요, 무언가 확신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할만 것은 없어요.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주는 것 있다면 돌아오는 것도 있을거에요. 혹시 알겠나요? 언젠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요..."
그 때 가말라시엘 님이 그리 말하셨고 그 말에는 저도 수긍하기에 부정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그것이 다른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이라 생각하였던 저는 그렇게 대답해보았어요
"헤에~, 그런가요? 후후훗..."
"전부 도와드릴 수는 없겠지만 당분간은 좀 더 함께 해드릴게요"
그래서 가말라시엘 님의 말도 있으니 저는 그리 애메하게 말하는 것으로 다른 여지를 두는 것으로서 이번에도 조금 장난스러운 태도로 그렇게 말해주었어요
>>400 동굴로 던져지듯 들어가자마자, 엘리의 몸 상태는 갑자기 폭발적으로 좋아집니다. 순식간에 지옥과 천국을 모두 맛본 그녀의 몸은 이제 천국의 복락을 누리면서 인랑의 옆구리에 통렬한 발길질을 날립니다. 세스타우 때처럼, 때리는 사람이나 맞는 사람이나 신경쓰지 않는 뱀파이어이기에 가능한 속도의 공격이 작렬하자, 늑대인간의 갈비뼈와 엘리의 발목이 함께 부러지면서 인랑은 힘을 잃고 넘어집니다.
"캬아악!"
그러자 류드밀라, 엘리의 언니가 상대를 넘어뜨려 덮치고, 양 손을 맞잡아 주먹을 만들어 망치처럼 뭉치더니 그대로 늑대인간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처음 몇 번의 강타는 버티던 머리는 주둥이가 점점 평평해지더니 결국 못 견디고 수박처럼 터져버리고, 램프를 들고 들어온 하인들이 그녀의 손을 닦을 수건을 가져와서 바칩니다. 류드밀라는 손을 닦고, 하인들이 늑대인간의 시체에 끌을 꽂아 당기는 동안... 반갑다는 말도 없이, 일족의 집행자 류드밀라 바토리 이뮈르스는 동굴 안의 혈향 속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냄새를 잡아내고 대뜸 묻습니다.
>>399 헬렌은 동굴 안으로 진입합니다. 비록 헬렌이 광부나 농부 같은 평민들에 대면 손에 흙, 물 안 묻히고 곱게 자란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향후 백작가를 이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광업도 좀 배웠고, 그녀의 눈으로 볼 때 단순히 유용 광물의 비중이 높은 정도를 넘어 이렇게 대놓고 '나 석탄이요' '나 철이요' 하며 광물이 알알이 박히거나 대놓고 차지한 것들은 최상급품입니다. 헬렌이 이 동굴을 무너뜨렸다면...
'아가씨, 앞에서 달려옵니다.'
...이란 상념에 빠질새도 없이, 헬렌은 등골에 쭉 뻗는 소름에 순간 뒤로 물러나고 그 한 발짝이, 목에 닿으려던 칼로부터 헬렌을 살려냅니다. 그 칼의 주인은 고양이 수인 소녀로, 그녀의 눈은 째질 듯 날카롭고 꼬리는 터진 듯 부풀었습니다. 그녀는 헬렌을 죽일듯 노려보면서 외칩니다.
"당신, 일부러 그랬지!!! 내가 당신 돈 훔쳤으니 싫을 법한건 이해하지만, 이럴 거면 그냥 꺼지라고 말하던가!!!"
머리에는 흙먼지가, 온 몸에는 석탄검댕이 가득합니다. 옆에 선 수사닌이 난처함을 숨기지 못하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녀가 어촌의 일을 돕게되는 것을 지켜보았어요. 그녀가 하게된 일들은 여지없이 고된 일이겠지만 그녀가 외치는 것처럼 심각한 일은 아닐 거에요. 정말로 그렇다면 그녀도 주변 분들도 멈추고 상태를 살펴보았을 거에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큰 짐을 이고서도 지금까지의 역경에서 지금의 위치를 당당히 지켜냈으니까요
그녀도 다른 분들도 이때의 고생으로서 보답으로 전체의 생황을 좀 더 좋게 하고 연장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을거에요. 생물들에게 먹을 식량이 필요한 것처럼, 어촌에는 성장과 유지를 위해서 자재가 필요할 거에요
"저에게만 주어질 일인가요? 우선 무엇에 대한 것인지 설명을 들어보아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면서 그리 생각하고 있었던 때에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제가 뒤돌아 보았을때 그 목소리의 주인은 촌장 님과 넬루 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였던 소녀이였어요. 이 어촌에서 저에게만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에 약간의 관심을 표하며 그리 대답했어요. 아마도, 제가 가진 능력에 관련되어 있다고 예상해볼 수 있을거에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이겠지요?
>>347 눈 앞의 노인의 말을 들은 누누코는 잠시 갈등했다. 과연 이런 미덥지 못한 인간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선뜻 넘겨도 좋을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었다. 그것은 곧 부족과 동료들을 배신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떠올렸다. 누누코는 잠시 뒤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이야기해 나가기 시작한다...
// 누누코네 부족 이름은 '신성한 들판'. 신성한 들판은 지역명 같은 것이 아니고, 정확히는 그들이 모시고 있는 신수와 연관이 깊다. 신성한 들판이 모시는 성물은 '붉은 잎 신수, 오르달리아' 라는 고목인데 일찍이 그들의 영웅이었던 '오르달리아'. 전사한 그녀의 유해를 시든 나무 아래에 묻자 그녀의 의지를 양분삼은듯 나무가 붉은 잎으로 개화하게 된 것이다. 신성한 들판은 다들 이런 나무에 모여 부족을 이룬다. 이러한 전설은 신성한 들판의 동족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져왔지만, 사실은 '오르달리아' 가 이 전설의 시작점인 것이 아니며 유일한 것도 아니다. 수인족의 역사는 항상 인간들의 습격, 그리고 충돌과 싸움으로 계속 되어왔고, 격동의 시기를 보내며 인간과는 달리 그들 대부분은 숲에 남아 모습을 감추고 자신들만의 문화와 땅을 개척했다. 즉, 이러한 과정에서 신격화 된 영웅의 유해가 묻힌 곳, '신수' 가 있는 곳이 곧 그들의 고향이자, 그 영웅의 의지를 잇고자 하는 수인들이 모인 곳이 '신성한 들판' 이 되는 것이다. 누누코는 이것을 자신의 스승이 되는 존재이자, 또 다른 토끼 수인 전사 '얼어붙는 피네' 에게서 배움받았으며 이러한 전설들의 기원과 수인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이해해가면서 현재의 '신성한 들판' 을 수호하는 전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직원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크론을 가리킵니다. 직원은 어느 관료 조직의 어느 관료가 그렇듯, 눈 앞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크론을 위해 마차를 잡아주는 일입니다. 묻는 말에 대답이요? 그의 담당업무에 그런 건 없습니다. 직원은 크론에게 말합니다.
"아카데미로 가는 연락마차는 100은화에 빌리실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도와드릴까요?"
그리고 실랑이를 벌이던 사내가 이 소란의 원인을 설명하는군요. 어째 희망이 엿보이는 말투입니다.
"입학생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저는 해머할 마검학 교수님의 검술조수 잭 리거입니다. 잠시 이웃 왕국의 고향에 휴가를 갔다오는 길에 아카데미 직원증을 잃었는데, 그것 하나 때문에 마차를 무료로 못 내준다지 뭡니까!"
>>412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제멜바이스의 희끗한 눈섭이 꿈틀거리더니, 두꺼운 책자와 서류더미 사이에서 무언가 찾습니다. 누누코가 부족 출신이라는 게 그녀가 글도 못 읽는 까막눈이란 뜻은 아니기에, 그녀는 제멜바이스가 읽고 있는 전단지에 '로데스 대농장주 노예에게 피살' 이라 적힌 것을 똑똑히 읽습니다.
"다른 부족들 내버려두고 여길 공격했다길래 이런 상병신들이 있나 했더니만, 그 상병신들이 공격한 곳이 자네 부족이었군. 뭐, 인간이 꼭 계산적으로 사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내 싸구려 유감이나 슬픔이 자네 부족원들을 되돌려보내진 않을 테니, 본론이나 말하겠네. 누누코, 만약에..."
제멜바이스는 책상에 칼과 밧줄을 올립니다. 그리고 누누코에게 묻는군요.
"우리 정보력도 한계가 있고, 누군가한테 한번에 너무 많은 걸 알려주면 정보원이 노출될 수 있어. 그래서 한번에 하나씩 묻지. 먼저 피의 복수를 원하나, 아니면 동료를 구출하길 원하나?"
엘리가 뭐라 말하자마자 류드밀라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퍼지고, 늑대인간을 바깥으로 끌어내려던 두 사람은 늑대인간을 끌던 끌을 땅에 내팽개친 채로 동굴 깊숙이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조금 있자, 아까 전에 동굴 안으로 뿔뿔이 도망쳤던 농부 부부와 아이들이 사색이 된 채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줄줄이 서서 나오고, 그 뒤에는 류드밀라의 부하들이 석궁을 들어 그들의 뒤통수에 조준한 채로 따라나오고 있습니다. 농부 부부는 짓이겨진 늑대인간의 머리통과, 아직 덜 닦은 피가 선한 류드밀라의 손을 보고 누가 이 모든 짓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를 깨닫고, 사색이 되다 못해 얼굴이 마치 회칠한 것마냥 하얘집니다. 류드밀라는 그들의 냄새를 맡다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명령합니다.
"오늘 죽일 놈년은 이 늑대인간, 그리고 내 앞에 이 년 하나면 충분해. 거기 농부들. 이 동굴 내일 아침까지만 좀 쓸 테니까 있어봐."
"알겠습니다."
류드밀라의 명령에 부하들이 석궁을 거두고, 농부 가족도 귀는 달려있는 만큼 쏜살같이 튀어 나갑니다. 그리고 부하들도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동굴 바깥으로 나가고, 류드밀라는 뚜둑, 뚜두둑, 손을 풀면서 땅을 더듬고, 끌... 끌... 하는 소리를 내면서 반사되는 파동으로 엘리의 위치를 대충 알아내더니 그녀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물론 좋은 의도는 아닌 게 손목에 느껴지는 끔찍한 손아귀 힘으로 느껴집니다. 인간 중에서도 좀 약한 축에 속하는 인간이면 당장 손목이 부러지거나 뽑혔을 수준의 악력입니다. 류드밀라의 목소리가 험악해지면서, 루마족 점쟁이가 말했던 대로,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를 설명해줍니다.
"가주님 저택 앞으로 '이단심문 공로답례' 라는 이름에, 발신인은 이단심문소인 관짝 하나가 왔어. 관짝을 까보니까 피 빨아달라는 미친년 하나가 들어있더라? 그거 때문에 이단심문소에서 지금 일족을 엎어버리려는 거냐,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난리가 났고, 좀 알아보니까 네가 세스타우에서 뭐 했던 그거 때문이더라고. 그러니까... 이야기 듣기 전에, 내가 널 당장 반쯤 찢어서 영지로 데려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봐."
직원이 마차 수속을 차리하고 있지만 아마 시간이 걸릴 겁니다. 잭 리거, 아직까지는 '조교'를 자칭하는 이 남자는 자신의 실력은 잠깐이면 보여줄 수 있다면서 바깥으로 크론을 데리고 나가더니, 대뜸 역참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 두 명에게 은화가 든 자루를 확 던져서 가슴팍에 치이게 만듭니다. 경비병들은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지는데, 잭 리거는 오히려 당당합니다.
"이봐, 어차피 거지 발싸개 새끼들은 저 바깥 경비들이 다 때려잡고 있겠다, 솔직히 심심하지 않아? 나랑 한 판 하자고. 검술 대련, 2:1. 만약에 날 이기면 이 자루에 든 50은화를 전부 주지."
"...만약 지면 어떻게 되는데?"
"지면 지는 거지. 나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내 실력이 사기가 아니란 걸 증명해야 해서 말이지."
그렇단 말인가... 경비병들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대뜸 칼을 들어 달려드립니다. 칼을 뽑지도 않았던 잭은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달려든 이의 칼을 몸을 왼쪽으로 살짝 틀어 피하고, 두번째로 횡으로 베려는 칼을 처음 달려든 이의 팔을 팍 내리쳐 간섭하게 만들어 부딪치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칼을 꺼내드는데, 몇 합 만에 경비 한 명은 검에 달린 폼멜로 여러 방 맞아 나가떨어지고, 나머지 한 명은 몇 번이나 목과 가슴, 고간 등 실전에서라면 무조건 죽을 약점 부위 근처에 수십번이나 칼이 들어오는 경험을 한 후 인정합니다.
@@ >>417 책상 위에 밧줄과 짧은 칼날이 올라온다. 누누코는 마치 그것에 이끌리듯 손을 뻗어서 칼날을 매만졌다. 둘 다.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대답일 것이다. 그러나 누누코의 몸은 하나였고, 시간도 그랬다. 달과 하늘도 하나였다. 누누코는 말한다.
"누누코는 전사다." "싸우고 죽으면 그걸로 좋아. 그걸 위한 목숨이다." "하지만 신성한 들판에는 전사가 아닌 부족들도 있어." 누누코는 칼날을 자신의 눈 가까이로 들어올렸다. 때가 탄 칼날로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어 보였다. 마치 야생으로 돌아간듯한 야수 하나. 그것은 인간들에게 둘러싸여 말이 걸려지고 있었다. 우스운 모습이었다.
"그들이 이런 일을 겪어서 좋은 일 같은 건 없을테다." 칼을 제자리에 내려놓는다. 다시 나란히 자리를 잡은 밧줄과 단검. 누누코는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