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0 "이상한 인간." 요한의 말에 마치 코웃음치듯하는 그런 단편적인 감상을 내놓을 뿐.
"누누코는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이 없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 없고." 보팔토끼라면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본능에 의한 살의를, 살육에 최적화 된 몸에 태우고 살아간다. 그리고 상처 입하고 상처 받으며 죽어간다. 적의를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런 굴레에서 누누코를 기꺼이 꺼내준 것이 부락이었다. 누누코는 처음에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이제 막 이해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침입자' 들의 등장에 의해 그것은 빠르게 끝이 났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가르칠 여유같은 것은 가질 새가 없었던 것이다. 이어져서 지금도, 사색에 잠겨있을 여유같은 건 없었다. 어느새 변한 주위의 풍경은 도시의 중앙과는 다르게 바깥에서 봤던 작은마을처럼 누추하고 초라한 곳이었다. 그런 곳에 요한의 마차가 멈추고 그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어차피 인간일 뿐인 요한의 말은, 모조리 누누코에게 있어서 전부 이해하기 어렵거나 쉽게 동의하기 힘든 것들이었지만, 적어도 이해가 일치할만한 구석은 한 가지 있었다.
"누누코의 일을 하라는 거네." 그녀가 사냥을 위해 태어났다는 것. 누누코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자 후드 아래로 진홍색 눈동자가 은은히 빛났다.
@@ >>322 그리고 그 순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누코의 몸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눈 앞의 남자에게 주먹을 내뻗는다. 말이 좋아 '주먹을 내뻗는' 것이었지, 주변인이 누누코가 움직였음을 인지했을 때에는 이미 그 남자는 바닥으로 천천히 낙하하고 있을 때였다. 범인이 육안으로 쫓기 힘든 움직임이었다. 이제보니 그는 목이 위험한 각도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고보면 아주 찰나에 '우득' 거리는 소리가 난 것도 같았다... 순식간에 사람 하나를 쓰러트린 장본인인 누누코는, 태연히 깜빡이는 눈으로 맥없이 쓰러진 눈 앞의 인간과 자신의 주먹을 번갈아 보더니 조용히 말한다.
"미안하군." 그러나 그 사과는 이곳에 있는 주민들에게 아닌, 동행자인 요한에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가요? 제가 전해듣기로는 옛날에는 비슷한 것이 있었다고해요. 그리고... 이곳의 분들이 지금에도 그토록 다른 이들을 싫어하고 억압하려 했다면 제가 먼저 제안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그리고 아마도 제 생각에는 메기나 가재는 아닐 거에요"
"이렇기 때문에, 저희가 그들의 근처를 돌아다닐 지라도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에요. 그러니 그 점에 대해서 만큼은 좋은 것이겠지요?"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는 제가 알고 있는 한도내의 사실을 말해보았어요. 그녀가 기대했던 것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들이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유지하는 것을 택했다면 저는 이곳을 먼저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이에요. 다른 이들을 적대하는 그들을 굳이 자극하여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을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이렇게 바뀌었고 그렇다는 것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교류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공존하려는 성향이 없었다면 바깥 마을과 무역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그 당시에는 좀 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었기에 이유로 어쩔수 없이 그런 행동들이 이어졌지만 지금은 그것에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몰라요
"안녕하세요, 이전에 방문했던 것에서 꽤나 되었지요? 이 쪽 분은 숲에서 사고을 당하고 고립되어 있었던, 우연히 만나뵈어 지금은 제안을 받아서 함께하고 있어요"
얼마후 저희는 어촌의 경계면이라고 할 수 있을 , 목책들을 보았고 거기에 그 주민인 소녀가 저를 알아보듯이 저도 소녀의 그 모습 만큼은 알아보고 있지만 많이 아는 것은 아니였어요. 소녀의 경계심이 담긴 질문에 저는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려 정중한 태도를 갖추며 상체를 가볍게 앞으로 한번 숙이고는 이후에 베스니를 향하여 양손으로 손바닥이 보이도록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어요
다른 모든 이들처럼 말을 잃은 요한은 그 사람의 맥박을 재봅니다. 그리고는 휘유! 하고 안도하는군요. 안도하는 논리를 들어보니 병신이 된 거지 죽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뭐, 목이 꺾인 전신불수 환자 노릇도 일단은 의학적으로 살아는 있어야 가능한 거긴 합니다만 그 설명을 그 동료들이 들어줄지는 의문이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야, 이 새끼들 담ㄱ..."
퍽! 현상금 도둑 때처럼 벌린 아가리에 석궁을 정확히 쏘아 맞추는 기예를 선보이며 한 경비의 말을 끊은 요한이, 이 상황에 과연 적절한가 궁금해지는 사람 좋은 미소로 설명합니다.
"모든 계획은 항상 실행 전까지만 완벽하죠. 그래서 우리가 플랜 B를 두는 거구요. 이번에는 개싸움이 되겠군요."
@@ >>326 "누누코는 플랜 B 얘기는 듣지 못했―" 도중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공격에 누누코는 말을 채 마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상대의 공격이 명중한 것도 아니었다. 우연은 아니었다. 여기에 있는것은, 귀로 상대의 심장 고동을 들으며 눈으로 근육의 움직임을 쫓고, 이빨과 손톱으로 먹이사슬 정점에 선 포식자의 목을 물어 뜯는 보팔토끼. 그에 비해 누누코에겐 그들은 겨우 두 발 달렸을 뿐인 짐승들일 뿐이었다.
"그럼 이제 힘 조절은 필요 없는거겠지? 요한." 누누코가 줄지은 톱날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물었다. 눈으로는 자연스럽게 그들을 탐색하며, 가장 먼저 희생자로 삼을 인간을 고르고 있었다.
>>327 누누코는 가슴이 차가워지면서, 동시에 뜨거워지는 이중적인 느낌에 하아아... 숨을 내쉽니다. 이 느낌은 잘 알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누군가를 죽일 각오를 하고 싸울 때의 그 느낌입니다. 누누코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들을 마구 짓쳐냅니다. 정수리에 주먹을 꽂아 박살내고, 칼을 휘두르는 이를 보고는 칼을 뺏어 그대로 목, 간, 폐에 칼자국을 내 줍니다. 시체 두 구 치울 줄 알았던 이들은 어느새 전부 시체가 되어버리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비명을 지르면서 자신이 지키던 판잣집 문 쪽으로 기어가려 하지만, 요한은 그 사람의 양 눈구멍에 각각 검지와 중지를 파넣어 머리를 위로 제끼고는 그 적의 허리춤에 있던 칼을 뽑아 그어버립니다.
푸슉!
그리고는 누누코가 방금 정수리를 터뜨려버린 한 남자의 손에 들린 장도리를 뺏어든 요한은, 판잣집 문을 두들깁니다.
"제멜바이스! 나의 친애하는 위생학자! 열 문이 남아있을 때 어서 이 문 여는 게 좋을 겁니다!"
@@ >>333 '검과 엄니로 길을 연다. 알기 쉬워서 좋군.' 싸움은 순식간에 결판이 났다. 사실 싸움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휘두른 폭력에 멋대로 쓸려나갔을 뿐인 그림이었다.
"..." 주변을 차가운 시선으로 훑고, 적이 더이상 남지 않음을 확인한 그녀는 뺨에 튄 피들을 손목으로 닦아내며 자세를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격해진 움직임에 어느새인가 후드가 뒤로 젖혀져 있었다. 보팔토끼 수인의 자랑인 길게 솟은 귀와, 하나는 그렇지 못한 붕대 감긴 귀였다. 누누코는 다시 후드를 뒤집어 써 그것을 감추며 빗장 풀린 문으로 다가갔다.
이라 말하고, 장님은 지팡이로 바닥을 탁탁 치며 돌아 나갑니다. 엘리는 이제 침대 위에 누워서 편히 두 다리 뻗고 해가 질 때까지 쉬려고 합니다. 역시 바깥에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쉴 때는 쉬어줘야 합니다. 특히 대낮에는요. 제아무리 천옷으로 몸을 싸매도 대낮에 돌아다닌다? 인간 아니면 미친놈이나 할 짓이죠. 엘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 잠 열심히 자려는데... 갑자기 동굴 입구 쪽에서 비명이 들려옵니다.
"제기랄, 빨리 들어와! 빨리 들어오라고!"
"여보! 우리 노새는..."
"지금 노새가 중요해?! 제기랄!"
갑자기 뭔 난리인가 싶어서 일어나보니, 한 부부가 아이들을 끌고 들어와서는 엘리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뜸 묻는군요.
>>334 문이 열리면, 침침한 촛불에 의지해 온 방을 밝히고 있는 한 노인이 나타납니다. 노인의 주름진 눈가에는 의심과 냉소가 가득해보이고, 그 의심과 냉소는 처음에는 요한을 향했다가 그 다음에는 누누코를 향하는군요. 누누코는 다른 사람들을 보는데 달리 그리 중요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쫄아 있거나 뒤로 물러났는데 이 사람만 테이블에 앉아 두 사람을 당당히 맞고 있으니, 아마 이 사람이 정보상 '제멜바이스'겠지요. 제멜바이스는 누누코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더니 요한에게 말합니다.
"석탄산수를 쓰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또 독한 술로 소독을 했나 보군. 돌팔이."
"있는 대로 하는 거죠. 그리고 덕분에 이 친구는 당신의 그... 봉급 값을 하는지 의문인 어깨들을 때려눕힐 때까지 살아있었고요."
요한은 누누코와 함께 테이블에 앉고, 제멜바이스는 아까 전에 누누코를 개무시하던 이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누누코의 눈을 똑바로 보고 그녀에게 질문합니다.
"그래. 내가 이 지역의 정보상 겸 전직 위생학자 제멜바이스다. 무슨 문제인지 이야기해주고, 얼마까지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하면, 내가 네 상황에 딱 맞는 정보를 주곤 하지."
"이건 믿어도 됩니다. 제멜바이스가 노인네 될 때까지 정보상들이 수십명이 있었는데, 이 사람하고 다른 몇 명만 남은 건 사실 이 직업윤리를 똑바로 지키는 게 제멜바이스밖에 없어서 그랬거든요."
제멜바이스는 지긋이 요한을 노려보고, 요한은 입을 닫습니다. 여전히 웃고 있지만요. 요한은 누누코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옆으로 슬쩍 빠집니다. 제멜바이스는 누누코에게 묻는군요.
건장한 농부가 쇠스랑을 들고 엘리 앞에서 휙휙 내지르고 찌르며 위협하지만, 아내는 엘리를 바라봅니다. 붉은색 계통의 활동성을 극히 강조한 늘씬한 옷에, 흰 머리칼과 그 신비함에 어우러지는 얼굴을 본뜬 가면. 그 가면의 눈구멍너머에 숨은 붉은 눈동자... 이 세상에 제아무리 특이하게 생긴 이들이 많다지만 엘리의 기운은 뭔가 다른지, 아내가 엘리를 보고 말합니다.
"바깥에 뭔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고요?"
뭐, 엘리도 귀 달려있습니다. 대충 늑대들이 컹컹 짖는 소리가... 잠깐, 내 소!!! 내 닭!!!!
@@ >>338 누누코는 자리에 앉는다. 방 안에 가득 들어찬 먼지의 곰팡내, 그리고 인간들의 쉰내와 촛불 특유의 타들어가는 밀랍의 향이 뒤섞이며 범인보다 예민할터인 누누코의 코를 찔러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에선 몸 전체의 상처에 배어있는 술의 냄새가 그나마 나은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조용히 이곳의 주인, 제멜바이스를 그저 보고 있었을 뿐으로- 자신에게 기회가 돌아왔을 때 이렇게 말한다.
"누누코의 동족들을 찾고싶어." 그것은 누누코가 지금 이자리에 있는 이유.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대답이자, 모든 것이 함축된 의미의 요구였다. 그녀는 손 안의 묵직한 탈러 주머니를 무심하게 테이블 위에 툭 얹어놓고서는, 별안간 자신의 어깨에 손을 가져가 옷을 내려재끼고 몸을 가볍게 튼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선명한 노예의 낙인이었다.
"그리고 몇몇 인간들도." 그 목소리는 평탄하기 그지 없었지만, 한 편으로는 마치 포식자의 으르렁거림과 같았다.
저는 소녀의 반응에 살며시 눈웃음을 한번 지어보이고는 그리 말했어요. 이후에 이어지는 반응으로 본다면 다행스럽게도 저의 소개는 충분했던 것 같아요. 그리하여 정식으로 호수의 어촌, 플라베르흐 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저희에게 열린 거에요
"저와 앨리스 님을 그렇게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느끼시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시도 해보겠어요"
저는 스스로를 넬루 로서 칭하는 소녀의 대답에 이번에도 상체를 한번 앞으로 고개 숙이며 감사를 표하고는 그리 말했어요. 마녀 님의 제자이며 거둬져 그 아래서 자라난 아이로서, 그들이 저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저에게도 걸맞게 지켜야 할 것이 있겠지요. 그러니 앞으로도 크게 어긋나는 일 없이 할 수 있기를 바래요
"그렇다면 그녀의 잘못은 만회될 수 있을까요? 저는 가능하다면 잘못된 일은 없도록 하고 싶어요. 저들이 준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녀가 제대로 계속 인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칭찬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그러한 일이 없기를 바라며 대답했어요. 그녀의 모습을 곁에서 적지는 않은 시간 동안 보았고, 그녀와 처음 만나게 되었을때 그녀가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 약간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숲에서 그녀가 충분히 살아남았던 이유는 적절한 능력을 지니고는 있지만 그 성향 때문에 무사히 성공할법한 시도가 어긋나는 행동이 되어버려서 스스로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몰라요. 그것으로 인한 조금씩 겹겹히 쌓인 결과로서 최후를 맞이하게 될 뻔했지만 저로 인해 빗겨나게 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진실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336 크론은 아주 쉽게, 모두의 질시와 경탄을 한몸에 받으며 국경을 넘어섭니다. 쓰레기 더미 속을 헤매던 그의 얼굴을 흐릿하게나마 알아본 누군가가 더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면 어디서 눈을 흘기냐며 경비들이 머리를 대신 때리고 서류나 가져오고 설치라고 악을 씁니다. 그렇게 한숨 돌린 크론은 국경을 뒤로 하고 마을운 바라보는데, 국경이라 그런지 마을들에 가옥이 별로 없고 대부분 병사들이 머무는 막사와 대장간 따위의 일반인 거주 이외 목적이 확실한 곳들입니다. 아마 이곳에서는 마차 값을 내려면...
>>343 '사도님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판단은 사도님의 몫이고, 어차피 큰일이 난다면 베스니야 마뜩찮지만 사도님이야 당연히 지켜드릴 테니까요.'
가말라시엘은 그 정도만 말하고 더 이상 언급을 멈춥니다. 그리고, 베스니와 아앨라나는 플라베르흐로 들어섭니다. 목책 안의 마을은 여러 집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범람과 침수를 막으려는 것인지 길고 두꺼운 기둥을 사방에 박아서 집을 높이 세웠고, 집도 바닥을 까는 재료를 제외하고 벽은 아카시아나무나 갈대를 엮은 것 따위로, 지붕도 갈대와 나뭇가지를 쌓아 새 둥지처럼 지은 것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생긴 게 참 둥지 같은 지붕에서는 정말로 새들이 알을 낳았고, 마을 사람들은 물새 알을 눈치껏 한두개씩 챙겨 내려옵니다.
"그 물자는 여기다가 내려놔!"
"여기 와서 밧줄 좀 당겨!"
그리고 ㅁ교역을 하는 마을이라는 것을 나타내듯, 작은 돛이나 노 한두짝을 단 배들 한 두대가 나와서 짐을 부리고 있습니다. 베스니는 그걸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자기 자리가 있을까 찾아보고 있습니다.
>>350 ㅇㅇ 최대한 풀어서 설명해줘. 누누코의 말투를 지키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누누코가 이렇게 설명했다... 고 하고 그 다음에 그냥 생각했던 설정 주르륵 다 평어로 풀어놔도 됨. 스토리가 진행되면 될수록 캡틴과 참치가 배경 설정에 대해 가지는 공통 심상이 일치해가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거치는 절차 같은거라.
헬렌의 부탁을 들은 균사의 정령 타톤은, 자신이 다루는 실체인 걸어다니는 버섯의 형태로, 헬렌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 상태 그대로 꿈쩍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헬렌은 백작가의 가세가 기울기 전 후원하던 '버섯 키우기 대회'의 출품작을 보는 것 같습니다. 타톤, 정령이자 버섯인 모순적인 존재들은 앞을 꽉 틀어막고, 달려오던 이들은 자기들이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무슨 새끼손가락만한 버섯이나 겨우 자라던 곳에 자기 키만큼 크고 대장장이마냥 어깨가 거대한 버섯이 '피어난' 광경을 보자 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당황합니다.
"뭐, 뭐야 이 씨발?!"
"이 버섯들 뭐야?!"
아무래도 상대들은 이 타톤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들의 눈에 이 '타톤'들은 그저 아무리 때리고 베어도 맞고 잘려나갈 버섯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타톤들은 마치 자기들이 하급 정령이라도 되는 양, 반격하지 않고 맞아줍니다. 암허슈트는 혀를 차면서 말하는군요.
'저 무뢰한들이 아가씨의 목까지 칠 지경에 이르지 않는 이상 저 버섯들은 저기 가만히 서 있으면 자기네들이 진짜 잘 한다 여길 겁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도 한 마디... 아니, 수십마디를 거듭니다.
'타톤: 타톤은 누룩곰팡이, 버섯 포자, 버섯 등을 아우르는 포자와 균사류 전반의 복합적인 생명 작용을 통해 전 세계에 초개체적으로 존재하는 군체의식에 가까운 정령이자 그 정령에 의해 이동과 공격 등 기초적인 행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운동 기능이 발달한 균사류 군체 전반을 통칭합니다. 이들은 곰팡이와 버섯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환경, 즉 상온의 다습하고 어두운 환경이라면 발견될 확률이 높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정령사를 각지의 타톤들이 바로 알아볼 정도로 군체의식이 발달되었으나, 그 대가로 중급 정령에 크게 못 미치는 하급 정령과 비견될 정도의 초보적인 지능을 보여주며,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버섯과 곰팡이 포자의 특성상 생존의 위협을 잘 느끼지 않아 독자적으로 공격에 반격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배시는 도움이 되는군요.
'끼끼끼이이...'
헬렌의 부탁을 똑바로 이해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배시는 소름돋는 고주파의 울음소리, 아니, 들리긴 하는지도 애매한 그 소리와 함께 동굴 속에서 수많은 박쥐들을 이끌어내어 병사들을 둘러쌉니다. 병사들은 팔에 달라붙어 마구 물어뜯는 박쥐들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사람들이 마구 엎어지자 그제야 암허슈트가 껄껄 웃는군요.
"그런가요. 누군가 삶의 방식을 방향을 지시해줄 수는 있어도 결국, 거기까지 가는 것은 자신이고 그것은 스스로의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시지요? 후후~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이렇게 지켜주신다고 말해주시니 더욱 의지되고 기쁘네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이번에도 수긍하면서도 작게 한번 웃고는 그렇게 비유해가며 말했어요. 그렇게 저희는 어촌에 들어섰고 그곳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어요. 호수의 품결에서 살아가는 것 이여서 집들은 그곳의 걸맞는 구조를 갖추게 되어 있었어요. 그 재료도 대체로 숲에서, 호수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요. 마녀 님의 자택이나 책에 보았던 본 바깥 마을의 모양과 숲의 끝, 가장자리에서 희미하게 보여지는 것들 처럼 좀더 다양한 재료로 정교하고 건축물은 아닐지라도 이것들은 좋은 보금자리에 되어 줄거에요
"플라베르흐의 특성상 비슷한 것은 있을 것이겠지만 바깥 마을과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기에는 잘 맞지 않을 것이에요. 그래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을 거에요"
어촌을 거닐고자 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저희가 본 것은 사람들이 분주히 물건들을 옮기는 것이였어요. 저도 그것을 흘깃 한 두번 봐라보았어요. 이후 저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어요. 그녀가 이렇게 물어보는 이유는 호수에 왔고 그렇기에 모처럼 어촌까지 오게되었으니 이곳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358 일단은 정령 친화도나 정령사 적성을 일종의 '개연성 드립'으로 해석하고 있는 중. 예를 들어 10만원 빌려주세요 라는 부탁을 존못이 하면 다들 생까지만 장원영이 하면 일단 상환기간이나 이자율 얼마 쳐줄건지 들어보고 결정할 것처럼. 정령들한테 헬렌은 일종의 아이돌로 보인다 생각하고 있음.
>>356 엘리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회색의 털, 오두막만하게 커진 몸집, 동굴에 꽉 끼는 게 아닐까 걱정되는 등빨. 농부와 아내는 그 늑대를 보더니 자기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는 바람처럼 사라집니다. 그들이 자신들이 이 상황에서 해야 하고, 또한 가장 잘 할 수 있는 '도망'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엘리는 늑대를 바라봅니다. 늑대인간이 엘리를 동굴 안으로 내친 것은 확실히 늑대인간의 실책이자 엘리의 행운입니다. 왜냐고요? 늑대인간이 몸을 웅크려도, 여긴 상당히 비좁거든요.
"크르르..."
엘리는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탐색합니다. 늑대인간의 순간적인 반사신경과 내지르는 속도를 볼 때 엘리의 속도와 버금가는 것 같긴 하지만, 늑대인간의 덩치가 너무 큰 탓에 이 동굴이 사실상 엘리와 함께 싸우는 느낌이 됩니다. 그리고...
>>360 정령 적성 아예 없음: 정령을 인식도 못함. 정령 적성 낮음: 정령을 인식은 하는데 대화가 안 됨. 정령 적성 보통: 정령 인식하고 대화도 가능한데 부탁하면 어지간히 쉬운 부탁이거나 진짜 아주 좋게 말하고 좋은 대가를 제시하거나 어지간히 하급 정령한테 부탁하는게 아닌이상 "니 뭐 되세요?" 소리 나옴 정령 적성 높음: 정령 인식하고 대화도 가능하고 정령들이 호감을 가지며 어지간한 부탁은 들어줌. 로렌스가 이 급, 또는 이것보다 한 급 더 위인것으로 생각중
헬렌의 정중한 질문은, 유감스럽게도 하나도 정중하지 않은 이 상황 속에서 전혀 들려오지 않습니다. 헬렌이 곤란해하며 다시 여러번 물어봐도 상황은 똑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배시가 자리를 물리게 할 수도 없습니다. 배시가 박쥐들을 뒤로 물리는 순간 이 병사들은 울면서 뒤로 돌아가 더 많은 지원군을 불러올 것이고, 그렇다고 타톤을 시켜 이들을 억류하라고 하자니, 흙의 정령 때처럼 이 타톤들이 이 놈들의 몸에 갑자기 버섯을 틔워서 버섯 좀비화시키거나 아예 깔아뭉개 터뜨리는 등 사실상 살인이나 다름없는 짓을 할까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등골에, 박쥐를 포함한 모든 생물의 등골에 소름이 돋습니다.
'아가씨가 말씀하시잖습니까, 교양 없는 족속들아.'
"..."
"......"
"........."
침묵. 암허슈트가 나직이 노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헬렌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의 입술이 얼어붙습니다. 헬렌이 다시 한번, 당신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요? 뱀이 나온다고 들었는데요, 라고 묻자... 갑옷 입은 사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말해도 되는 상황인지 창백한 얼굴로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백과사전의 정령은, 질문에 충실히 답해줍니다.
'피와 연관된 사술 및 의식은 그 예식의 정밀성과 절차 등이 원시 부족부터 도시의 비밀 사교도 조직까지 매우 다양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현재 백작가 서고에서 접근 가능한 수준의 이단학 서적 수준에서는 피와 사체를 이용한 인신공양 및 잔혹의식에 대한 분류를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즉, 저게 사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럴 때만 참 묘하게 도움 안 되는 놈이군요 이거.
>>357 아무래도 여기는 바깥 사람들도 드나들긴 하는 만큼 '여관'이라 부를 만한 곳이 있긴 있습니다. 정확히는 가족 3대가 살 수 있을 정도로 큰 촌장댁이긴 하지만요. 플라베르흐와 교역을 튼 거래처에서 취급하는 화폐나, 이곳에서 유용하게 쓸 법한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대가를 치르고, 그 화폐가 없다면 그럼 몸으로 때우고 하룻밤의 휴식을 벌어가는 그런 곳입니다. 이전에 앨리스 님과 함께 왔을 때 팻말에 동전과 곡괭이 표시가 함께 그려진 것에 대고 앨리스 님이 설명해준 독특한 습속이었는데 요즘도 그런가봅니다. 촌장은 베스니와 아앨라나를 보고, 베스니 등짝에 실린 건가재포를 보더니, 척 봐도 '외지인' 같아보이는 베스니에게 말합니다.
"그 건가재포 전부 우리한테 팔아. 외부로 나가는 배가 사흘 뒤에 오는데, 그 뱃삯이랑 그때까지 이 집에서 머무르면서 하루 한 끼씩 먹여주는 값으로 사지."
"어... 하루 세끼는 안 되나요?"
"그건 일해서 벌어."
촌장이 그렇게 말하자 베스니는 아앨라나를 돌아봅니다. 어찌 됐든, 가재살을 발라서 들고 온 건 베스니지만 애시당초 큰적가재를 빨갛게 익은 가재구이로 만들어버린 건 아앨라나였으니까, 굳이 소유권을 따지자면 이건 아앨라나의 물건이고 아무리 아앨라나의 소유권을 부정한다 해도, 아앨라나의 지분이 최소 70%는 된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365 오~~~ 확 이해했다! 궁금한 점은 정령들이 원하는 대가라는게 뭘까? 정령마다 원하는거 갖고싶은 게 다르려나? 아니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게 있으려나. 정령들은 정령사가 이런 행동을 하면 싫어한다 뭐 이런 게 있을까? 아무리 아이돌이라도 싫은 행동을 하면 확 깨거나 싫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지~
@@>>348 역참이라. '크론'은 모르겠지만, 나는 딱히 마차를 타본 경험이 없다. 그야 마차가 뭔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야 지나다니는 것을 보긴 했지만 직접 타본 적도 없고 역참인지 뭔지에 가본 적도 없다.
그러니 오히려 재밌는 경험이 되겠지. 살다 보니 마차여행 같은 것도 다 해보는구나.
그래도 '크론'은 태연하게 움직인다. 굳이 역참이 어디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런 규모의 마을이면 살짝만 돌아다녀도 금방 발견할 수 있으니..모르긴 몰라도 마차를 탈 수 있는 곳이면 말과 마차가 있어야 하니깐 좀 넓게 외곽에 자리 잡지 않았을까. 아마 층고도 꽤 높은 건물이어야 할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