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않으면 유우가, 날 두고 가버릴지도 모르니까. 그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다가, 짙게 흔적을 남기며 다시 들어간다. 입안에 들러붙은 흔적의 쓴맛에 작게 인상을 찡그렸다. 어려서 그렇다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난 이제 어른인 걸.
".....응."
쭉 맞잡고 있던 손을 다시 고쳐잡고, 발걸음을 돌린다.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간다. 료칸이 저 멀찍이에 보이는 걸 보니,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꽤 멀리까지 나왔던 것 같다. 언제 이렇게까지 왔지...
"꽤 멀리까지 왔네..." ".....춥다. 배도 꺼지고, 몸도 좀 으슬으슬하고... 탕에 들어가기 딱 좋을지도."
그리고 또 다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는다. 그렇게 걷다가 하마터면 료칸을 지나칠 뻔 했다는 소소한 사고가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돌아왔으니 상관없겠지. 방에 들어와 겉옷을 걸어두고, 타올을 챙기면서 힐끔힐끔 유우가의 눈치를 본다. 저, 저번엔 유우가가 먼저 들어갔는데...
"오, 오늘은 내가 먼저 들어가도 돼?"
딱히 뭔가 공작을 해놓겠다던가 그런 수상한 건 아니구 그냥... 하고 이런저런 말을 덧붙여버린다. 변명같다고? 아니 변명이 아니라 그냥 그 결백함을 주장할 뿐이니까?
하긴, 저번에는 둘이 있어서 씻고 들어가기가 애매했으니까. 수건 없이 혼욕할 사이라면 모르겠는데 우리가 그렇진 않잖아. 어차피 나는 남탕 갔다오면서 씻었으니 기다려주기로 할까나. 메이사가 들어간 동안 나도 수건을 두르고 묶었다. 이번엔 안 풀리게 두번 꽉. 안경도 벗고 더듬거리며 욕탕에 들어서면...
'음, 역시 하나도 안 보이는군.'
멀리서 보면 메이사의 이목구비는 엄청 흐릿해보이고, 눈을 찡그리면 골짜기가 겨우 초점이 잡히는 정도. 이게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
"어제처럼 들어가면 되려나... 메이사 불편하면 말하고."
온수로 대충 몸과 수건을 적시고 발부터 들어간다. 대충 적신 거라 좀 뜨거운 느낌이 없잖아 있다. 앉아있는 메이사 뒤로 들어가 수건을 살짝 들어올리고 다리를 편하게 둔다. ...그렇게 두니까 사이에서 살랑거리는 꼬리가 신경쓰여 내가 먼저 빼냈다. 저번에는 내 수건 위로 얹힌 거라 이런 일이 없었는데... 좀 민망하네.
"이 꼬리는 진짜 계륵이라니까. 너네는 동물이랑 달리 크게 쓸모도 없으면서 왜 퇴화하지 않은 거냐고."
먼저 들어와서 일단 씻었다. 어, 어쩌면 오늘 거사를 치를지도 모르니까(...) 엄청 열심히. 머리부터 발끝, 그리고 꼬리끝까지 깔끔해진걸 확인한 다음, 타올을 두르고 조심조심 탕에 들어가 앉는다. 으, 으음... 저번하고 똑같이 앉아야하나.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유우가가 들어왔다. 조금 찡그리고 있는데 아, 안경 벗어서 그런 거겠지...?
"으, 으응...."
어제처럼 같은 자세, 유우가한테 내가 등을 기대는 자세로 앉는데... 꼬리가 불편한 걸까, 유우가가 슬쩍 빼내는 게 느껴졌다. 으음....
"윽,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꼬리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 코너링 할 때도 꼬리로 중심 잡는 거 중요하다구. 이래서 히또미미란...."
깔끔한 코너링엔 빠질 수 없는 것이 꼬리 컨트롤. 이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무게중심을 확 바꿀 수도 있는 거라서 매우 중요하다니까. 이게 잘 안되면 코너를 돌 때 타임로스가 제법 생기거나 달리던 위치가 어긋나서 자칫하면 사행으로 번질 수도 있다구. 히또미미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말할 정도로 꼬리가 거슬리는건가.... 그럼 어쩔 수 없네.
"...흥, 그럼 꼬리가 방해 안 되게 하면 되는 거지? 엇차...."
몸을 일으켜서 방향을 바꾼다. 유우가한테 등을 기대던 자세에서, 유우가를 마주보는 자세로. 무릎을 살짝 세워서 모아 앉고, 꼬리를 조금 앞으로 빼면.. 응. 완벽한데. 유우가 얼굴도 잘 보이고. 히히.
전직 멧헤라 프로키온씨는 큰일났다...🙄💦💦 상태겠네요 히히www 그러다가 하야나미에 밥 먹으러 온 유우가 아버지가 "우리 아들이 도쿄에 있는 트레센에 취직을 해가지고~ 출세했다고~" 하면서 왁자지껄 떠드는 걸 무표정 죽은눈으로 조용히 바라보는 메이사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이거..
히히... 그날부터 중앙 트레센 입사 준비하는 걸까요 😏 나를 두고 다른 애들 트레이닝하러 도쿄로 가다니 용서 못해 거긴 나랑 함께 갔어야 하는 곳이라고...😾 같은 느낌이려나
점심이랑 저녁 바쁜 시간만 돕고 나머지는 틀어박혀서 복수심으로 공부하는 멧쨔라니... 마음속으로 유우가를 몇번이나 찔렀을지 😏😏 후히히히히... 유우가 아버지가 오면 귀 쫑긋 세우고 서빙하러 나오는 멧쨔가 보였어요 그래서 여친 생겼다는 정보도 듣게 되면...🫠 진짜 중앙에서 보자마자 찔릴지도
"인간은 꼬리 없이도 코너링 잘하는데 너희는 아직도 꼬리를 필요로 하다니. 진화가 덜 됐구나 열등종족들이여..."
츠나센에 팽배한 말딸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나는 히또주의를 택했다. 하지만 뭐 이해는 간다. 인간도 속눈썹 필요 없는데 아직 남아있는 거랑 비슷한 거겠지. 관상용에다가 아주 약간의 기능성이랄까.
메이사는 이번에는 나랑 마주보는 자세로 앉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이게. 음. 같은 방향으로 앉으면 다리를 두기가 편하잖아, 근데 마주보면 그게 안되니까 메이사의 다리는 엉거주춤하게 굽혀져선 발끝이 내 허벅지 안쪽에 자꾸 닿고 있었다.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으 음... 잠깐만."
그러다가 닿는 건 싫단 말이지. 차라리 메이사를 내 위에 앉히거나 하면 좀 괜찮으려나. 그런 생각으로 메이사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겨선 앉혔다. 습관적으로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렇게 해버렸다. 양쪽 무릎도 잡아서 방해 안되게 벌려서 옆으로 놓고. 그러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실패.
타올의 존재를 잊어먹었던 거다. 물에 젖은 타올이 얼마나 무겁고, 한번에 탁 풀리는지. 메이사의 다리가 내 장골 위에 얹힐 때, 타올이 넓어지는 각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풀려버렸다. 메이사의 무릎을 잡고 있던 나는 그냥, 어, 어...
히죽히죽 웃으면서 꼬리를 살랑거렸다. 음.. 근데 좀 불편한 자세인가? 다리를 둘 곳이 좀 애매한데. 나 다리 짧으니까(...) 충분히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오산이었나봐. 탕이 은근히 좁아서 그런가. 유우가의 허벅지 안쪽에 안착한 발을 살짝 꿈지럭댄다. ....오, 이거 잘하면... 어쩌면..... 그런 흑심을 꿰뚫어본 듯이 유우가가 갑자기 나를 확 쓸어당겼다. 앗, 아, 아우앗!?
"에? 으에?! 유, 유우갓!?"
아, 평소에 자주 하던대로 위에 앉히려는 걸까. 하, 하, 하지만 여기 탕 속이고 우리 타올만 두른 상태인데 그래도 되는 거야?? 나, 나는 완전 럭키비키긴 한데!? 그, 그치만!? 유우가 갑자기 너무 적극적이고 당황스럽고 하지만 좋고오옷 당황하는 사이에 유우가 위로 안착 완료, 라고 해야할까. 딱 위에 걸터앉고, 유우가가 내 무릎을 잡고 있던 그 때—
—타올의 영압이 사라졌다.
"—학, 힉."
너무 놀라면 꺄아악 대신 이상한 숨 집어삼키는 소리가 나오는구나. 새삼 실감했다. 엄청나게 밀착한 상태에서 풀린 타올, 그대로 유우가에게 올라타있는 나, 그런 내 무릎을 잡고 있는 유우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오해할 법한— 아니, 여기서 그런 발상을 안 하는 쪽이 더 오해일테지. 아무튼 그, 그런.... 후히히 직전의 그런... 모습이 되어버렸다.
"...........으, 으앗!? 타, 타올!! 내 타올!!"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하니 있다가, 한 박자 늦게 타올을 찾아 손을 아래로 뻗었다. ...마, 맞아. 너무 당황해서 생각이 짧았지. 지금 우리가 얼마나 가까이 밀착했는지도 잊을 정도로. ......그, 그래서... 타올을 찾으려고 손을 내리면서 동시에 상체를 숙이자, 그, 완전히 유우가한테 착 붙어버렸다. 그, 그리고 손도......
"앗, 아, 아우앗, 아와와와왓....."
오, 오해야. 의도한 움직임이 아니야...!!! 그 증거로 나도 아와와와왕 하고 있을 뿐이잖아!!!
순식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머리가 고장나버렸다. 그러니까 메이사는 내 위에 얹혀있다는 거지. 무장해제된 채로. 묵직하게 짓누르는 이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급하게 위로 올렸다.
...그래. 아래에 얹어져 있는 게 뭔지도 알아버렸다고. 이렇게 됐으니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우리 모두가 상처입는 결말 뿐이야. 일단 수건부터 찾아볼까... 시선은 천장에 꼬나박은 채로 손만 우리 사이에 넣어서 휘적거려본다. 내 수건 감촉이랑 뒤섞여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손등에 꾸욱 눌리는 아랫배가 방해되고. 아, 이건가? 당겨봤다.
ㅆㅂ 아니 이건 내 수건이었네. 들춰져서 아슬아슬했던 걸 대충 원상복구시켜놓고, 이거... 이거다. 확실해. 수건을 잡고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손가락에 스치는... 익숙한 감촉.
실수인데, 실수라고 말해도 어색해질 뿐인 그야말로 진퇴양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자, 무안하지 않게...
수건뭉치를 아무튼 메이사에게 전달 완료했다.
"안 보고 있을 테니까 후딱 입어..."
그리고 욕조 바깥으로 최대한 고개를 돌리고 한참 있었다. 눈에 아른거리는 걸 억지로 밀어내고 명상하면서. 자, 들숨에 후우, 날숨에 하아 입니다. 후... 하... 후... 하......
그러니까 이 좁은 욕조에서 둘이 혼욕하겠다고 하는 게 문제라니까. 젠장. 넓고 좋은 물을 납두고 굳이 커플들이 꽁냥거리기 위해 하는 이딴 서비스를...
움찔흠칫하면서 읏 햣 뺫 같은 소리를 흘리는 나와 다르게 유우가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시선도 천장만 보고 있고.... ......이, 이건 이거대로 좀 그런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은 봐도 된다구.. 그러면서도 타올 찾는 건 도와주는 건지, 같이 손을 아래로 해서 찾아주고 있는데. ...그, 근데 아랫배에 자꾸 손이 닿아서 뭔가, 뭔가뭔가인 기분이 되어가고 있다. 애, 애태우는 거냐구 유우가아....
어설프게 더듬거리는 나와 다르게 유우가는 손을 들었다 놨다 당겼다 말았다 하더니 결국 내 타올을 찾아내버렸다. 큭, 좀 더 느긋하게 찾아도 될텐데.... 그리고 타올을 쓱 들어올리다가 어, 그, 제대로 스쳐서 그만...
"햐으?!" "아, 어, 으응..."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는데, 못들은 척 하는 건지 그대로 고개를 돌리는 유우가. .....이, 이렇게 무시한다구...? 어쩐지 울컥해서, 타올을 두르는 대신 유우가한테 좀 더 붙었다. 들숨과 날숨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유우가의 가슴팍에 찰싹 붙어서—
"에, 에헤헤... 좁아서 조금 어렵네에....."
유우가랑 엇박자로, 슬그머니 문댄다. ...아 아니 그치만 좁아서 타올 두르는 거 어려운 건 사실이고? 두르려면 자세가 이렇게 되는 게 맞긴 하니까.
내가 당황하면서 말이 많아지면 그건 오히려 괜찮은 거다. 그러면서 분위기 풀기도 하고, 스리슬쩍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일이란 소리니까. 하지만 오히려 조용해지면 그건... 그거지.
내가 한 마디라도 실수하면 진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노 세이브 구간인 거다. 여기서 어떻게 적절한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떠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러니까 좀 배려해주면 안 되겠니 메이사?! 우리 알고 지낸 지도 거진 2년 됐잖아!?
그런 내 마음은 통하지 않았나 보다. 메이사는 삐진 것처럼 믓... 하는 소리로 웅얼거리더니, 내 위로 찰싹 붙었으니까. 약간 미끌거리는 물 때문에 찰싹 달라붙기만 한 게 아니라, 조금 미끄덩한 느낌으로 문질러지고 있었다.
...그게 연상시키는 게 있어서, 기껏 고개를 돌리고 명상하고 있던 게 무용지물이 됐고. 가뜩이나 한계였는데 제대로 치명타를 맞았다 이거지.
"~~~~메 이 사 너어......!!!!"
결국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능청을 부리는 메이사의 양 뺨을 콱 잡고 마구 짜부시킨다. 이거, 이거, 이거 어디서 요상한 거만 보고 와서는 애가. 어? ...물론 가장 큰 문제는 거기에 제대로 타격당해버린 나겠지만, 난 여기에 이르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진짜로. 철벽쳤다고. 어?
억울해.
"이렇게 만들었으니 제대로 책임져줘야겠어!" "...라고 하면 어쩔 건데."
"야 내는 진짜로 니랑 내년 6월에 하고 싶다니깐. 이러지 말라고. 응? 너무 어린애 구워삶아먹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안 좋다 진짜."
마음이 안 좋은 거 치고는 건강하지만... 아무튼 그럼.
"어디 가서 연애 좀 해보고 이거저거 보는 눈도 기르고서 돌아오랬더니 애먼날 친구랑 싸우기나 해고 내도 힘들다. 차라리 어디서 떼고 왔으면 부담이라도 없지. 으휴."
앗, 효과 있나. 이거 효과 있나봐!!! 아래쪽에서 그, 어, 그, 뭐랄까 아까까진 없었던 것 같은 그런 게... 엄청 두근거려, 유우가아.... 유우가도 그럴 기분인 거 맞겠지? 두근두근하면서 올려다보자, 유우가의 손이 점점 다가오더니....
"—으붑?!"
양 뺨을 잡혀서 짜부당했다. 윽 큿 악 유우갓 이거 수수하게 아파아앗 그러다가 엄청나게 두근거리는 대사를 들어서, 이성이 끊어질 것 같았다. 우, 우와아아앗... 엄청 두근거려... 홀린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양 뺨을 누르고 있는 힘이 더 강해진다. 으악, 아파, 진짜 짜부러져!!! 토마토가 된다고!!!!
"에, 우, 으, 으히한...." "그, 그치만!!! 유우가도 벌써 그렇게 됐구.... 나, 난 지금 해도 좋다구우...." "윽, 그 그건... 걔가 유우가를 눈독들이고 있었으니까.... 토네이도는 맨날 먼저 시비걸어서 똑같이 돌려주는 것뿐이다 뭐."
어, 어디서 떼고 온다니!! 난 유우가가 아닌 사람하고는 이런 거 하고 싶지 않은 걸!! 상상만 해도 싫다고!! 끔찍한 말에 고개를 마구 도리질쳤다. 으아ㅏ악 끔찍해. 절대 싫어!!
"지, 진짜로. 난 유우가가 아니면 이런 건 하기도 싫은 걸. 유우가하고만 할 거야...." ".......그러니까 진짜 해도 된다구..? 내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책임질게...💕 도와줄게 유우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힐끔 본 유우가는 우왓, 머리 쓸어넘기는 거 멋있어. 프롬 때 생각난다아.... 이럴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유우가 표정 엄청 심각해보이지만, 그래도 그것도 엄청 멋있고 좋아서..... 머리 넘긴 유우가도 진짜 좋아아..💕하는 얼굴로 보게 된다... 우우... 유우가 진짜 좋아해애...
그치만 메이사는 허접이라서 유우가얼굴 프린트한 종이 붙이면 괜찮아지는 거 아니었어!? 라는 못된 망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근데 진짜 어떤 분기에서는 진짜로 그랬을 거 같단말이죠 땀많고 뱃살두둑한 대머리 아저씨(중앙출신의 수상한 또레나)한테 5우정트레이닝당해서 스피드 한번에 120오르는 감각을 잊지 못하는 거 아니었냐고(날조)
합. 너무 어이없어서 츳코미 거느라고 메이사 앞에서 적나라하게 말해버렸다. 입을 다물지만 이미 늦어서 눈알만 데굴 굴린다.
"도와주는 건 필요 없어. 내가 아무리 좀 그래도 담당... 아니다."
한숨을 푹 내쉰다.
"니는 내 취향이 아냐."
"내는 단발에다가 문란하지 않은 정숙한 타입이 좋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니는 내보다 어리잖아. 내보다 어린 놈 손을 빌릴 정도로 내가 고프지는 않거든. 어?"
돌려돌려 말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딱 잘랐다고 생각했는데, 순애모드가 켜진 메이사에게는 잘 안 먹힌 모양이다. 그럴 수 있다. 어릴 때는 뇌가 금방 끓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모질게 말한다.
"안 해."
"씁, 그런 얼굴 하지 마, 내가 몇번이고 말했잖아. 내년 6월이야. 20도 안 찍은 애랑 뭘 해."
일부러 정색을 하고, 시선 피하지도 않으면서 말하지만, 저런 표정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메이사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애 아닌가. 진짜 취향 아닌 여자가 했으면 진작에 갖다 치웠을 일들을 매번 무시하고 저지르고 있는데, 그걸 다 받아주고 있는 거 보면 말 다했지. 어휴 정말. 또 마음 약해지네.
"...그래도 혼욕 해주기로 말했으니까 바로 나가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 적당히 선 넘지 않는 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