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얼굴인채로 유우가는 팍하고 내 품에서 떨어졌다. 아무렇게나 움켜쥔 옷자락을 대충 여민 채로. ...사람이 기껏 괜찮다고 했는데, 대놓고 거부하는 듯한 동작에 뭔가 울컥했다. 그래서 팔을 뻗어서 억지로라도 유우가를 끌어오려고 했다가 멈칫했다. 유우가의 표정이 정말, 진짜로 안 좋아 보여서.
"...유우가..."
맞아, 내년 생일이라고 약속했지. 하지만 조금 땡겨도 되는 거잖아 그런 건. 난 이제 어른이고, 유우가랑 혼인신고서도 썼고, 고작 몇 개월 조금 먼저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유우가도 괴롭긴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으면 꿈틀거리던 무언가도 조금 사그라든다.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괴로우면 차라리 그냥 해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나. 그래도, 꼭 껴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역시 기쁘다. 아래에 깔아둔 꼬리가 슬금슬금 기어나와 세차게 흔들린다.
"........알았어."
아까처럼 다시 품에 돌아와, 이마를 꿍 부딪치는 유우가를 꾸우욱 껴안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걸로 만족할 수 있을리가 없지만, 그래도 아예 팍 밀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래. 어쩌면 이건 첫 한 발짝이 성공적으로 들어갔단 얘기일지도... 이대로 차근차근 하다보면 내년 생일 전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좋아, 힘내야지!!!
"그, 그럼 좀 있다가... 탕에 들어갈까..." "벌써 저녁인 거 같고.. 아 맞다, 오늘은 저녁 먹고 들어갈까? 어제처럼 또 못 먹는 건 싫은데."
가이세키를 한번도 못 먹고 돌아가는 건 슬프니까. 많이 먹고 목욕하면 소화불량이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나나 유우가나 위장은 튼튼해서 먹는 걸로는 탈도 잘 안 나고.
으히히... 좁아서 서로 팔다리 걸치고 엉켜서 잠들겠죠..흐히히...😏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렇네요🤔 처음에 하야나미 찾아왔을 때 바로 프로키온씨가 중식도 던져버릴지도(???)
새벽에 유우히를 깨워서 데리고 나와선 급하게 유우가랑 사랑의 도피하는 멧쨔...🤭 .......🤔근데 멧버지랑 프로키온씨는 자기들도 했던 일이라(...) 조금 눈치까고 있을 거 같긴해요... 이미 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프로키온씨...🙄 실눈을 슬쩍 뜨면서 다가오는 장면이 선명하게 보인 거 같기도..
....🙄 저... 멧쨔 나쁜 상상을 했어요..... 기정사실 있었다가 없?어진게..... 안정기 오기 전에 너무 그...해서...🫠 그렇게 된거라던가 아니면 기정사실도 그렇고 더 이상의 관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유우가가 홧김에 ○○하고 튀어버려서 그런 거 아닐까...라는....🫠 🙄도게자 박은 다음에 매달릴게요.... 제가 유우가를 너무 쓰남으로 만들고 있어서 죄책감이..으윽..
그치만 이렇게까지 심한 짓 해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모르는 여자랑 결혼해서 행복해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오는 쪽이 멧쨔의 머리를 더 이상하게 만들기 좋지 않은지...🫠
품에서 빼꼼 고개를 들어 메이사를 올려다본다. 이렇게 안겨있으려니 기분은 좋다. 좋다... 수준은 아니고, 좀 더 찔러도 보고 실수인 척 닿아보고 싶은 기분. 실수인 척을 할 필요는 없지만. 무엇보다 사람보다 약간 높은 따듯한 체온이 좋다. 누군갈 껴안고 있는 것도 좋았고.
포옹을 안 한 지 오래 지났을 땐, 내가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간지럽기만 하고 쓸모없다고. 하지만 이제는 나보다 머리 하나 반이 작은, 품에 쏙 들어오는 녀석을 껴안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기도 하다. 난 메이사랑 하는 포옹을 꽤 좋아했는데, 이젠 못하게 되겠지...
좀 더 껴안고 있자. 그래야 할 필요도 있고...
"그래도 부르면 가자. 그때까지는 좀 더 껴안고 있을래."
그대로 메이사를 꼭 껴안은 채 이불에서 뒹굴거리고, 무릎이 닿기도 하고, 메이사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도 느끼며 눈을 감고 있다가. 종업원이 부르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노곤노곤하니 다시 잠든 모양이다. 부시시한 상태로 일어나서 하품을 하고는 메이사를 바라본다.
"갈까?"
그나저나 사람들이 날 엄청 바라보는 느낌인데...
"...왜지?"
메이사의 품에 머리를 너무 오래 기대고 있어서, 마치 우마미미라도 있는 것마냥 곱슬머리가 뻗쳤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냥 평범하게 잔 거랑 비슷하겠지 생각할 뿐.
그대로 유우가를 끌어안고, 머리를 삭삭 쓰다듬었다. 품에서 빼꼼 고개를 든 유우가는 엄청 귀여워서, 역시 지금 저질러버려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충동도 들긴 했지만... 부르면 가자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좀 있으면 종업원이 와서 부를지도 모르는데, 그때 이런저런 후히히한 일을 하고 있으면 이래저래 큰일이 날 것 같으니까... 꼬옥 껴안고 쓰담쓰담하고, 슬쩍 다리로 건드려보기도 하면서 뒹굴거리다보면 유우가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앗, 다시 잠들었나봐. 나도 건드리고 쓰다듬던 걸 멈추고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으, 너무 잤어... 머리가 아파... 조금 미적대다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켜면, 갈까?하는 물음이 들린다.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앗, 유우가 머리 뻗쳤네. 약간 우마미미 같아. 귀여워~
"웅, 가자... 헤헤..."
유우가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유우가를 보고 있다. 우마미미 같은 이 뻗친 머리 때문이겠지. 완전 귀엽죠~ 헤헤~ 하고 자랑하는 듯한 얼굴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건, 내 기준에서 귀여워 보였던 거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좀 그랬을지도...?
"응? 뭐가?"
유우가 귀여워💕 유우가 최고💕 유우가 좋아💕하는 얼굴로 보고 있다가, 왜지?라는 유우가의 말에 살짝 뜨끔했다. 그러면서도 그냥 모르는 척 대답하긴 했지만... 뭐, 뭐어.... 유우가도 그냥 두루뭉술하게 왜지?라고만 했으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모르는 척 하면서 식당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오, 차림표까지 있네.
대답을 들어보면 얼굴에 딱히 뭐가 묻진 않은 거 같고... 뭐지. 멍청하게 고민하며 일단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았다. 메이사는 잘 잤는지 즐거운듯한 얼굴로, 꼬리를 살랑거리며 메뉴를 읽고 있었고, 나는 잠이 덜 깬 얼굴로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 아니, 원래는 12시쯤 딱 자서 동 트면 딱 깨는 루틴인데, 혼욕하다 쓰러지거나 야식 먹고 또 자고, 낮잠 자는 거 때문에 패턴이 깨져서 계속 잠온다. 어쩌면 혼욕하고 또 자버릴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털게?"
홋카이도의 겨울제철 털게?! 알도 굵고 내장은 농후한 가을의 풍미를 잔뜩 품고 있겠지. 듣기만 해도 잠이 깬다. 나는 완전히 털게 죠아💕 모드가 돼버렸다. 아니, 게는 좋단 말이지. ASMR도 되고. 맛도 좋고. 벌레처럼 생겨서 좋은 느낌을 준다. 바퀴벌레에게는 져도 게한테는 이겼다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달까.
"우와아, 엄청 기대되는데~"
아주 드물게 쓰는 물결표까지 붙이며 기대하고 있으려니, 일단 식전주부터 나온다. 맑은 사케를 내오는 요리사 분이 슬쩍 시선을 올렸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고, 뭔가 웃음을 참는 거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어쨌든 술은 맛있었다. 요란하지 않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게 좋네.
전채는 무난하게 맛있었다. 먹어도 무슨 재료나 무슨 맛인지 모를 뭔가 엄청 굉장한 손질이 돼있었고, 플레이팅도 공예라고 해도 될 정도. 가리비살 위에 간장에 절인 연어알을 얹어놓은 게 식전주랑 진짜 궁합이 좋았다.
그리고 털게의 몸통을 이용해 끓인 된장국. 온천두부가 따로 주어져서 된장국은 잘게 부서진 털게 살점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두부를 따로 한 입 먹고 국을 같이 먹으니 신선했다. 국만 먹을 때는 털게의 달달한 게살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두부랑 같이 먹을 땐 국물과 잘 조화되는 게 꽤나 괜찮더라.
그리고. 대망의 털게. 다시 말하지만, 난 털게가 좋아. 다리에 털 난 것도 뭔가 동족 같고... 국도 먹어보니까 좋은 녀석이란 걸 알겠다.
털게의 다리 껍질을 벗겨 꽃을 피우고 한데 모았고, 그 옆에는 털게의 내장을 끓여 수프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등딱지에 곱게 담겨 있었다. 등딱지만으로는 아무래도 열이 빨리 손실되는지, 아래에 열을 품은 받침대를 놓아 오래오래 따듯한 게 내장을 즐길 수 있도록 하다니. 서비스 최고잖아.
"...저 역시 사케 한 병, 종류는 추천으로."
보자마자 술 주문을 참을 수 없었다. 당연하게 내 잔에 따르고 마시려다가... 메이사의 따가운 시선.
"............어제 마셨잖아."
하지만 종업원이 가져온 잔은 두 개다. 비워두면 그림이 좀 그렇... 큿... 젠장......
"한 잔만이야."
메이사의 잔에도 사케를 찰랑찰랑 채우고는 내 잔을 부딪혔다.
반 모금 마시고, 다리 하나를 집어 내장에 푹 적셔서 먹으면. 우와아아아아아...... 하...............................................
식전주는 목넘김이 깔끔해서 좋았다. 그 뒤에 나오는 전채는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아서 먹기 아쉬워~ 하면서도 계속 입에 넣게 되는 그런 느낌이었고. 반디오징어 젓갈 이거 엄청 맛있잖아~ 그릇도 엄청 귀여운 테마리공 모양 사기그릇이고. 으헤헤~ 이런 느낌으로 이것저것 먹고 감탄하고 놀라면서도 사실 제일 기대되는 건 털게였다. 게는 맛있지. 털게는 더 맛있고. 겨울제철 털게는 진짜진짜 맛있을거야.... 아직 먹어본 적 없지만.
"아, 아와와... 이게 털게..."
진짜 털이 나있어. 우와, 유우가랑 똑같네(....). 아까 된장국에도 털게가 들어가있었지. 그것도 엄청 맛있었는데. ....된장이 아니라 털게를 메인으로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엄청 두근두근하면서 천천히 다리를 집어, 내장에 푹 적신다. 그리고 한 입.
"......."
너무 맛있는 걸 먹으면 말을 잃게 된다고 했던가. 진짜였다. 뭔가 머리에서 언어라는 것이 후와앗 하고 날아가버린 느낌. 그냥 그 순간의 맛에만 집중해서 아무 말도 감상도 안 느껴지는 그런.. 맛에만 몰두하게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애초에 맛을 왜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거지? 그냥.. 느끼면 되는 건데. 그러니까 그냥, 엄청, 매우, 아니..... 털게는 그냥 맛있다.... 내장은 엄청 농후하고 깊은 맛이 나는데, 그게 탱글한 다릿살의 단맛을 극한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달까. 모르겠다. 그냥 맛있음....
".....핫..."
한참 그렇게 맛에 취해있다가 정신을 차리니 유우가가 사케를 주문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케 한 병과 잔 두 개가 나왔는데. ...유우가, 자기 잔에만 따르고 있잖아.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노려본다. 지이이이이.
"어제는 어제잖아. 오늘은 오늘이구!" "—야호! 에헤헤, 이거 진짜진짜 잘 어울릴 거야. 술을 부르는 맛이라고!!!"
유우가보다 먼저 집어먹은 내가 단언하는데, 진짜야!! 그렇게 호언장담하면서, 잔을 들어 살짝 유우가의 잔하고 부딪히고, 흘릴세라 조심조심 들어서 호로롭 마신다. 한번에 다 마시면 아까우니까 찔끔찔끔.
—크하아........... 달큰하고 농후하고 깊은 털게의 맛과 사케가 어우러지면서 엄청난 풍미가. 그러면서도 깔끔하게 입을 씻어내서 바로 다음 털게 다리를 찾게 만든다. 우왓, 무서워. 이거 이 사케랑 털게 다리 완전 무한동력같아 계속 돌아간다고(?)
"으... 으으.. 못 걷겠어어...."
결국 후식이 나올 때쯤엔 진짜 배가 뽈록 나와버릴 정도로 먹고 마셨다는 이야기다. ...그, 그래도 후식 들어갈 디저트배는 있어.. 그건 따로니까. 셔벗과 오하기까지 먹고나면, 진짜 식사 끝.
"엄청 잘 먹었다아...." "...좀 쉬었다가 갈까. 바로 탕에 들어가면 큰일날 것 같아...."
사케와 털게회의 무한동력에 금방 얼큰해진다. 아니 이게 은근히 안주가 안된다니까. 배를 불려주지는 않는데 기막히게 맛있어서 다리 하나에 반모금씩 마시다보면 금방 20도쯤 되는 녀석을 비우게 된다. 게다가 뒤이어 나온 스테이크는 그것대로 맛있어서 미친다. 작은 화로에 알아서 구워먹게 하는 건데, 그냥 고기 자체가 맛있다. 제정신이 아니다. 이걸... 이걸 공짜로 먹는다고? 우리 범죄자 아냐? 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저녁을 다 먹고 나왔을 때, 나보다 식성이 좋은 우마무스메는 물론 나조차도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걸을 땜다 배가 당겨오는 느낌과 함께 식당에서 나오면 저녁의 차가운 바람이 느껴져서 기분 좋다. 술 마셔서 더 들뜨는지도 모르지만.
"그러자. 어후, 너무 먹어버렸어. 회전초밥 좀 하고 가자고."
여고 특) 점심시간 끝나고 운동장 돌아야 함 료칸 정원은 회전초밥 돌기엔 좀 작고, 대문 바깥으로 나가면 작은 공터가 있다. 경관을 위해 남겨 놓은 풀밭이랄까. 작게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뜨끈한 몸과 털게같은 발목을 식혀주는 겨울바람에 술기운도 좀 잦아드는 기분이 든다. 해는 이미 졌지만 료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은은하니 분위기도 괘안코. 좋네.
메이사의 손을 잡고는 같이 걸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나 한다.
"우리 이러고 같이 들어가면, 어? 둘다 배 뽈록해가지고 웃기겠다. 그지." "니는 원래도 볼록한데 터지는 거 아니야?"
술기운으로 뜨끈해진 얼굴에 닿는 겨울바람이 상쾌했다. 자동으로 입에서 으하~나 흐에~같은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느낌. 유우가의 손을 꼭 잡고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피식 웃었다.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터지진 않겠지.
"지금 들어가면 탕에 있는 물이 두배는 넘칠 것 같은데~" "윽, 아, 안 터지거든!! 내 배가 풍선도 아니고..."
하지만 조금 찔려서, 무심코 손으로 배를 더듬더듬 만져본다. 윽, 진짜 빵빵하긴 하네... ....솔직히 말하자면 오비가 살짝 답답할 정도. 살짝 풀고 싶다. 하지만 이게 풀리면 대참사가 일어날테니 참아야해... ...그, 그리고 원래도 밥 먹으면 이 정도는 나왔다 뭐... 그동안은 먹고 조금 쉬고 다시 뛰고 그러느라 금방 소화되니까 잘 몰랐지만.
"트레이닝 안 하니까 배가 잘 안 꺼지네... 살짝 뛰어볼까나. 아 그래도 지금 바로 뛰면 먹었던게 다시 올라올 것 같으니까... 역시 그만둘래."
모처럼 잔뜩 먹었는데 그렇게 되면 아깝고, 유우가 앞에서 그런 모습은 죽어도 보여주기 싫으니까. ....그런 것 치고는 아까 감땅콩을 그렇게 뱉어낸 것 같지만. 으윽, 그 기억은... 지워버리고 싶은데... 유우가의 머리에서 어느 부위를 쳐야 그 기억이 삭제될까.... ...아, 아니 무슨 흉흉한 생각을...
"근데 유우가도 배 엄청 나왔네~ 운동부족인 거 아냐? 이러다 만삭배 부타 모브 아저씨가 되면 어쩌려구~?"
그보다 너무 큰 소리로 외치는 거 아냐? 우마미미 헤어스타일을 하고 부타모브아저씨를 힘차게 외치는 아저씨라니, 분명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라고... 난 그런 유우가도 좋지만💕 그 근데 좀 진지하게 턱을 짚고 고민하는 건 상상 못했는데...! 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하? 에??" "에... 뭐 그렇긴 하겠지? 보통은. 에에...."
앗, 이건 좀 두근했다... 제일 가까이 있는 나부터 만삭배가 된다니. 그, 그건.... 유우가... 부타모브아저씨가 되면 나부터 그렇게 만든다는 뜻인가아.. 그렇다는 건 지금도 나를 그, 그, 그렇게 하고 싶다는...? .....내년에도 레이스 나갈 거냐고 물어본 건 역시 그런 뜻이었던 걸까. 앗, 아와와... 딱 한 잔(이라고 하고 사실 두세잔 더 얻어마셨다) 마셨는데도 얼큰하게 올라오는 취기에 나도 좀, 그,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할까...
"그, 그러면...."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는데도 얼굴이 뜨끈뜨끈하다. 아니, 아까보다도 더 뜨거워진 느낌이 들어. 슬그머니 한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앞서 투덜거린 것들은 그냥 넘길 수 있지만, 마지막 그건 넘기기 힘든데!? 유우가 마흔 전까진 애 안 만든다고??? 그, 그럼.... 유우가가 마흔이 되면 내 나이는..... 재빠르게 두뇌를 풀가동한다. ....음.
"...그, 그치만 유우가아... 육아엔 체력도 필요하고 그러니까아.... 역시 조금이라도 젊을 때 낳는 쪽이..." "그리구 난 아이는 11명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
아이는 11명 정도... 는 혼자만의 계획이었는데, 술기운과 지금 당황스러움에 그만 튀어나와버렸다. 하, 하지만 언젠가는 밝힐 예정이었어. 내년 생일 정도엔... 아니아니 역시 농담이지만. 1명 키우기도 벅찰 걸.. 마마랑 파파가 도와줘도 아마 2명 정도가 한계이지 싶다. 아무튼 1명이든 3명이든 11명이든, 유우가가 마흔 살이 되기 전엔 무리인건가 싶어서 조금 시무룩해졌다. 나...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젊은 날이라던가 좋은 시기라던가, 그렇게 돼도 좋은 걸. 유우가의 아이라면." "그리고 뭐, 우마무스메에게 좋은 시기라는 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시기니까. 나이가 들어도 아이가 있어도 달릴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구~"
나의 개인적 견해긴 하지만, 아무튼 난 그렇게 생각해. 조금 억지같긴 하지만, 어쨌든 괜찮다구. 그러니까, 그, 그래. ....역시 조금 있다가 혼욕할 때를 노려봐야겠어. 아까 꾸욱 끌어안고 그랬을 때도 사실 조금... 정말 조금만 밀어붙였으면 가능했을 거란 생각도 들었으니까.
정신 나갈 거 같아...... 멍하니 메이사가 하는 말을 듣다보면, 메이사는 정말로 나랑... 애를 만들고 싶나 보다. 근데 그게 무슨 손 잡고 자면 이불 안에서 뿅 하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되겠냐고. 열한명은 그냥 하는 소리란 거 알아. 핵심은 그거잖아, 내가 좋다고. 근데...... 자기 젊음을 포기할 정도로 좋은가. 그게.
"꼭 있어야 해? 그게..."
그래, 이건 내가 너무...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메이사 같은 생각이 평균일런지도 몰라. 내가 너무 일찍 육아를 손대버린 것도 맞고.
불안감이 메이사의 등을 더 떠미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자꾸 애를 만들자는 염불을 욌던 거면, 안 떠났지.
뭔가 속상한데, 그걸 뒷받침할 이유는 없고. 메이사가 바보같은 얘기만 하고 있단 건 느껴지는데 그렇게 말할 근거도 없다. 결국 내가 또 예전 버릇 못 버린 건가 하는 의혹만 남는다.
아니, 당연하잖아. 애 한 명만 있어도 둘이 오붓이 있을 시간이 줄어드니까. 게다가 열 달 동안은 거의 손도 못대고. 굳이 그렇게까지 낳을 필요가 있는 건가 싶은 게.
"바보. 어려서 그래."
그래서 또 메이사를 어린애 취급이나 한다. 아직 얘가 제대로 놀아본 적도 없고, 막연히 사람들이 좋단 걸 좋다고 하는갑다 하면서.
유우가 드물게 놀랐다가 속상한 표정 짓고는 🥺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었잖아... 라고 서운한 티 내버릴 거 같아요 메이사가 정강이 걷어차고 고간 차고 때리고 울고 밥남기는 것보다 크리티컬이었을 거 같은ww 멧쨔의 순애 중에서 가장 이해 안되면서도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은 부분이었으니까요
근데 멧쨔도 표정 보고 사과해야 하나...? 싶다가도 계획 들킨 건가 조마조마해서 쉽사리 입 못 떼고 그날 둘이 등 돌리고 자는 거도 보고싶어졌어요 😏 그래봤자 다음날에 멧쨔가 츄츄해오면 잘만 어울려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