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참을 필요가 없다고!!! 크르르.. 못 참겠다 메이사에게 다크소울1을 시켜야겠어요 ww 유저편의따윈 없는 맵을 느끼며 고통받으라고wwwww 엔딩볼 때까지 무한 리트해야하니까ww 결국 24시간 소울당한 메이사가 🙄 으...으곡... 하고 보로보로가 돼선 늘어져있는 거 보였다고요 유우가도 마찬가지로 옆에서 지켜보다가 답답해서 실신할 거 같은www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내가 기어코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 자리를 꿰차게 되다니 말이지. 처음 여기 들어올 때만 해도 그냥 달에 12만 벌어도 괜찮으니 교관으로만 있고 누군갈 맡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여차저차 이러저러한 일이 있다보니 이렇게 됐다. 그 녀석이 매수를 해서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 자리를 얻기도 하고.
신기하지, 다이고가 할 때는 완전 그러려니 됐는데 내가 되니까 실감이 안 난다. 그 보상으로 받은 온천 여행권을 얻고 쓰기 위해 지역 열차에 몸을 싣는 지금까지 실감이 전혀 안 난다.
"자 메이사. 가방 줘."
메이사는 키가 작아서 안 닿으니까(ㅋ) 내가 메이사의 가방까지 선반 위에 올려놓고 마주 앉았다. 먼 거리는 아니고, 느릿느릿한 기차로 40분 정도일 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너, 나한테 말 안 한 거 있지?"
턱을 괴고서는 히죽거리며 물었다.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를 위해서 꽤나 매수했지?"
그 대회를 전후해서 메이사가 나랑 어울리지 않게 됐으니까. 아무래도 친구들이랑 나돌아다니며 물밑작업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메이사가 흉계(?)를 꾸밀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상태로 대뜸 물었다. 조금 찔리라는 짓궂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유우가에게 가방을 넘겨주고 자리에 풀썩 앉았다. 오늘은 온천여행 가는 날~ 이야아, 유우가가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로 선정돼서 온천 여행권을 받았지 뭐야. 역시 다들 유우가의 매력을 알아준 게 분명해! 여기저기 유우가의 매력과 유우가가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로 적합한 점을 프레젠테이션 하러 다닌 보람이 있네. 고속선이 아닌, 느릿느릿한 로컬선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바깥 풍경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돌직구로 찔러 들어오는 질문에 숨이 턱 막혔다.
"헷?! ㅇ, 아, 아니?! 없는데??" "매, 매, 매수라니 그 그게 무슨 소리일까나아??"
창 밖을 보는 것 같지만 허공을 헤엄치는 시선. 이상하게 꼬이는 성조와 부산하게 움직이는 꼬리. ...변명해도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우겨본다. 나, 나나ㅏ 난 무슨 소린지 전혀 저 저전혀 모르겠는데에???
"나, 남 듣기 안 좋게... 그냥 유우가가 얼마나 좋은 트레이너인지 모두에게 말했을 뿐이라구."
약간 그런거지. 영업을 다녔다고 할까. 그래. 방문판매라던가 그런 느낌이었어. 결코 하야나미 무료이용권을 주거나 우미야의 푸딩으로 구슬리거나 하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매수가 아니라 영업이지 영업. 응."
나 유우가랑 온천여행 가고싶어 제발 도와줘🥺 우마뾰이하고싶워... 하고 부탁하기도 했지만 그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겠지 뭐. 비밀이기도 하고... 그래서 대충 영업이라고 둘러대고선, 나도 창가에 팔을 대고 턱을 괸다.
어라 🤔 캘린더를 보니까 마구로 기념 뒤에 온천여행이었네요 🤔... 1. 이번 마구로는 진짜 도를 넘은 이른 폭설 때문에 경기장 불량으로 2주 뒤로 미뤄졌습니다 2. 마구로 끝나고 바로 사고를 친 건 아니고... 온천 여행에서 뭔가 불길함을 느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때 잡아먹었습니다 두가지 정도가 땜빵 방안인 거 같은데 둘 중 뭐가 좋으신지..
픽 웃어버렸다. 이렇게 거짓말 알아보기 쉽다니 진짜 애다 애. 꼬리가 기차 시트를 워석워석워석 바쁘게 쓸고 있는데 시치미를 떼는 걸 보니까 이거 안 웃을 수가 없다.
"아~ 근데 이렇게 영업을 다녀서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가 되어버렸으니까 내년이면 개나 소나 찾아와선 담당해달라고 하겠다 그치. 메이사 덕분에."
턱을 괴고 실실 웃으면서 짓궂은 농담을 한다. 메이사가 날 좋아하고, 그래서 다른 녀석의 담당을 맡는 걸 싫어한단 건 익히 알고 있기에 하는 농담이다.
"...농담이야."
완전 농담은 아니긴 하다. 마구로 2착을 해서 메이사에게 자질은 충분하단 걸 확인했고, 편차치도 넉넉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에 있기 때문에. 메이사가 뒤떨어져서 관두려는 게 아니다. 그저... 난... 토네이도 대쉬라는 라이벌이 있고 나서 다시 보인 게 있었기 때문이다.
시니어 시즌,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여기에서 달리는 것을 포기한다. 트레이닝도 할 만치 했고 G3 대상경주에서 입상도 몇번쯤 해보고 나면 이 츠나지에서는 나 정도면 선방했지, 하며 이제 달리기가 아닌 다른 살 길을 도모한다. 그게 평균적이다. 평균적이지 못한 녀석들만이 온 학교에서도 10명 남짓으로, 애프터 시즌에 들어간다. 우리가 중앙마냥 드림 트로피따위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본격화 지난 녀석들이 미련을 못 버리고 로컬시리즈에 재출전하는 거다. 인간 학생들이 재수하는 거랑 비슷하지. 가엾고 딱하고, 미련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래, 메이사는 거기 걸맞는 인재다. 내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 나, 히다이 유우가라는 되먹지 못한 꼴통과 있을 때만 그렇다. 그렇지 않은 메이사는 다시 클래식 시즌 초반으로 돌아가겠지.
고작 나 따위 인간과 있자고 또래와 척지고, 소통을 소홀히 하고, 졸업을 1년 미룰 건 아니다. 1년 1년이 소중하다고, 먹고 사는 데에는.
그래서 고민이 깊다. 애프터 시즌은 하지 말자고 말을 할까 싶다가도... 내가 중앙에 가자는 꿈을 심어줬는데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 그리고 메이사 없는 츠나센에서 내가 누구의 담당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거기서 메이사가 자유로울는지.
모르겠다, 아직은.
"아니, 이번엔 약간 더 거리가 있는 대신 오퍼가 좋은 데야. 요즘 관광객이 감소해서 곤란한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학교에 특실을 반보다 더 아래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하던데. 물론, 가이세키 포함." "완전 기대되지 않아? 아, 이거 대외비니까 어디 가서 말하지 마라."
메이사에게 교무회의 중에 나왔던 이야기를 슬쩍 일러주며, 시답잖은 장난을 치고 낄낄거리다 보면 어느새 도착. 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한 10분 더 가면 금방 보인다. 그나저나 정말로 한산하네. 우리 말고 고객이 있으려나―
- 겍.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웬 여자의 질색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택시에서 캐리어를 내리고 돌돌 끌고오는 말딸 두 명. 꾸밀 대로 꾸민 갸루 토네이도가 우릴 보고 질색하고 있었다.
영업, 하기는 했지만 태반이 🥺나 유우가랑 잘되고 싶어 도와주라 우마뾰이 하고 싶워... 였으니까 아마 유우가가 생각하는 그런 영업은 아닌데에... ....하지만 츠나센 제일의 트레이너가 되었으니, 내년엔 다른 아이들도 눈독들일지도 모른다. 지금 있는 애들이야 내가 유우가를 얼마나 독점하고 싶어하는지 공공연히 알고 있지만, 새로 들어오는 애들은.... 그런 생각이 들자, 농담이라는 유우가의 말에도 쉽게 웃을 수 없었다. ....나 말고 다른 아이의 담당이 된 유우가라니, 절대 싫어. 역시 오늘 해버리는 수밖에 없겠네... ....우마뾰이.
그런 결의와 각오를 다지며, 유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헤에~ 대외비인거 치고 엄청 술술 나오잖아."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일부러 낄낄대고 장난을 치며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역에 도착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더 들어가면, 확실히 저번 료칸보다 더 좋아보이는 숙소가 있었다. 크기에 비해 꽤 한산한 느낌이네.
"겍."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똑같은 소리가 내 입에서도 나왔다. 토, 토, 토네이도가 왜 여기에 있는 건데!?
"....실화냐... 왜 하필......" "왜 토네이도가 여기 있는 건데?! 다른 료칸으로 썩 꺼지라고...."
그래, 사실 여기가 아니라 다른 료칸도 이용 가능하긴 한데. 여기가 제일 시설이 좋으니까 이쪽으로 온 거겠지.... 심지어 특실이니까. 우리도 비슷한 이유로 이쪽을 골랐으니까. 젠장.. 그래서 더 짜증나. 질색팔색하면서 슬그머니 유우가한테 가까이 붙었다. 흥, 그나저나 혼자 올 줄 알았더니... 의외로 동행자가 있었네. ...이, 일단 체크인 할까. 캐리어를 끌고 유우가의 팔을 살짝 끌었다.
마구로 기념. 메이사에게 2 1/2 마신으로 승리를 거둔 녀석. 편차치를 확인해보니 중앙 트레센의 시험은 간당간당히 통과할 거 같았다. 그래서 이제 트레센 편입에 좀 더 힘을 쏟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료칸에서 딱 마주칠 줄은. 그래도 이겨서 그런가 이전처럼 으르렁거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니, 뭐랄까. 음. 모르겠다.
"뒤엣 분은...... 친구?"
그래도 메이사와 토네이도 둘이 말을 섞게 두면 싸우기 십상. 토네이도의 어그로를 끌어보려 뒤에 있는 우마무스메를 턱짓하며 물었다. 그러며 살짝 살펴보니까 뭐랄까... 나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어떠한 기색이 있었달까. 이건 애매모호할 것도 없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동안에 속아서 불륜녀랑 연애하던 시절의 히다이가 아니란 말씀.
얼굴만 봐서는 나잇대는 어림잡아 30대 중반. 그러나 화장과 젊어보이는 착장을 감안했을 때 30대 후반 정도일까. 토네이도의 나이까지 떠올려보면 금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뒤엣분은... 이라고 나도 모르게 존칭을 쓰다가 친구로 선회한 거다.
그야, 뒤엣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토네이도의 표정이 상당히 복잡해졌으니까. 그러자 뒤에 있던 토네이도의 모친 되는 분은 토네이도의 팔짱을 끼고서 철없이 인사했다. 쵸릿― 까지만 말하다가 토네이도가 거칠게 잡아끌어서 끊겨버렸지만. 언젯적 쵸릿스냐고. 느낌 온다, 누나같은 부류다. 그 기분 알아. 쪽팔리지 음음.
"그래 대쉬야. 우리 마주칠 일 없도록 하자. 싸우지 말고 잘 쉬다 가자고."
토네이도네 어머니한테도 대충 꾸벅여보인 후 메이사가 잡아끄는 대로 체크인을 하러 들어갔다. 배정된 곳은 2층의 특실. 바깥에는 구름이 걸린 산이 장관을 보여주고, 그 아래로 보이는 잘 꾸며진 정원. 산책을 하기 좋아보였다. 체크인 하며 설명을 듣자니 대충 여탕과 남탕만 있고, 특실에는 프라이빗 탕이 있다는 거. 프라이빗 이야기를 듣자 메이사의 꼬리가 엄청 흔들리더라...
"...진짜 할 거야? 혼욕."
이번 기말고사가 어렵긴 했다. 시니어 녀석들도 평균점 52점에 머물 정도로 헬이었지. 그래서 100점은 따지 못 했지만 반 1등은 해버린 메이사... 좋아할 일이었지만, 문제는 나의 공수표였다. 네가 키노위키를 제치고 1등 한다면 내가 혼욕해주마, 물론 온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혼욕탕이 있다면의 이야기지만.
유우가가 토네이도랑 같이 온 친구...?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다. ....친구...라기엔 애매하게 나이가 좀 있어보이기도 하고, 설마 친구가 아니라 다른 관계인가. 보호자라던가.... ....마지못해 나도 대충 고개를 꾸벅이고,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료칸으로 들어갔다. 체크인하며 들은 설명에 의하면 우리 방은 특실이고(사실 유우가가 먼저 일러줘서 알고 있었지만) 프라이빗 탕도 포함되어 있었다. 프라이빗...!! 나도 모르게 꼬리를 붕붕 흔들었다. 그럼 이걸로, 이걸로 유우가가 약속했던 혼욕도 가능하단 말이지??
"응? 그치만 유우가가 먼저 약속한 거잖아?"
키노위키를 제치고 1등하면 혼욕해주겠다고. 온천 여행을 할 수 있고 그 온천에 혼욕탕이 있다는 전제 하에 그렇게 한 말.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억하고 있다고? 그리고 나는 키노위키를 제치고 반 1등을 거머쥐었고, 온천 여행도 왔고, 마침 프라이빗 탕이 있어서 혼욕도 가능한 상황.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 데?
"설마... 이제와서 말 바꾸기?" "먼저 말해놓고 이제와서 역시 무리라고 내뺄 셈이야?" "설마 유우가.... 쫄?? wwwwwww하남자💕 허접💕 자기가 한 말도 못 지키다니💕 한심해💕"
얘는 남의 속도 모르고... 저렇게 깐족거리는 걸 듣자하니 열받긴 하는데, 그렇다고 도발에 말려들면 끝이다. 뭔가 메이사가 나랑 혼욕하지 않도록 만들 방법 없나......
예를 들면 뭐, 나 사실... 음... 발냄새가 심하다던가. 사실 큰 점이 있고 그 위에 털까지 있어서 보여주기 부끄럽다던가... 아니, 마지막은 글렀군. 꼭 보고 털은 자기가 뽑아주겠다고 할 것 같다. ...너무 정글포켓, 밀림 그 자체여서 미관상 보기 안 좋다? 아니 그것도 그냥 청테이프로 뜯어줄게💕 라고 할 거 같아. 나의 메이사 센서는 이제 80% 정도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이걸 어째야 하지, 턱을 괴고 고민하다 한숨만 내쉬었다.
"...무리라고 하면." "내가 쫄았다고 하면 안 들어갈 거야?" "나 하남자고, 엄청 큰 점에 털도 있고, 발냄새도 심하고, 정글포켓이라서 안 될 거 같은데."
어쩌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곁눈질하고 물어봤다.
"......어쩌면 그래, 내가 네 풋내나는 속옷 컬렉션을 보고 비웃을 수도 있고."
어휴 쓰레기... 하지만 솔직히 자신없다. 흰 바탕에 핑크색 도트무늬같은 거 보면 사케를 입에 머금은 그대로 푸학 뱉어버릴걸.
"아—니!" "유우가가 하남자여도 끌고 들어갈거야." "엄청 큰 점이 있어도 복슬복슬해도 난 전혀 신경 안 쓰는 걸~ 발냄새는.... 내가 깨끗하게 씻겨줄게💕 정글포켓은... 그러네. 청테이프로 뜯어주고💕"
유우가도 이런 답변은 이미 예상했겠지. 이쪽을 힐끔 곁눈질하며 물어보는 말에 예상답안을 하나하나 돌려준다. 하지만 이것까진 예상 못했을 걸. 풋내나는 속옷 컬렉션이라는-아마 파파가 들었으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말에 나는 그저, 한쪽 입꼬리를 쭈우욱 끌어올릴 뿐이었다.
"유우가도 참..."
그렇게 말하면서 스르륵, 스커트를 조금씩 올린다. 무릎 위 기장에서 허벅지로, 허벅지 기장에서 거의 삼각존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가서야 손을 멈추고.
"나, 오늘은 좀 색다른 거 입고 왔으니까...💕 확인해볼래?" "좀 더 어른스러운 거 입고 왔으니까💕"
오늘 신고 온 것도, 봐봐. 평소의 오버니가 아니라, 레이스가 달린 가터벨트니까. 그리고 속옷도, 그, 그으.... 지, 진짜 어른이라고 할지... 속옷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 속옷 기능은 별로 없는 거 같은 그 그 그런, 그, 사, 살 때도 엄청 우왓뺫 이게뭐야아앗?!하고 혼자 엄청 놀랐던 그, 그, 그런, 그런...거니까아.... 떠올리니 엄청 부끄러워져서, 슬금슬금 스커트를 조금 내렸다. 약간.. 허벅지까지만.... 아으.. 얼굴도 좀 뜨거워졌지만 괘, 괜찮아. 안 들켰겠지! 그리고 조금 쉬었다가 들어갈 거니까!! 바로 들어가는게 아니니까!
뭔데 무섭다고 이 적중률!!!! 80%라고 허세 포함해서 서술해봤지만 진짜 80%라니 무섭다고. 메이사랑 지낸 2년동안 너무 많이 메이사당한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소름을 가라앉히려 비치된 생수 한 병을 당겨와 따서 한 모금 마셨다가... 메이사가 스르륵 들어올린 스커트와 그 아래의 광경을 보고는 정말이지 도리 없이 푸하아아악 뿜고 말았다. 그래놓고 사레까지 들려서 고개를 푹 수그리고는 콜록거렸다.
아니, 뭐, 뭔데 저거. 저거 애한테 팔아도 되는 거냐...? 아니, 애는 아니지만. 어떻게 잘 좀 거 팔지 말았어야지...!!! 자꾸 그쪽으로 시선이 가려고 하는 걸 억누른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래서.
아니 근데, 너무 충격적인 광경이라 자꾸 생각나... 입가를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너 말이야..."
아니 근데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장난없긴 했다. 슬쩍 봤을 뿐이지만 그 틈 사이로 보이는 거라던가, 그냥 오늘은 커피색이로구나 생각했던 게 사실은 데니어가 적은 거였을 뿐이라던가. 뭔가 말하고 싶은데... 아니... 하...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냐 정말, 입만 벙긋거리다 말았다...아 젠장 얼굴도 빨갛고. 아니 근데 진짜 훅들어오니까 어쩔 수가 없잖아.
"......하나만 물어보겠는데..." "그거 올 때부터 입고 왔니..."
그러면 열차 시트에 민폐인 거 아닌가... 아... 몰라... 골 존내 땡긴다 진짜. 그만큼 화끈거리기도 하고.
"따라해." "나는, 저질입니다." "나는, 아빠 속 썩이는, 나쁜 말딸입니다." "안 하면 혼욕 없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콜록거리는 유우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건 비웃는 건 아닌 거 같고... 잘 먹혀든 걸까나아... 유우가가 걱정되는 마음 반, 좀 잘 먹힌 거 같다는 뿌듯함 반이 섞인 기묘한 감정에 꼬리가 흔들리다가 바짝 섰다가 그러고 있었다. 앗, 유우가 눈 질끈 감았네. ....뭐 됐어. 나도 좀 부끄러웠으니까. 스커트를 내리고 탁탁 털어냈다.
"어? 그, 그건...." "............묵비권 행사할래..."
그, 긋,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거얏!!! 나도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처음부터 입었던 건 아니구, 집에서 나올 땐 유우가가 좀 비웃을만한 그런 거였는데..... .....역시 이걸론 안되겠다 싶어서 중간에 역에서 잠깐 화장실 갔을 때 슬쩍 갈아입었던 거라구. 아, 물론 가터벨트는 집에서 나올 때부터였지만.
"에, 에웃....." ".....나, 나느은... 저질입니다아..." "아, 아빠 속 썩이는 윽, 나, 나쁜 말딸....입니다아...."
하? 뭐야 그게?? 하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안 하면 혼욕 없다는 말에 나는 '큿 죽여라'라고 말하는 여기사의 심정이 되어 느릿하게 복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창했으니까, 이걸로 혼욕 확정인거지? 아싸.
".....그, 그래도 유우가... 이런 거 좋아하지?" "아까부터 얼굴도 새빨갛구..... 에헤헤..."
지금도 얼굴도 귀도 새빨간 상태니까. 딱 봐도 안다구. ...근데 왜 유우가는 자꾸 자기를 아빠라고 하는 거지. 내가 그렇게 애 같은 가.... 그렇게 안 보이려고 오늘 이렇게 입고 온 건데. 헉, 아니면 그런 플레이(...)가 유우가 취향이었나...? ....매트리스 아래에 있던 그거에선 별로 안 나오던데. 다른 곳에 또 숨겨놨던건가...
"근데 유우가. 왜 자꾸 유우가를 아빠라고 부르라는거야?" "아, 혹시 그런 쪽이 취향? 그, 그럼 이제 파파💕라고 부를까?"
너 이런 거 좋아하지 우히히 얼굴 새빨개져선 허접(곡해) 이라고 하는 메이사를 슬쩍 흘겼다. 아직도 롱스커트가 허벅지 쪽에서 살랑거리며 가터벨트의 꾸밈부분을 반쯤 보여줬다 말았다 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싫지는 않아. 난 기본적으로 연상 그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단 연상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거니까, 좀 나긋나긋하고, 롱 스커트 입고, 풍만하고 그런 거. 그러니까 저 롱스커트랑 가터벨트를 싫어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지. 만지기 좋게 살이 붙은 허벅지 같은 것도 좋고.
근데 좋아하면 안 된다고.....................!!!!!!!!!!!!!!!!!!!!!!!!!! 난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잖니 메이사야!!!!!!!!!!! ...성인이긴 하지만, 이 직함에서 나오는 배덕감이란 게 있다고.
한숨만 푹푹 찐다 진짜...... 목만 바싹바싹 마르고.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시다가...
- 파파💕라고 부를까?
"콜록콜록콜록큽흡 아 메이사 진짜!!!"
또 하관이 물범벅이 돼버렸다. 아니, 나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을 그렇게 찌르고 들어와서, 취향이냐고 하니까 나도모르게 '어? 그런가?' 싶어지고. 그리고 나서 고민할 틈도 없이 파파라고 부를까? 라니. 잽 다음에 스트레이트냐? 진짜 잘 넣는구만 어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상식적으로 내가 그런 쿠소취향으로 보이냐?! 나는 다분히 정상이라고! 절대, 전혀, 다시는, 그런 취향일 리가 없잖아 메이사! 어!"
"나 나는 그냥 널 거진 딸처럼 여겨서 그런 거지 딱히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니라고! 이건, 그 , 그냥 너 너를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지 뭐 그런 걸 즐기는 건 전혀 아니니까―"
...우리 딸 우리 딸 하긴 했지. 그리고 평범하게 그런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맞고. 근데 그걸 내 입으로 말하자니 무심결에 속사포처럼 나온 거라 해도 좀 부끄러워서... 자각해버리자, 아까부터 화끈거리던 얼굴이 이젠 목까지 새빨개져서 그야말로 불덩이같은 몰골이 됐다.
동거지아땐 조심한다고 꼬리 앞으로 쭉 땡겨서 다리에 끼우고 자다가 스르르르 자세 풀리면서 또 난로 앞으로 가고... 연기 풀풀나서 유우가가 또 식겁해가지고 손으로 잡아주는거 봤어요 이히히.... 🙄 아 뜨거! 이렇게 뜨거워졌는데 안 깨냐??? 😴 음먀... 😮💨 에휴... 이러고 나가서 살겠다고? 참나
아. 또 사레들렸네. 머라이언이라도 된 것처럼 입에서 물을 뿜어대는 유우가를 보고 히죽 웃었다. 그렇구나. 유우가 이런 취향인거네~ 얼굴을 넘어 목까지 새빨개졌다고? 엣치치~
"그치만 유우가,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 알지?" "그렇게 열심히 부정하니까 진짜 그런 취향이라는 것처럼 들린다구.... 안 그래? 파파아💕"
속사포처럼 줄줄 나오는 부정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지. 응. 그리고 생각해보면 유우가는 툭하면 날 우리 딸 우리 딸 하고 부른 적도 있으니까. 클래식 시즌부터 말이야. 그때 온천에서 '유우가가 날 이성으로 안 보나 봐...'하고 다른 친구에게 하소연했다가 '이성으로 안 보면 딸이 아니라 아들이라고 했겠지'라는 말을 들은 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우리 딸이라고 부르면서 혼인 신고서 작성도 해주고, 키스만 빼고 다 해도 된다고도 해줬으니까.... '딸'의 의미가 완전히 다른 걸로 들려버린다구...
".....히히, 그래도 기쁘네.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라는게."
이건 사실이긴 하니까. 수줍게 말하면서 슬쩍 테이블에 기대 엎드렸다. 기차를 좀 탔더니 지친다고 할까. 마음 같아서는 누워서 낮잠자고 싶은데, 아직 이불이 안 깔려 있어서 좀 그래. 그냥 바닥에 누우면 다다미 자국이 남아버릴거고. 그래서 그냥, 테이블에 엎드리는 정도로 만족할까.
"큭... 악... 아악... 아 답답해...!!!!!!! 아니라고 진짜!! 아니 나는 전혀 그따위 취향 아니라고!!!"
라며 머리를 마구 헝클이고 워석워석 산발로 만들어버린다. 물론 내 것을. 그러지 않으면 대가리 터질 거 같았으니까... 그러다가 부끄러워서 메이사한테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지만, 테이블에 엎어져선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을 계속 외면할 순 없었다. 뭐라고 말이 많긴 했지만, 난 정말로 메이사를 많이 좋아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이건 어떻게 부정할 도리가 없다.
물론 작년서부터, 내가 아끼는 이 바보가 왜 나 같은 걸 좋아하는지 이해를 못하긴 했지만. 어떻게 정을 좀 떼보려고 애도 썼다만 쉽지가 않았다. 나한테 완전 메로메로 무츄였다. 독하다 독해.
그런 메이사니만큼 졸라대는 심보는 뻔했지만, 솔직히 마음 한 구석에서는 '닳지도 않는 거 좀 닿으면 어떤가' 싶기도 했다. 메이사보다 한참은 덜 요구했는데 그냥 내어줬던 일도 종종... 아니, 대부분이었지 않았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가자 가. 담갔다가 가이세키 먹고 노곤하게 자지 뭐." "대신 조건." "타올 벗으면 난 그대로 츠나지로 돌아갈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알았나."
그렇게 엄포를 놓고 나서 일단 하프 집업의 지퍼를 쭉 내리다가...
"나 먼저 들어가서 갈아입고 온다."
하고는 타올을 대충 하나 집어서 욕실로 들어갔다. 옷이 습기에 눅눅해지긴 하겠지만 애 앞에서 탈의를 보여주는 것보단 낫지 싶다... ...그렇게까지 조건 걸었으니까 괜찮겠지? 잠깐만 참으면. 그렇게 생각하고선 물을 받아놓은 탕에 먼저 들어갔다. 어흐으 소리가 절로 나오며 몸이 싹 풀린다. 석연찮았던 기분도 사르르 녹아버렸다. 물이 좋긴 좋네...
...이 때의 나는 몰랐지. 조건을 말할 때 '타올을 벗으면' 이라고 했을 뿐, '벗기면'이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단 걸.
타올 두르고 들어가는 거구나..... 지금 들어가자는 말에 귀도 꼬리도 쫑긋 섰다가 타올 벗으면 그대로 츠나지로 돌아간다는 말에 다시 추우우욱 처졌다. ....그, 그렇네에... 그래도 같이 들어가는 게 어디야. 여기서 싫다고 하면 '그럼 혼욕 없어.'라고 할 것 같아서,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말했다. 타올을 집어서 욕실로 들어가는 유우가를 보다가, 나도 허둥지둥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옷은 벗어서 정리해두고 갈아입을 유카타를 챙기고 타올을 두르고.... 뭔가 바쁠 건 없지만 어쩐지 서두르면서 준비를 하고, 잠시 귀를 기울였다. ....유우가가 탕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서 나도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다.
"드, 들어갈게...."
유우가랑 같이 탕에 들어간다니, 유우가랑 혼욕이라니. 타올이라는 방어구를 서로 두르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도 드러낸 면적도 넓고, 같은 탕에 들어가서 같이 붙어 앉아있어야 하니까 더 밀착하게 된다. 엄청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킬 생각도 못하고, 조심스레 탕에 들어간다. .....다리를 담그고서 잠시 멈칫. ...어, 어떻게 앉지.... 탕이 생각보다 넓진 않은데. 나란히 앉기도 마주앉기도 애매한 넓이라서....
"그으, 생각보다 탕이 좁네. 헤헤. 에헤헤...."
이것도 생각해보면 기회 아니야? 뻔뻔하게 유우가의 다리 사이로 몸을 슬쩍 밀어넣으면서 '아 정말 탕이 좁아서 어쩔 수가 없네에 진짜로오'하는 어필을 잔뜩 해본다. 유우가의 무릎 사이에 앉는 거야 자주 하니까 익숙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하는 건 처음이라. 역시 두근거린다. 으, 으으.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꼬리가 폭주할 것 같....지만 열심히 참자.
아니. 참을 필요가 있나?
그러고보니 유우가, 내가 타올을 벗으면 츠나지로 바로 간다고는 했지만.... ........유우가의 타올을 '벗기면' 어떻게 할 지는 말하지 않았는 걸. 궤변이라고? 에~ 메이사는 그런 거 몰라~ 꼬우면 정확하게 이용약관 광고심의필처럼 5pt로 따다다다다닥 적어놨어야지~
"후아아, 따듯하네에~"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서, 슬쩍슬쩍, 흥에 겨워 주체못하는 척 하면서 꼬리로 공작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사실 저도 그런 타입이라🙄 지금까지 중간에 내던진게 한두개가 아니거든요.. 심지어 게으르고 확 식는 주제에 은근히 완벽주의까지 있어서🫠 아~ 어차피 중간에 내덜질건데 그냥 아예 시작하지 말지?ㅎ 하고 시작도 안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프리지아는 애정이 게으름과 중도포기를 근소하게 이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히히...😏
마 맞아요.. 이제 바빠질 시즌...🫠 무리하지 않고 느긋하게.. 천천히.... 잘 해볼게요 히히...
메이사의 꼬리가 붕붕... 이 아니라 첨벙첨벙, 목욕탕 들어온 초딩마냥 물장구를 쳐댔다. 당연히 그 물은 안경 쓰지 않은 나의 눈으로 직격. 얼굴이 메이사가 뿌린 물로 범벅이 돼버렸다. 조금 불만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면, 안경을 벗어두기도 했고 눈에 물도 들어간데다 하도 첨벙거리고 있어서, 그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혀 짐작도 못했다.
"...어휴, 말딸이랑 들어가는 건 이런 느낌으로 불편하네. 그래도 넌 체구가 작아서 좀 낫다 야."
다리 사이에 들어가고서도 꼬리를 첨벙거릴 공간이 남을 정도고. ...그보다 워낙 안 하던 자세여서 불편하다. 유우키 기를 때에는 애가 메이사보다 작았으니까 문제 없었는데. 이러니까 뭔가... 뭔가... 그래, 운동회에서 치마 입었을 때의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그때보다 심하지. 그 땐 속옷에다 속바지, 파니니인지 뭐시기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의식하고 나니 느껴진다. 꼬리털이 물 안에서 스르륵 휘감기고 스쳤다가 다시 물 바깥으로 나가는 게. 그리고 워낙 물 안이라 나풀거리던 수건자락이 허벅지를 슥슥 스쳐지나가는 게. 어느 방향인진 모르겠지만 단언할 수 있다.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고.
"거, 메이사, 꼬리 좀 어떻게 해봐... 정신 사나ㅂ"
그렇게 딴지를 걸 때면 또 꼬리에게 물벼락을 당하고. 물장구를 첨벙첨벙 쳐서 눈으로는 도저히 확인하지도 못한다. 그저 의문의 감촉만이 날 불안하게 자극할 뿐이다.
으극...그리고 저... 잡담모드로 짧게 있다가 가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궁금한 게 🤔 멧쨔는 운동회하면서 제모한 유우가도 봤으니까 이제 둘 중에 뭐가 더 좋은지 호불호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우가면 다 좋아😻여도 최소의 호불호는 있을 테니까... 부숭 유우가인지 민둥 유우가인지 궁금한ww
걸렸나? 아니, 스친거다. 물 속에서 흐늘거리는 타올이 꼬리를 스치며 나풀거리는 게 느껴진다. 한번 더, 한번 더. 꼬리를 휙휙 저을 때마다 탕의 물이 요동치고, 유우가는 어풉푸 하는 소리를 냈다. ...아, 물 너무 튀었나? 헉, 나 너무 티나게 했나!? 앗, 꼬리에 느낌 왔다! 그대로 슬그머니... 슬금슬금 꼬리를 움직여 앞으로 보내면.... .....타올, 겟. 이걸 슬그머니 집어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탕 밖으로 건져놓았다. .....히힛. 그리고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조금 유우가한테 기대려고 하던 순간,
꼬리를 확 잡혔다. 너무 놀라서 기차에서 먹었던 바나나우유가 도로 입으로 올라올 것 같았다. 아니, 참았지만.
"히얏!?"
드, 드, 들켰나!? 잡힌 꼬리를 부르르 떨다가 손아귀에서 빼내려고 이리저리 흔들다가 하면서 조심스럽게 뒤를 살펴보면.... .......눈치챈 것 같진 않은데... 역시 안경을 안 써서 그런가. 유우가, 지금 잘 못 보는 것 같고. 그래도 걱정되니까 좀 밀착해서 가려둘까....
"노, 놀랬잖아.... 알았어, 꼬리 앞쪽으로 뺄 테니까. 대신 좀 더 붙을래. 괜찮지?"
허락을 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 통보다. 읏차, 하는 소리와 함께 유우가한테 좀 더 기대고, 다리 사이로 꼬리를 보내서 앞으로 뺀다. 이러면 꼬리를 흔들어도 유우가한테 물세례가 가지 않고, 착 달라붙으니까 타올이 없어진 것도 잘.... 모르겠지?
"이.. 이제 됐지?"
나도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아~ 긴장이 풀린다아~ 몸에 힘을 축 빼고 탕을 즐기기로 했다. 특실은 특실이구나, 좁지만 제법 좋은 탕이야.
에!? 진짜!? 정글포켓 다리여도 괜찮은 거야??!? 과연... 그렇군요.........🤔 오히려 운동회 때 애들이 제모하고 오라고 해서 차마 하지 말라고는 못했지만 하고 온 걸 보고서 상당히 실망할지도...🫠 유우가의 웃옷을 멋대로 들추고 에........우..........에........................하고 나라잃은 표정하는 멧쨔가 보였어요
어이wwwwwwwwwwwwwwwwwwwwwwww 다듬으면서 더 못 봐줄 거 같아서 그냥 청테이프 붙이고 🙄 죽여라................. 너 때문에 죽는 거다 나는..... 할 거 같아요wwwww 이녀석들 사이 좋잖아... 귀여워...완전 장기연애 부부처럼 티키타카하는 게 좋군요..
그리고 저는... 껙... 불초... 제송...🙏 멧쨔주도 푹 쭘시기.. 앵바앵밤입니다 👋
wwwwwwwwwwwwww자기 자신에게 NTR 당하는 거냐고요wwww 아니 이 경우엔 NTR이 성립되지 않는 건가...🤔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다가 미니 유우가가 태어나는 꿈을 꾼 멧쨔가 수술 끝나고 🥺나 이거 가져갈래 미니 유우가가 보고싶워... 하면 유우가 표정이 어떨지 궁금해졌어요😏
유우가 몸 안에 이렇게 거대한 게 들어가있었다고 💕 보여? 내시경으로 본 것보다 훨씬 굉장해ww💕 식으로 너무 놀려서 유우가가 손 안 닿는 선반 위에 올려놔버렸을 거 같아요 히히... 나중에 멧쨔한테 머리 다 잡아뜯기고 나서 🫠 여보 나는 애낳는 거만큼 아팠지만 그래도 여보 귀를 잡아뜯진 않았어... 라고 하는 게 보였습니다
열 살 연상을 이성으로 보는 그런 인생 종치기 딱 좋은 일은 하지 말길 바란다... 제발. 내가 그런다고 새삼 자존감이 오를 나이도 아니고.
메이사의 꼬리를 놓아주자, 물에 젖어 홀쭉해진 꼬리가 물 속으로 첨벙 들어가더니 허벅지를 스치며 앞으로 갔다. 그리고 메이사가 예고한 대로, 엉덩이를 한 번 이쪽으로 당기는 ㄷ...
어.
온 몸의 털이 쭈뼛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아니 이 감촉을 모를 수가 없지. 메이사의 맨살 위에 닿아서 진짜로, 온천물은 뜨거운데 뒷골은 싸해지고, 욕조 위에 걸쳐놓은 팔에서 소름이 오소소소 돋았다. 이, 이걸. 어.. 어. 마, 말해? 말어...?
메이사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이 몸을 나한테 툭 기대고, 더 닿는 감촉에 나는 반대로 뻣뻣하게 굳어서는, 마치 목각인형처럼 물 안에 가만히 놓여 있었다.
수건, 수건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메이사과 나를 가로막아주던 기특했던 녀석이 아까의 소동에 휩쓸려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한번 묶은 게 패인이었나...!!! 아니, 아니 근데 이거 어떡하지. 내 큰일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메이사는 기대서 노곤노곤하게 "유우가도 좋아 히히" 하고 있고, 나는 나 혼자만의 엄청난 배덕감에 눈을 질끈 감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말하지 말자... 모르도록 냅두자... 다행이도 온천물이 다소 뿌옇기 때문에 어떻게 잘 말로 교란시키면 모를 수도... 어, 내가 실수하지만 않으면 모른다. 어. 가능하다고.
"파파랑 들어갔을 땐 타올 없었는데..." "그리고 그땐 어렸을 때고, 지금은 다 컸다구!! 뭇!"
당연함. 완전 어릴 때였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나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땐 오리라던가 문어라던가 잠수함 같은 장난감도 같이 가지고 들어가서 우마력 잠수함이 문어에게 박살나는 놀이를 하는 동안 벅벅 씻겨졌을 뿐이었고.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너무 많은 게 다르다는 거지. 장난감도 없고, 있다고 해도 그걸 가지고 놀 나이도 지났고, 타올도 두르고 있고(물론 나만).
아니!!! 무엇보다 유우가랑 같이 혼욕한다는 두근두근 이벤트를 순식간에 부모자식간의 포카포카 일상으로 만들어버리지 말란 말이야!! 진짜 부모도 아니면서!! 뭇, 하는 소리를 내면서 볼을 잔뜩 부풀리고, 슬쩍 몸을 까딱거리면서 움직여본다. 흐흥~ 그런 말을 한 괘씸한 유우가에게 내리는 시련이라구.
욕조 위에 걸쳐진 유우가의 팔을 슬쩍 보면, 딱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름이 돋아 있었다. 오오, 타올이 없어서 그런가 엄청난데. 히이죽 웃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좀 더 유우가에게 기댄다.
"유우가, 팔이 왜 이래? 추워??" "팔은 나와있어서 추운가보다~ 내가 따듯하게 해줄게~ 히히히"
손으로 온천수를 퍼서 유우가의 팔에 슥 뿌려주기까지. 아, 이거 역효과인가. 더 추워질지도. 그나저나 이 온천, 살짝 뿌연 느낌이라 신기하네. 약간 우유에 물 탄 느낌 같기도 하고. 라인기에서 퍼낸 석회가루를 물에 탄 것 같기도 하고...
"여기 탕은 신기하네. 뿌연 느낌이고 뭔가 미끌거리는 거 같기도 하구."
이거 봐 유우가~ 팔을 문지르면 엄청 미끌거리는 느낌이 든다. 온천이라 그런가. 수돗물하고는 확실히 다르네.
"그치~ 집에서 입욕제 풀어서 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네!" "저번에 온천순례 입욕제 사서 써봤는데, 색은 비슷하게 뿌옇게 됐지만 이런 느낌은 별로 없었던 거 같아."
삐걱대는 느낌이 가득한 유우가의 대답에 몰래 히죽 웃었다. 이히히, 유우가 완전 귀여워~ 좀 더 괴롭히고 싶다아~ 물을 펴바르는 척 팔도 문지르고, 슬쩍슬쩍 몸도 까딱이는데.... 어라, 어째 유우가도 같이 그러고 있는 듯한.... 등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엣, 에, 서, 서, 설마....!!
새빨갛게 삶은 문어처럼 되어버린 유우가가 내 위로 푹 엎어진다. 평소같았으면 꺄아💕유우가 헨따이💕하지만 좋아💕 당장 하자💕하고 완전 오케이 사인을 보냈겠지만(?) 뭔가.... 내 위로 엎어진 유우가는 그런 느낌으로 엎어진 게 아니라, 기력이 다 소진된 느낌으로, 마치 오래 탕에 있어서 현기증이 난 사람처럼... .....아니!!! 처럼이 아니라 그게 맞잖아!!!! 현기증 난 거지 유우가!? 우왓!? 어쩌지 일단 나가야하나!?
"엣, 에!? 유우가?? 괜찮아!?" "아니아니아니 안돼!!! 나가자! 당장 나가자? 자 부축해줄테니까!!! 아니다 그냥 그대로 내 목에 팔 감고 있어!! 그대로 업고 나갈게!!!"
그대로 유우가를 들쳐업고 일어서려고 했다. 사람을 업을 때 으레 그러듯이 다리를 잡기 위해 손을 뻗어 더듬다가, 그제야 문득 생각났다. ..........유우가, 타올 없는 상태였지.....
아, 진짜, 미친듯이 잠온다... 어질어질하고 진짜 피곤했던 건가... 으... 으어어... 진짜 기절할 거 같은......
아니, 어지간하면 버텨보는 나도 피로누적에는 답이 없다. 나를 보고 괜찮냐고 묻는 메이사의 목소리가 엄청 멀게 느껴진다. 아니 괜찮긴 하지. 어디 부러진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여유다 여유. 뭐 그렇게 기겁을 한담, 별 것도 아닌데...
하던 나의 안일한 마음에 어떤 기강이 잡혀버렸다. 메이사가 내 다리를 잡으려 한 손이 영 좋지 않은 곳에 닿지만 않았더라면 멍한 기분 그대로 쿨쿨 자버릴 수 있었을 텐데, 메이사가 그렇게 만져버리니까 잠이 확 깼다. 물이 뿌연 게 럭키라고 생각했는데 럭키스케베였던 거지. 나한텐 전혀 럭키가 아니지만...
그래서 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타올이 없던 것을 잊어버린 채로, 벌떡 일어나버린거다.
"메이사 내는 너무 어지러워가 좀 누워야겠다... 미안, 담에 해주께..."
메이사의 경악해버린 표정은 보지 못햇다. 그야, 난 눈이 나쁘니까. 그리고 문에 걸어뒀던 샤워타올을 집에서처럼 그냥 어깨에 걸치고 나와서는... 채 깔아두지 않은 채 개켜둔 이불뭉치에 다이빙해버렸다. 거기까지가 내 기억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메이사에게 주어진 숙제.
이불을 펴러 올라오는 직원보다 빨리 이불을 펴서 유우가와 유우가의 그걸 이불 안에 숨겨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외간사람이 깨벗은 유우가를 봐버릴테니까.
엣, 머, 뭐, 뭐지 이.... 감촉.... 절대 다리가 아니야.... 손이 우뚝 멈추고, 그렇게 멈칫하는 사이에 유우가가 몸을 확 일으켰다. 현기증으로 어질어질한 상태 아니었나? 갑자기 확 일어나면 위험한데!? 하고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거기, 엔....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목격한 그, 어, 으....
"—헷, 으, 끼뺘아앗...."
입을 덥석덥석 하면서 비명인지 뭔지 모를 소리를 흘리며,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유우가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 그, 그렇게.. 생긴거구나아... 가 아니라!!! 바로 나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허둥지둥 욕실을 나섰다. 물기도 제대로 닦지 못한 채로 방에 들어서자 보인 것은, 이불을 펴지도 않고 그냥 개켜둔 그 위에 그대로 누워버린 유우가였다. 끄, 끄아악!!!
대충 타올을 푸르고 유카타를 대강 걸치고, 재빨리 유우가 쪽으로 뛰어갔다. 슬쩍 유우가를 옆으로 밀고, 요를 한 장 꺼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유우가를 끌어다 올려둔다. 이제 이불을 찾아서 덮으면 되는데, 순간 귀가 쫑긋 선다. ....밖에서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고 있어! 으아아! 누군가가 온다아악!!! 허겁지겁 이불을 꺼내서 그대로 촥 털어서 펴고, 유우가 위에 알아서 덮이도록 내던지고 베개를 꺼내서 머리 아래로 쏙 끼운다. 발소리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이불을 확인한다. 으악, 이상하게 던졌나? 완전 옆으로 비껴나가서 덮인 면적이 적다 못해 하나도 가리지 못하고 있어!!! 다급하게 손을 뻗어 이불을 잡고 당긴다. 하다못해, 하다못해 유우가의 주니어라도 가려야만....!!!!
간신히 이불을 당겨 가리는 것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누가 봐도 급하게 편 것이 분명한 이부자리 하나. 그 위에 요상한 자세로 눕혀진 유우가. 최소한의 면적만을 간신히 가린 이불. 그리고 그 이불을 붙잡고 있는 흐트러진 유카타 차림의 나. 이 모든 것을 목격하고 적잖게 당황한 표정을 짓던 료칸 직원이었지만, 베테랑다운 속도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금새 표정이 싹 바뀐다. 역시 프로는 다르네.
마구 던져지던 끝에 불편하게 누운 몸을 무의식중에 뒤척거렸다. 그리고 옆구리에 붙은 따듯한 걸 껴안고 다리도 걸쳐 올려놓고 깊게 푹 잤다.
롤러코스터 타는 꿈을 꿨다. 그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있는 거 알아? 익룡이 날 먹이로 삼으려고 붙잡고 간다는 컨셉의 롤러코스턴데. 그것처럼 일방적으로 붙잡혀서 마구 마구 마구 휘둘러지는 꿈이었달까.
그리고 무진장 더워서 깨보니까 온 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에 머리는 뜨끈뜨끈 했달까. 목이 붓진 않은 걸 봐선 우마=로나는 아니고 평범하게 피로로 인한 발열인 거 같다. 이불에서 몸만 슬쩍 빠져나와보니... 어라. 상반신까지 빼고 보니까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 이불을 살짝 들춰보니까 하반신도 마찬가지. 이대로 메이사랑 같이 누워있었... 다고?
나... 기억이 없는데?
... 온천이라고 너무 마셔버린 건가? 그래서 실수해버린 건가? 아니, 근데 아무리 취해도 그렇지 내가 메이사랑? 그럴 리가 없다고. 내가 메이사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데 그런 짓을 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없다니까????
그 그나마 희망적인 건 메이사는 착의하고 있단 건데...... 아니 조금 흐트러져있어. 희망도 흐트러졌다 방금. 식은땀이 미친듯이 흐른다. 땀을 줄줄 흘리는 흑인 짤처럼 메이사를 내려다보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메, 메이사. 메이사 일어나봐..."
"나, 나 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전혀 모르겠어... 설명 좀, 어떻게, 어? 이게 뭔 일인지 알려줘어..."
거의 울다시피하고 있는 나와, 이불 속에서 곤히 자던 메이사가 눈을 뜨자마자 본 광경. 비슷한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난 염두에도 두지 못한 채 메이사를 흔들어 깨웠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길...
잠에 빠져드는 순간까지도 눈 앞에서 아른거린 것 때문일까, 조금 후히히한 꿈을 꿨다. 엄청엄청 우왓뺫💕하고 깨고 싶지 않았는데, 몸이 덜걱덜걱 흔들려서 억지로 눈이 떠졌다. 으, 으으.... 피곤해.. 추워.... 졸려.....
"으..... 뭐야... 유우가아...." "졸려어.... 더 잘래..."
기차타고 버스타고 오느라 좀 지친데다, 온천에서 뜨끈하게 몸도 지지고, 거기에 뜬금없이 타임어택 깨느라 진땀도 빼고. 급속도로 지친 몸은 아직 휴식이 부족하다고 더 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우가는 가차없이 날 흔들어 깨우고 있고. 진짜아 피곤해 죽겠는데. ....무슨 일 있나? 그새 눈곱이 끼어서 달라붙은 눈꺼풀을 억지로 뜨면서, 눈을 비비다가.... ....눈 앞에 드밀어진 그것에 덜컥, 동작이 멈췄다.
".......엣, 우, 아, 아직 꿈인가아.... 그러쿠나..."
그, 그렇구나. 아직 꿈 속인가. 뭐야 깬 줄 알았네. 몽중몽이라는 건가. ....이, 이번 꿈도 좀 후히히한 꿈인가봐. 에헤...💕 그대로 다시 눈을 감고, 졸음이 가득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알겠어어. 유우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되니까아...💕 꿈이니까아..."
아까 꿈에선 엄청 그.. 그렇고 이렇고 후히히 우왓뺫했는데 이번엔 어떤 거려나... 조금 두근거린다. 조, 조금 더 우왓뺫해도 좋은데... 하지만 어떤 거라도 좋으니까~
🙄 히히란 건 말이다... 🙄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손 꼭 잡고 츄츄하고 나서 하는 거야 🙄 너랑 나는 서로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츄츄도 못하지? 😶 ...유우가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 아아아아!!! 아 그런 얼굴 하지 마!! 사랑해! 사랑하는데! 너랑 나랑 당장 같은 의미는 아니란 소리야!!
🤔가끔 꿨을 거 같아요 취중진담 전에는 😾하아?? 뭐 뭐야 이런 개꿈.. 말도 안돼 내가 왜@%₩%!##@!!!!하고 이불을 발로 마구마구 찰 것 같아요😏 취중진담 후에는 😳..... 🙄.....하고 머리카락 손으로 꼬고 괜히 시선 안 마주치는데 힐끔거리면서 😻하고 보고있고 그럴 것 같고😏
화해 후에는 😸 유우가~ 나 이런저런 꿈을 꿨는데~ 😽 이거 현실에서도 해볼까💕 당장 하자💕💕 ...한대요😏😏😏
메이사는 나를 한층 더 심란하게 하는 말을 남기곤 다시 코야코야 잠들었다. 뭔데 이 열려있는 태도. 뭔데. 진짜 내가 저질러버린 것처럼......
그래서 일단 자게 냅뒀다. 주섬주섬 일어나서 유카타를 입고... 주변을 돌아보며 마치 코난이라도 된 것마냥 주변사물과 정황을 짜맞추기 시작했다.
첫째로, 일단 배가 고팠다. 그것도 무진장. 일단 우리가 저녁을 먹지는 않았단 거다. 저녁을 먹다가 신나서 사케를 병째로 마셔버렸다는 끔찍한 일은 없었다. 그러면 그 전인데... 애초에 우리 티켓에 가이세키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지는 않다. 원한다면 6시 전에 특실 특전인 간단한 식사(계란찜, 오챠즈케 등...)를 요청할 수는 있댔지. 그러면 6시 전에 잠들어버렸다는 뜻.
일단 배고파. 가방에서 에너지바를 하나 꺼내 먹었다.
둘째로 화장실. 내가 개켜서 세면대 옆에 올려놨던 옷이 그대로다. 이걸 수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전라로 자고 있었다. 유카타는 거실 테이블 위에 곱게 놓여있었고. 그러면 나는 어쩌면 욕실에서 나와서 유카타도 못 입고 잠들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막판에 어땠더라... 전혀 기억나지 않아.
...그래도 백프로 사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정황을 되짚어보니 30% 확률 정도로 사고 친 듯 해서 한숨 돌렸다. 메이사의 반응을 봐야만 확실해지겠지만.
폰을 켜보니 시간은 0시 56분... 주변에 뭐 식당이 있으리라곤 전혀 기대가 되지 않고. 편의점이라도 다녀올까나. 메이사가 깼을 때 나 없어서 놀라진 않으려나... 내려다 보다가,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메이사 옆에 앉아서, 손을 조물락거리며 겹쳐잡고는 속닥였다. 잠에 취한 메이사는 헛소리를 잔뜩 하지만, 거짓말은 안 할 테니까.
"메이사. 나랑 목욕하고 나서 뭐 했어?"
귀가 쫑긋거리면서 뺨을 간지럽혔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네, 우마무스메는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뭐 했냐니... 그야... 유우가 엄청났다구. 내가 예습했던거 전부 알기라도 하는 듯이 ○○부터 ○○○까지 거기에 ○○○○랑 ○○○○○○..... 에헤헤... 엄청났는데.. 엄청 우왓뺫했어어. 후히히하구우. 어라 근데 지금도 꿈 아니었나.. 아쉽지만 이번 꿈은 우왓뺫은 없나보다. 으, 아쉬워... 그럴거면 조금 전의 꿈이 더 좋았는데.
나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중반부터 갑자기 엄청나게 몸이 늘어나거나 유우가가 늘어나거나 엉키거나 풀리거나 이것저것...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보는 느낌같았다. 그래, 맞아. 정말 그런 느낌이었지... 토로토로하게 녹아서 섞이는 것도 생각보다 엄청나게 기분 좋았고... 그치만 그렇게 늘어나서 꼭 물엿처럼 되어버리면 나중에 어떻게 하지.... 물엿... 물엿... 이상한 물엿... 젓가락으로 빙글빙글 저어서 먹으면 달고 맛있어....
"그래서 물엿이 되...."
말하다보니 뭔가 목이 칼칼한 거 같기도 하고. 으음, 역시 더 자고 싶어... 속닥거리는 소리가 거슬려서, 귀가 간질간질해서 푸르르륵 털고 베개로 파고들면서 뒤척였다.
".....음냠..."
그리고 몇 번 입을 쩝쩝거린 뒤에, 다시 깊게 잠으로 빠져들었다. 자각몽과 각성 사이를 드나드는 건 신기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서.
소름 돋았다. 이대로 메이사가 이야기를 멈췄다면 나는 술을 진탕 마시고 어디 매달 만한 거 없나 찾아봤겠지. 료칸의 경제적 위기에 한 국자 더 얹어줬을 것이다.
OOO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뭐? OO... OOO 얘기가 왜 나오는데?"
보통 닿을 일이 없다고 그거... 그리고 난 취해도 절대 그걸 닿게 할 일이 없다고. 그렇게 얼탄 상태에서 듣다보니 뭐? 내 소중한 OO가 날아갔다고? 날아가면 나 죽어. 분명 죽는다고. 그리고 물엿??이 왜 돼?
하여간에 다행이다. 아직 30% 선에 머물고 있어서. 깼을 때 물어보면 지금 뭐라 하기 막연한 이 느낌도 확실해지겠지. 좋아쓰, 일단 배고픈 거부터 어떻게 하고 생각할까. 이 근처에 패밀리마트 있었다고 분명...
그렇게 유카타 차림에 패딩을 겹쳐입고 오뎅 8개를 포장, 치킨 4조각이랑 맥주 세 캔, 메이사 먹으라고 수플레 푸딩까지 사왔다. 그렇게 돌아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 뚜껑을 열고 치킨도 한 조각 와굿 물어버리려던 때. 눈을 반쯤 뜬 메이사랑 시선이 마주쳤다. 음식 냄새에 깨버린 건가.
앗, 맛있는 냄새가 난다. 졸린데... 하지만 냄새 좋은데에.... 뜨듯한 이불 속에서 꼼질거리다가 슥 고개를 내밀면 거기엔 치킨을 물고 있는 유우가가 있었다. .....오뎅 냄새도 나는데. 거기에 치킨. 앗, 냄새를 맡으니 엄청 배고파졌다. 기차에서 먹은 거 말고는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까. 그러고보니 저녁도 안 먹었어....
".....머야...? 저녁...?"
좀비처럼 "그어어..."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앗, 이불에서 나오니까 춥네에... 쌀쌀한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유카타 하나만으로 버티기엔 추운데... 한텐이나 도테라 없나... 자면서 꽤 뒤척인 건지, 유카타가 엄청나게 흐트러져있다. 그래서 더 추웠나봐. 슬금슬금 옷매무새를 정돈하며(하지만 잠이 덜깨서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 테이블 쪽으로 다가갔다.
"웅 먹을래. 오뎅이랑 치킨? 아, 맥주도 있네~" "....그러고보니 저녁도 안 먹고 잤구나 우리.."
가이세키 먹고 싶었는데. 우리 방 옵션에 포함이 됐던가 안 됐던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지금 배고파서 지능도 낮아진 상태인데 바로 앞에서 오뎅이 유혹하고 치킨이 윙크하고 있어서 완전 정신을 못차리겠어.... 일단 나도 치킨을 하나 집었다. 치킨은 손으로 집어도 되니까, 빠르게 손부터 나가도 문제 없다는 말씀. ...근데 젓가락은 왜 하나지.
메이사의 옷자락이 내려가서 슬쩍 보이는 무언가. 그게 뭐인지 알아보자마자 시선을 위로 올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더듬더듬, 내가 대충 벗어뒀던 롱패딩을 집어 메이사에게 밀었다. 물론, 둘다 손이 기름범벅이라 입을 수는 없었다. (한 손으로 입혀주긴 어려우니까...)
물끄러미 젓가락을 보는 메이사에게 애써 변명하려다가...
"아, 아니 나는 그 뭐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떠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나는 변명을 하려다 말고 그렇게 말했다.
"...뭐 입 닿는 거 정도는 새삼 이상할 것도 없잖아. 우리 이미 그렇게 해버렸고..."
여기서 '그렇게'를 크리스마스 때의 키스라던가, 혼욕으로 알아먹으면 나와 메이사는 무탈했다는 뜻이 된다. 과연 어떤 반응이 올지 두근거리는 걸 애써 감추고선 치킨을 한 입 베어물었다. 바삭한 튀김옷에 육즙 넘치는 백색육... 역시 치킨은 패미치킨이야.
으적으적 치킨을 먹다보니, 유우가가 롱패딩을 나한테 밀어주고 있었다. 앗싸. 마침 쌀쌀했는데 잘됐다. 한 손으로 어떻게든 입어보려고 난리를 쳤지만(그래서 유카타가 더 엉망이 되고 있었다) 역시 무리였다. 그냥 대충 이불 덮듯이 덮어버리기로 했다. 오뎅국물이나 치킨 부스러기가 떨어지면... 미안.
"으헤, 따듯하네..." "응?"
입 닿는 거 정도는 새삼 이상할 것도 없다라... 하긴 그렇지? 유우가가 없던 일로 하자고 했지만 크리스마스때 이미 입술에 츄~ 하긴 했고. 무엇보다 조금 전에 혼욕도 했었고. ......유우가한테는 비밀이지만 시니어 시즌의 츠나페스에서도........ 그치 이미 그런 것까지 했고. 잠시 시선을 슬그머니 천장 쪽으로 올리다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제와서 젓가락 하나 같이 쓰는 걸로 유난을 떨 그런 사이는 아니지. 뭐랄까, 좀 더 가깝고 친밀하고.... 사, 사랑하는 사이니까...헤헤....
"하긴, 혼욕까지 해놓고 그런 걸로 유난떠는 건 좀 이상하지..." "아니, 유난이 아니라 그냥. 번갈아서 먹는 거 좀 불편하지 않을까 했던 거지만."
한 사람이 먹는 동안 '으와 맛있겠다아 나 곤약말구 저거 한펜 먹고 싶은데 남겨주면 좋겠다아' 하고 있는 거 좀 슬프니까... 그런 의미로 그랬던 거긴 하지만, 뭐, 사실 하나만 있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 치킨 하나를 빠르게 해치우고, 젓가락을 집었다. 히히, 그럼 개시는 내가 해야지~
"그나저나 유우가, 현기증 났던 건 괜찮아? 욕조에서 갑자기 푹 엎어져서 엄청 놀랐어!" "그러더니 갑자기 일어서서 나가겠다고 하고, 나가서는 이불도 안 펴고 드러눕고." ".......타, 타올도 벗겨져서.. 그, 근데 이불 펴주려고 직원이 오는 소리가 들려가지고 내가 후다닥 이불 펴서 유우가 눕힌 거 알아...? 완전 아슬아슬 타임어택이었다구."
진짜 힘들었지 응응. 유우가의 사회적 죽음을 막기 위해 내가 엄청나게 노력했으니까, 칭찬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일단 한펜을 집었다. 와~ 편의점 오뎅 오랜만이네. 우왓, 푹신하고 따끈해 맛있어 아뜨거
"핫, 하후, 하흐."
오뎅으로 뜨겁게 달궈지는 입안을 식히기 위해, 재빨리 맥주를 한 캔 깐다. ...먹으라고 사온 거 맞지? 잘 먹을게 유우가. 그리고 오뎅을 넘기자마자 바로 맥주를 들이키면..... 크. 이거지. 이거라고. 나도 모르게 "크흐아~~~~~" 하는 탄성을 뱉게 된다.
현기증이 나서 엎어졌었구나, 오케이. 이 블랙아웃이 완벽히 설명 됐다. 그리고 응응하며 듣자하니 어...? 음...? 어...... 잊고 있던 기억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얼굴도 점점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그걸 곱씹고 정리하느라고 한펜을 뺏기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 그럼... 메이사 너......" "ㅂ, ㅂ, 본, 봐, 봤......"
차마 말을 잇지도 못한 물음. 대답은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 아...................................
잠깐 멍청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멍한 얼굴로 메이사를 바라보다가, 메이사가 뜨끈한 한펜을 다 못 먹고 어쩔 줄 몰라할 때 오뎅 뚜껑을 아래에다 받쳤다. 다행이도 옷을 버리는 일 없이 잘 받아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 너무 상식 밖의 이야기를 들으면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고 그냥... 몸과의 연결이 끊겨버린 기분이랄까. 내 영혼만은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기분...
😐 ...서방님이 여기 만지면 찌릿찌릿해 😐 아랫배 큥큥 🙀 그 그 그렇게 말하니까 이상하잖아!!! 회로에 접촉하면 당연히 그런 느낌이 들겠지만!! 위치라던가 표현이 이것저것 위험하다구!! 🙄 그와중에 서방님이라고 부르게 세팅해놨냐... 진짜 대단하네 😓 아니 그건 헤카가 이 나라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라고~ 내가 한 게 아니야 😅 그렇지 헤카? 😐 .... 😰 헤카...?
...저 욕심 좀 부려도 되나요 멧쨔가 당황해서 타올 건지려고 하다가 미끄러져서 그대로 유우가 위로 넘어지면 좋겠어요🙄 말랑.... 말랑스케베...히히....😏🤤 근데 이제 바로 안 일어나고 😳 먓...히히..유우가라면 갠차나😼💕💕하고 문대는 것도... 저 욕심 너무 많은wwwwwwwww
으히히히.... 멧무룩한 상태로 집에 돌아가겠네요😏 프로키온씨랑 멧버지가 온천 어땠냐 그 놈팽이가 뭔 짓 안했냐(?) 하고 막 물어봐도 건성으로 대답하고 방으로 올라가서 멧버지가 머리 쥐어뜯으면서 아아악 그자식 우리딸한테 무슨 짓 했냐고오오옥 하는 거 봐버린wwwwwwww
"그래도 메이사 니는 니라서 아무튼 마시면 안 된다니까?! 나한텐 애로만 느껴지거든 이 쿠소가키야."
맨날 사고치고, 어리광부리고, 뒤치닥거리 해야 하고. 한창 때의 남자애를 키워도 이만큼 손이 가진 않는다. 게다가 안심하고 어리광을 받아줄 수도 없지. 언제 역습을 당할지 모르는 게 나와 메이사의 거리감이다. 그마저도 이젠 아슬아슬하지 않나 싶은 게 솔직한 속마음이고...
...그래도 법적으로 성인인 건 맞지. 학원에서는 풍기 문제 때문에 잡는 거지만, 막상 시니어 애들을 학교 바깥에서 사복으로 선술집에서 만나면 뭐라 훈계를 하긴 어렵다. 교복 입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메이사는 그러니까 시니어 시즌이고, 여긴 학교도 아니고, 교복 차림도 아니기 때문에... 메이사와 눈을 맞추고 한참 무언의 신경전을 펼치다가, 어쩔 수 없이 또 져주기로 한다.
"알겠어. 대신 알콜은 하루에 한 캔 뿐이야. 니는 허접이니까."
메이사가 넘긴 젓가락으로 무를 콕 찔러 한입 베어물었다. 뜨끈짭짤한 다시가 배어든 흐물흐물 무는 못 참지. 그리고 국물도 한 입 후룩 마셔주면 크하아아아... 녹는다아...
"보나마나 제대로 마셔본 적도 없을테고. 니 자기 주사는 알고 있냐?"
참고로 내 주사는... 나도 모른다. 주량이 센 편이어서 다들 내가 죽기 전에 죽어버려서 택시 태워 보내야만 했으니까.
...뭐 요란한 건 아니겠지. 술취해서 사고친 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는걸. 게다가 같이 먹는 게 그 메이사라면 취하고 싶어도 못 취한다고.
"음... 모르겠는데. 그만큼 마셔본 적 없어서." "유우가는 맨날 쪼금만 주고, 집에선 잘 안 마시니까."
뭐랄까, 맥주 맛있긴 한데 굳이 집에서까지 마실 필요는 잘 모르겠다고 할까. 유우가랑 같이 있을 땐 어쩐지 마시고 싶지만. 앗, 방금 무지 좋은 생각이 났는데. 유우가도 한번에 알아볼만큼 흉계를 꾸미는 표정으로 히죽 웃었다. 말이 나온 김에 내 주사가 뭔지 알아보고 싶어졌어. 어떤 거려나. 유우가한테 잔뜩 츄츄해버리는 그런 쪽일까. 아니면 엉엉 우는 쪽? 어쩌면 그냥 자는 쪽일지도 모르고. ...사실 모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 이번 기회에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알아보겠어. 그치?" "그러니까 더 사러 가자~ 한 캔으로는 절대 안 취한다구~"
아, 무랑 국물을 먹는 유우가를 보니 나도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무도. 그대로 자연스럽게 오뎅 그릇을 넘겨받아 나도 국물을 한 입 마신다. 크흐아아. 이거지. 한 손에는 치킨, 한 손에는 국물. 그리고 맥주까지. ....완벽한 조합인걸.
국물이 먹고 싶은듯 손을 내미는 메이사에게 오뎅그릇을 옛다 준다. 그러면 마치 날 따라하는 것처럼 국물을 호록 마신다. 그게 웃기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유우키도 어릴 땐 저랬었는데 싶기도 하다.
하지만 들려오는 제안에 흐뭇하던 얼굴이 정색을 하게 된다. 안 될 건 없다. 사람이 맥주 몇 캔 마신다고 취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감안해야 할 게, 나도 그렇지만 메이사도 마구로와 기말고사를 위해 지새면서 컨디션이 상당히 부조라는 거. 그래서 뜨끈한 국물로 데핀 몸에 바로 스밀 수도 있단 게 첫째.
둘째로는 별로 취하지도 않아놓고 취한 척 할 거란 게 문제다. 그런 수작은 몇 번이고 당해서 질리는 건 둘째치고... 메이사가 하면 곤란하다 못해 난처할 정도라고. 난 메이사를 밀어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애한테는 이것도 저것도 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지 않나.
그래서 입을 꾹 닫고 가만 있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그런 표정 지어도 안 돼. 알콜은 하루에 하나라고."
그리고는 불편한 마음을 내려보내려 다시 맥주를... 어라. 내 거는 이미 다 마셨군. 메이사가 채가기 전에 두번째 캔을 선점하곤 따서 꿀꺽 꿀꺽 마셨다. 아. 이거지... 이거라고. 내일 가이세키 사케에 대비해서 맥주로 미리 적셔놓는 거야. 치쿠와도 한 입 베어물었다. 좋다 좋아. 엄했던 얼굴이 어느새 살살 풀어져 있다.
그, 그렇다고 그렇게 정색할 필요 없잖아... 쫑긋 솟아있던 귀도 살랑이던 꼬리도 순식간에 침몰. 축 처진다. 어차피 내가 취하려면.. 우마무스메는 주량이 센 편이니까(히또미미에 비해서다) 이런 맥주 몇 캔으로는 절대 무리고. 편의점 재고를 다 털어오면 모를까. 그런데도 왜 하루에 하나라고 하는 건데. 우리 마마랑 파파도 그렇게는 안 한다고!!! 입을 쭉 내민 채로 재빨리 남은 맥주 한 캔이라도 채오려고 했는데, 유우가가 더 빨랐다. 그래서 더 화나. 아 진짜!!! 느린 히또미미 주제에 왜 이럴 땐 빠른데!?
"치사해. 구두쇠. 쫌생이. 틀딱."
그렇게 말하면서 치킨을 마저 먹어치웠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 있는 거 전부 입으로 쓸어넣고 싶었다. 그 뭐야. 그런거지. 홧김에 폭식해버리는 그런 거. 내 기분을 이렇게 망쳐놓고, 유우가는 그새 또 표정이 풀려있다. 흥, 너무해. 진짜 너무하다고.
....뭐, 수플레 푸딩 이야기에 싹 풀려버린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엣, 진짜?? 먹을래 먹을래!!" "야호~ 유우가 진짜 좋아💕"
다 마신 빈 캔을 내려놓고, 티슈로 손도 닦고. 수플레 푸딩을 영접할 준비를 끝낸다. 꼬리를 붕붕 흔들면서 기다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우가... 젓가락도 하나만 챙겼잖아... .....설마 스푼을 안 챙겼다던가, 뭐 그런... 일은 없겠지.....?
아, 지금 유우가 좀 귀여웠어. 내 마음 속의 앨범에 100장 정도 연사로 찍어서 저장해놨다구.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젓가락으로 푸딩을 먹으라는 말은 용서할 수 없군. 그 발언에 나는 눈을 부릅뜨고 유우가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꾸짖을 갈!!!을 날리고 싶네. 내가 기력이 좀 더 있었다면 분명 그랬을 거라고...
"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유우가. 취했어?"
맥주 두 캔으로 취하다니 많이 피곤했나보네. 그래. 취하면 젓가락으로 푸딩 먹자는 소리도 할 수 있고 그런거지. 설마 맨정신으로 한 소리겠어. 좋아. 그렇게 생각하자. 그리고 내일 아침에 밥숟가락으로 먹으라니... 푸딩을 어디까지 모욕할 셈이냐...!!! 이것도 취해서 하는 소리로 생각하고 넘어가주지...
"어쩔 수 없네~ 편의점 가서 푸딩 더 사오자~" "그리고 죽순과자랑 아이스크림이랑 육포도 살래. 아, 컵라면도!"
나가려면 이걸 다시 유우가한테 넘겨야겠지... 덮고있던 롱패딩을 다시 유우가한테 반납하고, 내 코트를 찾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일단 유카타부터 다시 갈무리하고... 스으윽 화장실로 들어가 다시 이것저것 고치고 스르륵 나왔다. 응. 이제 위에 코트를 걸치면 나갈 준비 완료.
메이사에게 취한 취급까지 받을 정도인가 내가 한 말이... 나 그 정도의 이야기를 해버린 거야? 아니아니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고작해야 푸딩이고...
메이사의 하반신 온기를 머금어 따끈한 롱패딩을 걸치고 잠깐 기다리다 보면, 옷차림이 말끔해진 메이사가 나온다. 속이 편-안해진다. 습관대로 메이사의 손을 잡고, 카드랑 키를 챙겼는지도 확인하고선 조심스럽게 나왔다. 새벽이라 그런지 제법 쌀쌀하다. 주변도 쥐죽은 듯 하고. 문풍지 바깥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객실도 전혀 없다. 깨어있던 건 우리 뿐인가. 이럴 때 탕을 독차지하면 최고일텐데... 야간 개장은 안 하니 어쩔 수 없나.
"목도리 두르고 올 걸 그랬나..."
입김을 하아 내뱉으며 패딩자락을 살짝 여몄다. 잡은 손도 패딩 주머니에 찔러넣고. 결국 편의점에 도착했을 때, 나와 메이사는 귀랑 뺨이 새빨개진 채로 읏추 추추 하며 들어서게 됐다. 제법 춥더라고. 아까 봤던 알바생이 우리를 흘끔이다가 다시 허공을 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
"먹을 거 바구니에 담아와. 나는 별 거 없으니까."
메이사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맥주 이번엔 뭘 마실까 좀 색다르게 하이볼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으려니, 메이사랑 알바생이 뭐라뭐라 이야기 나누는 게 들렸다. 물건 위치라도 물어보려나 보지.
실상은 우리가 사이 좋게 손 잡고 들어온 걸 본 알바생이 나름의 눈치를 발휘해 먼저 일러준 거지만. 그 물건의 위치를.
새벽이라 더 춥다! 별이 보였다면 그래도 좋았겠지만, 오늘은 좀 흐린 것 같아서. 습관적으로 하늘을 힐끔거리면서 걸어왔지만 잘 안 보였다. 괜히 아쉬워서 유우가의 손을 꼬옥 잡고, 그대로 편의점에 들어선다. 아아. 난방 따듯해애~
"응. 알았어~"
바구니를 들고 과자라던가 이것저것 담으려고 둘러보는데, 알바생이 엄청나게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슬그머니 다가가보면.... ......그, 그으.... 비타민처럼 생긴 무언가는 저쪽에 있다고 일러주더라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아서, 황급히 고개를 돌리면서 "가, 감사합니댜아..."하고 얼버무리고 후다닥 도망쳤다. 그, 그, 그걸 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그, 그건.. 나랑 유우가가 그렇게 보였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그, 여, 연인으로... 같이 온천 여행을 온, 그, 그걸 하는 사이라고....
"....히히..."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과자를 마구마구 담았다. 죽순과자랑 버섯과자, 육포, 푸딩, 컵라면까지.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하겐다즈로 담아버려야지~ 음료수도~ ....알콜은 하루 한 캔이라고 못박혔으니, 어쩔 수 없이 탄산음료로 고른다. 당근소다랑... 바나나우유도 사자. 가득 차버린 바구니를 들고 계산대로 가다가, 알바생이 일러준 그 가판대 앞에서 잠시 멈칫.
......너, 넣어버릴까. 알바생이 직접 말해준거니까... 역시.... 넣는 게 그, 그거지? 알바생의 성의에 보답하는... 그런?
슬쩍 유우가를 봤다가, 가판대를 봤다가. 잠시 망설이다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하나 집으려고 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 으, 이게 뭐라고 부끄럽지. 눈을 질끈 감고 아무거나 손 닿는대로 골라서 바구니 안에 던져넣고, 재빠르게 계산대로 향했다.
맥주 세 캔이랑 감땅콩과자를 한 아름 안고 와서 계산대에 내려놓고 보니까 저 바구니 가득 담은 것들 뭔데. 가이세키 먹고서 저거 다 먹을 수 있는 거냐? 진심? 온천욕만으로 모든 열량을 소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마구로 끝났다고 너무 풀어진 거 아냐 메이사? 아씁,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알바생이 기계적으로 바코드 읽는 걸 바라보다가... 텁, 하고 그의 손을 잡았다. 익숙한 크기의 박스. 편의점 형광등을 화려하게 반사하는 코팅된 패키지와, 그 겉에 큼지막하게 쓰인 숫자...
"잠깐. 잠깐만요."
그리고 메이사를 흘긋 째렸다. 니는 돌아가서 보자. 하는 의미로.
"...이건 빼주세요."
그러자 메이사를 잠깐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알바. 돈도 적게 받는 친구한테 괜히 귀찮은 경험 하게 만든 거 같아 미안해졌다. 손을 떼자 계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편의점을 나오다가......
...아씨. 아, 진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아니, 진짜, 사람 인생이라는 게 모르는 거라... 그리고 이런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대비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나. 이랬다가 후회하는 것보다 그냥 돈 버리는 게 낫지. 그런 생각에 멈춰 섰다.
"...아씨. 메이사 니 때문에 담배 사는 거 까먹었잖아. 잠깐 기다려봐, 금방 사고 나올 테니까."
그리고 문을 열어젖히고 가서 얘기했다.
"아까그거다시주세요.그리고메비우스블루 하나 부탁합니다."
왜 사지 말라다가 들어와서 다시 사는 걸까. 의아한 것처럼 보이던 알바생은 매대에 돌려놓으려던 그걸 내게 건넸다. 감추기 좋은 담배곽과 함께.
...그래, 쓸 일은 없어야겠지...... 그냥 만일을 대비해서야. 만일.
패딩 안주머니에 그걸 깊게 찔러넣고는 편의점을 나왔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메이사의 손을 잡지 않은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물었다.
바코드를 찍던 알바생의 손을 유우가가 덥썩 잡았다. 그 손에 들린 건 아까 내가 눈을 질끈 감고 넣었던, 알바생이 추천해준 그, 그거....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면서도 조금 기대하는 마음으로 꼬리를 살랑이고 있었는데, 가차없이 빼달라는 말이 들려서 추욱 늘어진다. 우, 우웃... 너무해..... 계산을 마치고 나와, 이제 돌아가려고 하는데 유우가가 갑자기 멈춰섰다.
"엣, 아? 하아? 그, 그게 왜 내 탓이야..." "알겠어...."
그래서 빵빵하게 부푼 봉투를 들고 잠시 편의점 앞에서 대기. 어차피 담배 하나 사는 거라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 잠시 사이에 새빨갛게 된 손을 한 쪽씩 번갈아 들며 하아 입김으로 녹이고 있다보면, 유우가가 주머니에 담배를 깊게 찔러넣으며 밖으로 나온다. 편의점에 올 때랑 다르게, 료칸으로 돌아갈 땐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쓸쓸해애..
"....그, 그게.... 알바생이 아까, 들어가자마자 알려주길래..." "일부러 알려줬는데 안 사는 것도 좀 그렇고.."
여차하면 쓰게 될지도 모르잖아. 라는 말을 꺼내면 손만 안 잡아주는 게 아니라 이대로 유우가 혼자 역으로 직행해서 바로 첫차타고 츠나지로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그냥 그렇게만 얼버무렸다.
".....그래도 담을 때 부끄러워서 눈 감고, 그 앞에 매대에서 아무거나 손 가는 대로 집어서 넣은 건데, 정말로 그게 걸릴 줄은 몰랐어....."
아니 진짜로. 그 옆에 비슷한 크기의 미니 티슈라던가, 모기 패치라던가 안경 클리너 그런 거도 충분히 걸릴 수 있었는데. 눈을 감고 골랐는데 그게 나왔으니까 역시 운명인 거 아닐까. 여, 역시 해야하는 거 아닐까 그거... 그렇게 생각하면서 힐끔힐끔 유우가를 올려다봤다. .....화난걸까, 유우가아...
변명 그만, 이라는 말에 귀가 추우우욱 늘어졌다. 화, 화났나봐아.... 그야 물론, 유우가가 산마캔 전에 그렇게 말했지... 내년 생일 지나면 해주겠다고. 그, 그치만.. 그래두.... 조금 더 일찍 해도 괜찮지 않나 싶구.. 나 이제 어른인걸... 어, 어차피 지금 하나 나중에 하나 같을테니까, 조금 땡겨서 해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걸 꿰뚫어보듯, 못 참으면 결혼은 물 건너 가는 거라는 말을 하는 유우가. 윽. 그, 그건 안돼!!!
"그, 그렇지이... 참을게에...." "으에!? 아, 아니야 그런 거!! 절대 아니라구!!"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무하잖아!! 고작 그런 이유로 마음이 식을 리가 없잖아! 난 그냥, 그냥... 그래...
메이사가 횡설수설 늘어놓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결국엔 뭔가 묻어둔 말은 많아 보였지만 미안해라고 말해서, 나도 일부러 그쪽을 보지 않고 걷다가 툭, 하고 머리에 손을 올려놨다. 귀가 축 처져서 손에 닿지도 않았다. 그대로 박박 쓰다듬고는 머리를 당겨서 껴안았다.
"그래, 조금만 참아."
솔직히 말해서 조금은, 진짜 조금은 혼활 잔소리에 시달리느니 결혼해버리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으니까. 물론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운명적으로 뭐, 외계인이 갑자기 내려와서 '프리지아가 결혼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한다' 이런다면 해야겠지 수준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럴 일 없겠지만.
"막상 해보고 나면 별 거 없으니까 너무 환상 가지지 말고 살아. 아무 것도 모를 때가 더 좋은 거니까."
꼭 껴안았던 메이사를 풀어줬다. 조금 멍해보이는 얼굴. 이마를 손끝으로 톡 치고는 메이사가 들고 있던 짐을 받아들었다. 어이쿠, 그만큼 담으니까 제법 무겁네. 이거 내일 안에 다 먹을 수 있으려나...
메이사는 뭔가 얌전해졌고 말이지, 이제 야식 먹고 배 빵빵하게 만들어서 재우면 괜찮을 거 같은데 어떠려나. 술 반 캔만 더 먹일까, 졸기 편하게...
"그나저나 말이야, 아직 졸리진 않지? 좀 더 먹고 놀다가 누워볼까, 메이사."
도어락에 키를 대고 미닫이문을 열며 물어봤다. 뒤돌아보자 역광을 받은 메이사가 아까처럼 얌전한 표정으로 있었으나, 이렇게 보니까 얌전한 표정이 맞나 싶다. 뭔가 음흉한 거 같기도 하고, 실망한 거 같기도 하고, 슬퍼보이기도 하고...
조금만 참으라던가, 별 거 없으니 너무 환상 가지지 말라는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환상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유우가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저지르고, 아이가 생기면 유우가를 확실하게 붙잡아 둘 수 있는 거 아닐까. 중앙 라이센스를 딴 유우가와 다르게, 나는 시니어 시즌에서도 삼관도 마구로 1착도 해내지 못했으니까. 이번에도 중앙에 갈 수 없게 됐으니까.
마구로 기념이 끝나고 대기실로 들어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나를 두고 유우가가 중앙에 가버리면 어쩌지, 하는. 뜬금없는 불안감. 그런 불안감과, 레이스 직후의 고양감, 흥분... 그런 것들이 뒤섞인 눈으로 유우가를 봤을 때, 유우가가 짓던 표정도 그 불안한 망상이 사실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했었다.
그 전에도 은연중에 슬쩍 떠보거나, 놀리듯 말하기는 했지만.. 아마 그 이후부터는 그런 게 좀 더 잦아지고, 한층 더 직접적으로 어필하게 됐었지. 그때마다 유우가는 이렇게,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더 불안해진다. 끊임없는 악순환이다. 배가 고파서 자기 꼬리를 집어삼키는 뱀처럼, 요구하면 할수록 더 악화되고, 그래서 더 요구하게 되는....
이걸 끊기 위해선 뭘 해야할까. 아주 단순한 방법이 있다. 눈 딱 감고 저질러버리는 방법. 당장이라도 가능하고, 가장 단순하고, 가장 빠르고—
"....그럴까."
—가장 최악일, 한 수.
종종 유우가가 잊고 지내는 것 같지만, 유우가 같은 성인 남성도 우마무스메의 힘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가볍게 차기만 해도 다리가 바스라질 정도인데, 작정하고 붙잡아 누르면 꼼짝도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저지른다면 분명, 가능할 것이다. 유우가가 뭐라고 하건 전부 무시하고, 짓누르고, 내가 원하는 대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일. 그런 상상과 충동은 날이 추워지고 눈이 쌓이는 계절이 되면 그건 한층 더 강해져서,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날뛴다.
지금처럼.
안으로 들어와 코트를 다시 옷걸이에 걸어둔다. 유우가를 등진 채로 잠시 코트를 보며 멈춰 선다. 현관에서부터 시작된 그 상상들이 더 날뛰고 튀어오른다. 돌아서서, 펴져있는 이불 위로 유우가를 던져버리기만 하면, 그러면—
"—유우가, 컵라면 먹을래? 아니면 육포?"
하지만 역시 바로는 힘들겠지. 조금 전까지 그런 얘기 하기도 했고. 가까스로 충동을 억제한다. 위험한 눈빛까지 잘 숨겼을진 모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최대한 웃으면서. 그러네. 역시 조금만 더 있다가....
...그나저나 작성 후에 보이는 >>0이 저를 향한 매도같아서 레스 쓸때마다 먼가먼가인 기분이 되어요 조금 포상인 거 같기도 하고(?)
>>290 멧쨔가... 잡아먹으려는 결심하고 흉흉한 눈으로 보는 걸 유우가의 직감이 잡아내서 결국 멧쨔를 빠르게 재우고 무사히 정조(?)를 지켜냈다던가🙄 그렇게 잠들고 일어난 멧쨔가 🥺너무해 그럼 혼욕이라도 다시 해줘.. 유우가 현기증땜에 오래 하지두 못했구... 무효야 다시 해줘🥺🥺🥺하고 졸라서 다시 혼욕하다 이번엔 멧쨔의 타올이 우왓뺫 전개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가요...🫠
🫠 (라면 맛 나... 이 닦고 재워야 하는데 실수했다) 🫠 (그... 그래도 해피엔드군)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다시 동공이 원래대로 돌아온(?) 멧쨔를 보고 안심혼욕 하고나서 잡아먹힐 뻔한 거죠 😏 사실 이때 메이사를 저지하는 방법도 생각을 해봤는데요...🤔 멧쨔 폰으로 멧버지한테 전화 걸어버린다던가 그래서 둘이 겹쳐진 채로 전화연결돼서 멧버지의 "여보세요? 메이사?" 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이 히 히히히히... 히힉...아... 행복한 상상 그만해야 하는데 그만둬지질 않아요 이 녀석들 철들 나이에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어 하하하하하 아 최고...🫠🫠🫠🫠🫠🫠🫠🫠 주체가 안되네요... 이제는 정말 머리에 찬물 붓고 자러가야할 때... 내일 건전한 모습으로 다시 뵈어요...🫠 앵바앵밤입니다 👋
육포를 고른 유우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봉투에서 육포를 꺼내 뜯어둔다. 컵라면도 꺼내서 뜯어놓고 잠시 두리번 거리다가, 전기포트를 발견해 물을 넣고 전원을 켠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유우가가 물어볼 게 있다는 말을 꺼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출전 여부를 묻는다기보단,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만류에 가까운 물음. 겉껍데기만 물음이고, 사실상 만류하는게 맞는 거 같다. 대학을 가거나, 하야나미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의 관계가 아니더라고 도쿄에 갈 수 있다고 하는 네 말을 곱씹기도 전에 귀가 너를 향해서 삐죽 선다.
프리지아는 이제 끝이라고, 끝내고 싶다고 하는 듯한 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왜 그런 말을...."
그래. 선택지는 많다. 없는 게 아니다. 많기야 많지. 하지만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유우가가 제시한 수험으로 대학을 간다거나, 하야나미에서 일을 하는 그런 선택지는 팀 프리지아의 해체를 전제로 한 선택지니까.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 관계가 아닌 채로도 중앙은 갈 수 있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애초에 내가 중앙에 가고 싶다고 한 건, 유우가와 같이 트레센에 가고 싶으니까.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의 관계로, 트레센에서 계속해서 달리고 싶으니까 그랬던 거였는데.
무엇보다, 마지막 말이 걸렸다. 어쨌든 유우가는 트레센에 취직을 할 거라는 말이. 내가 아닌 다른 담당을 맡아서, 중앙에서 일할 거라는 미래를 말하는 거 같아서. .....내가 바라던 미래의 풍경에서, 나만을 싹 지워버릴 거라는 것처럼 들려서.
"...내, 내년엔... 삼관이든 마구로든.. 둘 중 하나는 꼭 해낼테니까....." "그런 말은 하지마...."
2년 연속으로 삼관도, 마구로도 놓쳐서 그런 거지? 나, 다음엔 진짜로 꼭 해낼테니까..... 그런 말로 얼버무리면서도 계속해서 불안해진다. 일말의 가능성을 봐버린 것이다. 내가 품고 있던 불안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유우가가 나를 두고, 중앙에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망상이 사실은 망상이 아니라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한번 일렁이기 시작한 마음을 순식간에 거센 파도가 삼켜간다. 파도에 이리저리 쓸려다니며 생각한다. 역시, 저지르는 수밖에 없다고. 지금 당장, 무슨 짓을 해서라도 유우가를 잡아둬야겠다고. 그 선택지만이, 최악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르는 그 선택지만이 불안과 초조로 좁아지고 흐려진 시야에 무엇보다도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물이 다 끓고, 전기포트의 전원이 내려가는 소리에 정신이라도 차린 듯, 나는 몸을 일으켜 유우가에게 한발짝 다가갔다.
"...아, 그래. 그럼 로컬 시리즈에 출전 못하는 이유, 지금 만들까." "배가 부른 채로는 레이스도 트레이닝도 무리일테니까."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라 스스로도 놀랐다. 나 지금 어떤 표정으로 유우가를 보고 있을까. 그동안 유우가를 보며 지었던, 부끄러워하거나 설레거나 그런 표정은 절대 아닐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유우가가 원하는 대로, 로컬 시리즈도 출전 안 하고, 하야나미에서 일하면서 수험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가 아닌 채로 도쿄에 갈 수 있겠네." "팀 프리지아가 아니라, 애 딸린 부부가 돼서 가는 거야. 유우가가 원하던 게 이거구나. 알았어."
눈에 띄게 동요하는 메이사. 더듬어가며 내년은 진짜 해낼 수 있다고 말을 쏟아낸다. 이정도로 동요할 줄은 몰랐다.
"아니, 들어봐 메이사. 내 말은 그러니까―"
우리가 함께 도쿄로 가면 그거로 되는 거 아닌가. 그냥 같이 지내는 거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행복했던 건 나뿐인가. 꼭 트레센에서만 함께 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반박을 할 수도 없었고. 생각지도 못한 말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배가 불러? 뜬금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말에 잠깐 고장이 나버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지만 메이사가 친절하게도 설명해준다. 메이사와 나 사이에 애가 생겨서 부부가 되는 거라고. 그래서 배가 부르는 거라고.
내가 메이사를 임신시킨다. 그 말에 덜컥 두려워졌다. 메이사랑 영원토록 끈덕지게, 애라는 매개체로 묶여서 살아야 한단 게 두려운 건 아니다. 그건 메이사가 나에게 질리지 않는다면 자연히 오게 될 미래일 테니까. 내가 두려운 건―
"너 취했다."
한 발짝 다가오는 메이사를 보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 머금었다.
그리고 당겼다. 나에게 다가오는 발목을 붙잡아 당겼다. 콰당 하고 넘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허리를 받쳤으니까. 그대로 다다미 바닥에 메이사를 곱게 내려놓았다. 놀란 얼굴을 한 메이사에게 입맞추고 머금고 있던 걸 넘긴다. 체온을 머금어 미지근한 맥주가 혀끝을 간지럽혔다.
고개를 떨어트렸다. 이건 이미 처음을 받아버렸으니까 저질러도 큰 거리낌이 없었다.
"마셔."
내 타액이랑 섞인 액체를 꿀꺽 넘기는 목울대. 그걸 보고서 새 맥주를 머금었다. 갓 딴 캔이 완전히 빌 때까지 반복했다. 캔에 이슬이 잔뜩 맺히고 가벼운 소리가 날 때 즈음엔 메이사도 완전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도 복강에서 울컥거리는 어떤 충동을 억누르느라 힘겨웠고.
"취했으면 곱게 자기나 하지 뭔 헛소리야..."
...다다미 위에서 재울 수는 없지. 무릎 아래로 손을 넣어서 들어올려선 깔려진 이불 위에 사뿐히 올려줬다. 헤롱헤롱한 얼굴. 바보 같은 표정. 속이 뜨끔거릴 정도로 풍기는 달짝지근한 냄새. 거기에 지지 않으려 눈을 질끈 감고 이마에 쪽, 입맞췄다.
발목이 쭉 당겨진다. 생각도 못하고 있던 사고에 나는 그대로 쭉 넘어졌다. ...바닥에 엎어지진 않았다. 유우가가 허리를 받쳐주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발목도 유우가가 잡고 있던 거 아닌가? 뭐지? 상황파악이 안돼서 멍청하게 유우가를 보고 있다보면, 유우가의 얼굴이 다가와서——
"—?!" "읏, 유, 유우가앗.... 으붑"
키스 빼고는 다 해도 된다고 했던 말과 다르게, 유우가가 나한테 키스를 해온다. 그리고 입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미적지근한 액체. 체온으로 덥혀진 맥주가 입을 가득 채운다. 당황한 채로, 마시라는 말에 곧이곧대로 꿀꺽 삼켰다. 약간의 알콜향이 뒤늦게 목을 간지럽힌다. 그렇게 삼키고서 한 숨 돌리나 싶었는데 계속해서 유우가가 입을 맞추고, 맥주가 밀려들어온다. 정신없이 삼키고, 얽히고 설키고, 그렇게 한참을 마시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술 때문일까, 어쩌면 그동안 계속 못하게 하던 키스를 잔뜩 해버려서 그럴지도 모르지. 아니면 둘 다....
"...우... 그치만 유우가아.." "혼자 가버릴까봐..... 그건 싫어...."
얼굴이 헤벌레하게 풀린 채로, 그새 돌아가지 않게 된 혀로 중얼거리다가 갑작스런 부유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질어질하던 머리는 시야가 차단되자마자 바로 전원을 끌 준비를 마치고, 잠의 경계에 발 하나를 딱 걸친 상태로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어느샌가 이불 위에 누운 건지, 푹신한 감촉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마에 떨어지는 뜨듯한 감촉. 유우가가 뭐라고 말하는지 잘 안 들릴 정도로 의식이 점점 멀어진다. ...그래도 끝까지, 유우가의 소매를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아서, 고집부리듯이 눈을 뜨려고 하다가— 결국 손을 툭 놓고 잠에 빠진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면 옆엔 유우가가 잤던 자리인지, 다른 이불이 펴져 있었다.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면, 어제 먹지 못한 채로 뜯겨진 채 방치된 컵라면이 있고. 유우가는.. 씻는 건가. 욕실 쪽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그대로 다시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젠장, 차라리 진짜 저지르기라도 했으면. 왜 그런 맥주따위에 헤롱헤롱해져서!! 그냥 눈 딱 감고 밀어눕히고 해버렸으면, 그랬으면.... ....그랬으면 이 불안함도 조금 달랠 수 있었을텐데. 이 불길한 예감같은 것도, 조금은 가라앉았을텐데.
".......바보같아."
중얼거리고 옆으로 뒤척였다. 밤새 헐겁게 풀린 오비와 유카타 앞섶이 스르륵 풀렸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어차피 유우가는 씻고 있고, 지금 방엔 나 혼자니까.
내 소매를 꼭 잡고 버티다가 결국엔 졸음에 휩쓸려 갔다. 곤히 잠든 메이사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얌전히 있을 때는 참 귀엽다. 볼도 매끈매끈, 이목구비도 예쁘장하고 성격도 좋다. 생각보다 골빈 애도 아니고 머리도 잘 돌아간다. 가끔 너무 돌아서 억제기가 풀려버리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런 메이사의 작은 흠까지 포함해서 좋아한다.
그래서 더 손댈 수 없는 거다. 메이사가 그걸 원한다 해도 내가 원하지 않는다. ...그야, 내가 메이사의 모든 처음을 앗아가는 건 너무 부당하지 않나. 첫 사랑, 첫 키스까지 내가 받아갔는데 나머지까지 살뜰하게 챙겨간다니.
난 나를 안다. 나는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런 주제에 인복이 있어서 온갖 괴상한 여자들이 꼬이긴 했지만, 그것도 일시적일 뿐 다들 나에게 질려서 자기의 본래 항로로 돌아가는 게 순리다. 메이사도 언젠간 그렇게 돌아가겠지. 그러고 나면 분명 후회할 거라고. 처음이라는 추억을 전부 나에게 써버렸다고. 그 거지발싸개같던 새끼한테 내 청춘 다 뺏겨버렸다고. 그런 원망을 듣고 싶지는 않다. 메이사를 그렇게까지 망치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메이사는 그럴 마음이 없어보였다. 내년도 나와 함께 달리고, 어쩌면 그 다음년도도. 본격화가 끝나고 고꾸라지는 스피드와 스태미나를 끌어안고 애처롭게 몸부림 칠 예정인가보다.
그런 데에 몇 년이고 허비하는 건 두고 볼 수가 없다. 메이사는 아니라고 하겠지,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후회 없다고. 왜 네 멋대로 결정하냐고. 근데,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해. 넌 나보다 착하고 좋은 녀석이고, 그런 애가 나 따위한테 매달리는 건 아까우니까.
"바보 같아."
그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이 막막했지만, 메이사가 알려줬다. 그 방법을. 난 혼자 가버리면 된다. 그러면 너는 잠시 휘청거리겠지만, 이내 잘 회복하고 네 인생을 살겠지. 내가 없는 멋들어진 인생을.
그렇게 생각하니까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메이사 옆에 누워서 그 얼굴을 구석구석 잘 기억해두다가 눈을 감았다.
...그런 일이 있어도 동이 트면 눈도 뜨인다. 일어나서 어제 뜯어놓고 방치됐던 육포를 하나 물고 끓여놓은 물도 한 잔 마셨다. 어제 결국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고 땀도 좀 흘렸다보니 찝찝해서 바로 샤워도 하고. 그리고 나와보면 아까랑 자는 자세가 달라진 메이사가 보인다. 정말 변함없이 선정적이군. 발로 이불을 끄집어 대충 덮어줬다.
그새 또 잠깐 잠들었나. 몸 위로 무언가가 덮이는 느낌에 팟하고 눈이 떠졌다가, 졸음을 이기지 못해 다시 흐리멍텅해진다. 더 잘 거냐는 말에 고개를 저었지만 몸은 그대로 누운 채다. 으음... 3분만 더 있다가 일어날까...
"....아침.. 먹을래...."
아침도 맛있다는 말, 그리고 어제 야식을 먹긴 했지만 제대로 된 식사는 못했다는 사실에 결국 게으름부리던 몸이 꿈질거리며 이불을 벗어난다. 평소엔 아침 잘 먹지도 않는데, 어쩌다보니 여기서는 잘 챙기게 됐네. 이불에서 나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유우가를 힐끔 본다. ....어제 일은 별로 신경 안 쓰는 모양이지. ...오히려 그 편이 좋은가. 의식했으면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을 것 같고. 그걸 알아서인지, 우리는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식당으로 향했다. ...의외로 방에 차려주는 타입이 아니었네.
식당에 차려진 아침밥은 뭔가, 소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고 맛있어 보이는 한 상이었다. 그리고 너무 무겁지 않고 가벼운 느낌이 좋다고 할까, 아침부터 더부룩할 일은 없을 것 같아. 느긋하게 밥을 먹다가, 문득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어제....
".....유우가아. 어제 말인데.."
그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 아니, 그게, 역시 어제 너무 일찍 끝나버렸으니까. 솔직히 무효 아니야?
"어제 그, 현기증 난다고 유우가 바로 나가버렸잖아..." "여, 역시 무효 아니야...? 그니까 오늘 한번 더 해줘. 혼욕..."
그치만, 아쉽잖아. 나 그걸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반 1등까지 했는데. 근데 5분만에 끝나버리는 혼욕이라니 너무하지 않음? 인간적으로??? 🥺눈으로 그렇게 호소하다가 시선을 내려서 밥을 먹고, 다시 올려서 눈으로 호소하고를 반복했다. 아마 시선에 질량이 있으면 유우가 얼굴에 구멍이 났을 걸.
연어 뱃살 구이에 야채 계란찜, 그리고 토마토와 낫토...를 섞은 묘한 범벅과 현미밥. 작은 나물 무침과 단무지생강절임까지, 완전 밸런스 잡힌 식사다. 지방이 풍부한 연어 뱃살구이를 먹다가 입이 텁텁하면 나물과 단무지를 먹으면 되고. 토마토와 낫토라는 생경한 조합은 의외로 잘 맞았다. 낫토에 겨자를 넣어 상큼함을 더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였달까. 그러다가 너무 짭조롬한가 싶으면 슴슴한 연어자반을 한 점 집어먹고. 현미밥으로 배도 채우고. 마지막으로 계란찜을 호로록 털어넣기.
우와... 나 요리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일본식만을 조지는 스페셜리스트에게는 한참 못 미치는구나. 한 상 안에서 골고루 반찬을 최전하며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야. 감탄하며 연어 살을 한 점 집어들었는데.
- 한 번 더 해줘...
라는 말에 툭 떨어졌다. 뭘? 어제 한 거? ...키스를?
"조용히해메이사식당이잖아그보다키스는원래우리안하기로한거잖아...!!!"
속닥거리며 반박하지만 우마무스메 종업원들의 귀가 쫑긋거리고 있다. 그리고 메이사의 🥺 혼욕... 하는 말에 꼬리가 겉옷들을 삭삭삭 스치는 소리가... 아... 씹...
"알았어해줄테니까제발남들다있는곳에서말하지말아줄래메이사..."
콧구멍을 하나 더 만들어줄 기세로(물론, 메이사는 😸 콧구멍 세개인 유우가여도 좋아~ 남들이 좋아해주지 않으니까 오히려 최고야~ 라고 하겠지.) 날 낑낑 올려다보니깐은 밥도 얹힐 거 같았다. 그리고 아닌 척 하면서 저 직원 분, 왜 같은 곳 청소를 계속 하고 계신 건데. 저 테이블 몇 번째 닦고 있는 거냐고. 다 보이거든요?!
내가 하아아아 깊은 한숨을 내쉬― ―려던 찰나, 쨍 하고 들리는 무서운 소리에 움찔했다. 내 뒷자리에 앉았던 토네이도 대쉬가 계란찜 그릇에 식기를 세게 내려놓은 것.
"어, 어 안녕 대쉬야. 마, 만나서 바 반가워 온 천은 잘즐 겼" - 더러워.
그리고는 다 먹지도 않고 가버렸다... 메이사 반응도 아랑곳 않고 뻐큐를 날리고 갔다.
......네, 저는 담당 말딸에게 혼인신고서도 써놓고 키스도 해놓고 혼욕도 했고 더 할 예정이고 도망도 칠 생각인 더러운 트레이너예요. 더럽네요. 응...
주변에서 엄청 신경쓰는 기척이 나지만 난 신경쓰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유우가와의 혼욕 이벤트를 다시 할 수 있게 됐으니까.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밥상을 싹싹 비워나가다보면 유우가가 깊은 한숨을 쉬고, 유우가의 뒤쪽 테이블에서 쨍!!하고 큰 소리가 울렸다. 아, 아무리 신경 안 써도 이건 귀가 아픈데. 움찔하고 귀를 떨면서 얼굴을 한껏 찌푸린다.
"흥, 성질머리하곤."
더럽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뻐큐를 날리며 퇴장하는 토네이도를 향해 나도 똑같이 손으로 날려준다. 흥. 밥맛 떨어지게 뭐하는 거야. 썩 꺼지라고.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면 거기엔 시무룩해 보이는 유우가가 있었다. 윽, 토네이도 이자식.. 우리 유우가 기를 죽이다니. 진짜 죽여버릴까보다...
"유, 유우가. 신경쓰지마. 저녀석은 우리가 젠가나 브루마블 하면서 놀자고 말했어도 저러고 가버렸을 녀석이잖아." "매번 쓸데없이 시비나 걸고. 그렇게 할 일 없는 거냐고."
...솔직히 헤실헤실 웃는 메이사를 보면 괜히 해준다고 했나 하는 마음이 들긴 한다. 토네이도가 더럽다고 한 것의 지분도 크긴 했지만, 그건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해서 타격을 크게 받은 게 좀 있다. 저 녀석은 원래 나와 메이사를 안 좋아하긴 했지만, 그래도 온천에서 처음 봤을 땐 그렇게까지 나쁜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츠나페스에서 우리가 붙어다닐 때도 징그럽다, 키모이, 정도는 말해도 더럽다... 정도는 아니었다고. 왤까.
몰라. 밥 먹어야징.
"어쩌면 자기랑 안 놀아줘서 저러는지도 몰라."
토네이도가 들었으면 "겠냐고―!!" 라며 포크를 던졌겠지만 이미 가버렸지. 음해와 날조를 하면서 결국에는 완식했다. 이렇게 맛있는 밥을 남기고 가다니 불쌍한 토네이도 같으니라고.
"소화시키게 정원이나 좀 걸을까. 그러면서 물어볼 것도 있긴 한데."
정원의 정취를 즐기면서 묻는 거는...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고.
"지금 혼욕할래, 아니면 저녁에 할래.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해."
혼욕은 하루에 딱 한 번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고르려면 아침 아니면 저녁. 점심엔 뭐하냐고?
"나 점심에는 남탕에 들어갈 거야. 제대로 된 물을 좀 맛보고 싶다고."
이런 물 저런 물 다 들어가보면서 반들반들한 피부가 되고 싶다. 메이사 없는 곳에서 마음 편히 푹 늘어지고 싶기도 하고.
음해와 날조로 토네이도의 뒷담을 가득 까면서 식사를 마무리하고, 정원이나 좀 걷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느긋하게 정원을 거닐면서 유우가가 말한 건, 아침에 혼욕을 할 건지, 저녁에 할 건지를 고르라는 말이었다. 에에. 하루종일은 안되는 건가. 살짝 불만스러워지려다가, 하긴 아무리 그래도 하루종일 탕에 들어가있기는 어렵겠지 싶어서 수긍했다. 마지막 날이라 아쉽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에우...."
점심에는 남탕에 들어간다고. 아, 하긴 아직 여기 대욕탕은 들어가본 적이 없네. 나도 여탕에 가보고 싶....지만 어쩐지 높은 확률로 토네이도랑 마주쳐서, 의자라던가 대야라던가 샤워기를 던지면서 진심격투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난 그냥 방에 있는 탕으로 만족해야겠다.
"알겠어.... 그러면 저녁에 할래." "마지막 날이니까, 집에 가기 전에 추억으로 남기는 거지. 응. 완벽하네."
진짜 완벽해. ...마음같아선 아침에도 하고 싶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아침도 꽤 많이 먹었고. 식후에 바로 들어가면 안 좋다고도 하고. 아침엔 적당히 뒹굴거리면서 어제 밤에 산 간식 먹으면서 시간 보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정원을 걷다보면 문득, 어제 밤에 있던 일이 생각난다. 아까 아침을 먹으면서 유우가가 당황했던 걸 생각하면, 꿈이나 내 망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키스는 기쁘지만, 진짜로 좋지만, 또 다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 저녁에... 오늘 저녁엔 꼭 결행해야겠어. 어떻게든. 유우가보다 조금 앞서서 걸어가며, 괜히 정원에 있는 동백꽃을 톡 건드린다. 꽃 위에 쌓여있던 눈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롱패딩을 덮어주고 흡연실로 향하는 유우가를 멀뚱히 보다가, 슬그머니 패딩을 여몄다. 그러자 안주머니에서 뭔가... ....패딩이 아닌 것의 감촉이 느껴진다. 조금 작은 박스같은데. 앗, 유우가 흡연실 가면서 담배 두고 간 거야? 진짜 덜렁이라니까. 어쩔 수 없네. 담배 냄새는 싫지만, 꺼내서 가져다 주는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상자를 꺼낸다. 작은 상자는 담배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절대 담배갑이 아닌 모양이었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그런 녀석이었다. 그래. 구체적으로는 심야의 편의점에서 알바생이 추천했던 그거를 닮았네.
아니. 닮은 게 아니라 그거 맞잖아. 이, 이게 왜 유우가의 패딩에서?! 그, 그때 계산하지 말고 빼달라고 했었잖아??? 근데 왜??? 설마 이거 저주받은 ○○라서 한번 집으면 다 쓰거나 죽을 때까지 쫓아오는 그런 거???
"하? 에??" "..........흠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왕 따라온 거 좋은 곳에 써주자. 일단 슬쩍 내 코트 주머니로 거처를 옮겨주도록 하자.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헛기침을 조금 하면서 마저 패딩을 여몄다.
그리고 그 직후에 흡연실에서 나온, 약간 담배 냄새가 나는 유우가랑 같이 방으로 돌아왔다. 유우가는 감땅콩 과자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죽순과자 먹을까. 죽순과자를 뜯어 테이블에 놓고 하나 집어먹었다. 음, 달다. 그리고 별 의미없는 쇼츠를 슥슥 넘겨가며 보다가, 유우가의 말에 귀가 쫑긋 섰다.
"음.... 난 유우가가 제일 좋은데." "아, 그치만 어렸을 때 그런 적은 있어. 그러니까... 아...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그땐 꼭지 아저씨라고 불렀던 거 같기도..." "아니 꼭지가 아니라 꼬치였나? 아무튼 그런 아저씨 한 명 있었는데."
엄청 오래 전이지, 하야나미 리모델링 하던 때였고, 나는 초등학생이었으니까. 한 번 떠올리니까 추억이 몽글몽글 솟아나기 시작한다. 페인트 냄새가 가득했던, 낯선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가게. 처음으로 집이 아닌 호텔에서 잤을 때의 기분이라던가, 그때 종종 같이 놀아줬던 아저씨라던가. 하지만 엄청 예전이라 기억이 선명하진 않았다. 아저씨의 이름도 그렇고, 구체적으로 뭘 했고 어떤 사람이었고 그런 건 싹 빠지고, 추억이란 이름의 빛바래고 두루뭉술한 전체적인 느낌만 남아있다고 할까.
"아마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듯한.... 아 맞아. 맨날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안 보였어. 머리도 부스스했고. 맨날 가족이랑 싸웠다고 했던 거 같아." "그리고 그때 리모델링 중이라 집에서 못 자고 호텔에서 생활했던 거 같아. 그래서 학교 끝나고 호텔로 가야하는데 그 아저씨가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었던가...? 으음... 어쩌다 그랬더라...??"
별 생각없이 '나 마츠다 유사쿠가 좋아' 정도의 답변을 기대하고 물었는데 뭔가... 뭔가? 뭔가를 알게 된 거 같다? 아니, 뭔가 수준으로 퉁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이거.
그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데 왜지... 큭... 분명 어질어질한 일화를 들어서 그런 거다. 확실해. 뭔가 익숙한 감도 있지만 그런 얄팍한 감을 붙잡기에는 나의 상식이 더 앞섰다.
"미친새끼아이가이거!!!!!!!!!!!!!!!!!!!!!!!!!!!!!!!!!!!" "니 뭐 이상한 일 당한 거 아니야? 그, 뭐, 딱 듣기에도 이상한 아저씨 같고 그런 식으로 불렀다는 건 그, 뭐야, 니는 기억 몬하더라도 이 뭐 바바리맨이라던가 그런 거였다 아이가? 범죄자 새끼가 니한테 몬 짓 할라고 막 끌고 가고, 그랬던 거는..."
각혈할 거 같다...... 메이사가 요구했다곤 하지만 더러운 짓(키스입니다) 하는 나랑 막상막하, 어쩌면 그 이상인 새끼다......
"아니, 아니, 아니아니아니, 말 끊어서 미안. 근데 괜찮은 거지, 지금은...???"
그게 자기자신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로 진심걱정을 쏟아부었다. 그야 나도 어지간히 수상하게 하고 다니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자각이 없었던 데다... 무엇보다 가출 이후로 도파민 쫓는 생활을 너무 많이 해서 뇌가 녹아버렸거든. 파칭코 구슬을 멍하니 보다보면 건방진 쿠소가키는 뇌 저편으로 토로토로 녹아버려서... 어쩔 수 없었다.
"엑, 아, 아니 그런 일 당한 기억은 없는데...." "아 그치만 그때 호텔에 돌아갔을 때, 마마랑 파파가 지금이랑 비슷한 질문 했던 거 같기도."
그때나 지금이나 내 대답은 똑같았을...걸? 그런 일 없었고, 그냥 꼭지 아저씨가 꼬치 아저씨라고 부른 건....
"아아 맞아 생각났다! 왜 꼭지 아저씨, 꼬치 아저씨라고 했는지!!" "처음으로 그 아저씨 집에 갔을 때, 체리 꼭지를 입으로 묶는 거 배웠거든! 그래서 꼭지 아저씨라고 했었고, 그게 싫다고 해서 체리 아저씨라고 했다가 체리는 아니라고 해서? 꼬치 아저씨가 됐던 거 같아. 오... 꽤 예전 일인데, 나 꽤 기억력 좋지 않아?"
괜찮은 거지? 지금은??이라는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사실, 두어번 만난 이후로는 영 소식 못 듣기도 했고, 만나지도 못했고... 그러고보니 그 아저씨, 지금은 몇 살이려나. 잘 지낼까 모르겠네.
"그래도 꽤 좋은 사람이었는데. 만날 때마다 맛있는 거 먹었거든. 체리라던가, 수박화채도 해줬었고." "근데.... ....어쩌다 못 만나게 됐더라? 그것까진 기억이 안 나네... 잘 살고 있을라나."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네. 아아~ 어쩐지 무진장 그리운 기분이 됐다.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퐁퐁 솟아난다구. 마-사바랑 사-미랑 지냈던 것도. 어쩐지 잔뜩 향수에 젖어버린 느낌. 조금 아련하게 웃으면서 죽순과자...를 먹는 척하다 유우가의 감땅콩을 탐한다. 우헤헤, 이것도 맛있구만!
🙄 넣너너넛너무무슨,뭔소릴하는거야그냥운동알려줬잖아운동 😿 그치만 유우가가 말도 안 하고 멋대로 짓누르구... 😿 힘들어죽겠는데 힘 더 빼야한다고 하구 끈적끈적하다고 놀리구우 🙄 아니 괜한데에 힘 들어가면 관절 망가지니까!!! 🙄 그리고 너 진짜 땀범벅이었다고 그때!!!!
유우가 본의아니게 우마무스메를 조지는 엄청난 걸 가지고 있단 소문이 생겨버릴 거 같아요 🙄 전기충격기에는 말딸도 공평하게 한 방이지
히히히....😏 3주 연속으로 주말에 할매쨔네 집 가려는 유우히를 붙잡고 😅유우히 이번 주말엔 압바랑 놀까? 압바가 게임사줄게 아니면 어디 놀러갈까?? 하고 필사적으로 말하는 걸 상상했어요...흐히히히.... 그래도 가끔은 주말에 셋이서도 같이 놀러가고 그러겠죠😌 유우히 어릴 때 여기저기 다 데리고 가볼 것 같구
점심시간이 됐네요.. 비가 와서 나가기 귀찮지만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히다이주도 맛점하시길😸 든든하게 잘 챙겨드세요~
"그, 그땐 학교 막 끝나고 집에 가기 전이었고... 저녁 전에 간식 먹을 시간이었으니까...." "괘, 괜찮다 뭐... 편의점에서 산 거 바로 줬었구, 체리는 그 아저씨네 가족들 왔을 때 줬던 거 같고...."
무엇보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게 그 아저씨가 안전하고 무해한 아저씨였다는 증거 아닌가. 아니었다면 클래식 시즌도 시니어 시즌도 레이스는커녕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을지도... 그보다 그 예시 뭐야? 엄청나게 자세한데?? 경험이라도 했던 것처럼.
"예시 너무 상세한 거 아냐? 아 아니 그, 그 아저씨 그래도 그럭저럭 생긴 편이었다고.. 아마?" "윽...... 그런 취향 아니라고오..."
어쩐지 유우가가 나를 안쓰럽게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니. 느낌이 아니라 진짜잖아!! 동정하지마!! 할 거면 차라리 돈으로 내놓으라고!
"그러니까 그런 취향 아니라고!! 날 그런 눈으로 보지마!!!"
아~ 열받아!! 열받으니까 유우가의 감땅콩 내가 다 먹어버려야지. 화풀이라도 하듯 감땅콩을 손 가득 쥐어서 입으로 밀어넣는다. 와구와구 다 먹어버릴테다. 그리고 그렇게 먹다보면 당연히 목이 막힌다. 기침을 해서 입에 있는 모든 걸 다시 흩뿌리는 일은.... 없었다.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간신히 참았으니까.
"큭...켁..... 무, 물......"
물이든 맥주든 당근소다든 아무거나 목을 축일만한 뭔가를...! 바들바들 떨면서 유우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야, 원래 멀쩡하게 생겼는데 할 짓 없이 싸돌아댕기고 어린애하고나 어울리는 놈이 제일 위험한 거야."
분노하며 감땅콩을 왕창 입에 쑤셔넣는 메이사. 저거 저 저 목 안 막히려나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결국에는 켁켁대고 있다. 바보. 그냥 뱉어도 되는데... 생각하며 곽티슈를 벅벅 뽑아다 메이사 입 아래로 내밀었다.
"자, 무리하지 말고 뱉어."
하지만 도리질하며 뱉질 않는 녀석. 목은 계속 막히고 당장 물도 없고 맥주도 없는데 어쩌려고... 미련하다니까 하여튼. 손을 까딱이며 채근해도 뱉질 않는다.
"아니, 뱉어도 된다니까? 마실 것도 더 없고 너 힘들잖아. 자자, 뱉어 뱉어. 난 신경 안 써."
진짜 신경 안 쓴다. 조카 기저귀도 갈아줬고 먹다 뱉은 밥도 치워주고 하는데 이제 와서 비위 따지지도 않고. 하지만 메이사는 믿질 못하는지 입을 꾹 닫고 있어서 결국 하는 수 없이 남는 손으로 메이사의 턱을 잡고 꾹 눌렀다. 씹는 근육을 꾹 눌러서 입을 벌리게 만들 심산이다. 입을 꼭 다물고 버티지만, 턱을 잡은 채로 살살 흔들면 자연스레 입이 벌려지게 된다.
"자, 벌렸으니까 뱉어 그냥. 으휴 이 미련 곰탱이..."
나 없이 어쩌려고 이러나 하는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잘 하는 일일까, 저질러는 버렸지만 아직까지 고민이 깊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합격하고 나서 입사 취소를 하게 되어버릴지도. ...잘 모르겠네.
어쨌건 메이사는 눅진거리는 감땅콩(이었던 것) 덩어리를 으베에 뱉어냈고, 나는 두꺼운 휴지 너머로 느껴지는 따듯한 촉감에 좀 으... 했다.
"다 뱉었어? 뱉었으면 물 좀 어디서 찾아서 마시고. 난 이거 정리할 테니까."
그리고 휴지 끄트머리를 잡고 보따리처럼 들고선 쓰레기통에 툭 버렸다. 묵직한 소리가 나는 게 많이도 집어넣었네.
세면대에서 손을 씻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젯밤에는 삼키라고 하고, 아침에는 뱉으라고 하고. 뭐 하잔 건지 참... 싶은 그런 생각. 고개를 들어보면 또 금세 귀 끝이 빨개져 있어서, 그냥 세수까지 하고 나왔다. ...젠장.
휴지를 벅벅 뽑아선 손에 받쳐든 유우가. 아니 물을 달랬더니 왜 휴지를 드는 거야? 제정신인가?하는 얼굴로 보다가, 그 손을 내 턱 아래쪽에 내미는 걸 보고 기겁했다. 하!? 배, 뱉으라고!? 여기???? 미쳤어???? 내가 애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 손에다가 씹던 과자를 뱉으라니!? 심지어 이거 원형도 거의 안 남았는데??? 절대 무리! 진짜 무리!!! 아무리 나라도 수치심은 있다고!!!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면서 강하게 거부했지만, 다른 손으로 내 턱을 꽉 잡는 유우가. ㅁ, 므, 뭐, 뭐하는거야...?
"——!!"
입을 꽉 다물고 버틸 생각이었지만, 대체 무슨 스킬을 썼는지 입이 스르륵 벌려졌다. 하!? 믿을 수 없어.... 그래서 결국 꼴사납게, 유우가의 손 위로 눅진거리는 감땅콩(이었던 것)을 뱉어냈다. 으. 으으.... 죽고싶다.....
젖은 손을 유카타에 문대며 나왔다. 여전히 테이블에 엎어진 채인 메이사. 슬쩍 꼬리를 살피는데 어휴... 개빡쳤나보다. 냉장고를 열어서 생수가아... 아침에 다시 채워주셨네. 하나 따서 메이사한테 건넨다.
"입도 헹구고 목도 좀 축이셔."
그걸 턱을 괴고 가만히 지켜봤다. 뭐랄까, 떠나기로 하니까 이런 사소한 바보같은 짓에도 마음이 쓰인다. 메이사 정말 나 없이 잘 지내려나 하는 거. 아니, 그래도 내년 생일이면 19살이 되는 녀석인데 잘 하고도 남지. 나보다 머리도 좋은 애고... 내가 걱정하는 게 웃길 정도다.
...내년 생일인가. 또 심란한 생각이 불쑥 솟아오른다. 책상 아래로 유카타 자락을 잘 덮어놓고, 턱을 괸 손으로 입을 가린다. 언제였더라. 츠나페스 전이었지 분명. 까불거리는 메이사를 달랜다고 약속해버렸는데.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그럼 나 남탕 갔다 온다?"
이대로 계속 보고 있어도 어색한 기류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일어나서 남탕에 푹 담궜다. 그러면서 머리도 식혔고, 스스로를 좀 정비해야겠다는 결론을 얻어서 욕탕 화장실 신세를 좀 졌다. 그리고 조금 홀가분해진 채로 복귀. 두시간쯤 지났나.
"으하... 물 좋더라 메이사아... 너도 한 번 갔다 와. 진짜 매끈매끈해진다니까. 다음에 또 올까봐."
투덜거리면서도 물을 받아서 들이킨다. 감땅콩 먹다보면 생각보다 엄청 목이 마르니까. 생수병의 반절을 순식간에 비워버리고, 그대로 테이블 위로 다시 엎어진다. 하아. ....차라리 어제처럼 우왓뺫한 그런 일이 일어나는게 낫지, 이건 진짜 그냥 수치스러울뿐인데... 그래서 그냥, 유우가가 남탕에 갔다오겠다고 하는 말에도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손만 들어서 휘저었다.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도, 조금 지나서 몸을 일으켰다. ....싫은 일이 있을 땐 먹는 걸로 잊어버려야지. 어제 잔뜩 채워왔던 편의점 봉투를 뒤적거린다. 아아 맞아. 컵라면도 뜯어놓고서 안 먹었지....
컵라면으로 시작해서 버섯과자, 푸딩 두 개, 아이스크림에 당근소다, 거기에 남은 육포랑 바나나우유까지 전부 해치웠다.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놓인 잔해들을 정리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어서인지 조금 추워져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불을 꺼낼까.. 하지만 귀찮은데. 잠시 고민하다가 유우가의 롱패딩을 꺼내와서 그대로 뒤집어쓰고 누웠다.
하아아... 유우가 냄새애... 꼬옥 안겨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아.... 몇 번 숨도 크게 스읍~하~ 들이쉬고 내쉬고 하다가, 배도 부르고 유우가 냄새도 가득하고 안겨있는 거 같아서 스르르 눈이 감겼다. 음냐...
"....음...므...." "에우... 유우가아...?"
쫑긋쫑긋, 귀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돌아간다. 으... 머야... 더 잘래... 눈도 제대로 못뜬 채 고개를 들었다가 그냥 툭 떨궜다. 그리고 롱패딩에 이마를 잔뜩 부볐다. 으음... 좀만 더 잘래....
문득 눈이 떠졌다. 잘만큼 잤으니 슬슬 일어나라고 하는 건지 묘하게 싹 졸음이 가셨다. 개운하다고도 할 수 있겠네. 얼마나 잔 거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보면 옆에는 유우가가 자고 있었다. 어라, 유우가 왜 여기... 남탕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아, 비누 냄새다. 그리고 뽀송매끈해진 유우가의 얼굴도 그렇고, 이미 다녀온 거구나. 그럼 나 정말 얼마나 잔 거지.
"....유우가아..."
슬쩍 이름을 불러도 안 깬다. 유우가는 잠들면 어지간해서는 안 깨니까. 그래서 츠나페스 때 그런 것도 가능했고... ........그럼, 지금도 가능할까. 슬그머니 손을 뻗다가— 역시 그만두기로 했다. 그치만 이제 좀 있으면 저녁이고, 저녁엔 혼욕할 거니까.... 지, 지금 이랬다가 만약 들키면? 혼욕은 고사하고 당장 짐싸서 츠나지로 돌아가버릴 걸, 유우가. 그러니까 조금 더 참아야 한다는 거지. 아침 목욕을 참고 저녁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히힛."
대신 좀 더 붙어서 누워있을까. 슬쩍 창문을 보면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노을도 붉게 타오르고 있다. 겨울인 걸 감안해도 슬슬 저녁 때가 되어가는 거니까... 조금만 더 누워있다가 혼욕하면 되겠네. 그래서 다시 유우가 옆에 벌렁 누웠다. ...사실 아까보다 더 붙어서, 조금 더 위로 끙차낑챠 하고 올라가서 유우가를 꾸욱 끌어안으면— 파후파후 완성~
유우가, 일어나면 깜짝 놀라려나. 유카타라서 평소 입던 옷보다도 좀 더 얇고, 자고 일어나서 그런가 좀 흐트러져 있는 상태기도 하니까. 어떤 얼굴을 하려나~ 엄청 궁금하지만 자는 척을 안 하면 혼날 것 같으니까. 다시 눈을 감고 고른 숨소리를 낸다. 꼬리도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긴 하지만, 역시 조금 꿈질거리고 있을지도... 우우... 안되겠다. 슬쩍 허리를 들어서 꼬리를 아래로 깔아버린다. 이러면 꼬리도 티 안 나겠지~
wwwwwwwwwwwwwwwwwwwwwww그런가...그런건가...히히...😏 답레는 내일 드리겠읍니다... 내일은 일찍 나가서 이거저거 해야 하기에... 온천 느긋하게 이것저것 심란하기도 하고 엣치치하기도 하고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네요wwwww 내일은 혼욕까지 진도..나갈 수 있으려나 🤤 .dice 0 1. = 0 0 아니 1응
투닥지아를 순애키스 100번 하지 못하면 못 나가는 방에 가두고 싶다 유우가의 손목에 순애력 측정기가 달려있어서 츄츄에 몰두하고 순애모드가 켜져야만 카운트 되는 악질적일 정도의 방에 둘을 가둬두고 싶다 아까까지만 해도 약 왜 자꾸 처먹냐고 짜증부리던 유우가랑 키스하게 되어버린 메이사의 반응도 보고 싶고요 하하하하
멧쨔가 서툴러서 자꾸 순애모드가 꺼지면 좋겠네요...😏 .....근데 츄츄 한 50번 정도 하고나면 그냥 둘이 눈만 보고있어도 순애력 폭발해버릴 것 같은데🫠
히ㅣㅎ....히히히히히... 조금 전까지 짜증내고 서로 소리지르고 싸우다가 갑자기 키스하게 되다니😏 멧쨔 당황해서 🙀 ...하? 에???? 뭣 뭐 뭐라곳!? 하고 파다닥거리고 😾 윽 내 내가 왜... 싫다고!!(사실 좋은데 부끄러워서 그럼)하고 꼬리로 팍팍 내려치고 그러다가 막상 하게 되면... 서툴러서 엄청 풀죽을 것 같아요😏 🙄 아 또 카운트 멈췄잖아! 잘 좀 해보자 응? 😿 그, 그치만 잘 모르겠어어어 모르겠다구우우...
하지만 30번 정도하면 조금 감 잡아서 😽츄츄 츄우우 하고 멧쨔 달라붙겠죠...히히....🫠 왜 싸웠던건지도 잊어버리고 서로 입술 부르트도록 츄츄나 하라고!!! 하하하하!!! 츄츄하는 김에 히히도 해버려! 하하하하하!!!
괜찮아요 그렇게 억지로 해버리면 카운트 3배 정도 빠르게 올라서 좋대요 😏 그래서 메이사가 훌쩍훌쩍 하든말든 🙄 돼지 밥도둑 식충이 약쟁이 멘헤라 성가셔 귀찮아 내 집에서 나가 해놓고서 억지로 츗츄츄츄츄츄💕 했다가 유우가도 마음 안 좋아져서 꼬옥 껴안아주는 거 봤다구요 아 행복해... 이 썰 더 풀고 싶네요 O못방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 문명인거지?? 내일은 하루종일 이 망상하면서 버텨야겠어요...
그리고 저는... 이제 내일을 위해 들어가 보겠습니다 😌 오늘 멧쨔 즐거웠어요 멧쨔주도 내일 힘내요~ 앵바앵밤입니다 👋
메이사가 나에게 다가온다. 부루퉁한 표정을 한 채로. 원고석을 지나 새빨간 카페트를 딛으며 다가온다. 츠나페스에서의 이혼소송 부스, 거기서 왜 안 해주냐며 땡깡을 피고서는 내년 생일이 지나면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만족한 것 같았는데. 결국엔 마음에 안 드나 보다. 이러고 도끼눈을 해선 아가오고 있는 걸 보면.
- 치사해 유우가. - 유우가는 내 몸만 좋아하면서, 왜 그걸 주겠다고 하는 것도 거절하는 건데.
"넛, 너 무슨―" - 발뺌하지 마. 유우가는 내가 이렇게 헐겁게 입기만 해도 금방 눈이 홱 돌아가선 보고 있잖아. 음흉한 눈으로. -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으면서.
"야, 그건 진짜 아니거든?! 난 너 처음봤을 때 완전 꼬맹이고 전혀 타입이 아니었, 으니까 좀 떨어ㅈ, 졋 좀...!"
무표정으로 껴안는 메이사. 탁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도발한다. 내가 자길 처음 봤을 때부터 엣치치한 눈으로 봤다나. 참나, 그 때의 메이사는 완전히 꼬맹이로만 보였는데. 껴안고서 부빗거리는 녀석을 밀어내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결국 메이사가 끌어당기는 대로 당겨져서, 그 품에 파묻히다 못해 살 안으로, 늑골 안ㅇㅡ ㄹ ㅗ...
뜨겁고 습하고 축축하고, 숨을 못 쉬겠어.
"꺼내ㅈ, 멧, 헉, 으븝, 멧......"
꿈에서 허우적허우적거리던 나는 아무래도 현실에서도 허우적댄 모양이다. 몸부림치면서 차츰 감각이 돌아오고, 그렇게 스치는 유카타의 천 질감이라던가, 내 손에 밀려나는 땀에 살짝 젖은 살결. 그리고 손끝에 느껴지는, 유독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게 감싸는 감촉을 느끼자.
잠이 확 깼다. 눈이 퍼뜩 뜨였다. 어두운데다 시야엔 회색빛 뭔가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안다. 느껴진다. 최근은 닿을 일이 많이 없었지만 분명 익숙한 느낌을.
눈을 꾹 감고 자는 척을 하다보면, 유우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게 느껴진다. 꿈질거리다가 턱하고 내 어깨쪽에 손이 얹혔을 땐 나도 모르게 너무 놀라서 심장이 엄청 뛰어버렸다. 힉, 깨, 깼나...? 눈치챘나...? 슬쩍 눈을 떠보고 싶지만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게 더 큰일이겠다 싶어서 필사적으로 참는다.
"....으믓..."
하지만 유카타가 어깨에서 스르르 밀려나고, 어깨에 있던 유우가의 손도 이리저리 방황하다 제대로(?) 안착했을 땐 나도 모르게 소리를 흘려버렸다. 아, 아니야 이 정도는 잠꼬대로 할 법한 그런 소리니까. 응. 의심 안 받겠지.. 그럴거야..... ....꾸, 꿈이라도 꾸는 걸까아... 유우가... 그대로 얹힌 손에서부터 엄청나게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아니, 어쩌면 뜨끈하게 달아오르는 건 내쪽일지도...
그런데 그렇게 손을 안착시키고부터, 유우가가 갑자기 조용하고 얌전해졌다. 아까까지는 끙끙 앓으면서 뒤척거리고 손도 휘젓고 그랬는데... .......설마 깼나? 나, 나도 깨는 척 하면서 슥 봐버릴까나.... 너무 궁금하고, 오래 자는 척을 할 자신도 사라져서 결국 그냥 눈을 뜨기로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에...
"으으.... 뭐야아....." "....유우가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깨고나서도 말을 많이 안 해서 그런가, 방금 막 자다 깬 것처럼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 목소리를 냈다는 건 불행에 가깝겠지. 그런 생각을 흘려보내며, 슬그머니 한 손으로 눈가를 비비면서 눈을 떠본다. ......앗.
"......엣..."
내... 내 예상보다 더 과감하잖아 지금...? 엄청 두근거려서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아, 아니 어쩌면 이게 기회... 이대로 잘 밀어붙이면, 어쩌면....
".......괘, 괜찮아... 유우가라면..."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유우가를 곁눈질로 살폈다. 지, 진짜 괜찮은데... 아니, 그냥 하라고. 빨리. 당장.
좆됐다... 두근거리는 느낌과 오싹한 느낌이 뒤섞여 뭐라 설명도 못할 무언가가 됐다. 경동맥을 타고 피가 울컥거릴 때마다 뒷골이 서늘해지고, 그리고 다시 뜨끈해진다.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아웃,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감상 몇 시간은 고민한 느낌이었다. 손끝의 미세혈관이 심박에 맞춰 달칵거리고, 그게 더 빨라지는 게 느껴질 때마다 죽고 싶었다...
그러나 의외로, 상황은 빨리 정리됐다. 메이사의 한 마디를 듣자마자 결심이 서버렸다. 나는 옷자락을 대충 아무렇게나 움켜쥐고 여며선 꽉 잡았다. 메이사의 품에서 떨어졌을 때의 나는 새빨갰는데, 그 지분 중 무엇보다 큰 건 수치심이었다.
허우적거리는 꿈 안에서 들었던 한 마디가, 흐려져가는 기억을 뚫고 마음을 찔렀기 때문이다. 내 역린을.
- 유우가는 무서운 거지? - 애새끼 같았다가 점점 유우가 취향이 되어가는 내가, - 언젠가 유우가가 져버릴까봐 무서운 거지?
그 말대로다. 난 무섭다. 메이사가 날 함락시키려고 하는 유혹도, 거기에 휘말려서는 유의미한 저항도 못하는 나도, 오래 굶어서 조금이라도 해이해지면 휩쓸릴 거 같은 나도.
수치심을 짓이기듯이 유카타 자락을 꾸욱 쥐었다.
"...그런 말 하지 마." "약속했잖아, 내년 생일이라고."
"나도..."
꾹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탁 풀려난 옷자락이 제멋대로 뻗친다.
"괴롭기는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안 돼."
도저히 눈을 보고 말할 수 없어서, 허공을 응시하며 말하다가 결국은 메이사를 꼭 껴안고만다. 그냥 이대로 저질러버리고는 싶은데, 닿은 그대로 그냥...... 아, 이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메이사의 품에 이마를 부딪혔다.
....🙄 저 좀 쓰레기같은 망상했는데요... 유우가가 롱패딩 안주머니에 숨겨둔걸 멧쨔가 자기 코트로 빼돌렸잖아요...? 그래서 유우가가 그거 못찾고 그냥... 히히하고.. 그러고 츠나지 돌아간 다음 바로 중앙튀 해버리는데 멧쨔가 두줄이 떠버리는 세계선....
하지만 멧쨔가 따로 연락은 안했으면 좋겠네요... 유우가가 떠난게 너무 슬프고 정신나갈거같고(진짜 나감)그래서 연락도 안하고 그냥 방에 틀어박혀있다가 프로키온씨가 🥺그래도 아이는 챙겨야지 멧쨔.. 하고 달래서 어찌저찌 유우히를 낳고🙄 당연히 레이스도 그만두고 하야나미 일 도우면서 살다가... 유우히가 유치원생 정도 됐을 쯤 손잡고 트레센 견학이라도 가면 좋겠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유우히가 멧쨔 손 놓고 뛰어다니고 신나서 여기저기 구경다니다가 유우가랑 만나면 좋겠다...
🙄 꼬마야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 엄마아빠랑 같이 왔어? 어디 계시니? 😸 나 압바 없어! 😧 뭣
새빨간 얼굴인채로 유우가는 팍하고 내 품에서 떨어졌다. 아무렇게나 움켜쥔 옷자락을 대충 여민 채로. ...사람이 기껏 괜찮다고 했는데, 대놓고 거부하는 듯한 동작에 뭔가 울컥했다. 그래서 팔을 뻗어서 억지로라도 유우가를 끌어오려고 했다가 멈칫했다. 유우가의 표정이 정말, 진짜로 안 좋아 보여서.
"...유우가..."
맞아, 내년 생일이라고 약속했지. 하지만 조금 땡겨도 되는 거잖아 그런 건. 난 이제 어른이고, 유우가랑 혼인신고서도 썼고, 고작 몇 개월 조금 먼저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유우가도 괴롭긴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으면 꿈틀거리던 무언가도 조금 사그라든다.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괴로우면 차라리 그냥 해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나. 그래도, 꼭 껴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역시 기쁘다. 아래에 깔아둔 꼬리가 슬금슬금 기어나와 세차게 흔들린다.
"........알았어."
아까처럼 다시 품에 돌아와, 이마를 꿍 부딪치는 유우가를 꾸우욱 껴안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걸로 만족할 수 있을리가 없지만, 그래도 아예 팍 밀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래. 어쩌면 이건 첫 한 발짝이 성공적으로 들어갔단 얘기일지도... 이대로 차근차근 하다보면 내년 생일 전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좋아, 힘내야지!!!
"그, 그럼 좀 있다가... 탕에 들어갈까..." "벌써 저녁인 거 같고.. 아 맞다, 오늘은 저녁 먹고 들어갈까? 어제처럼 또 못 먹는 건 싫은데."
가이세키를 한번도 못 먹고 돌아가는 건 슬프니까. 많이 먹고 목욕하면 소화불량이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나나 유우가나 위장은 튼튼해서 먹는 걸로는 탈도 잘 안 나고.
으히히... 좁아서 서로 팔다리 걸치고 엉켜서 잠들겠죠..흐히히...😏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렇네요🤔 처음에 하야나미 찾아왔을 때 바로 프로키온씨가 중식도 던져버릴지도(???)
새벽에 유우히를 깨워서 데리고 나와선 급하게 유우가랑 사랑의 도피하는 멧쨔...🤭 .......🤔근데 멧버지랑 프로키온씨는 자기들도 했던 일이라(...) 조금 눈치까고 있을 거 같긴해요... 이미 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프로키온씨...🙄 실눈을 슬쩍 뜨면서 다가오는 장면이 선명하게 보인 거 같기도..
....🙄 저... 멧쨔 나쁜 상상을 했어요..... 기정사실 있었다가 없?어진게..... 안정기 오기 전에 너무 그...해서...🫠 그렇게 된거라던가 아니면 기정사실도 그렇고 더 이상의 관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유우가가 홧김에 ○○하고 튀어버려서 그런 거 아닐까...라는....🫠 🙄도게자 박은 다음에 매달릴게요.... 제가 유우가를 너무 쓰남으로 만들고 있어서 죄책감이..으윽..
그치만 이렇게까지 심한 짓 해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모르는 여자랑 결혼해서 행복해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오는 쪽이 멧쨔의 머리를 더 이상하게 만들기 좋지 않은지...🫠
품에서 빼꼼 고개를 들어 메이사를 올려다본다. 이렇게 안겨있으려니 기분은 좋다. 좋다... 수준은 아니고, 좀 더 찔러도 보고 실수인 척 닿아보고 싶은 기분. 실수인 척을 할 필요는 없지만. 무엇보다 사람보다 약간 높은 따듯한 체온이 좋다. 누군갈 껴안고 있는 것도 좋았고.
포옹을 안 한 지 오래 지났을 땐, 내가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간지럽기만 하고 쓸모없다고. 하지만 이제는 나보다 머리 하나 반이 작은, 품에 쏙 들어오는 녀석을 껴안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기도 하다. 난 메이사랑 하는 포옹을 꽤 좋아했는데, 이젠 못하게 되겠지...
좀 더 껴안고 있자. 그래야 할 필요도 있고...
"그래도 부르면 가자. 그때까지는 좀 더 껴안고 있을래."
그대로 메이사를 꼭 껴안은 채 이불에서 뒹굴거리고, 무릎이 닿기도 하고, 메이사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도 느끼며 눈을 감고 있다가. 종업원이 부르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노곤노곤하니 다시 잠든 모양이다. 부시시한 상태로 일어나서 하품을 하고는 메이사를 바라본다.
"갈까?"
그나저나 사람들이 날 엄청 바라보는 느낌인데...
"...왜지?"
메이사의 품에 머리를 너무 오래 기대고 있어서, 마치 우마미미라도 있는 것마냥 곱슬머리가 뻗쳤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냥 평범하게 잔 거랑 비슷하겠지 생각할 뿐.
그대로 유우가를 끌어안고, 머리를 삭삭 쓰다듬었다. 품에서 빼꼼 고개를 든 유우가는 엄청 귀여워서, 역시 지금 저질러버려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충동도 들긴 했지만... 부르면 가자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좀 있으면 종업원이 와서 부를지도 모르는데, 그때 이런저런 후히히한 일을 하고 있으면 이래저래 큰일이 날 것 같으니까... 꼬옥 껴안고 쓰담쓰담하고, 슬쩍 다리로 건드려보기도 하면서 뒹굴거리다보면 유우가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앗, 다시 잠들었나봐. 나도 건드리고 쓰다듬던 걸 멈추고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으, 너무 잤어... 머리가 아파... 조금 미적대다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켜면, 갈까?하는 물음이 들린다.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앗, 유우가 머리 뻗쳤네. 약간 우마미미 같아. 귀여워~
"웅, 가자... 헤헤..."
유우가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유우가를 보고 있다. 우마미미 같은 이 뻗친 머리 때문이겠지. 완전 귀엽죠~ 헤헤~ 하고 자랑하는 듯한 얼굴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건, 내 기준에서 귀여워 보였던 거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좀 그랬을지도...?
"응? 뭐가?"
유우가 귀여워💕 유우가 최고💕 유우가 좋아💕하는 얼굴로 보고 있다가, 왜지?라는 유우가의 말에 살짝 뜨끔했다. 그러면서도 그냥 모르는 척 대답하긴 했지만... 뭐, 뭐어.... 유우가도 그냥 두루뭉술하게 왜지?라고만 했으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모르는 척 하면서 식당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오, 차림표까지 있네.
대답을 들어보면 얼굴에 딱히 뭐가 묻진 않은 거 같고... 뭐지. 멍청하게 고민하며 일단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았다. 메이사는 잘 잤는지 즐거운듯한 얼굴로, 꼬리를 살랑거리며 메뉴를 읽고 있었고, 나는 잠이 덜 깬 얼굴로 멍하니 허공만 바라봤다. 아니, 원래는 12시쯤 딱 자서 동 트면 딱 깨는 루틴인데, 혼욕하다 쓰러지거나 야식 먹고 또 자고, 낮잠 자는 거 때문에 패턴이 깨져서 계속 잠온다. 어쩌면 혼욕하고 또 자버릴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털게?"
홋카이도의 겨울제철 털게?! 알도 굵고 내장은 농후한 가을의 풍미를 잔뜩 품고 있겠지. 듣기만 해도 잠이 깬다. 나는 완전히 털게 죠아💕 모드가 돼버렸다. 아니, 게는 좋단 말이지. ASMR도 되고. 맛도 좋고. 벌레처럼 생겨서 좋은 느낌을 준다. 바퀴벌레에게는 져도 게한테는 이겼다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달까.
"우와아, 엄청 기대되는데~"
아주 드물게 쓰는 물결표까지 붙이며 기대하고 있으려니, 일단 식전주부터 나온다. 맑은 사케를 내오는 요리사 분이 슬쩍 시선을 올렸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고, 뭔가 웃음을 참는 거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어쨌든 술은 맛있었다. 요란하지 않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게 좋네.
전채는 무난하게 맛있었다. 먹어도 무슨 재료나 무슨 맛인지 모를 뭔가 엄청 굉장한 손질이 돼있었고, 플레이팅도 공예라고 해도 될 정도. 가리비살 위에 간장에 절인 연어알을 얹어놓은 게 식전주랑 진짜 궁합이 좋았다.
그리고 털게의 몸통을 이용해 끓인 된장국. 온천두부가 따로 주어져서 된장국은 잘게 부서진 털게 살점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두부를 따로 한 입 먹고 국을 같이 먹으니 신선했다. 국만 먹을 때는 털게의 달달한 게살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두부랑 같이 먹을 땐 국물과 잘 조화되는 게 꽤나 괜찮더라.
그리고. 대망의 털게. 다시 말하지만, 난 털게가 좋아. 다리에 털 난 것도 뭔가 동족 같고... 국도 먹어보니까 좋은 녀석이란 걸 알겠다.
털게의 다리 껍질을 벗겨 꽃을 피우고 한데 모았고, 그 옆에는 털게의 내장을 끓여 수프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등딱지에 곱게 담겨 있었다. 등딱지만으로는 아무래도 열이 빨리 손실되는지, 아래에 열을 품은 받침대를 놓아 오래오래 따듯한 게 내장을 즐길 수 있도록 하다니. 서비스 최고잖아.
"...저 역시 사케 한 병, 종류는 추천으로."
보자마자 술 주문을 참을 수 없었다. 당연하게 내 잔에 따르고 마시려다가... 메이사의 따가운 시선.
"............어제 마셨잖아."
하지만 종업원이 가져온 잔은 두 개다. 비워두면 그림이 좀 그렇... 큿... 젠장......
"한 잔만이야."
메이사의 잔에도 사케를 찰랑찰랑 채우고는 내 잔을 부딪혔다.
반 모금 마시고, 다리 하나를 집어 내장에 푹 적셔서 먹으면. 우와아아아아아...... 하...............................................
식전주는 목넘김이 깔끔해서 좋았다. 그 뒤에 나오는 전채는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아서 먹기 아쉬워~ 하면서도 계속 입에 넣게 되는 그런 느낌이었고. 반디오징어 젓갈 이거 엄청 맛있잖아~ 그릇도 엄청 귀여운 테마리공 모양 사기그릇이고. 으헤헤~ 이런 느낌으로 이것저것 먹고 감탄하고 놀라면서도 사실 제일 기대되는 건 털게였다. 게는 맛있지. 털게는 더 맛있고. 겨울제철 털게는 진짜진짜 맛있을거야.... 아직 먹어본 적 없지만.
"아, 아와와... 이게 털게..."
진짜 털이 나있어. 우와, 유우가랑 똑같네(....). 아까 된장국에도 털게가 들어가있었지. 그것도 엄청 맛있었는데. ....된장이 아니라 털게를 메인으로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엄청 두근두근하면서 천천히 다리를 집어, 내장에 푹 적신다. 그리고 한 입.
"......."
너무 맛있는 걸 먹으면 말을 잃게 된다고 했던가. 진짜였다. 뭔가 머리에서 언어라는 것이 후와앗 하고 날아가버린 느낌. 그냥 그 순간의 맛에만 집중해서 아무 말도 감상도 안 느껴지는 그런.. 맛에만 몰두하게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애초에 맛을 왜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거지? 그냥.. 느끼면 되는 건데. 그러니까 그냥, 엄청, 매우, 아니..... 털게는 그냥 맛있다.... 내장은 엄청 농후하고 깊은 맛이 나는데, 그게 탱글한 다릿살의 단맛을 극한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달까. 모르겠다. 그냥 맛있음....
".....핫..."
한참 그렇게 맛에 취해있다가 정신을 차리니 유우가가 사케를 주문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케 한 병과 잔 두 개가 나왔는데. ...유우가, 자기 잔에만 따르고 있잖아.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노려본다. 지이이이이.
"어제는 어제잖아. 오늘은 오늘이구!" "—야호! 에헤헤, 이거 진짜진짜 잘 어울릴 거야. 술을 부르는 맛이라고!!!"
유우가보다 먼저 집어먹은 내가 단언하는데, 진짜야!! 그렇게 호언장담하면서, 잔을 들어 살짝 유우가의 잔하고 부딪히고, 흘릴세라 조심조심 들어서 호로롭 마신다. 한번에 다 마시면 아까우니까 찔끔찔끔.
—크하아........... 달큰하고 농후하고 깊은 털게의 맛과 사케가 어우러지면서 엄청난 풍미가. 그러면서도 깔끔하게 입을 씻어내서 바로 다음 털게 다리를 찾게 만든다. 우왓, 무서워. 이거 이 사케랑 털게 다리 완전 무한동력같아 계속 돌아간다고(?)
"으... 으으.. 못 걷겠어어...."
결국 후식이 나올 때쯤엔 진짜 배가 뽈록 나와버릴 정도로 먹고 마셨다는 이야기다. ...그, 그래도 후식 들어갈 디저트배는 있어.. 그건 따로니까. 셔벗과 오하기까지 먹고나면, 진짜 식사 끝.
"엄청 잘 먹었다아...." "...좀 쉬었다가 갈까. 바로 탕에 들어가면 큰일날 것 같아...."
사케와 털게회의 무한동력에 금방 얼큰해진다. 아니 이게 은근히 안주가 안된다니까. 배를 불려주지는 않는데 기막히게 맛있어서 다리 하나에 반모금씩 마시다보면 금방 20도쯤 되는 녀석을 비우게 된다. 게다가 뒤이어 나온 스테이크는 그것대로 맛있어서 미친다. 작은 화로에 알아서 구워먹게 하는 건데, 그냥 고기 자체가 맛있다. 제정신이 아니다. 이걸... 이걸 공짜로 먹는다고? 우리 범죄자 아냐? 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저녁을 다 먹고 나왔을 때, 나보다 식성이 좋은 우마무스메는 물론 나조차도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걸을 땜다 배가 당겨오는 느낌과 함께 식당에서 나오면 저녁의 차가운 바람이 느껴져서 기분 좋다. 술 마셔서 더 들뜨는지도 모르지만.
"그러자. 어후, 너무 먹어버렸어. 회전초밥 좀 하고 가자고."
여고 특) 점심시간 끝나고 운동장 돌아야 함 료칸 정원은 회전초밥 돌기엔 좀 작고, 대문 바깥으로 나가면 작은 공터가 있다. 경관을 위해 남겨 놓은 풀밭이랄까. 작게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뜨끈한 몸과 털게같은 발목을 식혀주는 겨울바람에 술기운도 좀 잦아드는 기분이 든다. 해는 이미 졌지만 료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은은하니 분위기도 괘안코. 좋네.
메이사의 손을 잡고는 같이 걸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나 한다.
"우리 이러고 같이 들어가면, 어? 둘다 배 뽈록해가지고 웃기겠다. 그지." "니는 원래도 볼록한데 터지는 거 아니야?"
술기운으로 뜨끈해진 얼굴에 닿는 겨울바람이 상쾌했다. 자동으로 입에서 으하~나 흐에~같은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느낌. 유우가의 손을 꼭 잡고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피식 웃었다.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터지진 않겠지.
"지금 들어가면 탕에 있는 물이 두배는 넘칠 것 같은데~" "윽, 아, 안 터지거든!! 내 배가 풍선도 아니고..."
하지만 조금 찔려서, 무심코 손으로 배를 더듬더듬 만져본다. 윽, 진짜 빵빵하긴 하네... ....솔직히 말하자면 오비가 살짝 답답할 정도. 살짝 풀고 싶다. 하지만 이게 풀리면 대참사가 일어날테니 참아야해... ...그, 그리고 원래도 밥 먹으면 이 정도는 나왔다 뭐... 그동안은 먹고 조금 쉬고 다시 뛰고 그러느라 금방 소화되니까 잘 몰랐지만.
"트레이닝 안 하니까 배가 잘 안 꺼지네... 살짝 뛰어볼까나. 아 그래도 지금 바로 뛰면 먹었던게 다시 올라올 것 같으니까... 역시 그만둘래."
모처럼 잔뜩 먹었는데 그렇게 되면 아깝고, 유우가 앞에서 그런 모습은 죽어도 보여주기 싫으니까. ....그런 것 치고는 아까 감땅콩을 그렇게 뱉어낸 것 같지만. 으윽, 그 기억은... 지워버리고 싶은데... 유우가의 머리에서 어느 부위를 쳐야 그 기억이 삭제될까.... ...아, 아니 무슨 흉흉한 생각을...
"근데 유우가도 배 엄청 나왔네~ 운동부족인 거 아냐? 이러다 만삭배 부타 모브 아저씨가 되면 어쩌려구~?"
그보다 너무 큰 소리로 외치는 거 아냐? 우마미미 헤어스타일을 하고 부타모브아저씨를 힘차게 외치는 아저씨라니, 분명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라고... 난 그런 유우가도 좋지만💕 그 근데 좀 진지하게 턱을 짚고 고민하는 건 상상 못했는데...! 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하? 에??" "에... 뭐 그렇긴 하겠지? 보통은. 에에...."
앗, 이건 좀 두근했다... 제일 가까이 있는 나부터 만삭배가 된다니. 그, 그건.... 유우가... 부타모브아저씨가 되면 나부터 그렇게 만든다는 뜻인가아.. 그렇다는 건 지금도 나를 그, 그, 그렇게 하고 싶다는...? .....내년에도 레이스 나갈 거냐고 물어본 건 역시 그런 뜻이었던 걸까. 앗, 아와와... 딱 한 잔(이라고 하고 사실 두세잔 더 얻어마셨다) 마셨는데도 얼큰하게 올라오는 취기에 나도 좀, 그,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할까...
"그, 그러면...."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는데도 얼굴이 뜨끈뜨끈하다. 아니, 아까보다도 더 뜨거워진 느낌이 들어. 슬그머니 한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앞서 투덜거린 것들은 그냥 넘길 수 있지만, 마지막 그건 넘기기 힘든데!? 유우가 마흔 전까진 애 안 만든다고??? 그, 그럼.... 유우가가 마흔이 되면 내 나이는..... 재빠르게 두뇌를 풀가동한다. ....음.
"...그, 그치만 유우가아... 육아엔 체력도 필요하고 그러니까아.... 역시 조금이라도 젊을 때 낳는 쪽이..." "그리구 난 아이는 11명 정도가 좋을 것 같은데...."
아이는 11명 정도... 는 혼자만의 계획이었는데, 술기운과 지금 당황스러움에 그만 튀어나와버렸다. 하, 하지만 언젠가는 밝힐 예정이었어. 내년 생일 정도엔... 아니아니 역시 농담이지만. 1명 키우기도 벅찰 걸.. 마마랑 파파가 도와줘도 아마 2명 정도가 한계이지 싶다. 아무튼 1명이든 3명이든 11명이든, 유우가가 마흔 살이 되기 전엔 무리인건가 싶어서 조금 시무룩해졌다. 나...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젊은 날이라던가 좋은 시기라던가, 그렇게 돼도 좋은 걸. 유우가의 아이라면." "그리고 뭐, 우마무스메에게 좋은 시기라는 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시기니까. 나이가 들어도 아이가 있어도 달릴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다구~"
나의 개인적 견해긴 하지만, 아무튼 난 그렇게 생각해. 조금 억지같긴 하지만, 어쨌든 괜찮다구. 그러니까, 그, 그래. ....역시 조금 있다가 혼욕할 때를 노려봐야겠어. 아까 꾸욱 끌어안고 그랬을 때도 사실 조금... 정말 조금만 밀어붙였으면 가능했을 거란 생각도 들었으니까.
정신 나갈 거 같아...... 멍하니 메이사가 하는 말을 듣다보면, 메이사는 정말로 나랑... 애를 만들고 싶나 보다. 근데 그게 무슨 손 잡고 자면 이불 안에서 뿅 하고 생기는 것도 아니고, 되겠냐고. 열한명은 그냥 하는 소리란 거 알아. 핵심은 그거잖아, 내가 좋다고. 근데...... 자기 젊음을 포기할 정도로 좋은가. 그게.
"꼭 있어야 해? 그게..."
그래, 이건 내가 너무...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메이사 같은 생각이 평균일런지도 몰라. 내가 너무 일찍 육아를 손대버린 것도 맞고.
불안감이 메이사의 등을 더 떠미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자꾸 애를 만들자는 염불을 욌던 거면, 안 떠났지.
뭔가 속상한데, 그걸 뒷받침할 이유는 없고. 메이사가 바보같은 얘기만 하고 있단 건 느껴지는데 그렇게 말할 근거도 없다. 결국 내가 또 예전 버릇 못 버린 건가 하는 의혹만 남는다.
아니, 당연하잖아. 애 한 명만 있어도 둘이 오붓이 있을 시간이 줄어드니까. 게다가 열 달 동안은 거의 손도 못대고. 굳이 그렇게까지 낳을 필요가 있는 건가 싶은 게.
"바보. 어려서 그래."
그래서 또 메이사를 어린애 취급이나 한다. 아직 얘가 제대로 놀아본 적도 없고, 막연히 사람들이 좋단 걸 좋다고 하는갑다 하면서.
유우가 드물게 놀랐다가 속상한 표정 짓고는 🥺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었잖아... 라고 서운한 티 내버릴 거 같아요 메이사가 정강이 걷어차고 고간 차고 때리고 울고 밥남기는 것보다 크리티컬이었을 거 같은ww 멧쨔의 순애 중에서 가장 이해 안되면서도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은 부분이었으니까요
근데 멧쨔도 표정 보고 사과해야 하나...? 싶다가도 계획 들킨 건가 조마조마해서 쉽사리 입 못 떼고 그날 둘이 등 돌리고 자는 거도 보고싶어졌어요 😏 그래봤자 다음날에 멧쨔가 츄츄해오면 잘만 어울려주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유우가, 날 두고 가버릴지도 모르니까. 그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다가, 짙게 흔적을 남기며 다시 들어간다. 입안에 들러붙은 흔적의 쓴맛에 작게 인상을 찡그렸다. 어려서 그렇다는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난 이제 어른인 걸.
".....응."
쭉 맞잡고 있던 손을 다시 고쳐잡고, 발걸음을 돌린다.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간다. 료칸이 저 멀찍이에 보이는 걸 보니,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꽤 멀리까지 나왔던 것 같다. 언제 이렇게까지 왔지...
"꽤 멀리까지 왔네..." ".....춥다. 배도 꺼지고, 몸도 좀 으슬으슬하고... 탕에 들어가기 딱 좋을지도."
그리고 또 다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는다. 그렇게 걷다가 하마터면 료칸을 지나칠 뻔 했다는 소소한 사고가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돌아왔으니 상관없겠지. 방에 들어와 겉옷을 걸어두고, 타올을 챙기면서 힐끔힐끔 유우가의 눈치를 본다. 저, 저번엔 유우가가 먼저 들어갔는데...
"오, 오늘은 내가 먼저 들어가도 돼?"
딱히 뭔가 공작을 해놓겠다던가 그런 수상한 건 아니구 그냥... 하고 이런저런 말을 덧붙여버린다. 변명같다고? 아니 변명이 아니라 그냥 그 결백함을 주장할 뿐이니까?
하긴, 저번에는 둘이 있어서 씻고 들어가기가 애매했으니까. 수건 없이 혼욕할 사이라면 모르겠는데 우리가 그렇진 않잖아. 어차피 나는 남탕 갔다오면서 씻었으니 기다려주기로 할까나. 메이사가 들어간 동안 나도 수건을 두르고 묶었다. 이번엔 안 풀리게 두번 꽉. 안경도 벗고 더듬거리며 욕탕에 들어서면...
'음, 역시 하나도 안 보이는군.'
멀리서 보면 메이사의 이목구비는 엄청 흐릿해보이고, 눈을 찡그리면 골짜기가 겨우 초점이 잡히는 정도. 이게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
"어제처럼 들어가면 되려나... 메이사 불편하면 말하고."
온수로 대충 몸과 수건을 적시고 발부터 들어간다. 대충 적신 거라 좀 뜨거운 느낌이 없잖아 있다. 앉아있는 메이사 뒤로 들어가 수건을 살짝 들어올리고 다리를 편하게 둔다. ...그렇게 두니까 사이에서 살랑거리는 꼬리가 신경쓰여 내가 먼저 빼냈다. 저번에는 내 수건 위로 얹힌 거라 이런 일이 없었는데... 좀 민망하네.
"이 꼬리는 진짜 계륵이라니까. 너네는 동물이랑 달리 크게 쓸모도 없으면서 왜 퇴화하지 않은 거냐고."
먼저 들어와서 일단 씻었다. 어, 어쩌면 오늘 거사를 치를지도 모르니까(...) 엄청 열심히. 머리부터 발끝, 그리고 꼬리끝까지 깔끔해진걸 확인한 다음, 타올을 두르고 조심조심 탕에 들어가 앉는다. 으, 으음... 저번하고 똑같이 앉아야하나.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유우가가 들어왔다. 조금 찡그리고 있는데 아, 안경 벗어서 그런 거겠지...?
"으, 으응...."
어제처럼 같은 자세, 유우가한테 내가 등을 기대는 자세로 앉는데... 꼬리가 불편한 걸까, 유우가가 슬쩍 빼내는 게 느껴졌다. 으음....
"윽,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꼬리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 코너링 할 때도 꼬리로 중심 잡는 거 중요하다구. 이래서 히또미미란...."
깔끔한 코너링엔 빠질 수 없는 것이 꼬리 컨트롤. 이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무게중심을 확 바꿀 수도 있는 거라서 매우 중요하다니까. 이게 잘 안되면 코너를 돌 때 타임로스가 제법 생기거나 달리던 위치가 어긋나서 자칫하면 사행으로 번질 수도 있다구. 히또미미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말할 정도로 꼬리가 거슬리는건가.... 그럼 어쩔 수 없네.
"...흥, 그럼 꼬리가 방해 안 되게 하면 되는 거지? 엇차...."
몸을 일으켜서 방향을 바꾼다. 유우가한테 등을 기대던 자세에서, 유우가를 마주보는 자세로. 무릎을 살짝 세워서 모아 앉고, 꼬리를 조금 앞으로 빼면.. 응. 완벽한데. 유우가 얼굴도 잘 보이고. 히히.
전직 멧헤라 프로키온씨는 큰일났다...🙄💦💦 상태겠네요 히히www 그러다가 하야나미에 밥 먹으러 온 유우가 아버지가 "우리 아들이 도쿄에 있는 트레센에 취직을 해가지고~ 출세했다고~" 하면서 왁자지껄 떠드는 걸 무표정 죽은눈으로 조용히 바라보는 메이사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이거..
히히... 그날부터 중앙 트레센 입사 준비하는 걸까요 😏 나를 두고 다른 애들 트레이닝하러 도쿄로 가다니 용서 못해 거긴 나랑 함께 갔어야 하는 곳이라고...😾 같은 느낌이려나
점심이랑 저녁 바쁜 시간만 돕고 나머지는 틀어박혀서 복수심으로 공부하는 멧쨔라니... 마음속으로 유우가를 몇번이나 찔렀을지 😏😏 후히히히히... 유우가 아버지가 오면 귀 쫑긋 세우고 서빙하러 나오는 멧쨔가 보였어요 그래서 여친 생겼다는 정보도 듣게 되면...🫠 진짜 중앙에서 보자마자 찔릴지도
"인간은 꼬리 없이도 코너링 잘하는데 너희는 아직도 꼬리를 필요로 하다니. 진화가 덜 됐구나 열등종족들이여..."
츠나센에 팽배한 말딸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나는 히또주의를 택했다. 하지만 뭐 이해는 간다. 인간도 속눈썹 필요 없는데 아직 남아있는 거랑 비슷한 거겠지. 관상용에다가 아주 약간의 기능성이랄까.
메이사는 이번에는 나랑 마주보는 자세로 앉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이게. 음. 같은 방향으로 앉으면 다리를 두기가 편하잖아, 근데 마주보면 그게 안되니까 메이사의 다리는 엉거주춤하게 굽혀져선 발끝이 내 허벅지 안쪽에 자꾸 닿고 있었다. 의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으 음... 잠깐만."
그러다가 닿는 건 싫단 말이지. 차라리 메이사를 내 위에 앉히거나 하면 좀 괜찮으려나. 그런 생각으로 메이사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겨선 앉혔다. 습관적으로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렇게 해버렸다. 양쪽 무릎도 잡아서 방해 안되게 벌려서 옆으로 놓고. 그러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실패.
타올의 존재를 잊어먹었던 거다. 물에 젖은 타올이 얼마나 무겁고, 한번에 탁 풀리는지. 메이사의 다리가 내 장골 위에 얹힐 때, 타올이 넓어지는 각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풀려버렸다. 메이사의 무릎을 잡고 있던 나는 그냥, 어, 어...
히죽히죽 웃으면서 꼬리를 살랑거렸다. 음.. 근데 좀 불편한 자세인가? 다리를 둘 곳이 좀 애매한데. 나 다리 짧으니까(...) 충분히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오산이었나봐. 탕이 은근히 좁아서 그런가. 유우가의 허벅지 안쪽에 안착한 발을 살짝 꿈지럭댄다. ....오, 이거 잘하면... 어쩌면..... 그런 흑심을 꿰뚫어본 듯이 유우가가 갑자기 나를 확 쓸어당겼다. 앗, 아, 아우앗!?
"에? 으에?! 유, 유우갓!?"
아, 평소에 자주 하던대로 위에 앉히려는 걸까. 하, 하, 하지만 여기 탕 속이고 우리 타올만 두른 상태인데 그래도 되는 거야?? 나, 나는 완전 럭키비키긴 한데!? 그, 그치만!? 유우가 갑자기 너무 적극적이고 당황스럽고 하지만 좋고오옷 당황하는 사이에 유우가 위로 안착 완료, 라고 해야할까. 딱 위에 걸터앉고, 유우가가 내 무릎을 잡고 있던 그 때—
—타올의 영압이 사라졌다.
"—학, 힉."
너무 놀라면 꺄아악 대신 이상한 숨 집어삼키는 소리가 나오는구나. 새삼 실감했다. 엄청나게 밀착한 상태에서 풀린 타올, 그대로 유우가에게 올라타있는 나, 그런 내 무릎을 잡고 있는 유우가. 누가 보기라도 하면 오해할 법한— 아니, 여기서 그런 발상을 안 하는 쪽이 더 오해일테지. 아무튼 그, 그런.... 후히히 직전의 그런... 모습이 되어버렸다.
"...........으, 으앗!? 타, 타올!! 내 타올!!"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하니 있다가, 한 박자 늦게 타올을 찾아 손을 아래로 뻗었다. ...마, 맞아. 너무 당황해서 생각이 짧았지. 지금 우리가 얼마나 가까이 밀착했는지도 잊을 정도로. ......그, 그래서... 타올을 찾으려고 손을 내리면서 동시에 상체를 숙이자, 그, 완전히 유우가한테 착 붙어버렸다. 그, 그리고 손도......
"앗, 아, 아우앗, 아와와와왓....."
오, 오해야. 의도한 움직임이 아니야...!!! 그 증거로 나도 아와와와왕 하고 있을 뿐이잖아!!!
순식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머리가 고장나버렸다. 그러니까 메이사는 내 위에 얹혀있다는 거지. 무장해제된 채로. 묵직하게 짓누르는 이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급하게 위로 올렸다.
...그래. 아래에 얹어져 있는 게 뭔지도 알아버렸다고. 이렇게 됐으니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우리 모두가 상처입는 결말 뿐이야. 일단 수건부터 찾아볼까... 시선은 천장에 꼬나박은 채로 손만 우리 사이에 넣어서 휘적거려본다. 내 수건 감촉이랑 뒤섞여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손등에 꾸욱 눌리는 아랫배가 방해되고. 아, 이건가? 당겨봤다.
ㅆㅂ 아니 이건 내 수건이었네. 들춰져서 아슬아슬했던 걸 대충 원상복구시켜놓고, 이거... 이거다. 확실해. 수건을 잡고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손가락에 스치는... 익숙한 감촉.
실수인데, 실수라고 말해도 어색해질 뿐인 그야말로 진퇴양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자, 무안하지 않게...
수건뭉치를 아무튼 메이사에게 전달 완료했다.
"안 보고 있을 테니까 후딱 입어..."
그리고 욕조 바깥으로 최대한 고개를 돌리고 한참 있었다. 눈에 아른거리는 걸 억지로 밀어내고 명상하면서. 자, 들숨에 후우, 날숨에 하아 입니다. 후... 하... 후... 하......
그러니까 이 좁은 욕조에서 둘이 혼욕하겠다고 하는 게 문제라니까. 젠장. 넓고 좋은 물을 납두고 굳이 커플들이 꽁냥거리기 위해 하는 이딴 서비스를...
움찔흠칫하면서 읏 햣 뺫 같은 소리를 흘리는 나와 다르게 유우가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시선도 천장만 보고 있고.... ......이, 이건 이거대로 좀 그런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은 봐도 된다구.. 그러면서도 타올 찾는 건 도와주는 건지, 같이 손을 아래로 해서 찾아주고 있는데. ...그, 근데 아랫배에 자꾸 손이 닿아서 뭔가, 뭔가뭔가인 기분이 되어가고 있다. 애, 애태우는 거냐구 유우가아....
어설프게 더듬거리는 나와 다르게 유우가는 손을 들었다 놨다 당겼다 말았다 하더니 결국 내 타올을 찾아내버렸다. 큭, 좀 더 느긋하게 찾아도 될텐데.... 그리고 타올을 쓱 들어올리다가 어, 그, 제대로 스쳐서 그만...
"햐으?!" "아, 어, 으응..."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는데, 못들은 척 하는 건지 그대로 고개를 돌리는 유우가. .....이, 이렇게 무시한다구...? 어쩐지 울컥해서, 타올을 두르는 대신 유우가한테 좀 더 붙었다. 들숨과 날숨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유우가의 가슴팍에 찰싹 붙어서—
"에, 에헤헤... 좁아서 조금 어렵네에....."
유우가랑 엇박자로, 슬그머니 문댄다. ...아 아니 그치만 좁아서 타올 두르는 거 어려운 건 사실이고? 두르려면 자세가 이렇게 되는 게 맞긴 하니까.
내가 당황하면서 말이 많아지면 그건 오히려 괜찮은 거다. 그러면서 분위기 풀기도 하고, 스리슬쩍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일이란 소리니까. 하지만 오히려 조용해지면 그건... 그거지.
내가 한 마디라도 실수하면 진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노 세이브 구간인 거다. 여기서 어떻게 적절한 말을 할 수 있을지도 떠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러니까 좀 배려해주면 안 되겠니 메이사?! 우리 알고 지낸 지도 거진 2년 됐잖아!?
그런 내 마음은 통하지 않았나 보다. 메이사는 삐진 것처럼 믓... 하는 소리로 웅얼거리더니, 내 위로 찰싹 붙었으니까. 약간 미끌거리는 물 때문에 찰싹 달라붙기만 한 게 아니라, 조금 미끄덩한 느낌으로 문질러지고 있었다.
...그게 연상시키는 게 있어서, 기껏 고개를 돌리고 명상하고 있던 게 무용지물이 됐고. 가뜩이나 한계였는데 제대로 치명타를 맞았다 이거지.
"~~~~메 이 사 너어......!!!!"
결국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능청을 부리는 메이사의 양 뺨을 콱 잡고 마구 짜부시킨다. 이거, 이거, 이거 어디서 요상한 거만 보고 와서는 애가. 어? ...물론 가장 큰 문제는 거기에 제대로 타격당해버린 나겠지만, 난 여기에 이르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진짜로. 철벽쳤다고. 어?
억울해.
"이렇게 만들었으니 제대로 책임져줘야겠어!" "...라고 하면 어쩔 건데."
"야 내는 진짜로 니랑 내년 6월에 하고 싶다니깐. 이러지 말라고. 응? 너무 어린애 구워삶아먹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안 좋다 진짜."
마음이 안 좋은 거 치고는 건강하지만... 아무튼 그럼.
"어디 가서 연애 좀 해보고 이거저거 보는 눈도 기르고서 돌아오랬더니 애먼날 친구랑 싸우기나 해고 내도 힘들다. 차라리 어디서 떼고 왔으면 부담이라도 없지. 으휴."
앗, 효과 있나. 이거 효과 있나봐!!! 아래쪽에서 그, 어, 그, 뭐랄까 아까까진 없었던 것 같은 그런 게... 엄청 두근거려, 유우가아.... 유우가도 그럴 기분인 거 맞겠지? 두근두근하면서 올려다보자, 유우가의 손이 점점 다가오더니....
"—으붑?!"
양 뺨을 잡혀서 짜부당했다. 윽 큿 악 유우갓 이거 수수하게 아파아앗 그러다가 엄청나게 두근거리는 대사를 들어서, 이성이 끊어질 것 같았다. 우, 우와아아앗... 엄청 두근거려... 홀린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양 뺨을 누르고 있는 힘이 더 강해진다. 으악, 아파, 진짜 짜부러져!!! 토마토가 된다고!!!!
"에, 우, 으, 으히한...." "그, 그치만!!! 유우가도 벌써 그렇게 됐구.... 나, 난 지금 해도 좋다구우...." "윽, 그 그건... 걔가 유우가를 눈독들이고 있었으니까.... 토네이도는 맨날 먼저 시비걸어서 똑같이 돌려주는 것뿐이다 뭐."
어, 어디서 떼고 온다니!! 난 유우가가 아닌 사람하고는 이런 거 하고 싶지 않은 걸!! 상상만 해도 싫다고!! 끔찍한 말에 고개를 마구 도리질쳤다. 으아ㅏ악 끔찍해. 절대 싫어!!
"지, 진짜로. 난 유우가가 아니면 이런 건 하기도 싫은 걸. 유우가하고만 할 거야...." ".......그러니까 진짜 해도 된다구..? 내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책임질게...💕 도와줄게 유우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힐끔 본 유우가는 우왓, 머리 쓸어넘기는 거 멋있어. 프롬 때 생각난다아.... 이럴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유우가 표정 엄청 심각해보이지만, 그래도 그것도 엄청 멋있고 좋아서..... 머리 넘긴 유우가도 진짜 좋아아..💕하는 얼굴로 보게 된다... 우우... 유우가 진짜 좋아해애...
그치만 메이사는 허접이라서 유우가얼굴 프린트한 종이 붙이면 괜찮아지는 거 아니었어!? 라는 못된 망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근데 진짜 어떤 분기에서는 진짜로 그랬을 거 같단말이죠 땀많고 뱃살두둑한 대머리 아저씨(중앙출신의 수상한 또레나)한테 5우정트레이닝당해서 스피드 한번에 120오르는 감각을 잊지 못하는 거 아니었냐고(날조)
합. 너무 어이없어서 츳코미 거느라고 메이사 앞에서 적나라하게 말해버렸다. 입을 다물지만 이미 늦어서 눈알만 데굴 굴린다.
"도와주는 건 필요 없어. 내가 아무리 좀 그래도 담당... 아니다."
한숨을 푹 내쉰다.
"니는 내 취향이 아냐."
"내는 단발에다가 문란하지 않은 정숙한 타입이 좋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니는 내보다 어리잖아. 내보다 어린 놈 손을 빌릴 정도로 내가 고프지는 않거든. 어?"
돌려돌려 말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딱 잘랐다고 생각했는데, 순애모드가 켜진 메이사에게는 잘 안 먹힌 모양이다. 그럴 수 있다. 어릴 때는 뇌가 금방 끓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모질게 말한다.
"안 해."
"씁, 그런 얼굴 하지 마, 내가 몇번이고 말했잖아. 내년 6월이야. 20도 안 찍은 애랑 뭘 해."
일부러 정색을 하고, 시선 피하지도 않으면서 말하지만, 저런 표정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메이사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애 아닌가. 진짜 취향 아닌 여자가 했으면 진작에 갖다 치웠을 일들을 매번 무시하고 저지르고 있는데, 그걸 다 받아주고 있는 거 보면 말 다했지. 어휴 정말. 또 마음 약해지네.
"...그래도 혼욕 해주기로 말했으니까 바로 나가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 적당히 선 넘지 않는 거로."
저, 정면에서 적나라하게 들어버렸다. 그거. 눈을 땡그랗게 뜨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뺘..뺘앗....!!!! 그렇게 들으니까 조금 부, 부끄럽... 유우가랑 똑같이 눈알을 데굴 굴리다가, 뒤이은 말에 충격먹은 표정을 지었다. 피, 필요없다니이.... 거기에 취향도 아니라니.
"엣....." "..............."
살랑거리며 흔들리던 꼬리도, 유우가를 향해 쫑긋 솟아있던 귀도 추욱 처진다. 취향도 아니고, 어리니까 안 한다고. 내년 6월까진 안 하겠다고 딱 잘라서, 정색하면서 말하는 유우가의 눈을 마주보다가 스윽 고개를 숙였다. ....나, 유우가 취향이 아니었던 거구나...... ....머리 잘라버릴까. 묶었던 게 조금 전의 소동으로 느슨하게 풀려서 어깨를 간지럽히고 있는,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흘겨봤다. 돌아가면 단발로 쳐버려야겠다.
"....그럼 키스해줘." "어제도 했으니까, 오늘도 해줄 수 있잖아... 응?"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라는 말에, 슬쩍 키스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원래라면 키스 빼고 다 된다고 했었지만, 어젠 유우가가 먼저 키스해줬었고(맥주가 섞이긴 했지만). 그러니까 오늘도 해줄 수 있는 거 아냐? 여긴 학교도 아니고, 집도 아니고, 무엇보다 츠나지도 아니니까....
"...머리도 쓰다듬어줘. 그리고 꼬옥 안아주라...." "잘때도.. 안고 자줘."
그리고 이때다 싶어서 원하는 걸 줄줄 늘어놓는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 하고 싶어🥺
내가 하긴 했지... 맞는 말이긴 한데. 뭐 한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못해줄 거 없지, 없는데. 일단 우리 혼인 신고서 쓰면서 약속하지 않았나. 키스는 금지라고... 그걸 이렇게 슬금슬금 넘는 걸 허락해주다 보면 언젠가......
아니, 내년 6월이면...
...그럴 일은 없겠지, 아마 나는 갈 거고... 모르겠다. 갑자기 머리가 뒤죽박죽이 돼서. 그래서, 이렇게 올려다보는 메이사한테 나는 수락을 해야 하나 거절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적당히 유사키스로 만족시켜줘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뺨을 잡은 그대로 당겨왔다. 그리고 입맞췄다.
입술이 아니라 입꼬리에. 입술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키스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거. 내가 늘 하듯이 적당히 애매한 일을 해놓고는 능청으로 위기를 모면해보려고, 꾹 누르고는 떼어냈는데.
메이사의 얼굴이 너무 속상해보여서 나도 모르게,
에라이 닳지도 않는 거 아껴서 뭐해. 이제 갈 거니까 미련 없게 해줘야지. 하는 생각에 불이 붙어버렸다.
"...알았다고.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래서 한 손을 물 안에 넣어 메이사의 엉덩이를 당겨붙였다. 붙어있기 편하게. 뺨을 잡고 있던 손도 부드럽게 턱선을 타고 뒤로 넘어가 목을 받쳤다.
"네 덕분에 료칸 왔으니까 해주는 거야. 돌아가서는 안 해줘. 알지?"
손끝을 간지럽히는 꼬리. 손가락으로 꼬리뼈를 살살 만지며 이마를 갖다붙였다. 그리고 아주 느긋하게 입술을 맞대고, 좀 문지르고, 숨결도 느끼고. 메이사의 호흡이 밭아질 때쯤에 갖다붙였다. 물이 출렁거리는 소리가 멀게 느껴질 정도로, 구강 안에서 엉키는 눅진한 소리 때문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진짜 오랜만이네 이것도.
꼬리뼈에 걸쳤던 손을 끌어올려 흉통에 둘렀다. 그리고 손끝으로 나도 모르게 등골쪽을 툭툭 건드리다가 타올의 감촉에 눈을 떴다. 익숙한 감각에 그만 버릇이 나와버린 거다. 있을 리가 없는데.
이러다간 진짜 저지르겠네 하는 위기감이 싸하게 올라오지만, 오랜만에 맞닿은 살의 감촉이라던가 어설프게 붙어오는 메이사의 느낌이 좋아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응석을 부리다가 떼어냈다.
뺨이 잡힌 채 끌려간다. 엄청 두근거려서, 내 심장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 전신이 심장이 된 것 같아... 하지만 뭐랄까, 받긴 받았는데. 이거 키스라고 해야하나 싶은...? 입이 아니라 입꼬리에, 그냥 가볍게 입맞춤 정도...? ...애매해. 뺨과 입술의 애매한 경계라서 이거 입술이 아니니까 키스 아니야!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하지만 그렇다고 키스라고 납득하기엔 이건 아니지 싶고. 불만도 불만이지만 속상했다. 키스 말고 다른 것도 안해주면서, 이것도 제대로 안해주다니.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로 유우가를 올려다보면, 제대로 전해진 건지 유우가가 항복 선언을 했다.
그리고 갑자기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히얏!하는 소리를 내버렸다. 유우가랑 엄청 찰싹 붙었어어.... 꼬리뼈를 슬슬 간지럽히는 손길에 몸이 흠칫 떨린다. 맞닿은 이마가 엄청 뜨겁다. 내 이마가 뜨거운 건지, 유우가의 이마가 뜨거운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느긋하게 입술이 맞닿고, 손길은 여전히 간지럽지만 뭔가, 아랫배부터 올라오는 간질거림이라고 할까... 그러다가 드디어, 제대로 된 키스를 하게 됐다.
뭐랄까, 처음이지. 이런 건 처음이니까. 물론 클래식 시즌의 크리스마스때가 첫키스고, 그때도 나름대로 해보겠다고, 유우가와 입술을 맞대로 낼름거리긴 했었지만 그땐 유우가가 입을 꽉 다물고 있었고, 나도 덜덜 떨려서 제대로 하지도 못했으니. 진짜 키스는 이렇게.. 뜨겁고 눅진하고, 엄청난 거구나아.... 무, 물론 이런저런걸로 예습하긴 했지만, 역시 실전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유우가에게 그저 휩쓸릴 뿐이었다. 그래도 역시 나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 조금 머뭇거리면서, 어색하게나마 나도 휘감아보기도 하고, 이래저래 유우가를 따라해보다보면 입가로 가쁜 숨이 새어나오고, 유우가는 내 등쪽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뭐, 뭐지이... 잘 모르겠어. 지금은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고, 유우가로 가득해져서어..... 녹아내리는 거 같아. 혀부터, 입부터 시작해서 주르륵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어......
"응.... 우... 후아....."
....조금만 더, 더, 아니, 그냥 계속 이러고 싶어. 이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했는데 조금 야속하게도, 유우가가 입술을 떼어냈다. 아쉬워서 애타는 얼굴로 유우가를 올려다봐도 끝이라는 말만 매정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므으...." "그럼..... 머리 쓰다듬어줘....."
그렇게 말하면서, 아쉬움을 담아 유우가를 꽈아아악 안았다. 진짜, 좋았는데에.... 조금만 더 해주지....
메이사는 진짜, 엄청, 처절할 정도로 못했다. 굳이 말하자면 손에 꼽을 것도 없고 그냥... 최고로 못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가, 내가 첫사랑이고 첫 키스랬으니까. 그래도 어디서 그 나잇대의 패기로 저지르고 오길 기대했는데 그러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입을 뗐을 때, 메이사가 좀 떨떠름한 얼굴이겠거니 생각했다. 내가 처음 했을 때처럼 이게 뭐 좋은 건가 하는 소감 아니었을까. 그러고 나면 좀 덜 조르려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떼어냈을 때, 완전 흐물흐물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솔직히 좀 놀랐다. 놀란 거 뿐인가. 싫진 않았다. 좀 기분이 괜찮기도 했고. 거진 몇 년만인데 녹슬지 않았구나 싶어서.
"알겠으니까 정신 좀 차려봐. 목도 좀 가누고..."
뒷목을 받쳐주니까 이쪽도 흐물흐물해져있다. 목을 몇 번 주물러주고 풀어주자, 엄청 아쉬운 얼굴로 꼬옥 붙어온다. 자기가 지금 어떤 얼굴 하고 있는 건지 아는 건가. 오히려 이쪽이 낯간지러울 정도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두피를 스친다. 귀뿌리도 좀 긁어주고. 그러면서 나도 좀 진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키스를 안 하면 모르겠는데, 하고 나니까 이쪽도 간당간당해서 미칠 거 같다. 알고 요구한 건지, 모르는 건지.
"이제 더 오래 담그고 있으면 위험하니까 씻고 나가자. 또 쓰러질까봐 쫄린다고..."
그래서 애써 웃어넘기면서 메이사를 나한테서 떼어냈다. 먼저 머리 좀 감고 씻고 가라고. 난 시간이 좀 더 필요해서.
아우아아... 머리 쓰다듬는거 조아아아..... 눈을 감고 늘어지면서, 유우가한테 푹 기댄 채로 복복복을 즐긴다. 두피 긁어주는거 좋아아... 귀뿌리도오... 으혹.... 반대쪽 귀도오..... 아아 그거야 그거 우아앗 최고옥... 그렇게 한참 즐기다보면 이제 씻고 나가자는 말이 들렸다. 아, 그러네에... 오래 있었으니까... 지금도 좀 어질어질한 기분이기도 하고. 그치만 이건 키스가 너무 좋아서, 그리고 유우가가 머리를 너무 잘 쓰다듬어서 그런 거 아닐까.
"으뮤.... 알겟서어....."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몸을 팟 일으켰는데, 어라, 왜 앞이 흔들거리지.... 그대로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고꾸라졌다. 유우가를 덮치듯이 그렇게 푹 넘어져버렸다. 아, 다리에 힘이.... 어라.. 머리 어지러워..... 뭔가 또 스륵하고 철퍽하면서 풀린 것 같은데, 아, 타올... 타올? 으데데...?으뷰...우땨따뚜땨아....뭔가 머리가 안 돌아가... 엄청 멍청해진 느낌이야....
"으... 안대.. 어지러워.... 유우가아 나 먼저 나갈게에..."
멍청해졌지만 이건 알 수 있었다. 너 당장 나가서 안 자면 그대로 욕조 물에 코박고 죽을 걸?이란 사실. 그래서 힘이 잘 안 들어가지만, 어떻게든 욕조를 잡고 다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어라, 묘하게 시원한데? 아, 그치만 엄청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좋구나아~ 그대로 방으로 나가자마자 "이불... 이부우울..."하고 좀비처럼 이불을 향해 질질 발을 끌면서 걸어갔다. 그리고 바로 이불 위로 털썩.
——여기서 의식이 끊겼다.
"으.... 으음...."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 창호지 너머로 빛이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걸 보면 슬슬 일어날 시간 같은데... ....근데 왜 몸이 안 움직이지. 낑챠끙챠 팔다리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답답하고 잘 안 움직인다. 헉, 뭐, 뭔가에 묶인 거 같아. 엣, 뭐, 뭐야!? 다급하게 내려다본 내 몸은, 내 몸엔...... ........이불이 돌돌 말려있었다. 마치 부리또처럼. 우마=브리또......라니 그게 뭔데!?
".......하아아아아아아!? 의미 모르겠어!!!!!" "뭐야? 이거 뭐야?! 유, 유우가아!? 나, 나 왜...!? 이게 뭐야???"
대체 내가 자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 그보다 나 언제 잠들었던거지? 혼욕하면서 킷, 키, 키키키스는 했던 거 같은데 그 뒤가..... 어, 어디서부터 꿈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이었던거지??? 완전 패닉상태로 꿈틀꿈틀거렸다. 아와와와왓!? 대, 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하지만 잠깐만,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어쩌면 이건.... 새로운 플레이일지도 몰라. 그, 그래... 이런 것도 그.. 페티쉬가 있다고 들었어...(?)
"....그, 그런건가아... 유우가도 차암...💕"
납득하고 나니 패닉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뭐야아. 그런 거였나. 그런 거라면 나도... 괜찮아 유우가라면💕
유우가를 좋아하지 않게 된 세계의 멧쨔.... 꼬꼬꼬가 승리한 세계선인가...(?) 미스미처럼 혼자 살 것 같기도 하네요🤔 혼자 살면서 하야나미 운영하기 좀 빡셀 것 같지만... 친구들이 도와주겠지(?) 오타쿠 멧쨔도 있을법하고... 아니면 진짜로 할매쨔가 와서 후계자로 데려갔을지도 모르죠... 데려가진 않아도 혼처 찾아줘서 대충 할매쨔가 소개해준 모브아저씨랑 결혼할지도...🤔
>>612 에....................... 어.......................................???? 거짓말....................너무아름답다고 게다가 프리지아 목도리잖아아아아..........🥹🥹🥹🥹🥹🥹🥹🥹🥹🥹🥹🥹 아웃......앗........우우..........우우우.......... 순애얼굴을 하고 있어 이 괘씸한 순애가키가아아아아앗 메스가키의 독기는 다 어디가버린 거야 쿳소 벌써 발렌타인초코 줄 생각까지 하고 있잖아 이 얼굴.................같이 별 보러가자고 평생 함께봐달라고 하고 있다고.........
🙀 ........ 🙀 ...몬다이.....경력직이었구나... 🙄 그렇게 말하면 기분 이상하니까 그만두라고... 🫠 아니 그보다 역시 너 ○○였잖아 🙀 윽 그 그거언... 😿 마 맞아요 저는 ○○주제에 경력직인 몬다이님을 ○○이라고 비방한 몹쓸 쿠소가키입니다... 🙄 갑자기 비굴해지지 말라고 어이!!! 진짜 종잡을 수가 없네!
>>630 ...어쩐지 이 세계선의 멧쨔는 머리가 후히히 방향으로 으?헤한 친구일 것 같단 말이죠... ○○인데 이상한 지식이 많은 친구... 어둠의 지식인... 그래서 도게자하고 있다가 슬쩍 고개들어서 유우가보고 🥺 머리... 안 밟아...?했다가 유우가가 기겁하는 일 있을 거 같아요....🙄
헉.. 멧쨔 좋은 전개.... 멧쨔 엄청 감동하고 고마운데 평소에 이런 걸 잘 표현 안해서 고맙단 말도 잘 못하고 😾💦으뮤무...하고 있을 것 같아요...히히.... 그러다가 라이브도 다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청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한다는 말이 😾💦".....그, 그럭저럭 할 줄은 아네.. 트레이너 노릇..."일 것 같은wwwwwwww
메이사의 바보같은 얼굴은 점점 노곤해져 갔고, 아마 나가자마자 잠들지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대로 내보내서 재우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타올이 철퍽 물장구를 일으키며 떨어지고, 내 눈앞에 바로 그것...이 들이밀어진 것도 모른 채 비틀비틀 나간다. 어, 이거 뭔가 쎄한데. 그것의 존재감에 기겁하고 있던 나는 메이사를 눈으로 좇다가, 욕실 벽에 머리를 박을 뻔한 메이사의 팔을 잡아당겼다.
"우왓, 십년감수했네..."
깨어나면 엄청난 혹이 생겨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메이사는 나처럼 깨벗은 채로 이불에 퍽 쓰러졌다.
...메이사 녀석, 이런 기분이었겠군. 감기 걸릴라. 일단 메이사 위에 마른 타올을 얹어주고 뒤집어준다. 그러자 다시 드러나는 거대한 존재감. 나도 모르게 빤히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눈을 질끈 감고 그냥 마구 닦아줬다. 그러면서 뒤척거리는 메이사라던가 우우... 하는 목소리 같은 것도 애써 무시하면서. 귀에도 문제 생기지 않게 안쪽까지 닦아내고, 머리도 박박 털어주고 나면.... 어휴, 한숨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내리 깔았을 때... 젠장. 좀 죽고 싶어졌다.
결국 메이사에게 유카타까지 입혀놓고, 깨지 않게 멀리서 약풍으로 머리도 말려놓고, 두터운 이불로 둘둘 말아놓고 나서야 나도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렇게 메이사 브리또에 다리를 하나 올려놓고 코야코야 자다가, 바깥의 푸르스름한 기운에 눈을 떴다.
"아...... 깼냐."
다리 아래에서 뒤척거리길래 둘둘 말았던 걸 풀어주려다가... 메이사의 얼굴이 새파랗길래, 그 시선을 따라갔더니.
>>652 시니어 시즌에 돌아가는 거구나 멧쨔 🤭 사실 주니어 때 맞는 또레나를 못만나서 본격화도 안 왔겠지 생각했어요 🤔 그리고 마구로 트로피 따고 나서도 뭔가 기뻐보이지 않는 얼굴일 거 같죠 유우가가 안 따라오겠다 하면 어떡하나 하고...😏 가서도 또레나 자격 없어서 박탈당하면 어떡하지 머리가 뒤죽박죽ww 하지만 소리소문 없이 미리 중앙 라이센스 따뒀을 거 같아요 😏 3관 했을 때 멧머니한테 연락받았을듯한www
🤔 뭔가 이쪽 유우가는 츠나지 남고에서 선생일을 좀 했을 거 같다는 이상한 느낌이 있어요 츠나센에서도 처음 근무할 때 빠따들고 들어와서 세워놓고 이름 문대유아 넉자 적어놓고 "인사." 했다가 한동안 빠따이라고 불렸을 거 같다는 뭔가 그런 느낌이
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선생님 너무 허접이잖아wwwwwwwwwww 나중엔 포기하고 데코라 화장의 희생양이 되는 빠따이...(현재) 라서 유뱃쨔가 얕봤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어요 😏 그보다 말 이모지 진자 많네요wwwwwwwwwwwwww 완전 웃어버린
이, 이게 그 아침에 그... 그거구나......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어!! 단지 실물은 처음, 처, 처음 봤을 뿐이니까.... 하필 유우가가 내 이불 위로 다리를 올리고 있었으니까 그, 그게.... 더 자세히 보였다고 할까... 그래서 좀 더 놀랐을 뿐이니까!? 이불이 둘둘 풀릴 때까지도 멍하니 있다가, 유우가가 돌아앉은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핫... 너, 너무 빤히 봤나...
"앗, 그, 어, 알지! 알고 있어!!!" "직접 보는 건 처, 처음이라 조금 놀랐, 지...."
🤔 띠부씰로 대신해도 괜찮을지도요 아니면 그냥 메모장에다가 쓰고 캡쳐해버리죠 🫠 그림이 있으면 즐겁겠지만 저희 둘 다 바쁜걸요
그나저나 낭자애 멧쨔라니 유우가 진짜 다메아저씨잖아... 🤔 사실 이쪽은 건방진 O타 꼬맹이가 자취방에 찾아온다는 설정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무섭기 때문에 그만둘게요 🫠......뭔가 유우가는 여미새라서 낭자애 멧쨔한테 그러면 너무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wwwww
근데 저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히히...... 성가시고 사고치고 말 안듣고 깝치고 까불지만 가족보다 좋아해주는... 늘 외부인같던 츠나지에 발붙이게 해준 녀석인데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wwwwww 유우가는 이미 그런 식으로 스며들어버려서 + 통상적인 연애에 무뎌져서 알콩달콩 두근두근💕은 없지만 이미 무지무지 사랑해버리게 된 거예요 히히...😏 근데 유우가는 회피충이라서 오히려 알콩달콩 두근두근 나도 좋아해💕 하면 갑자기 식어버리거나 도망쳐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유우가는 시니어 마지막 날에 무지 두근대고 연인처럼 느껴버렸다는 거죠(결론)
🤔 호오............ 저는 사실.....................................아니......................말하면..............죽는다 그런 직감이 들었어요
원래는 그냥 완전히 저의 욕망 그대로 반영한 무언가였는데 🙄 아무튼 으부부 모든 위험한 단어에 검열을 하다보니 한마디도 못하게 된www ...하지만 그거 좋아요 저 아..................... 저는 진짜 머리를 한 번 세탁해야 하는 거 같네요 🫠 이제 앵웨 시절의 깨끗한 척은 못 할 거 같아...
울샴푸로 정중하게 세탁하는 거로는 절대 빠지지 않는 심각한 얼룩이 들어버렸다고... 아니 하지만 들어보세요 O나 당해주고 O나 해주고 칼찌해주고 히히까지 해주는 신붓감이 있는데 굳이 제가 세탁을 해야 할까요? 없어서 못먹는데 🫠 여기서 점잖은 척 했다가 평생 후회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그냥 모든 걸 태우고 미련없이 사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 🙄
아무튼 유우가는 그날도 메이사한테 애매하게 굴어주고는 도망치는거구나 🫠 이 쓰레기...잘했어
멧쨔 메로메로 표정짓고 😳(읏 왓 이 이대로 츄츄...하는건가...)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눈나아🐶하고 부르는 왕코쨩wwwwwwwwwwwwww 흠칫 놀라면서 일어나는데 표정 좀 구겨져있을 것 같네요 멧쨔😏 그리고 괜히 왕코한테 틱틱대고...히히... 완전 선명하게 보였다구요wwwwww
저 그런 생각을 했어요 🫠 유뱃쨔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집중하느라 유우가가 좀 더 인간적으로 교감은 못 했을 거 같단 말이죠 그래서 시니어 시즌에 중앙으로 함께 올라가서나 될 거 같다고 🤔🤔 도쿄 경마장 옆에 있는 국립경기장을 보고 묘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유우가라던가...
😼 또레나 뭐야 얼이 빠져선💕 귀여운 여자애라도 발견한 거야? 🫠 아, 어... 아니. 그냥 아무것도 아냐.
😼 (어라 유우가 오늘은 뭔가 좀 말끔하잖아...) 😐 메이사 나 오늘은 트레이닝 5시에 끝내고 갈게. 저녁 약속이 있거든. 😼 헤에~ 또레나가 저녁 같이 먹을 친구가 있다니 의왼데💕 😏 아... 뭐 간단한 혼활이야 🙀 ...뭐...?
하는 유뱃쨔도 보고 싶네요
헉 그리고 츠나지에서 갑자기 몸이 아파서 자취집에서 혼자 끙끙 앓다가 약기운에 유우가한테 전화 걸어서 😿 유우가아... 나 너무 아파아 😿 오늘 또레이닝 못할거같애 미안...... 하고 끊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츠나지에 보호자도 없고 아는 어른도 자기 뿐이라서 결국 멧머니한테 연락해서 집주소를 알아냈겠죠 근데 문은 열 수 없어서 애타게 초인종 누르고 두드리다가 문 열어준 멧쨔가 그대로 유우가 품에 폭💕 안겨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일부러 츄우라고 말하는 유우가의 의도를 무시하고, 그냥 키스라고 해버린다. 헤헤.. 더듬더듬 말하는 유우가도 좋아.. 근데 그, 어, 듣다보니 점점 얼굴이 새파랗게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그 말인 즉슨....
"......나, 나도 유우가랑 똑같이 해버린 거구나..." ".......그럼 전부.. 봤겠네....💕"
내가 첫날에 한 고생을 유우가도 똑같이 했구나. 아니, 조금 다른가. 유우가가 더 고생했겠네. 유카타까지 입혀줬으니까. 슬그머니 옷깃을 만져본다. 헤헤, 유우가가 입혀줬어... ...이불로 돌돌 말려서 잔 덕분인지 막 자고 일어났는데도 별로 흐트러져 있지 않네. 조금 아쉽다(?)
"아, 그래서 이불로. 윽, 그,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구.... 미안..."
말에서 묘한 신뢰가 느껴져. 나도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고 믿는 듯한 그런. ....츠나페스 때 있었던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도록 할까...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 그렇구나아.... 유우가 고생했네..." "어젠 미안했어..."
설마 나가려던 때에 블랙아웃이 될 줄이야. 저녁에 사케를 마셔서 그랬나. 축 처진 귀를 하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래도 역시 아쉽네, 유우가가 이상한 짓 해주는 거, 조금 기대했을지도.... 아니 이게 아니라! 이제 슬슬 체크아웃 준비해야 하지 않나?
평소엔 몬다이나 또레나라고 부르다가 아파서 헤롱거릴땐 본심 그대로 나와서 유우가라고 부르는 것도... 멧쨔 룽하네요 히히....🤭 근데 유우가가 간호 너무 잘해서(육아경험 있음) 아파서 끙끙대는 와중에 😿(왜 왜이렇게 잘하는거야아.... 나 말고 누구 해준 적 있는거지이)같은 독점력 생각하고 있는 멧쨔도 보인 거 같고...🙄
멧쨔가 고집부린건... 사카나 3관이랑 마구로 1착으로 자기도 굉장하고 유우가도 굉장하다는 걸 증명해서 둘이서 같이 중앙에 가고 싶어서겠죠 역시... 어영부영 지금 치료한다고 혼자만 중앙에 가버리면 유우가는...?해서 끝까지 고집부리고 유우가가 애원해도 (마음은 약해지지만)출주 신청까지 해버리고 그랬을 것 같은...🙄
술에 떡이 돼서 벤치에서 발견된 유우가에게 절뚝거리면서 다가가는 멧쨔... 😿 유우가아.... 😿 괘 괜찮아... 재활하면.. 산마캔, 나갈 수 있을거야 😿 그니까... 나랑 계속 프리지아 해줘...
이 녀석 분명 알고서 키스라고 말했어. 알고서 한 거라고 젠장. 내가 저질러놓고도 죄책감이 든다. 그냥 적당히 입술만 부비지 왜 혀까지... 아... 습관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오래 굶어서 그런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쩐지, 메이사가 블랙 아웃 때문에 몰랐다지만 나도 좀 열이 올랐던 걸 생각하면, 후자가 맞는 거 같아. 억누르고 있던 죄책감이 또 스멀스멀 올라온다. 진짜 최악의 짓거리라도 해버린 기분이다.
메이사의 말대로 전부 보기까지 하고. 거의 선을 넘을락말락 했지. 무안해져서 시선을 슬쩍 피한다. 얼굴도 엄청 화끈거리고, 이불로 덮어놓은 것도 잦아들 기미가 안 보여서 곤란하다.
"...너도 나 때문에 고생했으니까 이 정도는 별 거 아니야." "아무튼, 체크아웃은 11시까지니까, 아침먹고 짐 싸고 정돈하고 하면 금방이겠지. 지금 시간이... 어디 보자. 7시 20분이니까 3시간 좀 남았네. 슬슬 준비할까? 너부터 씻어."
...그리고 료칸의 셔틀에서 토네이도랑 그 모친을 또 만나고, 우리 모두 어머니 앞에서 얼굴 붉히기 싫어 입을 딱 다물고 있었지만, 같은 열차 플랫폼에 서기까지 했을 땐 좀 눈물났다. 다행이도 같은 자리는 아닌지 다른 칸에 탑승했지만.
털썩.
우리 맞은 편에 뻔뻔하게도 앉은 토네이도를 보고 숨을 삼켰다. 얘가 왜 이런담.
- 왜 그렇게 경계하는 얼굴이야 너네들.
자기가 인성질한 건 생각하지 않는 건가...
- 그냥, 일행도 자고 있고 심심해서 온 거야. - 뭐야 메이사, 그런 똥씹은 얼굴을 하곤. - 그렇게 노려보지 않아도 너네 노총각 트레이너는 관심없거든. 취향도 아니고. "어, 덕담 고맙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있어보이는데, 자존심 센 토네이도의 성격 상 말하는 게 어려워보인다. ...조금 분위기를 풀어봐야 하나. 메이사, 네가 좀 뭐라도 말해봐. 나는 더러운 노총각이라서 혐오당하고 있으니까. 그런 의미로 메이사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 으...윽... 메이사? 🥴 메이사... 할머니한테 가아 내는 신경쓰지 말구 🥴 니가 달리는게 제일 중요하다이가... 우욱 🥴 내는 포기했지만...... 😿 ...싫어. 🥴 내는 니 없어도 트레이너 계속 할 수 있으니까는 괜차나 😾 싫다고 했잖아 바보 또레나! 😿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거야 난 유우가랑 같이 가고 싶은 거라구우 😿 빼앗겼던 풍경, 유우가랑 같이 되찾고 싶은 거란 말이야아 유우가는 바보바보바보 대왕바보야!
같은 이용권으로 같은 료칸을 이용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할 일이지만,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부터 계속 토네이도가 따라붙어서 짜증이 났다. 일단 입다물고 쭉 무시하고 있기는 했지만 기분이 안 좋았단 얘기다. 료칸 셔틀에서부터 역 플랫폼까지도 전부 짜고 친 것처럼, 일행인 것처럼 같이 있어야 했으니까. 그래도 타기는 다른 칸에 타서, 이제 좀 쉬겠네 싶었지만... 보란듯이 또 굳이 우리 자리를 찾아와서 맞은 편에 앉아있는 꼴이란.
토네이도를 노려보던 시선을 애써 창 밖으로 돌리면서 무시하고 있었는데, 유우가가 자꾸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아 왜!! 나 이녀석하고 할 말 없다고!!
"....뭐냐고. 할 말 있으면 빨리 하고 가버려."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다. 이제와서 하하호호 웃으며 얘기나누기엔 틀려먹은 관계고. 나를 제치고 마구로 1착까지 해서, 중앙에 갈 수 있게 된 녀석이 왜 표정은 또 저렇게 썩어있는 거냐고. 나한테 똥씹은 얼굴이라고 할 처지가 아니잖아 너.
>>707 이히히.... 팍팍 두들기면서 울다가 유우가를 꽉 안겠죠.. 안 떨어질거라고🤭 여름의 대삼각형 아래에서 그렇게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거.. 보였다구요🥹 아름다워요..... 😿 유우가가 아니면 싫어 😿 유우가 말고 다른 사람은 싫어 유우가가 좋아아 😿 난 유우가랑 같이 중앙에 갈거야 😿 유우가랑 쭉 같이 있을 거라구우우우
메이사의 틱틱거리는 반응에 '이런, O됐네. 야레야레 어쩔 수 없다니까 우리 메이사는' 이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들려온 뜻밖의 말에 나는 눈을 홉뜨고서는 메이사의 반응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 토네이도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말이었으니까.
- ......미안.
이라니.
뒤에 있는 누군가가 총구라도 겨눴나 했지만, 여기는 일본이고 기차 안. 그럴 리가.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 때문에 이러는 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중요한 걸 말 안 했다. 대체 뭐에 대해 미안한 건가. 그동안 우리를 불순분자 취급한 거? 그건 사실이니까 안 미안해도 돼. 티배깅 한 거? 우리도 하긴 했지. 메이사 때린 거? 그건 메이사도 주고받았긴... 했는데.
- 마구로, 뺏어서.
아, 고도의 티배깅이군. OK OK 완전 납득했다고.
- 그리고... 마구로 뺏으려고 너한테 그렇게 말해서... - ...그걸 졸업하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
"...졸업?"
그렇게까지 해서 중앙에 갈 수 있게 됐는데, 왜 졸업을 하지. 내가 그렇게 되묻자, 토네이도는 내 시선을 피해서 홱 고개를 돌렸다. 아, 그러냐. 더러운 노총각하고는 말 섞기 싫다 이거지. 이제 말문이 트였으니 자리를 피해줄 때인가보다. 그래서 난 "...나 화장실 좀." 하고 그냥 자리를 나와 토네이도의 뒷편으로 걸어갔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아서 빈 자리에 대충 앉아버렸지만. 이런 개꿀잼 대화를 어케 안 엿듣냐.
토네이도는 예쁘게 네일한 손끝을 매만지다가 말을 꺼냈다.
- 트레센에 가서 아빠를 만나고 싶었어. - 그리고 같이 트레이닝 하면 즐거울 거라고... - 나는 상금을 타서 엄마한테 보내주고, 아빠랑 함께 힘내다보면 언젠가 우리 가족도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 는데...
라이벌이어서, 가족을 위협하는 녀석이어서, 그래서 메이사에게 일부러 적개심을 불태웠지만. 정작 가족을 위협하는 건 없었다. 토네이도 대쉬의 가족은 원래부터 와해되어 있었던 거다. 이제 혈연으로도 다시 붙일 수 없이 마음이 떨어져나간 채였다.
- 아빠, 거기서 이미 재혼, 해서......
야간알바로 모은 돈으로 신칸센 표를 끊고, 오랜만에 보는 아빠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네일까지 새로 하고 갔지만, 돌아온 건 새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맡아줄 수 없다는 답변 뿐. 메이사 앞에서 왈칵 울음이 터져나왔다. 오히려 거짓으로 적대해왔기에 더 진실될 수 있는 순간. 토네이도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훌쩍이다가,
"......그래서. 네 기회를 뺏은 걸 사과하고 싶었어. 미안, 이렇게 사과해도 너한텐 잘..."
고도의 티배깅에 나도 모르게 다리가 솟구쳐 올라갈 것 같았다. 하지만 참아낸 나 자신 정말 굉장해. 유우가가 츄츄4번 정도 더 해줄 정도로 굉장하지 않나. 그렇게 살짝 엇나가려던 생각은 토네이도의 폭탄 발언으로 순식간에 다시 원래 선로로 돌아왔다. 졸업? 하? 내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유우가가 먼저 했고,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토네이도는 입을 다물었다. 유우가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자리를 비우자, 그제야 뒷이야기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토네이도에 대한 동정심이라던가, 그래서 그랬던 건가- 하는 깨달음 보다도, 불현듯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불안함이었다. 어쩐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천둥번개가 몰려오기 전에 털이 삐죽 서는 것처럼, 하늘은 아직 맑은데도 우산을 챙겨야 한다고 외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언어로 바꿀 수 없는 직감적인 무언가. 그런 직감적인 무언가가 토네이도의 이야기를 듣고 강하게, 불안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집중하기엔, 눈 앞에서 처음보는 표정으로 훌쩍거리는 토네이도가 있어서. 결국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것도 아닌 착각인 양 넘기게 된다. 당장 더 급한 게 있으니까, 나중에 또 들여다보면 되겠지 하고. 그렇게 넘기면 점점 흩어져서 결국엔 찾지 못하게 될텐데도, 그렇게 하게 된다.
".......뺏었다고 하지마." "네가 나한테서 뺏어간 게 아니야. 그날 레이스장에서 네가 가장 빠르고 가장 강했으니까. 같이 출주한 15명을 제치고 당당하게 손에 넣은 거잖아."
그 15명 안에는 나도 들어가지만. 젠장. 사실 뼈아프긴해. 짜증도 나고. 기껏 얻은 기회를 날려먹고, 중앙 안 가고 졸업할래🥺하고 있는 거 보면 복장이 터질 거 같기도 하지만. 하지만, 그동안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레이스를 뛰고, 이기고 지고 번갈아 하면서 봤던 토네이도가. 트레센에 가야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던, 명확한 동기가 있었던 토네이도가 어떤 심정으로 그 이유와 동기를 꺾어버린 건지, 사정을 들었으니까. 그런 녀석을 앞에 두고 '뭐야 내 중앙진출권 돌려줘요'라고 할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다.
"당당하게 손에 넣은 권리를 어떻게 쓰던 그건 네 마음이고, 내가 왈가왈부 할 건 아니니까." "그리고 뭐, 1년 더 뛰면 되는 거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아 진짜!!! 차라리 치고받고 비아냥대는 쪽이 나아!! 항상 그러다가 갑자기 울고 있으니까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지금 모든 일의 원흉이 되는 건 토네이도의 아빠인데, 그렇다고 그쪽을 욕하면 대놓고 패드립이 되니까 그것도 못하겠고!! 어쩌면 좋은 거야, 유우가는 왜 이럴 때 화장실 가서 안 돌아오는 건데에에. 화장실에 사람 얼마나 많은 거냐고!
"...뭐, 옆 게이트에서 헛소리 하는 녀석이 없어지니까. 내년의 사카나 삼관은 내 차지겠네~"
결국 히죽 웃으면서 이딴 소리나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잠깐 훌쩍거리는 토네이도의 소리. 내 생각보다 꼬인 녀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상당히 고티어의 역병마이길래 마음이 비비 꼬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랄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별로 내키지 않는 어머니를 친구 대신 료칸 여행을 데려올 정도라면 나쁜 녀석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
내켜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토네이도의 표정을 살핀 나의 판단일 뿐, 정확하진 않지만. A반의 담임이랑 같이 담타 가지면서 이야기 나눈 것도 있고, 그런 걸 생각하면...
메이사의 앞이라서 더 꼬인 척 모진 말을 뱉었던 걸 수도 있겠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한 녀석들 뿐이라니까.'
그리고 다시 이동. 토네이도는 자기가 왈칵 울어버릴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는지 얼굴이 완전 엉망이라서, 나는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쓸래? 화장실 손 닦은 거긴 한데."
토네이도는 언제 울었냐는 듯 다시 눈을 개같이 뜨더니, 손수건을 휙 잡아채고는... 구겼다. 메이사가 자수 놓아준 녀석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건 아이라이너에 닿지도 못하게 할 거긴 한데. 아마도 손수건이 바싹 말라있어서, 화장실 다녀오지 않은 것까지 알아낸 거겠지. 그렇다고 구기다니... 꼬이진 않았는데 성질이 만만찮긴 하구나. 근데 그래서 안 쓸 것도 아니고 뭐. 난 다시 메이사의 옆에 앉았다. 토네이도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찍어내고는 여전히 날 무시한 채로 메이사한테 말을 건다.
고맙다니. 고마울 짓이라곤 하나도 안 했는데. 뭔가 멋쩍고 그래서 괜히 머리카락을 꼬다가, 툭 던졌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많이 우는 거야 당황스럽게. 물론 들어보니까 울음이 터질만한 사연은 맞는데. 끄으으.... 내가 중앙에 가면 토네이도네 아빠 정강이부터 부숴버릴거야.... 그렇게 남몰래 칼을 갈고 있다보면 어느새 유우가가 돌아와 있었다. 아, 손수건이라니. 손 닦은 손수건치고 뽀송해 보이긴 하는데... 유우가도 참 상냥하네. 그리고 그 손수건을 가차없이 구겨버리는 토네이도. 너 이자식. 전언철회야. 너네 아빠 만나면 잘한다잘한다 해버린다 짜샤. 농담이지만.
"...해야지. 난 유우가랑 같이 중앙에 갈 거니까." "...에. 갑자기?"
생각해보면 하긴, 투닥대는 라이벌 사이여서 그랬던 건지, 그런 사이인데도 하지 않았던 건지 어느 쪽인진 모르겠지만 나도 토네이도도 서로의 연락처가 없었지. 잠시 당황해서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다가 핸드폰을 꺼내 QR을 찍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등록 완료. 간단하게 메세지도 하나 보내둔다. 좀 킹받는 스티커를 하나 골라서 전송한 후에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뭐야, 이번엔 둘이 으르렁대는 거야?" "...그래 가라 가. 학교에서 보자고."
가버리는 토네이도의 뒤로 손을 두어번 흔들고 다시 창가에 기댔다. ....뭔가 엄청난 가정사를 들어버린 느낌이고, 뭔가, 뭔가 그래. .....사실 아까 유우가랑 같이 중앙에 갈 거라고 호언장담할 때도, 조금 불안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모르는 게 아니야.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하면서 부정하는 거겠지. 유우가가 나만 두고 중앙으로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나만 여기에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그런 거... .....계속 불안해. 온천에서도 결국 키스로 끝나버렸으니까. 확실하게 하려면 역시, 크리스마스랑 유우가의 생일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유우가...." "...아니, 아무것도 아냐....."
문득 불안해져서, 무서워져서. 네 이름을 불렀지만 그 뒤에 마땅히 이어질 말을 찾지 못해서.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아니, 나도 틱틱대니까 무심결에 자꾸... 그리고 애프터까지 할 정도면 애도 아니잖아."
실제로도 그들은 학생이라기보다는 졸업유예반이라, 최소 출석일수만 찍고 자유롭게 트레이닝 시설을 쓴다는 느낌에 가깝다. 자습도 하려면 할 수 있지만 수업은 없다. 출석을 부르는 때도 있지만 대개 나오지들 않지. 그래서 200명 하는 전교생 중에서 10명도 되지 않을 때도 종종 있고. 이제 메이사가 거기 들어간다니, 뭐랄까.
안 했으면 좋겠네.
"...메이사."
"나는...... 네가 중앙에 안 가도 괜찮아. 그냥 같이 있으면 된다고."
이제 나한테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라는 관계명은 그저 허울에 가깝긴 했다. 남들이 들었을 때 납득할 명분이 필요할 뿐이지. 네가 아프다면 달려가주고, 필요한 게 있으면 챙겨주고, 누군가한테 실연해서 울면 달래주고, 그러면서도 네가 나랑 맺어지려고 할 때는 밀어내는. 그래도 되는 관계가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일 뿐. 그래서 남들에게는 그렇게 말할 뿐이지.
나한텐 프리지아가 아니어도 돼. 유우가와 메이사여도 괜찮다고. 같이 있기만 하면, 그렇게 결혼 적령기까지 지내면, 그러면 되는 게 아닌가.
나도 도쿄로 떠나기 싫어. 같이 있고 싶어. 겨우 발 붙인 동네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 외롭다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지내는 건. 유우가라고 불러주는 사람 없이 지내는 건 이제 싫다고.
"...아니야."
어쩌면 트레이너가 아닌 나는 싫은 건가.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응." 이라고 대답할까봐. 인간이 아닌 우마무스메의 눈으로, 인간에게 고삐를 쥐이는 걸 즐기는 종족처럼, 나와 같지 않은 마음일까봐. 그게 무서워서 물어보지 못했다. 회피했다.
물어봤어야 하는 걸까. 후회해도 지금은 늦었지만.
나는 메이사에게서 고개를 돌렸고, 우리는 서로 마주보지 않은 채. 더 말을 나누지 않은 채 츠나지에 도착했다. 조만간 떠날 곳으로.
거실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회상한다. 이때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까. 이미 늦었고, 메이사는 츠나지에 나는 도쿄에 있으면서도 계속 생각한다. 지나가 버린 일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끄집어낸 건, 라인 알림 소리였다. 새벽에 예의도 매너도 없이 여러개 보내버리는 사람이 누군지는 뻔하지.
멧쨔 엄청 서러워서 오열하면서 😿그 그땐 그땐 오지도 않았으면서어어어 하고 엄청 원망하는 말 해버릴 것 같아요...히히...wwwwwwww 취중진담 이후 좋네요😏 분위기가 좋아지면 그만큼 또 뭔가 터트려줘야 하는 법이고😏 그래고 금이 간 정도라서 예전보다 회복은 빠를 것 같으니까🤔 임신튀 계획엔 지장없을 것 같ㄱ....
.........🤔 임신튀..하고나서... 재회했을때 도망가던 멧쨔가 발목 접질리는 걸 상상했어요 유우가의 가슴 철렁 두배 이벤트 열어버려...
그냥 결혼 준비에 한창인 세계선이잖아wwwwwwww 근데 이쪽 유우가는 하야나미에서 전기톱 피하는데도 도가 텄고 멧쨔도 로컬시리즈 라이센스 따서 함께 또레나일 하고 있을 거 같고...🤔 멧쨔가 24살쯤 되면 유우가도 결혼생각 슬슬 하고 있을 거 같아요 이미 동거하고 있을 거 같고 🫠 너무너무 행복하고 목가적인 세계선이군... 한 번 망쳐줘야 할 거 같은데(?) 둘이 너무 견고해서 틈이 안 날 거 같아요..
츠나지라는 로컬 플레이스에서 메이사는 최강이라고...🫠 역시 유우가가 중앙으로 튀어줘야 제일 재밌겠네요wwwwww 메이사 마음도 갈기갈기 찢고...
아 맞아 저 메이사가 멧헤라라서 손톱 물어뜯는 습관이 있겠다고 생각해버렸어요 그래서 손톱도 손톱살도 건조하고 울퉁불퉁 미워졌다던가 🥲 입술도 말이죠... 유우가 앞에서 물어뜯다가 발견되면 😑 손 줘. 😾 싫어. 😑 손 잡을 거야. 😾 뜯을 거야. 하다가 유우가가 멧쨔 손(축축함) 확 채와서 꼭 잡고 있으면 좋겠다는...🫠 그 상태로 지나가던 미스미랑 이야기도 했으면 좋겠네요 미스미와의 커플링이 끼워진 손으로 다른 여자 손 잡고 있다니ww 최악이잖아 코이츠
..........저 진짜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요.. ....저도....이거.......🙄 낙서.....하려고 했어요........아니 진짜...🫠 아니 근데 내가 안해도 볼 수 있잖아????????? 우효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최고다제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
그나저나 2다이 말끔한 거 완전 잘 구현해주셔서 엄청엄청엄청 우왓해버렸고.... 유우가 여름합숙 땐 저 안경이 이제 고정이네요wwwwwwwwwww완전 웃어버린wwwwwww 그나저나 물총놀이에 엄청 진심이잖아 이 자식www 저 그리고 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좋은점 🥹 2다이 넥타이가 헤카땅색이에요...웃...
저 메이사의 검은자가 무지 큰 눈 진짜 왤케 좋은지 모르겠어요wwwwwwwwwwww 우히히히 그걸 보고 검은자가 휘둥그레해졌구나 이 바보.........................🥰🥰🥰🥰🥰🥰🥰🥰🥰🥰 그동안 여유여유~ 라고 까불던 녀석을 벙찌게 만드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에요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기죽어서 귀 처진 것도 최고야wwwww
유뱃쨔...뭔가 그냥 메이사보다 더 엣치치라는 느낌이에요 🤔 할머니의 과보호로 저택 안에서만 살았던 게 오히려 독이 됐구나.........🫠 어쩌면 유우가랑 친하게 얘기하던 동료 또레나(특:유우가가웃어줌)한테 일부러 예의없이 대했을지도요 웃어주는 걸 포기한 대신 팡팡을 얻은 거야 😏
Wwwwwwwwwweewwww어이wwww뇌가 으헤해버렸잖아요wwwwwwww 근데 이거 진짜 좀 귀여운데요 🤔 어이 멧스크탑 녀석!!! 제대로 하지 않으면 새 멧스크탑을 들여버릴 거니깐 말야 네가 정들었던 모니터랑 마우스 키보드 모두 그녀석의 것이 되고 너는 젤리=서브하드디스크 신세로 전락돼버리기 전에 알잘딱 하라고 어이
🤔 어라? 왜 갑자기 작동 안 하는 거지? 🙀 뿌..뿝부..(흥 나 말고 다른 롸벗카탈로그를 보다니 복수해주겠다고 쭈인니 😼) 🤔 잘 모르겠으니까 일단 때려볼까(낑깡깡깡👊👊👊👊) 🙀 웃 으곡... 에욱... 거 거긴자아탑재된중욧뺘학... 삣... 🙀 웃.. 우우우... 쭈인니 나빠... 😄 오 돌아왔네~
2다이가 🫠... 헤카땅 큥큥했어? 하면 👿 하? 무슨 소리야 하려다가 👿 (😳 읏... 뭐야 이거......💕) 해버리는 거죠? 😌 아님 말구~ 하면서 헷쨔 꼬옥 껴안아서 큥큥상태 헷쨔한테 체향폭격해버리는 거지 봐버렸다고... 그리고 포옹 풀었을 때 얼굴 보고 😅 ......헤카땅은 천연치O구나 해서 우왓
이런식으로 2다이의 말이 하나하나 이뤄지는 걸 경험한 헷쨔가 🤔 냉정하게 말하면 말이지 헤카땅... 이번 토카이 스테이크스는 어려울지도 몰라. 👿 ...그런 말 하지 마. 하면서 뭔가 레이스에 진심이 된 것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관측당해서 점점 진심이 되는 것도 보고 싶네요 🤔
저 늘 생각하지만 메이사주가 끓여주는 진짜 본토본고장의 국밥을 따라갈 수가 없는 거 같아요 보법이 다르다고... 어떻게 이렇게 토실토실하고 껴안기 좋은 여자아이를 그릴 수 있는 거지?! 얼굴을 그릴 때마다 이 특유의 빵실한데 건방지고 짓궂고 근데 분명 순애 여자아이인 이 얼굴이!!!!!!!!!!!!!!!!!!!!!!!!!아!!!!!!!!!!!!!!!!!!!
😿 ...이제 됐지, 꺼져버려 😶 이제 다시 좋아해줄 거지? 😿 너 때문에 이런 꼴이 돼버리고 이젠 억지로 키스까지 했는데 좋아해주겠냐고... 😿 너 머리가 어떻게 돼버린 거 아냐? 🫠 부족했단 거지? 하면서 또 츄우 당해서 헤롱헤롱 얼굴이 되어버리는 걸 보고싶네요 🫠 히히
🫠 어릴 뿐인가, 난감했지~ 딱히 하고 싶지 않은데 체질 때문에 오해받고 곤란했다고~ 🥺 ...지금은? 🙄 저질러버렸으니까... 😿 딱히 하고 싶진 않은 거구나... 🙄 ...말해두지만 난 그렇게 히히에 죽고 못사는 놈은 아니라고. 이렇게 같이 있는 걸로도 충분한데 그냥 그 날은 취해서..🫠 😳 아 알았어 말하면 되잖아! 하고 싶었고 하고 싶습니다! 됐냐!
하면서 결국 부끄럽지만 고백해버리는 거 보고 왔어요 아무래도 자기가 업어키운 녀석이랑 눈만 마주쳐도 큥큥이란 건 말하기 부끄럽지 응응
🫠 저 진짜 매달릴 얘기 한 번만 할게요 둘이 체육창고에 갇혀서 잠깐 시간차 두고 나가려고 할 때
😺 유우가 말이지 중학생 때 얼굴보고 사귀자고 한 여자애가 있다 그랬지 🫠 내가 그걸 너한테 말했었냐? 😺 그... 있지 그러면말야 유우가 😺 히히도 했어? 😰 하....!!?! ㅁ, 무무슨그딴걸물어봐너는...💦 😿 (했구나...) 하는 시니어 시즌 히메이를 보고싶어졌어요
근데 저 역시 유우가가 자기 애인줄 모르고 기르는 것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요 😏 멧쨔는 당연히 유우가 아이잖아 😽 하면서 굳이 말하지 않지만 같이 초음파 검사하러 가곤 하면 유우가가 떨떠름해 보여서 😿 역시 아이... 싫은 거구나아... 해버린다던가 그래서 또 임신튀 계획하다가 들키면 재밌겠다 🤭
🐎 몬다이랑 멧또레가 삼여신상 앞에서 하얗고 거품나는 걸 마구 토했다는 게 정말인가요!! 🙄 결국 봤구나 🙄 이야 그거 진짜 장난 아니었다니까... 🙄 정말 순식간이었고 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고 🙄 메이사가 갑자기 콜록케흑하더니 푸가가갓... 🙄 결국 윗도리 다 버려서 내가 벗기고... 🐎🐴🎠🐪🦄 (대충 몬다이는 꼬부기물대포 수준이고 멧또레는 치O라는 소문...자와...)
앵웨에서의 마지막 일상이 23번째였는데 벌써 60이면... 7개월동안 37번 정도 일상한 거네요 약간 일상 너무 복사되고 있지않아? 뭔가 건너뛴 거 아니야? 하고 세봤는데 건너뛴 게 없단 게 더 무서운wwww 에...? 28주동안 37번 일상...? 1주일에 1.4일상 정도 해버린 거잖아...??? 음 뭐지... 뭔가 역시 무서워져서 다시 한 번 세보고 와야겠어요 🤔 이렇게까지 복사가 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