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참으라던가, 별 거 없으니 너무 환상 가지지 말라는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환상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유우가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저지르고, 아이가 생기면 유우가를 확실하게 붙잡아 둘 수 있는 거 아닐까. 중앙 라이센스를 딴 유우가와 다르게, 나는 시니어 시즌에서도 삼관도 마구로 1착도 해내지 못했으니까. 이번에도 중앙에 갈 수 없게 됐으니까.
마구로 기념이 끝나고 대기실로 들어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이런 나를 두고 유우가가 중앙에 가버리면 어쩌지, 하는. 뜬금없는 불안감. 그런 불안감과, 레이스 직후의 고양감, 흥분... 그런 것들이 뒤섞인 눈으로 유우가를 봤을 때, 유우가가 짓던 표정도 그 불안한 망상이 사실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했었다.
그 전에도 은연중에 슬쩍 떠보거나, 놀리듯 말하기는 했지만.. 아마 그 이후부터는 그런 게 좀 더 잦아지고, 한층 더 직접적으로 어필하게 됐었지. 그때마다 유우가는 이렇게,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더 불안해진다. 끊임없는 악순환이다. 배가 고파서 자기 꼬리를 집어삼키는 뱀처럼, 요구하면 할수록 더 악화되고, 그래서 더 요구하게 되는....
이걸 끊기 위해선 뭘 해야할까. 아주 단순한 방법이 있다. 눈 딱 감고 저질러버리는 방법. 당장이라도 가능하고, 가장 단순하고, 가장 빠르고—
"....그럴까."
—가장 최악일, 한 수.
종종 유우가가 잊고 지내는 것 같지만, 유우가 같은 성인 남성도 우마무스메의 힘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가볍게 차기만 해도 다리가 바스라질 정도인데, 작정하고 붙잡아 누르면 꼼짝도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그런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저지른다면 분명, 가능할 것이다. 유우가가 뭐라고 하건 전부 무시하고, 짓누르고, 내가 원하는 대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일. 그런 상상과 충동은 날이 추워지고 눈이 쌓이는 계절이 되면 그건 한층 더 강해져서,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날뛴다.
지금처럼.
안으로 들어와 코트를 다시 옷걸이에 걸어둔다. 유우가를 등진 채로 잠시 코트를 보며 멈춰 선다. 현관에서부터 시작된 그 상상들이 더 날뛰고 튀어오른다. 돌아서서, 펴져있는 이불 위로 유우가를 던져버리기만 하면, 그러면—
"—유우가, 컵라면 먹을래? 아니면 육포?"
하지만 역시 바로는 힘들겠지. 조금 전까지 그런 얘기 하기도 했고. 가까스로 충동을 억제한다. 위험한 눈빛까지 잘 숨겼을진 모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최대한 웃으면서. 그러네. 역시 조금만 더 있다가....
...그나저나 작성 후에 보이는 >>0이 저를 향한 매도같아서 레스 쓸때마다 먼가먼가인 기분이 되어요 조금 포상인 거 같기도 하고(?)
>>290 멧쨔가... 잡아먹으려는 결심하고 흉흉한 눈으로 보는 걸 유우가의 직감이 잡아내서 결국 멧쨔를 빠르게 재우고 무사히 정조(?)를 지켜냈다던가🙄 그렇게 잠들고 일어난 멧쨔가 🥺너무해 그럼 혼욕이라도 다시 해줘.. 유우가 현기증땜에 오래 하지두 못했구... 무효야 다시 해줘🥺🥺🥺하고 졸라서 다시 혼욕하다 이번엔 멧쨔의 타올이 우왓뺫 전개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가요...🫠
🫠 (라면 맛 나... 이 닦고 재워야 하는데 실수했다) 🫠 (그... 그래도 해피엔드군)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다시 동공이 원래대로 돌아온(?) 멧쨔를 보고 안심혼욕 하고나서 잡아먹힐 뻔한 거죠 😏 사실 이때 메이사를 저지하는 방법도 생각을 해봤는데요...🤔 멧쨔 폰으로 멧버지한테 전화 걸어버린다던가 그래서 둘이 겹쳐진 채로 전화연결돼서 멧버지의 "여보세요? 메이사?" 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이 히 히히히히... 히힉...아... 행복한 상상 그만해야 하는데 그만둬지질 않아요 이 녀석들 철들 나이에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어 하하하하하 아 최고...🫠🫠🫠🫠🫠🫠🫠🫠 주체가 안되네요... 이제는 정말 머리에 찬물 붓고 자러가야할 때... 내일 건전한 모습으로 다시 뵈어요...🫠 앵바앵밤입니다 👋
육포를 고른 유우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봉투에서 육포를 꺼내 뜯어둔다. 컵라면도 꺼내서 뜯어놓고 잠시 두리번 거리다가, 전기포트를 발견해 물을 넣고 전원을 켠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유우가가 물어볼 게 있다는 말을 꺼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출전 여부를 묻는다기보단,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만류에 가까운 물음. 겉껍데기만 물음이고, 사실상 만류하는게 맞는 거 같다. 대학을 가거나, 하야나미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의 관계가 아니더라고 도쿄에 갈 수 있다고 하는 네 말을 곱씹기도 전에 귀가 너를 향해서 삐죽 선다.
프리지아는 이제 끝이라고, 끝내고 싶다고 하는 듯한 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왜 그런 말을...."
그래. 선택지는 많다. 없는 게 아니다. 많기야 많지. 하지만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유우가가 제시한 수험으로 대학을 간다거나, 하야나미에서 일을 하는 그런 선택지는 팀 프리지아의 해체를 전제로 한 선택지니까.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 관계가 아닌 채로도 중앙은 갈 수 있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애초에 내가 중앙에 가고 싶다고 한 건, 유우가와 같이 트레센에 가고 싶으니까.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의 관계로, 트레센에서 계속해서 달리고 싶으니까 그랬던 거였는데.
무엇보다, 마지막 말이 걸렸다. 어쨌든 유우가는 트레센에 취직을 할 거라는 말이. 내가 아닌 다른 담당을 맡아서, 중앙에서 일할 거라는 미래를 말하는 거 같아서. .....내가 바라던 미래의 풍경에서, 나만을 싹 지워버릴 거라는 것처럼 들려서.
"...내, 내년엔... 삼관이든 마구로든.. 둘 중 하나는 꼭 해낼테니까....." "그런 말은 하지마...."
2년 연속으로 삼관도, 마구로도 놓쳐서 그런 거지? 나, 다음엔 진짜로 꼭 해낼테니까..... 그런 말로 얼버무리면서도 계속해서 불안해진다. 일말의 가능성을 봐버린 것이다. 내가 품고 있던 불안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유우가가 나를 두고, 중앙에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망상이 사실은 망상이 아니라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한번 일렁이기 시작한 마음을 순식간에 거센 파도가 삼켜간다. 파도에 이리저리 쓸려다니며 생각한다. 역시, 저지르는 수밖에 없다고. 지금 당장, 무슨 짓을 해서라도 유우가를 잡아둬야겠다고. 그 선택지만이, 최악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르는 그 선택지만이 불안과 초조로 좁아지고 흐려진 시야에 무엇보다도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물이 다 끓고, 전기포트의 전원이 내려가는 소리에 정신이라도 차린 듯, 나는 몸을 일으켜 유우가에게 한발짝 다가갔다.
"...아, 그래. 그럼 로컬 시리즈에 출전 못하는 이유, 지금 만들까." "배가 부른 채로는 레이스도 트레이닝도 무리일테니까."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라 스스로도 놀랐다. 나 지금 어떤 표정으로 유우가를 보고 있을까. 그동안 유우가를 보며 지었던, 부끄러워하거나 설레거나 그런 표정은 절대 아닐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유우가가 원하는 대로, 로컬 시리즈도 출전 안 하고, 하야나미에서 일하면서 수험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가 아닌 채로 도쿄에 갈 수 있겠네." "팀 프리지아가 아니라, 애 딸린 부부가 돼서 가는 거야. 유우가가 원하던 게 이거구나. 알았어."
눈에 띄게 동요하는 메이사. 더듬어가며 내년은 진짜 해낼 수 있다고 말을 쏟아낸다. 이정도로 동요할 줄은 몰랐다.
"아니, 들어봐 메이사. 내 말은 그러니까―"
우리가 함께 도쿄로 가면 그거로 되는 거 아닌가. 그냥 같이 지내는 거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행복했던 건 나뿐인가. 꼭 트레센에서만 함께 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반박을 할 수도 없었고. 생각지도 못한 말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배가 불러? 뜬금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말에 잠깐 고장이 나버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지만 메이사가 친절하게도 설명해준다. 메이사와 나 사이에 애가 생겨서 부부가 되는 거라고. 그래서 배가 부르는 거라고.
내가 메이사를 임신시킨다. 그 말에 덜컥 두려워졌다. 메이사랑 영원토록 끈덕지게, 애라는 매개체로 묶여서 살아야 한단 게 두려운 건 아니다. 그건 메이사가 나에게 질리지 않는다면 자연히 오게 될 미래일 테니까. 내가 두려운 건―
"너 취했다."
한 발짝 다가오는 메이사를 보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 머금었다.
그리고 당겼다. 나에게 다가오는 발목을 붙잡아 당겼다. 콰당 하고 넘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허리를 받쳤으니까. 그대로 다다미 바닥에 메이사를 곱게 내려놓았다. 놀란 얼굴을 한 메이사에게 입맞추고 머금고 있던 걸 넘긴다. 체온을 머금어 미지근한 맥주가 혀끝을 간지럽혔다.
고개를 떨어트렸다. 이건 이미 처음을 받아버렸으니까 저질러도 큰 거리낌이 없었다.
"마셔."
내 타액이랑 섞인 액체를 꿀꺽 넘기는 목울대. 그걸 보고서 새 맥주를 머금었다. 갓 딴 캔이 완전히 빌 때까지 반복했다. 캔에 이슬이 잔뜩 맺히고 가벼운 소리가 날 때 즈음엔 메이사도 완전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도 복강에서 울컥거리는 어떤 충동을 억누르느라 힘겨웠고.
"취했으면 곱게 자기나 하지 뭔 헛소리야..."
...다다미 위에서 재울 수는 없지. 무릎 아래로 손을 넣어서 들어올려선 깔려진 이불 위에 사뿐히 올려줬다. 헤롱헤롱한 얼굴. 바보 같은 표정. 속이 뜨끔거릴 정도로 풍기는 달짝지근한 냄새. 거기에 지지 않으려 눈을 질끈 감고 이마에 쪽, 입맞췄다.
발목이 쭉 당겨진다. 생각도 못하고 있던 사고에 나는 그대로 쭉 넘어졌다. ...바닥에 엎어지진 않았다. 유우가가 허리를 받쳐주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발목도 유우가가 잡고 있던 거 아닌가? 뭐지? 상황파악이 안돼서 멍청하게 유우가를 보고 있다보면, 유우가의 얼굴이 다가와서——
"—?!" "읏, 유, 유우가앗.... 으붑"
키스 빼고는 다 해도 된다고 했던 말과 다르게, 유우가가 나한테 키스를 해온다. 그리고 입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미적지근한 액체. 체온으로 덥혀진 맥주가 입을 가득 채운다. 당황한 채로, 마시라는 말에 곧이곧대로 꿀꺽 삼켰다. 약간의 알콜향이 뒤늦게 목을 간지럽힌다. 그렇게 삼키고서 한 숨 돌리나 싶었는데 계속해서 유우가가 입을 맞추고, 맥주가 밀려들어온다. 정신없이 삼키고, 얽히고 설키고, 그렇게 한참을 마시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술 때문일까, 어쩌면 그동안 계속 못하게 하던 키스를 잔뜩 해버려서 그럴지도 모르지. 아니면 둘 다....
"...우... 그치만 유우가아.." "혼자 가버릴까봐..... 그건 싫어...."
얼굴이 헤벌레하게 풀린 채로, 그새 돌아가지 않게 된 혀로 중얼거리다가 갑작스런 부유감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질어질하던 머리는 시야가 차단되자마자 바로 전원을 끌 준비를 마치고, 잠의 경계에 발 하나를 딱 걸친 상태로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어느샌가 이불 위에 누운 건지, 푹신한 감촉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마에 떨어지는 뜨듯한 감촉. 유우가가 뭐라고 말하는지 잘 안 들릴 정도로 의식이 점점 멀어진다. ...그래도 끝까지, 유우가의 소매를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아서, 고집부리듯이 눈을 뜨려고 하다가— 결국 손을 툭 놓고 잠에 빠진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면 옆엔 유우가가 잤던 자리인지, 다른 이불이 펴져 있었다.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면, 어제 먹지 못한 채로 뜯겨진 채 방치된 컵라면이 있고. 유우가는.. 씻는 건가. 욕실 쪽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그대로 다시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젠장, 차라리 진짜 저지르기라도 했으면. 왜 그런 맥주따위에 헤롱헤롱해져서!! 그냥 눈 딱 감고 밀어눕히고 해버렸으면, 그랬으면.... ....그랬으면 이 불안함도 조금 달랠 수 있었을텐데. 이 불길한 예감같은 것도, 조금은 가라앉았을텐데.
".......바보같아."
중얼거리고 옆으로 뒤척였다. 밤새 헐겁게 풀린 오비와 유카타 앞섶이 스르륵 풀렸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어차피 유우가는 씻고 있고, 지금 방엔 나 혼자니까.
내 소매를 꼭 잡고 버티다가 결국엔 졸음에 휩쓸려 갔다. 곤히 잠든 메이사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얌전히 있을 때는 참 귀엽다. 볼도 매끈매끈, 이목구비도 예쁘장하고 성격도 좋다. 생각보다 골빈 애도 아니고 머리도 잘 돌아간다. 가끔 너무 돌아서 억제기가 풀려버리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런 메이사의 작은 흠까지 포함해서 좋아한다.
그래서 더 손댈 수 없는 거다. 메이사가 그걸 원한다 해도 내가 원하지 않는다. ...그야, 내가 메이사의 모든 처음을 앗아가는 건 너무 부당하지 않나. 첫 사랑, 첫 키스까지 내가 받아갔는데 나머지까지 살뜰하게 챙겨간다니.
난 나를 안다. 나는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런 주제에 인복이 있어서 온갖 괴상한 여자들이 꼬이긴 했지만, 그것도 일시적일 뿐 다들 나에게 질려서 자기의 본래 항로로 돌아가는 게 순리다. 메이사도 언젠간 그렇게 돌아가겠지. 그러고 나면 분명 후회할 거라고. 처음이라는 추억을 전부 나에게 써버렸다고. 그 거지발싸개같던 새끼한테 내 청춘 다 뺏겨버렸다고. 그런 원망을 듣고 싶지는 않다. 메이사를 그렇게까지 망치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메이사는 그럴 마음이 없어보였다. 내년도 나와 함께 달리고, 어쩌면 그 다음년도도. 본격화가 끝나고 고꾸라지는 스피드와 스태미나를 끌어안고 애처롭게 몸부림 칠 예정인가보다.
그런 데에 몇 년이고 허비하는 건 두고 볼 수가 없다. 메이사는 아니라고 하겠지,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후회 없다고. 왜 네 멋대로 결정하냐고. 근데,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해. 넌 나보다 착하고 좋은 녀석이고, 그런 애가 나 따위한테 매달리는 건 아까우니까.
"바보 같아."
그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이 막막했지만, 메이사가 알려줬다. 그 방법을. 난 혼자 가버리면 된다. 그러면 너는 잠시 휘청거리겠지만, 이내 잘 회복하고 네 인생을 살겠지. 내가 없는 멋들어진 인생을.
그렇게 생각하니까 왠지 모르게 슬퍼졌다. 메이사 옆에 누워서 그 얼굴을 구석구석 잘 기억해두다가 눈을 감았다.
...그런 일이 있어도 동이 트면 눈도 뜨인다. 일어나서 어제 뜯어놓고 방치됐던 육포를 하나 물고 끓여놓은 물도 한 잔 마셨다. 어제 결국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고 땀도 좀 흘렸다보니 찝찝해서 바로 샤워도 하고. 그리고 나와보면 아까랑 자는 자세가 달라진 메이사가 보인다. 정말 변함없이 선정적이군. 발로 이불을 끄집어 대충 덮어줬다.
그새 또 잠깐 잠들었나. 몸 위로 무언가가 덮이는 느낌에 팟하고 눈이 떠졌다가, 졸음을 이기지 못해 다시 흐리멍텅해진다. 더 잘 거냐는 말에 고개를 저었지만 몸은 그대로 누운 채다. 으음... 3분만 더 있다가 일어날까...
"....아침.. 먹을래...."
아침도 맛있다는 말, 그리고 어제 야식을 먹긴 했지만 제대로 된 식사는 못했다는 사실에 결국 게으름부리던 몸이 꿈질거리며 이불을 벗어난다. 평소엔 아침 잘 먹지도 않는데, 어쩌다보니 여기서는 잘 챙기게 됐네. 이불에서 나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유우가를 힐끔 본다. ....어제 일은 별로 신경 안 쓰는 모양이지. ...오히려 그 편이 좋은가. 의식했으면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을 것 같고. 그걸 알아서인지, 우리는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식당으로 향했다. ...의외로 방에 차려주는 타입이 아니었네.
식당에 차려진 아침밥은 뭔가, 소박하지만 있을 건 다 있고 맛있어 보이는 한 상이었다. 그리고 너무 무겁지 않고 가벼운 느낌이 좋다고 할까, 아침부터 더부룩할 일은 없을 것 같아. 느긋하게 밥을 먹다가, 문득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어제....
".....유우가아. 어제 말인데.."
그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 아니, 그게, 역시 어제 너무 일찍 끝나버렸으니까. 솔직히 무효 아니야?
"어제 그, 현기증 난다고 유우가 바로 나가버렸잖아..." "여, 역시 무효 아니야...? 그니까 오늘 한번 더 해줘. 혼욕..."
그치만, 아쉽잖아. 나 그걸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반 1등까지 했는데. 근데 5분만에 끝나버리는 혼욕이라니 너무하지 않음? 인간적으로??? 🥺눈으로 그렇게 호소하다가 시선을 내려서 밥을 먹고, 다시 올려서 눈으로 호소하고를 반복했다. 아마 시선에 질량이 있으면 유우가 얼굴에 구멍이 났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