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사는 나를 한층 더 심란하게 하는 말을 남기곤 다시 코야코야 잠들었다. 뭔데 이 열려있는 태도. 뭔데. 진짜 내가 저질러버린 것처럼......
그래서 일단 자게 냅뒀다. 주섬주섬 일어나서 유카타를 입고... 주변을 돌아보며 마치 코난이라도 된 것마냥 주변사물과 정황을 짜맞추기 시작했다.
첫째로, 일단 배가 고팠다. 그것도 무진장. 일단 우리가 저녁을 먹지는 않았단 거다. 저녁을 먹다가 신나서 사케를 병째로 마셔버렸다는 끔찍한 일은 없었다. 그러면 그 전인데... 애초에 우리 티켓에 가이세키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지는 않다. 원한다면 6시 전에 특실 특전인 간단한 식사(계란찜, 오챠즈케 등...)를 요청할 수는 있댔지. 그러면 6시 전에 잠들어버렸다는 뜻.
일단 배고파. 가방에서 에너지바를 하나 꺼내 먹었다.
둘째로 화장실. 내가 개켜서 세면대 옆에 올려놨던 옷이 그대로다. 이걸 수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전라로 자고 있었다. 유카타는 거실 테이블 위에 곱게 놓여있었고. 그러면 나는 어쩌면 욕실에서 나와서 유카타도 못 입고 잠들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막판에 어땠더라... 전혀 기억나지 않아.
...그래도 백프로 사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정황을 되짚어보니 30% 확률 정도로 사고 친 듯 해서 한숨 돌렸다. 메이사의 반응을 봐야만 확실해지겠지만.
폰을 켜보니 시간은 0시 56분... 주변에 뭐 식당이 있으리라곤 전혀 기대가 되지 않고. 편의점이라도 다녀올까나. 메이사가 깼을 때 나 없어서 놀라진 않으려나... 내려다 보다가,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메이사 옆에 앉아서, 손을 조물락거리며 겹쳐잡고는 속닥였다. 잠에 취한 메이사는 헛소리를 잔뜩 하지만, 거짓말은 안 할 테니까.
"메이사. 나랑 목욕하고 나서 뭐 했어?"
귀가 쫑긋거리면서 뺨을 간지럽혔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네, 우마무스메는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뭐 했냐니... 그야... 유우가 엄청났다구. 내가 예습했던거 전부 알기라도 하는 듯이 ○○부터 ○○○까지 거기에 ○○○○랑 ○○○○○○..... 에헤헤... 엄청났는데.. 엄청 우왓뺫했어어. 후히히하구우. 어라 근데 지금도 꿈 아니었나.. 아쉽지만 이번 꿈은 우왓뺫은 없나보다. 으, 아쉬워... 그럴거면 조금 전의 꿈이 더 좋았는데.
나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중반부터 갑자기 엄청나게 몸이 늘어나거나 유우가가 늘어나거나 엉키거나 풀리거나 이것저것... 마치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보는 느낌같았다. 그래, 맞아. 정말 그런 느낌이었지... 토로토로하게 녹아서 섞이는 것도 생각보다 엄청나게 기분 좋았고... 그치만 그렇게 늘어나서 꼭 물엿처럼 되어버리면 나중에 어떻게 하지.... 물엿... 물엿... 이상한 물엿... 젓가락으로 빙글빙글 저어서 먹으면 달고 맛있어....
"그래서 물엿이 되...."
말하다보니 뭔가 목이 칼칼한 거 같기도 하고. 으음, 역시 더 자고 싶어... 속닥거리는 소리가 거슬려서, 귀가 간질간질해서 푸르르륵 털고 베개로 파고들면서 뒤척였다.
".....음냠..."
그리고 몇 번 입을 쩝쩝거린 뒤에, 다시 깊게 잠으로 빠져들었다. 자각몽과 각성 사이를 드나드는 건 신기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서.
소름 돋았다. 이대로 메이사가 이야기를 멈췄다면 나는 술을 진탕 마시고 어디 매달 만한 거 없나 찾아봤겠지. 료칸의 경제적 위기에 한 국자 더 얹어줬을 것이다.
OOO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뭐? OO... OOO 얘기가 왜 나오는데?"
보통 닿을 일이 없다고 그거... 그리고 난 취해도 절대 그걸 닿게 할 일이 없다고. 그렇게 얼탄 상태에서 듣다보니 뭐? 내 소중한 OO가 날아갔다고? 날아가면 나 죽어. 분명 죽는다고. 그리고 물엿??이 왜 돼?
하여간에 다행이다. 아직 30% 선에 머물고 있어서. 깼을 때 물어보면 지금 뭐라 하기 막연한 이 느낌도 확실해지겠지. 좋아쓰, 일단 배고픈 거부터 어떻게 하고 생각할까. 이 근처에 패밀리마트 있었다고 분명...
그렇게 유카타 차림에 패딩을 겹쳐입고 오뎅 8개를 포장, 치킨 4조각이랑 맥주 세 캔, 메이사 먹으라고 수플레 푸딩까지 사왔다. 그렇게 돌아와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 뚜껑을 열고 치킨도 한 조각 와굿 물어버리려던 때. 눈을 반쯤 뜬 메이사랑 시선이 마주쳤다. 음식 냄새에 깨버린 건가.
앗, 맛있는 냄새가 난다. 졸린데... 하지만 냄새 좋은데에.... 뜨듯한 이불 속에서 꼼질거리다가 슥 고개를 내밀면 거기엔 치킨을 물고 있는 유우가가 있었다. .....오뎅 냄새도 나는데. 거기에 치킨. 앗, 냄새를 맡으니 엄청 배고파졌다. 기차에서 먹은 거 말고는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까. 그러고보니 저녁도 안 먹었어....
".....머야...? 저녁...?"
좀비처럼 "그어어..."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앗, 이불에서 나오니까 춥네에... 쌀쌀한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유카타 하나만으로 버티기엔 추운데... 한텐이나 도테라 없나... 자면서 꽤 뒤척인 건지, 유카타가 엄청나게 흐트러져있다. 그래서 더 추웠나봐. 슬금슬금 옷매무새를 정돈하며(하지만 잠이 덜깨서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 테이블 쪽으로 다가갔다.
"웅 먹을래. 오뎅이랑 치킨? 아, 맥주도 있네~" "....그러고보니 저녁도 안 먹고 잤구나 우리.."
가이세키 먹고 싶었는데. 우리 방 옵션에 포함이 됐던가 안 됐던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지금 배고파서 지능도 낮아진 상태인데 바로 앞에서 오뎅이 유혹하고 치킨이 윙크하고 있어서 완전 정신을 못차리겠어.... 일단 나도 치킨을 하나 집었다. 치킨은 손으로 집어도 되니까, 빠르게 손부터 나가도 문제 없다는 말씀. ...근데 젓가락은 왜 하나지.
메이사의 옷자락이 내려가서 슬쩍 보이는 무언가. 그게 뭐인지 알아보자마자 시선을 위로 올리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더듬더듬, 내가 대충 벗어뒀던 롱패딩을 집어 메이사에게 밀었다. 물론, 둘다 손이 기름범벅이라 입을 수는 없었다. (한 손으로 입혀주긴 어려우니까...)
물끄러미 젓가락을 보는 메이사에게 애써 변명하려다가...
"아, 아니 나는 그 뭐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떠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나는 변명을 하려다 말고 그렇게 말했다.
"...뭐 입 닿는 거 정도는 새삼 이상할 것도 없잖아. 우리 이미 그렇게 해버렸고..."
여기서 '그렇게'를 크리스마스 때의 키스라던가, 혼욕으로 알아먹으면 나와 메이사는 무탈했다는 뜻이 된다. 과연 어떤 반응이 올지 두근거리는 걸 애써 감추고선 치킨을 한 입 베어물었다. 바삭한 튀김옷에 육즙 넘치는 백색육... 역시 치킨은 패미치킨이야.
으적으적 치킨을 먹다보니, 유우가가 롱패딩을 나한테 밀어주고 있었다. 앗싸. 마침 쌀쌀했는데 잘됐다. 한 손으로 어떻게든 입어보려고 난리를 쳤지만(그래서 유카타가 더 엉망이 되고 있었다) 역시 무리였다. 그냥 대충 이불 덮듯이 덮어버리기로 했다. 오뎅국물이나 치킨 부스러기가 떨어지면... 미안.
"으헤, 따듯하네..." "응?"
입 닿는 거 정도는 새삼 이상할 것도 없다라... 하긴 그렇지? 유우가가 없던 일로 하자고 했지만 크리스마스때 이미 입술에 츄~ 하긴 했고. 무엇보다 조금 전에 혼욕도 했었고. ......유우가한테는 비밀이지만 시니어 시즌의 츠나페스에서도........ 그치 이미 그런 것까지 했고. 잠시 시선을 슬그머니 천장 쪽으로 올리다가,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제와서 젓가락 하나 같이 쓰는 걸로 유난을 떨 그런 사이는 아니지. 뭐랄까, 좀 더 가깝고 친밀하고.... 사, 사랑하는 사이니까...헤헤....
"하긴, 혼욕까지 해놓고 그런 걸로 유난떠는 건 좀 이상하지..." "아니, 유난이 아니라 그냥. 번갈아서 먹는 거 좀 불편하지 않을까 했던 거지만."
한 사람이 먹는 동안 '으와 맛있겠다아 나 곤약말구 저거 한펜 먹고 싶은데 남겨주면 좋겠다아' 하고 있는 거 좀 슬프니까... 그런 의미로 그랬던 거긴 하지만, 뭐, 사실 하나만 있어도 크게 상관은 없지. 치킨 하나를 빠르게 해치우고, 젓가락을 집었다. 히히, 그럼 개시는 내가 해야지~
"그나저나 유우가, 현기증 났던 건 괜찮아? 욕조에서 갑자기 푹 엎어져서 엄청 놀랐어!" "그러더니 갑자기 일어서서 나가겠다고 하고, 나가서는 이불도 안 펴고 드러눕고." ".......타, 타올도 벗겨져서.. 그, 근데 이불 펴주려고 직원이 오는 소리가 들려가지고 내가 후다닥 이불 펴서 유우가 눕힌 거 알아...? 완전 아슬아슬 타임어택이었다구."
진짜 힘들었지 응응. 유우가의 사회적 죽음을 막기 위해 내가 엄청나게 노력했으니까, 칭찬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일단 한펜을 집었다. 와~ 편의점 오뎅 오랜만이네. 우왓, 푹신하고 따끈해 맛있어 아뜨거
"핫, 하후, 하흐."
오뎅으로 뜨겁게 달궈지는 입안을 식히기 위해, 재빨리 맥주를 한 캔 깐다. ...먹으라고 사온 거 맞지? 잘 먹을게 유우가. 그리고 오뎅을 넘기자마자 바로 맥주를 들이키면..... 크. 이거지. 이거라고. 나도 모르게 "크흐아~~~~~" 하는 탄성을 뱉게 된다.
현기증이 나서 엎어졌었구나, 오케이. 이 블랙아웃이 완벽히 설명 됐다. 그리고 응응하며 듣자하니 어...? 음...? 어...... 잊고 있던 기억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얼굴도 점점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그걸 곱씹고 정리하느라고 한펜을 뺏기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 그럼... 메이사 너......" "ㅂ, ㅂ, 본, 봐, 봤......"
차마 말을 잇지도 못한 물음. 대답은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 아...................................
잠깐 멍청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멍한 얼굴로 메이사를 바라보다가, 메이사가 뜨끈한 한펜을 다 못 먹고 어쩔 줄 몰라할 때 오뎅 뚜껑을 아래에다 받쳤다. 다행이도 옷을 버리는 일 없이 잘 받아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 너무 상식 밖의 이야기를 들으면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고 그냥... 몸과의 연결이 끊겨버린 기분이랄까. 내 영혼만은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기분...
😐 ...서방님이 여기 만지면 찌릿찌릿해 😐 아랫배 큥큥 🙀 그 그 그렇게 말하니까 이상하잖아!!! 회로에 접촉하면 당연히 그런 느낌이 들겠지만!! 위치라던가 표현이 이것저것 위험하다구!! 🙄 그와중에 서방님이라고 부르게 세팅해놨냐... 진짜 대단하네 😓 아니 그건 헤카가 이 나라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라고~ 내가 한 게 아니야 😅 그렇지 헤카? 😐 .... 😰 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