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랑 들어갔을 땐 타올 없었는데..." "그리고 그땐 어렸을 때고, 지금은 다 컸다구!! 뭇!"
당연함. 완전 어릴 때였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나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땐 오리라던가 문어라던가 잠수함 같은 장난감도 같이 가지고 들어가서 우마력 잠수함이 문어에게 박살나는 놀이를 하는 동안 벅벅 씻겨졌을 뿐이었고.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너무 많은 게 다르다는 거지. 장난감도 없고, 있다고 해도 그걸 가지고 놀 나이도 지났고, 타올도 두르고 있고(물론 나만).
아니!!! 무엇보다 유우가랑 같이 혼욕한다는 두근두근 이벤트를 순식간에 부모자식간의 포카포카 일상으로 만들어버리지 말란 말이야!! 진짜 부모도 아니면서!! 뭇, 하는 소리를 내면서 볼을 잔뜩 부풀리고, 슬쩍 몸을 까딱거리면서 움직여본다. 흐흥~ 그런 말을 한 괘씸한 유우가에게 내리는 시련이라구.
욕조 위에 걸쳐진 유우가의 팔을 슬쩍 보면, 딱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소름이 돋아 있었다. 오오, 타올이 없어서 그런가 엄청난데. 히이죽 웃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좀 더 유우가에게 기댄다.
"유우가, 팔이 왜 이래? 추워??" "팔은 나와있어서 추운가보다~ 내가 따듯하게 해줄게~ 히히히"
손으로 온천수를 퍼서 유우가의 팔에 슥 뿌려주기까지. 아, 이거 역효과인가. 더 추워질지도. 그나저나 이 온천, 살짝 뿌연 느낌이라 신기하네. 약간 우유에 물 탄 느낌 같기도 하고. 라인기에서 퍼낸 석회가루를 물에 탄 것 같기도 하고...
"여기 탕은 신기하네. 뿌연 느낌이고 뭔가 미끌거리는 거 같기도 하구."
이거 봐 유우가~ 팔을 문지르면 엄청 미끌거리는 느낌이 든다. 온천이라 그런가. 수돗물하고는 확실히 다르네.
"그치~ 집에서 입욕제 풀어서 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네!" "저번에 온천순례 입욕제 사서 써봤는데, 색은 비슷하게 뿌옇게 됐지만 이런 느낌은 별로 없었던 거 같아."
삐걱대는 느낌이 가득한 유우가의 대답에 몰래 히죽 웃었다. 이히히, 유우가 완전 귀여워~ 좀 더 괴롭히고 싶다아~ 물을 펴바르는 척 팔도 문지르고, 슬쩍슬쩍 몸도 까딱이는데.... 어라, 어째 유우가도 같이 그러고 있는 듯한.... 등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엣, 에, 서, 서, 설마....!!
새빨갛게 삶은 문어처럼 되어버린 유우가가 내 위로 푹 엎어진다. 평소같았으면 꺄아💕유우가 헨따이💕하지만 좋아💕 당장 하자💕하고 완전 오케이 사인을 보냈겠지만(?) 뭔가.... 내 위로 엎어진 유우가는 그런 느낌으로 엎어진 게 아니라, 기력이 다 소진된 느낌으로, 마치 오래 탕에 있어서 현기증이 난 사람처럼... .....아니!!! 처럼이 아니라 그게 맞잖아!!!! 현기증 난 거지 유우가!? 우왓!? 어쩌지 일단 나가야하나!?
"엣, 에!? 유우가?? 괜찮아!?" "아니아니아니 안돼!!! 나가자! 당장 나가자? 자 부축해줄테니까!!! 아니다 그냥 그대로 내 목에 팔 감고 있어!! 그대로 업고 나갈게!!!"
그대로 유우가를 들쳐업고 일어서려고 했다. 사람을 업을 때 으레 그러듯이 다리를 잡기 위해 손을 뻗어 더듬다가, 그제야 문득 생각났다. ..........유우가, 타올 없는 상태였지.....
아, 진짜, 미친듯이 잠온다... 어질어질하고 진짜 피곤했던 건가... 으... 으어어... 진짜 기절할 거 같은......
아니, 어지간하면 버텨보는 나도 피로누적에는 답이 없다. 나를 보고 괜찮냐고 묻는 메이사의 목소리가 엄청 멀게 느껴진다. 아니 괜찮긴 하지. 어디 부러진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여유다 여유. 뭐 그렇게 기겁을 한담, 별 것도 아닌데...
하던 나의 안일한 마음에 어떤 기강이 잡혀버렸다. 메이사가 내 다리를 잡으려 한 손이 영 좋지 않은 곳에 닿지만 않았더라면 멍한 기분 그대로 쿨쿨 자버릴 수 있었을 텐데, 메이사가 그렇게 만져버리니까 잠이 확 깼다. 물이 뿌연 게 럭키라고 생각했는데 럭키스케베였던 거지. 나한텐 전혀 럭키가 아니지만...
그래서 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타올이 없던 것을 잊어버린 채로, 벌떡 일어나버린거다.
"메이사 내는 너무 어지러워가 좀 누워야겠다... 미안, 담에 해주께..."
메이사의 경악해버린 표정은 보지 못햇다. 그야, 난 눈이 나쁘니까. 그리고 문에 걸어뒀던 샤워타올을 집에서처럼 그냥 어깨에 걸치고 나와서는... 채 깔아두지 않은 채 개켜둔 이불뭉치에 다이빙해버렸다. 거기까지가 내 기억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메이사에게 주어진 숙제.
이불을 펴러 올라오는 직원보다 빨리 이불을 펴서 유우가와 유우가의 그걸 이불 안에 숨겨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외간사람이 깨벗은 유우가를 봐버릴테니까.
엣, 머, 뭐, 뭐지 이.... 감촉.... 절대 다리가 아니야.... 손이 우뚝 멈추고, 그렇게 멈칫하는 사이에 유우가가 몸을 확 일으켰다. 현기증으로 어질어질한 상태 아니었나? 갑자기 확 일어나면 위험한데!? 하고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거기, 엔....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목격한 그, 어, 으....
"—헷, 으, 끼뺘아앗...."
입을 덥석덥석 하면서 비명인지 뭔지 모를 소리를 흘리며,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유우가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 그, 그렇게.. 생긴거구나아... 가 아니라!!! 바로 나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허둥지둥 욕실을 나섰다. 물기도 제대로 닦지 못한 채로 방에 들어서자 보인 것은, 이불을 펴지도 않고 그냥 개켜둔 그 위에 그대로 누워버린 유우가였다. 끄, 끄아악!!!
대충 타올을 푸르고 유카타를 대강 걸치고, 재빨리 유우가 쪽으로 뛰어갔다. 슬쩍 유우가를 옆으로 밀고, 요를 한 장 꺼내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유우가를 끌어다 올려둔다. 이제 이불을 찾아서 덮으면 되는데, 순간 귀가 쫑긋 선다. ....밖에서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고 있어! 으아아! 누군가가 온다아악!!! 허겁지겁 이불을 꺼내서 그대로 촥 털어서 펴고, 유우가 위에 알아서 덮이도록 내던지고 베개를 꺼내서 머리 아래로 쏙 끼운다. 발소리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이불을 확인한다. 으악, 이상하게 던졌나? 완전 옆으로 비껴나가서 덮인 면적이 적다 못해 하나도 가리지 못하고 있어!!! 다급하게 손을 뻗어 이불을 잡고 당긴다. 하다못해, 하다못해 유우가의 주니어라도 가려야만....!!!!
간신히 이불을 당겨 가리는 것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누가 봐도 급하게 편 것이 분명한 이부자리 하나. 그 위에 요상한 자세로 눕혀진 유우가. 최소한의 면적만을 간신히 가린 이불. 그리고 그 이불을 붙잡고 있는 흐트러진 유카타 차림의 나. 이 모든 것을 목격하고 적잖게 당황한 표정을 짓던 료칸 직원이었지만, 베테랑다운 속도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금새 표정이 싹 바뀐다. 역시 프로는 다르네.
마구 던져지던 끝에 불편하게 누운 몸을 무의식중에 뒤척거렸다. 그리고 옆구리에 붙은 따듯한 걸 껴안고 다리도 걸쳐 올려놓고 깊게 푹 잤다.
롤러코스터 타는 꿈을 꿨다. 그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있는 거 알아? 익룡이 날 먹이로 삼으려고 붙잡고 간다는 컨셉의 롤러코스턴데. 그것처럼 일방적으로 붙잡혀서 마구 마구 마구 휘둘러지는 꿈이었달까.
그리고 무진장 더워서 깨보니까 온 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에 머리는 뜨끈뜨끈 했달까. 목이 붓진 않은 걸 봐선 우마=로나는 아니고 평범하게 피로로 인한 발열인 거 같다. 이불에서 몸만 슬쩍 빠져나와보니... 어라. 상반신까지 빼고 보니까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 이불을 살짝 들춰보니까 하반신도 마찬가지. 이대로 메이사랑 같이 누워있었... 다고?
나... 기억이 없는데?
... 온천이라고 너무 마셔버린 건가? 그래서 실수해버린 건가? 아니, 근데 아무리 취해도 그렇지 내가 메이사랑? 그럴 리가 없다고. 내가 메이사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데 그런 짓을 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없다니까????
그 그나마 희망적인 건 메이사는 착의하고 있단 건데...... 아니 조금 흐트러져있어. 희망도 흐트러졌다 방금. 식은땀이 미친듯이 흐른다. 땀을 줄줄 흘리는 흑인 짤처럼 메이사를 내려다보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메, 메이사. 메이사 일어나봐..."
"나, 나 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전혀 모르겠어... 설명 좀, 어떻게, 어? 이게 뭔 일인지 알려줘어..."
거의 울다시피하고 있는 나와, 이불 속에서 곤히 자던 메이사가 눈을 뜨자마자 본 광경. 비슷한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난 염두에도 두지 못한 채 메이사를 흔들어 깨웠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니길...
잠에 빠져드는 순간까지도 눈 앞에서 아른거린 것 때문일까, 조금 후히히한 꿈을 꿨다. 엄청엄청 우왓뺫💕하고 깨고 싶지 않았는데, 몸이 덜걱덜걱 흔들려서 억지로 눈이 떠졌다. 으, 으으.... 피곤해.. 추워.... 졸려.....
"으..... 뭐야... 유우가아...." "졸려어.... 더 잘래..."
기차타고 버스타고 오느라 좀 지친데다, 온천에서 뜨끈하게 몸도 지지고, 거기에 뜬금없이 타임어택 깨느라 진땀도 빼고. 급속도로 지친 몸은 아직 휴식이 부족하다고 더 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우가는 가차없이 날 흔들어 깨우고 있고. 진짜아 피곤해 죽겠는데. ....무슨 일 있나? 그새 눈곱이 끼어서 달라붙은 눈꺼풀을 억지로 뜨면서, 눈을 비비다가.... ....눈 앞에 드밀어진 그것에 덜컥, 동작이 멈췄다.
".......엣, 우, 아, 아직 꿈인가아.... 그러쿠나..."
그, 그렇구나. 아직 꿈 속인가. 뭐야 깬 줄 알았네. 몽중몽이라는 건가. ....이, 이번 꿈도 좀 후히히한 꿈인가봐. 에헤...💕 그대로 다시 눈을 감고, 졸음이 가득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알겠어어. 유우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되니까아...💕 꿈이니까아..."
아까 꿈에선 엄청 그.. 그렇고 이렇고 후히히 우왓뺫했는데 이번엔 어떤 거려나... 조금 두근거린다. 조, 조금 더 우왓뺫해도 좋은데... 하지만 어떤 거라도 좋으니까~
🙄 히히란 건 말이다... 🙄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손 꼭 잡고 츄츄하고 나서 하는 거야 🙄 너랑 나는 서로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츄츄도 못하지? 😶 ...유우가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 아아아아!!! 아 그런 얼굴 하지 마!! 사랑해! 사랑하는데! 너랑 나랑 당장 같은 의미는 아니란 소리야!!
🤔가끔 꿨을 거 같아요 취중진담 전에는 😾하아?? 뭐 뭐야 이런 개꿈.. 말도 안돼 내가 왜@%₩%!##@!!!!하고 이불을 발로 마구마구 찰 것 같아요😏 취중진담 후에는 😳..... 🙄.....하고 머리카락 손으로 꼬고 괜히 시선 안 마주치는데 힐끔거리면서 😻하고 보고있고 그럴 것 같고😏
화해 후에는 😸 유우가~ 나 이런저런 꿈을 꿨는데~ 😽 이거 현실에서도 해볼까💕 당장 하자💕💕 ...한대요😏😏😏
메이사는 나를 한층 더 심란하게 하는 말을 남기곤 다시 코야코야 잠들었다. 뭔데 이 열려있는 태도. 뭔데. 진짜 내가 저질러버린 것처럼......
그래서 일단 자게 냅뒀다. 주섬주섬 일어나서 유카타를 입고... 주변을 돌아보며 마치 코난이라도 된 것마냥 주변사물과 정황을 짜맞추기 시작했다.
첫째로, 일단 배가 고팠다. 그것도 무진장. 일단 우리가 저녁을 먹지는 않았단 거다. 저녁을 먹다가 신나서 사케를 병째로 마셔버렸다는 끔찍한 일은 없었다. 그러면 그 전인데... 애초에 우리 티켓에 가이세키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지는 않다. 원한다면 6시 전에 특실 특전인 간단한 식사(계란찜, 오챠즈케 등...)를 요청할 수는 있댔지. 그러면 6시 전에 잠들어버렸다는 뜻.
일단 배고파. 가방에서 에너지바를 하나 꺼내 먹었다.
둘째로 화장실. 내가 개켜서 세면대 옆에 올려놨던 옷이 그대로다. 이걸 수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전라로 자고 있었다. 유카타는 거실 테이블 위에 곱게 놓여있었고. 그러면 나는 어쩌면 욕실에서 나와서 유카타도 못 입고 잠들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막판에 어땠더라... 전혀 기억나지 않아.
...그래도 백프로 사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정황을 되짚어보니 30% 확률 정도로 사고 친 듯 해서 한숨 돌렸다. 메이사의 반응을 봐야만 확실해지겠지만.
폰을 켜보니 시간은 0시 56분... 주변에 뭐 식당이 있으리라곤 전혀 기대가 되지 않고. 편의점이라도 다녀올까나. 메이사가 깼을 때 나 없어서 놀라진 않으려나... 내려다 보다가, 어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메이사 옆에 앉아서, 손을 조물락거리며 겹쳐잡고는 속닥였다. 잠에 취한 메이사는 헛소리를 잔뜩 하지만, 거짓말은 안 할 테니까.
"메이사. 나랑 목욕하고 나서 뭐 했어?"
귀가 쫑긋거리면서 뺨을 간지럽혔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네, 우마무스메는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