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자신을 지나치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은우는 딱 잘라 그녀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녀가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닿기 힘든 좀 더 깊은 쪽의 이야기일테니까. 허나 그 부분만큼은 그렇게 분명하게 그는 이야기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그걸 지금 내가 묻는다고 해서 가르쳐줄지는 솔직히 모르겠어.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하게 이야기할게. 너는 없어지겠다고 하지만 네가 없어질 순 없어. 세상에서? 모두에게서? 그런 것이 진심으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아무와도 연관이 되지 않고, 아무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이미 너는 다른 이와 연관이 되었고, 좋건 싫건 인간관계가 생겼고, 인연이 생겼어. 네가 아무리 부정하려고 한들 그 사실이 변하진 않아."
스스로가 아무리 부정한다고 한들 그 사실만큼은 바뀌지 않는다. 저지먼트에서 보낸 약 1년의 시간.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외의 사람들과 쌓아온 이런저런 일들. 그 모든 것이 있는데 어떻게 없어진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네가 저지먼트를 퇴부하건, 학교에 자퇴서를 내건 그건 아무런 상관 없어. 세은이는 널 절대로 잊지 않고, 반드시 널 찾아낼거고, 나도 세은이가 도와달라고 하면 너를 찾을거야. 네가 모습을 안 보인다고 모두에게 잊혀질 정도로 세상이 단순하게 돌아가진 않아. 천헤우. 아니면 죽을 생각이야? 설사 죽는다고 해도 네 이름은 절대로 안 잊혀져. 세은이가 네 이름을 쭉 기억하고, 나도 기억할 거고, 저지먼트 애들 중에서도 널 기억할 이는 천지야."
저 말이 마치 붙잡아달라는 것처럼 들리기에.
"내기해도 좋아. 설사 여기서 5년이 지난다고 해도 네 이름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아. 천혜우는 사라지지 못해.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고 멋대로 정하지 마. 여기에 오기 전에 무시당하고, 이름으로도 불린 적이 없이 살았다고? 인간의 말을 나불거릴 뿐인 20년 전의 세계에 살고 있는 쓰레기가 뭐라고 지껄이고 무슨 명분으로 행동을 하건 결국 쓰레기에 지나지 않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이런저런 명분을 내뱉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라고. 알게 뭐야. 결국 제 자식에게 이러쿵저러쿵 인간의 말을 나불거리는 쓰레기잖아. 3류 소설에 나와도 비웃음이나 당할 쓰레기가 널 어떻게 대했건 너는 너야. 천혜우. 지금도 살아서 태어난 것이 죄라고? 저지먼트의 부장이나 에어버스터가 아니라 세은이의 오빠로서 분명하게 이야기할게. 그 쓰레기들은 너를 죄인이라고 나불나불거릴지도 모르지만, 세은이에게 있어서 너는 은인이고, 인첨공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었던 희망이었어."
자신들이 왔을 당시를 떠올리며 은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시선을 위로 올렸다. 제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는 얄팍한 행동이었다.
"...사라지지마. 천혜우.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고 네가 생각한다면 세은이의 오빠로서 내가 말할게. 여기에 있어. 천혜우로서.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와서, '진짜 죄인'인 못난 오빠만 따라와서 겁 먹고 무서워하면서 지냈던 한 여자애를 구해준 은인으로서."
멈춰선 채, 멈추어 선 채로 들리는 말을 들었다. 앞서 얘기할 때와 다름 없이 단호하고 또박또박한 말들이 귀에 박혔다. 반박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저렇게까지 말한다니, 싶어졌다.
그래, 지금까지 폼으로 저지먼트 부장이었던 건 아닌 거겠지.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였던 걸까, 그 곳은.
여전히 시야엔 발끝과 쇼핑몰 바닥이 보였다. 희고 검은 타일들 위로 시린 조명빛이 연신 비추고 있었다. 그 위에 얹어진 한 쌍의 캔버스화는 무채색이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들며 눈을 내리 감았다. 시야에 여전히 희고 검은 바닥만이 담기도록.
"...여기가 어딘지 잊었나보네요. 부장님. 저 벽 너머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는, 상상으로나 해볼 법한 능력자가 실존하는 인첨공 아니던가요. 종말조차도 농담이 아니게 될 수 있는 장소인데, 고작해야 뇌 속 데이터 조작하는 일이 어려울까요."
그렇게 어설프게 할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시작도 안 했다.
"인간관계? 인연? 그런 무형의 가치가 얼마나 보존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물리적 데이터는 더더욱 조작하기 쉬우니, 이 바닥에서 사람 하나 지우는 일 쯤,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에요."
문득, 참 재밌는 상황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쯤은, 이런 접전도 있겠거니, 했었는데 접점이 또, 이렇게 작용하리라곤, 몰랐으니까.
"그리고- 내기해도 좋다니, 괜한 소리 마세요. 그랬다가 뒷감당은 어떻게 하시려구요. 5년까지 갈 것도 없어요. 앞으로 1개월, 그리고 한, 반년. 그거면 충분히 지우고도 남으니까. 부장님조차 그 언젠가는, 나와 이렇게 얘기했던 것조차, 잊어버릴테니, 별 생각 말고 그러려니 하세요. 부장님이 뭘 할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하하, 영혼 없이 메마른 웃음소리가 났다. 곧 한숨으로 이어진 뒤에, 낮게 중얼거렸다.
"나는 이미 너무나도 지쳤어요. 이미, 이미 지친지 오래라서, 세상도 사람도 너무 버겁네요. 그러니 내버려 두세요. 말했잖아요. 나는 이미 늦었다고..."
지쳤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니 더는 무시할 수 없는 피로가 몰려와 가까이 있던 휴식용 의자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구부정히 앉아 고개를 숙여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태오는 자신의 손톱 사이에 낀 피와 엉겨붙은 머리카락을 멍하니 응시했다. 한결은 태오의 귓바퀴 위를 큼직한 손으로 고이 감쌌다. "아." 쓰라린 감각에 태오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고, 한결은 엄지에 묻어나오는 피를 보며 걱정스러운 듯 구급상자를 찾고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찮아?" "……예, 괜찮, 습니다.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 "일이라니요……. 늘 그렇듯 안온하지요. 여타 인간의 삶 그러하듯이……."
태오는 상자를 꺼내 핀셋으로 능숙하게 소독용 솜을 집어 적시는 한결을 마주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만 크게 깜빡였다. 한결은 그런 태오에게 다가서더니, 귓바퀴에 자리한 머리카락을 곱게 쓸어 들어주며 상처 부위를 소독해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