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사실 일종의 은아의 선물이었다. 너는 내가 주는 선물들은 다 거절하곤 하니까. 그래도 이 정도는 네가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노트 안에 있는 그림 한 장 정도는. 나중에 지우든, 찢든, 구겨버리든 네 맘대로 할 수도 있고.
"......완성."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은아는 샤프를 내려놓고 노트를 한울의 책상 위로 다시 돌려주었다.
"내가 보는 네 모습. 나쁘지 않지?"
한울이 그림을 보았다면, 은아의 그림 역시 은아처럼 단정하지만 따뜻한 느낌이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울의 공부하는 모습 역시 날카롭고 차가운 분위기가 중화되어 퍽 부드러워 보였고. 특유의 잘생김은 여전했지만 조금 더 애정이 담긴 듯한 그림이 한울의 노트에 담겨 왔다.
"피어싱도 멋있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공부하는 모습도 꽤 멋있어."
다정히 미소를 지으며 은아는 장난스럽게 덧붙여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는 것도 잊지 않고.
한울주 사심 좋다~~(글러먹음222) 늑대 수인 한울이가 더 귀여울테니 더 보고 싶다구~ >< 그 때는 가짜이긴 해도 일단은 사귀는 사이+꿈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제는 헤어짐+한울이가 자신을 잊어달라고 했음 해서 서로 모르던 사이로 되돌아가려고 하는데 꿈이라고 해도 어떻게 키갈을 하겠어....ㅋㅋ큐ㅠㅠ 오히려 내가 아직 너를 못 잊었나봐 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한울이를 잊으려고 할 듯. 근데 항상 일상 예상은 빗나가니까... 또 모르지~
완성되었다며 그림을 보여주는 은아에게 한울은 노트를 받아 들여다봤다. 누군가 자신을 그려준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한울은 뭔가 신기하기도 했다.
“흐음...... 뭐, 나쁘지 않네. 그나저나 그림도 꽤 그리네, 너.”
한울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 물론 공부하는 모습이 멋있다는 은아의 말은 그렇게 썩 와닿는 건 아니었지만. 한울은 어깨를 으쓱하고 노트를 챙겨둔다. 그리고 곧 선생님이 들어오고 1교시가 시작되었다.
은아의 예상과는 다르게 한울은 꽤나 집중해서 수업을 들었다. 물론 삐딱한 자세는 고쳐지진 않았지만 옛날에 모범생이라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수업을 필기하는 것이 나름의 규칙이 있고 글씨도 꽤 단정했을 것이었다. 필요하다면 노트를 펼쳐 필기를 하거나 질문거리 같은 것들을 적어두기도 했고.
그런 식으로 3교시가 훌쩍 지나갔다. 점심 시간이 되자 한울은 기지개를 켠 뒤에 하품을 했다. 진짜 오랜만에 공부해서 진이 다 빠진다는 듯 책상에 늘어지듯 기댄다.
“얼른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밥 먹고 한숨 자야겠어.”
매번 그랬듯 옥상으로 향하자는 뜻이었다.
/너무 늘어질까봐 점심시간으로 워프했다! 그러고보니 은아 한울이랑 계속 도시락 먹었으려나? 아니면 그냥 빵이나 이런거 챙겨와서 먹었으려나? ㅋㅋㅋㅋ큐ㅠㅠㅠㅠ 하지만 일상은 예상을 빗나가니까 나는 기대하고 있을래(?)(끌려감) 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은 잘 보내고 있어?
은아는 씩 웃으며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체육을 빼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이었지만. 이윽고 1교시가 시작되는 종이 울리자 은아는 몸을 돌려 똑바로 앞을 향해 앉았다.
솔직히 외양만 좀 바뀌었을 뿐, 실제로 수업을 듣는 태도는 그대로일 줄 알았다. 그러나 은아가 힐끔힐끔 살펴본 한울은 수업에 꽤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필기마저 깔끔하게 하는 것이, 정말로 전에는 모범생이 맞았구나 싶었다. 게다가 그런 모습이 오전 수업 내내 계속되니, 은아는 다시금 한울의 정체가 의심되며 경악스러운 마음이었다. 진짜 뭐 잘못 먹은 건가...?
그렇게 점심 시간이 되고. 지친 듯 책상에 늘어지는 모습을 보면 또 이한울이 맞구나 싶어 은아는 픽 웃으며 한울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그래. 얼른 밥 먹으러 가자. 공부하느라 고생했어."
이윽고 은아는 도시락 통이 든 종이 봉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자연스럽게 한울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울이 손을 잡았다면 같이 손을 잡고 익숙하게 옥상으로 향할 것이었고. 가는 길에도 친숙하지만 낯선 느낌에 한울을 몰래 몇 번 올려다 보았을 것이었다. 근데 진짜 다른 사람 같네... 신기하다.
적절한 워프 고마워! >< 한울이랑 같이 도시락 먹기도 하고 빵 챙겨와서 먹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급식 맛있는 거 나온다거나 한울이가 좋아하는 고기 파티가 나오는 날엔 한울이랑 같이 급식 먹었을 것 같지~ ㅋㅋㅋㅋ(끌려가는 한울주 데려오기) 진지하게 가면 저렇겠지만 또 가볍게 갈 수도 있을테니까. 어쩌면 은아가 먼저 키갈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내 사심을 어디까지 표현해도 될지 걱정인데...... 빨간 모자 은아 의상도 그렇고... 늑대 수인 한울이 꼬리로 기분 표현하는 거 숨길 수 있을까? 못 숨기면 그것도 너무 귀여울 것 같음........ㅋㅋㅋㅋㅋ 나는 잘 보내고 있어. 한울주는 주말 잘 보내고 있어?
한울은 체육 빼고 다 잘한다는 은아의 말에 큭큭 웃었다. 확실히 은아는 체육에 잼병이었으니까. 체육 시간마다 허우적 거리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한울의 낙이기도 했다. 어떻게 그렇게 몸을 못 쓰지? 운동 신경이 잘못 이어져 있나, 하는 느낌이기도 했고.
은아가 자신을 경악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한울은 수업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확실히 오랜만에 수업을 들으려고 하니 쉽진 않았지만. 옛날엔 어떻게 그렇게 했나, 싶기도 하고.
은아가 머리를 토닥여주자 한울이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처음엔 엄청 경계하고 어려워했으면서 이젠 스킨십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꽤나 자연스럽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으니까. 중간고사가 지나고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지금.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흘러갈 정도로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그런 익숙함의 일환으로 서로 손을 잡는 것도, 점심 시간 마다 옥상에 올라가는 것도 자연스럽다. 옥상에 올라가면 꽤나 옛날에 가져다 두었던 돗자리가 접혀져 있고 한울은 그것을 그늘진 곳에 펼쳤다. 여름이지만 그늘진 곳이라 잠깐 점심을 먹고 쉬기에는 나쁘지 않다.
진짜 둘이 학창 생활하는 거 내가 옆에서 낱낱히 지켜봤어야 했는데~~~~!~!~! 둘이 맨날 같이 점심 먹었을 거 생각하니 둘이 친해지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음임(?) 은아가 먼저 키갈......?(쓰러짐) ㅋㅋㅋㅋㅋㅋㅋ은아주 사심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라구~~~~ 한울이가 굳이 기분을 숨길 필요가 있을까? 꿈인데 ㅋㅋㅋㅋㅋ!! 진짜 말 그대로 늑대인 한울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오전 내내 엄청 잤다 ㅋㅋㅋㅋ큐ㅠㅠㅠㅠ 점심 잘 챙겨 먹었어? 이제 곧 저녁이야~!~!
제 말에 큭큭 웃는 한울이 얄미워서 웃지 말라고 그 이마를 팍팍 때려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은아가 스스로도 말했다시피, 은아는 체육은 영 꽝이었으니까. 아마 능력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운동 신경과 행운만큼은 최하를 찍고 있지 않을까, 하는 서글픈 생각도 들었고.
점심 시간이 되어 서로 손을 잡고 옥상에 올라가는 것도 하나의 일상처럼 되어버렸다. 은아는 그늘진 곳에 돗자리를 펼치는 한울을 보며, 문득 언제 이렇게 서로가 편안해진 걸까 싶었다. 모두를 경계하던 내가 너에게 장난도 치고, 제멋대로 굴던 네가 나를 배려해주기도 하고. 모든 것이 새삼스러웠다.
"오늘 반찬은........ 쨘!"
한울을 따라 돗자리에 앉으며 은아는 종이봉투에서 도시락 통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김이 붙여진 참치김치 주먹밥과 다진 땅콩이 골고루 뿌려진 닭강정, 파인애플과 키위가 알록달록한 색감을 뽐내며 곱게 배치되어 있었다. 먹기 좋은 한 입 크기의 주먹밥은 하트,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었고.
"특히 닭강정은 우리 엄마 솜씨니까 더 맛있을 거야.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좀 싸왔지. 어서 먹어봐."
학교 신문에 대서특필하는 기자 한울주 상상하면 되는 거야?ㅋㅋㅋㅋ(?) 지켜보고 나한테도 알려줘~~ 둘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음이지.... 바닥 찍었던 주식이 점점 고점 찍으러 올라오는 느낌...! ...한울이든 은아든 꿈이라 촉감이 안 느껴져서 조금이라도 더 전의 키스와 비슷한 걸 느끼고 싶어서 더 탐하듯 키스한다거나........(쥐구멍) 한울이 꿈에서는 의뭉스럽게 안 구는 거야?ㅋㅋㅋㅋㅋ 헉 말 그대로 늑대인 한울이 넘 보고 싶다...... 앗 나.... 또 다른 부끄러운 사심이 떠올랐어......ㅋㅋ큐ㅠㅠㅠ 나도 오전 내내 엄청 잤어ㅋㅋㅋ 한울주 잘 쉬고 잘 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응 점심 잘 챙겨 먹었고 이제 저녁이네~ 한울주도 점심 잘 챙겨 먹었지? 저녁도 잘 챙겨 먹자~
예전 일상과 비슷한데 두 사람이 친해진 만큼 그 때와는 또 다른 게 느껴져서 나도 넘 아련한 느낌이야..........ㅋㅋ큐ㅠㅠㅠㅠㅠ 둘이 여러 사건 겪으며 진짜 많이 변했다 싶고..... >>다시 하락할 예정<<......ㅋㅋㅋ큐ㅠㅠㅠㅠㅠ
ㅋㅋㅋㅋ꿈에서 넘어져서 아팠어? 귀여운 한울주(둥기둥기) 나는 꿈 속에서 아픈 촉감 느껴지면 바로 잠에서 깨서... 그럼 둘을 위해 꿈이어도 촉감 다 느껴진다고 할까?ㅋㅋㅋ .................한울주가 놀리니까 말 안 할래.............(쥐구멍 사수)
맞아..... 진짜 둘이 서로 기싸움하고 그래서 말이 불편하면 말해달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 전이고..... 우리 1~2판 다 일상으로 꽉꽉 찼잖아ㅋㅋㅋㅋ 약 1800레스 동안 우리 진짜 열심히 굴리고 이야기 나눴다. 그치?ㅋㅋㅋㅋㅋ 히히 뭔가 감동이라 울 것 같다..... 으으으....
왜 물음표야?ㅋㅋㅋㅋ(둥기둥기) 역시 한울주 똑또캐..!! .............파트너지만 한울주 못 믿겠어............(경계)(의심)(?) 계속 놀리고 괴롭히고 그랬잖아..!ㅋㅋㅋ큐ㅠㅠㅠㅠㅠ
한울은 주먹밥을 먹다가 은아가 묻는 말에 이내 먹던 것을 천천히 씹으며 뜸을 들이다가 삼키고는 답했다.
“카드. 아마 기말 전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카드는 여행 전에 받았다. 받아서 은아한테 씌울 헬멧도 사고 오토바이 기름도 넣고. 그 이후로 모텔 달방을 살면서 밤마다 푹 자고 있다. 그래서 오늘 수업시간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었고. 하지만 지금 말해줄 순 없다. 내가 카드 돌려받았다고 하면 넌 이렇게 도시락도 안 싸줄 거고, 날 편하게 막대하지도 않을 거잖아.
“너는 2학기에 어떻게 할 지 생각은 했어?”
한울은 그게 궁금하다. 지금 모습을 보면 그 사이에 친구를 사귀는 것 같지도 않고 무언가 계획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진짜...... 엄청나....... 감동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왜에~~~ 믿어줘~~ 우리 2년동안 열심히 했잖아(?) ㅋㅋㅋㅋ 안 놀릴테니까 얘기해봐~~~ 궁금해~~
이 대사 꼭 해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나오다니.....진짜 일상 예상은 다 빗나가...ㅋㅋㅋㅋ큐ㅠㅠ
벌써부터 이런 말 하면 안 될테지만 나랑 1:1에서 만나줘서 고맙구....지금까지 함께 해줘서 고마워...........ㅋㅋㅋ큐ㅠㅠㅠㅠ 진짜 2년 전에 글 올리길 잘 했다 싶구.... 한울주가 괜찮다면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놀렸던 건 인정하는 거야?!?!ㅋㅋㅋ큐ㅠㅠㅠㅠ 으으윽.... 그렇게 나오다니...... 그으게.... 별 건 아니구......... 빨간 모자 의상이 한울이도 은아에게서 한 번도 본 적 없고 은아도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는 길이의 짧은 미니 드레스라 흰 스타킹을 신었어도 부끄러워서 빨간 망토의 긴 뒷부분으로 몸 가리기... 근데 늑대 손톱은 뾰족하니까 망토 걷어내다가 실수로 허벅지 쪽 스타킹이 찢어진다던가...........(쥐구멍)
든든하게 잘 챙겨 먹었구나! 맛있었겠다~ 잘했어 잘했어~~ ><(쓰담) 나는 김치볶음밥! 배달시켰는데 맛이 없어서 다 남겼어..........ㅎ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아아악........ 진짜......... 어떻게 이런 말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뭔가 처음 둘이 도시락 먹었던 때가 오버랩 되면서 마음 찢어지는 것 같다..........
아니 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은아주 거의 헤어질 때 하는 말 아니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아주도 착각계야?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일단 나도 고맙고 내가 자리 비울 때도 많은데 기다려준 것도 정말 고맙고 여기까지 이어올 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좋은데 가지마 ㅋㅋㅋ큐ㅠㅠㅠㅠㅠ 평생 나랑 놀아~~~
............은아주 내가 이 말 했던가? ........역시 은아주는 최고야......(엄지척) 미쳤다. 찢었다(?)
아니......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다 남겼다니 너무......... 아이고......... 다음엔 절대 거기 시켜먹지 말자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또다. 또 다시 은아의 예상을 빗나간 대답이 돌아왔다. 은아는 눈썹을 찌푸리며 저를 바라보는 한울을 가만히 마주보았다. 아예 젓가락까지 내려놓은 한울은 마치 자신의 의도를 알아내려는 듯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고, 은아는 말 없이 그 시선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금 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니? 나한테 네가 그랬을 리가 없잖아. 난 너 끔찍하게 여겼던 적 한 번도 없다는 거,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한울이 비를 맞고서 감정적으로 나왔던 그 날 밤에서조차 은아는 한울을 받아주고 안아주었으니까.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은아는 결국 첫 만남 때부터 지금까지, 한울을 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건 2학기 때 내 계획을 위해서이기도 해. 그리고 너 가오니 뭐니 했었잖아. 나한테 차였다고 소문 나는 것보다 나를 찼다고 소문 나는 게 가오를 지키는 것에도 더 낫지 않아?"
은아는 일부러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내어 이야기했다. 그래야 네가 들어줄 것 같아서. 어쩐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너를 설득하기 위해서.
"기왕이면 널리 전해주었으면 해. 너에게 있어 나는 너무 끔찍했다고. 그래서 헤어졌다고. 다시는 꼴도 보기 싫다고."
한울이 자신을 더이상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져야 은아를 향한 괴롭힘의 움직임도 일어날 것이었다. 애초에 이런 가혹한 말들은 은아에게 있어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으니까 은아는 괜찮았다. 덕분에 "욕을 붙여도 좋아. 특별히 허락해줄게." 하며 웃는 얼굴 역시 말갛기만 하다. 마치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 것마냥.
그 때는 둘의 첫 시작을 맞춰나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둘의 끝을 맞춰나가는 느낌이지....ㅋㅋㅋ큐ㅠㅠㅠㅠ 빌드업을 너무 잘 쌓아놔서 효과적으로 마음이 찢어지고 있어.........ㅋㅋㅋ큐ㅠㅠㅠ
으응.......? 나 착각계야.....? 어디가 착각계라는 거지......??ㅋㅋㅋ큐ㅠㅠㅠ(이해 못함) 착각계는 한울주 아니야??? 내가 가긴 어딜 가겠어ㅋㅋㅋ큐ㅠㅠㅠ 한울주는 바부다 바부...!! 한울주가 먼저 평생이라고 햇따?!?!!!? 나 기억한다!?!?! 평생 우려먹는다!?!!?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찢었다가 그 찢었다처럼 들리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으아악...!!! 나 너무 부끄러워 미칠 것 같아ㅋㅋㅋㅋㅋ큐ㅠㅠㅠ 칭찬 받은 건 좋은데 뭔가..뭔가 창피해...!!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쥐구멍)
ㅋㅋㅋㅋㅋㅋ....그래야겠어....... 나 입맛 둔해서 진짜 아무거나 그냥 주는대로 먹는데 몇 번 먹고서 식탁 앞에서 좌절했었어.....ㅋㅋㅋ큐ㅠㅠㅠ
아닠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한울주뿐만 아니라 한울이도 그렇냐궄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근데 정작 은아는 더 심한 쌍욕도 들었어서 정말 진심으로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이라.....() 그래서 아직 친구를 사귀지 않은 거래. 저런 말들을 들어왔으니 한울이 말고는 아직 아무도 믿지를 못해서..... 사실 한울이도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었지....ㅋㅋㅋㅋ 아주아주 연한 사골국이 되어도 계속 우려먹을 거니까 웃지 말구 각오해..!!!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나도 모르겠어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놀림 받아도 창피하고 칭찬 받아도 창피해ㅋㅋㅋㅋ큐ㅠㅠㅠ 으으은아주의 애착 물건이니까 쥐구멍에 좀 숨을 수도 있지 뭐...!!ㅋㅋㅋㅋ큐ㅠㅠㅠㅠ 한울주도 그랬었구나....(토닥) 진짜 사먹었는데 음식 맛 없으면 현타 오고 서글퍼지는 것 같아....ㅋㅋㅋ큐ㅠㅠㅠ 내일은 한울주 제일 맛있는 거 먹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늦었지.... 으악 월요일 싫엇....!!ㅠㅠㅠ 그래도 내일을 위해서 한울주도 얼른 자자~ 답레는 천천히 줘도 ok니까 부담 갖지 말구~~ 잘 자구 내일도 힘내자!! 늘 응원해~!! ><(보듬)
알고 있다. 은아가 지금껏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왔는지는 잘 알고 있다. 거기에 조금은 위안받고 영향 받았다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은아는 한 번도 자신에게 상처 입힌 적이 없었으나 이번 만큼은 자신에게 일부러 이러나 싶을 정도로 가혹하게 구는 것 같았다.
한울은 은아의 말이 끝날 때까지 잠잠히 듣다가 붉은 눈을 들어 은아를 바라봤다. 너는 나를 기어코 이런 식으로 뜯어내려고 하는 구나. 내가 너한텐 이 정도밖에 안되는 거네. 그런 방식으로 헤어져도 괜찮을만큼 별 것 아니었어?
“2학기 계획이 무엇이기에 내가 그렇게 얘기해야 하는데?”
따지는 것도 아니고 몰아세우는 것도 아니다. 담담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나 한울이 은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른어른 얽혀 있었다. 마치 비 오던 날 서로를 마주했던 때처럼.
한울은 이상하게도 조용해졌다. 이윽고 다시 자신을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 역시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은아에게 있어서는 처음 보는 것이 아닌 바로 그 눈빛이.
"......나, 경찰에 신고하려고 해. 네가 말했던 대로."
은아 역시 잠시 침묵을 지키다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예전에 별관에 갇혔을 때부터 한울이 말해왔던 그 방법. 이제서야 은아는 그것을 천천히 제 입에 담아볼 수 있었고.
"사실 지금까지 증거들은 모아왔어. 근데 신고는 망설이게 되더라. 그래도.... 이제 2학기 때 괴롭힘이 다시 시작되면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서 다 신고하려고. 학폭위에도 알리고."
또 다시 기나긴 싸움의 시작이 되겠지. 많이 아프고, 많이 힘들고, 많이 외로울 거야. 그럼에도 지금까지처럼 체념하지 않고 용기내려고 하는 건 다 네 덕분이라는 걸. 너와의 시간이 무척이나 행복했던 것처럼, 얼마 남지 않은 학창 시절이나마 조금은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졌다는 걸.
"그래서 네가 그렇게 얘기해 주었으면 하는 거야. 내가 다시 괴롭힘을 받을 수 있도록. 네가 지금까지처럼 나를 지켜주면 아무도 나 안 괴롭힐 거 아냐."
은아는 장난스럽게 키득키득 웃었다. 이윽고 일부러 냈던 가벼운 웃음소리가 차츰 잦아들면 은아는 한울의 붉은 눈을 말 없이 응시했고. 한울이 피하지 않았다면 은아의 고개가 앞으로 스르륵 떨어져 한울의 어깨에 이마를 툭 기대었을 것이었다. 안긴 것도 아니고, 안은 것도 아닌 모습으로. 이내 은아의 한 손이 한울의 손을 찾아 그 커다란 손등 위를 느릿하게 감싸듯 덮었을 것이었고.
"......나쁜 말 하게 해서 미안해. 그래도 그래주었으면 좋겠어. 아무리 심하게 말해도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안 될까?"
하며 묻는 은아의 조근조근한 목소리 끝이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옅게 떨렸다. 여전히 한울의 눈은 피한 상태였다. 제가 좋아하던 눈동자였건만, 지금은 어쩐지 마주할 수가 없었다. 계약이 끝나면 너에 대한 건 잊어달라고 했잖아. 네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네가 바랬던대로 우리는 더 이상 서로 엮이지 않을텐데. 그런데... 왜 너는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진짜 서서히 스며들어서 딱 이거 때문이야! 하고 말해줄 수 없는 게 슬프다......ㅋㅋㅋ큐ㅠㅠㅠ 당장 생각나는 건 별관에 감금당했을 때 한울이가 구해주고 손 잡아주었던 때부터일지도 모르겠어. 그 때 은아는 진짜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태였는데 누군가가 처음으로 자신을 구해준 거니까. 그리고 함께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고 한울이의 상처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가면서 한울이를 믿게 된 게 아닐까? 진짜 둘이 관계가 깊고 복잡하고 섬세해서 너무 맘 아픈데 맛있어........ㅋㅋㅋ큐ㅠㅠㅠ 그리고 이번엔 내 맘이 갈기갈기다......... 한울이 마음 왤케......왤케야......???ㅠㅠㅠㅠㅠㅠㅠ 은아한테 네가 별 것 아닐리가 없잖아.............ㅠㅠㅠㅠㅠㅠ(맴찢)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그럴지도..!! 뇌공유에 이어 글러먹음력 공유인 거지(뻔뻔) 어쨌든 한울주도 좋다니 진짜 다행이다...... 좀 더 맛있게 글러먹어지도록 노력해야겠어(?)
면 종류가 그런 위험이 큰가봐ㅋㅋㅋㅋ 나도 전에 사 먹었다가 노맛이라 충격이었던 다른 거 냉면이었는데.........ㅋㅋㅋ큐ㅠㅠㅠ
고마워~!! 한울주도 점심 꼭 맛있는 걸로 잘 챙겨 먹구 월요일 힘내자~!!! ><(보듬)
한울은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평소 보이던 그 장난스러운 모습도 없이, 그저 뚱한 얼굴로 도시락을 먹을 뿐이었고. 은아는 식사를 이어가고 뒷정리를 하며 한울을 힐끔힐끔 살펴보았다.
"........"
삐졌나? 은아는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편히 누울 공간이 되는데도 굳이 자신을 등지고 누운 모습에서는 그런 조용한 토라짐이 느껴졌고. 자신이 뭔가 잘못 말했나, 곰곰이 생각하며 은아는 누워있는 한울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이상하게도, 은아는 그런 한울을 보고 있자니 한울이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커다란 대형견이 삐져있는 것 같았달까. 은아는 픽 웃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이~한~울~ 삐졌어?"
옅은 웃음기를 머금은 은아의 입술이 한울의 귓가에 나긋하게 속삭여 물었다. 자연스럽게 은아의 회색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한울의 뺨에 스쳤고. 은아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한울이 종종 제게 하던 말들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너, 무방비해."
동시에, 은아의 손이 모로 누운 한울의 옆구리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오늘은 얇은 하복 셔츠를 챙겨입은 한울이었기에 아마 그 간지럽히는 은아의 손 끝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