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아가 입 맞췄으면 전처럼 부드러운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으윽...죄송합니다......은아의 업보입니다....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한울이는 정말 많이 참았다고 생각해...... 은아주는 알아. 진짜 다 은아 탓이다...............
난 전혀 불편한 거 없으니까 걱정 마~~!~!! ><(쓰다담) 한울주야말로 혹시 불편한 거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 해줬으면 해~! 답레는 일단 머리 좀 박고 진정 좀 하고 써올게.....ㅋㅋㅋ큐ㅠㅠㅠ 그보다 어제 너무 늦은 시간이었던 거 아니야...?! 한울주 괜찮아....? 오늘 너무 피곤할 것 같은데.....ㅠㅠㅠㅠ(부둥부둥) 출근은 무사히 했어....?
언제나 생각으로 가득찼던 은아의 머리는 지금만큼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그 소리로 한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얼마나 한울을 자극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결국 은아는 도망칠 기회조차 차단 당하듯 아예 기둥으로 밀어붙여져 버렸다. 등이 딱딱하고 차가운 기둥에 닿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한울의 한 손은 여전히 자신의 허리에 감겨 있었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잘한 입맞춤들이 쏟아졌으니까.
그 작고 짧은 버드키스조차 은아에게는 너무 뜨겁고 자극적이었다. 부끄러웠다. 간지러웠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 기분이 좋아서. 가슴이 세게 뛰어서. 한울의 목을 끌어안은 은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한울이 입술을 핥고 살짝 물어오는 느낌이 적나라하다. 마치 원래 자신의 위치였던 양 한울의 혀가 자연스럽게 비집고 들어왔다. 여기저기 헤집고 건드리는 감각에 온몸이 파르르 떨리며 호흡이 가빠졌다. 한울이 제 표정을 살피는 줄도 모른 채,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들고 있는 은아는 자신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얼굴을 붉힌 채 잔뜩 흐트러진 그 얼굴은 분명 지금의 한울 말고는 아무도 보지 못한 모습일 것이었고.
목표했던 것을 찾은 듯 의도가 다분한 괴롭힘이 이어지자, 은아의 여리고 달뜬 소리가 더욱 애달파졌다. 움찔거림이 잦아졌다. 두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아버리고 싶은데,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아서. 아까처럼 달래주는 것조차 없는 키스인데, 그것마저도 좋아서. 그래서 은아는 울기 시작했다. 한울에게 절박하게 매달린 채 어쩔 줄 몰라하며 희미한 울음소리를 흘렸다. 눈물방울이 볼을 타고서 뚝뚝 떨어졌다. 단 맛이, 사과향이, 알콜향이, 어지럽게 섞였다.
다시금 한계가 찾아왔을 쯤, 한울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제서야 은아는 숨을 몰아쉬었다. 어지러웠다. 뜨거운 열기에 이대로 눅진하게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왜... 왜 나를...?"
헐떡이는 숨 소리 사이로 울음기에 젖어 떨리는 목소리가 물었다. 은아조차 지금은 눈치챌 수 있었다. 자신을 욕망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과 입 맞추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러나 동시에 혼란스러웠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한테는 나보다 훨씬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들이 많을텐데. 그동안 네가 내게 보여주었던 배려 어린 행동들을 되짚어보면, 네가 취향이라던 범생이 아이들조차 모두 너를 좋아하게 될텐데. 나는......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그러나 그런 생각을 말로써 꺼낼 수는 없었다. 그르릉거리는 듯한 한울의 낮은 목소리가 제게 경고했으니까. 은아는 그저 투명해진 홍매색 눈동자를 들어 한울을 말 없이 올려다 볼 뿐이었고. 물기에 젖은 속눈썹이 옅게 떨렸다.
은아가 들으면 기함할 생각이었지만 종종 한울은 은아를 괴롭히고 울리고 싶었다. 그 표정이나 반응이 가학심을 부추긴다고 해야할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글러먹고 은아가 잘못 걸렸다는 증거일 테지만.
지금도 잔뜩 붉어지고 흐트러져 엉망인 표정만 봐도 몸에 열이 올라버리는데. 밀착한 몸으로 느껴지는 은아의 떨림과 매달림이 자꾸 불을 당기는 기분이었다. 결국 은아가 희미한 흐느낌을 흘리며 눈물 방울을 떨구자 한울은 조금 만족스러워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 갈증과 성마름이 충동질해오지만.
“글쎄, 왤까.”
한울은 열기어린 눈빛으로 엉망진창인 은아의 얼굴을 내려다 보다가 그 뺨과 눈가에 맺힌 눈물들에 입맞춘다. 살짝 올라가 있는 입꼬리에 장난기와 의뭉스러움이 걸려있다. 한울은 일부러 눈물을 맛보며 제 안의 열기를 수그러뜨리려 한다. 방 안이 아니라 탁 트인 장소인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한울은 이번엔 위치를 바꿔 제가 기둥에 기대고 은아를 완전히 받쳐 안았다. 스르르 바닥에 앉으며 은아의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하고 허벅지 위에 앉혔다. 여전히 상체는 밀착한 상태고 얼굴은 가까웠지만 매달리듯 서 있었을 때보다는 확실히 나았을 것이었다. 한울은 은아의 열기를 달래려는 듯 은아의 입술에 짧게 입맞추고 양 손으로 그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닦아준다. 뜨거움이 가라앉은 눈동자는 따뜻한 애정을 숨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