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나는 살아있는 사람을 고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속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다행일까. 내뱉은 말도 다행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물론 지나는 여전히 착각 속에 빠져있다.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너무 상상력이 풍부해진 것이 문제일지도? 그 상상력을 찬에게 들키진 않아 다행인 점일테다.
지나는 분위기가 우울하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가 이내 찬이 곡을 찾아보고 긍정적으로 평하자 이내 헤헤 웃었다.
“으음, 근데 너무 유행이 지난 거라서... 아, 찬이 네가 전화 찬스 써보는 거 어때? 주변에 이런거 잘 아는 사람 있을 것 같은데...”
지나는 영 모르겠다는 듯 휴대폰을 내려놨다. 최신 유행에 대해 영 잼병인 모양이다.
/찬주 우리 마라탕후루 어때? 지나 분명 부끄럼 폭발할 것 같지만 넘 재밌을듯 >< 딱 찬이가 말한 상황극으로 시작하는 것도 맞고 말이지~~
찬은 지나가 추천해준 춤이 마음에 든 듯,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걸로 하자며 말했다. 발동작만 조금 신경 쓰면 금방 할 수 있을 거라고, 이거보다 더 쉬운 걸로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얘기들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나가 지인에게 자문을 받아보라고 하자,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번 해볼게."
찬은 바로 아는 크리에이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성과 듀엣으로 추기 좋은 유행하는 춤", "틱톡에 올리기 좋은 춤" 그리고 "둘 다 춤을 잘 못 춘다"는 말을 전하며 조언을 구했다. 그 결과 얻어낸 답은...
>>205 해인주 지나 편식? 일단 다 잘 먹는 편! 하지만 쓴 걸 잘 못먹는다! 카페인 들어간 것도 마시면 잠이 잘 안온다나봐. 그래서 일단 커피 종류 잘 안 마시고 쓴 건 피하는 편? 그래도 나물 종류같은 반찬류는 잘 먹지만 쓴맛이 강한 쌈채소류는 못먹는 듯! 해인이 식성 궁금하잖아~!! 편식하는지 가리는 음식은 있는지~! 라고 쓰려고 했는데 밑에 있었군 가리는 거 없고 부타동 좋아하는 거 귀엽잖아~
목떡 플로우 누가 꺼냈어 넘 잘했어 호랑이 현우 소호 목떡 넘넘 찰떡임...... 완전 상상 풀로 해벌임 ㅋㅋ큐ㅠㅠㅠ
>>297 소호주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니 넘 귀여워!!!!!(표효) “꺄 >< 역시 소호도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하는 지나를 드립니다. 지나 멀리서 소호 사진 찍고는 도도도 달려가서 “이거 넘 화보처럼 잘 나온 것 같은데! 어때?”하고 보여주고 막 큐큐 친구를 덕질하는 친구도 괜찮나요 ㅋㅋㅋ큐ㅠㅠ 지나 반응 딱히 뭔가 없을 것 같은데에 부모님보다 조부모님과 더 가깝구나 정도? 근데 조부모님 앞에서 혀짧은 소리 내는 소호 넘 귀엽잖아....(쓰러짐)
[1학년때] 소호: (혀 짧은 소리 내며 전화 통화중)(끊음) 지나: 누구야? 남자친구?! (흥미진진) 소호: 할머니 지나: ? [2학년때] 소호: (위와 같음) 지나: (이미 알고 있지!) 할머니지? 소호: 아니야. 남잔데. 지나: 0ㅁ0!!! 누구?! 소호: (씩 웃으며) 할아버지 지나: (당했다!!)
라는 적폐를 생각해버렷다 아니면 아니라고 얘기해주세요
소호랑 현우 같은 반이면 지나 소호 만나러 반에 갔다가 현우랑 소호랑 같이 수행평가 하느라 머리 싸매고 있는 거 보고 둘이 연애적으로 엮는 상상 해버리고(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이런애라 죄송합니다) 지나는 현우에 대해서 소호랑 스터디 하는 애 정도로 알고 있겠네~~히히
윅기요정 현우주 넘 고마워 흑흑 손도 못대고 있었는데 현우주는 천사야...
다들 쫀밤~~!!!! 오늘의 해인이 지듣노를 들을 수 있따니 넘 영광이자너....(리슨중)
지나는 찬에게 양쪽 팔이 잡혀 약하게 흔들렸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천천히 진정하라는 찬의 말에 잠시 본심인 울상이 나왔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다잡았다. 왜냐하면 내가 선배니까! 선배로서의 위엄을 보여야하니까! (이미 없다)
“그으래! 그러자!”
그래! 이거 말고는 없었다. 확실히 찬의 지인이 감각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일단 몇개 좀 더 볼게.” 지나는 본인의 휴대폰으로 영상을 좀 더 찾아봤다. 탕탕후루후루 소리가 몇번이나 들리고 지나는 진지하게 영상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걸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에 얼굴이 금방 빨개진다.
>>31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잠깐만 현우 더 열심히한대 이런 애 조원으로 데려와서 미안하다 누나가.... 그러면 현우1.8인분 소호 1.2인분이라는 기적의 계산법 나올 거 같은데 소호 먼저 끝나면(먼저 끝날 수밖에 없는 분량이다..) 현우 빤.... 보다가 넌 왜 그렇게 열심히 해?(진짜 왜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하고 한번쯤 물어볼듯요...
근데 이건 제가 궁금한 건데 현우 ppt 잘 만드나요 소호는 아무래도 발표를 할 거 같습니다..
>>344 지나 제가 잘 데려가서 행복한 김밥 만들어두겠습니다 지나야 카카오페이지랑 리디북스랑 시리즈중에 계정 뭐가 필요하니 넌 마음껏 쓰렴..... 헉 뭐지 너무 정확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대신 돌리셔도 되겠는데?? 그냥 필요할 때 마음껏 써먹으셔도? 아 2년동안 당한 지나 너무 기엽다 꼭 3학년엔 새로운 어그로로 찾아 뵙고 싶다.... 아 이거는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지나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b~~~
와 지나랑 찬이 마라탕후루 찍는다 꼭 보고싶다 꼭 보고 지나한테 마라탕 먹고 싶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냐고 장난치고 싶다 찬이한테 나도 사달라고 떼쓰고 싶다...
>>350 소호주 어서와~~!! ㅋㅋㅋㅋㅋ큐ㅠㅠㅠ 지나한테 계정 안겨주면 행복한 김밥이 되어 굴러다닐거야 ㅋㅋㅋㅋ 이렇게 사육당하는 지나(?) 헤헿 정확했다니 기쁘다...!! 지나 분명 한 번쯤 소호한테 물었을 것. "소호ㅡ! 남현우 어때?(소곤소곤)" 그럼 소호 분명 어떠한 답변을 하는데 지나 마음에는 차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네?) 그럼 다시 묻겠지. "아니이! 이성적으로 말야~!" 할 것 같은데 과연 소호의 답변은...?(끌어내도 괜찮습니다아아)(질질)
소파 옆에 던져두었던 크로스백에서 태블릿 PC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전원을 켰다. 태블릿의 메모장으로 구상을 정리하려고 했다. 찬이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지나가 영상을 보면 볼수록 얼굴이 점점 더 빨개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니... 으흐흫... 미치겠다..."
얼굴이 빨개진 지나의 모습을 보자, 찬은 참았던 웃음이 조금씩 터져 나왔다. 결국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살짝 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어쩌면 이 장면이 춤보다 더 하이라이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점점 심각해지는 지나의 표정... 이걸 방송에서 그냥 넘어갈 수 있을까?!
결국 지나가 소파에 얼굴을 파묻자, 찬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 푸하핫... 선배애애~?! 우리 어서 해야 된다고오호호호홓흐흐흫... 아, 진짜 미치겠다하하하... 우리 시간 없어어어~~! 으흐흐흐흫..."
찬은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소파에 얼굴을 파묻은 지나를 원상복귀(?)시키려 애쓰며, 태블릿 앞에 앉히려고 했다.
>>344 어라? 이거 지금..... 설마 지나랑 뭔가 관계가 생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지나주 : 네?;;) 아니 상상하니까 넘 귀여운데요 현우랑 소호가 oO(이자식 이름을 어떻게 빼야 잘 뺐다고 소문이 나지) 이러고 있는 동안에 지나는 저 멀리서 꺄아악 어머나... <:3c 하고있었단거잔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아넘귀여운데?? 너무좋은데???? (현우주 특 : 귀여운 여자애에 환장함)
음하하 글케 거창한일은 아니지만요... 기뻐해주시니 기분이좋으네요 ^_^
>>350 아니!!!! 그래도 소호 1.2인분 하잖아!!!! 0.2인분 더 햇잔아요 이게 숫자는 작아보여도 대단한거거든요 아시죠!!!!!!! ㅋㅋㅋㅋㅋㅋ하~,, 그런 얘기 들으면 갑자기 하던 거 멈추고 좀 머?뭇? 거리다가 성적 떨어지면 안 돼. < 이딴 대답이나 하고 다시 과제할 거 같은데... 애가 솔직하지 못 해서 죄송합니다 현우야. 아무래도 소호를 좀 닮아야쓰것다,,
,,,,,,,,,,,어라 저희 PPT담당이필요한거같애요 빨리 누군가를 섭외해야만......... 근데 소호 발표 깔끔하게 정석으로 잘할거같은느낌............. 이것.. 상상만으로 좋은느낌을준다
뻐근한 눈을 문지르며 계단을 내려와 코너를 돈다. 평소라면 사람 가득했을 짧은 복도는 늦은 시간 탓인지 비교적 고요하고.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향한 곳은 자판기 앞이다. 고민하는 시늉도 하지 않고 익숙한 몸짓으로 버튼을 누른다. 푸른 색 배경이 인상적인 작은 캔 커피. 덜컹! 철통 울리는 소리가 나면 출구를 연다. 거기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캔 하나가 떨어져 있었어야 했는데,
.........왜, 두 개지?
묘한 얼굴이다. 황당해 하는 것 같은가 하면 미심쩍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버튼을 눌러 놓고 한눈 파느라 뽑아놓은 걸 잊고 갔나. 뽑힌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까지도 시원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데. 졸지에 캔 커피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멍하니 서 있다가 이리로 오는 누군가의 기척에 주는 눈길. 잠시 당신을 보다가 자신이 막 뽑은 커피 캔을 내민다.
"....먹어."
...제법 다짜고짜.
ㅡ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듯 일상 마려운 현우주가 일상 판다...^^ 이래도 되는건지 모르겟지만 일단 던져봅니다 초면이라도 구면이라도 아무나 커피사게해주세요 선착한분이런거아닙니다.... 오세요 오세요 많은분들과 짧게짧게 치고빠지고싶읍니다, 감사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유소민, 하핫! 하고 입을 가리고 웃는다. 무슨 의미인지는 자명하다. 그와 동시에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아, 이것이 순수한 웃음이라는 것을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틱톡이란 것도 모르는 모범생. 말 그대로 끌려온 입장인 범생이. 그런 범생이와 같은 조가 되었다. 이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보나마나 뻔하다. PD인 유소민이 모든 면에서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것. 깊은 한숨? 나올 것까지도 없었다. 웃음? 웃음이라면 얼마든지 나왔다. 나오다 못해 물바다처럼 터져나왔다. 한참을 웃다가 눈을 살짝 닦아내려 하며 유소민이 말했다.
“아하, 틱톡~ 을 모르시겠다~? “
“어쩔 수 없지. 내가 하나하나 다 알려주는 수밖에. 틱톡은 말이죠……. “ 라는 말과 동시에 이어지는 설명은 끝도 없다. 틱톡에 대한 정보를 꺼야하는 위키에서 찾아온 것도 아니고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아, 귀를 막고 싶은 이 지긋지긋한 설명들이란!
“그럼 결정. 우리 그냥 아무 노래 춰도 되는 거죠? “
짝! 하고 가볍게 박수를 치고는, 유소민이 물었다.
“수○○바 추자. “
사건은 다가와 아 오 에. 질문은 계속돼 아 오 에. 이 난이도 있는 춤을 문찐에게 추게 한다고? 이건….고문이다….문찐을 놀리기 위한 고문이야.......
지나는 찬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몸을 끌어당기자 순순히 태블릿 앞으로 끌려갔다. 물론 쿠션을 몸에서 떼어내지 않은 채였지만.
"시간 없기느은. 2주나 남았거든?"
반항어린 목소리는 덤이다. 쿠션에 얼굴을 묻으며 웅얼거린다.
"일단 지금 생각나는 상황으로는 부끄럼을 많이 타는 후배가 선배를 짝사랑해서 쫓아다니는데 엄청 숨바꼭질의 달인인 거지. 선배는 시선은 느껴지는데 후배를 못찾다가 어느 순간 딱 후배를 잡은 거야. 그러니까 후배는 당황해서 변명을 고민하다가 대뜸 마라탕을 사달라고 하는 거지."
"그리고 다른 상황도 있어. 선배가 마라탕 사주겠다는 내용의 티켓을 만들었는데 그게 후배들 사이에서 경쟁이 붙은 거지. 선배한테 밥 한 번 얻어먹겠다고. 그런데 후배가 온갖 경쟁 끝에 그 쿠폰을 쟁취해서 선배한테 쿠폰을 내밀면서 마라탕을 사달라고 하는 거야."
"아니면.... 이런 상황은 어때? 후배가 선배한테 밥을 사달라고 하니까 계속 맘에 안드는 데만 데려가는거야. 국밥, 제육덮밥, 해장국 이런 거. 그러니까 후배가 이젠 대놓고 말하는 거지. 마라탕 사달라고."
중얼중얼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일단 뱉어본다. 쿠션을 꼭 끌어안은 채로 말이다. 소설을 많이 읽은 덕에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모양이다.
비록 마지막으로 본 챌린지가 뉴진스의 하입 보이에, 틱톡 한 번 깔아본 적 없는 고등학생일지라도…. 강소호도 노력을 하긴 했다. 태훈이 오기를 기다리며 두 살 많은 사촌 언니이자 유튜버 클로이 킴을 챗지피티 취급 했다는 뜻이다. 프로그램 내용부터 당장 맞닥뜨린 재난까지, 그간의 이야기를 들은 클로이 킴은
[7년 전에도 느꼈지만 한국 학교는 뭐가 문제냐?] 한국의 공교육을 욕했고
[근데 너 춤 개못추잖아] 있는 인기도 사라질 듯…….
잔인한 현실을 알려주더라. 그러니 디엠한 거 아니냐는 억지에 클로이는 몇 분 동안 대답이 없더니 율동 수준의 영상 몇 개를 보냈다. 와 역시 유튜버는 달라. 감탄에 붙는 엄지를 아래로 내린 이모티콘과 덧붙이는 말 [정 안되면 상대한테 떠넘겨라].
그리고 다시 태훈을 바라본다. '하늘 같은' 수식어가 붙는 거 보면 아무래도 1학년 같은데 모든 걸 떠맡겨도 될까.
"우리가 해야 되는 게 커플 틱톡 찍는 거거든? 내가 찾아본 게 있긴 한데, 그 전에 혹시."
친구 따라 천문부 가던 17살 강소호가 고려하지 못한 게 있다면 10시 반 취침 바른 생활 청소년에게 천문부 활동은 때때로 불면증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할 일 다 끝내고 아직 안 자는 친구 괴롭히기까지 모두 끝냈는데 잠이 안 온다. 다음 날 괴담으로 나타나도 무방할 모습으로 복도를 방황하던 강소호는 익숙한 뒤통수가 보이자마자 직진했다가,
"혹시 커피 나눔이 취미인 편?"
내밀어진 커피캔을 빤히 바라보다가 순순히 받아 든다. 빠르게 한 손으로 캔을 따는 손길이 제법 거침이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