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뒤로 의문스런 시선이 따라붙는다. 무지한 상황에도 일말의 두려움은 느껴지는지 소민의 얼굴 바라보는 표정이 영 착잡함을 감출 수가 없다. 길게 이어지는 웃음의 의미롤 알 수가 없어서 그칠 때까지 조용히 눈치만 봤다. 단순히 세상 유행 모르는 제 모습이 우스워서? 아니면 다른 이유? 슬며시 복잡해지려던 생각은 예의 그, '틱톡'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와르르 묻혀 사라지고.
.....
길게 이어진 설명 끝에 남현우는 틱톡이 어떤 것인지 대충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로는'. 도저히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도 분명히 있었지만(예를 들면, 춤을 추거나 웃긴 영상을 찍어서 sns에 올려? ...왜? 뭘 위해서? 같은 생각들), 말 꺼내면 괜히 귀찮아질까 싶어 그냥 요즘 유행이 그런 거라니까, 같은 말로 애써 내리눌렀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얼른 끝내고 남은 할 일을 하는 게 나을 테다. 공부까진 아니더라도 짐 정리를 한다든지, 방 청소를 한다든지. 그런 것들.
수○○바 추자. 소민의 제안에 그래, 그럼. 대뜸 수락하고 말았다.. 비록 그게 뭔진 전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찍어 올리는 거라면 그리 어렵지는 않겠거니 어렴풋이 생각하며. 맞게 될 매가 거진 불몽둥이에 가까운 것임은 짐작도 못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금 찍는거야? 뭘 하면 돼?"
카메라 세워진 구석을 흘끔 본다. 어쩐지 갑자기, ...카메라가 의식되기 시작하는 건 왜인지?
심장 심하게 뛰면 공부에도 되려 불이익이라. 익숙한 얼굴. 상대의 두 눈꺼풀에도 피곤이 그득히 들어차있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캔 따는 소리, 이 시간에 이런거 마시면 키 안 큰다. 문득 이런 소리에 이젠 기도 차지 않게 된 자신이 신기할 따름이다. 얘도 꽤 피곤한가보다 싶은 마음만 든다. 익숙해지긴 했나 보지. 아쉽게 됐다, 내가 그런 거 신경 안 써서. 한숨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되받아치며 자신의 캔을 딴다. 칙. 자판기 옆 벽에 가볍게 기댔다.
2주나 남았다는 지나의 반항 어린 반박에 찬은 아주 논리적인(?) 대답으로 응했다. 쿠션에 얼굴을 묻은 지나에게 "자자~ 남은 떡볶이 먹으면서 하자~"라며 달래듯이 말하는 것은 덤이었다.
"오옹..."
처음에는 삐진 고양이처럼 굴던 지나가 상황극 아이디어를 술술 내놓자, 찬은 작은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한다. 역시 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 걸까? 이렇게 순식간에 세 개의 아이디어가 나올 줄은 몰랐다.찬은 머릿속에서 지나가 내준 아이디어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티켓을 만들기 귀찮다는 이유로 패스했다. 후배들에게 티켓 경쟁을 시키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현실성과 드라마틱한 면이 적절하게 섞여 있었다. 짝사랑을 해서 쫓아다니는 것은 현실에서는 드물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보다가 힐끔힐끔 보는 게 전부인 것이 현실 아닐까.. 하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코드라고 생각했다. 짝사랑이니깐! 당황해서 마라탕 사달라는 말이 헛나온 것도 나름 현실감을 더한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아이디어는 매우 현실적이고 공감대도 충분할 것 같았지만, 드라마틱하지 않고 전개가 너무 쉽게 예측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찬은 첫 번째 아이디어를 선택했다.
"와... 선배 천재야? 어떻게 순식간에 이렇게... 작가 해보는 게 어때? 일단 나는 첫 번째가 베리굿."
원래 숙제는 직전에 해치우는 맛이 아니던가! 하지만 일찍 끝내고 노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열정적인 두 사람이 모이면 일찍 끝내려다가 좀 더 잘해보자는 마음에 마감날까지 끝나지 않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이것 보라. 마라탕후루 찍으려다가 드라마 찍게 생겼다! 하지만 지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서도.
지나는 찬이 천재냐는 말에 물음표를 띄웠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 않아? 아, 첫번째? 확실히 나도 그쪽이 연기하기 편할 것 같애. 사실 지금도 엄청 부끄럽거든.”
으으으 소리를 내면서 쿠션을 뭉개다가 이내 포기한 듯 쿠션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식어가고 있는 떡볶이를 오물오물 먹었다. 당이 당겨서 쿨피스도 마신다.
“아, 따라다니다가 숨는 장면은 개그적으로 묘사해도 재밌을 것 같아. 뭔가, 숨지 못할 것 같은 곳에 숨는데 그게 또 절묘하다거나?”
"그래? 나는 사실 내가 구상하자고 해놓고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거든. 이렇게 빨리 아이디어가 결정될 줄은 몰랐네?"
찬은 자신이 아무 생각도 없었다는 말을 마치 자랑처럼 하며, 지나에게 쌍따봉을 날리며 감탄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떡볶이를 먹는 지나 옆에서 터치펜으로 태블릿에 지나가 말해준 상황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간단히 요약된 상황 옆에 화살표를 그리고는 장소, 물품, 대사 등의 단어들을 적어 넣었다.
"좋네~ 이렇게 하면 시청자들도 처음엔 웃겨서 더 집중하게 될 거야. 도입부가 루즈하면 곧바로 다른 채널로 돌리거든. 그렇다면..."
찬은 터치펜을 딱딱 두드리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떡볶이를 먹고 있는 지나의 팔을 가볍게 두드린다.
"선배에게 익숙한 도서관에서 하자. 내가 책을 고르러 도서관에 가고, 선배는 조용히 날 따라오는 거야! 그러다가 내가 눈치를 채고, 건너편 칸에 선배가 있는 걸 직감하지. 그래서 책을 하나씩 뽑아내면서 건너편을 보려고 하는 거야! 그러다 선배는 얼굴을 가리고 기어서 탈출에 성공하는데, 나도 같이 나와버리니까 아무 데나 자리를 잡고 책으로 얼굴을 가리는 거지!"
>>384 캬악!!!!!!! 잠들기 전 간신히 세이프!! 소호주가 추천해준 거 좋아! 내가 생각한건 대충 이런 느낌? https://www.youtube.com/shorts/UDrelMeMjxY 과연 쭈태의 춤실력은..!?!? 아직 생각 안해봤으니까 이런건 다이스에 맡겨!! .dice 0 100. = 32 50 평균으로 두고 0은 너 춤 개못추잔아~ 100은 ㅁㅊ 얘 뭐야...........? 입 떡 벌어지는 춤선 정도로
>>398 너 좀 아저씨 입맛이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목넘김은 제법 거침이 없어 보이는데. 이제 겨우 한 모금 홀짝거렸을 뿐인 제 커피 캔 한 손에 쥐고 물끄러미 상대를 바라보았다. 워낙에 인상 딱딱해 티 안 난다 뿐이지 어쩌면 제 딴엔 조금 눈 흘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여간에 뻔뻔하기로는 제가 아는 사람들 중 최고봉인 걸 이미 알았음에도.
"내신점수엔 반영 안 한다고 하셨어."
기울어진 고개와 달라진 눈빛만 보아도 이미 대답은 충분하다. 목소리에서부터 이미 포기했음이 적나라하게 느껴지길래 안심시키는 말 한 마디 툭 던졌다. 그래도 준비해 두면 좋긴 하겠지. 불필요한 사족은 덤.
"아니. 아직. 잠깐 범위만 집중적으로 보고... 끝내고 자야지."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내려다본다. 곧 있으면 자정 즈음인가. 뻐근해진 눈 꾹 감고 떴다가.
"제가 추는 모습부터 한번 보세요. " 라 말한 뒤, 소민은 보기 좋게 수○○바를 추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수○○바의 [ 챌린지 부분 ] 만 추기 시작했다. 어디서 배워온건지 처음부터 이 곡을 추게 하려고 작정하고 온 건지 챌린지 추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역시 하트시그널의 부장. 디렉팅 능력 하나 만큼은 누가 따라오지 못한다. 특히 저 노 바 부분. 딱 딱 절도있게 추는 것이 한 두번 연습한 것이 아닌 듯한 솜씨.
"자, 이정도면 충분히 출 수 있겠죠? "
챌린지 파트 부분만 정확히 마치고, 유소민이 이렇게 말해왔다.
............겠냐?
사람은 한번 보고 들은 것으로 바로 따라하지 못한다. 연습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근데 지금 유소민이 말하고 있는 이야기는 뭐다? [ 한번 해줬으니 이제 바로 실전 하자 ]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애초에 가능하긴 한 것인가?
"남현우 학생, 연습은 몇번 정도 필요하실까~? "
장난기 있는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온다. 이번에는 똑똑히 시야를 맞추려는 듯 올려다 보고 있다. .......아, 열받아!
고작 단어 하나 더 붙었을 뿐인데 어감이 확 달라졌네. 짐이라고 할 것도 없는 몇장 옷을 어수선하게 밀어넣으며 코를 찡긋했다. 공식 이름부터 미션까지 노골적으로 이래도 안 친해질거야? 이래도? 화아악 밀려오니까 진짜 정신 못차리겠다고. 다 내려 놓고 임시 짝이 된 소호 누나 맞은 편에 털썩 앉아버렸다.
“춤이요? 이~ 일단 관절은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디~”
폰을 꺼내 쥐며 먼 산, 아니 천장 모서리를 멍하게 향하는 눈동자. 너 잘 추냐고 묻는다면~ 안타깝게도 기대에 부흥하진 못할 것 같다. 갓 태어난 기린처럼 뚝스딱스 해버리는 춤사위를 본다면 아마 뒷목을 잡을지도. 아무튼 재밌네~ 이제 인사 하고, 짐 풀고, 만난지 5분도 안된 한쌍끼리. ‘커플 틱톡’ 찍어 올리라고, 이래서 미션이라구 하나벼~
“멀 골라야 잘 골랐다고 소문 날라나~”
앞전에 말이라도 해줬음 준비라도 해왔지~ 너무 한거 아녀~ 틱톡 켜고 이것저것 찾아보며 슥슥 아래로 화면을 내려간다. 다른데랑 안겹치고 싶은데 조회수 제일 높은건 이미 채갔을 것 같아서 괜히 손짓도 신중해졌다. 할 건 진짜 많은디~ 그보다 중요한건..
”어!! 맞어 컨셉!! 왜 생긴대로 논다니께~ 이미지 맞는걸루다가 하나 딱 집어갖구! 쩌기 해보는거 어때요?“
2~3분 정도 지났을까. 뭐 대단한 거라도 발견한 것처럼 갑자기 목청을 높인다. 다들 알만큼 잘 나가는 거 고르는 것도 능력이라면 페어 느낌 살리는 것도 능력 아니겠냐고. 하, 쭈태훈 댕천재네 진짜~ 이미 한 건 다 해결한 것마냥 자뻑 가득한 표정이다.
떡볶이를 먹다가 찬이 팔을 두드리자 ? 하고 고개를 돌리니 찬이 열심히 태블릿에 뭔가 적어놓은 것이 보였다. 이어지는 말에 지나도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말을 받았다.
“좋다~ 사실 넌 영화제작부 일로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 들렸던 거지. 거기서 결국 나를 찾지 못하고 이번에는 만화부로 가게 되는거야. 거기 코스프레 옷 엄청 많으니까 의상 관련해서 말이지. 거기에 내가 몰래 따라갔다가 네가 돌아보는데 내가 아무 옷이나 걸치고 마네킹 사이에서 마네킹인 척 하는 거지. 결국 영화제작부까지 따라갔다가 숨었는데 너한테 딱 걸린 거고.”
그럼 장소는 3군데 정도일까. 이대로라면 영화제작부 부실에서 춤을 춰야 되겠네. 으으. 상상하니까 다시 부끄러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