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0693>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임시스레) :: 1001

◆MjRAeKhiz2

2024-08-13 09:12:58 - 2024-09-23 18:13:26

0 ◆MjRAeKhiz2 (NchKwKy7oA)

2024-08-13 (FIRE!) 09:12:58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869 엘리 - 진행 (gaTm1U8mQs)

2024-09-15 (내일 월요일) 22:20:41

@@>>866

씨익.

'그거야 간단하지.'

우선 노려야 할 것은 흉갑 청년이다. 이 자리에 모인 높으신 분들이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긴 어려우니. 유일한 전투원을 제압해두는 편이 간단했다.

묶인 상태에서 손톱을 자라나도록 한다. 그리 한다면 자연히 밧줄이 끊으면서 자라나겠지. 풀린다면 다리의 구속 역시 풀고서, 흉갑 청년의... 후두부를 노렸다.

아무리 손톱이 단단하고 송곳니가 튼튼해도 흉갑을 뚫는 관통력은 없었으니. 투구나 머리를 보호하는 장비가 없는 지금은 후두를 노리는 게 나을 것이다.

870 ◆MjRAeKhiz2 (S5SCvWs5Z2)

2024-09-15 (내일 월요일) 22:49:35

>>868
식사가 시작됩니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허여멀건한 밀이나 잔뜩 들어갔으면 다행일 밀죽은 네모나게 썰린 고기와 치즈가 들어가 맛이 더 진해지고, 부드러워졌습니다. 물론 토끼고기는 고기치곤 특유의 맛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고기는 고기라고 육식성인 누누코의 입 안에서 원래대로라면 고통스러워야 할 밀죽의 풋내를 진한 고기맛으로 바꿔 주었습니다. 그리고 기러기 간 구이는... 누누코는 숲쥐나 토끼를 먹을 때는 뇌까지 먹어치워야 겨우 맛볼 수 있던 기름의 맛에 눈을 빛냅니다. 한 입 베어물 때마다 기름이 들어찬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은데, 다른 상황이라면 구역질이 나겠지만 영양 섭취가 부족한 그녀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따, 덩치도 작은 처자가 밥은 황소처럼 해치우고 있네잉."

"나는 밥 못 먹고 돌아가신 우리 어매 옆에 있어도 이거 다 못 먹을 거 같은디 대단도 혀."

부부는 보기만 해도 배부른 누누코의 먹방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고, 요한은 그 옆에서 친절하게 꼬치를 한접시 더 밀면서 말합니다.

"조금 돈을 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렇게 빠르게 식사를 끝마치고, 요한은 누누코에게 말합니다.

"잠시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좀 나누실까요? 물론!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방이래봤자 누누코가 일어났던 그 식료품 창고입니다. 네, 거기요.

//참고로 토끼고기는 누누코가 보팔토끼 수인이라서 등장하는 건 아니고, 전근대 시대에서 사냥꾼의 도움 없이 평범한 농민 선에서 사냥할 만한 한계선이라 그런거!

871 아앨라나 - 진행 (2ApGX0HDfw)

2024-09-15 (내일 월요일) 23:09:06


@@ >>843

"그런가요. 숲의 밖에서 보고 가질 수 있는 것에는 흥미롭다고 생각되어요. 특히, 그 생물은 독특해요. 그러나 생물은 기른다는 것은 그 존재를 확실히 책임져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좋아요. 하지만 저로서는 스스로를 확신할 수 없어요. 그러니 일반적인 도구가 좋겠지요"

그녀가 말했던 명칭들은 제작자나 그 관계자들을 일컬는 것일거에요. 그들은 숲의 밖에서 어떠한 모습, 무엇을 할까요? 물건을 사고 팔고 하는 것이겠지요. 그녀의 설명은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앞에 두 가지는 보통의 도구라고 생각되지만 마지막 세번째는 아니에요. 마법적으로 인위적인 방식으로 탄생한 생물. 자연적으로는 없을 특징을 가진 부여되어 꾸며진 존재. 정말 자연적으로 없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다가 저는 문뜩 묘한 느낌이 들었고 이내 생각이 들었어요. 냄새란, 생물의 활동에서 여러가지 의미와 역활을 가져요. 저희가 하는 행동은 그 냄새를 퍼트리게 되는 것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다른 존재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즉, 숲 어느 한켠에서 그것이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네요. 곰...인가요? 그러고 보니 저희의 행동은 좋지만 나쁜 것이에요. 곰의 후각은 뛰어나요. 그리고 그 곰은 기분이 좋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제가 느끼게된 묘한 느낌의 정체는 숲 속의 어느 한 존재, 곰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존재의 출현을 알려주었던 것이였어요. 이것은 저희가 한 행동이 화근이 된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베스니 씨, 즐거운 대화 시간은 지금부터 아니게 될 것 같아요. 저의 말을 침착하고 들어주세요. 저 앞 쪽에 냄새에 이끌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인 곰이 나타났어요. 저희의 곁에 다가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보여요"

성급한 행동은 포식자의 본능을 자극하고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럴때 일 수록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할 거에요. 저희가 단순한 피식자가 아닌 존재로서 상대하기에 난해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에요. 저는 그녀에게 제가 파악한 상황을 전달하였어요. 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면서도 주시하며 즉시 곰의 행동에 대하여 움직일 수 있도록 경계했어요

872 누누코 (LOaIZ8PhSM)

2024-09-15 (내일 월요일) 23:12:16

@@ >>870
맛이 어떤지,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따질 겨를이 없었다. 고작해야 굶주린 산 짐승 정도를 잡아먹었던 지난 날에 비해서는 최고의 식사였다. 그렇게 오리알을 시작으로, 통째로 구운 닭까지. 상에 있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울때까지 이미 누누코에게서는 주변의 사람 말은 들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누누코는 만찬을 해치운다.

그리고 잠시 뒤, 요한과 누누코는 단 둘이 방 안에 있었다.
물론, 짚단과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누누코의 아늑한 임시 침실이었다. 그런 곳의 창문으로 누누코는 눈만을 빼꼼 내밀고서 토끼귀를 세우고 있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네."
누누코는 결론을 내린듯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종이로 기운 창문을 닫았고. 벽에 기댄 채로 요한이 운을 틔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해."

// 설명 감사해요~ 혹시 누누코가 현재 입고있는 복장도 어떤지 알 수 있나요?

873 ◆MjRAeKhiz2 (S5SCvWs5Z2)

2024-09-15 (내일 월요일) 23:22:27

>>869
"여러분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종자 숫자? 언제부터 그들이 사라진 사람들의 숫자를 셌다고 생각합니까? 그들은 '제가 원하는 숫자'를 눈치껏 적어내는 겁니다. 한동안만 숨 죽이고 있으면..."

...있으면? 있으면 그 다음은? 귀족들은 다음 이야기를 들으려고 귀를 더 가까이 기울입니다. 그래서 뭐? 안전하다는 건가? 안심해도 된다는 건가? 하지만 청년은 답이 없습니다. 그저, 가래 끓는 듯한 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뚜둑 하는 소리가 들리고, 툭! 하는 소리가 들릴 뿐입니다. 뭐가 됐건 간에 인간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귀족들이 웅성거리는데... 잠깐. 이게 뭐죠?

"...'미식'이 어디 갔지?"

"뭐야, 어디 간 거야?"

귀족들의 웅성거림이 커지다가, 불빛이 다시 원래 비추려던 '미식', 아니, 이제는 '미식가'를 비추자 사라집니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아주 잠깐 동안 옐리사베타로 위장했던 그녀는 청년의 목을 잘라서 바닥에 던져버린 채, 관중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눈동자로 전합니다.

너네 다 죽었다고.

어둠 속에서 귀족들이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괴물이라고, 미친년이라고, 죽일 년이라고. 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엘리가 할 말은 그것뿐입니다: 그래서요?

"...이런 미친!"

"넌... 넌 뭐야?! 뭐 하는 년이야!"

누가 뭐라고 묻지만, 대답하는 것은 엘리의 자유입니다.

874 ◆MjRAeKhiz2 (S5SCvWs5Z2)

2024-09-15 (내일 월요일) 23:55:35

>>872
"미스터 스위트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좀 생각해보았습니다."

요한 브룬은 원래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누누코가 그런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는 것도 잘 아는지 이번에는 정말로 빠르게 본론을 찌릅니다. 누누코는 아까 전에 깨끗하게 씻어서 더러운 몸을 정결하게 만들었고, 옷도 새로 입었고, 밥도 먹었으니 이제는 일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되었다. 요한 브룬은 아침까지만 해도 누누코가 침대로 쓰던 곡물 푸대 위에 앉더니, 손가락 세 개를 펴고 그 중 하나를 접습니다.

"첫째, 그냥 우리 둘이 힘으로 뚫는 겁니다! 방해하는 사람들은 죽이고, 막는 것들은 전부 부수면서요. 아마 누누코 씨가 미스터 스위트를 죽이고 탈출할 때 이런 대범한 방법을 쓴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너무 많은 이들이 죽으면, 그 사망자들의 죽음이 윤리적으로 옳은지는 둘째치고 우리한테 많은 이목이 쏠릴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 행동은 공식적으로 '마차 강도', 누누코 씨의 행동은 '반역 및 살인' 인 상황에서, 그렇게 이목을 끌어봤자 현상금 사냥꾼 말고는 붙을 이들도 별로 없구요."

본론 찌르나 싶더니만, 또 장황하고 어렵고 긴 말 하는 버릇 나옵니다. 대충 말하자면, 누누코가 미스터 스위트네 저택 박살내던 때처럼 그냥 들어가서 다 때려부수고 들어가서 다 때려부수고 나오는 방법인데, 이목을 너무 심하게 끌어서 앞으로 처신하기가 힘들어질 거란 얘깁니다. 요한은 두 번째 손가락을 접습니다.

"두번째, 도둑처럼 숨어서 들어가는 겁니다. 물론 몰래 움직이려면 준비할 수 있는 장비가 삽 말고는 없어서... 솔직히 말하면 누누코 씨의 전투력에 완전히 의존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성공만 한다면, 미스터 스위트의 고용인들은 자기한테 봉급 주던 주인 시체가 사라졌단 것도 모를 겁니다! 그러기가 조금... 어렵겠지만요."

네. 그냥 시체 도둑질 하자는 얘깁니다. 그리고 요한은 마지막으로, 누누코의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정하고 정갈한 평복을 가리킵니다. 상의와 하의로 나뉘는데, 상의의 긴 밑단이 아래로 내려가 바지를 가려 원피스 역할을 수행하고, 밑단의 옆에는 길게 옆트임이 나 있어 누누코가 각력을 발휘해 누군가의 골통을 박살내야 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놨습니다. 요한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군요.

"그 옷은 살인에도 훌륭하지만... 사회적인 친교 기능을 보조하는 데에도 더없이 훌륭한 옷이죠! 그러니까, 만약 누누코 씨만 원하신다면, 저는 마차 행상, 그리고 누누코 씨는 그 마차 행상의 조수 같은 느낌으로 위장해 미스터 스위트의 집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들키면 뭐... 고생하겠지만, 마차를 가지고 저택에 들어갈 수 있으니 시체만 한번 파내고 나면 나가는 건 쉬울 겁니다!"

요한은 세 가지 선택지마다 손가락을 다 접어 결국 주먹을 쥐었습니다. 그리고 누누코에게 묻는군요.

"자, 누누코 씨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군요. 어떻게 하시는 게 좋겠습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875 아앨라나주 (2ApGX0HDfw)

2024-09-15 (내일 월요일) 23:58:54

진행 수고하셨어요!

876 누누코주 (NrcZoL7Nh2)

2024-09-16 (모두 수고..) 00:06:37

캡틴 수고했어요~~ 다른 분들도 또 봐요~~

877 엘리 - 진행 (PfjcGXtRmQ)

2024-09-16 (모두 수고..) 00:24:14

@@>>873

"흐음."

일족의 흡혈귀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세스타우 성에서 만난 인연들에게 댄 이름인 엘리.

"딱히, 이름을 대고 싶지는 않네. 멋대로 생각해."

그 이름 둘 모두. 이들한테 대기에는 과분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내 이름, 오래동안 기억하지도 못할테니까.

//캡틴 수고했어!!

878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11:00:34

>>877
"야, 저 년 죽여! 뭐 하는 거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제가 쯧, 하고 혀를 차더니 손가락을 딱딱 칩니다. 그러자, 주변을 지키고 있던 붉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엘리에게 칼끝을 겨누고 달려들지만, 엘리는 그 병사들의 움직임이 정말 가소로울 뿐입니다.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불 하나 안 켜고, 고작무대 조명 하나에 의지해 그녀를 쫓겠다고요? 굳이 엘리가 얼마나 멍청한 발상인지 지적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엘리가 자신을 비춘 무대 조명의 자리에서 살짝 발을 비켜 어둠 속으로 숨자... 그들의 칼은 허공을 가르고 찌릅니다.

"이이익!"

엘리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을 알아볼 밤눈은 있는지 엘리가 움직인 방향으로 다시 칼을 휘두르고 찌릅니다. 하지만 엘리는 그들을 비웃듯, 춤을 추듯, 경동맥을 찌르려는 칼을 옆으로 몸을 틀어 가볍게 피하고, 배를 그으려는 칼을 뒷걸음을 성큼 해서 피하고... 마지막으로 누군가 둔기로 엘리의 머리를 찍으려고 다가오자, 엘리는 그 둔기에 엉겨붙은 피와 은발 머리칼을 보고 저게 누굴 때렸었는지 깨닫습니다.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죠. 엘리는 피하는 대신, 초인적인 속도로 그 경비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서, 둔기를 잡은 어깻죽지에 머리를 턱 올리고 속삭입니다.

너구나?

"커흑?!"

엘리는 그의 호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옆구리를 찌르고, 경비가 비명을 지르며 둔기를 놓치자 그것도 놓치지 않고 둔기를 붙잡아서, 다른 경비병들이 엘리를 뒤돌아보기도 전에 그의 허리, 무릎, 어깨를 순서대로 부숴버리고 주저앉힙니다. 순식간에 병신이 되는 고통을 느낀 사람의 비명은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소리가 되어 울려퍼지고, 엘리는 둔기를 던진 채 무대조명 위로 그를 던지고, 그 위에 올라타 칼로 수십번을 난자합니다. 더 좋은 점은, 그러고도, 상대는 살아있다는 겁니다.

"아, 으아아...!"

"씨... 씨발! 불 켜!"

"안 돼! 불 키면 우리 다 좆된다고!"

엘리의 밤눈에, 불을 켜려고 옥신각신 다투는 귀족들이 보입니다. 왠지 알 것 같습니다. 불을 켜면 신원이 다 특정될테고, 그러면 다 '좆될' 테니까요. 하지만 불을 끄고 싸우자니 어둠 속에서 서로 찌르지나 않으면 다행일 판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엘리는 어떻게 하나요? 저 귀족 말대로 불을 켜는 걸 돕습니까? 아니면 일단 어둠 속에서 싸우고 죽일 만큼 죽이고 찌를 만큼 찌르고 빨 만큼 빤 뒤 불을 켜겠습니까?

879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11:08:49

>>871
"아앨라나 씨? 그게 무슨... 오, 맙소사..."

눈 앞에 불곰이 있습니다. 그것도 며칠 굶은 지 침을 질질 흘리는 불곰이. 이건 좋지 않습니다. 베스니는 아앨라나의 뒤에 생쥐마냥 숨더니, 도움 안 되는 온갖 헛소리를 합니다. 혹시 마녀가 호신 마법은 안 가르쳐 줬느냐, 드루이드의 동물 교감 같은 것으로 저 불곰이랑 어떻게 대화 안 되냐, 아니면 정신지배 마법 같은 건 없냐, 텔레포트 마법으로 도망치면 안 되느냐... 아앨라나보다도 가말라시엘이 더 거슬렸는지, 그녀에게 텔레파시로 말합니다.

'저라면 저 음유시인을 곰에게 던지고 도망치겠습니다. 어차피 이 근방 지리는 훤하시지 않습니까, 사도님?'

베스니에게는 참 심한 소리를 하는데, 아앨라나는 양 쪽의 말을 전부 다 씹고 곰의 시선을 피하면서, 천천히 몸을 들고 당당한 자세로, 겁먹지 않았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합니다. 하지만 곰이 계속 다가오고... 베스니의 숨은 점점 가빠지고... 가말라시엘이 재촉합니다.

'사도님, 전 여기서 썩은 지팡이가 되어 묻힐 생각은 없단 말입니다.'

880 엘리 - 진행 (PfjcGXtRmQ)

2024-09-16 (모두 수고..) 12:21:54

@@>>878.

'하려면 재미있게'

내가 쾌락주의자나 재미를 쫓아서만 살아가는 부류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 기왕 하는거 재미있게 가는 게 좋지 않겠는가.

만약에, 어지쩌지 살아남아서 불을 켰는데 방금까지 복작복잓자던 와중에 옆에 아무도 없고 몇명만 살아있는 모습이 연출된다고 생각해보자.

'재미있을 것 같은데~'

당장 하자.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881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16:45:08

>>880
순식간에, 동방에서 온 이름모를 귀족을 잡아먹으려는 파티는 대학살 현장으로 변합니다. 어차피 여기 앉아있는 모두는 적이니, 엘리는 아무나 붙잡아 등을 찌르고 목에 이빨을 꼽아 피를 마십니다. 밝은 밤눈으로 보면, 식인종들보다도 더 웃기게 싸우고 있습니다. 그놈들은 최소한 피아식별이라도 됐는데, 이 녀석들은...

"으아아아악!!!"

"이봐! 난 너랑 같..."

퍽! 철퍽! 푸쟉! 귀족들은 패닉에 빠져서 서로를 찌르고 죽입니다. 정말로 우스운 광경입니다. 일부러 이러는 거라 봐도 무리가 없을 지경입니다. 얼마나 멍청한지 모릅니다. 엘리는 그걸 보고 웃는데, 어째 엘리가 죽이는 인간들보다 서로 죽이는 인간 수가 더 많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 때, 갑자기 불이 확 켜지더니 폭음탄이 터집니다.


꽝!!!!


언제 들어도 적응되지 않는 귀청이 터지는 폭음과 함께 아직도 살아남아 있던 이들이 쓰러지고 불이 켜집니다. 귀족들은 작게는 베인 상처부터 크게는 배에 찔린 상처를 입은 채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누군가 엘리의 어깨를 턱 잡습니다. 엘리가 반사적으로 손아귀를 들어 베려고 하지만, 그 손아귀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 멈춥니다. 그녀를 데려온 거한도 아닌, 비냐입니다. 그녀는 후드를 뒤집어쓴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말합니다.

"식료품 창고를 통해 나가야 해요. 빨리요!"

882 엘리 - 진행 (PfjcGXtRmQ)

2024-09-16 (모두 수고..) 17:20:28

@@>>881

"...응! 알겠어!"

잠시동안 머리를 굴려봤다. 비냐는 왜 여기 있는가. 폭발은 왜 일어났는가. 난 왜 식료품 창고로 가야 하는가.

단 하나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뭐, 비냐의 말을 들어야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말을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손 잡아!"

식료품 창고가 어디인지는 비냐만 알 일. 앞장서는건 그녀가 해야 했지만... 내가 더 빠른데. 그건 서로 늦어지는 일이 아닌가. 그러니 손을 잡고 비냐를 이끌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면 되겠지.

883 누누코 (XVmjqQRkwA)

2024-09-16 (모두 수고..) 18:59:41

@@ >>874
누누코야 당연히 첫번째 안에 더 이끌리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본능대로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신성한 들판의 전사에게 싸움이란 살아가는 이유와도 같았고, 겸사겸사 인간들을 자신의 손으로 찢고 부술수 있다면 그것은 호재나 다름 없었다. 그 최후가 죽음이라도 기쁘게 맞이할 것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누누코는 자신의 목표를 떠올렸다.
누누코의 목표는 물론 인간들을 향한 복수이다. 그러나 혼자서는 그것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정보가 필요했고, 저택에 되돌아가서 무사히 나온다 한들 요한의 말대로 얼굴이 알려지면 곤란했다. 자신뿐이라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대변인 -사실은 거의 변호인에 가까웠지만- 역할을 맡고있는 요한이 움직일 수 없게되는 것은 곤란했다.
결국엔 그가 자신같은 외지인이 아니고, 인간사회에 몸담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선택지가 없군."
그것을 알아차린 누누코가 언짢으면서도 마지못해 인정하는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어쩌면 이 눈앞의 입 살은 남자가 처음부터 자신이 두 번째 안을 고르도록 유도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게 그다지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쨌든 누누코는 복수로 이어지는 혈흔을 찾을 수만 있다면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넘기고는, 그의 설명에 몸을 움직여 자신이 입은 옷을 찬찬히 살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무리에 숨어들 수 있도록 '평범한 옷' 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마치 검을 곱게 감싸둔 천처럼, 언제든지 누누코가 야생의 폭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사적인 조치가 되어있는 옷이었다.

"후흥."
누누코는 가볍게 다리를 뒤로 쭉 뻗어보이고는 말했다.

"기장이 너무 길어. 그것빼고는 나쁘지 않아."

884 누누코주 (XVmjqQRkwA)

2024-09-16 (모두 수고..) 19:00:23

안녕하세요~~~ 다들 좋은 추석 보내고 계신가요~~

885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20:17:20

>>884
목요일날부터 다시 일나간다 생각하니 우울해

886 엘리주 (PfjcGXtRmQ)

2024-09-16 (모두 수고..) 20:18:27

캡틴힘내ㅠㅠㅠ

887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20:30:31

>>882
엘리는 비냐를 마치 짐짝처럼 들고 움직입니다. 엘리가 그렇게 힘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아까 전에 대량 학살의 현장에서 기름기 흐르는 영양가 좋은 피를 꽤나 마셨기에 체력은 부쩍부쩍 오른 덕분입니다. 비냐는 엘리가 잡고 가는 대로 흔들리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가리켜야 할 방향도 다 가리킵니다. 사교 파티장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그 덕분에 비냐와 엘리가 움직이기가 더 편한 면도 있습니다. 어차피 사방팔방이 피바다가 되는 마당에, 피 묻은 여자 한 명이랑 그 여자한테 잡혀가는 하플링 여급 하나가 눈에 띌까요?

"왼쪽 계단으로 내려가요! 그리고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비냐는 악악대면서도, 계단의 단차에 발이 닿을때마다 콩,콩, 콩, 하면서 시야가 위아래로 마구 흔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할 말은 다 하는군요.

"제가 오늘 사교파티 주방보조 한 명으로 들어오라고 임무를 받았는데, 이렇게까지, 심하게 할 줄은, 그 분도... 오른쪽이요!"

휙! 엘리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고, 딱 봐도 '나 식료품 창고요'하는 듯한 곳에 도착합니다. 엘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는데... 엘리를 마차로 이곳에 데려왔던 거한이 배를 움켜쥔 채 피를 흘리고 있군요. 그는 입으로도 피를 흘리면서 둘을 바라봅니다. 왼쪽으로 돌아, 오른쪽으로 돌아, 정신없던 비냐는 엘리의 손을 뿌리치고 그 거한에게 달려갑니다.

"엘리 님! 일단 이 아저씨를 지혈할 테니까 누가 안 오나 좀 봐주세요!"

비냐는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거한의 입에다가 쓴 뿌리를 물리고, 횃불을 들어 배를 냅다 지져버립니다. 으으으으읍!!!! 미친 듯한 고통의 소리와 고기 익는 냄새가 퍼지지만, 다행히도 기절하지 않았습니다. 비냐는 한숨을 쉬고 나서 곡물 푸대를 당겨서 숨겨놨던 개구멍이 드러나게 하는데, 갑자기 식량 창고를 쾅! 두들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쩌다 실수로 부딪친 게 아니라, 반대편에서 고함이 들리고 하나, 둘, 하는 구령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여기에 무언가가 숨은 걸 눈치챈 것 같습니다.

"이런! 뱀파이어 님! 저거 어떻게 못 해요?!"

888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20:41:19

>>883
"그건 나중에 조치해드리죠. 아무튼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앞으로 할 행위를 '도둑질'이라 부르겠지만, 저는 좀 더 정중하게... 당사자들과 사전 조율이 잘 되지 않은 채증 절차라고 부르겠습니다."

요한은 웃으면서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안을 골라준 누누코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누누코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첫번째 방안대로 간다면 당장 누누코를 못살게 굴었던 인간들을 깡그리 죽여버리고, 겸사겸사 때리는 시모보다 말리는 누이가 더 밉다고 남 일이라 지나가던 놈들도 팔다리 한두짝 정도는 간단하게 불구로 만들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큰일이 날 거고, 세번째 안도 분장을 정말 잘 하지 않는 이상 누누코를 알아볼 이가 한 명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답은? 시체 도둑질입니다. 요한은 작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줍니다.

"로데스는 여기서 마차를 타고 하루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서, 마차를 적절한 곳에 숨긴 뒤에, 삽 두 개만 들고 몰래 미스터 스위트가 소유했던 대농장으로 들어가서, 누누코 씨가 그 미스터 스위트를 죽였던 곳, 묻었을 만한 곳을 찾아서 거기를 파낼 겁니다. 그러고 나서, 시체를 확보하면 빈 관뚜껑은 다시 덮어버리고 우리는 달콤한 현상금 200탈러를, 합리적인 비율로 나누고 우리의 첫 번째 동업에 기쁜 마침표이자, 다음 동업의 행복한 따옴표를 찍겠지요."

그리고 요한은 누누코에게 로데스에 대해 조사해온 것들을 줄줄이 말합니다. 키가 큰 옥수수, 과일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지금은 옥수수 수확기 직전이라 옥수수 사이에 숨으면 방향은 잘 잡아야겠지만 접근하기는 쉬울 것이다, 밤중에 들킬 것 같으면 과수 위에 올라가 둥지인 척해도 된다는 등... 누누코도 당장 다 죽여버리겠다는 본능에 사로잡혀 지나쳤던 것들인데, 그것들이 요한의 설명과 함께 하나둘 떠오르니다. 아무튼 설명을 다 마치고 나서, 요한이 되묻는군요.

"아무튼, 질문 있으십니까? 누누코 씨?"

889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20:41:45

>>886
그래도 내 글실력 조금이라도 좋아해주는 크루들 덕분에 버틴다...

890 엘리 - 진행 (PfjcGXtRmQ)

2024-09-16 (모두 수고..) 21:24:56

@@>>887

"와..."

이단심문관 부하라는 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저런 상처도 재생 못하는 몸으로 타는 고통을 감내하다니.

그건 그렇고!

놈들이 하나 둘, 하며 무게추같은 걸 가지고 문을 두드리는 모양인데...

"방법이라면 간단해!"

하나 둘— 구호를 외친 다음, 힘을 들여 돌진하려는 그 순간 문을 열어준다. 달리면서 쌓인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직선으로 달리다 넘어질 터. 그 틈을 노리는 것이다.

891 누누코 (XVmjqQRkwA)

2024-09-16 (모두 수고..) 22:02:08

@@ >>888
"아니."
누누코는 단칼에 말했다. 그러면서 눈 앞으로 흘러내리는 앞머리 가닥을 손가락으로 뱅글뱅글 꼬았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히는 완전히 이해했다는 뜻이 아니고...

"요한의 말, 누누코는 절반 밖에 이해 못하겠어."
오히려 정반대에 근접한 것이었다.
반쯤 살의와 복수심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을 끓이면서 귀 기울여 들은 요한의 말중에 누누코가 캐치한 것은- '숨어 들어간다, 파낸다, 200탈러, 야호!' 이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걱정마."
그러나 누누코는 걱정없이 말했다. 그녀의 귀는 쫑긋였고, 처진 눈은 진홍빛 안광으로 빛났다. 그리고 곧 시옷 모양을 한 입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이래봬도 누누코의 특기는 잠입이거든. ...후흥."

892 누누코주 (XVmjqQRkwA)

2024-09-16 (모두 수고..) 22:07:40

목요일이면 그래도 아직 시간 많이 남았네요~
누누코주도 월요일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아주 돌겠어요~~

893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22:50:59

>>890
"아니 이런 ㅆ..."

비냐는 엘리가 방금 저지른 짓을 보고 말을 잃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그럴 새도 없이 문이 열리자 경비병들이 쏟아져나옵니다. 문을 들이받아야 했던 공성추... 대신 기둥이 먼저 비냐의 머리를 향하지만 거한이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아 당겨버리고, 경비들은 어어할 새도 없이 제 몸무게를 못 이기고 앞으로 쏟아지다가 맨 앞에 있던 이는 선반에 턱이 부딪쳐 목이 뒤로 꺾이고 뒤에서 오던 이들도 마구 엎질러지다가 선반이 무너지면서 쾅! 하고 깔립니다. 그 혼란 와중에도 몸을 건사했던 비냐와 거한은 엘리를 죽일 듯 바라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음... 괜찮으려나요?

"하아... 아무튼 나가야 해요!"

비냐는 아직도 살이 지져진 고통에 비몽사몽한 거한의 양 어깨를 붙잡고 낑낑대며 그를 개구멍으로 밀어넣은 다음, 자기도 개구멍으로 들어간 뒤 엘리에게 손짓합니다.

"뭐 해요? 빨리 들어와요! 그리고 들어올 때 곡물푸대 같은 거로 가리는 거 잊지 말고요!"

894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23:02:07

>>891
"잠입해야 한다는 것, 시체를 파내야 한다는 것만 이해했으면 다 이해하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 될 걸 그렇게 놀랍도록 길게 말하는 것도 재주라는 생각이 들지만, 누누코는 굳이 따지지 않고 넘기기로 합니다. 나머지는 이해 못 했지만 어차피 중요한 게 아니고, 누누코는 언제나 그랬듯 자기 할 일만 잘 하면 그만일 테니까요. 요한은 웃으면서 곡물푸대가 쌓인 '침실'을 누누코와 함께 나서고, 마을 어귀에 세워놨던 마차에 '바퀴벌레'를 끌고 와서 다시 이어줍니다. 하루종일 바퀴벌레마냥 뭔가 먹고만 있던 '바퀴벌레'가 더 못 먹는게 아쉬운지 젖은 코를 혀로 낼름낼름 핥자 요한은 주머니에서 콩을 한움큼 꺼내 먹여주고, 마부석에 올라서 누누코에게 손짓합니다.

"이번 시체 절도는 누누코 씨의 잠입 실력이 생명이 됩니다. 그러니까, 좀 더 휴식을 취하고 싶으시다면... 비좁긴 해도, 마차에 들어가서 주무셔도 됩니다."

요한은 대단한 친절을 베푼 것마냥 어깨를 으쓱거리며 웃는군요. 그러다가 아! 하고 뭔가 생각났는지 손가락을 튕기고는 말합니다.

"여기서 뭔가 더 하실 일이 있으시면, 오늘 석양이 지기 전까지 하다 오셔도 되고요."

누누코는 어떻게 하나요? 바로 출발할 수도 있고, 아니면 좀 더 비든베일에 머무르다 갈 수도 있습니다.

895 ◆MjRAeKhiz2 (izJVWvVlDY)

2024-09-16 (모두 수고..) 23:02:28

>>892
;ㅅ;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수고 많았어.

896 누누코주 (XVmjqQRkwA)

2024-09-16 (모두 수고..) 23:16:13

캡틴 수고했어요~~ 내일 또 바요~

897 누누코주 (XVmjqQRkwA)

2024-09-16 (모두 수고..) 23:16:46

나머지 분들도 좋은 추석 되세요~

898 엘리 - 진행 (PfjcGXtRmQ)

2024-09-16 (모두 수고..) 23:19:40

@@>>893

"하하! 그런 말도 할 수 있게 됐구나!"

태생이 '그런 말'을 접할 일이 별로 없었던 나로써는, 평생 들은 상스러운 말보다 세스타우 성에 오고 나서 들은 상스러운 말이 더 많은 듯 했다. 기회가 있다면 한번 배워보고 싶은데—

나는 그런 생각을 뒤로하고, 가릴 만한 것을 들구서 개구멍으로 향했다. 나는 여자. 비냐는 하플링. 통과에 문제는 없었다. 거한은...

'힘내라.'

속으로 응원할 뿐.

899 엘리주 (PfjcGXtRmQ)

2024-09-16 (모두 수고..) 23:20:44

캡틴수고했어~~~ 밍나 즐추~~

900 아앨라나 - 진행 (VrdvoulsBI)

2024-09-16 (모두 수고..) 23:28:55


@@ >>879

그 곰은 명백한 태도로 저희에게 조금씩 다가왔어요. 그 야수가 어떠한 행동을 하려할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요. 재빠르게 저의 뒤로 몸을 숨긴 베스니가 말하던 것들 중에서 마법적인 것은 제가 몇가지를 실천하려 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저 야수의 헛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저희가 도주한다면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요"

굳이 그녀를 곰에게 주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거에요. 심지어 그녀를 건네준다고 해도 그 야수가 만족할지 모르는 일이에요

"그렇겠지요? 우리들 모두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거에요"

숲은 찾아온 어둠으로 감싸여 있어요. 그 안에서 제대로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아직 남아있는 희미한 빛들을 가능한 많이 얻기 위해서 눈은 변화해요. 동공은 커지고 민감해져 한번에 대량으로 증폭하여 받아들일 수 있게되지요. 그리고 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빛에 취약하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거에요

"베스니 씨, 시력을 보호하려면 눈을 가리세요"

저는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 얼굴을 가리는 거의 동시에 눈이 멀어버릴 폭발하듯 강렬하게 비추어주는 섬광을 뿜어내 발했었요. 그때 만큼은 어둠이 내려온 숲의 한 곳에는 빛으로 채워질 거에요

901 아앨라나주 (VrdvoulsBI)

2024-09-16 (모두 수고..) 23:30:38

진행 수고하셨어요! 이번에도 늦어버렸네요. 그리고 모두들 좋은 추석을 보내세요~

902 ◆MjRAeKhiz2 (nz00Jbddyc)

2024-09-17 (FIRE!) 14:08:37

>>898
엘리는 개구멍에 제일 늦게 들어가 곡물포대를 끌어당겨 막아버리고, 앞은 물 먹은 발광버섯이 제공하는 푸르스름하고 침침한 불빛으로 겨우 건너갈 수 있는 통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거한이 힘이 부쳐 쓰러지면 비냐가 끌어당겨 느리게라도 가고, 그 과정에서 발에 벌레인지 쥐인지가 마구 밟히는 감촉이 느껴지지만 비냐도, 거한도, 엘리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하수로의 익숙한 물비린내가 느껴질 때쯤 앞에서 갑옷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램프와 횃불 여러개가 나타나고, 그 쪽에서 소리칩니다. 경비병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군요.

"정지! 정지! 정지! 너희 뭐야!"

거한은 비냐를 하플링도 겨우 들어갈만한 구멍에 어거지로 밀어넣은 채 이를 악물고 주저앉고 엘리를 바라봅니다.

903 엘리 - 진행 (SK5YoeExQM)

2024-09-17 (FIRE!) 16:13:20

@@>>902

'아니, 네 쪽이 더 합리적인 신분이 있는 거 아니냐고.'

이단심문청에서 임무 중입니다. 하고 증명패를 딱 내놓으면 고작 경비병 정도는 벌벌 떨며 지나가십쇼! 하는 게 아니었나?

여기선 변명으로 의심을 피하는 선택지가 가장 나았지만... 나, 상당히 피를 빨았고. 의심을 안 받을 모습은 아니지 않을까.

"도, 도와주세요! 저흰 도망쳐온 것 뿐이에요!"

일단 묻은 피는 도망치면서 굴렀다고 하면 설명이 되는 범위. 설명이 안되면, 플랜 B다. 싸워야지 뭐.

904 누누코 (mEdp43w6jg)

2024-09-17 (FIRE!) 21:05:30

@@ >>894
요한의 말에 누누코의 토끼귀가 쫑긋하더니, 잠시 생각하는 얼굴이 되어 사색에 잠겼다.

"...그럼 기다려."
그리고는, 그저 그말만을 남기고 획 하니 몸을 돌려서 방을 나가버리는 그녀였다.
그대로 30분 남짓이 되었을까.

"됐어."
방을 떠났을때와 마찬가지로, 그저 그렇게 마차로 돌아와서 제자리를 잡았다.
이제 더는 마을에는 볼일이 없는, 미련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가자 요한."

905 누누코주 (mEdp43w6jg)

2024-09-17 (FIRE!) 21:06:00

다들 안녕하세요~~ 연휴는 좋지만 명절은 역시 바쁘네요~~!

906 누누코주 (mEdp43w6jg)

2024-09-17 (FIRE!) 21:09:48

항상 요한 마차를 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누누코주는 이 노래가 머릿속에 재생되네요~ 후후

https://youtu.be/pwHP2bDhkeo

907 ◆MjRAeKhiz2 (mbDRUuFzQI)

2024-09-17 (FIRE!) 22:14:41

>>900
아앨라나는 자기가 만들어낼 것의 위력을 아주 잘 알고 있어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뒤에 있던 베스니는 겁에 질려 이미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가말라시엘이 깃든 지팡이의 끝에 거대한 빛의 구슬이 떠오르고, 그 구슬의 요상한 형태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을 불곰이 이상하게 여기기도 직전





질끈 감아 어두워진 세상도 억지로 밝히고,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세상이 밝아집니다. 소리 없는 섬광에 놀란 날짐승과 쥐가 뛰쳐나가는 소리, 시력에 비가역적 손상을 입은 불곰이 고통스레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리자 아앨라나는 눈을 뜨는데, 눈을 감았는데도 아플 정도로 강한 빛에 동공이 쪼그라들어, 안 그래도 어두운 세상에 칠흑을 더합니다. 그래도 고통스레 도망가는 불곰은 보이는군요.

"..."

"...아앨라나 님. 살아있죠? 불곰 죽었죠?"

한참이 지나서야, 베스니가 아앨라나에게 소심히 물으며 존재를 드러냅니다.

908 ◆MjRAeKhiz2 (mbDRUuFzQI)

2024-09-17 (FIRE!) 22:22:22

>>903
"잠깐, 뭐라고?"

경비병들 중 나이가 많아보이는 이가 횃불을 들고 오더니 거한과 엘리를 비춥니다. 거한은 칼을 맞았어도 연미복을 입은 상태고, 엘리도 온 몸이 피투성이지만 귀족의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거한은 이를 악물고, 한 마디에 피 한움큼을 함께 섞어가며 엘리의 거짓말에 동조합니다.

"이분은... 끄흑, 옐리사베타 블라디미로비나 예페슈카... 남작 영애님이시다... 파티에 초대받아... 참석하셨다가... 아수라장이 되는 바람에... 겨우 탈출했다."

경비는 거한의 목숨을 건 연기에 껌뻑 속아넘어가고, 그는 뒤에 있는 이들에게 손짓합니다. 경비들은 '옐리사베타'와 그의 '수행원'을 부축한 채 지하수로에서 나가도록 안내합니다. 그 와중에 그들끼리 무언가 떠드는게 들리는군요.

"경비대장님보다 훨씬 높은 분도 그 파티에 참석했다는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군."

909 ◆MjRAeKhiz2 (mbDRUuFzQI)

2024-09-17 (FIRE!) 22:34:08

>>904
"뭔가 챙길 거라도 있었나요?"

요한은 그렇게만 물어볼 뿐 더 따져 묻지는 않고, 바퀴벌레가 끄는 마차를 몰기 시작합니다. 마차는 비든베일 어귀를 지나고, 각자 크건 작건 각자의 크기가 있던 사람들과 나무들, 딥들, 가축들, 밭들이 작아지더니 똑같이 콩알같은 크기가 되어 뒷편의 지평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퀴는 계속 구릅니다. 요한은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손을 흔들어 살갑게 인사하고, 익숙하진 않지만 최소한 참아줄 수준은 되는 휘파람 노래를 부르며 숲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차 마퀴가 빠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곳까지 들어가고 나서 요한은 마차를 멈추고, 삽 두개를 꺼내 누누코와 나눕니다.

"로데스 대농장까지 걸어서 한 시간 거립니다. 여기부터는 숲을 거쳐 옥수수밭으로 숨어 들어가죠."

누누코는 무심코 하늘을 바라봅니다. 동쪽에서는 어둠이 쫓아오고, 서쪽에서는 태양이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사라지는 저녁 시간대입니다.

910 ◆MjRAeKhiz2 (mbDRUuFzQI)

2024-09-17 (FIRE!) 22:34:57

오늘은 여기까지...
사유:쉬는날이 이렇게 바쁘고 스트레스 만땅일줄은 예상못함.

911 엘리 - 진행 (SK5YoeExQM)

2024-09-17 (FIRE!) 22:37:49

@@>>908

"흐음"

직접 물어보기엔 뭣하고. 여기선 귀를 기울여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볼까. 경비대장보다 높은 남자라 함은... 흉갑 청년. 사제복 여성. 노인. 셋 중 하나는 속할 것 같은데.

비냐는 숨겼지만, 뭐. 지하수로 길 정도는 외울 빠릿함이 있는 여자니까. 혼자서 돌아올 여력은 있겠지.

912 엘리주 (SK5YoeExQM)

2024-09-17 (FIRE!) 22:38:06

캡틴 화이팅...! 응원중이다!

913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4:23:00

>>911
"그 분은 어떻게 생겼대? 가끔 본영에 들른다던데 나는 본영에 갈 일이 있어야지."

"낸들 알겠냐. 나도 본영은 그냥 경비대장님 모시러 가는데, 아마 내근직 애들이나 좀 알겠지."

뭐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엘리가 엘리자베스로서 일족 저택에서 살 때도, 일족의 영지에는 엘리자베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보다 못 본 사람들이 훨씬 많았고, 여기서도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러니, 이들은 사교 파티에서 일어난 일도 모르거나 아예 조금만 알 것이라며 자연스레 안심하려는데... 갑자기 앞에서 또다른 경비대가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좀 더 계급이 높아보이는 이가 나타나고, 경비들은 창대를 바닥에 탁탁 쳐서 경례합니다.

"충성!"

"흰 머리의 빨간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파티장에서 난리를 부렸다고 하더군. 그 년을 찾아야 한다."

어... 네?

경비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엘리를 향하고, 거한이 어떻게든 비냐를 밀어넣어 숨긴 이유를 깨닫게 될 때쯤, 갑자기 어디선가 엘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 그 년을 찾아야 하죠."

"이게 무슨... 이단심문관님?!"

이단심문관은 경비대 중에서 높아보이는 이를 슬쩍 지나쳐서, 엘리가 뭐라 하기도 전에 손에 수갑을 채우고 '조용히 하라'는 듯 눈을 한번 깜빡이고는 다시 경비대들에게 고개를 돌립니다.

"위에 올라가서 사교 파티장을 통제해 주십시오. 이단심문관 치안인력 징발법에 따라, 여러분은 24시간 동안 제 명령에 '이유 없이'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게... 그럼 이 여자는..."

"사건은 종결했지만, 제가 담당한 사건에서 부속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의 중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니 제가 잘 데리고 있겠습니다."

에레야는 그렇게 말을 끊고, 거한과 엘리를 데리고 지하수로 바깥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가기 시작합니다.

914 엘리 - 진행 (/stGyLNbFQ)

2024-09-18 (水) 16:00:58

@@>>913
"이게 권력이구나...!"

나는 대게 비슷한 신분의 상대를 만나거나 낮은 신분의 상대와 만나더라도 곤란할 일이 없었다. 곤란함을 권력이란 형태로 해결해 본 적이 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렇게 이단심문청의 권력을 통해 한 번 수혜를 보고 나니 왜 그렇게 권력을 찾는지 알 법도 했다. 굉장하구나 이거!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비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에레야에게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살았어~"

915 아앨라나 - 진행 (zz2XgEX.V6)

2024-09-18 (水) 16:36:46


@@ >>907

순간의 강렬한 빛과 함께 크고 작은 이들이 떠나가는 소리가 들려와요. 그리고 빛은 꺼진 촛불처럼 사라지고 어둠이 다시금 그 자리를 자치했어요. 저의 예상과 그 시도는 성공적이였어요. 도망치는 이는 저희들이 아닌 야수의 몫이 되었지요

"그렇답니다, 저희는 살아있어요. 그리고 그 야수에게 죽음이 방문하는 것은 지금은 아닐거에요.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리 될 수 있을거에요"

저는 사라져가는 야수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았고 이후에 남은 침묵을 깨는 것은 베스니 였어요. 저는 그녀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해주었어요. 시력이라는 중요한 감각을 담당하는 것의 손상은 야생의 존재에게는 크나큰 결점이 될거에요

"베스니 씨, 심신을 다잡고, 해야될 것을 마저 이어가요"

갑작스러운 상황은 마무리 되어 보였어요. 저희가 여전히 이 장소에 계속 머무는 것은 어떠할까요? 좋을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다시금 길을 떠나가야 할 무렵에 앞서 필요한 것들을 해야한다는 것은 확실하다고도 할 수 있을거에요

916 누누코 (3UQBnlePXA)

2024-09-18 (水) 17:07:17

@@ >>909
"그냥."
누누코는 단지 그렇게 말하며 턱을 괴고 바퀴벌레가 끌어주는 마차의 거친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하늘은 이제 막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들이 뒤로 한 비든베일의 개울가의 근처 나무 밑동에는 갈대볏짚으로 엮어서 만든, 끝이 뾰족한 잎의 꽃이 하나가 생겨났다.
그것이 신성한 들판에서의, 서로의 무운을 빌때 의식처럼 나누어주는 칼날 이파리 꽃의 모양을 본따 만든 장식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된 것은 아마 시간이 꽤 흐른 뒤였을 것이다.

숲에 와서, 누누코는 요한과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땅을 밟고나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삽을 쥐어잡고 허공에 가볍게 휘둘러보는 것이었다. 통짜 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울리면서 요한의 머리털을 스쳤다. 전사이자 살인토끼의 습관이었다. 자세는 마치 작업을 위한 연장을 들었다기 보다는 무기를 쥔 것 같았다.
이제부터 해야할 일을 생각하면, 마치 이 삽이 망가지기 전에 몇이나 되는 사람을 때려눕힐 수 있을지 가늠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가자."
그러고난 뒤, 누누코는 별말도 없이 요한보다 먼저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다.

917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7:20:04

>>914
"그리고 난 너 덕분에 죽게 생겼지."

에레야는 머뭇거리는 거한의 무릎을 걷어차서 자기 위에 얹히게 한 후, 거한을 그대로 업고는 들어서 여관으로 갑니다. 밤인데다 주변이 혼란스러워서 엘리와 에레야를 알아보는 이들은 없지만, 에레야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어려 있어서, 엘리가 뭘 했는지는 몰라도 그게 에레야를 상당히 피곤하게 만들었음은 알 수 있습니다. 에레야는 엘리에게 상황을 설명합니다.

"웬 흰머리 동방 귀족이 사교 파티에서 갑자기 칼부림을 벌이고, 그에 따른 폭력사태로 수십명의 사상자 발생...이 지금 사방에 퍼진 사건 내용이야. 아마 네가 갑자기 사람 죽이고 싶었으면 이것보다 더 얌전하게 할 수 있었을 테니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어느새 에레야와 엘리는 여관에 도착하고, '반값 할인!'이라는 현수막 문구와 그 문구를 보고 딸려들어와 1층에서 부어라 마셔라 노는 이들을 제치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에레야는 거한을 수술할 줄 아는 부하에게 맡기고, 엘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자, 뭔 일이 났던 건지 전부 이야기해 줘. 널 욕하려는 게 아냐. 일단 네가 뭘 했는지 내가 정확히 알아야 말을 맞추니까."

918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7:53:56

>>915
"음, 뭘 할까요?"

베스니는 아앨라나에게 되묻지만, 아앨라나의 말을 '뭔가 해야 한다'는 무언의 눈치로 받아들였는지 잠시 주변을 살펴보더니 캠프를 정리하려고 듭니다. 아앨라나가 생각하기에도, 불곰까지 끌어들일 정도면 아앨라나와 베스니는 캠핑 장소 선정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불곰이 온 마당에 늑대 따위가 무서울까... 라고 생각하기에 아앨라나는 그 정도의 강심장은 아니고, 더군다나 베스니라는 말만 잘하지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는 짐짝을 달고 있는 상황에서는, 잠시 다리를 쉬게 한 것에 의의를 두고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베스니는 은신처를 덮었던 천막을 주섬주섬 정리하고, 아앨라나는 그 동안 주변을 살핍니다. 그리고...

"우으으으으..."

뭔가, 어둠 속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앨라나는 주변을 살펴보지만, 아무런 이상함도 없습니다. 분명 사람이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발정기의 숲고양이가 발광하는 소리 같기도 한데... 뭔가 이상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으로는 잘 살펴볼 수 없습니다.

919 엘리 - 진행 (/stGyLNbFQ)

2024-09-18 (水) 18:26:17

@@>>917

"날 먹으려고 하길래, 재밌어서 맞춰줬는데... 도망칠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풀고 나와서 반격하는 수밖에 없었어!"

피식자들이 나를 보고서 포식자의 눈을 하다니. 그 사실 자체가 재미있지 않은가? 약간 가소롭기도 하면서.

"하수구가 노출됐으니, 이제부턴 거름으로 위장해서 내보낸다나— 그런 서류를 찾았지만 확보는 실패. 구두로 전해둘게."

남은 건, 이 일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인물들에 대한 얘기

"노인.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 흉갑 청년이 있는데 흉갑은 내가 죽였으니 신경쓸 거 없고, 그때 그 사제처럼 사제복을 입은 녀석도 보였어."

대답을 마치고 등을 돌린다. 급한 용무가 하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 이제 씻으러 가도 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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