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0693>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임시스레) :: 1001

◆MjRAeKhiz2

2024-08-13 09:12:58 - 2024-09-23 18:13:26

0 ◆MjRAeKhiz2 (NchKwKy7oA)

2024-08-13 (FIRE!) 09:12:58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951 엘리 - 진행 (wSj9aXUWI2)

2024-09-20 (불탄다..!) 15:25:21

@@>>950

'이건 진짜 무식한 방법이긴 한데...'

근육에 축적된 피로의 근원은 무엇인가? 팔! 파괴한다!

...라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없었다. 내게는 재생하는 힘이 있었으니. 근육을 내 손으로 파괴하면, 재생되면서 그 안의 피로도 사라질 것이다.

효율이 좋냐고? 아니. 최악.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을 키우는 게 낫겠지. 하지만 방도는 이것 뿐이었다.

나는 송곳니로 팔을 한 번 물어뜯어, 재생을 시작시켰다. 부탁한다. 조금만 버텨다오!!

952 누누코 (/1oa25Sp/.)

2024-09-20 (불탄다..!) 16:35:28

@@ >>942
언제나 그렇듯이, 누누코는 요한의 말을 절반정도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요지는, 섵불리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모종의 준법정신과 윤리를 막론하고, 그것이 그들이 이 일을 하기로 한 방식이며- 나아가서는 인간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게 누누코가 인간의 싫어하는 점이야."
그렇기에 누누코는 역겨움을 느꼈다. 죽음에 문제를 만들고, 호들갑을 떨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 들에게만 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그 범주에서 조금만 벗어난다면, 요한이 말한 것들 중에 적용 되는 것은 머리를 내려쳐 쪼개 죽이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런 식으로 누누코의 동족들은 죽어갔다. 어쩌면, 지금도. 누누코는 다시 한 번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비치면서. 그와는 별개로 능숙하게 살기의 창을 닫았다.
그렇게 누누코는 요한을 따라 공동묘지로 향했다.

953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18:58:22

>>951
정말이지 무식한 방법입니다! 인간성을 완전히 잃기 직전 '나를 죽이고 계승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전대 가주가 이 꼴을 봤다면, 아마 잃어버렸던 인간성이 엘리의 이 폭거에 반쯤은 돌아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엘리는 양 손의 손톱을 길게 해서 성벽의 돌틈 사이에 끼우고, 그것만으로는 모자란지 발을 디딥니다. 누군가 마취 없이 손톱을 생으로 위로 까뒤집어 버리려는 느낌이 칼에 찔리는 것보다 더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엘리는 이를 악물고 버팁니다. 결국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경비병들은 저들끼리 다투던 와중, 엘리는 무언가 듣습니다.

"이봐, 이단심문관한테 이번에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면서?"

"살다살다 이런 일도 다 보네. 그러면 우리가 이단심문관을 하옥시키는 건가?"

"그건 모르지... 잠깐, 저거 뭐야?"

경비병들이 저게 뭐냐고 말하고, 엘리는 설마 들켰나 싶어 온 몸에 힘이 쫙 들어가지만 사실 그들은 엘리를 발견한 게 아니라, 더 멀리, 빈민가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엘리도 고개를 그쪽으로 틀어서 보면 빈민가 쪽에 불이 여럿 붙은 게... 아무래도 에레야와 부하들이 벌써 행동을 개시한 모양입니다. 경비병들은 바로 어딘가로 달려가 경종을 치고, 경비대원들이 막사에서 우루루 쏟아져나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호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당장은 경비가 나갔으니 엘리는 다시 위로 올라와서, 성벽 위에서 들어갈만한 곳을 봅니다.

일단은 1층의 지하로 통하는 문이 있고, 1층 정문, 높은 망루, 2층 창문 등 들어갈 곳은 많습니다. 엘리는 어디로 진행하나요?

954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19:28:13

>>952
"싫던 좋던, 누누코 씨는 지금 인간이 지배하는 인간의 땅을 밟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가장 무서운 점이라면 따를 생각이 없더라도 따라야 하고, 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단 점이죠."

누누코와 함께 공동묘지 쪽으로 걸어간 요한은 묘비들을 살핍니다. 묘비조차 없거나 대충 작대기 몇 개 세워둔 곳은 안 봐도 노예나 갈 곳 없는 고용인들의 시신일 것이고, 참 고맙게도 비석은 '받을 만한' 사람의 시체 위에만 세운 모양입니다. 아예 씨가 다르다고 공언이라도 할 요량인지 막무덤과는 단도 다릅니다. 요한은 그 위를 성큼성큼 걸어다니며 비석을 살피다가, 흙을 만져보고 갓 묻었음이 분명한 곳을 보더니 그곳의 이름을 확인하고 누누코를 부릅니다.

"이제 팔 시간이군요."

요한과 누누코는 그렇게 열심히 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묻을 때 몇 명은 동원했을 무덤을 고작 두 명이서 도로 되파는 건 진짜로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동이 트면 끝장이니 열심히 파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옵니다. 요한은 이번에는 좋은 말로 넘어가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는지, 누누코를 툭툭 치는군요.

"누누코 씨."

그리고 살벌한 표정으로 누누코가 들고 있는 삽을 툭툭 치면서 위쪽을 가리킵니다.

"그렇게 하고 싶으셨던 살인을 하러 갈 시간입니다."

955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19:30:27

오늘은 여기까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내일은 1답레 정도만 하고 낼모레 좀더 답레쓸듯!

956 아앨라나 - 진행 (OOofOahBRU)

2024-09-20 (불탄다..!) 19:32:19

@@ >>925


"숲의 존재로서 추측 할 수 있을 뿐인 이가 저에게 관심을 가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녀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더이상 소리에 대해서 말해보아도 이제는, 더이상 하면 나쁘게 될 뿐일 거에요. 그래서 저는 이를 무시하고 넘기려 했었어요.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게 될 일이라면 좋았겠지만 그 소리는... 신음을 흘리며 저를 계속 뒤따라 오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 소리의 존재는 저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왜 그러한 것일까요?

길을 계속 걸으며 생각해보았어요. 이 존재가 저에게 무언가를 중요한 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이 그것이 유일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거나, 혹은... 저의 주의를 끌어들이고 이 기이한 존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하려는 것이거나요. 검은 숲은 깊고 거기에는 마력이 강줄기처럼 흘러가며 담겨지고 풀어지는 곳. 그에 따라서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은 있을 거에요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그 존재는 저에게 소리일 뿐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길을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쩌면... 그 소리의 존재에게 무엇을 위해서 저를 뒤따르는지 소통을 시도해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만약, 그 존재가 심음 밖에 낼 수 없다면 구별을 위한 신호 방식을 가정하여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 는 신음을 한번, '아니오' 는 신음을 두 번 내는 것이에요. 이 존재가 이것을 따라준다면요

957 아앨라나주 (OOofOahBRU)

2024-09-20 (불탄다..!) 19:33:34

조금 늦었네요. 진행 수고하셨어요~

958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19:43:53

>>956
"오오... 오오오!!!!"

베스니는 아앨라나의 설명에 괜히 무섭게 한다고 칭얼거리던 것을 멈추고 다시 눈을 반짝입니다. 이번에도 아앨라나의 말이 베스니의 호기심을 자극한 듯합니다. 그도 그럴 ㄹ것이, 남들은 듣지 못하는데 나는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시대가 몇백년 흘러가면 정신병에 의한 환각, 환청으로 치부될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신성하게 여겨집니다. 너무나도 중요하고 신성한 목소리를 들은 나머지, 아니면 오직 자격 있는 자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인 나머지 이방인인 베스니는 듣지 못하고 이 숲에 평생을 바친 아앨라나만 들을 수 있다, 좀 그렇게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베스니는 어둠 속에서 수첩에자기 감이 이끄는 대로 마구 휘갈겨 적으며 이 경험을 풀어내면서도 같이 갑니다. 하지만...

퍽!

"꺄악?!"

베스니는 수첩에 무언가를 다 쓰고 앞서나가다가 부딪칩니다. 매번 사람과 부딪칠 일이 많은 도시인답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려던 그녀는, 여기가 숲임을 알아차리고 앞을 봅니다. 이건 나무도, 바위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털이 가득한 짐승도 아닙니다. 이건 인간인데.... 베스니는 무심코 램프를 들어 그 사람을 비추고 기겁합니다.

숭숭 빠진 머리, 좌우로 돌아가 초점을 맞출 수 없는 눈, 이빨 다 빠져서 무너진 하관, 줄줄 새는 침, 허리춤만 겨우 가리는 거적때기, 앙상한 몰골... 두 글자로 줄이면 '광인'이 두 사람을 보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아앨라나 쪽을 보고 있군요. 그리고, 아앨라나만 들었던 말소리를 이번에는 베스니에게, 이 숲 근처의 모두에게 들려줍니다.

"우우우우우우우...."

959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19:44:18

오랜만에 보기도 했고 절묘하게 딱 2분차로 끝나면 너무 거시기할거 같아서 >>958 딱 여기까지... 진짜 수고많았어 다들!

960 엘리주 (x1zuVTbwrg)

2024-09-20 (불탄다..!) 20:37:56

캡틴 항상 고맙다~~

961 엘리 - 진행 (x1zuVTbwrg)

2024-09-20 (불탄다..!) 20:55:26

>>953

"아하하..."

평범한 사고를 가진 사람은, 이렇게 쌩고생하는 것보다 방에서 피나 한 잔 하면서 귀족처럼 사는 게 좋다고 여길지도 몰랐다.

그치만 말이다. 아무래도 내 성미에는 그런 '귀족적인' 것보다 모양빠지고 추한 게 더 맞는 모양이다. 이 순간에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으니!

'그나마 이목이 적게 끌릴 법한 곳이—'

창문이다. 경비대원이 암만 빠져나가더라도 설마 정문을 비워두겠으며, 망루를 비워두겠는가. 상정 이상의 미친놈들이 아닌 이상에야.

반면에 창문은? 깨지면서 나는 소리가 조금 요란... 하겠지만. 병사들이 와르르 빠져나가는 소리에 어느정도 묻히겠지. 나로써도 살살 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 소리 안나겠지?"

...음. 내가 생각하기에도 지나치게 희망적인 추측이었다.

962 ◆MjRAeKhiz2 (M4c8djnpdE)

2024-09-21 (파란날) 07:33:15

>>961
엘리는 돌 틈 사이에 끼운 목재 기둥을 밟으며 위험천만하게 2층 창문으로 향합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밑으로 머리부터 떨어져 골통이 터지고 난리도 아니겠지만 그녀는 엘리, 뱀파이어, 즉 타고난 침투자이자 암살자입니다. 엘리는 일반적인 인간들은 쉬이 올라갈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가, 창문을 깨려고 합니다. 그것도 손톱을 꽃고 아래로 그어서 조용히 부수는 참 기발한 방식으로요. 하지만...

"어우, 졸려라..."

엘리한테 굳이 그래야겠냐고 알려주려는 듯, 바로 밑층에서 누군가 창문 밑턱을 잡고 위로 올려버립니다. 그리고는 오늘같이 지랄인 날 본부 근무라 잘됐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그새 코를 곱니다.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건 엘리한테는 분명 희소식이니, 엘리는 창문 밑턱을 들어올려 2층 안으로 침투합니다. 이 안은... 2층 침대 여럿이 줄지어 있고 사람들이 자고 있는 침실입니다. 아마 2층은 병사들의 생활 공간일 텐데 여기서 큰 정보를 얻긴 힘들어보입니다. 엘리는 나가기 전 어디로 갈지 고민해봅니다.

어디로 가나요? 위로? 아래로?

963 엘리 - 진행 (76dvCh2lUk)

2024-09-21 (파란날) 11:36:11

@@>>962

'우와...'

경비병 소굴에 내 손으로 들어왔구나. 한 명에게라도 들켰다간 죽이게 되야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어둠에 녹아드는 뱀파이어를 간파할 수 있을 만큼 수준높은 경비병은 없어 보였지만.

'어쩐지 의미심장한 비밀정보는 아래에 있을 것 같지?'

철저히 편견에 기반한 판단이었다. 왜, 저런 녀석들은. 보통 지하에 꽁꽁 숨겨두니까. 아래로 한 번.

964 ◆MjRAeKhiz2 (M4c8djnpdE)

2024-09-21 (파란날) 13:53:14

>>963
엘히는 경비대 본부를 통째로 떼가도 모를 정도로 세상 모르고 자는 경비병들을 뒤로 한 채 문을 열어제낍니다. 이 경비견들의 목줄을 쥔 이가 그놈의 '뱀파이어리즘'을 동경했는지, 아니면 동네가 워낙에 개판이라 예산을 아끼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문 사이사이에 촛대가 여럿인데도 켜져있는 촛불은 몇 되지 않아서 복도가 참 어둡습니다. 뭐 엘리에게는 어느 이유건 간에 고맙게 된 일입니다. 엘리는 야음을 틈타 쉽게 아래로 내려가고... 내려가는 길에 경비병을 마주쳐 경동맥을 그어버릴까 고민하지만, 경비는 이 세스타우 인간들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예상 외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밑에 청소 좀 제대로 해주세요. 고양이 사체를 묵혀놨나, 썩은 내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거 같단 말이에요."


어둠 속에서 엘리를 청소하는 하녀로 착각한 모양입니다. .엘리는 경비의 말을 들은 척 간단히 고개만 끄덕이고 아래로 내려가는데 어우... 진짜 썩은내가 나는군요. 엘리는 1층 구석에서 갈 수 있는 방향을 살핍니다. 지하로 가는 층계참, 양쪽으로 여는 크고 웅장한 문, 어두운 복도. 어두운 복도를 제외하면 모두 두 명의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엘리는 어디로 가나요?

965 아앨라나 - 진행 (b.C9O9vr0o)

2024-09-21 (파란날) 15:17:04

@@ >>958


"제가 듣고 느꼈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들, 그렇게 해서 예감이 들었던 것뿐이에요. 사실은 다를 수 있어요. 확실하다고 할만 한 것은 아직은 없으니까요"

그녀가 저의 말을 듣고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언뜻 그 태도를 바라보았을때 그녀가 저에게 한 껏 기대감과 호기심에 마치 그 눈빛을 반짝이는 듯한 모습을 보고는 설명을 해보았어요.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면 아무래도 실망감이 엄습하니까요

그리하며 저희는 계속 길을 걸어갔을 거에요. 이번에는 조금 앞서 나아가던 그녀가 무언가에 부딪히면서 상황은 달라졌어요. 아마도 저희는 기이한 신음 소리의 정체가 되는 이를 찾은 것만 같아요. 아니면 저희에게 찾아온 것일까요? 그녀가 들고 있던 램프에서 발하는 빛이 비치어 주는 그곳에는 누군가가 있었어요. 그곳에는 비틀리고 병든 듯한 모습과 신음만 울리는 그 언행은 아무래도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았어요. 왜 그러한 상태로 어떻게 이곳에서 저희와 만나게 된 것일까요? 저희가 그 사람을 바라보듯이 그 사람도 저희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은 저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이... 저희가 가는 길에서 저를 부르셨나요? 저희의 말이 들리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신음을 짦게 한번만 말해주세요. 이후에 이어지는 대화에서도 그렇다면 짦게 신음을 한번, 아니라면 신음을 두번 말해주세요"

그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경계심은 여전히 충분히 가져야 하겠지만 이렇게 된 것도 그 사람이 저희와 이야기를 할 의도가 있다면 이 말의 뜻이 제대로 통한다면 그 사람은 대답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전에 길을 걸으며 생각해 보았던 것에서 추려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보았어요

966 ◆MjRAeKhiz2 (M4c8djnpdE)

2024-09-21 (파란날) 16:00:13

>>965
"우우우우우우..."

...소리 자체는 들리는 것 같지만 아앨라나가 무슨 뜻을 전하려는 건지, 아니, 그 전에 언어라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는건지 의문입니다. 이 숲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아앨라나가 모른다면 베스니라고 알 리가 없으니 서로 곤란해진 마당에, 불곰의 눈을 구워버린 후 한동안 말이 없던 가말라시엘이 입을 엽니다.

"이게 누구야! 저를 파괴하려 하길래 경고 의미에서 정신을 간단하게 손봐준 친구인데 아직도 잘 살아있었군요!"

가말라시엘은 못 알아보겠다, 저게 요새 백색마탑 유행 패션이냐고 한참 비꼬며 웃더니 아앨라나에게 참 오랜만에 절대자와 사도의 관계로, 참 갑작스럽게 명령합니다.

"사도님. 저 친구를 당장 죽이십시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 테니."

가말라시엘의 목소리엔 웃음기도 장난기도 없이 냉혹합니다. 네, 이 지팡이에 깃든 영은 지금 아주 진지합니다.

967 엘리 - 진행 (76dvCh2lUk)

2024-09-21 (파란날) 17:33:56

@@>>964

'뭐 경비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킨다거나...'

무리다. 난 인간을 죽일 힘은 차고 넘쳤지만, 제압 시도는 언제나 실패할 리스크가 따랐다. 어두운 복도 쪽은 누군가와 마주쳐도 잘 피해갈수 있을 법 했으며 경비도 없었으니.

나는 어둠 속에 숨어들어 복도를 향했다.

968 ◆MjRAeKhiz2 (M4c8djnpdE)

2024-09-21 (파란날) 19:42:23

>>967
에레야가 만약 살인이 불가피해진다면 주저하지 말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건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피하지 말란 얘기지 안 해도 될 싸움을 굳이 일으켜서 경비대 본부를 피바다로 만들라는 얘기는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엘리는 어두운 복도로 들어가고, 워낙 어두운 나머지 엘리 그녀마저도 물체의 크기와 큰 움직임만 파악하지 자세한 실루엣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엘리는 천천히 움직이다가, 무언가 밟습니다.

콰직!

이건 엘리가 썩은 마룻바닥을 밟으며 난 소리가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형체가 엘리의 흉곽을 강타하며, 갈비뼈가 심장과 폐 대신 우그러진 소리입니다. 그리고 그 형체는 엘리를 붙잡더니, 그대로 바닥에 쾅! 쾅! 쾅! 내리칩니다.

꽝!

한번 부딪치니 순간 시야가 암전하고

콰캉!

두번 부딪치니 눈 앞이 빨개지고 그녀의 코가 피와 회반죽 냄새와 '멍한' 냄새가 가득차고

콰지직!

세번 부딪치니 엘리는 굳이 지하에 걸어 내려갈것도 없이 1층의 바닥이자 지하층의 천장을 뚫고 아래로 떨어집니다. 기습에 완전히 당했지만 두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엘리는 이제 이 토할 것 같은 썩은내의 근원을 알아차렸다는 게 하나, 그리고 바닥에 피와 살점이 쌓여있어 박살난 온 몸을 재생하기 쉽단 겁니다. 그리고 촛불과 조명이 있어서, 구멍 사이로 뛰어내린 상대가 보입니다.

"이렇게 맞고도 숨이 붙은 걸 보니 지하수로 그 년이 맞나보군."

먼저 보이는 건 기이한 종양과 촉수, 돌기, 눈알, 이빨 등이 돋아난 목입니다. 그 목에서 자라난 기형종양은 창백한 머리를 금방이라도 밀어낼 것 같고, 머리의 눈알은 엘리를 바라보지만 초점이 금방 풀리고 입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침을 질질 흘립니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아래를 내려보면 피 묻은 흉갑이 보입니다... 엘리가 아예 목을 땄던 그 흉갑 입은 청년입니다.

"그리고 식재료 주제에 미식회를 박살낸 그 동방귀족년도 너고."

그렇게 말하는 청년은 양 손에 각각 철퇴와 검을 들고, 그그 옆으로 경비병들이 도열하는데... 다들 상태가 이상합니다. 전부 정교한 밀랍 인형처럼 이질적일 정도로 눈빛이 죽었고, 제 대장이 저렇게 보기 싫은 꼬라지가 됐음에도 대경하긴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엘리만 노려봅니다... 최소 수십대 일의 상황, 청년은 거기에 더해 경비병을 시켜 딱 봐도 '신성해보이는' 빛나는 쇠사슬을 철퇴에 감습니다.

"이단심문관 하나도 골치아픈데 적이랑 아군도, 똥이랑 소시지도 구분 못하는 년까지 참 상황 좆같구만. 그러니까..."


그는 엘리를 무기로 가리키며, 그녀의 죽음을 선언합니다.

"...저 년 빨리 죽이고, 아편굴 처리 지원하러 간다."

엘리의 감각이 말합니다. 무기술도 무기술이고, 목을 쳤는데도 살아있는 걸 보니 재생능력도 엘리의 그것에 버금갈 거라고. 조심하십시오.

이번 싸움, 진짜 힘들 겁니다.

969 엘리 - 진행 (76dvCh2lUk)

2024-09-21 (파란날) 20:25:41

@@>>968

"이건..."

잠입은 실패. 정면승부 국면이다. 죽도록 맞아도 죽지 않을 자신만은 있었는데, '신성한' 쪽의 무기라니.

그렇다면 나도 평소에 사용하던 '재생력을 믿고 정면돌격'이란 전략을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선 회피의 필요성이 애초에 없기에, 잘 사용하지 않던 회피 전법이다.

"빨리 죽이고 지원하러 간다? 어디 한번 잡아보시지!"

휙— 휙— 내 인영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병사들로 포위망을 조여온다면 위험하겠지만, 포위망이란 건 애초에 '보여야' 먀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970 ◆MjRAeKhiz2 (M4c8djnpdE)

2024-09-21 (파란날) 22:37:08

>>969
엘리가 분명 상대를 오판한 면도 없잖아 있을 겁니다. 어차피 어둠 속에선 장님이나 다름없는 게 인간들이니, 그 인간들이 모인 경비대 본부야 정말 뒤집으려 하면 얼마든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엘리는 창을 들고 덤벼대는 경비들을 보면서, 상대 역시 엘리를 한참 오판했음을 깨닫습니다.

"이익!"

이렇게 허접하게 휘두르고 내지르다가, 엘리는커녕 서로의 창대를 치고 끝나는 창놀림은 굳이 피할 필요도 없습니다. 뒤에서 달려들던 이는 엘리가 뒤통수에 눈이 없다는 것만 너무 믿은 나머지, 보지 않아도 뻔할 정도로 정직하게 내질러 엘리가 옆으로 몸을 틀자 허공을 찌릅니다. 그렇게 경비들은 엘리를 제압하려다 스스로가 제압당하는 한 편의 어릿광대 희극을 찍고, 엘리는 이런 놈들이라면 늙어죽을 때까지도 놀아줄 수 있겠다 생각하는데...

깡!!!

엘리의 오금이 비정상적인 격통과 함께 무너지고, 주저앉은 그녀의 등허리에 박히는 칼날이 서늘합니다. 뒤를 돌아보자 흉갑 입은 청년이 그녀를 끝장내겠다는 악의를, 아니 묵직한 사슬 감긴 철퇴를 휘두르고 엘리의 얼굴이 맞은 그대로 뭉개지며 쓰러집니다. 식인종들이 그랬던 것처럼 경비병들이 창으로 엘리가 못 도망치게 콱콱 찍어버립니다. 함몰되지 않은 한쪽 눈으로 보면, 그가 든 검에서 엘리의 피가 지글지글 익더니 끓어오릅니다. 즉 은검입니다.

축성한 사슬에 두 방이나 맞고 은검에 주요 장기를 찔렸으니 이제 끝입니다. 허무하지만, 그래도 꽤나 재밌게 산 것 같다고 생각하며, 뒤돌아선 흉갑 청년의 흉한 뒷모슥을 바라보며 죽으려는데...

"시체는 어쩔까요?"

"아편굴 쪽 상태 보고 판단한다. 일단 여기 둬."

...이상하게도 엘리는 죽지 않고, 주마등만 스쳐 지나갑니다. 태어났을 때, 첫 피를 마셨을 때, 성인식 날 피로 가득찬 욕조에서 세례받았을 때, 일족을 떠난 때, 세스타우에 온 때, 그리고 수호부를 받은 때.

'이단 정보 수집 등의 목적으로, 신께 봉헌된 장소에 발을 디딘 불경한 놈들에게 배포해서 잠시 체류를 허락해주는 수호부다. 다시 말해, 이거 없이 맨몸으로 몇발짝 더 디디면 굳이 내가 싸울 수고도 없이 잿더미가 된단 말이지.'

...잠깐.

971 엘리 - 진행 (76dvCh2lUk)

2024-09-21 (파란날) 23:07:23

@@>>970
'나를... 쫓았다!!'

속도에 대한 자존심은 상당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쓰러진 채로 이어지는 상황 판단.

사제를 먹어서 생긴 종양, 즉 예비 목숨 덕에 나는 아직 살아있다.

정면승부도, 회피하는 방식으로도 승산이 없다면... 죽은척으로 상황 파악이었다.ㅈ

972 ◆MjRAeKhiz2 (6DY1Do4duM)

2024-09-21 (파란날) 23:56:09

>>971
아직 정보가 부족한 엘리는 잠시동안 자기가 왜 안 죽었는지, 또는 자기가 살아있는 게 맞긴 한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일단 그녀는 살아있습니다. 그녀의 모든 감각이 멀쩡하고, 이 모든 것이 환각이 아니라고 전제한다면, 엘리는 살아서 숨쉬고 있고, 그녀의 심장은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고, 눈동자는 계속해서 시각 정보를 수집하고, 귀에는 계속해서 엘리의 '시신'이 끌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뇌는 계속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어떤 철학자가 말하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엘리는 생각하고 있고, 그녀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몸 속의 공생성 기형종양은 그녀의 몸을 덮지 않은 채 그저 홀로 뛰고 있고, 즉 그녀는 한번 죽은 것조차 아닙니다... 그렇다면 확실합니다. 그녀는 은검과 신성한 철퇴로도 죽지 않았고, 죽었다고 멋대로 판단한 경비병들에게 지금 끌려가고 있습니다.

"......"

"......"

엘리는 무서울 정도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끌고 가는 경비병들을 봅니다. 이제보니 그들의 경추와 흉추 사이 경계에, 그 흉갑 청년의 목에 난 것과 비슷한 기형 종양이 돋아나 있습니다... 다른 모든 것이 멀쩡한데 저기만 이상하다면 저걸 의심해볼 만하겠죠.

973 엘리주 (4UQQGB6X5A)

2024-09-22 (내일 월요일) 00:15:01

이쪽이 카즈면 저쪽은 DIO인가?!

974 엘리 - 진행 (4UQQGB6X5A)

2024-09-22 (내일 월요일) 00:44:09

@@>>972

'호오—'

저 종양으로 정신을 장악한건지. 아니면 자기 사람이라고 판단한 경비병들한테 종양을 부여한건지. 자세한 내막은 알 바가 아니다만, 어떤 식으로던 관계가 있었다.

눈빛이 죽은 것도 그렇고... 반응도 멍하지 않을까?

놈들의 행선지는 모르겠다만, 글쎄. 소각로 쯤이라도 되겠지. 불태우는 쪽이 안전할테니.

'근데... 나 지금 움직일 수 있나?'

모퉁이를 돌 때가 있다면, 그때 한 번 시도해본다. 미동이 느껴져도 돌면서 쓸렸겠거니 할테니깐.

975 ◆MjRAeKhiz2 (uENykPte/I)

2024-09-22 (내일 월요일) 01:08:43

>>974
답레는 내일 쓰긴 할건데 혹시 구체적ㅇㅡ로 어떤 행동르 하려는거닞 알수있을까?

976 엘리주 (4UQQGB6X5A)

2024-09-22 (내일 월요일) 01:47:14

>>975 몸이 움직여지나 안움직여지나도 불투명한 것 같아서 움직여지나 확인!

977 ◆MjRAeKhiz2 (uENykPte/I)

2024-09-22 (내일 월요일) 07:32:52

>>974
엘리는 몸을 움직이려고 시도해봅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재수없는 감각이지만 그녀는 분명히 살아있고, 분명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만 아까 전에 입은 부상의 여파에 더해 재생을 위한 피도 충분히 마시지 않아서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군요. 하지만 다행인 점은 아까 봤던 대로 바닥이 피투성이라는 겁니다. 엘리가 재생하려면 뭘 해야 할 지는 아마 엘리 자신이 더 잘 알 겁니다.

978 엘리 - 진행 (4UQQGB6X5A)

2024-09-22 (내일 월요일) 14:06:24

>>977

'내가 개도 아니고 바닥에 머리 박고 피를—'

라는 귀족적인 자존심이 머리를 들어올리기도 했으나

'일단 살아야지!'

자존심이고 뭐고 생존본능은 대부분의 것에 앞섰다

이렇게 먹는 방식이 부끄럽다는 건 자각하고 있으니 뭐라고 하지는 마라. 일단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자존심과 생존본능 중 후자를 택했다.

##

979 엘리 - 진행 (4UQQGB6X5A)

2024-09-22 (내일 월요일) 14:11:07

@@>>977

기호를 햇갈리다니!!!

980 ◆MjRAeKhiz2 (uENykPte/I)

2024-09-22 (내일 월요일) 14:52:58

>>978
엘리는 바닥에 엉겨붙은 피를 핥아 마십니다. 이건 뭐 동네 똥개도 아니고... 싶다만, 지금 상황은 개가 아니라 황제라도 살고 싶다면 그리 해야 할 상황. 엘리는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라는 일족의 이름보다도 '엘리'라는 이름을 택할 정도로, 그리고 그 이름을 택한 이유 중 하나가 '짧아서 부르기 편하잖아'일 정도로 매우 실용적인 사람입니다. 엘리는 피와 살점을 씹고... 점점 몸이 재생되는 걸 느낍니다. 경비병들은 그것도 모른 채 엘리를 어둠 속으로 계속 끌고 가고 있습니다. 박살난 무릎이 붙고, 찢어졌던 내장이 다시 조립됩니다. 엘리는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다시 나설 준비를 합니다. 지금 당장은 끌려가고 있지만요.

엘리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나요?

981 엘리 - 진행 (4UQQGB6X5A)

2024-09-22 (내일 월요일) 15:22:59

@@>>980. '손톱을 세워서... 종양을 푹! 찌르는거야!'

만약에 저 종양이 세뇌를 일으키는 게 맞다고 한다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 그 흉갑 정도면 몰라도, 고작 병사가 내 속도에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지!

982 누누코 (8W5UR78cMk)

2024-09-22 (내일 월요일) 17:05:56

@@ >>954
요한의 말을 들은 누누코는, 그 즉시 초인적인 도약력을 보이며 밖으로 나왔다.
땅을 짚어 자세를 낮게 낮추고 어둠을 가르듯 어둠 저편을 바라봤다. 움직임을 포착하려는듯 귀는 쫑긋거리고, 손에는 살인무기로 개조를 거친 삽이 들려있었다.
무엇이 나오든 즉시 달려들 생각이었다.

983 누누코주 (8W5UR78cMk)

2024-09-22 (내일 월요일) 17:06:48

다들 안녕하세요~~ 오랜만? 이네요~~

984 ◆MjRAeKhiz2 (C4QyDTG3WY)

2024-09-22 (내일 월요일) 18:01:41

안뇽안뇽

985 엘리주 (4UQQGB6X5A)

2024-09-22 (내일 월요일) 18:15:39

하이루~~

986 ◆MjRAeKhiz2 (C4QyDTG3WY)

2024-09-22 (내일 월요일) 19:20:18

>>981
끌려가던 엘리는 경비병들을 바라봅니다. 자기가 끌고 가는게 '생물'인지 죽은건지도 모르는 꼴이 참 한심합니다. 뭐 그래도 엘리는 그 덕분에 빈틈이 아니라 빈 절벽이라 불러도 될 큰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 엘리는 슬쩍 일어나고, 뭐가 걸렸나 싶어 우뚝 선 경비병들이 뒤돌아보기도 전에 뒷목을 긴 손톱으로 찍어버립니다.

"큭?!"

"끄윽?!"

두 경비병은 뒷목에 붙은 종양이 터지자, 마치 목 잘린 닭처럼 발작하고 허공을 더듬다가 이내 쓰러집니다. 죽은 건가 싶다가 다시 일어나길래 죽이려는데, 돌아보는 눈빛이 살아있습니다. 그들은 혼란스러워하다 엘리를 봅니다.

"젠장, 머리 깨지겠네... 여긴 뭐야? 냄새 진짜..."

"잠깐, 당신... 지하수로 그 여자? 그... 엄청 잘 싸웠다던?"

정신을 차려보니 눈 앞에 엘리가 서 있는 상황이 혼란스러운 모양이지만, 엘리는 이제 알았습니다. 저 종양이 문제였습니다.

987 엘리 - 진행 (4UQQGB6X5A)

2024-09-22 (내일 월요일) 19:28:32

@@>>786
"헤, 그런거구나!"

맹목적으로 말을 듣도록 세뇌하는 기생 종양. 저걸 제거한다면 병력을 줄이고 놈들의 실체를 폭로할 수 있었다.

"너, 마지막 기억은 언제야?"

흉갑 놈한테 뭔가의 조치를 당했을텐데. 기억이 남아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988 아앨라나 - 진행 (/sNvJCVJac)

2024-09-22 (내일 월요일) 19:28:55


@@ >>966

그 사람은 저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을 언어로서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좀 더 시도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저에게 시선을 보내거나, 마주하기 전에 저에게만 들려오던 신음 소리를 전달한 이가 맞다면 그것은 무언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에요. 그것이 사소하거나 중요한 것이거나 상관없이요

"그러셨나요. 이 사람이 어떻게 이 상태로 살아있는지 그 이유 부터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한번 일어났다면 두 번도 가능할 거에요"

한 동안 말이 없으셨던 가말라시엘 님이 갑자기 그렇게 큰 일을 요구하시네요. 그 요구에 약간에 변화를 주기 위한 시도에요. 이유를 알아내지 않고 시도하면 일이 잘못 될 수도 있어요. 자신을 파괴, 사람으로 빗대어 말하자면 살해하려고 했었던 이에게 보복인 거네요. 저는 이미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후환을 남기고 싶지 않는 것도 있을까요

말해주신 것으로, 이 사람의 대해서 이해할 자그마한 파편 같은 것을 얻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할 수 없어요. 그 언행에 있어 그렇게 보일뿐 의도나 목적 어떠한 것에도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저 단순히 불빛에 벌레가 이끌리듯 본래의 이성에서 부터 할 수 있었던 행동의 잔재일 수도 있어요

989 ◆MjRAeKhiz2 (dfooRNvIKM)

2024-09-23 (모두 수고..) 00:39:38

>>982
"야, 저 새끼 뭐야?"

누누코의 눈이 적들을 훑습니다. 뭘 하는 거냐고 묻는 이들이 둘, 뒤에 석궁과 칼을 든 이들이 셋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바가 아닙니다. 인간들은 누누코가 보기에 다 똑같이 생겼고, 특히 사람을 노예로 부리는 새끼들 얼굴 따위는 알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것뿐입니다: 누누코 혼자 저 놈들을 다 담굴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합니다, 누누코는 삽을 고쳐잡고 그들이 누누코의 적의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성큼성큼 다가가 한 남자의 어깨를 삽날로 내리쳐 심장까지 갈라버립니다. 저 새끼 뭐냐던 남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비명도 못 지르고 죽어버리고, 누누코는 그의 복부를 걷어차 삽을 빼내며 자신의 질문에 스스로 대답합니다.

그딴 것도 질문이라고.

그리고 남자의 인영이 스러지며 누누코의 붉은 눈이 사내들 앞에 드러나고, 누누코가 달려들어 한 사람의 목을 횡으로 그어 잘라버리고, 삽을 휘두르며 돌아가는 힘에 저항하는 대신 그대로 받아들여 허리를 돌려 그 힘으로 갈비뼈를 걷어차 흉곽째로 부숴버립니다. 1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바로 세 명이 싸울 생각도 못하고 죽어버리고, 나머지는 무기를 뽑아들지만 그게 상황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그저 피할 화살, 막을 무기를 늘렸을 뿐.

"씨, 씨발!!! 습격이다!!!!"

사내가 칼을 휘두르자, 누누코는 삽을 걸어 궤도를 옆으로 빗겨 내리고, 무릎을 내질러 사타구니를 찍어버립니다. 거기에 있어야 할 것이 골반 안으로 파고들어감과 동시에 골반이 반쪽으로 금이 가고 척추와 요추가 무너집니다. 순식간에 곧 죽을 하체 불구자가 되어 내장과 피를 토하는 사내는 아직 쓸모가 있습니다. 누누코는 자기보다 큰 사내를 밀어내며 석궁 화살을 막는 방패로 삼고, 사내가 쓰러지면 누누코는 그 시체를 밟고 도약해 석궁을 든 이에게 뛰어듭니다. 상대는 석궁을 던지고 단검을 꺼내들지만, 누누코는 그새 사내의 시신을 뚫은 화살촉을 부러뜨려 임시 무기로 만들었습니다. 누누코는 칼을 든 사내의 오른손을 보고 어깨죽지에 꽂아 못 휘두르게 만들고, 단검을 뺏어 그의 목을 그어버립니다.

"그으읋..."

기도가 찢어진 그는 비명을 지르고저 하지만 그럴 수 없고, 그의 숨구멍에서 선혈과 함께 쏟아지는 마지막 단말마는 더 이상 인간의 그것이 아닙니다. 순식간에 다섯 명을 죽여버린 누누코는 공동묘지 저편을 바라봅니다. 비상이라고 외친 소리가 퍼졌는지 사방에서 불이 켜지고 경종이 울리는군요. 요한은 시체를 끌어내다 누누코에게 묻습니다.

"누누코 씨! 시체를 다 파냈는데 상황이 안 좋군요!"

요한은 누누코에게 묻습니다.

"머리만 쳐낼까요? 아니면 몸을 들고 갈까요?"

전자의 경우 시신 신원 확인이 조금 어려워져 보수가 적어질 수 있고, 후자는 도주가 늦어져 누누코가 더 많은 적과 더 피튀기게 싸우는 수가 있습니다.

990 ◆MjRAeKhiz2 (dfooRNvIKM)

2024-09-23 (모두 수고..) 00:44:58

늦어서미안혀 지금 이시간전까지 들어온 답레는 처리하고잠

991 ◆MjRAeKhiz2 (dfooRNvIKM)

2024-09-23 (모두 수고..) 01:13:14

>>987
"기억이요? 무슨 기억..."

"우욱, 그나저나 뭔 냄새가..."

경비들은 기억을 전혀 못하는 눈치입니다. 적어도 아까 전에 그 흉갑 청년이 명령하는 대로 엘리를 죽이려 들었고, 엘리가 '사망'하자마자 산지직송하는 중책을 맡고 그 몸뚱이를 핏덩어리 바닥에 끌고 간 건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그들은 혼란스럽게 주변을 바라보다, 이곳의 구조가 자신들이 기억하는 경비대 본부의 지하와 비슷함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그곳과는 달리 시체 썩는 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바닥은 지옥 밑바닥에서 열린 추수감사제처럼 내장과 피가 부츠를 적실 정도로 쌓여 있어 여기가 정녕 그들이 알던 곳이 맞는지, 아니, 그들이 지금 현실의 이승에 발을 들인게 맞긴 한지 의문입니다. 그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여기... 대체 뭡니까? 뭔 일이 일어나는 겁니까?"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니 이럴 법도 합니다.

992 ◆MjRAeKhiz2 (dfooRNvIKM)

2024-09-23 (모두 수고..) 01:38:57

>>988
아앨라나의 머뭇거림운 예상치 못했는지, 가말라시엘은 잠깐 딱딱하게 멈춰섰다가 차가운 목소리를 싹 지우고 평소처럼 기이할 정도로 쾌활하고 냉소적인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목소리에 돋친 가시는 비아냥과 냉소가 되어 '저 친구'보다도 아앨라나를 더욱 거세게 찌릅니다. 가말라시엘은 누군가에게 살인을 요구하려면 응당 제시해야 할 '정당한 이유'를 대는 대신 직접 보라는 듯 눈 앞의 광인에게 나름의 방식으로 설명하라는 듯 웃습니다.


"그럼 저 대신 저 친구가 죽여야 할 이유를 설명하겠군요.


"그..,으아아아아악!!!!"

두피가 벗겨질듯 머리를 벅벅 긁다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며 아앨라나에게 달려듭니다.

Ĥǰìgʻŕygʻgþaacgʻz!!!!

그 주문과 함께 광인의 몸이 커져 집채만해지고,아앨라나를 내려다봅니다.

...다음 턴, 전투입니다."

993 엘리 - 진행 (roEPc9U096)

2024-09-23 (모두 수고..) 16:24:02

@@>>991

"으음— 지하수로에 있던 거랑 비슷해. 가짜 뱀파이어가 여기 똬리를 틀었어."

경비대 본부야. 라고 하면 일이 귀찮아진다. 적당히 거짓말은 하지 않고 대답을 흘린다.

"길은 알지? 아는 대로 돌아가."

경비대 지하와 비슷하다, 라는 건 느끼고 있겠지. 구태여 혼란함을 더할 필요는 없으니 적당히 돌려보내면 될 것이다.

아니, 잠깐. 정보는 적당히 얻어야겠지.

"맞다 참, 지하에 적당히 중요한 시설이 어딨는지 알려줄래?"

994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7:26:09

>>993
"....뭐라구요?"

경비병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엘리를 바라봅니다. 그 가짜 뱀파이어... 라면, 아마 지하수로의 그 괴물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게 여기 있다고? 못 믿을 것 같다는 눈빛으로 다시 엘리를 바라보지만, 온 사방이 정신나간 광기와 피로 물든 이 상황에 그나마 '멀쩡'한 건 엘리밖에 없고, 정 믿는다면 그녀의 말 말고는 믿을 것도 없습니다. 경비병들은 머뭇거리다가 칼을 꺼내고 벽을 다시 짚어보고, 어디로 나가야 할 지 감을 잡고는 엘리가 원하는 정보를 알려줍니다.

"그... 잘 모르겠어요. 여기가 지하인데 한동안 '하수도 공사'를 한다고 통제해버렸거든요... 중요한 시설이라 한다면..."

대충 떠듬떠듬 긁어모은 기억을 바탕으로 알려준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지하수로로 오물을 쏟는 통로를 넓힌다고 지하수로와 통하는 굴을 뚫어둔 곳이 있었고, 감옥이 있었는데 작년 대홍수 때 침수되면서 죄수들이 떼죽음을 당한 이후로 죄수들을 1층 헛간에 묶는 것으로 타협하고 그곳을 무슨 증거품 창고인지 임시 서류보관소인지로 쓰고 있었다는 겁니다. 다만 주의하십시오. 이 정보는 어디까지나 '그들 기준으로' 최신 정보일 뿐입니다. 지금 바닥이 피와 살점으로 칠해진 상황에서 얼마나 유효한 정보일지는 엘리 당신이 스스로 추측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995 누누코 (UoG.gzFpQM)

2024-09-23 (모두 수고..) 17:54:54

@@ >>989
"몸."
누누코는 요한의 말에 대답하며, 몸은 벌써부터 다음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빼앗은 단검을 역수로 돌려쥐어 몸에 끌어당기고, 삽을 붙든 반댓손은 앞으로 뻗어 전진 시킨 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누누코는 생각했다.

'그 편이 먹을게 많을테니까.'
이왕 나서게 된 사냥이라면 살점이 많은게 좋을 것이다. 신성한 들판의 부족에겐 언제나 사냥이란 풍요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껏 변한적이 없었다.

"서둘러."
또 다른 사냥을 준비하며, 누누코는 등 뒤의 요한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996 누누코주 (UoG.gzFpQM)

2024-09-23 (모두 수고..) 17:55:09

다들 안녕하세요~~

997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7:57:12

>>996
ㅎㅇㅎㅇ
개인사정 있어 늦은거 미안해서 좀 고봉으로 다섯명 한번에 노뎀 올킬하는 거 보여줬는데 묘사 괜찮ㅇㅏ?

998 엘리 - 진행 (2bATvhb6pA)

2024-09-23 (모두 수고..) 18:02:00

@@>>994

"임시 서류보관소라—. 고마워."

아무튼 신뢰성이 낮은 정보라도 아얘 없는 것 보단 낫겠지. 그런 생각으로 나는 길을 나섰다. 임시 서류보관소. 수상한 기색이 풍기는 전 감옥으로 향했다.

999 엘리주 (2bATvhb6pA)

2024-09-23 (모두 수고..) 18:02:12

반갑~~~

1000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07:28

>>995
"좋습니다. 대신에 전 절대 못 싸웁니다."

요한은 갓 파낸 미스터 스위트의 시체의 어깨와 허리, 사타구니를 밧줄로 튼튼하게 묶어내서는 끙! 하고 당겨냅니다. 누누코보다 힘이 약하지만, 누누코가 곧 달려올 경비들을 다 담궈야 하는 만큼 요한을 도와줄 여유는 없습니다. 요한은 미스터 스위트를 파내고 나서, 어차피 다섯명이나 죽었으니 감쪽같이 묻는 것도 의미가 없겠다, 미스터 스위트의 수의에 자신의 삽을 대충 쑤셔넣고 그를 짐짝마냥 들쳐 업습니다. 누누코를 구해줄 때처럼, 요한은 석궁을 잘 쓸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요한의 어깻죽지에서 제3, 제4의 손이 자라나지 않는 이상 그걸 기대할 순 없습니다. 당장 무거운 시체를 짊어진 요한이 누누코보다도 그걸 잘 알기에, 요한은 누누코에게 외칩니다.

"옥수수밭으로! 지금 뻥 뚫린 곳으로 나가면 우린 과녁 신세입니다!"

그리고는 어차피 누누코가 훨씬 더 빠를테니, 누누코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요한이 먼저 옥수수밭으로 뜁니다. 하지만 컹컹거리는 개 소리가 헛간 쪽에서 여럿 들려오고, 누누코의 귀가 쫑긋거립니다. 옥수수밭으로 따라 들어간 누누코는 어떻게 대비하나요?

1001 ◆MjRAeKhiz2 (zXep3rh/ik)

2024-09-23 (모두 수고..) 18:13:26

>>998
엘리는 임시 서류보관소로 향합니다. 일부러 소리를 내려는 것도 아닌데, 점점 바닥에 흐르는 피의 수위가 높아지고, 피에 잠긴 살점들 때문에 저절로 발이 미끄러져 헛디디느라 찰박찰박 하는 물소리가 납니다. 이 침침한 어둠 속에서는 당연히 못 쓰는 시각을 보조하기 위해 다른 감각이 예민해지는데 영 좋지 않은 신호지만, 그렇다고 고작 걷자고 박쥐로 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엘리는 경비병들이 알려준 대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엘리는 저절로 멈춥니다. 눈빛이 죽은 경비병들이 창을 든 채, 상자와 서재가 가득한 창살들 사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엘리가 걸으면서 낸 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엘리 쪽을 바라보는데, 어둡기도 하고 자기 편도 발이 달린 이상 어차피 걸으면서 물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아는지 그냥 누구인가 궁금만 하는 것 같습니다. 엘리는 어떻게 하나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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