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0693>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임시스레) :: 1001

◆MjRAeKhiz2

2024-08-13 09:12:58 - 2024-09-23 18:13:26

0 ◆MjRAeKhiz2 (NchKwKy7oA)

2024-08-13 (FIRE!) 09:12:58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900 아앨라나 - 진행 (VrdvoulsBI)

2024-09-16 (모두 수고..) 23:28:55


@@ >>879

그 곰은 명백한 태도로 저희에게 조금씩 다가왔어요. 그 야수가 어떠한 행동을 하려할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요. 재빠르게 저의 뒤로 몸을 숨긴 베스니가 말하던 것들 중에서 마법적인 것은 제가 몇가지를 실천하려 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저 야수의 헛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저희가 도주한다면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요"

굳이 그녀를 곰에게 주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거에요. 심지어 그녀를 건네준다고 해도 그 야수가 만족할지 모르는 일이에요

"그렇겠지요? 우리들 모두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거에요"

숲은 찾아온 어둠으로 감싸여 있어요. 그 안에서 제대로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아직 남아있는 희미한 빛들을 가능한 많이 얻기 위해서 눈은 변화해요. 동공은 커지고 민감해져 한번에 대량으로 증폭하여 받아들일 수 있게되지요. 그리고 그것은 달리 말하자면 빛에 취약하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거에요

"베스니 씨, 시력을 보호하려면 눈을 가리세요"

저는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 얼굴을 가리는 거의 동시에 눈이 멀어버릴 폭발하듯 강렬하게 비추어주는 섬광을 뿜어내 발했었요. 그때 만큼은 어둠이 내려온 숲의 한 곳에는 빛으로 채워질 거에요

901 아앨라나주 (VrdvoulsBI)

2024-09-16 (모두 수고..) 23:30:38

진행 수고하셨어요! 이번에도 늦어버렸네요. 그리고 모두들 좋은 추석을 보내세요~

902 ◆MjRAeKhiz2 (nz00Jbddyc)

2024-09-17 (FIRE!) 14:08:37

>>898
엘리는 개구멍에 제일 늦게 들어가 곡물포대를 끌어당겨 막아버리고, 앞은 물 먹은 발광버섯이 제공하는 푸르스름하고 침침한 불빛으로 겨우 건너갈 수 있는 통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거한이 힘이 부쳐 쓰러지면 비냐가 끌어당겨 느리게라도 가고, 그 과정에서 발에 벌레인지 쥐인지가 마구 밟히는 감촉이 느껴지지만 비냐도, 거한도, 엘리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하수로의 익숙한 물비린내가 느껴질 때쯤 앞에서 갑옷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램프와 횃불 여러개가 나타나고, 그 쪽에서 소리칩니다. 경비병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군요.

"정지! 정지! 정지! 너희 뭐야!"

거한은 비냐를 하플링도 겨우 들어갈만한 구멍에 어거지로 밀어넣은 채 이를 악물고 주저앉고 엘리를 바라봅니다.

903 엘리 - 진행 (SK5YoeExQM)

2024-09-17 (FIRE!) 16:13:20

@@>>902

'아니, 네 쪽이 더 합리적인 신분이 있는 거 아니냐고.'

이단심문청에서 임무 중입니다. 하고 증명패를 딱 내놓으면 고작 경비병 정도는 벌벌 떨며 지나가십쇼! 하는 게 아니었나?

여기선 변명으로 의심을 피하는 선택지가 가장 나았지만... 나, 상당히 피를 빨았고. 의심을 안 받을 모습은 아니지 않을까.

"도, 도와주세요! 저흰 도망쳐온 것 뿐이에요!"

일단 묻은 피는 도망치면서 굴렀다고 하면 설명이 되는 범위. 설명이 안되면, 플랜 B다. 싸워야지 뭐.

904 누누코 (mEdp43w6jg)

2024-09-17 (FIRE!) 21:05:30

@@ >>894
요한의 말에 누누코의 토끼귀가 쫑긋하더니, 잠시 생각하는 얼굴이 되어 사색에 잠겼다.

"...그럼 기다려."
그리고는, 그저 그말만을 남기고 획 하니 몸을 돌려서 방을 나가버리는 그녀였다.
그대로 30분 남짓이 되었을까.

"됐어."
방을 떠났을때와 마찬가지로, 그저 그렇게 마차로 돌아와서 제자리를 잡았다.
이제 더는 마을에는 볼일이 없는, 미련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가자 요한."

905 누누코주 (mEdp43w6jg)

2024-09-17 (FIRE!) 21:06:00

다들 안녕하세요~~ 연휴는 좋지만 명절은 역시 바쁘네요~~!

906 누누코주 (mEdp43w6jg)

2024-09-17 (FIRE!) 21:09:48

항상 요한 마차를 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누누코주는 이 노래가 머릿속에 재생되네요~ 후후

https://youtu.be/pwHP2bDhkeo

907 ◆MjRAeKhiz2 (mbDRUuFzQI)

2024-09-17 (FIRE!) 22:14:41

>>900
아앨라나는 자기가 만들어낼 것의 위력을 아주 잘 알고 있어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뒤에 있던 베스니는 겁에 질려 이미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가말라시엘이 깃든 지팡이의 끝에 거대한 빛의 구슬이 떠오르고, 그 구슬의 요상한 형태와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을 불곰이 이상하게 여기기도 직전





질끈 감아 어두워진 세상도 억지로 밝히고,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세상이 밝아집니다. 소리 없는 섬광에 놀란 날짐승과 쥐가 뛰쳐나가는 소리, 시력에 비가역적 손상을 입은 불곰이 고통스레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리자 아앨라나는 눈을 뜨는데, 눈을 감았는데도 아플 정도로 강한 빛에 동공이 쪼그라들어, 안 그래도 어두운 세상에 칠흑을 더합니다. 그래도 고통스레 도망가는 불곰은 보이는군요.

"..."

"...아앨라나 님. 살아있죠? 불곰 죽었죠?"

한참이 지나서야, 베스니가 아앨라나에게 소심히 물으며 존재를 드러냅니다.

908 ◆MjRAeKhiz2 (mbDRUuFzQI)

2024-09-17 (FIRE!) 22:22:22

>>903
"잠깐, 뭐라고?"

경비병들 중 나이가 많아보이는 이가 횃불을 들고 오더니 거한과 엘리를 비춥니다. 거한은 칼을 맞았어도 연미복을 입은 상태고, 엘리도 온 몸이 피투성이지만 귀족의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거한은 이를 악물고, 한 마디에 피 한움큼을 함께 섞어가며 엘리의 거짓말에 동조합니다.

"이분은... 끄흑, 옐리사베타 블라디미로비나 예페슈카... 남작 영애님이시다... 파티에 초대받아... 참석하셨다가... 아수라장이 되는 바람에... 겨우 탈출했다."

경비는 거한의 목숨을 건 연기에 껌뻑 속아넘어가고, 그는 뒤에 있는 이들에게 손짓합니다. 경비들은 '옐리사베타'와 그의 '수행원'을 부축한 채 지하수로에서 나가도록 안내합니다. 그 와중에 그들끼리 무언가 떠드는게 들리는군요.

"경비대장님보다 훨씬 높은 분도 그 파티에 참석했다는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군."

909 ◆MjRAeKhiz2 (mbDRUuFzQI)

2024-09-17 (FIRE!) 22:34:08

>>904
"뭔가 챙길 거라도 있었나요?"

요한은 그렇게만 물어볼 뿐 더 따져 묻지는 않고, 바퀴벌레가 끄는 마차를 몰기 시작합니다. 마차는 비든베일 어귀를 지나고, 각자 크건 작건 각자의 크기가 있던 사람들과 나무들, 딥들, 가축들, 밭들이 작아지더니 똑같이 콩알같은 크기가 되어 뒷편의 지평선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퀴는 계속 구릅니다. 요한은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손을 흔들어 살갑게 인사하고, 익숙하진 않지만 최소한 참아줄 수준은 되는 휘파람 노래를 부르며 숲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차 마퀴가 빠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곳까지 들어가고 나서 요한은 마차를 멈추고, 삽 두개를 꺼내 누누코와 나눕니다.

"로데스 대농장까지 걸어서 한 시간 거립니다. 여기부터는 숲을 거쳐 옥수수밭으로 숨어 들어가죠."

누누코는 무심코 하늘을 바라봅니다. 동쪽에서는 어둠이 쫓아오고, 서쪽에서는 태양이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사라지는 저녁 시간대입니다.

910 ◆MjRAeKhiz2 (mbDRUuFzQI)

2024-09-17 (FIRE!) 22:34:57

오늘은 여기까지...
사유:쉬는날이 이렇게 바쁘고 스트레스 만땅일줄은 예상못함.

911 엘리 - 진행 (SK5YoeExQM)

2024-09-17 (FIRE!) 22:37:49

@@>>908

"흐음"

직접 물어보기엔 뭣하고. 여기선 귀를 기울여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볼까. 경비대장보다 높은 남자라 함은... 흉갑 청년. 사제복 여성. 노인. 셋 중 하나는 속할 것 같은데.

비냐는 숨겼지만, 뭐. 지하수로 길 정도는 외울 빠릿함이 있는 여자니까. 혼자서 돌아올 여력은 있겠지.

912 엘리주 (SK5YoeExQM)

2024-09-17 (FIRE!) 22:38:06

캡틴 화이팅...! 응원중이다!

913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4:23:00

>>911
"그 분은 어떻게 생겼대? 가끔 본영에 들른다던데 나는 본영에 갈 일이 있어야지."

"낸들 알겠냐. 나도 본영은 그냥 경비대장님 모시러 가는데, 아마 내근직 애들이나 좀 알겠지."

뭐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엘리가 엘리자베스로서 일족 저택에서 살 때도, 일족의 영지에는 엘리자베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보다 못 본 사람들이 훨씬 많았고, 여기서도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러니, 이들은 사교 파티에서 일어난 일도 모르거나 아예 조금만 알 것이라며 자연스레 안심하려는데... 갑자기 앞에서 또다른 경비대가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좀 더 계급이 높아보이는 이가 나타나고, 경비들은 창대를 바닥에 탁탁 쳐서 경례합니다.

"충성!"

"흰 머리의 빨간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파티장에서 난리를 부렸다고 하더군. 그 년을 찾아야 한다."

어... 네?

경비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엘리를 향하고, 거한이 어떻게든 비냐를 밀어넣어 숨긴 이유를 깨닫게 될 때쯤, 갑자기 어디선가 엘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 그 년을 찾아야 하죠."

"이게 무슨... 이단심문관님?!"

이단심문관은 경비대 중에서 높아보이는 이를 슬쩍 지나쳐서, 엘리가 뭐라 하기도 전에 손에 수갑을 채우고 '조용히 하라'는 듯 눈을 한번 깜빡이고는 다시 경비대들에게 고개를 돌립니다.

"위에 올라가서 사교 파티장을 통제해 주십시오. 이단심문관 치안인력 징발법에 따라, 여러분은 24시간 동안 제 명령에 '이유 없이'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게... 그럼 이 여자는..."

"사건은 종결했지만, 제가 담당한 사건에서 부속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의 중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니 제가 잘 데리고 있겠습니다."

에레야는 그렇게 말을 끊고, 거한과 엘리를 데리고 지하수로 바깥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가기 시작합니다.

914 엘리 - 진행 (/stGyLNbFQ)

2024-09-18 (水) 16:00:58

@@>>913
"이게 권력이구나...!"

나는 대게 비슷한 신분의 상대를 만나거나 낮은 신분의 상대와 만나더라도 곤란할 일이 없었다. 곤란함을 권력이란 형태로 해결해 본 적이 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렇게 이단심문청의 권력을 통해 한 번 수혜를 보고 나니 왜 그렇게 권력을 찾는지 알 법도 했다. 굉장하구나 이거!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비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에레야에게 감사를 표했다.

"덕분에 살았어~"

915 아앨라나 - 진행 (zz2XgEX.V6)

2024-09-18 (水) 16:36:46


@@ >>907

순간의 강렬한 빛과 함께 크고 작은 이들이 떠나가는 소리가 들려와요. 그리고 빛은 꺼진 촛불처럼 사라지고 어둠이 다시금 그 자리를 자치했어요. 저의 예상과 그 시도는 성공적이였어요. 도망치는 이는 저희들이 아닌 야수의 몫이 되었지요

"그렇답니다, 저희는 살아있어요. 그리고 그 야수에게 죽음이 방문하는 것은 지금은 아닐거에요.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리 될 수 있을거에요"

저는 사라져가는 야수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았고 이후에 남은 침묵을 깨는 것은 베스니 였어요. 저는 그녀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해주었어요. 시력이라는 중요한 감각을 담당하는 것의 손상은 야생의 존재에게는 크나큰 결점이 될거에요

"베스니 씨, 심신을 다잡고, 해야될 것을 마저 이어가요"

갑작스러운 상황은 마무리 되어 보였어요. 저희가 여전히 이 장소에 계속 머무는 것은 어떠할까요? 좋을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다시금 길을 떠나가야 할 무렵에 앞서 필요한 것들을 해야한다는 것은 확실하다고도 할 수 있을거에요

916 누누코 (3UQBnlePXA)

2024-09-18 (水) 17:07:17

@@ >>909
"그냥."
누누코는 단지 그렇게 말하며 턱을 괴고 바퀴벌레가 끌어주는 마차의 거친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하늘은 이제 막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들이 뒤로 한 비든베일의 개울가의 근처 나무 밑동에는 갈대볏짚으로 엮어서 만든, 끝이 뾰족한 잎의 꽃이 하나가 생겨났다.
그것이 신성한 들판에서의, 서로의 무운을 빌때 의식처럼 나누어주는 칼날 이파리 꽃의 모양을 본따 만든 장식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된 것은 아마 시간이 꽤 흐른 뒤였을 것이다.

숲에 와서, 누누코는 요한과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땅을 밟고나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삽을 쥐어잡고 허공에 가볍게 휘둘러보는 것이었다. 통짜 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울리면서 요한의 머리털을 스쳤다. 전사이자 살인토끼의 습관이었다. 자세는 마치 작업을 위한 연장을 들었다기 보다는 무기를 쥔 것 같았다.
이제부터 해야할 일을 생각하면, 마치 이 삽이 망가지기 전에 몇이나 되는 사람을 때려눕힐 수 있을지 가늠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가자."
그러고난 뒤, 누누코는 별말도 없이 요한보다 먼저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다.

917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7:20:04

>>914
"그리고 난 너 덕분에 죽게 생겼지."

에레야는 머뭇거리는 거한의 무릎을 걷어차서 자기 위에 얹히게 한 후, 거한을 그대로 업고는 들어서 여관으로 갑니다. 밤인데다 주변이 혼란스러워서 엘리와 에레야를 알아보는 이들은 없지만, 에레야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어려 있어서, 엘리가 뭘 했는지는 몰라도 그게 에레야를 상당히 피곤하게 만들었음은 알 수 있습니다. 에레야는 엘리에게 상황을 설명합니다.

"웬 흰머리 동방 귀족이 사교 파티에서 갑자기 칼부림을 벌이고, 그에 따른 폭력사태로 수십명의 사상자 발생...이 지금 사방에 퍼진 사건 내용이야. 아마 네가 갑자기 사람 죽이고 싶었으면 이것보다 더 얌전하게 할 수 있었을 테니 나름의 이유는 있겠지만..."

어느새 에레야와 엘리는 여관에 도착하고, '반값 할인!'이라는 현수막 문구와 그 문구를 보고 딸려들어와 1층에서 부어라 마셔라 노는 이들을 제치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에레야는 거한을 수술할 줄 아는 부하에게 맡기고, 엘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자, 뭔 일이 났던 건지 전부 이야기해 줘. 널 욕하려는 게 아냐. 일단 네가 뭘 했는지 내가 정확히 알아야 말을 맞추니까."

918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7:53:56

>>915
"음, 뭘 할까요?"

베스니는 아앨라나에게 되묻지만, 아앨라나의 말을 '뭔가 해야 한다'는 무언의 눈치로 받아들였는지 잠시 주변을 살펴보더니 캠프를 정리하려고 듭니다. 아앨라나가 생각하기에도, 불곰까지 끌어들일 정도면 아앨라나와 베스니는 캠핑 장소 선정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불곰이 온 마당에 늑대 따위가 무서울까... 라고 생각하기에 아앨라나는 그 정도의 강심장은 아니고, 더군다나 베스니라는 말만 잘하지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는 짐짝을 달고 있는 상황에서는, 잠시 다리를 쉬게 한 것에 의의를 두고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베스니는 은신처를 덮었던 천막을 주섬주섬 정리하고, 아앨라나는 그 동안 주변을 살핍니다. 그리고...

"우으으으으..."

뭔가, 어둠 속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앨라나는 주변을 살펴보지만, 아무런 이상함도 없습니다. 분명 사람이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발정기의 숲고양이가 발광하는 소리 같기도 한데... 뭔가 이상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으로는 잘 살펴볼 수 없습니다.

919 엘리 - 진행 (/stGyLNbFQ)

2024-09-18 (水) 18:26:17

@@>>917

"날 먹으려고 하길래, 재밌어서 맞춰줬는데... 도망칠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풀고 나와서 반격하는 수밖에 없었어!"

피식자들이 나를 보고서 포식자의 눈을 하다니. 그 사실 자체가 재미있지 않은가? 약간 가소롭기도 하면서.

"하수구가 노출됐으니, 이제부턴 거름으로 위장해서 내보낸다나— 그런 서류를 찾았지만 확보는 실패. 구두로 전해둘게."

남은 건, 이 일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인물들에 대한 얘기

"노인.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 흉갑 청년이 있는데 흉갑은 내가 죽였으니 신경쓸 거 없고, 그때 그 사제처럼 사제복을 입은 녀석도 보였어."

대답을 마치고 등을 돌린다. 급한 용무가 하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 이제 씻으러 가도 될까?"

920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8:35:50

>>916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만 그거 꽤 비싼 삽입니다."

요한은 조심히 다뤄달라는 말이겠지만, 누누코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 소리입니다. 그때그떄 필요하면 만들어 쓰고, 정말로 소중한 물건은 '싸다' '비싸다'의 개념이 없었으니까요. 소중하면 소중한 거고 소중하지 않으면 소중하지 않을 뿐입니다. 누누코는 이 삽으로 사람 여럿을 파죽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요한과 함께 숲 속으로 나아갑니다. 요한은 이곳의 지리를 알아왔고, 누누코의 본능은 피해야 할 때와 나아갸아 할 때를 귀신같이 구분합니다. 누누코가 아니라 요한보다도 큰 옥수수대를 헤치고, 솨아아아 불어오는 바람은 두 사람이 거침없이 땅을 휘적거리는 것보다도 더 큰 소리를 내며 그들을 가려줍니다. 그리고 옥수수밭을 헤치면 옥수수가 또 나오고 옥수수가 또 나오던 풍경을 지나서, 누누코가 마침내 바깥으로 발을 내딛기 직전 요한이 누누코의 어깨를 턱 잡습니다.

"잠깐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누누코는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킵니다. 울타리에 석궁과 칼로 무장한 두 남자가 껄껄거리며 저들끼리 이야기하고 있고, 모닥불에는 쥐와 새로 추정되는 것들을 꿰어놓은 꼬치를 여럿 걸어두고 있습니다. 요한은 누누코를 돌아보며, 어둠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매우 진지한 낯빛으로 말합닏.

"제가 '아, 이런. 내가 술을 가져오지 않았는데!'라고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절대 끼어들지 마십시오."

921 아앨라나 - 진행 (zz2XgEX.V6)

2024-09-18 (水) 18:51:13


@@ >>918

"계속하세요, 하고 있는 행동을 하세요. 어쩌면 저희는 잘못된 장소에서 행동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만일, 그렇다면 바로잡야겠지요"

저는 그녀가 물어보면서도 먼저 자리를 정리하는 것에 동조하여 그렇게 말했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머물러야 하는 장소를 잘못 선정한 것 같네요. 어쩌면 장소가 아니라 저희가 틀린 행동을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온전하게 휴식은 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필요로 하게될 것을 어느정도 해냈어요

"소리가... 이것은 목소리인가요? 어떠한 징조일까요?"

빛이 찾아올 수 있더라도 낮이 아닌 이상 숲은 여전히 곳곳에 어둠이 내려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주변을 살펴 보았지만 소리의 근원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잘 모르겠어요. 예감으로 봐본다면 이것은 또 다른 숲 속의 존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닐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묘한 느낌이요. 저희는 그 소리로부터 할 수 있는 만큼 멀리 떨어져야 할까요? 다른 무언가가 있나요?

922 누누코 (3UQBnlePXA)

2024-09-18 (水) 18:53:47

@@ >>920
'인간이다.'
누누코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전방에 있는 익숙하고도 아주 역겨운 냄새- 인간을 감지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금방 요한이 누누코의 움직임을 제지하듯 어깨를 붙잡으며 기다리라며 말한다.
요한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긴 곳에는 둘의 남자가 있었다. 누누코가 보기에는 그저 사냥꾼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뿌리 깊은 증오탓인지, 아니면 누누코의 동물적 직감때문인지. 누누코는 그들을 시선 안에 가두면 알 수 없는 기분 나쁨이 느껴지고 있었다.

"알겠어."
누누코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근처의 나무로 재빠르게 움직여 몸을 숨겼다. 요한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이 없는듯한 모습이었다. 남은 것은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923 누누코주 (3UQBnlePXA)

2024-09-18 (水) 18:54:03

다들 안녕하세요~~ 잘 쉬고 계신가요~

924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9:27:23

>>919
"...좋아. 심증이 하나 더 늘었군. 그런데 제기랄놈의 물증이 없구만."

에레야는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두들기면서 한숨을 쉽니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옐리사베타 블라디미로비나 예페슈카, 아니...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를 아무리 탈탈 털어도, 아예 내장을 갈라 버려도 그녀가 찾는 물증이 나올 리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에레야는 손을 휘휘 저어서 엘리가 볼일을 보도록 합니다. 하지만 지금 위에는 한참 난장판이고, 엘리의 인상착의에 수배령이 걸린 이상 함부로 올라갈 수는 없기에, 거한들이 빈 포도주 통을 들고 오더니 거기에 양동이로 물을 붓고는 수건과 갈아입을 엘리의 새 평상복만 남겨둔 채 문을 걸어잠가 버립니다.

엘리는 다시 한번, 피에 젖고 지하수로까지 거닐어 썩은 물내가 밴 몸에 휴식을 선사합니다. 포도주의 단내와 알코올의 쓴내가 배이는 것 같지만, 단내는 좀 '고급스러운' 목욕 하는 셈 치고 알코올은 이거로 혹시 모를 잔상처를 소독하는 셈 칩시다. 엘리가 다 씻고 나오면, 거한들이 아앨라나에게 수갑과 재갈을 내밀고, 에레야는 무거운 얼굴로 말합니다.

"잠시만 참아줘."

왜 그러냐ㅡ고 물어볼 것도 없이, 에레야보다도, 아니, 엘리의 질문보다도 위에서 먼저 대답이 들려옵니다.

"이단심문관 에레야 님! 이단심문관 지위를 남용한 폭력 행위에 대한 조사에 협조해주셔야겠습니다!"

925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9:33:55

>>921
"무슨 소리요? 뭐 들려요?"

베스니는 귀를 기울이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녀의 귀에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와 가끔씩 우는 부엉이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베스니는 괜히 불안하게 만든다며 토라진 소리를 내고, 아앨라나도 더 신경쓰지 않고 넘기기로 합니다. 어두운 밤이지만, 아앨라나는 앨리스 님에게 배운 밤하늘의 별 보는 법을 떠올리며 별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앞으로 향합니다. 뷔르트겐 호수는 워낙에 크니, 대충 '이 방향이겠거니' 하고 따라가도 나온다는 것은 위안입니다. 하지만...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베스니는 묵묵히 아앨라나를 따라오는데, 아앨라나에게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거슬리는 그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옵니다.

926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9:44:00

>>922
요한은 슬쩍 옥수수밭에서 나가더니, 얼굴빛을 싹 고치고 자연스럽게 "어이! 어이!"라고 말하면서 두 남자의 시선을 끕니다. 모닥불 앞에서 노가리를 까던 두 사람은 갑작스레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타나자 석궁을 조준하는데, 요한은 석궁을 조준하건 말건 양 손을 들고 그들 앞에 가까이 서더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바보같고 어수룩한 말투로 그들에게 묻습니다. 이건 평소에 누누코가 알고 있던 요한의 그 말투가 아니라, 마치 마을의 코흘리개한테 옮은 듯한 바보 말투입니다.

"내가 미스터 스위트님 대농장에 고용됐다고 편지를 받았는데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삽 쓰는 일을 해야 한대서 삽을 들고 왔는데..."

"뭐?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이거 진짜 맞아? 그 사람은..."

한 남자가 뭐라 말하려다가 옆에 있던 이에게 정강이를 탁 맞고 입을 닥칩니다. 정강이를 걷어찬 남자는 벌떡 일어나더니 요한에게 성큼성큼 걸어가서, 요한의 멱살을 확 붙잡고 울타리 쪽으로 밀칩니다. 그리고는 칼을 꺼내드는군요.

"어어, 어어어..."

하지만 요한은 바보 행세만 할 뿐 반격도, 억울하다는 표현도 하지 않습니다... 옥수수밭 사이에 숨은 누누코는, 멱살을 잡은 남자에게 살의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남자의 칼이 요한의 목으로 향하는 것이 보입니다!

927 ◆MjRAeKhiz2 (lhSeC9XwPs)

2024-09-18 (水) 19:44:28

오늘은 여기까지...
사유: 내일 새벽 4시 기상해야함
추석이라고 많이 쉴줄 알았는데 미안하이 낼모레는 진행 좀 될듯

928 엘리주 (/stGyLNbFQ)

2024-09-18 (水) 19:54:44

아냐 덕분에 고맙지 모~~

929 엘리 - 진행 (/stGyLNbFQ)

2024-09-18 (水) 20:54:30

@@>>924

"앗—"

하긴. 이단심문청의 권위. 귀족의 권위. 순간적으론 전자가 압도하지만, 어지간히 귀족을 죽여댔으니... 슬슬 커버할 수 없는 정도가 된 것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네."

하지만 이단심문청의 힘이 이대로 패배할 쏘냐! 일단은 얌전히 포박당해있다면 언젠간 에레야가 구해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제 손으로 수갑을 찼다.

930 ◆MjRAeKhiz2 (2u8kjj9Wb.)

2024-09-19 (거의 끝나감) 10:47:44

>>929
세상 일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모른다지만, 엘리는 세상 일이, 그것도 자기 인생이 이런 식으로 돌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에레야와 함께 죽인 놈들의 숫자가 좀 된다지만, 그래도 엘리는 뱀파이어고 에레야는 이단심문관일진대 살다살다 이단심문관과 이단심문의 권위가 누군가를 이기길 이리도 바라게 되다니요.

"좀 아플 거다... 겁니다. 참아...요."

엘리는 입에 물려지는 재갈에 해면이 꽂혀있는 걸 느낍니다. 저도 모르게 혀를 굴리면 해면 특유의 꺼끌꺼끌한 촉감과 함께 달콤한 피 맛이 느껴지고, 거한은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묶습니다. 그리고 거한들이 몽둥이를 들고 엘리를 때리기 시작합니다.

"쟤 너네가 힘빠져 죽을 때까지 때려도 안 죽어. 그래도 허리, 무릎, 어깨같이 아프기는 죽도록 아픈데 소리 안 사는 데는 때리지 말고."

즉, 쇼 좀 하라는 건데... 확실히, 소리만 퍽!! 퍽!! 엄청 나지 아프진 않습니다. 기분은 더럽지만요.

"...문 열어."

그 말과 함께 경비병들이 들이닥치고 아까 봤던 높아보이는 경비가 앞장서서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다릅니다. 손에 영장을 들고 있고 개중에는 교회의 인이 찍힌 것도 있습니다.

"이단심문관님의 노고는 인정합니다만, 최근 이단심문관님의 불법행위에 대한 믿을만한 증거를 다수 확보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렇다면 아주 좋은 증거가 필요할 겁니다."

에레야는 경비와 단 한 마디도 밀리지 않습니다. 에레야의 지위, 종교의 권위, 사건의 특수성, 특유의 블랙유머를 총동원하지만, 사실 이단심문관이 이렇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부터 뭔가 일이 개판으로 됐다는 신호입니다. 어쨌든 둘은 팽팽하게 기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경비가 한 발 물러섭니다.

"내일 저녁 6시, 신전에서 에레야 이단심문관님의 정직 여부를 검토하는 긴급 청문회가 태양교단 세스타우 교회 주관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제 미약한 경비로서의 권위는 몰라도 부디 같은 교우의 부름은 무시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경비대장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올라가고, 거한들은 엘리를 때리던 것을 멈추고 바로 풀어줍니다. 그리고 에레야는 한숨을 아주 길게 내쉽니다.

931 ◆MjRAeKhiz2 (2u8kjj9Wb.)

2024-09-19 (거의 끝나감) 13:21:11

다들 안녕

932 엘리 - 진행 (cPPIVZzQc2)

2024-09-19 (거의 끝나감) 15:14:57

@@>>930

"이단심문관이 심문당하네."

농담을 통해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시도... 음. 안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구나.

"으음, 이번엔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새파랗게 어리지만 에레야는 내 친구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겠지? 라는 불안감이 일순간 머릿속을 스쳤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할 수 있다면 돕고 싶다. 하지만 흡혈귀의 신분에 정치적인 기반도 없는 이 성에서 청문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내 목이라도 가져다 제출할래?"

물론 농담이었다. 농담이었지만, 도울 수 있는 스른 이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933 엘리 - 진행 (cPPIVZzQc2)

2024-09-19 (거의 끝나감) 15:14:58

@@>>930

"이단심문관이 심문당하네."

농담을 통해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시도... 음. 안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구나.

"으음, 이번엔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새파랗게 어리지만 에레야는 내 친구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겠지? 라는 불안감이 일순간 머릿속을 스쳤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할 수 있다면 돕고 싶다. 하지만 흡혈귀의 신분에 정치적인 기반도 없는 이 성에서 청문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내 목이라도 가져다 제출할래?"

물론 농담이었다. 농담이었지만, 도울 수 있는 스른 이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934 엘리주 (cPPIVZzQc2)

2024-09-19 (거의 끝나감) 15:15:18

악 두번써짐!!
>>931 안녕~~

935 누누코 (/jM.LI1PTA)

2024-09-19 (거의 끝나감) 17:02:41

@@ >>926
남자의 칼이 요한의 목으로 빠르게 향한다.

"..."
그러나 누누코는 그저 귀를 가볍게 움직일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나무 위에서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요한이 미리 해둔말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누누코에게 있어서 이것은 일종의 시험이기도 했다.
요한이 그저 입만 산 인간인지, 아니면 전사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영혼인지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누누코는 개입하지 않았다.
여기서 협력은 끝나는가? 아니면 그 새치같은 혀로 상황을 모면할 것인가?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그의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누누코는 그저 그것만을 흥미에두고 이 상황을 보고있었다.

936 누누코주 (/jM.LI1PTA)

2024-09-19 (거의 끝나감) 17:03:01

다들 안녕하세요~~~ 벌써 목요일에요~~

937 엘리주 (h/M6YoBUgQ)

2024-09-19 (거의 끝나감) 20:15:50

하루만 버티면!

938 ◆MjRAeKhiz2 (2u8kjj9Wb.)

2024-09-19 (거의 끝나감) 21:10:52

>>933
"달라 하면 줄 생각은 있고?"

에레야는 의자에 침통한 표정으로 주저앉고 거한은 눈치껏 술 한 병을 에레야의 손에 쥐여줍니다. 에레야는 술 한 병을 그대로 쭉 들이키는데 술이 그리 도수가 낮지도 않은 눈치입니다. 그런데도 한 병을 금방 해치운 에레야는 이 위기 상황에서도 엘리에게 지금 상황을 알려줍니다.

"그래, 이판사판이다. 저 새끼들이 비밀기지 위치도 알았겠다, 소환장도 냈겠다, 그 전에 내 애들은 다 죽을지도 몰라. 네 정확한 정체는 몰라도 네가 내 끄나풀인건 눈치챈 모양이니 내 수족을 다 자르고, 날 정직시켜서 보호 특권을 말소시킨 다음 제거할 생각이겠지."

에레야는 술 취한 상태로 이야기하면서 엘리 쪽에 세스타우 성의 지도를 던집니다. 엘리가 옐리사베타라는 명의로 한바탕 뒤집은 귀족가의 사교 파티장, 세스타우 경비대 건물, 그리고... 아직 가보지 않은 빈민가의 아편굴까지... 새삼 이 동네 참 막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에레야는 엘리가 할 일을 설명합니다.

"네가 사교파티에서 흡혈귀식 사교를 즐기는 동안 우리도 논 건 아냐. 그 피빨이 지망생들이 숨어있을 만한 곳을 뒤져봤고, 뭔가 확실히 있을법한 곳들을 찾아냈어. 분명 경계가 삼엄할 거야. 우리 애들은 아마 쳐들어가더라도, 자료를 전부 파기해버리겠지. 하지만 넌 이야기가 달라."

모두의 시선이 엘리에게 몰립니다. 엘리가 이단심문관과 험상궂은 따까리들에게서 기대는커녕 상상도 못한 유능한 동료를 보는 시선입니다.

"사교 파티는 뒤집었으니 빼고, 한 곳을 선택해서 침투해. 우리는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나머지 한 곳을 습격해서, 설령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놈들의 계획이 단 하루라도 늦어지게 만들 거다."

939 엘리 - 진행 (h/M6YoBUgQ)

2024-09-19 (거의 끝나감) 21:25:51

@@>>938
"엇, 으, 응."

대답에 묘하게 자신감이 없지 않냐고?

어쩔 수 없다. 자료를 가져오는 걸 기대받는다니. 여태까지 내가 한 일이...

'찢기, 피 빨기, 부수기.'

정적인 잠입과는 꽤나 판이한 것들이었다. 조용하게 끝내는 거. 나한텐 은근 어려운 것 같은데.

"그럼 내가 경비대로 갈게. 이단심문관이 경비대를 터는건 모양새가 안 좋지만, 아편굴을 정화하는 건 있을 법한 일이니까."

아편굴. 대놓고 나 음지요, 하는 티가 풀풀 풍기지 않는가. 거기서라면 주변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폭주해버릴 성 싶은 기분이 들었다. 경비대라면 자중할 수 있겠지. 아마도?

940 ◆MjRAeKhiz2 (HESlbE5Zl2)

2024-09-19 (거의 끝나감) 22:27:45

>>935


사내의 칼날이 요한의 목 앞에서 멈추고, 사내는 잠시 요한의 얼빠진 얼굴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는 칼날을 거둡니다. 사내는 칼을 칼집에 넣고는 요한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장난치곤 심했던 협박 행위를 뒤늦게 수습합니다. 그 와중에도 요한은 계속 상황파악 안되는 바보연기를 하고 있고요.

"장난이야, 임마."

"아, 아...?"

"오늘은 날이 너무 늦었어. 왼쪽 길 따라 쭉 가면 길쭉한 헛간이 있을텐데 거기 가서 하룻밤 자고 가."

그렇게 말하고 사내는 동료와 함께 모닥불을 짓밟더니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요한은 누누코가 숨어있을 풀밭 쪽으로 손짓합니다. 나와도 좋다는 신호입니다.

941 누누코 (/1oa25Sp/.)

2024-09-20 (불탄다..!) 00:57:31

@@ >>940
요한이 손짓하자, 바로 머리 위에서 누누코가 요령좋게 떨어져 사뿐히 땅에 섰다. 그러나 여전히 당장에라도 '무언가를 덮칠' 자세를 풀지 않고 있는 것을 보아 경계는 풀지 않은 것 같았다.

"안 죽이는 거야?"
누누코는 눈동자를 굴려서 요한을 힐긋 바라보곤 물었다.

942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08:51:23

>>941
"살인은 정말로 훌륭한 수단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문제도 없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 죽이는 것이죠. 예를 들어 누군가 굶주리고 있다면, 죽이면 평생 굶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 상처가 썩어서 고통스러워한다면, 머리통을 이 삽으로 내리쳐 쪼개면 더 이상 고통도 없겠죠."

요한은 누누코를 데리고 걸어가면서, 누누코가 그랬던 것처럼 삽을 휘둘러봅니다. 지금 보면 삽의 옆면에는 톱니가 나 있고 날이 날카롭게 서 있는 것이, 요한도 상황이 미쳐돌아갈 것을 예측하고 삽을 '개조'한 모양입니다. 이쯤 되면 누누코의 기준으로도 귀중한 물건... 까진 아니더라도, 누누코가 필요하면 쓸 만한 살인 무기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요한은 선문답 같은 설명을 먼저 하더니, 그 다음으로 요한이 그들을 '살려준' 이유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실한 만큼, 부작용도 확실하죠. 그 두 사람이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들을 어디에 버리죠? 묻나요? 묻으면 우리가 원래 해야 할 일은 어느 시간에 하죠? 만약 대농장의 고용인들이 우리가 죽인 시체를 발견한다면? 일이 더 커질 겁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요한은 허허 웃으면서 램프불을 켜고 지도를 살핍니다. 그러더니 헛간의 위치를 살피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더니 어디로 가야 할 지 확인합니다.

"누누코 씨, 저기에 가시죠. 아마 대농장에서 공동묘지로 쓰고 있는 곳은 저기일 겁니다."

943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09:03:52

>>939
"들었지, 얘들아?"

에레야가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거한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흉갑을 입고 투구를 낍니다. 이번에는 경비병들의 지원을 못 받는 게 아니라, 재수 없으면 그 경비병들과 싸워야 할 수 있으니, 이전에는 경비병들에게 맡겼던 석궁 등의 무기도 챙기고, 철퇴를 휘둘러 그 묵직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진지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던 지하수로에서의 눈빛과는 달리, 이번에는 아직 누가 죽지도 않았는데도 처절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처절함은 투구의 눈구멍 사이가 아니라, 그들이 꺼내는 살벌한 더더욱 살벌한 무기들로 강조됩니다. 거한들이 쥐에게서 뺏은 방독면을 나눠주고, 척 봐도 불길한 초록색의 액체가 담긴 유리구슬들을 챙깁니다... 독바람 척탄병이 쓰던 가스 폭탄입니다. 그리고 검은색의 고색창연한 폭탄까지... 이거, 경비대 막사를 털기로 했다면 진짜 세스타우가 문자 그대로 뒤집혔겠습니다.

"여명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어. 실종자 수를 조작한 증거, 식인종 활동을 은폐한 증거, 범죄 활동을 덮은 증거 등등. 전부 가져와야 해. 이단심문관이 되어서 뱀파이어한테 사람 죽이고 다니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에레야는 지하층에 난 쪽문을 걷어차고, 어둠 속에서 비밀 통로가 열립니다. 에레야는 거한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사라지기 전, 엘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주저하지 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니까."

944 엘리 - 진행 (.4YeWEGUDo)

2024-09-20 (불탄다..!) 09:32:42

@@>>942

"그냥 병사들은, 기절까지만 가보도록 해볼게!"

여지껏 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간— 음. 좋은 꼴은 못 볼 것 같았다.

물론 내가 '피 적당히 빨기'를 성공한 적 따위, 에레야와 함께 사도를 상대했을때 정도밖에 없었지만.

"그럼... 가볼까."

경비대로. 정말정말 안 싸우려고 최대한 노력해야지!

945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10:24:15

>>944
엘리는 후드를 뒤집어쓴 채로 여관을 나섭니다. 사람들은 여저히 술을 마시고 있고, 술 냄새와 떠드는 소리 속에서 엘리의 흰 머리칼과 붉은 눈동자... 평범한 인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그녀의 외관도, 경비병들이 막지 못한 흥과 취기 앞에서 자연스레 밀려납니다.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 뱀파이어의 심장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경비대 본부 막사에 점점 더 가까워질 때마다 박동이 더 커집니다. 인간은 여럿 죽여봤습니다. '체페슈'의 이름으로 지배하던 영지에서 노인의 임종을 지키러 가면, 그 노인의 마지막 피를 빨아들인 것은 엘리였습니다. 엘리를 대책 없이 돌아다니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로 착각한 도적들은 산 채로 비장과 간을 절개해 피를 짜냈고, 이곳에 오면 식인종과 고블린의 피도 열심히 빨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다릅니다.

"...어이, 요즘 그거 들었어? 요새 안 보이는 그 친구 말이야..."

"...뱀파이어인가? 늑대인간인가?"

뱀파이어, 그녀는 어찌 됐건 인간의 공포를 사는 존재입니다. 인간을 먹는 존재입니다. 이제는 손 다 털었다지만 엘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경비대를, 인간들을 지키는 인간을 죽이러 갑니다. 비록 그들이 괴물들에게 목줄이 걸린 개새끼더라도, 엘리는 그놈들을 상대하러 가는 겁니다. 에레야는 최대한 침투해서 자료를 빼오라 했으니 살인이 제1목표는 아니지만, 자료를 빼오는 과정에서 뭔가 일이 생긴다면...

아무튼, 세스타우 성에서 누군가를 내려다보듯 높이 솟은 곳은 그리 많지 않고, 그중에서 횃불과 총안구, 경비대 인장을 단 곳은 한 곳밖에 없기에 엘리는 쉽게 그 곳으로 향합니다. 당장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정문이고, 엘리가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이 있다면 성벽을 등반하거나, 박쥐 형태로 변신해서 날아들어가도 됩니다.

946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10:26:10

임시스레 폭파까지 50레스 남짓 남은 상황에서 엘리 보면서 든 생각
외모 보고 처음에는 이 생각 했었는데 얘가 한 것 보면 도저히 매칭이 안 된다...

947 엘리주 (mSmAMJe6y.)

2024-09-20 (불탄다..!) 10:52:27

찢?고 죽인?다!

948 엘리주 (uunDvjhvxY)

2024-09-20 (불탄다..!) 10:55:08

모 완전생물이 모티브기도 하다보니...!

949 엘리 - 진행 (ZPamDXYtkI)

2024-09-20 (불탄다..!) 12:23:52

@@>>945

'등반...'

어느정도 힘이 필요한 구석이 있었다. 손으로 스스로의 몸을 지탱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정문이나 박쥐보다 어려운 선택이 되겠지.

"한 번 해보자."

하지만 어두운 밤 날. 이목을 제일 적게 끌 방법이라 생각했다. 등반가가 도구를 벽에 박아넣듯, 나 역시도 손톱을 늘어트려 벽에 걸어 스스로를 지탱했다.

'힘은 부족하지만 민첩은 충분해.'

버텨야 하는 시간은 조금. 이판사판으로 올라간다면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섰다.

950 ◆MjRAeKhiz2 (AhDIQ0Okho)

2024-09-20 (불탄다..!) 15:03:13

>>949
박쥐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도 아닌데 박쥐가 한 마리도 아니고 수십마리가 떼로 몰려들어 경비대 성문을 타넘는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의심스러울 것이고, 그렇다고 정문을 뚫자니 그건 벌써부터 살인을 하겠단 소리밖에 안 됩니다. 엘리는 특유의 밤눈으로 성벽을 올려다보고, 사이사이에 튀어나온 나무 기둥이나 돌 사이 틈들을 보고 어떻게 올라갈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대충 계산을 마친 엘리는 족제비처럼 점프해 나무 기둥을 붙잡고, 그대로 몸을 휘둘러 발을 돌 틈에 끼운 후 다리를 당겨 한 발 두 발 올라갑니다. 엘리 스스로도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올라오자마자...

"하암..."

"야, 하품 소리도 내지 마."

"내 입으로 하품 소리도 못 내냐?"

위기입니다! 엘리가 바로 착지한 성벽 위 보도로 경비 두 명이 걸어옵니다. 대낮이면 이미 들켰겠지만 밤이라 밤눈이 없어 엘리를 아직 못 본 모양입니다. 하지만 더 가까워지면 들킬 겁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당장 숨을 만한 곳은 크게 없어보이고 (엘리가 스스로의 팔근육을 믿는다면) 벽에 매달려서 버티던지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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