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0693>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임시스레) :: 1001

◆MjRAeKhiz2

2024-08-13 09:12:58 - 2024-09-23 18:13:26

0 ◆MjRAeKhiz2 (NchKwKy7oA)

2024-08-13 (FIRE!) 09:12:58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696 ◆MjRAeKhiz2 (YS7U94xHmU)

2024-09-08 (내일 월요일) 22:15:28

>>692
"네에. 이번에는 조심할게요!"

라고 말하면서, 베스니는 다시 아앨라나를 따라 걸어갑니다. 빨리 물러가라는 나무들의 아우성은 멀어지고, 다시 풀벌레 우는 소리와 새 지저귀는 소리, 물 졸졸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평범한 숲속의 광경이 펼쳐집니다. 검은 숲이라는 이름답게 광원이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아앨라나는 지팡이에 탄 것도 있고 해서 잘 따라오고, 베스니도 잘 따라옵니다. 그러다가, 아앨라나의 손등 위에 갑자기 물이 떨어집니다. 손등을 내려다보니, 큰 물방울이 보여서 위를 보면... 아앨라나의 얼굴 위로 빗방울이 둘, 넷, 여덟, 그리고 수백개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바닥에 박혀있던 버섯들이 발을 꺼내 위로 올라가고, 베스니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아앨라나에게 묻는군요.

"아앨라나 씨! 어떻게 할까요?!"

아앨라나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살핍니다. 이곳은 푹 꺼진 곳, 비가 온다면 침수되기 딱 좋을 곳이니 살고 싶으면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겁니다. 조금 낮지만 쓰러진 나무 아래에 있는 곳, 높지만 나뭇잎에 가려져서 빈약한 곳 등... 선택지는 두 가지겠군요.
//오늘은 여기까지. 수고 많았어!

697 ◆MjRAeKhiz2 (YS7U94xHmU)

2024-09-08 (내일 월요일) 22:15:48

아앨라나주는 혹시 진행 늘어진다는 느낌 있으면 말해줘 팍 나가볼게

698 누누코주 (YmJRetojhA)

2024-09-08 (내일 월요일) 22:15:49

수고했어요 캡틴~ 그리고 다른 분들도 수고했어요!

699 엘리주 (0wtuo21sSA)

2024-09-08 (내일 월요일) 22:16:12

항상 고마워~~

700 아앨라나주 (XkIYgdncyc)

2024-09-08 (내일 월요일) 22:22:05

수고하셨어요! 지금까지는 괜찮아요, 하다보면 진도가 나가겠지요?

701 엘리 - 진행 (0wtuo21sSA)

2024-09-08 (내일 월요일) 22:23:34

@@ >>693

"단순히, 마음에 안 드니까.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왜 섞일 수 없는가. 이유부터 찾으라 했던가. 놈들의 기원. 탄생 과정. 그것에는, '뱀파이어과 낯과 섞일 수 없는 이유'가 숨어있을 것이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할 이유. 하나 생겼을지도."

마찬가지로 잔을 들어, 에레야의 것과 부딪힌다. 내용물은... 없다. 피 담아줄거 아니면 뭐라고 하지 마!

702 아앨라나 - 진행 (XkIYgdncyc)

2024-09-08 (내일 월요일) 23:00:39

@@ >>696

기이함을 안고 저는, 여전히 그녀와 호수를 향한 여정을 같이했어요. 숲에서는 많은 것들 느끼고 접할 수 있어요 그것들을 보고, 듣고, 그 향취를 즐기듯 나아갔어요. 그녀 역시 그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걸음 걸이는 흩어짐 없이 똑바로 가고 있어요.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꽤 됐을까요?

갑작스레 물방울이 저와 맞이하게 되어요. 그것은 하늘로부터 온 것이고 이어서 많은 이들이 뒤따라서 우리에게 왔어요. 그러고 우리는 그들을 피해가야해요. 이곳은 그들과 함께 있기에 좋은 곳이 전혀 아니에요

주변을 살펴보면 마침 그럴듯한 더 나은 곳이 있었어요. 두 가지가 있고 둘다 장단점이 있는데, 저는 높이 조금 낮더라도 안정적인 곳을 택하기로 했어요 저 하나 뿐만이라면 괜찮겠만 두 명이라면, 부실한 곳에 머물려 하다가 무너지면 그대로 한 순간에 더욱 나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저곳에 있는 나무가 그 몸을 눞혀 맡기고 있는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그녀에게 말했어요 이것은 단순히 지나쳐가는 소나기일 수도 있으니 일단은 잠시 기다려보는 것도 좋겠어요

703 ◆MjRAeKhiz2 (mYaeAUC1Qc)

2024-09-09 (모두 수고..) 09:02:27

>>695
노예들은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자신들을 속박하던 마차를 몰아서 북극성을 따라 떠나고, 남은 요한은 누누코의 이야기를 조용히, 그다운 웃음기를 싹 뺀 채 경청합니다. 신성한 들판에 침략자가 들이닥치고, 전사들은 죽고, 나이가 차지 않은 이들은 노예로 팔려간... 흔해서는 안되지만 너무도 흔하기에 비극인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었을지, 살았을지, 차라리 죽는 게 나은 꼴에 처했을지. 아직도 하나하나 이름을 기억할수 있는 부족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갑니다.

"...흠."

요한은 가방에서 독한 증류주와 깨끗한 헝겊을 꺼내고, 헝겊에 증류주를 묻혀 누누코의 상처를 닦아냅니다. 독한 술이 상처에 쓰라리게 다가오지만, 동포의 고통을 생각하니 이가 악물려서 누누코는 분노로 제 신경을 마취하는데 이릅니다. 요한은 지져진 자국에도 증류주를 바르고 연고를 치덕치덕 펴댄 후 거즈와 풀로 덮습니다.

"좋습니다! 항상 이 일에 쓸만한 기술을 가진 이들은 찾기 힘들었는데, 드디어 좋은 사람을 만나는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표정을 바꿔 웃습니다.

704 누누코 (FcQZdXv2c.)

2024-09-09 (모두 수고..) 14:18:46

@@ >>703
술의 독한 냄새가 누누코의 예민한 코를 찌르면서 표정을 찡그리게했다. 와중에 덮쳐오는 쓰라림이 누누코의 입에서 신음을 흘리게했다. 이게 정말 괜찮은 '소독'인지 누누코는 판단할 수 없었다.

"...후흥."
마치 그런 고통을 억누르듯, 아니면 불안을 억누르듯. 누누코는 평소처럼 버릇같은 입소리를 냈다.

"누누코를 어떻게 생각하든 인간 마음이겠지."
"하지만 누누코가 인간을 업고 뛰게하지만 마."
누누코는 사람좋게 웃는 요한을 보며 말했다. 누누코에게 있어서, 그는 여전히 의문의 존재였다. 전사의 날카로움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통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어보였다.
물렁해 보이는데, 상황 판단은 민첩했다. 그러면서도 몸은 누누코 자신의 손이 닿으면 쉽게 부서질 것처럼 보였다. 돈을 쫓는다면서 수인 노예와 함께하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영 못미더운 인간이었다.

"그리고 두 가지를 기억해."
"인간이 찾는 그 돼지의 시체가 수습되면 우리의 협력은 끝이야."
"또, 이 일이 끝나면 누누코에게도 탈러를 줘. 이건 어디까지나 그런 거래니까 말이야."
누누코는 일부러라도 그렇게 말해서 이 일의 목적을 상기시키며, 자신의 보상을 빼먹지 않고 그에게 이야기했다. 어쨌든, 무상이라는 것은 없으니까. 인간의 세계에서 말이다.

705 누누코주 (FcQZdXv2c.)

2024-09-09 (모두 수고..) 14:19:16

다들 안녕하세요~~

706 ◆MjRAeKhiz2 (Qu6k9lVZuk)

2024-09-09 (모두 수고..) 14:19:17

>>701
"잠깐."

에레야는 엘리의 빈 잔을 낚아채고 술을 주르르 담습니다. 그리고 단검을 꺼내 자신의 손가락에 피가 날 정도의 상처를 내서 엘리의 술잔에 주르륵 흘립니다. 투명한 술의 표면 위에 피가 배여 들어가 붉은 색을 더하고, 핏방울이 배인 술을 엘리 쪽으로 민 에레야는 이 혈주에 담긴 의미를 설명합니다.

"내가 살던 고향 메스터셔도 뱀파이어 영주가 지배하는 땅이었어. 그리고 뭔가 더럽게 곤란하지만 어쨌든 뱀파이어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에 개입을 청원할 때면 형편 닿는 선에서 가장 비싼 술에 피를 타서 바쳤지."

한 잔 해. 에레야는 그렇게 말하고, 엘리와 잔을 나눕니다. 불처럼 뜨겁지만 위협적이진 않은 혈주가 기분좋게 그녀를 담그고, 엘리는 두 번째로 이단심문관의 피를 마십니다.

707 엘리 - 진행 (DITgrvmeBM)

2024-09-09 (모두 수고..) 14:40:10

@@>>706

"으음—"

얼굴이 약간 붉게 물드려다가, 평소의 창백한 얼굴로 돌아온다.

'일하기 전에 헤이해지면 안돼지.'

어차피 한 잔 남짓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주의를 기울이는게 낫겠지.

그래도, 몸에 감도는 이 따뜻함은 술 때문만은 아니라. 분명 서로 주고받은 마음이...

'아니, 내가 그런 녀석은 아니지!'

그래. 괜시리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뭐, 잘 부탁해!"

//>>705 안녕안녕~

708 누누코주 (FcQZdXv2c.)

2024-09-09 (모두 수고..) 14:52:04

귀여운 엘리주 안녕해요~

709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16:25:23

>>702
안나는 베스니를 끌고 나무가 누워서 만들어진 피난처 안으로 들어갑니다. 두 사람이 숨기엔 아늑함과 좁음 사이를 넘나드는 나무 아래에 들어가자, 후두두두둑 하며 빗방울이 나무를 때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입니다. 그러는 동안 빗방울은 더 심해져서 방울방울 떨어지던 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고, 어느새 폭포 안의 동굴에 있는 것처럼 물이 쏴아아 들이치는 광경이 보입니다. 베스니는 이 광경이 신기한지 수첩을 꺼내고, 아앨라나는 가만히 바라봅니다... 무언가, 무언가 들립니다. 꺄하하 웃는, 꺄르르르르 웃는 듯하면서도 울리는 소리가 귀에 울려옵니다.

"이 소리는 뭔가요? 아앨라나 씨?"

아앨라나는 이 소리가 익숙하지만, 뭔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앨리스 님이 알려줬던 것 같기도 한데, 우호적인 정령이라고 하더군요. 마치 아이가 웃는 듯한 목소리로 깔깔거리는 목소리에, 베스니는 신기하게 바라보며 그것도 기록하다가, 앞을 가릴 정도로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에 웃는 얼굴이 나타나자 그것도 기록합니다.

"와, 신기하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초자연적 현상은 안나와 베스니에게 호의적입니다.

710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16:38:51

>>704
"저도 한가지 부탁드리자면!"

요한은 과장된 몸짓을 지으면서 말 쪽으로 가까이 가더니, 자신의 말을 쓰다듬습니다. 말은 영양상태가 좋아서 털에 윤기가 흐르고, 털도 잘 빗어주었는지 엉킴도 꼬임도 없습니다. 요한의 손길에도 불편한 티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기대는 것에서 요한이 그 말을 잘 대해줬음이 보입니다. 요한은 말을 쓰다듬고 말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더니 마차 마부칸 위에 올라타고는 고삐를 한번 잡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내리쳐 올라오라는 제스처를 취하는군요. 그리고 누누코에게 그다운 정중하고 간드러지는 부탁을 전합니다.

"누누코 씨의 원초적인 투쟁심과 의기는 높이 삽니다만, 그에 과하게 도취되어 살의를 가지지 않았거나 가지지 않아야 할 대상에게 마치 그렇게 보이는 치명적인 오인 상황을 피해달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말 좀 좋게 해달라는 겁니다.

711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16:58:26

>>707
뱀파이어와 이단심문관, 겸상은커녕 서로 생사결이나 안 하면 다행일 둘이 함께 술을 마시고 술잔을 쾅! 하고 바닥에 내리칩니다. 에레야는 일어나서, 술 취한 사람답지 않은 결기로 거한들에게 명령합니다.

"세스타우 식인 뱀파이어 사건은 '공식적으로' 종결됐지만, 너희들은 이제부터 내 강압으로 여기서 내가 종결한다고 결정할 때까지 계속해서 수사한다. 이 여관은 이제부터 새로운 수사 거점이 될 테니까 위층은 숙소, 여기는 위장용 겸 응접실, 아래층은 심문실 및 부검실로 사용한다. 용도에 맞게 개조를 실시하고, 예산은..."

에레야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 쪽에 서 있는 거한을 흘깃 바라봅니다. 그러자 그 거한은 아래로 내려가더니, 아둥바둥하는 남자를 데려옵니다. 팔 잘린 남자인게, 엘리한테 노란 유리병을 가져와달라 했던 그 남자입니다. 거한은 그 남자를 여관의 무대에 내동댕이치고, 거한 몇 명이 달려들어 그 남자를 마구 짓밟으면서 무자비하게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한 30초 그랬을까요? 엘리라도 저항하지 않으면 진짜 아팠겠다 싶을 때쯤, 그 남자의 입에서 바른 말이 나옵니다.

"마리엘의 허브! 마리엘의 허브 창고 42번 칸에 내 밀수품을 팔아서 쌓은 금화가 많아! 제발 그만 때려! 으아아아악!!!"

"진작에 그래야지. 얘들아, 들었지?"

거한들은 '개조 예산'을 가지러 가고, 거한이 여관 주인의 귀마개를 뺀 틈을 타서 에레야가 여관 주인에게 말합니다.

"비밀유지비 줄 때 잘 해주세요. 나발 불면 진짜 재미없어요."

그러자 여관주인은 비굴하게 웃는군요.

"아유, 물론이죠. 누구 안전인데요."

그리고, 에레야는 엘리에게 말하는군요.

"엘리, 내 애들을 따라 지하실로 가 줘. 일 시작하기 전에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712 엘리 - 진행 (3Z4TDFmnmA)

2024-09-09 (모두 수고..) 17:10:41

@@
>>711 "지하실?"

한 번은 들어본 적 있었다. 전에 동족이라 하기도 애매한 고깃덩어리와 싸울 때. 그때 비냐가 지하실로 도망치라고 했었지.

그 괴물에게서, 그리고 화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한 안전지대일 것이다... 라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번도 찾아가보지 않았었으니. 충분히 전력이 되는 내가, 안전지대에는 무슨 연유로 찾아간단 말인가.

"뭐. 가자!"

이 기회에 한 번 들여다보는 것도 좋겠지. 뭐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713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17:24:42

>>712
엘리는 거한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엘리가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별 것 없이 한 켠은 술과 식량을 보관하는 창고고 한 켠은 지하실입니다. 그리고 지하실에는 뭐... 신전 지하처럼 고문실과 부검실이 있군요. 고문실에는 신전 때보다 더 참혹해진 고문 피해자들이 있는데, 지금 잡혀있는 이들은 식인종이라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거한을 따라가자 거기에는 뱀파이어에게 한번만 피를 빨려보고 싶다던 여자가 붙잡혀 있습니다. 완전히 피떡이 되어서... 이제는 이전의 외모도 겨우 알아볼 정도지만, 아직도 입을 열지 않은 듯합니다. 거한은 엘리에게 말하는군요.

"뱀파이어 님. 상황이 그렇게 됐습니다. 이 년이 그 식인종이랑 뱀파이어 사교도의 연결 고리를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입을 안 열었습니다."

그리고 말하는군요.

"변태 피건 뭐건, 인간 피지 않습니까. 이 년 흡혈만 해 주십쇼. 그럼 이 년이 입을 열고, 모두가 행복해질 겁니다. 이 년까지 포함해서요."

714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17:25:24

>>713
추신: 이건 거부해도 되고, 거부하더라도 나는 스토리는 어떻게든 진행시키는 주의라 어떻게든 쑈하고 틀어서 진행할 예정! 다만 에레야랑 엘리가 좀 더 몸고생 마음고생을 하긴 하겠지.

715 엘리 - 진행 (eWqdxLq83I)

2024-09-09 (모두 수고..) 17:51:39

@@>>713

"와."

처음 볼때 든 생각은, 경멸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슬슬 경외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내가 매사 부정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인간이 가지는 불굴의 의지~ 운운하는 소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 내심 그렇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난 좀 더... 불굴의 의지라고 하면 고결한 감정이 기원일 줄 알았는데. 그래. 뭐. 욕구는 생명의 가장 강한 본능이니까.

"네가 이겼다..."

알겠어, 해줄게. 해주겠다니까.

716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18:23:59

>>715
"에...헤헤헤헤헤헤헤..."

인간의 의지란 실로 대단합니다. 하지만 엘리는 그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려보고 싶다'는 부분에서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인간이 무서울 줄은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인간들이 뿔이 나서 엘리를 죽이려 들고, 십자가에 엘리를 묶어서 화형시키려 하는 것에서 느낄 줄 알았던 것이지, 엘리한테서 기어코 피를 빨려 보려는 미친년한테서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입니다. 엘리는 몇 번이나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고, 그녀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 세상의 어떤 마약을 가져와도 못 지을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옆에서 보던 거한도 고개를 젓습니다.

"인생 이 새끼처럼 살면 힘들 게 뭐 있냐..."

엘리는 몇 번 피를 빨고 빼려고 하지만, 그 여자는 기이한 힘으로 엘리의 뒤통수를 잡습니다. 그리고 더!!!!! 라고 외치는군요. 엘리는 놀라서 저도 모르게 빨아들이는 힘을 더 강하게 하고, 원치 않는 몇 모금을 더 마십니다. 그 피는 분명 달콤합니다. 스스로를 바치는 이의 피는 달콤하니까요. 하지만, 인간으로 따지면 설탕을 퍼부은 과자만 먹으면 구토를 하듯, 엘리도 구역질을 할 것 같고, 하필 이런 변태의 피라는 생각에 엘리는 당장이라도 구토를 하고 싶어집니다. 아무튼 그 여자는 웃더니, 약속대로 입을 엽니다.

"우리 교단은 세스타우 귀족들의 지원을 받아서 깨끗하게, 떳떳하게 운영했어! 방금 내 공물을 받아주신 뱀파이어 님처럼 된다는 멍청한 생각을 한 건 웃기지만, 그래도 그럴 법도 하지! 뱀파이어는 정말 아름다우니까!"

...잠깐, 뭐라구요?

717 엘리 - 진행 (qL8zF.VrBU)

2024-09-09 (모두 수고..) 18:44:47

@@>>716

"...어머."

방금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예로부터 장생은 인간의 숙원. 뱀파이어의 외모나 수명. 그들에게 있어서는 매력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높으신 분들이 수사 종결을 원한다는 걸 알았을때까진 별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일 크게 벌리기 싫어하는 건 여기도 갔나보다~ 정도였지.

하지만 설마, 사교도와의 결탁을 꾸미고 있었을 줄이야. 심각하다는 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사안의 크기가 어느정도는 감이 안 잡히는데...

"저기, 이거 심각한 일이지?"

718 아앨라나 - 진행 (DsZTtPrdVs)

2024-09-09 (모두 수고..) 20:04:04

@@ >>709

저희는 한 동안 이곳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연약했던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어요. 그러던 중에 어느 소리가 들려왔어요 당연히 빗소리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아무래도 이 곳에 선객이 있었나 보네요. 아니면 그 반대거나요. 어쩌면, 둘 다 해당하지 않을지도요

"숲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머물고, 생활하고 있어요. 저의 추측이 맞다면 지금은 우리의 곁이 맴도는 이는 정령일 거에요"

빗줄기 자체가 폭포처럼, 이윽고 마치 얼굴처럼 보이는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며 베스니가 제게 이 목소리와 형상에 대해서 물어보면 저는 그렇게 설명해주었어요. 목소리와 물의 형상을 취한 이 존재는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지만, 정확한 정체가 무엇이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나쁘지 않을 거에요, 오히려 좋다면 좋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정령'이 저희에게 그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해보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보기로 했어요

719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20:29:20

>>717
"..."

대답이 없습니다. 뭔가 이상해서 뒤를 보면, 거한은 헐레벌떡 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니, 에레야가 급한 걸음으로 걸어오더니 그 여자 앞에 서고, 그 여자의 턱을 꽉 붙잡고 그녀를 노려봅니다. 그리고는, 그녀가 전해들은 이야기를 그 여자에게 되묻습니다.

"방금 넌 세스타우 귀족들이 뱀파이어로 변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네가 소속된 뱀파이어 숭배 및 식인 활동을 자행한 사교도를 비밀리에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방금 진술한 내용에는 일점 일획의 거짓도 없는가?"

되묻는 것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던 엘리는, 갑자기 자신이 옷뿐만 아니라 살가죽과 뼈, 장기까지 발가벗겨져서, 불쾌한 수십억개의 시선에 노출되어 찢겨나가는 듯한 불쾌감에 몸부림칩니다. 다시 에레야를 바라보니, 에레야의 두 눈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성한 태양의 힘으로 빛나며 피떡이 된 사교도를 노려보고 있고, 그 여신도는 그 시선을 보고도 당당하게 끄덕입니다.

"당연하지. 어떻게 뱀파이어 님 앞에서 거짓을 고하겠어?"

...이야, 이거 진짜 신념형 개또라입니다. 아무튼, 에레야는 그걸 듣더니 머리를 싸매고 한숨을 쉽니다.

"이 년이 말한 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확실해. 이 년, 거짓말은 안 했어."

엘리는 그 말을 듣고, 일족이 이단 사냥에 풍비박산을 당해 이단심문 대응법을 알려주며 연명하던 한 뱀파이어가 강연하던 내용을 떠올립니다. 태양의 눈. 이 세상을 비춰 어둠 속에 숨지 못하게 만드는 태양처럼, 사람의 마음 속 어둠을 모두 비추는 이단심문관의 심문 기법이라고요. 물론 만능은 아니지만, '예, '아니오' 정도의 간단한 정보값은 거의 100%라 봐도 좋다는 심문 기법입니다. 에레야가 '천국까지 달려보고 싶나?'고 말한 게 괜한게 아니군요.

720 누누코 (FcQZdXv2c.)

2024-09-09 (모두 수고..) 20:34:32

@@ >>710
"싫어."
누누코가 딱 잘라 대답했다. 단호한 대답이었고, 마치 벌써부터 둘 사이에 불화가 생기는 듯이 했다. 하지만 누누코는 별 생각 없다는 듯이 노예 마차에서 괜찮은 거적대기를 하나 찾아내고는, 그것을 판초 두르듯이 머리위로 둘렀다. 거적대기가 펄럭이며 내려오면서 그녀의 두 토끼귀와 흉터 많은 몸을 가렸다. 이어서 그녀는 말했다.

"확신할 수 없거든. 신성한 들판의 전사는, 지키지 못하는 약속따위는 하지 않아."
딱히 요한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장에서, 신용하지 못하는 인간과 약속 같은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복수심은 거의 그정도의 뜨거운 열기로 불타며 사방으로 튀고 있는 것일테다.
누누코는 다음 순간, 토끼 수인 특유의 각력을 뽐내듯 뛰어올라 그의 제스처에 따라 능숙하게 말에 올랐다. 그의 옆자리에서, 그녀는 요한에게 고개를 돌려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하지만..."
"말을 좀 줄여 볼 순 있겠지. ...후흥."
마침 자신도 인간과 말을 섞는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끝내는 순순히 부탁을 받아주겠다고는 말하지는 않는 것이, 둘의 운명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은 여행길이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누코는 손을 뻗었다. 그녀에게서는 보기 힘든 친밀한 손길이었다. 그 손은 말의 갈퀴에 닿아, 피부까지 부드럽게 훑으며 그의 말을 쓰다듬어주었다.

"잘 먹었네. 근육도 제대로 붙어있어."
"...이 말은 이름이 있어?"

721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20:50:40

>>718
정령.

검은 숲에 사는 아앨라나가 아닌, 어떤 것이든 피곤하게 따지고 엄밀하게 '정의'라는 것을 하려 들며 그 '정의'란 것도 '정의'하고자 하는 베스니가 살던 곳의 기준으로 '정의'하자면, 정령이란 '어떤 물체나 자연현상에 깃들어 지성을 가진 채 주위의 자극에 반응하는 초자연적 현상의 총합'입니다. 하지만 검은 숲의 마녀뿐만 아니라, 바깥 세상 사람들도 어지간히 엄격한 학자가 아닌 이상 그딴 재미없는 정의로 정령을 재단하지 않습니다. 왜냐? 정령은 재밌으니까요! 정령은 흥미로우니까요! 베스니는 눈을 빛내며 그것을 기록하는 손에 불이 나도록 가속하고, 다른 한 손은 흔듭니다.

"안녕! 정령아! 안녕!!!"

하지만 정령은 계속해서 웃기만 할 뿐이고, 어느 순간 비가 그치자 그 정령은 그치면서 바닥으로 푹 꺼지는 물웅덩이와 함께 사라집니다. 그러자 베스니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군요.

"에이..."

722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21:01:53

>>720
"인간 사회의 어법도 배워두면 좋답니다. '노력해보겠다'. 해보려고는 하겠는데, 실패해도 어쩔 수 없단 뜻이지요."

요한은 그렇게 말하고, 지도를 펼쳐서 램프를 대고 어디로 가야 할지 살펴봅니다. 보팔 토끼의 각력으로 한번에 뛰어 올라오자, 그 각력에 한번 흘깃할 뿐 다시 지도를 보는군요. 그러다가 누누코가 자기 말에 대해 묻자, 지도를 뒤로 휙 던지고는 사람 좋게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바퀴벌레라고 부른답니다!"

...바퀴벌레, 말한테 붙이기에 퍽이나 좋은 이름입니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아니면 바퀴벌레라는 이름이 붙어도 어차피 말이라 못 알아듣는 건지 기분 좋게 푸르륵거립니다.

723 엘리 - 진행 (eWqdxLq83I)

2024-09-09 (모두 수고..) 21:09:54

@@>>719

"으엑..."

아무래도,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거부감이 있었다. 육체적은 말할 것도 없고. 나는 적절한 하얀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믿는 주의였으니까!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눈에서 빛이 나온다는 건 관심이 있었다.

"혹시, 초고열 열선도 방출할 수 있어?"

있다면 좋을텐데!

724 ◆MjRAeKhiz2 (xPOvTc8dmU)

2024-09-09 (모두 수고..) 21:12:11

오늘은 피곤하기도 하고 개인 일정도 있어서 9시부로 마무리할게! 내일 다시 만나자!

725 누누코주 (FcQZdXv2c.)

2024-09-09 (모두 수고..) 21:13:36

캡틴 수고했어요~ 그리고 다른 분들도 수고했습니다!

726 엘리주 (eWqdxLq83I)

2024-09-09 (모두 수고..) 21:23:12

다들 수고했어~~~

727 아앨라나 - 진행 (DsZTtPrdVs)

2024-09-09 (모두 수고..) 21:31:36


@@ >>721

하염없이 웃기만을 반복할 뿐인 빗줄기, 그 존재는 무엇에 그리 재미있어하는 것일까요? 저는 옆에서 베스니가 열심히 분주하게 스스로 할 일을 하는 것을 조금 그대로 지켜보았어요. 상황이 이러하니, 모처럼 이렇게 가까이서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거에요. 숲을 비롯하여 다른 온갖 것들을 그녀는 이렇게 기록함으로서 그 경험과 지식을 남겨두는 것은 그녀를 위해서도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되려나요. 그것은 다르게 말하자면, 마음에 드는 것들을 수집해서 모아다가 간직하는 것과 같을까요?

"정령이란 달리 말하자면 자연의 의인화이며 그 모습은 계속 바뀔 뿐, 사라지는 것이 아닌 어느곳이든 있을거에요. 단지, 저희가 알아보거나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일뿐이려나요"

얼마정도 시간이 지났을까요, 짦지는 않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고 거세던 빗줄기도 점차 시들어가면서 이내 우리에게서 그 모습을 감췄어요. 그렇지만 비가 내렸다는 것을 여전히 알 수 있는 흔적들은 남아있어요

"그 존재는 가버렸어요, 아니면 그저 보이지 않을뿐인 것일지도 몰라요. 그러니, 저희도 가보도록 할까요? 호수를 향해요"

저는 슬슬 자리에서 벗어나 다시금 호수를 향하기로 하고자, 밖으로 나와 다시 보이는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는 그녀에게 그리 말했어요

728 아앨라나주 (DsZTtPrdVs)

2024-09-09 (모두 수고..) 21:32:21

수고하셨어요! 피곤하시다니 푹 쉬세요!

729 엘리주 (BZaMzr4OTM)

2024-09-10 (FIRE!) 00:18:20

갑자기 든 잡생각

우리 정식개장하면 생기는건가! 위키!

730 엘리주 (BZaMzr4OTM)

2024-09-10 (FIRE!) 00:20:03

우린 평생 위키 안만들거다
위키는 만들건데 진행 정리는 안해둘거다

라는 방침이면 상관없지만, 만약 위키 만들기 + 진행정리가 이루어진다 쳤을때 진행이 지금보다 더 쌓이면 엄청난 일이 될 것 같아서!

731 ◆MjRAeKhiz2 (SfOJAmyGrM)

2024-09-10 (FIRE!) 08:18:55

>>730
음 사실 나는 그 무계획이 계획주의라 따로 요약은 안해놨는데 이거 하긴해야겠네

732 ◆MjRAeKhiz2 (QHGqVAB1Jw)

2024-09-10 (FIRE!) 15:37:56

>>723
"그게 되면 여관 불탈 때 네 머리통에도 한 방 쐈을게다."

에레야는 눈을 질끈 감고 주저앉고 거한들이 그런 그녀를 달려가 부축합니다. 과연, 그런 미친 능력을 아무런 제약도 대가도 없이 쓸 수 있었다면 엘리자베스는커녕 그 증조모 대에 뱀파이어가 죄 멸족되었겠죠. 거한들은 성수를 에레야의 양 눈에 부어 식혀주고, 에레야는 두 눈알을 달군 인두로 지지는 고통 속에서도 엘리에게 말합니다.

"식인종이 이렇게 날뛰는데도 실종자 신고가 턱없이 적었던 것, 지하수로에서 인육이 저리 떨어지던 것, 부검된 반-뱀파이어 혐오체들 영양 상태로 대충 가설은 세워 놨지. 그리고 그게 이번에 심증이 생겼네."

간신히 눈을 뜬 에레야는, 엘리가 오늘 밤 해야 할 일을 알려줍니다.

"오늘 밤, 세스타우 성에서 열리는 사교 파티에 참석해. 드레스는 베르야가, 신분은 내가 꾸민다."

733 엘리 - 진행 (QyotnZkYnU)

2024-09-10 (FIRE!) 15:49:13

@@>>732
"우와..."

신의 사랑은 무조건적으로 주어진다느니 하길레, 능력도 그냥 사용 가능한 줄 알았는데. 저런 걸 사용하는데에는 반동이 상당한 모양이었다.

"알았어! 그럼 예법 교육은?"

사교 파티, 인간들의 사회에 끼어든다는 사실에 약간 신이 나는 것을 느낀다.

그건 그거고, 매너나 예법 따위가 내가 아는 그것과 비슷하다면, 크게 주의할 건 없겠지만... 원래 고리타분한 귀족이란 것들은 쓸데없이 자기만의 규칙을 만들며 그곳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무시하는 것을 즐기는 족속들이 아닌가.

734 누누코 (TpErb1hz2w)

2024-09-10 (FIRE!) 16:00:37

@@ >>722
"바퀴벌레..."
누누코는 그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한 번 중얼거리고는

"엄청난 생명력이 느껴지네."
하고, 순수히 느낀 감상을 말하며 턱을 괴고 시선을 바깥으로 보냈다.
과연 '바퀴벌레'와 이 광대같은 인간과의 동행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735 누누코주 (TpErb1hz2w)

2024-09-10 (FIRE!) 16:01:06

다들 안녕하세요~

736 ◆MjRAeKhiz2 (QHGqVAB1Jw)

2024-09-10 (FIRE!) 16:11:38

>>727
"네에... 뷔르트겐 호수가 우리 목적이었으니까요!"

베스니는 다시 한번 힘을 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비가 온 땅이 젖으면 질퍽해질 법도 하지만, 풀과 나뭇조각이 가득 깔린 땅은 두 사람의 발을 부드럽게 안아줍니다. 폭신폭신한 땅을 밟으면서 두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고, 비가 그치자 아앨라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던 아앨라나는 , 점점 땅거미가 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네, 시간이 가고 있고, 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어딘가에 캠프를 차리고 야영을 해야 할 겁니다. 베스니는 그런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리면서 웃기만 합니다.

"아앨라나 씨! 혹시 마녀들은 밤새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737 엘리주 (QyotnZkYnU)

2024-09-10 (FIRE!) 16:15:30

하이하이!

738 ◆MjRAeKhiz2 (QHGqVAB1Jw)

2024-09-10 (FIRE!) 16:26:31

>>733
"대충 아가씨인 척하고 존댓말 해. 전 엘리자베스와요. 이런 식으로. 얼굴이 그렇게 생겨먹은 덕분에, 눈동자 분장만 잘 하면 알아서 동부 귀족이라고 속아넘어가 줄거다. 원래 싸울 줄 모르는 귀족들은 전부 병신이고, 여기 귀족들은 죄 싸울 줄 모르거든."

워, 정말 신랄한 발언입니다. 에레야가 신분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거한들이 가까이 다가오고, 척 봐도 품질이 좋아보이는 양피지에 엘리자베스의 인간으로서의 신분을 적어내기 시작합니다. 옐리사베타 블라디미로비나 예페슈카, 동부 나로즈녜 차르국을 섬기는 남작가의 자유분방한 딸. 어릴 적부터 저택 안에서만 자유롭게 나다녔기에 나로즈녜 차르국의 문화도, 귀족의 예법도 잘 익히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귀족적인 기풍은 가지고 있다는 그런 설정입니다. 에레야는 엘리에게 설명합니다.

"너무 불평 가지지 마. 네 원래 성격과 정반대의 신분을 부여하면 그 신분을 유지하는 데만 온 신경을 쏟아야 해서 임무 수행 못 해. 이제, 베르야가 분장을 해줄 거다."

그러자, 거한이 지하실에서 계단으로 올라가더니 베르야를 데리고 옵니다. 베르야는 '연행'된것 치곤 꽤나 멀쩡한 상태로 오더니 에레야를 노려보는군요. 그리고 한 마디 쏘아붙입니다.

"미친년."

739 ◆MjRAeKhiz2 (QHGqVAB1Jw)

2024-09-10 (FIRE!) 16:33:20

>>734
"그렇습니다!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으라는 의미로 지어준 이름이고, 실제로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 주었죠."

요한은 밤하늘의 별을 세는 것보다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재밌는지, 그 '바퀴벌레'와 엮인 이야기를 해 줍니다. 화살을 여러 발 맞았는데도 산 이야기, '바퀴벌레'를 산 채로 해부해야 했던 이야기, '바퀴벌레'의 폐에 농양이 생겨 구더기를 집어넣어 썩은 살을 제거한 이야기 등등. 온갖 난해하고 '유식한' 단어로 점철되었던 요한의 다른 말들과는 다르게, 이 말에 대한 이야기는 간결하고 정확한 것이, 드디어 누누코도 진지하게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진심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누누코의 일족도 말 자체는 생소하지 않은 만큼 다른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그나마 들어줄 만도 합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요한은 누누코에게 묻습니다.

"그나저나 누누코 씨. 신성한 들판을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니... 누누코 씨는 유목 민족이거나, 또는 반농반목 민족 계통의 부족 전사셨던 것 같은데 맞습니까? 혹시 가능하시다면, 누누코 씨가 이런 비인도적인 수모를 당하시기 전 좋았던 시절에 대해 저에게 말해주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하군요."

740 엘리 - 진행 (QyotnZkYnU)

2024-09-10 (FIRE!) 16:42:14

@@>>738
"오~호호호~!"

이게 뭐냐고?

내가 인간 귀족영애가 사용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웃음소리다.

"라는 건 못 하겠구나."

위장신분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약간 아쉬움을 느끼며, 베르야를 바라봤다.

"잘 부탁해"

저기 가족사도 평범한 건 아니구나.

741 ◆MjRAeKhiz2 (QHGqVAB1Jw)

2024-09-10 (FIRE!) 17:25:09

>>740
베르야는 엘리를 위한 옷을 즉석에서 만들기 시작합니다. 나로즈녜 차르국, 추운 동네 특유의 모피와 가죽 코트를 먼저 만들고 그 아래에 입을 복잡한 패턴으로 짜낸 직물 드레스를 만들어냅니다. 거한들은 빛나는 손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입을 다물고 보던 엘리는 아주 옛날 어릴 적, 외증조어머니가 살아계실 적에 '블라드 체페슈'라는 성씨가 어디서 시작했는지를 알려주시기 위해 읽어주셨던 그림책의 내용을 떠올립니다. 블라드 체페슈라는 가문명은 먼 동쪽에서 시작했고, 그 동쪽 고향보다도 먼 동쪽에 있는 차르국 사람들과 교류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살았다고 동화책을 읽어 주셨죠... 그 동화책에 나오던 드레스가 좀 더 화려해졌다면 이런 느낌일 겁니다.

"...언제 봐도 솜씨가 대단하군."

"대단하면 돈이나 똑바로 내놔. 30금화. 깎으려고 하면 입술 꼬매버릴 줄 알아."

베르야는 엘리를 위해 드레스 한 벌을 후딱 만들어치우고는, 눈에 넣는 빨간 물약을 줍니다.

"별 건 없어요. 그냥 눈 색깔을 좀 더 진하게 만들어 줍니다. 뱀파이어처럼 선혈로 보이는 게 아니라, 그냥 진홍색으로 보여서 뱀파이어라는 의심을 피할 거에요."

742 ◆MjRAeKhiz2 (QHGqVAB1Jw)

2024-09-10 (FIRE!) 18:09:22

공지
내일부터 내가 시작하는 일이 격일 단위로 기쁨이 넘치는 하루 14시간 노동 - 휴식 - 기쁨이 넘치는 하루 14시간 노동 - 휴식을 반복하는지라 오늘은 저녁 7-8시쯤에 들어가보고 내일은 ㄹㅇ 인당 1답레씩만 진행할수도 있을듯; 노동착취를 당하는 캡틴이라 미안하다. 내일 모레는 일어나는 대로 좀 더 많은답레 주도록 노력할개...

743 엘리주 (BZaMzr4OTM)

2024-09-10 (FIRE!) 18:13:15

확인! 캡틴을 항상 응원하고 있어!

744 엘리 - 진행 (BZaMzr4OTM)

2024-09-10 (FIRE!) 18:20:23

@@>>741

"오오...!"

처음 보는 양식의 두꺼운 옷이던, 눈 색을 바꾸는 안약이던. 자못 신기한 것들이었다.

눈을 부릅 뜨고는, 조심스레 안약을 한 방울 떨어트린다

"으앗!"

약간 생소한 느낌이 들어 순간 당화했지만, 잠시 후 다른 쪽에도 안약을 넣곤 드레스까지 입어봤다.

"이게 인간 귀족의 모습이구나!"

나름대로 맵시가 사는 것이, 꽤나 맘에 들었다!

745 누누코 (TpErb1hz2w)

2024-09-10 (FIRE!) 18:42:47

@@ >>739
"인간... 아니,"
이야기를 잠자코 듣던 누누코는 중얼거리듯이 운을 텄다. 그러더니 이내 "요한은 바퀴벌레를 아끼는구나."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둠 속을 해쳐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시선을 '바퀴벌레' 에게로 옮겼다. 바퀴벌레는 쭉 뻗은 네 다리를 움직이며 두 사람과 마차를 이끌고 있었다.
터프한 말이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아직까지도 자신의 직무를 놓지 않고 있었다. 짐승은 때때로 인간보다 더욱 활기를 띄곤한다. 어쩌면 신성한 들판의 아이들, 자신과 같은 동족들보다도 더욱.
누누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치 바퀴벌레를 인정해주듯 손을 뻗어 갈퀴를 쓰다듬어주었다. 마치 그를 전사로 인정해주듯이.

"누누코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네."
"――요한에게 별로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닐거야."
그리고 마차가 굴러가는 동안, 누누코는 이야기해주었다. 자신이 처음 부족으로 인정 받고 전사가 되기로 맹세한 날. 그렇게 하기까지의 노력. 신성한 들판의 자유로움. 드넓음. 어떻게 일곱 다리 야수를 사냥하는지. 그 소재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신성한 들판의 나뭇잎 칼을 어떻게 휘두르는지.
마치 인간과 수인의 경계를 허문듯이 보였다.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그녀는 어디까지나 요한같은 인간을 인정한 것이 아니고 딱히 할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선 긋듯이 말했지만 이야기를 푸는 사이에 어쨌든 그녀는 잠시동안이나마 고통을 잊고 즐거워보였다. 그리고 때로는 우수에 찬 눈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동족을 기리는 눈이었다.

"누누코는... 누누코네 부락으로 돌아가려고 했어."
"부끄러운 일인걸 알아. 하지만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싶거든. 그곳에서 누누코의 동족들과 만남을 가지고, 영혼을 담금질 할거야."
"...그리고 죽이겠어... 그 날, 그 자리에 있던 인간들을 남김 없이, 말이지. ...후흥."
그리고는 평소대로 피비린내 나는 문장을 입에 담으며, 그것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듯 입가를 비틀면서 버릇과 같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746 누누코주 (TpErb1hz2w)

2024-09-10 (FIRE!) 18:55:48

참고가 될 진 모르겠지만... 누누코도 말해주고 있으니까 풀어보는 시트에 적지 못했던 설정!
누누코의 종족인 보팔토끼 수인은 인간은 물론이고 수인들 사이에서도 맹수로 느끼고 위협적이라고 생각해서 보통 배척받는 종족이에요~ 그래서 누누코는 원래부터 신선한 들판의 주민이 아니고, 방황하고 있던 그녀를 신성한 들판에서 포획하고 받아들여줬어요.
보팔토끼 수인과 보통의 토끼 수인은 얼핏 비슷해보이지만 확실한 차이가 있고, 보팔토끼 수인쪽이 확실하게 희귀해서 보통 토끼 수인인 줄 알고 다가가다가 일어나는 사고가 빈번한 편이에요. 보팔토끼 수인 그 특유의 희귀성과 호전성 때문에 연구는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교양이 깊게 있는 인물이 아니라면 그 존재조차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해요.
아마 누누코도 그래서 신성한 들판에 더 애착을 갖고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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