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744 거한이 거울을 가지고 옵니다. 그러자... 엘리는,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마주합니다. 선혈처럼 붉은 눈이 아닌 어둡고 그윽한 진홍색의 눈동자. 매일 입고 다니던 작업복이나 새로 입게 된 늘씬한 일상복이 아닌 나로즈녜 차르국 식의 모피를 걸친 화려한 패턴의 직물 옷을 입은, 옐리사베타 블라디미로비나 예페슈카, 나로즈녜 차르국의 블라디미르 예페슈크 남작가의 말괄량이 영애가 됩니다. 에레야는 엘리에게 다시 한번 설명해줍니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부터 익숙해져야 할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널 그 뱀파이어 엘리자베스가 아닌 동방 귀족 옐리사베타로 간주할 거야."
에레야는 엘리... 아니, 옐리사베타의 가슴팍에 초대장을 팍 밀어제낍니다. 엘리/옐리사베타는 그 초대장을 봅니다. '옐리사베타'의 이름과 '블라디미르 예페슈크' 남작가의 인장이 찍혀 있군요. 그리고, 에레야는 다음 말부터는 갑자기 엘리를 엘리가 아닌, 옐리사베타로서 존대하면서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옐리사베타 아가씨. 1층으로 나가시면 우리 애들이 사교 파티로 가는 마차를 준비해놨을 겁니다. 거기로 가서, 밝은 밤귀와 밤눈으로 귀족들이 무슨 호박씨를 까는지 들어 주십시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도, 좀 이상하다 싶으면 전부 수집해주세요. 알겠습니까?"
요한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누누코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칩니다. 모든 인간들에게 자신을 일원으로 받아들여주는 '공동체'란 것은 소중합니다. 공동체 따위는 필요 없고 혼자 살아도 된다는 이들은, 사실 너무나도 큰 공동체에 살고 있어서 그 공동체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렸거나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죠. 그리고 태어난 혈통을 이유로 배척당하던 누누코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받아들여준 신성한 들판은 너무나도 소중했습니다. 그렇기에, 누누코는 그 소중한 들판에 패악질을 부린 이들을 다 죽이겠다는 결심을 굳힙니다.
"원래 저는 동종업계 사람들의 사업은 방해하지 않습니다만, 노예 사냥꾼들은 예외죠."
요한은 누누코를 구하길 잘 했다면서, 그녀의 무운을 간접적으로 빌더니 그렇게 묻습니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만, 누누코 씨만 잡혀간 것이 아닐 텐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 >>751 "몰라." "...모르겠어." 누누코가 자신의 무릎 정도로 시선을 내리깔고는 말했다. 멍청한 대답이었지만 동시에 차가운 사실이다. 그것이 그녀가 겪고있는 상황의 가장 큰 문제였다. 누누코의 힘은 대단한 것이나, 손이 닿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도 없다. 그렇다고 그녀에게는 인간 사회에 녹아들 요령조차도 갖고있지 않았다. 다른 동족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알고있지 못했다. 누누코가 알고있는 것은 그저 사람의 모습을 한 돼지들의 냄새. 그리고 얼굴. 오직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누누코가 붉은 잎에 맹세코 전부 찾아낼 거야." 누누코는 오직 기억에 눌러붙은 그 피비린내나는 감각을 상기하며, 몸에 걸친 넝마를 주먹으로 꾹 쥐며 맹세했다.
>>753 안타깝게도 이 세상이란 곳은 원래 그렇습니다. 죽는지도 모르고,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는 이들. 사라져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들이 가득한 세상. 유령으로라도 다시 만나면 좋으련만, 그럴 수조차 없어서 죽어서 다음 생에서 만나자고 기약 없는 눈물로 맹세할 뿐이지요. 그것이 이 세상의 현실이었고, 누누코와 함께 끌려갔던 이들도 그랬고, 요한이 그간 구했던 수많은 노예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요한은 웃음기를 완전히 빼고 닥치고 있다가, 진지한 목소리로 나직이 묻습니다.
"감히, 제가 영업을 하나 해보고자 합니다만."
영업. 이 와중에 영업이라니, 정말로 좋은 이유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요한 브룬은 자기 머리가 따일 각오도 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요한은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을 제시했군요.
"저는 현상금 사냥꾼이지만, '살아있는 상태'로 누군가를 찾아내서 데려오는 것에도 꽤 능합니다. 그러니까, 저와 함께, 누누코 씨가 당하셨던 유감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을 이들의 위치와 구체적인 구제 방안을 알아볼 수 있을 거란 말이지요."
요한은 그렇게 말하고 대가에 대해서는 그답지 않게 말을 피합니다.
"뭐, 대가는 좀 있다가 생각해보는 것으로 하고요. 한 명이 찾는 것보단 두 명이 찾는 게 더 효율이 좋지 않겠습니까?" // 오늘은 여기까지!
"누구인가에 따라서 다를 것이에요. 비슷한 효능을 내는 약을 만들수 있을거에요, 그에 뒤쫒아 오는 부작용도 감내해야겠지요"
저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주면서 제가 실제로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덧붙여 말해주었어요. 그렇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이르도록 보여준 모습을 바라보았을때 굳이 이러한 약이 없어도 그녀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약간 들었어요
숲의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빛이 마치 그 힘을 잃어가듯 연약하게 사그라들고, 슬쩍 하늘을 바라보면 해가 지고 숲에 밤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숲에 어둠이 자리잡으면 그 모습은 좀 달라요. 검은색 물감으로 색을 입힌 도화지 같다고 해야할까요? 생물발광성을 지닌 버섯이나 이끼들 그리고 동물들이 눈에 잘들어 온다는 것은 괜찮은 일이 되겠지만요
"어둠이 완전히 숲에서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저희가 당분간 머물고 가게될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기로해요. 길로 향함에 있어서 적절한 휴식은 필요할 것이에요"
그렇게 되었니 저는 그녀가 알고 있는지 아닌지, 여전히 가야될 길을 걷는 것에 몰두하는 것에 멈춰세우듯 말하였어요. 적당한 휴식도 없이, 밤새도록 계속 움직이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거에요. 그래서 제대로 야영을 할만한 장소를 찾아보아야 겠어요. 저는 한 손으로 손가락을 튕겨내 보이고는 손가락 끝에 촛불과도 같이 불꽃을 피어냈어요. 저는 마녀 님에게는 비할바는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저는 바로 마녀 님의 바로 아래서 이어질 제자로서 배워왔어요. 이정도의 작은 마법을 부리는 것은 간단한 편에 속할 거에요
@@ >>754 "...영업?" 마차가 이동하는 내내 바퀴벌레 아니면 주변의 자연물만 보고 있던 누누코의 눈이, 처음으로 요한에게로 돌아갔다. 요한같은 일반적인 인간에게, 그 보팔토끼 수인의 눈빛은 굉장히 서슬어린 스산한 것이었지만 누누코는 그저 '영업' 이라는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되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영업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금방 들을 수 있었다.
"피네가 대가 없는 거래는 없다고 하던게 기억 나." 누누코가 동족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게다가 이것은 하물며 인간이 먼저 제안하는 거래였다. 안타까운 일인지, 누누코에게는 요한이 제안한 것이 함정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따질 수 있는 지능이 되지 못했다. 지금 그의 손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 괜찮은 결정일지도 알지 못했다. 마치 이미 멀어진, 피로 얼룩진 노예마차처럼 말이다. 이미 지긋지긋했다. 만약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마차가 또 다른 미래가 되어 닥쳐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누누코가 동족을 찾지 못하면, 누누코가 숨쉬는 의미따윈 없을거야." 그러나 누누코는 생각했다. 사실은 언제나 생각했던 일이었다. 단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누누코는 그러지 못했다. 누누코는 매순간 그 일을 원망하며 자책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쨌든 선택을 해야했고 이내 체념과 결심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구태여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암시적인 승낙에 가까운 몸짓이었다.
>>758 엘리를 모시고 갈 마차는 여태껏 엘리가 직접 본 마차들과는 비교를 불허합니다. 여객마차는 그냥 가축마차나 다름없었고, 짐마차의 승객칸은 인간을 짐짝 취급합니다. 하지만 엘리, 아니, 옐리사베타 아가씨를 위해 준비된 이 마차는... 정말 엘리가 탔던 다른 마차들과 같은 종류로 보는게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말들은 갈기며 털이며 윤기가 흐르고, 마부는 (가면 뒤집어쓴 거한이지만) 수행원의 옷을 입고 그녀를 기다립니다. 마차, 딱 엘리 한 명이 들어갈 마차는 다리를 쭉 뻗는게 아니라 그냥 자도 될 정돕니다. 거한은 '옐리사베타'를 보자마자 마차 문을 열어 정중히 모십니다.
>>760 좋은 선택입니다! 아앨라나와 베스니 일행은 나올 때부터 장비보다 식량을 우선해 챙겼고, 그 말은 부족한 것은 최대한 자연물을 이용해 때워야 한다는 뜻이죠. 그리고, 좋은 지붕 겸 집이 되어주는 저 텅 빈 큰 나무는, 적어도 지금 이곳에서는 두 사람들의 부족한 자재를 때워지는 좋은 '자재'가 되어줄 것입니다. 베스니는 야삽을 꺼내 나무밑둥 앞의 땅을 팍팍 파내기 시작하고, 안나는 쓰러진 나무에 천막을 엮어 임시 은신처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베스니는 헤헤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제가 여기 들어온 지 며칠이 됐는데 드디어 야영다운 야영을 해보네요."
그 말과 함께, 가말라시엘의 지팡이가 흔들립니다.
"그간 살려두느라 고생 좀 했죠. 한심하길래 좋게는 안 살려놨습니다."
// 아앨라나주 이 가말라시엘 성격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데... 2. 세상을 파멸시키는게 아니라 파멸로 몰아가는 음모가형 3. 호구형 악마 중간의 느낌이 좀 어렵다... 그리고 2번으로 간다면 그 면모를 보이기 위해 베스니나 주변 인물 하나가 죽거나 죽느니만도 못한 꼴 보게 될 것도 같은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 두마리가 경쾌하게 사교 파티장으로 나가고, 엘리는 마차가 이렇게 편할 수 있었나 감탄하며 말 그대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만끽하면서 지나갑니다. 원래 인가들은 밤길을 좋아하지 않는다지마, 세스타우는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없습니다. 집을 구하지 못한 거지들이 있을 법한데도 거지들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엘리가 있던 지하수로처럼, 어딘가 한 곳에 모여서 어떻게든 횃불이나 짱돌, 막대기처럼 저항이라도 해볼 수 있는 것을 든 채로 벌벌 떨고 있겠죠. 이 동네가 그렇게 된 이유는, 엘리에게 피를 빨리길 원햇던 그 미친 사교도가 말한 바와, 엘리가 싸웠던 두 유사-뱀파이어와, 식인종들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마차 마부석과 마차 사이에 난 쪽문으로, 거한이 작은 쪽지 하나를 던져 넣습니다.
"'아가씨'. 어느 정도 기본 교양은 알아두셔야 합니다. 숙지해두시길."
그 쪽지를 보면... 나로즈녜 차르국의 간략한 정세가 적혀 있습니다.
- 현재 나로즈녜 차르국은 차리나 나타샤가 통치하고 있으며, 반대하는 귀족들을 학살하고 제압하는 데 성공했음. - 차리나 나타샤는 극동으로 탐험대를 보내 영토를 넓히려는 시도를 하는 중.
"그래야겠어... 이런 장비로는 어떤 적도 죽일 수 없어..." "냄새를 없애고, 칼날을 갈거야... 마주치는대로 목을 뜯어주지..." "...누누코가 전부 죽일거니까..." 얼마나 지났다고 입에서 피비린내 진한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갈라졌고 말꼬리에선 힘이 빠졌다. 누누코의 눈꺼풀이 자신도 모르게 감기고 있었다. 미스터 스위츠의 영지부터 요한의 마차까지, 한시라도 제대로 잠든 적이 없기에 묵은 피로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누누코는 간헐적으로 눈을뜨며 저항했지만, 그런 '동물적 법칙'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죽이겠어..." 그런 잠꼬대를 마지막으로, 어느새인가 누누코는 마차에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잠들어있었다.
>>770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고, 토대가 상부를 정의합니다. 이걸 '유물론'이라 부르며 구체화하는 건 이 시대에는 너무 이르지만, 어쨌든 이 시대 사람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동물들을 끝까지 쫓아가서 지쳐 쓰러지게 한 다음 잡아먹고 사람들 입에서 바른 말이 나올 때까지 육체에 온갖 고문을 가하지요. 아무튼 누누코의 육체도 피로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미스터 스위트를 죽인 이래 무슨 범죄자들을 나무열매마냥 매달아둔 정신나간 도시까지 뜬 눈으로 걸어왔고, 거기서 납치당했고, 납치당한 다음에도 계속 끌려왔고, 끌려간 다음에도 요한의 마차에서 뜬눈으로 계속 있었습니다. 자지 않는다면 심장이 자버릴 정신나간 스케줄이죠.
"...이런."
...정신을 차리면, 흰색 천장입니다. 곰팡이들이 파란색, 흰색으로 알록달록한 천장입니다. 일어나보면 누누코는 곡물푸대 사이에 누워있고 옆에는 쪽지가 놓여있습니다.
>>772 짧은 '마차 체험'이 끝나고, 엘리는 마차에서 내립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뱀파이어 엘리자베스 바토리 블라드 체페슈가 아닌 인간 귀족 옐리사베타 블리디미로비나 예페슈카로서의 첫 시간입니다. 연미복을 입은 거한이 그녀의 앞에 서서 파티가 열리고 있는 대저택의 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 앞에 서고, 경비들 중에 잘 차려입은 남자가 나와서 손을 뻗습니다.
"초대장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자고로, 귀족들의 '행정 절차'라는 것은 귀족들끼리 면대면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런 '천것들'끼리 이루어지죠. 실무교섭을 다 마친 다음에 마지막에 서명이나 결재는 본인 서명으로 할 수도 있다지마는... 아무튼, 거한이 초대장을 건네자 경비병은 초대장을 확인하더니 목례합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옐리사베타 남작영애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그간 엘리가 봐왔던 것들과는 정반대로 화려한 것들이 엘리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유리잔도, 식사도, 옷도, 사람들도, 전부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람들은 호호 웃고 허허 웃으면서, 각자 좋은 말만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고, 옐리사베타는 여기 웃기 위해가 아니라 듣기 위해 왔습니다. 그것을 꼭 명심하십시오.
@@ >>773 낯선 천장이었다. 상투적이지만 그랬다. 그도 그럴게 누누코에게는 열린 하늘보다 닫힌 천장에 훨씬 낯선 것일테니. 개운한 기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신을 되찾을 정도는 되었다. 누누코가 머리를 긁으며 상체를 일으켰고, 기다란 토끼귀가 살랑대며 흔들렸다. 그녀는 곧 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글씨로부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후흥." 누누코는 짧게 소리내고는, 쪽지를 아무데나 던져버리고는 땅을 딛고 일어났다. 이곳이 어딘지 파악할 시간이었다.
저는 그녀가 말하는 야영다운 야영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물아보았어요.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를, 지금까지에 이르게되는 것들을 다시 되돌아 생각해보았어요. 그녀는 탐험가이고 세상을 걷다가 숲으로 넘어왔을 거에요. 그렇지만 딱히 야영을 위한 장비나 기제를 온전히 갖추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어요. 다만, 그녀에게는 나름대로 경험이 있을것이니만큼 간접적이거나 조금 가깝게 저도 참고로삼아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상하다고 여길수 있지만 그것이 그녀의 개성일지도 몰라요"
긍정적으로 말한다면 개성적이에요, 나쁘게 말한다면 괴상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와 상관없이 그녀가 대신 짐을 나르거나 밑작업을 대신 해주어서 저는, 저희가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저에게는 한 결 일이 편하게 되었어요. 올바르게 넘어갈 일도 좀 틀어지는 것도 있었지만요
이제 얼추 저희가 야영을 하며 날을 보내게 될 곳이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저는 제대로 시간을 보내고 휴식으로서 가만히 있거나 다른 행동을 해봐야 될지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평범하게 싸움이 난 평온한(?) 집구석입니다. 기름을 먹인 종이로 만든 창문을 밀어서 열어보면 마을의 풍경이 보입니다. 그다지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하다고 할 수도 없는 그런 마을 말입니다. 마을 아낙들은 우물가에 모여서 수다를 떨면서 물을 한 동이 두 동이 길어가고, 남정네들은 삽을 들고 나와서 동네 배수로를 푹푹 퍼내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밀들은 아직 수확기가 덜 됐는지 푸른 빛이 도는군요. 마을 이름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노예 추적자랄 만한 사람도 안 보입니다. 수상할 사람이라곤 누누코와 요한 브룬이 가장 '수상'할 겁니다.
>>777 이게 좀 아앨라나가 옆에서 부대끼던 사람 죽어나가도 그런갑다 하면 좀 캐릭터가 사악하게 묘사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주변인한테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걸 과연 아앨라나주가 좋아할까? 싶어서... 아앨라나가 가말라시엘을 좀 좋을대로 이용하고 벗겨먹는 느낌으로 갈지, 아니면 정말로 "가말라시엘이 아앨라나 빼고 다 파멸시키는 느낌"으로 가도 될지 모르겠음...
@@ >>780 또 다른 마을이었다. 언뜻 보기엔 평화로웠지만, 그래봤자 수인족인 누누코에겐 인간들의 마을일 뿐이었다. 몸에 긴장과 흥분이 도는 것이 느껴졌다. 몇 일 내내 도망과 은신을 반복하며 이런 짓을 하고있으니 세상에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누누코도 혼자는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은.
'...요한은 어딨지.' 자연스럽게 누누코의 머릿속에서도 그런 의문이 피어났다. 하지만 이내 그런 의문도 빠르게 흩어져버렸다. 누누코가 무관심해서가 아니고, 그 인간이라면 알아서 잘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누누코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향했다. 누누코의 진홍색 눈이, 잠시 하루의 요람 역할을 해준 이 방 안을 샅샅히 훑기 시작했다.
>>776 '제가 대신 말씀드리죠. 처음에는 목 대신 가방을 불곰에게 잃었고, 그 다음에는 보셨던 대로 다리가 부러졌답니다.'
가말라시엘이 비웃듯 이야기합니다. 이 다음에 가말라시엘은 이 여자의 다리 한짝을 말다리로 만들어버렸죠. 이 다음에는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날까요? 아니, 살아는 있을까요? 뭐, 뷔르트겐 호수까지 간 다음에, 더 아나가 그녀가 헤어진 다음에는 아앨라나가 알 바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베스니는 자신이 챙겨왔던 부싯돌을 꺼내들지만, 그러기가 민망하게 아앨라나가 손가락 끝에 불을 훅 피워내 모아낸 장작 위에 불을 붙입니다. 그리고, 휴식이냐 다른 일이냐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베스니가 묻습니다.
"아앨라나 씨! 혹시 앨리스 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연세는 어떻게 되세요? 어떤 능력을 가지고 계세요? 혹시 어떤 마녀신가요? 저, 엄청 궁금한 게 많거든요!"
오호호, 우호호, 아하하, 허허허, 옐리사베타는 몰라도 그 안에 들어있는 엘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아가리 닥치고 그냥 할 말만 해"라고 말하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힘들어집니다. 뱀파이어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성 관리를 똑바로 안 하면 점점 이성이 뭉텅뭉텅 깎여서 말이 직설적으로 변해가는 바람에, 엘리가 마지막으로 전대 가주를 보았을 때, 그녀는 엘리더러 '돌연변이, 가.' 라고 말하며 엘리의 바깥 여행을 허락했지요. 그 때는 좀 말이 너무하고 매정하다 생각했지만 여기 오니 뱀파이어 일족들의 무서울 정도로 직설적인 발언들이 너무나도 그리워집니다. 그러던 와중, 한 남자가 다가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제 이름은 젠튼, 혹시 아가씨와 합석하는 영광을 누려도 되겠습니까?"
>>791 에고 소드와 비슷한 그냥 자아를 가진 지팡이라 하면 악마까진 아니어도 내가 다루긴 좀 편할듯. 아니면 그냥 jrpg에 나오는 호구형 대악마를 봉인해놔서 가말라시엘이 "나 쟤 죽일래"라고 했을때 아앨라나가 지팡이 불태우려 들고 그러니까 가말라시엘이 "나쟤죽일래 로 5행시 해보겠습니다"로 말바꾸거나
"행운과 불운이 그 자리를 바꿔가며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아요. 마치 행운과 불운이 서로에게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하는 것만 같아요"
저의 물음을 그녀가 아닌 가말라시엘 님이 말해주었고 그것에 저는 그렇게 평을 내렸어요. 그러한 일들을 당하고도 결국 그녀는 저와 만나서 이렇게 괜찮게 있어요. 이런 만남은 단순히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느것이 되었더라도 이렇게 곁에 있을때 만큼은 그녀를 살펴보면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을거에요
"저의 존경스러운 스승님이시자, 위대한 마녀이신 분, 그분께서 바로 앨리스 님이랍니다! 정확한 나이는 알려주시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화사하고 아름다우셔요. 훌륭한 기예와 지혜로 함께 온갖 마법들을 능히 발휘하시기도해요"
그녀의 그런 질문에 저는 자랑스런 표정을 지으며 당당하게 설명해 보았어요. 제가 이렇게 좋은 솜씨와 지식, 그리고 적절한 생활을 하는 것도 마녀 님께서 거두워주신 덕분이지요. 마녀 님은 제게 말해주셨어요. 마법의 길을 타고난 아이로서 장차 뒤를 이어갈 좋은 마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셨어요. 그랬기 때문일까요? 저는 마녀 님에게 배우고 수련을 거듭해왔고 크게 어렵지 않게 마법을 사용할 방법을 배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고 어느덧 능숙해졌어요. 그러니까, 저는 앨리스 님이 말해주신대로 훌륭한 마녀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