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587 "어릴 적부터... 우와! 이게 그 대마녀와의 기연?! 아니면 태어나서부터 마녀의 운명을 타고난 그런 느낌인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베스니는 안나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바깥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군요. 아주 어릴 적, 아앨라나가 기억할 수 있는 아주 어릴 때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이 검은 숲에서 보낸 그녀에게 바깥 세상은 존재한다고 말로만 들었고,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하니 아마 맞겠거니... 한 곳일 뿐입니다. 그래서, 아앨라나가 실제로 관심이 있냐 없냐와는 별개로, 조금씩 이야기가 귀에 들어옵니다.
"당연하죠! 저도 대학 음악학부에서 공부했거든요. 예전에는 음악도 전부 유명한 음악가한테 배우거나, 음유시인 따라다니면서 배워야 했는데 이제는 대학이 생겨서 돈만 좀 있으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저는 돈은 없었지만, 후원자를 잘 만났죠... 그 뭐냐, 족보집에 가서 한달치 봉급만 주면 제 이름을 어디 귀족가에 올려주거든요? 그러면 후원을 구할 자격이 생기니까..."
...말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가말라시엘 님이 텔레파시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비웃는군요.
'세상의 사기꾼들은 두 가지 유형이 있지요. 알면서 치는 사기꾼, 모르면서 치는 사기꾼. 지금 이 사람은 후자입니다.'
...음, 경계해야 할까요? 아무튼 아앨라나는 묵묵히 들으면서 올라갑니다. 다리 하나가 말다리가 되었는데도 좋아하는 걸 보면 아무튼 음유시인과 모험에 대한 열정은 진짜인 것 같으니. 아앨라나는 앞서 가다가, 눈 앞에 보이는 움직임에 멈춰섭니다. 머리에 붉은 열매가 달린 굵은 뿌리들이... 두 다리? 같은 잔뿌리로 아앨라나 쪽을 향해 오고 있군요. 베스니는 모르겠지만 아앨라나는 잘 압니다: 가을 맨드레이크. 추운 겨울을 대비해 어딘가로 동면을 떠나는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아앨라나와 마주치자 얼굴? 인지 아닌지 모를 대충 얼굴같은 표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둘을 바라봅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도시는 누누코 같은 이방인 내지는 '범죄자'들에게 전혀 자애로운 곳이 아님은 여기 오기 한참 전부터 알았습니다. 사람 키보다 큰 나무들은 모두 교수대가 되어 사람처럼 생긴 이상한 열매들이 수십개씩 매달려 있었고, 그 열매들은 모두 '도둑' '탈영병' '체납자' 같은 상품명들이 하나씩 붙어있었습니다. 이 이상한 열매들은 수십개씩 줄을 지어서 누누코가 가는 길마다 몸을 흔들며 그녀를 반겼고, 그녀의 반쪽짜리 귀도 나풀나풀 흔들리며 그들을 지나쳤습니다. 물론, 누누코의 삶은 성인식을 거친 이래, 전사의 시험을 통과한 이래 항상 폭력과 피, 살점의 바다였기에 이런 광경을 본다고 대경할 일은 없었지만, 사방을 채운 시체의 냄새와 누누코의 몸에도 혹시 먹을 게 없을까 달라붙는 파리떼들은 반갑지 않았습니다. 그것들을 헤치고 나온 누누코는 언덕에서 도시를, 이곳의 살풍경과는 전혀 다르게 무서울 정도로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를 눈에 담았습니다.
'화살 수매단가 상승에 따라 무단침입 경고사격 절차를 폐지함' '무단 침입자 적발 즉시 사살 - 경고 사격을 예상하지 마시오'
그리고, 눈 앞에 적혀있는 표지판도 눈에 담습니다. 이 도시를 들어가는 게 맞을지, 아니면 그냥 우회해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방법일지, 다시 돌아가서 숲 속에서 추적자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있을지... 다양한 방법들이 떠오릅니다. 심지어는, 아주 잠깐이지만... 포기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하지만 누누코는 고개를 젓고 다시 앞을 바라봅니다. 지켜야 했던 이들, 맞이해야 했던 최후, 죽었어야 했던 적들. 아직 많은 것들이 남아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하려고 고민하는데, 뒤에서 휘파람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거기! 토끼귀 양반! 그래요! 당신!"
한 사람이 손을 흔들며 멀찍이까지 다가오더니, 누누코에게 묻습니다.
"내 한쪽 귀가 잘린 토끼귀 달린 아가씨를 찾고 있었네만, 당신이 맞는 것 같군."
그리고는, 주변을 보면서 표정을 찡그리더니 다시 말을 잇습니다.
"물론 여기가... 귀족들의 다과회를 열기에는 좀 그런 곳이긴 하지만, 잠시 친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많이 는 것 같아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공지합니다. 오늘 이 시간부로 시트스레는 임시로 잠그도록 하겠습니다. 최소 1일 1답레를 목표로 운영하는데, 여기서 사람이 더 많아지면 상황에 따라 1일 1답레도 힘들어질 수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 상황이 나아져서 더 많은 분들을 모실 수 있게 되거나, 공석이 발생하면 시트 스레를 다시 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시트스레에 등록된 시트들만 본 어장에 참여할 수 있으며, 향후 10일 이상 무통보로 반응 없을 시 또는 1개월 이상 장기 부재가 예상될 시 시트를 한시적으로 다시 열겠습니다.
엘리가 뱀파이어만 아니라면, 아니, 뱀파이어라도 제일 멀쩡한 방이라는 게 비냐의 설명입니다. 다른 방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고 하니, 엘리가 봤던 그 살덩어리 뭉치가 저 방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바람에 여관 주인이 마녀를 불러 잡귀를 쫓고 태양교 사제를 불러 축성을 하고 심지어는 이단심문소의 심문서기보 한명을 불러 이단성 검토까지 했다고 합니다. 엘리가 원래 있던 방은 개박살나서 가구들을 재활용할 수가 없어서 짚과 이끼를 채운 천쪼가리를 침대 삼고 나머지 가구들은 싹 다 빼서 장작으로 써버리고 있고, 다른 방은 불탔거나 사람이 너무 죽어서 피비린내를 뺄 수 없어 그냥 할인가로 운영한다... 는 이야기도 합니다. 비냐는 피비린내 얘기가 나오자 조심스레 묻습니다.
누누코주한테 물어보고 싶은점 1. 누누코에 대해 생각한 액션은 어떤 느낌? 일단 나는 읽어보고 ( https://www.youtube.com/watch?v=ownBlRvIf00 영화 밀수 액션신, 유혈 주의!) 이런 느낌 들었는데. 2. 중간에 누누코가 추적자들에게 납치당하거나, 별 상관없는 노예사냥꾼에게 납치당하는 서사가 나올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 다만 이건 배드엔딩 직행은 아니고, 원하는 서사에 적힌 인간 NPC와의 접점을 위한 것읾
마치 감탄하듯 하는 그녀의 말에 저는 긍정하듯이 대답했어요. 그녀의 표현에도 끼워맞춘다면 사실에 근접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만약에... 마녀 님에게 거두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상하기 무섭네요. 이런 것은 좋게 생각하는게 남는 일이 될 거에요
"그러니까, 살펴보아요. 어떠할까요? 스스로에게조차 속아버린 거짓말쟁이인가요?"
그녀 또한 그녀 자신에 대해서 말해주었어요. 몇몇은 생소한 것들이지만 거기에는 알고 있는 것도 있어요. 가말라시엘 님의 말따라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이제와서 바로 적대할 필요는 없을 거에요. 아직 진실은 모르겠지만 미지에 대한 탐구심과 그 열의만큼 진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베스니 씨, 잠시 멈춰주세요. 저희는 초목의 형상을 지닌 숲의 존재들을 만나게 될테니까요. 갑작스런 만남이겠지만 정중하게 대해야해요"
길을 가던 와중에 저희들은 다른 이들과 마주쳤다고 할 수 있었어요. 그들은 숲의 유구한 생물들, 아마 동면 해야할 시기에 따라서 나서는 것일테니 그들의 행동을 방해하지 말아야겠지요. 그들이 저희를 용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듯이 그래야 하지요
'그리고 또 인간.' 저벅저벅, 계속해서 걷는다. 발이 닿는 곳마다 잡아 끌어 당기듯이 질척이는 발소리가 울리며 훔쳐 신고나온 싸구려 신 밑창에 흙이 달라붙었다. 그렇게 걷던 누누코는 어느 시점에 멈춰서서, 고개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여기나 저기나 역겨운 인간들 뿐이네...' 가늘어진 눈으로 표지판을 바라보고, 그 뒤에는 표지판 너머의 도시도 바라본다. 도시는 괜스레 증오심을 느낄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워보였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그 평화라는 것이 자신에게 마저 살갑게 손을 뻗어줄지, 그것만큼은 절대로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뒤에서 또 다른 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크.' 방심하고 있었다. 잠시 갑갑해서 후드를 벗는다는 것이 도시 주위를 걷는 내내 후드를 다시 올리는 것을 깜빡한 것이었다. 누누코는 뒤늦게나마 귀를 가리듯이 후드를 머리 위로 뒤집어 써서 자신이 '잘린 토끼귀 달린 아가씨' 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보아하니... 이미 늦은 것 같네. 누누코는 어쩔 수 없이 그를 향해 몸을 돌리기로 했다. 바닥의 진흙이 발의 움직임을 따라 궤도를 그리며 튀었고, 누누코의 자홍빛 눈동자가 후드의 어둠속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누누코한테 볼일이야?" 누누코가 목소리를 내었다. 특유의 허스키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볼일이 있으면 이 자리에서 해." "왜냐면, 누누코는... 지금 바쁘거든. 후흥." 자신이 토끼귀 양반인 것을 숨기는 것은 이미 늦었지만... 어쨌든 누누코는 최대한 '평범한 사람'인 척하며 버릇처럼 가벼운 코웃음 소리를 내었다. 버릇은, 여유있는 분위기를 둘러 방심과 빈틈을 일부러 유도하는 버릇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누누코의 눈은 쉬지않고 상대의 몸을 면밀이 훑고 있었다. '부수기 쉬워보이네... 여차할때 가슴을 통째로 뭉개버리면 좋겠어.' 누누코는 대답을 기다리며 눈 앞의 인간을 보며 생각했다. 그것 또한 '전사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601 1. 느와르 액션이네요~ 이런 것도 멋있어서 좋아해요~ 하지만 제 머릿 속에서 누누코의 움직임은 조금 더... 아니메틱 하다고 해야할까요? 굉장히 야만적이지만 유연하고 전문적인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지금까지 유튜브에서 자료 열심히 찾아봤는데 어울릴만한 영상을 못 찾겠네요 힝.... 나중에라도 찾게 되면 공유해줄게요~ >< 2. 완전 괜찮아요오~ 이 부분은 캡틴도 잘 알고계실거라고 생각해서 맡기도록 할게요~ 그리고 원하는 서사는 진짜진짜 생각나는 대로 적은 거라서 나중에라도 더 생각나면 말해도 될까요?
역시, 테렌은 뒷골목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다. 당연하겠지. 왕도가 몸이라면, 뒷골목은 마치 혈관처럼 도시 곳곳에 치밀하게 펼쳐져 있다고 하니까. 누군가 그랬어. 이 도시에서 몸담은 자라면 누구든, 뒷골목과 연관되지 않은 이 없다고. 게다가 내 테렌은 정말 가난해. 아마 일반적인 경우라면 극형을 피하지 못할 어미어마한 일을 담담하게 벌였을 정도로.
뒷골목의 사람들이 그 가난의 향기를 맡지 못할 리 없어. 왜냐하면 뒷골목의 주민들 역시 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으니.
그나저나 이건... 반지인가? 서로 같은 모양의 것을 끼우니, 마치 결혼반지와 같아 보인다.
“테렌..., 음흉해.”
기쁘기도 하지만, 알아. 이건 결코 그런 의미의 선물이 아니지.
애초애 내 왕자님은 날 너무 맹목적으로 따라. 아마 자신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아마 추측하건대, 테렌은 날 사랑할 수 없을 거야. 설령 나에 대한 호감이 있다 해도, 필시 그것을 불경한 감정이라 여기고 있을 터이니.
허나 설령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다 해도, 난 그것을 꼬집어 바꿀 수 없다. 왜냐하면, 그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주의 일이 아니니까.
평민의 아들과, 왕의 딸. 지금의 난... 너와 결코 맺어지지 못해. 아직은 말야.
“응.”
마찬가지로 나 역시 테렌과 같은 반지를 끼우고 손을 확인한다. 뭔가 그와 내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단순한 착각만은 아닐 지도 모른다.
“마치 수면제라도 먹은 것 같네.“
성을 지키는 경비병들은 정말 곤히 자고 있다. 아버님께서 만약 이걸 직접 보시게 된다면, 날아가는 건 저들의 직업이 될까, 아님... 목이 될까. 퍽이나 궁금도 하였으나, 날 이렇게 무사히 보내주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이번만 눈 감아 주기로 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라도 걸리게 되어 있을 테니.
“뒷골목엔 조직이 있다 들었어. 도시 뒷 편엔 수많은 조직이 있고, 걔 중엔 고위 귀족을 등에 업고 활동하는 이들도 있단 걸.”
책에서 본 내용을 읊는다. 나도 알건 알아. 하지만 책은 사실을 그저 담담하게 적어내려갈 뿐이다. 아쉽게도 그 이상의 것은 담겨있지 않았어.
그러니 난 그에게 물었다. 왕도에서 가장 유명한 조직, 어중간한 하급 귀족 같은 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만들 정도의 바로 그 조직의 이름을.
뭐냐고 묻는 베스니의 눈에 걸어다니는 흙뿌리들이 들어옵니다. 아앨라나는 아주 잘 알지만 베스니는 잘 모르는, 책에서만 본 살아있는 맨드레이크입니다. 네. 그리고 이 맨드레이크들은, 외부 세계에서는 인간이 캐려고 들거나 가까이 접근만 해도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끔찍한 괴성을 지르는 식물 겸 괴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들은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에는 최대한 손을 안 대려고 하는데, 그 감당할 수 없는게 제발로 걸어오니 미칠 노릇입니다.
"으, 으아아! 맨드레이크다!"
...가을 맨드레이크는 소리를 잘 안 지르고, 그 소리도 무언가를 미치게 만드는 위험종도 있지만 소리를 질러 먹히는 방식으로 전파하는 맨드레이크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 했을텐데. 길도 모르는 숲속으로 대책없이 뛰어가는 그녀를 보고 아앨라나는 저도 모르게 그리 생각했을 겁니다.
남자는 목을 가다듬더니 본론부터 말한답시고, 그녀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눈 앞의 보팔족 살인토끼가 여차하면 자기 흉곽을 부숴 터뜨릴 생각을 하고 있고, 실제로 그리할 수도 있단 것은 꿈에도 모른 채로. 그의 목소리는 운율이 있고 경박도 해서, 마치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처럼도 들립니다.
"미스터 스위트, 로데스 대농장주 겸 지주 겸 소영주 겸 일백 노예의 주인. 지금까진 위세를 부리며 살았던 사람이죠."
과거형인 이유야 간단합니다. 눈 앞의 한쪽 귀 잘린 살인토끼가 그를 찢어죽여 버렸으니까요. 만딩고라는 노예 결투경기에 나가면 잘 싸울 거라는 생각까진 했는데, 그 토끼가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라고 못 찢어죽일 이유는 없고, 누누코는 노예에 대해 익숙한 사람이 아닌 부족 출신이라 죽으면 죽었지 남 밑에서 대가도 없는 노역을 위해 쇠고랑을 찰 개돼지가 아니라는 생각까진 못 한 사람이죠. 그 이름이 나오자 누누코의 귀가 반사적으로 확 뜨며 후드가 벗겨지고, 그 남자가 말을 끝맺습니다.
"그 사람을 죽인 간 큰 노예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여기서 만난 것 같군요! 운명의 놀라움이란!"
@@ >>612 "...후흥." 수인의 반사신경은 인간의 배의 속도로 빠르다. 특히나 평생을 전투로 단련시킨 전사의 경우라면 그 속도가 배로 날뛴다. 광대같은 남자는,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누누코가 빠른 반응을 보일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인간, 누누코를 알고있네." 분위기가 일변하며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는다. 미스터 스위트,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거의 즉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누누코의 나른한 눈빛이 증오를 숫돌삼아 날카롭게 벼려졌다. 그것이 일평생을 보팔토끼 전사로서 신성한 들판을 수호하던 누누코의 본연의 모습이었다. 후드가 벗겨지며 귀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귀가 솟아올랐기 때문이 아니라, 누누코가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누누코는 눈 앞의 남자를 눌러덮치고 그 위에 올라타 있었다.
"호기심은 쌍꼬리붙이 야수마저 죽여." "인간은 그 돼지가 어떻게 자신의 죄를 속죄하게 되었는지 궁금한가보네." 누누코가 목덜이에 줄지은 송곳같은 이빨의 끝을 가볍게 얕게 찔러넣고는 말했다. 이정도 무방비한 사람이라면 방금 전의 도약에서, 바로 목을 뜯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누누코 스스로도 정보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역겨운 냄새...' 누누코가 생각하면서 이빨을 한층 더 거칠게 찔러넣었다.
"인간이 알고있는 것을 말해." "그럼... 바쁜 누누코가 빠른 죽음이라는 자비를 배풀어줄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도망친 노예가 추적자를 죽이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누누코는 어찌되었든 그를 죽일 심산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곳은, 뱀파이어에게는 전혀 친화적인 곳이 아닌가봅니다. 그래도, 술 한병 주며 나가라던 전날과는 다르게 더 이상 엘리를 쫓아내지 않고 엘리가 내는 돈도 소중한 한푼 취급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보니, 엘리가 꿈꾸는 삶이 한 걸음은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전날 하루종일 지하수로에서 랫킨, 고블린,식인종, 그외 기타등등 온갖 흉악한 것들을 죽이고 이단심문관의 피까지 들이켜가며 싸운 보람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엘리는 또다시 일주일간 머물 곳을 마련했습니다. 이번에는 일주일 동안 여관에 아무 일도 없길 기도해봅시다. 아니면 뭐, 또 사람 여럿 죽어나가겠죠.
샤토의 그 말은 약간의 어리광이자 장난이었지만, 테렌은 난색을 표하며 말고삐 잡은 손에 땀을 쥡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귀족가와 평민 사이에 정분이 났다거나 혹은 그랬다는 소문만 돌아도 평민 쪽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생이 피곤해지거나 심하면 죽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왕녀와 수인 평민이라면... 진심으로 차라리 사형을 구걸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테렌은 샤토를 뒤에 태운 채 말을 재촉하고, 말어 움직임에 따라 두 사람의 몸이 흔들리며 달빛과 횃불을 따라 나아갑니다. 그러던 도중, 샤토가 묻자 테렌이 설명합니다.
"정확한 책을 읽으셨군요. 맞습니다. 알라릭의 세 손가락, 정말로 강력한 이들은 맞습니다. 그래서, 왕녀님을 이런 곳에 모셔오는게 과연 현명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테렌은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다, 앞에서 보이는 무언가에 멈춥니다. 야간 검문입니다. 테렌은 샤토에게 묻습니다.
"검문은 기사 권한으로 통과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뭘 하러 가는지, 무슨 관계인지 정도는 지어내야 합니다. 생각해두신 게 있을까요?"
베스니의 반응은 생각보다 돌발적이였어요. 아마 제 말은 그녀에게는 닿지 못했을 거에요. 제대로 숲의 길을 살펴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가로지르는 것은 좀 부정적으로 될 수 있겠어요. 특히 그녀의 경우에는 더욱 심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겠네요
그래요, 이렇게나 서로의 태도가 나뉘는 것도 어쩌면 다 삶의 방식의 차이겠네요. 가진 것도, 아는 것도, 그리고 느낌도 다를 것이니까요. 그녀가 대략적으로는 알아보는 것을 미루어보았을때 이런 행동의 화근은 어중간한 지식이려나요?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적어도 그녀가 그들에게 놀라서 달아나려 했을뿐 그들과 싸워서 상처를 주려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잠시동안 대치하게 된 그들의 의중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다가 그들을 향해서 정중한 표현으로 반응하고는 자리를 벗어나 베스니를 행방을 쫒으려 했어요
>>616 진심으로 곤란한 표정을 보니, 귀엽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의 성격상, 아마 지금 이 말이 밖으로 새어나갔을 때의 영향을 생각해 본 걸 거야. 분명 난리가 날 테니까. 물론 신분이 맞지 않는 이들끼리의 결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개 그러한 경우 합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몰락한 귀족가를 부유한 평민이 먹여 살린다거나, 전공을 세운 평민이 작위와 함께 귀족 아내를 하사받는다거나..., 물론 내 경우엔 아버님께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한, 그것조차 어렵겠지만. 게다가 귀족과 왕족은 또 입장이 다르니.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만 두자. 지금은 모험을 떠나러 왔으니. 앞으로의 계획 쯤이야 그 텅 빈 방 안에서도 충분히 짜낼 수 있어.
그나저나, 어쩌면 테렌은 알라릭의 세 손가락과 직접 닿아본 적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단순히 위험한 조직이라는 것 뿐만이 아닌, 아주 확실히 그 조직이 내게 끼칠 위험성을 고려하고 있어. 분명 현명한 선택은 아니겠지, 하지만...
“하지만, 넌 날 지켜 줄 테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단순히 띄워주기 위한 말도, 그를 유혹하기 위한 언사도 아니었다. 난 그저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설령 그 믿음이 배신당한다 할 지라도, 난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 전부 내 선택이니까.
“윽.”
갑자기 멈춰 선 테렌. 그 등에 살짝 부딪혀 소릴 내고, 무슨 일이냐 물으려다 먼저 그에게 물음을 당한다. 잠시 생각해 봤다. 그리고 곧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주인과 하인.... 성 밖으로 출정을 떠나는 기사가, 하인을 데리고 길을 나서는 건 당연하지.“
마침 입고 있는 로브도 허름하기만 하다. 이것 역시 내가 부탁해 특별히 그가 가져다 준 것. 본래라면 이런 물건은 애초에 성 안에 들이지조차 않을 테니까. 나라는 사람을 가리기엔 이것만 한 것도 없지.
난 또 덧붙였다.
”의심 같은 건 전혀 받지 않을 거야. 되려 쉬쉬하겠지. 젊고 혈기왕성한 소년 기사가 나처럼 쓸모 없는 짐짝 같은 하인을 구태여 고된 여정에 데려가는 이유는, 정말 뻔한 이유니까. 안 그래?”
비록 견습이라 해도, 그는 일단 엄연히 왕실 소속의 기사다. 그런 자의 치부를 그가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들출 원칙주의 병사가 몇이나 될까.... 정말 완벽한 변명거리다. 단 하나, 억울하게 오해를 살 내 왕자님만을 제외하면.
@@ >>618 '이상해.' '근육이 전혀 딱딱해지지 않잖아.' 누누코는 단지 이빨에 닿는 촉감만으로 그정도의 정보를 가져온다. 마치 이대로 당기면 쉽게 물어 뜯길 것같은 물렁한 근육이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근육이 경직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죽음에 대해 전혀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누코는 그것을 의아하게 여기며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그렇군." 그리고 어쩌면, 그 즉시 그의 목을 몸에서 찢어서 떨어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너는 돈에 찌든 종류의 인간이구나." "인간들은 항상 그렇게 행동하지..." 하지만 누누코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그에게서 송곳같은 이빨을 때고 고개를 뒤로 물리는 것을 선택했다. 입가에서 늘어지는 침의 실선을 손목으로 닦아내며 그를 그저 노려봤다. 인간을 증오하는 보팔토끼치고는 이례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누누코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근거는 몇 가지 있었다. 왜냐하면 누누코가 돈의 가치는 알고있지는 못해도, 돈을 쫓는 자들은 보통 눈 앞에 있는 현실보다... 그 무엇보다도 돈을 숭상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이 요한 브룬이라는 인간도 누누코를 사람으로 보고있지 않아.' '하지만... 누누코를 잡으려고 하지도 않겠지.' 아마도 당장은 말이다. 누누코는 돈이 아니니까. 그것이 누누코의 생각이자 논리였다. 이런 인간이라면 언제든지 죽여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서, 누누코의 작은 두뇌가 굴러가 번뜩이듯 생각해 낸 또 다른 근거가 있었다. 여전히 그의 배를 깔고 위에 앉아있는 누누코는 그를 깊은 분홍색 눈으로 응시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누누코에게 돈을 줘." ―거래, 라기보다는 거의 협박에 가까운 통보식의 어투다. 200탈러? 150탈러?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좀 더 살아야 할 것 같으니... 그에게서 돈을 뜯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럼 누누코가 말해줄거야. 인간이 찾고있는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말이지." "후흥." 누누코는 어느새인가 몸에 두르고 있던 살기를 흩어내고 평소처럼 나른한 눈매가 되어서, 버릇처럼 소리내며 그렇게 말했다.
왕녀 자신조차도 부끄럽게 만들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지고, 그 시간 동안 테렌이 죽지 않았다는 것은 오직 흐읍, 하, 반복하는 숨소리와 그에 따라 들렸다 내려가는 어깨로만 알 수 있습니다. 샤토 왕녀가 제안한 바야 뭐 불 보듯 뻔하고, 테렌도 어깨 위에 달린게 머리고 그 머리에 딸린 짐승귀 두 짝이 정상이라면 못 알아들었을 리가 없습니다. 테렌은 몇번 헛기침을 하더니 말합니다.
"방금 말씀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테렌의 입장에선 급히 왕가 일원을 탈출시켜야 하는 비상 상황도 아닌데 왕녀를 하인이라 둘러대는 것도 참 무례한 일이고,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뇌를 뽑고 싶은 불충에 대역 같아서, 테렌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야간 검문소로 천천히 말을 몰고 나아가고, 경비병이 하품을 하면서 검문 목적으로 다가옵니다.
"통과 희망인원, 각 인원의 신원, 통과사유를 제시하십시오."
테렌은 투구를 벗어 수인 특유의 눈동자와 귀를 드러냅니다. 노란 불빛의 그의 검은 머리털이 윤기를 발하고, 그는 떳떳하게 자신이 생각한 가짜 신원을 이야기합니다.
"2명. 난 견습기사 테렌이고 여기 말에 탄 아가씨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의 딸인 베르니 세아, 다. 가족이 위독하다 하여 찾아온 후 내가 데려다주는 길이다."
그러자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경비병을 밀치고 경비대장이 투구를 벗습니다. 그 역시도 수인인데, 테렌과는 달리 말하는 동물 수준으로 수인화 정도가 높습니다. 그는 웃으면서 손을 흔듭니다.
"테렌! 나 알란이야! 기사가 됐다더니 몰라보겠구만! 그래. 빨리 가봐! 기사 됐으면 돈도 많을 텐데 술도 좀 사고 그래라!"
>>620 "물론! 드리죠. 하지만 확인이 먼저 되어야 합니다. 입장을 바꿔서 누누코씨라면 물건을 보지도 않고 돈을 받으려는 장사치를 죽이려 들지 않을까요?"
말 자체는 틀린게 아닙니다. 여기서 누누코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지는 엉뚱한 곳을 알려준 후 돈만 받고 째는 겁니다. 만약 미스터 스위트가 죽은 장소를 진짜로 요한이 찾아가 누누코에 대해 발설한다면 누누코를 쫓는 이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그러니 이 사람이 누누코에게 확인을 요하는 것도 당연하죠. 물론, 반대로 누누코 역시 거기까지 갈 이유가 없긴 합니다. 미쳤다고요?
"아니면, 저와 누누코 씨 모두 이 일을 잊고, 다시 가던지요. 저도 그 남자만 쫓는게 아니라 꽤 바쁘거든요."
이도저도 안될 것 같자, 요한이 제안하더니 한 마디를 붙입니다.
"돈은 못 줘도 공짜팁은 드릴수 있으니, 말씀드리죠. 후훙, 이라는 말투는 안 쓰시는게 좋을 겁니다. 그거로 구분하라고 추적자들 사이에서 정보가 다 돌았거든요."
>>623 엘리는 근처에 목장이 있나? 생각해봅니다. 일단 사람들이 목장, 하면 생각하는 마소와 양 따위를 부속한 목초지에 풀어놓아 사육하는 목장은 여기에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세스타우 성은 사람 살곳도 모자라 집이 빽빽히 찼으니 목초지가 있을 리 없고, 목초지가 없는데 목장이 있을리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성 바깥으로 나가서 목장을 찾아봐야 하는데, 당장 나가서 이 뙤약볕 밑에서 한참 걸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래서 고민이 깊어가는데, 마침 누군가 문을 두들깁니다. 여관 주인의 목소리군요.
@@ >>630 남자의 입에서 말이 나오자, 누누코의 입이 별안간 사납게 벌어지더니 보팔토끼 특유의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맹수마냥 입김을 뱉으며 거칠게 말하는 것이었다.
"누누코를, 인간의 사고에 빗대며 모욕하지마. 기분이 나빠." "이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하면 방금 전의 선택을 번복하겠어..." 물론 요한은 딱히 모욕을 하진 않았지만, 인간 특유의 교활한 사고방식이 누누코의 심기를 거스른 모양인 것일지. 요한이 알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녀는 그렇게 위협하고 나서야 입술을 닫았다. 그제야 입술이 평소대로 시옷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럼 이 거래는 결렬이네. 인간은 누누코를 못 믿고, 누누코도 인간을 못 믿어. 둘 다 시간만 낭비했네." "누누코도 신성한 들판에 맹세코 좋은 조언을 해줄게, 인간은 지금 누누코를 만나지 않은 걸로 해." "그렇지 않으면..." 그리고 침묵이 흘렀지만, 그 침묵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이 자리에 있는 둘 모두 잘 알고 있었다.
"...후흥, 이만 갈게. 날 쫓지마." 누누코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후드를 뒤집어쓰고 몸을 돌려 제 갈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있었다.
도달하게 되는 곳만 제외한다면그녀는 거침없이 잘 이동하는 것 같아요. 저와 만나기 이전에도 이렇게 숲을 지나왔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네요, 그녀는 그때도 좋아해줄까요? 균형이 안맞아 잘 못걷게 될 수도 있어요"
저는 가말라시엘 님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길을 걸었어요. 그녀를 찾는 것은 속히 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급하게 행동해서는 안될 거에요. 몇몇 사냥꾼은 목표를 적극적으로 쫒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목표가 스스로 멈추도록 꾀를 짜네기도 해요, 저는 토끼를 쫒는 늑대와도 같은 느낌이 되려나요?
발자취를 뒤따르던 저는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어쩌면 익숙하다고 할 수도 있는 느낌에 멈춰섰서요. 또 다른 숲의 존재의 전조에요
"안녕하세요, 저의 일행을 보셨나요? "
숲의 얼굴, 그들에게 저는 고개와 상체를 가볍게 한 번 숙이며 정중한 태도로 인사했어요. 그들의 곁에 있을때는 특유의 효과 때문에 행동을 조심스럽게 조금씩 이어가며 가는 것이 좋아요
그것은 장난과 비슷해서 그들에게 따로 악의가 있지는 않을 것임을 알고 있어요. 베스니도 어쩌면 괜찮을지도 몰라요. 같은 곳을 빙글,빙글돌다가 지쳐서 멈춰설지도 모르지요
@@ >>640 '인간과 웃으면서 조우한다고?' '맹세코 그럴 일은 없어.' 누누코는 돌아가는 그를 유령처럼 흘려보내고는, 다시 도시에 들어가기 위한 궁리를 하기 위해 시야를 넓혔다. 고독과 증오, 철옹성처럼 느껴지는 평화로운 도시, 그 바로 바깥의 나무에 매달린 죽음의 열매들. 그리고 요한이 남긴 추적자에 대한 말들만이 누누코의 곁에서 맴돌고 있었다.
"움직이자." 누누코는 우선 도시에 들어갈 방법을 찾기 위해, 길을 따라 걸으며 가느다란 눈으로 도시의 겉면을 살피기 시작했다.
박다람쥐, 버섯 합창단, 타코이드 군체, 우파루파, 노새거미, 그 외 기타등등. 아앨라나가 바깥 세상은 몰라도 이 숲에서는 발이 꽤나 넓기에, 다른 이들은 친구가 한두명 있을 이보다도 친구가 여럿인 아앨라나의 친구를 찾는 것을 더 어려워했습니다. 하지만 아앨라나가 인상착의를 설명하자, 그들은 이해했다는듯 나뭇가지를 흔듭니다.
"아, 외말다리 사람."
"저기 갔어."
"아냐, 저리 갔어."
"여기 있어."
총체적 난국이군요. 서로 다른 나무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동서남북의 방위 개념은 너무 어려우니, 이들은 자기 기준으로 말하는데... 이때 가말라시엘이 거드는군요.
'사도님. 내 힘을 써 보시죠.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어느 의미로든, 확실할 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