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0693>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임시스레) :: 1001

◆MjRAeKhiz2

2024-08-13 09:12:58 - 2024-09-23 18:13:26

0 ◆MjRAeKhiz2 (NchKwKy7oA)

2024-08-13 (FIRE!) 09:12:58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543 ◆MjRAeKhiz2 (qdNeAmMzRc)

2024-09-04 (水) 17:19:42

>>538
엘리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에레야가 동방 닌자 왕국에 가서 5천년 동양 신비의 닌자 무술을 배워와 분신술을 쓰거나, 알고보니 에레야의 형태를 베낀 악마였다거나, 그게 아닌 이상 에레야는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사는 곳에 있다고 말했을 뿐인데, 베르야는 눈을 크게 뜨더니 묻습니다.

"그 년이 여기 있다고요?"

베르야의 입에서 온갖 욕이 다 나오기 시작합니다. 오라질년, 염병할 년, 지하수로 똥물에 삶아먹을 년, 이단이라면 갓난애기라도 부검할 년, 온갖 욕을 다 하더니 대뜸 동그란 눈구멍 뚫린 가면과 흰색 슬라임을 내놓는군요.

"빨리 일 끝내고 그년 조지러 가야지. 자, 가면은 착용자를 돋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숨겨야 한다 중 어느 쪽을 지지하시죠?"
//

544 ◆MjRAeKhiz2 (qdNeAmMzRc)

2024-09-04 (水) 17:41:07

>>539
"사도님. 수사적 표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겠군요. 즉, 그렇게 비를 퍼맞게 된다는 뜻이지요."

농담의 핀트가 어긋나자 난감해하는 가말라시엘을 뒤로 하고, 안나는 앨리스를 찾아 안으로 들어갑니다. 거실에 없으면 서재, 서재에 없으면 침실, 침실에 없으면 텃밭, 텃밭에 없으면 다락... 일텐데, 이상하게도 없군요. 그런데, 다락으로 가는 계단에 걸려있던 그림이 말을 거는군요. 도리언 씨의 초상, 마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가서 얻어온 거라고 합니다.

"미스 플레이오네! 분명 앨리스 님을 찾고 계신 거겠죠? 세계수의 지맥망? 삶의 거미줄? 아무튼 뭔가를 수리하러 일주일 정도 비운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급히 나갔지요."

도리언 씨는 그렇게 설명하면서, 다시 묻는군요.

"특별한 용건이 있다면 말씀하시죠. 제가 전하겠습니다."

545 엘리 - 진행 (RVf3LY9QCk)

2024-09-04 (水) 17:46:24

@@

"부모 욕 빼고 다 나오네."

자기까지 오는 스플래시 대미지(?)는 방지해야지. 암암.

"가면이라..."

수수한 가면과 화려한 가면. 둘 중 사함들한테 덜 수상하게 보이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다, 어차피 수상하다는 걸 깨닫고 마음가는 쪽으로 고르기로 했다.

"화려한 쪽으로!"

546 엘리주 (RVf3LY9QCk)

2024-09-04 (水) 17:47:18

가면라이더란... 슬픔의 눈물을 가면으로 가리고 싸우는 전사...(뜬금)

547 ◆MjRAeKhiz2 (qdNeAmMzRc)

2024-09-04 (水) 17:51:46

>>540
"떠난다고? 이샤힘. 너 그 말 지난번에도 하지 않았니? 언제더라, 그 6달쯤 전에 6개월 됐으니, 9달쯤 전에 3개월 됐으니 하며..."

히샤히메는 몇 번 떠나려고 마음을 먹었고,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석달째 되던 때에는 겨울이었는데 비축한 건초에 비해 소가 너무 늘어나 씨암수소만 제외하고 죄 도살하느라 그 고기에 홀려 못 나갔고, 여섯달째 되던 때는 봄이었는데 그때 보리사탕을 준다는 말에 홀려 또 말뚝을 박았죠. 그래도 이번엔 다를 걸 느꼈는지 힘레먼 할범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 누가 와서 물어도 대답 안 하려면 잊어버려야 할 테니, 잊기 전에 잔치나 하자꾸나. 이것저것 해둔게 있어서 말이다."

그 말대로, 힘레먼 할범은 그녀를 촌장댁으로 이끕니다. 이 동네에선 마을회관을 겸하는 곳입니다.

548 ◆TCg1WF14cs (wqliUo26V6)

2024-09-04 (水) 18:51:02

>>542 시트는 올렸구, 키워드는 이 정도? 자세한 참고 사항은 시트에 풀어서 올렸어! 그리고 말한대로 스탯 하나 보통으로 낮췄구!

- 왕녀와 비슷한 나이대
- 인수(불합리한 대우)
- 견습 기사
- 까만 머리
- 신참이지만, 매우 뛰어난 재능 (고참급으로 해 주신다고 했지만, 그걸 대신 재능으로 바꿔서...)
- 왕녀에게 높은 충성도 (목숨을 기꺼이 바칠 정도로)

549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19:04:37

>>545
"그러면 이걸 얼굴에 써봐요."

베르야는 슬라임을 엘리의 손 쪽에 휙, 하고 던집니다. 그러자 손을 휘감은 슬라임은 그녀의 옷과 몸을 따라 타고 올라가더니, 얼굴을 어떻게든 덮으려고 합니다.

"긴장하지 말고 숨 쉬세요. 입이랑 코 둘다로. 그러면 구멍 뚫릴 거고, 이게 손님 얼굴에 맞춰서 그럭저럭 예쁜 가면 하나 만들어줄 겁니다. 당황해서 떼어내려 하지 마세요. 그랬던 손님이 아주 웃긴 가면을 하나 만들어버렸거든요. 뭐, 본 직업이 광대라서 아무래도 좋았다지만."

...그러니까, 광대마냥 우스운 꼴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얼굴에 뭐가 붙어도 일단 기다리는 말 같습니다.


>>546
엘리 이대로 가면(흡혈하는)라이더

550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19:04:48

>>548
읽어보고 올게!

551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19:14:58

>>548
확인했어! 오늘 중으로 상황 주려고 하는데, 원하는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지금도 나가려 한다던지

552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19:17:16

>>551
지금도 나가려 한다던지 -> 지금 바로 왕궁을 나가려 한다던지...

553 ◆TCg1WF14cs (wqliUo26V6)

2024-09-04 (水) 19:19:20

>>551 그 상황이 좋을 것 같아! 딱 소년이 지금 바로 나가자라는 말을 들은 것부터?

554 엘리 - 진행 (5F4H7Y.2Ag)

2024-09-04 (水) 19:25:45

>>549

@@@

"우왓?!"

마치 잽싼 쥐를 보는 듯한 움직임이다. 고양이가 빛으로 점을 만들면 쫓듯이, 사냥꾼의 본능이 슬라임을 쫓으려 했으나 베르야의 말을 듣고 멈춘다.

얼굴에 올라올 수 있도록 멈춰서고선...

"스읍— 하아. 스읍— 하아."

어색한 느낌을 참고서, 숨을 쉬었다.

555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19:51:19

슬로인 왕성의 벽은 수백년간 슬로인의 깃발 아래에서, 수많은 것들을 바깥으로부터 지켜 왔습니다. 왕과 여왕, 왕세자녀와 대귀족들, 왔다 나가는 수많은 시종들, 수많은 암투들, 해자 밑바닥의 진흙보다 더 두껍고 숨막히는 망각에 가라앉은 수많은 역심과 야망들, 그저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을 뿐인 이들, 그것만으로 죽은 이들의 백골, 그리고 지금 여기서 졸고 있는 경비병까지. 슬로인 왕성은 지난 몇백년간 그랬고, 슬로인 왕국이 망할 때가 오지 않는 이상 슬로인 왕성은 계속해서 이 자리에서 지켜야 할 모든 것들을 지킬 것입니다.

단 한 명, 샤토리아 필레미오르 루코 슬로인, 백색의 괴물 공주를 제외하면요.

"...왕녀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유난히 잘 보이는 그녀의 백색 머리칼, 백색 피부, 붉은색 눈동자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달님의 이목마저 끌었는지 어둠 속에서 빛납니다. 어떤 귀족은 이 피부를 위해 얼굴에다가 백색 납분을 칠하고 머리카락을 온갖 유독하고 정체모를 화학 약품으로 물들여 탈색하는 동안, 그녀는 이 몸을 타고났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백색증 환자이고, 이 백색증이 공주인 그녀에게 '괴물'이라는 칭호를 붙였습니다. 이 왕성은 물론 그녀도 지켰지만, 그녀만큼은 지켜진다기보단 갇혔다고 보는 게 맞았습니다. 그 누구도 감옥섬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이가 파도치는 바다와 그 아래에 숨은 상어들 덕분에 지켜진다고 말하진 않듯이요.

하지만 테렌, 그녀를 위해서라면 지옥불에도 뛰어들 기사에게는 아닙니다. 그는 이 감옥을 벗어날 최적의 시간을 알아냈습니다. 그날의 경비 담당도, 경비병도 제일 멍청하고 게으른 놈일 때를 딱 맞춰서, 샤토 왕녀를 데리러 온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그의 짐승 같은 눈이 빛납니다.

"이제 나오기만 하시면 됩니다. 제 말과 왕녀님의 말, 총 두 마리니 이번에는 꽤 멀리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556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0:04:13

>>554
몇 번의 호흡으로 숨구멍이 뚫리고, 자글자글하던 슬라임이 어느 순간 굳어버립니다. 베르야는 가면을 떼더니, 엘리의 눈과 가면을 번갈아보며 눈구멍을 파내고는, 거기다가 머리끈을 달고 엘리에게 돌려줍니다. 이렇게 가면이 하나 만들어졌군요. 이리하여, 엘리는 새로운 옷 한벌을 얻었습니다. 붉은색과 진홍색, 검은색을 위주로 하여 몸에 착 붙는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미감도 챙긴 옷입니다. 그리고 가면도 있으니, 이전에 입던 옷은 이 옷을 빨 때를 제외하면 굳이 입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완성. 이제 나가줄래요? 에레야 그 년 오늘 내가 죽이러 가야지."

표정이 살벌합니다. 표정만 보면 진짜 죽일 것 같군요.

557 아앨라나 - 진행 (TLssRAXvOg)

2024-09-04 (水) 20:07:50

@@ >>544

"그럼, 수사적 표현을 익혀볼까요, 물에 빠진 생쥐와도 같다. 라는 표현은 어떤가요? 비를 맞으면 대처가 곤란하네요. 의상이 다 젖어버리면 기분이 별로에요. 체온까지 떨어질 거에요. 우산도 챙겨가야 겠지요?"

저는 집안을 둘러보았지만 찾아뵐 수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도리언 씨가 저에게 대답해주시네요

"아, 도리안 씨! 제가 돌아았어요~ 네, 그렇답니다~ 잘 있으셨나요?"

"그러셨나요? 훌륭하신 일들을 어김없이 하고 계시네요. 매번 그렇지만 존경스러워요~"

도리안 씨의 말에 저는 다소 감탄하며 들썩였어요. 마녀 님의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중요한 일이겠지요, 1주일이나 집을 비우신다니 없을 동안 제가 잘 해야 겠어요. 저 뿐만이 아니라 도리안 씨 처럼 집에 계신 다른 분들처럼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로서는 감사하지요~ 오신다면 저는 숲에서 새로 만난 베스니 씨와 함께 뷔르트겐 호수로 갔다고 말해주세요!"

도리안 씨에게 말을 전달했으니 이제 이전 단계로 다시 돌아갈 차례겠네요

558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0:18:52

>>557
"베스니라는 사람과 함께 뷔르트겐 호수로! 뷔르트겐 호수! 정말 좋은 곳이죠. 제가 이 액자에서 나갈 수 있다면, 하다못해 액자에 발이라도 달린다면 저도 가서 한번은 구경하련만!"

...이라고 말하자, 가말라시엘 님이 들어있는 지팡이가 떨립니다. 가말라시엘 님은 비웃음을 흘리면서 제안하는군요. 다만, 베스니의 부러진 다리에 일어난 일을 생각해보면, 이게 정말로 좋은 해결책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본인도 많은 대가를 언급하고 있군요. 뭐, 아앨라나가 원한다면 도리언 씨의 의사는 무시하고 그냥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뭐든 못 하겠나요? 다리도 달아주고, 액자에서 빼줄 수도 있고. 하지만 정말 많은 대가가 따르겠지요."

어쨌든, 바깥으로 나온 아앨라나는 베스니를 마주합니다.

"그래서 전 뭘 하면 되나요?"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사지 중 하나가 말이 되어버린 베스니와, 지팡이를 타고 다니는 아앨라나는 어떻게 짐을 꾸릴까요?

559 엘리 - 진행 (YQvzKy.58Q)

2024-09-04 (水) 20:23:28

@@>>556

"어머나."

옷에 대한 감상이나 감사를 전하기도 전에, 베르야의 살기에 잠시 주춤한다.

그렇다면 구태여 옷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시간을 끌 일은 없으리라. 보호복-완전무장을 취하고는, 빠르게 의복점을 빠져나왔다.

"고마웠어—!"

간결하게 한 마디, 감사만 전하고서.

의, 식, 주. 세 요소 중 의는 방금 해결. 식은 가짜 뱀파이어를 잡아먹고 해결. 이제 남은 것은 주. 거주지였다.

'어디, 개업중인 여관 없나...'

560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00:32

>>559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엘리는 문득, 자신이 걷고 있는 이 거리가 정말로 익숙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이 익숙한 바닥벽돌의 뒤틀림, 이 익숙한 자갈, 이 익숙한 간판... 이 왜 바닥에 떨어져있죠? 엘리는 앞을 바라봅니다. 멋들어진 2층 여관...은 검게 탄화되었고, 지붕에 뚫린 구멍은 천막때기로 대충 때워놨습니다. 엘리가 머물렀다가 어떤 괴물이 개박살낸 그 여관이군요. 그리고 그 여관 앞에는, 어떻게든 그 끔찍한 참화의 현장에 몸서리쳤을 수많은 이들의 기억을 만회하려는 듯 현수막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우리가게 정상영업합니다."

그리고, 그 밑에 현재 이용 가능한 서비스라 해서 주점, 요식업, 여관업(일부 방 이용 불가)라고 써 놨군요. 게다가 안에서 사람들이 몇명씩 오가는 것으로 보아, 장사가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세스타우에 여관이 여기 하나만 있는 건 아닌 것으로 그때 봤는데, 이 모양이 되고도 장사가 된다니... 여관 주인이 수완이 좋긴 좋은 모양이군요. 엘리는 이곳으로 향하나요? 아니면, 다른 여관을 찾아보거나, 아예 다른 제3의 선택지를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561 히샤히메 - 진행 (oY4f9e7oxY)

2024-09-04 (水) 21:04:45

>>547
"이... 이번엔 진짜이니라!"

...지금까지는 이런저런 피치못할 이유가 있었을 뿐이니! 짐도 이제는 한명의 어엿한 귀인으로서 세상을 향해 몸을 던질 나이가 아니더냐! 소고기도 그렇고 보리사탕도 그렇고 짐을 위해 준비된 연회를 거부하는 것은 올바른 왕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니!!!

"진짜더냐?! 어... 그런데 할멈은 오늘 닭고기 스튜를 한다고 했는데..."

코가 은근히 좋은 나이기에 분명 마을회관 근처에서 할멈의 고기국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먹고 잠들어버리면 다음날 못가는것이 아니더냐?!

"...허나 짐은 거절하지 않지!!! 할아범 업히거라!!! 뛰어가자꾸나!!!"

562 엘리 - 진행 (YQvzKy.58Q)

2024-09-04 (水) 21:09:50

@@
>>560
"...저기 묵을 거든 아니든, 비냐 얼굴이나 한번 볼까."

사고매물(?)에 거리낌이 있는 건 아니었으나 —주로 내가 사고의 원인이 되는 부류이기 때문에—, 역시 저런 여관에서 발 뻗고 잘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주인장, 있어?"

조금 당당하게 입장해도 되겠지! 아무렴 나는 여관을 구해준 사람이니까!

563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19:54

오늘은 사정이 있어 9시 반에 끝날듯!

564 엘리주 (yqrgMama3A)

2024-09-04 (水) 21:20:22

565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33:33

>>561
"애가 어디서 뭘 먹었길래 힘이 이리 좋담..."

이라고 말하면서도, 힘레먼 할아범은 딱히 거절하지 않고 히샤히메의 등에 업힙니다. 마차도 금방 밀어내는 그녀에게 노인 한 명의 무게는 딱히 신경쓰이지도 않는 수준이었고, 덕분에 늙은이 걸음에 맞출 필요 없이 히샤히메는 성큼성큼 촌장댁으로 걸어갑니다. 바츨라우의 집들 중에서, 가장 길쭉하고 가장 높고, 가장 넓어보이는 집을 찾으면 그게 촌장댁입니다. 다른 집들보다 기초도 더 깊게 파고, 돌담도 더 높게 쌓고, 대충 회칠한 티가 나는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네모반듯한 나무를 대각선, 직선으로 여러번 짜맞춰서 내구성과 심미성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아마 이 지역 귀족의 집이라 해도 믿겠군요.

히샤히메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거침없이 엽니다. 건물과 담장 사이의 안뜰에는 마을 사람들 중 요리나 공연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장기를 준비하고 있군요. 그러다가 히샤히메가 나타나자, 그들은 하나같이 인사를 합니다.

"어서오슈. 이샤힘."

"어머, 이샤힘 왔구나? 마차 꺼냈다면서? 힘도 정말 세단 말이야."

그리고 힘레먼 할범도 엉거주춤 내려오더니 손을 들어 인사하는군요.

"오늘 좀 제대로 준비해야 할 거야. 그리고 안녕일세, 제군들."

566 아앨라나 - 진행 (TLssRAXvOg)

2024-09-04 (水) 21:35:30

@@ >>558

"도리언 씨가 그런 방식을 원한다면요. 그때와는 달리 선택을 위한 시간이나 기회는 충분해요"

"아니면... 단순히 제가 도리언 씨의 모습이 담긴 액자 째로 들고 이동할 수도 있겠지요"

도리언 씨의 심정은 저도 어느정도는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인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어렵거나 심지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있어요. 매번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만 한다면 정말 지루할 거에요! 제가 말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힘들거에요

"조금 생각해 봤는데요. 두 사람이니까 비품도 비품이지만 식량을 좀 더 챙겨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녀 앞에서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해보고는 말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도구의 사용은 주요한 위치에 있어요. 인간이 지금의 생태적 위치를 고수할 수 있게 될 수 있던 이유도 바로 도구의 제작과 그것을 활용할 재치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런 행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연장시켜줄 식량의 확보가 중요할 것 같아요

567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42:57

>>562
꼭 여관을 숙박 목적으로만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볼 수도 있고, 요즘 같이 여관이 식사도 제공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지요. 더군다나 저 여관은 엘리가 구해준 하플링 여급 비냐가 일하던 곳이니, 혹시나 해서 한번 들어가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엘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예상 외의 광경을 마주합니다.



엘리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이곳은 불타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돌과 나무를 물들인 검은색이 선연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너무 심하게 탄 주춧돌들은 다시 회칠하고, 너무 타버린 나무들은 그 부분을 잘라내 새로 덧대 못으로 옆과 고정하고 그 아래에 새 나무기둥을 덧댔습니다. 엘리가 비냐를 꺼내주었던 시체무더기가 있던 자리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길쭉한 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옆을 바라보면 엘리가 비냐를 밀어냈던 구멍에서 햇빛이 반짝반짝 들어오고, 그곳을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판자를 덧대고 망치질하고 있습니다. 몇몇 공간은 아직도 부서진 잔해들로 뒤덮여 있고, 그것을 천막으로 가리고 있습니다. 실로 어떻게든 삶은 이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건물보다 사람들이 더 활기찹니다.

"어우, 여기 술맛 사고 난 뒤에 더 좋아진 것 같네."

"죽은 놈들 뼈로 담갔나봐? 아무튼 살았으니 한잔들 더 해!"

"야, 전쟁 갔다가 다리 병신 되어서 돌아온 우리 삼촌이 그랬는데 투석기 돌은 한번 떨어진 데는 안 떨어진대! 사고 한번 났으니까 한동안은 걱정 붙들어!"

그리고 그 변고를 당하기 전보다는 훨씬 사람이 적지만 그래도 옹기종기 흩어져 앉아 사용할 수 있는 탁자들을 꽤 많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고를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지만, 굳이 숨길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엘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찾아 얼굴을 분주히 돌리는데, 무언가,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임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둘러앉은 탁자보다 조금 더 높은 것 같은 키높이, 길쭉하게 땋은 머리... 이 여관에서,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녀 하나밖에 없지요.

"아야! 으윽... 근데, 누구에요?"

비냐는 그들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무언가를 나르다가, 이번에도 엘리와 부딪칩니다. 그리고는, 엘리를 올려다봅니다. 이번에는 옷도, 가면도 전부 바뀌었지만, 가면이 엘리의 얼굴을 본딴 슬라임으로 제조되었기에 생각보다 금방 엘리를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 선혈 같은 눈동자를 보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질렸다는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으엑, 또 왔어요?"

568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48:24

>>566
"음... 그럼 제가 뭘 하면 되죠?"

"사도님. 이 음유시인,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없는 척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다리가 말다리가 되었으니 좀 부려먹어도 괜찮을 겁니다! 저도 이 몸으로는 무거운 건 잘 못 옮기거든요."

가말라시엘은 지금 지팡이에 갇혀있는 자기 신세를 상기시키면서, 베스니에게 온갖 짐을 다 맡기는 게 좋을 거라고 경고합니다. 아무튼 안나는 베스니와 함께 창고에서 식량들을 가득 꺼내고, 비품들은 최소한으로 챙깁니다. 베스니는 한쪽 다리뿐이긴 하지만 말다리가 된 덕분에, 두 사람이 먹을 식량 상자를 챙겼는데도 크게 무거워하지 않습니다. 비품은 식량을 옮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게, 그 식량이 비에 맞지 않게 덮고 밤이 되면 텐트로 쓸 천막, 부싯돌, 그리고 가말라시엘 님이 깃든 지팡이입니다. 어쩌다보니 베스니가 전부 다 짐을 들게 된 상태이지만, 오히려 이 상태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우와! 저 이런 거 꼭 해보고 싶었어요! 마녀 옆에서 수행하는 짐꾼! 역시 제일 좋은 건 용사 일행의 짐꾼이지만요!"

...그냥 이거, 마녀랑 엮인다면 노예를 시켜도 좋다고 할 것 같습니다.

569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48:39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수고 많았어!

570 엘리 - 진행 (RVf3LY9QCk)

2024-09-04 (水) 21:53:25

@@@ >>567

"와..."

사람들에게서 저런 반응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낮의 세상이란 사람들이 걸레짝처럼 죽어나가는 곳이란 말인가?

아무튼, 그건 그거고. 기왕 다시 만난 비냐에게 인사를 건낸다.

"안녕! 보고 싶었어?"

딱 봐도 그런 눈치는 아니었지만, 내 상관은 아니었다.


///수고했따~~

571 아앨라나주 (TLssRAXvOg)

2024-09-04 (水) 21:54:55

수고하셨어요!

572 아앨라나 - 진행 (TLssRAXvOg)

2024-09-04 (水) 22:22:21

@@ >>568

"그러네요, 어쩌면 그것이 서로에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순진할 뿐더러 이런 면에서 충실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가말리시엘 님에 말 따라 결국에는 그녀에게 우리가 필요하게 될 것들을 대부분을 지니고 가도록 하게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그녀도 수긍해주었어요. 아니, 단순히 수긍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것을 흥미로운 경험으로서 오히려 좋아해주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제가 다 조금은 자숙하게 될 정도로요~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덕분에 행동이 한결 수월해질 것 같아요"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저는 작게 웃어보이며 말했어요. 지금 그녀의 역할을 누군가는 우숩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일행의 유지를 책임진다고 해도 괜찮을 거에요. 필요한 것들 옮기고 있으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호수를 향해서 출발하는 것이네요~"

573 샤토 - 진행 (VDfr3Qirtg)

2024-09-05 (거의 끝나감) 00:44:48

>>555 가둬진 우리, 그리고 하얀 달빛.
처량한 감성으로 내 풍경이 일그러질 때 즈음, 드디어 내가 기다려 마지않던 목소리가 날 반겼다.

“응, 고마워 테렌. 기다리고 있었어.”

검은 머리칼의 소년.

그는 오직 나만을 위한 왕자님.
모두가 다른 가치를 위해 움직일 때, 이를 테면 부와 권력, 혹은 얼굴이나 몸 같은 것들..., 그만은 오로지 날 보고 행동한다.

그는 내게 주었다.
내게 청혼했던 백작가 차남도,
거대한 상단을 거느리는 가문의 차기 후계자도,
전공을 세워 스스로 가문을 일으킨 젊은 용병도 줄 수 없었던 것.

그건 바로 내 스스로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
책에서만 보았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로지 이 검은 머리의 수인, 모두에게 천대 받는 기사만이 내게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찾아다 줄 수 있었다.
천대받는 이와 혐오받는 이의 동행이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그나저나 말 두 필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귀환할 때, 한 마리는 처분해야해. 난 너처럼 하루 종일 말을 몰지 못하니까.“

나로선 마차가 좋지만, 몰래 빠져나가는 통에 그런 요란한 것을 마련할 수는 없었을 터. 그러니 그런 억지를 입에 담진 않았다. 그저,

”그리고... 네 뒷자리가 좋아.“

라고 조용히 어필할 뿐.

574 ◆MjRAeKhiz2 (eXRoQWdXUQ)

2024-09-05 (거의 끝나감) 12:44:53

>>570
"보기 싫은 건 아니지만 말이죠..."

뭔가 복잡한 표정입니다. 그래도 엘리의 정체를 처음 깨달았을 때와는 다르게, 무슨 지옥에서 기어나온 사람 되다만 괴물딱지처럼은 더 이상 보지 않습니다. 그 와중, 옆에 앉아있던 술 취한 사람이 갑자기 탁자를 겨우 넘는 비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낄낄 웃습니다. 비냐도 갑작스런 무례에 순간 분노조차 잊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근데 진짜, 요 애가 진짜 똑 부러져서 좋아. 어떻게 이렇게 개박살난 여관에서 다시 일할 생각... 끄아아악!"

비냐는 그 손을 붙잡더니 자기 입가로 내리고 꽉 물어버립니다. 취한 사람은 비냐가 아니라 제 손가락이 똑 부러지는 것마냥 비명을 지릅니다. 기어코 쇠비린내와 피맛을 볼 지경이 되어야 비냐는 손을 놔주고, 그 사람의 맥주잔을 뺏어 그의 피가 섞인 침을 퉤 뱉어주고 되돌려줍니다. 탁자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벙찌지만, 대충 수선을 마친 주인은 비냐를 제지할 생각은 없이 다짜고짜 비냐를 쓰다듬은 사람을 타박합니다.

"쟤 저래 봬도 스물 넘겼어요. 그리고 사고 난 이후로 성격 더러워졌다고 그리 주의했는데 왜 사람 말을 안 들으셔들."

...뭐, 그 제단에 있던 게 엘리가 아니라 다른 뱀파이어였다면 엘리가 했던 말마따나 간식거리 신세가 됐을테니, 그 일에 성격이 지랄맞아지는 것도 그럴 법합니다. 그래도 충격에 극도로 소심해지는 것보단 낫고, 살았지 않습니까. 비냐는 여관 주인에게 말합니다.

"30분 휴식할게요."

"그냥 꿈나라도 갔다오지 그러니."

비냐는 엘리에게 말합니다.

"잠시 괜찮을까요?"

575 엘리 - 진행 (MIjYWSfZtc)

2024-09-05 (거의 끝나감) 14:41:58

@@>>574

"아이고... 저 아까운걸..."

저게 또 별미인데. 그냥 뱉어내는 모습을 보니, 하플링은 피를 먹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무심코 아쉽다고 느꼈다.

"응. 당당해진 모습, 보기 좋네~"

생사의 기로에 서면 사람은 바뀌는걸까나. 나로선, 지금의 모습이 더 맘에 들었다.

576 ◆MjRAeKhiz2 (eXRoQWdXUQ)

2024-09-05 (거의 끝나감) 15:32:39

>>572
"야호! 뷔르트겐 호수!"

안나는 지팡이 위에 빗겨앉아, 가말라시엘의 존재감을 다리삼아서 붕 뜬 채 앞으로 나아갑니다. 침대속으로 쓰면 오리털만큼이나 폭신할 이끼를 두 발로 느끼지 못하는건 조금 아쉽지만, 가말라시엘 덕분에 안나는 같은 거리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으니 좋을 뿐입니다. 신전의 검은 기둥들 같은 거목을 지나고 차가운 시냇물을 지나다보면, 베스니는 입이 심심한지 또 묻습니다.

"가면서 들으세요! 혹시 아앨라나 씨는 언제부터 마녀를 했나요? 마녀도 대학 같은게 있나요?"

'시간 나면 앨리스 씨한테 물어보시죠.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삼백년 전 쯤에는 분명 하나쯤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가말라시엘 님도 계속 아앨라나를 업고 다니긴 힘든지 한마디 거드는군욪

577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16:45:19

>>573
"...음."

어둠 속에서, 테렌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고, 샤토는 그저 그가 잠시 눈을 감았다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아마 테렌은, 자기 얼굴을 샤토 왕녀가 볼 수 없다는 것을 감사히 여길 겁니다. 그 역시 어엿한 기사로서 군마를 받았고, 슬로인산 군마는 그 어느 말보다도 등허리가 튼튼해 제아무리 무거운 기사라도 굳건하게 실어주기로 명성이 자자하니, 테렌과 더불어 샤토 왕녀를 태우고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대로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건 있는 모양인지 한참이나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말에 가득 실었던 짐을 다른 말로 옮기고, 제 말의 안장과 발걸이를 다시 한번 다듬은 후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왕녀를 부릅니다.

"알겠습니다. 먼저 타시면, 그 다음에 제가 오르겠습니다."

아직 달이 지고 하늘이 밝아지려면 한참 남았습니다. 다른 말들이라면 이미 자고 있을 밤 시간인데도, 말들은 제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가야 하는 곳이라면 어이든 갈 준비가 된 듯합니다. 이제 남은 건, 백색의 왕녀 샤토가 말 위에 올라서, 테렌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뿐입니다. 이번에는 슬로인 왕성 근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귀족들의 화려한 무도회와 중앙 광장, 사제들이 횃불을 든 채 밤새 순회하며 밝히는 장엄한 신전부터 해서, 양식 있는 사람들은 '굳이 볼 필요를 못 느끼는' 이종족들의 슬럼, 빈민가까지. 테렌은 어디든 그녀를 데려가주고, 자신의 힘이 닿는 한 그녀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샤토, 그녀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뿐입니다.

578 샤토 - 진행 (VDfr3Qirtg)

2024-09-05 (거의 끝나감) 17:44:59

>>577 물음에 대한 답을 듣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어두워 표정은 잘 보이지 않있지만, 적어도 잠시 주저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테렌은 내 부탁이라면, 거의 대부분 군말 없이 따르곤 하니까.

하지만 난 말을 아직 제대로 몰아본 적도 없을 뿐더러,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고삐를 놓지 않을 악력이나 담력도 없다.
내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진, 아마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무얼 걱정했는지 난 모르지만, 적어도 그게 날 납득시킬 만한 정도의 것은 아니니라.
만약 그랬다면..., 그는 삼키지 않고 내게 말을 꺼냈겠지.

“알았어.”

로브를 푹 눌러 쓰고, 다소 힘겹게 말을 올랐다. 준마라 하여 덩치 좋은 훌륭한 말이라지만, 내겐 되려 그 덩치 때문에 오르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저번처럼 떨어질 뻔히진 않았다. 아마 그 이후로 테렌이 발걸이 높이를 내게 딱 맞춰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막상 안장 위에 오르니 가슴이 떨려왔다.
매 순간, 성의 외로움이 아닌 도시의 어둠이 나를 감쌀 때마다 그러하다.

나는 곧 내 충실한 왕자님에게 오늘 내가 가고 싶은 희망 행선지를 하달한다.

“오늘은 뒷골목으로 가 보고 싶어. 왕도의 어두운 면, 존재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책으로 밖에 읽지 못했으니까.“

579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19:30:17

왕녀의 걸음이 조금 더디다 싶으니, 테렌은 "무례를 용서하시길."이라 나직이 속삭이며, 그녀의 한 손과 어깨를 잡고 쭉 당겨 올려줍니다. 쉽게 그녀를 들어올려 앉힌 테렌은, 주변을 살피며 행선지를 듣습니다.

"뒷골목... 알겠습니다."

뒷골목,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테렌의 어깨가 흠칫 떨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샤토에게는 그저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 불과했던 그곳은, 병든 가족을 고치려면 왕실 도서관의 장서를 훔쳐야 할 정도로 미쳐야 했던 테렌에게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샤토 왕녀가 항상 거니는 곳처럼 시들겠다 싶으면 시종들이 갈아주는 꽃병도, 항상 분주하게 치우고 청소하는 복도도, 가끔씩은 인간보다는 인형으로 보일 정도로 예의와 격식을 갖추는 수많은 이들도 없는 곳입니다. 냄새는 지독하고, 말발굽에 쓰레기가 채이고, 부족함에 베이고 상처받은 정신들이 헤매고, 그녀가 왕녀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이상 그저 그녀가 신고 있는 신발 한 켤레를 얻으려고 왕녀를 죽일 이들이 기다리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어둠에는 무엇이 있을지, 테렌은 잘 알고 있었고, 솔직히 말해 왕녀는 몰랐으면 했지만... 이 대탈주의 주인공은 왕녀 샤토였고, 테렌이 생각하기에 그는 그저 조역일 뿐.

"그렇다면, 가시기 전에 이걸 받으시죠."

테렌은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냅니다. 은반지에 빨간 마석이 끼워져 있는데, 테렌은 그 반지의 용도를 설명해줍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겠지만, 만약 왕녀님과 제가 떨어지게 된다면... 이 마석에 화살표가 비쳐서 서로의 위치를 가리킬 겁니다."

테렌은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훠이!"하며 말고삐를 당깁니다. 두 사람이 탄 말이 앞서 나가고, 짐을 실은 말은 익숙한 듯 테렌과 샤토의 뒤를 털레털레 따라오는군요. 그리고 놀랍게도, 말 두마리 다그닥거리는 소리가 해자 사이의 나무 다리를 요란하게 두들기는데도, 경비병들은 그것마저도 자장가의 캐스터네츠 소리 삼아 더 깊게 잠듭니다. 음, 한심하군요! 덕분에 샤토 왕녀가 이렇게 나갈 수도 있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580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19:39:55

>>575
비냐는 엘리를 개인 다락방으로 데리고 갑니다. 이 다락방은 정말로 작고 창문 같지도 않은 미닫이식 나무판이 달려 있는데, 미닫이를 열면 햇빛이 들어오고 닫으면 햇빛이 차단되는 구조입니다. 비냐는 엘리를 생각해서, 다락방의 창문을 확 당겨서 닫아버리고는,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켭니다. 햇빛에 노출된 시간이 너무 길고, 또 지붕 사이 균열에서 햇빛이 조금씩 새기에 완벽하진 않지만, 엘리는 무언가 몸이 조금 편해진 느낌을 받습니다. 비냐는 촛불 빛에 노랗게 빛나는 얼굴로 엘리에게 말합니다.

"그 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말을 못 했는데... 정말 고마워요. 아마, 엘리 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제 남매들 뒤를 따라갔겠죠."

...음. 뭔가 어둡고 무거운, 그것도 뱀파이어와 연관된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조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그때 그렇게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던 건, 뱀파이어가 사람을 돕는다... 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랬어요. 맏언니부터 막내동생까지, 전부 뱀파이어한테 죽었거든요. 지하 광산에서 마석을 캐다가 몸이 오염되어서 반신불수가 된 어머니만 남았는데, 왜냐면... 피가 참 더럽게 맛이 없어서 그랬어요. 그러다 저도 때 되면 죽겠구나 했는데... 에레야 님이 그 뱀파이어가 다스리던 영지에 와서... 뱀파이어들을 전부 다 심판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는 제가 혼자 살 수 없어서, 세스타우로 와서 어머니를 봉양할 돈을 벌고 있어요."

엘리와 그녀의 일족은 피가 좋은 거지 인간의 대량 학살이 좋은 건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이단심문관조차 아닌 봉기한 농노들한테 꿰뚫려 죽은 수많은 뱀파이어 소식을 들으면서 서로가 좋게좋게 사는 방식을 일찌감치 택해 몇백년간 내려왔습니다. 그렇기에 엘리처럼 인간 사이에 섞이고자 하는 별종도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엘리는 아직도 인간을 말할 줄 아는 가축으로 보는 뱀파이어들도 꽤 있음을 들었습니다. 아마 비냐는 그 피해자겠지요. 비냐는 흠... 흐으음... 한참 동안 한숨을 쉬다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지금 세스타우는 뱀파이어와 조약을 체결한 왕국이 다스리는 도시지만... 솔직히 말해 저는 뱀파이어가 달갑지 않아요. 여기 여관 주인 아저씨도 그걸 잘 알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여관 주인 아저씨한테 이야기해서 엘리 씨를 쫓아내려 한 거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안 그래도 될 것 같아요. 아직도 뱀파이어를 보면 기분이 그렇지만..."

비냐는 말을 끝맺기 전, 촛불 앞에서 빛나는 선혈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착한 뱀파이어' 님."

// 이걸 못봤네 미안혀...

581 엘리주 (R/DWjCn6S6)

2024-09-05 (거의 끝나감) 19:43:44

그럴수두있지~~

582 히샤히메 - 진행 (lweMGbML6M)

2024-09-05 (거의 끝나감) 20:04:36

>>565
"할멈!!"

할아범을 내려다주고 곧장 할멈에게로 달려갔느니라! 그런데 주변이 이상하구나 오늘은 괜히 사람이 많은것같은... 축제날이던가? 그런거라면 짐이 가장 잘 알았을텐데! 동네의 꼬마녀석들도 별 말이 없었던걸 보면...

"그런데 다들 이 시간까지 무슨일이더냐?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583 엘리 - 진행 (R/DWjCn6S6)

2024-09-05 (거의 끝나감) 20:10:18

>>580

"음...!"

가정사를 말하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진지하게 감사를 전해온다.

상대가 증오를 부딪혀온다면 웃음기 섞인 대답을 돌려줄 수 있지만... 분위기가 무거워지며, 나 역시 진심을 내보여야 하는 때. 나로썬 그것이 익숙치 못했다.

역시, 호의에 화답하는 건 어려워.

"뭐, 뭐랄까... 응. 아, 저기. 1주일 끊어줘!"

은화 7개를 빠르게 건내고는, 빠르게 자리를 피한다.

584 엘리 - 진행 (R/DWjCn6S6)

2024-09-05 (거의 끝나감) 20:10:29

>>583 @@!

585 이름 없음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0:11:44

시트 올렸어요~ 괜찮은지 모르겠는데 한 번만 확인해주세요!

586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0:35:13

>>582
"뭐긴 뭐겠니. 이샤힘, 잊었어? 오늘자로 네가 온지도 1년이 넘었어."

브우니크 할멈이 그렇게 말한 것을 시작으로, 옆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 박수를 칩니다. 히샤히메, 이 지역 사람들에게 그녀의 이름은 발음하기 너무 어려워서 다들 '히메'까지 붙여 이샤힘이라 불렀지만,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그들이 히샤히메와 함께했던 추억까지 전부 그렇게 우습게 기억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히샤히메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고, 심심해 죽을 정도로 평범한 마을에 극동의 귀인족이 1년간 살았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을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히샤히메 자신도 잊고 있던 것을 이들이 더 잘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가 그랬지. 6개월 전인가? 그 때 우리가 만들어준 보리사탕을 먹고 나서는 딱 6개월만 더 있다가 나갈 거라고 그랬잖니. 그리고 이제 여섯달이 지났구나."

사람들은 아쉬워하지만, 그래도 이 기억을 좋게 끝내려는 듯 웃으면서 한 마디씩 거듭니다. 마을의 사냥꾼은 대신 사냥을 해주어서, 양치기는 가축을 노리던 늑대들을 찢어발겨 카펫으로 만들어줘서, 그리고 고드뢰는 마차를 꺼내줘서... 남들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머리를 탓할 때,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며 몸을 탓하던 히샤히메 덕분에 많은 일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브우니크 할멈과 힘레먼 할범이 앞에 서서 말합니다.

"자식들 뼈빠지게 일해서 비싼 돈으로 대학 보내서 시 서기에 세관 관리에 별 관직 다 시켜줬지만, 지금은 폭력배마냥 말없이 용돈이나 좀 부쳐주고 마는게 기념품 수준으로 쓸모가 읎어..."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딱 이샤힘한테서 힘 참 센 것만 빼면 손자녀 있는 거랑 똑같지 않았을까 싶다. 덕분에 손자녀 구경 1년간 대신 시켜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어쨌든 견문을 넓히고자 온 동방의 공주지 이민자가 아니고, 견문을 넓히기에 이 마을은 너무 작다는 사실을요. 고드뢰는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마차에 실어온 술통의 꼭지를 툴어 맥주를 병에 콸콸 쏟으며 외칩니다.

"자! 술통에 음식에 다 갖다놓고 눈물 짜지 말고! 일단 술 한잔 마시고 시작합시다!"

파티의 시작입니다! 히샤히메는 이곳에서 나가기 전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유용한 정보나 물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587 아앨라나 - 진행 (86NoXvxYHs)

2024-09-05 (거의 끝나감) 20:38:58

@@ >>576

"어렸을때 부터에요~ 여러가지를 배우고 실천했어요"

길을 가던 도중에 그녀가 저에 대한 것과 관련된 것을 물어보았어요. 그녀는 호기심도 있고, 여정에 스스로의 목적에 달하기 위해 여기에까지 왔어요. 그녀와도 비슷하게, 저 또한 숲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요

"숲 밖에 사람들에게는 지금은 어떤가요? 비슷하게는 오래전에는 존재했지만 이제는 없다고 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 대신에 저에게는 제자가 되었고 직접 전수 받았어요"

저는 마녀 님에게 거두어진 이래 줄곧 숲에서, 그 분 아래서 생활해왔어요. 말하자면 평생의 스승이자 어머니와도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솔직히 그 이전의 과거의 기억에 남겨진 것도 있지만 흐릿해요. 마치 벌레가 파먹은 열매와도 같이 구멍이 많다고 표현해도 무리는 아닐 거에요

588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0:46:25

>>583
엘리는 이곳에 오면서 수많은 혐오의 레퍼토리를 떠올렸습니다. 암컷모기, 피빨이, 걸어다니는 모기, 인간 사이즈 모기, 사람같이 생긴 흡혈박쥐, 괴물딱지, 사람 되다만 박쥐, 죽일 것, 신고대상, 이단심문관!!!! 하지만, 세스타우에 처음 들어와서 지금까지, 엘리는 참 예상할 수 없는 난적을 여럿 만났습니다: 바로, 그녀가 이곳에서 쉬이 얻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친절'입니다. 처음에 세스타우에 들어왔을 때, 어떤 할멈은 괴물이 출몰하는 세상이라며 막 돌아다니면 안된다고 진심으로 걱정했고, 비냐는 엘리의 안전을 기원하며 그녀에게 수호부를 주었습니다.(처음에는 기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제로 안전에 도움이 되었지요.) 그리고, 에레야는 이단심문관이라는 직위에도 불구하고 엘리를 진지하게 인격체로 대했으며, 그녀의 자매로 추정되는 베르야 역시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다른 인간에게 하듯 엘리를 대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엘리는 비냐를 보고 참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엘리가 이 상황에서 당최 뭔 말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인간을 대할 때는 항상 친절하게 대하되 항상 죽여버릴 준비를 해 놓아라'

가주의 가르침도 이 때는 쓸모가 전혀 없습니다. 결국, 엘리는 은화를 던지듯 주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비냐는 은화를 받자 놀라서 뛰어내려가더니, 도망치듯 아무 방이나 잡아 들어가려는 엘리의 다리를 꽉 붙잡고 늘어집니다.

"위험해요! 위험하다구요! 일단 기다려 봐요!"

엘리를 뜯어말린 비냐는 비어있는 방의 문을 열고, 엘리는 왜 비냐가 자기를 뜯어말렸는지 이해합니다. 여관 주인장이 두 번은 안 당하겠다는 마음인지, 지뢰밭같이 성물들을 깔아놓았습니다. 저기 걸려있는 액자는 최초의 이단심문관 '베어코버'의 이콘이고, 창문은 대체 뭔 돈이 나서 어떻게 단가를 맞췄는지 모르겠지만 성인들의 모습을 그린 스테인드 글라스이고, 꽃병에 들어있는 건 수도원에서 정성껏 키우고 기도해서 재배한다는 '신앙화' 품종의 백합이고, 바닥에는 태양교의 상징인 근엄한 얼굴의 태양이 있습니다. 뱀파이어고 뭐고 불경한 존재는 다 죽여버리겠다는 악의가 느껴집니다. 비냐는 이콘은 떼고, 창문은 천막으로 가리고, 꽃병은 빼고, 태양교단 상징은 발깔개를 깔아서 막는 조치를 취한 다음에 엘리를 환영합니다.

"네에. 환영합니다. 손님!"

589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0:49:33

>>585
확인. >>587 쓰고 난 다음에 상황 줄게.

590 이름 없음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0:55:56

헤헤 고마워요~ 천천히 주세요!

591 엘리주 (6iMqgEsEhw)

2024-09-05 (거의 끝나감) 21:02:15

어서와라~~~

592 누누코주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1:10:02

엘리주 안녕이에요~

593 아앨라나주 (86NoXvxYHs)

2024-09-05 (거의 끝나감) 21:11:20

안녕하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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