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0693> [판타지/모험/개인서사] 이야기들 (임시스레) :: 1001

◆MjRAeKhiz2

2024-08-13 09:12:58 - 2024-09-23 18:13:26

0 ◆MjRAeKhiz2 (NchKwKy7oA)

2024-08-13 (FIRE!) 09:12:58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의 소품이자, 단역이자, 조연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 이야기는 비참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갖춰졌거나 이야기의 어떤 구성요소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엉망인 이야기가 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선택하고, 때로는 강요당하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써낸다. 이야기의 악마 이프가 이제 마침표를 찍으라 권할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까지.
왜냐면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니까.

563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19:54

오늘은 사정이 있어 9시 반에 끝날듯!

564 엘리주 (yqrgMama3A)

2024-09-04 (水) 21:20:22

565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33:33

>>561
"애가 어디서 뭘 먹었길래 힘이 이리 좋담..."

이라고 말하면서도, 힘레먼 할아범은 딱히 거절하지 않고 히샤히메의 등에 업힙니다. 마차도 금방 밀어내는 그녀에게 노인 한 명의 무게는 딱히 신경쓰이지도 않는 수준이었고, 덕분에 늙은이 걸음에 맞출 필요 없이 히샤히메는 성큼성큼 촌장댁으로 걸어갑니다. 바츨라우의 집들 중에서, 가장 길쭉하고 가장 높고, 가장 넓어보이는 집을 찾으면 그게 촌장댁입니다. 다른 집들보다 기초도 더 깊게 파고, 돌담도 더 높게 쌓고, 대충 회칠한 티가 나는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네모반듯한 나무를 대각선, 직선으로 여러번 짜맞춰서 내구성과 심미성을 제대로 살렸습니다. 아마 이 지역 귀족의 집이라 해도 믿겠군요.

히샤히메는 안뜰로 통하는 문을 거침없이 엽니다. 건물과 담장 사이의 안뜰에는 마을 사람들 중 요리나 공연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장기를 준비하고 있군요. 그러다가 히샤히메가 나타나자, 그들은 하나같이 인사를 합니다.

"어서오슈. 이샤힘."

"어머, 이샤힘 왔구나? 마차 꺼냈다면서? 힘도 정말 세단 말이야."

그리고 힘레먼 할범도 엉거주춤 내려오더니 손을 들어 인사하는군요.

"오늘 좀 제대로 준비해야 할 거야. 그리고 안녕일세, 제군들."

566 아앨라나 - 진행 (TLssRAXvOg)

2024-09-04 (水) 21:35:30

@@ >>558

"도리언 씨가 그런 방식을 원한다면요. 그때와는 달리 선택을 위한 시간이나 기회는 충분해요"

"아니면... 단순히 제가 도리언 씨의 모습이 담긴 액자 째로 들고 이동할 수도 있겠지요"

도리언 씨의 심정은 저도 어느정도는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인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어렵거나 심지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있어요. 매번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만 한다면 정말 지루할 거에요! 제가 말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아마도, 힘들거에요

"조금 생각해 봤는데요. 두 사람이니까 비품도 비품이지만 식량을 좀 더 챙겨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녀 앞에서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해보고는 말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 도구의 사용은 주요한 위치에 있어요. 인간이 지금의 생태적 위치를 고수할 수 있게 될 수 있던 이유도 바로 도구의 제작과 그것을 활용할 재치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런 행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연장시켜줄 식량의 확보가 중요할 것 같아요

567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42:57

>>562
꼭 여관을 숙박 목적으로만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볼 수도 있고, 요즘 같이 여관이 식사도 제공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지요. 더군다나 저 여관은 엘리가 구해준 하플링 여급 비냐가 일하던 곳이니, 혹시나 해서 한번 들어가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엘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예상 외의 광경을 마주합니다.



엘리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이곳은 불타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돌과 나무를 물들인 검은색이 선연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너무 심하게 탄 주춧돌들은 다시 회칠하고, 너무 타버린 나무들은 그 부분을 잘라내 새로 덧대 못으로 옆과 고정하고 그 아래에 새 나무기둥을 덧댔습니다. 엘리가 비냐를 꺼내주었던 시체무더기가 있던 자리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길쭉한 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옆을 바라보면 엘리가 비냐를 밀어냈던 구멍에서 햇빛이 반짝반짝 들어오고, 그곳을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판자를 덧대고 망치질하고 있습니다. 몇몇 공간은 아직도 부서진 잔해들로 뒤덮여 있고, 그것을 천막으로 가리고 있습니다. 실로 어떻게든 삶은 이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건물보다 사람들이 더 활기찹니다.

"어우, 여기 술맛 사고 난 뒤에 더 좋아진 것 같네."

"죽은 놈들 뼈로 담갔나봐? 아무튼 살았으니 한잔들 더 해!"

"야, 전쟁 갔다가 다리 병신 되어서 돌아온 우리 삼촌이 그랬는데 투석기 돌은 한번 떨어진 데는 안 떨어진대! 사고 한번 났으니까 한동안은 걱정 붙들어!"

그리고 그 변고를 당하기 전보다는 훨씬 사람이 적지만 그래도 옹기종기 흩어져 앉아 사용할 수 있는 탁자들을 꽤 많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고를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지만, 굳이 숨길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엘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찾아 얼굴을 분주히 돌리는데, 무언가,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임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둘러앉은 탁자보다 조금 더 높은 것 같은 키높이, 길쭉하게 땋은 머리... 이 여관에서,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녀 하나밖에 없지요.

"아야! 으윽... 근데, 누구에요?"

비냐는 그들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무언가를 나르다가, 이번에도 엘리와 부딪칩니다. 그리고는, 엘리를 올려다봅니다. 이번에는 옷도, 가면도 전부 바뀌었지만, 가면이 엘리의 얼굴을 본딴 슬라임으로 제조되었기에 생각보다 금방 엘리를 알아봅니다. 그리고 그 선혈 같은 눈동자를 보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질렸다는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으엑, 또 왔어요?"

568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48:24

>>566
"음... 그럼 제가 뭘 하면 되죠?"

"사도님. 이 음유시인,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없는 척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다리가 말다리가 되었으니 좀 부려먹어도 괜찮을 겁니다! 저도 이 몸으로는 무거운 건 잘 못 옮기거든요."

가말라시엘은 지금 지팡이에 갇혀있는 자기 신세를 상기시키면서, 베스니에게 온갖 짐을 다 맡기는 게 좋을 거라고 경고합니다. 아무튼 안나는 베스니와 함께 창고에서 식량들을 가득 꺼내고, 비품들은 최소한으로 챙깁니다. 베스니는 한쪽 다리뿐이긴 하지만 말다리가 된 덕분에, 두 사람이 먹을 식량 상자를 챙겼는데도 크게 무거워하지 않습니다. 비품은 식량을 옮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게, 그 식량이 비에 맞지 않게 덮고 밤이 되면 텐트로 쓸 천막, 부싯돌, 그리고 가말라시엘 님이 깃든 지팡이입니다. 어쩌다보니 베스니가 전부 다 짐을 들게 된 상태이지만, 오히려 이 상태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우와! 저 이런 거 꼭 해보고 싶었어요! 마녀 옆에서 수행하는 짐꾼! 역시 제일 좋은 건 용사 일행의 짐꾼이지만요!"

...그냥 이거, 마녀랑 엮인다면 노예를 시켜도 좋다고 할 것 같습니다.

569 ◆MjRAeKhiz2 (5BHUfvhJhQ)

2024-09-04 (水) 21:48:39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수고 많았어!

570 엘리 - 진행 (RVf3LY9QCk)

2024-09-04 (水) 21:53:25

@@@ >>567

"와..."

사람들에게서 저런 반응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낮의 세상이란 사람들이 걸레짝처럼 죽어나가는 곳이란 말인가?

아무튼, 그건 그거고. 기왕 다시 만난 비냐에게 인사를 건낸다.

"안녕! 보고 싶었어?"

딱 봐도 그런 눈치는 아니었지만, 내 상관은 아니었다.


///수고했따~~

571 아앨라나주 (TLssRAXvOg)

2024-09-04 (水) 21:54:55

수고하셨어요!

572 아앨라나 - 진행 (TLssRAXvOg)

2024-09-04 (水) 22:22:21

@@ >>568

"그러네요, 어쩌면 그것이 서로에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순진할 뿐더러 이런 면에서 충실한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가말리시엘 님에 말 따라 결국에는 그녀에게 우리가 필요하게 될 것들을 대부분을 지니고 가도록 하게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그녀도 수긍해주었어요. 아니, 단순히 수긍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것을 흥미로운 경험으로서 오히려 좋아해주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제가 다 조금은 자숙하게 될 정도로요~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덕분에 행동이 한결 수월해질 것 같아요"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저는 작게 웃어보이며 말했어요. 지금 그녀의 역할을 누군가는 우숩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일행의 유지를 책임진다고 해도 괜찮을 거에요. 필요한 것들 옮기고 있으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호수를 향해서 출발하는 것이네요~"

573 샤토 - 진행 (VDfr3Qirtg)

2024-09-05 (거의 끝나감) 00:44:48

>>555 가둬진 우리, 그리고 하얀 달빛.
처량한 감성으로 내 풍경이 일그러질 때 즈음, 드디어 내가 기다려 마지않던 목소리가 날 반겼다.

“응, 고마워 테렌. 기다리고 있었어.”

검은 머리칼의 소년.

그는 오직 나만을 위한 왕자님.
모두가 다른 가치를 위해 움직일 때, 이를 테면 부와 권력, 혹은 얼굴이나 몸 같은 것들..., 그만은 오로지 날 보고 행동한다.

그는 내게 주었다.
내게 청혼했던 백작가 차남도,
거대한 상단을 거느리는 가문의 차기 후계자도,
전공을 세워 스스로 가문을 일으킨 젊은 용병도 줄 수 없었던 것.

그건 바로 내 스스로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
책에서만 보았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로지 이 검은 머리의 수인, 모두에게 천대 받는 기사만이 내게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찾아다 줄 수 있었다.
천대받는 이와 혐오받는 이의 동행이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그나저나 말 두 필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귀환할 때, 한 마리는 처분해야해. 난 너처럼 하루 종일 말을 몰지 못하니까.“

나로선 마차가 좋지만, 몰래 빠져나가는 통에 그런 요란한 것을 마련할 수는 없었을 터. 그러니 그런 억지를 입에 담진 않았다. 그저,

”그리고... 네 뒷자리가 좋아.“

라고 조용히 어필할 뿐.

574 ◆MjRAeKhiz2 (eXRoQWdXUQ)

2024-09-05 (거의 끝나감) 12:44:53

>>570
"보기 싫은 건 아니지만 말이죠..."

뭔가 복잡한 표정입니다. 그래도 엘리의 정체를 처음 깨달았을 때와는 다르게, 무슨 지옥에서 기어나온 사람 되다만 괴물딱지처럼은 더 이상 보지 않습니다. 그 와중, 옆에 앉아있던 술 취한 사람이 갑자기 탁자를 겨우 넘는 비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낄낄 웃습니다. 비냐도 갑작스런 무례에 순간 분노조차 잊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근데 진짜, 요 애가 진짜 똑 부러져서 좋아. 어떻게 이렇게 개박살난 여관에서 다시 일할 생각... 끄아아악!"

비냐는 그 손을 붙잡더니 자기 입가로 내리고 꽉 물어버립니다. 취한 사람은 비냐가 아니라 제 손가락이 똑 부러지는 것마냥 비명을 지릅니다. 기어코 쇠비린내와 피맛을 볼 지경이 되어야 비냐는 손을 놔주고, 그 사람의 맥주잔을 뺏어 그의 피가 섞인 침을 퉤 뱉어주고 되돌려줍니다. 탁자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벙찌지만, 대충 수선을 마친 주인은 비냐를 제지할 생각은 없이 다짜고짜 비냐를 쓰다듬은 사람을 타박합니다.

"쟤 저래 봬도 스물 넘겼어요. 그리고 사고 난 이후로 성격 더러워졌다고 그리 주의했는데 왜 사람 말을 안 들으셔들."

...뭐, 그 제단에 있던 게 엘리가 아니라 다른 뱀파이어였다면 엘리가 했던 말마따나 간식거리 신세가 됐을테니, 그 일에 성격이 지랄맞아지는 것도 그럴 법합니다. 그래도 충격에 극도로 소심해지는 것보단 낫고, 살았지 않습니까. 비냐는 여관 주인에게 말합니다.

"30분 휴식할게요."

"그냥 꿈나라도 갔다오지 그러니."

비냐는 엘리에게 말합니다.

"잠시 괜찮을까요?"

575 엘리 - 진행 (MIjYWSfZtc)

2024-09-05 (거의 끝나감) 14:41:58

@@>>574

"아이고... 저 아까운걸..."

저게 또 별미인데. 그냥 뱉어내는 모습을 보니, 하플링은 피를 먹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무심코 아쉽다고 느꼈다.

"응. 당당해진 모습, 보기 좋네~"

생사의 기로에 서면 사람은 바뀌는걸까나. 나로선, 지금의 모습이 더 맘에 들었다.

576 ◆MjRAeKhiz2 (eXRoQWdXUQ)

2024-09-05 (거의 끝나감) 15:32:39

>>572
"야호! 뷔르트겐 호수!"

안나는 지팡이 위에 빗겨앉아, 가말라시엘의 존재감을 다리삼아서 붕 뜬 채 앞으로 나아갑니다. 침대속으로 쓰면 오리털만큼이나 폭신할 이끼를 두 발로 느끼지 못하는건 조금 아쉽지만, 가말라시엘 덕분에 안나는 같은 거리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으니 좋을 뿐입니다. 신전의 검은 기둥들 같은 거목을 지나고 차가운 시냇물을 지나다보면, 베스니는 입이 심심한지 또 묻습니다.

"가면서 들으세요! 혹시 아앨라나 씨는 언제부터 마녀를 했나요? 마녀도 대학 같은게 있나요?"

'시간 나면 앨리스 씨한테 물어보시죠.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삼백년 전 쯤에는 분명 하나쯤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가말라시엘 님도 계속 아앨라나를 업고 다니긴 힘든지 한마디 거드는군욪

577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16:45:19

>>573
"...음."

어둠 속에서, 테렌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고, 샤토는 그저 그가 잠시 눈을 감았다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아마 테렌은, 자기 얼굴을 샤토 왕녀가 볼 수 없다는 것을 감사히 여길 겁니다. 그 역시 어엿한 기사로서 군마를 받았고, 슬로인산 군마는 그 어느 말보다도 등허리가 튼튼해 제아무리 무거운 기사라도 굳건하게 실어주기로 명성이 자자하니, 테렌과 더불어 샤토 왕녀를 태우고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대로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건 있는 모양인지 한참이나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말에 가득 실었던 짐을 다른 말로 옮기고, 제 말의 안장과 발걸이를 다시 한번 다듬은 후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왕녀를 부릅니다.

"알겠습니다. 먼저 타시면, 그 다음에 제가 오르겠습니다."

아직 달이 지고 하늘이 밝아지려면 한참 남았습니다. 다른 말들이라면 이미 자고 있을 밤 시간인데도, 말들은 제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가야 하는 곳이라면 어이든 갈 준비가 된 듯합니다. 이제 남은 건, 백색의 왕녀 샤토가 말 위에 올라서, 테렌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뿐입니다. 이번에는 슬로인 왕성 근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귀족들의 화려한 무도회와 중앙 광장, 사제들이 횃불을 든 채 밤새 순회하며 밝히는 장엄한 신전부터 해서, 양식 있는 사람들은 '굳이 볼 필요를 못 느끼는' 이종족들의 슬럼, 빈민가까지. 테렌은 어디든 그녀를 데려가주고, 자신의 힘이 닿는 한 그녀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샤토, 그녀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뿐입니다.

578 샤토 - 진행 (VDfr3Qirtg)

2024-09-05 (거의 끝나감) 17:44:59

>>577 물음에 대한 답을 듣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어두워 표정은 잘 보이지 않있지만, 적어도 잠시 주저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테렌은 내 부탁이라면, 거의 대부분 군말 없이 따르곤 하니까.

하지만 난 말을 아직 제대로 몰아본 적도 없을 뿐더러,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고삐를 놓지 않을 악력이나 담력도 없다.
내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진, 아마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무얼 걱정했는지 난 모르지만, 적어도 그게 날 납득시킬 만한 정도의 것은 아니니라.
만약 그랬다면..., 그는 삼키지 않고 내게 말을 꺼냈겠지.

“알았어.”

로브를 푹 눌러 쓰고, 다소 힘겹게 말을 올랐다. 준마라 하여 덩치 좋은 훌륭한 말이라지만, 내겐 되려 그 덩치 때문에 오르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저번처럼 떨어질 뻔히진 않았다. 아마 그 이후로 테렌이 발걸이 높이를 내게 딱 맞춰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막상 안장 위에 오르니 가슴이 떨려왔다.
매 순간, 성의 외로움이 아닌 도시의 어둠이 나를 감쌀 때마다 그러하다.

나는 곧 내 충실한 왕자님에게 오늘 내가 가고 싶은 희망 행선지를 하달한다.

“오늘은 뒷골목으로 가 보고 싶어. 왕도의 어두운 면, 존재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책으로 밖에 읽지 못했으니까.“

579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19:30:17

왕녀의 걸음이 조금 더디다 싶으니, 테렌은 "무례를 용서하시길."이라 나직이 속삭이며, 그녀의 한 손과 어깨를 잡고 쭉 당겨 올려줍니다. 쉽게 그녀를 들어올려 앉힌 테렌은, 주변을 살피며 행선지를 듣습니다.

"뒷골목... 알겠습니다."

뒷골목,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테렌의 어깨가 흠칫 떨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샤토에게는 그저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 불과했던 그곳은, 병든 가족을 고치려면 왕실 도서관의 장서를 훔쳐야 할 정도로 미쳐야 했던 테렌에게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샤토 왕녀가 항상 거니는 곳처럼 시들겠다 싶으면 시종들이 갈아주는 꽃병도, 항상 분주하게 치우고 청소하는 복도도, 가끔씩은 인간보다는 인형으로 보일 정도로 예의와 격식을 갖추는 수많은 이들도 없는 곳입니다. 냄새는 지독하고, 말발굽에 쓰레기가 채이고, 부족함에 베이고 상처받은 정신들이 헤매고, 그녀가 왕녀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이상 그저 그녀가 신고 있는 신발 한 켤레를 얻으려고 왕녀를 죽일 이들이 기다리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어둠에는 무엇이 있을지, 테렌은 잘 알고 있었고, 솔직히 말해 왕녀는 몰랐으면 했지만... 이 대탈주의 주인공은 왕녀 샤토였고, 테렌이 생각하기에 그는 그저 조역일 뿐.

"그렇다면, 가시기 전에 이걸 받으시죠."

테렌은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냅니다. 은반지에 빨간 마석이 끼워져 있는데, 테렌은 그 반지의 용도를 설명해줍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겠지만, 만약 왕녀님과 제가 떨어지게 된다면... 이 마석에 화살표가 비쳐서 서로의 위치를 가리킬 겁니다."

테렌은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훠이!"하며 말고삐를 당깁니다. 두 사람이 탄 말이 앞서 나가고, 짐을 실은 말은 익숙한 듯 테렌과 샤토의 뒤를 털레털레 따라오는군요. 그리고 놀랍게도, 말 두마리 다그닥거리는 소리가 해자 사이의 나무 다리를 요란하게 두들기는데도, 경비병들은 그것마저도 자장가의 캐스터네츠 소리 삼아 더 깊게 잠듭니다. 음, 한심하군요! 덕분에 샤토 왕녀가 이렇게 나갈 수도 있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580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19:39:55

>>575
비냐는 엘리를 개인 다락방으로 데리고 갑니다. 이 다락방은 정말로 작고 창문 같지도 않은 미닫이식 나무판이 달려 있는데, 미닫이를 열면 햇빛이 들어오고 닫으면 햇빛이 차단되는 구조입니다. 비냐는 엘리를 생각해서, 다락방의 창문을 확 당겨서 닫아버리고는,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켭니다. 햇빛에 노출된 시간이 너무 길고, 또 지붕 사이 균열에서 햇빛이 조금씩 새기에 완벽하진 않지만, 엘리는 무언가 몸이 조금 편해진 느낌을 받습니다. 비냐는 촛불 빛에 노랗게 빛나는 얼굴로 엘리에게 말합니다.

"그 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말을 못 했는데... 정말 고마워요. 아마, 엘리 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제 남매들 뒤를 따라갔겠죠."

...음. 뭔가 어둡고 무거운, 그것도 뱀파이어와 연관된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조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그때 그렇게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던 건, 뱀파이어가 사람을 돕는다... 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서 그랬어요. 맏언니부터 막내동생까지, 전부 뱀파이어한테 죽었거든요. 지하 광산에서 마석을 캐다가 몸이 오염되어서 반신불수가 된 어머니만 남았는데, 왜냐면... 피가 참 더럽게 맛이 없어서 그랬어요. 그러다 저도 때 되면 죽겠구나 했는데... 에레야 님이 그 뱀파이어가 다스리던 영지에 와서... 뱀파이어들을 전부 다 심판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는 제가 혼자 살 수 없어서, 세스타우로 와서 어머니를 봉양할 돈을 벌고 있어요."

엘리와 그녀의 일족은 피가 좋은 거지 인간의 대량 학살이 좋은 건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이단심문관조차 아닌 봉기한 농노들한테 꿰뚫려 죽은 수많은 뱀파이어 소식을 들으면서 서로가 좋게좋게 사는 방식을 일찌감치 택해 몇백년간 내려왔습니다. 그렇기에 엘리처럼 인간 사이에 섞이고자 하는 별종도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엘리는 아직도 인간을 말할 줄 아는 가축으로 보는 뱀파이어들도 꽤 있음을 들었습니다. 아마 비냐는 그 피해자겠지요. 비냐는 흠... 흐으음... 한참 동안 한숨을 쉬다가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지금 세스타우는 뱀파이어와 조약을 체결한 왕국이 다스리는 도시지만... 솔직히 말해 저는 뱀파이어가 달갑지 않아요. 여기 여관 주인 아저씨도 그걸 잘 알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여관 주인 아저씨한테 이야기해서 엘리 씨를 쫓아내려 한 거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안 그래도 될 것 같아요. 아직도 뱀파이어를 보면 기분이 그렇지만..."

비냐는 말을 끝맺기 전, 촛불 앞에서 빛나는 선혈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고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착한 뱀파이어' 님."

// 이걸 못봤네 미안혀...

581 엘리주 (R/DWjCn6S6)

2024-09-05 (거의 끝나감) 19:43:44

그럴수두있지~~

582 히샤히메 - 진행 (lweMGbML6M)

2024-09-05 (거의 끝나감) 20:04:36

>>565
"할멈!!"

할아범을 내려다주고 곧장 할멈에게로 달려갔느니라! 그런데 주변이 이상하구나 오늘은 괜히 사람이 많은것같은... 축제날이던가? 그런거라면 짐이 가장 잘 알았을텐데! 동네의 꼬마녀석들도 별 말이 없었던걸 보면...

"그런데 다들 이 시간까지 무슨일이더냐?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583 엘리 - 진행 (R/DWjCn6S6)

2024-09-05 (거의 끝나감) 20:10:18

>>580

"음...!"

가정사를 말하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진지하게 감사를 전해온다.

상대가 증오를 부딪혀온다면 웃음기 섞인 대답을 돌려줄 수 있지만... 분위기가 무거워지며, 나 역시 진심을 내보여야 하는 때. 나로썬 그것이 익숙치 못했다.

역시, 호의에 화답하는 건 어려워.

"뭐, 뭐랄까... 응. 아, 저기. 1주일 끊어줘!"

은화 7개를 빠르게 건내고는, 빠르게 자리를 피한다.

584 엘리 - 진행 (R/DWjCn6S6)

2024-09-05 (거의 끝나감) 20:10:29

>>583 @@!

585 이름 없음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0:11:44

시트 올렸어요~ 괜찮은지 모르겠는데 한 번만 확인해주세요!

586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0:35:13

>>582
"뭐긴 뭐겠니. 이샤힘, 잊었어? 오늘자로 네가 온지도 1년이 넘었어."

브우니크 할멈이 그렇게 말한 것을 시작으로, 옆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 박수를 칩니다. 히샤히메, 이 지역 사람들에게 그녀의 이름은 발음하기 너무 어려워서 다들 '히메'까지 붙여 이샤힘이라 불렀지만,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그들이 히샤히메와 함께했던 추억까지 전부 그렇게 우습게 기억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히샤히메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고, 심심해 죽을 정도로 평범한 마을에 극동의 귀인족이 1년간 살았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마을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히샤히메 자신도 잊고 있던 것을 이들이 더 잘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가 그랬지. 6개월 전인가? 그 때 우리가 만들어준 보리사탕을 먹고 나서는 딱 6개월만 더 있다가 나갈 거라고 그랬잖니. 그리고 이제 여섯달이 지났구나."

사람들은 아쉬워하지만, 그래도 이 기억을 좋게 끝내려는 듯 웃으면서 한 마디씩 거듭니다. 마을의 사냥꾼은 대신 사냥을 해주어서, 양치기는 가축을 노리던 늑대들을 찢어발겨 카펫으로 만들어줘서, 그리고 고드뢰는 마차를 꺼내줘서... 남들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머리를 탓할 때,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며 몸을 탓하던 히샤히메 덕분에 많은 일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브우니크 할멈과 힘레먼 할범이 앞에 서서 말합니다.

"자식들 뼈빠지게 일해서 비싼 돈으로 대학 보내서 시 서기에 세관 관리에 별 관직 다 시켜줬지만, 지금은 폭력배마냥 말없이 용돈이나 좀 부쳐주고 마는게 기념품 수준으로 쓸모가 읎어..."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딱 이샤힘한테서 힘 참 센 것만 빼면 손자녀 있는 거랑 똑같지 않았을까 싶다. 덕분에 손자녀 구경 1년간 대신 시켜줘서 고맙구나."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어쨌든 견문을 넓히고자 온 동방의 공주지 이민자가 아니고, 견문을 넓히기에 이 마을은 너무 작다는 사실을요. 고드뢰는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마차에 실어온 술통의 꼭지를 툴어 맥주를 병에 콸콸 쏟으며 외칩니다.

"자! 술통에 음식에 다 갖다놓고 눈물 짜지 말고! 일단 술 한잔 마시고 시작합시다!"

파티의 시작입니다! 히샤히메는 이곳에서 나가기 전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유용한 정보나 물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587 아앨라나 - 진행 (86NoXvxYHs)

2024-09-05 (거의 끝나감) 20:38:58

@@ >>576

"어렸을때 부터에요~ 여러가지를 배우고 실천했어요"

길을 가던 도중에 그녀가 저에 대한 것과 관련된 것을 물어보았어요. 그녀는 호기심도 있고, 여정에 스스로의 목적에 달하기 위해 여기에까지 왔어요. 그녀와도 비슷하게, 저 또한 숲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요

"숲 밖에 사람들에게는 지금은 어떤가요? 비슷하게는 오래전에는 존재했지만 이제는 없다고 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 대신에 저에게는 제자가 되었고 직접 전수 받았어요"

저는 마녀 님에게 거두어진 이래 줄곧 숲에서, 그 분 아래서 생활해왔어요. 말하자면 평생의 스승이자 어머니와도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솔직히 그 이전의 과거의 기억에 남겨진 것도 있지만 흐릿해요. 마치 벌레가 파먹은 열매와도 같이 구멍이 많다고 표현해도 무리는 아닐 거에요

588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0:46:25

>>583
엘리는 이곳에 오면서 수많은 혐오의 레퍼토리를 떠올렸습니다. 암컷모기, 피빨이, 걸어다니는 모기, 인간 사이즈 모기, 사람같이 생긴 흡혈박쥐, 괴물딱지, 사람 되다만 박쥐, 죽일 것, 신고대상, 이단심문관!!!! 하지만, 세스타우에 처음 들어와서 지금까지, 엘리는 참 예상할 수 없는 난적을 여럿 만났습니다: 바로, 그녀가 이곳에서 쉬이 얻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친절'입니다. 처음에 세스타우에 들어왔을 때, 어떤 할멈은 괴물이 출몰하는 세상이라며 막 돌아다니면 안된다고 진심으로 걱정했고, 비냐는 엘리의 안전을 기원하며 그녀에게 수호부를 주었습니다.(처음에는 기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제로 안전에 도움이 되었지요.) 그리고, 에레야는 이단심문관이라는 직위에도 불구하고 엘리를 진지하게 인격체로 대했으며, 그녀의 자매로 추정되는 베르야 역시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다른 인간에게 하듯 엘리를 대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엘리는 비냐를 보고 참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엘리가 이 상황에서 당최 뭔 말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인간을 대할 때는 항상 친절하게 대하되 항상 죽여버릴 준비를 해 놓아라'

가주의 가르침도 이 때는 쓸모가 전혀 없습니다. 결국, 엘리는 은화를 던지듯 주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비냐는 은화를 받자 놀라서 뛰어내려가더니, 도망치듯 아무 방이나 잡아 들어가려는 엘리의 다리를 꽉 붙잡고 늘어집니다.

"위험해요! 위험하다구요! 일단 기다려 봐요!"

엘리를 뜯어말린 비냐는 비어있는 방의 문을 열고, 엘리는 왜 비냐가 자기를 뜯어말렸는지 이해합니다. 여관 주인장이 두 번은 안 당하겠다는 마음인지, 지뢰밭같이 성물들을 깔아놓았습니다. 저기 걸려있는 액자는 최초의 이단심문관 '베어코버'의 이콘이고, 창문은 대체 뭔 돈이 나서 어떻게 단가를 맞췄는지 모르겠지만 성인들의 모습을 그린 스테인드 글라스이고, 꽃병에 들어있는 건 수도원에서 정성껏 키우고 기도해서 재배한다는 '신앙화' 품종의 백합이고, 바닥에는 태양교의 상징인 근엄한 얼굴의 태양이 있습니다. 뱀파이어고 뭐고 불경한 존재는 다 죽여버리겠다는 악의가 느껴집니다. 비냐는 이콘은 떼고, 창문은 천막으로 가리고, 꽃병은 빼고, 태양교단 상징은 발깔개를 깔아서 막는 조치를 취한 다음에 엘리를 환영합니다.

"네에. 환영합니다. 손님!"

589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0:49:33

>>585
확인. >>587 쓰고 난 다음에 상황 줄게.

590 이름 없음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0:55:56

헤헤 고마워요~ 천천히 주세요!

591 엘리주 (6iMqgEsEhw)

2024-09-05 (거의 끝나감) 21:02:15

어서와라~~~

592 누누코주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1:10:02

엘리주 안녕이에요~

593 아앨라나주 (86NoXvxYHs)

2024-09-05 (거의 끝나감) 21:11:20

안녕하세요~

594 누누코주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1:16:46

아앨라나주도 안녕해요~~

595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1:41:37

>>587
"어릴 적부터... 우와! 이게 그 대마녀와의 기연?! 아니면 태어나서부터 마녀의 운명을 타고난 그런 느낌인가요?!"

그렇게 말하면서 베스니는 안나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바깥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군요. 아주 어릴 적, 아앨라나가 기억할 수 있는 아주 어릴 때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이 검은 숲에서 보낸 그녀에게 바깥 세상은 존재한다고 말로만 들었고,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하니 아마 맞겠거니... 한 곳일 뿐입니다. 그래서, 아앨라나가 실제로 관심이 있냐 없냐와는 별개로, 조금씩 이야기가 귀에 들어옵니다.

"당연하죠! 저도 대학 음악학부에서 공부했거든요. 예전에는 음악도 전부 유명한 음악가한테 배우거나, 음유시인 따라다니면서 배워야 했는데 이제는 대학이 생겨서 돈만 좀 있으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저는 돈은 없었지만, 후원자를 잘 만났죠... 그 뭐냐, 족보집에 가서 한달치 봉급만 주면 제 이름을 어디 귀족가에 올려주거든요? 그러면 후원을 구할 자격이 생기니까..."

...말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가말라시엘 님이 텔레파시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비웃는군요.

'세상의 사기꾼들은 두 가지 유형이 있지요. 알면서 치는 사기꾼, 모르면서 치는 사기꾼. 지금 이 사람은 후자입니다.'

...음, 경계해야 할까요? 아무튼 아앨라나는 묵묵히 들으면서 올라갑니다. 다리 하나가 말다리가 되었는데도 좋아하는 걸 보면 아무튼 음유시인과 모험에 대한 열정은 진짜인 것 같으니. 아앨라나는 앞서 가다가, 눈 앞에 보이는 움직임에 멈춰섭니다. 머리에 붉은 열매가 달린 굵은 뿌리들이... 두 다리? 같은 잔뿌리로 아앨라나 쪽을 향해 오고 있군요. 베스니는 모르겠지만 아앨라나는 잘 압니다: 가을 맨드레이크. 추운 겨울을 대비해 어딘가로 동면을 떠나는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아앨라나와 마주치자 얼굴? 인지 아닌지 모를 대충 얼굴같은 표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둘을 바라봅니다.

"..."

무슨 의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적의는 없어보입니다.

596 엘리 - 진행 (R/DWjCn6S6)

2024-09-05 (거의 끝나감) 22:03:29

@@>>588

"흠, 흠."

분위기를 무마해보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뻘쭘함과 방금 죽을 뻔 했다는 위기감, 그리고 비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든다.

그래, 뻔뻔하게 가자. 나는 철면피다. 나는 철면피다...!

"그럼,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나마 덜 타고 멀쩡한 방으로...

597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2:14:20

이름도 알 수 없는 도시는 누누코 같은 이방인 내지는 '범죄자'들에게 전혀 자애로운 곳이 아님은 여기 오기 한참 전부터 알았습니다. 사람 키보다 큰 나무들은 모두 교수대가 되어 사람처럼 생긴 이상한 열매들이 수십개씩 매달려 있었고, 그 열매들은 모두 '도둑' '탈영병' '체납자' 같은 상품명들이 하나씩 붙어있었습니다. 이 이상한 열매들은 수십개씩 줄을 지어서 누누코가 가는 길마다 몸을 흔들며 그녀를 반겼고, 그녀의 반쪽짜리 귀도 나풀나풀 흔들리며 그들을 지나쳤습니다. 물론, 누누코의 삶은 성인식을 거친 이래, 전사의 시험을 통과한 이래 항상 폭력과 피, 살점의 바다였기에 이런 광경을 본다고 대경할 일은 없었지만, 사방을 채운 시체의 냄새와 누누코의 몸에도 혹시 먹을 게 없을까 달라붙는 파리떼들은 반갑지 않았습니다. 그것들을 헤치고 나온 누누코는 언덕에서 도시를, 이곳의 살풍경과는 전혀 다르게 무서울 정도로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를 눈에 담았습니다.

'화살 수매단가 상승에 따라 무단침입 경고사격 절차를 폐지함'
'무단 침입자 적발 즉시 사살 - 경고 사격을 예상하지 마시오'

그리고, 눈 앞에 적혀있는 표지판도 눈에 담습니다. 이 도시를 들어가는 게 맞을지, 아니면 그냥 우회해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방법일지, 다시 돌아가서 숲 속에서 추적자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있을지... 다양한 방법들이 떠오릅니다. 심지어는, 아주 잠깐이지만... 포기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하지만 누누코는 고개를 젓고 다시 앞을 바라봅니다. 지켜야 했던 이들, 맞이해야 했던 최후, 죽었어야 했던 적들. 아직 많은 것들이 남아있습니다. 그녀는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하려고 고민하는데, 뒤에서 휘파람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거기! 토끼귀 양반! 그래요! 당신!"

한 사람이 손을 흔들며 멀찍이까지 다가오더니, 누누코에게 묻습니다.

"내 한쪽 귀가 잘린 토끼귀 달린 아가씨를 찾고 있었네만, 당신이 맞는 것 같군."

그리고는, 주변을 보면서 표정을 찡그리더니 다시 말을 잇습니다.

"물론 여기가... 귀족들의 다과회를 열기에는 좀 그런 곳이긴 하지만, 잠시 친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598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2:24:48

사람들이 많이 는 것 같아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공지합니다.
오늘 이 시간부로 시트스레는 임시로 잠그도록 하겠습니다. 최소 1일 1답레를 목표로 운영하는데, 여기서 사람이 더 많아지면 상황에 따라 1일 1답레도 힘들어질 수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 상황이 나아져서 더 많은 분들을 모실 수 있게 되거나, 공석이 발생하면 시트 스레를 다시 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시트스레에 등록된 시트들만 본 어장에 참여할 수 있으며, 향후 10일 이상 무통보로 반응 없을 시 또는 1개월 이상 장기 부재가 예상될 시 시트를 한시적으로 다시 열겠습니다.

599 엘리주 (R/DWjCn6S6)

2024-09-05 (거의 끝나감) 22:27:05

600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2:29:59

>>596
"지금 보고 계신 방이 제일 멀쩡해요."

엘리가 뱀파이어만 아니라면, 아니, 뱀파이어라도 제일 멀쩡한 방이라는 게 비냐의 설명입니다. 다른 방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고 하니, 엘리가 봤던 그 살덩어리 뭉치가 저 방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바람에 여관 주인이 마녀를 불러 잡귀를 쫓고 태양교 사제를 불러 축성을 하고 심지어는 이단심문소의 심문서기보 한명을 불러 이단성 검토까지 했다고 합니다. 엘리가 원래 있던 방은 개박살나서 가구들을 재활용할 수가 없어서 짚과 이끼를 채운 천쪼가리를 침대 삼고 나머지 가구들은 싹 다 빼서 장작으로 써버리고 있고, 다른 방은 불탔거나 사람이 너무 죽어서 피비린내를 뺄 수 없어 그냥 할인가로 운영한다... 는 이야기도 합니다. 비냐는 피비린내 얘기가 나오자 조심스레 묻습니다.

"혹시 피비린내 나는 방이 좋나요? 거긴 식사까지 해서 동화 7개긴 한데..."

601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2:33:06

누누코주한테 물어보고 싶은점
1. 누누코에 대해 생각한 액션은 어떤 느낌? 일단 나는 읽어보고 ( https://www.youtube.com/watch?v=ownBlRvIf00 영화 밀수 액션신, 유혈 주의!) 이런 느낌 들었는데.
2. 중간에 누누코가 추적자들에게 납치당하거나, 별 상관없는 노예사냥꾼에게 납치당하는 서사가 나올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 다만 이건 배드엔딩 직행은 아니고, 원하는 서사에 적힌 인간 NPC와의 접점을 위한 것읾

602 ◆MjRAeKhiz2 (1cHzjtXr9.)

2024-09-05 (거의 끝나감) 22:33:29

그리고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수고 많았고, 답레 다 달아두면 내일 시간나는대로 답레할게!

603 아앨라나 - 진행 (86NoXvxYHs)

2024-09-05 (거의 끝나감) 22:38:16

@@ >>595


"말하기 따라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마치 감탄하듯 하는 그녀의 말에 저는 긍정하듯이 대답했어요. 그녀의 표현에도 끼워맞춘다면 사실에 근접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만약에... 마녀 님에게 거두어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상상하기 무섭네요. 이런 것은 좋게 생각하는게 남는 일이 될 거에요

"그러니까, 살펴보아요. 어떠할까요? 스스로에게조차 속아버린 거짓말쟁이인가요?"

그녀 또한 그녀 자신에 대해서 말해주었어요. 몇몇은 생소한 것들이지만 거기에는 알고 있는 것도 있어요. 가말라시엘 님의 말따라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이제와서 바로 적대할 필요는 없을 거에요. 아직 진실은 모르겠지만 미지에 대한 탐구심과 그 열의만큼 진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베스니 씨, 잠시 멈춰주세요. 저희는 초목의 형상을 지닌 숲의 존재들을 만나게 될테니까요. 갑작스런 만남이겠지만 정중하게 대해야해요"

길을 가던 와중에 저희들은 다른 이들과 마주쳤다고 할 수 있었어요. 그들은 숲의 유구한 생물들, 아마 동면 해야할 시기에 따라서 나서는 것일테니 그들의 행동을 방해하지 말아야겠지요. 그들이 저희를 용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듯이 그래야 하지요

604 아앨라나주 (86NoXvxYHs)

2024-09-05 (거의 끝나감) 22:40:01

수고하셨어요!

605 누누코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2:43:17

@@ >>597
'인간이야.'
길을 걷는다.

'그리고 또 인간.'
저벅저벅, 계속해서 걷는다.
발이 닿는 곳마다 잡아 끌어 당기듯이 질척이는 발소리가 울리며 훔쳐 신고나온 싸구려 신 밑창에 흙이 달라붙었다.
그렇게 걷던 누누코는 어느 시점에 멈춰서서, 고개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여기나 저기나 역겨운 인간들 뿐이네...'
가늘어진 눈으로 표지판을 바라보고, 그 뒤에는 표지판 너머의 도시도 바라본다. 도시는 괜스레 증오심을 느낄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워보였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그 평화라는 것이 자신에게 마저 살갑게 손을 뻗어줄지, 그것만큼은 절대로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뒤에서 또 다른 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크.'
방심하고 있었다. 잠시 갑갑해서 후드를 벗는다는 것이 도시 주위를 걷는 내내 후드를 다시 올리는 것을 깜빡한 것이었다.
누누코는 뒤늦게나마 귀를 가리듯이 후드를 머리 위로 뒤집어 써서 자신이 '잘린 토끼귀 달린 아가씨' 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보아하니... 이미 늦은 것 같네.
누누코는 어쩔 수 없이 그를 향해 몸을 돌리기로 했다. 바닥의 진흙이 발의 움직임을 따라 궤도를 그리며 튀었고, 누누코의 자홍빛 눈동자가 후드의 어둠속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누누코한테 볼일이야?"
누누코가 목소리를 내었다. 특유의 허스키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볼일이 있으면 이 자리에서 해."
"왜냐면, 누누코는... 지금 바쁘거든. 후흥."
자신이 토끼귀 양반인 것을 숨기는 것은 이미 늦었지만... 어쨌든 누누코는 최대한 '평범한 사람'인 척하며 버릇처럼 가벼운 코웃음 소리를 내었다.
버릇은, 여유있는 분위기를 둘러 방심과 빈틈을 일부러 유도하는 버릇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누누코의 눈은 쉬지않고 상대의 몸을 면밀이 훑고 있었다.
'부수기 쉬워보이네... 여차할때 가슴을 통째로 뭉개버리면 좋겠어.'
누누코는 대답을 기다리며 눈 앞의 인간을 보며 생각했다. 그것 또한 '전사의 습관' 같은 것이었다.

606 엘리 - 진행 (R/DWjCn6S6)

2024-09-05 (거의 끝나감) 23:09:18

>>600

"밥 냄새가 너저분한게 늘어진 방은, 좀 그렇잖아~"

잘 때도 씻을 때도 쉴 때도 밥 냄새가 나면 성가시다.

"종교랑도, 심적인 거리감이 조금은 줄어든 느낌이고..."

물론 심적인 거리감 얘기다. 육체적 거리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아, 아직도 나를 태우려 한다.

"응. 응. 여기로 부탁해"

//수고했어~~ 고맙다~~

607 누누코주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3:42:26

>>601
1. 느와르 액션이네요~ 이런 것도 멋있어서 좋아해요~
하지만 제 머릿 속에서 누누코의 움직임은 조금 더... 아니메틱 하다고 해야할까요? 굉장히 야만적이지만 유연하고 전문적인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지금까지 유튜브에서 자료 열심히 찾아봤는데 어울릴만한 영상을 못 찾겠네요 힝.... 나중에라도 찾게 되면 공유해줄게요~ ><
2. 완전 괜찮아요오~ 이 부분은 캡틴도 잘 알고계실거라고 생각해서 맡기도록 할게요~
그리고 원하는 서사는 진짜진짜 생각나는 대로 적은 거라서 나중에라도 더 생각나면 말해도 될까요?

608 누누코주 (1U7zPBcm/U)

2024-09-05 (거의 끝나감) 23:42:49

캡틴이랑 다른 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609 샤토 - 진행 (TeLABpJ39w)

2024-09-06 (불탄다..!) 07:39:35

역시, 테렌은 뒷골목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다.
당연하겠지. 왕도가 몸이라면, 뒷골목은 마치 혈관처럼 도시 곳곳에 치밀하게 펼쳐져 있다고 하니까.
누군가 그랬어. 이 도시에서 몸담은 자라면 누구든, 뒷골목과 연관되지 않은 이 없다고. 게다가 내 테렌은 정말 가난해. 아마 일반적인 경우라면 극형을 피하지 못할 어미어마한 일을 담담하게 벌였을 정도로.

뒷골목의 사람들이 그 가난의 향기를 맡지 못할 리 없어.
왜냐하면 뒷골목의 주민들 역시 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으니.

그나저나 이건... 반지인가?
서로 같은 모양의 것을 끼우니, 마치 결혼반지와 같아 보인다.

“테렌..., 음흉해.”

기쁘기도 하지만, 알아. 이건 결코 그런 의미의 선물이 아니지.

애초애 내 왕자님은 날 너무 맹목적으로 따라. 아마 자신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아마 추측하건대, 테렌은 날 사랑할 수 없을 거야. 설령 나에 대한 호감이 있다 해도, 필시 그것을 불경한 감정이라 여기고 있을 터이니.

허나 설령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있다 해도, 난 그것을 꼬집어 바꿀 수 없다. 왜냐하면, 그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주의 일이 아니니까.

평민의 아들과, 왕의 딸. 지금의 난... 너와 결코 맺어지지 못해.
아직은 말야.

“응.”

마찬가지로 나 역시 테렌과 같은 반지를 끼우고 손을 확인한다.
뭔가 그와 내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단순한 착각만은 아닐 지도 모른다.

“마치 수면제라도 먹은 것 같네.“

성을 지키는 경비병들은 정말 곤히 자고 있다.
아버님께서 만약 이걸 직접 보시게 된다면, 날아가는 건 저들의 직업이 될까, 아님... 목이 될까.
퍽이나 궁금도 하였으나, 날 이렇게 무사히 보내주었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담아 이번만 눈 감아 주기로 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라도 걸리게 되어 있을 테니.

“뒷골목엔 조직이 있다 들었어. 도시 뒷 편엔 수많은 조직이 있고, 걔 중엔 고위 귀족을 등에 업고 활동하는 이들도 있단 걸.”

책에서 본 내용을 읊는다. 나도 알건 알아.
하지만 책은 사실을 그저 담담하게 적어내려갈 뿐이다. 아쉽게도 그 이상의 것은 담겨있지 않았어.

그러니 난 그에게 물었다.
왕도에서 가장 유명한 조직, 어중간한 하급 귀족 같은 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만들 정도의 바로 그 조직의 이름을.

“손가락, 맞지?”

610 샤토 - 진행 (TeLABpJ39w)

2024-09-06 (불탄다..!) 07:40:14

>>579

611 ◆MjRAeKhiz2 (txD4W2C1Fg)

2024-09-06 (불탄다..!) 12:30:26

>>603
"네? 그게 무슨..."

뭐냐고 묻는 베스니의 눈에 걸어다니는 흙뿌리들이 들어옵니다. 아앨라나는 아주 잘 알지만 베스니는 잘 모르는, 책에서만 본 살아있는 맨드레이크입니다. 네. 그리고 이 맨드레이크들은, 외부 세계에서는 인간이 캐려고 들거나 가까이 접근만 해도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끔찍한 괴성을 지르는 식물 겸 괴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들은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에는 최대한 손을 안 대려고 하는데, 그 감당할 수 없는게 제발로 걸어오니 미칠 노릇입니다.

"으, 으아아! 맨드레이크다!"

...가을 맨드레이크는 소리를 잘 안 지르고, 그 소리도 무언가를 미치게 만드는 위험종도 있지만 소리를 질러 먹히는 방식으로 전파하는 맨드레이크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 했을텐데. 길도 모르는 숲속으로 대책없이 뛰어가는 그녀를 보고 아앨라나는 저도 모르게 그리 생각했을 겁니다.

612 ◆MjRAeKhiz2 (txD4W2C1Fg)

2024-09-06 (불탄다..!) 15:27:12

>>605
"그러시다면! 간결하게 설명하죠!"

남자는 목을 가다듬더니 본론부터 말한답시고, 그녀가 절대 잊을 수 없는 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눈 앞의 보팔족 살인토끼가 여차하면 자기 흉곽을 부숴 터뜨릴 생각을 하고 있고, 실제로 그리할 수도 있단 것은 꿈에도 모른 채로. 그의 목소리는 운율이 있고 경박도 해서, 마치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처럼도 들립니다.

"미스터 스위트, 로데스 대농장주 겸 지주 겸 소영주 겸 일백 노예의 주인. 지금까진 위세를 부리며 살았던 사람이죠."

과거형인 이유야 간단합니다. 눈 앞의 한쪽 귀 잘린 살인토끼가 그를 찢어죽여 버렸으니까요. 만딩고라는 노예 결투경기에 나가면 잘 싸울 거라는 생각까진 했는데, 그 토끼가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라고 못 찢어죽일 이유는 없고, 누누코는 노예에 대해 익숙한 사람이 아닌 부족 출신이라 죽으면 죽었지 남 밑에서 대가도 없는 노역을 위해 쇠고랑을 찰 개돼지가 아니라는 생각까진 못 한 사람이죠. 그 이름이 나오자 누누코의 귀가 반사적으로 확 뜨며 후드가 벗겨지고, 그 남자가 말을 끝맺습니다.

"그 사람을 죽인 간 큰 노예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여기서 만난 것 같군요! 운명의 놀라움이란!"

613 누누코 (c8mQ4Gqay.)

2024-09-06 (불탄다..!) 15:51:42

@@ >>612
"...후흥."
수인의 반사신경은 인간의 배의 속도로 빠르다. 특히나 평생을 전투로 단련시킨 전사의 경우라면 그 속도가 배로 날뛴다. 광대같은 남자는,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누누코가 빠른 반응을 보일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인간, 누누코를 알고있네."
분위기가 일변하며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는다.
미스터 스위트,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거의 즉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누누코의 나른한 눈빛이 증오를 숫돌삼아 날카롭게 벼려졌다. 그것이 일평생을 보팔토끼 전사로서 신성한 들판을 수호하던 누누코의 본연의 모습이었다.
후드가 벗겨지며 귀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귀가 솟아올랐기 때문이 아니라, 누누코가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누누코는 눈 앞의 남자를 눌러덮치고 그 위에 올라타 있었다.

"호기심은 쌍꼬리붙이 야수마저 죽여."
"인간은 그 돼지가 어떻게 자신의 죄를 속죄하게 되었는지 궁금한가보네."
누누코가 목덜이에 줄지은 송곳같은 이빨의 끝을 가볍게 얕게 찔러넣고는 말했다. 이정도 무방비한 사람이라면 방금 전의 도약에서, 바로 목을 뜯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누누코 스스로도 정보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역겨운 냄새...' 누누코가 생각하면서 이빨을 한층 더 거칠게 찔러넣었다.

"인간이 알고있는 것을 말해."
"그럼... 바쁜 누누코가 빠른 죽음이라는 자비를 배풀어줄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도망친 노예가 추적자를 죽이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누누코는 어찌되었든 그를 죽일 심산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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